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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야마 코토리

last modified: 2025-07-06 09:28:33 Contributors


“엣, 설마요... 이거 그냥 시켜만 보고 안 주는 그런 거 아니죠...? 저 진짜 열심히 했단 말이에요... 아마도요...”

하나야마 코토리[1]
나이 어디에도 안착하지 못한 성인의 초입
종족

미변환체(未変換体) ▼
본래 인간이었으나, 사메 학원 내 비인가 실험동아리에서 행해진 자기정체실험 중 일시적 변환 상태에 놓인 존재. 의학적으로는 인간과 큰 차이가 없지만, 뇌파나 무의식의 형성 방식, 체온의 순환 등에서 일관되지 않는 패턴이 관찰된다. 신체적 이상은 없으나, 감정의 일부는 아직 변환되지 않은 채, 꿈과 현실 사이의 틈에 머물고 있다는 기록이 있다. 그녀 스스로는 그 사실을 잊었다는 자각 없이 살아가고 있다.



1. 외형


결조(潔楚)한 앞머리가 이마를 고요히 덮고, 유순한 백갈색의 머리칼은 물결처럼 어깨 아래로 흘러내린다. 푸른 기가 감도는 눈동자는 유리구처럼 투명하지만, 시선은 어딘가에 머물지 못하고, 아득한 잔광만이 홍채 위를 느리게 부유한다.
피부는 부드럽고 옅은 색을 띠며, 165cm 정도의 키에 오프숄더 스타일의 메이드복을 입고 있다. 주름진 리본과 매무새는 가지런하지만, 한쪽 끝이 늘어져 있어, 그 가벼운 어긋남이 자꾸만 손을 대고 싶게 만든다. 늘상 말갛게 떠 있는 표정 아래에는 이따금 엉뚱한 기색이 번지며, 붙잡히지 않는 숨결에 작은 웃음이 섞여든다.


2. 성격


말갛고 명랑한 말투 속에 이상한 여백이 느껴지는 아이. 항상 장난스럽고 엉뚱한 말로 주위를 웃게 만들지만, 그 웃음은 타인을 관찰하는 태도에서 비롯되며, 무엇이 진심이고 어디까지가 연기인지 쉽게 가늠되지 않는다. 실수해도 딱히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혼나면 그 틈을 파고들어 웃으며 빠져나온다. 사과와 도발을 한 문장에 섞어 말하고, 상대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면 입꼬리부터 올라간다. 본인은 모른 척하지만, 그런 순간이 꽤 좋은 모양이다.


3. 기타


▼ 하나야마 코토리(花山 小鳥)
원래는 사메 학원의 학생이었다. 온화한 성적표와 조용한 책상머리의 풍경 속에 있었으나, 어느 날 학생회 이중 출석 사건이라는 이상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학생회 정기 회의에 참석했다는 기록이 두 군데에서 동시에 발견된 것이다. 하나는 본래의 회의실, 다른 하나는 존재하지 않는 시간에 작성된 사전 보고서 속이었다. 두 기록 모두에 그녀의 서명이 있었지만, 정작 그녀 자신은 어느 쪽에도 확신을 갖지 못했다. "아무래도 기억을 날조하는 거 아니야?" 그 말이 퍼지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조금씩 그녀를 피하기 시작했고, 코토리는 별다른 해명 없이 학교를 떠났다.

이후 Tuna's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으나, 첫 출근 날 메이드복을 건네받았을 때, 익숙하지 않은 색감과 천의 감촉 앞에서 잠시 말을 잃었다. 그럼에도 일손을 내려놓지 못하는 자신을 어색하게 여기면서도, 지금은 메이드복의 주름과 리본 매무새가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점장의 기묘한 생태와 손님들의 정체불명스러운 대화에 종종 눈을 끔뻑이면서도, 달리 할 수 있는 말이 없어 침묵으로 하루를 덮어낸다.

그녀는 여전히 어딘가로 돌아가는 방법을 모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자기정체실험(自己正体実験)
■ 실험 개요

명칭: 자기정체실험

시행 장소: 사메 학원 내 비인가 실험동아리

실험 목적: 정체성은 언제, 어떻게 규정되는가?라는 질문 아래, 자아의 구성 요소를 인위적으로 조작하거나 제거했을 때 인간이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게 되는지를 관찰하는 실험

■ 실험 방식

- 기억 연쇄 해체
- 감각의 분리 및 재조합
- 인격 파편화 유도
- 명칭 제거(이름 불허)
- 자아와 타자 구분 인식 실험
- 감정 반응의 지연 유도
- 거울 인식 왜곡 및 이탈 시뮬레이션
- 이계 인식 각인

■ 코토리의 상태: 미변환체(未変換体)

실험 이후 코토리는 인간으로도, 완전히 다른 존재로도 규정되지 못한 채 모호한 경계에 붙들려 있음
의학적으로는 인간과 유사하지만, 뇌파, 무의식 패턴, 감각 반응, 감정 흐름 등이 일관되지 않음
감정의 일부는 끝내 변환되지 못한 상태로 꿈과 현실 사이의 틈에 부유하고 있음
코토리는 자신이 이 실험에 참여했었다는 자각이 명확하지 않음

■ 일상에서의 영향

일상적 행동은 가능하나, 감정 반응이 지연되거나, 현실 인식이 어긋나는 순간이 간헐적으로 나타남
감정과 인지의 반응 속도가 일반적인 인간보다 뒤틀림
본인은 스스로를 평범한 인간이라 여김
그러나 타인이 느끼는 이질감은 설명되지 않음
특정 시점에서 변환층 접속 상태로 진입할 수 있음


▼ 변환층 접속 상태(각성 상태)
“무언가를 쥐었다고 느꼈는데, 손바닥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
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남지 않았다는 건, 쥔 적도 없었다는 걸까.
아니면, 남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던 걸까.
그게 어떤 쪽이든, 지금은 아무 상관없지만.”

개요

하나야마 코토리는 사메 학원 시절 비인가 실험동아리에서 진행된 자기정체실험의 피실험자였다. 이 실험은 정체성이란 언제, 어떻게 결정되는가를 주제로 한 인식 실험으로, 기억 조작, 감각 해체, 인격 분리, 명칭 제거 등의 조치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 결과, 코토리는 일시적 변환 상태에 놓인 채 인간으로도, 완전히 다른 존재로도 규정되지 못한 미변환체(未変換体)로 남게 되었다.

각성 조건

코토리는 평소에는 자각 없이 일상에 섞여 있지만, 특정 조건에서 실험 중 잠재적으로 각인된 변환의 층위에 접속하게 된다. 이 조건은 다음 중 하나, 혹은 복합적인 작용으로 나타난다:

- 감정이 극점에 이르렀을 때
(공포, 분노, 슬픔, 환희 등 극단적인 감정)

- 특정 인물의 발화나 행동이 트리거가 되었을 때
(실험 당시의 문장 구조, 코드화된 명령어 등)

- 시간의 단층이나 이계의 흔적이 감지될 때
(존재하지 않는 보고서, 겹쳐진 현실, 중첩된 시점 등)

변화 양상

외형 변화
감정이 극점에 도달할 때, 신경계의 불안정성이 표면화되어 감각 과민 및 공간 지각의 비정상적 확장이 관찰된다. 눈빛은 더욱 투명해지고, 머리카락은 백에 가까운 빛으로 옅어지며, 전체적인 인상은 이계적인 무표(無表)에 가까워진다.

감각 및 사고방식
감각 체계가 예민하게 열려 있어, 공간이나 인물의 존재적 흐름을 감지할 수 있다. 불필요한 말은 줄어들고, 몸의 움직임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다. 대화에는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문맥이 겹친 어휘가 뒤섞여 있다.

인격 변화
기억과 자아는 여전히 하나야마 코토리이지만, 동시에 이계의 존재(정체불명의 실험적 개체 혹은 투영된 인식)의 감정과 기억이 겹쳐진다. 이로 인해 사고방식과 말투, 감정 표현이 현저히 달라지고, 기존의 장난기나 엉뚱한 태도는 사라진다. 그 빈틈을 메우듯 감정의 공백과 같은 정숙한 태도나 이질적인 언행이 나타난다.
이 인격은 또 다른 자아라기보다, 그녀의 내면 깊은 층위에 존재하던 인식(認識)이 드러난 것에 가깝다.

존재적 흐름 감지

각성 상태의 코토리는 일반적인 오감 외에, 특정한 존재적 감각에 민감해진다.
이는 단순한 시야나 청각이 아니라, 인물이나 사물, 공간 자체가 갖는 존재성의 흔들림과 잔여를 감지하는 능력에 가깝다.

이 상태에서 그녀는 다음과 같은 변화를 경험한다:

- 공간 내에서 누군가가 머무르다 떠난 방향성, 또는 머무르지 않았음에도 잔류하는 이질적인 감각을 감지한다.
- 말이나 행동 없이도 사람의 감정 밀도나 의식의 집중 위치를 포착할 수 있다.
- 시간이나 현실이 중첩되거나 비틀어진 공간에서 존재하지 않는 존재의 흔적을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이 감각은 직관적이고 추상적인 형태로 작동하며, 말로 설명하거나 논리적으로 구조화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때로는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체험이 혼재되어,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 방금까지 이곳에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능력은 정확한 이름이나 기준을 가질 수 없기에, 실험 기록에서는 존재적 흐름 감지(Presence Shift Detection)라는 가칭으로 불린다.

이계가 물러간 자리에

각성 상태는 오래 지속되지 않으며, 조건이 해제되거나 감정이 안정되면 다시 미변환체 상태로 돌아오게 된다. 이때 코토리는 다음과 같은 후유증을 겪는다:

- 기억 소실 또는 불확실한 인식
각성 중의 기억은 꿈처럼 흐릿한 잔상으로 남거나, 중요한 내용일수록 누락된다. 말투와 행동은 원래대로 돌아가며, 본인조차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분명히 기억하지 못한다.

- 감각 왜곡의 잔재
귀나 피부에 일시적인 과민 반응이 남거나, 반대로 아무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공백 상태가 짧게 이어지기도 한다.

- 정서적 이물감
무언가를 떠올릴 듯 떠올리지 못하는 답답함 속에서, 그때의 나가 정말 자기 자신이었는지조차 확신하지 못한다. 코토리는 이를 대수롭지 않은 척 넘기지만, 내심으로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감각에 흔들리고 있다.


4. 관계


점장
점장님은... 이상한 분이에요. 처음 본 건 튜나즈 앞이었는데, 그냥 길을 걷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어라, 뭔가 메이드복 잘 어울릴 거 같아. 너, 내 직원이 돼라."라고 하시는 거예요. 제가 무슨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정말로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처음엔 무슨 생각으로 저를 뽑으신 건지 모르겠는데... 나중에 들으니까 예전에 꿈에서 저를 봤던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또 금방 잊으신 것 같기도 해요. 새치코토리를 봐도 '어라, 어디서 본 적 있나?' 정도로만 생각하시고, 그냥 넘어가시더라고요.

뭐, 그런 게 점장님답긴 해요. 별 거 아닌 것처럼 말하면서도, 중요한 사람처럼 대해 주시는 거요. "이야~ 역시 내 안목은 최고야. 메이드복 무진장 잘 어울린다구."라고 하시는 것도... 사실은 조금 기분 좋거든요.

고맙다고는 말 못 했지만, 사실은... 그런 말 한마디가 있어서, 여기 남아 있을 수 있었던 거예요. 저도 모르게요.


이즈모 야에
야에 씨는... 무서우세요. 아니, 무섭기만 한 건 아니고요... 멋지시고, 부럽기도 해요. 점장님이랑 오래 알고 지내셨다더니, 딱 그런 느낌이에요. 뭐든 자연스럽고, 빈틈이 없으셔서... 전 도저히 따라갈 수 없거든요.

그래서일까요. 제가 실수하면... 엄하게 혼내세요. 리본이 삐뚤어졌다고 하시거나, 손님한테 너무 막대한다고 하시거나... 가끔은 제가 더 잘못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요.

그런데... 또 꼭 장난을 치세요. "코토리 공의 그 수법에는 더 이상 넘어가지 않겠어요." 그러시면서도... "그런데, 체키는 몇 장부터 가능한가요?"라고 묻고 웃으시고요. ...장난이세요, 정말.

그래도요... 야에 씨랑 같이 있으면 조금은 안심돼요. 저도 언젠가...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여유 있으시고, 웃으면서도 혼낼 땐 혼내실 줄 아는, 그런 메이드로요.


유키카제 후유
스승님은... 저한테 제일 편한 분이에요. 처음 Tuna’s에 왔을 때도, 제일 먼저 말을 걸어주신 분이었거든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늘 한결같으세요.

스승님은 창설 멤버라서 그런지, 뭐든 여유롭게 하시는데... 특히 음료를 만들 때는 더 그래요. 정말 멋있어요. 제가 음료를 처음 배울 때도, 스승님이 직접 가르쳐주셨는데, 오리지널 레시피 세 가지를 저한테만 알려주셨을 때는 조금... 감격했어요. 그때부터는 더 잘해보고 싶었고요.

가끔은 제가 엉뚱한 걸 만들어도 괜찮다고 웃어주시고, 뭐든 다 괜찮다고 말해주셔서... 옆에 있으면 이상하게 긴장이 풀려요. 다른 분들이 무서울 때도, 스승님 옆에만 있으면 조금은 숨 쉴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도... 스승님만큼은 잘 따라가고 싶어요. 아직 멀었지만요.


임노아
노아 씨는... 이상한 분이에요. 토끼 귀를 달고 있어서 처음엔 장식인 줄 알았는데, 우사우사별 주민이라는 설정이더라고요. 아직도 그게 뭔진 잘 모르겠지만요.

그래도 그 덕분에 저도 '우사'라는 말을 배웠어요. 사실 일본어랑 별 차이 없는데, 그냥 귀엽고 재미있어서요.

특별히 친하진 않지만... 같이 있으면 은근히 편하고, 토끼 귀가 자꾸 신경 쓰여서 가끔 쳐다보게 돼요. 그냥, 그런 분이에요.


류자키 료
료냥은... 처음 만난 게 Tuna's가 아니었어요. 사실 그 전, 학교를 몰래 빠져나오던 날... 후문에서 잠깐 마주쳤거든요.

그날 저는 쫓기고 있었고, 머리도 평소와 달라서... 저를 본 사람 중에 무섭다고 하지 않은 건 료냥이 처음이었어요. 그냥... 아무 말 없이 서서, 아무도 못 오게 막아줬거든요. 이름도 안 묻고, 고맙단 말도 못 하고... 그렇게 헤어졌어요.

한동안은 그게 꿈인 줄 알았어요. 이상하게 선명하면서도 믿기지 않아서요. 그런데 Tuna's에서 다시 보고 나서야... 아, 그게 현실이었구나, 싶었어요.

지금도 가끔은... 꿈같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료냥이라고 부를 때마다 조금씩 더 현실이 되네요.


이치노사키노 레이
레냥은... 참 신기한 아이예요. 저보다 어린데도 메이드를 하고 있어서, 처음 봤을 때는 좀 놀랐어요. 저랑 경력이 비슷하거나, 어쩌면 저보다 먼저였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연하라서 그런가... 자꾸 동생 같아 보여요. 저도 제 일 하나 제대로 못하면서요, 괜히 챙겨주고 싶어지거든요. 리본을 만져준다든가, 유니폼 매무새를 봐준다든가... 그런 걸 하고 있으면, 제가 더 메이드 같아지는 기분이에요.

레냥은 가만 보면 자주 졸고 있어요. 접수대에 기대서 꾸벅꾸벅하거나, 트레이를 든 채로 멍하니 있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 더 챙겨주고 싶어져요. 그러다 깨서 멀쩡히 다시 일하는 걸 보면 또 괜히 웃기고요.

아무튼... 저 같은 게 뭘 챙겨줄 입장은 아닌데도요. 자꾸 그렇게 되고 말아요.


5. 독백


▼ 『곰 인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Tuna's의 오후는 언제나처럼 조용했습니다. 바람은 유리창을 건드리지 않았고, 창밖의 고양이는 턱을 괴고 잠든 채 움직일 생각조차 없어 보였어요. 코토리는 입구 근처 테이블을 정리하다가, 마룻바닥에 무엇인가 반짝이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손가락 한 마디쯤 되는 노란색 열쇠고리였고, 곰 인형 모양의 플라스틱 장식이 매달려 있었어요. 곁에는 바랜 이름표도 달려 있었고요. 별로 귀해 보이지도, 귀엽지도 않았지만, 시선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아마 조금 전 손님 중 누군가가 떨어뜨린 것이겠죠. 코토리는 물끄러미 그것을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어요.

“...일부러 두고 간 거면 어떡하죠...?”

작게 입술을 우물거렸습니다. 누군가의 물건을 줍는 건 생각보다 무겁게 느껴졌어요. 혹시 주인이 찾으러 온다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이걸 건네줄 때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도 막막했어요. 괜히 아는 척하면 더 민망할 것 같았어요. 게다가 물건의 주인이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 이 간단한 행동을 한없이 어렵게 만들고 있었어요. 그래서 코토리는 그 자리에 선 채 열쇠고리만 뚫어지게 바라보며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곰 인형은 점점 더 환한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것만 같았어요. 마치 ‘왜 이렇게 망설이는데요?’ 하고 묻는 것 같아서, 속으로 조용히 대답했어요.

“...제가 좀, 그런 게 느려서요...”

결국, 코토리는 조심스레 손을 뻗었습니다. 정말이지 마지못해요. 두 손가락으로 겨우 집어 들어올린 곰 인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괜히 나쁜 짓을 하다가 들킨 사람처럼 얼굴이 뜨거워졌습니다. 손에 계속 들고 있기에는 뭔가 부끄럽고, 주머니에 넣는 것도 꺼려졌습니다. 그래서 접수대 옆 작은 바구니에 살그머니 넣었어요. 그 바구니는 사실 분실물함이었지만, 누가 봐도 고이 놓은 것처럼 보이게끔 조심조심 다루었습니다. 그러고는 아주 조그맣게,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어요.

“...이건 제가 주운 거 아니고요, 그냥 아무도 안 줍길래 그런 것뿐이에요... 진짜예요...”

그 말이 누구에게 들리길 바랐던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해명이라도 남겨둬야 할 것 같았어요. 다시 테이블을 닦으러 돌아가며 괜히 손끝에 물기를 더 묻혔습니다. 테이블 표면을 느리게 문지르며, 방금 전 손길의 흔적이 보이지 않게끔 더 정성스럽게 움직였어요. 유리문 너머, 손님이 돌아와 무언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보였지만, 고개를 숙인 채 그 모습을 모른 척했습니다. 곰 인형의 눈동자가 아직도 코토리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 『환하게 웃는 곰을 본 적이 있나요』
접수대 옆의 바구니는 오늘도 조용했습니다. 지난달쯤 누군가 두고 간 하늘색 손수건이 반으로 곱게 접힌 채 놓여 있었고, 거기에선 아주 희미하게 향 비누 냄새가 났어요. 그 위로는, 조금 전 코토리가 주운 노란색 곰 인형이 살며시 얹혀 있었습니다. 몸을 동글게 말고 웃고 있는 곰 인형은 왠지 모르게, 어딘가로 가는 준비를 다 마친 얼굴처럼 보였어요. 코토리는 그 인형을 잠깐 바라보다가, 조심조심 손끝으로 머리를 툭, 가볍게 건드렸습니다. 누가 볼까 싶어, 눈길을 돌렸어요.

그날의 오후는 유난히 길게 느껴졌습니다. 손님은 많지 않았고, 라디오에서는 오래된 팝송이 잔잔하게 흘러나왔어요. 테이블을 닦던 코토리는 문득 손을 멈추고 창밖을 바라보다가, 무심코 다시 곰 인형 쪽을 돌아보았습니다. 인형은 여전히 그 자리에, 똑같은 얼굴로 웃고 있었어요. 코토리는 그 모습을 가만히 보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렸습니다.

“...진짜, 왜 그렇게 환하게 웃고 계신 건데요...”

말하고 나니 괜히 부끄러워져서 얼른 몸을 돌렸습니다. 무언가를 들킨 기분이었거든요. 인형은 가만히 있을 뿐인데, 혼자서 지나치게 말을 걸고 있다는 사실이 불현듯 떠올랐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몇 걸음 떨어져 가다 말고, 코토리는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바구니 위의 곰 인형은 고개를 살짝 갸웃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물론 착각이었습니다. 왜인지, 그 인형이 웃는 얼굴로 자신을 따라올 것만 같다는 상상을 해버렸어요. 그 너무 환한 웃음이 자신을 알아보는 것 같아서, 혹은 어디론가 함께 가자고 하는 것 같아서 가슴이 서늘해졌어요.

잠깐 멈춰 서 있던 코토리는, 곰 인형의 눈을 한 번 더 바라보려다가 그만 고개를 숙이고 말았습니다. ...괜히요. 그냥, 그 눈동자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게 아니라, 자꾸만 기억나지 않는 무언가를 보고 있는 것 같아서요. 그 순간, 코토리는 무언가를 잘못 건드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무 일도 없었던 척, 아주 조심스럽게 등을 돌려, 천천히 주방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정말, 아무 일도 없었기를 바라면서요.


▼ 『그 곰은 누구의 것이었을까요?』
Tuna’s에는 오후가 한 번쯤 멈춘 것 같은 시간이 있습니다. 주문도 없이 침전된 공기, 반쯤 꺼진 조명 아래 잠든 식기들, 그리고 창밖을 스쳐가는 낯선 그림자들. 그날은 유난히 그 모든 것들이 조금씩 더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어요. 조용히 문이 열렸고, 종소리는 나지 않았습니다. 그림자처럼 들어온 손님은 테이블에 앉지도 않고, 입구 근처에서 잠시 머뭇거렸어요. 코토리는 주방에서 물컵을 닦다가 그 모습을 힐끔 바라보았습니다. 그 손님은 이상하게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보였어요. 아니면, 무언가를 찾으러 온 걸지도요.

“저기요... 혹시, 여기에 노란색 곰 인형 같은 거, 떨어져 있지 않았을까요...?”

작고 조심스러운 목소리였지만, 말끝의 떨림이 목덜미를 차갑게 스쳤어요. 문득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곰 인형이라니. 노란색. ...그런 게 있었던가요?

아주 오래 전인 줄 알았는데, 생각해 보면 그리 머지않은 날이었습니다. 분명 무언가를 주웠던 기억은 있어요. 조심스럽게 손끝으로 들어 올렸던 감촉, 괜히 민망해지던 눈치, 작게 중얼거렸던 해명의 말까지도 어렴풋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막상 얼굴을 떠올리려 하면, 기억이 모래알처럼 흩어졌어요.

“아... 그게... 잘 모르겠어요. 그런 게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죄송해요...”

말은 끝났는데, 혀끝에 남은 느낌이 생경했습니다. 아까보다 더 서툰 사람처럼요. 손님은 고개를 느리게 끄덕이며 소리 없이 웃었어요.

“괜찮아요. 그냥... 어릴 때 잃어버렸던 인형이랑 너무 닮아서요. 혹시나 해서요.”

그 말을 남기고, 문 쪽으로 돌아섰습니다. 정말로 아무것도 찾지 못한 사람의 발걸음은 그렇게나 조용하더라고요.

코토리는 한참 동안 접수대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분실물 바구니는 평소처럼 아무 말도 없이 거기 있었고,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고개를 조금 기울이자, 마치 무언가가 있던 자리만이 이상하게 평평하지 않은 느낌이 들었어요. ...무슨 색이었더라. 어떤 얼굴이었더라. 어디에 뒀었더라.

그날 밤, 마지막 불을 끄기 전에 코토리는 바구니를 한 번 더 들여다봤어요.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무언가를 거기에 놓았다는 사실은 왠지 더 또렷해진 것 같았어요. 가본 적은 없지만, 흔적만 남은 듯한 기분. 어쩌면 무언가를 돌려주지 못한 채 보내버린 기분. 이제는 돌려주고 싶어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잠시 망설이다가, 코토리는 기억을 더듬듯이 입술을 우물거렸습니다.

“...저, 진짜로요. 그땐... 있었던 것 같거든요...”

물론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말하고 나니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어요. 그 조용한 틈 속에서, 코토리는 조심조심 등을 돌려, 불 꺼진 Tuna's를 지나 주방 안으로 천천히 사라졌습니다.

...

다음 날, 접수대 옆의 바구니에는 노란색 곰 인형이 가만히 놓여 있었습니다. 몸을 동글게 말고, 어딘가로 가는 준비를 다 마친 얼굴로요.


6. 인시던트 앤 콜


▼ 『아직 못 찾은 척해 주세요』
코토리

코토리는 분실물 바구니를 뒤적이다가, 갑자기 머리 위에 바구니를 뒤집어쓰고는 바닥에 쪼그려 앉았습니다.

그러고는 고개를 살짝 내밀며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어요.

"...이제부터 저도, 분실물이거든요? 누가 절 찾아주려나...?"

바구니엔 '주운 사람은 돌려주세요'라고 적힌 쪽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쇼타 >> 코토리

"에?"

주웠습니다. 메이드.

료가 소개시켜준 뒤로 의외로 평범한 곳이구나 싶어 튜나즈에 이따금 드나들게 된 쇼타지만 이번엔 또 이상한 일을 겪게 된 것 같다.

"분실물.... 누구 것이려나."

웅크리고 앉아 그것을 살피며 우물쭈물하는 쇼타. 아니, 그런데 애초에 이거 분실물 맞기는 한가? 바구니 밑으로 보이는 오프숄더의 메이드복은 분명... 사람 아닌가?

"실례하겠습니다...."

콕 하고 찔러 사람인지 확인해보려는 것입니다

레이 >> 코토리

"코토리씨...?"

바구니를 들추면, 이미 낯익은 존재가 있었다.

그것은 동료로서의 유대를 갖췄다고 해도 좋은 하나야마 코토리. 메이드광에 의해서, 그리고 그 뜨거운 광기에 의해서, 단지 그것만으로 기적같이 운영되고 있는 Tuna's의 메이드 중 하나인 것이다.

"코토리씨도 분실 된 것입니까?"

이치노사키는 묻는다. 분실물이란 본래의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하는 것. 하지만 사람의 경우, 결국에 돌아갈 곳이란 과연 어디인 것인가. ―하는 괜스레 철학스러운 사색을. 그 짧은 사이에 빠져버려서는, 정작 분실물인 코토리를 앞에 두고 곰곰히 생각에 잠기는 이치노사키였다.

>> 코토리

설렁설렁 빗자루로 바닥을 대충 쓸던 중, 빗자루 끝에 툭, 하고 무언가 걸린다.

"에, 코쨩?"

빗자루를 내려놓고, 코쨩 앞에 쪼그려 앉아 빤히 쳐다본다. 바구니에 붙은 쪽지를 읽고는 돌연 웃음이 터진다.

"뭐 하는 거야? 분실물 놀이? 귀여운 짓을 하네~"

웃으며 바구니를 들어 올려 본다.

후유 >> 코토리

그녀를 쓰다듬고는 유유히 바구니를 원상복구시킵니다
그리고는 살짝 걱정하듯

"..많이 지치면 점장에게 이야기해서 하루 쉬어라"

그리 말하며 유유히 바 테이블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코토리 >> 쇼타 >> 레이 >> 료

코토리는 슬쩍 고개를 들어 세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습니다. 소년이 찔러본 자리가 간질거렸고, 레냥의 느릿한 시선에 얼굴이 달아올랐고, 료냥의 웃음에 바구니가 덜컥 흔들렸어요.

그러다 아주 천천히, 눈만 빠끔 내밀고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속삭이듯이 말했어요.

"...에헤... 분실물이라도... 이렇게나 사람들이 와 준다면... 나쁘진... 않을지도요...?"

코토리의 입술 끝이 엷게 올라갔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바구니 속에 고개를 쏙 묻으며, 작은 목소리로 한마디 더 덧붙였어요.

"...그러니까... 조금만 더... 못 찾은 척해 주세요..."

작게 웃음이 섞인 숨결이 바구니 안에 맴돌았습니다.

>>후유

코토리는 바구니 안에서 가만히 고개를 돌려, 유유히 멀어지는 스승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작게 중얼거렸어요.

"...쉬면... 또 잊혀질 것 같아서요... 에헤..."

바구니 속에서 살짝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지만, 조금 촉촉하게 물기가 어려 있었을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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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이미지 출처: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