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목숨을 내걸 정도의 용기를 품지 못한채 말로만 정의를 내세우며 감정으로만 움직이는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지금부터 이야기할 한 남자의 죽음은 오랜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올라간다.
Date 1998. 11. 25
[ 안녕 자기? 생일 축하해 데이브! 어젯밤의 파티는 만족했어?
에다도 당신한테 줄 선물을 만드느라 나랑 같이 열심히 노력했어.
결국은 으깨진 피넛 초콜릿이었지만.. 애 앞에서 실망한 티 안내는 당신 모습은 참 보기 좋았어.
이건 생일카드와 함께 주고가는 내 선물, 난 먼저 출근해야하니까 에다 학교갈 준비하는건 부탁좀 할게
Ps. 태어나줘서 고마워, 당신의 아내 레이나 ]
아침 6시가 되서야 눈을 뜬 내 눈앞에 보인건 옆자리의 텅 빈 이불과 아침을 알리는 자명종 소리, 그리고 테이블 위에 놓여진 아내의 생일카드와 선물이었다
오늘도 무사히 기상 완료.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난 후 다음으로 해야할것은….
" 아빠!! "
" 후.. 아침부터 우리 에다는 기운이 넘치는구나. "
" 그야 오늘이 아빠 생일이니까! 생일 축하해. "
씻고나서 타올을 목에 걸친채로 토스터기를 킬 무렵 갑자기 그의 허리에 하늘색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아이가 달려와 안겼다.
요즘 한창 사회에 이슈가 되고있는 능력자의 존재, 딸아이는 그런 루머가 떠돌때쯤 능력자로 각성한 아이였다.
아내와 함께 어떻게든 숨기고자 하여 학교도 옮기고 이사도 다녀보았으나, 결국 에다는 자기 또래처럼 언제나 바깥으로 나가길 소망하였다.
" 학교에 다시 나가는게 그렇게 좋아? "
" 응! 지금은 겨울이니까, 내 능력을 마음껏 써도 티가 안나! 같은반의 리사가 날 보고 부러워하지 뭐야 "
" 그래.. 그 애한테 부모에게 말하지 말라고 전하렴. "
바닥에 앉아 앞에 앉은 딸아이의 머리를 양갈래로 묶어주며 그는 한 가정에서 자신이 이루어낸 이 작은 평화가 앞으로도 계속 평탄하게 지나가기를 소망하였다.
어느덧 8. am , 그는 다 구운 토스트를 에다의 손에 쥐어주며 자신또한 입에 물고는 아이를 학교에 태워다주기 위해 차를 타러 나갔다.
학교로 운전하는 내내 사이드미러엔 눈이 쌓였다.
오늘같은 날은 대교도 막힐텐데, 어느덧 정차구간에서 도로는 빠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 어쩌냐 우리딸.. 전학 첫날부터 미안하지만 지각할거 같은데. "
" 아빠, 나 그냥 먼저갈게! 엄마랑 미리 가봐서 여기서부터는 어딘지 알아. "
" 안돼, 아무리 지각하기 싫어도 이 추운 날씨에 내 딸을 길거리에 걸어가게 할수는 없어. "
" 누가 걸어간데? 아빠 이것봐! "
막힌 차들 사이에 앞뒤로 끼인채 그는 한숨을 쉬며 그저 앞만 바라보고 있었고, 순식간에 딸아이가 차 문을 열며 도로 한복판 바깥으로 나가는것을 그는 막지 못하였다.
사방에서 경적소리가 울리기 시작하고 그는 차문을 열고 다급히 뛰쳐나가 자신의 아이를 찾아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이미 에다는 막힌 도로의 위에 공중을 얼려 길을 만들고는 그 위를 뛰어가며 미끄러지듯 지나가고 있었다.
어렸을때 스키를 가르쳤긴 했지만 그걸 저런데 쓰다니…
그는 곧 어이없는듯 손을 이마에 짚으며 이미 멀리 떠나간 아이를 향해 두 손을 모아 큰 소리로 외쳤다.
" 학교 앞에서는 내려서 걸어가야 한다! "
그는 그렇게 다시 차 안으로 돌아와 집을 향해 유턴하며 돌아가는 길을 운전하기 시작했다.
집으로 가서는 펜을 들고 이번주에 마감인 소설의 원고를 쓸 생각에 그는 행복했었다.
돌아온 집 앞에 서있는 검은 무리의 요원들을 보기 전까지는.
누구지? 레이나의 회사 동기들인가?
아무리 그래도 전원이 똑같은 양복같은데… 요즘 회사들은 사복을 입는게 허용된지 오래라고 알고있다
그는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어 아내를 향해 전화를 걸었고 곧 얼마 머지않아 수신 전환음이 들렸다.
" 레이나? 나 지금 집 앞인데, 당신회사 요즘 방문판매도 하는거였어? "
" 무슨 소리야 데이브? 그런 구식 장사 우리 회사에서 그만둔지 오래야. "
이상하였다, 집으로 올만한 사람들중 저런 행색의 사람들은 없을것이었다.
계다가 체격이 크며 선글라스를 낀 험악한 인상의 남성들.
도무지 좋게 봐줄려해도 점점 하나하나가 수상하기만 보일 뿐이었다.
집에 들어가지 않고 수상하게 멀리서 지켜볼 찰나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 실례합니다, 이 집에 사시는 데이브 히사라기 씨 되시나요? "
" 네? 일단 저는 맞습니다만.. "
" 아, 그럼 다행이군요. "
뒤를 돌아보자 보이는것은 자신보다 키가 큰 검은 정장의 여성.
웃는얼굴로 묻는 그녀의 말에 마찬가지로 웃으면서 대답해줄려는 찰나 갑자기 복부의 충격과 함께 배에서 엄청난 전류가 느껴졌다.
" 이렇게 무례하게 모시는점..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
" 알파, 목표 인물 데이브 히사라기는 이 자가 맞나? "
" 찰리, 남성을 회수했다. 당장 연구소로 연락 후 대표 소장님께 연락드리도록. "
어마어마한 전율의 전류가 체내로 흘러들어오는 고통에 그는 곧바로 쓰러지며 정신을 잃었고 이쪽으로 다가와 자신을 들쳐매고 차량에 타는 검은 남성들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점점 시야가 어두워져갔다.
에다 생일.. 오늘 저녁은 내가 만들기로 했는데…
눈을 감고 쓰러져 의식이 회복될동안 내 귓속에 들려왔던 소리는 시계의 초침이 째깍이는 소리, 누군가를 향해 경어를 써가며 통화하는 남성의 목소리,
그리고 한 아이의 이름이었다.
……
" 도착했네요, 히사라기씨 입구는 이쪽입니다. "
" 실험실 소독하고 다음 실험체 들여보내. "
" 현재까지 공식 승인된 프로젝트는 모두 생산 계획에 차질이 없으며… "
눈을 다시 뜬곳은 요즘 문명과는 맞지 않아보이는 최첨단 수준의 새하얀 연구소.
가운을 걸친 수많은 연구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임원으로 보이는듯한 사람들이 투명한 방 안에서 회의를 하고있는것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저 앞의 복도에서 누군가의 손을 잡은채 저 멀리 걸어가는 하늘색 머리카락의 여자아이가 보이는데
" ..에다? "
자신의 딸이었다.
저도 모르게 딸아이를 향해 손을 뻗은채 뒤를 쫓아갈려던 그는 옆에 있던 요원들의 우악스런 손길에 붙들려 저항조차 해볼 기색 없이 곧바로 한 방으로 끌려들어갔다.
" 여긴 어디지? 당장 이거 놔! "
" 오시는 길에 험하게 모신건 죄송합니다.
에다 히사라기양의 친부, 데이브 히사라기씨. "
들어가자마자 내부는 온통 어두웠고
어둠속에서 의자에 강제로 앉혀지는걸 느끼며 사방을 향해 고함을 지르던 찰나, 누군가 자신앞에 마주앉아 말을 걸어오는것이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잠시후 다시 불이 켜진 그곳에 보이는것은 과학자로 보이는 한 여인과 그 옆에 서있는 자신의 딸 에다였다.
" 당신 누구야, 여긴 어디고 학교를 갔어야 할 내 딸이 왜 지금 여기있는지 당장 설명해보지 그래! "
" 히사라기씨, 긴 말 필요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따님께서 보통 사람들하고 다르다는건 당신도 알고있죠? "
그는 감정을 앞세워 당황스러운 마음에 여인을 향해 따질듯이 묻기 시작했으나, 이럴줄 알았다는듯 단호하게 손을 내저으며 곧바로 말의 흐름을 끊어버리는 그녀의 모습에 보기좋게 주장할 선두를 빼앗겼다.
" 후.. 돌아버리겠군, 갑자기 남의집 딸 얘기는 왜 꺼내는지 묻고싶은데? "
" 제가 앞으로 말할 주제이자 당신과 따님의 대한 문제이니 미리 허락을 구하고자 합니다.
에다 히사라기양을 이쪽에서 관리하고 싶습니다. "
데이브? 에다는 우리와 달라요.
언젠가 아내가 밤중에 잠든 아이를 안은채 나에게 했던 말이다.
그리고 지금 내 눈앞에 여성이 하는 말도 소름돋도록 토씨 하나없이 그녀와 똑같았다.
" 벌써부터 머리카락과 홍채에 색상의 변화가 오고.. 능력을 쓸 수 있는건 대낮의 사건으로 기사까지 날 정도니 당신이 더욱 더 잘 알고있겠죠.
그녀의 능력은 매우 위험하고 점점 자랄수록 일반인인 당신들로는 그 재앙을 감당할수가 없을거에요. "
" 그래서 아이를 포기하란겁니까?
이제 겨우 10살도 채 안된 아이를? 엄마를 찾고 부를 나이에 능력자 관리라는 명목 하에
한 가정과 내 딸의 인생을 망칠 작정이냐고! "
곧 흥분한 그가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소릴 지르자 뒤에있던 남성들이 그를 제압하며 순식간에 두 손을 포박하고는 머리를 탁자 위로 내리눌러 쳐박았다.
고개조차 제대로 못드는 상황속에서 그의 눈에 보인것은 요원들에 의해 어디론가 이동하는 에다였다.
" 눈을 부르는 여성의 설화.. 당신의 나라에서는 그것을 유키온나(ゆきおんな) 라고 부른다죠?
꽤 어울리는 코드네임이 부여됬어요, 따님 덕분에 이번 프로젝트는 성공할것 같군요. "
" 코드네임.. 프로젝트?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군 그래. "
" 에다양은 자기 스스로 가족을 떠나 국가 소속의 군인이 되기를 자처했어요.
본인 스스로가 당신들과 가까이 지내선 안될 존재라는것을 자각한겁니다.
우리가 처음 찾아간날 내민 제의를 곧바로 고민없이 승낙할 정도로 말이에요. "
" 국가에서는 사회에 혼란이 되는 능력자들의 존재를 은폐해다가 특수부대를 창설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쓸모없는 병기들과 무고한 군인들의 목숨을 희생할 필요도 없이 단 한명의 능력자만으로 수백명의 군대와 상대한다면… 그 가성비가 얼마나 효율적인지 상상이 가시나요? "
곧 여인은 아이를 어딘가로 보낸 후 리모컨을 꺼내어 화면 하나를 보여주었다.
모두 딸과 같은 십대로 보이는 청소년들, 그리고 특이한 외형과 아래에 기재된 그들의 능력들.
" 이 아이들 모두 이번에 새로 영입했던 능력자들이에요.
그리고 도핑 테스트를 받던 도중 죄다 죽어버렸죠.. 심각한 거부반응으로 말이에요. "
" 내 딸한테 저런식으로 개죽음을 당하게 할 셈인가? 당장 그만둬! "
" 개죽음이 아니에요? 아이들의 지금 능력으로써는 군대와 맞설 수준이 못됩니다.
좀 더 개조하고…강화하여…… 한 나라의 수준에 걸맞는 무기로 태어날때까지. "
끊임없이 시술하여 병기로 쓸 단 한명의 적임자를 찾아낼겁니다.
마지막 한마디로 웃는 여인의 미소와 동시에 사납게 일그러지던 그의 표정은 절망으로 물들었다.
" 인간이 아닌건 오히려 당신들이야!
병기? 개조? 다 집어치워! 지금 당신들이 하는짓이 뭔지 제대로 자각하고 있는거냐고! "
" 괴물이래도 상관없어요, 따님은 더욱 강해질겁니다.
국가의 영광을 위해. 무한한 가치를 지닌 인재를 기부하는것에 대해 좀 더 자부심을 가지도록 하세요. "
" 잠깐… 안돼 기다려! "
할 말이 끝나자 딸아이가 끌려갔던 방향으로 유유히 제 갈길을 걸어나가는 여인을 향해 손을 뻗으며 외친 그의 비명섞인 단말마는 끝내 닿지 못하였다.
결국 에다와 이렇게 끝나버리는건가.
마지막 인사도 없이, 이런 생일축하는 필요없었는데….
……
Date. 2007. 11. 25
에다와 이별한지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가족이 모두 모여 같이 지내던 집은 이제 나 홀로 남았고
아내는 딸의 소식을 듣고는 그 충격으로 하루하루를 앓다가 결국 작년에 먼저 세상을 떠났다.
오늘은 40번째로 맞는 생일이며 올해도 홀로 외롭게 촛불을 끌려고 한다.
[ 로스엔젤레스에서 발생한 폭설은 잠시후 샌프란시스코를 지나갈것으로…. ]
눈이란 이제 올때마다 지긋지긋하다.
날씨예보를 보던 그는 조용히 텔레비전을 끄고는 창문앞으로 다가가 집안의 모든 창문이란 창문은 죄다 닫기 시작했다.
" 망할 촛불을 불고… 소원을 빌어야겠어
자고 일어나면 기분이 한결 나아져있겠지. "
식탁에 앉아 케이크 앞에 촛불 네개를 꽂으며 잠소나마의 짧은 시간, 그는 속으로 소원을 빌었다.
' 에다, 네 얼굴을 다시 한번만 볼 수 있다면... '
조용히 기도하던 손을 내리두고 입김을 불며 촛불을 껐다.
그리고 집안의 모든 불을 끄며 쓸쓸히 안방으로 들어가 이불안에 누워 잠을 청하기 시작하였다.
가장 기뻐야할 날, 가장 비참한 기분을 떨쳐버리기 위해.
……
" …아빠. "
이상했다.
분명 보일러가 틀어진 실내일텐데 갑자기 사방이 추워진다.
" 생일 축하해 아빠. "
……
추위로 인해 의식은 점점 까마득해지고 정신을 붙잡는건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하고자 하는 의지뿐.
기억속에 흐릿하게 남아있던, 간절하게 원하던 단 한가지의 목소리를.
" 아빠가 잊었을리 없잖니.. 에다. "
"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어. "
곧바로 눈을 뜬 시야에 보이는 풍경은 침대 주위로 집이었던듯한 반파된 흔적들과 하늘이 보이는 천장
그리고 사정없이 몰아치는 눈보라속에서 홀연히 나타난 긴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소녀였다.
" 아빠가 보고싶어서 그동안 줄곧 생일때마다 보러가게 해달라고 했었어,
하지만 그때마다 안된다지 뭐야? 급하게 임무로 파견보내거나 여러가지 구차한 이유를 대면서
그래서 이렇게 직접 만나러 온거야. "
" 우리 가족을 갈라놓은 사람들, 차별받게 만든 사람들 전부 얼려버리고 왔어. "
10여년만에 다시 만난 딸은 더이상 기억속의 어린아이가 아닌 다 자란 소녀의 모습이었고, 능력또한 예전과는 다르게 이젠 정말 그들이 말하던 군대조차 상대할 수 있을만한 위력이었다.
" 내 딸이.. 결국 병기가 됐구나. "
" 병기같은게 아냐 아빠 그저 괴물인걸. "
" 오랜만에 돌아왔는데 환영인사는 해줘야겠지.. "
10년만에 다시 안은 딸아이의 몸은 여전히 그저 차갑기만 했다.
그는 곧 침대에서 일어났고, 한발짝 움직이는 순간 그대로 아래를 향해 점점 집이 떨어지고 있음을 감지하였다.
" 돌아오는건 좋았지만.. 굳이 네 손으로 멸망시켜야 했니? "
" 끝장난건 이미 우리가족과 어린시절의 추억으로 충분해.
더 병기로 살 바에 이런 세상, 차라리 멸망해버리는게 나아. "
세상은 온통 눈이내린듯 건물들부터 길거리와 지나다니던 사람들, 그리고 자동차들까지 마치 시간이 멈추어버린듯 눈에 뒤덮여 모든것이 얼어붙어있었다.
모든것이 끝났고, 더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 …아빠와 만난건 기뻤어. 하지만 세상은 더이상 같이 살기엔 이미 끝나버린것 같네. "
그녀는 곧 지상을 향해 떨어지는 집안에서 그를 바람으로 들어다가 사뿐히 아래로 내려주었다.
잠시후 두사람이 도착한곳은 과거에 헤어졌던 인체공학 연구소, 그중에서도 기계 장비들이 많은 실험실이다.
" 여기 살면서 수많은 실험들을 봐왔어.
그들이 쌓아온 기술과 문명으로, 다시한번 이런 미래를 바꿀 기회는 주어졌어. "
" 정말이지…별의 별 기계들은 다 만들어놨군 그래.
그동안 세금으로 이딴짓이나 하고 있었던걸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군. "
에다가 수많은 기계들중 유독 커다란 송신기 앞으로 다가가며 장치가 내고있는 밝은 빛 앞에 선다.
" 미래를 바꾸는 방법은 과거를 되돌리는것.
살아있는 형체만이 통과할 수 있는 이 공간에…이미 능력만으로 형체를 유지하고있는 불완전한 내가 들어갔다간 영영 사라지고 말거야……. "
" …넌 더이상 사람이 아닌거야? "
" 말했잖아, 말 그대로 병기일 뿐이라고.
미안해 아빠. 살지 못했어.
이런 힘을 가지고도…사람으로 남길 바란 내가 어리석었어. "
아니야, 잘못한건 네가 아니야.
그는 곧 망연자실한듯 딸의 앞에 서며 조심스레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고, 곧 자신의 손이 그대로 에다의 머리를 통과하는것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
" 자, 후회하는 시간은 여기까지다.
에다, 지금부터 내가 해야할일은 뭐지? "
그는 곧 고개를 들며 팔짱을 낀채로 송신기 앞에 다가갔고 그런 그를 본 소녀는 기계를 작동시키기 시작하며 한 장치 안으로 그를 안내한다.
" 작은 시술을…하나 할거야.
지금의 아빠의 몸은 예전같지 않으니까 이쪽으로 움직이는편이 좋겠지, 잠시 빌린다고 생각해. "
다녀오면 다시 원래의 몸으로 돌아올 수 있을테니깐.
그는 장치 안으로 들어가기전 에다가 말한 또다른 몸을 바라보았다.
투명한 유리관 안에 들어있는 전신이 검은 사이보그, 하지만 어디선가 본듯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무사가 전장으로 나가기 전 갑옷을 걸치듯이 이전의 육신을 버리고, 새로운 몸으로써 무장하는거다.
" 지금부터 뇌의 기억을 스캔해서 데이터화하는 작업을 시작할게.
잠깐 자고나서 눈을 뜨면 완전히 새로운 몸으로 바뀌어 있을테니까 너무 놀라면 안돼? "
" 그래, 부탁하마. "
자, 다시 시작하는거다.
데이브 히사라기는 눈을 감았고 잠시후 점점 의지가 흐릿해지는것을 느꼈다.
내 의식은 사라지고
다른이가 흘러들어와 내 안을 지배한다.
데이브 히사라기.
사망시각 Date. 2007. 11. 26. 1:00
……
" 조금…느낌이 이상한데. "
" 당연하지, 40년동안 한 몸에 적응하다가 갑자기 다른몸으로 옮긴거니깐. "
다시 눈을 떴을땐 온몸의 신경 대신 기계관절을 움직이며 구부리는 괴상한 감각에 적응하느라 한참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고, 제대로된 행동을 할 수 있게된건 자그마치 한시간 후였다.
그는 자신이 들어있던 투명한 유리관을 주먹으로 깨부수고 나오며 천천히 고개를 돌려 시야를 바라보았다.
이전의 몸과는 확실히 달랐다, 저 멀리있는것도 확대하여 보는것이 가능했고. 작은 소리조차 예민하게 들렸으며 동체시력또한 뛰어난듯
생각하기도 전 시선과 행동을 동시에 하는것이 가능했다. 사이보그의 신체란 이런것이었을까.
" 에다…왠지 제대로된 생일선물을 받은것같은 기분인걸? "
" 애초에 좋은 의도가 아니었잖아! 난 인간이었을때의 아빠가 더 좋았는걸. "
그는 곧 팔 관절을 돌려보며 자신의 허리춤에 장착되어있는 무기를 발견하였다.
이 몸과 페어로 작동되는건가…. 자신이 검을 뽑을 의지를 발하자 어둡던 검날에서 갑자기 푸른 빛이 빛났다.
" 아빠, 슬슬 완료될 시간이야. "
" 뭐가 말이지? "
" 우리들이 헤어지고, 과거를 바로잡으러 떠나야 할 시간. "
그녀의 말이 마친순간 놀랍게도 기계가 있던 장소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거대한 공간을 온통 매우는 포탈이 생겨나있었다.
곧 결심에 선듯 한참동안 공간을 바라보던 그는 한발짝 내딛을려는 순간, 잠시 뒤를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자신의 딸을 마주하였다.
" 아빠가 없는동안 조금 쓸쓸하겠네. "
" 이런 더이상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세계에…널 두고 떠나는것이 정녕 바른 선택인지 모르겠군. "
" 괜찮아, 언제까지라도 기다릴 수 있어.
가로막는것이 있다면 부숴버리고, 앞길을 방해하는 자들에겐 검을 겨누는것을 망설이지마. "
더이상 무법자(Desperado) 를 가로막을것은 아무것도 없어.
점점 밝게 빛나던 포탈의 불빛이 사그라들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웃는 딸의 얼굴을 보며 그는 이젠 안을수 있게 된 에다를 조심스레 끌어안았다.
" 에다, 넌 혼자가 아니야. "
" 미래로 가서, 날 구해줘. "
넌 결코 혼자가 아니야.
그는 이제 손을 때며 자신의 딸을 뒤로 한채 운명을 바로잡기 위해 포탈을 향해 발걸음을 뗐다.
반드시 널 구하러갈게.
……
Day of Desperado
Date. 2007. 11. 25. 1 am
그는 스타시티의 한 오래된 연구소에서 다시 작동한다.
가슴에 한 검을 품고, 잘못된 과오의 끝을 바로잡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