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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엔딩이 나서, 본스레에 등장하지 않는다.
마블 | |
https://picrew.me/image_maker/271049 | |
상태 메세지 | |
언제까지고 함께야. | |
최초 레스 작성 일시 | |
2020-06-26 15:54:00 | |
알아야 하는 정보 | |
더 시티의 사냥꾼. | |
본명 | 마블 |
나이 | 18살 |
성별 | 여 |
국적 | The City(이게 국적 맞나?) |
종족 | 인간 |
생일 | 7 28 |
직업 | 사냥꾼 |
상태 | 영구적 광기 |
4. 인간관계 ¶
- 모브 캐릭터
- 사냥꾼 팀 동료들
- 사냥꾼 팀 '별의 여행자들'.
사냥꾼학교 같은 기수의 동기들로 구성되어있다.
기젤라
https://picrew.me/image_maker/281197
https://picrew.me/image_maker/42963
일지의 화자. 탱커. 이 세상의 잔혹함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쓰는 무기는 거대한 방패.
키는 178~180cm. 팀에서 가장 크다.
린
https://picrew.me/image_maker/257033
정보 분석, 전략 수립. 마주친 비스트들에게 쓸데없이 화려한 이름을 짓는 것이 취미. 별의 여행자들이라는 이름도 린이 지은것이다. 그 누구도 저 이름을 쓰지 않지만.
주로 쓰는 무기는 단검 여럿. 다만 전투에서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진 않는다. 단검을 던져 비스트를 견제하고 보조하기도 하지만, 린의 주 역할은 역시 분석.
하이넬
https://picrew.me/image_maker/275119
https://picrew.me/image_maker/234517
밸런스형. 학창시절엔 가장 우등생이었음.
어른스럽고 상냥하지만 비스트에 대한 태도는 지극히 사냥꾼답다. 주로 쓰는 무기는 대검과 활. 화살이나 검을 쏘곤 한다.
에스텔
https://picrew.me/image_maker/311977
변이 전
https://picrew.me/image_maker/45053
변이 후에는 한쪽 얼굴을 가린 가면을 쓰고 다닌다.
마블과 그 같은 팀 동료들의 선배. 현재 변이한 상태로, 마블 일행은 에스텔의 흔적을 뒤쫓고 있다.
키는 164cm전후.
5. 기타 설정 ¶
주로 쓰는 무기는 창. 자신의 키보다도 거대한 창을 무기로 쓴다.
의외로 키가 큰 편. 170~172cm.
머리색은 과거엔 밝은 갈색이었으나, 일찍 셌다.
목소리 자체는 감미로운데 노래는 못한다. 노래 개잘하는분 목소리를 가져와놓고 무슨 헛소리냐고요? 거참 느낌을 봐주세요 느낌
동료들이 잠들지 않게 제정신이 들도록 노래를 불러주곤 한다.
목소리 자체는 감미로운데 노래는 못한다. 노래 개잘하는분 목소리를 가져와놓고 무슨 헛소리냐고요? 거참 느낌을 봐주세요 느낌
동료들이 잠들지 않게 제정신이 들도록 노래를 불러주곤 한다.
5.2. 자세한 정보 ¶
세계관 The City 출신 캐릭터.
팀에서 가장 강한 사냥꾼이지만, 사냥꾼 학교 시절엔 가장 약했다.
사회에 부합하는 이상적인 사냥꾼이 되기 위해, 개인으로서의 도덕과 가치판단은 포기했다. 그렇기때문에 평소에는 늘상 생각을 포기한것같은 상태. 선배에 대한 광기어리고 모순적인 태도 역시 이에서 비롯됐다.
마침내 선배를 죽이는데 성공하였으나, 정신체에게 잡아먹힌 끝에 맨 정신이 아니게 되었다. 그래도 마지막은 행복했을 것이다.
6. 캐릭터 TMI ¶
- 가사
- 출처: 나무위키
Yes I have been so afraid
그래, 난 너무 두려웠어
Yes I have been so distant
맞아, 난 너무 거리를 뒀어
Consistently indifferent
한결같이 무감각했지
It’s hard to put that in an amicable sentence
이걸 다정한 말로 뭐라 풀어내기 어렵네
I’m sorry
미안해
Actually, not really
사실 별로 미안하진 않아
There’s just so much work
우리 앞에 쌓인 일들이 너무 많아
Too much work to be done
해야할 일들이 산더미야
Committing to commitments
전념할 책무에 전념하며
Hiding my indulgence
나의 사심을 숨겨
The freedom we sacrifice for love
우리가 사랑을 위해 저버린 자유
L-O-V-E-L-O-V-E
L-O-V-E-L-O-V-E
You also made me unafraid
넌 내 두려움이 달아나게 해주었지
(yes im da brave boi)
(그래, 난 용감한 소년이야)
You gave me light
넌 내게 빛을 주었어
(filament)
(필라멘트)
You’re patient
넌 인내심 많고
(physician)
(의사)
Persistently listen
사람 말을 경청하지
(gentleman)
(신사)
It’s hard to describe what I’m feeling at the moment
지금 내 기분을 뭐라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어
Are you
너 혹시
(uh huh?)
(어?)
Uhm
저기
(yes?)
(응?)
I mean
내 말은
(you’re) in love with me?
(너는) 날 사랑하니?
It’s just so much fun
정말로 신나
Too much fun
너무 즐거워
Oh come on
자, 주저하지마
How could you say no?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니?
(don’t say no)
(거절하지 마)
To the fast and furious swan boat
빠르고 정신없는 이 오리배를 타는걸
(flamingo)
(플라밍고)
The excitement we mistake for love
우리가 사랑이라 착각한 흥분
L-O-V-E-L-O-V-E
L-O-V-E-L-O-V-E
Though I enjoyed it all
이 모든게 즐거웠지만
Still I have my doubts
아직 난 확신이 서지 않아
You’re a nice girl
자기는 좋은 사람이야
I’m just not ready now
난 그저 준비가 되지 않아서 그래
But then mommy said
그때 엄마가 말했지
It ain't family biz
이건 우리들만의 일이 아니야
Get over it
정신 차리렴
Toughen up
마음 굳게 먹어야 해
Just like the man we expected
우리가 건 기대에 부응하는거야
So when are you gonna take the chance?
그래서 이 기회를 언제 잡을 셈이야?
Let us be one
하나가 되자
We are one
우린 하나야
All for one
모두가 하나를 위해
One for everyone
하나는 모든 이들을 위해
We stick together
함께 붙어 있는 거야
Family is forever
가족은 영원하니까
Inside the train we walked down the aisle
기차 속에서 우린 통로를 따라 걸어왔어
Furthermore
나아가
Our love opened the door
우리의 사랑이 문을 열었지
To a vehicle I’d rather not enter
들어가고 싶지 않은 칸을 향해
Seconds later, a new future
수 초가 지나면, 새로운 미래가 펼쳐져
I know that I agreed to this myself
내가 스스로 내린 결정이란 건 나도 알아
I wish it was their fault
차라리 저들 탓이었으면 나았을 텐데
Now I regret
지금은 후회돼
Wish we were dead
서로의 존재를 갉아먹기 시작하기 전에
Before we started feeding on each other
차라리 죽어버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Blood is thicker
피는 물보다 진하다지만
But the drink I prefer is water
내가 마시고 싶은 건 물인걸
Now that it’s over
모든게 끝난 지금은
(wish we never)
(우리가 처음부터)
Listened to them
그 사람들 말을 듣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해
(forged up our hearts)
(우리들의 마음을 쌓아 올리고)
Mixed up our souls
우리의 영혼을 뒤섞지 않았더라면
(let’s pretend)
(애초에 이런 일은)
That it didn’t happen
벌어진 적 없었다고, 모르는 체 하자
Forbid
관두고
Forgive
깔끔히
Forget
잊는거야
L-O-V-E-L-O-V-E
L-O-V-E-L-O-V-E
♡♥♡♥
가상 테마곡 2
- 초기에 구상한 엔딩
- 우선 대충 에스텔 만나서 동료들이 싸우고 정신체 나오고 이런 기본적인건 비슷합니다
마블이 에스텔을 죽이고 그런 마블을 정신체가 공격한다는 플롯도 비슷한데 그 과정의 분위기가 좀 다름
에스텔은 자신을 죽였다간 정신체가 와서 너를 죽일테니까 그런 짓 하지 말라는걸 강조하지만 마블은 안 듣고 에스텔을 죽여버리고
정신체는 예상대로 마블이며 동료들을 공격해댑니다
마블이 아무리 강해도 아무튼 정신체랑 싸우는 방법 안 배운건 마찬가지라 털리고 있으니까 리테랑 카밀이 나타나서 지원사격하듯 같이 싸워주는데
문제는 리테 과거에서 나왔다시피 저 정신체는 짱세서 리테랑 카밀도 예전에 쳐발렸었다는것
그래서 리테가 마블 구하려고 싸우다가 변이한 몸이 드러나요
마블은 일단 1.에스텔을 죽였기 때문에 더 이상 삶의 목표 없음 2. 정신체에게 입은 공격때문에 정신적으로 타격 입은 상태 인데요
리테가 변이체라는걸 알고 나니 배신감이며 증오며 이런것들이 합쳐져서 이성을 잃고 우선 리테를 죽이려고 들어요
카밀은 그런 마블 막고 어떻게든 도망치고
정신체는 어그로가 리테에게로 쏠리니까 에스텔 시체들고 도망치고
동료들은 어떻게든 안돼 도망쳐야해 이리와 마블 해서 어찌저찌 폭주하는 마블 우주선으로 델꼬오는데 성공하는데 마블은 자신을 방해했다는 것에 또 화가 나고 이성증발상태라서 역시 제정신이 아닙니다
비스트랑 싸우는걸 막는걸 보니까 너희도 변이체라면서 동료 하나를 그 자리에서 찔러죽여버리고...
한편 리테와 카밀은... 리테가 변이체고 카밀이 그 변이체를 옹호한게 들켰기때문에 아무래도 공식적으로 사냥꾼으로 살아가기 힘들게 되겠죠
대신 두 사람은 도시에서 멀리 떠나 우주를 누비면서 더 이상 사냥꾼에 얽매이지 않게 됩니다
사냥꾼들의 눈을 피하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그런 ED
저 초기 ED이 파기된 이유는....
에스텔이 내 예상보다 굉장히 다정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원래는 죽이면 후회할텐데 나는 경고했다? 이런 느낌이라고 할까
결국 후배들이 정신체에게 당해버린다고 해도 안타깝긴 하지만 스스로 선택한 결과니까.... 어찌됐건 인간에게 실망한 에스텔은 비스트의 편이라는 느낌이었는데
마지막 순간에 에스텔이 마블을 동정해버린 탓에 마블은 그나마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캐릭터가 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순간이란건 되게 신기한 느낌이야
6.1. 잡담방에서 풀린 설정 ¶
마블이...모럴 핀트 엇나가있습니다
우리는 도시를 위한 충실한 사냥개라는게 모토인 애
좀 쎄함
우리는 도시를 위한 충실한 사냥개라는게 모토인 애
좀 쎄함
동료들이 마블 노래를 호평한 이유:
와 저거 듣고있으면 잠은 안오겠다 열라 시끄럽다 목소리는 고운데 노래는 못하고 감미롭게 시끄럽네 졸음운전 할거같을때 노래시켜야지 -11어장 647답글-
와 저거 듣고있으면 잠은 안오겠다 열라 시끄럽다 목소리는 고운데 노래는 못하고 감미롭게 시끄럽네 졸음운전 할거같을때 노래시켜야지 -11어장 647답글-
(#자캐는_파도풀에_떠내려가는가)
마블에게 파도풀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12어장 462답글-
(트롤리 딜레마)
어떻게 되더라도 별로 관심없음. -13어장 923답글-
(#복수할_대상을_죽인_자캐_자캐는_복수대상에게_소중한_사람이_있다는_것을_알게되었다)'
어쩌라고 너도 죽던가 -14어장 712답글-
마블이 더듬이가 씨큐 더듬이보다 작음 -15어장 48답글-
(첫사랑썰)
마블의 사랑은..........거하게 망했음 -15어장 779답글-
#자캐는_친구or선생or제자or상사or아군or적군or모르는사람으로_두기에_좋은_사람이다
굳이 둔다면 아군... -16어장 120답글-
(캐릭터빌딩과정)
박주 세계관에 캐가 내고십어서...머리를 쥐어짜냈어 -17어장 105답글-
그외 자잘한 초기설정으로
원래 마블이 머리색은 백금발이었다
원래 마블이 머리색은 백금발이었다
피크루찾기 빡세서 포기했다 -17어장 140답글-
(노래실력)
끔찍 -18어장 169답글-
(건강상태)
사냥꾼 -20어장 467답글-
#자캐의_사랑해_그러니까________다음에_올_말
죽어줘. -21어장 173답글-
마블이 로보토미 관리직이었다면 100미터 밖에서 물구나무서서 봐도 징계팀이었겠지 -23어장 71답글-
(퍼스널 컬러)
마블도 여름쿨 -23어장 261답글-
(초능력)
이미 탈인간급이긴 한데 굳이 능력을 준다면 정신간섭계 아닐까? 정신 파괴시키는 느낌으로... 노래같은걸로 (?) -23어장 544답글-
이미 탈인간급이긴 한데 굳이 능력을 준다면 정신간섭계 아닐까? 정신 파괴시키는 느낌으로... 노래같은걸로 (?) -23어장 544답글-
(캐릭터별 자기야)
자기. (덤덤) -23어장 699-
자기. (덤덤) -23어장 699-
(미연시au)
이미 모브캐를 사랑하고 있는 분이라.... -25어장 721답글-
이미 모브캐를 사랑하고 있는 분이라.... -25어장 721답글-
마블이.. 겉보기엔 말랑해보이지만 사냥꾼의 탈인간 스펙을 생각하면 몸뚱이는 겁나 단단하지 않을까
니 안드로이드여??소리 나올 정도로 -26어장 44답글-
니 안드로이드여??소리 나올 정도로 -26어장 44답글-
사실 마블이 종족
오너도 모름
대강 인간과 아주 비슷한 뭔가가겟지 -26어장 80답글-
오너도 모름
대강 인간과 아주 비슷한 뭔가가겟지 -26어장 80답글-
티미로 옛날엔 백발이 아니었을거라는 그런 썰이 있다
금발이거나 갈발이었음 -26어장 82답글-
금발이거나 갈발이었음 -26어장 82답글-
마블이 머리는...
핵이식 하기 훨 전에 고생해서 센겁니다 -26어장 91답글-
핵이식 하기 훨 전에 고생해서 센겁니다 -26어장 91답글-
딱히 아무도 안 궁금해할 티미
마블의 무기 - 창
하이넬의 무기 - 화살과 대검을 활로 쏨
기젤라 - 거대한 방패
린 - 단검 여럿
라는 느낌이라고 적혀있다 -26어장 156답글-
마블의 무기 - 창
하이넬의 무기 - 화살과 대검을 활로 쏨
기젤라 - 거대한 방패
린 - 단검 여럿
라는 느낌이라고 적혀있다 -26어장 156답글-
(호그와트 기숙사)
후플푸프 -29어장 695답글-
후플푸프 -29어장 695답글-
#자캐가_부끄러울_때_가장_먼저_튀어나오는_대사
마블이요? 부끄러워할까요? -30어장 271답글-
마블이요? 부끄러워할까요? -30어장 271답글-
(성별이 바뀌면)
변이체가 된걸까 고민 -30어장 316답글-
변이체가 된걸까 고민 -30어장 316답글-
(생일 날 3단 케이크를 받은 캐들 반응)
뇸뇸 -30어장 345답글-
뇸뇸 -30어장 345답글-
#자캐가_자고_있는_모습을_서술해본다
일단 얘 자는것좀 보고 -41어장 563답글-
얼굴만은 순한 인상. 얼굴만 보면 키 작을것 같은데 의외로 키큼. -42어장 963답글-
#자캐가_누군가에게_소중하다는_이유로_100명의_일반인_대신_구해졌다면
아무 생각이 없다. 구해졌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할 뿐. -43어장 475답글-
6.2. 독백 ¶
- 시점 없음
- 단순 전지적 작가시점. 포커스는 주로 마블에게 맞춰져있다.
- 그 사냥꾼들
- "마블. 저 비스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얘기해봐."
"...? 빠빠삐삐뽀뽀요."
"변이한건 아니구나. 안심했어."
"변함없이 저라고요."
"변함없이 이상할 뿐이었구나."
- 보스 등장!
- 하이넬의 대검은 스쳐지나가는 비스트를 가벼이 베어낸다. 묵직한 소리와 함께 흰 몸체의 상부가 떨어져내린다. 낯선 행성 땅바닥에 비스트의 잔해가 덜걱대며 쌓인다. 그 사냥꾼은 뽑아낸 핵을 손에 쥔다. 뒤따르던 기젤라는 앞서가던 동료에게 묻는다.
"어때?"
"이번에도야."
하이넬은 손을 펴서 기젤라에게 핵을 보여준다. 자그마한 핵이었다. 평균치에 한참 못 미치는 크기였다. 지금까지 저 타입의 비스트에게서 나온 핵은 하나같이 이런 상태였다. 전부 합쳐도 핵 한개의 크기가 되지 못할 만큼, 약하고 작았다. 당장 돈이 궁한 것은 아니었다지만, 이렇게 수확이 적어서야 사냥하는 보람이 나지 않았다. 린은 조바심이 나는지 괜히 비스트 잔해를 발로 찬다. 비스트 조각들이 달각대며 조금 굴러가다 멈춘다.
"싸우는 재미도 없고~ 보람도 없어. 이게 뭐야!"
"그래도 쓰러뜨리기 별로 어렵지 않은 상대인건 좋잖아."
"그치만-"
린이 툴툴거린다. 마블은 묵묵히 비스트들을 꿰뚫고 있었다. 그것은 그에게 지팡이로 땅을 짚는 것 만큼이나 쉬운 일이었다. 조그만 핵이 바닥에 굴러다닌다. 마블은 무릎을 굽혀 그것을 줍는다. 잠시 움켜쥐었다가 피며, 보잘것없는 그것을 응시하고는.
"이 행성은 허탕인걸까?"
"그럴리가 없어! 이렇게 잔챙이들이 가득하면, 마지막에는 엄청난 녀석이 하나 나와주는게 상식이잖아?"
"싸울땐 저 뒤로 빠져있으면서 욕심도 참 많다."
기젤라가 조심스레 의견을 말하자, 린은 반박하듯 늘어놓는다. 이에 하이넬은 린에게 핀잔을 준다. 핀잔을 들은 린은 투덜거린다.
"그렇게 말할 건 없잖아. 누구는 싸우기 싫어서 빠져있는 줄 아나."
"…그렇지만 큰 녀석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건 실언이야. 비스트는 아예 없는 편이 가장 좋아."
"비스트가 없으면- 돈도 못 벌잖아. 돈도! 걔네가 없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가 다 발견해서 잡아 해치워야지."
기젤라는 린과 하이넬의 가벼운 티격거림을 가만히 바라본다. 하이넬은 늘 진지하고, 린은 장난스럽다보니 이런 의견 차이가 일어나는 건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다. 이러다가 한번 크게 싸우기라도 하면 중간에 낀 자신으로선 곤란하겠다고 그는 생각할 뿐이었다.
반면 둘의 대화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그저 핵을 빤히 보고 있던 마블은, 무언가를 눈치채고 시선을 돌린다. 작게 놀란 것 같은 감탄사를 뱉자 사냥꾼들은 마블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아."
왜 그래. 마블? 그런 질문을 할 것도 없이, 사냥꾼들은 그 반응의 이유를 금세 알 수 있었다. 그들을 덮은 거대한 그림자와, 그 주인이 바로 눈 앞에 있었으니까.
그야말로 린이 말한 것처럼, 지금까지 이 행성에서 마주한 잔챙이들하고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대물이었다. 기계공학적인 디자인으로 생긴 그 비스트는 네 사람의 키를 다 합친 것보다 거대한 몸체를 가지고 있었다. 레이저 발사구를 닮은 눈알에서는 새빨간 빛이 났고, 진회색 장갑을 낀 것같은 손 부분의 손가락들은 꿈틀거리는 거대한 호스로 되어있었다. 그것은 기괴하게 끼릭대는 소리를 내며 기계목을 움직인다. 그리고, 사냥꾼들을 내려다본다.
"…다들, 싸울 준비해."
사냥꾼들은 자신의 무기를 쥔다. 전투의 시작이었다.
- 보스 처치!
비스트의 등에서부터 길다란 호스가 마구잡이로 뻗어져나온다. 그대로 그것을 사냥꾼들을 향해 휘두른다. 기젤라는 방패로 막아서고, 린은 잽싸게 피한다. 마블은 비스트에게서 뻗어져나오는 호스를 딛고 돌격한다. 하이넬은 한 손으로 바닥을 짚고 일어서더니, 자신의 검들을 활시위에 걸고 당긴다. 칼날의 화살들이 비스트를 향해 일제히 날아간다. 하지만 비스트는 손을 휘두르더니 그걸 가볍게 부숴버린다.
"젠장…!"
하이넬은 분개한 듯 거칠게 뱉는다. 마블은 호스를 밟고 올라가면서 동료에게 소리친다.
"가까이서 공격해야겠어요. 하이넬도 빨리 올라와요!"
긴긴 호스들의 끝은 바닥에 박혀있었다. 마블이 호스를 거의 다 올라갔을 즈음, 마블이 밟고 있던 호스가 갑자기 불길하게 꿈틀거린다. "마블!" 하이넬은 소리친다. 그대로 호스는 행성 바닥 일부를 부숴뜨리며 뽑히더니 마블을 내동댕이친다.
"큭…!"
기젤라는 서둘러 달려가 놓치지 않고 마블을 받아낸다.
"괜찮아!?"
"……."
마블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멀찍이서 비스트를 지켜보고 있던 린은 냉철한 얼굴로 분석결과를 말한다. 전투시에만 볼 수 있는 린의 진지한 면모였다.
"…저 녀석의 급소는 눈 부근이야. 핵이 박혀있는게 저 쪽이니까, 가까이서 공격한다는 판단 자체는 맞아."
"저 높이까지 올라가는 게 문제겠네…."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부숴가는건 어떨까요?"
마블의 제안에 린은 고개를 젓는다. 이미 린은 비스트의 몸체부분의 강도를 분석한 상태였다. 손쉽게 부술만한 것이 아니다.
"시간이 너무 걸려. 마블이 한 다섯정도 있었으면 모를까."
"여럿이서 시선을 분산시킨 사이 한명이 올라가는게 낫겠네."
"올라가는 건 제가 할게요."
또 내던져지지 않게 호스에 창을 꽂아넣고 버텨야 겠다고 덧붙이고는 마블은 창을 든다. 나머지 멤버들도 제각기 무기를 들고 비스트의 시선을 끌 준비를 한다.
비스트는 알 수 없는 소리를 나지막이 연신 중얼거린다. 그것은 사냥꾼들에게는 기괴한 기계음이 끼긱대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바닥에 뿌리박고 있던 호스가 기분나쁘게 꿀렁거린다. 박혀있던 호스가 빠지는 과정에서 땅이 흔들린다.
"모두 조심해!"
거대한 진동으로 쓰러지지 않도록 각 사냥꾼들은 자기 나름대로 균형을 잡는다. 마블은 비스트의 머리통을 노리고 계속 돌진하고 있었다. 등에서 뻗어나온 얇은 호스가 채찍처럼 휘둘러진다. 그는 들고 있던 창을 휘둘러 그것을 쳐낸다. 동시에, 땅에서부터 빠진 호스에서 나온 것은-
"……!"
이 행성에서 지긋지긋하게 봐왔던 익숙한 모습이었다. 개성없는 디자인의, 볼품없고 작은 핵을 가지고 있는. 그것들이 어느새 주변에 마구 생겨난 것이다. 하이넬은 대검으로 그것들을 묵직하게 벤다. 기젤라는 방패로 밀어내며 자신을 둘러싼 비스트들에게서 빠져나온다. 린은 단검을 던져대며 마블을 공격하는 호스를 견제하고 있었다.
"역시…날지 못하는 전투는 불편하네! 우리도 개인 비행장치를 사는게 나을까!"
"칼스 선생님이 날 수 없으면 가볍게 뛰어오르면 된댔는데…!"
"그 선생님은 날개달렸으니까 그렇지!"
잔챙이 비스트들은 죽을때마다 비명을 지른다. 그 끔찍한 소리는 상대하는 사냥꾼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기엔 충분했다. 하이넬은 잔챙이 비스트를 검으로 내리찍는 동시에 튀어나가 다시 활을 꺼내든다. 여러 검을 동시에 쏘아대며 꿈틀대는 호스들을 쳐낸다.
기묘한 것은, 여태껏 행성에서 봐온 다른 잔챙이들과는 달리 이 잔챙이들은 죽어도 죽어도 되살아나는 것이다. 린은 이것이 저 거대한 비스트의 능력이라고 짐작한다. 정확히 어떤 원리로 되살려내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거기다가 계속 도망다니기만 했던 다른 녀석들과는 달리 이 녀석들은 제법 호전적이었다. 능동적으로 사냥꾼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저 커다란 비스트가 이 잡몹들의 대장같은걸까?"
"아무래도, 그렇겠지…성가신걸. 이렇게 다 같이 몰려들면 시간이 지체되잖아."
그렇다곤 해도 여전히 개개인의 힘이 약한건 마찬가지였다. 죽어도 되살아나니 더더욱 성가시긴 했지만, 딱 그뿐이었다. 와중에 기젤라는 무언가를 눈치챈 듯 생각한다. 작은 비스트들을 만들어내고 나서, 저 큰 비스트의 움직임이 다소 느려지지 않았는가?
"린…."
"응. 생각하고 있는 그게 맞을거야."
기젤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린은 긍정한다. 언제나 분석에 있어 다른 동료들보다 한 발짝 앞에 있는 린이었다.
마침내 마블은 어떻게든 그 커다란 비스트의 어깨 부근까지 도달한다. 눈 부근을 노릴 수 있는 위치에 올라탄 것이다. 마블은 창을 쳐들고, 그것의 머리를 부술 준비를 한다….작은 비스트들은 일제히 마블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당황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
그것들은 눈에 띄게 우왕좌왕하기 시작한다. 커다란 비스트를 타고 기어올라가려는 비스트들, 아무것도 못한 채 관망하거나 뛰어다니는 그것들, 각기 행동은 다르지만 급박해보였다. 그러나 조무래기 비스트들보다는 능숙한 사냥꾼이 훨씬 빨랐다.
- 뒷처리
- 경쾌하게 꿰뚫린 머리통이 그대로 부서진다. 괴상한 비명소리가 귀를 찌르는 사이렌처럼 울려퍼지고, 잔챙이들은 녹아간다. 보잘것없는 크기의 핵들만이 그들을 대신해 바닥에 남는다. 마블은 창을 뽑고 핵을 끄집어내 내려간다.
"수고했어-"
린은 명랑하게 인사를 건넨다. 하이넬은 한숨을 쉰다.
"이제 핵들을 하나하나 다 줍는것도 일이네…."
"이삭 줍는 여인들같다."
마블은 팀원들에게 핵을 보여준다. 기젤라는 마블이 회수해온 핵을 들여다본다. 평균적인 핵의 반 정도 크기밖에 되지 않았다.
"이건, 역시…."
린은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설명한다.
"아마 저 잔챙이들을 만들려고 자기의 핵을 소모하고 있었던 거겠지. 그래서 잔챙이들의 핵이 작았던 거고."
"왜 그렇게까지 했던 걸까?"
"글쎄-"
이 행성에는 수많은 비스트들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전부 한 비스트에게서 나온 조무래기들이었다. 그것들을 통솔하던 비스트가 죽자 나머지 비스트들은 금세 녹아버렸다. 큰 비스트가 쓰러진 이 행성은 고요했다. 같은 사냥꾼 팀들이 떠드는 소리로는 턱도 없을 정도로. 기젤라는 이 고요함에서 기묘한 감성을 느꼈다. 이 넓은 우주에 오로지 넷만이 존재하는 것 같은, 그런.
그것은 고독감이었을까. 기젤라는 잠시 떠오른 단어를 머릿속에서 떨쳐내버린다. 린은 팔을 흔들며 "핵 줍는거, 누가 가장 많이 하는지 내기할까"같은 말을 경쾌하게 한다. 마블은 묵묵하게 핵을 줍는다.
"수고했어."
하이넬은 멍하게 있던 기젤라의 어깨를 두들기곤, 그렇게 말하며 웃는다.
- 옛꿈
- 사냥꾼은 다른 인간처럼 꼬박꼬박 잠들지 않는다. 매일같이 수면을 취하지 않아도 활동에 지장이 없는 신체였으며, 그럴 만큼의 시간이 사냥꾼들에게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마블 일행이 몇 주 넘게 비스트를 찾아 헤매다 보면 희미한 졸음이 찾아오기도 하였다. 어째서 사냥꾼이 되고 나서도 졸음이 찾아오는가에 대해 린은 '정신의 습관'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사냥꾼의 강인한 육체는 이론적으로 휴식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사냥꾼이 되기 전 보내온 17년의 생활이 신체에 수면이라는 습관을 남겨뒀다는 것이다. 아무튼 잠들 필요도 없는데 잠드는 것은 낭비였기 때문에, 졸음이 찾아올 무렵에는 마블이 쩌렁쩌렁 노래를 불러서 동료들을 잠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마블이 먼저 잠이 든 것은 드문 일이었다. 깊고 깊은 꿈속으로 마블은 가라앉았다. 언젠가의 일이었다. 그 무렵의 그의 머리칼이 아직 밝은 갈색이었지. 마블은 재능 없는 아이였다. 기술도, 체력도, 남들보다 한참 모자라서, 늘 뒤처지기 일쑤였다. 때로는 그런 점때문에 교사에게서 면박을 당하거나, 누군가로부터 무시당하기도 하였다. 더 강해지고 싶었지만 그 누구도 그에게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줄곧, 물속에서 발버둥을 치는 기분이었다. 허우적거려도, 계속해서 깊은 물이 발목을 끌어당기는 것만 같은, 그런. 그리고 그런 마블에게 처음으로, 손을 내밀어줬던 것은―
"어려우면, 나랑 같이 해보는 건 어때?"
물거품이 수면위로 떠오른다.
- 과거
- 1
- 힐난, 비웃음, 내려다보는 눈. 마블은 그것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시기의 열등생이 당연하게 마주해야 했던 것이었다. 그는 그런 열등생중 하나였다. 열등생인 마블은 매일같이 발버둥쳤다. 그것이 그에게 허락된 유일한 것이었다. 아무리 해도 실력은 늘지 않고,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천천히 빠뜨려가는 늪에 잠긴 것 같이. 그저 아래로. 아래로.
그런 마블에게 아득히 높은 곳에서 손을 내밀어준 사람이 에스텔이었다.
"도와줄까?"
마블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또 교사에게 모두가 보는 앞에서 핀잔을 듣고, 혼자 늦은 시간까지 연습하고 있던 자신에게 에스텔이 다가왔던 날을. 더미 인형을 연습용 칼로 때리고 휘두르다가 혼자 발이 꼬여 넘어진 채, 그대로 바닥에 누워버렸었지. 한 갈래로 땋은 연갈색 머리칼은 반쯤 풀어헤쳐져 있었고, 땀과 좌절이 땅을 적셔가는 채 있었던 마블의 눈앞에 돌연 당신은 나타났던 것이다.
"……."
일으켜 세워주려고 뻗은 손을 잡고 일어서면서도 마블은 경계의 눈빛을 풀지 않았다. 에스텔은 그런 마블에게 그냥 웃었다.
이렇게 해서, 어깨를 조금 더 위로- 옳지. 그렇게 해봐. 에스텔이 자세를 바로잡아준다. 마블은 그대로 따라해본다. 인형은 아까보다 강한 타격을 받고 쓰러진다.
"어때. 괜찮지."
"…어째서 도와주시는거죠?"
마블은 도움을 받았지만 그가 의심스러웠다. 이런 열등생 하나를 도와준다고 해도 저 자에게 이득은 없을텐데. 사냥꾼이 될 자격이 안 되는 무능한 것은 경쟁의 섭리에 따라 도태되는 것이 학교를 위해서도 좋지 않은가. 그런 눈초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내며 에스텔은 말했다.
"그야, 힘들어보였으니까."
그 때도 지금도 마블에게 에스텔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아마, 영영 그런 채일 것이다.
에스텔: 마블의 선배이자, 삶의 목표. 변이한 당신을 자기 손으로 죽이기 위해, 마블과 동료들은 여행중이다.
- 2
- 선배인 에스텔의 도움에 따라 마블의 실력은 점점 성장해갔다. 그럭저럭 사냥꾼 학교의 학생으로서 한 사람 몫은 하게 된 것이다. 곧 낙제해도 이상하지 않았던 예전의 그를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마블의 전투 방식을 생각하면 칼보다는 창이 편할지도 몰라. "
어느 날 당신이 그런 말을 하였다. 큰 기대 없이 시험삼아 써본 창은 마블에게 꼭 맞았다. 그 전까지 마블은 무게를 견디지 못해서 검을 놓치거나 무게중심을 잃어 비틀거리는 경우가 많았다. 훗날 무기의 무게를 감당하는 데에 무리가 없을만큼 성장한 이후로도 마블은 창을 쓰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감사합니다."
마블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에스텔은 자상하고도 독특한 사람이었다. 아니. 그 자상함이야말로 이 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독특함이었다. 에스텔은 자신에게 실질적인 이득이 조금도 없는 행위를 위해 시간을 쏟았다.
이에 대한 이유를 물어도 그 답은 마블에게 모호하게만 느껴졌다.
"그야, 늘 꾸준히 노력하는 게 눈에 띄었는걸."
"…그건 남의 일이잖아요?"
"신경쓰인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내 일이기도 해."
에스텔은 투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블은 경청했다. 가늘게 지어보인 눈웃음 속에는 사람을 홀릴 듯한 보랏빛 눈동자가 있었다.
"사냥꾼이 된다는건 짧고 강렬한 삶을 산다는 뜻이기도 해. 우리는 무사히 사냥꾼이 되더라도 삼십년을 채 살지 못하고, 어쩌면 그 전에 인간이 아니게 되어 죽어버릴지도 몰라."
덤덤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면서 당신은 미소지었다. "…그러니까, 그 짧은 시간을 최대한 가치있게 살아가고 싶어."
마블은 에스텔을 이해하진 못했지만, 예의 그 웃는 얼굴을 보고있으면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실력이 늘어 학교에서의 입지가 확고해지는 안정감과 닮았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적 인형을 호쾌하게 쓰러뜨릴때의 두근거림과도 닮았다.
"만약에 내가 일찍 죽는다고 해도, 네게 내가 잊지 못할 사람이 된다면 그건 가치있는 삶이야."
마블이 그 감정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은 조금 나중의 일이었다.
(에스텔:마블과 그 같은 팀 동료들의 선배. 현재는 변이한 상태로, 마블 일행은 에스텔의 흔적을 뒤쫓고 있다.)
- 3
- 더 시티에 별은 존재하지 않았다. 별처럼 보이는 것은 그것을 모방하여 매달려있는 조잡한 인공 전구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에스텔은 마블에게 별과 같은 사람이었으리라고 감히 추측해본다. 어두운 밤하늘을 수놓는, 멈춰선 채 올려다봐야 겨우 볼 수 있는―아득히 높은 위치에 선 그것.
'옳지. 잘 할 수 있으리라고 믿고 있었어.'
이후에 일어난 일들을 생각하면 별이라는 것은 적절한 비유가 아닐 수 없었다. 저 멀리서 보이는 별빛들은 사실 과거의 것이기에, 그것에 다가가려 해도 손에 잡히는 것은 허무감 뿐. 이미 연소해버린 별이라고 하는 과거의 흔적을 좇아 헤매는 것이 남겨진 이들의 일이었다.
'졸업하고 나면, 멋진 사냥꾼 후배가 되겠네. 마블은.'
'기대하고 있을게.'
"…그렇게 말해놓고선, 당신은 이렇게나 성장한 저를 보고 싶지 않은건가요?"
마블의 머리는 언젠가부터 희게 세어있었다. 그것은 정확히는, 당신이 변이했다는 소식을 들었던 날 이후의 일이었다. 억장이 무너지고, 눈물샘이 고장나 정신나간 사람처럼 펑펑 울었다. 매일같이 뜬 눈으로 잠들지 못하는 밤을 지새웠다. 마블은 도무지 자신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이대로 침체되어있고 싶었을 것이다. 넘어진 채 누워버렸던 그 날처럼, 그대로.
그렇지만 일어섰다. 절망적인 희망에 손을 뻗었다. 그것은 당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 손에 잡힌 창을 꽉 쥐었다.
- 과거 - 외전
- 마블의 부모님은 좋은 분들이었다. 그가 두 분이 자신의 친부모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뒤에도, 그 사실은 이 가족관계에 타격을 주지 못하였다. 마블에게 있어서 ‘부모님’이라는 말은 자신을 지극정성으로 길러준 두 사람을 가리켰다. 마블은 얼굴도 모르는 자신의 친부모가 사냥꾼이라는 것을 알게 된 뒤, 자신이 사냥꾼이 되기로 결정했을 때 부모님이 별 말없이 허락해주신 것은 그 사실때문일까를 잠시 생각했다. 깊이 신경쓰지는 않았다.
언젠가의 휴가, 부모님은 죽어있었다. 이상할 정도로 조용한 집안의 불을 켰을 때 마블을 기다리는 것은 바닥에 널려있는 두 구의 시체였다. 마블은 두 사람이 이미 차게 식은 시체가 되었음을 어렵지 않게 눈치챘다. 단지 실감이 나지 않아, 두 사람을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아득한 시간이 잠깐 사이에 흘러갔다.
마블은 자신의 부모님이 상냥한 사람들이었음을 떠올린다. 부족함 없는 가정에서 지냈던 평화로운 하루하루를 박차고 나가 사냥꾼이 되기로 다짐한 자신에 대해서도. 분명히 부모님과 함께한 나날들은 즐거웠다. 그랬는데 마블은 자신이 눈물조차 흘리지 않음을 깨닫는다.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자신은 어딘가 결핍되어 있는 것인가.
그렇게 마블은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는 세상을 떠난 두 사람과, 두 사람을 잃고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서있는 자신을. 그것은 이상한 광경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블은 이를 긍정적으로 여기기로 스스로와 타협했다. 이것은 사냥꾼다움이라고. 만약에 부모님이 변이했다면 자신은 둘을 자기 손으로 죽였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은 적어도 인간인 채로 죽었다. 그것은 명예로운 일이다. 최소한 추한 끝을 맞이하지는 않은 것이다.
무기로 적을 단숨에 꿰뚫는 법은 알지만, 있는 힘껏 우는 법은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건 말이야. 너의 방식으로 슬퍼한 거라고 생각해.”
아직은 졸업하지 않은 그 다정한 선배는 마블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런가요. 그렇게 말하며 마블은 에스텔을 보았다. 좋아하는 갈색 머리카락이 고개를 기울이며 살짝 흔들리면, 그에 맞춰 마블의 심장 소리도 움직여갔다. 부드러운 눈매가 가늘게 접히는 것을 보며 가슴 속이 간질간질함을 느끼며, 그렇게 있었다.
“왜냐면 마블은 슬퍼하지 않는 자신에 대해서 계속 책망하고 스스로를 탓하고 있잖아. 그건, 너무나도 충격적인 일을 겪어서 머리가 굳어버린거야.”
“…….”
마블은 그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결론지을 수 없었다. 단지 그런 식으로 자신을 포장해주는 에스텔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눈부신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가족의 죽음을 계기로 느끼는 슬픔을 핑계로, 당신의 손을 잡고 어리광을 부려도 될까? 그런 생각을 하는 자기자신을 경멸하는 심리조차,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며.
“힘이 들 때 펑펑 울 수 있으면, 마음이 많이 후련해져.”
그 말은 언젠가의 예언이었나. 저주와 같이 돌아오게 될 다정함이 내리꽂히고.
- 리테와 마블
- 무섭게 돌격한 마블의 창이 리테의 두부를 비껴간다. 그것은 벽에 꽂힌 채 커다란 금을 가게 했다. 자신을 밀어붙이곤죽일 듯이 노려보는 후배에게 리테는 싸늘한 시선만을 돌려준다. 마블은 확연하게 일그러진 얼굴이었다. 마블이 이런 식으로 표정을 바꾸는 것은 오로지 에스텔과 관련된 일일 때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마블에게 굳이 에스텔을 들먹이며 도발할 수 있는 것은 아마 리테 정도겠지. 리테는 코웃음을 치고는, 마블이 겨눈 창을 움켜쥔다. 콰득. 창에 금이 간다.
"이 정도 실력으로 그 녀석을 죽이겠다고?"
견고한 강도로 되어있는 창이 과자처럼 그의 손에서 두동강난다. 무정한 얼굴이었다. 마블은 이를 악문다. 노기가 서린 채로 리테의 한 쪽뿐인 눈을 똑바로 응시한다.
"웃기지 마. 수명 아까운줄 모르는 것도 정도가 있지. 그렇게 시간과 노력을 내던져서 뭘 할건데?"
"닥쳐."
"현실성 없는 꿈에 매달리려고 사냥꾼이 된거야? 스스로의 몸값을 냉정하게 바라봐. 죽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닥치라고 말했어. 개자식아."
지금의 마블에겐 선배고 뭐고 없었다. 애초에 마블이 관심을 가지는 인간이라곤 에스텔밖에는 없었다. 다른 개체들에게는 알 바 아니었다. 마블에게 에스텔은 삶의 의미이자 목표였다. 지극히 불손한 태도에도 리테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평소에 장난삼아 '어디 선배가 얘기하는데' 같은 추임새를 붙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리테는 메고 있던 칼을 마블의 옆에 내던진다.
"어디 힘으로 닥치게 해보시든가."
흔히 푸주칼이라고도 부르는 그것과 닮은 거대한 칼이었다. 마블은 눈 앞에 있는 칼을 줍는다. 그리고 휘두른다. 집요하게 리테의 머리를 노린다. 목을 베어버리려는 듯이. 하지만 묵직하게 휘두르는 검을 리테는 손쉽게 피한다. 마치 움직임을 예측하고 있는 것 같다. 살기를 띈 눈에 동요하기는 커녕, 차가운 무표정을 유지한 채로. 기젤라와 하이넬은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으나 각자의 이유로 차마 말릴 엄두는 내지 못하고 있었다. 기젤라는 말리기 겁이 나서, 하이넬은 결과를 알고 있었기에.
괴물들의 싸움이었다. 사냥꾼의 전투력은 평범한 인간하고는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다. 마블은 분명 굉장히 실력있는 사냥꾼이었다. 평소 쓰던 무기가 아니니까 익숙치 않을 법도 한데도 마치 원래부터 칼의 주인이었던 것 마냥 능숙히 칼을 쓰고 있었다. 휘두르고, 돌리고, 꽂고, 찌르고, 베면서.
하지만 리테의 연륜에 비할 바는 되지 못했다. 공격 하나하나가 재빠르고 움직임과 움직임사이 틈이 없는데도 리테는 그 모두를 읽어내고, 가볍게 피한다. 되려 피하는 동작 하나하나에서 마블이 리테를 벽으로 몰아넣는 것을 못 하게 하기까지 한다. 흐름을 장악하고 있는 쪽은 누가 봐도 리테였다.
더군다나 리테는 무기를 쓰고 있지 않았다. 상대에게 자신의 무기를 주고 자신은 맨몸으로 싸우고 있는 것이다. 리테에게 창은 너무 약했다. 분명 결코 약하게 만들어진 창이 아닌데도 그것을 맨손으로 부숴버렸지. 그래서 일부러 무게있고 부서지지 않는 무기를 리테에게 던진 것이다.
몇 번이고 검이 휘둘리던 중, 마블이 칼을 치켜들었을 때였다. 리테는 그 틈을 놓치지 않는다. 낮게 읊조리고는 상대에게 파고들듯이 다가간다. 말도 안 되는 속도였다.
"빈틈."
아차. 마블이 그렇게 생각했을때는 이미 늦었다. 리테는 칼을 손날로 쳐서 떨어뜨리고, 바닥에 꽂히기 전에 칼 손잡이를 낚아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마블의 눈앞에 칼을 겨눈다.
리테의 압승이었다.
"……!"
분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문다. 마블의 공격은 리테의 머리칼 끝자락마저도 베지 못했다. 빈틈이 없었다. 분노에 휘둘릴 것 같은 인상과는 달리 전투에 임하는 태도는 한없이 냉정했다. 그야말로 타고난 사냥꾼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도 노력했어. 엄청나게 노력했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마블에게는 다시금 분노가 끓어올랐다. 저것은 어째서 숨쉬듯이 나의 평생을 부정하는가.
"싸우고 싶으면 더 실력을 쌓아와."
그렇게 말하고 리테는 칼을 다시 등 뒤에 메고 돌아선다.
/
"…저기- 그, 미안해. 리테가 한 일."
상황이 종료되고 나서 뒤늦게 카밀과 린이 나타난다. 두 사람은 같이 쇼핑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린의 입에는 딸기 도넛이 물려있었다. 에스텔의 팀이 뿔뿔이 흩어진 이후에도 선배들중 비교적 가장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있다면 카밀이었다. 아예 사냥꾼을 그만둔 티나나, 그 태도가 확연히 날이 서게 된게 눈이 보이는 리테와는 달랐다. 여전히 그는 온화한 성격에 누구에게나 여유로운 태도를 보여주었다.
"신경쓰지 마세요. 카밀 선배가 한 것도 아니고."
"그렇지만, 친구니까…."
사실은 친구라고 일축하기엔 상당히 깊은 사이였다지만 카밀은 거기까진 굳이 말하지 않은 채였다. 입가에 설탕가루를 묻힌 채 무슨 일 있었어? 라며 갸웃거리던 린은, 자초지종을 듣고 난 뒤에는 그 건에 관해서는 입을 다문다. 그 대신 카밀과 간 쇼핑에서 일어난 일들같은걸 이야기하면서.
"…변호를 조금 해주자면, 리테는 아마 속으로는 마블을 생각해주고 있다…고 생각해. "
카밀은 리테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리테를 가장 깊이 이해하는 사람을 꼽자면 단연 그였다. 리테는 카밀이그 누구에게도 말하거나 보여주지 않는 부분까지도 알고 있었다. 이를테면 안대로 가려진 부분이 어떻게 생겼는지나, 몸 곳곳에 새겨져있는 흉터들, 그리고 그것들이 지금의 형태를 갖추기까지 있었던 일들까지.
"리테는 아마 마블이 에스텔과 마주하고 나서 좌절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서 그럴 거야. 죽이는걸 성공하든, 성공하지 않든, 무거운 일이니까. 소중했던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단순히 그 일 자체도 위험하고…말이지."
"……."
"그렇다고 해서 리테의 방식이 정당화되는건 아니야.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드러나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 "
마블은 그 말을 들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히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언제나의 무표정과는 달랐다. 단순히 패배의 굴욕을 곱씹는 것 이상으로 깊은 심연과 같은 감정들이 얽혀있었다. 언젠가의 무능했던 자신에서부터, 구원이었던 사람을 잃어버리기까지.
"…카밀 선배도, 저희가 하는 일이 의미없다고 생각하나요?"
하이넬은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기젤라는 하이넬의 질문에 살짝 놀란 듯한 표정이 된다. 어찌보면 그들의 여행 그 자체를 부정하는 말이 돌아올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의미가 없다곤 생각하지 않아. 단지 힘들 뿐이지."
카밀은 잠시 침묵하더니 답한다.
"갑작스러운 이별의 의미를 찾고 싶은 심정은 알고 있어. 그 감정을 마무리짓고 싶은 기분도. 소중했던 사람을 자기 손으로 보내준다는 것은, 무척 의미가 큰 일이지. 하지만…."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차분하게 이야기한다. 하이넬과 기젤라, 린은 그의 말을 경청한다. 만약 카밀이 좀 더 에스텔만큼 적극적인 성격이었다면 별의 여행자들의 은인은 한 명 뿐이 아니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단지 마블은 말을 듣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에스텔을 찾아내는 것 자체도 굉장히 막막한 일일 뿐더러, 만약에 만난다고 해도 죽일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어. 실제로 우리 팀 역시 한 번 에스텔에게 패배했었으니까. "
변이한 에스텔이 살아있는 이유는, 그 때 리테 일행이 에스텔이 변이한 순간 그를 제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에스텔은 그렇게 그들을 떠나가버렸다. 그것은 도망친것과는 달랐다. 이별을 선언한 것이다. 카밀은 떠올려본다. 에스텔이 자신들을 적대하는 눈으로 보고, 에스텔에게 다 같이 무기를 겨눠야 했던 그 날을.
"그리고, 죽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주변따위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돌진한 사람이, 막상 목표가 사라지고 나니 더할나위없이 허무해지는, 그런 일은 흔한 법이다. 리테는 그 허무감을 알고 있었다.
리테에게 있어 에스텔은 마블과는 다른 의미로 삶의 목표였다. 때때로 리테는 에스텔을 보며 자신의 삶 전부가 부정당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에스텔에게 친근함을 느끼면서도, 증오하고, 끝없이 의식하고 있었다. 에스텔을 인정못하면서도 인정하고 있었다. 일종의 라이벌의식이었다. 그런 에스텔이, 그렇게 되어버려선 안 되는 거였다.
카밀은 그 허무감을 아는 리테를 알고 있었다.
'진흝탕에 굴러들어가는건 우리로 충분해.'
언젠가 리테는 마블 일행에 대해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들의 목표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이유를 일축한 말이었다.
사실 더 최악의 경우로는 에스텔이 이미 다른 사냥꾼에게 살해당한다는 경우의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리테도 카밀도 경우에 넣지 않았다. 왜냐하면 에스텔은 강했다. 만약 에스텔이 변이하는 것을 눈앞에서 본 게 아니라면, 정신체라고 오해했을지도 모른다. 에스텔을 아는 자신들이 이기지 못했는데, 에스텔을 모르는 이들이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니까, 만약 에스텔을 쫓는 것을 계속 한다면, 일이 전부 끝났을 때 뭘 할지도 생각해두는 게 좋아. 에스텔은 좋은 사람이지만, 사람이 사람의 인생의 전부가 될 수는 없잖니."
카밀은 진심어린 충고를 한다. 꺾을 수 없다면, 방향을 조금 원만하게 틀어주는 쪽이 좋지 않을까. 그러나 마블은 완고하게 답한다. 이를 부정하는 누구의 말도 듣지 않겠다는 듯이.
"…에스텔은 저의 전부에요."
- 뒷이야기
- ※모브캐릭터만 나오는 독백 주의!
티나: 리테의 과거 동료. 에스텔이 변이한 후 사냥꾼을 그만둠
에스텔: 마블과 리테가 쫓고 있는, 그 다정했던 선배. 지금은 변이했다.
기젤라: 마블의 동료 사냥꾼. 세상의 잔혹함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마블 관련 독백 '일지'의 화자.
카밀: 이 독백에선 몰라도 되는데 아무튼 과거도 지금도 리테 동료
에스텔과 리테의 사이에 보이지 않는 균열이 생겼다는 것은 티나 역시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아주 사소한 금일뿐이며, 그것을 이겨낼 만한 견고한 유대감이 존재한다고 티나는 믿고 있었다. 모두가 다 같이 있으면서 안정과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고. 그리고 이런 나날들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하지만 티나의 기대는 보기 좋게 부서졌다-
사실, 사이가 좋았는지 아닌지는 별로 상관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변이해버리는 순간, 사살대상이 된다는 것은 자명했으니. 그러므로 티나는 더 이상 두 사람의 관계가 어땠는지에 대해 생각할 의무가 없었다. 그런데도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져갔다. 몸을 쓰지 않게 되니까 쓸데없는 생각을 할 시간이 많아진걸까. 사냥꾼을 그만둔 뒤로 의미없는 생각들만이 계속해서 휘몰아쳤다.
“……”
모두는 눈앞에서 에스텔이 변이하던 날을 기억한다. 그 차가운 눈초리를. 더 이상 도시의 인간들에게 아무런 기대조차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듯한 그 모습을. 리테는 사라진 에스텔을 쫒아서 죽이겠다고 선언했다. 카밀은 그런 리테의 곁에 있겠다고 얘기했다. 티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티나는 자신만이 꿈 같은 기대를 품고 있었던 어린아이인 것처럼 여겨졌다. 자신에게는 얼마 전까지 동료였던 이에게 무기를 겨눌 만한 각오가 없었다. 그것이 사냥꾼다운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랬다. 평생을 바쳐온 사냥꾼이라고 하는 직업이 자신에게 맞지 않았음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는 사냥을 그만두었다.
사냥꾼의 수명은 짧아서 티나에게 남은 여생도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계속 사냥꾼으로 일하는 것보다는 오래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십년도 채 남지 않은 나날들을 어떻게 써야 할지를 고민하던 끝에 내린 결정은 그것이었다.
“글을 쓰기로 했어.”
티나는 알지 못했지만, 티나가 해줬던 이야기들은 기젤라에게 있어서는 인생의 전환점이 될만큼의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그 전까지 기젤라는 어렴풋하게만 생각했을 뿐이다.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 이 감정들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티나의 이야기는 기젤라에게 답이 되었다.
“도망친 패배자의 형편없는 글따위를 누가 읽어줄지는 모르겠지만.”
“…….”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기에는 남은 시간이 아까우니까.”
남은 시간이라는 말에 기젤라는 말의 무게를 느꼈다. 사냥꾼의 수명은 길지 않다. 더 이상 비스트랑 싸우지 않는다고 해도, 남은 수명은 십년도 채 안 될 것이 뻔하다. 기젤라는 자신의 남은 날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사냥꾼은, 그렇게 죽어가는 존재다. 이 짧은 생명은 오직 도시의 영광을 위해서 바쳐질 것이다.
그렇게 자신들의 처지에 대해 고민하고 고민한 결과는 이후 기젤라가 혼자 적어내려간 일지들로 남게 된다.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알 수 없다. 출판 소설도 아닌 그 일기는 주인과 함께 광활한 우주 어딘가에서 시신조차 남지 않은 채 소멸될지도 모른다. 도시에 있어서는 안 될 사상을 다룬 글이라며 불살라질 가능성도 있다. 그 모든 것을 기젤라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딘가에 기록으로 남기는 것 만으로, 자신의 존재가 조금이라도 짙어지는 것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패배자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자조적인 말에 뒤늦게 이의를 제기한다. 여린 후배의 소극적이지만 또렷한 그 의사표현에, 티나는 웃는다.
“고마워.”
- 그 괴물
- 마블은 지면을 박차고 튀어오른다. 눈 앞의 괴물을 향해, 익숙하게 창을 휘두른다. 비스트에게서 뻗어나와 동료들을 향한 촉수들이 순식간에 찢겨지고 잘려나간다. 이미 마블에게 주위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그의 시야 속에 있는 것은 저 거대한 짐승 뿐이었다. 창을 정수리에 내리꽂고, 비틀며, 찍어누른다. 눈 깜짝할 새에 한 마리를 처치한 것이다.
괴물의 사체에서 핵을 뽑아낸다. 그 살점과 혈흔이 찐득하게 손에 달라붙는다. 마블은 등 뒤를 향한 습격을 인지한다. 하지만 그 공격보다 마블의 반격이 더 빨랐다. 날개를 펼친 비스트의 가슴팍에 창이 꽂히고, 괴성이 울려퍼진다. 그리고, 사냥꾼은 다음 사냥감을 찾는다.
마블은 자신이 확연히 강해졌음을 느꼈다. 그 대화방 사람에게서부터 핵의 분석본을 받은 덕분이었다. 자신의 체내의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 이런 상태라면, 정신체와 싸워서 이기는 것도 무리는 아닐지도 모른다. 마블이 근처 비스트들을 죽여간 끝에 바닥은 온통 비스트의 시체들로 가득했다.
그렇게 싸워나가는 마블의 모습은, 이제는 어느 쪽이 괴물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라고. 누군가는 생각했다. 형태를 갖추지 못한 생각은 그대로 산산히 흩어졌다.
마블은 살짝 미소짓는다. 스스로가 이렇게 강해졌다는 사실에 온 몸에 전율이 흐르고 고양감이 돌았다. 기뻤다. 이런 실력이라면 선배를 죽이는 것도 꿈은 아닐 것이다. 죽일 수 있다. 뒤틀리고 뒤틀린 감성은 이제 어디서부터 되돌려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 뒤틀림이, 어긋남이 그를 이루고 있었다. 해체하는 순간 마블이라고 하는 존재는 더 이상 없을 정도로. 망가진 감정들을 뒤섞어내서 빚어낸 것이 지금의 그였다.
- dɪ|zæstə(r)
- 엔딩 독백.
- 1
- 모브캐릭터 소개
기젤라: 마블의 동료이자 일지의 화자. 전투 스타일은 탱커.
린: 마블의 동료. 정보 분석 및 전략 수립이 특기.
하이넬: 마블의 동료. 전투 스타일은 밸런스형. 학창시절엔 가장 우등생이었음.
에스텔:마블과 동료들의 사냥꾼 선배. 마블에게 있어 각별한 존재. 현재 변이.
에스텔은 한 때 인간이었던 것의 앞에 느릿하게 걸어온다. 망가진 채로 기어다니는 그것과 눈을 맞추기 위해 한 쪽 무릎을 굽힌다. 그리고 상대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며, 썩어 문드러진 몸을 쓰다듬는다.
“프리실라.”
그는 오페라 가수마냥 얼굴의 반을 가린 흰 가면을 쓰고 있었다. 사냥꾼이었던 시기 활동성을 중시했던 옷을 입었던 것에 비해, 비교적 격식있는 옷차림이 눈에 띄었다. 프리실라였었던 비스트는 에스텔의 다정함에 실실 웃는다. 기괴한 괴물 같은 모습이었지만, 에스텔은 아랑곳하지 않고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마블의 안에서 분노가 솟구쳐올라왔다. 그는 그것이 사냥꾼의 긍지를 저버린 에스텔에 대한 증오라고 생각했다. 한 때 동경하고 사랑하고 있던 자에 대해 실망했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이라고. 사실은 그것은 순수한 질투에 더 가까웠다. 어째서 자신이 아닌 저런 괴물에게 상냥하게 대해주냐고 하는. 마블은 스스로의 진심을 오랫동안 억누르고 부정하는 것에 익숙해진 나머지 별 것 아닌 감정마저도 이해하지 못하게 되어있었다.
에스텔은 문득 인기척을 눈치채 마블 일행이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긴다. 그들은 잠복한 상태였지만, 에스텔은 쉽게 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변이한 이후의 에스텔의 감각은 예민했다. 인간이라면 느끼지 못할 범위의 것까지 인지할 수 있었다. 프리실라를 바라본 것과는 다른 무심한 시선으로, 후배들이 숨은 장소를 바라본다.
“숨지 말고 나오렴. 나를 보기 위해 온 거잖아?”
마블의 다른 동료들은 차마 모습을 드러낼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린은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었고, 기젤라는 고뇌를 끝내지 못한 채였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하이넬이었다. 하이넬은 굳은, 한편으로는 제법 비장한 얼굴로 먼저 앞에 나왔다.
“여전하구나. 하이넬.”
“…….”
하이넬은 에스텔을 향해 활을 겨눈 상태였다. 활시위에는 날카로운 검이 화살 대신 걸려있었다.
“용기있고, 책임감있고, 강한 아이야.”
“…에스텔.”
“하지만 그 용기가 올바른 곳으로 향하고 있는지, 생각해본 적 있니?”
그는 한 때 선배였던 이를 노려본다. 시위를 당긴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저것은 이제 자신의 선배가 아니다. 에스텔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를 먹어치운 괴물일 뿐이다. 하이넬은 속으로 반복한다. 프리실라는, 멍하게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본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한 눈치였다.
“비스트는 반드시 죽여야만 하는 존재라는 전제에 대해서, 의심해본 적 없어?”
“지극히 당연한 사실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간 미쳐버릴 뿐입니다.”
“한 때 인간이었던 이들도, 이성을 갖추고 공격 의사를 보이지 않는 존재도 죽어야 하는 것이 당연해?”
하이넬은 그 말에 대답하는 대신, 결의를 드러낸다.
“저희는 당신을 죽일 거에요.”
“…역시, 대화로 해결하는건 무리인걸까?”
“비스트와 사냥꾼은 대화하지 않습니다.”
“그래.”
당연하게 되돌아온 대답에 에스텔은 씁쓸한 미소를 띄운다. 그래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수많은 이들에게 똑같은 물음을 던져왔고, 그 때마다 돌아오는 답은 똑같았다. 비스트의 말은 헛소리일 뿐이다. 그런 미친 소리를 듣고 받아들이는 놈은 정신머리가 썩어빠진 것이다. 짐승들에게는 감정이 없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이야기를 듣게 만들기 위해서는 조금 과격한 방법을 쓸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내린 결론이었다. 후배들을 죽일 생각인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사냥꾼을 죽이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도 아니었지만. 에스텔은 프리실라에게만 들릴만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이 곳에 계속 있다가는 너도 위험해질거야. 내가 견제하고 있는 동안, 빠져나가렴.” 프리실라는 그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보기 드문 그의 단호한 표정을 보고 무언가를 생각한다.
에스텔의 등 뒤의 땅에서부터 가시덤불이 자라난다. 그것들은 일제히 어린 사냥꾼들을 향해 뻗어나간다. 마블은 기다렸다는 듯이 창을 들고 튀어나간다.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이해한 기젤라도 방패를 든다. 주춤하던 린도 결국에는, 일어선다.
- 2
- 하이넬은 가시덤불을 벤다. 공격해오는 덤불들을 기젤라는 방패로 쳐낸다. 마블은 두 사람의 견제에 힘입어 에스텔에게로 돌진한다. 신기루처럼 그 곳에 서있는 에스텔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창을 피한다. 마블의 무게를 실은 창이 에스텔을 비껴나간 땅바닥에 박힌다. 다시금 마블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자세를 바로잡는다.
에스텔을 향해 무기를 휘두른다. 꿰뚫리고 찢겨나간 것은 에스텔의 잔상이었고, 에스텔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마블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능숙한 회피가 이어지지만 마블은 느꼈다. 자신은 강해졌다. 조금만 더 하면, 에스텔을 죽일 수 있었다.
염원해왔던 일이 이루어진다.
염원의 이유도, 감정의 출처도 잊어버린 사냥꾼은 그저 학습된 환희를 느낀다. 이제는 당신을 죽여버리겠다는 생각만이 마블의 머릿속에 가득 차있었다. 에스텔의 눈에는 동정이 엿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순순히 죽어줄 생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재빠른 움직임으로 공격을 피하고, 반격할 준비를 한다.
‘그러니까, 만약 에스텔을 쫓는 것을 계속 한다면, 일이 전부 끝났을 때 뭘 할지도 생각해두는 게 좋아.’
누군가의 걱정어린 목소리가 문득 마블의 머릿속에 떠오른다. 카밀은 다정한 사람이었다. 자기자신이 아닌 생판 남에게 충고를 할 줄 아는. 아마 그 다정함은 누구라도 인정하겠지.
‘사람이 사람의 인생의 전부가 될 수는 없잖니.’
하지만 당신의 다정함은 공허했다. 마블은 카밀에게는 자신에게 충고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그 말은 어느정도 맞았다. 그것은 카밀이 꺼내기에는 제법 우스운 말이었다. 타인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은 마블은 그렇게까지 카밀을 꿰뚫어보지는 못했다만. 마블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카밀의 잔상을 베어내버린다.
‘에스텔은 제 전부에요.’
한편 가시덤불은 계속해서 뻗어나간다. 사냥꾼들의 발목을 붙잡고, 팔을 휘감는다. 날카로운 가시들이 그들의 몸에 박힌다. 고통스러운 듯한 신음소리가 울려퍼진다. 린은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 지 지시를 내리기는 커녕, 스스로도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었다. 프리실라와 린은 제법 친한 편이었다. 그는, 프리실라를 도감에 그릴 자신이 없었다.
기젤라는 에스텔이 한 말에 대한 답을 계속해서 찾고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로 자신은 혼자 잘못된 게 아닌가 고뇌하며. 문득 하이넬은 다들 어딘가 정신적으로 몰려있음을 감지한다. 기젤라도, 린도, 각자 무언가에 사로잡힌 듯이 괴로워하고 있었다. 마블도 평소와는 조금 움직임이 달랐다.
처음에는 단순히 한 때 동경했던 선배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인 감정 탓이건 상대의 실력을 알기 때문이건, 침착하기 어려운 상황인건 당연하다고.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었다. 몸을 떨며 서있는 린은 가장 먼저 감지한다. 무언가, 지금 보이는 것보다도 더 무시무시한 괴물이 이 곁에 있다고. 하이넬은 린의 표정을 바라본다. 린의 겁에 질린 표정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눈치챈다.
순간, 공간을 압도하는 감각을 그 곳의 모두는 느꼈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우리들을 이렇게 흐트러뜨리는 것은. 에스텔의 등 뒤에서 거대한 비스트가 모습을 드러낸다. 입을 벌린 뱀은 포효한다. 그것은 그 짧은 외침만으로도 사냥꾼들이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환청이 들리고, 환각이 비친다. 모두는 엄습해오는 두려움을 느낀다.
“……!”
그것은 정신체였다. 다른 비스트하고는 상대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하고, 평범한 사냥꾼들로는 상대조차 할 수 없는 괴물. 정신체가 단순히 다가와 소리쳤을 뿐인데도 이 정도로 약해진 것이 드러난다면, 저것이 진심으로 싸우면 결코 승산은 없었다. 애초에 마블 일행은 정신체를 상대하는 법에 대해서는 배운 바가 없었다. 하이넬은 가까스로 가시덤불을 끊어내며 소리친다.
“다들!”
하이넬의 목소리에 린도 기젤라도 정신을 차린다. 이 곳에 계속 있다가는 모두가 절망에 잡아먹히고 만다. 사냥꾼은 쉽사리 죽지 않았지만, 정신체에 의해 망가져버린 정신을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해야 할 일은 분명했다.
“어떻게 해서든, 도망쳐야 해!”
기젤라는 가시덤불을 짓밟고 뭉갠다. 후방에 있던 린도 겨우겨우 그것들을 견제한다. 그렇게 다 같이 도망칠 채비를 하고 있는데, 마블만은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기젤라는 마블에게 애타게 소리친다.
“마블. 도망쳐!”
마블은 여전히 눈 앞의 목표물을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가득했다. 그것은 생존본능보다도 강한, 영혼의 울림이었다. 마블이 에스텔을 찌르고, 베려 한다. 에스텔은 여전히 그것을 피해버린다. 동료들의 목소리는 마블에게 닿지 않는다. 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마블에게 그 말은 들을 가치도 없는 것이었다.
“마블!”
살기를 띈 분홍빛 눈동자 안에는 에스텔밖에 보이지 않았다. 뒤에서 울부짖는 짐승따위는 우리들을 방해할 수 없다고 마블은 생각했다. 더 이상은 이 장소에 남아있을 수 없다고 여긴 동료들은 마블을 뒤로 한다. 이제 마블에게 방해꾼은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창을 쥔 사냥꾼은 거대한 뱀을 바라본다.
- 3
- ※ 사지절단,신체훼손 등 잔혹한 묘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마블.
마블. 마블!
도망쳐야 해.
……
….
시끄러워.
“도와주러 올 필요는 없었는데.”
에스텔은 거대한 뱀에게 조금 날카롭게 말한다. 자신을 위한 것임은 알고 있었으나, 그의 방식은 거칠었다. 리테와 카밀에 대한 대처는 난폭할 지언정 에스텔이 납득할 수 있었다. 둘은 정신체를 사냥할 능력이 있는 사냥꾼이었으니까. 더군다나 리테는 수없이 많은 비스트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이를 못 들은 척 했다. 오로지 인간으로서 존재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리테를 괘씸하다고 생각하는 심리는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저들은 달랐다. 에스텔의 후배들은 여럿이라고는 해도 정신체를 상대할 역량이 되지 않았다. 굳이 그 뱀이 나서서 위압할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저들은 너를 죽이려 왔지.”
비스트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뱀은 말한다. 에스텔의 어깨 부근을 휘감듯 부유한다. 뱀이 이 곳에 올 수 있었던 것은 도망친 프리실라를 봤기 때문이었다. 먼 거리를 이동하기에 불편한 신체구조를 지닌 그 애가 그렇게까지 멀리 왔다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으리라고 뱀은 생각했다. 마블은 뱀의 목소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치밀어오르는 불쾌감이 느껴져 그것을 찌르려고 달려든다.
“떨어져.”
경멸하는 목소리와 함께 창을 올려찍는다. 뱀은 마블의 공격을 가볍게 피한다. 에스텔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빠르기였다. 뱀은 이어 인간의 정신을 갉아먹는 음파를 마블을 향해 보내기 시작한다. 마블은 주춤한다. 수도 없이 많은 비스트들의 비명소리와 울부짖음이 그의 귓가에 들려온다. 그 속에는 리테의 것도 끼어있었다.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 목소리는 잠시 움츠러드나 싶었던 마블을 다시금 고양시키고 분노하게끔 한다.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 기분나쁘고 불쾌한, 그를 가로막는 것 같은 소리. 마블의 눈이 분노로 차서 희번득댄다.
“닥쳐. 닥쳐. 닥쳐!”
에스텔은 슬프지만 자신에게 뱀을 말릴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동료를 해치는 일을 해온 사냥꾼인 에스텔을 기꺼이 받아준 것만으로도 빚을 지고 있었다. 여기에서 뱀을 말린다면 그거야말로 위선적이고 이중적인 태도일 것이다. 사냥꾼들은 비스트의 사정을 봐준 적 따위는 없었으니까.
결국에는, 올바르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 에스텔은 생각한다. 뱀은 에스텔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그를 향한 공격을 막고 있었다. 이 틈에 도망가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에스텔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아껴왔던 소중한 후배인 마블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거기다가 에스텔이 뒤로 빠진다면 이 뱀이 마블을 어떻게 할지는 뻔한 일이었다.
“마블.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지만 마블은 에스텔의 이야기마저 들을 생각이 없었다. 그는 알 수 없는 분노와 원한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은 정신체의 공격을 받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도시를 위해 싸워나간 나날 속에서 그의 감정은 이미 마모되어 있었다. 그는 짐승을 죽이는 존재였고, 도시를 위한 부품이었다.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세워진 규칙만을 우선시하던 끝에 이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는지도 잊어버렸다.
마블은 에스텔을 사랑했고, 사실은 에스텔이 죽어버리는 것을 원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비스트를 죽여야 한다는 것은 지켜져야만 하는 도시의 규칙이었다. 그렇다면, 끔찍한 괴물로서 누군가에게 죽어 소모당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면, 적어도 자신이. 그것이 처음 마블이 생각한 것이었다. 이름조차 기억해주지 않을 사람들에 의해 에스텔이 죽어버리는 것은 싫었다. 자신이 누구를 죽였는지도 모르는 이들이 사랑하는 선배의 심장을 뽑아 손쉽게 사용한다니, 상상만 해도 소름끼쳤다. 그러니까 자신이 죽일 것이다. 누구보다 에스텔을 소중하게 여기고, 그 누구보다 사랑해온 자신이.
그것을 생각하면 마블은 기뻐졌다. 더 이상 누군가에게 에스텔이 죽어오는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까. 자신이 그 끝을 끝까지 지켜봐줄 수 있으니까. 그것을 기쁨으로 삼기 위해 노력했다. 도시에 부합하는 인간이란 그런 것이었다. 마블은, 기뻐하기 위해 애썼다. 마블은 순전히 부단한 노력으로 이루어진 인간이었다.
뱀은 마블의 공격이 자신을 스쳤음을 눈치챈다. 지금까지는 겪은 적 없는 일이었다. 거대한 뱀은 눈 앞의 사냥꾼을 바라본다. 자신의 괴로움과 고통을 기쁨으로 치환하기 위해 무수한 노력을 반복해온 끝에, 이제는 즐거움과 고통의 근원이 무엇인지도 잊어버린 이를. 뱀의 전투방식은 누군가의 감정을 헤집고 그 약점을 찔러대는 것이었다. 누구에게나 약한 부분은 있다.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자극해서, 동요하는 감정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절망, 슬픔, 고통들을 먹어치우면서 그것은 강해진다. 그런 뱀이 보았을 때, 마블이라고 하는 이 존재는.
괴물이었다.
“…에스텔. 자리를 피하도록.”
하지만 에스텔은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에스텔에게는 근본적으로 인격을 가진 존재들에 대해 애착과 동정을 버리지 못하는 면이 있었다. 그런 점 때문에 다른 인간과는 다르다고 생각해 뱀은 그를 친구로 삼았으나, 이런 상황에서는 그런 면이 유감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피하고 싶다면 네가 해. 나는 후배를 두고 도망치지 않아.”
“글쎄. 네가 후배라고 여겼던 이는 누구보다도 간절히 너를 죽이려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이 자는-”
뱀은 말을 고친다. 이것은, 괴물이야. 이어진 그 말에 에스텔은 인상을 조금 찡그린다. 에스텔은 뱀과 같은 능력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마블의 감정 상태를 정확하게 헤아릴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에스텔. 짐승의 뒤에 숨지 말고 나와요.”
괴물을 연달아서 공격하면서 마블은 말했다. 대화방의 연구자가 이루어낸 업적을 통해서 마블은 핵의 힘을 극대화하는 법을 이해했다. 지금의 마블에게는 정신체를 상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당신이 사랑하는 후배잖아요. 저를 보라고요.”
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는,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에스텔은 동요한다. 그리고 그가 그것을 말릴 틈도 없이, 거대한 짐승은 자신의 힘을 농축한 숨결을 내뱉는다.
“……!”
마블의 몸이 조각난다. 팔이, 다리가, 목이, 뚜둑, 소리를 내며 분리되고는, 그대로 그 자리에 차례차례 떨어진다. 마치 줄이 끊어진 목각인형과도 같았다. 다시 한 번 뱀이 숨을 내뱉자 그것들은 사방으로 흐트러진다. 곳곳에 떨어진 후배의 신체들을 보고 에스텔은 경악한다.
“이렇게까진 하지 않으려 했는데, 저 녀석은 충분히 위험해.”
“…라합…!”
“자. 가자고. 어차피 저 자는 사냥꾼이니, 저 정도의 신체 이상은 손쉽게 수복되겠지.”
틀린 말은 아니었다. 냉정하게 봤을 때 저 행동은 잠시 발목을 잡아둔 정도밖에 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에스텔은 차마 발을 떼지 못한다. 수많은 사냥꾼들은 죄인이었다. 에스텔 본인도, 리테도, 카밀도, 사랑하는 후배들도 그 과오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에스텔은 수많은 사냥꾼들이 신체가 걸레짝이 되더라도 금세 나아 일어서 싸우던 것을 생각한다. 수명을 희생해 망가지지 않는 몸을 손에 넣은 그들은 짧은 생애를 오로지 도시를 위해 사용한다. 금세 나아버리는 신체라면, 그런 꼴을 당해도 무사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몸을 헌신짝처럼 사용하는 끝에 심장은 닳아간다. 마음은 계속해서 좀먹혀가겠지. 도시를, 도시에 의해 희생되는 사람들을, 어떤 눈으로 보아야 할 것인가.
“이 상태로 심장팍을 꿰뚫는다면 저 자는 죽는다. 확실하게 숨을 끊지 않는 것은, 나름대로 너의 의지를 존중한 결과야.”
마블의 상체가 꿈틀거린다. 훼손된 몸통이 조금씩 복구되어간다. 이런 상태에서는 마블이 경멸한 그 짐승과 그다지 다를바도 없었다. 아직 다 수복되지 않은 신체로 겨우 기어가면서, 입인지 구분조차 가지 않는 부위로 읊조린다.
“에스텔.”
그 처절한 모습을 에스텔은 내려다본다. 한 때의 평화로웠던 날들을 떠올린다. 자신의 후배를 향해 천천히 걸어간 에스텔은, 조심스레 손을 뻗는다. 부드러운 손길로 마블의 얼굴을 쓸고는, 끌어안는다. 결국에는 동정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자신의 패인이라고 생각하면서. 에스텔의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던 가면이 조각난다. 자신이 선택이 무슨 결과를 낳을 것인지 에스텔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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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서, 기뻐하면서, 괴로워하면서, 마블은 변이체의 몸을 꽉 움켜쥔다. 그것은 부드러운 포옹이 아니라, 상대를 졸라 죽이기 위한 동작에 가까웠다. 이제와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것 뿐이었다. 이제는 다른 선택을 하는 것 따위는 불가능했다. 에스텔 역시 마블이 어떤 선택을 할 지는 알고 있었다. 파고든 손톱이 에스텔의 살갗을 찢는다. 그리고 그 끝에, 마침내, 그 손길은 심장팍에 닿는다.
당신을 갈기갈기 찢어가면서 마침내 마블은 손에 넣는다. 품에 닿은 온기가 사라져간다. 웃으면서, 눈물흘리고, 그 핵을 소중히 붙잡아 얼굴에 살짝 부빈다. 진득한 혈흔이 그대로 뺨에 묻어나온다. 피와 눈물로 얼굴은 완전히 엉망진창이 된다. 이제 뱀에게는 마블을 무사히 보낼 명분이 남지 않는다. 뱀은 그 끔찍한 턱주가리를 벌린다. 사냥꾼따위는 손쉽게 먹어치울 수 있는, 거대한 입이, 서서히 마블에게로 다가온다. 저것이 씹어삼킨다고 해도 사냥꾼의 육체는 죽지 않는다. 하지만 그 정신은, 인격은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질 것이다. 더 이상 마블이라고 하는 개체의 삶이 이어진다고 표현할 수 없게 된다. 남은 것은 한 때 마블이었었던, 광기에 잠식된 빈 껍데기 뿐이다.
마블은 그걸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 기젤라의 일지
- 기젤라의 1인칭 시점으로 적힌 일기들.
- 일지 1
- 이 글을 적고 있는 나는 기젤라. 비스트를 상대하는 사냥꾼이다. 우리 사냥꾼 팀은 같은 기수 졸업생인 나, 린, 마블, 하이넬 이렇게 넷으로 이루어져있다. 졸업하자마자 우리는 다른 사냥꾼들과 마찬가지로 비스트를 사냥하러 다니고 있다. 기록을 적고 있는 지금도 계속 항해중이다.
어째서 기록을 적게 되었냐고 하면 지극히 감상적인 이유다. 언젠가 우리들은 죽는다. 안 그래도 짧은 생애를 오직 비스트를 잡기 위해 불태우는 우리들은 이 광활한 우주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나는 그것이 두려웠다. 사냥꾼의 수명은 고작 30년 남짓이다. 열심히 싸우면 싸울 수록 더 짧아질 가능성도 있다. 혹시 사냥 도중에 변이하기라도 하면 그나마의 짧은 수명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척살 대상이 된다.
우리의 일생은 짧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라고 누군가는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도시를 위해 있는 힘껏 싸웠는데 그 결과가 그런 개죽음이라니, 비참하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나는 사냥꾼으로서 실격인 걸지도 모른다. 비스트를 상대로 용맹하게 싸우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기꺼이 목숨을 바치진 못할 망정, 언젠가 찾아올 죽음을 겁내고 있다니.
그런 생각을 입 밖에 낼 용기조차 없는 겁쟁이인 나는 그저 이렇게 기록을 남길 뿐이다. 기본적으로는 내가 죽더라도 지금껏 싸워온 과정을 남겨두고 싶다는 것이 이유고, 지금 하고 있는 고민들을 담아내고 싶다는 것이 또 다른 이유이다. 우주 어딘가에 이런 생각을 하는 사냥꾼이 있었다, 모두가 이 사회에 순응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간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라고. 언젠가 먼 훗날 이 모든 의문에 대한 답이 나오게 된다면, 지금 나의 이 고민도 조금정도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런 세상에 나는 살아있진 못 하겠지만―
내가 팀에서 맡고 있는 역할은 흔히 '탱커'라고 표현하곤 하는 포지션이다. 나는 단단한 내구도를 통해 팀의 보탬이 되고 있다. 린의 분석에 의하면 이론상 480 kt정도의 피해까지는 무리없이 받아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비스트의 공격을 내 쪽으로 모이게 할 수 있어서, 일종의 피뢰침과 같은 작용을 할 수 있다. 비스트가 공격을 날리면 나는 몸을 날려 받아내어 피해를 최소화한다. 나에게로 공격이 쏠린 틈을 타 다 같이 비스트를 공격하는 것이 주된 사냥 패턴이다.
린은 직접적인 전투 능력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비스트에게 직접 공격당하면 그저 죽지는 않는 수준에 그치는 (사냥꾼치곤)부실한 내구도에, 깔짝거리면서 비스트의 주의를 끄는 것 이상은 못 하는 형편없는 공격력, 앞의 두 특성때문에 큰 강점이 되진 못 하는 그나마 빠른 속도가 신체 능력의 전부였다. 린이 전투상황에서 하는 일은 내 앞으로 비스트를 끌어오고 나면 마무리 된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린이 약한 존재라는 뜻은 아니다. 린의 진가가 발휘되는 곳은 따로 있었다. 그녀가 핵을 이식받은 뒤 얻은 것은 비상한 머리다. 린은 초감각으로 적의 능력치를 남김없이 분석할 수 있다. 그 능력으로 린은 전투에 필요한 정보를 순식간에 파악하고 그에 맞춰 최선의 전략을 뽑아낸다. 그렇기때문에 린은 직접적인 전투력은 강하지 않더라도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전력이다.
여담으로, 마주친 비스트들에게 쓸데없이 화려한 가칭을 짓는 것은 린의 취미다. 지금 우리 팀의 이름인 '별의 여행자'라는 명칭도 린이 지었다. 린 빼곤 그 누구도 그렇게 부르지 않지만.
하이넬은 균형잡힌 능력을 지닌 사냥꾼이다. 공격이면 공격, 방어면 방어, 특출나게 가장 뛰어나다 싶은 능력은 없지만 시키는 건 뭐든지 평균 이상은 한다. 전략에 대한 이해도 뛰어나며, 학교에 다닐 적에는 우리중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기록해서, 어려운 게 있으면 하이넬에게 질문하러 가곤 했었다. 우리들이 경쟁자인 동시에 언제 적이 될지 모르는 존재임을 생각하면 제대로 답해주지 않을 법도 한데, 하이넬은 귀찮은 기색도 없이 친절하게 알려주곤 했다.
언젠가 그 상냥함에 대해 이유를 물었더니, 하이넬은 조금 쓴 표정으로 그렇게 답했다.
"어차피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적대해서 뭐해."
다들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정을 주지 않는 것이 평범한 생활양식이다. 누군가는 하이넬의 태도를 '능력있는 자의 여유'라고 비아냥거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이넬의 그 말은 안 그래도 번민가득한 학창시절에 나로 하여금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지금 이렇게 일지를 작성하게 된 것도, 그 때의 그 말이 계속 기억에 남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하면 과도한 비약일까?
마블은 우리중에서 가장 강한 사냥꾼이다. 늠름하게 전투에 나서는 마블의 뒷모습을 보면 어떤 비스트가 와도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실제로 전투에서 마블의 활약은 굉장해서, 힘을 합쳐도 쓰러트리기 힘든 상대와 만나더라도 웬만하면 마블 혼자서 시간을 들여 잡아낼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학교에 다닐 적에는 우리중에서 가장 뒤처지는 편에 속했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지만, 그 때 그 약했던 아이가 지금같은 전사가 되더니.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때의 마블이 그리워질때도 있다. 사람은 무언가를 얻으면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것일까.
- 일지 2
- 사냥꾼이 된 자들은 인간을 월등히 뛰어넘는 신체능력을 가지게 된다. 이들은 단명하는 대신 그 짧은 생동안 굉장한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다. 수명을 댓가로 얻은 호화로운 생활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죽을 위험을 감수하고 사냥꾼이 되는 길에 뛰어든다.
그렇지만 우리 사냥꾼 팀의 목표는 단순히 비스트를 해치우고 돈을 버는 것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찾고 있는 사람이 있다. 아니. 찾고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라고 하는 게 나으려나. 우리 팀 모두의 정신적 지주였으나, 한편으로는 누구보다도 잔인하게 우리들을 배신했지. 마음같아서는 변이하기 전과 후의 선배를 다른 존재로 선을 그어버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한 때 에스텔이라는 이름을 가졌었던 변이체를 우리들은 쫓고 있다. 우리들도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이 드넓은 우주를 헤매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만약에 당신을 만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고 싶은 걸까. 한 명을 제외하곤, 입 밖에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한다. 다들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에스텔을 제 손으로 죽일거에요."
마블은 그런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늘 표정없는 얼굴에, 굴곡없는 어조, 감정변화를 거의 드러내지 않는 마블이었지만, 이 이야기를 할때만은 드물게도 기뻐하는 것처럼 보였다. 희미한 미소를 띈 채,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늘어놨으니까.
"선배는 함정에 약하니까요. 처음에 한 명이 미끼로 나서면 그 쪽에 시선이 집중되겠죠? 그러면 그 틈을 타서 뒤에서 꿰뚫는거에요. 뒤늦게 눈치챈다고 해도 피해가 전혀 없진 않겠죠. 아. 하지만 방심한 상태에서 싸우더라도 에스텔은 강하니까. 이 쪽에서도 장기전이 될 각오는 해야겠지만요. 그렇지만 우리는 사냥꾼이고, 그 쪽은 변이체니까. 마지막에는 저희의 승리로 끝날거에요. 신체 능력이 다른걸요."
마블이 그런 말을 하고 있으면 우리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발랄한 린도 제대로 된 맞장구를 치지 못해 얘기를 돌리곤 했다. 하지만 에스텔이 화제로 나왔을 때의 마블은 몰두한 상태여서, 바로 끼어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다른 사람의 이야기같은건 들리지 않기라도 하듯이.
"해낼 수 있을 거에요. 우리라면 분명."
- 일지 3
- "기-젤-라."
휴식을 취하고 있던 나에게 린은 다가오더니 갑작스럽게 웬 그림을 쑥 내밀었다. 장난스러운 억양으로 말을 늘리는 것은 덤이었다. 나는 인상을 찡그리고 그것을 들여다봤다. 조금 알아보는 데에 시간이 걸렸지만, 스케치북에 제법 정성들여 그려진 이것은 아마 얼마 전에 싸운 비스트일 터였다.
"아. 이거…."
"응. 저번에 쓰러뜨린 비스트야."
매번 린은 비스트를 마주칠때마다 그것을 도감의 형태로 기록해두곤 했다. 이렇게 하나하나 기록해가면 '우리가 이만큼이나 쓰러뜨려왔구나-'하는 보람도 있고, 다음 비스트를 상대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 린의 긍정적이고 기운이 넘치는 면을 나는 늘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조금 부럽기도 하다. 쓸데없이 생각이 많은 게 탈인 나라서 그런 걸까. 나는 하이넬처럼 이성적이지도, 린이나 마블처럼 눈앞의 목표에만 집중하지도 못한다. 어떤면에서 졸업 후의 나는 우리 넷중에서 가장 열등생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말이지. 이 녀석, 이름은 뭐라고 하는 게 좋을까."
"…이름도 짓는거야?"
"당연하지. 나는 매번 내가 마주친 모든 비스트들에게 이름을 짓고 있다고."
으쓱대며 린은 말했다.
"저번엔 말이지. 별로 영감이 팍-오질 않아서 잡몹과 보스정도로 지었는데, 이건 좀 더 멋진 이름을 지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왜. 봐. 딱 봐도 화려하게 생겼잖아?"
"확실히…그건 그렇지."
너무 화려하게 생긴 탓에 린이 그린 그림은 그것과 비슷하다고 하기엔 미묘했지만. 그래도 남이 정성들여 그린 그림을 욕하는건 나쁜 짓이다.
"다른 애들에게도 물어보는 건 어때?"
"하이넬에게 보여주면 사냥을 장난처럼 여기면 안 된다고 핀잔을 주고, 마블에게 보여주면 영 좋은 아이디어가 안 나와. "
"으음……."
"당장 말이지. 내가 '향기로운 죽음'으로 이름붙였던 그걸 보고 마블은 '독가스 민폐꽃'이라는 이름은 어떻냐고 했다고."
그것도 나름 직관적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입에 잘 붙고. 나는 그런 말을 속으로 삼킨다. 사실 내가 떠올릴만한 이름도 저런 거랑 별로 다르지 않았다. 친구의 일인데, 진지하게 열심히 생각해야겠지. 하지만 나에게 그닥 멋진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았다.
"…미안. 떠오르는 게 없어."
"으으. 아쉽네……."
린의 표정이 시무룩해지고 어깨가 축 처진다. 나는 린에게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을 미안하게 여기며 머쓱하게 있는다. 그러면, 다음에 좋은 거 생각나면 말해줘! 그렇게 손을 흔들며 린은 사라진다.
…문득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우리의 사랑하는 선배와 다시 만난다면, 린은 선배에게도 이름을 붙여줄까. 이런 쓸데없는 생각만을 하고 있으니까 나는 어디까지고 남들만 못한 열등생인 거겠지.
- 기젤라의 일지 4
- 마블은 새로 산 창을 휘둘러본다. 나는 조금 조마조마한 채 마블을 바라봤다. 마블이 계속 기분이 상한 채로 있는건 싫었기 때문이다. 또 비스트를 그렇게 난폭하게 처치하는 걸 보다간 심장이 떨어질지도 모른다. 사냥꾼이 되었으니까 심장이 떨어져도 살아있을지도 모르지만.
"어때?"
무기를 골라준 하이넬이 마블에게 묻는다. 마블은 고개를 끄덕인다. 마음에 든 모양이다. 다행이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속으로 내쉬었다.
마블은 무기를 건드리는 것에는 민감한 편이었다. '무기를 놓치는 것은 곧 패배'라고 마블은 말했다. 창을 한 몸처럼 여기는 것 같다고 할까. 그래서 새 창을 고를때도 굉장히 신중을 기울였다.
아무튼 마블의 창을 최종구매하는 것으로 더 시티에서의 볼일은 마쳤다. 사야 할 것은 다 샀고, 굳이 할 필요 없었던 충동구매며 군것질도 잔뜩 했고, 그 탓에 린의 볼은 빵빵하고, 더 이상 이 곳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도 없었으니 말이다. 이번의 정보수집은 허탕이라는 것에 조금 아쉬움을 표하며 돌아서려던 찰나.
"…저기. 사냥꾼님들이신가요!"
우주선에 타려는 우리를 누군가가 불러세웠다. 우리는 그 사람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중년 여성의 외양을 한 것이나 '사냥꾼님들'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보아 상대는 사냥꾼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사냥꾼은 중년이라는 나이에 도달할 수 없을 뿐더러, 노화도 찾아오지 않는다.
"…네. 사냥꾼…입니다만. "
"아아…!다행이에요. 꼭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나의 손을 덥썩 잡았다. 조금 당황했다. 내가 키가 가장 커서 리더라고 생각한 걸까. 혹은 내가 가장 만만하게 보였던 걸까. 깊이 생각할 것 없이 단순히 가장 가까이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나는 가장 뒤에 서서 걷는 습관이 있었으니까.
메리라는 아이는 열네살의 인간 여자아이로, 곱슬진 갈색 머리칼에 커다란 리본을 달고 있다. 실제 나이보다 앳된 편인 외양과 성격이라고 한다. 메리는 의뢰인의 딸로, 친구들과 함께 놀러갔다 온다며 우주선을 타고 여행을 갔다고 한다. 나와 동료들은 의뢰인으로부터 받은 사진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 이후 귀환 예정일로부터 일주일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고, 현재까지도 아무 연락이 오지 않았다."
"…네. 걱정이 돼서…."
의뢰인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어 말한다.
"이제 열네살이나 됐고 다른 친구들도 있으니까 괜찮을 줄 알았는데, 어디서 비스트에게 당하기라도 한 건 아닌지…."
더 시티 밖의 우주는 선장님의 보호가 닿지 않는다. 그렇기때문에 사냥꾼이 아닌 일반 시민이 돌아다니기에는 위험하다. 그런데도 우주여행을 나갔다가 위험에 처하는 사람들이 계속 생기는 것은- 나는 거기까지 떠올리고 생각을 멈췄다. 쓸데없는 생각은 빠르게 끊어줘야 한다.
"그러면, 돌아다니다가 메리를 발견하면 의뢰인님에게 데려오면 되는걸까요-"
"네. 부디 부탁드립니다…."
보수는 있는대로 드릴테니까. 아냐. 돈은 됐어요. 기껏해야 찾으면 데려오는 정돈데. 아마 멀리 가지는 못했을거라고. 그런저런 대화가 오갔다. 나는 메리의 얼굴을 제대로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뒤에 이어진 대화까지는 자세히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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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찾으면 데려오겠다고 말하긴 했지만, 찾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아마 나 말고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였으리라고 생각한다. 우주는 넓다. 광활한 우주에서 우리들의 존재감은 극히 희미하다. 단서도 없이 우주에서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우리들은 우주 곳곳에서 적은 단서와 증언들을 모아가면서 반년이 넘게 선배를 찾아다니고 있지만, 여전히 선배의 머리 끝자락에도 닿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아마 한 며칠정도 주변을 구석구석 찾아보다가 못 찾았다는 소식 정도를 전해주게 되리라고 생각했다. 입 밖으로 내지는 못했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비스트에게 이미 당했을 가능성도 생각해둬야 한다고. 그 정도의 부정적인 예상을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내가 떠올린 최악의 경우조차도, 실제로 마주한 그것의 존재감과 비할 바는 아니었다.
"…저거, 맞지?"
"…응."
사진을 몇 번이고 확인하며 새겨둔 얼굴과 똑같이 생긴 어린아이는 키득거렸다. 비스트에게 붙잡히거나 길을 잃어 겁에 질린 듯 울고 있기는 커녕 아이답게도 아주 밝은 모습이었다. 어머니를 그렇게 걱정시켜놓고도 웃음이 나오는지를 따져묻고 혼낸 뒤 아이를 더 시티로 데려가는 것이 아마 이상적인 결말이었겠지. 그렇게 해서 평화롭고 행복한 재회가 이뤄질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왔다. 왔어."
메리는 신난듯이 재잘거렸다. 우리는 긴장한 채로 대치했다. 오늘따라 방패가 더 묵직하게만 느껴졌다. 그것은 오랜 탐색에 지쳤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쥐 인형들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우리를 둘러싼다. 아이의 눈이 빛난다. 저 인형들이 아이의 지시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그것이 우리의 적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어디까지나 감이나 본능에 가까웠다. 오랫동안 우리는 사냥꾼 학교에서 배우며 성장해왔고, 그 과정에서 사냥꾼이 되지 못하고 변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다. 말로 설명할 수 없어도, 이런 감각에는 익숙해져있었던 것이다.
변이체와 싸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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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기젤라:일지의 화자. 탱커. 이 세상의 잔혹함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린:정보 분석, 전략 수립. 마주친 비스트들에게 쓸데없이 화려한 이름을 짓는 것이 취미. 별의 여행자들이라는 이름도 린이 지은것이다. 그 누구도 저 이름을 쓰지 않지만.
하이넬:밸런스형. 학창시절엔 가장 우등생이었음.
마블:모두의 마블.(게임이름 아님.)
이 넷은 팀을 맺어 활동하고 있는 사냥꾼 동료이자, 사냥꾼학교 같은 기수의 동기들이다.
한 때 동경했으나, 지금은 변이하고 만 선배를 찾아 여행하고 있다.
- 기젤라의 일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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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손짓에 생쥐 인형들은 일제히 움직인다. 화려한 퍼레이드와도 같은 일사불란한 움직임이다. 사냥꾼들은 각자 무기를 들고 그것들과 대치한다. 저것이 평범한 인형일리 없단 것은 딱 봐도 알 수 있었다. 기기기긱, 기기긱, 기분나쁜 소리가 울린다. 이윽고 괴물 쥐들은 우리를 물어뜯으려 엄청난 속도로 달려든다.
"지지직. 지직-"
톱니바퀴가 맞물리고, 기계관절들이 삐걱거린다. 태엽장치 소리가 들린다. 나는 다가오는 쥐들을 최대한 방패로 쳐낸다. 모두를 지키는 것이 나의 사명이었다. 하이넬은 여러 개의 화살을 한번에 활시위에 겨누고 당겨서 쥐들에게 맞춘다. 린도 단검들을 던지며 견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쥐는 너무 많았다.
"그거 알아. 언니들? 사냥꾼이란 것은, 사냥감이랑도 같은 말이야."
키득거리는 아이 웃음소리가 들린다. 끝없이 많은 쥐들이 기어오고 있다. 이대로는 쥐들에게 파묻혀 집어삼켜질 것 같다고 생각하던 찰나, 마블이 현란하게 창을 휘두른다. 쥐 인형들이 토막난다.
"……!"
린은 쥐 인형의 내부를 보더니 동요한듯한 반응을 보인다. 안에 뭐가 있었던 걸까? 그것을 물을 틈새도 없이 나는 방패로 쥐들을 떼어내고 내려친다. 하이넬의 화살에 쥐들은 꽂혀있었다. 헝겊 가죽에는 구멍이 뚫리고, 톱니바퀴들은 부서진다. 헛구역질을 하는 린에게 하이넬은 소리쳐 묻는다.
"왜 그래. 린?"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린은 답한다.
"이것들, 재료…."
그 말을 듣고 나는 토막난 쥐 인형 잔해들을 들여다본다. 단순한 헝겊, 기껏해야 가죽이라고만 생각했던 그것에서 쪼그라드는 소리가 난다. 이것은, 인간으로 만든 인형이다. 아마 비스트로서의 능력이겠지. 뒤늦게 고약한 냄새를 맡는다. 어째서 이제서야 눈치챈 걸까. 린의 반응의 이유를 눈치채고, 나 역시 구역질이 나서 입을 틀어막았다.
하이넬 역시 그것을 확인한 모양이었다. 그에게서 얼핏 분노한 기색이 스쳐지나간다. 눈치챘을때 하이넬은 대검을 양손으로 쥐고 그것에게 돌진하고 있었다. 쥐 인형들을 사뿐히 밟고 날아오르듯이 뛰쳐나가면서. 저렇게 적진에 직접 돌격하는 하이넬은 보기 드물었다. 반면 아이는 양손대검을 쥐고 자신을 베어버리려고 하는 하이넬을 보면서도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
하이넬의 팔에 실들이 매달린다. 걸렸다. 그렇게 중얼거리며 메리는 히죽 웃는다. 마치 꼭두각시 인형처럼 하이넬의 팔이 묶여있었다. 메리의 등 뒤에서 실은 얇디 얇은 촉수처럼 아이의 의사대로 움직인다.
"하이넬!"
나는 무심코 소리친다. 하이넬은 분한 듯이 신음한다.
"큭…!"
"마음에 들어? 언니도 저렇게 만들어줄게."
"이 자식…!"
그 때, 린이 던진 단검이 실에 명중한다. 겨우 팔이 자유롭게 된 하이넬은 가볍게 착지한다. 하이넬의 긴 녹빛 머리카락이 펄럭인다.
"괜찮아. 하이넬!?"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네. 미안해."
저런식으로 인간들을 잡아 쥐 인형으로 만든 걸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이 인형들이 전부 한 떄 인간이었다는 것 아닌가. 인간이었던 괴물. 나는 문득 변이체에 대해 생각하다가, 이내 생각을 멈춘다. 다시금 방패를 든다.
"가까이 갔다간 저 실에 붙잡히는 걸까요. 성가시네요."
"아까처럼 멀리서 끊어버리면 되지 않을까?"
"끊어버리는 건 내가 할게. 단검보단 검이 끊기 좋을거야."
하이넬은 활에 검을 겨누고는 말한다. 그런 대화를 나누는 순간에도 쉴새없이 쥐들은 다가오고, 우리는 쥐 인형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끊임없이 박살내고 있었다. 숫자가 줄 생각을 하질 않았다.
"……."
그 때 나는 무언가를 눈치챈다. 어째서 이것들이 줄어들지 않았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 쥐들은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었다. 태엽 소리가 날 때마다, 태엽인형이 다시 움직이듯 쥐들은 되살아난다. 어느새 메리는 다시금 멀찍하게 물러나 우리를 비웃고 있었다. '놀자. 놀자!'그런 소리가 소름끼치는 웃음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것 같다.
마블은 심호흡을 하더니, 창을 있는 힘껏 쥐들을 향해 던진다. 어마어마한 힘으로 던져진 창은 주변에 거대한 충격파를 일으킨다. 마블이 던지는 창 부근에 있던 쥐들은 충격의 여파로 무력화된다. 까뒤집어진 쥐들이 길에 쭉 이어져있었다. 몇마리의 쥐는 마블의 창에 꽂혀 꼬치가 되어있다.
"저 꼬마가 있는 곳까지 돌진하면 되는거죠?"
"부탁해. 마블!"
그렇게 말하면서 하이넬은 여러개의 검을 활에 겨눈다. 아이의 곁에서는 다시금 실이 뻗어나온다. 하이넬이 쏜 수많은 검들이 공중에서 날아간다. 실이 끊어지고 튕긴다. 마블은 어느새 창을 쥐고 빠르게 돌진한다. 새로 산 창에는 부메랑처럼 주인에게 다시 되돌아가는 기능이 있었다.
가장 먼저 쓰러진 쥐들이 꿈틀거리며 다시 일어서려 한다. 나는 마블을 등지고는 방패를 강하게 바닥에 내리꽂는다. 그 충격으로 쥐들의 움직임이 다시 흐트러진다. 이제 저 인형들을 상대할 때 어느 정도의 힘을 줘야할지 다들 감이 잡힌 모양이었다. "힘내!" 그런 말과 함께 린도 열심히 단검을 던진다.
"아하하하하. 더, 더!"
마블이 창으로 신속하게 아이를 찔러댄다. 메리는 재빠르게 움직여 흐릿한 잔상을 남기며 피해댄다. 질세라 마블도 찌르고, 꿰뚫는다. 아이는 폴짝폴짝거린다. 이 모든게 재미있는 놀이라도 되는 것 마냥 굴고 있었다. 발 끝으로 가볍게 사뿐대는 움직임은 춤추는 인형같았다. 나는 어릴 때 봤던 인형극을 떠올린다. 그 동화 인형극의 히로인인 발레리나 인형이 저런 식으로 움직였던가.
"……."
린은 메리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약점을 찾으려는 것이다. 계속해서 태엽소리가 삐걱거린다. 마블의 창은 아이의 리본 끝자락도 건드리지 못한다. 메리는 그 곳에 있지만,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것 마냥 팔랑거린다. 분명 홀로그램인건 아닐텐데.
한동안 둘의 합을 지켜보고 있던 린은 이윽고 마블을 향해 소리친다. 무언가를 눈치챈 것이다.
"마블! 오르골을 부숴!"
메리는 처음으로 동요한 표정을 짓는다. 동공이 작아진다. 저것은 린이 찾아낸 공략법이 정답이란 뜻이리라.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것은 역시 아이다운 면일까. 그제서야 나는 계속해서 들려오는 태엽소리, 톱니바퀴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깨닫는다.
소리가 나지 않는 거대한 오르골은 줄곧 놓여있었다. 린의 말을 듣기 전까지는 그냥 무대장치라고만 생각했다. 오르골 안의 톱니바퀴가 끼긱거린다. 표정이 있을리 없는 오르골 역시 메리와도 같이 동요하는 것 같았다. 마블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창을 쥐고 달려나간다. 메리를 제낀다.
"안 돼!"
마블이 오르골로 향하는 것을 보고 메리는 소리친다. 다급하게 실들이 마블에게로 뻗어나간다. 그러나 하이넬의 대검은 그것을 무자비하게 베어버린다. 쥐 인형더미의 높은 부분을 한 쪽 발로, 낮은 부분을 다른 발로 밟고 선 하이넬은 그대로 메리를 노려본다.
나는 계속 방패로 쥐 인형들을 견제하고 있었다. 애절하게 소리치는 어린아이에게 아까전의 사악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간절한 목소리로 흐느낀다. 아무리 극악무도한 악당이라도 죽음은 무서운 법이겠지. 더군다나 저렇게 어린아이인데.
"부수지 말아줘. 부탁이야!"
그런 말이 마블에게 들릴 리는 없었다. 놀이의 끝이 다가온다. 창을 치켜든 마블은 그대로 오르골에 내리꽂는다. 부서진다. 톱니바퀴들이, 고철 부품이, 산산조각나며 주변에 흩뿌려지고.
"안 돼……."
쥐 인형들의 몸이 산산조각난다. 아이의 모습도 점차 허공에 흩날린다. 그저 무력한 어린아이답게 눈물을 펑펑 흘려댄다. 그 눈물조차도 금세 사라져간다.
"…엄, 마…."
마지막으로 메리가, 그런 말을 중얼거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슬슬 쓰기 귀찮아지는 인물 소개
기젤라 : 일지의 화자. 탱커. 이 세상의 잔혹함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쓰는 무기는 거대한 방패.
린 : 정보 분석, 전략 수립. 마주친 비스트들에게 쓸데없이 화려한 이름을 짓는 것이 취미. 별의 여행자들이라는 이름도 린이 지은것이다. 그 누구도 저 이름을 쓰지 않지만. 주로 쓰는 무기는 단검 여럿.단검을 던져 비스트를 견제하고 보조하기도 하지만, 린의 주 역할은 역시 분석.
하이넬:밸런스형. 학창시절엔 가장 우등생이었음. 어른스럽고 상냥하지만 비스트에 대한 태도는 지극히 사냥꾼답다. 주로 쓰는 무기는 대검과 활. 화살이나 검을 쏘곤 한다.
마블: 우리의 마블.
- 기젤라의 일지 6
- 메리가 소멸될때의 모습은 실타래가 허공에서 풀려 흩날리는 듯 보였다. 마치 잘 짜인 스웨터를 순식간에 풀어서 실로 만들어버리는 것 같았다. 나는 메리가 죽는 장면이 잔상처럼 계속 남아있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린은 부서진 오르골 조각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마 이 오르골이 변이체로서의 메리의 본체였을거야."
"그럼……."
"우리가 본 메리의 모습은 인간이던 시기의 모습을 능력으로 구현해낸 더미같은거였겠지. 마블이 한 번도 맞추지 못한 것도 당연해."
메리가 있었던 자리에는 풀어진 실들만이 엉켜 널려있었다. 머리색, 옷 색, 리본의 색을 한 실들은 메리와 무척이나 비슷한 가짜를 이루고 있있던 것이다. 등에서 실이 뻗어져나온 것도 그래서였을까. 린은 오르골 잔해들을 뒤적인다. 태엽장치, 망가진 태엽장치, 고철, 그런 것들이 맞부딪히며 달그락거리다가.
"아. 찾았다."
사냥꾼하고 전혀 연이 없는 인간의 변이체라고 해도 핵은 존재했다. 다른 핵들에서 나온 에너지가 뭉쳐서 핵을 이루는 거라고 들었던 기억이 난다. 반짝이는 조약돌같은 핵을 조금 복잡한 심정으로 바라본다. 변이체가 되지 않았다면 평범한 어린아이였을텐데. 하이넬은 린에게서 핵을 받는다.
"이제 이거, 어떻게 할까?"
"어머니에게 돌려주는게 낫지 않을까."
"그렇지만…그러면 우리가 메리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걸 알려줘야 하잖아."
"…어쩔 수 없어. 사냥꾼의 일인걸."
세상은 잔인하구나. 나는 고개를 숙였다. 하이넬은 표정이 안 좋은 나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한다.
"기운 내.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이야."
한편 마블은 메리의 잔해를 바라본다. 정확히는, 우리가 메리라고 인식하고 있던 것의 잔해였다. 풀어헤쳐진 다양한 색들의 실들을 가만히 내려다보는 마블에게 린은 말을 건넨다.
"어-이! 마블. 뭐해?"
"아뇨."
마블은 늘 비스트에게 건조한 태도를 유지한다. 그것은 사냥꾼으로서 이상적인 태도다. 그런 마블이 나와 같이 감상적이고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렇기때문에 마블이 무슨 생각으로 그것을 보고 있었는지 나로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갈색 머리칼, 예뻤는데 말이에요."
단지,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마블이 중얼거렸던 말과, 에스텔의 머리색 역시 갈색이었다는 사실을 막연하게 연관지어볼 뿐이다.
- 기젤라의 일지 7
- 린, 하이넬, 마블, 그리고 나. 이렇게 넷은 현재는 같은 사냥꾼 팀을 구성한 동료이다. 그리고 다들 에스텔에게 도움을 받은 존재이기도 하다. 각자 여러가지 고민을 토로하고 조언을 받으며, 에스텔에게서 여러가지를 배웠다. 불안을 다스리는 법, 능숙하게 싸우는 법,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하는 법, 그 외에도 이런저런 것들을.
당신은 많은 것들을 가르쳐줬지만, 아무래도 우리에겐 그 가르침이 모자랐던 모양이다. 완벽했던 당신과는 달리 다들 어딘가 부족한 사람으로 자라났으니.
…아니. 어쩌면 부족한 것은 나 뿐인가.
당신이 졸업할 무렵의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린은 언제나처럼 쾌활하게 달려들어 당신에게 장난을 걸었고, 당신은 그것을 웃으면서 받아줬었지. 하이넬은 '너무 짖궂은 행동 하지 마!'라고 언제나처럼 잔소리를 했고, 마블은 웃었다. 나는 아무것도 못 하고 우물쭈물거리고 있었다. 당신에게 꽃다발을 한아름 안겨주면서 린은 말했었다.
"졸업하고 나서도, 계속 만날 수 있는거죠?"
린의 그 말에 에스텔의 얼굴에서 잠시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다소 슬픈 것처럼도 보이면서도, 해야만 하는 거짓말을 한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그럼. 물론이지."
에스텔이 졸업한지 꽤나 시간이 지난 어느 날, 티나 선배가 간만에 사냥꾼 학교에 들렀다. 그는 에스텔과 같은 사냥꾼 팀을 이루고 있는 동료였다.
"오랜만이에요. 선배!"
사교성 좋은 린은 먼저 다가가서 선배에게 말을 걸었다.
"아…."
에스텔의 후배들인가. 그렇게 말하는 선배는 조금 복잡한 심경을 얼굴에 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분명 안좋은 소식을 뜻하는 것이었겠지. 하이넬 역시 티나 선배에게 오랜만이라며 안부인사를 건넸다. 선배는 웃으면서 답했다. 오랜만이야.
"그 동안 선배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잔뜩 있었는데-"
린은 재잘거리면서 그 동안 쌓아뒀던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평소 하이넬은 린의 막무가내인 행동에 대해서 제지를 가하곤 했지만, 이 때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마 하이넬도 속으로는 선배의 이야기가 내심 궁금했던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사실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사냥꾼학교에서 자라면서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매일같이 분투하지만, 학교에서 쌓을 수 있는 경험은 한정되어있었으니까.
비스트는 진짜 영상에서 보여주는것처럼 큰가요? 그거보다 더 큰것도 있어. 혹시 핵 실물로 보여주실 수 있어요? 이거? 실물로 보는 핵은 처음이라 린이 눈을 빛냈던가. 처음에는 린만이 질문을 하다가, 나중에는 하이넬이 조금씩 '그것도 물어봐야지'라며 은근슬쩍 이야기를 얹기도 했다. 나와 마블같은 경우 역시 먼저 말붙일 용기가 없어서―거기다가, 이미 내가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아도 린이 잔뜩 물어보고 있었으니까. 리테 선배는 여전히 웃을때 큰 소리로 웃나요? 물론이지. 카밀 선배는 요즘 어때요? 티나 선배는….
"…에스텔 선배는, 어떻게 지내나요?"
마블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자 모두의 시선이 주목되었다. 이 때의 마블은 지금에 비교하면 꽤나 조용하고 낯을 가리는 성격이었으니까. 다만 그 말에 티나 선배가 마블을 바라본 것은, 아마 다른 의미였을 것이다.
"……."
잠시동안 불안하게 침묵하더니 조심스럽게, 무거운 목소리로 그는 얘기했다.말의 무게라는 이야기를 하곤 하지만, 이 날 이전에는 비유적인 의미로서만 와닿았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이 때 이 말을 들었을때는 정말로 그 무게에 대해서 실감하게 되었다. 쿵, 하고. 무거운 것이 얹혀서 바닥이 가라앉듯이,
"에스텔은, 변이했어."
심장이 내려앉는 소리가 들렸다.
- 기젤라의 일지 8
- '리테는 사냥꾼을 계속 하기로 했어. 분노에 눈이 돌아가서, 미친듯이 비스트들을 때려잡고 있지. 그게 에스텔에 향한 분노인지, 비스트들이 에스텔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해 나온 분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째서 이런 옛날 이야기를 주절주절 적고 있는가. 가끔 이렇게 심란해지는 때가 있었다. 변이체도 과거에는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다는걸 떠올리다보면, 나는 계속해서 스스로를 둘러싼 세계에 대해 고찰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어째서 이런 식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걸까.
'카밀은 그런 리테를 옆에서 돌보기 위해서도 사냥꾼을 계속 하기로 했고. …나는, 그만뒀어.'
'한심하다고 비웃어도 돼. 도망친건 나니까. 이미 내 수명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더 줄이지나 말고 남은 여생이나 조용히 보낼 생각이야.'
다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할 수 없었다. 할 수 있다면 주어진 현실을 부정하고 없는 셈 치고 싶었겠지. 지금 떠올려보면 마블이 머리가 세도록 전투 연습에만 매달렸던 것도 이 이후부터였던 것 같다. 그 시기 마블의 룸메이트였던 아이는 들었다고 한다. 마블이 잠들지 못하고 혼자 숨죽여 우는 소리를.
'엄청 거슬리는 수준으로 큰 소리는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좀 그렇다고 할까. 다른 애들 성적에 나쁜 영향이라도 주면 어떡해. 본인은 원래 성적이 나쁘니까 모를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뒷말도 나왔었지만 그것도 옛말이 되었다.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마블의 실력은 올라가기 시작했으니까. 졸업할 무렵에는 그 누구도 마블의 성적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한 때 그 여린 아이가 맞았나 싶을 정도로, 마블은 만만하게 보일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 무렵의 마블은 늘 실력을 가꾸고 있었기에 예전에 비하면 얼굴 보기도 힘들어졌지만, 가끔 마주치면 흠칫 놀라게 되곤 했다.
"에스텔 선배를 죽일 거에요."
그런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할 때는 꽤나 많이 놀랐다. 정말로 오랜만에 옛날같이 웃는 얼굴을 봤지만, 기쁘지 않았다.
"변이했다고 했지, 죽었다고 하지 않았잖아요. 그건 저희에게 있어서 희망이에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
"그렇다면 저희가 직접 죽이는거에요. 저희도, 얼마 뒤면 어엿한 사냥꾼이잖아요?"
하, 지만…나는 말문이 막혔다. 무슨 대답을 해야할 지 알 수 없었다. 마블은 강인해졌다. 강해졌지만, 무언가가 결핍된 존재가 된 것 같았다. 이후 하이넬에게 그 이야기를 전했더니, 하이넬은 제법 담담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안타깝긴 하지만, 그게 올바른 판단일지도 몰라. …선배도, 비스트가 된 채로 살아가고 싶지는 않을테니까."
린은 말이 없었다. 그 기간의 린은, 보기 드물게 조용해져 있었다.
우리들은 전부 무사히 졸업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에스텔을 쫓기 시작했다.
- 기젤라의 일지 9
- 모브 소개
린, 기젤라: 대충 둘다 마블 동료임(더 자세한건 위키 참조)
에스텔: 마블이 (죽이기 위해) 쫓고 있는 변이해버린 선배. 사랑했기에 미워할 수 밖에 없는.
마블은 리테 선배와의 일이 있은 이후로 조금 더 과격해졌다. 여유가 없이 싸움을 좇는 것처럼 보였다. 언젠가 우리의 에스텔별을 잃어버리고 난 뒤의 그가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마블은 비스트를 견고한 창으로 깊숙하게 찔러서, 죽였다. 다른 동료들이 나설 틈도 없었다. 앞에 나선 마블이 모든 것을 해냈으니까.
“…….”
저 시선이 향하는 끝은 내가 아니라 비스트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조금 무서웠다. 언젠가는 마블이 나를 찔러죽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문득 떠올라서. 만약, 내가 변이하기라도 한다면- …나는 그 즈음에서 이런 생각은 그만두기로 했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으니까.
“마블에게 우리는 필요 없는 게 아닐까.”
비스트 도감을 작성하다 말고 의미없는 낙서를 하던 린은 문득 그런 얘기를 꺼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으음. 왠지,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마블이 혼자서 저렇게 다 해치워버리면, 이렇게 팀을 짜서 활동하는 의미가 없지 않나 하고.”
물론 이게 놀이 같은 게 아니라는건 나도 알고 있지만. 그의 손에 들린 주황색 크레용이 목적없이 움직인다. 린의 말대로 이건 놀이와는 다르다. 역할 분담은 어디까지나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 충분한 활약으로 스스로를 빛내기 위해서 따위가 아닌 것이다. 그렇지만, 린의 손놀림이 멈춘다.
“언젠가 마블이, 우리를 떠나버리면 어떡하지.”
…크레파스는 손에서 톡 하고 떨어진다. 딱딱한 소리를 작게 내면서, 도화지에 의미없는 자국을 남겼다.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블은 혼자서도 충분히 강하니까. 오히려 우리들은 걸리적거리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나름대로 오랜 시간 함께 있어왔는데도, 그 말을 듣자니 갑작스레 완전히 남인 것처럼 느껴졌다. 언뜻 보면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별들이 실제로는 몇 억 광년이 떨어져있듯이.
생각해보면, 우정이라던가 동료애 같은 것에 휘둘리는 것은 사냥꾼에게는 좋지 못한 태도였다. 언제라도 상대를 버릴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 이상적이다. 변이해버리는 순간 심장을 꿰뚫을만한 각오가 있어야 하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가장 사냥꾼다운 사냥꾼인 마블이 우리에게 가지고 있어 마땅한 감정은 자명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남의 생각을 마음대로 판단해도 되는걸까? 나는 마블이 아니고 마블은 내가 아니기에 마블의 생각을 나는 알지 못한다. 마블 역시 내가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쁜 가정일 뿐이니까,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마블은 우리를 소중히 여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껏 함께 즐겁게 지내왔고, 함께 있어도 될 것을 서로에게 허락했으니까.
그렇지만 그것은 의미가 있는가. 소중한 것을 스스로 부숴버릴 준비를 해야 하는 우리들에게.
- 기젤라의 일지 10
- ※직, 간접적인 고어/호러한 묘사가 포함되어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들은 사냥꾼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때 동료였던 이가 변이하는 일도, 그를 우리의 손으로 죽여야 하는 일도 생기기 마련이다. 실제로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그것을 알고 있는 것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달랐다.
그 때 우리의 눈 앞에 있던 것은 한 때 동료였던 괴물이었다. 사냥꾼 학교 시절, 프리실라는 제법 우수한 축에 드는 학생중 하나였다. 같이 친하게 지내는 무리는 아니었지만, 제법 괜찮은 애였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렇지만 프리실라였던 그것은 지금 기괴한 소리를 내며 땅을 기어다니고 있다.
“기긱…기기긱….”
“…….”
린은 제법 경악한 눈치였다. 평소에 만난 비스트를 순식간에 분석하며 가볍게 비스트 도감같은걸 그려내던 린이 이렇게 충격받은 표정을 짓는 것은 처음 보앗다. 하이넬은 린처럼 충격받은 기색을 드러내는 대신, 결의에 찬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침착한 척 하는 하이넬이 미세하게 떨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마블은.
…푹, 하고 창이 꽂혔다.
“그에, 하지, 마, 그극, 극.”
한 쪽 팔이 떨어진 프리실라는 어설프게 단어를 구사했다. 아예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해있었거나, 혹은 변이했다는걸 믿기 어려울 정도로 그대로였다면 좋았을텐데. 지금의 저것은 프리실라를 정말 닮아있었지만, 흉측했다. 목소리가, 괴로워할때의 프리실라의 것에서 크게 변하지 않은 채였다. 그것이 너무 끔찍했다. 저런 모습이 되었는데도 자신임을 숨기지 못한다는 것이.
“하지 마, 마블. 나, 동료.”
“…….”
마블은 여전히 표정이 없었다. 떨어져내린 팔을 뭉개질 정도의 힘으로 짓밟더니, 그것을 내려다본다. 그 때 그 애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말할 수 있고, 저를 알아볼 수 있다면, 아는 걸 말해요.”
“그그극.”
“당신은, 에스텔을 본 적이 있나요?”
프리실라는 썩어 문드러진 목을 기울인다. 꿈틀거리고 찢기는 듯한 괴상한 소리가 났다. 그러더니 그것은 입이 찢어지도록 웃었다. 텅 빈 눈두덩이가 가늘게 접힌다.
“에스텔, 좋은, 사람.”
“…….”
“나, 이렇게, 됐어, 하지만, 친절해. 에스텔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말이 없던 마블은, 언제나와 같은 표정 없는 얼굴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말했다.
“한동안 이 근처에 잠복하고 있으면, 에스텔이 다시 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럴싸한 추측이었지만, 나는 이 행동이 어쩐지 무척이나 비윤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때 친구였던 이를 미끼삼아서 목표물을 찾아내는 게. 사냥꾼이 해야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애초에 그 목표물조차도 언젠가는 우리의 소중한 사람이었었고.
“어차피 이 녀석은 이런 꼴로 봐서는 오래 살지도 못할 것 같고, 자연사하면 공짜 핵이나 챙겨갈 겸. 별로 손해볼 건 없다고 생각하는데.”
“…….”
“…마블 말이 맞아.”
대답 없이 고개를 숙인 린과 달리 하이넬은 마블의 의견에 동조한다. 하이넬은 나 같은 것보다 훨씬 이성적이고 차분했다. 나는 우물쭈물하며 제대로 된 의견을 내지 못했다. 어찌됐건 반대하는 사람이 있었던 것은 아니기에, 한동안 우리는 이 행성을 감시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 11
…에스텔과의 전투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는지는 솔직하게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정신체라고 하는 존재는 우리의 힘으로는 도무지 상대조차 할 수 없는 괴물이었다. 그 커다란 비스트가 우리의 정신을 흐트러뜨렸기에, 떠올리려고 하면 깨질듯한 비명이 환청처럼 떠오르며 사고가 멈춰버렸다. 하지만 하나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었다. 물러섰던 우리가 지원군을 데리고 돌아왔을때는, 이미 늦어있었다는 것.
“…….”
한 때 에스텔 선배의 동료였던 두 선배는 정신체와 싸울 수 있는 유능한 사냥꾼이다. 다만 정신체의 모습을 묘사했을 때 리테 선배는 조금 인상을 찡그렸다. 그 정신체는 리테 선배를 몰아붙였고, 지금까지도 악몽과 환청에 시달리게 한 원인이었다고 한다. 정신체의 조각이 박혀서 리테 선배는 계속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 상태라고. 그 때 카밀 선배는 물론 그렇게나 강한 리테 선배조차 상대가 되지 않아서 고전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선배들은 마블의 위기라는 말에 망설임없이 나서줬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미 뱀은 그 곳에서 떠난지 오래였다. 리테 선배는 마블을 보고 혀를 찼다. 카밀 선배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나와 동료들은 마블이었던 껍데기를 그저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누구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서있는 와중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은 리테 선배였다.
“이 녀석은 이제 틀렸어.”
솔직하게 말하자면, 마블의 상태에 대해서는 쓸데없이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싶지 않다. 그것은 마블에 대한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이기도 했고, 내가 그것을 전부 적어내기에는 너무 겁쟁이인 탓도 있었다. 적을 수 있는 것은 마블은 더 이상 사냥꾼 활동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 그 뿐이었다. 마블이 무엇을 중얼거렸는지, 우리에게 무슨 얘기를 했는지, 어떤 눈으로 우리를 봤는지 같은 것은, 차마 기록의 형태로 남겨둬 모두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물론 애초에 이 기록을 내가 모두에게 보여줄 자신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스스로도 다시 상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을 적자면, 마블은 아마 의식을 가지고 있던 마지막에는 행복했던 것 같다. 기술이 많이 발전하면 사냥꾼의 몸이 그렇듯 마음을 수복하는 기술도 생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바라본다. 사실은 내가 제대로 적고 있는지도 잘은 모르겠다. 이것을 적고 있는 나 자신 자체도 제 정신인 상태라고 말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너무 지쳤다.
아마 우리들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죽는 순간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여전히 아무런 답도 찾지 못한 채이다. 자기자신을 완전히 소모해가면서 비스트랑 싸운 이의 삶은 숭고했을까. 마지막에 본인이 행복했다면 그것은 행복한 결말이라고 해도 되는 것일까. 아무것도 모르겠다. 언젠가 답을 낼 수 있으리라 믿고, 계속 살아갈 따름이다.
- 린의 퍼펙트 비스트 도감!
- 린이 기록하고 있는 비스트 도감.
- 잡몹1(가칭) ->잡몹-1
모습
희고 길쭉하다. 머리, 목, 상반신, 다리로 구성되어있다. 심플하게 생겼다. 내가 그림을 못그린게 아니라, 진짜 저렇게 생겼다.
머리는 앞으로 조금 꺾여있고, 얇다. 얇은 가면이 얼굴 대신 붙어있는 것 같다.
특성
평소엔 조용하게 느릿느릿 걸어다닌다. 옆에 있던 비스트가 죽으면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고 숨는다.
완력도 속도도 하위권. 소리지르는게 시끄럽다는 점과 생긴게 특징이 없어서 숨으면 찾기 귀찮다는 것 말고 사냥할때 주목할 점은 없음.
열에 약하다. 조금만 열을 가해도 쉽게 녹아버린다. 심지어 핵까지 녹아버린다. 내가 사냥꾼일하며 살다살다 핵을 망가트리는건 처음이다. 아니. 내가 이상한게 아니라 이거 핵이 비정상적으로 약하다니까
왠지모르게 비슷한 개체가 이 행성에 많다.
가설
정상적인 핵에 비해 지나치게 약하고 작은 핵을 가지고 있고, 비슷하게 생긴 개체가 많은걸 보면 사실 이 비스트는 여러 개체를 다 합쳐야지 한마리 분을 하는게 아닐까?
얘네에게서 나온 조각들 모아보고 있다. (네개정도 녹았지만)이 행성의 똑같은 개체를 다 때려잡으면 핵 한개가 나오는거 아닐까?
*린:마블의 사냥꾼 동료.
- 거대보스-1
-
모습
딥따 크다(그림을 봐줘!)
특성
움직임은 크지 않다. 대신 등에서부터 거대한 호스가 마구 뻗어나온다. 손가락도 호스처럼 되어있는데, 저것도 막 길어지더라.
등에서 뻗어나온 거대한 호스가 땅에 뿌리박힐때가 있었는데, 땅에서 호스가 뽑히자 그 안에서 잡몹-1이 어마어마하게 리젠되었다.
거대보스-1의 근처에 있는 잡몹-1들은 다른 잡몹-1들과는 다른 행동양상을 띄었다. 이들은 호전적이고, 능동적으로 우리를 공격해왔다. 또한, 죽여도 죽여도 다시 되살아났다. 전투상황이기 때문에 일부러 평소보다 강한 잡몹-1들을 만든건지, 거대보스-1의 근처에 있으면 그런 특성을 띄게 되는 건지는 불명.
그 행성에 있던 잡몹-1들은 전부 거대보스-1이 만들어낸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거대보스-1의 핵은 평균적인 비스트의 핵과 비교하면 반정도가 손실된 모양이었다.
기타
전에 잡몹1로 써뒀던 비스트들의 이름을 잡몹-1로 정정한다. (그게 더 있어보이니까)
- 향기로운 죽음
-
모습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처럼 생겼다. 잎사귀는 싱그럽고 꽃잎의 빛깔은 예쁘다. 다만 그 크기가 성인인 인간보다도 크다. 2m는 넘을 것으로 추정
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지 않는 것은 혹시 사진을 보고 홀리는 사람이 생길까봐 그런 것이다.
비스트에게 홀린다니 말도 안 된다. 부수적인 피해자를 늘릴 순 없으니까. 절대 내가 그림을 못그리는게 아니야
특성
평소에는 입을 다문 채 있다가. 어느 순간 입을 벌리더니 꽃가루를 마구 살포한다. 일반인이 꽃가루에 오랫동안 중독되면 정신이 몽롱해지고 판단력이 흐려진다. 판단력을 잃고 꽃에 다가간 인간들은 잡아먹힌다.
이런 특성이 밝혀지기 전까지 이 비스트는 행성의 명물이었다고 한다. 모두가 이것을 거대하고 아름다운 식물로 생각했지, 괴물이리라곤 생각 못했으니까. 아마 가만히 있어도 그 모습으로 사람을 홀리는 성질이 어느정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시 말하지만, 모습을 그대로 담지 않은 것은 절대 내가 그림을 못그려서가 아니다.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꽃에게 홀리지만 않으면 방어력은 그리 높지 않다. 사냥꾼인 우리는 그 꽃가루에는 면역이 있었다. 강해봤자 식물은 식물. 손쉽게 토막냈다. 아 근데 이 비스트 핵도 조금 예쁘게 생긴것 같아. 기분탓인가
- 게걸상
-
모습: 입을 다물고 있을때 기준으로 허리 부근까지 오는 높이(키). 납작하고 넓적한 몸체에 다리가 네 개 달려있다. 자칫하면 의자나 테이블로 오해하기도 쉬울 것으로 보인다. 입을 벌리면 납작한 몸체가 쪼개지듯 벌어지며 게걸스럽게 생긴 입이 드러난다. 앉으려고 했다간 큰일이다. 날카로운 이빨이 촘촘히 나있는 그것의 입안은 특이하게도 녹색이었다. 녹색의 독성의 액체를 질질 흘려대며 혀를 낼름거린다.
특성:입을 다물고 있을때는 정말 얌전하게 가만히 있다가, 입을 벌리는 순간부터 이 녀석은 본색을 드러낸다. 아주네 다리는 아주아주 빠른 속도로 마구 달려간다. 기어다닌다? 아무튼 그런 느낌.
입을 벌리는 순간 독성의 액체가 입에서부터 질질 흘러나오는데, 이것은 금속을 부식시킬 수 있음이 드러났다. 마블이 가지고 있던 창이 이 녀석떄문에 녹슬었다.
기타: 창이 부식되자 마블은 아주 화가 난 모양인지 순식간에 저것을 찔러 두동강내버렸다. 그래도 화가 안 풀렸는지 몇 번 난타했다. '이 핵으로는 새 창을 사는 데 쓸테니까 진정해!' 라고 했지만 별로 통하진 않은 것 같다. 핵이 부서지지 않은게 천만다행이다.
- 외전
- 가끔씩 언급되는 동료들을 소개하지!
우리는 '별의 여행자들'. 사냥꾼 학교 같은 기수 동기들이야. 학교에 다닐 적부터 우리는 친한 친구였어! 참고로 별의 여행자들이라는 멋진 이름은 내가 지었어. 후후. 먼 훗날 전설의 사냥꾼 팀이 될 우리의 이름을 기억해두는게 좋을걸!
우선 이 도감을 쓰고 있는 나는 린! 예술적이고 감각적인 천재 사냥꾼이지. 하지만 신은 공평하신지 나는 사냥꾼이 되었지만 남들만큼의 강한 전투력은 가지지 못했어. 그렇다곤 해도 일반인보단 강하지만!
기젤라는 모두의 방패가 되어주는 든든한 탱커야! 생각이 많고, 섬세한 성격이지! 내가 쓰는 도감과 별개로 기젤라도 늘 뭔가를 기록하고 있는것 같긴 한데, 아직 뭔지는 모르겠어. 잔소리쟁이 하이넬과는 달리 기젤라는 순한 성격이라서 내가 자주 장난을 걸곤 해.
하이넬은 동급생인데도 어쩐지 선배같은 느낌이 나. 실제로도 선배의 영향을 크게 받았기 때문일까! 내가 가벼운 행동을 하면 늘 하이넬에게 긴장감이 없다며 혼이 나곤 해.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남을 잘 챙기고 자상한 성격이야! 나랑은 정 반대인 성격이지만 이렇게 친해질 수 있었던건 역시 기본적으로 하이넬이 좋은 녀석이기 때문이지. 학교다닐때도 경쟁밖에 모르는 어느 녀석들과는 달리 우등생인데도 다른 애들에게 싸우는 법을 친절하게 가르쳐줬다고!
마블은 우리중에 가장 강해! 엄청 강해. 솔직히 마블 혼자서 싸워도 괜찮을 것 같아! 조용하고 조곤조곤한 말투인데 말하는 내용은 전혀 조곤조곤해서 나를 늘 빵 터지게 만들어. 그 외에 마블은, 사냥꾼 학교 시절과 지금의 차이가 무척 큰 편이야! 원래는 소심하고 힘도 가장 약한 편이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강인한 한 명의 전사로 거듭났어!
동료들의 이야기를 적자면 정말정말정말 많이 적을 수 있지만, 이 도감은 어디까지나 비스트들을 기록하기 위한거지 사냥꾼 동료들에 대한 수만가지의 tmi를 기록하기 위한 것이 아니니까! 그렇지만 가끔씩 언급될 이름들이니까, 기억해둬도 괜찮을거야! 이 도감을 읽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랄게.
- 인형사 메리
-
모습:갈색 머리칼을 가진, 리본을 단 여자아이의 모습... 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은 페이크. 사실 뒤에 있는 거대한 오르골쪽이 본체다. 여자아이의 모습은 능력으로 만들어낸것.
여자아이 모습쪽에서는 등에서 실이 뻗어나온다. 저 실에 붙잡혀서 끌려가면 메리의 사역마 인형이 되어버리겠지...
특성: 인간에서 변이체로 변이한 비스트이기 때문에 인간 어린아이정도의 지적능력과 의사소통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 성격은 매우 잔혹한 것으로 보인다. 쥐 모양 인형들을 조종한다. 인형을 갈라본 결과, 그 재료는 인간인걸로 밝혀졌다. 인간태의 메리에게 다가가면 메리의 등 뒤에서는 실이 뻗어져나와 상대를 포박한다.
인간태의 메리는 본체인 오르골을 부수자 실이 되어 흩어져버렸다. 그 모습 역시 실로 된 인형이었던 모양이다.
추측:아마 변이하면서 메리는 오르골 모습으로 변해버렸고, 변이하기 전 인간시절의 모습을 능력으로 만들어내 자신인것마냥 세워둔 것으로 추측된다.
- 짓밟는 매그니튜드 & 감시하는 눈
-
모습
덩치는 약 3.5m~5m 정도.얼굴은 인간의 것을 닮았는데, 여섯개의 다리는 포유류의 것과 벌레의 것을 섞어둔것같은 괴악한 생김새이다. 등 뒤에 있는 꼬리는 파충류같다. 몸의 색은 시시각각 바뀌었다. 피부에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늘이 있다. 후에 시신을 확인해보니 날카로운 이빨에서는 독이 나오는 모양이다.
특성
괴성을 지르는것만으로도 그 파동에 몸을 움직일 수 없다. 사냥꾼인 우리도 이 정도이니 일반인은 그대로 날려갈 수준이겠지. 그 발들을 내려치면서 진동을 일으키고, 적대 생물들을 짓밟는다.
이름
감시자의 눈
모습
박쥐같은 날개를 가진 인간 머리정도 크기의 눈알이다. 입이 없는데도 괴성을 지른다.
특성
침을 쏘거나 발톱을 꺼내서 공격한다.
기타
마블이 한방에 처치해서 세부적인 특성은 불명.
7. 느와르 마블 ¶
그 자식은 평소엔 늘 뚱한 얼굴이다가 형님얘기만 나오면 인상이 싹-편단 말이야. 그리고 어떻게 죽일지를 읊으며 실실 웃는데...아주 또라이새X라니까. 그렇게 형님을 잘 따랐던 놈이 이젠 그놈을 죽일 생각만 하고있으니
마블을 ts하면
미묘하게 설정이 느와르풍이 된다(소근
-공기주, 24스레 415레스 (모든 일의 만악의 근원)
마블(18세,남)
캐릭터들 TS썰 풀다가 나오게 된 어느 평행세계의 마블.
원본과 눈에 띄는 차이라면 성별이 다르다는것 이전에 일단 전혀 18살의 것이 아닌 외모를 들 수 있다. 180대 중후반의 장신. 넓은 어깨에, 곳곳에 근육이 붙은 몸. 또한 세계관도 The City가 아니라 버려진 도시(※주:세계관주의 허락을 받지 않았습니다)(지나가던 세계관주: 이제 아니다. 웰컴 투 더 버려진 도시)
세계관이 느와르다보니 전체적인 묘사가 느와르해졌다.
캐릭터들 TS썰 풀다가 나오게 된 어느 평행세계의 마블.
원본과 눈에 띄는 차이라면 성별이 다르다는것 이전에 일단 전혀 18살의 것이 아닌 외모를 들 수 있다. 180대 중후반의 장신. 넓은 어깨에, 곳곳에 근육이 붙은 몸. 또한 세계관도 The City가 아니라 버려진 도시(※주:세계관주의 허락을 받지 않았습니다)
세계관이 느와르다보니 전체적인 묘사가 느와르해졌다.
"그 미친새X는 일할때 노래를 부르거든. 완전히 X같은 소리를 낸단 말이야. 근데 그 정신나간 노래를 그만두게 할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문제지. 네가 그 새X가 일하는걸 직접 봤어야 해. 한때 동료였던걸 어떻게 그렇게 신나게 묻어버리는지... 그거 한번 보면 다시는 그놈에게 찍소리도 못할걸. 우린 그 자식이 우리 미친놈이라는 거에 다행이라 생각해야해."
- 이걸로 독백을 쓴게 진짜입니까? 네 진짭니다
- ※폭력적이고 잔혹한 묘사가 잔뜩 들어가있습니다.
첨벙. 배신자의 머리통은 물이 찬 욕조 안에 쳐넣어진다. 그의 머리채를 움켜잡고 누른 채 흰 머리의 사내는 상대를무덤덤한 눈으로 바라본다. 물 튀기는 소리가 끊임없이 버둥거린다. 버러지는 목을 가누려 안간힘을 쓴다. 화장실은 사내가 문 담배에서 퍼지는 연기와, 소리없는 비명으로 가득 차있었다. 겨우 머리를 쳐들 틈도 주지 않고 사내의 손에는 다시 힘이 들어간다. 공기방울이 수면으로 끊임없이 올라오고, 터진다.
흰 머리의 사내가 이 도시에서 어릴적부터 확실히 새겨둔 것이 있었다. 사람으로 취급해도 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상대가 적이 아닐때. 즉, 배신자는 가축만도 못한 존재였다. 머리통을 짓누른다. 이번에는 손이 아닌 팔꿈치로, 눌러준다. 상대의 결박된 양손이 움찔거린다.
잠시 후 사내는 상대의 뒷통수를 잡아채듯 꺼낸다. 상대는 연신 기침을 토해낸 뒤 겨우 가쁜 숨을 몰아쉰다. 무뚝뚝한 목소리가 한 마디 뱉는다.
"그러게 왜 배신같은걸 합니까?"
숨소리를 헐떡이고, 벌개진 눈으로 사내를 노려본다. 어린 놈이라고 무시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기껏해야 막 자리를 꿰찬 애송이라고 생각해 만만하게 봤더니, 이렇게 돈 새끼였으리라고는.
그가 배신을 계획한 것은 사내를 과소평가했기 때문이었다. 무리의 '큰 별'께서 손을 털었으니 힘이 약해졌으리라는 추측이었다. 남겨진 차기 보스 후보라는 것이 이제 막 성인이 될까말까 한 애송이라는 것을 보고 그는 이 상황을 비웃었다. 젖비린내나는 꼬맹이를 앉혀놓고 뒤에서 이용하려는 게 훤히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저건 또라이였다. 마치 이 쪽을 위해 태어난 것 같은, 정신나간 괴물이다. 사내는 버러지의 턱주가리를 거칠게 잡아채며 묻는다.
"자. 그래서, 누가 시켰습니까? 순순히 말하면 곱게 보내드리죠."
"마, 말할 기회도 안 줬잖아! 다짜고짜, 그냥, 보자마자 끌고가서…."
"불만이 많으십니다? 제가 당신을 얼마나 봐드려야 합니까?"
"그러니까…아, 아아아악!"
배신자의 대답은 비명소리로 대체된다. 피고 있던 담배를 그대로 상대의 눈에 지진 것이다. 손쉽게도 한 쪽 눈깔은 못 쓸 것이 되고. 그러거나 말거나 사내는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인식조차 없고, 정말로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말할게. 말한다니까!"
겨우 그가 읊은 이름은 사내가 기대하던 자는 아니었다. 허탕인가. 쥐고 있던 담배를 가뿐히 튕긴다. 욕조 물에 담배 꽁초가 떠다닌다. 남자는 한숨을 쉰다. 고작 그런 어중이떠중이나 떠받들려고 이 쪽을 배신한건가. 뭐. 배신자의 심정을 그가 어떻게 알겠는가. 손씻고 나올 것을 권고한 선배의 말을 듣지 않고 되려 전성기의 선배보다 발을 더 넓혀버린 사내였건만.
가해지던 폭력이 멈추자 벌레는 추하게 신음한다. 그의 얼굴에서 흐르는 것이 더 이상 체액인지 욕조물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지경이었다. 사내는 물 묻은 손으로 천천히 손뼉을 친다. 밀폐된 공간에 차진 박수소리는 느릿히 채워진다.
"…뭐. 수고했어요. "
그러면, 약속대로 곱게 보내드려야겠네요. 그렇게 말하고 사내는 칼을 뽑는다. 오랫동안 사내가 자기 몸처럼 손질해온 길쭉한 회칼이었다. 날카로운 날붙이에 상대의 겁먹은 얼굴이 비친다.
"…고."
곱게 보내준다며. 뭘 할 셈이야? 그가 그런 말을 할 틈도 없이,
푹, 하고.
그것은 정확하게 경동맥을 파고 들어간다. 피보라가 튀긴다. '곱게' 보내드린다니까요. 확실히 평소에 사내가 하던 일처리에 비하면 훨씬 고운 편이었다. 원래는 신원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조지는 것이 그의 방식이었으니까. 턱 막힌듯한 비명소리가 울리고, 상대의 숨이 끊어져간다. 덤덤하게 그것을 응시하던 사내는 사체에서 칼을 뽑는다.
"허탕인가…."
욕실은 습기가 차서 담뱃불이 잘 붙지 않는다. 니코틴이 고팠다. 사내는 천천히 욕실을 나간다. 발걸음소리가 철퍽대며 울린다. 그 사람에 대한 소식은 여전히 묘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