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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 '신검의 후계자' 알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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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송 일분자請頌 溢芬紫◀︎
- 意志立爲 請起而立 執劍後 無崩壞
의지를 세워 섦을 청하면, 검을 쥔 후에 두려움 없어라.
신검의 후계자 중 하나로 알려진 한 남자가 사용하는 검. 흔들릴지언정 무너지지 않던 한 영웅의 도움을 기려 요모 선초발우가 가진 여러 귀한 광물들을 재련해 만들어낸 검이라고 할 수 있다.
길이는 120cm 정도의 긴 검신을 지니고 있으며 명검들이 그 예기를 드러내는 것에 적극적인 것과는 달리 청송일분자는 겉으로 보기에는 보랏빛을 띄는 특색 없는 검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검을 잡고 휘두른다면 그 성정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표현을 극한으로 내비치는 신검의 검술을 펼칠 때 검은 사용자와 공명하여 그 표현을 극대화하며, 심상이 쉽게 잡히지 않는 어지러운 상황에서도 사용자의 감정을 곧게 하는 능력을 발하기도 한다.
한 세계에 백 가지 이상을 넘지 못하는 천하백대명작의 이름이 붙기에 손색없는 검이라고 할 수 있다.
"제 의지가 남아있는 한, 저는 더이상 무너지지 않습니다. 과거에 한 번, 그리고 지금에 한 번. 저는 결심을 굳혔으니까요." _ 초대형 게이트에서, 알렌.
▶︎ 마스터 아이템
▶︎ 불굴, 불절, 불융 - 검을 사용하는 사용자의 정신력이 바닥나지 않는 한 정신에 관여하여 패널티를 입히는 디버프에 무효가 되며, 정신력을 강제로 감소시키는 판정에 저항합니다. 사용자가 전투 중이라면 사용자와 파티를 맺은 인원의 정신력을 꾸준히 회복시키며, 정신력이 바닥났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디버프 중 이성 상실의 발생을 억제합니다.
▶︎ 천하백대명작 - 이 아이템과 비견될 수 있는 물건은 천하에 단 99개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용자의 명성에 + 300
이하 비공
3.1.2. '사희' 마츠시타 린 ¶
미래 설정
- ▶︎ 요람의 왕관 ◀︎
- Omnes tandem perveniunt ad viam quietis. Mors est tantum cunabula excussorum amplectens.
모든 이들이 마지막에 닿는 것은 휴식의 길. 죽음은 그저 내쳐진 이들을 품는 요람이라.
백색의 화강암을 조각내어 만들어진 종교의 상징물과 같은 왕관. 겉으로 보기에는 서툰 조각가가 돌을 깨내어 만들어진 듯 그 몸체에는 수많은 균열들이 남아 아슬아슬하게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 정체는 어린 왕 교단, 정확히는 죽음과 안식의 종교의 상징물로써 교단의 법왕을 상징하는 물품이다. 한때는 신앙의 빛에 의해 백색의 빛으로 반짝였고 그 빛으로 망자의 길을 밝히는 힘 역시 지니고 있었으나 봉신 당시 칼날 박힌 죽은 심장을 봉인하기 위해 왕관의 신성과 사용자의 생명까지 불살라 죽지 않는 것에게 죽음을 부여하였다. 그 결과 왕관에는 미미한 신성만이 남아버렸고, 쥬도라는 이름은 시대의 뒤편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어린 왕 교단의 새로운 성인이 등장하였으니 그 이름은 하야시시타 나시네라. 그녀의 손에 의해 잃어버린 교단의 상징이 돌아왔으니 어린 왕 교단은 다시금 일어날 준비를 마칠 것이다.
"나는 자애로써 여러분께 손을 뻗을 것이니. 마지막 순간에 짙은 어둠으로 내쳐질 여러분의 길을 밝힐 것이다." _ 하야시시타 나시네, 3차 봉신 전쟁
▶︎ 교단 성유물
▶︎ 법왕의 상징 - 이 아이템은 머리에 장착하는 다른 아이템과는 별개의 아이템으로 취급됩니다. 장착 시 교단의 NPC들의 신앙을 증폭시키고 성유물이 신성을 유지하는 한 신앙이 신실 이하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기타 종교 계통 NPC들에게 법왕으로써 인정받으며 그에 따른 권위와 명예를 보장받습니다.
▶︎ 육신에서 쫓겨나 내쳐진 이들에게 주어질 안정 - 태그 : 언데드를 보유한 적들은 이 아이템이 필드 내에 존재할 경우 죽음의 기운에 따른 디버프를 상쇄하고 매 턴 꾸준한 대미지를 받습니다. 대미지는 착용자와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증가합니다. 76레벨 이상의 언데드에는 대미지를 입히지 않으나 죽음의 기운을 크게 상쇄합니다. 착용자의 신성을 바탕으로 대지에 요람을 일시적으로 강림시킬 수 있습니다. 요람 내에선 죽음과 관련된 모든 행위가 일시적으로 유보되며 매 턴 6500의 신앙 포인트를 소모합니다.
이하 비공.
3.2. 가족 ¶
메르차니예 가 | |
러시아의 가디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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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시시타 가 | |
마도 일본의 몰락한 준재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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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 |
하야시시타-메르차니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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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갤러리&연성 ¶
- 본어장
- .
- 1어장
- 초콜릿도 그냥 주지 않는 린
- 불꽃놀이
- 둘이서 같이 안고서
- 평소의 두 사람
- 린렌 통조림
- 교복 입고 산책
- 2어장
- 여름날의 아이스크림
- 하트를 반씩 이어붙이면
- 만지면 물어요
- 3어장
- 20대 린
- 미하일 IF
- "하아...하아..."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몸을 억지로 지탱하며 거칠게 숨을 몰아 쉬는 미하일은 자신이 직접 두동강낸 이단을 내려다 보았다.
아심
아버지가 말했던 경지에 한 순간 닿았기에 가능했던 기적이였다.
"..."
여태껏 닿지 못했던 경지에 닿아 자신보다 월등히 강한 적을 상대로 이겨내었지만 미하일은 기뻐하기는 커녕 이 이단이 만들어낸 참상에 슬픔이 터져나오는 것을 참는 것이 고작.
까득
모든 것이 마무리된 지금 이를 악물고 쓰러지려는 몸을 억지로 채찍질 해가며 이곳을 빠져나가려던 순간.
짝 짝 짝
느긋하기 그지 없는 박수소리가 미하일의 귓가에 들려왔다.
"훌륭합니다, 역시 영웅의 후계자는 다르군요."
느긋하기 그지 없지만 한없이 소름끼치는 목소리.
"제 소개를 하죠, 대주교 중 한명을 맡고 있는 나틱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미 그 쪽을 알고 있으니 딱히 소개는 안하셔도 괜찮아요."
미하일은 다시금 검을 뽑았다, 자신의 아버지였다면 결코 적을 앞에 두고 포기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을테니까.
하지만, 그렇지만.
'못 이겨.'
이길 수 없다, 자신이 만전이라도 저 녀석을 상대로 도망칠 수 조차 없었을 것이다.
"이거 참 주교가 되겠다는 욕심에 눈이 멀어 능력도 안되는 일을 벌이니 이렇게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설마 이런 선물을 남겨주셨을 줄이야."
자신을 나틱이라 밝힌 이단은 미하일이 검을 뽑은 것에는 전혀 관심 없다는 듯이 두동강난 이단의 시체에 말을 걸더니 탐욕스러운 눈빛을 보며 다시금 미하일을 돌아봤다.
"그렇게 바라보지 마세요, 이제 같은 식구가 될텐데 그 흉흉한 것도 좀 치우자구요."
카카각!!!
미하일의 검이 무언가에 부딪히며 저 멀리 날아간다.
"우리의 동료가 된 당신을 본 당신의 육친의 표정이 기대가 되어서 참질 못하겠군요."
당장이라도 미하일을 집어삼킬 것 같은 표정으로 점점 다가오는 이단.
"자아..."
그리고 마침내 그가 미하일에게 손을 뻗어 그에게 닿으려는 순간.
툭
이단의 팔이 떨여졌다.
마치 처음부터 붙어있지 않았던 것 처럼, 절단된 팔에서는 피 한방울도 흐르지 않았다.
그 비현실적인 광경에 이단도 미하일도 1초도 되지 않는 시간이였지만 모든 움직임과 사고가 정지 되었다.
그리고 그 때 미하일의 시야가 어둠으로 물든다.
"미샤, 우리 사랑스러운 아들."
어느순간 자신의 얼굴위에 올라와 있는 양손.
자신을 안고 있는 너무나도 익숙한 온기.
"어머니..."
모든 것이 틀렸다고 생각한 순간 자신의 뒤에서 느껴지는 어머니의 목소리 온기에 미하일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엄마가 많이 늦어서 미안해요."
그것을 느낀 나시네의 목소리에도 희미한 물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어..어머니 이럴 때가 아니라 여기서 빨리..!"
한순간 안도감에 젖어있던 미하일은 정신차리고 여전히 자신의 눈을 가리고 있는 나시네에게 다급히 벗어나야 한다 말하려 했지만.
"괜찮아요, 미샤. 잠시만 이렇게 눈감고 있어요."
마치 초등학생 시절처럼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미하일에게 속삭였다.
그 목소리를 들은 미하일은 뒤늦게 나시네의 목소리와 온기 말고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칠흑 속에 두 사람만 남겨진 것 처럼.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고요 속 미하일의 신경이 한 없이 날카로워지자 무언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시각도 청각도 아니였다, 굳이 따지자면 소리를 피부로 느끼는 것 같았다.
무언가 갈라지고 질척거리는 소리가.
"이런 것까지 그이를 닮았군요."
나시네도 그걸 알았는지 작게 웃으며 나시네에게 속삭였고 나시네는 자신이 느낀 이 소리가 무엇인지 감히 물어볼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렇게 얼마간에 시간이 지나자.
"미샤, 이제 눈을 떠도 되요."
나시네가 손을 치우자 마자 미하일은 뒤를 돌아보았고 거기에는 언제나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어머니가 서있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이단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많이 무서웠죠, 얼른 집에 돌아가요."
자신을 걱정해주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미하일은 어째서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그렇게 꼼짝 못하시는지 조금 알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 Happy birthday Allen
- 어느새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었다. 불어오는 바람을 굳이 창을 닫아 막지 않고서 그대로 창가에 기댄 여인의 긴 머리칼이 부드럽게 휘날렸다. 갸름한 흰 얼굴에 긴 속눈썹이 드리워진 아래의 붉은 눈이 우수수 이파리를 휘날리는 나무를 바라보았다.
"시월이 다시 왔구나."
느릿한 움직임으로 권태롭게 기숙사 밖을 훑다가 그 아래 담벼락 근처에 핀 붉은 꽃잎을 발견한다. 바람에 살랑이는 피안화 이파리가 비친 붉은 동공이 확장되었다가 감은 눈꺼풀에 가려진다.
"알렌, 우리 얘기 좀 해요."
그가 또다시 한 걸음 물러섰다. 손을 잡고 가볍게 포옹하는 것까지는 그도 이제 크게 거리끼는 것 같지 않았는데 그 이상의 표현을 할 때마다 그는 겁에 질린 것처럼 물러섰다. 혹은 무언가를 꾹 내리누르는 것처럼 애써 그녀를 밀어내었다. 마치 사귀기 전의 그처럼 말이었다. 무엇인 문제인지 몇 번 은근슬쩍 밀어붙여 실토하게 하려 하였지만 그럴 때마다 어설프게 둘러대며 빠져나갔고 린은 잔뜩 골이나 있었다.
"혹시 제가 잘못한 게 있나요?"
만일 그가 정말로 싫어하거나 거부하는 표시를 하였다면 구태여 그녀가 이럴 일은 없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린이 보기에는 알렌은 정말로 싫어하는 것보다는...
다시 눈을 반개하고서 저 아래에 핀 피안화 몇 송이를 바라보며 린은 창턱에 팔을 올려 턱을 괴었다. 며칠 전 두 사람의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 끝에 머리에 한 손을 얹어 곤란한 얼굴을 하던 그가 머뭇거리다 꺼낸 사정은 그녀 또한 어느 정도 예상했던 얘기였다. 하아, 작게 한숨을 쉬고서 헌터 챗을 열어 오간 문자를 다시 읽었다.
'내일 생일이라고 했었으니까.'
내일은 특별반에서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 단체로 생일을 축하하기로 한 만큼 오늘 둘이서만 미리 만나기로 약속한 메세지를 쭉 바라보다 린은 한쪽 입꼬리를 슬그머니 올렸다.
"이제는 슬슬 결판을 낼 때가 되었으니까요."
사귄 지 1년이 지났다. 손을 들어 살며시 가리고서 비스듬히 무언가를 꾸미듯 올라간 미소를 감추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몸을 돌려 나붓하게 걸음을 옮기는 복도에 노을빛이 드리워진다. 슬슬 해가 지니 곧 약속시간이었다.
...
"어디 불편하셔요?"
적당히 저녁 식사를 하고 상가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까무룩 시간이 지나가 밤이 되었다. 잠시 숙소 근처 벤치에 앉아 얘기하던 중 그가 안절부절못하는 기색을 보였다.
시간이 늦었으니까 이제 헤어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알렌에게서 답이 흘러나오자 화기애애한 대화가 뚝 끊기고 잠시 침묵이 두 사람 사이에 내려앉았다.
"...제가 그날 이후로 많은 생각을 해보았는데요."
표정 없이 그를 가만히 바라보던 얼굴에 살며시 미소가 그려진다. 생각지 못한 말인지 그는 꼼짝 얼어붙은 것처럼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담은 붉은 눈에 짓궂은 웃음이 어렸다.
"저도 청소년기를 녹록하지 않은 곳에서 보냈으니까 무슨 말인지 이해해요."
하지만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고 우리는 우리잖아요? 잠시 말을 끊다가 린은 그를 바라보았다. 적안과 벽안이 서로를 담고서 마주 보았다.
"그 사람들은 감정 없이 쾌락만을 좇았고 쾌락과 수반되는 책임을 질 생각도 하지 않았으며 일방의 쾌락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겼으니 잘못된 것이지만. 저는, 그리고 당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요."
"무엇보다 우리는 서로를 많이 좋아하잖아요?"
린은 자리에서 살짝 일어나 그의 손을 포개어 가벼이 깍지를 끼고서 잡았다. 약간의 짓궂음과 그 괜한 심술로도 가려지지 않은 애정이 담긴 붉은 눈이 가로등의 빛으로 은은하게 반짝였다.
"저는 독심술사가 아녜요.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러니 더 피하면 이제는 정말로 미워할 거예요. 빙긋 웃는 얼굴을 하며 옆에 기대어 본다.
"기숙사 화단에 피안화가 피었어요."
가만히 붙어 앉아 조근거리며 얘기를 시작한다.
"마침 내일은 알렌군의 생일이고, 아시나요?"
'당신의 생일인 초가을은 피안화가 만개하는 계절이라는 것을.' 조금 상기된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 작게 웃는다. 그가 자신을 많이 좋아하여 어찌 할 줄 모르고 조심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린은 몸을 더 기울여 알렌의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私も一緒に咲くことはできないでしょうか?
가만히 있던 알렌이 순식간에 확 붉어진 얼굴을 양손으로 덮는다. 다시 원래의 거리로 떨어져서 린은 별이 점점이 박힌 별하늘을 바라보며 웃어본다. 허공에 뜬 헌터넷 스크린의 시계가 열두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생일 축하해요 알렌."
붉어진 볼에 가볍게 입술을 대고서 뗀다. 환한, 조금은 장난스럽고도 수줍은 미소가 린의 입가에 번진다. 드물게도 별이 쏟아질듯 행복하게 반짝이는 아름다운 밤이었다.
- 초콜릿 만들기
- 정말 좋아해!
- 4어장
- 공주님 안기
- 백허그
- 알렌과 나시네, 미래의 어느 날
- 늦은 밤, 드물게 이 시간에도 서재의 문틈 사이에서는 아직까지 불빛이 비추고 있었다.
안에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알렌.
평소 알렌이 처리해야할 일이 있거나 간혹 혼자만에 여유를 갖는 알렌의 개인공간이기는 했으나 이 시간까지 알렌이 있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였다.
"하아..."
알렌은 쥐고 있던 문서를 몇번이고 읽어보고 나선 쓰고 있던 안경을 벗고는 한숨을 내쉰다.
정찰 부대의 정보, 그것도 초대형 게이트의 관한 정보와 분석결과, 예상 견해 그리고 공략의 참여할 인원들의 명단 등이 적힌 서류가 책상 위에 가득했고 나노머신으로 각종 수식과 그래프로 가득찬 홀로그램도 잔뜩 띄워놓고 있었다.
똑똑
"들어가도 괜찮나요?"
"아, 나시네."
그 때 문에서 누군가 노크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방문이 열리고 나시네가 들어왔다.
"아직도 안 자고 있었어?"
"당신 한숨소리가 문 밖까지 들리는데 어떻게 제가 편하게 누워있겠어요."
"하하, 미안..."
멋쩍게 웃는 알렌을 보고 미소를 지은 나시네는 직접 내린 커피와 간단한 간식을 알렌의 책상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어차피 저는 다음주부터 당분간 집에 있을거니까요."
"괜찮아?"
"네, 예배는 제 직속 신도분들이 대신 하면 되니 이 정도 공백은 괜찮아요. 그리고 설령 문제가 된다 하더라도 곁에 있어야겠죠."
"그렇지."
아직 미하일이 학교에 다니기 전, 알렌은 당시 아직 아카데미의 교관이 아닌 헌터로서 빌런 토벌과 게이트 공략의 최전방에 서있었고 린도 규합되어가는 약소 교단들을 관리하느라 바쁘게 행동하던 때.
신 한국에, 그것도 홍왕이 거주하고 있는 서울에 누군가 테러를 일으킨다는 상상은 누구라도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 날, 그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다름아닌 알렌과 린의 아들인 미하일을 노리고
당시 신 한국을 뒤집어지게한 테러는 알렌의 신속한 개입으로 규모에 비해 적은 사상자를 내며 무사히 진압되었지만 그 이후 알렌은 헌터로서의 활동을 내려놓고 신 한국의 가디언 아카데미 교관으로서 있게된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혹여 또 다시 불순한 이들이 자신의 가족들을 노리는 불상사를 막겠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영웅을 필요로 하는 세상, 그리고 부조리를 결코 두고 볼 수 없는 알렌이었기에 그가 계속 신 한국에만 박혀있는 것은 불가능했다.
알렌이 없는 틈을 타 또다시 자식들을 노리는 이들이 생길 수 있었기에 나시네가 교단 활동을 쉰다는 것은 알렌이 신 한국을 떠난다는 것과 마찬가지였고 이번 역시 알렌이 초대형 게이트를 공략하기 위해 자리를 비울 때 린이 집에 머무는 것이였다.
"UHN에서 온 리스트인가요."
방금까지 알렌이 들고 있던 서류를 나시네가 들어 읽어본다.
서류의 내용은 초대형 게이트 공략에 알렌과 함께할 인원 후보자들에 관한 리스트였다.
"응, UHN 녀석들 초대형 게이트를 뭐라고 생각하는 건지..."
"레벨 47에 포지션 없음... 확실히 이건 심하네요."
서류에 적혀있는 인원 대부분이 없느니만 못한 인원들, 아마 이들 전원이 알렌과 초대형 게이트에 투입 된다면 아마 알렌은 이들을 보호하느라 다른 건 해보지도 못하고 게이트 공략에 실패할게 물보듯 뻔했다.
"의도가 너무 투명해서 웃음도 안나오네요."
나시네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영웅, 그 이름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단독으로 초대형 게이트를 공략하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이들.
그리고 이들은 원하는 것은 당연히도 그 과정에서 떨어질 콩고물.
초대형 게이트 공략에서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성장은 물론 운이 좋아 코스트라도 주워온다면 그야말로 인생역전.
어중이 떠중이들끼리 초대형 게이트에 들이박는 것은 자살이지만 알렌의 존재 하나만으로 이는 해볼 만한 도박으로 바뀐다.
거기다 UHN은 여기서 죽는 헌터들로 인한 손해보다 살아서 성장할 헌터들로 인한 이득이 더 크다고 판단하여 이러한 리스트를 보낸 것이 분명했고 이는
"개 같은 놈들..."
사람을 숫자로 보는, 알렌이 가장 혐오하는 방식 중 하나였다.
"우선 수정 요청은 보내놨지만 안받아들일 가능성이 꽤 있어, 그러니까 내일 직접 만날 준ㅂ..."
알렌이 다른 서류를 가지러 자리에 일어난 순간 나시네는 알렌의 품에 파고들어 그를 강하게 껴안았다.
"그냥 안하면 안돼요?"
나시네의 목소리에 물기가 가득했다.
아무리 영웅이라고 하더라도 초대형 게이트를 공략한다는 것은 목숨을 거는 일이다.
알렌을 그 누구보다 잘알기에 애써 웃으며 그를 응원하였지만 그 때마다 항상 린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믿고있다, 알렌은 무사히 돌아올거라고.
언제나 그랬듯이 상처투성이지만 자신에게 돌아와 웃어줄거라는 걸.
하지만 만에 하나, 나시네는 그 만에 하나를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그의 걱정만으로도 이렇게나 괴로운데, 보내고 싶지 않은데
"당신 아파하는거 보기 싫단 말이에요..."
사람을 잃고 홀로 아파하는 그의 모습까지 떠올리자 나시네는 차마 참지 못하고 타들어가는 속마음을 들어내버렸다.
"..."
알렌은 아무말 없이 품에 안긴 나시네를 토닥였고 조금 거칠어졌던 린의 숨소리도 다시금 안정을 찾아갔다.
"죄송해요."
이내 진정을 한 나시네는 알렌에게 사과했다.
"이런 말 안하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언제나 변함없는 그의 모습을 사랑했기에 괴로울지라도 그의 곁에서 그를 응원하고자 몇번이고 다짐했음에도 그가 상처입고 위험에 처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차라리 그가 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버리고만다.
"아니야, 나시네."
알렌은 그 사과에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젓는다.
"언제나 고마워, 나시네 덕분에 아직까지 나도 웃을 수 있는거니까."
감정을 버리고 그저 묵묵히 길을 걷는 것이 차라리 알렌에게 쉬운 일이였다, 하지만 자신을 위해 울어주는 나시네가 있었기에, 그녀를 만나고 가족을 만나 그는 괴로워 하면서도 주변을 바라보며 나아갈 수 있었다.
"걱정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최선을 다 할게, 그러니까 조금 더 지켜봐줘."
웃는 얼굴로 말하는 그의 모습에 나시네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다음날 알렌은 UHN 본부를 뒤집어 놓았다.
- 미래의 어느 날 가족의 대화
- 가족이 다 같이 모여있는 어느날 알렌은 문뜩 곁에 있던 미하일에게 한가지 질문을 했다.
"미하일, 눈앞에 빌런이 인질을 잡고있다고 해봐요. 빌런은 지금 당장 사살하지 못하고 놓친다면 나중에 수많은 사람들을 죽일 수도 있는 위험한 인물이고 인질로 잡힌 인물은 무척이나 착하고 선량한 사람이죠. 빌런의 사살을 우선하면 인질도 같이 죽을 가능성이 높아요, 반대로 인질의 구출을 우선한다면 빌런은 그 자리에서 도망칠 확률이 높죠. 미하일이라면 어떻게 할건가요?"
딱히 별다른 의도를 가지고 질문한 것은 아니였다.
그냥 큰아들이랑 대화거리를 생각하다 무심코 나온 말이였지만 꽤나 흥미롭게 들렸는지 아리사랑 이안 그리고 아벨리나는 물론 나시네도 어느센가 알렌의 옆에 와 아이들을 보고 있었다.
"저는 인질을 구할거에요."
알렌의 질문을 들은 미하일은 고민하는 기색도 없이 알렌에게 대답했다.
"수 많은 사람들을 죽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이 눈앞에 있는 사람이 죽어야할 이유는 되지 못해요. 설령 당장 빌런을 놓치더라도 저는 인질을 구하고 제가 직접 그 빌런을 추적할겁니다."
"만약 미샤가 빌런을 놓친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른 이들이 그걸 미샤 탓이라고 할텐데도요?"
답을 들은 나시네가 조심스럽게 미하일에게 물었지만
"네, 어머니. 혹여 제 탓으로 많은 사람이 죽을지 모르고 그로인해 죄책감에 사로잡힐지 모른다 하더라도 그것이 두려워 사람을 구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거에요."
눈앞의 빌런이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목적인 인명을 구조함에 있어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미하일에게서 나시네의 모습이 엿보이는듯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목적은 한없이 이상적이고 그로인해 벌어질지 모르는 일들을 외면하지 않는 모습은 알렌과 닮아있었다.
"미하일..."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훌쩍 어른이 되어버린 큰아들의 모습을 보고 알렌과 나시네는 자신의 미숙함 때문에 미하일이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하는 마음에 가슴이 미어져왔다.
"저! 저도요!"
그러나 함께 듣고 있던 장녀 아리사가 손을 들더니 자신도 대답하겠다는 외치었고 그녀의 외침에 순간 드리웠던 우울한 분위기는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나는 거기서 인질도 구하고 빌런도 해치울거에요!"
자신만만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외치는 아리사.
인질도 구하고 빌런도 놓피지 않는다, 무엇하나 포기하지 않겠다는 아리사의 대답에 알렌은 작게 웃었다.
아마 자신이 같은 질문을 들었어도 저렇게 대답했겠지.
"잘못하면 인질만 죽고 빌런은 도망칠 수도 있는데도요?"
그렇기에 알렌은 아리사에게 한가지 질문을 더 던진다.
무엇하나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칫 모두 잃을 수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 알렌은 그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그 모든 것을 짊어지고 그런 길을 걷기를 택해왔다.
"어...헉?! 그..그런가..? 그럼 안되는데..."
하지만 아직 어려서 그런가, 아리사는 둘 다 잃게 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생각을 못했는지 알렌의 말을 듣자 순간 멍해지나 싶더니 이내 입을 벌리며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누가봐도 각오는 커녕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고 대놓고 말하는거 같은 아리사의 반응에
"끕..크흡...커흑..."
나시네는 뒤를 돌아 양손으로 입을 가리고 어깨를 들썩이며 터져나오는 웃음을 필사적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자신의 선택으로 찾아올지 모를 절망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은 알렌과 달랐지만 한편으로 자신만만하게 말해놓고 알렌의 말 한마디에 충격받고 당황하는 모습이 어리숙한 알렌하고 너무 닮아있었던 탓이였다.
"흐흑... 후..."
거의 오열하기 직전까지 갔었던 나시네는 간신히 진정한 뒤 아리사에게 다가가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아직 세상에 절망하지 않고 영웅을 꿈꾸는 자신의 딸이 부디 계속 꿈을 꾸었으면 하는 바람이였다.
"누나도 참..."
한편 차남 이안은 그런 누나의 모습에 부끄럽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이안도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셨나요?"
"저는... 빌런을 해치울거 같아요."
그런 이안의 모습에 알렌도 멋쩍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아들의 의견을 물었고 알렌의 물음에 이안은 빌런을 해치우겠다고 말했다.
"빌런을 놓치면 수 많은 사람들이 죽을 수도 있어요. 비록 인질이신 분에게는 미안하지만 빌런을 잡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또박또박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이안, 최대한 어른스러운 느낌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잘 보였다.
감성을 최대한 배제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고자 하며 리스크가 있는 선택을 최대한 피한다.
이안의 말은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맞다고 할 만한 의견이었고 동시에 나시네, 아니 린이 같은 질문을 들었다면 했을 만한 대답이였다.
"정말로 괜찮나요?"
이안의 대답을 들은 나시네는 다른 말 없이 그저 질문했다.
괜찮은가, 무엇을 말하는 지는 따로 말할 필요 없었다.
"..."
그녀의 질문을 들은 이안은 아무말 없이 그저 고개를 숙이는 듯 싶더니
"우으..."
얼마안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아무리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려고 마음 먹어도 그 마음 속에 있는 상냥함을 이안은 도저히 숨길 수 없었다.
"..."
마음 속 숨길 수 없는 상냥함에서 나시네의 모습을 보였기에 알렌은 그런 이안을 말 없이 흐뭇하게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렇게 알렌의 손길에 이안도 빠르게 진정하고
"혹시 아벨리나도 생각해 보았나요?"
알렌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아벨리나에게 슬쩍 물어보았다.
아벨리나는 아직 많이 어렸기에 특별히 대답할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뜬금 아무말이나 좋으니 소외받는 기분이 들지 않도록 같이 대화하고자 물은 것이였지만.
"그러니까... 나쁜 사람한테 착한 사람이 붙잡혀 있는거죠?"
아벨리나는 알렌의 진지하다는 듯이 고민하는가 싶더니
"나쁜 사람에게 착한 사람 대신 저를 붙잡아가라고 말할거에요."
알렌도 나시네도 전혀 상상하지 못한 답을 내었다.
"왜..왜요? 나쁜사람한테 붙잡히면 엄마, 아빠도 언니, 오빠들도 못볼지도 모르는데?"
알렌은 살짝 당혹감을 느끼면서 아벨리나에게 물었고
"그건 슬프지만... 그건 착한사람도 마찬가지 잖아요."
알렌은 아벨리나의 답에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제가 잡혀가면 나쁜사람한테 나쁜짓은 그만하자고 말할거에요."
그런 알렌의 반응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벨리나는 계속 말을 이어간다.
"그러면 나쁜사람도 착해질 수 있을거에요."
타인에 대한 생각으로 자신마저 상처입히는 상냥함, 사람의 선의를 끝까지 믿는 순수함.
그저 어린아이의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는 말이였지만 알렌과 나시네는 아벨리나의 말에 차마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 한복을 입고서
- 5어장
- 부?부싸움
-
"리..린 ㅆ... 아니 나시네... 미안... 내가 잘못ㅎ..아악! 그거 죽어! 진짜 죽어요! 죄송해요! "
- 여섯 가족
- 6어장
- 하늘에서 연인이 떨어진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 트윈테일 고스로리 린+메스가키
"헤에~ 못보던 망토인데, 보나마나 어디 내밀 수도 없는 허접에 약골이겠지♡"
[픽크루]
"아타시랑 정말로 게임해보겠다라? 촌스러운 망토 주제에-♡ 추하게 울며불기 전에 지금이라도 겁쟁이답게 패배선언이나 해보는게 어때?"
"좋아- 열심히 힘내서 꼴사납게 져보라구. 허~접♡"
- 어린시절
- 명절의 한복
- 7어장
- 창문에 낙서
- 쉿 비밀
- 괜찮아. 당신이 있으니까.
- "여기 계셨나요, 아벨리나."
바람이 살을 에는 듯한 12월 무렵 한 공원 벤치, 환갑을 앞두었음에도 젋었을 적 모습에서 전혀 변하지 않은 알렌은 벤치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제 곧 성인이 될 막내딸 앞에 살며시 걸어오며 작게 말했다.
"..."
줄곧 밴치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던 막내딸, 아벨리나는 예상하지 못한 익숙한 목소리에 잠시 고개를 들어 알렌을 바라보다 이내 다시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날이 많이 추워요."
그 모습을 보고 여느 가장이 그렇듯 자신의 딸에게 무슨 말을 하는 것이 좋을지 어려워 고민하던 알렌은 그 한마디와 함께 자신이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아벨리나에게 걸쳐준 뒤 옆자리에 앉았다.
"...저는"
한동안 그저 말없이 앉아있던 두 부녀사이의 침묵을 깬건 아벨리나였다.
"저는 왜 안되는걸까요?"
두서없는 막연한 한마디, 그 한마디에는 너무나도 많은 것이 담겨있었다.
"저는 왜 이리 무력한걸까요?"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목소리.
알렌은 그 말에 작게 입김을 내뱉는다.
"의념을 각성하지 못한 것 때문인가요?"
직설적인 한마디, 아벨리나는 아무런 말도 반응도 없이 그저 바닥만을 바라보았지만
"저는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뒤이은 알렌의 말에 아벨리나는 알렌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어째서..?"
아버지에게 만큼은 그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아벨리나는 목이 메이는 듯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였다.
"아벨리나는 어째서 의념을 가지고 싶나요?"
"그야..."
조여오는 듯한 괴로움에 가슴을 꾹 누르는 아벨리나.
"제게 의념이 있다면 그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을 일을 할 수 있었을테니까요."
언제나 그러했고 오늘도 그랬다.
언제나 사람들을 돕고싶었고 늘 최선을 다해 노력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이미 끝나버린 비극을 보며 안전한 곳에서 그들에게 너무나 늦어버린 손길을 내미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제가... 제가 조금 더..."
마치 스스로가 죄인 인것 처럼 괴로워하며 눈물 흘리는 아벨리나.
"...역시 저는 아벨리나가 각성자가 아니라 다행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알렌은 여전히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리 말하였다.
"어째서인가요..? 어째서 그런 말씀을..."
아벨리나는 알렌의 말에 상처입은 듯이 흐느꼈지만
"그건... 제가 욕심만 많은 나쁜사람이라서 그래요."
이어지는 알렌의 말을 들은 아벨리나는 울음을 그치고 알렌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왜 그런 표정을 지으시나요, 아벨리나?"
그런 아벨리나의 표정을 바라고는 알렌은 작게 미소 지으며 말한다.
'물들지 않는 검' 신검의 후계자'
알렌을 지칭하는 여러 이명 중 가장 특징적인 이명을 뽑으라면 단연
'피 뭍은 황금인'
이것일 것이다.
민간인들이 대피할 시간을 벌기위해 홀로 끊임없이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온몸이 피로 물들도록 필사적으로 막아내었던 그를 지칭하는 이명.
"잘... 이해가 되질 않아요."
언제나 타인을 위해 자신을 내던지던 알렌이 그런 아버지를 내심 존경하던 막내딸에게 자신이 나쁜사람이라 말하였고 당연히 아벨리나는 그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어째서... 나쁜 사람인건가요?"
언제나 다른 사람들을 위해 노력하던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어째서 나쁜 사람인지, 그것이 어째서 자신이 의념이 없길 바라는 것과 관련이 있는지 무엇하나 이해가 되질 않는다는 표정.
"아벨리나는 저를 선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주고 계셨군요."
막내딸의 그런 표정을 본 알렌은 조금 슬픈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아니에요, 저는 아마 아벨리나가 생각하는 것 처럼 선한 사람이 아니에요."
그리 말한 알렌은 무언가를 떠올리려는 듯 줄곧 아벨리나에게 향하고 있던 시선을 먼곳으로 향했다.
"저는 여태까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수많은 것들을 상대하고 베어왔어요. 제 소중한 이들에게 송곳니를 들이미는 악의들을 사냥하기 위해서 말이죠."
특별반에 입학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여태껏 수 많은 적들을 베어온 알렌.
"적어도 제 좁은 식견으로 보았을 때는 베어야하만 하는 사악은 분명히 존재했어요."
길지 않은 시간을 살아오면서 여태껏 알렌과 여명의 동료들이 상대했던 것들 중 결코 사람들과 양립할 수 없는 부조리 그 자체인 것들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가 베어온 것들이 정말 전부 그런 것들일까요?"
그렇다면 여태껏 알렌이 상대해왔던 모든 적들은 정말 베어 죽여야 마땅한 부조리들이였나.
"..."
그 말을 들은 아벨리나는 대답을 망설였다.
여태 알렌이 상대해 온 모든 적들은 모두 그만한 업을 지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그 모든 이들이 죽어 마땅한 이들일지는 아벨리나는 도저히 말할 수 없었고
"아니에요, 확실하게."
알렌은 아벨리나를 보고 살짝 웃더니 그렇게 단언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선하고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많이 말하지만 실상은 전혀 달라요, 저는 그저 제 소중한 것들을 잃기 싫어하는 욕심쟁이에 제가 상대한 그들에게 있어 무자비한 부조리일 뿐이죠."
무언가를 추억하는 듯 하면서 한탄하는 듯한 목소리로 알렌이 말한다.
"그저 저는 소중한 것이 다른 이들이었을 뿐, 어떻게 보면 제가 상대한 이들과 근본적으로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르죠."
자신의 울타리안을 노리는 이들은 그들이 어떤 과거를 가졌던, 어떤 사정을 가졌던 자신의 적이자 사냥감으로 여겼기에 삐뚤어진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다른 이들을 상처입히는 이들과 그리 큰 차이가 없을지도 모르겠다면서 한탄하는 알렌.
"만약 제가 선한 사람이였다면... 그들을 구하지 못했더라도 정말로 제가 하려는 행동이 최선인지 한번쯤은 돌아보았었겠죠."
자기혐오가 느껴질 정도의 결벽함, 아벨리나는 그런 아버지의 말에 어째서 알렌이 자신에게 의념이 없어서 다행이라 말했는지 조금 이해가 되는 기분이였다.
"제 마음도 위선으로 느껴지신거군요."
스스로에게 저렇게나 결벽한 알렌이 자신의 말을 위선으로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아벨리나가 생각할 때
"네? 아니에요. 전혀 달라요?"
알렌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표정으로 아벨리나의 말을 부정했다.
"아벨리나는 저랑 다르게 정말로 선한 사람이라서 그런거였어요."
아벨리나를 선한 사람이라 말하는 알렌의 말에 아벨리나는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아니 그것보다 그렇다면 왜..?"
어째서 자신을 선한사람으로 여기고 있는지 그리고 왜 그것 때문에 의념을 가지지 않아서 다행인지 더더욱이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아빠의 조금 옛날 이야기를 해줄게요."
알렌은 그런 아벨리나의 말에 조금 슬픈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사실은 저도... 한 때 선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었어요."
카티야를 잃고 특별반에 들어와서 한동안 그는 카티야처럼 선한 사람이 되기 위해 줄곧 노력했다.
"정말 어설펐어요, 무엇이 옳고 그른지도 판단하기 힘들어서 매번 우왕좌왕하다가 실수만 했었죠."
스스로의 판단에 확신과 자신이 없으니 흔들리고 실수하기를 십상.
"그래도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
그럼에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아빠를 구해주었던 아빠의 은인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요."
줄곧 카티야 같은 선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벨리나는 나시네를 많이 닮았어요."
이야기를 하던 도중 아벨리나를 바라보며 조금 갑작스러운 이야기를 꺼냈다.
"어떤 악인이라고 할 지라도 그 사람 속에 선의가 있을 거라는걸 믿고 누구나 더 나아질 수 있다 생각하죠."
비극을 겪기전 그 누구보다 순수했던 나시네의 마음은 지금도 여전히 그녀의 가슴 속에 남아있었고 그런 성격을 아벨리나는 많이 닮아있었다.
"그리고 저를 닮은 면도 있죠, 개인적으로 이건 닮지 않았으면 했지만..."
쓴웃음을 짓는 알렌
"자신을 잘 돌볼 줄 모르는 것, 부끄럽지만 저를 많이 닮았어요."
언제나 타인을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자기희생적인 모습, 자기비하가 심한 알렌은 자신을 돌볼 줄 모른다 표현했지만 이 또한 분명한 미덕이였다.
"그런데 어째선지 아벨리나는 제가 아는 어떤 사람과도 많이 닮아있어요."
거기까지 말한 알렌은 마치 이것을 말해도 될지 고민하는 듯 잠시 말을 멈춘다.
"...제게 그 무엇보다 눈부신 삶을 보여준 저의 은인."
이윽고 각오를 다졌다는 듯이 다시 입을 여는 알렌.
"그 누구보다 선하였고 정의로웠던 사람, 아벨리나는 그 사람과 많이 닮았어요."
카티야 지마, 자신의 은인과 아벨리나는 많이 닮아있었다.
"그 분은..?"
자신과 닮았다는 말에 아벨리나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지만 알렌은 그저 미소를 지을 뿐.
"죽었어요. 아빠를 구하려고."
잠깐의 침묵 뒤 알렌은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 때 아빠도 선한 사람이 되고 싶다 말했었죠? 그런 소망을 가진 것도 다 그 은인 덕분이였지만 그 은인 때문에 그걸 포기했었어요."
"어째서..?"
"그 사람을 구할 수 있을 기회 같은게 생겼거든요, 결국은 전부 허상이였지만..."
알렌은 마음을 고르려는 듯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 사람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허상에 그 사람에게 받았던 모든 소중한 것들을 내팽겨쳐 버렸어요."
그녀와 함께했던 나날들, 그녀에게 배운 것들, 그녀에게 받은 것들 전부 버리고서 오로지 카티야를 구하려고 하였다.
"결과는 처참했지만요."
알렌은 쓴웃음을 지었다.
"후회는 하지 않아요, 그 때가 있었기에 여기까지 걸어올 수 있었고 나시네랑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불가능해진 소망에 미련이 생기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럼에도 후회는 하지 않았다.
"아까 제가 저는 욕심많은 나쁜인간이라 했었죠? 이래서에요. 저는 아무리 이것을 옳은 일이라 할 지라도 그것 때문에 제 소중한 사람들이 상처입는다면 결코 받아들일 수 없어요. 그리고 말했듯이 아벨리나는 굉장히 선한 사람이죠."
마치 카티야처럼 선한 마음을 지닌 아벨리나가 의념을 가지게 된다면 어떻게 행동할지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벨리나, 부디 아벨리나와 아벨리나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소중히 해줘요."
인생의 황혼기에 오랜만에 꺼낸 옛이야기에 알렌은 조금 감정이 올라와 머리를 숙였다.
그 때
토닥토닥
"..!"
"...어라? 저 어째서..?"
어디선가 느껴본 익숙한 손길에 알렌이 놀란 듯 고개를 들자 그곳에는 자신도 모르게 알렌의 등을 토닥이는 아벨리나가 있었다.
"...아무래도 너무 오래있었나 보내요."
무척 놀란 표정을 짓던 알렌은 이내 피식 웃더니 앞을 바라보았고.
"아빠! 아벨리나 찾았으면 얼른 들어와야지 여기서 뭐해!"
"아버지, 형이랑 어머니가 걱정하고 계세요."
멀리서 알리사와 이안이 알렌과 아벨리나에게 손을 흔들며 다가오고 있었다.
"여러분 먼저 들어가 있으세요, 저는 조금만 있다가 들어갈게요."
아이들을 먼저 들여보내고 혼자 남은 알렌.
"나시네... 거기있어?"
알렌이 작게 읊조리자.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요?"
"으앗! 깜짝이야 진짜 있었어?"
"..."
그냥 한번 말해본 말에 진짜 숨어있던 나시네가 나타나자 알렌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딸아이에게 첫사랑 이야기를 해주는 아버지라니, 하아..."
"하하... 미안..."
한숨을 내쉬는 나시네의 반응에 알렌은 기가죽어 완전히 쪼그라들었다.
"정말... 이제 괜찮은거에요?"
"..."
선한 사람이 되고자 했던 자신의 소망을 접고 여기까지 도달한 알렌의 미련 섞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시네는 조금 슬픈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응, 당신이 있으니까."
- 알리사 성장 후
- 산타 린(ai)
- 어린 나시네
- 8어장
- .
- 9어장
- .
- 10어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