쿠구구구구구구 ……
대피소에서의 하루에 대해 설명하자면 지겹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깊은 곳에 한 곳에 모여서 하염없이 나갈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정말 지겨운 일입니다. 저 위에서 저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는 채 그저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두고 온 무언가를 떠올리고 있을 수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아, 이건 끝내고 왔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요. 또다른 누군가는 이걸 하고 왔었나 하며 되새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모두 다 무언가 생각에 잠겨 있고, 전파도 터지지 않는 곳에서 시간을 죽치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저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말입니다.
뭐, 그것도 일시적인 일이었고, 다 지난 일입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자면 다 옛날 이야기이지요. 사태는 진정되었고, 돌아갈 날만이 남았습니다.
"이제 돌아가셔도 됩니다. "
이제 돌아가도 된다며 모두를 대피소 출구로 안내하는 안내요원을 향해, 한 직원이 돌아가는 길에 이렇게 물었습니다.
”형씨, 내 한 가지만 묻겠수다. "
"네? "
"우리는 교토고, 일이 터지는 건 도쿄잖수. 한참 멀리 떨어져 있잖아. 근데 도쿄와 오사카 급으로 떨어져 있는 우리가 이렇게 피난을 나와야 하는 이유가 있나? 전혀 필요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
모두가 바삐 밖으로 나가고 있는 사이, 순간이지만, 안내요원의 몸이 굳었습니다.
안내요원은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천장을 잠시 올려다 보더니, 전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내젓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모르겠지 말입니다. "
"그러니까! 사태가 터지고 있는건 도쿄고 우린 교토에 있는데, 대체 우리가 피난을 나와야 하는 이유가 있냐고! "
"죄송하지만, 저도 위에서 명령을 받은 지라 뭔 일인지는 잘…”
정말로 위에서 시킨 명령만을 받아 잘 모르는지, 고개를 젓는 안내요원을 보고 화가 난 듯한 직원은 바닥에 굴러다니는 캔을 차며 크게 소리쳤습니다.
"에잇, 참! 쓸모없는 질문을 했구만. 난 가오. "
영문을 모른채 화만 쏟아지고 사라지는 직원의 뒤로, 직원 여러무리가 뒤이어 또 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화를 낸 직원이 완전히 나가는 걸 보고서야, 작은 목소리로 천천히 뒤에서 쑥덕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저사람 왜 저런 말을 하는거야? 우리 그냥 대피훈련 나온 거 아니야? "
"말도 마, 저 사람 이번에 특무기관에서 이직한......."
"아~ 그 사도인지 뭔지 상대한다는 거기? "
"어. 거기. 좀 말도 안되는 기밀 관련 일 한다는 데. "
"거 사도란 거 진짜로 있긴 해? 다 헛소리 아니야? "
"글쎄다......"
헛소리......라기엔 실제로 우리 모두 겪어온 것이 있었고, 암암리에 전해져 오는 정보들도 있었기에 마냥 괴담이라 취급할 수도 없었습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일들 중 하나를 꼽자면 일본 지역 전역에 이유없는 정전이 났었는데, 세간에서는 그게 다 무슨 초대형 반물질 기계를 움직이는데 쓰기 위한 일이었다 어쩌고 라던가. 모두가 헛소리 취급을 하지만 특무기관에서 일했다 온 사람들은 아니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거 다 거짓말이 아니라고. 사실이라고.
특무기관 네르프의 존재에 대해서는 이미 모두가 아는 사실이 되었습니다. 이미 국제적인 단체인 IPEA가 설립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요, 실제로 국가별로 특무기관 관련 예산을 따로 편성하고 있단 사실이 최근 들어 뉴스를 통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푸른 물결 시위' 때 유럽 지역 노동자들이 특무기관 네르프의 로고가 박힌 깃발을 들고 시위에 나선 것은 이미 여러 방송국의 뉴스를 탄 지 오래였죠. 좋든 싫든 모두가 특무기관의 존재 자체에 대해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래도 직접 보지 않으면 다 헛소문 아니겠냐. "
그래도, 세상에는 여전히 모르고 싶은 자들이 아직은 많습니다.
"그건 그래. 그거 다 높으신 분들이 뿌리는 거짓말일거야. "
진실에 대해 눈을 감고, 모르기로 하고 싶은 자들이 아직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