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 항목 : 무림비사武林秘史
1. 안내사항 ¶
- 해당 문서는 본 위키가 너무 무거워진 관계로, 따로 정파의 스토리를 기입하기 위해 생성되었습니다.
- 스토리 분량이 늘어나면, 각자의 개인 스토리 위키로 변경 될 예정입니다.
- 그게 위키 가디언을 살리는 일입니다. 우리 위키, 매우 무겁다!
- 그게 위키 가디언을 살리는 일입니다. 우리 위키, 매우 무겁다!
1.1.1. 미사하란 ¶
- 첫번째 대사건 - 석가장주
- 너 모용의 식객이 되어라
- 이불 속에서 눈이 뜨였다. 아침 일찍이라 하긴 해가 높다. 허물 벗는 뱀처럼 이불 안에서 꾸물꾸물 빠져나왔다.
흰 잠옷 차림으로, 머리도 묶지 않고서 마루로 나왔다. 털썩 소리와 함께 삐딱하게 앉았다. 곰방대 연통에 담파고를 다져넣고 불을 붙인다. 그리고 물부리를 입에 대고 빨아들였다. 연기 향이 핏줄을 타고 온 몸으로 퍼지는 기분이다.
"후우우....."
서늘한 연기가 코 끝을 간지럽힌다. 그 느낌을 음미하다가 천천히 숨을 내뱉었다. 그녀의 입에서 구름이 피어오른다.
하란의 멍한 눈은 담벼락과 흙바닥 사이 그 어딘가를 힘없이 주시한다.
***
나른합니다. 아니 찌뿌둥한걸 수도 있고 아직 졸린 것일 수도 있습니다.
없어진 한 쪽 다리처럼 공허한 시선이 허공에 머뭅니다. 곰방대를 입에 물고서 부싯돌로 불을 피우자 매캐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뻐끔. 뻐끔.
연기를 들이마셨다가 내뱉으니 허공에 하얀 연기가 뭉실뭉실 피어오릅니다. 이게 끽연이고 이게 인생입니다.
그런데 저 멀리에서부터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란은 안력을 돋아 자세히 살펴봅니다. 평범한 키에 평범한 체격. 허리춤에 메고 있는 검 한 자루. 호랑이가 옷에 새겨져있습니다.
뭐죠?
그는 하란이 누구지? 하고 고민할 때 눈 앞에 도착합니다.
"하란 낭자 맞으십니까?"
관자놀이 근처의 태양혈이 볼록 튀어나와있는걸 보아하니 최소한 절정의 고수입니다.
"저는 모용헌이라고 합니다. 저희 어르신께서 한 번 뵙고자하십니다."
말은 정중하지만 뜻은 너, 나랑 같이 좀 가줘야겠다. 라고 들리는군요. 하란, 초대를 받아들일까요? 거절할까요?
***
"맞습니다만, 모용? 모용세가에서 저를 어쩐 일로 부르시는지..."
말하는 게 꼭 한숨을 쉬는 것 같다. 흡혈귀에게 피 대신 기를 빨리면 이런 분위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시선을 내리깔고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던 하란은 마음의 결정을 하고는 모용헌이라는 남자를 다시 올려다본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대협. 아까 막 일어난 참입니다."
곰방대를 마루 모서리에 탁탁 부딪혀 담파고 재를 털어내고 방 안으로 들어간다. 어디 시정잡배도 아니고, 모용세가에서 부를 정도면 무슨 중요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첫 번째 이유요, 괜히 초대를 거절했다가 미운털이 박히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이 두 번째 이유다.
하란은 세수를 하고 의복을 갖춘다. 의족을 차고 품 속에 비급서를 넣어둔다. 그녀는 언제나 이것을 잃어버리진 않을지 도둑맞진 않을지 전전긍긍하곤 했다.
마지막으로 지팡이검을 손에 쥐고 다시 방의 밖으로 나왔다. 마루에서 내려와 모용헌 앞에 선다.
"가시죠."
***
하란은 절뚝이며 걷습니다.
모용헌은 잠깐 눈을 감더니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한 차례 쓸어내립니다. 몸이 불편한 하란을 오라가라 한 어르신이 문제인 것인지, 다리 하나가 없는 하란이 어르신을 뵙는게 마음에 안드는 것인지.
하란으로서는 알 길이 없습니다.
열길 물 속은 알아도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괜히 있을까요.
열심히 걸어가지만 남들이면 한 번에 이동할 거리를 하란은 꽤 시간을 들입니다.
한 번 더 이동레스를 써주세요.
***
"대협. 잠시만... 같이 좀 갑시다."
의족과 지팡이는 역시 진짜 다리만 못하다. 그녀는 힘겹게 절뚝거리면서 걸음을 내딛지만, 모용헌의 걸음을 제대로 따라가질 못했다. 마음이 조급해져 무리하게 걸으려다 의족이 삐끗했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한 하란은 잠시 숨을 가다듬으면서 모용헌에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제가 다리병X인 것 이미 알고 오신 것 아니었습니까? 어찌 그렇게 성큼성큼 걸으시나요."
그녀는 조금 서운한 마음에 되도않는 투정을 부려보았다.
***
"무인이 다리를 잃은 것이 무에 자랑이라고 그러십니까 낭자."
모용헌은 냉정하게 말합니다.
...자비가 없군요. 팩트로 명치를 두들기다못해 뚫어버렸습니다.
하란. 기억하세요.
선즙필승입니다.
투닥거리다보니 모용세가에 도착했습니다.
....으리으리하군요. 대저택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습니다. 저택 안에서는 병장기들이 부딫히는 소리가 들립니다. 수련중인가보죠?
안으로 성큼성큼...하란은 절뚝절뚝.
외다리의 불편함은. 마음이 아픕니다.
한참을 들어가자 모용헌은 멈춰섭니다.
"이 곳부터는 전 들어갈 수 없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낭자."
하란은 고개를 끄덕이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침이 꼴깍 삼켜지는 것이 괜시리 긴장이 됩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오. 왔는가."
한 장년인이 홀로 바둑을 복기하고 있습니다.
***
"다리가 날아간 것은 무인이 되기 전이었습니다!"
이 사람이 사람 가슴에 말뚝을 박아버리네. 하란은 눈물을 짜내며 잉잉 울어버릴까 하다가 겨우 참았다.
아무튼 모용헌의 안내를 받은 하란은 안으로 들어가 알 수 없는 장년인을 만난다. 아마 높은 사람이겠지.
저택의 위용에 눌린 하란은 공손히 포권지례를 취하며 예를 갖춘다.
"이 미사하란이를 부르셨습니까. 대협."
***
"어서 앉으시게."
어르신, 이라 불리우는 사람은 손을 휘젓습니다. 그러자 시비 하나가 와서 바둑판을 조용히 치우고 차를 내옵니다.
"오는데 불편함은 없었는가?"
다리를 보고 묻는 말인 것 같습니다.
...그가 왜 하란을 이 곳 까지 부른걸까요? 짐작이 되질 않습니다.
***
"어차피 먹을 것 사러 저자에 나가는 길도 불편한 몸입니다. 개의치 마소서."
치마를 정리하면서 의자에 다소곳히 앉았다. 그리고 천천히 남자의 말에 대답했다.
고개를 숙이고 손가락으로 애끚은 제 무다소곳히 앉았다. 그리고 천천히 남자의 말에 대답했다.
고개를 숙이고 손가락으로 애끚은 제 무릎이나 긁적거리던 하란은 먼저 말을 꺼내었다.
"어인 일로 소인을 부르신 것입니까. 그것도 모용세가의 대협께서 말입니다."
***
"대단한 것은 아닐세."
차를 한 모금 마신 그는 차향을 음미하는듯 눈을 감고 가만히 있습니다. 하란도 거기에 맞춰서 가만히 앉아있습니다.
........
시간이 흐르고 한참흘러 좀이 쑤실때 쯤에서야 그가 눈을 천천히 뜹니다.
"우리 세가의 식객이 될 생각이 있는가."
강호에서도 깊은 심계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그. 하란의 뛰어난 두뇌로도 그의 의중을 짐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체 왜일까요?
"별 다른 이유는 생각치마시게. 예, 아니오. 정도만 대답해주면 될 것 같구만."
***
'더러운 일을 시키려는 것인가.'
운이 없어 붙잡힌다 해도 곧장 손절할 수 있는, 별로 안 유명한 무림인. 직접 자기 사람을 쓰면 모양 빠질테니까.
정보를 주려 하지 않는 남자의 폐쇄적인 태도는 부정적인 예상을 불러온다. 하지만...
"하겠습니다."
'보상은 짭짤히 줄지도 몰라. 입을 막아야 할 테니까.'
어차피 식객은 슬그머니 들어왔다가 나가는 것이다. 시키는대로 일하고, 시간을 끌며 이득을 보다가 정말 이건 아니다 싶으면 그만두자고 생각했다.
그 때까지 가서 모용세가가 하란을 놔 줄지는 모르지만, 길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니.
"어떤 일을 시키려 하십니까."
***
"당장은 아닐세."
어르신은 차를 홀짝이면서 대답합니다.
"일단은 숙소를 이 쪽으로 옮기고 푹 쉬고 있게나. 다른 사람들과 안면을 터놓는 것도 좋겠지. 조만간 피바람이 불어올 수 있으니 수련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네."
피바람...? 좀 무서운 이야기를 들은 것 같습니다.
"너무 겁먹지 않아도 되네. 호남에서 여러가지 일이 벌어지려는 것 같으니. 우리 세가도 덩치를 좀 불려놔야하지 않겠는가. 허허허."
***
예상이 얼추 들어맞은 것 같은건 기분 탓인가? 하란은 세상이 돌아가는 것에 어둡다.
남자가 말하는 것들. 피바람, 여러가지 일, 덩치를 불린다 등등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뭔가 심상찮은 일이 시작되려 한다는 걸 알 수 있을 뿐이었다.
"그리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승낙한 김에 하나만 여쭙겠습니다."
남자의 말대로, 하란은 집에 들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다 갑자기 생각나 질문을 한다.
남자는 아까 예/아니오로만 답하라 했다. 하지만 이미 '예' 를 선택했다. 질문 하나정도는 괜찮을지도.
"대협께선 많은 무림인 중 왜 하필 소인을 고르셨나이까?"
***
어르신은 하란의 얘기를 듣고 멈칫합니다.
"왜 골랐는가...글쎄. 그 대답은 자네가 이미 알고 있을 것 같네만...."
후룩. 차가 다 식어갑니다.
"다리와 머리. 무공과 외모. 이것들을 조합해서 한 번 잘 생각해보게나. 정답을 맞춘다면 선물을 하나 주지."
끌끌 웃으며 어르신은 방으로 가보라는듯 손짓합니다.
하지만 천재인 하란은 순식간에 답을 도출해냅니다. 생각한 것이 완전히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의 정황과 조건들을 조합해보았을 때 결론입니다.
먼저 몇 가지 생각이 떠오릅니다.
'상대방은 하란이 뛰어난 천재라는걸 진즉 알고 있다. 하지만 다리가 없으니 쉽게 도망치지 못한다.
무공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훌륭한 머리는 반드시 세가에 보탬이 될 것이다.
무공이 일류고 무림인이니 무림의 생리에 밝고 여차하면 자기 한 몸을 지키는 시간 정도는 벌 수 있을 것이다.
다리 하나가 없지만 뛰어난 외모는 세상물정 모르는 강호초출이나 외모에 신경쓰는 녀석들을 낚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 자신을 지금 모용세가에 묶어둔다. 남들이 함부로 채가지 못하도록.
-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보기 위해 호남과 호북의 일처리를 맡긴다.
- 나중에 능력을 보고 적재적소에 활용한다.
왜냐하면.
- 자신은 그만한 천재니까.
이것이 하란이 도출해낸 결론입니다.
***
미묘히 찰랑거리는 찻물을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잘 생각해 보라는 어르신의 말. 그래서 하란은 잘 생각해 보았다.
어르신은 그만 가 보라는 듯 손짓했다. 하지만 그녀는 눈을 다섯 번 깜박인 후 즉시 답을 내놓는다.
".....계륵이로군요."
"소인을 당장 쓰기는 애매하나 남 주기는 아까우니, 호남과 호북을 맡기어 저를 시험하시기 위함입니까."
자신과 자신 주변을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분석해 내놓은 결과였다. 하란의 어조는 평탄했다. 종이 위에 쓰인 글을 그대로 줄줄 읽는 것만 같다.
말을 끝내고도 하란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까 선물을 주신다 하신 것 같았는데?
***
그러자 어르신은 씨익 웃습니다.
"시험을 잘 통과했구나."
그 말에 하란은 소름이 돋았습니다. 과연. 자신이 여기서 문제를 맞추지 못하고 물러났다면....어르신은 다시는 자신을 부르지 않았을겁니다.
"선물이라. 그래. 줘야지. 언제든 원할 때 나와 차라도 한 잔 하자꾸나."
그리고 정말로 가보라는듯 손을 휘젓습니다. 아니 선물 준다면서요? 왜 안줘요?
라고 하지만, 하란의 천재적인 두뇌는 다음과 같이 해석합니다.
하란은 방금 전,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고 그 대가로 모용세가의 가주와 언제든지 독대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습니다.
독대를 하면서 어떤 말을 하고 어떤 말을 들을지. 그것이 득일지 해일지는 하란 하기 나름입니다.
하란은 방에서 물러납니다!
- 눈도장 찍기
- 하란은 꾸벅 인사를 올리고 물러난다. 이게 시험이었다는 것과, 다이스가 잘 나오지 못했다면 말짱 도루묵이었다는 사실에 소름을 느끼면서 말이다.
"아으... 집에서 물건 가져와야 하는데. 어느 세월에 집까지 또 걸어갔다 와?"
집까지 낑낑대며 가기 귀찮았던 그녀는 일단 식객노릇을 하며 어디서 머물게 될지 한 번 가 보기로 했다. 아까도 어르신이 방이라 하셨으니 그녀의 방이 있는 것 같긴 하다.
그런데....어디 있는 거지... 누구 없나? 내 방 어디에요? 하란은 두리번거리며 저택 안을 어정쩡하게 거닌다.
***
어정쩡하게 거닐다보니 시비 하나가 자연스럽게 하란을 안내합니다.
그렇게 들어간 방에는 이미 하란의 물건들이 전부 정리가 되어있었습니다. 모용세가...무서운 아이들같으니라고!
이제부터 하란은 모용세가의 식객으로서 여러가지를 할 수 있습니다.
무엇을 해볼까요?
1. 인맥다져보기
2. 수련
3. 모용세가의 이름을 등에 업고 갑질시도.(비추천)
***
"우와아....."
맥없는 감탄사. 언제 집에서 이걸 다 챙겨온 걸까. 책장 뒤에 떨어져있던 연애소설까지 챙겨왔어.
아니 것보다, 집 문에 자물쇠 걸어두고 왔는데 그걸 또 용케 풀어냈나보다. 하긴 모용세가 무림인들에게 자물쇠가 대수겠냐만.
의족에 눌려서 뻐근한 곳을 주무르다 하란은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지팡이를 잡았다.
이렇게 앉아만 있지 말고 한 번 돌아다녀보자. 저택에 누가누가 있나 보고, 얼굴도장이나 찍어보자. 하는 생각이었다.
***
하란은 밖에 조금 나돌아다녀봅니다. 불편한 다리 때문에 불편한게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러다가 어느 한 사람이 하란에게 다가옵니다.
20살 정도 되었을까요? 이제 막 강호에 발을 디딘 삼류나 이류 정도되는 무사인 것 같습니다.
"아...안녕하세요!"
귀엽게 생긴 남성입니다. 하란의 얼굴을 보고 밝아졌다가 다리를 보고 표정이 굳었다가 얼굴을 보고 다시 밝아집니다.
....뭐하는 놈이죠?
***
"안녕..하십니까."
아직 어린 티를 못 벗은 귀염상 남자와 마주쳤다. 무슨 손바닥 뒤집듯 표정을 바꾸네. 대단하다. 뭐 하는 사람이지?
"본인은 성은 미사씨에, 이름은 하란이라 하옵니다. 모용세가의 식객이온데. 대협의 존함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일단 침착하게 자기소개를 하자. 그리고 남자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어디선가 조무래기 냄새가 나는 남자다. 하지만 혹여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니, 공손히 대협이라 칭했다.
***
"대...대협이라니요! 강호에 이제 막 나온 초출입니다. 그리 높여부르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나...낭자."
여기서는 여성 무림인은 소저라고 부르고, 아니면 낭자라고 부릅니다.
...무림인으로 보지를 않는군요.
"저는 그냥 금 모라고 기억해주십시오."
히히히...하고 바보처럼 웃는게 어설프기 그지 없습니다.
"작은 문파에서 수련을 하다가 요녕으로 오게 되었는데 몸을 잠시 이 곳에 의탁중입니다."
***
하란은 금 모의 말을 정정하려 입을 열었다. 낭자가 아니라 소저라고. 하지만 말이 턱까지 올라왔을 때 다시 닫아버렸다. 무림인인 것을 알면서도 낭자라고 부르던 아무 세가의 모용 아무개보다는 낫지. 이 정도면 호인 아닌가. 알고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바로잡힐 것이다.
"그럼 금 소협이라 칭하겠습니다."
아까 예상했던 자신의 쓸모 중 이런 사람들을 홀리는 것도 있었다. 아까 정직하게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는 것도 그렇고, 세상에서 쓴맛을 보지 않을까 걱정되는 사람이다.
"문파라 하시면, 무공이나 무술도 사용하시겠군요. 어떤 종류의 것을 쓰십니까?"
하지만 속에 능구렁이 천 마리를 품은 어르신이 몸을 의탁하는 것을 허락했다면 분명히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란은 금 소협에게 질문한다. 부드러운 낮을 띠고서.
***
"말씀드릴만큼 대단한 문파는 되지 못합니다. 낭자. 하하하...."
금씨는 수줍게 웃으면서 대답합니다.
"저야 그냥 얼떨결에 소개를 받아서 들어왔습니다. 뛰어난 인재라거나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서요..."
뒷머리를 긁적입니다. 그 모습에 하란은 그닥 대단한 인물은 아니라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한 번 더 의심해볼까요? 아니면 그냥 넘어갈까요?
선택은 하란의 몫입니다.
***
하란이 만나본 어르신은 그러지 않는다. 얼떨결에 받은 소개로 사람을 들이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생각되는 가능성은 두 가지. 금소협이 힘을 숨김, 혹은 절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제가 뵈었던 어르신은 그리 허술하게 사람을 들이실 분이 아니었는데, 참말이신지요? 으응?"
하란은 손 안에서 지팡이를 살살 굴리며 가볍게 금소협을 떠 보았다.
어르신의 시험을 통과했을 때 목 뒤를 지나던 소름. 그것이 하란을 의심케 한다. 그 사람이 그럴 리가 없어.
***
"하하. 참말이고 말고요. 낭자."
하란은 한 번 더 추궁해보았지만 금 모는 고개를 내젓습니다.
더 이상 물어보았다가는 안물어보느니만 못한 상황이 될 겁니다. 다른 이와 이야기를 할까요? 아니면 더 이야기를 해볼까요. 더 이야기를 해보아도 금 모에 대해서는 알 수 없을겁니다.
***
정말 힘을 숨긴 게 아니라면야... 아까 예상대로 잠재력을 가진 걸까. 아니면 적당히 쓰다가 내보낼 사람일지도. 의문은 남았지만 더 캐묻지 않기로 했다.
"장차 큰 사람이 되실 겁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금 소협."
하란은 금소협에게 인사를 한 번 하고 물러난다. 머릿속 인물 목록에 금소협을 추가하고 정보를 기재해 놓았다.
이제 다른 사람도 만나보자.
***
금 모와의 이야기를 끝내고 하란은 정처없이 떠돌아다닙니다.
약간 어둑어둑해질 시간. 주홍빛 노을이 이쁜 그 시간에 누군가가 수련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만나러 가볼까요?
***
커다란 저택은 의외로 인적이 드물다. 느긋하게 돌아다니다 석양이 질 때. 하란은 마침내 금소협 말고 다른 사람을 찾을 수 있었다.
누군지 모를 이는 수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이를 향해 한걸음씩 가까이 다가간다.
***
모용세가의 검법인듯 과연 하란이 보기에도 뛰어난 무공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하란이 절뚝거리면서 다가가자 그는 땀에 젖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서 검을 멈춥니다.
"아. 이번에 새로 식객으로 오셨다는 분이군요. 모용세가의 3번대 대주를 맡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름은....말하지 않는군요. 뭐지?
***
"미사하란입니다."
3대주.. 3형제 중 셋째라는 뜻인가. 대주가 무슨 뜻이었지. 아 모르겠다. 지금은 생각하지 않도록 하자.
하란은 이름을 말하지 않는, 자칭 3대주에게 예를 갖춘다. 자연스럽게 그의 관자놀이를 관찰한다. 솜씨가 상당해보인다. 높은 경지에 이르른 사람일 것이다.
"얼핏 보아도 칼을 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시군요. 그것이 모용세가의 검법인 것입니까."
***
"하하. 외인에게 함부로 보일만한 무공은 아니나. 그 실력이 뛰어난 편은 아닙니다. 소저."
금 소협과는 다르게 하란에 대한 호칭이 정확합니다.
"수련장에는 어쩐 일로 오셨는지요."
관자놀이를 보자 툭 튀어나와있는것이....최소 절정의 고수입니다.
***
그는 하란을 소저라고 불러주었다. 감격스러워라.
"보동 첫 만남에 소인을 소저라 칭하는 분은 몇 없었는데... 감사합니다."
말로는 실력이 대단찮다고 하지만 관자놀이와 아까 칼솜씨를 보니 꼭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하란을 바로 소저라 하는 것도 그렇고.
"혹 대협의 성함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왜 이름을 안 알려주는 거지.
***
"음."
상대방은 한참이나 고민하다가 입을 엽니다.
"신채훈이라고 합니다."
....모용씨가 아니군요?
***
".....?"
모용씨가 아니야? 그런데도 외인에게 못 보여주는 모용세가 검법을 쓰고 3대주?
이걸 더 캐물어야 하나? 그러다가 분위기가 싸해질까 걱정이다.
"그렇다면. 신 대협이라 부르겠습니다."
일단 그 주제는 잠시 묻어두기로 한 하란이었다.
***
"대협이라니요. 그렇게 불릴만한 이는 아닙니다."
하란에게 호사가가 없기 때문에 신채훈에 대한 것은 짐작밖에 할 수 없습니다.
"소저는 제가 뭐라고 불러야 하겠습니까?"
***
"그냥 소저라 부르셔도 좋고, 이름도 괜찮습니다. 편한 대로 하시지요."
통성명 후 잠깐 정적. 하란은 잠시 머리를 굴려 신채훈과 엮일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내었다.
"어르신께서 그러시더군요. 곧 피바람이 불 테니 수련을 게을리하지 마라고. 마침 수련장을 찾은 김에, 제 몸이나 지킬 만한 기술을 갈고닦아볼까 하는데..."
"괜찮으시다면 조금 도와주시겠습니까?"
어르신이 누군지는 말 안해도 알 거라 믿는다.
***
"아쉽지만 함께 어울리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신채훈은 웃으며 고개를 흔듭니다. 그의 시선은 하란의 다리에 가 있습니다.
"제가 그렇게 뛰어난 실력자가 아니라 자칫 힘조절을 하지 못하면 서로 크게 다칠 수 있으니까요."
***
하란 또한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귀찮다는 거군! 아무튼 신씨가 그렇게 나온 이상 더 밀어붙일 수는 없었다.
"그렇습니까. 어쩔 수 없군요. 짧은 만남이지만 즐거웠습니다."
하란은 다시 예를 갖춘다. 이 사람에게선 더 이상 뭔가를 얻거나 알아내기 힘들어 보인다.
- 달리는 마차 위에 중립은 없다
- 금 모와 신채훈.
하란은 둘을 만났지만 둘 모두에게서 딱히 얻어낸 것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둘을 만남으로서 미사 하란이라는 무림인이 모용세가의 새로운 식객이 되었다는걸 알린건....분명 도움이 될겁니다.
우선은 돌아갑니다!
가만히 있으니 똑똑하고 방문을 누군가 두들겨옵니다.
"식사입니다."
밥이 나왔군요!
***
책장이나 뒤적이면서 시간을 죽이던 중 저녁밥이 배달왔다. 저녁밥을 자기가 직접 안 해도 된다는 것이 하란은 마냥 신기했다.
그녀는 방문을 열고 밥상을 가져온 이를 맞이한다. 과연 무슨 밥일까? 오대세가에서 나온 요리니까 뭔가 맛있고 고급스럽지 않을까? 하란은 기대해본다.
***
요리를 봅니다!
하란의 눈이 동그래집니다. 만약에 바보털이 있었다면 물음표 모양이 되었을겁니다.
나온 음식은...
개구리 뒷다리입니다.
개구리 뒷다리가 그렇게 맛있다고는 하는데 솔직히 먹기는 좀....
아니 시x 이딴걸 쳐먹으라고요?
당신은 사람입니까?
***
"개구락지...."
하란은 밥상을 멍하니 나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안 그래도 어두운 눈이 더 어두워진 것 같다.
옛날에 먹을 게 없으면 개구리 잡아서 먹고 그랬는데.... 실수로 무당개구리 먹었다가 토하고 배탈나고 난리가 났었지.....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지만 암만 그래도 그렇지 개구리 다리를.... 허 참...
그녀는 정말이지 당혹스러웠지만 그렇다고 저녁을 거르기는 또 싫었다. 하는 수 없이 개구리 다리를 천천히 입으로 가져가본다.
그래, 개구리라 해도 모용세가 개구리는 다를 것이다. 먹으면 건강해진다던지 내공이 오르는 양산형 영물 개구리라던지! 믿습니다 모용세가!
***
우물우물...깨구락지 뒷다리를 씹어삼킵니다. 튀긴 것이라 그런지 의외로 식감이 바삭한 것이 먹을만 하네요!
우득.
윽.
갑자기 이상한게 씹히길래 하란은 퉤, 하고 입 안의 음식물을 뱉어보았습니다.
....무슨 쪽지같은 것이 있는데요? 펼쳐보니 오후 9시, 뒷마당.
이라는 글자가 적혀있습니다.
***
세상에. 뭔가 씹었어. 개구리 고기를 준 것도 모자라 이물질까지.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한 것 같다. 이럴 거면 왜 오라고 한 거야.
하지만 입 안에 있는 것을 퉤에엣 뱉어내자 하란은 생각을 고쳐먹어야 했다. 이게 웬 쪽지?
술시에 뒷마당. 누군가 하란을 은밀히 만나길 원한다. 턱을 짚고 고민하던 그녀는 시간이 되자 지팡이검 한 자루를 들고 뒷마당으로 간다.
***
하란은 9시에 뒷마당으로 갑니다! 절뚝이면서 걷는 것이 여간 불편한게 아니로군요. 어쩌겠습니까....후...
도착하자 사람은 없고 텅빈 모래바닥 뿐입니다. 뭐지? 개꿀잼몰카인가?
하란이 쯧, 하고 혀를 찰 때 쯤 돌멩이가 툭....하고 굴러와 발치에 닿습니다.
주워보자 거기에는 또다시 쪽지가 써져있군요.
- 창궁, 매화 動
강서궁과 장강검 위기
교좌해인交坐害人 난동
석주石主 졸卒 예정
요녕의 향방에 답하라
기한은 길지 못하다
짧다면 짧은 글입니다. 하지만 하란은 눈을 찡그립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지...정보가 부족해 무슨 말인지 해석을 할 수 없습니다!
***
"???"
뜬금없이 이게 뭔가. 적어도 모용세가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겠다. 하지만 그런 삼척동자도 알 만한 건 큰 의미가 없다.
하란은 다시 머리를 쥐어짜낸다. 할 수 있다. 자신이 이 정체불명의 문구와 그 배경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하란은 그만한 천재니까!
***
다시 한 번 집중해서 봅니다....그러자 하란의 천재적인 두뇌는 이제야 알아먹었다는듯 빠르게 해석하기 시작합니다.
- 창궁, 매화 動
강서궁과 장강검 위기
교좌해인交坐害人 난동
석주石主 졸卒 예정
요녕의 향방에 답하라
기한은 길지 못하다
창궁은 창궁무애검법으로 유명한 남궁세가를 뜻하고, 매화는 화산파의 상징이니 곧 화산파를 뜻합니다. 남궁세가와 화산파가 어디론가 움직였습니다.
강서궁, 장강검은 정파삼남단을 구성하는 강서궁문과 장강검을 일컫습니다. 강서궁은 강서궁문주의 별호이고 장강검은 호남장강검으로도 불리우는 호남장강검문주의 별호입니다. 두 문파가 위기에 처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교좌해인 난동.
교좌해인은 30년 전 마교의 교주와 맞서싸운 100인의 고수중 교주에게 큰 부상을 입히고 살아남은 다섯명을 말합니다. 각각 구월검 허창언, 사마외도 호재필, 소림방장 금호대사, 화산장문 매화신검.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이미 죽고 없습니다. 이 중에 최근 난동을 벌인 이는 모르겠으나 구월검 허창언은 본래부터 세력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소림방장, 화산장문은 움직일리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
사마외도 호재필입니다. 최근 호재필이 호남과 호북 언저리에서 큰 일을 저지른 것 같습니다.
석주 졸 예정. 석가장의 장주의 임종이 임박했나봅니다.
요녕의 행방에 답하라. 기한은 길지 못하다.
빠른 시일내에 요녕. 모용세가가 어찌 움직여야 할지를 생각하란 뜻입니다.
여기서 하란은 두 가지를 생각해냅니다.
하나는 지켜보다가 제갈세가와 그 무리의 힘이 약해진 틈을 타 남쪽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것이 있고.
또 하나는 제갈세가를 도와 빚을 지워두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용세가의 전력은 확실하게 꺾이게 되며 승리한다는 보장 또한 없습니다.
이 두 대전제 중 하나를 골라 하란은 생각에 살을 붙여야합니다.
***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란은 눈을 감고 쪽지를 꽉 쥐었다. 이것도 어르신의 시험일까? 아니면 그것을 빙자해 정보를 훔치려는 세작의 장난질인가? 내일 아침 어르신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
하지만 그 전에 자신의 의사를 정해야 한다. 오늘 밤을 꼬박 세워 운기하며 생각을 정리할 것이다. 기가 돌아야 머리도 맑아지는 법이니까.
***
교룡심법의 숙련도가 70%에 이릅니다!
***
그렇게 밤새워 수련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기의 느낌이 달라진 건 기분 탓인가. 알록달록해진 기분인데.
"흐아아...."
창 밖은 어느샌가 밝아져 있다. 곧 시비가 아침밥을 가져올테니, 그 때 어르신을 뵙길 청한다고 말해두도록 하자. 언제든 차 한 잔 하자고 하시긴 했지만 기별은 미리 넣는게 예의겠지.
***
하란의 의사는 곧바로 어르신에게 전해졌습니다!
점심이 되자 어르신은 하란을 방으로 부릅니다.
"무슨 일인가?"
다 알고 있으면서...모른척 차를 따르는 모습은 무림인이라기보단, 은퇴한 고위 관료와 같은 느긋함입니다.
"궁금하구먼."
***
하란은 말없이 상 위에 무언가를 내려놓았다. 개구리 요리에 숨겨져 있던 밀서, 그리고 돌멩이에 묶여 굴러온 쪽지.
"대협께서 보내신 듯 하온데, 만에 하나 세작의 농간일 수 있으니 확인차 여쭙고자 하옵니다."
"이 또한 대협의 시험이옵니까?"
그녀는 차분하고 안정된 어조로 어르신께 질문하였다.
***
어르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확인은 끝났으니 답을 말해보게."
그는 찻잔을 손에 들고 조용히 하란을 쳐다봅니다...
섬짓.
한 것이 하란의 등을 훑고 지나갑니다. 온 몸에 소름이 돋고 손끝이 떨려옵니다. 몸이...몸이 움직이지 않고 입술을 달싹거리고 눈동자만 굴릴 수 있을 뿐입니다. 어르신의 눈동자는 깊고 현기로 가득합니다.
초절정에 이른 무인의 능력. 단순한 기세를 쏘아보낸 것 만으로도 하란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땀이 비오듯 흐르며 등을 적셔갑니다.
"허허허. 그리 긴장할 필요없네."
말과는 다르게 여전히 그의 기세가 하란을 옥죄고 있습니다. 맹수가 으르렁거리며 목덜미 바로 앞에 입을 벌리고 침을 뚝뚝 흘리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하란은 그제서야 겁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걸 깨닫습니다.
시험. 시험입니다.
이 어르신은 항상 사람을 시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의 시험은...
배짱입니다. 대답해야만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하란이 생각한 바를 가감없이 밝힐 수 있어야합니다. 그리고 아마...이 시험마저 통과한다면...
하란은 가솔이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
"읏....!"
하란은 자신도 모르게 외마디 신음을 내었다. 황소만 한 호랑이가 앞발로 가슴을 짓누르고 코 앞에서 송곳니를 드러내며 그렁거리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것은 시험이다. 정말 어르신이 그녀를 죽이려는 게 아니라 이런 상황에서도 말을 할 수 있을지를 시험하는 것이다. 불안한 평정을 되찾은 하란은 굳어버린 혀를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남, 남궁세가와 화산파, 장강검문과 강서궁문, 그 뒷배인 제갈세가. 그리고 호재필, 석가장, 흑천성이 서로 대립하는 형국이옵니다."
"두 세력이 서로 싸울 때는, 가능하면 한쪽 편을 들어 공개적으로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 유익하옵니다. 중립을 지킨다면 승리한 세력의 힘에 밀려나게 될 것입니다. 물론 패배한 쪽에게는 기쁨과 만족을 주겠지만 말이옵니다."
"이 경우 대협께선 우방이 없는 무방비 상태에 빠지옵니다. 승리한 쪽은 자기가 어려울 때 돕기를 꺼린 대협과 함께 하길 원치 않을 것이며,
패배한 쪽은 대협을 도와 공연히 위험에 처하는 상황을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옵니다."
"그리고 남궁과 화산이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지켜보고만 있다간 그들에게 모든 지분을 빼앗길 것이옵니다."
목이 탄다. 하란은 떨리는 손으로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말을 쉬었다. 찻방울이 손에 흘렀지만 뜨거움도 느끼지 못했다.
"우유부단한 자는 현재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중립을 택하나, 그러지 않고 한쪽을 지지한다면 더 나은 상황을 만들 수 있사옵니다."
"대협께서 지지한 쪽이 승리한다면, 비록 그가 강하게 된다 한들 신세를 졌고 둘 사이에 우호 관계가 성립되었기에 배은망덕하게 모용세가에게 등 돌리지 않을 것이옵니다. 승리가 정의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좋을 정도로 모든 것을 허용하지는 않기 때문이옵니다."
"설령 패배한다 해도, 그들은 가능하다면 모용세가에 길을 열어줄 것입니다. 도울 수 있다면 그들이 돕는 것이 도리지 않겠나이까? 당초 흑천성을 필두로 한 세력의 1목표는 모용세가가 아니옵니다. 곤궁에 처해 물러난다 한들 그들은 당장 무리하며 쫓지 않을 것이오며, 운이 좋다면 대협께서는 다시 기회를 잡으실 것이옵니다."
"기왕 호남호북의 일을 이용해 덩치를 불리기로 하셨다면 그것은 곧 모험으로, 안전한 길을 선택할 수 있다고 믿어서는 아니되옵니다. 반대로 모든 길에 위험이 있음을 아셔야 하옵니다. 하나의 위험을 피하려 하면 다른 위험을 만나게 되는 것이 만물의 이치니, 차선으로 가장 덜 위험한 대안을 택할 뿐이옵니다."
"청컨대, 대협께서는 제갈을 도와 작금의 사태에 개입하시어 그들에게 빚을 지우시옵소서!"
눈을 질끈 감고 말을 마치니 진이 쭉 빠졌다. 원래는 적당히 단물이나 뽑아먹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과연 그럴 수 있을지 의심이 드는 하란이다.
***
어르신, 모용벽은 눈을 감고 수염을 조용히 쓰다듬습니다.
기세는 거둬들여졌고, 하란은 제대로 호흡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흘러내린 땀은 옷을 축축히 적십니다.
한 다경(5분), 일각(15분), 반시진(1시간)이 지나갑니다.
하란의 하나 남은 다리가 쑤셔올 때 쯤 모용벽은 반 쯤 눈을 뜹니다.
"제갈을 도우라."
수염을 쓰다듬던 그의 손짓이 멈춥니다.
"흑천성, 특히 호재필은 매우 위험한 인물이다. 구월검 허창언이 작금 무림제일인이라고 일컬어지기는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호사가들의 이야기일 뿐. 이전에 호재필과 허창언이 맞붙은 사건을 기억하느냐?"
하란의 나이 스물일곱. 호사가가 아니니 들어본 적 없으며 들어봤다하더라도 10대의 나이였을겁니다. 관심도, 신경도 쓰지 않았을 시기입니다.
"치정문제였지. 호사가들은 사마외도와 구월검이 겨뤄 구월검이 이겼다고 떠든다. 그렇게 알려져있고. 사마외도에게는 끔찍이 아끼던 딸이 있었지. 구월검은 그 딸과 사랑에 빠졌고...아니 납치였을 수도 있겠다만."
껄껄 웃으면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할아버지처럼 말을 이어갑니다.
"갑작스러운 딸의 행방불명과 그 범인이 구월검이었다는 사실. 몇 년간의 추적 끝에 사마외도가 구월검을 죽이려들었다. 그리고 구월검이 이겼다...여기까지가 호사가들이 아는 이야기지만 뒷이야기가 있다. 사마외도가 구월검을 찌르려던 순간에 딸이 대신 아비의 칼 앞에 자신의 몸을 들이댔지. 사마외도는 딸을 잃었고, 구월검은 분노해서 사마외도를 쓰러뜨렸다. 그러나 누구도 이 일화는 말하지 않고 구월검이 사마외도를 이겼다는 말만 전해진다. 참 재미있는 이야기지 않느냐?"
전혀요. 슬픈 이야기입니다.
"다행히 구월검과 그녀 사이에 딸이 하나 있어 사마외도와 구월검이 서로를 더 죽이려 들지는 않는다고 하지만...둘 사이는 완전히 파탄이 나버렸지. 오직 손녀만이 둘이 싸우게 하지 않는 족쇄인 셈이다. 그리고...다시 싸우게 된다면 구월검이 이길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찻잔을 들어올리며 잠깐 그 안을 봅니다.
"작금의 무림제일인에 가까운 것은 사마외도 호재필이다. 앞으로 몇 년은 더 그러할 것이다. 우리가 정말 그와 맞붙어서 이득을 취하는 것이 그와 적대하는 것보다 이득인지 고민할 가치도 없었다."
당연히 피해야한다, 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꽤 재미있는 생각이로구나. 그래...내가 너무 사마외도를 두려워했어. 그래. 그렇고말고. 그들이 당장 우리를 치지는 못할 것이다. 허허."
씨익 웃으며 어르신이 하란을 쳐다봅니다.
"좋다. 네가 말한대로 우리 모용세가는 제갈세가를 도와 참전할 것이다. 그 사령탑은 너가 되어야하겠지. 이번 일. 네게 맡겨보마. 생각한 바를 마음대로 펼쳐보거라. 나 요녕제일검 모용벽이 네 뒷배가 되어줄테니. 원하는만큼 날뛰어봐라. 필요한 사람을 차출해라. 지금부터 너가 이번 일에 있어서는 내 대리인이나 다름없을지니."
모용세가의 참전이 결정되었습니다!
"가서 생각하고 뜻한 바를 행하라."
- 작전 준비
- 몸에서 물이 빠져나가자 목이 탄다. 하란은 잔 속의 차를 한 모금씩, 단숨에 마셔 버렸다. 그것을 다시 상 위에 달각 내려놓았다. 그리고 말한다.
"존명."
의자 등받이를 짚고 일어나려다 다리에 힘이 빠졌다. 휘청거리면서 그만 넘어질 뻔 했다. 그녀는 가주께 인사를 올리고 물러났다.
밖으로 나오니 5년은 더 늙은 기분이다.
"으, 좀 씻어야겠다."
흘린 땀 때문에 온 몸이 흠뻑 젖었다. 하란은 따뜻한 물을 받아두고 그 안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겸사겸사 심법의 수련까지 겸해서.
***
교룡심법이 90%에 도달합니다!
따뜻한 물로 시원하게 목욕을하니, 기분이 참 좋습니다.
피로가 풀리지만 원래 피로가 크게 쌓이지 않았던터라 별다른 효과는 없었습니다.
***
단전에서 이상한 기분이 느껴지는데. 뭔가 잘못된 것 같진 않아서 방치하기로 했다.
어르신은 하란의 안건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게 대충 사람 뽑고 호남호북으로 쌩 달려가 쾅 들이박으라는 뜻은 아니다. 움직이기 전에는 생각해야 한다.
데려갈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 중 데려가면 좋을 사람을 가려내야 한다. 들고가야 하는 물건도 생각해야 한다. 적을 어디서 언제 어떻게 칠지도 계획해야 한다. 할 게 산더미다.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 시작하면 나아가야 할 일이 조금씩 보일 것이다. 하란은 생각에 잠긴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
하란은 생각합니다....일단 정보가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누구를 뽑아야하고, 무엇을 해야할지 배경정보가 없으니 아무리 천재라도 쉽지가 않군요. 먼저 하란은 이런 일에 대해 잘 아는...
총관을 부릅니다!
"부르셨소?"
하란보다 훨씬 전부터 모용세가에서 일하던 총관이 허허 웃으며 하란 앞에 나타납니다.무엇을 물어보시겠습니까? 무엇을 요청하시겠습니까?
***
그녀는 총관에게 예를 표한 후 단도직입적으로 원하는 바를 말한다.
"소인, 가주 어르신의 명으로 작금 장강의 일을 책임지게 되었습니다. 소인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면 정보가 필요합니다."
"혹 가문의 정보통이나 세작을 통해, 아니면 풍문으로 흘러들어온 하찮은 것이라도, 현 장강의 사태에 대해 수집된 모든 정보를 열람하기를 청하는 바입니다."
아는 게 많을 수록 운신의 폭은 넓어진다. 일단 닥치는대로 읽고 머릿속에 집어넣는 것이 중요하다. 황소도 여물을 주어야 힘을 내서 쟁기를 끌지 않던가.
***
하란의 요청에 총관은 당연히 그래야지, 라고 반응하면서도 무언가 곤란하다는 얼굴입니다.
"전부 정확하게 알고 있지는 못하니. 새겨들으시오..."
총관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30년 전의 정마대전 이후. 정파의 세력은 급속도로 축소되었소. 수많은 문파들이 봉문을 당하거나 폐문을 하거나, 사라져버렸지. 장강 이북에는 그래도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들이 떡하니 버티고 있어 비교적 재건의 여지가 남아있었지만...장강 이남은 혼란의 도가니 그 자체였소이다."
그는 크흠, 하고 수염을 쓰다듬습니다.
"그 때 등장했던 것이 사마외도로 이미 무림에서 이름을 날리던 흑천성주요. 그는 처음에 복건성에 있던 자신의 사문, 흑천문을 기반으로 세력을 닦았지. 복건성의 모든 문파가 흑천문의 산하에 놓이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오. 그렇게 복건성은 사파가 완전히 주도권을 쥐게 되었지. 그 뿐만이 아니었다오. 그는 복건성을 제패하고서, 사문의 이름을 흑천성으로 바꾼 뒤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가기 시작했소."
"가장 먼저 광동을 주릅잡던 팔룡방이었지. 팔룡방주가 흑천성주에게 죽고나서 팔룡방은 흑천성의 일부가 되었소. 광동도 얼마 지나지 않아 흑천성의 세력이 되었지. 여기까지 정마대전 이후 단 1년도 걸리지 않았다오. 그 후부터는 말 그대로 파죽지세였소. 흑천성주는 자신의 이름으로 장강이남을 제패하고 안정화시키겠다는 야망을 내비쳤지. 차례대로 사파의 거두들이 그에게 몰리기 시작했소. 매리곤문, 파계회, 혈검문....마지막에는 금봉파까지. 아직 흑천성에 들어가지 않은 사파의 거두들 몇 몇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건 이따가 이야기해주도록 하겠소."
"30년이 지난 지금에서는 장강 이남은 상당히 회복세에 들어선 상황이외다. 장강이남도...사실 흑천성이 거진 다 제패하다시피 하면서 안정적인 상황이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곳이..."
툭. 총관은 지도를 꺼내 호남지방을 가리킵니다.
"이 호남지방이요. 그 곳에는 금봉파가 자리잡고 있었고, 유일하게 흑천성의 세력권이 아닌 곳이었지. 정파의 문파들도 있었으니. 그렇기에 흑천성주는 이 곳을 목표로 삼았소. 겸사겸사 강서 쪽에서 강서궁문과 대립하던 사파의 거두. 석가장도 들어오게 하면 좋았을 생각이었지. 하지만 일은 그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소."
"금봉파가 흑천성에 대항한거요. 놀랍게도 지금의 상황과는 꽤 다르지. 제갈세가, 정파삼남단. 석가장. 이 모두가 연합해 흑천성에 맞섰소. 그리고...흑천성주는 금봉파의 전대 장문인의 무공을 폐해버렸지. 초절정에 이른 무인이 단 십여합도 겨루지 못하고 개처럼 두들겨 맞았다고 하오. 그 다음에 금봉파는 이를 갈면서 흑천성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고. 입성하면서 분풀이로 전각을 좀 때려부쉈다고는 들었소만...아무튼 무게의 균형이 확 기울어버린거요."
"금봉파가 흑천성에 입성하자 호남의 정파들은 곧바로 금봉파와 흑천성의 공격을 받기 시작했소. 정파삼남단을 제외한 모든 정파가 문을 닫게되었지. 그럼에도 석가장과 제갈세가, 정파삼남단은 맞서고 있었소. 금봉파는 충성을 증명하기 위해 어제의 아군과 적이 되어 어떻게든 최선을 다했고. 그러다보니..."
"시간이 흘렀소. 흑천성은 장강 이남 대부분을 통솔하다보니 인력이 많이 필요하오. 흑천성주는 금봉파까지 들어왔으니 호남은 금방일거라 여겼소. 실수였지. 모았던 무인들을 돌려보내고 흑천성의 위치를 호남으로 옮겼소. 그리고 본인은 유유자적하게 놀기 시작했지. 그러니 정파 쪽과 석가장 사이도 틀어질 수 밖에 없었소. 흑천성의 공세도 약해졌고 금봉파마저 등을 돌린 상황에서 당분간은 이대로 형세가 지속될거라고 판단한 모양이지. 석가장주는 흑천성에도 들어가지 않지만, 정파삼남단과 제갈세가를 돕지도 않겠다 결정했소. 그리고...어느날 갑작스레 석가장주가 쓰러진거요. 병에 걸렸다고 하더군. 흑천성주는 석가장주도 쓰러지고 정파삼남단도 기울어가는데 왜 금봉파가 호남을 먹지 못하냐고 안달이 나버렸지. 그래서 직접 나서기로 했소."
"그리고 겨울이 지나고 올해 봄이 되었지. 흑천성주는 금봉파를 압박하며 호남을 먹어치우라고 하고 있소. 스스로도 날뛰고. 제갈세가는 틀어져버린 연합을 재건할 수가 없었고, 석가장의 후계자들은 흑천성에 매우 호의적이지. 지금의 석가장주가 병을 털고 일어나지 못한다면 결국 석가장도 흑천성에 들어가게 될거요. 그렇다면 정파삼남단은 멸문이냐, 복종이냐. 아니면 호북으로의 도주냐. 셋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겠지."
이것들이, 총관이 아는 사건의 전말입니다.
***
그녀가 생각하던 것보다 호남호북의 일은 더 오래 전부터 이어져온 것이었다.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쇠사슬처럼 이어진다.
"석가장의 후계자들. 혹여 그들에 대한 정보 또한 있으십니까?"
그들에게 손을 써 상황을 유익하게 만들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석가장을 모용세가의 괴뢰로 만들어버린다던지?
***
"석가장의 후계는 3명이 있고, 사생아가 하나 있는 것으로 알고있소만..."
세 명에 사생아?
"그 모두가 흑천성에 호의적이라는게 문제지. 셋째는 망나니에 주정뱅이로 유명하지만 지닌바 무공이 세 형제 중에 제일 뛰어나고, 다른 형제들도 절정에 달하는 무재들이라오. 사생아는, 사실 석가장주의 첫째아들인데...나이는 마흔이고 초절정에 이르렀다고 들었소이다. 하지만 사생아가 석가장주의 뒤를 이을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이 정도인 것 같습니다!
***
"석가장을 괴뢰로 삼아 부릴 수 있다면 일거양득일텐데..."
금봉파의 공세도 저지하고 호남호북지방에 모용세가가 손을 뻗치기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수월해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확언할 수 없는 단계였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차후 여쭤볼 것이 생기면 차후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머리가 아프구만. 누차 말하지만 단순히 가주 어르신이 시키시는 명만 받아 이행하면 될 줄 알았는데. 시원하게 땀을 빼면 정신이 한결 맑아지려나. 하란은 검을 뽑는다.
***
당신의 교룡검법 숙련도. 80%이다.
***
하란을 눈을 감고 생각했다. 석가장을 표적으로 삼아보자. 골골거리는 석가장주를 되살려내든, 후계자들끼리 내분을 붙여 흑천성이 먹지도 못할 정도로 박살을 내 버리던지, 아예 모용세가의 꼭두각시로 만들어 버리던지! 만약 성공한다면 흑천성과 금봉파에겐 참 재미없는 일일 것이다. 다 된 밥 위에 횟가루가 수북히 쏟아진 격이니까.
하란은 다시 총관에게 찾아간다. 그에게는 귀찮은 일이겠지만...밍기적거린다고 좋을 건 하나도 없으니까.
"석가장을 주 표적으로 삼을 것입니다. 석가장에 대해 모든 것을 알려주십시오."
***
총관은 턱을 긁으며 말하기 시작합니다.
"강서에 유명한 사파일세. 검과 장(손바닥)을 무섭게 잘 쓰는 것으로 알려져있지. 그 외엔 별로 대단하지 않은 정보들 밖에 없다네. 여긴 요녕이고 거기는 강서인데 우리가 개방도 아니고, 속속들이 알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허허."
별로 대단하지 않은 정보들은, 하란이 말해보라고 부추기자 총관이 말해봅니다.
들어본 결과, 정말 대단하지 않은 정보들이었습니다.
석가장이 세워진 유래라라든지...하란에게는 쓸모없는 정보였으니까요.
총관으로는 정보에 대한 접근권한이 부족합니다!
더 많은 정보를 원한다면 더 많은 정보를 취급하는 자들이 필요하겠군요!
***
"흐음, 그렇군요...."
예의상 흥미로운 척 했지만 그닥 쓸모가 있는 정보가 아니다. 총관이 하란에게 정보를 고의로 숨길 이유는 없다. 아무래도 접근할 수 있는 정보도 여기까지가 한계인듯 하다. 하지만 정보가 더 많이 있었으면 좋겠는데...정보...정보...아? 하란의 머릿속에 촛불이 반짝 켜진다.
"혹 이 근방의 걸인들 중 개방이 있습니까? 대협이 내어주신 정보로 뼈대를 잡았으니, 그들에게서도 정보를 보강하여 살을 붙이고자 합니다."
하란은 공손히, 적당하게, 기분 나쁘지 않도록 말을 돌려하면서 총관에게 질문하였다. 아마 이게 마지막일 것이다.
***
총관의 얼굴에 난색이 가득합니다.
"개방...말이오...?"
고개를 젓습니다.
"그들은 만나지 않는 편이 이로울 것이외다. 소저."
완곡한 거절입니다!
***
"그런 연유가 아니오. 엮이지 않는 편이 이로울거요. 난 이만 가봐야겠군..."
총관은 빠르게 자리를 뜹니다!
하란은 혼자 남아서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뭔가 문제가 있나?
***
다이스 갓의 농간으로 홀로 남겨지게 된 가엾은 미사하란....적어도 이유라도 얘기해달란 말이오 총관선생...
방에 혼자 있어봤자 할 것도 없으니 그녀는 쭈뼛쭈뼛 방에서 나왔다. 뒷배는 가주 어르신이 책임진다더니! 마음껏 날뛰라더니! 이런 거에서 막히면 어떡하자는 거에요 어르신!
물론 그렇게 소리치지는 않았고 마음 속 생각이었을 뿐이었다. 그녀는 홧김에 칼을 휘두르기로 했다.
***
교룡검법의 숙련도가 40%에 도달합니다!
***
두 번만 더! 5성이 코앞이라는 걸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
교룡검법이 60%에 도달합니다!
***
이무기님 제게 힘을 주세요!
***
숙련도가 80%에 도달합니다!
***
좋았어.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이제 개방을 찾아갈 시간이다. 총관이 다리를 놓아주지 않는다면 하란이 직접 뛰어가든 헤엄쳐가든 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개방의 일원들은 대개 걸인들이고, 그럼 확률상 빈민가 쪽에서 물색하는게 좋을 텐데 그런 곳에 혼자 가기에는 조금 그렇다. 허튼 짓을 하려는 어지간한 놈들은 썩둑썩둑 베어버릴 수도 있겠으나,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검을 지팡이에 꽂아넣은 하란은 마음을 정한 듯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
절뚝이면서 금소협을 찾으러 가보지만...금소협은 자리에 없습니다!
이런!
***
안 그래도 총관한테 빠꾸 먹어서 기분 묘하고 걸어다니느라 힘들어 죽겠는데 금소협이 이 녀석은 또 어디 있는거야!
하란은 저택 안을 열심히 돌아다니며 금소협을 찾아본다. 가끔 보이는 시비들에게 묻기도 하면서.
***
절뚝거리며 열심히 저택안을 뒤젹여봅니다!
"어머, 누구 찾으시나요?"
시비하나가 물어오고 하란이 금씨의 식객을 찾는다 하니, 시비는 고개를 젓습니다.
"어젯밤에 나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어요."
없다는군요...
***
".......그렇군요."
금소협은 저택 안에 없었다. 당신의 금소협 아파오는 다리로 대체되었다. 짜증을 내고 싶었지만 애꿎은 시비에게 시비를 걸어서 뭣하겠나. 입술을 깨물었다.
"저도 잠시 외출을 해야겠습니다. 누군가 저를 찾으신다면 총관 나으리께 가서 물어보라 하십시오, 아마 쉬이 짐작하실겁니다."
에라 모르겠다. 혼자서라도 빈민가로 간다! 하란은 시비에게 언질을 주고선 지팡이칼 하나를 쥐고 저택 밖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
밖으로 나갑니다!
나가자마자....문 앞에 웬 거지 삼형제가 앉아있습니다. 뭐지? 밥달라고 시위하는건가?
지나쳐가려고 하지만, 하란은 문득 혹시? 하는 마음에 멈춰섭니다.
"뭐야?"
거지들은 하란을 빤히 쳐다봅니다. 하란은 강점 호사가가 없어 이들이 개방도인지 아닌지 구별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확신이 필요하겠군요?
***
대문을 나서자마자 거지 삼형제가 그 옆에 앉아있다. 절묘한 우연이다. 별 생각 없이 지나가려던 하란이었다. 그러나 무언가 쎄한 느낌이 뒷골을 잡아당겨 그녀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하란은 다시 거지 삼형제 앞으로 돌아와서 섰다. 그리고 말한다.
"소협들. 내가 개방도들을 찾고 있는데 말야. 혹시 뭐 아는 것 없소?"
모용세가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건 굳이 말 안해도 알 것이다. 저택서 막 나온 참이니. 하란은 묵직한 동전 세 개를 손가락 안에서 이리저리 굴리면서 슬쩍 떠 보았다. 심리적으로 능수능란하게 떠 볼 수는 없었지만.
***
"우리를 찾는게요?"
거지들은 소매나 옷 어딘가에 달아놓은 때탄 붉은 실을 보여줍니다. 하나...둘....셋....
세개네요?
"모용세가의 장강 쪽을 책임지시는 미사 소저가 우릴 찾는다라! 하긴 찾을 수 있지. 같은 정파니까!"
거지들이 킬킬 거리며 대답합니다. 뭔가 느낌이 좋지만은 않군요...
"그래서 뭐 때문에 그러시는감? 근데 우리가...좀 배가 고픈데..."
히히 웃습니다. 으...이빨이 누렇습니다...그들은 배를 쓰다듬으며 탐욕스러운 눈으로 하란을 쳐다봅니다.
***
"개방을 왜 찾겠소. 물어볼 게 있으니까 그러지. 석가장에 대해서."
쎄한 느낌은 놀랍게도 맞아떨어졌다. 붉은 실 3개가 개방도의 표식인가보다. 척 보고도 하란이 누구인지 바로 짚어내는 게 에사롭지 않았다. 예사롭지 않은 행색처럼, 하란은 거지들에게 동전을 나눠주면서 말했다. 주막에서 뜨끈한 국밥 한 그릇씩 사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거지들의 누런 이가 신경쓰였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렇지 강가에 가서 입이라도 한 번 헹굴 수는 있을텐데. 배가 고파서 거기까지 갈 기력이 없는 걸까. 아무튼 그녀는 거지들의 답변을 기다렸다.
***
돈을 받은 거지들은 만족스러워 합니다!
"그래, 뭐가 궁금하쇼?"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그 돈에 해당하는 값어치의 정보를 알려줄겁니다!
***
"석가장 안에도 분파나, 세력이 갈려 있겠지. 그것들에 대해서 듣고 싶소."
"특히 정파 쪽에 호의적인 세력이 있을지 궁금한데 말이오?"
어째 이 개방도들, 결정적인 곳에서 정보를 끊고 궁금하면 500전! 을 시전할 기분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정보가 절실하니 알면서도 당해주는 수밖에..
***
거지들은 하란의 말에 세상이 다 떠나가라 할 정도로 크게 웃습니다.
"석가장에서 정파에 호의적인 사람이 있을리가 있겠는감? 소저는 사파에 호의적이시오?"
...얼레?
"정파에 비교적 온건한 인물들이야 있지. 하지만 그들이 우리 정파에 호의적이지는 않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호의적이라고 해석할 수는 있겠지만 착각해서는 안된다 이 말이요. 그 치들은 어찌되었든 사파고, 정파를 썩 좋아하지 않으니까. 불리하면 정파랑 손 잡을 수 있는 수준이지 정파에 호의적이라서 막 정파에 귀의하고 그럴 위인들은 아니지."
옆의 거지들이 맞장구를 칩니다.
"1공자랑 2공자가 가장 불안한 입지를 가졌으니 정파에 비교적 온건한 위인들이요. 그러니까, 자기 자리를 위해서라면 우리와도 손잡는걸 마다하지 않는 인물이란 말이지."
킬킬 거리며 더 이상의 정보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딱 받은 값만 하겠다는 심보로군요!
***
"거 그냥 문맥으로 대강 알아들으면 될 것을 사람 무안하게 만드시네."
파안대소하며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개방도들이 하란은 영 언짢았다. 하지만 자기가 참기로 했다. 배가 고픈 것이 일상이니 예의 따위 차릴 여유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자. 참는 자가 이기는 거야...
"그럼 1공자 2공자에 대해서나 더 말해 보오."
그녀는 거지들에게 동전을 더 얹어주면서 다시 질문했다.
***
"우린 삼결제자라서 더 위의 정보에는 말할 권한도, 알 권한이 없는데다가..."
거지들은 빤히 동전을 쳐다봅니다.
"너무 적어!"
이 탐욕스러운 거지새끼들 같으니라고!
최소 재산 1단계를 소모해야 얻을 수 있는 정보입니다. 소모할까요?
***
으으, 이 잉간들이! 거지 주제에 그 정도면 되었지! 뭘 또 내놓으라고! 하지만 정보에 궁한 것은 하란이니 결국 지갑을 열 수밖에 없었다.
"돈 준 값을 하지 못하면 크게 경을 칠 것이오!"
이 돈은...나중에 세가에 청구하면 공무금 명목으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고말고. 기루에서 돈을 날린 것도 아니고, 엄연히 세가를 위해 사비를 턴 것이니...
***
하란의 개인재산이 1단계 하락합니다.
"1공자는 사실 사생아가 없었다면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지. 사생아랑 동갑인 친구고 2달 빨리 태어났나? 석가장주가 아무리 정략혼이라고 하더라도 너무 대놓고해서 1공자나 정처는 미워할수밖에. 낄낄."
그런 쓸데없는 정보는 필요없는데!
"아무튼, 1공자는 사파인이라오. 뼛속까지 사파인이지. 그래서 원래 흑천성에도 굉장히 호의적이었고. 그런데...흑천성은 혈통과 명분보다 강함과 실력을 추구하는 집단이거든. 그래서 오히려 석가장주의 동생을 지지하고, 그보다는 실력이 뛰어난 망나니 3공자를 지지하고 있수다."
"그런데 1공자는 자신의 체면과 체통, 핏줄, 명분, 명예 이런거에 상당히 집착하는 인물인데...자신이 당연히 물려받아야할 석가장주 자리를 빼앗길 수 없다. 라는 생각으로 정파 쪽에 끈을 찾고 있는 모양이우. 재물과 여색에는 관심이 없다고도 하고. 그는 어떤 방법으로든 석가장주가 되고 싶어하는 전형적인 권력자의 속성을 가지고 있수."
"다음은 2공자인데...2공자는 연인이 정파쪽 사람이라더만. 석가장에서 아는 사람은 2공자밖에 없는 아주아주 비밀스러운 일이요. 어떻게 아냐고? 그건 영업비밀이지! 그 외에 재물을 좀 탐하는 면이 있다고는 하는데...석가장주 자리보다는 정파와 사이를 좀 좋게 만들어서 자기 연인과 혼인을 맺고자 하는 상당한 소인배라오."
이 정도면 돈값은 했고, 더 알려줄 수 있는 정보는 없다! 라고 그들이 덧붙입니다.
이 이상의 정보를 원한다면 이제 진짜 더 높은 거지...를 만나야할겁니다.
***
"그래....고맙구만."
1공자와 2공자에 관한 정보. 하란의 기억으로 대체되었다. 지금 이 정도면 그녀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다 얻은 것 같다. 이젠 삼형제들은 돈을 줘도 몰라서 알려 줄 수가 없다고 하고, 더 높은 개방도를 만나려면 총관이 다리를 좀 놓아줘야 할 텐데 단칼에 거부당해버렸으니까. 이제는 현장에 가서 직접 뛰는 일만 남은 것이다.
현장에 가서 뛰려면 혼자 할 수 있나? 같이 갈 사람이 필요하다. 이제 사람을 뽑을 때가 온 것이다. 사람을 다루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인데...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는 기분이었다. 그녀보고 어디서 떨어진 낙하산이냐고 무시하는 게 장면이 훤히 보이는 것 같다.
"이상한 노름질 하지 마시고, 값지게 쓰시오."
개방도 삼형제들에게 한 마디 한 그녀는 다시 저택으로 돌아갔다. 저택에 데려갈 사람이 누구누구 있나 볼 시간이다.
***
하란에게는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안면이 있는 인물을 뽑는다.
둘째.
무작위로 뽑아온다.
하나를 선택해야 할 시간입니다.
***
"으음...."
신채훈과 금소협. 어차피 한번 만나서 말 몇마디를 한 것 뿐이다. 그래도 아예 초면인 사람들보다는 나을 거다. 모기 눈곱만큼이라도 더 나을 것이라고 하란은 생각한다.
***
하란은 금소협과 신채훈을 뽑습니다!
이제 어느정도 전력이 갖추어 졌습니다...
이대로 호북-호남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이동시 하란의 약점 외다리로 인해서 한 레스의 낭비가 강제됩니다.
- 낮선 조기弔旗
- "자, 그럼...!"
(호남으로 이동합니다.)
***
이동을 시작합니다!
....다리가 불편한 우리 하란이는 아직 요녕에서 하북으로 넘어가지 못했습니다....한 번 더 이동레스를 써주세요!
***
"아이구 외다리 죽는다 아이고...."
길에 가다가 그녀는 결국 바위에 걸터앉아야 했다. 금소협과 신채훈이 눈치를 주는 것 같아 뒤통수가 따가웠다. 온 몸에서 후끈한 열기가 솟아오른다. 턱 밑으로 땀이 한 두방을씩 떨어진다.
아, 짜증나네. 화나네? 온 몸과 머리와 가슴이 막 뜨겁네? 불꽃같네? 불꽃 단전 만들어버려?? 엉???
하란은 잠깐의 휴식을 마치고 일어나야 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내공의 속성을 결정한 것은 덤이다.
***
속성을 결정합니다! 5성의 내용이 다음과 같이 변화합니다.
- 5성 불완전여의주 - 火 : 단전이 여의주로 취급되며 오행 중 하나를 선택해 수행할 수 있다. (木 火 土 金 水) 선택한 속성에 따라 기의 성질이 변화한다. 속성이 오행 - 화로 변화되었다.
요녕에서 하북까지는 평화로웠지만, 하북에서 하남을 넘어가면서 문제가 하나 생깁니다!
산사태가 일어났는지 도로의 상태가 말이 아닙니다. 커다란 바위와 흙들이 쏟아져내려 길을 가로막고 있군요!
그 앞에 그 길을 원래 가던 사람들이 다같이 곤란하다는듯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습니다.
***
"에이 정말. 안 그래도 힘들어 죽겠는데!"
그녀의 다리가 멀쩡했다면 바위길이든 토사에 파묻힌 길이든 펄쩍펄쩍 뛰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렇잖아도 먼 길 가느라 다리가 아파 죽겠는데 이건 또 뭐람. 하란은 조금 짜증이 났다. 그녀는 앞에서 엉망이 된 길을 바라보며 걱정하는 사람들을 살짝 밀어내고 맨 앞에 섰다.
'짤깍'
지팡이검을 역수로 잡아서 뽑았다. 그리고 휘두른다!
***
용검세.
강렬한 기가 하란의 검 끝으로 모이기 시작합니다. 주변의 사람들은 다들 오오...하는 감탄성을 흘립니다. 거기에는 금 소협도 끼어있습니다. 신채훈은 제법인걸? 이라는 표정으로 쳐다봅니다.
콰아앙!
곧 강력한 일격이 터져나갔고 동시에 하란의 의족이 빠각! 하고 부러집니다.
아.
하란은 자리에서 휘청이자 곧 신채훈이 부축을 해줍니다.
길은 완전히 깨끗하게 청소된 것은 아니지만, 사람 한 둘 정도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정도는 되었습니다!
상인들은 연신 감사를 표합니다! 하란과 일행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에 화답합니다. 저들이 나중에 이 일을 기억해주었으면 좋겠군요...
...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일행은 호북에 도착합니다!
***
"드디어 도착했다...호북... 의족도 두 동강 난채로 어떻게든 도착했구나... 하여튼 걷는 건 딱 질색이야.."
눈그늘이 더 짙어진 것 같은 하란은 넋두리를 하듯 혼자서 중얼거렸다. 석가장이고 제갈세가고, 일단 의족부터 구하고 내공을 회복해야겠다. 그녀는 일행에게 기대고 있던 몸을 조심스럽게 떼어내며 말했다. 허수아비처럼 한 발로 땅에 선 것이 묘하게 아슬아슬해 보인다.
"이 되다 만 몸뚱이 잡아끌고 예까지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는 어디서 의족을 구해 올 테니 두 분은 적당한 곳에서 몸을 추스르고 계시지요. 객잔에 방을 잡으시던지, 뭔가 맛나 보이는 걸 사 드시고 계시던지... 하여튼 편히 쉬고 계십시오."
여기서 또 둘에게 기대서 돌아다니려니 그녀의 자존심과 염치가 허락하지 않았다. 하란은 신채훈과 금소협에게 자유시간(?)을 준 후 자신은 홀로 대장간으로 향한다. 이번 의족은 쇠로 만들던가 해야지 원.
***
하란은 꽤 커다란 대장간 하나를 찾아냅니다!
"어서오슈!"
팔뚝이 하란의 허리보다도 두꺼운 대장장이가 쇠를 두들기다 말고 나옵니다.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아래를 쭈욱 쳐다봅니다.
"의족이 필요하시겠구만! 돈을 좀 많이 내면 아주 좋은 의족을 내 하나 내어드릴 수 있네만!"
어떻게할까요?
***
"지금은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말입니다......"
하란은 난처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어떻게 듣느냐에 따라 중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문장이다. 하나, 그러니까 그냥 적당한 의족을 보여달라. 둘, 좋은 의족을 깎아주던지 공짜로 내놓아라. 노골적으로 두 번째 의도를 내비치기에는 애로사항이 너무 많았다. 호북에서 모용세가 이름을 대고 외상을 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 그냥 대장장이가 그녀를 잘 봐줘서 그렇게 되기를 은근히 바라는 수밖에. 만약 대장장이가 뭘 깎아달라는 거냐고 역정을 내면 '내가 언제 깎아달라고 했냐 다른 적당한 의족 보여달라는 거지!' 하고 구렁이처럼 빠져나가기도 쉽고 말이다.
"그러고보니 팔뚝이 제 허리만하시군요. 마치질 하나하나에 힘과 정성이 실리는 것이 보이는 듯 합니다."
어떠냐 대장장이! 비록 다리 하나는 없지만 이 고운 상판을 보니 좀 도와주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들지 않나? 직접 말하긴 그렇지만 이 몸이 모용세가의 가솔이라서 말이지. 도와주면 보답을 받을 수도 있을 텐데. 그녀는 생각했다.
***
"돈 없으면 일없수다."
대장장이는 단호합니다.
윽...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아니 뭘. 적당한 의족이나 보여달란 말이요."
에이 짜다 퉤퉤
***
쳇, 하고 대장장이가 혀를 차며 의족을 몇 개 보여줍니다.
적당히 셈을 치루고 하란은 새 다리를 얻었습니다!
빠밤!
외다리에서 외다리 비스무리한 것이 된 하란.
이젠 더이상 깽깽이발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재산단계는 감소하지 않았습니다!
***
평범한 의족을 얻었다! 좋게좋게 생각하자 그래도 의족을 구한 게 어디야. 하란은 대장간에서 빠져나왔다.
이제 신씨랑 금소협을 찾아야 하는데. 아차, 만날 장소를 안 정해 놨구나. 이런 빌어먹을?
"천재란 것도 이럴 때 보면 참 쓰잘데기 없단 말이야.."
그래도 그들이 어디 멀리 가진 않았을 것이다. 더 멀리 가기 전에 빨리 찾아보자.
***
너무 걱정마시라!
하란은 금방 둘을 찾아냅니다!
"음."
신채훈은 새롭게 생긴 다리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고 금 소협은 잘됐다고 박수를 치며 좋아라 합니다.
우선...석가장과 먼저 접촉을 해봐야할텐데, 무작정 석가장으로 가는건 미친짓입니다.
조심스레 석가장의 영향력이 닿는 사람들부터 물색해볼까요? 아니면 일단 강서로 이동을 해서 생각을 해볼까요?
***
"어쨌건 도착을 했으니 모용세가 일원 되는 사람으로서 일을 해야겠죠. 목표를 간략히 설명하자면, 장주가 죽고 군웅할거하기 시작한 석가장 중 어느 세력을 지원하여 지분을 얻는 것입니다."
"천운이 따라 우리 셋이 석가장을 집어삼킨다면 말할 것도 없고, 석가장의 일부나마 조종할 수 있다면 제갈세가에 빚을 지우고 모용세가의 영향력 투사도 수월해지겠지요."
하란은 엄지손톱을 물어뜯으며 말한다. 어딘가 조급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기색이었지만 정작 그녀는 별 생각이 없다. 그냥 습관일 뿐이라서.
"우선 석가장의 영향력이 닿는 사람들부터 물색해 보도록 합시다."
***
금소협과 신채훈, 하란. 이렇게 셋으로 나뉘어져 석가장의 영향을 받는 이들을 찾아보기 시작합니다.
하나밖에 없는 하란의 다리가 뻐근해질 때 쯤, 호북에서 뜬금없이 조기가 걸려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작은 가게로군요.
흠...?
호북에서 뭐 대단한 인물이 죽은 것도 아닌데 갑자기 조기라....수상한 냄새가 풀풀 납니다!
***
"오호라?"
가게에 弔기가 걸려있네? 설마 가게에서 상을 치르는 것도 아닐테고. 뭔가 구린 냄새가 나는데.
그녀는 일단 가게 안으로 들어가본다. 안에 숙련된 무림인이 있다면 말짱 꽝이겠지만. 그래도 일단 평범한 외발이 미녀 행세를 해보자.
***
의외로 아주 평범한 가게입니다.
조기....는 아니고 고깃집이군요! 하하! 갈비는 언제나 맛있죠.
"어서옵셔!"
50대 초반 정도의 주인이 하란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
어서옵셔 사는 게 힘들 때 어서옵셔 잘 찾아왔어요
어서옵셔 막 눈물이 흐를 때 어서옵셔 탁월한 선택이야
하란은 이상한 생각을 하면서 목례한다.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살짝 웃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일단 그...조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밖에 조기가 걸려 있던데.. 그리고 유저육 한 접시 부탁합니다.."
유약한 사람인척 만만한 사람인척!
***
"유저육 하나!"
라고 주인장은 외치고 아차차. 하면서 자기가 주방에 들어가 요리를 내옵니다.
...바보인가?
"흠. 조기 말이요?"
주인장이 턱을 쓰다듬습니다.
"우리 마누라가 적당히 극성이었어야지. 갑자기 조기를 걸어야된다고 난리도 아니었수다. 좀 특이하긴 하지?"
껄껄 웃으며 요리를 내려놓습니다.
***
"주인장 웃으시는 걸 보니 진짜로 누가 죽지는 않았나 봅니다?"
작게 웃으면서 유저육을 한 입 먹었다. 요즘 힘들어서 그런가. 고기 맛이 달다.
"거지들이 제삿밥 먹으러 쳐들어올라. 어째서 그리 걸어야 한다 하시는 겁니까?"
너무 캐묻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농을 치며 물어보자. 마누라가 뭐 하는 사람인거지?
***
"나도 잘 모르네. 마누라가 갑자기 편지 한 장을 받더니 펑펑 울면서 막 바락바락 우기는 것을 어찌알겠나."
한숨을 푸욱푸욱 내쉽니다.
"원래 요리는 마누라가 하는데 며칠째 울고 있는 통에 요리도 내가 직접 하고 있수다..."
어쩐지! 그래서 아까 말해놓고 자기가 요리하러 뛰어간 것이군요!
"지인 중 하나가 돌아가신 것 같은데...누구냐고 가봐야하지 않겠냐고 그리 말해도 말해주지도 않고 고개만 저으니 나원 참..."
***
"저는 알 것 같은데 말입니다. 마눌님이 어찌 그리 슬퍼하시는지."
고기를 천천히 씹으며 뜸을 들이던 그녀는 입 안에 있는 것을 꿀꺽 넘긴다. 목이 꿈틀거리더니 이내 잠잠해진다.
"요즘 석가장주께서 골골거리신다 소문이 파다하더니만, 결국엔 졸하셨나 보구려. 그 때문 아닐까 싶소. 내기해도 좋습니다."
여기서 표정연기! 안 그래도 피폐한 얼굴에 더욱 그늘을 드리우며 침통한 표정을 만든다! 당신 마누라만큼 자기 또한 슬프다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진짜 슬프긴 하지. 정정하셨으면 지금 이 사달이 나지도 않았을 테니까. 아니 그러면 하란에게 기회가 오지 않았을 테니 안 슬픈 일인가? 아, 모르겠다.
"괜찮다면 마눌님에게 가서 슬쩍 물어보시오. 며칠 째 곡을 하실 정도로 슬퍼하시는데 지아비가 함께 해 줘야지 않겠소."
***
"석가장? 아니 우리 마누라가 석가장주랑 대체 무슨 상관이 있다고..."
주인장은 반신반의 하면서도 하란의 말을 듣고 별채로 향하는 문지방을 넘어갑니다.
그리고 음식을 다 해치울 때 쯤 그가 돌아왔습니다.
"거참 신통하구려. 마누라가 한 마디도 안하다가 내가 그 말을 하니 어떻게 알았냐고 묻더구만. 그래서 당신 이야기를 좀 했는데...미안하게 됐수. 허허...도움을 받았으니 감사를 표해야할 마당인데 안사람이 좀 보고 싶다고 말을 전해달라더만. 영 그러시면 그냥 가셔도 좋소. 나야 마음에 무거운 짐을 좀 덜었으니 음식값은 받지 않을테니."
***
"아닙니다 보고 싶다 하시는데. 뵈어야죠."
도박이 성공했다! 만약 마누라가 우는 이유가 석가장주 때문이 아니었다면 가벼운 비웃음이나 받곤 고깃값을 생돈으로 물어줘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것 따위 생각할 필요는 없다. 성공했으면 된 거지 그런 걸 생각해서 뭐 하게?
그녀는 의자를 젖히고 천천히 일어난다. 별채로 향하는 주인장의 발걸음을 지팡이 탁탁거리는 소리가 뒤따른다.
***
하란은 자리에서 일어나 안 쪽으로 향합니다. 주인장은 허허 웃으면서 자리를 피해줍니다.
끼이익.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자 뚱뚱한 중년 여인이 하란을 반깁니다.
"어서오세요. 제 바깥 사람한테 그걸 알려주셨다고 들었어요."
눈가가 살짝 붉은 것이 울음을 그친지 얼마 안되었나 봅니다. 그녀는 왜 그렇게 석가장주의 죽음에 슬퍼하는 것일까요?
***
"그렇습니다. 사실 저도 반신반의했는데, 그것이 사실이라 하시니 저도 놀랍습니다."
"어찌 그리 슬퍼하시는지요. 필시 석가장주께 은혜를 입으신 것입니까?"
하란은 침울하면서도, 배려와 공감이 느껴지는 표정을 지으며 마누라에게 질문했다.
***
"석가장주께서는 제 백부이십니다..."
...네?
하란의 얼굴이 순간 풀릴 뻔 했지만 간신히 표정을 유지합니다.
그러니까...이 눈앞의 뚱뚱한 중년 여성이, 죽은 석가장주의 조카라는 말이지요?
비비적비비적.
믿겨지지가 않습니다. 아직 확신할 수는 없으니까 일단 두고 봅시다.
***
"오...."
ㄴ상상도 못한 정체ㄱ 자기가 석가장 조카라는 말을 듣게 되리라고 누가 예상했을까. 그녀는 순간 표정이 풀려버리려는 것을 간신히 붙둘 수 있었다. 이게 진실인지 거짓인지 분간을 할 수 없다. 일단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대화를 이어나가보자.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서둘러 조문하러 가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백부님 마지막 가시는 길인데 찾아뵈지 않으시면 후회하지 않으실까 하여....."
***
"....말씀드리기에는 너무나 긴 이야기가 되겠네요."
다시금 눈물이 흘러나오려는지 여인은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칩니다.
"석가장은 아시는대로 사파의 문파입니다. 백부께서도 힘과 능력을 증명하셔서 장주의 자리에 오르셨어요. 장자이시기도 했지만 본래부터 뛰어난 재능과 실력까지 겸비하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지요. 그렇지만 제 아버지를 비롯한...셋째 숙부. 막내 숙부지요. 지금은 총관을 하고 계시는 분이요. 두 사람도 뛰어난 재인이었습니다. 정파랑은 다르게 사파의 계승 다툼은 잔혹한 편입니다. 셋째 숙부와 제 아비가 다투었고 져서 목숨을 잃었고 저는 쫓겨났지요. 실력을 증명한 셋째 숙부는 남아 오랫동안 총관의 역할을 해오고 계시지만 제 아비는 아니었습니다."
훌쩍.
"그래도 백부께서는 저희 가족을 딱하게 여기셨는지 여러 지원을 해주셨어요. 많은 은혜를 입었습니다. 그래서 가지 않는거에요. 제가 가봤자 더 큰 분란만 일어나게 될테니까요. 저는 무공도 익히지 않은 어염집 여인입니다. 숙부께서는 저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세요."
....꽤나 긴 이야기였지만 간단히 요약해보자면 이런 이야기였습니다.
***
"정말, 정말 유감인 일이로군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머릿속은 솔직하다. 하란은 지금 이 여인네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 머리에 김이 날 정도로 고민하고 있다.
일단 이 사람이 정말 석가장주의 숙부라는 가정 하에 생각을 해 보자. 잘만 사용하면 손안에 굴러들어온 으뜸패와 다름이 없는 존재다.
어떻게, 어떻게 활용해야 좋을까? 어떻게 활용해야 잘 활용했다는 소리를 들을까?
***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후계순위는 커녕 집안 자체에서 쫓겨나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여인. 그것도 무공이라고는 생전 익혀본 적 없는 사람을 가지고 생각을 하자니 도저히 답이 나오질 않습니다!
하란은 머리를 굴려보지만, 그 머리는 일하지 않았습니다....
***
"우선 백부님의 작고에 대해 정식으로 조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망할망할망할! 떠오르지가 않는다. 계속 말을 하고 절을 하면서 시간을 끄는 그녀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으니 어떻게든 머리를 짜내야만 한다! 일해라 일!
***
여인은 쓴 웃음을 짓습니다.
"사파 무림인이신가요?"
아. 하긴 석가장주의 죽음에 조의를 표한다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군요.
머리는 여전히 생각을 쥐어짜내지 못하고 있습니다...크흠..
***
"사실 어느 쪽이냐 물으신다면 좀 애매합니다. 무공도 홀로 익혀 영향을 받은 사부도 없으니. 중간에 붕 뜬 회색분자 아닌가 싶습니다."
그녀는 거짓과 진실을 교묘히 섞어서 말한다. 여기서 어느 쪽이다 딱 잘라 말하면 나중의 행동에 제약이 생길 수 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고인의 작고에 애도를 표하는 것은 계파를 떠나서 사람이라면 지켜야 할 예 아니겠습니까....."
굴러라굴러라굴러라굴러라굴러라제발난천재란말이야굴러라머리!
***
일반인보다는 무림에 대해 잘 알지만, 무림인보다는 무림에 무지한 여인.
그녀는 하란의 설명에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갑니다.
하란...혹시 다이스에게 미움받을 일이라도 했습니까?
다이스는 하란의 편을 들어주지 않습니다.
***
"백부께서는 많은 사람에게 은혜를 베풀었다 들었습니다. 좋은 업을 쌓으셨으니 축복 속에서 먼 길 떠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후....경우의 수는 언제나 옳다 다갓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 보자.
***
여인은 그렇군요 하고 맙니다.
슬슬 대화할 거리가 떨어져갑니다...!
다갓은 하란이를 미워하고 있는게 틀림없습니다! 대놓고 물어봤는데도 저런 반응이라니...빨리 회개의 기도를 올리십시오!
***
"후우..."
마음이 심란해서 그런 척 한숨을 하는 척 하면서 마른세수를 하는 척 한다. 이런 망할. 왜 이렇게 생각이 안 나는 거지.
***
곧 여인은 축객령을 내릴 겁니다.
하란의 머리는 결국 아무것도 생각해내지 못했습니다!
...다갓쉑...
***
"그럼 전 이만... 몸조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결국 그녀는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간다. 아 왜요. 다리가 한 짝 뿐이라서 그래요. 그리고 그녀의 골통은 빠개질 지경이었다.
***
하란은 아무런 소득 없이 물러납니다.
"하하하. 그래 얘기는 잘 하셨소? 안사람이 좀 나아졌으면 좋겠구만."
***
결국엔 고깃집 문턱까지 왔다 하..... 그냥 고깃값 드리겠습니다 하고 시간을 끌기에는 주머니 사정이 너무 힘들다.
이쯤 되면 천재 꼬리표 떼야 하는 것 아닐까. 소침해진 모습은 정말로 석가장의 죽음에 비통해하는 모습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
하란의 머릿속에 괴상한 뇌전파가 스쳐지나갑니다!
절대 다갓의 횡포에 분연히 떨치고 일어난 스레주의 개입이 아닙니다!
아시겠어요??
...저 여인을 가지고 석가장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그렇지만...하란이 석가장의 후계자들 중 하나와 끈을 만드는 용도로는 충분히 이용가능합니다!
정파이지만 생각하는 것은 노련한 정치인이나 다름없는 것이 슬프군요...
***
"저, 혹시...."
생각났다. 아아 결국엔 생각나고야 말았다. 이 생각 하나를 얻기 위해 얼마나 치열한 내적 갈등을 벌였던지. 눈물이 나올 것 같다. 그녀는 자신을 뒤따라왔을 주인장인지 마누라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뒤돌아보며 말했다.
"괜찮으시다면 같이 조문하러 가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저 말고도 백부님의 작고를 애통해하는 제 친구가 둘 있는데, 둘 모두 무림인이고, 하나는 절정의 경지에 다다른 친구입니다. 저 또한 나름 일류고, 다른 한 친구도 자기 몸 지킬 정도는 되니 불필요한 분란을 막을 수 있을지도...."
***
주인장은 여인에게 돌아가 의사를 묻습니다.
본래라면 다이스를 굴려야하지만, 다갓쉑...아무튼 스레주는 지친 나머지 다갓을 무시합니다.
여인은 조문의사를 밝힙니다!
이제부터 다시 다갓의 개입이 시작됩니다...스레주는 다갓에게 혼나러 가보겠습니다...
***
"그럼 아무 날 아무 시에 친구들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날짜와 시간을 서로 약속한 다음 하란은 깔끔하게 헤어질 수 있었다! 후! 기분이 더러운 건지 산뜻한건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대장이 이렇게 뺑이치고 있는데 부하들은 잘 하고 있을까?
***
일행들을 만날 장소로 갑니다!
금소협과 신채훈은 이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로 정보를 교환해보니, 딱히 대단한 건 얻지 못했습니다.
***
"이것 참. 저라도 뭔가 물어왔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큰일 날 뻔 했네요."
속이 쓰리지만 그래도 대장이 모범을 보인 셈 치기로 했다.
"우리는 죽은 석가장주의 조카딸을 데리고 조문을 하러 갈 겁니다. 잘 들어봐요."
하란은 신씨와 금씨에게 자신이 알아온 것과 둘이 알아야 하는 것에 대해서 꼼꼼히 알려준다. 가령 그 조카딸에게 우리가 친구라고 말해뒀다느니 석가장주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느니 하는 것들 말이다.
***
금소협은 알쏭달쏭하다는듯 고개를 갸우뚱하고, 신채훈은 음. 하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남의 감정을 가지고 사리사욕에 이용해먹는다는 것이 양심에 조금 걸리기는 하지만 좋은게 좋은거라고 생각합시다.
둘은 하란의 의견에 찬동합니다!
***
"그럼 좀 쉬었다가 시간 맞춰 고깃집 앞으로 가기로 합니다. 아이고 내 머리야...."
***
고깃집으로 갑니다!
주인장은 가게를 비워둘 수 없어서 여인 혼자만 일행과 동행하게 됩니다.
- 탐색전
- 석가장으로 갑니다!
그 곳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잠깐."
들어가려는 하란 일행을 문지기들이 막아섭니다.
"요즘 설치는 놈들이 있어서...무기는 반납하고 들어가주셔야 되겠으."
무기 반납이라니! 무림인에게 치욕적인 일입니다!
***
"지팡이가 없으면 불편한데.... 봐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내가 석가장 네놈들을 뭘로 믿고 무기를 맡긴단 말야! 하란은 자신의 지팡이(검) 만이라도 살려보려고 부탁한다. 그래도 이건 지팡이라 불릴 소지가 조금은 있을 것 같았다.
***
나머지는 다 무기를 빼앗기고 하란의 지팡이만 남게됩니다.
금소협도 신채훈도 표정이 썩 좋지 못합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엄숙한 분위기인 장소와 왁자지껄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가득한 장소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
"이것 참.... 싸우러 온 게 아니다만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 그렇지 않습니까?"
신&금의 표정이 영 좋지 않다 하란 또한 심기가 불편한지 앓는 소리를 했다. 그래도 우선 여기에 온 표면적인 목적은 조문을 위해서다. 조문은 아마 엄숙한 곳에서 하고 있을 것이다. 그쪽으로 가보자.
....그런데 아까 그거 내 목소리였나? 하란은 자신의 몸이 심상찮음을 감지한다.
***
조문을 하러 들어갔는데...
장례식에서는 대혼돈이 펼쳐졌습니다!
"어억...! 억!"
이쁘장하게 생긴 여인 하나가 자신의 가슴과 사타구니를 마구 헤집고 있습니다.
....왜 저러지? 외설적인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잃어버려 찾는 느낌입니다.
"뭐야! 뭐냐고!"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자들은 비명을 지르는데 그것이...여성들이나 지를 법한 새된 비명입니다. 너무나 중후한 저음으로 내지르는 어머머! 꺄아악!이라니.
이런 혼돈도 없을겁니다.
".....저기..."
뒤에서 젊은 여인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응? 우리 일행 중에 젊은 여인이라고는 하란밖에 없을텐데요?
뒤돌아보니 금소협과 닮은 여인과 신채훈을 닮은 여인이 하란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
설마요.
하란은 급히 동경을 꺼내 거울을 봅니다.
....이게 뭐야!!!
***
저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만 것이었습니다..........는 아니고! 하란은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서 자리에 주저앉아버릴 뻔 했다.
"아니 그. 허, 이게 뭔..."
그녀 아닌 그가 된 하란은 말 없이 두 사람에게 동경을 보여주었다. 이걸 어떻게 말로 설명하란 일인가. 불가능한 일이다.
"일단, 일단 즈믄브트 흐르글끄요.....??"
자신도 있는 것 다 내팽개치고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가까스로 참을 수 있었다. 하란은 이를 악물고 간신히 같이 온 일행들에게 말한다.
***
이런 상황에서 조문이 제대로 이루어질리는 없지만....어떻게든 간신히 조문을 치릅니다.
사람들 앞에 주안상이 나오고, 일행은 침묵을 지킵니다.
홀리쉿마더퍼커!
***
"적어도 아주머니 탓에 분란이 생기진 않을 것 같으니 다행 아니겠습니까. 모두 제 꼴에 놀라 허둥대고 있으니...."
고개를 푹 숙이고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은 채 말했다. 아까부터 샅에서 느껴지는 무언가가 계속 신경쓰여서 죽을 것 같다. 아아악.
하지만 그녀는 어르신의 대리자... 이런 일이 생겼다고 비명만 지르고 있을 수는 없었다. 해야 하는 일은 해야 한다.
하란은 주변을 살펴보며 접촉할 만한 인물이 있는지 살펴본다. 후계자라던지...아니면 가솔이라던지?
***
주변을....둘러봅니다.
우선 상주자리와 그 주변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주요해보입니다.
...그들도 당연히 혼란스러워하고 있지만요!
***
그래, 차라리 정신이 없을 때 쑥 들이밀면 더 좋을 수도 있다. 저 사람들도 혼란스러울 테니 지금이라면 원하는 바를 더 쉽게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진정한 승자는 위기 또한 기회로 바꾸는 법!
"우선 식사도 하시고, 좀 쉬고 계십시오 모두들. 전 잠시 다녀올 곳이 있어서 말입니다."
***
다들 당황했지만 나름대로 의연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3명의 인물이 보입니다.
...전부 여인이지만 왼쪽부터 나이가 많아보이네요.
아마도 총관 1공자 2공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
정파와 그나마 함께할 수 있는 인물이 1공자 혹은 2공자라고 했겠다. 우선 말문을 트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한다.
"석가장의 어르신들께 인사 올리나이다. 우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비는 바입니다."
하란은 고개를 숙이며 적당한 때에 인사를 올린다.
***
다들 의연하게 손을 들어 인사를 받습니다.
그리고 셋이 서로를 쳐다보며 눈에서 불똥이 튑니다.
...이미 후계 싸움은 시작되었습니다.
***
벌써부터 신경전이 오가는 게 느껴진다. 서로 물고 뜯고 싶어 안달이 난 것 같다. 어디 떡밥을 하나 던져볼까? 하란은 고개를 숙이는 것에서 더 나아가, 아예 엎드려 절하며 말한다.
"먼저 사죄드릴 것이 있사온데, 고인의 쫓겨났던 조카와 함께 이곳에 왔사옵니다."
"혹여 불필요한 분란이 생기지 않을까 조카도 염려하였으나, 며칠 동안 슬픔에 잠긴 꼴이 너무나 서글퍼 이 미천한 자가 손목을 이끌고 왔사옵니다."
"무공도 배우지 않은 여염집 사람인데다 권력 구도에는 일절 관심이 없는 자입니다. 오직 은혜를 입은 고인께 마지막 인사를 올리기 위해 온 것이니 부디 노여워 마소서...."
그 아주머니를 싫어하는 자가 총관이랬다. 총관이 그녀에게 호통을 치기라도 하면 1, 2공자가 합심해 총관을 물어뜯고 그녀를 감싸주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뭘 해도 꼬투리를 잡고 자신을 치켜세우고 싶을 때니까 말이다.
어차피 총관은 표적도 아니잖아?
아, 그리고 몸 원래대로 돌아왔다. 다행이야!
***
맨 왼쪽에 있는 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습니다. 중간에 있는 사람은 눈을 찡그리고 맨 오른쪽의 사람은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숙부님. 그리고..."
뚱뚱한 여인이 앞으로 나서 인사를 합니다. 이내 표정관리를 못하고 일그러뜨린 왼쪽 사람이 고개를 돌립니다.
이 자가 총관이겠군요.
"이런 자리에서 뵙게 되어 유감입니다. 백모님."
나름 의연하게 대답하는 이. 그가 중앙에 있던 사람이니 1공자일겁니다.
"제게 백모님이 있으셨을 줄은 몰랐습니다만...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의아하다는 얼굴로 대답하는 이. 가장 오른쪽에 있던 사람이니 2공자.
모두의 신상이 대충 파악이 됩니다.
"썩 조문만 하고 나가거라. 석가장은 너를 식솔로 인정치 않으니."
고개를 돌린채 총관이 대답합니다. 1공자와 2공자가 눈을 흘기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습니다. 여인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절을 한 뒤 물러납니다.
하란과 일행도 같이 물러납니다...
***
저거저거! 공자들 눈 돌아가는 소리가 예까지 들린다! 헐뜯니 감싸니 하는 수준까진 아니지만 어느정도 예측한 반응이 나왔다. 우선은 여기서 더 욕심부리지 않고 조용히 물러났다.
" 생각했던 것보단 점잖은 반응이군요. 아무튼 탈 없이, 아니 탈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조문은 했으니 다행 아니겠습니까?"
그녀는 짐짓 아주머니를 위로하는 말을 하며 상석에 있던 사람들을 흘끗 쳐다보았다.
***
상석에 있던 세 사람은 의연하게 사람들을 맞고 있습니다.
....아직 분란은 일으키지 않는군요. 하기사 지금부터 분란을 일으키면 석가장은 콩가루가 되어버릴...
"아! 술 더 가져오라고!"
쾅!
얼굴이 불거져있는 젊은 공자 하나가 술병으로 탁자를 거칠게 내리칩니다.
살펴보니 상석의 세 사람과 제법 닮았습니다. 저 사람이 망나니 3공자...
망나니 3왕자가 되었다...
저택의 고용인들은 익숙한 일인지 술을 더 가지러 가지만 손님들은 쯧쯧 혀를 차며 고개를 젓거나 불쾌한 기색을 여과없이 드러냅니다.
***
"망나니 3공자."
하란은 저도 모르게 작게 중얼거렸다. 망나니에 주정뱅이지만 삼형제 중 무공이 가장 뛰어나다는 사람이 바로 저 자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할까...
머지않아 하란은 결정을 내린다. 다짜고짜 석가장 요인들에게 가서 나랑 같이 석가장 먹어보자! 하면 바로 피떡이 되어서 나무 말뚝에 매달리게 될 것 같다. 일단 요인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도록 은근히 눈에 띄는 행동을 하는 것이 먼저다. 이 아주머니를 데려옴으로 한 번 눈도장을 찍긴 했겠지만 확실히 해서 나쁠 건 없겠지.
"잠시만...."
대충 행사 같은 데서 쟁반 위에 삼페인 잔 올려놓고 돌아다니는 그런 포지션의 사람에게서 술 담긴 병을 집었다. 적당히 땡깡이나 받아주다가 떡밥 하나 던지고 물러서면 되겠지. 일행에게 잠깐만 기다려 봐라는 손동작을 보이고는 3공자가 앉아있는 곳으로 다가간다.
"여기 술 있습니다 대협. 진정하소서."
하란의 얼굴은 영업미소 모드로 전환되었다.
***
"으으응?"
코 끝이 벌게진 남자가 술병을 받고 하란을 쳐다봅니다. 그러더니 히죽히죽 웃으면서 기분 나쁜 표정을 짓는군요.
"야아! 이번에 새로 들어온 친구인가? 이쁜데? 야! 내가 이쁜 애 들어오면 바로바로 나한테 말하라고 했지! 어! 내 방에 들여보내라고!"
익숙한 일인지 그를 모시는 고용인들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습니다.
망나니가 괜히 망나니가 아니라는걸 증명하는듯한 언사입니다. 하란은 다행히도 꾸욱 참아 넘기며 미소를 유지합니다.
***
"아하하.....온 몸에 활기가 넘치시는군요. 전 고용인이 아니옵니다. 조문을 위해 온 객이옵지요."
이 작자가 내 순정을 짓밟네. 방에 들여보내 뭐라고요? 방에 들어오면 뭐 어쩔려고요? 표정을 망치진 않았지만 얼굴이 시뻘개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차라리 같이 대작을 하고 술 때문이라고 야바위를 쳐야 하나.
하지만 가주 어르신도 그랬다. 하란의 외모는 초출이나 호색한을 낚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자산과 강점이 있으면 활용하는 게 도리다. 비록 그녀의 바람을 져버리고 순정을 갈가리 찢게 되겠지만 사감을 공무에 연루시킬 수는 없다.
필요하다면....그래.....가치가 있다면 이 악물고 네놈 방에라도 들어가 주마. 네놈이 제발 그럴 만한 가치가 없길 바랄 뿐이다. 하란은 각오를 다진다.
"우선 고인의 명복을 비는 바입니다. 부친께서 작고하시어 얼마나 심려가 많으십니까. 이리 슬픔을 술로 달래시고..."
하란은 3공자에게 술을 졸졸 따라주며 형식적인 인사를 한다. 요즘들어 이런 말만 몇번째 하는 건지 모르겠다.
***
"뭐? 우리 꼰대? 죽었으니 다행이지."
킬킬 거리면서 그는 자기 부친의 죽음에 오히려 잘 되었다는듯한 반응입니다. 아아...불꽃 효자...
"드디어 흑천성에 들어갈 수 있으니까."
그 때의 눈빛은 하란만이 볼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저 망나니놈이 또...라는듯 평소대로 행동하고 있지만요.
하란이 마주친 그 눈빛은 짐승의 눈빛이었습니다.
...이런 놈이 흑천성에 들어가게 된다면 정말 큰 일이 일어나도 단단히 일어나게 될겁니다.
아니 정확히는...
정파에 큰 혈겁이 일어날겁니다.
단순한 망나니인줄 알았지만 단순한 망나니가 아닙니다.
피와 폭력에 굶주린 망나니입니다.
섬찟한 기분이 들지만 하란은 의연하게 술을 마저 따르는데 성공합니다.
***
"으음, 다 잘 될 겁니다. 무공 또한 뛰어나시다 들었으니."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란은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 자는 혈귀다. 오직 싸움을 위한 싸움을 하는 자다. 되도록 멀리하고 싶고, 가능하면 죽여야 하는 자다.
이 작자가 석가장을 휘어잡는다면 시산혈해가 무엇인지 직접 볼 수 있겠군. 그녀는 어르신의 살기에 비하면 이 정도 눈빛은 거뜬하다며 스스로를 가다듬었다.
"가로막는 자가 있다면 모조리 쓸어버리시겠지요. 사나이답게!"
***
"에이이이....뭘 그렇게까지..."
킥킥 웃으면서 그는 술병 째로 들이킵니다.
"끄으으윽....."
또 다시 술에 거나하게 취하는지 얼굴이 더더욱 붉어집니다. 하란은 직감적으로 이 자리에서 그와 함께 있다간 큰 일이 일어난다는걸 눈치챕니다.
몇 마디 사담을 더 나눈뒤 재빠르게 그에게서 벗어납니다.
- 헛걸음
- 이 사람 눈깔이 점점 돌아간다. 계속 앞에 앉아있다간 정말 손목 잡혀서 어디론가 끌려갈 느낌이라 황급히 인사를 하고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다.
"저건 망나니를 넘어서 그냥 금수로구만. 쯧쯧."
술퍼먹는 3공자에게 들리지 않게 웅얼거리며 그녀는 일행에게로 돌아왔다. 조문은 끝났으니 우선 이 아지매부터 집에 돌려보내도록 하자.
***
집에 바래다주었습니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옵니다. 누군가를 선택해 지원해야만 합니다!
***
"....일단 우린 이미 석가장에게 찍혔을 겁니다. 언제나 석가장의 감시를 받고 있다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하세요."
하란은 아주머니를 배웅하려 손을 흔들며 일행에게 말했다. 뜸을 들이다 말을 이어간다.
"2공자를 한 번 구워삶아봅시다. 1공자보다는 그 쪽을 더 만족시키기 쉬워보이네요. 비밀 연인과 결혼만 하면 되는데다 재물을 탐하는 소인배라 하니."
"석가장주 자리엔 관심이 없다지만 그건 우리가 관심을 갖게 해 주면 됩니다. 장주에 오르지 못하면 혼인도 못 할 환경을 조성해서요."
사실, 2공자를 택한 이유엔 사심도 조금 들어가 있었다. 그녀같이 순정을 신봉하는 사람이 아닌가 싶어서.
"모용세가에서 뇌물로 먹일 재물을 지원받고 싶은데...가능합니까?"
아마 누가 요녕까지 또 갔다와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여기서 거기까지 전음이 닿으면 모르겠지만.
***
금소협이 손을 듭니다.
자신이 다녀오겠다는 의미겠지요.
허락하시겠습니까?
***
금소협 착해! 하지만 이제 막 초출이라는 이, 삼류 무인을 혼자 보내도 되는 건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오다가다 물품을 잃으면 그나마 다행이고, 재수가 없으면 아예 슥삭당해버릴지도...
"아니야, 금소협 혼자 떨어뜨리려니 불안한데요. '제일 강한' 신씨가 다녀와 주시겠어요? 신씨라면 혹여 무슨 일이 생겨도 충분히 뚫어내고 오실 거라 믿으니까..."
혹시나 신씨가 마음 상하지 않게 제일 강한을 은근히 강조하는 그녀였다.
***
신채훈은 잠깐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입니다.
금소협은 탈주에 실패했습니다....
***
"으음..."
소협은 동의하는듯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못내 아쉬운 마음을 드러냅니다.
...확실히 여기서 개고생하는 것 보다는 모용세가 본가에서 아무것도 안하는게 편하기야 하지요.
집 나오면 개고생이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이해 못할 마음은 아닙니다.
이제 신채훈은 다음 진행에 돌아오게 될겁니다...
***
금소협의 죄는 하란이 저택에 들어왔던 날 그녀를 만났다는 것 하나뿐일지도. 그거 하나로 머나먼 곳까지 끌려와서 이 고생을 하는 셈이다. 그래도 힘내! 이 일 잘 풀리면 너한테도 큼지막하게 뭐 하나 떨어지지 않겠어?
"강호초출이 다 그렇시다. 힘들고 정신없고."
어차피 2공자를 찾아가기엔 이르다. 석가장 주변을 멤돌며 소문과 낭설 같은 거라도 주워모아볼까.
***
소문을 모아봅니다........
- 석가장주가 죽었다! 강서에는 피바람이 불게 틀림없다.
- 백기문에서 석가장에 반기를 들었다! 백기문에 동조하는 강서 북부의 사파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난 상황이다.
- 망나니 3공자가 반기를 든 사파의 문주 몇을 쳐죽였다더라.
- 흑천성에서 정식으로 석가장의 입성을 제의하는 사신단이 출발했다!
***
"백기문? 백기문이라. 뭔가 흥미로운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
마음같아선 사신단을 쳐부수고 싶다. 하지만 싸워서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를뿐더러 부정적인 시선을 엄청나게 끌게 될테니 그건 보류.
대충 백기문 놈들한테 얻어맞고 있는 2공자 파벌 석가장 떨거지들을 구해주면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은데... 일단 상황이 어떻게돌아가고 있나 구경이나 하자고 마음먹는다.
"한번 가 봅시다. 백기문이 뭐 하는 놈들인지."
아, 물론 3공자한테는 가능한 한 안 들켰으면...
***
강서 북부로 이동합니다!
...강서 안에서의 이동은 딱히 다이스를 굴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란의 다리 때문에 레스를 한 번 더 소모합니다! 이동레스를 하나 더 써주세요!
***
"내공으로 날아다니는 법을 배우던가 해야지. 소협, 혹시 서점에서 그런 비급 좀 찾으면 저한테도 귀띔 좀 해 주시오. 어흐..."
***
강서 북부에 도착합니다....
거리는 한산합니다.
***
"어디보자~ 백기문이 어디있나~"
말에 음률을 붙이는 건 나이먹은 사람 특징인걸까.
***
백기문을 찾아 서성거려봅니다.
....매우 수상해뵈는 조합이긴 하지만 다이스를 굴리기 귀찮은 누군가의 개입으로 의심을 피해냅니다!
딱히 특별한 점은 바깥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
석가장 놈들이랑 신나게 치고받고 있을 줄 알았더만 의외로 조용하다. 실망스럽게도.
그럼 이쪽에서 쌈박질 하는 쪽을 찾아다녀야지 뭐..
***
왜인지 조용합니다.
...분명 무슨 사유가 있으니 이렇게 조용한 것일텐데요! 분명 소문으로는 장난 아니었다고들 하던데....다른 세력의 개입이 있던걸까요?
***
"그, 누구였더라."
화산파랑 남궁이었나? 아무튼 누가 움직였다는 쪽지를 받긴 했다. 혹시 그쪽에서 선수를...
***
사람들은 고개를 젓습니다.
...그럼 남궁세가?
***
"아이고 공자..."
남궁에서 뭔갈 했구나. 결국에는 그쪽도 경쟁자라는 거겠지. 어쩔 수 없다. 싸움이 없다 하면 싸움을 붙여주는 수밖에.
...그런데 어떻게?
***
굴러라. 당신의 머리.
이제부터 천재는 다이스를 굴리지 않기로 마음먹은 스레주는 최선을 다해 짱구를 굴립니다.
싸움을 붙인다면 어디와 어디를 붙일것이고 규모는 어느정도로 할지부터 생각해야합니다.
문제는, 이 쪽이 석가장에 대해 정보를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목적을 이룰 수 있을지가 불투명합니다!
***
(일단 근방에 석가장 인원이 있는지 확인)
***
석가장 인원이....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파인 것 같은 사람들은 보입니다!
- 기연의 푸른빛
- 신채훈은 돌아와있습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무엇부터 들어볼까요?
***
"그냥 둘 다 말하세요. 싫다고 안 들을 수도 없으니."
***
신채훈은 머리를 긁적입니다.
"우선,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짤랑이는 은화소리가 들립니다. 기분좋은 소음입니다.
"하지만, 뇌물을 줄 수 있는 만큼의 금액에는 크게 못미칩니다."
모용세가에서 도대체 어떻게 판단을 하고 있는거지요! 신채훈은 뒤이어 셋이 쓰기엔 모자람이 없는 금액이라고 덧붙입니다.
***
"뒷배가 되어줄테니 맘껏 날뛰라 하시더니만..."
신씨가 분명 2공자에 바칠 뇌물이라 했을 텐데.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쨌건 지원을 받았으니. 뭐 필요한 거 있습니까 모두들? 곧 무력 충돌에 휘말릴지도 모르니."
***
금소협은 살짝 두려운 기색을 내비쳤고 신채훈은 없다며 고개를 젓습니다.
어르신은 대체 무슨 생각이실까요...
***
다시 생각해보니 이 애매한 지원도 어르신의 시험인 것 같기도 하고.... 뭐, 딱히 필요한 게 없다면 일단 그너부터 돈을 덜어가도록 하자.
"그러면 저 의족 좀 괜찮은 걸로 하나 구하겠습니다. 기를 쓸 때마다 빠작 부러지면 낭패일테니."
***
다들 그러라는듯 선선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란은, 의족을 구매할 수 있겠군요!
하지만 재산단계가 변동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세요!
***
일단, 전투 한 번을 버틸 만한 의족을 찾아보자. 아직도 돈이 모잘라...
(대장간 쇼핑)
**
재산단계를 소모한다면 매우 훌륭한 의족을 구할 수 있지만, 그 아래라면 하란이 끼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를바 없는 성능들입니다!
외다리 약점은 많은 돌을 주는 대신, 그만큼의 단점도 안고가는 법. 선택은 하란의 몫입니다.
**
"아흐흐흐윽"
손이 떨린다. 돈 아까워라!
**
하란은 거지가 되었습니다.
...흑흑...
【 만년한철이 아주 조금 섞인 의족 】
희대의 금속 중 하나인 만년한철이 아주 소량이나마 섞인 의족이다. 너무나도 미약한 양이라 만년한철의 특징은 존재하지 않지만 무쇠와 강철보다도 훨씬 단단하고 내구성이 좋다. 최하급의 아이템이다.
- 매우 튼튼해 검기로도 잘 부숴지지 않는다.
***
비싼만큼 값을 하길 바라는 수밖에...흑흑. 하란은 의족을 시험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인적이 없는 곳으로 가서 자세를 잡는다. 그때처럼 용검세를 날려본다. 표적은 바위든 절벽이든 아무튼 적당히 크고 딱딱한 것이었다. 설마 이 비싼 의족이 부러지진 않겠지..
***
절벽의 일부분이 살짝 무너집니다!
커다란 돌덩이들 몇개가 강 속으로 풍덩풍덩 빠져듭니다.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레주 몰래 돌을 던지자~
....하란은 자신이 만들어낸 위력에 잠깐 경탄하고 멀쩡한 의족을 보고 감격의 눈물을 흘립니다!
기연을 구매하시겠습니까?
***
안 부러진다! 그리고 나는 강력하다! 만세!
(기연 구매)
***
기연을 구매합니다!
......뭔가 오늘은 엄청나게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습니다.
***
"아하하하핳!! 비싼 게 좋긴 하구만!"
시무룩한 것도 잠시. 하란은 이제 마음껏 날뛸 수 있다는 것에 신이 났다. 텐션이 올라간 그녀는 절벽을 향해 한 번 더 검을 휘두른다.
***
절벽이 있는 강과 산의 산신령들이 스레주에게 민원을 넣을 것만 같습니다!
하란은 절벽을 향해 용검세를 뿌렸고 커다란 돌덩이들이 쩍쩍 갈라지며 강 속으로 떨어집니다!
풍덩...풍덩!
....그리고.
이상한 작은 동굴같은게 눈에 보입니다.
띠용?
***
"웬 동굴?"
산림파괴의 악업을 쌓으며 배덕적인 쾌락을 만끽하던 하란! 그녀는 깨부수던 절벽에서 정체불명의 동굴을 발견했다. 띠용?
"교룡비급도 저런 곳에서 찾았었는데."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하란은 별 생각 없이 그 안으로 몸을 밀어넣어 본다.
***
안으로 들어갑니다.
....한참을 들어가고 들어가자. 일류고수의 눈으로도 앞길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습니다.
음...그만 나가봐야하나? 라고 생각이 들었을 때 저 멀리 희미한 빛이 보입니다.
녹색인지 푸른색인지 잘 모르겠지만 빛이 저런 색깔을...낼 수 있던가요?
***
하란은 안력을 돋구어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지만 그녀를 맞이하는건 침침한 어둠뿐. 이제 그만 나갈까 생각하던 와중 무언가 기묘한 것이 눈에 띄었다.
"저게 뭐야?"
미간을 찌푸리며 은은한 빛깔을 쳐다보던 하란은 눈이 번쩍 뜨이는 듯 했다. 설마, 설마 하면서도 그녀는 빛을 향해 허위허위 나아간다.
***
하란은 안으로 안으로 들어갑니다.
....웬 파란색 잎을 가진 약초가 녹색빛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이게 대체 뭐에 쓰는 물건인고...?
***
그녀는 황급히 빛 앞에 엎어져 그 광원을 확인해 보았다. 그것은 식물이었다.
그런데 잎이 파란색? 파란 식물이란 건 평생 들은 적이 없다. 이렇게 은은히 빛나는 걸 보니 분명 예사 식물은 아닌데. 약초거나, 아니면...영약?!
일단 하란은 고개를 숙여 그것을 코 밑에 갖다대본다.
***
킁킁. 냄새를 맡습니다.
...피톤치드 향이 납니다. 한 번 생으로 먹어보는건 어떨까요? 진행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
이걸 어떡해야 하나 고민한다. 혹시나 독초면 어쩌지? 이상한 거면 어쩌지? 하지만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뭘 망설이는 거야...딱 봐도 기연이잖아 이건!"
이마에서 땀을 한 방울 흘리면서도 씩 웃는 하란. 그녀는 손으로 조심히 식물이 상하지 않게 뿌리까지 뽑아내었다. 그리고 그것을....전부 먹어버린다!
***
하란은 '청삼'을 섭취합니다!!!!
꾸르르르르르릉...
머릿속에서 벼락이 치는 느낌과 함께 털썩 쓰러집니다! 스레주 네 이놈!! 드디어 네가 나를 암살하려고 드는구나!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게냐!
어림도 없지! 갑작스럽게 엄청난 양의 내공이 단전으로 쏟아져옵니다! 그걸 받아낼 재간이 없는 단전은 당연히 재빠르게 확장공사를 하겠지요!
그러고도 절반을 훌쩍 넘기는 양의 내력이 그냥 허공에 흩어져버립니다...
후우....
정신을 차려보니, 하란의 내공은 무려 3배가 증가했습니다!
현재 하란의 공력은 무려 1갑자(60년)입니다! 기연이군요!
***
"헙..,?!"
띠링! 내공이 1갑자가 되었다. 축축한 돌바닥에 퍼질러져 있다 일어난 하란. 그녀는 곧 영약에 담긴 내공을 반도 취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분을 터뜨렸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일단 일행에게 돌아가자. 대체 여기서 시간을 얼마나 보낸 건지!
- 너 나하고 일 하나 하자
- 다들 초조한 얼굴로 하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소저. 더는 미뤄선 안됩니다. 석가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못되고 간악한 스레주가 무슨 일을 벌이기 시작한게 분명합니다!
***
하란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어째 자기 때문에 계속 시간이 밀리는 기분이었다. 서둘러 일행과 함께 나와 2공자가 사는 곳으로 향한다. 그는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니 물어서 찾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석가장이 지금 어떻죠? 그 흑천성 사절이 도착하기라도 한 건가요?"
***
2공자는 자신을 따르는 가솔들을 이끌고 석가장 밖으로 나왔답니다!
아무리봐도....분가를 하려는 건 아닌듯합니다.
"마교쪽에서 사생아를 내세웠고, 흑천성은 총관을 내세웠소."
초절정 고수 둘이 격하게 대립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2공자는 내부세력다툼에서 밀려나 일단 몸을 피한 것 같군요.
"사절은 미끼였소. 모두가 흑천성의 사절에 신경을 곤두세울 때 총관이 힘을 썼고 그 때에 우연찮게 사생아가 개입하며 마교의 입김이 불어닥쳤소이다. 일각 전의 일이오. 1공자는 어디있는지 알 수 없고 2공자는 안가에 피신해있소이다."
***
"마교 쪽에서도 끼어들어요? 정말 난장판이 되어가네요..."
그래도 아주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2공자가 곤궁에 처했다니, 도움의 손길을 함부로 뿌리치기에는 힘들지 않겠는가. 바짝 신경이 곤두서서 하란의 일행까지 두들겨 패려 할지도 모르지만...
손톱을 딱딱거리며 생각하던 그녀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그 개망나니 3공자는 뭐 하고 있는지 아시나요? 흑천성이 3공자를 좋아한다고 그러던데, 총관이 간택되었네요?"
***
"그는...."
신채훈이 난처해하자 금소협이 말을 이어받습니다.
"...백기문이라고 하던 곳을 점거하고 자기 세력으로 편입시켰다던데요..."
?????
***
"거 참. 그답군요. 아무 세력이 그쪽에서 무력충돌을 억누르고 있는 것 같던데. 거기선 퍽이나 싫어하겠네요."
그 사람은 석가장주는 모르겠고 그냥 피가 보고 싶은 것 아닐까. 3공자의 면면을 생각하니 기분이 나빠졌다.
***
2공자의 안가, 라고는 하지만 이미 그를 따르는 무림인들이 우글우글거리는 곳입니다. 석가장 내에서는 총관과 사생아의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고 2공자는 자신이 이 곳에 있다는걸 딱히 숨기려는 기미조차 없습니다.
그 덕분인지 하란과 일행은 손쉽게 그의 안가 앞까지 도달합니다.
어떻게 접촉을 해야할까요?
대충...신세계 그룹 승계권을 두고서 회장 아들 중 하나가 자기 백화점을 들고 거기서 사장노릇하며 농성하고 있는 셈입니다!
***
사실 저자거리 같은 곳에서 얘 어디 높으신 분의 공자가 비밀연애를 하고 있다더라! 하고 속닥속닥거려서 제발저린 2공자가 일행에게 잡았다 요놈을 시전해 대면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어디 2공자가 누군지 만나나 봅시다."
이제 그러기엔 너무 늦었다. 정공법으로 가 보자. 따지고 보면 나 지금 모용세가 가주 어르신의 대리인인 거잖아? 하란은 마음속에 허세를 장전했다. 그리고 대문을 쿵쿵 두들긴다.
***
대문을 지키는 수문장이 하란과 그 쫄따구들을 막아섭니다!
"무슨 용무로 오셨소? 이 곳은 함부로 외인이 들어설 수 없소이다."
음...지극히 타당한 이유기는 하군요.
일단 상대는 세력다툼에서 밀려 이 곳으로 피신해온 상황입니다.
***
"저는 모용세가의 가솔. 미사하란이라 합니다."
"세가주 모용벽 어르신의 명을 받잡고, 2공자께 협조적인 용무를 위해 찾아왔지요. 공자님을 뵙고 싶습니다."
여기 사람들은 그녀가 누군지 모른다. 신씨와 금씨도 모르겠지. 당연히 믿지도 않을 것이다. 그럼 모용세가의 후광을 등에 업는 수밖에. 하란은 기품있으면서도 거만하지 않은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
모용세가, 라는 말에 문지기들의 말이 일그러집니다!
중요인물 만나기가 너무 힘들군요! 왜! 왜 어째서!
***
"당신들이 정파 싫어하는 거 압니다. 표정만으로도 다 보이는군요."
저거 사파 아니랄까봐 표정 일그러지는 것 봐 저.
"허나 저는 가주 어르신을 대리하여 이곳에 온 것이고, 그것은 세가가 그대들에게 격에 맞는 상대를 보내어 각별하고 마땅한 예와 성의를 갖추고 있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2공자를 뵙게 해 주십시오."
***
단순히 하란 개인이라면 분명 볼기짝을 호되게 맞고 쫓겨났을겁니다.
그렇지만 하란은 스스로를 지우고 요녕제일검의 대리인임을 내세웠습니다.
하란은 사실상 모용세가의 전권대사이며, 그 역할은 모용벽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일입니다. 만약 여기서 하란을 내친다? 요녕제일검이 어떻게 나올지. 그리고 그와 관계를 맺고 있는 수많은 문파들이 2공자를 어떻게 바라볼지는 자명한 일입니다.
상대는 이를 갈면서 하란을 안으로 들여보냅니다.
금소협과 신채훈은 들어갈 수 없다고 하는군요.
***
지위와 권위는 이렇게 쓰는 거구나! 오늘도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하란이다.
"다녀올테니 잠시 기다리고 계셔요. 잘 될 겁니다."
그녀는 신채훈과 금소협에게 말하고는 대문 안으로 천천히 들어선다. 잊지 말자. 함부로 얕잡아 보이면 안 된다. 그렇다고 상대를 마구 깎아내려도 안 된다. 오대세가의 이름을 걸고 들어왔으니, 그에 맞게 행동해야 해. 꽤나 질박하게 살던 그녀는 절로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
안으로 들어갑니다.
고르댕같은 으리으리한 저택입니다. 아니, 이건 저택이라기보단...좀 더 성에 가깝습니다. 담장의 높이는 4m에 달하고 그 위에는 사람들이 두명이 지나다녀도 괜찮을만한 공간, 그리고 요철까지 있으니 2공자가 얼마나 자신의 안위에 신경을 쓰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아니.
자신의 안위가....아닐 수도 있겠군요!
한참을 안으로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자 2공자와 하란 사이에는 낮은 단상과 상대의 모습을 가려주는 발이 쳐져있습니다.
"그래."
피곤한 기색의 목소리입니다.
"나를 보고자 했다고? 요녕제일검의 대리인이?"
***
"오랜만에 뵙습니다. 대협. 이전에 한 번 뵈었었지요?"
하란은 예를 표하며 가벼운 말로 대화를 시작한다. 서로 얼굴 아는 사인데 저 발은 뭣하러 치고 있는 걸까?
***
2공자의 형체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자리였지.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상속자의 등장으로 조금 당황했었던 기억이 있소만."
그의 표정을 볼 수가 없습니다.
"모용세가의 대리인이라. 그래 요녕제일검이 내게 무슨 제안을 하려 이리 먼 곳까지 다리도 불편한 이를 보냈는가?"
***
2공자의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 저쪽만 그녀를 본다고 생각하니 약간 기분이 나빠졌다.
"제안을 위해서입니다. 건설적이고 협조적인 제안이지요."
"모용세가는 대협께서 제갈세가와 협력하시길 바라고 있나이다. 아예 장주에 오르시면 더 좋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저희는 대협께 지원을 아끼지 않으려 합니다."
***
"하하."
그는 무미건조하게 웃습니다. 아니, 웃었다기보다는 하하라는 글자를 소리내어 읽은 느낌입니다.
"정파와 손을 잡으라는건가? 이 나보고? 석가장은 사파다. 모르지는 않을텐데?"
그는 어이가 없다는듯 되묻습니다.
***
2공자는 웃는다. 그녀 또한 미소짓는다. 아직까지는 예상 내의 반격이었다.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당연히 알고 왔습니다. 석가장이 사파이고 모용세가가 정파인 것을 누가 모르리오까?"
"다만 저는 그것 말고도 한 가지를 더 알고 있지요. 대협께서 정파와 친하게 지내길 원한다는 것 말입니다."
***
발 너머의 형체가 흔들립니다.
"...모두 물러나라."
- 주공. 하지만 저 자가....
"다리 하나도 없는 자가 어찌 나를 해칠 수 있단 말이냐? 내 본신의 실력이 뒤떨어지지 않음은 잘 알터.
- 허나...
"어서 물러가래도."
대화가 끝났지만 하란은 아무런 기척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나 확실한건 분명히 어디에선가 하란의 목을 노리는 자객들이 있을 거라는 사실 뿐입니다...절로 다시금 긴장하게 됩니다.
"허튼 소리를 지껄였다간 살아돌아가지 못할걸세. 자세히 이야기해보지."
이제야 좀 '대화'를 할 의향이 생겼군요!
***
역시 자객이 대기하고 있다. 간담이 쫄깃해진다. 하지만 괜찮다. 하란은 천재다. 능히 견딜 수 있다. 저것 봐라, 상대가 동요하고 있음은 분명 그녀에게 긍정적인 징조 아닌가?
"저희 입장에선 당연히 정파와 친해지려 하는 대협과 손잡는 것이 좋지요. 거듭 말씀드리자면 저희는 대협께 건설적이고 협조적인 제안을 위해 온 것입니다. 척을 지러 온 것이 아닙니다."
"모용세가는 대협을 지원해 제갈에 빚을 지우거나, 대협을 장주로 만든다면 운신의 폭이 더 넓어지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중원 진출이야 저희의 숙원 아니겠습니까?"
"물론 일방적인 내정 간섭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대협의 석가장과 모용세가는 이전보다 훨씬 더 우호적인 관계가 될 것입니다."
하란은 잠시 뜸을 들이다 뒤에 덧붙인다.
"그렇게 되면 대협의 소원도 이루실 수 있겠지요...."
***
까드득. 이빨이 갈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걸 내가 믿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난 순진하고 멍청한 어린 아이가 아닐세."
하지만 한사코 거절한다는 말은 내뱉지 않는군요!
***
짜증나지? 조급해지지? 너는 결국 내 뜻대로 휘둘릴거야! 하란은 속으로 깔깔거리며 웃었다.
"석가장이 어디 산골 속의 군소 문파도 아니고, 모용세가가 석가장을 한 손에 쥐고 흔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아니 불가능한 일 아니겠습니까? 걱정 마십시오."
"아해같은 순진함이 아닌, 넓은 배포로 믿어주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협박을 하시겠다..."
발 너머로 어두운 형체만 보이던 그에게서 안광이 쏟아져나온듯한 착각이 듭니다.
"...허튼 소리를 하면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했을터인데. 사생아 놈은 껄끄럽지만 숙부께 찾아가서 사정을 말씀드리고 장주 자리를 포기하면 되는 일이다."
허나 내치지는 않습니다.
그렇겠지요.
***
"대협, 전 대협을 협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하려고 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희는 그 분, 이 성채로 하여금 보호받는 분에 대해서 모릅니다. 기껏해야 정파 여성이라는 것 밖에는 모르지요."
"하지만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파급력은 충분할 것임을 유념해 주십시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저 하나만이 아닙니다."
"저희와 손잡으시면 상호간에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
으득.
이빨이 부러지겠네요! 하하하!
"....잔머리가 좋군."
괜히 머리 좋다는말 하기 싫어서 최대한 깎아내리는군요.
"그렇지만 내가 장주에 올라설거란 확신은 어디에서 나오지? 내 경쟁자는 사생아 놈과 숙부님이다. 둘 다 초절정의 고수지. 그 뿐이냐? 사생아 놈은 마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고 숙부님은 흑천성에 사실상 입성한 상황이다. 얼마 전에는 흑천성주와 대작도 했다지."
거의 자포자기한 상황이었군요...!
***
"그거야...."
나는 레스캐이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기에는 좀 무리고. 머릿속 괴전파를 물리친 하란은 어휘를 순화한다.
"제가 요녕제일검의 명을 받잡아, 대협을 도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
자기는 그만한 천재니까.
***
그는 하란을 불신하고 있습니다. 하기사 협박으로 이루어진 반강제적인 관계이니까요! 하란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도 않고 그냥 할 수 있다라. 그래. 어디 한 번 해보게. 속아주도록 하지. 허나 당장의 성과가 없다면...."
하란은 섬뜩한 살기를 느낍니다!
"곱게 살아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을걸세."
그는 언제든 하란의 뒤를 찌르고 살인멸구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
어디 한 번 해 보라구요? 그럼 한 번 해 볼까?
하란의 머리야 굴러가라!
***
.....지금까지의 정보로만 결과를 도출해보자면, 숙부에게 머리 숙이고 안전을 보장받는 것이 최선입니다.
지금까지의 정보로는요.
***
일단 2공자는 숙부에게 숙이는게 좋아뵈는데. 그대로 말했다간 목이 날아갈거야.
"대협 맘에 드실 적당한 것을 구해오겠습니다. 그리해야 상호간의 신뢰가 생기겠군요."
이 일은 독자적으로 해야겠다. 정보를 공유해달라 해도 칼이 날아올 것이다.
***
2공자는 하란에게 가보라는듯 손짓했고 하란은 살아나옵니다!
와!
진짜 죽을 뻔 했네요.
- 물질만능주의
- 호! 숨쉬며 살 수 있단 건 아름다운 일이야! 그렇게 하란은 다시 정문 밖으로 나섰다.
"일단 협력관계를 맺긴 했어요. 그런데 공자님께서 뿔이 많이 나셨네요."
"역린을 건드려서 그런가. 흐흐. 기분을 풀어주려면 선물을 줘야겠죠?"
물질적인 선물 말고, 정치적인 선물 말이다. 선물의 재료는 당연히 새로운 정보다
***
저잣거리에서는 이미 모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모은 상태입니다!
어느 곳에서 정보를 모을지가 중요합니다.
***
"범을 족치려면 범 굴로 들어가야지."
숙부의 저택 근처에서 알짱거려본다.
***
하란은 알짱거려봅니다!
....석가장 주변에는 피비린내가 가득하고, 아무도 얼쩡거리고 있지 않습니다. 이크! 하란은 급하게 빠져나옵니다.
석가장은 당분간 어렵겠군요...안에서 또 한 바탕 싸운게 분명합니다.
***
아이쿠야. 장주가 죽으니 피 냄새가 끊이지 않는다. 시체성도착증 환자가 아니라면 여기서 볼 일은 없다. 다른 곳으로 가볼까?
3공자님은 뭐하고 계신가....백기문 있는 곳에 계시려나. 암튼 가보자.
***
백기문으로 갑니다!
....조용하군요. 그렇지만 대문도 완전히 잠겨있습니다. 여기서 정보를 얻기란 힘들 것 같군요.
신채훈과 금소협은 하란을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의견을 구해볼까요?
***
"흐음....."
뒤에서 멀뚱멀뚱 쳐다보는 시선에 뒤통수가 따갑다. 어디서 읽은 글 중에 군자는 주변의 말에 귀 기울인다 이런 말이 있던 것 같은데..한 번 실천해보기로 하란은 마음먹었다.
"지금의 정보만 가지고 보면 2공자는 총관에게 숙이고 안전을 도모하는 게 최선입니다. 하지만 그건 2공자에게도 제게도 맘에 안 드는 선택지지요."
"새로운 결과를 만들려면 새로운 변수가 필요합니다. 새로운 정보 말입니다. 당신들 생각에, 그 새로운 정보를 어디서 얻으면 좋겠습니까?"
***
신채훈이 말합니다.
"개방을 이용하는건 어떻습니까. 소저."
돈먹는 거지들?
"하오문도 좋아보여요!"
금소협이 말합니다. 하오문....하오문이라.
"아니면, 집안에 연락을 좀 해볼까요?"
??
***
"개방...개방 좋지요. 돈이 있다면..."
돈 벌어야 하나. 그 돈 먹는 그지들 또 보기엔 영 그런데. 하오문은 또 사파 쪽이라 그녀를 보자마자 눈을 부라릴 것 같았다. 그런데 아까 뭐라고 하셨습니까 금씨?
"...집안이요? 어떤 집안이십니까?"
금소협이 집안을 거론하는 건 처음 듣는 것 같다
***
"어...."
금소협이 살포시 웃습니다.
"별로 대단한건 아니고 이럴 때에 도움을 주실 분들을 몇 몇 알고 있어서요...."
...더 캐내려고 할 수는 있지만 금소협이 싫어할 것 같군요!
***
적당히 쓰다 말 인력으로 쓰기 위해 어르신이 들이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틀린 생각이었나? 뭔가 어르신 입맛에 맞을 인맥을 가지고 있나...
"그렇다면야, 정확히 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뭐라도 해 보시지요."
아 그리고, 웃으니까 귀엽네.
***
금소협은 잠시동안 하란을 떠납니다!
다음 진행은 되어야 돌아올 것입니다!
***
"조급하게 굴어봐야 실수밖에 더 하겠어요?"
그러니까 할일 없을 때 쓰는 키워드 돌아다니기!
***
돌아다녀봅니다!
음침하고 싸늘합니다...거리가 한산합니다.
이 주변의 영주나 다름없는 석가장이 내전 중이니 활기차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이겠지요.
시장은 문을 닫았고 가게들은 휴업중입니다.
***
"유령도시같구만."
혹시나 땅에 떨어진 동전이나 없을까 땅을 쳐다보며 그녀는 천천히 거닐었다.
***
앗...! 액면가치 10원 정도의 동전을 발견한 하란은 얼른 주워 담습니다!
"..."
신채훈은 그걸보고 하란을 참...그런 눈빛으로 쳐다봅니다.
***
"왜...왜 그런 눈으로 보세요? 이런 거 잘 모아둬야 나중에 과자 하나라도 꽁으로 먹죠."
부족한 것 없이 자란 당신은 모르겠지! 돈 없는 설움을 말야! 그렇게 생각해봐야 10원짜리 동전을 소중히 주워 소매로 닦는 건 그냥 거지근성이었다.
***
"그냥 하나 사드릴테니까 그러지 마십쇼...체면이 뭐가 됩니까..."
신채훈은 정말 안타까운 눈으로 하란을 쳐다봅니다.
아...내 신세가 어쩌다 이렇게...
***
"체면은 볼 사람 있을 때나 차리는 거죠! 저도 가주 어르신이나 2공자 앞에선 잔뜩 오그라들어 있답니다."
근데 주변에는 아무도 없지롱! 유령도시지롱!
***
신채훈은 두 눈을 꿈뻑거립니다.
"...아니...하...."
말을 말자. 라는듯 입을 다뭅니다.
***
흥이다 흥 이사람아. 부자한테 물어봐라. 돈을 아껴서 부자됐는지 돈을 낭비해서 부자됐는지!
그나저나 슬슬 금씨가 올 때가 된 것 같은데...
***
하란은 원래 약속했던 장소로 돌아갑니다.
그 곳에는 우마차 두대가 서있습니다. 금소협은 그 중 한 마차에 타있었고 마부로 보이는 장년인 하나가 있습니다. 다른 우마차 한 대에는 빛바랜 잿빛 천으로 물건들이 뒤덮여있습니다.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하란의 눈에는 빛바랜 잿빛 천 아래, 번쩍이는 노란 빛이 얼핏 스쳐지나갑니다.
뭘...가져온 것...?
***
금소협이 마차를 끌고왔다. 웬 마차? 뭐에 쓰려고 가져왔지? 뭘 싣고 온...?!
"소협.....이게 다 무슨..??"
이런 걸 생각하거나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눈을 땡그랗게 뜨곤 이게 다 뭐냐고 묻는다.
***
"모든 일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일을 해결해줄 수 있는게 뭔지 아세요?"
그 말에 신채훈이 나! 나 알아! 정답! 하려는듯이 손을 번쩍 들려다가 하란의 눈치를 보고 손을 멈춥니다.
하란은 당연히 그 답을 알고 있습니다. 노랗고 무르고 번쩍이는 것이지요.
"바로 황금이죠!"
따란~
하란~
엌ㅋㅋㅋㅋ
금소협이 잿빛 천을 걷어내자 그 곳에 보이는건 황금으로 만들어진 금송공예품들이 한가득입니다.
못해도...못해도 하란이 저걸 취한다면 재산 4단계, 아니! 5단계에 도달할만한 거금입니다!
"이 정도면 거의 무엇이든 할 수 있겠죠?"
이 정도 황금이면 초절정 고수를 하나 살 수도 있습니다.
***
....ㅋ
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녀는 신채훈의 어깨를 팍팍 치면서 파안대소했다. 이래서 식객으로 들어왔구나! 어디 거대 상단의 외동 자제라도 되나 보지?!
한동안 웃던 그녀는 숨을 고르고 씩 웃는다. 저걸 혼자 꿀꺽할 수는 없지만, 어디에 써야 값질지는 잘 알고 있다.
"일단 저것들로 개방도들 뚝배기 후리러 갑시다. 이 건방진 거지들, 아주 본때를 보여주자고요."
***
그 때 금소협이 한 마디 거듭니다.
"그, 꼭 개방 거지들한테 갈 이유가 있을까요?"
금소협은 어깨를 으쓱거립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이 정도 황금이면 무림맹의 정의단, 흑천성의 흑천대를 한 달을 고용할 수 있는 금액이에요. 돈으로 사고판다면 초절정 고수의 목숨 하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금액이구요. 개방...의 도움이 필요할까요?"
음, 확실히 재무관리자 쪽이라 그런지 예산을 사용하는데에 대한 이유를 납득받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전문 경영인이 되어버린 하란은 이만한 금액을 가져온 금소협에게 이유를 말할 수도, 안할 수도 있습니다!
***
"흠. 생각해보니 흑천대를 고용해서 금봉파를 치는 것도 웃기긴 하겠지만...."
무력과 정보 중 택일하라면 정보가 아닐까. 그녀는 생각한다.
"지금 더 필요한 건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큰 힘을 돈으로 산다 한들 어떻게 쓸지 모른다면 소용이 없을 테죠."
"이 정도 돈이라면 정말 고급의 고급 정보들까지 손을 넣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무력은 2공자의 전력도 있으니 필요하다면 약간 덜떨어진 자들을 고용해도 괜찮습니다."
"은밀하며 올바른 정보로, 알맞은 곳에 무력을 찔러넣을 수만 있다면. 지피지기 백전불태 아니겠습니까."
***
이것이 정보화 혁명을 겪은 현대인의 논리구조다 미개한 중세 무림인!
금소협은 완전하게 납득하지는 못했지만, 하란이 자신에게 설명을 해준다는 것에 만족하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제 이 막대한 양의 황금은 하란이 당분간 전용하여 원하는 곳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모용세가 x까!
***
낄낄 모용세가X까 돈이 최고다!
개방을 찾아랏!
***
이미 황금을 보고 몰려든 사람들 중에 거지쉑들이 몇 몇 있습니다. 그 중에는 빨간 실을 달고 있는 사람도 있군요!
***
저리 끼저라 날파리들아!
개방도는 부르고 그냥 거지는 쫓아낸다
***
탐욕과 적개심을 가득 안고서 사람들이 흩어지고, 일결제자 둘 만이 자리에 남아 침을 꼴깍 삼킵니다.
***
"좀 높은 지위의 개방도를 만나고 싶은데...좀 데려다주겠나?."
설마 안된다고 히진 않겠지?
***
"황금만 주신다면...."
거지들의 눈에 탐욕이 그득그득합니다!
***
우르르르.
주변에서 눈치를 보던 사람들까지 한 데 몰려들어 거지들과 황금 쟁탈전을 벌입니다.
그리고 개방의 제자라는게 헛된 간판은 아닌지 경쟁에서 거지들이 승리합니다!
희희낙락하며 그들은 자신들보다 훨씬 윗사람에게 하란을 안내해줍니다.
그리고.....
붉은실 여섯개를 달고 있는 중년 거지 하나가 하란을 쳐다봅니다.
"날 보자고 했다고?"
기름기 묻은 닭고기를 입으로 주욱 찢는 것이 참된 거지새끼입니다!
***
"개방을 찾는 게 다른 이유가 있겠습니까? 정보를 원하는 것이지요."
"요즘 석가장의 후계자들이 난리를 피우고 있는데, 상황이 정확히 어떻게 돌아가는지..뭐 숨겨진 비밀은 없을지.. 가능한 한 많은 정보. 아니 모든 정보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황금을 살짝 보이는 그녀였다.
***
"....석가장 후계쟁탈이라."
중년 거지는 먹던 닭고기를 내려놓습니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어린 거지들이 신나서 그 닭고기를 들고 어디론가 가버립니다.
"우리라고 정보를 내놓으라고 하면 다 알아낼 수 있는건 아니다. 전가의 보도가 아니란 말이지."
그는 기름기가 남은 손을 땟자국이 가득한 옷에 슥슥 문지릅니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보로는 당연히 성에 차지 않을 것이고, 사파 놈들은 거지라고 하면 개방 때문에 거부감을 가지는 놈들이 많지. 원하는대로 정보를 구해다줄수는 있네. "
그리고 씨익 웃습니다.
"대신 황금이 많이. 아주 많이 필요해."
***
"절묘하군요."
그녀는 맞서 씨익 웃는다. 원하는 대로 정보를 구해준다면. 아마 새 정보가 수집되는 대로 그녀에게 언질이 간다는 걸까?
"마침 저희도 황금이 많이, 아주 많이 있습니다."
***
계약 성립! 순식간에 황금의 절반이 날아갔다. 하지만 쉽게 얻은 돈은 당연히 쉽게 나가는 법이고. 유흥비로 탕진한 것도 아니니 괜찮겠지 뭐.
"그래서, 정보는 어떤 방식으로 전달받으면 되겠습니까?"
***
"걱정말라고. 우리가 알아서 찾아갈테니."
기분나쁘게 미소를 짓는 거지쉑을 보면서 하란도 같이 어색한 미소를 지어줍니다.
이제 다른 준비를 하러 갈 차례군요!
***
다른 준비라 해도 아직 뭘 할 수 있을 것 같진 않고...오너도 잘 모르겠고..뭘 해야 할까... 일단 소문수집?
***
석가장의 대립이 한층 더 격화되고 있다는 말들만 들려옵니다. 거기에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다는 정보는 덤이군요!
***
"마교는 사생아, 흑천성은 총관, 우리가 2공자, 그럼 남궁과 화산이 1공자한테 붙었나?"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아직까진 추측일 뿐이지만.
***
민심이 흉흉해졌습니다. 민심이 흉흉해졌는데 이걸 돌봐야할 석가장은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있네요!
이럴 때 일수록 민심을 잡아놔야, 민중의 지지라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와 관련한 일들을 해내봅시다!
***
"전 장주께선 민심을 잘 돌보셨다더니..후계자들은 그럴 마음이 없어 뵈는군요."
"그럼 우리가 해야지 어쩌겠습니까? 민중의 지지라는 보석이 땅바닥을 구르고 있으니, 잽싸게 낼름해봅시다."
***
이 일은 2공자의 이름으로 진행됩니다!
금덩이 몇 개를 돈으로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금 자체는 곧 돈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이것으로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
"저, 금소협. 영향력있는 중산층들을 지원해서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은데 그냥 돈만 주면 분명 먹튀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이럴 땐 어느 방법을 사용해야 좋겠습니까."
***
가만히 등을 긁던 금소협이 깜짝 놀랍니다.
"절 잊지 않으셨군요!"
어...언제나 잊지 않고있었다구 동료여!
금소협은 자신이 아는 이야기가 나오자 신나서 마구 떠들어대기 시작합니다.
애지아수 상자라느니, 팔애토 효율이라느니, 무차별곡선이라느니. 이상한 이야기가 한껏 나오지만 결과는 하나입니다.
돈을 직접 주는건 단기적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만한 돈이 있지도 않으며 시간이 흐르면 그건 그대로 2공자와 하란의 부담이 되어 오히려 민심에 악영향이 끼칠거라는 것을 말입니다!
원래 주다가 안주면 뿔나는게 사람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금소협은 알아듣기 어려운 말에 화룡점정을 찍습니다.
"그 돈으로 무인들을 고용해서 치안부터 안정화해야해요!"
경제로 이야기가 시작해서 결국 폭력으로 귀결되는 곳. 무림입니다.
***
(대충 끄덕짤)
역시 사람이 칼만으론 살 수 없다. 금소협처럼 지혜도 있어야지. 머릿속에서 금소협의 평가가 올리간다. 처음엔 그냥 어리버리한 무림초출이었는데..
하란은 즉시 치안과 민생을 안정시킬 뜻 있는 무림인을 모은다는 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한다. 보수 있음!
***
2공자의 이름을 내걸고 무림인들을 모집합니다!
반응은 썩 신통치 않지만 황금! 황금! 더 많은 황금을 미끼로 내걸자 제법 사람들이 모입니다.
문제는 그들이 사파라는겁니다!
하란은 정파고, 이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사파적인 인물이 필요합니다! 그것도 하란에게 우호적이고 배신하지 않을만한 인물이 말이지요!
***
"혹시 간부를 맡고 싶으시다 하는 분 계십니까?"
사파를 휘두르려면 사파가 해야지! 간부 몇 명을 뽑아 특별대우해주며 자경단의 실무를 일부 맡긴다면, 아마 터져나올 불만이 간부들에게 향하지 않을까?
자기네들끼리 물어뜯고 싸우라 이거야! 나는 저 위에서 공명정대한 리더 역할을 맡을게! 일단 사람을 뽑아보자.
***
놀랍게도 그 누구도 손을 들지 않았습니다.
앗! 한 명이 손을 듭니다.
"조장 하면 금을 더 받는거요?"
하란은 그 말에 뭔가를 깨닫습니다.
이들은 오직 돈을 보고 몰려든 이들입니다!
***
그러자 사람들이 너도나도 손을 들기 시작합니다.
신채훈은 영 마음에 드는 장면이 아닌지 고개를 돌리고 금소협은 돈....돈이...하면서 남은 황금을 세고 있습니다!
어떻게 정할까요?
***
"지원자분들 이리 나와 보시오."
그녀는 지원자들을 따로 분류한다. 여기 온 사람들의 숫자를 고려해 간부를 얼마나 뽑을지 생각해본다.
"뭐...선정에 대해선 공명하고 정당하며 합리적인 방법이 있지요. 여기서 가장 강한 N명을 뽑는 겁니다.
어디까지나 생사결이 아니라 선정 시험이니 서로 크게 다치게 하지 마라고 덧붙이는 그녀였다. 어차피 무링뇌들의 중원이다. 정파라도 이런 방식을 고깝게 보진...않겠지?
***
N명이 뭐냐는 말은 무시하고 아무튼 제일 강한 순으로 3~4명 정도를 뽑는다고 공지합니다!
자.
지금부터 서로 싸워라.
촤아아앙!
그 말에 한 사람이 바로 칼을 꺼내들더니 옆 사람을 바로 공격해갑니다.
하란은 놀라고, 신채훈은 그럴 줄 알았다는듯 자연스럽게 하란을 뒤로 빼내고 금소협은 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사파!
***
어이쿠야. 그녀는 신씨에게 몸을 기대며 몸을 물렸다.
"크게 다치게 하지 마시오!"
저들이 듣기야 하겠나만, 경고는 확실히 해야지.
***
그 말을 들을거라고는 말을 한 하란도 기대하지 않게될 폭력의 현장입니다.
싸움은 한창 이어지더니 한 일곱명 정도가 피칠갑을 한채로 숨을 몰아쉬고 있습니다.
...최소 일류입니다!
***
신씨 3명만 추려봐용.
***
신채훈은 고민합니다.
"남아있는 자들의 실력은 거의 엇비슷합니다. 누구하나 특출난 자는 없고 서로 먼저 공격하거나, 비장의 수를 숨겨왔던 사람이 압도적으로 유리할겁니다."
신채훈마저도 고르는데에 어려워보입니다!
"저로서는...누굴 골라집을 수가 없군요."
***
"그렇다면야 지금으로선 아무나 골라잡아야겠군요."
그녀는 다시 뒤돌아 후보들과 무림인들에게 말하기 시작한다.
"전 4명 정도라 했는데, 7명이 나와버렸군요. 하지만 그 실력을 활용하지 않을 수도 없으니..."
그녀는 아무나 세 사람을 지목하면서 말한다.
"그대들 셋은 즉응예비대로 삼도록 하겠습니다. 쉽게 말해 5분대기조라 이겁니다. 현장 인원만으로 버거운 사태가 보고되면 그대들이 가장 먼저 달려가 지원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간부급으로 대우할 것이고, 수당도 그만큼 있을거라 약속하겠습니다."
***
그 셋은 당연히 반발합니다!
"아니 간부 시켜준다면서! 차별입니까!"
수당도 대우도 간부급으로 해준다니까..왜 말귀를 못알아먹는걸까요!
5대기라니, 그 힘든걸 시킨다니!
그래서 그런걸까요?
***
"정 그러시다면야 여기서 3명을 또 쳐내야합니다."
"저는 상관없지만 여러분들은 상당히 힘드실 것 같은데.."
그냥 즉응예비대 하던지..3명을 또 밀어내던지..맘대로 해라! 봉급 줄 사람 줄어들면 이쪽이야 편하지.
***
다들 서로 눈치를 봅니다. 무림인의 체면상 먼저 내가 나서서 그리하겠소! 라고 할 수가 없군요...
이를 타개할 좋은 방법이 있으면 좋을텐데요!
대기라는 이름은 너무 노예처럼 굴리겠다는 의미가 강하니, 이름이라도 바꿔보는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하란의 머릿속에 번뜩 스쳐지나갑니다.
동쪽의 어떤 반도에서 심심하면 해대는 이름바꾸기를 대륙의 기상으로 해내봅시다!
***
대충 전근대 중2병 감성으로 해태단? 악인을 구별해서 들이받는다는 그 해태!
***
이제부터 간부가 된 이들을 제외한 실력있는 자들을 호칭하는 명칭은 해태단 입니다!
머쓱한듯 쑥쓰러워 하고있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걸린 것이 즐거워 보입니다...
이것이 1000년 전의 낭만 감성...
***
"그리고 한가지 더 안내드릴게 있는데 보호비 명목으로 시민들에게서 돈 뜯지 마십시오."
"그들이 자발적으로 주는 거라면 상관없으나, 칼을 들이밀어서 어쨌든 자기 손으로 줬으니 자발적이다 이런 소리 하시면 안됩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죠?"
"그런 짓 하다가 들키면 감봉이든 해고든 경중에 따라 처벌이 있을 것이며, 그것을 신고한 자에겐 소정의 포상금이 있을 것이니 그리 아십시오."
그럼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 그녀는 사람들을 나누고 조장을 배정하며 각각 구역을 할당하기 시작한다.
***
그들은 그 말에 충격을 받고 반발하려 하지만, 그러기에는 하란이 나눠준 황금이 너무나도 컸습니다.
그들은 불만없이 하란의 말을 잘 알아듣습니다.
본격적으로 자경단이 구성되었습니다!
이제부터 2공자의 이름으로, 석가장의 권역은 점점 치안 안정을 되찾아가기 시작할겁니다.
***
"그래서..금소협?"
"아까 금을 열심히 세던데. 우리가 이 자경단을 며칠이나 운영할 수 있겠습니까?"
***
"1년은 무리지만, 그 아래라면 너끈하니까 크게 걱정은 마세요!"
아직 스레 시작하고 계절이 하나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 정도면 충분하겠군요!
***
"좋아. 순조롭군요. 이제 자경단 돌리면서 개방 친구들을 기다려 봅시다."
가져다바친 황금이 얼만데! 언제쯤 정보가 오는 거얏!
- 죽기 싫다면 싸워 이겨라
- 자동플레이? 어림없죠~?
벌써부터 사고가 터졌나봅니다! 무기를 들고 싸우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
어이쿠야. 이게 무슨 일이래.
***
그 곳에는 잡양아치들 수십이 자경단 둘을 상대로 자강두천을 벌이고 있습니다!
자존심 강한 두 양아치들의 대결...!
한 쪽은 일반인이고, 다른 한 쪽은 수준낮은 무림인이라지만. 삼류 무인 둘로도 양아치 수십을 상대로 선전 중입니다!
도울까요?
***
"...쳇."
자경단이 선전중이다. 여기서 끼어들면 몫을 가로챘다고 화내겠지. 흑흑.
"자경단 멋지다! 꺄아!"
그래서 그녀는 바람잡이 역할로 만족하기로 했다. 자경단의 존재가 널리 알려져야 득을 볼테니까.
***
옆에서 누가 응원하자 다들 황망한 표정으로 하란을 쳐다봅니다.
아 뭐요. 뭐. 뭘 그렇게 보는데. 사람 부끄럽게 만들지 말고 하던거나 마저 하셔들!
하란이 눈을 찌푸릴 때, 자경단원 하나가 기어코 머리통에 몽둥이 일격을 허용하고 맙니다!
이런!
***
응? 머리에 한 방? 저거 괜찮은 건가?
조금 불안한 느낌이 든다. 그녀는 지팡이를 쥔 손에 힘을 주고 한 걸음씩 다가간다.
잘 싸우더니만 설마 자경단 무너지나요 아 설마 무너지나요~!
***
한 명이 그렇게 쓰러지자 남은 한 명도 위태위태합니다!
도우려면 지금 뿐입니다!
***
이건 원래 해태들이 해야 하는데. 에라 모르겠다. 그녀는 촹! 하고 지팡이검을 뽑아든다.
암만 수가 적다지만 무림인이 일반인한테 밀리다니. 믿고 맡겨도 되려나 몰라.
그녀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칼을 찔러 들어간다.
***
파앙!
검을 뽑고 내지르는 것만으로도 사람 하나가 죽을 수 있습니다!
하란, 살수를 쓰시겠습니까? 저들은 하란의 공격을 맞고 버틸만한 무림인이 아니라 평범한 일반인입니다!
***
반쯤뽑았던 칼은 다시 집어넣고....적당히 지팡이로만 때려줍시다.
***
적당히 지팡이를 몇 번 휘두르자 어느새 절반에 달하는 양아치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습니다!
이것이 일류무인의 위엄이지만, 하란은 그저 탐탁치 않은 불쾌감 뿐입니다....
그리고, 하란의 시선에는 누군가가 급히 빠져나가는 것이 잡힙니다.
흠?
다리가 이 모양 이 꼴인지라 직접 쫓을 수는 없겠지만, 신채훈이 활약할 시간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쫓을까요?
***
"신씨? 신씨! 저 자식 좀 잡아주세요!"
질투나게, 잘도 뛴다. 그녀는 도망가는 양아치에게 고춧가루를 살짝 뿌려 신채훈을 돕기로 했다. 지팡이 안에서 칼날이 고개를 밀어올린다.
***
스릉.
어지간해서는 잘 뛰쳐나오지 않는 하란의 칼이 오랜만에 세상 공기를 맛봅니다. 하란의 손가락, 그리고 검면이 부르르 떨리더니 곧 기괴한 울음소리를 만들어냅니다!
거대한 동물이 내는 울음소리를, 쇳소리로 표현한 것 같은 느낌.
들을 때 마다 항상 새로운 소리가 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소리는 귀머거리를 제외한 누구에게나 평등한 법이지요!
끄아아악!
주변에 쓰러져있는 양아치들, 그리고 평범한 주민들도 귀를 막고 고통을 호소합니다! 도망치던 놈도 어쩔 수 없이 달리다 넘어지면서 귀를 틀어막습니다.
얼레, 너무 셌나?
하란이 머리를 긁적거릴 때 신채훈은 아랑곳하지 않고 도망자의 목을 쳐 기절시키고 하란의 앞으로 끌고옵니다!
***
좀 셌나. 머쓱타드...^^ 하지만 신씨는 멀쩡해 보이니 상관없다.
"어딜 그리 급히 도망가시나. 뭐 켕기는 게 있나?"
찰칵. 칼을 다시 집어넣곤 기절한 양아치를 톡톡 두들겨본다. 찬물 같은 걸 끼얹나.?
***
찬물? 그런 것은 무림인들에게 필요하지 않습니다.
현대의 기준으로는 상남자 중에서도 상남자. 마초중의 마초. 그들보다도 더한 사람들!
신채훈은 아무렇지도 않게 칼집으로 그를 일어날 때 까지 후드려팹니다!
자연스레 그 양아치는 얼굴에 빨갛고 파란 파스텔톤으로 분칠을 한 채로 일어나 비틀거립니다.
"그, 그만...그만....말할게요. 말할게요!"
조금 불쌍해보이지만 뭐 어쩔 수 있나요!
***
"그래. 뭔진 모르지만. 빨리 켕기는 걸 말해보거라."
"만약 말하지 않겠다면 나랑 같은 방에 가둬두고 하루 종일 교룡의 울음소리를 들려주마."
***
"히...히익..."
왜인지 옆에 있던 신채훈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것 같지만, 히익이라는 소리는 눈 앞의 양아치가 내뱉은게 맞습니다!
"알...알리려고...고수가 끼어들면 자신에게 알리라고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예...예...그렇습죠...그래서..."
흠, 배후의 냄새가 솔솔 나는군요.
***
"....신씨는 왜 그렇게 놀라요?"
그거 들어도 아무렇지 않을 거면서! 아무튼 그녀는 시선을 다시 양아치에게 돌린다.
"고수가 끼어들면 자신에게 알려라! 그럼 내 다음 질문이 뭔지도 알겠구나."
그녀는 짖궂은 미소를 짓는다.
***
"그건, 그건....그건...."
그가 그렇게 말하기도 전에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옵니다.
저벅저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얼굴, 그리고 그를 호위하는 여러 무사들.
아!
장례식장에서 하란이 직접 마주한 얼굴은 아니지만, 호위받고 있는 인물을 하란은 압니다. 장례식장에서 곁눈질로 사람들을 지나쳐가며 보았을 때, 총관과 말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던 인물입니다.
대리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측근이겠군요?
"요즘 길거리가 소란스럽다하여 무슨 일이 있는지 알아보라 하였더니만...쯧쯧."
양아치는 벌벌 떨고 있습니다.
"웬 버러지가 이상한 입을 놀리려 하고 있군."
"아, 아닙니다! 저는 맹세코 그 어떤 말도!"
퍼억!
하나의 생명이 허무하게 져버렸고 신채훈은 곧바로 칼 손잡이에 손을 올려놓습니다.
"쓰레기는 치우고 살아야지. 안그런가? 자경단장? 맞던가?"
***
웅성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낮익은 얼굴이다. 낮익고 불길한 얼굴이다.
절명해버리는 양아치에 그녀는 두 걸음 물러났다. 신씨처럼, 지팡이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동감입니다. 민초에게 행패나 부리고 피를 빠는 짓은 당장 멈추게 해야죠?"
입은 아직 웃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
"그렇지. 아주 훌륭한 생각이야."
그는 쓰러져 벌벌 떨고 있는 양아치들을 보고 혀를 쯧쯧 찹니다.
"그래서 우리가 조만간 움직이려고 했는데, 그 자경단인지 뭔지가 우리 할 일을 대신해주고 있더라고. 고맙네."
탁. 포권을 취하며 예의를 차린 그는 그제서야 본심을 꺼냅니다.
"이제부터 치안을 유지하는 일은 석가장의 정당한 주인이 되실 분의 이름으로 할테니 걱정말고 가서 푹 쉬시게. 고생 많았고."
***
"저 사람 경지가 얼마나 될까요?"
속닥거리며 우선 그녀 또한 포권을 취했다. 자경단 노릇 그만두라고 그럴 수는 없지!
"우리 사람들을 모아오십시오. 가능한 한 많이. 조장급과 해태단은 무조건 와야 합니다."
삼류 자경단원에게도 언질을 준 그녀는 눈 앞의 사람에게도 말을 꺼낸다.
"호의에는 감사드립니다. 허나 이런 잡스러운 일은 저희에게 맡기시고, 대협께서는 더 큰 일을 도모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
그의 실력은 절정, 그리고 그를 지근거리에서 호위하는 자는 하란과 엇비슷한 수준입니다!
삼류 자경단원은 급히 어딘가로 달려갑니다! 저쪽에서 제지하려하지만 신채훈이 눈을 부라리자 이를 아득 갈면서 멈춰섭니다.
"껄껄. 낭자께서는 농도 지나치시군. 이 곳이 누구의 영역인데 남의 손에 맡긴단 말인가?"
낭자라?
하란은 이 단어가 뜻하는 모욕적인 뜻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이건 일부러 하는 격장지계로군요!
***
'조장들과 해태단이 온다면...해 볼 만할지도. 우선 시간을 끌어야 해.'
"남이라니요? 저 또한 2공자님 이름으로 이 일을 하는 것인데.."
그나저나 뭐? 낭자? 네 얼굴에 피가 낭자해지고 싶구나? 이런 모욕 많이 듣긴 했어도 마냥 웃어넘기기도 힘들단 말이지..
"장주 자릴 차지하려 민생따위 나몰라라 하시던 분들이 이제와서? 너무 속보이는 것 아닙니까?"
"땅 속에서 썩어 문드러진 제 다리가 웃겠군요."
***
"칼을 찬 낭자께서는 말씀도 거치시군!"
그는 오히려 껄껄 거리며 웃어넘깁니다. 화가 나는군요! 마! 내가 말이야 어! 느그 총관이랑! 어! 장례식장에서 어! 얼굴도 보고! 말도하고! 다 해쓰 임마!
하지만, 2공자를 돕는 상황에서 현재 하란의 위치는 이 정도일 뿐이란 말입니까!
"2공자는 석가장주가 아니지 않소?"
웃으며 그는 2공자의 이름을 부정해버립니다.
"이 곳은 석가장의 영역이니, 석가장의 주인이 될 사람이 다스려야지. 그리고 무릇 가본이 굳건해야 민생도 안정을 찾는 법...이런 쥐새끼들을 더 몰고 오셨구려?"
마침, 하란이 불렀던 이들이 도착했나봅니다! 해태단이 왔습니다!
***
"쥐새끼라니!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모인 해태같은 이들이올시다."
그녀는 맞받아친다.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졸하신 전 장주는 인자하신 분이라 들었는데, 그 분이 가시자마자 대책없이 싸우기나 하는 사람들이 딱히 가본을 잘 잇는 것 같진 않고...흠.."
***
"이리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니. 그리 굴어서 좋을 것은 없을 것이오만?"
상대가 드디어 불쾌감을 표시합니다!
***
"우리 솔직히 말해봅시다. 제가 가란다고 예 갑니다 하리라 기대하신 건 아니잖아요?"
2공자의 지분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전투에 목마른 오너의 괴전파가 맞물려 그녀는 저 자들과 싸움을 이미 결의한 상태였다.
"그리고 저 또한 그쪽이 말로 해선 가지 않으리라 여기고 있습니다."
***
"이리 호전적이어서는. 쯧."
그도 싸움을 피할 수는 없다고 여겼는지 천천히 허리춤에 매고 있던 검을 끌러냅니다.
"너가 저 낭자를 맡아라. 나는...손님이 기다리고 계시는 것 같으니."
신채훈은 하란에게 귀엣말로 속삭입니다.
"소저, 저 자는 제가 맡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
"암요. 저자의 호위들은 저랑 해태들이 어떻게든 하겠습니다."
그너는 등 뒤의 해태들에게 소리친다.
"이 어찌 알맞은 때입니까! 우리가 뜻을 모으자마자 저 간악한 무리가 사방을 어지럽히고 있으니!"
"악인을 가려내는 해태의 뿔로! 마땅히 저들은 가슴팍에 구멍 뚫리리라!"
***
딱히 정의롭지도, 의협심있지도 않은 사람들이지만 돈을 준 고용주가 싸우라니 일단 싸워보려는 자세를 취합니다!
"혀놀림이 제법이구나!"
그리고 사파놈들은 하란의 의기넘치는 연설에 감흥을 받은듯 칼로 화답해줍니다!
이런 경우없고 예의없는 놈들 같으니라고!
하지만 그런 끔찍한 무례와는 상반되게 깔끔하고 정돈된 일검입니다. 하란은 절뚝이면서 바로 검을 맞받아칩니다!
....다리가 불편한게 너무 크군요!
***
"흣!"
쇳덩이가 쨍 하고 비명을 지른다. 중심을 잃을 뻔 했다. 근육에 힘을 준다. 자세가 되돌아온다. 그녀는 빠르게 생각했고, 빠르게 답을 낸다. 일단 총관의 측근은 신씨를 믿을 수 밖에 없다. 우선 그의 호위를 모두 제거하는 걸 우선으로 한다.
"해태들! 무리하지 말고 붙잡아 놓는데만 집중하시오!"
그런데 어느 쪽이 더 많지? 아군? 적군? 아, 일단 눈 앞의 적부터 치우고 보자. 그녀는 내기를 끌어올린다. 단전의 내단에서 맥을 타고 화기가 흐르는 것이 느껴진다. 평소보다 더 세게!
적과 칼을 엮은 그녀는 칼날을 타고 찔러 들어가기 시작한다. 일단 한 명을 빠르게 없애버려야 한다.
***
하란은 재빠르게 주변의 상황을 파악해봅니다! 숫자는 비등! 머릿수는 한 둘 정도 저 쪽이 더 많습니다!
석가장은 본래부터 이 곳을 지배하던 자들. 끌어모을 수 있는 인력도 당연히 저 쪽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당장 수에서 크게 뒤쳐지지 않는다는건 행운일겁니다.
단전에서부터 뜨거운 기운이 올라오며 하란의 검이 앞으로 찔러들어갑니다!
허나, 하란은 다리 한 쪽이 없습니다. 그 위력은 당연 반감됩니다!
콰아아앙!
상대는 검을 들어 어렵지 않게 용진세를 막아냅니다! 공력이 꽤 실려있던 탓인지 두어걸음 뒤로 주춤거리지만 그는 곧 다시 자세를 잡습니다.
하란은 혀를 차며 수세를 취합니다. 그는 하란의 불편한 다리를 눈치채고 그 쪽을 집중해서 공략해오기 시작할겁니다. 대비하십시오!
***
마음이 조급해진다. 작전의 아귀가 맞아떨어지게 하려면 당연히 조급해야한다. 하지만 조급함에 휘둘리면 안 될 노릇이다.
"나 같은 놈에게 패배한다면 네 놈 얼굴도 꽤 볼 만해지겠구나?"
놈이 내공을 소모하게 유도해야 한다. 소모전으로 끌고 가면 질 수 없는 싸움이다. 하지만 시간이 문제야 시간이...
그녀는 방어 태세를 취한다.
***
휘리릭!
사파의 검답게 정파와는 다른 변칙적인 검로로 적의 검이 날아듭니다! 하지만 교룡린은 정면 전체를 방어하는 기술. 하란은 그리 어렵지 않게 적의 공격을 방어해냅니다!
터어엉!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찌르기. 이를 위해 하란은 고개를 살짝 피했고 곧이어 상대는 하란의 검면을 코등이로 밀어벌이면서 달려듭니다!
이런! 하란은 멀쩡한 발을 뒤로 빼며 버텨보지만, 상대는 집요하게 발기술로 하란의 다른 발을 노리기 시작합니다! 검은 여전히 맞대고 있는 상황!
이것이 사파의 무공입니다!
***
이거 참 기분이 나쁜데 실전이라서 뭐라 따지지도 못하겠고.
아무튼 저 놈의 발재간을 막을 수는 없다. 막을 수가 없다. 어떻게 막으려고? 굳이 못 하는 걸 하려고 발버둥치기보단 할 수 있는 걸 확실히 하는 게 더 낫다.
그녀는 재빨리 검날을 가로로 눕힌다. 그리고 한쪽 팔을 쭉 뻗는다. 놈의 귀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카아앙!
사실 난전에서 이런 기술 함부로 쓰면 곤란한데. 신씨와 측근은 신경도 안 쓸 테고, 해태와 호위들은 뭐...너도 나도 공평하게 한 방이겠지..괜찮겠지...
***
상대가 변칙적으로 다가오니, 이럴 때는 정공법으로 승부하는 것도 훌륭한 선택입니다. 상대가 다리를 걸고 넘어뜨리려는 순간에 하란의 검은 옆으로 뉘이면서 상대와 검을 맞댑니다.
마치 쇠를 긁어대듯이 검을 빼냈고 불똥이 튑니다!
캬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들을 때 마다 다른 소리가, 듣는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교룡의 울음이 바로 귀 근처에 터져나옵니다!
"끄으으윽!"
하란은 땅바닥에 엎어졌고, 상대는 뒤로 빠지면서 귀 한 쪽을 손으로 막고 있습니다. 휘청거리는 것이 제법 타격이었나 봅니다!
그리고 근처에 싸우고 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쨋거나 아주 잠깐이지만 기세를 끌어왔습니다! 기회입니다!
***
이크, 역시 피아 구분이 안 되니 함부로 쓰기 힘든 기술이다. 가능하면 불리한 상황을 뒤흔드는 수로만 사용하는 게 좋겠다. 가능하면 말이지....
아무튼 놈이 틈을 보였다.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바로 저 놈을 죽이든 기절시키든 전투 불능으로 만들어야 한다.
당장 바닥에 엎어진 자세지만 이럴 때도 쓸 수 있는 기술이 있지.
"하아아!"
그녀는 기합을 내지르며 검을 앞으로 쭉 내뻗는다. 검 끝에 기가 모이기 시작한다.
***
화르르르르르륵.
마치 불꽃이 모이고 용과 비슷한 무언가의 형상을 취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모인 기운은 잠시동안 검봉에 머물다가 앞으로 포효를 내지르며 쏘아져나갑니다!
그것은 화살보다도 빨랐고, 맹금의 급강하보다도 위력적이었습니다.
콰아앙!
그는 한 쪽 손으로만 들고 있던 검으로 용검세를 막으려하였으나 하란의 일격은 곧 그의 검을 부수고 가슴을 꿰뚫고 지나갑니다!
뒤의 어느 집안의 담벼락에 크게 구멍을 뚫으며 형상은 흩어졌고 하란은 지친 얼굴로 절뚝 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크륵...크르륵..."
상대는 아직 숨이 붙어있는지 피를 흘리며 무어라 말을 하고 있습니다.
"....!"
신채훈과 겨루고 있던 자는 호위가 죽는 모습을 보고 놀란듯 눈이 커지더니 손을 빠르게 놀리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신채훈이 곧 밀리기 시작합니다!
***
어느 책사가 그랬지. 전투 계획이란 전투 시작 후 5분을 가는 적이 없다고. 신채훈이 밀리는 것을 보자 그녀의 마음 속에 불안이 싹튼다. 간극에서 차이가 나는 건가?
남은 내공은 48년. 아직 여유가 있다. 어쩌지? 신씨를 도와야 하나? 계속 호위를 제거해야 하나?
"미치겠네 정말!"
결국 그녀가 택한 것은 신씨를 지원하는 것이었다. 측근이 신씨에게 집중하고 있을 때 사각을 친다!
***
그의 얼굴에 분노가 서려있습니다. 그가 쓰는 무공은 하란이 보더라도 절학이라고 해도 무방한 기술들입니다! 모용세가의 비인가전들을 잇지 않은 채훈으로서는 다급하게 간신히 방어를 하고 있는 상황. 하란이 다가오자 신채훈은 급하게 안돼! 하고 외칩니다.
그렇지만 이미 하란은 그의 사각을 향해 검을 날리려드는 상황, 그리고 하란은 자신에게 날아드는 기이한 각도의 검격을 보게 됩니다.
촤아아아악!
기술을 쓸 시간도 없이, 하란은 목을 얇게 베이면서 뒤로 넘어집니다!
"쯧!"
그리고 그는 땅을 박차며 몸을 한 바퀴 돌렸고 채훈의 검을 내리치면서 뱀처럼 미끄러지듯이 달라붙더니 땅에 발을 다시 대는 순간 한 쪽 손으로 신채훈의 옷깃을 잡고 옆으로 넘겨버립니다!
채훈은 힘으로 버텨보려하지만, 상대의 내공이 훨씬 월등했습니다!
차기 석가장주로 가장 유력한 자의 측근. 어디에서나 보이는 평범한 조무래기의 관상이지만 그가 측근이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그는 사파의 무인답게 싸울 줄 알았고 능력이 있으며 교활하기까지 합니다!
처음부터 상대가 하란이 접근해 들어오기를 위해 보여준 함정에 빠진 것이었습니다! 흑호난지평정의 발동이 취소됩니다!
"감히! 감히!"
그는 하란을 노리고 검을 내리찍어 들어갑니다! 신채훈이 급히 팔을 뻗습니다!
콰직!
그의 손에 검날이 박혀들어가고 검이 빠져나갑니다!
"큭..."
채훈은 다른 손으로 검을 고쳐잡고 하란이 일어설 수 있을 때 까지 자리를 지킵니다!
하란!
당신의 장점은 압도적인 무력이 아닌, 지능과 전략에 있습니다. 부디 이를 잊지 말아주기를 바랍니다! 상대는 정정당당한 정파의 무인이 아니라, 온갖 풍파와 사투를 경험해온 진짜배기 사파 무인입니다!
***
?
뭐야.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이게 절정 무림인...? 그녀는 뒷골이 섬칫해짐을 느꼈다. 손바닥으로 목을 훑으니 뜨뜻한 것이 묻어나온다.
"이런...미안합니다. 제가 괜한 짓을."
그녀는 서둘러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자신의 본분을 깨닫는다.
"정말 미안합니다. 조금만 더 버텨 주십시오. 호위들을 모두 죽이고 해태들과 다시 오겠습니다...망할.."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답지않게 이런 실수를 하다니! 이 싸움에서 만약 패배한다면 그건 다 나 때문이야! 죄책감이 어깨를 누르지만 망설일 틈이 없다. 그럴 시간마저 허용하지 않게 상황은 급박했다.
그녀는 해태와 싸우고 있는 다른 호위를 향해서 다가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동시에 전세를 파악한다.
***
전력은 백중세입니다! 하란이 하나 끼어드는 것으로 분명 전황은 유리하게 바뀔겁니다!
문제는, 아무리 이 전황이 나아져도 저 측근을 쓰러뜨리지 못하면 저 측근이 모조리 이 길거리를 피로 물들일거라는 사실이지만요!
"어딜 가느냐!"
그는 하란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신채훈이 그 앞을 가로막습니다!
***
'일단 해태들을 최대한 보존해야 해!'
뭐가 되었든 이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당장 싸움에 뛰어들어 판을 뒤집어야 한다.
그런데 그 다음은? 일류 무림인 여럿과 상처입은 절정 고수 하나로 저 자를 어떻게 이기나?
어떻게? 어떻게!!
***
하란의 뉴런은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레볼루숑!
압제자로부터 해방되기 위한 뉴런들의 난!
그러니까, 아무 생각도 안떠오른다~이 말입니다.
***
일단 해태랑 싸우고 있는 호위 아무나 골라서 기습 협공을 가합니다.
***
하란의 검이 앞으로 찔러들어가고 적 하나가 쓰러집니다!
"살수를 그리 쉽게 쓰다니!"
정작 자기들도 남 불구만드는 무시무시한 검격들을 내보이고 있으면서 뭐가 문제라는건지 원! 하란은 침착하게 해태단원 하나와 등을 맞댑니다.
다리가 불편한 하란으로서는 뒤를 보호해줄 사람이 필수적이니까요!
***
"좋아. 우리는 둘이군요. 둘이서 하나를 조지는건 나름 쉬운 일이겠죠."
"우리가 여기서 한 사람을 더 조지면, 다른 해태들도 둘 씩 짝지어 적 하나를 간편히 죽일 수 있을 테니, 그 연쇄반응을 일으켜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이른바 부분적 수적 우세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아군 5명과 적 5명이 5개의 1대1로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을 때, 적 하나를 잽싸게 죽이면 2대1 하나와 1대1 셋을 만들 수 있다. 두 명이서 한 명을 죽이기는 쉽다. 그렇게 하나를 더 죽이면 2대1 둘과 1대1 하나를 만들 수 있다. 마치 나란히 세워둔 나무도막이 줄지어 쓰러지듯.
그녀가 첫번째 호위를 죽임으로서 연쇄는 시작되었다. 이제 이 연쇄를 가속시킬 일만 남은 것이다.
***
콰드드득.
뒤 쪽으로 돌아가 적을 급습하자 또 다른 하나가 쓰러집니다!
"더 빨리!"
채훈이 다급하게 외칩니다.
서걱!
신채훈의 앞섬과 귓볼이 잘려나갑니다!
***
"혼자인 이는 눈 앞의 적을 붙드는데 집중하시오! 2인1조로 짝을 지은 이는 혼자인 이를 빠르게 지원하시오!"
그녀는 큰 목소리로 외친다. 신씨의 외침이 그녀의 마음을 덜컥 내려앉게 한다. 제발 생각나라 생각나! 필승의 방법!
***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만 같습니다.
힘을..원하는가...?
필승의 방법, 그것은 단 하나 뿐입니다.
저 측근을 쓰러뜨리면 됩니다. 하지만 그는 신채훈을 밀어내면서 하란마저 쓰러뜨릴 수 있는 강자!
그렇다면 아주 기초적인 차륜진으로나마 시도해보는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이게 성공 확률이 낮다는걸 하란도 알고 있다는 것이지요!
합격진도 맞춰본 적 없는 이들이 함께 차륜진이라니! 그렇지만 '필승'을 위해서는 이 방법 말고 없습니다!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 차륜진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나. 지난주 안 한 것까지 지금 굴러라 뉴런
***
뉴런들의 노랫소리가 들리십니까...?
아아...
압제자의 말로란...
***
"서둘러 호위들을 마무리하고 저 놈을 둘러싸라! 차륜진이다!"
말은 차륜진이지. 한번 합도 맞춰보지 못한 사람들로 차륜진을? 차라리 해태들을 제물로 삼아 신씨에게 틈을 만들어주는 게 낫지.
꼭 저 자를 죽이는 게 승리만은 아니지만, 쫓아내든 설득하든 일단 무력의 우위는 점하고 들어가야 한다!
***
마침, 하란의 도움으로 적은 측근 혼자 남았습니다!
측근은 이를 악물고 신채훈을 몰아붙입니다.
촤악...!
검이 휘둘러지고 신씨의 가슴이 얕에 베이며 피가 흐릅니다. 신채훈은 몇 발자국 물러나서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하란의 명령에 차륜진을 펼치기 위해 일단 해태단의 포위를 합니다만, 하란의 눈에도 너무 엉성합니다.
젠장!
***
그 때 머릿속에서 작은 생각이 떠오른다. 통할까? 안 통할 것 같은데? 에이 젠장. 지금 뭐라도 안 하면 죽도밥도 안되겠네. 하자!
"3공자! 3공자는 지원을 약속했는데 지금 어디서 뭐 하는 거야!"
그녀는 자기 옆의 해태를 보고 다그친다. 이 사람이 눈치껏 알아먹어야 할 텐데..
"또 어디 기루에서 술 쳐먹고 있는 거야 뭐야! 빨리 가서 데려오세요!"
아아 교룡님 하늘에 계신 스승님 저를 도와주세요.
***
측근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신채훈을 몰아칩니다!
하란의 방법이 먹혔는지 안먹혔는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
그녀는 아까 말 걸었던 해태를 데리고 살짝 뒤로 빠진다.
"한 번 말할테니 잘 들으시오. 질문하지 마시오. 3공자가 오는 것처럼 저쪽 가서 깽판을 치시오. 여기서도 미친놈이다 지르는 소리가 다 들리게!"
***
해태단원들은 끽해야 일류 무인입니다!
절정 무인인 3공자의 깽판을 마땅히 흉내낼 수는 없습니다!
***
저자가 자기의 야바위를 믿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 다급한 상황에 별 기대는 않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 생각해보았다.
***
하란의 말을 측근이 믿게 하기 위해선 실재하는 위협이 필요합니다.
단순한 말로는 수십년 동안 석가장을 위해 칼에 피를 묻혀온 절정 무인의 감을 속일 수 없습니다.
측근은 현재 근처에 신채훈을 제외한 그 어떤 절정 무인도 없다는 것을 기감을 통해 알고 있는 상태이고 절정 무인이 아니라면 그를 막을 수 없으니 하란의 계략에 오히려 코웃음 치고 있는 중입니다.
즉, 야바위를 믿게 하기 위해선 또다른 절정 무인이 주위에 얼쩡거려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건 조언인데, 하란 같은 경우에는 상대방들을 '현대의 일반인'으로 기준을 두고 작전을 짭니다. 하란 스스로에게도 말이죠.
상대나 하란이나 평범하게 30분 달리면 지치고, 무기 오래 들고 있으면 팔이 아프고 그러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절정 무인은 혼자 자동차를 머리에 이고 달릴 수 있고, 일류 무인이면 자동차 정도는 깔끔하게 베어낼 수 있습니다.
이 것에 맞춰서 작전을 다시 짜보세요! 원칙적으로 이 세상은 레스주들에게 유리합니다.
***
에라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
모두가 예상하는대로, 없습니다...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럴 때 우리는 하나의 방법을 고집하기 보다는 새롭게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
뉴런들은 그들의 여왕에게 만수무강을 빕니다!
어떻게...어떻게 해야할까요.
차륜전? 지금 이 꼬라지를 보고 차륜전이 성공할거라고 생각하는 머저리는 캡틴밖에 없을겁니다!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합니다.
필요한 것. 필요한 것. 필요한 것!
도화전을 사용하는 방법이 가장 유력합니다. 이 방안을 채택할까요?
지갑전사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십니까?
현금과 현금이 만들어내는 막대한 힘으로 적들을 찢어발기는 이 시대 최고최강최흉의 전사들입니다.
그리고 하란은, 그들과 마찬가지로 막강한 도화전의 힘을 빌어 저 상대를 이길 수도 있겠지요.
부상을 입든 말든 신경쓰지 마십시오!
'금창약' 이면 모든게 괜찮아집니다!
***
화가 난다. 내가 겨우 이 정도였나? 신씨는 저렇게 죽도록 싸우고 있는데 나는? 뒤에서 노닥거리고 있다.
"이 망할 놈이 남의 일에 끼어들어선....!"
이러면 안 되는데. 이성이 마비되는 것 같다. 하지만 생각도 전에 몸이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
배후를 공격해 들어갑니다!
터엉!
"흥, 다리도 하나 없는 계집이 뭘 할 수 있다고...!"
그러자 채훈이 앞으로 빠르게 검을 날려듭니다.
"이 놈이!"
신채훈이 뒤로 크게 물러납니다!
...신채훈에게 무얼 해줘야 그가 이길 수 있을까요?
***
신씨에게 소금창약을 써줍니다?
***
소금창약을 이용해 회복한 신채훈입니다. 하란까지 가세하자 백중세에 도달합니다!
...그렇지만 아직 여전히 무언가 부족합니다.
하란, 스스로의 무력을 상승시키는 것도 분명 매우 훌륭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하란을 돕는 이의 무력이 상승하는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스승님은 말씀하셨다. 남을 부강하게 하는 자는 패망한다고. 그럼에도 스승님은 그녀를 거두어 부강하게 하였다. 냉혹함과 순진함이 공존하는 기묘한 인간상이었다.
주변인을 강하게 하는 것. 최상책은 아니지만 차선책은 될 수 있다. 자신이 달리지 못한다면 옆의 사람을 달리게 하고 자신은 업히는 것도 방법 중 하나일 테니까.
그렇게 달리던 사람이 자신을 내동댕이치고 더 업히는 것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며 관계가 뒤집힐 수는 있겠지만, 어느 길에나 위험부담은 있는 법이다. 중요한 건 부담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해소할 방법 아니겠는가?
***
소환단 하나를 구매합니다!
***
"신씨! 받아요!"
갑자기 주머니가 불룩해져서 손을 대보니 출처불명의 소환단이? 그녀는 영문도 모르고 그것을 신씨에게 던진다.
***
하란은 급하게 소환단을 신채훈에게 던집니다. 신채훈은 놀랍게도 그걸 입으로 받아...그대로 꿀꺽 삼킵니다.
지금부터 아주 잠시간의 시간이 신채훈에게 필요합니다.
어떻게해서든 총관이 신채훈을 공격하지 않도록 만드십시오!
***
버텨라 조금만 더 버티면..!
"모두 쳐라!!"
어설프게 합격진 비슷한 걸 치고 있는 해태들에게 소리치면서 검을 치켜든다. 어떻게든 저 놈을 붙잡아야 한다. 사람 몇이 죽는 한이 있어도.
***
한 꺼번에 와아! 하고 달려듭니다. 하란은 제일 늦었고 해태단 중 키가 큰 자가 제일 빨랐습니다.
그리고 그는 달려들자마자 칼에 베여 쓰러집니다!
"이런 잡스러운 것들을 데리고 나를 막겠다고?"
그는 명백한 비웃음을 입가에 달고서 신채훈을 향해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갑니다.
"...꼬, 꼭 싸워야 되는거유?"
돈을 보고 무력을 팔겠다한 사파인들이 바로 해태단입니다. 그들 동료가 너무나도 쉽게 쓰러지자 그들이 동요하기 시작합니다.
조금만 더 피해가 커지면 그들은 도망칠겁니다!
***
뉴런아 저 자를 어찌 막을꼬
***
하란은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3초 뒤에 검을 맞을지도 모른다면 적을 지금 상대해서 압도적으로 이기는 방법같은건 없다는걸 하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해야하는 것은 해태단이 동요하지 않도록 그들의 사기를 끌어올려주는 일입니다.
물론 무림인들에게 저 놈은 혼자고 우린 다수다! 라는 말은 잘 통하지 않는 편이니.
신채훈을 믿어보라고, 거품을 섞는 것은 어떨까요?
거짓은, 적에게 먹히지 않지만 아군에게는 먹힐 때가 있기 마련입니다.
***
그녀는 말을 되는대로 내뱉기 시작한다,
"이보쇼들! 저 사람이 누군줄 아시오?! 요녕제일검의 직계란 말이오!"
"아까까지만 해도 저 놈과 맞서며 버티는 실력을 보지 못했소? 지금 영약을 복용한 상태니 우리가 조금만 더 버틴다면 능히 승리할 수 있소!"
"아니, 그리고! 여기서 꽁지 뺀다고 살 수 있을 거라 생각 마라! 자기 자손을 내팽개치고 도망친 놈들이라고 요녕제일검이 살려줄 것 같으냐! 죽기 싫으면 싸워 이겨야 한다!"
***
하란이 했던 말 중에서 가장 유효했던 것은 바로, 요녕제일검의 직계라는 단어였을 겁니다.
총관의 측근마저 흠칫헀으니까 말이지요!
"요, 요녕제일검? 모용세가의?"
해태단원들은 잠깐 술렁이더니, 사기충천해져서 다시 맞서기 시작합니다!
정확히는 여기서 도망쳤다간 닥쳐올 모용세가의 보복이 두려운 것이겠지만요! 하란은 자신만만한 미소로 측근을 쳐다봅니다. 그는 이를 악물고 하란을 노려보고 있습니다.
움찔.
그리고 왜인지 신채훈이 부끄러워 하는 것 같은데 기분탓이겠죠!
***
"막아! 막아!"
조금만..제발 조금만 더 교룡님 제발!
***
당신의 내공, 10년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
그러면 받아라 용검세! 계속 몰아친다!
***
차그르르르륵! 측근은 검을 옆으로 흘러넘기면서 발재간을 부리려했지만 해태단의 놀라운 육탄공세로 하란은 꼴사나운 일을 면했습니다.
그리고, 화악 느껴지는 강대한 기운!
모두가 뒤를 돌아봅니다.
신채훈이 눈을 감은채 서서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싸움의 끝이 보입니다!
***
"그가 일어난다! 우리가 이겼다!"
"쐐기를 박아라!"
***
해태단원 중 한 명은 팔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신채훈은 소환단의 내공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데 성공합니다!
그가 눈을 뜨자 오묘한 현기가 일대를 잠식합니다. 절정의 극에 다다른 자들만이 보일 수 있는 압도적인 공능!
파아앙!
신채훈은 하란을 향해 검을 날리는 측근을 향해 뛰어들어 검을 휘두릅니다!
하란은 드디어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니면 좀 더 무리를 해볼까요?
***
조오오았어! 모험과 도박은 불리할 때 시도하는 것. 승기를 잡은 상태에서 굳이 무리할 이유는 없다. 그녀는 방어 태세를 취하며 뒤로 물러난다.
그러고보니 누가 팔이 잘린 것 같은데. 뭐 어때. 다리 잘리고 이 짓 하는 사람도 있는데...
***
까가가강!
절뚝거리는 다리지만 하란은 간신히 균형을 잡습니다. 무공이 뛰어난 덕분일까요, 하란의 실력이 격전 중에 꾸준히 상승한 결과인걸까요?
"흐압...!"
하란이 시간을 벌어준 시간에 맞춰서 하란이 옆으로 넘어지다시피 빠지자 그 위로 채훈의 강력한 일격이 날아듭니다.
쾅!
공성추가 성문을 두들길 때 나는 소리가 이러할런지. 하란의 수법과는 정반대로 호쾌하고 너무 큰 소리입니다. 순간적으로 귀가 먼 사람들도 있는지 흐르는 피를 보고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크흘..."
측근은 우물거리더니 퉷. 하고 피가 섞인 침을 뱉어냅니다.
승기는 우리 쪽에 넘어온 상황이라지만 아직 방심할 수 없습니다. 상대는 교활하고 경험많은 사파의 무인입니다.
"이럴 때 도망친다면 목숨이야 부지하겠지만 저기 쓰러져있는 아가씨와 같은 꼴이 될 것 같군."
그가 킥킥 웃으며 중얼거립니다. 무언가를 눈치챈 신채훈이 표정을 굳히고 하란의 앞을 가로막습니다.
***
"포기하지 마. 다리 하나 팔 하나 없어도 검은 잡을 수 있을테니."
짐짓 뭐라고 말하면서 그녀 또한 신씨처럼 뭔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럴 때 도망친다면 목숨이야 부지하겠지만 저기 쓰러져있는 아가씨와 같은 꼴이 될 것 같군....그럼 그 꼴이 될 바에야 동귀어진하겠다는 거냐!
그녀는 허둥지둥 다시 일어나 자세를 잡았다. 저 자식 또 무슨 짓을 하려고! 다시금 화기를 북돋는다. 센 거 한 방이 날아올 것 같다.
***
하란의 직감은 정확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말했다시피 '교활하고' '경험많은' 사파의 무인입니다!
촤악!
그의 발목이 이상하게 꺾이면서 착지하더니 놀랍게도 그대로 관성과 탄성을 이용해 몸을 바닥에 쓸다시피 누워 회전합니다!
"미친!"
신채훈마저도 당황합니다!
화아악!
모래먼지가 짧은 순간 하란과 신채훈의 눈을 가리고 옆 쪽에서 짙은 혈향과 뜨거운 액체가 튀어오릅니다.
쉭...!
뒤에선 그르륵, 하고 숨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흐..."
그리고 뒷통수에서 느껴지는 따끔따끔한 살기. 하란은 방어자세를 취한채 몸을 옆으로 최대한 날렸습니다.
핏....!
옆구리부터 가슴과 어깨께까지 적의 검이 훑고 지나갔고 뜨거운 고통과 함께 하란은 쓰러집니다! 잘리지는...잘리지는 않았습니다만...!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하란의 눈에 신채훈의 검이 적의 검을 쳐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하란이 미리부터 방어를 하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신채훈이 늦지 않게 대응한 덕분에 반신불수는 면했습니다.
모래먼지가 천천히 걷히기 시작하자 신채훈은 그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 시작합니다!
적은 아까와는 다르게 상당히 내공을 소모한듯 밀리기만 합니다!
하란의 내공도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
"으...끅...젠장.."
그나마 해태들이 죽어갈 때 단장은 뒤에서 손가락만 빨았잖소! 하는 소린 들을 일 없을테니 다행이다. 하마터면 평생 침대 위에 누워있다 죽을 신세가 될 뻔 했다.
그녀는 상처를 부여잡고 상체를 힘겹게 일으킨다. 신채훈이 일방적으로 몰아치는 형국이다. 그럼 해태들은? 얼마나 죽고 얼마나 다쳤지?
***
단 한 명도 살아남은 이가 없습니다!
하란은 큰 부상을 입었고 신채훈도 이번 싸움이 끝나면 한동안은 정양해야 합니다.
퍼억!
채훈의 장이 적의 명치를 강타합니다!
***
"어처구니가 없구만..!"
떼몰살이라니! 그녀는 조금이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신채훈이 없었다면 그녀 또한 살지 못했으리라.
아무튼 계속 앉아있을 수는 없으니 또 다시 일어난다. 넘어져도 일어나는 오뚜기 하란! 칼을 굳게 쥐고 계속 둘의 싸움을 주시한다.
***
한 번에 쫙 빠져버린 피 때문에 시야가 조금 어질어질하지만 둘의 싸움을 끝까지 지켜봅니다.
퍼어어억!
신채훈의 다리에 강렬한 각이 날아들었고, 그대로 신채훈의 검이 목을 길게 그으면서 그는 쓰러지고 맙니다!
스으윽.
그의 몸이 허물어지는 걸 보는 동시에 하란의 눈도 감깁니다.
***
저는그
만정신
을잃어
버리고
만것이
었습니
다.
***
하란은 정신을 차립니다! 덜렁거리던 살들은 깔끔히 봉합되었습니다. 몸에 여전히 힘은 없고 피로하지만 무공에 분명한 성취가 있습니다! 그리고 총관의 측근. 그것도 절정의 무사를 물리쳤습니다! 희생은 컸으나 하란은 이제부터 석가장이 위치한 강서~호남 사이 일대의 치안을 틀어잡습니다!
"오. 일어났나."
그리고 깨어난 하란을 반기는 것은 신채훈과 금소협. 마지막으로 2공자입니다.
- 산음로 대소동
- "ㅅ..스승님?!"
헛소리를 하며 깨어난 그녀는 머쓱해졌다. 난 또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온 줄 알았지.
"뭐, 신씨가 잘 있는 걸 보니 우리가 이긴 것 같네요."
많은 걸 배웠던 싸움이었다. 특히 자기가 아직 애송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더 많이 배우고 경험을 쌓아야 진정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이긴 거 맞죠?"
사실 아직 정신이 흐리다. 그녀는 했던 말을 또 한다.
***
신채훈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고 금소협은 뭐라 말을 하고 싶은데 옆에 있는 누구 때문에 말을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주인공 2공자는 하란의 말에 대답합니다.
"그래. 이겼다."
....도와주지도 않던 놈이 뭔 일이래.
"그리고 도움이 필요하다."
첫번째 대사건의 분기가 시작됩니다!
히야...드디어...드디어...진행률이 50%를....(주르륵)
***
"드디어 저희와 뭔가 해 보실 생각이시군요. 영광입니다 공자님."
전까진 잡아먹을 듯 굴더니, 이번 일로 어느정도는 그녀를 믿게 된 것 같다. 좋은 일이다. 목표에 또 한 걸음 나아간 셈이다.
"어떤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
"...일단 주변 사람들부터 물리도록 하지."
신채훈과 금소협은 어깨를 으쓱이곤 밖으로 나갑니다.
"나를 그 일을 빌미로 끌여들였으니 잘 알 터. 내 연인의 이야기는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
하란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구출에 실패했다. 남쪽으로 오려던 길이 막혀서 어쩔 수 없이 북쪽으로 향했다더군. 그녀를 이 곳으로 데려와야 한다. 감숙에 말이다."
아니 감숙이라니! 완전 정반대인데요!
***
"이 저택 어딘가에 계실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설마 여기서 감숙까지 또 걸어가야 하는겨? 으아악! 그녀는 마음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해야 하는 일이지만 걷는 건 너무나 힘든 일이다...
"일단 믿을 수 있는 정보통을 수배해놨습니다. 근래 사건에 대한 정보는 모조리 긁어모으라 일러두었습니다."
"혹여나 연인 분의 것으로 짐작되는 정보를 받으면 즉시 공자님과 공유토록 하겠습니다."
혹시나 연인의 정보라고 곧대로 말하면 사실 연인에 대해서 알 사람은 다 안다! 하는 느낌이라 말을 돌려서 했다.
"헌데 그 분은 감숙 어디에 계신지 아십니까? 설마 확실한 보호 없이 그저 호위 한 명이랑 여관방을 전전하고 있다면..."
***
2공자는 침묵합니다.
.....진짜 확실한 보호없이 호위 한 두 명이랑 여관방을 전전하고 있다고? 정말로?
***
"....빨리 회복해야겠군요."
하란의 상상은 현실이 되고..불길한 예감은 항상..
"그리고 길이 막혔다 함은, 혹시 누군가가 연인분을 노려 쫓고 있다는..?"
***
"...그녀의 본가 쪽에서 사실을 알아차리고 그녀를 유폐하고 있었다. 신임할 수 있는 이들을 보냈고 그들이 구출까지는 성공했지만...강서궁문의 추적이 집요하다."
놀라운 일이군요! 강서궁문이 정파 88문의 말석 중 하나라고는 하나 엄연히 문파! 석가장의 일부중에서도 일부라고 할 수 있는 2공자의 개인 세력만으로 그들의 감시를 뚫고 구출해냈다니!
"강서궁문이 무림첩을 돌리려고 하는 모양이다. 무림첩이 돌고 무림맹 또는 감숙의 명문이 한 둘이라도 나서기 시작한다면 끝장이네."
만약 그대로 연인이 감숙에서 붙들린다면...2공자는 더 이상 가망이 없습니다!
외세에 휘둘리는 자를 어찌 가주로 올리겠습니까?
***
"곤란한 상황이군요..."
정파인은 사파인들처럼 삭삭 썰어버리기가 마뜩찮다. 죽이는 것 자체는 그렇다 쳐도 그 이후에 찾아올 후폭풍이 신경쓰인다. 그곳으로 가면 분명 강서궁문을 필두로 한 무림인들과 맞서게 될 텐데 이걸 어쩌나.
"우선 저는 회복에 전념하겠습니다. 몸이 다 낫는대로 곧장 감숙으로 향하도록 하겠습니다."
***
2공자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
"....."
아직도 정신이 멍하다. 뭐라고 말을 하려는 것처럼 입을 달싹이던 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는다. 당연히 죽은 건 아니다.
***
휴식을 취합니다...
***
하란은 끄응. 하고 자리에서 상체만을 간신히 일으켜 세웁니다.
꼭 온 몸이 한 번 찢어졌다가 붙은 느낌입니다. 화끈화끈한 격통이 몸 곳곳에 남아있지만 다행히 참을만 합니다.
2공자는 떠나고 신채훈과 금소협만이 남아있습니다. 신채훈의 동공은 떨리고 있고 금소협은 잠시 고민하더니 동경(거울)을 가지고 하란에게 건네줍니다.
헉...설마? 설마? 하란은 격전의 와중에 자신의 어여쁜 미모가 망가진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휩싸인채로 동경을 쳐다봅니다.
그 곳에는.
하란과 똑닮은 옅은 붉은 빛의 머리카락과 눈을 가진 사람이 있었습니다.
???????
축하합니다!
그간의 경험과 조건의 충족으로 교룡심법과 교룡검법이 6성에 올라섭니다!
교룡심법
- 6성 화룡주 : 눈과 머리색에 붉은 빛이 감돌기 시작하며 불꽃에 입는 피해가 절반으로 떨어진다.
교룡검법
- 6성 화룡포 : 검을 일직선으로 내지른다. 화火의 기운이 담긴 내공은 유형의 기운이 되어 적들에게 타격을 입힌다.
***
"왜..왜 그런 눈으로 쳐다봐요?"
그녀는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눈도 그렇고, 머리카락이 꼭 북적들처럼 붉게 변해버린 것이다.
"아니, 내 머리가, 내 눈이, 이게 무슨..."
이 변화가 비급의 영향이라는 걸 깨닫기까진 그녀에게 약간 시간이 필요했다.
"이거 피가..덜 씻긴 건가요?"
***
금소협과 신채훈의 침묵으로 하란은 이게 진짜 현실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내가 색목인이라니!
내가 색목인이라니!
***
내가 색목인이라니! 충격에 빠진 그녀는 일 이야기를 함으로서 현실에서 도피하기로 했다.
"2공자님이 말하기를, 감숙에 가서 요인을 구출해 오랍니다. 원래 그 쪽에서 오려다가 길이 막혀 못 오고 있다 합니다. 아직 잡히진 않았지만 강서궁문의 추격이 집요하며, 강서궁문에서 첩을 돌리기라도 하면 돌이킬 수 없을 겁니다."
생각해보니 묘하네. 강서궁문과 장강검문의 구원이 원래의 목적 아니었나? 뭐, 모용세가의 영향력 투사의 발판을 마련하는게 궁극적 목표긴 하니까. 괜찮으려나..괜찮겠지...
***
"강서궁문을 말입니까? 그들은 상대하기가 지극히 까다로운 자들인데..."
금소협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합니다.
"금소협의 말대로, 강서궁문이 정파 88문 중 말석이라지만 그들의 포위망은 무림일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평상의 무림인들과는 다르게 활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탓에 쉽지 않을겁니다. 거기다가 모용세가인 우리가 갔다가 들키기라도 한다면..."
모든 명분을 잃게될거고 모용세가에서는 하란이랑 관련없다고 주장하게되겠지요...
***
"저도 그게 고민입니다. 이 곳에 오기도 전에 개방도들이 이미 절 알아보던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해 봐야겠습니다."
교전을 회피하고 거부하면서 정체를 들키지 않는다. 뒷공작을 부려서 요인을 빼낸다. 말은 쉽지. 그러다 보니 자그마한 이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마침 여름이군요. 습하고 비가 자주 오니 눈곱만큼은 다행입니다. 아교가 녹고 활이 늘어질테니."
말 그대로 눈곱만큼 다행이다. 무림인이 쥔 활인데 습기 좀 먹었다고 못쓰게 될 일은 없을 것이다.
***
금소협과 신채훈은 생각하지 못했다는듯 손뼉을 짝 칩니다.
"생각하시는게 마치 관군의 장수들같으십니다."
약하긴 하지만 효과는 없지 않을거라고 하는군요. 갑자기 오버테크놀러지 적인 활과 화살이 나타날리는 없으니까요!
***
아니 이게 먹힌다고? 감사합니다 킹성계 당신이 옳았어..
"아무튼 상황을 되짚어보면, 우리는 정체를 들켜선 안 된다. 가능한 한 교전을 피해야 한다. 쓸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다."
"최대한 신속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말입니다. 빌어먹을. 보법을 배워놓던가 해야지."
그러고보니 개방과...아니 개방은 강서궁문이랑 싸우려고 할 것 같지 않은데. 그렇다면?
"2공자의 수하로 위장해서 하오문과 은밀히 접촉하면 어떻겠습니까? 이 일이 우리 단독으로 이룰 수 있는 일 같지는 않습니다."
***
"하오문 말입니까...?"
신채훈은 떨떠름해합니다.
이 사람들 이래뵈도 정파인이라구요!
***
"정파인의 탈을 쓰고 강서궁문과 싸울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특히 저는 눈에 너무 잘 띄지 않습니까."
얼굴 예쁘다고 자뻑하는 건 아니고. 다리 말여 다리!
"아니면 감숙은 한창 축제 중이라던데 탈을 쓰고 광대 노릇을 하며 숨어봐도 좋겠군요. 셋 다 몸 쓰는 일은 잘 할테니까요."
광대는 다리 하나 없어도 어색하지 않을 기분이다.
***
하란의 말에 둘은 난색을 표합니다.
명실상부 명예와 근육을 부르짖는 정파인들답게 이런 모략과 음모의 세상에서는 한없이 나약해지기 마련이지요!
금소협은 경제, 신채훈은 무력이라면 음모와 모략은 하란의 영역입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
"아니면 차라리 이렇게..."
그녀는 뭔가 생각났는지 멀쩡한 한쪽 종아리를 뒤로 접었다.
"다리가 둘 다 없는척을 해볼까요. 저랑 싸우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다리만 노리는 것처럼, 누군가 저를 찾는다면 얼굴도 인상착의도 내팽개치고 다리 하나인 사람만 죽어라 찾지 않겠습니까. 그건 바꿀 수 없는 특징이니."
"추적자가 '미사하란은 외다리다' 라는 생각에 매몰될테니 쉽게 속일 수 있을지도요. 정파인이 설마 제 치마를 들추라고는 하지 않겠죠."
***
신채훈과 금소협은 좋은 의견이라고 대답합니다!
그렇지만 아직 문제는 남아있습니다.
신채훈은 절정의 고수. 정파에서는 나름 이름과 명성이 있는 인물에 속합니다.
...이럴 때 모용세가에 도움을 청해보는건 또 어떨까요?
***
아마 그녀 다음으로 식별키 쉬운 사람이 신씨다. 이 문제도 해결해야하는데..
"금소협, 이번엔 소협이 요녕에 다녀올 수 있겠습니까? 저는 지금 너덜너덜하고, 신씨 또한 정양이 필요하니. 가서 신씨의 신분을 숨기는데 지원이 필요하다고.."
***
"그것만으로 충분하겠습니까?"
한 번 정도는 하란이 직접 모용세가에 보고를 올리는걸 금소협이 추천합니다.
***
"제가...직접?"
여기서 요녕까지 가기도 힘들고. 뭣보다 어르신 무섭단 말야... 하지만 잠깐 고민하던 그녀는 한숨을 쉬면서 그리하겠다고 말합니다.
***
한동안 호남 강서 붙박이 신세였던 하란은 드디어 대면보고를 위해 요녕까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안휘성을 넘어가는 과정에서 좋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하란은 길을 가다가....
1. 귀여운 댕댕이를 봐서 기분이 좋아졌다.
2. 귀여운 야옹이를 봐서 기분이 좋아졌다.
3. 돈을 주워서 기분이 좋아졌다.
4. 잘생긴 남자를 봐서 기분이 좋아졌다. 왜인지 신채훈은 기분이 나빠졌다.
선택해주세요!
***
떼! 껄! 룩!
***
떼-껄-룩
고양이는 그냥 하란이를 쳐다봅니다. 만져도 봅니다!
꺄악! 커여워!
하란의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왜인지 행운이 따를 것 같군요!
여정에서 긍정적 다이스값이 1 늘어납니다!
그런데!
다이스는 하란이 미운가 봅니다.
감히 나는 없는 떼껄룩을 봐! 나만 고양이 없어!
산길을 걷는 와중에 왜인지 이상한 낌새가 느껴집니다...
***
"지금..저만 이상한가요? 뭔가가 지금.."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
왜인지 음산합니다!
오늘은 납량특집이라도 되는걸까요? 여기저기서 음산한 배경이 펼쳐지는군요!
"산음로군요."
신채훈이 중얼거립니다.
그게 뭔데 씹덕아!
"...그렇게 보지 마십쇼. 산음로라고 해서, 산길을 걷는 와중에 갑작스레 나타나는 음기가 강한 길입니다. 특정한 장소에 있는게 아니라 떠돌아다니듯 여기저기서 나타나니, 귀신들의 집합체라고 하기도 합니다."
신기한걸 알고 있군요.
"귀신이요? 그런게 어딨어요. 죽어서 떠돌아다니는 망령들이 뭐가 무섭다고. 니들은 이런거 못하지?"
금소협이 어린티를 내는군요! 뭔가 괴상한 몸짓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장난을 치는 동시에 신채훈의 목소리가 겹쳐들려옵니다.
"이상한 짓만 안하면 얌전히 지나갈 수 있을겁니다. 가령 귀신들을 도발하는 행위. 그러니까 난 살아있는데 니들은 죽어서 이런거 못하지? 하면서 놀리는 것 등이 있겠군요."
그리고 하란과 신채훈은 금소협을 쳐다봅니다.
"아..."
"하........."
***
"별 신기한 것이 다 있군요. 귀신길이라..."
몸에 오한이 드는 기분이라 손바닥으로 팔을 문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녀는 ㅇ되었음을 알게 되었지. 금소협 때문에..
"또 하나 배우셨군요 금소협. 산음로에서 나대면 안 된다."
***
왜인지 누군가가 낄낄 거리며 웃는 환청이 들려옵니다.
실화냐?
"아니...귀신같은건 원래 잡귀들이라서..."
독실한 부디스트인 금소협이 뭐라 변명을 하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습니다. 볼기짝을 칠 수 없다는게 유감이군요!
"...그런데 생각보다 별 일이 안일어나는군요. 보통 새카맣게 안개가 몰려오는데..."
평온합니다.
왜째서?
***
어디 두고보자 금소협. 볼기짝을 확...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금방이라도 귀신들이 낄낄거리며 덮칠 분위기였는데. 왜 평온하지?
"여의주 때문인가."
그녀는 작게 웅얼거렸다.
***
정답입니다!
어찌 감히 잡귀들 따위가 용이 있는 곳에 오고말고 하겠습니까?
그냥 안개만 뿌려서 자신들의 존재감만 내뿜고.....
생각해보니까 괘씸하네요. 쫄보들 주제에 감히 여의주를 지닌 인간 용용이 길을 막아서!?
선택하십시오!
1. 이 쫄보놈들을 데려다 강제로 천국(불교)로 보내준다.
2. 쫄? 쫄? 쫄?
***
네놈들은 강제 성불이다 인도환생하거라
***
인도인으로 환생하라니...좋은..건가?
아무튼 하란은 이 놈들을 성불(물리)시켜주기로 결심했습니다!
"어...진짜 하실겁니까?"
쫄?
신채훈은 그 말을 듣자마자 발작하듯 자기가 앞장서겠다고 합니다. 이것이 중원무림인의 명예!
"...귀신은 좀..."
쫄?
금소협에게도 마법의 단어를 들려주자 용기백배해져서는 앞으로 나섭니다!
좋습니다!
그런데....
귀신들을 어떻게 찾아서 성불시키죠? 신채훈도 금소협도 방법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
쫄? 쫄? 마법의 단어로 사기를 끌어올린다! 그런데 진짜 귀신을 어떻게 성불시키지? 내공 같은 걸 끼얹나?
***
"일단 무당 같은 사람이라도 찾아봅시다. 그 사람이라면 어떻게 방법을 알고있을 테죠."
산길 근처에 서낭당이 있는지, 마을에 무당집이 있는지 찾아보기로 합니다.
그리고 인도환생은 천축국 환생이 아니라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거!
***
인도환생이 그 인도환생이 아니라니 왜인지 실망입니다.
산길 근처에 서낭당은 당연히 없고, 길을 걷다보니 마을 하나가 보입니다. 마을에 안개가 갑작스레 꼈기 때문인지 무당을 불러다놓고 사람들이 성토하고 있습니다.
거 귀신 성불(물리)시키기 딱 좋은 시간에 왔군요!
***
사람 무리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하란. 겉모습은 진지해 보이지만 사실 무당이 자신을 보고 용신이든 용선이든 뭔가로 추앙해주지 않을까 하는 헛생각을 하는 중이다. 현실을 살아가세요 미사하란.
"저기 아저씨. 지금 이게 무슨 일입니까?"
그녀는 일행과 함께 무당에게 모여든 사람들 사이로 끼어든다. 그리고 옆에 있는 아무 사람에게나 말을 걸어본다.
***
갑작스레 나타난 하란 일행을 보고 비나이다 비나이다.를 하고 있던 마을 사람들은 잠깐 경계합니다.
"무슨 일이라니. 동자신님을 모시는 분이 아니시오...?"
그리고 그의 눈은 일행이 차고 있는 허리춤의 검으로 향합니다.
"히..히익! 무림인!"
무림인보고 그렇게 놀라면 왜인지 우리가 나쁜 놈 같잖아요...
***
"...아니 저흰 아무것도 안 했는데."
무림인의 인식이란 칼 든 깡패일 뿐인가. 통탄할 일이로다.
"아무튼, 산길을 걸어가다 갑자기 귀신들이 들끓길래 이쪽으로 온 것 뿐입니다. 뭔가 아시는 게 없나 해서..."
그래서 무당 되시는 사람이 여기 계십니까? 그녀는 이어서 질문한다.
***
무당은 한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만나기는 어려워보이는군요.
"무...무림인이 이런데까지는 대체 어떻게..?"
...? 뭔 소리야. 있으니까 왔지!
***
"그냥 길 따라 왔는데요??"
이런 데까지 어떻게? 이런 데의 이런이 무슨 의미일까. 무언가 신령한 기운에 둘러싸여서 아무나 못 들어오지 못하는 마을이라는 건가? 아무튼 이 사람들 반응을 보니 평범한 마을은 아닌..느낌이다.
"아하..여긴 그냥 평범한 산골 동네가 아닌가 봅니다?"
그녀는 악동같은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을 떠 본다.
***
"하하하하."
하하하하.
하란과 동네 주민은 서로 어색하게 웃습니다.
....
그리고 그걸로 끝입니다.
뭔가...뭔가 많이 어색한데요. 귀신이라고는 코빼기도 안보이고. 뭐지?
***
"웃지만 말고 말 좀 해 주십쇼. 예? 혹시 압니까? 그 동자신님이 여러분의 기도에 응답하시어 저희를 이곳으로 오게 하셨을지?"
얼굴은 웃고 있지만 손은 솔직하구나! 그녀는 은근히 위압감을 주듯 지팡이를 자기 앞으로 딱 소리나게 고쳐짚는다.
***
"나....난 잘 모릅니다..진짜...진짜요..."
그는 뒷걸음질칩니다. 겁먹은 것 같군요!
이 사람 뿐만이 아니라 마을 전체가 수상합니다...
***
"모르면 생각을 하던지, 아니면 아는 사람을 불러오십시오. 저희가 떠올리는 걸 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여기 진짜 뭔가 이상하다. 동자신이 그녀가 아는 그 동자신이 아니라 황천의 뒤틀리고 타락한 동자신인가? 비밀스러운 사교도 마을을 지금 찾은 걸지도? 그녀는 좀 세게 나가보자고 마음먹는다.
"뭔가 생각나시는게 있으십니까?"
그녀는 느긋하게 지팡이를 잡고 엄지로 칼을 살짝 뽑았다 넣었다를 반복한다. 짤깍, 짤깍.
***
으와아악!
하고 그는 도망갑니다.
신채훈과 금소협은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습니다.
***
"신씨, 금소협. 정말 여기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저 사람뿐만 아니라 이 마을 전체가 말입니다. 어쩌면 아까 그 산음로를 우연히 만난 게 아니라, 이 마을로 들어오는 걸 막는 귀신떼를 우리가 뚫고 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보지만 말고 협조 좀 해 주세요."
***
신채훈과 금소협은 하란의 말에 고개를 갸웃합니다.
"무슨 소리하시는 겁니까 아까부터?"
...?
***
"네? 무슨 소리라니요. 저기 도망치는 사람....?!"
반응이 왜 이래? 마치 다른 곳을 보고 있던 사람처럼. 눈을 두어번 깜빡이던 그녀는 등골이 쎄한 느낌에 고개를 확 돌려 도망가는 사람을 다시 보았다. 설마 귀신을 보고 있던 건가?
***
하란의 눈에는 여전히 도망가고 있는 사람이 보입니다!
아니 실화냐?
***
"아니 저..저..!"
나한테만 보인다고?! 이 무슨 해괴한! 그럼 저 자는 진짜 귀신이라도 되는 건가? 그녀는 도망가는 사람이 더 멀리 가기 전 다급히 돌맹이를 주워 집어던져본다. 귀신 놈이라면 돌멩이 따위는 그냥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지나가겠지!
***
돌멩이를 던집니다!
딱!
"악!"
....?
정말 뭐가 뭔지 모르겠군요!
***
"!??!?!?!"
상식을 거부하는 상황에 뇌가 정지당한 기분이다. 귀신이면 귀신이다! 하고 놀라기라도 할 수 있지. 돌멩이 맞고 아파하는 귀신이 세상천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아니, 저 사람이 안 보인단 말입니까? 돌멩이 맞고 신음소리까지 내는 저 사람이?"
그녀는 정신이 멍해져 들릴 듯 말 듯 작게 웅얼거렸다. 그리고 황급히 걸음을 옮기면서 사방팔방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
신채훈이 목을 가다듬고 이렇게 대답합니다.
"정말 실례되는 질문인걸 압니다만, 혹시 미치셨습니까?"
미쳤겠냐!
***
"아니 진짜...귀신에 홀렸나? 여러분들은 지금 이 주변이 어떻게 보이죠? 그냥 평범한 마을인가요?"
침착. 침착하자. 놀라서 허둥대면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우선 자신에게 보이는 것과 일행에게 보이는 것을 대조해보자.
***
"...어...좀 낡은 마을로 보이긴 합니다만...사람은 없군요."
신채훈이 대답합니다.
금소협은 대답이 없습니다.
***
"...금소협?"
왜 말이 없습니까 무섭게. 진짜 귀신이 들린 건 아니죠? 정신 차리고 말 좀 해보십쇼!
금소협 눈앞에서 손가락을 딱딱 튕겨본다.
***
딱. 딱딱따!
아무리 손가락을 튕겨봐도 금소협은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금소협? 금소협이 누굽니까?"
넌 또 뭔 소리 하는거야!
***
"돌겠네 정말."
기다려, 당황하지 마라. 이건 귀신의 함정이다!
"신씨, 지금 여기에 우리 둘 말고 다른 사람이 있습니까? 자기 이름은 기억나요? 내 이름은? 우리가 어쩌다 여기 왔는지 기억나냐구요!"
그리고 금소협의 볼따구를 손바닥으로 챱챱 한다. 정신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건 그거대로 낭패다.
***
"헛. 거참."
신채훈은 웃습니다.
"우리 둘 뿐입니다. 처음부터 그랬습니다만...전 신채훈이고, 미사하란님은 미사하란님이지요. 산음로에서 걷다가 이렇게 된 거 아닙니까?"
금소협은 여전히 멍하니 있을 뿐입니다.
***
차라리 나도 미쳐버리면 속은 편하려나. 인간이 느끼는 가장 강력하고 오래된 공포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인 법. 하지만 이대로 앉아있을 수는 없다. 빨리 대면보고 후에 돌아가야 2공자 여친님을 데려오던 하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정확히 모르는데!
"따라오십시오. 여기 무당을 봐야겠습니다."
그녀는 멍해진 금소협의 팔을 붙들고 질질 끌고가려 한다.
***
무당을 찾아갑니다!
무당은 방금 굿을 끝내고 땀범벅과 피범벅이 되어 쉬고 있습니다.
"....하란 소저!"
그리고 무당이 외칩니다.
네?
***
"당신은 또 어떻게 내 이름을...아니, 그런 건 이제 쓸데없는 질문이고. 여긴 뭡니까? 뭐 하는 곳이고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까!"
그녀는 당혹스러움과 짜증을 담아서 무당에게 소리친다. 눈 앞에 있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은 그녀를 불안하게 했다.
***
"무슨 소립니까 하란 소저! 정신 차리십쇼! 옆에 그 놈들은 대체 뭡니까! 저 금소협입니다! 하란 소저!"
...........?
***
'사실 이거 전부 가짜인거 아냐?'
오빠 저놈 누구야 하는 상황에 빠져서 정신이 혼미해지던 그때,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한 생각이 있었다. 이미 알 수 없는 요술에 빠져버렸으니 모든 것을 의심하는 게 안전하지 않나? 지금부턴 여러분을 다 가짜로 보고 이야기를 하겠어! 사람들은 모두 썩어빠진 해골뼉다구고 건물은 기둥뿌리가 폭삭 내려앉은 폐허겠지!
'그럼 어디서부터 요술에 빠졌나?'
산음로에 들어섰던 그 시점에 이미 요술에 빠진 것 아닐까? 그녀는 잃어버린 물건을 되찾는 것처럼 기억을 되짚는다. 다시 그 길로 돌아가보자.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보자.
***
산음로를 처음 돌아갔던 길...길....
어?
없네?
***
당연히 나가는 길을 순순히 보여줄 리가 없지! 나는 길을 찾든 만들든 하겠다!
대충 길이 있던 방향으로 죄다 부수면서 앞으로 나아가 본다. 돌이든 절벽이든..
***
다 부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습니다!
아니!
왜!
어째서!
나 꽈찌쭈는 햄보칼 수가 엄써!
개그였지만,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라는걸 하란은 깨닫습니다.
지금 이건.
갇힌 상황입니다.
***
결국 그녀는 영혼빠진 금소협과 기억상실걸린 신채훈과 자기가 금소협이라 주장하는 무당에게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흑흑...
"후후후...이 잡귀 자식이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좀 더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해야겠어. 멍하니 서 있는 것처럼 보이던 그녀는 기습적으로 검집 뽑지 않은 지팡이칼을 휘두르면서 신채훈을 공격한다. '진짜' 신채훈이라면 이 정도 공격에 당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녀를 역으로 몰아붙이겠지.
***
후욱...!
숨 한 번 쉴 짧은 시간에 하란의 검은 기습적으로 신채훈에게 향했고, 신채훈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나더니 그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집니다.
"네 년! 눈치챘구나!"
...어...사실 아무것도 몰라.
***
그냥 간만 보려고 했을 뿐인데 뭔가 얻어걸린 기분이다?! 신씨라면 과연 저런 표정을 지을까? 안 지을 것 같은데.
하지만 아직 방심할 수 없다. 저것까지도 속임수일 수가 있다. 그녀는 아직 검을 뽑지 않았다. 한 번 공격을 피한 것만으로는 가늠하기 힘들다. 조금 더 파 봐야겠다.
"이 잡귀놈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군! 더 이상 이승에 네놈이 발 붙일 곳은 없을 것이다!"
***
"네 년이 감히 우리의 숙원에 훼방을 놓아!"
뭔지 모른다니까!
하란의 공격에 신채훈은 간신히간신히 막아냅니다.
...신채훈이었으면 하란은 이미 땅바닥에 나뒹굴고서 죄송하다며 양 손을 번쩍 귀에 붙이고 벌을 섰을겁니다!
뭔가 구체적인데요?
***
"넌 신채훈이 아니다. 나는 그가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있지."
숙원을 방해해.. 정보가 술술 새는군. 이곳으로 흘러들어오는 사람들을 제물삼아서 악신을 소환하려는건지..
어쨌건 공격을 간신히 막고 있는 걸 보니 검을 완전히 뽑을 필요도 없겠다. 검을 뽑아서 다리 하나 잘랐는데 그게 금소협이면 낭패니까. 오히려 잘 된 건가. 그녀는 칼집을 살짝 뽑아서 금속 부분이 드러나게 했다. 계속해서 몰아붙인다!! 1식 표효!
***
기괴한 울음소리가 울려퍼지면서 신채훈의 몸이 비명을 지르며 양 귀를 손으로 막습니다.
어쩌지?
그런다고 안들리는거 아닌데!
"네 년이이이이이! 넨년인!!!!"
- 끼아아아아아아아악!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
***
이히히히 신령한 교룡의 울음소리는 효과가 직방이구만! 어딜 인간용용이 앞을 한낱 잡귀가 막아서느냐!
"신채훈은 이 소리를 듣고도 아무렇지 않았다! 사람을 속이려면 똑바로 해야지!!"
***
곧, 신채훈의 몸이 도자기처럼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가루가 되어 바스라집니다!
파스스스스스....
그리고 그 안에서는 회색빛의 희끄무레한 기체같은 것이 휘익 날아갑니다!
***
사방에 울려퍼지는 울음소리에 가짜 신채훈은 가루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튀어나오는 무언가! 저게 본체인가!
"어딜!"
놓칠 수 없다! 화룡포 한번 써보자! 받아라 파이어 브레스!
***
삐이잉!
왜인지 이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화르르르르르륵!
그리고 검에서는 강력한 불길이 일직선으로 그 희끄무레한 것에게 적중합니다!
그와 동시에.
하란은 눈을 뜹니다!
***
"잡았...아..어?"
이게 뭐지? 지금까지 난 무엇을?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눈을 끔벅거렸다.
***
그 곳에는 금소협이 쓰러져있고 신채훈은 땀을 비질비질 흘리면서 이를 악문채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습니다.
산음로라고 불렸던, 그 안개는 깨끗하게 사라지고 없군요.
......대체 무엇이었단 말입니까!
***
이건 '진짜'다!
"신씨! 금소협! 괜찮으십니까!"
신씨는 운기중인 모양이니 함부로 건드리지 말고, 그녀는 널부러져있는 금소협에게로 호다닥 달려갔다. 볼따구를 챱챱 두들기면서 금소협이 어떤 상태인지 확인해보려 한다.
그저 지나가는 해프닝으로만 끝날 줄 알았던 산음로였는데. 젠장!
***
금소협은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어...어떻게 해야...어떻게...
관련된 지식이 없으니 답답할 뿐입니다!
***
"아아 진짜..!"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금소협 죽으면 안돼는데! 전부 나한테 화살이 날아오는데!!
"금소협! 소협이 보고있는 모든 건 가짜입니다! 사람 몸 속에 숨어있는 회색 혼령을 찾아 죽이십시오!"
그녀는 다급한 마음에 그의 귀에 대고 소리친다. 꿈 속에서도 현실의 소리가 간간히 들리곤 하니까. 혹시나 효과가 있지 않을까...
***
금소협은 낑낑거리기만 할 뿐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이럴 때는...어떻게 해야...
아!
강제로 깨우면 되지 않을까요?
***
"에, 에라 모르겠다!"
그녀는 손을 높이 쳐들고, 금소협의 명치에 장을 꽂아버린다. 이걸로도 안되면 그 때는 죽음의 연주가 금소협을 찾아오리.
***
"소협. 금소협! 괜찮아요? 가만히 냅두면 진짜 영영 홀릴 것 같아서 그만..!"
그녀는 금소협의 등짝을 두들겨줍니다. 그래, 다 토해버리면 속은 편하겠지. 토해라 토해...
***
"크엑...크에엑..."
계속해서 속에 있던걸 게워내고 있군요.
그리고 금소협이 깨자마자 신채훈이 곧바로 눈을 뜹니다.
"금소협을 탈출시키셨군요!"
...신채훈은 아무래도 금소협을 탈출시키려 노력하고 있었나 봅니다.
그, 꿈인지 환상인지 뭔지 안에서요.
***
"이제 한숨 돌려도 되겠네요. 하이구야. 이게 도통 무슨 일인지.."
사실 두들겨 팬 것 말고는 없지만. 아무튼 모두 일어났으니 문제 해결! 만세!
"보통 산음로가 이런 겁니까? 무슨 숙원을 이루느니 뭐니. 귀신이 그런 말을 하더군요."
***
"저도 산음로에 대해서는 잘 아는 것은 아닙니다만..."
신채훈은 눈을 찌푸립니다.
"왜인지, 또다시 만날 것 같다는 예감이 강합니다."
기상청 일기예보만 같아라! 채훈 레이더!
***
"끄으응. 또 오기 전에 빨리 도망갑시다. 안 그래도 할 일이 태산인데 여기서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습니다."
지금 석가장 쪽에서 또 무슨 대환장 대잔치가 벌어지고 있을지. 서둘러 보고를 마친 후 되돌아가야만 한다. 그녀는 금소협을 부축해 일으키면서 말했다.
***
가려던 찰나에, 훈려된 전서응으로 보이는 것이 하란의 머리 위에 맴돌다가 쓰윽 내려옵니다.
과연, 그 곳에는 편지가 묶여있었습니다.
펼쳐 읽어보니, 당장 돌아오라는 글이 써져있군요.
무슨 일이 벌어진게 틀림 없습니다!
***
"망할."
여기까지 와서 개고생을 했는데...흐윽...
2공자에게 돌아갑시다. 죄송합니다 어르신 찾아뵈려고 했는데...
***
그렇다면 한 명을 모용세가에 보내면 되지 않을까요!
모용세가에서 지원을 보내줄지도 모릅니다.
***
"금소협. 몸 상태 안 좋은 건 알지만 그.."
"모용세가 가서 보고 겸 지원도 타오시고 잠깐 요양도 좀 하실래요?"
아아 이것은 마치 대학원으로 학생을 끌어들이는 교수의 혀...
***
금소협은 의기소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미안하다....하지만 너는 싸움에 도움이 안되서...미안하다...
- 도를 아십니까?
- 돌아갑니다!
2공자는 머리 끝까지 분노에 가득차있습니다.
"그 멍청이들이! 그 멍청이들이!"
어이어이. 화가 난다고 벽을 때려부수지는 말라구!
저건 말린다고 해결될게 아니니 하란은 그냥 가만히 그가 진정될 때 까지 기다립니다.
"후우...후우..."
장장 30분이나 근처 기물들을 다 때려부순 2공자는 반쯤 작살난 의자에 앉습니다.
"추태를 보였군."
신채훈의 몸이 가늘게 떨립니다. 무서운가 봅니다.
***
"여관방 전전하던 연인분이 결국 누군가에게 탈취당하셨군요."
2공자가 저렇게 날뛰는 걸 보면 안 봐도 뻔하지 뭐.
"강서궁문입니까, 흑천성입니까, 아니면 마교?"
***
"마교 놈들이오. 그 빌어쳐먹을 마교 놈들이! 감히!"
마교였군요!
....근데 대체 어떻게 감숙에서 마교한테 잡히는거죠? 하란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군요!
***
"마교라면 베어넘길 때 명분 따위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 마교라 하셨습니까 지금?"
감숙에서 마교라굽쇼?! 어찌 그런 끔찍한 일이! 오호통재라!
"전 당연히 강서궁문일줄 알았건만. 어찌 감숙에서 마교가 그리 날뛰는 것입니까? 공동파는 손가락이나 빨고 있는 것입니까?"
그 사생아 자식이,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
"...정파인들의 일을 내 어찌 안단 말인가?"
2공자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합니다. 음, 확실히 그는 정파가 아닌 사파이니 이 쪽 일은 하란이 더 잘 알아야하는게 맞군요!
***
"일단 알겠습니다. 도대체 뭔 일이 일어나고 있는건지."
일단 개방을 다시 찾아볼까? 금덩이를 쏟아부은지가 얼만데 아직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는 건 조금 괘씸하다.
"어휴..서둘러야겠군요. 실례하겠습니다."
***
개방도들이 있던 곳은 휑하니 아무도 없습니다!
띠용!
***
순간 이성을 잃고 2공자님처럼 주변 기물을 때려부술 뻔 했다. 이것들이 감히 먹튀를 해????
"후우..후우...진정...."
대강 앉을 자리를 가져다놓고 거기에 털썩 앉습니다. 그리곤 천천히 숨을 고르면서 분노를 가라앉혀봅니다..
***
과연 그들이 먹튀를 한 것인지 아닌지는 지켜보면 알 것입니다!
10%!
***
좋아 진정했다! 힘들 때 짜증내고 우는 건 삼류랬어. 버티는 사람이 이류고, 웃는 사람이 일류. 나는 일류니까 웃자 웃어. 그녀는 애써서 미소짓는다.
개방이 사라져 버렸으니 길거리에 떠도는 소문이라도 모아봐야겠다. 그녀는 길거리로 나간다.
***
길에서는 온갖 흉흉한 소문들만 돌고 있습니다.
천강단원들이...이 곳에 왔다는...끔찍한 소문이요.
***
이 마교 놈들! 간악한 마교 놈들!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 같다. 저놈들이 여기까지 밀고 들어왔으니 반드시 2공자님을 찾으려 들 것이다!
그나저나 자경단이랑 마교도랑 충돌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되는데..어떡하지?
***
아니나 다를까, 천강단원들과 자경단원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고, 자경단원들은 성을 내고 있지만 상대들이 절정 고수들이라 어떻게 칼을 뽑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
맙소사 절정고수. 그녀는 미간을 꾹 짚으면서 실랑이를 벌이는 사람들에게로 다가갔다. 아무튼 자경단장으로서 중재는 해야 할 터이다.
"잠깐잠깐, 싸우지들 마시고. 제가 여기 책임자입니다만 혹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여쭤도 되겠는지요?"
절정고수야. 정확히는 절정고수'들'. 저번처럼 또 맞붙었다간 자경단원들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
천강단원들은 당당히 포교를 하고 있었다고 했고, 자경단원들은 어디서 더러운 사이비 종교를 퍼뜨리냐며 다시 성을 냅니다.
...그러니까 이건, 마혐이군요! 마교혐오!
***
"실례가 많았습니다. 저희가 그...포교..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지금 이 지역의 민심이 상당히 술렁거리는 중이니 혹 불필요한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녀는 마교도들에게 그리 말하곤 자경단원들을 말려서 떼어놓으려 합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이렇게 말합니다. 천강단원들이 못 듣게요.
"저 치들은 천강단원 아닙니까. 중원에서 포교를 할 수 있도록 허가받은 자들이니 우리가 막을 수 있는 명분이 없어요. 싸워도 우리가 크게 불리합니다. 앞서서 시비를 걸지는 말고 저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면밀히 관찰하고 내게 전해 주세요."
"그래도 걱정은 하지 마요. 저런 사이비 종교. 포교 한다고 누가 듣긴 한답니까? 백날천날 해 보라지."
***
말했듯이, 그들은 절정 고수입니다.
"천마신교가 사이비라니!"
이런.
***
오 이런. 일이 점점 이상하게 돌아가네.
"아하핳ㅎ하 사이비가 그 사이비가 아니고 師理碑라는 말이었습니다. 스승으로서 다스리는 큰 기둥이라는 말이죠!"
그녀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입을 털어봅니다....
***
"우리는 무림인이자 동시에 신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이오!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믿을 것 같소!"
라면서 그들은 천마신교가 왜 훌륭한 종교인지 일장연설을 하려고 합니다.
자경단원들은 뒷목을 잡고 있습니다.
***
"자경단원들은 구역의 치안을 지키느라 바쁘니, 제가 들어두었다가 전파토록 하겠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자경단원들에게 손짓을 한다. 대략 이런 의미일 것이다.
'너희들은 그냥 가서 할 일을 하세요.. 내가 상대하고 있을게...빌어먹을...'
***
천강단원들은 완고히 모든 이들이 당당히 천마의 말씀을 들어야만 한다고 고집을 피웁니다.
아...절정고수라서 때릴 수도 없고...아...
***
빌어먹을....결국 이렇게 되는가...이 못돼먹은 마교도들이...
미안해 자경단원들아 너희라도 빠져나갔어야 하는데 흑흑..
일단 들어나 봅니다. 혹시나 쓸만한 정보를 무심코 흘리지 않을까 기대하면서요.
***
안타깝게도 하란의 상식 하에서는 그냥 말도 안되는 개소리일 뿐입니다!
그래도 들어볼까요?
***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그녀는 이 황당한 상황을 적에 대한 공부라고 여기기로 한다. 그렇다. 정신승리다.
수첩과 세필은... 필요없겠지. 그냥 외워버리면 그만이다.
***
아주 오래 전에.
중원에서 무를 숭앙하는 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천하에서 가장 높은 고원에 자리를 잡고 서로 무를 추구했습니다.
그런 이들 중에서도 특출난 이들은 인세를 떠나 선인들이 거주하는 무인의 선계로 우화등선을 하며 넘어갑니다.
하지만 그 중 악인들은 절대 선계에 출입할 수 없었으니, 하늘을 향해 오르다가. 우화등선을 하며 날다가 선계의 입구에 도달하였다가 추락해 죽는 이들은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악인들은 결코 이 선계에 들어올 수 없다며 말입니다.
그러자 악인들이 이렇게 물었습니다.
"우리가 어찌하여 악인인가? 사람이란 본디 악행을 하는 존재이지 않는가?"
그러자 선계의 선인들은 이리 대답하였습니다.
"그런 악의는 본디 교육을 통하여 억누를 수 있는 바. 그대들은 그런 능력조차 하지 않고 욕구를 풀기 위해 그런 명분에 기대어 숨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악인들은 다시 이리 대답하였습니다.
"그것은 그대들이 정한 규칙이 아닌가? 그저 우리가 그대들보다 약하다하여 핍박하는 것은 아닌가? 우리가 재물을 탐해 집주인을 죽이고 재물을 훔쳐 달아났을 때, 그대들은 집주인의 손님으로 들어가 위선을 떨지 않았는가?"
"집주인의 손님이 되어, 집주인의 아내를 유혹하고, 그 딸을 희롱하며, 가정에 불화를 일으켜 집주인의 눈에서 피를 흘리게 하였으며 마침내 주인을 쫓아내고 주인이 되지 않았는가? 결국 그는 강에 몸을 던져 죽었는데, 피를 흘리지 않았다하여 그대는 선인이고 우리는 악인이란 말인가?"
그러자 선계의 선인이 이래 대답하였습니다.
"명예로운 선계의 선인들을 어찌하여 그리 욕보이는가? 그렇기 때문에 그대들은 안으로 들어올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강제로 문을 닫으니 악인들은 불같이 성토하였습니다.
"저 우라질 위선자들과 우리가 다른게 무엇인가?"
"우리보다 저 놈들이 더 악인에 가깝지 않은기?"
"어차피 저 놈들이나 우리나 똑같이 악인인데, 왜 저들은 선인이라 불리우며 선계에 들어갈 수 있단 말인가?"
"저런 치들은 신선이 되는데 우리는 어찌하여 인간으로 남아있어야 한단 말인가?"
그리하여 이들은 고원에서 신선들과 인간들을 합쳐 가장 오랫동안 수련한 자를 찾아갔습니다.
"고인이시여. 어찌하여 우리는 들어갈 수 없단 말입니까?"
그러자 고인이 그 말을 듣고 말하시길.
"둘 모두 악행을 하는 자들이니 그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없다. 허나 그렇다고 하여 너희들의 죄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니. 그럴 시간에 차라리 반성을 하는 것은 어떠하느냐?"
그 말에 악인들은 분노하여 고인을 향해 검을 휘둘렀고 고인은 죽었습니다.
그리고 남아있던 고인의 어린 제자는 부단히 검을 휘두르기 시작합니다.
어린 제자는 점차 성장하여 절세고수가 되었으니. 사방신들을 모조리 잡아 죽였고, 중앙의 황룡마저 무릎꿇리며 고원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선계나 하계나 무를 추구한다는 자들 중에 악인 아닌자가 없도다. 제깟 힘에 취해 검을 휘둘러 재물과 색을 탐하니 그것이 어찌하여 무인이란 말인가? 통탄하도다. 그 어떤 가르침도 힘을 믿고 날뛰는 놈들을 통제할 방도가 없도다. 부처의 말씀은 민중을 압박하는 수단이요, 도교의 가르침은 선계의 타락을 이끌어냈으니. 천상과 천하의 그 어떤 가르침도 이들을 교화하지 못하였다. 이들은 그저 그들보다 강한 이들을 따른다. 그러니 본좌가 이들을 징치하고 가르칠 것이다. 나는 악인들을 잡는 악인이요, 마귀들을 잡는 마귀이니. 불교의 사천왕이 부처가 되었듯 나 또한 그리 되리라."
그리 말한 그는 곧 고원의 모든 악인들을 참했습니다. 악인들의 비명과 피는 선계에까지 울려퍼졌고 곧 선계에서는 그에 놀라 그를 잡기 위해 신선들을 내려보냈습니다.
너무나도 짧은 시간에, 신선들은 모조리 죽음을 맞이했고, 곧 그는 스스로 하늘로 걸어 올라가 선계의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으니.
고원의 살아남아있던 무인들은 그를 보며 모두 경외하기 시작하였으니.
스스로 하늘로 올라가 선계의 문을 부순이를 일컬어.
하늘에 오른 악마.
천마라 부르기 시작하였습니다.
라는 내용입니다!
***
"...다 들었으니 우리 이제 가도 되죠?"
우릴 놓아줘 이 마교도들아!
***
그들은 그러니까 천마신을 모셔야 한다고 아주 강하게 주장합니다.
....이게 뭔...
***
"그러며는... 절 어디로 데려가시겠다는?"
이게 말이야 빵구야. 저 뻔뻔스러움에 칼을 뽑을 뻔 했다. 하지만 잘만 하면 이 상황을 역으로 이용할 수 잏을지도?
***
당장 함께가서 천마신께 제사를 지내자고 하는군요.
이것이...마교...?
***
포교를 할거면 논리적으로 주장을 펼치던지. 만난지 한 다경도 안 되어서 같이 제사를 지내자고? 마치 남녀가 눈 맞은 날에 물레방앗간으로 돌어가는 싸구려 소설 같군.....
"저..혼자 가면 안될까요. 제가 대표니까 일단 저랑 일 보시죠..."
***
요즘 싸구려 소설들도 만난지 하루 만에 가면 개연성 없다고 까이는 세상이 도래했습니다!
그 사람들은 모릅니다.
얼굴이 곧 개연성이라는 것을...쯧...쯧....
천강단원들은 완강하게 모두 다 함께 가서 천마신의 은혜를 받자고 왁왁 소리를 질러댑니다.
그런데, 뭔가 저 쪽에서 제법 지위 있어보이는 사람이 온 것 같은데요?
***
'내가 경공만 익혔어도...'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질끈 깨물고 속으로 생각한다. 사실 역이용이고 뭐고 도망치고 싶어. 내 영혼을 이렇게 빼앗기는가. 산음로도 못했던 걸 천강단원이 하네.
그렇게 영혼이 입으로 반쯤 빠져나가던 와중 누군가 이 쪽으로 오는 것이 보였다. 어...높은 천강단원인가? 저 사람은 말이 통할까?
"저..저기 혹시.. 그 쪽 관계자 되십니까?"
***
그는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아니, 그녀인가? 하란은 그 또는 그녀의 중성적인 아름다움에 흠칫합니다. 뭐 저렇게 사람을 홀리게 생겼담?
***
어어, 이 사람 뭐지? 저렇게 예쁜 사람은 나 빼고 처음 보는 것 같은데? 그것보다도 남자야 여자야? 아아니, 아무튼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고!
"저희는 근방의 치안과 질서 유지라는 큰 일을 맡고 있기 때문에.... 이만 실례해도 되는 줄 알겠습니다."
아까 그 천강단원들이 아니라 저 미인을 보면서 이야기한다. 저 사람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하란 혼자 북치고 장구치면서 빠지겠다고 헛소리를 하는 꼴이란... 끔찍하군.
***
하란은 달아나기를 시도합니다!
아니 이것은 달아나기가 아니라 전략적 후퇴라는 것이다...
***
아이고.
천마님.
맙소사.
으이그 이 화상들아! 라고 당장에라도 외치고 싶지만 현사에겐 그럴만한 체력이() 없었다. 무엇보다 남을 혼내는 것도 익숙치 않고. 현사는 천강단원을 주욱 훑어보더니 반투명한 베일 사이로 생긋 웃어보였다.
"다음부터는 더 나은 포교를 보여주었으면 하네. 천마님께선 그대의 노고와 신앙심에 감복하시겠지만 가여운 어린 양은 무얼 알겠는가. 언젠가 필히 그분의 품으로 돌아갈테니 보내주거라."
상사가 빡칠 때 보여준다는 전설의 업무웃음을 받아라! 현사는 하란에게로 시선을 돌리곤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길이 바쁘실텐데 이리 시간을 빼앗아 죄송할 따름입니다, 소저."
***
현사의 호통아닌 호통에 하란은 그 난리통을 빠져나가는데 성공합니다!
천강단원들은 풀이 죽거나 뿔이 났습니다!
거의 다 된 밥이었는데!
라는게 그들의 공통적인 의견입니다. 허허...
***
감사합니다 킹갓제너럴엠페러예쁘신분. 하란은 단원들을 이끌고 황급히 빠져나온다!
"보셨죠 다들? 엮이면 어떻게 되는지? 멀리서 보기만 하고 건드리지 마십시오. 확 깨물리는 수가 있어요. 예?"
***
일단 단원들은 멍한 얼굴르 고개만 끄덕거립니다.
혼이 빠져나가기 일보직전이었군요!
***
"알겠으면 빨리 가서 일해요 이 사람들아!"
단원들의 등을 팡팡 치면서 다시 일터로 보내준다. 열심히 일해라 나의 유닛들!
그럼 이제 미행에 주의하며 슬슬 2공자님께 돌아가볼까. 금소협이 와 있을지도 모르니까.
***
일단 2공자에게도 갑니다!
- 총관은 이대로 괜찮은가
- "하이구, 벌써 천강단원들이 거리에 쫙 깔렸습니다. 아무 사람이나 붙잡고 제사에 끌고 가려 하는데.. 하마터면 저까지 당할 뻔 했군요."
"그 소저께서 마교에 잡히셨다 하니 덩달아 끌려오셨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좀 더 알아보아야겠군요."
***
"....천강단인가. 외당의 논외전력."
2공자는 입술을 질끈 깨뭅니다.
"우리의 전력으로 그들을 상대할 수 있겠는가?"
금소협은 아직입니다....
그 때 밖이 소란스럽습니다!
***
"정면으로는 어려울 것입니다. 절정고수씩이나 되는 자들이 마치 말단직이라도 되는 것마냥 직접 발로 뛰며 전도를 하고 있었으니."
그러니까 전에 그 총관 수하같은 놈들이 일개 발톱에 불과하다는...오호통재라..까딱하면 갈려나가겠는데.
"총관의 세력과 계속 맞붙여서 전력을 소모시킬 수 있다면 좋....?"
금소협은 아직 안 왔고. 그런데 이게 무슨 소리여?
***
금소협이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금소협만 온게 아닙니다.
뒤에 누가 있는 것 같은데요?
쿵. 쿵. 쿵.
엄청난 거인입니다! 현대의 미터법으로 계산하면 2m는 넘어갈듯한 거대한 키의 거한!
끝으로 갈수록 진해지고, 두꺼운 눈썹. 그 눈썹의 끝은 길어서 눈꼬리까지 내려옵니다.
우락부락한 근육과 덩치. 그리고 거기에 맞지 않는 앙증맞아 보이는 장검까지.
저렇게 생긴건 하란의 지식 속에서 하북팽가 사람 말고는 없습니다......
금소협은 그의 눈치를 살살 보면서 얼른 하란에게 달려옵니다.
"저래뵈도 모용세가의 사람이에요!"
"이 몸이 모용배올시다!"
쿵!
몸집에 비하면 깜찍하고 앙증맞은 검으로 땅을 내려찍자 바닥에 깔려있는 돌덩이가 쩌적 하고 갈리집니다.
.....모용세가의 초절정 고수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 뒤에는, 모용배를 따라온 모용세가의 고수들이 눈에 띕니다.
모용벽 이 미친 할배가! 대체 뭔 짓을 저지르는겁니까!
***
금소협은 항상 그녀를 놀라게 한다. 이번에도 막 웃으면서 신씨를 때리려다가...의지로 참았다! 그녀는 밖으로 나가서 금소협과 뉴페이스들에게 황급히 달려간다.
"필경 세가에서 지원군으로 보낸 분들이시군요! 아이구 반갑습니다!"
이렇게 되면 행동의 폭이 크게 넓어지지! 원래는 분명 감숙에 슬쩍 들어가서 그 소저를 스리슬쩍 해 오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지원이 왔으니 어쩌면 다른 방법도 가능할지도 몰라! 그녀는 지원군들에게 포권례를 취하며 맞이합니다.
***
하란을 보고 거한이 포권지례를 표합니다.
"모용배라고 하오."
가까이서 보니 더욱 큽니다.
그 수준은 최소 절정. 최대 초절정입니다...
***
와 사람이 아니라 산 같다. 머리만 하얀색이었으면 영락없는 장백산처럼 보이겠다. 동이족 땅에 있어서 가본 적은 없지만.
"미사하란입니다. 대협과 원군이 오니 마치 천군만마를 얻은 듯 합니다. 경쟁자들도 더 이상 저희와 2공자를 업신여기지 못하겠군요."
설마 이 사람들이 밤 쥐처럼 슬쩍 오진 않았을 거고. 주변의 경계를 산다는 건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될 수 있지..
***
"음."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 2공자의 얼굴은 파리하게 질려있습니다.
....왜?
***
2공자님 표정이 왜 저러셔.
설마...저 사람들을 앞세워서 2공자를 갈아치우고 세력을 직접 조종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건가? 확실히 그렇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오해를 굳이 지금 정정하진 않겠다! 그냥 잘해주는 것보단 조금 무섭고 나쁘게 굴다가 잘해줘야 효과가 더 좋지! 나쁜 짓만 하던 놈이 착한 일을 하면 사람들이 더 감동하는 것처럼...
"2공자님. 소개드리겠습니다. 모용배 대협이십니다. 모용배 대협? 이 쪽은 석가장의 2공자이십니다. 차기 장주가 되실 분이죠."
***
2공자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습니다. 모용배는 2공자를 보더니 껄껄 웃습니다.
"오해마라. 내 사파를 좋아하지 않는다하더라도, 한 배를 탄 이를 갑자기 베거나 하지는 않으니. 내 호적수였던 동출이는 잘 보냈느냐."
"아버지는...끝까지 남은 이들을 걱정하셨소."
"그럴테지. 클."
모용배가 턱. 하고 어깨를 두들깁니다.
"끽해봐야 석가놈의 동생과 사생아 녀석 뿐 아니더냐? 내 우리 가주의 위신을 위해 요녕제일검을 포기했다만 그 실력이 어디 가지는 않았다. 허나."
그가 2공자를 노려봅니다.
"실력도 되지 않는 놈이 석가놈의 자리를 잇는 것도 용납할 수 없으니. 벽을 뛰어넘어오라. 그 전까지는 이 몸이 도와주겠다."
시간이 흐름에도 불가능하다면 더 이상의 도움은 없을 것이다. 라는 발언까지 이어집니다.
수치심에 2공자의 얼굴은 붉게 물듭니다.
"이 놈아. 네 어릴 적 용돈 주던 삼촌이 잔소리좀 했다고 벌써부터 기분이 나쁜게냐? 성질 죽여라. 너보다 월등한 고수 앞에서 그리 관리를 못하여 어찌할꼬?"
뭔가 일이 있었나 봅니다.
"당분간 일은 맡겨놓아라. 고작 절정의 실력으로 어찌 석가장주에 올라가겠느냔 말이다."
지금부터 2공자는 폐관수련을 시작합니다!
***
"어...건승을 기원하겠습니다?"
그게 아니라 둘이 원래 아는 사이였어?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폐관 수련 좋지 무공이 늘면 좋긴 한데.. 조금 당황스럽다. 아무튼 이건 저 둘 사이의 일이니 제쳐두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노곤하시겠지만, 염치불구하고 곧장 공지하겠습니다. 당면의 제1목표는 마교도들에게 납치당한 요인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강서궁문의 여식이며 저 공자님의 연인이기도 하지요. 납치당한 위치가 감숙이라 그곳으로 향할 계획이었으나, 천강단이 남하하며 요인을 이곳까지 데려왔을 가능성 또한 있습니다."
"혹시 은밀행동에 자신 있으신 분 있으면 거수해 주십시오. 지금 개방도들이 싹 자취를 감춰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
모용벽이 손을 듭니다.
"개방도가 없는데 잠입작전을 펼치겠다는 뜻인가?"
그게 뭐 문제라도?
***
"이 없다고 밥을 굶을 겁니까? 미음을 마시건 잇몸으로 씹건 해야지요. 지금까진 있는 듯 없는 듯 찌그러져 있었지만 이제 경쟁자들도 우리를 의식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천강단 지휘소에 들어가라! 이런 짓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바깥부터 신중히 탐색합니다."
말하다보니 또 화나네 이 개방도 놈들..내 황금 토해내라!
"탐색의 목표는 지금 이 지방에 있는 천강단의 요인들. 그들의 신상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거리에서 소문을 모으건, 포교하는 천강단원과 이야기를 하건, 아예 교화된 척 하면서 안까지 들어가도 좋습니다. 당장 뒷일을 감당할 수 있다면 말이죠."
"그리고 그 요인들 중 적당한 이를 선정하여 납치할 것입니다."
***
다시 모용벽이 묻습니다.
"개방도들이 왜 사라졌는지는 모르는 건가?"
툭툭. 검으로 땅끝을 긁습니다.
"...개봉에서도 사라진 이유를 모른다고 하던데. 이미 다른 지역에는 암암리에 이 곳의 개방도들이 없어졌다는 소문이 돌고 있네만...그게 만약 마교놈들이나 사파놈들의 짓이라면 섣부른 일이 아닌가?"
***
그게 그렇게 되나. 그것도 일리가 있는 생각 같다. 그렇다면 이 일을 어찌해야할까?
천강단에서 사람 하나를 납치해 오려면...
***
딱히 좋은 방도가 생각나지 않습니다!
어허....
***
아 생각 안난다. 떠넘겨버릴까?
"그것 또한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대협께선 어떤 생각을 품고 계십니까? 고견을 듣고자 합니다."
***
"내 이야기를 들어보니, 현재 정보에서 이 쪽이 매우 불리한듯 하네. 그리고 그 석가의 동생 놈도 적대 세력이고."
그는 끌끌 웃으며 검을 들쳐맵니다.
"개방도들부터 구해내고, 양 쪽 모두를 없애버린다. 이게 가장 깔끔하지 않겠는가?"
일단 확실한건, 모용배는 모용벽과 정반대의 사람입니다.
하북팽가 사람이라는게 더 믿을만하군요!
***
"아하. 개방도들에게 빚을 더 지울 수 있겠군요. 대협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그럼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생각이 났다.
"우선 개방도들이 있던 자리부터 다시 샅샅히 뒤져보도록 하죠. 지난번에 한 번 가 보긴 했다만 단지 그들이 돈만 받고 도망친 걸로 생각해 자세히 보지 않았습니다...흠흠.."
***
모용배와 함께합니다!
이제...석가장 주변의 온갖 고을에 광검객 모용배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퍼져나가기 시작합니다!
...
"이곳인가?"
모용배는 개방도들이 있던 자리를 훑어보며 묻습니다.
***
"그렇습니다. 그들에게 많은 양의 황금을 주고 이 일과 관련된 정보를 계속 공급받기로 계약을 했었습니다만.. 암만 기다려도 기별이 없어 직접 찾아가보니 이리 텅 비어있더군요."
그녀는 이곳저곳을 뒤져보면서 단서같은게 있을지 수색해봅니다.
***
깨끗합니다! 어떤 단서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건, 다시 하나의 단서가 됩니다.
모용배가 툴툴거리고 있습니다.
왜 단서 하나도 없이 깨끗한걸까요? 마치 누가 일부러 흔적을 지운 것 처럼...
***
"누군가 작정하고 단서를 싹싹 지워버린 모양입니다? 시간이 흘렀다지만, 편집증이 느껴질 정도로 현장이 깨끗하지 않습니까?"
"보통 이런 식의 단서 지우기를 좋아하는 놈들은... 살수들? 총관이 살수를 가지고 있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살수......"
모용배가 배를 살살 쓰다듬더니 고개를 젓습니다.
"이건 살수가 아니다. 납치꾼들이지. 애초에 개방도들을 살수를 써서 죽이면, 그 살수 집단은 어떻게 될거라 생각하는가?"
아마 망하지 않을까요? 전국에 있는 10만 개방도의 전력이라면 살수집단 하나 정도는 가벼울 겁니다.
괜히 구파일방의 일방이 아니니까요.
"구파일방의 일원을 그것도 대규모로 죽이는 살수 집단 따위 있을리가 없네. 석가장 수준의 살수들은 이런 능력이 없고. 그러니 납치꾼들이겠지."
***
"납치꾼. 그런 걸 전문으로 하는 놈들도 있군요."
그런 건 여기에 원래 있던 사람이 더 잘 알 것 같다. 그녀는 자경단원 하나를 불러서 질문한다.
"혹시 이 일대에 납치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있나요?"
***
"납치를 업으로 삼는 놈들은 없지만, 그런걸 돈 받고 하는 놈들은 알고 있습니다."
호옹2!
자경단원은 골똘히 생각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소규모라서...이런 무림인들을 납치할 정도는 아닐텐데..."
***
자경단원은 자신이 알고 있는 범죄집단들을 하나씩 이야기합니다.
하나씩...
하나는 둘이되고 둘은 넷이되고 넷은 열여섯이되고......
너무 많아요!
***
너무 많잖아! 그걸 하나하나 다 뒤집어 엎으라구?!
"그럼 그 중에 가장 세력이 큰 집단은요?"
***
"전부 고만고만합니다."
개방도들을 납치한 세력이 멍청이가 아니라는건 충분히 알았습니다...
꽤 머리를 썼군요.
***
뭔가 어려울 때마다 뉴런 혹사시키는 것이 국룰이다
***
뉴런들이 열심히 일을 합니다!
...
....!!
이거 아무리 생각해봐도...납치범들을 앞에 내세우고 무공 고수들로 개방도들을 습격한게 분명합니다.
납치범들은 무공 고수들에게 일해라 핫산을 당하며 움직이고, 강력한 고수가 일격에 개방도들을 혼절시켰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가능합니다.
***
"...납치범들은 일개 하청에 불과합니다. 분명 어떤 고수가 개방도들을 기절시키고. 납치범들이 몸뚱이를 어딘가로 옮기고.."
골 때리는군. 그렇다면?
"마교가 의심됩니다. 천강단이 여기에 온 시점, 요인이 마교에게 납치당한 시점, 개방도들이 사라진 시점이 거의 일치합니다."
***
"정말 확실한가?"
모용배가 그렇게 물어옵니다!
"확실하다면 당장 마교놈들을 치러갈걸세."
듣기만해도 끔찍한 소리!
***
"아뇨아뇨 그렇게 정면으로 들어가면 필요 이상으로 주목을 끌지 않겠습니까?"
"길거리에서 포교하는 그 마교도들 있잖습니까. 동선과 위치를 파악하곤 조금조금씩 납치해서 정보를 털어보죠."
***
그의 얼굴이 흠칫 굳습니다.
"포교? 천강단원을 말하는건가? 그들을 건드렸다간 정마대전이야!"
걔네가 뭐길래....
"그건 너무 위험한 방법이네. 정파나 사파. 마교들 모두 이 싸움이 여기서 끝나길 바라지. 천강단원들을 납치하는 순간 이 문제는 단순히 석가장의 일이 되는게 아닐세."
***
납치된 개방도들을 구해주고 싶어용. 어떻게 하면 좋을까용
***
화경을 찍으십시용!
농담이고
납치된 개방도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납치범을 특정해야되어용~~~
그런데 납치범들이 보아하니 개방도들 위치도 알고 납치범까지 고용해서 무공고수가 쓸어버리고 했지용?
정보전을 펼쳤다는거에용!
그런데 여기서 정보전 할 때 가장 유리한건 누구일까용!
1. 총관
2. 마교
3. 하란네
***
"아, 아니 잠시만. 이제 막 여기까지 온 마교가 동네 납치꾼들을 알고 계약해서 협업까지 한다고? 개방도들이 어디있는지도 다 파악을 하고? 이건 또 뭔가 이상한데요."
아악 머리가 깨진다. 태풍치는 날 바다처럼 머리가 흔들리는 것 같다.
"이랬다 저랬다 해서 죄송하지만 역시 마교는 아니야. 총관 놈이 꾸민 짓입니다 이거! 마교도들이 여기 사정을 그렇게까지 잘 알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
"확실한가?"
모용벽은 아까와 같은 말을 합니다.
그 때였습니다!
"급보입니다!"
...!!
"석가장을 총관이 탈환했습니다."
***
"확! 씰! 확실합니다! 총관입니다! 이건 틀릴 수가 없습니다!"
질문권 썼으니 확실해용! 총관 쪽을 찔러봐야겠다! 바로 그 때 속보가 들어옵니다.
"석가장을 총관이 탈환해? 그럼 아까까지 막 싸우고 있었다는 거고, 전력도 그 쪽으로 몰려있다는 건데. 혹시 총관이 지부 같은 걸 두고 있답니까?"
***
"그것까지는..."
정보에서는 총관이 가장 앞서는군요.
확실히, 총관은 죽은 전 석가장주의 어린 동생입니다.
아들들보다도 오래 이 곳의 중책을 맡고 있었으니...
"그 안가를 저희가 다 파악하고 있었다면 안가가 아니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그렇긴 한데..
***
하긴 지부가 나 지부요 하고 써놓진 않았겠죠? 그러면...
"조금 장난을 쳐봅시다. 총관 지부를 당장 공격하지는 못하겠지만 위치라도 알아둬야지요."
"밤중에 은밀히 총관을 모독하는 방을 여기저기에 붙이는 겁니다. 낮이 되고 부하들이 방을 본다면 필경 그것을 훼손하려 들 것이고, 그 방을 훼손한 자의 뒤를 밟으면 지부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
훌륭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모용배는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굳이 그렇게 소인배스럽게 굴어야하는가? 하는 짓이 꼭 제갈세가 놈이나 우리 세가의 책사들 같구만..."
그래도 모용세가의 사람인지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
"으흐흐 제가 이런 놈인 걸 아시니 세가주께서도 절 들이신 것 아니겠습니까?"
자자 그럼 작전 준비합시다! 종이도 구하고 붓이랑 먹도! 방에 써 놓을 맛깔나는 욕도 생각해 보고 해야죠!
***
작전이 모두 준비됩니다!
이제 실행만 하면 됩니다...
뭐라고 써놓을까요?
***
패드립은 너무 심하고 총관만 콕 집어서 욕하는 내용을 씁니다. 총관의 은밀한 사생활 이중생활을 폭로한다 총관은 이대로 괜찮은가 총관은 대충 (삐-)하고 (삐-) (삐-) 한 천하의 악한이다! 대충 이런 식으로!
***
개방도들이 자주 쓰는 방법이군요!
하란은 벽보를 붙여버립니다!
이제 소문이 천천히 퍼져나가기 시작할겁니다.....
***
"말 안해도 다 아시죠? 방을 훼손해도 절대 제지하지 말고! 눈에 띄지도 말고! 조용히 뒤만 밟는 겁니다!"
자경단원들에게 말도 해 두었으니 이제 슬슬 기다리는 일만 남았나.. 오랜만에 시간이 났으니 운기를 해볼깝쇼?
***
교룡심법을 수련합니다!
오늘따라...무언가 기이합니다.
무언가 보일듯 말듯한...벽!
벽이 보입니다!
콰앙!
심기체. 삼위일체.
마음은 기를 따르며 기는 육체를 따르고 육체는 마음을 따르니.
후우우욱!
잠깐 벽과 마주한 하란은 다시금 뒤로 땅기는 느낌과 함께 벽과 멀어집니다...
교룡심법이 80%에 도달합니다!
***
뭐, 뭐요? 일 할인가 이 할인가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단숨에 팔 할?!
야 이건 못참지 남은 이 할도 채워야죠!
***
- 7성 적룡지기 : 강대한 적룡의 기운. 내공은 정순해지고, 불꽃에 절대 피해를 입지 않는다. 기를 다루어 불을 피워내거나 조종할 수 있다.
***
"허!"
땀을 흘리면서 눈을 크게 떴습니다. 한 단계를 더 나아가 이전과는 또 다른 것이 느껴집니다. 저는 짜릿한 성취감에 몸을 부르르 떨었습니다.
이 느낌! 이 감정! 좀 더 오래 느끼고 싶어! 저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벌떡 일어나 칼을 뽑아들었습니다. 검법도 기연의 효과를 받나요 과연!
***
교룡검법을 수련합니다!
10%상승!
현재 10%입니다.
***
"...?"
이게 아닌가? 다시 해 보자.
***
당신의 숙련도
20%!
***
나는 안가를 찾았다, 아니면 찾을 수 없다 보고가 올 때까지 수련만 할 것이다!
이건 다 지친 하란주가 타지를 떠도는 중이기 때문이다.
***
50%!
수련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 기다리는 감각을 잡아냅니다.
소문의 효과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
"후우..."
찰칵. 칼을 집어넣었다. 누군가 기다리는 듯 해 돌아보았다.
"어인 일이십니까?"
***
"석가장을 총관이 장악했고 소문이 퍼졌잖습니까."
자경단원이 우물쭈물거리다가 입을 엽니다.
"벽보를 붙인 사람들을 찾아내서 죽이고 있습니다..."
이것이 사파! 희망편!
***
"내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진짜."
어디 썰 테면 썰어봐라 민심 이탈은 네놈들 몫이지.
"그 정도로 행패를 부리면 누가 총관 부하인지 다 알겠네요."
"막겠다고 객기 부리지 말고 안가 위치나 파악하세요. 험악해진 민심은 안가 습격 후 그 놈들을 매달아 갈음할 것입니다."
***
"알겠습니다! 안가부터 파악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총관의 부하들의 용모파기는 익혀놓을까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당연히 익혀놔야지요. 그렇다고 난 너 안다 하고 티를 내진 마시고.."
***
자경단원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뜹니다!
그런데 대체 무슨 소문을 흘렸길래 총관이 화가나서 사람까지 죽이려고 하는 것일까요?
캡틴도, 하란도 궁금해지는 시간입니다...
***
#4분 남았다 교룡검법 수련 또 하자!!
***
당신의 교룡검법 60%로 기록되었다.
***
어림도 없지!
70%!
***
뭔가 재밌는게 생각났는데, 일단 수련부터 마무리하자.
#교룡검법 수련 한번이요~
***
당신의 숙련도 80%이다.
***
#교룡검법 수련 두번이요~
***
아, 안돼! 그만둬! 이제 곧 100%라고!
***
#교룡검법 수련 세번이요~
***
캡틴이 고통받습니다!
100%!
- 7성 적룡조격참 : 강대한 붉은 용이 발톱을 휘두르는 모양새. 세 갈래로 나뉜 불의 기운이 적들을 타격한다.
바람의 상처를 얻습니다!
***
오예 멋진 기술! 이제 생각한걸 실현할 때다. 나는 자경단원을 찾아가 묻는다.
"전에 말했던 그 범죄조직들 말입니다. 그놈들이 총관과 사이가 돈독할까요, 영 좋지 않을까요? 아니면 조직마다 다른가?"
***
"까봐야 알겠지만...사파 놈들은 항상 뒤통수 칠 준비를 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정파와 사파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신뢰입니다.
하청업체를 등쳐먹는 대기업.
언제라도 대기업의 뒤통수를 후려갈길 준비를 하고있는 하청업체.
이것이...사파다...
***
"이히히."
하란은 입꼬리를 뒤틀며 웃었다.
***
하란의 뇌가 기가막히게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뉴런 시냅스들이 서로 부딫히면서....아니 전 이런거 모릅니다. 뇌과학? 그냥 뇌는 물렁하고 주름이 많다만 알면 되지 않을까요?
방법을 찾아냅니다!
방에다가 실수인척 그들임을 암시하는 표식이나 문장, 암호 같은 것을 쓰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이것 하나만으로 완벽하게 그들에게 누명을 씌울수는 없겠지만 상대가 의심을 하기 시작하기에는 충분할겁니다.
***
"혹시 그네들 상징표식 아는 거 없어요? 좀 가르쳐줄래요?"
조만간 2쇄를 찍어서 또 방을 붙이려 하는데, 거기에 살짝 넣어보려구! 나는 잡기장과 세필을 건네주면서 말했다.
***
"그런 것들이 상징표식같은게 있겠습니까? 다만 그들끼리의 은어로 자신들의 상전을 칭하는 호칭은 있습니다."
"들개 나으리, 라고들 말하지요. 이런 말을 쓰는건 그런 삼류 양아치 놈들의 전매지만, 정확히 상대를 겨냥하고 쓰는 벽보에 그런 말을 쓸 자들은 정해져있지 않겠습니까?
***
"음흠흠~"
나는 방을 준비하고 붙였던 단원들을 다시 소집한다. 그리고 2쇄에 대한 설명을 한다.
"....문구 사이사이에 은근히 들개 나으리라고 써넣는 겁니다. 성공하면 좀 재밌을 거에요. 그 놈들이 총관을 완전히 토벌당하면 보복 겸 아무튼 자기 명을 따르던 스스로 손가락마디를 자르는 것이고, 치안도 향상되겠죠. 잔당이 남으면 다른 세력한테 달라붙어 살려달라고 할 텐데...그 놈들이 설마 마교한테 가겠어요?"
***
한 사람이 손을 들고 질문합니다.
"총관이 거기에 속아넘어가겠습니까? 넘어간다쳐도 자신의 치부를 다루던 놈들을 한 번에 쳐내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초절정 쯤 되는 무인이면 천재에 가까운 편이지 멍청이에 가까운 편은 아니니 나름 일리가 있는 질문입니다.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
"물론 들개아저씨 하나에 완전히 넘어가진 않겠습니다만... 지금 총관 부하들이 우리가 범인이란 걸 알아챌까 불안하기도 하고."
"지금으로선 적절히 연막을 치고 그 놈들 관계를 흔들어 작은 틈을 만드는 선에서 만족하도록 합시다."
"아무튼 그 다섯글자가 나온 순간 의심을 완전히 거두긴 힘들겠죠."
"아무튼 이번에 방 붙일 때는 안 들키도록 조심하시고..."
***
그 정도라면. 하고 다른 사람들이 납득하고 넘어갑니다.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
시간이 되었다..!
"지금 용모파기 기록된 총관 부하들, 어디서 뭐하고 있는지 파악 가능합니까?"
***
총 열 일곱의 위치가 확인됩니다!
다들 별개의 일을 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치안 안정화 작업입니다.
***
"걔네들 눈에 안 띄게..걔네들 없는 곳에서 아무한테도 안 들키게 살금살금..아시죠? 응?"
어째 내 행동까지 괜히 조심스러워진다. 근데 어이가 없네. 사람 썰고다닐 때는 언제고 치안안정활동???
***
이런. 단어의 의미 전달에 있어서 오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무림 - 사파식 치안 안정화입니다.
그들의 위치를 피해 방을 붙이기 시작합니다...
병병병! 저 쿵철인데요!
누군가가 문을 두들깁니다.
"셋이 잡혔습니다!"
이런.
- 주공을 뵙소
- 이런. 단어의 의미 전달에 있어서 오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무림 - 사파식 치안 안정화입니다.
그들의 위치를 피해 방을 붙이기 시작합니다...
병병병! 저 쿵철인데요!
누군가가 문을 두들깁니다.
"셋이 잡혔습니다!"
이런.
***
엌ㅋㅋㅋㅋ 사파식 치안안정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지금 웃을 때가 아니라..
"생사는? 살아있다면 어디로 끌려간 겁니까?"
필경 고신이 가해질 것이다. 가능한 한 빨리 구출해야 한다!
***
"그, 그것이..."
끌려간게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자리에서..."
하란은 눈을 질끈 감아버립니다.
***
"그렇게 조심하라 일렀는데....!"
책상을 뒤엎..진 않았지만 절로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나무 책상이 으적 하고 찌그러진다.
"하... 그럼 혹 그들이 자경단이라는 것을 증명할 만한 뭔갈 지니고 있었습니까?"
나는 마른 세수를 하며 묻는다. 지네들끼리 자문(문신)이라도 돌려서 하고 있으면 큰일인데..
***
"그런 것은...다행이라 여겨야할지 모르겠습니다만은..."
없었나보군요.
"그들의 목이 장대에 걸렸습니다. 어쩌시겠습니까...?"
자경단원들의 사기가 낮아질 수 있습니다.
***
에라이! 나는 결국 책상을 엎었다.
"안가 파악은 어찌 되어가고 있죠?"
패배의 치욕은 승리로 덮고 말 것이다. 나는 잠에서 깨어나 으르렁거리는 교룡처럼 말한다.
***
와장창!
책상이 뒤엎어집니다.
"아직 진행 중입니다...그것이 쉽게 파악이 되지 않습니다..."
하긴 쉽게 파악되었으면 진작에 마교놈들이 선수를 쳤을겁니다.
"그런데...그...어떻게 할까요? 아랫것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시체라도 어떻게 가족의 품에 돌려줘야..."
***
"아뇨. 이미 놈들은 시체를 빼돌리려 할 것까지 예상하고 있을 겁니다. 여기서 더 많은 피해를 발생시킬 수는 없으니..."
그래도 시체 없는 장례라도 치러주라고 나는 일렀다.
"곧 제가 연설이든 웅변이든 할테니 가까운 시일 내에 자리를 준비하세요."
***
그는 시무룩해져서 돌아갑니다...
자경단워들의 사기가 낮아집니다.
연설 자리가 준비되었습니다.
***
나는 연단으로 천천히 올라갔다. 사열한 단원들을 둘러보면서 첫 입을 텐다.
"먼저, 저주받을 총관의 수하에게 살해당한 세 명의 용사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내세에서는 칼도 피도 없는 곳에서 평안하길."
***
단원들은 와아아....하고 힘없이 동조합니다.
자경단원들은 동료의 시체도 찾아오지 못하고, 제사도 지내지 못한다는 사실에 우울해하고 있습니다.
***
그런데 이 친구들 왜 이렇게 풀이 죽은 겨? 어이가 없네?
"여러분, 왜 그렇게 풀이 죽어 있습니까? 저는 여러분들 눈깔이 뒤집혀서 시체를 되찾고 동료의 복수를 하겠다고 날뛰는 것을 말려야 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전부 기우였군요."
"간부를 뽑는다는 말에 망설임없이 검을 겨루고, 겁 없이 천강단원들에게 시비를 걸고, 자신보다 더욱 강한 자에게도 두려움 없이 싸우던 그 패기넘치는 모습은 다 어디로 사라졌습니까? 그 야성은 어디로 사라졌습니까? 분하지 않습니까? 복수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 겁니까? 그래도 같이 일하고 한솥밥을 먹던 동료였잖습니까!"
킹반인의 사고방식을 가진 그녀도 그만 탁자를 뒤엎어버렸다. 그런데 그녀도 그럴진데 무림인들이 이렇게 나와서 될 일인가?
"설마 옆자리의 사람과 말 한마디 섞어보지 않은 건 아니겠지요? 동료의 죽음을 침통해하는 것은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허나 꼬리 내린 강아지처럼 힘없이 끙끙거리고 있는 꼴이라니!! 오호통재라!!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입니까!"
"여러분! 기억해 보십시오! 놈들의 손에 죽은 그 세 용사에 대해 떠올려 말해 봅시다! 그들은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좋아하는 음식이 있었습니까? 취미는? 자녀가 있었습니까? 그들과 함께하던 당신들이 말해 보십시오!"
***
이들은 사파입니다.
서로 배신하는 것은 저 놈이 멍청하기 때문에 당하는 것입니다.
서로 사기를 치는 것은 당하는 놈이 바보이기 때문입니다.
서로 속이는 것은 속는 놈이 얼간이라서 입니다.
그리고.
고수에게 당해 죽는 것은 당한 놈이 약하고, 멍청하고, 주제를 모르는 바보에 얼간이기 때문입니다.
물론입니다.
무림에서 고수에게 하수가 함부로 설치는 것 만큼 위험하고 멍청한 일은 없습니다.
냇가에서 발을 담구는 아낙에게 물어보아도.
길거리에서 장기를 두는 할아버지에게 물어보아도.
공을 차는 삼척동자에게 물어보아도.
그 누구라도.
무림에서 고수에게 죽는 것은 평범한 일 아니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재앙입니까?
막을 수 없는 천재지변입니까?
하늘의 일은 하늘에게 맡기되.
사람의 일은 사람이 할 수 있도록 인세에 정해져 있는 것이 법도요 도리입니다.
엄연히 정파적인 생각이라지만, 사파인들도 자신의 동료가 죽어나가는 것에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을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석가장 인근에서 살아온 이들에게 그 공포란 하루아침에 걷어질만한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석가장은 정파로치자면 오대세가와 구파일방의 말석에 위치해있는 수준의 거대한 세력.
그리고 그 아래에서 최하층을 맡아 살아가던 일개 낭인들이 자경단원이 되었습니다.
그저 돈을 받고, 그것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내일에 대한 불안감으로 살아가던 이들입니다.
그들은 오히려 분노하지 않느냐는 하란의 말에 분노합니다.
쿠웅!
누구 하나가 기괴하게 생긴 둔기로 땅을 내리찍으며 일어섭니다.
"애초부터 우리가 어떻게 저 놈들을 상대한단 말이오!"
그의 얼굴은 시뻘개져있습니다.
"우리는 이 곳에서 나고 자랐고, 우리 부모님도. 우리 조부모와 그 부모도. 그 부모의 부모도 여기서 나고 자랐소이다!"
"부모가 죽고 자식이 다시 부모가 되는 과정을 몇 번이나 반복하는 그 시간 속에서. 석가장은 굳건했소!"
"조정이고 뭐고, 우리한테는 석가장이 법이고 질서고 나라였단 말이오!"
"어떻게 항거해볼 수 없던 거대한 세력이란 말이외다! 아주 오랫동안 자리잡아왔던!"
"우리가 뭘 어째야하오! 내 친구도 이번에 죽었는데! 화가 난다고 무기를 들고 싸우러 가기라도 해야겠소!"
"그랬다간 당신네들은 몰라도 우린 죽어!"
그 말에 다른 이들이 동조합니다.
정파인 수뇌부.
그리고 말단을 차지하는 사파인들.
"외부인인 당신들과 우린 다르단 말이외다! 우리가 뭘 어떻게 해야한단 말이오! 이런 일이 처음이겠소? 난 내 가족을 고수에게 잃어봤어!"
다른 이도 외칩니다.
"내 아내를 빼앗겼어!"
"연좌제라며 내 동생을 베었어!"
"친구들이 사지가 잘려서 폐인으로 살아가!"
"부모님이 울면서 빌다가 돌아가셨어!"
그리고 다시 그 사내가 외칩니다.
"저항! 저항! 해본 적 있지! 여기에 있는 그 누가 안해봤겠소! 우린 이미 패배자들이야! 패잔병들이라고! 애초부터 석가장이나 그에 준하는 곳에 소속되지 않고 떠돌아다니는 낭인들이잖아! 우린 그냥 돈을 준다니까 하는거라고! 하루 먹고살 돈을 주니까 석가장 비위를 거스르지 않을 정도로 하는거라고!"
"우리보고 화나지 않느냐고! 화나지! 그런데 뭐 어쩔건데! 결국 그 쪽이 원하는건 우리가 나가서 싸우는 거잖아! 우린 나가서 싸우면 무조건 죽어! 그 공포를. 당신같은 높은 사람들이 뭘 알아!"
조장급에 속하는 사람 하나가 그의 어깨를 짚고서 앞으로 나옵니다.
"나도 이 말에 동의하오."
그의 눈이 빛납니다.
"우리가 뭘 어떻게 해야한단 말이오. 이미 다들 걸레짝이 되어있는 마음으로 사는 하루살이인데."
"본인도 화가 나오! 화가 난다고!"
땡그랑!
그가 무기를 바닥에 던져버립니다.
"친구가, 부하가 죽어도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내 자신이 한심해! 무서워서 겁먹는 내 모습이 꼴사나워! 고수들과 부딫히는게 무서워! 고수 하나가 수십 명을 베어넘기는 세상인데. 무섭다고! 죽기 싫다고! 그리고 그 생각으로 나를 합리화하면서 죽음을 외면하고 복수를 외면하는 꼴이 더 짜증나고 개같아!"
"화가 안날리가 없잖소! 화난다고! 죽여버리고 싶어! 그런데 방법이 없잖아! 그냥 나가서 맞서싸우면 그냥 개죽음인데! 우리가 뭘 어떡하라는 거야 진짜!!"
그가 핏발 선 눈으로 하란을 쳐다봅니다.
"말해보시오!"
분기점입니다.
***
"...화나셨군. 아주 화가 머리 끝까지 나셨어. 내가 착각해서 미안합니다. 당연히 화가 나셔야지."
나는 표정 없이 그들의 고성을 홑몸으로 받아냈다. 그렇다고 나도 화가 안 난 건 아니다. 우린 나가서 싸우면 다 죽어? 높으신 분들이 뭘 알아? 뭐 임마?
나는 말 없이 상의를 풀어헤쳤다. 헐거워진 의복이 허리춤에 매달려 달랑거렸다. 붕대로 가슴을 매어놓은 그곳에는 길고도 깊은 흉터가 있었다.
"그래. 당신들이 나가서 싸웠으면 좋겠다. 나랑 함께! 나랑 함께 싸워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라고 뒤에서 부채나 붙이고 있는 줄 아나! 총관의 수하의 검이 일 촌만 더 깊이 들어갔어도 나는 영영 검을 잡지 못했을 거다! 얼마 전에도 지원을 청하려 멀리 나갔다가 산음로에 붙잡혔다 간신히 벗어났다!"
"내가 표현하지 않고 너희들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해서 나의 고됨을 폄하하지는 마라! "
그리고 이제 뭐냐, 감성팔이할 시간인가?
"그리고 내가 당신들 마음을 왜 모를까. 내가 지금 이 나무 단상 위에 있다고 어디 귀족집 규수로 난 게 아니다. 거지들의 딸로 나서, 빚쟁이들에게 부모님이 살해당하셨다. 고작 아홉 살이었던 나는 독사굴 안에 숨어 삼 일을 버텼고! 물린 자리가 썩어들어가 다리를 잘라냈다!"
"양부마저도 고관대작에게 두들겨 맞아 일주일만에 죽어 나자빠져 나는 사문도 뭣도 없이 온 중원을 떠돌아다녔다!!"
"모용? 아! 모용세가! 아마 우리가 실패하고 내가 놈들에게 잡히면 그들은 안면을 몰수하고 우리랑 상관없다 발을 빼겠지. 나도, 나도 막 엄청 대단한 사람은 아냐... 당신들이 죽으면, 바로 다음이 나야. 하루 일찍 죽느냐 늦게 죽느냐 그것뿐이야. 우린 이미 한 배를 탔다고... 당신들을 버리고 간다고 내가 살까? 내 생각은 안 그런데."
후우, 목이 탄다. 나는 말을 이어갔다.
"여기 광검배가 오신 것 봤나? 2공자님이랑 구면인 것 같더라. 전 장주님이랑도 가까웠던 모양이고. 일부로 모용에서 신경써서 그를 보내신 거야. 가망이 없으면 미련 없이 잘라내겠지만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보이면 어떻게든 해 주겠다는 거야. 말해봐. 당신네들 부모, 부모의 부모, 부모의 부모의 부모 때랑 비교해서 이런 기회가 있었어? 오대세가의 한 기둥이 당신네들을 돕겠다잖아. 이 기회를 그냥 놓치겠나?"
"아까 말하는 거 들어보니 뭘 해도 어차피 죽을 운명이라고 하는 것 같던데. 어차피 죽을 거 앉아서 죽겠나, 싸우다 죽겠나? 걸음은 느리지만 나는 항상 당신들 앞에 있을 거고, 모든 지혜를 짜내어 승리를 궁구할 거야. 그 속 깊다는 모용에서 온갖 가솔을 제치고 내가 온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겠지."
"우리 인간이 무공을 만들고 무기를 쥐고 전략을 짜는 이유가 뭐야. 우리는 너무나 약하기에 정정당당하지 못했다. 설령 비겁하고 교활하다 욕을 먹을지라도 강자의 모가지를 물어뜯어 한 방 먹여줄 수만 있다면. 나는 그렇게라도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붇겠다."
"2공자가 장주가 되면 당신들 숨통도 트이지 않겠나. 자길 위해 목숨 걸고 싸웠는데. 설령 내버리겠다 해도 내가 허락 못 해. 저 사람들 안 받아주면 우린 손 빼버릴 거라도 협박이라도 하지 뭐.."
***
훌륭합니다!
"씨발!"
가장 맨 처음에 기괴한 둔기를 내리쳤던 사내가 둔기를 집어들어 어깨에 걸칩니다.
"그래! 씨발! 솔직히 우리 그 쪽 못믿어! 정파인이잖아! 그냥 돈 주고 산 낭인 새끼들 아니었냐고! 근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건데!"
"우리가 그 쪽을 믿고 따라도 되냐고! 우린 지금까지 배신당한 머저리들이고, 패배한 개새끼들이란 말이다!"
"그런 병신들이 뭐라고 우리보고 싸우라는거야? 어!"
"우리가 진짜 이길 것 같애? 우리가 가서 쫄아서 호로새끼처럼 뒤로 튀려고 하면 어쩔건데?"
"왜 그렇게 우리를 끌어안으려는건데? 그냥 딴 씹새끼들처럼 그냥 쓰고 버려! 그게 니들이잖아!"
"그게 니들이잖아!"
그의 눈에선 눈물이 흐릅니다.
"빌어먹을. 씹어쳐먹을. 개 좇같은 씨발! 씨발! 씨발!"
이들은 단 한 번도 누군가를 진심으로 섬겨본 적이 없는 이들.
이들은 단 한 번도 누군가를 진심으로 믿어본 적이 없는 이들.
"우리가 그 쪽을 믿어도 되겠냐고!"
그는 울부짖듯이 외칩니다.
...
침묵이 찾아옵니다.
간혹 병신새끼...하면서 냉정한 척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은 궁시렁거리기만 할 뿐 나서서 뭐라하지는 않습니다.
둘 중 하나겠지요.
그가 이 중에서는 꽤 실력있고 유명하거나.
그의 말에 여기있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거나.
아까 나섰던 조장 하나도 조용히 입을 다물고 하란을 쳐다봅니다.
모두가.
모두가 하란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사 하란.
당신은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
"스스로 믿을 용기가 없으니 내가 먼저 믿어주길 바라나? 누구 말마따나 패배자 머저리 개새끼들이도다."
하지만 아주 훌륭해. 나는 덧붙였다.
"약한 인간일수록 훌륭한 전사가 되는 법. 단 한번도 패배하지 않았다는 건 질 싸움을 피하기만 했다는 뜻이다."
"패배의 경험을 그렇게나 쌓았다면 당신들도 이제 승리를 맛볼 자격이 있는 것 아닌가? 나는 그리 믿는데."
***
"씨발."
그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리고 이것으로 대답이 되었습니다.
쿠웅!
자경단원들이 무릎을 꿇습니다.
"주공을 뵙소!"
지금부터 하란은 자경단에게 충성을 받습니다.
물론 이 충성은 아직 얕습니다. 이들에게서 진정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충성을 받으려면 고단히 노력해야만 합니다.
허나 중요한건.
이제 자경단원들은 하란을 '주공' 으로 모실겁니다.
***
하란은 음! 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 동녕열도의 어느 관리처럼..
***
충성서약이 끝납니다.
자경단원들의 사기는 여전히 낮은 편이지만, 아까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이들의 사기가 낮은 이유는 그들이 낭인이고, 실력이 보잘것 없기 때문입니다.
적과 정면으로 붙으면 모조리 죽을 것이지만.
하란이 공언한대로, 적들과는 언젠가 반드시 붙어야만 합니다.
시간이 충분치 않고.
석가장주가 누가 될지도 윤곽이 잡혀가기 시작합니다...
***
그래서, 이들을 이제 어찌한담? 이들을 모두 일류의 경지로 끌어올리는건 불가능하다. 숫자도 숫자인데다가 쓰는 무기도 다 다르니까. 하지만 이들도 반드시 싸워야 한다. 이들이 일방적으로 학살당하는 상황 따위 절대 만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단기간에 기량을 조금이라도 더 끌어올리려면.....
"진법과 제식, 합동전술."
1+1은 3이 될 수 있다. 상승효과라는게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함께 훈련하고 합을 맞출 수 있게 가르친다면 적어도 무력하게 당하고만 있진 않을 것이다. 보통 무림인들은 그런 것 알지도 못하고 가르치지도 못하지만.
"내 스승님은 조정 관료셨지."
나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안가를 찾는 작업은 계속 진행. 치안 유지 업무를 축소하고 그 시간에 훈련을 진행하자.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는 그놈들의 사파식 치안안정 때문에 뭘 하지도 못할 테니.
***
하란은 합동제식 훈련 등에 대한 지식이 있나요?
***
옛날에 스승님이 가르쳐 줬을 것 같아서용...안돼면 말구..
***
조정 관료는 무림인이 아니라서 무림인이 쓰는 진법은 가르쳐주지 않았을 것 같네용!
하지만!
하란이에게는 모용세가라는 뒷배가 있죵!
안그래도 누구 하나가 와있지 않나용?
그들의 진법을 쌔벼오는건 어떨까용!
***
아 맞다 킹용배대협! 그녀는 그에게 뽀르르 달려간다.
"대협. 혹 괜찮으시다면 저들에게 진법을 지도해주시지 않겠습니까?"
***
킹용배...아니 모용배는 검을 어깨에 사파마냥 떡하니 걸칩니다.
"저들에게 말인가? 세가의 진법은 엄연히..."
꼰대소리가 나옵니다.
하란이 배운다음 조금 개량해서 저들에게 가르치는게 낫겠군요!
저들은 하란에게 충성을 바치지 모용세가에 충성을 바치지 않으니까요!
이것이 봉신의 봉신은 내 봉신이 아니다!?
***
"....."
지금 그게 할 소리여? 승리를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아야 할 이 때에! 하란은 그런 속내를 숨기고 말을 바꾸었다.
"흠흠, 그럼 제게라도 가르쳐 주시지요. 그건 괜찮을 것 아닙니까?"
***
모용배는 잠시동안 고민합니다.
"모용세가의 가솔이니. 괜찮겠지."
지금부터 하란은 모용세가의 진법 '광해방검진' 을 배웁니다....
천재의 영향으로 하란은 광해방검진의 원리 대부분을 빠르게 이해합니다!
하지만 광해방검진은 상당한 절진.
획득까지 조금 더 노력을 쏟아부어야할 것 같습니다.
***
"...그래서 이게 이 쪽으로 가고, 저게 저 쪽으로 가는 방식이다. 제가 제대로 이해한게 맞습니까?"
그녀는 바둑판 위에 돌을 올려놓고, 그것을 말처럼 이리저리 움직인다. 말이 병사들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는 다시 모용배에게 질문한다. 몰라서 질문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모르는데 아는 척 하는게 진짜 부끄러운 일이지!
***
모용배는 상당히 놀라운 눈치로 하란을 쳐다봅니다.
".....굉장히...이해가 빠르군."
그는 다시금 하란에게 광해방검진을 가르쳐 나갑니다.
한 번 남았습니다.
***
"아! 이제 정말 알 것 같습니다! 여기가 저렇게 되면 이 부분이 틀어막히게 되니까...."
직접 해 보니 진법도 상당히 재미있는 분야 같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코피를 쏟으며 진법만 파대는 어느 범재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생각이겠지만.
***
모용배는 놀라움을 더 이상 감추지 못합니다!
"말도 안돼! 어찌...이걸 그리 쉽게 이해한단 말이냐!"
벌떡 일어난 모용배는 숨을 크게 쉬었다가 다시 진정하고 앉습니다.
"놀랍군....놀라워...."
하란은 진법 광해방검진을 습득합니다!
***
"저는 그저 대협께서 말씀하신대로 받아먹었을 뿐입니다?"
겸손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으아악 재수없어!
"아무튼, 시간 내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녀는 공손하게 인사를 꾸벅 올린다. 아직은 1성 정도의 기초밖에 모르지만 반대로 말하면 적어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는 것이다. 단원들이 그녀만큼 진법을 빨리 이해한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곧바로 지금 당장 아는 것부터 훈련을 진행해도 될 것 같다.
***
진법을 가르쳐봅니다!
"뭔 개소리를 하는거요 주공?"
이들은 하란처럼 똑똑하지 않습니다....흑흑...나도 천재하고 싶다...
하란은 왜 이걸 못하지? 하고 답답해합니다.
이럴 바에는 그냥 하란이 지휘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하란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습니다.
싹수가 있어보이는 놈들 몇을 찾아 전수해봅시다...
아무한테나 가르쳐주다간 진행 시간을 다 날려먹을겁니다!
으악! 끔찍해!
***
으아악 진행시간 낭비라니! 그건 하란도 하란주도 받아들일 수 없는 천인공노할 일이로다!
"개소리라니 이 싸람들아...지금 내가 얼마나 비싼 것을 가르쳐 주고 있는데! 정말 이해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소? 좀 알겠다 싶으면 나와 보시오!"
이대로 하다간 일 년이 걸려도 제자리걸음을 할 것 같다! 그녀는 그나마 가능성이 보이는 사람을 찾아본다.
***
다들 저 악독한 검진의 위력에 덜덜 떨며 나오지 않습니다.
아니 이게 뭐가 어렵다고 그러는 것이지요??
그냥 사람들을 넓게 펼친 다음 함수를 이용해서...
.....
캡틴은 설명을 포기했습니다.
정말 이 자경단원 중에 그 누구도 이걸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단 말입니까?
***
"아니 보세요. 정말 원리 하나하나까지 알 필요는 없고,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지만 알면 되잖아요."
그녀는 바둑돌이나 칠판, 돌멩이같은 직관적인 교재들을 사용해서 필사적으로 그들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한다.
***
그들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 ㅋㅋ
그 때. 가장 앳되어보이는 자경단원 하나가 바둑돌을 집어 놓습니다.
....가장 중요한 장소군요. 거기에 돌을 놓으면 진은 와해됩니다.
"막내야! 너 그럼 못써! 지지야! 지지!"
진법의 공포에 덜덜 떠는 다른 자경단원들이 말립니다.
그리고 하란은 동류를 알아봅니다.
...
비쩍마른 몰골. 퀭한 눈밑. 오랫동안 감지않아 이와 비듬이 있는 산발머리. 땟자국 가득한 남루한 옷차림. 낡은 창.
그리고 총기 가득히 형형하게 빛나고 있는 눈동자!
수재입니다!
***
"옳거니! 너 이리 나와 봐라!"
그녀는 무릎을 탁 쳤다. 사실 무릎이 아니라 의족이라서 찰싹 소리가 아니라 퍽 하는 소리가 났다.
"내가 볼 때 너는 이 진법을 이해할 가능성이 있는 것 같구나. 눈을 보면 알 수 있지!"
목욕 한번 하고 와서 일대일로 같이 이 진법을 파볼 생각이 있니? 그리고 네가 다시 저들을 가르쳐 주거라. 너는 작은 장군이 되는 거야! 그녀는 어린 단원을 슬슬 꼬드긴다.
***
퍽.
아야.
손은 조금 아프지만 이럴 때 아프다고 손을 호호 불고 있으면 제법 웃음...
어? 귀여운데? 기루에서 일하기....호호 손 불면서 아파하기....
아무튼 하란은 녀석을 꼬드겨봅니다.
"읏..."
하란의 외모는 매우 뛰어납니다. 아직 어린편에 사춘기가 이제 갓 온 자경단원은 얼굴을 붉히더니 이내 고개를 푹 숙이면서 자그맣게 고개를 주억거립니다.
...왜인지 못된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
"그래그래, 저기 욕탕 가서 한번 씻고 오너라. 뭔갈 제대로 배우려면 몸가짐부터 제대로 갖춰야 한단다."
그녀는 지나가는 하인을 불러서 이 녀석을 좀 씻겨달라고 부탁하며 떠넘겼다.
"그럼 그 전까지, 이런 어려운 것 말고 쉬운 것부터 먼저 배워봅시다. 아주 기본적인 제식 말입니다."
본격적인 진법을 가르치기 전에 기초제식이라도 가르쳐서 일사불란한 움직임에 익숙해지게 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
그 놈은 씻으러 갑니다.
후후후...무진장 귀여워해주지...쿡쿡쿡...
하란은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서 침을 닦습니다. 스읍.
근엄한 표정으로 단상에 오른 하란은 이렇게 말합니다.
부대 차렷.
그리고 그들은 그게 뭔지도 모릅니다!
이런 것들부터 가르쳐야 한다니! 벌써부터 한숨과 토가 나오는군요!
왜 세상 사람들은 이렇게 멍청하지?
앗.
재수없음이 방금 10레벨 상승한 것 같습니다.
***
후후후 이 우민들이...어떻게 차렷 열중쉬어도 모를 수가 있지? 정말 밑바닥처럼 하나하나 가르쳐야 하나!
"저기, 전에 내가 승리를 위해선 수단 방법 안 가리겠다고 한 거 기억해요?"
"나는 당신네들을 기필코 머리 셋, 팔 여섯, 다리 넷 달린 아수라로 만들어버릴 것입니다. 그 아수라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한몸처럼 움직이게 만들어 주겠습니다."
"내게도 여러분들에게도 꽤 힘든 시간이 될 것 같으니까. 각오하세요~? 으응~?"
나는 미소지었다. 하지만 얼굴엔 싸늘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
하란은 훈련을 끝마치고 한숨을 내쉽니다.
아까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멍청해보이는 모습들입니다.
얼씨구. 저거. 저거 보십쇼. 차렷이라니까 열중쉬어를 쳐 하고 앉았네.
이 똘빡들을 제대로 가르치려면 훈련이 더 필요할겁니다.
그리고...하란이 이걸 하나하나 다 챙겨야한다는게 문제지요.
인재가 없습니다! 인재가!
- 눈나!
- "갈길이 멀어..."
내가 할 수 있을까? 아니다 할수있다 할수있다 나는 천재다 능히 할수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다들 가서 휴식하세요. 이제부터 이거 매일매일 할 거니까~."
그리고 나는 아까 그 소년을 다시 떠올린다. 지금쯤 다 씻었으려나? 젠장, 나도 쉴 틈이 없군 이거.
***
수재는 이미 다 씻고 대기중입니다!
***
"미안하구나. 저들에게 기본 제식이라도 먼저 가르치려 했더니 제대로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더구나.."
그녀는 바둑판과 바둑돌을을 가져와 가르침을 위한 준비를 한다.
"그러고보니 넌 이름이 뭐니?"
바둑돌을 한줌 쥐어 판 위에 뿌리듯 놓았다. 청량한 자그락 소리가 방 안에 울린다.
***
"능도라고 합니다."
꽤나 의젓한 모습으로 대답합니다.
하지만 하란의 눈을 마주치지 못합니다.
아아...못된 눈나같으니라고...
***
"그래, 능도. 이미 알진 모르지만 나는 하란이다."
바둑돌을 옮기던 그녀는 자신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능도를 보고는 소리없이, 보일 듯 말 듯 미소지었다. 그럴 생각은 없지만 순진한 소년을 꾀려 드는 요망한 여인네가 된 것 같잖아.
"그럼 곧장 시작하도록 하지. 소장군 능도."
***
능도는 어떻게든 하란의 공격을 막아보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맙니다!
어떤 부분이 능도의 문제일까요?
1. 너무 수비적이다
2. 너무 공격적이다
3. 전체적인 기량의 문제다
4.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선택지에 따라 능도의 습득 정도와 능력이 달라집니다.
***
"전장이란 예측할 수 없이 변화무쌍한 곳이다. 건장한 장정이 나자빠지기도, 깡마른 소녀 하나가 펄펄 뛰어다닐 수도 있는 곳이지."
"같은 전략을 반복하는 것은 지양하거라. 적이 자신을 예측할 수 없게 하거라. 순식간에 변검하는 무희처럼. 강한 적보다 알 수 없는 적이 더 두려운 법이니."
"너는 어떤 기상천외한 수를 내놓겠느냐?"
***
"으음..."
능도는 고민하고 고민합니다!
다시금 대국이 시작됩니다!
능도는 여전히 막는데에 급급하지만, 전술에 대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조금 더 다양한 상황에서 광해방검진을 사용하는데 유용할지 모릅니다.
또다른 문제점이 하란의 눈에 보입니다.
그 문제점은....
1. 소극적
2. 적극적
3. 예비대의 부재
4. 너무 많은 예비대
5. 본인의 실력 부족
6. 전체적인 기량의 차이
무엇일까요?
***
"너는 공세적 방어라는 개념을 아느냐? 적극적으로 적의 공격역량을 주저앉히고 방어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그리 칭한다."
"광해방검진이 방어를 위한 진법이라지만 계속 적의 공격을 받으며 버티는 것도 능사는 아니지. 적극적으로 몰아붙여 적을 밀어내고 거점을 지킨다면 그것 또한 방어일지니.."
***
하란의 조언대로 능도의 전술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아까보다 훨씬 낫군요. 막기에만 급급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균형이 잡힙니다.
전술도 변화를 주면서 하란도 가끔씩 10초 이상 수를 고민하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그렇지만 어째서인지 한 번을 제대로 이기지 못합니다.
이 문제는....
1. 넌 멍청하고 난 똑똑해서
2. 넌 아직 경험이 없어
3. -꼰-
4. -틀-
5. 좀 더 가르쳐본다
6. 뭐 이 정도만 해도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무엇일까요?
***
'이 녀석, 내 수를 이해하곤 있는 건가?'
능도가 자신의 수를 아주 쫓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측하지 못한 건 아니지만 그닥 마음에 들진 않는다. 시간이 있다면야 하나하나 가르쳐주겠지만, 그래서야 어느 세월에 소장군 만들겠어?
"상황별 정석 행마를 일러줄테니 최대한 외워두거라. 같거나 비슷한 상황이 나온다면 또 그것을 적용해보고.."
이해하지 못하면 당장 외우기라도 해야겠지. 왜 그게 정석인지는 경험이 능도에게 알려주리.
***
능도는 뭔가 풀이 팍 죽었지만, 어째서인지 과감한 수가 줄어들고 침착하고 냉철한 수들을 두기 시작합니다.
하란은.
처음으로 수세에 몰립니다!
져주시겠습니까? 승리하시겠습니까?
***
음, 좋아. 어찌 첫술에 배부르랴? 그녀는 세가 기울어진 진을 보며 잠시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결론은 머지않아서 나왔다. 그녀는 능도를 짓밟기 위해 여기 있는 게 아니다. 가르치기 위함이지. 위기를 만들되 그 위기를 극복하게 하는 것 또한 그녀의 역할이란 말이다. 또 이 녀석, 풀이 죽은 것 같으니 이번은 져주도록 하자.
***
"좋다. 이것이 바로 방북진이란다."
그럼 다음은 어떡한다? 그녀는 능도를 일종의 통역사로 여기고 있다. 천재인 자신과 범재인 단원들을 잇는 다리, 수재. 내가 장교고 단원들이 병이면 능도는 부사관이다 이마리야! 결론은 능도가 더 잘 알고 유능해져야 자경단을 통제하기 쉬울 것이다.
"그럼 다음은...창을 들어라. 내가 창법은 잘 모르지만, 대련 상대 정도는 해 줄 수 있단다. 사파인들을 통제하려면 권위 또한 있어야지."
***
얼떨떨한 얼굴로 능도는 천천히 창을 듭니다.
....
모조리 헛점 투성이입니다. 창을 쥔 자세는 엉성하고, 다리는 불안정합니다.
상체는 흔들리고 시선은 산만하니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들에게는 겁박할 정도는 되어도 진짜 실력있는 무인을 만나면 일초지적도 되지 않을겁니다.
한숨이 나옵니다.
대체 어디부터 가르쳐야....?
***
백지로군. 완전 원석이야. 이걸 어느 세월에 깎을꼬?
"내가 창술은 잘 모르지만 말이다. 중심이 하나도 잡혀있지 않구나! 이놈아!"
0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다! 그녀는 말뚝을 가져와서 능도 앞에 꽂아두었다.
"가장 기본적인 찌르기부터 연마하거라! 네가 중심을 잡을 때까지 내가 계속 널 괴롭힐 것이다!"
***
안정적인 자세가 나올 때 까지 눈나는 악마눈나가 되어버렸습니다.
...포상인가?
아무튼, 하란은 다시 한 번 능도의 자세를 봅니다.
그리고 능도는 확고한 이류 무사로 올라섭니다...
하란의 결정에 따라 능도를 제자로 받아들이고 정파무공을 익히게 할 수도 있고,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마지막으로 자경단의 훈련은 끝마쳐집니다.
***
"...."
솔직히 교룡비급...자기만 알았으면 좋겠다는게 그녀의 심정이다. 아니 그렇잖아 내가 다리 한짝 날려가면서 천신만고 끝에 얻은 건데 딴 사람 알려주기도 뭣하구 교룡님께 가까워지는건 나 혼자였음 좋겠구....
하지만 그것 아는가? 하란이 손쉽게 습득한 광해방검진 또한 수많은 시행착오와 피고름 위에 세워졌다는 것을! 이 못된 놈!
***
그렇다면 능도는 지금부터 앞으로 하란의 제자가 될 일은 없을겁니다!
자경단원의 기초적인 훈련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
하란에게 모용배가 찾아옵니다.
"...그 어중이떠중이 사파놈들을 제 수족처럼 부리는군. 대단하오."
털썩.
쿵.
모용배의 거대한 몸집이 하란의 방을 가득 채웁니다.
왜 갑자기 제 방에 오셔서 안방마냥.....
흑흑.
***
"모두 세가의 지원 덕분이지요."
그런데 왜...여기 제 방인데 왜... 예감이 좋지 않다.
"그, 어인 용무로 오셨습니까?"
그녀는 우물쭈물하다 말한다. 뭔가...뭔가 있음...
***
"소저는 모용세가의 가솔이오. 그렇지 않소?"
모용배가 그렇게 물어봅니다...
어...음...네.
뭐 그렇기는 하죠?
***
"물론 그렇습니다...만.."
질문의 의도를 모르겠습니다 킹용배씨!
"뜬금없이 이상한 곳에 붙어먹을 생각은 없으니 그런 건 걱정 안 하셔도....됩니다...?"
***
"정말인가? 이리 세력을 키우면서?"
모용배는 사파무리..그러니까 자경단이 하란에게 주공이라고 한 것을 봤군요!
"참으로 그리 말할 수 있는가?"
그의 눈은 착 가라앉아 있습니다.
***
아, 그런 말씀이셨나.
"아까 어중이떠중이라고 안 하셨습니까? 세력이라니요?"
솔직히 자경단이 진법으로 강화되었다곤 하지만, 그 단독으로 뭘 할 수 있겠나? 지금은 뒷배에 모용세가와 2공자가 있다지만 그 두 기둥을 빼면 자경단이 대계에 변수를 줄 수 있을 만한 힘을 가졌다곤 보기 힘들다. 그런 건 세력이라기보단, 그냥 무리 아닌가.
"설마 제가 저들을 이끌고 반란이라도 일으키리라 여기시는 겁니까?"
***
"그 어중이떠중이들에게 가문의 절진을 가르치지 않았는가."
모용배는 여전히 착 가라앉은 눈입니다.
"소저의 의중을 의심할만하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 않겠소. 절진을 배워 그것을 펼치는건 이해할 수 있으나 내게 한 마디 상의도 없이 그것을 남에게 전수하다니 말이외다."
아...그러니까 이건.
모용세가의 체면과 관련되어 있는 문제입니다.
하란의 생각대로 저들의 전력은 한 줌 모래와 같습니다. 모용세가와 비교한다면 말이죠.
하지만 그 한 줌 모래 중 하나가 모용세가의 절진을 배웠다는게 문제입니다.
엄연히 사파인 자가 말이죠.
"하나 묻도록 하지. 소저는 그 사파 아해와 사제의 연을 맺었는가?"
***
"그것에 대해서는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허나, 저 혼자 그들을 모두 통제하기는 힘듭니다. 게다가 자기네들이 진법 안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도 알아먹질 못하니, 통역이 필요했을 뿐입니다. 대협."
"능도와 사제까지는 갈 생각 없습니다. 제 일도 바쁜데 제자까지 받아서 일일히 신경쓰긴 정신없지 않습니까."
***
"불행중 다행이로군."
모용배의 얼굴이 조금 풀립니다.
"이 일이 끝나면 그 아이는 본가에서 데려가야겠소. 소저. 아직 어리고 무공의 깊이도 깊지 않으니 충분히 정도를 걸을 수 있을 터. 동의하시겠는가?"
***
"그리하시지요, 대협."
반대할 이유가 있는가? 능도 입장에서도 낭인 생활 청산하고 든든한 생활을 할 테니 좋을 것이고. 능도 걔를 죽여버릴 것이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것 아닌가 걱정하던 그녀 입장에서도 안심되는 의견이었다. 정작 능도가 모용세가에 가기 싫어할지도 모르지만...설마 그러겠어?
***
그제서야 모용배의 표정이 완전히 풀립니다.
"소저의 세가를 향한 마음. 잘 알았네. 허허허."
충성심 테스트에 이것저것이 있었나 봅니다...
확실히 하란은 어떨지 몰라도, 남들의 눈에는 하란이 능도를 꽤 아끼는 것 처럼 보였을 수 있을테니 말이죠.
하란의 행동은 모용배에게 저 서역의 사막잡신(캡틴은 기독교다)에게 자기 아들을 바치려하던 신도 까지는 아니더라도 거의 그런 레벨로 비춰질겁니다.
모용배는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갑니다.
***
킹용배가 떠나간다...저 멀리...멀리멀리... 이 쯤 되면 초절정고수의 귀에도 안 들릴 것 같은 거리까지 킹용배가 멀어지고 나서야 그녀는 한숨을 쉰다.
"어후 이놈의 모용세가... 무슨 시험을 서당 일강처럼 치고 있어... 피 말려 돌아가시겠네.."
"그런데 내가 능도를 그렇게 물고 빨았나? 아닌데..?"
능도를 특별대우하긴 했지만 어느정도 선을 긋고 있었던 그녀에게, 주변의 이런 반응은 당황스럽기만 했다. 간 떨려라.
가슴이 벌렁벌렁해서 안 되겠다. 오랜만에 소주천을 한번 돌려보자.
***
종말이 찾아와버렸어용!! 으아아앙!!
- 8성 용인 - 赤 : 내공을 사용할 때 머리에는 용의 뿔이, 손등과 팔, 목에는 붉은 용의 비늘이 올라온다.
- 삼인성호
- "...어라?"
갑자기 왜 이렇게 몸이 간지럽지. 머리도. 피부도... 땀을 많이 흘린 걸까? 아니 이건 겉이 아니라 속에서 오는 가려움인데...
아무튼 그럼 이제 바깥으로 나가봅시다. 바람도 쐬고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보면서...
***
2공자가 죽었다는 소문이 흐르고 있습니다.
....? 네?
누군가의 공작이 의도치 않은 현상을 발생시킨걸까요?
***
??? 머리 위에 갈고리가 올라온다. 누가 죽었다는 거야 지금 폐관수련 하는 기합소리 들은게 한 두번이 아닌데!
대체 누가 이런 잡소문을 퍼뜨린 건지 모르겠으며, 그 목적조차 예상이 가질 않는다.
"저기 아저씨. 2공자가 죽었다구요? 그게 참말입니까? 어쩌다가요?"
그녀는 그런 소문을 말하는 사람 중 하나를 붙들고, 소문에 대해서 물어본다.
***
"아니...그렇다던데...? 뭐 저기 어디 강기슭인가 어딘가에서 2공자 옷같은게 발견됐다고..."
뭐라는거야. 살아있는데!
***
'또 산음로에 빠졌나?'
나도 모르는 새 귀신들이 보여주는 가짜 세상에 빠져서, 현실을 잊고 그 안을 영영 헤매이는...
아니! 아냐! 이상한 생각은 여기까지! 그녀는 아저씨가 말했던 강기슭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뭔가 알아낼 단서가 있을지도 모른다.
***
강기슭으로 이동합니다.
거기는 딱히 아무런 것도 없습니다. 옷을 찾아낸 사람이 가져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냥 졸졸졸 흐르고 있군요.
흠.
***
"뭐야..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당장 2공자가 폐관을 깨고 나오기만 해도 들킬 소문이 왜?"
중얼거리면서 물수제비를 통통 튀기고 있던 그녀는 다시 몸을 일으킨다. 근처에 있는 사공이라던지, 낚시꾼이라던지, 아니면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일일히 물어보면서 조금 더 정보를 모아볼 것이다.
***
하란은 근처의 사람들을 훑어봅니다.
주변에는 뱃사공과 낚시꾼, 그리고 강 너머로 향하려는 사람들. 작은 어물전 가게 주인 정도가 있습니다.
누구에게 가서 물어볼까요?
***
사공..사공한테 가보자! 사람들 옮겨주는 사람이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겠지?
"이보시오! 사공! 뭐 하나만 물어보겠소!"
***
사공에게 향합니다!
뱃사공은 사람들을 내려주고는 잠시 쉬면서 은전을 세보고 있었습니다.
"으응? 무슨 일..."
그는 하란의 허리에 수줍게 자리잡은 칼을 보고 침을 꿀꺽 삼킵니다.
아 의족같은거로 뭐라하는건 무림인 뿐이라고!
"...이십니...까...?"
무림인을 몇 번 만난 적이 있는 사람 같군요. 무림인한테 함부로하다가 목 날아가는건 다반사니까요!
***
"별 건 아니고...항간에 2공자가 죽었다는 소문이 들려서 말이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어서."
"혹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 중에 뭐 들은 거 없소이까?"
친절한 말에 칼을 더하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고, 약간의 돈을 더하면 더욱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그녀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엽전 몇개를 짤랑거리며 질문한다.
***
"쇠, 쇤네는 암것도 모릅니다요..."
뱃사공은 엽전을 거부합니다!
그는 서둘러 자리를 벗어납니다...
뭔가 찜찜합니다.
***
아무것도 안 했는데, 겁먹었어? 킁킁 어디선가 통제검열의 냄새가 나는데..?
"저기, 이보시오..."
어물전 주인한테도 가서 같은 질문을 해봅니다
***
어물전 주인은 엽전을 받아듭니다.
"흠...그러고보니 저 강 상류에서부터 뭔가 옷가지가 떠내려오기는 했었드랬지요."
그는 엉성하게 난 수염을 관우처럼 매만집니다.
"그리고 그걸 누가 주워갔었는데...아 그게 하필이면 해가 지고나서 가게를 정리할 때 있던 일이라서 말이요. 내 밤눈이 영 어두워..."
***
"흐음...흠..."
서역의 명탐정 설녹함주처럼 곰방대를 뻐끔거리며 설명을 듣던 그녀. 역시 뭔가 찜찜하다 싶어 스으읍 사는 소리를 내면서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그거라도 알려줘서 고맙소. 몸조심하시고..."
강 상류라! 거기까지 또 걸어가야겠군! 빌어먹을!
***
하란은 강 상류로 이동합니다!
....거기에는 동굴과 폭포가 있고, 민가가 몇 채 자리잡고 있습니다.
지금 시간은 점심.
새참을 먹으면서 강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
"헥...흐엑...이보시오...강태공 소협들..!"
정신나갈것같애! 걷는 건 질색이야! 지팡이검에 반쯤 기댄 그녀는 낚시꾼들에게 비척비척 다가갔다. 예쁜 거지 아니야. 구걸하는 거 아니야. 쓰읍 아니라구!
"여기 어디서 죽은 사람 옷이 떠내려갔다고 그러던데 보고 들은 것 없소?"
***
예쁜 거지를 보는 눈으로 고기잡이 하는 사람들이 하란을 쳐다보다가, 지팡이가 요상하다는걸 깨닫고 금세 공손해집니다.
"죽은 사람 옷?"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쑥덕거립니다.
"아아...저 폭포 위 쪽에서 옷가지가 떨어져 내려오긴 했소만...그게 죽은 사람 것이던가?"
"글씨. 나라도 알겠는감?"
***
"폭포 위?"
저는그만정신을잃을뻔한것입니다. 거기까지 또 올라가라구요? 부하들 좀 데리고 올걸! 이게 무슨 고생이래.
"혹 그 옷이란게 무슨 옷인지 기억나시오? 뭔가 인장이 있었다던지, 어떤 성별의 옷이라던지, 고급인지 저질인지..."
그녀는 냇가에 가서 세수도 하고 물도 마시면서 물어보았다.
***
"그런것까지는 모르지유."
아니 왜?
"우리가 그 옷을 집어간 것도 아니고..."
저런.
일단 단서들을 조합해봅시다...
***
후!후!후!후!
단서를 조합한다! 뉴러언!
***
킥킥킥 캡틴 파업 성공!
***
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럼 그 폭포 위로 가볼게용..영차영차
***
불쌍한 하란이는 의족으로 절뚝거리면서....아! 다리아파! 아프다고!
중간에서 멈춰 바위에 앉아 땀을 식힙니다.
음...여름이라 너무 덥군요.
그런데 왜 추운 것 같지.
바위에 앉아 쉬고 있을 때 나무꾼 하나가 지게를 메고서 올라가다가 하란과 눈이 마주칩니다.
그는 빠르게 시선을 돌립니다.
얼굴이 붉군요.
***
지금 지금 그 느낌이 딱 그 느낌이다! 겉옷을 벗으면 추운데 입으면 더운 그런 아리까리함! 이히히!
이대로 가다가는 내 명에 묫자리도 찾지 못하리라. 주변을 돌아보던 하란은 마침 적당한 사냥감(?)을 발견했다.
"이, 이보시오. 혹시 어디까지 올라가시오?"
***
"저 폭포 위 쪽으로 가는 길....이..오..."
나무꾼은 갑자기 근엄한체 합니다.
***
"거기까지 날 지게로 업어다주지 않겠소? 실한 나무 몇 그루를 썰어줄테니.."
왜 갑자기 근엄한척을 하는 것이지! 다 티가 나는데! 하지만 지금 절실한 것은 나무꾼의 튼튼한 두 다리다.
***
미인계는 확실했습니다.
그런데 왜 무림인한테는 안통하냐고요?
외다리라서 그래요...
하란은 지게에 얹혀서 폭포 위로 이동하는데 성공합니다!
***
"아이고, 고맙습니다. 여기까지 오는데 또 반나절 걸릴 뻔 했네."
폭포 위 졸졸 흐르는 계곡에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다. 그걸 보니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그녀는 아까 나무를 썰어주겠다고 한 자신의 말을 떠올리고 나무꾼에게 질문한다.
"사람들이 이 위에서 무슨 옷이 흘러내려왔다 하길래 조사중인데, 혹시 뭐 본 것 없습니까? 으응?"
그녀는 지팡이로 곧은 나무를 툭툭 쳐보더니 이내 검을 뽑아 단칼에 밑둥을 베어버린다. 그러니까 이것은 은혜값기임과 동시에 무력행사인 것이다. 아는대로 바르게 말해야 할 것이다 나무꾼!
***
나무꾼의 헤실거리던 표정이 겁먹은 것으로 바뀌어버립니다.
나무꾼의 마음이 어떻던 간에 하란의 무력시위는 매우 효과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아....모...모...모릅...니다...."
벌벌 떨면서...어....
지린내가 납니다.
이거 내려갈 때는 혼자서 내려가게 생겼군요.
***
무림인 한두번 보나. 뭐 이런 걸로 지리고 그러나. 이히히 썩둑썩둑.
"그런 이 주변 나무하면서 이상한 것도 본 적 없구요?"
그녀는 거사를 마친 후 주변을 슥 둘러보면서 말했다.
***
나무꾼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젓습니다.
음...
사람 탐문은 여기까지이고, 이제부터는 직접 두 발로 뛰...아 하란이는 발이 없죠.
한 발로 뛰어야할겁니다.
***
"예에..그러신가.."
웃으면서 까딱까딱 손을 흔들었다. 이제 그만 볼 일 봐도 좋아!
그리고 그녀는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서 주변을 매의 눈을 샅샅히 살피기 시작한 것이다!
***
나무꾼은 헐레벌떡 도망갑니다!
하란은 한 발로 낑낑거리며 주변을 탐색해봅니다.
.......색적 스킬 내놔 김캡틴!!!
일단 확인할 수 있는건 이 근처에 민가는 없다는 것.
그리고 일부러 오지 않는 이상 여기에 사람이 올 일은 없다는 것 정도입니다.
***
정리를 해보자
1. 근처에 사람사는 곳이 없다.
2. 일부러 오지 않는 이상 사람이 올 일은 없다.
그렇다면 결론
3. 지금부터 눈에 보이는 사람은 모두 거수자로 간주한다. 호남의 치안을 위해 자경단장 나가신다.
그녀는 넓은 반경으로 장소를 옮기며 계속해서 수색을 이어간다. 힘들긴 하지만...그래두..
***
'누가 여기로 지나갔나? 그냥 약초꾼이나 나무꾼일지도 모르지만..'
그냥 두고 가기도 찜찜하다 말이지. 꺾인 나뭇가지를 내려다보던 그녀는 주변에 그와 같은 흔적이 있는지 확인해본다. 만약 있다면 그것을 따라갈 것이다.
***
부러진 나뭇가지들은 매우 불규칙적입니다!
그제서야 하란은 깨닫습니다.
이거.
수준이 전문가 수준입니다.
일부러 뒤를 밟히지 않도록 흔적들을 어지러이 꼬아놓았습니다.
그러면서 돌아간 방향은 꼼꼼히 지웠고 말입니다.
***
"야 이거 제대로 잡았다."
보통 약초꾼들이 이러고 다니지는 않지? 분명 뒤가 켕기는 누군가의 흔적이다. 문제는 이런 흔적을 어떻게 쫓아가야 할지 막막하다는 것이다.
일단 그녀는 잠시 수색을 중단하고, 지금까지 얻어낸 정보를 토대로 새로운 사실을 유추하려 해본다.
***
이건 다이스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왜냐구요?
스킬 빨이기 때문이지용....
***
그럼 계속 돌아다녀봅니다..흐아아악
***
계속 돌아다녀봅니다!
.....뭔가 구슬 파편같은걸 하나 발견합니다.
이게...뭐지...?
***
??? 이게 뭐지? 구슬쪼가리? 이런 곳에 왜 구슬 쪼가리가?
그녀는 면밀히 살펴보고 깨물어보고 손 안에서 굴려보고 하여간 구슬쪼가리를 면밀하게 관찰해봅니다.
***
아무리봐도 뭔지 알아낼 수는 없습니다.
....적어도 하란의 지식 내에서는 말입니다.
***
'이건 딴 사람한테 물어봐야지.'
자경단이든 킹용배든 그 휘하 모용무사들이든! 주변에 사람은 넘쳐나니까 알 사람이 하나는 있겠지!
아무튼 시간도 꽤 흘렀고 계속 길도 없는 산을 뛰어다니다 보면 적한테 죽기 전에 제 풀에 먼저 죽을 것 같다. 이만 하산하자..
***
하란은 하산을 시작합니다....
중턱정도 까지 간신히 내려옵니다!
흑흑 발이 넘모 아픈 것이에용....
***
"끄흑..끄..."
내가 잘못했어 나무꾼아. 내가 나무 해줬잖아 돌아와!!!!
..그렇게 외치고 싶다. 괜히 겁을 줘가지곤. 너럭바위에 앉아 죽상을 하고 있던 그녀는 별안간 어딘가 뒷골이 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보통 그런 식으로 흔적을 속이고 다니는 주의깊은 사람이라면, 누가 자기 뒤를 밟거나 하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강에서 사공을 만난 시점에서 이미 그녀의 존재를 알아챘을지도..
"숨바꼭질은 그만하고. 그만 나오지요?"
그녀는 직감의 길을 따라 주변의 기척을 살피며 아무 말을 한다. 없음말고!
***
아무도 없구나 머쓱타드^^
그럼 안심하고 저택으로 돌아가도록 하자. 중간에 이상한 사람이 붙진 않는지 신경쓰면서 말이다.
"내가...내가 경공 고수들을 돈으로 사서 가마를 타고 다니고 말지... 이건 할 짓이 아니야..!"
물론 그 길은 길고도 고통스러우리.
***
드디어 집에 돌아옵니다!
흑흑...
***
"킹용...아니 광검배 대협 지금 어디 계시죠?"
돌아오자마자 그녀는 킹용배에게로 직행한다. 이 일만 상의하고 당장 쉬자. 당장 드러눕자. 난 오늘 열심히 일하지 않았는가.
***
모용배는 구슬조각을 보고 아리송한 표정입니다.
"....나도 모르겠군. 단순한 구슬은 절대 아닐세만."
모용배쯤 되는 인물도 못알아본다??
흠...?
***
"대협도 모르신다면 분명 예사 물건은 아니라는 건데."
이거 분명...뭔가 있음...뭔가가... 뭔가 거대한 것이... 거대한 흑막이...
"지금 호남에 2공자가 죽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2공자 옷가지가 강으로 떠내려왔다길래 거슬러 거슬러 계곡 있는 산까지 올라갔더니, 누군가 의도적으로 지나간 흔적을 찾지 못하게 어지럽힌 흔적과 이것을 찾았습니다. 분명 어중이떠중이의 실력은 아니었습니다.."
***
"...그 사람들이 이미 포섭된 사람일 수도 있겠어. 당분간은 밤에 조심해야겠군."
모용배는 입술을 질끈 깨뭅니다.
아니 킹째서?
"이 곳 개방 지부가 무너지면서 정보를 다루는 자들의 공백이 생기지 않았는가. 누군가는 그 자리를 차지하려 들 테지. 총관 놈의 짓일 가능성이 조금 높아보이는군..."
***
"그럴 수도 있겠군요. 질문을 했을 뿐인데 이상하리만치 겁을 먹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하란도 그곳에서 검열과 통제의 냄새를 맡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벌써 하란이가 다녀갔대요! 하고 다 일러바쳤을 수도 있다는 것.
"그런데 그걸 모르겠단 말입니다... 2공자가 폐관을 깨기만 해도 뒤집힐 소문인데. 왜 그런 알량한 소문을 퍼뜨린 건지 원..."
***
"본인 또한 그 연유를 짐작할 수가 없네. 어째서......."
모용배는 온지 얼마 안된 인물!
그는 혼란스러워 합니다.
"혹여 2공자의 인품이 훌륭해 민초들의 지지를 받고 있었는가?"
....그런...가....?
***
"제가 그런 식으로 포장을 하려고 생각은 해 봤지만 원래부터 그랬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저것 봐라 치안을 살피고 사랑을 위해 헌신하시는 저 인애넘치는 2공자를 보라! 는 식으로 선전을 해 볼까 하는 것도 계획에 있긴 했다. 그런데 2공자가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었나? 개방은 2공자가 소인배라더만.
"그 소문으로 사람들이 딱히 슬퍼..했었나?"
***
그들은 오히려 총관을 더 신뢰하는 쪽이었습니다.
석가장주가 아프게 된 이후부터 내정을 해오던 것은 총관이었으니까요.
민초들에게 인기있던건 총관이지 2공자가 아닙니다.
***
"아닌데...? 그렇게 막 슬퍼하진 않았었는데?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그런 분위기였습니다만."
지금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야!
***
하란의 머리가 재빠르게 굴러가기 시작합니다........
총관은 굳이 정보조직을 새로 심을 필요가 없습니다.
민심은 원래부터 총관 쪽이었으니까요.
개방은 정파의 것이니 박살내는 것이었지만,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총관은 정보전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정보전을 싫어하는 쪽이지요.
그렇지 않고서야 개방을 써먹을 생각도 하지않고 축출해낼리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정보를 필요로 하는 자들은?
정보를 조작하여 명분이나 이득을 취해야하는 이들은?
자연스레 2공자와 사생아가 남습니다.
그런데 2공자는 우리입니다.
자연스레...
하나로 좁혀집니다.
***
"총관이 이런 짓을 할 리가 없습니다. 우리와 정보전을 벌이고 싶었다면 개방을 써먹지도 않고 저런 식으로 손을 쓸 리가 없죠..."
나왔다 하란 설녹함주! 사실은 캡틴이 말해준 걸 그대로 따라읽는 것에 불과하지만. 홍홍!
"사생아, 마교도 쪽에서 벌인 일 같은데. 지금 2공자의 연인이 마교도에게 잡혀있고..."
희미한 안개 속에서 길이 보일 듯 말 듯 하다. 그녀는 이런 아슬아슬함이 싫었다. 재채기가 나올락말락 하는 이 기분.
"지금쯤 그 연인을 고문하던가 회유하던가 어떻게든 손을 쓰고 있겠지요? 마교도들이?"
***
모용배가 머리를 짚습니다.
폭력적인 리액션을 보여줄 줄 알았는데!
"마교놈들이었군! 이런 젠장할!"
폭력적인 언어를 쓰기는 하는군요!
"당분간 밤에 꼭 조심하게. 마교 놈들의 사고방식은 우리 중원 사람들과는 다르니...밤이 아니지. 그저 매사에 조심하게. 반드시."
***
"당분간은 되도록 저택에 머무르겠습니다. 여기서도 할 일은 많지요.. 수련도 있고, 자경단 놈들도 한참은 더 굴려야 하고."
"아니다, 자경단도 거둬들여야 하나? 하지만 안가를 습격하려면....하여튼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머리맡에 칼을 두도록 하지요."
***
모용배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제부터는 하란이 대비를 해야할겁니다....
***
모용배의 방에서 나왔다. 져가는 노을이 어딘가 섬칫하다. 옛날에는 이렇게 자신을 딱 노리고 죽이려는 사람은 없었는데...찌릿찌릿하군.
그녀는 자기 방으로 돌아온다. 책상 위에 비급서가 있다. 원래는 어디 감춰둬야 하는데, 까먹었었다. 그 비급서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자니..앗..아아....
***
아...아아.......- 9성 등용문 : 용이 되는 법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날 때 부터 용의 자식으로 태어나는 용생자. 다른 하나는 수련을 거듭해 등용문에 들어서는 것. 당신의 눈 앞에는 희미하고도 짙은 거대한 문이 보인다. 모든 준비가 되었고, 곧 등용문의 시험이 시작되리라. 신선이 되고자 하는 모든 동물들의 말과 감정을 이해할 수 있고 그들은 당신을 스승이나 그에 준하는 존재로 보게 될 것이다.
등용문이 당신에게 열렸다.
- 음흉한 정파 나가신다
- 아아아아아 오늘치 끝!! 하란은 쓰러지듯 침대에 누웠다.
....
그리고 다음 날, 해가 뜨자마자 그녀는 자경단의 간부를 찾아가서 묻는다. 일단 자경단들부터 어떻게 해야 한다. 분명 자경단을 찔러서 그녀를 끌어내려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안가 파악은 어느 정도까지 진행되었죠?"
***
"현재..."
자경단원들과 다른 머리들이 한데 모여서 몇 곳을 가리킵니다.
"네 곳이 가장 유력합니다."
네 곳? 뭐이리 많아?
"이 이상은 직접 탐문해보지 않는 이상...더 이상 파악이 불가능합니다."
***
"4곳이라..4곳... 훨씬 낫군요. 이 넓은 호남 땅에서 4곳만 가 봐도 되는 것이니."
사실 임마 더 추려야지 4개가 뭐야! 하고 혼내고 싶었지만..어쩌겠나. 이들이 개방도 아니고 살수도 아닌 것을.
"일단 나가있는 자경단들 모두 저택 안으로 불러모으세요. 당분간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저택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습니다."
그녀는 간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준다. 지금 우리 마교한테 완전 찍혔다고, 공격 징후를 포착했다고! 개죽음 당하기 싫으면 모두 돌아와!
***
다들 공포에 질려서는 안으로 들어옵니다!
당분간 석가장 인근의 치안 상태는 악화되기 시작할겁니다...
***
"흐음. 그래서.."
치안은 악화되겠지. 고육책이지만 당장은 이 수 밖에 없다. 그녀는 사람들을 불러모아 회의를 연다.
"지금 추려낸 4곳이 어딘지 뭐 하는 곳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
숲 속의 폐가, 호남의 저택, 산 속의 동굴, 강 기슭의 지하.
이렇게 나왔습니다.
***
"우리...이렇게 해봅시다."
(대충 검열된 방법)
***
그들은 고심하고 고심합니다.
"과연 그들이 우리 의도대로 움직여줄 것인가....싶습니다. 제가 알기로 희안한 술수를 많이들 부린다고 들었습니다만..."
이리 하시려면 직접 움직이셔야 됩니다!
경험해보셨듯, 이 친구들은 이상한 술수를 마구마구 잘 부릴 수 있습니다...
***
"희안한 술수라 하면..?"
그게 뭔데 말해보세용!
***
골치아프군. 그녀는 잠시 화제를 돌린다.
"제가 처음에 말했던 게, 방을 훼손한 자들을 뒤쫓아서 위치를 파악한다는 거였죠. 그렇다면 그 용모파기 파악된 자들이 이 네 곳을 자주 들락거렸다는 의미입니까?"
***
"아닙니다."
그들이 고개를 젓습니다.
"놈들의 동선을 계산해보았을 때 이 네 곳이 유력하게 나왔을 뿐입니다. 그...놈들이 저희보다 무공이 그..."
차마 자존심 때문에 말은 못하지만, 방을 뜯은 자들이 우리 자경단원들보단 고수인가봅니다.
***
어 그래..그렇구나...하...
"저택에 들어간 적이 없던 사람이 정문을 통해서 나온다. 정문으로 들어갔던 사람이 나온 적이 없는데 다른 곳에서 발견된다...."
"그 저택이라는 곳에 비밀 통로가 있다면 십중팔구 비밀 시설이란 거겠죠. 저런 징후가 관측될지도 모르고."
너희들이 그걸 알아보지 못했으니 지금 해야겠습니다. 그녀는 말한다.
***
"저택으로 가보시겠습니까?"
사람들이 채비를 할겁니다.
***
"가봅시다. 너무 소란 떨지는 말고. 그랬다간 놈들이 방을 뺄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
저택으로 향합니다!
한 번 더 이동해야합니다...
***
"이럴 때 생각해보면 전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났어요. 천 년 후에 태어났으면 다리 잘린 것도 척척 붙여줄 것인데!"
투덜투덜..하지만 걸어야만 한다...
***
"천년이 지나도 다리는 못붙이지 않을까요?"
누구 하나가 눈치없이 그렇게 대답합니다.
쟤는 이따가 원산폭격 시켜야겠다.
하란은 드디어 저택에 도착합니다!
저택은...딱히 사는 사람도 없고 방치되어있는듯 을씨년스럽습니다...
사람이 지나다녔는데, 사람의 흔적이 없다라?
***
"방검진을 펼쳐라. 첫 실전이 될지도 모르겠다?"
일단 경계.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니 무조건 경계 또 경계만이 살길이리라. 그녀는 광해방검진의 묘리에 따라 단원들에게 지시한다.
"신씨. 진의 후방을 받쳐주십시오. 제가 앞에서 함정이 있나..그런 걸 보겠습니다."
***
오랜만에 이름이 나오는 신채훈은 알았다는듯 고개를 끄덕이고 뒤로 갑니다.
툭툭.
두들겨보지만 딱히 뭔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도 다녀가지 않은...거미줄과 먼지가 가득한 저택입니다.
"...그럴리가 없는데..."
잘못짚은 것일까요? 아니면...
***
거미줄과 먼지는 인적 드뭄의 증거가 될 수 없다. 먼지는 하루만 쓸지 않아도 쌓이는 것이고. 한 식경 전에 널어놓은 빨래에도 집을 짓는게 거미인 법.(실화임)
"수색을 계속한다."
모퉁이를 빼꼼빼꼼 내다보면서. 고양이 걸음처럼 사뿐사뿐 가볍고 소리없이..계속 가 봅시다.
***
여전히 인적없이, 오랫동안 누가 들어오지 않은 장소인 것 같습니다.
.........무언가 잘못되었습니다.
접근법이 틀린게 아닐까요?
가령.
하란은 지팡이로 벽을 쿵 찍습니다.
푸욱.
지팡이가 벽을 쑤욱 통과합니다.
진법이라던가.
***
...아차.
"여긴 진법 안이다! 검림진을 펼쳐라!"
소리를 빽 지르고 칼을 뽑아듭니다. 함정이었던 건가!
***
하란은 검진을 펼칩니다!
................
다들 긴장한채 가만히 대기합니다.
......
아무 일도 없나?
다들 안심하고 검진을 해체하려 할 때 쯤.
스스슥.
핏!
퍼억!
자경단원 하나의 다리가 부러집니다!
"끄아아악!"
광해방검진의 힘으로 다행히 부러지기만 했지, 이게 없었으면 하반신 모두가 사라졌을만한 공격이었습니다.
사람은 아니고, 기관진인 것 같군요.
***
"천천히..침착하게. 이곳에서 빠져나간다. 진의 붕괴가 곧 전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라."
"그리고 저 녀석은 부목 대주고 누가 어깨 좀 빌려줘라."
사람 없이 기관진만 남아있다면 에라 엿되어봐라 하는 함정이다. 여기 더 이상 머물 이유가 없어. 나가야겠다. 침착하게..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지. 절대 길을 벗어나지 마라."
***
하란일행은 침착하게 후퇴합니다........
...
....
.....
모두가 떠나고 으슥한 기운과 적막만이 남은 시간.
누군가 하나가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섭니다.
"기관진이 발동되었군."
검은 복면을 쓴 누군가는 쯧 혀를 찹니다.
"누가 알아차렸다. 알아내라."
그리고 어둠 속에서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
"아 이렇게 되면 좀 곤란해지나..."
기관이 작동되었으니까 그걸 설치한 사람도 알아챘을테지. 올무에 사냥감이 걸렸나 확인은 해야 할 테니 말이다. 그리고 잔뜩 쫄아서 후퇴하느라 먼지에 찍힌 발자국도 안 지우고 돌아와버렸다. 한번 불로 쓸어만 줘도 되었을 것을!
"마교랑 총관에게 협공을 당하는 건 마음에 안 들어. 한 쪽을 빨리 작살내버려야 하는데."
물론 총관 먼저. 지금 지원 공자가 절강에서 일을 벌이고 계시니, 딱 흑천성의 뒤통수가 간질간질할 때다. 이 틈에 빠르게 총관을 정리하고 싶다. 물론 그 지부도.
"서둘러야겠다."
***
동굴로 이동합니다....
허리를 숙이고 몸을 웅크리지 않고는 들어갈 수 없는 작은 입구의 동굴입니다.
"많이 들어갈 수는 없겠는뎁쇼."
***
"....."
옛날 생각이 난다. 다리를 잃은 독사굴. 하지만 그녀는 그곳에서 새로운 기회 또한 얻을 수 있었다. 저도 모르게 실실 웃음이 밀려나왔다.
"밑작업도 없이 들어가긴 불안하겠지?"
손을 휘적휘적. 잠깐 비켜보라는 사인을 준 후에, 그녀는 동굴 안을 향해 무자비한 화염방사를 시작하였다. 혹여나 안에 기관진이나 매복이 숨어있다면. 전부 불타버려라- 하면서.
***
화르르르르르르르륵 - !!!!!!!!!!
불길이 안쪽으로 자꾸자꾸 들어갑니다.....
후끈한 열기가 동굴 밖의 입구 쪽까지 느껴지고, 잿빛 연기가 입구를 통해 흘러나옵니다.
주변을 둘러보게 시켜도 연기는 다른 쪽으로 빠지지 않고 오직 동굴의 입구에서만 빠져나오고 있습니다.
천재인 하란은 바로 지읒이 됐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이거, 연기 다 빠지기 전까지는 절대 못들어가겠는데요.
안의 기관들은 분명 다 타버렸겠지만요.
***
잠깐만. 염화불침지체가 연기를 마셔도 멀쩡한 능력이 있었던가? 아닐텐데?
아, 이거 ㅈ.....
"연기가 빠지면 바로 들어가도록 합시다. 안에 무슨 적대적인 것이 있든 죄다 타 버렸을 테니 아무 걱정 마시고!"
***
자경단원들은 군기를 엄정히 한 채로 연기가 빠지기를 기다립니다.
..
...
....
흘러나오는 연기가 잦아들고 열기도 식었습니다.
하지만 안에는 여전히 독한 연기가 남아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타는 연기는 분명히 위로 뜨는 성질이 있었다.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엉금엉금 기어가야 하나. 안쪽에 넓은 공간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능도. 내가 들어가 있는동안 네가 지휘관이다. 진을 펼치고 주변을 경계하도록."
모두가 들어갈 수는 없다. 그녀는 몇 명의 인원을 데리고 들어가며 능도에게 남은 인원을 잠시 맡겼다.
***
자경단원 중에서 실력이 뛰어난 편인 이들을 데리고 동굴로 들어갑니다...
동굴은 암흑 속에서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와 잔불들이 남아 붉게 명멸하고 있습니다.
자박....자박...
발바닥에서부터 열기가 전해져옵니다. 뜨겁군요. 하란은 아무런 영향도 없지만 다른 자경단원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
"많이 덥죠? 뭐라도 빨리 찾으면 그만큼 빨리 나가는 거에요~"
자기 안 덥다고 그러는 게 분명하다. 악독한 놈!
그녀는 허리를 숙이고 지팡이로 바닥과 벽을 헤집으면서 단서를 찾아 헤맨다.
***
"너...너무 뜨겁습니다..."
자경단원들이 고통을 호소합니다!
안에는 잔불과 재들만이 남아있습니다.
그것들이 바닥을 전부 덮고 있으니 쉽지만은 않은 일정입니다.
***
"....그럼 나가서 기댜리세요."
언제쯤 사람됄래 이것들아! 그녀는 한숨을 쉬면서 퇴거 허가를 내어주었다.
그나저나 이놈의 재 때문에 수사가 영 지지부진하다. 마음에 들지 않아! 그녀는 자경단원들이 빠져나간 후 검을 뽑았다.
검을 바닥에, 잿가루 속에 반쯤 파묻고 그대로 1성 포효를 사용한다. 이렇게 하면 바닥의 잿가루들이 싹 날아가지 않을까?
***
자경단원들은 급히 빠져나갑니다!
퍽! 퍽!
재를 아무리 뒤져봐도 뭐가 나오진 않습니다. 뎬장.
그러던 찰나에 저 멀리 뭔가 빛을 내고 있습니다.....
***
으아니 챠! 무엇인가 발견했다. 빛을 향해서!
***
하란은 빛을 향해서 절뚝거립니다!
으아! 니! 챠!
내 다리 무엇!
한 번 더 레스를 써주십시오....
***
끄아앙 내다리! 왜 나는햄보칼 수 없는거야 잉잉.
***
이거슨 하란주의 업보인 거시다....
아무튼 하란은 간신히 빛나는 물체 앞에 멈춰섭니다.
이건....뭐죠?
빛나는 파란 꽃입니다.
...이름도 모르겠군요!
***
'이건 지부랑 상관없는 것 같은데. 그리고 불에 안 탔다고?'
기시감..기시감이 느껴진다.. 지난번 그 피톤치드 향 나던 푸르딩딩한 삼이...
또 이거 먹고 운기하면 시간이 걸릴 것인데. 단서를 찾을 시간이 있는건가? 일단 뿌리까지 조심해서 뽑아보기로 했다.
***
뽑으려 합니다!
....
안뽑힙니다!
아니? 네? 일류고수가 힘으로 뽑으려 하는데 안뽑힌다구요?
??????
***
?????????? 안이 이게 무슨 일이여. 일류고수의 힘으로 안 뽑힌다굽쇼? 아래쪽에 무엇이 있는 것이지?
주변을 파봅니다. 흙은 파내고 암반은 부숴라!
***
훌륭합니다!
주변을 파고 부수고 하니 거기에는 엄지손톱만한 크기의 열매가 하나 열려있습니다.
빛나는 파란 꽃과 손톱크기의 열매.
둘 중 하나는 거짓이겠군요.
***
"뭐, 당연히 척 봐도 이 쪽이 본체처럼 보인단 말이야?"
이 꽃은 무언가의 미끼 비슷한 것일까? 초롱아귀의 초롱불이라던지.. 그녀는 열매가 진퉁이라는 쪽에 걸어보기로 했다.
***
열매를 챙깁니다!
아직 정체를 모르겠군요....이상한 열매가 아이템으로 추가됩니다!
【 이상한 열매 】
불타버린 동굴 안에서 빛나는 파란 꽃 아래를 파 본 결과 찾아낸 열매.
어디다 쓰는 것인지, 먹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런걸 잘 아는 사람을 찾아간다면 알게될지도...?
- 기이한 향이 나고 있다.
***
그럼 이제 다시 단서 찾을 시간! 불을 질렀으니 어지간한 단서들은 전부 묻히거나 탔을 것이다.
하지만 구조적인 단서. 가령 비밀 문, 벽이나 바닥 속에 숨겨진 장치들은 작동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는 남아있을 것이다. 아까 암반을 부순 경험을 토대로. 벽이나 천장, 바닥을 조금씩 두드리고 깨면서 탐색해보자.
***
벽을 통통 두들기거나 깨봅니다...
음, 손이 아프군요. 지팡이검으로 두들겨봅시다.
딱딱한 동굴 암벽입니다.
깨지지는 않습니다. 깨려면 필시 강대한 힘이 필요할겁니다.
바닥도 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 이 근방에 함정이나 기관장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아무것도 없을까요?
있다면 그건 꼭 함정이나 기관장치여야 할까요?
싸늘한 소름이 하란의 몸을 훑고 지나갑니다.
타다다닥!
사람의 발소리가 들려옵니다! 방향은 전방! 동서쪽!
피잉!
날카로운 단검이 날아들고 하란은 고개를 옆으로 젖혀 피해냅니다. 동굴 벽에 박힐 기세로 강하게 날아들던 단검은 어느순간 공중에서 떡하니 멈추더니 곡선을 그리면서 다시 하란의 뒤를 노리고 날아듭니다.
쿵.
하란은 멀쩡한 다리에 힘을 주면서 의족을 하늘로 차올립니다. 몸을 뒤집으며 180도로 머리와 다리의 위치를 바꿉니다. 하란의 머리를 노리고 달려들던 단검은 한철이 미약하게 섞인 의족에 흠집을 내면서 휘청이며 올라갑니다.
픽!
그리고 무언가가 잡아당기는듯이 균형을 회복한 단검이 짜르르륵 소리를 내며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갑니다.
***
"...이 개자식이!"
이렇게나 불을 싸질러 놨건만 사람이 안에서 살아있다고? 이것은 상정 외의 사태였다. 비수를 실에 매달아 휘두르는 듯한 공격을 한 차례 피하고, 그녀는 즉시 검을 뽑으며 방어 태세를 갖춘다.
"신씨! 들어오세요! 빨리!"
절정고수는 동굴 입구에서도 어느정도 소리가 들리겠지. 그녀는 어둠 속으로 검을 겨누며 지원을 요청한다. 놈들의 소굴로 혼자 들어갈 수는 없다.
***
콰아아앙!
동굴 벽을 부수면서 신채훈이 난입합니다!
"후우웁...!"
그는 들어오자마자 급하게 숨을 참지만, 빛이 살짝 들어오고 공간이 생기면서 남아있던 연기들이 급하게 위로 빨려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짜르르르르르....
소리를 들은 신채훈은 재빠르게 하란의 목덜미를 낚아채 뒤로 움직입니다!
콰드드드득!
바닥을 무언가가 긁은듯한 흔적이 남으면서 픽! 소리가 나더니 다시 짜르르르르 소리가 들려옵니다.
"눈에 힘을 집중해도 보이지 않고..살수는 아닌듯한데."
그러고보니 하란일행은 석가장의 무공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일단 혼자는 아닙니다."
신채훈이 판단합니다!
***
"좁고 긴 동굴 안이니 숫적 열세를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운이 좋다면!"
보이지 않는다니 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냐. 하란은 손바닥 위에 불덩이를 피워올리더니, 그것을 공처럼 저 안으로 홱 던진다. 일단 시야 확보부터!
***
퍼어어엉!
조명탄처럼 내공을 이용한 불이 터지고 순간적으로 빛을 발합니다.
거기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뭐 저런!"
신채훈은 당혹해합니다.
"저번부터 우리 너무 귀신같은거랑 엮이는거 아닙니까!?"
산음로를 겪긴 했지만 설마 저게 귀신이겠습니까?
***
이거 자경단 몸빵으로 들어갔다간 몸이 다 갈려나가겠군. 결국 고생하는건 우리 둘이구나! 슬프도다!
"아이고 우리 신세야... 들어갑시다. 귀신 잡으러!"
하수가 앞에 서는 법. 그녀는 횃불처럼 칼 끝에 작은 불을 피워올리며 안쪽으로 한 발짝식 들어간다.
***
하란은 절뚝거리면서 천천히 돌입합니다.
채훈은 조심스레 그 뒤를 따라갑니다...
따각...툭...따각...툭...
짜르르르르....
소리가 들려옵니다! 대비하세요!
***
귀신 같다고는 하나, 분명 사람이 조종하는 기물이다. 사람에겐 모두 귀가 달려있지.
그리고 동굴 안에선 소리가 아주 쩌렁쩌렁하게 울리지 않겠는가?
"옵니다!"
내공을 끌어올린다. 3초식 교룡린. 자세를 잡음과 동시에 칼날을 두드린다.
***
교룡린
짜르르르 울면서 날아오던 검은 하란의 검에 공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후퇴합니다!
"오..그런 방법이..."
신채훈도 따라하려고 하지만, 이건 안타깝게도 모용의 무공이 아니라서...
픽!
한참을 두들겨오던 단검은 하란의 방어를 뚫어내지 못하고 회수됩니다.
"그런데 저게 대체 무슨 무공일까요."
그러게요.
***
"아무리 봐도 암기술의 일종인데. 솔직히 말해서 암기 하면 당문밖에 생각이 안 납니다."
그리고 저것들이 당가의 무사일 리가 없지. 그네들은 마교도 막는다고 피똥을 싸고 있잖은가. 얼마 전엔 후계까지 죽었다더만.
"젠장, 갑자기 맵싹한 사천요리 생각이 나네요."
그녀는 실없는 소리를 하면서 계속 걸어 들어간다.
***
"모르는데 이렇게 막 들어가도 되는겁니까?"
신채훈이 불안감을 표합니다.
"저게 만약 석가장의 비밀병기라도 되면..."
짜르르르르르!
"망할."
***
"역시, 광검배랑 같이 온 모용 무사들이나 2공자의 무사들이라도 끌고 오는...."
우리 둘만 이렇게 들어가기엔 불안.... 아 또 저 소리! 그녀는 다시 교룡린을 펼친다.
***
따다다다다당!
이번에는 단검이 두 개입니다! 하란은 땀을 삐질 흘리면서 막아내는데에 성공합니다.
....아까는 분명 단검이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채훈은 하나가 아니라고 했지요.
흠?
***
"아이 젠장, 저것들 작정을 하고 몰아칩니다. 일단 오늘은 물러나죠!"
***
물러납니다!
그들은 쫓지 않습니다...
***
저택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광검배 대협께 보고를 하러 간다. 원래라면 2공자님한테도 가야 하는데 폐관수련 중이니까...
"동굴에서 적의 징후를 포착했습니다. 처음엔 동굴 안에 불을 지르고 들어갔었는데..."
***
킹용배는 무릎을 탁하니 칩니다.
"석가장의 은잠무!"
그게 뭐여.
***
"은잠무요? 은 은에 누에 잠, 춤 무를 말하는 것입니까? 딱 어울리는 이름이군요."
***
"석가장이 대표적인 사파의 거두다보니 다들 강맹하고 기교보다는 힘을 추구하는 패도적인 면모라고들 생각하네."
모용배가 운을 뗍니다.
"얼추 맞는 말이긴 하지만. 석가장은 본래부터 양잠을 해 부를 축적한 가문이지. 석가장이 무림문파가 되기 전부터 그랬었으니. 예전부터 석가장주 휘하에 살수인지 무인인지 구별안가는 것들이 은잠무라는 것을 익혔다고 들었네만...."
고개를 절레절레 젓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장주에게만 충성할 터인데, 그들이 총관을 따르기라도 했단 말인가?"
***
"어허... 총관이 다음 장주가 되리라 생각하나봅니다."
"누에밭에 불을 질러 버리면 그네들이 튀어나올지도 모르겠군요. 그게 가능하다면 말입니다..."
물론 그게 될 리가. 종전 이후도 생각해야 하고, 상식적으로 돈줄은 매우 엄중한 보호를 받고 있을 것 아닌가.
***
"아니. 석가장주가 되려면 당연히 다른 도전자들은 꺾어내야한다네."
킹용배가 아닐거라는듯 고개를 젓습니다.
"그들이 왜 어째서 거기에...흠...."
앞뒤가 맞지 않는군요!
***
이게 머선 일이고 굴러봐라 뉴런
***
1.1.2. 남궁지원 ¶
- 수련을 하자
- 나는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
최근에 세번이나 수련을 땡땡이 쳤는데도 아무말이 없는 듯 해서 오히려 더 불안하다. 아니, 그냥 무소식이 희소식인 걸로 넘길까나...?
지원은 모르겠다. 라고 생각하며 느지막한 발걸음을 옮겨 수련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지금 딱히 할 만한 것도 떠오르지 않고, 운이 좋으면 수련장에서 누구를 만나거나 할 수도 있지 않을까.
**
남궁 지원은 수련장으로 이동합니다. 지금은 사람이 가장 성실하다는 오전 4시 30분.
에? 해도 뜨기 전인 새벽인데? 지원이가 이렇게 성실할리가 없는데 이렇게 일찍 나왔다구요?
그 때 안일어나면 목숨이 위험할 수 있으니 지원이라도 어쩔 수 없을겁니다. 암요. 주먹질로 바위를 부수고 지진이 일어나게하는 초인들이 우글거리는 곳이 지원의 집안 아니겠습니까? 하품을 하면서 배를 벅벅 긁는채로 수련장 앞에 섭니다.
....원래 이 시간 쯤에는 막 새벽 수련을 시작하는 인원이 좀 있거나, 새벽 근무를 마친 가솔들이 잠깐 들러서 수련을 하고 돌아가기 때문에 사람이 꽤 있어야하는데...조용합니다.
촉이...촉이 옵니다. 지원은 지금까지의 땡땡이 짬밥에 힘입어 지금 뭔가 X됐다는 직감이 옵니다. 그런데 마음과는 다르게 손은 수련장의 문을 열고 있습니다.
쿠르르르륵.
역시 들어가자 아무도 없습니다. 이상한 날입니다. 안심하고 발을 들이는 순간.
번뜩.
강렬한 금빛안광이 수련장을 비춥니다. 으악! x발! 깜짝이야!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진정시키며 안광의 주인을 바라보니...
"늦었구나."
남궁세가의 가주. 할아버님이십니다.
**
이 집안은 미쳤어. 4시 반에 일어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니. 이럴 거면 그냥 방계가 더 낫지 맨날 직계는 뭐 하며 빡빡하다니까.... 마음속으로 구시렁거리며 천천히 수련장으로 향하다가, 문득 이상한 점을 느낍니다.
" ....어라, 어째서 손이...멋대로.... "
지금 이 시간쯤이면 분명히 부지런한 사람들이 수련을 하고 있어서 꽤나 시끄러워야 하는데...? 이상한 분위기에 그의 촉이 문을 열지 말라며 소리쳤지만, 그의 손은 저도모르게 그 문을 열고있었습니다.
"우와아악!"
금빛의 안광. 순간 귀신인줄 알았습니다. 잠시 뒷걸음질 쳤다가 자세히 보니, 그 시선의 끝에 있는건...
"...하...할아버님....? 수련장에는 어쩌신 일로..."
엄청나게 불안합니다. 무척 불안합니다. 여기서 도망쳐야 합니다. 아니, 도망칠 수 있을까요? 그럴리가요. 눈 앞의 사람이 누굽니까. 오대 세가의 맹주인 남궁세가, 그 남궁세가의 가주인 자신의 할아버님이었는 걸요.
"그, 제게 무언가 하실 말씀이라도...?"
**
"일단 앉거라."
위엄넘치는 목소리에 지원은 옙. 하고 다소곳한 처녀애처럼 무릎을 꿇고 앉습니다. 남궁철언이 눈을 부라리자 지원은 장난기를 쏙 빼고 정자세로 앉습니다.
조금만 더 장난기를 첨가했다면 머리에 혹을 달고 거 서양 말로 트윈헤드오우거 같은 괴물의 몰골이 됐을지도 모릅니다.
"올해 화산논검이 가을에 열리는건 알고 있을게다."
수련장에 아무도 없던건 할아버님이 무서워서 다들 없던게 틀림없습니다. 아 참. 할아버님이 뭐라고 하셨죠?
아아. 화산논검이요. 기억났습니다. 그런데 그게 왜요?
"이번에는 5년에 한 번 온다던 대화산논검이라는 것은 기억하느냐."
그건 몰랐는데요.
"네 형은 우승을 했었지. 너도 이번에 나가서 우리 가문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빛내야하지 않겠느냐. 그래서 당가놈의 콧대도 좀 뭉개주고 말이지."
그게 목적이셨습니까 할아버님...
"아무튼 큰것은 바라지 않으마. 지원아."
할아버님이 이렇게 부드럽게 말할 때는 항상 지원에게 크나큰 시련과 고난이 닥치고는 했습니다.
"우승만 해서 오거라. 이 할애비가 최선을 다해 도와주마."
지옥문이 열려버렸습니다.
**
순간 말 그대로 사망에 이를 뻔 했습니다. 정자세로 앉은 지원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아, 이거 뭔가 불길한 이야기를 꺼내시겠구나. 하고요.
"아, 예. 화산논검....예?"
대화산논검이요? 화산논검처럼 경지 모아두고 하는게 아니라 온 경지 한데 뒤섞고 사파도 마교도 뒤섞는 그거?
"...저는 그런 것보다는 그냥 조용히 살고싶습니다만..."
이미 남궁세가는 형 때문에 이름이 빛나지 않았던가. 거기에 더 빛을 내라고? 게다가 당가는 어째서죠. 걔네 암기 써서 상대하기 싫은데. 꺼려지는데. 걔네 콧대를 누르라구요? 심지어 걔네쪽도 나처럼 후계자들을 보내올텐데?
"...."
우승은 이미 충분히 큰 겁니다 할아버님. 이라고 말하기에는 할아버지의 그 위압감과 부드러운 목소리 때문에 할 수 없었던가요. 형도 했으니 너도 해라. 라니... 그 괴물하고 자신같은 평범한 인간을 비교하는 실수를 범하신 듯 하셨지만, 뭐 어쩌겠나요. 여기서 탈주를 시전하면 1리도 못 가고 잡힐걸요. 여기서는 까라면 까는 수 밖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와주신다는 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좋아. 일단 할아버님 말대로 우승을 최대한 노린다. 우승해도 잠적하고, 우승 못해도 잠적한다. 우승을 하면 내 즐거움을 위해서. 우승을 못하면 내 생존을 위해서.
**
지원의 조용히 살고 싶다는 말에 남궁철언의 눈썹이 꿈틀거리더니 수련장이 흔들립니다.
...식은땀을 훔치고 바닥을 힐끗 쳐다보니 단단한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바닥이 박살나있습니다.
꿀꺽.
손주라서 살았다...
"내가 친히 너의 무공을 봐주마. 매일 아침 4시에 일어나 이 곳으로 오거라."
약점으로 종합병원이 없어도 병에 걸릴 스케쥴이군요.
"잠을 잘 생각은 버리도록 하고."
지원님. 평소에 할아버님한테 뭘 잘못하신겁니까? 불꽃효자였나요?
아무튼 당분간 지원이는 죽어나게 생겼습니다.
**
아니 잠깐만. 가만히 앉아서 화강암을 부수셨어....?
....살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앞으로 고통받을 바에야 저 화강암처럼 되는게 더 낫지 않을까 싶어지는 지원이었습니다.
"...아침 4시요....?"
게다가 할아버님이 직접 지도하신다는 겁니까...? 라며 놀란듯 중얼거립니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하겠죠. 돈 주고도 못 구하는 화경의 경지에 이른 스승님께 배우는데 배가 불렀다고. 그 사람에게 후천적 종합병원 단점을 추가해버리면 입을 다물지 않을까요.
"할아버님 사람은 잠을 못자면 죽습니다..."
살려주세요....라며 중얼거리는 지원. 진심입니다. 제가 뭘 잘못했길래...!
"그, 그리고 그러면 수행은 오늘부터 시작입니까...?"
혹시나 싶어 조심스레 묻습니다.
**
"갈!!!!!!!!!!!"
우르르릉. 쿠릉. 쿠르릉.
난데없이 수련장에 천둥이 울립니다. 목이 자연스럽게 움츠러들고 수련장의 벽과 바닥이 덜덜 떨리면서 부스러기가 떨어집니다.
"무인이 되어서 어찌 그런 나약한 소리를 하느냐! 당장 시작하거라!"
지원이는 되로 빌려서 말로 갚게 생겼군요.
**
조졌습니다. 이거 진짜로 조졌습니다. 오늘까지는 놀 수 있을 줄 알았건만, 어림도 없지 수련 딱대 당했습니다.
지원이가 허릿춤에 든 검을 뽑고는 검기를 흘려보냅니다. 연노랑빛 기운이 검을 감싸기 시작합니다.
' 언젠간 이 집에서 탈출해야겠어. '
굳게 다짐하며 검을 쥔 채로 일어서고는, 장난기 넘치던 표정을 언제 그랬냐는 듯 진지하게 변모시킵니다.
어쩔 수 없이 한다고 해도 한다면 제대로 해야겠지. 라고 생각하며, 초식에 맞춰 검을 휘두르기 시작하나요?
**
남궁지원은 결국 검을 잡고 수련을 시작합니다. 천풍검법의 오묘한 이해를 따라 검을 휘두르는데....
딱.
하고 소리가 나면서 팔이 아파옵니다!
"쯔쯔쯔."
할아버님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지원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리 해서 되겠느냐. 좀 더 높이 들어올리고 발은 살짝 간격을 좁히거라. 무작정 빠르게 하면 몸의 중심이 무너지고 힘만 빠지게 되어있다."
과연! 그의 말대로 했더니...지원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성취를 보였습니다!
천풍검법의 숙련도가 5%상승합니다.
**
과연. 역시 화경은 다른 사람을 가르칠 때도 차원이 다르구나. 라고 생각하며 검을 휘두릅니다. 할아버지가 설명해주신 것들은 알기 쉬웠기에, 금세 익혀서 적용할 수 있었던가요.
하지만 계속 반복하다 보니, 근본적인 문제가 생겼습니다.
"헉....헉...."
힘들어요. 그것도 무지하게. 계속해서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것도 쉼 없이 하니 숨이 차기 시작합니다.
근데 여기서 쉬면 왜 쉬냐고 혼나겠죠. 얌전히 수행을 계속해나갑니다.
**
"어허!"
남궁철언은 탄식같은 노호성인지 안타까움이 담긴 한숨인지를 내뱉으며 들고 있던 검집으로 지원의 몸 곳곳을 칩니다.
악! 아악!
맞을 때 마다 몸에 멍이 드는 것 같습니다. 힘든건 여전히 힘듭니다. 그렇지만 화경의 고수는 역시 뭔가 달라도 다른걸까요? 맞은 곳에는 힘이 들어가고 맞지 않은 곳은 힘이 빠지는 기현상이 느껴지더니 지원의 몸놀림이 좀 더 부드러워집니다.
천풍검법의 숙련도가 10%가 되었습니다.
**
"흐읍...."
할아버지의 지도는 무척 아프지만, 그래도 자세가 바로잡혀가는게 어느정도 체감이 되었던가요?
아무리 수련을 꽤 쉬었다고는 하더라도 남궁세가의 일원. 어느정도 하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죠.
"흐어, 허, 흐으으윽...!"
하지만 슬슬 힘에 부치는지 숨소리가 가빠지고, 이를 부서져라 깨물며 검을 휘두르네요.
**
"됐다."
남궁철언이 바닥을 검집으로 쿵. 찍으면서 수련의 종료를 알립니다.
와! 수련끝! 천국시작!
"이번에는 지도를 해주마. 방금까지 익힌 것들을 생각하면서 들어와보거라. 나는 이 곳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터이니."
네?
"내가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인다면 오늘 수련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다."
**
"예....?"
벙찝니다. 당황합니다. 환호를 지를 뻔 하다가 다시 쏙 들어갔습니다. 아니, 할아버지를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이게 하라뇨. 이게 말이 되는 건가요.
'가능하기는 한 거냐고 묻고싶다...'
마음속으로 투덜거립니다. 화경에 경지에 이른 고수중의 고수의 발을 움직이게 하라니, 이게 말이 되나요. 죽었다 깨나도 불가능할 듯 싶은데요.
하지만 어쩔 수 없죠. 휴식을 위해서라도, 하라고 한 이상 최선을 다할 수 밖에요.
"흡-!'
짧고 강렬하게 숨을 뱉습니다. 노리는건 정면에서 치고들어오는 수직 참격. 선풍보를 사용하여 최대한 빠르게 속도를 내며 할아버지를 향해 돌격하여 참격을 날리나요?
#선풍보-정면 참격
**
지원은 선풍보의 구결을 따라 발걸음을 옮깁니다. 마치 위로 뛰었다가 아래로 내려오는 것 같은 느낌. 실제로 상대방에게는 갑작스레 허공에서 내리찍듯이 나타는 것으로 보일테지요.
응용한다면 상당히 위협적인 공격이기도 합니다. 통통통 앞으로 움직이면서 지원은 보법을 밟는 그 순간에 맞춰 검을 세게 휘두릅니다!
터어어어엉-!!
남궁철언은 제자리에 선 상태에서 검집으로 칼을 막아냅니다! 예상했던 바입니다. 추가타를 넣으려 했지만 할아버지는 썩 불만족스러운 표정입니다.
"이 놈아. 선풍보를 쓸 때 가장 최적화된 것이 무엇이더냐?"
**
"ㅡ!"
지원은 할아버지의 말에 깨달은 표정을 짓습니다. 그렇네요, 이건 막혔지만 수없이 썼던 기술이 있었습니다.
기술이 있다면, 써야죠.
"그렇군요...!"
깨달았다는 듯 막힌 검을 빼며 옆으로 몸을 던지고
는, 착지하자마자 다시 할아버지를 향해 돌진합니다.
선풍보를 쓰며 그 움직임에 최적화된, 하늘바람을 쓰네요.
**
천풍보를 밟아가며 다시금 쇄도합니다!
천풍검법 - 하늘바람
뛰어올랐다가 내려오면서 찍어내리듯 검이 움직이자 그제서야 할아버님의 얼굴이 조금 풀어집니다. 하지만 아직 어림도없다는듯 굳건한 상태.
촤악, 손을 옆으로 흩뿌리시니 중심이 흔들리면서 지원은 옆으로 나동그라집니다!
"내공은 폼으로 있는게야! 내공은!"
아차!
**
"크윽...!"
옆으로 나동그라지며 할아버지의 꾸지람을 듣습니다. 너무 빡세다구요! 라고 투정부리고 싶었지만, 투정부릴 시간은 없습니다. 한다고 마음먹었으면 최선을 다하는 법이었으니, 투정은 지금 사치입니다.
내공을 사용하며 검에 연노랑빛 기운을 두릅니다. 다시 선풍보를 이용하여 할아버지에게 다가가서- 그대로 하늘바람으로 내려찍습니다.
**
내공을 사용하니 과연 온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빠직...빠지직...
옅은 전력이 남궁지원의 몸에서 힘을 주체할 수 없다는듯 튀어나옵니다. 그제서야 할아버님은 만족한 얼굴이 되셨습니다.
천풍검법 - 천풍보
옅은 노란빛의 잔상을 남기고, 그 잔상에는 짜릿한 뇌력이 은은하게 감돌면서 남궁지원은 순식간에 허공에서 남궁철언을 향해 내리찍어들어갑니다!
천풍검법 - 하늘바람
검에 뇌기가 서리면서 검에 금이 살짝 가고 할아버님의 얼굴에 미소가 올라옵니다.
꽈아아아아앙-!!!!
할아버님은 살짝 한 걸음 물러나서 완벽하게 지원의 공격을 피하셨지만. 지원은 개운하지가 않습니다.
분명 일부러 물러나주신겁니다. 어느정도 수련이 되었구나. 하고 만족하셨을테니까요.
수련장 바닥은 산산조각이 나있고 할아버님은 툭, 하고 지원을 밉니다. 어어어? 하는 사이 쿵. 엉덩방아를 찧습니다.
"어허. 그리 쉽게 밀리면 되겠느냐. 공격을 넣었으면 상대가 반격할 틈을 주지말고 몰아쳐야 하느니라."
....방금 내가중수법으로 미신것 같은데요.
"그래도 제법 성과를 올렸구나. 오늘 수련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마."
지원은 주저앉고, 할아버님은 자리를 뜨십니다!
천풍검법과 천뢰제왕신공의 숙련도가 10%증가합니다!
**
자신도 방금 무엇을 했는지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일을 해낸 듯 싶습니다. 검이 금이 가고, 엄청난 충격음이 일어났죠.
개운하지 않은 기분입니다. 분명 일부러 피하셨겠죠. 못 막으셔서 물러나셨으면 좋았을텐데, 형이라면 가능했을까요.
"어, 어라?"
엉덩방아를 찧은 지원은 아프다는 표정을 지으며 할아버지의 충고를 듣습니다. 음... 하지만 방금은... 아니, 아니에요. 어차피 실전에서는 진짜로 몰아쳐야겠죠.
"후우...감사했습니다, 할아버지."
지원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상쾌한 기분으로 수련장 바깥으로 나섭니다. 그리고는 집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하네요. 누굴 만날 수 있다면 좋겠는데요.
**
집만추를 추구하는 지원.
누구를 만나게 될까요?
.......! 돌아다니다가 사촌을 만납니다!
남궁소소. 지원과 같이 일류의 경지에 올랐고 지워보다 한 살 어린 동생입니다. 귀엽고 깜찍하다고 스스로 주장하는 아이죠.
"어머! 오라버니!"
그녀가 웃으면서 남궁지원을 반깁니다.
**
집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 방금 든 생각은 무시하고, 순간 오라버니라고 부르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소리의 근원지로 시선을 옮깁니다.
"아, 소소군요. 오랜만이에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작게 흔듭니다. 소소한 집에서 소소하게 소소를 만남....엌ㅋㅋㅋㅋㅋㅋㅋ
같은 괴전파는 무시하도록 하고. 귀여운(자칭) 사촌동생을 만나니 기분이 좋아졌는지 얼굴이 조금 밝아지나요?
"수련장 근처에서 만날 줄은 몰랐어요. 소소도 수련하러 오신 거에요?"
**
"어머~오라버니. 말을 왜 그렇게 하세요. 드디어 이 소소의 귀여움을 인정하시는 건가요?"
기분은 좋은듯 미드를 앞으로 쭉 내밀면서 옆구리에 양 손을 올립니다.
"...저는 그냥 산책 중이었어요. 오라버니는요?"
호기심이 많은 아이이니 수련장에서 소리가 굉장하게 났던게 궁금했나봅니다.
**
"아, 그건 아니지만요. 그런 말은 한 적 없어요."
싱글벙글 웃으며 평소처럼(아마) 소소의 말에 부정을 표합니다. 몰론 장난이기는 하지만요. 객관적으로 보면...귀엽나? 아마 귀엽겠죠.
"할아버님께 엄청나게 수런받았어요. 거의 혹사되다시피..."
저보고는 또 화산논검에서 우승하라고 하시기도 하고, 하여튼 간에 엄청나게 일이 많았어요. 라며 한숨을 내쉽니다.
"...그러고보니 소소, 저랑 비슷한 경지셨죠?"
화산논검을 대비해야 해서... 대련, 한번만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라며 조심스레 묻나요?
**
"으으음..."
남궁소소는 꽤 고민을 하다가 마지못한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마침 수련장도 지척이겠다, 지원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안으로 들어갑니다.
긴장한듯 뻣뻣한 움직임. 소소는 대련을 준비합니다.
지원은 행동방침을 정해주십시오!
1. 최선을 다한다.
2. 무공만 사용한다.
3. 내공만 사용한다.
4. 손속에 사정을 둔다.
**
"아무래도 대련이니까 내공까지 쓰는건 좀 그러려나...?"
잘 모르겠다는 듯 갸웃거리다가, 이내 마음을 다잡고는 검을 꽉 쥐며 앞으로 겨냥합니다. 상대가 아무리 사촌동생이고 대련이라고 하더라도 비슷한 경지. 아마도 설렁설렁 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죠.
"아니, 소소를 얕보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전력으로 갈게요!"
지원은 검을 겨냥하며 외치고는 소소의 움직임을 주시하기로 합니다. 먼저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대처하기로 하나요?
**
"오라버니...살살해주셔도 되는데...이렇게 귀엽고 깜찍한 저를 설마 흉악하고 큰 칼로 공격할 셈은 아니시지요?"
그러면서도 검을 꺼내드는 것이 역시 무림세가의 여식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르릉.
둘은 서로 검을 꺼내들고....부딫힙니다!
천뢰제왕신공을 운용하면서 지원의 몸에 짜릿짜릿한 정전기가 퍼득이고 소소의 몸에서도 마찬가지로 정전기가 퍼득입니다. 지원과 소소는 서로 같은 심법을 익혔습니다.
채애애애앵-!
둘의 검이 부딫힙니다! 넘실거리는 뇌기가 서로를 잡아먹으려는듯 거칠게 울음을 토해냅니다!
서로가 서로의 무공에 대해 너무나 잘 아는 상황...
타개할 방법이 필요합니다!
**
"그렇게 말하시면서 칼을 꺼내는건 어떨까...싶어요...?"
똑같이 흉악한 검을 꺼내드는 소소를 보며 가볍게 힘없는 웃음을 흘립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방. 부딫히는 뇌기. 한치도 서로 물러남이 없어 합만 주고받을 뿐이었던가요.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알고있는 상황. 이런 경우에는 페인트를 치는게 가장 좋겠죠.
"치잇...!"
분한 척 하며 선풍보로 거리를 벌리고는 뒤에서 바람개비를 써서 바람을 날려보내려는 척을 합니다. 만약 거리를 좁히려고 소소가 다가온다면, 그때 바람개비를 사용하려는 자세를 풀고 바로 하늘바람을 사용하려고 하나요?
**
휙휙. 서로 보법을 밟아가며 신경전을 벌입니다.
채앵! 하고 간간히 검이 부딫히지만 견제로도 무의미한 공방. 분명 무슨 수가 필요합니다.
천풍검법 - 천풍보
천풍보를 밟으며 지원은 검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그에 맞춰서 소소 또한 방어를 준비하는데....
탁!
지원은 검을 돌리다가 검끝이 아래쪽을 향하자마자 회전을 멈추고 곧바로 찍어내려갑니다!
"꺄아악!"
급작스러운 초식의 변형에 대응하지 못한 소소는 제대로 검술도 펼쳐보지 못한채 눈을 감고 엉덩방아를 찧습니다.
지원의 승리입니다!
천뢰제왕신공과 천풍검법의 숙련도가 8% 증가합니다.
**
"휴우우우우...."
깊게 숨을 고르며 자세를 바로합니다. 다행히도 방금 일부러 자세를 푼 전략이 먹힌 듯 싶네요. 몰론 소소가 잘 대처했다면 늦어서 진 것은 자신이었겠죠.
"수고하셨어요 소소. 어울려주셔서 감사해요."
싱긋 웃으며 소소에게 다가가고는 일으켜주려는 듯 손을 내미나요?
**
소소는 놀란듯 커다란 눈을 깜빡이고 있습니다.
"바...방금 뭘 어떻게 하신거에요? 오라버니?"
손을 잡고 일어난 뒤 엉덩이를 툭툭 털지만 그녀는 신기한걸 봤다는듯 지원을 쳐다봅니다.
**
"간단해요? 초식을 행하지는 않고 행하는 자세만 취했다가, 그 자세를 읽고 소소가 그에 대한 대응을 하면 바로 자세를 풀고 다른 초식을 이행한 것 뿐이에요."
살풋 웃어보이며 자신을 쳐다보는 소소에게 차근차근 설명해줍니다. 격겜에서... 아니, 무협 소설에서 봤던 것이었던가요? 의도를 읽히지 않도록 다가갈 듯 물러서고, 물러설 듯 다가가고...
"저도 실제로 해보는 건 처음이라 솔직히 도박수 였지만요."
**
그게 뭔 개소리냐는 표정의 소소입니다.
"음...네...알았어요. 오라버니."
지원과 다르게 대련이나 수련에 큰 관심이 없는 소소는 그대로 떠나갑니다.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
뭐, 어쩔 수 없죠. 자신도 도박수였으니 이해 못 하는 것도...
그건 그렇고 이젠 자유입니다. 뭘 해야할지 심히 고민된다는 표정을 짓나요?
"흠... 이제 슬슬 탈주...가 아니라 나가봐도 괜찮지 않으려나요?"
수련도 다 끝냈으니, 집 밖으로 나서서 저잣거리로 한번 발걸음을 옮깁니다.
**
.....밖으로 나갔지만 딱히 아무런 일도 벌어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지원은 더 둘러볼 수도 있고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
"여기에서 돌아가면 할 게 없다...!"
지원은 더 돌아보기로 결정하며 발걸음을 옮깁니다. 여기에서 돌아가면 진짜 할게 없는걸요. 수련 지옥에 빠지기는 싫습니다.
**
"....."
이게 운명인가 봅니다. 친구 하나 없는 지원이는 그냥 가문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습니다 .
다갓을 저주하겠다...
**
집에 돌아옵니다! 다들 어서오십시오, 공자. 하고 인사를 하는군요. 지원은 어깨를 으쓱이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할아버지는 어디가셨는지 부르시지 않습니다.
....그렇다는건!
자유! 자유입니다! 프리덤!
- 호남장강검문을 향해
- 자유입니다.
자유입니다!!
"그렇지만 뭘 해야할지...."
딱히 뭘 할 만한 것도 없고, 오랜만에 형님이나 만나러 가볼까요. 라고 생각하며, 형을 만나러 한번 가보기로 합니다.
**
형에게 갑니다!
"응?"
남궁재원은 짐을 싸고 있습니다! 어디를 가는걸까요?
**
"....짐 싸십니까?"
아니 이 형님이 지금 뭐 하시는겨. 짐을 싸고계시네? 자기 혼자서만 편해지려고 가문 탈주하는... 음 이건 너무 내 관점인가.
잠시 형을 바라보던 지원은 고개을 살짝 갸웃거립니다.
"어디 가시기라도 하시는 건가요?"
**
"석가장주가 위독하다고 해서."
형은 별 일 아니라는듯 얘기합니다.
"난 가기 귀찮은데. 할아버님이 아버님이랑 얘기하더니 나보고 갈 준비하라고 하시더라고. 하아...."
**
"뭐, 어쩔 수 없죠. 여행이나 갔다오는 셈 치고 다녀오세요. 전 여기서 놀고있을...."
아니죠. 잠깐만요. 그곳까지 짐을 싸서 간다는 것은 꽤나 먼 곳이라는 것 아닌가요? 그 말은 자신도 따라가면...?
한동안 수련에서 해방되는 길이 보였습니다!
"아니, 저도! 저도 따라갈래요!"
눈을 빛내며 형을 바라보나요?
**
".....너가 왜?"
남궁재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지원을 쳐다봅니다.
"극비사항인 것 같긴한데. 강서쪽에서 좀 크게 싸움이 벌어질거라고 한다. 너가 가면 위험해."
**
"곧 화산논검 대비한다고 해서 할아버님이 절 지옥훈련에 참여시켰어요. 살려주세요 형님."
빤히 재원을 쳐다보다가, 그곳에서 큰 싸움이 벌어진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가리나요? 큰 싸움이라..
"에, 에잇! 큰 싸움이 벌어지면 좀 어떤가요! 형님보단 한참 아래지만 저도 나름 일류 초입이라구요! 어지간하면 제 몸 하나정도는 지킬 수 있어요!"
**
"화산파가 움직였다."
재원의 말에 지원의 목이 움츠러듭니다.
"진짜 위험해. 그런데도 가고 싶은거냐? 수련을 빼먹기 위해 목숨을 걸겠다고?"
지원은 재원을 설득할 수 있을까요?
**
"그...그건..."
머리를 빠르게 굴립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꼼짝없이 집에 틀어박힐지도 모르겠네요. 솔직히 자신이 거기에 가야 하는 마땅한 이유도 없으니까 설득하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으윽, 그렇지만... 전 여기에 있으면 할게 없단 말입니다..."
전투에 참가 안 해도 좋으니 따라가게만 해주세요! 라며 부탁하나요?
**
"수련이 있잖아?"
아아....지원....좀 더 머리를 사용해주세요!
지원이 따라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야 형이 납득할겁니다!
**
"수련은 제발 그만하고 싶은데요...."
머리를 쥐어짜냅니다. 으아아아...머리가 터질 듯한 기분입니다. 형을 설득해야 하는데 딱히 이유가 없어요!
결국 지원은 최후의 수단인 거짓말을 사용하기로 합니다!
"그, 그쪽에 도움이 필요하다던 친구가 하나 있어서요..."
**
"친구?"
재원은 손놀림을 멈춥니다.
"진짜냐? 이름을 말하면 내가 챙겨주마."
...뭔가 먹힐 것 같습니다! 좀 더 핑계를 대봅시다.
네? 거짓말이 걸리면 어쩌냐구요?
그건 거기 가서 진짜 친구를 사귀면 완벽범죄입니다.
**
"그... 그건..."
지원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합니다. 적당한 친구...적당한 친구... 누가 있을까요...
순간 머리에 좋은 생각이 스쳤습니다!
"권금언 이라고...아실지는 모르겠네요."
뻔뻔하게도 능청스레 웃으며 재원을 바라보나요?
**
남궁재원은 그 이름을 모르는 눈치입니다. 지원은 서둘러 금언에 대한 정보를 좀 더 말합니다!
"아. 그렇다면 호남장강검문의..."
그제서야 알아들었다는듯 고개를 끄덕인 재원은 잠시간 말이 없습니다.
"그래. 친구의 집안이 위기에 빠졌는데 가만히 있는다면 의와 협에도 어긋나고 정파의 무림인이라고 하기도 부끄러운 일이지."
형님이 이해해주었습니다!
"다만, 내가 독단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할아버님께 말씀드릴테니 결론이 날 때 까지 기다리고 있어라."
남궁재원의 말이라면, 높은 확률로 할아버님도 승낙해주실 겁니다!
**
"네. 감사해요 형님."
살풋 웃어보인 지원은 잠시 표정을 굳히며 생각에 잠깁니다. 아무 이름이나 생각나는대로 말한 건데 호남장강검문이라뇨? 그러고보니 분명 저번 금언과의 술자리 때 가주 어쩌고 한 걸 보면 그 가문에 속해있는 누군가...일 확률이 높겠죠. 그의 이야기를 총합해보면 대충 형과 동생이 있는 배다른 자식...이정도?
가정사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 가문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였고요. 하지만... 지원은 눈가를 찌푸립니다.
"이거...별로 좋지 않은데..."
형이 별 말 없이 저런 식으로 이해하며 넘어간 것을 보아, 아마 금언의 가문인 장강검문이 위험에 처한 듯 싶었습니다. 형님께서도 직접 언급하셨고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모르겠지만..."
친구의 가문이 위험하다고 하니, 가야할 이유가 더욱 명확해졌던가요? 위험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형님과 구파일방중 하나인 화산파까지 움직일 정도라면... 사소한 것이 아니라는 것 쯤은, 알 수 있었죠.
**
남궁재원이 할아버지께 말씀을 드리러간 뒤,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
"따라가도 좋다고 하셨다."
갑작스레 나타난 형님의 말씀.
지원은 재원과 함꼐 호북선가와 장강검문으로 여행을 떠나게 될겁니다! 짐을 쌀 차례로군요!
**
잠시 생각에 잠긴지도 꽤 되었을 때, 어느새 형님께서 나타나셨던가요? 지원은 형의 대답에 온화하게 미소짓습니다.
"제 부탁을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형님."
이제 짐을 챙겨야 합니다...만. 별로 챙길 것은 없었습니다. 원래라면 놀러 가는 기분이었기에 소설이라도 몇 권 챙길 생각이었습니다만... 정말로 친구와 그 가문의 위기를 돕기 위해 가는 것이기에, 필요하지 않은 것은 챙기지 않았죠.
단지 검과, 원래 들고다녔던 돈과, 약간의 보존식 정도만 챙겼던가요?
"형님, 가면서 형님께서는 가서 무엇을 하실 건지 물어봐도 될까요?"
간단하게 짐을 챙긴 지원은 재원에게 다가가서, 출발하려고 합니다.
**
"지원아."
남궁재원은 점잖게 타이릅니다.
"우리는 지금 놀러가는 것이 아니다. 너무 들떠있으니 조금 차분해져보거라."
그의 나이에 걸맞지 않게 그의 눈은 고요하고 긴장한 기색이라고는 없습니다. 과연 초절정의 고수는 감정이 평범한 이들보다 희박하다더니 그게 사실인걸까요?
둘은 안휘성에서 출발해 호남으로 향합니다. 다행히 오는 길에 산적도, 수적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장강을 막 건너자 그 앞에는 묘령의 소녀? 처녀?가 몇 명의 호위무사를 이끌고 서있습니다.
소녀는 몸이 여리여리하고 키가 평균보다 살짝 작습니다. 훑어보니 손에 있는 약간의 굳은살과 상처들. 그리고 허리춤에 찬 검은 그녀가 적어도 검을 다룰 줄은 아는 사람임을 보여줍니다.
오밀조밀하게 모여진 이목구비. 고양이처럼 큰 눈동자. 한 번 두 번. 눈을 깜빡일 때 마다 인중이 간질간질한 기분이 듭니다. 누가 보아도 지원의 또래인 아이지만 굳게 일자로 다물어진 도톰하고 붉은 입술과 살짝 창백한 안색은 꽤 고생한 흔적입니다.
색색 거리는 호흡은 고르지못하고 목덜미에 맺혀진 땀방울은 그녀가 이 곳에 도착한지 얼마 안되었음을 둘은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불초소생은 남궁가의 재원이라 하고 이 옆은 제 동생 지원이라 합니다. 소저는 누구신데 저희 앞 길을 막으시는지요."
남궁재원이 형답게 먼저 앞으로 나서 포권을 하며 점잖게 물어봅니다. 그러자 묘령의 소녀는 포권지례를 취하며 고개를 숙입니다.
"안휘성의 남궁세가의 일원들을 뵈니 영광입니다."
목소리는 살짝 낮고 살짝 간드러지는 것이 얼굴과는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소녀. 호남장강검문의 제자이자 문주의 여식인 권담설이라 하옵니다."
그러한가. 하고 남궁재원은 슬쩍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돌려서 지원을 쳐다봅니다. 이제부턴 너가 대화해봐라. 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재원이 지원을 쳐다보자 담설도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지원을 쳐다봅니다.
여자에 면역이 없는 지원은 칼을 차고 있지만 귀엽게 생긴 여자아이가 자신을 쳐다보자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돌립니다.
- 실례다. 인사부터 하거라.
지원은 그제서야 다시 시선을 마주치려하지만...여자에 면역이 없어서 똑바로 보기가 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망했습니다. 부끄러워 죽을 것 같은데 형님께서는 저보고 이제 말하라고 하십니다. 망했네요. 중요해서 두번 생각합니다.
그래요, 이렇게 우물거리다간 중요한 일도 놓치게 됩니다. 놀러 온게 아니잖아요. 어디까지나 친구의 가문이 위험하다고 해서 온 것. 일단 일에 치중하자구요.
깊게 한숨을 내쉰 지원은 슬며시 미소만 올리며 담설을 향해 포권을 취합니다.
"남궁세가의 남궁지원입니다. 친우의 가문이 위험에 처했다 하여 왔습니다."
포권을 풀고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담설과 재원을 바라보나요?
"일단, 장강검문으로 안내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상황이 한시가 급한 듯 하니까요."
담설의 안정되지 않은 호흡과, 마르지 않은 땀을 보면 방금 도착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뭐가 일어나는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시간적 여유가 많지는 않다는 것 쯤은 추측할 수 있었던가요.
**
그 말에 소녀의 눈썹이 치켜올라갑니다. 눈동자는 흔들리네요.
지원과 재원이 알 수 없는 복잡한 가정사가 있나봅니다. 겨우 오라비의 이름을 말했을 뿐인데 저런 반응이라니.
곧 소녀의 눈이 살짝 적대적으로 변합니다.
"믿...을 수 없습니다. 친우라면 누구를 말씀하시는건가요? 저희 집안에서는 남궁세가와 따로 벗이라고 할 만한 위인이 없습니다."
전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지원과 재원을 쳐다봅니다. 재원은 살짝 난처한 표정으로 지원을 쳐다봅니다.
- 이게 뭔 소리임?
...형님에게서 옛날 성격이 살짝 나온 것 같군요. 혹시 동생이 자길 속인건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는 아니고 정말 당황한 것 같습니다.
모두가 당황한 지금!
지원도 당황했습니다.
**
소녀의 눈매가 적대적으로 변하자 지원은 순간 당황합니다. 에, 어째서죠. 친우로써 왔다고 했는데 저희 집안에 남궁세가와 벗이라고 할 만한 위인이 없다뇨?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이죠?? 보통 세가와 친우가 될 만한 위인이라는게 따로 존재하던가요?
-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무슨 상황이야 이거....
예전 성격까지 나와버린 형님을 향해 자신도 당황스럽다는 듯한 시선을 보내고는, 다시 담설을 바라봅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지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장강검문의 금언 공자의 친우입니다만...? 무슨 문제가 있으신가요...?"
일단 누구를 말하는 거냐고 물었으니 순순히 답하도록 하죠. 고개를 갸웃거린 지원은 담설을 향해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
소녀의 눈매는 더더욱 치켜올라갑니다. 그녀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눈빛입니다.
"제 오라비와 친우라고 하시니 묻겠습니다만, 공자께서는 제 오라비에게 친구가 있을거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소녀가 그리 말합니다. 그리고나서 합! 하고 놀란 눈으로 자신의 입을 두 손으로 막습니다.
이미 말은 나와버렸지만요.
아직 어려서 그런걸까요? 아니...그렇다기엔 지원과 나이 차이가 크진 않아보입니다...다혈질이라도 되는걸까요? 그녀는 실수했다, 라는 생각이 얼굴에 드러날정도로 눈에 띄게 당황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재원은 지원을 한 번 쳐다보고, 소녀를 한 번 쳐다봅니다.
"그만."
다시금 차분해진 형님이 이 아수라장을 끝냅니다.
"내 아우가 거짓을 말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저. 소저의 신뢰여부는 잘 알겠으나 아우가 친우라 말하는데 그리 말씀하시는 것은 예에 어긋나지 않습니까."
소녀는 풀이죽은 얼굴로 죄송합니다...하고 고개를 숙입니다.
"그러면 되었습니다. 한시가 급한 것으로 아는데 장강검문으로 안내해주시겠습니까."
그제서야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앞장섭니다. 여전히 얼굴 한 구석에는 미심쩍은 기색이 남아있지만...지원의 명성과 재원의 명성으로 모든 의심을 찍어누릅니다!
둘은 장강검문에 도착합니다!
"호남장강검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소녀는 분이 아직 풀리지 않은듯 인사만 하고 바로 사라져버립니다! 난감해하면서 같이 따라왔던 사람들이 둘을 문주에게 안내합니다.
"남궁세가의 공자들이 이리와주시니 기쁨을 감출수가 없구려. 와주셔서 고맙소. 부족하지만 호남장강검문의 문주를 맡고 있는 이외다."
먼저 포권을 취하며 문주가 인사를 합니다. 재원은 마주 포권을 취합니다.
"저희가 무엇을 도와드려야겠습니까."
그러자 문주는 여러가지를 말해줍니다. 얘기를 다 들은 재원은 지원을 쳐다봅니다.
"어떻게 하고싶으냐?"
지원은 이 중에 선택해주십시오!
1. 호남장강검문의 본진에 남아 방어에 힘쓴다.
2. 금언이 나가있는 전선으로 간다.
3. 강서궁문으로간다.
4. 정찰대에 합류한다.
5. 모르겠고 형님이랑 꼭 붙어있는다!
**
지원은 소녀의 말에 드물게 입가에서 미소를 거두고는 무표정하게 눈 앞의 소녀를 바라법니다. 바로 터트리지는 않았지만, 지원에게서는 옆에서 느껴질 정도로 강히게 짜증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이만큼 화를 내는 걸 보는 것은 재원도 드물지 않았을까요?
뭐라고 한마디 하려 입을 벌리는 순간, 재원이 말을 먼저 해버렸기에 지원은 그저 입을 다물었습니다. 이미 재원의 말로 끝난 일에 더 짜증을 내봤자 재원에게 혼날 뿐일테니 말이죠.
담설이 사라질 때까지 여전히 뚱한 표정을 지으며 걷던 그는, 눈 앞에 장강검문의 가주가 나타나자 표정을 풀고 포권을 취합니다.
어느정도의 정보를 들은 지원은 잠시동안 생각하는 듯 침묵하다가, 재원을 바라보나요?
"역시, 친우로써 금언 공자가 가장 걱정되는군요. 저는 금언 공자가 계신 전선에 가서 힘을 보탤게요."
친우를 전선에 혼자 내버려두는 것은 친우된 도리가 아니기도 하니. 라며 살풋 웃어보일까요?
- 전쟁터 속 혼란
- 지원은 곧바로 금언이 있는 곳으로 이동합니다!
가는 도중...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단순히 밥짓는 연기라기에는 너무나도 짙고 많은 연기가요! 지원은 안력을 돋아 무슨 상황인지 확인해봅니다.
- 꺄아아아악!
비명이 들리고 도적들이 사람을 해치고 있습니다. 저건 사파도 마교도 아닙니다. 무림인이 아닌...농민들입니다. 살면서 한 번도 무기를 쥐어본 적 없는 이들. 지원의 눈에 보이는 것은 도리깨와 낫, 갈퀴 등을 들고 도적질을 하는 농민들과 약탈당하는 농민들입니다.
장강검문의 세력이 약화되고 금봉파와의 전쟁이 길어지자 결국 저런 도적무리들이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약해진 치안. 거듭되는 싸움에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 의도치 않게 발생한 피해자들. 살기 위해 옆마을을 약탈하려 드는 도적이 된 농민.
국가는 정치와 협잡질로 민초에 신경쓰지 않습니다. 지방 현령들은 벼슬을 돈으로 주고 사고, 들인 비용보다 더 많은 재물을 뜯어가려 합니다.
마지막까지 그것을 저지하며 민초들을 신경쓰던 것이 무림문파들이고. 이제 그 방파제는 무너져가고 있습니다.
그 영향이 바로 이것입니다.
살기위해 옆집을 도둑질하고, 사람을 해칩니다. 집에서 배를 곯아 우는 아이를 보며 가슴이 찢어지는 아비와, 피눈물을 흘리는 어미.
무림인들은 칼을 들고 서로에게 겨누고 있고 관은 세금을 내지 않는 양민을 두들겨패 가산을 털어가는 세태.
누구도 그들을 신경쓰지 않습니다. 보호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농민들은 스스로를 지키기위해 농기구를 들고 횃불을 들었습니다.
지원은 중원과 무림의 적나라한 현실을 마주합니다. 어지러움이 느껴집니다. 매캐한 탄내가 코를 찌를듯이 풍겨옵니다.
너무나도 아픈 현실입니다.
지원.
당신이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지금 앞의 상황 정도는 충분히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시간은 지원에게 영웅이 될 시간일까요, 아니면...
자.
남궁지원.
영웅이 되시겠습니까? 많은 이가 걷다가 고꾸라지고 죽고 피눈물을 흘린 길을 걷겠습니까?
아니면.
친우를 구하기 위해 이들을 희생하시겠습니까? 그리하여 편하고 안락한 길을 걸으시겠습니까?
고통스러운 선택의 시간입니다.
**
지원은 눈 앞에 펼쳐진 끔찍한 광경에 숨을 턱하고 멈춥니다. 농민과 농민. 낫과 횃불. 타는 냄새.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도 힘든 현실이었습니다.
어지러이 흩어지는 연기. 지원은 자신도 모르게, 의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연기를 향해 천천히 발길을 옮겼습니다.
사람들을 구하고 영웅이 되고 싶었나요? 아닙니다.
그러면 저 상황을 완벽하게 해결할 해결책이라도 있었을까요? 아닙니다.
아무것도 없지만 지원은 천천히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향해 달리기 시작합니다. 영웅이 되고싶은 것도, 눈 앞의 모든 사람들을 구할 방법도, 무엇도 명확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단지 곤란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을 뿐이었던가요.
이 길 앞에서 느낄 고난과 고통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고꾸라진 길입니다. 하지만 그래서 어쩌라는 건가요. 피눈물은 닦으면 됩니다. 고꾸라지면 일어나면 됩니다. 눈 앞의 사람들을 무시하고 지나칠 정도로, 지원은 매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럴 수 없었습니다.
허릿춤에서 검을 뽑지는 않습니다. 한때 저들도 민초였던 이들. 비록 지금은 다른 민초를 짓밟고 있는 동정해서는 안 될 도적이지만, 저사람들도 결국 누군가에게 짓밟혔던 피해자들일 겁니다. 생존을 위해, 자신의 배곯는 가족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벼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낫을 휘두르는, 조금 더 절박했거나 조금 더 인내심이 없던 사람들일 뿐입니다.
그렇기에 지원은 저들을 죽이지 않겠다고 결정했고, 허릿춤에서 검집을 풀었으며, 검집에 검을 꽂은 채로 빼어들고는 빠르게 연기를 향해 달려갑니다.
**
지원은 빠르게 천풍보의 걸음걸이로 뛰어갑니다!
후웅....!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지원은 현장에 도착합니다! 막 재물을 빼앗고 발로 우는 여자를 걷어차는 사람이 보입니다. 지원은 가볍게 손으로 그를 밀쳐냅니다!
펑!
공기가 터지면서 그는 손에 있던 물건들을 놓치고 뒤로 크게 날아갑니다!
쿠당탕탕탕...
비명소리와 욕설소리 사이에 익숙치 않은 소리가 들려오자 사람들의 눈길이 모여듭니다.
"무..."
누군가가 지원을 손으로 가리킵니다.
"무림인이다!!!!!"
다음 행동을 정해주세요!
**
"후우...."
남자를 밀쳐버린 지원은 살짝 숨을 뱉더니 주변의 반응에도 아랑곳않고 남자가 놓친 물건들을 줍고는 여자에게 돌려줍니다.
"물러나계세요. 조금 험악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니까요."
여자를 향해 차분한 목소리로 말한 지원은 다시 고개를 돌려 눈 앞의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검을 풀어 검집채로 쥐고는 눈 앞의 사람들을 향해 겨누기 시작했죠.
"....저는, 남궁세가의 남궁지원입니다. 당장 약탈행위를 멈추고 항복하세요. 적어도 항복하신 분들은 상처입히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하지만 만약 멈추지 않으시겠다면, 저도 무력을 행사할테니,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려요."
자신 있으면 덤벼봐라. 라고 말하는 듯한 시선이 눈 앞의 이들에게 향하나요?
**
도적무리가 되어버린 농민들은 서로 눈치를 봅니다.
"그래봤자 한 명이야!"
맞아! 라고 옆의 다른 사람이 거들어옵니다. 지원의 명성은 3. 이 곳은 남궁세가의 본거지가 있는 안휘성이 아닙니다. 지원의 명성은 효과를 딱히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거기에 무림인을 제대로 상대해본 적 없는듯한 도적무리.
그들은 지원을 향해 공격한다는 선택지를 골랐습니다. 와아아아아! 의미없는 함성소리와 함께 온갖 농기구들이 지원을 노리고 날아듭니다.
가소롭기 짝이 없습니다.
자세를 취할 필요도, 초식을 쓸 필요도 없습니다. 내공을 쓰지 않는건 조금 힘들 것 같긴 하지만요.
뻐어억!
사방팔방에서 달려드는 이들을 향해 지원은 빠른 속도로 무언가를 휘두릅니다.
인간으로서 그 육체의 기능이 한계점에 도달해있는 일류 무인. 그런 괴물이 검집을 한 번 휘두르자 낡은 목제 농기구는 박살이나고 철제 농기구는 휘어버립니다. 철기가 웅웅 거리면서 진동을 퍼뜨립니다.
부딫혔던 사람들은 농기구를 떨어뜨리거나, 손이 저려오거나, 손아귀가 찢어져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이이익! 뭣들하는거야! 그래봤자 한 놈이라고! 한 놈!"
수십 명이 넘는 도적무리. 아무리 지원이라고 한들 혼자 내공도 쓰지 않고 수십명의 엉성한 무장을 한 사람들을 상대는 힘듭니다.
상처는 입게 될테니까요.
한 번에 9명이 무력화되는걸 보았지만, 그래도 도적무리들은 물러나지 않습니다. 다시 한 번 둥글게 지원을 둘러쌉니다.
**
"이거 참... 뜻대로 되진 않네요..."
그래도 상대가 무림인인 것을 알게 되었다면 몇 명 정도는 항복할 거라 예상했지만, 기분좋게 빗나가버렸던가요. 지원은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이리저리 움직입니다.
아무리 수십이라고 하더라도 무림인, 그것도 일류 고수. 지원은 손쉽게 그들을 처리해나갔죠. 하지만 아무런 초식도 내공도 사용하지 않고 수십을 전부 상처 하나 없이 이기기란 조금 어려워 보였던가요. 더군다나 이렇게 포위된 상태에서는 더욱 말이죠.
"제 말을 들었다면 몸 성히 보내드렸겠지만..."
어쩔 수 없군요. 라며 내공을 운용합니다. 파직거리는 정전기와 함께, 남은 이들을 전부 쓸어버리려고 하나요?
**
파직...파지직...
뇌기가 지원의 몸을 감싸기 시작하고, 지원은 아주 가볍게. 아주 가볍게 몸을 움직입니다.
펑! 꽈르르릉!
바람이 터지고, 천둥이 울려퍼지는듯한 환청이 들립니다.
아니, 환청이 아닐지도요.
무언가가 번쩍 하고 지나가자 십수명이 바닥에 누워있고 지원은 후우...하고 천뢰제왕신공의 구결에 맞춰 호흡을 내뱉습니다.
"으...으으..."
처음에 검집으로 했을 때 9명.
내공을 사용하자 기기묘묘한 뇌기가 휘몰아치면서 12명.
절반 가까이가 단 두 방에 쓰러졌습니다. 도적무리는 사기를 완전히 잃고 두려움에 떱니다!
**
"후우우..."
지원은 숨을 깊게 내쉽니다. 겁에 질린 듯한 도적무리의 모습에, 그들을 노려보며 낮게 목소리를 깔았던가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항복하세요."
이제는 쐐기를 박아야할 때. 검집에서 검을 뽑아들며 서슬퍼렇게 빛나는 날을 겁에 질린 무리들을 향해 겨눕니다.
"슬슬 제 인내심도 바닥나기 시작했으니까요."
**
농민들은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합니다.
한 명이 다리를 벌벌 떨면서 무기(=호미)를 떨어뜨립니다. 그 사람을 시작으로 다들 무기를 떨어뜨리고, 몇 명은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사...살려만....주...주..."
지원의 압도적인 무력에 사람들은 벌벌 떨고 있습니다!
어떻게 처리할까요?
**
"...당신들을 죽이지는 않을 거에요. 당신들도 사정이 있으실 테니까."
지원은 검을 검집에 꽂아넣고는 그들을 향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며 나긋히 말합니다.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었건 당신들은 사람을 해쳤어요. 그 점은 알고 계실테죠."
그러니 당신들은 관아로 끌고가아겠어요. 라고 말하며 항복한 이들을 밧줄로 전부 묶고는, 생존자를 수색하나요?
**
생존자들을 모으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 포박하는데 성공합니다!
생각보다 허무하게 끝난 전투지만, 한 명이 수십명을 압도할 수 있다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진 현장이기도 합니다....
이들을 그대로 관아로 끌고갈 수도, 사적제재를 가할 수도 있습니다.
관아로 끌고갈까요? 금언에게 가는 시간은 더더욱 늦어질 것입니다...
**
이대로 끌고 가기에는 시간이 너무나 지체되었죠. 자칫하다가는 늦을지도 몰랐구요. 그렇다면...
지원은 모아둔 생존자들중 한명을 불렀던가요?
"제대로된 해결도 못 했으면서 여러분께 일을 맡기기나 하다니 정말 죄송하지만... 이 포박한 이들을 관아로 끌고가주세요. 포박은 단단히 해뒀으니 중간에 풀리거나 날뛸 일은 없을 거에요."
정말로 죄송합니다. 라고 불러온 이에게 고개를 숙이며 포박한 도적들을 맡기고는, 가능하다면 그대로 천풍보를 사용하여 금언이 있는 전선까지 달려가려고 하나요?
**
지원은 대충이나마 해결하고 뛰어갑니다!
.........!
사람들이 있다는 곳에 도착하니, 있는 거라곤 부상당한 이들과 그들을 돌보는 소수의 인원 뿐입니다.
갑작스레 나타난 지원을 보고 다들 경계하고 있습니다.
지원이 스스로를 밝히고나자, 그들은 안심하며 가슴을 쓰러내립니다.
"둘째 도련님과 멀쩡한 사람들은 지금 공격하러 간 참입니다."
**
"이미 간 건가요..."
뛰어오느라 숨이 찼는지, 헉헉거리며 숨을 고르다가 눈 앞의 남성을 바라봅니다.
"거기가 어디죠?"
**
지원은 그 곳으로 이동합니다!
.....!
여기저기서 피냄새와 무기가 부딫히는 소리. 지원은 사건의 현장을 목도합니다!
금언은....여기선 보이지 않는군요!
**
"여기가...."
피냄새와 무기가 부딫히는 소리들. 순식간에 몸이 긴장한다. 대련과는 다른, 자칫하면 죽는 곳.
"금언 공자께서는 안 보이시지만..."
파고들다보면 보이시겠지. 라고 생각하며, 적진 한가운데로 파고들며 밀리는 곳을 찾아보려고 하던가요?
**
지원은 불쑥 앞으로 튀어갑니다!
"저 놈 뭐야!"
"원군인가?"
"적 뒤에서 달려든다! 아군이다!"
"뭐해! 막아! 막아아아아아아!!!!!"
혼란스러운 전장. 지원은 일단 무작정 달리고 봅니다! 치열한 싸움의 터에서 갑작스러운 일류 고수의 난입.
일류 고수가 가장 강력한 이 전장에서는 난데없는 충격의 연속이며 누구의 아군인지도 모르는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게다가...지원이도 상대방이 봉을 들고 있지 않는다면 누가 아군인지 모른다는 것도 주요했습니다.
채애애앵!
누군가가 지원을 막아서려 검을 휘두르고, 지원은 자연스럽게 그에 반응합니다!
내공을 쓰는 상태가 아닙니다! 지원은 뒤로 크게 물러납니다!
"와아아!"
"여긴 내가 막을테니까 빨리 정리해!"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난전. 눈 앞의 사람이 적군인지 아군인지 구별조차 되지 않습니다. 지원은 뭐라도 말해보려하지만 상대는 바로 이어서 검을 휘둘러옵니다! 이런...완전 낭패인데요!
**
"크앗...!"
지원은 크게 뒤로 물러나고는 검을 추켜들었다. 아니, 아니아니, 어째서 내가 공격을 받는...
....젠장 그러고보니 그럴 만 하네!!
"전 남궁세가의 남궁지원입니다! 장강검문을 도우러 왔으니 검을 거둬주세요!"
**
"너 같으면 지금 이런 상황에서 그런걸 믿겠냐!"
음...
그럴만하군요.
휘익....!
매서운 검날이 지원의 목을 노리고 날아듭니다! 현재 지원은 내공을 쓰지 않았고, 상대는 내공을 쓴 상황....!
여기 오기 전, 할아버지의 수련이 빛을 발한 걸까요? 지원은 놀랍게도 완벽하게 살수를 피해냅니다!
"...뭐...뭐..? 내공도 안 쓴 놈이...!"
하지만 지원의 목덜미에는 식은땀이 맺히고 있습니다.
상대는 지원을 말 그대로 죽일 셈입니다! 그가 아군이건 적군이건 이런 난전상황에선 구별이 되지 않으니까요!
**
"치잇....!"
그러고보니 천뢰제왕신공의 효과에 누구든 남궁세가의 소속인걸 안다는 내용이 있었죠?
지원은 혀를 쯧 차고는 내공을 운용하여 번개의 기운을 몸에 두릅니다.
"이제 믿으시겠나요...?"
**
"남궁세가!"
그의 눈은 더욱더 적의로 불타오릅니다!
아...아니...잠깐, 같은 편이 아니었다는 겁니까? 아니. 진짜 같은 편인걸까요? 어쩌면 남궁세가가 장강검문을 버리고 금봉파를 돕는다고 착각한 것일 수도...?
모르겠습니다!
어떤게 진실이고 어떤게 거짓인지! 무엇을 믿고 무엇을 생각해야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지원의 심정이, 지금 상대가 느끼는 심정과도 같을겁니다.
이런 난전 상황에서, 지원이 소속을 알리는건 좋지만...이 곳 사람들은 남궁세가가 참전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
게다가 전투상황!
피를 보고 흥분해있는 상태입니다. 지원은 곤란하게 되었습니다...
상대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모르니, 죽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상대는 남궁세가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도 지원을 죽이려 들겁니다! 자신이 장강검문이든 금봉파든요!
전투의 영향은 점점 더 지원에게도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안되는데....안되는데....싶다가도...
지원은 화가 납니다! 아니! 도와주러 왔다는데! 소속도 밝혔다는데! 이게 말이야 방구야! 칼부터 들이밀기나 하고!
내공을 끌어올린 채로 먼저 날아드는 상대의 공격을 회피해냅니다!
"큿....!"
상대는 검을 회수하고 다시 한 번 검을 휘둘러옵니다! 지원도 이젠 검을 꺼내고 전투에 돌입합니다!
**
이대로 목을 베어버릴까...? 라는 생각이 들지만 참자구요. 여기서 잘못 아군을 죽여버리면 큰일이 일어날 겁니다.
"아 금언 공자를 도와드리러 왔다니까요!! 왜 못 믿으세요!!!"
지원은 검을 빼들었지만 공격하지는 않고, 천풍보로 상대의 공격을 피하려고 시도하나요?
**
지원의 정신은 2단계.
아까 전, 전투의 영향을 방어해내지 못했습니다! 상대에게 설득하고자 하는 의지는 지원에게서 찾을 수 없습니다! 오직 싸움만이 머리를 지배하는 상황!
설득은 시도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며, 공격을 회피하는 것에만 집중합니다!
촤아아악!
컥...!
흥분한 탓일까요? 회피하려다가 가슴팍을 길고 베이고야 맙니다! 몸이...몸이 피로해집니다!
부상 1단계를 얻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
피가 튀기고 여기저기서 지원이 상처 입은 것에 환호하는 함성소리. 상대는 드디어 감을 잡았다는듯 연이어 공격을 해옵니다!
**
빠득.
이빨이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입에서 납니다. 두번까지는 요행으로 피했지만, 더이상은 무리입니다.
지원은 일단 적당히 상대하려는 듯, 내공을 사용하며 천풍보로 접근해 풍검결로 공격을 받아치려고 합니다!
**
드디어 검이 서로 마주칩니다!
까아아아아앙!!!
둘은 동수! 상대의 눈에 당혹감이 물듭니다.
"이 자식...! 실력을 숨기고 있었나!"
아뇨. 숨긴게 아니라 안 싸우고 있던겁니다.
다시 한 번 상대는 검을 휘둘러옵니다! 명백히 목을 노리고 들어오는 궤적입니다!
**
'더이상 피해를 입는 건 안 된다...!'
명백히 목을 치고들어오는 궤적. 지원은 풍검결을 사용하여 그 검을 쳐내려고 시도합니다!
(상대의 사문을 파악하려 시도)
**
혹시 다갓에게 미움받을만한 짓을 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봅시다........이게 무슨 일이래요....
지원에게는 호사가 강점이 없습니다! 무공을 보더라도 알아맞출 수가 없군요...!
까아아앙!
다시 한 번 검과 검이 부딫힙니다! 지원은 옆으로 살짝 밀립니다! 상대방이 우세했습니다...
"후우..."
상대의 얼굴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내공이 거의다 떨어졌군요! 요녀석! 하하!
그런데 지원의 내공도 간당간당합니다.
**
"아직....!"
이빨을 까득 깨물며 밀렸던 거리를 천풍보로 파고들고, 한번 더 풍검결을 내지릅니다!
(지속적으로 사문을 알아내려 시도)
**
천풍보를 밟아가면서 지원은 검을 강하게 휘두릅니다!
꺼어어엉....!
기이한 소리가 나면서 상대는 옆으로 크게 휘청입니다!
하....!
내공이 4년 남았습니다! 상대의 기운은 흐릿해져가는 것이 지원보다는 내공 소모가 빠를겁니다!
**
"네...사문이 어디냐...!"
조금 더 밀어붙여야 합니다. 천풍보를 밟고, 강하게 풍검결을 휘두릅니다!
**
상대는 막 지원의 공격을 방어하려하지만......내공을 다 썼는지 더 이상 검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천풍검법 4식 풍검결
카아아앙!!!
검이 부딫히고, 검풍이 상대의 피부를 찢어발깁니다! 상대의 검은 떨어져나가고, 손은 찢어져 피를 흘립니다...!
"크윽...!"
이곳저곳이 찢겨나가 피투성이가 되어버린 상대의 목에 검을 대자, 주변이 살짝 조용해집니다.
"...장강검문이오. 남궁 쪽에서 사람이 올거라는 얘기는 들은바가 없소만."
.....!
장강검문이었군요! 죽이지 않고 제압만 한 것이 다행입니다! 지원의 내공이 2년치가 남은 지금.
성공적으로 싸움을 끝마친 지원의 머릿속에 무언가 깨달음이 찾아옵니다!
쾅!
기맥과 혈맥을 통해 남은 내공이 빠르게 돌기 시작하면서 지원은 한 차례 단계를 뛰어넘습니다!
지원의 간극이 완숙에 도달합니다!
**
"장강검문....!"
다행입니다. 열이 끝까지 올라도 죽이지는 않은 것이 다행이였습니다. 그 순간, 지원은 완숙으로 간극을 한 단계 올립니다!
...? 별로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은데요? 내공의 총량이 한 5할가량 늘어났다는 건 알겠지만 늘어난 만큼 내공이 생기지는 않네요. 그릇의 크기는 늘어났지만 내용물은 늘어나지 않고 직접 채워야 하는 느낌이려나요...
일단 장강검문이라고 했으니 검을 집어넣고는 숨을 고르려고 합니다.
"후우... 할아버님께서 제 형님이신 남궁재원을 파견하셨어요. 저는 제 친우인 금언 공자를 도우려고 형님을 따라 이곳으로 왔고요. 이건 진실이에요. 제발 믿어주세요."
장강검문으로 돌아가면 아마 설명을 들으실 수 있으실 거에요. 라며 눈 앞의 남성을 바라볼까요?
**
지원은 해명을 시도합니다. 상대는 알아들었으니 그만하라는듯 손을 내젓습니다.
지원의 몸에도 짙은 탈력감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지금은 여전히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전장...
여기저기 상처를 입은 장강검문의 제자들이 둘에게 달려와 빨리 나가야한다고 소리칩니다.
"도련님이 저 안에 계시는데 어찌 우리가 가겠는가!"
그러자, 다른 무사가 그렇게 소리칩니다. 이런 급박한 상황 속에서 통제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 의견이 갈라져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기습이 성공할 때 까지는 좋았지만, 이런 상황을 상정하지는 않았으니까요!
사람들의 말에 지원은 적 너머를 쳐다봅니다. 그 곳에선 금언이 홀로 고군분투 중입니다.
구출해야합니다!
**
저 멀리에 금언이 보입니다. 구출해야만 했죠. 하지만 저 멀리에 있으니, 쉽지는 않아보였을까요? 저기까지 도달하는 것은 몰라도, 저기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지원은 주변의 무사들이 우왕자왕하는 것을 가만히 듣다가, 씁. 하고 혀를 찹니다. 어쩔 수 없네요.
"제가 금언 공자를 데리고 빠져나올테니, 여러분들이 나가면서 길을 조금만 터주실 수 있으실까요?"
우왕좌왕하는 다른 무사들을 향해, 차분한 목소리로 묻습니다.
**
여전히 헤매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그 중 몇명은 지원의 말을 알아듣고 최대한 통제를 시작합니다.
삼류와 이류들을 중앙, 일류 고수 2~3명을 양익에 배치합니다.
지원은 후방입니다. 그래도 일단 뚫는데 도움을 완전히 안줄 수는 없으니까요.
와아아아아아아아ㅡ!!!!!!
천둥우레같은 함성과 동시에 다시 한 번 병장기들이 부대낍니다!
카아앙! 깡!
검기를 쓰지 못하는 이들이 대다수기 때문에 쇳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일류고수들은 검기로 검을 베어내다가 자신들의 동수를 보고 최대한 발목을 잡으려 노력합니다.
이 혼란한 틈을 타서 지원은 금언을 향해 내달립니다!
스스슥!
화아아악....!!
뱀이 땅을 움직이는 것 같이 아주 작은 소리와 함께, 갑자기 눈 앞에 봉이 나타납니다. 지원은 옆으로 몸을 크게 날리면서 봉을 피해냅니다!
"....."
벌벌 떨고 있는 금봉의 제자들입니다. 수는 약 다섯 정도. 이류와 삼류무사들입니다.
**
저렇게까지 발목을 붙잡아주고 길을 터주고 있으니, 지원은 자신도 맡은 바를 다하기로 합니다. 바로 최대한 빨리 금언에게 다가가는 것이었죠.
그러다가 갑작스레 들이닥친 봉에, 지원이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눈쌀을 찌푸립니다. 내공이 있었다면 눈 앞의 이삼류가 몇명이나 있든지 크게 상관은 없지만... 문제는 내공은 앞으로 단 한번만 사용이 가능하고, 눈 앞의 이들은 5명이나 된다는 거였죠. 이길 수는 있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듯 했던가요?
"겁에 질려 계시네요?"
벌벌 떨고 있는 것을 간파하고는, 지원이 그들을 향해 생긋 웃어보입니다.
"그렇네요... 별 볼일 없기는 해도, 저의 경지는 일류. 여러분들 쯤이야 간단하지만 지금은 시간을 끌고싶지 않네요. 길만 터주실 수 있으실까요? 그렇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나가기만 할게요."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시겠다면... 이라며 살짝 말을 멈추다가,
"어쩔 수 없겠죠. 여러분들의 시체를 밟고 지나갈 수 밖에요."
자, 선택해주세요. 라며 활짝 미소짓습니다. 여유로워보이는 표정...이기는 했지만, 내심 굉장히 초조하고 간절합니다! 먹히나? 먹히려나?!?
**
적들은 오히려 지원의 말에 마음을 굳게먹고 봉을 앞으로 들이밉니다! 지원은 짜증스럽게 검으로 봉을 치워냅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상당히 부담스러운 전력입니다.
후...
새로운 전투가 시작됩니다!
**
'하하, 망했다.'
욕지기가 나오는 것을 참아내며 봉을 쳐냅니다. 미칠 노릇이었죠. 내공은 부족하지, 가슴에 난 검상은 아파오지, 달리고 싸우고 또 달리고 싸우고 난 후에 또 바로 달리느라 숨은 턱 밑까지 차오르지. 그런 상황에서 아무리 자신보다 낮은 경지라지만 다섯 명은 매우 부담스러웠죠.
"하! 덤비세요!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한번 끝까지 가보자고요!"
지원은 검을 빼들고는, 천풍보를 밟아가며 상대에게 파고들었습니다. 금봉파의 제자들을 향해 크게 풍검결을 사용한 횡베기를 날릴까요?
**
내공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천풍보를 밟으며 다가가자 녀석들은 넓게 퍼지면서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해들어옵니다!
먼저 한 놈!
풍검결의 기술로 검을 휘둘러 봉을 튕겨냅니다!
까앙!
그리고 생성되는 강력한 검풍! 내공이 실리지는 않았지만 적에게 생채기를 입히는 정도는 됩니다!
읏...!
상대는 갑작스러운 피해애 놀라 봉을 거두며 뒤로 빠지지만, 여전히 진은 지원을 단단히 붙잡고 있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 적들에게 타격을 입지는 않았지만...저들 중 누군가 하나라도 내공을 쓰면 상처는 늘어날겁니다.
**
'이대로라면 계속해서 소모하기만 할 뿐이야...!'
지원은 검을 붙잡고는 이빨을 꽉 물었다. 이대로라면 계속 소모할 뿐이니, 현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아야한다.
일단은 가장 약해보이는 이를 눈으로 색출했다. 아까의 공격으로 넓게 퍼진 상태. 동떨어져있는 상황에서 가장 만만한 삼류무사를 바라본다.
지원은 천풍보를 쓰며 그 무사에게 다가가 풍검결을 쓰는 척 하다가, 취소하고 천풍보로 진을 뚫고 지나가는 것을 시도했다.
**
지원은 천풍보의 구결에 따라 쾅쾅 땅을 찍어내리듯 밟아가며 삼류무사를 향해 돌진합니다!
막아!!!!
어디선가 고함소리가 들려옵니다.
풍검결을 쓰려다 곧바로 검을 거둡니다. 내공을 쓰지 않는 상태에, 몸상태도 점점 나빠지고 있었습니다. 몸에 무리가 갈만한 행동이긴 하지만 지금은 별 수 없는 법.
삼류무사는 비장한 눈으로 방어를 시도하는 틈을 타 지원은 다시금 천풍보의 구결로 진각을 밟아나갑니다!
까드득...!
내공이 없는 상황. 좋지 않은 몸. 무리한 육체의 움직임. 발목을 접지르지만 다행히 진을 빠져나오는데 성공합니다!
쫓아! 쫓으라고!
멀리서 지원을 쫓아오는 무리들. 지원은 발목의 시큰거림을 참으며 어떻게든 앞으로 달려나갑니다! 저 앞에 금언이.........
(권금언 반응 레스와 이어짐)
- 석가장 조사하기
- 대승. 그것은 대승이었습니다. 몇차례의 전투가 이어진 후에, 결국 대승으로 이어졌습니다.
지원은 금언에게 부축받아 목책 뒤로 피신하자, 한숨을 크게 내쉬었습니다. 그것은 안도의 한숨이었습니다.
"후우...후우....아파라...이제야 아프기 시작하네..."
가슴의 상처도, 접질린 발목도. 긴장이 풀렸는지 이제야 제대로 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체력도 너무 많이 썼고, 부상도 생겼고.
"죽겠네...피곤하고...좀 쉬어야겠다...할 일도 많을 듯 하니까..."
....금언 공자까지 포함해서 말이지. 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가 아군을 살피는 금언을 흘긋 바라보았죠. 누가 다치고 싶어서 다쳤나... 사정이 다 있었는데...
아. 몰라몰라. 일단은 쉴 거야. 라고 생각하며 자리에 털썩 앉아버렸나요?
**
휴식을 취합니다!
....발목도 가슴도 아픕니다. 단전은 허합니다.
으으.....
좀 푹 쉬어볼까 하는데 급보라면서 당장 돌아오라는군요!
하...
**
"....좀 쉬게 해주지...."
발목도 접질렸는데 이걸 빨리 오라고 하네... 라고 마음속으로 투덜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절뚝절뚝 발걸음을 옮깁니다.
이렇게 된 이상 장강검문에 가서 쉬어야겠다 생각했죠.
**
지원은 장강검문으로 이동합니다! 소란스럽고 긴장된 기운이 등을 콕콕 찔러옵니다.
도착하자마자 지원의 상처를 보곤 의원들이 바로 치료를 시작합니다!
우선 발목의 부상은 회복됩니다!
**
"어ㅏㅏㅏㅏㅏㅏㅏ 나앗따ㅏㅏㅏㅏㅏㅏ"
발목이 회복되었습니다. 그것도 1턴만에요. 역시 장강검문의 의원들... 움직이는데에 불편함은 없었을까요?
발목의 부상이 나았으니 이제 다시 움직일 때였죠. 이 긴장된 기운이 등을 찌르는 느낌... 급히 돌아오라고 한 이유가 뭔가 심상치 않은 듯 했죠.
"이럴 때는..."
"형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요?!"
지원은 재원을 찾아가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묻기로 마음먹고는, 발걸음을 옮겨 재원을 찾아 질문을 던졌던가요?
**
지원은 재원을 찾아갑니다!
형님! 대체 이게 무슨 일이죠!
남궁재원은 꾀죄죄한 강아지 하나를 쓰다듬으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가 갑작스러운 지원의 방문을 받습니다.
"이런. 가슴에 그 상처는..."
아니, 그런 것보다 먼저!
재원은 한숨을 내쉽니다.
"석가장주가 죽었다고 하는구나. 이 쪽에 호의적이지는 않았지만 적대적이지도 않았던 자다. 새로운 석가장주가 누구냐에 따라서 이 문파는 물론이고 제갈세가와 삼남단이 위험해질 수도, 아닐 수도 있을거다."
**
앗, 꼬질꼬질한 강아지...귀엽네요... 아마 형님이 집에 가며 데려갈 듯 싶었던가요?
"아니아니, 이런 상처보다도!"
석가장주가 죽었다는 소식. 그리고 잘못하다가는 제갈세가에 삼남단까지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소식이었죠.
충격에 빠진 표정을 지으며 재원을 바라보다가, 아랫입술을 약하게 깨물었을까요?
"그럴수도 아닐수도 있다는 말인 즉... 새로운 석가장이 흑천성에 적대적이라면 그런 일은 없을 수도 있다는 말이군요..."
"....아무래도, 전 석가장 쪽으로 가야겠어요."
쯧 하고 중얼거리고는, 형님은 어떻게 하실 예정이신가요? 라며 재원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
"석가장이 혼란에 빠졌다 하더라도 금봉파의 세력이 생각보다 강하더구나."
재원은 강아지를 꼬옥 끌어안았습니다.
"나는 이 곳을 지켜야겠다. 애초부터 그것을 위해 이 곳에 온 것이니."
형님의 거취는 정해졌습니다. 지원은...석가장으로 지금 혼자 출발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부상이라도 치료를 하고 누군가와 같이 떠나시겠습니까?
**
"....그런가요. 무운을 빌어요 형님."
살짝 웃으며 말하고는 재원을 향해 포권을 취합니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나왔던가요?
이제 석가장으로!
....가기 전에 치료부터 하고 갑시다.
**
지원은 치료를 받습니다.....
부상단계가 0이 됩니다!
완치되었습니다!
**
"어ㅏ아ㅏㅏㅏㅏㅏㅏ 나앗따ㅏ아ㅏ아ㅏㅏㅏ"
데자뷰가 느껴지는데...음....
뭐 어떤가요! 지원은 먼저 석가장으로 떠나기로 합니다!
몰론 친구없는 Wls이니 혼자서용...
**
아무 탈 없이 지원은 강서지방의 석가장에 도착합니다!
....어...그런데...
이제 뭐하죠?
혼자 와서 뭘 어떻게 해야할지 지원은 혼란에 빠져버립니다! 우선...우선...석가장에 들어갈 수는 없으니 방부터 구해야겠군요!
**
절정을 넘어~ 초절정을 지나~
천풍검법으로~ 화경에 갈 거야~
천뢰제왕신공으로~ 내공을 쌓아서~
언젠간 화경에 갈 거야~
"...음....그런데 이제 어떡하지..."
생각해보니 혼자오면 이런 문제가 생겼던가요. 신나게 노래를 부르던 지원은 고민에 빠집니다.
...어쩔 수 없죠. 석가장으로 들어갈 것도 아니니...
"일단 숙박을 해결하러..."
지원은 근처에서 숙박이 가능한 여관을 찾아보기 시작했던가요?
**
여러가지 숙박업소가 있습니다.
지원의 성격은 허영도 부리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허름한 곳도 가지 않는...대충 아무데나!
정말 지원은 대충 아무데나 나쁘지 않을 곳에 숙소를 구합니다!
이제 당분간은 이 곳에서 먹고자고 할 수 있겠군요.
수련하라고 할 사람도 없고...
어라? 이게 꿈에서 그리던...탈주...?
**
"대충 아무데야말로 훌륭한 숙소지!"
....아. 여기에서 평생 살고싶다. 라고 생각했던가요? 수련하라고 할 사람도 없고... 팽팽 논다고 뭐라고 잔소리 할 사람도 없고...
....이러다가는 게을러지겠습니다. 지원은 일어나서 숙소의 주인을 찾아가보려고 시도합니다.
**
"찾으셨습니까!"
젊은 주인이 지원을 맞이합니다.
무슨 일인가요?
**
잠시 주인을 기다리던 지원이, 주인이 자신을 맞이하자 환한 표정으로 주인을 바라봅니다.
"아, 다름이 아니고요. 석가장주께서 돌아가셨다는 말이 들리던데... 혹시 관련한 소문같은걸 들을 수 있을까 해서요."
**
젊은 주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습니다.
"석가장주...께서는 근방의 큰 어르신들 중 하나셨습니다..."
최대한 말을 아끼며 주변 눈치를 살살 보는군요.
"이 근방에서 강서궁문과 함께 엄청난 영향을 끼치셨죠. 그 분께 은혜를 입은 분도 원한을 가진 분도 많습니다."
딱 그 정도만 안다는듯 더 이야기 하지 않으려합니다.
**
"그렇군요..."
즉, 여기까지만 이야기를 하겠다... 라는 뜻일 겁니다. 지원은 잠시 고민하다가, 살짝 미소를 얼굴에 드리우며 질문을 다시 던졌습니다.
"감사해요. 그러면 하나만 더, 혹시 이 근방에서 석가장이나 석가장주를 잘 아시는 분이 있으실까요?"
**
"당연히...석가장의 사람 아니겠습니까?"
젊은 주인이 하하 웃으며 대답합니다.
맞는 말이긴 한데...음, 하긴 석가장주는 거물입니다. 거물을 잘 아는 사람이 저잣거리에 있지는 않겠죠.
카카오 사장 잘 아는 사람을 명동에서 찾는다고 나올리가 없는 것 처럼....!
**
"흠....몰론 그렇긴 하지만요..."
그런데 석가장에 쳐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원은 잠시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어쩔 수 없던가요. 플랜 B로 갑시다!
"질문에 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잠시 바깥에 다녀올게요."
싱긋 웃으며 포권을 취한 지원은 바깥에 나와서... 개방의 거지들을 한번 찾아보는 것을 시도합니다!
거지들은 어느 거리에나 있을테니까요...?
**
어느 곳에나 거지들은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원이가 개방의 거지들을 구별할 수 있는 지식이 없습니다!
으아아아아!
그냥 거지 무리를 하나 찾아 다가가보니 지원을 두려워하면서 뒤로 빠져버리거나 도망치거나 하는 일이 빈번합니다.
....후.
**
"...쓰읍...쉽지는 않네..."
뭐, 좋습니다. 어차피 이렇게 계속 찾다보면 찾거나, 아니면 개방의 사람을 찾는다는 소문이 거지들을 통해서 개방 사람들에게 닿거나, 아니면 정말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거나... 이렇게 되겠죠.
찾을 때까지 거지 무리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합니다! 닥치는대로 개방 분타원이냐고 물어보고 다녔던가요?
**
지원이 한참 발품을 팔고 하늘이 붉어질 때 쯤...
봉두난발을 한 거지 하나가 지원의 앞을 떡하니 가로막습니다.
우적우적.
땅에 떨어졌던 것인지 흙이 묻은 주먹밥을 먹고 있습니다.
"개방도를 찾으신다고?"
거지는 지원을 쭈욱 훑어봅니다.
"남궁세가의 그 유명한 탈주 도련님이 왜?"
......개방 방도는 맞는 것 같군요!
**
이제 포기하고 탈주 라이프나 즐길까 하고 고민하던 중, 어떤 더지 한 명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던가요?
"...핫! 그걸 어떻게!"
자신이 탈주범이라는 것을 알고있는걸 보면, 이 사람은 개방 분타원인가 봅니다!
...그런걸로 구분하는게 인간적으로 어떨지는 일단 제쳐두고, 지원은 앞의 거지를 향해 포권을 취하고는 싱긋 웃습니다.
"알고계실지도 모르겠지만 남궁세가의 남궁지원이에요. 이유는, 정보를 사고싶어서요."
**
"왜 우리가 팔아야하는데?"
으적으적. 주먹밥을 다 먹고 배고픈듯 손가락을 쪽쪽 빨아댑니다.
"......뭐....적선을 한다면 못 줄 이유도 없지만..."
자본주의 네 이놈!
**
적선을 한다면 못 해줄 것도 없다는 말에, 지원이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품에서 은전 몇 푼을 집어들고는, 눈 앞의 개방도에게 건네었다.
" 석가장의 후계자들에 대한 정보가 필요해요. 가르쳐주실 수 있으신가요? "
**
거지는 고개를 젓습니다.
"부족해."
재산을 한 단계 소진하시겠습니까?
**
" 음 헛것인가보네. "
해탈한 지원은 신경쓰지 않기로 결정하며 돈을 더 개방도에게 쥐어주었던가요?
**
재산 단계가 2단계로 변화합니다!
"석가장에 대한 기본적인 것은 알테고..."
희희낙락하며 목돈을 받아든 거지의 표정이 밝아집니다.
"역시 후계자들에 대한 것이겠지? 석가장의 후계자는 5명이나 되지. 죽은 석가장주의 막내동생인 총관. 석가장주의 첫째 아들 1공자. 그리고 두달 늦게 태어난 사생아. 정실 부인에게서 난 두번째 아들 2공자. 주정뱅이로 유명한 3공자. 석가장은 이 강서 북부 일대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사파의 거두이기 때문에 누가 석가장주의 자리에 오르느냐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을거다."
더 궁금한게 있으면 물어보라는듯 턱짓합니다.
**
"5명이라..."
많네요. 그것도 엄청. 이 5명이서 후계자 싸움을 하다니, 평소라면 그냥 나이 많은 사람이 맡지 뭘 귀찮게 싸우는지. 하고 혀를 쯧쯧 찼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죠. 친구를 위해 싸움을 붙여야 하는 입장이었으니.
"그러면 그 중 그나마 정파가 접근해볼만한 인물은 누구인가요?"
**
"1공자와 2공자가 그나마 현실성이 있다고 할 수 있겠지."
으적. 어느새 주먹밥을 다 입에 꾸겨넣은 거지는 손바닥을 탁탁 텁니다.
"사파는 정파랑은 다르게 철저히 실력 순이거든. 실력만 뛰어나다면 사생아도 장주 자리를 노려볼 수 있겠지. 그런데 이 두 공자가 후계자들 중에서는 제일 실력이 처져. 그러니 당연히 정파라도 손을 잡고 싶지 않을까?"
호오...
**
"1공자와 2공자...로군요."
원래대로라면 1공자가 후계자가 되었겠지만 사파는 역시 실력지상주의라는 생각이 들었던가요? 잠시 턱을 매만짐과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하던 지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개방도를 바라봅니다.
"그러면, 그 둘이 자주 가는 장소라던가 있을까요? 술집이라던가...?"
**
거지는 여러가지 정보를 더 알려줍니다!
지원은 그들이 자주 찾는 기루, 음식점 등의 위치를 새겨듣습니다...!
"이제 딱 하나 정도 질문을 더 할 수 있으니까 잘 생각해보라구."
...재산 한 단계 소모한 값이 참으로....참.......하 이 거지놈!
**
이제 남은 질문은 단 하나. 어떡해야 좋을까. 무엇을 물어야 가장 많은 효율을 낼 수 있을까. 사건의 배경도, 만날 수 있는 장소도 물었다. 그렇다면 만나서 무엇을 해야할까. 그 사람이 누구든 간에, 자신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를 묻지 않을까.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원하는게 있을까...?
"흠... 1공자와 2공자 둘 중 아무나 상관 없어요. 그 둘에게 자신이 석가장이 되어야만 하는 이유같은게 혹시 있을까요?
만약 그런 거 없이 둘 다 석가장이 누가 되든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 둘에 관련된 소문이 궁금하네요."
**
"석가장주가 되어야 하는 이유?"
거지는 때타서 더러운 손가락을 쪽쪽 빱니다. 으...
"살아남기 위해서지. 사파는 약육강식 강자존이니까. 먹지 못하면 먹히거든."
모든 기회가 소진되었습니다!
"이제 내 할 일은 다 한 것 같으니 떠나보지."
그렇게 거지는 떠나갑니다....
**
'사파란 건 혈육의 정 따위도 없는 약육강식인 걸까...'
거지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거지가 떠나자 지원 역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생존. 단순하지만 확고한 약점이었죠. 적어도 자신의 도움이 필요 없을 거라는 말은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럼, 가볼까!"
피식 웃으며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합니다! 일단은 1공자가 자주 간다고 들었던 곳으로 향해보기로 했던가요?
**
가기 전, 지원은 당연한 사실 하나를 떠올립니다.
지금 석가장은 한참 상 중이라는 것을요.
망나니 3공자가 아니라면 상 중에 자주 가던 곳을 갈리는 없습니다!
**
'아차.'
망했네요. 지금 당장은 할 수 있는게 없습니다.
....
지원은 일단 거리를 걸어다니기 시작합니다!
**
사건은 당연히 터지고야 맙니다.
엄숙하고 장엄해야할 석가장주의 상 중에 이런 일이라니!
지원은 길거리를 지다다니다 황당한 일을 목도하고야 맙니다.
- 석가장주가 죽었으니 이제부터는 우리의 세상이다!
이상한 문구가 끄적여있는 흰 깃발과 칼을 찬 무림인들이 거리에 우르르 쏟아져나오며 닥치는대로 석가장의 사람들을 쥐어패고 있습니다!
아!
이것이 사파!
이것이 무림!
**
"저게 무슨...!"
지원은 황당했습니다. 비록 자신 역시 석가장주의 죽음을 이용하려는 처지라 저런 것을 비판한다는 것은 어폐가 있지만, 그래도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은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물며 같은 사파는 더더욱이요!
"잠깐!! 당심들은 사자에 대한 예의도 없는 건가요?! 어찌 사람이 죽었는데 엄숙하진 못할 망정 가문의 사람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나요!!"
당장 멈추세요! 라고 소리치며 검을 빼어들고는 그들에게 다가가려고 합니다!
**
갑작스레 끼어든 지원도 말려들 뻔 했지만 누군가의 제지로 간신히 피를 보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허. 남궁세가의 귀하신 도련님이 사파의 일에 개입하려들다니."
남궁세가라는걸 한 번에 알아봤군요! 어떻게...?
한 남자가 사람들을 헤치고 나섭니다. 그가 눈짓하자 잠시 멈칫했던 무림인들은 하던 일을 마저합니다.
"정파는 정파의 일에 신경 쓰시오. 사파의 일에 간섭말고. 정 사파의 일에 개입하겠다면 그 실력을 증명해보여야겠지!"
상대는 절정의 고수...!
**
남궁세가라는 말이 들리자 눈쌀을 살짝 찌푸립니다. 어떻게...? 어떻게 알아챈 거지...? 당황스럽지만 일단은 넘어갑시다. 이 남자에게 답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정파니 사파니 제게는 상관 없어요. 중요한 건 당신들은 최소한의 예의조차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고, 저는 그런 불의를 보고 지나칠 수가 없네요.
실력을 증명해야만 한다면 그리 하겠어요. 라고 말하며 남자를 똑바로 노려봅니다!
**
"그렇게 죽고 싶다면....죽여줘야겠지만."
그는 눈을 찌푸립니다.
"뒷배를 믿고 나무 나서는군. 죽이지는 않고 제압만 해두도록 하지."
맞서 싸울까요? 물러날까요?
상대방은 남궁세가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지원을 죽이거나 불구로 만들지는 않을겁니다!
**
딱히 뒷배를 믿는 건 아니지만...뭐...일단 그렇다고 해둡시다.
지원은 내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합니다!
"전 준비가 되었어요."
칼을 빼들고 남자를 향해 겨누나요?
**
절정고수의 몸놀림은 일류의 완숙에 달한 지원의 눈에도 흐릿하게 보일 수준입니다.
휙, 하고 바람이 불었고 지원은 잔상과 빠르게 자신에게 들려드는 남자를 봅니다.
다른 사람들에겐 남자가 사라진 것 처럼 보였을겁니다.
뒷목을 노리고 날아드는 수도!
모두 파악을 했지만, 알아도 막을 수 없는 공격이란게 있습니다.
터어엉...!
지원은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집니다!
**
'이렇게나 차이가...!'
뒷목을 노리고 날아드는 수도. 막아야 합니다. 막아야...! 젠장, 몸이 안 움직여!
큰 소리가 나고, 지원은 흐려져가는 의식 속에서 분함을 느꼈던가요.
**
지원은 눈을 뜹니다!
"쯧쯧쯧."
아, 아까 봤던 거지입니다.
"그냥 철없는 도련님인 줄 알았더니, 그냥 무모하고 미친놈이었구만 그래?"
거지는 기름기가 뚝뚝 떨어지는 족발을 들고 뜯고 있습니다.
...일단 살아남았군요.
**
"...."
반박은 못 하겠군요. 지원은 눈을 피하며 작게 중얼거리나요?
"그냥 짜증이 났을 뿐이에요.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죽었는데, 예의는 차리지 못할 망정 저런 난리를 피우다니... 같은 사파이면서.... "
그리고 더 분한 건 자신이 약하다는 사실이었던가요. 어렸을 적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그 때와 달라진게 없는 느낌이었죠.
**
"남궁세가의 미친도련님은 정말 순진하군!"
으적. 족발을 뜯으며 거지가 낄낄 웃습니다.
"무림의 세력이 정파. 사파. 마교로 나뉘어져있다고 하지만 정말 그 자체에 소속감을 가지는 이가 얼마나 될 것 같나? 아 그래. 마교 그 광신도 놈들은 조금 다르긴 하지만....정파만 하더라도 추구하는 가치가 같을 뿐이지. 무림맹에 소속되어 서로 연합한 것이지만 다들 자신의 사문과 가문이 우선 아닌가? 사파도 마찬가지야. 흑천성이 그나마 사파의 통합을 이끌어낸 것이지. 사파란건 성향의 차이일 뿐이고 거기에 무슨 소속감을 가진다거나 하는 사람은 없어."
냉정한 무림입니다.
**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죽은 사람에 대한 예의 정도는....!"
지원은 말을 하다가 혀를 차버립니다. 그래요, 몰론 자신에게는 최소한의 예의를 요구하는 것 뿐이겠지만, 다른 이에게는 그것조차 과하다고 생각 할 수 있죠. 너무 오만했던가요. 자신의 기준을 남에게까지 덮어씌우려고 하다니.
"하아...그렇네요...그 최소한의 예의를 바라는 것 조차 오만한 생각이겠죠..."
한숨을 푹 쉬고는 기운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켜 세웁니다. 온 몸이 찌푸드드한 기분이네요.
**
"예의? 석가장주는 자신이 지배하는 곳에서 호인이었지. 민초들을 살피고 치안을 확실히 했으니까. 그렇지만 그게 많은 사파의 반발을 불러왔다고."
으적으적.
또다시 족발을 씹어댑니다.
"양지에서 음지로 쫓겨난 놈들이 예의를 지킬리가 있겠어? 오히려 망치고 싶겠지. 무림은 정의와 강호의 도리 운운하며 하하호호하는 곳이 아니라 이런 곳이라네. 미친도련님."
낄낄 거리며 거지는 일어납니다.
"남궁세가에서 태어난 것을 감사히 여기라고. 어중간한 세력의 세가였으면 아마도...인질로 잡혔을테니까. 다음부터는 그렇게 무모하게 굴지 말고. 도움주는 것도 한 번 뿐이야."
그는 자리를 떠나갑니다...
**
"도와주신건....감사해요. 충고는 새겨들을게요."
지원은 포권을 취하고서는 몸을 돌려 숙소로 향합니다. 입맛이 썼습니다. 짜증이 납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무림은 생각보다 싸늘하고, 차가웠고, 자신의 이상과는 동떨어져 있었던가요.
지원은 여관으로 돌아옵니다...!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휘저어 놓습니다.
...여기서 지원은 어떻게 생각을 하나요? 자신의 신념은 꺾일까요? 꺾이지 않고 강해질까요?
**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던가요.
농민들은 도적이 되어 같은 농민들에게 자신들이 당했던 것보다 몇배는 더 심한 짓을 자행하고 있었습니다.
선한 일을 하여도 죽고 나면 얼굴에 침이 뱉어지고 가문의 사람들이 구타를 당하며,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강하지 못하다면 의로운 일을 행할 수도 없었던가요.
하지만 상관 없었습니다. 약하니까 신념같은 건 접어둘까요? 엿이나 먹으라죠.
친구가 한 말이 떠오릅니다. 열등감도, 무력감도, 남궁세가도 정파도 전부 떨쳐내버리고 그저 원하는 것을 행하는게 가장 좋지 않겠냐는 말이요. 그 때 가장 원했던 것은 의와 협이었고, 의협을 저버릴 수는 없습니다.
지원은 마음을 다잡고 휴식을 취하기 시작합니다.
**
의와 협.
그것이 당신이 선택한 길이라면.
증명해야만 합니다! 약하더라도 강자에게 싸움을 걸 수 있는 용기이자 만용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신념이고 그것이 의지입니다.
물론 가문의 위광도 있겠지만 그것 또한 당신의 능력일 뿐.
나중에 가서도 죽을 위기라도 신념을 버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버려서도 안됩니다.
그러니 당신은 마땅히 정신의 성숙을 이뤄냈습니다.
정신이 한 단계 상승해 3단계에 이릅니다!
**
"성숙해진 느낌..."
뭔가 달라진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요, 더이상 자신은 신념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신념이었고, 굽히는 일은 없을 것이며, 그것만이 자신이 나아갈 길이니까요.
조금은 머리가 상쾌해진 느낌입니다. 지원은 살짝 미소지으며, 다시 여관을 나오려고 합니다!
**
밖으로 나옵니다!
아까 전의 소동은...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달라진 점이라면 석가장의 사람들이 유기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
"흐음...일단 한번 가볼까요?"
지원은 한번 혼쭐이 났다고 미친 짓을 포기하는 성격은 아니었죠. 다만 이번에는 신중하게 상황을 살피려고 하나요?
...에? 라고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이상했던 것 같은...? 잠깐, 그녀요?
**
한참 싸우고 있던 와중에 갑자기 자신의 몸이 변한다면 어떨까요?
"씨...씨X! 뭐야!"
검을 휘두르다가 가슴이 걸리적거린지 멈춘 사내였던 여인은 가슴을 보고 끄아아악! 비명을 지릅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으아아아아악! 없어! 없다고! 내 똘똘이가!"
"내 가슴! 내 가슴이 없어졌어! 목소리는 또 왜이래! 꺄아아악!"
걸걸한 목소리로 꺄아아악이라니!
**
"....인생 조졌네."
이상한 느낌과 광경에 자신의 몸을 한번 내려다보고는 해탈해서는 중얼거립니다. 이제 어떡하지. 뭐지. 무슨 일을 해야하는 것이지. 저...저 싸움을 말려야...
"이..이게 무슨 소리야...내가...내가 여자라니!"
흉부가 부풀고 다리 사이가 허전합니다.....XX....
어기적어기적 거리는 걸음으로 일단 싸움이 벌어지던 곳으로 향합니다.....
**
내가 여자라니!
내가 여자라니!
싸움이 벌어지던 곳으로 가자 다들 병장기를 떨어뜨리고선 비명을 지르고 머리를 쥐어뜯습니다.
아수라들이 산다던 수라계가 이럴까요...아니 이러지는 않을겁니다.
거긴 적어도 멀쩡히 싸우던 사람들의 성별이 바뀌지는 않을테니!
**
자...이제는 무엇을 할까요. 이미 싸움은 진정...된 건가? 아닌가? 차라리 싸움이 일어나는게 더 나을 판이지만.
"음...어...여러분...? 진정하세요...!"
원래라면 싸움을 말리려고 이런 말을 했겠지만, 지금은 말리기보단 사람들을 진짜로 진정시키려는 목적이 더 큰 듯 싶군요...
**
다들 난장판입니다!
그 중 몇 명은 지원에게 시선을 줍니다!
**
"이,일단은 다들 멈추시고...다들 돌아가시는게 나을 것 같아요...!!"
솔직히 지금 싸워봤자 양 측 다 혼란스러울 뿐일 듯 했던가요. 용기내서 소리쳐보기는 했지만... 정작 본인도 혼란스러워 하는 상황이었죠.
**
다들 그 말을 듣지 않습니다...
당연하지요! 내가 여자가! 남자가! 되었는데 누군가의 말을 듣고 아! 그렇구나! 하고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몇 명만이 콧방귀를 뀝니다...
**
"그렇다면 무력 진압을...!"
....해야하는데 누가 석가장인가요. 누가 공격하는 사파인가요.
그런 거 모르는 지원은 일단 다시 상황을 살핍니다.
**
지원에게 그걸 파악할 수 있는 재주는 없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요...!
여기 있는 사람을 전부 다 때려잡는게 아니라면 방법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
"어라. 몸이 돌아왔넹."
....그러면 더 심각해진 거 아닌가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당황으로 인해 잠시 멈췄던 싸움이 더 활발해질 테니까요!
다만 지원에게는 석가장과 다른 세력을 구분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아하."
아까 분명히, 이들 중 석가장주가 죽었으니 자기들 세상이라는 내용의 흰 깃발을 차고 있던 이가 있었죠. 그를 쓰러트린다면, 자신에게 분노에 차서 공격을 가하는 이들이 바로 같은 편일테니, 그런 사람들로 공격을 한정한다면 석가장 세력을 공격하지 않고도 이 사태를 진압할 수 있을 듯 했습니다!
"그러면 죽은 이에 대한 예의도 모르는 사람들은, 무력 진압이에요!"
목표는 이상한 내용의 흰 깃발을 차고 무기를 휘두르는 상대를 찾아 달려드는 것을 시도했던가요?
**
모두의 몸이 돌아왔고, 아까 전의 일은 없었던 셈 치는지 다시 싸움은 격렬해집니다!
우선 흰 깃발을 들고 있는 사람들을 쳐다봅니다. 수적으로 우세한 사람들입니다. 석가장은 오밀조밀하게 체계적으로 대응하지만 반대로 수가 적습니다.
꽈아악.
지원은 검을 세게 움켜쥡니다.
타앗!
곧바로 깃발을 들고 있는 기수에게 달려들자 주변의 무림인들이 깜짝 놀라 지원을 막으려 모여듭니다!
파앙!
달려드는 이들 중 한 명의 앞에서 땅을 박차고 뒤에 있던 사람의 어깨를 밟습니다. 공중에서 한 번 제비를 굴려주면서 깃발을 휙 낚아챕니다.
"뭐야 저놈! 막아! 막아!"
지원은 빨리 이 일을 처리해야 합니다. 저번의 그 절정 고수는 보이지 않지만 언제 나타날지 모릅니다!
깃발을 뺏어든 채로 주변을 쭈욱 훑어봅니다. 어설픈 합격진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만들어지면 골치가 아플테지요.
**
"하! 찾았다!"
호쾌한 웃음을 뱉어낸 지원은 그대로 깃발을 뺏어버리고는 착지합니다. 주변을 쭉 둘러보니, 아무래도 합격진이 어설프게 만들어지는 느낌이었죠. 레어 보스몹이 된 느낌... 일단 이건 저리 치워두고.
"가만히 두진 않아요!"
내력을 끌어올립니다. 몸 전체에서 정전기가 발생해 번쩍거리기 시작합니다.
천뢰 - 뇌격진천기
그 정전기들이 지원의 정면에 있는 사파들을 향해 쏘아지고-
풍검결
풍검결 초식을 사용하여 정면에 있는 사파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나요? 최대한 많이 숫자를 줄일 수 있도록 말이죠.
**
파지지지지지직...!
지원의 몸 곳곳에서 정전기가 일어나는듯 소리가 입니다.
천뢰제왕신공의 천뢰가 이리저리 퍼지기 시작하다가 통제되기 시작합니다!
퍼엉!
전방에 있는 수 명이 전격에 당해 거품을 물고 쓰러지고 지원이 강하게 검을 휘두르자 한 명이 피를 뿌리면서 쓰러집니다!
순식간에 진형이 와해됩니다!
"원군! 원군이다!"
석가장 쪽에서 지원을 원군으로 착각...아니 착각이 아닌가요? 아무튼 응원군이 왔다며 크게 소리칩니다. 석가장의 사기가 크게 오릅니다!
"막아아아아아앗!!!!"
소리치면서 지원에게 달려드는 백기의 일원입니다. 그가 검을 크게 휘두르지만 지원은 왼쪽 발 뒷꿈치를 바깥으로 빼면서 종아리, 허리, 오른쪽 다리를 반시계 방향으로 틀면서 공격을 가볍게 피해냅니다!
"뭣!"
파악!
손잡이 끝으로 목 부분을 가격하자 그는 그대로 쓰러집니다!
"일류 고수다! 일류무인들을 불러와!"
**
'딱히 원군은 아니지만...'
지원은 일단은 닥치고 있기로 합니다. 굳이 원군 아니라고 소리쳐서 혼란스럽게 만들거나 기껏 오른 사기를 떨어트릴 필요는 없잖아요. 그리고 도와주러 온 것도 맞고. 자신이 정파 사람이라는 건 나중에 말해도 늦지 않으니까요.
그것도 잠시, 일류 무인들을 부르라는 소리에 눈을 가늘게 뜨나요? 일류 무인이라니, 한 명 정도까지는 어찌어찌 쓰러트릴 수는 있겠지만 그마저도 시간을 많이 잡아먹고, 두 명 부터는 아예 버티는 것 정도가 한계겠죠. 게다가 시간을 잡아먹는다는 것 부터가 절정고수가 오기 전에 끝내야하는 입장으로서는 확실히 부담이었을까요?
"누가 부르게 허락해준대요?!"
천뢰 - 뇌격진천기
천뢰의 정전기가 다시 한번 사파들에게 향하고-
천풍검법 - 바람개비
검을 앞으로 빼든 지원이, 최대한 많은 인원을 날려버리려는 듯 바람개비를 써서 검기를 날려대었던가요?
**
빠지지지지직!
전기가 불똥을 튀면서 주변의 사람들을 공격하고 이어지는 약한 검기가 전방을 완전히 박살내버립니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쓰러지고 구릅니다. 피를 토하는 사람도 있고, 몸 어딘가가 그을리거나 노릿노릿하게 탄내가 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주변이 사뭇 고요해지고 전투는 소강 상태가 됩니다.
그 때 석가장 측에서 소리칩니다.
"남궁세가의 뇌격진천기! 남궁세가다! 남궁세가가 나타났어!"
천뢰제왕신공은 남궁세가의 절기. 그것을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지만...
하필 그걸 이렇게 떠들면서 말한다니요! 낭패입니다.
절그럭.
지원은 검을 다시 세게 쥡니다.
어떻게 할까요?
**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요. 어서 부상자들 데리고, 가세요. 웬만하면 다신 오지 마시고요."
예의만 가르쳐줄 뿐, 죽이지는 않습니다. 사람을 죽이는 건 좋아하지 않았을까요? 좋아요, 이제 이걸 토대로 석가장에 접근을 시도하면....
'...XX X됐다....'
저걸 저렇게 큰 소리로 말한다고?! 제정신이야 저 사람?!?! 아니 여긴 안휘도 아니고 저쪽은 더욱이 사파인데 어떻게 알아보는 거야!! 지원은 머리가 아파오는 기분이었습니다. 이제 이렇게 떠들어댔으니 남궁세가의 직계중 하나가 여기에서 깽판쳤다는게 동네방네...까지는 아니어도 소문 정도는 돌겠죠. 하... 이제 설마 사파들에게까지 노려지는 건가...?
어디선가 개방도 아저씨가 한심하고 미친 놈이라며 혀를 쯧쯧 차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미안해요 아저씨. 난 학습이란 걸 못 하나봐요...
"저기...일단...그 진정하시고요...전 도움을 드리러 온 거니까요...? 마침 방금 전 소란은 정파인으로서도 그낭 지나치기는 뭐한 감이 있었기도 하고..."
일단은 검은 집어넣으며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일로 사람를 해칠 생각은 없으니까요.
"도움이 필요해 보이셔서요... 도와드릴게 있다면 도와드릴 수도 있어요...?"
**
"남궁세가의 간교한 무인이 여길 어찌!"
"석가장을 도우는 척 하면서 강서를 도모하려는 수작이냐!"
지원이는 설득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어림도 없지!
석가장은 물론 백기를 들고 있던 인물들 모두 지원이를 적대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세력! 이것이 파벌! 이것이 진영!
우르르르, 원을 크게 그리면서 중앙에는 지원이 혼자. 나머지는 석가장과 백기의 무림인들이 임시로 연합한 모습입니다.
...지원이가 바라던 모습이기는...한데, 뭔가 좀 이상하군요.
뚫고 나갈 수 있을까요?
뚫고 나갈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상황이 정말 안좋게 돌아갑니다. 아아...개방 거지 아저씨...당신의 말을 듣지 않아서 미안합니다...
**
"하하...젠장...이런 그림을 원한게 아닌데 말이죠..."
지원은 헛웃음을 흘립니다. 정파라는 이유로 아까 자기들을 때리던 놈들하고 자기들이 때리던 놈들하고 편 먹어서 한 놈을 공격하는건 너무하지 않나요?? 솔직히 조금 짜증도 났죠. 정말 순수한 신념 때문에 한 일이 이렇게 번졌으니까요.
"....아오! 저도 이제는 더이상 못 참아요! 자신 있는 사람은 앞으로 나오세요!!"
눈 앞의 이들을 죽이는 것 까지는 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당장은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것 정도는 해야겠다고 생각하나요?
천뢰 - 뇌격진천기
천풍검법 - 바람개비
검기가 섞인 풍압과 정전기를 날려 최대한 많은 이들을 공격하려고 시도합니다!
**
전격이 섞인 검기가 휘몰아치면서 적진을 휩씁니다!
"으아아아악!"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무림인들이 지원을 둘러싸고 있습니다...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질 않는군요!
오히려 더더욱 방진을 두텁게 하여 지원을 압박해오고 있습니다...!
**
'이 진형을 어떻게 돌파한담...'
지원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뭅니다. 적들을 쓰러트려도 더 많은 적들에게 둘러쌓일 뿐입니다. 압도적인 숫자의 차이. 단순한 전력상의 비교로도 자신의 몇배는 될 겁니다. 이대로라면 사방에서 오는 공격 때문이 버틸 수 없겠죠.
이제 그러면 어떡할까... 모랄빵을 노려? 가능은 할까? 압도적인 숫자는 집단에게 큰 신뢰감과 안정감을 주고, 그 사기는 매우 견고해지지. 이 상황에서는 사기를 떨어트릴 요소조차 보이지 않아....
그렇다면 차라리 이대로 숫자를 줄이면서 기회를... 노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저놈들이 나를 향해 다가오는 속도가 내가 인원을 줄이는 것보다 훨씬 빨라...
"그러면 어쩔 수가 없네요."
지원은 한숨을 내뱉고는 주변을 둘러봅니다. 아무리 틈이 없다고는 해도 급조된 연합. 아무리 합이 잘 맞는다고 쳐도 마치 짠 듯이 모든 병력을 고르게 분산시켜 포위하지는 못했겠죠. 지원은 최대한 삼류 무인이 많이 뭉쳐있는 곳을 파악하려고 시도합니다.
천뢰제왕신공 - 천뢰, 뇌격진천기
천풍검법 - 천풍보, 하늘바람
그리고 천풍보를 사용하여 빠른 속도로 그곳을 향해 돌진함과 동시에, 앞을 가로막은 이들을 공격하며 돌파하려고 시도했을까요?
**
파아아앙!
천풍보가 터지면서 지원의 몸은 가볍게 통통 튀어오릅니다.
빠직!
번개는 이리저리 날뛰고 하늘바람으로 주변을 검으로 찍어내리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사람의 수는 많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남은 내공은 22년 정도.
그리고 이제 지원을 감당할 수 있는 인원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처음보다 적들의 피해가 월등히 줄어들었습니다....
**
"아니, 이런 미친! 인간적으로 숫자가 많으면 증원은 없어야 하는 거 아니냐?? 더군다나 나는 한 명인데???"
이제는 입에서 존댓말이 사라졌다. 솔직히 한 명을 상대로 증원을 부르다니 양심이 있는 건가. 게다가 날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사람들도 불러오다니...
이젠 나도 모르겠다. 라고 생각하며 잠시 숨을 고르고는 주위를 둘러봤다. 얼마나 많이 남아있는 건지.
**
...백명 근처입니다.
아무리 지원이 일류고수라 하더라도 이만한 숫자의 이류, 삼류무사를 상대하는 것은 만용입니다!
어떻게든 방도를 찾아내거나, 잡히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더 이상 없습니다...
**
'아. 젠장.'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문 팔아서 선동하는 거요. 가문의 힘은 웬만해서는 빌리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 이런 걸 보면 어쩔 수 없다는 느낌일까요. 무림이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었으니까요.
"하하...단지 남궁세가의 인물이라고 이유없이 공격을 퍼부은데다 이렇게 많은 인원까지 불러오다니..."
"당신들, 남궁세가의 적자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계실텐데요? 각오는 되어있으신 거죠?"
싸늘하게 웃음을 뱉으며 능청스레 선동을 시도합니다. 정작 속으로는 이런 역할은 안 어울린다며 몸을 베베 꼬고 있었지만요.
**
일단 이건 지원이와의 성격과 관계없는 최선의 수란거 인지해주세용! 홍홍!
*
지원의 말에 공격을 외치던 목소리들이 잦아들기 시작합니다.
남궁세가!
안휘의 패자, 오대세가, 단순히 이런 이름만으로 남궁세가의 모든 것을 표현할 수는 없습니다.
간단히 말해보면, 남궁세가의 일부 전력만으로도 석가장은 물론 강서를 제패하는게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예측은 지금 지원이 홀로 백명과 상대하면서 어느정도 증명되고 있습니다.
"나, 난 남궁세가에게 쫓기기 싫어!"
뒤에 있던 누군가가 그렇게 말하면서 도망칩니다!
"이...이이! 그래봤자 한 놈이다! 직계라는건 어떻게 믿겠느냐! 놈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말고 공세를 유지해라!"
"뇌격진천기는 직계한테만 전승되는 무공이잖아!"
"저 놈 끌어내!"
자중지란.
진 속에서 혼란이 일어납니다!
**
'좋아, 일단 먹힌다...'
자신의 성격과는 거리가 먼 행동이었지만 일단 생존을 위한 행동이었던만큼, 원하는 반응이 돌아오자 지원은 속으로 탄성을 외쳤다. 이런 분위기를 유도하는 걸 계속한다면, 어쩌면 상처 없이 돌아갈 수 있을지도!
"다시 말하죠. 자신 있으신 분은 나와보세요."
"하지만 이제부터는 저 혼자가 아닌, 남궁세가를 상대하셔야 할 거에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검을 치켜들며 눈 앞의 이들에게 향했던가요? 으윽, 이거 진짜로 못 할 짓이다...빨리 끝났으면...
**
"유지해라! 유지해! 도망가는 놈들은 때려죽여서라도 막아!"
"여기서 물러나면 우리 꼴이 어떻게 되겠느냐!"
"문주님을 모셔와라! 어서!"
"으으...으.....저 놈 진짜 직계잖아!"
"닥쳣!"
누군가가 지원에게 빠르게 돌진해옵니다. 고작해야 이류무사. 지원은 가볍게 그를 제압해 흙바닥에 먼지를 피워올립니다.
"당했어!"
"나..난 남궁세가와 은원관계를 갖기 싫어! 무섭다고!"
몇 명이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이이익...!"
또다시 두 세 명이 한 번에 달려들지만 지원은 몇 번의 합을 겨루고 그들을 제압합니다.
우르르...
열 명이 넘는 숫자가 한 번에 빠지기 시작하자 점점 진은 와해되기 시작합니다...!
기회는 지금입니다!
**
'됐다!'
씨익 미소를 지은 지원은 초식을 다시 펼치기 시작합니다.
천풍검법 - 천풍보, 하늘바람
내공을 운용함과 동시에 천풍보를 밟으며 빠른 속도로 와해된 진형을 돌파하려고 시도하나요?
**
파아앙!
지원은 빠른 속도로 진을 무너뜨리고 도망치는데....
성공합니다!
"도망친다! 잡아라! 잡아!"
쫓아오는 이들도 있지만 그들은 소수입니다. 나머지는 도망치거나 자리에 남아서 우왕좌왕하고 있을 뿐입니다!
우선 사람이 쫓아오지 못할 공간으로 무사히 도망칩니다!
**
"살았다...."
지원은 한숨을 푹 내쉽니다. 그 일을 겪고나니 온 몸에 힘이 쫙 빠지는 느낌이었죠. 개방 아저씨...말 들을 걸 그랬어요...
일단은 여관으로 돌아갑시다. 하아...
**
여관으로 돌아갑니다!
**
"저기, 주인장 계신가요?"
여관으로 돌아와 주인장을 찾습니다.
"편지를 쓸까 하는데, 혹시 전달해주실 수 있는 분을 구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
주인은 고개를 갸웃합니다.
"어디로 보내려고 그럽니까? 거리에 따라서 그...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지만 최대한 수소문 해볼테니."
안휘라고 어림짐작하고 있지만 혹시 모르니 확인을 받기 위해 반응레스를 쓰겠습니다.
**
"안휘에 있는 남궁세가요."
고개를 끄덕이고는 구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라며 살짝 미소짓네요.
**
"안휘....안휘로 가는 상인들에게 부탁을 해드립죠!"
라고 하고 주인은 생글생글 웃으면서 뭔가를 기다립니다.
아. 돈.
지원은 주섬주섬 돈을 꺼내 지불합니다. 다행히 재산단계에 변동은 없습니다.
"편지를 줏시면 제가 전해드립죠!"
**
"좋아요. 그러면 잠시만요."
지원은 편지를 쓰기 시작합니다. 내용은 별 거 없었던가요. 어찌저찌하다 석가장의 집안일에 휘말리게 되었는데, 여기에서 석가장 후계자를 회유하기 위한 자금이나 인력을 자신이 머물고 있는 여관으로 보내주실 수 있겠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솔직히 이런 편지는 처음 써보니 약간 어색했겠지만요.
"됐네요. 그리고 하나 더, 전 방에 올라가 있을테니 석가장의 장례가 끝나면 일러주실 수 있으실까요?"
편지를 건네며 살짝 미소짓네요.
**
지원은 올라가 쉽니다...
두 레스 정도 이어지면 결과가 나옵니다!
**
"자...그럼..."
지원은 가부좌를 틀었습니다. 아직 시간적으로는 여유가 많이 남은 상황.
정말 하기는 싫었지만 시간이 남으니, 어쩔 수 없이 심법을 수련하기로 합니다.
**
천뢰제왕신공 18%!
**
'아마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
지원은 계속해서 숨을 뱉으며 신공을 수련합니다!
**
짜라잔~28%~
**
"그러고보니 이렇게 수련에 몰입하는 것도 간만이네."
평소에는 맨날 탈주하고 다니니까. 라고 생각하며 수련을 이어나갔다. 몰론 저번에 할아버지랑 했을 때도 몰입하기는 했지만 그건 타의적인 느낌이니까...
**
38%!
똑똑.
누군가가 방문을 두들깁니다.
**
"오?"
석가장의 장례가 끝났다는 소식인가? 아니면 남궁세가에서 온 소식?
어느 쪽이든 확인해보면 알겠지.
"들어오세요."
온화한 목소리로 문 밖의 사람에게 말을 건네며 문을 바라보았던가요?
**
........어디서 많이 보던 얼굴이 방문 앞에 서있습니다. 그는 근엄한 얼굴로 지원을 바라봅니다.
어디서 봤었더라?
아!
수련장!
공포스러운 기억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합니다.
아아...눈 앞의 사람에게 탈주도 못하고 강제로 수련받았던 기억들입니다...이게...PTSD....?
"네 형은 어디가고 홀로 그러고 있는게야. 혼자서 100명이 넘는 사람과 싸워? 제정신인게냐? 오면서 사람들이 널 뭐라 부르는지 아느냐? 승백검이라고 하더구나. 승백검!"
지원의 상태창(...)에 별호, 승백검이 추가됩니다!
【 승백검勝百劍 】
홀로 백인의 무인과 맞서 승리한 무인. 남궁세가의 남궁지원을 일컫는 별호. 그 실력이 너무나 뛰어나서 백명을 모조리 쓰러뜨리지는 않았지만 뛰어난 기지와 실력으로 백인의 무인을 패퇴시킨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앞으로 당신을 알아보는 이들은 당신을 승백검이라고 부를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찾아온 사람이 누구냐고요?
할아버님입니다.
**
".....엣......."
할아버지가 거기서 왜 나와!!! 같은 심정이었던가요. 어째서 이곳에 계신 거지? 뭐지? 내가 잘못해서 남궁세가가 아니라 할아버지에게 직통 편지를 썼나? 뭐였지? 분명 아빠나 집안 어르신들중 한명에게 들어가는 걸 예상했는데!?!?
".....승백검은 또 무슨...."
저 별호는 또 뭔가요. 승백검이라니. 공포심과 당황스러움이 섞여버려서 뭐부터 말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형님께서는 맡으신 소임이 있으시니까... 저 혼자서 뭘 좀 해보려다가 그만... 100명하고... 그 전에 할아버님께서 이곳에 어쩌신 일로...?"
**
"네 애비랑 같이 왔다."
???????
지원의 얼굴에 물음표가 가득해집니다. 그러고보니 안휘성과 이 강서성은 거리가 멀지 않습니다.
소문이 거기까지 쏙 가버린 것 같군요.
**
"예에에....??????"
아버님에 할아버님.... 어째서 두 분이나 오신 건가요. 동공지진이 심하게 일어납니다. 으아아악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머리가 안 돌아가는데요.
"....아버님까지...어째서..."
스케일이 너무 커진 듯 합니다. 뭔가 자신이 예상한 상황과는 너무 다릅니다. 지원을 받고 후계자를 찾아가면 될줄 알았는데!
"그런데 어째서 이곳까지 찾아오신 건가요...?"
설마 소문이 퍼져서 이곳까지 잔소리를 하시러 온 걸까요. 지원은 내심 불안한 기색을 내비칩니다.
**
"손자놈이 백명이랑 싸워서 죽다 살아났다는데 어떻게 안오겠느냐!"
지원이 얌전히 수련에 매진하고 있을 동안, 이상한 소문이 퍼졌나봅니다.
자기만 모르는 그런 이상한 소문이요!
"아무튼. 이제부터는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 그런 위험한 일은 하지말고 본가로 돌아가있도록 해라!"
....아니 할아버지. 그건 좀!
지원의 선택에 따라서 남을지 본가로 돌아갈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
"?!"
뭔 소문이 퍼진 거에요 젠장. 개방아저씨 그저 빛...당신의 조언을 들을 걸 그랬습니다...
여기에서 물러나는 것도 솔직히 나쁜 선택같지는 않죠. 하지만....일단은 부딪혀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죽을 뻔하지 않았으니 안심하셔도 괜찮아요."
"그리고, 전 남고 싶어요 할아버님. 아직 아무것도 하지 못했는걸요!"
**
할아버지는 상당히 못마땅해하는 표정입니다.
"지원아!"
그리고 그 뒤로 할아버지를 밀치고 아버지 남궁도혁이 뛰어들어옵니다!
"저저저저! 저 놈이! 지 애비는 챙기지도 않고 지 자식만 보이는구나! 이 아비한테도 그것의 반절만이라도 해봐라!"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가뿐히 무사합니다.
"이 놈아! 이 놈아!"
그리고 지원은 등짝을..내가중수법으로 얻어맞고 있습니다.
아아...이게 바로 발경인가.
"..."
할아버지는 강력한 체벌에 입을 다무십니다.
**
"아버님?!"
진짜로 오셨네?!?!? 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챙기는 아버지를 바라봅니다. 아아... 내가 심려를 끼쳐드렸...
....앗.
"으아아아악! 아버님! 아파요!! 아파요!!! 내가중수법으로 때리지 마세요!!!"
100명이랑 싸우는 것보다 지금께 더 죽을 위기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때는 도망이라도 노려봄직 했지, 지금은...
**
지원은 2단계의 부상을 입습니다.
꿈틀꿈틀.
간헐적으로 몸을 떨며 피를 흘리던 지원은 간신히 정신을 차립니다. 할아버지는 나한테 하던거의 반절이라도 지 자식한테 하라고 호통치고 있었고 아버지는 자기도 그렇게 가르쳤으면서 왜 손주만 편애하냐고 뭐라하고 있습니다.
참 아름다운 부자지간입니다.
"일어났느냐."
아버지, 남궁도혁이 근엄한 목소리로 묻습니다.
"백명도 이긴 놈이 고작 발경 하나 못버텨서 쓰러지기는....아직 멀었다!"
...당신. 초절정이잖아.
**
"으악....."
이대로 죽는게 아닐까. 어째 전장에서 입은 상처보다 아버지에게 얻어맞은 상처가 더 크다.
아아...사랑의 매...라기에는 부상 2단계라니. 그냥 구타 아닐까 이거. 같은 생각을 하며 지원은 몸을 꿈틀거립니다. 전신이 쑤시네요. 아야야...
"솔직히 백명도 편법이었지만요..."
게다가 이삼류 100명이랑 초절정 무위에 오르신 아버님하고 비교하는건... 이라며 중얼거리다가, 몸을 힘겹게 일으켜 세웁니다. 아, 인생.
"...하여튼 저는 본가로 안 돌아갈 거에요. 여기 남아서 끝까지 석가장 일에 관여하고 싶어요."
**
아버지가 다시 손을 들려고 하십니다. 아아...이게 바로 가정폭력인가?
할아버님이 헛기침을 하자 아버지는 슬그머니 손을 내려놓으십니다.
아들래미가 사지로 갔다가 돌아와서 다시 죽으러 가겠다는 내용. 과연 집안 어르신들은 어떻게 결정을 내리실까요?
"내가 임마. 지원이 나이 때 정마대전에 참전을 했었다."
"거짓말 마세요. 아버지. 그 때 30대셨잖아요."
"마음만은 같아!"
할아버지의 고집으로 지원은 간신히 남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할아버지가 겉으론 혼내셔도 자기 손주가 백명을 상대로 싸워 이겼다는게 퍽 자랑스러우셨나봅니다.
암요. 아무리 자식을 걱정하더라도 이들은 근본적으로 무인입니다.
잘싸우고 겁없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사람들이지요. 여러모로 일반인에 가까운 지원에게는 잘 맞지 않는 사상이기도 하지만요!
그들은 좀 툴툴대다가 지원의 잔류를 허락합니다!
**
지원의 표정이 환해집니다. 남아있어도 된다고 허락을 받았습니다! 할아버님께서 다행히도 허락해주신 듯 했던가요. 무엇 때문에 허락을 해주신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와아! 감사해요 할아버님!!"
이제 마음놓고 있어도 될 것 같습니다. 지원은 원래의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자신의 아버지를 보고는 질문을 던집니다.
"혹시 후계자를 회유하며 운용할 자금을 조금만 지원받을 수 있을까요 아버지?"
저 혼자 힘으로 세력을 회유하기에는 무리가 있기에.. 라고 말하며 말끝을 좀 흐리네요. 어떻게 되었든 간에 가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
그들의 얼굴에 물음표가 가득합니다.
"....그냥 때려부수면 되는것 아니냐?"
무림에 책사라든지 하는 사람들이 괜히 있는게 아닙니다. 이들은....이들은 머리를 그 쪽으로 쓰지 않습니다. 지원은 낭패라는걸 깨닫습니다.
어쩐지 지원을 요청했더니 돈이 아니라 자기들이 직접 온 이유가 있었군요. 이제야 이해가 갑니다.
지원은 여러 사람과 교류하면서 알게된 석가장의 복잡한 상관, 인과관계를 설명합니다.
"흑천성 그까이거 그냥 붙지 뭐."
라고 하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때문에 잠깐 당황하기도 했지만 어떻게 다행히 잘....설득시켰습니다.
"그럼 우린 괜히 온것 아니냐."
그리고 할아버지가 불평합니다.
**
"흑천성하고 전쟁을 한번 하면 들어가는 인력이나 돈이나.. 기타 등등 자금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아시면서 그러시는 건가요..."
이마를 딱 짚으며 중얼거립니다. 모르는 분들도 아닐텐데... 아니, 그것이 눈에 안 들어오는 쪽이 가까울까요. 어찌 되었든 간에 설득을 성공했으니 다행인 거겠죠.
"그래도 할아버님과 아버님의 얼굴을 뵐 수 있었으니 완전히 괜히 오신 건 아니지 않을까요?"
생긋 웃어보이고는 나긋히 말합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다시 한번 금전적인 지원을 요구했죠. 병원비도 써야 한다면서요.
**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적당한 돈을 내줍니다.
....재산단계가 증가할만큼은 아니지만, 병원비를 낼만큼의 돈은 됩니다!
**
"일단은.. 지금부터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살짝 웃으며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 인사를 하려 합니다! 이정도면 병원비 정도는 되겠네요.
**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자꾸 뒤를 힐끔힐끔 보면서 멀어져갑니다.......
하마터면 강서가 불타고 파괴될 뻔 했지만 지원의 기지로 잘 막아낸 것 같습니다.
**
'하마터면 전쟁 막으려다가 전쟁을 일으킬 뻔 했네....'
한시름 놨다고 생각하고는 아픈 몸을 절뚝이며 밑으로 내려가 보려고 합니다. 그러고는 주인장을 찾았죠.
"아직 석가장 쪽에서 장례가 끝났다는 소식은 없나요?"
**
장례는 끝났고 본격적인 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고 합니다!
**
"흠. 드디어...라면 드디어 일까요."
고개를 끄덕입니다. 슬슬 피바람이 몰아치고 있을 때. 긴장을 풀기 위해서라도 술을 마신가거나 하러 가겠죠.
일단은 밖으로 나가서 절뚝거리는 발걸음으로 의원을 찾습니다!
**
의원으로 향해 몸을 치료합니다!
부상이 모두 치료됩니다!
**
"그러면 슬슬 가보도록 하죠."
지원은 개방 아저씨에게 들었던 1공자가 많이 들리는 장소로 향합니다!
**
'그' 장소로 이동합니다.
그 곳에는 과연 출입이 통제되어 있습니다! 이 곳에 있겠군요!
그런데...여길 어떻게 들어가죠?
**
일단 상황을 살펴봅니다. 출입이 통제된 걸 보니... 음... 아마도 안에 있는 건 확실한 것 같았죠.
"...안에 계신 분께 용무가 있는데요."
출입을 통제하는 사람을 빤히 바라보며 말합니다.
**
"아무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
당연히 제지당합니다!
"어...? 그런데 어디서 본 얼굴 같은데..."
....승백검 남궁지원! 그 용모파기가 벌써 퍼지고 있다니!
**
"에이 설마요 ㅎ 기분탓이겠죠."
못 들어간다고 하니 그럼 이만... 하고 물러서려고 시도합니다. 제발 못 알아봐라!
(한 발 물러난다)
**
지원이 빠르게 물러난 덕에 상대는 아닌가...?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맙니다.
위험..했군요!
**
" 하아. 왜 이리 위험이 많은지... "
지원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일단 입구가 보이는 곳에서 1공자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합니다. 어떻게든 나오기만 하면 말은 걸 수 있지 않을까요?
**
지원은 얌전히 어딘가에 숨어서 나오기를 기다립니다.
오오...천지신명이시여! 한 시진(두시간)이 지나가 술에 거나하게 취한 1공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밖으로 나옵니다!
**
"저 사람이...."
좋습니다. 지원은 기척을 죽이고 1공자로 추정되는 인물을 뒤따라가기 시작합니다! 1공자가 혼자 있을 때를 노리면서요!
**
그는 매우 당연하게도 석가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미행을 계속할까요?
**
이대로 가다가는 그대로 석가장에 들어가겠죠... 역시 이럴 때는 정면돌파를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지원은 미행을 그만두고, 모습을 드러내더니,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1공자에게 다가갑니다.
"석가장의 1공자님이 맞으신가요?"
생긋 웃더니-
"드리고 싶은 말이 있는데, 들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
지독한 술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지원이 그리 말하자 눈이 흐리멍텅해진 1공자가 지원을 쳐다봅니다.
??
얼굴에 물음표가 뜹니다.
"뭥이요?"
무엇이요? 라는 말이 꼬여서 저렇게 되어버렸군요!
**
"공자께서 석가장의 장주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신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발음이 꼬였건, 술냄새가 나건 상관없이 미소지으며 말을 이었던가요?
"제가 당신을 석가장주의 자리로 올라갈 수 있도록 지원해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
"눼가 눙지아코?"
너가 누군지 알고? 라고 묻습니다.
술에 취해서 판단력이 떨어지긴 했군요. 평상시에는 코웃음치면서 개소리말라며 그냥 들어갔을텐데요!
지원.
지금이 기회입니다.
**
"소개가 늦었네요."
지원은 살짝 웃어보이고는 1공자를 바라봅니다. 별호는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쓰기 싫었으니... 그냥 이름으로 충분하겠죠.
"남궁세가의 남궁지원이라고 해요."
#남궁지원이라고 하는 놈입니다만!
**
갑작스레 그림자 쪽과 옆의 담벼락에서 무기를 꺼내드는 소리가 들립니다!
1공자는 여전히 알딸딸한 얼굴로 딸꾹질을 하고 있지만요!
오 지원. 이 무슨 참사란 말입니까!
호위도 없이 혼자 돌아다니는 지원과 다르게 저 1공자는 겁쟁이인게 분명합니다! 일류고수인 지원이 기감을 파악할 수 없는 호위가 있다니요!
그렇지만 의외로 1공자는 술기운을 내공을 이용해 날려버리지않고 손을 들어 수하들을 제지합니다.
"끄으윽...탐력이..뒈다나궁!"
대충 담력이 대단하다는 뜻이겠죠.
**
"글쎄요. 담력이 대단하다기보단, 미친놈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요?"
자조하듯 말하며 씨익 웃고는 1공자를 마주봅니다. 그렇네요. 개방도 아저씨의 말마따나, 자신은 미친놈일지도 모르겠어요. 앞뒤 안 재고 달려드는... 상관 없지만요.
"그래서... 제 제안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호위가 잔뜩 있었지만 지원은 별로 겁먹은 기색이 없었습니다. 상대가 자신을 죽이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였던가요?
#제 제안의 답은 무엇인가요
**
"기괴는 노피사나..."
네. 기개는 높이사나?
"창천검도 아닌 일개 일류고수가 나를 돕겠다?"
화아아악! 주향이 지원의 코를 찌릅니다! 그는 절정의 고수입니다. 이 정도는 할 수 있다는 것일까요?
"오만하구나! 내가 네 놈과 손을 잡으면 어떻게 될지 생각은 해보았느냐?"
지원은 1공자를 설득할 수 있을까요?
**
"당신이 저와 손을 잡으면..."
지원은 살짝 고민하다가 다시 웃어보입니다.
"살아남으실 수 있으시겠죠?"
별로 겁먹지 않았는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로 말을 계속하네요.
"당신께서 저와 손을 잡는다면 아마 사파의 여러 사람들이 비난할지도 모르죠. 사파가 정파와 손을 잡았다거나- 뭐 기타 등등으로요. 하지만 그런 걸 신경쓰실 여유가 있으신가요?
이렇게라도 힘을 키워서 먹지 않으면 곧 먹힐텐데요."
강한 자가 석가장주가 된다는 석가장에서, 가장 실력이 쳐지는 1공자는 행여 다른 이들이 석가장주가 된다면 먹힐 운명이었죠. 그걸 알기에 당당할 수 있었던가요? 정파든 사파든 간에- 일단은 어느정도 힘이 필요할테니.
#설득을 시도합니다.
**
1공자는 오히려 낄낄 웃습니다.
"정치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군. 돌아가시게. 내 승백검의 위명과 그대의 할아버지를 보아 단전을 폐하지는 않을테니."
스레주가 살짝 조언을 하자면, 석가장은 그래도 혈연으로 묶여진 집단이며 석가장주의 위치를 차지하려는 이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가문의 문제입니다.
석가장의 다섯 후계자는 자기 이익에만 눈이 멀어 모두를 파멸시키고자 하는 선택은 하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
"질문 하나만 해도 괜찮을까요?"
지원은 살짝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가, 입을 열었습니다.
"혹시 당신은 제가 개입함으로써, 석가장이 남궁세가에 의해 휘둘리는 걸 경계하시고 계시는 건가요?"
#질문좀 합시다
**
"석가장이 남궁세가에 휘둘릴 수준은 아니지."
1공자는 피식 웃습니다.
"내가 알려줘야할 이유라도 있나? 계속 있다면 자네의 단전은 안전하지 못할 수도 있네만."
명백한 협박이군요!
남궁세가와 석가장의 전력차이는 천지차이가 아닙니다. 남궁세가가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둘이 맞붙는다면 남궁세가에서도 어느정도 출혈을 각오해야만 합니다. 물론 싸운다면 남궁세가가 이기겠지만 이 무림이라는 곳은 단순히 쟤네 둘이 싸웠구나! 하고 넘어가는 곳이 아닙니다!
무림의 기본적인 논리는 힘과 은원입니다. 힘센 놈은 보통 정의고, 은혜와 원수를 갚는 것이 도덕이자 윤리입니다.
지금의 중원에서 정의는 무림맹이고, 무림맹은 남궁세가와 은혜 쪽에 가까운 일들로 맺어진 관계입니다.
남궁세가의 뒤에는 무림맹이 있고, 석가장의 뒤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석가장은 왜 흑천성을 끌어들이려고 하는걸까요? 이 다음부터는 질문권이 필요합니다.
정 모르겠다싶으면 방향을 전환해도 좋습니다!
**
"흠..."
지원은 명백한 협박을 바라봅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본말전도겠네요.
"그렇다면 전 이만 물러나도록 할게요. 나중에 또 볼 수 있기를 바래요."
살짝 웃은 지원은 자리를 뜨려고 합니다!
#떠오르는게 없으니 노선 변경이에용
**
지원은 이제 평화적인 말의 대화를 포기했습니다!
자리를 뜨고 곧, 여러가지 소식들이 들려옵니다.
1공자는 집안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쫓겨났습니다!
**
'.....?'
1공자가 집안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쫓겨났다는 말에 귀를 의심했던가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인...?
지원은 거리에 나가 들리는 말들을 들어보려고 시도합니다.
#소문수집!
**
소문을 그러모아봅니다...주섬주섬!
- 석가장에서 총관과 사생아가 맞붙었습니다.
- 2공자는 휘말려 죽을까봐 가솔들을 이끌고 탈출했습니다.
- 1공자는 초절정들의 싸움에 휘말려 목숨을 잃을뻔했고, 간신히 살아남았습니다.
- 3공자는 백기문을 무릎꿇렸습니다!
**
"허어.."
한숨을 내쉽니다. 초절정들의 싸움에 휘말려서 절정이 죽을 뻔 하다니 이거 완전 움직이는 자연재해가 아니었던가요.. 지원은 어떻게 할지 잠시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아직 정보가 부족하니..."
#조금 더 소문을 그러모아봅니다!
**
지금의 소문은 이 정도가 끝입니다!
- 장례식
- "아무리 생각해도 난 정쟁에 안 어울리는 것 같다."
수련이나 해야징.
#전뢰제왕신공 수련!
**
48%!
**
"조금만 수련하고 여길 뜨든가 해야겠어..."
지원은 숨을 고르며 다시 수련을 하기 시작했다.
#천뢰제왕신공 수련!
**
스레주는 나중에 다시 육성스레를 세운다면 수련시스템은 반드시 없애버리겠다고 다짐합니다.
천뢰제왕신공의 숙련도 58%!
**
"핫... 어디서 괴전파가 들린 것 같은 느낌이..."
#천뢰제왕신공 수련!
**
기분 탓입니다. 기분 탓.
68%에 도달합니다!
**
".....뭐죠? 뭔가 자꾸 들리는데???"
기분탓입니다. 넘어갑시다.
#천뢰제왕신공 수련
**
거 기분 탓이라니까요.
78%!
**
"들린 것 같은데...아무래도 수련을 하니 정신이 피폐해지는게 틀림없어요."
천뢰제왕신공 수련...을... 잠깐, 어디 가!!
#탈주하고 안휘로 이동합니다!
**
지원은 안휘로 향하다가 편지를 하나 받습니다.
- 사천으로 당장 오거라. 라는 내용입니다. 아버지가 보내셨군요.
사천에는 도대체 왜?
바로 출발하시겠습니까?
**
"사천에는 어째서...?"
싸움의 각인가. 라는 괴전파는 무시하고 곧장 사천으로 향하기로 합니다. 뭔가 좀 불안하군요.
#사천으로 고!
**
지원은 최대한 빠르게 사천으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묻고, 편지를 몇 개 더 받고 하여...
사천당가로 들어섭니다.
사천당가의 대문에는 여기저기서 보낸 화환과 위로의 용도로 흔히 쓰이는 장식물들, 안개꽃이 수북하고 대낮에도 절에서 쓰는 등이 켜져있습니다. 여기저기서 향냄새가 나고 범종소리가 울립니다.
대문 바로 옆에는 작고 검은 천조각 하나가 나무 막대기에 끝을 묶인채로 걸려있습니다.
힘없이 축 늘어져있다가 가끔씩 펄럭이는 검은 천조각은...죽음을 상징합니다.
지원은 아찔한 느낌을 받습니다.
누군가 죽었습니다.
**
".....!!!"
누군가 죽었다는 것을 굳이 누군가 말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습니다. 지원은 살짝 가라앉았다가 이내 한숨을 푹 내쉬며 기운을 차리고는 대문을 지나 당가의 안쪽으로 들어갑니다.
대체 자신을 왜 부른 건지 고민하면서요.
#당가 안쪽으로 들어갑니다!
**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그저 사람들은 묵묵히 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외려 떠들썩하지도 않고 조용합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무림에서 보기 쉽지 않은 복색들이 눈에 띕니다. 제일 깨끗한 옷을 입고온 개방 거지...지만 붉은 실이 6개 7개군요. 9개가 개방 방주라던데...
매화꽃이 수놓아진 도복. 화산파입니다.
태극문양을 등에 수놓은 도복은 두말할것 없이 무당파겠군요.
소림사의 승려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종도 울리고 향도 피우고 하고 있습니다. 소림사에서 장례를 주관하나 봅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무림맹주를 비롯해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핵심인물들, 천방표국과 광검문, 홍단표국의 우두머리. 그리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왜소하고 제대로 서있기도 힘들어보이는 백발의 할아버지 하나.
"왔느냐."
아버지가 조용히 지원을 불러들입니다.
"당가의 후계가 타계했다."
한 쪽에서는 삼베로 만든 상복을 입고 울고 있는 어린 소녀 하나와,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중년 여성,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중년 남성, 그리고 무표정한 할아버지 하나가 상주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 오대세가가 달리 오대세가겠느냐."
대단한 목적은 아니고, 경조사에 참석하라는 요청이었나 봅니다. 형인 남궁재원도 와있습니다.
"마교와 싸우다 불리함에도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다는구나. 마교에서 그 기개를 높이사 시신은 멀쩡히 돌려보내주었다."
아버지의 말을 듣고 지원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주변을 쓰윽 둘러보다 한 쪽 다리를 잃고 붕대를 칭칭 동여멘 여자 하나가 눈에 띕니다. 다들 말끔한 차림인데 홀로 저런 부상이라니. 눈에 뜨일 법 합니다.
**
목이 따끔따끔한 느낌입니다. 주변의 분위기가 무겁습니다. 장례식은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보다는, 그 무게감이 더욱 현실감을 돋아주는 듯 했습니다.
보기 드문 복색들... 그리고 저 사람들은 가족이겠죠. 이런 자리를 보면 꽤나 중요한 인물이 죽은 듯 한데...
"아...."
당가의 후계자가 타계했다니, 이런 무거운 분위기 역시 납득이 가는군요. 자신의 형 또한 온 것을 확인합니다.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니고 단순한 장례식에 참여하는 것 뿐인 일이겠지만... 마음이 조금 무거워진 듯한 느낌이었죠.
그러다가 다리를 잃고 붕대를 칭칭 감은 여성이 눈에 띕니다. 흠... 대충 짐작은 갔던가요.
"....저기...괜찮으신가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 여성에게 말을 걸었죠.
#말을 걸어봅시다
**
여인은 쓰게 웃습니다.
"괜찮을리가 있겠습니까. 공자를 제대로 보필하지도 못하고 시신만 간신히 끌고 왔을 뿐입니다."
죽은 당가의 후계자와 함께 마교에서 싸우던 인물이었나 봅니다. 그녀의 다리는 마교와의 싸움에서 잃은 것이겠지요...
**
"아...음....유감이네요..."
망했습니다. 평생 머리속이 꽃밭이었던지라 이런 무거운 상황에는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지원은 머리를 풀가동하기 시작합니다. 무례하지 않고, 뭔가 더 물어볼 방법이...
"....그 후계자 분은 어떤 분이셨나요?"
#가장 교과서적인 질문을 해봅니다
**
그녀는 입을 다뭅니다.
"죄인이 어찌 감히 평가를 내리고 말고 하겠습니까."
이런....
**
엑윽엑윽엑....
무거운 분위기 때문에 말을 꺼내기가 힘듭니다. 살려줘요.
"....너무 스스로를 탓하지는 마세요. 아마 후계자라고 하셨던 분도 그걸 좋아하시지는 않으실 테니까요..."
일단 위로를 건네며 인사를 하고서는 지원은 자리를 뜨고 형님께 찾아가보려고 합니다. 좀 숨통을 틔울 곳이 필요햐요...
#형님께 찾아가봅시다.
**
그렇다면 운휘주에게 물어보도록 합시다. 나와주세요. 운휘주!
형님께 찾아갑니다.
형님은 진중한 얼굴로 강아지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그런 짓 하는거 아니야. 어허. 아니라니까.
**
"...."
지원은 형님을 바라보며 피식 웃습니다. 참 꾸준하시네요... 라고 생각했던가요. 소동물을 좋아하는 본질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형님의 옆으로 가서 강아지를 쓰다듬으려고 합니다.
"이 강아지 귀엽네요... 가문에서 키우는 강아지인가봐요."
#형님이랑 잡담타임!
**
"커흠."
형님은 무안한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행동과 표정에서 나 강아지 안좋아해. 알잖아? 나 완전 동물 같은거 신경안쓰는거. 동물 별로 안좋아한다니까? 아 진짜야? 진짜라니까? 왜 안믿냐? 대련하고 싶냐? 어? 동생 놈이 말이야 요즘 머리좀 컸다고 까부네? 어!
라고 눈으로 말하려고 하지만 시선이 자꾸 강아지를 향해 힐끗거리고 있습니다.
끵끵...
강아지는 낑낑 거리며 울고 있는 소녀에게 다가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듭니다.
**
"(피식)"
지원이 재원을 피식 웃으며 바라봅니다.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형님의 안에서는. 이라는 놀리는 표정이었던가요. 정말 설득력 없네요.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강아지를 바라보는 걸 보면, 말은 그렇게 해도 몸은...
하여튼 저 동물애호가는 뒤로 제쳐두기로 하고(?), 지원은 강아지가 다가간 소녀를 향해 다가가봅니다.
".....괜찮으신가요?"
#일단 무난하게 말을 겁시다
**
소녀는 계속 울고 있습니다. 고개를 올려 지원을 바라보는 와중에도 눈물은 멈추지 않습니다.
핼쓱하고 눈이 붉습니다. 깨어있는 시간 내내 울고 있는게 아닐까 싶군요.
작고 하얀 강아지가 낑낑 거리며 소매를 입으로 물고 당기자 소녀는 강아지를 품에 꼬옥 안습니다.
...사연이 있나 봅니다.
**
'이건 이거대로 개입하기 무겁네...'
말을 걸고선 무시당한 것도 아닌데 탈주할 수도 없었죠. 지원이 빠르게 머리를 굴립니다. 그래요, 강아지가 있었죠.
"그 강아지는... 혹시 당가의 후계자 분이 키우시던 강아지인가요?"
#강아지로 화제를 만들자!
**
"....아니요."
너무 작은 목소리라 일류고수인 지원도 잘 못들을 뻔 했습니다. 아무튼 아니랍니다.
"오라버니가....남겨주신거에요..."
낑...낑...
너무 세게 끌어안았는지 강아지가 아파하자 소녀는 화들짝 놀라 강아지를 내려놓습니다.
하얀 강아지는 낑낑 거리면서 꼬리를 흔들며 소녀의 주변을 배회합니다.
**
무겁습니다.
분위기가 너무 무겁습니다.
지원이 마음 속으로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눈 앞의 소녀는 후계자의 여동생이고, 저 강아지는 그 후계자가 남겨두고 간 강아지고, 그리고...어.... 젠장. 이런 분위기는 정말 안 맞았죠.
"....죄송합니다. 괜한 걸 물었네요...."
지원은 쪼그려앉아 사과하고는 말 없이 강아지를 쓰다듬으려고 합니다.
#이 분위기를 어떻게 하죠
**
....어색하고 적막한 분위기가 둘을 감쌉니다.
간간히 들려오는 훌쩍 거리는 소리.
와.
이거 아무리봐도.
지원이 울린 모양새입니다.
**
......
죽고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강하게 스칩니다.
옆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면 기분탓이 아닐 겁니다. 탈주가 답일까요. 아니면 할복이 답일까요.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면 뭐든 좋을 것 같았죠.
"....죄송해요.... 그.... 이런 말을 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너무 울적해 있으시면, 후계자 분 께서도 별로 안 좋아하실 테니까요... 그러니까 힘 내세요... "
지원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 후다닥 빠져나오려고 합니다. 일단 가문 내를 돌아다닙시다. 저 자리에서 멀어져야 하니까요.
#탈주하고 집안을 돌아다닙니다
**
탈주에 성공합니다!
앗...
저기 무림맹에서 온 사람들이 보입니다. 다가가볼까요?
**
"흐음....?"
저 멀리에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일단 한 번 다가가보려고 했던가요?
#만남을 추구!!
**
장례식장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되는걸까요?
지원이 다가가자 무림맹에서 온 사람들은 다들 놀란 토끼눈으로 쳐다봅니다.
"승백검?"
"남궁세가에 창천만 있는줄 알았는데 이번에 이름을 크게 날렸다는..."
여기저기서 수군거립니다. 아! 이 주목받는 기분!
모여있던 이들의 중심에서 누군가 하나가 걸어나옵니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숙이며 포권을 취합니다.
햇빛을 받아 번쩍이는 맨들맨들한 대머리, 회색 승복. 피부가 희고 깨끗하며 턱은 각져있습니다.
눈썹은 짙고 눈은 크고 그 매가 날카로우며 일자로 앙다문 입술은 일견 고집스러워 보입니다. 코는 높고 오똑하니 종이도 벨 수 있을 것 같고 키는 엄청납니다.
그렇습니다.
잘생긴 대머리입니다!
"나무아미타불. 소승은 명진이라는 법명을 쓰는 사람입니다. 강호에 이름이 드높은 승백검을 만나니 이 어찌 부처께서 보살피시지 않았다고 하리오까."
...대머리가 말도 하네요?
아니지.
명진이라면, 용봉회의 회주입니다!
**
'벌써 이렇게 퍼지다니 미묘한 기분이...'
잠시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저 멀리에서 잘생긴 대머리가 다가옵니다.
....대머리인데 잘 생겼군요. 사x타마 같은 느낌일까요? 지원은 대머리를 보자마자 한 단어가 머리에 스쳤는지 놀랸 표정을 지으며 포권을 취합니다.
"저, 저는 남궁지원이라고 합니다. 용봉회주를 뵈어서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용봉회라면 무림맹의 후기지수들이 모인 곳, 그중에서도 용봉회주가 자신을 알아보다니, 당황스러울 따름이었던가요.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명진을 쳐다봅니다.
"실례지만... 어떤 용건이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대머리가 말을 하네요
**
그는 웃으며 말합니다.
와 대머리가 웃네?
"하하하. 이 어찌 용건이 있어야만 말을 붙이느겠냐만은 아쉽게도 오늘은 사소한 용건이 있습니다."
뭔 말을 이리 힘들게 하는걸까요? 이게 바로 소림의 저력...?
"무림맹에 들어오시지 않겠습니까?"
영입제안입니다!
**
아 사람 머리가 어떻게 대머리인가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사소한 용건...이라 하면...?"
0.5초정도 저게 뭔 소리야 하고 있다가 겨우 이해합니다. 말을 왜 꼬아서 하는 걸까요... 모의고사 영어도 아니고...
그러다가 뒤에 이어진 말은, 지원을 당황하게 하기 충분했던가요.
"제가 무림맹에요...? 제가 들어가기에 저는 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무림맹에는 들어가보고 싶었습니다. 아니 솔직히 무림맹 하면 로망이잖아요.
"....그래도 될까요?"
눈치를 보며 묻습니다.
#들어가고 싶어용!!
**
사람 머리가 대머리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죠. 저도 압니다.
어디까지나 픽션이니까 나오는거 아닐까요? 하. 하. 하.
"용봉회의 모두는 승백검을 흠모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 용봉회에 와주신다면 정말 부처님께서도 감격하실 일입니다. 나무아미타불..."
무림맹, 그 중에서도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또는 그에 준하는 문파의 후기지수만 들어갈 수 있다는 용봉회라니!
지원코인이 떡상합니다! 풀매수 소리질러~~~~!
**
이 대머리는 모두 픽션이니까 가능한 겁니다....아마도요.
"...! 그, 용봉회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명문파의 후기지수만이 들어갈 수 있는 용봉회에 들어갈 수 있다니 영광이었죠. 어째서인지 형은 안 들어갔지만요. 조심스럽게 물어보려고 합니다.
#저 용봉회가 됩니다!
**
"별 거 없습니다."
순둥순둥하게 생긴 사내가 뱃살을 살짝 출렁이며 대답합니다.
...무림인인데 뱃살이...?
"그냥 가문 어르신들께 말씀만 하세요. 히히. 아! 술 좋아합니까? 남궁소협이라고 불러도 되겠지요?"
뱃살이 나온....무림인....
웃는 대머리보다도 충격적이군요.
**
"앗, 편하게 부르셔도 괜찮아요. 술은 좋아합니다. 마시는 건 즐거우니까요."
풍채가 좋아보이는 사람이 다가옵니다. 사실 배나온 무림인은 별로 충격적이지 않네요. 고수에서 나온 주인공도 뱃살 뚠뚠이였으니...
"그, 저는 뭐라고 불러드리면 좋을까요?"
#이름이 뭔가요
**
"하하, 어설프지만 무당의 현송이라 부르시면 됩니다."
...무당파의 제자입니다! 세상에! 이 배나온 아조시가 무당파라니!
**
"무당의...! 아,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현송 대협."
무당이라는 말에 눈을 빛내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살짝 웃으며 인사합니다. 그야 무당인걸요. 검문으로 화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곳인 걸요. 검을 다루면서 무당과 화산을 동경하지 않는 자가 있을까요?
"그러고보니 다른 용봉회 분들도 여기 계신 건가요? 한번 만나보고 싶네요..."
#다른 사람들도 만나게 해주십셔!
**
"대협이라니요. 무량수불."
그는 하하하 웃으면서 합장을 합니다.
"지금은 몇 명 오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정식으로 용봉회에 입회하시면 그 때 모두 만나보실 수 있을겁니다."
아마 오늘 진행까지는 장례식이 이어지니 다음 진행이나 그 다음 진행 때 쯤 만나볼 수 있겠군요!
**
"호오. 그렇군요. 이거 아쉽네요. 나중에 다른 분들까지 뵐 수 있기를 바랄게요."
살짝 웃어보이고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입니다.
"그러면 전 이만 물러나 볼게요. 아버님께 용봉회에 입회하고 싶다고 말해야겠어요."
그러면 이만. 이라고 다시 포권을 취하며 인사하고는 가문을 돌아다니려고 하나요?
#아버지나 할아버지를 찾아봅니다!
**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어른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인지 들어볼까요?
**
"....?"
잘은 모르겠지만 심각한 이야기인 것 같군요.
지원은 구석에 숨어서 이야기를 엿들으려고 합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누시고 계시나요
**
몰래 들을 수 있었다면 모든 정보가 하오문에 의해 퍼졌을겁니다. 내공으로 함부로 엿듣지 못하게 막아놨군요!
이건...할아버님의 공력!
화경이 아니라면 엿들을 수 없습니다!
왜...왜 나만 왕따시키는거야!
**
"....나만 왕따시켜...."
할 일이 없어진 지원은 구석에 가서 앉아서 기다리려고 합니다. 뭘 기다리냐고요?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거죠 뭐.
#얌전히 기다립시다...
**
얌전히 기다리자 곧 회의가 끝나고 어른들이 냉면 이야기를 하면서 나옵니다!
....? 냉면? 냉면 먹고 싶네요.
**
회의가 끝나자 지원은 할아버지를 찾아갑니다.
"할아버님! 저 용봉회에 입회하고 싶습니다!"
냉면 이야기는 뒤로 제쳐두고요.
#용봉회에 들어가고 싶어용
**
비냉이 좋냐 물냉이 좋냐로 다투시던 할아버지들이 눈을 꿈뻑거리면서 지원을 쳐다봅니다.
...제갈세가와 사천당가의 가주분들도 비냉과 물냉으로 싸우는군요.
"그래! 들어가거라!"
할아버지는 정말 쿨하게 허락합니다!
이렇게 쉽다니! 뭐 때문일까요!
**
'.....간단하잖아?'
"정말인가요! 감사합니자!"
할아버지의 말에 밝은 표정을 하고는 신난 듯 발걸음을 돌립니다.
다음 진행에는 용봉회에 입회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요.
#이제 용봉회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 용봉회
- "이제 어떻게 하죠..."
가만히 있자구요. 뭐, 별로 할 것도 없잖아요? 이참에 수련이나 하도록 할까요. 가만히가만히가마니가마니....
#가만히 구석에 앉아서 천뢰제왕신공 수련
**
가만히 있다보니 장례식이 끝났습니다! 모든 것이 끝나고,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가야합니다...지원도 그렇게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안휘성의 남궁세가 저택!
관청보다도 크고 화려한 그 저택에서 지원은 오늘도 열심히 수련을 탈주 중입니다.
도련님! 도련님!
응? 지원은 자신을 부르는 하인의 다급한 목소리에 무심코 고개를 돌려봤습니다.
아이고 도련님! 이런데 계시면 어짜씁니까! 무림맹에서 편지가 왔습니다!
오!
기다리고 기다리던 용봉회 관련한 문서인가 보군요! 지원은 나무 위에서 은엄폐를 하다가 풀쩍 뛰어내립니다. 나뭇가지와 나뭇잎, 옅은 흙들이 우수수 몸에서 떨어집니다. 편지를 낚아채 읽어봅니다.
- x년 x월 x일 x시 무림맹으로
- 용봉회주**
"응?"
하인이 가져다 준 문서를 보고는 약하게 웃음을 내뱉습니다. 드디어네요. 용봉회에 갈 시간입니다.
대충 시간을 보니 지금 당장 출발하는게 낫겠다 싶었던가요?
"무림맹! 간다간다뿅!"
이상한 구호를 외치며 무림맹으로 향합니다. 수련? 알 게 뭐람!
#무림맹으로!
**
간다간다뿅!
하인이 이상한 눈으로 지원이를 쳐다봅니다. 어허...무엄하도다...
안휘성에서 무림맹까지 가는길. 무림맹은 무한에 있습니다.
호북의 무림맹에 도착하자, 굉장히 거대한 무림맹 건물이 보입니다!
무림맹 본단은 호북에 있다지만 실질적인 건물들은 다 하남 하북, 섬서 이 쪽에 있다더니 꼭 그런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튼 안으로 들어가자 곧 용봉회의 전각으로 안내받습니다!
"나무아미타불."
명진이 맞이해줍니다!
**
".....크다....."
멍하니 건물을 올려다보다, 천천히 안쪽으로 들어갑니다. 엄청 크네요 진짜. 역시 대륙의 클라스란....
명진이 자신을 맞이해주는 것을 보고는, 포권을 취하며 웃어보이나요?
"안녕하신가요. 오랜만이에요."
인사를 건네고는, 살짝 주변을 둘러보려고 했죠.
#다른 사람들 있으려나!
**
오직 명진 뿐입니다. 아니 왜?
"다들 한가로우느라 바빠서요. 곧 입회식을 한다고 전해두었으니 올겁니다."
차라도 드시겠습니까? 하며 명진은 지원을 탁자로 안내합니다.
**
"으음...그렇군요..."
알겠다는 듯 중얼거리다가, 명진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표합니다.
#차를 마시며 기다립시다!
**
곧, 속속들이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오..."
다들 이렇게 모이는게 감격적인 일인지 명진은 감동받은 눈치입니다.
이 조직, 상당히 콩가루인걸까요?
**
다들 모이는게 감동적일 일인가...?
상당히 컬쳐쇼크...였지만 티내지는 않습니다. 티낼 이유가 없잖아요. 점잖게 웃으며 일반인 코스프레를 계속합니다.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자, 들어오는 사람들을 살펴보기 시작하나요?
#눈에 띄는 사람 없을까요
**
저번에 봤던 무당의 제자와 말도 하는 빡빡이 빼고는 딱히 없습니다!
**
딱히 없군요...
뭐, 그러면 일단 기다리기로 합니다. 다들 모여야 뭔가 좀 진행이 되겠죠!
#다른 사람들도 다 모이길 기다립니다!
**
대부분이 모였고, 그제서야 용봉회 입회식이 거행됩니다! 별 대단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원은 술병을 들고 용봉회의 회원들에게 술을 한 잔씩 따릅니다. 잔은 다들 들고 있습니다.
"나무아미타불. 남궁세가의 남궁지원은 용봉회의 회원이 되는데 모두 동의하십니까? 동의하지 못한다면 술을 바닥에 버려주시고, 동의하신다면 단 번에 잔을 비워주십시오."
모두가 잔을 비울 때 쯤.
주르르르륵.
????????
누구 하나가 술을 버렸습니다. 명진은 굉장히 당황한 눈으로 그를 쳐다봅니다.
"아니. 도대체 왜...?"
그 자는 개방도입니다! 아니...개방이 왜...
**
"...."
꽤나 당황스러운 상황인가 봅니다. 명진이 저런 표정을 지을 정도니까요. 슬쩍 다른 사람들을 훑어보고는, 잔을 버린 개방도를 바라봅니다. 개방도라...석가장 일 때문에 만났던 것 외에는 별로 엮인 적도 없었는데, 왤까요?
"동의하지 못하시는군요. 이유를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살짝 웃으며 개방도를 바라봅니다.
#이유가 뭡니까!
**
"승백검. 남궁지원. 석가장에서 백을 상대로 하여 승리를 거뒀다고 붙여진 별호이지."
개방도는 손가락에 묻은 술을 쪽쪽 빱니다. 으 디러...
"그런데, 그게 진짜 승리는 아니지 않소?"
이런!
가문을 판게 걸렸습니다!
**
"...아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충은요. 개방의 귀에 그 소식이 들어간 거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승리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만?"
게다가 자신은 그걸 자랑하고 다닌 적도 없는데! 괜히 트집잡히니 조금 불만스럽기도 했을까요?
#그래서요?
**
"철저히 실력으로 꺾은게 아니지 않소? 용봉회는 각자 그 개인의 용력은 물론, 배경도 탄탄한 인물들. 내 듣자하니 어리기에 치기가 넘쳐흘러 싸우지 않아도 될 싸움을 굳이 하다가 벌어진 일이라 들었소만."
"그건 모욕이오!"
그 말에 지원이 아닌 하북팽가의 자제가 벌떡 일어납니다. 음, 무림에서는 이런게 모욕이군요.
"모욕이라니. 정당한 의문이요. 승백검이 방금 말하지 않았소? 어쨌든 이긴거라고. 그렇다면 이것도 정당한 의문이지. 과연 정말 일대백을 하여 승리할만한 실력이 있느냐 말이오."
"거지새끼가 입구녕이 뚫려있다고 그게 똥구멍인지 입구멍인지 분간을 못하는구나!"
어...화내주는건 고마운데...왜 너가 화를...
**
아니아니, 화를 내주는 건 고맙지만 어째서 네가...
....라고 말하면 갑분싸 확정이니 그낭 다물고 있자구요. 요컨데 이거잖아요? 가문에 이름을 등에 업고 날뛸 뿐인 놈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요.
"괜찮습니다. 저분의 말마따나 정당한 의문이네요. 확실히 어떤 이의 관점으로는, 전 그저 가문의 이름을 빌릴 뿐인 하잘 것 없는 무인으로 여겨질지도 모르죠."
지원주의 입가랑 지원의 입가에 미소가 맺힙니다. 싸울 수 있을 것 같네요. 드디어요.
"요컨데 제 실력을 보여달라는 말 아니신가요? 원하신다면야, 그리 하도록 하죠."
#싸움의 시간입니까?
**
명진이 황급히 지원을 말립니다.
"소협. 상대는 개방주의 제자요!"
어?
**
"저분과 싸우겠다는 건 아니니까요. 그저 제 실력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것 뿐이죠."
머쓱하다는 듯 볼을 긁적이다가, 말을 잇나요?
"어떠신가요? 제게 제 실력을 증명할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만."
#일단 한번 증명이라도 하게 해주세요!
**
진명은 침음성을 내뱉으며 물러나고, 실력 증명은 결국 개방주의 제자와 비무로 결정나버렸습니다!
**
"자 그러면...어떻게 해야 제 가치를 인정해주실 건가요? 설마 저보다 강하신 분을 쓰러트리라고 할 정도로 속이 좁으시지는 않겠죠?"
비무로 결정된 상황에서, 지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개방도를 보고는 경지를 짐작해보려고 합니다.
#상대를 파악합시다...!
- 비무 - 개방의 엄준식
지원과 경지는 같으나 간극이 더 위입니다! 일류의 극!
"허. 무림인이 당연히 실력으로 증명한다면 비무말고 더 있겠소?"
그는 봉을 오른손에 들고 왼손은 손바닥을 펼칩니다.
개방의 절기, 타구봉법과 항룡십팔장의 기수식입니다.
**
"그런가요? 뭐, 어쩔 수 없죠."
조건을 달성한다거나- 라고 해도 어차피 안 들을 테니, 검을 뽑습니다. 지원의 입가에서 웃음이 번집니다.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기대되던가요. 즐거울 것 같습니다.
뇌기를 끌어올리고는 개방도에게 뇌기를 향하며, 첫 공격은 가볍게 천풍보로 다가가 일풍낙엽으로 검이 아슬아슬하게 닿을 거리에서 하늘바람을 씁니다! 검으로 개방도를 내리찍으려고 하나요?
#천뢰제왕신공 - 뇌격진천기, 천풍보 - 하늘바람 - 일풍낙엽
**
곧바로 공격하시겠습니까???? 아직 서로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
머쓱...
검을 뽑아들고는, 개방도에게 겨눕니다.
"남궁세가의 남궁지원입니다."
#인사!
**
"개방의 엄준식이요."
사람 이름이 어떻게 엄준식일 수가 있지?
엄
준
식
엄
준
식
곧 비무가 시작됩니다!
"선공은 양보하지."
엄준식이 그렇게 말합니다.
엄준식 세 글자로 닉네임을 만들어오시면 사은품을 드립니다.
**
'아니 사람 이름이 어떻게 엄준식...'
"차라리 안은우라는 이름이 더 현실성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여튼 준비합시다. 뇌기를 끌어올리고는 개방도에게 뇌기를 향하며, 첫 공격은 가볍게 천풍보로 다가가 일풍낙엽으로 검이 아슬아슬하게 닿을 거리에서 하늘바람을 씁니다! 검으로 개방도를 내리찍으려고 하나요?
#천뢰제왕신공 - 뇌격진천기, 천풍보 - 하늘바람 - 일풍낙엽
**
차은우는 어떨까요?
엄준식보다는 나을지도 모릅니다.
빠직...빠지지직...노란빛의 뇌기가 휘몰아치면서 지원은 높이 뛰어올랐다가 내리찍듯이 엄준식에게 돌격합니다!
터어어엉!
상대는 어렵지않게 봉으로 지원의 검을 막아냅니다!
후웅....!
곧, 그의 왼손이 지원의 옆구리를 노리고 날아들었고 지원은 빠르게 뒤로 물러납니다!
만만치 않군요!
**
'만만치 않다....'
과연 자신보다 간극이 한 단계 높은 이였죠...하지만 경지의 차이는 아니니, 이길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나요? 적어도 불가능한 건 아니니까요.
검을 움켜쥐고는, 다시 천풍보를 쓰며 달려가 하늘바람을 사용하며 상대방을 검으로 내려찍으려고 시도합니다.
# 천풍보 - 하늘바람
**
스레가 시작된지 거진 4달만에 처음으로 터지는 천풍보입니다.
퍼어엉!
지금까지와는 다른 속도와 소리가 터지면서 지원의 몸은 공중으로 높이 몸을 옆으로 회전시키며 떠오릅니다.
"허!"
상대는 곧바로 봉을 한 손으로 양 옆을 두 번 돌리더니 곧바로 지원의 명치께를 노리고 빠르게 찔러들어갑니다.
번쩍!
그리고 뇌기가 튀어오르면서 번쩍였고, 지원의 검이 빠른 속도로 봉을 내리찍습니다!
카아아아아아앙!
웅...웅....
기가 설린 봉과 검이 부딫히자 마치 쇠끼리 부딫혔을 때 나는 공명음같은 것이 울려퍼지고, 사아악 하며 주변의 모래가 약하게 원을 그리며 휘날립니다.
"제법."
그는 한 발자국 뒤로 디디며 봉을 빠르게 바꿔잡더니 곧바로 오른손으로 항룡십팔장을 출수합니다!
**
"봉에서 무슨 쇠막대기 소리가...!"
저거 나무 봉 아니었나요. 젠장 기가 담기면 나뭇잎도 암기가 된다더니 진짜인가 봅니다.
저게 어떤 초식인지는 모르나, 별로 맞으면 좋을 것 같은 느낌이었던가요. 지원은 양 손으로 검을 꽉 잡고는 풍검결을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봉을 검으로 흘리며 그대로 파고들어 베어내는 것을 시도하나요?
#뇌격진천기, 풍검결 사용
**
튼튼한 오동나무 관짝을 만들 때 사용되는 오동나무 봉...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기가 실리니 봉은 위협적입니다!
사실 기가 실리지 않아도 봉은 강력한 무기지만요.
검을 강하게 휘두르면서 동시에 뇌기가 번쩍거립니다. 황금빛에 가까운 전율이 터져오르고 지원의 검은 출수해오는 손을 막아내는데 성공합니다!
따아아아아앙!
날카롭게 터지는 소리가 났고, 상대는 끝나지 않았다는듯 곧바로 봉을 빠르게 회전시키며 지원의 상하좌우 전체를 압박해오기 시작합니다!
**
'정신없어...!!!!'
상하좌우 전체로 들어오는 압박. 지원은 전부 막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지, 적당히 흘려보내고는 천풍보로 뒤로 빠지며, 바람개비로 짤짤이를 넣으려고 합니다.
# 천풍보 - 바람개비
**
기민한 손놀림으로 검을 회전시키자 따다다다다다당! 하고 봉과 검이 짧은 시간에 십여번을 맞부딫힙니다.
짧고 강렬한 공방 끝에 한 발자국 물러난 것은 지원입니다. 하지만 한 번 물러나자 상대는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다시금 봉을 거칠게 찔러들어옵니다!
무언가 묘수가 필요합니다!
**
'이대로라면 안 된다...'
뭔가 묘수가 필요했죠. 페인트를 치는 건 자신보다 격상의 상대에게는 어려울 것 같으니...
지원은 상대가 봉을 찔러들려는 순간 반박자 빠르게 몸을 앞으로 내밀고는, 그대로 아직 완전히 찔러오지 못 한 봉을 검으로 쳐내는 것을 시도합니다!
# 천풍보 - 풍검결로 카운터 시도
**
다이스는 지원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터어어엉!
지원의 반박자 빠른 공격은 상대를 당황시키는데에 유효했지만, 내지른 봉을 회수할 위협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곧 봉이 지원의 왼쪽 어깻죽지를 세게 찌릅니다!
푸욱!
창에 꿰뚫리는듯한 짜릿한 고통. 지원은 큽하고 신음성을 목구멍 아래로 밀어넣으며 뒤로 펄쩍 뛰어오릅니다.
"계속할텐가?"
그는 재수없게 웃고 있습니다.
**
"....당연하죠. 설마 이정도에서 내빼겠어요?"
고통 때문에 약간 일그러진 미소를 짓습니다. 하하, 뭐가 되었든 간에 이제 갈 때까지 가보죠, 뭐.
지원은 달려들면서 천풍검법과 다른 초식을 사용합니다. 내공을 검에 밀어넣으며, 강력한 참격을 상대에게 내려찍으려고 하네요!
#영웅일격 가즈아아아
**
남아있는 내공을 거의 다 소모합니다!
크와아아아아앙!
검은 호랑이가 울부짖었고, 그것을 향해 뛰어들어가는 용맹한 사람 하나가 겹쳐보이는듯한 환시. 지원은 그 용맹한 자처럼 적에게 앞뒤 재지 않고 빠르게 달려듭니다!
"...어리석은 선택을!"
그는 봉을 발로 차 올리더니 몸을 빙글 회전시킵니다. 저건 항룡십팔장이로군요! 그것도 완전하게 펼치는! 하지만 어림도 없습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지원의 검은 항룡십팔장을 펼치는 손을 타고 바로 목을 노리고 찔러들어갑니다. 상대는 빠르게 다른 한손으로 검을 쳐냅니다!
그리고, 검은 어깨를 완전히 관통합니다!
강렬한 폭음과, 모래바닥에 떨어지는 붉디 붉은 핏방울들. 그제서야 지원의 몸에 힘이 빠집니다. 내공을 거의다 소모했으니까요.
"크읍...크으으으..."
그는 몇 발자국 뒤로 움직이다가 엉덩방아를 찧습니다. 지원은 그가 그렇게 뒤로 넘어지자마자 한 쪽 무릎이 꿇립니다. 한 번에 내공을 이렇게 많이 쓰니 현기증과 탈력감이 심하군요.
"승부는 난 것 같소만. 계속할 생각이시오?"
용봉회주가 나섭니다. 그리고 그는 아직 할 수 있다는듯 일어나려듭니다!
**
죽...죽을 것 같은데 더 하겠다고...? 지원은 속으로 그만 아연실색 해버리고 맙니다.
"....더이상 하면 생사결이 될 겁니다. 이쯤에서 그만하시는 게 어떠신가요?"
숨을 고르고는 온화하게 웃어보이며 제안하네요. 제발요. 이거 안 받아주면 저 힘들어서 죽을지도 몰라요.
#여기서 끝내자고 제안!
**
그 말에 명진과 상대방은 한 삼 초 정도 침묵합니다.
"승백검이 체면을 세워주는구려."
대머리 주제에 한 쪽 눈을 찡긋거리며 말하는 명진과, 부끄러움과 안도감이 한데 모인 상대방의 표정. 무림의 일에 아직까지 익숙치 않은 지원은 이게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승백검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소."
그리고 상대가 지원의 무승부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비무는 끝납니다!
천뢰제왕신공과 천풍검법의 숙련도가 5성 끝에 도달합니다!
**
- 일원으로 인정을 받다
- "...."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엄준식과 대머리를 번갈아 바라봅니다. 음...일단 산 거겠죠? 그렇죠?
만세! 나는 살아남았다!
대충 이런저런 환호성은 집어넣어두고, 지원은 아무렇지 않은 척 포권을 취하고는 빙그레 미소짓습니다.
"이제 그러면, 용봉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은 거라고 봐도 될까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며 명진을 바라보네요.
#용봉회?
**
어떻게 사람 이름이 엄준식일 수가 있지?
엄
준
식
엄
준
식
명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봤고 다른 사람들은 점잖은 박수갈채로 그 의견에 동의를 표합니다.
만장일치로 이제부터 지원은 용봉회의 일원입니다!
**
"감사해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지원은 포권을 취하며 싱긋 웃어보이며 인사합니다. 와! 이제 용봉회에요! 기뻐하는 것도 잠시, 그러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명진을 향해 질문을 던지려고 했을까요?
"그러고보니...용봉회의 일원으로써, 뭔가 해야 하는 일이라던가 있나요?"
#관련 퀘스트라던가 있읍니까?
**
"우리 용봉회는 친목도모 성격이 짙네. 당장은 뭔가 대단한 임무가 내려오지 않으니, 마음 편하게 즐기게나. 사람들과 교류해도 좋고, 무공에 대해 심도깊은 토론을 해도 좋겠지."
아까 열을 내주던 하북팽가의 사람이 와서 대답해줍니다. 명진은 그 말대로라는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나무아미타불. 저는 해야할 일이 있으니 먼저 자리를 떠나보겠습니다."
그리고 명진은 갑니다!
**
"아, 그렇군요... 조언 감사합니다."
팽가의 자제를 향해 슬며시 미소짓다가, 명진이 간다고 하니 인사해주려고 하네요. 그럼, 어디보자... 뭘 하는 게 좋을까요?
"실례가 아니라면 다른 세가의 자제분들도 만날 수 있을까요? 제가 발이 좀 좁은지라, 안면이라도 터두고 싶네요."
팽가의 자제를 향해 머쓱한 듯 웃어보입니다.
#만남을! 추구!
**
"음."
그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일단 당가랑 제갈세가는 없고, 모용과 이 몸이 지금 있지. 소개 받을텐가?"
당가랑 제갈은 왜 없죠?
아...레스캐였군요.
**
"실례가 안 된다면, 부탁드릴게요."
싱긋 웃어보입니다. 레스캐였다니....제갈세가의 자제는 나중에 npc라도 만나보고 싶네요.
#소개좀요!
**
하북팽가의 자제는 성큼성큼 어딘가로 걸어갑니다. 지원도 그 뒤를 따라갑니다. 그런데 왜 몇 발자국 안걷는거죠?
빡!
악!
하북팽가의 자제는 호쾌하게 콕 박혀서 책을 읽고 있는 누군가의 머리에 안부를 물었고, 상대는 비명으로 화답합니다.
"이 뇌에 근육만 찬 놈이 또 이러네!"
"뇌에 근육만 찼다고? 근육 늘었네! 고마워!"
이상한 만담입니다. 모용세가의 자제는 한숨을 내쉽니다.
"만나서 반갑소. 모용의 성진이라 하오."
**
지원은 머리를 때리는 장면을 보며 역시 무림인들이란... 같은 생각을 합니다. 모용의 자제를 보자, 살풋 웃어보이나요?
"남궁지원이에요. 만나서 반가워요."
포권을 취하고는 둘을 번갈아 훑어보더니 웃습니다.
"두 분은 사이가 꽤나 좋으신가봐요."
그렇게 장난을 치는 걸 보면, 어느정도 친분은 있어보였죠?
#만담타임!
**
친하냐는 말에 둘은 정색을 하고 인상을 씁니다.
진짜 친한가봅니다!
**
정색을 하는 것을 보며 그만 소리내어 웃을 뻔 합니다... 절친이네요. 이거.
"그렇지... 두 분께 부탁이 있는데, 드려도 될까요?"
지원은 아직도 둘의 반응이 웃긴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로 둘을 바라보네요.
"혹시 두 분께서만 괜찮으시다면, 저와 비무를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비무! 대련!
**
다들 당황한 눈으로 지원을 쳐다봅니다.
"그...방금 전에 비무하지 않았소?"
...앗차차.
**
"좀 쉬니까 그새 몸이 쑤셔서요."
그야 현실 시간으로는 일주일이나 지났으니까...아니, 아닙니다.
"두 분께서 원하지 않으신다면 어쩔 수 없지만요. 답을 들을 수 있을까요?"
#펀 쿨 섹시하게 비무신청!
**
그걸 물어본다는 것 자체가 섹시하지 않네요.
둘은 지금 당장은 안된다고 고개를 젓습니다. 지원의 몸에 어떠한 무리가 갈지 모른다는 이유입니다.
...현실은 일주일이지만, 스레는 하루도 지나지 않았거든요!
**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그것이 약속이니까...
"흐음...조금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약간 풀이 죽은 듯 싶다가도, 슬그머니 미소를 다시 띄웁니다.
"그러면 대신 근래에 퍼진 소문같은 거 혹시 없을까요? 이렇게 있긴 심심하니 소문이라도 쫓고 싶어서요."
#소문이라던가 있나요
**
펀하고 쿨하고 섹시한 소문이 있을까요?
"그러고보니, 요 근래 마교놈들도 그렇고 사파놈들도 그렇고 너무 날뛰다보니 무림맹에서 어딘가로 지원을 갈지도 모른다고 하던데..."
아직은 각 개별 세가와 문파 안에서만 지원을 한다던지 하는 이야기라고는 합니다!
**
"지원이요...어디로요?"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어디로 가는 거죠
**
아직 어떤 것도 정해지지 않았으니, 어디로 지원을 가느냐도 미정이겠지요! 그렇지만 둘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사천. 사천이 가장 유력하네."
무림맹은 호북의 일보다도 사천의 일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
"사천이라....그렇네요. 확실히 마교와도 싸워보고 싶긴 했습니다만...."
살짝 키득거리다가도, 이내 본래 표정으로 돌아옵니다.
"그래도 사천이라는 건 의외네요. 호북지방 일도 꽤나 급할텐데... 이번에 당가의 후계자가 전쟁터에서 죽은 것과 관련이 있으려나요?"
#대화를 나눕시다
**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소? 다른 일도 아니고 오대세가의 후계자요. 마교 쪽에서도 깜짝 놀랐는지 공세가 잦아들었다고는 하지만..."
그들은 심각한 얼굴로 대화를 나눕니다.
"아마 마교는 협상을 해오지 않겠소?"
"뭔 협상이야! 다 때려죽여야지!"
"너가 그러니까 뇌가 없고 근육이 머리에 찼다고 하는거란다."
"근육이 늘었으니까 좋은거라고!"
이것이 무림이다!
**
"아마 협상을 해오겠죠."
잠시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다가, 불쑥 끼어듭니다.
"그리고 아마...협상 조건에 따라서는 잠시동안 전쟁이 멈출 수도 있으려나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모용세가의 후계자를 바라보며 질문하네요.
#질문
**
그는 턱을 쓰윽 쓰다듬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무려 당가의 후계자가 죽은 사건이니 좋게 끝내기는 어렵지 않을까..."
확실히 그렇습니다!
**
"최악의 경우 회담장에서 유혈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르겠네요 이거..."
머리를 꾹꾹 누르며 침음성을 냅니다.
"회담이 결렬날 가능성이 높으니.. 정말 싫지만 수련을 좀 해두도록 해야겠군요."
#만 담
**
"음. 수련을 생활화하는건 좋은 습관이지!"
지원은 그들과 대화를 끝내고 떠납니까?
**
"...일단 감사했어요. 좋은 정보를 얻었네요."
지원은 그들에게 인사하고는 다른 곳으로 떠나려고 합니다!
#자 다른 곳으로 갑시다
**
자 떠날시간입니다!
어디로 떠날까요?
**
"딱히 갈 곳은 없지만..."
지원은 일단 사천으로 향해보려고 하였을까요?
어쩌면 마교와 엮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사천으로
- 사천으로
- 지원은 사천으로 이동하던 도중,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받고 멈춰섭니다.
평범한 흙길, 주변은 수풀로 가득하고 새소리가...새소리가?
새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지원은 눈을 게슴츠레 뜨고 지금 이것이 무슨 상황인지 판단해보지만, 관련된 강점 등이 없어 판단에 실패합니다!
뭐죠..뭐죠 이 불안감!
**
"아 젠장. 또 무슨 일인지."
지원은 검을 빼어들고는 조용히 그 자리에 서서 주변을 차분히 둘러보려고 합니다.
#경계태새!
**
탁탁탁탁...!
그리고 들려오는 누군가의 다급한 뜀박질 소리! 연하게 코를 찔러들어오는 혈향....
누군가, 도망치고 있습니다!
**
"...혈향!"
지원은 코를 킁킁거리다가,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소리와 풍기는 냄새를 느끼고는 신경이 날카로워집니다.
내공을 사용하여 다리를 강화하고는, 빠르게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달려가려고 하였을까요?
#감시다
**
파앗...!
일류고수답게 지원은 사람이라곤 믿을 수 없는 도약력을 보이며 사람의 앞으로 달려나갑니다!
"꺄아아아악!"
그 곳에는 지체높아 보이는 젊은 여성 하나와 그녀를 호위하고 있는 무인이 하나 있습니다. 온 몸에 피칠갑을하고 곳곳에 상처가 가득합니다.
경지는 지원과 비슷해보입니다만...그의 귀 한 쪽이 없이 피를 철철 흘리고 있습니다.
방금 전까지 격전이 있었나봅니다.
채애애앵!
무인은 지원을 향해 곧바로 검을 휘두릅니다!
"아씨! 도망치십시오! 제가 막고 있을테니 어서! 빨리!"
지원은 갑작스러운 일격을 간신히 막아내고는 이 상황에 웃어야되나 울어야되나 난감해집니다...
**
"뭐야 이쪽이 아닌데?!"
지원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검을 꽉 쥐고는 칼집에 검을 꽂아넣습니다.
"저...전 당신들과 싸울 생각 없으니까요! 당신들을 도와주러 온 거니까요!"
도망치는 소리랑 혈향이 느껴지기에 왔을 뿐이니까요! 라며 최대한 자기변호를 합니다.
#싸우지 맙시다
**
칼집에 검을 꽂아넣은 지원. 순간 무인은 검을 휘두르려다가 멈칫합니다.
"....그 무슨..."
아씨라는 사람은 도망치지도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벌벌 떨고 있습니다.
그는 급히 아씨에게 다가가 그녀를 부축합니다.
"오해해서 미안하오.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소. 어서 이 자리를 떠야하오. 소협도 도망치시는게 좋을터 어서 자리를 뜨시오. 우리 걱정은 하지 말...큽."
그는 통증을 느끼는지 말하다 말고 신음을 내뱉습니다.
하여간에 무림인이란 것들은! 자존심만 더럽게 셉니다!
**
'하아. 하여튼 무림인이란 것들은 자존심만 더럽게 쎄다니까...'
"말했잖아요? 도와주러 왔다고. 추적자들이 어디서 오는지만 알려주시면, 제가 시간을 끌어드리죠."
싱긋 웃습니다. 아무래도 진심인 것 같죠?
#내가 시간을 끌게! 와 전투다 전투!
**
"아니, 아무리 그래도 생전초면인 사람에게 그런 무리한 부탁을 하기는..."
무인은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러면 그리 무모한 짓은 마시고 우리가 여기를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시게나. 우리는 호남으로 가는 길이네. 부탁일세."
지원은 선택해야합니다!
**
"...저를 그저 이용하셔도 괜찮지만요?"
그래도 무림인으로써 그건 용납 못 하는 걸까요. 그러면 따라줘야겠죠.
"좋아요. 도와드릴게요. 그쪽 아가씨는 괜찮으시다면 제가 업고 뛸게요. 그쪽은 몸을 챙기세요."
#타협!
**
"아씨를 다른 이에게 맡길 수 없소. 이해바라오."
그는 부득불 겁에 질려있는 여자를 들춰메고는 뛰기 시작합니다.
"호남으로 가는 길을 알고 계시오?"
**
"뭐, 어쩔 수 없죠. 그보다 호남이라면..."
저번에 싸웠던, 호남장강검문이 있던 그곳. 벌써 봄의 기억이네요. 지원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제가 안내해드릴테니, 절 따라오세요."
지원은 검을 빼어들고는 앞장서기 시작합니다.
#안내해줍시다!
**
"고맙소..."
지원과 두 남녀는 호남 쪽으로 열심히 이동하게 됩니다!
그 때.
파팟!
빠르게 날아오는 두 개의 화살! 지원은 검을 휘둘러 한 대를 쳐내고, 다른 하나는 무인이 힘겹게 쳐냅니다!
....화살?
무림인은 어지간해서는 활을 쓰지 않을텐데요?
"...새로운 사람이 늘었군. 이건 가문의 일이오. 외부인이시니 지금이라도 돌아간다면 관여하지 않겠소."
저 멀리 활을 쏘아낸 곳에서 몇 명의 무림인들이 나타나며 지원을 향해 대답합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활과 화살을 들고 있습니다.
**
"습격...!"
추적자들이 꽤나 유능한가 봅니다. 벌써 뒤를 잡히다니. 지원은 그들을 보면서 피식 웃었던가요?
"가문의 일이니까 부상을 입은 사람하고 여성을 두고 빠지라? 재미있네요. 정파 무림인에게 그런 말을 하면 들을 것 같나요?"
지원은 무림인들을 봅니다. 무림인들은 어지간해서는 활을 쓰지 않는데... 어째서 저 사람들은...
일단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가요. 지원은 검을 그들에게 겨누고는, 남자를 향해 말합니다.
"먼저 가세요. 시간을 좀 끌어볼테니까요. 조금 응전하다가, 바로 도망쳐서 뒤따라 가겠습니다."
#전투! 전투!
**
"정파 무림인이라면 더더욱이! 얌전히 물러나시오! 동도를 해치고 싶지 않으니!"
그리고 지원의 말에 무인과 여인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곤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기어이......!!"
그리고 지원에게 그들은 분노를 터뜨립니다.
"속히 쫓도록 하라!"
그리고 몇몇이 빠르게 달려나갑니다!
**
"죄송하지마아아아안...."
"이 앞으로는 못 지나가거든요!"
지원은 천뢰제왕신공의 뇌기를 뿜어내며, 달려나가는 그들을 풍검결로 저지하려 합니다!
#천뢰제왕신공, 풍검결 사용
**
빠직...빠지지지직!
검을 강하게 휘두르자 뛰어가려던 이들은 급하게 몸을 옆으로, 또는 뒤로 날립니다!
"그건 천뢰제왕신공! 어찌 남궁세가의 일원이 우리 강서궁문을 막아서는 것이오!!!"
중년인은 피를 토하듯 핏대를 세우며 외칩니다.
**
"강서궁문...강서궁문...아, 그러고보니 들어본 것 같기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옛날에 캐릭터중 하나가 강서궁문 출신 아니었던가요?
"그거야 저분들이 먼저 도와달라고 했으니까요?"
언제요. 말하고싶지만 일단 거짓말을 합니다.
#왜 그러시는지
**
"....흥, 사파 놈들과 붙어먹은 년이니 그리 염치가 없는 짓을 저질렀을 터."
중년인은 짧게 관리하는 수염을 쓰다듬습니다.
"오해가 있었던듯 하오만, 이 일은 우리 강서궁문 내부의 일이오. 외부인인 남궁세가의 사람은 마음은 가상하나 관여하지 않으셨으면 하오만."
그들은 일단 활을 거뒀습니다.
"오해와 무지로 인한 일이니 책임 또한 묻지 않겠소이다. 그들이 어디로 가려는지 들으셨소?"
**
"....그으으으으으으으....."
지원은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이 상황, 원래대로라면 이 상황에서는 도와드리는게 맞겠지만...
"....들었지만! 정말 죄송하지만! 말해드릴 수 없어요."
그들을 한숨을 푹 쉬며, 똑바로 바라보려고 하나요?
"사파를 돕는 것도 내키지는 않지만... 약속을 어기는 것도 의와 협에 어긋나니까요."
검을 계속 겨누려고 하나요?
#안알랴줌
**
그들은 얼굴을 굳히며 다시금 활과 검을 꺼내듭니다.
"어쩔 수 없군. 결국 피와 칼로 누가 옳은지 겨뤄보이는 수 밖에는."
그는 온 몸에서 기세를 피워올리며 앞으로 나섭니다. 그는 활과 화살을 손에 쥐고서 지원을 노려봅니다.
"본인은 강서궁문의 만궁대주, 소정방이라 하오. 감정은 없으나 가문과 사문의 일로 이리 겨루게 된 것이 유감이오."
피어올리는 기세를 보아하니 그의 경지는 최소한 지원보다 한 단계 위입니다!!!
**
"정말 이 방법 외에는 없네요. 하하..."
지원은 그를 바라봅니다. 최소한 한 단계 위의 경지. 저런 상대를 이긴다는 건 불가능하겠죠. 하지만...
"남궁세가의 남궁지원이에요. 저 역시, 유감일 따름이네요."
피어올리는 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하지만 지원은 발악이라도 해보기로 합니다!
선수 필승. 지원은 천뢰제왕신공을 운용하며, 영웅일격을 사용하려 합니다!
#흑호난지평정 - 영웅일격
**
기세를 피워내며 상대는 시위에 화살을 겁니다. 지원의 소개가 끝나자마자 그의 화살은 재빠르게 지원을 향해 날아들었고, 지원은 그에게 돌진하기 시작합니다!
천뢰제왕신공의 구결을 악착같이 외우며 온 몸의 내공을 끌어올립니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내공을 한 번에 쏟아본 적은 결단코 없습니다!
까드드드드드드득!
혈맥이 살짝살짝 뒤틀리는 느낌과 함께 지원의 검이 누렇고 하얀 빛으로 번쩍이기 시작합니다.
파악!
커흑!
어깨에 정확히 화살이 박혀들어갔고 그 때 지원은 그의 앞에 도달했습니다. 높이 뛰어오르고 상대는 시위에 화살을 메기고 침착한 얼굴로 목을 겨눕니다.
서로의 눈이 마주치고 활 시위가 퉁, 하고 가볍게 울려퍼지는 소리와 함께 지원의 검이 내리찍어들어갑니다.
흑호난지평정 - 영웅일격
콰드드드드드득!
내공이 실려 무엇이라도 단번에 꿰뚫을듯한 끔찍한 화살과 지원의 검이 잠시간 크게 겨루더니 이내 지원의 검은 화살을 반으로 쪼갭니다! 각도가 틀어지면서 왼어깨부터 가슴팍까지 곡선을 그리며 베어들어가고 지원은 그대로 옆으로 떨어져 구릅니다!
쿠당탕탕탕!
"대주님!!!!!"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일개 일류무인이 절정의 무인을 쓰러뜨리다니요!
"뭣들하는거냐!"
분명 소정방의 다음 서열인듯한 사내가 소리치자 사내들은 곧바로 활에 시위를 매기고 쏘아대기 시작합니다. 60도 각도로 하늘을 향해 활을 겨누고 쏘자 소름끼치는 파공성과 함께 하늘에서 화살비가 내려옵니다!
어딘가 몸이 텅 빈 느낌과 함께 지원은 간신히 옆으로 구르며 화살비를 피해냅니다! 그 틈을 타 그들은 대주를 챙겨듭니다!
"크흡...되었다. 나는 괜찮으니 속히 몇 몇만 남고 추격대는 년놈들을 쫓으라!"
그는 피를 줄줄 흘리면서도 바들거리는 다리로 간신히 일어섭니다.
"무슨 수를 쓴건지, 끅. 모르겠군."
옆에 한 사람이 급히 그를 부축하고 다른 이는 무언가를 꺼내듭니다. 남은 이들은 다시 한 번 화살을 겨눕니다.
"허나 이 한 사람이 쓰러졌다고 추격을 포기하기엔, 너무 큰 일이라 어쩔 수가 없소. 양해를 바라오."
그는 수치스러운지 부들거리며 말했고, 그 말과 함께 지원에게 수 발의 화살이 날아듭니다!
**
자신도 자신이 무슨 일을 한 것인지 모르겠다. 일류무인이 절정의 무인을 쓰러트렸다.
말도 안 되는 거 아닌가, 이거. 라고 생각하면서도 화살비가 내리자 지원은 힘겹게 몸을 굴리고는 힘없이 웃어보인다.
"하하...알고 있어요. 어차피, 당신을 쓰러뜨린다고 해서 끝날 일이었다면 당신 외에도 저렇게 많은 이들이 오지도 않았겠죠."
그러니까, 저는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라며 검을 회전시키기 시작합니다.
검풍으로 화살을 날려버리고, 검을 돌려 화살을 튕겨내는 것을 시도하나요?
#천풍검법 - 바람개비
**
휘리리리릭!
검을 빠르게 돌리면서 화살을 쳐내지만, 한 대는 신묘한 몸놀림을 보여줍니다! 아니, 화살이 몸놀림을 보일 수가 있던가요?
최소 일류 무인의 놀라운 기교임에 분명합니다! 그 한 대는 지원의 다리를 노렸고 곧 장딴지에 정확히 박혀들어옵니다!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상대는 남궁의 사람이다! 죽여서는 원한만 쌓일 뿐이니 죽이지 않고 제압만 하도록 하라."
대주는 끙끙 거리면서도 호통을 치듯 고함을 내질렀고 휘하 궁문의 제자들은 힘찬 함성으로 대답합니다.
촤아악!
그들은 부채꼴로 퍼지며 지원에게 활을 겨눕니다.
이거 외통수로군요.
**
"크윽!"
아픕니다. 장딴지에 정확히 화살이 박혔습니다. 젠장... 이거 외통수네요.
자신에게 부채꼴로 퍼지며 화살을 겨누다니... 최소 일류 무인이 다수인 상황. 절정 고수는 해치웠다지만, 그걸 몇번이고 연사하기는 힘드니까요. 앞으로 남은 건 한 번 뿐.
"....좋아요. 좋아! 이정도는 상대해야 승백검이라고 자랑하고 다니겠죠!"
애써 긍정적인 생각을 합니다. 일단, 상대는 궁수입니다. 그렇다면 방법이 있긴 하죠.
지원은 부채꼴 모양의 중앙을 파고들려고 시도합니다.
#천풍검법 - 천풍보, 하늘바람
**
지원은 지금 다리를 마음껏 쓸 수 없는 상황입니다! 실행합니까?
**
"....젠장! 그러면 일단..."
지원은 바람개비를 사용하여, 일단 상대에게 응전하려고 시도합니다!
#바람개비로 공격
**
다시금 화살이 날아들었고 지원은 검을 휘두르며 응전합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화살이 비어있는 곳으로 날아듭니다! 이번에는 등! 지원은 고통에 이를 악물고 눈을 찡그립니다.
이렇게 가다간 끝장입니다!
**
'화살을 정면으로 상대하는 건 위험하다...!'
지원은 이빨을 질끈 물며 근처의 엄폐물로 숨으려고 합니다!
#엄폐!
**
적들은 정면에 부채꼴로 퍼진 상태. 지원은 주변을 둘러봅니다.
숲이기에 수풀과 나무가 많습니다! 급히 절뚝거리면서 꽤 큰 나무 뒤로 쏙 들어갑니다!
파팟!
그리고 적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몇몇은 년놈들을 쫓으라!"
음, 시간 끌기는 끝나버렸군요!
**
"끄으윽...."
지원은 나무 뒤에서 몸에 박힌 화살을 뽑고, 피가 흐르지 않도록 지혈하려 합니다. 이제 시간끌기는 끝난 것 같네요... 이정도 끌었으면 도착했겠죠...?
"일단 저는 목적지를 알고 있으니까..."
지원은 저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호남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합니다!
#호남으로!
**
화살을 뽑아내고, 피가 흘러나옵니다. 입고 있는 옷 중에 가장 깨끗한 부분을 거침없이 찢어내고 지혈을 합니다.
그 순간에
휘익!
화살이 날아듭니다! 지원은 급히 고개를 숙였고 화살은 나무에 박혀들어갑니다!
"보내줄 것 같으냐!"
아....때아닌 추격전이로군요!
**
"아니 좀 이쯤 했으면 보내주시면 안 되나요!!!"
지원은 악에 받쳐서 소리칩니다. 젠장, 이렇게 된 이상...
#도망칩니다!
**
"그대는 우리가 비키라 할 때 비키지 않지 않았는가! 껄껄껄!"
이제 회복이 좀 되었는지 대주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 된통 잘못 걸렸습니다!
피잉! 핑!
여기저기서 화살이 날아들고 지원은 절뚝거리며 간신히 화살들을 피해내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쫓아라! 년놈들의 행선지를 분명 알고 있을 터. 놓쳐서는 아니된다! 아무리 오대세가라 하더라도 우리의 정당한 일에 핍박을 할 수는 없는법! 남궁의 이름에 위축되지 말고 강서궁문의 긍지를 보이라!"
**
"아니 사정이 있었으니까요!! 으악 젊은 사람들이 선량한 소년 잡는다!!"
지원은 왁왁 소리치면서도 열심히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어딘가에 몸을 숨길 곳을 찾았나요?
#숨을 곳을 찾읍시다
**
화살은 계속해서 날아듭니다. 아니 쟤네는 무슨 화살이 떨어지지를 않는다냐?
라고 생각할 때 쯤, 화살이 잦아들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지원은 오히려 더욱 불안해집니다!
포위망을 확실히 구성한 다음에 몰이사냥을 하겠다는 뜻이니!
어떻게든 포위망이 완성되기 전에 빠져나가야만 합니다! 허나 지금 다리 상태로는....제길! 지원은 입술을 질끈 깨뭅니다.
**
"...지금 다리로 정면돌파는 힘들 것 같은데..."
그래도 일단 무작정 앞으로 달리기로 합니다! 멈추면 따라잡히니까요!
#러닝!
**
다리에 느껴지는 고통에도, 일류 무림인인 지원은 이를 악물고서 앞으로 달려나갑니다.
달려라 하니! 아니 달려라 지원!
그렇지만 금방 다리에 힘이 풀리고 지원은 쓰러지고 맙니다!
지혈도 제대로 할 시간 없이 뛰니 피도 많이 흘려서 몸이 으슬으슬합니다..
"그만 투항하고 얌전히 년놈들의 행선지를 밝히라!"
그 때. 지원을 회유하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 몰이사냥
- "미안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아요!"
지원은 크게 소리칩니다.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어쩔 수 없죠. 레스주 찬스를 씁시다.
#소금창약 구매 후 사용!!
**
포위망을 돌파하기 위해 다시 지원은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도망치던 와중에 의문이 하나 있습니다.
정파는 지켜야할 규율도 많고, 실속없는 것들을 지키는데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그런데도 중원을 제패하였죠.
왜일까요?
실력을 중시하는 사파, 하나의 절대자를 위주로 꽁꽁 뭉쳐있는 마교보다 정파가 나은 점이 대체 뭐란 말입니까?
큰 문파끼리 뭉치면 어그러지고, 서로 반목하고 싸워대는 그런 자들인데 말이죠!
오늘 지원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지원 너머의 사람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겁니다.
지원이 도망치는 와중에 어느 쪽으로 꺾으려고 하면 바로 그 쪽으로 화살이 날아들기 시작합니다!
피하시겠습니까? 차라리 맞고 뛰겠습니까?
**
"머릿수의 차이가...!"
지원은 혀를 쯧 찹니다. 과연, 다구리 앞에 장사 없는 거군요. 이래서 정파 놈들이란...!
지원은 바람개비를 이용해 튕겨내며, 튕겨낼 수 없는 것들은 맞아가며 정면돌파를 하려 시도합니다! 피하다가 포위망이 형성되면 죽도 밥도 안 됩니다!
#포위망 돌파
**
피잉!
퍽!
지원의 왼팔에 화살이 한 대 꽂힙니다!
비명을 지르고 싶지만, 비명을 질렀다가는 그 쪽으로 화살이 계속 날아들겁니다!
다시 달리다가 화살과 적들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방향을 꺾자 그 쪽으로 화살이 날아듭니다!
선택하십시오!
맞고 달리겠습니까? 피하시겠습니까?
**
".....!"
아프다. 아프다. 아파. 아파서 죽을 것 같아.
하지만 멈출 수 없다. 아니, 멈춰서는 안 된다.
#맞고 달린다
**
퍼어억!
이번에는 왼다리에 화살이 적중합니다!
지원은 다리에 화살을 맞고서 휘청이며 한바탕 크게 구릅니다. 온 몸이 흙과 먼지, 그리고 피를 뒤집어쓴 상황.
피잉! 핑!
그리고 지원의 양 옆 쪽으로 동시에 맞지도 않는 화살이 날아들고 있습니다.
꼭 정면으로만 가라고 압박하는 것 같습니다.
몰이사냥을 당하는 짐승들이 이런 느낌일까요?
다음에 한 방을 더 맞는다면 위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선택의 시간입니다.
맞고 뜁니까, 피하시겠습니까?
**
'몰이사냥 당하는 기분이군...'
지원은 혀를 쯧 차며 피하려고 합니다.
#피한다!
**
피하고 정면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핑!
정면에서 갑작스레 날아든 화살! 지원은 깜짝놀라며 몸을 옆으로 날렸고 화살은 뒤의 나무에 박힙니다!
부르르르....
화살깃까지 파고 든 화살은 한참이나 덜덜 몸을 떨었습니다. 지원의 심장과 간도 같이 쫄깃해집니다.
이 사람들. 이걸 노린 거였습니다.
합격진...!
**
".....이걸...."
노린 건가. 지원은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낍니다. 그렇다고 쉴 시간은 없습니다. 포위망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방향을 틀어 돌파!
**
"피한다....!"
지원은 몸을 비트는 것을 시도합니다!
#피하며 내달린다!
**
피하면서 내달리는 것은 지금 몸상태에선 불가능합니다!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만 합니다.
적에게 강제로 어느 쪽이든 피해를 감수해야만 하는 선택을 제시한다라.
몸 멀쩡히 살아돌아간다면 지원은 좋은 공부를 한 셈이 되겠지요.
그런데 일단 저 화살부터 어떻게 해야합니다! 공부도 무공도 살아있은 다음에야 이룰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
'선택지의 강제...!'
무공에도 응용할 수 있을 법 했던가요. 지원은 입을 꽉 다뭅니다.
일단 화살을 피하려고 하나요?
#피한다!
**
화살을 피하고 다시 정면으로 내달립니다!
화살이 정면으로 날아들었고 지원은 이번에 각오한 덕분인지 다행히 화살을 피해냅니다!
타다닥!
피를 흘리면서 격하게 뛰어다녀 너무 피로하지만 멈출 수 없습니다...그리고 정면에 무언가 보입니다!
카드득.
자신에게 활을 쏘아낸 장본인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
"저 사람을 쓰러트리면..."
틈이 보일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손에 힘을 잔뜩 넣고, 장본인을 향해 칼을 휘두르며 달려들려고 하나요?
#돌격
**
확실하게 돌격합니까?
돌격에도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
#정면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주의하며 장본인의 측면을 노려 돌격
**
정면에 날아드는 화살은 당연히 피해야만 할겁니다!
그리고 상대도 무작정 정면으로 쏘아내지는 않겠지요.
본격적으로 강서궁문과 남궁세가의 무공이 격돌하는 지금입니다. 정말 아무런 무공도 쓰지 않고 단순 돌격을 합니까?
**
#천풍보+하늘바람!
**
파바박!
욱씬거리는 통증 때문에 그 위력은 제대로 보여줄 수 없겠지만 무려 남궁세가의 절기입니다. 높이 뛰어들면서 들이닥치는 지원을 향해 상대는 침착하게 한 숨을 내쉬고 활을 겨눕니다.
바람을 가로스쳐지나가는 끔찍한 소리가 들려오고 지원은 등과 복부에 화살을 정면으로 맞습니다.
쿨럭!
화살을 맞고 떨어져 내리는 지원을 본 상대방은 망설임 없이 활을 거두고 뒤돌으려는 찰나.
이번에는 지원의 차례입니다.
공중에서 떨어져 내리는건 끝나지 않았다!
지원의 칼이 세차게 내리그어졌고 상대는 급히 활로 막아봅니다!
서걱.
활은 그대로 잘려나갔고 상대방은 앞섬을 내주면서 옷고름이 풀리며 상체가 훤히 드러납니다.
털썩.
그리고 지원은 그대로 쓰러져 옆으로 구릅니다.
욱씬. 욱씬.
화살을 조금이라도 덜 맞았다면 바로 뛰어나갈 수 있었을텐데, 다리가 말을 듣질 않습니다...!
**
"....끄으....으아아아!"
지원은 오기로라도 몸을 일으켜세워, 뛰어나가려고 합니다. 어차피 적은 현재 무기가 부러진 상황! 천풍보와 내공을 사용하며 시도해봅니다!
#돌파 시도!!!!
**
지금은 완전히 무리입니다!
하지만 레스주의 특권이 남아있습니다.
다이스 판정 요청시, 일정 숫자 이상의 결과값이 나올 경우 지원의 행동은 성공합니다!
다갓이 다갓놈이 될지, 다갓님이 될지 시험해보시겠습니까?
**
#다갓력을 보여주세요! 시험!
**
다갓은 님이 아니라 다갓놈이 되었습니다.
아니지.
님...님이...니...여기까지.
다갓쉑은 오늘도 혼돈과 파괴 망가를 저질러버립니다!
지원은 끙끙 거리며 일어나려 했지만 일어나지 못합니다. 다리가...움직이지 않습니다.
저벅거리는 발걸음 소리와 강서궁문의 사람들이 지원 앞에 섭니다.
"비록 우리 앞에 이리 쓰러져 있는 신세라지만 남궁세가의 사람이다. 우리 측 사람들 중에 불구가 되거나 죽은 이도 없고 부상도 몸을 정양하면 충분히 잘 나을 수 있는 수준이니 원한을 품을 필요는 없다. 귀히 모시도록 해라."
지원은, 잡혀버렸습니다!
**
"하아...하아... 아쉽네요. 좋은 공부가 되었어요."
지원은 힘들게 숨을 내쉬며 미소짓습니다. 이정도면 충분히 시간을 벌었겠죠. 거기다가 좋은 경험도 했으니 됐습니다.
지원은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잡혀가려 합니다!
#잡혔아용
- 빚을 지다
지원은 이대로 강서궁문으로 이송될겁니다.
이송되는 과정은 스킵할 수도, 스킵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찌하시겠습니까?
**
#과정에서 npc랑 대화한다거나 하는게 있다면 스킵하지 않고, 없다면 스킵합니다!
**
스킵하지 않는 것으로 선택됩니다!
지원은 잡혔음에도 어느 한 군데 묶이지도 않고 검도 뺏기지 않은 상태로 잡혀있습니다.
...잡혀 있는게 맞기는 한거겠죠?
일단 지원과 비슷한 실력의 몇 명이 지원의 옆에 꼭 붙어있으니까요.
수레에 타고 강서궁문으로 가면서 저들은 지원을 잘 대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원의 옆에는 지원이 한 번 쓰러뜨렸던 그 남자가 타고 있군요!
**
'경계가 엄청 설렁하네...'
딱히 도망칠 일도 없을 테니, 그냥 이렇게 편하게 대해주는 걸까. 지원은 어깨를 으쓱입니다. 잘은 모르겠네요.
그보다는 앞에 있는 사람에게나 말을 걸기로 합니다.
"...저기, 저기요. 저랑 얘기나 좀 해보실래요? 가는 길도 심심한데."
#대화신청
**
"하하하! 뛰어난 실력을 지닌 무인과의 대화는 언제나 즐거운 법이라오."
아까까지만 해도 싸우던 사이가 이렇게 편히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게 참 놀랍습니다.
지원이 꺾인 이상 그들은 곧 잡힐테니 이들이 딱히 신경을 쓰지 않는 이유도 되겠군요.
**
"좋네요. 그러면 일단... 저, 어땠나요? 싸움 실력도 실력이지만, 판단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고 싶어요."
그 사람들은 잡히겠지만...입맛이 써도 어쩔 수는 없죠. 자신이 목숨바쳐 그사람들을 지켜야 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이걸로 자신의 의무는 다했다고 생각하기로 합니다.
#평가해주세요
**
"허어, 남궁세가의 사람에게 내 함부로 판단같은 것을 하기에는 담이 좀 작은 편인데. 조금이나마 해본다면..."
그는 머리를 긁적입니다.
"무척이나 저돌적이고 뒤를 보지 않더군. 음, 소협의 뒤에 서른 발이 넘는 화살이 쏘아졌던건 알고 있소?"
**
"그냥 평범한 무인 1 정도로만 생각해주세요. 남궁이니 뭐니 하시면 오히려 불편해질 뿐이니까요."
싱긋 웃고는 상대의 말을 들어봅니다.
...그렇게나 많이 화살이 쏟아졌던가요!? 앞만 보고 있어서 전혀 모르고 있었네요.
"으음...만약 공자셨다면, 방금 같은 상황에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질문
**
재벌가 자식이 자신을 그렇게 생각해달라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둘 중 하나일겁니다.
똑같이 재벌가 자식이거나, 사회생활에 때묻지 않은 순수하고 맑은 영혼이라거나!
...멍청하단 소립니다!
"...그럴 일 자체가 없지 않겠나? 딱 봐도 누가 정당한지는 세살배기 아이라도 알 수 있었네만."
그는 조용히 지원이 그들을 도운 것을 타박합니다.
"그 년놈들이 분명 자기들은 억울하다며 그리 말했겠지. 쯧. 간자들 주제에."
**
지원은 한숨을 포옥 내쉽니다.
"하지만 이미 약속을 해버렸는 걸요. 남아일언중천금이라고, 약속을 멋대로 어기는 것도 협에 어긋나는 거 아닌가요.."
간자하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나요.
"그러고보니 대체 어떤 사정이길래, 그들을 쫓고 있었나요?"
**
"신의도 없는 자들과의 언약을 지키는 것은 협이 아니라 어리석은 일이라네."
물론 지원이 그걸 알리가 없지만 말입니다.
"...우리 사문의 치부라서 함부로 말하기가 좀 그렇군."
**
"치부?"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다시 평범하게 돌리며 하품합니다.
"하암...뭐. 그런 거라면 굳이 캐묻지 않는게 예의겠죠."
#이제 다 물었다! 스킵스킵!
**
스킵합니다!
한참을 수레를 타고 덜그럭 거리더니, 지원은 강서궁문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그 곳에는 이미 남궁세가의 일원들이 와있습니다!
"공자님!"
지원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그들에게 다가갑니다.
"남궁세가에서 강서궁문에 빚을 졌군요. 이리 감사할데가..."
그리고 지들끼리 막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나도...나도 끼워줘...
**
"...나...나도..."
나에게도 관심을....
...사고쳐놓고 막 끼어들면 오히려 더 혼날 것 같으니, 가만히 있자구요.
#무슨 얘기 하는지 엿들어나 봅시다
**
지원의 일로 남궁세가는 강서궁문에 빚을 졌습니다.
아마, 이번 추적에 남궁세가도 끼게 될 것 같다는군요.
**
"...저는 이제 어떻게 하면...?"
지원은 주변 인물을 둘러봅니다.
#나에게 관심을
**
지원에게는 세 가지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1. 남궁세가로 돌아간다. 나 갈래!
2. 강서궁문을 도와 그 년놈들(...)을 잡는다.
3. 다른 걸 생각해본다.
**
'집으로 가야겠다...'
일단 기술 6성부터 뚫자구요
#남궁세가로!
**
남궁세가의 깃발이 흩날리는데 감히 그 누구도 시비를 걸지도,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습니다! 지원은 남궁세가에 도착합니다.
**
'역시 남궁사람들하고 다니면 재미없어.'
지원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수련장으로 향하려 합니다. 수련장에 사람이 있으려나요?
#수련! 6성!
**
무엇을 수련합니까?
**
#천뢰제왕신공 수련
- 수창과 심심함
지원은 자리에 앉아 몸 내부를 관조하기 시작합니다.
그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고작 몇 달 새에 죽을 뻔하기도 했었으니 쉽게 겪기는 어려운 일들입니다.
그런 경험들은 모이고 모여 하나의 정수가 되었습니다.
어느샌가부터 막혀있던 하나의 벽.
오늘 지원은 그것을 뚫기로 결심합니다.
끝없이 들이쉬고 내쉬고, 속으로 그간 있어왔던 싸움들을 복기합니다. 훌륭했던 싸움보다는 졸전들이 많았지만 이 과정에서 지원은 어떻게 천뢰제왕신공을 운용해야하는지를 아주 조금이나마 깨닫습니다!
- 6성 뢰우공천 : 비처럼 내리는 벼락은 하천을 비워버린다. 검을 휘두를 때 마다 강력한 뇌기가 꿈틀거린다.
**
'다음은 천풍검법인가.'
지원은 검을 빼어들었습니다.
#천풍검법 수련!
**
지원은 천천히 검을 뻗어나가기 시작합니다.
천풍검법.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은 세상에 많고 많지만, 이 검법만큼은 그 중에서도 단연코 독보적입니다.
검은 손의 연장선이다라고들 하는데 그게 어떻게 말이 됩니까? 도구는 도구고 손은 손인 것을요. 그렇기 때문에 지원은 그저 한숨만 내뱉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검을 뻗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넋놓고 있다간 도구도 제대로 다루지 못할테니 말입니다.
비록 검을 손처럼 자유자재로 쓸 수는 없지만, 그간 겪었던 많은 경험들은 지원이 검을 도구로서 능숙하게 사용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6성 천풍검법 6식 천풍비상 : 검을 여러번 휘둘러 힘을 집중시키고 마지막에 아주 강하게 올려벱니다.
**
"후우....."
그동안의 경험이 아주 쓸모없지는 않은 듯 했던가요. 지원은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뱉고는, 수련을 계속합니다.
#천뢰제왕신공 수련!
**
6성부터는 수련 효율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10%!
**
지원이는 원래 효율이 10%였습니다!
절반이라면 5%여야 합니다!
#천뢰제왕신공 수련
**
진짜 10%!
**
사람이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닐까용
#천뢰제왕신공 수련!
**
캡 뭐시기 틴은 점점 뇌에 이상한 지식만 차고 필요한 지식(집 비밀번호)를 까먹어 가고 있는 슬픔에 잠깁니다...
15%!
**
이벤트가 뜰 때까진 이러고 있자구요
#천뢰제왕신공 수련!!
**
그리고 지원은 오늘 9성을 달성해버리는데................농담일까요?
20%
**
그건 그거대로 좋다(?)
#천뢰제왕신공 수련
**
25%!
**
#천뢰제왕신공 수련!!
**
30%!
**
#천뢰제왕신공 수련!!!!!
**
35%!
**
#천뢰제왕신공 수련!!!!!!
**
오우야오우야 예전같으면 80%였을텐데 이제야 40%입니다!
**
#천뢰제왕신공 수련
**
45%!!
**
수련은 그만하고 바깥으로 나가보기로 합니다.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잖아요?
#오늘은 뭘 할까요!
**
수련은 충분하다!
지원은 밖으로 나와봅니다.
오늘의 남궁세가는 여전히 평화롭습니다. 거대한 정원을 천천히 거닐다가 호기심이 생겨 담벼락을 불쑥 뛰어넘습니다. 지원을 본 경비무사들은 말리려다가 포기하고 맙니다.
흐흥~콧노래를 부르며 남궁세가의 정문으로 간 지원은 걸려있는 현판을 봅니다.
조정에서 높은 고관이 써주었다는 이야기가 있는 현판입니다.
'창궁무애'
창천과 더불어 남궁세가를 상징하는 단어입니다.
별 감흥은 없군요.
기왕 이렇게 나와보았는데 무엇을 해볼까요?
**
"창궁무애라..."
그러고보니 저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데요.
형이 있으려나요? 형 한번 찾아가봅시다. 아마 강아지나 만지고 있겠죠.
#형!!
**
형은 호남에 있습니다! 불쌍한 재원이!
지원은 뭔가 떠오르는게 없는지 그냥 현판을 지나칩니다.
**
'불쌍하네요...'
뭐 어쩌겠어요. 재능이 넘치는 탓이죠.
집안이나 돌아다녀봅시다! 뭔가 옛날 생각나네요!
#집안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집만추
**
평화로워 보이는 내부와는 다르게 집안은 어째 사람이 적습니다.
...그러고보니까 당장 지원도 얼마전까진 호남에 가서 난리를 피우고 있었지요. 집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집으로 들어간 지원은 허탈한 한숨을 내쉽니다.
**
"으으으으...심심해요..."
그렇지. 길거리로 나가서 일거리를 구해볼까요? 나쁘지 않은 선택 같은데요!
지원은 생각이 번뜩이자마자 저잣거리로 출발합니다!
#길거리로!
**
길거리로 이동합니다!
길거리에는 우마차를 끌고 다니는 행렬과 지게꾼, 나무꾼 등등과 그들을 상대로 한 장사치들이 모여 듣기 썩 좋은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
지원은 장사치들 쪽으로 다가가보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혹시 뭣 좀 여쭈어도 괜찮을까요?"
#질문좀 하겠습니다
**
상인들은 지원의 옷을 보고 여부가 있겠냐며 고개를 조아립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공자님?"
안휘성에서 남궁세가의 직계를 모르면 장사 접어야죠!
**
생각해보니 명성 수치가 있었죠. 이거 편하네요...는 일단 넘어가자구요.
"일거리를 찾고 있는데, 혹시 제가 할 만한 일이 없을까요?"
해맑게 웃어보입니다!
#시켜만 주십쇼
**
하늘같이 높으신 남궁세가의 아들을 고용인마냥 부려먹었다간 안휘성에서 당장 장사를 접어야 합니다! 거기서 끝나면 다행이지요!
상인은 말도 안되는 소리 마시라며 손을 내젓습니다.
억울하다! 억울해!
안휘성은 남궁세가의 사실상 영지라고 보셔도 좋습니다.
현대적으로 쉽게 말씀드리면 LG그룹 손자라고 알려진 인물이 피시방에 알바하겠다고 찾아오는 꼴입니다!
**
"그...그런가요..."
지원은 시무룩해져서 뇨롱한 표정을 짓습니다. 으아아 하지만 돈 벌어야 한단 말입니다!
상인들에게 대답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산동 지방으로 향합니다! 안휘가 아니면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겠죠!
#산둥으로!
- 기묘한 이야기
- 낭인들이나 하는 일을 남궁세가의 공자가 해야한다니. 이게 무슨 슬픈 일!
지원은 한숨을 내쉬며 산동으로 가기 시작합니다.
쿠르르릉.
....?
왜 화창하고 날씨 짱짱한 날에 천둥이 울리죠?
**
"....???"
지원은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무슨 일이죠...?
#뭐임 무슨 일임
**
그냥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아니고 마른 하늘에 날우레인가 봅니다.
하하.
신경쓰지 말고 앞으로 가도록 하죠.
지원은 개의치 않고 앞으로 걸어가....
쿠르르릉. 쿵쿵!
아니 이게 뭔 소리다냐.
**
"하늘이....불안한데요..."
자원은 일단 뛰기 시작합니다! 산둥까지!
#튀어
**
쿠르르릉.
번-쩍!
그렇게 뛰어가려던 지원의 앞. 정확히는 조금 멀리에 무언가가 떨어집니다.
아주 크고. 더 크고. 엄청 큰 뱀처럼 같이 생긴 무언가가요. 아니 사실은 잉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아아아악!
지원은 귀를 막지만 귀에서 피가 흐릅니다...
도망...
도망쳐야합니다!
**
"으아아 X발 저게 뭐야"
너무 놀라서 욕이 튀어나와버렸... 아 농담할 시간조차 없어보이네요. 저 뱀인지 잉어인지 모를 것의 반대 방향으로 뛰기 시작합니다.
#런!!
**
으아아아 저게 뭐야!
뱀인지 잉어인지 이상하게 생긴 것이 꿈틀거리기 시작하고 지원은 냅다 뒤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다시...산동으로 가는 길이 막혀버렸습니다.
지원의 도망친 곳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어이를 상실한채 궁시렁거리고 있습니다...
"아니!"
아니시에이팅 어서오고.
"하늘에서 웬 잉어가 펄떡이면서 떨어져내렸다니까!"
"고작 잉어가지고 뭘 그래?"
"그 잉어가 자네 집보다 커도?"
"당장 도망쳐야지."
ㄹㅇㅋㅋ
**
ㄹㅇㅋㅋ만 쳐 ㄹㅇㅋㅋ
"아 인생 참..."
어쩔 수 없죠...산둥 말고 절강으로 향하려 합니다!
#으아아 절강으로
**
마치 지금 산동은 패치 때문에 출입 못하십니다. 하고 웬 괴상한 npc로 막아놓은 느낌입니다만....
설마! 아니겠죠?
아닙니다.
지원은 아무 일 없이 절강에 도착합니다!
이 곳은 사파의 입김이 더 강한 지역!
와!
**
"......"
아니 사파 입김이 더 세다는 말은 못 들었....
일단은...어...주변 상인들에게 접근해봅시다!
#소문 수집수집
**
남부는 사파, 북부는 정파! 서부는 마교! 잊지마세요!
소문을 수집해봅니다.
절강성에서 가장 강한 문파는 흑천성의 파계회입니다. 그들은 절강성에서 불교를 박살내고 있다고 하는군요.
...????? 뭔 짓거리야 이건.
**
"파계회...법도를 어긴 중들...?"
어렴풋이 들어본 것 같은데 잘 모르겠네요. 젠장.
지원이는 일단 무작정 상인들에게 다가가려 합니다.
"실례지만 무언가 질문해도 괜찮을까요?"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곳을 물어보기
**
"요즘 파계회에서 낭인들을 모은다던데...불당들을 죄 부숴버린다지?"
꺼림칙한 일 뿐이군요!
**
"....아 몰라. 돈 버는거 때려치라지!"
지원이는 그냥 니트로 지내기로 마음먹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왜 그런짓 하고 다니는지 묻기
**
상인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냥 불교가 마음에 안들어서 그러는 거 아닐까 싶은데..."
눈을 찌푸립니다.
"다들 말은 못하지만 분노하고 있지."
**
"흐응...그 파계회라는 사람들, 저지할 수 있으려나요?
고개를 가웃거립니다.
#질문
**
"이 근방에서 그들을 막을 사람들이라면 조정말고는..."
없다는 소리와 똑같은 이야기입니다!
- 파계회
- " 딱히 지원을 기대할 수 없나요... 그럼 저 혼지 가죠 뭐. "
지원은 일단 아무 절로 가려고 합니다! 부수러 온 파계회 놈들을 관찰하기 위해!
#파계회 찾으러
**
아무 절이나 무작정 찾아가시겠습니까??
**
"...그래도 사람들에게 물어보긴 할까요."
#멀쩡한 절을 물어봐서 그곳으로 찾아갑니다!
**
아직 공격받지 않은 절을 수소문하여 찾아갑니다!
"나무아미타불..."
중년의 스님 하나가 지원을 맞이합니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는지요?"
**
" 그야 요새 소문이 흉흉하지 않습니까. 파계회 놈들이 절을 부수고 다닌다고 했던가요.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해서 찾아왔습니다. "
포권을 취하며 인사하고는 온 목적을 밝히나요?
#지원을 위해 왔다
**
스님은 온화하게 미소를 짓습니다.
"마음은 너무나도 감사하나, 시주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관세음보살...."
딱딱딱. 목탁을 살짝 두들기던 스님이 눈을 가늘게 뜹니다.
"우리는 소림같은 무림문파가 아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정파의 뿌리는 이 곳에서 시들어버렸으니..."
...무언가 냄새가 납니다! 퀘스트의 냄새다!
**
오오 퀘스트의 냄새! 지원은 빙긋 웃습니다.
"그거라면 걱정 마세요. 저도 엄연한 정파의 일원이니까요?
아, 소개를 하도록 할까요. 승백검 남궁지원 입니다."
처음으로 별호를 제입으로 밝혀봅니다! 으 부끄러워!
#퀘스트 헉헉
**
스님의 얼굴은 환해졌다가 다시 어두워집니다.
"일개 절을 위해 남궁세가가 파계회와 싸울리가 없지 않소...."
무언가 실망한 느낌이군요.
"...예전에는 이 절강에도 정파들이 많았다오..."
떙! 지원이 짐작한 퀘스트와 전혀 다른 퀘스트지롱!
**
"남궁세가 전체라면 몰라도 저만큼은 싸울 생각이 있는걸요."
지원은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잉 싸움이 아닌가.
"흐음... 근데 어째서 다들 사라진 거죠?"
#이야기를 들어보자
**
"마음만은 감사히 받겠네..."
지원 혼자서 파계회와 싸운다면, 그건 그냥 뭣도 아닌 개죽음일겁니다!
"마교와의 전쟁이 있기 전에는 이 곳에도 정파들이 있었지. 마교와의 전쟁이 끝나고 정파는 힘을 비축하기 위해 대부분 봉문에 들어갔었네. 그리고 흑천성이 나타났지."
이후 흑천성에 복속된 파계회는 이 곳을 사실상 영지로 받았고 이후 정파들은 모조리 축출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직 이 땅에 그들이 남아있다면 파계회의 만행을 막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네만..."
**
"호오...."
지원이 눈을 빛냅니다. 과연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네요.
"봉문된 정파들이 있을만한 곳은 어디일까요?"
#힌트를!
**
중년의 스님은 그곳의 위치들을 하나하나 찍어줍니다..
지원은 이제 옛 정파들이 있던 위치를 기억할 수 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곳은 현재 파계회의 본거지로 쓰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
"좋아 일단 위치는 알았고..."
지원이는 정파가 있던 곳 중에서 중간 크기쯤 되었던 곳을 찾아가려고 합니다.
#출발!
**
절강성의 외곽쪽으로 이동합니다!
그 곳엔 낡은 장원 하나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곳곳에는 거미줄이 쳐져있고 어딘가 모르게 음침한 분위기입니다.
지원의 앞으로 다가가자 찍찍찍 거리며 쥐떼들이 사방으로 흩어집니다.
...그래도 사람은 살고 있는지 장원의 대문 앞에 붙어있는 현판만은 먼지 한 톨 없이 깔끔합니다.
금이 가고 삐딱하게 걸려있는 낡은 현판이지만요!
땅땅땅.
쇠로 만들어진 동그란 문고리를 잡고 썩어가는 나무 문을 두들깁니다.
끼이이익.
빗장도 없는지 그냥 문이 열려버리는군요! 이것이 대륙의 기상!
**
"실...례합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슬그머니 안으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무슨 분위기가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데요.
#실례합니다~
**
슬그머니 안으로 들어가자 복숭아뼈까지 오는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이 지원을 반겨줍니다.
앗! 저기 토끼도 보이네요! 토끼 안녕!
토끼는 무심하게 지원을 잠깐 보더니 깡총깡총 뛰어서 어딘가로 사라집니다.
낡은 장원에는 사람의 인기척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거 레알참트루실화냐?
"누, 누구세요?"
그리고 그런 지원의 뒤에서 어린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
"토옥기..."
따라가려고 하다가 뒤에서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홱 돌렸던가요?
"아, 안녕하세요? 이곳의 어른분들께 볼 일이 있어서요."
싱긋 웃어보이며 인사하려고 합니다.
#헬로!
**
아이는 겁을 집어먹은듯 지원을 쳐다봅니다.
응? 왜? 나 정파야! 정파!
"나...나가! 이 악당!"
????
정파 = 악당이 되는 기적의 논리가 지금 여기서 펼쳐집니다. 절찬리에 집필중!
**
?!
"저 악당 아니에요?!!? 못 미더워 보이긴 해도 저 정파 무림인이라구요?!"
못 미덥다는 말을 자신이 하는 것에서 좀 슬프기는 하지만... 일단 필사적으로 변명해봅니다.
#악당 아니야..
**
"집에서 나가 이 괴물!"
아무래도 사파의 일원으로 오해받은듯 한데요?
정파라고 속이고 뒤통수를 치는 일들이 잦았는지 아이는 지원을 한치의 의심도 없이 사파라고 믿고 있습니다!
너! 남궁세가 문양도 모르냐! 정말 무식하네!
**
"으아아악 집안 어르신들 불러와보세요! 제가 정파라는거 증명해드릴 테니까!"
지원이는 황당해하며 아이에게 말합니다. 야! 내가 5분간 뭘 보여주면 믿겠냐!
#으아악
**
그래봤자 아이의 공격. 초식안에 서려있는 무학이나 오묘한 진리 같은건 눈꼽을 떼고 눈을 비빈다음에 세척을 해서 다시 봐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마구잡이로 휘두르는......나무 막대기군요! 목도도 죽도도 가검도 아니라니! 탄식만 나올 뿐입니다!
"나가! 나가아!"
그런데 이 소동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어른은 왜 안나오죠?
**
"아야. 아야. 아프잖아!"
나무 막대기... 내공도 서려있지 않고, 무공도 아니고... 무인이 아닌가?
"흥! 어른들 나올 때까지 여기서 안 움직일 거에요!"
지원이는 맞으면서도 그 자리에 주저앉습니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
#버팅기기
**
아이는 지원을 꼬집거나 간지럽히기 시작했고, 아무리 단련된 무인이라도 아이의 꼬집기와 간지럽히기는 버틸 수 없었습니다.
지원은 도망나옵니다!
꼬맹이녀석.....자신이 어린 아이라는 모습을 이용해서 잘 싸우는군요!
...어라?
이용해서?
...?
**
......
이용해서?
뭔가 떠올린 지원은 다시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합니다.
#재입장!
**
무엇을 떠올렸습니까?
퀴즈입니다!
**
#저 아이가 사실 이곳에 사는 무림인이 아닐까용
**
30% 정도 정답입니다!
좀 더 생각해보세요!
**
#그러면 어떤 목적이 있어서 무림인이 모습을 어린아이로 바꿔 위장하고 있다! 이게 정답인가용!
**
틀렸습니다!
다 큰 성인이 어린 아이로 위장한게 아닙니다!
**
#반로환동인 무림인이 파계회의 눈을 속이기 위해 어린아이 행세를 하고있다..?
**
정답입니다!
지원은 이제 어떻게 행동하시겠습니까?
- 반로환동
- "그럼...다시 실례합니다!"
지원이는 내공을 바깥으로 방출하며 자신이 남궁세가의 일원이라는 것을 증명하며 다시 들어가려고 합니다!
#일단 재진입!
**
안으로 다시 들어가자, 아까 그 꼬맹이가 보입니다!
"나가! 이 침입자!"
**
"연기는 그만하셔도 괜찮아요."
꼬마를 향해 싱긋 웃어보입니다.
"전 남궁세가의 남궁지원이라고 합니다. 봉문된 정파분들을 모아 파계회에 대항하려고 하고 있어요."
#자기소개!
**
"이상한 소리 하는 나쁜 놈!"
아이는 무시하고 계속해서 지원에게 못된 말과 나가라는 말만 반복합니다.
**
"....어쩔 수 없네요."
하아. 한숨을 내쉬고는 나가려고 합니다.
"내일 다시 올 테니, 생각이 정리되시면 꼭 말해주세요."
말을 남기고 절을 떠나려고 했을까요?
#일단 나갑시다
**
지원은 나갑니다!
키워드를 왜 써먹지 않는 것이냐 남궁지원!
똑바로 서라!
어째서 키워드를 말하지 않았지!
**
지원은 다시 들어갑니다!
"참, 궁금한게 있는데, 그 모습은 혹시 반로환동을 하신 건가요? 그리고 그런 행동들은, 혹시 파계회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
#질문!
**
지원이 그 말을 끝내자마자 갑자기 숨을 쉬기가 어렵습니다!
등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충격, 흔들리는 시야. 급격히 어려워진 호흡.
커...커헉...
지원은 간신히 아래를 내려다봅니다. 어린 아이라고는 절대 믿을 수 없는 흉악한 일그러진 얼굴.
아까와 같지만, 전혀 다른 얼굴을 가진 어린 아이가 지원의 목을 한 손으로 조르고 있습니다.
"누가 보내서 왔느냐."
꽈지직.
"말해!!"
내장이 뒤집히고 내공이 진탕됩니다!
**
"컥...!"
아이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이런 얼굴을 숨기고 있었군요... 과연, 저항은 생각할 수도 없을 정도였던가요?
"누가 보내서...온 거 아니에요...정말로 봉문된 정파분들을 찾으려고..."
#믿어주세용
**
손아귀힘은 점점 더 강해집니다!
지원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합니다!
**
#천뢰제왕신공을 사용해 정전기를 일으킵니다! 남궁세가 사람 맞다니까 그러네!
**
빠직...빠지직!
갑작스레 올라오는 노란빛의 기운!
목을 누르던 강력한 힘은 어느새 압력을 거뒀습니다.
털썩.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고수는 주변의 바위에 앉더니 술병을 꺼내 입에 가져다댑니다.
참으로 모순적인 상황이란!
"...남궁세가에서 대관절 이 곳은 무슨 일로 찾아온것이냐. 그만 봉문을 깨고 망명을 하라고 할 셈이더냐?"
**
"아하하... 굉장히 모순적인 광경이네요..."
콜록거리며 그 모습을 바라봅니다. 죽는 줄 알았네...!
"말했잖아요. 봉문된 이들을 모아 파계회에 대항하려고 한다고요."
#설명!
**
"그런 식으로 내게 환심을 사려는게냐? 이미 이 곳에서 정파의 뿌리는 뽑히다 못해 불타버렸는데 무슨 수로? 파계회를 고작 너 혼자 원군으로 와서 대항이 될 것 같으냐? 이 곳은 흑천성의 세력이고 파계회의 본거지다. 그것이 그리 쉬울 성 싶더냐? 말도 안되는 꿈같은 소린 그만하고 돌아가라."
그는 등을 돌립니다.
"내가 어디로 망명갈 일은 절대 없으니."
**
"한 스님께서 봉문된 정파 세력들의 위치를 알려주셨습니다. 이들을 찾아가 하나하나 규합한다면 어쩌면 파계회의 만행을 막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도 하셨고요.
환심을 사려는 것도 아니고, 망명을 하라는 것도 아니에요. 도움이 필요한 것 뿐이죠. 도와주실 수 없으실까요?"
#도와줘용!!!!
**
그 말을 듣고 그는 술을 들이킵니다.
어린아이가 호리병에 담긴 술을 삼키고 크아~하는 모습이란!
"어린 땡중 놈이 그러더냐?"
어...리지는 않던데, 당신 혹시 춘추가?
"난 관심없다. 절강성에서 정파의 명맥은 끊어졌으니. 차라리 다른 사람을 찾거라."
**
"어...려요...?"
고개를 갸웃합니다. 나이가 대체...
"정파의 명맥이 끊겨졌다면, 어째서 절강을 떠나시지 않으시는 거죠? 다른 편한 길도 있을 텐데요."
#왜 여기 남아있어요
**
"네 놈이 알아서 무엇하겠느냐? 떠나거라."
어린 아이의 등 뒤에서는 짙은 회한과 후회, 그리고 그리움의 감정이 뿜어져나옵니다.
**
"네. 알아서 뭐 하겠나요. 하지만 적어도 그 이유를 위해서라도 절강에서 벌이는 파계회의 만행을 막아야하지 않을까요?"
그 등을 바라봅니다.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그 일에 대해 후회하고 계신다는 건 알아요. 부디 도움을 주실 수는 없으신가요."
#도와줘요오옹
**
"돌아가라."
그는 고개를 떨구고 술을 들이킵니다.
....대체 과거에 무슨 일...아니 뭐 파계회가 다 이겼다는 얘기는 알겠는데....
"그리고, 날 만났다고 하지 마라. 흑천성주가 알면 날 죽이려들테니."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알겠습니다. 다음에 다시 찾아오도록 할게요."
고개를 끄덕인 지원이는 일단 그곳에서 나옵니다. 그러고는 다른 봉문당한 정파가 있던 장소로 찾아가려 했던가요?
#다른 곳으로 갑시다
**
다 무너진 폐가에 도착합니다!
**
"계세요...?"
지원은 폐가에 들어서자 똑똑 노크하며 사람을 찾습니다.
#노오크
**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습니다.
"폐가 체험하러 왔수?"
등 뒤에서 할머니 하나가 홀홀 웃으며 물어봅니다.
"여기 사람 안산지 오래됐으니...몸 성히 돌아가시구려."
그리고 웃으며 떠나갑니다.
- 까악까악.
까마귀도 우네요.
**
"폐가 체험같은 건 취미가 아니지만요. 이곳에 계셨던 정파분들을 찾고 있어요."
할머니를 향해 싱긋 웃습니다.
#정파를 찾고있다
**
할머니는 이미 떠나갔습니다!
그저 지나가는 할머니였을 뿐입니다...
**
#잘못 봤다니... 그러면 일단 폐가 안쪽으로 들어갑니다!
**
안 쪽으로 들어가자 썩은 내가 가장 먼저 지원의 코를 찔러들어옵니다.
윽.
냄새!
**
"....으윽..."
지원은 반사적으로 표정을 찡그리지만... 코를 막고서는 안쪽을 뒤져보려고 했던가요?
#뭐 없나
**
그 곳에는 백골들과 음습한 기운, 무참히 박살난 건물들. 낡고 헤지다못해 바스라져 가는 옷들....그런 것들이 보입니다.
이건 봉문...당한게 아닌데?
**
"...봉문당했다기엔 너무 낡았는데요..."
특이점이 있는지 잘 뒤져보려고 합니다! 숨겨진 공간이 있다거나...?
#조사!
**
공간같은 것은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무엇을 조사할지 키워드를 제시해드립니다!
1. 시체
2. 담벼락
3. 무기들
**
#무기들을 한번 살펴봅니다!
**
무기들을 살펴봅니다!
녹이 슬고 낡았습니다!
....그런데 아닌 부분은 이가 빠지거나 그런게 아니라 깨끗하네요?
뭔가 모순적입니다!
**
"...누군가 인위적으로 폐가로 위장해뒀군요."
지원은 주변을 살펴봅니다! 파계회의 눈을 피하기 위해 폐가로 위장한게 아닐까요? 그리고, 그렇다면 누군가 이곳을 지켜보는 이가 있지 않을까요?
#추리 후 주위를 살핀다!
**
아닙니다!
반대로도 생각해봅시다!
**
#반대로라면... 오히려 위장한 것처럼 보아는 것을 노렸다?
**
좀 더 다르게 생각을 해봅시다...
분명 이 곳은 최근까지 봉문을 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시체바닥일리가 없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그게 과연 정말 최신 정보였을까요? 봉문을 하고 있던 찰나 최근에 공격당하지는 않았을까요?
**
#공격당했는데 무기가 상하지 않았다면 기습일텐데... 누군가 봉문당했던 이들을 암살했다?
**
정확합니다!
**
"...봉문당했던 이들을 어째서??"
그러면 아까 그곳도 안전하진 않다는...?
#아까 반로환동한 무림고수가 있는 곳으로 다시 갑니다
**
아까 그 곳으로 돌아갑니다!
소년인지 소녀인지 구분이 안가는 그 몸뚱아리로 여전히 술병을 입에 물고 있습니다.
**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수를 바라봅니다.
"봉문당한 이들이 암살당했어요. 이대로 있다가는 다른 봉문당한 정파분들까지 위험해질 거에요!"
#아까 일을 말해준다
**
그 말에 그의 몸이 움찔거립니다.
"거짓부렁이다. 열흘 전만해도 다들 나와 연락을 주고 받았거늘."
...열흘이면 충분히 긴데요?
**
"열흘이면 이미 살수가 고용되고도 충분히 남는 기간인거 아시잖아요!"
다급히 외칩니다.
"봉문당한 문파가 폐가로 변해있었어요. 무기들은 이 하나 안 나간채로 전부 시체가 되어있었고요. 저항도 못한 걸 보면 분명히 수준급의 살수가 고용된 거에요!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설득
**
"....내가 그 말을 어찌 믿느냐! 네가 나를 움직이려 거짓을 말한 것이라면? 내가 너를 신뢰해야할 단 하나의 이유도 없지 않느냐!"
그는 버럭 소리를 지릅니다.
"너같은 이가 찾아와 같은 소리를 한 이들이 정녕 없었다고 생각한단 말이더냐!"
증거가 필요합니다!
**
"...좋아요. 증거를 가져오도록 하죠. 하지만 만약 제가 증거를 가져온다면, 그 때는 정말로 선택해주셔야 할 거에요."
#아까 그 폐가로 다시 갑니다!
**
지원은 그 곳으로 갑니다!
어떤 것을 증거로 해야할까요.....
**
"증거로 쓸만한 건 뭐가 있으려나요..."
지원은 일단 시체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어떤 상태인지 어떻게 죽었는지 등등
**
그를 이 곳으로 데려오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지만 우선 칼질의 고수인 지원은 시체를 살펴봅니다.
...사람을 많이 죽여본 적이 없어서 긴가민가 하군요. 일단 확실히 검상이 남궁세가의 칼질로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
"제기랄, 사람을 죽인 적이 있어야..."
일단 무기를 꺼내들었다는 것은 적어도 적침을 알았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암살에 사용된 무기는 아마 암기겠죠.
지원은 목덜미, 인중, 관자놀이 등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조사!
**
놀랍게도!
목덜미에 검상같은 것이 보이고 다른 곳에는 흔적이 없습니다.
일격에 목을 베어버렸군요. 최소 일류 이상의 고수입니다.
**
"검상이라..."
이것만으로는 확신할 수 없죠. 지원은 다른 시체에도 동일한 상처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거참 실수할 수도 있죵! 조사
**
다른 곳에도 목덜미에만은 아니지만 검상입니다.
일정한 것을 보아하니 동일인의 행동 또는 같은 스승 밑에서 수학한, 무공이 비슷한 이들의 행동입니다.
**
"혼자 내지는 적어도 같은 조직이겠네요..."
지원은 시체를 두개 들쳐메고 다시 아까 그 고수에게로 돌아갑니다!
#놀리지 마용! 귀환!!
**
돌아갑니다!
시체를 본 그는 눈이 크게 동그래집니다.
"곽철진인?"
**
"곽철진인...이요?"
고개를 갸웃합니다.
"그게 누구인가요?"
#질문
**
그는 도저히 지원의 말을 듣고 있는 얼굴이 아닙니다.
입은 떡하니 벌어지고 귀는 움찔거리더니, 시선은 흔들리고 있습니다.
"저, 정말 곽철진인인가? 이보게. 자네 왜 그러고 있나? 응? 일어나보아. 어릴 때 부터 그리 진지하던 이가 어찌 이리 재미없는 농담을 하고 그러는가. 삼촌이 여기 있네. 응? 왜 그리 눈을 감고 있느냔 말이야!"
제정신이 아닙니다.
**
아. 이제 알겠군. 지원은 눈을 찌푸립니다.
"...죄송하지만 이미 죽은지 오래됐어요. 이 사람 뿐만 아니라 그곳에 있던 이들 모두. 그것도 단칼에요."
목에 있는 상처를 흘긋 바라보고는.
"현실부정하지 마세요. 이들은 모두 죽었고, 한 사람 내지 한 조직에 의해 살해당했어요. 이래도 다른 문파들이 위협받고 있는게 아니라 하실 생각이신가요? 제가 당신을 속이고 있는 걸까요?"
그의 사정을 배려해 조금 부드럽게 말해도 되겠지만... 지금은 급했기에, 어쩔 수 없었던가.
#정신차려용
**
그는 여전히 허탈한 표정으로 곽철진인이라는 사람의 몸을 잡고 있습니다.
그 시체는,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입니다.
"......."
아무런 말도 없이 바닥을 내려다봅니다. 지원은 지금은 잠시 피해줘야할 시간이라는걸 깨닫습니다.
천천히 집 문턱을 나섭니다.
그가 마음을 정리하고 나면 자신을 찾을 것이라 생각하고서요.
- 빡빡머리는 믿지 말 것
- "하아...."
어쩔 수 없겠죠. 지원은 밖으로 나와, 한숨을 푹 내쉽니다.
"가만히 있을 시간은...없겠죠?"
#다른 봉문된 문파로 향하자!!
**
다른 봉문된 문파로 향합니다!
그 곳에는 할머니들이 어린 손주손녀의 손을 잡고 불당에 공양을 드리고 있습니다.
젊은 스님이 웃으며 합장하고 그들을 배웅합니다.
**
"안녕하십니까?"
지원은 그 스님에게 다가가 합장하며 인사하려고 합니다!
#우왕 빡ㅃ...아니 스님이당
**
자라나라머리머리탈모빔!
스님은 조용히 웃으며 마주 합장합니다.
"시주께서는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
"이곳이 봉문된 정파라고 하더군요."
스님을 진중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이 곳이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봉문된 정파중 하나가 집단 혹은 개인에 의해 모두 암살당했습니다."
작게 말하려고 합니다.
#여기 위험해용
**
"...예? 그게 무슨 소리..."
그 때 였습니다.
저 안 쪽 깊은 곳에서부터 짙은 피냄새가 흘러나오기 시작합니다.
이런 백주대낮에!
**
"이런 미친!"
백주대낮부터 암살자라니! 지원은 피냄새가 나는 곳으로 빠르게 달려가려고 합니다.
#게 섯거라
**
스님은 어리둥절한 표정이고, 지원은 미친듯이 안 쪽으로 달려나갑니다.
"아, 안됩니다! 그 곳은 들어가시면 안됩니다!"
그리고 스님이 헐레벌떡 지원을 뒤따라 달리기 시작합니다!
"외부인은 들어가면 안됩니다!"
**
"외부인이고 뭐고 안쪽에서 피냄새가 난다고요! 사람이 죽었을지도 몰라요!"
지원은 잠시 멈칫하더니 자신을 따라오는 스님에게 소리치려고 합니다.
#이 피냄새가 안 느꺼지십니까
**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까!"
스님은 헥헥 거리면서 지원을 뒤쫓아오더니 그리 말합니다.
그리고.
날카로운 것이 햇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죽었을지도 모르는게 아니라 죽은건데."
촤악!
검이 지원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고 간신히 몸을 비트는데 성공합니다! 지원의 가슴팍부터 쇄골까지 긴 검상이 아로새겨집니다!
아아악!
"쓰읍..."
스님은 아쉽다는듯 검을 탁탁 털어냅니다.
**
"...크으..."
지원은 깊은 신음을 토해내고는, 눈 앞의 빡빡이를 바라봅니다!
"그 암살자가... 너였구나?"
내공을 운용하더니 빠르게 검을 꺼내 그 스님의 목을 향해 베어들어갑니다!
#천뢰제왕신공 - 풍검결
**
"내가?"
그는 씨익 웃습니다. 지원의 피가 얼굴에 튄 스님은 혀로 그 피를 핥습니다.
"난 암살자가 아니야."
화아아악! 강렬한 검풍이 앞으로 쏘아져나가면서 스님이 검을 휘두릅니다.
휘익! 휘익!
검을 바람으로 가르더니 이내 지원의 검마저 땅! 하는 소리와 함께 막아냅니다.
그리고 뒤쪽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살기! 지원은 재빠르게 옆으로 발을 옮기며 균형을 다잡습니다!
후우우욱!
지원이 있던 곳, 그리고 바로 정확하게 목이 있던 자리를 향해 검이 날아들었습니다.
"말했잖아. 난 암살자 아니라니까?"
삿갓을 쓰고있는 또 다른 스님입니다!
"뭐냐. 이 꼬맹이는?"
키는 지워보다 작은데요?
**
짜릿한 살기. 지원은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또 다른 스님이 던진 칼로 보아, 타이밍 좋게 나타난 원군...이라고 보기는 어려웠죠.
"...남궁세가의 남궁지원. 당신은?"
자신보다 작은 스님을 향해 검을 겨누며 묻습니다. 자신보다 작은 걸 보아 동자승이라고 착각할지도 모르지만... 언행이나 상황을 보아 이 사람도 반로환동한 고수일 가능성이 높았죠.
#누구세요
**
다행히 반로환동의 고수란 것은 그리 흔한 존재가 아닙니다!
"남궁? 안휘성의 남궁이 대체 왜 여기에 있는 것이냐?"
남궁세가란 말을 듣자마자 둘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집니다.
**
"과연 어째서일까요. 맞춰보실래요?"
지원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검을 겨누는 자세를 계속 취합니다. 2대1... 이대로 싸우기는 무리가 있으니까요.
'이제 어떡할까...'
상대방의 반응을 일단 살피기로 했던가요?
#대치합니다!
**
둘의 얼굴은 아주 험악합니다.
"대체 남궁이 절강의 일에 개입을...?"
하나는 아작아작 손톱을 깨뭅니다. 그러면서도 검은 여전히 지원을 향해 겨누고 있습니다.
"이리 된 이상 죽여서 입을 막는 수 밖에는 없지 않겠소?"
"뒷감당은 누가 하고? 네가 할 것이냐?"
"애초에 남궁세가에서 여기까지 오는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시오?"
둘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
"어쩌면 남궁에서도 당신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 알고있을지도 모르죠. 아, 아닐수도 있나? 판단은 당신들께 맡길게요."
지원은 싱글싱글 웃으며 상대를 향해 여유로운 척 했다. 아마 남궁의 개입은 피하고 싶은 거겠지. 그렇다면..
"자... 그렇다면 어디, 저와 한번 붙어보시겠나요?"
#덤빌거야?
**
"......"
한 명이 움찔거리며 곧장 검을 날리려 합니다. 그 때 다른 스님이 그를 막아섭니다.
"자신만만하군. 소협."
그의 눈은 당장이라도 지원을 베어넘길 듯 합니다.
"남궁세가의 위명을 보아 오늘은 넘어가지만, 다음에 이런 행운이 또 있을 것이라 여기지 말도록."
까득. 이를 갑니다.
"조만간 다시 보게 될테니."
가자. 하고 그가 말하고 손을 휘젓자 약 십여명의 그림자가 휙! 하고 솟구칩니다.
지원은 세치혀로 정체불명의 자객들을 쫓아내는데 성공합니다!
**
"시...십여명..."
완전 죽기 직전까지 갔던 것이 상기되었는지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진짜 싸웠다면 그대로 남궁이고 나발이고 뒤졌을지도...
"빨리 이 일을 알려야해..."
#다른 문파로 허겁지겁 이동합니다!
**
어느 문파로 이동하시겠습니까?
**
#봉문된 다른 정파용!
**
반로환동한 사람이 있는 곳은 제외합니까?
**
#제외
**
다른 곳으로 이동합니다!
그 곳도 절입니다!
어째, 불교 계통의 무림문파들이 잔뜩 있군요.
- 사파와의 약속은 깨지기 마련
- "여기 누구 계신가요!!"
소리치며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갑니다.
#똑똑! 누구세요! 나야 나!
**
"무...무슨 일이오..?"
늙은 스님이 깜짝 놀라 지원을 쳐다봅니다.
**
"...당장 이곳에서 피해야해요. 봉문당한 정파들이 파계회의 살수들에게 하나하나 몰살당하고 있어요."
늙은 스님을 향해 긴박하게 말했던가요?
#여기 있으면 모두가 죽는다구요!
**
"그...그게 무슨 소리요?"
늙은 스님은 바들바들 몸을 떱니다.
"그들이 약속했소...봉문을 하면 더 이상 해치지 않겠다고...그들이 어이하여 약조를 어긴단 말이오?"
**
지원은 늙은 스님에게 자신의 상처를 보여줍니다.
"...죄송하지만 약조는 깨졌어요. 이미 두 곳이나 몰살당한 것을 봤거든요."
쯧. 하고 혀를 차고는 늙은 스님을 바라봅니다.
"당장 여기서 떠나요. 그들이 곧 닥칠지도 몰라요."
#겟아웃
**
"그...그럴리가...그럴리가 없는데..."
늙은 스님은 패닉 상태에 빠집니다!
어? 패닉? 양놈말?
아무튼 지원은 늙은 스님을 일단 밖으로 빼냅니다!
....어디로 가죠?
**
"그러고보니 마땅한 곳이..."
지원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발걸음을 옮깁니다
#반로환동한 고수가 있는 곳으로!
**
늙은 스님을 모시고 반로환동한 고수가 있는 곳으로 향합니다!
거기엔 어린 아이가 호리병을 옆에 놔두고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습니다.
어린아이가 아니라, 그 고수로군요.
"선배님!"
그 늙은 스님은 어린아이가 된 그를 보고 깜짝 놀라며 포권지례를 취합니다.
"소식이 끊겨 돌아가신 줄 알았는데!"
"장례식을 하지도 않았는데 어찌 그리 말을 하는가? 섭섭허이."
**
'아는 사이었어...?'
지원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반로환동한 고수에게 대뜸 다가갑니다.
"서로 아시는 사이라니 다행이네요. 부탁이 있어요.."
"이분과 다른 정파분들을 이곳으로 모으고 싶어요. 허락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이쪽에 다 집합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세용
**
"....."
반로환동한 고수는 잠깐 눈을 감으며 턱에 없는 수염을 쓰다듬듯 손을 움직입니다.
...반로환동한지 얼마 되지는 않은 것 같군요.
"정녕 또다시 그 참극 때 처럼 피를 봐야만 한단 말인가? 이제는 더 늙고 수도 적은 우리끼리?"
그는 허탈하다는듯 내뱉습니다.
**
"그럼 적의 존재를 알지도 못한 채로 차례차례 몰살당하는게 나을까요?"
그 고수를 똑바로 바라봅니다.
"지금 당장은 선택지가 없어요. 대화를 해서 교섭하든, 맞서 싸우든, 일단 다른 정파분들을 한 곳에 모은 후에나 가능한 일이라구요. 아니라면 전부 살수들에게 몰살당할 뿐이에요."
#설득
**
그 말에 반로환동한 고수는 입을 다물더니 천천히 손을 휘적입니다.
예의 그 수염을 쓰다듬는 행동입니다.
"...절강무림첩을 돌리거라. 내 이름으로."
"선배님!"
늙은 스님은 숫제 울음기까지 섞여있습니다.
"모두 이 곳으로 모이라고 전하도록."
절강성에서 뭔가...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
"절강무림첩이요?"
처음 듣는 이름에 그게 뭔가요? 라고 물으며 늙은 스님을 향해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먹는건가?
**
늙은 스님은 쓰게 웃습니다.
"이따가 설명해주겠네. 지금은...이 노구를 이끌고 움직여야하니."
그 정체를 알기에는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습니다!
**
#그럼 제가 여기에서 할 일은 없는 건가요? 라고 질문!
**
"당장은 없네. 당장은."
짧게 주어진 자유시간입니다!
**
"그럼 종이와 붓을 빌릴 수 있을까요?"
편지를 쓸 생각이어서요. 라고 말합니다.
#붓좀!
**
지원이 원하는대로 붓과 종이, 먹, 벼루가 준비됩니다!
"그럼 종이와 붓을 빌릴 수 있을까요?"
편지를 쓸 생각이어서요. 라고 말합니다.
#붓좀!
**
지원이 원하는대로 붓과 종이, 먹, 벼루가 준비됩니다!
- 지원이를 지원해줘용
- 지원은 받은 붓과 종이로 편지를 쓰기 시작합니다. 받는 곳은 남궁세가. 내용은 현재 이곳의 사정과, 이렇게 되었으니 이들을 도와줄 무력집단을 이곳으로 급파해달라는 내용이었죠.
#편지를 써서 남궁세가에 부칩니다
**
편지는 남궁세가에 전달됩니다!
이제 세가에 편지가 잘 도착하기만을 기원해야합니다..!
**
"그럼 기다리는 동안 잠시 수련이나 할까요.."
#천풍검법 수련!
**
단 5%!!
**
#천뢰제왕신공 수련!!
**
단 10%!
**
#천뢰제왕신공 수련!
**
단돈 55%!
수련을 끝내실수도 더 하실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천뢰제왕신공 수련!
**
60%!
**
65%
저벅...저벅...
어디선가 발소리가 달려옵니다. 지원은 땀을 닦으며 수련을 멈춥니다.
"끝난게냐?"
어린아이의 목소리. 그 때 그 반로환동인지 뭐시기를 한 고수입니다.
"뭔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다만, 밖에 사람들이 와있다."
왔구나!
**
"왔네요!! 도와줄 사람들을 좀 불렀거든요."
히죽 웃으면서 밖으로 나가봅니다. 드디어 왔다!
#나가서 마중합시다
**
그곳에는....
작은 아버지가 이끄는 남궁세가의 철검대가 일부 와있습니다! 전부 오지는 않았군요.
척!
조장쯤 되는 인물인지 하나가 나와 포권례를 올립니다.
"공자님을 뵙습니다! 저는 하은례라하며..."
그의 길고 긴 중원무림식 인사가 이어집니다. 당연히 생략됩니다.
"부르심을 받고 이리 달려왔습니다!"
정말 달려왔는지 그들의 옷은 썩 깨끗한 편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의 등에 적혀있는 철검鐵劍이라는 두 글자만은 선명합니다.
**
"이런 곳까지 와주셔서 감사드려요! 절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방긋 웃으며 그들을 반갑게 맞아주고는, 일단 안쪽으로 들어가죠! 라며 그들을 안내해줍니다.
"제가 도와주실 분들을 데려왔어요!"
그리고 반로환동한 고수에게 그들을 데려가 소개해주려고 하였던가요?
#소개해줍시당
**
"공자님을 돕기 위해 이 곳까지 왔습니다! 어떤 일이든 명하신다면 분골쇄신하여..."
말이 많아서 짤라드렸습니다.
반로환동의 고수는 그들을 보고 살짝 놀란 눈치입니다.
"남궁세가의...철검대라면....네 놈. 정말 세가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게냐? 가주의 직계라도 되는것이야?"
그는 놀란 눈으로 지원을 쳐다봅니다.
**
스킵 감사합니다 히히
"맞아요! 할아버님의 직계에요!"
지원은 방긋 웃으며 말합니다. 그나저나 철검대가 유명한가보네요. 무림 초입인 자신은 잘 모르겠지만요.
"이정도면 파계회 놈들에게도 밀리지는 않겠죠?"
씨익 웃어보였던가요.
#대화
**
"철검대라면..."
그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지만 정면 승부는 여전히 무리다. 남궁세가 전체적인 전력이라면 파계회보다 윗선에 있다 할 수 있겠다만. 하나 정도라면 여전히 열세야. 그래도 전략적으로 무력하게 밀리지는 않을테니."
눈이 빛나기 시작합니다. 계속 죽어있던 고수의 눈이. 시간의 흐름과 죽음에 무뎌져 더 이상 타오르지 않던 그의 가슴에 불이라도 붙은걸까요?
그 눈은 지원이 봐왔던 짧은 시간 중에서도 으뜸이며, 명멸하듯 생기로 넘쳐납니다.
"할 수 있겠구나. 정말로."
그의 입에서 희망이 노래됩니다.
**
지원은 그 말에 밝게 웃습니다.
"좋네요!! 희망이 있으니 더 힘이 나는 느낌이에요!"
고수의 눈에 생기가 돌았습니다. 누가 봐도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죠. 확실한 믿음. 그것이었습니다.
"그러면 혹시 파계회를 이길 계책이 있으실지 물어보고 싶은데요!"
#대화대화
**
그는 지원을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외지인인 네가 이리 움직였다. 사람들을 모으고, 설득하고 피를 흘렸다. 그 뿐이더냐? 무림에 이름을 떨치는 철검대까지 지원으로 끌고왔다. 그들의 일부라고 하더 이는 분명히 큰 전력이요 손해다..."
그는 그리 말하고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그의 표정은 복잡하고, 또 복잡해보입니다.
...
...
...
저기요?
그렇게 시간이 흐를 때 쯤.
그가 천천히 허리를 지원에게 숙입니다. 포권을 한 상태로요.
"미안하오. 그리고 정말 고맙소. 소협에게 이 늙은이가 못난 꼴을 많이 보여드렸구려. 외부인인 소협이 이리 열심히 노력하는데 이 늙은이는 타성과 패배감에 젖어 그저 술과 시간을 삭일 뿐이었소."
말에는 울음기마저 베어있습니다.
그의 말투는 어느새 하오체로 변해있습니다.
"정말 고맙소. 그리고 부끄럽고, 미안하오. 절강성의 정파는 모조리 명맥이 끊겼었소. 우리는 항상 무림맹의 사람들을 원망했었소. 우리를 돕지 않았다고 말이오. 흑천성에 잡아먹히도록 내버려두었다고 한탄하고 원망하면서 그저 순간순간을 살아남는데 급급하였소. 이 얼마나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일인가 말이오."
뚝. 뚝.
바닥에 축축한 것이 떨어지고, 천천히 검게 번집니다. 그 부분만 유독 짙은 색깔이군요. 지원은 그를 바라봅니다.
"정파 무인으로서 정말 못난 꼴을 보였으니, 이제라도 움직여야 하지 않겠소."
천천히 허리를 핍니다. 그의 얼굴에는 전에 볼 수 없었던 결의가 서려있습니다.
"이 노부는 도하검수 진해복이라 하외다. 이제야 이름을 밝히는구려. 그대에게 이리 도움 받았으니 마땅히 응하는 것이 도리일터. 너무나 큰 빚이지만 반드시 갚도록 하겠소."
"파계회를 상대로 모든 절강 정파의 구성원들에게 내 이름으로 불러모으겠소."
그렇지만 딱히 계책보다는 무림인답게 한타충이었군요...계책은 지원의 몫인가 봅니다.
지원은 은퇴한 고수를 세상 밖으로 끌어냈습니다!
절강의 도해검수 진해복!
한 때 한 문파의 문주였고, 절강 정파 무림의 기둥이었던 그가 다시금 무림에 드러남으로서 수 많은 절강 정파인들은 그 아래로 합류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또한 파계회는 이를 경계합니다...
**
무언가 많은 일들이 있었죠. 자신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 자신에게 감사를 표하는 상황은 처음 겪어보는 것이기에, 말로 하기 어려운 기묘한 느낌이 들었을까요?
"일단 당장은 무엇을 하실 건지 여쭤도 됩니까?"
반로환동을 한 고수- 아니, 전해복을 향해 물었습니다.
#대화!
- 아 탈주 마렵다
- "정정당당히 맞서싸워야하지 않겠소."
이것이 한타충!
지원은 이마를 탁 칩니다.
절강 정파 무림 절망편이 주마등마냥 스쳐지나갑니다.
"옳습니다!"
그 와중에 철검대원들은 그 말에 동조하고 앉았습니다.
이것이...무림인....?
**
'가망이 없는 걸 보니 절강도 끝장이구나.'
지원은 눈 앞이 흐릿해집니다. 왜 무림이라는 것들은 다들 한타충인 거죠? 롤은 운영겜인ㄷ... 아니, 이게 아니고.
"하아. 잠깐, 잠깐만요... 혹시 이중에 책사가 있나요?"
미간을 짚으며 전해복에게 묻습니다.
#맞다이는 피해야 한다
**
".....?"
그런게 왜 필요하냐는 얼굴입니다.
없군요.
무림인들이란 다 이따위란 말입니까?
새삼 모용세가에서 하란을 책사로 기용한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
'햐. 탈주 마렵다.'
지원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집니다. 이럴거면 어! 왜 싸워! 걍 반자이 돌격하고 끝내지!!!
후우... 마음을 가다듬으며 허공을 바라보고는
"그럼 적들과는 어디에서 싸울 생각이십니까? 그라고 그곳에서 싸울 수 있습니까?"
#질무운
**
반자이 돌격이 맞습니다!
"근방에 작은 구릉지가 하나 있네. 전통적으로 그 곳에서 무림인들이 항상 결판을 냈었지."
사파도 사파 나름대로 문제점이 많고, 정파도 정파 나름대로 문제점이 많습니다.
사파가 거기로 와줄리가 없지만, 그는 당연히 사파가 거기로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당해놓고도요!
"그들이 무림인이라면 그리로 올 것이네."
무림인이지만 사파인뎁쇼?
**
넓은 평야에서 혼신의 맞다이를 펼쳐야 하는 겁니까. 정파간의 전쟁이라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사파가 함정이라도 설치해두면 몰살당하기 딱이네요.."
이렇게 된 이상 이기는 것은 둘째치고 어떻게 끌어낼지부터 생각해야겠습니다.
"전 그럼 다른 사람들이 모일 때까지 머리나 식히고 있겠습니다...."
#주막으로 갑시다 이 근육뇌들과 대화하다가는 속 터져 죽을 거에용
**
이 근육뇌들은 신나서 서로 비무를 하거나 술을 먹기 시작합니다.
제발 그만해......
주막으로 갑니다! 거기에는 서생들이 술을 한 잔 걸치고 있습니다.
**
"실례합니다. 혹시 합석해도 괜찮을까요?"
앉아있는 서생들에게 다가가 밝게 웃어보입니다.
#같이 좀 앉읍시다
**
"음? 무림인이신가 보군. 물론이오. 앉으시게나."
하하 웃으며 수염이 듬성듬성난 젊은 서생들이 자리를 만들어줍니다.
"오늘은 운이 좋구려! 무림인과 함께 술을 마셔보기도 하고!"
...뭐 마셔도 되겠죠?
**
"헤에.. 여러분들은 서생이신가봐요?"
신기하다는 듯 그들을 쳐다보며 술을 주문합니다. 무림인과 술을 마시는게 운이 좋은 건가?
"서생분들 이시라면 혹시 돌아다니는 소문에 밝으실까요?"
#대화나 나눕시다
**
"소문?"
서생들은 서로 쳐다보더니 크게 웃습니다.
"우리는 소문보다 경전에 적힌 말씀들을 더욱 귀히 여기지. 그런 한낱 소문에 흔들려서는 군자라 할 수 없으니 말일세."
모른단 얘깁니다.
"그런건 보부상이나 행상인들이 더욱 잘 알걸세."
**
"아쉽네요... 그럼 술이나 같이 마시죠!"
피로도 풀 겸 일단 마시기로 합니다.
#건배!
**
마십니다!
서생은 자기들끼리 뭔가를 토론하기 시작합니다.
들어볼까요? 아니면 토론에 껴보시겠습니까?
**
'젠장 나도 근육뇌들의 사고방식으로 생각하게 되었...'
지원은 잠시 고민하다가, 그들에게 말을 겁니다.
"그럼 자신들보다 많은 수의 적을 이겨야 할 때는 어떤 방법이 좋을까요? "
#나도 토론 낄래
**
서생들이 잠깐 토론을 멈추더니 씨익 웃습니다.
"상책은 그럴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네."
애초에 더 많은 적과 싸운다는건 지고 들어가는 것이니. 하고 다른 서생이 덧붙입니다.
"중책은 동맹을 끌어들여서 적과 수를 맞추거나, 지형을 이용하는 것이지. 성벽이 있다면 능히 5배의 적과도 맞설 수 있다네."
그렇지만 움직임이 한정되기에 상책이라 할 수 없지, 하고 다른 서생이 덧붙입니다.
"하책은 정신과 기합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 독려하는 것이라네."
**
"하책은 절대 안 돼요!!"
저도 모르게 강하게 말하다가, 큼큼. 하고 헛기침을 하며 다시 가라앉힙니다.
"전술을 통해 수적 열세를 뒤집는 방법은요?"
#빨리 방책을 주세요
**
"그런 전술을 성공시킬 수 있는 전략의 귀재부터 구하는 것이 빠르겠지."
서생 하나가 낄낄 웃으며 술잔을 걸칩니다.
"서로 합이 아주 잘맞고 전장을 수차례 헤쳐나온 정예여야 할 것이고."
다른 서생은 안주를 집어먹으며 말합니다.
"신뢰로 가득차 결코 무너지지 않으려 하는 병사들이 있어야하네. 전술과 전략은 그 다음이야. 그것들이 모조리 만족되었다면...글쎄. 진을 펼쳐서 그것을 숙련하면 되지 않겠는가? 잘 짜여진 진은 적들에게 혼란과 착란을 일으키기도 하고, 아군의 힘을 배로 늘려주기도 하니."
이것으로 유명한 것이 바로 제갈세가입니다.
**
"끄으응..."
관자놀이를 짚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가능한 건... 중책이네요. 교섭으로 일을 처리하는게 상책이지만 무림인인지라 한방 먹여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고.
"그럼 이 근방에서 지도를 구할 수 있나요?"
#대화아
**
저런. 지원은 최상책을 놓치고 있습니다.
"지도? 그건 군사전략적인 물건 아닌가?"
없답니다.
**
"...여러분 혹시 책사 해보실 생각 없으세요?"
지원은 서생들을 빤히 바라보며 갑작스럽게 묻습니다.
#이 거 다
**
그들은 눈을 두꺼비처럼 껌뻑입니다.
"...??"
머리에 의문부호가 잔뜩 늘어납니다.
- 책사몬 너로 정했다
- "제가 요새 전쟁을 준비인데... 전략을 혼자 짜려니 너무 힘들어서요? 여러분이 계시면 좀 더 일이 수월해질 것 같은데 말이죠."
방긋 웃으며 그들을 바라봅니다.
#너 내 책사해라!!
**
"저, 전쟁?"
그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핼쓱해집니다.
"그...북적 야만인들과 싸운다거나 그런건가...?"
한 책사가 조심스레 물어옵니다. 그럴리가요! 무림인이죠!
"...무림인들과 함께 움직여본 경험은 잘 없는데..."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우리의 말을 과연 그들이 듣고 따라주겠소...?"
**
"설마요? 당연히 무림인들끼리 싸우는 거죠!"
고개를 끄덕이다가 책사의 의문에 피식 웃습니다.
"애당초 저희 쪽이 불리한 싸움입니다. 여러분의 말을 들어야만 할 걸요? 그래도 안 듣는다면 제가 듣게 만들게요."
어떻나요? 라며 책사들을 바라봅니다.
#자자 내 책사가 되라
**
책사들은 선뜻 고개를 끄덕이지 못하고 한참이나 머뭇거립니다.
무림인들은 과격하게 고개를 끄덕거릴 일이라면, 책사들은 답답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고구마입니다.
아아...사이다패스와 고구마패스의 만남...
왜 중간은 없는 것이죠?
지원이 답답함을 느낄 때 쯤에 그들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한 번...해보도록 하지."
서생 셋이 지원의 휘하로 들어옵니다!
이들은 무림인이 아닌 일반인임을 반드시 명심하세요!
**
"좋네요! 그럼 바로 여러분을 소개해드려야겠어요!!"
방긋 웃고는 술값을 치룬 후 책사들을 전해복이 있는 곳으로 데려갑니다.
#"제가 책사분들을 데려왔어요!!"
**
전해복은 어떻게 한타를 대승할지 전략을 짜고 있었습니다.
당연하지만 그 대전제는 적들이 정정당당하게 맞서싸워준다는 가정입니다.
책사들을 본 전해복은 콧방귀를 낍니다.
"비리비리한 문사들을 어디에 쓰라고 데려온 것이오?"
책사들의 기분이 살짝 상하는 것 같습니다.
지원이 나설 때 입니다!
**
"....? 책사들 없이 어떻게 전투에서 이기시려고요?"
정말로 궁금하다는 듯 전해복을 향해 고개를 갸웃합니다.
#말해봐라
**
"무림인답게 무공으로 승부를 보면 되는 것일세. 파계회는 비겁하고 의리가 없는 소인배들이니 마두 놈들을 몇 쓰러뜨리면 알아서 자중지란으로 쓰러질 터. 그러면 우리가 승리하겠지."
책사들은 그들의 세상과 어긋나는 전략에 감탄을 합니다.
아니.
탄식일수도.
**
"사기 저하를 노리시나요? 만약 쓰러트리지 못 하면 어떡하죠? 쓰러트릴 상황이 안 나오면요?"
고개를 갸웃하며 전해복을 바라봅니다.
"예를 들면 파계회가 저희에게 응해주지 않고 약속 장소에서 매복을 하고 있다면요? 저희가 무공으로 승부보는 동안 살수들이 한눈팔린 정파인들을 차례차례 각개격파 해버린다면? 그래도 승산이 있을까요?"
그들이 병력을 미리 빼돌려서 저희가 끝났다고 안심한 타이밍에 기습하면요? 약속해둔 장소에 함정을 파뒀다면요? 그래도 승산이 있나요? 라며 계속해서 질문합니다.
"죄송하지만 대협의 전략은 너무 이상주의적이에요. 현실에는 수많은 변수가 있고, 저희는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너무나도 편의주의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왔죠. 전략을 짜는 건 그런 생각을 해온 책사분들의 몫이에요, 저희같은 무림인이 아니라."
#어휴 낡은 사고방식으로는 못 이긴다 이마리야
**
"그럴리가...있..."
전해복은 그렇게 말해보려 하지만, 자신이 그리 단정짓고 못했던 일들을 해낸 사람이 바로 눈 앞에 있습니다.
남궁지원이죠.
그는 한숨을 푸욱 내쉽니다.
"그렇지만 저들은 무림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서생들 아니오. 저들에게 전략을 맡기라니."
그럼에도 여전히 무림인으로서의 자존심이 남아있는듯 반대의사를 내비칩니다.
**
"알려드리면 되죠?"
무림에 대해 가르치고, 그러면 새로운 시각으로 기존 병법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죠? 라며 책사들을 바라봅니다. 자신의 말이 맞냐는 의미겠죠.
**
서생들은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짓습니다.
"우리보고 직접 싸우라고 하는게 아니라면 얼마든지 가능하외다."
**
지원은 그들의 대답이 만족스러운지 방긋 미소를 짓습니다.
"보셨죠? 이들을 써야 할 이유도, 할 수 있다는 의사도 받아냈어요. 이래도 부족한가요?"
전해복을 빤히 바라보기 시작하나요?
#허락해줘!!!
**
전해복은 못마땅한 눈으로 책사들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휙 돌립니다.
"소협이 그리 완강하니 이 늙은이가 한 발자국 물러날 수 밖에 없겠구만."
이제부터 책사들이 지휘권을 잡습니다!
**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협."
전해복을 향해 포권을 취하고는 다시 책사들을 바라봅니다.
"자, 이제부터 전략을 짜기 앞서 무림에 대해 알아볼까요?"
#무림강의 들어갑니다 니들 다 죽었다
**
강의는 지원의 재량입니다.
그냥 했다! 하고 스킵하실 수도 있고.
직접 강의를 하실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스킵합니다 오너가 무림에 대해 잘 몰라용 홍홍
**
스킵합니다!
서생들은 기본적인 지식을 얻었습니다!
**
"자, 아시다시피 파계회와의 싸움에서 저희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입니다. 정면승부로는 승산이 없죠. 저흰 어떡해야 할까요?"
#전략을 짜내라 책사들아!!!
**
"정면 승부를 해야하오."
?? 정면승부로 승산이 없다니까?
"허허. 저들은 이미 철검대가 이 곳에 온 것을 알고 있을 터인데 기습이 가능할리가 없잖소? 철검대를 모루로하고, 다른 실력있는 이들을 숨겨둬야하오. 철검대 정도 되는 전력이 떡하니 버티고 서있는데 저들이 어찌 정면승부를 피하겠소?"
서생은 평지성을 무시하고 지나쳤다가는 박살났던 많은 군대의 이야기들을 예로 꺼냅니다.
"이제 중요한건 우리가 전장을 어디로 정하느냐이지. 그들을 그 전장에 오도록 유도해야하오."
**
"망치와 모루 전술이군요. 그럼 협곡과 같은 폭이 좁은 장소가 좋겠네요. 이 근처에 그런 지형이 있다면요."
"그리고 유도하는 방법은... 차라리 이렇게 된 거 절강 곳곳에 소문을 내면 되지 않을까요? 파계회에게 저항하고자 하니 언제까지 이곳으로 오라. 라고요. 파계회가 오지 않는다면 그들은 저희에게 겁먹은 꼴이 되고, 그렇다면 파계회의 위신이 떨어질테니... 그들로써도 달갑지 않을 텐데요."
#논의논의
**
지원의 의견이 채택될 수 있습니다.
이 의견으로 하시겠습니까?
아직 책사들은 따로 의견을 내지 않았습니다.
**
#이 의견으로 결정합니다!
**
망치와 모루 전술이 채택됩니다!
**
"...그러면 이제 어떡하는게 좋을지 자유롭게 의견을 내주시면 좋겠네요."
고개를 끄덕이며 책사들을 바라봅니다.
#빨리 의견을 주세요
**
"망치와 모루 전술을 기반으로 한다면 여러가지 할 것들이 많소이다."
책사들은 재빠르게 펼친 지도에 이곳저곳 표시를 남기기 시작합니다.
"이제부터는 우리에게 맡겨주시겠소?"
지금부터 책사들은 그들의 수준에 알맞는 전략을 짜올겁니다.
지원은 여기에 간섭할 수도 있고, 간섭하지 않고 그들을 내버려둘 수 있습니다.
내버려둘 경우 전략은 바로 완성됩니다!
**
#가만히 앉아서 팝콘이나 뜯습니다 역시 두뇌는 따로 있는게 편하네요
**
지원은 뇌를 쉬게 해줍니다!
...뇌는 쉬면 사람이 죽는데!?
아무튼 조금 기다리자 망치와 모루를 기반으로 한 유인책이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전략대로 하기만 하면 됩니다.
**
"이제 소문을 뿌리기만 하면 되겠네요. 개방도들을 이용하는 편이 좋으려나요?"
# 유인을 할 미끼를 뿌리는 방법에 대해 논의해봅니다.
**
"소문은 이미 싹 퍼졌을텐데..."
책사 하나가 턱을 긁적이면서 말합니다.
"...무림인들이 이렇게 모여있으니."
...어 그렇겠네요.
할 일이 줄었다!
**
"오."
지원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럼 이제 할게...
"결전의 날까지 기다리는 것만 남았으려나요..?"
#이대로 기다리면 되려나요
**
책사들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지원은 이제 한 번의 진행 또는 두 번의 진행 동안 결전을 준비할 시간이 있습니다.
물론 원하신다면 곧바로 결전으로 이동하실 수는 있습니다.....
**
"결전에 앞서 좀 더 정파 세력을 끌어모으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요?"
#몇개만 질문하고 스킵할지 결정합니다
- 결전을 위한 준비
- "정파 세력이라."
진해복은 수염도 없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주제에 턱수염을 쓸어내리는듯한 손동작을 합니다.
"부족하다 여기는 것이오? 물론 아직 우리에게 합류하지 않은 정파인들이 있긴 하오만..."
**
"부족하다기보단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아직 전력 자체로는 저희가 살짝 밀린다고 들었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금 승산은 어느정도 된다고 보시나요 책사님들?"
#토의토의
**
"높아야 4할이오."
지금 붙으면 질 확률이 좀 더 높군요.
**
"4할... 미묘하군요. 도박을 걸기에는..."
적어도 5할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고 생각하고는
"저희에게 부족한게 뭔가요?"
#질문
**
"일류 무사들이 부족하네."
진해복이 말합니다.
"고수의 숫자와 실력은 크게 차이나지 않네만...굳건히 버티어줄 일류 무사의 수가 저들에 비해 너무 적어. 고수들의 싸움으로 승패가 갈린다고는 하지만, 일류 무사들이 몰려들면 고수들도 당해내기 쉽지 않으이."
**
"일류 무사들이라... 도움을 요청할만한 곳이 어디 없나요?"
한마디로 말하면 모루가 부실하다는 거니까. 그건 꽤나 난감했을까.
#헬프콜 칠 곳이 더 없나
**
"일류 무사들은 문파의 허리지. 과거 흑천성과 파계회와 다투면서 그들 대부분은..."
죽었거나 도망쳤거나. 이겠군요.
"본가에 더 지원을 요청하기는 어렵소?"
더 요청하기 위한 양심이 부족합니다 어르신.
"...방법이 하나 있을 것 같군요."
책사가 눈을 빛냅니다.
"먼저 공자가 다른 의견이 있는지 물어보고 말하겠습니다."
60초 후에 공개됩니다!
**
"아하하.. 더 지원을 요청하기는 좀 그렇죠... 눈치도 보이고.."
"그리고... 다른 의견이라고 해도 별거 없어요. 제가 용봉회 소속이니 그곳에 도움을 요청해본다- 라는 거지만, 도움을 기대할만큼 제가 영향력이 있지는 않으니까요."
그러니 책사분의 의견을 들어보도록 할까요. 라고 말하며 책사를 빤히 바라봅니다.
#말해봐!
**
책사는 지원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뜹니다.
"저도 그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공자."
...용봉회에 도움을 요청하는거요?
"제가 이것저것 얘기를 들으면서 알아본 결과, 공자는 무림에서 나름 이름을 날리는 영웅이지 않소?"
하하 조금 부끄럽군요.
"용봉회에도 들어갔다 하셨고. 그들 중 몇몇을 이름없이 끌어들이는걸 생각했소만."
하지만 지원이는...지원이는....용봉회랑 친목질을 하다 말았는데!
"원래 이럴 때는 뻔뻔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군자된 도리라오."
?
**
"끄으응... 부끄러운 이야기는 넘어가고, 너무 뻔뻔한 것도 조금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요.."
지원은 떨떠름한 표정을 짓습니다. 거기서 친목질을 한 것도 꽤 된 일인데다가 아직 한번밖에 안 나갔고, 게다가...
"그분들 대부분이 나름 이름있는 세가나 문파 자제분들일텐데 이런 죽을지도 모르는 싸움에 참여해주실까요?"
#그런 목숨을 쉽게 거는 도라이는 나밖에 없지 않을까
**
"흐음..."
책사는 다시 골똘히 생각합니다.
"그렇다면...공자께 은혜를 입은 사람들은 없소이까?"
은혜요?
**
" 그러고보니 예전에 금봉파와 장강검문의 싸움에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만... "
고개를 끄덕이며 책사를 바라봅니다. 무슨 방법이 있는 걸까용?
#찾았다 은혜
**
책사는 그곳이 어딘지 모릅니다! 금봉파는 알아도 삼남단이자 정파의 말석인 호남장강검문은 사실 그리 중요한 문파는 아니니 말입니다!
지원이 그들에게 편지라도 보내는 것이 좋겠지요!
**
#장강검문에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히고 절강의 사정을 적은 뒤, 사정이 이렇게 되었는데 전력이 부족하니 힘을 보태줄 수 있겠냐는 편지를 장강검문에 보냅니다.
**
보냅니다!
답신은 다음 진행 때 무언가와 함께 올지, 답장만 올지 결정됩니다...
이제 지원이 할 수 있는 다른 것들을 준비해봅시다.
**
"자 이제... 부족한 것이 뭐가 남았습니까?"
병력도 일단은 일단락되었고, 전략도 세웠다. 부족한 것은 없어보이는데.
#책사즈!!
**
"우리는 할 것을 다 했소."
책사들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제 무엇이 남았을까요...한 번 고민해봅시다.
지원의 개인적인 무력, 절강 정파와의 친밀도, 철검대원들과의 관계...
할 건 꽤 있군요!
**
그럼 일단 철검대부터 만나보도록 하죠. 관계 개선은 중요하니까요.
#철검대 대장부터 만나러!
**
철검대의 조장을 만나러갑니다!
"도련님."
그는 방에서 앉아 칼을 닦고 있다가 벌떡 일어나 지원을 맞이합니다.
"여까진 어쩐 일로..."
뭐긴 뭐야! 너 보러 왔다! 어쩔래!
**
" 조장님을 만나러 왔어요! "
방긋 웃으며 조장에게 인사합니다.
" 불편하신 점은 없으실까요? 아니면 문제점이라거나... "
#대화나 합시다
**
"불편한 곳이라고 있겠습니까?"
그는 시원한 미소를 보이지만...
남궁세가는 중원에서도 손꼽히는 강대한 세력이고, 여기는 그냥 허름한 절 비스무리한 곳.
불편한 곳이 없을리 없습니다. 지원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군요.
**
"불편하시더라도 조금만 참아주세요. 아마 곧 끝날테니까요."
희미하게 미소짓습니다. 힘들겠죠.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게 격려뿐이기는 하지만, 그거라도 해봅니다.
"저를 도우러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지원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감사를 표합니다
#형님 이 아우가 대가리를 박겠습니다
**
"하하하. 부르시는데 어찌 달려오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즈언통적인 정파 무림인스럽게 대답합니다.
그렇지만 지원이 뭔가를 챙겨주지 않으면 삐질지도 모릅니다.
정파란 원래 그런겁니다.
실망했나요?
중원주 등판해주세요.
**
"그렇다면 고생하시는 분께 술 한잔 사드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제안해봅니다. 술 한잔 허쉴??
**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돕니다.
정답이었던 것 같군요!
**
철검대와 술도 한잔 했고...이제 정말로 할 일이 없는 거 아닐까요?
얌전히 장강검문에서의 소식을 기다립니다.
#천뢰제왕신공 수련
**
70%!
밖이 소란스럽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
" 응? 무슨 일이지...? "
바깥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도착했나..?
#확인해보자
**
거기에는 십여명 정도의 무림인들이 고고한 자태로 현판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어디서 본 얼굴들인데...
아!
호남장강검문을 도울 때 본 적이 있군요!
**
"아, 안녕하신가요! 호남장강검문의 분들이시죠?"
지원은 방긋 웃으며 무인들에게 다가갑니다. 왔다아아아-!
"저는 편지를 부쳤던 남궁지원이라고 합니다.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포권을 취하며 인사!
**
호남장강검문의 사람들도 마주 포권합니다.
"어려울 때 도운 친우가 도움을 요청한다면 당연히 두 발 벗고 와야하지 않겠습니까?"
인사해오는 그 얼굴은 정말 익숙한 것입니다. 어느 순간 실종되어버린 친우...권금언의 형.
권위람입니다!
호남장강검문은 정말 큰 결단을 내렸습니다!
숨죽이고 힘을 기른다더니, 그 숨고르기가 막바지에 이른 모양입니다.
**
"..아아. 오랜만이네요.. 상처는 이제 괜찮으신가요?"
상당히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죠. 지원은 그를 향해 잠시 미소짓고는 큰 소리로 안쪽을 향해 소리칩니다.
"책사분들!!"
#책사들 집합!!!
**
"걱정해주신 덕분에 다행히 잘 나았소."
권위람은 씨익 웃으며 대답합니다.
둘은 의식적으로 금언의 이야기는 피합니다.
살짝 어색한 해후 뒤에 지원이 책사들을 소집합니다.
"무슨 일이오 공자?"
책사들은 눈 밑이 거뭇거뭇해진 채로 나옵니다.
**
금언의 이야기는... 할 필요 없겠죠. 지원은 눈 밑이 거뭇해진 책사들을 바라봅니다. 고생이 많나보네요. 나중에 술이라도 한 잔 사줘야겠어요.
"호남장강검문에서 무인분들이 와주셨습니다. 이제 싸울 준비는 갖춰진 셈인가요?"
#싸워도 되나? 싸움각?
**
책사들은 반색합니다.
"물론이오 공자!"
각!
**
#결전의 날까지 기다립니다! 싸움각이다 싸움각!
**
완전히 스킵하시겠습니까?
**
#스킵합니당
**
스킵합니다!
결전의 날이 다가오고, 지원은 어느새 약속했던 구릉지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과연....적들은 우리 계책대로 움직여줄까요?
**
"뜻대로 움직여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구릉지에 자리잡은 지원은 한숨을 푹 내쉽니다. 제발..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합시다. 계획대로 움직여줬으면!
- 파계회, 결전
- 저 멀리서 일단의 무리가 보입니다.
그 숫자는...
백 명은 넘어보이네요.
딱 보아하니 무기를 들고, 그 무기의 종류가 다채로운데다가...
전원 빡빡이인 것을 보니 파계회 무리임에 틀림 없습니다!
그들은 이내 근처에 멈춰서더니 대표격으로 보이는 이가 호위 몇을 대동하고 앞으로 나옵니다.
"무슨 일로 무리를 모았는가!"
저 쪽에서 소리칩니다.
**
"그대들은 이전의 약조를 어기고 절강의 정파인들을 공격했다!"
빡빡이들이 몰려있어 눈이 부신지 지원은 눈쌀을 찌푸리며 마주 소리칩니다.
"따라서 그대들을 벌하고자 이렇게 모였으니, 그대들은 마땅히 분노섞인 검을 받아야 할 것이다!!"
지원은 검을 뽑아들...눈이 부셔서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적당히 소리가 들려왔단 곳으로 겨눕니다.
#ㅁㅁㄹ ㄷㅁㄹ
**
사실 대머리 빡빡이는 눈뽕 공격을 위한 전술이라는게 정계의 학설...
그 말에 파계회의 대표는 크게 분노합니다!
"그 무슨 무도한! 정파란 것들이 음해를 하다니! 우리 파계회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까 그, 흔하디 흔한 명분 챙기기라는 것이군요.
"모조리 쓰러뜨려라!"
파계회의 무인들이 달려오기 시작합니다!
지원은 이 곳에서 사령관의 위치와 같습니다. 적재적소에 계획한 책략들을 펼쳐주세요!
**
"우리는 저들을 골짜기 깊은 곳으로 끌고들어간다! 검을 맞대되 최대한 죽지 않으며 뒤로 조금씩 물러나라!"
지원은 그렇게 소리치며 앞으로 달려듭니다.
#싸움각!!
**
"우리는 저들을 골짜기 깊은 곳으로 끌고들어간다! 검을 맞대되 최대한 죽지 않으며 뒤로 조금씩 물러나라!"
지원은 그렇게 소리치며 앞으로 달려듭니다.
#싸움각!!
**
"말은 쉽구만!"
진해복이 껄껄 웃으며 지원의 옆으로 살짝 빠집니다!
지원은 앞으로 달려듭니다!
싸움에 취해 전체적인 형세를 보지 못한다면 필패할겁니다!
까아앙!
검과 검이 맞부딫히면서 나는 소음!
아아!
이 짜릿함! 긴장감! 흥분!
지원은 전투를 즐깁니까? 싸움을 기꺼워하나요?
**
즐기고 싶었죠. 당장이라도 전투의 열기에 몸을 맡기고 전투를 즐기고 싶었던가요.
하지만 그건 불가능했습니다. 자신이 칼을 휘두르는 대가는 자신을 믿고 모인 사람들의 목숨이었으니까요. 그렇기에 지원은, 자신의 욕구를 필사적으로 억눌렀던가요.
지원은 눈 앞의 이들의 검을 막아내며, 적들이 협곡으로 얼마나 들어왔는지 확인하려고 합니다.
#침착하게 싸웁니다
**
무언가 붉었던 기운이 점차 아래로 아래로 내려갑니다...
눈 주위가 시원해졌습니다.
까앙!
파계회의 땡중 하나가 철봉으로 머리를 가격해옵니다! 지원은 검으로 막아서고 힘을 빼 흘려버린 다음 검 손잡이로 턱을 올려칩니다!
뻐어어억!
적들은 아직 절반 정도밖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
뭔진 모르겠지만 눈 주위가 시원해졌다. 왜지..?
"그건 그렇고 아직 절반이라니, 빡세네요 이거..."
지원은 풍검결을 사용해 적을 위협하며 슬그머니 뒤로 물러납니다. 더 들어와야 한다. 기습이 효과를 보려면...
#풍검결을 사용하며 뒤로 물러나자
**
검을 휘두르자 적의 가슴이 쩍 벌어지면서 쓰러집니다.
지원은 훌쩍 뒤로 뜁니다!
"저 놈이 수괴다!"
누군가가 지원을 가리키며 소리칩니다! 아. 들켰다.
사방에서 동시에 삿갓을 쓰고 철장을 든 땡중들이 짓쳐들어옵니다!
**
"이크, 왜 들켰지!?"
그걸 몰라서 묻...이 아니라. 지원은 철장을 든 땡중들을 바라봅니다. 사방에서 달려들었기에 꽤나 위험한 상황.
"비켜!"
지원은 천풍비상을 사용하여 주변의 땡중들을 베어내려고 합니다!
#천풍검법 - 천풍비상
**
땡중들이 동시에 합격진을 펼칩니다!
지원이 검을 몇 번 휘두르자 바람이 거세게 입니다. 지원은 언제가 최적의 기회인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천풍비상
쾅!
철장 하나를 박살내면서 지원의 검이 하늘을 향해 올려베어졌고 적들의 합격진이 무참히 깨어집니다!
"뭣들 하는 것이냐!"
저 멀리서 호통소리가 들려옵니다.
**
호통은 호통이고 자신에게 말하는 건 아니니 일단 합격진을 빠져나가려고 합니다. 정파인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몸을 빼내려고 시도했을까요?
도망치면서 호통친 이가 누군지 슬쩍 확인하려고도 했습니다.
#누가 호통소리를 내었는가
**
파계회의 사람들한테 시선이 가로막혀 안타깝게도 볼 수 없었습니다!
칫.
지원은 아군이 몰려있는 중앙 쪽으로 훌쩍 빠집니다!
"쫓아! 놓쳐서는 아니된다!"
**
이대로 뒤로 빠지면 자신에게 어그로가 끌려 더 들어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가요?
"하하 잡을 수 있다면 잡아보세요!!"
지원은 땡중들을 도발하며 더 안쪽으로 도망가려고 합니다.
#내가 미끼가 된다!
**
땡중들은 일정거리까지 추격해오다가 멈춰서서는 지원을 노려봅니다.
...음, 적들의 머리 중에 심계가 꽤 깊은 놈이 있는게 분명합니다.
그 친구를 처리하지 않고서는 의도한대로 전장의 흐름이 흘러가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강하게 듭니다!
**
'몸 말고도 머리를 쓰는 놈이 있나보군.'
지원은 멈춰선 땡중들을 바라보며 검을 치켜듭니다.
"뭔가요? 절 쫓아오는게 무서워지신 건가요?"
키득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고는 천풍보를 사용하며 그들에게 달려듭니다.
"그쪽이 오지 않는다면 이쪽이 가겠습니다!"
#천풍보 - 하늘바람
**
파아아앙!
공기가 터지면서 지원이 적들에게 달려듭니다!
터엉!
적들은 지원의 공격을 어렵지 않게 막아냅니다.
...!
제법 실력이 있는 것 같군요!
**
파아아앙!
공기가 터지면서 지원이 적들에게 달려듭니다!
터엉!
적들은 지원의 공격을 어렵지 않게 막아냅니다.
...!
제법 실력이 있는 것 같군요!
**
오늘 다갓에게 참회하도록 합시다...
검을 강하게 휘두릅니다!
까아아아아앙!
적들은 셋이 힘을 합쳐 지원의 공격을 막아섭니다!
...아까도 느꼈지만, 이 놈들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자들입니다.
조직적이라는 뜻이지요.
지원은 황급히 전황을 살펴보려 합니다!
"흡!"
그 때 적들이 철장을 내질러옵니다!
망할!!!
**
"치잇...!"
지원은 철장을 내질러오는 적들을 향해 천풍비상을 사용합니다!
"아무나 저좀 와서 도와주실래요!!"
#도움요청! 도움+
**
천풍비상
적들의 철장을 위로 깔끔히 날려버리지만, 그들은 침착하게 뒤로 잠시 빠져 전열을 재정비합니다!
거슬리는구만 정말!
도움을 요청해보지만, 어째서인지 아무도 도우러 오지 않습니다!
전황을 파악해야 하는데...!
우선, 어떻게든 이 앞의 땡중들부터 쓰러뜨려야겠습니다.
**
"후우우우...."
지원이는 숨을 내뱉습니다. 적들은 꽤나 합이 잘 맞는 것 같았던가요. 싸우기 까다로운 상대였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못 싸울 정도는 아니였죠. 하나씩 짤라가면 되는 일. 천풍보를 사용해 빠르게 땡중들 중 하나를 베려고 시도합니다.
#천풍보 - 하늘바람
**
파아앙!
천풍보로 빠르게 맨 왼쪽을 향해 짓쳐들어간 뒤 검을 빠르게 내리찍습니다!
하늘바람
쿠우우웅!
그때 재빠르게 다른 땡중들이 도와줍니다!
....합격진에 일정한 규칙이 있습니다...일정한 규칙이...
그것을 알아낸다면 충분히 파훼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다시한번 풍검결을 사용하며 상대의 움직임을 관찰합니다
**
검풍이 거칠게 몰아칩니다!
파사사사삭...!
적들의 옷이 찢겨져나가고 생채기가 이곳저곳 납니다.
지원은 수세로 전환하며 적들의 형태를 살핍니다...!
적들은 지원이 수세로 전환하자 돌아가면서 공격을 퍼붓기 시작합니다!
철장으로 찌르거나, 휘두르거나. 단순하지만 한 번에 여러군데에서 들이치니 까다롭습니다.
그런데, 공격을 하면 반드시 셋이 하나가 되어 막으려든단 말이지요...?
**
"헤에...."
지원은 뭔가 알았다는 듯 웃습니다. 세 명이 하나가 되어 막으려 든다는 거죠?
그는 다시한번 풍검결의 초식으로 땡중들 중 하나를 공격하는 척 하다가, 다가오는 두명 중 하나에게 하늘바람으로 기습을 날리려고 합니다!
#풍검결 - 취소 - 하늘바람
**
지원은 다시 한 번 검을 강하게 휘두릅니다!
후우우웅!
그러자 적들은 셋이 하나가 되어 다시금 지원의 검을 막으려 합니다!
그 때.
우뚝.
검은 철장을 향하지 않고 위로 향합니다! 놀란 표정들이 썩 보기 좋습니다.
쩌어어억!
그대로 무방비한 위에서 아래로 검이 내리찍히고, 한 명이 쓰러집니다!
"이런...간교한!"
사파에게 간교하다는 소리를 듣는 오대세가의 직계 남궁지원...
**
"적에게 간교하다는 소리는 최고의 칭찬인 거 모르세요?"
방긋 웃으며 둘 중 하나에게 천풍비상을 사용해 들어갑니다!
#천풍비상! 핫하 다 죽어라
**
아 겜 x같이 하네!
천풍비상
합격진을 이루기 위한 인원은 셋.
이제 둘이 남았으니 합격진은 더 이상 불가능합니다.
지원은 어렵지 않게 둘을 쓰러뜨리고 검에 묻은 피를 툭툭 털어냅니다.
전황은......
파계회의 합격진에 당황한 아군이 전격적으로 밀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하! 내 이럴줄 알았지!
**
"젠장. 이렇게 되면..."
지원은 적들이 협곡에 얼만큼 들어왔는지 확인하고는 아까 자신을 머리라고 알아본 땡중을 찾으려고 합니다.
#탐색!
**
적들은 여전히 절반 정도입니다!
땡중은 눈에 쉽게 띄었습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가며 전장을 통제하고 있는 자입니다!
그 주변에는 상당한 호위들이 붙어있습니다.
반면 지원은 혼자.
상대는 이런 집단대 집단의 싸움에 있어서 지원보다 훨씬 능숙합니다...또 하나를 배워가는군요.
**
"망할."
지원은 일단 다른 정파들을 구하기로 합니다. 어느정도 인원을 모아 단번에 저 자를 쳐야겠죠.
#합격진에 고통받는 이들을 구합시다! 세명중 하나만 죽여도 합격진은 붕괴되니 다른 합격진에 난입하면 쉽게 붕괴되겠지!
**
당장 바로 옆에 있는 자들을 공격합니다!
시기가 적절했습니다! 적들은 셋이서 하나를 상대하는데 특화되어 있는지 갑작스러운 난입과 기습에 매우 취약한 모습을 보입니다!
퍼억!
지원의 검이 휘둘러지고, 어렵지않게 곤란한 상황의 정파인 하나를 구해냅니다!
"소협!"
얼굴이나 이름도 잘 모르지만, 어디서 본 기억은 있습니다. 확실한건 철검대는 아닙니다.
**
"합격진은 난입에 취약합니다! 최대한 빨리 몇 명 정도를 구출하고는 제게 모이세요! 적들의 지휘관을 공격하러 갑니다!"
지원은 짧게 명령하고는 다른 합격진으로 뛰어가 검을 휘두릅니다!
#구출하고 인원 모으고 바쁘다
**
지원이 크게 소리칩니다!
과연 그 말을 듣자마자 합격진을 격파한 이들이 몇몇 보입니다!
터엉!
지원은 다른 곳으로 뛰어들어가 정파인을 새롭게 구해냅니다!
"뭣들하느냐! 개변하라!"
적 지휘관이 이상을 눈치채고 소리지릅니다!
적들의 합격진이 달라집니다!
**
"이런...!"
일단 다른 정파인을 구출하러 달려들고는 파계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해봅니다!
#패턴변경 뭔데에에에
**
파계회의 사람들은 9명이 하나가 되어 더욱 조직적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을 파훼하기 위한....지원의 특성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본 패시브 수재로는 아까의 합격진만이 당장 보자마자 파훼가 가능한 한계선입니다.
**
"망할..."
지원은 욕설을 내뱉고는 방금 합격진에서 벗어난 이들을 모으려고 시도합니다.
"합격진을 벗어나신 분들은 이쪽으로!"
#일단 모여
**
십여명이 지원 근처로 모입니다!
"소협! 생각보다 적들의 실력이 뛰어나오! 합격진은 예상치 못했거늘...!"
"당연한 일이었소! 우리는 애초에 문파도 다른, 그저 연합일 뿐이지만 저들은 오랜 세월 함께 움직여온 같은 문파 아니오? 우리끼리의 합격진은 기초적인 것 뿐이오."
그들은 모이자마자 떠들어대기 시작합니다.
연합군 종특이군요...
**
"지금은 잡담을 나눌 시간이 없습니다. 이 인원으로... 적의 지휘관을 칩니다. 지휘관을 처리하면 지금보다는 적들을 유인하는게 한결 더 수월해질게 분명하니까요."
지원은 그들을 이끌고 방금까지 소리치던 땡중을 기습하려고 합니다!
#전위대!
**
"적 지휘관을 말이오?"
누군가는 반대하고, 누군가는 찬성합니다!
지원은 사전에 이들을 설득해야만 합니다...
연합군 종특은 항상 밀릴 때 나타나는 법...!
지원은 이들 무리의 장으로서 통솔해야만 합니다.
**
"지금 지휘관을 처치하지 않으면 합격진은 둘째치고 적들을 유인하는 것 조차 불가능합니다. 아까 저희를 쫓아오다 멈춘걸 보셨지 않나요?"
지원은 반대하는 자들을 향해 절박한 표정을 짓습니다. 대가리부터 짤라야 하는데!
"유인에 실패하면 매복작전 역시 당연히 실패하고.. 그럼 저희는 수적 우위에 따라 각개격파 당할 뿐이에요. 지금이 아니라면 기회가 없어요."
#지금이 킬각이라고요!
**
"하지만...저리 호위 인원이 많은데 우리만으로 가능하겠소이까?"
그들은 여전히 망설이고 있습니다.
롤에서 바론 핑 찍을 때 꼭 집가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죠.
지원은 놀랍게도 지금 내공을 쓰고 있지 않은 상태...
설득을 해도 되고, 설득(물리)를 해도 좋을겁니다.
**
지원은 내공을 뿜어내며 그들을 노려봅니다.
"가능하지 않으면 어차피 저희는 전부 죽어요."
그래, 지휘관을 잡지 않으면 작전도 실패하고, 그 결과로 이 사람들은 전부 죽을 터였다.
"시도조차 안 해보고 죽느니 시도라도 해보는게 낫지 않겠어요?"
#바론고!!!!
**
파직...파지직...
지원의 근처에서 황색빛의 전류가 타닥거립니다. 모여있던 사람들이 움찔거립니다.
남궁세가의 대표적인 신공. 천뢰제왕신공.
"아...알겠소..."
바론 고!
**
"호위들을 붙잡아주세요. 지휘관은 제가 처리합니다."
지원이는 지휘관을 향해 돌격하려고 합니다!
#천풍보 - 하늘바람
**
지원은 지휘관을 향해 빠르게 뛰어가 하늘로 높이 뜁니다!
"막아라!"
지휘관은 부채를 들고 있었고 침착한 눈으로 지원을 바라보며 소리칩니다!
까아아앙!
적들은 지금까지의 합격진처럼 세명이 지원의 공격을 막아섭니다.
뒤이어 다른 정파인들도 들이닥칩니다!
**
"이미 이건 파악했습니다!"
지원은 하나를 풍검결로 공격하는 척, 달려오는 땡중 중 하나에게 하늘바람을 날립니다.
#풍검결 - 취소 - 하늘바람
**
지원의 공격이 이어지다가 갑작스레 끈기고, 빠르게 검이 내리찍힙니다!
"크헉!"
어깨에 피를 뿌리면서 한 명이 나자빠집니다.
"흥. 제법 실력이 있는 놈이로구나."
부채를 지휘관이 앞으로 나섭니다! 그냥 땡중이 아니군요!
"소협! 조심하시오! 부채를 든 놈이라면...큿!"
까아앙!
뭔가 정보를 말해주려던 사람은 공격을 받았습니다! 이것참!
"이 몸은 이 곳의 지부를 맡고 있는 종무안이라 한다."
촤라라락.
그가 부채를 펼칩니다.
...저거 통짜 쇠입니다.
**
"...힘이 좋으신가봐요. 통짜 쇠를 들고 다니시고."
농담을 해보지만 절대로 보통 사람이 아닌 것은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던가요. 지원은 허탈하게 읏음을 내뱉습니다. 저걸 어떻게이겨야 하나...?
"남궁세가의 남궁지원이라고 합니다."
지원은 검을 거누고는 천풍보를 사용해 빠르게 접근하려고 합니다!
#천풍보 - 하늘바람
**
타아아아아앙!
빠르게 뛰어올라 내리찍었지만, 종무안은 어렵지 않게 부채를 접어 검을 막아냅니다!
"아해야. 아까부터 주구장창 이것만 쓰더구나. 내가 모를 줄 알았더냐?"
아. 패턴 읽혔다.
**
"후우...."
통짜 쇠인가. 지원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걸 휘두르고 다닐 정도면 얼마나 힘이 센 건지..
"남궁세가의 남궁지원입니다."
짧게 자기소개를 내뱉고는 일단 다가가며 가볍게 풍검결의 초식을 취하고는 어떻게 대처하는지 살피려고 하였던가.
#풍검결 후 상황을 살핍니다
**
"남궁...남궁..."
그는 껄껄 웃습니다.
"파계회의 안형이라 한다. 내 너보다는 무림 선배인듯 하니 말을 놓도록 하마."
지원의 검이 강하게 휘둘러지고, 그는 다시 한 번 쇠부채로 검을 옆으로 쳐냅니다.
"그래. 최근 남궁의 직계가 여기서 날뛴다고 들었다. 승백검이라고 불린다지? 그것이 허명일지 진실일지 오늘 알게 되겠구나. 허나 어찌하여 남궁이 절강의 일에 간섭한단 말이더냐?"
그는 싸움을 내켜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
"편하신대로."
또 검이 튕겨내졌다. 정공법으로는 전혀 상대가 안 되는 건가, 아니면...
지원은 그의 말에 피식 웃음을 흘린다. 정말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 아니겠지? 맞다면 참 우스울 따름인데.
"저는 남궁이 아닌 정파로써, 파계회의 부당함을 지나치지 못하고 간섭하는 겁니다. 파계회가 약속을 먼저 어기고 봉문된 정파인들을 공격한 걸 잊진 않으셨겠죠?"
저는 그걸 지나칠 수 없었을 뿐이니까요. 라며 검을 겨누고는 눈 앞의 그를 노려보았던가.
#
**
"쯧."
그가 혀를 찹니다.
"그러니까 어째서 정파가 장강 이남의 일에 간섭하냐는 말일세. 우리가 무얼하든, 그대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 않나?"
이것이...사파식 사고...?
**
"상관이 없을리가요. 같은 정파인이 부당하게 피해를 입었는데, 그저 지나친다면 협에 어긋나는 일 아니겠나요?"
그리고 협에 어긋나는 일을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죠. 그게 정파인이니까요. 라며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렸던가.
"그럼 이제 말은 그만하고 싸우는게 어떨까요?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조금 기대되거든요."
칼에 뇌격진천기로 뇌기를 두르고, 그를 향해 가볍게 휘둘렀다.
#
**
안형의 얼굴이 팍 찌그러집니다.
"말하는게 영락없는 남궁세가 사람이군. 이름 뿐만 아니라 행동도 아주 남궁스러워."
그가 부채를 촤악 펼칩니다.
노란빛의 뇌기가 검에 빠지직거리며 스며들고 검이 부딫...!
"미친!"
그는 쇠부채를 부딫히다가 번쩍거리는 뇌기를 보고서 급하게 몸을 뒤틀면서 공격을 피해냅니다!
감전...
"네 놈. 그냥 방계인줄 알았더니. 승백검이 직계라는 소문이 사실이었나?"
아 거 말 많네! 왤케 말 많음?
이유라도 있는걸까요?
**
"...말이 많은 건 시간을 끌기 위함인가요?"
정파인들은 현재 진에 빠져있는 상황. 시간을 끌어 정파인들의 숫자를 최대한 줄이려는 속셈인가. 지원은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검을 휘두릅니다.
"더이상 당신의 말에 대답하지 않을 거니까요."
뇌격진천기를 다시 한번 두르고는 상대방을 검으로 찌르려고 합니다!
#
**
"남궁놈들 치곤 머리가 좋구만. 쯧."
그는 어쩔 수 없다는듯 입을 다뭅니다. 그의 표정이 진지해지고 그는 기이한 기수식을 취합니다.
빠지직.
뇌기가 담긴 검이 앞으로 쏟아져 나가고, 상대는 쇠부채를 절대 마주하지 않으면서 신묘하게 발을 놀립니다.
파팍!
옆으로 몸을 피하면서 뇌기가 없는 코등이 부분을 쇠부채로 후려칩니다!
까아아앙!
기교가 뛰어나군요! 아니면 그런 쪽 무공이던가요.
**
"마음대로는 안 될 거에요."
지원은 일단 검을 가볍게 휘두르며 상대의 다음 공격을 관찰하는 것을 시도하였던가요?
#
**
"허."
검에는 여전히 뇌기가 서려있고 안형은 부채를 거꾸로 잡고 몸을 숙이면서 또다시 코등이를 치면서 피해냅니다.
그는 어지간해선 공격을 먼저 하지 않고, 대부분 지원의 공격을 받아치거나, 막거나, 피하거나 하고 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시간을 끄는 모습입니다.
대체 왜?
"승백검이라더니. 과연 허명은 아니구나. 특히 그 뇌기가 아주...까다로워."
그는 숨을 한 번 고르면서 눈을 찌푸립니다.
**
"칫..."
지원은 공격을 하지 않는 그 모습에 귀찮다는 표정을 합니다. 그러면... 공격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줘야겠죠.
뇌기를 검이 아닌 몸에 두르더니, 천풍보를 밟으며 그에게 돌진합니다. 그대로 들이박으려는 속셈이려나요?
#가라 볼트태클
**
훌륭합니다!
지원은 온 몸에 뇌기를 두릅니다!
빠지지지직!
조금 짜릿하군요!
"이런 미친!"
쇠부채를 든 안형은 그런 지원의 모습에 감탄사를 내뱉으며 펄쩍 뒤로 뛰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지원이 조금 더 빠릅니다.
터어엉!
땅을 박차고 날아드는 지원. 예리하게 세워진 검봉.
몸은 그대로 안형에게 직격합니다!
"빌어쳐먹을!"
안형이 급하게 쇠부채를 펼쳐 검을 막아냅니다!
까아아앙!
쿠당탕탕!
하지만 뇌기를 몸에 두른 지원의 몸은 안형에게 닿은 상태!
"크으으윽!"
안형은 급하게 내공을 끌어올려 뇌기의 침투를 방어하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그에 반해 지원은 여유롭게 흙으로 더러워진 몸을 상관하지 않고 넘어진 안형의 위에서 검을 들고 일어섭니다.
실력은 분명 안형이 위였습니다만...
신공과 훌륭한 전략이 간극을 무시하고 승리를 가져다 줬습니다.
"정파란 놈이! 어떻게!"
사파가 할 말은 아닌데요.
**
"사파가 할 말은 아니네요 정말!!!"
지원은 안형의 위에서 검을 치켜들더니, 가슴에 칼을 꽂아 끝내려고 하였던가요?
#
**
"아, 안돼! 사...살...!"
그를 살려줄까요? 죽일까요?
지원의 검끝이 빛나면서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 굳세어라 지원아
- "...하아."
지원이는 검을 내리찍으려다 급하게 검을 역수로 쥐더니 손잡이로 빡빡이의 관자놀이를 후려쳐 기절시키려고 시도합니다.
#기절해라 빡빡이
**
뻐억 - !
빡빡이는 기절합니다!
하지만 전황은 여전히 아군이 불리합니다! 적들은 체계적이고 오랫동안 손발을 맞추어온 정예인데에 반해, 아군은 각각 따로따로 모여 제대로 방어해내지 못합니다.
무림인간의 전투는 보통 소규모이기에 집단적인 싸움에서도 패싸움 수준으로 끝나지만 수백에 달하는 인원들이 싸우게 되는 지금 상황에서는 파계회의 체계가 월등합니다.
아군들은 전세가 조금 더 불리해지면 바로 포기하고 도망쳐 후일을 도모하려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지원이 이뤄낸 업적 하나로 반전시킬 수 있습니다.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
전세는 불리했다. 이대로라면 분명히 지겠지. 하지만 결론을 내리기는 아직이었던가. 그걸 예상해서 병력을 병력을 나눠두었으니.
"지금입니다! 모두 공격하세요!!"
매복해둔 아군들을 향해 공격 명령을 내리며 검을 치켜들었다.
#
**
아군은 지원의 명령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적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원이 대장전을 통해 적들의 대장을 꺾었으니까요.
그럼에도 저들은 자기들만의 지휘체계에 따라 바로 다음 명령권자가 전투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당연히 자기들 대장이 쓰러진건 모르는 상태겠군요.
아군의 사기는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
"적들의 대장을 물리쳤습니다!! 지금이 기회이니 기세를 몰아 모두 공격하세요!!"
지원은 자신이 기절시킨 빡빡이를 들어 올려보이며 아군에게 명령을 내렸던가. 물론 적에게 보여줘 사기를 낮추기 위함도 있었지만.
#여러분들은 모두 안심하고 싸워주시길 바랍니다
**
일류고수의 놀라운 근력은 성인 남성 하나를 한 손으로 가볍게 들어 높이 들어올릴 수 있습니다.
그것을 본 아군의 기세는 백배가 올라 미친듯이 적들을 밀어부치기 시작합니다!
"동요하지 마라! 진에서 이탈하는 놈은 죽을 것이다!"
차기 명령권자인가봅니다. 주춤거리다 뒤돌아 도망치는 파계회 일원 하나를 가차없이 베어버린 자가 표독스럽게 외치자 놀랍게도 곤두박질치던 적들의 사기가 유지됩니다!
"우리가 유리하다! 저들은 그저 뭉쳐있기만한 오합지졸이다! 지부장을 구해오는 자에겐 상금을 내리겠다!"
그 때 지원의 눈에 철검대가 보입니다.
지원이 직접 나설 수도, 철검대가 나설 수도 있습니다.
**
"철검대! 아군들을 진으로부터 구출하고 적들을 공격하세요!"
지원은 명령을 내렸던가. 사용할 수 있는 병력이 있으면 사용하는게 맞지.
#명령
**
철검대는 지원의 명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남궁세가에서도 정예병력으로 취급받는 이들이 적법한 명령권자의 말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하자 말 그대로 파죽지세!
순식간에 적들의 명령권자에게 도달합니다!
"공자!"
다른 정파인들이 헐레벌떡 지원의 곁으로 모여듭니다. 그들의 몸에는 피가 뒤엉켜있습니다.
"적들이 쉽게 밀리지 않소! 어떻게 해야...!"
**
"저 명령권자를 죽이면 아마 적들의 진도 무력화될 겁니다."
지원은 다른 정파인들을 바라보며 말하고는, 적의 명령권자를 향해 돌진 명령을 내렸던가?
#
**
"우리 모두 말이오?"
다른 것은 전부 무시하고 모든 병력에게 돌진 명령이 맞습니까?
**
"반씩 나눠서 절반은 저를 따라 돌진하고, 절반은 다른 아군들을 도와주세요!"
#반반 나눠서 돌격
**
철검대가 이미 뚫어놓은 길을 모여든 정파인의 절반과 함께 돌격합니다!
아군의 저지력은 살짝 약해집니다...
철검대는 이미 적 명령권자의 지척까지 도달해있습니다!
"도련님! 어째서!"
철검대원 하나가 지원이 아군을 이끌고 온 것을 보곤 안색이 새하얘집니다.
"위험합니다!"
후우웅 - !
콰아앙!
철검대원 하나가 몸을 날려 검을 휘두르고, 갑작스레 날아든 철봉과 맞부딫힙니다! 내기를 실은 검이 깨져나가고, 철검대원의 몸에 철봉이 직격합니다!
"커헉!"
**
#머선일인고 일단 상황을 살핍니다
**
왜 철검대가 못뚫고 있나 했었더니, 상대에서 꽤 뛰어난 실력의 무사들이 명령권자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금봉파가 연상되는 철봉을 들고 있는 빡빡이들이 철검대를 필사적으로 막으며 명령권자의 도주시간을 버는 중입니다!
철검대원의 실력이 뛰어나지만 갑작스레 지원이 나타나자 보호하기 위해 몸을 던진 것 같습니다.
판단이 필요합니다!
**
"큭..."
명령권자 하나를 끝냈더니 또 다른 명령권자가... 지원은 살짝 침음성을 내더니 검을 빼어들었던가.
"절 지키실 필요는 없습니다! 주변 호위들을 맡아주세요! 제가 적 명령권자를 처리합니다!"
#다른 이들은 호위에 집중하고, 지원이 혼자만 명령권자를 공격합니다.
**
다시 한 번 레스를 살펴주십시오!
적 명령권자는 도주 중입니다!
**
#으악 그러면 적 명령권자를 뒤쫓으려고 합니다
**
지원은 홀로 적 명령권자를 쫓기 시작합니다!
"어딜 가려드느냐!"
철봉을 든 무사들이 지원의 앞을 가로막습니다!
이거구나!
**
"진짜 미치겠네!"
전투를 몇번이나 연속으로 하는 걸까요.
...어쩌면 보법을 밟으면서 가면 한대쯤은 맞고 버틴 뒤에 뚫고 갈 수 있지 않을까요?
#내공을 사용함과 동시에 보법을 밟으며 눈 앞의 빡빡이를 무시하고 쫓는 걸 시도합니다
**
파아아앙!
지원의 발걸음은 종이 한 장 차이로 적의 철봉을 피해내고 앞서나갑니다!
"막아라! 잡아야 한다! 절대 쫓게 놔둬서는 아니된다!"
이곳저곳에서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터져나오고 병력들이 지원 하나에게로 몰리기 시작합니다!
아! 진짜 많네 정말!
**
#드럽게 많다 달려라 달려 계속 추격합니다
**
또다시 달려나갑니다!
쿠우우웅!
180을 넘는 장신인 지원보다도 더 큰 빡빡이 하나가 하늘에서 뚝 떨어져 내립니다.
...천근추의 묘리!
"흐허허허...네가 저 정파 나부랭이들의 수장이렷다?"
너 뭐야!
**
"넌 뭐야!"
귀찮다는 듯 신경질까지 내며 갑자기 나타난 상대를 노려보았다. 가뜩이나 시간도 없는데, 장애물은 수도 없이 많으니....
그가 자신의 앞에 서자마자 달려들어 비스듬하게 검을 내려찍음과 동시에 그대로 밀어붙여 무기를 맞댄 상태를 유지하려고 시도했을까.
#
**
콰아아아앙!
칼과 철봉이 맞부딫히고 까가가각 소리가 나며 불똥이 튀어오릅니다!
둘의 상태는 보합!
"흡...!"
그가 힘을 주자 근육과 힘줄이 부풀어오르고 지원의 검은 뒤로 밀려나기 시작합니다! 용력이 장난 아니군요!
그런데 대체 왜 무림인이라는 것들이 자꾸 내공은 안쓰고...에잉 쯧쯧.
**
내공은 자동 발동 아니였나요?! 당황한 지원주랑은 별개로 지원이는 검을 밀어붙히며 힘겹게 버티고 있었을까.
지원은 순간적으로 내공을 담아 몸을 강화하여, 빠른 속도로 팔을 교차시킨다. 칼을 살짝 아래로 빼며 동시에 방향을 바꿔, 아래쪽에서 검이 상대방을 향해 휘둘러지도록 하였을까.
#내공사용!
**
내공을 사용한다! 고 말하지 않으면 내공 제한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외쳐주셔야.....
않이 님들 다른 사람 진행 너무 안보는거 아뇨!?
지원의 기교는 정교하고 놀라웠습니다! 힘으로 밀어붙히던 상대는 하단을 노리고 공격해들어오는 검에 놀라 급히 뒤로 발을 뺍니다!
기회입니다! 물러나시겠습니까? 공격하시겠습니까?
**
항상 보자고 마음먹고선 미루다보니...하여튼 간에.
지원은 이 틈을 노려 빠르게 상대의 목을 향해 일섬을 날리려고 한다. 상대가 반응하기 어렵게, 일풍낙엽을 사용하여 상대의 목보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허공을 베는 것처럼 보이도록. 허나 실은 그대로 목을 그어버릴 정도의 거리에서.
#내공 사용, 일풍낙엽!
**
지원의 검이 휘둘러지자 그는 긴장하듯 철봉을 올립니다. 하지만 거리가 있다보니 후속타를 대비하는 모양새...
일풍낙엽
팍!
그는 놀라서 휘둥그레 눈을 뛰고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납니다! 목에 얕고 붉은 실선이 생깁니다.
"....! 천풍검법!"
비명을 지르듯 내뱉습니다.
그가 기수식을 바꾸고 이를 앙다문채로 지원을 노려봅니다.
봉을 지원에게 겨누고 양 다리는 반대 방향을 보도록 한 뒤 무릎을 직각으로 굽힙니다. 허리는 꼿꼿이 세웁니다.
자세가 낮아져 지워보다 작아진 모양새지만, 무척이나 공격적이고 까다로워 보입니다.
**
"쳇."
죽일 생각이었는데, 거리가 있던 터라 쉽지는 않았던가. 지원은 검 끝을 아래쪽으로 향하더니 검을 낮게 들었다. 오른발을 앞으로 두고선 시선을 상대방에게 고정하고 반응을 살피기 시작했을까.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지 주시합니다
**
지원은 중단세에서 하단세로 바꿉니다.
"...!"
그는 중단과 상단이 빈 것을 보고 곧바로 상반신을 향해 봉을 찔러들어옵니다!
방어하십시오!
**
상반신으로 찔러들어오는 봉. 지원은 우하단에서 좌상단으로 올려베기를 하여 그것을 막으려고 시도한다.
만약 성공한다면 아까와 마찬가지로 팔을 교차시키더니 좌상단에서 우하단으로 향하는 베기를 시도하였겠지.
#내공 사용합니다
**
지원의 검은 반의 성공을 이뤄냅니다! 상대는 검이 아니라 철봉! 길이도 더 길고 면적도 좁습니다! 쳐내기는 했지만 그 힘과 빠르기가 강맹하여 지원은 뒤로 물러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의 몸과 무기에도 내기가 돌고 있다는 증거겠지요...
둘의 공방에 흙먼지가 피어오르며 주위가 비워지기 시작합니다!
**
"철봉이라..."
지원은 잠시 생각하다가 자신의 뇌기를 검날에 흘려보내려고 한다.
만약 이게 전기와 같은 성질을 띈다면, 철봉에 흘려보내서 감전시키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는 천풍보로 달려들더니 상대의 바로 위에서 검을 내리친다. 만약 검을 피하지 않고 봉으로 막았다면, 그 봉을 매개로 상대방에게 직접 뇌기를 흘려보내려고 시도한다.
#내공 사용! 천풍보 - 하늘바람!
**
훌륭합니다!
천풍보
파아아아앙!
하늘에서 내리찍듯 몸이 움직이는 것에 맞춰 검이 내리찍혀들어갑니다!
하늘바람
콰아아아앙!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철봉으로 검을 막습니다!
이어지는 지원의 뇌기...!
빠직...빠지지직...
황빛의 뇌기가 번쩍이면서 손과 검을타고 철봉에 전해지니 그의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합니다!
"크헉!"
**
"무기를 내려놓지 않으면 그대로 바싹 구워질걸?"
봉을 놓으면 그대로 검이 베어버리도록 검을 그를 향해 계속 밀기 시작하였다. 뇌기도 계속 흘려보내면서.
감전사가 먼저일지, 힘이 빠져서 검에 베이는게 먼저일지 한번 해보자고.
#내공 사용!
**
그는 그럼에도 철봉을 놓지 않고 부르르 떨면서 뒤로 물러납니다!
물론 지원도 물러나는 만큼 다가갑니다.
파악!
그는 한 손을 봉에서 떼더니 몸을 옆으로 돌리고 철봉으로 목을 찔러옵니다! 지원은 뒤로 물러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크허....허어....후으...."
**
"힘이 꽤나 빠진 것 같은데?"
아쉬움과 함께 섬뜩함에 실소를 흘리며 상대를 바라본다. 그 와중에 반격의 방법을 떠올리다니 상대도 얕볼 수는 없겠지.
하지만 이젠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알았으니까. 지원은 검에 다시 뇌기를 흘려보내더니, 이번엔 상대에게 다가가며 일부러 아까 보여준 것처럼 위에서 아래로 공격하다가, 그 자세를 빠르게 풀더니 아예 새로운 기술로 상대방의 옆구리로 베어들어가려고 시도한다.
#내공 사용, 하늘바람 취소 후 풍검결 사용!
**
적은 지원의 검과 맞대려하지 않습니다! 최대한 검을 피하기 시작하는군요!
풍검결
휘이이익!
검이 날아들고 철봉 사내는 뒤로 훌쩍 물러납니다!
꼭 맞추지 않더라도 상대를 몰아넣고 피할 수 없는 일격을 주는 것. 그것또한 하나의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을겁니다.
일단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상대를 참아내는 인내심이 필요하겠지만...
1.1.3. 모용중원 ¶
- 금강산도 식후경
#고 좋은 아침이오 나는 밥을 씹어먹소
**
중원은 하나 남은 팔로 밥을 먹습니다.
이런.
국그릇을 잡아줄 다른 팔이 없습니다. 중원은 실수로 국그릇을 엎어버립니다.
여기저기서 동정어린 시선과 안타까움, 그리고 한심한 눈빛들이 쏟아집니다.
**
" 하, 하하! 제가 참 멍청하외다. 국그릇이 뜨겁지 않게 잘 식혀 먹혔어야 했는데 말이오. "
중원은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이 어떤 의미에서 나오는 웃음일지는 몰랐다. 동정 어린 시선도, 한심하단 눈빛도 이젠 익숙히 받아넘길 사람이 되었다. 엎어버린 국그릇을 적절히 치우고 밥을 마저 먹는다. 이번에는 한 손으로도 천천히 먹는 식으로 말이다.
# 먹자..
**
남들보다 두배는 더 오랜 시간을 거쳐 식사를 마칩니다....
일류고수에 직계라도 외팔인 중원.
이런 신체적 결손은 무인에게 아주 치명적이며 사회적인 시선도 썩 좋지 않습니다. 그걸 증명하듯 할아버님이나 아버지는 중원을 찾지도 않는군요....
무엇을 해볼까요?
**
# 바깥으로 나가 친구를 찾아봅세
**
일단 나가보지만 딱히 친구라고 할만한 인물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의형제를 골랐으면 친구가 있었을텐데! 아쉽군요!
그래도 나름 중원에게 우호적인 인물들은 있습니다.
그들을 만나보러 갈까요?
- 헬창과 무림인의 사이
# 수련이나 합시다.
비취신공 수련!
**
슬픈 중원은 수련을 합니다...
숙련도가 20%가 됩니다!
여기저기서 열심히 수련해도 힘들거라는 부정적인 소리가 들려옵니다...아니 외팔검사가 뭐 어때서!
**
#묵묵히 수련을 반복합니다.
된다면 한 세트 더
**
그런 말이 있습니다. 못할 것 같을 때 한 세트 더하라고.
자매품으로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새대가리 루틴! 뭐? 몇 세트 했는지 모르겠다고? 그럼 일단 한 세트 더하는거라구! 그런데 어...비취신공 수련이 맞지요?
써주지 않으면 스레주는 확인을 해야합니다!
**
#비취신공 수련 묻고 더블로 가!!
**
아까것까지 해서 특별 출혈로 40% 처리하였습니다.
현재 60%입니다.
**
# 비취신공 한 세트 더!
**
80%입니다!
**
# 어이. 가더라도 비취신공 한 세트는 더 수련할 수 있잖아?
**
- 4성 옥체 : 평범한 사람의 몸이 될 수도, 더욱 단단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제 당신은 몸의 단단함을 조절합니다.
**
# 화석도 한 세트 조지기 시작합니다.
**
40%!
**
# 화석도 한 세트 더 조집니다!
**
당신의 화석도 6-%!
**
#화석도 한 세트 더!
**
80%!
**
# 자 마지막 한 세트! 고객님 화석도 좀만 더 조지시죠!!
**
4성!
- 4성 철옹도 : 굳건한 성벽처럼 도가 단단해진다.
- 여러가지를 챙겨보자
- 오케이! 대장간으로 간다!
#대장간에 의수 조지러 갑니다. 재산 3단계 다 쓸 생각으로요.
**
일단 대장간으로 갑니다!
대장간에서 구할 수 있는 아이템은 아무리 비싸봤자 만년한철이 아주 조금 살짝 섞였거나 그거보다는 조금 더 섞인 수준 뿐입니다!
물론 재료를 모아오고 3단계나 소모한다면 좀 더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을겁니다.
지금 당장 모든 재산단계를 소모하시겠습니까?
**
# 그냥 내 기술에 맞는 죠따 튼튼한 대도나 내주슈.
**
재산을 한 단계 소모합니다!
【 아주아주아주 튼튼한 대도 】
만년한철이 정말 극소량이 섞여 들어간 튼튼한 대도. 이게 부러지긴 쉽지 않아보인다.
- 잘 부러지지 않는다.
**
#고서점 조지러 갑니다!
**
고서점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습니다.
**
# 힝....그럼 어쩔 수 없이 사건 다이스를 굴려봅시다.
굴러라!!
- 새로운 사건과 헬창
요녕성에서, 그것도 모용세가의 김정은(김일성 : 모용벽, 김정일 : 중원이아빠)인 중원이 있는 곳에서 사건이 일어난다니!
일어난다면 참으로 재밌겠군요.
왜냐하면 이 요녕이라는 곳은 모용세가가 꽉 잡고 있고, 그게 하필이면 중원 앞에서 사건이 터진다면 정말....정말 크게 터질만한 곳이기 때문이지요.
중원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요녕에는 매우 큰 비극입니다.
야만인들. 이민족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정예 마적떼라고 생각하시면 될 놈들이 요녕의 성벽을 넘어왔습니다!
땡땡땡땡땡!
사방에서 종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징글벨징글벨징글벨울려.
**
@ 비취신공 수련!
**
# 비취 한 세트 더!
/ 아아
**
후욱...후욱....땀이 흐르고 쇠냄새가 짙어지는 느낌입니다. 왜죠? 왜 헬스하는 것 같죠?
반성하십시오!
비취신공 로쿠쥬퍼센토!
**
# 비취신공 한세트 더!
**
하치쥬퍼센토니 나리마시따!
**
#마지막 비취 한 세트으으으!!!
**
- 5성 석권 : 손 부분의 강도가 더 이상 사람이 아닙니다.
**
#화석도 수련!
**
그렇게 한참 수련만 하고 있을 때, 고된 반복작업으로 지쳐버린 스레주의 농간일까요? 누군가가 중원을 찾아옵니다!
....? 아무도 중원을 찾지 않을텐데 대체 누가?
- 제 동생을 구해주십시오
- "푸후우...."
팔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은 수련하기 어려움도 있지요.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였을 때에 무어라 하면 좋을지도 의문이고 말이오.
# 누구시오
**
중원을 모시는 하인입니다!
"저 도련님..."
중원보다 한 대여섯은 많은 나이였을겁니다. 그가 굉장히 곤란한 얼굴로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그...아...."
말을 못하네요. 주변의 눈치를 심하게 보고 있습니다.
**
"하하. 괜찮네. 뭐 우물쭈물할 것이 뭐가 있나?"
중원은 호쾌히 웃어넘겼다.
# 뭔데 니가 내 수련을 방해해!!
**
"...다름이 아니오라, 정말 염치불구하고 도련님께 드리는 말씀입니다만...제가 어디 다른 의지할 곳도 없고 평소에 잘 챙겨주셨으니 그 호의를 가지고 알량한 믿음만 가지고 말씀드리는 거긴 합니다만..."
거 참 말 더럽게 기네요!
"...이...이번에 북쪽에 제 여동생이 끌려갔습니다...어떻게 방도가..."
얼마전 모용세가가 위치한 요녕성에 북적 무리가 와서 약탈해갔다더니...
하인은 여동생을 구해달라 하고 있습니다!
**
"걱정 마시게. 지금부터 생각해보고 바로 출발하지."
호의에는 호의로 답한다.
# 머리야 일해라! 그 도적놈들도 조지고 이 하인의 동생을 구할 방법은?
**
중원의 뉴런들은 파업을 해버렸습니다...이 쓸모없는 뉴런들 같으니라고!
여전히 하인은 눈치를 보다가 납작 엎드립니다.
"죄송합니다 도련님! 제가 보여주신 알량한 호의만 믿고 이런 부담스러운 일을 부탁드렸으니..."
아이고 두야...
**
"잘 듣게.
물론 지금 세상은 사람과 사람의 호의로 살아가기에는 어려운 세상이 맞네. 각박한 세상에서 사람과 사람의 호의보단 칼과 방패의 대화가 더 자연스런 세상이지. 난 우습게도 실력과 능력도 없을지언정 그 얄랑한 호의와 온정에 기대어 살았다네. 그런 내가 내 지인의 일을 우습게 생각하겠는가?"
중원은 슬쩍 웃었다. 아버님, 어머님. 자식은 또다시 팔 하나에 이어 다리 하나마저 잃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소문을 내게. 그대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써서. 도적떼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 명성을 높이고 싶은 저잣거리의 왈패들. 그 누구라도 좋으니 들을 수 있도록 말일세."
가진 돈을 모두 내밀며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모용세가의 모용중원이 도적떼를 토벌할 의협들을 모은다. 피해를 입은 자건, 이 기회에 한탕 노려보는 자건 상관 없으니. 모용세가의 이 중원이라는 남자에게 빚을 세우고자 하는 자라도 괜찮으니 말일세."
그는, 희미하게 웃고 있을지도 몰랐다.
"어디. 자네의 동생을 한 번 구해보세나."
# 재산 전 단계 소모. 모용세가의 모용중원이 도적떼를 토벌하기 위해 사람을 모은다는 소문을 하인을 통해 내봅니다.
**
하인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감격하고 또 감격합니다!
중원은 모든 재산단계를 소모합니다!!
이제 빈털터리 거지가 되어버렸지만, 요녕성은 물론이고 인접한 지역에까지 그 소문이 퍼집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그 결과가 찾아올 것입니다!
**
# 혼란의 화석도 수련!
**
화석도 20%!
일 때 저 멀리서 누군가 쿵쿵쿵 문을 두들깁니다.
이리오너라~!
하인들이 문을 열어주자...응? 웬 무림인들 수십이 칼을 차고 서있습니다.
...??????
**
"도적단을 토벌하기 위해 모이신 분들이오?"
# 수련을 마치고 물어봅니다.
**
"그렇소! 모용세가하면 음모와 정치로 이름이 드높아 썩 좋게 보지 않았으나 이번 일을 통해 모용세가는 과연 요녕의 제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소이다!"
그들은 감격한듯 고개를 끄덕이고 대표는 중원의 손을 꼬옥 맞잡습니다.
"저 북적놈들에게 그간 얼마나 많은 민초들이 시달렸단 말이오? 이렇게 모용세가에서 먼저 나서주니 감읍하기가 짝이 없소이다..."
....아니 대체 뭔 일이죠.
**
"...?"
# 혼란스러움을 숨기고 대화를 계속 들어봅시다..
**
"그 왜, 항상 북적 놈들에게 약탈을 당하고나면 언제나 들불처럼 처단하자는 말이 있지 않았소? 이 요녕에서 그런 일을 할 수 있는건 관군과 모용뿐인데. 관군은 능력이 없고 모용은 나서질 않으니 그간 많은 불만들이 있어왔소. 허나 모용에서 직접 나서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모용세가의 적자가 이리 사재를 털어 나서준다니 그 누가 감읍하지 않을 수 있겠느냔 말이외다!"
과연!
할아버지! 뭔 짓을 하고 다니신겁니까!
"지금 우리는 대표단일 뿐이오. 요녕 뿐 아니라 하북과 섬서 등에서도 사람이 몰려들고 있소이다!"
와!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 사람들 전부 먹여살리고 입히고 재우고 싸우게 하고 그래야할텐데 어떻게 하죠?
**
"이 일은 제 사재를 털어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문제가....."
# 생각해라 뉴런아..
**
진짜 파업했습니다.
와.
저 1 뜨는거 스레 열고서 처음 보는 것 같은데요?
**
"문제는 제가 의협들을 모으기 위해 제 사재를 모두 썼다는 것입니다...."
눈물을 흘리며 이름 모를 하인에게 주인의 멍청함을 사과합시다...
#울어라...
**
사람들은 그런건 신경쓰지 않습니다.
원래 그렇습니다.
이제 중원의 약자를 구하자는 기치 아래에 수백 수천명이 모일테고 그 취지는 본래 여동생을 구하자에서 벗어날게 분명합니다!
불쌍한 중원이!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을까요!
**
"잠시....쉬며 기다려 주십시오..."
# 아 모르겠다...
아버지에게 가봅시다...대가리 박으면서요..
**
아버지를 찾아갑니다. 할아버지가 장례식 때문에 급하게 자리를 떴고, 그 빈자리는 아버지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뭐어어어어어어!!!!!!!!!"
그리고 아버지는 뒷목을 잡고 쓰러지십니다.
앗...아앗....
그래도 무림인답게 빠르게 회복을 하시는군요.
"그래...그러니까...해봤자 수십명이 모일 줄 알았는데 너무 많이 모였다 이것 아니더냐."
그렇습니다!
"그럼, 돌아가라고 하면 되지 뭐가 그리 걱정이더냐."
아니 아버지도 방금 놀라서 뒷목잡고 쓰러지셨으면서....
**
"아버지...제 걱정은 저들이 다른 것도 아니고 모용의 이름, 그러니 제가 건 모용이란 이름 아래 모였기에 걱정입니다......저들을 쉬이 내쫓으면 모용의 이름에 먹칠을 할까 걱정이라..."
# 그냥 해산시키면 조때용..
**
아버지가 껄껄 웃습니다.
"걱정말거라. 이런 때를 위해서 모용세가의 체면에 조금 손상이 가더라도 안좋은 인상을 심어두지 않았더냐? 사람들은 뭉치면 나약하고 둔해지고 떨어지면 강하고 날카로운 이성을 가지고 있느니라."
대충 모용세가의 입장이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세상의 이치가 어떠하느냐? 열 개의 일이 있다고 치자꾸나. 9개의 일을 잘 하고 마지막에 하나의 일을 못한자와, 9개의 일을 못하고 마지막에 하나의 일을 잘한자. 그 중 누가 더 좋은 평가를 받느냐? 이런 때에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그리 말하면 원래 그런 놈들이다, 하고 돌아가게 되어있느니라. 그리고 그냥 돌려보내는 것도 아니고 그 하인의 누이를 구출할 수 있는 인력만 남기면 되지 않겠느냐? 그리 한다면 명예도 체면도 모두 지킬수 있느니."
오...아버지. 감사합니다. 좋은 핑계거리가 생겼군요!
**
#머리야 굴러라. 이들을 밥을 해결하면서 안정적으로 가문 욕을 안 먹을 수가 있을까?
**
굴러라 뉴런 쉐리들아!
찰싹!
채찍질을하자 그제서야 뉴런들이 파업을 철회하고 일하기 시작합니다. 극적인 노사타협! 뉴스에 대서특필될 특종입니다!
역시 매를 들어야 뉴런들은 일을 하는군요!
현재 중원이 가지고 있는 '정보' 선에서는 집안의 모든 재산을 다 털고 길거리에 나앉아도 저 많은 사람들을 수십, 수백일간 먹이고 재우고 할 돈이 없습니다.
이만한 것을 해내려면 말 그대로 국가 규모의 재정이 필요합니다.
사실, 떠올리려고 하지 않아도 좀 배웠다 싶은 인물들이라면 당연히 떠올릴 수 있는 생각입니다.
중원은 불만스러운듯 눈을 찡그립니다. 이런 것들만 생각나다니. 마음에 들지는 않는군요.
하지만 실마리는 잡았습니다.
이들 모두를 먹이고 재우고 할 수 있는 '재산'을 가진 존재들이 필요합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건 황실이지만, 황실은 나서지 않을겁니다.
이건 무림의 일이니까요. 그렇다면 그 다음은?
천마신교...
마교와 손을 잡으면 해결할 수 있을테지만 욕은 제대로 들어먹을게 틀림없습니다.
그렇다면 들키지 않으면 됩니다.
들키지 않고 마교와 밀약을 맺어야겠지요.
그렇다면 저들의 규모도 유지하면서 가문도 욕보이지 않습니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볼까요?
**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봅시다. 수를 줄이면서도 가문에 독이 되진 않도록. 가능한 한 가문의 명예를 바탕으로 생각해봅니다.
**
키워드는 모용세가의 명예, 저들의 수를 줄이는 법.
맞습니까?
**
# 키워드 : 모용세가의 명예를 챙긴다., 중원 본인에 대한 불명예가 없어야 한다. , 저들의 수를 줄이면서 좋게 해결한다.
**
저들의 규모를 줄인다면, 하고 중원은 생각해봅니다.
대규모 타격이 아닌 기동타격으로 소수정예가 필요하다고 말하면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이제 그 소수정예로 북적의 영역을 휘몰아쳐야만 그들이 불만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이지만 말입니다.
**
중원은 바깥으로 나가 모인 무사들에게 가장 먼저 절을 올렸다.
"훌륭한 무림인의 표본들이여! 여러분의 의지는 알겠으나 이 불초 중원, 그대들 모두를 먹이고 재울 돈이 없어 모두와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을 아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도적떼를 토벌한다 한들, 그 북적놈들도 우리의 수를 보면 겁을 먹어 도망칠 것이오, 결국 그러면 해결되는 것은 없을지이니. 저 모용중원은 감히 소리 높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정예들을 모으겠습니다! 저 북적놈들을 토벌하고, 잡혀간 하인의 딸과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우리들은 누구보다 날래고 재빠른 칼이 필요합니다!
저 모용중원은 비록 약하나마 일류의 경지에 걸쳐 있습니다. 그러니. 저보다 강하거나, 더 뛰어난 경지의 무사분들과 기동타격대를 꾸리고자 합니다!"
# 기동타격하기 좋은 숫자로 모아봅니다.
**
키워드가 현재 모용세가의 명예이기 때문에 스레주의 보정이 들어갑니다.
모용세가의 명예에 흠집이 날만한 발언은 모두 수정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들은 무림인들은 살짝 실망한 눈치이지만 납득하고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떠날 이들은 떠납니다!
그러자.
남는 이들은 처음 모은 이들의 1리도 되지 않습니다.
와...1%이하 실화냐?
**
#각자의 얼굴들을 살펴보며 인사를 올립니다.
**
남아있는 인원들은 열도 되지 않습니다.
하나하나가 뭔가...음, 다들 독특합니다.
정말 독특하다는 말 외에는 할 수가 없습니다.
**
#이들을 어떻게 먹이고 재우지...? 고민좀 합시다..
**
아버지에게 말해보는건 어떨까요?
**
중원은 조용히 아버지에게 갑니다.
"....아버지."
# 수를 수 명까지 줄였으나 이들의 식과 잠이 문제이옵나이다..
**
아버지는 불만스러운 기색입니다.
"왜 내 말대로 하지 않고?"
어...
어?
"일단 식사와 잠자리는 내어주겠다만...조금 섭섭하구나. 이 아비가 말을 해주었건만. 중원아. 너는 정파의 사람이지만 그 전에 모용의 사람이다. 모용의 이름을 쓰고 있다면 모용의 사람답게 생각하고 사고해야하는 것이야. 생각해낸 방법이 훌륭한 것 같아 기껍지만, 너가 가문에 녹아들지 못하는듯하여 걱정되는구나. 그렇지 않아도 팔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수군거리지 않느냐. 그럴수록 더더욱 모용의 피를 진하게 이어받은 적장자라는 것을 공고히 하여야할터인데. 그리 행동해서는 할아버지도 한숨을 내쉴지도 모른다."
음...중원은 하나 남은 팔로 머리를 긁적거립니다.
"아무튼 곧 할아버지가 돌아오신다. 잘 말씀드리도록 하거라."
**
#자 나가서....그냥 데리고 토벌하러들 갑시다..
**
저들을 데리고 산해관을 넘어가시겠습니까?
산해관을 넘어가면 그 순간부터 중원이 아닌 곳을 진입하게 되며, 이 곳은 특수한 구역이므로 마음대로 쉽게 빠져나오고 진입할 수 없는 곳입니다.
북적의 구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북쪽으로는 북해의 북해빙궁.
서쪽으로는 천산산맥의 북쪽.
동쪽으로는 동이족과 맞닦뜨립니다.
충분한 준비를 권장합니다.
**
"하...."
# 아 신나는~고서점 시간~
보법 나와!!!!
**
?
??
님 다이스 조작한게 틀림없습니다. 분쟁조정스레를 갱신해야....!
분조장을 일으킬 정도로 놀라운 확률을 뚫고 당신은 고서점에서 보법을 하나 가져옵니다.
【 감모보 】
정파의 오래된 기초 무공 중에 하나. 언제부터 전해져 내려왔는지는 모르지만 저잣거리에 꽤 많이 나돌아다니는 편이다. 저잣거리에서 구할 수 있는 무공으로 그 내용은 뛰어나다거나 훌륭하다고 할 수 없다. 그렇지만 보법의 기초를 다루고 넘어가는데에는 나쁘지 않다.
**
#배웁니다!
**
【 감모보 】
성취 : 1성
정파의 오래된 기초 무공 중에 하나. 언제부터 전해져 내려왔는지는 모르지만 저잣거리에 꽤 많이 나돌아다니는 편이다. 저잣거리에서 구할 수 있는 무공으로 그 내용은 뛰어나다거나 훌륭하다고 할 수 없다. 그렇지만 보법의 기초를 다루고 넘어가는데에는 나쁘지 않다.
-1성 유형 : 빠르게 앞으로 달려나갑니다. 아직은 그 형태가 눈에 보이기 때문에 유형이라 이름 붙었습니다.
**
#감모보 수련!
**
숙련도 20%!
수련하고 있는 중원에게 사람들이 몰려옵니다.
"대체 출발은 언제하는거요?"
이제부터 중원은 사람들을 관리해야만 합니다.
**
"출발한다면 언제가 좋을까 모르겠군요. 쉬이 출발했다간 다른 세력에 우리 무림인들이 침범했단 소리도 들을 수 있으니, 제가 어떻게 쉽게 하기 어렵습니다."
# 봐줘옹..
**
"아니 그게 무슨 소리요. 지금 당장 출발하는것 아니였소?"
한 무림인은 이렇게 묻고.
"무공 수련보다는 출발하고 노숙하고 할 것을 대비해 여러 무기와 식량을 사놓는 것이..."
다른 무림인은 이렇게 말하고.
"모용세가가 생각보다 대접이 좋은데 그냥 여기 있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어떤 놈들은 이모양 이꼴이군요!
**
# 생각을 합시다....어떤 준비를 하는게 제일 좋을지...
그리고 이것들에게 말해줍시다..
**
일단 당장 말부터 사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듭니다.
무림인이 말보다 빠르다지만, 그 속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건 초절정 정도의 고수들에나 해당될 뿐. 그 이하는 말이 압도적으로 효율이 좋습니다.
저 넓은 지역을 발로 뛰어다니다보면 죽을겁니다!
**
# 근데 저 재산이 없는디옹?
**
재산은 집안 것을 끌어다 쓰면 됩니다!
단, 이제부터는 아버지가 아닌 할아버지를 상대해야할겁니다!
- 할아버지를 상대하다
할아버님께서는 음모와 계략, 정치와 관련된. 즉 모용이란 이름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길 바라셨다. 중원은 하나 남은 손으로 꺼끌한 턱을 만지며 머리를 굴려봤다.
첫째. 도적이 걸친 세력에서 어디가 가장 피해를 보았을까,
둘째. 모용의 주도 아래 이 토벌이 성공한다면 모용의 이득은 무엇일까.
셋째. 그리고, 도적을 토벌함으로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가.
# 뉴런 구르세옹
**
아무것도 머리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으으으으으.....
**
# 뉴런에게 채찍과 강제노조철수를 요구한다!
**
노무사 자격증을 따서 노조 파괴자로 각성하지 않는한 지금 당장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열이 올라오며 무거워지는 머리를 쉬게 해줘야할테니까요!
중원은 이제 돌아오신 할아버지를 뵈러가야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
# 야 가자 정치의 끝판왕 모용킹중원은 엠페러정치왕 모용할배를 보러갑니다..
**
중원은 굳게 마음을 먹고 할아버지의 공간으로 들어갑니다.
방 문턱 하나를 넘는데도 정말 많은 용기가 필요한 공간...그 곳을 넘어가자 할아버지께선 여느 때와 다를바 없이 평온한 얼굴로 바둑판 위에 바둑알을 놓고 계셨습니다.
"왔느냐."
무겁고 묵직한 말소리가 들려옵니다.
"재밌는 일을 했다고 들었다."
**
흘끔, 중원은 바둑판을 바라보았다.
바둑에는 수많은 인생이 담긴다 하였다. 수많은 수와 길들을 살피다 보면 그 사람의 인생에 수많은 길이 보인다 하였다.
"재미있는 일이라면 재밌는 일이었습니다. 수와 계략이 아니라 정의에 호소하는 모용이라는 이름이. 참으로 재밌는 일이 아니었겠는지요."
중원은 인사를 올리고 물끄러미 바둑판을 바라보았다.
"실례되지 않는다면. 한 수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 아 시작해보자...
**
할아버지는 중원을 빤히 쳐다보더니 너털웃음을 터뜨립니다.
"그래. 백이더냐 흑이더냐?"
바둑판을 정리하시더니 그리 묻습니다.
**
"하하. 한 수 배우겠으니 선은 주시지요."
# 흑돌을 잡고 바둑을 둡니다.
**
바둑을 둡니다!
딱.
따악.
톡톡톡...
딱.
중원이 한 수를 두자마자 할아버지는 바로바로 수를 내려놓으십니다. 그렇게 반각(15분) 정도 시간이 지나자 중원은 한 수 한 수를 놓는데 정말 오랜 시간을 고민해야만 했습니다.
그도 그럴게 중원은 바둑을 배워본 적이라곤 그냥 어릴 때 교양삼아 배운게 전부기 때문입니다!
무가의 자식이 무공만 잘하면 됐지, 바둑을 잘둬서 어디에 쓰겠습니까?
할아버지의 바둑 뚜껑에는 옥으로 만든 흑색 돌이 한가득입니다.
아...
**
"하하. 이것 참."
바둑돌을 손에 굴리다가, 느긋하게 돌을 던집니다.
"졌습니다. 한참 배웠습니다."
# 얘기나 해봅시다..
**
중원은 조용히 바둑판 모서리에 돌을 올려놓습니다.
"그래. 둬보니까 어떻더냐?"
감상을 물어보시는군요!
**
"뭐 있겠습니까. 머리 꽁꽁 싸매고 두어도 답은 나오지 않고, 모든 수가 이 수에 저 수, 답을 알고 당하는 기분이니 죽을 맛이더군요."
# 죽겠어옹..
**
"그러하더냐?"
껄껄껄 웃으며 할아버지는 바둑판을 옆으로 살짝 치웁니다.
"지금 너의 상황과 같구나. 그렇지 않으냐?"
**
"맞습니다. 이 수를 쓰자니 저 수에 당하고, 저 수를 쓰자니 이 수에 막히지요. 손 위에 구르는 수는 없고 답은 수 어딘가에 계속 구르지 않습니까.
이깟 명예니, 허영이니 하며 구르고 있으나. 팔 하나 없는 머저리가 모용이란 이름만 믿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위험이 있어 정의正義를 업으려 했더만 그것조차 쉽지가 않습니다.
그렇다고 버리기에는 이 보따리가 너무나도 크고 무거워서, 어찌 손 위에서 내놓으려도 아까워서 참 바보같은 일입니다. "
# ㅋㅋ루삥뽕
**
할아버지는 쯧쯧. 하고 혀를 차십니다.
"욕심이 많구나. 중원아. 꼭 다 들고 가야만 하겠더냐? 세상 일은 언제나 네 생각대로만은 되지 않는 것이 능사다. 그것을 다 들고 가서 무에 쓰려하느냐?"
**
"노잣돈은 많을수록 좋다지 않습니까.
할아버님. 이 중원은 욕심이란게 많은 놈입니다. 팔짝 하나 날려먹어 부모 속을 썩이더니, 일을 벌여 또 속을 썩이려 합니다.
제가 가진 수가 많다고 한들 그에 쓰는 수는 채 3할도 되지 않습니다. 수라는 것이 그렇지요. 손에 굴리려거든 밑도 끝도 없지만 정작 펼치려거든 별 것 없듯이 말입니다.
할아버님의 손에도 수많은 패가 있을겁니다. 저 역시도 손에 패들이 있지요. 그러나, 제 패는 한정되었고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역공을 맞을지 모르는 패들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욕심을 부리며 패를 삼키고자 하는 것이지요.
저는 가장 모용답지 않은 모용이자, 모용보다 더한 모용이 되고 싶습니다. 팔 한 짝, 호랑이에 잃으며 정의를 불렀고 그걸로 사람들에게 머저리가 되었으니 이제 뭘 하여도 쉬이 의심하지 않는 사람이 더 늘지 않겠습니까? 무엇에 쓰려 하냐고 물으셨지요.
남자가 태어나 어디에 꿈을 가지겠습니까. 할아버님."
# 뭔소리를 하는걸까
**
"어디에 뜻을 두고있더냐?"
할아버지는 식은 차를 한 모금 하십니다. 할아버지는 싱긋 웃고계시지만, 중원은 그게 웃음이 아니라는걸 알고 있습니다.
시험입니다!
**
" 모용이라는 이름만 남기기에는 책은 너무 작습니다. 모용이 무엇을 하였다. 모용에 누구가 무엇을 하였다. 모용에 무엇이 남았다. 모용에, 모용이, 무엇을.
저는 모용이 아니라 중원이란 이름을 남기고 싶습니다. 수를 늘리고, 패를 늘리며, 실력을 높이고, 연을 이어서. 중원. 이 이름대로 중원에 중원을 남기고자 할것입니다."
# 그는 당당했고, 또 당당했습니다.
그것이 꿈이니까요.
**
할아버지는 물끄러미 중원의 하나 남은 팔을 쳐다봅니다.
"자신이 있더냐? 그 하나남은 팔로, 두 팔을 이길 수 있는 자신이 있냐는 말이다."
후룩.
찻잔이 바닥을 드러냅니다.
**
"두 다리는 멀쩡하지 않습니까. 아님. 제가 눈이라도 하나 없었던지요?"
#빙그레 웃습니다.
**
할아버지는 그런 중원을 쳐다보더니 허리를 뒤로 젖히십니다.
"알겠다. 돌아가서 소식을 기다리고 있거라."
대체 무슨 뜻이 담긴 대화가 오간것일까요?
**
#돌아가서 소식을 기다립니다...
**
가만히 앉아있더니, 누군가가 야심한 밤을 틈타 쑥 들어옵니다.
뭐여!
중원은 깜짝 놀라 검을 휘두를 뻔 했지만 검은 옷을 입은 자는 쉬쉬...하며 고개를 젓습니다.
일류인 중원의 기감마저 속일 수 있다니. 최소 절정 이상의 고수입니다!
"그대의 할아비가 보내서 왔소."
검은 복면을 쓴 그는 중원의 이불을 뺏어들고 몸에 두릅니다.
"음. 따뜻하군. 이 더운 여름에 이리 따뜻한 이불을 쓰다니. 덥지 않겠소?"
야심한 새벽의 침입자가 할 말이 아닌 것 같은데요.
**
"그대가 가지겠소? 난 몸에 열이 많아 필요가 없소이다."
# 누고?
**
"...금으로 수놓은 이불을?"
그는 낄낄 이불을 내던집니다. 적어도 평범한 성격은 아닌듯 싶군요.
"말했다시피 그대의 할아비가 보내 왔다니까. 모용의 적자라면서 모용에 대해선 아는 것이 별로 없나보오? 난 모용의 그림자요. 오직 그대 할아비의 말만을 듣지. 당분간은 한시적으로 그대의 부탁 정도는 들어줄 용의가 있고. 기본적으로는 그대를 호위하는 역할 정도라고 보면 될테지만 단순한 호위는 아니니 알아서 잘 생각해보시게나!"
왜인지 할아버지를 닮은 것 같아서 더 얄밉습니다...
**
"금으로 수놓은 이불이 있어봐야 덮지 않음 무슨 소용이요? 그러니 발로 차여 바닥을 구르느니 쓸 일 있는 자에게 보내는거지.
그리고 내가 좀 덜떨어진 모용이라 말이오. 집을 잘 몰라."
# 낄낄 뭐긴 뭐야 호위겸 감시자지ㅋㅋㅋㅋ
**
"뭐 받아들였다면 됐지."
그는 중원의 방을 제 안방마냥 돌아다니며 차를 꺼내 따릅니다.
...어케 아누...?
"선택을 해야할테지. 그 사람들을 전부 이끌고 갈것인가? 아닌가. 말만 하면 되네. 고르기만 하면 되네! 좋네! 편하네!"
대체 무슨 성격인지 감이 안옵니다만.
**
"가능한 한 숨어주시오. 일을 해결하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하오."
# 이제 일을 처리하러 갑시다. 말 사러가자!
**
"그러길 원한다면야."
그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스르륵 사라집니다.
....중원은 이 신통방통하고 정체모를 자와 앞으로 쭉 동거해야겠군요.
그런데 지금은 야심한 새벽입니다. 일단은 좀 자고 가도록 하죠!
....
시간이 흐르고 동이 트자 말을 사러 갑니다!
어...수중에 돈은...있던가요?
**
"하나 궁금해서 그러는데...."
# 그림자 아조시 우리 자금 지원 받을 수 잇숴옹?
**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는 마라."
딱잘라 그가 대답합니다.
금전적인 지원은 없나봅니다.
"가문이 돈이 많은 것 같지만, 그만큼 나가는 돈이 많거든. 재정적인 상황이 지금 그리 풍요롭지 않아. 용돈 정도라면 쥐어줄지도 모른다만. 그 정도 양으로는 솔직히 부족할 거라고 말해주지."
그는 여전히 낄낄 웃습니다.
"그리고 내가 받은 돈이 있으니 그걸 당장 쓰면 된다."
**
"혹시 간단한 정보를 모아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 도적떼의 수나 정보를 알아주실 수 있어옹?
**
"...나보고 홀로 저 북방으로 떠나라는 말이냐? 북방은 홀로 가기 위험한 곳이다."
도적떼는 북방에서 넘어온 북적놈들입니다!
**
좋습니다. 그럼 이제 닫은 노조를 굴려볼 생각부터 해야겠죠.
모두에게 말을 사주긴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을 이끌고 도적떼에게서 가장 가까운 마을까지는 얼마나 걸릴까요?
# 굴려!
**
중원은 떠올려보지만, 필요한 정보가 없습니다!
도적떼가 어디있는지도 모르며 북적들은 마을을 이루고 살아가지 않으며 가축을 이끌고 이곳저곳을 유랑하며 움직입니다. 그들이 주로 돌아다니는 경로는 있지만 그런 것들은 군관들이 알지 북방으로 넘어갈 일이 없는 무림인들은 알지 못하는 법!
일단 여기서 가장 북적들의 터전과 가까운 마을은 위치를 알고 있습니다.
**
일은 벌였으나 마땅한 능력은 없다. 그러나 사람은 있고 방법은 있다. 라....
# 일단 하루정도 푹 잡시다. 컨디션을 찾아야죠.
**
푹 쉬어줍니다!
몸상태는 최고점을 찍습니다!
**
# 아침 운동으로 감모보부터 수련합니다
**
당신의 감모보 숙련도 40%!
그림자씨가 스르륵 어디선가 나타납니다.
"...준비는?"
그는 한가로이 수련을 하는 중원을 보고서 뭔가 납득이 안가는 듯 합니다.
아니 뭐 굳이 이해 하지 않아도 좋은데 말이죠!
**
"지금부터 갈 셈인데. 혹시 잘 아는 말 상인 있습니까?"
# 능글능글하게 웃습니다.
- 쇼핑을 하자
- "어째 저번에 겪은 일 같은데."
그건 데자뷰라고 하는겁니다. 미개한 중세 중국인!
"마시장에 가면 있겠지. 딱히 잘 아는 곳은 없으니."
어쨌든 저번에 갔던 그 마시장으로 향해봅시다.
**
"그 전에 식량부터 사러 가봅시다."
# 시장에 가봅니다. 주로 길게 먹는 육포, 말린 과일, 보리 류를 파는 상인을 찾아보죠!
**
장시로 갑니다!
음, 꽤 큰 장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원이 원하는 것은 대부분 구할 수 있을겁니다!
아, 저기 마침 건조된 음식을 파는 상인이 보이는군요!
**
"잠시 물건 좀 보려는데. 괜찮겠나?"
# 웃으며 접근합니다.
**
"물론입니다요. 나리!"
그는 호쾌히 웃으며 물건들을 보여줍니다.
염장된 육포와 말린 쌀과 보리, 깨, 건조된 짚 등.
말린 과일은 없군요!
**
"꽤 멀리까지 나갈 듯 하이. 오랜 기간 가지고 있을 음식과 이동하며 소모할 음식. 두 종류로 나눠 좀 보여줄 수 있겠소?"
# 사기치면 코로세한다.
**
사실상 같은 말이나 다름없습니다! 상인은 웃으며 주로 건조되고 염장된 음식들을 보여줍니다.
"아 그리고 도수가 낮은 술과 높은 술이 있습니다 나리. 도수가 낮은 술은 물을 쉬이 구할 수 없을 때 식수 대용으로 쓰시면 될 것이고 도수가 높은 술은 약물로 사용하거나 추위를 견디기 위해 사용하시면 됩니다. 지금은 여름이라지만 이 요녕이 중원에서도 북쪽이니 좀 춥지 않습니까? 하하하."
**
"그럼 어떻게 사는 것이 좋아보이시오?"
# 그릠좌 아저씨에게 작게 물어보아옹
**
염장된 식품이 주이기 때문에 크게 상관은 없으니 염려 마시기 바랍니다!
"부피가 작고, 포만감이 크며, 오래 저장할 수 있고 상하지 않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지."
그림'좌'는 그리 대답해줍니다.
그걸 누가! 모르냐고!
"그냥 아무거나 사도 상관은 없다. 가서 요리를 해먹거나 할 수 있지는 않으니까."
요리하는 무공을 익혔더라면...크흑!
**
인원수에 맞게 적절히 구매합니다..
# 사줘옹..
**
구매합니다!
짤랑이는 동전소리와 함께 현금이 나가고 유형자산(식량)을 획득합니다! 분개장과 원장에 적어야겠군요!
**
"혹시 괜찮은 말을 파는 상인을 아시오?"
# 상인에게 물어봅시다
**
"준마를 파는 상인들은 대부분 높으신 분들과 직거래를 하는터라 마시장에는 잘 오지 않는걸로 압니다. 나리."
그가 그렇게 대답합니다.
마시장에는 고만고만한 사람들만 있다는 소리로군요.
그리고 괜찮은 말이라면 한 필에 적어도 벤틀리나 포르쉐 카이엔 911정도의 가격을 자랑할겁니다.
**
#마시장으로 까쥬아아아아!!!!!!
**
마시장에 도착합니다!
저번에 봤던 광경들입니다!
**
#마상인들을 둘러봅니다.
**
마상인들은 평범한 마상인들입니다.
중간중간에 북쪽에서 넘어온 야인 출신 마상인들도 있군요!
**
#말들을 살펴봅니다. 적당히 괜찮은 가격일법한 말들로요.
**
다 적당해 보이는 말들 뿐입니다.
사실, 중원이 말에 대한 지식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엇이 좋은 말이고 나쁜 말인지는 모르지만요!
**
#아무래도 조진 것 같아요.
적절히 말을 구매합시다. 도와줘요. 그림자맨..
**
그림자맨(...)의 도움을 통해 적절한 가격에 적당한 말들을 구매합니다!
**
# 자 이제 우리의 도우미들을 끌어내러 갑시다.
**
저번에 봐두었던 사람들은 모용세가에서 탱자탱자 놀고 있었습니다.
고오오오오얀 것들. 이제 밥값을 하러 갈 시간이다!
**
"이제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리 오랜 시간이 걸렸으나 정의를 위해 기다려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겠습니다."
# 아 가자고ㅋㅋㅋ
**
아 ㅋㅋ 가자고 ㅋㅋ
땅개와는 차원이 다른 기병의 힘을 보여줄 차례....인 것은 모르겠고 꽤나 속도감 있는 여행을 즐기게 될 겁니다.
잊지 마십시오. 우리의 목적은 뭐다?
끌려간 사람들을 구출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플러스 알파일 뿐입니다.
중원과 무인들은 말을 타고 성을 벗어나 한참을 달려나갑니다.
풀들이 짧아지기 시작하고 산이 낮아질 때 쯤 일행은 마침내 북적의 땅. 북방에 도착합니다!
**
"그럼. 혹시 추적이나 판단에 능력이 있으신 분 계십니까?"
#주위 흔적들을 모아봅시다.
**
한 사람이 나섭니다.
"이런 곳에서는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이 검은 탄 자국과 풀들이 눌린 자국들이 보이십니까? 이건 말들이 밟고 지나간겁니다. 수천 수만에 달하는 말들이요. 이 곳은 중원으로 들어가는 북방의 입구이기 때문에 유동인구가 엄청 많습니다. 여기에서부터 찾기는 어려울겁니다."
"가장 먼저 북적들이 운영하는 우마시부터 찾아가야 합니다. 흔적을 찾는건 그 다음이 어떻겠습니까?"
그는 북쪽에 대해 제법 잘 알고 있나봅니다.
**
"이곳에 대해 꽤 자세히 아시는군요."
# 합당합니다. 일단 그의 말을 따릅니다.
**
"혼혈입니다."
아. 하는 탄식과 함께 불편한 기류가 형성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습니다.
"가장 가까운 우마시는 여기서부터 삼일이 걸립니다."
삼일이면 엄청나게 먼 거리입니다!
교양수준으로 중원이 아는 지식대로라면, 예전부터 있어왔던 조정과 북적의 협정으로 3일간 거리는 비무장지대 같은 것으로 설정되어 있는 셈입니다.
그렇지만 그걸 누가 지키겠습니까? 이번 습격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악습이 되어버렸고, 우마시는 중원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편입니다.
**
#갑시다..
**
가는 동안 벌어지는 일들을 스킵하실 수도, 스킵하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선택해주세요!
**
#스킵
**
스킵합니다!
중원과 일행은 지친 말들과 함께 우마시에 도착합니다. 북적들의 주요 가축인 소와 양, 염소, 말 등과 그들과 함께하는 개들.
그리고 갑옷과 화살을 차고 말을 탄 채 어슬렁 거리는 경비병들 까지.
푸르르륵.
왁자지껄한 북쪽 억양과 북적들의 말이 들려옵니다. 곳곳에선 마유주를 들이키고 얼굴이 불콰하게 붉어진 인물들도 보입니다.
소똥과 말똥냄새도 지독하지만 이건 뭐 익숙해져야 하니 어쩔 수 없습니다.
**
"일단 각자 정보부터 모아보도록 합시다."
# 1시간쯤 뒤에 다시 모이자!
**
다들 정보를 모아보려 떠납니다!
홀로....는 아니고 그림자 씨는 남았군요!
**
"그럼 저희도 구해보죠.."
# 떠도는 소문을 모아봅시다!
**
....북적들의 말은 당최 알아먹을 수가 없군요!
북쪽 사투리가 심하게 섞인터라 정보를 알아오는데 지장이 있습니다!
이럴 때는 뭔가 물건을 좀 거하게 사서 호감을 산 다음 묻는게 좋지만, 여기서 돈을 너무 뿌렸다간 뒤에서 칼맞을지도 모른다는 단점이 있지요!
**
개를 파는 곳이 있는지 찾아봅니다.
# ㄱㄱ
- 휴댄의 친구 흑댕이
- 댕댕이! 휴댄의 친구!
목장을 지키거나 경비, 사냥개등으로 쓰이는 품종의 개들 몇 마리가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개장수는 개 하나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습니다.
"쪠쒸쩨마허이쉬?"
...뭐라는거야.
**
#개를...사려는데..
**
"Ta zochin uu? Ta nokhoi khudaldaj avakh gej baina uu?"
정말 뭐라는건지 하나도 모르겠군요! 왜인지 주눅이 들어버린 중원은 머리를 긁적입니다.
개장수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이리로 오라고 손짓합니다. 중원은 멋쩍어 하며 따라갔고 그 곳에는 새끼 강아지부터 큰 개들까지 다양한 개들이 월월 워러러러러러 월워르 월월월월! 월워러러월월월! 우우우월월! 월! 하면서 꼬리를 흔들고 있습니다.
개장수는 새끼를 한 번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큰 개를 손가락으로 가리킵니다.
"Ta ali ni ve, gölög esvel nokhoi yuu ve?"
강아지랑 개 중에 무엇을 원하십니까?
**
중원은 가볍게 코를 톡톡 두드리고 팔에 힘을 세게 줘 주먹을 쥐는 것을 보여줬다.
# 추적하기 좋은 개좀 보여줘영
**
"Ter odoo yuu yariad baigaa yum be?"
그는 어깨를 으쓱입니다.
"Tom nokhoi, gölögnöös songokh uu?"
강아지와 큰 개 중에 먼저 무엇을 원하시는지 골라주십시오.
**
#빅댕!
**
"Öndör nokhoig khyanakhad khetsüü baidag gedgiig bitgii martaarai."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대충 그렇게 얘기합니다.
정말 뭐라는지 모르겠네요!
그는 강아지들은 저리 쫓아내고 큰 개들을 보여줍니다.
검은개, 흰개, 누런개, 점박이.
네 마리 중 한마리를 골라주세요.
**
검은머리 짐승은 믿으면 안 된다고 했으니 검댕이요.
#검댕!
**
까만 댕댕이를 돈을 지불하고 받습니다!
개의 크기는 중원의 골반에 살짝 못미치는 높이에 일어서면 중원보다도 키가 클지도 모르는 대형종입니다.
이 정도 체급이라면 늑대랑 맞붙어도 어느정도는 버틸 수 있을 정도군요!
"Kheden nokhoi baisan bol tokhiromjtoi baikh bolno. Ta ilüü ikhiig avakhyg khüsej baina uu?"
누구 통역좀 데려와줘!
개장수는 개들을 더 가리킵니다. 더 사라는 뜻 같지요?
**
#더 싸게 준다면 강아지 한마리쯤은 볼 수 있단 몸짓을 합니다.
**
"Üüniig buulgaj bolokhgüi."
대충 안된다는 뜻 같군요!
**
#자리를 떠나면서 검댕이에겐 흑댕이란 이름을 지어줍시다.
흑댕아 손!
**
흑댕이는 손이라고 해도 훈련이 되어있지 않아 멀뚱이 중원을 쳐다봅니다.
뭐 임마.
라고 하는 눈이군요!
**
#일단 서열정리를 위해....행복하고 즐거운 훈련시간을 가집시다.필요하다면 내공도 쓰고요.
**
고작 개를 훈련(폭행)하는데 내공을 쓴다면, 개가 죽을 수 있습니다!
폭력과 피, 공포와 충격으로 개를 길들이시겠습니까?
**
폭력! 훈련! 복종!
# 훈련합니다.
**
훈련이 완료됩니다!
개는 중원을 두려워 합니다! 중원의 말을 잘 들을지언정, 중원을 두려워하고 심해진다면 도망칠 것입니다.
**
주머니에서 육포를 꺼내어 하날 주고 생각을 좀 해봅시다. 뭘 하면 좋을까...
# 흑댕아 미아내..
**
개를 처음에 샀던 이유가 무엇인지를 떠올립시다!
**
#머리가 굴러지지 안슴니다.
굴러라 천재다이스..
**
어느 것에 대해서인지 정확히 서술해주십시오!
**
개와 추적의 상관관계..
#얍
**
개와 추적의 상관관계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는 모르나, 개를 어떻게 해야 추적에 써먹느냐에 대한 것일거라고 의제하겠습니다.
먼저 기본적인 훈련이 되어있다는 가정하에 쫓고자 하는 무언가의 냄새가 남아있는 것을 개에게 인지시키고 따라가는 것이 가장 정석입니다.
- 이제 구하러 가자
- 일단 사람들이 모이려면 시간은 걸릴테니까.
#감모보 수련
**
80%!
사람들은 천천히 모이기 시작합니다....
**
마지막!
#감모보 수련!
**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고 분명 서술이 있었습니다. 수련하시겠습니까?
**
마지막!
#강아지에게 육포나 줍니다!
**
강아지에게 육포를 줍니다...
사람들은 모이기 시작했고 중원은 강아지에 정신이 팔려있습니다.
먼 길을 떠나온 사람들 사이에서 옅은 불안감과 불만이 싹틀겁니다...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소만, 다음은 어떻게 해야하겠소? 여기 있는 이들이 당신을 위해 온 것이 아니라 납치된 이들을 구하러 온 것인지라..."
누군가 하나가 약하게 주의를 줍니다.
**
"한가롭게 개나 산책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면 죄송합니다. 다만 제 개인적인 행동이 여러분을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그만큼 문제가 크다는 점이 있었기에 먼저 개를 사두고 말을 해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중원이 머리가 나빠서 이곳의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더군요. 덕분에 흔적 모은다는 공쳤고 개를 가르치며 간단히 놈의 충성심을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추적 중에 이놈이 도망가거나 하면 문제가 되니까요."
적절히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하곤 드디어 개를 이용할 생각을 합니다.
"이 도적놈들의 방향을 알아오시거나 이들에게 휘말린 흔적을 찾으신 분들 있으십니까? 저희는 이제 거기부터 시작하고자 합니다."
#설득!
**
중원의 말에 그들은 납득한듯 합니다! 몇몇은 호의를 보내오기도 하는군요.
그들에게 싹텄던 불안감과 불만이 사라집니다...
"내가 알아보기에는 북서쪽으로 향했다고 하오."
"내가 들으니 동쪽으로 갔다던데?"
한참 이야기가 나오더니, 북서쪽과 동쪽으로 정보가 엇갈립니다!
**
"북서쪽과 동쪽. 혹시 북서쪽에는 무엇이 있고 동쪽에는 무엇이 있는지 아시는 분 계십니까? 산이나 들판같은 것 말입니다."
# 아니?
**
다들 꿀먹은 벙어리가 됩니다.
꿀은 맛있죠.
"동쪽에는 거대한 호수가 있다고 들었소만..."
"북서쪽은 북적들의 왕이 있다고 하오."
중원은 우선 이들의 말을 전부 신뢰해서는 안된다는 걸 깨닫습니다.
**
"거대한 강과 북적의 왕. 일단 여러분이 찾은 흔적들부터 찾아보도록 합시다. 숙련된 병사들이 아닌 이상 그 흔적까지 지워보지는 않았겠지요."
#북적이 휩쓴 곳으로 갑니다
**
강이 아니라 호수입니다!
두 목표물의 거리는 상당히 멉니다. 어디를 먼저 갈 것인지 정해주세요!
**
호수로 갑시다.
#호수로!
**
호수로 이동합니다!
가면서 있는 일들은 스킵하실 수도, 하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선택해주세요!
**
스킵하지 않습니다.
**
그들은 나름대로 신속하게 동쪽의 호수를 향해 이동합니다.
다그닥다그닥.
말을 타고 초워을 달리는 일은 처음은 정말 경이로울지도 몰라도, 시간이 흐르면 익숙해지고 지루해질 뿐입니다.
어디를 가도 똑같은 푸른 초원과 언덕, 하늘, 가끔씩 보이는 까마귀와 독수리들.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초원! 초원! 초원!
지루함을 이기지 못한 이들은 안색이 좋지 않고 다른 이들이라고 해서 썩 즐거운 기분은 아닙니다.
그 때, 정찰을 위해 좀 더 앞서나갔던 이가 돌아옵니다.
"앞 쪽에 북적들의 마을이 있소! 규모는 매우 작아보이오만..."
**
"신중을 기하여 나쁠 것은 없겠죠. 혹시 여기서 잠입에 능하신 분 계십니까?"
#없음?
**
"내가 그나마 몸놀림에 조금 자신이 있소만."
한 남자가 나섭니다.
이거이거 없는게 없군요!
- 본좌 대소동
**
어떤 흔적을 말입니까?
"...?"
중원이 찾았던 사내는 옆통수를 긁습니다. 난 왜 부른 것이지?
**
"마을까지 들어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만 혹시 모르니 식료품을 짐에 조금 담아드리겠습니다. 환심을 살 일이 있거나 하다면 식료품을 조금 이용하여 환심을 사 간단한 정보를 얻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부탁합니다.
**
"음."
그는 볼을 긁적입니다.
"인심을 얻으려면 손님으로 그냥 대놓고 들어가는게 더 빠르지 않을까요? 북적의 사람들은 찾아온 손님들에게 있어서 관습만 지킨다면 아주 극진히 대접합니다."
중원인이라도 말이지요. 하고 그가 덧붙입니다.
**
"다만 그 관습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서 말이오..."
#아는 사람?
**
"접대의 관습이라고들 합디다."
그의 말을 들어보니, 손님으로 일단 받아들여지기만 한다면 주인은 손님을 지켜주고, 손님도 주인을 해하지 않는다는 전통이랍니다.
"그러니 우리가 음식을 건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전통에 따르면 우리가 그들이 건네는 음식을 한 입이라도 먹는 순간 손님으로 대접받습니다."
손님이길 청한다면 일단 음식을 내와야한다는게 그들의 관습법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그들이 우리에게 무슨 음식을 줄지가..."
새모이같은 걸 줄 수도...
**
"흠...."
고개를 주억였다. 지금으로는 별반 좋은 방법도 없을테니 말이었다.
"죽어도 시도는 해봐야지요. 거 새모이라도 나오면....제가 들이키겠습니다."
#갑시다!
**
밀웜을 들이키겠다는 중원의 호언장담에 다들 가슴을 쓸어내리며 당당히 마을의 입구에 섭니다.
거기에는 마유주를 들이키고 있는 두 북적인들이 떠들고 있다가 일행을 쳐다봅니다.
"...."
".....?"
서로 멍청한 표정을 짓습니다.
**
"저희는 중원에서 이곳으로 유랑중인 유랑인입니다. 마을에 들고자 하는데 혹여 저희가 묵을 곳이 있습니까?"
# 슈퍼랭귀지 바디랭귀지
**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북쪽 말을 할 줄 모른다는 사실은 참으로 일행을 비참하게 만들었습니다.
서로 손짓발짓하다가 마유주를 마셔서 얼굴이 벌게진 사람 하나가 잠깐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더니 웬 소년 하나를 데리고 옵니다.
"본좌. 할 줄 압니다. 중원말."
...본좌?
**
"반갑소. 본인은 모용중원이라고 하오."
# 아이에게도 똑같은 말을 합시다..
**
"아랫 사람들. 무슨 일?"
아무튼 소년이 그리 묻습니다.
**
"당분간 이 마을에 묵으려고 하는데 혹 저희가 묵을 곳을 안내해주실 수 있습니까?"
# 아ㅋㅋㅋㅋㅋㅋ너는 밤에 그림자 딱대라
**
"우리 마을. 손님 아님. 안됨."
손님이 아니면 안에 들일 수 없다는군요!
**
"그 손님이 되고싶어서 왔습니다."
# 아아
**
# 손님이 되려고 왔다고!!!!!!
**
"?"
그는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우선 이 마을 사람들의 호감을 얻는 것이 중요해보입니다...
이들을 한 번 훑어봅니다.
전체적으로 깡마르고, 살짝 까무잡잡한 것이 썩 좋은 음식을 먹거나 하는 편은 않아보입니다.
가축들은 살지지 못하고 말라있는 모습이 더욱 그런 확신을 줍니다.
그런가하면 사냥꾼들인지 말을 몰고 먼지를 휘날리며 들어오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하지만 사냥해온 동물은 없어 보이는군요...근처에 아주 강해서 사냥조차 하기 힘든 개체가 있는걸까요?
아이들은 저마다 무술을 겨뤄보지만 무림인인 일행의 눈엔 그저 조악할 뿐입니다.
**
"혹시 근처에 강한 동물이나 무언가가 있습니까?"
#손짓을 통해 식량을 좀 풀면서 물어봅니다.
**
일행들의 식량은 마을 사람들을 모두 먹일 정도로 많지 않은 편입니다!
일행들에게 식량을 나눠주라고 할까요?
이미 몇 번 겪어보셨다시피 이들은 야만인이라 불리우는 북적들에게 호의적이지만은 않습니다. 나눠주려고 한다면 설득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요즘. 날뛴다. 거대한 늑대. 사냥감 다 뺏긴다."
호오.
**
"그 늑대의 위치를 알 수 있을까요? 우리는 아주 강한 사람들입니다."
# 위치 어디임? 유인가능?
**
"늑대들. 무리. 많다. 돌아다닌다. 초원."
이 근처를 완전히 지배하고자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열심히 돌아다니나 보군요. 위치는 특정할 수 없어보입니다.
"안믿는다. 너희."
킁.
소년은 그렇게 대답합니다. 그러면 실력으로 증명해야겠지요!
**
#검을 뽑아들고 내력을 주어 검으로 바닥을 세게 칩니다.
**
콰아아앙!
내력을 실어 검으로 바닥을 내리칩니다.
흙먼지가 피어오르고, 바닥에는 둥그렇게 파여들어갑니다.
"..."
소년은 뒤로 주춤 물러섭니다.
"왜. 갑자기. 위협.."
겁을 먹었군요! 좋은 인상을 주는데는 일단 실패한 것 같습니다...
**
"그...게...실력 발휘좀 해본다고......"
지식 수준이 0이네...
# 아 망했네..사과합시다
**
중원은 사과합니다...
일단 첫인상은 썩 좋은 편으로 시작하지 않은 것 같군요. 하지만 일행들은 오히려 저 야만인들에게는 이런게 옳다며 중원의 행동을 지지합니다!
이 무슨...
분명한건 이 드넓은 초원에서 길잡이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겁니다.
사냥감을 두고 경쟁하는 거대한 늑대와 그 무리들.
그로 인해 굶기 시작한 마을.
이제 막 찾아온 검을 찬 외지인들!
중원은 어떻게 행동할까요? 목표부터 정해봅시다!
**
# 사냥을 하러 갑시다...추적조옹!!!
- 늑대를 잡자
- 거대한 늑대를 잡아족치기로 결심합니다!
몇몇 무림인들이 중원을 따르기로 결심합니다. 인원은 중원을 포함한 넷 입니다.
사냥꾼 출신은 아쉽게도 없는 것 같습니다.
대충이나마 준비를 마치고 마을 밖으로 나섭니다.
푸르고, 황량한 초원이 추적조를 맞이합니다!
일단 마을 근처에는 늑대의 흔적이 없을테니 주변을 한 번 쭉 돌아보는 것으로 시작해서 늑대의 위치를 추정해봅시다.
**
발자국이 남기 쉬운 땅이 있는지 확인하며 늑대를 찾는다.
#흔적 찾기
**
약간 무른 땅을 찾아 발자국을 확인해봅니다.
...사람의 발과 말발굽. 그리고 여러 가축들의 발자국이 한가득입니다.
늑대의 발자국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니 여기서 구분을 할 수가 없군요. 이거 어쩐담...
중원은 허리를 펴고 초원을 널리 쳐다봅니다.
초원에서는 길잡이가 필요합니다.
어디를 가든 말이지요.
**
"거 듣고 계시면 좀 도와주시면 안됩니까?"
# 그림자 아조씨..
**
- 허.
스르륵. 하고 중원의 그림자에서 누군가가 나타납니다. 에그머니나!
- 난 무인이지 사냥꾼이 아니다. 늑대를 잡고 싶으면 재화를 들여서 사냥꾼을 하나 고용하는 것은 어떻겠느냐.
**
살수이니 사냥감을 잘 잡겠다는 모용의 계획은 멍청했다!
# 마을에서 사람을 찾아봅시다. 늑대! 늑-대-잡-자-----!!!!!!
**
다시 마을로 돌아갑니다!
마을은 외지인에게 배타적입니다!
그래도 우선 늑대를 잡을만한 사냥꾼들을 찾아봅니다...
대부분 고개를 젓습니다. 늑대 무리와 마주쳤다가 살아돌아오지 못한 사냥꾼들도 꽤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풀잎을 질겅거리고 있는 꾀죄죄한 청년과 마주칩니다.
...사냥꾼...인가...?
**
"거 우리 늑대 사냥을 위한 진솔한 얘길 좀 하지 않겠소?"
# 말을 걸어봅시다.
**
"...?"
그는 뭐라는건지 알아듣지 못합니다!
손짓발짓으로 일단 얘기해볼까요?
묘사해주세요!
**
# 막대기를 이용해 늑대와 그림을 그리고 자신의 칼을 들어 검기상인을 내어 그린 늑대그림을 치웁니다.
**
청년은 그림을 보고 이해합니다!
무림인이라면 그림도 잘 그리는 법입니다.
왜냐구요?
별 거지같은 그림을 보면서 무공을 익히고 인체구조에 해박해지다보면, 자연히 잘 그릴 수 밖에 없습니다...
청년은 중원을 도울지 말지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결정타가 준비된 것이 있으십니까?
**
#돈과 함께 내공을 발하여 기운을 방출해봅니다. 뽜이아!!
**
저번에 한 번 힘을 보여주다가 목적을 이루지 못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대로 하시겠습니까?
상대방은 무림인이 아닌 일개 사냥꾼이고, 사냥꾼들은 은밀함과 기동성, 인내심을 미덕으로 삼습니다.
**
#어째야 좋지용.
굴러라 뉴런
**
다이스를 한 번 주작하기까지 했으나...캡틴의 힘은 미약했습니다...
대체...대체 무슨 잘못은 다갓에게 저지른 것입니까....얼른 사죄하십시오....
**
#하, 한번만 더..
**
다갓께서 파문을 철회하셨습니다!
키워드는 은밀, 기동, 인내입니다.
사냥꾼이 보는 앞에서 무공의 신묘한 기교로 그의 뒤를 잡아보거나 하는 것은 어떨까요?
**
#제가 가진 감모보를 총동원하여 그를 상대로 진심 둥글게둥글게를 시전합니다.
**
중원은 큼큼. 하고 헛기침을 하더니 잘 보라는듯 열심히 자기를 가리킵니다.
"?"
그는 머리에 물음표를 띄웁니다.
그러더니 중원의 발이 빠르게 움직이고, 순식간에 뒤를 점해버립니다.
"엑?"
눈 앞에서 사라져서 당황한 사냥꾼. 중원은 그의 어깨에 검지손가락을 내민채로 손을 턱 올립니다. 그가 뒤를 돌아보자 손가락이 볼에 닿습니다.
"엑??"
물음표가 이젠 눈에도 나타납니다.
후욱.
그리고 다시 중원이 발을 놀리자 어느새 다시 그의 앞에 서있습니다.
오오...
짝짝짝.
왜인지 그가 동전같은 것을 꺼내려합니다.
아냐! 그거 아냐! 서커스 아니라고!
아무튼 이 정도면 충분히 실력이 증명되었습니다. 청년은 동행을 수락합니다!
**
이제 늑대를 찾기 전에 뭐가 필요한지 물어봅시다.
# 사게..
**
청년은 필요없다며 그냥 출발하면 된답니다!
**
#가자!
**
드디어!
드디어라는 말이 정말 드디어! 나올 정도로 긴 시간이었습니다!
드디어!
출발합니다!
북적인 사냥꾼은 가다가 중간중간 멈춰서더니 땅에 귀를 대보기도, 흙을 먹어보기도, 풀을 꺾어보기도 합니다.
저게 뭐하는 것이지?
하고 고민을 하다가.
아우우우우 - !!!
멀리서 늑대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사냥꾼은 어깨를 으쓱입니다.
**
"평소라면 전략을 짜거나 아니면 방법을 모색하고 그런 생각도 했을겁니다. 그런데 그러자니 여러분들이 힘을 써볼 기회가 없더군요."
우드드득 하고 오랜 기간을 쉬어갔던 뼈마디가 맞춰지는 서늘한 소리가 울렸다.
"작전? 늑대에게 대 모용의 구출대가 겁먹어서 되겠습니까?"
# 날뛰어라!
**
함께온 무림인들이 씨익 웃습니다.
"공자. 공자도 움직이실겁니까?"
그들은 이번 기회에 몸을 써보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놈들의 머리는 아직 나타나지 않은듯 한데. 이 일은 저희에게 맡겨주시지요. 큰 놈은 공자께 드리리다."
물론, 중원은 함께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그거. 참으로 즐거운 일이외다."
씨익.
#털어버려!
**
그 말에 무림인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쳐나갑니다!
그렇게 몇 십초.
어마어마하게 떨어져있던 거리는 순식간입니다.
서걱 - !
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선명하게 들릴 정도입니다.
순식간에 학살극이 펼쳐졌고 무림인들은 검에 묻은 피를 늑대 가죽에 벅벅 닦으면서 돌아옵니다.
"모조리 끝났습니다. 공자. 드디어 뭔가를 하는 것 같군요."
이들도 북쪽으로 같이 와서 꽤나 고생했으니, 이럴 자격이 있습니다.
한층 더 중원과 이들의 유대가 깊어집니다.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
"사냥꾼. 그 큰놈을 추적해보게."
# 손발짓으로 부탁합니다. 이정도면 놀랐겠지?
**
사냥꾼은 무림인들의 전력에 매우 놀랍니다.
자기는 사냥을 할 생각이었는데, 이 사람들은 그냥 학살을 벌였습니다.
그의 태도가 조금 더 조심스러워집니다.
다시금 수색이 시작됩니다....
**
# 감모보를 응용하여 발걸음을 줄여봅니다. 계속 추적!
**
감모보를 응용하여 조금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지만, 그건 중원 혼자서 입니다!
혼자서 정찰을 해보실 수도 있습니다.
해보시겠습니까?
**
# 추적에 댕댕즈도 보탭니다.
추척을 도와라 댕댕!
**
댕댕이는 컹컹! 짖으면서 열심히 수색을 돕기 시작합니다!
....
.....
......!
컹! 컹!
저 멀리서 댕댕이가 짖습니다!
그러고보니까 이 댕댕이 이름이 댕댕이였던가요?
중원은 잠깐 고민하더니 일단 그냥 그 곳으로 가봅니다.
저 멀리 다른 늑대 무리들이 사냥감을 포위하고 있습니다.
**
# 손 좀 더 푸실래여? 근질근질할텐데 하는 눈으로 사람들을 봅니다.
**
사람들은 멈춰섭니다.
"늑대무리가 먼젓번의 것들보다 많소이다."
"크기도 더욱 크군."
그들은 살짝 긴장합니다.
"맡겨만 준다면 얼마든지 나설 용의가 있소. 공자."
중원은 참여할 수도,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비전력의 힘이 다 빠지면 그 늑대왕인지 뭔지 하는 놈을 때려잡을 때 힘에 부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떠올립니다...
**
"이번에는 같이 나서도록 하죠. 진은 쐐기진으로 선두는 제가 서겠습니다."
중원은 드디어 대검을 쥐곤 천천히 내공을 운용했다.
# 쐐기진으로 돌진. 내공을 운용하여 신체의 강도를 올리고 감모보를 통해 질주하며 석도난도를 사용합니다.
**
중원이 선두에 서고 그 뒤로 일행은 쐐기진을 형성합니다.
단전에서부터 폭발적인 기운이 온 몸을 휘감기 시작합니다.
퍼어엉!
석도난도
욱씬.
갑작스레 무거워진 검. 검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놓칠만큼 무겁지는 않습니다.
중원은 무림에서도 쉬이 찾기 어려운 일류의 고수.
핏...!
늑대의 목덜미를 검이 가볍게 찔러들어갑니다. 앗, 스쳐지나간건가?
쩌억 - !
그리고 늑대의 목은 크게 갈라지면서 그대로 떨어집니다!
뒤따라온 일행들의 독문무기들이 빛을 발하며 늑대들의 포위망을 일거에 박살내버립니다! 중원은 멈추지 않고 반대편까지 끝까지 달려나갑니다!
퍼서석.
끝에서 이 무리를 지휘하고 있는 늑대의 몸을 우습게 반으로 갈라버린 뒤 중원은 진격을 멈춥니다.
단 한 번의 돌격으로 늑대 무리는 반이 죽었습니다!
아우우우우우 - !
그리고 저 멀리, 다른 늑대 무리의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
#사냥꾼에게 댕댕이를 붙여주며 큰 놈을 찾을 수 있나 물어봅니다.
**
사냥꾼은 일방적인 학살에 얼떨떨해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중원의 손짓발짓이 이어지고 그제서야 간신히 알아듣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젓습니다.
자기 혼자 가면 죽을게 뻔할 것 같다는...그런 의미의 몸짓입니다.
통역사가 필요하다! 통역사가!
**
"지금부턴 속도전입니다. 늑대를 바로 추적토록 하죠."
# 우리 전부가 니 호위다! 큰놈 찾아!!
**
아직 늑대들이 물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늑대들을 무시할까요?
**
# 저, 팀원중 둘, 댕, 추
나머지는 늑대 사냥으로 틉니다
**
네놈추!
이게 아닌데!
중원은 인원을 따로 빼서 다른 늑대무리를 쫓기 시작합니다.
"맡겨두시오 공자. 이 정도 쯤은 별 것 아니니."
무림인 중 하나가 씨익 웃으면서 말합니다.
"하지만 어디로 합류해야할지는 정해주시기 바라오."
중원은 아차하고 어디로 합류해야할지 생각합니다.
사람들을 이끌고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잘 없으니 사소한 것에서 약간씩 매끄럽지 못하군요! 이런 것도 성장이라면 성장일겁니다.
**
# 첫 늑대를 사냥했던 곳으로 만날 장소를 정합니다.
**
합류지점을 설정합니다! 그들은 늑대 사냥이 끝나고 난 뒤에 지정된 장소로 이동할겁니다!
중원은 무림인 둘과 커여운 댕댕이, 그리고 안커여운 네놈추를 데리고 다른 늑대무리를 쫓기 시작합니다.
**
# 추적! 추적! 네놈추!!!
**
네 놈을 추적해주마!
그 때 사냥꾼이 멈춰섭니다.
그는 뭔가 열심히 설명하려고 합니다.
중원은 이를 무시하고 추적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공략집 무시하면 팀 터짐..
- 늑대 드디어 잡는다
- 네놈추...아니 사냥꾼의 손짓발짓은 중원이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자 급히 나무막대기를 어디서 꺾어온 사냥꾼이 동그라미를 몇 개 그립니다.
그리고서 자기와 무림인 둘. 중원과 댕댕이를 손가락질 합니다.
동그라미가...우리라는 것 같군요.
그리고 늑대인지 개인지 알아보기 쉽지는 않지만 아무튼 그럴 것 같이 생긴 그림을 마구 그립니다.
.....
중원은 이래뵈도 천재입니다.
사냥꾼이 뭘 말하고 싶은건지 바로 눈치챘습니다.
지금.
늑대 무리에 포위된 상황입니다!
**
한숨이 나오는군. 중원은 검을 들고 천천히 숨을 마셨다.
"삼각진으로 갑시다. 사냥꾼과 개를 중심으로 두고 선두를 제가 돌파하도록 하죠."
# 뚫어라!!
**
삼각진이 형성됩니다!
중앙에는 제일 약한 댕댕이와 사냥꾼이 섭니다.
선두는 중원이 섭니다.
컹! 컹!
늑대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아직 다행히도 포위망이 완전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중원이 만약 사냥꾼의 말을 듣지 않고 전진했다면..
포위망이 완성되었을겁니다.
훌륭한 대처였습니다!
**
# 천재의 지략으로 뚫기 좋은 곳을 찾아 뚫습니다.
도와줘 다갓!!
**
다갓이 구릅니다! 노조파괴자가 등장해 뉴런 노조를 완전히 박살내버립니다!
뉴런들은 노예답게 채찍질을 당해가며 일하기 시작합니다.
중원의 머릿속에서 번갯불이 튑니다!
파직!
본능적으로 중원은 오른쪽을 돌아봅니다. 빽빽한 침엽수들이 자리잡고 있는 얄팍한 숲입니다.
저곳은 상대가 인간이라면 문제없지만...상대는 동물. 자신은 몰라도 피해가 클겁니다.
바로 왼쪽으로 고개를 틉니다.
갈대밭. 늑대들이 몸을 숨기기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뒤.
왔던 길입니다. 돌아가게 되면 합류하겠지요. 하지만 목적과는 멀어집니다.
남은 곳은 오직 북쪽.
그리고 정면에서 달려오는 늑대들의 방향도 북쪽.
저 늑대들을 재빠르게 처리한다면 포위망은 한층 더 헐거워질겁니다.
**
"두분은 중앙을 지켜주십시오. 딱 한번. 길을 뚫겠습니다."
#옥체 최대, 감모보 풀, 검기상인, 석도난도!
**
중원 혼자서 돌격합니까?
**
#앗시 전부 빠르게 돌격하는데 제가 보법써서 쫌 빨라요!!
**
좋습니다!
중원을 필두로 다른 이들이 뒤따릅니다!
퍼어어엉!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나고, 중원의 발은 비현실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면서 내달리기 시작합니다!
자! 이것이 시간차 공격이다 미개한 늑대들아!
욱씬. 욱씬.
검은 무거워지고, 중원은 검을 얼굴 오른쪽에 들고 곧게 뻗은채로 달려가...
부딫힙니다!
콰아아아앙 - !
캐갱! 캥!
늑대 대여섯마리가 피떡이 되어 멀리 나가떨어집니다!
그게 끝이 아닙니다.
중원은 부딫히면서 늑대들을 힘으로 밀어내고 검을 위로 던집니다.
후웅...
자유롭게 된 한 손. 중원의 무게중심은 달려오면서 앞으로 크게 쏠려있는 상태.
몸은 금방이라도 넘어질듯이 위태롭습니다.
하나 남은 손으로 중원은 손목을 반대로 뒤틀어가면서 땅에 가져다대고 허리를 뒤쪽으로 움직입니다!
파악!
중원을 노리고 이빨을 들이밀던 늑대는 헛입질을 합니다.
휘리릭!
공중에서 두바퀴를 더 돈 중원은 하늘에서 떨어져내려오는 검을 잡아챕니다.
턱.
후우웅 - !
그리고 그제서야 뒤따라온 무림인들의 2차 돌격이 이어집니다!
콰앙!
**
돌겨어어어어억!!!!!
#
**
무림인 하나가 늑대 서너마리를 돌격으로 참살합니다!
그리고 또다시 뒤이어 따라온 무림인의 마지막 돌격!
콰아아앙!
서너마리가 피를 뿌리며 뒤로 나가떨어집니다!
하지만 늑대무리는 아직 십여마리나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그 늑대들은....먼젓번보다 더 크고. 똑똑해보입니다.
늑대들은 곧바로 넓게 원을 그리면서 일행을 포위합니다.
몇마리는 뒤에 떨어져있는 댕댕이와 사냥꾼을 향해 뛰쳐나갑니다!
피잉 - !
그리고 사냥꾼의 화살이 쏘아지고, 늑대 한 마리가 쓰러집니다.
그래! 너도 사람이었구나! 버스만 탈 줄 아는 놈은 아니었어!
**
# 마지막!!! 333마리씩 조집시다!!
**
사냥꾼은 나무 위를 타고 올라가면서 시간을 법니다.
당장은 죽지 않을 것 같군요. 중원은 빠르게 지시를 합니다.
"세마리! 어렵지 않지!"
무림인 하나가 자세를 잡으면서 외칩니다.
중원의 칼끝이 번쩍이고 늑대 한 마리가 절명합니다!
캥!
콰득!
"끄으윽...!"
그리고 뒤에서 무림인 하나가 팔을 물렸습니다.
"이 빌어먹을 놈이!"
푸욱!
팔을 문 늑대는 숨이 끊겼지만, 무림인의 팔에 여전히 이빨을 박고 매달려있군요.
그리고 중원에게는 늑대들이 달려듭니다.
**
#옥체와 감모보를 이용하여 치고 빠지는 전술로 한마리씩 제거합니다.
**
팔을 물린 무림인은 무시하시겠습니까?
**
#아뇨! 그 사람에게 달라드는 늑대까지 제가 어그로를 끕니다.
어서 치료해 신참!!
**
늑대들은 전략적으로 중원과 무사의 사이를 떼어놓으려 양동작전을 벌였습니다!
이는 중원의 뛰어난 두뇌로 파악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중원은 어떤 방식으로 그 사람에게 달려드는 늑대의 주의를 자신에게 돌릴까요?
이 상황은 늑대의 의도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
#뉴우우우우러어어어언!!!!!!
**
당신의 두뇌. 파업에 들어가다.
중원은 캡틴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중원주의 두뇌로 해결해야 합니다...
**
#의수를 집어던져 자신을 보던 늑대를 방해하고 급히 무림인과 붙습니다.
**
중원은 팔을 뽑아 던집니다!
늑대 몇 마리는 의수를 향해 달려가 질겅질겅 씹어댑니다!
.....?
그리고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의수. 한 쪽 소매가 나풀거리는 중원.
늑대들은 이게 지금 뭔 상황인지 잠깐 인지 못하는 사이에 중원은 그 무림인 옆에 도착하는데 성공합니다!
퍼억!
늑대의 머리를 부숴버리고 이빨을 팔에서 빼냅니다!
**
#경계하며 늑대들의 동태를 살핍니다.
그림자 아조씨 좀 도와줘바여..
**
킹림자 아조씨는 아무런 행동도 말도 하지 않습니다.
중원을 믿는 것인지 직무유기인지 이 기회에 중원을 처리하고자 함인지.
천재인 중원이라도 짐작이 가질 않습니다. 일단 눈 앞의 늑대들에게 온 신경을 집중하는 편이 좋겠군요.
다른 무인 하나도 급히 몸을 내빼며 이 쪽으로 달려옵니다.
크르르르....
댕댕이와 사냥꾼이 늑대들에게 노출되었습니다.
"끄으...끄으읍..."
팔을 물린 무인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고 있습니다. 옷이 땀으로 흥건합니다. 미간이 깊게 파여있는 것이 상당한 고통을 겪는 중임을 알 수 있게 해줍니다.
"고, 고맙소..."
그는 생명을 살려준 중원의 은혜를 잊지 않을테지만 일단 여기서 살아나가는게 중요하겠군요.
늑대들은 포위한채로 빙빙 돌면서 깔짝깔짝 체력을 빼놓기 위해 덤벼들기 시작합니다!
퍼억 - !
다른 무인이 늑대를 발로 걷어찹니다.
"공자! 이대로는 끝이 없겠소!"
**
일해라 뉴런..제발 방법을...
#뉴런 다이스..
**
중원의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당신이 익히고 있는 무공들은 모두 모용세가의 절기 중의 절기.
그 중 비취신공은 무슨 원리인지는 몰라도 사람의 몸을 사람의 몸이 아닌 무언가로 만들어주는 주술의 영역에 가까운 무공입니다.
다른 이들은 물리면 물린 부분이 영구적으로 사라질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라면?
비취신공 5성에 도달한 자신의 몸이라면?
저 늑대들의 이빨과 발톱을 두려워해야할까요?
생각에 잠깁니다...
**
"일단 뚫어야 한다면....방법이 없겠구려. 부상자를 잘 지켜주시오. 방법은 내가 만들테니."
# 내공을 끌어올려 효율을 최대까지 뽑아내고 늑대들을 끌어모으는 개싸움을 시작합니다.
**
단전에서부터 내공이 몸 곳곳으로 퍼져나갑니다.
후우......
"...알겠소 공자."
중원은 어떨지 몰라도 이들은 죽음의 위기를 겪는 상황. 잘 헤쳐나가야만 합니다!
늑대들을 어떻게 끌어모으시겠습니까? 늑대들의 머리는 지능이 상당히 뛰어납니다!
**
# 머리를 굴려 대검을 집어던지면서 감모보로 충분히 접근할 수 있는 위치로 던져버립니다.
그리고 맨팔 하나로 늑대들에게 소리를 치면서 바닥을 세게 쿵 한번 칩니다.
**
비취신공의 묘리를 사용합니까?
**
#사용합니다.
**
몸의 단단함을 조절하기 시작하고, 특히 손은 사람의 강도가 아닌 무생물의 단계에 가까워집니다.
돌보다 살짝 무를 것 같군요. 이 정도면 긁혀서 피가 날 일은 없을겁니다. 무언가 둔기같은 것에 맞는다면 몰라도...
대검을 던지면서 바닥을 한 손으로 쾅 내리칩니다!
컹! 컹!
늑대들이 중원에게 순식간에 쇄도해옵니다!
절체절명의 위기입니다!
**
#감모보와 손을 이용해 늑대를 유인하면서 대검 쪽으로 빠르게 돌파해봅니다. 내공을 사용해 신체를 강화하며 돌파
**
콰드드득!
중원의 손을 늑대가 물어버립니다!
깽?
와자자작!
늑대의 이빨이 박살납니다! 살짝 욱신거리는 통증을 뒤로한 채 중원은 검 쪽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합니다!
크르르르!
컹!
뒤에서 다리를 노리고 늑대들이 달려듭니다!
아!
다리는 강화할 줄 모르는데!
회피하십시오! 묘사에 따라 회피 성공 여부가 판단됩니다!
**
숨을 참는다. 순간은 한번이다. 이를 꽉 깨물면서 감모보에 대해 다시 떠올린다. 단순히 발을 놀리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 그러니 단순하게 빠르게 놀린다가 아니라 - 움직일지에 대해서 자신의 머리를 믿는다.
모용의 발걸음은 무겁다. 뒤를 달라드는 늑대의 이를 피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만 하는가? 단순히 뛰기만 해서 되는가? 아니다. 역으로 늑대뿐 아니라 나 자신도 속여야만 한다.
감모보 - 3성
감모손
발걸음을 흐트리고 방향을 움직인다. 발의 위치와 행동, 형태마저 일그러트리고 미친듯이 놀리는 거다. 거기에 달라드는 늑대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있는 것으로 내 역할을 다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
나는 모용중원이다.
나는, 여기서 죽을 수 없다.
# 감모손을 사용하여 발을 중구난방으로 움직여 회피를 시도합니다.
**
훌륭합니다!
중원의 발이 어지러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늑대들의 입질은 번번히 헛짓거리가 되고 중원은 가까스로 뇌려타곤마냥 몸을 굴러가며 대검을 한 손으로 잡는데 성공합니다!
윽!
무게 균형이 일순간 맞지 않아 흔들렸지만 무너질 수 없습니다! 다리에 내공과 힘을 주면서 중원은 간신히 버텨냅니다.
그리고 그 때를 노려 공격해오는 늑대!
퍼석!
늑대의 배부터 머리까지 한 번에 일도양단한 중원의 머리와 얼굴, 옷 앞부분 전체가 피로 물듭니다...!
그리고 갈라진 채 공중에서 떨어지고 있는 늑대의 시체 너머로 보이는 섬뜩한 눈빛과 굳게 다문 입술.
반드시 살아남겠다는 의지! 형형한 녹옥빛을 발하는 검기와 완벽한 자세!
중원이 한 발자국 다시 내딛고 검을 옆으로 촤악! 휘두릅니다!
후두둑.
묻었던 피들이 풀밭으로 떨어져 붉게 물들입니다.
깽...깨갱...
늑대들은 겁을 먹고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
"...후우."
# 아군을 정비하러 갑니다.
**
컹! 컹!
늑대들은 겁을 먹고 도망칩니다! 우두머리 늑대의 통제력은 상실되었습니다! 이제 직접 맞닦뜨리는 것만이 남았지요.
중원은 숨을 고르면서 일행들에게 다가갑니다.
그들은 이곳저곳에 붉은 피와 상처를 어떻게든 치료하고 있습니다. 골절도 조금 있군요.
사냥꾼과 댕댕이도 합류합니다!
"공자. 살려주어 고맙소."
그들은 비척비척 일어나 포권지례를 취합니다.
**
# 이들에게 휴식을 명하며 아무것도 아니란 표정을 짓습니다.
아 그림자아재 치료약좀 줘봐요
**
그림자 아재는 아무것도 안합니다.
이것이 방치플레이? 오우야 오우야.
그들은 씨익 웃으며 운기행공에 들어갑니다.
중원은 조용히 그들의 호법을 서줍니다.
....알 수 없고 보지도 못하는 옅은 유대감이 이들과 생성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입니다.
**
#저도 준비를 합시다.
...마지막이 오는 느낌이네요.
**
호법을 다 서고 그들이 어느 정도 회복을 마친 뒤 중원도 자신의 몸상태를 점검합니다.
살짝 좋지 않군요....
어떻게 회복시킬까요?
**
#운기행공을 하며 체력만이라도 채워봅시다.
**
체력을 회복합니다!
내공은 전투가 끝나면 자동으로 풀로 회복됩니다.
- 잡았다 늑대
**
크르르르르.....
어디선가 살짝 떨어진 곳에서.
온 몸에 닭살이 돋을 정도로 소름끼치는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일류 고수인 중원마저도 일순간 경계해야할 정도로 압도적인 힘!
아우우우우 - !!!!!!
지진이 일어난듯 일순간 땅이 흔들리고 귀에서 삐 - 하는 이명이 들릴 수준의 울부짖음입니다.
중원은 직감적으로 저 늑대가 절대 평범하고 단순한 '큰 늑대' 가 아님을 깨닫습니다.
쿠웅.
쿠웅.
쿠웅.
쩌억.
거대한 늑대가 입을 열자 한없이 어두운 무저갱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중원은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내뱉습니다.
"큰 늑대라면서..."
옆의 무림인이 중원의 심정과 같은 것을 느끼는듯 허탈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쿠웅!
거리는 약 50보.
태양을 가리고, 온 초원이 꽉 채워지는 듯한 압도적인 크기!
데구르르 굴러가는 눈동자 하나하나가 사람의 몸통만합니다.
꿀꺽.
누군가가 긴장으로 침을 꼴깍 삼켜 목구멍 너머로 넘깁니다.
그 늑대 주변으로 여러 늑대들이 어슬렁 어슬렁 모여들고...
무림인들과 중원은 들고 있는 무기를 힘껏 쥐어듭니다.
컹!
거대한 늑대가 울부짖자 늑대들은 일행에게 미친듯이 돌진하기 시작합니다!
막아내십시오!
**
# 내공을 이용하여 신체를 강화하며 비취신공의 묘리로 전신의 강도와 손의 강도 역시 강화합니다. 그리고 불파석을 사용해 공격의 방어를 시도합니다.
**
중원의 몸은 더 이상 사람의 경도라 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나서서 중원이 검을 휘두릅니다. 늑대 한 마리가 펄쩍 뛰어올라 목을 노립니다!
이미 알고 있었다. 미물.
터엉!
손으로 발톱을 쳐내고, 검으로 이빨을 내보이는 늑대의 입 속에 가져다댄 다음 그대로 비틀어버립니다!
뻐서서서서석...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늑대의 이빨이 깨져나갑니다!
순조롭게 방어해냈지만, 다른 무림인들도 그럴까요?
중원은 황급히 뒤를 돌아봅니다!
하아아앗....!
아까의 싸움에서 살아남은 무림인들 중 하나가 놀랍게도 훌륭히 방어해내고 있습니다.
....
중원과 엇비슷한 실력입니다.
전투에서 무언가 깨달음을 얻어 일류의 초입에 완전히 들어선 것 같습니다.
**
#아군과 모여 쐐기진을 형성합니다. 나 - 일류 - 따까리!
**
중원은 빠르게 지휘를 내립니다!
중원을 선두로 뒤에는 일류, 그 다음은 이외의 사람들이 섭니다.
컹! 컹!
늑대들은 양 옆에서 아군을 공격해옵니다!
저기 서있는 거대한 늑대는 미동도 하지 않고 중원을 노려보고 있습니다.
하.
기초적인 진 정도는 훼방놓을 수 있다는 말인가?
**
"저번 약속. 기억하시오?"
희끄무리한 미소가 중원의 얼굴에 피었다. 저만큼 큰 늑대임을 모르고 한 약속이었지만 그때 중원은 고개를 끄덕여 묵인했다.
변화를 위해선 때때로 호수에 뛰어들 필요가 있다. 그 사실을 중원은 너무나도 잘 알았다. 그리고, 그 치의 대가로 이제는 비어버린 한쪽 팔을 가만히 바라보곤 허, 하는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도를 든다. 한발짝 앞선다. 무저갱의 어둠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의 인생아. 모용의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 무용의 삶이여.
"딱 한번만. 명령하겠소."
그는 걸음을 내딛었다.
"살아라! 살다가 싸우다가, 온전히 살아 돌아가라!"
비록 제대로 된 호소는 못하겠다만 지금은 이들이 내 아군이다.
그는 무거워진 도를 이끌고 늑대들 사이를 돌파하여 보법마저 응용해 빠르게 뛰어나갔다.
화석도 - 2식
석도난도
#큰 늑대를 혼자 공격한다!!
**
"음!"
무림인들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중원은 하나 남은 팔로 검을 쥐고서 앞으로 달려나갑니다!
컹! 컹!
사방에서 늑대들이 달려듭니다!
"네 놈들의 상대는 이 몸이시다!"
중원의 뒤에 섰던 무림인이 하! 기합성을 내지르면서 무기를 휘두릅니다!
서겅!
중원은 그의 도움으로 거대한 늑대의 앞에 도달합니다.
거대합니다.
중원이 다섯 쯤 위로 겹쳐져야 귀에 닿지 않을까 할 정도로.
화석도
검을 들고 있는 팔이 추욱 늘어질 정도로 무거워집니다.
퍼억!
중원은 그 칼을 그대로 고고히 서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늑대의 앞발에 찔러버립니다!
- !!!!!!!!!!!!!!!!!!!!!!!!!!!
이건 몰랐지 요놈아?
**
"들어라! 네놈이 짐승임은 알기에 지금의 말이 큰 의미가 있을진 모르나 죽어서 네놈을 누가 죽였냐 하거든 모용가의 중원이 죽였다 말하거라! 내 이름은 모용중원. 네 사냥꾼이다!"
# 검을 무겁게 하고 성월도를 사용합니다
**
컹!
늑대는 피를 흘리는 앞발을 들어올려 중원을 후려칩니다!
훌륭한 판단이었습니다!
콰아앙! 콰아아아앙!
늑대의 앞발이 휘둘러질 때 마다 검이 깨질듯이 진동하고 중원의 몸은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허나.
용케도, 볼썽사납게 넘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늑대는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자 찔린 앞발을 살짝 들고 목을 낮춰 그 거대한 이빨로 중원의 몸을 씹어먹으려 합니다!
**
# 내려쳐지는 발을 보법을 이용해 회피를 시도하면서 검기상인을 펼쳐 녀석이 물려는 순간 코를 노립니다.
**
파앙!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나고 중원은 뒤로 훌쩍 뛰어오릅니다!
터어어엉!
강철로 이루어진 문이 닫힐 때 나는 소리가 이러할까요? 풍압과 함께 강렬한 소음이 중원의 머리카락을 휘저어버립니다. 이거, 여기서도 단정하게 유지되던 머리가 산발이 되어버렸습니다.
모용세가의 후계라고 하기엔 좀 꼴사나울지도 모르겠군요.
늑대와 눈이 마주칩니다.
아직 너 유효타 하나도 못 넣은거 아냐? 이 덩치만 큰 놈아!
촤아악!
검에 녹빛의 기가 서리더니 늑대의 코를 베어버립니다!
뚜욱. 뚝.
칫.
아쉽게도 얕았습니다.
중원은 아쉬움에 혀를 찼고 늑대는 앞발을 휘두릅니다!
퍼억!
컥!
피를 토하면서 중원이 옆으로 나가떨어집니다!
십여장을 날아가며 데굴데굴 한참을 구른 뒤 재빨리 일어섭니다.
가만히 앉아서 당해주지는 않겠다는 거겠지요.
....결코 쉬운 싸움은 아닐 것입니다.
**
"쿨럭....."
호흡을 정돈하고 늑대를 다시 바라보며 검을 꽉 쥐었다. 기회가 별로 많지도 않고 쉬운 싸움도 아닐 것 같았다.
# 감모보 2성 감모손으로 중구난방으로 이동하며 흐린 뒤 상처받은 곳을 치는 척 다른 손을 공격해봅니다.
**
595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중원은 검을 쥡니다.
습관적으로 양손으로 검을 쥔다고 생각했지만 텅 비어버린 한 쪽 팔이 오늘따라 유독 그립습니다.
것 참.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되었는데.
한 팔이 없다는건 확실히 전투에서 불리합니다. 중원은 까득 이를 갑니다.
늑대가 이 곳으로 달려옵니다!
쿠웅!
한 걸음 내딜 때 마다 거리는 빠르게 좁혀집니다!
너무 큰데!
중원의 발이 타다닷 움직이고 늑대의 상처입은 앞 발이 중원이 서있던 곳을 내리찍습니다!
쿠우우웅!
흙먼지와 파공성. 그리고 풍압.
중원은 먼지를 뒤집어쓰고, 뒤이어 인 바람이 먼지들을 조금이나마 씻어줍니다.
하.
늑대에게는 이쑤시개만한 검이 찔러들어올듯 움직이고, 늑대는 급히 다친 앞 발을 빼냅니다.
핏!
중원은 팔이 하나 없지 다리가 없는게 아닙니다. 앞발을 빼면서 생긴 공간을 놓치지 않고 쑥 들어간 중원은 늑대의 배 아래에서 검을 한 팔로 베어들어갑니다!
찌르면 좋았겠지만 한 팔로는 무리입니다.
늑대의 두꺼운 가죽은 녹빛의 기에 밀려 핏방울을 보여주지만, 완전히 베어지지는 못했습니다.
검기를 방호해낼 수 있는 가죽이라!
컹!
늑대가 펄쩍 위로 뜁니다.
윽.
햇빛이!
늑대의 아래로 들어오면서 어두웠던 시야가 일순간 밝아지자 중원은 눈을 찌푸립니다. 아차! 이러면!
콰아아아아아앙!
늑대의 꼬리가 중원을 거세게 후려칩니다
**
#재정비를 하며 늑대를 바라봅니다.
**
중원은 아까처럼 꼴사납게 나가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제법 타격을 받은채 뒤로 쭈우욱 밀려납니다.
크.
몸 이곳저곳이 욱신거립니다. 몸이 단단해지지 않았다면 하나 남은 팔도 없어졌을지도 모르겠군요.
늑대는 지치지도 않는지 다시 중원에게 달려듭니다!
와 나!
**
"하!!"
기합으로 몸에 힘을 준 채 또 싸울 준비를 합니다.
미취겠네.
#늑대가 공격하면 뇌려타곤을 펼쳐 피하고 즉시 돌진하여 한번 힘세고 강하게 베어봅니다.
**
늑대의 입이 다시 벌려집니다.
...불같은걸 쏘지는 않겠지?
...
다행히 아니었습니다! 늑대의 거대한 입이 중원을 향해 다가옵니다. 이빨은 햇빛을 받아 번쩍입니다. 저게 칼이야 뭐야!
중원은 몸을 굴립니다!
온갖 먼지와 흙들이 옷과 얼굴 입 안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에퉤퉤하고 뱉어낼 시간같은건 없습니다.
쿠웅!
입질이 한 번 일 때 마다 일어나는 저 풍압을 보십시오. 물렸다간 몸이 절대 성치는 않을겁니다.
중원은 빠르게 일어나 늑대의 옆구리를 향해 달려들어 뜁니다!
퍼엉!
공기가 터지면서 중원의 몸은 꽤 높게 올라갔고 그대로 한 팔로 검을 휘두릅니다!
촤아아악!
가죽이 살짝 갈라지면서 털에 피가 묻습니다.
젠장. 가죽이 얼마나 두꺼운건지!
유효타이긴 하지만, 생채기 정도에 불과합니다!
**
# 이번에는 석도난도를 준비하며 늑대의 공격을 최소 두번은 회피하고 공격합니다.
**
늑대의 앞발이 날아듭니다!
중원은 그것을 피합니다!
터엉!
아.
검 끝과 늑대의 발톱이 살짝 스쳐지나갑니다.
검기는 유지하고 있지만 몸의 균형이 흔들립니다. 그냥 단순히 피하다간 몰릴 수도 있겠습니다.
한 번 더 피해야 합니다.
**
#감모보에몽!! 도와줘!!! 회피!!!
**
감모보에몽이 모용진구를 구하기 위해 대나무 헬리콥터를 타고...아니 이게 아닌데.
타앗!
이어지는 늑대의 꼬리 공격! 중원은 한 끝 차이로 공격을 피해냅니다! 늑대털이 묻는건 어쩔 수 없지만요!
커엉!
늑대는 요리조리 빠져나가고, 자기 공격을 맞아도 멀쩡한 중원이 마음에 안드는지 신경질을 부립니다.
....다른 방법도 있을지 모르겠군요. 미물 주제에 감정이라도 있다는 말입니까? 하!
**
#천재 다이스!! 다른 방법좀 생각해줘!!!!
**
노조따위. 박살내버립니다!
중원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갑니다. 중원은 방법을 생각해냈고 갑자기 몸을 우뚝 멈춰세워버립니다.
늑대는 머리에 갈고리를 띄우며 경계합니다.
하하. 이 쉬운걸.
저 늑대 놈.
사람 말을 알아듣습니다.
그럼.
말로 화를 돋구면 늑대가 화내겠죠?
더 강하고 빨라지겠지만 단순해질겁니다.
중원은 알고 있습니다.
저 늑대는 매우 지능적입니다. 어쩌면 ' 영물 ' 일지도 모릅니다.
**
"야이 개잡노무호로새퀴야! 느그 어머니는 산이랑 응응해서 널 낳았냐! 안그러면 그 크다란 덩치가 설명이 안된다! 근데 니가 하는 짓은 꼭 애새끼 아니면 아기가 딩딩대는 꼴인걸 보아하니 네 덩치는 장식감이고 여기 돌아다니는 늑대들은 네놈에게 잘 보이겠다고 꼬리나 세차게 흔들어대는 개잡놈들이 분명하다! 아니면 다 네 새끼들이냐? 다산의 상징이라 개새끼마냥 순풍순풍 낳아도 댔구나! 아니면 다 뭐냐? 저게 다 니 궁뎅이나 쫓아 온 놈들이냐? 자 여기 뼈다귀 널렸는데 하나하나 씹어먹지 그러냐? 던져줄까? 물어! 멍멍아!!!"
# 천재의 지능!
**
크르르르르르...
너무나도 빠른 말에 늑대는 잠깐 벙찐듯 가만히 서있었습니다.
휘이이잉...
바람이 한 번 지나가고 늑대는 털을 곤두세우고 꼬리를 바짝 세운채로 달려듭니다.
아.
빡쳤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