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설명 ¶
학급 이지메의 주동자, 카스미가하라 류지
됐어, 내가 손볼 필요도 없었으니까.
학급 남학생 서열 최상위에 군림하는 따돌림의 가해자. 성적이 좋고 외부 대회에서 상을 타 와 학교의 명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실적에 눈먼 학교가 그의 괴롭힘을 묵인해 주고 있다. 크게 불량한 외모가 아니기도 하고, 첫인상은 아마 나쁘지 않을 것이다.
너 청소도구함 좋아하잖아. 거기 처박혀 있는 게 어울린다고, 쓰레기.
피해자를 외진 곳의 락카 안에 넣고 문을 잠근다거나, 궁도부의 장비를 멋대로 빌려 피해자를 벽에 세워 두고 화살을 겨눈다거나, 죽은 쥐를 가방 안에 넣거나… 그런 일을 저지르며 즐거워하고, ‘학생 시절이 아니면 이런 일을 할 수 없을 테니까’ 라고 이야기한다. 언젠가 류지 자신이 피해자의 처지가 된다 해도 결코 순순히 추락해 주지는 않으리라.
아주 예전부터 카스미가하라 류지는 내려다보길 좋아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3.1. 모리노즈카 세이라 ¶
한 쌍의 악마라고 할까. 아이들은 그 둘이 사실상 사귄다고 생각한다. 확언은 단 한 번도 없었음에도.
세이라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다른 녀석들이 잘 해야 할 텐데, 조금 걱정이네.
내가 살짝 보고 올까? 류지는 그런 이야길 속삭이며 그녀의 뺨에 입을 맞추는 시늉을 했다. 둘이 함께 있을 때마다 본심을 드러낼 듯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세이라가 못내 귀여웠다. 때로는 어린아이 손목 비틀듯 쉽게 넘어뜨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마치 우아하고 섬세한 유리 인형 같아서. 그러니 사회와 공동체의 힘을 제쳐놓고 보면 인간 개인은 이렇게나 연약한데, 우리는 어떤 근거를 가지고 나머지 아이들 위에 서 있는 것일까? 그런 의문을 똑같이 가지고 불안해하는 듯한 세이라에게 류지는 말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 세이라.
답은 마음가짐이야.
모리노즈카 세이라는 카스미가하라 류지가 드물게 가애하는 존재.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가 이끌리듯 얽혀 버린 관계. 실컷 탐미하고픈 욕망이 일렁인다. 그녀 앞에서 자제력이란 존재치 않아서, 내밀한 마음을 내보이고 만다. 두 사람이 동시에 서열이 높아 가능한 일로, 서로의 호의를 얻는 상황 자체가 목적이 되어 간다. 우리가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싶고.
불안정한 권력 위에서 듀엣을 펼친다. 모든 것이 흔들리는 와증에도 그 나름의 안식은 있었다. 세이라가 주는 값비싼 선물을 받고,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경멸스러운 그 녀석을 걷어찼다. 짓밟고 발길질할 때마다 우리의 유대가, 죄악이 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죗값은 무섭지 않다. 운이 없으면 그녀를 더 이상 못 보게 된다는 사실이, 지금의 나날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진실이 아쉬운 것이지.
두 사람이 연인이 아니라는 것은, 본인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3.2. 하라도노 아사히 ¶
그러고 보니 하라도노는 전학 오고 나서 잘 적응하고 있네? 뭐,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여학생 무리의 따돌림에 관심 없는 체하고 있다. 관심 두지 않는다는 말이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그야 그쪽은 세이라나 다른 아이들의 영역이니까. 하지만 누가 어떤 상태에 있느냐는 대충이라도 알고 있으면 좋을 것이다. 하라도노 아사히가 어디서 전학을 왔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쪽 학교에 다니는 친구에게 평판을 물어보았다. 이지메 당하고 있었다고, 그러면 요즈음 잘 지내고 있냐는 말로 대화의 포문을 열어 봐야지. 그런 악취미적인 이야기다.
세이라나 리리카에게 붙어 다니는 아사히가 괴롭힘에 동참하고 나서, 류지는 빈 교실에서 피해자의 물건을 파손하려는 아사히를 발견했다. 아아 뭐, 계속해. 네 거 아니고 그 애 체육복인 거 알고 있으니까. 머뭇거리는 아사히를 보고 자리를 피해 주겠다며 교실을 나갔다. 그 후로 다소 어색한 기류가 감돌고 있다.
3.3. 히구라시 카나타 ¶
그래, 운이 나빴을 뿐이지.
세상을 떠난 그 애와 잘 알던 사이였지만, 류지는 사건을 접했음에도 청부살인 같은 건 믿지 않았다. 범인은 체포됐고, 우리 학원과는 연관 없다고 밝혀진 만큼 더 이상의 범행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모방범죄가 일어날까 좀 신경쓰이긴 한다만.
즉 예전에는 류지 역시 카나타를 이지메하고 있었다. 제발 왕따시켜 주십사 하는 듯한 차림새라서. 다리를 긋고 팔을 지지고 머리를 밟고,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가까이서 구경했다. 단지 뒤에서 조금 더 많이 지켜봤던 것이다. 그러던 그가 이번에 전면적으로 나선 이유는 역시 모리노즈카 세이라 때문일까. …정말 그녀를 가장 가까이서 귀여워하기 위해서?
3.4. 나나모리 리리카 ¶
세이라의 친구, 라기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는 것 같아 보인다. 올해의 연호도 쓰지 못하는데 학급 상황을 어떻게 알겠는가. 리리카는 세이라와 가까이 지내는 류지를 경계하는 것 같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경계해도 어떡할 건데… 정도.
미안, 나나모리. 모리노즈카는 지금 바쁘대.
요즈음 세이라에게서 리리카를 떼어놓느라 귀찮다. 솔직히 말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세이라에게 착 달라붙어 있는 것이 살짝씩 방해된다. 여자애한테 그런 얘기를 직설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세이라는 이런 아이에게 의지를 하고 있는 건가.
3.6. 사토 소이치로 ¶
현재 학급에서는 아마 비슷한 역할을 맡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소이치로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예전, 카스미가하라 류지는 따돌림을 방관하던 소이치로를 가해자 무리로 끌어들였다. 왜냐하면 네가 사람을 어디까지 괴롭히는지 보고 싶었거든. 기뻐해 봐, 선택받은 걸.
즐거워 보이네.
사토가 과하게 행동한다고 끌어내리는 일 없이 더욱 부추기고 있다. 쾌감이 극에 달하길 바라는 것 같아서, 도와줄 뿐이다. 또, 학급의 여학생들에 대해 품은 이런저런 생각을 서로 수읽기하고 있는 듯. 세이라의 이름을 언급했다가 주먹다짐 직전까지 간 적도… 아마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