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 레스가 통합됩니다!
주위 풍경을 둘러보았을 때 처음 알 수 있는 것은 '숲이다' 라는 단어가 어울릴 만큼 울창한 나무들입니다. 수많은 나무와 꽃들이 하늘을 향해 팔을 뻗은 채 바람에 타고 흔들거리며 춤을 추고 있었으니까요.
몇몇 나무들은 나른하다는 듯 살짝 기울어 빛을 받기도 하였고 새들을 팔에 얹은 채 같이 놀아주는 나무들이 눈에 보이곤 했습니다.
" 새.. 사람.. 이다.. "
그 중, 소나무를 닮은 듯 보이지만 덩쿨을 가득 휘감은 나무가 나뭇잎을 흔들어 인사합니다.
" 안.. 녕.. "
나무의 가치에는 샛노란 열매가 한가득 맺여있습니다.
" 열.. 매.. 살래..? "
호흡하기 좋은 곳일까. 소년은, 매끄럽게 웃으면서 숲을 바라보았습니다. 나무와 꽃이 살랑거리는 녹음의 풍경. 그게 마음에 들었는지 소년의 미소는 평소보다 부드러운 편이었습니다. 생글생글 웃으며 안전히 확보된다면 가끔씩 놀러오고 싶을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소나무가 인사하는 풍경도 무척, 동화같아서 기뻤습니다.
소나무가 제안하는 거래에는 흥미 있었습니다만.. 소년은 웃으며 인사를 받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름 모를 나무씨."
소년은 그에 맞춰 살랑살랑 손을 흔들었습니다.
"죄송하네요. 그 열매는 무척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저희가 드릴 게 없어서 그 열매는 살 수 없겠어요."
정말로 미안하다는 듯 소년은 살짝 고개를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슬며시 눈을 돌렸습니다. 그러고보면, 이런 숲에는ㅡ
정령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일단 나무씨에게 대응하며 주변을 살펴봅니다(가능하다면 정령안을 사용합니다)
파필리오는 천천히 눈을 감습니다.
말 그대로, 정령을 본다는 것은 새로운 눈을 뜨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어느 세계에나. 그 자연의 힘을 머금고 정령은 태어나지만 누구나 그것을 볼 수는 없으니까요.
눈을 뜹니다.
환한 빛처럼, 처음에는 섬망에 의해 제대로 보이지 않던 눈이 보이게 되었을 때. 원래의 눈과는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열매 위로 햇빛 조각을 움직이고 있는 열매의 요정들, 나무의 덩쿨 위에서 미끄럼을 타고 있는 풀의 정령, 하늘 높은 곳에서 제 맘대로 춤을 추는 빛과 불의 정령들, 땅속에서 소곤거리는 물의 정령.
그리고,
" 너... 는... 특별한... 아이구나...... "
이 거대한 나무 역시, 한 명의 정령입니다!
" 신.. 기.. 해.. "
나무는 열매를 하나 똑 떼어 파필리오의 머리에 올려줍니다.
" 먹.. 어.. 맛있.. 어.. "
어쩐지 흐뭇한 미소를 지는 나무와, 수많은 정령들이 곧 다가와 파필리오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장난을 치고 있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차별대우하고있는 나무와, 차별대우 대상자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 꽃..? 보라.. 꽃.. "
나무는 라임의 말에 고민하는 듯, 잎을 천천히 흔듭니다.
" 저기.. 그렌트 나무.. 할아버지가.. 자기.. 몸에.. 그런 꽃이.. 났다고 했어.. 근데.. 할아버지.. 거래.. 좋아해.. 거래 안하면.. 꽃 안줘.. "
나무는 순순히 자신이 아는 것을 말해줍니다!
세계를 남들보다 조금 더 새롭게 인식하게 되는 건 늘 어색하면서 두근거리며, 따뜻하며 어딘가 그립다. 시야가 넓어지며 보이는 귀엽고 밝은 정령들은 항상 심상에 여러 마음이 들게 만든다. 정령들을 본다는 건 그랬다. 적어도 내게는 내가 가진 모든 것들 중 가장 특출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평범한 사람들의 두 배 정도의 수로 친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랬다. 손을 들어 올려 양옆으로 흔들흔들, 살랑살랑 거렸다. 열매의 요정, 풀의 정령, 빛의 정령, 불의 정령, 물의 정령. 지금 자신의 시계에서 노니는 모든 아이들에게 소년은 인사를 건넸다.
눈앞의 커다란 나무씨도 정령이라는 건 조금 놀랐지만, 생각해보면 별로 신기한 일도 아닌 듯 했다. 머리에 올라간 열매를 두 손으로 잡아 내리고 살살 그 표면을 만지작거렸다. 잠깐 말이 안 나왔다. 나는 말을 고르다가, 겨우 내뱉었다.
"아. 감사해요."
내뱉고 생각하니 너무 단촐했다. 아마 지금 내 얼굴은 조금 붉을 듯 했다. 베시시 나오는 웃음을 참지 않고 나무씨를 올려다보았다.
"..다음에 다시 와야겠네요. 영양제는 좋아하시나요?"
개인적으로 게이트에 들어오는 게 가능할지는 모르며, 아마 허락이 내려올 가능성도 적으니 나중에 이 곳으로 오는 의뢰 하나를 챙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느새 주변에 다가와 빙글빙글 장난치는 정령들을 향해 부드럽게 웃어주었다. 괜찮으면 누구 한 아이는 쓰다듬어주고 싶네-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그렌트 할아버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좋은 나무씨네요.”
거래를 좋아하시는 그렌트 할아버지. 지금 가지고 있는 건 없지만 거래란 물물교환만 뜻하는 것이 아니며, 지금 그들이 하고 있는 의뢰 역시 거래의 일종이었으니.. ..어찌 되지 않을까? 막연한 긍정이 솟는다.
그렇게 생각하며 열매를 만지작거렸다.
뭔가 선물로 받은 것이다보니 먹기가 아까웠다. 화분을 사서 심을까?
“음, 그럼. 저희는 그렌트 할아버지께 가보겠습니다. 이야기와.. 열매. 감사해요. 당신과, 여러분과 만나서 기뻤어요.”
#나무씨에게 인사하고 그렌트 나무 할아버지를 찾으러 갑니다! 정령안은 유지합니다!
나무씨와 헤어져 다다른 숲의 안 쪽, 연륜이 깊은 노목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나무는 나긋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그들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소년은 그 늙은 나무에 거리낌 없이, 그러면서도 조심스럽게 다가가 입을 열었습니다.
“실례합니다. 당신이 그렌트 나무 할아버지신가요?”
부드러이 웃어 보인 소년의 눈에는 비단 저 노목만 보이는 게 아니었습니다. 정령들도 보이고 있었죠. 그리고, 방금 나무씨의 일을 생각하면 이 그렌트 나무씨도 정령일 듯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친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라고, 소년은 꽤 동화적인 생각을 했습니다. 현명한 숲의 나무는 여러 이야기의 단골이었던가요?
“할아버님의 열매는 분명 대단할 거라 생각합니다만, 다행스럽게도 저희는 다른 게 필요합니다. 혹시, 할아버님의 가슴팍에 있는 그 보랏빛 꽃을 저희에게 주실 수 있을까요?”
소년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마냥 공짜로 달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야 그럴 수 있으면 저희도 좋겠습니다만, 할아버님께서 ‘거래’를 좋아하신다는 이야기는 들었으니까요. 다만 당장에 저희는 그다지 가진 게 없습니다. 그러니..”
아주 살짝, 소년의 고개가 기울어 졌습니다.
“저희에게 어떠한 의뢰를 해주심은 어떠실까요?”
#
" 흐음... "
그렌트는 푸근한 미소로 셋을 바라보다가 라임의 말에 너털웃음을 짓습니다.
" 하하. 녀석아. 네 생명력을 내가 가져가서 어디 쓰겠느냐. 이 할애비는 곧 자연이 되어 다음 순환을 기다려야 한단다. 그걸 억지로 늘리라니. 이 할애비에게 너무한 게 아니냐? "
그는 장난스럽지만, 꽤 진지하게 답합니다.
" 의뢰.. 의뢰라.. 이 할비가 뭐 너희에게 시킬 것이 무엇이 있겠니. 원하는 것이 있으면 아이들에게 부탁하면 가져다 주는데 말이다. "
나뭇가지가 천천히 흔들리는 것이, 푸근한 할아버지의 느린 움직임 같아 사뭇 신기합니다.
" 단지 이 할애비가 좋아하는 것이 영양제라, 영양제 다섯 개를 주면 이 녀석을 주마. 어떻니? "
어림도 없습니다!
거래를 해라!
소년은 까만 눈으로 고민했다. 그러니까, 그렌트 나무씨는 물물 교환 밖에 안 받는다는 것 같았다. 그러면 소년으로써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 이차적으로 돈이 없었고, 일차적으로 나갈 수 없었다. 그래도 여기서 만들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 정도가 최선이었다.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고민하던 소년은 양해를 구하고 방금 만났던 덩굴나무를 찾아갔다. 가능하면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여유롭고 부드러운 만남을 하고 싶었는데- 아직 먹지 않은 과일이 괜시리 묵직해짐을 느낀 소년은 얕게 한숨을 내쉬고서 정령안을 빛냈다.
"실례할게요, 나무씨!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을까요?"
그리 말하는 소년의 얼굴에는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이 서려있었습니다.
#정령안을 쓰며 착한 덩굴나무씨 찾아가요!
그렌트 나무는 품을 뒤져 무언가를 꺼내줍니다.
▶ 사오토메 식물 영양제 ◀
다양한 방면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사오토메 社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영양제이다.
▶ 일반 소모 아이템
▶ 사용됨 - 이미 사용되어 더이상 사용할 수 없는 아이템입니다.
▶ 인상적인 맛이야 - 우호적인 식물형 NPC에게 사용할 경우 호감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식물형 스테로이드 - 식물 관련 특성이 있을 경우 사용 시 방어력이 증가합니다.
" 이거랑 비슷한 거란다. "
너무...
........현대적이네요.
두 사람이 나무와 떠드는 동안, 파필리오는 덩굴 나무를 다시 찾아갑니다.
덩굴 나무는 햇볕을 밭으며 잠을 자고 있습니다.
"음.."
덩굴나무씨는 자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년은 잘 자고 있는 선량한 나무를 깨울만큼 못된 사람이 아닙니다. 조금 고민하다가, 소년은 다른 방향으로 걸어갑니다. 덩굴나무씨와, 그렌트 할아버님. 이 숲에는 나무 정령이 이미 둘이 있습니다. 더 없으리란 법은 없습니다. 꼭 나무가 아니더라도, 정령들은 있습니다. 그러니.. 소년은 웃음을 지으며 나아갑니다.
"이 곳에 조금..오래 있게 될 것 같네요. 그러니 잘 부탁드려요, 여러분."
정령을 볼 수 있는, 기이하고 기묘하며 신비롭고 상냥한 눈을 빛내며 소년이 근처의 정령에게 말을 겁니다.
자그마하고 귀여운 정령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요? 다만 소년의 선의만은 알아주셨으면 하는데.
이 곳은 밝습니다. 게이트치고 평화롭습니다. 자연은 숨쉬고 손을 뻗으면 닿는 건 햇살과 정령들. 사실 소년은, 다 제쳐두고 영양제를 요구했을 때 다소 정신이 멍해졌습니다만 이제는 괜찮습니다. 세상의 일은 쉬이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걸 소년은 알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쉬운 건 없었습니다. 그건, 분명 소년이 너무나 미약하기 때문이겠죠. 그건 소년에게 있어 매우 당연한 일입니다.
번데기가 되고 싶어.
나비가 되고 싶어.
그렇다면 내일과 역경을 향할 수 밖에 없습니다.
걸음은 가볍습니다. 미소띈 표정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언뜻, 콧노래소리도 들리던가요ㅡ
#정령안을 사용하며 다른 말이 통하는 정령을 찾아봅니다!
눈을 감고, 뜨고. 그 일련의 과정을 통해 파필리오는 다시금 새로운 세계의 눈을 떠냅니다.
그 곳에는 수많은 정령들의 형태가 있었습니다. 아직 어린 나무 정령, 뽈뽈거리며 꽃 정령을 이고 다니는 흙의 정령 등.
.. 그 때. 파필리오의 눈에 띄인 것은 하나였습니다.
숲의 어귀를 달리며, 경쾌한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
- 하↗하→하↘하하↗
바람의 상급 정령입니다.
이야기는 바람을 타고 흐르는 거라고 한다. 그래선지 귓가를 스쳐가는 미풍에 어떤 소리가 들려온 것 같다. 익숙하고 아주 조금 그리운 이름이 간지럽게 귀를 훑고 지나간 것 같았다. 다만 그에 신경쓰지 않고 한 걸음 더 내딛었다. ..바람의 이야기를 떠올려서일까? 유쾌한 콧노래를 부르는 바람의 상급 정령이 보였다. 숲 어귀를 달리는 그에게 곧 바로 말을 걸었다. 거리가 가깝지 않았기에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 바람의 상급 정령의 속력은 분명 나보다 빠를 것이다. 그러니 얼른.
"실례합니다! 그 곳에 계신ㅡ"
다만, 그를 뭐라고 불러야할지 의문이 들었다. 바람의 상급 정령이라고 그대로 불러야 할까. 나는 저들이 자신을 부르는 이름을 모른다. 하지만 고민을 할 시간은 많지 않았고, 그래서 길지 않게 고민은 끝냈다.
"유쾌한 바람에게 질문이 있습니다!"
내 입에서 나온 건 다소 시적인 표현인가?
내게 시의 재능은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던, 가. 있던가.
그런 말을 그가 해주었던가.
허나 생각을 멈추고 바람의 상급 정령에게 다가갔다.
#바람의 상급 정령에게 말을 겁니다.
유쾌한 바람.
그 말을 들은 바람의 상급 정령은 고개를 내려 파필리오를 바라봅니다.
마치, 근원을 내보이는 듯. 그 눈이 파필리오의 깊은 곳을 사정 없이 파해치고, 천천히 끌어올리는 감각이 듭니다.
마른 침을 삼킵니다.
지금까지 만났던 정령들과는 달리, 이 정령은 그렌트 나무와 같은 '상급'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존재입니다.
- 잉태되어 뿌리 내리고, 파종을 이어가는 이여! 나는 바람이다! 흐르는 바람에는 헛된 소문이 이고, 그 속에 진실이 있을 수도 있으니. 나그네여. 그대는 내가 하는 말에서 진실과 거짓을 솎아낼 수 있겠는가!
즉,
계약자가 아닌 파필리오에게 모든 것을 알려줄 수는 없다는 것 같습니다.
"가능하면, 어디로든 향하는 자유의 벗이 되고 싶습니다만, 지금으로써는 힘든 일일테죠. 그러니,"
호흡을 가다듬는다. 여태껏 만난 정령들과 다른, 그렌트 할아버님 수준의 강대한 정령. 그런 존재를 만난다는 건 상당히..속된 말로 기가 빨리는 일이었다. 그렇다 해서 멈춰설 수도 없다. 불렀으니 대답하고ㅡ 웃는다. 괜찮아. 괜찮아. 되내이는 말에 미소가 자리잡는다.
"괜찮습니다. 그러면, 그대에게 묻겠습니다."
미소를 띄고, 웃고,- 그래.
앞에 나비가 있다고 무서워할 건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뭐랄까, 부끄럽게도,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묻고 싶은 게 순식간에 산더미처럼 올라선다. 당신은 무얼 좋아하나요? 아침을 좋아하나요 밤을 좋아하나요? 달려나가는 기분은 어떠신가요. 괜찮으면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시겠어요? ..하지만, 지금 물어야 할 건 한가지니까,
"이 숲의 노목, 그렌트 나무 할아버님과 거래를 하고 싶으나 지금 가진 게 없습니다. 이 숲에서 그 분이 좋아하시는 걸, 알려주시겠습니까?"
#질문합니다.
- 이미 미련을 버린 이에게 남은 것이란 무엇이 있겠는가! 떠날 이가 쥐고자 하는 것에는 삶에 대한 미련이 아닌,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 뿐일진데 그에겐 약속된 이후가 있으니 그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가 원한 것만이 그가 바라는 것일진데, 그에게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바람의 상급 정령의 말을 해석해보자면, 이런 의미가 됩니다.
' 그 영감 곧 늙어 죽을 사람이라. 필요한 게 아니라 자기가 못한 게 아쉬울 영감인데 오늘내일 해도 다음 생이 있는 영감이 뭘 바라겠어? 그런데 뭘 얻으려고 하는 거야? '
바람의 상급 정령의 제안에 대해 다른 이들에게 연락을 건넨 소년은, 잠시 생각했답니다. 저 높은 바람은 다른 곳에 있는 보랏빛 꽃을 아는 것일까? 하고 말이에요. 하지만 나비는 다른 선택지는 염두에 두지 않았답니다. 지금 부탁을 들어주는 게 좋아 보였으니까요. 응. 응. 홀로 고개를 끄덕인 나비는 빙그레 웃어보였습니다.
"바람께서 한 제안은 참으로 기쁩니다만... 바람께서 원하시는 대가가 저희의 능력 밖의 일이라면 실망시켜드릴 수 있으니, 바라시는 대가를 먼저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물어보았습니다.
무작정 하겠다고 하기 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인지 확인하는 게 좋죠!
#대가를 확인합니다
그는 천천히 손을 뻗어 파필리오의 심장을 가리킵니다.
심장, 그 의미를 생각했을 때 파필리오는 알 수 없는 감정에 지팡이를 꾹 쥐어버립니다. 설마 인신공양을 말하나? 하고 고민하면서요.
하지만 그런 고민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바람의 정령은 호탕한 웃음을 터트립니다. 숲 전체가 거대한 바람에 의해 떨리는 모습은 신비롭고, 위협적이지만, 파필리오를 해칠 의도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 파종하는 자여! 내가 바라는 것은 그대의 원천이다. 그대가 나아가고자 하는 힘. 그 힘의 일부를 내가 취하고자 하니! 그 대가를 치루겠는가!
그는 파필리오가 방출하는 의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요구치는 망념을 기준으로.. 220 정도가 되겠네요.
아주 잠깐, 정령에게 있어 심장이란 어떤 의미일지 고민한 소년입니다만, 금방 호탕하고 유쾌한 바람에 안도를 내비칩니다. 소년은 웃는 낯으로 선선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음, 그런 것이라면 괜찮겠네요."
소년의 긍정은 꽤 가벼웠습니다. 지금 망념이 약간 차오른 상태이긴 합니다만, 여유는 상당량 남아있고 잔여 망념도 가득 차있습니다. 유사시를 대비한 중화제를 포함하면, 300을 좀 넘어서 까지 끌어올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습니다. 할 만큼 하는 게 좋겠죠.
"그럼, 그 곳에서 잠시만 가만히 계셔주세요."
심호흡을 한 소년이 입가에 상냥한 미소를 띄운 채 의념을 끌어올립니다.
소년의 의념 속성은 '우화' 나비가 되고 싶으신가요?
#혹시 모르니 살짝 더해서, 230 만큼의 망념을 채워서 바람의 정념에게 의념을 보냅니다(잔여망념 -100 모두 사용)
파필리오는 손을 뻗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아주 얕은 바람 줄기가 끼어들어 파필리오와 상급 정령의 손을 잇고, 파필리오는 천천히 눈을 감습니다.
눈을 뜨고 있다면 느낄 수 있는 것과 같이, 눈을 감아 느낄 수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이것을 무엇이라 표현해야 좋을진 몰랐지만 파필리오가 느낀 것은.. 거대한 문이었습니다.
문의 아주 미미한 틈이 열려 파필리오가 뻗은 손으로부터, 한 마리의 나비가 피어올라 천천히 바람을 따라 날갯짓합니다. 문의 틈으로 나비가 날아들어가고, 나비를 기점으로 그 문의 틈을 바라보았을 때. 파필리오는 온 몸이 떨리는 듯한 전율을 느낍니다.
저것은 하나의 세계입니다. 게이트로 나타나는 차원들 역시 하나의 세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어져 갈 수 있는. 파파넬라와 같은 차원과는 다른. 완전히 격리된 하나의 세계.
그 세계의 아주 미미한 틈으로부터 수많은 존재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태양과 우주, 생명과 죽음, 그 셀 수 없는 표현할 수 있는 것들과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의지를 가진 체 파필리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중.
단 하나의 정령이 천천히 파필리오를 바라봅니다.
정령에겐 입도, 눈도, 무엇도 없었습니다. 차라리 덩어리진 빛이라고 볼 수 있는 형태였습니다. 의지를 전하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고, 표현하지도 못하지만 그 정령은 분명히 파필리오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익숙한 형태. 익숙한 모양. 파필리오는 무의식적에 그 문으로 다가가려 합니다.
문을 봤습니다.
눈을 감아 느낀 것은 그것만으로 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디로 향하는 문인지 그 너머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릅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살랑이는 나비를 따라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얇게 보인 것은 차마 표현하기 힘든 것입니다. 그것은 세계였습니다. 통로(게이트) 없이 오롯하게 존재하는 어딘가의 무언가입니다. 삼라만상이 호흡하는 개념과 비개념의 장소입니다. 무심코 손을 뻗고 닿지 못함에 아쉬워 할 수 밖에 없는, 어느 의미로는 더할나위 없는 이상향입니다.
헌데,
당신은 누구십니까?
목소리도 눈빛도 말투도 성격도 모릅니다만
저는 당신이 익숙합니다. 저희는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던가요?
먼 과거의 인연입니까?
혹은 아직 오지 않은 것입니까?
저는 알지 못합니다. 홀로 느릿하게 움직이는 애벌레는 무지합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제가 당신이 있는 장소로 가도 괜찮을까요?
그러면,
그러면,
저는 더 나아질 듯한
나아질, 듯한.
ㅡ
소년이 눈을 뜬 건 문이 닫힌 후였습니다. 다소 몽롱한 느낌으로 하늘을 바라보던 소년은 주저앉은 채 바람의 상금 정령을 바라봅니다. 옷에 풀물이 들었습니다. 그제서야 자신이 뭘 하던 것인지 눈치 챈 소년은 얼굴에 붉은 기운을 매단 채 자신을 돕던 두 사람, 라임과 웨이를 바라봅니다. 멍하고 공허한 무표정이 곧 면목 없다는 듯 부끄러워하는 웃음으로 덮어씌워집니다.
바람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쉬워 하는 듯한 미풍이 스쳐갑니다. 그가 하는 말을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기회가 있었다면, 기회가 있었다면... 그 말이 계속해서 소년의 머릿속에 휘돕니다. 바람 같습니다. 빙빙 도는 바람 같습니다. 하지만 소년은 생각을 끊습니다. 바람을 타고 날아드는 수 많은 보랏빛 꽃들에 손을 뻗다가, 일어서서 자세를 바로 잡습니다. 살짝 비틀거렸습니다만 곧바로 바로 자세를 했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숨을 내뱉으며 말을 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름 모를 바람."
그저 간소한 감사인사. 지금은 그것 말고는 건넬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걱정하는 라임과, 웨이에게 어색한 웃음을 내보입니다. 어디로 가려는 것 같았다는 말이 부정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두 분도 감사합니다. 그..제가 조금 부끄러운 짓을 했죠..?"
그 때 라임의 질문이 옵니다. 소년은, 잠시간 말을 고르다가 천천히 이어나갑니다.
"문과, 그 너머의 세상, 같은 걸까요."
정확히는 모르겠다고 덧붙인 소년은 빙그레 미소짓습니다. 새삼 생각하면 되게 부끄러운 생각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잊혀지지 않아서, 언젠가 그 곳에 발을 내딛고 싶어서, 소년은 그 생각을 끊어냈습니다.
#바람의 정령에게 감사 인사를 합니다.
바람 정령은 쾌활한 웃음과 함께, 다시 전력 질주로 이 곳에서 사라져갑니다.
강풍이 몰아쳐 숲을 한번 더 흔들고 나서, 세 사람은 그 자리를 가만히 지키고 있습니다.
의뢰의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돌아갈까요?
"저는 잠시 만나고 싶은 분이 있어서요. 조금만 더, 늦게 돌아갈게요."
소년은 그리 말하며 웃고선 걸음을 옮겼습니다. 사박거리는 풀을 밟으며 이 곳에 와서 맨 처음 보았던 정령을 향합니다. 품에는 아직 먹지 않은 열매가 안겨있습니다. 단내가 납니다. 이건 그 아이의 마음과 같은 내음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단지 바랍니다.
"실례할게요."
그 아이가 깨어있고
제 친구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덩굴나무씨에게 갑니다!
잠시 멈칫한 소년은 곧 부드러이 웃는 낯으로 눈을 감았다 뜹니다. 그러면 세상은 조금 변해있죠.
남들은 보지 못하는 풍경을 보며 소년이 덩굴나무에게 다가갑니다.
"실례해도 괜찮을까요?"
거기서 다시 말을 멈췄습니다. 곧 이어진 말은 조금 더 부드럽게 흘러갑니다. 이는 친근하고, 호의적입니다. 상대가 거절하면 거기서 물러서겠다는 느낌도 강하게 납니다. 또한, 꽤 두근거리고 있습니다.
"당신과 조금,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덩굴나무에게 말을 겁니다(정령안 사용!)
정령안을 사용합니다. 지금부터 매 턴 망념이 10 증가합니다.
정령안을 뜨고 덩굴나무를 보았을 때, 나무의 주위에는 원래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는 보이지 않던 새 한마리가 나뭇가지에 앉아 털을 고르고 있습니다.
" 어.... 서..... 와라..... 일은.... 잘.... 끊났...? 다...? "
나무는 아주 느리게 말에 답해 파필리오에게 인사합니다.
소년은 살짝, 앉아있는 새 한 마리에게 손을 저어 인사하고, 느리이잇하게 말하는 덩굴나무에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천천히 늘어지는 목소리는 사람에 따라 답답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만 소년은, 오히려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네. 덕분에 잘 끝났습니다. 그러니 곧 떠나야해서 인사하러 왔습니다."
천천히, 또박또박. 잘 들리고 이해가 쉽도록.
그리고 부드러운 미소를 감추지 않고. 상대에 대한 호의를 숨기지 않고.
살랑거리며 말입니다. 나비처럼 소년이 말합니다.
"그리고, 또. 그러니까- 음.."
다만 하려는 말은 잘 입에서 떨어지지 않습니다. 조금 머뭇거리는 기색이 없지 않습니다.
이건 처음 하는 일이며 처음 하는 말입니다. 그러니 떨리는 건 당연합니다. 허나 멈출 생각도 없습니다.
"당신과 친구가 되고 싶어서...왔어요. 좀 더 정확히 하자면, 당신과... 계약을 할 수 있을까요?"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파필리오는 나무에게 손을 뻗어, 상급 정령에게 보였듯 한 마리의 나비를 피워올리지만 나비는 바람에 휩쓸리듯 다가가던 중에 사라지고 맙니다.
그러나 그런 파필리오의 행동도 즐겁다는 듯 덩굴나무는 웃음을 짓습니다.
" 아직.. 자연과 친하지 못하다.. "
자연과 친하지 못하다는 말을 들은 파필리오가 고민하는 동안 나뭇가지에 앉아있던 새는 날갯짓을 하여 파필리오의 머리 위에 앉습니다.
그리고 부리를 높게 들어올립니다. 꽤 의기양양하네요.
"음, 그렇군요-"
자연과 친해지려면 어째야할까요?
자연이라는 개념과의 친화에 대해 고민하는 소년의 사고가 노숙은 익숙하니까 숲 속에서 지내야할까로 흘러갈 무렵이었습니다. 새가 소년의 머리 위에 앉았습니다. 그것을 눈치 채고 눈을 깜빡이며 슬그머니 눈을 위로 올린 소년은, 웃어버렸습니다.
"그래도, 제가 싫은 건 아니시죠? 싫다면 저는 슬퍼서 울지도 몰라요."
눈을 접어 웃은 소년은 새가 앉을 수 있도록 손의 모양새를 잡아 자신의 머리 위 쪽으로 올려봅니다.
새가 앉아줄 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시도해봅니다. 쓰다듬고 싶으니까요.
새는 귀엽습니다! 정령들도 귀엽습니다!
"아 그렇지. 그러고보니 제 이름은 말씀드리지 않았었죠? 저는 '파필리오'라고 합니다. 잊으셔도 괜찮지만, 기억해주셨으면 해요."
그런데
"이 분은 누구신가요?"
이 귀여운 새말입니다.
#계약을 못하니 대화를 합시다!
삐익! 삑!
참새를 닮은, 통통하게 살이 오른 새는 파필리오의 손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서스럼없이 그 손에 올라탑니다.
" 파필리오... 기억했다. "
덩굴 나무 정령은 고갤 끄덕입니다.
" 그.. 새.. 모른다.. 아는 것.. 물 냄새.. 난다..? "
"후후."
제 손에 앉은 새가 놀라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손을 내린 소년이, 새가 귀여운듯 미소지었습니다. 나비와 새는 먹이사슬에 있다는 건 무시합시다. 조심스럽게 새를 쓰다듬으려 한 소년이 모르겠다는 덩굴나무에 고개를 갸웃합니다.
"그런가요? 이 숲은 넓은 듯 하니 모를 수도 있겠네요. 아니면 다른 곳에서 온 아이일까요?"
물냄새가 난다 하시니 물의 정령일까요? 소년은 가만히 새를 봅니다. 음..
"귀여우시네요."
소년은 새와 눈을 마주치려 하며 빙긋 웃어보였다.
"당신은 저와 친구가 되어주실건가요?"
장난스레 소년이 손가락을 내밀어봅니다.
#새가 귀여워요!
새는 파필리오를 빤히 바라봅니다.
연파랑빛 호수를 닮은 눈동자가 파필리오를 빤히 바라보고, 파필리오는 천천히 손가락을 뻗어봅니다.
짹?
새는 조심스럽게 내민 손가락에 자신의 부리를 댑니다.
포로로로로로
새의 입에서 차가운 물줄기가 뿜어내집니다!
장난을 치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네요!
그런데 새가 물을 뿜어..?
"..후후."
부리를 대고 물줄기를 뿜어내는 게 참 귀엽습니다.
새의 입에서 물이 뿜어지는게 포z몬이나 디w몬이 떠오릅니다만! 아무튼 평범한 새는 아닌 듯합니다. 정령안에 보이는 아이니까, 물의 정령이지 않을까 합니다.
"물총, 아니. 아닙니다. 아무튼.. 음. 그래요."
빛이 비추는 호수같은 눈빛의 아이에게
소년이 속삭이듯 이야기했습니다.
"친구가 되어주실 수 있을까요?"
사르르 미소지었습니다.
그래요 나비처럼.
"한 번 차여서 그런지"
이 말을 할 때 슬쩍 덩굴나무를 바라보고
"조금 망설여지긴 하지만, 간단히 말하면- 저와, 계약해주실 수 있을까요?"
#제안합니다!
새의 표정은.. 역시 알 수 없습니다!
좋은 듯 보이면서도 파필리오의 손가락을 밀어내고 싫어하는 것 같이 고갤 흔들다가도 가볍게 파필리오의 손가락에 부리를 가져댑니다.
다양한 의사 표현을 지켜보던 파필리오와 새의 모습을 보며, 나무는 푸근한 미소를 짓습니다.
" 새.. 맘에 들어 한다. 그런데.. 너에겐 아직 부족한 게 있다. "
나무는 파필리오에게 자신의 덩굴을 뻗습니다.
덩굴에서 뻗어나온 미약한 줄기가 파필리오와 이어지고, 강렬한 의념의 흐름을 불어넣으며 나무는 천천히 고갤 들어올립니다.
" 정령을 다루는 법. "
새의 모습은 영 알 수 없습니다. 표정도, 행동도 말이죠.
좋아하는 듯 하지만 거절한느 듯도 하고, 애정 표현을 하면서도 멀어지려는 듯도 보입니다.
이것은 귀엽습니다만 알기 힘듭니다. 그래서 소년도 그저 눈만 깜빡이고 있었죠.
덩굴나무의 목소리가 들린 건 그 무렵입니다. 닿아온 덩굴이 소년과 이어지고, 의념이 불어넣어집니다.
"-그런가요."
그 말을 들은 소년은 다소 뒤늦게서야 대답했습니다.
목소리는 살짝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조금 슬픈듯도 보입니다.
"납득이 되는 설명입니다. 그야, 저는, ..그런 건 알지 못하니까요."
소년에게 있어 정령이란 무엇일까요?
기본적인 인식은 이면에 존재하는 주민들입니다. 교류가 가능한 만큼 친근하게 여기고, 특별한 만큼 조심스럽게 생각합니다.
인간과 비슷하나, 더 먼 감각입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소년은 새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덩굴나무를 올려다봅니다.
그는 알려줄까요? 혹은, 그저 웃을까요.
#정령을 다루는 법은 뭘까요.
" 그건.. 네가 스스로.. "
역시 이 캡틴은 뭘 알아서 먹여주는 법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