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modified: 2015-12-12 14:12:16 Contributors
- 태초에 이현성이 있었다 - 아키모토 아키라 저
나는 이현성이란 사람을 아주 오래 전부터 보아왔다. 적어도 그의 대학 생활부터 - 이현성이란 젊은 청년이 어떤 청년이었는지는 알고 있다. 줄곧 사색에 잠기기를 좋아하고, 입을 열기를 가벼이 여기지 않지만 나름대로 활달하고 재주도 많은, 진중한 성격의 청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악마들이 막 등장하기 시작할 적에는 모두들 악마의 존재를 무시하고, 비웃기 일수였지만 아마 그때쯤부터, 이현성은 남들과는 다르게 악마의 존재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악마들의 위협은 시시각각으로 다가왔다. 모두들 그제서야 허둥지둥 악마들로부터 도망치고자 했지만, 의외로 이현성은 침착했던 것이다.
어느날 이현성은 나에게 찾아와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꿈을 꿨어요."
나는 불온한 예감에 그의 다음 말을 막았다. 정확히는, 이현성의 다음 말을 막은 것은 내 집무실의 벽을 부수고 들어온 흉악한 '그것'이었다.
그건 악마였다. 동영상으로나 몇 번 봤지, 실제로 본 적은 거의 없었던 내가 당황하고 있는 사이, 이현성은 어디서 가져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손도끼로 그 악마를 찍어버렸다.
물론 악마는 죽지 않았고, 다만 그 악마가 고통에 겨워하고 있는 사이 이현성과 나는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성당으로 모여들었다. 길고 긴 피난의 시작이었다. 악마들은 시시각각으로 사람들을 위협했고, 성당 안에 아슬아슬하게 질서를 유지하며 숨을 죽이는 사람들과, 그마저도 전달 받지 못한 채 바깥의 지옥도에 던져진 사람들.
실로 아비규환과 끔찍한 순간들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악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성당의 사무실에는 운 좋게도 현미경을 비롯한 기초 연구물품들이 다소 관리가 안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있었기에.
나는 도끼에 묻은 피를 중심으로 악마를 연구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거기서, 나는 독특한 피를 보게된다. 이제껏 없던, 매우 괴이한 어떠한 바이러스가. 있었다. 악마의 피가 아니었다. 악마와의 전투 중 튀었던 이현성의 피가 소량,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악마의 피에서 그 바이러스는 배양되고 있었고, 나는 하루의 고심 끝에 그 바이러스를 직접 나에게 투여했다.
결과는 아무 이상 없음. 하루가 지나고, 그 다음날이 지나고 그 다음날이 지나도 신체에 아무런 이상 없음. 혈액 속에는 데몬 바이러스가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일반 바이러스처럼 그 세를 확장하지도 않은 것이 확인되었다.
그때, 돌연 성당의 벽을 부수고 악마가 나타났다. 그것은 이때것 본 어떤 것보다도 거대하고, 컸으며, 말도 안되게 강력했다.
'붉은 용'이었다. 모두가 패닉이 되어 혼비백산 도망치고 있을 때. 이현성이 나타나났다. 그리고, 벌어진 과정은
(글씨가 지워져 있다)
그것은 빅뱅과도 맞먹는 거대한 충격이었다. 내 혈액 속에 살아숨쉬는 괴이한 바이러스가 환희에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태초에 이현성이 있었다.
내가 할 일을 깨달았다. 인간을 위한, 새로운 병기와 인류의 희망이 내 눈앞에 보였기 때문이다.
- 유실시대가 우리에게 끼친 영향에 대한 고찰
아키모토 박사가 사망했다. 그의 두뇌에 들었던 모든 지식들과 함께. 솔직히 말하자면 이건 순전한 불운이었다. 악마들이 아키모토 박사의 연구소가 있는 도쿄를 습격해서 연구자료를 모두 박살냈고
그 모든 자료를 두뇌에 담고 있던 아키모토 박사도 사망했을 뿐이다.
유실시대가 가진 정보량의 중요도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붉은 용, 염라대왕, 벨제뷔트, 월드 이터, 크툴루.... 수많은 강력한 악마와 고유종들이 산재해있었고,
그들의 집단 행동을 연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간이었던 셈이다. 문제는, 모두 사라졌다는 점.
악마 연구는 물론이고, 이 때문에 가디언 디바이스의 연구가 크게 퇴보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개발자이자 최고 연구자인 아키모토 박사가 사망하자, 그 후임으로 애제자였던 미야자키 박사가 연구를 이었다.
다행인 점은 미야자키 박사 역시 훌륭한 재원이었다는 점이며, 이 때문에 지금도 가디언 디바이스 산업이 여전히 발달하고 있다.
또한 군수산업체의 생산에도 크나큰 영향을 미쳤는데. 알다시피 무기란 적을 상정하고 만들어지는 것으로, 악마의 평균적인 스펙이나 그들에게 효과적으로 들어가는 공격방식등이 다 다르다.
이런 방대한 량의 데이터가 하룻밤 사이에 사라져버리니 군수산업체는 큰 혼란에 빠졌고. 어떤 계열이나 특수한 악마에게 특화된 무기를 다매하던 방식에서 각 기업마다 특화된 무언가를 가지는 형식으로 특성화되었다.
아키모토 박사 사후, 이러한 일들 중에서 가장 커다란 것은 신자유일본의 건국이었다. 이는 대한제국보다 앞선 것으로, 여타 신국가수립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악마전쟁 시기에 이루어진 비합법적 권력 이동이었다.
마지막으로 유실시대가 우리에게 앗아간 가장 큰 것은 다름아닌 인간성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병기화' 혁명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이 유실시대 사태이기 때문이다.
신자유일본의 수립, 그리고 유럽에서 폭발적으로 유입되는 신규 가디언 재능자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된다는 연구자들의 절망감과 아키모토 박사를 잃었다는 가디언들의 상심.
바야흐르 강철의 정의가 기존의 인권과 인간관을 즈려밟는 시대가 도래하게 되었다.
- 제 1 마인(The First Demonian)
인간은 악마가 될 수 있는가? 란, 심히 철학적이면서도 위기감을 재촉하는 질문을 처음으로 던진 것은 다름아닌 아키모토 박사였고, 그 다음으로 '인간의 악마화'라는 주제를 심도깊게 탐구한 것은 그의 애제자인 미야자키 박사였다.
그리고 그 일례는 오래지 않아 세워졌는데. '카나무라 아키히토'라는 가디언 영웅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그 전까지 가디언 영웅들은 지나치게 재능이 출중하여 카르마에 대한 저항이 높았고, 카르마란 것을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그게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카나무라는 이후 제 1마인이라고 불리는 수치이자 명예를 얻게 되는데. 그건 당시 불안정했던 일본 열도 동부에 있었던 가디언인지라 혹사 당했던 탓도 있고.
당시 마력 계수란 개념이 확립되지 않았던 상태에서 높은 마력 계수를 가지고 있는 지역이 많았던 일본 남부에도 자주 전투를 치뤘기 때문이었다.
카나무라의 악마화가 처음 진행되었을 때. 주변 사람들은 의외로 크게 개의치 않았다고 한다. 1단계에선 단순히 피곤하다는 말만 되풀이했고, 주변 사람들도 그런 줄만 알았다.
카나무라의 신체에 나타난 이상현상은 눈의 흰자위가 검어지는 것이었다. 주변사람들은 심히 걱정했으나, 카나무라는 괜찮다는 말만 반복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3단계에서 모든 것이 괜찮아지자. 주변사람들은 모두 카나무라가 정상으로 돌아왔다고만 생각했다.
마침내 비극이 시작된 것은 카나무라가 악마화가 완료되었던 때였다. 당시 후쿠오카현에서는 일본의 가디언들이 모이는 큰 행사가 있었는데.
하필이면 그때 각성을 해버린 덕택에 가장 첫 마인은 화려하고 강렬하게 그 첫 발자국을 세상에 찍을 수 있었다.
마인이 탄생하고, 그날은 세상 모두가 그 마인의 탄생에 숨을 죽였다. 일본에서 활동하던 가디언의 70%가 사망하고, 카나무라는 즉시 악마를 몰아내는 존재에서, 악마를 거느리며 일본을 악마로 집어삼키려는 존재가 되었다.
일본에서 대개의 전투가 그러듯이, 카나무라의 일은 검신(劍神)이라고 칭해지던 나카무라 다이치가 3일 밤낮을 쉬지않고 악마대군과 카나무라와 겨룬 끝에 종결 짓는다.
이때, 나카무라 다이치의 검격에 3개의 산이 날아갔는데. 각각 뿌리, 허리, 머리가 잘려나가 절족산, 절요산, 절두산이라고 불리고 있다.
후에 나카무라 다이치는 당시 카나무라와 천여마리의 악마를 벤 검을 요사스러워 졌다며 멀리했고, 특수합금으로 만들어낸 케이스에 담아 봉인했다.
그 검은 나카무라 다이치가 사쿠라여고 교장으로 부임했을 때 가지고 왔으며, 사쿠라여고 어딘가에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져있다는 소리가 있다.
- 그림자 전쟁 : 디텍티브들은 왜 서로 등을 돌렸는가
악마전쟁 종전 후, 디텍티브들이 찢어졌다는 것은 이미 알만한 사람들이 모두 아는 사실들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모르고 있는 사실, 그것은 '그림자 전쟁'이라는 악마전쟁의 숨은 다른 '인간들'의 전쟁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이 전쟁을 기점으로하여 디텍티브는 다니엘을 위시로 한 '네츄럴본'과 이와무라 카이토를 위시로 한 '오버맨'이라는 두 파벌로 갈라지게 되었다.
다니엘은 이미 익히 알려졌다시피 최초의 디텍티브이자 최고의 지능을 지닌 남자, 이와무라 카이토는 이미 다니엘보다 앞서 악마전쟁을 종횡무진 누볐으며, 한때 슈터였지만 다니엘 이후 디텍티브로 돌아선 남자였다.
문제는 이와무라 카이토는 디텍티브였지만, 기존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디텍티브를 거부하고 특수한 능력들을 사용했다. 사실상 추리력이 주가 되고 악마의 힘은 그저 돕기만 하는 디텍티브의 특성상, 그닥 좋게 비쳐질 행위는 아니었다.
그렇다, 그것이 바로 그저 칭호에 불과했던 '전시안'을 자신만의 직위로 만들어버린 이와무라 카이토의 압도적인 힘이었다. 압도적인 악마의 힘에, 타고난 추리력과 다른 디텍티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압도하는 지능.
그리고 악마전쟁으로 갈고 닦아진 잔혹하고 냉정한 손속을 가진 이와무라 카이토와 이미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답이 보이는 다니엘 사이의 전쟁은 그렇게 터진 것이다.
이 전쟁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가디언들끼리 쉬쉬했던 이유 역시 간단하다. 그건 바로 '후계자' 분쟁이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밖에 내세울만한 것도 아니고. 다른 가디언들은 후계자 문제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들이라 간섭하기를 꺼렸다.
당시 '전시안'이란 직위는 상징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모든 디텍티브들의 왕과 같은 직위였고, 최초지만 악마전쟁에 다소 늦게 참전한 다니엘은 얌전히 애초부터 이와무라의 칭호이기도 했던 전시안이란 직위를 양보해야 했다.
그때, 악마전쟁이 끝나감. 즉 종전 후에 이와무라는 '전시안'이란 직위를 다른 디텍티브에게 내놓길 바랬다. 즉 제 2대 전시안이 탄생할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이에 디텍티브들은 크게 술렁였다. 후계자. 그것이 네츄럴본 파벌의 '로우 케이'가 될 것인지. 혹은 오버맨 파벌이자 이와무라의 직계 제자인 '김채영'이 될 것인지에 따라 향후 파벌 싸움의 향방이 크게 좌지우지 되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디텍티브들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지금 서로의 파벌의 보스들과 후계내정자들에게 벌어진 일들을 열거만 하자면. 독살, 암살, 폭사, 사고사, 위장사, 해킹으로 인한 작전수행지 혼선, 악마정보 과소평가..... 인류 최고의 두뇌들은 범죄를 추리해내는 탐정에서
인류 최악의 범죄자가 되었고, 그들의 뛰어난 추리력만큼이나 치밀하고 지독한 방법으로 온갖 짓들을 자행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들은 최고의 두뇌들. 결코 다른 가디언들이 이정도로 심각할 것이란걸 눈치채지 못하도록 스스로 잘 처신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결국 보다 못한 이와무라는 2대 전시안으로 김채영을 선택한다. 그러나 의외의 일이 일어나고야 만다.
김채영이 2대 전시안이 되는 것을 거부했던 것이다.
사태는 급변했다. 로우 케이 역시 전시안의 후계 지위를 완전히 포기한 것이다. 한마디로, 후계가 될만한 사람들이 이제 더는 없었다.
이제 그림자 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어 정녕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가기 직전, 마침내 사태를 알아챈 그녀가 개입한다.
다름아닌 최초의 메딕으로 이름 높은 아인 쓰론이었다. 그녀는 그대로 약물로 이와무라의 눈을 멀게했다. 그러므로, 이와무라는 더이상 전시안이 아니었다.
그의 권위의 상징은 다름아닌 '전시안'이라는 전매특허 비전기술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인 쓰론에 의해 사태를 눈치 챈 이현성이 곧장 손을 썼다. 이와무라의 전시안 직위를 명예직으로 바꾸어 버리고, 이 사태의 책임을 물어 소장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 곧 지어질 아카데미 교감으로 좌천시킨 것이다.
그렇게, 네츄럴본과 오버맨은 그 당시의 앙금으로 아직 으르렁거리기는 하지만 서로 예전처럼 대놓고 붙을 수는 없게 되어버렸고, 이와무라의 시력은 아카데미에 발령된지 얼마 안 되어 회복되었다.
그렇게 그림자 전쟁은, 디텍티브들에게 씻을 수 없는 감정의 골을 지우고, 결과적으로 제 2대 전시안의 행방은 이제 알 수 없게되어버린 소득 없는 전쟁으로 끝나게 되었다.
- 블랙데스의 죽음에 대한 의문 : 정말 소멸했는가?
블랙데스는 일전에 수많은 피해를 입힌 악마이자, 역병계의 진정한 위협을 느끼게 해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역병계 악마 중 하나이다. 수많은 쥐들로 분열한다는 특성 상, 모든 쥐를 다 죽이더라도 1마리만 남아있다면 다시 자신의 몸을 완전히 복구한다는 점이 당시 가디언 영웅들의 머리카락을 쥐뜯게하는 주요한 원인이었다. 분명 아예 지리멸절시켰는데도 어딘가에 숨어있던 한마리의 쥐가 다시 블랙데스를 부활시키는 것이다.
그런 블랙데스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법황이라고 불리우는 유진의 힘 덕분이었다. 이현성이 마침내 유럽 본토의 10%를 날려버린다는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 직전에, 혜성처럼 그가 나타난 것이다.
그는 아인 쓰론의 뒤를 잇는 뛰어난 메딕으로서, 매우 독특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유진은 세균으로 블랙 데스를 죽였다. 블랙 데스를 구성하는 쥐들에게 치명적인 전염성을 가진 세균을 투여한 다음에, 쥐를 그대로 풀어준 것이다.
2주일 정도가 지나자, 본래 합쳐져서 행동하는 블랙 데스의 모든 구성체들에게 세균이 전염되고, 얼마 안가 죽고 만다.
문제는 이러한 블랙 데스가 과연 정말로 죽었는가다.
일부 가디언들은 조심스럽게 유진이 '블랙 데스를 먹어 치웠다'라고 말한다. 당시 목격자들이 그 가디언들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의미심장한 말이다.
만약 법황이 정말 블랙 데스를 먹어치웠다면 어떻게 될까? 그가 거느리는 세균군단 중의 일부로 흡수해버렸다면?
그와 같이 가디언들고 악마의 힘을 흡수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가설에 불과할 뿐이다.
- 악마숭배의 역사
악마가 등장한 이후, 인류가 악마에게 보인 반응은 의외로 다양했다. 완전한 적으로 삼고 배제를 시도하다고 지리멸절하기도 하는가 하면, 아예 무시하고 피하면서 원시적인 부족사회나마나 그 명맥을 유지하기도 하고. 이 미지의 존재를 신과 같이 떠받들며 신앙하기도 하였다.
악마 숭배란 행위는 지금에 와서는 완전히 멍청한 행동으로 여겨지지만 그 당시에는 그러지도 않았을 것이다.
당시의 모든 법칙을 뒤엎는 강력함과 포악함, 그 이질적인 생김새는 인류에게 경외심을 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악마숭배는 '유실시대' 이후 거의 모든 자료가 유실되어 버렸지만, 현재 유명한 가디언 영웅 '슈 아이링'의 과거를 통해 꽤나 신뢰성 있는 증언을 확보할 수 있다.
슈 아이링은 어린 시절 악마에게 바쳐지는 제물의 역할, 즉 당시 부족사회의 소모품이자 가장 밑바닥의 노예였다고 한다.
노예들은 그 사회에서 말도 안 되는 혹사를 당했는데, 이는 어차피 악마에게 바쳐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슈 아이링은 어린 탓에 아마도 성적인 의미에서는 학대를 받진 않았지만, 어린 여아가 하기에는 상당히 혹독한 수준의 일들을 수행해왔을 거라고 생각된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점은, 결국엔 '악마가 전제된 사회'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인간의 대한 공격성을 '제물'을 통해 해소시키고, 그 악마의 영역 내에 거주함으로서 타 악마들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으며 악마를 신으로 숭배함으로서 구성원들을 결속시키는 사회.
악마숭배의 역사에서 거의 끄트머리에 등장했다고 볼 수 있는 이 사회는 모종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을 것이다.
일단 처음에는 악마의 조우에서부터 시작된 악마숭배의 역사는, 그 인간의 무력함을 깨닫는 순간에 이르러서야 겨우 그 싹이 텄을 것이다. 그 이후 인간은 놀랍게도 악마에게 사육되는 듯한, 일종의 자발적 기생 혹은 공생 관계를 유지시켜왔을테고 나중에는 '제물'이라는 형태의 종교적 희생양까지 등장시키는 것이다.
슈 아이링은 제물로 바쳐지는 순간에 가디언으로 각성하여 그 위기를 넘겼지만, 슈 아이링이 가디언의 힘을 가장 처음으로 사용한 것이 자신의 사회 구성원을 몰살시키는데 썼다는 것은 사람이 악마를 숭배하면서 결국에는 악마와 다를 바 없어졌다는 점을 시사한다.
- 조의선인 : 대한제국의 역사 속에 파묻힌 두 자루의 검
대한제국의 설립과 최초의 인간병기화 혁명, 그리고 광명제라는 밝은 면 뒷부분에는 결코 무시되기 힘든 어두운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바로 제국의 설립을 위해 총리대신 이상훈을 필두로 그에 반하는 세력들을 싸그리 정리해낸 일들인데. 이러한 제국의 설립에 반대한 사람들 중에는 당연히 가디언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이 이현성의 위대함과는 전혀 상관없이, 제국이라는 구세대적이고 계급사회라는 중세적 발상에 동의하지 않았으며 인간을 무작정 병기화시킨다는 점에서 강한 반발을 일으켰다.
그들 중에서도 핵심 세력의 3인 중 한명이 바로 이 책에서 소개할 최초의 조의선인, '이시후'이다.
이시후는 악마전쟁 시절의 영웅이다. 그는 두개의 검을 자유자재로 다루었고, 일설에는 이상훈, 이윤희와 같이 대한제국 3검 중 하나로 뽑기도하는 사나이로서, 그의 이도류는 워낙 자유자재, 변화무쌍하여 종 잡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는 슬하에 제자를 많이 거느렸다고 전해지는데, 그의 제자들은 당시 반제국파에 막강한 영향력을 실어주는 주요한 역할이었다.
이렇게 강력한 영향력을 구가하고 있었으니, 총리대신 이상훈의 눈에 결코 좋게 보일리는 만무. 이시후는 곧 이상훈의 뛰어난 힘과 강대한 군사력에 몰려 궁지에 몰린다.
이후, 이시후는 과거 전우로서의 온정에 호소하며 일기토로 승패를 가르기로 한다. 물론, 그 결과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뻔하지만. 패배였다.
제국제일검이라는 이상훈의 검 앞에 이시후는 그대로 사망했고, 그의 문하생들이 그의 비정함에 모조리 참살 당했다. 오직 이상훈은 이시후의 무위를 매우 안타까워하며 그의 유일한 자손인 아들을 해방시켜주고, 겨우 명맥을 유지할 정도의 숫자의 조의선인들을 그의 서적을 통해 양성한다.
하지만 조의선인이란 현재에 이르러 반제국파, 즉 혁명파의 상징처럼 여겨지며, 매우 금기시 되고 있다는 것은 이를 데가 없는 사실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조의선인의 명맥을 잇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은 다름아닌 이상훈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아예 대한제국 내부에서만 그의 검술이 전승되도록 손을 써놓고, 몇몇 가디언 문하생들을 조의선인으로 키워냈다.
그야말로 양면의 사나이라고 해야할까, 그러면서도 이전의 일 때문에 결코 세를 불릴 수 없도록 통제하는 이상훈의 행동은 과거의 찬란했던 이시후 파벌에게 자행하는 철저한 파괴이자 모욕이자, 마지막 온정이었다.
그러므로 조의선인이라는 쌍검술을 주무기로 삼는 위대한 소드맨들이, 대한제국 건국의 역사 속으로 파묻히게 되어 이제는 그 존재를 아는 이들도 적게 되었다.
- 실전기술 일람 : 조의선인-이시후 특별편
본 책은 가디언들의 짧지만 강렬한 역사에서도 빛나는 위대한 기술 몇개가 사라져감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저술되었다. 특히 이번 편은 이시후에 관련된 스킬들이며, 그들 조의선인은 어떤 식으로는 명맥을 잇고있지만 이시후의 기술이 곧 조의선인의 기술. 불가피하게 '조의선인'을 제목에 첨언했다는 것을 양해해주기 바란다.
먼저 이시후의 기술은 '격심십팔제(擊心十八第)'와 '유린칠성검(流刃七星劍)'과 아직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류의 검술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중 격심십팔제는 심연공 이상훈에게, 유린칠성검은 참철공 이윤희에게, 마지막 검술은 알려지지 않은 이시후의 외동아들에게 전해졌다고 알려진다.
현재의 조의선인이 배우고 있는 것은 이시후의 기술이 아닌 이시후가 그들의 제자를 위해 개량한 조의선인의 기술들이며, 따라서 이책에서 소개할 기술들은 조의선인이라고 이름은 붙였지만 일반 조의선인의 기술이 아닌 '실전되었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우선 첫번째로 소개할 기술은 '격심십팔제'의 오의 중 하나라고 생각되는 기술인 '유혼'이다. 이시후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기술 중 하나로서, 총 4번의 검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격에 체를, 2격에 심을, 3격에 백을, 4격에 혼을 베어버린다는 검술로서, 일단 사용되기만 한다면 두개의 검이 하얗게 타오르며 일순간 수만도가 넘는 온도로 가열되므로, 왠만한 검으로는 흉내조차 내지 못하는 기술로 유명하다.
첫 검격으로 상대의 육체를 불태우고, 다음 검격으로 상대의 카르마를 불태우며, 다음 검격으로 상대의 무기를 녹인다는 것으로도 유명한다. 총 4격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네번째 공격에 대한 저술이 없는 것은 네번째 검격을 맞고도 살아있는 존재는 지금껏 없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상훈과 최후의 결전에서 이상훈이 4번째 검격을 맞고도 전투를 이어갔다고 주장하나. 이러한 말에 따른다고 하더라도, '검을 상대와 맞대기도 전에' 상대의 온몸을 불태우는 이 극고온의 검술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아니다.
두번째로 소개할 기술은 '유린칠성검'의 오의 중 하나인 '낙성'이라는 기술인데. 이 낙성은 미리 검을 하나 하늘 높이 던져 놓고, 남은 하나의 검으로 가히 신속에 가까운 속도로 상대를 난도질하는 것에부터 시작된다.
한 검격마다 검에 담긴 속성이 바뀌고, 총 7개의 속성이 번갈아가며 상대방을 100회 가까이 베어내면, 하늘 높이 떠올랐던 하나의 검이 가히 유성낙하를 방불케하는 힘을 담아 상대에게 내리꽂음으로서 상대를 완전히 파괴한다.
아쉽게도 이 오의는 거대한 악마에게 특히 유용한 기술이기에, 굳이 이시후가 이 기술을 사용한 적은 그리 많지 않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것은, 역시 이시후의 외동아들이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되는 검술의 오의라고 생각되는 '숙명'이다. 이건 이시후가 딱 한 번 밖에 사용하지 않았고 - 물론 이상훈과의 결전에서 사용했을 거라 생각되지만 - 목격자들의 목격담이 중구난방이기에 그나마 필자가 그들의 목격담을 짜집기하여 기록하자면
'주변이 어두워졌다, 이시후의 손에 들린 두개의 검이 마치 벼락처럼 번뜩이며 주변에 퍼져나갔다. 이시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숨을 죽였고, 이시후는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인데.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이시후가 보이지 않는다'라는 것은 해석의 여지가 분분하지만 검이 벼락처럼 번뜩였다는 것은 이시후의 검이 일순간 주변의 빛 입자들을 모두 튕겨낼 정도로 강한 악마의 힘을 둘렀다는 것이며, 동위차원과 현차원의 경계가 희미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것은 이시후 고유의 깨달음이 검에 적용되어, 특수한 힘을 발휘하지 않았을까 예상할 뿐이다.
- 완전무결 : 참철의 검술
현대에 이르러서는 수많은 가디언들의 검술이, 각기의 특징을 가지고 발달하게 되었다. 근본적으로는 검신이 만들고 하루가미와 설우성이 정립한 기본적인 '검술'이 있고, 큰 카테고리로는 동북아식과 유럽식이 있으며, 일인으로만 전승되는 독자적인 검술을 따지자면 그 수가 백을 헤아려도 부족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완전무결'이라 함은, 참철공 이윤희가 독자적으로 가지고 있는 검술로서, 그 이름처럼 완전무결한 '절삭'을 위해 발달한 검술이다. 상대의 신경물질보다도 더 빠르게 참하는 그 검격은 수많은 악마들을 참해왔으며, 대한제국 혁명기에는 다시 수많은 가디언들을 베어낸 검술로, 그 참한 숫자와 세월, 깊이를 생각한다면 그 수많은 검술 중에서도 무리없이 최상위에 랭크되는 검술 중 하나이다.
참철공의 검술은 그야말로 참철공이 가진 전투방식을 집대성한 일종의 전투교본과도 같은데. 내구력을 포기하고 기동력에 치중하여 빠른 공격을 취하는 방식이나, 지독히 깔끔해서 베어도 벤 자국이 남지 않는다는 것이나, 상대의 무기나 신체 같은 걸 베어버리는 것과 같이 말이다.
그 어떤 무기와 공격이 듣지 않아 불사신이라 불리었던 강철의 몸을 가졌던 파이터, 김성환마저도 그녀의 검격에 그대로 참혹한 죽음을 맞고야 말았듯이, 다른 모든 특징을 압도하는 참철공의 정수는 다름아닌 그 특유의 참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윤희도 후계를 거둘 생각이 없고, 이 검술에는 강한 정신력과 함께 뛰어난 기동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조건을 만족하는 새싹들도 찾기 힘들기에 아직까지 참철공 이외의 검술을 이은 자들은 없다.
그에 심연공 이상훈이 하도 그녀를 닥달하자 그녀가 말하기를 사인참사검과 함께 발견되었던 사진참사검을 가지고 오는 자에게 자신의 검술을 사사하겠다고 말했지만, 아쉽게도 사진참사검은 지금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는 풍문으로나 들려오는 검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상훈조차 그의 검술을 누구에게도 사사한 적이 없고 말이다.
- 루나틱 보고서 : 레프리컨의 사슬
위대한 가디언 영웅들에게 :
설우성 원수, 최현욱 중장, 이태양 소장을 비롯한 영웅 각하.
본 연구소는 다음과 같은 부분의 일들을 처리하였습니다.
<루나틱 '최현지'에 대한 안전성 및 레프리컨의 사슬 연구>
이 연구는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으며, 그 결과를 보고드리고자 합니다.
기본적으로 버서커들은 '레프리컨'이란 존재와 연결됨으로서 힘을 가지게 됩니다. 이 레프리컨이란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내자면 최초의 버서커인 '케인 자베르'인데. 모든 버서커들은 케인 자베르의 피를 마심으로서 광기의 축복을 받아 탄생하게 됩니다.
이렇게 버서커가 된 가디언들은 '레프리컨의 사슬'이라는 일종의 속박을 가지게 되는데, 그것은 광기를 부여하는 동시에 광기를 제어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상하관계로 얽힌 계약의 속박력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루나틱 '최현지'는 이러한 사슬을 '파괴'하는 독특한 방식의 힘을 발현했습니다. 저희는 이것을 공식적으로 '사슬 해방'이라고 부릅니다.
놀라운 것은 사슬 해방은 1단계의 해방에 불과하고, 그 이후로는 '한계 해방', 마지막으로 '완전 해방'이라는 총 3단계의 해방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완전 해방 단계에 이르면 레프리컨의 사슬은 물론, 통상적으로 존재하는 100이라는 카르마의 상한치, 인간 본연적 한계에 직면하게 되는 신체 능력, 0이라는 체력의 하한치 등의 리미트가 완전히 해제되어 '미쳐 날뛴다'라는 표현이 적합한 상태가 됩니다.
따라서 저희는 최현지를 '잠자는 공주'로 만들 것을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현재 시약품인 'PG-34'를 투여하면 광기를 현저하게 저하시킬 수 있음이 확인되었고, 부작용으로 있는 무기력증과 만성적인 졸음 등은 이 효과에 비하자면 신경 쓸 가치도 없는 것입니다.
루나틱 최현지가 실행했던 '그 일'을 기억하신다면 본 연구소의 보고가 그렇게 신빙성이 떨어지거나, 구미가 당기지 않으시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성과 평화의 시대에는 광기와 전투는 더 이상 쓸모가 없습니다. 그녀의 광증을 꽁꽁 묶어 무기력의 바다에 내던지십시오.
또한 그녀가 기숙사 사감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빈말로도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약품의 투여량을 3배로 늘린다고 한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녀가 학생들에게 무언가 가르침을 내리거나, 그녀의 스킬이 다른 학생들에게 전수되거나하는 일은 없어지겠지만, 그것보다도 학생들의 안전이 중요하다는 점에서는 우리 모두 입을 모은 사안 아닙니까?
아시아지부 본부에 유폐되어 있는 '그 자'를 생각하면 그 위험성은 극명하게 드러나게 될 겁니다.
존경하고, 또 존경받아야 할 설우성 원수님을 비롯한 영웅 각하.
각하께서는 저희에게 연구를 의뢰하셨고, 그러므로 저희는 객관적인 진실을 전달드리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레프리컨의 사슬'을 스스로 끊어냈다는 것은 통제불능을 상징합니다.
모든 것은 위대한 광명제 폐하를 위하여!
저희 '온누리 社'를 믿고 맡겨주신 협회를 위하여!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번영을!
-온누리 社
- 케인 자베르의 검술
버서커들이 검술이 가지고 있다고 할 때, 보통의 사람들은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버서커가 무슨 검술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물론 검 자체를 다루는 기술이라면 보유하고 있지만, 소드맨처럼 특징적으로 검술을 보유한 버서커는 상상하기 힘들다.
그러나 그것이 케인 자베르가 된다면 이야기가 다른데. 거의 유일하게 광기를 통제하는 버서커인 케인 자베르는 그 버서커적인 특성을 살려 나름의 검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검술이라기도 뭐하다. 그는 한번도 자신의 검술을 시인한 적이 없고, 그저 그의 검술이 어떠한 형식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의 동료들이 멋대로 이름 붙인 것이기 때문이다.
케인 자베르의 검술은 독특하다. 얼마나 독특하냐면, 그 검술의 형식 자체가 '형식 없음'에도 기인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자세도, 기본적인 공격도 없고 거기에서 뻗어나오는 가지도 없다.
지극히 패도적이면서도 단순하고, 한없이 현란하면서 복잡하다. 곡선과 직선을 아우르는 검로와 상황에 따라 그야말로 발작적으로 바뀌는 공격, 그리고 단숨에 쏟아지는 파괴적인 일격들은 과연 케인 자베르라 할만한 무지막지한 공격이다.
일전에 타오 라이렌이 그 검술을 보고서 크래셔보다 더 하다고 고개를 저었을 정도이니 그 검술의 강력함이란 이루 말하기 힘들 것이다.
그의 검술은 모든 검의 형식을 아우른다. 검이 하나면 하나대로, 검이 두개라면 두개대로, 검과 총이라면 또 그러한대로 공격하며 이 경악스러운 유동성만큼은 버서커가 아니라면 결코 따라할 수 없으리라 자부할 수 있다.
발작적인 공세 전환과 자유자재로 통제되는 검로, 정확히는, 절제된 광기가 우아하게 녹아든 이 특유의 패력은 오히려 버서키이기에 달성하기 묘연한 것이기도 하다.
케인 자베르라는 특수한 위치는 그에게 나름의 검술을 선사했지만, 애석하게도 그의 후임들은 이를 사용하기 요원할 뿐이니 애석하기 그지 없을 뿐이다.
다만 케인 자베르는 일전에 천존 최현욱과 대련을 벌이다가, 최현욱에게 그 검술을 체계화하여 문서로 남기자고 제안했는데. 그에 케인 자베르는 최현욱이 굳이 문서로 남긴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자신의 검술은 같은 버서커가 아니면 절대로 쓰지도, 배울 수도 없을 것이라 말했다고 한다.
이때의 일을 아는 사람들은 모든 무도의 창시자라고 볼 수 있는 최현욱이니만큼 그 검술을 체계화 및 문서화에 성공했지만, 케인 자베르의 검술이 워낙 사이하고 위험하기 때문에 어딘가에 봉인해두었을 거라고 수군거렸다.
- 죄악과 레프리컨
옛날 고대인들은 공통적으로 죄악을 광기에 찬 상태에서 벌어지는 행위로 보고 있었다. 반드시라고 까지는 할 수 없지만, 술과 광기는 밀접했으며, 범죄와 술은 밀접했으며, 범죄자들이 손쉽게 광인으로 그려지는 것들만 보더라도 아예 연관성을 부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는 버서커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들은 가장 위험한 취급을 받는 가디언들 중 하나이자, 그 마음 깊은 곳에서 광기가 꿈틀거리는 존재들.
죄악과 어떠한 긴밀한 상관관계 아래에 놓여있다고 한들 놀라울 것은 없을 것이다.
죄악 중에서도 눈여겨 보아야할 것은 7대 죄악이다. 중세시대 어떤 극작가가 정립한 것을 당시 교회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주창되었다는 이 7대 죄악은 인간 부도덕의 상징으로서 한 시대를 풍미했다.
또한 놀랍게도, 케인 자베르에게 '피의 세례'를 받은 자들 역시 이러한 죄악과 매우 연관깊은 행위를 보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태'의 최현지, '분노'의 리오 자이리, '오만'의 시온 리베트, '폭음'의 로벨리아, '폭식'의 크리스 에보니....
나태의 최현지는 그 일상생활이 심히 나태하다고 한다. 물론 별로 중요하지는 않지만, 일단 나태와 연관짓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녀가 나태의 힘을 사용하는 것은 주로 전장인데. 모든 것을 '나태하게'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모든 기계는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전사는 전의를 잃고 악마는 살해의지가 사라진다, 폐는 호흡하지 않고 심장은 뛰지 않는다. 일설에는 이러한 '나태'의 힘을 극대화시켜서 버서커의 근본적인 어떠한 것마저 제 역할에서 이탈시킴으로서 어떠한 힘을 얻어낸다는 소문도 있다.
분노의 리오 자이리하면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녀의 분노는 전염성을 가지고 있을 뿐더러, 적에게 무한한 공포를 준다. '단지 살기만으로 악마를 죽인' 전적이 있는 것이 다름아닌 리오 자이리다. 이 분노로 얻어지는 끔찍한 살기는 이미 단순한 살기를 넘어 하나의 이능력으로 치부되고 있다.
오만의 시온 리베트는 비무장 버서커라고 불리는 인물인데, 그는 아무런 장비도 없이 적진에 뛰어들어 적을 박살낸다고 한다. 그의 힘은 '상대 카르마에 비례한 피해'를 입힌다고 하는데. 확실히 악마에게 쥐약이라고 볼 수 있다. 악마들은 원체 카르마에 쩔어있고, 강력한 악마일 수록 카르마의 양은 많으니. 악마의 '오만'은 그를 더욱 '오만'하게 해주는 셈이다. 그러나 가디언들과 대련 전적을 보면 단순히 카르마 비례 피해가 그를 강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원체 실력자이니 주의.
폭음의 로벨리아는 관계를 가진 사람의 혈액을 섭취함으로서 그 힘을 가져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녀가 가진 가디언의 특성만 꼽아도 자그마치 100여명이라고 하며, 강한 가디언과 관계를 가져도 그 힘이 너무 강하면 그녀의 수준에 맞게 재조율 되기 때문에. 상당히 강력하고 다양한 능력을 구사하지만 그저 최현지나 시온 리베트와 같은 영웅들과 어깨를 나란히하는 수준이다.
폭식의 크리스 에보니는 전무후무한 '카인'이라는 하이클래스로서, 악마를 섭취하여 수천에서 수만의 카르마를 일시에 얻었다가 몸 밖으로 분출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 힘은 가히 산을 뒤엎을 정도이며. 실제로 자그마한 섬 하나를 완전히 뒤엎어 버린 전적이 있다.
또한 아직 '탐욕'과 '질투'는 관련된 피의 세례를 받은 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 잔학 : 악마를 죽이려면 악마보다 더 악마같아야 한다
악마보다 더 악마 같다는 평가를 들었던 가디언 영웅이 있었다. 이명은 '잔학'. 본명은 최현지. 성격은 포악하기 이를데가 없으며, 이전에는 식인을 했다는 소리가 들릴만큼 사상도 괴상쩍은 데에다가 괴팍했던 것이다.
그녀는 본디 고아 시절 흑법제에게 거둬진 메딕이었지만, 그녀의 비범한 정신상태를 눈여겨 본 케인 자베르에 의해 버서커가 될 수 있었다. 디텍티브에서 브레이커로의 전환은 그 당시 매우 희귀한 일이었고, 불가능하다 여겨졌지만, 그녀는 성공적으로 버서커 영웅으로 이름을 올려냈다.
케인 자베르를 통해 버서커가 된 그녀의 행보는 그야말로 광적이었다. 순수하게 검 하나로 악마 백여 개체를 모래알만한 입자가 될 때까지, 말그대로 '갈아버리'기도 하는가 하면, 잠옷을 입고 네임드 악마의 처소에 들어가서 악마 옆에서 자버린 뒤, 아침에 일어나서 길길이 날뛰며 그 악마를 죽여버린 일하며, 죽은 동료의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입을 찢어서 강제로 웃는 얼굴로 만들어버리기도 하였다.
이 모든 것이 단지 그녀의 여흥에 지나지 않았으니, 그녀의 본모습을 보자면 인간인지 악마인지 구분이 안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녀가 미쳤다 미쳤다고 하지만, 그녀의 악마살해 행위는 다른 가디언들과 그 궤를 달리하는 부분이 있었다. 일단 그 의도가 '쾌락'이라는 것. 증오도 아니고 의무도 아닌, 단지 쾌락을 위해 악마 살해를 반복적으로 행하는 것이다.
두번째로 '부위파괴'. 대체로 부위파괴는 가디언들에게 전략적인 용도로 이용되는 고급 기교이지만, 그녀에게는 부위파괴는 잠자리 날개를 떼어내는 것처럼 간단하기 그지 없는 작업이었다.
그녀는 악마를 그냥 죽이지 않았다. 부위파괴라는 어마어마한 출혈이 동반되는 그녀의 공격적 특성 때문에 주변 일대는 언제나 악마의 피가 그야말로 조그마한 호수를 이루었고, 떠도는 소문에는 그 악마의 피로 이루어진 호수에서 목욕을 했다니. 그녀의 정신 상태는 그야말로 이해불능의 수준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최현지는 나태의 힘을 가지고 있는 버서커로서, 그 능력을 십분발휘했다고 한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어떠한 '금기'를 범했다고 하는데. 사실 그것 때문에 일월고등학교에서 무료한 일상을 보내는 것이라는 소문도 횡횡하는 것으로 보아. 그녀의 힘과 모종의 관계가 있을 법도 하다.
- 헤일로 : 악마의 힘인가?
헤일로란 최초의 파이터인 최현욱이 각성해낸 힘 중 하나로, 마치 둥그런 링이 천사의 광륜(Halo)와 같다고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최현욱은 총 12개의 헤일로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그의 지도하에 헤일로를 깨우친 자들이 겨우 헤일로 하나로 허덕이는 것을 보면 상당한 수준이다.
이 헤일로라는 것을 찬찬히 훑어보자면 기본적으로 악마의 힘을 매우 정순하게 정제해낸 힘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다른 악마의 힘과 구분되는 여러가지 특이점이 있다. 첫째로 인스톨을 해제해도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며, 둘째로 그 구성방식이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점. 하지만 가장 특이한 점은 세번째에서 드러난다.
바로 (얼룩이 져있다)는 것이다. 이는 헤일로가 힘을 발휘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며, 헤일로는 오직 이 순간에만 대량의 카르마를 발생시킨다. 동시에 최현욱을 제외한 사람들에게는 해당이 없지만, 헤일로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힘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일종의 단계별 힘의 강도를 조절가능하다.
- 대초월 : 천존 최현욱
대초월이라함은 일반적인 초월을 뛰어넘는 것이다- 라고는 하지만 무엇인지 감이 안 잡힌다. 실제로 최현욱의 사례가 있다뿐이지, 그 이외의 대초월을 경험한 가디언은 사례가 없는 것이다. 알게모르게 대초월을 경험한 가디언들이 분면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최현욱만큼 강력하게 발현된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
일단 대한제국이 설립한 아카데미의 이름이 왜 '일월고등학교'인지 언급하자면, 다름아닌 교장인 천존의 이러한 일화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천존의 대초월은 예상치 못하게 일어났다. 대개의 모든 기적들이 그렇듯이 말이다. 당시 천존은 유럽을 가장 효과적으로 구원하기 위하여 다른 영웅들과 찢어져서 개별 행동을 하고 있었고,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곧바로 다른 일행들에게 연락하게끔 행동방침을 정하고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무슨 문제라는 것은, 그야말로 갑작스럽고 손 쓸 바 없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최현욱은 길을 걷고 걸어 이상한 평원에 진입했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공간계열의 술법이라고 생각되지만, 당시 현차원과 거의 완전히 차단된 그곳에 이르러서는 제아무리 최현욱이라고 할지라도 메카닉이 아닌 이상 닿지 않는 신호를 닿게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악명 높은 보스, 닥터 파우스트를 최현욱이 맞이한 순간이었다.
당연히, 최현욱은 도망칠 수 없었다. 닥터 파우스트는 디지털을 다루는 악마. 어떠한 경우라도 쉽게 도망칠 수는 없다.
최현욱은 완전히 갇혀버렸고, 홀로 보스의 수많은 악마들과 가디언 수백명이 달려들어야 겨우 죽일 수 있다는 보스급의 악마와 홀로 대적하게 되었다. 물론, 그 세계 자체가 닥터 파우스트의 세계였다는 것은 덤이다.
물론 그때의 자세한 정황은 우리로서는 알 수 없지만, 근처에 있던 자오 수는 하늘까지 치솟는 거대한 빛기둥을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누구보다 빛나는 최현욱의 모습은 자오 수가 알고 있던 그 어떤 속성보다도 이질적이었고, 도무지 인세의 것이라고 보기에는 힘들었던 것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야말로 인간의 초차원적 승격, 신격화라는 말이 어울리는 희대의 사건이었다.
보스급의 악마를 혼자서 없앤다는 것은 그 당시 이현성 정도가 아니고서는 꿈도 꾸지 못했던 일. 이렇게 가디언 역사의 거대한 한 획이 그어진 것이다.
- 날카로움에 관해서 : 몸은 검이 될 수 있는가
날카로운 것을 좋아하기로는 소드맨에 버금갈 클래스가 없다. 소드맨들은 그들의 기지 자체를 날로 세워두고, 결과적으로 검날과도 같은 인생을 살다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날카롭다'라는 개념 자체를 소드맨만을 논점으로 삼는 것은 일견 큰 무리가 아니다. 오히려 당연하면서도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무딘 칼날이란 소드맨에게 극고의 치욕이기 때문에, 소드맨들이 날카로움에 대해서 가지는 집착이란 일반적인 상식의 범위를 뛰어넘는다.
그런 소드맨에서, 파이터가 된 가디언이 있다면 어떨까? 날카로움에 대한 집착이 그대로 파이터의 육체에 옮겨붙은 남자가 있다면?
그는 파이터로서 날카로움에 대해서 상당한 수준까지 진보한 존재였는데, 그의 기본적인 공격은 넓은 리치를 가진 발차기, 그리고 인파이팅 상황에 돌입했을 때 날카롭게 들어가는 수도였다.
쉽게 보기 힘든 공격방식인만큼 그의 격투술도 상당히 특이해서, 상대를 많이 타격하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고 최소한의 공격으로 최대의 피해를 내는 것에 치중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에도 불구하고 날카로움과 격투를 접목시킨다는 것은 지금까지도 꽤나 많은 논란을 안고 있기도 하다. 일단 첫째로 굳이 날카로움을 원한다면 소드맨을 하면 될 것이며, 둘째로 격투 자체의 특징을 상실하고 이도저도 아니게 된다는 것이다.
마치 캔뚜껑을 따듯이 악마의 머리를 따는 그에 의해서 이 논란은 굳이 표면적으로 분출되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역시 이런 고민을 해보지 않지는 않았으리라. 그래서 경애하고 경애하는 그의 스승인 최현욱에게 가르침을 청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후에 그의 격투술이 완성되었다고 하는데. 두 수도를 상대에게 겨누는 자세가 기본 자세인 이 격투술은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화자되는 격투술이다.
수도와 발차기로 이어지는 연격, 그리고 그래플링마저 완전한 날카로움으로 변모시킨 그의 무력은 어찌보면 '날카로움'이란 고정관념에 갇혀있는 가디언들에게 던져진 하나의 거대한 물음이 아니었을까.
- 최현욱, 영광의 실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최현욱의 헤일로 갯수는 지금의 12개가 아닌 48개였다. 그야말로 '천존'이라는 이명에 걸맞는, 살아있는 전설이자 신화이자, '무신(武神)'이라는 말 외에는 어떻게 표현이 불가능한 초월적 존재는 지금에 이르러 12개의 헤일로를 가진, 마음씨 좋은 교장 할아버지가 되어 파릇파릇한 애송이들 뒷치닥거리나 하는데 인생을 허비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의 그의 무위는 강력했다. 그는 검신과 같이 콤비를 이루는 주요한 가디언 군단의 날건달 중 하나였는데, 그 이유는 그 둘 하나가 한 번 뜨면 그 악마군단은 이도저도 할 것 없이 단숨에 박살난다는 이유에서였다.
가디언들도 그 신위에 휘말릴까봐 할 줄 아는 일이 멀찍이서 지켜보는 일이었다니 최현욱의 무위가 얼마나 강력했는지는 백말 해봐야 입만 아플 뿐이였다.
이런 것에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최현욱의 두 아들이었다. 최현욱은 슬하에 두 명의 아들을 거느리고 있었는데. 둘 다 악마에게 잃었다. 악마에게 잃은 것이라기에는 다소 어폐가 있다. 그렇다, 정확히는 둘은 악마에 의해 죽었다.
최현욱의 첫번째 아들인 최정훈은 툰드라 지방에서 최현욱이 결혼한 뒤, 곧바로 가진 장남이었다. 최현욱은 그를 특히 아끼며 가르쳤고, 그 역시 아버지를 존경하는 한편으로 아버지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소년으로 자라났다.
그 후 가디언 군단이 드디어 유럽에 입성하기 전, 가디언들은 새로운 더 오버를 조우한다.
악마 코론 존. 빙의를 주대책으로 삼는 그 악마에게 최현욱의 핏줄을 타고났으면서도, 아직까지도 아주 어린 소년에 불과한 최정훈은 좋은 먹잇감이었다.
코론 존은 최정훈에게 빙의했고, 이내 주변의 가디언들을 마구 학살하며 날뛰기 시작했다.
그런 최정훈을 몸소 죽인 것은 다름아닌 최현욱 본인이었다.
그리고 그 때, 최현욱은 자신이 가진 헤일로의 반을 잃어벼렸다.
그 후 유럽을 한창 정벌하고 있을 때. 최정훈과 연년생이던 최현욱의 차남, 최우태는 최정훈과 사뭇 다른 성장배경을 가지고 자라났다. 형의 죽음, 그 이후 이어지는 아버지의 엄한 교육은 그를 동년배 어떤 가디언보다도 강하게 만들어 주었고, 수많은 선배 파이터에게 인정받는 강자로 만들어주었지만, 당시의 트라우마로 강함만을 추구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아버지가 행해왔던 강함을 위한 가르침과, 누구보다 강했던 형의 죽음은 그의 심성을 알게모르게 갉아먹었던 것이다.
이후, 그는 스스로 악마화를 선택하고, 그와 비슷한 처지였던 루시우스의 수제자를 유혹해서 같이 악마로 만들어버리는 끔찍한 선택을 저지르고야 만다. 이 충격적인 행위에 모두가 격분할 때. 대체 누가 그를 처단할 것인가에 대해 이목이 쏠렸다.
그리고 자원해서 그를 죽이겠다고 한 것은 바로 최현욱이었다. 이현성과 예카테리나가 만류했지만 최현욱의 뜻은 바뀌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로서 책임을 져아만 했던 것이다.
그후 삼일밤낮동안, 그의 아내가 제발 둘째 아들만큼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살려내자며 최현욱에게 자비를 구걸했지만, 최현욱은 묵묵히 아내의 울음을 삼킬 뿐 묵묵부답이었다.
마침내 최현욱이 그의 아들을 죽이러 밖으로 나서는 순간, 그의 악우인 검신 나카무라 다이치가 제안한다.
'네가 하기 힘들다면, 내가 대신 하겠다.'
최현욱은 친구의 마지막 배려마저도 져버리고 그대로 최우태를 찾아 투왕(鬪王)이라고 불리며, 악마화로 그보다 훨씬 강대한 힘을 가지게 된 그를 헤일로로 단숨에 찢어발겼다.
그리고 그때, 최현욱의 24개만이 남아있었던 헤일로는 12개가 되었다.
이렇게 최현욱의 '최악의 실패작'이라고 칭해지는 최우태의 사망 이후, 최현욱은 더 이상 아무런 직계제자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렇게 유서 깊은 영광을 가진 헤일로의 명맥은 끊어지고야 말았다.
그런 최현욱이 갑자기 후대를 양성하겠다고 아카데미의 교장이 되었으니 그를 알고 있던 대다수의 가디언들은 의아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긴 하지만, 그는 이전 아들들의 실패에서도 배운 점이 있는 듯.
그의 직계제자들이 보기엔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학생들에게 무른 면을 보여주는 마음씨 좋은 교장선생님이 되었다.
그의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필자는 평한다.
전설은 계속되지만, 천존 최현욱의 신화는 끝났다.
미래, 새로운 존재가 빛나는 헤일로의 영광을 집고 천존의 이름을 다시 드높게 빛나게 할 것이다.
영웅들의 영원한 스승으로. 그리고 위대한 아버지로.
아직까지도 전율적일만치 강대한 그의 힘과 수많은 제자들이 따르는 뛰어난 정신을 계승할 다른 후계를 통해서 말이다.
- 거너와 버스터, 그리고 커넥션
커넥션이라는 힘은 처음 제인 엘리제가 깨우쳤고, 이후 야마시타 류지로부터 시작된 전기 거너들에게 영향을 주어, 커넥션의 힘으로 총알을 수급하는 후기 거너들로 넘어가게 되는 가디언계의 지각변동을 초래하게 되었다.
그런점에서, 수호자학에서는 이 두 클래스의 공통점과 차이점, 그리고 커넥션이란 힘을 어떻게 이용하는지에 대해 흥미로워할 수 밖에 없는데.
아예 근본부터가 커넥션이었던 버스터와 클래스의 시초를 외면하고 새로운 힘을 받아들여 효율성을 일신한 거너. 이 둘의 미묘한 차이점이 곧 가디언들의 힘을 이해하는 기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너는 초기부터 커넥션을 받아들이기 전까지, 즉 전기 거너들은 모두 실제 총탄을 사용하는 거너들이었다. 지금 생각하자면 말도 안되게 비효율적인 짓이었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었는데,
일단 기본적으로 커넥션으로 총알을 수급하는 단계가 빠지니 빠른 반격이 가능했을 뿐더러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총알들을 가공해서 상황에 맞게 쉽게 사용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최초의 거너였던 야마모토 류지의 체계를 계승하고 있었으므로
가장 '근본에 가까운' 형태로 계승되고 발전해온 것이 바로 전기 거너들이다.
그렇다면 현대의 후기 거너들은? 효율성은 크게 일신되었고, 다양한 수준의 난사가 가능하며 속성을 담기도 훨씬 쉬워졌고, 무엇보다 총탄의 부담에서 완전히 해방되었다.
하지만 그들도 클래스의 대조사인 야마모토 류지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 주요한 이유는 야마시타 류지는 그의 총을 통해 어떻게든 커넥션을 사용했던 것이며, 이는 그저 커넥션이라 뭉뚱그릴 뿐 다른 방식의 힘이라고 생각되지만 실제로 커넥션과 유사한 힘임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지금에 이르러 전기 거너들의 스킬들은 거의 다 유실되거나 소실되었지만, 극히 일부 전승되고 있는 전기 거너들의 스킬들을 보자면, 총에 대한 관점 자체가 둘이 매우 흡사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들에게 총이란 말 그대로 '삶의 대변자' 내지는 '삶의 축소판'인 것이다.
이는 버스터들이 자신의 무기에 가지는 시야와도 유사하게 이해되는데, 버스터들도 자신들의 무기를 삶이나 공정한 운명과도 같은 운명론적 사상에 엮어 이해를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놀랍게도 물리적인 힘을 발현하는데, 그 힘의 근본적인 차이점이 사상이나 개념에 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며, 가디언들이 쓰는 힘의 대한 실체가 과연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강한 어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필자의 아쉬움을 남기는 것은 전기 거너의 스킬들이 대부분 유실되어 버려서 좀 더 깊이 있는 연구가 진행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전기 거너의 스킬들은 특히나 야마시타 류지의 연구에 관한 핵심 키워드가 있어서 '유실시대'라는 사건이 인류에 얼마나 큰 손실을 입혔는지 알 수 있다.
- 최초의 거너는 어떻게 거너가 되었나
최초의 거너였던 야마시타 류지는, 처음에는 소드맨이었다고 한다. 그가 거너로 운명적인 전환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문제점이 뒤따랐는데, 첫번째로. '총'을 쓴다는 인식 자체가 그 당시에는 없었던 것이다. 과학병기가 통하지 않는 악마이기 때문에, 악마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재래식 병기를 사용한다는 인식이 사람들에게 뿌리박혀 있던 상황이었다.
이때 야마시타 류지는 아쳐와 같은 기존의 슈터 클래스는 지나치게 단발성일 뿐더러, 만일의 사태에 목숨을 보장 받기가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다름아닌 총이었다. 문제는, 총의 총알이 어떻게 악마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악마의 힘을 검에 담는 것과, 직접 손에 닿지 않을 뿐더러 매우 작은 총탄에 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고,
야마시타 류지는 본인이 회고하길, 그야말로 운명적인 우연 덕분에 이를 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것은 바로 '흑장미'라고 불리우는 권총의 발견이었는데.
야마시타가 어떻게 이 흑장미를 발견했는지는 지금까지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
이 흑장미는 현재에 이르러 '커넥션'의 시초가 되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넥션이라는 개념을 정립한 것은 제인 엘리제지만, 이 흑장미로 인하여 최초의 거너가 탄생할 수 있었다.
현재 이 '흑장미'는 류지 사후에 얌전히 신자유일본의 수도에 모셔져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매해 4~6월은 류지의 영령을 기리는 의미로 동북아연합 아카데미의 신사에 모셔져 있다고 한다.
- 총술의 달인들
거너들은 악마전쟁 초기에 야마시타 류지에 의해 탄생된 이후, 꾸준한 발전과 걸출한 영웅들을 탄생시키며 그들의 입지를 강화시켜 왔다. 그들 중에서 단순 무력도 무력이지만, 그 독특한 총술이 주목되는 거너들은 대략적으로 4명 정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고인인 야마시타 류지의 총술은 포함되지 않는다.
여기서 조금 주목할만 하다는 것은 이 거너들 중 3명이 전기 거너라는 점이며, 아무래도 총알이 한정된 자원이었던 전기 거너들은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내기 위해서 총술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일단 첫번째로 말하자면 데드아이(Dead Eye)라고 불리는 총술을 사용하는 격살자 키시모토 츠바키가 있다. 그녀는 현왕이 거너가 되기 이전부터 그의 뒤를 수행하던 충실한 그림자였으며, 현왕이 거너가 된 직후 그 자신도 거너로 전향했다.
당시 거너가 등장한 극초기에는 총알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았으므로, 총알은 굉장히 귀했고, 한발한발이 그야말로 생명과도 같았다. 그래서, 키시모토 츠바키는 '한방에' 적을 죽이도록 총술을 연마하게 된다.
그녀의 총술은 그야말로 '일격필살'에 특화되어 있으며, 단숨에 급소를 파괴하여 영구히 적을 무력화 시키거나 사망에 이르게 한다.
그 다음으로는 초원거리 저격의 대가인 원영훈이 있다. 그는 스나이퍼 라이플과 머스켓을 들고 다니는데, 스나이퍼 라이플의 경우에는 먼 거리의 적, 눈앞에서 적을 목도하면 머스켓을 쓴다고 한다.
그의 전성기 때의 이력을 살펴보자면 한반도 최남단에서, 일본 열도의 서부에 있는 악마를 정확하게 타격하여 사살했다는 전적이 있을 정도로 이 분야에서는 천부적인 총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원영훈은 스나이퍼들의 최초지만, 스나이퍼들은 이 원영훈의 총술을 배우지 못했다는 점을 볼 때 아이러니하다고 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초근거리 사격의 달인인 '버팔로'가 있다. 본명이 알려지지 않는 그는 7정의 권총으로 무장하고 있는데, 이는 그가 특기로하는 근접전을 할 때. 총알이 나가 다시 재장전의 순간을 최대한으로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즉 한 정의 총알이 모두 사라지면, 순식간에 그 다음 총으로 스왑하여 적을 사살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말할 거너는 타이룽이다. 정확히는 타이엔 오스왈드라는 괴이한 이름인데. 이는 그가 화교 출신이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며. 그의 어린 시절 중국에 들어옴으로서 이질감을 없애기 위해 개명한 것이다.
그는 앞서 말한 사람들과 다르게, 후기 거너, 즉 커넥션을 사용하는 상태일 때 그 독특한 총술을 발현시켰다. 그의 총술은 말하자면 '변형'에 있다. 일단 기본적으로 거너들은 총알을 생성시킨 뒤, 그 개입할 여지가 완전히 끝나버리지만 타이룽은 다르다.
총구에서 뻗어나간 총알들에 간섭해서 총알을 자유자재로 변형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때로는 칼날이 되고, 송곳이 되고, 폭탄이 되거나 완전히 궤도를 비틀기도 한다. 이에 따라 다양한 학설들이 나오지만 아무래도 생성 자체에 간섭하지 않겠느냐는 말이 많다.
하지만 생성이 완료된 후에 정확한 타이밍에 변형되는 총알을 생성한다는 것은 원류인 버스터들조차 난해해 하는 것으로서, 거너인 그가 그런 생성력을 지녔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 전기 거너와 후기 거너 : 차이
거너들은 커넥션의 발견 이후에 거대한 변혁을 겪었다. 그것이 바로 후기 거너의 탄생. 기존의 거너들을 전기 거너라는 이름으로 시대의 뒷편으로 밀어버리고 새롭게 재탄생한 거너들의 새 이름이었다.
후기 거너에 비교하자면 전기 거너들의 공격방식이 너무나 비효율적이고 위험하기 때문에, 기존의 거너 영웅들조차 하나 둘 후기 거너로 전향하기 시작하고 지금에 와서는 전기 거너는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들의 차이는 뭘까? 커넥션의 사용여부일 뿐인가?
전기 거너들의 가장 큰 특징은 다름아닌 '일격일살'의 예리한 총술과 '개조탄환'의 존재여부였다. 탄환이 물질로 현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총알 역시 다양한 분야로 개조될 수 있었고, 이러한 부분을 살려낸 스킬들이 다수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물리적 효과가 더욱 강화되어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공격력은 전기 거너가 우월하다고 보아야한다. 전기 거너는 말하자면 '커넥션'에 몰두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총술에 몰두했다고 보아야하는 것이다.
반면에 후기 거너들에게 두드러지는 것은 '효율성'과 '응용력'이다. 커넥션으로 가히 무한정에 가까운 총탄을 수급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총탄을 가능한 빠르게 난사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가령 특수한 총술 없이 막 훈련을 마치고 나온 아카데미 학생들은 총을 쏠 때 기본적으로 '타다당'이라는 3발의 총탄을 쏘아낸다. 이는 한순간에 3발의 총탄을 생성 및 방출할 수 있도록 훈련된 것이며 후기 거너의 특징을 단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커넥션의 응용력에 따라서 사방팔방으로 변하는 총탄의 성질 역시 전기 거너와 견주어 볼 때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부분이다.
이렇게 각 거너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메꿀 수 없는 점들을 가지고 있었고, 그러므로 후기 거너에 전기 거너의 장점들을 병합시키려는 시도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거너들의 원류인 야마시타 류지는 전기 거너. 최초로부터 전해지는 어떠한 연결고리가 끊긴다는 것은 해당 클래스로서는 꽤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들은 모두 실패했다. 현재로서는 후기 거너가 최선이며, 아마도, 전기 거너가 다시 역사에 등장할 일은 영영 없을 것이다.
- 원영훈 : 스나이퍼
원영훈은 공식적으로도 한반도 남부에서 일본 서부까지 저격을 행한 전적이 있을 정도로 초장거리 저격의 달인이다. 협회에서 원영훈을 인공위성에 태워 보내서 우주에서 지구를 저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농담까지 있을 정도니 더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으리라.
이런 원영훈의 천부적인 저격 능력은 대체로 거너의 시조인 야마시타 류지의 밑에서 학습한 것이라 한다.
류지는 흑장미를 사용했지만, 원영훈을 가르칠 때는 스나이퍼 라이플을 들었을 정도로 원영훈을 가르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류지의 이러한 노력이 원영훈을 스나이퍼로 만들었고. 원영훈은 하나의 전략병기가 되어 악마전쟁에서 수도 없는 네임드와 보스를 참살했다.
다만 그는 류지의 어떠한 가르침 와중에 감정적인 부분에 크게 약화되었다고 하며, 실제로 말을 해보면 감정이 없는 인형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그가 유일하게 친분을 쌓는 존재는 그의 동료들이었던 키시모토 츠바키와 타이엔 오스왈드, 그리고 버팔로와 같은 거너 영웅들 정도뿐이라고 한다.
이런 원영훈의 주무기는 '궁니르'라 불리우는 무기로, '신창'이라 불리우는 강력한 힘을 가진 저격총이었다. 어디에서 얻었는지는 불명이지만, 원영훈의 저격 실력에 비해 형편없는 성능을 가졌던 다른 저격총에 비하자면, 궁니르는 원영훈에게 꼭 알맞는 총이라고 볼 수 있다.
산이라도 꿰뚫리면 재가 되어 무너진다는 강력한 공격력으로 이름 높기도 하고 말이다
이렇게 스나이퍼의 시초가 된 원영훈의 힘은 그 일부나마 동북아 아카데미에 계승되고 있다. 다만 아직 원영훈 특유의 총술이라던지, 그의 스킬들을 이어 받은 사람은 없는 것으로 보아. 아마 동북아 아카데미의 스나이퍼 승격 담당관이 원영훈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그의 기초적인 스킬들을 따오지는 않았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 기원의 이야기
유실시대는 우리에게 무엇을 앗아갔는가, 에 대한 논쟁은 밑도 끝도 없는 주제 중 하나이다. 그것은 우리를 아주 오래 전부터 괴롭혀왔고, 후회하게 했다.
하지만 그때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때의 선택은 아쳐의 장기적인 발전을 완벽히 박살냈다는 것만 알아주었으면 한다.
그렇다, 가디언들에게 '최초'는 그 클래스의 창시자이자, 최강자이다. 그리고 그 밑도끝도 없는 힘과 깨달음, 무수한 경험들은 영웅을 넘어 살아있는 전설이자 악마전쟁에서 희생된 가디언들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최초의 아쳐는, 유실시대와 함께 유실되어 버렸다.
아쳐의 기원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잃어버린 기원(Lost Origin). 그 근원을 알 수 없으니 끝 역시 알 수 없고, 어디로 흐르는데, 어떻게 흐르는지 조차 알 수 없는 것이 아쳐들의 실상이다.
다만 그 근원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인물들은 이현성을 비롯한 악마전쟁 시대의 최초들, 또한 최초의 유일한 제자일 것이라 생각되는 폭염제 이태양이 있지만, 모두들 하나같이 함구하고 있으니 도무지 알길이 없었다.
그들의 말은 얼핏 정말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같아서 학계를 혼란하게 하고 있는데. 만약 기억하고 있음에도 말하지 않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테고, 기억하지 못한다면 역시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만 소드맨과 같이, 이현성이냐 나카무라냐에 따라 그 관점이 달라지듯, 아쳐도 따로 명확한 최초를 가르기가 애매모호하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이태양은 명확한 자기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으며, 누가보아도 이태양이 그 아쳐라는 클래스의 체제를 닦은 것은 아니므로, 지금에 와서는 무시되는 이론이다.
최초의 흔적을 답사해보자면, 기록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실시대에 의해 기록들은 모조리 날아가버린 상태.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바로 아쳐들의 기본 스킬들이 그 해답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매우 실날같은 추론에 불과하지만, 기본 스킬들은 그 최초들에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이미 누구나가 다 아는 사실. 그렇다면 이런 기본 스킬들을 통해 근원을 찾아보자면, 아쳐는 근본적으로 '사냥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추적하고, 해치운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정확하고 빠르게, 자비 없는 일격을 사용하는 누군가. 매우 강한 자부심을 가진.
이런 추상적 정보들은 아쳐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제공해주지만, 그렇다고 근원을 밝혀내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점들이 아쳐의 다양한 변종의 출현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주몽과 로빈훗은 그 궤도 자체가 다른 하이 클래스이기도 하고, 일부 하이 클래스들은 특수한 장비의 응용마저 꺼리지 않는 독특한 스타일을 보이기도 한다.
다만 우리들은 이런 아쳐들의 모습을 보며 그들이 헤메고 있다는 생각은 도저히 지우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근원도 없이, 어디로 가야하는 지도 모른 채. 맥없이 헤메이는 사람들,
그들의 근원은 대체 어디에 있으며? 누구란 말인가? 이것은 긴 난제이자, 어쩌면 영원히 묻혀야할지도 모르는 비밀이다.
- 근원에 대한 생각 : 아쳐에 대한 원시적 접근
모든 가디언들의 클래스를 봄에 있어서,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다름아닌 '원시성'이라는 것인데. 우리는 마치 가디언들의 클래스가 그 나름대로의 인지적 체계를 갖추고, 인류가 빚어낸 문명의 산물인양 으스대지만 사실 이러한 관점은 틀리다.
당장 최초들을 보자면 그들은 머리로 클래스를 만든 것이 아니다. '각성'이라는 어떠한 계기로 돌연 창설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원시성, 지성의 영역을 벗어난 원시적 본능 체계에 의존한 클래스에 대한 시각이다.
이러한 원시적 관점과 최초들에 대한 연구로 대부분의 클래스들은 이미 상당한 진척도를 보이고 있지만 - 그 끝이 과연 있는가에 대한 까마득함은 논외로 치더라도 - 유달리 '아쳐'라는 클래스는 최초의 소실이라는 면에서 여전히 미지에 휩싸여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아쳐 역시 원시적 관점에서 빗대보자면 어떠한 점들이 보일까?
먼저 아쳐들은 원시적인 부분을 뜯어보자면 인류의 초기, 수렵생활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에는 수렵 및 채집이 삶의 일환이었고, 응당 수렵은 각광받는 산업(?) 중 하나였다.
당대에는 뛰어난 사냥실력이 곧 가정을 부양한 능력이었으므로, 적어도 남성이라면 모두가 사냥에 매진했을 거라는 것을 능히 예상할 수 있다.
이런 원시에서도 특히 뛰어난 사냥꾼, 그리고 그 대가 넘어오면 점점 더 본능에서부터 갈고 닦아진 천성적인 사냥꾼의 피가 아쳐들의 몸에 흐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쳐들의 원시성을 하나로 요약하자면 '사냥꾼'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없어진 최초를 메꾼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완벽하게 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어이 없을 정도로 엉성한 수준으로, 그나마 이해를 돕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정도로 최초란 존재는 어마무시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최초의 존재를 메꾸고자 할 때는, 공교롭게도 원시성과 최초의 연결고리가 될만한 인물을 찾아야한다.
이를테면, '이태양'이다.
이태양은 최초의 제자라고 생각되는 인물로, 현재의 그보다는 이전의 그를 보는 것이 더욱 최초의 향기가 진하다는 데는 누구도 이견을 달 수 없을 것이다. 때는 악마전쟁 초기, 한반도에서 중국으로 치고올라올 때 홀연히 가디언 영웅 중 한명으로 그 이름을 올린 이태양의 궁술은 그야말로 초인적이었다.
그 궁술의 특징은 '일직선'. 그렇다. 보통 화살은 포물선을 그리며 운동을 하므로 일직선의 화살이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아쳐의 근원이 의외로 '활과 화살' 그 자체에 있다고 보기에는 힘들다는 것이 된다.
원시적으로는, 아쳐는 활을 다루지 않는다. 그저 추격과 사냥에 몰두하는 어떤 존재인 것이다.
- 폭염제 : 최초와 가장 가까운 자
폭염제는 최초의 아쳐의 제자라고 추측되는 인물로, 많은 영웅들과 마찬가지, 아니 그 이상으로 여러가지 비밀에 휩싸여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가디언이 되기 이전에 대체 무엇이었는지, 또 어떻게 가디언이 되었는지도 불명이며 당연히 그 최초에게 어떻게 접촉했으며, 가르침 받았으며, 왜 그 최초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는지 역시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사실 지금에 이르러 아쳐들이 배우는 기초 체계들은 모두 폭염제가 체계화시킨 것이라고 한다. 즉, 이태양은 제한적이지만 최초의 아쳐 대행으로서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으며, 악마전쟁에서도 혁혁한 전과를 올린 전쟁영웅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의 침묵에 대해서 누군가가 말을 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점들 때문에, 이태양을 통해 아쳐의 최초에 대한 의문들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이전부터 있어왔다. 최초와 가장 가까운 사나이이기 때문에, 유의미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이태양에게서 얻을 수 있는 단서들은 여러가지가 있다. 일단 그 엄청난 궁술하며, 일직선에 가까운 화살 궤적을 위한 강력한 완력, 시력, 기동력, 그리고 추적 능력. 사냥꾼으로 태어났다고해도 과언이 아닌,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야성적인 사냥꾼의 자질들이다.
결과적으로, 다른 아쳐들을 보더라도 이태양의 이런 면모를 쪼개가진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힘들지만,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욱 특징적인 것은 이태양의 생김새라고 볼 수 있다. 대한제국 태생이지만, 어딘가 인간 특유의 골격과 다른 그 얼굴과 몸은 다른 이들로 하여금 이질감을 들게 하는 것이다. 이는 근원에 가까운 사람들이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신체마저도 서서히 최초에 가깝게 변형되어가는 것을 뜻한다.
가능성 없는 이야기지만, 이태양의 스승은 인간이 아닐 수도 있다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할 수 있는 부분이다.
- 화살통의 미학
화살통이란 다른 사람들의 차 이상으로, 그 아쳐가 누구인지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이다. 듣기로는 폭염제의 제자인 모 여자 가디언은, 프로포즈 받을 때 다이아몬드 반지보다도 멋진 화살통을 받기를 원했다는 일화도 있으니. 아쳐들의 화살통에 대한 애정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화살통은 그 미학적인 가치가 높을 수록, 그 가격과 성능이 뛰어오르는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왜인지 모르지만, 화살통은 예술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최고가, 그리고 최고의 화살통으로 일컬어지는 화살통은 2개인데, 하나는 이태양이 가지고 있는 '태고룡 무하'와, 남은 하나는 위그드라실로 만들어졌다는 '베푸는 자'이 바로 그것이다.
이 두 강력한 화살통들은 그 어마어마한 힘만큼이나 아릅답기로 유명한데. 태고룡 무하와 같은 경우에는 유려한 곡선과 함께 어우러진 직선적인 문양들, 절묘한 검은색과 적황색의 문양으로 인해서 마치 지옥의 개선장군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또한 인류 중에서도 화살통을 만드는 장인들은 대부분 미적 완성도를 매우 중요시 여기며, 이 때문에 페인터 중에서도 화살통을 만드는 사람들이 꽤 많을 정도이다.
이에 따라, 성능이 좋은 화살통을 찾으려면 보통 미학적으로 훌륭한 화살통을 찾으면 된다지만, 가끔 이를 이용한 소소한 일들이 있다.
세월이 지나 녹이 슬거나, 풍화 따위로 겉모습이 상한 싸구려 화살통 따위가, 수리를 받고보니 원래는 굉장한 미학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엄청난 화살통이었다, 따위의 일들이 말이다.
그러므로 아쳐들은 항시 낡은 화살통을 예의주시하는 것이 좋다. 긁지 않은 로또나 다름없으니....
- 메카닉 메커니즘
이 책은 메카닉의 메커니즘을 집중탐구해보는 책이다. 메카닉이 어떤 식으로 물질을 구성하고,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며, 그 본질은 무엇이며. 다른 대안은 없었는지에 대한 말들을 할 것이며, 가장 먼저 말할 것은 물질의 구성방식과 그 이용이라고 하겠다.
먼저 메카닉이 가진 물질구성의 근본 이념은 이것이다 '상상의 진화'. 어떤 힘도 아니고, 단지 악마의 힘 그 자체를 이용하여 스스로의 힘으로 상상의 진화를 이룩하는 것이다.
먼저 우리 사람들의 모든 생각은 2차원에 해당하는 정보라는 것을 알아두어야한다. 우리가 태어나서 보는 모든 시각정보는 2차원이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의 시각 정보가 3차원의 정보라면 우린 2차원에 불과한 사진을 보고서 도무지 그때의 장소를 떠올릴 수 없을 것이다.
최초의 메카닉인 루이는 이런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만약 2차원에 불과한 상상을, 3차원의 상상으로 만든다면? 현실에 대입시킬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기본적으로는 명백히 불가능한 일이지만, 악마의 힘은 이를 가능케했다.
그러나 이것은 극도의 정신노동이며, 매우 크나큰 무리를 뇌에게 주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메카닉은 다른 어떤 슈터들보다도 지력을 극단적으로 요구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본질은 무엇이란 말인가? 메카닉의 본질은 이런 상상력에서 기인하지만 루이는 이것을 '이데아'라고 불렀는데, 이것은 새로운 힘의 한 형태로 보는 것에 대해서는 완강히 부정을 했다.
한마디로, 메카닉은 그 무지막지한 지력을 바탕으로, 악마의 힘을 통해 '이데아'라는 초월적 지성에 아주 잠깐 접근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초월적 지성이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며, 이 세상의 모든 상상과 모든 경우의 수, 그리고 정보를 가지고 있다. 즉, 이것은 동위차원에 숨어있는 것이며 이 때문에 악마의 힘을 빌려야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이데아에 접촉하는 것을 제외하곤, 다른 방식은 없었던 걸까? 예를 들자면 커넥션과 같이 말이다. 커넥션은 확실히 예전부터 발달되어 왔었고, 거너와 버스터와의 연계점을 중심으로 새로운 스킬들도 쏟아져나올 수 있을 법도 하다.
그렇다면 왜 커넥션이 안 되느냐. 그것은 커넥션이 동위차원에서 미리 구성하고 그것을 현실로 끌어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문제냐? 그건 '상상'의 영역이 아니라 '감각'의 문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초월적인 지력으로 매우 복잡한 기계의 설계도를 구상하고, 그를 실제 물질화하고 위해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걸쳐서 이데아에 접촉함으로서 고차원적인 사고를 하는 메카닉에게는.
전혀 좋지 않은 힘이라고 할 수 있다.
- 메카닉 전투 총론
메카닉의 전투 방식에 말하자면 일단 기본적으로 부담이 크다. 기본적인 공격 방식으로 돌격깡통이라는 스킬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그냥 공격만해도 카르마가 쌓인다. 이 얼마나 불공평한가?
따라서 메카닉의 전투방식에는 좀 더 깊은 고찰이 필요하다. 하지만 메카닉들을 더욱 화나게 하는 사실은 심지어 돌격깡통조차도 자신이 원하는 돌격깡통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랜덤이다!
그렇다면 메카닉들의 전투 전략은? 일단 기본적으로 확정적인 요인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편이 메카닉들의 기본이다. 그러므로 돌격깡통이 아니라 차후 레벨을 올려 얻는 스킬들을 활용하라.
추가적으로 메카닉들은 주변지형지물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는 스킬들이 많다. 예를 들어 물 속에서 돌격깡통을 쓸모가 있을까? 높이 3m의 동굴에서 그랑봄바는 과연 안전할까?
이런 것들은 오히려 제약이 되기도 하지만 잘만 이용하면 오히려 큰 이점이 되어준다.
수중전에서의 전기의자는 그 특성상, 적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변한다. 그리고 그랑봄바는 저공비행을 하는 비행계의 악마를 공격하기 용이하며, 아이언암은 전속성 공격과 연계해서 강력한 전격 공격능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메카닉의 전투 방식은 본질적으로 '응용력'에 있으며, 상황에 맞춰 적절한 응용을 시도하는 것이 전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 마스터 루이 : 메카닉
루이는 최초의 메카닉이다. 이데아에 접촉한 최초의 인간이었고, 커넥션과는 전혀 다른, 메카닉만의 특수한 힘을 구축한 존재로서 유럽 아카데미의 교장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런 루이는 대체적으로 유럽 아카데미가 위치한 인류 최고(最高)의 건축물인 '올림푸스'의 건축자이기도 하다.
루이의 이데아 접촉은 혁신적이었다. 일단 악마에게 기계로 대항한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센세이션이었으며, 이전의 과학병단을 구성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 장본인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의 전율적인 능력은 위그드라실을 사살할 때 유감없이 드러났는데, 다름아닌 '인조영웅'이라고 불리는 기계 가디언 영웅들의 등장이었다.
이 인조영웅들은 순수하게 기계 장치로만 이루어졌다기에는 지나치게 초현실적이고, 지나치게 강력했다. 외계문명의 기술력을 옮겨온 것 같다고 해야할 것이다.
메카닉들의 기계가 굉장히 정교하고, 상당한 기술력을 자랑하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임에도, 우리들은 그 기계를 보고 굉장히 낯설어하지는 않는다. 결과적으로 인간의 소산이며 기계라는 점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인조영웅들은 특이했다. 외계의 물건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분명 기계였음에도 이질적이었던 것이다.
이런 이질적인 기계들은 다른 메카닉은 물론 루이의 다른 메카들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어쩌면 루이의 가장 큰 행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조영웅으로 위그드라실을 훌륭히 무찔러낸 루이는, 이후에도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 대체로 메카닉이란 클래스를 창시했으며, 군수기업에 다양한 기술제공을 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우주병기들을 제작했다.
현재는 유럽 아카데미의 교장으로서, 올림푸스라는 초거대 인공물을 유지, 관리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 안드로이드 기초 : 메가맨을 중점적으로
메가맨이란 메카닉들이 가장 처음 접하는 안드로이드 계열 스킬이다. 안드로이드란 매우 복잡할 뿐만이 아니라 섬세하기까지 한 기계라서, 만들어내기가 여간내기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다만 이런 안드로이드는 결코 메카닉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한데.
당장 최초의 메카닉인 루이를 보더라도 유명한 일화 중 '인조영웅'이라는 특수한 안드로이드를 만들어낸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결과적으로 가디언이란 인간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기계의 가디언화'를 꿈꾸는 것이 메카닉의 잠재적 목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드로이드들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다름아닌 악마의 힘을 꾸준히 공급받지 않는다면, 결코 악마들에게 대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조영웅이 그러했고, 지금까지 거의 모든 안드로이드들이 그러했다.
굳이 '악마와 대적한다'는 가능성을 제외한 상태로 상시 유지되는 안드로이드를 만들겠다면, 물론 그럴 수는 있다. 다만 이 역시 다량의 재료와 시간, 그리고 이데아 접촉을 통한 활동 에너지를 꾸준히 넣어줄 수 있는 오너 메카닉이 필요할 뿐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안드로이드를 다루는 기술들을 발전되어 왔다. 현재에 이르러선 악마의 조직을 이용하여 대악마전용 안드로이드를 만들려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평상시에는 일반적인 업무보조 역할을 하다가 전투 상황 시 오너 메카닉에게서 힘을 주입받아 싸우는 안드로이드 등, 다양한 우회책들이 동원되고 있다.
메가맨은 이렇게 다양하게 분화되는 안드로이드 계열 스킬의 단연 원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메가맨의 스킬 레벨이 상승할 수록 얻어지는 효과들은 이와 관련된 효과들도 심심치 않게 구경할 수 있으며, 이는 수많은 메카닉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안드로이드 계열 스킬의 권위자인 메카닉이자 유럽 아카데미의 교사이기도 한 드미트리는 이런 메가맨의 중요성을 드러내는 단적인 예이기도 한데. 드미트리가 한 번에 작성하고 유지시킬 수 있는 메가맨의 숫자는 단순히 메가맨들만을 유지시킨다고 할 때 자그마치 2000여 개체에 이른다고 한다.
- 이데아와 메카닉의 스킬
이데아와 메카닉이 떼어놓을래야 절대로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이듯이, 당연히 메카닉의 스킬은 이데아와 떼어낼 수 없는 관계이다. 하지만 이런 뻔한 말장난이나 하자고 이 내가 바쁜 업무를 뒤로 하고 펜을 잡은 것은 아니다.
이데아는 대체 우리 메카닉의 스킬에 정확히 어떠한 영향을 미쳤으며, 어떻게 분화시켜 나갔을까?
이데아는 그 접촉하는 부분에 따라서 현실에서 구축하는 물체의 성향이 달라진다. 이는 각 메카닉들의 림보 체계가 다를 뿐더러, 특히 이데아 접촉은 아갈타 림보가 변형된 것이기 때문이다. 즉, 네오심벌리즘의 입장에 따르면 응당 이데아의 접촉하는 부분은 각 메카닉마다 상이할 수 밖에 없으며 이에따라 메카닉은 본인의 취사선택에 따라 특성화가 이루어진다기 보다는, 그 스승과 개인의 사상, 결정적인 교육이나 경험에 따라 특성화가 갈리고, 이렇게 갈라진 스킬들은 이데아 접촉부를 통해 대략적인 분류가 가능해진다.
메카닉의 이데아 접촉부는 다음과 같이 나뉠 수 있다.
가족, 동료, 동물, 식물, 자연물(해달별....).
여기서 가족은 가장 기초적인 카테고리 중 하나로서, '안드로이드' 계열과 같이 유동적이고 정보축적적인 물질을 형성하는 것에 기여한다. 또한 가족이 아니더라도, 만약 접촉부가 '본인'의 형태를 띄고 있다면 그것은 가족을 접촉부로 한다고 한단하는 편이다. 이런 물질들은 단순히 안드로이드에만 이용될 것이 아니라, 디지털 해킹, 혹은 정보 제어 등에도 이용된다.
동료는 자신의 친구나 전우 등을 통칭한다. 이들을 이데아 접촉부로 할 경우 대체로 '병기'로 카테고리 되는 계열로 빠지는 것이 대다수이다. 메카닉의 돌격깡통이 안드로이드와 함께 이쪽 계열에 포함되어 있으며, 탱크나 심지어는 항공모함과 같은 거대 병기와도 같은 초거대구축에도 특화되어 있다.
또한 이데아 접촉부의 형태가 동료나 친구가 아닌 가디언 영웅일 때가 있는데, 이 역시 '동료'로 보아야하나, 굉장히 특수한 경우 중 하나로 보고되고 있다.
동물은 말그대로 인간을 제외한 살아움직이는 생물들을 말한다. 가끔씩 '악마'가 이데아 접촉부일 때가 있는데. 이 역시 이 동물에 포함한다. 이것은 인체친화형 물질들을 구현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인공장기, 의안, 의수 등을 구성할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이런 기계들을 인체의 신호와 연동하여 다양한 효과를 일으킬 수 있도록 한다.
'식물'은 말그대로 움직이지 않는 식물이 접촉부인 케이스로 건축물에 최적화된 안정적이고 지속성이 강한 물질을 생성하는데 최적화되어 있다. 이들은 다양한 건축물의 형태를 띈 기계들을 즉석에서 구성할 뿐만이 아니라, 다리나 집과 같은 전투외의 환경에서도 유용한 스킬들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해, 달, 별과 같은 자연물들은 특정 속성에 특화되어 있는 물질들을 형성하는 것에 최적화되어 있다. 이들은 지옥의 불길이 이글거리는 용광로나, 단숨에 주변 일대에 빙하기를 불러오는 광범위하고 강력한 초자연현상을 불러일으키는 기계들을 사용한다.
- 악마의 기계공학
악마들은 지금까지 있었던 인류문명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과학병기가 통하지 않는 그들의 특성은 인류를 완전히 무력하게 했으며, 인류의 문명을 한순간에 잿더미에 만들어 버렸다.
한때 인류들은 과학병기만 악마들에게 통했다면, 인류는 어렵지 않게 세상의 패권을 유지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마저도 '더 오버' 이상의 강력한 악마들이 등장하면서 완전히 무너지고야 말았다. 그들은 설사 핵병기를 난사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힘의 보유자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한때 '기계공학'과 '악마'는 완전한 대척점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람들의 생각도 조금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인류의 활동범위가 다시 점차 넓혀가면서 기계의 모습을 취한 악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메카닉들이 사용하는 기계공학은 말하자면 '악마의 기계공학'이다. 완전한 대척점이라고 생각되었던 과학병기와 악마들의 절묘한 교집합! 그것은 바로 기계 형태의 악마들이 보여준 인류의 신지평이었다.
최초의 메카닉이었던 루이 역시 이전에는 악마를 매우 면밀하게 해부하는 일을 맡았었는데, 다만 생물의 형태가 아닌 기계 형태의 악마를 해체하는 것이 주임무였다고 한다.
결국엔, 기계공학의 시초는 우리 인류로부터 발원했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거진 악마들에게서 얻어내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런 아이러니함이 우리 인류와 메카닉의 발전에 무궁한 공헌을 했으니 '악마'라는 외계인을 고문해서 기술을 뱉어내게 하는 악의 기업이 '메카닉'이라 할지라도 별다른 이견이 없으리라.
메카닉들의 청사진들은 대개 이러한 경우에서 온다고 보면 된다. 기계로 해부하고, 그럼으로서 동위차원과 완전히 호환되는 공학을 이루어 새로운 기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반대로 상당히 희귀한 메카닉 스킬 같은 경우엔, 특수하고 강력한 악마를 해체하고 연구함으로서 얻을 수 있다고하니. '악마의 기계공학'이 반드시 인류의 악적만은 아닌 것은 확실하다.
- 디멘션 스트라이커 : 커넥션의 새로운 발견
디멘션 스트라이커는 버스터들 중에서도 특히 커넥션과 연이 깊은 하이클래스다. 어떤 버스터가 안 그러겠냐고 묻는다면, 이들의 커넥션 응용은 다소 특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점이 그들을 특이하게 만들어줄까?
먼저 일반적인 버스터의 커넥션 활용 단계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버스터의 커넥션 활용은 다음과 같이 일어난다.
구상 - 구성 - 요청 - 이식 - 구현
위 5개의 단계이며, 버스터들은 이런 커넥션의 단계를 매우 순식간에, 본능적으로 처리하도록 훈련을 받는다.
하지만 이것은 정녕 완전히 '본능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본능적으로 포탄을 구상하고 동위차원에서 구성한 다음, 요청을 통해 현실 세계에 이식한 뒤에 구현시켜 마침내 하나의 포탄을 완성시킨단 말인가?
그저 기계적으로 숙련되었을 뿐, 완전히 본능적이지는 못하다는 이유는 바로 이런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디멘션 스트라이커의 커넥션 응용 과정을 보자
콜(Call) - 구현
이 지독히 간소화된 과정은 버스터들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디멘션 스트라이커들은 말그대로 '본능적'으로 동위차원에서 어떠한 사물을 불러오는 것(Call)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불러오는 사물들은 대체 무엇이라고 부를까?
이렇게 디멘션 스트라이커의 콜에 의해 나오는 사물들을 '본능적 원형'이라고 부른다. 해당 디멘션 스트라이커가 어린 시절부터, 혹은 어떤 강렬한 인상에 의해 뇌리와 정신 세계 속에 틀어박혀버린 어떤 상징들이 그대로 동위차원에서 그와 호응하는 물건들을 무차별적으로 끌어내는 것이다.
따라서 디멘션 스트라이커들이 쏟아내는 사물들의 종류, 즉 시리즈들은 개인차에 따라 판이하게 다를 수 있으며, 이런 특성들로 그들은 무차별적으로 사물을 끄집어내어 주변을 초토화시키는데 최적화 되어 있다.
- 가디언 : 노아란 무엇인가?
노아는 물에게 동질성을 느낀다. 피부에 흐르는 혈액, 그리고 바다의 짜디짠 물과 계곡에 흐르는 맑은 민물. 이들에겐 모두 동등하다, 그러므로 노아는 자신과 물을 동화시킨다.
이런 단계에 이르러야만 '노아'라고 부를 수 있는데. 이 노아들의 모발이 물과 한없이 가까운 성질은 보이는 것도 이와 같다.
최초의 노아는 이스라엘의 루시우스라는 가디언으로 전해진다. 이후 그는 제자들이 키우기 시작했고, 제자들 중에서도 물에 대한 친밀도가 높은 인물들은 속속 제 2 제 3의 노아가 되었다.
현재에 이르러서 유명한 노아는 노도(怒濤) 신아라와 포세이돈 차우 안 정도가 있다.
노아의 액체통제력의 범위는 물리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용납되기 힘든 수준이다. 오죽하면 끌어다 쓸 물이 부족해서 바다에서 물을 가져오겠는가?
물에 가까우면 가까울 수록, 노아에게 가까우면 가까울 수록 그 액체는 통제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다른 말로 하자면 바다에서 멀어지면 멀어질 수록 노아는 약해진다. 옆에 바이칼 호수라도 끼고 다니지 않는 한은 말이다.
노아는 이와 같이 굉장한 가디언임에는 분명하나, 그 약점이나 특성이 명확히 드러나있는만큼 향후 발전방향에 따라 그 흥망성쇠가 결정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루시우스가 '고모라 전투'에서 실제로 노아의 방주를 방불케하는 초대형 홍수를 일으킴으로서 일대의 악마를 쓸어버렸지만, 동시에 '제우스'라는 악마에게 목숨을 잃기도 한 것처럼 말이다.
- 마법의 계절
이전까지 다양한 속성을 사용하는 것은 엘리멘탈리스트의 특권처럼 생각되었다. 확실히, 그들이 속성을 다루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을 뿐만 아니라 상당한 깊이까지 있는지라.
최초의 바드 이강윤이 '마법의 계절'이란 사건을 일으키지만 않았으면 그 인식이 아직까지 그대로 였을 것이다.
이강윤은 바드고, 매우 뛰어난 가디언임에는 분명했으나 디텍티브라는 본질적인 한계를 안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다른 가디언 영웅에 비해서 드러나기도 적게 드러나고, 본인 역시 드러나기를 원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이야깃거리도 적었고, 그다지 스포트라이트를 못 받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때, '마법의 계절'이 찾아왔다. 중국 남부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천하의 마신이라 불리던 자오 수조차 고개를 내저으며 포기하고자 했던 마을이, 완벽하게 부활하던 순간이었다.
아직까지도, 그가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 아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모든 악마들이 그 소리에 허겁지겁 도망쳤다는 것을 기억할 뿐.
계절의 변화. 이는 자오 수에게 상당한 영감을 주었고, 그는 엘리멘탈리스트만을 위한 '마법의 계절'을 만드는데 착수했다.
이때, 마신은 그와 관련된 목격담을 기록하고, 자신의 그에 대한 생각을 기록한 책을 가지고 '마법의 계절'을 만드는 것에 성공했는데.
아카데미 교장으로 부임해오는 와중에, 해양 악마에게 그 책을 먹혀버리고야마는 대참사가 일어나버리고 만다.
그에 마신은 매우 실망하여 겨우 마법의 계절을 다시 복원하지만, 그 책에 적힌 마법의 계절은 마신의 독특한 재해석이 가미된 것이었기 때문에 원래의 그 스킬을 다시 복원하는 것은 무리였다.
어쩌면 동북아 아카데미 주변의 바다에는 아직도 운좋게 마신의 손아귀를 피해간 그 해양악마가 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누군가 그 해양악마의 뱃속에서 그 책을 얻는다면....
새로운 마법의 계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숨겨진 속성들
일찍이, 현대에 이루어지는 속성 체계는 '마신(魔神)'으로 일컬어지던 최초의 엘리멘탈리스트 '자우 수'에 의해 이루어졌다.
'화, 수, 전, 풍, 지'의 5개의 속성 체계는 단지 마신이 컨트롤할 수 있던 모든 속성이 아니라, 단지 일반 가디언 지망생들이 가장 쉽고 빠르게 느끼고 친숙해질 수 있는 속성이다.
이때, 마신이 수립하지 않은 대표적인 속성이 명(明)과 암(暗)인데. 대체로 이런 속성들은 매우 다루기가 까다롭기 때문에 같은 엘리멘탈리스트들도 이 둘만을 전문적으로 다루지 않는 이상은, 대성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명(明)이나 암(暗)은 차라리 쉽다고 생각될 정도의 속성들이 있는데. 그게 바로 감각을 벗어난 추상 속성들이다.
단(斷)이라는 속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가? 물론 보통은 모른다. 그 사용보고가 매우 희귀할 뿐만 아니라 사용자도 극히 드물다.
그렇다면 령(靈) 속성은? 천(天) 속성도 있다는 것은 알고 있는가? 물론 모른다. 이것은 마신이 전투에서 한두번 사용한 이래로 사용자가 아예 전무하다!
세상에 이렇듯 다양한 속성들이 있지만... 문제는 거의 있어봐야 쓸 수가 없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제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있은들 먹을 수 없으면 죄다 무용하지 않겠는가?
대체로 숨겨진 속성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아이템의 도움을 빌리거나, 아니라면 엘리멘탈리스트들에게서 비전 기술이라도 익히는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는 고찰해봐야한다. 마신은 어떻게 그런 속성들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걸까? 또한 그런 속성들을 다루는 엘리멘탈리스트들은? 모두 아이템에 의존하는 걸까?
이에 대한 결론은....
남은 부분이 찢겨져나가 있습니다!
- 불꽃의 속성에 대하여 : 화(火) 속성과 그 상위 속성에 대한 본질적 고찰
5대속성 중에 가장 기본적인 속성을 뽑으라면 보통 무슨 속성이 나올까? 누구한테 물어도 보통은 '화속성'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기본 지급 무기가 불꽃을 쏘아내는 데에다가 가장 배우기 쉬운 속성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조금 더 생각해봐야한다. 어째서, 화속성이 가장 배우기가 쉬울까? 왜 대중적일까?
따라서, 필자는 이런 가설을 내세웠다. 만약 속성이라는 것이 영혼의 한 껍질이라고 칠 때, 화속성이란 이런 단면 중 가장 겉껍질이 아니냐 하는 것이다.
흔히 숨겨진 속성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의 심층적이고 정의하기 힘든 복잡한 영역에 있는 것이고 말이다.
화속성은 영혼의 겉껍질이다. 말하자면 계속 전진하고 도전하는 인간의 겉면으로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이런 의문이 생긴다. 상위 속성이란 어떤 원리로 이해해야 되는 걸까?
상위 속성은 다음과 같은 관점으로 이해가능하다. 영혼의 껍질을 통한 본질의 표출이라는 것이다. 한만디로, 속성은 '영혼의 필터'고 가디언들은 필터에 영혼을 뱉어낸다. 그리고 필터는 특정 속성만을 선별하여 밖으로 방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2중 필터라면 어떨까? 어떤 한 면을 극단적으로 살리거나, 어떤 부분을 빼거나, 변형시키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상위속성이라는 것은 말하자면 속성의 선택적 방출, 영혼의 의지표출의 단계인 것이다.
그렇다면 방출은 어떻게 하는 걸까? 필자는 이걸 '말'이라고 생각한다. 언령인 것이다. 최초의 엘리멘탈리스트인 자오 수의 각성 상황에 대한 목격담을 보자면 이런 가설에 확신을 더할 수 있는데.
자오 수는 당시 '산이 울릴 정도로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고 한다. 그건 인간의 성량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인데. 그후 먹장구름이 드리워지고, 온갖 괴현상이 다 일어나며 악마들을 죽였다고하니 영혼의 표출의 가장 기본적인 제스쳐야 말로 울부짖음, 사람의 목소리에 담긴 언령인 것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엘리멘탈리스트는 영혼의 방출을 전문적으로하는 자들이며, 이는 속성으로 나타난다. 좋든 싫든 개개인마다 나름의 특화된 속성이 있을 것이며. 그럼에도 가장 배우기 쉬운 속성은 불이다.
기본 속성이야 스스로 어떻게든 할 일이지만, 생각해보건대 상위 속성을 발전시키려면 뭔가 필터링할 수 있는 독특한 경험과 융화되어야 할 것이다.
- 상성적 대비 : 과연 상성은 절대적인가?
상성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건 5대속성 체계에서이다. 그것이 반드시 굉장히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지는 않지만, 적어도 속성간의 상하관계는 명확하다는 점에서 상성 체계 역시 완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있다. 수 속성을 무시하는 화 속성이란? 정말 상성의 차이는 절대적인가?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해보았다.
기본적으로 화 속성 계열과 수 속성 계열이라고 할지라도, 그 둘이 하위와 상위의 관계라면 상위속성이 하위속성의 상성을 압도해버려서 상성관계는 소멸하게 된다. 반대로 빙 속성과 같은 경우는, 되려 염 속성에 약해지게 되는 상성의 역전이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을 역시 해봐야한다. 이런 상성의 역학을 이용하는 방법은 뭘까?
이런 상성 역학을 이용하면 새로운 형식의 카운터를 형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암의 상위속성인 흑(黑)과 같은 경우에는 기존의 명속성과 카운터 관계에 있으며, 하위속성의 공격력을 흡수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흑(黑) 속성을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암(暗) 속성 역시 가지고 있을 터, 처음에 명 속성의 상대에게 일부러 암 속성의 공격으로 불리한 관계를 형성하다가, 상대가 방심하고 강력한 공격을 넣을 때 흑 속성의 공격으로 단숨에 싸움을 끝낼 수 있는 것이다.
- 마왕의 탄생
엘리멘탈리스트들의 짧지만 그렇다고 짧지만은 않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자면 그 처음에는 자오 수가 있다. 그리고 자오 수의 뒤를 이어 그의 유지를 이어받는 7명의 제자들이 있었고, 자오 수가 5속성 체계를 만드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이들은 각각 불, 물, 바람, 번개, 땅, 빛, 어둠을 부렸으며, 불의 츠우 칸, 물의 루시우스, 바람의 이민영, 번개의 아서 멕도웰, 빛의 이안 프로이트.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왕이라고 불렸던 어둠의 데이비드 롱텀이 있다.
데이비드는 아메리카 대륙 출신으로, 자오 수의 7명의 제자 중에서도 가장 늦게 합류한 제자이기도 했다. 데이비드의 독특한 점은 장님이었다는 점인데, 어쩌면 길고 긴 장님 경험에서 늘 목도해야했던 어둠이 그를 마왕으로 만드는 것에 일조했을지도 모른다.
장님이었기 때문에 그에게 어둠보다 친숙한 것은 없었다. 그가 빛을 본 것은 오직 자오 수를 만난 순간, 도무지 볼 수 없는 그를 빛으로 보았던 때 뿐이었고, 그 순간 그는 자오 수에게 제자로 받아주기를 삼일밤낮으로 간청했다.
애석하게도 그는 그 당시에는 가디언으로서의 재능을 보이지 않았기에, 자오 수로는 이보다 난감한 일은 없었다. 삼일밤낮 매달리는 그를 보며 자오 수는 여러번 설득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자오 수의 제자들에 의해서 바깥으로 끌려나간 그는 그 이후 자오 수의 근처에도 접근하지 못했다.
결국에 그는 자오 수를 만나기 위해 가장 극단적인 방편을 선택했는데, 그 당시에 악마들이 우글거리는 지하수도를 통해 자오 수의 거처로 침입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현실은 잔혹했고, 그는 안 보이는 눈으로 하수구를 더듬어 가다가, 결국엔 악마를 만나서 죽어버렸다.
여기서 마왕 데이비드 롱텀의 특수한 경험이 드러나는데, 이제껏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역사적인 대경험을 하게 된다. 죽은 뒤에 '다시' 살아난 것이다.
그가 멈추었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함을 느끼고, 정신이 돌아왔을 때. 그는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서 두리번거렸고, 그의 앞에는 자오 수가 있었다.
"왜 나를 살려주셨나요?"
라고 묻는 데이비드 롱텀에게
"난 살려준 적 없어. 자네 스스로 살아났을 뿐이지. 정확히 말하자면 자네가 살아나길 선택했네."
자오 수의 대답은 그것이었다.
그에 데이비드는 자신이 죽은 뒤 자오 수가 무슨 일을 했고, 그에 자신이 순응했을 거라고 직감했지만, 하수구의 오물 사이로 머리를 박으며 다시 한번 제자가 되기를 간청했다.
그의 말에 이번만큼은 자오 수의 태도가 달랐다.
"내가 줄 수 있는 건 자네가 원하는 빛이 아닌 어둠이야. 가장 저속하고 밑바닥에 깔린 나락과도 같은 것이지. 산자를 망자로 만들고 눈 뜬 자를 맹인으로, 귀 밝은 자를 귀거머리로 만들고 사지멀쩡한 자를 병신으로 만들며, 희망을 절망으로 바꾸고 기쁨을 고통으로 바꾸는 거라네. 그럼에도 자네는 내 제자가 되겠는가."
그 이후에 데이비드가 한 말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미 우리는 결과로서 그 대답을 알 수 있었다.
마왕은 그렇게 탄생했다.
- 악마의 번개 그리고 영웅의 번개
전 속성은 여러모로 복잡한 형질을 띄고 있다. 모든 속성들이 그렇다지만, 악마의 손에 들리면 끔찍한 괴물이 되어버리고 엘리멘탈리스트들의 손에 들리면 구원의 빛이 되는 것이다.
필자는 이 부분에 조금 더 주목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 대개의 엘리멘탈리스트들의 기술은 자오 수가 만들었거나, 자오 수의 기술에 영감을 얻었거나, 악마가 사용하던 것을 보고 만들어진다.
하지만 전 속성이 복잡한 형질을 띄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자오 수의 제자 중 전 속성을 담당하는 아서 맥도웰은 자오 수를 본뜨지도, 악마를 참고하지도 않았다. 스스로 독자적인 전 속성을 다루었던 것이다.
이럴 수 있었던 이유는 아서 맥도웰이 자오 수를 만나기 이전부터 이미 엘리멘탈리스트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서 맥도웰은 자오 수와의 만남으로 더욱 진전하여 그만의 독특한 스킬들을 완성할 수 있었고, 이는 엘리멘탈리스트들이 사용하는 전 속성의 전형이 된다.
반면 악마들이 사용하는 전격, 전 속성의 악마라고 한다면 보통은 제우스를 상상하니 제우스를 기준으로 잡아보자면, 이들의 전격은 한마디로 화끈하다고 할 수 있다. 일순간에 그대로 적을 섬멸하고, 뼈와 영혼을 태우는 천벌로서의 전속성인 것이다.
악마들의 번개는 응용하기에는 그 한도를 넘었으므로 범용성이 약해진다. 과도한 전류는 물에 닿으면 물을 통해 퍼져나가기보다는 그보다 먼저 물을 증발시키기 때문이다.
만약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면 양동이의 물을 발전소에 뿌려보면 그 궁금증이 해결될 것이다.
그러므로 제우스의 공격은 단발적이며, 강력한 전류를 통해 강렬한 빛 등으로 다양하게 공격했다. 그렇다면 가디언들은 어떨까?
아서 맥도웰이 창안한 전 속성 스킬들은 대부분 지속성의 공격이다. 아니라면 그 공격력이 약하거나, 특수한 상황을 연출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응용방법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아서 맥도웰이 독자적으로 창안한 것도 있지만, 무언가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학술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말하자면 악마가 사용하는 번개와 가디언이 사용하는 번개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인데, 이것이 어쩌면 악마와 가디언을 구분짓는 중요한 표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과연 마신의 번개는 악마에 가까울까 아니라면 가디언에 가까울까? 만약 마신의 번개를 얻는다면 가디언들은 대체 누구의 체계를 따라야하는가?
이 역시 번개가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심장한 질문이다.
- 속성교류론/속성지배론 : 암 속성을 중심으로 한 속성 이론의 비교
엘리멘탈리스트들을 괴롭히는 문제를 하나 뽑아보자면, 바로 이것이다. 과연 속성은 친교의 대상일까? 아니면 지배의 대상일까?
속성을 친교의 대상으로 보는 것을 '속성교류론'이라고 하고, 속성을 지배의 대상으로 보는 것을 '속성지배론'이라고 한다. 이 두 이론은 여전히 엘리멘탈리스트들 사이에서 찬반양론이 나뉘지만, 그 논점은 명확하다.
과연 최초의 엘리멘탈리스트인 마신은 속성지배론에 가깝느냐, 속성교류론에 가깝느냐이다. 논점이 이렇다보니 당연히 마신의 행적, 마신의 어록 등에서 그 흔적을 찾고, 직접 실험을 통해서 이런저런 장단은 재보는 식의 연구가 이루어지는데.
이 책에서는 특별히 자오 수가 아닌, 자오 수의 제자인 마왕 데이비드 롱텀이 가진 암(暗) 속성을 중심으로 이 문제를 풀어가고자 한다.
먼저 암 속성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암 속성의 가장 특징적인 효과는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 응용하든 그것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끌려는 경향이 있다. 결과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암 속성 사용자가 아닌 이상에야 암 속성은 파괴적이고 공격적으로 밖에 응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두번째로는 친화력을 올리기가 다른 속성보다 압도적으로 쉽다는 것이다. 이는 암 속성 자체가 그 사용자에게 다가오려는 독특한 특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만 이끌려고 하는 암 속성의 특성 상 제어하지 못한다면 그렇게 끌리는 요소는 아니다.
당장 암 속성 사용자들도 이러한 것을 두려하여 암 속성 친화력을 의도적으로 더디게 올리는 것을 보자면 더욱 부각된다.
마지막으로 암 속성은 다른 속성들을 몰아내려는 성질을 가진다. 물론 다른 속성들도 그 속성에 집중하다보면 다른 속성들을 자연스레 밀어내지만, 이 암 속성은 그 정도가 더욱 더 심하다.
이러한 특성에 비추어 데이비드 롱텀은 과연 어떤 관점으로 암 속성을 다루었을까? 그리고 이러한 방책은 다른 모든 속성들에게도 확대적용 될 수 있을까?
데이비드 롱텀을 말하자면, 일종의 복합형이었다. 실제로 모든 엘리멘탈리스트들은 속성교류론이나 속성지배론 하나만을 선택하여 살아가지는 않는다.
다만 어떻게 배합하는 것이 좋냐는 것이었다. 데이비드 롱텀은 기본적으로 암 속성에 '익숙했다'. 그는 맹인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친화력과는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익숙하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친화력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암 속성과 계속 친해진다면, 다른 속성들을 해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익숙하다는 것을 필자는 조금 다르게 해석하고자한다.
'익숙하다'는 것은 '두렵지 않다'와 일맥상통한다. 너무나 익숙하기에, 무서울 이유도 없고, 가까이 다가가거나 굳이 멀리할 필요도 없다. 그렇기에 엘리멘탈리스트와 속성은 친화라는 면에서 한없이 가깝고, 지배라는 면에서 한없이 자유롭다.
데이비드 롱텀에게 어둠이란, 항상 자신의 눈을 덮은 안경이자,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총과도 같았을 것이다. 익숙하기 때문에 꺼리낌이 없고, 역시 익숙하기 때문에 당연한 듯이 어둠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 바람에 대한 수호자적 생각
바람, 즉 풍속성의 기원은 모든 속성들의 시작점인 자오 수의 각성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다른 모든 속성들도 자오 수에서 시작하지 않았느냐고 말하면 솔직히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내가 주목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자오 수의 각성 당시. 그 엄청나고 천지창조에 비견되는 그 압도적인 기적들 사이에서 '바람'은 대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을까?
이것은 바람을 이해하는 아주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자오 수의 각성 당시 엄청난 천재지변이 일어났다고 하는데, 그 중에서 바람과 관련된 것은 돌풍, 태풍, 허리케인, 검풍과 같은 다양한 유형이 있었지만 그중 가장 눈여겨보아야할 것은 '맹수'의 형태를 취한 바람들이다.
그것들은 일종의 유형화이며, 자오 수의 내면 상태에 대한 어떤 구현이라고 생각되지만. 놀랍게도 '맹수'의 형태를 한 것은 오직 바람뿐이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쉽사리 넘기기는 어려운 것이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바람이 맹수의 모습으로 형상화되는 어떠한 파격적인 흉포함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의외로 풍속성이란 것은 굉장히 공격적인 성향을 띄는 존재인 것이다.
말하자면, 풍속성의 본의는 이면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풍속성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엘리멘탈리스트들인 '제피로스'들은 무지막지한 파괴력을 가진 풍속성 공격을 하는 한편으로는, 팀원들을 보호하는 보호막과 같은 스킬들도 구사하는 것이다.
앞으로 가디언들은 풍속성을 이해할 때 이렇게 생각해라. 바람이란 이면적이다. 그리고 파괴를 선택할지, 보호를 선택할지는 오직 바람의 손에 달려있다. 그건, 가디언의 자의는 아닌 것이다.
- 루시우스의 유산
루시우스의 사후, 그의 제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수 속성의 가장 거대한 파벌을 형성하고 있던 그들이 마침내 그 종주를 잃고 방황하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자오 수가 거둬들인 형태가 되었지만. 오갈 데 없는 자들을 아버지처럼 품으며 손수 제자들을 키워내는 등, 자애롭기로 유명했던 루시우스였기에 그 제자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농담을 굳이 보태지 않아도 아버지의 사망이나 다름없던 일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사담을 좀 더 섞자면, 루시우스의 사망은 본질적으로 그의 잘못이 아닌 제자들의 잘못이었기에 그 충격은 더욱 더 컸을 것이다.
해신이라고 불리우던 수제자 신승우는 어디론가로 행방불명 되었고, 제자들을 뿔뿔히 흩어졌다. 개중에는 신아라와 같이 미친듯이 악마들을 도륙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제자들이 있었고 차우 안과 같이 악마는 잡더라도 그 장소의 명소나 명산을 들러 유유자적 속세와 거리를 두는 제자들도 있었다.
이런 그들 사이에 알게모르게 내려오는 소리가 있었으니 다름아닌 루시우스가 마지막으로 남긴 유산에 대한 것이었다. 루시우스는 다른 엘리멘탈리스트들과 다르게 따로 고아들을 거두거나, 제자를 많이 키우는 등과 같은 기행을 많이 보였던만큼 그가 남긴 유산 역시 특이했다.
루시우스는 그를 '친구'라고 불렀고, 제자들은 루시우스가 '친구'라고 하면 그가 그것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가 남긴 것이 대체 무엇이고, 그것은 유산이 되고, 어떻게 승계할지 이야기가 있었느냐.
일단 말하자면 그것은 '악마'였다. 정확히는 '해양악마'였다. 그렇다, 루시우스는 악마를 길들였다! 그 악마의 공식적인 이름은 '베히모스'로, 그 밑도 끝도 없을정도로 거대한 고래였다고 전해진다. 오죽하면 그 위에 풀과 나무가 자라 섬처럼 보인다고 할까.
베히모스는 해양악마였지만, 루시우스와 친교를 쌓은 뒤로는 육지와 바다를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베히모스는 공기를 헤엄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통은 바다를 좋아하므로 루시우스의 경로를 따라 바다에서 이동했다가, 루시우스가 부르면 곧장 바다에서 날아오는 방식을 취했는데. 그 속도 역시 상당히 빨랐다고 한다.,
루시우스는 언젠가 이 베히모스가 자신의 제자들과 친구가 되었으면 했다. 베히모스는 지능이 있었고, 루시우스의 생애를 그대로 품고 있었으며, 수많은 바다의 신비와 바다와 비견되는 드넓은 지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베히모스야 말로 본의 아니게 루시우스의 정수가 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베히모스는 루시우스의 사후 곧바로 종적을 감추었고, 계승받은 제자는 누구도 없었다.
안타깝게도 현재에 이르러 베히모스가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알 수 없다. 루시우스의 뿔뿔히 흩어진 제자들처럼 어딘가를 방랑하고 있지는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할 뿐이다.
그럼에도 루시우스의 유산인 베히모스가 누구도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은 현재에 이르러 매우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누가 루시우스의 진정한 후계자란 말인가? 그리고 루시우스의 제자들은, 정말 루시우스의 후계에 합당한 모든 가르침을 행하고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숨기고 있는 것이 있지는 않을까?
- 라그나로크 : 뇌수의 이빨
라그나로크란 자오 수의 제자이자 전속성으로는 자오 수의 뒤를 이어 최강의 힘을 구가한다는 뇌수 아서 맥도웰이 선보인 기술 중 하나로, 그저 단순히 요약만 한다면 '전기를 통해 일대의 모든 기체 분자를 분해하여' 대기를 황혼처럼 붉게 물들이고. 종래에는 전자까지 분해시켜버려 주변 일대에 종말을 선사하는 초월적인 스킬이다.
아쉽게도 이런 강력한 라그나로크는 이후에 사용된 적이 없다. 그것은 라그나로크가 너무나 강력하기 때문에, 주변을 초토화시키는 것은 물론이오. 인근의 동료들에게까지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레 이 라그나로크는 사람의 기억에서 잊혀져갔고, 누군가가 굳이 획득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아서 맥도웰 역시 이 스킬을 남들에게 전수하려는 생각은 없는 듯 보인다
라그나로크에 대한 아서 맥도웰의 표현을 빌리면 이렇다.
"위험한 만큼, 안전한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
아서 맥도웰 본인이 과연 안전한 사람인지 심도깊은 고찰이 필요한 부분이었지만, 그럼에도 라그나로크의 위험성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진정한 파괴와 멸망의 화신과도 같은 스킬.
그 후계자가 언제 생길지는 아직까지도 협회의 주요한 관심사 중 하나이다.
- 츠우 칸 : 화속성에 대한 고찰
츠우 칸은 불에 관해서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엘리멘탈리스트로서, 중화자유공화국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가디언이자 마신 자오 수의 제자이기도 하다.
이렇게 불에 관해서는 금자탑을 쌓은 츠우 칸이었으니, 그 불길 역시 범상찮은데. 츠우 칸의 불길에는 '종류'가 있다.
츠우 칸의 불길이 각각의 색깔과 움직임으로 구분되는데, 대체로 불길이 무조건 위로만 타오르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있고, 주변으로 퍼지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있으며, 가끔 그 자리에서 가만히 타오르기만 하는 움직임을 것이 있다.
이는 각각의 스킬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학자인 필자의 입장에서는 불이 가진 성질이 분화되고 특화되어 그렇게 나타난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각각의 불꽃 색과 합쳐져 천차만별의 효능을 보이는데. 불길의 색은 대체로 붉은색, 진홍색, 주황색, 자색, 노란색, 흰색 등이 있으며 희귀하게 검은색이나 연녹색, 갈색 등의 비상식적인 색상을 내기도 한다고 한다.
이러한 불꽃의 색은 단순히 화속성의 상위 속성을 상징할 뿐만이 아니라 어떠한 효능이나 불꽃의 특성을 상징한다는 것이 지배적이며, '위로 올라가는 형태'의 '백색염'은 그대로 주변 일대의 기온을 급격히 상승시켜 폭발적인 상승 기류를 일으켜서, 그때 타죽은 악마의 재가 하룻동안이나 눈처럼 내렸다고 한다.
이렇게 화속성은 단지 하나의 천편일률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 복잡한 면모를 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근본적인 면에서는 변치 않겠지만, 이런 변덕스러운 천의 얼굴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화속성을 이해하는 주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라 필자는 믿어의심치 않는다.
- 엘리멘탈리스트에게 전승되는 츠우 칸의 기술들과 그러한 기술을 통한 실증적 분석
엘리멘탈리스트들은 대체로 '이브적 허상'을 통해 그 기술을 전수받는다고 볼 수 있다. 엘리멘탈리스트들의 '속성'이라는 것 자체가 아담적이라기 보다는 이브적이므로, 그들로 하여금 전승이란 단지 이브적 허상의 연속된 체계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엘리멘탈리스트들의 스킬은 대체로 개인에서 개인으로 전승된다. 어떤 엘리멘탈리스트의 스킬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단지 새로운 기술의 습득이 아닌. 스승 엘리멘탈리스트의 사상과 생각, 경험을 물려받는 것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오 수가 창안한 5속성 체계와 기본 엘리멘탈리스트 교육과정을 통해 모든 엘리멘탈리스트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츠우 칸의 기술이나, 혹은 그 파편이 있다.
이러한 전승에 대해서, 엘리멘탈리스트들이 츠우 칸의 어떠한 키워드를 공유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화속성에 대한 아주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키워드. 가령 '화무백일홍'은 화속성의 '필멸성'을 상징하고 있다. 임박하면 임박할 수록 더욱 강렬하게 타올라 모든 것을 재로 화하는 자기파괴적인 힘의 상징이기도 하다. 버서커 영웅 중 하나인 사토 쿄우지가 '이그니스'라는 화속성을 전문으로 다루는 하이클래스를 개화한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키워드는 아갈타 림보의 형성에 관계하고 있으며, 가디언 자체의 정수 형성에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이를 통해 츠우 칸에 대한 네오 심벌리즘적인 해석 역시 가능하다.
츠우 칸은 특정한 '가디언 인자'를 그 후세대에게 지속적으로 계승하고 있으며, 이런 가디언 인자의 총합만큼 츠우 칸의 심벌은 강력해진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이러한 츠우 칸의 심벌은 가디언 인자에도 영향을 주어, 새로운 엘리멘탈리스트의 양성을 가능케하는 것이다.
따라서 엘리멘탈리스트들은 츠우 칸의 인자를 계승한 잠재적 계승자이며, 이런 인자는 세대를 거듭할 수록 약해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러한 인자 계승의 상징성으로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고 있으며. '이브 세대' 공식에 따라 츠우 칸과 가까운 세대에 접근할 수록 인자의 힘은 타의추종을 불허할 만큼 막강해질 것이다.
즉 화속성의 근원적인 심벌은 츠우 칸을 통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는 결론이 나온다. 근원이란 분명 마신이 가지고 있거나, 혹은 마신을 통해 발현되는 어떠한 하나의 현상으로서 존재하고 있겠지만. 아쉽게도 엘리멘탈리스트들은 그 최초가 기반이라기 보다는, 최초가 구축한 체제 위에 그 '제자'들이 설립한 독특한 기반을 가진 클래스이다보니 이러한 마신의 인자는 아주 기초적이고도 원초적인 수준으로 밖에 전승이 되지 않는 실정이다.
앞으로 이러한 연구는 지속되어야할테지만, 츠우 칸과 이브 세대를 통해 최대한 세대를 좁히는 노력 역시, 엘리멘탈리스트들에게 필요할 것이다.
- 어쌔신 : 슈터의 제 2형식
슈터들의 전투 스타일은 대체로 원거리 공격이다. 그것이 그들의 안전을 보장 받는데 훨씬 용이할 뿐더러, 브레이커에게 거치적거리지 않고 전투를 진행하는 한편으로 디텍티브의 보호에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쌔신들은 슈터라고 보기에는 다소 이질적이다. 근접전도 그냥 근접전이 아니고 파이터나 펼칠 법한 초근접전이며, 그렇다고 몸이 단단한 것도 아니고, 갑옷을 걸치고 다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어쌔신들의 가장 특징적인 점을 뽑으라면, 슈터 특유의 날선 공격과 매서운 관찰력으로 높은 치명타배수와 적의 예측을 불허하는 공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것이 위험성을 크게 증가시킨다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이견이 없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어쌔신들은 어떤 식으로 싸우는 것이 안전하면서도, 가장 효율적으로 공격할 수 있을까?
어쌔신 클래스의 전투 스타일은 전적으로 기동력으로 결정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브레이커에게 최대한 걸리적거리지 않으면서, 필요한 순간에 정확하게 공격하고 빠져야하기 때문에.
기동력은 슈터의 어떤 클래스보다도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추가적으로, 어쌔신 같은 경우에는 전투가 발생하면 무작정 공격이나 방어에만 치중하지 말고,
한번의 행동기회쯤은 쿨하게 넘겨버리고 주변에 은신해두는 것이 좋다.
어쌔신의 딜량이 높은 것은 결코 같은 슈터지만 훨씬 높은 딜량을 보이라는 것이 아니다. 아쉽게도 세상은 공평하다.
그럼에도 어쌔신의 크리티컬 배율은 왜 높을까? 그것은 바로 '필요한 순간'에 공격하고 빠지는 식의 플레이이기 때문이다.
어쌔신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아무래도 슈터이다보니 한번의 공격조차도 버겁다. 따라서 공격하기에 앞서 접근하기부터가 꺼려지는 경우는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은신 후 잠복해있다가. 가장 훌륭한 기회를 붙잡아 그대로 그 독니를 들이미는 것이 훌륭한 어쌔신이라고 할 수 있다.
- 암살의 종류
이젠 바야흐르 암살자가 사람 대신 악마들을 암살하는 시대, 암살자라고 기죽을 필요는 전혀 없게 되고, 암살에 대한 실력으로 대우받는 악마전쟁 이전으로 보자면 웃기는 시대가 오고야 말았다.
하지만 대개의 젊은 암살자들은, 단지 단검 쥐고 상대 목에 칼날을 박아넣는 것만이 암살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크게 틀린 말이다. 암살의 예술은 다른 점에 있다.
암살은 의외성의 예술이다. 예를 들어 암살자가 뻔히 칼 들고 어둠 속에 숨어있다가 튀어나온다고 생각하자. 굉장히 놀랄 것이다. 왜냐하면 하필 그 자리에서 하필이면 자신을 노리고, 하필이면 암살자가 나온다니 얼마나 의외인가!
그래서 그는 싸늘한 시신이 되어 땅바닥에 눕게 되는 것이다. 근데 이렇게 생각해보자. 상대는 백전노장의 악마다. 항상 목숨의 위협쯤은 우습게 받고, 항상 그를 경계하고 있다.
근데 우리 암살자가 검은 쫄쫄이 입고 우어! 난 암살자다! 이러면 깜짝 놀라서 어버버거리다가 얌전히 칼 맞고 드러누울까? 아니다. 그대로 암살자가 죽는다.
그렇다면 상대가 어리버리한 신생 악마라고 치자, 근데 크기가 8m다. 없을 것 같은가? 충분히 있다. 그런 악마에게 이쑤시개보다 못한 조그마한 단검을 박는다고 죽어줄까?
안 죽는다. 그러면? 암살자가 죽는다.
의외성 예술이 필요한 부분이다. 서론이 길었다. 다음장에선 각 암살의 종류를 적고, 어떤 식으로 예술로 승화시키는지 간단히 적도록 하겠다.
암습 - 어둠에 숨어있다가 공격하는 가장 기본적인 암살. 단검이 가장 기본적이지만, 활을 사용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독살 - 독을 이용하는 것, 강에 독을 풀어놓거나, 혹은 어떤 특정 악마가 좋아하는 음식에 독을 바르고 느긋하게 기다리면 된다. 독 자체가 끔찍한 몰골로 죽이는 극독류일 경우, 일대의 악마들에게 공포를 심어줄 수 있다.
폭사 - 폭발시키는 것, 이건 도둑질을 잘할 수록 좋은데. 상대의 몸에 시한폭탄을 몰래 붙여두었다가, 본거지로 돌아간 순간 폭사시키면 다량의 악마들이 죽는다
추락사 - 보통 절벽을 파괴시키거나, 아니면 하늘 위로 올리거나 하는 방식을 채용하지만 구덩이를 파놓고 안에 독을 바른 검날이나 꽂아두면 족하다. 의외성을 주려면 대범하게 악마들이 모여사는 군락 등지에 설치하면 인기만점이다.
사고사 - 말그대로 사고로 죽는 암살, 미리 어떤 악마가 지나가는 루트를 알아두고. 관련된 작업을 행함으로서 죽일 수 있다. 가장 매력적인 점은 동행 악마들도 이게 암살인 줄 모른다는 점. 하나하나 죽여나가기에 좋다
압사 - 보통 나무 위에 거대한 돌덩이를 나뭇가지를 엮어 많이 올려둔 다음에, 악마를 유인해서 그대로 나뭇가지를 박살내면 많이 걸린다. 근데 나무 위에 사는 악마한테 걸리면 얄짤없다
- 에드워드 로한 : 최초의 어쌔신
에드워드 로한에 말하자면 별로 말할 것이 없는 작금의 실정이다. 그의 과거는 어째서인지 몰라도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으며 - 아마도 그의 과거는 앞으로 영원히 비밀일 것이다.
본인이 입을 열지 않는 이상 이와무라 카이토나 다니엘 사일러스라도 오지 않은 이상은 도무지 알 방법이 없지 않겠는가.
그만큼 비밀스러운 존재이기에 오히려 어쌔신에 더욱 어울린다는 입장은, 솔직히 부정하기 힘든 것 역시 사실이다. 그의 비밀스러운 존재이고, 그의 암살행에 대해서는 더더욱 은밀하고 비밀스러우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욱 놀라운 점은 그가 어떻게 각성했는지조차도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반백의 머리를 가진 중년의 나이에 각성을 했으며, 현재도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보아. 그가 가디언이 되기 전 살아온 세월이 적지 않음을 유추할 수 있다.
오히려 그가 이현성을 보고 형이라고 부르면 주변인들이 놀랄 정도니 현존 최초 중에서 최고 노안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가장 특징적인 능력은 '타르타로스'라고 불리는 능력인데. 이 능력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란이 분분할 정도로 다양한 응용을 가지고 있다.
타르타로스는 현재 동북아 가디언 아카데미에서 '쿠노이치'들이 사용하는 특수한 악마의 힘인 '차크라'의 근원이라고 예측되는 힘으로, 에드워드는 이를 응용하여 다양한 공격을 행했다.
예를 들자면 상대의 공격을 모두 '무시'하고 자신의 공격만을 무조건 치명타로 만들어버린다고 하거나, 손도 안 대고 상대를 혼수 상태로 만들거나, 어딘가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가하면 되려 상대를 어디론가로 보내버리기까지 한다.
아쉽게도, 이 타르타로스에 대한 것은 본인도 왠만하면 함구하기 때문에 자세한 것은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정확히 어떤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이러한 힘 때문에 에드워드는 가히 전설적이고 전무후무한 위치의 암살자로 군림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상 같은 최초들만 아니라면 에드워드의 공격에 목을 내놓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설령 같은 최초일지라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비밀스러운 남자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유럽 아카데미의 교장을 맡고 있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는다.
- 은신 : 어쌔신만의 전유물인가?
은신이라고 말한다면 흔히 어쌔신을 떠올린다. 물론 틀린 생각은 아니다. 당연하지만 어쌔신은 은신의 스페셜리스트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은신을 단순히 어쌔신들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큰 실수이다.
은신은 다른 클래스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행위이며, 이러한 이득을 충분히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슈터와 디텍티브가 숨어있고, 브레이커 혼자 전투를 시작했다가 기습적으로 전투에 난입함으로서 상대들에게 기습의 효과를 노릴 수 있을 뿐더러, 디텍티브는 전투의 안전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악마의 이동경로를 파악했다면 이러한 은신의 장점은 충분히 배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은신이 어쌔신처럼 일상다반사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것 역시 사실이다. 타 클래스가 은신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은신의 3요소는 다음과 같다. '냄새', '소리', '모습'. 냄새가 안 날 수록, 소리가 작을 수록, 모습이 안 보일 수록 은신은 더더욱 발각될 확률이 적어진다.
어쌔신이라면 걸어다니면서도 은신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타 클래스는 일단 '소리'의 존재 때문에 이런 식의 은신은 힘든 편이다. 그러므로 일단 타 클래스들이 은신을 하는 조건은 '매복'. 제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냄새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이 강하지만, 특별히 후각이 발달하지 않은 악마라면 수풀 속에 숨는 것으로 충분히 냄새를 지울 수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특히 습지와 같은 경우엔 후각 자체가 둔해지는 경향이 있을 뿐더러, 주변의 냄새가 다른 곳보다 강하기 때문에 수풀 속에 숨는 것만으로도 냄새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관련된 장비를 장착하면 좋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을 경우에는 주변의 환경을 잘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악마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악마들의 '후각' '시각' '청각'의 민감도를 잘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 최초의 에스퍼 : 에렉 구쉬카
지금은 그 명맥이 끊어진 에스퍼들에게도 최초가 있었다. 당연한 소리지만 말이다. 그 강력함은 일찍이 다른 최초들과 비견되었으며, 누구나가 그 힘의 응용과 재치에 대해서는 탄복하고 말았다는 '에렉 구쉬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대표적으로 '염력'으로 대표되는 에스퍼들은 말그대로 인간 이외의 초능력을 부리며 다른 클래스들과 함께 주요한 전력이 되었다.
크게 특정 물체를 움직이거나 날씨 등을 조종하는 '염동력', 타인의 행동을 통제하거나 생각이나 기억을 들여다보고 조작하는 '정신조작', 신체나 다른 물질을 무언가로 바꾸거나 다른 생물체로 변신하는 '물질변환', 불이나 얼음 등을 발생시키거나 어떤 것을 발하게 하는 '발화',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힘을 내거나 다른 이들에게 그런 힘을 부여하는 '초인력' 등으로 나뉘는 에스퍼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모든 힘의 근원이 바로 에렉 구쉬카라는 한 인간이었다.
에렉 구쉬카는 이러한 점 때문에 만능으로 불렸다. 위의 5가지 능력을 모두 자유자재로 다루니 그 유용성과 다재다능함은 말로 다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직 이현성만이 그의 위에 있었고, 에렉 구쉬카는 다른 최초들의 말을 '충고' 정도로만 여길 정도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충만했다.
아키모토 박사는 이런 그의 오만함을 경고했지만, 아쉽게도 그는 '늙은이의 애정어린 충고' 정도로만 여기고 말았을 뿐. 진지하게까지는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피의 16일이 찾아왔다
에스퍼들이 고립된 16일 동안,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공식적인 교신 기록은 없다. 하지만, 회의 중이던 최현욱이 자리를 박차고 회의장을 나섰던 것과, 매일 고량주를 마시던 타오 라이렌이 그날따라 술을 사양했다는 기록들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모종의 교신은 분명 있었으리라 진작된다
이후 에렉 구쉬카와 그 에스퍼들의 능력은 일부 다른 클래스에서 특색적으로나 나타날 뿐, 그들의 온전한 힘은 복원할 길이 영영 없어지고야 말았다.
혹자는 이런 강력한 힘을 보유한 클래스 집단이 갑작스레 사라진 것에는 모종의 이유가 있으리라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여러가지 정황상 설득력 없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을 뿐이다.
현재 에스퍼와 관련된 아이템들은 가디언 협회 본부에 보관되어 있으며, 일부는 전시되어 있기 때문에 관람도 가능하다.
- 전시안(The All Seeing Eye)
전시안이란 이와무라 카이토의 칭호이자 직위이다. 그의 권능의 상징이기도 한 것이다.
그가 전시안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다름아닌 그의 비전기술이 '전시안'이며, 이 기술의 강력함 때문에, 다니엘을 제외한 모든 디텍티브 위에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전시안은 기본적으로 '모든 정보의 수집'을 목적으로 하는 스킬이다. 사각이 없고, 놓치는 것이란 있을 수 없다.
이와무라 카이토의 경우에는 '상대방의 생각'까지도 전시안을 통해 보았다고 하는데. 이 때문에 다니엘이라고 할지라도 쉽사리 이와무라와 알력다툼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것은 확신이 없는 소문이기도 하지만, 전시안의 진정한 힘은 '다른 것의 시야를 빌릴 수 있다'라는 풍문도 디텍티브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신빙성 있게 받아들여진다.
이 최고의 두뇌와 합리적 이성의 선두주자들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을 신빙성있게 받아들인다니 조금 어이가 없긴 하지만, 그것은 그만큼 실제로도 현실성이 있다는 소리가 되는 것이다.
들리는 바로는 이와무라는 그의 전시안으로 사물에 눈을 달 수 있었고, 그 사물이 보는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었으며, 먼지 하나를 보더라도 그 역사가 눈에 훤했을 뿐더러
만약 소문이 사실이라고 가정할 시, 그가 어떤 전투에서 '신의 시야'를 빌렸다는 소리는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디텍티브들은 '신의 시야'냐, '세계의 시야'를 두고 이런저런 말이 많지만 말이다.
하지만 위의 것은 얼핏 생각하기로 터무니 없는 것이며, 실제라고 생각하기도 힘든 일이니 별로 믿지는 않는 것을 추천한다.
이런 대단한 것이 전시안이었기에, 그 직위와 동시에 물려받는 이 비전기술을 모든 디텍티브들이 탐내었으며, 디텍티브의 왕이라는 강한 권위가 부여되었던 것이다.
- 디텍티브는 과연 영웅에 걸맞는가 : 이와무라 카이토
디텍티브는 근본적으로 영웅에 적합하지 않은 클래스다. 오히려 영웅이 되면 안 된다. 이는 그들이 태생적으로 보조의 역할을 가지고 있으며, 이 역할에서 벗어나려고 할 경우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지기 일수이기 때문이다.
천하의 다니엘 S. 사일러스조차도 그의 파트너인 제인 엘리제가 아니었다면 그 눈부신 업적의 반의 반도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당연시여겨지는 풍토에 도전장을 던지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다름아닌 전시안이라고 불리우는 이와무라 카이토였다. 그는 본래 다른 클래스였다가 디텍티브로 전향한 희귀 케이스로, 직접 악마들에게 피해를 입히던 출신답게 과감하고 공격적인 행동을 취했다.
다만 이것의 일반화가 이루어지기는 힘든 것이, 그건 어디까지나 이전에 악마를 상대하기 위해 단련되었던 몸이 있기 때문이지, 순수 디텍티브들은 함부로 악마들과 맞서면 안 된다.
이와무라 카이토는 이전까지 디텍티브에게 걸려있던 금제들은 완벽하게 무시하는 행동을 취했다. 그의 디텍티브적 능력을 공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그는 디텍티브들을 위한 '호신술'을 도입했다.
'디텍티브여도 악마에게 대항할 능력쯤은...'이라고 말하며 추가했다지만, 디텍티브여도 악마에게 대항할 수 있는 스킬이 있는 정말 디텍티브 딱 하나라는 점에서 미루어 볼 때, 디텍티브의 특수성이 드러난다.
이후에 그가 한 짓을 미루어보자면, 최초로 악마의 목을 부러트렸고, 단신으로 수하들이 보스급의 악마들에게 반란을 일으켜 죽이게 하였으며, 수하들끼리도 싸우게하여 괴멸시키는 등, 디텍티브라고 하기에는 대담하고 공격적인, 기이한 업적들을 남겼다.
이렇게, 이와무라는 기존의 디텍티브와 다르게 파격적이고 전략적이면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선보여왔고, 그것은 자연스레 무위가 곧 권력이 되는 가디언들 사이, 특히 이전까지 디텍티브에만 충실해왔던 기존의 디텍티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를 신봉하는 디텍티브들이 늘어났음은 물론, 그를 보고 디텍티브로 전향한 가디언들 역시 많았음은 당연했다.
이렇게 이와무라의 모습을 보자면, 디텍티브라도 얼마든지 영웅에 걸맞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디텍티브의 무기
디텍티브의 무기는 알다시피, 돋보기다.
그렇다.
돋보기다.
이때, 우리 디텍티브들은 '무기'라는 개념에 대해서 심히 고찰해볼 수 밖에 없다. 그렇게라도하지 않으면 기존의 우리의 의식 속에서 뿌리 깊이 안착되어있는 보편적이면서도 상식적인 '무기'의 모습과 지나치게 괴리되어 있는 현실과 정면으로 마주보아야하기 때문이다.
돋보기는 양심적으로 무기라기에는 묘한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대체 어쩌라는걸까, 물론 개미들에게는 충분히 위협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해가 쨍쨍한 낮이라는 가정 하에.
디텍티브의 무기가 돋보기인 것에는 무슨 저의가 숨겨져 있는 걸까? 그것은 다름아닌 디텍티브의 특징이라고 할만한 '관찰력'에 있다.
이런 넌센스를 하자고 돋보기를 무기로 준걸까? 물론 그럴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행동 시 '돋보기로 ~을 본다'라는 행동을 한다면 돋보기의 공격력에 비례한 관찰 보너스를 얻는다.
이는 즉, 공짜로 주는 지력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추가로 이러한 돋보기들에게는 특수한 렌즈가 사용되는데, 이런 렌즈에는 일반적인 시각으로 볼 수 없는 부분까지 볼 수 있게하는 용도가 있다고 한다. 가령 완전히 투명한 악마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디텍티브의 돋보기에는 그대로 이것들이 걸러져 나오는 것이다.
무엇보다 돋보기의 가장 강력한 점 중 하나는 그 휴대성, 매우 가볍고 쉽사리 가지고 다닐 수 있어서 호신술과 같은 격렬한 행동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그 공격력은, 조금 아쉽지만 말이다.
또한 디텍티브의 무기 종류는 돋보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소드맨이 도와 검을 가리지 않고 사용하듯이, 디텍티브 역시 다른 형태의 무기들이 일부나마 존재한다. 다만 그 희귀성이 상당하여 일반적으로 돋보기만 인식되고 있을 뿐이다.
- 최초의 메딕, 그녀는 누구인가
최초의 메딕은 아인 쓰론이란 여성으로, 출신은 구 프랑스이다. 그녀는 매우 혁신적인 가디언 중 하나인데. 다름아닌 악마의 힘으로 사람을 치유했다는 점에서 그 혁신성을 인정받는다.
아인 쓰론의 이전에는 악마의 힘이란 악마와 같이 단순파괴를 위해서만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이었고, 실제로도 그런 식으로 쓰여오던 그 상황에서 아인 쓰론은 어떻게 메딕이 될 생각을 했을까?
디텍티브라는 역할 자체는 다니엘 S. 사일러스가 최초로 디텍티브의 클래스를 만들어냄으로서 시작되었지만, 실제 아우성이 오고가는 전장에서 그 역할을 방대하게 인정받기는 무리였다.
그런 상황에서, 아인 쓰론은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있던 의사로서 직접 전쟁터를 전전하며 가디언들을 치료하는데에 힘썼다.
그러던 중 아인 쓰론은 운명적인 만남을 하게 된다. 다름아닌 이태양과 레온, 그리고 이와무라 카이토로 구성된 전설적인 영웅 콤비였는데, 이들이 아인 쓰론을 구해준 계기로 아인 쓰론은 이들의 뒤를 따라다니며 치료를 행했다.
하지만, 붉은 황무지 전투에서 이와무라 카이토가 큰 부상을 입었고, 도무지 살아날 가능성은 없어보이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때, 이안 쓰론은 독특한 방식으로 각성을 하게 된다. 다름아닌 무언가가 '거래'를 제안한 것이다.
그 무언가는 아직 알 수 없다. 오직 아인의 경험담에 의존하자면 그건 '하얀 뱀'이었다. 그리고, 아주 역사적인 순간. 처음으로 메딕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완성한 날이 오게 되었다.
그 당시 하늘에 수천마리의 하얀 새들이 무리를 지어 노래를 불렀다고 하는데, 붉은 황무지 전투에서 생존자는 그 넷뿐이기에 크게 신빙성있는 말은 아니다.
후에 미야자키 박사는 이에 '메딕들은 특수한 방식으로 동위차원에 접근한다'라는 이론을 펼쳤고, 이는 차후 다른 메딕들이 '하얀 뱀'과 접촉하여 다시 거래를 함으로서 증명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직 아인 쓰론을 제외하고 '하얀 뱀'과 직접 거래한 메딕은 나타나지 않았다. 앞으로 그런 메딕이 있기를 기대할 뿐이다.
- 요한 하이드리히 : 악마적 천재
요한 하이드리히로 말하자면 본래라면 신자유일본 쪽에 몸을 의탁한 유능한 과학자 중에 한 명이었다. 유럽의 생존자 중 한명으로, 악마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과거 때문에 다소 정신이 불안정했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본인은 매우 천재적이었기 때문에 당시 아키모토 사후 미야자키가 이끌던 과학자 집단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는 과학자이면서도 의사였다는 점이 더욱 특이했는데, 그를 거둬들인 것은 ㅡ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ㅡ 당시 한국의 저명한 의사였던 오신우 박사였다. 그는 신체 의학에 박식했기 때문에 당시 수많은 시체를 보았던 경험으로 잔인한 외과 시술에 전혀 거부감이 없는 그를 신기하게 여겼고, 그에게 의사 교육을 시켰다
오신우의 밑에서 꾸준히 커가던 요한은 어느 순간, 오신우가 메딕의 길로 접어들자 메딕에 강한 흥미를 느꼈다. 하지만 요한의 입장에서 메딕은 그닥 끌리지 않는 대상 중 하나였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니라 '너무 쉬워서'였다.
물론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고 하더라도, 즉효로 상처를 치료하는 메딕과 몇 시간이고 환자의 신체를 가르며 진땀을 흘려야하는 수술전문 외과의가 느끼는 어려움은 천지차이.
그것은 천재인 요한에게 메딕이란 가디언의 길에 매력을 크게 떨어트리는 일 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 돌연 색다른 환자가 요한에게 찾아온다. 악마에게 감염된, 전신이 썩어문드러져가는 영 가망이 없는 환자였다. 요한은 그 환자를 보자마자 곧장 오신우를 찾아가서 치료를 부탁했지만, 오신우는 '네가 해봐'라는 짤막한 말만 던져줄 뿐, 자리에서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다.
그에 요한은 자신이 메딕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오신우는 말없이 자신의 뒷편을 가리킬 뿐이었다. 그곳에서 요한은 새로운 충격을 받는다.
같은 악마에게 당했을 거라 추정되는 수많은 사람들이, 시체가 되어 썩어문드러지고 있는 것이었다. 요한은 메딕들은 뭘했냐고 물었고, 오신우는 메딕들의 치료로도 어쩔 수 없는 종류의 상처라고 고백한다.
그래서, 요한은 오신우에게 메스를 넘겨받았다. 메스를 넘겨받는 순간 요한의 손에 짜릿한 감각이 일었다고, 그는 고백한다. 이것은 그가 메딕이 되었던 순간이었고, 메딕 최초로 수술을 시도한 순간이기도 했다.
이후 그는 초고난이도의 수술을 그의 스승인 오신우와 함께 해내며 전설적인 외과의가 되었고, 유럽의 독특한 하이클래스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 이면논쟁 : 지킬과 하이드
이 이면논쟁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시간을 조금 거슬러올라가야 할 것이다. 메딕이란 클래스가 악마전쟁에 등장한 직후, 그러니까 초기의 일이다. 아직 메딕이라면 떠오르는 인물이 아인 쓰론 밖에 없었으며, 수많은 가디언들이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죽어갔을 때.
아인 쓰론의 뒤를 이을 주목할만한 후진들이 살짝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을 때다.
닥터 지킬과 미스터 하이드는 사실 서로 다른 하이클래스가 아니었다. 본래는 하나의 하이클래스였다.
바로 여기에서 이면논쟁이 촉발된다. 메딕은 대체 전장에서 어떤 역할이어야만하는가. 악마로부터 가디언을 치료하고 보호하는 천사의 역할과 함께 전우인 가디언들의 시체를 가르고 그들을 연구해야만하는 악마의 역할이 공존하는 메딕은 과연 어떤 역할이어야만할까?
흑법제 유진의 수제자로 손꼽히는 '루시 하이드'가 시작한 이 논쟁은 당시 메딕계에서 상당한 논란을 가져왔고, 메딕의 정확한 역할을 정해두지 않는다면 메딕의 전문성이 실추되어 다른 클래스에 비해 뒤쳐진다는 의견이 커졌다.
그리하여 루시 하이드가 최초의 '미스 하이드'가 되어 유진의 슬하에서 벗어나고 '까마귀 부대'를 창설하여 그 수장이 됨으로서 이 이면논쟁은 파국을 맞는다. 양지의 메딕와 음지의 메딕 자체가 분리된 것이다.
이들은 메딕이라는 절대명제 아래에서 서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실상 하는 일과 대중의 이미지는 극명하게 갈린다는 점이 흥미로운 점인데.
그럼에도 이 이면적인 두 형태의 메딕들이 여전히 훌륭한 디텍티브라는 점에서는 부정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 닥터 데몬 : 흑법제에 대하여
악마 연구에 상당한 진척을 보인 주요한 인재를 뽑으라면 보통 흑법제 유진을 빠트리지 않을 것이다. 유실시대 이후 유실되었던 수많은 악마자료 중에 일부나마 복원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 유진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으리라.
악마의 해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지만, 유진은 악마의 힘을 이용해 직접 악마를 해부하고, 연구했었다.
악마의 시체를 해부하고 연구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일단 현차원에서 악마의 시체를 금이야 옥이야 보존한다한들, 동위차원에서도 존재할 악마의 시체를 어떻게 보존할 방법이 없어 시체가 전혀 연구가치가 없는 쓰레기로 전략하는 것이 주요하고. 이는 림보라고 불리우는 복잡한 공간 개념까지 얽혀들어가며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생각된다.
흑법제 유진은 메딕의 회복을 '시체의 회복'으로 비틀어서 사용함으로서 악마를 해부했고, 그에 따라 많은 악마들의 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하여 그가 '닥터 데몬'이라고 불리게 된 것에는 이이상 별다른 이유가 필요 없는 것이다. 악마 박사라고 불릴만한 놀라운 지식과 응용력, 과감함마저.
비록 그 성질이 음험하고 사상이 위험하다고는하나 그의 놀라운 업적들은 어떤 점에서는 아인 쓰론과도 비견될 수 있기에, 더더욱 그랬다.
허나 이것은 뒤에 흘러 좀 더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됐는데, 그가 흑사병 의사복을 입고, 항상 검은색 옷만 입고 다니는 데에다가 성격이나 사상이 그렇다보니 정말 메딕이 아닌 악마 같다고 하여 닥터 데몬이라고 불렸다.
이후 그는 '법황'이라는 정식 명칭을 부여받으며 닥터 데몬이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추세는 슬슬 줄어들고 있지만, 그럼에도 닥터 데몬이라는 별명은 유진이란 존재 자체를 상징하는 의미깊은 칭호로 간간히 가디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 천의 : 가장 인간다운 메딕
가디언들을 이제껏 없던 일종의 괴물이라 보는 관점은, 다소 무리가 있지만 아쉽지만 완전히 틀린 관점은 아니다.
그들의 초인적인 힘들은 충분히 현차원의 생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뿐이며, 특히 데몬 바이러스의 RNA 전사를 통한 유전물질의 변조는 가디언들이 현차원의 생물의 DNA를 가진 것이 아닌. 현차원과 동위차원을 넘나드는 전혀 새로운 이생물의 DNA를 가진 것을 뜻한다.
어쨌든, 그것은 메딕들이라고 다르지 않아서. 그들 역시 아무래도 인간보다는 인간적인 면모가 부각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천의라 불리는 오신우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그는 이미 악마전쟁 이전에 의사면허를 취득한 민간인 의사였으며, 악마전쟁 내내 의사와 연구자로서 활약한 남자이다.
그는 비록 악마전쟁 중기에 돌연 메딕이 되었지만, 그의 행보는 일반적인 메딕이라기에는 상당히 특이했는데. 일단 첫째로 환자를 가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른 메딕과 구분된다.
아무래도 다른 메딕들은 가디언들의 치료에만 치중하는 부분이 큰 것이 사실이었지만, 오신우는 가디언 여하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을 치료해주었기 때문에, 개중에는 오신우를 좋지 않게 보는 가디언들도 있을 정도였다.
그의 두번째는, 화려한 기술보다는 기본기를 굉장히 중시하는 원칙주의자라는 것이다. 아마도 아인 쓰론 다음으로 기본기가 충실하고, 또 탄탄한. 그리고 악마의 힘을 제외하고 순수히 의사로서라면 아인 쓰론마저도 오신우의 상대가 되지 않을지도 모를만큼 기본기가 충실한 인물이다. 이런 오신우는 탄탄한 기본기로 많은 제자들을 거느렸는데, 개중엔 요한 프리드리히나 노마 란디엘과 같은 기라성 같은 메딕들이 있으니 기본기 중심의 교육이 메딕에게 얼마나 큰 발전을 주는지는 더 이상 논의의 대상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 신 라휘의 의술혁명 : 현대 동양의학
악마전쟁 이전에 동양의학의 입지는 그렇게 좋지 않았다. 사상의학이라고 칭해졌던 동양의학은 합리적인 인체 과학에 기초를 둔 서양의학에 비하자면 그렇게 매력적이지 못했고, 심지어는 사이비 의학 취급을 받으며 천시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동위차원의 존재가 밝혀지고 그 힘을 끌어다쓰는 가디언들이 있는 지금, 동양의학의 입지는 이전과는 달라질 수 밖에 없었는데. 이 동양의학의 뒷편에는 제 2의 화타라고 불리는 신 라휘라는 메딕 영웅이 있다.
신 라휘는 예전부터 인간의 체질이나, 성정에 대한 관심이 강한 정신의 중 하나였다. 넓게로는 정신의로 이름 높은 노마 란디엘이 조언을 구할 정도였고, 가끔 천의나 흑법제 마저도 의견을 구하는 존재였다.
그가 메딕이 되어서 가장 처음 한 행위는 다름아닌 동양의학의 부활이었는데, 동양의학은 사람의 체질을 음과 양과 같은 성질로서 이해하는 것에 착안하여 각 가디언이나 민간인들이 동위차원과 어떤 관련으로, 어떤 힘으로,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에 따라 그들의 체질을 성질로 나타내는 것에 성공했다.
이전까지 치료에 속성이 이용되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었지만, 이런 신 라휘의 발견을 시작으로 한 개인의 '체질'과 '속성'을 연관시켜 '속성치료'가 탄생했다.
이렇게 속성치료의 최고 권위자가 된 신 라휘는 그때부터 약사 허유진의 제안으로 적극적으로 동양의학에 관련된 약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일반 의약품처럼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장기간에 걸쳐 다양한 효과를 주는 약품으로서 단순히 일회적인 효과만을 내는 약품과 달리 장기간 의뢰에 적합했다.
신 라휘의 아내가 그가 준 약을 먹고 이태양과 같이 활화산의 분화구에 뛰어들어 싸웠다니, 그 효과는 더 이상 말이 필요하지 않으리라. 또한 좋은 물건이 나올 확률이 높여준다던가, 기감을 좋게 해준다던가, 별빛을 받으면 체력이 회복되게 한다던가. 기상천외한 영적 세계에 대한 약품들도 상당수 생성해냈다.
결국엔, 신 라휘는 어떤 사람의 체질을 다른 것으로 바꾸어 버리거나, 체질에 따른 속성이나 의술로 완전히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등의 메딕 영웅에 걸맞는 위대한 의술을 가지게 되었지만, 불행하게도 지금은 아내가 동북아 아카데미에 교사로 채용됨으로서 재미도 없고 보람도 딱히 없는 아카데미의 보건교사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 의술 :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가?
의술이 어떻게 해석되어야하냐는 메딕들 사이에서 많은 논쟁들이 있었다. 첫째로는 주로 닥터 지킬들이 내세우는 주장으로서, 의술은 단지 사람을 치료하는 기술 뿐만이 아니라 일종의 숭고한 철학을 담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의 자의에 따라 남용되어서는 안 되고. 엄격한 도덕적 순결성 아래에서 행해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다른 편으로는 주로 미스터 하이드들이 내세우는 주장으로, 의술은 말 그대로 사람을 치료하는 기술에 불과하며, 그 기술을 어떻게 다루고 발전시킬지는 기술자인 의사들의 자의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 차이에는 의술은 인술이냐, 아니면 단순한 기술이냐에 따라 해석이 갈린다고 볼 수 있는데. 이것이 결과적으로 닥터 지킬과 미스터 하이드를 나누는 중요한 기점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면논쟁'이라고 불리는 닥터 지킬과 미스터 하이드의 분리 사건은 이런 이유에서 시작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의견 차이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성향에 따른 다른 방향의 의술 발전을 꾀하게 되었다. 당장 가디언들의 산실인 아카데미의 보건부들 마저도 각자의 의술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충실한 보건부 학생은 이미 그 영향을 받아 의술의 성장 중에 관련된 특수 효과를 내기까지 한다.
의술에 대한 해석은 이렇게 메딕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의술의 힘 자체에도 영향을 미칠만큼 강대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따라서 많은 메딕들은 그들의 의술을 해석하고자 노력하며, 이를 통해 메딕들의 의술은 수많은 분파로 나뉘어 발전되어 왔다
- 메딕과 치료, 그리고 속성
메딕들은 어쩐지 속성에서 동떨어진 것처럼 느껴지는 클래스이다. 일단 그들은 악마의 힘을 통한 치료를 행하므로, 속성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을 치료하는데 뜬금없이 엘리멘탈리스트들이나 사용하는 속성을 들이미는 것도 우스울 뿐더러, 그들의 강력한 속성공격들을 생각하면 과연 사람에게 사용되는가에 대한 의문마저 들게되는 것이다.
하지만 속성은 치료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명의라 불리우는 신 라휘의 속성치료가 의료계의 조명을 받은 뒤, 각 클래스에서는 속성을 치료에 적용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그 결과과 서전의 '급속냉동', 닥터 지킬의 '열선 치료', 미스터 하이드의 '심장제세동법' 등이다.
서전의 급속냉동은 대상을 순식간에 얼려버린다. 물론, 대상이라 함은 환자다. 이렇게 냉동인간 상태가 되어버린 환자는 적절한 장소로 후송된 뒤에 서전의 수술을 받게 된다. 즉, 급박한 상황에서 큰 수술이 필요하다 주로 사용하는 스킬로, '메딕에게 받은 별로 유쾌하지 않은 경험 TOP 10'에 반드시 들어가는 스킬이다.
지킬의 '열선치료'는 그야말로 매우 미세한 열선을 섬세하게 조율하여 상처 봉합, 감염 치료, 신경 치료 등의 각종 시술을 하는 것으로, 여의치 않을 때는 적을 공격하는 용도로도 사용된다고 하며, 거의 모든 상태이상을 치료한다.
미스터 하이드의 '심장제세동법'은 전류를 이용한 충격으로, 심폐정지 상태. 즉 '사망'에 이른 가디언을 부활시키는 스킬이다. 다만 사망한지 얼마 되지 않았어야 하며, 별다른 상태이상이 없어야한다는 조건이 붙더라도 죽은 목숨을 살린다는 점에서 괄목할만한 스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치료에 응용되고 있는 속성은, 앞으로도 메딕의 발전에 새로운 키워드로 부상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 천의와 법황
미미르 연구소에 천의와 법황이 서로 라이벌이었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이들은 사상적으로 스스로 부딪히고 있었고, 이것은 그 둘은 정말 우연찮게도, 그들이 서로 거의 동시에 메딕으로 각성한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었다.
물론 지금은 유진을 오신우보다 위로 치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다고해서 오신우의 위업들이 유진보다 뒤떨어진다는 것은 아니었다.
이들의 첫번째 차이점은 바로 '알비더스' 유무이다. '하얀 뱀'과 접촉해여 얻어낸 특이한 백색증. 대체로 유진은 모두 '알비더스'라고 인정하는 자타공인 알비더스지만. 오신우는 그저 일반 메딕이다. 간혹 오신우를 아주 오래 전에나 만나본 사람이나, 같이 전투를 치루었던 일부 사람들은 오신우 역시 '알비더스'라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지금에 이르러서 무시되고 있기는하나,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으로 남아있다.
두번째로는, 오신우는 가존의 의술을 발전시키고 이를 후세대에 전수했다는 평을 받는 반면에 유진은 기존의 의술에서 벗어난 독자적인 의술을 정립하고 이를 다시 후세대에 전수했다는 것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상반된 의술을 가진 둘이었지만 한때의 메딕들은 아인쓰론의 의술과 이 둘의 의술을 복합적으로 받아들여서 현재는 '닥터 지킬'로 칭해지는 면과 '미스터 하이드'로 칭해지는 상반되는 면모를 보이는 메딕들의 의술에 따라 '이면논쟁'이라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세번째로는, 오신우는 출세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지만, 유진은 오히려 야망에 불타는 쪽이었다는 것이다.
지금 오신우는 아카데미의 교사를 맡고 있지만, 유진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인망으로 프로이센 연합 제국의 일원으로서 황제의 직에 올라있다. 오신우는 근본적으로 사람친화적인 존재는 아니며, 반면 유진은 사람을 이끌고 다니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오신우에게도 강점이 있었는데. 바로 걸출한 제자들을 배출해낸 스승으로서의 자질이었다. 흑법제 유진도 많은 제자들을 거느리고, 루시 하이드라는 걸출한 제자를 하나 가지고 있지만. 아무래도 알비더스까지 다량 배출해낸 오신우에 비하자면 교육적 능력은 한수 접어두는 것이 옳다.
- 낯선 방문자 : 카르마 변형 세균
동위차원에서 넘어온 카르마는 식물과 동물을 변형했다. 땅을 변형시키고, 특수한 광물을 생성한다. 이 힘의 찌꺼기는 얼핏 전능한 연금술사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카르마의 힘이 단지 눈에 보이는 부분에까지만 닿을 거라는 생각 역시하기 힘들다.
카르마는 균류를 변형한다. 이들은 이차원에서 건너온 낯선 방문자로서, 인간들이 상상도 못할 짓을 행하는 것이다.
이 낯선 방문자들이 이 세계에 끼치는 영향은 다양하다. 이들은 대부분 아인 쓰론의 '대성화' 사건 이후로 깊고 깊은 심해로 도망쳐 들어갔는데. 해저에서 일어나는 화산 활동의 90% 정도는 이 이 카르마 변형 세균들이 일으키는 것이라고 예상된다.
또한 해저지형을 거대한 도시로 바꾸어 버리거나, 아니라면 유기물을 흡수해서 특수한 광물을 생성하거나, 다른 생물을 흡수하여 악마로 재구성해버리기도 한다.
이런 심해로 쫓겨난 균류 중에서 주목할만한 균류를 뽑으라한다면 '레온의 창'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균들은 음지에서만 살아남으며, 반물질적인 어떠한 존재로서 삶을 영위하는 세균들이다.
이들은 흔히 '쉐도우 스피어'라고 알려진 랜서들의 '그림자'를 이루는 구성요소이며, 레온이 그들의 왕을 이겨내고 그 왕좌를 탈환하여 수족처럼 부리는 것이 가능해졌다.
다만 대부분의 '레온의 창'들은 심해 어딘가로 도망쳐서 새로운 왕을 뽑았으리라고 생각되는 형편이다.
이런 이야기에서 주목해야할 법은 바로 흑법제라고 불리우는 법황 유진인데. 아인 쓰론과 레온이 서로 의견 마찰을 빚었을 때. 다름아닌 흑법제가 그를 보조해주었기 때문이었다.
흑법제는 '레온의 창'이라고 불리우는 세균의 존재와 그 균주(菌主)의 존재를 알려주었고, 레온은 그에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 균주와 싸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세균들에게 둘러쌓여 죽기 직전인 레온에게 겨우 당도한 아인 쓰론이 펼쳐올린 역대 최대, 그리고 최고의 성화(聖火)가, 바로 '대성화 사건'이라고 불리는 사건이니. 참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 가디언 의학 : 정말 의학인가?
근래에 들어 나타난 가디언 의사, 소위 '메딕'이라고 불리는 족속들의 의학이란 입에 절로 실소가 맺히게 하는 개념이다. 그들이하는 의학이란 거저, 환부에 손을 올려놓고 초자연적인 힘으로 생체를 치유한다는 것인데. 그것의 대체 무엇이 의학이란 말인가?
그들의 학문은 나름대로 체계를 이루고 있지만, 일반인 대상의 실험이 부족할 뿐더러, 그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고, 극단적이며, 폐쇄적일 뿐만 아니라 대체로 악마학과 그 근간을 같이하는 정체성이 모호한 학문이다.
이런 근본없는 의사들은 스스로를 의사라 칭하며 당당하게 의사가운을 두르고는 하는데, 정작 이들의 이 놀라운 능력은 대개 가디언들을 위해 쓰여진 점 또한 의문을 표하게 한다.
메딕들은 그 효율성을 위하여 항시 가디언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져왔고, 악마전쟁이 종결된 지금도 일반인은 국가를 통해 아주 제한적으로 메딕의 치료를 받을 수 있을 뿐 대개 일반 의사를 통해서 상처를 치유한다.
의학이라는 건 단순히 어떤 이성적이고 체계를 이룬 학문을 칭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메딕들의 의학이란게 고작 '가디언 전용'이라면 이 역시 가디언의 의학의 근본 자체를 의심해보아야할 대목이다.
이런 점에선, 근본적으로 메딕이 가진 의술이란 숙고가 필요한 법이다. 대충 멋내기 좋아하고 으스대기 좋아하는 어중이 떠중이들만 모아놓고 의사요, 이러면서 함부로 면허를 주면 안 된다는 소리다.
아인 쓰론과 같은 경우는 원래부터 의사였다 치지만, 흑법제 유진이란 자는 그 안 좋은 소문만큼이나 윤리적이고 성실해야하는 의사란 존재라고 칭하기엔 무리가 있지 않은가.
이런 위험한 존재들에게 의사 자격을 주는 것 자체가 이 세계가 얼마나 미쳐돌아가는지에 대한 반증이다. 즉, 메딕들은 자신들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이 부족한 것이다.
과연 무엇이 의술이고, 인술인지 제대로 판단할 기회도 없이 가디언이라고 훈련받는 사람들에게 메스는 위험하다.
- 악마의 선율 : 바드의 음악은 어떻게 힘을 가지는가
바드들을 잘 아다시피 음악을 통해 악마의 힘을 발휘하는 클래스로, 일단 힘을 발휘하는 매개체가 음악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특이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바드들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음악을 통해 다양한 일들을 하는 걸까?
바드들의 힘의 근원은 이강윤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이강윤은 태어난 순간부터 이미 벙어리로, 말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또한 이것은 각성한 뒤에도 마찬가지라서 그저 평생을 벙어리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가 소리를 낼 수 없었냐면, 그것은 아니었다. 그는 노래할 수 있었다. 악리를 두드릴 수 있었고, 매우 훌륭한 실력자였다고 한다.
이렇게 악기에 대한 이해가 매우 심도 깊었기 때문일까, 그가 각성한 뒤에 그는 노래를 통해 악마의 힘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강윤은 일종의 의미를 담았다. 악마의 힘은 육체적인 무언가보다도 의미로 전달되기가 더욱 수월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바드들이 사용하는 음악은 '의미'를 통해 어떤 현상을 야기하는 것이다.
어쩌면 바드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의미들을 통해 세상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의미, 그러니까 바드에게 음악이란 '말'이다. 이강윤이 그러했던 것처럼.
- 왜 바드인가? : 이강윤의 일대기로 살펴본 바드의 중요성
바드들이라고 생각하자면 보통 딴따라란 이미지가 강한 것이 사실이다. 개미와 배짱이라는 오래된 이야기에서 나오는 배짱이의 이미지 역시 겹쳐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생각을 해보자면, 피가 튀기는 전투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 꽤나 로맨틱한 일이지만 다소 뜬금없는 느낌을 주게 되는 것이다.
왜 바드들은 필요할까? 그리고 바드들은 정확히 어떤 활약을 악마전쟁사 속에서 했단 말인가?
이강윤의 가장 대표적인 업적인 '울지 않는 소쩍새' 전투이다. 중국에서 벌어졌던 이 전투는 악마 진시황이 거느리던 강대한 군사들이 총집결하고 있던 곳이었고, 중국대륙을 탈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가야하는 성에서 일어났다.
말하자면 산을 깎고 지은 요새로, 그야말로 주변이 절벽처럼 낭떠러지라 접근하기도 쉽지 않고, 공격하기도 쉽지 않은 난전이 예상되는 전투였다.
당시 이현성을 비롯한 영웅들은 이미 다른 곳에서 전투하고 있었으므로 이러한 걱정은 더더욱 심화되었다.
이때 의외의 인물이 등장하게 된다. 다름아닌 이강윤이었다. 그는 가디언들 중에서 유일무이하게 협회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존재였으므로, 어디있는지도 사실 모르는 일이고 바람처럼 등장했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가디언이었다.
그가 돌아왔음에도 가디언들은 그닥 희망을 갖지는 않았는데. 바드의 유용성은 이미 이강윤이 표면에 드러남으로서 알고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도움이 될 뿐이지 결코 이현성처럼 강력한 무력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그때 이강윤은 태연하게 술 한병을 달라고 하여 술 한병만을 든 채로 털레털레 적의 성으로 걸어갔다. 그 과정에서 가디언들이 득달 같이 말렸지만, 이강윤은 괜찮다며 그대로 성으로 걸어들어가서.
마치 거기에 집이 있다는 듯이 성으로 먼저 들어가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이강윤은 어이없게 악마들에게 붙들려, 성벽 위로 올려졌다. 악마들은 이강윤을 공개적으로 처형할 심산인 듯 했고, 그에 가디언들은 불안에 떨었다.
이강윤은 당시 전례없던 바드, 만약 그가 사망한다면 장차 가디언의 클래스 하나가 완전히 소멸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때, 이강윤의 웃음소리가 전장을 뒤덮었다. 그는 실로 호탕하게도, 붙잡혀있는 몸으로 통쾌하다는 듯이 웃은 것이다.
일순간 전장에 정적이 감돌았다. 대체 무슨 해괴한 짓인가. 라는 생각이 미처 들기도 전에, 갑자기 가디언들이 성으로 무작정 돌격하기 시작했다.
의외로 성은 무차별적인 돌격에 쉽게 함락되어 버렸고, 결국 이강윤은 풀려났다. 그때 가디언들은 이강윤에게 그때 왜 웃었냐고 물어봤는데, 이강윤은 그때 품에서 소쩍새 한마리를 풀어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소쩍새 한마리를 품고 있었는데, 이 새도 겁을 먹었는지 울지 않더군.'
왜 웃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아니었지만, 이강윤은 그렇게 다시 방랑길에 올랐다. 그제서야 가디언들은 뒤늦게야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강윤의 웃음이 자기도 모르는새에 움직이게 했다는 것을 말이다. 이렇듯 바드들은 단순 보조의 의미를 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사태를 뒤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
- 이강윤의 방랑벽 : 대체 얼마나 떠돌았나
이강윤의 방랑벽이라 하면, 이강윤을 설명할 때 도무지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이다. 희대의 기인이기도 하며, 친절한 한편으로 알 수 없는 그를 대변하는 주요한 면모 중 하나이기 때문이었다.
악마전쟁 시절 거의 가디언 군대와 같이 동행하지 않았으며, 그 동안 어디에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아쉽다 싶을 때는 불쑥 얼굴을 내미는 이강윤은, 그의 입을 단 한번만 열 수 있다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과 가장 깊은 바다 밑바닥의 일을 알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악마세계와 인간세계를 불문하고 뛰어난 견문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이강윤은 그 방랑을 하면서도 가디언들의 모든 사정에 밝았는데, 이는 이강윤이 '만리지청술'이라 부르는 독특한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이강윤은 방랑을 할 때 이런 막대한 정보량에 의존하여 흥미본위로 방랑을 한다고 봐야할 것이다.
이렇게 별다른 목적의식 없이 디텍티브 중 하나인 바드가 세계 곳곳을 쏘다녀도 되는지 의문이 들지만, 이강윤은 희대의 기인 중 하나였으므로. 아무도 이강윤을 걱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렇게 사정에 밝은지라 어떻게 아쉬울만하면 불쑥 불쑥 얼굴을 내미는 것이 그리 의문스러울 일은 아니다만은, 문제는 그 '이동수단'이 문제였다.
분명 유라시아에서 헤어졌는데 갑자기 아메리카에 얼굴을 들이밀거나, 로키 산맥으로 여행을 떠났는데 길을 잃었다면서 오세아니아에 나타나거나, 아직까지 그의 이동수단은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아마도 굉장히 다용도적인 무언가라고 생각된다. 어쩌면 특정한 무언가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렇듯 이강윤의 방랑벽은 계속해서 수많은 일화를 만들어내고, 또 수많은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방랑을 계속하고 있을 이강윤은 어쩌면 살아있는 이야기로서 해석되는 것이 맞을 지도 모른다.
만약에 길가다가 이강윤과 마주친다면 반갑게 인사해보라. 그리고 그에게 몇 가지 흥미로운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건넨다면, 그는 사양하지 않고 그의 놀라운 경험과 식견을 풀어낼테니.
- 가무 : 음악과 춤, 그리고 아이돌
춤을 춘다는 것은 아주 고대부터 있어왔던 행위이다. 지금은 바드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고는 하는데. 정확히는 '아이돌'들의 전유물이라고 보는 편이 옳다고 하겠다. 그도 그럴 것이, 최초의 바드인 이강윤이 춤을 추는 것을 상상할 수라도 있는가?
가무를 스킬로서 정립한 것은 최초의 아이돌인 제나라고 한다. 그녀는 노래의 버프에 춤의 버프를 합쳐서 강력한 버프 효과를 가디언들에게 부여했다고 한다.
이렇게 가무는 바드들에게 새로운 신지평을 열었고, 결과적으로 '아이돌'의 출현을 만든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 춤과 노래, 대중들의 열광! 이 아이돌들은 콘서트 공연 중이라도, 해당 도시에 악마 경보가 울린다면 즉시 콘서트 공연장 밖으로 뛰쳐나가서, 인류의 최전선에 속해있는 전사들이자, 대중들의 공포와 탄식을 잊게 해주는 쌍방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바드들에게 노래는 거리에서의 소통 방식이지만, 춤은 사람과의 소통 방식이라고 하는 이유도 그러한 이유이다.
이런 춤의 독특한 점을 뽑으라면, 악마들 역시 심심치 않게 그 가무의 예술성에 감탄하거나, 혹은 감상하려는 자세를 가진다는 것이다. 비록 인간처럼 사고하고, 의사소통이 가능한 고지능의 개체가 아니더라도 악마들도 일정부분 가무의 예술적 가치나, 혹은 문화적 가치를 느끼거나 공감하며. 이를 통해 악마들의 감정이나 행동을 제한적인 수준이라도 조정이 가능하다.
이렇듯 가무는 단순한 춤과 노래를 넘어 인간, 가디언, 바드, 아이돌, 악마를 이어주는 커뮤니케이션이다. 마치 아이돌이 관객들과 호응하듯이 가무는 단순한 일방적인 메세지의 전달이 아닌, 상호교류이며 이를 심도깊게 이해하는 것이 가무에 얽힌 수호자학을 이해하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 마에스트로 : 음파의 마술사
음파라고 한다면, 흔히 바드의 '선율'로 대표되는 음악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 중 하나이다. 그런 바드들 중에서도, 이 음파에 대해 가장 잘 알고 가장 유능하고, 그리고 재치있게 사용하는 존재를 뽑으라면 사람들은 망설임없이 '마에스트로'를 뽑을 수 있을 것이다.
마에스트로들은 이 선율을 이용해서 '지휘'라는 행위를 한다. 이 지휘란 단순히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행위가 아니라, 주변의 사물과 공명 및 호응을 통해 이루어지는 다분히도 복잡하고 상호교환적인 행위이다.
이 마에스트로들의 선율은 주변의 오브젝트와의 호응을 통해 새로운 음색들을 자아내게 되는데, 이를 통해 주변 일대가 일종의 오케스트라처럼 작용하게 된다.
이런 오케스트라를 동해 마에스트로는 강력한 효과를 낼 뿐만 아니라, 주변의 기후를 조종하거나, 주변의 생물들의 행동을 통제하는 한편으로 선율 그 자체를 공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변주'라고 부르는 이 행위는 마에스트로들의 전매특허 기술 중 하나로, 기존의 선율이 단순히 음색과 선율을 변화하고, 그 독특한 음파를 차용해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이 변주는 그것을 역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사물과의 호응을 일부러 '파괴'쪽으로 돌려서, 그 선율과 호응하는 모든 사물을 파괴시키는 것이다. 이런 공격적인 선율은 마에스트로들을 통해 자행되고 있으며, 음악이라는 문화 요소가 그들의 손아귀에서 얼마든지 전혀 새로운 면모를 띌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마에스트로라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 섬의 영약들 : 동북아 아카데미를 중심으로
영약이라는 것은 인간이 그 형태를 식품에 알맞게 가공하여 섭취에 용이하게 할 수는 있어도, 그 자체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말 그대로 자연이 만들어낸 천연의 보약을 말한다.
그러므로 반드시 쿡의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쿡이나 메딕의 조언 없이는 함부로 섭취를 금해야하는 것이 그 이유이다.
먼저, 이 책에 들어가기 전에 영약 섭취 시 유의사항을 몇가지 알고 가자.
1.반드시 섭취 이전에 메딕이나 쿡의 조언을 구한다
2.가공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섭취를 최대한 피한다
3.카르마 수치를 유의하여 섭취한다
4.유사한 다른 것이 아닌지 주의한다
5.장시간 주변의 어떠한 방해도 받을 수 없는 공간에서 섭취한다
먼저 다음은 '숲'에서 주로 나타나는 영약 일람이다. 대략적인 생김새와, 그레이드, 효과를 적어놓았으니 도움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흑설버섯(★☆) : 검은 색의 세모꼴 갓 위에 항상 하얀 곰팡이들이 눈처럼 앉아있다. - 내구력 상승
백수왕의 심장(★☆) : 백색 계열의 짐승계 네임드들을 잡으면 희귀하게 드롭한다고 한다. 일반적인 심장과는 다르게 하얗다. - 근력 상승
천년하수오(★★) : 숲, 특히 산지의 동굴에서 나타난다는 신비한 물이다. 희미한 푸른 광채를 띄고 있다는데.... - 매력 상승
인형설삼(★★) : 어린 아이의 형태를 한 거대한 삼. 형용하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힘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 근력, 지력, 기동력, 내구력 상승
선악과(★★★) : 만과의 왕이라고 불리는 과실, 최초의 쿡인 알렉산드라가 발견했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
다음은 '늪지'에서 나오는 영약들의 목록이다.
빛바래기 연꽃(★☆) - 하얀 빛을 발한다는 연꽃, 백년에 한 번 열매를 맺는다는 전설이 들려오는데. 이 열매가 영약으로 기능한다. - 지력 상승
늪지 흑진주(★☆) - 악마들의 시체가 모여 썩다가 우연의 일치로 만들어진다는 구슬로, 보통 늪지 밑바닥에서 발견된다 - 카르마 저향력 상승
호박새의 눈(★★) - 호박빛으로 빛난다는 열매, 어떤 나무에서나 나지만 아주 희귀하다고 한다 - 행운 상승
만일홍(★★☆) - 만일 동안이나 피어있다는 꽃, 섭취자에게 강대한 힘을 선사한다고 한다 - 불 속성 지배력 상승
마지막으로 '들판'에 주로 나타나는 영약들이다.
천금엽(★★) - 하나가 천금의 가치를 지녔다는 낙엽, 들판의 어떤 풀이 수백년 동안 기를 모으고 떨어트렸다는 소리가 있다. - 기동력 상승
퇴마근(★★) - 악마를 내쫓는다는 강력한 기운을 가진 뿌리. 너무 기운이 강해 이 뿌리를 가진 식물이 출현하면 주변 일대의 식물이 다 말라죽는다. - 행운 상승
천뢰초(★☆) - 벼락을 맞은 나무가 썩어 거름이 되면 피어난다는 풀. 푸른 실선들이 잎 전체에 가있다. - 전 속성 지배력 상승
강후만년초(★★☆) - 백개의 붉은 꽃과 천개의 잎이 난다는 전설의 약초. - 레벨 상승
마치며, 모든 효과를 '상승'이라고 통칭하였지만 그레이드나 희귀도에 따라 그 상승폭이 다르다는 것을 명시해둔다. 또한 여기에 등장하지 않은 영약도 다수 존재하며, 때때로 영물의 내단과도 같은 것 역시 영약이 되니 알아두자.
- 대중상업론
악마전쟁 이후에 상업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 과연 공익과 사익 중에 상업은 무엇의 편이여야하며, 그 근본적으로 사익을 추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상업이란 어디까지 허락되어야 하는가?
이에 가디언들 중에서 머천트가 등장하고, 군수산업체가 이례없는 약진을 시작하면서 이런 논란은 잠시 잠잠해졌지만, 결론적으로 이 대중상업론 전체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대중을 상대하는 상업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할까? 만약 그것이 가디언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한다면? 해운의 대체 몇 %까지를, 가디언과 상관없는 대중들을 상대하는 물류에 투자해야할까?
대중상업은 이와 같이 가디언과 공존을 꾀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이다. 그렇다면 이것마저 이용하는 것이 현명한 상인이지 않겠는가? 현재에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은 '가디언'이라는 콘텐츠다.
실상 가디언들에게 팔아서 막대한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것은 무기류 밖에 없음에도, 제약회사와 의류회사 등의 업체들이 끼어드는 것도 이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미지 메이킹뿐만 아니라, '가디언들이 입던 옷', '가디언들이 쓰는 약'이라고 한다면 일반인들에게 제대로 먹혀들어가는 '명품 브랜드'의 이미지를 새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중을 상대하려면 어쩔 수 없이 가디언과 밀착해서 상업을 행해야한다. 만약 대중에게 팔만한 물건을 살펴본다면, 필히 브랜드가 있는 옷이나. 혹은 현재 상황에서 적절하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포함된 옷이어야만 한다.
물론, 일개 상인은 수공업자가 아니므로, 적절한 모든 요건을 갖춘 물품을 얻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각각의 장단을 파악해야한다.
대중상업론의 요지는 이렇다. 가디언과의 협력을 꾀하는 한편으로, 가디언이라는 콘텐츠를 대중에게 팔아먹을 것. 추가로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를 선택하여 판매해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유의할 점은, 대중에게 어필할 요소가 있다고 해도, 대중들은 그 요소를 일일히 파고들만큼 친절하지 않다. 결국엔, 그 요소를 스스로 어필해야한다는 것이다.
- 전쟁 상인 - 왜 필요한가
전쟁상인이란 언뜻 보기에 사회의 악처럼 보인다. 피를 대가로 거래하는 이들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악마와의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처절하리만치 체감시키기 때문이다.
이들의 출신은 놀랍게도 가디언이다. 자본주의의 논리에 가디언의 지고지순한 의지가 매몰되지 않도록 만들어낸 가디언-머천트들이 되려 피의 상인이 된다니 정말이지 놀랍지 않은가?
머천트들은 이전부터 가디언들의 이권을 수호해왔다. 그들의 정당한 부산물을 노련한 연구기업이 터무니 없는 가격에 후려치거나, 단지 그 분야에서 뛰어나다고해서 가디언들에게 무기로 지나치게 이익을 얻으려는 자들로부터 노련한 상술로 양측의 균형을 맞춰 왔던 것이다.
말하자면, 전쟁상인의 출현은 당연했고. 그 필요성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적어도 악마가 세상에 존재하는 한은 말이다.
전쟁 상인들은 주로 전쟁에 관련된 무기를 취급한다. 놀라운 점은 이들의 수완이다. 다양한 무기를 사고, 필요에 의해 수요를 제한함으로서 각 군수업체들은 본인들만의 특색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말하자면 '평균적인' 의미에서는 관련된 무기를 구하기 힘들어졌지만, 입맛따라 자신의 장비를 셋팅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동시에 가디언이 아니라면 그런 대량의 물품을 가지고 함부로 바다를 횡단하기는 힘들다. 당연히, 해양 악마가 있는 이상 언제라도 침몰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설용병단체를 운영하기도 하는데, 실상 가디언 인맥을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민간인들은 꿈도 못 꾸는 형식의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가디언의 생각은 가디언이 가장 잘 알듯, 가장 옆에서 가디언들과 싸웠던 이들이기에 가디언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에게 물품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전쟁상인에 대한 적개심은 이제 슬슬 접어두는 편이 맞지 않나 싶다. 그들이 그런 일로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머천트 본래의 성질만큼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불필요한 인물이라면 존재하지도 않았을 존재. 전쟁상인은 현대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들이다.
- 메리 원더 : 최초의 머천트
메리 원더는 최초의 머천트다. 매우 아름다운 여성이라 더욱 주목받았던 그녀는 일반적인 디텍티브의 길을 거부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생각해봐야한다. 디텍티브의 그 '거래'는 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
어떻게 돈으로 충격을 상쇄하고, 말도 안 통하는 악마와 거래를 한단 말인가?
그것은 최초의 머천트가 모종의 악마와 거래를 했기 때문이다. 무슨 악마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미 전역을 휩쓸만큼 강력한 악마였다고 하며, 전지전능에 가까운 힘을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메리 원더는 악마와 거래를 했다. 이것이 바로 흔히 일컬어지는 '최초의 계약'이자 머천트의 탄생이었다.
메리 원더와 그 악마가 행한 계약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하나, 계약자 메리를 갑이라하고, 계약자 악마를 을이라하며, 메리의 인장을 전수받은 자들을 정이라 한다.
하나, 갑은 정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
하나, 을은 먼저 인간이 물리적 정신적인 공격하기 이전이나 그런 의도 혹은 모욕등을 하기 이전에 인간을 공격하지 않으며, 노골적으로 그런 목적의 행동을 하는 것도 금한다.
하나, 을은 디트로이트 시티에 자리를 잡고 그곳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나, 을은 갑에게 자신의 힘 중 일부를 대여한다.
하나, 갑은 을이 힘을 대여해주는 대가로 인간들에게 가장 보편적인 가치에 해당하는 것을 제공한다.
하나, 갑은 을을 이현성으로부터 책임지고 보호한다.
하나, 갑이 만약 악마화하였을 경우 을의 휘하에 들어와 복종한다.
- 원숭이도 이해하는 거래 입문
원숭이도 이해한다지만 먼저 정말 이 책을 들고 있는 독자가 원숭이라면 얌전히 책을 덮기를 권장한다. 원숭이나 다름없는 지능을 가지고 있는 브레이커라고 해도 마찬가지임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만약 고지능의 원숭이 악마라면 읽는다고해도 이해의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말그대로 최대한 쉽게 거래의 과정이나 원리를 설명할 수 있도록 쓰여진 책이다. 혹시 이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 머천트라면, 이런 자극적인 제목이 판매량에 주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추가적으로 알아두었으면 한다.
흔히들 거래를 '어떤 조건 하에 이루어지는 상호간의 재화 교환'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명백히 틀린 생각이다. 거래란 결국 '쌍방의 만족'이다. 즉 우리들은 양심적으로 받아먹는다는 상인들의 정신머리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양심적이지 않아도 괜찮다. 서로가 만족하기만하면 된다. 물론 이 과정에는 기만과 속임수가 충분히 포함될 수 있다. 신뢰도에 크나큰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대규모 거래에서는 정보전을 적극적으로 펼쳐서 거래의 이득을 쟁취해도 별다른 문제는 없다. 물론 대놓고 기만한다면 문제가 크겠지만, 대체로 이런 경우에는 속은 쪽이 병신이다.
그렇다면 정말 원숭이가 아니라면 이런 의문이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거래는 대체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거래는 상대를 만난 순간부터 시작되지 않는다. 거래할 재화를 손에 넣은 순간부터 이미 거래의 시작이라고 봐야한다.
거래는 재화의 획득 이후, 재화를 파악하는 걸로 첫 단계를 밟는다. 가장 먼저 수요가 있을 법한 고객층을 탐색한다. 이 범주에 만약 수요가 있을 지언정 본인에게 그다지 가치있는 무언가를 가지리라고 생각되지 않는 고객층은 과감히 제한다. 이후 이 재화의 '차별화'를 시작한다. 이 재화가 다른 재화가 대체 어느 점이 좋고, 어느 점이 나쁜지 파악하고 이게 상대에게 어떻게 먹힐지 생각해둬야 한다.
그 다음부터는 실전 거래로 넘어간다. 거래에 넘어가면 상대에 따른 대응책을 다르게 해야한다. 굉장히 자기 주장이 강하면 괜히 밀어붙였다가는 오히려 거래가 깨질 가능성이 높다. 차라리 한 번 굽혀주면서 상대에게도 '내가 먼저 굽혔으니 너도 굽혀라'라는 무언의 압박을 넣어주는 것이 유효하다.
또한 약점이 상대에게 들통났다면, 무리하게 약점을 커버하려기보다는 인정하되, 결코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당당하게 밝혀내는 것이다. 실수에는 상대에게 솔직하게 사과하되 역시 당당한 자세가 중요하다.
거래는 기본적으로 '눈치껏'이 중요하다. 일단 깎을 수 있으면 깎는 것이 상도덕. 섣불리 재화의 트집을 잡는 것은 상대에 따라 크나큰 불쾌감을 줄 수 있으니, 일단 처음에는 '본인의 사정'으로 가격을 깎아달라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돈이 없다, 다른 물건도 사야하는데 난감하다, 물건이 너무 좋아서 제값을 치루기가 힘들 것 같다.
물론 이 단계에서는 아무도 값을 깎아주지 않는다.
거래의 조건과 환경은 유동적으로 변화한다. 앞서 말했듯이 이 과정에서는 쌍방의 만족이 중요하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의 조건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기 때문이다.
여기서 훌륭한 거래자로서 가져야 할 소양은 내가 설득당해 만족하는 것보다, 상대를 설득해서 상대가 만족하게 하는 것이다. 즉, 이를 위해서는 이런 유동적인 환경에 수동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오히려 그 조건이나 환경을 주도적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거래 시작부터 모든 카드를 꺼내드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러한 각자의 숨겨진 카드의 갯수와, 내용이 거래의 환경과 조건을 좌우하게 된다.
그러므로 앞서 말한 주의사항들을 잘 명심하고, 최대한 다양한 방식으로, 아니,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다양한 카드를 준비해가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악마의 증권가 : 가디언 시대의 주식시장
악마가 등장하면서, 잘 나가던 대기업이라도 본사 건물에 뜬금없이 악마가 나타나서 하룻밤만에 다 말아먹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주식시장은 항상 위태로웠고, 지금은 더더욱 위태로웠다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러한 불안감은 주식시장의 흐름을 더욱 빠르게 만드는 주요한 요인이었다.
단순한 세계적인 이슈에도 너무나 큰 변동폭을 형성하기 때문에, 증권가는 그야말로 빠른 자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유동성과 정보에 대한 민감성은 기업의 방식에도 변화를 주게 되었다. 고위직들에게 주어져서 아예 회사에 묶여있는 주식들을 제외하고, 남은 종류의 주식을 사수하기 위해서는 정보전의 필요성이 심각하게 대두되는 것이다. 유망한 곳에 투자하는 행위가 이슈화가 되면 주식은 크게 폭등한다. 반면 '근처에 악마가 나왔다더라'라는 간단한 악성 루머만으로도 주식은 타격을 입게 된다.
빠른 이 증권가에서 적응 못하는 기업은 도태된다. 즉, 바야흐르 '악마의 증권가'가 그 아가리를 벌리고 사람들을 집어삼키게 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방식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생겨나고, 급속도로 성장한 것은 물론 기존의 악마에게 잡혀있던 지역에 대한 활발한 개척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증권가에서 과거나 현재나 여전한 주요한 관심거리 중 하나는 다름아닌 '자원'이다. 다른 자원이 아닌 카르마에 변형된 특수 자원들은 넘쳐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새로운 땅으로 기업들이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증권시장은 변화해왔고, 사람도 기업도 그에 맞추어 변해왔다. 단순히 나쁘다고도, 좋다고도 할 수 있는 이 증권시장에서, 큰 손들이 미치는 영향력을 막대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개미로 끝낼 거라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이러한 증권시장의 동향은 수많은 실패를 경험하면서 그 안목을 길러 서서히 전진해나가는 주요한 성장목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페인터의 세계
페인터들은 자유로운 예술적 영혼을 보유자한 자들인 탓에. 같은 페인터끼리도 향유하고 있는 세계가 완전히 다른 경우가 왕왕 있다. 사실 왕왕정도가 아니라 대개의 페인터들은 서로 다른 세계에서 생활하고 있다.
뒷골목의 벽에 낙서를 해 그 명성을 올리고 뒷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언더그라운드, 거리의 연인들, 사람들을 그리고 또 그럼으로서 돈을 받기도하는 가장 군중들과 가까운 스트리트, 고상한 갤러리에 들어앉아 순수하고 난해한 미술에 집중하는 아티스트, 단지 예술로서의 그림을 넘어 설계와 디자인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스튜던드, 인터넷을 무대로 종횡무진 상업그림을 그려내는 일러스터.
대개의 페인터들은 위 5개의 세계 중 하나에 소속되어 있는 페인터들이며, 반드시 하나의 세계에만 소속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세계에도 찔금찔금 발을 뻗어놓기도 한 것이 보통이다.
이렇게 다양한 영역으로 나뉘어진 페인터들의 세계는 다른 클래스는 대개 그 존재 자체도 생소할 정도로 기이하다. 대체로 페인터들 역시 다양한 세계에 조금씩 발을 넓히면서 자신이 속할 세계를 결정하므로, 오히려 초보 페인터들 역시 이런 세계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이 사실이다.
언뜻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오직 실력과 명성으로만 좌지우지되는 철저한 실력만능주의의 소산이자, 페인터들이 세상을 들여다보는 창으로서의 역할 역시 겸한다.
또한 페인터들은 서로의 세계에는 기본적으로 무관심하지만, 특정 사건이나, 시기에 처하게 된다면 서로 전쟁을 벌이기도 한다. 피가 흐르는 전쟁이 아닌 예술로서 싸우는 매우 고상한 전쟁으로, 이들의 전쟁에 따라 사람들의 '동위차원'에 대한 일정량의 점유권이 해당 페인터들의 세계에 넘어오게 된다.
만약 이렇게 사람들의 동위차원에 대한 점유는 대중들의 무의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되며, 해당 페인터들의 세계의 권위가 가지는 권한이 막강해질 뿐만 아니라 새로운 권한이나 권능이 추가되기도 한다.
- 풍백 : 바람의 지배자
풍백이란 한반도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상의 신이다. 바람을 관장하던 신이었다고 하는데, 이 풍백의 최초 발생지가 바로 한반도였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이 풍백의 출현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악마는 아니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지만, 이런 무구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현대인이나, 혹은 그 이전의 고대인들이 가지고 있었던 적이라도 있었나?
이런 점에서 풍백은 아무래도 악마 출현과 동시에 동위차원에서 튀어나온 무구라고 보는 관점이 올바르다고 할 것이다.
풍백은 기본적으로 풍(風) 속성을 띄고 있다. 띄고 있다고 하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최초의 출현 시기는 악마전쟁 초기, 최초의 엘리멘탈리스트인 마신 자오 수가 각성한 지 한달째 되는 날이었다.
가장 설득력있게 받아지는 학설은 자오 수가 각성함으로서, 풍 속성이라는 것이 세상에 첫 출현을 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동위차원의 풍 속성과 관련된 어떤 물질이 응고되지 않았냐는 것이다.
그 학설이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는 말할 것도 풍백의 강력한 바람 계열 능력 때문이다.
풍백의 바람 계열 능력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데,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거대한 폭풍을 불러오는 것은 물론, 주변의 기류를 조종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풍백의 원래 주인은 이민영이라는 자오 수의 제자였는데. 그녀는 실제로 이 풍백의 힘을 이용하여 산 하나를 통째로 들어올리는 괴이한 힘마저 선보였다.
다만 이민영은 악마전쟁 중기에 사망해버렸고, 그때부터 풍백의 행방은 묘연해진다.
풍백은 그 모습이 불확실한 무구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마치 바람과도 같다고 했으며, 옆에 있었음에도 눈치채지 못한 사람들도 분명 존재할 거라고 예상된다.
가장 대중적인 이미지는 바람으로 이루어진 맹호의 이미지인데, 그 크기가 산만하여 달을 삼킨다는 소리가 이강윤의 노래에 나옴으로서 이러한 이미지가 완전히 대중들에게 정착되게 되었다.
아마도 한반도에 있었을 것이라 추정되며, 어쩌면 바람따라 이곳저곳을 방랑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무구로, 아직까지 김민영의 뒤를 이은 풍백의 주인은 등장하지 않았다.
- 대지모창 가이아
대지모창 가이아가 처음 출현했던 것은 유럽이었다. 사용자는 아직 아무도 없었지만, 무려 악마가 직접 사용했던 것으로 유명하며. 그 악마가 유럽에서 악명을 날리던 더 오버급 악마 '카오스'여서 더더욱 유명한 창이다.
이 대지모창이라 불리우는 가이아는 카오스가 가진 여러개의 무구 중 하나였지만, 그의 모든 무구가 그렇듯이 도무지 이세상의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강렬한 힘을 자랑했다.
땅 전체를 뒤집어 엎어서 가디언들을 모조리 땅 밑에 매장시키는 일은 예상인데에다가 땅을 가시처럼 돋치게하여 걷지 못하게 하거나, 아예 지진을 일으키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특히 가이아는 그 길이가 제멋대로 늘어나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 창끝이 대륙의 끝까지 닿을 수 있다고 카오스가 직접 설명했으니 그 길이를 인간의 기준으로는 속히 가늠할 수 없다.
실제로 그 길이가 10 km 가까이 늘어난 전적이 있으니 진짜 대륙 끝까지 닿지는 못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그 길이가 무한할 것이라는 것은 쉽사리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대지모창 가이아는 그 이외에도 '생명부여'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특히 토인들로 구성된 가이아의 군세는 매우 강력했으며, 그만큼이나 많은 가디언들이 희생되었다고 하는 등, 그 전설적인 맹위로 유명한대. 만약 누군가가 가이아를 소지하게 된다면 이러한 토인 군세를 거느릴 것이라는 것은 능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또한 '사령관'이라는 별명을 가진 최초의 랜서 길민제와 대입해볼 때. 랜서 자체가 어떠한 지휘관이나 사령관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 대중상업론
악마전쟁 이후에 상업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 과연 공익과 사익 중에 상업은 무엇의 편이여야하며, 그 근본적으로 사익을 추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상업이란 어디까지 허락되어야 하는가?
이에 가디언들 중에서 머천트가 등장하고, 군수산업체가 이례없는 약진을 시작하면서 이런 논란은 잠시 잠잠해졌지만, 결론적으로 이 대중상업론 전체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대중을 상대하는 상업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할까? 만약 그것이 가디언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한다면? 해운의 대체 몇 %까지를, 가디언과 상관없는 대중들을 상대하는 물류에 투자해야할까?
대중상업은 이와 같이 가디언과 공존을 꾀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이다. 그렇다면 이것마저 이용하는 것이 현명한 상인이지 않겠는가? 현재에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은 '가디언'이라는 콘텐츠다.
실상 가디언들에게 팔아서 막대한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것은 무기류 밖에 없음에도, 제약회사와 의류회사 등의 업체들이 끼어드는 것도 이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미지 메이킹뿐만 아니라, '가디언들이 입던 옷', '가디언들이 쓰는 약'이라고 한다면 일반인들에게 제대로 먹혀들어가는 '명품 브랜드'의 이미지를 새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중을 상대하려면 어쩔 수 없이 가디언과 밀착해서 상업을 행해야한다. 만약 대중에게 팔만한 물건을 살펴본다면, 필히 브랜드가 있는 옷이나. 혹은 현재 상황에서 적절하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포함된 옷이어야만 한다.
물론, 일개 상인은 수공업자가 아니므로, 적절한 모든 요건을 갖춘 물품을 얻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각각의 장단을 파악해야한다.
대중상업론의 요지는 이렇다. 가디언과의 협력을 꾀하는 한편으로, 가디언이라는 콘텐츠를 대중에게 팔아먹을 것. 추가로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를 선택하여 판매해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유의할 점은, 대중에게 어필할 요소가 있다고 해도, 대중들은 그 요소를 일일히 파고들만큼 친절하지 않다. 결국엔, 그 요소를 스스로 어필해야한다는 것이다.
- 아메리카 가디언 아카데미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아메리카 가디언 아카데미는 여러모로 매력적인 장소다. 이점은 부정하기 힘들다.
다만 그 넘쳐나는 장소와 모험 때문에 사람들은 간혹 자기가 어디를 가야할지 헷갈리는데. 이제부터 이 책에서는 그런 관광가이드가 되어주어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먼저, 일단 가봐야할 것은 상업도시 크레타이다.
가장 많이 발전한 상업도시 중 하나로 굉장히 융성한 상업문화를 가지고 있다. 특히 길거리에 노점상들이 집결된 상업거리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별별 물건을 다 팔고 있으므로 구경해봐도 좋다.
다음으로는 발전도시 테슬라가 가봄직한데, 일단 아카데미와 가까이 있어서 교통이 편리할 뿐더러, 온갖 첨단시설들이 들어서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군수산업체 '블랙크로스'의 본사가 위치한 곳이기도 하기 때문에, 여러 구경거리가 있다.
다음으로는 아무래도 디트로이트 폐허 정도는 둘러봐야하지 않나 싶다.
악마전쟁 이전의 도시의 잔재를 볼 수 있을 뿐더러. 사뭇 의외의 물건들을 얻어갈 수도 있기 때문에. 우연찮은 소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추천하고 싶은 것은 조각박물관이다.
조각박물관의 악마들은 모두 단단한 몸을 가지고 있는데, 부위파괴가 다른 악마들에 비해서 매우 쉽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부위파괴를 연습하고 싶다면 매우 적합한 장소다.
마지막으로는 공업지대를 추천하고 싶은데, 일단 공장에서 뽑혀나오는 기계 악마들의 모습은 굉장히 신기할 뿐더러, 악마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에 큰 도움을 준다.
- 현대의 귀족, 양반
양반들이란 대한제국의 귀족 계층으로, 건국 과정에서 큰 도움을 준 자들을 말한다. 말하자면 빼도박도 못하게 현대판 귀족들이자, 대한제국의 정점을 차지하고 있는 실력자들, 그리고 과반수의 가디언들로 구성된 자들이기도 하다.
이들은 악마전쟁으로 혼란한 시기부터 참전용사로, 또는 약싹빠른 상인으로, 뛰어난 사상가 등으로 명성을 떨친 자들로, 사실 그 존재부터가 일반인들보다는 우월한 입지를 점하고 있다.
그러므로 양반들의 입지는 귀족이라고 규정되는 것 이외에도, 굉장히 탄탄하다는 것은 크게 부정할 길이 없다. 그러나 이렇게 대단한 그들이 어떻게 이현성에게 매료되었는가는 조금 더 생각해볼 문제이다.
가디언들은 그 초월적인 힘에 의해 자연스레 선망하게 된다 한들, 상인들이나 사상가가 이현성에게 몰두하는 경향은 조금 의아한 것이다. 어쩌면 이현성 본인이 가진 매력일지도 모른다.
이런 양반들은 사실상 이현성을 위해 움직인다고 보아도 무방한데, 그러므로 대체로 이들은 다른 고위공직자들에 비해 훨씬 청렴한 편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태가 항상 좋게 보이지는 않는 법이다. 대한제국 내에서야 입 뻥긋 못한다손 치더라도 신자유일본이나 중화자유공화국에서는 꽤나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그들은 현대의 귀족이란 지나치게 봉건적인 구시대의 사상이며, 인간불평등을 초래한다고 제창한다. 실제로 대한제국 내에서도 반제국주의자들을 통해 이러한 불만들이 은연 중에 형성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당장 당사국인 대한제국은 별 말을 하지 않으니 필자도 평가의 말을 아껴야겠지만, 양반들이 건국에 공헌한 과정과, 그들의 희생을 함부로 여길 수도 없는 것이 대한제국의 입장이고, 그렇다고 귀족 체계를 언제까지나 용인할 정도로 현대 사회가 봉건 사회에 가깝지도 않는 점.
양반에 대한 실질적인 이득은 서서히 줄여가고 앞으로 명예직의 의미로나 남아있다면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 사와츠키 야츠무 : 신자유일본의 재무장관
머천트들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최초의 계약으로부터 시작되는 짧으면서도 만만치 않은 영향을 미친 머천트들 중에서도, 신자유일본의 재무장관이기도 한 사와츠키는 특히 돋보이는 머천트 중 한명이다.
사와츠키가 어떻게 머천트가 되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그의 행보는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일단 그의 전문은 '거래'였다. 그래, 다른 어떤 머천트보다도 거래에 능통했다. 특히 '일본 내 가디언 모두의 목숨값'으로 '이현성'과 거래한 것은 특히 쾌거였는데.
일본에 '쇼토쿠 태자'라는 악마가 등장했을 때, 당시 나카무라 다이치를 비롯한 일본의 영웅들은 당시 이현성의 지휘 하에 중동을 공격하고 있었고, 벨제뷔트의 건으로 여러모로 고난에 빠져있던 이현성은 일본을 외면하기로 하였다.
사와츠키 야츠무의 빅딜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어차피 일본에 남아잇는 가디언은 영웅들에 비하자면 별 것 없는 존재들, 다만. 이들은 새로이 등장한 악마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나아가 전 일본이 멸망하게 생긴 절체절명의 상황.
사와츠키는 일단 가디언들을 모두 끌어모은 다음, 그들의 가치를 계산하여 매긴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이현성에게는 어떤 서류를 보내도록 했다.
다름 아닌, 청구서였다. 가디언들의 목록을 모두 적은 다음에, 그 금액을 배상하라는 서류를 이현성에게 날린 것이다. 물론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이현성은 그 서류를 보자마자 찢어버렸고, 곧바로 자신 이외의 모든 가디언들을 일본으로 보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빅딜이 일본을 구원할 뿐더러, 이현성 개인의 업적에도 호재로 작용하게 되었는데. 이현성이 혼자 벨제뷔트를 잡아낸 성과를 올리게 된 것이다.
윈윈이란 사와츠키의 기본적인 거래의 개념이기도 했다.
- 블라디보스토크 : 흑법제의 나라
블라디보스토크는 흑법제가 다스리는 프로이트 연합 제국에 속한 하나의 수도이다. 이 블라디보스토크에는 흑법제의 검은 군단들이 있으며, 협회에 소속된 까마귀 부대의 본대가 위치해 있으면, 태평양사령부가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일반적인 특징은 이정도가 전부겠지만, 실제적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 가보면 딴나라 같은 그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넋을 놓기도 한다.
블라디보스토크는 거리마다 제복을 갖춘 검은 군단이 순시를 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악마전쟁 이전의 모습이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곳이기 때문이다.
세월의 흔적이 녹아든 타일 바닥, 기름 가로등, 석재와 목재 건물들.... 다소 깨지고 노후되었다는 평가를 피하긴 힘들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다.
이런 분위기는 마치 악마전쟁 이전의 소련 치하의 블라디보스토크를 연상시킨다. 철의 군인들과 백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간직된 이런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확실히 현대적인 생활보다는 다소 인간적인 생활 양상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의 도시에는 흑법제가 거느린 세균군단이 상시 악마들을 막아내기 때문에, 그들은 악마들을 걱정할 이유가 없고, 치안은 검은 군단이, 의료는 까마귀 부대가 전담하고 있기 때문에 수준 높은 삶의 질을 구가하고 있으며, 응당 현대문명의 힘을 빌려 살아갈 필요가 다른 곳보다 떨어진다.
하지만 이런 높은 삶의 질을 구가하는 도시에도 여러가지 흉험한 소문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블라디보스토크 항에는 여러가지 괴담들이 퍼져있는데. 흑법제가 벌인 잔혹한 인체실험의 희생자들을 목격했다거나, 아니면 악마전쟁 때 죽어버린 가디언이 군복을 입고 돌아다닌다거나, 혹은 그 '블랙데스'가 블라디보스토크 지하에서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는 등의 소문이 그렇다.
- 데몬 패스의 원리적 이해
데몬 패스란 아키모토 박사가 구상해서 만들어낸 에너지 라인의 일종이다. 가디언이 아닌 자가 만들어낸 유일한 에너지 라인으로 그 명망이 높은데, 실은 아키모토 박사가 아니라면 못 만들었을 것이.
공학적인 심도깊은 이해는 물론이고 가디언에 대한 이해도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런 조건을 맞추는 사람은 아키모토 박사 밖에 없었다.
데몬 패스의 가장 큰 특징은, 지상에서부터 우주까지 이어지는 굉장히 긴 에너지 라인이라는 것에 있다. 어떻게 이런게 가능할까?
그것은 '트리빌리온'이라는 독특한 광물을 통해 가능하다. 이 트리빌리온은 하나의 광물이 진동하면 다른 하나의 광물에 그 진동이 전달되는 특성을 가졌는데.
공명하는 광물을 셋팅하기 쉬울 뿐더러, 제인 엘리제가 고안한 '커넥션'이라는 악마의 힘을 이용하면 심지어 악마의 힘까지 전달할 수 있었다.
두 광물이 얼마나 떨어져 있던지 말이다. 따라서 스페이스 엔지니어들은 협회의 승인을 얻으면 이 데몬 패스에 접속하여, 자신의 커넥션을 위성병기에 전달한 권한을 얻게 된다.
이때, 커넥션은 악마의 힘을 특수하게 가공한 것 중 하나로, 거너와 버스터가 어째서 물리적인 총탄 소모 없이 멀쩡히 총과 캐논을 발사할 수 있느냐에 대한 답변이다.
동위차원에 있는 물질을 자기 뜻대로 구성하여 물질계에 현현시키는 것. 그것이야말로 커넥션의 힘인 것이다.
되려 이런 특징이 설마 트리빌리온에게 사용될 줄은 제인조차도 몰랐던 일이지만, 덕분에 데몬 패스의 원리적 완성이 이루어졌다.
따라서 데몬 패스의 원리는 트리빌리온과 커넥션을 주축으로 한 시스템으로, 중간에 협회가 개입할 여지를 남겨둠으로서 매우 안전하면서도 효율적인 체계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를 통해 출현한 스페이스 엔지니어들은 그들의 힘을 이용하여 악마간의 전투에서 크나큰 효율성을 일신하는 성과를 얻었고, 이는 아키모토 박사의 빛나는 업적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게 되었다.
- 제 6감 : 동위차원의 실존 증거
우리 인류는 아주 오래부터 제 6의 감각이라는, 초감각에 대한 것을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었다.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이것은 단순히 뇌의 착각처럼 여겨졌지만, 악마가 등장하고 아키모토 박사의 연구가 진행되면서 이 생각은 완전히 뒤틀리게 된다.
초감각의 존재는 아키모토 박사의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동위차원의 존재가 증명되고 난 뒤였다.
그 당시 악마의 고향이 어디냐에 대해서 사람들은 크나큰 의문에 휩싸여 있었고, 절박하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그 궁금증을 풀고 싶어했다.
이를 가장 처음 증명한 사람인 아키모토 박사는, 이를 '아키모토 분자 모형'이라는 독특한 구조물을 통해 증명해냈다.
당시 갑작스러운 실어증으로 고생하는 이현성을 보던 아키모토 박사는, 굉장히 친애하던 자신의 친구가 실어증을 앓는 원인을 악마들로 보았다.
정확히는, 그들이 주는 어떠한 형용할 수 없는 에너지가 이현성에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았다.
이에 아키모토 박사는 직접 이현성에게 혈청을 채취하기에 이른다. 이현성의 혈청에는 독특한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데몬 바이러스'였다.
RNA 구조의 이것은 매우 독특한 분자 구조를 이루고 있었는데. 얼마나 독특하냐면, 아무리 계산하고 계산해도,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구조였다.
아키모토 박사 역시 인공적으로 데몬 바이러스의 분자 구조를 만들어보았으나, 결과는 번번히 실패.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구조라는 답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데몬 바이러스는 멀쩡히 잘 활동하고 있었고, 심지어 인간의 DNA에 달라붙어 유전정보 전사를 도맡음으로 자가번식까지 하고 있던 것이 아닌가?
그에 결과적으로 아키모토 박사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또 다른 결합 원자가 존재한다'라는 것이었다. 이 세계에서는 관측이 불가능하지만, 마치 거울과도 같이, 혹은 어떤 형식으로든 이 세계와 연결되어 있는
어떤 공간에서 미지의 결합 원자가 이 불가능한 분자들을 연결시켜준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아키모토 모형'. 불가능한 분자 구조에 투명한 유리 막대기로 지지함으로서 완성된 모형이었다.
처음 이 설은 학계의 비웃음을 샀지만, 아키모토 박사는 이후 악마들에게도 비슷한 구조를 가진 분자가 발견된다는 것과, '악마광 투과 실험'을 통해 미지의 원소가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내었다.
따라서, 지금 밝혀진 바로는. 예로부터 육감이라 불리던 것은 동위차원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었다. 결과적으로, 가디언들은 이 육감이 발달하여 손쉽게 동위차원에 접촉할 수 있으며,
엘리멘탈리스트들이 속성을 느끼는 것, 소드맨이 강력한 검격을 위한 본능적인 직감을 느끼는 것, 버스터가 강렬한 포격을 생성하기 위해 동위차원과 접촉하는 것 모두가 '발달된 육감'으로.
결국 이 육감이라는 것은 동위차원에 대한 우리의 느낌이며, 데몬 바이러스는 우리의 몸을 이런 동위차원에 접촉하기 쉽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 인공 신체에 대한 고찰 : 의수, 의족, 의안을 중심으로
인공 신체, 즉 의수나 의족, 의안은 민간인들이 아무런 문제 없이 쓰기에 상당한 수준까지 발달했다. 그러나 이것이 가디언들이 전투 시에 사용할만큼 발달했다고 묻느냐면 - 전혀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다.
조금 비싸지만 어떻게든 만들어보자면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 라고 묻는다면 언제부터 협회가 가디언들에게 돈을 아꼈는지부터 자문해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 인공 신체, 전투 용도에 한정된 인공 신체들은 돈 이상의 본질적 한계에 부딪힌다.
게놈 용액에 의해 강화를 받는 가디언의 특성상, 게놈 용액과 호응할만한 무언가가 의수에 있어야하는 것인데, 일단 인공 혈관을 구성해놓는 것은 둘째 치고서라도 호응할만한 무언가가 없다는 것이다.
의수가 아무리 고출력으로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동위차원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현차원의 물리법칙에 막혀 초월적인 힘을 발휘하기에는 요원한데에다가, 카르마에 의해 변형된 물질로 제작한다고 하면 데몬 바이러스에 의한 면역 반응으로 신체가 박살날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팔과 다리, 눈을 잃은 가디언들은 그 전투력을 크게 감퇴 당한 채 평생을 살아야한다는 소리가 된다. 정말 아무런 방법도 없는 걸까?
일단은 가장 촉망받는 것은 바로 메카닉들의 기술력이다. 메카닉들의 기계는 악마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고, 이것은 그들이 본질적으로 악마의 힘을 이용하여 기계를 즉석에서 생성해내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인스톨을 유지할 때 동안만 유지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최초의 메카닉인 루이는 인조 가디언 영웅을 만들었던 전례가 있으므로, '그 자체가 하나 가디언 메카닉으로서 기능하는 의수'라면 그 의수 본인을 악마의 힘으로 스펙업하는 것은 물론 의수 자체를 매순간마다 재구성해야하는 걱정을 덜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의수는 상시 인스톨 상태를 유지하고, 이에 따라 카르마는 계속 누적될 것이므로, 그에 따른 심도깊은 고찰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다음으로 희망을 걸어본 사안은 다름아닌 '악마 세포'이다. 물론 모든 악마가 세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상식과 법칙을 초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포를 가진 악마들의 세포를 채취해서, 특정한 방법으로 배양을 시키면, 그 세포는 특정한 조직을 갖추게 되는데. 만약에 인류가 이 악마 세포의 배양을 조절하여 인간의 신체조직을 이루게 할 수 있다면 완전무결의 전투 병기로서의 신체 부위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사실상 악마의 육체나 다름없기에, 가디언들 밖에 사용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되며, 그렇다고 지금 어떻게 통제할 방도를 찾았다는 것은 아니다.
- 바벨적 실어증 : 가디언과 언어
바벨적 실어증은 가디언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실어증으로, '언어 체계가 완전히 분해되어버린 상태'를 의미한다. 즉, 사물에서 단어를 유추할 수 없고 단어에서 사물을 유추할 수 없으며, 알파벳을 보아도 음을 유추할 수 없다.
모든 말과 언어가 흩어지고, 아무런 말도 못하는 형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때, 가디언들은 악마가 평소에 보이는 행동과 얼핏 비슷한 행동들을 보이기도 한다.
바벨적 실어증은 가디언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실어증으로, '언어 체계가 완전히 분해되어버린 상태'를 의미한다. 즉, 사물에서 단어를 유추할 수 없고 단어에서 사물을 유추할 수 없으며, 알파벳을 보아도 음을 유추할 수 없다.
모든 말과 언어가 흩어지고, 아무런 말도 못하는 형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때, 가디언들은 악마가 평소에 보이는 행동과 얼핏 비슷한 행동들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바벨적 실어증과 '악마의 언어'와 연관을 짓는 경향은 이미 학계의 오랜 유행이었다. 언어의 상실, 악마의 힘을 취득하는 것과 악마의 언어와의 연관관계는 과연 가디언이 '인류인가 악마인가'에 대한 논제에 대해 의미심장한 물음을 던지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악마의 정체와 가디언들의 근원을 찾아내는 매우 주요한 단서로 치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 끝에도, 현대의 연구원들은 가디언과 언어가 모종의 관계 하에 있다는 것만 알아냈을 뿐, 보다 진보한 단계에 이르지는 못하였다.
유실시대에 유실되어버린 수많은 문건들도 문건들일 뿐만 아니라, 가디언이 일단 바벨적 실어증을 앓고 난 뒤에는 별다른 언어적 특성을 발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부 연구원들은 초월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바벨적 실어증이 일시적으로 재발현한다는 것을 들어 사실 가디언이 언어와 연관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동위차원 자체가 언어에 매우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 아나키적 죽음 : 죽음의 수호자학
동위차원이 등장하고, 영체나 악마와 같은 비물리적, 이계의 생태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급증했다. 그러므로 우리와 같은 연구진들은 이에 관련하여 좀 더 새로운 방식으로 인간 본질적 공포에 접근할 필요성이 있었다.
바로 그건 죽음이었다.
죽으면, 영혼이 될 수 있는 걸까? 영혼이 되면 유령이 되어 세상을 방황할 수 있을까? 종교인과 비종교인의 죽음은 무슨 차이가 있는가?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할 것은 '가디언의 죽음'이다. 가디언의 죽음은 어떤 의미로, 지금에 이르러 어떻게 받아들여지는 것인가?
먼저 가디언의 죽음은 '아나키적 죽음'이라고 불린다. 이 이론적 배경은 아키라 박사가 주장한 '아나키 법칙'에 기초하는데. 근본적으로 '아담적 환영'은 동위차원쪽으로 끌리고, '이브적 물상'은 현차원쪽으로 끌리므로. 이 둘은 서로 봉합되어 있지만 그 방향성이 다르다.
가디언들은 동위차원에 접촉하므로 아담적 환영이 일반인들보다 수천배나 더 강하게 끌리게 되고, 이브적 물상은 그대로 계속 현차원에 붙들릴려고 하면서 서로 상충되는 모순적 방향성이 발생하고 되고, 그러므로 본래 봉합되고 극도로 친밀한 둘이 서로 찢어지려고 하는 '아나키(Anarchy)' 상태로 서서히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아나키 상태의 극한은 바로 가디언 죽음의 순간이다. 육체의 명을 다하고 마침내 그 마지막 불꽃이 타오를 때, 이 둘의 간극은 생전 없는 수준으로 크게 벌어지는 것이다.
이때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데, 그 순간 강렬한 에너지가 현차원에 환원되기 시작하면서, 가디언 일생 아마 유일로, 현차원과 동위차원을 극소의 부분이지만 일체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매우 짧은 시간, 매우 작은 공간에 걸쳐 형성되는 일체 부분을 '림보'라고 부르는데. 이 순간 가디언의 경험이나 어떠한 정수가 이 림보에 갇히게 된다.
이 정수는 다른 어떠한 에너지나 무엇으로도 환원되지 않은 채 림보에 휩싸여 세상에서 독립되게 되는데. 이러한 죽음을 '아나키적 죽음'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류의 죽음 때문에 속칭 '까마귀'라 불리는 시체 회수 부대들이 유명 가디언들의 시체를 어떠한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가져가려고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가디언의 정수가 있을 확률이 매우 높으니 어쩔 수 없이 회수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반대로 악마들의 '부산물'도 비슷한 형식으로 생성되지 않을까, 하는 논의 역시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