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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ngola Famiglia/이벤트/Return

last modified: 2015-05-17 20:50:42 Contributors


상위 항목:Vongola Famiglia/이벤트

1. Return


그들이 있는 집의 창가로 히버드가 날아와 짹짹대며 무언가를 말한다.

「운디체지모! 운디체지모! 나미중 운동장!」

그렇게 몇 번 반복하고나서 다시 포르릉 날아간다. 아마도 나미모리 중학교가 있는 방향으로 날아가는 것 같다.

~안내~
-나미중 운동장으로 가봅시다! 돌아가야죠!



창가에 날아드는 새 그림자에 에피가 돌아온 모양이라 생각하고 창문을 열었다. 아닌데. 히버드? 노랗고 조그만 새 한 마리. 곧이어 에피도 창문으로 들어왔다. 히버드를 공격할까 싶어 얼른 팔을 뻗었지만, 아무래도 쥐 같은 거라도 잡아먹은 모양인지 별로 관심 없는 것 같다. 아니 주인이 누군지 알아서 그러는 걸지도.

"나미중 운동장?"

말을 가르쳤다는 건 히바리 씨인가? 아니, 그 분이라면 카렌을 운디체지모라고 부를 리가 없는데. 카렌을 부르는 건지 아니면 운디체지모 패밀리 전체를 부르는 건지 알 수 없다. 일단 위험성 때문에서라도, 같이 가는 게 좋겠지.

"혹시 모르니까, 다들 짐 챙기세요."

레이리아의 말을 듣고 이상하단 생각을 하면서도, 그녀의 조언대로 백팩에 미리 물건들을 챙겨두길 잘 했다며 거실 한 쪽에 놓아둔 가죽재킷과 함께 백팩을 집어든다. 뭐 놓고 가는 건 없겠지. 집 안을 한 번씩 휘 둘러본 뒤, 여기 없는 사람들에게 무슨 일을 하건 당장 나미중 운동장으로 오라고 문자 메세지를 보냈다.
스니커즈를 고쳐 신은 뒤 불과 전기와 수도, 그 외 보일러며 온수 따위를 모두 껐는 지 확인하고 캡 모자를 푹 눌러쓴 뒤 후드까지 뒤집어 썼다. 두 보스 말대로 돌아가는 거라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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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세탁해서 잘 말려둔,여기로 날아올때 입고있던 옷들을 꺼내어 만지작거리다 갈아입는다.민소매 티에 3부 반바지,루즈한 가디건.영락없이 휴가지 차림의 옷을 걸치고 허리에 박스가 걸린 체인을 매달다가 창밖에서 들리는 낯익은 새소리에 키득 웃으며 어둑한 밖을 바라보았다.
거봐,내말이 맞지?오늘은 마무리를 해야할거라고.과연 새겨들었을까?뭐,아무렴 어때.나가자.
여기선 먹통인 폰과 하얀 통 하나를 가디건 주머니에 넣고 가벼운 걸음걸이로 방을 나와 계단을 내려간다.통통통.나무계단에 울리는 발소리도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하는 생각에 잠시 뒤돌아봤다가,곧 편한 컨버스 하나를 신고 집을 나온다.올때 맨발이어서 어쩔수없이 신발은 하나 가져가야겠어.바닥에 툭툭 신발코를 두드려보고 가벼운 뜀걸음으로 히버드가 말한 나미중으로 향한다.

그다지 멀지 않은 그곳에 도착하니 이미 온 인원이라던가 이시대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그들을 한번 돌아보곤 뛰느라 목덜미에 들러붙은 머리카락들을 떼어내고 하나로 올려묶으며 마치 저녁먹었냐는듯 묻는다.

"돌아갈수있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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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으로 나오라는 말에 어쩐지 긴장이 되어, 가방을 커다랗게 늘리고 그 안에 게임팩을 전부 쓸어담았다. …무시무시한 양인데. 평소엔 손바닥 두어개를 이어붙인 정도의 가방이 금새 커다란 백팩이 되어버리자 한숨을 내쉬며 가방을 맨다. 묵직한 느낌이 어깨에 확 와닿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도 미래에서 구하지 못해서 피눈물을 흘렸던 대부분의 소장품들을 챙겼으니 그게 어딘가. 조금 무거운 것 정도는 참을 수 있어야지.
뭐랄까, 기분이 참 묘했다. 초콜릿 잼을 어중간하게 떠서 다 펴바르지도 못하고, 그렇자고 한 번 더 뜨니 꽤 많이 올려져 있을 때의 느낌. 한 번 더 얹어먹으면 느끼하고 덜 얹어먹자니 부족한 그런 기분이었다.

"…누텔라 먹고싶다."

특정 기호품에 대한 의견을 강력히 피력하며 신발을 구겨신고 껄렁거리며 현관문을 나섰다. 배고픈데. 아직 저녁도 안 먹었잖아. 편의점…에 가면 전기통닭마냥 지글지글 구워질 것 같으니 가지도 못하고. 괜히 기분이 나빠져 주변에 떨궈져있던 돌을 발로 찬다. 나이스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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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가져왔던 것도 없으니 달리 챙길것도 없지만... 마침 처음 올 때 입고왔던 옷을 입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자칫하면 흔적을 남길뻔했다며 안심합니다.
노란 새? 카나리아라기에는 땅딸막한 새가 날아가는 것을 영문모르게 쳐다보다가 서둘러 남들을 따라 현관을 나섭니다.
나미중? 나미중이라면 처음에 우리가 떨어졌던 그 곳을 말하는거죠? 그보다, 저 새는 분명 히바리 씨의 ...
...설마 나미중에서 물어죽일테니 와라. 이런 살인예고장 같은 건 아니겠죠? 도망칠 방법도 염두에 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빠른 걸음이 달리는 것으로 변하고, 늦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얼핏한 생각에 서둘러 나미중의 운동장을 향해 뛰어갑니다.

멀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며 운동장에 서서 가쁜 숨을 쓸어 고르며 말없이 상대의 반응을 기다립니다.



그곳에는 이미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풍기부에서 또 뭘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들 외의 다른 사람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학교 근처에 접근도 하지 않는 것 같다.

"챠오스, 운디체지모 패밀리. 물론 돌아갈 수 있고... 오늘은 작별인사겸 한 번 불러봤어."
"...뭐??? 돌아가기 위해서는 이 시대에 처음으로 떨어진 장소로 돌아와야 한다며??"
"물론,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장난하냐!!!"
"하하하, 너무 그러지 마. 아기가 마지막으로 한 번 보고싶다잖아."

싸움(말싸움이 아니다. 리본이 말싸움으로 끝낼리가 없었다)으로 번지려던걸 야마모토가 시원스레 웃으며 중재했고, 덕분에 츠나는 무사할 수 있었다.
리본이 야마모토의 어깨에서 내려와 바닥에 섰다.

"너희들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도 아닌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어. 10년 바주카랑 비슷한거야. 물론 체류기간이 다르긴 하지만, 자동적으로 돌아가게 된다는건 틀림없는 사실이지."
"하여간, 처음부터 말해줬으면 좋았잖아... 언제나 이런식이라니까."

한숨쉬던 츠나요시가 대표인지, 앞으로 한 발자국 나와서 말한다.

"다들 잘가요. 미래의 우리들에게 안부 전해줘요. 그리고..."

우물쭈물하다가 이내 말을 덧붙인다.

"조심해요."

두 눈동자에 깃든것은 불안함과 걱정이었다.

그들을 배웅하기라도 하는 듯, 히버드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랫소리가 점점 희미해지는것에 맞춰서 눈 앞의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녹~색이 깔리는~ 나미모리의~ 더도말고~ 덜도말고~ 보통이 좋아~ 언제나...」

~안내~
-이번에는 딱히 할 게 없어요. 작별인사라도 하실래요?



" 아, 여태껏 감사했습니다. "

일주일 만의 이별이라... 묘한 느낌에 실풋 웃어보이며 허리를 꾸벅 숙여 리본에게 인사한 후, 나머지 사람들에게 가볍게 목례한다.
조심해요. ? 츠나요시의 말을 의아한 듯 쳐다보다가 그는 다름아닌 봉고레 패밀리의 데치모라는 사실을 기억해내곤 고개를 끄덕인다.
먼 미래에서 그에게 위험하다는 신호의 초직감이라도 전해진걸까, 아니면 순전히 그의 다른 감들이 말하는걸까.
초직감이니 뭐니하는 기분은 생전 느껴본 적 없었기 때문에,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도 머릿 속에 새겨둔다. 조심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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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채를 하나로 단단히 올려묶고나니 슬슬 모인듯 싶었다.태평한 미소로 그들을 바라보고 데치모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니,만담 비슷하게 떠드는 모양에 푸흣 웃음을 흘렸다.

"아아,어릴땐 역시 풋풋하다니까.보고있으면 재밌는것도 좋고."

팔짱을 낀채 능글능글 웃고있다가 이어지는 얘기에 그러냐는 표정을 짓는다.과연 무엇이 왜 우리를 여기에 일주일 가까이 잡아뒀는진 여전히 모르지만,어쨌든 돌아갈수있다니 다행이네.그런 생각을 하며 의미심장한 얼굴을 하다 츠나의 배웅에 가볍게 손을 흔든다.

"어휴,돌아가서 보고싶진않은데?지금이랑 저언혀 다르니까 말야.뭐,충고는 들을게.그럼 바이바이."

히버드의 노랫소리가 점점 희미해져간다.그에 맞춰 눈앞에 보이는 그들의 모습도 지우개로 지우듯 사라져가고.손을 살랑이다 완전히 사라지기전에 정중하게 허리숙여 보인다.
과거의 당신들에게,안녕히.



그들은 곧 익숙한 장소에 도착하게 되었다. 봉고레 성의 한 방이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방 안이 놀이기구들로 가득하다.
방 한쪽에 로렌조가 기운없이 축 늘어져 벽에 기대어 앉아있었고, 라피스와 루비노는 각각 왼쪽과 오른쪽을 맡아 수성펜으로 그의 얼굴에 검은색 고양이 수염을 그리는 중이었다.
뺨 한쪽에 세 줄씩의 수염을 그리고 난 뒤에야 두 명은 그들을 돌아보았다.

"앗, 암브라가 말했던대로 진짜 왔다!"
"어서와!"

수성펜을 대충 아무데나 던져놓은 그녀들이 그들을 보며 인사한다.

~안내~
-그동안 일어난 일에 대해서 질문하셔도 좋습니다.
-일단 방에서 나가지만 마세요.



" ...카피캣 씨? "

지난 번엔 열받을 만큼 여유롭던 사람이 축 늘어져서 양 볼에 나란히 고양이 수염을 그리는 모습이라니...
보기만해도 해탈한 모습에 시선을 거둬버리고는 방 여기저기에 늘어져 있는 놀이기구들을 훑어봅니다. 이런 게 있었어요?

" 저희가 없는 2주 동안에 설마, 봉고레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요? 카피캣 씨는 또 왜 그런 모습이고요. "

암브라 씨의 말이라면 아마 예지몽의 능력으로 우리가 언제쯤 올 지 예상했었다는 그런 류일테지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방 안의 모습에 보기만해도 지쳐 한 켠의 소파에 털썩 주저앉습니다. 여기서 안 보이는 성의 일부가 망가졌나요? 아니면 그 동안 적대 마피아의 습격이라도?
-
"시간여행의 반동인지, 너희들이 모두 다섯살 꼬마가 되어있지 뭐야?"
"카피캣은 꼬마들 돌보다가 지친거야... 라기보다는 그냥 아이랑 잘 맞지 않나봐."

둘은 다시 로렌조를 쳐다보았다. 고양이 수염이 선명하다.

"무슨 일이 있지는 않았어. 하지만 곧 생길지도?"
-
" 엑, 말도 안돼요. 카피캣 씨가 어린 우리들을 돌보아 줬다고요? "

못 믿어. 의심스러운 눈길로 카피캣을 노려보다가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아 일단은 넘어가기로 합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굉장히 고마워해야 하는거니까요.
아이랑 잘 맞지도 않으면서 아이를 돌보아준다..라.. 적군도 아군도 아니고, 아리송하게 만드는 게 특기라면 이 쪽 성향과 달라 곤란해요. 사람 잘 못가리는 저한테는 많이 불리하니까요.

" 보스는 분명 먼저 돌아가셨는... 네? 누군가가 습격하고 성이 무너질 예정이라고요? "

맙소사. 보스가 사라진 이 상황에서 돌아오셨을 때 성이 무너진 걸 보면 망연자실로만 끝나진 않으실 것 같은데.
...일이 생긴다는 걸 미리 알면 그 씨를 뽑아버릴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예지몽으로 어느정도까지 보이는 지도 잘 모르겠고...
그보다 보스가 20년 전의 그대로의 모습이었으니 우리처럼 20년 전으로 날아간 것은 아니었을텐데, 먼저 돌아간 보스가 보이지 않다니요.

" 성 어딘가에 계신 게 아니에요? 습격은 언제쯤 예상하고 계신지 혹시 아시다면 말씀해주세요. "

상황을 듣고 머릿속으로 그것을 정리하자 문득 20년 전의 데치모가 한 말이 기억을 스쳤다. 조심해요. 라니.
성이 부숴진다. 쳐들어온다. 조심해요. 간단히 넘어 끝나갈 문제가 아니라는 느낌이잖아요, 불길한 복선을 깔아놓는 그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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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 겪어본 미미한 두통과 어지럼증에 눈을 감고 살짝 비틀거리다보니 발 아래가 훅 꺼진 느낌이 들었다가,곧 부드러운 바닥을 디디는 느낌이 올라왔다.아,도착했구나.살짝 고개를 털며 눈을 뜨고 앞을 둘러보니 얼굴에 낙서가 된 라피스와 루비노,저기 벽에 늘어진 로렌조와 장난감투성이 방의 전경이 보였다.

"여,오랜만이야~여긴 뭐 예상대로 꼬맹이들이 휘저었나보구만."

그렇지 않고서야 이 장난감들을 뭐라고 하겠나.발치에 치이는 딸랑이 하나를 툭 건드리며 루비노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벽의 로렌조에게 다가가 볼을 툭툭 두드려본다.얜 왜 여기서 이러고있냐.

"카피캣 군.여기서 뭐하냐?완전 초죽음이네.애보기에 지치기라도 한거?"

분명한 장난조로 킬킬 웃으며 얘기하다가 문득 위화감을 느끼고 주변을 둘러본다.뭔가 빠진거같은데,뭐지?뭐,아.리바아저씨가 없어.분명 우릴 반겨야할 사람이 없다는걸 깨닫자 불쑥 몰려오는 불안감에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로렌조를 향해 다시 묻는다.

"우리가 그모양인동안 대체 무슨일이 있었어?리바아저씨는 어디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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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리아가 볼을 두드리자 로렌조가 살짝 눈을 떴다가 다시 감는다.
나 잘거니까 깨우지 마요.

"레이리아, 정답!"

라피스가 레이리아를 검지손가락으로 척,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옆에서 물수건이나 던져줄까, 생각하던 루비노가 로렌조 대신 레이리아의 질문에 답한다.

"그러니까... 암브라 말을 들어보자면 또 누군가가 쳐들어오고 성이 무너질 예정이라던데? 외부고문씨는 요즘 안보이더라?"
-
"천하의 카피캣도 애한테는 못이기는구나."

슬쩍 눈떴다 감는 로렌조를 두고 돌아서며 루비노 콤비의 얘기에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다.믿고싶진않지만 그 암브라의 말이니...그나저나 또 성이 부서진다니,여기도 참 고생이다.도대체 운디체지모 계승 이후 몇번째 폭파야.
입술 껍질이 몽땅 떨어질정도로 씹어대다가 리바아저씨가 요즘 안보인단 말에 불안감이 한층 가증한다.우리가 오는것보다 큰 일이 있다는거야..?무심결에 문지른 입술에서 미끈하게 피가 묻어나자 씹는걸 멈추고 미간을 찡그리다,조심스럽게 다시 묻는다.

"암브라 얘기 좀더 자세히 해줄수있어?그리고..리바아저씨가 남긴거라던가 안보이기전에 한 행동같은거 알아?"

2. 왜 우리들은 쉴 수가 없어!


갑자기 암브라가 뛰어들어온다. 헥헥대는것이, 아무래도 급히 달려온 모양이다.

"이럴 시간 없어! 적습에 대비해야하니까 다들 어서 준비해!"
"우리끼리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는데 간부진은 없지, 외부고문은 이틀째 보이지도 않지, 카피캣은 여기 정식 조직원도 아니지, 게다가 우리들은 정식 동맹도 아니지... 뭐가 안되더라. 미치겠다."

뒤따라 들어온 아메티스타가 말했다. 암브라와 같은 거리를 비슷한 속도로 뛰었겠지만 평온한 모습이다.
그는 가지고 있던 물병을 암브라에게 넘겨주었다. 암브라는 고맙다는 인사도 채 못하고 물을 들이마시다가 잘못 들어갔는지 연신 재채기를 해댔다. 아메티스타가 등을 쓸어준다.

"켈룩켈룩... 아. 이제 괜찮아. 고마워."
"하여간 우리 보스는 보스면서도 최약체라니까."
"라피스 말에 동의! 그리고 이건 암브라를 아는 모든 사람이 동의할거라고 생각해!"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괜히 확인시켜줄 필요는 없... 아, 잠깐만.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라니까!! 꿈에서 너희들이 온 다음에 바로 적이 쳐들어왔...!!"

암브라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어딘가에서 큰 소리가 들려온다. 아무래도 성이 또다시 무너진 것 같다.

"...일단 말해두는건데, 이번에는 우리 잘못 아니니까 통장은 안줄거야."
"어쨌든 지원군으로 왔던거니까 도와줄게. 가자!"
"나는?"
"같이 가는것도 위험하고, 그렇다고 혼자 내버려두면 더 위험하고... 음... 일단 같이 가자. 무슨 일 생기면 드림 타고 빠져나가면 되겠지. 세 명이서 먼저 전투중이려나?"

그들은 곧 전투가 진행중인 장소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카피캣은 여전히 고양이 수염 낙서를 달고서 반 기절중이었다. 체력도 좋지 않은데 무리를 했나보다. 그냥 놔두자.

~안내~
-따라가세요.
-...다음이 전투인데 어떻게 할래요. 다른분들 기다렸다 할래요? 아니면 그냥 할래요?



장난감? 웬 거지. 발에 툭툭 채이는 것들을 의아한 눈길로 내려다보다, 별다른 생각 없이 나무 블록 조각 하나를 집어든다. 모서리를 둥글게 갈아 다치지 않도록 배려한 색색의 블록 조각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는 레고 정품 정말 갖고 싶었는데, RC카도 그렇고. 달리는 기차 모형이라던가. 여긴 다 있네. 이제는 별로 관심도 안 생기는 것들이지만. 조그만 미니어쳐 모형과 진짜 머리카락 같은 실리콘 가발을 씌운 인형들을 보고 픽 웃었다.
어린애들을 데리고 뭘 좀 해보려다가 역으로 당해서 멘탈이 탈탈 털린 것 같은 로렌조를 보고 휘파람을 한 번 불고는, 라피스와 루비노 옆으로 가 유성펜을 꺼내들었다.

"쳐들어온다니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습니까? 조이엘로 패밀리에서는 당신 둘이 온 거예요?"

얼굴에 이런저런 기하학 무늬를 문신처럼 그려넣다가, 헐레벌떡 뛰어들어오는 암브라를 보고 눈을 홉뜬다. 조이엘로 패밀리 전원이 온 건 아니겠지, 설마.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가면서 자세한 설명 부탁합니다!"

곧장 캄비오 포르마를 시전하고, 방아쇠를 한 번 잰 뒤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곧장 달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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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대답을 들을 틈도없이 암브라들이 방문을 열고 들어닥쳤다.그리고 뒤이어 들리는 폭파소리.그립지만 싫은 그 소리에 표정을 굳히며 그들의 얘기를 들으며 허리의 박스에서 채찍을 꺼내었다.이게 얼마만이더라.손안에 감기는 가죽의 느낌을 만끽하며 달려나가는 그들을 따라 뛰기 시작했다.저멀리서,한번 더 폭음이 들려온다.불쌍한 봉고레성.

"일단 가보자고!간만에 전투네~"

굳은 얼굴에 서늘한 미소를 띄운채 앞서 달리는 이들을 따라 뒤쳐치지않고 달린다.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폭음이 점점 가까워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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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브라 씨, 아메티스타 씨? "

숨도 채 고르지 못한 채로 뛰어오는 암브라를 순간적으로 놀라 경직된 채로 쳐다보다가, 그가 내뱉은 말에 정지한 사고회로를 무언가 딱딱한 것으로 한 대 내려친 감각이 들었다.
오자마자 성이 부서진다고요? 아무런 대책도 없는 상태에서? 게다가 조이엘로 패밀리의 사정이 아니니까... 결국 고치는 건 봉고레의 재정 몫이라는거죠?
사정정취를 요구하는 서류 더미가 눈 마냥 살랑살랑 떨어져 시선 앞에 내려앉는 환상이 보인다. 안녕, 난 서류라고 해.
휴가의 예정은 일주일. 그러나 나미모리로 떨어져 일주일을 더 보냄으로서 쌓일 서류정도야 각오하고 있었다. 있었지만...

지금 제가 들은 소리가 서류가 배가 된다는 소리인가요, 아니면 보스의 사라짐으로 외부고문팀 내에 혼란이 야기되었다는 소리인가요?
쳐들어온 적군이 누구든 되려 부숴버리겠다며 빠득 이를 갈았다. 아르바이트로 쌓인 피로가 짜증이 되어 분출되는 상황. 아샤를 개갑하여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뛰어간다.



"그러니까 적이 쳐들어와서 성벽을 날려버리는 꿈을 암브라가 보고서 지원군으로 왔어. 그런데 다들 꼬마가 되어버려서 돌봐줬어. 끝."

라피스가 성벽쪽으로 달려가며 간단하게 설명 비스무리한걸 했다. 이미 반 넘게 무너진 성벽은 벽이라기보다는 폐허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전투중인 사람들 사이로 토파지오, 아콰마리나, 스메랄도가 보이고, 이윽고 루비노와 라피스가 합류한다. 아메티스타는 암브라를 보호하며 함께 후방에 남아있을 듯 하다.
적, 아군 할 것 없이 경상 이상을 입은 상태였고, 이미 전투불능에 빠진 사람도 드문드문 보인다.
적은 애니멀 박스병기가 거의 없는 상태였지만 무장만큼은 그것을 능가할정도였다.

~미션~
-전투를 해봅시다. 이번 적은 애니멀 박스병기가 거의 없습니다만, 신형 방탄조끼를 비롯하여 여러가지로 중무장을 하고 있으니 공격이 잘 들어가지 않을수도 있다는걸 고려해주세요.
-단거리 무기를 쓰는 적들 뒤에서 중장거리 무기를 쓰는 적들이 엄호하고 있습니다.
-몇 레스든 좋습니다. 싸우고 싶으신대로 마음껏 싸워주세요.
-다이스 여부는 자유입니다. 쓰실분들을 위해 다이스 써두겠습니다. 다만, 생명위급은 빼두었습니다.
-calcmt_rand(0,100)/calc★
0~30 : 회피
31~70 : 경상
71~100 : 중상



"간단한 설명 고마워,라피스."

달리는 속도를 늦추지 않으며 라피스의 설명에 짤막한 인사를 건넨다.그 말로 미뤄볼때 아마 우릴 과거로 보낸건 이 습격을 준비하기위한 시간을 벌기위한거였을터.어떤 방법을 쓴건진 나중에 알아내기로하자.눈앞에 전투,아니 놀이터가 펼쳐졌으니까.
무너진 성벽과 무기를 들고 대치한 사람들의 전경과 폭음,폭약과 피비린내가 긴장된 몸을 한층 고조시킨다.그대로 레지스까지 꺼내어 중형 크기로 불꽃을 주입시키며 그 한복판으로 뛰어든다.

"이쪽도 참전할게~재밌어보이는데 껴줄거지?"

미리 머리를 묶어두길 잘했다며 조이엘로들의 전방에 나서며 채찍을 한번 내려친다.그 바람에 튀긴 돌조각들이 반 무장 상태의 적들의 시야를 방해하고 그틈을 파고들어 정확히 그들의 목을 노리며 오렌지빛 불꽃을 두른 채찍을 휘두른다.레지스 또한 무시무시한 기세로 후방의 원딜러들을 습격하고,눈앞에서 터지는 피분수에 으히히히히 웃음을 흘린다.

"얘,좀더 발악해봐.발버둥쳐봐!이대론 재미없잖아?나 그정도로 안죽는다고?"

눈을 희번뜩하게 뜨며 채찍을 휘두르는데 여념없었다.
--
" 아. "

박스병기같은 건 없어보이지만, 중무장으로 온 몸을 꽁꽁 감싸고 있는데다가 뚫기 곤란한 형태를 띠고 있어서 머리가 지끈거릴 것만 같습니다.
근거리 공격을 시도한다면 뒷쪽에서 장거리류 무기를 지닌 사람들이 공격할 것 같고... 대체 어떤 원한이 있어서 그런거에요.
애초에 사람을 죽일지도 모르잖아요. 각오하지 못한 건 아니었지만...
벽 뒤에 숨어 긴장한 아샤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적진을 뚫을 궁리를 하며 도태를 살핍니다. 커다란 돌뭉치 따위를 던져서 한꺼번에 근거리를 수몰시키고 장거리를 노리는 건?
애초에 돌덩이를 들을 만한 방법이 없잖아... 천장, 천장은 멀쩡한가? 천장을 무너뜨리는 건...? 아, 실수하면 이 쪽까지 말려들어버릴지도.
총 같은 걸 제대로 배워두었다면 좋았을텐데. 수류탄 같은 걸 지닌다거나... 그것도 제대로 다룰 줄 모르잖아요 나는.
결국 생각이 두통으로 이어져 이마를 짚는다. 그러다 적 한 명에게 들켜 그를 엎어뜨린 후 지녔던 손수건으로 입을 틀어막고 아샤에게 짓누르게 한다.

" 찾았다. "

괜찮아요, 죽이진 않을게요. 그냥 운이 좋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의 주머니에서 총을 하나 빼돌린 후 방탄조끼를 벗겨버린다. 또 덤벼들면 곤란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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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에서 살이 찢기고 피가 솟구쳐오른다.훤히 드러난 팔다리에 뜨끈한 핏물이 쏟아지고 앞섶 또한 다를바없다.적들의 앞에서 마치 장난치듯 이리저리 뛰고 피하며 그들을 짓뭉개나가는 그 얼굴에는 즐거워 죽겠다는 웃음이 걸려있다.
이 긴박함이 좋아.사선에 서서 목숨을 줄다리기하는 이 미친 광경이,전투가 나를 고조시키고 어느것에도 비할 수없는 흥분을 아드레날린을 뿜어내게 한다.최고로 솟아오른 광기의 기운을 살기와 즐거움으로 바꿔 일격마다 무겁게 담아 내려친다.그리고 번지는 폭음에 높은 웃음을.

"한참 안움직였더니 몸이 굳은거같아~너희 다 죽이면 풀어질까?궁금하니까 해볼게?"

너덜해진 그물 가디건을 벗어 뭉쳐서 한쪽 구석에 던지며 웃는 얼굴로 뇌까린다.그 말에 움찔한 놈들은 두 말 할것 없이 채찍과 레지스의 먹잇감.그것들을 간신히 피해서 몸으로 덤벼오는 놈들은 구태여 피하지 않고 가벼운 찰과상 정도만 받아준다.나이프들에 팔다리가 픽픽 베이며 피가 흘러내리자 나는 손톱을 세워 그들의 얼굴을 긁어내린다.그러다 눈에 손가락이 박히자 푹 빼내고 가슴팍을 발로 차 뒤로 날려버린다.그놈을 총알받이 삼아 다시 그들의 지척까지 다가가 치명상만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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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물어볼 게 있어. 난 왜 쉬질 못해? 이거 수리비는 어디로 청구해야 하는 거야. 제발 성 말고 다른 곳에서 습격해주면 안 될까? 정원 재개간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묘목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 지 알아? 태양의 필살염이 있다고 해도 무릎 높이의 관목을 꽃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키우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데!
이쪽으로 굴러오는 수류탄 하나를 재빨리 집어들어 언더 스로우 투구로 빈 곳에 찔러넣듯 던진다. 내가 이래봬도 미국인이라, 왕년에 야구 좀 했거든. 아, 이탈리아 온 지 십 년은 넘었으니 이젠 축구 실력도 괜찮지. 이 빌어먹을 새끼들아. 로렌조보다 더한 새끼들. 최소한 그자식은 자기가 싼 똥은 다 치웠다.
구름의 필살염과 번개의 필살염을 섞어 적이 몰린 곳을 향해 난사한다. 아무리 봐도 권총처럼 생긴 총에서 사냥용 총알-산탄총-이 발사되니 그것도 나름대로 우스운 일이다. 내가 지금 상태가 좀 안 좋다. 정신 상태가. 반대로 푹, 아주 푹 쉬어줘서 몸의 컨디션은 최상이고.
지금이라면 한 번도 빗맞추지 않고 한 번도 피격 당하지 않을 자신 있어. 총이라는 무기는 대단해. 근거리로도 중장거리로도 활용이 가능하잖아? 너희에게 선물할게, 이 끔찍한 지옥을. 절망 속에서 더 크게 울부짖어봐.

3. 용은 다른 하늘을 택했는가?


총알이 여기저기를 날아다니고, 불꽃이 화려하게 피워지는 가운데, 어디선가 번개의 필살염을 두른 단검이 암브라에게로 날아들었다.
아메티스타가 급히 쳐내긴 했지만 아무래도 꽤 깊이 파고든 모양이다. 갑자기 피가 쏟아지자, 아메티스타가 일단 침착하게 붕대로 응급처치를 해둔다. 로렌조가 심심하다며 발명해두었던 태양의 필살염을 충전할 수 있는 특수 붕대였다.
효과가 좋았는지 피가 조금씩 멎기 시작하는걸 확인하자, 아메티스타가 단검을 날린 사람에게 자신의 검을 여러자루로 만들어 날렸지만 번개의 불꽃으로 두른 방어막에 막히고 말았다.
그 중 한 자루가 방어막을 뚫는데 성공했지만, 그들이 익히 봤을 활에 맞고 튕겨져나간다.

"뭐, 실력있는 예언가가 있다면 먼저 죽이는게 당연하잖아? 그나저나 실력은 여전하네...... 리바이어던."
"......"

놀리는듯한 가벼운 어조의 말에 리바는 대꾸하지 않았다. 다만, 들고있던 활에 구름의 필살염으로 이루어진 화살을 걸었다. 표정이 굳어있다.
이윽고 그들을 향해 겨누었다가 시위를 놓아버린다. 날아간 화살은 증식하여 그들의 몸 곳곳을 스치고 지나간 후, 벽에 박혔다.

"나는 지금부터 봉고레 소속이 아님을 이 자리에서 선언한다. 이상."

그러고서 잠시 옆에 있던 여성을 쳐다본다. 그만하면 되었다는 듯 여성의 고개가 끄덕여지고, 뒤를 돌아 밖으로 걸어나간다. 그들을 한 번 슥 쳐다본 리바가 뒤를 따른다.
그리고 그것과는 상관없이 전투가 계속되었다.

~안내~
-'드라고 리바'가 봉고레 소속이 아니게 됩니다.
-상처 났어도 나중에 치료받으면 사라지니까 걱정마요.
-전투가 계속 이어집니다. 적당히 다치세요.



"야야~이 약해빠진것들아,좀 제대로 해보라고~"

단단한 무장도 채찍과 레지스의 흉폭한 이빨 앞에선 장난감처럼 우그러지고 부서진다.그안의 여린 살들은 피를 뿜으며 뭉개지고.한참 날뛰다가 뒤가 소란스러워지자 훌쩍 뛰어 한발 물러선다.아무래도 암브라가 다친듯했는데 빠른 처치로 괜찮은거같아 다시 앞으로 나서려다,익숙한 기운에 사방으로 눈을 돌린다.
어디?어디지?그러고 잠시 방심한 사이 눈앞에 나이프가 날아드는데 그것을 낯익은 화살이 튕겨내버린다.화살이 누구것인지 인지하자마자 날아온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가장 보고싶었던 이가 거기 서있었다.하지만 반가움의 말을 내뱉기도 전에,먼저 들려온 말에 얼굴에 경악과 의문,놀람의 빛이 번지며 절규가 터져나왔다.

"왜!!!!어째서 그렇게 가버리는건데!!!돌아와,돌아오라고!!아저씨!!아버지이이!!!!!"

목이 터져라 외치며 그 뒤를 쫒으려 했다.쫒아가고싶었다.하지만 내 앞을 막는 버러지들을 쳐내기 급급하다보니 그저 멀어지는 뒷모습을 향해 소리 지르는 것밖에 할수없었다.이렇게나 강한데,당신 하나 못잡아.무력하다.
그 분노는 고스란히 적들에게 쏟아졌다.

"으아아아아아!!!!!!!"

이성을 잃은 몸뚱이는 베이던 뚫리던 상관치 않고 눈앞에 모든걸 배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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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튀고 내장이 튀고 숨통을 끊으려 달려드는 총알이 날아오지만 모두 불타 사라진다. 내 번개의 필살염을 뚫고 방어막 안쪽의 사람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다면, 최소한 그건 순수한 필살염으로 이루어진 공격이어야 한다. 그나마도 폭풍이나 비의 불꽃이 아니라면 소용 없지.

"리바 씨."

어디 계셨던 거예요. 먼저 떠나셨는데 조이엘로 패밀리 말로는 사라지셨다고 해서 얼마나 걱정했는데요. 그쪽은 적진 한 가운데라 위험합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방아쇠를 몇 번 당긴다. 폭풍 또는 구름과 섞인 순수한 각오 앞에 방탄조끼 따위는 무력하다.
방어막과 총알의 생성 두 가지를 병행하기에는 장기전으로 갈 수록 위험할 것 같아, 총알의 순도를 낮추는 대신 방탄조끼로 막을 수 없는 머리와 목, 허벅지 따위의 급소를 노리기로 했다 어차피 빗맞을 확률은 없으니까.

"리바 씨?"

왜 거기에? 당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간다. 무슨 말씀이세요. 아니 외부고문이야 원래 봉고레 소속이라면 봉고레 소속이고 아니라면 아닌 팀이긴 하지만. 그보다 왜 대공이, 어째서 구름을?

"리바 씨!"

성의 찢어진 상처 사이로 멀어져 사라지는 것에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다리를 뻗었다. 사나운 화살은 질이 아니면 양으로 승부하겠다는 듯, 구름의 불꽃을 띠고 이쪽으로 날아온다. 정신만 제대로 차리고 있었다면 능히 막아내거나 피할 수 있었을 화살에도 어이없이 점수를 내주고 말았다. 다리와 팔 쪽에 화끈하고 얼얼한 통증이 느껴졌다.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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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스? "

사고회로가 다시 한 번 정지. 시계의 건전지를 갈아끼우듯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초침마냥 머리가 굴러가기 시작했을 때에는 봉고레 소속이 아니라는 선언이 들려왔다.
필살염이 둘러진 화살이 여기저기 사람들의 일부를 스치고, 왼쪽 팔을 스친탓에 피가 베어나와 와이셔츠를 물들였다.

벽 뒤에숨는 것은 이제 무리였다. 손수건을 입에 빼내 문 사람이 결국 도망쳐 제 편에게 알려버렸다. 캄비오 포르마를 한 레이피어의 손잡이를 꾹 쥐었다.
일단, 지금은 눈 앞의 적들을 어떻게든 쓸어내버리는 게 중요했다. 가볍게 쉼호흡을 한 후, 레이피어를 다시 고쳐잡았다.

접근하는 적들의 다리를 주로 노려 쓸 수 없게 내찔러버린 후, 쓰러진 적군과 아군들의 피비린내가 역하게 올라왔다. 익숙치 않은 시체의 잔해를 밟아버렸을 때에는 눈 앞이 아찔해졌다.

상대는 완전무장에 정신적 혼란까지 가미하는 혼미한 상황에서, 그래도 아닐거야. 하는 희망이 내심 스믈스믈 올라오고있었다. 최면같은 것도 있잖아?
어딘가가 와작와작 부숴지는 느낌에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 어려웠다. 발끝에 채이는 익숙한 화살을 우지끈 짓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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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지러워.
고개를 푹 숙이고 왔다갔다거리다가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기 되게 싫은데. 어째서 보스가 저 위에 계시는 거지.손오공이야? 미안한데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아니,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거지만. 하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이 좋은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겠지. 아니면 말고.
머릿속에서 띵-하고 울리는 게 느껴졌다.
아씨 왜 하필 저기에 부딪힌거야.
아까 흐느적거리다가 부딪혔던 기둥을 한번 째려보고는 속으로 불만스레 중얼거리며 옆에서 다가오는 게 느껴져 고개를 올렸다.

"..놀랐잖아요."

몸을 숙였다가 다시 검을 치켜세우는 인영의 손목을 잡아채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갑작스레 날아온 총알을 다른 사람을 방패삼아 방패로 삼아 막고는 움직이는 것이 거슬리다고 생각하며 다리를 단검으로 그었다.
잉여가 되어라,이사람아.

넘어지는 사람을 살짝 잡아 방탄복을 대충 벗기며 아무데에나 던졌다. 뭐가 이렇게 주렁주렁 하냐.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기둥쪽으로 사람을 던지며 한손으로 다른 사람의 머리채를 잡고는 휘두르며 작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거 진짜 아프던데 악바리로 버티는거야?

"이야 아프죠? 알아요."

그러니까 반응 좀 해봐요.당신도손오공이 되어보시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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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으로 전투에 참여하고 있지 않았기에 다치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니, 애초에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들을 아이의 구르기로 전부 차단 해 버렸으니 다칠 여유도 없었다는 것이 옳다. 그러다 암브라가 공격당하려는 찰나, 누군가가 리바와 함께 있는 것을 보며 미간을 찡그렸다. 워낙 그 쪽이 아비규환이라 제대로 보이질 않았다. 다리를 보아하니 여자인 것 같은데. 선이 얇아. 귀를 기울여도 제대로 된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어쩔까. …가까이 다가가는 게 낫겠지? 막 결심하고 한 발 내딛을 때였다.

"…미친걸까?"

봉고레 소속이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미쳤나보다. 저 아저씨, 진짜 미쳤어. 진짜 미친 거지. 당신 미쳤지? 떨리는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넘긴다. 잠시 헤까닥 돌아서 그런 거 아닐까? 더위를 먹으면 원래 다 그런거야. 섬이 어지간히 더웠어야지. 안 그래? 조용히 뇌까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이런 씨발. 그럴 리가 없잖아.
단숨에 증식해온 화살이 머리카락을 스치며 한 줌을 우수수 끊어냈다. 이상하게도 온 몸이 차가워진 것은, 그래서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뒤통수를 망치로 맞은 것마냥, 기분나쁘게 얼얼한 기분이었다. 그것보다 걱정되는 것은 앞으로의 카렌이나 레이리아, 그 외 외부고문들의 멘탈이었는데 어쩌지. 전투가 벌어지는 한복판에서 이러고나 있고. 참 어이가 없어서, 빈정거리는 말만 흘러나온다.

"이거, 흔히 말하는 배신 루트야?"

하하. 아하하. 적이 된 아군 보정을 받겠네. 웃기지도 않아. …그래.



그들은 대충 되었다 싶었는지, 연막탄을 뿌렸다. 연기가 자욱한것이 채 눈 앞에 있는 자신의 손도 구별하지 못할 듯 싶다.
잠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고, 연막이 사라진 후에는 그들의 앞에 살아있는 적이 없었다. 즉, 살아있는 사람들은 모두 후퇴했다.
토파지오가 암브라를 치료하느라 정신없는게 보인다. 다행히 피만 많이 쏟아졌을뿐이라 금방 회복시킬 수 있었다. 물론 토파지오는 지쳤지만 말이다.
그덕에 정신을 차린 암브라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미치겠다..."

두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는 것이, 아무래도 꿈에서 리바에 대한건 보지 못한 모양이다.

~미션~
-일단 성의 복구를 해야겠죠?
-외부고문팀은 정보수집에 들어갑니다. 레주가 맞춰드릴수만 있다면 어떤 방법으로 하셔도 좋습니다. 정보수집 레스를 써주세요.
-내일 회의를 진행해야합니다. 이건 알아서 해주세요. 오후 일곱시.

~안내~
-외부고문팀을 제외한 레스주분들은 오늘치 이벤트 끝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외부고문팀, 일하세요.
-최종보스의 시트가 위키에 올라갑니다.



죽어,죽어,죽어.전부 다 죽어버려!!!
내 팔에 나이프를 그은 놈은 머리가 터져버린다.옆구리에 화끈한 총상을 남긴 놈은 목이 떨어져 나간다.뒤에서 엄호하는 놈들은 레지스가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린다.
아아,폭음과 쇠비린내에 취해 피할길이 없어.당신은 어째서 그렇게 가버린거죠,어째서 우리를 이 곳을 버리고 갔나요.피범벅이 된 얼굴에 눈물이 흘러내려 잠시 시야가 가려진 사이 연막탄이 터져 번지고 겨우 그 빌어먹을 막을 거두었을땐 살아있는 적은 한명도 없었다.더이상 처부술게 없자 그제야 몰려오는 전신의 통증에 주저앉아버린다.그리고 목놓아 서러운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왜.....왜인가요....어째서......아저씨,아버지,돌아와요......으흐아아아악..!!!!"

울음은 절규가 되어 폐허에 울려퍼진다.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에 얼굴의 핏물이 씻겨내려가지만 마음의 그 서글픔만은 한층 올라앉아,꺼억꺼억 숨 넘어가는 소리로까지 넘어간다.하얗게 쥔 주먹은 바닥을 내리쳐 마디마디 까지고,맥이 빨라지자 상처에서 나오는 피의 양도 울컥울컥 쏟아져나온다.그렇게 혼절 직전까지 무리하는 그녀에 레지스는 알아서 박스로 돌아가고 어디선가 붉은 머리 남자가 다가와 부축해간다.

3.1. 조사


가끔 그런 거 있잖아요. 회사에 취직을 했는데, 본인의 특성과 맞지 않아서 회사를 옮기는 거. 단순히 그런 것뿐이라고 믿고 싶어요.
캄비오 포르마를 해체한 아샤가 옆에서 가만히 서 있었고, 메리엘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로 주저앉았다.

" 마음이 안 맞는다면 어쩔 수 없잖아. 그렇지...? "

옆에서 품으로 안겨드는 아샤를 가만히 쓰다듬다가 최근 보스의 업무량이 과하지 않았냐는 둥 하며 실풋 웃는다.
일주일만에 변심해버릴정도로 심지 약한 보스가 아니잖아요. 최근 보이지 않았다는 건 성에 왔을 때 2-4일 정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거고요.
그럼 그 계기를 찾아보는 게 먼저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나저나 그 무장군대들은 대체 누구일까요. 오자마자 선언하고 사라져버리다니. 처음부터 별다른 목적이 없었거나, 아니면 시선을 집중할 강렬한 퍼포먼스...치고는 심했어요.
보스가 없는 동안에는 외부고문팀은 주로 간부들이 맡게 될테고, 봉고레쪽하고 바리아쪽에 도움을 받게 되겠네요. 모두 바쁠텐데.

어느정도 진정이 되고나자 아샤를 받치고 천천히 일어나 시체가 널린 사방을 둘러봅니다. 비위가 좋아 다행이에요. 각오도 했었고.
먼지와 혈흔이 튄 옷을 툭툭 털며 옷정돈을 하다, 옷의 안쪽에 걸린 무언가에 손을 내뻗어 그것을 꺼낸다. 아까 적군에게서 뺏은 총.

" 여기에 무슨 힌트가 있다던가...? "

총을 들어 조명에 비춘 후 이리저리 훑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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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에 작게 무슨 무늬가 새겨져 있는 것 같다. 살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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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피지 않는다
▷ 부셔본다
▶ 살핀다
▷ 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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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금이 간 봉고레 마크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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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분명... "

익숙한 마크의 모양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금이 가 갈라진 사이로 보이는 X자 겹침의 총알 두 개의 모양에 봉고레의 마크란 것을 기억해낸다.
이게 왜...? 봉고레의 마크를 함부로 총에 새길 정도로 배짱좋고 멍청한 사람들이거나, 아니면 ...

" 봉고레와 관련된 사람들? "

운디체지모 패밀리, 바리아, 외부고문의 간부들이 사라진 사이에 봉고레 내부분열이 일어났던건가요?
정말 철저하게 숨기고 은폐한다면 초직감이 아니래서야 찾기도 힘들테니... 어쩐지 일이 복잡하게 흘러가는 느낌입니다.
단순한 훈련에 짜고 친 쇼였다면, 이렇게 많은 사상자가 나올래야 나올 수가 없지 않나요? 그럼 제 머리로 추측할 수 있는 건 내부분열뿐인데...
본 적은 없지만, 구름의 불꽃을 쓴 것으로 봐서는 보스가 구름속성도 지니고 있다는 말인데...

" 일단, 여기에 흔적이 없나 찾아봐줘. "

아샤에게 부탁해, 반대편의 흔적, 특이한 점이 없나 찾아보게 한 후 자신도 이쪽 편을 둘러보며 특이점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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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크는 아무래도 '원래부터' 금이 간 모양으로 새겨진 것 같다.
특이한 점은 없었다.

...아니, 바닥에서 무언가가 반짝인다. 총에 새겨진 마크와 같은 마크가 달려있는 머리끈이다.
낙엽색 머리카락 한 두올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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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다. 하기에는 조금 어둡고 짙은 색의 머리카락이 조금 얽힌 머리끈을 주워들었다. 봉고레의 마크가 갈라진 문양, 총의 금도 일부러 낸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머리끈에 다소 긴 머리칼은 분명 여자의 것일테고, 아까의 그 무장군대중에 여성분도 계셨었나요? 일단 그것을 자신의 주머니에 조심스레 챙겨넣습니다.

여성, 부드러운 이미지, 가벼운 어투로 보스에게 한 마디 건네던 목소리. 보스의 곁에 누군가 있지 않았던가요?
정황이 없어 누군지 제대로 살피진 못했지만, 아마 분명 여성의 목소리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머리끈의 주인공은 아마...

" 몸은 괜찮으신가요? 혹시, 아까 사태 속에서 무언가 찾으신 건 없으신가요? "

그나마 몸의 상태가 나아보이는 조직원 한 명에게 다가가 지니고 있던 붕대를 건네며 흔적에 대해 물어본다. 전투 중에 무언가를 주웠다거나, 무슨 말을 들었다거나 하는 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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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원은 붕대를 감사히 받아들며 '반(反) 봉고레 연맹'이라는 말을 언뜻 들은 것 같았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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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 봉고레 연맹.. 아, 감사합니다. "

붕대를 건네어 이야기를 들은 후, 내부분열보다는 원수의 집단같은 느낌에 그것을 누군가에게 전하리라 생각한다.
보스도 없는데 누구에게? 다들 알아야 할 일이니, 대공쪽의 누군가에게? 레이리아 씨가 아직 계실까? 아... 심각해보였는데.
심각한 상태로 조직원의 누군가로 추정되는 남자에게 부축당하던 레이리아를 떠올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상태가 안 좋아.

그럼 카렌 씨나 봉고레 쪽의 측근에게 알려야 할 것 같은데. 아인에게? 아니면 에일씨에게? 콴 린 씨와 테오 씨 , 도라는 요새 만난 적이 없었고.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에게 알려야겠다며 편한 결론을 내리고는, 더 이상 흔적이 보이지 않자 그대로 지쳐 벽에 기대어 바닥에 앉아버린다.
쉬고 싶은데... 아, 방은 멀쩡할까. 설마. 숙녀의 방을 함부로 헤집고 다닐정도로 생각없는 사람들은 아니겠지. 저 스스로에게 너스레 장난을 던지고는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쓰러진 아군 틈 사이로 익숙치 않은 얼굴이 보이는 것을 발견. 적군이라는 걸 알아채고는 거의 기다시피 하여 시체의 몸을 수색한다. 썩 좋은 기분은 아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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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만 좀 묻었을 뿐이다.

여기서 더 조사할건 없는 모양이다.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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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이지? 재미 하나도 없네. 이게 뭐야.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얼굴 너무 심각해서 나도 웃음 안 난다. 농담은 그런 얼굴로 하는 거 아닌데. 만우절은 더 있어야 온단 말이야. …여기 아니면 대체 어디로 갈 건데, 응?
왜 그래요. 왜 그래, 갑자기. 어디서 돈이라도 빌렸어? 약점이라도 잡혔어? 그럴 사람 아니잖아. 당신 그럴 사람 아니잖아. 나 여기에 안심하고 의지할 사람 당신밖에 없어. 여기는 너무 낯설고, 멀고…….
…웃기고 있네. 나가긴 뭘 나가. 너무 오래 일해서 질렸다 이거야? 아니면 일 안 하고 노는 사람 너무 많아서 열이라도 받았나? 옜다, 엿이나 먹어라, 하고 지금 우리한테 일 다 떠넘기고 가는 거지? 아무리 그래도 이런 식으로 나오면 반칙이지, 안 그래?
헛웃음을 터뜨리며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메리엘은 벌써 간 것 같고. …방 다 털릴 줄 알아. 10년 전 일기까지 다 찾아내서 게시판에 걸어둘 거야. 짜증 나. 진짜 짜증 나. 몸을 돌리고 걸음을 서둘렀다.
문고리를 잡아 거칠게 열고 방 안에 들어가 대충 주변을 훑어보았다. 어디부터 뒤져야 쓸만한 게 나오나. 일단 책상이랑 서랍부터. 책상 위에 놓인 물건을 뒤적거리고, 근처에 있는 서랍 두어 개를 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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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에는 하다 만 서류와 펜, 잉크병이 어지러이 놓여있었다. 군데군데 시리우스의 발자국도 보인다.
서랍 안에서는 자잘한 간식거리와 여분의 펜, 대공속성으로 추정되는 B급 링 두 개가 나왔다. 비상용 링인가보다.
편지지가 하나 보였으나 잉크를 쏟아서 내용은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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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못다 한 서류, 펜, 먹을거리 등, 누구의 방에나 있을 법한 물건들뿐이다. 책상 위에 알 수 없는 편지가 있었으나 그마저도 종이를 적신 잉크 탓에 알아볼 수 없었고.
자세히 보면 흐릿하게나마 무언가 보일까 싶어 집어들고 한참 동안 바라보다, 별다른 수확이 없자 다시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열었던 서랍을 다시 닫고 조금 숙였던 몸을 일으킨다.
……갑자기 이게 뭐야. 이런 거 정말 싫어. 정 이쪽 일이 싫었으면 명예퇴임 같은 좋은 방법도 있었을 텐데. 일 그만두고 농부나 양치기할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는데 도대체 왜.
손을 들어 마른세수를 하고, 마지막으로 방을 한 번 둘러보려 대충 한 바퀴 돌아보다 책장 앞에서 멈춰 섰다. …책 사이에 웬 액자? 벽에나 걸려있어야 할 게 왜 여기 있지? 조금 찌푸린 얼굴로 액자에 손을 뻗었다. 이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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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자에는 매우 낡은듯한 사진이 끼워져 있었다.
지금의 리바 나이대로 보이는 한 남자를 중심으로 여섯명이 서 있었고, 리바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 20대, 또는 그보다 젊은 것으로 보인다.
중심에 있는 남자 앞에 작은 아이가 보인다. 머리카락 색이 낙엽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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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자 안의 사진을 빼내고, 빈 액자는 다시 책장에 꽂아넣었다. …모르는 사람, 모르는 사람, 모르는 사람, 아는 사람, 모르는 여자애. 아까 언뜻 어떤 여자를 보았던 것 같기도 한데. …얼굴이 흐릿해. 그렇게 정신이 없었었는데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을 리가, 젠장맞을.
기억나는 게 다 쓸데 없는 것밖에 없어. …이건 사적인 사진인가? 과거 얘기 같은 건 들은 적 없는데. 전대라면 대략적인 정황이라도 알고 있겠지만, 지금은 자리에 없고 부를 수도 없으니. 안다고 해서 순순히 알려줄 지도 미지수고.
사진을 조금 더 바라보다 방 밖으로 나섰다. 몇 걸음 걸어가다 맞은 편에서 걸어오는 사람을 붙들었다. 막 치료를 마친 듯했다. 이 사람 아까 있었던가? 다쳐있으니까 맞겠지. 약간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다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아까 리바 옆에 누구 있지 않았어요? 대충이라도 뭐 기억 나요? 혹시 뭐 듣거나 알고 있는 건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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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색 머리카락의 아가씨를 보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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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빨리 쉬어야 하는데 붙잡아서 미안. 얼른 들어가서 쉬어요."

팔을 붙잡았던 손을 놓고 가볍게 고개를 까딱였다. 사진은 안 보여주길 잘했다. 무언가 특별한 정보를 더 얻었을 것 같지는 않아.
걷던 방향으로 천천히 걸음을 움직였다. 들고 있던 사진을 코트 안쪽 주머니에 넣고, 조금 서두르기 시작했다. 낙엽색, 낙엽색 머리카락? 아까 그 사진에 있던 여자애랑 똑같잖아.
그럼 그 애가 아까 그 성에 있던 여자였고,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과거에 무언가 있었다는 거지.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진짜. …됐어, 이 정도면. 일단 지금은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