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엑트, 짧은 이야기 ¶
엑트는 영웅서가 내에 존재하는 짧은 이야기들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재현형 게이트에서 보여주는 게이트의 일면, 사람들과 대화하며 떠드는 행동, 몬스터를 사냥하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 등. 모든 짧은 행동들은 엑트로 구분됩니다.
엑트가 중요한 이유는 이렇게 짧게 모인 이야기들이 시나리오의 구성 요소가 되기도 하고, 에피소드로 사용되기도 한다는 점이 여러분에게 중요성을 알려드릴 수 있는 가장 좋은 설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이야기를 겪으며 당신만의 엑트를 만들어보세요. 그 결과를 만드는 것은 저와 여러분의 역할이 될것입니다.
1.1.1. Act.1 부성애 ¶
- 돌입 조건
- ★ 청해의 보스가 죽으며, 후계자를 제대로 정립하지 않았을 것.
★ 그로 인한 내전이 발생하며 울산이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졌을 것.
★ 강력한 빌런 세력의 생성으로 일시적으로 가디언 전력이 이를 제압하기 어려울 것
★ '철벽' 이수한에 대한 소문을 들었을 것.
★ '청해' 소속의 NPC와 최소 1회 전투를 겪었을 것.
★ 명성이 5 이상일 경우
이수찬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Act 1. 부성애가 시작된다.
그는 눈을 감습니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 수아는, 내 젊은 날을 후회하게 만든 내 하나뿐인 존재 증명일세. " 박씨는 힘없는 목소리로 수아의 사진을 꼭 쥐곤, 명진에게 말합니다. 분명 제대로 듣기도 힘든 목소리이지만. 이상하리만치 또박또박. 명진의 귀에 소리가 들려옵니다. " 이 아이를 손에 들었을 때. 나는 지금까지의 내 행동들이 부질없다 느꼈네. 많은 것을 가져본 적도 있었고, 수많은 가치 있는 것들을 찾아내기도 했지만.. 내 손에서 느껴지는. 조금만 힘을 쓴다면 죽어버릴 것 같은 내 아이를. 내 사랑으로 만들어진 증거를 끌어안는다는 것은.. 많은 생각을 들게 했으니까. "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 다시는 이 세계로 돌아오고 싶지 않았는데. 수아로 하여금 이 세상에서 손을 떼고, 수아로 하여금 이 세계에 다시 발을 들여야 한다니. " 허탈한 미소를 털어냅니다. " 이 세계에서 도망치겠다는 게. 오만했던 모양이야. " 그는 자신의 방 안에서 하나의 주사기를 꺼내듭니다. 짙은 흑발은 꽤 길이가 있어 목을 뒤덮었습니다. 두 눈은 날카로웠고, 또한 사납게 보였는데 진한 눈썹이 특히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지례 겁을 먹게 만드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코와 입이 꽤 그럴싸하여 얼굴 전체를 본다면 사나운 호남형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 이렇게 되니. 도움을 받을 사람이 자네밖에 없군. " 그? 수찬은 고개를 돌려 명진을 바라봅니다. " 이 일이 끝난다면, 내 딸을 잘 찾아낼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주겠네. 자네의 그 훈장, 명성. 그것을.. 믿어보고 싶으니. " 수찬은 고갤 숙여 명진에게 말합니다. " 내 이름은 박수찬이 아냐. 박 씨는.. 내 아내의 이름이지. " 그는 몸을 쭉 펴고, 명진을 바라본 체 말합니다. " 철벽. 이수찬.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불렀다네. " 영웅서가 " 만약, 내 딸을 납치한 것이. 청해의 이들이 맞다면.. 내가 한때 충성을 바친 형님도 남지 않았으니. " 그는 주먹을 쥡니다. " 내 손으로. 청해를 부수려 할세. " 명진을 바라본 수찬은, 짧은 말로 묻습니다. " 나를, 도와주겠는가? " Act. 1 지금, |
- -1- 부성애
- 의념재활성제라는 주사기를 꽂고 난 이후.
집안의 분위기는 차원이 다르게 바뀌었다.
단순히 슬픔과 광기가 있던 그곳은 마치 물질로 변한 듯 이 방 안을 거대한 수조처럼 변하게 만들었고.
평범한 일반인이라고 생각했던 수찬 씨는 달동네에서 만난 그 정장의 여자보다 훨씬...강한 느낌이 들었다.
만약 1세대의 각성자를 만난다면 이러한 느낌이 든다는 듯이.
"설령 그 무엇도 주어지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이러한 거대한 해일 속에서 나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제가 헌터가 되기 전부터 결심했던 것이 있습니다."
수많은 죽음과 지옥이 펼쳐지는 세계에서 너무나 유치한 꿈.
"무고한 이들을 더 이상 죽게 만들지 않는 것, 적어도 눈 앞의 가족이 괴로워 하는 것을 방관하지 않는 것입니다."
나 한사람이 해내기에는 너무나 먼 꿈이었다.
"그 길이 얼마나 멀고 고될지라도 저는 갈겁니다."
그렇기에 계속 나아가야만 했다.
"저 특별반 소속 태명진의 이름과 소속을 걸고, 따님을 구하겠다고 맹세하겠습니다."
"그러니까 같이 가겠습니다. 그들에 의해 더 이상의 슬픔이 만들어지지 않기 위해."
#
" 자네는.. 울산에는 왜 가디언의 수가 적은지. 생각해본 적 있나? "
그의 질문에 명진은 떠올리려 해보지만.. 아쉽게도 명진에게는 관련 지식이 극히 부족합니다.
" 먼 과거. 울산을 수복했던 울산 백작은 유찬영에게 한 가지 도움을 주었다고 하더군. 신 한국의 국왕 작위에 오른 유찬영이 울산 백작에게 원하는 것이 있냐고 했을 때. 울산 백작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고 하지. 그 자체로도.. 압도적인 실력을 가진, 울산 백작 한지윤은.. "
9년 전, 실종되었습니다.
" 그 직후 그의 연인이었던 이중현은 자신의 연인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네. 아무리 모든 귀족의 힘이 유찬영에게서 비롯된다 하더라도.. 자신을 도와주었던 백작을 내치지 않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관심도 없었던진 모르네만.. 울산은 가디언의 활동이 축소되고 말았어. "
명진은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조금은 정황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영월 기습 작전 이후, 가디언들이 다윈주의자들의 토벌에 주 전력을 투입하며 공백이 생겼고 안 그래도 공백에 가까웠던 울산은 그 문제가 커진 것이라고요.
" 결국 형님의 죽음은.. 도화선이 되었을 뿐이야. "
형님. 이라는 단어에는 매우 다양한 감정들이 스쳐갔습니다.
딸을 떠올릴 때의 감정들이 사랑과 걱정, 그로 인한 분노였다면.
자책감으로 대표되는 후회였으니까요.
" 아마 놈들이 난리를 치는 이유도 알 것 같더군. 놈들은.. 자유 마카오로 떠날 생각이야. 그 전에 이 울산의 사업체를 정리하고, 최대한의 돈을 챙겨 도망칠 생각으로 보이는군. "
수한은 그 말과 함께 이를 갈기 시작합니다.
" 인신매매를 할 만한 놈은 몇 없어. 아마 내가 나가기 전의 놈들은 아니다. 그렇다면.. 청해에 새로 합류한 놈들. 그 놈들이 이번 일의 주인공일테지. "
그는 주먹을 꽉 쥐면서, 명진을 바라봅니다.
" 지금 당장, 네가 날 돕기에는. 너는 너무 약하다. "
명진은 그 말에 고갤 끄덕입니다.
수긍이 갈 수밖에 없을 정도로, 명진과 수한의 격차는 극명하니까요.
" 최소한 우리 시절에도 몸 지킬 정도는 되어야 해. "
그는 명진을 향해 주먹을 휘두릅니다.
잔상으로 살피기에도 어려울, 좇지 못할 일격이 눈 끝에서 멈춥니다.
" 아쉽지만 나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데는 능하지 못해. 그러니. "
알아서 강해져라. 하고,
그는 거칠게 명진에게 얘기합니다.
" 지금 네 수준으로는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다. "
그런 사연이 있었던건가.
폐하와 귀족들의 관계 그리고 사건으로 인한 가디언의 공백이 울산을 더욱 위험에 빠트렸다.
정말이지 빌어먹을 개자식들이다.
그리고 내가 무엇보다 생각했던 힘의 한계는 역시 수찬 씨가 잘 파악하고 있었다.
한낱 보디가드와도 차이가 나는 이상 도움은 커녕 발목을 잡을터.
무슨 수를 쓰든 나는 강해져야만 했다.
그것도 빠른 시일 내에.
"오래 기다리게 하진 않을 겁니다."
#
" 아직도 그 사람이 살아있을진 모르겠지만. "
수한은 손수건 하나를 꺼내어 명진에게 내밉니다.
" 이 울산이 아니라. 뒷세계에서도 싸움 하나는 인정하던 영감이 있지. 옛날에 그 영감네 아내를 도우며 받은 증표야. "
평범해보이는 손수건이지만, 그것을 손으로 쥐었을 때 명진은 상당히 놀란 표정을 짓습니다.
▶ 자애慈愛 ◀
1세대에 활동했던 어느 몬스터의 가죽을 벗겨, 잘 다듬어 만들어 낸 듯 보이는 단조로운 형태의 손수건. 더러운 것에 닿으면 그것을 밀어내는 듯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 내 아내의 비위를 망친 듯 하니. 그 대가는 네 목숨으로 받아가도록 하마. " - ???
▶ 장인 아이템
▶ 오랜 사랑 - 이 아이템과 관련이 있는 NPC가 존재합니다.
▶ 정화 - B랭크 이하의 오염 효과를 무시한다. 망념이 20 증가한다.
" 만약 살아있다면.. 그 영감만큼 너를 가르치기 좋을 사람은 없을거다. 물론 그 성질을 받아낼 수 있다면 말이지. "
호성虎性 강이훈.
" 물론. 찾아는 일은 직접 해야겠지만. "
오늘 따라 다양한 아이템을 받아간다.
아까 전에는 장갑이더니 이번에는 손수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청해 쪽에서 싸움을 먼저 멈추고 준 물건 입니다."
정장의 여자에게 받은 장갑을 보인다.
"무언가 단서가 될 수는 없을까요?"
#
수한은 장갑을 바라보다가 돌려줍니다.
" 모르겠군. "
정말 단순한 장갑인가.
"그렇군요..그렇다면 저는 지금부터 수한 씨의 말대로 강이훈 선생님을 만나러 가겠습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의 믿음을 배신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
" 쉽진 않을 거야.. "
그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방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습니다.
눈을 감고 숨을 고르기 시작하는군요. 아마.. 갑작스럽게 몸을 휘젓는 의념을 정돈하기 위함인 듯 합니다.
하지만 해야하는 일이죠.
그 말을 속으로 곱씹은 채 헌팅 네트워크를 이용한다.
#키워드 강이훈을 검색한다
검색되는 것이 없습니다.
#키워드를 호성虎性으로 검색해본다.
검색되는 것이 없습니다.
흠...이상하네.
보통 1세대가 알고 있는 인물 정도라면 검색이 될만 할텐데.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고?
어지간히 은둔을 잘 하고 있거나 의도적으로 정보가 지워진 것도 아니고.
#잠시 밖으로 나간다.
밖으로 나옵니다!
여기저기 파괴된 건물들이 눈에 많이 들어오네요.
헌팅 네트워크로 찾을 수가 없다면..
결국 직접 발로 뛰어서 찾을 수 밖에 없는 걸까?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시간이 걸리는데...
우선 다시 주변을 살펴봐야 겠다.
#주변을 걸으면서 폭발에 의해 무너진 달동네를 둘러본다.
꽤.. 참혹한 현장입니다.
물론 지어진 후, 사람이 없던 집들도 있었지만. 꽤 많은 이들이 잠들었던 도중 참사를 당한 것 같습니다.
몇몇 인물들은 문 앞에 주저앉아 통곡하는 이들도 있고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토해내는 사람들도 많이 보입니다.
" 괜찮으십니까? "
개중에는 조금 익숙한 인물 역시 보입니다.
회십자 기도회의 사제는 정신없이 걸음을 옮기며 분주히 행동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심하게 절뚝이고 있는 것을 보니, 다쳤거나 힘을 쓰는 대가로 바친 것 같습니다.
" 사.. 제님.. 눈이 보이지 않아요.. "
"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금새 다시 볼 수 있을겁니다. 이 땅에 내리시는 나의 주여.... "
" 아니요... 사제님.. "
몸을 다친 듯 보이는 남자는 기도를 올리려는 사제의 몸을 잡으며, 눈물을 흘립니다.
" 보고 싶지 않아요.. 보면.. 보면 또, 그 순간이 기억날까봐.. "
그의 옆에는, 이미 눈을 감은 채 하얀 천으로 덮어둔 누군가가 보입니다.
" 보고 싶지 않아요... 보고 싶지.. 않아요...... "
" 그런 말씀 마십시오. 저 분도! 그러시는 것을 바라진 않으실겁니다! 부디.. 부디!! "
청년은 통곡을 토해내다, 쓰러지듯 잠에 듭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사제는 그의 눈에 손을 올리고, 다시 기도를 올립니다.
새하얀 빛이 터져나오고, 하얀 눈물이 남자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것을 본 사제는 몸을 절뚝이며 일어납니다.
그의 오른손, 약지 손가락이 사라진 채.
지독하게 매캐한 연기 냄새와 흩날리는 먼지가 하늘을 뒤덮었다.
비록 보기에는 초라해보였으나 오늘만큼은 평화로웠던 달동네는 불합리에 의해 잿더미가 되었다.
겨우 돈을 목적으로 혹은 쾌락을 목적으로 미치광이들 떄문에.
꽈득!
무력하다.
너무나 무력하기 짝이없다.
내가 진작에 그 소녀를 제압했더라면..이러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까?
아니면 단순히 그 생각은 오만일까?
어느 쪽이든 이미 그 참혹한 결과는 나왔고 나는 그 거리에서 돌아다니고 있을 뿐이었다.
거기서 사제님이 보였다.
사제님은 아직 왼쪽 눈이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부상자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제 아무리 강력한 성법일지라도 모두를 회복시키기에는 힘들텐데.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미련하고...고귀하기 짝이 없는 사람을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사제님. 괜찮으십니까."
이미 성법으로 인해 희생된 곳이 있음을 암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러한 질문을 했다.
#
그는 명진을 보고도 미안하다는 듯 얼굴을 구기곤, 다른 다친 사람들에게로 향합니다.
절뚝거리는 그의 움직임을 본 회십자 기도회의 다른 사람들이 붙잡습니다.
" 사제님. 사제님은 충분히 하실 만큼 하셨습니다. "
" 조금 휴식을 취하셔도 되지 않을까요? "
사제는 급히 고갤 저으며 손을 떨쳐냅니다.
" 휴식. 휴식 좋지요! 하지만!! "
그는 여전히 많은 곳에서 들려오는 고통에 찬 소리들을 향해 말합니다.
" 당장 제가 저들을 구하지 않으면, 누가 저들에게 손을 뻗어준단 말입니까! "
그의 말에는 지독한 확신에 차 있었습니다.
" 주께선 그리 말하셨습니다. 병든 자, 화환이 지난 자를 버려두지 말라고. 지상에 있는 수많은 고통에 제가 모두 반응하지 못할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
그는 마치 무언가를 고백하듯, 강렬히.
" 내가 아니면 지금 이 곳에 누가 저들을 돕는단 말입니까. 주께서 내게 기적을 내리신 이유가. 지금. 이 곳에 있는데!! "
두 사람의 팔을 뿌리치곤 그는 다시 고통에 휩쓸린 사람들에게 다가갑니다.
그의 등 뒤로, 아주 작은 헤일로가 잠시 비추었던 것은 착각이었을까요.
나의 질문에도 그는 꿋꿋히 나아갔다.
미안해 할 필요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미안함을 표하며 병자들에게 다가갔다.
그러한 희생을...고통을 지켜볼 수 없었던 회십자 쪽 사람들은 그를 막아서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자신에게 이러한 기적이 내려준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대한 의지는 그 무엇도 막을 수 없었다.
마치 지상에 강림한 천사와 같이...그는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사람들을 치료해냈다.
"...."
누가 감히 그에게 잘못됐다고 할 수 있을까?
객관적으로 보면 그것은 고통이며,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말할 수 없었다.
소용없는 짓이라고, 다른 사람도 있지 않느냐고, 결국 한계라는 건 있는 법이라고.
누구도 말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그를 말리는 대신 그의 곁에서 병자들에게 잘 갈 수 있도록 보조를 해본다.
넘어질려고 하면 팔로 막고, 제대로 보지 못하면 소리를 내어 길을 알려주고.
만일 듣지도 못하게 되면 대신 병자를 향해 이끌어줄려고 해본다.
#사제를 지켜보고 상황에 따라 그를 보조한다.
그와 다시 대화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였습니다.
기도할 수 있는 오른손은 이미 사라져 있었고, 남은 한 눈의 시력마저 얼마 남지 않았는지 물건의 거리감을 잘 재지 못하긴 했지만. 아직 수많은 사람들이 남았음에도 그는 더 이상은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의념은 누구에게도 무한하지 않습니다. 망념이 목 끝가지 차올라 토해내려 하는 것을 알아본 명진은 그를 억지로 떼어냈기 때문입니다.
" 감사합니다. "
살짝 어눌한 발음으로 사제는 감사인사를 꺼냅니다.
"사제님이 사람들에게 주신 은혜에 비하면 별 것 아닙니다."
오히려 의념 뿐만 아니라 신체 부위까지 희생하는 사제님이야 말로 굉장할 뿐이다.
하지만...망념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찾아온다.
그를 초월한 무언가가 되지 않는 한.
그렇기에 나는 마지막에는 막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젠 망념이 끝까지 올랐기에 잠시 멈춰야 할 때라는 건 아시죠?"
#
그는 힘없이 입꼬리를 올렸습니다.
" 추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
그의 몸은 성한 곳이 없어보였습니다. 입 안에 보이는 이는 몇 개가 비어있는 듯 했고, 남은 오른쪽 눈의 시력 역시 제대로 보이지 않는지 몇 번을 허공에 손질하여 물건을 잡아내기도 하였으니까요.
" 정말..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갑작스럽게 그런 폭발이 일어나다니. 주께서 얼마나 더 자신의 종을 놀라게 하셔야 거두어주실지.. "
사제는 전날 밤의 기억을 회상하며 끔찍하단 듯, 쓴 웃음을 짓습니다.
" 다행히 근처에 있는 성당에서 도움을 주셨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피해가 더욱 극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적어도 저한테 있어서는 추한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고귀하기에 짝이 없는 행동이었으며 자신으로서는 할 수가 없는 행동이었다.
"정말로...끔찍한 광경이었죠."
너무나 순식간에, 그 수많은 인원들이 폭발에 휘말리고 심지어 인물들까지 행방불명 되었다.
"사제님과 회십자 기도회 분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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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는 일단.. 이 지역의 재건을 도울 생각입니다. 저희 형제님들 중에는 복구와 제작에 뛰어난 실력을 가진 분들도 계시니까요. "
사제의 옆을 지키던 보조자들 역시, 사제는 아니지만 교단의 인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다행히 달동네에 대한 건은 어떻게든 될 것 같았다.
이미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되돌아오는 건 아니지만...적어도 건물만은 어떻게든 지어낼 수 있으니까.
"혹시 사제님은 강이훈이라는 분에 대해서 아십니까?"
#
" 예? 그게 누구십니까? "
사제는 모르겠단 눈으로 명진을 바라봅니다.
수한 씨의 반응도 그렇고 결국 1세대가 아니면 모른다는 걸까.
"1세대에서 유명하신 분인데, 지금 그 분을 찾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알려야 할 일이 있으니까요. 죄송합니다. 이상한 질문을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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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타인에게 찾는다는 것을 함부로 알려주지 마십시오.
만약에라도, 상대가 적이거나. 하물며 중립적일 때. 당신의 약점으로도 쓰일 수 있습니다.
생각해봅시다. 내 적이 내가 누군갈 찾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명진은 그것을 역이용해 그를 찾아갈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나요?
캡틴 : 이게 지금 사제밖에 없는 상황이라 그렇지. 아니었음 청해 쪽에서도 명진이 갑자기 1세대를 찾는다는걸 알고 견제 오지게 들어올 상황이라 그럼.
" 그렇군요.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
사제는 아쉬운 표정을 짓습니다.
"아니에요. 정말로 괜찮은걸요."
결국 다시 수한 씨에게 찾아가볼 수 밖에 없나.
장소는 모른다고 해도 1세대이니 만큼 그 분에 대해 잘 아실테니까.
"그럼 전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부디 몸 조심하길 바랄게요."
#다시 이수한의 집으로 돌아간다.
정말 이수한의 집으로 돌아가나요?
#그러면 바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다시 달동네를 돌아다녀봅니다.
더 돌아다녀보지만.. 특별한 것은 찾기 어렵습니다.
그냥 동네가 아주 작살이 났구나. 그 년을 잡아다가 제사를 지내야만.. 하는 원망이 섞일 뿐입니다.
#아득한 자아를 발동합니다!
아득한 자아를 발동합니다.
명진은 눈을 깜빡여 헌팅 네트워크를 열고, 연락처를 뒤진 후. 누군가에게 연락을 넣습니다.
[ 총교관님. 여쭙고 싶은 게 있는데. ]
[ 시간 괜찮으실까요? ]
곧 대답이 돌아옵니다.
[ 무슨 일이지? ]
"본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강이훈이라는 분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
명진의 단도적입적인 말에, 기분이 나쁘지 않을까 싶긴 했지만 총교관은 다행히 넘어간 듯 합니다.
[ 상급자에게 연락한 이유를 말로 하기 어렵다면 문자로라도 이야기를 남겨두도록 하지. 이런 거. 예민한 영감님들은 예민할 수 있거든. ]
그 말에는 좋게 넘어가준 듯 보이지만, 지금 명진의 행동이 무례했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강이훈. 강이훈.. 모르진 않지. 다만. ]
총교관은 예의 그, 웃는지 아닌지 모를 목소리로 묻습니다.
[ 범죄자를 왜 찾는지. 물어도 될까? ]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말이 너무 앞서나간 모양이다.
우선 인적이 없는 곳으로 가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리고 뒷세계라고 말했더니...결국 범죄자라는 말인가.
"울산에 도착한 이후 청해와 연관되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청해의 간부의 자식으로 알려진 세윤하라는 소녀와 불가피하게 부딪치게 되었습니다."
"장소는 남구의 달동네이며, 그들의 폭발 테러와 동시에 사람들이 행방불명이 되었으며. 그 사건에 연관된 1세대 중 한 분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분한테서 지금의 제가 청해에게서 살아남으려면 강이훈이라는 분을 찾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
지훈은 명진이 전하는 말을 가만히 듣습니다.
[ 재밌네. ]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가 유독 불길하게 명진에게 파고듭니다.
온 전신에 닭살이 우두두두두두 솟아나는 느낌에 명진은 눈을 감고 맙니다.
[ 빈 부분이 너무 많아. 이상할 만큼. ]
그 이야기를 들은 명진은, 몸이 붉게 달아오르는 듯한 감각을 느낍니다.
분명 수백 Km에 가까운 거리에 떨어져 있음에도, 그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습니다. 어두운 밤에 빛이 섞인 듯한 회백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총교관이 의자에 앉아 검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만 같은 감각.
검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것.
당장이라도 저 검이 뽑히는 순간 명진의 목이 달아날 것 같습니다.
[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믿을 법도 해. ]
몸을 옥죄이는 듯한 감각을 벗어내고 명진은 그때야 눈을 뜹니다.
살아남으려는 본능 때문인지. 의념이 명진의 몸을 내달리고 있었습니다.
망념이 15 증가합니다.
[ 별로 걱정할 거는 아냐. 강이훈이 범죄자인 이유는 큰 이유는 아니거든. 전하가 신 한국을 세우려 했을 당시. 신 한국의 국방부장관직을 내리려 하셨는데, 그걸 거부하면서 전하를 모욕하는 말을 내뱉었거든. 그것 때문에 범죄 이력이 있을 뿐. 범죄자는 아니라고 할 수 있지. ]
총교관은 하아, 하고 긴 한숨을 내뱉곤 얘기합니다.
[ 울산공원묘원으로 가봐. 그 곳에서 가끔 보인다고 하더라고. ]
"!?"
뭐지...이 압력은...마치 총교관이 직접 나에게 칼을 들이미는 듯한 느낌이다.
실제로는 그런 것이 아님이 맞을터인데.
여기까지 수백킬로나 되는 거리일텐데.
그저 기운을 발산 시킨 것만으로도 이 정도의 중압감이라니...역시 총교관님다우셨다.
"감사합니다."
가까스로 말을 진정시켰으나.
무의식적으로 나의 몸을 보호하려고 했던 의념은 어지간히 잘 덮혀지고 있었다.
그나저나 범죄자가 된 이유는 생각보다...심각하지는 않지만.
그 폐하를 모욕하다니...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그 정도나 될까?
"총교관님의 말씀 절대로 잊지 않을게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
총교관은 그 말을 듣곤 전화를 끊습니다.
#이제 달동네를 빠져나와 울산공원묘원으로 이동합니다.
이동합니다!
수많은 묘지들이 다양하게 늘여져 있군요.
여기가...바로 그 묘지구나.
이곳에 잠들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나는 기도했다.
이 중에서 어떠한 사연으로 인해 돌아가셨는 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우를 하고 싶었으니까.
그렇게 사소한 묵념을 끝낸 뒤 나는 이곳에 사람이 있는 지 살펴보았다.
#잔여 망념 15를 사용해서 망념을 회복한 후. 주변을 살핀다.
묵념합니다.
이 곳에 묻힌, 죽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 곳에선 안식이 있길.
주변을 살피지만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없습니다.
#잠시 손수건을 살펴본다.
손수건을 살펴봅니다.
평범해보이는 손수건입니다.
#그 손수건에 무언가 글자 같은 건 없나요?
분석 기술을 사용합니까?
#망념 10을 소모해서 분석 기술을 사용해봅니다.
10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기억합시다! 이 아이템은 '장인' 등급의 아이템입니다!
#그렇다면 분석에 망념 50을 투자해서 손수건을 살펴본다.
부족합니다.
#그냥 분석 기술을 사용한다고 선언해본다.
자세히 살펴봅니다.
으음..
해석에는 192정도의 망념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잔여망념 57을 전부 사용해서 망념을 회복! 192를 분석에 소모해서 손수건을 살펴본다!
분석합니다!
평범한 손수건처럼 보이지만, 의념 각성자의 눈으로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하면 희미하게나마 글씨 몇 가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마치 칼로 새긴 것처럼 보이는 '지희'라는 이름이 반복되는 것이 눈에 띄네요.
물론 겉으로 보기에는 큰 티는 나지 않고, 의념 각성자가 물건에 의념을 흘려가며 살펴봐야만 눈에 띄겠지만 말입니다......
이름이 지희...그 분의 아내분의 이름인가?
그나저나 이름을 하나 찾는 것도 분석으로 대부분의 망념을 들여야 가능하다니.
1세대의 물건은 뭔가 다르다고 해야하나?
손수건을 다시 안에 넣은 뒤 묘지에서 지희라는 이름을 찾아본다
#
명진은 잠시 무덤들을 찾아다닌 끝에 한 개의 무덤을 찾아냅니다.
수많은 꽃이 피어난 무덤에는 다른 무덤과 다른, 무언가를 깎아 인위적으로 만든 듯한 묘비가 눈에 띄었습니다.
< 2039년, 울산역 붕괴 사고에서 죽은 나의 아내 지희를 추억한다. 그녀는 꽃을 사랑했고, 사근사근한 봄을 닮은 여인이었으니. 이 무덤에 피는 꽃을 그녀라 아끼고 가꿔주길 바란다. >
혹시나 싶었는데...
정말로 아내분은 돌아가신 건가...
비록 남편분과도 만나지 못했지만.
부디 좋은 곳에 있으시길 바랍니다.
#무덤을 향해 기도를 한다.
기도를 올립니다.
으음.. 별 게 일어나진 않네요.
#지금 시간은 몇 시 정도일까요?
학교 활동 없이 아침이 지났기 때문에.. 지금 시간은 8시 정도입니다.
덕분에 하늘바라기는 48시간 전투라는 진기록을 세우는 중...
#그렇다면 묘지를 벗어나 이 근처에 병원이 있는지 찾아본다.
명진이 자리를 뜨려고 등을 돌린 순간.
명진의 목젖이 있던 자리에는 투박한 손이 가볍게 손가락을 대고 있었습니다.
" 그 덩치나, 모습이나. 내가 아는 모습은 아닌 듯 한데. "
아무리 살펴보아도 17살을 채 넘지 못한 듯한, 소년티가 가득 남은 외모의 남성은 손끝에 붉은 권강을 압축하여 내밀고 있습니다.
" 제대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할거다. "
권강이란?
- 의념 발화 - 권이 A랭크 이상에 도달하여 의념을 형태로 뭉쳐낼 수 있는 것을 말함.
....도대체 어느세 근처에 있었던 거지.
방금까지만 해도 아무도 없었을 텐데.
아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설마 이분이 바로.
"이 손수건의 주인분을 만나러 왔습니다."
조용히 손에 쥐었던 손수건을 보인다.
#
그는 손끝에 피운 권강을 선명히 피워올리면서 명진을 바라봅니다.
" 언젠가 그녀가 내게 그런 말을 했었지. 아들을 도와준 남자에게 손수건을 주었다고. "
그 손은 금방이라도 명진의 목을 노릴 것만 같습니다.
" 그런데 네 기세를 보니 그런 시대를 살아왔을 리는 없고. 그렇다고 해서 그만한 인물이 네게 그냥 그 물건을 주었을 리는 없을 터. 네 놈은 누구냐. "
"제 이름은 태명진이라고 합니다. 미리내고 특별반 소속이고 보신 것 처럼 저는 17살에 불과하죠."
물론 키 자체는 그런 나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그걸 의미하는 게 아니니.
"제게 이 손수건을 준 사람은 이수찬이라는 분이십니다."
"그리고 그 분께서는 저에게 강이훈이라는 분에게 찾아가 강해지라고 말씀하셨고요."
"같이...청해를 치기 위해서 말입니다."
#
그는 말없이 권강을 흩어내곤, 등을 돌립니다.
" 꺼져라. 난 더이상 누군가를 가르치지 않기로 했으니. "
"이유를 가르쳐주실 순 없을까요?"
누군가를 가르치지 않기로 했다는건 이미 전에 누군가를 가르쳤다는 건데.
혹시 그것 떄문에 가르치지 않는다는 걸까?
#
순간 그의 팔이 크게 휘둘려집니다.
목 끝을 스친 손에 핏방울이 흐르는 감촉이 선명히 느껴집니다.
" 내가, 네 놈에게 두 번 얘기할 만큼 한가해보이나? "
두 눈동자에 선명한 살기가 번들거립니다. 만,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총교관이 살기를 내던 것은, 이번 것을 위한 대비로 보이네요.
"그렇다고 해도 전 이대로 갈 수 없습니다."
너무나도 압도적인 전력의 차이이다.
저 두 눈을 보기만 해도 호흡이 불안정해지고 목구멍이 막힐 것만 같았다.
만약 총교관의 살기를 먼저 느끼지 않았다면 더욱 힘들었겠지.
"약속했으니까요. 반드시 그 분의 따님을 구하기로."
"그러기 위해선 전 강해져야 합니다! 더 이상 누군가가 가족을 잃는 모습따위는 보고 싶지 않으니까요!"
#
" 그 곳에 내 의견은 없더냐? "
콰앙!!!
강화된 명진의 육체를 따위라고 할 법한 힘으로, 명진은 땅에 쳐박힙니다.
무슨 의념의 힘을 썼는지는 모르지만, 땅에 전해져 충격이 줄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충격을 온전히 받아낸 결과는..
컥.
입에서 선명한 핏자국이 터져나옵니다.
분노에 휩쓸린 듯한 눈으로 강이훈은 명진을 바라봅니다.
" 네놈들은. "
쾅!
" 사람 말이란 것을. "
쾅!!
" 사람의 생각이란 것을. "
쾅!!!
" 존중하는 법을 모르는 것이냐!!!!! "
콰아앙!!!!!!!
온 몸의 뼈가 박살나 건강의 힘에 의해 겨우 수복해나갑니다.
여전히 분노가 남은 듯, 숨을 씩씩거리면서 바라보는 눈길에는 하나의 의견밖에 남지 않습니다.
" 말하지 않았나? 아니면 제대로 듣지 못했나? 더 이상 제자를 키우지 않겠다고, 그것도 내 아내의 무덤 앞에서. 나에게 더 가르침을 원해? "
그는 분노를 토해내듯 말합니다.
" 그 제자가 내 아내를 죽였다. 그 녀석이 내 아내를 죽이고, 내 기술을 훔쳐갔다. 그런 기억을 가지고, 죽은 내 아내 앞에서 네놈에게 싸우는 법을 알려달라? "
씩씩거리는 분노에 의해 몸이 부풀고, 줄어듦을 반복합니다.
" 오냐. 그 몸에 새길 정도로 알려주마. 어디 일어나봐라! 선공은 양보할테니!!! "
명진은 상태이상 '골절(S)'에 빠집니다.
전투를 준비하십시오....
"컥!!"
단 한 방에 온 몸의 뼈가 울리면서 금이 갔다.
뼛조각이 내장을 찌르고 충격에 의해 온 몸의 액체가 역류하여 위액과 동시에 피토가 올라왔다.
말 한 마디가 다 끝나기도 전 끊기면서 들어오는 공격은 나의 몸을 잘게 다졌다.
마치 과자가 절구에 넣어 다져지듯.
"허어억!...허어..."
완전히 치료되지도 않은 몸이었기에.
그 부상에 의한 고통은 더더욱 심했다.
하지만...무엇보다 괴로워보였던건....바로 그였다.
그래 알고 있다.
나의 이런 행동이 그의 생각을 무시하는 거라는 것을.
오로지 나만의 생각만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부들부들
나는 해야만 한다.
"ㄱ..러..ㄷㅏ..면....가..ㄱㅔ..습니다..."
제대로 호흡도 되지 않는 발성기관을 억지로 쥐어짜내 말을 하며.
그에가 다가가 주먹을 날렸다.
#망념 50 소모 건강 20 소모 육체 강화에 30 소모
마치 방관하는 듯한 느낌.
유독 무거운 몸을 움직여 땅을 차내지만 오늘따라 땅은 무겁게 느껴집니다.
타인보다 압도적인 건강의 힘. 그 힘이 없었다면, 금방이라도 쓰러졌을 것만 같은 몸.
그 몸을 억지로 이끌고 주먹을 내뻗습니다.
" 장난하냐? "
그는 많은 움직임을 취하지 않습니다.
내뻗는 주먹을 향해 손을 뻗곤, 손등에 아주 짧게 의념을 흘리고, 주상골로 명진의 팔을 쳐냅니다.
휘두른 주먹은 팔의 거리가 떨어짐에 따라, 순식간에 명진의 품이 노출됩니다.
" 폼이 넓다. "
쾅!!!!
간단히 휘둘려진 남은 팔의 공격에도 명진은 호흡이 흔들리는 듯한 감각을 느낍니다.
시선이 아득히 넘어가는 듯한 고통. 감각이 잠시지만 끊어지는 듯한 감각과 함께 전신의 전기가 빠르게 찌르르 울려갑니다.
" 네 놈은 덩치가 너무 커. 긴 리치와 덩치는 누군가를 보호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생각하냐? 아니. 덩치가 크단 거는 타인에 비해 약점이 쉽게 노출된단 이야기도 된다. 왜 1, 2세대의 놈들이 그렇게 몸을 감추려 하고 의념의 힘으로 덩치를 줄이는지 모르느냐? "
끊이지 않는 장법으로 명진의 온 몸을 두드립니다.
" 애초에 덩치가 크단 것은 장점만이 아니다. 차라리 단점이라면 단점이지. 그런데 그 큰 덩치로 깔끔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네놈은 좋게 쳐줘야 고기벽밖에 되지 않는다. "
상대는 천천히 손을 뒤로 빼며 새로운 자세를 취합니다.
다음 턴, 극맹권 - 일백반면경혈타가 발동됩니다. 공격에 대비하십시오!
"크윽..!!!"
짜릿한 전기가 내장까지 뚫는 듯 속에서 부터 피부의 겉면까지 짜릿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너무나 간단하게 너의 주먹을 손등으로 쳐내며 반격을 했다.
무척이나 간결하면서도 효율적인 공격.
강이훈은 나의 몸에 대해 단점을 말해주었다.
괜히 1세대나 2세대가 몸을 압축한게 아니라며 내가 깔끔하게 움직이지 않는 한 짐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렇다면...그 세대처럼 몸을 압축하거나, 혹은 나의 기술을 단련해야 한다는 것일까.
그의 가르침을 듣고 아까 와는 비교도 안되는 무시무시한 기세가 느껴졌다.
이것은...막아도 이길 수 없다.
그렇다면...
#테토스를 입안에 넣고 방어를 한다.
공기가 멈춘 듯한 감각.
아니, 조금 다른 감각.
시간이 멈추는 듯한 감각.
강이훈은 천천히 손으로 작은 원을 그리고, 왼 주먹을 꽉 쥐여냅니다.
퉁.
한 번의 주먹이 멈춘 듯한 시간 속에서 닿습니다.
지독히 간결하고도 과하지 않은 움직임입니다.
퉁, 퉁, 퉁.
곧 어깨와 복부, 오른쪽 가슴 부위에 묵직한 충격이 느껴집니다.
퉁퉁퉁퉁퉁퉁퉁퉁퉁퉁.
쿠과과과과과과광.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흐르지 않는 것 같던 시간이 움직인 순간. 명진의 몸에는 선명한 근육의 움직임이 느껴집니다.
주먹의 흔적들이 살을 흔들고, 근육에 파고드는 듯한 충격. 충격. 충격!
이미 이성은 아득한 저 먼 곳으로 떠나버립니다!
온 몸에서 피가 솟구치고, 주먹으로 난타된 온 몸은 이미 곤죽이 되어버렸습니다.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다. 그 감각적인 무력함이.. 얼마나 나를 짓누르는지 알 것만 같습니다.
그 무력함 속에서, 겨우 명진은 테토스의 경단을 씹어 삼킵니다.
쾅!!!!!!!!!!!!!!!!!!!
마지막 주먹이 명진의 심장을 두드렸을 때.
선명히 다가오는 죽음을 향해, 근육질의 거한이 손을 뻗어 내쫓는 것을 봅니다.
그 거한은 웃으며 명진의 등을 세게 후려칩니다.
커헉...
" 지랄맞을 정도로 튼튼하군. "
이훈은 호오, 하는 목소리와 함께 명진을 바라봅니다.
숨을 헥헥거리면서도 명진은 간신히 일어납니다.
" 차라리 죽는 게 나았을텐데 말이다. "
괴롭다.
통각의 한계를 넘어 뇌가 마비를 일으키는 것 같았다.
아니 너무 잘 움직였기에 이러한 고통을 느낄 수가 있는거겠지.
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
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
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
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
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
아프다.
하지만 다른 이들에 비하면...아직도 부족하다.
"헉..!!!"
테토스의 경단을 씹은 순간...특별반에서 들어보았던 누군가가 나의 등을 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덕분일까 나는 잃어가든 의식을 겨우 붙잡았다.
"쿨럭..!!!"
하지만 몸이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었다.
"청해에 납치당한 사람들에 비하면."
"가슴이 찢기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유족을 잃은 사람들에 비하면."
"그리고...강이훈 씨...당신의 아픔에 비하면 저의 상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제 아무리 어떤 고통을 느껴도, 어떤 길을 갈지라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을 간단히 앗아가는 부조리 따위에게...지고 싶지 않으니까요!!!"
#
" 애초에 그딴 이유를 네 입에 올리는 이유가 뭐냐. "
강이훈은 잠시 행동을 멈춰섭니다.
" 네 이유에. 내가 따라줘야할 이유가 뭐냐. "
그는 두 손에 힘을 꽉 쥔 채. 완전히 주먹을 말아쥡니다.
" 네 이유에 내가 도와야 할 이유가 뭐냐. "
그 주먹에 선명한 권강이 새겨듭니다.
붉은, 아주 맹렬히 불타는 듯 보이는 권강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 고집이다. 고집이다. 고집이다!!!! "
쾅!!!!!!!!!!!!!!!
단 한 번의 주먹질이 명진을 피해, 허공을 가릅니다.
주먹이 뻗어난 자리를 중심으로 마치 공간이 갈라지기라도 한 듯, 강력히 무언가를 빨아들이는 듯한 감각이 느껴집니다.
" 네 상처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안다면. 타인에게 무언가를 강요해선 안 되었다. 그런데, 네 녀석은 내게 아픔을 이해한다고 하며 타인의 아픔과 내 아픔을 저울질하고 있지. "
강이훈의 두 눈에는 이제는 선명한 분노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조심하십시오! 대화에 실수한다면, 강이훈과의 관계도는 완전히 망가져 적대에 들어가고 말 겁니다!
"하지만...결국 저의 행동에 대해 지적해주셨잖아요."
"정말로 죽일 생각이었다면 머리부터 노릴 수 있었을 텐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됐을텐데...이런 저를 가르쳐주시지 않았습니까."
#
움칫.
강이훈은 주먹을 멈추고, 명진을 바라봅니다.
" 스승님. 제가 언제쯤 스승님을 따라갈 수 있을까요? "
" 스승님! 이거 보세요! 제가 드디어 의념의 흐름을 볼 수 있게 됐어요! "
" 스승님은 항상 거칠지만 친절하신걸요. 더 많이 가르쳐주세요. "
지겹다.
그 지겨운 목소리.
아직 아이 티를 제대로 못 벗어낸 듯한 목소리다.
" 귀찮게 하지 마라. "
" 스승니임.. 조금만 더 알려주세요. "
" 사내 녀석이 징그럽게.. "
되도 않는 아양을 떨며 내게 다가와선, 가르침을 받아가던 녀석.
" 왜 그리 강해지려 하느냐. "
그것이 너무 궁금해 물은 적이 있었다.
그 녀석은 내 말에 길게 고민하곤, 그 말을 꺼냈다.
" 더 이상 잃지 않을 힘이 필요했으니까요. "
" .. 신념으로만 되는 것은 없다. 단지 변덕일 뿐이야. 어차피 곧 죽을 놈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
그는 손에 뭉쳐진 권강을 흩어내며 명진에게 말합니다.
" 내가 누구도 가르치지 않는 데에는 그런 이유가 있어서다. 가르침을 받을 때엔 그 녀석도 네놈과 같은 말을 했었지. 사람을 구하고 싶어요. 누구도 잃고 싶지 않아요. "
쿵. 하고 짧게 땅을 밟고, 강이훈은 천천히 자세를 취합니다.
" 그러나 그 녀석에게 정작 힘이 생겼을 때. 그 녀석은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느냐? 복수에 미쳐 자신의 가족의 원수를 갚고 다녔고, 나와 약속했던 하나의 약속을 어겼다. "
비각성자였던 아내를 죽였다.
그는 냉정히 그 말을 내뱉습니다.
" 언제고 네가 옳을 것이라 내가 어찌 믿을 수 있더냐. 당장 힘을 얻었을 때 그 얼굴을 뒤엎고 취한 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 모두가 선하다 어찌 말하느냐. 사람이 극에 달했을 때. 그 아이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어떤 식으로 보이는지 내가 무엇을 보았는지 아느냐? "
이 이야기는..
1세대인 그가, 보아온 이야기입니다.
" 의념을 각성하여 힘이 생간 녀석들이 지금까지 돕던 이들을 노예로 착취한 역사는 흔하다. 어린 의념 각성자를 가족을 빌미로 속박하여선 그 피를 뽑아 중화제를 만드는 것은 흔한 일이었지. 아이들을 게이트에 던져주어 게이트가 만족할 만큼의 죽음을 취한 뒤에 그 게이트를 클리어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의념 각성자는 늙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하여 사람을 물건처럼 파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선인이 있었다 하나, 당장 내일의 목숨을 가장할 수 없는 시대에 악이 더 많았을 것 같더냐. 아님 더 선한 이들이 많았을 것 같더냐. "
그는 분노에 휩쓸린 듯,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립니다.
" 내 아내는 오른팔을 잃었다. 그 놈들에게서 날 지키다 자신의 오른팔을 희생하며 날 지켰다. 난 평생 내 아내에게 미안함을 가지고 살았지. 그런 아내 역시도 병든 아이였던 내 제자를 아껴주었다. 불임이었던 내 아내는.. 내 첫 제자를 자식처럼 생각했다. 그러나 그 거친 시대에 살아가기에는 아이들은 너무 약했고 결국 많은 제자들이 죽거나.. 내 곁을 떠났지. 나는 나름의 시대를 겪으며 그것을 이겨낼 수 있었다지만 아내는 그게 안 되었다. 상처를 받고, 받으면서도 아이들을 키워냈지. 그리고. "
마지막 제자를 받았을 때.
그 제자가 스승의 비전을 훔치기 위해 아내를 죽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 나는 그 뒤로 맹세했다. 누구에게도 내 기술을 가르치지 않겠다고 말이다. 그런데 네게 내 맹세를 거스를 이유가 있더냐? 어디. 한 번 말해보거라. "
그는 천천히 걸어, 아내의 묘 옆에 앉은 채 명진을 바라봅니다.
" 나와 이 사람에게. 어디 설명해보란 말이다. "
이 대답에는 아득한 자아를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그렇구나...
그를 배신한 사람은 나와 비슷했구나.
그렇기에 무척이나 증오스럽고...그리웠던 걸까.
나는 그와, 그의 아내의 앞에서 말해야 했다.
왜 그래야만 하는지를.
"세상이라는 건 무척이나 더럽습니다."
"선과 질서로만 이루어진 세계도, 악과 혼돈으로만 가득찬 세계도 아니니까요."
"차라리 악인만 있었다면 사랑이나, 우정, 목숨의 고귀함 따위 몰라도 됐을텐데...그저 마음가는 대로 살아도 됐을텐데."
"제 아무리 어두운 시대라도 선한 사람들은 태어납니다."
"그렇기에 제가 보는 세상은 무척이나 끔찍하고 더러웠습니다."
그저 선하다는 이유만으로 고통을 받아야 했다.
그게 자기희생이든, 아니면 악인에 의해 부조리하게 삶을 빼앗기든.
"악이 더 많은가, 선이 더 많은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선이 어떤 시대에도 존재했다는 점입니다."
"제 아무리 어두운 밤일지라도 밝게 빛나는 별이 아직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는 누군가를 소중히 해왔다.
그리고 제자를 선의로서 길러왔다.
그가 선인이 아니라면 누가 선인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저는 그런 분들을 지켜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약했기에 강이훈 씨에게 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유일한 방법은 그 뿐이었으니까요."
나의 마음을 솔직히 고백했다.
"그리고 직접 강이훈 씨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은 순간...그 마음은 더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왜냐하면 증명하고 싶었으니까요."
"강이훈 씨와 아내 분의 그 의지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타락한 배신자에게 그 사랑이 더럽혀지게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선의라는 것이 바보취급 당하는 것을...좌시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제가 증명해보이겠습니다."
당신의 의지가 나의 의지로 이어지길 바랬다.
"강이훈 씨의 삶이, 아내 분의 사랑이 결코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겠습니다."
"강이훈 씨의 힘이 단순히 복수를 위한 도구 따위가 아님을 제가 증명하겠습니다."
"강이훈 씨에게 받은 가르침으로 청해에 있는 사람들을 구해내어 그 가르침이 옳다는 것을 제가 증명하겠습니다."
"그러니 말하겠습니다."
나는 그 분들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부디 저를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저희 모두의 삶이 옳았다는 것을....증명하게 해주십시오."
#
지독합니다.
지독하고도, 또한 지독합니다.
무언가를 포기하고, 무언가를 하지 않겠노라고, 무언가에 더이상 얽메이지 않겠노라고. 이제는, 나는 혼자 남는 것이 익숙하다고.
강이훈은 그렇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눈을 감습니다.
그의 늙은 몸은 천천히 기울여집니다.
그는 옷이 더러워지고, 머리가 더러워지고, 무엇인가에 더러워지는 것에. 모두 무시한 채로 천천히 무덤에 몸을 기댑니다.
마치 무덤을 끌어안기라도 하려는 듯, 그는 천천히 무덤에 손을 올립니다.
의념 각성자, 그것도 준영웅인 그의 육체임에도, 마치 무언가를 참아내는 것처럼, 그는 몸을 가늘게 떨어갑니다.
" 당신도 알 거 아냐. "
퉁명스럽게 말했다.
" 이런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고 말야. "
봉긋 솟은 작은 무덤 앞에서 아내는 작은 묘비를 끌어안고 울고 있었다. 그 등을 두드리며, 위로하면서 나는 냉랭히 말했다.
" 당신은 사랑을 줬어. 그 아이가 진심으로 행복할 만큼 말야. 나를 보며 무서워하던 꼬마가 당신에게 엄마라 부르는 것을 봤어. 당신은..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주었던 거야. "
그녀는 천천히 고갤 젓습니다.
" 아니에요. "
한 쪽만 남은 왼팔로 묘를 쓰다듬으며
" 아니에요. "
그녀는 천천히 목소리를 내뱉습니다.
" 나는.. 그저 아이에게 최선을 다 했을 뿐이에요. "
이런 시대에서. 힘이 없다는 것은.
" 아이에게 단순히, 사랑밖에 줄 수 없었으니까. "
무엇도 할 수 없단 이야기입니다.
강이훈은 천천히 무릎을 꿇고, 무덤을 향해 염을 올립니다. 주위의 소리를 막아내고, 아내가 목놓아 울 수 있도록. 또한, 자신의 목소리가 아이에게 닿지 않을 수 있도록.
ㅁ...
ㅇ..
ㅎ..
구나..
" 늙었군. "
그는 두 눈에 흐르는, 몇 방울의 눈물을 흘려냅니다.
" 늙었어. 늙었어. 늙어버렸어. "
외로웠던겁니다.
언젠가 아내가 죽을 것임을 알았지만서도.
그 아내의 죽음을 떠나보낼 수 없었던 것도.
그 제자를 죽일 수 있었음에도, 보내주었던 것은.
" 나는 아직. 그녀를 잊지 못했다. "
그는 자신의 아내의 묘비를 향해 천천히 손을 뻗습니다.
그 손에 흐르는 의념은, 글씨를 시시각각 변화시켜갑니다.
< 네 손에 죽은 네 어머니. 자희를 추억하며. 그녀는 아이를 사랑했고, 어머니의 품을 닮은 여인이었으니. 이 무덤에 피는 꽃은 그녀의 마음이 깃들 것이다. >
" 그러나, 그녀라면 내가 복수를 한다 한들 좋아하지 않겠지. 자신의 죽음을 타인에게 숨겨주길 바라여. 이런 묘비를 만들기까지 했으니. "
그는 한 송이의 꽃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습니다.
따뜻한 봄의 햇빛이, 그의 얼굴에 닿습니다.
" 내게 존경을 가지란 말은 하지 않으마. 단, 하나만큼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네가 지금까지 가져온 가족들이 어떠했든. 그들을 잊으라 하진 않겠다. 그러나. 이 무덤에 묻힌.. 내 아내를 네 어미처럼 여기고 정성을 다해야 할 거다. "
강이훈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옆으로 물러납니다.
그의 손에는 어느새 술 한 병과 잔이 쥐여져 있었습니다.
" 두 번 절하고, 두 잔의 술을 무덤에 뿌리도록 해라. 진심으로, 네 가족을 대하는 것처럼. 알겠느냐? "
"네."
그들의 사랑을...지희라는 분의 사랑의 거대함을 느끼며 나는 술과 잔을 받는다.
그렇게 무덤 앞에서 한 번 한 번 정성것 절을 다했다.
한 번
지금까지 세상에 사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번
지금까지 강이훈이라는 사람을 지탱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절이 끝난 훈 두 잔의 술을 무덤에 뿌렸다.
지금의 저는 약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반드시...그 거대한 사랑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겠습니다.
기도했다.
조금이라도 하늘에 닿을 수 있도록 나는 기도했다.
#
한 번..
두 번..
절을 올리고,
촥.
한 잔의 술을 뿌리고,
촥.
두 잔의 술을 뿌린 뒤.
마지막 반절을 올립니다.
" 되었다. "
그는 명진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합니다.
" 할 일이 있다면, 모두 마친 뒤 오거라. "
아마 쉽지 않은 시간이 될 테니.. 하고, 강이훈은 말합니다.
축하합니다!
명진은 특성 '스승 - 강이훈'을 획득합니다!
아직 호감도가 부족하여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호감도 : 거림찍함.
- -2- 스승
"할 일을 마친 뒤에는 어디로 가면 될까요?"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야 하는 걸까?
아니면 스승님의 집으로 가는 걸까?
어느쪽이든 몸을 완전히 치료한 뒤에 준비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
" 준비가 끝나면 내 알아서 찾아갈 터이니. "
그 말과 함께, 짧은 돌풍을 타고 강이훈은 사라집니다.
아, 사라져버렸다.
스승님은 그 말을 남기고 내 눈앞에서 금방 사라졌다.
만약 스승님의 기술을 배우고 레벨이 올라간다면 나도 저걸 배울 수 있을까?
어떻게든 스승님의 기술을 배울 수 있게 됐으니 열심히 해봐야겠다.
그 전에 우선 부상의 치료부터다.
#무덤에서 떠나 근처에 병원이 있는 지 찾아본다.
병원까지는 상당한 거리를 이동해야만 합니다.
현재 골절(S)를 가지고 있습니다.
병원까지 이동에는 137의 망념이 필요합니다.
이동하나요?
#이동합니다
이동합니다!
명진의 상태를 본 의료계 가디언은 놀란 듯 입을 크게 벌린 채 닿지 못합니다.
" ..시쳅니까?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로군요.. "
치료에는 22,000GP가 필요합니다.
지불합니까?
#물론 지불합니다!
치료에 성공합니다.
의사는 기진맥진한 표정으로 휠체어에 앉은 채 말합니다.
" 가셔도 괜찮습니다.. "
대체..?
"아...정말로 고생이 많으셨고 감사합니다."
아프긴 아팠지만 그만큼 심했던걸까...
새삼 내 몸이 튼튼한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부모님께 감사인사를 했다.
#잔여망념 100으로 망념을 회복하며 밖으로 나온다.
나옵니다!
그리고 회복 아이템도 필요할 것 같다...
저번에 그 녀석에게 당했을 떄 회복 아이템이 없었다면 지금쯤 스승님에게 죽었을 지도 모르고.
#이 근처에서 아이템 상점을 찾아본다.
어. 사소한 단점이 있습니다.
명진은 길을 모릅니다.
조금 사소하긴 하죠.
그러니까.. 여기에.. 어디.. 의념 각성자용.. 물품점이 있지?
무작정 찾는 건 소용이 없나.
그렇다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 한 명 한테 물어볼 수 밖에 없나.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 살펴본다.
사람이 있다지만.. 그 사람들이 의념 각성자가 아닌 한, 그게 뭔데.. 가 나올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쩝.. 역시 이런 면에선 서울과 울산의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음....만약 사람들도 모른다면...다시 병원으로 돌아가서 약국을 찾아야 하나.
치료계 가디언이 있을 정도의 병원이니 의념각성자용 약품이 있어도 이상할게 없으니 말이다.
진작에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병원의 근처에서 약국을 찾아본다.
병원 근처에 있는 약국을 찾아봅니다.
매우 작은 규모의 약국이 있긴 하네요! 아주 낡은 간판으로 '다령 약국'이란 나무 간판이 붙어 있습니다!
음....병원에 비해 뭔가 작고...낡은 약국이다.
물론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면 안되겠지만...여러모로 갭이 있는 것도 사실이니.
하지만 이렇게 찾은 이상 무시하고 갈 수는 없었다.
#다령 약국으로 들어간다
약국 안으로 들어가봅니다.
조금.. 낡은 약국의 구조, 여러 약의 냄새 같은 것이 뒤섞여 나는 듯한 향은 특이하단 기분이 듭니다.
" 어어라 -. 손님이네.. "
약국 안 쪽, 제조실로 보이는 작은 방에서 한 명의 인영이 천천히 걸어나옵니다.
전체적으로 보더라도 깡마른 듯 느껴지는 몸에, 옷은 이상하리만치 크게 보이는 느낌이 듭니다. 어깨에 옷을 걸치고 있다는 느낌인지 살짝 드러난 뽀얀 어깨선이 유독 눈에 들어옵니다.
눈에는 검고 어두운 우울한 느낌이 가득했는데, 동그란 안경을 쓰고도 살짝 째려보듯 바라보는 느낌에선 예민한 느낌이 잘 느껴졌습니다.
" 우리 약국은 처방전.. 하음, 처방전 처방은 안 해주는데...워어. "
그녀는 명진의 덩치를 보더니 천천히 눈을 비빕니다.
" 엄청 크네.. "
이건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왠지 모르게 약국과 잘 어울리는...여성이 나왔다고 생각했다.
뭐라고 해야하나...약을 연구하거나 관리하는데 무척 시간을 많이 쓴 사람이라는 느낌?
그녀가 날 보고 놀라자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처방전 떄문에 온건 아닙니다. 혹시 의념 각성자 용 회복제를 파나 싶어서요."
#
" 회복제.. 흐으으.. "
그녀는 길게 기지개를 폅니다.
" 미안. 저 안. 꽤 따뜻해서 잠이 잘 오거든.. "
헤헤, 하고 짧게 웃은 그녀는 명진의 질문에 고민에 빠집니다.
" 으음.. 그건 아니고, 그건 필요 없고.. 으음.. "
곧 그녀는 다시 명진에게 눈을 맞춥니다.
" 이름, 이랑 길드 좀. 알려줄래? 길드 등급에 따라 제조해줄 수 있는 약이 달라지기도 하니까 말야. "
"에이, 아니에요. 따뜻한데에 있는데 졸리는 건 당연하죠."
영업중인데도 자는 거면 좀 깨긴 하지만...평소에는 사람이 안 오는 것 같으니 그러려니 했다.
"제 이름은 태명진이라고 합니다. 미리내고의 특별반에 소속되어 있죠."
#
" 특별바안..? "
그녀는 살짝 고개를 기울이다가. 아하, 하고 작은 감탄을 토해냅니다.
" 아하. 너가 걔구나. 특별반의 철갑鐵甲인지. 하는 애가 있다고 들었어. "
그녀는 의자에 몸을 기대며 말합니다.
" 무슨 효과가 있는 약을 찾아? 내가 가진 게 있다면 어지간한 거는 꺼낼 수 있거든. 특별반으로 검색하니. 가디언용 약물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괜찮다고 하네. "
"철갑말인가요?"
내가 지금 입고 있는 게 그거긴 하지만 철갑이라는 별명은 들어본적이 없는데.
"일단 여러모로 몸이 다칠 일이 많을 것 같아서 급속 회복 키트 같은게 좀 필요해요."
"각별한 효과를 바라기 보다는 당장 전투 중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걸로요."
#
" 음.. 캡슐 형태의 아이템들을 입에 물고 있다가 사용할 수 있는 게 있긴 해. 그런데.. "
그녀는 살짝 꺼려진다는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 가격이 좀 나가기도 하고.. 효과가 그리 좋진 않아. 개당 8,000GP 정도. "
"당장 전투에서 쓸 수 있다면 괜찮긴 합니다만...."
가격이 그만큼 나가는 거면 적어도 싸구려 보다는 낫겠지.
"이거 말고도 급속 회복 키트는 없는 건가요? 가능하면 그것도 살 생각인데."
#
" 여기가 헌터 용품점도 아니고. 그런 싸구려는 안 팔아. "
그녀는 손을 휘휘 저으며 말합니다.
" 보통 의념 각성자용 약품은 직접 제작하니까 말야. "
싸구려라니....
역시 약품을 정식으로 만드는 가게는 다르다는 걸까?
새삼 굉장하다고 생각됐다.
"그럼 그 캡슐 3개랑 비전투시 떄 쓸 수 있는 치료제 하나를 주실 수 있을까요?"
#
" 4만 GP. "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손을 내밉니다.
4백만원짜리 약물이라고..?
긴급 치료제가 비싸니 이 정도로 나오는 구만.
어차피 돈은 아직 있겠다 나는 4만 gp를 그녀에게 지불한다.
"잘 부탁드립니다."
#
" 이틀 정도 뒤에 찾아와. "
그녀는 약방을 슬쩍 가르키며 말합니다.
" 슬프지만 약을 만드는 데는 꽤 시간이 걸리거든. 만들어두고 쓰는 약들은 대부분 구매자가 정해져 있어서. 이제 따로 만들어야지. "
관자노리를 톡톡 두드리자, '이아명'이란 이름이 명진의 헌팅 네트워크로 전송됩니다.
" 연락은 터두는 게 낫겠지. 어디까지 유명해질지 모를 사람이니까. 빨대 꽂아두는 거라 생각해. "
피식 웃으며 그런 말을 하곤, 손을 휘휘 젓습니다.
" 이만 나가봐. "
"하하, 이거 굉장한 분의 연락처를 받았네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이제 이걸로 사야할 건 샀겠지.
당분간 치료제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터.
이제는...미련이 없도록 해야겠지.
#영월 전쟁 추모장소로 가본다.
태명진/행적 문서로 이동
- -3- 격투술改
- 이후 준비 미흡이나 결정 문제로 인한 문제에 대해 캡틴은 더이상 책임지지 않음을 미리 고지합니다.
울산으로 이동합니다.
이번에 한정하여 망념은 증가하지 않습니다.
울산에 도착했을 때.
강이훈은 무표정으로 명진에게 다가옵니다.
" 때가 되었다. 가자. "
"네."
벌써...이 시간이 왔구나.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걸까.
"알겠습니다."
어느 쪽이든 이겨내야하다.
그래야만 강해질 수 있을테니까.
#
명진은 강이훈을 따라.. 어딘가로 향합니다.
아주 느리게, 땅을 밟는 것 같은 움직임과 함께 몸은 천천히 호수 아래로 가라앉듯 느껴지고.
아주 깊은 곳, 그 깊은 곳 너머로.. 향하는 듯한 느낌.
명진은 정신을 차립니다.
" 네게 투술鬪術이란 무엇이냐. "
강이훈은 묻습니다.
" 무엇을 위해 싸우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더냐. "
내게 있어서 투술이라는 것은.
"증명입니다.
제게 있어서 투술이라는 제 자신을 증명하는 수단입니다."
선천적으로 위대한 존재로서 태어난 게 아닌.
어떠한 무기에만 의지 하지 않고 오롯히 자신의 신체를 강화해나가면 싸우는 내 자신에 대한 증명.
"저는 제 자신을 위해 살아왔습니다.
무고한 사람들이 죽는 것이 보기 싫었기에, 무능한 제 자신을 보기 싫었기에 달려왔습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며 미소를 짓는 것을 보고 싶기 때문에, 그것을 지켜낸 제 자신을 자랑스럽다고 말하기 위해 달려왔습니다."
나의 선행은 결국 나의 욕망에 의해 탄생한 것이었다.
"저는 생명을 위해 싸워왔고, 삶을 위해 살아갔습니다."
#
강이훈은 명진의 말을 듣곤, 가볍게 고갤 끄덕입니다.
" 인정한다. "
무엇을? 이라는 고민을 하기도 전에.
" 나는 네게 내 비전에 대해 전수하진 않을 것이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
그는 단호히 말합니다.
" 내 비전을 찢고, 죽이고, 부수고, 쳐내고, 흐트리고, 뒤틀고, 어지럽히는. 시대를 살아온 비전이다. 그렇기에 내 비전을 전수받기 위해 필요한 것은 증오다. "
증오.
그 말에 명진은 고민합니다.
자신에게, 무언가를 죽여버리고.. 박살내고 싶을, 증오가 있는가 말입니다.
없습니다.
아무리 떠올리더라도, 그것은 '진짜' 증오가 아닙니다.
단지 끔찍하기에.
분노했기에.
났을 뿐.
" 그러니 나는 네게 비전에 대해 알리지 않을 것이다. 단. "
그는 천천히 자세를 잡습니다.
명진이 자주 취하곤 하는.. 격투술의 기본 자세입니다.
" 네 격투술. 그 뿌리부터. 잎새까지. 그 모든 것을 뜯어고쳐주마. 너는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 쌓아올려야 할거다. 보편적인 격투술이 아닌. 오직 네게 맞춰지고 만들어질 격투술을 말이다. "
태명진은 지금부터 기술 '격투술改'에 대한 수련에 들어갑니다.
총 1만의 망념을 필요로 할 것이며, 깨달음과 요소에 의해 이 양은 감소할 수 있을 겁니다.
시작하시겠습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는 비전을 받을 자격도, 그럴 생각도 없습니다."
나는 내 자신을 증명하고 싶은 것이다.
타인의 사랑을 지키고, 또한 그 사랑을 받은 내가 타인을 이김으로서 보여주고 싶은 것이지.
결코 증오에 먹힐 생각 따위는 없었다.
애초에 증오를 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자세를 잡았다.
"모든 것을 버리겠습니다."
내가 쌓아왔던 그 노력과 감정들을 여기서 놓으리라.
"그리고 처음부터 쌓아가겠습니다."
앞으로 있을 모든 불행에 맞서고 타인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나의 자아를 실현시키기 위해.
"저는 언제든 준비됐습니다."
나는 내 자신을 바꾸겠다.
#시작하겠습니다.
" 자세를 잡아라. "
강이훈은 자세를 잡습니다.
어느 약점도 보이지 않은. 빈틈이 보이지 않는 자세.
" 지금부터 너는 나와 수없이 싸움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네 힘에 맞고, 네 수준에 맞도록 힘을 조절할 터이니. 다치거나 하는 법은 없을 것이다. 단. 네가 어리석은 짓을 하려 할 때면 나는 전력을 다할 것이니. "
그는 손을 까딱거리며 묻습니다.
그 자세에선 딱, 명진의 힘과 비슷할 정도의 기운만 느껴집니다.
" 네 한계를 시험하마. "
지금부터 명진은 격투술改를 완료하기 전까지. 진행당 한 번, 강이훈과의 대련을 거칠 수 있습니다.
모든 기술은 봉인되며 오직 격투술만을 이용하여야 합니다. 강이훈에게서 승리한다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패배한다 하더라도 스스로 깨달음을 제대로 피워낼 수 있다면 그에 대해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기간동안 명진의 코인샵은 봉인됩니다. 보유한 아이템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망념을 들여 스테이터스를 강화하거나 할 수 없습니다. 기술을 강하게 하는 것 역시 불가능합니다.
오직 순수한 격투술만으로, 강이훈과 겨뤄 승리해야만 합니다.
"알겠습니다."
자세를 잡았다.
호흡을 가다듬어 산소를 신체의 내부에 돌게 하며.
내쉬는 것으로 불순물을 뱉어내어 육체를 정순하게 만든다.
온몸의 근육을 풀어내며 탈력의 상태를 유지하고.
탁!
허벅지에 순간적으로 힘을 불어넣어 속도를 내 스승님에게 다가갔다.
그대로 오른팔을 크게 당겨 스승님의 얼굴을 향해 쏘아내고.
왼팔은 팔꿈치를 굽힌 상태를 유지한채 오른손이 닿는 순간 동시에 스승님의 배를 친다.
#
......
패배합니다!
첫 번째 대련 결과 : 공격의 정직함, 상대의 수준을 얕게 봄, 공격이 당연히 명중할 것처럼 행동함.
위 사유로 인해 패배하였습니다!
너무 정직한 공격이었나...
그렇다면.....
"스승님 괜찮다면 다시 대련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세를 잡습니다.
나 또한 자세를 잡았다.
단 이번엔 무턱대고 공격에 나서기보다는.
두 팔을 들고 방어 자세를 유지한채 천천히 스승님에게 다가갔다.
#
자세를 취합니다.
쉽게 무너지지 않겠다는 듯 방어를 세우는 명진을 바라보며 강이훈은 재밌다는 듯 웃습니다.
" 그래. 드디어 조금은 이해한 성 싶구나. "
한 걸음, 한 걸음,
느리게 접근하기 시작하는 명진에게 설교하듯, 폭포 흐르는 듯한 주먹이 명진을 두드리기 시작합니다.
여전히 고통스럽습니다. 어떻게 이게 같은 힘과, 같은 기교만을 사용한단 이야기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 사람은 각기 느끼는 고통이 다르다. 잘 단련된 팔을 두드렸을 때와 단련되지 않은 부위를 맞았을 때. 아픈 곳과 고통의 강도와 고통의 형태가 각기 다르다. 찌르듯 아픈 것과 울리면서 아픈 것, 앵앵거리듯 지나는 아픈 것. 모든 게 다르단 말이다. "
곧, 명진은 주먹을 뻗어봅니다.
주먹과 주먹이 맞붙고, 명진의 주먹은 가볍게 짓이겨집니다.
" 첫 번째 가르침. 통점을 이해하라. 내가 어디가 아프고, 어딜 때릴 때 아프고, 어떻게 때리면 더 고통스러운지. 고통을 이해해야 한다. 격투술이 무엇인지? 격투술에 무슨 가치가 있는지? "
강이훈은 비웃음처럼 명진을 압박해갑니다.
그대로 발이 명진의 아킬레스건을 강타합니다.
우득, 하는 고통과 함께 명진은 무릎을 숙입니다.
" 의념 각성자라 해서 약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적 역시. 아무리 강대하다 하더라도 약점은 분명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 최고의 검이라 불리던 당대의 검성조차도 독특한 아홉 개의 검을 사용하던 구휘에게 세 번이나 패배했다. 왜 자신이 졌는지 수없이 알아내고자 했고, 나아갔기 때문에 검성은 지금까지도 최고의 영웅으로 평가받는다. 그에 비해 구휘는. "
패배하고도 자신의 검에서 문제를 찾았지.
라고, 지나가듯 말합니다.
" 그런 존재들조차 자신의 문제를 찾아내고, 찾아내지 못하고에 따라 그 실력이 갈렸고 승패가 갈렸다. 힘의 고하? 그런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 장점과 단점, 문제점과 이해, 형질과 모순. 그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을 때. "
퉁.
밀쳐짐과 동시에 쓰러진 명진은 하늘을 바라봅니다.
어쩐지 뜨겁고, 어지러운 느낌이 듭니다.
" 너는 너가 된다. "
패배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1세대의 힘이란 말인가?
분명하게 느껴졌다.
스승님이 나와 비슷할 정도로 힘을 조절했다는 것을.
만약 순수하게 기교가 없는 순수한 힘 대 힘의 싸움이라면 나또한 쉽게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기교가 더해지면?
그것도 수 십년의 세월이 담긴 기교가 더해지면 당연히 나의 패배일 수 밖에 없었다.
아니 그 이전에 나는....
내 자신을 알지 못했다.
"결국 진정한 강함이라는 것은...아니 애초에 첫 발을 딛기 위해서는 결국 자기자신에 대해 알아야 하는 것이었군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일텐데."
오직 스킬과 스테이터스만을 믿고 내 자신은 진심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나는 그것부터 알았어야 했다.
#
" 상태창이란 것이 생긴 후. 많은 의념 각성자들은 자신의 힘과 능력에 대해 객관적으로 이해하게 되었지만 그 이상으로 자신의 한계를 그 작은 창에 주어지는 수로 이해하게 되기도 하였지. "
강이훈은 쓰러진 명진에게 차가운 수건 하나를 던져줍니다.
" 두 가지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수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당연 패배하기 쉬울 수밖에 없다. 당장 그런 경험들이 있지 않느냐. 단지 레벨이 높아서 진 줄 알았던 적들도 돌아보거라. 어쩌면 그들이 너보다 전투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
"아, 감사합니다."
스승님이 차가운 수건을 받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레벨이 어떻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결국 적들은 나보다 전투 경험이 있었기에 나를 압도했던 것일 뿐.
반대로 내가 좀 더 능숙했다면 쉽게 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수건을 목에 걸고 얼굴에 감싼 채 잠시 움직임을 멈췄던 나는 이내 스승님에게 물어보았다.
"혹, 저와 같은 분이 있었을까요? 덩치가 있으면서 격투술을 단련한 그런 분 말입니다."
나의 벽은 내가 깨트려야만 했다.
하지만...나의 비슷하게 덩치가 있으면서 그것을 숨기지 않고 나아가는 사람들은 어떻게 싸울까.
#
" 가장 대표적인 놈은 몇 놈 있지. "
그는 기억 속에 떠오른 몇 명을 천천히 내뱉습니다.
" 애초에 네 놈과 가장 비슷한 놈은 악식惡食 최경호다. 그 놈이 딱 너와 비슷한 덩치를 가졌지. "
재능은 그 놈이 그 놈처럼 비슷한 듯 하다만. 하고 강이훈은 말을 이어갑니다.
" 다른 놈으로는 권왕拳王이라 불리던 이성현. 그 놈도 있을거다. 물론 이 놈은 너보다 덩치는 작지만 근육의 형태나 밀도가 네놈과 비슷하니 예시로 든 놈이다. 정권찌르기 하나로 공간을 부수는 놈이지. "
그렇게 몇 명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분명 익숙한 이름도, 익숙하지 못한 이름들도 이어집니다. 아쉽지만 명진은 가디언이나 헌터들에게 관심이 적었으니까요.
" 그리고 이 원류가 되는 놈이 하나 있지. "
강이훈은 천천히 그 이름을 내뱉습니다.
붉은 곰.
" 예카르 비토보르비츠. 순수한 육체의 극에 도달해 자신만의 격투술을 완성시킨 놈. 유찬영과 겨뤄 5분의 시간동안 버텨냈다는 이야기도 있고, 팔이 잘려나가도 싸울 만큼 질긴 녀석이기도 했지. 그리고. "
말합니다.
" 모든 격투가의 근원과 다르지 않은 놈이지. 의념 시대에 들어 모든 격투술은 예카르의 영향을 받았고, 예카르의 방식에 익숙해져야했지. 이상하지 않더냐? 아무리 격투술이라는 기술을 단련하고, 방어구를 찬다 한들. 손과 발이 절단무기들을 상대로 베이지 않았는지? "
최경호.
어린 시절 나와 가장 비슷한 존재였다고 알려진 가디언이자.
내가 동경했던 목표였다.
그리고 권의 극에 달한 이성현은 정권 지르기로 공간을 부순다 하며.
마지막으로 가장 근본적이라고 할 수 있는 영웅. 예카르를 스승님이 언급했다.
"단순히 건강이 높거나, 의념을 잘 다뤄서 그런게 아닙니까?"
확실히 이상하긴 했지만 의념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그렇게까지 이상하나 싶었다.
결국엔 의념을 한 부위에 집중시키거나 그냥 건강으로 버티면 될 문제 아닌가.
#
" 그리 생각하는 녀석들도 분명 있겠지. 생각해보거라. 그게 그리 간단하다면 왜 마도니 검술을 쓰는 놈들은 제대로 약점을 공격받았을 때 간단히 몸이 날아갈 수 있을지 말이다. "
강이훈은 어디선가 꺼낸 담배를 입에 뭅니다.
그.. 좀 젊은 비주얼로 무시니까.. 불량청소년 같은 분위기가 나네요.
" 모든 격투에 근본을 둔 의념 각성자들은 격투를 펼치는 부위에 이유 모를 개념의 왜곡이 존재한다. 이는 예카르, 붉은 곰이 각성함에 따라 모든 격투가들에게 이루어진 현상이지. 그 이전까지 격투가의 전투 방식은 거리를 두고 압박하고 치고 빠지는 식의 전투에서 바뀌어가기 시작했다. "
본인도 그러했다고, 강이훈은 가볍게 언급합니다.
" 그래서 모든 격투술을 수행하는 이들의 신체는 '신체 부위'이다 가 아니라 '신체 부위로 이루어진 무기이다'란 왜곡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것이 격투가의 상狀이라고도 하지. "
엄청난... 비사입니다!
지금까지 격투술에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진실을 깨닿습니다! 이 해답은 격투술 改의 벽으로 사용될 수는 없겠지만 타인에게 전수하여 벽을 깨게 만드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을겁니다!
"왜곡...."
단 한 명의 영웅의 영향으로 인해 바뀌었다.
단순히 비유가 아닌 그 개념 자체가 완전히 바뀐 것이다.
신체부위는 단순한 신체가 아닌 날카로움을 지는 칼로서, 그리고 단단한 방패와 곤봉으로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될 것이라는 왜곡 때문에.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제련이겠군요."
신체는 무기이다.
그리고 무기는 제련이 없는 한 제대로 쓸 수 있다.
"제 아무리 뛰어난 무기일지라도 그 전에 제련이라는 과정이 없는 한 존재할 수 없는 법이니까요."
통증에 의해 물러서게 된다면 그 고통에 익숙해지면 될 일이다.
열에 의해 몸이 태워진다면 그 열에 익숙해지면 그만이다.
사람의 몸이 어떠한 재질로서 이루어져있다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
아직 어제 진행이 지나고 두시간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즉! 아직 대련을 채울 시간이 되지 않았단 얘기죠! 야호!
잉? 대련이 가능하다는 건가? 그 반대? 약간 헷갈리네용
안 된단 얘기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수련을 시작할게요."
이 이상 대련에 의지할 수 없다.
이제는 내가 혼자서 알아봐야겠지.
#
강이훈은 고갤 끄덕입니다.
"후우...."
낸 몸을 다시 정비해보자.
나의 몸은
산소, 탄소, 수소, 질소, 칼슘, 인, 칼륨으로 이루어진 유기물이며.
나의 정신은 17년의 지식과 경험이 쌓여 있었다.
나는 내 자신을 인식할 수 있기에 생각을 할 수 있고.
생각을 하기에 주변의 것들을 느끼고 판단하여 거기에 맞는 반응을 정의한다.
불은 내 육체의 원자를 흐트리니 그것을 우리는 뜨겁다고 한다.
얼음은 내 육체의 원자를 결집시키니 그것을 우리는 차갑다고 한다.
고통은 신체에 있어 위험하다는 경고를 내려주는 신호를 우리는 통각이라고 한다.
허나 이 모든 것은 나의 의지가 있기에 존재하지만 그것을 조종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탁!
원심력을 이용해 온 몸의 체중을 발에서 부터 다리로, 다리에서 부터 허리로, 허리에서부터 가슴으로, 가슴에서 부터 어깨로, 어깨에서 부터 팔꿈치로.
마지막으로 손에 그 모든 힘을 집중시켜 쏘아낸다.
이것이 나의 권.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에너지도 남김없이 한 점에 집중시켜야 비로서 공격이 된다.
나의 모든 정신, 그리고 육체의 세포들을 진정한 의미로 통합시키며 명령을 할 수 있어야.
조금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잔여망념 100 망념 200을 소모하여 격투술改를 수련한다.
수련합니다!
아직.. 한참 남았습니다!
단순히, 힘을 이용하는 것이 필요한 게 아닐겁니다.
어떻게 싸워야 한다. 어떻게 이용해야 한다. 어떻게 이해해야 한다.
그런,
그런 생각이 아니라.
조금 더, 전투에 대해 파고들 필요가 있습니다.
"후우...후우...."
아니...단순히 힘을 이용하는 게 아닌 것인가.
내 몸으로 그것을 실천하려고 해도 구현이 되지 않았다.
좀 더...좀 더 전투에 대해 파고들어야 하는건가?
대련을 통해서? 아니면 과거를 통해서?
나는 스승님을 바라보았다.
"대련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
강이훈은 빤히 명진을 바라보다 이야기합니다.
" 한 번 스스로 생각해보거라. 단지 나와 싸우는 것만이 답이 아닐 듯도 싶으니. "
"알겠...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보라인가.
확실히 스승님은 그저 길을 가르쳐주실 뿐 그 길이 걷는 것 자체는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전투의 상.
스승님의 말에 따르면 예카르에 의해 모든 격투가들에게는 왜곡이 존재한다고 했다.
그로 인해 치고 빠지는 전투에서 그저 몸으로 막고 나아가는 길을 택할 수 있었다.
신체부위를 그 자체가 무기다. 라는 왜곡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면 그 왜곡은 정말 단 하나 뿐일까?
왜곡이라는 것은 예카르와 같은 경지에 서야만 구현이 되는 것일까?
#
글...쌔요?
명진의 격투술 등급은 B.
특성도, 다른 것들을 동원하더라도 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냥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나로서는 아직 알아내기는 힘든 문제였다.
결국 문제를 생각하기보다는 다른 걸 해야할터였다.
나한테 있어서 격투란 무엇일까.
나한테 있어서 격투는 증명이었다.
내가 존재해도 된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를 구할 수단이 바로 격투였다.
내 몸이라는 자산을 베이스로 무기로서 갈고 닦아 만든 것이 지금의 나였다.
나한테 있어서 격투란 현실에 나의 의지를 표출 시키는 방법이다.
#
그렇군요.
명진의 격투는 그렇답니다.
딱히 벽과는 관련이 없는 마음가짐입니다.
마음가짐에 대한 문제도 아닌가.
그렇다면 단순하게 급소를 강화하면 될 문제인 것인가.
약점이 문제라면 그 약점을 없애거나 극복하면 될 문제이지 않은가.
역으로 약점을 파악하고 있기에 거기에 맞춰 격투술을 맞춰가면 될 문제다.
#
명진은 천천히 손을 바라봅니다.
손보다는 솥뚜껑이라 부르는 게 어울리지 않을까 싶은 거대한 손입니다.
순간 찌릿, 하고 손이 저린 느낌을 받습니다.
손가락을 펼쳐보자 약지 손가락에 미미한 금이 든 것을 발견합니다.
지금까지 의식하지 않았지만.. 그냥, 튼튼하니까 괜찮겠지. 하고 넘긴 상처입니다.
......어?
그러고 보면, 명진은 지금까지 약점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었습니까?
약점 보호라는 기술에 기대어 약점을 소홀히 여기거나, 건강 수치가 높으니 대충 맞아주며 싸우고 말지. 란 생각으로 싸웠을겁니다.
아니라면 방어구가 있으니 무시해도 좋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을 것이고요.
어?
어??
어???????
조금 간단히 생각해봅시다.
격투술의 기본은 손과 발입니다.
격투술은 몸을 이용하여 적을 공격하고, 대부분의 공격이 부수고 찢는 등의 형태를 가진 전투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그렇다면 상대를 공격할 때. 상대의 행동이나 형태, 형식, 방법에 따라 적을 죽이거나, 때론 무력화하는 방법마저 모두 달라지지 않을까요?
가령....
명진 스스로라면,
손가락이나 발가락.
의념 각성자가 되고부턴 사실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부분들.
그런 부분들을... 꾸준히 누적시킨다면?
싸우고 싶더라도 꾸준히 피해가 누적된다면?
그때도 명진은 견딜 수 있을까요?
손과 발.
나는 금이 간 약지 손가락을 보았다.
보통이라면 시간이 지나 금방 나아질거라고 생각해 내버려두었다.
급한 상황에서는 겨우 그런 걸로 싸움을 멈출 수 없다는 이유로 혹사 시켜 왔을 것이다.
하지만...객관적으로 보면 그건 옳지 않았다.
피해라는 것은 결국 입을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그것은 약점이 아닌 주무기인 손과 발도 예외가 아니었다.
나는 애초에 전제 자체가 틀렸던 것이다.
누군가를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 아닌.
우선 내 자신을 보호하는 법부터 배워야 했는데.
그런 간단한 상식 조차 어느세 스탯이나 스킬에 의존해 잊어버리고 있던 것이다.
아니면 알고 있으면서도 소홀히 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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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내가 건강이 높고 덩치가 크다고 맞아야 하는건가?
격투가라는 이유만으로 맞는 것 자체가 당연한 건가.
아니다.
나도 사람이니까 아픈 것을 싫다.
마조히스트도 아닐 뿐더러 불사신도 아니다.
나의 무기가 신체이고 무쇠라고 해서 무한정으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잘 벼무린 명검또한 오래 쓸 수록 닳듯이 한도라는게 있는 법이었다.
중요한 것 이기는 것이었다.
가능한 피해 없이 싸워서 상대에게 피해를 입히고 쓰러트리는 것이 전투였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스탯과 덩치만을 믿고 다치는 것을 전제로 싸우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
맞습니다!
단순히 덩치가 크고, 건강이 뛰어나다고 맞는 것이 당연해지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같은 격투가인 윤은 왜 그렇게 피하려 노력했겠습니까. 단순히 맞아도 되니까,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명진의 전투 방식은 맞고, 버티면서 한 방을 노리는 전투법을 노려온 바 있습니다.
자, 그럼.
첫 번째 힌트는 주어졌습니다.
당신의 격투술을 어떻게 가정할 것인가?
나는 이 수련을 통해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버리기로 했다.
즉 내가 지금까지 고수해왔던 전투 방식 또한 버려야 할 터.
버티면서 한 방을 노리는 전투법이 아닌.
공격을 꾸준히 넣으면서 반대로 적의 공격은 피해 나의 데미지는 최소화 시키고.
상대의 데미지를 누적시켜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하지만 신중하게 적의 동태를 살펴 그러한 상태를 유지시키는 것.
그러한 습관을 만들며 더욱 효율적으로 상황을 이끌어가는게 내 첫 번째 과제다.
#
그럼 그걸 '어떻게' 해낼 것입니까?
그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해봅시다.
우선 자세를 잡는다.
자세는 두 팔로 턱부터 시작해 가슴을 지키며 발놀림을 가볍게 하며 꾸준히 움직인다.
적에게 다가가되 섣불리 직선으로 가지 않고 다양한 방향으로 움직이며 적의 시선을 경계하며.
위력보다는 속도를 중시한 공격을 통해 적의 체력을 조금씩 깎아나간다.
적이 공격을 하는 순간 그 방향에 맞춰 최대한 회피를 시도한다.
설령 상대가 나보다 신속이 높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가만히 있거나 직선으로 바로 나아가 공격을 정통으로 맞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움직여 상대의 영역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
최대한 많이 움직여 적에게 틈을 주지 않고 기세를 유지한다.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
명진의 몸에.. 리듬을 이용해 움직이고 깎아내는 것이 과연 맞을까요?
다시 한 번 고민해봅시다.
명진에게 '맞는' 것이지.
'최적의'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이 아닙니다!
리듬에 맡기는 건 일종의 전투법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내 몸에 정말로 맞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자.
그럼 아주 기초적인 것 부터.
나의 몸은 얼마나 크며, 팔은 어디까지 닿을 수 있으며. 다리는 얼마나 긴지 생각해보자.
나는 제대로 어떻게 서있는 걸까? 뼈를 이용해 서 있는 것 만큼 자세가 좋을까.
몸에 좀 더 힘을 빼서 자연스럽게 자세를 잡아본다.
오랫동안 배워왔던 격투술로서의 자세가 아닌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
으음.. 자연스러운 자세를 취해보긴 합니다만.. 조금 이거랑은 거리가 먼 듯 합니다.
살 짝 다른 방향으로 고민해봅시다.
가령, 내 덩치를 줄여서 이 정도라면 이게 어떨까? 하는 식으로.. 자기 덩치에 대입해서 말이죠?
내 덩치를 생각하면....
타인에 비해 다리의 길이가 기니까 리치 면에서는 우월할텐데.
허리를 돌려 발차기를 길게 차본다.
#
타인보다 1.2배에서 3배는 긴 리치, 거기에 몸에서 오는 풍압은 확실히 위험하고, 두려운 분위기를 냅니다.
이게 가장 기본적인 명진의 '공격'입니다.
그럼 이제 명진의 격투술이 어떤 형태인지, 그리고 명진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공격이 어떠한지.
한 번 대입해봅시다.
나는 타인보다 크기에 리치 면에서는 좀 더 메리트가 있다.
그렇기에 이런 단순한 발차기로도 상대와 거리를 벌리며 충분히 싸울 수 있지만....
내가 적극적으로 다리를 쓴 적이 있었나.
언제나 그랬다.
나는 실전에서도 훈련에서도 맨손만을 이용해 싸웠을 뿐 이런식으로 발차기를 써 본 적이 없었다.
쓴다면 쓸 수 있지만 주먹에 비해 주력으로 쓰지 못했다.
그저 허리를 돌리며 뒤로 당겨 주먹을 휘두르는 공격을 담았을 뿐.
빠른 공격도 돌진을 통한 것이었을 뿐.
적극적으로 리치를 이용해 공격한 적은 생각보다 별로 없었던 것 같다.
#
"치료 감사합니다. 처치가 잘 됐네요."
이것이 유능한 치료 의념능력자구나.
"이렇게 말하긴 그런데 돈을 들여서라도 완치를 하고 싶다면 어려울까요? 대운동회가 곧인지라."
#어떻게 안되련지?
" ...... "
까득 하고 이빨이 갈리지만
이런다고 달라지는건 없다.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며 활로를 찾아가려 하지만
쿵 하고 주먹으로 책상을 치며 자기 킹을 넘어트린다.
"체스 ㄱ같이 두네"
#서렌
자 그럼 첫 번째 구간을 좁혔습니다.
격투술의 기본은 팔과 다리를 통해 '어떻게' 적을 공격하느냐이고, 명진은 이제 자신에게 맞는 '어떻게'를 찾았습니다.
이것 역시, 깨달음으로 충분할 것입니다!
깨달음에 의해 8500까지 격투술 改의 필요치가 감소합니다!
드디어...한 걸음 나아간 기분이 들었다.
아니 기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강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온 몸이 맑아지는 것처럼.
나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 잡으며.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결국은 시행하지 못한 나만의 장점을 활용해보았다.
나의 기다긴 다리로 저 너머를 향해 차고 또 찬다.
몸을 내던지는 것이 아닌.
나의 몸을 이용해 좀 더 효율적으로 몸을 쏘아내었다.
#잔여 망념 100 사용 및 망념 170 소모해서 격투술 改 훈련.
8230 남았습니다!
" 드디어 첫 발은 뗀 듯 하구나. "
강이훈의 눈길에 인자한 눈빛이 깃들어 있습니다.
"아 스승님."
이제야 뭔가를 깨달은 나를 향해 스승님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예, 이제서야 조금씩 길이 보이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격투술을 단련했음에도 오직 팔에만 집중하며 싸워왔는데.
저한테 있어서 그보다 더 긴 무기가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달았습니다."
팔과 비교해 당연히 다리가 긴 법.
격투가는 자신의 몸이 무기라는 개념이 있는 만큼.
발차기 또한 내가 어떻게 응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나올 것 같았다.
#
" 그 깨달음은 조금 틀린 듯 하다만.. "
이훈은 살짝 찌푸린 표정을 짓다가,
" 네가 그리 결론을 내렸다면 그것도 맞겠지. "
하지만 그는 부족한 명진의 깨달음을 보조하듯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 말했듯 예카르의 등장과 함께 격투술을 사용하는 의념각성자의 손과 발에는 왜곡이 존재하게 되었다. 그러나 격투술이라는 기술이 단순히 손과 발에 국한되지 않듯 네 신체 부위 하나하나가 무기로써 기용될 수 있다. "
그는 팔을 들어올려 한쪽 팔꿈치를 내밉니다.
" 팔꿈치는 점을 통한 타격과 위에서 아래로 무게를 가하는 것에 뛰어난 효과를 지닌다. "
곧 팔을 내린 그는 이번에는 다리를 들어올려 무릎을 보입니다.
" 무릎은 작은 면으로써의 방어 목적과 아래에서 위로 힘을 가하는 것에 뛰어난 효과를 지닌다. 이처럼 신체 전체를 단순히 '몸'이라는 구역에서 넘어서, '무기'라는 영역으로써 이해하는 것이 필요할 게다. 그 과정에 맞춰가는 과정이 바로 너만의 격투술이 되겠지. "
"즉, 어느 한 쪽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저의 신체와 주변의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몸을 써야한다는 겁니까?"
완전히 맞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완전히 틀린 것보다는 나았다.
"그렇다면 단순하 팔이나 다리 뿐만 아니라 손가락이나 발가락 또한 어떻게 쥐느냐에 따라 새로운 무기를 만들 수 있겠군요."
손가락을 구부린채 아래에서 베면 갈퀴가 되고.
손가락을 핀채 팔로 내지르면 그것은 창이 되는 것 처럼.
#
" 틀렸다. 어떻게 이용하고,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판단할지 생각해보란 얘기지. 누가 네 몸 쓰는 법에 대해 얘기하더냐. "
그는 단호히 말합니다.
"하지만 스승님 께서는 무기라는 영역으로써 이해하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런 몸을 쓰는 법을 제외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
" 무기라는 영역의 갈래와 몸을 비견해서 생각하지 말란 얘기다. 네 몸이 무슨 특징을 지니고 있고,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 했지 내가 무기로 이해하라 했더냐? "
이거.. 잘못하면 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제 몸의 특징...."
확실히 내 몸은 단순히 신체의 구조만 이야기하기에는 복잡하다.
각성자로서의 능력치나 기술도 있고.
특히 타인보다 남다른 내구력이 있으니까.
그 다양한 가능성을 겨우 무기로만 한정 짓는 것은...확실히 너무 시야가 좁은건가?
"아직까지도 제 시야가 좁았군요."
#
그는 손을 들어올려 명진의 등을 짝 내려칩니다.
" 자 그럼 지금 네 등은 내 손을 공격한 거냐? 아니면 그냥 맞은 셈이냐. "
그는 슬쩍 명진을 바라보며 얘기합니다.
" 이제 이해가 가느냐? "
"!?"
갑작스러운 충격에 깜짝 놀랐지만.
스승님의 말에 의문이 들었다.
"그야 당연히 그냥 맞았지요. 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거기에는 어떤 전략도 전술이 없었다.
그저 몸을 내버려둔 채 있었을 뿐이지.
아무런 의지도 없었다.
#
" 나는 네가 이해하기 편하라고 무기라는 관점에서 설명한 것이다. 자, 손은 최초의 무기이기도 했지만 최초의 방어구이기도 했다. 무언가를 치고, 부수는 것에서 넘어와 막고,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예카르의 왜곡이 단순히 손과 발을 무기로만 가동케 하는 것이겠느냐? 아니면, 그것이 무기와 방어구라는 개념에서 넘어간 무언가를 뜻하겠느냐. "
강이훈의 대답은 이번이 마지막일겁니다.
- -4- 수련의 끝 그리고 시작
- 저한테 있어서 어울리는 공격은 효율적으로 몸의 힘을 집중시키며 상대를 부수는 것입니다.
허리를 축으로 발을 통해 대지의 반동의 힘과 근육의 힘을 옮기며 그것을 적에게 쏘아내는 것이죠.
허나 단순히 휘두르기만 해서는 안되는 법.
공격하는 순간 내 자신을 무기로서의 개념으로 만들며.
상황에 따라 손을 철퇴로, 손날을 대검으로, 발차기를 창으로서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의 약점을 명확하게 이해를 하며 그곳을 공략해나가고 이윽고 무너트리는 것입니다.
저한테 있어서 방어란 반대로 약점을 막는 것입니다.
의념 각성자라 해도 약점은 사라지지 않지만...그건 문제점을 찾지 말자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끊임없이 자기자신을 마주보며 그 형질과 문제점을 이해를 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덩치가 커서 문제라면 덩치를 줄이는 방법을 찾으면 되는 것이고.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그 약점을 막을 자세를 잡거나 혹은 약점을 중심으로 방어력을 강화하면 됩니다.
손과 발이 무기가 될 수 있듯 격투술에 몸을 담고 있는 한 방어구 그 자체도 될 수 있으니까요.
즉 가장 주목해서 봐야할 것은 상대가 아닌.
바로 내 자신입니다.
기술이란 바로 이러한 개념을 명확하게 잡아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있는 기술이 없는 한.
그저 맨몸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바로 전까지만 해도 제 자신은 육체와 내구의 힘을 믿고 상대에게 돌진하기만 했습니다.
그저 눈 앞에 다가오는 공격을 버티기만 하고 기회가 오면 그제서야 주먹을 휘두르는 비효율적인 방식만을 고집했습니다.
허나 그것만으로는 안되는 겁니다.
제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무적은 아니니까요.
사람은 무한하지 않기에 일분 일초라도 자신에게 걸맞는 방식을 찾아야만 합니다.
그저 존재하기만 했던 몸이란 훌륭한 재료를 기술이란 이름의 요리로 제대로 조리함으로서.
겨우 상대의 앞에 설 수가 있는 것이죠.
그러한 기술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하는가.
우선 앞으로 뛰어나가기 위한 발을 시작으로 다리 자체를 스프링으로서의 개념으로 받아들입니다.
앞꿈치를 통해 대지를 뒤로 밀며 반발력을 이용해 재빨리 움직이고.
상대의 공격을 파악하며 정확하게 위치를 선정하면서 이동하는 겁니다.
스프링, 지지대, 바퀴, 팽이.
발 전체, 앞꿈치, 뒷꿈치, 발가락 등.
자신의 상황과 환경에 맞춰 적응을 하고 나아가는 것이야 말로 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상대에게 다가가는 순간 발 끝을 시작으로 다리 끝까지 거대한 창 혹은 대형 석궁의 화살로 변화시키며 뚫어버리고.
상대의 옆이 비었다면 거대한 채찍이나 몽둥이의 형태로 상대를 날려버릴겁니다.
이윽고 눈 앞에 주먹을 휘둘러야 하는 거리가 있다면.
제 손을 망치와, 창, 검으로서 눈앞의 있는 상대를 전력을 다해 깨부술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이 바짝 붙은 순간에는.
머리를 거대한 철퇴로서 내리치며 상대의 머리를 부술 것이고.
이빨과 잇몸을 압축기와 프레스의 개념으로서 구현화해 상대의 살을 도려내버릴 것입니다.
반대로 공격을 받는 순간이 온다면.
저는 제 자신을 거대한 바위로서 몸을 굳힐 것입니다.
바위 그 자체는 인체와 같은 약점이 없이 평등하게 단단하니까요.
바위로도 안된다면 강철로, 강철로도 안된다면 합금의 개념으로.
단단함으로만 버틸 수 없다면 몸을 물과 천처럼 유연하게 만들며 벗어날겁니다.
몸이란 자유자재로 변하는 개념의 덩어리이기에.
누군가가 바로 맞춰줘야만 합니다.
이 모든 것을 제 자신을 주체로 최대 최고의 효율로 이용하는 것이 격투술이라고 생각합니다.
#
*
훌륭합니다.
모든 수련이 끝났고, 모든 것을 녹여내렸습니다.
지금까지 배운 것과, 알아간 것. 몸으로 느낀 것과, 표현한 것. 그 모든 것들이 당신의 기술과 당신을 만들어갑니다.
명진은 천천히 손을 뻗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덩치에 걸맞는 호쾌한 움직임으로 보이지만, 두 다리는 적절한 균형을 타고 움직임을 제약적으로 표현해냅니다.
크고 우람한 팔이 그대로 강이훈의 손바닥을 후려칩니다.
콰앙!!!!
별다른 의념의 보조를 받지 않았음에도, 시원한 타격음이 퍼집니다.
손을 뻗고 있던 강이훈의 손에, 선명한 강기의 흔적이 서려있습니다.
명진의 공격을 막기 위해.. 의념 발화를 썼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 수고했다. "
기술, 격투술改를 획득합니다!
격투술改(C)
기술의 발전과 개량을 거쳐오며 수많은 기술들은 그 사람에게 맞는 기술로써 발전하기보다 원형에서 조금 더 특별해지고 범용적인 가치를 가진 기술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 발전은 범용의 기술에 자신의 깨달음을 섞는 의념 시대의 영향을 겪게 되었고 자신에게 맞는, 이라는 기술의 개념에서는 꽤 먼 거리로 벗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보편적인 시대에서 당신은 당신만의 길을 걷길 선택한 이단아이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과, 기술들을 녹여내어 기술을 고쳐낸 것이다.
상대의 주기술에서 오는 자신에게 가하는 패널티 중 일정 등급 이하의 패널티를 크게 경감한다.
스승 - 강이훈이 해제됩니다!
*
드디어 도달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제서야 나만의 길의 시작점에 선 것이다.
정말로...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실제로는 짫게 흘렀을 수도 있고, 생각보다 길었을 수도 있다.
허나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지금까지 내가 해온 행동은...결코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스승님께 깊게 숙였다.
"스승님이 아니었다면 결코 여기까지 못왔을겁니다."
"정말로...감사드립니다."
#
*
시원하면서도 섭섭해보이는, 그러면서도 꽤 개운한 듯한 표정으로 강이훈은 명진을 바라봅니다.
" 난 네 스승이 아니다. 단지 가르침을 주었을 뿐. "
선을 그으면서도, 더 관련되기 싫은 듯 강이훈은 천천히 발을 들어올립니다.
그 발이 땅을 찍었을 때.. 거대한 균열과 함께, 공간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습니다.
" ...... 그러니. 다음에 찾을 때에는, 적어도 네 사모師母에게 바칠 꽃이라도 들고오도록 하거라. "
그 균열에서 강렬한 빛이 터져나오고 곧 명진의 시야를 가려냅니다.
....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 시간이 지나고.
명진은 눈을 뜹니다.
명진이 강이훈과 처음 만났던, 그리고 두 사람이 약속하였던 그 장소에서 말입니다.
익숙한 무덤 위에는 언제 피어났을지 모를 달맞이꽃 하나가 명진이 나온 방향으로, 단아히 피어나 있었습니다.
' 잘 다녀오세요. '
라고 말하는 듯한, 그 목소리가 어쩐지 들려옵니다.
' 저는 여기에서 기다릴테니. '
' 다음번에도. '
' 다치지 않고 만날 수 있길. '
피어난 꽃과 무덤.
그리고.. 시간들을 두고.
명진은 이제 몸을 돌려야만 합니다.
약속을 지킬 때가 되었습니다.
*
"그럼에도 저한테 은혜를 내려주신 분이라는 건 변하지 않습니다."
그 후 나를 감쌌던 세계는 마치 알처럼 깨지며 서서히 사라져가 현실로 돌아왔다.
처음 스승님을 만났을 떄의 달맞이꽃 한 송이가 있는 무덤.
내 귓가에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에 눈을 감는다.
이것은 그저 착각일까?
아니면 지켜봐주시는 분이 계신걸까?
그저 격투가일 뿐인 나는 확실히 알 수 없었다.
허나 이것만은 단언할 수 있다.
"반드시 돌아오겠습니다."
어디선가 존재할 사모님에게 인사를 드린다.
"반드시...지켜보이겠습니다."
바로 눈앞에 있는 달맞이꽃을 향해 맹세한다.
이 이상 부조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모든 것을 걸겠다고.
그렇게 나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다시 울산으로 향했다.
#철벽 이수한의 집으로 향한다. 필요하다면 의념을 써서라도.
*
망념을 7 소모합니다.
이수한의 집에는, 아쉽게도 이수한 본인은 없었습니다.
단지 작은 쪽지 하나가 명진 정도의 키가 아니면 찾기 어려울 법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쪽지에는 짧은 약도와 '정보를 얻을 것'이라는 문장이 적혀 있습니다.
양동 작전이군요!
*
그렇게 울산에 있는 수한 씨의 집에 찾아갔으나.
그 분은 이곳에 안 계셨다.
확실히 준비를 하는 건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으니.
그렇게 무언가를 남겼나 살펴보던 도중 내 키만한 곳에서 한 쪽지를 발견했다.
거기에 적혀있던 것은 정보를 얻어야 한다는 글과 짫은 약도가 표시되어 있었다.
#약도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본다.
*
기술 '분석'을 사용합니까?
망념이 23 증가합니다.
*
#분석을 사용합니다!
*
여러모로 수련으로 깡통이 되었던 머리가 가동하기 시작합니다!
외곽 쪽에 있는 컨테이너 창고를 가르키는 약도로 보입니다. 명진이 과거, 세윤하를 상대하던 거리에서 크게 멀리 떨어지진 않은 곳으로 보이네요.
다만 약도만을 남겨두었다는 점. 정보를 수색하라고 한 점으로 보아.. 전투는 확실히 존재할 성 싶습니다.
*
"세윤하...."
꽉!
저번에는 내가 미숙했기에 농락을 당했다.
만일 능력치가 내구에 치중되지 않았다면 살아남을 수도 없었겠지.
상대는 주저없이 마을을 파괴할 정도의 쓰레기니까.
하지만...지금은 다르다.
적어도 예전과는 다를 것이다.
그전에 우선 약부터 찾아야겠지만.
#약도를 인벤토리에 넣어둔 후 망념을 이용해 다령 약국으로 이동한다.
*
적당히 걸음을 걸어 명진은 다령 약국으로 이동합니다.
여전히, 꽤 뇌쇄적인 외견이 인상적인 약사가 눈에 들어옵니다. 어깨를 타고 내려가는 듯한 옷끈과, 그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친 듯한 가운은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 늦었네. "
그녀는 태식을 바라보며 가볍게 손을 튕깁니다.
" 꽤 많이. 이정도면 약값 더 받아야 하는 거 아냐? "
*
"아...시간이 그렇게나 흐른건가요?"
스승님이 만든 균열에 있을 무렵 오로지 의념만으로 생명을 유지하며 수련에 집중했으니.
시간관념이 여러모로 애매했다.
그렇게 너무 흘러내린 옷과 늦게 왔다는 부끄러움 때문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자세한 사정을 이야기 하긴 힘들지만...최근 시간의 흐름이 다른 곳에 있어야 했기에 늦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
*
" 귀엽네. "
피식 웃으며 그녀는 옷매무새를 고칩니다.
" 약은 완성됐어. 좀 맛은 더럽긴 해도. 효과는 괜찮을 거야. "
▶ 미홍단微紅丹 ◀ * 3
도가의 특별한 제작법과 지식이 함유되어 제작된 아주 작은 크기의 캡슐. 입 안에 넣은 채로 볼깨에 넣어두면 큰 이물감 없이 생활할 수 있다. 순간적으로 사용자의 재생력을 가속하여 회복력을 극대화시킨다.
▶ 숙련 소모 아이템
▶ 쉽게 사용 가능하다! - 전투 중에도 사용할 수 있다. 사용 시 턴을 소모하지 않는다.
▶ 몸에 활력이 터져나온다! - 두 턴간 치료(C)에 해당하는 효과가 발동된다. 골절계 디버프가 존재하는 경우 C랭크 미만의 디버프는 즉시 치료된다.
▶ 활력단活力丹 ◀
도가의 특별한 제작법과 지식이 함유되어 제작된 작은 병에 담겨있는 액체. 몸에 붓는 것으로 그 효과가 발생한다. 특별한 약재들을 사용하여 전투 중에는 효과를 보기 어렵지만, 휴식을 취하는 상황에서 신체의 회복력과 활력을 극대화시킨다.
▶ 숙련 소모 아이템
▶ 지정된 처방에 따라 사용하세요 - 비전투 상황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 기운팔팔 건강팔팔!! - 사용 시 치료(B), 수술(D)에 해당하는 효과를 지닌다. C랭크 미만의 신체에 적용되는 디버프의 경우 즉시 치료된다.
▶ 근데 힘을 땡겨 쓴 것 같아요 - 사용 시 망념이 최소 1에서 최대 30까지 랜덤하게 증가한다.
아이템을 획득합니다!
*
"저..크흠,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과하기 이전에 오랜만에 여자를 (특히 너무 무방비한) 봐서 그런지 긴장이 잘 풀리지 않았다.
그래도 약을 봐보니 전문가는 아니지만 효과가 무척이나 좋아보였다.
"앞으로도 자주 이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꼭 다시 오도록 할게요."
이번엔 감사의 마음을 담아 고개를 숙인다.
#
*
그녀는 나른한 표정으로 손짓합니다.
" 응. 잘 다녀와. 다른 손님도 데려와주면 좋고.. "
*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인사를 마치자 마자 난 즉시 약도를 통해 조사한 장소로 이동한다.
*
지금 시간은 '낮'입니다.
정말로 바로 이동하나요?
*
#그럼 취소를 하고, 코인을 통해 헛소리 오뚝이를 사봅니다.
*
강산주가 고통받는 소리가 여기까지 울리는 듯 하군요.
구매합니다!
*
코인 15소모
헛소리 오뚝이를 발동해 어떤 말을 내뱉는지 들어본다.
#
*
헛소리 오뚝이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습니다.
바닥에 내려진 오뚝이가 거칠게 좌우로 움직이더니, 곧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뜨며 짧고, 거친 진동으로 몸을 흔들어댑니다.
- 온다! 오는구나! 그가 온다!
- 인간성을 상실한 왕, 그의 수 모를 기사 중 하나가 틈을 보는구나!
- 온다! 온다! 기사가 온다!
- 철의 군마를 타고, 활을 쏘며 그 기사가 온다!!
- 북쪽의 땅에서.. 기사가 내려온다!!!!
그 말을 내뱉은 오뚝이는 그대로 힘을 잃은 듯, 푹 고꾸라지며 반으로 뚝 부러집니다.
.. 기괴하네요.
*
인간성을 상실한 왕? 북쪽의 땅에서 기사?
일단 나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나 싶었더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지금 당장으로서는 크게 도움이 되는 정보는 아닌 것 같았다.
나중에 참고해야할지도 모르지만.
#오뚝이를 치운 후 약도에 표시된 장소를 제외한 참사가 벌어졌던 달동네로 이동해본다.
*
시간이 지나며, 날은 점점 어둑히 지나가기만 합니다.
분명 달동네의 분위기는 조용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덕인지 많은 곳이 고쳐진 듯 보이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으니까요.
그런 명진의 눈에는 먼 곳에서 달동네의 계단에 앉은 채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니. 하나는 다른 이야기였군요. 바라보다기보단.. 기도를 올리고 있음이 맞을 겁니다.
" 자애로우신 우리의 아버지. 오늘도 자비와 안녕으로 하여금 이들을 돌보시옵고.... "
그 날의 모습처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듯.
사제는 기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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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코인샵 물품들은 보이거나 특별반 외의 인원들에겐 사용되지 않음.
*
비록 잃은 목숨은 돌아오지 못했지만.
건물 만큼은 생명이 없으니 오히려 수복이 되고 있었다.
그렇기에 생명은 고귀하지만...한 편으로는 씁쓸한 현실에 한숨을 쉬던 도중.
저 먼곳에서 누군가가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 자세와 중얼거리는 듯한 모습을 보면 기도하는 것 같은데....
"저건...사제님?"
그때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사람들을 구하려 했던 그 사제님이셨다.
혹 지금은 괜찮으시나 걱정이 됐던 나는 사제님의 근처에 다가갔고 그 분이 기도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
*
명진은 그 모습을 가만히 기다리기로 합니다.
사람의 마음이라면, 욕심이 있다면 자신의 안위를 위한 기도도 존재할 수 있을텐데도 사제의 기도에는 조금도 자신의 안위를 위한 내용이 없었습니다.
단지 많은 내용이 오늘 내가 만나지 못한 약자들을 위해서, 내일 내가 만날 약자들을 위해서, 앞으로 내가 닿을 이들을 위해서, 그럼에도 구하지 못할 이들을 위한 기도가 이어집니다.
" 그러니 기도합니다. 비록 닿지 못할 바람이라 하더라도 나로 하여금 주의 불길이 모두에게 퍼질 수 있게 하소서. 아멘. "
그는 기도를 마치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더러워진 옷을 털어내면서 고개를 돌리고, 그 시선이 명진에게 닿았을 때. 그는 반가운 사람을 만난 듯 웃음을 짓습니다.
" 명진 씨군요. 오랜만입니다. "
나긋한 목소리이지만 의념 각성자인 명진이 못 들을 목소리는 아닙니다. 그는 느린 걸음에서, 조금 빠른 걸음으로 명진에게 다가옵니다.
" 많이 바뀌셨군요. 분위기도, 육체도. 더욱 강성해지신 듯 합니다. "
*
어떻게 저렇게 까지 기도할 수 있을까.
난 사제님을 보고 생각을 해본다.
기도를 한다면 적어도 자신을 위해서 할 수도 있을 법한데.
저 분은 그러지 않았다.
자신을 위한 것이 한 줌도 없이 오직 다른 이들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내가 성직자는 아닐 지 언정 저러한 자세야말로 옳은 사제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되었다.
하기야 저렇게 까지 신앙심이 깊지 않으면 그때 그 모습이 나타날 일도 없겠지?
그렇게 기다리던 와중 마침내 기도가 끝나고 사제님은 이런 나라도 반겨주었다.
"네, 사제님 오랜만입니다."
체감시간으로만 생각해보면 애매한 말이긴 하나.
시간적으로 따져보면 딱히 이상한 말도 아니었다.
"바뀌었다라...사제님께서 그렇게 느껴주신다니 영광입니다. 사제님 또한 여전히 이타적이신 것 같습니다."
#
*
" 이타적이라.. 어떻게 사람이 이타적이기만 하겠습니까. "
사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를 짓습니다.
타인에게 이타적이라는 말은 별로 칭찬이 아닐 수도 있으니. 앞으론 조심하면 좋을 것 같군요!
" 그 일이 있은 후. 교회와 여러 곳에서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지금은 많은 곳들이 고쳐지고, 바뀌었지요. 이것도 모두. 아버지 주님의 덕입니다. "
사제는 바뀐 풍경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빙그레 미소짓습니다.
" .....그런데. 그것만이 목적이 아니신 듯 하군요. 무엇을 찾아 오셨습니까? "
*
음, 너무 어설프게 칭찬을 할려는 건 좋지 않았나.
사제님께서는 괜찮아보이지만 앞으로는 좀 더 말에 신경써야 겠다.
"그렇군요...혹 제가 조금이라도 도울 일이 있나 싶어 찾아왔지만 다른 분들이 계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사실상...내가 그 여자의 스위치를 막지 못한 게 원인이기도 하니까.
어떻게든 책임을 져야했다.
"그 밖에는...해야할 것과 봐야할 것을 찾기 위해 왔다고 해야할까요."
정말로 죄송스러운 일이지만...아무리 그래도 그 조직에 관해 함부로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
*
" 그렇습니까. "
사제는 어려 감정이 스쳐가는 듯한 표정으로 명진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 무엇이 있든 주께서 명진 씨를 돌보실 것입니다. 저도 기도하겠습니다. "
성법 - 그리스도
행운 기도 버프를 받았습니다! 다섯 턴간 판정에 '작은 행운'이 추가됩니다!
*
"자세한 사정을 말씀드리지 못해 정말로 죄송합니다."
이런 나를 이해해주실려던 사제님에게 최소한의 사죄를 하며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이런 저를 위해 기도를 해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또한 감사의 마음을 담았다.
"반드시 사제님의 그 마음이 헛되이지 않게 하겠습니다."
그렇게 사제님에게 인사를 드리고 달동네를 돌아본다.
#
*
사제와 헤어진 명진은 달동네를 돌아봅니다.
특별한 것이 없고, 조금 더 깨끗해졌긴 하지만 여전히 사람의 손길과는 멀어진 곳입니다.
그리고, 그 외에 특별한 이벤트는 발동하지 않을 겁니다.
*
#지금 시간대는 어느 정도일까요?
*
막 해가 지고, 슬슬 어둑해지기 시작했습니다.
*
"후우...."
슬슬 저녁인가.
그렇다면...약도에 있던 그곳으로 가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달동네에는 이 이상 내가 도울 것도 조사할 것도 없으니까 말이다.
만약 전투가 벌어진다면...전력을 다해봐야겠지.
#약도에서 보았던 장소로 조심스럽게 이동한다.
*
이동합니다.
꽤 떨어진 곳에 덩그러니 세워진 듯한 창고 주위에는 수많은 컨테이너들이 길을 막고 있었습니다.
천천히 움직이며 창고의 입구를 향해 명진은 걸음을 걸어나갑니다.
" 그러니까 그 년이 글쎄.. "
" 어어. 잠깐만. "
걸릴 게 없다는 듯 경비를 서고 있던 이 중 하나는 총을 꺼내어 명진에게 겨눕니다.
" 어이. 덩치. 길 잘못 들었으면 순순히 물러가지? "
" 슨슨희 믈르느즈~~ "
" 에이.. 이 새끼가.. "
두 사람은 명진을 아랑곳않고 말다툼을 벌입니다.
*
얌전히 손을 들어올리고.
상황을 파악해본다.
지금 컨테이나 창고에는 경비가 있다.
허나 공식적인 경비원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어설펐다.
총으로 먼저 위협하는 것도 수상.
즉...이놈은 그 조직의 일원일 수도 있다.
#지금 두 경비와의 거리는 어느 정도로 차이가 나있나요?
*
이정도 거리라면.. 빠르게 뛰어오르는 것만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상대가 뭐.. 명진과 급이 비슷한 게 아니기도 하니까요.
*
일단 나와 싸웠던 그 여자보다는 훨씬 할만하다.
거리또한 먼저 달려가면...해볼만해.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의념으로 조금 강화한 뒤에 기습한다.
그렇게 판단한 나는 재빨리 의념을 통해 발과 다리를 강화한 후.
앞꿈치를 뒤를 미는 것으로 순간적으로 속력을 내어 기습적으로 두 팔을 이용해 경비원들의 배를 친다.
#망념 10 소모 신속 강화 기습
*
명진은 의념을 운용하고, 그와 동시에 발로 지면을 걷어찹니다.
상대가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 듯 어버버하는 순간 가볍게 뻗은 손으로 명진은 두 사람을 들어올리고, 그대로 바닥에 내칩니다.
" 컥... "
의념 각성자인 듯, 큰 피해까진 아니겠지만 갈비뼈가 부러졌으니 잠깐은 조용할겁니다.
*
상대가 방심까지 해준 덕분에 생각보다 쉽게 기습이 잘됐다.
그 둘이 쓰러진 직후 주변을 둘러보며 인적이 없는 곳을 찾아본다.
#
*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명진은 하늘 높이 퍼지는 총기의 파열음에 급히 고개를 돌립니다.
" 개, 개새끼야.. 넌 죽었어.. "
숨을 객객거리면서도 그는 비웃음을 흘립니다.
곧 창고의 방어병력이 몰려나올겁니다!
*
"x까."
아직 의식이 있는 똘마니에게 마무리 일격을 가해 기절시킨다음.
놈들의 총과 연락수단을 가져간다.
비록 총을 다뤄본 적은 없지만 멀리서 견제하는 데에 나쁘지 않겠지.
#가능한 총과 연락수단을 긴빠이한다.
*
총 외에 별 다른 건 없나.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지금 녀석들이 오고 있다.
발소리만 들어봤을 떄 그 수는 약 수십.
원래라면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내가 숨은 것을 틈타 상대가 증원을 더 부르기라도 한다면 복잡해질 것 같았다.
거기다 내 덩치로는 숨는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터다.
무엇보다, 이런 놈들을 상대로 숨으면 지금까지 수련을 한 의미가 없어질터다.
#정면에서 놈들과 맞서기로 결정한다. 붐 이터가 장착된 손을 돌리고 준비.
*
두득.
두 손을 고차하자 뼈마디가 얽맞는 듯한 느낌이 훅 물려옵니다.
얼핏 감으로 느끼기에도 스물. 다만 경계할 만한 수준은 두 명 정도를 제외한다면 없을 것 같습니다.
각자 손에는 칼과 같은 무기들을 들고, 입구에서부터 천천히 이들이 뛰어나옵니다.
선공권은, 명진에게 주어집니다!
*
간다.
난 경계할만 한 두 명을 기준으로 다시 한 번 다리와 앞꿈치를 의념으로 강화한 채.
저 앞으로 달려나갔다.
한 번
두 번
세 번
힘을 쓸데 없이 낭비하지 않고 한 발 한 발마다 힘을 집중시켜 적의 무리에 다가간 순간.
내 자신의 다리를 채찍으로 휘두르며 긴 리치를 이용해 가장 앞에 있는 적들의 다리를 무너트리는 것을 시도했다.
#신체 10 신속 10 강화 긴 다리를 이용해 범위가 넓은 로우킥 사용
*
조금. 어울리지는 않는 묘사입니다.
물론 아직 자신에게 맞는 격투술이라는 데에 감이 잡히지 않을 수 있으니! 캡틴이 조금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가오는 적들의 속도, 긴장감.
그런 것들이 적당히 명진에게 느껴집니다. 덩달아 긴장해서는 아닙니다.
죽일 것인지. 아니면 적당히 다치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한 생각이었으니까요.
" 죽어!!!!! "
여러모로 익숙한 대사입니다. 왈패들은 어디 아카데미에서 대사라도 배우고 오는 걸까요.
뭐 그런 시덥잖은 생각을 하면서도 명진은 가볍게 손을 들어올립니다.
턱.
상대가 인식하기도 전. 그 어깨에 손을 올립니다.
그 상대가 인식하려 하였을 즈음.
우드드드드득,
뼈를 갈아넣는 듯한 소리와 함께 공포스런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사람 하나를, 한 손으로. 그것도 어깨를 붙잡고 간단히 들어버린다는 것은 썩 쉬워보이는 풍경은 아니었으니까요.
아마 이 뒤는 더 재밌을 겁니다.
명진은 웃으면서 상대를 내던집니다.
무게와, 가속도가 붙어 엄청난 속도로 내던져진 그의 몸을 향해 내달립니다.
무리에 왈패가 부딪히는 순간 강화된 신체와 신속의 보조를 받은 명진은 그대로 손을 뻗습니다.
콰앙!!!!!!!!!!!!!!!
그리고 그 유래없을 폭력은 간단하면서도, 명쾌하게 적의 진을 박살내버립니다!
그 간단한 일격에도 꽤 많은 수의 이들이 전투 불능이 되었습니다.
" .... 뭐냐. 너. "
그런 명진을 보면서 누군가가 물어옵니다.
꽤 높은 자리에 있는 듯, 이들의 진형에 맨 뒤에 있던 그는. 명진이 한 짓을 보면서도 썩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 누가 보냈냐. 아니. 가디언인가? "
*
설마 이 정도로 성장했을 줄이야.
물론 상대가 기존의 나보다 약하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예전에 비해서 더 효율적으로 무언가를 부수기 위해 몸이 움직여졌다.
지금까지 수련을 한 것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중에서 직위가 높은 듯한 누군가가 나를 보며 질문했다.
"니애비."
#의념 20소모 드루와! 를 발동해 적을 도발한다.
*
" 어. 우리 애비는 20년 전쯤 뒤졌지. "
그는 피식 웃으면서 명진을 바라봅니다.
" 니애미 못 잡고 가셔서 서운하시다더라. 왜? 아주 효자라 어머니 복수라도 하러 왔나? "
아앗.. 앗... 앗....
캡틴은 참치어장의 수위기준을 존중합니다......
*
도발은 통하지 않나.
이 이상 수위를 높으면 여러모로 좋지 않으니..
재빨리 끝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놈에게 다가가 맞아도 즉사를 하지 않지만.
그래도 무력화를 할 수 있는 약점을 기준으로 공격을 재시도한다.
#신속 10 강화!
*
발에 힘껏 들어간 힘을 느끼면서, 명진은 그대로 땅을 박찹니다.
몸에 저항감이 느껴질 법한 속도이지만 상대는 꽤 느리더라도, 자신의 무기인 듯한 봉을 꺼내듭니다.
쾅!!!!!
" 윽.. "
고통에 한 걸음 물러나긴 하지만, 쓰러지진 않습니다.
아무래도 이쪽이 책임자에 가까운 듯. 실력이 꽤나 있어봅니다.
튕겨내기
그대로 봉을 짧게 당기더니 한 번 쳐내는 것으로 거리를 벌린 상대는 짧게 숨을 몰아쉽니다.
" 하. "
그 눈은 명진을 질린다는 것처럼 바라보고 있습니다.
" 괴물새끼냐? "
팔이 저린 듯 봉 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
"하하."
이 정도로 괴물이라니.
지금까지 내가 보고 싸워왔던 존재들과 비교하면 부끄러울 따름인데 말이다.
특히 세윤하...그 여자만은 반드시 넘어야만 한다.
그걸 위한 첫 번째 상대는 저 녀석이고 말이다.
"사람새끼지."
이번엔 정면으로 돌파 하지 않은 채 타이밍을 섞어 좌우로 움직이며 상대에게 다가가고.
가까이 간 순간 붐 이터를 써 원래 사거리보다 조금 넓게 피해를 준다.
# 잇츠 부우움!!! - 망념을 10을 소모해서 터트린다.
*
괜히 움직임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고수간의 싸움에서는 쓸모가 없습니다. 기억을 되짚어봅시다.
행동에 페이크를 넣는다고 해서 강이훈이 명진의 공격을 받아주던가요? 오히려 산만하다며 명진에게 핀찬을 주었을 뿐입니다.
그렇습니다! 명진은 우직하고, 또한 굳건한 방식으로 싸움을 걸어야 합니다. 쉽게 무너지지 않고, 피해는 누적을 피하는 방식으로 차분하게!
콰아앙!!!!
무기에서 터져나온 폭발에 휘말리면서도 상대는 침착하게 명진을 바라봅니다.
피해에 휩쓸리기보단 짧은 전투의 다음을 본다. 그리고 그 뒤 이어진 행동은.
촤악!!!
불꽃을 뚫고, 봉이 명진의 팔을 강타합니다.
선명한 타격음과 함께 또다시 한 번의 매질이 명진의 팔을 강타합니다.
" 사람새끼 치곤. "
튕겨내기
쾅!!!
" 움직임이 단조로워서. "
그는 숨을 내쉬면서 봉을 든 손목을 돌립니다.
*
"그런가."
난 약자다.
상대가 나보다 약하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잘못 된 것은 버려야 한다.
우직하게, 굳건하게 가자.
#신체 10 강화 신속 10 강화 이번에 봉이 오는 순간 몸 전체를 이용해 봉을 잡는 것을 시도한다.
- -5- 이상한 약
- 더 깊이.
명진은 한 걸음을 찔러넣습니다.
날아드는 봉이 정확히 자신의 목을 노리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명진도 상대도 집중력이 극에 달할 수밖에 없을테니까요.
내어줍니다.
쾅!!!
" 잡았... "
약점 보호
정확히 약점에 명중했음에도 아무 피해도 없어보이는 명진을 두고 상대는 적지 않게 당황한 표정입니다.
드디어, 봉을 잡을 수 있었군요. 명진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는 것으로 봉을 당기곤, 멀리 내던져버립니다.
누가 보더라도...
확실한 명진의 승리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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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 보호가 있어서 다행이다.
만약 아니었다면 꽤 피해를 입었을테니까.
허나, 지금은 아니다.
난 상대가 무기를 잃은 것을 틈타 재빨리 상대를 힘으로 제압한다.
#신속 10 강화 틈이 있을 떄 상대를 제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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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주먹을 휘둘러 명진은 그를 쳐버립니다.
간단하리만치 날아가, 벽에 쳐박힌 적의 몸이 축 늘어집니다. 기절한 듯 보이는군요!
이제 안으로 들어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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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 무기가 없으면 무력한 편인가?
하기야 그런 게 없이 강했다면 난 고전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쓰러진 녀석에게 다가가 청해와 관련된 물품이 있는 지 몸을 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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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을 뒤져보지만.. 딱히 무언가 나오는 건 없습니다.
아니 상식적으로 무기를 주력으로 쓰는 의념 각성자가 무기 없어도 강하다! 고 보긴 힘들죠. 물론 레벨이 높아질수록 무기가 없어도 다양한 기술들로 보조하거나 하긴 하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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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된 단서는 없는건가.
적어도 바로 깨어날 것 같지는 않으니 이대로 잡고 가야겠다.
그리고 도움 요청...빨리 청해와 관련된 단서를 찾아보고 도우러 가야겠다.
#쓰러진 간부를 들쳐매고는 그대로 들어갈 수 있는 컨테이너 혹은 사무실 같은 곳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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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은 그를 들춰맨 체 컨테이너 안을 뒤집니다.
가끔 숨어있던 범죄자들이 얼굴을 까꿍 하고 내밀긴 했지만, 가을 모기 잡는 우리들처럼 깜짝 놀란 풀스윙에 모두 수색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주었습니다.
곧... 컨테이너 안쪽을 뒤질 쯔음...
알 수 없는 주사기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안에는 새하얀 무언가가 천천히 찰랑되고 줄어드는 듯한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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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숨어있는 녀석들이 나오긴 했으나.
내가 싸웠던 녀석들과 비슷하거나 아니면 약한 편이어서 그런지 팔을 휘둘러주면 금방 제압이 가능했다.
문제는 이 녀석과 똑같은 간부가 나오는 것이지만...아직 녀석은 깨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컨테이너 안을 조사해본 결과.
수상한 액체가 들어있는 약을 발견했다.
'이건....'
필히 중요한 단서일거라고 생각된 나는 만일을 위해 주사기를 인벤토리 안에 넣는다.
이게 바로 수한 씨가 알려주신 단서인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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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PC - 01* ◀
특수한 약물들을 뒤섞어 만들어진 듯 보이는 제조약품. 어떤 효과가 존재하는지는 특별한 감정이 이뤄지기 전까진 알 수 없다.
▶ ??? 아이템
▶ ??? - 사용 시 '???'를 획득한다.
... 이게 뭐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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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수한 씨와 상의를 한다음에 쓰던 버리든 해야할 것 같았다.
이것 외에도 서류나 혹은 청해와 관련된 정보가 있는지 컨테이너 안을 조사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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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명진이의 특성이나 지식으론 해석할 수 없습니다.
아니... 그냥 전문용어 투성이 수준이 아니라 우리 기준으로 보면 중세 라틴어로 써놓은 연구 논문 수준일겁니다.
해석이 안 돼요.... 언어학자 데려오라 이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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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
라틴어인지 뭔지 요상한 글자들로 써져있어서 제대로 읽을 수가 없다.
이게 뭔 만화에 나오는 꼬부랑 글씨도 아니고.
그래도 이런 거라도 자료는 자료일테니 가져가자.
혹시 모르지 않나. 수한 씨라면 읽을 수 있을지.
아니면 해석을 할 수 있을 지인이라도 있을 지 모른다.
#서류들을 일단 가져갈 수 있는 만큼 인벤토리에 넣은 후 그 밖에 조사할 게 더 있나 주변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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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를 인벤토리에 쑤셔넣습니다.
외에는.. 딱히 찾을 수 있는 게 없어보이는군요!
" ... 으음.. "
쓰러졌던 길막몹이 깨어나려 합니다!
이름이 있지 않냐고요? 물어보질 않았으니까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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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외에 얻을 만한 건 없군.
나머지는....
"이봐."
나는 놈이 허튼 짓을 못하게 몸을 구속한다.
"지금 부터 내가 하는 질문에 대답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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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덜 깬 것 같네요.
아침인사(물리)를 좀 해주도록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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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한 손으로 놈의 입을 막고.
#나머지 한 손가락으로 갈비뼈를 집중적으로 눌러 통증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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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어 일어났군요! 잘 잔 모양입니다!
고통에 찬 표정으로 명진을 바라보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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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말한다. 지금 부터 내가 하는 질문에 대답해라."
"만약 여기서 소리를 지르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순간."
놈의 사타쿠니에 손을 대고 힘을 줄 준비를 한다.
"남자로 살고 싶다면 똑바로 해야할거다."
"응한다면 오른쪽 눈을 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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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흐흐흐흐.... "
그는 재밌는 소릴 한다는 듯 명진을 바라봅니다.
" 하던지. 근데, 그럼 내가 순순히 말할 것 같냐? "
아마도, 고통에 차 소릴 지르고 발광을 한다면.. 원하는걸 얻긴 더 힘들어질겁니다.
이놈.. 똑똑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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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는 미소를 지었다.
"1세대 상대로도 그렇게 말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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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X신아. 1세대가 벼슬이냐? "
오히려 편하다는 듯, 다리를 쭉 뻗으며 명진을 바라봅니다.
" 형님들 중에 1세대 분들이 없을 것 같냐? 1세대 얘길 해대는 걸 보니 극륜이나 동파 놈들 같은데... "
살짝 거들먹거리는 태도로, 그는 고개를 움직입니다.
" 니가 그 분들 상대로 뭐라도 될... "
쾅!!!
명진은 급히 거리를 벌리며 막아내기 위해 몸을 웅크립니다.
커다란 폭발과 함께, 주절거리던 녀석의 상반신이 날아간 모습은.. 썩 맘에 드는 풍경은 아닌 듯 했습니다.
" 죽을 거면 조용히 뒤질 것이지. 끝가지 거들먹대는군. "
꽤 냉혹한 표정으로 총을 쏜다. 그것도 자신의 부하를.
명진의 등줄기가 어쩐지 서늘하게 떨려옵니다.
" 미안하네. 부하 관리가 잘 되지 못해서 말야. "
그는 구둣발로 땅을 가볍게 차면서 명진을 바라봅니다.
" 그건 그렇고. 꽤 재미난 짓을 해준 듯 싶군. 실험품. 그쪽이 가져갔나? "
*
커다란 폭발?
갑작스러운 공격에 대피를 했으나 결국 놈을 놓치며 죽게 내버려두고 말았다.
정보를 얻을 기회였지만....
역으로 더 높은 사람을 부른 것 같다.
"저쪽이 자초한거지 미안할게 뭐가 있겠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상대를 살펴본다.
아마 형님이라고 할 정도니 실력은 아까 전 녀석보다 위인건 확실할 터.
거리를 내어주면 내가 일방적으로 당할 게 분명했다.
"내가 안 가져갔다고 하면?"
#
*
" 이 곳에 침입한 사람이 딱 한사람 뿐인데. 그 말을 믿을리가 있겠나. "
그의 눈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죽어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입꼬리는 반응적으로 움직이면서도 눈은 무언가를 쫓아가기만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니까요.
슬쩍 명진은 상대를 살펴봅니다. 풍겨오는 기운은.. 얼핏 살피기에도, 명진보다 3레벨 정도 차이가 납니다. 물론, 낮은 쪽은 명진일겁니다.
침이 삼켜집니다. 아마도, 이 정도 급의 인물이 이걸 담당하고 있단 말은.......
아무래도, 명진이 가지고 간 그 주사기는 상당한 가치의 무언가가 맞는 듯 싶군요.
*
"하기야 믿는 사람이."
신속을 강화하여 재빨리 품 속에 파고들어가 공격한다.
"바보지!"
#신속 강화 50 품에 들어가 기습을 건다.
*
명진은 몸을 숙여 한 다리에 힘을 준 채로 발을 내딛습니다.
탕 -
그러나, 그 움직임을 예상한 듯 정확히 명진의 발에 꽂힌 한 발의 총알은 그대로 땅에 굳건히 박힌 듯 명진의 움직임을 구속합니다.
마치.. 무언가에 고정된 듯, 움직임이 고정된 기분입니다.
" 당연한 이야기이지. 상대가 순순히 말해준다고, 기습이 항상 통하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네. "
한 손에 든 총을 무심히 털어낸 남자는 상자 하나를 끌어와 앉으며 묻습니다.
" 누가 시켰나. 순순히 말하면. "
툭, 툭,
가볍게 총을 무릎에 치면서 그는 명진에게 물어옵니다.
" 적어도 살아는 있도록 해주지. "
*
"크윽...."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단순히 발이 다쳐서도, 그렇다고 해서 공포심으로 인한 것도 더더욱 아니다.
그저 고정이 된 것이다.
마치 무언가에 옮매인 것처럼.
"하하."
그러니 자포자기했다.
"좆까."
여길 잠시 벗어날테니까.
#미니 카지노 발동
*
미니 카지노로 이동합니다!
생각을 정리할 틈은 있겠지만.. 적어도 몇 가지는 확실한 것 같군요.
상대는 세윤하처럼, 움직임을 구속하고 막아내는 타입입니다.
즉, 명진처럼 몸을 이용해 움직임으로써 적을 공격하는 타입과는 크게 상성이라는 말이 되죠.
자... 이제 고민을 해봐야 할 시간입니다.
이대로 나갈 겁니까? 아니면..
온 김에 카지노라도 즐길겁니까?
*
"후우."
어떻게든 자리를 벗어났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놈은 세윤하와 비슷하다.
전투방식 자체가.
그러니 이건 기회였다.
내가 상대해본 결과, 긴 전투는 아니었으나.
적어도 세윤하보다 강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보다 약하면 약해보였지.
만약 저 놈을 쓰러트릴 수 있다면...나는 세윤하에게 다시 도전할 자격을 얻는거니까.
그 전에...카지노에 온 김에 뭔가를 얻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 그 꽃에 전하다 ◀를 카지노 칩으로 환전.
- 도박묵시록 명진
- 카지노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300,000GP 어치의 칩으로 교환할 수 있습니다. 단, 이 칩은 도박을 통해 돈을 얻지 않는 한.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단 점을 기억합시다.
얼마 어치의 칩으로, 어떻게 교환할까요?
단위는 1000, 10000, 100000 단위로 교환할 수 있습니다.
*
#일단 10000 단위로 30만 gp 그대로 환전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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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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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블랙잭 테이블로 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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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잭 테이블로 이동합니다!
조금.. 특이한 사람들이 블랙잭을 하고 있네요.
척 보기에도 위협적인 근육이 불끈거리는, 흑색 피부가 인상깊은 여성과 입에 카드를 문 채로.. 도박을 하는.. 슬라임? 비스무리한? 사람이 있습니다.
정말 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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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가보니까 특이한 사람들? 이 모여 있었다.
한 명은 확실히 인간처럼 보이기는 하는 데.
또 한 명은...슬라임? 게이트에서 살법한 사람과 같이 하고 있었으니.
'그냥 조금만 하다가 이상하다 싶으면 떠날까.'
그래도 기왕 왔으니 조금은 해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입을 열었다.
"실례합니다. 자리가 있다면 저도 끼어도 될련지요."
#끼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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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같이 할 사람이 느는 것은 아주 기쁜 일이죠.
가볍게 꾸물거리던 슬라임이 명진에게 염파를 보내옵니다.
뭐야 저거 무서워...
- 자자 앉읍시다. 우리들도 둘이서 게임을 해야하나 고민하던 차이니. 사람이 하나 늘어도 괜찮겠지요? 아가씨?
슬라임의 염파에 패를 들고 있던 여성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끼어도 상관 없단 말 정도로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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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감사합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다행히 둘 다 허락한 것 같으니 이제 패를 잡을 차례다.
과연 얼마나 벌고 잃을까.
일단 싸우기 전에 머리부터 비워보자.
#블랙잭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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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확률은 24.9%
패배 확률은 75.1%입니다.
얼마를 걸고 진행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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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가볍게 20000gp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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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습니다!
두 사람은 말없이 패를 확인하고, 게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돈 그자체가 목적인 사람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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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지금 건 승률이 적었나.
어차피 시험삼아 건 돈이니 분한 마음은 없었다.
앞으로 두 번만 더 하자.
#한 번 더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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