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진행 ¶
- -1- 편입생
- 좋아. 자본은 모였다.
어마어마한 물건 까지는 아니더라도, 반푼이인 내가 쓰기엔 괜찮은 물건이 있기를 바랄까.
# 총사러 가게 대곡령으로 이동합니다!
대곡령의 상점으로 이동합니다.
원하는 아이템의 종류와 최고 가격대를 설정하여 검색해주세요.
어디보자, 그럼 꽤나 오랫동안 나의 파트너가 되어줄 녀석이....
# '현재 캐릭터가 착용 가능한' '6만 GP 로 구매할 수 있는' '강력한 한방이 있는' '저격총' 찾아봅니다!
검색합니다!
검색됩니다!
좋아. 이 녀석으로 하자.
나는 느긋하게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 놈을 골랐다.
"주인 양반, 이걸로 부탁하지."
# 송곳니 구매합니다!
구매합니다!
▶ 송곳니 ◀
대곡령과 계약하여 제작하곤 하는 장인 이민주가 심심풀이로 만들어본 듯한 대물저격총. 특별히 좋은 성능을 기대하긴 어렵다. 다만 그 무식한 크기와 무게, 그리고 그에서 오는 파워는 상당하다.
▶ 숙련 아이템
▶ 무거움 - 신속이 10 감소합니다.
▶ 대형 킬러 - 몬스터에게 태그 - 대형이 존재할 경우 추가 대미지
▶ 파워 샷 - 망념을 30 증가시켜 발동할 수 있다. 다음 턴 행동이 불가능한 대신 이번 턴의 공격력을 50% 증가한다. 다른 기술과 동반하여 사옹할 수 없다.
◆ 제한 : 레벨 22 이상, 사격(C) 이상.
다음에는 새로운 기술을 익혀두도록 할까.
# '뻐꾸기 낙하' 기술서 사용합니다!
획득합니다!
뻐꾸기 낙하(F)
마치 뻐꾸기가 한순간 떨어져 먹잇감을 노리는 모습같다고 하여 붙은 이름.
고지대에서 사격 시 방어 관통력이 일부 증가한다.
명색의 저격수인데 저격 D 는 좀 그렇지. 훈련하러 가볼까.
# 특별 훈련장에 입장합니다!
특별 수련장으로 이동합니다.
특별 수련장의 이용에는 이동 - 입장의 과정을 따릅니다.
어쩐지 화성을 갈 것 같은 강아지는 늘여진 채 시윤을 바라보더니 손을 내밉니다.
- 이용?
"듬직한 강아지로군. 부탁하지."
들었던 입장료인 코인 5개를 쥐어준다.
# 아하! 5개 내고 입장할게요!
입장합니다!
행동이 끝나면 다음 턴, 퇴장됩니다!
저격의 기초는 '원거리에서 이루어지는 은밀한 사격' 이다.
예로부터 저격수가 악명이 높았던 것은, 간파하기 어려운 초장거리 암살의 대표격이었기 때문이다.
아직은 복잡한 고찰을 할만한 단계는 아니다. 기본에 충실해보자고.
멀찍히 떨어진 타겟을 스코프로 고정한다.
천천히 심호흡을 고르고, 뼈를 지지대로 삼아 총기의 흔들림을 최대한 억제한다.
숨을 너무 많게도 부족하게도 삼켜서는 안된다. 적당히, 몇초간의 호흡 분량을 삼키곤 정지한다.
들썩이는 몸의 떨림을 완전히 정지시켜, 총기에서 뻗어나온 지지대가 되도록 한다.
이 다음에서도 조급해서는 안된다. 방아쇠를 당길 때의 긴장과 초조함은 떨림을 만든다.
목표물이 정지된 스코프에 들어왔음을 확인하고,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자연스럽게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다.
이쪽은 평온함을 유지한 채, 상대방에겐 예상치 못한 흉탄을 쏘아날리는 것. 그것이 저격의 기초다.
탕.
# 망념 130 과 잔여망념 70 ! 그리고 수련토큰 10 개로 총합 300 망념어치 저격을 수련합니다!
저격의 숙련도가 30% 증가합니다.
그 다음엔 학생 답게 공부를 해볼까. 이 나이 먹고 공부라니 새롭군.
# 망념 70을 소비해 전투학의 포지션, 가디언의 전투 방식을 복습합니다
선택하슈.
내가 어느걸 골라야할진 명백하지.
#포지션 랜스로 설정
포지션이 결정됩니다.
#도기코인 5개 내고 특별수련장 이용 합니다
입장합니다.
#망념 150을 투자해서 로프컨넥트 습득을 시도합니다
대충.. 위키 가면 F 효과 있으니 참고하라는 캡틴.
절대로 귀찮은 게 아님
"무식하게 훈련만 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먼저 다시 공부해야 할 것이 있지."
저격수는 탄을 잘 쏜다고 모든게 만만세인 것이 아니다.
어느 위치에서, 어느 부위를, 어느 타이밍에 사격할지.
철저하게 관측하고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상황을 분석하는 능력은, 어떤 의미로는 저격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
# 망념 100을 쌓아서 해석학 복습할게요!
해석학을 복습해봅니다.
... 만, 쉽게 들어볼 만한 학문은 아닌 것 같네요.
가장 먼저 나온 것은 게이트의 언어와 어순에 관한 수업입니다. 즉 가장 기본적인 순서에서의 개념에 대해 다뤄보고 있군요.
Tip.
기본이 완전히 존재하지 않는 때에 무언가를 뽑아내려 한다면 성공하지 못합니다.
생각해봅시다.
해석학은 특별반의 정규 수업 과정인가요?
"다시하는 공부란게 만만하지는 않군."
나는 한숨을 내쉬곤 잠깐 멈추기로 했다.
그 다음엔 지휘학을 공부할 예정이었으나, 이래서는 아마 비슷할 것이다.
당장 스킬 몇개를 얻는다고 뭔가 극적으로 달라지진 않는다.
애초에 성숙한 기초가 있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 기술이니까.
이대로 예정을 바꿔 수련에나 다시 몰두하는 것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수련장에 자리 앉아 천천히 눈을 감아본다.
요 근래 내가 어떤 녀석인지 고민해볼 일들이 많았다.
'나' 는 어떤 녀석인가? 흐릿한 기억을, 조금이라도 잡아보고 싶다.
# 망념 50, 잔여망념 100을 쌓아서 스스로의 생각과 과거에 대한 고찰을 해볼게요!
스스로 생각해봅시다.
아직 아무 경험도, 고찰도 없이 떠올린다 해봐야 캡틴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분명 이 곳엔 그 유명한 쌍룡검이 있다 했던가."
"한국인이라면 한번쯤 봐둘만 하지."
#쌍룡검 보러 특수 보관실로 이동!
특수 보관실로 이동합니다.
수많은 보관품들 속, 자신의 자태를 당당하게 뽐내고 있는, 기세 넘치는 검.
심장이 유독 죄여오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마치.. 무언가를 잊고 있었던 것처럼...
시윤은 대한민국의 인물입니다.
쌍룡검의 가호를 받습니다.
처음 만나는 신 한국 출신의 NPC와 '호감' 단계로 시작합니다.
그럼...대운동회 전에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은 공부를 해볼까.
너무 어려운 것 말고, 기초부터. 현재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철퇴 수단이다. 저격수란 포지션을 잡고 사격해야 하는 것.
로프 컨넥트를 이용한 이동은 그렇다쳐도, 현재 상대가 접근전을 걸어오면 대응법이 없다.
어설프게 근접전을 배우기엔 아직 그럴 요량이 아니다.
아군에게 언제까지나 나를 지켜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유효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해 공부해보도록 하자.
# 거리를 벌리기 위한 스킬 습득을 시도하기 위해 망념 200과 잔여망념 50을 쌓아 전투학의 <거리의 개념과 전투에서의 사용.> 을 복습해볼게요!
이 곳은 특수보관실입니다.
정말로 행동합니까?
# 악! 그럼 공부해도 괜찮은 수련장이나 교실로 이동할게요!
교실로 이동합니다!
음, 얘들은 친해지기 그른 애들만 모아둔 것 같네요!
그럼...대운동회 전에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은 공부를 해볼까.
너무 어려운 것 말고, 기초부터. 현재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철퇴 수단이다. 저격수란 포지션을 잡고 사격해야 하는 것.
로프 컨넥트를 이용한 이동은 그렇다쳐도, 현재 상대가 접근전을 걸어오면 대응법이 없다.
어설프게 근접전을 배우기엔 아직 그럴 요량이 아니다.
아군에게 언제까지나 나를 지켜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유효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해 공부해보도록 하자.
# 거리를 벌리기 위한 스킬 습득을 시도하기 위해 망념 200을 쌓아 전투학의 <거리의 개념과 전투에서의 사용.> 을 복습해볼게요!
< 거리의 개념과 전투에서의 사용 > 을 복습하는 경우 획득할 수 있는 기술은 도발(F)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정말로 수업을 복습합니까?
그럼...대운동회 전에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은 공부를 해볼까.
너무 어려운 것 말고, 기초부터. 현재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철퇴 수단이다. 저격수란 포지션을 잡고 사격해야 하는 것.
로프 컨넥트를 이용한 이동은 그렇다쳐도, 현재 상대가 접근전을 걸어오면 대응법이 없다.
어설프게 근접전을 배우기엔 아직 그럴 요량이 아니다.
아군에게 언제까지나 나를 지켜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유효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해 공부해보도록 하자.
# 거리를 벌리기 위한 스킬 습득을 시도하기 위해 망념 200 을 쌓아 전투학을 복습해볼게요!
- -2- 원거리
아직 배운 것 중에는 그런 것은 없습니다.
망념은 증가하지 않습니다.
대회전에....선생에게 인사라도 드리러 가볼까.
#한지훈 총교관을 만나러 가봐요!
한지훈 총교관을 찾아갑니다.
두 눈을 꾹 감은 채, 한 손은 검의 손잡이를 쥐고 남은 손으로는 검집을 받쳐 쥐고 있습니다.
마치 명상하는 듯한 모습에선 주위로 가볍게 휘몰아치고 있는 의념의 파동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조금만 걸음을 잘못 내딛는다면, 그대로 베일 것 같은 느낌입니다.
"흐음...."
찾아뵈었다만 명상중이로군.
다가가면 살해당해도 불평 못할 분위기다.
인사하러 갔다가 신통을 깨서 불만을 들어도 곤란하고.
# 그럼 잠깐 기다립니다.
곧,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색하던 공기의 기류가 찢어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총교관은 눈을 뜹니다.
" .. 후우. "
그는 무언가 아리송한 듯한 표정으로 검손잡이를 메만지다가, 다가오는 시윤을 보며 부드러운 표정을 지어보입니다.
" 반가워. 편입 이후로는 오랜만이네? "
"오랫만에 뵙습니다, 선생.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그럼 정중하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선 인사한다.
"상당히 집중하고 계신 것 같았는데, 제가 방해한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 총교관과 대화!
" 념이 조금 뒤틀려서 말야. 검에 적응하는 작업 중이였지. "
념이라는 개념을 마치 친구랑 수다 떨고 있었어, 하고 말하는 것은 그와 시윤의 격차를 조금 설명할 수 있게 합니다.
" 그래. 무슨 일이야? "
"하하, 꼭 무슨 일이 있어야만 찾아뵙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곧 대운동회기도 하고, 선생께 인사 올리고 싶었습니다."
웃으면서 용무뿐만으로 찾아오는 관계는 아니라고 말해둔다.
"그렇지만 그걸로 끝나면 바쁜 선생을 할 말도 없는데 훼방만 넣은게 되니..."
머쓱한듯 헤헤 웃으면서도 볼을 긁적이곤
"....곧 대운동회인데, 이 특별반 애들에겐 꽤나 중요한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여기서 어른이니까~ 운운을 하면 선생이 이상하게 보겠지만, 그래도 진심은 말할 수 있다.
"신입생이라고 해서 짐이 되고 싶진 않으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선생께 상담 해보러 왔습니다."
# 총교관과 대화 대화
" 스스로의 실력을 너무 낮게 보는 것도 문제가 될 때가 있지. "
한지훈은 부드러운 미소를 짓습니다.
" 물론, 너무 과신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말야. 어느정도의 확신으로 스스로를 몰아세우지 않도록 할 필요도 있어. "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선생."
나는 잠깐 그 말을 곰곰히 생각해봤다.
스스로의 실력을 낮게 보는 것도, 너무 과신하는 것도 좋지 않다.
매우 중요한 말이지만....지금의 나에겐, 솔직히 어려운 것이다.
"....그, 이런말씀 드리기엔 조금 부끄럽습니다만. 저는 스스로의 실력을 온전히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샌가 기억에 있던 기술이나, 전법 같은 것을 쓰다보니."
요컨데 그게 문제다. 기억속의 나를 기준으로 삼으면 분명히 문제가 생길 것이다. 나는 그것보단 약하다.
그러나 반대로, 거기에 비교해서 현재를 보니 스스로가 약하다는 감상 밖에 없다. 다만 객관적으로, 그렇진 않을거다.
결국 그 간극 사이가 묘하게 현재 내 실력에 대한 측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자기 자신을 파악하기에 좋은 방법이 혹시 있을지 묻고 싶습니다. 선생께서 즐겨하시는 명상이라도 해봐야 하는 것인지..."
# 교관과 대화 대화
" 일단은.. 경험이 어느 정도 쌓여야겠지. "
총교관은 차분히 이야기합니다.
" 실력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경험이 부족하면 그것을 어떻게 펼쳐야 좋을지 모를 때가 많아. 간단히, 나 역시도 내 레벨이 높다고 생각했을 때 힘을 휘두르다가 문제가 됐던 적이 있었지. "
옛날 기억을 떠올리며 어색하게 웃음을 짓습니다.
"선생이 말입니까?"
나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되묻는다.
하기는 뭐, 아무리 천재고 초신성이어도 미숙한 경험 없이 처음부터 잘나겠냐마는.
그럼에도 지금의 어마어마한 실력을 보면 잘 상상이 안가서 웃는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완벽하게 강한 인간이 어디 있겠냐마는, 선생을 존경하고 배우는 입장으로선 솔직히 놀라운 얘기입니다. 역시 첫 잔에 배부르려 하다 술 쏟는 법이라고, 과한 의욕은 독이 되는 법이로군요. "
어색하게 웃는걸 보면 좋은 기억은 아닐테고, 힘을 휘두르려다가 문제가 됐단건 아마 대충 폭주 같은 것이겠지.
따라서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였는데요?' 로 아픈 기억을 굳이 헤집기보다는 대화를 다른 방향으로 이끌기로 했다.
"이번 대운동회가 그래서 좋은 경험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만.....실은 제가 생각했을 때, 상당히 취약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에 대한 조언을 마지막으로 들을 수 있겠습니까?"
# 스윗한 총교관과 대화
총교관은 가볍게 고갤 끄덕입니다.
좋아. 바쁜 사람 줄줄 잡담으로 이어져도 좋지 않겠지. 이걸 마지막으로 묻자.
"선생도 물론 아시겠지만, 저는 저격수입니다. 원거리에서의 공격에 특화된."
근접에서 강한 저격수도 물론 찾아보면 없진 않겠다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격수란건 본래 초장거리 특화.
접근전은 약한 것이 보통이다. 그렇지만 나는 약한걸 넘어서, 현재 아예 대응법이 없다. 그건 좋지 않다.
약하면 약한 대로, 방비책이나, 혹은 철퇴책 정도는 있어야 짐덩이가 되지 않는 법이다.
"그러나 그런 만큼, 근거리에 대항할 방법이 현재 전무합니다. 대운동회에선 분명 아군이 저를 지켜주지 못할 난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그 때 저 스스로 대항하거나 혹은 달라붙은 적에게서 철퇴할 수단을 가지고 싶습니다."
#마지막 주제!
" 흐음. "
한지훈은 잠깐 고민을 하다가 말합니다.
" 애초에. 지금 상황에서 근거리와 원거리 모두를 망라하고 싶다는 건. 네 개인의 욕심 아냐? "
"저는 원거리 특화입니다. 근거리에도 뛰어나지고 싶다는 욕심을 부릴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적어도 지금은 말입니다."
이상적으로야 당연히 둘 다 강하면 좋겠지만, 그런건 말마따나 과욕이다.
"그렇지만, 까다로운 보직인 저격수에게 상대는 필히 접근을 시도 할테고, 지금의 저는 그럴 때 원거리로 다시 전환할 수단이 부족합니다고 생각했습니다."
상대는 바보가 아니다. 일방적인 원거리 사격을 두고봐주진 않을 것이다.
필사적으로 상대가 접근하게 되어, 그것을 성공하게 되었을 때, 나는 현재 거기서 벗어나 다시 저격전으로 들어갈 기술이 부족한 것이다.
"그럴 때 그저 동료를 부르는게 아니라, 제 나름대로 다시금 거리를 벌리는 기술을 가지고 싶습니다. 이것도 현재 선생의 시선에서 과욕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그 또한 좋은 가르침으로 받들겠습니다."
일단 '원거리도 근거리도 잘하고 싶다' 는 오해에 가깝단걸 열심히 설명한다.
나는 그저 '근거리가 되었을 때 일방적으로 무력화'가 싫은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철퇴 스킬도, 선생의 눈으로 보면 과욕일 수도 있다.
그럼 아마 선생이 옳겠지. 나는 나 자신을 과신할 생각은 없다. 그 경우엔 깨끗하게 단념하고.
오히려 무리한 걸 생각한걸 정정해줌에 감사할 것이라고 전해두자. 비꼬거나 체념하는 의미가 아니라 진심이다.
#한지훈 총교관과 대화대화대화
한지훈은 시윤의 말을 듣고, 고민하듯 생각에 빠져 있습니다.
조금 긴 침묵과 고민 속에서 이어지는 생각의 길이가 꽤 길어진 끝에.
" ...옛날에 너랑 비슷한 고민을 한 친구가 있긴 했어. 물론 그녀는 너랑 다르게 서포터였지만 말야.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다고, 검을 쥐었어. 자신도 지켜주는 사람이 되고 싶단 마음으로 말야. "
어떻게 보면 한지훈이 말하는 '그녀'의 예시는 시윤의 이야기와 비슷합니다.
무력해지기 싫다. 그 상황에서 무언가를 하고 싶다.
다만,
" 그녀의 목적은 '지키고 싶다'에 있었어. 그래서 단순한 욕심이라고 보기 어려웠지. 그래도 많은 사람들은 그녀에게 '욕심이다.'라고 얘기한 적 있었고 말야. 그래도 그녀는 지금까지 검과 의술. 두 가지에 신경을 기울였어. 아마 너도 알 거라고 생각해. "
성녀 이하루.
한지훈이 이야기하는 '그녀'의 이야기는 지금도 꽤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 그런데 너는 그런 쪽과는 달라. 왜냐면 지금도 치료 계통은 근접한 상황에서는 마비나 독을 사용하는 공격 외에는 큰 대비 수단이 없어서 자신을 지키겠다는 수단에 더해서 누군가를 지킬 수단으로 수련하겠단 생각은 나쁘지 않거든. 그런데 너의 경우는 그게 아니라서 말이다. "
그는 의자를 등 뒤로 쭉 기대며 말합니다.
" 근거리가 걱정이 되면 간단한 방법이 있지. 권총이라도 하나 들고 다녀. 애초에 사격술과 저격은 다른 기술이잖아? "
".....그렇습니까."
마찬가지로 나는 꽤 긴 침묵을 했다.
성녀 이하루에겐 그런 배경이 있었는가.
"저라도 아마 욕심이라고 말했을 겁니다. 얼마전이라면요. 의료계통은 자신의 안전이 최우선. 의무병이 다치면 부상자를 치료할 사람이 없어지니, 전선에 나가는건 가당치도 않다고. 누군가를 치료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지키는 것이니 거기에 집중하라고. 뭐, 그런식으로 말입니다."
지금도 그게 합리적으로 옳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의무병으로썬 터무니없는 위험을 자처한거고, 그게 성공한 것은 뛰어난 능력이 있었을 뿐이라고.
다만, 그 합리적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이해할 수 없어야 하는 그 감상적인 마음을 이해하게 하는 일이 나에게는 있었다.
나는 친구의 이야기를 정성스레 해준 교관에게 마찬가지로 감사를 담아 웃으며 적당히 비밀을 털어놓기로 했다.
"그런데 저도 최근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말입니다. 그 '지키고 싶다' 라는 마음을, 지금이라면 욕심이라곤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알 것 같으니까요.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선 무리라던가, 불가능이라던가, 욕심이라던가, 그런 말들이 한뜻 무의미해지는 느낌을."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누군가를 떠올린다.
"고민도 많으면서도 억지로 밝은체 해서, 보고 있으면 불안해지는 그 녀석을 지켜주기 위한 마음을, 나는 그 성녀님을 본받아 조금 더 과감해져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좋은 이야기,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하지만....."
여기까지의 대화는 무난했다. 아마 이대로 물러나면 나쁜 인상은 아닐 것이다.
한지훈 교관은 좋은 말을 많이 해줬다. 여기서 더 고집을 부린다면, 좋게 보고 있는 인상이 나빠질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래버리면. 저 성녀의 이야기를 듣고 아. 하고 물러나버리면.
힘과 이뤄낸 업적의 문제가 아니라, 누군가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서 마저 모자란 놈이 되는 것 같아서.
그건 스스로가 너무 한심해져서, 견딜 수가 없다. 나는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곤 땅에 머리를 박는다.
"부탁합니다, 선생님. 그런 얘기를 들어버린 이상,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꼬맹이는 물러설 수가 없습니다. 흔한 말이지만 무엇이라도 하겠습니다. 어른스러운척 허세를 부려서 죄송합니다. 나에게도 지킬 방법이 있습니까? 제발 알려주세요."
#대화
시윤이 무릎을 꿇으려는 순간, 강력한 의념의 힘은 시윤이 무릎을 꿇으려는 시도를 차단해버립니다.
자신의 다리임에도 움직일 수 없는 것 같은 감각에 시윤이 이상함을 느끼는 동안..
" 말했잖아? 욕심이라고. 나도 '욕심'이라고 생각하던 쪽이었거든. "
그는 부드럽게 웃습니다.
명백한 축객령이군요.
.....
"....알겠습니다."
생각하고자 하는 말은 많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간절하게 빌면 '우와' 하고 무언가를 알려줄거라고 기대하진 않았다.
다만, 여기서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것이다.
멍청한 짓을 하지 않았다고 후회하는 것도, 우스운 노릇이지만.
어쨌거나 축객령에 더 억지로 버틸 생각 까지는 없다.
그래도 여기서 휙 하고 떠나버리면 분명 기분 상해서 나가는걸로 보이겠지.
정중하게 대해줬는데 그런 태도면 누구나 화낼 것이다.
나는 허리 숙여 인사하기로 했다.
"그래도, 여러가지 진지하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해요. 이만 가보겠습니다."
#라스트 대화
교관실을 빠져나옵니다.
그으럼.....일단 대운동회 전에, 전투술의 기본이라도 복습해보도록 하자.
#망념 200으로 전투술을 복습해요!
정말로 수업을 듣습니까?
정신력이 한계에 도달할 수도 있습니다.
......
머리가 아프다! 그리고 민망하다! 돌아가서 자자!
#기숙사 가서 잡시다
기숙사로 이동합니다!
- -3- 악몽
- 좀 쉬자.
#좋은 꿈 꾸길 바라며 잡니다!
잠을 잡니다.
.. 무언가 기묘한 느낌입니다.
기묘하게 느껴지는 화약 특유의 매캐한 냄새, 날리는 흙먼지는 옷 위에 가라앉아 옷을 더럽히고 있지만 신경 쓸 여력이 없습니다. 당장 눈 앞에선 커다란 무언가가 건물의 한 구석을 쥐고 입을 크게 벌리고 있으니까요.
곧 그것은 입을 벌려 그 어귀를 와그작 씹어넣습니다. 한 사람이 낼 수 있는 소리라고 할 수 없을 만한 소리가 크게 울립니다. 아이들의 울부짖는 소리도, 늙은 노인이 자신의 딸이 끌려가 삼켜지는 모습을 보며 혼절하는 소리도 같이 울리고 있습니다.
분명 지금 당신은 현대전의 제왕이라는 탱크를 타고 있습니다. 몇 발의 공격을 때려박고 있음에도, 상대는 아무렇지 않게 건물을 야금야금 씹어먹은 뒤에 그 작은 수백개의 눈을 떠서, 당신을 바라봅니다.
뚝, 침 한 방울이 떨어집니다.
- 맛, 있... 는거....어....???
그것이 달라들기 시작하고,
시윤은 잠에서 깨어납니다.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어, 몸 전체가 아파오는 느낌입니다.
피로도가 증가하였습니다...
"...."
눈을 번쩍 뜨고, 당장 머리맡에 놓은 총을 집어 자세를 취한다
거친 호흡을 몇번 내쉬고, 주변을 몇번이나 겨누다가 주저 앉는다
"또냐. 심각하군."
나는 조소를 한번 흘리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방을 나섰다.
#상담실로 갑니다
상담실로 이동합니다.
평범한 학생들의 연애 상담소.. 비슷한 것일지도 모를 상담소에는 시궁창 과거인생 환생자의 방문으로 무엇이 바뀌게 될까요?
"....."
나는 창백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본다.
깊은 상담을 하려면, 얘기를 들어도 날 정신병자 취급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어야만 한다. 과연 그런 사람이 있을까.
#망념 50을 쌓아서 주변에서 상담을 털어놓기 적절한 사람이 있는지를 찾아봐요
없습니다.
이들은 특별한 능력을 지닌 NPC가 아닌, 캡틴이 적당히 학교 수준에 맞춰 제작한 NPC들임을 잊지 맙시다.
"....저기, 실례하겠는데."
없다. 그렇지만 물러나기엔 내가 조금 급하다.
직감을 믿고 말을 걸자.
전생 운운을 털어놓긴 애매하더라도.
악몽 얘기 정도는 되겠지.
"바쁘지 않다면 상담 좀 가능할까."
#
이후 패널티에 대해서 캡틴은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정말로 말을 걸어볼까요?
"........."
이 정도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간, 여러모로 큰일이 날 것 같다.
그럼 성숙한 교관급이어야만 하는건데. 이런 얘기를 잘받아줄만한건....
#인성학 교관님을 찾아가봅시다
엘터 교관을 찾아갑니다.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는 게 눈에 들어옵니다.
책은 '사람의 관성'이라는 제목을 하고 있네요.
"......교관님, 실례합니다."
식은땀이 흐르고, 손이 살짝 떨린다.
평소엔 잘만 부드럽게 웃을 수 있는 얼굴은 굳고, 머리의 회전이 둔해지는게 느껴진다.
공포와 피로는 으레 그런 법이다.
"혹시 바쁘시지 않다면, 잠시 상담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대화 신청
엘터는 책을 덮고 안경을 벗으면서, 찬찬히 고갤 끄덕입니다.
" 오늘은 상담을 원하는 학생이 많군요. 물론 괜찮습니다. "
"......먼저 괜찮냐고 찾아와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도 우스운 꼴입니다만."
나는 머쓱하게 웃으면서도, 장난치는 것은 아니라는듯 정중한 태도로 얘기한다.
"조금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 갑작스레 부담이 되실 수도 있는 얘기입니다."
상담이 괜찮다고 해서 선생에게 곧바로 우르르르 사정을 밀어넣으면 당혹스러워 할 것이다.
'상담' 이라곤 해도 여러 종류가 있지 않은가. 애초에 막무가내로 털어놓을 생각이었다면, 방금전 상담실에서 했겠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방금 상담실에 들렸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학생들에게 함부로 털어놓기는 너무 무거운 주제라서 돌아왔기에."
나는 거기까지 말하곤, 허리를 깊게 숙였다.
"그렇지만 저에게는 정말 진지한 고민입니다. 이 학교 내에서 상담할 인물이, 제게는 선생 밖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혹여나 원치 않으신다면, 이런 고민을 털어놓을 상담소라도 추천해주시면 진심으로 감사드리겠습니다."
#헤비한 이야기가 될텐데 괜찮을지 문의
엘터는 안경을 벗고, 다시 차를 끓이며 숨을 내쉽니다.
" 오늘따라 찾는 분들이 많으시군요. "
조금 창백해진 얼굴을 손으로 한번 쓸어 마지막으로 고민한다. 정말로 말해도 될까.
동기들에게나 털어놓을만한 사실을 교관에게 말해도 될까.
그렇지만 도움을 받으려면 어설프게 숨기는 것도, 실례다.
혼자서 고민해봤자 어쩔 수 없다. 나는 한숨을 내쉬곤 털어놓기로 했다.
"저에게는 최근, 지금의 제 삶이 아닌, 과거 제 삶이었을적의 기억이 흐릿하게 떠올라 있습니다. 아마도 1세대의 험난한 시절의 군인이었던 삶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히 저라는 인물의 마음가짐을, 살아가는 태도를 크게 바꾸었습니다."
나는 과거를 떠올렸을 때를 회상한다. 윤시윤이라는 인물은 그 전과, 후가 매우 격렬하게 바뀌었다.
나는 거기서부터 스스로를 아저씨라고 칭하며, 그 때 부터 '나' 는 시작 되었다.
"누군가는 나에게 착각이고, 망상이라고 얘기합니다. 어린 소년의 헛소리일 뿐이라고. 누군가는 과거에 머물러 그 흔적을 따라하고 있을 뿐이라고 화내기도 했습니다.
나는 내 나름대로 살아가는 마음가짐이 확고하다고 생각하지만, 과거의 기억과 스스로를 비교하면, 환경도, 강함도, 감성도 많이 어긋나있습니다. 과거의 나는 '나' 가 아니고, 기억을 떠올리기전의 '나'도 내가 아니라고 느낍니다."
푸후, 하고 한숨을 내쉰다.
"선생께서 보시기에, 인간성을 정의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 소년인 저는, 험난한 세상을 살아온 군인의 이성과 연애에 두근거리는 젊은 소년의 감성이 뒤섞인 저는, 무엇이라 보십니까?"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엘터는 긴 침묵으로, 그 심정을 이해해보려 합니다.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라. 그 사람이 그 시절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다라.
그게 가능했다면 진심으로 과거의 이야기를 따라 자신의 추억을 따라가는 이들이 많았을 테니까요.
그래서 엘터는 쉽게 말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일이 아니고, 타인의 일이기 때문에 수 배는 조심스러운 것입니다. 그래서 작은 교관실 안에는 침묵 위로 차 끓는 소리만 퍼지고 있습니다. 적어도, 아마도, 몇 분 간은.
" ... 한때 그런 말을 하던 친구가 있었죠. 그는 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죽지 못한 적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그는 하루, 하루, 이어가며 살아갔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에게 궁금해 물었습니다. 어떻게 오늘을 살아가느냐고, 어떻게 오늘도 살아있느냐고 말입니다. "
엘터는 진중한 눈으로 시윤을 닮습니다. 분명 외견으로는 서로 큰 차이가 없는 듯한 외견이지만. 엘터에게는 있고, 시윤에게는 없는 것이 있습니다.
" 오늘 하루가 너무 힘들면 죽어버리면 그만이지. 그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언제든 죽어버리면 그만이니까. 더 감당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런 생각을 하더니 정말로 죽고 싶기 전까지 살아있을 수 있더라고요. "
그는 차분히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 당신의 과거는 이미 죽은 자입니다. 산 자는 죽은 자를 이길 수 없고, 죽은 자는 이미 죽었기에 누구도 죽일 수가 없습니다. 단지 누구나 밟을 수 있도록 엎어진 채로, 아직 살아가는 이들을 조롱하겠지요. 그러나 지금의 당신은 산 자입니다. 산 자의 칼은 죽은 자에게 닿지 않고, 죽은 자들의 조롱도 들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살아있고, 또한 살아갑니다. "
차를 조금 삼켜 마른 입을 채우며,
" 누구나 자신의 마지막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그 권한을 이행할 수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다릅니다. 이미 한 번의 마지막을 결정하였고, 두 번째 시작의 위에 서 있습니다. 그러니 묻겠습니다. "
그는 다시금 질문을 내뱉습니다.
" 살아가며 더 괴로워하겠습니까. 아니면, 살아가지 않고 덜 괴로워하겠습니까? "
......
나는 꽤나 길게 침묵했다.
상대가 내 심정을 이해하려 애쓴 것 처럼.
나도 상대의 말을 곱씹어 보기 위해 노력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지 모르고 나서야, 나는 일단, 간신히 머리를 한번 숙였다.
"......선생. 일단, 터무니 없는 푸념을 진지하게 받아줌에 감사하오. 당신과도 같은 인물이 내 고민을 아이의 망상으로 치부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나는 어느정도 위안 받았소."
믿기 어려웠을 것이다.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진지하게 나를 보아줌에, 일단 고마웠다.
"나는......고독했소. 선생. 비록 성공하지 못했을지언정 스스로가 후세대를 위한 작전에 몸을 던졌고, 내게는 분명 소중한 동료들이 있었소. 선생의 말대로 나는 이미 한번 내 삶의 권한을 누렸지. 그러니 이 갑작스러운 삶은, 내게는 고독하고, 완결난 이야기에 짜집기한 사족처럼 느껴지기도 했소이다. 그러니까 나는 선생의 친구분이 어찌하여 그랬는지, 조금은 알 것 같군."
그러니까, 나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그 사람에 대해서, 조금은 알 것 같다. 내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것. 나만의 이야기. 그것들은 이미 모두 끝나버려, 죽음의 강 건너편에 있어 홀로 나만히 되돌아 왔다면. 따라가고 싶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거기까지 말하고 나는 눈을 감는다. 살아가며 더 괴로워 할 것인가. 살아가지 않고 덜 괴로워 할 것인가.
대답은 명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 나는 살아가고자 하오. 왜냐면, 인간이란 그런 것이니까. 괴로움에 울음을 삼키고, 불합리하게 진창에 굴러도, 소중히 여기는 무언가를 위해 스스로의 삶을 걷는게 인간이라고 생각하니까."
그게, 내가 생각하는 인간이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살아가는 길이다.
"나에겐 이미 소중한 것이 많이 생겼으니까. 나는, 괴로워 할거요. 괴로워도, 그것들을 위해 살아갈거요. 선생."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그렇게 대답한 다음, 그 뒤에. 조금, 울고 싶은 심정으로 말을 맺었다.
"내게 단 하나 유감스러운게 있다면, 흐릿해진 과거속에서 반드시 기억하고자 했던 맹세조차 묻혀버린 것이오. 난 내 동료들을 소중히 여기지만, 그들의 이름을 부르며 애도조차 할 수가 없구려."
# 살아가면서 괴로움을 이어나갈 것이다.
엘터는 부드럽게 웃습니다.
분명 세월의 나이를 합치더라도, 시윤의 나이는 엘터보다 많지 않을 것입니다.
죽었다가 살아난 사람과, 죽어가는 세상에서 살아갔던 사람.
엘터는 차 한 잔을 시윤에게 내밉니다.
" 보십시오. "
그는 웃고 있습니다.
" 당신은 제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이 순간을 위해 기다리는 법을 배워왔겠고, 새로운 사랑을 해왔을 겁니다. 누군가에게 화를 내기도 했을 것이고 지금에 와선 위로도 받을 수 있었겠지요. "
맞지 않습니까? 하고, 엘터는 웃고 있습니다.
" 나의 고민을 누구도 이해하지 못한다 상심하고, 만약 내가 보아온 모든 것이 거짓이라면 어떨까 불안하셨겠지요. 이 순간의 모든 것들을 아무 남에게나 할 수 없는 말이었을 수도 있겠고, 말한 뒤 후회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
그는 가볍게 눈을 깜빡입니다.
" 인생은 우리의 예상과는 다르다고 합니다. 지금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나의 인생과 다른 무언가를 겪고 있다고 한들, 내가 살아가고 있다면 그것 역시 '나'라는 존재의 인생이라고 볼 수 있는 겁니다. "
시윤은 고민해봅니다.
지금 당신은 다른 존재입니까? 아닙니다.
과거의 OOO은 죽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윤시윤으로 살아났지요. 그리고 그런 당신은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있으나 지금의 윤시윤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느 날 누군가가 나에게 믿을 수 없는 것들 이라는 내용으로 이야기를 해준다 생각해봅시다. 어떻게 그 사실을 확신할 수 있을까요. 이 세상 모든 것은 당연하지 않고, 말도 안 되는 것마저 진실이 되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것을 당연하다고 믿고 그 믿음이 깨졌을 때 스스로 그것이 틀렸다고 실망하겠습니까? 무언가를 믿는다. 또한 믿지 않는다고 결정하는 것은 당신이며 그것은 당신의 역할입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삶은 진중하고, 어려운 것이되. 심각한 것이 아닙니다. 과거의 당신이 죽었고, 지금의 당신이 존재하는 것처럼.
세상에는 말도 안 되는 것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 말도 안 되는 것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이 아니니까요.
'나'는 이미 죽었습니다.
'나'는 그로 하여금 윤시윤으로 다시 태어났지요.
분명 그렇다면 '나'는 '나'이되 윤시윤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 과거에 묶여 지금의 삶에 고통받을 이유가 있을까요? 자신만 살아남았다거나, 그들을 기억하지 못한다거나 할 이유가 있을까요?
해답이 아니라 경이로움을 즐기십시오.
정답이 아니라 어려운 난제 그 자체를 받아들이십시오.
모든 것이 당신입니다.
모든 것이 당신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렇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나'는 윤시윤이되, 윤시윤이 아닙니다.
지금의 윤시윤은 열다섯 살 남자아이이지, 이미 죽어버린 과거의 누군가가 아닙니다.
당신을 과거의 타인에 빗대어 생각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당신입니다.
엘터는, 그 긴 말을 천천히 설명하고 웃습니다.
단지 그 미소를 이어가며 찻잔 안에 든 음료를 삼키고 있었습니다.
과거의 무언가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은 시윤의 역할이겠지만, 그것에서 편해지는 것도 시윤의 선택이라는 이야기.
- -번외- 대련
"좋아. 시작 되었군."
주변을 한번 둘러본다. 숲이라. 적어도 공터가 아닌 것을 다행을로 여겨야 하나.
근접전도 가능한 상대와 정정 당당하게 1:1 같은걸 하면 승산이 높지 않을테니까.
저격이 가능한, 그러나 마도처럼 광역기술이 풍부하지는 않은 원거리끼리의 승부.
금방 재생하는 숲의 필드라는 성질. 나는 아주 잠깐 고민한다.
가장 우선시 해야될 것은 무엇일까. 위치선정과 은신, 그리고 색적.
어슬렁 어슬렁 대책없이 돌아다니는건 좋지 않다.
먼저 발견될 경우 기습 당할테고, 우연히 맞부딫힌다면 근거리에 대응 가능한 저쪽이 유리 할테니까.
그러니까 일단은 나의 특기를 살릴 수 있도록 해볼까.
가능하면 튼튼하고 높은 고목을 찾아, 로프 컨넥트로 신속하게 올라가 자리를 잡는걸 목표로 하자.
숨기만 하는 것이 목표라면 낮은 곳이 좋겠지만, 사격을 위한 시야도 확보하고 싶으니까.
그 다음에는 엄폐다. 이 울창한 숲의 색과 비슷해도록 위장색을 친다.
차분해져라. 감정도, 긴장도, 살기도, 의념도, 가라앉히고, 매우 '자연스럽게' 그 지점에서 스코프를 겨눈다.
#고지대(아마도 튼튼하고 굵은 나무?)를 탐색하여 로프컨넥트로 올라가 엄폐하려 시도합니다. 찾지 못한다면 엄폐만이라도 시도!
*
고요함.
필드에 처음 들어서고 든 생각은, 이 곳의 풍경과 나무들이 바람이 볼을 스쳐감에도, 서로 맞물려 소리를 울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수많은 나무들 사이에서 하늘을 올려다 보지만, 기이한 이 곳의 풍경은 그 높이를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게 만듭니다. 어두운 시야는 극복할 수 있지만, 빽빽한 나무가 맞물려 크기를 알아볼 수 없게 만드니까요.
어떻게든 시윤은 나무 위로 올라선 채 숨을 죽입니다.
천천히, 호흡이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 정적 속에서 소음을 낸다는 것은, 상대에게 자신의 위치를 특정하게 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
나무가 가득한 숲이기에 이런저런 소리가 날 줄 알았것만, 역으로 상당히 고요하군.
생각 없이 돌아다녔다면 곧바로 들켰을 가능이 높겠는데.
어쨌거나 고지대에서 은신하는 것은 성공했다.
이 정적속에 녹아 들어라. 그리고, 집중해라.
타겟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마찬가지로 숨어서 저격전을 노리나? 아니면 이동하면서 탐색중인가?
정보는 얼핏으론 들었다. 특별한 무공을 쓸 가능성이 높고, 원거리 저격도, 근거리도 능하며, 의념발화도 쓸 줄 알았던가.
나보다 훨씬 더 패가 많은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은신에도 조예가 있을까?
이 고요한 숲 속에서, 조금의 소리도 내지 않고, 모습도 감출 능력이 있는가?
어디 관찰해보자고.
스코프를 통해 천천히, 차분하게 숲을 둘러보며 찰나를 집중한다.
이 고요함 속에서 이어지는 순간들 속에, 아주 희미하게 무언가 감지되는 '찰나' 를 붙잡는다.
#의념 40을 쌓아서 청각을 강화와 찰나의 의념을 사용해서, 적을 발견하여 조준하는 것을 시도합니다.
*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윤의 의념 활용력은 아직 자신에게 적용되는 것 이외의 속성에게 적용할 정도의 활용력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 대신, 언제부턴가 쭉 예민하게 반응해오던 감각을 세워 시윤은 천천히 스코프를 눈으로 가까이 다가가며 주위를 천천히 살펴봅니다.
경계되는 순간, 고요로 가득한 이 숲속은 이상한 감각이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숲이 이렇게 조용할 수 있던가? 하는 의심이 들던 순간,
레인저의 발자취
시윤은 급히 스코프를 들어올려, 나무 위를 바라봅니다.
무표정한 벽안의 남성은 시윤을 바라보며 활시위를 걸치고 있습니다.
퉁,
그렇게 활시위를 떠난 화살은 그대로 날아듭니다.
콰직
시윤이 타고 있던 나무를 박살내버립니다.
급히 시윤은 한쪽 다리를 나무에 걸쳐 뛰어오르면서 총을 들어올립니다.
탕!!
하지만 위치를 특정된 순간, 저격총의 장점은 어느정도 희미해지기 마련입니다.
상대는 망토를 휘날리면서 그대로 더 높은 쪽의 가지로 몸을 옮깁니다.
좋지 않군요.
위치의 장점을 잃어버렸습니다.
"칫...!"
좋지 않아! 아까전 나무를 오르면서 이 필드에 대해서는 대략 파악했다!
이대로 완전히 추락하면 높이를 알기 어려운 빽빽한 나무들 위에서 조용하게 움직이는 상대를 파악하긴 힘들 것이다.
나는 원거리니까 사정거리 자체는 닿겠지만, 일방적으로 관측 당해 공격 받으면 불리할 수 밖에.
그러니까 추락은 막아해! 그리고, 상대쪽도 은밀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 이 결과는 서로의 은신과 색적 싸움에서 내가 한발 밀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컨데, 관찰된 지금을 놓치면 안된다!
나무 위 고지대에서의 싸움에서 내가 유리한게 뭔지를 생각해라!
나는 꼭 나무의 가지만을 발판 삼지 않아도 된다. 내가 신고 있는 신발 행군은, 어디던지 타고 오를 수 있다!
노려야 하는 것은 상대방의 다리와 눈! 찰나의 시간을 이용하여, 정확히 계산된 탄을 쏘아내라!
경계하기 쉬운 치명상으로 향하는 탄으로 움직임을 제약하여, 주 목적인 기동력을 깎아낸다!
#망념 30을 쌓아서 신속을 강화. 옆의 다른 나무를 향해 로프 컨넥트를 사용하여 이동한 뒤, 행군의 뚜벅뚜벅뚜벅이를 이용해서 나무 기둥을 타고 뛰어 올라가며 찰나의 연속 사격으로 상대의 다리와 눈을 집중적으로 노려봅니다.
*
길게 뻗은 손으로부터 로프 커넥트가 날아들어 나뭇가지에 원을 그려 묶어냅니다.
빠르게 줄어드는 로프의 길이와 함께, 그 아래로 아슬아슬하게 빗겨가는 화살들의 서늘함을 느낄 시간조차, 사치인 듯 싶었습니다.
나뭇가지로 움직여, 나무 기둥에 올라서선 빠르게 걸음을 옮깁니다.
저격총은 거리를 높혀 짧은 시간에도 수 발의 총탄을 쏘아냅니다.
" 흡, "
상대는 순간 망토로 몸을 감쌉니다.
카가가가강!!!
쇠를 맞추는 듯한 소리와 함께 상대는 몇 걸음을 빠르게 내달려 조금 먼 발치로 빠르게 도주해갑니다.
그 방향을 노리고 총기를 들어올립니다.
그 순간, 망토를 펄럭이며 모습을 드러낸 상대는 활시위에 한 발의 화살을 내걸었습니다.
스코페레오
기세가 거칠어지고, 활을 당긴 힘으로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그 손에서 화살이 떠나고, 공기를 터트린 화살이 정확히 머리를 노려듭니다.
겨우 고개를 틀어 화살을 피해냅니다.
쿠릉!!!
마치 번개가 치는 것과 같은 소리.
화살에 맞은 나무는, 마치 폭탄에 맞은 것처럼 그 흔적 일부분이 터져나갑니다.
상대는 나뭇가지에 손을 걸친 채 다시금 거리를 벌립니다.
*
그 놈 실력 참 걸출하네. 여태 얻은 정보를 정리해볼까.
첫번째, 녀석은 격투술도 쓸 수 있다. 접근전은 당연히 불리하다. 아무 생각없이 다가갔다가 역수로 돌아 달려들면 곤란하다.
두번째, 녀석은 은밀기동이 가능하다. 은신과 색적 싸움에서 나는 이미 한번 졌다. 그러니까 지금 거리를 벌리는거겠지.
세번째, 녀석은 신속하게 쏘아지는 강렬한 한방 기술이 있다. 방금 쏜걸 제대로 맞으면 운이 좋아야 중상이다.
네번째, 녀석은 걸출한 방어구인 망토가 있다. 방금의 모습을 보건데 내 일반적인 공격으론 뚫기 어려울 것 같다.
즉 나보다 근접전도 잘하고 은밀성도 높고 효율적인 한방 기술에 방어력도 높다는 이야기로군. 허허. 그것 참.
애초부터 나 같은 저격수는 개인전에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나, '나' 는 더욱 그렇다.
내 전투법의 대부분은 과거 어렴풋한 기억을 따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철저하게 '괴물' 을 잡는데 특화 되어 있다.
자신의 힘을 과신하는 괴물들을 기습적으로, 혼란시키고 쏴죽이는게 나의 전법이다.
그러니까, 요령 좋게 히트 앤 런을 구사하는 대인전 같은 것을 상정했을까보냐. 하하.
뭐, 그래서. '나'는 이런 것에 능숙하지 않으니, 노력한 것으로 만족할까. 라는게 결론인가?
하하, 그럴리가 있겠냐?
어울리지도 않는다는건 아주 자아알 안다. 내가 제일 잘 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왔냐면, 엘터 선생과의 대화에서 생각한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 는 진저리 나는 괴물 사냥만 해온 시궁창의 삶을 산 군인이 전부가 아니다!
'나' 는 이 찰나를, 살아가는 소년이다! 나는 나에 대해서 붙잡고 싶어서 이 자리에 나왔다!
집중해, 집중해라! 나무 기둥을 벽으로 삼아 자세를 잡아라! 포기하지 말고 단념하지 마라!
녀석이 나보다 여러모로 뛰어난 점이 많을지도 모르지만, 아무리 그래도 특화한 저격수만의 장점이 있는 법이다.
스코프를 겨눠라, 장거리야 말로 저격수의 특권이잖아! 거리는 멀어졌고, 상대는 등을 보이고 있다! 이걸 노리지 않고 무엇을 할건가!
어설프게 뒤쫓지 않겠다, 여기서, 저격한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밀어 붙여 보겠어!
상대가 나무와 나무 사이를 뛰어 갈 때, 공중에 뜨는 그 찰나를 노린다. 특별한 도약 기술을 감춰둔게 아닌 이상, 망토로 막겠지.
인간에게 효율적이지 않다는건 잘 안다. 그렇지만 이게, 지금의 '나'를 상징하는 최강의 한방이다.
# 상대가 도약해서 공중에 뜬 순간을 노려, 찰나의 역성혁명 저격을 시도.
*
서로가 서로에게 추격의 기회를 제공한 한, 쉽게 접근하는 것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시윤은 스코프로 보이는 세상을 눈에 담습니다. 고요하고, 정적인 세계에서 동적인 것은 오직 적과 나. 단 둘의 세계만이 끊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총을 들어올린 순간에 알 수 없는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혀갑니다.
- 당겨서 쥐어. 그대로 쏘면 반동으로 어깨가 나갈 수도 있으니까.
시윤의 어깨를 치면서, 누군가가 지나가듯 말을 꺼내고 있습니다.
- 당기고, 딱 대고, 호흡을 죽이고, 숨은 가늘어져. 아니. 완전히 끊어버려. 너는 숨을 쉬고 있지 않은 거야. 너는 지금 동적인 무언가를 완전히 벗어놔야만 해. 너는 동적 세계의 정적인 무언가야. 그렇게 스스로를 세뇌시켜. 생각을 벗어놔.
그리운,
지독히도 그리운 어떤 목소리.
당신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며, 그 등을 두드리는 노인의 목소리.
너털웃음을 지으며 당신에게 총을 쥐여운 이의 목소리.
그리고,
거대한 바윗덩어리에 짓눌려 육편이 되어버린 이의 목소리.
■■■ !!!!!!!!!!!!!!!!!!!!!!!!!
떠오르지 않는 이름을 부르짖습니다.
그 날의 당신은, 그 이름을 토해내고 있습니다.
자신의 첫 스승이자, 끝 스승이었던 그에게 배웠던 저격의 기본을 떠올리면서 시윤은 그 기나긴 추억에서 깨어납니다.
이제 무거운 감각은 조금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손에 닿는 거친 감촉을 무시합니다.
시윤은 역설적으로 바닥으로 떨어져 스코프에 눈을 맞춥니다.
그 순간을 노리고 적의 화살이 날아들어 시윤의 어깨죽지를 거칠게 파헤치고 지나갑니다.
재밌게도 그 고통스런 찰나의 감각은 당신의 눈을 더욱 확장시켰습니다.
조준.
분명 시윤은 순간적으로 화살의 방향을 보았습니다. 충혈되어 붉게 물든 눈이 적의 형상을 비췄습니다.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하는 상대를 쫓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리와 발의 방향, 팔과 손이 나아가는 방향, 나뭇잎이 소리 없이 흔들리는 모습. 그 모든 것들.
그 모든 것들을 읽으십시오.
역성혁명
제 이형第 二形
견미지저見微知著
▶ 상대방의 행동이 끝난 직후 대미지를 입었을 시 발동할 수 있다. 받은 피해에 따른 추가적인 대미지 보정을 얻는다. 태그 '게이트의 적'이 존재할 경우 레벨 차이가 클 수록 추가적인 대미지 보정이 증가한다.
쏘아낸 한 발의 총성은 첫 번째의 식과는 달리 지독히 고요했습니다.
쏘아냈다는 흔적도 남지 않고, 그대로 날아든 한 발의 총성을 쏘아내고, 지독한 고통이 어깨죽지를 중심으로 온 전신을 내달리는 것을 느끼며 시윤은 그대로 무릎을 꿇은 채 가빠른 호흡을 내달립니다.
소리 없이 날아든 총탄은 이 고통을 이해한다는 듯 그대로 내달려 상대의 이마를 꿰뚫습니다.
무거운 육체가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며 이 정적인 세계에 하나의 멈춘 것이 늘어난 후.
고통 속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미소를 짓습니다.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레벨이 29로 증가합니다.
역성혁명의 새로운 식이 개방됩니다.
역성혁명 제 이형 견미지저 - 상대방의 행동이 끝난 직후 대미지를 입었을 시 발동할 수 있다. 받은 피해에 따른 추가적인 대미지 보정을 얻는다. 태그 '게이트의 적'이 존재할 경우 레벨 차이가 클 수록 추가적인 대미지 보정이 증가한다.
- -4- 언더휴먼
*
역성혁명의 랭크가 F에서 E로 상승합니다.
변화는 없습니다.
*
".....바뀐게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머리를 긁적이면서 다음에 뭘 할질 고민해본다. 다음 점령전까지 시간은 있으니까.
상담이라도 받으러 가볼까.
#전문 상담소를 찾아볼 수 있을까요?
*
추천하지 않습니다.
*
그럼 여유있을 때 장비라도 사러 가볼까.
#학생들 마켓이 대곡령 제한에 안걸리면 둘러보고, 아니면 대곡령 상점으로 이동합시다.
앗, 그리고 잔여망념 100 으로 망념 100 감소해둘게요.
*
당근마켓에서 물건 샀다고 상인연합이 거품을 물지는 않을 겁니다......
무엇을 검색해볼까요?
*
# 5만 GP 로 구매해볼 수 있는, 저격수에 어울리는 방어구가 있나 한번 둘러봅시다!
*
아쉽지만.. 5만 GP로 구할 수 있는 최대 한도는 일반 아이템이 끝입니다.
찾아볼까요?
*
끙, 아쉽긴 하지만......그래도 없는 것 보단 좋지 않을까!?
# 맨몸 상태보단 뭐라도 걸치는게 좋을 것 같으니, 찾아봅시다!
*
적당히.. 열심히.. 찾아보......
" 격 떨어지는 물건을 사는 거는, 오히려 더 자신을 까는 것밖에 안 되지. 특히 장거리를 커버해야 하는 저격수에겐 더더욱 말야. "
툭 하고 부딪힌 누군가를 향해, 고개를 높혀 시윤은 얼굴을 살펴봅니다.
등에는 커다란 저격총을 걸치고 있는 인물입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오른쪽 눈이 있어야 할 곳에 눈이 없고, 텅 빈 공간만이 남아있단 점입니다.
남은 한쪽 눈으로 시윤을 바라보면서 그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 이런 학생 수준에 어울리는 물건들 속에는 진짜를 찾기 어렵지. 그렇지 않나? 클래식한 롱 슈터 학생. "
*
끄응....하고 나는 팔짱을 낀체로 생각에 잠긴다.
5만 GP 가지고 학생 시장에서 대단한 물품을 노리는 것도 도둑놈 심보일지 모르지만.
그걸 감안에도 역시 영 눈에 차지가 않는구만.....고민되네.
그러던 도중 누군가 말을 걸어와 바라보면, 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등 뒤에 걸쳐있는 커다란 저격총, 비어있는 한쪽눈, 저격수에 대한 조언.
상대가 누구신진 모르겠지만 같은 보직에 있는 사람이 호의를 보내는 것 같아서, 나는 솔직하게 웃으며 인정하기로 했다.
"하하, 그 말씀대로십니다."
"아무대로 점령전 전에 마음이 좀 조급해져있었을 지도 모르겠군요."
대련대회는 초조함을 느낄 만큼의 성적은 아니었다만서도, '그러니까 이 기회에 좀 더 약진해볼까!' 같은 생각이 없던건 아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낭비욕이 있는 것도 아니니, 구매는 보류해야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결론을 내리곤, 보기 힘든 저격수를 만난김에 상대가 흥미가 떨어져 자리를 옮길 때 까지 대화나 해보기로 했다.
"저는 윤시윤이라고 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정석적인 저격수죠."
# 대화 대화
*
어쩐지 소름돋는 듯한, 한쪽 눈이 뚜둑거리듯 움직이며 시윤을 담습니다.
" ...... 스로이머. 스로이머 윈트다. 아메리카의 저격수였지. "
*
.....아메리카? 심상치 않은 사람이로군. 펄펄 위험한 사람인 분위기가 풍기지만.
이런 축제날에 습격할리도 없을테고. 먼저 적당히 좋은 참견을 걸어준 호의도 베풀었다.
솔직히 달리 할만한 것도 없고, 대련 대회를 하느라 배도 고프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스로이머씨."
"마침 덕분에 아낀 돈으로 식사라도 할까 싶은데,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바쁘시지 않다면 같이 어떠십니까? 제가 내겠습니다."
# 대화 대화
*
" 거절하지. 아쉽게도 무언가를 삼키면 피가 먼저 나오는 몸이다 보니. "
그는 스윽 시윤에게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합니다.
" 본론만 말하지. 스승이 있나? "
*
"......"
단도직입적인 본론에 조금 놀라 상대를 바라본다.
실력있어보이는 같은 저격수가 말을 걸어올 때 부터 혹시 하는 기대는 있었다만. 상당히 직접적이다.
별로 요령 좋게 싸웠다는 인상은 없는데, 그래도 아둥바둥 8강까지 올라간 덕일까.
그나저나 스승, 인가. 분명 내게는 저격술을 가르쳐준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그 인물은 현재의 시대에선 없고, 지금의 '나' 의 스승이라기엔 어렵겠지.
따라서 나는 솔직하고 정중하게 대답하기로 했다.
돌려 말하는걸 좋아하는 성격도 아닌 것 같으니까.
"아직 모시고 계신 스승은 없습니다. 인연이 닿는 분이 없었거든요. 기회가 된다면 모시고 싶군요."
*
" 그렇군. "
그는 남은 한쪽 눈을 굴리며 시윤을 바라봅니다.
깊은 어딘가까지 찬찬히 파헤쳐지는 듯한 느낌은 썩 기분 좋은 느낌은 아닙니다. 어디가 약점이고, 어디가 의외의 장점이 있는지. 그런 것을 파헤치는 것 같은..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수수깨끼는 좋아하나? "
진지한 목소리와 어울리지 않는 꽤 들뜬 목소리로 그가 묻습니다.
*
내가 사람 살필 때 눈빛이 저럴까. 저격수란건 관찰이 중요한 법이니까, 어쩌면 직업병의 일종일지도 모른다. 즐거워 보이는 기색을 보건데 그냥 그런 성격인걸지도 모르지.
"수수께끼 말입니까."
흠 하고 잠깐 생각했다가 대답한다.
"좋아한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만, 필요하면 풀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은 하는 성격입니다."
수수께끼를 모른다라고 방치하는건 좋아하지 않으니까. 사실, 출제자 입장에선 그게 더 즐거울지도 모르겠군.
# 대화
*
썩 맘에 들진 않는 대답으로 보이지만요!
" 그럼 문제를 하나 내도록 하지. "
그는 하나의 문장을 내뱉습니다.
" 오래된 총들의 친구이자, 현 시대의 총들의 천덕꾸러기는 무엇일까? "
*
좀 더 사근거리게 대답하는 편이 좋았을까?
뭐, 기대감에 부풀어 너무 말을 맞춰 아첨하는 것도 좋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잠깐의 후회랑 결론을 내리곤 문제를 듣고 곰곰히 생각한다.
"제 생각으론 화약탄입니다."
일단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답은 이 쪽이다.
"총기란 본래에는 화약을 터트려 금속탄알을 쏘아내는 무기로 시작되었으니까 말입니다."
내 때에는 그게 상식이었다.
"그러나 요즘 세대에서는 의념으로 형성된 의념탄을 쓰는 것이 정석적인 개념이 되었습니다."
화약탄은 의념탄에 비해서 여러모로 쓰기 어렵고, 제약도 강하다.
구닥다리 물건이 되어버렸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 말은 반대로.
"허나 화약탄이란 개념이 완전히 실종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낡았다고 평가 받으면서도 아름아름 남아 있으니, 천덕꾸러기라 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정답 화약탄?
*
그는 시윤의 대답을 듣곤, 꽤 애매한 표정을 짓습니다.
" '탄환'에 집중한 것이 썩 맘에 들지는 못하지만.. 뭐. 썩 괜찮은 대답이로군. "
즉, 그가 생각한 정답은 '화약'이라는 뜻이 되겠네요!
" 그렇지. 화약이라는 물품은 폭발의 힘으로 총알이 나아가는 힘을 주기 위함으로 필요했던 물건이였다. 그러나 의념 탄환이라는 개념이 등장함에 따라 화약은 구시대의 물품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그렇다면 두 번째 문제. "
그는 손을 까딱거리며 시윤을 바라봅니다.
" 그렇다면. 이런 시대에서 화약탄의 가치가 천대받는다 하지만 장점 역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
빗겨맞았나. 그래도 뉘앙스 자체는 맞았군.
나는 다음 문제를 듣고 다시금 골똘히 고민한다.
"흐음....."
확실히, 방금 생각했던대로.
화약탄은 구닥다리 취급을 받고 있지만.
명맥이 끊기지는 않았다.
"확실히 그렇군요. 장점이 일절 없었다면, 아무리 그래도 사용할 이유가 없는 법입니다."
장점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무엇일까?
적어도 편의성은 아니다. 화약탄은 고장의 우려도 클 것이고, 무엇보다 장전을 필요로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화약탄에게는 '불편함을 감수해도 쓸만한 장점' 이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총에게 있어서 그런 것은...
"말 그대로 화력. 혹은 위력이라고 생각됩니다."
먼저 답변을 얘기하곤, 생각한 근거를 설명하기로 했다.
"화약탄이 의념탄을 편의성에서 이기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체가 있는 탄을 별도로 챙겨야하며, 장전을 해야하고, 탄환이 바닥나면 쏠 수 없을테니까요."
"그렇지만 방금 말씀하신대로 화약은 폭발의 힘으로 총알이 발사되는 힘을 가속시키는 형태니까. 의념의 힘만으로 사출하는 것보다, 그 한발 한발의 위력은 더 강하다."
"그러니까 화약탄은, 불편하고 낡았음에도 불구하고 위력이라는 부분에서의 장점이 남아 유지되고 있다. 그리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방금처럼 자신있진 않지만. 어쨌건 벌벌 떨기보단 생각한 답변을 열심히 내놓는게 좋겠지.
# 정답은 화, 화력?
*
상대는 가볍게 고갤 젓습니다.
" 한 번 더 기회를 주지. "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면.. 기회를 놓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 아, 안 돼! 아껴두었던 아득한 자아님 도와주세요!!
*
이 질문에서는 아득한 자아를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
# ㄷ, 대답전에 망념 100을 쌓아서 의념탄과 화약탄의 특성에 대해 알고있는걸 되짚어 보는건 ㄷ, 되나요
*
관련된 특성이 있습니까?
*
"........위력도 아니고, 편의성도 아니라면."
중요한 순간인거 같아서 다시 고민한다.
별로 기대하고 있던건 아니지만 기회가 찾아온 만큼.
틀릴 때 틀리더라도 가능한 붙잡기 위해 노력하는게 맞겠지.
화약탄환의 특징이란 무엇인가? 왜 불편하지?
말 그대로 실체가 있는 탄환을 직접 넣어 장전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반대로 그것은, 장점도 될 수 있는 특징이지 않은가?
"말 그대로, 실체가 있는 탄환을 직접 장전한다는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탄환에 독특한 특성을 미리 부여해둔, 상황에 맞는 특별탄을 쏠 수도 있고. 개중에선 몹시 특이하여 '전용탄' 이 아니라면 제 위력으로 쓸 수 없는 무기도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 타, 탄을 장전하고 쏜다는 그 자체?
*
그는 시윤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남은 한 개의 눈을 또륵또륵 굴리며 짧은 침음성을 흘립니다.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한 목소리와 시간이 지나가고.
" 그런데 이상하군. "
그는 시윤과 시윤의 총. 송곳니를 바라보며 이야기합니다.
" 그런 의미와 특징을 지니고 있다..... 고 말하는 쪽에게는 아무런 특징이 보이지 않는군. "
그는 물음을 이어갑니다.
" 그게 정말 자네의 답이 맞나? "
*
# ㄷ, 대답하기전에 고민하면서 망념 100을 쌓아 스로이머씨의 저격총을 살펴보는 것은 가능합니까? 화약탄을 쓰는 총인지가 궁금합니다.
*
그렇게 한다면 상대가 알아차릴 겁니다.
정말로 그렇게 행동하나요?
*
"......."
상대방과 마찬가지로 나도 끄으으응, 하고 침음성을 앓는다.
방금 전처럼 틀렸다, 라고 말하면서 떠나지 않은 시점에서 완전히 헛발을 짚은건 아니라고....믿고 싶다.
생각해라. 상대가 내 스승이 되어줄까 생각하고 있다면, 이 질문들엔 의미가 있을 터다.
처음에 그는 나보고 뭐라 아는 척을 했지!? '클래식한 롱 슈터 학생' 이라고 했다.
그건 아마 내 대전영상을 보고 말했던 것일테다.
역성혁명을 포함해서 내 기술은 과거의 경험에서 따온, 완전히 구세대의 방식.
그런 인물에게 구세대 총의 특징, 화약을 처음으로 물어보고.
그 다음에는 화약탄의 장점을 물어보았다.
그리고 나서 '말하는 쪽에게는 아무런 특징이 보이지 않는군.' 인가...!?
여태 이어지는 흐름을 생각해라!
구시대의 싸움법을 하는 소년에게, 흥미를 가지게 된 이유!
그에게 구시대의 특징과 장점을 물어보는 이유!
여기서 '그러니까 의념탄을 써야겠죠' 같은 답변을 기대하진 않았을 것이다!
"....확실히.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일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한다.
구세대의 전투법을 쓰는 나는, 그 구세대의 특징을 온전히 살리고 있지는 않다.
이 것은 사실이다. 이걸 괜히 돌려 말하는 것보단, 인정하자고. 얕은 거짓은 도움되지 않는 법이다.
"그러니까 저는....고전적인 싸움법을 하면서도, 별로 그 특징을 살리고 있진 않았던 셈입니다."
여태 물어본 질문들은, 아마도 이 것을 알게 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솔직히 자신은 없다.
"솔직히, 지금 이 수수께끼를 듣기 전까지만 해도 깊은 고민을 해볼 여유도 없었습니다. 부족함을 느끼는군요."
# ㅠㅠ
*
스로이머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 정답이다. "
그가 물었던 것은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그 특징에 대해 말한 것도, 그것이 왜 특별한지 말한 것도 시윤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것이 가지는 특징일 뿐. 시윤의 사용법을 말하고 있진 않았으니까요.
" 나는 너의 사격 방식을 보고 흥미를 느낀 것이고 너의 사격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했을 뿐. '구시대의 총술'이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
그리 말하며 그는 장갑을 벗습니다.
그 곳에는 정밀한 형태로 보이는 기계 의수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는 시윤의 눈동자 위로 손을 뻗으며 말합니다.
" 많이 아플테니. 각오하도록. "
도기 코인 80개를 지불하시겠습니까?
*
"기쁘게 각오하겠습니다."
# 네!!!!!! 지불합니다!!! 가져가라! 연금술사!!!
*
무언가가 눈을 타고, 파고드는 듯한 느낌.
눈을 타고 척추로 내달리는 듯 느껴지는 따끔한 고통에 몸부림치고 싶더라도 소리를 지르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듯. 고통은 시윤의 몸을 지근거리며 내려탑니다.
시각이 닫히는 것 같습니다. 밝은 빛이 보이던 눈은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내달리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선 속에서 고통만이 지금 시윤이 이 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찰칵, 카르륵, 하는. 쏘아내는 듯한 소리가 지난 후 시야 속으로 순식간에 커다란 빛이 쏘아지지만 두 눈에는 빛을 순간적으로 받아들였을 때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 슬프지만 클래식 슈터들은 많은 것을 잃어야 했다. 의념이라는 수단을 모두 이용할 수 있더라도 가장 중요한 탄이라는 개념에서부터 의념의 발전에 따라 개발된 기술들을 내버려야만 했지. "
천천히 시야가 돌아오면서 시윤은 눈을 깜빡여봅니다. 무언가가 바뀐 듯한 느낌은 들지 않지만.. 이상한 감각이 하나 느껴집니다. 분명 선명한 빛을 쬐고 있음에도 시야의 문제도, 감각의 문제도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결국 클래식 슈터들은 많은 부분에서 '순수함'을 버리기로 하였다. 기술과 방식을 지키기 위해 그들이 바꾸기 시작한 것은 육체의 자유로움이었지. 네가 나를 받아들이겠다면. 그로써 클래식 슈터의 한 갈래에 들어서고 싶다면 너는 네 육체의 특별함을 버려야만 할 거다. "
스로이머의 방식을 받아들여 신체의 개조를 완료하였습니다.
" 언더휴먼이 된 것을 환영한다. 윤시윤. "
서브 특성이 생성됩니다!
언더휴먼
인간은 발전을 거듭하며 수많은 길들을 개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적은 게이트를 비롯한 수많은 적들을 향해 쏘아지게 되었죠.
의념의 발전을 이룬 이들은 이런 의념의 향상성을 이용하여 단순히 육체의 발전만이 아니라, 육체의 기능적 발전에 주목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개파의 일부로써 육체에 기능을 부여, 게이트와 싸우길 선택한 이들을 언더휴먼이라 부릅니다.
개조 - 특정 조건과 기술을 동원하여 신체의 일부에 특별한 기능을 추가합니다.
눈 - 상대의 현재 피해 상황을 수치적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40의 망념이 필요합니다.
*
"....!!.....!!"
날카로운 격통과 함께 무언가 파고들고, 스스로의 신체가 변질되는 감각.
각오 한다고는 했으나 상정 이상의 고통에 나는 이를 악물었다.
어둠속에서 소리 없는 절규, 그리고 그 뒤에 빛춰지는 환한 빛....
갑작스럽게 쏘아지는 환한빛이 시야에 들어옴에도, 따갑다던가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과연....그렇게 들으면, 상당히 아이러니한 이야기로군요."
가장 중요한 근본의 기술을 지키기 위해, 그 외에 많은 것을 버려온 자들.
그 첫번째는 바로 '육체' 인가. 누군가는 꺼려할 방식일지도 모른다.
하긴 생각해보면, 기괴한 괴짜들의 방식이다. 편한 길을 냅두고 험한 길을 걷기 위해 신체를 개조한다니.
그러나, 좋다.
"호불호가 있을 방식임엔 부정할 수 없겠습니다만. 저는 긍정합니다. 나는 나아가고 싶습니다. 거기서 육체의 고결함을 우직하게 주장할 정도로 도련님은 아닙니다."
인간성이란 신체가 아니라 정신과 삶의 태도에서 나오는거다.
과거의 기억속에서도, 강해지기 위해선 찬밥과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기회가 오면 붙잡는다. 그것이 외도가 아닌 이상은.
"환영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스로이머 윈트님."
내가 사이보그가 될 줄은 몰랐군.
#감사합니다!! 언더휴면 입단!!
- -5- 고찰
- "내가 터미네이터가 될 줄은 몰랐군...."
눈을 매만지면서도 신기하다.
으음. 좀 있으면 점령전이 시작인가.
그 전에 한숨 자두는 편이 좋겠다.
#기숙사 방으로!
*
잡니다.
오늘은 꿈을 꾸지 않습니다!
*
"후...."
간만에 편안하게 잔 것 같군.
침대 위에 누워서 천장을 보고, 밖에 나갈까 하다가 연락처 목록이나 확인해 본다.
#연락처를 뒤져봅니다. 연락해볼 지인이 있을까?
*
환생 꼰대 이미지를 지닌 시윤에겐 친구가 없습니다.
하하!
*
특별반 애들 연락처 밖에 없다.
....
나도 다른 애들에게 인간관계 어쩌구 할 상은 아닌가???
슬픈 사실을 애써 무시하고 밖이나 돌아다녀보자.
#학교 거리를 돌아다녀봅니다! 누군가 만날 수 있으면 좋고!
*
돌아다녀봅니다!
... 하지만 아무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슬슬 날이 어둑해지는 걸로 보아 내일이면 점령전의 서막이 오르겠군요..
*
다들 바쁠 수 밖에 없는 시간대긴 하지.
한숨을 내쉬곤 공원 벤치에 걸터 앉아 느긋하게 사색에 잠겨본다.
스라이머씨가 말한 화약탄과 의념탄의 차이.
아니 더 정확히는, 현재의 저격수와 나의 차이. 나의 사격법...
이번 대련 대회에서의 경험까지 포함해서 간단히 정리해볼까.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싸워야 할지도 조금 더 명확해지겠지.
#망념 20을 쌓아, 현재 자신의 전투법을 고찰해볼 수 있나요?
*
스스로 지금까지 어떻게 싸웠는지, 타인에게 묻는다 한들 답은 알 수 없습니다.
스스로 시작해봅시다.
*
일단 나는.....흠.
별로 적극적인 이동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자리 선정의 중요성을 위해 로프 컨넥트를 배우고 그걸 요긴하게 써먹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나에겐 화려한 이동 기술이 없다. 대신 엄폐가 있지.
이 부분은 추측컨데, 좋게도 나쁘게도 과거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지금이야 의념을 응용한 이동법이 넘쳐난다지만.
과거 1세대 시절에선 그걸 이용한 기초적인 공격과 방어도 급급한 시절이었을테니까.
그 '기초'만을 철저히 다지고 나머지는 그 시절 인간의 움직임과 흡사하지 않았을까.
의념 각성자 '저격수' 는 몰라도, 인간 '저격수' 는 기본적으로
좋은 포인트를 찾아서 선점하고, 거기서 은신했다가 저격. 그 이후 포인트를 이동하는 것이 정석이었으니까 말이다.
화려하게 거리를 벌리고, 좁힌다는 것은 상정이 되어 있지 않다. 왜냐면 그 시절 인간에겐 무리였거든.
어디까지나 나는 열심히 포인트를 찾아 움직여 조준을 하고 저격하는, '클래식한' 느낌이 되어있는거지.
#고찰 시작
*
Tip. 본인의 지금까지의 전투를 기본으로 하여 고찰을 시작합니다.
- -6- 대운동회 이후
# 특별 수련장 이제 열렸지? 이동!
*
패배는 썩 기분 좋은 감정이 아닙니다.
과거에나 지금이나 말입니다.
그래도 일어난 일, 어떻게 할 수 없단 생각처럼 시윤은 어깨에 저격총을 걸친 채로 특별수련장으로 이동합니다.
평소와 비슷한 듯 보이는 특별 수련장의 옆에는, 정체를 모를 새하얀 게이트 하나가 자릴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서 도기가.. 자고 있네요.
*
패배는 분하다. 다만 내가 하나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패배했다고 쭈그려 앉아 궁상을 떠는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훈련이나 하러 왔것만....
"도기?"
일단 자고 있는 강아지의 이름을 조심스럽게 불러본다.
"특별 수련장 입장하려고 왔는데."
그리곤 그 뒤를 한번 보고, 얼굴을 완전히 의아하게 찌푸린다.
"저거 게이트 입구 아닌가?"
#도, 도기야?
*
- 하아암...
도기는 고개를 흔들거리며 잠에서 깨어납니다.
- 뭔데 이리 시끄럽......
- 저게 왜 여깄어.
???? 뭔?데
*
"아니아니아니, 게이트 입구잖아 저거!!"
놀라선 펄쩍 펄쩍 뛴다.
"뭔데 저게!? 아는거냐!?"
훈련장에 열린 게이트?? 벙쪄있느라 반응이 덜했는데 생각해보니 이거 엄청 괴이한 상황 아닌가???
도기 자체가 이미 괴이쩍다만.....
#저게 몬데!?
*
- ......뭔지 알겠군.
도기는 긴 하품과 함께 별 것 아니라는 듯 말합니다.
- 시대가 지나며 사라진 게이트의 보스들과 겨룰 수 있는 게이트다. 요정 녀석. 일찍 말해줄 것이지.
특별반에 새로운 시설이 개방됩니다!
▶ 보스전 - 고古
▷ 도기 코인을 일부 지불하여 1세대의 보스들과 모의전을 치룰 수 있습니다.
아이템 또는 코스트를 획득할 수는 없지만, 원래 보상의 일부에 준하는 보상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1세대의 보스들은 기본적으로 강력한 능력과, 그에 걸맞는 지성을 가진 경우가 많으니 참고하기 바랍니다.
*
"1, 1, 1, 1세대...."
순간 눈동자가 벌벌 떨렸다 절대 트라우마 발발이 아니다.
"이...일단, 나중에 같이 할 사람과 오거나 할테니."
"지금은 특별 수련장 입장 부탁한다."
#머릿속에 기억해두고, 특별 수련장 코인 5개 내서 입장할래요!
*
특별 수련장에 입장합니다!
오도독, 오도독,
도기 코인을 도기가 맛있게 씹어먹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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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에서 대련이나 다중 전투를 통해 느낀 저격이란 무엇인가.
저격총을 쏜다, 고 해서 저격인 것은 아니다. 그건 그저 사격일 뿐.
내 고찰에 따르자면 저격에는 일단 '거리' 가 중요하다.
저격총은 일반적인 총 보다 정교하고 명중률이 높게 설계 되어 있다.
그 이유는 어째서인가?
거리가 멀어질 수록 맞추기가 필연적으로 어려워지는 총기의 특성에서
상당히 먼 거리에서 맞추는 것을 상정한, '저격' 을 위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번에 올린 뻐꾸기 낙하의 효과도 저격의 개념을 설명해주고 있다.
먼 거리에서, 상대방의 의식 밖에서, 정확한 취약 부위를, 맞춘다.
이 것을 기본적으로 의식하며 훈련해보자.
#망념 100과 잔여망념 100 을 쌓아서 저격을 훈련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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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합니다.
저격의 숙련도가 20% 증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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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저격 50% 엄폐 100% 로 일단 투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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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격(C)
먼 거리에서 적을 노려 공격하는 사격의 일종.
저격 성공 시 대미지가 증가하며 적의 방어력이 감소한다.
연속 공격에 성공할 시 적에게 유사적인 약점 판정을 부여한다. 이를 통해 공격에 성공할 시 치명타 확률이 대폭 증가한다.
엄폐(C)
의념을 이용하여 주위 자연물, 또는 현상과 동화한다.
발동에 한 턴을 소모하지만 한 랭크 낮은 은신 기술과 동일하게 판정을 받는다.
발동 후 공격 선언 시 자신의 공격 순서를 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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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이것저것 강해진 것 같군.
그럼 나머지는.....일단 들어온 돈을 어떻게 쓸지인가.
#대곡령 산하 상점가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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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점가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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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터 선생이 듣기로는 차를 좋아한다고 하셨지.
#3만 GP로 구매할만한, 선물용 차를 찾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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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트아 블랙 ]
[ 몽베르소 ]
[ 키누아의 여운 ]
검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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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엘터 선생님이 무엇을 좋아하실까....
#키누아의 여운을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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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합니다!
▶ 키누아의 여운 ◀
특정 게이트에서만 채집할 수 있는, 아직 어린 흑쌍나무잎을 채집하여 적절한 가공을 거쳐 찻잎으로 가공한 물품. 특이하게도 차로 가공할 시 아무런 향도 나지 않는다.
차를 마셔보면 아주 미미한 커피향이 입에 머물다 사라지곤 하는데, 그 향을 느껴보면 곧 짙게 바람이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오는 특징이 있다. 일부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을 만큼. 또 가격이 꽤 있으니만큼 고급으로 평가받는 차의 일종.
선물용으로 훌륭한 가치를 지닌다.
▶ 고급 아이템
▶ 집중해야만 알 수 있을 감각 - 섭취 시 정신력의 소모치가 일정 시간동안 소폭 감소한다.
▶ 그리고 잔잔히 남을 여운 - 다도, 또는 요리와 관련된 기술이 존재할 경우 섭취하는 것으로 정신력을 회복할 수 있다.
▶ 상급 사치품 - 태그 '차'를 좋아하는 인물에게 선물할 시 호감도가 소폭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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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저격수에게 있어서 이러니 저러니 해도 중요한 것은 무기.
이번 상금은 무기 구매에 투자하도록 할까.
#30만 GP로 현재 캐릭터가 착용할 수 있는 치명타를 노리기 좋은 저격총을 검색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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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정말 검색할까요?
지금의 총보다 좋은 아이템을 구하기에는, 가격 면에서 좀 부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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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수가.....
#그럼 엘터 교관님이라도 보러 학교에 갑시다. 분위기....여전히 안좋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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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내고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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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터 교관님을 찾으러 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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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진행 끝났다고 무조건 하루가 지나가는 게 아니다.
즉 진행 끝난 기준으로 본다면 이제 하루의 1/6쯤 지난 셈이 되는 것.
교관실의 분위기는.. 영 좋지 않습니다.
마이웨이의 옌 리오 교관이 눈치를 보며 교무를 보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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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선물을 주면서 감사드린다고 얘기하는건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군...
인사만 가볍게 드리고 눈치껏 나갑시다....
#교관님들에게 가벼운 인사 드리고 조용히 교무실 나옵시다....학교예 기계 관련 장소가 있나요? 동아리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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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계통의 동아리가 존재하긴 하지만, 언더휴먼과는 거리가 멀 겁니다.
이동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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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이 상황, 전에도 있었는데."
상담실에 갔다가 등돌린 아련한 케이스가....
"그래도 동아리인가."
클래식이니 최신식이니 얘기를 들은 만큼, 좀 더 배우거나 참고할만한 곳이 있으면 좋긴 할거 같은데.
#저격 관련 동아리도 잇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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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는 존재합니다만 혹시 캡틴이 저번에 타인의 지문을 통해 언급한 내용을 기억하시나요?
지금은 일주일간의 학생들에게 휴가가 주어진 상황입니다. 부실을 찾아가더라도 아무도 없을 것이고, 결국 허탕을 치고 돌아올 것입니다.
단순히 타인의 진행이니까.. 라 생각하기보다, 타인의 진행에 나오는 정보 역시 참고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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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일반 수련장으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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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장으로 이동합니다.
이전에도 말했듯.. 아주 텅터엉 비었어!!
사람이 없어!!
발광석이 사람보다 더 빛날 정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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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광석이 아주 반짝반짝하군..."
그래도 사람이 없으니 잘 됐다.
기술이 이모저모 늘은 만큼 실제로 써보자고.
#멀리서 엄폐한뒤에 허수아비를 조준해봅시다. 뻐꾸기 낙하의 치명타 증가는 실제로 관찰하면 어떤 느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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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폐
순식간에, 호흡도, 몸의 기척도 줄어들어가고.
눈은 순식간에 날카롭게 반짝이기 시작합니다.
시윤은 스코프로 허수아비를 향하고, 손가락을 차분히 움직입니다.
철컥,
탕.
콰앙!!!!!!
평소라면 나지 않을 법한 힘으로 쏘아진 탄환은, 저 단단한 허수아비의 팔을 날려버리고 제 힘을 모두 해소하지 못한 듯 바닥에서 빠르게 빙글빙글 돌아갑니다.
방금의 감각이 바로.. 크리티컬 히트인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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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감각이 다른데."
그야말로 '손맛이 다르다' 라는 느낌이다.
그러나 '팔' 인가.
허수아비에게 특별한 약점이 있다는 것도 우습겠지만.
크리티컬 히트라는건 꼭 적중 부위에 매달려있는 개념은 아닌가 보군.
그렇다면....이건 될까?
#찰나의 의념으로 블랙 아웃을 연사하여 광범위하게 흙먼지를 일으켜봅니다. 가능한지, 효율이 올라가는지, 범위랑 수준은 어느정도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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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념 속성을 이용하여 블랙 아웃을 사용하려 할 때, 어쩐지 알 수 없는 거부감이 떠오릅니다.
곧, 알 수 없는 충격이 몸을 흔드는 듯한 감각과 함께 시윤의 입에서 붉은 피가 터져나옵니다.
의념 속성과 기술을 같이 사용하는 데에도, 특정 조건이 필요한 기술도 있는 듯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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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럭, 쿨럭......."
수련장에서 혼자 피를 뿜으며 몇번 기침한다.
무리한 반동으로 내상이라도 입은 느낌이라고 할까.
".....실험해보길 잘했는데."
실전에서 쓰려다가 이런 꼴이 났으면 치명적이었겠는데....
"다음에는...."
'저격' 의 조건을 정확하게 확인해보고 싶군.
#거리, 은밀성, 급소 등을 비교해가며 스킬 '저격' 이 발동하는 조건을 실험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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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 다 따져가며 하면 기술적으로 저격 사용 못 할 수도 있습니다. 설정상으로 존재하는건 설정으로 남겨두는 게 낫단 이야기를 누군가가 중얼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립니다.
뭐.. 그렇거니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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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인 이야기로구만.
다음에는, 그렇군....
대회에서는 내 의념속성인 '찰나' 를 꽤나 유용하게 썼다.
그러나 반대로 한계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의념 속성 훈련이라고 생각하고, 그 감각에 익숙해져볼까.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도 궁금하고.
현재는 나 자신에게 한정시킬 수 있었지.
보통 빠르게 움직이는데 쓰지만, 순간의 시간에 집중력과 관찰안을 늘리는 것도 가능한가?
#망념 20을 쌓아, 찰나의 의념을 쓰면서 감각을 확인해봅니다. 느릿해진 체공시간에 연타가 아니라 확실한 급소를 노리는 응용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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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하려고 하지만.. 아직 의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인지. 연사 이외에 응용은 어려운 듯한 기분이 듭니다......
Tip. 의념 속성은 단순히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초능력같은 능력이 아닙니다. 기술로 등재되지 않은, 그러나 자신의 속성을 파고들어 펼칠 수 있는 무언가로 생각하는 쪽이 좋습니다.
즉 충분한 연습과 고찰, 생각이 있어야만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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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뭔가 더 해볼까 했다만, 너무 연속해서 움직이는 것도 그렇고.
이것저것 한계를 알게 된 것으로 일단 수확....이라고는 해둘까.
그러고 보면 얼떨결에 언더휴먼이 되긴 했지만, 아는 것이 좀 적은데.
도서관에 가면 알 수 있으려나?
#도서관에 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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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로 이동합니다.
사람도 없고, 관리자도 없으니까 책을 훼손하기라도 하면 큰일날 수는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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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도서관은 전세 낸 것 같아서 좋군."
잘못하면 그 책임도 덤터기 쓸 것 같긴 하다만.....
뭐 이상한 생각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일단은.....
그렇군 '언더 휴먼' 이라곤 해도 여러 사람이 있기 마련이지.
일단 내가 직접 본 사람이 가장 궁금하기 마련이다.
#망념 30을 쌓아서 자신에게 길을 전수해준 스라이머씨에 대한 서적을 찾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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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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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가 없는거 보면 '그런' 사람인가."
정확하겐 모르다만 즉석으로 개조하는걸 보건데 실력이 없는 인물은 아닐 것이고.
자료에 실리지 않을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인걸지도 모르겠군.
"그럼...."
언더휴먼을 더 찾아볼까. 아니면.....
흠. 그 때 얘기에선 '구세대 저격술' 에 대한 문답이 나왔었지.
얼추 대답은 했다만. 솔직히 완전히 잘 알고 있지는 않다.
이 시간을 활용해서 뭐, 찾아볼까.
#그럼 구세대 저격술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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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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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념 사격, 이츠사 쥬코...."
흥미로운 책을 발견하곤, 집어서 읽어보기 시작한다.
# 읽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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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이 책 내용을 로딩하다가 시간이 너무 걸릴 것 같은 이유로 스킵하려는 듯 합니다. 요약하자면 이런 내용이겠군요.
1세대 당시 의념 탄환이라는 개념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많은 사격계통의 의념 각성자들도 탄환에 의념을 심기보다 총에 의념을 실어, 화약의 역할을 의념으로 대신해 그 힘을 발했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이츠사 쥬코라는 이름의 각성자는 당시 철강 계통의 장인으로 유명했는데, 그런 그녀가 의념이라는 힘에 대해 연구하던 중 의념의 '의지'라는 부분에 집중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자신의 의사로 자신의 의념 일부를 담아 쏘아낸다. 는 점에서 의념 탄환이라는 개념이 발견되었고 그것이 발전한 것이 의념 사격이라는 개념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이 개념이 발견된 후. 수많은 거너들은 이미 알던 것처럼 의념 탄환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꽤 흥미로운 이야기가 적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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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요컨데 지금 의념탄환의 시초 같은 사람인가."
그 말대로라면 확실히 대단한데.
구세대와 현세대를 나누는 가장 큰 기준은 화약의 유무...라고 했으니까.
반대로 그 불편함과 한계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사격이 가능하게 한 거너란건가.
"의념의 의지라....."
방금전 훈련장에서 실험해본게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흠. 초현실적인 존재인 누군가가 안좋아할지도 모르지만, 한권 정도만 더 찾아볼까...
#언더휴먼에 관한 자료도 찾아볼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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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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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는 지났나요? 교무실은 여전히 분위기가 엉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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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날짜는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하루 지난다고 이런 분위기가 멀쩡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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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으로 올라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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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으로 올라가봅니다.
탁 트는 공기가 시원하게 시윤의 얼굴을 스쳐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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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할게 없어 옥상에 올라온 학생들의 심정인가."
난관에 턱을 기대고 중얼거린다.
아마 나와 비슷하게 여기에 와서 이렇게 풍경 구경 한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 뭐, 가끔은 시원한 바람이라도 맞으며 생각을 정리하고 풍경을 바라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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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얘기하자면 캡틴이 할 거를 안 주는 건 아니라 생각합니다.
학교 안이나 대치동에서는 찾기 힘들 거라고 미리 얘기했으니까요....
뭐 그런 초월적 대빵참치의 말따윈 들리지 않으니.
시윤은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풍경을 살펴봅니다.
많은 학생들이 보였던 곳에서, 이젠 혼자 남아있다니.. 기분이 묘해지는군요.
- -7- 과거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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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은....자료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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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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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념 50을 쌓아, 대한민국 구 군부에 대한 자료를 찾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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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선 찾기 힘들 겁니다.
미리내고는 어디까지나 헌터 양성 기관이지, 군인 양성 기관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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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시윤의 기억이나 상식속에 그런 것을 찾아볼만한 장소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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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일단 군부에 대한 지식을 얻어볼 만한 곳은 세 곳 정도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신 한국의 기여도를 사용하여 갈 수 있는 홍문관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정보를 저장하는 국가기관이니만큼, 시윤이 원하는 정보를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단점은 시윤이 신 한국 기여도를 가지고 있는가를 따져야하지만요.
두번째는 직접 지역의 노인이나 그에 준하는 인물들에게 묻는 것입니다. 난이도는 높지만.. 성공한다면 관련된 소식이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겠죠.
마지막은......기념관을 찾아가는 것도 방법일겁니다. 분명 당시에 자신에게 소개해주던 안내원은 사건에 대해 다양하게 아는 듯 했으니까요.
셋 다 안 되면 눈 감고 가디언 아카데미라도 뚫는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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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현재로선 어렵고...
둘째는 난이도가 높다인가.
사실 꼭 하나만 고를 필요도 없지.
일단 확실한 것 부터 가보자고.
#그럼 기념관으로 가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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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관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26망념, 또는 120GP, 또는 도기 코인 하나를 지불해야합니다.
무엇을 지불하여 이동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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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기 코인 하나 지불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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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기념관으로 이동합니다.
꽤 많은 수의 꼬마아이들이 질서를 지키며 총총걸음으로 돌아다니는 게 눈에 먼저 들어오네요.
개중 일부 아이들은 빠른 탈주와 은신을 통해 선생님의 저혈압 치료에 일조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
"애들인가....단체로 관람 왔나?"
솔직히 내 용건이랑은 관계 없지만.
어차피 엄청 바쁜 것도 아니고.
곤란해보이는 선생이라도 좀 도울까.
"욘석. 그러면 안되지."
#선생님의 고혈압 치료를 위해, 탈주하거나 은신하는 아이들을 대열에 합류 시켜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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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거나 하는 아이들 중에는 몇몇은 의념을 각성한 아이들도 있기 때문에.. 확실히 일반인 선생님에겐 어려운 일이었을겁니다.
하지만 30레벨이 넘는 의념 각성자인 시윤에게 이런 일은 간단하죠! 잠시의 시간동안 시윤은 아이들을 다시 대열에 합류시킵니다.
" 부우우.... "
어린 아이들 특유의, 제 맘대로 되지 않았을 때 부루퉁한 표정이 나오지만 시윤은 간단히 무시해줍니다.
" 아..아이들이 좀 활발해서.. 감사합니다... "
곧 다른 아이들을 수습한 선생님은 시윤에게 다가와 감사를 전합니다.
*
"하하, 아닙....아니에요."
처음 보는 선생님에게 아저씨 말투를 쓰기엔 너무나도 이상해보일게 뻔하다.
"그래도 애들이 활기차서 좋아보이는걸요. 선생님께선 고생하고 계시는 것 같지만...."
애들은 활기차고 밝은게 좋다...는건 솔직한 진심이다.
뭐 어쩌면, 내가 이제 단순히 밝고 생각없는 아이로서 지낼 수 없게 되어서일지도 모른다만....
"반이서 단체로 관람 왔나봐요."
# 선생님과 대화
*
" 그렇답니다. "
선생님은 밝은 미소로 시윤을 바라봅니다.
아직 앳된 티가 남아있는 듯 보이는 시윤이 이런 곳에 온다는 게 좋게 보인 것 같네요.
" 도와줬는데.. 아무것도 안 줄 수는 없고. 이거라도 받아줬음 해요. "
선생님은 품에서 표 한 장을 넘겨주곤, 다른 아이들과 함께 역사관으로 사라집니다!
표값은 아꼈군요!
*
"좋은 일을 하니까 보람이 있군."
표 값에 연연할 정도로 빈곤하진 않지만.
그래도 사람의 마음이 기쁘지 않은가.
흐뭇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한 기분으로 들어갈 수 있겠다.
# 역사관에 입장해봅시다!
*
역사관에 입장해봅니다.
대부분은 의념 시대 이전의 역사에서부터, 이후 신 한국의 건국 이전. 게이트 사태의 시작 등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죽 늘어져 있습니다.
특별반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시윤 역시도 의무교육을 들었던 만큼 대부분은 아는 내용입니다.
*
"관람관이니 만큼 사실 특별할건 없을라나."
구 군부에 관련된 내용에 해당하는 파트를 둘러본다.
분명....그 때의 안내원이 조금 자세히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사람이 있으려나. 혹은 다른 안내원이라도.
#군부 관련쪽을 구경하면서 안내원이 있는지 살핍니다.
*
이전에 관람을 도와주었던 큐레이터는 아이들의 질문 공세에.. 차분하게 답변을 해주고 있군요.
곧 그런 아이들의 관심이 폭풍같이 지나간 후. 숨을 내쉬며 휴식에 들어가려는 듯 싶습니다.
*
"음....."
막 쉬려는 사람에게 곧바로 내 용건으로 묻는 것은 어쩐지 피곤해 할 것도 같군.
어디보자. 음료수 자판기라던가 있나?
#주변에 음료수 자판기 있나요? 한잔 건네드릴걸 구매할 수 있을까요?
*
자판기는 없고.. 아마 바깥쪽에 매점이 있었던 것 같은 기억이 납니다.
다만 매점으로 가려면 이곳에서 한 번 나가야 합니다.
*
힘들어 보이시니까 음료수라도 한잔...이라는 느낌으로 인사할까 했지만.
나가서 그 음료수 한잔을 위해 왔다갔다 하기도 좀....그렇군.
결국 고민하다가, 조금 숨을 돌리시고 난 뒤에 조심스럽게 웃으며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실례합니다. 수고가 많으시네요."
#대화!
*
" 아.. 네. "
큐레이터는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웃음을 지으며 시윤의 인사를 받아줍니다.
" 무언가 궁금한 게 있으신가요? "
*
"예전에 방문 했었던 학생입니다. 그 때 친절하게 잘 알려주셨던게 기억에 남아있어서요."
아하하 하고 웃으며 지나치지 않은 수준으로 아는체를 해보기로 했다.
애초에 거짓말도 아니고 실제로 그러하니까, 이 정도는 괜찮으리라.
그 다음엔 뭐라고 말을 해야할까...
초면의 큐레이터씨에게 '제가 전생에 구 군부 소속 인물인 기억이 좀 있는데요' ?
그건 좀 웃기는군...
"학교에 다니다보니까 구 한국에 있었던 일에 더욱 관심이 생겨서요. 혹시 몇가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대화
*
" 그래요? "
큐레이터는 의외라는 듯한 눈치로 시윤을 바라봅니다.
하긴.. 대부분의 학생들은 역사에 큰 관심이 없기도 하니까요.
현 시대도 게이트에 대한 문제나, 위험도를 가르치면 가르치지. 역사에 대해선 크게 가르치지 않기도 하니 말입니다.
그런 부분에서 그녀는 시윤의 말이 퍽 맘에 든 것 같습니다.
" 얼마든지요. 역사를 좋아하나 보네요? "
*
"사실 처음부터 크게 관심이 있던건 아니었어요. 당장 지금 사는게 중요하다고도 생각했구요."
기억을 되찾기 전의 나는 솔직히 그랬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그게 별로 이상한 일은 아니다. 큐레이터씨가 놀라고 있는 만큼, 학생들은 들으면 울적해지고 복잡한 역사에 대해서
그렇게 까지 흥미가 있는 것은 아닐테니까. 다만, 나는...
"그런데 어떻게 하다가, 과거에서 그런 역사를 겪으신 분의 이야기를 조금 알게 되어서요. 자세히는 아니구, 대략적으로요."
....비참하고 삭막하고 울적한 세계였다. 불합리한 일들도 잔뜩 많았다. 내가 엿본 과거는, 대체로는 그러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랬더니 과거에는 참 많은 일이 있었구나. 그리고, 거기서도 살아간 사람들이 있었구나....하고 느껴서. 더 알고 싶어졌어요."
말하고 나서야 스스로도, '아. 그랬구나.' 하고 깨달았다.
그렇구나.
뭐라고 해야할까, 조금 쓸데없는 얘기였을지도 모르지만. 순수한 본심이 나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나였던 누군가가 살아간 과거를 아는 것이 두려우면서도, 또한. 그 삶의 기록에 대해 알고 싶었던 것이다.
"....대한민국 시절의 구 군대에 관련해서 알고 싶어요."
# 대화
*
큐레이터는 놀란 표정으로 시윤을 바라봅니다.
" 의외네요? "
그녀는 재밌는 것을 들었단 표정을 짓습니다.
" 보통 학생 나잇대에서는 군부에는 관심을 잘 가지지 않거든요. 대부분 관심은 대한민국에서 나타났던 최초의 각성자나, 에반 경을 위시로 하는 영웅의 등장 같은 것에 관심을 가지니까요. "
물어봐도 괜찮다는 듯 그녀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
"아하하. 그런가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나도 특이하다고는 생각한다.
보통은 화려하고 빛나는 것. 이름을 널리 알린 것을 좋아하기 마련이다.
뭐, 그러니까. 나 같은 괴짜라도, 잊혀질만한 내용들에 관심을 가져서 나쁠건 없겠지...
적어도 잘 알려주실 것 같아 보여서 다행이다.
"수도방위사령부의 국회의사당 탈환 작전은 그 때도 설명해주셨던 것 같아요."
사실 일반적으로 배우는 역사 범위에 가까운 유명한 내용이다.
"그런데 그 이후, 군부가 궤멸한데다가 각 지역으로 나뉘어 실세 역할을 하신다고 말씀해주셨잖아요?"
난잡한 기억속의 책장을 더듬거려서, 당시 설명해주셨던 내용을 기반으로 먼저 초점을 짚고는. 궁금한 부분을 물어보기로 한다.
"탈환에 성공하고 쌍룡검을 발견한 군부가 어쩌다가 궤멸하게 되었는지, 그 뒤에 흩어진 사람들이 어디서 어떤 일을 벌였는지가 더욱 알고싶어져서요."
#질문
*
" 음...... "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하고 나레이터는 차분히 고민을 이어갑니다.
" 이전에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군부는 의념 각성자가 주축이라기보단 구세대의 무기.. 그러니까, 총과 화약으로 대표되는 무기가 주력이었답니다. 의념 각성자에 대한 것들이 제대로 대표되지 않던 시대에 군부라는 세력이 가진 장점은 무기와, 수. 두 가지 힘이었죠. "
기억을 더듬어갈 때, 확실히 과거의 시윤의 미미한 기억에서도 그랬습니다.
부대에 소속된 모두가 의념 각성자는 아니었고, 그런 이들은 화약탄을 난사해 시선을 끌거나 폭발물과 같은 곳에 의념 각성자들이 미력하게 의념을 부여한 것을 던져 적을 공격하곤 하였죠.
" 그렇지만 현재의 시점을 보면 어떤가요? 강력한 의념 각성자가 구시대의 군대를 대처할 수 있는 시대. 쪽수 뿐인 수와 미약하게 통하는 무기. 두 가지 수단으로는 군부가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미약한 평화 정도가 한계였답니다. "
그녀는 꽤 당연한 것을 이야기하듯, 차분히 이야기합니다.
" 어디서 어떤 일을 벌였는지.. 는, 파고들려면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네요. "
친절히 대답해주곤 있지만, 그녀는 어디까지나 시윤과 초면의 관계입니다! 너무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다면 그녀와의 호감도가 하락할 수 있습니다.
*
"과연....확실히 그것도 그러네요."
희미한 기억속에서도 어느 정도는 기억난다. 옛날엔 군부라곤 해도, 지금의 가디언이나 헌터처럼 체계적인 각성자의 모임은 아니었다.
각성자의 수준도 지금과 비교하면 매우 미미했고, 그 미미한 수준에 기대 인해 전술로 사람을 갈어넣어 간신히 성립되는 부대.
상식을 벗어난 괴물들 앞에서 오히려 잘도 애썼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걸까.
"......"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씁쓸해진다. 가망도 희망도 많지 않던 시대, 영웅이 아니었던, 그러나 여러 이유로 군인으로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쉽사리 죽어나간 그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았던걸까. 어떤....기분이었던걸까.
"아, 죄송해요. 너무 애매하게 질문드렸네요."
조금 곤란해하는 나레이터씨에게 이 쪽의 포괄적인 질문을 간단하게 사과드리고
이후 예정에 대해 말씀드리며 범위를 좀 더 좁혀서 물어보기로 했다.
어쨌거나 일하고 계시는 중에 호의를 베풀고 계시는거니까. 일일히 꼬치꼬치 묻기도 좀 그렇고. 다음 행선지를 좁혀볼까.
"그 중에서 혹시 지금 찾아가도 그 때의 이야기나 관련된 분을 만날 수 있을만큼, 군부의 생존자가 정착한걸로 유명한 곳이 있을까요?"
"실은 다음엔 그 지역을 직접 가봐서 얘기를 들어볼까 생각중이라서요."
# 대화
*
나레이터는 희미한 미소를 짓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와 시윤의 호감도는 보통!
우리도 초면인 사람에게 꽤 중요한 정보를 쉽게 말해주지는 않죠!
" 쉬고 싶네요. "
그녀는 완곡한 표현으로 시윤에게 축객령을 내립니다.
나레이터 이연화와의 호감도가 짜증으로 변경됩니다!
*
"....죄송합니다."
너무 많이 물어 봤나.....기껏 친절하게 대해준 사람을 귀찮게 한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픈데.
여기서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던가 정말 미안하다던가 길게 늘어놓아봤자 아마 더 귀찮을테고...
한숨을 한번 내쉬곤, 깔끔하게 사과한 후 나오기로 했다.
#사과하고 나갑시다...
*
Tip. 서큐버스 페로몬 같은 아이템은 여러분이 이용하라고 만들어둔 아이템입니다. 다음번에는 참고해봅시다!
기념관을 나섭니다.
성과는.. 반 정도인 듯 하네요.
*
"아무래도 다음엔 직접 찾아 가볼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
가디언 아카데미에 들어가서 이러쿵 저러쿵....은 지금 시도할 방법은 아닌 것 같고.
다음은 직접 지역에 가보는게 답인가.....아무곳이나 뒤적인다고 될 문제도 아닐 것 같은데.
#잠깐 곰곰히 고민해봅시다. 시윤의 기억이나 상식, 혹은 교육받은 것 중에서 군부 사람이 지방으로 내려간 곳을 아는게 있나요?
*
으으음....
만약 시윤이 관련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면 정보가 나왔을지도 모르겠지만.. 시윤이 아는 한도 내에선 없는 것 같습니다!
*
"으~음...."
안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이럴 땐 기억력이 좋았다면 하는 생각이 드는걸.
뭐 어쨌거나 떠오르지 않는것을 질질 끌고 있어봤자 도움은 되지 않는다.
현재로서 그나마 기억의 단편이라도 있는 곳은....
#종로 2가를 가볼 수 있나요?
*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동에는 도기코인 넷, 또는 104망념이 필요합니다.
이동합니까?
*
"좋아. 가볼까."
#코인을 지불해서 이동해봐요!
*
이동합니다.
... 얼핏 보기에도, 이곳의 분위기가 썩 밝지만은 않습니다. 분위기 자체는 평범해 보이기 십상이지만 고레벨의 의념 각성자, 그 기감은 날카롭게 여러 곳에서 느껴지는 시선을 느껴냅니다.
얼추 잡기에도 70레벨 이상. 거기에 더해 의념을 조금이라도 운용하려 한다면 오히려 수십배 이상의 망념을 감당해야 할 법한 흐름이 선명히 느껴집니다.
시윤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봅니다. 언더휴먼의 눈은 먼 곳에서 시윤을 지켜보는 누군가를 포착해냅니다.
갓과 두루마기를 입고, 두 팔을 포갠 듯 팔을 숨기고 있는 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눈이 마주쳤단 것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그는 반응 없이 감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들이 있다는 것은 신 한국에선 단 한 경우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최근. 유찬영이 종로에 방문한 적 있단 이야기일겁니다.
*
"......."
저 사람들이 있다라....
솔직히 허튼 짓 할 생각은 그다지 없으니까 찔리는건 없다만서도.
괴물이라고 부르기 적합한 직위와 강함의 사람들이 감시하고 있으니까 좀 무섭긴 하군.
그렇지만 어슬렁 어슬렁 기어다니기도 좀 그렇고....일단 말이라도 붙여보는게 좋을까 싶은데...
#서큐버스 페로몬을 구매해서 쓰고 자신이 발견한 분에게 가볼 수 있나요?
*
서큐버스 페로몬을 구매합니다.
구매 - 사용 - 이동의 과정을 지켜주세요.
*
# 그럼 사용해봅니다!
*
사용합니다.
몽환적이며, 또한 뇌쇄적인 이 향기는 마치 한눈에 반한 때의 충격처럼. 만난 이를 빠져들게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
#그럼 자신이 발견한 분에게 조심스럽게 가봅시다.
*
시윤은 조심스럽게 자신을 감시하는 듯하던 유찬영의 친위대에게 다가가봅니다.
그는 시윤이 다가옴에도 무심하게 자신의 감시구역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저기, 실례합니다. 말씀 좀 묻고 싶습니다만...."
눈에도 안들어온다는건 이런 의미인가.
무시 받으니 길길 화낸다! 자존심 상한다! 그러한 성격은 아니다만....
어쨌거나 감시에 충실한데 너무 훼방을 놓아도 좋지 않을테고.
저기서 내가 뭘 해도 되고 뭘 하면 안되는지 정도만 간단하게 물어 보는 것 정도면 괜찮을까...
옆에서 멀뚱멀뚱 서있는다고 먼저 말 걸어줄 사람도 상황도 아니고.
#말을 걸어봅시다.
*
" .......... "
그는 침묵으로 시윤의 말에 대답을 대신합니다.
*
업무중에 죄송합니다. 귀찮게 할 의향은 아니니 만큼, 제 용건을 전해드리고 별 다른 말씀이 없으시다면 일 보러 가겠습니다."
왜 대답이 없냐? 뭐 당연한 이야기다. 엄중한 감시 임무중인 사람이 갑자기 찾아온 인물과 시시덕 잡담할 수도 없겠지.
유찬영 직속이라면 더더욱 그렇고....
"과거 군부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생입니다. 저기서 있었던 일에 대해 흥미를 느껴 조사하러 와봤습니다."
더 정확히는 떠오른 내 옛날 기억의 일부에서 종로에 관한 것이 있었다는 정도지만.....
"그런 사유인 만큼 별 달리 헛된 행동을 하러 온 것은 아닙니다만, 어쩐지 분위기가 온건치 않기에. 섣불리 들어가면 사유를 오해받을까봐 말씀드리러 왔습니다."
# 대화
*
" 전하께서 이 곳에 방문하셨기 때문에 그 힘이 사라지기까지 이 지역을 지키는 것이 저희의 임무입니다. "
성별이나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목소리로 답한 그는 다시 감시를 계속합니다.
즉.. 지금 분위기에서 잘못 행동했다간 시윤은 저 두루마기 안에 있는 손이 어떻게 생겼는지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
"아하....답변 감사드립니다. 그....일단은 그럼 들어가서 조심하면 될까요? 혹은 아예 접근 금지인건지...."
'잘못 행동했다' 의 범주가 어디일까.
들어가도 된다는 것인가, 아닌 것인가...
자세히 설명해줬으면 하는 바램은 있지만, 저렇게 짧게라도 말해준게 다행일까...
어려운 일이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곤란해져서, 머리를 긁적인다.
"옛 군인들의 행적을 찾다가 오게 된건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요."
여기 외엔 달리 어디 가야할지도 잘 모르겠는데.
"혹시 안에 들어가는 것이 불편하시다면, 학생의 다음 행선지라도 간단하게 말씀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할지도..."
물론 그럴 친절을 굳이 베풀 이유는 별로 없을지도 모르겠다만.
'반드시 여기' 가 아니어도 되는 만큼 귀찮게 어슬렁 거리는 것보다 다른데 가라고 권해줄 순 있는 노릇 아닐까.
#대화
*
더이상 그는 반응하지 않습니다.
*
"........"
좋아. 들어가지 말라고는 안했군.
눈치껏....사실 들어가는거 자체가 눈치없는 짓일지도 모르겠지만.
아예 접근 금지 출입 금지였다면 감시가 아니라 제지를 했겠지.
까짓거 들어가자.
#그럼 종로 내부로 가봅시다.
*
이동합니다.
마치 아주 급한 물살에 들어서는 듯한 감각이 시윤의 전신을 짓누릅니다. 그 감각은 여러 겹의 옷을 입은 채 물에 옷을 흠뻑 젹셨을 때의 감각과 유사합니다.
디버프 유찬영이라는 존재의 무게(???)에 걸립니다.
종로를 빠져나가기 전까지 사용하는 모든 망념의 증가치가 2000% 증가합니다.
*
"????????"
어이가 없어서 눈을 뜨곤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해본다.
무....무거워. 그리고...망념 증가치가 2000%....?
1을 소모하면 20 이 오른다고? 허....이래서야 왜 지키고 있는지 알 것 같군.
멍청하게 굴다간, 망념화되서 괴물되기 딱 좋구만 여기....
주의해야겠군. 자칫하단 저 사람들에게 혼나니 뭐니의 문제가 아니다.
이 창창한 젊은날에 좋아하는 애를 냅두고 괴물되서 죽을까보냐...
그래서 일단 오기는 왔다만....어렴풋한 기억에 의지해서 별 생각 없이 온거라.
뭐 일단은 천천히 둘러볼까.
#당황해하면서도, 의념의 흐름을 살피며 거리를 둘러봅시다...
- -8- 의리
- 의념의 흐름을 살피기 위해서는 의념을 운용해야 합니다.
의념을 운용합니까?
*
"......"
의념의 응용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그럼 그냥 돌아볼까.....
음?
"....."
심상찮은 문자에 얼굴을 굳힌다.
평소의 행실을 보건데 장난일 가능성도 부정할 순 없지만.
본 이상 지나칠 수도 없는 내용이다.
종로 거리를 한번 봤다가, 이동한다.
#유하가 보낸 위치 정보로 이동합니다.
*
이동에는 760망념, 또는 35도기코인이 필요합니다.
이동합니까?
*
#도기 코인을 소모해서 이동합니다. 가는 길에 D-30 과 D-20 을 먹어둘 수 있으면 먹습니다.
*
이동합니다.
도기 코인이 사르르 녹아듦과 함께 시윤은 급히 의념을 운용해 내달립니다.
엄청난 양의 망념이 치솟으려던 것을, 겨우 도기코인이 막아냅니다!
.... 그 순간.
시윤은 알 수 없는 시선을 느낍니다.
거대한 왕좌에 앉아, 손 받침대를 두드리며 권태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가 시윤을 잠시 바라봅니다.
.....쯧,
하고 짧은 혀 차는 소리가 들리고, 그 시선이 끊어집니다.
디버프 '격을 마주하다(S)'에 빠집니다.
이번 진행동안 가장 높은 스테이터스 하나가 30 하락합니다!
간신히 도착한 시윤은 유하를 바라봅니다.
허벅지 한 쪽에 단검이 박혔었던 듯, 피가 뚝뚝 떨어지고 숨을 꽤나 헐떡이고 있습니다.
아쉽지만.. 체력이 별로 여유로운 듯 보이진 않습니다!
" 사람이 늘었군. "
바람을 타고 서늘한 목소리가 울립니다.
" 죽일 사람만 느는 게.. 썩 즐겁진 않아. "
뛰어난 은신 기술을 가졌는지. 소리는 들려오지만 어느 곳에 존재하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시윤의 행동은 유하와 통합해 처리됩니다!
*
....방금의 시선은 대체....!?
젠장, 뭐하는 놈이냐...! 발걸음이 뚝 무거워졌다.
이게 큰 지장을 주지 않으면 좋으련만...
급하게 도착한 전황은 썩 좋지 않군.
암살자, 마도사인가.
"무슨 일인진 몰라도, 그럼 안 죽이면 될텐데 말이다!"
일단 유하의 체력이 위험하다.
마침 대운동회로 사둔 급속 회복키트가 남아있다. 그녀에게로 황급하게 던진다.
"유하야! 바쁘니까 수줍음은 나중으로 미룬다!"
곧바로 유하를 안아들곤, 행군을 사용하며 달리기로 했다.
#유하에게 급속 회복 키트를 던지면서, 신속 20 강화. 유하를 안아들고 행군으로 구조물을 밟으며 뛴다.
*
아이템이 사용됩니다.
유하는 급히 땅에 손을 뻗습니다. 땅이 꿀렁거리며 움직이고, 순식간에 작은 터널같은 것이 유하와 시윤을 감쌉니다.
그 앞으로 보이는 길을 따라 시윤은 급히 유하를 끌어안고 내달립니다.
후웅 -
날카로운 칼날이, 시윤의 볼깨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속도에서 밀리고 있습니다. 이 외에는 특별히 도망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일 때...
" 그럴 필요 없다. "
이성현은 손목을 가볍게 돌립니다.
" 멀지 않은 거리로군. "
아주 미묘한 순간. 그의 오른손에 핏줄이 돋아나고, 주위 흐름이 무언가에 깨지는 듯 일그러지기 시작합니다.
무엇보다도, 지금, 오현이 경악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 모든 게 단순히 한 사람의 '힘'만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성현은 그대로 오현을 들어올린 채. 일그러진 흐름 위에 올라탑니다.
순식간에, 주위 풍경이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 공간을 접었다. 잠시 접어둔 것을 펴면 이련 일이 일어나지. 물론 그냥은 힘들 거다. 이건 내가 가진 특기 중 하나거든. "
성현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손을 털어내면서, 유하와 시윤의 앞을 가로막습니다.
" 그래. 여기 보이는 꼬마 셋이 착한 애들, 저기 보이는 둘이 나쁜 애들이다. 이거군. "
그는 가볍게 의념을 운용하기 시작합니다.
주위 공간들이 성현이 의념을 운용하기 시작하는 순간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떨리기 시작합니다. 마도사인 유하는 지금의 풍경이 말도 안 되는 풍경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인간, 하물며 마도를 사용하지도 않는 평범한 인간이 어떤 의념적 움직임 없이 단순히 '힘을 준다'는 행위만으로 공간을 비틀고 흔들어낼 수 있단 것은 말이 되지 않으니까요!
터엉!!!
자신의 왼손바닥에 주먹을 꽂으면서 성현은 긴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내딛습니다.
" 자. 한 대씩만 맞자. "
*
"....???"
허.....허어.
무슨 상황인지, 솔직히 모르겠다만...
"대....대단한 사람을 불러왔군....."
"일단 감사합니다....후우...."
조금 숨을 쓸어내리곤, 유하를 치유하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괜찮니, 유하야."
#유하에게 치료 키트를 다시 사용하며, 저격총으로 주변을 경계합니다.
*
상대의 표정을 상상해보자면 대충 ( OoO??? )같은 표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니 그도 그럴 게 갑자기 누가 왔다 싶더니 그게 권왕...?
뭐.. 그건 나쁜 짓을 저지른 이들의 잘못이고, 성현은 가볍게 손을 뻗습니다.
양쪽으로 쭉 뻗은 손을 천천히 돌려 무언가를 끌어안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더니, 그대로 두 팔을 접으며 양 손을 맞붙힙니다!
콰앙!!!!!!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풍경입니다.
방금 전, 자신을 죽일 기세로 보였던 두 명이 몸을 축 늘여트린 채로 숨이 끊어진 모습이었으니까요.
" 숭배자*들이군. "
* 일부, 또는 특정 게이트를 숭배하는 일종의 종교 단체. 게이트에서 얻어낸 힘과 능력으로 각지에서 테러를 벌이곤 한다. 가디언은 이들을 발견했을 시 토벌하는 역할을 맡곤 한다.
" 저 녀석들. 어디서 처음 봤냐. "
성현은 뒤에 있는 세 사람을 바라보며 썩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합니다.
"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너희들을 UGN의 심문실로 끌고갈 수는 없을 노릇이니 말이다. "
*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후, 하고 한숨을 내쉬곤 진땀을 닦고.
직설적으로 물어오는 질문과 취조실이란 말에 곤혹해하다가 솔직하게 답변하기로 했다.
"얘를 도와주러 급히 달려온거라, 저는 잘...."
여기가 어디고 무슨 상황이고 저 녀석들의 정체가 무엇이고 어디에서 만나게 되었는지.
솔직히, 하나도 모른다. 위험하다니까 달려왔을 뿐.
"솔직히, 나도 듣고 싶은 지경이다....."
그러니까 유하를 바라보며 묻기로 했다.
#대답
*
" 모른단 말이지.. "
성현은 한숨을 가볍게 내쉬면서 시윤의 머리에 손을 올립니다.
단지 가볍게 올리고 있는 것 만으로도.. 머리가 깨지지 않을까 하는 착각감이 든다는 것은 신비로운 경험이군요.
.....?
신체 스테이터스가 1 상승합니다!
" 그정도면 됐다. 신 한국도 이 지경인걸 보면.. 다른 곳도 썩 좋지는 않겠군. "
그는 표정을 구기면서 죽은 두 시체를 바라봅니다.
" 어차피 너희들에게도 설명해줄 생각이었으니. 미리 알려주마. 다른 곳에는 말해선 안 된다. "
엄중히 경고하듯, 말을 꺼낸 성현은.. 느릿하게 말을 꺼냅니다.
" 유럽에 1세대에 사라졌던 게이트가 나타났다. 그것도... 1세대의 초대형 게이트가 말이다. "
" 양방형 게이트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협이 될 법한 녀석인데, 이상하게도 40레벨 이상의 인원은 들어갈 수가 없다. 그 덕분에 가디언들을 보낼 수도, 그렇다고 아카데미 생도들을 보낼 수도 없는 상황이 됐지. "
" 그 참에 특별반에 지훈이 녀석이 있는 것도 기억이 나서. 여자저차해서 도움을 받을 수 없을까 해서 왔더만.. 벌써부터 일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라.. "
말세군, 하고 그는 시윤의 머리에서 손을 뗍니다.
앗..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입니다!
" ... 확실히. 아는 게 없군. 아니.. 차라리 그래서 다행인가.. "
*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후, 하고 한숨을 내쉬곤 진땀을 닦고.
직설적으로 물어오는 질문과 취조실이란 말에 곤혹해하다가 솔직하게 답변하기로 했다.
"얘를 도와주러 급히 달려온거라, 저는 잘...."
여기가 어디고 무슨 상황이고 저 녀석들의 정체가 무엇이고 어디에서 만나게 되었는지.
솔직히, 하나도 모른다. 위험하다니까 달려왔을 뿐.
"솔직히, 나도 듣고 싶은 지경이다....."
그러니까 유하를 바라보며 묻기로 했다.
#대답
*
" 모른단 말이지.. "
성현은 한숨을 가볍게 내쉬면서 시윤의 머리에 손을 올립니다.
단지 가볍게 올리고 있는 것 만으로도.. 머리가 깨지지 않을까 하는 착각감이 든다는 것은 신비로운 경험이군요.
.....?
신체 스테이터스가 1 상승합니다!
" 그정도면 됐다. 신 한국도 이 지경인걸 보면.. 다른 곳도 썩 좋지는 않겠군. "
그는 표정을 구기면서 죽은 두 시체를 바라봅니다.
" 어차피 너희들에게도 설명해줄 생각이었으니. 미리 알려주마. 다른 곳에는 말해선 안 된다. "
엄중히 경고하듯, 말을 꺼낸 성현은.. 느릿하게 말을 꺼냅니다.
" 유럽에 1세대에 사라졌던 게이트가 나타났다. 그것도... 1세대의 초대형 게이트가 말이다. "
" 양방형 게이트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협이 될 법한 녀석인데, 이상하게도 40레벨 이상의 인원은 들어갈 수가 없다. 그 덕분에 가디언들을 보낼 수도, 그렇다고 아카데미 생도들을 보낼 수도 없는 상황이 됐지. "
" 그 참에 특별반에 지훈이 녀석이 있는 것도 기억이 나서. 여자저차해서 도움을 받을 수 없을까 해서 왔더만.. 벌써부터 일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라.. "
말세군, 하고 그는 시윤의 머리에서 손을 뗍니다.
앗..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입니다!
" ... 확실히. 아는 게 없군. 아니.. 차라리 그래서 다행인가.. "
*
바, 방금 뭘 당한거지?
신체가 올랐다가 뭔가 빠져나갔다가...
권왕은 무력의 화신 같은거 아니었던가.
근육 독심술이라도 있는건가....
조금 기가막혀하면서도 사태를 듣는다.
흐음....하고 생각하다가.
"제가 무언가 도와드릴만한 것은 없습니까? 이 애는 제게는 소중한 앱니다."
"보답을 바라고 도와주신게 아닌 것은 알지만, 도움 받은 쪽에서도 가능한 뭔가 해드리고 싶으니까요."
"일단 제가 한지훈 총교관이 담당하는 특별반 소속의 학생이긴 합니다만....."
#대화
*
권왕은 가벼운 손짓으로 알렌을 쳐냅니다.
움직임도, 무언가를 할 만한 힘도 몸에 조금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보다 무서운 것은, 그 짧은 순간 권왕의 눈빛이 서늘하다 못해. 진심으로 알렌을 죽일 수도 있었던 점일 겁니다.
두 사람은 가만히 눈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화가 없는 것은 아닐 겁니다.
이따금 권왕의 주먹이 줘여지고, 풀어지골 반복합니다. 때론 고갤 끄덕이고, 어느 순간에는 허탈한 웃음으로 그 대답을 대신하기도 합니다.
" ...... 그랬나. "
성현은 한숨을 깊게 내쉽니다.
" 알겠지만 보통의 상황에 다른 가디언을 만났더라면. 너는 죽었다. 인류의 위협이 될 만한 상황을 막는다. 그리고, 인류의 적을 상대한다. 그것이 가디언의 목적이니 말이다. "
" 알고 있어요. "
그 말에 카티야는 떨면서도, 단호히 말합니다.
" 그래도. 적어도. 제가 그럴 일은 없을 거에요. 저도 가디언을 꿈꿨고, 가디언이 되기 위해 뛰었던 사람이었으니까요. "
" 하지만. "
답답한 표정으로, 성현은 천천히 고개를 돌립니다.
" 아니. 더 얘기하지 않도록 하지. "
자신이 날려버린 알렌을 바라보면서, 성현은 쓴 표정을 짓습니다.
" 하지만 그건 알아두도록 해라. 죽은 심장의 태아. 그 녀석의 관심에 들었다는 것이 별로 좋은 결과는 아니라는 것. "
카티야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 뒤, 권왕을 두고 알렌에게 빠르게 다가갑니다.
알렌의 현 상태는.. 조금만 더 권왕이 힘조절을 하지 않았다면 죽었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상황입니다.
그 뒤, 권왕은 고개를 돌려 남은 세 사람을 바라봅니다.
" 숭배자와 직접 연관된 이들. 개중 가담자는 UGN의 방식적으로 직결적인 처형이 규칙이다. 그러니 확인을 위해 너희 셋의 기억을 살펴본 거지. 이 부분에 대해선 미안함을 느낄지언정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가디언이고, 만약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그 때의 일같은 것이 또 일어나리라고 하지 않을 수도 없으니 말이다. "
그는 이를 갈듯 작은 분노를 뇌까립니다.
셋의 기억에 무언가가 스쳐갑니다. 기적의 세대가 그런 이름으로 불리기 전에 있었던 사건.
아카데미의 열망자에 의한 테러 사건.
" 가도 좋다. 다만... 오늘 들은 것 중 무엇도. 다른 곳에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내가 화난 채로 만나고 싶지 않다면 말야. "
그는 씩 웃으며 세 사람의 어깨를 두드립니다.
유하와 오현의 신체 능력치가 1 증가합니다!
*
....무슨 상황이야 대체?
솔직히 혼란스럽군.
혼란에 혼란이 겹쳐지고, 이윽고 깔끔하게 정리한다.
알고 있는 것으로 행동할까.
모르는걸 허둥대며 물을 장면도 아니다.
"그리 말씀하지 않으셔도, 생각없이 누출하지는 않습니다."
애초에 내가 여기온건 매우 소년다운 심플한 이유고.
목적은 이뤘다.
"한지훈 총교관을 만나러 가실 계획이라면, 안내해드릴까요?"
아까는 심각한 상황속이라 답변을 못 들었으니, 정리된 지금 다시 물어보기로 했다. 감사인사는 전하고 싶은 법이니까.
#대화
*
" 아니. 괜찮다. "
성현은 가볍게 고개를 젓습니다.
" 그 녀석도. 내가 여기 있다면 무슨 일인지는 알 법도 싶으니. "
*
"그럼, 말씀하신대로 이만 가보겠습니다."
인삿말을 남기고 다른 곳으로 갈랬다가, 잠깐 생각을 멈추곤 다시 돌아 허리를 깊게 숙였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뒤엔 고개를 들며 조금 어색하게
"저격수가 된걸 후회해본적은 없는데, 이럴 땐 좀 듬직하게 누군갈 지켜줄 수 있는 역할이었으면 좋겠다 싶네요."
아이 다운 유치할지도 모르는 본심을 털어놓으면서 웃었다.
"언제 총교관에게 연인을 지키기 위해 검을 든 동기의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었습니다만...그 기분을 조금 알게 된 기분입니다."
별로 논리적인 소리는 아니지만, 심정적으로 말이지.
#인사
*
" 생각의 차이일 뿐이지. 무엇을 들고 있던지. 누군가를 지키는 역할은 될 수 있다. "
그는 웃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꺼냅니다.
" 진석이. 그 녀석만 보더라도 너와 같은 저격수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녀석을 지키기 위해 기백이 넘는 적과 맨몸으로 마주한 적도 있었으니까. "
언젠가, 그 사람이 필요로 할 때. 네가 나설 수 있으면 된다.
그런 이야기를 하며 권왕은 시윤에게 웃어줍니다.
*
"...멋지네요. 힘이나 능력이 아니라,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다는게."
그 말을 가슴속에 조금 새기다가, 이내 활짝 웃었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제가, 그런 고집은 있거든요."
살아가는 방식을 택할 권리 만큼은, 누구에게나 있다.
공간을 접었다던가 하는 터무니 없는 광경을 보았지만
오히려 지금이 더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까 말씀하셨던 게이트, 유럽에 있다고 하셨죠?"
"말씀하신 저격수분처럼 되기 위해 성장하고 싶은데, 저도 유럽에 가도 괜찮을까요?"
#대화
*
그는 말 없이 고갤 끄덕이고, 등을 돌립니다!
그건 시윤의 자유라는 듯 말입니다!
- -9- 하이젠피우스 기사단
좋아. 그럼 가보자! 유럽으로!
기왕이면...일단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는 곳 부터가 좋으려나.
#유럽! 하이젠피우스 기사단에 가볼 수 있나요?
*
이동에는 도기 코인 86개, 또는 4993망념, 또는 8만 GP가 필요합니다.
무엇을 지불합니까?
*
"해외라 그런지 비용이 장난이 아니군..."
큰맘먹고 떠나야겠다.
그래도 마침, 장비 사기도 애매했던
지난번 체육회 보수금이 아직 여유있게 있군
#GP 를 써서 출발합니다!
이동합니다.
게이트에 의해 많은 것들이 만들어지고, 또한 인간이 쌓아올렸던 많은 것들이 사라졌습니다. 그 위에 새로이 쌓아올린 이들도 있었고 또는 그것들을 혐오하기에 부순 이들도 있겠죠.
하이젠피우스. 그 이름에 대해 시윤은 알고 있지 않습니다. 단지 기억하는 것은 레인저에 가까운 기사단이라는 것과, 자신이 이겼던 적의 고향이라는 것. 그리고 시윤이 배움을 청하기 위해 찾아왔다는 것일겁니다.
고요한 숲. 네덜란드의 한 지역에 생겨난 이 숲은 게이트와 함께 나타난 숲입니다. 중형 게이트 치곤 혼란스러운 시기에 침식 현상까지 덧붙여 생겨났던 이 숲은 어느 기사에 의해 토벌되었고, 그 숲은 기사의 고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기사는 아이들과, 자신의 활을 버리고 다시금 어딘가로 떠나갔습니다.
돌아옴이 없었기에 그의 이야기는 여전히 회자되었습니다. 많은 이유를 가지게 되었죠.
시윤을 숲을 바라봅니다. 그날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조용한 숲과는 대비되는 흔들리는 바람에 의한 소리,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부딪히는 소리들이 귀를 타고 들려옵니다.
그리고 숲의 입구에는 작은 의자 하나와, 그 의자에 앉아 조는 듯 보이는 여성이 있습니다. 나이는 얼핏 보기에도 일흔이 넘는 듯 보였고, 힘도 없어보였습니다. 그러나 주위로 풍겨지는 기운은 조용합니다.
#받아서 가지고 있는 서큐버스 페로몬을 사용하고 말걸러 갑시다!
사용합니다!
사용과 이동은 별개입니다. 이중행동 태그가 없다면 거품을 모는 캡틴을 조심합니다!
그럼 가볍게 후, 심호흡을 하고 주변의 숲을 둘러본다.
좋은 숲이다. 그 날 필사적으로 싸웠던 그 곳을 연상케 한다.
저기서 고요하게 있는 노인이 어떠한 분일지는 알 수 없으나.
이 곳에 와서 처음으로 만난 인연이다. 가능하면 좋은 대화를 나누고 싶은걸.
"....실례합니다, 어르신. 잠깐 말씀 좀 물을 수 있겠습니까?"
먼저 가볍게 말을 걸어본다. 대답해주지 않거나 확실하게 자고 계신듯 하면, 민폐를 끼치지 말고 이동할 수 밖에.
# 대화!
" 좋은 숲이지요. 조용한 듯, 소란스러운 것이 말입니다. "
노인은 차분히 눈을 뜨고 시윤을 바라봅니다.
눈 안에는 살짝 혼탁한 구름끼가 보이는 것만 같습니다.
" 친절한 아이로군요. 보통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원하는 소리를 듣는 것을 망치는 사람들도 있단 것을 생각하면, 묵묵한 신중함이란 좋은 것이기도 하니까요. "
천천히 일어난 노인은 의자를 슬쩍 밀어두곤, 시윤에게 다가와 가볍게 어깨를 두드려줍니다.
" 그래요. 잘 단련된 몸을 가지고 있어요. 많은 수련과, 고생을 거쳤겠지요. 그 물음이 무엇인지. 이 노인도 물을 수 있을까요? "
"......!?"
나도 모르게 순간 눈을 크게 뜬다.
속으로 생각하던 내용에 대해서 답변 받았다.
무심코 입밖으로 소리를 낸게 아니라면, 어떠한 독심이 가능하신걸까.
그러나 예상외로 놀란 마음은 금방 가라앉힐 수 있었다.
악의적이거나 공격적인 사고는 애초부터 하지 않았으니까.
마음이 평온하다는 것은, 어느 의미론 스스로와 상대에게 캥기는 일이 없다는 당당함이기도 하니까.
"좋게 생각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러니 일단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칭찬에 대한 감사를 전하고, 용건을 말씀드려 보기로 했다.
"실은 저는 신 한국의 헌터 아카데미, 미리내 고등학교에 속한 윤시윤이라는 학생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최근 이 하이젠피우스 기사단에 속해있는 상대와 대련을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만....그 때의 강함을 떠올려서요."
조금 민망한듯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이내 쓴 웃음을 지으며 덧붙였다.
"최근 강한 난관에 도전하거나,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에 아직 저는 부족하거나 모르는게 많다는걸 느끼는 일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견식을 넓히고 새로운 경험을 얻고자, 기사단에 배움을 청하러 왔습니다만....혹시 어디로 향해 말하면 될지 아실까 하고."
#정중하게 대화!
그녀는 시윤의 물음에 웃음을 짓습니다.
" 솔직하군요. "
천천히, 걸음을 옮겨 시윤에게 숲의 안을 보여주면서요.
" 그러나, 경계는 부족해보여요. "
콱.
가볍게 시윤의 뒷목에 닿은 작은 봉에, 시윤은 놀란 눈치로 노인을 바라봅니다.
분명 의념 각성자로 보이진 않습니다. 오히려.. 평범한 노인에 가까워보이는 인물이지만.
아주 짧은 순간만큼은 그 어떤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 서로가 서로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대화의 첫 요소이지요. 하지만 기사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가 되기도 한답니다. "
노인은 봉을 내려두고 손바닥을 아래로 향한 채 시윤에게 눈웃음을 짓습니다.
" 내 이름을 소개하지요. 제니아 하이젠피우스. 하이젠피우스 기사단의 6대 기사단장이자, 하이젠피우스의 어머니인 인물입니다. "
그 사실을 알고서야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적었던 인기척은 움직임을 굳혀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고, 풍겨지는 느낌은 그것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었으니까요.
" 그대는 기사가 되기 위해 찾아왔나요. 아니면, 배움을 청하고자 이곳까지 왔나요? "
제니아는 웃음으로 시윤을 바라봅니다.
".....!?"
다시금 놀랐다. 무슨....!?
당연히 적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니 온 신경을 기울여 견제하고 있던 것은 아니다만.
이래보여도, 나는 저격수다. 반응 속도에는 그럭저럭 자신이 있는데...
그러고 보면, 그 때의 궁수 친구는 신속함과 고요함을 겸비하고 있었던가.
울창한 숲 속에서 은신하고 감지에 집중하고 있는 나를 잡아낼 수 있을 정도로...
"....만나서 다시금 반갑습니다. 제니아 기사단장님."
뒷목을 조심스럽게 매만지면서 한번 더 인사한다.
그런가. 강자의 패기와 투기를 펄펄 내뿜는 것만이 강함은 아니로군.
오히려 조용하고, 고요하게.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강함도 있는 것인가.
기사가 되기 위해 찾아왔는지, 배움을 청하고자 찾아왔는지....
아마도 중요한 질문일 터다. 솔직하게, 후자라고 대답하면 불리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정말 가르침을 청하고 싶다면, 진심을 다해야 한다. 어설픈 거짓말은, 결국엔 좋지 않게 되어 있다.
".....저는 사실 기사에 대해서 그리 잘 아는 것은 아닙니다. 방금 말씀해주신, 정체를 밝히는게 다른 의미라는 것도 처음 들었네요."
조금 머쓱하게 웃으며 솔직하게 인정한다. 나는 기사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런 녀석이 '전 기사가 되고 싶어 왔습니다' 라고 해봐야.
설득력이 없지 않은가. 그런건 그냥 알량방귀일 뿐이다.
"그러나 최근, 누군가에게서 '무엇을 들고 있던지. 누군가를 지키는 역할은 될 수 있다.' 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기사들 또한, 누군가의 안위를, 정의를, 혹은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숲의 시초가 혼란스러운 시기에 한 기사가 토벌해주어 평화를 가져왔던 것처럼....."
군인과 기사가 아주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그리고 지금의 내가 별로 군인인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무언가를 수호한다는 역할에선 공통점이 있지 않나, 하고 나는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저는 지키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기사단장님. 그 마음가짐과 방법을, 확실하게 지켜오던 사람들에게서 배움을 얻고싶어 왔습니다."
솔직함.
때로는 무언가를 숨기거나,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거짓말보다도 솔직하고 진심을 담아 말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시윤은 그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스스로도 무언가를 숨기길 좋아하지 않았고, 거짓말을 하려 하면 어쩐지 걸리는 듯한 기분이 느껴지곤 했었으니까요.
그런 시윤의 솔직함에 제니아는 웃음을 짓습니다.
" 다시금 말하지만 솔직함은 기사의 덕목이기도 하지요. 수호 역시도, 그 덕목의 일부랍니다. "
그녀는 천천히 등을 돌립니다.
소리는 나지 않지만, 깊게 찍은 발자국은 마치 시윤에게 따라오라는 것처럼 보입니다.
시윤은 그 걸음을 따라 숲의 안으로 그녀를 따라갑니다.
" 소리를 들으세요. 모든 것을 숨기라는 것이 아니랍니다. 소리에 담아, 스스로의 이야기를 흘려보내는 것이 하이젠피우스의 걸음걸이랍니다. 세상은 시끄럽습니다. 완벽한 정적이란 존재하지 않아요. 하물며 사람은 가만히 있다고 하지만서도 그 떨림은 소리를 내요. 그것들이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소리랍니다. "
거대한 숲에는, 특이한 집 하나가 보입니다.
겉보기에는 작은 집이지만 언더휴먼인 시윤의 눈은 그 틈에서 이상한 부분들을 살펴갑니다. 작은 집임에도, 그 틈에 보이는 균열들이 있음에도 집은 이상할 만큼 멀쩡해보이기도 했습니다.
" 가르침을 바란다고 했지요. "
그녀는 천천히 등을 돌려 시윤을 바라봅니다.
" 그렇다면 그 가르침에 대해. 우리에게 무엇을 지불하겠나요. "
# 대화
"......"
대가....라. 무엇을 얘기해야할까.
잠깐 그 질문에 발걸음을 멈춘다.
나는 무엇을 지불 할 수 있을까?
이건 생각 없이 답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조금의 고민을 해볼 겸....
그렇군. 소리를 들어보라고, 말씀하셨으니까.
생각을 정리할겸, 귀 기울여보자.
나에게도 무언가 들릴지도 모르니까.
소리에 담긴 이야기....그 의도 같은 것을.
#망념 50을 쌓아서, 한번 이 곳의 소리를 주의 깊게 들어보며 고민해봅시다...
왜 하이젠피우스 기사단은 숲이라는 요소를 선택한 걸까요?
또 왜, 그녀는 계속해서 소리라는 요소를 언급한 걸까요?
두 눈을 감습니다. 숨은 길게 내뱉어봅니다. 천천히 눈을 감음에도 상대는 말없이 미소를 짓습니다. 마치 시윤의 지금의 행동도 이해한다는 듯이 말입니다.
바람이 불어옵니다. 그에 따라 나뭇잎들이 서로 둘러싸 춤을 춥니다. 그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가지들도 함께 춤을 춥니다.
고요한 듯 느껴지던 숲에서 들려오는 먹먹할 만큼의 소음에 시윤은 두 눈이 꺠어지듯, 번뜩 뜨고 맙니다.
" 우리가 신경쓰지 않던 것. "
그녀는 양 손을 다소곳이 모은 채. 시윤의 주위를 천천히 걷습니다.
" 우리가 익숙하다 무시했던 소리들. "
모든 소리들로 시끄러워진 것들을, 시윤은 숨을 내뱉습니다.
이것마저도. 우리가 익숙하다 느끼는.
그리고 당연하다 느끼는 하나의 소리였던 것을.
나뭇가지가 움직임에 따라 풀잎들이 흔들리고, 그렇게 옆 가지에 부딪혀 잎끼리 얽혀 소리가 나고, 그 과정에서 거센 돌개바람이 부는 때면 가지끼리 얽혀 소리가 크게 퍼지고, 그런 소리들이 뒤섞여 소음이 되었다가. 곧 멀어지는 바람과 함께 천천히 멈춰가는 것을.
" 답을 찾으셨나요? "
그녀는 미소를 띄운 채 시윤을 바라봅니다.
이 대답에는 아득한 자아를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제가 여러분께 지불할 수 있는 것이, 사실 많지는 않습니다."
돈? 없지는 않고, 전부 낼 수도 있다만. 이 분들의 가르침으로 내기에는 푼돈에 가깝다.
협력? 물론 할 수 있는 것은 돕고 싶지만. 그걸 '대가' 로 지불할만큼, 스스로의 가치를 과대 포장하고 있지는 않다.
충성? 방금전 나는 '기사가 되러 온 것은 아니다' 라고 대답했다. 내 입장상, 이 곳에 완전히 소속해서 명운을 바치기엔 어려울 것이다.
"이 곳에서 가르침을 받으면, 저는 이 기사단 또한 제가 지켜야 할 곳으로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건....대가가 아닙니다. 은혜를 받고 배움을 받은 곳에 대한, 예의와 감사함의 표시니까요."
나는 아직 아무것도 가진 것도, 내세울 것도 없는 애송이다.
그제서야 당돌하게 몸만을 내던져 가르침을 배우러 온 무모함을 깨닫는다.
그렇지만....기사란 무엇인가. 나는 그들이, 돈과 이득 계산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아니란 것에 걸고 여기에 왔다.
누군가를 지킬 힘을 얻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다. 그러니까 나에겐, 대가로 낼 수 있는 것이 있을 것이다.
"....여기는 말씀하신 것처럼, 고요하고....좋은 숲입니다. 작은 나뭇가지에 의해 풀잎이 흔들리고, 그것이 옆가지와 얽혀 큰 소리가 나고, 이윽고 조용해지고....."
숲의 소리를, 차분하게 듣는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사소한 것은, 얽히고, 순환한다. 그렇다면 지금 매우 작아보이는 나도. 저 나뭇가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저도.....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정답이 맞을 지는, 모른다. 이 말을 듣고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건 어떠하나 소리든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을 당당하게 얘기하겠다.
"누군가를 지키고자 강해지고 싶다는, 저라는 작은 나뭇가지가 내는 소리가. 이 숲에서 여러가지 만남과 배움으로 부딫히고 얽히며 큰 소리를 내게 될 수 있다면."
나의 강점은, 당당한 것이다. 어디까지나 정직하고 올곧은 마음가짐을 품고 있다는 것. 그것으로 선행을 위해 애쓸 자신이 있다는 것.
그것이 언제나 강점으로 통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순간, 나는 나를 믿겠다.
"이 세상은 조금이나마 좀 더 좋은 숲이 될겁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겁니다."
어설픈 이득제시가 아니다. 나는,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일으킬 세상의 선 순환으로 답하겠다.
"이게.....제 답입니다."
#대답
정말로 이렇게 말합니까?
".....확실히. 이 숲은 조용하고, 또....매우 울창하군요."
집중해서 들어보면, 많은 소리들이 들리고 있다.
풀잎이 흔들리는 소리. 나뭇가지가 부딫히는 소리. 바람의 소리.
생각해라. 생각해라. 계속 생각해라.
이 기사단은 왜 이 조용한 숲을 선택했던 것인가.
기사단장님은 왜, 숲의 입구에서 조용히 소리를 듣고 있었는가.
'소리' 라는 것은 왜 계속 강조되고 있는가.
소리에 담아, 스스로의 이야기를 흘려보내는 것이 하이젠피우스의 걸음걸이라면.
작은 소리들이 '신경쓰지 않던 것' 이자 '익숙하다 무시했던 소리들' 이라면.
그리고......내가 이 기사단에서 배워야만 하는, 배우고 싶은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그 소리들을 듣기 위해서일 것이다.
"익숙함 속엔 많은 소리들이 있고, 일견 고요함처럼 들리는 곳엔.....많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집중하지 않으면, 귀기울여 듣지 않으면 지나쳐버릴 소리들이요."
"저는 그러한 소리들을 듣고 싶습니다. 시끄러운 세상속에서, 이 곳의 가르침을 배우지 않는다면 듣기 힘든 소리들을 듣고 구하고 싶습니다."
이 세상은 험난하고, 열악하다. 언젠가의 내가 자주 생각했던 말이다.
사람의 목숨은 생각보다 귀하지 않고, 그렇기에 찰나의 순간에 인생의 단말마는 멈춘다.
누군가의 고통을, 익숙함에 가려진 비명을, 나는 듣고 싶은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제가 내는 소리에. 거기에 담긴 이야기에. 이 기사단의 이야기와 뜻을 담고 싶습니다."
#대....대답??
그녀는 시윤의 이야기를 듣고, 또 즐거운 표정으로 미소를 짓습니다.
잘못된 답을 말한 걸까? 차라리 답을 주면 좋을텐데.. 라는 마음을 시윤이 보내는 동안.
" 재밌는 대답이에요. 듣지 못하던 것을 듣겠다. 정말로... "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듯한 그녀의 표정과,
시윤과 제니아를 스쳐 내달리는 돌개바람 한 줄기.
그리고 그것에 의해 들리지 않던, 고요함이 깨어지는 순간.
" 이 대답에는 정답이 없어요. "
제니아는 천천히 말을 꺼냅니다.
" 답을 바라는 질문이 아니었고, 답을 원하는 질문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가르침을 원하는 이가 무엇에 목적을 두고 있어서 내게 답을 원하는지 듣고 그에 대해 답해줄 수 있어야 하니까요. "
그것이 기사단장의 이유이니까요. 라는 말로 마치며 제니아는 한 손을 뻗습니다.
" 하이젠피우스의 수련기사가 된 것을 환영해요. 시윤 군. 부디 그대가 숲 속에서 소리 없이 사라지는 이들의 소리가 되는 사람이 되길 바래요. "
축하드립니다!
윤시윤은 일정 기간동안, 하이젠피우스의 수련기사로써 기술에 대한 수련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받을 수 있는 기술 목록은 다음과 같으나, 정식으로 기사단에 가입된 것이 아니므로 배울 수 있는 기술은 하나로 제한됩니다.
하이젠피우스 아크로바틱
나무와 풀의 전령
내갈리는 나뭇가지
".....감사합니다."
한 쪽 손은 자신의 심장에, 다른 손은 뻗어진 손을 붙잡아 악수하며 웃는다.
스스로의 가슴의 고동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쿵. 쿵.
떨린다. 긴장도 분명 섞여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내 대답이 정답이 없는 이 질문속에서 솔직한 감상과 목적으로써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
그리고, 한걸음 더 내딛어 새로운 환경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된 것.
그 모든 설렘과 기쁨이 지금, 내 심장의 소리를 내보내고 있다.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다. 시원한 바람이 뜨거워진 볼을 스쳐 지나간다.
순수하게 상쾌한, 그런 기분이었다.
#각각 어떤 기술인지는 알 수 있을까요?
알려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름과 대략 비슷하다곤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 그 마음가짐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
곧 그녀는 시윤의 두 어깨를 가볍게 봉으로 치곤, 이마에 봉을 댑니다.
주위의 풍경들과, 소리가 한순간 시윤에게 몰려듭니다. 큰 나무집이 있던 것 같은 곳에는 중형 정도의 크기로 추측되는 게이트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 하이젠피우스 기사단은 공략이 끝난 게이트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답니다. 아마 저희들을 찾으려거든, 저 안으로 들어오면 될 거에요. 하지만 허락받지 않은 이들이 함부로 숲에 들어오려 한다면.. "
그녀는 작게 입꼬리를 올립니다.
" 피와 살로, 숲의 양분이 될 것이니까요. "
즉, 아무나 데려오지 말고 데려올거면 허락 받으란 이야기입니다!
"왓....."
놀라운 광경에 나도 모르게 아이스러운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
확실히, 구조에 어쩐지 조금의 위화감이 있더니....저런 일이었나.
이어지는 설명과 경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무서워 할 것이 아니라, 당연한 이야기다. 나는 여기에 가르침을 받으러 온 입장이다.
그런 사람이 함부로 말도 없이 다른 손님을 끌고 들어오는 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해도 무례한 행위지 않은가.
"명심해두도록 하겠습니다."
가볍게 듣지 않았다는 의미로 한번 더 진중하게 고개를 끄덕이곤 웃었다.
#그럼, 나무와 풀의 전령을 습득하기 위한 수련은 어떻게 시작하면 될까요!?
그녀는 웃으며 먼 발치를 가르킵니다.
숲의 한 켠, 그러니까.. 낙엽이 아주 많이 쌓인 숲이 눈에 들어옵니다.
" 저 곳으로 가보도록 하세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 같군요. "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파이팅이 넘치는 힘찬 웃음으로 주먹을 한번 쥐곤 그 쪽으로 이동하려고 몸을 틀었다가...
역시 한번 진지하게 전하고 싶어, 허리를 깊게 숙여 감사를 다시금 전한다.
"그리고....다시금, 감사드려요! 열심히 할게요!"
좋아. 그럼 가보도록 하자!
#그 낙엽이 많이 쌓인 숲으로 가봅시다!
이동합니다!
주위에는 수많은 나뭇잎들이 한가득 눈에 들어옵니다.
...? 혹시 귀가 침침하셔서 책갈피 얻고 싶다고 들으신건가?
".....흐음..."
그래서, 여기서 뭘 하면 되는걸까.
주위에 보이는건...나뭇잎이 보이는 숲이다.
특징적인건, 그 정도인데.....
다만 방금 직전에 이미 문답으로 얘기했지.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 속엔, 무심코 넘어가는 것들이 있다.
일단, 천천히 걸으면서 생각해볼까.
#걸으면서 망념을 30 쌓아 청각을 강화해 소리를 귀기울여 들어보며 둘러봅시다
청각을 세워 소리를 들어보지만, 처음의 그것과 같은 기분이 듭니다.
다만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아까 전의 소리들은 일부러 침묵을 지키는 것 같았다면.. 지금은.. 원래부터 이런, 고요한 소리들로 가득한 것 같단 것 정도입니다.
다만 하나는 확실한 부분이 있다면 소리는 요소가 될 수는 있어도 이번에는 정답이 될 수는 없을 겁니다.
"자...그럼. 여기서 뭘 해야할까."
팔짱을 끼곤 곰곰히 생각에 잠겨본다.
그러고 보면 귀를 기울여본 것으로 떠올랐다.
내가 여기에 왔던 이유인, 궁수인 그 친구.
그 친구와 숲속에서 대전을 했을 때도 분명,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었지.
그러나 아무것도 듣지 못했었던 것 같다.
그도 여기에서 기술을 익혔다면, 무언가 관계가 있지 않을까?
#대전 상대였던 궁수 친구를 떠올리면서, 낙엽 하나를 들어서 이리저리 살펴봅니다. 평범한 낙엽인가요?
낙엽 자체는 딱히 큰 개성이 있어보이진 않습니다.
가을이 되어, 차츰 생명을 잃어간 것들의 파편처럼. 조금의 아름다움을 겪고 나면 사라질 것들이니까요.
그때의 그를 떠올려보려 하더라도.. 당장 시윤은 막아내기에 급급했던 듯 싶습니다.
또한 재현 판정을 신청하기에는 관련된 특성이나 아이템이 존재하지 않는군요.
어쩌면 나는 똑똑한 기억력을 타고 났어야 하는거 아닐까?
그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하면서도 주변을 둘러본다.
여기까지만 봐선.......그냥 평범한 낙엽 쌓인 숲이다.
이럴 수가....수련을 시작하면 상당히 바쁘게 정신없이 싸우게 될 줄 알았거늘.
다시금 머리를 굴려야 되는 시간이 시작 되었음을 눈치챈 나는 관자놀이를 짚었다.
일단은 평범하게 걸어보자. 이 곳의 넓이는 얼마나 될까.
#낙엽 쌓인 숲을 돌아다니면서 특별한게 없는지, 넓이는 얼마나 되는지 탐색해봐요.
숲의 넓이는 의념을 사용하지 않는 이들이 약 15분 정도면 지날 만한 정도의 거리입니다. 특별한 것이라 해봐야.. 소리가 잡아먹힌다는 것. 그정도와 낙엽들이 이상할 정도로 많다. 정도로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리가 잡아먹힌다?"
관찰 결과에 의아해하면서, 아. 아. 아. 하고 짧게 몇번씩 큰 소리로 소리를 내본다.
그리고 낙엽들이 이상할 정도로 많다.....라.
낙엽이란 본래 떨어져나간 생명력의 상징.
한 때 잎으로써 깃든 생명이, 그 뒤에 잇기 위해 시들어가는 과정....
조금 신경쓰이는데. 아무 이유 없이 낙엽이 있진 않을 것이다.
#개조된 언더휴먼의 눈을 이용하여, 이 숲에서의 생명의 기운들을 볼 수 있을까요?
시윤이 치료와 관련된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면.. 모르겠습니다만.
그것과는 거리가 멀죠..
"어려운데....."
끄응 하고 고민해보고. 일단 소리가 잠기는 부분부터 확인해보기로 한다.
"와아!!"
큰 소리로 소리를 내보기도 하고.
탕탕! 하고 저격총으로 몇번 사격해보기도 하고.
이 소리들이 전부 묻히는지. 그 다음에 숲에는 변화가 없는지 살펴보자.
#소리가 얼마나 먹히는지, 그 다음에 숲엔 변화가 있는지 살펴봅니다.
그 때,
시윤은 살짝 이상한 것을 느낍니다.
저격총을 쏘거나, 소리를 지르는 것은 잡아먹히지만..
왜, 걸음걸이에서 나는 소리들은 먹히지 않는 것일까요?
.....흠.
이게 아무래도 첫번째 실마리인 것 같군.
이상할 정도로 많은 낙엽. 잡아먹히는 소리.
총소리와 말소리는 잠기지만, 발소리는 잠기지 않는 이유.
일단은....처음 생각해볼만한건 역시 '땅' 이다.
전자는 공기를 타고 진동하는 소리.
후자는 땅을 밟으며 울리는 소리.
조금 기억을 되짚어본다. 나랑 대련했던 그 친구는....
분명 처음 만났을 때 부터 나무 위에 있었다.
물론 그 땐 색적을 위해, 자격전을 위해 나도 나무 위의 고지대를 노리긴 했다만...
다만 결국 저격 당하기 전까지, 스스로 내려와 땅을 밟진 않았던 것 같은데.
좋아. 일단은 이걸 실험해볼까.
#나무와 나무 사이를 건너 뛰면서 소리가 잠기는지 확인해봅니다.
나무를 올라, 나무를 박차 뛰어오르는 순간.
평소 이상으로 크게 들리는 나무의 소리가 시윤의 귀를 괴롭힙니다.
침묵이 아니라, 마치 이 환경을 위해.. 일부러 만들어낸 것 같은 환경입니다.
그리고 시윤은 자연스럽게 바닥을 내려다봅니다.
한가득 펼쳐진 단풍잎.
이 비전을 익히는 과정에서, 약한 나뭇잎들은 지연히 바닥에 떨어질 것이고, 가을이 되어 나뭇잎이 연약히 맺혀있던 것이 떨어지다 보면 이와 같은 풍경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무와 풀의 전령(1/4)
"윽."
귀를 붙잡고는 예상 이상의 소리에 조금 놀란다.
......그런가!
이 조용한 침묵은, 반대로 이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인가....!
거기에 바닥에 우수수 떨어져있는 단풍잎은....
'이런 식으로' 수행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생겨난 것이었을까...!
아직 확신할 순 없지만, 적어도 지금 한발 나선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건너탄 나무 위에서 단풍을 내려다보며 조금 더 생각한다.
방법을 알았다고 막무가내 뛰어보는 것보단, 다시 더 깊이 방향성을 잡는게 좋을테니까.
'소리가 크게 들리는 상황' 이란건 좋은 일은.....아닐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론 어디까지나, '자연스럽게' 가 중요할 것 같은데....
음.....좋아. 이상한 짓이 되어도 좋으니 과감하게 해보자.
나에겐 이 곳에서 '자연스럽게' 있을 수 있는 기술이 있잖아.
#엄폐를 시도. 이 곳의 환경과 동화한 다음에, 소음을 줄여 부드럽게 뛰어보기를 시도해봅니다.
틀렸습니다.
콰아앙!!!
마치 시윤이 잘못했음을 확실히 알려주는 것처럼, 나무의 소리는 더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그것을 막기 위해 대미지를 조금 입었을 만큼 말입니다.
즉, 이 곳에서 요구하는 것은 환경과 '동화'된다거나,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한 무언가로 소리가 나지 않게 하는 것이 기본인 듯 싶군요.
"으악. 죄송합니다."
나도 모르게 나무님에게 사과했다.
이럴 수가 답답한 학생에게 짜증내는 선생님 같군.
꽤나 고 수준의 의념각성자인 내가 적당히 대미지를 입었을 정도면
민간인이었으면 소리만으로 고막이라도 파열 당했을까....
다만 너무하다는 느낌은 아니다. 애매한 반응으로 헤메이는 것보단 낫다.
요컨데 소리를 줄이는 무언가의 요령이 있고, 그것이 바로 깨달음이 된다는 것인데....
좋아, 일단은....'어떤 소리' 가 들리는지 뛰면서 체크해보자.
요령을 모르면 소리는 계속 일정하게 들릴까? 아니면, 나무에 따라 차이가 날까?
#일단 나름대로 부드럽게 뛰어보면서, 어떤 소리가 들리는지. 나무에 따라 소리에 차이가 있는지 확인해봅니다.
꽤 여러 번 뛰어보지만 나무간의 소리는 일정한 것 같습니다.
일단은 수련을 위해 만들어진 환경이니만큼.. 이런 부분에서는 동일한 무언가를 만들어둔 것 같네요.
"역시. '우연히' 얻어걸리진 않는다는건가."
흐음....하고 생각에 잠긴다.
순간적으로 '행군'을 떠올리긴 했지만 금방 고개를 젓는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게 뭔가? 수련이다!
새로운 요령을 터득하기 위한 과정에서 아이템이나 다른 스킬을 고려해봤자 의미가 없다.
지금 까지의 결론으로 보건데, 이 곳은 역시 명가의 훈련장 답게.
언뜻보기엔 평범한 숲처럼 보여도 매우 정교하게 짜여져 있다.
그러니까 있을 것이다. 그 요령이란 것이. 막막해도 거기서 도망쳐서는 안된다. 그걸 얻기 위한 과정이니까.
그럼.....
일단, 소리가 왜 날까.
처음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내 몸과 나뭇가지가 충돌했기 때문이다.
단풍잎이 떨어진다는 것 또한. 그들의 남아있는 약한 생명력이, 충돌한 충격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금전 음성과 총성, 걸음과 뜀의 차이를 '공기' 와 '지면' 으로 뒀지만. 그것 또한 '충돌의 유무' 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일단은....뛸 때 나무에 힘을 줘서 '박차는' 것을 말고 달리 시도해볼까.
#높은 나무에서 아래 나무로 부드럽게 떨어지듯 뛰어봅니다.
터엉!!!
나뭇가지를 밟고, 그 울림이 크게 들려옵니다.
"....이것도 아닌가."
착지해서 다시 생각해본다.
그래도 '콰아앙!!' 이 아니라 '터엉!!!' 이었군.
하긴 생각해보면 떨어질 땐 결국 부딫히게 되니까....
그런데 이 나무는 원래부터 울림에 민감한걸까?
#시험삼아 나무를 살살 두드려보고, 또 적당한 힘으로 두드리면서 이래도 터엉!! 소리가 나는지 확인해봅시다.
텅, 텅, 텅.
텅텅텅텅
두드릴 때에도, 뛸 때와 비슷한 소리가 울리는 것을 보면서 시윤을 곤혹스런 표정을 짓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고민을 이어가던 차에.. 시윤의 눈에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옵니다.
보통이라면 발이 닿지 않을 법한, 나뭇가지의 정면 쪽에도 마치 발걸음이 닿았던 것 같은 흔적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살펴보았을 때 시윤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낍니다.
그러고 보니.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냥 뛰어서 닿아야 한다면 닿는 부분이 부러진다거나, 그 곳에 흔적이 남는다거나 할 것입니다.
그런데 마치 쓰다듬어 닳은 흔적같은 것은 존재하지만, 그런 흔적들은 왜 존재하지 않는 걸까요?
"참 신기한 나무야."
그렇게 얘기하면서 생각에 잠겼다가, 문득 나뭇가지의 정면에 시선이 간다.
다가가서 살펴보면....발걸음이 닿았던 것 같다.
.....이상한 일이로군. 왜 끝부분에 닳은 흔적이 있을까? 마치 무언가가 끌렸던 것처럼.
그러고 보면 일반적으로 뛰기 위해선 나뭇가지를 밟는다.
위에서 아래로 힘을 주고, 힘껏 박차 뛰어 반발력으로 위로 솟는 것이다.
그러나. 흠.....
나는 거리가 그나마 가까운 나뭇가지를 찾는다.
그리고 그 끝에서 힘을 위에서 아래로가 아닌.
수평으로 얼음위를 미끄러지는 듯한 짧은 보폭으로 나뭇가지 사이를 살짝 넘어가보려는 것이다.
#나뭇가지 끝에서 살짝 끌듯이 발을 움직여 수평으로 그대로 넘어가보려고 시도합니다.
훌륭합니다.
얼음 위를 미끄러지듯, 나뭇가지를 발로 쓸어내려갈 때. 시윤의 말이 정답이라고 알려주듯 나무는 침묵을 유지했습니다.
그 흐름을 따라 몸을 밀어내어 반대의 나무로 뛰어내린 시윤은 또다시 그 행동을 따라, 미끄러지며 균형을 잡습니다.
그렇습니다.
얼음 위에서 미끄러지는 것에는 소리가 따라오지 않습니다.
그와 같이, 숲에서 침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움직임이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자,
그럼 이제 필요한 질문은 모두 모인 것 같습니다.
시윤이 생각하는, 비전에 대한 깨달음은 무엇입니까?
"......좋아. 이거군."
조용한 나무를 보며 흡족하게 웃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요령은 잡았다.
그러니 이젠 그것을 정리 해서 답을 내볼까.
처음에는 이 곳의 성질에 대해서 눈치 채야 했다.
소리를 잡아먹는 지극히 고요한 숲.
거기서 오로지 '이동' 의 소리만이 부각되고 있었다.
그러니까 첫번째로 눈치채야 했던 것은 단순한 이동이 얼마나 많은 소리를 동반하는지.
그렇다, 내가 아까 기사단장님께 '듣지 못했던 것을 듣고싶다' 라고 얘기한 것처럼.
평소엔 무심코 지나치는 보폭의 소리들을 인지하고, 그것을 줄이고자 노력하는 사고다.
그 다음으로 이어졌던 것은 나뭇가지에서 뛰는 방식이다.
여러가지를 시도해보았다. 단순히 뛰어보기도 하고, 떨어져보기도 하고.
그러나 둥글게 닳고, 부숴지지 않은 나뭇가지를 보았을 때 나는 비로소 정답을 찾았다.
얼음 위를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넘어가는 것. 이 방법이라면 소리를 줄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그것은 소리란 충돌에 의한 진동이 퍼져나가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걸음과 뜀에서 우리는 수평으로 뻗어있는 바닥을 향해, 발을 수직으로 들어 나아가며 밟는다.
그 와중에서 부딫힌 물체들이 울리며 대기로 퍼지는 것이 소리란 현상이다.
그렇기에 소리가 나고, 그렇기에 나뭇가지가 부러지며, 그렇기에 연약한 잎들은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떨어진다.
그러니까다. 은밀하고도 신속한 발걸음을 유지하기 위해선.
수평으로 뻗어있는 나뭇가지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타고 가야 하는 것이다.
내가 수련하는 기술이 분명 <나무와 풀의 전령> 이라는 명칭으로 기억한다.
그 말대로다. 나무와 풀로 이루어진 길을, 그 흐름을 자연스럽게 타고 달려가는 전령이 되야 하는 것이다.
# 이게 나의 깨달음!!
좋습니다.
뻗어나가는 나무들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또한 어느 곳으로라도 뻗어나갈 수 있도록.
나무, 그리고 풀의 소리 속에 스스로를 숨길 수 있어야만 합니다.
하이젠피우스 기사단은 숲에서 시작되어 세상 바깥으로 나서며 수많은 이야기를 남겼고, 지금!
나무와 풀의 전령(F)
은밀하고, 또한 기민하게.
숲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수많은 소리와 함께 살아가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초대 하이젠피우스 기사단장은 거대한 숲을 중심으로 사람들에게 살아가는 법과 먹는 법을 가르쳤고, 스스로의 몸을 지키는 방법을 원한 이들에게 이 걸음을 가르쳤다.
나무와 풀의 전령이라는 이름처럼 이 기술은 여러 방향을 빠르게 움직이는 데에는 어울리지 않으나 일정한 거리를 소리 없이 움직이는 데에는 큰 도움을 보인다.
▶ 내달리다, 길 - 비전을 발동할 시 매 턴 망념이 8 증가한다. 움직임의 소음이 크게 감소한다. 태그 - 숲에서 이동속도가 크게 증가한다.
▶ 내달리다, 흘러내림 - 순간적으로 발에 의념을 집중시킨 채 직선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한다. 공격받을 시 신속에 따른 회피판정을 얻는다.
당신에게서 이어질 것입니다.
"해냈.....다!!!"
요령을 완전히 깨달아 비전을 습득했을 때, 나는 무심코 주먹을 쥐고 환호했다.
이것은 '나'의 성취다. 과거의 기억도, 기술도, 쓰지 않았다.
지금 좋아하는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 무력감을 느끼고, 당돌하게 찾아와.
미숙하지만 허세 없는 솔직한 대답을 내놓아, 헤메여도 고민한 끝에 도달한
이 기사단의 숲 속에서 현재 있는 소년인 내가, 이어 받은 이야기인 것이다...!!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면서 환호하고, 거기서 쌓인 열을 토해내듯 후. 하고 한숨을 내쉰다.
기사단장님께, 습득했다는 보고와 함께 감사를 드리러 가자.
#수련장에서 나와 기사단장님을 찾아가봅시다.
기쁜 발걸음으로 제니아를 찾아가는 시윤을 보며, 그녀는 웃음을 짓습니다.
" 축하합니다. 결과를 낸 모양이로군요? "
"네! 깨달음을 얻고 기술을 익히는데 성공했습니다!"
들떠서 신난 기색으로 대답한다.
역시 한눈에 알아보시는구나.
# 대답!
그녀는 말 대신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합니다.
" 이제 당신은 정식으로 하이젠피우스의 수련기사가 되었습니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묻는다면 당신은 하이젠피우스에서 수련하였단 말을 할 수 있고, 기사들 역시 당신을 수련받은 기사로써 인정하게 되겠지요. 허나, 그것이 언제고 좋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
시윤은 그 말을 조용히 듣습니다.
" 때론 당신을 시기하는 사람들도, 또는 칼을 들이미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기사라는 자리는 위협받는 자리이고, 또한 견제받는 자리이니까요. 하지만 그런 이들 속에서 당신이라는 존재가 피어날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
수련을 마칩니다!
기사단 기여도가 생성됩니다.
특정 행위와 명성을 통해 기사단의 명성을 드높일 경우, 기사단 기여도가 생성되며 기여도를 지불하여 아직 배우지 않은 비전, 또는 아이템을 획득하거나 특정 기여도를 지불하여 하이젠피우스 기사단의 기사단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현재 하이젠피우스 기사단의 기여도는 0입니다!
조용한 말을 곰곰히 듣고, 모든걸 차분히 이해한 후에도 고개를 끄덕인다.
"누군가 저를 시기하고, 칼을 들이 밀더라도. 저는 언제나 여기서 가르침을 받았단걸 자신있게 말할거에요."
나는 솔직한 녀석이니까.
세상에 그런 일들이 많다는건 잘 알지만, 그럼에도 여기서 노력했던걸 후회하지는 않겠다.
"이건, 이 곳에 넘어오기전에 구매했던건데.....약소하지만 부디."
조심스레 이 곳에 오기전에 샀던 차를 선물해드린다.
"다시한번,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키누아의 여운을 선물 드리며 마지막으로 감사 인사.
그녀는 기쁜 표정으로 키누아의 여운을 받습니다.
" 차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선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
곧 차를 치운 그녀는 시윤을 바라보며 묻습니다.
" 혹시 이 이후 계획이 있나요? "
"....현재 이 유럽에서 흉흉한 일이 발생하여, UGN 에서 제가 소속한 반에 특별 의뢰를 냈습니다."
구체적인 사항을 밝히는 것이 아니니 이 정도는 말해도 괜찮겠지.
"여기서 배운 가르침을 살리기도 하고, 그런 일을 바라만 보는 것도 성정이 아니라 의뢰를 받고 좀 더 스스로를 훈련할까 했습니다만..."
저런 질문은 대체로 이후에 뭔가 권유할만한 내용이 있을 때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물어보도록 할까.
"혹시 부탁하고 싶으시거나 권하실만한 일이 있으신가요?"
# 이후의 대략적인 예정은 있지만, 강제나 확정이 아니라 기사단장님이 권유한다면 바꿀 여지가 있다는걸 말해봅시다.
" 꼭 본인이 가지는 않아도 좋습니다. "
제니아는 잔잔한 미소와 함께, 이야기를 꺼냅니다.
" 비스케이 만. 그러니.. 구 프랑스의 끝자락에 '비시냐'라 부르는 기사단이 있습니다. 비스케이 만의 지하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게이트에 의해 몬스터가 끝없이 토해진다고 하더군요. "
그녀는 시윤을 바라봅니다.
" 성장을 바란다면 그 곳에 가보는 것도 좋을겁니다. 끝없이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상대하며 스스로의 무력함을 느껴보는 것도, 또한 그 틈새에서 성장하는 것도 도움이 될테니까요. "
"비스케이 만의 지하......"
이야기를 듣고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여유가 난다면 꼭 가보겠습니다. 설명을 들으면, 동료와 함께 가면 더욱 좋은 곳인 것 같지만요."
저격수인 나에게 몰려드는 수 많은 적을 상대라....
상식적으론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권왕에게 들었던, 기적의 세대의 저격수의 일화를 생각하면....
그런 것에도 도전해보면서 무력감과 성장을 느끼는 것 또한 도움이 된다고 말씀하시는 걸지도.
#머릿속에 새겨두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녀는 말을 마쳤다는 듯, 가벼운 손짓을 보냅니다.
인사의 뜻. 그리고, 깊게 본다면..
축객령. 그 정도가 되겠군요.
그럼 인사하고 기사단에서 벗어난다.
그 다음엔......좋아. 의뢰를 받도록 할까.
# 특별 의뢰를 수주합니다.
기사단을 벗어났습니다.
의뢰 수주와 이동은 제발 다른 행동임을 참고해주세요...
사람 많으면 시간 아끼려고 통합하던 게 캡틴의 행동임을 기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구나! 미안해 캡틴!
4차원의 벽을 넘은 사과를 하며 의뢰를 받도록 하자.
# 특별 의뢰를 수주합니다.
어차피 경고문은 이미 다 알테고..
그렇다고 안 하겠다고 할 사람도 아닌 거 아니까
▶ 동떨어진 의념의 파편 ◀
사실 알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다만 유찬영으로부터 유래되었다는 사실만을 알 수 있는, 모든 곳에 균형을 이룬 듯 보이는 완벽한 팔면체의 형상을 띄고 있다. 그 안에는 거친 의념의 힘이 박동하고 있어 이것을 제대로 취하는 자에게 그 안에 숨겨졌던 힘을 개방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 바이올렛 코스트
▶ 바이올렛 코스트 : 각성 - 사용 시 특수 카테고리 '의념기'를 추가한다.
옛슈
하하.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군!
그럼....가장 먼저 이걸 써보는 사람이 되어볼까!
#동떨어진 의념의 파편을 사용해봅니다!
사용합니다.
......
무언가.
들렸어야만 할 것 같은.
들었어야만 할 것 같은.
무언가가.
들리지도,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단지.
볼 수 있는 것은.
새하얀 빛.
끝없이 펼쳐진 빛의 길.
온 몸에 느껴지는 것은 무엇이라도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충족감.
이미 한참이나 내달린 길의 앞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빛의 덩어리가 시윤을 바라봅니다.
◆
당신의 길을 향하는 때에,
■
무엇이 당신에게 내달릴 힘을 주겠습니까?
작성하십시오.
당신의 의념기를 말입니다.
◆ 찰나생멸
■ 한 순간에 여태까지의 모든 것을 담는 한발의 탄환. 사전에 1턴을 소모하여 전용탄을 생성해야만 사용할 수 있다.
이후 해당 탄환의 사격이 적중했을 경우, 전투가 지속된 시간에 비례한 큰 피해를 준다(최대 비례 5턴).
# 의 념 기 제 작 !
당신의 의지, 그리고 방향성을 담아.
어느 곳에도 닿을 수 있는 변화의 탄환이 되길.
◆ 찰나의 생명
■ 의념의 힘을 증폭, 윤시윤 본인만 사용할 수 있는 한 발의 탄환을 만들어낸다. 매 턴 대미지가 증가하여 최대 5턴까지 대미지가 증가한다. 사용 시 망념이 80 증가하며, 최대 턴까지 매 턴 10의 망념이 증가한다.
"....이게 의념기인가."
몸에 망념이 어마어마하게 찼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누군가의 가호가 아니었으면 큰일 날뻔 했을지도....
감사를 전하면서, 일단 회복을 좀 해볼까.
#마브니스의 혼탁한 지평을 써봅시다.
사용합니다!
망념이 50 감소합니다.
...!!!!!!!!!
망념의 최대치가 10 상승합니다!
현재 망념
100/210
잔여 망념
74/100
"후우....."
가볍게 기지개를 한번 핀다.
여기 온 첫 목표는 이뤘다.
그럼 다음엔 뭘 하면 좋을까....
일단, 최근 바빴던 만큼 온 연락이라도 있는지 볼까.
#어디선가 연락이라도 온거 있는지 확인해봅니다.
NPC와 연락처를 공유한 적 있나요?
- 아니요
없습니다!
"슬픈 일이로군."
특별반 중에서도 놀라운 외톨이가 아닐까.....
의뢰쪽에서는 무언가 하달온게 없나?
#의뢰 관련 지령이 있나 찾아봅니다.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
의뢰가 발생할 즈음이 되면 자동으로 우선 판정을 통해 제공되니 참고합시다.
"좋아.....그럼."
가만히 서있기도 뭐하다.
다만 어딘가를 들려서 큰 일을 수행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단건.....기왕 해외까지 왔으니, 조금 주변을 둘러볼까.
커피라도 한잔 마시며 여유를 즐긴다던가 같은 느낌으로.
#근처를 거닐며 둘러볼 수 있을까요? 만약 카페가 있다면 찾고 싶어요.
원래라면 이동 판정도 필요하긴 합니다.
왜냐면 나와봐야 그냥 숲이니까요.
하지만 이번만은 그냥!! 이동시켜드립니다!!!!!
시윤은 꽤 먼 거리를 걸어, 작은 카페 안으로 들어섭니다.
'늘여진 소'라는 이름을 한 카페 안에는 커피를 갈고 있는 여인이 눈에 들어옵니다.
" 어서오세요! 무언가 주문하려 하시나요? "
오랜만의 손님인 듯, 그녀는 꽤 반가운 목소리로 시윤을 맞이합니다.
꽤나 먼 거리를 걸어 작은 카페를 하나 찾을 수 있었다.
'늘여진 소' ....응? 카페 치곤 어쩐지 특이한 이름 같기도 하고.
뭐 어차피 깐깐하게 굴 생각도 없고.
외국에 나와 시간과 여유가 있을 때 조금 인연을 즐겨볼까 했던거니까.
"아, 안녕하세요. 네. 원랜 커피를 마셔볼까 했는데...."
고개를 끄덕이곤 메뉴판을 잠깐 보다가 조금은 멋쩍은듯 웃으면서
"이 근방에는 처음 온 학생입니다. 혹시 추천해주실만한 메뉴가 있다면 그걸로 주문해도 괜찮을까요?"
돈이 부족할 일은 없겠다. 커피에 대해 원래 그렇게 잘 아는 것도 아니고.
여기서는 괜찮다면 직원의 추천메뉴란 것을 한번 받아볼까.....
#대화
" 신선한 커피로 낸 에스프레소가 가장 좋은 편인데, 그걸로 드릴까요? "
왜인지 이럴 것 같단 느낌이 들었습니다.
커피에 물 탄 아메리카노 따위가 인기메뉴일리 없단 유럽인의 호소를 들은 캡틴의 무언가가 나오는 느낌이네요..
"에스프레소 좋네요. 같이 먹을만한 음식도 있을까요?"
신한국에선 남녀노소가 '아아', 그래 흔히 말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즐기는데.
역시 유럽 본토는 진하디 진한 에스프레소인가....
고개를 끄덕이며 얌전히 주문한다. 주문에 이상한 소릴 하지 않는게 좋은 손님이 되는 첫 걸음이다.
# 우아하게 주문중
시윤은 점원에게 적절한 압박을 주어 비스킷 몇 개를 뜯어냅니다.
설탕이 코팅된 비스킷이라, 쓴 것을 먹을 때 적당한 단 맛을 줄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티, 팁을 건네주도록 하자. 외국은 분명 팁문화가 있지?
그럼 어디 커피가 나올 때 까지 신문(은 아니지만 비슷한)이나 읽어둘까.
#적당한 가격의 팁(미안 내가 얼마일지 잘 모르겠어. 캡뿌틴에게 맡긴다)을 건네주곤, 헌팅 네트워크에서 유럽의 근황이나 조사해봅시다.
적당히 10GP정돌 줍니다!
기쁜 눈치로 받아든 점원은 시윤이 조용히 있을 수 있도록 커튼을 조정해줍니다.
최근 유럽에서는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근황이라고 따져도.. 유럽이 단순히 작은 구역이 아니니만큼.. 쉽게 찾을 수 없긴 하군요.
무엇보다도 시윤은 이런 정보를 분류하는 방법을 모릅니다.
... 무언가 원하는 키워드가 있습니까?
"흐음...."
확실히, 요 근래 유럽에선 기사단 관련한 이벤트도 있었던가...
그런 것도 흥미가 없다하면 거짓말이겠지만.
....현재로써 가장 신경쓰이는 것은 다른 일이다.
죽은심장의태아....아니, 그런걸 함부로 검색한다고 흔히 정보를 얻을 것 같진 않은데.
시체와칼날의교단....이 쪽은 무난하긴 하겠지만. 역시 범위가 조금 넓다. 뭐, 다음 순번으로 생각해둘까.
그럼 처음엔 이것부터.
# '사망한 인물의 목격 정보' 정도를 키워드로 잡고 검색해봅니다.
수많은 찌라시 정보들과, 시간 보내기용 스낵 컬쳐들이 검색됩니다. 아직 보안 등급이 높지 않기 때문일지.. 별로 좋은 정보들은 보이지 않는군요.
또 꽝인가 생각하며 시윤은 에스프레소를 살짝 입으로 가져댑니다. 향기로운 향은 좋지만.. 여전히 쓴 맛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 몸의 거부감이 올라옵니다.
" 꽤나 고약하지? 그 향을 꼭 즐길 필요는 없어. "
쓴 맛의 급습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던 시윤의 옆에서, 언제 들어왔는지 모를 한 사람이 옆 테이블에 앉은 채 시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머리는 무언가를 썼던 것처럼 꾹 눌려 있었습니다. 외모 자체는 꽤 볼만한 남자였지만,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유독 반짝이는 것 같은 저 눈이었습니다.
마치 흥미를 가득 담은 것만 같은 밝고, 맑은 눈. 거기에 더해 가려진 몸으로도 선명히 드러나는 것 같은 근육질의 몸이 눈에 들어옵니다.
" 각설탕 세 개. 향은 좀 망가지지만 사람이 마실 수 있는 게 최고지. 선택하고 말고는 소년의 역할이겠지만? "
그는 그리 말하곤 점원을 향해 손을 흔듭니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점원의 눈은, 약간의 혐오가 들어간 듯 보이는 눈치입니다.
" 레이디, 우유 한 잔. 따뜻하게 부탁해. "
" 네네 - "
" 소금도 조금 주면 좋지. 부탁할게. "
귀찮다는 눈치의 점원과, 그럼에도 어쩔 수 없단 표정의 남자이지만. 꽤 편한 분위기가 두 사람이 초면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게 합니다.
역시 시시한 정보들 뿐이다.
하기사. 정식 권한도 없이 찌라시를 들춰서 당첨이 얻어걸릴 확률이 더 낮겠다만.
그런 생각을 하다 에스프레소의 쓴 맛에 강렬하게 습격당한다.
향기는 좋다. 분명, 맛있는 커피일 것이다.
따라서 '맛없어!!' 같은 반응을 참기 위해 표정을 경직시키고 몸을 부르르 떤다.
그러던 도중 옆에서 들려오는 말 소리에, 어쩐지 어마무시한 부끄러움이 밀려 들어오는걸 느낀다.
"....아. 반갑습니다."
뜨거워진 낯을 가리기 위해서라도 한번 고개를 숙여 정중하게 인사하곤.
이내 조금 민망하게나마 웃으며 대답한다.
"호의가 담긴 조언은 수용하는 성격이라서요. 점원씨, 죄송하지만 여기 각설탕을 세개만 부탁합니다...."
에스프레소가 자신인 카페에서 각설탕을 당당하게 넣어 먹는건 뭐라고 해야할까.
장인 정신을 훼손하는 느낌이라 지양하고 싶었지만. 저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있으니 감사히 요구하기로 했다.
어쨌거나 나는 커피를 마시고 싶은 것이지. 쓴 맛에 몸을 비비 꼬고 싶었던 것은 아니니까...
"...아무래도 조금, 어른스러울려고 폼을 잡았나봐요."
하하....하고 웃으며 건너편 남성에게 조금 민망한 속내를 감사의 의미로 드러내기로 했다.
누군진 잘 모르겠지만, 선해보이는 인상이라 자연스럽게 호감이 느껴졌다.
# 각설탕 세개 추가하면서 대화
점원은 어쩔 수 없단 표정으로 시윤에게 각설탕 세 개를 가져다줍니다.
겨우 각설탕 세 개를 때려넣은 뒤에야 쓴 맛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 아직 시윤의 몸이 어리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합니다.
" 어때? 이젠 꽤 괜찮지? "
그는 소금을 한 꼬집 정도, 우유에 집어넣어 휘젓습니다.
" 하하. 향이니 맛에 너무 신경을 쓰다간 먹을 수 있는 것도 못 먹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 말야. 결국 중요한 것은 '먹을 수 있는 것을 먹는다'란 것을 잊지 말도록 해. 어린 소년. "
자신의 머리를 가볍게 휘저은 그는, 자신 몫으로 주어진 우유를 한 모금 삼킵니다.
" 크으으... 이 맛이지. 적당한 고소함, 그리고 몸이 풀어지는 듯한 감각. 이 집이 늘여진 소인 이유가 이 우유 때문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거든. "
아, 하고 알 수 없는 감탄사를 내뱉은 남자는 웃으며 시윤을 바라봅니다.
" 내 소개가 늦었군. 돈 지오테, 편하게 지오라 부르면 된다고. 키하노 기사단의 일대종사이지. "
"네. 맛있어요."
미안하단 얼굴로 웃으며 점원에게 한번 고개를 끄덕이곤, 드디어 '적당히 씁쓸해진' 커피를 한모금 마신다.
커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팔짝 뛸 지도 모르겠지만...그렇다. 지금의 나에겐 오히려 이 정도가 적당한 것이다.
그게 씁쓸하냐고? 음....달짝지근해진 커피를 한모금 더 마시면서 생각해봐도, 그렇진 않다.
연애란 신기한 기분이다. 또래 소녀를 좋아하는 것으로, 스스로가 어리단걸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네요. 본고장의 맛이라던가. 타준 사람에 대한 예의 라던가. 이것저것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맛있는 커피를 즐기지 못하면 안타까운 것이니까."
그렇게 말하며 나는 각설탕 세개를 넣은 커피를 한모금 더 마셨다.
많은 것을 신경쓴 결과, 할 수 있는 것 조차 하지 못하게 된다면. 본말전도이기도 하다.
"그렇게 맛있게 마시시는걸 보니 저도 우유를 시켜볼걸 그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에요."
정말 맛있게 마시는걸 보곤 웃으며 대답한다. 빈 말이 아니라, 실제로도 그렇게 생각했다.
"아. 저는 윤시윤이라고 합니다. 신한국의 미리내고 특별반 소속의 학생이고, 이 곳에 와서 하이젠피우스의 수련기사가 되었습니다."
지오씨의 소개에 맞춰, 나도 자신을 소개했다.
뒷 문구는 본래라면 하지 않겠지만, 이번엔 상대가 소속 까지 밝혀 소개한 만큼 맞춰서 인사를 건네기로 했다.
#대화
" 하이젠피우스라. 그 곳에는 여전히 제니아 누님께서 맡고 계시던가? "
그는 하이젠피우스 기시단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다는 듯, 자신의 이야기를 내어놓습니다.
" 꽤나 괄괄한 분이었지. 말을 듣지 않는 기사들을 기사단의 보물로 후드려 패시면서 철혈제재를 해내시던 모습은 참 잊기 힘들었으니 말야. "
어... 다른 분 아닌가요?
시윤의 기억 속 제니아 씨는 꽤나 정중한 기사였던 것 같은데.....
"아, 네. 그 분께 허락을 구하고 수련을....."
아시는구나! 하긴 아직 거리가 엄청나게 차이가 나진 않으니까.
즐겁게 웃으며 설명 하려다가, 이어지는 말에 조금 의아해 한다.
제니아 기사단장님은....되게 차분하고 상냥하신 인상이었는데.
"그러셨었나요? 정말 의외....에요. 제게는 되게 차분하고 정중하게 대해주셨거든요."
지오씨가 말하는 그 분의 인상은 뭐랄까. 사고뭉치들을 쫓아다니면서 회초리로 야단치는 맏누나 같은 느낌이네...
그러고 보니 '누님' 인가. 어쩌면 지오씨와 제니아 기사단장님은 아주 오래전 부터 알고 지내신걸지도 모르겠다.
"혹시 그게 언제적의 이야기인가요? 뵈고 온 기사단장님의 이야기인지라 흥미롭네요."
#대화
" 응? 아아. 별로 오래된 이야기는 아니지. "
그는 미묘한 미소를 짓습니다.
" 그도 그럴 게 누님께선 의념 각성자가 아니시잖아? 그에 비해 나는 의념 각성자이기도 하고 의념 각성자에게 시간이라는 게 별로 엄청 영향을 끼치는 것도 아니기도 하고 말야. "
지오는 그런 말로 이야기를 마치고는, 시윤의 등에 보이는 총을 향해 눈빛을 보냅니다.
" 꽤나... 귀여운 놈이네. 저걸 무기로 쓰는 거지? "
"아하....그렇군요."
아아. 확실히 그럴지도.
제니아 기사단장님은 놀랍게도 각성자가 아니셨지.
그 깊은 조언과,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놓친 경험의 인상이 커서 미처 생각을 못했다.
그렇다곤 해도 그 말은 '의념 각성자' 기준으로 '별로 오래된 이야기' 가 아닐 뿐.
아마 몇십년 정도는 되었겠지....흥미로운 얘기긴 하지만 별로 길게 얘기하고 싶으신 눈치가 아닌 것 같다.
따라서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조금은 민망하게 웃으며 등 뒤에 맨....커다란 악어인형 같은걸 잠깐 등에서 벗어 보여드린다.
"네. 최근에 구한 무기에요. 아마 오랫동안 파트너가 될 것 같은...."
산타클로스 몬스터를 잡은 의뢰 보상으로 얻었다. 【송곳니】에 이어서, 아마도 이 녀석은 오랫동안 쓰게 되리라.
그런 나의 파트너의 이름은.....
"【바보 꼴깍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불러도 멋보단 귀여움이 남는 느낌이다. 처음엔 이게 뭐야, 라고 생각했지만.
보다 보니 솔직히 귀여워서 정이 들기 시작했다.
너도 인사해 꼴깍아. 꼴깍!
#제 파트너 바보 꼴깍이를 소개해요~~
결국 시윤의 대답을 듣곤, 지온은 웃음을 터트립니다.
" 크크크크크크...... 그 이름만큼이나, 귀여움도 흉악한 놈이구만. "
잠시 웃음이 끝났음에도 여전히 생글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는 자신의 등 뒤에 있는 창을 가볍게 두드립니다.
" 남의 무기에 대해 들었으니 내 무기도 알려주는 게 좋겠지. 이놈의 이름은 미쉴라그. 그린 코스트의 한 종류다. 한 번 꿰뚫은 녀석에 한해서는 공격력에 보정을 주는 흉악한 놈이지. "
자신의 무기의 효과를 선선히 알려주는 모습은, 요즘의 각성자들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 뭐.. 남의 무기에 웃음을 터트리긴 했으니. 불쾌한 값은 이정도로 치뤄도 괜찮을까? "
"푸흡, 역시 그렇죠? 저는 처음에 솔직히 '이게 뭐야...'라고 생각했는데. 뭐랄까, 귀여워서. 보다보니 정이 들고 있어요."
그럼 나도 따라서 같이 웃음을 터뜨리며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원래 내가 예상했던 방향의 무기와는 한참 달랐기에 처음 받았을 때 당황하긴 했다만.
그래도 묘하게 귀엽고 바보 같은 외견을 보다보면 밉지는 않다.
"헤에, 그린 코스트...! 강적과 싸울 때에 강한 능력이겠는데요. 실은 제 꼴깍이도 치명타 판정이 쌓이면 일부 부위를 먹어치우는 능력이 있어요."
나는 감탄하면서 지오씨의 등 뒤 창을 본다.
반장의 오렌지 코스트만 해도 상당히 뛰어나다고 생각했는데.
그린 코스트면 분명 엄청나게 강한 무기....그것도 코스트인 만큼 자신이 게이트를 해결한 에피소드가 있으려나.
"괜찮아요! 값으론 차고 넘칠 정도인데다가...."
꼴깍? 하고 바보 같은 얼굴을 한 꼴깍이를 한번 보곤 이내 다시 활짝 웃으며 얘기한다.
"웃음이 꼭 나쁜 것도 아니니까요. 세상에 웃음이 많아지면 좋은 일이죠."
#대화
시윤의 말을 들은 지오는, 자연스럽게 시윤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천진난만한 웃음을 터트립니다.
" 하하. 녀석, 나이도 어려보이는 녀석이 꽤나 세상의 진리를 잘 알고 있구나. "
마치 그런대로 시윤의 모습이 재밌다는 듯, 지오는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 이런 세상이 된 후로, 사람들의 웃음은 우리 이외의 고통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 순수한 웃음보단 자극에서 오는 웃음을 바라는 이들이 늘고, 발전한 기술에 의해 무언가를 부수거나 파괴하는 것에 더 자극적인 무언가를 바라곤 하지. "
말합니다.
" 그런 세상에서 나는 꽤나 고전주의자라 말이야. 조금믄 편한 웃음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버터를 밟고 넘어지는 심보 고약한 아저씨라던가, 바람이 불어서 옷이 날아가는 것을 붙잡으러 뛰는 아낙같이. 그런데로 사소한 재미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
그는 씨익 웃습니다.
" 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것도, 꽤나 지금의 아이들에겐 익숙하지 않을 의념시대 이전의 이야기들을 모으곤 하지. "
"칭찬 감사합니다."
친근하게 어깨에 걸쳐진 팔과 천진난만한 웃음에, 나도 솔직하게 웃기로 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에는 그럭저럭 사연이 있는데다가.
그게 꼭 좋지만은 않아서, 애늙은이 같다고 뭐라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런 점들이 지금의 순수한 칭찬을 기뻐하지 않을 이유가 되지는 않으니까.
"....확실히, 그렇네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곤, 이어지는 말에 마찬가지로 웃는다.
"언젠가 제가 친구에게 해줬던 말이 있는데요. '아이들이 아무 생각 없이 술래잡기라도 하면서 뛰놀고 웃을 수 있는 세상이 좋은거야.' 라고. 정말이지 공감해요. 조금은 시시하고, 사소한 웃음들은 잃어버린 뒤에나 소중함을 깨닫는 법이니까."
일상이란 그런 것이다. 늘 곁에 있기에 소중함을 모르지만. 사실은 그 무엇보다 귀한 것.
행복의 파랑새는 자신 곁에 있었다는 일화라고 해야할까.
"....정말로요?"
조금 의외라는듯 지오씨를 보고는 내 경험도 들려드린다.
"우연이네요! 실은 저도, 조금 사정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의념시대 이전의 이야기들에 관심이 많아요. 여기 유학 오기전에는 역사 관련 기념관에도 다녀왔으니까요."
거기서 너무 많이 질문하다가 친절한 안내원양을 귀찮게 만들기는 했지만요...하고 쓰게 웃는다.
#대화
시윤의 이야기를 들은 지오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습니다.
" 사람을 많이 대하는 이들에겐 짧은 휴식시간도 나름의 개인의 시간이니 말이지. 우리야 원하는 정보를 얻고 나면 그 뒤론 자유라지만, 우리 이후에도 자유가 오려면 한참 걸리는 사람들에겐 그 시간이 별로 탐탁지 않을 수도 있잖아? "
그는 그렇게 얘기합니다.
" 아차. 너무 내 얘기만 했군. 그럼 이번엔 소년에게 이야기할 기회를 주도록 하지. "
지오는 꽤나 거칠어보이는 수염을 만지면서, 시윤을 바라봅니다.
"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봐도 좋아. "
"솔직히 배려가 부족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고개를 끄덕이면서 반성한다. 적어도 휴식 시간에 말을 걸었단걸 좀 더 생각할걸.
솔직히 조급했었다고 해야겠지....기회가 되면 사과하러 가고 싶기도 하네.
"궁금한거라....물론 있죠."
지오씨는 언뜻 봐도 꽤나 대단한 인물이다. 그러니까 현재 유럽의 정세라던가.
강해지는 방법이라던가. 뭐 그런걸 떠올릴지도 모르지만...난 다른걸 묻기로 했다.
"카하노 기사단은 어떤 곳이고, 지오씨가 어떤 사람인지 더 듣고 싶어요."
그것은 바로 눈 앞의 상대에 대해서.
이유는 생각보다 심플했다.
"좋은 사람 같으니까. 더 알고 싶다는 느낌으로 말이죠."
친해질 수 있다면 더 좋구요! 하고 웃었다.
#질문
" 흐음. "
두 가지 질문인가, 하고 중얼거리던 지오는 손가락을 한 개 세웁니다.
" 하나는 답해줄 수 있겠네. 카하노 기사단은 어떤 곳인가. 말하자면 '괴짜들의 기사단'이었지. "
그는 과거를 회상하며 살짝 웃음을 짓습니다.
"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 이야기를 찾기 위해 세계를 떠도는 놈들. 그 주제에 전투에 뛰어난 놈들이 모여 만들어진 게 카하노 기사단이다. 기사단의 주 무기는 창, 관련된 비전은 돌파와 관련된 창술, 거기에 승마술 정도지. "
이야기를 마친 듯, 그는 시윤을 바라보며 묻습니다.
" 카하노에 대해 더 궁금한 게 있나? "
아. 묻는 방법이 나빴구나. 하고 생각한다.
이럴거면 지오씨에 대해 솔직하게 물을걸 그랬나~ 하고 가볍게 후회하지만.
뭐 기왕 물었으니까. 그 쪽으로 몇가지만....더 물어볼까. 많이는 말고.
"즐거운 곳 처럼 들리네요."
고개를 끄덕이곤, 아마도 마지막이 될 질문을 해본다.
"카하노 기사단에선 수련기사를 받는 편인가요?"
#질문
" 수련 기사를 받지 않는 편은 아니다만... "
그는 슬쩍, 시윤을 바라보며 이야기합니다.
" 이미 경지에 오르기 직전인 녀석이 창을 배울 생각은 아닌 것 같아서 말이다. "
"아하하....그것도 그렇네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하이젠피우스 기사단처럼 굳이 창이 아니더라도 내가 배울 비전이 있다면야~ 라는 이야기지만.
얘기를 들어본 느낌 대로, 아무래도 좀 특히나 창에 특화되어 있는 곳 같고.
어쩌다 찔러보는 식으로 들어가는 것도 좋진 않겠지.
"대답해주셔서 감사해요. 되게 유쾌한 곳 같네요."
#대화!
그렇게, 두 사람의 만남은 적당한 시간의 흐름이 지났습니다.
" 꽤나 카페에 오랫동안 죽치고 있었던 것 같군. "
지오는 슬쩍 눈을 돌려, 어쩐지 두 사람을 바라보는 듯한 여급에게 윙크를 보내며 우유를 마신 컵을 들어올립니다.
" 일어나자고. 더 있다간 눈치 없는 사람들이 될지도 모르잖나? "
마음이 맞고 선한 사람과 대화라서 그런가? 어쩐지 시간이 빨리 간 것 같다.
"그렇네요. 커피 한잔의 여유는 즐긴 것 같고."
그럼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 값을 계산하고 가게에서 나서기로 했다.
"좋은 얘기 들려주신 보은으로, 우유 값 정도는 제가 내도 괜찮을까요?"
#계산합시다!
" 이런데는 원래 어른이 사는 게 예의인 법이지. "
동전지갑을 흔들면서 지오는 의뭉스런 미소를 짓습니다.
이미 계산을 마친 모양이군요!
"아차."
빠르다! 라고 생각해서 당황했다가, 이내 결국 웃음을 터뜨리곤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감사합니다."
가게 문을 열고 나오면서
"그런 어른의 예의를 솔직하게 감사로 받는 것도 아이의 예의라고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네요."
#가게에서 나와요!
가게에서 나옵니다!
지오는 어깨에 창을 걸터메곤, 슬슬 떠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오씨는 이후에 어디로 가시나요?"
이후에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고민에 잠기면서 작별하기전에 묻는다.
특별 의뢰는 다행스럽게도 아직 지령이 내려오진 않은 모양이고 말이지.
"저는 또 어디로 가볼지 좀 고민되네요."
# 작별하기전에 어디가시나 물어보기?
그는 웃음과 함께 이야기합니다.
" 한 친구가 남긴 이야기가 있어서. 그걸 찾아다닐까 해. "
"아하....소중한 친구분이셨나보네요. 그렇게 이야기를 찾을 정도면."
'어떤 이야기인데요?' 라고 물어볼까 하다가. 관두기로 했다.
한 친구가 남긴 이야기란 것은. 이제는 듣지 못할 이야기일지도 모르니까.
그런 추억을 호기심이란 이름으로 진흙발로 버젓이 들어가는건 달갑지 않은 행위다.
상대가 친절해도, 아니 친절하니까 지켜야 하는 예의는 있는 법이지.
"혹여나 제가 조금이라도 도와드릴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그렇게 말하곤 커피집 입구를 보다가 웃으며 말하기로 했다.
"동경하는 어른을 돕고 싶어하는 것도 아이의 특징이잖아요."
#대화
" 그렇다면야. "
그는 부끄럽단 표정으로, 시윤을 바라보며 이야기합니다.
" 만약. 내가 아니더라도 우리 기사단에 대한 다른 이야기들을 찾는다면.. 내게 알려줬음 해. "
천천히.
그는 대답을 이어갑니다.
" 많은 이야기가 아니어도 좋아. 짧은 이야기라도, 아니면 긴 이야기라도 좋으니. 만약 그런 이야기들을 찾는다면... 그래. 이 곳에 맡겨주면. 내가 답을 주도록 할게. "
그는 아까 두 사람이 있었던, 늘어진 소 카페를 보며 이야기합니다.
" 부탁해도 괜찮을까? "
기사단에 대한 이야기....인가.
그가 어떤 사정을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그 기사단이 어떤 곳인지도,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얘기하는 지오씨에게서는 어딘가 아련함이 느껴져서.
한 때,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전생의 나에게 소중했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기분이 들어.
나는 믿고 맡겨달라는듯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네! 맡겨주세요!"
#대답
천진난만한 듯한 시윤의 이야기와 웃음. 그 내용을 받아들이듯 웃음을 짓는 지오.
그 모습은 어느 이야기에 나올 어린 아이와 어른의 모습처럼 보여, 썩 즐거운 이야기였습니다.
글쌔요.
키하노 기사단에 담긴 이야기를, 그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어떤 이야기가 있으리라곤 지금은 짐작할 수 없을 것입니다.
기사란 각자의 명예를 위해 살아갔던 이들.
그런 영웅들이 남긴 이야기의 발걸음을 쫓아봅시다.
엑트 '잊힌 기사들의 노래'가 시작됩니다!
- -10- 잊힌 기사들의 노래
- "그으럼....."
지오씨랑 헤어진 이후 나는 잠깐 고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자신 만만하게 도와주겠다고 약속한 이상. 성과가 없으면 솔직히 너무나도 민망하다.
어떻게 할까....
음~ 하고 팔짱을 낀채로 하늘을 올려다 본다.
앗. 그러고 보면, 일단은 기사단에 대해 더 여쭤볼 수 있는...그나마 인연 있는 곳이 있지 않았던가!
#하이젠피우스 기사단으로 다시 가볼 수 있나요?
이동합니까?
# 이동해보죠!
이제는 익숙한 흐름을 비집고, 하이젠피우스 기사단의 거점으로 이동합니다!
바닥에 보이는 잡초들을 다듬고 있던 제니아 기사단장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돌아온 시윤을 바라보며 의뭉스런 표정을 짓습니다.
" 볼 일이 아직... 남으셨던가요? "
"아. 곧바로 되돌아와 귀찮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가르침도 사사 받고, 얘기도 다 마무리 해서 물러났는데 곧바로 돌아 왔으니. 의아하게 여기실만도 하다.
뭐라고 설명 드려야 될까....민망해서 머리를 좀 긁적이다가, 솔직하게 말씀드려 보기로 했다.
"실은 여기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있는 카페에서....돈 지오테. 지오씨라는 분을 만났거든요. 키하노 기사단의 일대종사라는 분이에요."
"좋은 분이라 얘기하다보니 자처해서 부탁을 받았는데, 어떻게 조사해야 할지 고민이 되서...."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정중하게 부탁 드려 보기로 했다.
"그 분의 말로는 제니아 기사단장님과도 아는 사이라고 하셔서. 혹시나 얘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 해서요."
말로만 부탁하면 어쩐지 염치 없으니까, 마주 쪼그려 앉아 같이 잡초 다듬기라도 도우며 얘기해보기로 했다.
#잡초 다듬기를 도와드리면서 사정을 설명해봅니다.
제니아 기사단장은 특이한 이야기를 들었단 표정으로 시윤을 바라봅니다.
" 돈 지오..? 그가 다시 활동을 시작했단 말인가요? "
아주 오래된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처럼, 제니아의 눈이 크게 떠집니다.
" 그는... 유럽의 기사라는 존재가 생겼을 때부터 존재했던 기사 중 하나에요. 수많은 기사들이 각자의 사명을 쫓던 것처럼 그는 '희망'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그 희망을 나눌 수 있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찾는다. 는 목표로 유럽 전역을 방랑하던 기사였죠. "
하지만.. 하고 침음을 내뱉은 제니아 기사단장은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 돈 지오는 벌써 25년이 넘는 시간을 활동하지 않던 기사에요. 아주 오래된 기사이지만.. 갑작스럽게 존재를 감췄던 것도 이상했는데. 그가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니...... "
"....그 정도인가요?"
잡초를 한포기 뽑으며 나도 마찬가지로 놀란다.
카페에서 커피 한잔 하다가 우연히 만난 인연.
일대종사라고 하니 대단한 사람이겠거니 했지만, 과연 그 정도로 드문 만남일 줄은.
"그렇지만....사칭이나 거짓말 하는걸로 보이지는 않았어요."
그 서글서글하고 친절한 태도가 거짓되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애초에, 우연히 만난 꼬마에게 굳이 그런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지 않은가.
그 분의 특징이 제니아 기사단장님이 아는 인물과 일치한지 확인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맞아. 얘기하다가 자신의 무기를 소개해주셨었는데, 미쉴라그라는 이름의 그린 코스트 창이었어요."
그린 코스트 쯤 되는 무기라면 흔하지도 않을 것이고, 당당하게 메고 있었으니 주요 무기일 가능성이 높겠지.
25년간의 공백 동안 구하셨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제니아 기사단장님이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
#미쉴라그라는 창 쓰시는 분이던데요?
" 마쉴라그... 라고요? "
시윤의 말에 제니아는, 조금은 의뭉스런 표정을 짓다 넘깁니다.
" 아니.. 아닙니다. 벌써 수십년도 전의 일이니. 아마 그에게도 사정이 있을 수 있겠네요. "
"네....아무래도 제니아 단장님이 알고 지내실 때 쓰던 창은 아니신가 보네요."
음....제니아 기사단장님에게 미쉴라그라는 이름의 창은 처음 들어보는 모양이다.
일단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가 자신에게 부탁했던. 그리고 지금의 행보에 대해서 떠올려 말하기로 한다.
"아. 그치만 왜 활동하기 시작했는지....조금 정도는 들었어요."
기억을 되살리면서 잡초를 한번 뽑고는. 그의 그 상쾌하지만 아련한 분위기를 떠올리며.
"한 친구가 남긴 이야기가 있어서, 찾아 다닌다고...."
어떤 친구인진 못 들었지만요. 하고 덧붙이곤
"저에게 카하노 기사단에 대한 다른 이야기를 찾는다면 알려달라고 부탁하셨어요."
#대화
카하노 기사단의 이야기를 찾는다.
그녀는 그 말에서 느껴지는 안타까움을 아는 듯. 조금은 슬픈 얼굴로 고갤 끄덕입니다.
" 카하노 기사단은... 한 번, 완전히 무너진 적이 있습니다. "
조용한 목소리로 그날의 참상을 되짚는 제니아의 말을 시윤은 가만히 들어갑니다.
거점으로 활동하던 마을에서 시작된 분쟁, 당대의 범죄자를 끌어모아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던 사람들, 그리고 그를 해결하기 위해 쓰러졌던 기사단.
" 공연의 밤 사건. 기사들이 지역을 거점으로 삼지 않고, 자신만의 지역을 개척하기 시작한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었습니다. 지켜야 하는 이들의 배신, 그리고 그 동료들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이들. 심지어... 죽어버린 이들의 가는 길마저 급하게 몬스터의 습격을 방지하기 위해 급히 태워졌던 날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카하노 기사단. 그리고 그들의 이름은 이야기의 한 줄로 남고 말았답니다. "
왜 지금의 기사도에 약자를 수호한다. 라는 그 내용이 없는지.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인 듯 싶습니다.
"............"
지켜야 하는 이들의 배신, 인가.
요 근래는 잘 떠올리지 않았던 씁쓸한 담배맛의 과거가 떠오른다.
약자를 지키고자 의무를 삼은 이들이, 호의를 권리로 왜곡되어, 안정이 욕심을 부르는 일이라면...
과거 어딘가의 군인도 겪었던 일이 아닐까. 그러니까, 일지도 모른다.
"지오씨는....좋은 사람이더군요. 어른스럽게 조언해주면서도, 아이처럼 친근하고. 이 세상엔 시시콜콜해도 좋으니 생각 없이 즐거운 웃음이 늘어나길 바란다는 얘기도 했어요. 저는 거기에 공감해요."
그러니까, 다. 내가 그 사람을 '돕고 싶다' 라고 간청한 것은, 그 사상에 공감했기 때문이며.
옛 친구에 대한 아련함과 안타까움이, 어딘가 나와 닮았다고도 감히 여겨서이다.
"제니아 기사단장님에게 수련을 간청할 때, 저는 분명 '듣지 못하고 지나칠 이야기' 를 위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그러니까, 다. 나는. 단순히 힘을 얻거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배움을 청했던 것이 아니다.
이러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서. 이럴 때 스스로의 의견을 굽히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이다.
"그게 지금인 것 같아요. 그 들의 이야기가 한 줄로 끝나지 않도록 하고 싶어요. 혹시, 그 실마리를 찾아볼만한 장소가 있을까요?"
#대화
그런 시윤의 말에 제니아는 단호히 고개를 젓습니다.
" 불가합니다. "
인자한, 또한 부드러운 바람의 이미지인 그녀에게서 처음 보는 단호함입니다.
" 이는 카하노 기사단과, 지오 경의 일입니다. 그들이 바란 것은 새로운 이야기이지 그들이 잊어가고자 하던 과거가 아닙니다. "
말합니다.
" 그들의 고통스러울 과거를 말해주는 것은 처음 이야기로 충분합니다. 그 이상을 말하고, 그 이상을 들려주는 것은 그들의 이야기와, 비참한 최후를 대상이 아닌 제가 억지로 들추어낼 뿐이니까요. "
말을 마치고 제니아는 다시금 부드러운 미소로 시윤을 바라봅니다.
단호히 타이를 때에는 타이르고, 내품을 때에는 품어내는 것처럼.
" 그들의 이야기는 그가 바라지 않을테니. 이 이야기는 스스로 찾아야만 할 것입니다. 만약, 타인에게 이 이야기를 들으려 한다면. "
그녀는 부드러운 바람 속 날카롭게 날아드는 화살처럼.
한 마디 말을 덧붙입니다.
" 하이젠피우스의 숲은 이제 더이상 그대에게 이정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
"......."
잠시간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를 듣다가,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고개를 숙여 사과하기로 했다.
".....그렇네요. 죄송해요."
조금 감성적이 되어서 핀트를 잘 못 잡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상냥하지만 엄격한 이야기에 가슴을 쓰리면서도, 스스로의 잘못을 시인하기로 했다.
"확실히, 지오씨는 카하노 기사단의 과거가 다시 부각 되길 바란게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냥....그 이후에 친구와 동료들이 어떠한 이야기를 남겼는지를, 남기고 있는지를, 알고 싶으셨던 것 같네요."
불운한 과거가 있었음은 엄연한 사실이다만. 그는 거기에 매달리는 기색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그 곳에서부터 실마리를 더듬어 과거의 진상을 캐내는 것은, 기사단장님의 말처럼 남의 상처를 헤집을 뿐이란 건가.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만 앞서 너무 감성적이 되었을지도요. 혼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돕고 싶다. 라는 마음은 진짜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막막하다는 것도 진짜.
그러나 지나친 과욕이 잘못된 방향으로 달려 나가면, 호의라 한들 상대에게 무례와 상처를 입힐 수도 있는 법이다.
어느 의미론, 제니아 기사단장님에게 혼을 날 수 있었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반성하고 이후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자.
#대답
" 기사란, 명예를 쫓는 이들입니다. "
시윤의 말에 대답하듯, 제니아 기사단장은 차분히 타이르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 명예를 위해 숙명을 짊어지기에 그들은 버린 것도, 놓아준 것도 늘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의 희생도, 문제도. 단지 기억으로 남기기만을 바라는 이들 역시 있겠죠. 그들을 추억하되, 그들의 마지막을 바란 것이 아닌 지오 경처럼. "
이번 시윤의 행동은 간략히 말하자면 그들의 명예를 위한 길을, 단지 수단의 하나로써 들으려 했단 점일 것입니다.
그에 제니아 기사단장이 반발한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명예란 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만큼 마냥 쉽고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네요."
명예. 일반적으로는 긍정적인 의미다. 어느 의미론 너무 편리할 정도로.
그러나 그걸 위한 기사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명예란 무척 무거운 것이다.
그걸 추구하기 위한 길이란 험난한 가시밭길이란 걸까.
"명심해둘게요. 기사들의 명예라는 것을요."
나는 다시금 고개를 한번 더 무겁게 끄덕였다.
#대화
" 그거면 되었습니다. "
제니아 기사단장은 만족한 듯 고갤 끄덕입니다.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경솔한 발언 때문에 은인에게 미움을 산다면, 그건 무척 슬픈일이니까.
마찬가지로 고개를 한번 끄덕이곤, 곧바로 인사를 드리고 갈까 하다가...
그래도 다음의 방향성을 위해, 혹여나 하나 더 여쭐 수 있는지를 물어보기로 했다.
"아...혹시,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다른걸 한가지만 더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대화
그녀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중요한 것은 '과거' 가 아니라, '현재' 의 이야기.
그걸 가정하고 생각해보면....정말 우연히도 나는 지오씨에게 카하노 기사단의 특징을 들었다.
창을 중심으로 다루는, 돌파에 관련된 비전을 가진 마창사들.
그러니까 그들의 이야기와 흔적을 알아보기 위해선 관련된 인물들을 만나보면 될지도.
"기마창술에 능한 기사님들을 많이 만나보기 위해선, 어디로 가야할까요?"
질문을 허락한 기사단장님께, 그 부분을 조심스레 여쭤보기로 했다.
"지오씨에게 카하노 기사단이 기마창술에 능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그 분야를 살펴보면 혹시나 연이 닿을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해서요."
#대화
" 기마 창술이라면... "
제니아는 잠시 고민에 빠진 듯, 잠시 침묵을 지킵니다.
" 프랑스나 독일. 두 지역의 기사단들이 주로 승마와 전투를 접목시키긴 하지만 그들은 돌파의 영역이지 기마 창술과는 조금 거리가 먼 것 같네요. "
말하자면.
그녀도 잘 모르겠다 이겁니다!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랑스와 독일, 인가.
"생각해보니 관련된 비전은 돌파와 관련된 창술, 그리고 승마술...이라고 하셨으니. 꼭 기마창술이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기마와 돌파에 해당되는 두 지역도 충분히 해당되려나...그렇게 고민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단장님을 붙잡고 너무 오래 실례해도 좋지 않겠지.
"일단은 그 위주로 다녀봐야겠어요."
#슬슬 대화 마무리!
" 그 곳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이 그댈 성장시킬 수 있길. "
부드러운 미소로, 제니아는 시윤의 앞길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힘차게 인사하고, 나는 출발하기로 했다.
#제니아 단장님에게 인사 드리고, 기사단에서 나옵시다!
기사단에서 빠져나오고,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연락이 도착했군요!
▶ 긴급 수색 의뢰
▶ UGN 협조 긴급 의뢰
▶ 임무 종류 : 잠입 및 정보 수색
▷ UGN에서는 이번 게이트 이상 현상의 발생으로 인해 다수의 가디언들을 동원 중에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색 전력의 대다수가 기존 업무와의 충돌을 겪던 와중에 정보부로부터 이번 게이트 사건의 관련자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아이슬란드의 정보원과 접촉하여 이후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제한 인원 : 개인 의뢰
▶ 보상 : 487,500GP, 국가 기여도 - 유럽 510
- -11- 아이슬란드
- "....."
다음은 뭘 할지 고민할 틈새도 없이, 의뢰인가.
보상을 보니 쉽지 않다는게 벌써부터 느껴지는군.
뭐. 받기로 결정한 이상 각오는 했던 바다.
가보도록 할까.
#아이슬란드의 지정된 장소로 가봐요!
아이슬란드 지방은 UGN의 보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역입니다.
준비 없이 정말로 바로 이동합니까?
그나저나, 아이슬란드인가...가기전에 어떤곳인지 검색부터 해볼까? 준비해야 될게 있을지도 모르고.
#헌팅 네트워크로 아이슬란드 지방에 대해 검색해볼 수 있나요? 주의해야 될 점 같은거.
몇 가지 내용이 검색되긴 합니다.
극심한 추위와 이상할 정도로 열리고 닫히길 반복하는 게이트들에 의해 일반인이 살기는 어려운 땅이기에 대부분의 경우 자급자족이 기본이 된다고요.
"음....역시 혹한이 문제인 것 같군."
식량이야 그렇다쳐도, 냉기에 대비할 방법 자체는 있는 편이 좋겠다.
그리고....현재 방어구가 전혀 없으니까. 그걸 겸해서 사러 가볼까.
#물건을 살만한 상점으로 이동해봐요
적당한 상점으로 이동합니다.
딱히 돈이 궁한 것은 아닌지, 카운터에 턱을 괸 채로 기대어 졸고 있는 노인이 눈에 들어옵니다.
" 알아서 고르고 가져오슈. "
늘어지는 하품을 내뱉으며 말하는군요.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곤 주변 물품을 둘러본다.
어디보자.....
#일단, 냉기에 대응할 발열팩? 같은걸 찾아볼 수 있을까요?
옷가게입니다...
옷가게였어? 모...몰랐다.
그럼 흠...평소처럼 검색하면 되려나?
#20만 GP 이내로 자신이 착용할 수 있는 방한 효과를 겸비한 방어구를 찾아볼 수 있나요?
아니 그냥... 방어구 산다길래 생각이 없었지 뭐람...
검색합니다!
이 검색됩니다!
가격은 5만 GP입니다!
"정말 튼튼해보이는 이름이야..."
#그럴 수도 있지. 구매 해봅시다!
5만 GP를 소모합니다!
▶ 아주아주아주 튼튼한 고래가죽 털옷 ◀
정말 특별한 부분은 없다. 다만 특징이라면 지독할 정도로 뜨겁다는 것. 그리고, 지독하게 무겁다는 것!
이 무게를.. 옷이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 고급 아이템
▶ 고래의 한이 맺혔지만 따숩다 - 장착 시 한랭 패널티를 무시한다.
▶ 우리 어머니 보온 옷 - 냉冷 속성 저항이 50% 증가한다.
◆ 제한 : 신체 85 이상.
"흠...."
이거면 이제 충분할까?
#이제 의뢰 지역으로 이동 해보려고 합니다! 뭔가 치명적으로 부족하면 정그하가 떠줄거야...
이동합니다!
이동 토큰을 소모합니다.
........ 흐아아아아아아아악!!!!!!!!!!!!!
살을 여미는 것 같은 고통에 시윤은 급히 털옷을 입은 채로도 몸을 끌어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너무 지독히 춥습니다!!!
몸이 얼어붙을 것만 같은 차가움. 왜!!!!!
의념으로 강화된 한기의 영역에 들어왔습니다.
빙氷 속성 저항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매 턴, 미미한 냉 속성 대미지를 입습니다.
"?????"
이, 이, 이상하다...나름 괜찮은 방한용 방어구를 사왔는데.....
"저, 접선 장소...접선 장소...."
이빨을 딱딱 부딫히면서 걷기 시작한다.
군인 PTSD 가 올 것 같다....제설....윽, 머리가....
#마, 만나기로 한 사람을 찾아봅니다...덜덜덜
시윤은 행군을 신고 진짜 행군을 이어갑니다.
그렇게... 꽤 긴 걸음을 옮겨간 뒤에야 정체를 알 수 없는 게이트 앞에서 눈을 꼭 감고 잠든 것 같은 가디언을 만납니다.
자냐? 짬찌가 잠때리네 아ㅋㅋㅋㅋ
#일단 서큐버스 페로몬 사용!
사용합니다!
"저...저기요....?"
눈 앞에서 자고 있는 이 사람이 아마 접촉하라는 정보원일텐데....
이 추운 날씨에서 자면 입돌아간다는 오랜 말이 떠오른다.
솔직히 의념각성자에겐 대부분 해당이 안되는 말이지만, 여긴 그걸 고려해도...너무나도 춥다!
평소라면 많이 피로한걸테니 기다렸을지도 모르겠지만.....
여기서 그러는건....솔직히 무리다!! 깨워서 대화를 시도해보자...
#눈 앞에 자고 있는 짬...아니 가디언을 불러봅니다.
" .... 으음... "
조심스럽게 부르는 소리에 왼쪽 눈이 슬그머니 떠집니다.
마치 겨울을 닮은 듯한 푸른 빛과, 하얀 빛이 뒤섞인 눈동자. 그 눈은 시윤을 바라보며 이분법적으로 물음을 내던지는 것 같습니다.
선한가, 아니면 악한가? 단 두 개의 기준으로 판단하듯 한쪽 눈으로 시윤을 빤히 바라보던 남자는 천천히 일어납니다.
" 사람이 올 거라곤 들었다마는.. 이런 동네에 오는 인간이 또 있을 줄은 몰랐군. 그런 차림으로 온 걸 보면 어지간히 화끈한 놈인가 보지? "
목소리는 꽤나 낮고, 야성적입니다.
" 뭐... 내 이름은 손유다. 제노시아 고교 출신이지. 너는... 하는 꼴을 봐선 아프란시아 출신인가? 선배들한테 무슨 소릴 듣고 왔는진 모르지만 옷은 따뜻하게 입고 다니는 게 좋을 거다. 가디언이라 몸뚱아리는 튼튼하겠는데. 추우면 기분이 좀 나쁘거든. "
그는 옷에 묻은 눈을 털어내면서 시윤을 살핍니다.
" 그리고 그거. 뭐냐? 비웃을 것 같이 생긴 악어대가리는. "
꼴깍이입니다.
조용히 뜬 눈은 생각보다 단호하고, 목소리는 야성적이다....마는.
나름대로 정직하고 떳떳하게 살면, 이럴 때 굳이 위축되지 않아도 되는 점이 소소한 장점이다.
".....?.....??"
차분히 얘기를 듣다가, 아무리 봐도 회화가 안물리는 부분을 느낀다.
아프란시아...? 선배들....? 가디언....?
그....헌터입니다만. 일단은...특별 의뢰에서 만나라는 정보원이 이 사람이 아닌가...?
"음....반갑습니다, 손유씨. 제 이름은 윤시윤입니다. 이 악어대가리는 무기인 꼴깍이구요."
인사하렴 꼴깍아.
꼴깍.
일단 인사를 받았으니 마주 인사로 돌려주곤, 상대와 자신의 인식 차이를 해결해보기로 했다.
"저는 미리내 고등학교의 특별반 소속입니다. 그러니까 일단, 헌터입니다."
너무나도 당연스럽게 나를 가디언으로 인식하고 있으니까.
그 부분에 대해 속일 생각도 없고, 착각해서 나중에 엇갈림이 생겨도 곤란하다.
....그런데 사람이 온다는 것만 전하고 가디언인지 헌터인지도 말해주지 않은건가....
일단 그렇게 소개한 이후, 지적 받은 옷차림에 관해선 양 팔을 감싸안고
"일단, 혹한이 강하다고 해서 나름대로는 따뜻한 옷을 챙겨온거긴 한데.....상상 이상으로 춥네요. 여기."
#대화
" 뭐? "
그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듯, 꽤나 거칠게 자신의 머리를 헝클이면서 시윤을 바라봅니다.
" 사람을 보내준다느니 해서 갓 임관한 녀석을 보내줄줄 알았다만.. 이런 일에 민간인을 보냈다고? UHN이나 UGN이나 서로 손 잡고 미치기라도 한 모양이군. "
그는 지금 시윤의 옷차림이 어째서 그런지 알았다는 듯 품에서 붓 하나를 꺼냅니다.
시윤의 옷 위로 온溫, 열熱, 안安이라는 세 개의 한자가 천천히 새겨집니다.
서화각인
" 당장은 움직이는 데에 문제는 없을 거다. 애초에 이쪽 지역은 가디언들도 제대로 오려고 하지 않는 오지야. 뭐. 나같이 괴짜같은 놈들이나 오려고 할까. UGN도 그걸 노린 모양일지도 모르지. "
툴툴거리면서도 시윤의 반응을 살피는 것으로 보아, 악인은 아닌 듯 싶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방금 저 가디언이 사용한 기술. 상당한 고랭크의 인첸트 계열로 보이는군요!
" 아무튼. 일단 기지로 가자. 이런 곳에서 있어봐야 곧 얼어죽는 녀석이나 볼테니까. "
손유는 시윤에게 손짓하면서 이리로 오라는 말을 내뱉습니다.
"하하.....아무래도, 비상시란게 와닿네요."
그야말로 조금 어색하게 웃는다. 정말이지 맞는 말이긴 하다.
이런 안건에 가디언이 아니라 우리 같은 사람들을 파격적인 보수를 내걸고 보낸다는 것은.
현재 협회의 일손이 어지간히도 모자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감사합니다!"
벌벌 떨던 몸에 단박에 따스한 열기가 돈다. 훨씬 낫다.
아무래도 이 지역이 내가 상상한 것 이상의 혹한이라는건, 가디언 사이에선 상식인 모양이라고나 할까.
가디언 조차 기피하는 오지에 발령 받은 모양이지만...
"험난한 환경이긴 하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남들이 쉽게 하지 않으려는 궃은 일을 맡는 사람은 책임감이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확실히 일반적으론 이런 곳은 오기 싫어할법한게 이해가 된다.
그런 곳에 와가지고 귀찮고 힘든 일을 맡고 있는 사람은, 괴짜일 수도 있겠지만.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남들 하기 싫은 귀찮고 힘든 일을 도맡아하는 군인 시절의 기억이 그리 말하고 있다.
실제로, 털털한 말투에 비해서는 잘 챙겨주고 있군.
바깥에서 왜 졸고 있던거야-!? 라고 생각했으나, 기지로 가자는 말에 이해 한다.
그는 사람이 온다는 연락을 듣고 나름대로 마중을 나와주고 있었던 것이겠지.
"네, 알겠습니다."
일단 기지로 가자는 말에 당연히 이견이 있을리가 없음으로, 고개를 끄덕이곤 따라가기로 했다.
#대화
이동합니다!
꽤나 먼 곳으로 떨어진 곳에서 손유는 커다란 도화지 하나를 꺼내어선 붓을 들어올립니다.
뭐지? 신종 자살법인가? 하고 시윤이 흥미로운 눈으로 보던 말던간에, 곧 그는 하나의 그림을 완성해냅니다.
꽤나 고즈막한 산골에 보이는 집 한 채. 그것에 의념을 불어넣자 얼어붙던 땅의 일부가 트이며 알 수 없는 길을 내어줍니다.
곧, 두 사람은 걸음을 마쳐 그림과 똑같이 생긴 집에 도달합니다.
" 들어가지. "
꽤나 큰 발걸음으로 손유는 문을 열어젖힙니다.
뜨거운 김이 훅 불어져, 얼어붙던 몸이 간지럽게 느껴집니다.
" 일단은. 몸 좀 녹이고 얘기하자고. "
"우와...."
이런거에 간단하게 감탄하면 햇병아리 티를 내는 걸지도 모르지만.
솔직히 신기한건, 신기한거다. 마도일까?
그림을 그린 뒤에 의념을 불어넣어서야 드러난 길은, 평소에는 은폐되고 있었음이리라.
그리고 들어가자마자 느껴지는 이 따스함.
한랭 저항을 무시하는 장비로도 얼어 죽을 것 같은 바깥 날씨를 고려했을 때, 평범한 집이면 따뜻할 수 있을리가 없다.
역시나 가디언이라고 해야될까...특히나 다재다능한 능력을 가졌다는 느낌이다. 손유씨는.
"네....따뜻한 곳에 오니 좀 살 것 같네요."
묻고 싶은 것도 많고, 아마 들어야 하는 이야기도 많겠다마는.
몸 좀 녹이고 얘기하자는 의견에는 나도 심히 동의하는 바라, 고개를 끄덕이곤 조금 따스함을 즐기기로 했다.
#따스하다는 것은, 곧 행복하다는 것...
그는 시윤을 흘끔 보고는 찻장에서 잔 하나를 꺼내어선, 따뜻한 핫초코를 건네줍니다.
" 마셔. 좀 나을 거다. "
남은 의자에 대충 걸터앉으면서 손유는 허공에 손을 휘저어 몇 장의 서류들을 꺼냅니다.
" 이번 일에 대한 서류. 일단은 보여주는 게 맞겠지. "
서류를 받고 처음 살펴본 것은, 정보의 신뢰성이나 그런 것보다 완성도였습니다.
얼마나 완성되어 있느냐. 얼마나 제대로 이루어져 있느냐에 따라 일의 난이도가 줄어드니까요.
그렇게 시윤이 서류를 살피는 동안, 손유는 잔에 담긴 따뜻한 물을 마시면서 천천히 이야기합니다.
" 이번 사건을 정리하자면 게이트 폭주에 가깝다. 다만 몬스터가 주적으로 등장하는 게이트 유형과는 다르게, 까다로운 재현형 게이트 쪽에 가깝지. "
"앗. 감사합니다."
고개를 끄덕이곤 찻잔을 양손으로 잡고 호호 불면서 한모금 마신다.
따뜻하고, 달다. 그런 단순한 것만으로도 인간은 때론 행복을 느끼는 법이다.
너무 허겁지겁 먹어버리기 보단 천천히 음미하면서 내밀어진 서류를 차분하게 읽어본다.
"재현형.....인가요. 일단 기본적으로 골치아픔을 깔고 들어가는 유형이군요."
얼핏 들어본적은 있다. 단순히 싸우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게이트에 있었던 사건을 재현해야하고, 실패하면 붕괴해버리는....
따라서 여러 상황이나 사건의 흐름을 파악하고 맞춰 진행해야만 한다는, 까다로운 유형...이었던가.
그런 게이트가 폭주한 것이라니. 이미 여기서부터 골치아플 것 같은 예감이 윙윙 진동한다.
그러니까, 일단은 눈 앞의 서류가 중요할 것이다. 여기에 얼마나 많은 정보가 있는지에 따라 판단할 수 있을테니.
일단 대략적인 내용이라도 파악해야 손유씨와 대화를 나누거나 질문하는데에도 지장이 없겠지. 조금 집중해서 읽어보자.
#코코아 마시면서 서류를 꼼꼼히 읽어봅시다.
서류를 살펴봅니다.
재현형 게이트의 정보는... 아이슬랜드의 고신古神과 관련된 내용이군요.
" 의념의 존재는 신의 존재를 신앙이라는 믿음에서, 눈에 보이는 주시의 영역으로 넘어올 수 있게 만들었지. 그렇게 되면서 인간들은 자신의 신앙을 입증하거나, 아니면 신앙에 빠져들게 되었다. "
그는 물을 삼키면서 천천히 이야기합니다.
" 신이라는 존재는, 말하자면 믿음으로써 태어나고. 믿음으로써 완성되지. 이 세계에 거대한 믿음을 남긴 기독교의 유일신이나, 불교의 벗어나신 분들처럼 말이야. 큰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존재들은 의념의 힘을 받아 그 영향을 굳혀나갔다. "
문득, 시윤의 머릿속에 토리가 떠오르고 사라집니다.
" 그러나 모든 신들이 신앙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잊혀지거나, 그 존재가 실은 존재하지 않았단 식으로 배신을 받는가. "
' 그리스의 신화는 유독 신비롭게도, 그와 관련된 신들이 단 하나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요. '
어릴 적, 수업에서 보았던 내용.
" 어떤 신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소멸한다면 어떤 신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어떻게든 세상에 남으려 하지. 말한 것과 같다. "
그는 골치아픈 것을 마주했다는 듯.
천천히 말을 꺼냅니다.
" 의념을 통해 신은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이 의념의 반대편에 존재하는 것이 하나가 더 있지. "
망념.
거기까지 생각이 이어지자 시윤의 등줄기가 서늘해집니다.
" 그래. 의념으로 이루어진. 신이라는 존재가 타락하여 악이 되었다. 그리고 그 신이라는 작자는.. 여전히 과거를 그리워하는 모양이더군. "
이 내용을 이어내면.. 내용은 하나로 이어집니다.
이 재현형 게이트의 내부는......
" 그 신이라는 존재가 신앙을 받던 시절. 그 순간의 재현을 담은 이야기겠지. "
"고신...의 전성기가 담긴 재현형이라니."
나는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감각에 중얼거리듯 되물었다. 뭐라고 해야할까. 정말로 농담같은 이야기로군. 신입을 골탕먹이기 위해 준비된 악랄한 농담...
나는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곤 감탄하듯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나는 바보는 아니다. 골탕먹이기 위해서 이런 농담을 건넬 인물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는다. 바깥의 심상찮은 추위도, 오히려 적절히 설명되는 기분이다.
"무시무시한 일이로군요."
따라서 나는 바보같은 소리란걸 알면서도 조금 하소연 하듯 곤혹스럽게 웃으면서 한마디 감상을 남기곤.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로 했다.
"다만, 이 경우는 어느 의미로는 재현형이기에 다행...일 수도 있을까요? 타락한 고신을 쓰러뜨려라는 것이 정답이 아닐테니."
스스로를 깎아내릴 생각은 없지만. 타락한 옛 신을 정면에서 싸워 이길 자신이 있다고 주장하는건, 자신감이 아니라 광기와 오만이다. 다만...'재현형' 이라는 것은 본래 전투로만 해결되는 유형의 게이트가 아니다. 공략법은 거기에 있을 것이다.
#대화
농담 같은 말.
가장 말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말을 하면서도, 손유는 입꼬리를 끌어올린 채로 시윤에게 조소를 짓습니다.
" 정답이 아니라 한들. 확실한 것들은 몇 개 있겠지. "
갓 타내어 뜨거운 연기가 올라오는 컵을 쥔 채로 의자에 걸터앉은 손유는 말을 잇습니다.
" 어떤 의미로든, 자신의 사라짐을 이해하라고 하는 건 쉽지 않을 거라는 것도. 또. "
우리는 그걸 이해시켜야 한다는 것도.
큭큭 웃는 손유의 말에 머리가 어지러워옵니다.
"그러니까....저희가 해야되는건, 일종의 '성불 작업' 이란건가요."
이미 죽어버린 망자에게 죽음을 납득하게 만드는 것.
현세에 남게 하는 미련을 해소 시켜주는 것.
성불이란 대체로 그러한 일일 터이지만...
"비유가 아닌 진짜 신을 상대로 말이죠."
신의 성불이라니....어지럽다.
"일단은...제일 먼저 준비해야 할만한게 뭐가 있을까요?"
단박에 게이트로 쳐들어 간다고 되는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되고.
#대화
손유는 발을 까딱거립니다.
그 움직임에 따라 발에 남아있던 눈이 천천히 녹아 떨어져나갑니다.
" 준비? 무의미하지. "
그는 웃으며 말합니다.
" 재현형 게이트는 각각마다 다른 의미를 지닌다. 특정 구간을 제외하고 간섭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면, 스스로 장면의 일부가 되어 그 사건을 겪게 만드는 경우가 있겠지. 하지만 지금같은 경우는 이런 일과는 달라. 왜? "
말을 이어갑니다.
" 남아있으려 하기 때문이다. 너무 행복한 꿈을 꾸고 계셔서 어중간하게 꿈을 깨웠다간 분노를 가져갈지도 모르지. "
나직하게,
하. 하는 한탄은 누구에게 보내는 것일까요.
" 준비는 필요하지 않아도 될 거다. 네 머리만 잘 챙겨나올 수 있으면 되겠지. "
와-우....
나는 잠깐 속으로 탄식했다. 눈 앞의 손유씨가 별로 나를 절망 시키려고 질나쁜 농담을 던지고 있진 않을 것이다.
아니 사실 그랬으면 오히려 사태는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지 않았을까....
"행복한 꿈을 꾸고 있기에 어설프게 깨우면 화를 내지만.....그런데도 깨워야 하는게 우리의 일이란거죠?"
조금 생각했다가 앞서 재현형의 특징을 말한걸 생각하곤.
"그러니까.... '클리어 하길 바라지 않는' 목적의 재현형 게이트라고 해야되나.....골치가 아프네요."
에휴. 하고 그의 한탄과 맞춰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마음의 각오를 다지고 몸을 좀 녹이면 바로 출발하면 될까요?"
준비가 무의미하다면, 앉아서 한탄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힘들고 어렵고 고통스러울 것이 예상된다만.
그래도 하기로 했다면, 도전할 수 밖에 없다.
진흙탕에 구르더라도 가만히 앉아 하소연 하는 것 보단 나을 것이다.
"아. 이 쪽에 오고 싶어하는 인원이 한명 더 있기는 한데...."
#대화
" 그건 나보단 UGN에 물어보는 쪽이 빠를 거다. "
오고 싶은 인원이 더 있다는 말에 손유는 나직히 얘기합니다.
" UGN 놈들. 신입이나 보낼 것이지... "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곤 UGN 에게 요청을 보내면서
"손유씨는 이 곳에 오래 근무하셨나봐요."
라고, 아까부터 느껴지는 고참병의 오오라에 대해 물어본다.
#UGN 에게 현재 자신이 수주한 의뢰를 주강산에게 공유 가능한지 문의해둡니다.
답변이 짧게 전송됩니다!
" 길게 근무했다면 길게 근무했지. "
남은 한 손으로 턱을 괸 채로 손유는 컵을 까딱이며 기간을 세어봅니다.
" 한... 4년? 그쯤 된 것 같군. "
가능하다고 하니, 그럼 신청을 넣어둘까. 본인이 오고 싶다는 모양이고.
오는데에는 아마 시간이 좀 걸릴지도 모르고.
아직 몸이 다 녹지도 않았으니. 좀 더 손유씨와 대화해보기로 했다.
"상당히 오래 근무 하셨네요. 이런 쉘터도 있고...이 추운 곳에서도 훈훈하게 따뜻한게 신기해요."
따뜻한 오두막을 재차 다시금 신기하다는듯 둘러본다.
역시 마도의 힘이려나? 그렇게 궁금해하면서도, 일단 이번 일에 관련된 질문을 해보기로 했다.
"지금 게이트의 폭주는, 일어난지 얼마나 된 사건인가요?"
손유씨가 근무한 4년 내내, 혹은 그 전부터 있던 일인지. 혹은 요 최근에 발생한 일인지.
그 시기 나름으론 이것저것 생각할 여지가 있을지도 모른다.
#대화
" 사태가 발생한 것... 으음... "
차를 잠시 홀짝이던 손유는 천천히 대답합니다.
" 4개월. 조금 넘은 것 같군. "
붕괴 4개월차!
조져따!!!
"4, 4개월이요?"
아까부터 어지러운 이야기들이 계속 나오는데. 게이트 생성후 방치 4개월이면....흠.....
조금 생각하다가, 그만 생각하기로 했다.
이런 얘기들을 들었다고 '역시 못하겠습니다.' 로는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합리적으로 생각해서 거절할 수 있다면 고려, 지만. 그렇지 않다면야 그냥 불안과 걱정이다.
안이 어떤 상태인지, 난이도가 어쩔지. 명확한 것도 없는데 오들오들 떨어봐야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다. 그것보단 생산적인 대비를 하자.
"고신의 옛 명칭이라던가, 그 시절의 정보...같은걸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사례가 특이하지만, 재현형이란건 결국 정답 맞추기다. 원본의 사례를 둔 공연에서 원 각본과 어긋나는 요소들을 정정해나가는 것. 그러니까.
'원본'에 대한 정보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분명 편해진다. 보통이라면 어려울 것이다. 어떤 사건인지 게이트를 들어가기 전까진 모르는 노릇이니까. 그렇지만 이번건, 스케일이 워낙 커서 추정되고 있다. 신이라고 불렸으면 옛 문헌의 기록 같은게 남아 있지 않을까...
...그런게 남아있지 않으니까 잊혀져 소멸과 망념화를 겪은거라고 말한다면, 할 말이 없기는 하다마는...
#대화
" 그런 걸 알려줄 만한 여유가 있었다면. "
툭, 하고 가볍게 식탁을 두드린 손유는 웃음을 짓습니다.
" 저 게이트가 클리어되지 못할 이유도 없었겠지. "
"그렇네요~...그럼, 이 다음엔 직접 부딫히면서 알아볼게요."
고개를 끄덕인다. 꽤 쉬었고. 이런 일은 마음이 꺾이기전에 빨리 들어가는게 낫겠지. 저 게이트는 한껏 부풀어 오른 풍선과도 같은 것이고. 터지기전에 조금이라도 일찍 가자.
"아, 그 전에 마지막으로."
나갈 준비를 하다가 문득 떠올라선 손유씨를 본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물을 좀 받아갈 수 있을까요? 물을 스프로 만들어주는 아이템이 있어서요."
내부의 환경이 어떨지 모르는 이상 식수와 식량을 원활하게 구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물 정도라면 이 쉘터에 아주 부족하지는 않을 것 같고. 조금 요청해보자.
본심적으론 역시 방한 대비를 하고 싶다마는. 손유씨는 내 선배나 상사가 아니다. 처음 만난 사이에서 너무 응석을 부렸다가는 좋은 기분이 들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시도해보는게 좋을지 심각하게 고민되기는 한다만...
#대화
손유는 따분한 표정으로, 예의 백지를 꺼내더니 손에 붓을 쥐곤 그림을 그려나갑니다.
작은 붓이 정신없이 움직이고, 흰 도화지에 푸른 호수가 그려지기 시작하더니. 곧 그는 풍경을 완성시킨 채 시윤에게 건네줍니다.
▶ 겨울 호수 ◀
중국 연합 풍의 거센 느낌으로 그려진 그림. 겨울 산장에 고즈녁히 보이는 큰 호수를 묘사하고 있다. 계절의 풍경에서 오는 조용한 느낌과, 겨울 특유의 날카로운 느낌이 합쳐져 어쩐지 삭막한 느낌을 내곤 한다.
▶ 장인 미술품
▶ 뛰어남 - 첫 관람 시 영성이 1 상승한다.
▶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안온을 주는지 - 관람 시 15턴간 한랭 피해에 대미지를 입지 않는다.
▶ 겨울에 얼어붙지 않은 호수 - 그림에 의념을 흘러넣을 시 최대 20L 가량의 물을 획득할 수 있다.
▶ 제작자 : 손유
" 뛰어난 물품은 아니다만 그럭저럭 쓸만은 할 거다. 다 쓰고 나선 적당히 UGN에 가져다 주면 될 거다. "
손유는 귀찮다는 듯 가볍게 손을 흔듭니다.
" 죽지 말고. 너 이후에 다른 놈까지 와서 네 시체 찾겠다면 귀찮으니까. "
"가, 감사합니다!!"
예상치 못한 대단한걸 받았다.
아니 근데 이 정도 성능의 미술품을
자리에서 즉석으로 슥슥 그려낸단건가...
역시 고위 가디언이랑 충격적인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선성을 가지고 있단게 정말 다행이다...
"예. 다녀올게요!"
기운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죽으러 갈 생각 따윈, 없다!
사지를 걸어들어가는게 아니라, 활로를 찾을 수 밖에!
#손유갓에게 인사드리고, 가자 게이트로!
게이트 '낯선 곳으로 떠나는 길' 에 입장합니까?
입장할 시, 클리어 외의 목적으로는 게이트를 탈출할 수 없습니다. 이에 동의합니까?
입장만으로 정그하라니 무섭다
#동...동의...
- -12- 고신
- 입장합니다!
겨울은 고통스럽다. 사람의 살을 짓이기는 추위도, 불꽃을 꺼트리고 마는 지독한 바람도. 무엇보다도 슬픈 것은 얼어붙은 나무처럼 사람의 마음도 굳어간단 것이다.
하루를 살아남기 위해 한정적인 식사를 하고, 표정마저 굳어간다. 그 과정에서 사람은 피폐해지고 점점 모두는 마음을 닫아간다. 그 과정을 자연스러움이라 표현하는 것. 그것이 겨울이 가진 어두움일 것이다.
낡은 나뭇가지가 작은 화로 위로 떨어집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듯 보이는 불꽃은 메마른 장작을 삼켜 다시금 불꽃을 피워냅니다.
분명, 그림을 보았기에 의념의 보호를 받고 있음에도 시윤은 볼이 서리다는 감각을 느낍니다. 손을 들어올려 볼을 쓰다듬으면, 볼이 딱딱하게 굳어가는 기이한 감각이 느껴졌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어린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마치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처럼, 힘없이 울어내는 소리는 작은 단말마를 닮았습니다.
그런 아이의 볼에 대고, 한 노인이 천천히 숨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그 숨 한 번에 차갑던 공기가 따뜻해지고, 얼어붙은 가구들이 천천히 녹아갑니다.
" 녀석. 좀 괜찮더냐? "
꺄르르 웃는 아이의 손이 노인의 수염을 붙잡고 당기지만, 노인은 아픔도 모른 채로 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 허허. 고 녀석. 장사로구나. "
아이의 손을 천천히 떼어낸 노인은 천천히 고갤 돌려 시윤을 바라봅니다.
.......
항거할 수 없는 강적을 만났습니다.
역성혁명이 공포에 저항해냈습니다.
" 뭐가 그리 급하여 벌써 오셨소. 이 겨울 끝나거든 데리러 와도 되었을 것을. "
툭, 하고 내던지듯 말하지만. 그 말에는 적지 않은 뼈가 숨어있는 듯 했습니다.
"....!!??....!!??"
손유씨의 그림에 춥지는 않다.
다만 몸이 굳어가는 이질적인 감각이 이 곳이 어떤지를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다. 추위에 얼어가는 아이를 따스한 숨결로 보호해준 노인의 광경은 분명 훈훈해야 할 터이지만.
순식간에 전신의 털이 곤두섯고, 심장이 맥동친다. 강하다. 강하다. 강하다. 아니, 강약의 문제조차 아니다. 따지자면 거구의 인간 앞에 선 개미와도 같은 것. 존재의 값어치가 단위부터 다른 이 느낌. 하늘을 올려다본 태양이 실은 누군가의 눈이었단걸 깨닫는 듯한, 코스믹 호러.
내가 이빨을 딱딱거리며 광란에 빠지지 않았던건. 다만, 몸에 익힌 반역의 정신 덕분이다. 나약한 인간이 강대한 존재에게 억지 부리기 위해 발버둥 친 결과물의 덕. 그것을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할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지금은 도움이 되었다.
어쨌거나 확신했다. 저 노인이 '고신'이다.
뭐가 그리 급하여 벌써 오셨소. 인가. 왜 왔냐고 책망하는 말투시로군.
겨울을 끝낼 생각도 없으시면서....그러나 조금 생각한다.
압도적인 강자에게 생각 없이 틱틱 거리는건, 용기가 아니라 그저 자살 희망자일 뿐.
지금 여기에선 고신에게 이 곳에 머물러 있어도 된다는 허락을 받는게 중요하다.
생각해라. 생각해라. 생각해라. 거짓말은 좋아하지 않는다. 어줍잖은 거짓말은 발각되면 더 큰 화를 부른다.
그렇다고 저 존재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그렇다면....
"....오해가 있으신듯 한데, 저는 이 곳을 파괴하러 온 무례한 불청객이 아닙니다. 자상하신 어르신."
나는 여기서 날뛸 생각 따윈 애초부터 없다. 무언가를 부수고 공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이트도 아니고.
그러니 공격 의사가 없다는걸 밝힌다. 물론, 있다고 한들 어떻게 되는 상황이 아니란 점도 있다마는.
그럼 그 다음에는 그래서 왜 여기에 왔는지를 전할 때. 이것만으로는 '그럼 돌아가주시오' 라는 답변이 나올 것이다.
"저는 잊혀진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자 맹세한 수련기사입니다. 이 혹한의 겨울속에서, 찬바람 속에 묻혀져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 곳에 왔습니다."
하이젠피우스에서 가르침을 받기 위해 기사단장님을 설득할 때. 나는, 분명 그렇게 맹세했다.
소리에 묻혀 듣지 못할 이야기들을 듣고 싶다고. 그것은 허풍이 아닌 나의 진심.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 고신의 이야기에서 악의를 느끼기 보단,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
잊혀진다는건 무슨 기분일까.
조금은 안다. 나의 기억속에 있는 과거의 인물들도, 전부 잊혀졌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듣고 싶다.
그러니 시선을 피하지 않고 차분하게 전한다. 나의 장점은 당당하다는 것.
나 자신을 돌아보았을 때, 부끄럽지 않다는 것. 상대를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
저 강대한 존재에게 스스로가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가 악인이 아니라는 당당함 뿐.
....그치만 역시 이것만으론 부족하니까, 조금 더 실리를 덧붙이기 위해 어색하게 웃으며
"아이가 배가 고플 때, 따스한 스프를 먹여줄 수도 있습니다. 이 곳에 대해 알아가기 위해 노력할테니, 잠시간 머뭄을 허락해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대화
고신의 표정은 여전히 고요했다. 별로 기분이 좋아보이진 않았다. 단지, 갑작스럽게 찾은 손님은 자신의 예상과는 달리 조금은 친절했단 점이 기분을 나쁘지 않게 했다.
그러나 그에게 가장 맘에 들었던 것은 맨 뒤에 붙은 그 문장이었다. 음식이 귀한 곳에서, 음식을 베풀 수 있다는 것. 이 춥고, 거친 동네에서 살아가는 그에겐 그 모습이 선인을 가름지을 수 있는 문장이었다.
" 오래 지나지는 마시게나. "
그는 툭, 말을 던졌다. 당장의 축객령은 아니었지만 손님으로 대접하겠단 의미는 아니었다. 단지 며칠 머물러도 좋다. 이방인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접인 듯 했다.
" 그래. 그대는 어디서 오셨소? "
그는 그에게 물었다.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를 답이었다. 어느 신의 사도이던, 아니면 신을 몰아내겠다는 당찬 이들의 누군가일지도 몰랐다.
"가능한 그리 하겠습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 지내지 않겠다는 확답은 할 수 없다.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가능한 노력하겠다는 의사와, 감사를 전하기로 했다.
적어도 첫수는 나쁘지 않았다고 판단해도 될 것이다.
여기서 잘못하는 것만으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힘들어질 가능성도 있었다.
이 곳은 혹한의 지대. 춥고, 배고픔은 사람을 날카롭고 인색하게 만든다.
저 퉁명스럽게 보이는 말 조차도, 이 곳에선 '좋은 결과' 라고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그렇지만 나는 방금 아이에게 불어넣어주는 따뜻한 숨결을 보았다.
그리고 내 기억속에도 또한, 어렴풋이, 그러나 확실하게 인식하는 것이 있다.
열악하고 거지같은 환경속에서도. 인간의 정이란건, 피어날 수 있는 법이다.
비록 그 온도가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마냥 뜨겁지만은 않더라도.
"저는...."
조금 생각한다. '신한국 미리내고 특별반입니다.' 라고 해봤자, 알아들을 수가 없겠지.
대화의 불씨에 제대로 타지 않는 장작을 던져 넣으면 허무하게 꺼져버릴 뿐이다.
"먼 동방의 작은 나라에서 왔습니다. 어르신. 최근에 배움을 위해 이 근방으로 와서 수련기사가 되었지요."
정중하게, 상대가 알 수 있을법한 표현으로 설명한다.
#대화
두 사람의 거리는 쉽게 가까워지지 않는다. 겨울의 나무들이 서로 가까워지지 않는 것처럼. 대신 고신은 침묵보다는 낮은 허밍을 연주하는 길을 택했다.
음 - 음 - , 무거운 허밍 소리가 이어져 노래를 연주했다. 그 음을 따라 잠들 수 있게 된 아이는 작은 숨을 천천히 새근대며 잠에 들었다.
" 동방이라. "
그는 동방이라는 말을 듣고, 아이의 모습을 다시금 바라보았다.
" 그 곳의 풍경은 따뜻하다고 들었네. 먹을 것이 부족하지도 않고 썩 풍족하다고도 말이야. "
부러운 땅이야. 하고, 고신은 묵묵히 화로에 자신의 수염 일부를 잘라 내던졌다.
" 늦었군. 내 이름은 ■■■■■■■이라고 하네. ■■■ ■■와 ■■의 신이지. "
"....."
나는 고신이 낮게 연주하는 허밍을 들었다.
아이는 천천히 숨소리를 내며 잠에 든다.
저 아이는 무엇일까. 아무리 봐도 악한 생명체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한들, 인간의 아이가 아무 이유 없이 이런 곳에 있진 않을 터이다.
....어쩌면. 저 아이 또한 이 게이트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차가운 겨울속에서, 고신이 인간을 따스하게 사랑해주었던 상징.
'사랑하고 싶은 인간' 의 형상. 그런 것일지도.
"확실히, 그렇습니다. 다만....."
대한민국, 신한국은 아무리 그래도 이 곳만큼은 척박하지 않다.
살기 좋은 땅이라고 불리던 때도 있고, 지금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한 때 끔찍한 시기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결국에는. 하고 나는 쓴 웃음을 짓는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러하듯, 각자의 고충과....그 속에서 희미하게 피어나는 정이 있고. 그런 느낌입니다."
이 척박한 혹한의 땅도. 저 머나먼 동방의 땅도. 결국, 사람 사는 곳이라면 비슷하다.
다들 힘들고 험난하여 속을 쓰리지만, 그 속에서도 자그마한 정이란 피어나는 법이니까....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마찬가지로, 소개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저는 윤시윤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조금 생각하다가, 쓴 웃음을 짓는다. 들을 수 없다.
잊혀지고 소멸한 존재의 대가인걸까. 그는, 자신의 이름을 잃었다.
내 눈앞에 존재하는 그는 자기가 소개한 이름의 신이 아니고, 자기가 주장한 신이 아니다.
"제 배움이 모자라 아직은 어르신의 성명을 제대로 인식하기 어렵군요. 그렇지만.....꼭, 듣게 되고 싶습니다. 왜냐면...."
이름을 이해하지 못했는데도 아는체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반대로 상대가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존재라는 것을 지적하여 상처를 후벼파고 싶지도 않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모자란 것으로 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러니까 이해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한다.
이 것은 단순히 게이트의 공략법 운운, 이전의 문제다.
"아이를 소중히 대해주시는 태도를 보건데, 자상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대화
그는 그 말에 더 대답을 잇지 않았다. 대화를 이어가기 싫다는 뜻이든, 아니면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어도 더 원하는 것이 없다는 뜻이건. 두 사람은 미묘한 침묵으로 대답을 이어갔다.
" ... 장작이 떨어졌군. "
화로에 넣을 것들이 떨어지자, 그는 천천히 시윤을 돌아보며 물었다.
" 장작을 좀 주워다 줄 수 있겠는가? "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말을 슬쩍 잘못 했나 걱정도 했다마는.
미묘하긴 했어도 언짢은 느낌....은 아니었으니까. 아주 말실수를 하진 않았다고 생각하고 싶다.
조금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던 찰나에, 장작이 떨어졌으니 구해와달라는 얘기를 듣는다.
"예. 그리 하겠습니다."
일단은 이 곳에서 얻어먹는 이방인 신세로 있는 도중이니까.
뻐팅길 이유도 없고, 실제로 나도 뭔가 공헌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기 때문에.
나는 비교적 흔쾌히 수락하고 집을 나서기로 했다.
#장작 구하러 나가봐요.
대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듯, 고신은 천천히 몸을 돌려 아이의 볼에 손가락을 대었다. 그 온도를 어떻게든 알아보려고 하는 듯 그 손길을 매우 조심스러웠다.
혹여라도 간지러울까, 그렇게 아이가 깨어날까 조심하는 그를 두고 시윤은 천천히 바깥으로 나섰다.
추웠다. 보통의 바람으로는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추운 바람이다.
기억 속 매서웠던 강원도의 바람보다도 더, 서늘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할 수 있는 것은 고개를 푹 숙여 바람을 피할 뿐.
그렇게 장작거리를 할 법한 나무를 찾아가던 중. 시윤의 눈에 띈 것이 있었다. 새하얀 나무 하나가 넘어질 것처럼 가지를 꺾고 있있다.
정말 한결 같이 아이에게 신경을 집중하는군...
그 모습이 게이트로써의 특징이나 공략법을 연상시키게도 하는 한 편.
그냥....손자를 사랑하고 염려하는 순수한 노인과도 같아서.
나는 어떤 시선으로 그를 봐야 옳은지, 내심 속으로 복잡한 심경이 되었다.
지금은 밖으로 나가도록 하자.
"....."
이렇게 추운날에는,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의 나는 이 정도의 혹독한 추위를 겪어본 경험이 그리 많지 않아서 일지도.
추위라는 것은 고달픈 것이다. 서늘한 냉기는 자연스레 마음을 녹슬게 한다.
이럴 때 그런걸 농담삼아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의 온기라도 있으면 조금 낫겠다마는...
혼자서 묵묵히 걷는 것은, 조금은 괴로운 일이다.
".....?"
나는 주변을 둘러보다 의아한 기색으로 흰색 나무를 본다.
눈에 덮인 것이기라도 한걸까.
장작으로 쓰기에 적당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이상으로 어쩐지 조금 신경쓰였다.
다가가서 살펴보기로 하자.
#다가가서 새하얀 나무를 자세히 살펴봐요
나무는 매우 아슬아슬하게 몸을 눕히고 있었다. 그러나 나무의 크기와 형태에서 느낌적으로 아주 오래된 나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뻗은 가지가 천천히 흔들리더니 천천히 굽은 몸을 펴냈다.
노파의 목소리가 나무에서 들려왔다. 나무는 천천히 몸을 숙이며 시윤을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시윤의 발을 가볍게 툭 건드리고 물러났다.
"......."
솔직히 말하자면.
깜짝 놀랐다.
노목이 갑자기 나에게 말을 걸어왔으니.
심지어 그 내용이 【나무와 풀의 전령】이나 내 특징에 대한 것이라면, 그야 놀란다.
그렇지만 온화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공격적인 의사가 없었음으로.
이쪽도 예를 갖춰 대하는게 옳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가볍게 허리를 숙여 인사한다.
"현명하신 고목을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윤시윤이라고 합니다."
그리곤 허리를 들어올리며 당신의 추측이 맞았음을 고개를 끄덕여 설명해준다.
"저는 숲에서 머무르는 자들의 가르침을 받은 인간입니다. 화약 무기를 쓰는 사냥꾼이기도 하지요."
실제로는 사냥꾼은 아니고 저격수고, 화약 무기를 근본으로 한 것은 맞지만 의념탄을 쏘곤 하지만....
여기까지 말하곤 앗차. 이렇게 소개하면 무슨 난폭한 밀렵꾼으로 보일까 싶어서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그렇지만 이 곳에서 무분별한 살생과 파괴를 저지를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추위에 떠는 아이를 위해, 머물게 해준 은혜를 갚고자 장작을 조금 구하러 나온 참입니다."
#대화
노파를 닮은 나무는 작게 흐흣, 하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 말에 시윤이 의문을 가지기도 전에 나무는 천천히 가지를 떨었다. 몇 가닥의 나뭇가지들이 떨어졌다. 가는 가지라고 보기는 어려울 만큼 큰 가지들을 내려주곤, 나무는 천천히 웃었다.
그는 곧 주책이라는 듯 말을 멈추고, 가지를 천천히 떨었다. 그 모습이 누군가를 배웅하는 모습을 닮은 듯 했다.
"....가끔은, 현명한 통찰력은 놀랍기도 하네요."
나는 잠깐 굳어있다가, 큰 가지를 주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노목의 통찰력은 내 상상 이상인 모양이라, 내 비밀 중 하나는 순식간에 간파 당했다.
물론 꽁꽁 숨길 만한 것도 아니고(반 친구들에겐 직접 떠벌리고 다녔으니)
오히려 말해봤자 이상한 녀석 취급 받을게 분명해 숨기고 있을 뿐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거의 이렇게 한 눈에 정확하게 간파한 것은, 과연 이 노목이 처음이다.
"....정말 그렇네요. 저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돕고 싶어요. 어떤 곳에서도 인간의 정은 남아있다고 믿어요."
겨울 왕관이 자격을 가진 이에게 넘어가지 못했다....
어쩐지 신경쓰이는 얘기였지만, 지금은 자세히 물을만한 때는 아닐 것이다.
다만 나는 나뭇가지를 한아름 전부 주워안고는, 몸을 일으키며 입을 연다.
이 곳에서 직접 찾는 것만으로 이만한 장작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감사한 일이지.
"감사합니다, 상냥한 노목님."
그렇게 말하곤, 조금 부끄럽다는듯 아이같이 솔직하게 웃었다.
"이 온기를 다른 누군가에게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호의란 거래가 아니다. 따라서 이 말은 기브 & 테이크의 논리는 아니다. 손익관계는 따지지 않았다.
그러나. 돌아올 것을 기대하지 않았는데도, 정과 호의란 돌고 돌아와 자신과 상대를 기쁘게 하는 법이니.
온정이란 불씨는 그런식으로, 약하게나마 서로와 서로에게서 이어지며 타오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고 믿고 있다.
#떠나기전 인사
부끄러운 듯한 미소에 답하듯, 노목의 후훗 하는 웃음소리가 따라왔다. 그는 지금의 모습이 신기하다는 것처럼 나긋했다.
- 하지만, 이 곳에 오래 머물지 않도록 하려무나. 혹독한 겨울의 중앙에서 봄을 기다리는 이들도 있는가 하면 이 겨울을 사랑하는 이들도 있겠고, 증오하는 이들 역시 있겠지.
- 그런 이들에게 너는 썩.. 좋은 분풀이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단다. 숲의 향기가 나지만 인간의 피가 흐르는 아이. 두 개의 영혼을 한 몸에 품은 아이. 흔히 오랜 신들이 가졌던 '화신'의 모습과 너는 닮아 있으니 말이다.
주의하라는 듯, 충고를 남긴 나무는 느리게 가지를 뻗었다. 수없이 엉킨 듯 보이던 가지들이 곧게 뻗어나는 모습은 조금의 잎도 남지 않아서 처량하게 느껴졌다.
- 이만 가도록 하렴. 언젠가... 숲에 네 안부를 전해주려무나.
".....감사합니다."
현명한 고목이 보기에, 나는 꽤 특수한 녀석....인걸까.
하기야 전생의 기억을 가졌으니 정상적이라곤 할 수 없겠으나.
요 근래에는 너무 익숙해져서 스스로도 자각이 옅었다.
그러나 '화신'의 모습과 닮았다는건 조금 놀라운 이야기다.
그게 현재로썬 분풀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그다지 좋지 않은 소식이기는 했다마는...
나는 겨울의 풍파를 맞아 나뭇잎 없이 메마른 가지들을 보며 조금의 안타까움을 느낀다.
상냥한 그 고목의 태도와 말라버린 나무는, 어쩐지 약해진 부모를 보는 듯한....그런 감정을 남겼으니까.
무언가 더 말하려다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두막으로 돌아갑시다.
손에는 가지를 들고 걸음을 옳기다 보면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오두막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별로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이상할 만큼 잠깐의 걸음으로 도달할 수 있었다.
낡은 집의 문을 열었을 때 고신은 흔들의자에 몸을 맡긴 채 잠에 빠져 있었다. 그 옆에 있는 아기 역시도 이전에 보았던 활기완 달리 잠에 깊게 빠져든 채였다.
" ..... 으음. "
입을 다시던 그는 무거운 몸을 천천히 일으키면서 시윤을 보곤, 시윤이 쌓아온 나무를 바라봤다. 그 표정이 잠시 일그러졌지만 곧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가볍게 손을 움직였다.
그 손짓에 따라 허공에 엉성히 만든 듯한 나무 의자가 만들어졌다. 그것에 앉으라는 듯 가볍게 눈길을 준 고신은 다른 의자를 당겨 앉으며 시윤에게 물어왔다.
" 누가 자네를 보냈나. 이즈란? 호릐? 아니면 아직도 죽지 않은 존재신이 그대를 보냈던가? 겨울의 존재를 계승하라고? "
원망이 담긴 듯한 물음이었다. 왜 그렇게 해야만 했냐는 것처럼 타이르는 물음이었다.
"......"
이즈란? 호릐?
솔직히 그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나로썬 잘 알 수 없다.
그러나 '아직도 죽지 않은 존재 신' 이 뒤에 이어져서 나온거 보면, 아마 신적 존재일지도.
또 어쩌면, 나뭇가지를 본 반응을 보건데 고목과 관련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겨울의 존재를 계승' 이란 것은 아까전 들었던 '겨울 왕관의 계승' 과도 이어지는 얘기니까.
다만 다행인 점은, 그가 엉성하게나마 의자를 만들어 앉으라고 손짓해줄 정도로.
우리에게는 아직 대화의 여지가 열려있다는 부분이겠지.
나는 감사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의자에 천천히 앉아 눈 앞의 늙은 고신을 마주본다.
"둘 다 아닙니다."
나는 고요히 잠든 아기를 부드럽게 살펴보곤, 깨지 않도록 주의하듯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저는 처음에 말씀드렸듯, 이 길게 이어지는 혹한 속에서 묻혀 있는 이야기를. 거기에 온정을 전달할 수는 없을지를. 확인하기 위해 찾아왔을 뿐입니다. 물론 그 결과 이어지는 겨울에 대한 해결이 된다면 좋겠습니다만."
따뜻한 콘타 씨를 꺼내서, 겨울 호수를 이용해 가볍게 물을 꺼내 콘스프로 만든다.
그리고는 상대에게 조심스럽게 건네며 얘기하는 것이다.
"그러니까....아이가 곤히 자고 있는 동안, 말벗 삼으심은 어떠십니까? 추위와....여러 사정으로 인해 경계할 수 밖에 없으심은 알지만. 기회가 될 땐 따뜻한 스프와 함께 대화의 온정을 나눠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니까요."
솔직히 무언가 음모를 꾸미기엔, 저는 이 곳의 사정은 잘 모릅니다. 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대화
부드러운 음식과 약간의 대화. 거짓일지 진실일지 모르는 말을 믿고 말고는 고신의 몫이었을 것이다. 허공에서 물건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더라도 그는 조금의 힘을 준다면 시윤을 죽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다. 건네주는 콘스프를 받아 입에 넣으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을 뿐이다.
" 으흠... 이 맛은... "
그는 한 잔을 느긋하게 비운 뒤에 말을 꺼냈다.
" 처음 먹어보는 맛이로구만. 참 하나하나... 이상한 존재로군. 하지만 하나는 알겠어. "
" 자네는 가호를 받고 있구만. 그것도 내가 감히 알아볼 수 없는.. 높은 신의 가호를 말일세. "
고민이 많은 듯 했다. 갑작스러운 친절도, 그 경계가 누그러짐에 따라 선명하게 드러나는 주름들도 시윤은 볼 수 있었다. 꽤나 피곤했던 것처럼 간만에 속을 데우는 온기에 퍼지기 시작한 고신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이 곳은 인간의 발이 닿기에는 혹독한 땅이라네. 비록 나 이외에도 수많은 신들이 인간의 형상을 띄고 있긴 하나. 그건 자네라는 존재가 나라는 존재를 이해하기 위한 모습이라네. "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당황스러울 법도 했지만, 시윤은 일단 듣고자 했다. 침착해야 하고, 알 것을 조금이라도 늘려야만 알 수 있는 것도 있으니 말이다.
" 나의 이름은 도라. 한때 인간들은 나를 봄의 전령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네. 열을 담은 바람이 닿아오는 때면 곧 봄이 왔으니 말일세. 이 땅은 다른 땅의 혹한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네. 그러니 인간의 개념이 '겨울'이라는 계절을 정립하고 그로부터 신앙을 얻기 시작한 후로 줄곧 이 땅은 겨울의 땅이었을 걸세. "
" 그러나 인간의 개념에 의해선 영원한 겨울이란 없네. 언젠가 겨울이 지나면 봄이 와야만 하는 법이지. 그렇기에 인간은 이 땅의 추위를... 기나긴 겨울의 지배라 생각했지. 그 결과 인간의 개념으로 가장 가까웠던 존재. 겨울의 땅을 지배하는 왕이라는 개념이 탄생했지. "
" 그러나 겨울은 영원하지 않네. 유한한 존재이며, 왕인 존재. 겨울의 왕은 언젠가 죽음을 맞아야만 했다네. 그리고 그 죽음으로 하여금 겨울의 왕관은 누군가에게 계승되어야 했지. "
도라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 시선이 닿는 곳에는 어린 아이가 새근새근 잠을 이어갔다.
시윤의 눈빛 역시 아이를 향했다.
" 그래. 예상했을지도 모르지만 저 아이 역시 겨울의 왕의 파편 중 하나라네. 죽은 왕을 따라 자리를 계승해야만 하는 존재이지. 그로 하여금 기나긴 겨울이 오기까지 왕은 성장하고, 다시금 겨울이 돌아오는 날 통치를 이어가야만 하네. 하지만... "
" ... 아니. 아닐세. 나는 저 아이를 데리고 도망쳤다네. 아이가 겨울의 왕좌를 계승하여 죽음을 맡는 것에 동정하여 모두에게 겨울을 선물한 신이지. 봄의 전령이 아니라.. 겨울의 기수라 불려도 할 말이 없겠군. "
끌끌 웃음을 터트린 도라의 모습은 꽤나 왜소해보였다.
"....그렇습니까?"
높은 신의 가호? 나는 조금 의아한듯 중얼거린다.
신앙이랑은 거리가 멀고, 나에게 그런 특별한 연이 있는 줄은 몰랐다.
그러나 강하게 되묻지는 않았다. 왜냐면 지금은 나 자신에 대한 호기심 보다는.
이어지는 고신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듣고 싶었으니까.
"......"
고신의 이름은 도라 였다. 어째서인지, 첫 만남 때와 달리 지금은 그 이름을 명확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가 '봄의 전령' 이라는 것은, 솔직히 내심 조금. 아니 많이 의외였다. 이 혹한의 겨울을 다스리는 고신이니까.
필시 겨울에 관련된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진지하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를 보면서도 이야기를 계속 듣는다. 질문은 하지 않았다.
한번 누그러진 경계는 그의 마음속에 담아있던 이야기를 흘러가는 강처럼 풀어지게 만들었다.
의문도 많았지만, 나는 '들어주고 싶다' 라는 처음의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나는 그저 들었다.
".....!"
그러니까 이야기가 후반에 들었을 때야, 나는 경악한 것이다.
이런.....터무니 없는....손유씨에게 전해들은 조사 자료에선 '죽음과 소멸을 받아들이지 못한 겨울의 신' 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나는, 눈 앞의 노인이 그 신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도 필시 무언가 깊은 연관이 있으리라곤 생각했지만.
그렇지만 아니었던 것이다. '겨울의 신이 될 아이의 계승을 받아들이지 못한, 봄의 전령의 도피'. 진상은, 이랬던 것이다.
".....그것은, 정말로."
나는 조금 침을 삼킨다. 너무나도 거대한 이야기다. 겨울의 시작과 끝의 개념. 그리고 그것을 형상화한 신.
겨울의 끝은 신의 죽음. 그로 인한 계승. 그 것을 이어받을 아이를 동정한, 봄의 신의 도피. 마치....신화 같다.
아니, '마치' 따위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신화(神話) 인 것이다.
그런 얘기를 들은 나는 뭐라 대답해야할지를 한참을 고민하다가, 입을 연다. 적어도 가장 처음에 할 말은. 이거 밖에 없었다.
"마음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도라 어르신."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 그가 과연 어떻게 했어야 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러한 그 모든 것을 논하기 이전에. 나는....이것 부터 말해주고 싶었다.
"겨울의 시작과 끝. 왕권의 시작과 끝. 그로 인한 봄의 도래까지. 이 모든 것은 자연의 순리와 이치에 가깝고, 풋내기 소년인 제가 언급하지 않아도 도라 어르신께서 가장 잘 알고계실 터입니다. 그러니까....아이를 동정하고, 사랑하여, 도망쳐, 이 차가운 혹한 속에서 지내시는 것에는."
굳이, 설교를 할 필요 조차도 없다. 봄의 전령인 그야 말로. 겨울의 왕의 계승이 어떠한 의미이고. 그게 얼마나 자연스러운 이치인지.
아마 그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이에 대한 사랑으로 자신의 역할을 내팽개치고 겨울을 불러왔다는 죄책감은.
그의 마지막 말의 자조에서부터도, 깊게 전해져왔다.
"....제가 감히 짐작도 못할만큼, 고뇌하셨겠죠. 정말로 고생하셨습니다. 어르신."
나는 고개를 한번 깊게 숙인다. 그 무거운 고뇌의 이야기를 말해 줬음에 대한 감사에. 또한, 사랑을 위해 그 무게를 짊어졌다는 것에 대한 경의에.
"만약, 지금도 어르신께서 고민하고 계시고.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으시다면, 저 또한 답례를 해드리겠습니다."
#대화
침묵, 대답.
침묵. 그리고 대답.
이어지는 대답을 듣고 대답에 답하는 것이 이어집니다.
" ... 아니. 괜찮네. 지금의 대답도, 대화도... 어쩌면 내 기우일지도 모르지. "
" 그거 아는가? 겨울은 고독한 존재라네. 모든 것이 남지 않고 혹독한 혼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곧 겨울이지. 신앙의 소멸로 하여금 죽음을 맞는 나와는 다르다네. "
이야기를 듣습니다.
" 겨울의 파편은 하나가 아니야. 어떤 존재가 되건 분명 겨울은 계승되겠지. 그러나... 두 개의 겨울이 존재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만약 이 아이가 겨울의 왕좌에 앉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 아이는... "
죽음을 맞을 것이다.
그 말을 떼지 못하던 도라를 두고, 아이의 울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도라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에게 손가락을 물립니다.
이야기를 더 이어가기는 어렵겠군요.
"....."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를 달래는 도라 어르신을 보며 나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저 아이가 겨울 왕관을 받게 되면, 겨울의 끝과 동시에 죽어야만 하는 운명이란건가.
어르신은 그게 싫어서 이 작은 오두막으로 도피해온 것이고.
그러나 겨울의 파편은 하나가 아니고, 결국 언젠간 계승되기 마련인 모양이다.
그 경우 선택받지 못한 파편들은 자연스레 그 역할을 다하듯 소멸된다라...
어려운 이야기군, 정말로.
나는 여기서 뭘 해야하고, 뭘 하고 싶은걸까.
아이를 달래는 어르신을 보며 나는 잠깐 기다릴겸 복잡한 상념을 가졌다.
#어르신이 달래는걸 보면서 조금 기다립시다.
도라가 아이를 달래는 동안, 시윤은 꺼져가는 불꽃에 마른 가지를 집어넣습니다.
분명 생기로 가득한 나뭇가지가 그 몸에서 떨어지자 마른 가지로 바뀐 것은 신기한 노릇일겁니다.
그런 나무를 집어삼키며, 불꽃은 한순간 크게 불타오릅니다.
... 너무 심할 정도로 말이죠.
불이라도 난 건가 싶어 물잔을 들어올리던 시윤은, 곧 불꽃이 인간을 닮은 형상을 취하는 것을 바라봅니다.
소리치던 불꽃은 자신을 향해 물잔을 들어올린 시윤을 바라보더니, 곧 빠르게 한 바퀴 회전하며 시윤을 살펴봅니다.
"앗."
방안을 뎁히던 불꽃이 갑자기 말을 하며 인간의 형상을 띄기 시작한다.
평소라면 그야말로 펄쩍 놀랄만한 일(아니, 의념 시대니까 그렇지도 않으려나)이다마는.
이미 여러 일들을 통해 익숙해진 나는, 그 또한 '신' 임을 짐작하게 되었다.
도라 어르신 께서는 내가 그들의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 인간의 형상으로 보고 있다 하셨지.
그럼 눈 앞에 있는이 불꽃 또한 신이라 말인가.
신과 이렇게 가깝고 친근하게 대화할 수 있는 경험이란건, 참 신선한 것이다.
나는 일단은 웃으며 인사를 건네기로 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윤시윤. 이 곳에 잠깐 머물러 가길 허락 받은 인간입니다."
#인사
빙글.
빙글빙글
빙글빙글빙글빙글
그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시윤을 바라봅니다.
그는 모자(를 닮은 불꽃)을 들어 가볍게 고개를 숙입니다.
아쥬르는 도라를 바라봅니다.
" 내가 부른 게 맞다. "
도라는 아쥬르를 바라보며 말합니다. 아기는 다시금 새근거리며 잠들었네요.
슬쩍 말을 끈 아쥬르는 시윤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대, 대정령이요?"
아무리 그래도 이번건 진짜 의외라서 나도 모르게 되묻듯 중얼거렸다.
아까 고목님의 말씀은 내가 익힌 비전의 영향이라고 생각했다마는.
나 스스로는 어디까지나 '평범한 인간'에 가깝다고 생각해왔는데.
신적 존재들에게서 신기하다던가 뭔가 느껴진다는 평가를 연속으로 들으니, 과연 궁금해진다.
그렇지만 나의 부모님이 그런 연관이 있을진.....모르겠다.
이제와서 의절한 그들에게 뻔뻔하게 연락하기도 우스운 노릇이고...
"과연, 이 곳의 따스한 온기는 대정령님의 덕분이었군요. 감사드립니다."
나는 소개를 듣곤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전했다.
하기사 생각해보면 이 추위가 '특별한 추위' 인데, '평범한 불' 로 따뜻해질리가 없지.
저 분 덕에 이 혹한 속에서도 오두막엔 자그마한 온기가 남아있다고 하면, 초면이지만 참 고마운 느낌이다.
"....."
이어지는 대화의 흐름에서, 무언가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오갈 예정임을 알 수 있었으나.
나는 '눈치껏 자리를 비켜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하기 보단, 도라 어르신이 도움이 필요하다는 쪽에 주목하기로 했다.
"신뢰해주신다면, 저도 같이 듣고 싶습니다. 저도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돕고 싶습니다."
방금 그 속내를 털어준 것은, 믿어주었다는 것이겠지.
나는 무른 녀석이다. 믿음 받았다면, 보답해주고 싶다.
#대화
" 모든 신은 그 자체로 신성을 가지지만 모든 신이 신성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신의 신성이란 그 자체로 강력한 힘임과 동시에 거대한 짐이기도 하지. 특히 존재신의 그것은 더더욱 강력한 짐으로써 작용한다. "
도라는 천천히 아이를 바라봅니다.
" 그래. 분명 저 아이는 신이다. 그러나 아직 어떤 신격도 부여되지 않은 아이이지. 저 아이는.. 존재신의 파편일 뿐이지 존재신이 아냐. 그렇다면.. "
어이. 영감. 설마...
도라는 시윤을 바라봅니다.
" 그대는 신앙이 사라진 신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
분명, 시윤이 들은 바로는 신앙을 잃은 신은 천천히 잊혀져 종국에는 사라지고 만다고 들었습니다.
" 아마도... 아는 듯 하군. 그래. 종국에는 사라지고 말지. 하지만 이 아이에게 부여된 존재신은 겨울의 왕일세. 그리고 겨울의 왕은 죽음으로써 신이 완성되지. "
그는 아이의 볼을 쓰다듬으며 말합니다.
" 나는 이 아이의 신앙을 부정해, 한 명의 인간으로 격하시킬 걸세. 그리 된다면 이 아이는 고독의 무게를 타고날 이유도. 언젠가 죽어야 한다는 무게도 지지 않아도 되겠지. "
".......과연. 그러니까."
나는 조금 곰곰히 머릿속에서 이야기를 곱씹는다.
신에게 있어서 신성이란 힘의 원천임과 동시에, 존재의 근원과도 같은 것.
특히나 본래 강하기 때문에 신의 영역에 오른 것이 아닌.
무언가의 믿음과 개념이 실체화한 존재신이라면, 더더욱 그 영향을 많이 받는다.
"아직 역할이 확정되지 않은 배우에게, '네게 역할 같은건 없었다' 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일입니까...."
이 아이는 '겨울의 왕' 이라는 역할을 맡을 예정인 주역일 것이다.
그러나 그 역할은 고독하고, 끝내 죽어야만 하는 비극의 시나리오.
그것을 어른이 옆에서 '너에게 그런 역할 같은건 없다' 라고 부정함으로써.
아이가 그 비극의 주인공이 되지 않도록, 이 극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아이가 되도록....
".......누군가는 신성 모독이라고 할지도 모르는 일이로군요."
신의 파편에게 신앙을 부정해 인간으로 격하시킨다.
겨울의 왕의 배역을 맡아야 하는 아이에게, 그 역할을 맡지 못하도록 빼앗는다.
어느 의미론 이 아이의 신격을 모독하는, 그런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난.
"그럼에도 저는. 그리 태어났다는 것만으로 고독과 비극을 짊어져야 된다는 사상은 싫습니다. 도라 어르신. 이 아이가 그 길을 스스로 택한 것이라면 몰라도. 눈 앞에서 평온하게 잠든 아이를 그저 그런 존재다, 라고 태연하게 납득할 정도로 영리한 삶을 살지 못합니다."
그것이 신의 숙명이라고 해도. 나는 어르신의 의견에 동의한다.
"저는 어르신에게 동의합니다. 그 방법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합니까? 도울 수 있는게 있다면 돕겠습니다."
나는 드래곤의 피를 이었다는 것만으로 고뇌하던 소녀를 알고 있다. 그녀에게 살아가는 방식만은 본인이 정할 수 있다 했다. 그러니까, '그렇게 태어난 운명이다' 라는건 납득할 수 없어.
#대답
" ... 겨울의 왕관을 내려놓아야 한다. "
도라는 진중한 목소리로 대답을 꺼냅니다.
" 단순히 왕의 자리를 내려놓는단 개념이어선 안돼. 아이의 신앙을 부정하고, 이 아이를 단순한 인간의 아이로 격하시켜야만 한다. "
" 그를 통해서 신앙이 아닌 인간의 영혼을 일깨워야만 한다. 단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가 되어야만 하지. 그리고... "
천천히, 그 눈길이 아이의 볼길을 쓰다듬습니다.
부드러운 손짓에 거부하듯, 아이의 토라진 울음이 들려옵니다. 도라는 그 토라진 울음에 웃음을 짓습니다.
" 그 신앙을 깎아내리기 위해선, 누군가는 기꺼이 죽음을 맞아야 하지. "
죽음을 맞아야 한다.
그 이야기까지 꺼냈을 때. 시윤은 그가 하려는 일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더 멀리 도망치는 게 아니라 아이에게 죽음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내려놓게 하기 위해서.
그는 자신의 신성을 대가로 아이에게 삶을 선물하려 하는 것입니다.
아쥬르는 굳은 표정으로 도라를 바라봅니다.
순식간에 악귀처럼 거대한 불꽃이 되어 피어오른 아쥬르는 도라를 집어삼킬 듯 분노를 토해냅니다.
그 분노에도 도라는 별 대답을 이어가지 않습니다.
짐짓 평온하게 아쥬르의 대답을 들으면서 그는 아이의 볼깨를 쓰다듬으며 미소짓습니다.
" ... 괜찮네. 내가 아니라도 봄이라는 존재는 분명 다가오는 존재라네. 혹독한 겨울이 오고 나면, 잎사귀게 고개를 내밀듯. "
시윤은 문득 도라의 표정을 바라봅니다.
그 표정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니, 그런 것이 있는 것이 아니라..
" 결국 봄이 올테니 말일세. 하지만, 만약에 아주 잘 풀려 이 아이가 겨울 왕관을 계승한다 하더라도 말일세. "
" 이 아이는 봄이라는 것을 볼 수 없지 않은가. "
고신古神.
단순히 오랜 시간 살아왔다는 것으로는 그 의미를 짐작하기 어려울 삶.
" 그리고 난... "
" 난 이만 죽음을 맞고 싶네. 매 겨울의 죽음을 내 두 손으로 알리고 싶지 않네. "
" 단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며 죽음을 맞는 왕의 사형수가 되고싶지 않네. "
" 그들은 언제나 나를 두려워했다네. 왜? 내가 그들을 만난다는 것은 봄이 온다는 이야기니까. 그들의 운명이 내 손으로 끝내야만 한단 것을 알리러 가는 것이니까. 그러니까... "
아이를 바라봅니다.
작습니다. 겨우 숨을 뱉어내고 그 작은 운명에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없는 아이입니다. 만약 계승자가 된다면 왕의 자리에 올라 결국 죽음을 맞겠고, 아니라면 왕이 오르는 순간 이 야이의 운명은 끝이 납니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라곤 존재하지 않는 삶. 당연한 죽음에도 덤덤히 왕관을 써야만 하는 존재.
신神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
천천히 아이는 눈을 뜹니다. 그 눈이 도라를 담습니다.
거대한 덩치, 흰 수염과 장난기 가득해 보이는 눈, 겨울의 그 누구보다도 따뜻한 손, 숨결에 닿음에 따라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존재.
아이는 방긋 웃습니다. 도라를 바라보며 웃습니다.
" 나는 이 아이를 위해 죽고, 이 아이에게 운명을 선택할 권한을 줄 걸세. "
아이의 손길이 도라의 볼에 닿습니다.
겨울을 닮은, 차가운 손길에 도라는 자신의 손으로 아이의 손을 가볍게 덮습니다.
" 그것이.. 내가 지금까지 지켜본 수많은 겨울에 대한 속죄이기 때문일세. "
도라는 천천히 시윤을 바라봅니다.
" 어떤가. 이 대답을 듣고도 날 도울 생각이 드는가? "
- -13- 낯선 곳으로 떠나는 길
"....."
나는 마주하는 시선에 잠시 침묵한다.
처음 만났을 때 처럼 무거운 신의 힘이 짓누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운명과 업무에 지쳐버린 고신은 심로한 노인과도 같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나는 경계심에 위압을 발하던 신의 앞에 섰을 때 보다. 바로 지금, 아이를 위해 희생할 각오를 마친 노인의 앞에서. 더욱 더 떨리고, 가슴이 무거워짐을 느낀다.
"아쥬르님의 말씀대로. 이것은 무척이나 불합리한 일일 것입니다. 봄의 신의 신성을 대가로 바쳐, 언제 끝날지 모를 지독한 겨울이 찾아오고...그걸로 구해낼 수 있는건, 그저 찰나의 목숨 뿐. 이성적이지 않습니다."
나는 조금은 약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객관적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것이다. 그저 한 아이의 생을 위해, 한 신의 존재가. 그로 인한 기나긴 겨울의 도래에. 천칭으로 올려놓을 가치조차 없다. 아쥬르의 말은 지극히 객관적이다. 눈동자는 조금 떨렸다. 나는 바보는 아니다. 저 선택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그런대로는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하지만."
나는 이내 떨리는 손의 주먹을 쥔다. 이것이 세계에 이로운 선택인지는 모른다. 아니, 사실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 찰나의 목숨을 살아가기 위해, 그 찰나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한줄기 섬광처럼 빛나던 것들의 가치를."
나는 이성적인 척 하면서도, 결국엔 감성적인 녀석이다. 언젠가 알렌을 신랄하게 비판했음에도 마지막엔 눈감아주었던 것과 같이. 나라는 녀석은 중요한 기로에서는 늘. '무엇이 합리적인가' 가 아닌, '어떻게 하고 싶은가' 에 따랐다.
그로 인해 어리석은 짓도 하고, 손해도 볼 지언정. 어째서 그러는가 하면.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의지와도 같은 것! 위대한 힘을 가진 신도, 연약한 인간도, 살아가는 방식만은 자신이 고를 권리가 있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어요!"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불합리 하다.
강해질 수 있는 녀석, 부유한 녀석 모두 정해져있다.
어쩔 도리 없는 악의와 폭력의 운명 또한 있다.
그러나 그런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갈지는.
그것만은, 본인의 권리다.
"그러니까 찰나의 삶은 덧없으면서도, 무엇보다 찬란하게 빛난다고...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가슴에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소리치듯 얘기하며
"이 대답을 듣고도, 가 아니에요. 이 대답을 들었기 때문에, 저는 도라 어르신을...돕고 싶어요!"
나는, 대답한다.
그 누가 어떤 얘기를 하더라도, 이게 나의 대답이다.
이게, 내가 살아가고 싶은 방식이다!
#대답
돕고 싶습니다.
의미는 모르겠습니다. 왜 그를 돕고 싶은지 묻는다면 시윤은 당연하게 그것이 내가 바라는 일이라고 할 것입니다.
왜라고 묻는다면 시윤은 대답할 것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길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말할 겁니다.
그 날이 떠오릅니다.
사자왕을 상대하기 위해 무기를 들었던 때. 우연히 얻은 노트 속에서 보았던 잊어가던 과거의 기억 같은 것들.
부속품이 아니라, 필요하지 않은 게 아니라, 다만 내 것이었던 것.
선택의 권한.
그것으로 하여금 시윤은 '이주윤'이라는 인물이 아니라.
'윤시윤'이라는 존재로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누구나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간이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존재라면 누구라도!
자신의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으니까요.
영웅서가
메인 시나리오 사이드 스토리
누군가는 이제 돌아오지 않을 겨울 속에 파뭍히더라도.
그 운명을 쥔 채로 봄으로 향할 존재가 있을테니까.
나의 겨울, 너의 봄
" 해보세. "
한 아이의 봄을 위해서.
" 우리는... 겨울의 궁전으로 가야하네. "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스토리 스킵
-> 겨울의 궁전, 얼음 마녀의 함정에 빠진 도라, 아쥬르, 시윤의 앞에 얼음 마녀가 작은 보석을 들고 웃음을 짓는다. 이미 얼음 마녀는 모든 겨울의 왕의 파편들을 죽여왔으며 이제 단 한 사람. 도라가 품고 있는 아이만을 죽인다면 자신 스스로 겨울의 왕이 되어 기나긴 혹한의 통치를 이어갈 것이라 말한다. 점점 좁혀드는 거리, 결국 아쥬르는 결심한 듯 시윤의 숨에 무언가 알 수 없는 기운을 불어넣는다. 그 직후, 신체와 신속, 건강 스테이터스가 300 증가하는 것을 본 시윤은 놀란 표정으로 아쥬르를 바라보고, 아쥬르는 도라와 시윤을 바라보며 엄지를 치켜 세운다.
과거, 겨울의 통치를 받는 곳에서 태어난 아쥬르는, 이 곳의 존재들과는 다른 '불'이라는 요소를 타고 태어났다. 그 결과 수많은 신들과, 하다못해 정령들에게마저 따돌림받는 존재였던 것. 하지만 유일하게 이들과 상관 없이 손을 뻗은 것이 도라였다. 도라는 아쥬르의 손을 잡고, 뜨겁게 타오르는 손의 열기를 참으면서도 아쥬르에게 " 너는, 이 추운 세게에 따뜻함을 주러 왔구나. " 라는 말로 아쥬르를 이끌었다.
그 결과 아쥬르는 도라의 신성을 일부 받아 화염의 대정령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고, 지금까지 그를 따라온 것은 단순히 자신의 변덕이었지만. 그럼에도 자신은 불이라는 말과 함께 아쥬르는 시윤과 도라를 바라보며 자신이 얼음 마녀를 묶어두겠다 말한다.
얼음 마녀의 거대한 무기들이 도라와 시윤을 노리자 불꽃을 휘둘러 그것을 녹여낸 아쥬르는 예의 그 호쾌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
불이 타오른다.
차가운 겨울의 궁전에서, 혹독한 냉기의 함정 속에서. 불은 거칠게 타올랐다.
그 불은 냉혹한 외면 속에서 인정이라는 장작을 받아 타올랐던 것이다.
"...알겠습니다!"
아쥬르는 어떻게 될까.
겨울의 왕이 되기 직전인 마녀에게서, 이 차갑고 외로운 공간에서.
타오르는 불빛은 과연 이길 수 있는가. 알 수 없다.
"도라 어르신! 서두르죠!"
그러나 여기서 발을 멈추면 그야말로 모든게 무의미해진다.
나는 어르신을 재촉하며, 달리기로 했다.
....마음속 어딘가에서, 옛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무모한 작전.
성공할리가 없는 그 작전.
미래의 생명을 위해 동료들과 사지로 걸어가던 그 때.
촉박한 현실 속에서 누군가의 목숨으로 위기를 틀어막던 그 때.
전생의 나는 어떤 심경이었을까.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은, 달려야만 해.
#도라 어르신과 함께 뜁시다
심장이 터질 것 같습니다.
갑작스럽게 받아들인 불꽃은 시윤의 몸을 갉아먹으면서도, 이 감각이 없다면 자신은 여기서 버틸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도라는 시윤을 한 번 바라보고, 아이를 바라봅니다. 거친 소리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아이는 어떻게든 도라의 품에 손을 댄 채 견디고 있습니다.
" ... 걱정하지 말려무나. "
도라는 미소를 짓습니다.
" 아쥬르는, 분명 돌아올 게야. "
그 믿음에 생각을 맡긴 채 시윤은 내달립니다.
온 몸을 스쳐오는 한기들이 점점 시윤을 옥죄여옵니다. 그리고, 기침과 함께 몸에서 선명한 핏자국이 터져나옵니다.
이런 순간은 포지션 수업을 다른 식으로 듣고 왔어야 하지 않을까 고민을 하게 됩니다.
한참을 내달립니다.
느려지는 걸음을 어떻게든 뻗어내고, 보법을 밟을 만큼의 여유마저도 남지 않았기에 내달릴 뿐입니다.
그 순간.
한 발의 화살이 시윤의 빰을 스쳐갑니다.
수많은 얼음 병정들이 시윤과 도라를 바라보며 화살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 이런...!!! "
도라는 놀란 눈으로 자신의 신력을 뿜어냅니다. 뜨거운 열기가 한순간 몰아치며 일부 정령들이 녹아들지만 그들은 몸이 사라져감에도 화살을 빚어내고 있습니다!!!
당신이 가장 잘 하는 것을 하십시오.
당신의 전투법을 상기해야만 합니다!
"....네."
도라 어르신의 믿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불안에 떨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믿을 수 밖에 없다.
가슴속에 뛰는 맥박처럼, 화려한 불꽃이 타오르기를.
춥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전형적인 랜서다. 유리대포.
강화를 받았음에도 기본적으로 뛰어난 축에 들지 않는 몸은, 추위에 견디기 어렵다.
냉기가 몸을 얼리고 있다. 숲의 생명력이 존재하지 않는 이 곳에서, 전령의 발은 느려진다.
그래도 뻗는다.
힘들다는 것은 변명이 될 수 없다.
이 작전에 참가하고 있는 모두가 힘들지만 노력하고 있다.
"큭....어르신!"
볼이 뜨거운 감각과 함께, 나는 뒤를 돌아본다.
적. 얼음의 화살을 쓰는, 병정들.
어르신의 신력으로 적들은 녹아내리고 있다. 그러나 화살은 생성중.
이제와서 내가 용기있게 전위 역할을 할 수 있을리는 없다.
최악의 경우는 저들이 녹아내리기전 화살비가 쏟아지는 것.
지금 들고 있는 무기인 꼴깍이로는 다수를 노릴 순 없다...!
어떻게 해야....!
#도와줘요 캡틴 찬스
자.
우리 간단한 생각을 해봅시다.
의념짱짱강화된 거대총탄을 쏴낸다. 같은 생각을 말입니다.
물론 망념은 아주 많이 쌓이겠지만... 의념시대니까 할 법한 생각 아닙니까?
미친 짓 함 해보죠.
한발의 총탄으로 수 많은 적들을 쓰러뜨리는 법이 있을까?
말장난 같아 보이지만, 한가지 간단한 해결법이 있다.
스스로를 '유리 대포' 라고 하지 않았나.
대포의 포탄이면 병사들을 쓸어버리는 것 쯤은, 가능할 터다.
"오오오오오 - !!!!"
나는 꼴깍이를 강하게 쥔다.
널 얻고 나서 실전에서 쏴보는 것은 거의 첫발이지.
자, 잔뜩 먹어라 꼴깍아.
신나게 토해보라고!
#아주 많은 의념을 쏟아부어서, 빛이 되어라 ~슈퍼에네르기꼴깍버스트~ 를 갈겨봅시다
몇의 망념을 대가로 합니까?
#150의 망념을 씁니다!
단순한 짓.
그런 단순한 짓에도 가슴이 뛰는 것을 보면서 시윤은 웃음을 짓습니다.
물론 보통의 상황이라면 이런 상황이 썩 즐겁진 않았겠지만.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도박을 하는 건 시윤의 특기가 아니었을테니까요.
상관 없습니다.
꼴깍이의 턱을 쥐고, 시윤은 호흡을 고릅니다.
무식할 정도로, 순간적인 망념의 증가에 목에 피가 올라올려는 감각을 참으면서 시윤은 의념에 의해 터지려는 꼴깍이를 붙잡습니다.
단 한 번의 총성,
고요를 꿰뚫는 한 발이 스쳐 지나갑니다.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던 것만 같던 공간을 지나서.
쿠르르르르르르르......
무언가가,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콰아아아아아아................................
............................!!!!!!!!!!!!!!!!!!!!!!!!!!!!!!!!!!!!!!!!!!!!!!!!!!!!!!!!!!!!!!!!!!!!!!
바람을 찢고, 말 그대로 폭발에 가까울 법한 한 발의 총알은 무너져가는 병사들의 몸을 거칠게 찢어버리곤 그 화살들마저 한순간 무너트립니다!!!
폭력적입니다.
그래요. 이런 풍경을 보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온 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
감각이 한 번에 개방된 듯, 피와 모든 것들이 단 하나의 감정으로 돌아가 지금의 희열을 느끼게 합니다.
그래요. 이 감정은 희열입니다! 이것은 아주 단순하게도, 그러나 랜스이기에 가능할 터인 기에입니다.
모든 것을 박살낼 법한 한 발의 기적은 어떠셨습니까?
물론, 휘청이는 걸음을 겨우 버텨야 했겠지만...
" 대단하군. "
도라의 감탄은 고통을 감수할 법한 가치가 아닙니까?
" 그 순간은... 폭풍의 신이 떠오르더군. "
모든 것이 사라진 자리.
그 곳을 내달리는 것쯤은, 지금의 몸상태로도 어렵지 않습니다!
"과찬이세요. 그래도 기분은 좋네요."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씨익 미소짓는다.
짜릿하다.
방아쇠를 당겼을 때의 진동이 손에 부르르 남아있는 듯 하다.
스스로가 강해졌음이, 실감되는 순간이다.
위기를 뒤엎는 역전의 한발. 멋있지 않은가.
조금 철없는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걸로 좋았다.
나는 아이니까, 사실 철 정도는 조금 없어도 된다.
"....계속 가시죠, 도라 어르신!"
물론 이 강렬한 한방을 그렇게 휙휙 쏘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꽤나 아슬아슬한 수준의 망념을 쏟아 부었기 때문에 가능한.
전력에 가까운 한발. 그러니 시간을 지체할 순 없다.
#계속 달리죠!!
한참을 내달립니다.
분명 신체에 가해지는 부담은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리 크게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이따금, 느껴지는 거대한 기운이 시윤은 이를 꽉 물고 내달리길 선택합니다.
도리 역시 그런 시윤을 바라보면서도 걸음을 옮깁니다. 여기서 멈춘다면, 더이상 나아갈 수 없을지도 몰랐으니까요.
한참을 어둠으로 가득했던 성의 길을 지나, 아지라히 들어오는 반짝임을 향해. 시윤은 호흡이 터져라 내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호흡에 보답하듯 반짝임은 점점 커져갑니다.
거대한 공동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중앙에 있는 외로운 왕좌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젠가 이 자리에 앉아 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리고 그 왕좌에 한 개의 왕관이 보입니다. 보석이 빈 채로 그 왕좌를 꾸미고 있는 왕관이 눈에 들어옵니다.
본능적으로 느껴집니다.
그간의 고생도, 투덜거리던 아쥬르의 모습도, 이따금 자신을 바라보며 용기를 말하던 도라의 모습도. 이제 또 만날 수는 없을 거라는 것을 압니다.
꼴사납게.
눈물이 흐르는 것을 옷소매로 닦아내면서 시윤은 도라를 바라봅니다.
그는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요? 죽음을 두려워할까요? 아이를 걱정하고 있을까요?
곧 왕좌의 중앙에 도달한 두 사람은 무엇이라 말하지 않더라도 고갤 끄덕입니다.
총을 들어올리고, 경계를 선 시윤과 함께 도라는 천천히 아이를 왕좌에 앉힙니다.
차갑도록 서늘한 감각에 아이가 놀란 표정을 지음에도, 도라는 아이의 볼을 쓰다듬으며 웃습니다. 아기는 우는 표정을 짓다가 그런 도라의 친절에 미소를 짓습니다.
" ... 시윤 군. "
도라는 나직한 목소리로, 시윤에게 말합니다.
" 미안하네. 사실 숨긴 게 하나 있었어. "
그는 이 어두운 분위기를 깨려는 듯 장난스럽게 말합니다.
" 내가 자넬 받아들인 건. 이 이후의 일을 자네에게 맡기기 위해서라네. "
그 물음에 시윤이 의문을 느끼기도 전에.
" 이 아이에게, 세계를 찾아주게나. 이리 보여도 이 아이는 17년의 시간을 살아왔다네. 아마도... 신으로써의 영향이 사라지는 순간. 이 아이는 인간의 성장을 이룰걸세. "
" 그 순간을 위해. 자네를... 속여왔네. 미안할세. "
도라는 씁쓸한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봅니다.
이제, 이별이 다가오고 있으니까요.
도라는 다시금 아이를 끌어안습니다.
" 어떠냐. 저 자리에 앉고 싶니? "
아기는 고개를 도리질칩니다.
" 역시 그러냐? "
껄껄 웃는 도라의 웃음을 따라.
아기도 웃습니다.
" 네 이름은 에브나란다. 우리의 언어로.. 봄꽃이란 뜻이지. "
도라는 처음으로, 아기를 끌어안습니다.
" 분명 너는 겨울의 왕이 되기 위해 태어났을 거란다. 겨울이 되어, 그 혹한 속에 살아갔을지도 모르지. 그 자리를 네가 바랐더라면.. 나는 너를 그 자리에 보냈을지도 모른단다. "
" 하지만 너는 그 자리를 싫어했단다. 지금의 왕좌도, 왕관도. 너에겐 관심이 없는 물건마냥 취급하고 있지 않으냐. "
도라는 자신의 팔에 손을 뻗곤, 그 옷깃을 찢어 아이를 감쌉니다.
" 네가 내 몫만큼 봄에 살아다오. 내가 네 겨울을 품을테니. 너는. "
" 그래! 봄꽃처럼 해맑게 펴다오. 누구나 너를 보며 봄을 떠올릴 만한, 아름다운 아이가 되려무나. "
도라는 아이의 볼에 입을 맞춥니다.
그 온기에 취해, 아이가 잠드는 모습을 바라보고. 아이를 조심히 시윤에게 넘깁니다.
" 부탁하네. "
곧.
그는 왕좌를 향해 다가갑니다.
왕관을 쥐고, 왕좌에 손을 올린 채.
나직히. 해야만 할 이야기를 꺼냅니다.
" 겨울은 끝났다네. 이제... 봄이 올 시간일세. "
화륵.
순간적으로 뜨거운 열기가 치솟는 듯한 감각과 함께 도라는 왕좌와 왕관을 품에 두고 미소를 짓습니다.
그래요. 봄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하아....하아...!"
뛴다. 뛴다. 뛴다.
저 뒤에 아쥬르님은 잘 싸우고 계실까.
겨울 마녀가 추격하지 않으니, 그럴 것이다.
신적 존재가 얽힌 겨울속 신화속에서, 한낱 인간인 나는 달리고 있다.
기나긴 겨울처럼 어둡고 긴 길 속에서.
그 끝에 있는 조금의 반짝임을 향해 손을 뻗으며, 인간은 나아간다.
"하악, 흑....!"
기어이 목적지에 도착 했을 때, 나는 거칠게 토해내는 숨에 울음이 섞임을 느낀다.
그래, 곧 끝나버리는 것이다.
"흑, 흐윽....!"
투덜거리면서도 친근하게 대해주던 불꽃의 대정령도.
경의를 받아 마땅한 봄을 알리는 신도.
이 기나긴 겨울도. 끝이 다가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가슴 속에서 무언가 벅차 올라, 꽉찬 잔에서 물이 새듯.
눈에서는 물이 흘러 내렸다. 이 감정을 무엇으로 설명 해야할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도라 어르신."
아이는 천천히 왕좌에 앉는다. 그 뒤어 도라 어르신은 내게 말을 걸었다.
속였다는 그 말 뒤에 이어지는 설명에, 나는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울음으로 엉망이 된 얼굴이었을까? 아니면 결의에 찬 얼굴이었을까?
나는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속였다고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기꺼이, 맡겠습니다. 이 아이가 많은 것을 보고, 웃고, 행복해져, 자신의 삶을 걸을 수 있도록."
사실은 짐작하고 있었다. 이 험난한 게이트에서 더 이상 보호해줄 어른이 사라질 아이는.
차디찬 겨울을 홀로 견디기 어려울 것이니까. 그러니까, 아마도.
바깥으로 나가서 많은 것을.
봄도, 여름도, 가을도. 산도, 바다도. 많은 것을 보면서.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 선택할 권리에 대해서 찾아 나가야겠지.
그 일을 맡을 수 있는 것은, 외지인. 오로지 나 뿐이었다.
도라 어르신은 이제 이 아이와 함께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어르신."
아이의 이름을 붙여주며 상냥하게 말을 거는 그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중얼 거린다.
그것은 마치 떠나가려는 누군가를 붙잡으려는 미련과도 같다. 그도 그럴 것이다. 작별인사니까. 저건.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차갑게 얼어 감각이 없을 주먹이, 어쩐지 매우 뜨겁고.
싸늘하게 식었을 가슴이, 어째서인지 참을 수 없이 불타올라.
메말라야 했을 눈에선, 쉴 새 없이 뜨거운 것이 흘러 내렸다.
"나는.......나는.....!!"
소중하게 내밀어진 아이, 에브나를 받는다.
두 손으로써, 나는 이제 눈물을 닦아낼 손이 없게 되었다.
이별은 예정되어 있던 것이다.
그 찬란한 희생의 각오에 감탄하여, 나는 신화를 끝내기로 했던 것이다.
작전은 성공했다. 그러나, 나는 도저히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그러니까 나는 중얼 거린다. 나는. 나는.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가지마' 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훌륭했어요' 도 조금 다르다. 그렇게 담담히 축하를 건넬 기분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분명.
"나는, 도라 어르신을 계속 기억할겁니다...따스한 봄날처럼 상냥하게, 강대한 힘을 가지고도 사랑과 헌신을 가지고 있던. 위대한 신의 이름을 기억해 전할게요...."
어르신과의 첫만남에서, 나는 이 곳에 묻혀있을 이야기를 들으러 왔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똑똑히 들었다. 고결한 사랑의 이야기를. 아이에게 봄을 건네기 위한 따스한 이야기를.
나는 계속 기억하고 전할 것이다. 이 이야기가, 결코 잊혀지지 않게 할 것이다.
"이 아이, 에브나가 그 이야기를 듣고...어르신의 사랑을 느끼고....그 사랑을 남에게 베푸는 아이가 될 수 있도록....꼭, 꼭....전하겠습니다....."
나는 흐느꼈다. 기뻤다. 그리고 슬펐다. 그 모든게 뒤죽박죽 섞였다.
그렇지만, 그런게 인간의 감정이다. 흑과 백처럼 단순히 떨어지지 않는 것.
"아....아아아..........아아아아아....!!!"
겨울은, 끝났다.
봄이, 왔다.
운명적이고 거룩한 신화시대의 세계가 뒤바뀌는 그 앞에서.
나는 그저, 한 사람을 위해 울었다.
#안녕...
뜨거워요.
뜨겁습니다.
그 열기가 어떻든, 그 온도가 어떻다. 그런 것은 떠올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분명 봄은 오고 있었습니다.
저 멀리, 어둠을 꿰뚫고 얼음 마녀가 걸음을 옮기고 있습니다. 그너의 발치에는 모든 것을 불태운 듯, 검은 재가 된 아쥬르가 마녀의 발목을 쥐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아쥬르가 쥔 발목을 끌어가면서. 이곳을 향해 다가옵니다.
에브나를 내려놓고 시윤은 신경질적으로 뛰어나갑니다.
얼음 마녀라는 신격에 대항할 수 없음에도, 시윤은 상처 입는 것을 각오하고 얼음 마녀에게 달라듭니다.
지금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의 봄을, 방해하게 둘 수 없었으니까!!!
미련하게 내던저져 팔이 부러졌음에도, 남은 팔로 마녀를 붙잡습니다.
두 팔이 부러지니 두 발로 그 옷자락을 밟습니다.
전신이 박살나면 이빨로 옷깃을 물어뜯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이 순간을 방해하게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 안 돼. "
얼음 마녀는, 그런 시윤의 발악마저 무시한 채 도라에게 소리를 지릅니다.
" 왜. 대체 왜!!! 대체 어째서!!!! 내가 왕이 된다면, 영원히 얼어붙은 얼음이 된다면. 네 녀석도 왕을 잃지 않을 수 있었잖아!!! 어째서, 어째서어어어!!!!!!!!!!!!!! "
그녀의 절규에 타오르는 채로.
도라는 미소를 짓습니다.
" 당연하지 않은가. "
그 미소는 어느 순간보다 순수해 보였습니다.
" 나는 아이를 위해 몸을 던져 봄을 부르려 했고, 자네는 무고한 아이들을 죽여 겨울이 되려 했으니. "
그 말처럼.
얼음 마녀는 천천히 녹아내리기 시작합니다.
아니, 이 곳의 모든 풍경들이 녹아내리고 있었습니다.
길고도 긴 봄이 끝나가는 것처럼 얼음과 눈으로 이뤄진 성은 녹아내립니다.
겨울의 것들을 품고 같이 가자는 것처럼. 도라는 무너지는 왕좌와 바스라지는 왕관을 쥡니다.
그리고, 아이는 천천히 자라납니다.
억누른 그 시간을 해방하듯, 아이는 성장해갑니다.
눈을 닮은 새하얀 머리카락은 길게 자라나 어깨까지 늘어지고, 새하얀 눈을 닮은 피부에는 부드러운 온기가 깃듭니다.
가장 겨울을 닮은 듯한 모습에서, 이질적으로 두 눈에 깃든 초록빛 색만이 이질적으로 느껴집니다.
분명, 이제는 시윤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주 빠른 속도로 그녀는 신이라는 자리에서, 무너지는 성처럼 신격을 잃어가고 있었으니까요.
아이 였던 소녀, 에브나는 시윤을 바라보며 웃음을 짓습니다. 수많은 사람을 설레게 만들 법한 아름다운 미소입니다.
에브나는 도라를 바라봅니다.
걸음을 내딛습니다.
열기에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어.
뜨거운 불꽃으로 타고 있는 도라를 끌어안습니다.
" 따뜻해. 도라. 따뜻해. "
그 말에 도라는 놀란 표정을 짓습니다.
" 어떻게... "
" 모르겠어요. 하지만 뜨겁지 않아. 도라는 따뜻해. 좋아. "
" 하... 하하.... 하하하하하하...... "
죽어가는 순간에야.
자신의 품에서 끌어안는 손길에, 후회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그에게 그만큼 원망스러운 것이 없었을겁니다.
그 순간에야 시윤은 주머닛속, 고목의 물건을 떠올립니다.
언젠가 필요한 순간에 도움이 될 거라던. 그 물건을...
시윤은 몸부림쳐, 입으로 그것을 물어 에브나에게 내던집니다.
에브나의 발치에 떨어진 나무토막을 에브나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도라의 불길에 집어넣습니다.
아주 짧은 순간.
비록 찰나에 불과할지라도.
그의 불꽃으로 벌어진 찰나의 시간으로.
" 옷 조심하렴. 겨울이 지나갔으니 따뜻해진다고, 이불을 내던지지 않도록 하렴. 아직 어린 때의 너는 유독 이불을 내던지곤 했으니 말이다. "
" 먹는 것은.. 좋아할테니 걱정하진 않겠지만 아무거나 먹지 않도록 조심하렴. 특히, 너무 과하게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갑작스럽게 많은 음식을 받아들이면 몸이 받아들이지 못할지도 모를거야. "
그 뒤로도, 짧은 시간에.
도라는 수많은 걱정을 뱉어냅니다.
그에 에브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제는 신격이 거의 남지 않은 에브나의 볼에, 입을 맞추면서.
도라는 마지막 인사를 남깁니다.
" 긴 겨울은 이제 갈 거야. 나는... 이 겨울과 함께 떠나야 한단다. "
이제는 마지막이라는 듯.
천천히 재가 되어 흩어지는 풍경 속에서.
" 아냐. "
에브나는 고개를 젓습니다.
" 겨울이 갈 뿐이야. 봄이 올 뿐이야. 언젠가 다시, 또 겨울이 오고 나면... 또 봄이 올 거야. "
" 그러니까. 그 떄가 되면 다시 날 안아주러 와줘. 내게 불어줬던 따뜻한 숨결처럼, 바람이 되어 날 찾으러 와줘. 그러면. "
" 나는 봄이 되어서... 도라가 되어서. 기다리고 있을게. "
에브나.
에브나 도라.
" 그러니까. 이 봄이 끝나기까지 나를 지켜봐주세요. 아빠. "
그녀의 마지막 인사에 도라는 고개를 들어올립니다.
커다란 신에 어울리지 않는, 왕방울만한 눈물을 떨어트리면서 그는 웃습니다.
" 늦지 않도록, 네 봄에 닿도록 하마. "
나는. 도라니까.
봄을 알리는 전령이니까.
그러니. 그 곳에 기다려주렴.
" - "
이제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평야.
천천히 꽃들이, 나무가 기지개를 펴기 시작하는 평야에서 에브나는 먼 발치를 바라봅니다.
언젠가 돌아올, 자신의 아버지가 남긴 말을.
그 찰나를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이것은, 한 신화의 시작이자 끝.
도라라는 봄의 전령이, 고신이 사라진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 곳에 남은 두 사람만은 잊지 않고 기억해나갈 기억일 겁니다.
찰나가 아닌 영원히.
누군가는 도라의 이름으로,
누군가는 도라의 기억을 가지고.
축하드립니다.
게이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정산 판정을 신청할 시. 게이트의 기여도와 정산도에 따른 보상을 획득합니다.
특수 NPC, 봄의 딸. 에브나 도라와의 호감도가 미묘한 애정으로 시작합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녀는 시윤을 좋은 삼촌으로 생각할테니까요!
에브나 도라의 정보는 정산 판정의 결과에 따라 변동되므로 지금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레벨이 1 증가합니다.
NPC, '고신의 딸' 에브나 도라와의 관계가 형성됩니다.
▶ 고신의 딸, 에브나 도라
▶ 봄의 전령, 도라의 희생과 함께 그녀는 신으로써의 자격을 잃어버렸습니다. 이르게 온 봄과, 왕이 되지 못한 겨울의 존재는 가련하게도 인간으로 떨어졌습니다. 겨울을 닮은 은색 머리카락과, 봄을 상징하는 눈을 가진 이 소녀는 그렇게 인간의 세상에 떨어진 존재입니다. 그런 신격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모든 것을 잃었음에도 한때 고귀한 존재였단 것을 증명하듯, 아름다운 외모는 평범한 인간과는 궤를 다르게 할 법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비록 모든 힘을 잃었다 하더라도 한때의 신성이 남은 까닭인지 그녀의 그릇은 여하의 존재와는 궤를 달리 합니다. 사라진 신성에 의한 독자적인 능력을 사용하며, 이에 따라 망념의 증가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나 망념화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그녀의 가능성은 분명 다양합니다. 만약 그녀가 정말로 원하는 무언가의 결과에 도달할 수 있다면.. 충분히 영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그릇을 가지고 있습니다.
▶ 레벨 : 29
▶ 호감도 : 미묘한 애정
▶ 임시 동료
스테이더스
신체 - 110
신속 - 110
영성 - 150
건강 - 145
매력 - 80
특성
▶ 낙신落神 ◀
한때는 거대한 신앙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제는 떨어져버린 인간의 존재.
그 영향을 받아 강력한 힘을 지닌다.
레벨업에 필요한 경험치 필요량이 15% 감소한다.
▶ 겨울과 봄의 사랑 ◀
위대한 존재로써 가졌던 특수한 능력, 그리고 자신의 양부의 능력의 일부를 타고 태어났다.
아군의 생명력을 회복시키거나, 또는 적에게 강력한 겨울 속성의 공격을 가한다.
▶ 폐월수화蔽月羞花 ◀
매력이 70 증가한다.
명성이 30 증가합니다.
현재 명성 31
가디언들 사이에서 윤시윤이란 이름이 퍼집니다. 몇몇 가디언들에게 호의적인 시선을 얻습니다.
사격의 숙련도가 25% 증가합니다.
미들 네임을 획득합니다.
▶ 제클린 ◀
아주 먼 고대어로 폭풍, 또는 몰아쳐 부수는 자라는 의미를 가진 이 단어는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 사어에 가깝습니다.
폭풍은 한때는 신으로써 그 이름을 달리 했으나, 여러 요소와 달리 빠른 시기에 그 신성을 잃어갔으며, 현재에 도달해 바람을 신앙하는 이들은 없는 것처럼 제클린이라는 이름은 이제는 신의 이름을 상징하기보단 그만한 위용을 보인 자라는 의미가 남아 있습니다.
신화의 명성이 끊어지기 전 신으로부터 들은 이 이름은 신화의 끝에 기생하여 시윤을 기록하게 만들었습니다. 영원한 겨울을 무너트린 봄과 불꽃, 그리고 바람으로써. 당신을 칭하는 또다른 이름이 될 것입니다.
이름에는 이니셜인 J를 기입함.
▶ 미들 네임
▶ 거친 폭풍, 몰아쳐 부수는 자 : 전투 당 1회, 10개의 도기 코인을 지불하여 발동합니다.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 거친 광풍을 일시적으로 무기에 인첸트하여 쏘아냅니다. 쏘아낸 광풍은 이름의 주인을 따라 적의 군대를 무너트릴겁니다. 공격력의 70%에 해당하는 광역 진영 붕괴 공격을 가합니다. 명중한 적의 숫자에 따라 망념이 일정치 증가하나 최대 120 이상으론 증가하지 않습니다.
정산이 완료됩니다.
- -14- 에브나 도라
- "끄으......"
뜨거운 혈기가 식자 느껴지는 것은
다름 아닌, 냉혹한 고통이었다.
생각해보니 신에게 이를 악물고 달려들어서 전신이 박살났다.
그야, 아프겠지.
"....에브나야. 몸은 좀 괜찮니?"
그러나 나는 일단, 같이 있는 소녀의 몸 상태부터 걱정하기로 했다.
신에서 인간이 되는 과정에서 탈은 없었는지.
아기의 몸에서 소녀의 신체가 되며 불편한 점은 없는지.
아무래도 그런게 먼저 신경쓰일 수 밖에 없던 것이다.
#누워서 앓으면서 에브나에게 말을 걸어봅시다.
" 응. 괜찮아. "
에브나는 고개를 톡, 톡, 끄덕이곤 시윤의 부러진 신체를 만져봅니다.
손이 닿을 때마다 끼야아아악 하는 소리를 지르고 싶어지는군요!
" 재클린. "
에브나는 시윤을 바라봅니다.
" 인간의 몸은 아픈 거야? "
"..........."
웃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입꼬리가 벌벌 떨린다.
윤끼야아악
그러나 나는 참으려고 부단히 애를 쓰며
"인...인간의 몸은, 연약해서, 심하게 부딫히면....부러지거든....."
A B C 를 설명해주듯 에브나에게 친절하게 알려주려 노력하는 것이다.
"아까 겨울 마녀에게 달려드느라 부딫혀서...여기저기가 나뭇가지처럼 부러진거야....이러면 엄청 아프니까, 에브나는 다치지 않게...주의 해야겠지....?"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나지만, 나는 웃으려고 애썼다.
#응...에브나야...아파...
에브나는 그런 시윤의 표정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봅니다.
너... 너어는....
" 그렇구나. 인간은 쉽게 부러지는구나. "
끄덕, 에브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윤의 상처에 손을 올립니다.
" 괜찮아. 아픈 건 잠깐일 뿐이니까. '금방' 나아질 거야. "
그 말처럼,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을 느낄 때. 시윤은 상처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듯한 감각을 느낍니다. 곧 의도적으로 참아내던 듯한 고통이 한 번에 전신을 달려들어 소리도 지르지 못할 고통이 지난 직후.
시윤은 천천히 손을 움직여봅니다.
...!
손이 움직여집니다!!
" 이제 안 아파? "
고개를 갸웃거리는 에브나의 말처럼. 더이상 고통은 느껴지지 않네요!
"....."
아이의 순수함이란 때론 잔혹하다!
라고 시흐흑 하고 속으로 울다가도
따뜻한 바람과 함께 몸이 치유 되자, 놀란듯 주먹을 쥐어본다.
"....응. 안아파."
에브나에게 남아있는, 신성의 힘인걸까.
어쩐지 그 따뜻한 바람이, 봄결의 바람을 떠올리게 해선.
나는 조금 멍하니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길 반복했다.
그리고는 이내 에브나를 보며 부드럽게 웃는 것이다.
"고마워. 에브나."
#고마우이....
" 괜찮아. 근데.. "
에브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시윤을 바라봅니다.
" 나는 시원해. 근데 시윤은 안 추워? "
사실 얼어 죽을 것 같지만 아직 대미지 판정이 뜰 정도는 아니라서 캡틴도 딱히 언급하지 않은 부분을 얘기해주는군요.
부상은 치료되었습니다!
".....사실 되게 추워."
벌벌벌 떨고는
"여기 오기전에 내게 도움을 많이 주신 은인이 있어."
게이트는 클리어 되었고, 부상은 치료되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손유씨가 아마 걱정....응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그 분이 지내는 오두막으로 먼저 가서 안부를 전해드리자. 에브나."
#손유씨의 거점으로 잘 해결했다고 인사드리러 갑시다
돌아갑니다!
나무집의 문을 두드리자 손유는 입에 붓을 문 채로 시윤과, 에브나를 살펴보다가 눈을 찌푸립니다.
" 게이트를 해결하러 간다더니. 너는 여자친구를 게이트라고 부르는 모양이지? "
피식 웃는 것으로 보아 장난인 듯 그는 문을 열고 두 사람을 안으로 들여보냅니다.
에브나는.. 손유가 그리고 있던 그림에 관심이 있어보이는군요!
"......그런거 아닙니다."
땀을 삐질거리며 곤혹스럽게 대답한다.
"게이트는 해결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일단 길어질 지도 모르는 설명전에 결론부터 말씀드리고
"이 아이는 그 안에서 사정상 맡게 된 아이구요. 에브나 도라 라고 해요."
#손유씨에게 해결했다고 말하기
에브나는 손유가 그린 그림을 눈으로 바라보고, 그 주위에 있는 물감에 손을 가져다 대봅니다.
곧 무언가 흥미가 돋은 것인지 손바닥에 물감을 바른 채로 그림 위에 손바닥을 마구 찍어댑니다.
" ... 그렇구만. "
자신의 그림이 박살나고 있음에도 손유는 무덤덤하게 에브나를 바라봅니다.
" 이종족의 기운은 아닌 듯 하지만. 그래도 UGN을 방문하는 게 좋을 거다. 아무래도 갑자기 허공에서 나타난 듯한 신원미상을 환영할 사람은 없을테니 말이다. "
오. 저기서 저런...
이라고 중얼거리는 손유의 말에 따라, 시윤은 에브나를 바라봅니다.
마구 손으로 찍어내는 것 같던 것은 순식간에 흐릿하나마 그림의 형상을 띄어가고 있습니다.
" 참 원시적인 아가씨로구만. 꼬마야. "
꼬마라는 말에 고개를 휙 들어올린 에브나는, 손유를 바라보며 눈을 흘깁니다.
" 꼬마 아냐. 에브나. "
" 그래 에브나. "
손유는 에브나가 손에 짜바른 물감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 그거. 내 물감이거든. "
" 그게 왜? "
정말 모른다는 듯한 에브나의 행동에 시윤의 뒷목이 조여오기 시작합니다.
캡틴! 어째서!!!
....실은, 신이 되어야 할뻔한 아이입니다. 신화의 게이트에서 겨울을 담당하는 신이 되어 죽을뻔한 아이요. 그러나 이 아이를 반드시 살리고 싶은 다른 신의 희생으로 인간이 되어...."
에브나에겐 복잡한 사정이 있음을 손유씨에게 어느정도 말씀 드린다.
대놓고 얘기할만한 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 일에 도움을 준 은인에게 둘러대기도 그랬다.
가디언이자 선성인 그를 믿고 싶기도 했고,
UGN 에 방문하라는 것처럼 어떻게 해야할지 조언을 듣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사정을 설명하다가 마침내 에브나에게로 다시 관심을 돌린다
?
....!!!!
"에, 에브나야! 그, 남의 물건을 함부로 쓰면 안 돼! 허락을 받아야지."
허겁지겁 에브나의 곁에 가서 말리면서
손유씨에게 머리를 연신 숙이는 것이다.
"죄, 죄, 죄송합니다, 손유씨...!! 그....방금의 말에 이어서, 에브나는 17살이지만 사실....신의 기준으로 17살, 그러니까 완전히 아기와도 같은 경험 밖에 못해서, 그, 아직 세상이 낯서니까, 그, 악의는 없습니다, 손유씨의 그림이 멋져서 흥미가 생겼던 것 같은데, 그, 이번 의뢰 돈을 다 써서라도 원하신다면 변상할테니 에브나한텐 제발....."
#혼신의 도게자
크... 크크크크....... "손유는 웃음을 터트릴까 말까 하는 눈치로 웃음을 참아냅니다.
" 아냐. 됐어. 애초에 게이트 출신이라면 우리와 상식이 다를 수도 있겠지. 물감이야 좀 뼈가 아프긴 하다만 가문에 요청하면 다시 보내주겠지. "
여차하면 이화현, 그 녀석에게 부탁해도 되고. 하고 얘기한 손유는 에브나를 바라보며 묻습니다.
" 재밌었나? "
" 응. "
" 관심 있으면 내가 그림을 가르쳐줄 수 있다만. "
...!
이건, 손유가 에브나의 스승이 되어주겠단 이야기입니다!
" 아직은 모르겠어. "
그러나 에브나는 고개를 도리질하며 시윤을 바라봅니다.
" 배워야 해? "
헉.
하고 속으로 여러 의미로 신음을 삼킨다.
가디언인 손유씨가 뼈가 아플 정도면 얼마나 귀한 물감인걸까
그걸 괜찮다고 웃어 넘겨주는 대범함도 그렇지만.
손유씨의 실력에 스승이 되어준다는게, 얼마나 대단한 의미인지도 알기 때문이다.
나는 배워야 하냐는 에브나의 말에 잠깐 어떻게 말을 할지 고민한다.
실리적으로만 따지면, 솔직하게 말해서. 배우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렇다고 할까 굉장한 기회니까 당장 배우라고 해야겠지만....
나는 에브나와 시선을 마주한다.
"배워야만 한다, 라고 에브나에게 강요를 할 생각은 없어."
부드러운 목소리로 웃으며 얘기한다.
우리는 그 추운 겨울속, 이 아이의 선택권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 않았는가.
그러니까 강요를 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렇지만 에브나가 흥미를 느꼈다면, 나는 배워보는 것도 좋다고는 생각해. 원하는 많은 것들을 그림으로 그려내 표현할 수 있단건, 즐겁고 멋진 일일테니까."
#원하는 대로 해도 괜찮아. 그렇지만 재밌어보이긴 하네!
" 안 배울래. "
곧 에브나는 도도도 뛰어 시윤의 등 뒤로 도망갑니다.
옷에 물감이 묻긴 하지만 당장 뭐라 하긴 힘들 것 같네요.
" 싫다면야 싫을 수 있지. 맞아. "
손유는 순간적으로 시윤과 눈을 맞춥니다.
곧 눈 위로 알 수 없는 압력이 느껴집니다.
삑!
487,500GP를 획득합니다.
유럽의 국가 기여도가 510 증가합니다!
" 의뢰 확인 환료.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고생해줬다. "
손유는 가볍게 시윤의 머리를 쓰다듬어줍니다.
헉.
안배우는건가.....
내가 속물적인 녀석인진 몰라도, 조금 아쉽다는 생각은 스쳐지나갔다.
그러나 티내지 않고 훌훌 털어내기로 했다.
여기서 강요했다면, 뭐랄까. 영재교육 받으라고 잔소리하는 부모가 되는 느낌이니까.
그런건 좀 그렇잖아.
"아하하, 그럼 어쩔 수 없지."
고개를 끄덕이곤 에브나에게 웃어 보이다가, 손유씨를 본다.
의뢰의 달성이 정산 되었다.
아. 나는 정말로 거기서 클리어해, 살아 돌아왔구나.
고생해줬다며 쓰다듬어주는 그 덕분에, 어쩐지 울컥하고 감정이 밀려오는 느낌도 든다.
".....네, 손유씨가 그려주신 이 그림이 무척 도움이 되었어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일단은 활짝 웃으며, 그려주셨던 그림을 반납할까 하는 것이다.
#감사 인사를 전하며, 겨울 호수를 돌려드릴려고 해요
겨울 호수를 반납합니다!
" 그럼 의뢰도 끝났으니. 이제 어디로 갈 생각이냐? "
그는 느긋하게 물어옵니다.
"손유씨가 말씀해주신대로 UGN에 들려 에브나에 대한 설명도 좀 하고....그 다음엔 기사재전에 가볼 생각이에요!"
그 이유를 설명하려다가, 마침 아. 하고 탄식한다.
생각해보면 손유씨는 뭔가 아실려나?
몰라도 괜찮으니 일단 가볍게 한번 물어보기로 했다.
"알게된 분이 카하노 기사단이라는 곳의 이야기를 찾고 있단 부탁을 하셨어가지구요. 혹시 손유씨는 들어본적 있으신가요?"
#카하노 기사단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지 여쭤보기
" 카하노? 동화 기사단을 말하는 거군. "
그는 무언가를 아는 듯, 시윤에게 이야기해줍니다.
" 학창 시절에 기사에 환장하는 동아리장 놈이 하나 있었지. 아마 그 놈이 가끔 과거 기사단들을 주절주절 얘기해대던 게 기억이 나는군. "
오. 신기하네요.
오!?
"호, 혹시 그 분을 어디가면 만날 수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아주 기대를 안한 것은 아니었지만, 무언가 실마리가 생겼다!
"괜찮다면 그 기사단에 대해서 꼭 듣고 싶어요!"
단순히 흥미나 호기심 본위가 아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추억을 찾는 기사님과 약속했으니까.
#대화
" 태평양 위에 있을 거다. "
아...?
" 그 녀석. 발령을 태평양방어선으로 발령받았거든. "
오......
"오......그럼 직접 만나 뵙긴 어렵겠네요."
아쉬움에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손유씨의 기억속에서는 뭔가 더 떠오르는게 있으신가요?"
방금 보니 어느정도 기억이 남아 계신 것 같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지막으로 물어보기로 했다.
#손유씨는 아는거 있나용?
" 내가 아는 정도도 동화 기사단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정도가 다야. 그 녀석이 떠들던 게 있긴 했다만.. 별로 기억을 안 해봐서 말이다. "
그는 무언가 떠오른 듯 시윤에게 대답합니다.
" 필요하다면 유럽의 UGN을 찾아가서 기여도를 기반으로 정보를 찾아달라고 해봐. 정보부 놈들이라면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거든. "
"알겠습니다!"
손유씨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이 정도면 많은 대화를 나눴다.
바쁘실테니 너무 붙잡고 있어도 귀찮으시겠지.
그럼 슬슬 인사드리고 떠날까 하다가도,...
바깥의 추위와 쌓인 피로를 생각하면...
"저, 마지막으로, 혹시 오늘 하룻밤만 머물러도 될까요?"
#한숨 자고 가도 되나요?
손유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럼....많은 일들이 있었으니.
잠깐, 자도록 하자.
#꿈의 세계로 이동합니다!
가즈아아아아!!!!!!
여기도 뭔가, 오랫만에 들어가는 기분이로군.
#5코인 내고 특별 수련장으로! 가자!!! 정말 오랫만이다 !!!!!
지불합니다!
후우....
이 꿈속의 세계에서 나는 천천히, 그러나 차분하게.
총으로 목표를 겨누고 사격한다.
대련회, 대운동회, 얼음궁전에서의 전투, 봇선생의 가르침.....
이 손으로 꽤나 많은 탄환을 쏘아냈다.
수 많은 찰나가 겹쳐, 기나긴 선을 이루었다.
이제 부족한 것은 조금의 수련 뿐.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길은 얼마 남지 않음이 느껴진다.
....
아마도 조만간 큰 일이 계속 벌어질 것이다.
그 때를 대비 해야겠지. 나는 열심히 수련하기로 했다.
#망념 150과 수련코인 40개로 사격술을 수련합니다!
주기술의 숙련도가 35% 증가합니다!
깨달음의 벽은 지금 시도하지 말아주세요.
폴더 열기 귀찬앙...
와, 코스트가 정확하게 남네.
#그럼 깨벽은 나중에 줘도 되니까, 꿈에서 나가면서 주스킬 분배가능 포인트 40%는 미리 넣어둬도 될까?
꺠달음의 벽에 도달합니다.
꺠달음의 벽에 대한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 윤시윤은 환생 이전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무기를 고를 수 있게 되었을 때 익숙함을 우선 순위로써 총을, 그 중에서도 저격총을 사용하게 된 것이 무기의 사용에서의 시작이었다. 개인의 깨달음이 각자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 때. 과연 환생 이전의 이 지식과 앎이 자신의 깨달음이라 할 수 있는지. 현재 윤시윤의 기준에서 판단하고 전투, 경험에 따른 두 가지 이상의 기준에서 사격술의 변화와 개념에 대해 서술한 후 그것이 자신의 깨달음이라 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서술하시오. 단, 제대로 연걸되지 않을 경우 깨달음에 실패하며 이후 2회의 진행동안 깨달음의 벽을 도전할 수 없음을 참고할 것.
# 꿈에서 깹니다!
꿈에서 깨어납니다!
"손유씨, 정말 감사했습니다. 나중에 여유가 될 때 다시 인사 드리러 올게요."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한다.
"그럼, 가볼까 에브나? 유럽쪽에 큰 축제가 열릴거야. 그거 구경도 좀 하고, 내가 부탁 받은 이야기들을 조사하러 가보자."
그 다음에 에브나의 손을 잡고, 나는 길었던 아이슬란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돌아가자. 기사단의 이야기를 찾기 위해.
#토큰을 써서 유럽으로 복귀합시다!
" 축제가 뭐야? "
아뿔사!
이탈리아로 복귀합니다!
좋아. 일단 하나씩 차분히 생각해보자.
처음으로 나에게 있어 '나'의 깨달음이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그 지식과 앎을 깨달음이라 할 수 있을까?
'나' , 그러니까 전생의 기억은 스스로를 이루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파편이다. 그것을 부정할 순 없다.
나는 이제 스스로를 아저씨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나이에 비해 성숙한 정신을 가졌다 여기고 있고
때때로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참고하기도 하고 있으니까. 그 기억은 내 인격 형성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보통 헌터는 무기 신중을 선택하기 마련이건만 총, 그것도 저격총이라는 마니악한 범주를 망설임 없이 골랐음에는 과거에는 '나' 를 완전히 지금의 나와 일체화 하여 판단하는 경향이 있던 흔적일 것이다.
그렇지만 거기서부터 많은 경험이 있었다. 저격수 답지도 않은 1:1 대련 대회에서 필사적으로 애써보기도 하고. 어린 나이 답게 청춘을 즐겨보기도 하고. 패배의 쓰라림을 느끼고, 신화속 이야기도 다녀왔다. 전생과는 많이 달랐다. 전생의 지식과 앎을 참고 삼아 노련해지고자 노력하면서, 나는 그 상황에 맞춰 지금의 내가 하고 싶은 판단을 해왔다. 적어도 그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내게 있어서 전생이란 나와 동일시 되는, 이어지는 삶과 지식이 아니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그 기억을 봉인하거나 기피하지 않았다. '나' 가 살아온 삶이 비록 객관적으론 덧없게 끝났을지언정, 거기서 느꼈던 사람간의 정과 '나'가 내렸던 선택과 삶에 경의를 표하고 동경을 품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 '나' 는 이제 열악한 시대에서 저격수란 길을 악전고투하며 걸어왔던 선배이자 스승이 되었다.
스승이 적어준 참고서를 보았다고 치사하다고 비난할 수 있는가? '나' 의 기억은 그러한 그의 족적이자, 내가 나아가야 할 길에 참고할 수 있는 기록이 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그 위에서 나만의 경험을 쌓고, 나만의 해석을 했음을 확신하고 있다. 나는 그의 지식과 앎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거기서부터 시작되어 내가 걸어온 이 길은, 오롯히 나만의 깨달음이다.
그러한 전제를 토대로 내게 있어서 사격술의 변화와 개념에 설명해보고자 한다.
총기란, 과거의 인류 기준으로 본래는 대인용의 화기다. 전차나 미사일 같은 전술병기의 화력과 비교하면 매우 약한 화력을 가지고 있다. 위력이 뛰어난 저격총 마저도, 결국 광역 병기는 될 수 없었다. 단순한 폭탄이 한발의 탄환보다는 훨씬 더 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게 어떠한 의미냐면 기존의 사격이 가지는 가장 큰 의의는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다' 라는 점이다. 평범한 인간의 신체는 약하다. 그러니까, 과잉된 화력은 필요하지 않다. 한발 맞으면 죽으니까. 평범한 인간의 민첩성은 느리다. 그러니까, 탄환의 속도로도 충분했던 것이다. 피하기 쉽지 않으니까. 대신 아주 오랜 시간 훈련을 거쳐야 하거나, 달려들어 근접전에서 이기거나 혹은 양심의 가책의 위험성이 있는 무술이나 냉병기등에 비해. 총은 아주 단순했다. 사람을 겨누고, 손가락을 당긴다. 그것만으로도 생명을 빼앗아갈 수 있고,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평등하게 사용할 수 있는. 어쩌면 그야말로 인류다운 무기이자 기술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게이트의 몬스터가 나오고 의념각성자라는 초월자가 나온 지금. 기존의 대인을 상정한 사격술은 통용되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대련 대회때 상대했던 궁수처럼 날렵한 의념각성자들은 빠른 신속을 통해 사선에 들어오는 것을 회피하거나 정면에서 발사된 탄환을 보고 대응해내고, 하물며 뛰어난 장비는 단순한 의념탄을 막고 튕겨낼 내구성을 가지고 있음을 나는 보았다. 혹은 천자가 부리던 거대한 골렘이나, 그 강대한 사자왕과 같이. 혹은 게이트에서 사냥했던 거악과도 같은 크고 강력한 존재들에 이르러서는 조그마한 탄환 한발로는 유의미한 피해를 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니까 사격술은 변화해야만 했다. 날렵한 상대들을 사선에 맞추기 위해 더욱 정확한 조준을 필요로 함과 동시에, '생명을 빼앗는' 대상이 변함에 따라 그에 적법한 더욱 큰 화력을 갖추도록 변했던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역성혁명' 등의 기술이 그러한 예시고, 거너들에게 있어서 특히나 좋은 무기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탄환의 물리적 장전을 의념탄으로 해결하게 되면서 더욱 많은 탄환을 끊임없이 뿌리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사격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상대에게 한발로 치명상을 입힌다' 라는 총기의 근원을 유지하는 방향을 계속 고수해왔다.
바로 거기에 내가 생각하는 사격의 개념이 있다.
사격술이란 언뜻 생각해보면 참 불리한 요소가 많다. 특히나 마도와 비교하면 더 그렇다. 자유자재로 세상의 현상을 조작하고, 본인의 응용력에 따라 근거리/중거리/원거리 를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지 않은가. 그에 비해서 총기라는 녀석은 특수한 기술이 없다면 직선으로 나아가는 탄환이 전부다. 사격술은 그걸 잘하게 해주는 것이고.
그럼 총기와 사격술은 마도의 하위호환인 것일까? 물론, 그럴리가 없다.
앞서 나는 총기가 인류에게 평등하다고 얘기했다. 재밌고 아이러니한 점은, '평등' 은 곧 '반역' 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냐면 이 세상에는 강한자와 약한자가 나뉘기 마련이니까. 그러나 평등하게. 약자가 강자를 죽일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면. 그것은 하극상이자 강자에 대한 반역이지 않은가. 10년간 무술을 연마해온 고수도 아이가 쏜 총의 탄환에 맞으면 죽는다. 그러니까 평등하고, 그러니까 반역이다. 사격술이란 예로부터 인류에게 손가락을 한번 당기는 것으로, 상대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며 평등과 반역을 선사해준 기술이었다.
이 근원적인 개념은, 결국 이 시대에서도 똑같다. 게이트의 괴물들은 인간에 비해 강하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손가락을 한번 당기는 것으로, 오로지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힌다' 라는 목적으로 설계된 살상기술은 작동한다. 마도처럼 다양한 응용력은 없고, 검사들이 그러하듯 무공처럼 여러가지 움직임은 없다. 그러나 그걸로 충분하다. 상대를 겨누고 쏜다. 그 간단하고 단축된 일련의 동작으로, 즉시 격발되는 고화력의 흉탄은 명중한 상대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며 평등과 반역을 선사해줄 것이다.
# 이게 제 생각이에오 1달동안 생각한거에오
'나'는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나는, 어쩌면 과거의 나를 밀어내고 지금의 위치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이 자리를 지키고 있던 '윤시윤'이라는 소년을 밀어내고 이 육체를 차지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총.
하물며 저격총이라.
다른 것을 택할 수 있었음에도, 왜 나는 저격총을 붙잡았을까요. 미련이 남아서?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
솔직히 표현하자면 단순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처음 총이란느 무기를 잡았을까요? 간단한 이유에서 시작됩니다. 내가 다룰 수 있는 무기. 그중에서도 위력이 보장되는 무기는 총이었으니까요. 의념 각성자가 의념을 불어넣고 미약하나마 위력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총기가 아니고선 불가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앞에 나서는 병사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뒤를 지켜줄 사람 역시 필요했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전위 대신 후방에 남기로 했습니다. 당신이 무너졌다가는 다른 병들의 지휘도 제대로 가능하지 않을테니까. 전위 대신 후방에서, 가장 짧은 한 발을 쥐었습니다. 그 하 발로 하여금 길을 열고, 위협에서 자신의 전우들을 지키기 위해 저격이라는 무기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당신은 처음으로 총을 쥐었습니다.
치명적인 것을 가정하고, 단 한 번의 일격을 노리는 것은. 어쩌면 당신이 느낀 동료들에 대한 마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 그럼 묻겠습니다.
당신은 왜 윤시윤입니까?
그리고, 왜 윤시윤으로써의 다른 것들에서 눈을 돌리면서도, 윤시윤을 칭하고 있습니까?
내가....나인 까닭. 나는 어째서 윤시윤인가.
나는 생각한다. 여태까지 있었던 그 모든 일들을.
나는 윤시윤이지만, 기억을 되찾기전의 윤시윤은 아니다.
나는 사이가 좋고 행복했던 윤시윤의 가족과 의절했다.
그들은 더 이상 날 자식으로 여기기 힘들어 했고.
그런 나도, 그들을 부모로 여기는 것이 어려웠으니까.
그럼에도 나는 이 이름을 버리지 않고 있다.
과거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더라도, 새로운 이름 정도는 얼마든지 지을 수 있었을텐데.
어째서일까....?
나는 진지하게 고민한다.
엄격하고 깐깐한 면이 있어도 성실했던 아버지.
다른 사람들에게 상냥하게 대해주길 좋아했던 어머니.
그들이 나에게 물려준 이름. 나는 어째서 그것을, 버리지 않았는가.
.....
어느 순간 나는 불현듯 눈치챈다.
나는 언제나 누군가와의 연결과 정에서 스스로의 안정감을 찾았다.
스스로에겐 무언가 특별한 신념 같은게 없었다. 소위, 재미 없는 인간이었다.
그러나 다른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면 즐거웠고.
그들과 이어져 있는 정이, 애매하게 떠다니는 나를 이 세상에 묶어주고 있는 것만 같았기에.
그 편안함이 즐겁고, 소중했기 때문에. 나는 남들을 돕기로 했던 것이다.
특별반의 인연들, 친구들, 귀여운 연인 유하,
엄하지만 자상했던 제니아 기사단장님, 유쾌한 돈 지오테씨,
가디언 손유씨, 경의하는 신 도라, 소중한 에브나
이 시대에 '내게 소중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라고 고독함을 느꼈던 나는 어느새인가
남을 돕겠다는 태도 아래에 많은 인연 관계가 얽혔다. 소중한 것들이, 많이 생겼다.
이 것만은 그 누구의 것이 아닌, 나만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찰나들이 수없이 쌓였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내가 누군지 고민하지 않는다.
특별반의 저격수, 하유하의 연인, 하이젠피우스의 수련기사, 대종사의 친구
예술가 손유의 그림을 본 사람, 그리고....도라가 자신의 딸을 맡긴 인물. 에브나의 보호자.
스스로를 윤시윤이라고 정의한 이름 아래에 쌓은 많은 것들이, 나를 윤시윤으로 만든다.
나 자신만이 홀로 내린 정의가 아닌, 정과 관계 속에서 서로가 정의한 수많은 내가 나를 이룬다.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나는 무언가를 눈치채곤 눈물을 흘렸다.
눈물이 쉬지 않고 흘렀다. 외면해왔던 무언가와 마주했을 때,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아. 아아. 아아아아.....
나는.....스스로가 바뀌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낳아준 이름을.
'윤시윤' 으로써 그들과 가지고 있었던, 가장 밀접하고 소중한 인연을.
결국 완전히 끊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서로 틀어져 의절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속 어딘가 한켠에서, 그들과의 관계성을 소중히 여기고 싶었던 것이다.
나를 형성하는 관계에서, '부모님의 자식. 윤시윤.' 을 버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저격수와의 앎과 지식을, '나' 를 나와 동일한 인물이 아닌 동경하는 선배로 인식하게 된 것처럼.
나는 젊고 순수한 소년이었던 '윤시윤' 이라는 소년을 나와 동일한 인물이 아니라고 인식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나' 의 깨달음을 참고서 삼았던 것처럼. 나 또한 '윤시윤' 이라는 소년의 순수함과 선의, 그리고....부모님을 향한 애정을 이어 받은 것이다. 그들은 내가 아니면서도, 또한 내 안에서 나를 이루는 요소가 되었다.
나는 그러니까, 부모님이 사랑하던 '윤시윤' 에서 지금의 '윤시윤' 이 되어버린 것이 미안했다. 그렇기에 스스로의 미숙함으로 단절된 관계들에 대해, 여태 직면할 수 없었다. 그들이 주었던 사랑을 상처 입힌 것이, 내 안에서 그들을 사랑하는 정에 의해 너무나도 불편했다.
그러나 지금, 나는 비로소 스스로를 마주 본다.
나는 윤시윤이다. 1세대의 저격수도 아니고, 그저 순수하고 철없는 15세 소년 뿐만인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1세대의 저격 기술을 쓰고, 윤시윤으로써 부모를 사랑하며. 그들에게서 배운 사랑과 선의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 그것들은, 내 가슴을 채워, 누군가에게 정을 베푸는 선의를 자아내는 것에 도움을 주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전투 기술과 인간 관계에서, 나는 두가지의 나의 영향을 모두 받아, 진정한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러니까......나는, 윤시윤이다.
#제 이름은....윤시윤이에요...
비참함이어라.
우리는 이름이라는 것에 많은 것을 담습니다. 단순히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고, 애정의 표현이 되기도 합니다. 여러 감정들을 담아 부를 수 있는 것을 우리는 줄여 '이름'으로 부릅니다.
당신, 이주윤은 이미 죽은 사람입니다. 둥지라 부르는 곳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로 수많은 새들과 함께 둥지 밖에서 죽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후 윤시윤이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슬프게도 어린 윤시윤은 어리기 때문에 윤시윤이라는 이름을 택하고, 그 의미에 이주윤이라는 뜻을 더했습니다. 그것이 자신을 표현하기에도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기에도 편리했기 때문입니다. 단지 몇 사람만 넘기게 된다면 자신은 윤시윤이란 이름을 가진 이주윤으로 더욱 편리하게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몇 가지를 버리기 위해선 필요한 것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가장 먼저 윤시윤이란 존재를 만든 이름들을 버려야 했고, 윤시윤이란 이름을 부를 가족들을 버려야 했습니다. 열셋의 어린 아이가 무기를 쥐고 사회에 나감에도 시윤은 스스로를 윤시윤이 아니라, 이주윤에 가깝다 생각했습니다.
' 나는 아저씨니까. '
그 말로 자신의 생각을 속였습니다. 가족을 버린 게 아니라, 단지 거친 지금의 상황만을 신경 쓰면 되도록. 잊혀진 전우들을 떠올려야 한다는. 그 이름을 위해 다른 이름들을 버리면서.
타인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설파했으면서도.
타인에게 친구의 필요성을 설파했으면서도.
타인에게 동료의 우정따윌 설파했으면서도.
그리 많은 것들을 말하고 답했으면서도.
스스로는 그 많은 이름들을 뒤로 돌렸다는 것이 어쩌면.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싶지 않은 이유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볼을 두드리던 온기를 잊고, 떠올린 것은 분노에 찬 손이 휘둘려 뜨거워진 뺨의 고통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에 대한 미소 대신에 떠올린 것은 아들을 돌려달라는 고통스런 호소였습니다. 단지 싫은 꿈으로 표현하여 잊었더라면. 아니. 적어도 모르는 척 했더라면 그 '이름'을 잊지 않을 수 있었을텐데도.
잊으려 했습니다. 그게 맞을 것입니다.
윤시윤이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를 지우고, 그곳에 다른 부름에 따른 이름을 채우려 했습니다.
특별반에 듦에 따라 애늙은이 윤시윤의 이름이 채워지고.
다른 상처를 지닌 채 서로를 보듬는 하유하의 연인이란 이름이 채워지고.
한 기사단의 수련기사로써, 윤시윤이란 이름이 채워지고.
신의 마지막과, 새로운 시작을 본 윤시윤이란 이름이 채워지고.
채워짐에도 느껴졌던.
빈 듯한 감정.
나의 근원을 잊어서는 나는 내가 될 수 없습니다.
나란 과거를 잊어서는 수많은 이름이 있다 한들, 그것은 결국 '나'가 될 뿐, '윤시윤'이 되진 않습니다.
그것을 받아들입니다.
내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누구의 아들이었고, 누구의 친구였으며, 누구에게 이 이름을 불렸었는지에 대해서.
나는, 윤시윤입니다.
그 답답한 호소를 한 후에야 시윤은, 드디어 복받쳐오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에 반응하듯, 온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감각이 느껴집니다.
사격의 숙련도가 A에 도달합니다.
사격(A)
육체와 기술을 체화하여, 충분한 경지에 도달한 자만이 이를 수 있는 경지.
의념과 총, 사용자의 구분이 흐릿해지기 시작하는 진정한 경지의 경계라고 할 수 있다.
총과 관련된 기술들의 숙련도 상승치가 증가한다.
총에 한정하여 '게이트 클리어' 등의 조건이 붙은 아이템 효과를 무시한다.
뜨겁게 달아오른 감각은 본능적으로 시윤에게 새로운 사실을 사사합니다.
조금 더 위협적으로 의념을 휘두를 수 있을 겁니다.
기술 의념 발화(F)를 획득합니다.
의념 발화(F)
의념이란 폭력적이지 않은 힘이다.
인간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 힘을 부여하고, 육신을 두드리며 지혜의 지평선을 열어낼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의념은 그 자체로 폭력적인 힘을 띄지는 않는다.
그런 의념을 사용자의 숙련도로 승화하여, 자신의 의념 자체를 채찍질하여 폭력적인 성향을 발현시킨다.
공격력과 파괴력이 증가하며 물리적인 공격이 불가능한 적에게도 일부 대미지를 가할 수 있다.
사용 시 망념 증가량이 60% 증가한다.
축하드립니다.
....
나는 흐르는 눈물을 애써 조금 닦는다.
옆에서 도라 어르신이 사랑한 딸, 에브나를 본다.
...이제와서 부모님과 극적인 화해를 할 수 있을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자식 윤시윤으로써, 나는 남을 돕고 사랑하겠다.
그렇다면 언젠가, 가슴을 피고 다시 만나 대화할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
.....
"....축제란 많은 사람들이 어떤 것을 기리기위해 즐겁게 웃고 떠들고, 맛있는걸 먹는 과정을 의미해."
나는 조금 더 생각하곤
"이번 축제는 기사라는,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의 실력을 뽐내고 사람들은 그걸 칭찬하기 위해 열리는....그런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아이에게 맞는 설명을 해주려니 쉽지가 않네.
#근처 UGN 협회 지부로 갑시다.
UGN 이탈리아 지부는... 바티칸의 외곽에 존재합니다!
슬프게도 이탈리아는, 현재에서는 바티칸 시국이라고 불리는 상황이니 말입니다.
거대한 6층의 건물에서는 심상치 않은 의념의 기운이 강하게 시윤을 압박하는 듯 합니다.
" ... "
에브나는 놀란 표정으로 시윤의 팔을 붙잡습니다.
확실히.. 의념을 느낄 수 있다면 이 곳에서 허튼 짓을 할 생각은 못 할 겁니다...
"괜찮아, 에브나. 아무도 널 해치게 두지 않을게."
나는 에브나와 눈을 마주치곤, 단호하면서도 부드럽게 얘기한다.
아이가 불안에 떨지 않도록, 나는 확고한 자신을 가지고 그렇게 얘기한다.
....실제로 어떻게 될진 모르겠으나. 그렇게 만들 수 밖에 없다.
"....실례합니다. 게이트에서 한 아이를 맡게된 것을 보고하러 왔습니다만."
#안으로 들어가서 보고를 해보려 시도해봅시다
안으로 들어간 시윤은 게이트에 대한 보고를 마칩니다!
곧 한 명의 가디언이 보고를 듣고 튀어나오는군요!
" 하하.. 긴장할 필요 없어요. 간단한 확인 과정이니 말입니다. "
지끈거리는 듯한 표정으로 나온 가디언은 시윤과 에브나를 바라봅니다. 살짝 딱딱한 느낌이 드는 고풍스런 남자입니다.
" 일단 내 소개를 할까요? UGN 소속의 허조 중령입니다. 일단은 게이트에서 넘어오시는 분들에 대한 확인과 상담을 맡고 있죠. "
그는 에브나를 바라보다가, 곧 시윤을 바라보며 웃음을 짓습니다.
" 손유 씨에게 들었어요. 아이슬란드의 게이트를 해결한 게 시윤 군이라고요. UGN의 일을 대신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건, 가디언 허조로써 인사를 드리는 거에요. 그리고... 그 뒤쪽이? "
" 에브나. "
에브나는 허조를 바라보며 툭, 하고 말을 내뱉습니다.
" 네. 에브나 양. 그리 경계할 필요 없어요. "
허조는 웃음을 지으며 허공에서 바둑판을 꺼냅니다.
" 간단한 놀이라도 하면서 이야기라도 나눠볼까요? 어때요? "
..........휴.
나는 속으로 가볍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조금 위축되는 분위기의 딱딱함이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정중하고 친절하다.
....하기사.
나는 정식적으로 임무를 받고 게이트를 클리어 했고, 손유씨가 보고도 해줬겠지.
잘못한 것도 없는데 긴장하게 되는건 사람의 심리일까.
"에브나, 괜찮아. 이 분은 에브나가 이 곳에서 많은 일을 겪을 때 곤혹스러운 일이 적게 되도록 도와주실 분이야."
나는 에브나가 이해하기 쉽도록 그녀를 달래준다.
에브나의 특수한 사정상 신분 증명이 이뤄지지 않으면 매우 곤혹스러운 일들이 많을테니까.
"반갑습니다, 허조 중령님. 저는 윤...정확히는 윤 J 시윤입니다."
나 또한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한다. 습관적으로 스스로의 이름을 소개하려다가, 도라 어르신에게 받은 이름을 넣어 정식적으로 소개한다. 나에 대해 알고 계시는거 같지만, 그게 인사를 인사로 받지 않는 무례를 저지를 이유는 되지 않지.
"네, 좋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그와 바둑을 두기로 했다. 전문적인 바둑을 배우진 않았지만, 영성이 낮진 않으니까. 진지한 승부가 아닌 이상 놀이 상대는 될 수 있겠지. 아마도.
# 조아오!
" 하하. 괜찮아요. 바둑을 두자는 게 아니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이걸 전문적으로 하던 저와 여러분을 비교하긴 어려우니까요. 그래도... "
그는 흑돌 다섯과 백돌 다섯을 올려두고 웃습니다.
" 알까기 정도는 괜찮겠죠? 나름 기술보다는 감각과 어울리는 게임이고. 단순하게 재밌잖아요. "
에브나는 재밌단 말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네요!
"오. 알까기! 진짜 오랫만이네요."
나는 꽤 화색을 돈다! 이거라면 에브나도 같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에브나야, 알까기가 뭐냐면....저기 예쁜 돌 있지? 저걸 번갈아가면서 이렇게 손가락으로 튕겨서, 내 돌은 판 위에 남기고 상대방의 돌은 바깥으로 밀어내는거야."
나는 손을 모아 틱틱 땡코 하는 시늉을 한다
"자신의 돌을 잘 지켜서 상대의 돌을 다 밀어낸 사람이 이기는거지."
#에브나에게 알까기 설명해주곤, 해봅시다! 추억의 알까기!
" 자.. 그럼 간단한 질문을 해볼까요? "
에브나와 시윤은 허조를 상대로 알까기를 시작합니다.
그는 꽤 절묘하게 게임을 이끌어가면서 에브나에게 몇 가지 질문들을 던져봅니다.
별로.. 어려운 질문들은 아니었을겁니다.
그냥 나이라던지(몰라.) 주특기가 무엇인지(...놀기?) 이전까지 무엇을 했는지.(울기?)등을 물어본 후.
허조의 마지막 돌이 바닥에 떨어지며 그는 아쉽다는 듯이 둘을 바라봅니다.
" 저버렸네요. 아하하... "
분명.. 시윤은 느낄 수 있습니다.
저 남자.. 엄청난 접대 알까기를 해냈습니다!!!
" 확인은 끝났습니다. 에브나 도라 씨의 신원은 UGN측에서 보장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헌터로 등록하실 건가요? 아니면... "
허조는 시윤을 바라보며 물어옵니다.
" 가디언 아카데미로의 추천서를 써드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떠신가요? "
"에브나, 잘하는데?"
치열한 승부 끝에 에브나가 막타를 치면서 우리는 승리 했다. 정확힌 승리 당했다.
나는 허조에게 감사하다는 시선을 보내면서 에브나를 칭찬해줬다.
아이가 게임을 즐기게 하는 법. 바로 이기면 칭찬해주기.
사실 옆에서 보면 매우 엄청난 접대 알까기 였지만....
그야 그렇겠지.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애한테 이악물고 진심 알까기를 하면, 그건 좀...
"아, 음....."
나는 조금 생각한다. 에브나...사실 내 생각보다 더 대단한건가?
손유씨의 제안에 이어서 이젠 가디언 아카데미 까지...
출세 코스니까 권유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럼 아마 떨어져야 되겠지.
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면서도, 조금 생각하다가
"혹시, 좀 더 에브나가 생각할 기간을 가져도 괜찮을까요?"
나는 조심스럽게 묻는다.
"저는 이 아이의 아버지에게서 세상을 많이 보게 해달라고 부탁 받았어요. 에브나는 아직 이 세상에 대해 거의 잘 모르고, 순수한 상태입니다."
그녀는 아직 이 세상의 선택지가 어떠한 의미인지 잘 모른다.
나는 그녀가 정말로 스스로 생각해서 골라주길 바란다. 그 어떤 길이더라도.
"좀 더 세상을 둘러보고, 그녀 스스로가 결정하길 바래요. 어려울까요?"
#감사한 제안인데, 에브나가 좀 더 이해를 하고 선택하면 안될까요?
" 괜찮습니다. 바로 입학하는 게 아니라. 내년 1월부터 입학하게 될테니까요. 그 전까지 천천히 답변해주셔도 됩니다. 물론... "
그는 슬쩍 에브나를 바라보며 말합니다.
" 일단. 숨겨선 안 될테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청월고교 출신으로 가디언 아카데미의 추천자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스카우터와는 다르게 자질이 충분한 분이라면 기본적으로 제가 추천하고, 그 자질이 확인되면 스카우터 분께서 방문하시는 식이죠. "
그는 시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습니다.
" 에브나 양은 매우 특이한 느낌입니다.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백지이지만, 30레벨 이상으로 보이거든요. 아무런 주기술을 다듬지 않고도 이 정도의 발전이라면 가디언 아카데미에서도 비슷한 역사를 가진 이는 몇 없거든요. "
에브나는 자신의 칭찬에 어색한 듯 시윤을 바라봅니다.
" 아마도 에브나 양이라면 제가 확신할 수는 없겠지만. 차후 10년 안에는 기적의 세대로 대표되는 황금세대와 비견될 인물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그러니까. 좋게 생각해주시면 좋겠네요. "
대화를 마치고, 여러 서류들을 챙겨 허조는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떠나가는 허조에게 안녕히 가시란 인사를 마치곤 잠시 그 방향을 바라보고 있으니. 에브나는 시윤의 손을 잡고 묻습니다.
" 시윤. "
그 표정은 시윤에게 괜찮다는 듯, 손을 가볍게 토닥입니다.
" 괜찮아. 응. 괜찮아. "
아무래도.. 시윤의 복잡함을 안 듯, 그녀는 시윤을 위로하듯 토닥여줍니다.
....뭐라고 해야할까.
그....자신의 보호 욕구 때문에 아이의 성장길을 막은 듯한 기분이 조금 든다.
저 정도로 보증 받았단건, 아니 손유씨도 그 재능을 알아 봤다는건.
에브나에겐 정말 굉장한 자질이 있겠지.
"......고마워, 에브나."
그렇지만.....애초에 그렇게 따지면, 에브나는 신이 될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고.
나는 이 아이가 위대한 인물로써 업적을 세우는걸 우선적으로 바라는게 아니라.
이 아이가, 스스로가 원하는 대로 세상을 보고 살아가길 바라는거니까.
나는 손을 토닥이는 에브나에게 상냥하게 웃어보인다. 괜찮다. 그 말이 참 위로가 된다.
괜찮을 것이다. 일단은....복잡한 생각에 잠겨 있어봤자 어쩔 수 없다.
들린 김에 여기서 예정된 볼 일을 보도록 하자.
#특수탄 사용을 위해 위험물 사용 허가를 신청해봅시다.
허가가 나옵니다!
위험물 사용 허가
특정 NPC, 또는 단체에게 위험물로 지정된 물품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허가받을 경우 생성되는 특성. 자격 박탈 시 특성 역시 같이 사라진다.
"응. 그렇게 하자."
나는 웃으면서 얘기한다.
"꼭 언제나 어렵고 심각한걸 고민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거든. 살아간다는건 그렇게 재미 없는 일은 아니야."
가볍게 창밖을 바라본다.
"즐겁고, 행복하게, 많은 것을 보자. 이 세상엔 그런 일들도 많으니까. 그래야 나중에 도라 어르신에게, 그런 얘길 잔뜩 해줄 수 있을거고."
도라 어르신은 분명 네가 그러길 바랬겠지.
나는 속으로 작게 생각했다.
"그럼, 아이스크림도 다 먹었으면 슬슬 다른 곳 구경가볼까? 사실은, 게이트에서 우릴 도와주신 고목님이 숲에 안부를 전해 달랬거든."
사실 안부를 전해달라곤 해도, 내게 무언가 숲과 교감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에브나와 함께 숲에 가서, 진심어린 감사의 말이라도 해보자.
#소외 받는 블랙 아웃(E) 군에게 숙련도 포인트 100% 기부합니다.
블랙아웃(D)
탄환에 특수한 성질을 섞어내어 흙먼지를 일으킨다.
대미지를 주진 못 하나, 인지 능력을 감소시킨다.
적의 신속, 영성에 영향을 받는다.
"그럼, 일단 숲으로 가볼까."
#근처에 어디 큰 숲이 있다면 이동해봐요. 없으면 하이젠피우스의 숲으로 이동해봅시다.
이동합니다.
시윤은 숲의 입구에서 잠깐 멈춰 섭니다.
... 에브나는 하이젠피우스 기사단의 허락을 받았습니까?
"음...."
생각해보니, 내 신분으로 허락도 없이 동행인을 데려가면 안되겠지.
#그럼 근처에 다른 숲이 있는지 망념 50을 쌓아서 검색해봐요.
- -15- 다시 유럽으로
- 기여도 몇을 사용합니까?
아끼지 말자.
#기여도 510 전부 다 씁니다.
" 아. 여기 자료가 있네요. "
가디언은 차분히 이야기를 꺼냅니다.
" 공연의 밤 사건 이후. 카하노 기사단은 큰 피해를 입었을지언정 몰락하진 않았었다고 합니다. 물론 단장과 부단장이 실종되긴 했으나 고참 기사들을 중심으로 다시금 규합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흑기사'라 불리는 몬스터에 의해 기사단의 기사들이 몰살당했다고 하더군요. "
그는 하나의 사진을 시윤에게 전송해줍니다.
소름 끼치는 검붉은 기운, 두꺼운 검을 등에 매고 흐릿한 유령마를 타고 있는 기사가 눈에 보입니다. 얼핏 보기에도.. 아니. 확실히 시윤이 마주한다면 질 법한 적입니다.
" 흑기사는 그 이후로도 유럽에서 종종 나타나 많은 기사들과 전투를 벌이고, 패배한 기사들을 사살했다고 합니다. 이따금 승리한다 하더라도 어떤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깨어났다고 하네요. 결국.. 지금은 '검은 숲'이라 불리는 침식형 필드에 거거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위험도와 특수성 때문에 지역은 봉쇄되어 있다고 하네요. "
그는 안경을 고쳐 쓰면서 얘기합니다.
" 좀... 심상치 않은 소식이긴 합니다만, 흑기사가 다시금 검은 숲을 벗어나 활동하고 있단 소식이 들려오더군요. "
"음."
나는 꼼꼼하게 이야기를 듣는다.
카하노 기사단은 그 사건에서도 이어졌....지만.
'흑기사'에 의해 몰살, 이라...
....보는 사진만 봐도 강하다.
그리고, 심상치 않은 이야기도 들려온다.
"....주로 어디에서 목격정보가 들어오고 있습니까?"
이 녀석이다.
활동한 시기도 그렇고, 이 녀석이 무언가 얽혀있다.
#물어봅니다.
" 구 벨기에 지방을 중심으로 목격담이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
이 이상은 질문이 불가합니다!
기여도를 더 벌어와야 합니다!
좋아. 이 정도면 충분하다.
"미안해, 에브나야. 오래 기다렸지?"
나는 서둘러 에브나에게로 돌아간다.
진지한 얘기라 재미 없어 할까봐 잠깐 뒀더니. 언제 온 린이랑 떠들고 있었군.
"언니랑 재밌게 놀고 있었어? 일단 여기서 볼 일은 다 마쳤는데."
나는 린에게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곤, 에브나가 흥미 있을만한 곳을 말하기로 했다.
"잠깐 가게에 들렸다가, 카페에 갈까 하는데 어때? 달콤한 간식이나 따뜻한 음료 같은걸 즐길 수 있는 곳이야."
#에브나와 대화
" 좋아. "
달콤한 것, 따뜻한 것이라는 말에 반응하듯 에브나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살짝 색조를 띈 머리카락에 흔들리며 밝은 미소를 그려내네요.
확실히. 이런 부분에선 아직 아이에 가까운 듯 보입니다.
달콤한 것을 파는 특수탄 상ㅈ...?
뭔가 이상하지만.. 이동을 위해선 28망념, 또는 300GP를 지불해야 합니다. 또는 도기 코인 1개를 지불하여 이동할 수 있습니다.
뭐 낼래요
가게에 들렸다가 카페 간다고 했어!
상점 갔다가 늘어진 소 카페 가려고.
#망념 지불해서 이동합니다.
이동합니다!
[ 어서오십시오. 휴 - 먼. 특수상품 판매를 맡고 있는 SonNom - 771 모델입니다. 찾는 물건이 있습나? ]
얘 오류난 것 같아요.
그 와중에 에브나는 신기한 듯 기계의 손을 잡고 흔들어봅니다.
[ 반갑. 반갑. 반갑. 반갑. 반갑. 반갑. 반갑. 반갑. 반갑. 반갑. 반갑. 반갑습니다. ]
"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
그러는 거 아니야 에브나야...
.....솔직히 고생해서 번 기여도랑 돈을 펑펑 써대고 있는 것 같지만.
아끼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것 보다는 낫겠지.
"에, 에브나야. 그...그건 기계야. 자동으로 답변을 해주는 철덩어리야..."
왜 이래 이 로봇. 봇선생을 좀 닮아라.
#40만 GP로 특수탄 5발을 구매하고 싶으니까. 발당 7만~9만GP 예산으로 찾아봅시다. 특수 효과는 하쿠진의 독기로 부여할 수 있으니, 토대로 좋을만한 기초 위력이 높은 것 위주로.
9만 GP로, 특수탄이 검색됩니다!
[ 오비나의 정권 ]
검색됩니다!
# 5발 구매합니다!
구매합니다!
▶ 오비나의 정권 ◀
게이트 '에보니토마'의 보스 몬스터, 오비나의 행동을 본떠 만들어진 탄환. 특수탄 중에는 특이하게도 강력한 공격력 외에는 특별한 능력이 없다.
▶ 고급 아이템
▶ 괴악스런 강권 - 사용 시, 2.3배 증가한 대미지로 판정한다. 다음 턴 행동할 수 없다.
"자, 에브나. 아까 얘기한 카페로 가자! 바쁜 일 거의 다 마무리 했으니까. 달콤한거 먹으면서 조금 쉬는거야."
나는 오래 기다린 에브나에게 그렇게 얘기한다.
물론 정말로 단순히 쉬려고만 그 카페를 가는 것은 아니고.
돈 지오테 씨에게 알아낸 정보에 대해 전하기 위해 편지를 맡기러 가는 것이기도 하다.
....솔직히 즐거운 정보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도움이 된다면 좋겠군.
#늘어진 소 카페로 이동해요. 요금 필요하면 망념으로 계산쓰.
카페로 이동합니다!
" 어서오세... 어머나. "
딸랑이는 문을 향해 밝은 미소로 인사하던 여급은 시윤과 그 뒤에 있는 에브나를 보곤 살짝 응큼한 미소를 짓습니다.
" 지오 씨도 그렇고, 친해진 데는 이유가 있었나보네? "
" ...? "
무슨 말인지 모르겠단 듯 에브나는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하, 하하....무슨 얘기신지 잘...여기 여자아이가 좋아할만한 달콤한 디저트랑, 따뜻한 음료 부탁드립니다."
나는 점원에게 그렇게 주문하면서, 두둑한 팁과 함께 편지를 한장 건넨다.
"그리고 이거. 단골인 그 지오씨가 오면 친구인 시윤이 보냈다고 전해주실 수 있나요?"
거기에는 고신 게이트에서 있었던 일과 에브나를 맡게 된 일 이후를 간략하게 적은 나의 근황과, 그래서 UGN 협회에 들렸을 때 기여도로 카자노 기사단의 정보에 대해 들은게 있다는 내용으로 서두를 시작한다.
그 이후 본론으로 공연의 밤 사건 이후 카하노 기사단은 고참 기사들을 중심으로 다시금 뭉쳤지만, '흑기사' 라 불리는 몬스터에 의해 기사단의 기사들이 몰살. 이 '흑기사' 는 유럽에서 종종 나타나 많은 기사들과 전투를 벌이고, 패배한 기사들을 사살. 흑기사에게 승리한다 하더라도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부활. '검은 숲' 이라는 침식형 필드에 머무르게 되어 그 위험도와 특수성 때문에 지역이 봉쇄되었는데, 요 근래 검은 숲에서 벗어나 활동한다는 목격 정보가 들려오며 주로 구 벨기에 지방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정보를 상세히 적어둔다.
마지막으로 끝으로, 혹시 조사해줬으면 하는 지역이나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면 이 쪽으로 연락하면 된다고 내 번호를 적어둔다.
#에브나 좋아할만한 간식 음료 다 시켜주고, 종업원에게 팁도 넉넉하게 주면서 지오씨에게 보낼 편지를 맡겨둡니다.
총 350GP를 결제합니다!
에브나는 벌꿀조각을 올린 우유 아이스크림을 콕콕 건드려봅니다.
위에 조심스럽게 올라간 벌집이 천천히 이동하며, 올곧게 선 아이스크림을 무너트려가자 에브나는 아쉬운 표정을 짓습니다.
" 칫... "
대체 뭘 하려 했던 건지는 모릅니다!
" 편지는 맡아뒀어. 그건 그렇고, 어떻게 만난 사이래? "
연애... 얘기는 재밌긴 하죠.
근데 육아는 고통스럽던데
"먹어봐, 에브나."
뭘 하려던건진 모르겠지만. 여튼 흥미를 보이니까 다행이다.
나는 턱을 괴곤 흐뭇하게 웃으며 에브나에게 먹어보길 권했다.
"어...."
어떻게 많은 사이라고 해야되나.
줄줄히 늘어놓았다간 너무 허황되게 들릴 것 같아서, 나는 압축 요약한다.
"의뢰하다가 게이트에서 만난 아이에요. 원랜, 불행한 의무를 태어날 때 부터 맡기로 되어 있었는데...그 아이의 아빠가 그걸 원치 않아서. 함께 그 의무를 취소하고, 제게 이 아이를 맡겨주셔서 함께 나왔어요."
자연스러운 요약이었다. 이 정도면 일반인이 들어도 그럴듯하면서도, 진실이라 할 수 있겠지.
#대화하면서 오비나의 정권 특수 탄환에 하쿠진의 독기를 주입해둡시다. 1발째.
그녀는 미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시윤을 바라봅니다.
어.. 요약이 큰일난 것 같긴 하네요.
▶ 오비나의 정권 - 하쿠진의 독 탄환 ◀
게이트 '에보니토마'의 보스 몬스터, 오비나의 행동을 본떠 만들어진 탄환. 특수탄 중에는 특이하게도 강력한 공격력 외에는 특별한 능력이 없다.
독기에 의해 오염되어 특이한 힘을 가졌다.
▶ 고급 아이템
▶ 괴악스런 강권 - 사용 시, 2.3배 증가한 대미지로 판정한다. 다음 턴 행동할 수 없다.
▶ 하쿠진의 독 탄환 - 명중한 적에게 중독(D)를 가한다. 적의 저항력에 따라 디버프의 효과, 또는 등급이 감소할 수 있다.
▶ 잔악함 - 중독된 적이 사망 시 도기 코인 30개를 소모하여 발동할 수 있다. 독을 폭발시켜 피아를 구분하지 않는 독 속성 공격을 가한다.
제작됩니다!
"어....뭐, 뭔가 문제라도 있나요?"
나는 미묘한 표정에 좀 당혹스러워 하면서 묻는다.
내가 뭔가 말 실수라도 했나?
#오비나의 정권 탄에 하쿠진의 독기를 주입해둡시다. 2
" ... 아냐. "
탄환을 하나 더 만듭니다!
"....어쨌거나, 사정이 좀 특수한 아이라서. 바깥 사회나 세상에 대해서 잘 몰라요. 즐거운 경험도 시켜주고 싶구요."
아닌게 아닌거 같은데...더 따져도 어색해지만 하겠지.
"어디 갈만한 곳이라도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나는 조금 생각하다가, 현지인에게 한번 다음 목적지라도 물어보기로 했다.
# 도와줘요 캡틴찬스. 이제 뭘 하면 좋을까요!?
음...
지금은 뭐 딱히 할 게 없습니다.
왜냐면 전쟁스피커 전이 끝나고 남은 두 사냥이 끝나야 이제 슬슬 시나리오 흐름이 66%를 넘어가지 싶어서..
진짜 뭐 할지 나도 모르는 상황이에요.
".....에브나는 바깥에 나와보니까 어때?"
솔직히, 할 것이 없다.
그럼 애랑 놀아주도록 하자.
조만간 바빠지면 이러기도 힘들다.
"뭐 먹고 싶은거라던가, 보고싶은거 없니? 아니면 궁금한거라던가?"
#에브나에게 뭐 할지 물어보기
에브나는 별 대답 없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습니다.
시윤이 질문을 한 후에야 무언가를 고민하는 침음을 뱉다가 곧.
" 시윤. 그런데 여기 왜 왔어? "
여러운 질문이네요.
"음....사실은, 여기에 편지를 맡겨야 했거든."
하긴 나 자신도 돌아볼겸 나는 에브나에게 지오씨와 관련된 일을 설명해주기로 한다.
"돈 지오테, 라는 사람을 여기에서 만났어. 그 사람은 착하고 상냥한 기사님인데....자기 옛날 동료들의 소식을 찾고 있데. 나는 그걸 도와주기로 했고."
나는 아이스크림을 한입 떠먹는다.
"아까 바빴던건 그 소식을 찾아보던거구. 결과가 나와서, 여기에 전해주려고 온거야."
#잊힌 기사단의 노래 액트에 대해 에브나에게 간단히 설명해줍니다.
아이스크림 스푼을 입에 물고, 에브나는 시윤의 말을 듣습니다.
" 시윤은, 착한 사람이구나. "
머리를 슥슥 쓰다듬은 에브나는 아이스크림을 한 숟갈 퍼서 시윤에게 내밉니다.
" 착한 아이에겐 상을 주는 거랬어. "
...어...
"어....."
어......상당히 복잡한 기분이다.
다만, 싫었던 것은 아니고.
그래서 나는 어쩔까 고민하다가도 이내 웃었다.
"고마워. 그, 도라 어르신 때에도 그랬지만...."
나는 조금 미소 짓는다. 내가 선의를 베푸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면, 그 만큼 누군가를 돕고 싶어지니까. 그러니까...내가 사람을 도우면, 이 세상은 조금 더 좋은 곳이 될거라고 나는 믿어."
너무 안일한 생각일지도 모르지. 선의가 배신당하는 경우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정에서 정으로 이어지는 선의 흐름을 믿고 싶다.
"....'좋은 세상' 에서 살고 싶어서 힘들고 괴로워도 정말로 노력한 사람들을 알거든. 그러니까, 나도....이 세상이 '좋은 세상' 이 되기를 조금은 바라는거지."
#대화
" 모르겠어. "
고개를 흔들거리면서 장난스럽게 웃습니다.
" 하지만 말야. 그게 시윤의 생각이라면 말야. 나도 시윤을 도와줄게. "
좋은 세상에서 시윤이 살 수 있도록. 하고 에브나는 밝은 미소를 짓습니다.
"고마워!"
나는 아이처럼 활짝 웃었다. 이런건 솔직히 감사 인사를 전해두는 편이, 차라리 낫다.
"대신, 나도 에브나가 하고 싶은걸 도와주고 싶어."
나는 미소를 이어가면서 그리 얘기한다.
"지금은 아직 뭘 하고 싶은지, 뭘 해야되는지 잘 모르겠지만....그런건 남이 알려주는게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겪고 생각해야되는 문제라고 생각하니까. "
솔직히 손유씨의 제안이나, 가디언 아카데미의 제안.
모두 그 자리에서 즉시 에브나를 설득해도 될만한 좋은 조건이었을 것이다.
굳이 그러지 않았던건.....
"그래서 나는 에브나에게 무언갈 하라고 지시하지는 않는거야. 언젠가 진짜 하고 싶은게 생겼을 때, 전력으로 도와줄 수 있게."
그게 '좋은 세상' 의 조건 중 하나야. 라고 나는 웃으며 덧붙인다.
#대화
어 이 대로면 검사루트가 진짜로...!!!
" ... 으으음... "
에브나는, 그 말에 고민에 빠집니다.
"일단은....아까 같이 얘기한 분이 한 제안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편이 좋겠지?"
에브나가 가디언 아카데미 제안을 받았지만, 정작 본인은 그 제안이 뭔지도 모른단걸 눈치챈다.
이러저러한 일처리를 하느라 설명을 못했으니, 지금 전해주는게 좋겠지.
"가디언 아카데미에 오란 이야기였어. 가디언은 범죄와 괴물들에게서 인류를 지키는 대단한 사람들이고, 가디언 아카데미는 재능있는 학생들을 그런 가디언으로 만드는 곳이야."
나는 아카데미에 대한 가벼운 설명을 해준다.
"거기에 가면 아마, 많은걸 배우고, 강해지고, 인류를 위해서 일하는 가디언이 되겠지....이렇게 들으면 참 멋진 일이지만. 그 만큼 의무와 책임도 많이 따르고, 자기를 희생해야 하기도 하는 고된 직업이야."
그렇게 설명하면서, 그림 그리던 손유씨도 가디언이었다고 덧붙여 말해둔다.
#제안 받은 가디언 아카데미에 대해서 설명 해줍니다.
에브나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 힘들어? "
아. 아직 힘들다는 의미가 뭔지 모르는 모양이네요!
그녀 기준에서의 힘들다. 는 겨울동안 살다가 봄에 죽어야 하는 신의 기준이거든요!
"음...."
나는 팔짱을 끼고 뭐라고 설명할까 고민하다.
"아픈일을 겪거나. 혹은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되거나. 더 이상 움직이기엔 너무너무 지쳤어도, 움직여야만 한다거나."
일어날법한 '힘든일' 에 대해서 나는 설명해준다.
"중요한 일을 한다는건, 자신이 어떤 상태가 되더라도 그 일을 완료해야 된다는거니까. 짐이 무거울 수 밖에 없단 느낌이지."
그러니까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녀가 가디언이 되기를 그렇게 바라지는 않는다.
그 역할은 숭고하지만, 또한 그러면서도 너무 무겁기도 하니까.
#힘들다를 설명해줍니다.
에브나는 시윤의 말을 듣다가...
다리를 흔들거리며 에- 하고 소리를 냅니다.
" 모르겠어. 지금은 고민 안 할래. "
눈을 감고, 단지 천진난만하게, 다리를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 지금은 그냥 시윤을 따라다녀볼래. "
에브나는 그렇게 말합니다.
"흠....그럼 오브쪽만 환전 부탁드립니다."
이래보여도 장인급 두개인데, 생각 이상으로 가격이 안나오는군.
반지는...헐값에 팔 바엔 가지고 있자.
#해파리만 칩으로 환전하죠!
1만 GP어치 칩 4개를 환전받습니다!
"어디보자...."
칩이 생겼으니 게임도 해봐야겠지.
나는 도박장을 가볍게 둘러본다.
어디 괜찮은 테이블에 적당히 앉아보자고.
#게임 할만한 테이블에 적당히 앉아서 참가를 시도해봅시다.
이동합니다!
주위를 둘러보자, 꽤나 클래식한 인디언 홀덤을 진행중인 테이블을 찾아냅니다. 두 명의 남자가 대결하는 모습을 보면서 구경꾼들이 간단한 잡담을 나누고 있네요.
한쪽 남자의 머리에는 2, 반대쪽에 있는 남성의 머리에는 9의 숫자가 있습니다. 바닥에 있는 숫자는 3과 9. 이대로라면 9를 머리에 쥔 남자가 이길 것 같네요.
툭툭, 하고 가볍게 칩을 두드리던 9를 쥔 남자가 남은 칩을 모두 앞으로 내밉니다.
" 올인. "
곧 패가 개봉되고, 2를 쥔 남자는 어쩔 수 없단 표정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납니다.
꽤나 큰 돈을 딴 남자는 의자를 쥐곤 빙글 돌리면서 모인 군중들을 바라보며 웃습니다.
" 할 사람 없어? 돈이라면 썩어도 부족할 만큼 넘치는데 말야. "
호오. 재밌어 보인다.
사실 어차피 필요없는 장물을 처분한 돈이고, 욕심은 없다.
도박을 원래 선호하는 성격도 아니고 게임을 즐기는 감각으로 놀까 싶었다마는...
"저랑 하시겠습니까?"
자신만만해보이는 남자에게 도전하는 사람이 없자 주변을 둘러보곤 조심스럽게 참가 의사를 건넨다.
"다만, 음....제가 칩은 많이 없습니다. 전문 도박꾼은 아니라서요. 4만 GP 가량인데....괜찮으실까요?"
나는 사정을 미리 설명해둔다. 상대에 따라선 '그런 푼돈은 시시해서 안해' 라고 할 수도 있는거니까.
다만 돈을 왕창 땄다는거 보면 집착하지 않고 게임을 즐기려고 할 수도 있고....뭐 물어나 보자.
맞지 않으면 다른 테이블을 찾아보면 되는 것이니까.
#저랑 할래오?
" 흐음? "
꽤나 능글맞은 표정으로 남자는 시윤을 살핍니다.
.. 그 눈이, 물건의 가치나 흠집을 따지는 것 같다는 것은 넘어갈 부분입니다.
" 돈의 많고 적음은 상관 없지. 필요하다면 돈은 얼마든지 지불해줄 수도 있고? 대신. 조건은 필요하지만 말야. "
손가락을 내밀어 시윤에게 향하면서 남자는 미소를 짓습니다.
" 내 이름은 다니엘. 다니엘 B. 루무슨. 핀텔 社의 사외이사란 직함을 달고 다니지. "
그떄서야 시윤은 눈앞의 남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습니다.
지독하리만치 웃는 상을 유지하고 있는, 은근히 기분 나쁜 듯한 금발머리. 하지만 그 행동에서는 오만함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실력과, 업적이 충분하니까요.
" 나는 물질적인 것도 좋아하지만 그 이상으로 비물질적인 것도 좋아한다네. 가령.. '정보' 따위의 것들. "
다니엘은 시윤을 향해 묻습니다.
" 실체는 없는 단순한 소문 같은 것들이 나에게 돈을 벌게 해주는 경우도 있거든. 크든, 작든, 그 정보가 '나에게' 가치가 있다면 충분한 대가를 치뤄주지. "
으쓱 하고 어깨를 움직입니다.
" 어떄. 거래해볼텐가? "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윤 J 시윤입니다. 신한국 미리내고의 특별반 소속 헌터입니다."
솔직히 상대에 비해 제대로된 명함은 아니다마는. 소개를 받았는데 소개로 되돌려주지 않으면 무례해보인다.
나는 대충 상대에 대해 생각한다. 오만함이 조금 느껴지는 당당한 태도. 거래를 제안하는 것만 봐도, 결코 편안한 사람은 아니다.
너무 깊게 휘말리면 위험할지도 모르겠군.
나는 조금 곰곰히 생각해본다.
"음. 정보의 가치는 말씀하신 것처럼 주관적이니까, 제게 다니엘 씨에게 가치 있을 정보가 있는진 잘 모르겠군요."
특별반에 관한것....아니, 그걸 파는 것은 좀 그렇다.
이번 죽은 심장의 태아에 관련된 것....그걸 팔면 목이 날라갈거다.
에브나의 관한 것.....이건 아마 내 생각 이상의 가치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싫다. 팔아서 안좋은 일이라도 생기면 견딜 수가 없다.
돈 지오테씨의 관한 것....이것도 마찬가지로 가치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친구를 파는 것 같아서 싫다.
다 싫다 밖에 없군. 결국 내가 온전히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건 최근에 얻은 한 정보 정도인 것 같다.
"흠....현재 제가 거래 할 수 있는 그럴듯한 정보라고 하면, 유럽의 '흑기사' 에 관한 것 정도 밖에 없습니다만."
아.
나는 거기까지 말하곤 하나 더 떠올라서 웃는다.
"하나 더 있긴 합니다. 신화시대의 재현형 게이트를 홀로 클리어 한 인물에 대해서."
#대화
" 별로 재밌는 정보는 아니네. "
두 개의 정보를 들은 다니엘은 가볍게 하품을 하며 말합니다.
" 대단한 업적이긴 하지만 특별하진 않아. 보통 특별함은 희소하거나, 재밌거나. 둘 중 하나를 통해 생겨나거든. 유럽의 흑기사에 대한 정보는 벌써 30년은 넘은 정보고 그보다 더한
재현형 게이트를 클리어한 사례는 지금까지도 많았으니까 말야. “
"흑기사는 최근의 소문도 있지만...그 말씀대로 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정보를 팔기 위해 집착할 것은 아니니까.솔직히 에브나의 정보는 그런 의미로 아주 귀하겠지만.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걸 비싸게 판다면 대가도 치르는 법이다.
"그럼 가볍게 단판으로 한 게임이나 같이 하시죠."
나는 4만 GP를 전부 다 걸테니 한판 하자는 얘기를 꺼낸다.
#칩 다걸고 한판 합시다!
다니엘은 어쩔 수 없단 표정으로 딜러를 바라봅니다.
" 아쉽네. 네 눈을 보면.. 그 이상으로 숨기는 게 있는 것처럼 보였거든. "
게임을 합니다!
... 승리합니다!
4만 GP를 제외하고, 11만 GP를 획득합니다!
" 아이고. 저버렸군. "
그는 칩을 잃었음에도 조금도 아쉽지 않단 표정을 짓고 있네요.
"하하. 예리하시네요. 다만 저는 좋게 말하면 신중하고, 나쁘게 말하면 겁쟁이니까요. 정보란 형태가 없는 만큼 어떤 가치와 어떤 쓰임새가 될지 무서워서."
역시 관련 이사라서 그런가 눈썰미가 좋군. 자세히는 몰라도, 대략 짐작은 한건가.
"좋은 승부였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뵐 수 있음 좋겠네요. 그 땐 좀 더 여러 얘기를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나는 가볍게 자리에서 일어나기로 했다. 팔 수 있는 정보도 그다지 없고.
도박을 즐기는 것도 아닌데다, 추측컨데 길게 하면 결국 내가 잃을거다.
#인사하고 환전한뒤 나가려고 해봅시다.
소지금에 11만 GP가 추가됩니다!
"그럼...."
자는 조잡한 종이 비행기를 가볍게 만지작 거린다.정체모를 이 비행기가 만남을 이어준다니, 신기하군.누가 올진 모르겠지만, 한번 날려나 볼까.
#조잡한 종이 비행기를 날려봅니다. 과연 점퍼 상인은 올 것인가? 아님 누가 올 것인가?
위치를 바꿔서 사용하지 않고, 이곳에서 사용합니까?
#어....이동하죠! 그래 만남의 인연이 있을만한, 근처에 좀 큰 도시 같은게 있습니까? 찾아봐요.
와! 캡틴의 조언 시간!
조잡한 종이비행기를 사용하려는 이유가 뭔가요?
#근처에 어디 넓은 들판이나 공터가 있는지 찾아봅시다.
바깥으로 나갑니다!
음.. 크게 멀지 않은 공터에 서자, 이제는 꽤나 더운 공기가 바람을 타고 코를 스쳐갑니다.
#조잡한 종이비행기를 날려봅니다.
종이비행기를 날립니다!
곧, 이 종이비행기는 어딘가로 날아들어......
" .. 이건 또 뭐야. "
아주 커다란 짐마차를 움직이던 한 여성의 머리에 가볍게 착지합니다.
" 꼬마야. 이 종이 비행기. 네 거니? "
그녀는 시윤의 행색을 보고 피식 웃습니다.
"아, 네. 제가 날린거에요."
문득 종이비행기가 머리 위에 도달한 여성을 보고 인사를 건넨다.
굉장히 커다란 짐마차....상인인가?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윤시윤이라고 합니다."
나는 그녀의 뒤에 있는 짐마차를 흥미롭게 바라보며 인사를 건넨다.
#인사합니다.
" 크크. 내 이름은 로라. 로라 디윌이라고 해. "
그녀는 자신의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시윤에게 던집니다.
작은.. 매 그림의 브로치입니다!
" 꽤나 많은 의념 흐름을 타고 다니는 상인이지. 물건이 필요하다면 나를 부르도록 해. 갈 수 있는 곳이라면, 또. 돈만 충분히 준다면야 물건을 팔아줄테니까. "
물론 좀 비싸다? 하는 말과 함께 그녀는 시윤에게 종이비행기를 돌려줍니다.
"와, 과연...."
브로치를 받아들곤 살펴보면서 신기해한다.의념 흐름을 타고 다니는 상인이라니, 텔레포터...인가?
"말씀하신대로 부르라는건...이 브로치에 의념을 흘려 넣기라도 하면 되는 겁니까?"
사고 싶은 물건은 떠올랐지만, 그 전에 일단 얘기하는 뉘앙스를 보아 이 브로치로 혹시 이후에도 로라 씨를 부를 수 있는건가 싶어서 물어보기로 했다.
#대화
" 말하자면 그건 좌표계같은 물건인 셈이야. "
손을 펼치고 손가락을 손바닥에 툭, 찍은 로라는 시윤에게 설명을 이어갑니다.
" 이 곳에 이런 좌표가 날 부른다. 그런 거를 알 수 있는 셈이지. 부른다고 해서 항상 올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처음 한 번 정도는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가주는 편이야. "
즉 이 브로치는 정식보단 서비스용이란 의미네요!
"아하. 과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요컨데 제대로된 손님이 될지 어떨지는, 이후에 언제 어떻게 불러서 어떤 거래를 하느냐에 따라 달렸단 걸까.
어쨌거나 이런 사람과 알게 되고, 부를 수 있는 계기가 생긴건 좋은 일이라 긍정적으로 여기기로 했다.
"그럼 확실히,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물품을 구매하고 싶습니다만."
나는 흠, 하고 잠깐 생각한다. 현재 수중에 있는 돈과, 장비 상황을 고려하면....
"저는 저격수입니다, 로라씨. 그런데 현재 원거리에서 아군과 연락할 수 있는 통신기기가 없던 참이라서요."
장비는 그럭저럭 갖췄으나, 원거리 연락 수단이 없어서 저격 포지션을 잡으면 아군과 소통이 안되는게 걸리는 부분이다.
"혹시 20만 GP 정도로 구매할 수 있는 저격수에게 유용할만한 원거리 통신 장비가 있습니까?"
#상품 구매 문의
원거리 연락 수단. 그 이야기를 들은 로라는 흠, 하는 표정으로 짐마차를 바라봅니다.
" 알다시피 평범한 통신 장비라면 별로 큰 비용이 필요하지 않아. 하지만 네 말처럼 '유용한' '양방' '통신 장비'라면 그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기 마련이지. 20만 GP로는 유용한 수준을 구하기는 어려워. 하지만 선택할 방법은 있지. "
곧 짐마차에서 세 개의 물건들이 두둥실 떠올라 시윤에게 다가옵니다. 각각 작은 모래가 담긴 병, 구시대의 이어폰을 떠올리게 하는 장비, 마도의 기운이 느껴지는 스크롤입니다.
" 전달만 가능한 물건을 쓸 거냐. 거리를 조금만 벗어나면 통신이 불가능하고 도청을 감수할 거냐, 아니라면 돈을 찍어낼 거냐. 선택은 네 몫이야. 셋 다 가격이 좀 있긴 해도. 처음이니 특별히 할인을 좀 해주지. “
로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한다.
"확실히, 일단은 떠오르는대로 얘기했는데 요구 조건이 꽤 많았네요. 그거라면 비쌀만도...."
20만 GP가 적은 돈은 아니지만, 원거리에서 양방향으로 통신할 수 있는 유용한 장비를 사기엔 모자란 감은 있어보인다.
나는 로라씨가 꺼내든 물건 세개를 바라본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시선은 구시대의 이어폰쪽에 좀 더 향했다. 뭐랄까, 굉장히 익숙하게 보이는 물건이었으니까.
일단은 제시한 조건을 고민해본다. 돈을 찍어내는건, 특수 탄환을 사기 전에 여유가 있었다면 몰라도 현재로썬 사실상 배제해야 되는 선택지고. 일방통행으로 할지, 혹은 조금 성능이 떨어져도 무난한걸 고를지인데....도청 당하거나 거리 제한이 빡빡하더라도 역시 아군과 소통할 수 있는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 어쩌면 전생의 내가 지휘관이었던 기억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마는.
"세가지 중에선....도청을 감수하는 쪽이 가장 그럴듯하게 들리네요."
#대화
그 말에 로라는 웃습니다.
" 그래. 저레벨의 의념 각성자를 상대할 땐 딱히 도청을 감수하지 않아도 괜찮지. "
구매합니까?
"강하더라도 지능이 떨어지는 짐승류에게도 괜찮을 것 같았구요."
말하고 나서야 이 선택지를 무의식중에 끌려한 이유를 하나 더 깨달았다. 하기사. 고레벨의 의념 각성자라면 애초부터 아군과 멀리 떨어진 원거리에 고립되는게 더 위험할 수도 있고. 응. 이걸로 하자.
"그럼 그걸로 부탁드립니다."
#구매합니다.
▶ 깡깡이 목소리 ◀
구시대의 무선 이어폰을 닮은, 의념이 깃든 알 수 없는 장비. 착용한 상태로 타인의 의념 파장을 맞추면 통신을 할 수 있다.
▶ 고급 아이템
▶ 양산형 무선 이어폰 같은!!(심한 말) - 최대 2명의 의념 파장을 기록한다. 통신 당 10의 망념이 증가한다. 일정 거리 이내의 인원들과 통신을 이어할 수 있다.
오...나는 구매한 이어폰을 신기한듯 이리저리 살펴본다. 마침 관심 있어하던 물건을 샀네.
"이런 형태의 이어폰은 진짜 오랫만에 보네..."
아니, 따지자면 사실 제대로 본 적도 없다고 해야 맞겠지만.
참 신기한 기분이다. 낯설고 익숙하다니.
"감사합니다, 유용하게 쓸게요."
#구매 후기로 별점 5점 남깁니다.
" 좋아! 그럼 더 구매할 게 없다면 나는 이만 가보도록 하지. "
그녀는 씨익 웃으며 엄지로 스스로를 가르키며 웃습니다.
" 그렇게 안 보일진 모르지만 이 누님께선 바쁜 몸이라 말야. "
"네, 더 구매할 것은 없습니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사고 싶어도 돈이 없다.
"한 눈에 봐도 능력있어 보이세요. 그런 사람들은 보통 바쁘기 마련이죠!"
비교적 겸손을 떠는 누님에게 조금의 아부와 솔직한 감상을 담은 칭찬을 인삿말로 건네며, 잘가라는듯 손을 흔들어주기로 했다.
#바이바이
떠나보냅니다!
음.. 지금 흐른 시간대로면 에브나가 우유로 머랭을 쳐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이군요!
단순한 쇼핑이었을텐데 엄청나게 긴 시간이 흐른 것만 같군...
"어쨌건 에브나, 오래 기다렸지? 슬슬 축제 일정 같은거라도 알아보자."
세계의 운명력이 해금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에브나가 뭐하는지 살피면서 헌팅 네트워크로 기사재전에 관련된 장소를 좀 검색해볼 수 있나요?
이번 기사재전의 위치가 살짝 바뀐 것 같네요! 아무래도 저 하늘 위에서 남은 포카리의 처리를 고민하는 어떤 이의 개입이 있는 듯 합니다.
기사재전의 위치가 독일의 슈프레발트 쪽에서 열리기로 결정됨에 따라 수많은 기사단이 이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기사재전의 심판은 원탁의 기사 중 하나인 팔라메데스가 맡는다고 하는군요! 꽤나 이례적인 일인지 유럽 전체에서도 소식이 많습니다.
물론, 부정적인 의견도 종종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서 팔라메데스는 이종족 출신으로 원탁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므로 그 평가에 편파가 있을 수도 있지 않냐는 의견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알아보길 잘했네."
위치가 바뀌었다니 찾아보길 잘했다.
물론 원래 열리는 곳도 모르긴 했다마는...
"이종족...이라. 기사들에게도 역시 민감한 문제인가."
나는 살짝 씁쓸한 기억이 나서 입을 다셨다.
이종족에 대한 편견이라. 기사님들에게도 그런게 있는건가.
"일단은 이 곳으로 가보자, 에브나."
소문도 그리하니 이 곳엔 많은 기사들이 있겠지.
#독일의 슈프레발트로 이동해봅니다!
원래같으면 망념이 좀 들겠지만! 하필 이동과 관련된 망념/GP 소모값에 오류가 뜬 것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에브나는 시윤의 손을 잡습니다. 꽤 긴 거리를 떠나야 할 즈음에, 자연스러운 감각입니다.
" ...? "
그리고, 그 얼굴에 물음표가 떠오른 것도 별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몇 번 손을 만져보던 에브나는 궁금한 듯 시윤에게 묻습니다.
" 되게 거친 손이구나. 시윤. "
잠깐 대화를 하면서 이동해봅시다. 너무 막 이동하면서 스킵하면 아깝지 않나요?
"아."
갑자기 손을 잡길래 무슨 일인가 했다가도, 순수한 의문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거친편이야? 에브나의 손이 부드러운 것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놀리듯 웃으며 에브나의 손을 가볍게 마주 문지른다. 애기 피부 같다. 아니, 따지자면 애기 맞다만서도...
"나는 저격수니까. 총...그러니까 이 쇠막대기. 이걸 계속 계속 손으로 만지곤 해서 그런걸지도 몰라."
나는 에브나에게 등에 메고 다니는 꼴깍이를 가볍게 내밀어 보여주면서 원인으로 추측되는 사유를 말해본다.
"한 땐 그래야만 마음이 진정됐거든."
#에브나와의 대화는 즐겁다
" 놀러갈땐 손을 잡아야 한댔어. 그래야 잃어버리지 않는다고 린시아 씨가 그랬어. "
늘어진 소의 아가씨 이름은 린시아 씨였나보군요!
아무래도 꽤나 착각하고 계신 듯 하긴 합니다만.
" ...? "
마음이 진정되었다. 그 말을 들은 에브나는 시윤을 바라봅니다.
" 시윤은 쇠를 좋아해? "
"린시아씨가 친절하게 잘 알려주셨네. 맞아. 꼭 잡고 있으렴."
연애쪽으로 오해하고 있던거 같기는 하지만....솔직하게 말해서 미아 방지로도 좋을 것 같았기 때문에 부정은 안하기로 했다. 조만간 축제에 가면 인파도 있을건데 혹시나 길을 잃어버리면 곤란하니까.
"....음."
쇠를 좋아하느냐는 말에는 잠깐 입을 다문다. A랭크까지 사격이 오른 지금 총기는 그야말로 내 손발의 연장선과도 같지만. 내가 총을 '좋아'한다고 묻느냐면, 어쩐지 미묘한 기분이다.
"대답하려면 꽤 복잡한데....우선. 에브나, 나한테 전생의 기억이 조금 있다고 말한다면 어떻겠니? 믿을만 할까?'
영 뜬금 없는 답이지만. 이 부분을 빼면 내가 '쇠'를 좋아하는지 아닌지를 대답하기 매우 곤란하다. 하기사. 깨달음에도 나왔을 정도니까.
#대화
" 응. "
시윤의 말이라면, 하고 에브나는 덧붙이지만 그게 아니라도 에브나는 믿을 수 있을 겁니다.
그녀의 과거는 겨울의 왕. 봄이 온다면 기꺼이 죽음에 맞아야 하는 운명을 가진 존재입니다.
그러나 겨울마다 존재가 사라지고 다시 태어난다면 겨울의 통치가 어떻게 이어질까요? 그렇기에, 겨울은 그 파편으로 하여금 새로운 왕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니 어떻게 본다면 에브나는 전대 겨울의 왕의 환생같은 존재이죠!
쉽게 납득하는걸 보고, 하기사.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죽음과 탄생을 반복하면서도 같은 신위를 유지하던 신의 파편이니. 어쩌면 마냥 어린애가 아니라 가끔씩 알게모르게 깊고 신비한 분위기를 내는 것은, 영혼에 쌓인 족적인 것이겠지.
"그 전생에서도 나는 이 쇠막대기...'총'을 들었었어. 사실, 뭔가 특별하거나 멋진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야."
나는 조금 쓴 웃음을 지으며 그녀가 이해하기 쉬운 표현들을 열심히 생각해본다.
"이 '총'이 당시의 인간들에겐 흔한 무기였거든. 그래서 괴물들이 나타났을 때에도, 자연스레 이걸 들고...애쓴거지."
나는 습관적으로 총을 매만진다. 문득, 이런 버릇이 있으니 손이 거칠어진거구나 싶었다.
"잘 안될 때도 많았지만. 이걸 늘 목숨처럼 쥐고, 만지고, 의지해서 살아온 기억들이 어렴풋이 떠올라. 그러다보니 불안할 땐 나도 모르게 만지게 돼."
그것을 '좋아한다' 라고 말해도 되는건진 모르겠어서, 나는 긴 설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설명해줍니다
" 그럼. 좋아하는거네? "
무언가에 확신하듯, 에브나는 말을 이어갑니다.
" 지금의 이 곳.. 이 세상도, 많이 평화롭진 않아. 하지만 시윤이 있어야만 지킬 수 있는 세상은 아니라는 게 확실하게 보이는걸. "
천천히, 에브나는 말을 꺼냅니다.
" 그러니까.. 쇠, 시윤의 말로 '총'이라는 건 시윤의 증명같은 거구나. 스스로에게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수단으로 말야. "
두 사람이 그렇게 얘기하는 동안, 낡은 마차가 천천히 멈춰서고, 마부가 있을 자리에서 SonNom - R1 모델이 고개를 내밉니다.
- 도착했다. 손님.
꽤나 북적거리는, 짭짤한 향기와 사람이 느껴지는 곳.
슈프레발트에 도착했습니다!
"....."
확신한듯한 명쾌한 말에 나는 눈을 조금 동그랗게 뜬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에,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네."
따지자면, 그 때와 지금의 세상은 같지 않고.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인물이다. 그러니 사실은 더 이상 어쩔 수 없이 총, 그것도 저격총을 등에 메고 손에 쥘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선택했다는 것은 결국
"정이 들어버렸나봐."
거친 손과 쇠막대기를 만지작 거리는 내 자신이, 이러니 저러니 해도 싫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이렇게 말하니 대답은 실로 간단해보여서, 나는 쿡쿡 웃었다.
"좋아! 축제를 즐기러 가자, 에브나!"
나는 도착한 마차에서 힘차게 내려, 활짝 웃으며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축제를 즐기러 가자!
- -16- 기사들의 축제
-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몸을 쓰는 이들의 축제는 뜨겁고, 그렇기 때문에 더 접근적이라고요.
기사들의 재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수많은 기사단의 문양과 깃발, 이곳을 기점으로 명성을 높이고 싶은 야망을 가진 방랑기사들의 모습. 축제를 노리고 물건을 팔기 위해 판을 벌린 사람들의 모습 등. 다양한 소란들로 시끄럽게 펼쳐진 채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구경하던 시윤은, 멀리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기운에 천천히 고개를 돌립니다.
아니, 그 길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뚜벅, 뚜벅,
단지 가벼운 걸음걸이에도 땅울림이 전해집니다. 두 팔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풀들이 자라나고, 그 머리에는 각진 조각상이 어색히 움직이는 듯한 모습으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그러나 누가 보더라도 아인보다는 인간에 가까운 인상입니다. 단지 살결이 바위로 이뤄진 인간일 뿐.
" ...... 음! "
" 필라메데스 경께서는 먼 곳을 찾아온 기사들에게 반갑다고 말씀하십니다. "
" 하지 마라. "
" 축제는 즐겨 마땅한 것이나, 분명 최고의 기사를 뽑는 자리이니만큼 각자의 분쟁이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을테니. 가능하면 성숙한 태도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시는군요. "
" 그렇게. "
" 이번 축제는 공정하게 이뤄질 예정이며, 그에 대해 문의할 것이 있다면 본인을 찾아오라고 하십니다. 자신은 공원에 있는 야영지에서 쉬고 있을 예정이라고 하시니. 누구라도 물음을 구해도 좋다고 하시는군요. "
" 이상. "
밀라메데스 경은 곧 부관을 대동하여 재전의 중심지에서 벗어나려는 듯 걸음을 옮깁니다.
" 저거... 맞지? "
몇몇 기사들은 웅성거리면서... 놀란 표정을 짓습니다.
" 원하면 누구라도 도전해보란.. 얘기잖아!!!!!! "
아, 그런 의미였구나...
"오."
대단하고 묵직한 존재감. 그리고 아주...함축적인 언어. 나는 필라메데스 경을 보고 조금 감탄했다. 아까전에 분명 원탁에 들어간 이종족...이라고 했던가. 확실히 보기만 해도 비범한 사람인건 알겠네.
"음...?"
그런 와중 기사들의 웅성거림을 듣곤 고개를 기울인다.
원한다면 누구라도 도전해보라는 의미라고?
어...질문을 받아준다길래, 찾아가서 기사단의 소문에 대해 물어볼까 했었는데.
"저기, 잠시 실례합니다.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내가 잘 이해를 못했나 싶어서 떠드는 기사 한분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본다.
"누구라도 도전 해보라는 것이, 그..정확히 무슨 이야기 입니까?"
#질문해보조
" 아아? 아하. 꼬마야. 넌 여기 처음 오는 모양이구나? "
남자는 흔쾌히 시윤의 질문에 답해줍니다.
" 말 그대로지. 유럽의 지배 기구... 원탁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선출제야. 유럽의 능력자들이나, 상징적인 인물들을 원탁의 기사로써 임명하고 그를 통해 유럽의 기본적인 정치를 맡는 편이지. 그런데 일이 일이니만큼 원탁의 소속원도 꽤 많이 바뀐 편이란 말이지. "
듣습니다.
" 그러니까 만약 원탁의 자리에 문제가 생기면 그를 대신할 인원이 필요할 거 아냐. 그걸 대비하는 게 바로 '원탁의 방랑자' 라 부르는 인원들이야. 이들은 각 원탁의 기사들의 추천으로 구성되는.. 원탁의 예비원들이지. "
아하...
" 그런데 필라메데스 경은 아직 방랑자를 정하지 않으셨어. 물론 세간에서는 이종족이기 때문에 그렇다.. 같은 말을 하긴 하지만 말야. 그런 말이 돌아다니던 차에 찾아와라. 물어라. 그 말의 의미가 뭐겠어? "
즉, 원탁의 방랑자를 뽑기 위해서.
실력을 보겠다는 말이 될 겁니다.
"아하하, 네.."
처음 온거냐는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친절히 설명되는 이야기들을 듣는다.
...
아니 그런게 있었어? 그런 의미였던거야?
새삼 내가 이 기사들의 문화나 제도를 아는게 없단걸 느낀다. 이거...물어보지 않았다면 귀한 기회를 놓칠뻔 했다.
"확실히...그런데 그렇다면 필라메데스 경께선 굉장히 대담한 선언을 하신 셈이네요. 자신의 추천인을 지인이 아닌, 누구라도 좋으니 직접 보고 뽑겠다..."
나는 이해 했다는듯 고개를 끄덕인다.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드는데...그 전에, 이 기사님에게도 흥미가 생기는걸.
"저는 필라메데스 경을 뵌것도 처음이라서요. 이번 기사재전의 감독역할을 맡은 원탁의 기사란건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분이신가요?"
#메이비 마지막 질문
" 어떤 분이라... 되게 애매한 질문이긴 하네. "
그는 모르겠단 표정으로 말합니다.
" 빅브라더의 등장과 함께 무색 세계가 되었을 때. 홍왕에 의해 세계가 수습되기 전까지 저항하는 세력이 몇 개가 있었어. 저 멀리 공작의 붉은 성과 필라메데스 경의 석산동맹. 필라메데스 경은 당시 석산동맹의 맹주셨어. "
듣습니다.
" 거대한 석산을 일으키고, 그것을 움직여 공간을 감싸게 하거나 그 석산들로 하여금 자신의 육체를 강화하신다거나. 필라메데스 경은 그런 식으로 전투를 하시는 분이지. 아무튼... 경께선 빅브라더를 피해 도망친 사람들을 자신의 석산 속에 숨겨주시면서 어떻게든 빅브라더와 전투를 이어가셨지. 이후에 검성께서 경께 이유를 물었을 때 대단한 대답을 하시더라고. "
산은, 오르는 이를 가리지 않는다, 그들이 오르고자 한다면.
꽤나 의미심장한 말입니다.
단지 자신의 영역에 있기 때문에 지켰을 뿐이라는.. 어떻게 보면 고전 기사도에 가장 어울리는 인물에 가깝습니다.
"아...그렇네요. 전체적으로 궁금한게 많다보니. 그래도 친절하게 대답해주셔서 감사해요."
산은, 오르는 이를 가리지 않는다, 그들이 오르고자 한다면....인가.
애매한 질문에도 매우 친절하게, 그리고 그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 조금이나마 알 법한 일화를 들려주셨다. 감사할 노릇이다.
"그럼.....저도 사양하지 않고 한번 산을 올라봐야 겠는걸요. 필라메데스 경의 야영지가 있는 공원이 혹시 저 쪽이 맞나요?"
이런 느낌으로, 나는 헤어지기전에 인사를 하면서 다음 목적지가 될 공원의 위치를 짤막학게 물어보는 것이다.
#공원으로 가자!!
" ? "
에브나는 시윤을 바라봅니다.
행동에.. 에브나가 고려되고 있는 게 맞나요?
"앗."
나는 그 때 에브나를 보곤 이전의 실수를 떠올린다.
하이젠피우스 기사단에 가려다가 에브나를 동행하긴 좀 그렇단걸 가서 깨달았지.
"에브나. 아무래도 얘기를 들어보니, 기사님이 축제를 돕는 보조를 시험으로 뽑고 계시나봐."
나는 에브나와 눈을 맞추곤 설명한다.
"시험치지 않을 사람이 함께 가면 조금 무례할 수도 있으니까, 여관에 데려다 줄테니 거기서 잠깐만 기다려줄 수 있을까?"
#에브나에게 물어봅시다.
에브나는 눈을 반짝이면서 시윤의 말에 고개를 건성으로 끄덕입니다.
저 움직임...!! 알고 있습니다!
가만히 놔뒀다간 분명 탈주를 해버리는 어린아이의 눈입니다!
"....이해한거 맞지?"
그렇게 불안한 눈으로 보다가 생각을 철회하기로 했다.
아이랑 기껏 놀러왔는데 일이 생겼다고 곧바로 맡겨두는 것도 좀 그렇고.
"아니다. 그냥 같이 다니자. 시험이란게 당장 호기롭게 가봐야 좋을 것도 없고."
일단은 축제를 즐기기로 하자.
"일단 돌아다녀볼까? 궁금한게 생기면 뭐든 물어봐. 에브나."
#에브나랑 소문도 조사할겸 근처를 돌아다녀봅시다.
그 말을 들은 에브나는 그때서야 방긋 웃음을 짓습니다.
" 궁금한 게 많았어. 신기한 것도 많았고. "
손을 붙잡고 시윤은 자석에 끌려가듯, 에브나의 달음박질에 걸음을 맞춰갑니다.
거대한 불꽃으로 이뤄진 깃발이 펄럭이고 그 귀에 연붉은 깃털 귀걸이를 낀 기사들이 자신들이 타고 온 거대한 붉은 새를 진정시키는 모습.
술에 취한 채로 길을 걷는 드위프 기사를 부축한 채로 한숨을 쉬고 있는 인간 기사의 모습도.
기사재전의 활기 속에서 에브나는 천천히 미소를 띄기 시작합니다.
당연할지도 모르겠네요.
아무리 외모가 그렇다 하더라도, 에브나의 삶은 단편적이었고, 시윤은 어떻게든 에브나의 탈선을 막기 위해서라도 에브나를 감싸고 있었으니까요.
" 이거 봐 재클린! "
짹짹거리는 새들의 소란 속에서, 작은 새들을 손에 올린 에브나가 방긋 웃습니다.
" 새가 자신을 따라오면 예쁜 풍경을 보여주겠대. "
그 풍경이 궁금한 듯 보이네요.
나는 흐뭇하게 미소 짓는다.
"너무 긴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평소에는 궁금한걸 내게 물어봐도 괜찮아."
하긴. 여태까진 나를 위해서 참아줬던 것이겠지.
새로운 것들만이 가득한 세계에서 아무것도 모른체로, 그저 날 믿고 묵묵히 따라와줬던 것일테다. 생각해보면, 보호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가둬버리면 그저 새장속의 백치로 남겨둘 뿐.....인가.
육아는 어렵네요. 어르신.
"새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어?"
헤에, 하고 나는 신기한듯 감탄한다.
"그럼, 그 호의를 받아서 예쁜 풍경을 구경하러 가볼까?"
이윽고 나는 그녀의 귀여운 바램을 들어주기로 했다.
이렇게 여유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아니 오히려 좋다고 해야겠지.
#짹짹이의 풍경을 구경하러 가자
에브나와 시윤은 새의 안내를 따라 숨겨진 자연 풍경을 보러 갑니다.
의념의 흐름이 옅게 느껴지고, 곧. 조용한 소리가 들려올 즈음. 바람이 불어내는 풀피리의 음이 길게 연주됩니다.
그 음을 따라 벌레 우는 소리와, 새들의 날갯짓, 여러 소리들이 모여 작은 음악회를 만들어냅니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인위적이지 않은 아름다운 풍경.
그 모습에 시윤은 웃음을 터트립니다.
이런 풍경을 본 것이 썩... 오랜만이니까요.
정신력이 최대치로 회복됩니다! 이에 따른 환경 보정을 받습니다.
신속 스테이더스가 1 증가합니다!
" ...... "
에브나는 소리 없이, 조용한 미소를 짓습니다.
"........좋네."
나는 눈을 감고 이 은은한 자연의 연주를 즐긴다.
"요 근래 계속 바빴거든."
대운동회부터, 유럽으로 넘어와서, 기사단에 들어와, 지오씨의 부탁을 받고, 특별 임무로 고신 게이트에 가서, 에브나를 구하고, 뒷처리를 끝내고......생각해보면 굉장히 밀도 있는 시간이지만 그 만큼 지쳐있기도 했을지도 모른다.
"마음이 편해진 것 같아. 자연 풍경이란 좋구나."
쉬지 않고 '다음 것' 에 도전해왔던 만큼, 지금의 휴식은 달콤했다.
#음악을 감상하면서 쉽니다.
둘은 말을 남기지 않습니다. 좋은 것은, 조용히 있더라도 알게 되니까요.
에브나는 풍경을 눈에 담고, 시윤은 여유에 몸을 담습니다. 그 시간이 있는 덕분에 여유를 느끼면서요.
곧, 그런 곳으로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 선객이 계시잖아요. "
" 하, 하지만 쥐들은 분명 사람이 안 계신다고 했단 말이냥... "
미청년에 어울릴 법한 미성의 목소리와, 당황한 듯한 하이톤의 소리가 들려올 때. 시윤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봅니다.
붉다. 그리고, 미미한 열기가 퍼지는 것 같다.
그 알 수 없는 느낌의 주인공은 진한 금발과 태양을 닮은 눈동자를 가진 남자였습니다. 선이 꽤나 유려하지만 그런 모든 것을 포함하더라도 조각으로 새긴 것으로만 보이는 외모.
'강한' 느낌이지는 않았습니다. 온 몸이 우락부락하다거나, 정돈된 날카로움이 있다거나 하는 게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마치 어딘가 동떨어진 듯한 느낌이 드는 남자입니다.
" 이런. 선객의 감상에 방해를 해버린 걸까요? "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시윤에게 물어옵니다. 그 행동은 꽤나 정중합니다.
" 괜찮으시다면 자리를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동료가 자랑하던 풍경인지라, 호기심이 동해서요. "
"...."
마치 잠에 들 것 처럼, 느릿하게 기분 좋은 정적속에 잠겨있다가
누군가 말을 걸자 부드럽게 고개를 돌려 그 쪽을 바라본다.
그 쪽엔 꽤나 인상 깊은 미청년이 서 있었다.
따스하고, 어딘가 신비한 분위기의 남자가.
이런 곳에서 만난 것도 인연이겠거니 싶어서, 나는 그의 친절한 태도에 마찬가지로 친절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물론이죠. 이 풍경이 제 소유인 것도 아니고....이렇게 좋은 곳은 함께 나눌 수 있다면 더욱 기쁜 법이니까요."
나는 느긋하게 얘기하면서, 자리를 살짝 옮겨 남자와 일행이 들어올 수 있기 쉽도록 공간을 내어주는 것이다.
"말씀하신 동료분이 어떤 분이신진 몰라도, 안목이 무척 뛰어나신가봐요. 저도 이 아이가 소개해줘서 온 곳이지만....무척 좋아요. 이 곳은."
#합석에 물론 동의!
" 가끔 작은 동물들이 보는 세계는 다른 법이니 말이다냐. "
남자의 옆에서 미소를 짓던 고양이 수인은 읏흠, 하고 뿌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 그런데 두 꼬마 친구들은 누구한테 들었다냐? 나는 쥐들한테 들었단 말이냥. "
" 괜히 캘 필요는 없잖아요 아메리아 양. "
" 하지만 궁금했단 말이다냥... "
시무룩하게 자리에 앉은 두 사람은, 천천히 풍경에 녹아듭니다.
아... 뭔가, 예술에 관련된 재능이 있었다면 이 풍경을 그림이나 요소로 남길 수 있었을텐데.
아쉽습니다.....
"저희는....새들이 안내 해줬어요."
호기심에 질문했다가 혼나서 시무룩해지는 고양이 수인을 보며, 웃고는 대답해준다.
정확히는, 새들이 에브나를 안내해주고 나는 그녀를 따라 온 것이지만.
이런 얘기는 사실 아무렇게나 꺼내도 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이 곳의 분위기는 평온하고, 상대는 친절하니까.
무엇보다 쥐들에게 들었다고 먼저 들었으니, 우리도 비슷한 대답을 한다고 매우 놀라진 않으리라. 아마도.
그나저나 이 곳은 생각보다 드문 곳이었을까?
하기사 사람이 손을 댄 듯한 흔적은 보이지 않고....자연의 광경이 그대로 녹아있기는 하지.
나는 두 사람에게 무언가 말을 더 붙일까 생각했다가도
광경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여유를 느끼기 전에 꼬치꼬치 말을 덧붙이는건 별로일가 싶어서, 적어도 대화가 이어지기 전까진 자연을 즐기기로 했다.
그나저나, 이 좋은 광경을 무언가 남기지 못하는건 아쉬운데...나는 에브나를 본다.
분명 손유씨가 그림을 권유했을 정도기도 하고, 그러고 보면 그 때 말 없이 먼저 그림을 그리기도 했었지. 혹시 이 풍경에 대해서 뭔가 그리고 싶을 수도 있으려나?
"에브나야, 이 풍경을 뭔가 그려볼래?"
나는 그렇게 물어보면서, 나는 나대로 나노머신으로 사진이라도 남겨볼까 고민하는 것이다.
#풍경을 남길 방법....없나?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이 풍경을 무언가 남기고 싶다고 생각했더니 그만."
애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걸 보고, 고개를 적당히 저었다.
하기사 거기서 거절해서 배우지도 못했고, 생각해보니 마땅히 그릴 도구도 없지.
풍경에 감탄하느라 너무 뜬금없는 소릴 한걸지도.
어릴적 영재 교육에 피아노가 아니라 그림이라도 배워둘걸.
나는 그렇게 한숨을 내쉬고는, 사진으로 찍을까...잠깐 고민하다가도.
그림이랑 다르게 이 자연스러운 풍경을 촬영하는건 또 멋이 없는 짓이 아닐까 생각되어 관뒀다.
흘끔, 하고 옆쪽에 일행에게로 살짝 시선을 던진다.
생각해보면, 그런 요란을 떨다가는 같이 감상중인 일행에게 불편함을 끼치게 될 수도 있고.
...새삼스럽지만, 나는 꽤나 귀찮은 성격인가?
#ㅠㅠ
두 사람은 조용히, 풍경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딱히 신경 쓸 필요는 없어보이네요!
" ... 좋은 풍경이네요. "
" 그치? "
" 예. 해가 질 즈음에 오면, 더 좋은 풍경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
그는 미소를 지으며 여성의 물음에 답합니다.
"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
곧 그는 시윤과 에브나에게 물어옵니다.
" ... 예쁘다? "
갑작스럽게 감상을 물어오길래 당황했지만, 이내 조금 고민해본다.
에브나의 말대로 예쁘다도 맞다. 자연스럽다도 맞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느낀 주요 감상을 곰곰히 되짚어 보면...
"음....좋은 연주, 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았냐고 묻는 질문에 소리로 대답하는 것이 되지만.
그게 가장 어울리는 것 같아 나는 볼을 긁적이며 웃곤 설명한다.
"실은 최근에 기사단에서 수련을 했었는데...'소리'에 관한 것을 배웠거든요. 이 세계에는 수 많은 소리가 있다고.....익숙함이나 요란속에 묻히지만, 이 세상속엔 수 많은 이야기가 소리로써 떠다닌다고."
나는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며, 그 때의 가르침을. 그 때의 고민을 떠올린다.
내가 『나무와 풀의 전령』을 얻기까지의 이야기.
바쁘게도 달려왔던 이 유럽행의 첫 일정....
"여기에선 바람이 풀을 스치며 피리를 불고, 그에 따라 벌레가 합창하고, 새들이 작게 펄럭이며 추임새를 넣죠. 누군가는 그냥...당연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조용히 귀를 기울이면, 무척이나 자연스러우면서도 서로 조화롭게 이어져 있다고 생각해요."
바람이 풀을 연주하려 한 것은 아닐테고, 벌레가 의도하여 노래를 부른 것도 아니고, 새들이 박자를 맞춰 날개짓을 한 것은 아닐터이다. 그러나 그 모든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소리들이 모여, 이 곳의 풍경이라는 작은 음악회를 편안하게 이루고 있었다.
"그게....제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 것 같아요."
#감상을 들려줍니다.
그 말에 남자는 즐거운 미소를 짓습니다.
마치 설명하려 하던 것을 이해했다는 듯 썩 즐거워보이는 얼굴은 시윤의 기분마저 좋게 만드는 알 수 없는 기운이 있습니다.
" 이미 알고 계시는군요. "
무엇을? 하고 묻기도 전에.
" 모든 소리에는 개성이 있습니다. 단순히 소음이나거라, 감각으로 닿는 게 아니라 '이유'가 있는 소리로 이어지죠. 우리 같은 거리를 이용하는 이들은 그런 '소리'를 분류할 수 있어야 합니다. "
......!!
소음 분석(F)
주위에 들려오는 소리들 속에 특정한 소리를 감지할 경우, 그 소리를 통해 일부 정보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망념의 사용량에 따라 소리의 감지율이 높아집니다.
" 이정도면 자릿값은 충분하겠죠? "
".....!!"
순간적으로 눈을 번쩍 뜬다.
스스로가 무심코 느꼈던 것이 가르침에 의해 기술로써 승화되는 순간.
잠깐 놀라서 눈을 깜빡거리다가, 이내 마찬가지로 즐겁게 웃었다.
"차고 넘칠정도네요."
그렇게 말하고는 생각해보니 서로 자연을 즐기느라 자기소개도 하지 않았던걸 깨닫는다.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윤 J 시윤이라고 해요. 신한국 소속의 헌터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에브나. 저와 함께 다니고 있는 아이에요."
#감사 인사와 자기 소개 건네기
그는 부드러운 얼굴로, 두 사람을 가볍게 살피며 인사를 보냅니다.
" J라, 흔치 않은 미들네임이네요. 우연찮게도. "
시윤의 미들네임에 흥미를 보이는군요.
" 제 이름은 리데일, 리데일 S 케닐른입니다. "
리데일......
이름을 고민하던 시윤의 머릿속으로, 하나의 지식이 스쳐갑니다.
유럽의 유명인들에 대해 알아보던 때에 들어봤던 이름 중 하나이니까요.
수십년 전쯤을 기준으로 갑작스럽게 쏟아진 기적의 세대. 그들에게 가려졌지만 분명 재능만은 뛰어났을 사람들.
그 중 하나로 수많은 시련들을 통과해낸 이.
태양의 기사.
" 시간이 꽤나 지체되었네요. 아무래도, 더 늦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원망을 살 것 같아서요. "
리데일은 인사를 마치곤 자신의 동료와 함께 자리를 떠날 채비를 합니다.
" 그럼. 또 만날 날을 기대할께요. '폭풍'. "
처음으로 놀랐던건, 미들네임을 알아봤다는 점.
왜냐면 재클린은 현재는 쓰지 않는 먼 고대어니까.
두번째론, 들어본 듯한 이름을 곰곰히 굴리다가 깨달은 정체.
이 사람, 태양의 기사였다.
뭐라고 해야할까, 돈 지오테씨도 그렇고. 이 곳에서 우연이 이끌어주는 인연들은, 참 심상찮은 느낌이다.
".....네! 리데일씨. 저는 이 기사재전 동안 계속 머무를 것 같으니까..."
다만 상대의 온화한 태도 덕일지, 내가 요 근래 거물들을 많이 만나서 일지, 원래부터 그런 것에 기죽지는 않는 편이라서 일지.
나에게 그는 여전히,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인상이었다. 만난게 반가웠던, 그런 사람.
그러니까 나는 그의 작별 인사에 대해서 저런식으로 화두를 꺼낸 뒤에...
"기회가 된다면, 또 만나요 ! 태양의 기사님! "
활짝 웃으며, 그렇게 인사하여 보내는 것이다.
#다음에 또 보죠! 솔직히 또 볼 것 같음!
떠나보냅니다!
에브나는 떠나가는 태양의 기사를 바라보며 생각을 곱씹습니다. 무언가를 떠올리는 듯한, 그리고 아! 하는 탄성을 뱉습니다.
" 대단해. "
에브나는 진심으로 감탄했는지. 표정이 꽤나 바뀌어 있습니다. 평소의 에브나의 표정이 눈썹의 변화와 눈매의 휘어짐 따위라면 지금은 무려!
입이 살짝 벌어졌습니다. 귀엽군요.
" 도라 이상의, 마녀 이상의 신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사람이야. 제클린. 업적을 이룬 제클린의 이름관 달리 저 이름은 사랑으로 받아낸 이름인거야. "
"왜 그래?"
하고 에브나의 표정에 의아하게 마주 보다가, 이어지는 설명에 살짝 기겁한다.
그나저나 표정 귀엽다.
"그러니까......"
에브나가 해준 이야기를 속으로 이해하려 노력한뒤에 내 나름대로 정리해본다.
"문자 그대로, '신이 총애하는 인간' 이란거야?"
#태양의 기사 쩔어요 ㄷㄷ
" 응. "
에브나는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 이따금 그런 존재들이 있어. 단순히 아름다운 외모 뿐만이 아니라, 어떤 존재에게도, 어떤 이들에게도 자신의 표현을 전달할 수 있는 존재들. 이따금 신화에서 신이 인간과 사랑에 빠졌다고 할 때. 그런 '인간'에 속하는 게 방금의 사람이야. "
음...
대충 알아는 듣겠지만 무슨 소린진 모르겠습니다.
"요즘 대단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지만, 저 사람도 어지간한 부류인거구나. 그치만 어쩐지 알 것 같아. '호감이 가는 사람' 이었어. "
하기사.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 납득했다. 그야말로 '매력' 이라고 해야할까.
선하고, 자상하고, 부드러운 그 분위기는. 물론 내가 받은게 있음을 고려하더라도, 호의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어라? 그런데 에브나. 그럼 나는 어떤식으로 제클린의 이름을 받게 된거야?"
거기까지 생각해보니, 스스로의 이름에 의아함을 느껴서 고개를 기울인다.
"그 겨울의 왕궁에서, 도라 어르신이 나를 폭풍의 신과 빗대어 인정해주셨던걸로 받게 된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미들네임에 대해선, 당사자면서도 아는 것이 많이 없다.
정확히는 알 사람도 많이 없을 것이다. 에브나라면 어쩌면 잘 알지도.
#에브나와 대화.
" 으음...... "
에브나는 고민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마치, 이것을 말해도 될까? 하고 고민하는 표정에서.
" 신화란건, 누군가에게 반드시 관측되는 것이 아냐. 예를 들어 모든 인간은 죽는다는 것은 너희에게는 당연한 것이겠지만, 누군가에겐 거대한 존재가 반드시 죽음을 맞아야 한다는 것처럼 느껴지겠지. 가령, 너희가 키우는 개 같은 동물들 말야. "
천천히 설명을 이어갑니다.
" 그러니 신화라는 것은 '신앙을 모으게 되는 이야기' 따위가 아냐. 존재했던 이야기. 그 중에서도 신과 관련된 이야기일 뿐이지. 말하자면 시윤은, 재클린은 도라의 신화를 통해 신화의 일부가 되었을 뿐이야. "
신화의 일부.
도라는 시윤을 폭풍의 신에 빗대었고, 그 신화의 일부를 이어받은 시윤에게 재클린이라는 미들 네임이 부여된 것이다.
에브나는 그렇게 설명을 마치고, 길게 하품을 잇습니다.
" 하아암... 간단히. 신화의 일부분으로써 받은 '역할'이라고 생각해. 응당 신화의 격에 어울리는 이름. 폭풍의 재클린. 그 일부분을 인정받긴 했어도 시윤은 '진짜' 재클린이 아니잖아? 그러니 그 힘은 방금의.. 기사님과 비교해서 떨어지는 거야. "
곧, 햇빛을 받으며 에브나는 손을 빙빙 흔듭니다.
" 잘 거야...... "
이런.
"복잡하구나, 신위라는 것도."
하기사 신화라는 녀석이 간단하면, 그건 그거대로 이상하다는 생각도 든다.
신화라는 것은 '신앙을 모으게 되는 이야기' 가 아니다, 라.
이 이야기를 종교인이 들으면 어떻게 생각 하려나, 나는 소소한 의문이 들었다.
"어쨌거나 대략은 이해 했어. 나는 현재 '재클린' 이라는 간판의 자격을 받았다는 느낌이네."
실제로 존재 했던 신, '재클린' 의 이름의 일부. 신화의 일부가 되었다....라는걸까.
그렇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부일 뿐, 내가 갑자기 정말로 폭풍신이 되어 그 권능을 모두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란 이야기구나.
"설명해줘서 고마워. 에브나."
졸려서 손을 빙빙 흔드는 그녀를 보고, 살짝 곤혹을 느꼈다가 이내 웃었다.
고양이 같은 느낌이로군....여기서 잠들지 말라고 할 이유도 그다지 없고.
이래저래 나를 따라 돌아다니고 그러기도 했으니, 그야 피곤할만도 한 것이다.
"좋은 낮잠이 되기를."
그러니 나는 활짝 웃으며, 잠에 드는 에브나에게 마저 손을 흔들어 주기로 했다.
# 잘 자 응애브나
응애브나의 낮잠시간을 지켜줍시다.
음.. 시윤도 잠을 좀 자볼까요?
"하암."
나는 가볍게 하품했다.
그러고 편안하고 느긋한 분위기.
에브나가 자고 있는 만큼 어디 간다는건 말도 안되는 소리고.
나도 이 틈에, 조금 편안하게 자볼까...
#같이 낮잠 자보죠! ...zZZ
낮잠을 잡니다!
미지근한 바람, 풀벌레 우는 소리.
적당히 기분 좋은 해가 저물어가는 빛의 온기.
그것들과 함께하는 잠깐의 수면...
잠에서 깨어났을 때 시윤은 미소를 짓습니다.
특수 환경 - 정령의 놀이터를 이용하였습니다!
정신력이 최대치로 회복됩니다.
이번 진행동안, E랭크의 활력 버프가 적용됩니다!
" 프르으..... "
아직 잠이 깨지 못한 듯, 윤기 있는 머리를 흔드는 에브나가 눈에 띄네요!
"으~~ 잘잤다!"
가볍게 일어나서 기지개를 쭉 편다.
역시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곳에서 한숨 자니까, 피로 회복이 상당히 빠른 느낌인걸.
옛날엔 잘 때 마다 악몽을 꾸고 발작하듯 일어나던 때도 있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은 참 많이 발전했다 싶구나.
"에브나, 슬슬 일어나야지~"
잠꼬대를 하고 있는 에브나의 머리를 빗으며, 다른 한손으론 볼을 문질거려 깨워본다.
물론 이래도 안일어나면 솔직히 많이 피곤해서 푹 자고 싶다는거니까, 냅두는 편이 좋겠다마는.
#응애브나야 더 잘래? 일어나서 딴데도 가보고 해야지!
" 일어났어어어.... "
조금만 더 흔들면 공룡꺠물기를 할 기세로 에브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가볍게 머리를 만지고, 눈을 비비는 것만으로... 원래의 에브나로 돌아왔군요!
" 가자아..... "
하지만 잠은 꺠지 않았죠!
그러고 보니... 밤에는 기사들끼리 대련따위가 있던 것 같은데, 구경을 가봐도 좋지 않을까요?
.....아직 졸려 하는 것 같은데.
그러나 이미 깼다는데 옆에서 마구 흔들고 귀찮게 구는 것은, 아이가 아니라도 평범한 사람도 싫어하는 법이다.
애초에 의식이 돌아온 이상 몽롱한 정신은 흥미로운 화제가 나오면 깨기 마련.
"그러고 보면, 밤에 기사들끼리 대련이 있다던데. 그거 구경 가보자!"
아무래도 그런 대련에는 적잖이 흥미가 있다. 전투에 신경을 많이 쓰는 만큼, 기사들은 어떤 느낌의 기술을 쓰고 어떠한 결투를 펼칠지 나름대로 호기심이 일컫는 것이다.
#현재 시각이 몇시쯤...이지? 일단은 대련 장소로 에브나랑 이동해보죠!
이동합니다!
오... 마침 검과 창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군요!
꽤나 먼 거리에서 창을 허공에서 회전시키고, 창은 마치 화살을 쏘아내듯 직선 거리를 꿰뚫고 쏘아집니다.
검을 든 여성은 그것에 혀를 차더니, 곧 검을 들어올립니다.
마치 꽃이 피어나듯, 검이 수 자루로 피어나는 듯한 환상이 보입니다.
곧, 펼처진 검은 한 개의 방패처럼. 한 자루로 모여들어 찔러드는 창을 튕겨냅니다.
콰앙!!!!
두 사람이 조금도 붙지 않았음에도, 그 충격만으로 몇 걸음을 떨어질 만한 파장이 퍼집니다.
" 대단하신데? 플로스 기사단의 검이 화려하다더니. 거짓이 아니었나봐. "
" 그렇게 말하시는 고느 기사단의 창도, 야만적이지만 강렬하군요. "
" 그렇지. 원래 동네 개새끼들이 가장 지랄맞은 법이거든. "
두 사람은 그렇게 인사를 하면서, 대련을 마치는군요.
승자를 딱히 가리진 않고, 각 기사단의 비전을 견식하는 느낌에 가까워보입니다!
- -17- 한 발의 명예
- "오....."
대련을 상당히 흥미롭게 구경한다.
강렬한 회전투창, 그리고 꽃이 피어드는듯한 화려한 검술...
각각 고느 기사단과 플로스 기사단, 인가.
"멋진 승부였네..."
감언 이설 없는 솔직한 감상을 남기곤, 주변을 둘러본다.
다른 기사들도 있나? 보아하니 전투불능이 싸울 때 까지 겨루는 대련이 아니라, 비전을 통한 한합 승부인 모양이다.
다들 우호적인 자리지만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가서 '카하노 기사단 아세요?' 라고 묻는 것도 수상해보이길 마련.
"카하노 기사단의 특징이 분명...."
나는 과거의 대화를 떠올려본다.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 이야기를 찾기 위해 세계를 떠도는 놈들. 그 주제에 전투에 뛰어난 놈들이 모여 만들어진 게 카하노 기사단이다. 기사단의 주 무기는 창, 관련된 비전은 돌파와 관련된 창술, 거기에 승마술 정도지.'
...그렇군! 그럼 저 항목에 해당되는 기사들을 눈여겨 봤다가, 한번 조심스럽게 물어보러 가면 좋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선 방금 고느 기사단의 기사도 후보가 될지도 모르겠다.
#지오씨에게 들은 카하노 기사단의 비전과 관련있는 창 기사가 있는지 구경하면서 찾아봅시다!
문제점 : 시윤은 카하노 기사단의 비전을 본 적이 없다.
문제점 2 : 말 잘 타고 돌파 잘 하는 기사단은 의념시대에 흔하다는 거다.
오토바이를 타고 돌파를 하고 있는 창기사들의 돌진을 볼 때쯤, 이미 시윤의 멘탈쯤 반쯤 가출상태입니다
"......."
안되겠다, 전혀 모르겠어!
대충 들은 설명으론 겹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나는 가볍게 관자놀이를 누른다.
"일단은.....수소문이라도 해볼까."
#그럼 덜 스마트해도 좋으니까, 일단 탑승+돌파+창술 하는 기사 아무에게나라도 가봅시다.
Tip. 기사단의 정보를 찾아달라, 는 의뢰를 단순히 사람이 많으니까 찾아보면 좋겠다! 같이 생각하면 안 됩니다.
간단히 생각해봅시다. 카하노 기사단의 정보를 알고 있던 것은 2세대의 아득한 어느 시기부터 지금까지 살아있던 기사단장 정도가 다였던 것을 기억해보면 좋을 겁니다.
지금은 그것보다 다른 흥미 요소를 찾아보는 걸 추천합니다.
그럼.......
"나도 참여할 수 있나?"
여기까지 왔는데, 비전도 있는 몸으로써 써보지 않는건 뭔가 아쉬울 지도.
참여 조건이라던가, 신청법이라던가를 조금 알아볼까?
#나도 해볼 수 있나? 대련 교류회!
어렵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시윤이 가진 비전은 나무와 풀의 전령, 그리고... 역천혁명 뿐이지 않나요?
무엇으로 교류회에 신청할 생각입니까?
"........"
막상 신청하려고 보니, 나는 비교적 곤혹함을 느꼈다.
"나무와 풀의 전령으로 일합 대련을......어떻게 하지??"
나무와 풀의 전령에 무언가 큰 불만이 있는건 아니지만...
이것은 엄연히 보법이다. 소음을 줄이고 회피율을 올리는 보법.
뭐랄까 회피에만 집중해서 겨루기를....? 이미지가 잘 그려지지가 않네.
그럼 신청은 어려울까....생각했다가, 문득 역성혁명 쪽에 시선이 간다.
기사단의 비전은 아니다만, 일단은 비전이니 가능한데....
게이트 용 기술이니 솔직히 유효할진 모르겠지만....기사단인가?
'군대 기술이니까 기사단인거 아니야?'
어디선가 불현듯 들어온 아이디어에 나도 모르게 그런가? 싶어진다.
에잇, 몰라. 뭐 시도한다고 큰일이야 나겠나.
# K-아미 기사단의 역성혁명으로 까짓거 한번 신청해보죠;
" 음... 그래. 하이젠피우스 기사단의 교류기사... 신청하는 비전은... 비공개....... "
그는 곧 시윤의 등 뒤를 지키고 있는 친구를 바라보며 묻습니다.
" 그.... 온병기인가? "
꼴깍?
"어.....네, 온병기입니다. 저격총 분류의...."
꼴깍? 꼴깍!
하기사 나는 너무 익숙해져서 그렇지
꼴깍이는 언뜻 보면 어떤 무기인지 판별하기 이전에 무기가 맞는지 부터 살짝 의뭉스러운 형태였다...
귀 막아 꼴깍아. 상처 입을라.
"온병기는 아무래도 참가가 어려울까요?"
#우리 꼴깍이 ㅠㅠ 미안해 주인이멍청이라 ㅠㅠ
" 아니 그건 아닐세. 잠깐 미친 놈들이 떠올라서 말일세...... "
그는 고개를 휘휘 젓습니다.
" 자네도 조심하도록 하세나.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달군 쇠와 화포 연합이 진을 치고 있다지 뭔가. 덕분에 몇몇 기사단들이 길을 돌아오느라 고생 중이니 말야. "
곧, 시윤의 출전 신청이 끝납니다!
바로 전투에 돌입할 수도 있고, 조금 이따가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전투는 일격 대련, 오직 사전에 언급된 비전으로만 전투 가능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아아....괴짜 집단으로 들어본적은 있는 것 같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접수원에게 감사를 표하고, 머릿속에 한켠으로 메모한 뒤에.
나는 대련 플랜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역성혁명 제 일장 반역易姓革命 一章 反逆 - 강적을 상대할 때 느끼는 압박감에서 어느정도 자유로워진다.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적을 상대할 때 오는 패널티를 일부 경감한다.
역성혁명 제 일형 거인 사냥易姓革命 第 一形 巨人獵 - 공격 순위를 최하위로 고정한 후 아군의 공격이 끝난 뒤 강력한 공격을 적에게 가한다. 태그 '게이트의 적'이 존재할 경우 레벨 차이가 클 수록 적의 방어력을 일부 무시하여 대미지를 입힌다.
역성혁명 제 이형 견미지저 易姓革命 第 二形 見微知著 상대방의 행동이 끝난 직후 대미지를 입었을 시 발동할 수 있다. 받은 피해에 따른 추가적인 대미지 보정을 얻는다. 태그 '게이트의 적'이 존재할 경우 레벨 차이가 클 수록 추가적인 대미지 보정이 증가한다.
내가 쓸 수 있는 것은, 이 두가지.
그러나 일형 거인 사냥의 경우는 아무리 봐도 대련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물론 나 자신이 어울리냐고 물어보면, 그건 그거대로 모르겠다만).
일격 한발 승부라면 견미지저로 가자.
생각해보면 재밌는 인연이다. 이 유럽에 온 계기는 대련대회 때의 경험이고. 그 때의 승부를 결정지었던건 이 기술이니까.
복잡한 수싸움이 일어나는 환경이 아니니까, 내가 할 것은 간단하다.
'첫 일격을 치명상과 즉시 전투불능이 되지 않는 라인으로 견딘다.'
'이후의 카운터로 이긴다.'
#좋아 작전 완료! 전투 가보자고!
" 뭐... 여기에 기록이나 해주게. "
그는 작은 점토로 이뤄진 판을 내밀며 말합니다.
" 아마 낮에 본 바 있지? 그 분의 힘이 담긴 점토판일세. 침묵의 점토라 부르는 성질을 이용한 거라고 하는데... 간단히 말하면 정해진 상대만 볼 수 있는 점토이지. 자신이 사용할 비전의 대략적인 효과를 적어주면 될 걸세. "
아무래도, 어디까지나 대련인 만큼 서로의 비전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시작하도록 하는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 수준에 맞지 않는 상대와 매칭되면 단순한 압살일 뿐이지 않나. 그건 기사답지 않거든. "
호탕한 웃음을 지은 남자는 갈색 눈을 반짝거리며 웃습니다.
" 아. 유출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네. 이걸 보겠나? "
그는 점토 하나를 들어올립니다.
무언가 쓰여있는 것 같긴 한데... 하나도 읽을 수가 없습니다.
" 침묵의 점토의 효과지. 정해진 상대가 아니면 읽을 수가 없어. 그러니 맘 편히 적어도 될 걸세. 피마 기사단의 기사단장직을 걸고 맹세토록 하지. "
"과연....전통 있는 대련인 만큼, 이런 저런 고려 요소들이 되어 있군요."
나는 감탄하면서 고개를 한번 끄덕인다.
초견살, 같은 것은 안되고 완전히 격이 다른 상대와 매칭되는 일도 없다는 건가.
그래도 이런 세심한 배려는 차라리 이 쪽에서도 안심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또한 비전을 많이 가지고 있어도 그 때 상황에 따라 1개를 선택....같은 일은 안되는 모양이다. 갯수가 애초에 적은 나로썬 좋은 일이다.
다만 반격기라는 것이 알려지면 상대쪽에서 대응하기도 쉽겠다마는.....
뭐, 솔직한 말로. 뭔가 목숨을 걸고 보상에 참가하는 것도 아니니까.
만약 이걸로 발동에 실패하면 약점을 알게 되었다는 느낌의 교훈으로 생각은 해둘까.
그래도 말마따나, 쓰지도 못하고 패배. 같은 일은 없으면 좋겠네.
나는 견미지저에 대해서 간단하게 적는다.
역성혁명 제 이형 견미지저 易姓革命 第 二形 見微知著 : 상대방의 행동 직후 대미지를 입었을 시에 반격의 일격. 받은 피해가 클 수록 대미지 보정을 얻는다. 태그 '게이트의 적'에게 더욱 큰 효과.
.... 심플한 효과라 그런지 이 정도만 적었는데도 거의 다 적은거 같군.
"이렇게 적으면 되겠습니까?"
솔직히 기사들이 이런 것에서 부정을 일으킬거라곤 생각하지도 않기에, 나는 안심하라는 말에 물론 그리 한다고 웃고는 점토판을 돌려드리며 물었다.
#견미지저 픽!
" 흠.... 뭘 적긴 했으니 맞겠지. 아, 거짓말이면 조심하는 게 좋을 걸세. "
피마 기사단장이라고 스스로를 밝힌 남자는 천천히 엄지를 들어올립니다.
" 여기에는 '거짓을 고한 자를 보면 처벌한다' 따위의 명예를 가진 기사들도 많거든. 그 놈들을 상대할 자신이 있다면 괜찮지만 말야. "
아 물론, 하고 그는 씨익 웃습니다.
" 나도 그런 맹세를 한 자거든. "
"기사단의 명예를 더럽힐 생각은 없습니다, 하핫. 애초에 사실 그렇게 손재주가 다양한 것도 아니구요."
꽤 살벌한 말이지만, 위협하는건 아니고....애초에 이쪽이 정직하게 있을 이상 별 찔릴 것도 없다.
"그래도 그런 문화를 설명해주시는건 굉장히 감사하네요. 실은 이 지역에 와서 수련 기사가 된진 얼마 되지 않아서, 그 기사들의 명예에 대해선 아직 모르는 부분들이 많거든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표했다. 기사들은 좋게도 나쁘게도 명예를 중시하는 만큼, 사고관이나 행동관이 조금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부분을 잘 이해하고 주의하지 않으면 모르는 사이에 무례나 지뢰를 밟을 수 있음으로, 솔직히 이러한 설명은 나에게 괜한 참견이 아니라 유익한 도움에 가까웠던 것이다.
"감사의 의미로 힘껏 노력해보겠습니다."
어쨌거나 좋게 얘기해서 나쁠건 없겠지. 나는 씨익 웃는 그에게 마찬가지로 씩 웃으며 그렇게 감상을 전했다.
#역시 거짓말은 나쁜거야.
그는 흐뭇한 표정으로 점토판을 내밉니다.
" 하하. 다행이군. 언제 기회가 되면 피마 기사단에도 들려보게. 우리 기사단은 도망친 범죄자들을 추적하거나 사람들을 심문하던 것에서 시작된 기사단이거든. 이쪽에 관심 있는 사람이 있다면 자네 이름을 대고 보내줘도 될 걸세. 그러니까. "
통성명을 하잔 얘기군요!
" 그건 그거고. 여기 점토판일세. "
시윤은 점토판을 받아듭니다.
오... 진짜로 읽을 수 있네요.
▶ 피미류 분열화 : 한 번의 공격에 주어지는 대미지를 최대 60개의 대미지로 분할하여 피해를 입힌다. 적의 방어력을 소량 무시한다.
" 한 번 대응법을 생각해서 준비가 되면 말해주게나. "
으음...
음.......
최악의 카운터인데요?
"오,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그렇다면 다시금 정식으로 자기 소개 드리겠습니다. 하이젠피우스 기사단의 수련 기사, 윤 J 시윤입니다."
그러니까, 뒤에 나를 뭐라고 부르면 좋을지? 라는 통성명을 하자는 눈치를 이해하곤 고개를 끄덕이면서 정중하게 자기 소개를 한다.
"이런 것도 소중한 인연이니, 기회가 되면 꼭 방문 하겠습니다. 마찬가지로, 말씀하신 것처럼 몇몇 동료들이 이 곳에 올 예정인듯 하니 얘기도 꺼내볼게요."
그리고는 방문 권유에 흔쾌히 그리하겠다고 대답하는 것이다. 이런 호의는 소중히 여겨야 하는 법이니까.
"그리고, 음...."
그런식으로 교환을 나누면서 점토판을 받아서 살펴본다.
...
....
'최, 최악이잖아........'
바, 받은 피해에 비례한 카운터 기술에 피해를 극한까지 쪼개는 다발 연격......?????
나도 모르게 손으로 턱을 집고 앓는 소리를 내게 된다. 어떻게 할까...
#진행마다 주어지는 캡틴 찬스도 써볼 수 있나???
어라. 이거 분명... 나도 답웝서라고 말한 기억이 나는데...?
으음, 꼭 따진다면 몸의 튼튼함을 믿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상대방의 기술이 어떤 형태로 이뤄지는질 모르기도 하니까요.
무엇보다도... 반격식을 고른 것은 당신입니다 윤시윤시... 받아들여라...
"....주, 준비 완료 되었습니다."
얌전히 거인사냥이나 고를 걸....
뭐, 승패에 집착할만한건 아니니까.
어느 의미론 한발 맞자마자 쓰러져서 발동 불가가 되진 않는단거고...
#그럼 해봅시다..
곧 시윤의 자례가 오고 시윤은 천천히 무대 위로 올라갑니다.
조금 떨어진 거리. 천천히 무대 위로 올라오는 남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한쪽 손에는 다섯 발 가까운 화살을 들고, 나머지 손에는 꽤 큰 형태의 장궁을 들고 천천히 올라옵니다.
외모는 꽤나 다부진 편입니다. 갈색의 머리카락, 그를 빼닮은 듯한 눈동자의 색. 턱에 꽤나 난잡하게 나 있는 듯한 수염. 어찌 보면 한량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정돈된 느낌이 드는 것은 언제나 경계해야 할겁니다.
" 피미류 기사단의 기사, 미탈입니다. "
그는 곧 화살을 활시위에 겨누고 시윤을 바라봅니다.
자, 한 방을 준비하십시오!
"하이젠피우스 기사단의 수련 기사, 윤시윤입니다."
무대 위에 올라온 상대에게, 마찬가지로 정중하게 인사한다.
아마 내 스킬은 확인 했겠지.......뭐 잔재주나 수읽기를 부릴만한 경기도 아니다.
따지고 보면, 상대는 내 견미지저의 추가 피해를 견제하기 위해 대미지를 분산할 가능성이 높단 얘기이기도 하다.
이건 일종의 치킨 레이스다. 어디까지 대미지를 밀어 넣느냐. 어느 타이밍에서 반격 하느냐.
스으읍....내가 쏘는 것은, 찰나의 한방이면 충분하다.
"그럼, 정정당당히."
그 말을 끝으로, 나도 그를 스코프에 겨눴다.
#건강을 강화해서 최대한 타격을 받아낸 뒤, '찰나'를 노린 역성혁명 - 견미지저 한발.
곧 그는 호흡을 내뱉습니다.
진득한 공기가 화살에 닿고, 호흡을 따라 화살은 천천히 흩어집니다. 아주 작은 불씨를 닮은 것들이 예순 개의 화살처럼 변하였을 때.
피마류 분열화
예순 개의 화살이 시윤이 발을 딛은 땅을 향해, 수많은 각도로 날아듭니다!
첫 번째 화살이 어깨에 박히는 순간, 시윤의 입술은 분노를 담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역성혁명이라는, 그 이름에 어울릴 법한 느낌입니다. 저것을 무너트린다. 내 고통을, 잊지 않는다는 듯이.
타앙!!!
그렇게 한 발의 총탄이
견미지저
날아듭니다.
총탄에 박힌 채로, 그 반동으로 몇 걸음을 밀려나던 미탈은 곧 그 충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휘청이듯 넘어집니다.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하기도 잠시. 쉰 아홉 발의 화살이 시윤의 전신을 난자합니다. 하지만.
버텨냅니다!
" 승자!!!! "
축하드립니다!
대련에서 승리하였습니다!
....그래, 생각해보면 비교적 단순한 이야기다.
첫 탄이 약하게 밀려온 다는 것은, 반격기인 견미지저로도 일종의 '선공권'이 나에게 있단 뜻도 된다.
추가 피해는 미약했겠지만, 기본 공격력으로 어떻게 잘 되었군. 남은건, 버틸 수 있느냐 없느냐...
...
아파!!!!!!!
이어지는 화살들을 이를 악물고 견뎌낸 나는, 휘청 휘청 거리면서도 간신히 견뎌낼 수 있었다....
"조....좋은 승부 였습니다...."
나는 그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면서 인사하기로 했다.
#나, 나이스 파이트...
" 좋은 승부였습니다. "
승부를 시인하자 시윤의 몸에 남은 피해가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 어이 잘 싸웠다!!!
- 꼬맹이가 생각보다 잘 싸우잖아!
- 너한테 걸길 잘 했다!!!
- 야 이 새끼야!! 내 돈이잖아!!!
관중들의 환호 소리가 들려오고, 곧 에브나도 시윤에게 천천히 다가옵니다.
그녀는 의심스럽단 표정으로 시윤을 바라봅니다.
" 재클린. 아픈 거 좋아해? "
"아니, 그런건 아니야. 에브나...."
치유받은 몸을 가볍게 점검하다가, 에브나의 말에 쓴 웃음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이런건 애 교육에......안좋았나!? 설명 잘 해야겠다.
"그...남자들은? 기사들은? 가끔 누가누가 더 뛰어난지 겨뤄보고 싶을 때가 있어. 내가 이 만큼 노력해서 강해졌다, 내가 이 정도로 할 수 있다....그래서 서로 얼마나 많은 것을 달성해왔는지 공유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혹은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그런거지."
나는 에브나에게 일종의 '호승심' 이나 '경기' 의 개념을 설명하려고 애쓴다.
"근데 이번엔, 음....내가 '맞아야만 쓸 수 있는 기술' 을 쓰기로 해서. 그래서 이런 방법으로 싸운거지. 고통을 즐기는건 아니야."
나는 결코 고통을 즐기는 마조히스트가 아니다. 부디 알아줘 에브나.
"주변에서도 꽤나 즐거워 보이잖아?"
주변의 환호에 정중하게 고개를 꾸벅 숙여서 대답하며, 그녀에게 이게 폭력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축제 일부란것이 전해지길 바랬다.
#ㄴ, 나는 마조는 아니야.
에브나는 여전히 의심스럽단 표정을 짓긴 하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에브나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 알았어. 믿을게. "
마치 딸아이가 아빠가 이상한 짓 하는 걸 보고 아빠의 혼신의 수습에 '응 엄마한텐 비밀루 해주께' 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캡틴 친구의 딸이 네살을 맞았는데 아빠가 게임하는 거 보고 엄마한테 이르면서 그랬다네요.
"고.....고마워."
'믿어.' 라기 보다는 '믿어줄게.' 같은 뉘앙스가 진하게 풍기는군....
나는 가볍게 몸을 푼다. 대련 대회도 즐겼고, 휴식도 했겠다...
"슬슬, 진지하게 될 시간이네."
# 근처 UHN 협회 지부로 갑시다.
그때.
시윤을 바라보며 누군가가 박수와 함께 다가옵니다.
" 오~ 꽤 대단한 실력인데. 많이 늘었구나. 소년? "
꽤 볼 법한 외모, 눌렸던 머리는 꽤나 자유분방하게 엉클어진 형태이지만, 그는 즐거운 표정으로 시윤에게 손을 흔듭니다.
... 그 몸에 꽤나 많은 부상이 남아 있습니다. 치료하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를 만큼 말이죠.
" 전해준 정보는 잘 들었다. 짜식. 고맙다. "
그는 곧, 시윤의 머리를 헝클이다가 시윤의 뒤에 있는 에브나를 보고, 다시 시윤을 바라봅니다.
씨익 웃습니다.
" 짜식. 어린 녀석이 벌써? "
아니야!!!!!!!!!
"지오씨!"
그럼 반가움에 소리치며 웃다가, 머리가 헝클어진다.
"아니 어째 만나는 사람마다.....그런거 아닙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렇게 오해하기 쉬운가?
하기사 생각해보면, 에브나는 굉장히 예쁜 17세 청소년이고.
나는 그거보다 조금 어린 15세 혈기 왕성한 중학생이고.
그런 소년소녀가 함께 다닌다면, 보통 그런 관계로 오해하는 법일까.
실제론 전생의 기억 덕에 정신 연령이 괴상해진 15세 보호자와
말이 17세지 신 후보였기 때문에 성숙하면서도 유아스러운 아기의 조합이다만...
"그동안 지오씨는 어떻게 지내셨....아니, 부상이 심하잖아요."
반가움이 지나고 나서 그의 몸을 살피자, 중상이다.
치명상, 이라고 할 정도는 언뜻 보기엔 없다만. 그럼에도 내버려두면 심각해질 정도로는.
이 상태로 왜 이렇게 쾌활한거야. 이 사람.
"에브나, 이 사람은 지오, 돈 지오테씨. 내 친구야. 상처가 심해보이는데, 혹시 치료 해줄 수 있을까?"
나는 에브나에게 그를 소개하며, 치료해줄 수 있을지 물어보기로 했다.
#에브나야 지오씨 치료좀 해조 ㅠㅠ
에브나는 살짝 의심스럽단 표정으로 지오에게 다가갑니다.
" 아하하... 아가씨? 그런 눈으로 보면 상처 받을지도 모르겠는데... "
" ... 이상해. "
상처를 살피던 에브나는, 곧 하나의 상처에 눈을 돌립니다. 여전히 피가 흥건하게 젖은 허리춤의 상처. 마치 무언가에 깊게 베인 것 같은 상처에 에브나는 지오를 바라봅니다.
" 어떻게 살아있는 거야? "
그 질문에 어색한 표정으로 지오가 답합니다.
" 그러게. "
곧, 그는 씨익 웃으며 답합니다.
" 어쩌다 보니 살아있네. "
에브나는 상처들에 가볍게 손을 올리고, 지오는 고통을 참기 위한 듯 무표정으로 이를 꽉 꺠무는 것이 보입니다.
잠시 후. 그녀는 손을 털면서 빠르게 시윤의 뒤로 이동합니다.
" 벌써 밉모인 건가? 거 참... "
"...................."
드러난 상처는, 내 생각보다 훨씬 심했다.
어떻게 살아있는 거야, 라니.
순간적으로 내 눈매가 다소 날카로워진다.
나는 이 건에 대해서, 최근 얘기를 들은적이 있다.
알렌에게서, 린에게서.
'어떻게 살아있냐' 라는 얘기가 나올법한 사례를....
일단은 가볍게 고개를 턴다.
나는 그를 친구로 여기기로 했다.
사정을 듣기전에 괜한 의심은 밀어 넣어둘까.
"그런 중상으로 돌아다니시니까 아이가 겁먹을만도 하죠, 지오씨."
등 뒤에 숨듯 이동한 에브나에게 괜찮다는듯 고개를 돌려 웃어주고는, 다시금 앞을 보며
가벼운 어조로 책망하듯, 해명하듯 웃으며 얘기한다.
그 뒤에 진지한 얼굴로 묻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어요?"
#무슨일이 있었어?
" 왠 미친 놈들한테 대포 맞고 작살 맞고 그러고 왔다. "
아....!!
달군 쇠와 화포 연합이 또......
" 타고 있던 말까지 죽이려 들더라고. 말고기가 맥주에 그리 맛있다면서. 몇 놈이 죽이려 들어서 해치우니까 갑자기 미친 놈들처럼 나한테 무기를 갈겨대더라고. 그걸 도망치다보니 뭐.... 그렇게 됐다. "
즉, 왜 이런 상처를 달고 왔나 했더니 달군 쇠와 화포 연합이 '그 새끼' 한 모양이네요.
그러다가 시윤이 눈에 띄어서 온 거고요.
"뭣."
기가막힌 이야기를 듣고 다소 어깨에 힘이 빠졌다.
"정신 나간 집단이라고 방금 경고를 듣긴 했는데, 상상 이상이네요."
개인적으로 클래식 온병기 사용자로써 다소의 공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오히려 클래식 온병기 민망이랑 이미지는 다 깎아먹는 놈들이지 않은가....미친놈들이구만.
"기왕 만났으니, 어디 뭐 식사라도 가실래요?"
#화포 이 무서운 놈들....지오씨에게 어디 같이 가지 않겠냐고 권유라도 해봅시다.
" 그것도 좋지만. 우린 해야 할 얘기가 있잖아? "
지오는 씩 웃으면서 가볍게 창대를 두드립니다.
" 정보를 가져다 줬으니 보상을 줘야겠지. 뭔가 원하는 게 있어? "
- -18- 지오씨는 보상을 주고싶어!
- "원하는거라....."
나는 조금 고민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친구로써 도운건데요 뭘.' 라고 말하고 싶은 장면이다.
다만 개인의 사리사욕은 제치더라도, 솔직하게 도움을 내팽겨칠 정도로 여유로운 상황은....아니라고 할까.
그러나 반대로 이번걸로 이번 특별반에 얽힌 거악의 승부에서 도와달라고 말하긴, 좀 수지타산이 안맞는 느낌도 있다.
그래서 결국 조금 머쓱하게 웃는다.
"다소 도움 받고 싶은 일이 있기는.....해요. 그렇지만 정말 위험한 일이라, 친구라도 이걸 부탁하려면 제 쪽에서 아직 좀 더 많은걸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솔직하게 얘기합니다
" 그래? "
그는 시윤의 머리를 한 손으로 꾹 눌러, 쓱쓱 쓸어줍니다.
" 그럼 그 부탁은 나중에 해도 괜찮지. 꼬마야. 너 수련기사라고 했었지? "
지오의 표정은 장난기가 가득해서, 마치 시윤에게 무언가 장난을 치려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 카하노 기사단의 비전. 궁금하지 않냐? "
"네, 하이젠피우스의 수련기사에요."
뭐.....방금 쓴건 먼 나라 동양의 K-아미 기사단의 비전이긴 하다만서도.
장난기 어린 얼굴에 무슨 생각이라도 있나 싶어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기울이다가...
"....오!"
카하노 기사단의 비전이란 말에, 의도를 단박에 깨닫고는 눈빛을 빛낸다.
"궁금한데요!"
그렇게 기운차게 얘기하곤, 대련의 장을 흘끔 뒤돌아보고 마찬가지로 장난기 있게 웃는다.
"보여주시나요?"
#카하노 기사단의 비전 시범 가나요?
세 사람은 적당한 자리를 찾기 위해 자리를 옮깁니다.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은 시윤과 에브나는 몸을 풀고 있는 지오를 바라봅니다.
" 카하노 기사단의 비전은 꽤 여러 가지가 있지. 특정한 조건에서 말을 '탄' 것으로 판정된다거나, 공간을 찢으며 항거할 수 없는 돌진을 가한다거나, 다수의 인원과 함께 돌진할 때 기수들을 보호하는 힘을 가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
곧 그는 꽤 우스꽝스런 자세를 취합니다.
창은 잡을 줄 모르는 것처럼 조금의 힘만 가해진다면 창의 궤적에 더불어 손목을 다칠 것 같은 그랩으로, 거기에 한 다리는 살짝 비틀어 딛고 뒷다리는 굽히고 있습니다.
" 그 중에서 내가 보여줄 건 항거할 수 없는 돌격 쪽이다. 아무래도 다른 비전에 비해서 가장 먼저 있듯이 말을 타고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거거든. "
곧.
그는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그 행동을 빤히 바라보던 에브나는 '아,' 하고 알 수 없는 호응을 내뱉습니다.
그 우스꽝스러운 자세들이 합쳐지며 하나의 자세가 됩니다. 마치 모든 공포를 내려놓은 채로 달라들 준비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 공포여, 나의 불안함과 어려움이여, 내 손을 잡으라...... "
뚝.
지오의 걸음이. 내딛어집니다.
콰아아아아앙!!!!!!
곧, 말 그대로 공간을 수없이 뛰어넘습니다.
말이 없음에도 속도를 낼 수 있는 이유? 말 그대로 공간의 일부를 접어 뛰어넘을 수 있으면 된다는 것을 말하듯. 공간과 공간의 틈을 통과할 때마다 그 속도는 계속 가속되어 움직입니다.
카하노.
마침내 그것이 나무의 한 점에 닿습니다.
마치 풍차가 원을 그리듯, 거대한 원이 작은 점으로부터 시작되어. 한참을 압축시켜 나갑니다.
그리고 곧...
파아아아앙!!!!!!!!!!!!!!
나무의 흔적이라 할 것까지도 모두.
가루가 되어 사라집니다.
라만차로
" 라만차로. "
곧 그는 창을 가볍게 털어내며 시윤을 바라봅니다.
" 뭐. 다른 멋진 비전도 많겠지만. 아무래도 멋진 걸 보여주고 싶은 게 내 맘이라 말이지. "
"헤에, 꽤 다양한 것들이 있네요. 그래도 역시 기마기사 라는 느낌이긴 한데."
어딘가의 땡땡혁명처럼, 쏴서 죽인다라는 심플한 효과는 아닌 듯 하다.
하기사 기사단의 비전은 내 경험상 꽤 다채로운 느낌이라고 할까.
하이젠 피우스에서 수련 받을 때도, 선택지가 세개 정도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특정한 조건에서 말을 '탄' 것이라. 재밌는 것들이 있네.
일단 나는 머릿속에 이 비전들을 외워두기로 했다.
왜냐면 아까 사용자를 찾아보려고 둘러봐도, 카하노 기사단의 비전에 대해서 들은게 전혀 없어 곤혹스러웠으니까.
누군가에게 정보를 의뢰할 때에도 저 기술들을 예시로 들면서 설명하면 더 구체적이 되리라.
"항거할 수 없는 돌격이라......어라? 그치만 말은...."
말을 타고 있어야만 한다는 말에 지오씨를 본다. 탈 수 있는 말은, 보기엔 없다.
방금의 '탄 것으로 취급' 하는 비전과 같이 쓰려는걸까? 의아해서 보던 나는
....
"오............오오오오!!"
나는 눈을 반짝이며, 크게 박수를 친다.
솔직히 말하자면, 거의 기예에 가까웠다.
말이 없으니 공간과 공간의 차원 틈새를 접어넘어 가속한다?
재차 생각해봐도 바보같을 정도의 기술이로군.....
"완-전 멋진데요!!!"
나는 주먹을 꽉 쥐곤 솔직하게 감탄과 경탄을 보내리고 했다.
위력도 훌륭, 기술도 훌륭. 그러나 무엇보다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뭐라고 해야할까, 제가 가진 기술과 다소 비슷한 사상을 느끼기도 해서요. 공포를 내려놓고 혼신을 다해 내던지는 기술이란점이."
다름아닌 애정하는 비전, 역성혁명을 떠올렸던 것이다.
강자에게 반역하기 위해 필살의 한방에 모든것을 거는 이 기술은, 마찬가지로 그저 올곧게 달려드는....다소 무모해보이기도 한 '라만차로'와 닮았다.
라고 스스로는 조금 건방질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느꼈다.
#스게~
그는 피식 웃으면서 대답합니다.
" 이걸 만들어야 할 때는 꽤나 고생을 했지. 그 녀석들, 처음에는 그럴싸한 말한테 우스꽝스런 옷을 입히고 돌진하는 게 어떻냔 소리를 해대기도 했거든. "
그리고 이어지는 시윤의 대답에 그렇구나. 대답합니다.
" 조금 다르긴 하겠지만. 이 쪽은 말하자면 모든 것을 내버린 채로 그대로 몸을 던지는 쪽에 가깝거든. 거리, 제약. 그런 것들을 내려놓은 상태로 오직 의념의 보조만을 받으며 돌진하는 것. 그게 바로 카하노 기사단의 비전 '라만차로'다. "
곧 지오는 시윤을 바라보며 묻습니다.
" 뭐.. 겨우 이걸 보여주려고 한 건 아니지만. "
"그 녀석들....이면 동료분이요?"
기가막히다고 말하는 그의 설명은 어쩐지 친근하게 들려서, 나는 조심스럽게 여쭤보기로 했다.
"아하....그야말로 '돌진' 이네요. 어느 의미론 자유로운 것 같기도 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듣는다.
거리와 제약에서 벗어나 그야말로 오로지 돌진하는 기술이란건 왠지 자유롭게 들리기도 했다.
"....응? 달리 하실 말씀이라도?"
충분히 대단한 기술이었던 것 같은데, 겨우 이걸...같은 이야기가 나와서 나는 조금 의아해졌다.
#대화
" 흐음. "
?
" 흐으음. "
???
그는 시윤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말합니다.
" 신체와 레벨의 괴리가 심한 편이네. 이상하게 레벨에 맞는 힘이 잘 안 나오지 않아? "
어떻게...!!
" ? "
지오씨가 여기저기 내 몸을 살펴보길래, 나는 뭐라도 묻었나 싶은 시선을 보낸다.
그러다가 정곡을 찔리면, 깜-짝 놀라는 것이다.
"어....어떻게 아셨죠???"
어...어캐 알앗슴...?
"네, 솔직히 좀...그렇긴 한데..."
자기 몸 상태를 떠올리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그렇죠?
" 꽤 먼 과거에 너랑 비슷한 증상을 겪던 녀석들을 꽤 많이 봤거든. "
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얘기합니다.
" 죽기살기로 싸우다 보니 신체를 관리하지 못해서 그 균형이 무너지려는 녀석들은 꽤 봤지. 너도 그런 비슷한 상황인 듯 해서. 이번 대가에 더해서 균형을 맞춰주마. "
"으햐. 뭔가 들키고 싶지 않은 부분을 딱 걸려버린 느낌이네요."
나는 조금 멋쩍게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급격하게, 또 제대로된 가르침 없이 올려온 레벨이니 만큼. 성장세에 비해 감각이 안정되지 않는다. 나 같은 경우 무의식이던 의식적이던 전생의 삶의 움직임이 다소 배어있기도 할테고.
"그래주신다면, 충분히 보답이 될 것 같아요."
나는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큰 도움이 되리라.
어떤식으로 맞춰줄 수 있는지는, 솔직히 짐작은 안가지만...
#와!! 신체 균형!!
지오는 천천히 시윤의 신체를 살펴봅니다.
" 1세대 당시에는 꽤나 폭발적인 성장을 겪는 경우가 많았어. 어쩔 수 없이 싸우다 보니 급작스런 성장을 하게 되는 녀석들이 꽤나 많았지. "
그는 곧 천천히 시윤의 신체에 의념을 천천히 불어넣습니다.
알 수 없는 뜨거운 감각과 고양감이 전신을 흐르고, 무언가 차가운 의념의 감각이 온 몸을 타고 움직입니다.
" ... 꽤나 여러 군데가 막힌 모양이네. 마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균형을 맞춘 적 없는 듯한 모양새야. "
어케 알았음??
"1세대라...그렇죠. 살기 위해 싸웠고, 그렇게 해서 강해질 수 있던 사람만 살아남는 시대지 않았나요?"
그 때는 체계적인 성장법이란게 존재 할 수가 없었다. 비유하자면 갑자기 출시된 온라인 게임에 모두 레벨 1로 시작해, 고렙 사냥터에 던져진듯한. 살려면 싸워야만 했고 강해져야 했다. 그 당시의 강함이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 아니었을까.
"하, 하하....족집게시네요."
나는 숙제를 안하다 걸린 아이같은 기분이 들어서 머쓱하게 웃었다.
"아무래도 이래저래 급하게 오다보니...그런 균형 맞추기를 배울 기회가 없기도 했구요."
#물레벨 흑흑
" 많이 아플 거다. "
곧, 시윤은 온 몸을 덮쳐오는 고통에 온 몸을 떨기 시작합니다.
이와 비슷한 고통을 느껴본 적이 언제였을까요? 꽤나 어린 나이부터 의념의 힘으로 보호받았기 때문인지. 이런 고통을 느껴보는 것은 새로운 기분입니다.
표현하자면 근육 하나하나가 스스로 빙글빙글 돌고, 뼈마디의 세포 하나하나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한 느낌입니다. 거기에 더해 시윤은 그걸 마취 없이 의념각성자의 정신력으로 버티는 느낌이군요!
우리 기지는 북쪽에 있다는 분노를 토해내기 직전, 시윤은 겨우 숨을 헐떡이며 견뎌냅니다!
영성이 1 증가합니다!
스테이더스와 레벨의 불균형이 해소됩니다.
이제부터 스테이더스가 정상적으로 작동합니다!
"그 대사 언제 한번 들어 본적이..."
언제 였더라? 하고 고민하면서 눈을 굴리다가, 위잉 하고 작게 돌아가는 구동음에 눈치챈다.
아.
"~~~~!!!!!!!!!"
윽
엑
윽
둥지
으엑
뼈 근육
으겍
아파파파파
설덩이
엑 윽 엑 엑
몸을 바들바들 떨며 눈이 뒤집어 질 정도로 견딘다.
이렇게 아픈건 진짜 오랫만...오랫만?
음....겨울여왕에게 전신이 곤죽이 되었을 때도 아팠다.
어쨌거나 이를 악물고 정신을 붙잡은 탓에
아기처럼 으아아아아아!!! 하고 울부짖진 않을 수 있었다.
"진...진짜 아프긴 하네요..."
초 충격적인 신경 마사지를 받고 나서, 나는 코를 훌쩍 거리며 팔을 가볍게 돌리고 몸을 점검해본다.
#몸이...가벼워 졌나!?
몸이 엄청나게 가볍군요!
" 레벨을 올리는 것도 좋지만 오른 레벨에 몸을 적응시키는 것도 필요해. "
지오는 천천히 얘기를 꺼냅니다.
" 자. 그럼 첫 번째 보상은 줬고... "
그리 말하며 그는 장갑을 벗습니다.
그 곳에는 정밀한 형태로 보이는 기계 의수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는 시윤의 눈동자 위로 손을 뻗으며 말합니다.
" 많이 아플테니. 각오하도록. "
무언가가 눈을 타고, 파고드는 듯한 느낌.
눈을 타고 척추로 내달리는 듯 느껴지는 따끔한 고통에 몸부림치고 싶더라도 소리를 지르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듯. 고통은 시윤의 몸을 지근거리며 내려탑니다.
시각이 닫히는 것 같습니다. 밝은 빛이 보이던 눈은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내달리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선 속에서 고통만이 지금 시윤이 이 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찰칵, 카르륵, 하는. 쏘아내는 듯한 소리가 지난 후 시야 속으로 순식간에 커다란 빛이 쏘아지지만 두 눈에는 빛을 순간적으로 받아들였을 때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신체 개조 유경험 PTSD
"확실히, 차이가 크네요."
물론 솔직히 말하자면, 적응을 할 생각이 없던게 아니라 요령을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겠지만...굳이 말대꾸 같은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겠지. 나는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곤, 얘기를 들을 준비가 되었다는 얼굴로 지오씨를 바라본다.
얘기가 나오는 뉘앙스를 보건데, 두번째 보상이거나. 혹은 다음 본론이 나올것만 같다. 어느쪽이건 좋다.
"첫 번째, 라고 하심은....다른 할 말도 있으신거죠?"
#귀를 기울여요
지오는 그 말을 하는 시윤을 조용히 바라봅니다.
" 아쉽네. "
그는 턱으로 거친 수염을 긁습니다.
" 자세가 잡히기 전이었으면 어찌저찌 다른 무기로 끌어들일 수 있었을텐데. 이미 한 무기로 경지에 도달한 모양이구만. "
어렴풋이 시윤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 그렇다면 알려줄 만한 건 적긴 한데... 으음... "
그는 머리를 긁고 시윤을 바라봅니다.
" 고레벨의 의념 각성자들이 어떻게 의념을 펑펑 써대는지 궁금하진 않아? "
"앗, 하하....비교적 최근에요. 지오씨에게 배웠다면, 그건 그거대로 흥미로웠겠지만요."
나는 머쓱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처음 카페에서 만났을 때에도 이제와서 다른 무기로 갈아타긴 그렇지 않냐는 얘길 들었던 것 같은데.
이번엔 진지하게, 무기술이라도 알려줄까 고민하셨던걸까.
창술을 배워 전위직을 한 나 자신은 뭐랄까,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상상이 잘 안되기도 한다.
"어.......확실히요."
그 말에 듣고 보니, 같은 느낌으로 고개를 기울인다.
생각해보면 그것도 그렇군. 고레벨로 갈 수록, 큰 기술을 쓰는데 부담이 없다고 할까...
나는 지오씨를 본다. 분명 방금의 '라만차로' 또한 결코 작은 기술은 아니었을텐데.
전력으로 쓰지 않았다고 한들, 굉장히 여유가 있는 모습이다.
"지오씨만 해도, 방금 그 기술 보여주신거 치곤 굉장히 여유 있어 보이시고요."
나 같은 경우, 혼신의 힘을 모은 역성혁명이나 찰나의 생명 한발이면 망념이 쭈우욱 차오르는데 말이지.
#궁금하긴 해요!
" 심법, 링크, 저장고, 단전.. 뭐 그런 말로 설명하기는 하지만. 그 의미는 간단하다. 의념으로 하여금 내 의념의 일부분을 다른 곳에 저장해두는 셈이지. "
그는 천천히 시윤의 이마에 손가락을 올립니다.
손가락을 타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뜨거운 감각이 느껴집니다.
" 인간의 흐름은 뇌로부터 시작되어 한 호흡이 뱉어지는 것으로 끝난다. 그 과정에서 힘을 모으고 저장하는 것을 누군가는 '축공'이라고 부르고, 또 누군가는 서클을 만든다 따위의 이야기를 해. 실제로 의념시대에 들어 가장 많이 연구가 됐던 분야이기도 하다. 망념화를 각오하지 않아도 안정적인 힘을 낼 수 있다. 그러면 더이상 위험을 감수하고 싸우지 않아도 될 테니까 말야. "
그러나 그 뒤의 이야기는 시윤도 알고 있습니다.
" 그것은 불가능했다. 우리는 의념이라는 힘에 너무나도 깊게 빠져 있었어. 오히려 어중간히 접근한 타 게이트의 힘마저도 의념은 자신의 하위 분야로 흡수시켜버렸거든. "
의념은 독선적이되, 포용적입니다.
왜 아직까지도 인류는 망념화를 정복하지 못했을까요? 그것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의념은 다른 무언가를 써서 한계를 극복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음......."
이마에서부터 타고 흐르는 뜨거운 감각에 작게 신음하면서도, 얘기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의념의 저장, 이라. 확실히 그게 가능하다면 많은 것들이 달라졌겠죠. 몸에 흐름에 관련된 이야기는 흔히들 말하는 기, 라고 해야할까. 신체에 타고 흐르는 기운을 끌어모아 정제한다는건 옛날부터 인간이 가진 개념이기는 했지만....역시 잘 안됐던거네요."
지오씨가 말하는 흐름이란 개념은 조금 알 것은 같다.
구세대 부터 인간에게 유행했던 개념인, 일종의 기(氣)와 흡사한 것 같기도 하니까.
물론 솔직히 말해 그런 쪽에 대해 전문적으로 파고들지도 않았으니, 자세한 내용에 대해선 문외한 이지만.
어쨌거나 인간에겐 원래부터 그런 에너지 저장소에 대한 개념이 있었고, 의념이 도입된 시점에서 그 개념을 시도해보고자 했다...라는 것 까진 알 것도 같다.
"그건......솔직히 놀랍네요. 그런게 가능하다니."
나는 솔직하게 놀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타 게이트의 힘의 개념을 의념 사용자가 접촉하자, 의념의 하위분야로 흡수된다니. 그런게 가능한건가?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늘 쓰고 있는데도 솔직히 잘 모르고 있는거 같기도 하고....뭐라고 해야할까, 팔다리를 움직일 줄은 알지만 그 안에 근육과 신경 구조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반성에 가까운 중얼거림을 하면서, 나는 지오씨의 말을 조금 더 경청한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거의 내 몸과 마음에 피 마냥 당연하게 흐르고, 당연하게 다를 수 있는 의념이지만.
그 개념과 본질에 대해선, 나는 그다지....아니. 그다지는 커녕 솔직하게 말하자면, 전혀 모른다.
내 의념인 '찰나' 에 대한 고찰 마저도, 급급하게 달려오느라 안한지 한참 되었으니까.
#신기하구만, 의념...
" 아, 미리 말하지만 나는 내 저장법은 못 알려준다. 비전 자체가 아무래도 카하노 기사단읙 그거라서. 잘못 알려줬다간 너가 우리 기시단에 있는 문제들까지 업을 수도 있거든. "
그는 곧 시윤의 이마에서 손을 떼면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 네가 만약 의념을 쌓아두려 한다면 두 곳이 가능할 거야. 하나는 네 전체적인 신체. 하나는 심장. "
그는 꽤 의아하단 듯이 말합니다.
" 이상하긴 하네. 보통은 이렇게 극단적으로 두 개로 나뉘지는 않는데... "
" 무슨 얘기 해? "
지루함을 참지 못한 에브나가 난입합니다!
"아하."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그게 아니더라도 비전을 쉽게 쉽게 알려줄 순 없을 노릇이겠지만.
다소 아쉬워도 적어도 비밀이니까 알려줄 생각이 없다, 가 아니라 기사단의 문제를 떠넘겨 받을 수 있다.
라고 표현해준 것만으로도 다소 기뻤다.
"심장과, 전체적인 신체...........으잉? 극단....적이에요? 저?"
극단적으로 두 개로 나뉜다는 말에 나도 의아해져선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되묻는다.
.....왜지?
내 가슴에 심장을 올리고 의아함에 물음표를 띄우고 있자니, 방치 당한 에블죠의 난입 사건이 일어났다.
"아, 그게. 내가 다루는 의념.....이 힘 있지?"
나는 에브나에게 의념을 끌어모은 탄환을 보여주며, 알기 쉽게 간단 요약 설명을 하기로 해봤다.
"이건 우리가 힘을 쓰는데 필수적이지만, 한번에 너무 많이 쓰면 부작용도 심하거든. 그래서 이것의 일부를 다른 곳에 저장해두는 기법에 대한 얘기를 해주시고 계신거야."
따지자면, 수도꼭지 같은 느낌일까.
수도에서 물을 뽑아 쓰는게 보통이지만, 한번에 너무 많이 쓰려면 입구가 터져나가버린다.
그러니 물이 상하지 않을 정도로, 다른 물통에 미리 저장해둘 수 있다면 그 만큼 여유분이 생기는 느낌.
"그래서 내가 그런 방법을 하려면 어떻게 할까, 의 이야기 중인데.... 전체적인 신체랑 심장이 차이가 극단적이라고 하시....네."
나는 자신의 가슴에 여전히 심장을 올려본다. 진짜....왜지?
#심장 뛴다
" 이런 경우는 흔하지 않긴 하다만... 없는 경우도 아니지. 너가 어떤 비전을 다룬다고 했었지? "
시윤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 아무래도 이 경우에는 그 비전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신체의 의념 흐름을 이용하는 비전들의 경우에는 서로 상충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거든. 그걸 무시하고 억지로 다른 곳에 쌓으려고 하면... "
그는 피식 웃습니다.
" 애 앞에서 못 할 말이 되지. "
" ...? "
에브나의 손가락이 스스로를 향하고, 그 눈동자를 가볍게 깜빡입니다.
"아-. 으음, 일단 단순한 아이는 아니긴 한데요."
나는 그 말에 그제서야 뭔가 짐작이 갔다는듯 짧게 탄식한다.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진다는 의미야. 그....주로 내 몸에서. 정확하겐 나도 모르겠지만, 이미 가구를 배치해둔 방에 억지로 새 가구를 난잡하게 밀어넣는.....그런 느낌이겠지."
일단은, 에브나가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너무 잔혹하지 않게 순화해서 표현해준다.
'무시무시한 일' 이란건 정말 무시무시한 일이다.
구체적으론 몸 어딘가가 그로테스크하게 폭발한다거나....
어쨌건 이건 꽤나 중요한 문제다. '무시무시한 일' 은 싫으니까.
일단 상담이라도 드려볼까 싶어서 나는 사정을 설명한다.
"실은, 제가 비전을 현재 두가지 익히고 있긴 해요. 하나는 하이젠피우스 기사단에서 익힌 보법이랑....아까 보셨던 저격술이요. 이쪽은 뭐라 할까.....제 아류? 원본이 있는 저격술의 비전을 어쩌다보니 제 식대로 어설프게 정립하고 있다고 할까...."
끄응, 하고 자신의 심장을 짚으면서 재차 신기해 한다.
현재까지 충돌로 인한 문제점이 생기지 않았다는건, 풀과 숲의 전령은 내 신체의 의념 흐름을 사용하는 형태가 아니라는 소리일 것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역성 혁명은 그 쪽 부류에 든다는건가.
"거의 본능적으로 쓴다고 할지, 아님 습관적이라고 할지. 누구에게 가르침을 받은게 아니랄까, 기억이 불분명 하달까....하하....."
거기까지 말하고 문제점을 깨달았다. 그렇다. 역성혁명은 적어도 지금의 나는 누구에게 정식으로 가르침을 받은 것도 아닌 아류기다.
그러니까...................뭔가 조언을 들을 사람이 없군....
#우리 금쪽이...
마치 윤시윤을 ㅇㅠㄴㅅㅣㅇㅠㄴ으로 분해할 만한 일이겠죠!
아직 에브나가 알기에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 일단 내가 본 것에 한해서만 얘기를 해주마. "
지오는 짧게 말합니다.
" 지금 네가 비전을 쓰는 방식... 꽤 크게 몸에 부담을 줘서 사용하는 것 같은데 그 비전으론... 너만의 형태를 쓰긴 힘들 거다. "
아으윽, 하고 그는 머리를 가볍게 헝클이다가 말합니다.
" 뭐 너한텐 상처가 될 말이지만 이상한 기대를 하지 말라고 얘기하자면... S랭크. 너만의 비전을 만들어가는 그 단계에 도달할 수가 없을 거야. 그 비전의 한계는 극한인 A랭크까지다. 마치 너랑 완전히 다른 사람이 쓰는 방식을 억지로 맞지 않는 육체에 맞춰 사용하는 느낌이야. "
아.
확실히 역성혁명은 신체에 가해지는 부담이 꽤 있는 편이긴 합니다.
" 만약 그걸 네가 누군가에게 배웠다고 했으면 그 놈을 찾아가 패줬을 만 하지만... 그걸 네가 만들었다고 하니. "
하아, 하고 지오가 깊은 한숨을 내쉽니다.
" 뛰어난 재능이 있는 것은 축하해줘야 하지만, 맞지 않는 기술을 사용한단 점에선 혼내야 하나 걱정도 드네. 그러니 네가 의념을 쌓아둘 수 있는 통로가 두개 뿐인 거였어. "
"으으으으....."
얘기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조금 찔렸다고 할까.
솔직히, 알고는 있었던 내용이다.
이 기술은 엄밀히 말하자면 나의 것은 아니다.
'나' 가 썼던 기술의 편린을, 무의식에서 깎아낸채로.
정확한 원리와 가르침도 모르고, 그저 쏘아낸다.
거기에 담겨있는 한과, 반역의 정신과, 마음가짐은.
지금의 나에겐 엄연히는, 겪어본 적 없는 것인 것이다.
다만 역시 정면에서 들으면, 조금 마음이 아프긴 하다.
'나' 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진 않기는 해도.
이 기술에 담겨있는 마음 가짐을 어렴풋이 느끼는 나로써는, 그것을 제대로 계승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승화하겠다....그렇게 생각했으니까.
"그.....음, 사실 사정이 있어요. 이 기술과도 관련된."
나는 조금 머쓱하게 웃는다.
그러고 보면 엘터 선생님 이후로 이런 얘기를 터놓을 사람은 없었다.
그 당시에는 정신적인 패닉에 몰려 있다는 점이 다르긴 하다만...
"다소 터무니 없거나 허황되게 들리실 수도 있지만, 그. 혹시 들어주실 수 있나요?"
나는 지오씨에게 조심스럽게 허락을 구해본다.
"별로, 뭔가 답을 달라던가. 문제를 해결하라던가. 이런 차원의 이야기는 아니구요. 실은 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여태 많진 않았어서요. 하하...."
듣고도 단순히 곤란해 할지도 모르고, 솔직히 뭔가 보상이나 해결이 될 것 같지도 않다마는. 이 사람을 도운 것도 애초에 무언가를 얻어내려고 타산적으로 돕기 시작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나는 다소 인간적인 관계의 접근을 해보기로 했다.
#대화
" 뭐..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만... "
곧 그는 아니다. 하는 표정으로 시윤의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
" 뭔데 그러냐. "
"엑, 방법이 있어요?!"
있어요!? 하고 깜짝 놀라서 묻는다.
아니 내 막막함은 헛물켰던 것이란 말인가!?
엄청나게 신경쓰였지만, 이내 큼큼 하고 얘기를 들어달라고 부탁한 입장으로써 하려던 말을 해보기로 했다.
....막상 하려니까 뭐라 도입부를 설명해야 될지, 어려워서 조금 고민하게 된다.
과거의 나는 이걸 잘도 애들 떠보는데 썼군. 새삼 놀랍다.
결국 조금 생각하고 생각해도 다른 도입부를 모르겠어서, 나는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실은, 저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어요."
소설같은 이야기다.
"대한민국 시절, 1세대의 군인 저격수였던 누군가의 기억을. 어린 나이 때 부터 정말 강렬하게 떠올렸어요. 자세한 내용 같은건 또 어렴풋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거기서 살고 죽었다는 실감만은 지나칠 정도로 생생하게 뇌리에 박히더라구요."
"한 때 죽어버린 '나' 가 되살아났다는 착각에 깊이 빠져있을 만큼, 정말로 생생했었죠."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여기서 한번 텀을 두기로 했다.
지오씨가 여기까지 듣고 터무니 없는 소리라던가 정신 나간 녀석으로 본다면 더 억지로 들려드리는 것도 이상하니까.
#오랫만에 하는 전생 이야기
그는 굳은 표정으로 시윤을 바라봅니다.
" 그렇구나. "
곧, 그는 시윤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얘기합니다.
" 괜찮아. 어린 나이에 가진 환상을 의념 각성자가 되면서까지 유지하는 경우도 흔친 않지만 종종 있긴 하니까. 그래. 전생의 너는 군인이라는 설정인 거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출신의? "
중2병이 조금 길게 이어지는 윤시윤이 되어버렸네요.
- -19- 죽음과 기사단
- "못 믿으시는 것도 이해해요. 그렇지만, 진심이에요. 적어도 제가, 1세대 시절을 치열하고 힘겹게 살아간 누군가의 기억을 떠올린 것만은요. "
나는 지오씨에게 부드럽게, 그러면서도 진지한 얼굴로 얘기한다.
"이 비전이야말로 그 증거 중 하나에요. 그 명확하지 않은 기억속의 재현을 억지로 따라하다보니, 저 외엔 쓰는 사람도 없을 독자적인 비전이면서도, 지오씨가 지적한 것처럼 제 몸에 어울리지 않는 무리한 기술이 되어버린거죠."
가볍게 웃음을 터뜨린다. 다소 아이러니 하다. 그렇다.
이 기술은 나의 오리지널이면서도, 무리한 카피다. 모순스럽다.
"그런 기술,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와서는 내려놓아도 좋을지도 모르지만........이 기술과 함께 있으면, 이야기가 떠올라요."
나는 심장에 손을 얹고는 거기에서의 흐름을 천천히 느낀다.
비전을 포기한다는게 그리 간단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르는 만큼, 방금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 안 어딘가에서 '그럼 역성혁명을 정리하고 더 안정되거나 고급된 비전을' 같은 생각도, 할법도 했다.
왜냐면 예전과 달리 나는 이제 더 이상 '역성 혁명 외엔 아무것도 없는 녀석' 이 아니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이 기술은 그다지 범용성이 좋은 축에 들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이 기술을 포기하겠다는 생각을 그다지 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험난하고 고통스럽기만 한 세상속에서도, 살아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쳐온 사람들이 거기에 있었어요. 웃고, 울고, 또 누군가를 소중히 여기고. 거대한 세상속에서 짓밟히는 미물 같은 인간들의 삶이어도, 살아갔다는 이야기는 분명히 있었다. 이 불완전한 기술이, 그 사람이 누굴 지키고자 했던 이야기의 흔적이라면.....내가 그 의지를 잇고 싶다고. 그 이야기가, 덧없이 잊혀지게 두고 싶지는 않다고...."
나는 '1세대의 저격수'가 아니다.
'그' 의 인생과 이야기는 끝났다. 어쩌면, '실패'에 가까울지도 모르는 형태로. 그것이 결말이다.
나는 그의 이야기의 후속편이 아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승하고 싶은 것이다.
필사적으로 노력하며 살아왔던 한 인간의 의지가, 잊혀지고 무의미해지길 바라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가슴에 무언가 울컥하고 차오르는 기분이라, 나는, 이 기술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
"....죄송해요, 좀 두서가 없었네요. 그래도, 음....제 생각엔. 이게 제가 지오씨를 최대한 돕고 싶은 이유인 것 같아서요."
#얘기
지오는 가만히, 시윤의 말을 듣습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시윤은 지오를 도울 이유가 없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자신의 일을 도와주겠다고 한 것도, 어떻게 보면 치기 어린 아이의 이야기일지도 몰랐으니 말입니다.
그는 창을 가볍게 매만집니다. 고민이 가득한 표정으로 창을 만질 때마다. 그는 쓴 표정을 짓습니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입을 엽니다.
" ......너에게는 내가 아직 말해주지 않은 게 있어. "
그는 진중한 표정으로, 시윤을 바라봅니다.
" 카하노 기사단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들어볼래? "
지오씨는 무슨 생각을 할까.
역시 이상한 녀석이라고 생각할까?
솔직히 확신할 순 없다.
다만 진지한 얼굴로 창을 매만지며 고뇌하는 그를 보건데.
적어도 내가 가벼운 장난이나 허풍을 떠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진 않은 것 같아서. 그 것이 기뻤다.
".....네."
나는 그의 말에 긴 말을 덧붙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다.
듣고 싶다. 그리고, 아마도. 지오씨도 들려주고 싶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듣고 싶어요."
나는 진지한 얼굴로 얘기한다.
지오씨는 아마, 그냥 착한 어린아이의 치기어린 선의로 보았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아니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깊게 고민해본 나에게는.
이미 끝난 이야기를, 미련을 가지진 않되 그럼에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이.
어딘가에선 동경하고, 어딘가에선 스스로에게 부끄럽고, 어딘가에선 공감했기 때문에.
그야말로, '남의 일 같지가 않아서'. 나는 그를 돕기로 했던 것이다.
거기에 어떤 무겁고, 울적한 현실의 이야기가 기다린다고 해도. 나 또한 그들의 이야기를 외면하지 않고 싶었던 것이다.
#듣고 싶어요.
"재밌는 이야기는 아닐 거다."
지오는 차분히 이야기를 잇습니다.
" ...먼저, 나는 카하노 기사단의 최후를 함꼐하지 못했다. 아마 대충은 예상했겠지만. 그때 나는 기사단과 갈라져 있던 상태였지. 어느날 기사단의 이들이 시민에게 배신당했고, 카하노 기사단이 소멸했단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나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
확실히 이상한 부분입니다.
카하노 기사단은 그 역사를 타고 올라가면 1세대와 2세대. 그 어딘가에 걸쳐있는 기사단입니다. 시대에 따라 강함을 가늠하는 것이 옳지는 않겠지만, 카하노 기사단쯤 되는 이들이 시민들의 문제로 쓰러졌다는 것. 시윤 역시도 의심스럽던 부분입니다.
" 그래서. 그 이야기를 쫓기 시작했다. 왜 카하노 기사단은 무너졌는가. 왜 카하노 기사단이 그렇게 급작스럽게 무너졌는가. "
그는 쓴 미소를 짓습니다.
" 배신자가 있었지. 기사단원들을 속이고, 그 녀석을 망념화에 빠지게 한 존재가 있었다. 그리곤 그 녀석의 문제를 이용해.. 제 사욕을 채우기 시작한 녀석이 있었다. "
말합니다.
" 로보스 윌른. 게이트에서 실종됐던 놈이 돌아왔던 것에 기뻐했지만, 그놈은 기사단의 뒤통수를 치고 만 거야. 결국... 기사단은 와해되었고, 그 문제는 기사단의 내분을 도우려 했던 시민들에게 전가되었다. 그리고 최근에서야... 그 단서를 찾아냈지. "
시윤은 무언가를 짐작한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 시체와 칼날의 노래 교단. 로보스 윌른, 그 녀석의 뒤에는 시체와 칼날의 노래 교단이 있는 것 같았다. "
".....그런 일이."
나는 씁쓸한 얼굴로 이야기를 들으며,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인다.
기사단장님에게서 카하노 기사단의 최후를 들었을 때는 비극에 잠겨 있었지만.
생각해보면 명망 있는 기사단의 무력이 시민들에 의해 쓰러졌다는것은, 명백히 이상하다.
나 혼자서만 해도 민간인에게 질 일 같은건 없지 않은가.
그러나, 배신자가 있다면 이해가 간다.
"진짜.....개자식이네요."
나는 이빨을 갈면서 주먹을 쥔다. 같은 동지들을 속이고, 흩어지게하고, 도우려던 시민들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다니.
뭐 이딴 개자식이 다 있나.
"그렇단건, 역시....지오씨, 최근에 죽은 자들이 돌연히 돌아왔다는 소문. 들어 보셨나요?"
최근에서야 단서를 찾아냈다는 말에, 나는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시기에 단서를 잡았다는건, 역시....그 놈들인가. 나도 아까전의 지오씨처럼 고민하다가, 각오한듯 표정을 바꾼다.
"실은, 제가 아까 말한 '부탁'도 그 시체와 칼날의 노래 교단과 연관되어 있어요."
#네 이놈들!
" 그래도 맘은 편하네. "
지오는 정말로, 편안한 표정으로 시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쌓아온 것들이 조금 해소된 듯 개운해보이기까지 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 그런 소문이 돈다고...? "
하지만 그런 그도 시윤이 말하는 소문에는 무지한 듯 이상한 표정을 짓곤.
천천히 손을 흔듭니다.
" 아냐. 말하지 마. "
시윤은 그 말에 지오를 살핍니다.
그는 꽤나 무언가를 억누르고 있는 표정으로 시윤에게 설명합니다.
" 만약. 아주 만약에라도 그 놈들이 기사단과 관련이 있고. 이 일의 배후에 그 녀석이 있다면.. 나는 그 놈들을 용서할 수가 없거든. "
그렇습니다.
이 정보가 지오에게 돌아갈 시. 그는 즉시 시체와 칼날의 노래 교단과 기사단의 문제에 대해 찾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말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시나리오가, 가속될 겁니다.
Tip. NPC에게 불쌍하다고 아무 지식이나 주지 마세요. 여러분에게 주어지는 지식은 절대자와 관찰자의 입장에서 주어지는 지식이라는 점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그럼 다행이에요. 저도 지오씨에게 털어놓아서, 어쩐지 마음이 편해졌었거든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어지는 반응에 조금 아차 싶었다.
....하기사. 지오씨가 너무 쾌활한 인물이라서 생각하지 못했을 뿐.
그 녀석에 대한 감정이, 결코 가벼울리가 있나.
내가 같은 입장이었어도 마찬가지다. 끓어오르는 원망과 분노로, 복수귀가 되지 않은게 대단한 정신력이지.
"....그렇게 할게요."
나는 조금 미안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가, 무언가 덧붙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서로 어색하게 침묵이 이어지는 것도 좋지 않으니까, 화제를 돌려본다.
"그럼 즐거운....즐거운? 화제로 돌려서, 무언가 강해질 방법 같은건 없을까요? 저."
원래의 화제인 내가 성장할 방법에 대해서 물어보기로 했다.
"이래보여도 상당히 이것저것 배우고 있는 편이라, 특별히 뭘 가리는건 없는데...."
#화제 전환
" 지금은 가진 거를 소화하기도 바쁜 상태로 보이는데? "
지오는 시윤을 살펴보면서 말합니다.
" 성장이 느린 편이 아냐. 오히려 너무 빠른 편이지. 그것 때문에 신체에 불균형이 올 정도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
확실히 최근 시윤은 몇 계단이 아닌, 수십 계단을 동시에 뛰어오르며 강해진 것에 가깝습니다.
" 지금보다 더 빠르게 강해질 방법? 없진 않지. 그런데 그 뒤에 넌 네 힘에 책임은 질 수 있고? "
그는 씩 웃으며 말합니다.
" 지금 당장 더 강해질 생각보단 다양하게 즐겨봐라. 세상이 시궁창이긴 해도, 그래서 더 즐길 만한 것도 많잖아? "
그 말에 에브나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확실히 맨날 강해지는 게 목표로 내달리는 윤시윤에겐 휴식이 필요한 법입니다!
".....확실히."
나는 이야기를 듣고 곰곰히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이곤
쾌활하게 웃음을 터뜨린다.
"확실히 그럴지도요! 이래 보여도, 주변 동기들 보다 좀 빠르다곤 생각하고 있거든요!"
왓핫핫 하고 웃으면서 내심 속으로만 생각하던 살짝 부끄러운 우월감을 살짝 털어놓았다.
"말씀드린 사정 때문에, 뭐라고 해야할까. 계속 계속 강해지려는 습관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워커 홀릭 같은게 되어버렸달까."
전쟁 PTSD 같은건 이제 많이 완화 되었지만. 그럼에도 결국, 약자의 무력함이란 녀석은 강하게 새겨져 있다고 할까.
무언가를 지키고 이루기 위해서 강해진다. 그런 생각이 그렇게 쉽게 쉽게 놓아지는 것은 아니다.
성실할 정도로 재미 없는 녀석이라, 놀 줄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혼자도 아니고...."
나는 에브나를 흘끔 보면서 웃는다. 내가 강함에 집착해서 수련만 하고 있으면, 에브나는 따분해지겠지.
보호자로써 그것은 영 기분 좋지 않고, 도라 어르신에게도 죄송 스럽다. 홀로 다니던 습관이 남아 있던 걸까.
"그런 의미에서, 여자애랑 즐길려고 놀려가려면 뭐. 어디가 좋나요? 추천해주시는 곳이라도 가볼래요."
#놀러갈 곳 추천 받읍니다
지오는 무언가 고민하는 듯한 표정으로 생각하다가. 아, 하는 감탄사를 내뱉습니다.
" 의념 시대 이후에 생겨난 거긴 하지만. 너희 같은 모험 좋아하는 꼬마들이 좋아할 만한 곳이 하나 있지. "
시윤은 주소를 공유받아 살펴봅니다.
으음... 영국의 어느 어귀에 존재하는... 게이트로군요.
" 심해도시와 관련된 게이트다만... 이상하게 잠잠해서 알려지지 않은 편에 속하지.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가보도록 해. 혹시 모르잖아? "
그는 속물적인 미소를 짓습니다.
" 먼 심해의 보물을 찾을지도 모르잖니? "
" ...? 심해? "
그리고 에브나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아이고...
"오......유럽의 장소를 소개 받는건 두번째네요. 제니아 기사단장님이 비스케이 만의 지하도 소개 해주셨거든요."
나는 주소를 공유 받으면서 고개를 끄덕 끄덕여본다.
물론 거기는 상당히....'나 자신의 한계를 알아봐라' 라는 느낌의 지옥도인 것 같지만.
여기는 그것보단 조금 온화 해보인다.
....맞겠지?
"심해란, 아주 깊은 바닷속을 의미해. 에브나. 아. 바다는......물이 엄청나게 많은 곳을 의미하고."
그러니까 엄청나게 물이 많은 곳 중에서 가장 깊은 곳인거지. 라고 덧붙여서 설명을 완결한다.
"좋아요. 사실 바로 가보는게 좋을지도 모르겠지만....아참. 그러고 보니, 추가로 더 부탁하실만한 일은 있나요? 없으시면 일단 저번처럼 여기저기 돌면서 정보를 수집하는 느낌으로 갈까 하는데요."
라면서, 나는 이야기가 마무리 되어갈 참에 지오씨가 추가로 부탁할게 있는지 물어보기로 했다.
#대화
" 엄청 커다란 목욕탕 말하는 거야? "
에브나가 살면서 본 물이 엄청 많은 곳은.. 욕조가 끝입니다.
그런 에브나가 혼란에 빠지는 모습을 보며 지오가 꽤나 유쾌하게 웃습니다.
" 크흐흐... 고생 좀 하겠구나. 꼬마야. "
그는 시윤의 머리를 대충 헝클이면서 옆을 지나갑니다.
" 더 물을 거는 없으니까. 그때 되서 필요하면 찾으러 오거라. "
" 커다란 욕조... 더 커다란 욕조... 아주 많은 물.......? "
"앗 지오씨! 그럼 연락처라도 알려줘요!"
지나가는 지오씨에게 마지막으로 다급하게 얘기한다.
늘어진 소에 쪽지를 맡기는 방식은 여전히 통하겠지만....솔직히 번거로워!
"에브나는 음~, 그게 아니라....."
그 다음 스턴 상태에 빠진 그녀에게 뭐라 설명해야 할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말로 할게 아니라, 바다 구경할 겸 직접 가볼래?"
라고 권유하는 것이다.
#대화
" 숙녀의 씻는 모습을 보는 건 실례야 시윤. "
자기 몸을 끌어안듯 자세를 취한 에브나는 조용한 말투로 시윤에게 말합니다.
오해가... 깊어지는 중이군요. 이미 에브나의 머릿속에 바다는 아주 거대한 욕조일 겁니다....
그리고 지금 시윤은 누군가의 욕조에 쳐들어가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니까...욕조가 아니야. 말하자면, 물의 숲이야. 나무가 잔뜩있는 것처럼 물이 잔뜩 있고, 거기에 많은 생명들이 산단다."
제대로 설명해주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바다는 누군가의 소유물이 아니라, 자연이라는거지. 그러니 찾아가도 실례는 아니야. 구경가지 않을래? 나를 믿어주렴."
나는 에브나를 열심히 설득해본다. 변태라는 오해를 받기 싫은 것도 있지만, 이런 경험들이야 말로 바깥세상을 알게 해줄테니까.
#대화
에브나는 진득한 고민 끝에... 이야기를 꺼냅니다!
" 도라는... 바다에 커다란 할머니가 산다고 했어. "
아! 신이시여! 신화시대여!!!!!!
"음....."
어르신-!!
나는 속으로 소리쳤다가, 문득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럼 진짜인지 가서 보고 싶지 않아? 바다에 정말 커다란 할머니가 살까?"
굳이 이렇다 어쩐다 더 설명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아이가 보러가고 싶어할만한 동기를 호기심 증폭으로 유도해보는 것이다.
그래도 관심이 없다면, 뭐....억지로 끌고가는 것도 이상한 일이고.
#대화
" ...!!! "
좋아요! 조금만 더 설득해봅시다.
거의 낚인 것 같군요!
"바다 할머니가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왜 그런 곳에서 사는걸까? 머릿속에서 잘 상상이 되니?"
에브나의 머릿속을 유추해보자면
엄청 큰 욕조에서 인자한 할머니가 '호호호' 하고 웃고 있는게 바다인걸까.
그렇게 생각했더니 나도 조금 웃겼다.
"내 생각엔, 직접 본다면 훨씬 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만약 바다 할머니가 없다거나,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면. 나중에 도라 어르신에게 에브나가 바다가 뭔지 설명해주기도 해야지."
#대화
" ...... "
에브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 시윤이 그렇게까지 말했으니까. 같이 가줄게. "
하지만 자기 잘못은 없다는 아이 특유의 순수한 떠넘기기를 시도합니다!
"정말 고마워. 에브나가 날 따라줘서 엄청나게 기뻐."
귀엽다는듯 웃으며 동의한다.
이럴 때 아득빠득 '아닌데?? 너가 가고 싶은거잔아?? 말은 똑바로 해야지??' 라고 말하면 못난 어른이다....
"그럼 근처 바다로 가보자."
#근처 바다로 이동 해보조! 유명한 곳이면 더 좋고.
한때. 의념시대 이전에는 슈프레발트는 독일의 아마존이라는 이름이 붙을 만큼 신비한 도시였다고 합니다.
수로로 이어진 길을 따라 여행하는 여행객들이 있었을 정도라고 하니까요.
하지만 그리 멀진 않은 옛날. 독일에는 셜즈비드란 게이트에서 나온 한 몬스터가 강물을 모두 삼키는 바람에 이 강의 강물은 뒤틀려버렸고, 결국 슈프레발트를 통해 바다로 향하는 길이 막혀버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의념 각성자이기에 약간의 망념을 소모하여 잠시 여행을 떠납니다.
하늘은 어둑해지고, 하늘을 올려보면 별을 볼 수 있을 때쯤. 두 사람은 바다를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 여러 토굴을 건너고, 게이트로 인해 단축된 거리들을 넘을 필요가 있었지만 그 부분은 건너뛰도록 합시다.
요즘 할 게 없는 시윤주를 위한 서비스입니다!
모래를 밟고, 에브나는 맨발로 천천히 바닥을 바라봅니다.
이미 하늘은 어두워졌고 두 사람은 지쳤습니다. 망념을 조금 쓴다면 체력은 회복할 수 있겠지만. 에브나는 바다를 보느라, 시윤은 그런 에브나를 신경쓰느라 할 수 없었죠.
" ... 아.. "
에브나는 눈에 바다를 담습니다.
저 끝을 모르고 이어진 바다가 손을 들어, 다가오는 두 소년 소녀에게 손을 뻗으면 그 간지러운 바람이 파도가 되어 발끝을 젹시고 갑니다.
" 차가워. "
하지만 그런 에브나의 표정은 나쁘지 않습니다.
" 하지만 싫지 않아. "
웃고 있습니다.
에브나는 맑게 웃으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파도 조각을 만집니다.
그 물은 잠시 에브나의 손에 머무르고 떠나갑니다.
....!
에브나의 레벨이 증가합니다!
이제 에브나의 레벨은 30입니다!
그녀의 레벨이 올랐다는 놀라움도 잠시.
나는 일단, 순수하게 즐거워 보이는 그녀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바다 할머니가 없다고 실망하는 기색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바다는.....예쁘지?"
가볍게 허리를 숙여 물을 조금 뜨곤, 상대를 향해 가볍게 튀긴다.
"날이 조금 따뜻할 땐, 이렇게 물장난을 치거나 바닷물 속에서 팔다리를 휘저으며 나아가면서 즐기기도 해. 그런걸 수영이라고 하고."
지금은 수영을 즐기기엔 조금 춥지만 말이야. 라고 나는 웃으며 덧붙인다.
"또, 바다는 엄청나게 넓고 깊어. 우리가 눈이 아무리 좋아도 쉽게 그 끝을 관찰할 수 없단다."
#에브나와 물놀이 하면서 바다를 알려줍니다.
" 프엣... "
에브나는 시윤이 살짝 친 바닷물이 입에 들어갔는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물을 가볍게 두드립니다.
그러자 곧, 바다의 일부가 커다란 손이 되어 시윤에게로 쏱아집니다!
우리 에브나는 물놀이 최강자가 될 거야!
" 끝이 없어? "
머리에 뭍은 물을 털어내는 시윤에게 에브나는 조심히 물어옵니다.
" 왜? "
왜 병의 시작이다!
"잠, 이거 어떻게 한 ㄱ - ..."
풍덩.
어푸푸, 바닷물 펀치에 맞아 푹 젖은 생쥐가 되선 물이 뚝뚝 흐른다.
자연의 힘을 조종한건가?? 어떻게 한거야 도대체.
"왜 일까...."
옷과 머리의 물을 털어내면서 에브나의 왜? 에 대해서 조금 고민해본다.
왜, 라. 솔직히 신한국 정서에 맞춘데다 딱딱하다고 여겨진 나는 잘 가져보지 못한 의문이다.
다만 이런 질문을 얼마나 존중해주느냐에 따라 아이의 창의성이 달라진다고 오은영 아동의념학 박사님에게서 들은 기억이 있다.
그러니까, 나는 고민하다가 손가락으로 위쪽, 그러니까 하늘을 가리키는 것이다.
"나도 정확한 이유는 몰라. 다만, 아마 하늘이 드넓게 펼쳐져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에브나처럼 왜 그렇게 되었을까 의문을 가지며 연구하기도 한단다."
어설프게 아는 척 하는 것보다는 솔직하게 같이 고민해보기로 했다.
#에브나랑 바다 구경
" 으음...... "
에브나는 여전히, 모르겠다는 듯 의문스러운 표정을 짓습니다.
오은경 아동의념학 박사님입니다. 조심하자고요.
" 도라가 그랬어. 하늘이라는 것은 여러 사람들의 마음이 닿는 곳이래. 좋고, 부정적이고, 싫고, 슬프고, 기쁘고. 그런 감정들이 저 멀리 하늘이 되고. 그래서 신들은 하늘을 보며 사람들의 소망을 알 수 있다고 했어. "
그러면서 에브나는 하늘을 바라봅니다.
유독 길게 펼쳐진 하늘에는 눈에 두드러지는 구름 하나가 눈에 띕니다. 마치 긴 수염처럼 늘여진 그 모습을 보며 에브나는 미소를 짓습니다.
" 바다도 그런 거라고 생각해. 하늘이 마음이 가는 곳이라면 바다도 수많은 생각이 다다르는 곳이라고. 파도가 일렁이는 것도 사람들의 생각이 하나로 고정되지만은 않으니까. "
곧, 에브나는 손을 파도로 향합니다.
" 그러니까 바다라는 것은 눈으로 볼 수 없는 거야. 생각을 눈에 다 담을 수는 없으니까. "
으흠...
재밌는 경험입니다!
에브나의 영성이 3 증가합니다!
"....도라 어르신 다운 멋진 생각이구나."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하늘 위에 길게 늘어진 수염 구름을 보고 마찬가지로 미소 짓는다.
여러 사람들의 마음이 닿는 곳이라. 확실히.
사람은 상념에 가득 찰 때 무심코 하늘을 올려본다.
소원을 빌 때에도. 그것은 드넓은 하늘이 그러한 마음을 담아줄 수 있을거라는 기대가 아닐까.
"에브나는 똑똑한걸. 바다는 잔잔할 때도 있고, 폭풍이 불어 큰 파도가 올 때도 있지. 나는 그런게 가끔 세상 살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어. 인생에서 힘든 파도가 몰아칠 때도 있고, 소소한 행복을 즐길 때도 있는 법이니까."
뒤이어진 에브나의 추론에, 진심으로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순수한 면이 있어도, 이 아이는 마냥 어리숙하지 않다. 오히려, 나보다 현명할 것이다.
"하늘에 새들이 날며 사는 것처럼, 바다엔 수 많은 물고기가 산단다. 잠수해서 구경이라도 해볼까?"
#대화
여기서 깊은 바다로 향하게 된다면, 해양 몬스터들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잠수합니까?
어....평화로운 물고기 구경을 할만큼 바다는 만만하지 않군.
나는 잠수하려다가 잠깐 멈춘다. 만나서 싸울 수도 있기야 하겠다마는.
애한테 즐거운 경험을 시켜주려고 왔는데 잠수해서 해양 몬스터와 피튀기는 혈전을 벌이는 것은.
뭔가....좀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어쨌건, 세상은 넓고 이리저리 신기한 것들이 많지!"
에브나를 보며 활짝 웃어주고는
"여러군데를 다녀보자. 에브나는 혹시, 대략적이라도 좋으니까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니?"
#대화
" 학교? "
에브나는 기억을 떠올리는 듯 말합니다.
" 언니? 라고 자길 부르라던 사람이 말했어. 모르는 것을 알려줄 만큼 똑똑한 사람들이 있다고. "
"흐음, 학교라."
언니라고 말하라는 사람은, 아마도 린인가.
그러고 보면 가디언 아카데미 제의도 받았었지.
확실히 호기심이 많은 에브나에게 대답을 해줄만한 사람이 있다면, 좋을 것 같은데...
#근처에 찾아갈만한 학교나 아카데미가 있을까요?
아카데미라면 찾아가긴 어렵겠지만 학교라면... 으음...
비각성자용 학교가 있긴 하지만, 시윤과 에브나가 갑자기 찾아가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거기다 잘못 보내버리면 에브나가 학자 루트를 탈 수도 있으니.
"음~~~"
음 이 길어지고 있다.
가디언 아카데미는 가고 싶다고 휙 방문할 수 있는 곳이 아니고.
그렇다고 그냥 학교 선생님은 우리 같은 사람들이 찾아가면 기절하지 싶은데....
그럼 질문에 대답해줄 사람을 찾아봐야 한단건데.
"...손유씨한테 혹시 그런분이 있나 여쭤볼까? 그, 멋진 그림 그리시던 분."
분명 아카데미 출신이셨고, 어느정도 소개 받아볼 수 있지 않으려나?
#소, 손유씨한테 가보는건 어때?
손유 - 멀다.
이런...!!!!!!
" 지금이 아니어도 괜찮아. "
에브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젓습니다.
" 어디까지나. 언젠가.. 의 바람같은 거야. "
아빠 우리 집은 가난하니까 이런거 못 사주지? 를 당하는 아빠의 마음이 이런 대미지일까요.
아픕니다...
- -20- 위험한 회담
- "....."
예상치 못한 배려에 잠깐 입을 쩍 벌린다.
당황해서 뭐라 말하려고 입을 뻐끔거린다.
당장에라도 과감한 허세를 내뱉고 싶어지는,
그 정도로 마음 아픈 치명적인 대미지였다.
"...그, 그래...꼭!! 해줄게. 언젠가..."
당장 여기서 자존심에 무리한 허세를 펼치곤
아이를 이끌며 주객이 전도된 방랑길을 떠나는게 아마 최악이다.
그러니 나는 그 배려를 받기로 했디만, 뭐랄까 비참한 패잔국이 협정에 서명하는듯한 기분을 느꼈다. 나는 그 기분을 떨쳐 내기 위해 굳이 꼭!!을 강조해둔다.
"...."
잠깐 쇼크로 표정 관리가 안되서 입가를 손으로 가린채 시선을 비스듬히 내려 생각에 잠긴다. 나는 늘 당당하니 정면을 보지만, 간혹 이렇게 자신이 없어질땐 시선을 비스듬히 내리는 버릇이 있다. 문제는 착한 아이가 자기 말 때문에 충격에 빠진 내 모습을 계속 보면, 그건 그거대로 상처입을지도 모른다.
이럴 땐 어색함을 감수하더라도 화제를 돌릴까...
"다, 다른 곳으로 영화나 공연은 어떠니!? 아니면 동물들을 구경할 수 있는 모곡장이라던가??"
목장을 혀까지 씹어가면서, 나는 애를 썼다.
#쇼크
" 지금은 괜찮아. 살짝... 나른해. "
물놀이를 즐긴 후의 아이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
졸림이군요!
물론 에브나의 경우는 망념이 증가하며 피로가 나타나는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가깝긴 해보이지만요.
에보나의 현재 망념
../,,,,,,,,,,
"그럼 근처 여관으로 가자. 쉴 수 있도록."
졸려하는 것 같으니 고개를 끄덕인다.
실컷 놀았으니(사실 좀 과격하게) 피곤할만도 하지.
근처 여관에서 한숨 잘 수 있도록 해줘야겠다.
#근처 쉴만한 곳으로 이동해봐요
기사재전의 숙소로 돌아옵니다!
방에 에브나를 집어넣자, 곧 도로롱하는 숨소리가 방에서 들려옵니다.
꽤 지쳤나보네요.
".....당분간은 괜찮겠지."
잘 자는 에브나를 보며 생각하고, 가볍게 기지개를 편다.
그럼 슬슬 일을 해볼까.
#근처 UHN 본부로 가봅시다.
UHN으로 향합니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국제법적으로 많은 곳에서 공통적으로 명시하는 법안이 있습니다. 각 분야의 허가자, 가디언, 그리고 헌터만이 의념의 제한적인 사용을 허가받는다.
이들도 일확천금을, 아니면 의념의 사용을 위해 헌터가 되려 하는 것이겠죠. 시윤은 그들을 가볍게 살펴보다가 안내원의 옆. 경비병이 지키고 있는 구역을 향해 걸음을 걷습니다.
경비병은 시윤을 말리려다가 시윤의 옷을 보고, 그 문양을 보곤 문을 열어줍니다.
그리고 곧,
거대한 소파 두 개와 탁자.
그리고 그 탁자 위에 간단한 다과가 있는 방 안에 시윤을 도달합니다.
" 후. "
온 몸에 새하얀 거품이 피어나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검은 정장을 입고 있지만, 그 정장은 곧 젖고, 사라짐이 반복됨에 따라 색이 점점 옅어지고 있는 게 눈에 띄는군요.
그런 풍경을 시윤에게 보여주면서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자리에 앉은 남자는 시윤을 보며 툭 말을 내던집니다.
" 가디언 협회가 아니라 헌터 협회에 오시다니. 길을 잘못 드신 게 아닙니까? 특별반의 윤시윤 군. "
역시. 헌터 협회는 가디언 협회라는 분위기가 다소 다르다.
가디언 협회가 공무원들이 모여있는 질서 정연한 곳이라면
여기는 뭐라고 해야할까, 소설속의 용병길드라고 해야할까. 좀 더 사적이다.
특별반의 교복 덕분에 다소 귀찮은 실랑이는 안할 수 있었군.
곧바로 어느정도 책임자를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시작부터 시원한 견제가 들어오고 있다. 숨길 생각 조차 없군.
"헌터 협회라고 소개 해주셨으니, 정확하게 찾아온 것 같아 안심되는군요."
저런 라이트한 잽에 발끈해서 넘어가면 대화는 시작되지 않는다.
애초에, 나는 현재 특별히 죄를 짓거나 잘못한게 없다.
거기서 나오는 자신감이 내 가장 크고 유일한 무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별반 프로젝트는 헌터 협회가 진행하는 것이기도 하니, 제가 여기에 온 것이 그리 어색하진 않다 믿고 싶습니다."
#하하하.
" 그렇게 믿으실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잠깐이면 남 아닙니까. "
그는 별로 길게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듯 시윤을 바라봅니다.
" 그리고. 그건 시윤 군에게도 마찬가지이지 않습니까. 가디언의 의뢰 외에는 여타 의뢰들은 해결하신 적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아, 돌발 의뢰들은 제외했습니다. "
일상 배경의 경우는 돌발 의뢰로 처리되었습니다.
뭐, 그런 말을 하면서 상대는 별로 대화가 하지 않고 싶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날 준비를 합니다.
" 어색한 사람과 있어봐야 별로 좋을 것도 없지 않습니까. 이만 파할까요? "
"맞는 말씀입니다. 제가 다소 헌터 협회랑 어색한 관계인 것은요. 아쉽게도 별 용무가 없는데 차와 다과를 즐기며 잡담을 나눌만한 사이가 아니라는 것엔 동의합니다."
신랄한 말에 어깨를 으쓱이면서 긍정한다.
아니라고 부연해봤자 솔직히, 실제로 어색한데 궁해보일 뿐이다.
다만 책임자가 이렇게 만나기 싫어하는 티를 내면서도 자리에 나온 것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흥미가 가지 않으십니까? 그런 인물이 이런 시선과 태도를 예상하고 굳이 방문한 이유가 말입니다."
그래 당연하겠지.
헌터 쪽엔 관심도 보이지 않던 놈이 갑자기 방문했으니, 도대체 무슨 연유가 있었냐는 것이다.
나는 허리를 핀 자세로 올곧게 얘기한다.
이 부근에서 너무 비굴해질 필요는 없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가디언의 의뢰를 수행하면서 알게 된 현재 사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러 왔습니다."
#대화
" 시윤 군. 하나만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
그는 자리에 앉아 시윤을 바라봅니다.
별로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티를 내고 있는 눈. 원하는 게 없다면 자리에서 일어나면 그만이겠지만 요구할 게 있는 시윤의 입장에서는 썩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상황입니다.
" 헌터 협회의 입장은 모릅니다. 하지만 저 개인은 특별반 프로젝트를 반대한 축에 속합니다. 그 망한 프로젝트에 돈을 쏟아붓는 이유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죠. 그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
그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톡, 톡 두드리며 말합니다.
" 사람이라는 족속들은 힘이 생기고 자리가 생기면 머리를 굴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저들이 필요할 때든, 아니면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이 필요할 때가 되면 처음에는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다가오죠. 그때는 얼굴에 웃음이 지어져 있습니다. 왜인지 아십니까? 이전의 관계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그의 몸에서 생겨나는 거품이 한순간 꺼지고, 그는 나른한 표정으로 시윤을 바라봅니다.
" 현재 사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러 왔다고요. 우리 사이가 좋았다면 우리는 하나라도 더 챙겨줄 기회이니. 나쁘지 않게 받아들였겠죠. 그 정보의 대가라고는 하기 뭐하지만. 우리도 정보를 하나 공유하드리죠. "
그는 무표정으로 시윤에게 말합니다.
" 우리는 특별반의 '정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자, 그럼 이제 기회를 드리죠. 제가 그쪽의 말에 흥미를 느끼든, 아니면 그걸 듣고 싶어할 이유가 있습니까? "
"예, 말씀하시길."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나는 저게 내게 동의를 구한게 아니란걸 잘 안다. 아마 상대도 잘 알 것이다.
사회 생활의 비애란 이런 것이다.
솔직히 나라도 이런 불편한 자리를 원하지 않다. 누군들 좋아서 왔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뒤 이어진 말들에 가볍게 고개를 들으면서 듣는다. 사실 다소 찔리는 말들이다.
내가 이 사람들에게 지금에 와서 접근하려는 이유는, 얻고 싶은게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는 억지로 웃을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억지로 화낼 필요도 없고.
"마찬가지로 특별반의 입장은 모르겠습니다만, 저 개인의 입장으로써는. 말씀하신 바들에 대해서 공감합니다. 특별반이 현재 UHN에게 받은 것에 비해, 요구 받은 것을 전부 되돌려주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지요. 그러니 저희에게 들어간 돈이 아까우실 수도 있고, 제가 그다지 좋게 보이지 않음도 이해합니다."
나는 덤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솔직하게 말해서, 이건 다소 진짜 본심이었다.
그다지 아부가 아니라 UHN 입장에선 들어간 돈에 비해 실적을 내긴 커녕 사고만 치고 이제와 독립을 꾀하는 우리를 좋게 볼 이유가 그다지 없다는건, 그냥 객관적인 사실이지 않나. 다른 아이들이 들으면 신랄하거나 시니컬하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나는 그런 성정인지라. 의외로 공감은 갔다.
그러니까, 나는 다소 차분한 태도로 내게 주어진 다소 희망적인 진조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사람은 아직 자리에 남아있다. '기회를 드리죠.' 라면서 내게 묻는 것은.
내 말문을 막히게 하려는 논법에 가깝다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화의 의사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가 아마 분기점이다.
"그럼에도 기회를 주셨으니 말씀해보자면. 이번이 반환점이 될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언제나 나다. 답답하게. 우직하게. 화려한 언변이나 포장 같은건 하지 않겠다.
내가 생각하는 도리에 맞는 의견을 제시한다.
"현재 담당자님께서 그리 생각하시는 주요한 이유 중에는, 저 포함 특별반 소속의 인원들이 UHN에 대해 그다지 접촉하지 않고 의사소통도 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크다고 생각됩니다. 저희의 의견과 의사에 대해 정확하게 전달 될 기회가 없고, 무엇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가 어려우니. 미운 녀석들이 미운 녀석들로 남아있는 것이죠."
UHN에게 있어서 우리는....그래. 따지자면 옛 K-아미의 병사와 간부 느낌이다.
분명 같은 부대 소속일텐데도, 우리의 주적은 간부라고 외치며 화제를 공유하지 않고 대화를 기피하며 사이가 악화되는.
"그러나 지금 UHN과 가장 거리가 멀다고 여겨질 소속 인원이 대화를 위해서 찾아왔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고, 마찬가지로 나 또한 여러분에게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나는 대화를 하고 싶고, 거래를 하고 싶고, 사이가 좋아지고 싶어요. 나는 의도해서 UHN을 피한적이 없습니다."
일단은 이쪽의 의사를 명확하게 밝혀둔다. 다음엔, 저쪽이 왜 그래야만 하는지다.
"담당자님께서 그러한 제 의사에 흥미를 가져보실만한 이유는, 그 쪽이 아직은 합리적이고 서로에게 이익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별반의 정리를 '고민' 하고 계셨다 하셨지요. 돈을 쏟아부었다고도 하셨습니다. 저희 프로젝트가 헌터 협회에 있어서 필수 불가결한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가진 것은 결코 아닐 터입니다만."
나는 잠깐 말을 골랐다가, 담당자(이름도 못 들었다 그러고 보니)를 보며. 그의 거품을 보았다가 다시 말을 잇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프로젝트를 회생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반환점의 기회를 여지 없이 자를 정도로 저희의 관계가 적대적이고 절망적으로 치닫았다고는 판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랬다면 담당자님께선 저와 일단은 만나보려고 하시지도 않았을 것이고, 지금 이런 얘기를 꺼낼 기회조차 받지 못했을 테지요."
그는 시윤의 말을 듣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는, 꽤나 신사적으로 답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만약 시윤이 맘에 들지 않았다면 소리를 지르며 추방해도 되겠는데. 저렇게 기회를 준다는 식으로 넘긴 것을 보면.
능숙하게, 자신이 바라는 대답을 끌어내는 능력 하나는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 다행입니다. 시윤 군과는 대화가 통할 것 같으니 말이죠. "
그는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 앉습니다.
마치 언제 자신이 짜증을 냈냐는 듯, 매우 기쁜 표정으로 자리에 앉으며 시윤을 바라봅니다.
" 오늘 있었던 얘기는 밖에선 비밀로 부탁드립니다. 다른 분들이 알기에는 좀 충격적인 얘기지 않겠습니까? 또, 그렇게 되면 정리하려 할 때. 더 귀찮은 일이 생기기도 하니 말입니다. "
곧 시윤의 앞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차가 내어집니다.
" 마밀시아드를 가공하여 만든 차입니다. 첫 잔에 한정되긴 하지만 섭취자의 망념 한계를 소폭 늘려주죠. "
꽤나 귀한 것을 내어주면서도 그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어갑니다.
" 좋습니다. 특별반 전원을 믿지는 않겠지만 시윤 군이 우리와 같은 곳을 볼 거라 믿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도 특별반 전체를 폐기하기에는 손해가 크죠. 모두를 정리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
그는 방 안에 있는 분재를 바라봅니다.
잔가지들은 남지 않고, 깨끗하게 정리된 나무가 시윤의 눈에 띕니다.
" 나무를 좀먹는 잔가지는 칠 필요가 있지 않습니까? "
이건 말하자면.
협박이면서도, 회유입니다.
자신과 손을 잡을 것인지. 아니면 우리를 뜯어먹으려 할 것인지.
선택에 따라 우리의 행동도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를 둘러 할 뿐입니다.
온화하게 풀린 태도에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역시나 다소는 떠보기, 자세 확인이었나. 압력을 가하면서도 대화는 끊지 않은 시점에서 짐작은 했다.
성정탓인지, 역성혁명의 반역 덕인지. 나는 이러한 위압감에는 다소 강하니까.
물론 전부 다 연기라는 것도 아니었겠지. 내가 화를 내던 처신을 잘못하던 하면, 그 뒤로 UHN과는 완전히 두절이었을 것이다.
"예, 물론 입니다. 차는...감사합니다. 잘 마시겠습니다."
미소지으며 비밀로 부탁한다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차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한다.
이런걸 생각 없이 떠들어대는 녀석은, 신용도 쌓지 못한 체로 스리 슬쩍 사라지게 되는 법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내어진 차를 집어 적당히 자연스럽게 한모금 홀짝인다.
"....."
나는 그의 온화한 어조의 불온한 내용을 들으며 나뭇가지를 본다.
'잔가지'로 짐작되는 인원들이 저도 모르게 뇌리에서 몇명 스쳐 지나간다.
"UHN이 자원봉사자나 저희들의 부모님이 아니란건 모두 알고 있어야 겠죠. 저희는 위쪽의 가혹한 명령에 복종하는 군대도 아니고, 반대로 부모님의 등골을 무상으로 빨아먹는 기생충도 아닙니다. 저희와 여러분은 서로를 위한 건전한 협력 관계로써 성립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적어도 저는 생각합니다."
차를 홀짝이면서, 나는 덤덤히 그리 얘기한다.
이것 또한 별로 아부가 아니다. 나는 그런 것에 능숙하지 않다.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은혜란건 그렇게 가벼운 것이 아닌 것이다. 받았다면, 돌려주어야 한다.
적어도 돌려주려고 노력은 해야 한다. 받은 것은 당연히 여기고 해주기는 싫어한다면.
UHN이 악당이 아니더라도 질색하는 것은, 당연한 인간관계의 이치다.
"맞는 말씀입니다. 다만, 쳐내는 잔가지가 적을 수록 나무는 자연스럽고 풍성해지기도 할테지요. 잔가지를 쳐내는데에도 수고가 드는 법이니까요. 다소 바람이 가득한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제가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방법을 위해 노력하지 싶습니다."
상대의 의사에 동의하면서도, 내 의견도 정리해서 내둔다.
우리는 UHN을 뜯어먹을 생각이 없다. 적어도 나는.
복종하는 노예가 될 생각도 없지만, 무상의 보상을 기대하는 기생충이 되어서도 안된다.
우리는 분명 손을 잡을 수 있다. 좋은 관계가 될 수 있다.
라는 이야기를 마찬가지로 둘러 전해둔다.
#무버슨 얘기
차에 입을 가져갑니다.
매우... 달콤한 향이 납니다. 그것도 그럴 것 같은 게. 이 작은 차 하나에서 모든 의념 각성자가 바라 마지 않을 것 같은 의념의 향이 나기 때문도 있을 겁니다.
차를 모두 삼킬 즈음.
윤시윤의 망념 최대치가 10 증가합니다!
현재 망념 최대치는 220입니다!
" 입에 잘 맞는 것 같으니 다행입니다. "
그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시윤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하나는 확실하네요.
말려들었다. 같은 생각 말입니다.
" 하나 시윤 군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려드리자면. 우리는 평범한 협력 관계는 아닙니다. 우리가 갑, 여러분이 을에 속하죠. 안에서 길드화 얘기가 나올 때에도 저희는 꽤 긍정적으로 본 바 있습니다. 왜인지 아십니까? "
간단한 이유일겁니다.
" 아직 '학생'이라는 탈을 쓴 특별반과는 다르게 길드의 형태라면 저희가 압박하기 더 쉬울테니까요. 하지만 여러분은 저희의 눈을 좀... 많이 괴롭히지 않았습니까. 특권도, 이득도 다 보고 일방적으로 '건전한 협력 관계'를 바란다는 건... 좀... 일방적인 요구지 않습니까? "
손에서 거품이 올라올 때. 그는 그것을 자신의 얼굴에 가져갑니다.
마치 거품이 닿음에 따라 그 감정과, 느낌과 같은 모든 것이 씻겨 내려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읽어지던 감정들이 지금은 읽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 건전한 협력 관계? 늑대를 길들이려 한들 나이가 차면 결국 늑대는 야성에 따라 움직입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로 보일 뿐입니다. 언제든 우리 목을 물어뜯을 준비를 하곤, 지금에서야 협력을 원한다? "
그는 웃습니다.
" 반대로 볼까요? 시윤 군이 우리 입장이라면,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까? "
"....!?"
차를 마시고 나서야 아차, 하고 눈치챈다.
이거 그냥 물품이 아니다. 가치가 얼마나 될지 당장 짐작도 안간다.
....물론 그렇다곤 해도, 내어진 선물을 거부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곤란했겠다만.
어쨌거나 이것은 큰 '빚' 이다. '빚'이란건 굳이 명시하는 것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흠."
이미 마셔버린 차를 퉷퉷 할 수도 없는 법이다. 나는 찻잔을 들어 한모금 더 마시면서 얘기를 듣는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이런 얘기를 노골적으로 듣는건 내가 처음이지 싶군.
그리고, 처음이라서 다행이다. 특별반 대부분은 두가지 반응일 것이다.
위축되거나, 반항하거나.
나는 그 두가지에 들지 않는 드문 사례다.
"일단 질문 받은 것에 대해 먼저 말씀드리자면. 조금도 긍정적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나는 일단 질문으로 나온 부분을 덤덤하게 인정한다.
긍정적인 부분이 있겠냐고? 내 생각엔 그다지 없다. 어설픈 변명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건전한 협력 관계라는 표현도 제 생각엔 지적해주신대로 맞지 않는 것 같군요. 협력이란 동등한 위치에서 성립되는 것입니다. 객관적으로 볼 때, 저희들은 협회랑 동등하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이런 화제엔 경험이 적다보니까요. 실언 한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지적 받은 부분에 대해서도 또한 덤덤하게 인정한다.
상대의 압력에 위축되었냐고? 조금도. 비위를 맞추고 싶나? 그건 조금만.
다만 근본적으로 그게 사실이기에 본심으로 대답한다.
도리에 맞는 말을 하는 것이, 내가 가진 최대이자, 유일한 무기이고 자세이다.
"다만, 그럼에도 제 입장을 말씀드리자면. 맞습니다. 지금 말씀해주신 것처럼, 저희는 아직 '학생' 입니다. 부족하고, 미숙하고, 뻔뻔하고, 생각이 얕아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지금과도 같은 많은 문제를 초래하고, 스스로들은 그걸 자각조차 없이 불평과 불만을 내뱉게도 만듭니다."
나는 찻잔을 한모금 더 비운다.
"그렇지만 그런 만큼, 저희에겐 아직 찬란한 가능성이 있다고도 생각하고. UHN의 관계에도 개선의 가능성이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제가 오늘 이렇게 찾아와 그간의 오해와 스스로의 미숙을 해명하고 대화를 시도했던 것처럼, 그 아이들이 미숙하고 이기적인 학생일지언정. 여러분의 목을 물어뜯을 노련한 늑대라곤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음, 하고 생각하다가 말을 덧붙인다.
"왜냐면 늑대는 보통 이것보단 더 노련하니까요."
우린 그 정도로 유능하진 않다. 적어도 정치에 해당해서는.
#일단 대답
그는 시윤의 말에 진심으로 웃음을 터트립니다.
" 아하하...... 그렇군요. "
진심으로 재밌다는 듯, 그는 시윤의 눈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위축되지도, 반항하지도 않는 그 눈을 보면서.
" 다행입니다. 말이 통하니 말입니다. "
곧 그는 가볍게 눈을 깜빡이며 등을 기댑니다.
" 시윤 군의 부모님에 대한 감시는 더 진행하지 않아도 되겠군요. 나는 말이 통하는 상황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괜한 경고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죠. "
펑.
마지막 거품이 사라지고, 그는 천천히 몸을 기울여 시윤을 바라봅니다.
" 좋습니다. 길드를 만드세요. 하지만 하나는 해줘야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반항을 하건, 그런 것은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우리 말을 잘 들을 착한 아이를 시윤 군이 키워보도록 하세요. "
이건 거래입니다.
이 조건을 수락한다면, 이제 시윤은 UHN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다행입니다."
....
좋게 봐준 것 같다. 아마도.
나는 아부 같은건 하지 않았다. 변명도 하지 않았다. 내 소신껏 말할 뿐.
그러나, 그러면서도 상대의 입장과 현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썼다.
이 대화가 올바르고 도리있는 결론이 되기를 바라면서, 그저 담담했다.
그게 나란 녀석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화술이다.
그게 '말이 통한다' 라고 받아들여 진걸까.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보죠."
대가 없는 일 따윈 절대로 없다. 지금 요구 받는건, 상당히 무거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와서 '죄송하지만 싫습니다' 라고 말하면, 앞선 태도를 시원하게 뒤집는 꼴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최선을 다할 수 밖에.
#ㅊ, 최선을 다하겟슴..
" 기대하도록 하죠. "
만족한 듯, 그는 가볍게 고갤 끄덕입니다!
윤시윤에게 태그 : UHN과 협력이 추가됩니다.
되돌리기된 부분
좋아. 이걸로 '협력 받는 것' 자체는 성공했다.
그럼 당장 '어떤 협력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가야겠지.
"그렇게 되었으니....다음으로는, 현재 제가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 전달드리면 되겠습니까?"
아마도 얼추의 개요는 알고 있겠지만....
그와 별개로 지오씨의 얘기는 아마 널리 퍼지진 않았을터다.
"도움 받고 싶은 부분과도 연관이 있는지라."
#그럼 이제...협상을 해야되는가
긍정의 의사가 돌아옵니다.
"이번 UGN의 특별의뢰가 어떤 사태에서 비롯된지는, 사실 이미 어느정도 파악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죽은 심장의 태아라던가. 시체와 칼날의 노래 교단이라던가.
특별반의 활동을 지켜보고 있었다면, 이미 제주도의 식인귀와 마카오의 전쟁스피커 모두 알려졌으리라.
"자유 마카오의 전쟁 스피커, 제주도의 식인귀, 바티칸의 테러 사태까지....모두 같은 원인이니까요."
다만. 이 정보는 아직 드물 것이다.
"그러나 저는 최근, 지인을 통해. 최근 다시 활동하기 시작한 '흑기사'와 이번 사태의 연관점을 찾아내게 되었습니다. 녀석은 과거 카하노 기사단을 멸망시킨 괴물로 알려져있는데...."
나는 비어버린 찻잔을 보곤 인상을 찡그린다.
"그 내막이 있더군요. 기사단에서 동료를 망념화를 유도하여, '흑기사'로 만들고 멸망시킨 배신자가 있습니다. 그 이름은 로보스 윌른. 그는, 이번 사건의 원인인 시체와 칼날의 노래 교단과 연관되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나는 거기까지 말하곤 잠깐, 창 밖을 바라본다.
유럽의 풍경. 기사재전이 열리는, 유럽.
나는 다시금 담당자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녀석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현재. 로보스 윌른에게 기사를 타락시키는 능력이 있다면, 현재 진행중인 기사재전에서 반드시 무언가 수작을 부리려고 할겁니다. 어쩌면 '흑기사'를 이용할 가능성도 높고."
이어지는 시나리오를, 나는 설명한다.
그래, 그게 내가 여기에 온 이유다.
"기사단에 벌어질 참극을 미리 막기 위해선, 로보스 윌른, 흑기사, 카하노 기사단. 이 셋에 대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드디어 꺼내는 본론
그는 가만히 이야기를 듣습니다.
곧, 정보를 조합하려는 듯. 잠시간의 침묵이 이어집니다. 그 침묵 속에 유독 목이 타는 것 같은 것은 시윤에게도 썩 좋지 않은 표현이었습니다.
" 그러니까. "
그는 알 수 없는 듯한 표정으로 시윤을 바라봅니다.
" UGN이 침묵한 사실이 이와 같단 얘기로군요. "
아니.
웃음입니다.
남자는 재밌는 것을 알게 되었단 듯 미소를 지으며 시윤을 바라봅니다.
" 좋습니다. "
곧, 그는 품에서 정체 모를 칩 하나를 꺼냅니다.
▶ 일회용 정보 저장고 접속 칩 ◀
UHN에서 정보부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정보망에 접속할 수 있는 칩이다.
단, 일회만 사용할 수 있으며 사용한 후 권한은 파괴된다.
▶ 소비 아이템
" 원하는 정보는 직접 확인하도록 하세요. "
거래가 끝납니다!
UGN의 기밀을 UHN에 전달했습니다.
UGN과의 관계가 의심으로 변경됩니다.
명성이 45 증가합니다. 단, 이는 악명으로 치환됩니다.
캐릭터의 카르마가 악 성향으로 기울기 시작합니다.
UHN은 윤시윤을 신뢰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그에게 인사를 전하고 바깥으로 나온 뒤,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죽도록 노력한 명성이 안좋은 방향으로 한방에 쌓인듯한 느낌이 든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UGN의 끄나풀로 의심 받다가, 이젠 UHN의 밀고자가 된건가.
솔직히 말하자면 여전히 썩 내키는 기분은 아니다마는.....
뭐, 됐다.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면, 협력을 얻어낼 유도리 있는 방법은 나로썬 떠올리기 어렵고.
"사회 생활이란 힘들구만...."
뭔가 사욕을 부리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정치의 중간에 끼어 고통 받는 기분이구만.
일단은....
#일단, 이 저장고 칩을 쓰러 가봅시다...
에브나를 맡겨둔 여관으로 돌아갈까요?
돌아갑니다!
잠에서 깨어난 에브나가 눈을 비비고 있군요!
" 하아아아아아암..... "
"잘 잤니?"
평온하게 자는 에브나를 보곤 귀엽기도 해서 묻는다.
아니 뭐라고 해야할까, 애를 재우고 사회 생활을 위해 나쁜 짓을 하고 온 아빠가 된 기분이군...
....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닌가?
속으로 조금 당황스러운 고찰을 한다.
#잘잤브나?
에브나는 기지개를 펴곤, 시윤을 바라보다가 흠칫한 표정을 짓습니다.
" ... 나쁜짓은 안 좋아. 시윤. 재클린이 못 쓰게 될지도 모르는걸. "
뒤에 교섭파트가 있다는 말에 너무 얘기를 더 해야된다는 강박감에 가지고 있었나...
으으으, 캡틴 나도 혹시 되돌리기권 가능해??
452 ◆c9lNRrMzaQ (OhOk5zceKE) Mask
2024-01-16 (FIRE!) 23:12:28
451 이번만입니다.
30도기!
후, 일단 한시름 놓았다.
"그럼, 감사합니다. 추가로 알게된 것이나 사태가 진전되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길드화는 성립되고, 지원도 받아냈다.
일단은.....이 정도 선일까.
더 깊은 이야기를 하려면, UGN의 기밀이나 내막에 대한 정보를 팔아야 한다만...
협력을 얻은 이상, 내가 편하자고 남을 팔기도 심정적으로 꺼려지니까.
#면담을 마무리하고 나옵시다...
시윤은 바깥으로 나옵니다.
... 이유는 모르지만, 한 대 피우고 싶은 기분이 드는 하늘입니다.
돌아갑니다!
잠에서 깨어난 에브나는 시윤의 모습을 보더니, 시윤의 머리를 휘휘 흔들어줍니다.
" 많이 고민했나보다. 재클린. 표정이 어두워. "
"하아...."
그럼 괜찮다고 하려다가, 한숨을 한번 더 내쉬곤.
쓴 웃음을 지으며 솔직하게 인정하기로 했다.
아이처럼 대하고 있지만 에브나는 정말로 아기가 아니고.
어른처럼 행동하고 있지만 나라고 정말로 어른인 것은 아니다.
힘들 땐 어느정도 솔직해지는게 요령이지.
"....솔직히 좀 그래. 쉽지 않았어."
나는 손으로 가볍게 얼굴을 쓸어내린다.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그것에 대해 충분히 잘 한걸까?
#힘들엇어 애부나ㅠㅠ
" 응응. 잘 했어. 잘 했어요. "
에브나는 시윤의 머리를 잘 쓰다듬어줍니다.
쓰다듬는 기술 자체는 정말 별로라서, 머리가 헝클어지곤 있지만요.
" 모든 것을 만족하며 해낼 수는 없어. "
에브나는 부드럽게, 시윤에게 조곤거립니다.
" 모든 씨앗들은 겨울을 지나기 마련이야. 겨울을 지나 뿌리를 내리고, 머리를 내밀지 못하고 죽는 씨앗들도 투성이거든. 그래서 중요한 건 기다리는 거야. 너무 오래 기다려 다른 아이들에게 땅의 힘을 빼앗기지 않고, 너무 이르게 일어나 겨울의 끝을 같이 맞이하지 않도록. 참고 기다리면 돼. "
그러며 에브나는 시윤에게 따스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여줍니다.
" 재클린. 바람은 부딪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 부딪히면 더 크고 멀리 날아갈 때까지 부딪혀. 재클린은 그런 사람이야. 무모함에도 두려워하지 않던 이. 그렇기에 도라의 친절을 지켜본 이. "
에브나는 웃습니다.
고개를 끄덕입니다.
" 내가 아는 재클린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영원한 겨울을 향해 내달리던 사람이었는걸. "
- -21- 심연을 엿보다
- "....고, 고마워. 에브나."
평소 행실 때문에 이렇게 아이같이 칭찬받은 기억은 잘 없는 터라.
나는 조금 부끄러워져선 얼굴을 붉히곤 볼을 긁적였다.
머리가 헝클어지는게 느껴진다만, 뭐...원래부터 헤어스타일에 예민한 것도 아니고.
위로 받는 기분이 내 생각 이상으로 마음을 평안하게 했기에, 얌전히 있기로 했다.
".....기다린다라. 과연...."
씨앗과 겨울의 비유는, 에브나가 겪었던 일들을 생각하면 무서울 정도로 설득력이 있어서.
나는 어느정도 안심되는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나는....."
에브나의 믿음에, 잠깐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이 손으로 이미 여태 꽤 많은것을 해왔다.
돌이켜 보면, 이성적으로는 믿을 수가 없는 일들을 해왔고. 이 다음에도 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기도 하다.
"나는.....나답게 살고 싶어. 결과가 모두 완벽할 순 없겠지만, 그럼에도....살아가는 방식만은 스스로가 고를 수 있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이 세상은 매서운 겨울처럼 차갑다. 내 머리도 차가운 편이다. 나는 그걸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다소 냉소적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고, 세상이 녹록지 않다는건 잘 안다.
다만 결과가 어찌되었던, 살아가는 방식만은 스스로 고를 수 있다고.
그 마음가짐이, 나를 달리게 하고 있었다.
"뭐...그것도 마냥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고마워. 얘기하니까 한 결 편하네."
다만 그게 어린 나이에는 다소 벅찬 무게감인 것은 사실이라, 가끔 이런 일이 있을 때면 지금처럼 무거운 한숨과 쓴 웃음 정도는 짓게되는 것이다. 평소에는 묵묵하게 담아뒀을만한 감정이지만, 지금은 옆에서 위로해주는 사람이 있어 털어두니까 한결 편해졌다.
#
조금은 편해진 마음으로 시윤이 감정을 다스리는 동안.
에브나는 무언가를 느낀 듯 문 바깥을 바라봅니다.
" ... 재클린. "
에브나의 눈이, 이상할 정도로 두려움을 띄고 있습니다.
" 이상해. '문' 이 열리고 있어. "
"....."
어느정도 떨리던 손을 다소 진정 시키고, 떠오른 마음은 가라앉힌다.
나는 차분하게 등뒤의 총을 잡아 들었다.
'문' 이 무엇인진 모르지만, 에브나의 감은 결코 흘려들을만한 것이 아니다.
"....어떤 의미의 '문' 이야?"
그녀가 진정할 수 있도록 잠깐 손을 꾹 쥐어주곤, 가로막아 지키듯 앞에 선다.
"무언가 일어나고 있어?"
....에브나가 저렇게 떨면서 말할만한 '문'이란 것은, 내 예상된 짐작으론 가짓수가 많지 않은데.
최악의 예감이 맞지 않았으면 좋겠군.
#주변을 경계하면서 묻습니다.
그 순간.
시윤은 본능적으로 느낍니다.
거대한 세상이 세계를 굽어 살피고, 그 세계는 틈을 비집고 이 세상에 손을 뻗습니다. 그 순간 수많은 세상의 일부가 잡아삼켜지기 시작하며 세상은 오직 '의지'와 '표현'으로만 둘러쌓이기 시작합니다.
옵니다.
오고 있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거대한 악이 오고 있습니다.
... 뎅 -
뎅 - 뎅 - 뎅 -
두근,
두근, 두근,
두근두근두근구든,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시윤은 알 수 없는 파동으로부터 막대한 정신적 대미지를 입습니다!
도주하십시오!
도주하십시오!!!!!!!!!!!!!!!!!!!!!!!!!!
도주하십시오!!!!!!!!!!!!!!!!!!!!!!!!!!!!!!!!!!!!!!!!!!!!!!!!!!!!!!!!!!!!!!!!!!!!!!!!!!!!!!!!!!!!!!!!!!!!!!!!!!!!!!!!!!!!!!!!!!!!!!!!!!!!!!!!!!!!!!!!!!!!!!!!!!!!!!!!!!!!!!!!!!!!!!!!!!!!!!!!!!!!!!!!!!!!!
그렇지 않다면 너도 내 피의 한 줌이 될 것이니.
"....."
방금까지만 해도 평범했던 여관의 문이, 마치 그 너머에 심연을 담고만 있는 것 같다.
미동조차 하지 않고 총을 견착한채로 문을 조준하며 긴장하고 있다가
꿀꺽
하고 누군지도 모를 목삼킴의 소리가 들리는 순간.
내 심장 소리가 이렇게 컸나? 시계의 종소리가 왜 울리지? 라고 생각한 순간.
뇌와 영혼이 폭발했다.
"컥."
정신을 놓고 광란할 것 같은 충격에 머리를 붙잡고 짧게 헛숨을 들이킨다.
뭘 당한건지 파악할 시간 조차 없다. 고민할 시간 조차 없다.
사선을 넘나드는 내 경험을 겪은 영혼은, 머리가 생각하기전에 이미 손과 발을 옮겼다.
꼴깍이를 들고, 등을 돌려 여관의 반대편 벽을 날려버린다.
에브나를 안고, 그대로 뛰어내린다.
뒷수습 같은건 됐다. 그런걸 생각할 여력 따윈 없다.
지금은 뛰어야 한다. 뛰어야해, 뛰어야해!!!!!
저게 뭔지도 모르고,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도망쳐야 해!!
#건강과 신속을 각각 30씩 강화. 반대편 여관 벽을 날려버리곤 에브나를 안고 뛰어내려 도주를 시도합니다.
V̵͍̣̭͖̦̫͍͙͇̠͎̬̱̪̀̈̊͊̔͋͒̏̂̎̀͋̔́̽̄̋̿́̅̚ë̵̜͓̜͕̱̠͔͍͔̪̫͔͕͓̂̅̌́̀̅͒̅͑̂̇̎̇̈̽̊̒̐̍͐ͅͅṋ̸͉̠͙̱̤̩̞̪̙̯͓̲̬̖̮̽͐̏̒̐̓̅̌͊̒͂̾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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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우리의 신께서 이곳에 거거하시는도다. 영원히 메마르지 않을 피는 죽음의 또 다른 이름이오, 영원한 불사란 죽음을 수없이 삼켜 미미한 초의 부활을 상징하는 이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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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께서 당신을 바라보니.
저항할 수 있는 수단이 있습니까?
나 같은 미천한 인간을 신이란 작자가 주목이라도 해준건가.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상, 저항할 수단 같은건 없다.
그러니까 저항하겠다.
#히어로 모먼트.
.dice 1 100. = 75
100 히어로 모먼트 발동
히어로 모먼트 판정 실패.
관찰자의 가호
.dice 1 99. = 52
99 이상 성공
불완전한 영웅의 육체
.dice 1 300. = 63
299 이상 저항 성공
역성혁명
.dice 1 99999. = 28832 99999 이상일 시 저항 성공
《칼날 박힌 죽은 심장》
허튼 짓을 하지 말라.
단지 나를 받아들여라.
나는 너희를 영원한 죽음의 공포에서 해방시키는 자이니. 네 역겨운 생명의 피는 언젠가 죽음으로써 마무리될 것이다.
그러나 죽음의 피는 불사요. 영원히 너를 삶 속에 영원히 귀속시킬 것이니.
나를 받아들여라. 네게 힘을 주겠노라.
관찰자의 저항
.dice 1 999. = 900 888 이상 저항 성공
T̷̤̯̣͖̪̣̜̖̞͚͔̜̫̥̭̞̬͕̫̖̭͒́̓̏͛̿̽͑̾̔͒͐̐̋͂̈̍͌̂̎͛̾̏ṳ̶̜̙͕̯͖͈͚̠̘͖̳͉̣̗͔̗̦̗̲͌̽̈́̀̒͂̏̃͒̍̽͒͂̓̚ͅ a̷͕̰͕͓̗͕͉͕̝̬̯̞͓̱̜̜̬̗͖̲̅͑̔̿̉͋̔̃̍̾̐͑ͅǔ̴̖̯̥͓͉͇̖̭͔͔͉̥́̎͌̍͛̈́̏̄͐͑̋̎͌͋̓̈̀ẗ̵͉̩̭̠̯͚̟̞͍̘̠̙̬̣̜́̌̑̀̍̒͛͆̓̂̀̐͌̌̐͌͋͛̋͌̽͗̆ͅe҈͚͖̙̤̬̟̝̞͉̲̮̱̣͎̲̱̰̣̲͇̖̊̄́̓̋̈̐̉̇̓̐͂͑̃͑̐m̸̗͎̘̱̙̳̭̟̜͇̯̰̯̙͗̇͐̐̊̅̉̂̃̈̔͆̀̈̚ r̸̲͉̬̤̥͍̭̙̪̦̣̦͚̬̙̱͔̳͎͕͇͑̇͗͒͂̿̀̈̿̓̄̔̍͋ͅͅe̴͈̠͖͍͖͓̦͍͉̖̬̱̰͍̩̽̔̍̃̏͛̎̄̽̽̅̋͂͂̓͂͐̈͋̊̏̓s҉̗̞͙͉̞̟͖̯̘̳̜̗̲͇̪͓͉̱͖͍͉̐̓̔́̋͋̀͌̀̀̓̎̓̅̅͗͗̎͗̂̐̊̒ͅe̶̗̲͈͓̗̫̣͕͙̬͚͇̫̗̥̣̦̞̩͍̖̯̣͛͌̓̅̈́̓̿̉̏̅̋̄̋̃̊̑͒̽̄͗̿́̚̚ͅr̴̘̲͈̞̮͖̪͈͕̩̖̖̞͇̦̮̲̓́̓̍̈͗̀̈́̈́͐̔̏͛͊̃̂̎̅̅̽̚v̶͖̲̗͔͉̪͈͖̯͕̠̠̘̳̌̒͌̋̈̊͑́͗́̎́̋̂̾̾̀̓̈̃ͅǎ̸͖̤̤̯̩͖͍̜͖͙̦̞̃̀͋͆́̆̊̋́̔̽̊͑̆͋͆͂͌̿̓̓ṫ̵̯͈̗̩̩͇̰̝̘̬̜͓͖̋̑̎̃̇̊̏͗̌̅̌̾̾̈́̽̈́̎͌i҉̰̜͓̙͈̠̭͖͉͓͖̟̍́͐̂̋̎͛̎̔̇̊̿͂͌̓̚ͅs҈̠͔͇̰̦̯̣̱̬̠͙̤̙́̎͒̂̆̆̀͐̑̄͑́̏̈̈́͒ m̶̠̣̮̫͇̙͎̖̮̯̫̠̌͑͑̐̏̾̾͑̌̈̈́̄̒́͂̋̈̈̓̈́́͂̌̚a҉͖̬͍̝͈̦̰͖̯͙̣̙̙̟̜̯̤̥̥͗́͑͐̆̑́̿̿̈̋̇̇̂͆́͒l̷̙͍̟̩̪̗̫̬͖̞͍̖̜̲̱̭̘̗̱͔̎̓̋̿͆͋͂̂̃̇̓͒́̈́̑̏̃͌̓̉̄͌͛̚ͅụ̷̦͓̜̬͕͔͕͉̟̘͍̙͚̯͎̐͗̄̓̀̇̀̐̈͆͆̎̓̋̃̀̐̄m̵̲̫̘̳̗̟̟̱͓̟̪̲̱̳̩̩͍͓͇͇̰̣͆̈̊̔̓͊̇͛͂̀̂̇́̐͛̾̈͐͌́̊̈́̂ͅ ē̷̲͍̯͍̠̪͈̖̳̘̤̗̙͇͓̲͖̫͍̙̓̆̋̑̓̄̒̍̔͛͆̎͒̒̿͒̔̚x̸̲̤͈͙͍̘̱̮̯͔͈͎͍͙͔͒̾̇̓̓̽̑̓́̓͒͒͗ḭ̴̦͓̬̮͔̙̗̗̣̖͙͉̦̪̔͊̔͋̈́̓̓̂̈́̈́̽̊̾̏͑̅͋̒t̵͉̩͖̳̙̳̠̩̦̣̟͇̩͓̥̉̌̊̊̈͊͗̈́̑̃́̎̒͑̀͐̎͋̓̃̚i̴̦͉͍̖͈̦̙͚̱͕̜͍̝̲̣͒̀̈́́̑̋̄̾͗̏̉̌̀̓̔͒̆̓͊̽̋̚ͅͅu҉͈̯͓̱͙̯̝͈̝̫̞̬͗̽̒̿͂̓̓̀̾̍͒̈́m̴͎͉̞̗͉̳͕̘̟͈̱͇̞͆̑̂̓̿̇̃̋͛̂̉͆́͐̑͛̾ ì̸̟̫̳̘͖̲̤̣̠͚̭͉̝̭̩͎͈̃͂̀̑̋̈͗̍̆̀̍̍͐̉́̊́͆͂̚ͅͅͅt҉̘̫̟͚͇̲͔̩̙͕̳̖͕̤̪̟͐͋̓̄͑͆̓̓̽͂̐̈́̋̂̌͒̾̑̅͑̚̚̚̚e҉͉̟͕̥̤̭̜̪̙̬̤̖̊͐͐̋̃͛̂̀̎̈́̃̚r̶̜̝̰͓͙̙͎̫̞̜̖̰͎̩̯̲̟̥̳̜͙̯̀̍̉̋̐̌́̌̽̑̉́̉͗u̶͔͎̞͈̫̖͕̤̣̱͚̲̱̝̫̪̭͎̳̘͕̖̯̅̒̾̉̄̔͛̓̄͊̀̐ͅm̶̝̪̥͓̙̠̞̦̟̬̖̥̭̲̲̿͑̈͆͛̒̿̄̏̑͋̆̾͂̓̃͛̈̈̚.̵͔̟̳͉̝͔̘̭̳̭̳̟̗̪̲͓̲̱̠͎̪̓͂̿͑̎͛̿͋͒̊͒̀̏̈͛́̀̏͊͊̀͐̾̚ͅ....
너는 종이를 들어올린다. 그 역겨운 존재의 흔적이 담긴 빛 속에서 내 힘을 받아들이지 않고 저항하려 하였지. 하지만 그 저항은 단순히 네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정도로 저항을 마치는구나.
그래. 비록 나를 지켜보는 시선에 의해 너에게 직접적인 힘을 가할 수는 없겠지. 그러니 이번에는 놓아주도록 하마......
그러니 잊지 말거라.
너는 언젠가 나를 찾아올 것임을.....
시윤은 도주에 성공합니다.
정신력의 빠른 회복이 필요합니다.
상태이상 - 접신(???)에 빠집니다. 일시적으로 레벨이 20 감소합니다.
".....우윽, 우엑!!"
정신을 차려보면, 나는 몸속에 있는 것을...아니 영혼을 게워낼 정도로 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하고 있는지, 무슨일을 겪었는지.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니면 기억하고 싶지 않거나.
머리가 깨질듯이 아프고, 시야가 어지럽다. 환청이 환청인지도 모르겠고.
뇌가 여름날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이 된 것 같아, 나는 바닥을 잠시 벌레처럼 기었다.
"협력.....협력 요청...."
몸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요 근래 쌓은 뭔가가 단박에 토막난 느낌이다.
몸속에 나노머신을 통해, 어떻게든 협력이라는 이름의 구조 요청을 보내기 위해 노력해본다.
#살ㄹㅈㅈ...협력 중인 uhn에게 헬프 요청
UHN...
UHN........
제발, 제발 도움을.........
..... 그러나, 그 바람은 슬프게도 닿지 않는 울림일 뿐입니다.
몸을 비틀며 시윤은 기절한 에브나를 끌어안고 주위를 살핍니다.
푸른 나무와, 그에 어울리지 않는 모든 것이 사멸한 땅에서 나타날 법한 메마른 찌꺼기들.
당신의 영혼은 이 '상황'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 특이 관찰 보고서 >
이하 '게이트'로 명명된 존재 중 그 크기가 일정 이상인 것은 지역의 환경을 바꾸는 말도 안되는 능력을 보임.
일정 환경에 대한 테라포밍에 의해 그 환경이 '게이트'에 최적화된 환경으로 변화하는 것을 관찰함.
.......
.............
이하, 특이 관찰에 대한 보고를 마칩니다.
떠올라선 안되는 기억이 떠오릅니다.
윤시윤의 기억이 아닌, 수없는 굳은살들로 서류를 살피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천천히 눈에 들어옵니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서류를 살펴보고, 눈 앞의 사람에게 서류를 가르키며 묻습니다.
이것이 맞는가. 그런 질문에 그는 고개를 주억이며 말합니다.
..................!!!!!!!!!!!!!!!!!!!!!!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머리, 머리, 머리가!!!!!!!!
찢어질 것 같습니다!!!!!!!!!!!!!!!!!!!!!!!!!!!
"젠, 젠장....왜 연락을...안받아..."
빌어먹을 새끼들...도와달라고....
나는 에브나를 꼭 끌어안은채로 울먹이며 중얼 거린다.
"......?"
?
......?
나는 기억하고 있다.
'나'는 기억하고 있다.
이 상황을, 나는...!
머리를 부여잡고 비명을 지른다.
진정해.
진정해, 진정해, 진정해!!
머리를 가볍게 바닥에 부딫히고, 심장을 움켜쥔다.
진정해라, 진정해, 내 심장아!!!
지금은 그 딴 것에 신경쓸 여력이 없다.
내 품에 누군가에게서 맡은 아이가 있잖아.
'나' 와 나는 궁상을 떨 시간도 여유도 없다고!! 지금은, 위기 상황이다!!
#의, 의념 40을 써서 역성혁명으로 진정을 시도해볼 순 없나...?
불가.
불가능합니다!!!!!!
시윤, 아니 주윤, 아니. 아니. 아니.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별로 맛이 남지 않은 담배를 입에 문다. 꽤나 막막한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무기도, 방법도 없어 살피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을지도 몰랐다.
떠올라선 안될.
떠오르면 안될 기억들.
당신의 영혼 어귀에 남은 기억.
당신에게 존재해서는 안될 기억.
너,
너너너너너너
너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
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
ㅓㅓㅓㅓㅓ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
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
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
ㅇㅇ어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
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
ㅓㅓ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존재하고 있지?
주의하십시오!
윤시윤은 '무언가'의 주시를 받습니다.
.....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 무엇도 불가능 하다.
머릿속에 주윤이라 떠오른 누군가가 담배를 좋아했던 이유를, 지금 영혼으로 알게 된걸지도 모른다.
가슴의 이 막막함을. 거지같은 기분을.
안속에서 뭉개뭉개 핀 담배 연기 탓으로 돌려.
후, 하고 불어내면, 토해내며 명료해지는 듯 느꼈던 걸지도.
"....."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고, 머리를 쥐어본다.
나는 미친걸까. 아니면, 접신을 했기 때문일까. 그마저도 이 곳이 침식당한 게이트 내부에서 일까.
평소엔 떠올리고자 해도 흐릿했던 기억들이. 떠올려서 안되고, 존재해서도 안되는 개 전생의 기억이.
자꾸 자꾸 부상하기 시작한다. 파편이지만, 여태까지와는 비교도 안되게 뚜렷하게 떠오른다.
머리가 간지럽다 생각해서 손을 보니, 내 손이 떨리고 있던 것이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잠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렸다.
짧은 탄식처럼 흘러나온 웃음은, 이윽고 사레가 들린 것처럼 폭소로 변질된다.
".....허. 하. 하, 하하하하하!!"
웃음에 의해 유발된 근육의 긴장으로, 떨리던 주먹을 꽉 쥔다.
"어떻게 존재하냐니."
나도 몰라 씹새야.
그렇게 시니컬하고 솔직하게 대답하면서, 막혔던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현재 내 상태는 거의 최악에 가깝지만, 긍정적인 것은 아직 움직일 수 있다.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 때문에 머리가 어지럽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나는 지금 여기서 무슨일이 벌어지는지, 대략적이나마 이해하고 있는 인간이다.
그리고 UHN쪽에서 일절 연락을 해오지 않는거 보니, 침식으로 인해 외부와는 차단 된 것 같다.
그러나 이 곳은 기사재전의 축제 장소. 그렇다. 이 곳엔, 있을터다. 합류해서 사정을 얘기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게 없어도. 그 무엇도 의미가 없을지라도.
너희들에게 겁먹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길만은 고르지 않을거다.
#망념 50을 써서, 소음분석을 써봅시다. 합류할만한 생존자를 찾고 싶어.
.....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마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공간에 나 홀로 떨어진 듯한 감정.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막막함만 시윤을 지배하는 것 같습니다.
왜, 대체 왜라는 생각을 하고 싶다가도 시윤은 본능적으로 웃음을 터트리고 맙니다.
그렇죠. 이런 게 게이트이지 않습니까.
변덕스럽게 나타나 인간을 괴롭힌 재앙.
그 변덕이 단지 자신을 덮쳤을 뿐이죠.
시윤은 에브나는 들쳐업고 주위를 둘러봅니다.
어디로 이동할까요?
1. 동
2. 서.
3. 멈춘다.
"........"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내 귀가 파괴된건가?
모르겠다.
"안심해, 에브나."
에브나의 가벼운 몸을 업는다.
20레벨 언저리는 있는 지금도, 한 아이를 업는 것은 무거울리 없지만.
어쩐지 너무나도 무거워서, 잠깐 다리가 휘청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걷겠다.
#내달리다, 길을 쓰면서 소음을 줄인채로 서쪽으로 이동해봅시다. 업고 있어서 보법이 안되면 그냥 조용히 이동으로...
이동합니다.
...... 지독한 풍경입니다. 땅은 이미 메말라 모래가 되었고, 풀의 흔적은 있으나 뿌리 내릴 힘도 없어 그 뿌리째로 뽑혀 나뒹구는 풍경이란.
그 순간.
시윤은 알 수 없는 살기를 느낍니다.
온 몸이 쭈뼛 세워지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며 시윤에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움직여라.
살고 싶다면!!!
콰아아앙!!!!!!!!!!!!!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 기마와, 그것을 탄 채로 꽤나 얇은 듯한 검을 휘두르는 검은 기사.
...... 흑기사!!!!!!
이걸로 끝인가, 하고 시윤이 허탈한 미소를 지을 때.
라만차로
수많은 공간을 가로치르며, 시윤은 자신의 앞에서 흑기사의 일격을 막아내는 기사를 보고 미소를 짓습니다.
" 별,로... 웃으며 인사할 상황은 아니지? 꼬마? "
창을 회전하며 흑기사의 공격을 간신히 쳐낸 지오는 시윤에게 손을 뻗습니다.
" 잡아! 도주한다!! "
- -22- 초대형 게이트
- 끝났다.
네가 그 흑기사인가. 소문으로 익히 들었지.
그리고 그 진상조차, 나는 지오씨에게 들었다.
누군가에 의해 선동되어 타락해버린 기사.
운도 없지.
생명의 2택에서조차 나는 잘못된 선택을 고른건가.
마음은 꺾이지 않았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싶다.
그러나 내가 마음이 꺾이지 않아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상.... 끝났다.
....
"정말...."
눈을 내리깔고 하탈한 미소를 지으려고 할 때, 공간이 일렁이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얼굴이 보이면. 그 미소는 다른 의미를 담고 변한다.
"정말로, 그렇네요!!!"
자세한 이야기는, 일단 벗어나고 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저 손을 잡아라!
#에브나를 안은채로 신속 30을 강화하여 지오씨의 손을 붙잡습니다.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시윤은 두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공격들을 쳐내고 그러면서도 공격을 이어가며 방어하는 지오의 전투.
그리고, 얼핏 가벼운 듯한 움직임으로 수없이 몰아치며 그 공격들을 '흘려내는' 것으로 만들어내는 흑기사의 전투까지.
지오는 시윤의 손을 붙잡고, 시윤의 등 뒤에 있는 에브나까지 가볍게 안은 상태로 숨을 고칩니다.
" 미치겠네. "
그는 썩 재밌지 못한 표정으로, 실소를 흘립니다.
" 이 나이에 이런 고생이라니!!! "
에스트레아 알캔저
무겁게 돈 지오의 발걸음이 한 걸음을 내딛고. 시윤과 에브나. 지오는 의념으로 화합니다.
닿을 수 없는 곳, 닿지 않는 곳은 없다는 듯. 단지 떠날 곳을 정하고 나면.
걸음은 별을 향해 나아갑니다.
잠시 후,
흑기사의 영역에서 벗어난 지오는 숨을 크게 몰아쉽니다.
" 끄, 어어허.... "
그의 등에는 긴 자상 하나가 깊게 남아있습니다.
허억, 하고. 나도 마찬가지로 길게 숨을 내쉰다.
그 찰나의 순간에 이뤄지는 공방들을. 나의 삶과 죽음의 한끝차이를.
호흡조차 하지 못하고, 숨죽여 지켜봤던 탓이다.
이윽고 폐가 호흡을 채우고, 머리가 조금 굴러가기 시작하면. 나는 그제야 주변을 볼 여유를 얻었다.
"지오씨!!"
다급히 이름을 부르며, 등의 자상을 바라보고 입술을 깨문다.
나와 에브나를 지키다 생긴 상처다.
마음이....다소 무겁다.
"....죄송합니다, 저희를 지키느라."
본래라면 에브나에게 부탁해서 치료를 하고 싶지만....
"에브나도....지금은 의식을 잃어서, 회복시켜드리기 어려울 것 같아요."
침통한 얼굴로 인상을 찡그리다가도
"다만, 지금이 무슨 상황인지는, 다소 파악했습니다."
#지오씨 ㅠㅠ
상처에서 피가 뚝, 뚝, 떨어지는 상황에도 지오는 가볍게 손을 흔듭니다.
" 괜찮아. 이해해... "
그는 손끝으로 무형의 불꽃을 일으키더니, 상처에 가져가 상처를 지져냅니다.
압도적인 고통이 느껴질 것이 분명함에도 그는 꽤나 초연하게 상처를 지지며 시윤을 바라봅니다.
" 저 녀석이... 흑기사. "
그는 썩 좋지 않은 표정으로 도망쳤던 방향을 바라봅니다.
" ......... "
"......예."
전해야 할 말은, 많이 있었다.
현 사태에 대해서.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되는지.
말하고 싶은 내용은, 목구멍 가득히 올라올 정도로 많았다.
그러나 나는 그의 표정을 보고, 그의 시선을 따라 같이.
우리가 도망쳐온. 그리고 녀석이 있을 그 곳을 보면서.
"....심란하시죠?"
라고. 서툴게나마 위로를 건네듯, 나 또한 목숨을 구원받은 사람 치곤 썩 좋지 않은 표정으로 묻는 것이다.
그렇다. 그에게 있어 '흑기사'는. 그는. 한 때의 동료이자. 타락의 상징이자. 쓰라린 상처일 터일테니까.
#지오씨 ㅠㅠ
" 썩 마음에 드는 상황은 아니야. "
마치, 고통이라는 게 별로 느껴지지 않는 사람처럼 지오는 조용했습니다.
감정을 느끼기보단 마치 감정을 지워야만 지금의 상황을 견딜 수 있어보였으니까요.
" ... 지금의 환경. 별로 좋은 모습은 아니지? "
그는 말을 돌리며 주위를 바라봅니다.
바짝 마른 땅과 세상. 마치 멸망을 직전에 둔 것 같은 풍경 속에서 지오는 시윤에게 천천히 설명합니다.
" 초대형 게이트가 세상에 강림하게 되면 주위의 환경은 그 초대형 게이트의 존재가 가장 힘을 사용하기 편한 형태로 나타나게 돼. 다만 지금처럼 세상이 메마른 것을 보면... 자연지물을 쓴다거나 강력한 힘을 사용하는 존재는 아냐. 그렇다면 보통 이런 경우는... 정신파를 사용하는 경우인데...... "
휙!
" 냣!! "
대화 중 날아간 지오의 창이 허공에 머물고, 정체 모를 탄사가 터지는 방향으로 지오는 손을 들어올립니다.
" 숨어있지 말고 나오지 그래? "
그런 시윤 일행의 앞에 천천히 풍경이 걷히며 매우 풀 죽은 듯한 고양이 수인이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 잘못하면 사람이 죽겠다냐... "
아는 얼굴이군요!
태양의 기사, 그의 동료로 보입니다!
".....저도 그래요. 정말 유감스러운 상황이죠."
나는 무언가 말을 더 얹을까 하다가, 지금은 때가 아니다 싶어 말았다.
그가 지금 상처를 내색하지 않는 이유는.
그 슬픔과 고통을 터뜨릴만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잘 아는 것이다.
분노도, 슬픔도, 마음속에서 엉망진창 뒤죽박죽 뒤섞여있지만.
머리가 차갑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최악이기에.
억지로 감정을 지워내는 그 기분을, '나' 의 경험을 통해 나는 조금이나마 안다.
"지오씨."
그의 추론을 듣고, 역시 지오씨에게 그 신이 접촉한건 아니라는 결론을 낸다.
하기사. '접신' 당했다면 지금보다 상태가 더 안좋았을 것이다.
"저는 강림한 존재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다. 제게도 직접....접촉했고요."
떠올릴려고 하자 부르르 떨리는 왼 팔을, 오른팔로 잡아 누른다.
"덕분에 접신의 후유증으로, 레벨이 반토막 나긴 했지만요.....하하...."
어색하게 웃어 넘기려다가, 순간적으로 일어난 험악한 분위기에 깜짝 놀란다.
설마....흑기사...!!?
그러나 이어서 등장하는 것은...
"잠시만요, 지오씨! 아는 분이에요. 태양의 기사님이라고 불리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동료입니다."
나는 서둘러 두 팔을 뻗어 지오씨를 만류한다.
그녀는 낯익은 얼굴이다. 화목한 꽃밭에서 휴식을 즐길 때 만난, 좋은 인연.
지금은...우리끼리 싸우고 의심해서는, 결코 안된다...!
#아, 아는 사람입ㄴ디ㅏ!
지오는 손을 내려놓고, 시윤의 말에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봅니다.
" 이야. 미안하네. 이런 곳에서 숨어있는 사람을 보면 아무래도 무기가 나가서 말야. "
" 그러다가 사람이 죽어도 적을 죽였다 칠 생각이지 않냥... "
툴툴거리는 투로 말을 마친 그녀는 시윤을 바라보며 묻습니다.
" ... 하필 이런 곳에 낙오되버린 거다냥... "
아,
그녀도 기사와 떨어져서 길을 잃은 모양이군요....
".....마찬가지로 유감스러운 상황이네요."
....
그녀를 통해 태양의 기사님이랑 합류할 수 있다면 훨씬 든든할거야!
라는 기대가 무산되어서 실망한 티를 내지 않도록 노력한다.
"지오씨도, 원랜 훨씬 온화한 분이세요. 다만...."
나는 그의 등 뒤에 난, 깊은 자상을 억지로 지져낸 그 상처를 보고 인상을 찌푸린다.
"...이 근처에 '흑기사' 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이 있습니다. 지오씨는 저희를 지켜주시느라 부상을 입은 직후라서....경계심이 높으셨을거에요. 그렇지 않아도......'하필 이런 곳' 이니까요."
나는 쓴 웃음을 짓는다. 정말 '하필 이런 곳' 이다. 이럴 때 기척을 숨기고 있는 뭔가를 발견하면, 하기사 위협 정도는 하겠지....
"....괜찮으시면 같이 다녀요."
나는 아직 이름을 모르는 그녀에게 그렇게 권유했다.
서로 힘을 합치는게 좋을 뿐더러....아는 사람이 이 위험한 곳에 홀로 돌아다니다가 죽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면, 기분이 불편하니까.
#냥냥이와 대화
" 소년은...... "
그녀는 시윤의 콧등을 가볍게 콩 때리고 말합니다.
" 동료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냐. "
그녀는 시윤을 타이르듯 말합니다.
" 만약 내가 나쁜 맘을 가지고 있다거나 하면 지금 셋은 죽었다냐. 내가 그럴리가 없다고 하더라도, 동료의 부상 따위는 정말로 안심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라면 밝히지 않는 게 좋다냐. 무엇보다도 게이트 안이라면 더더욱 그렇다냐. "
" 맞는 말이긴 하지. "
지오는 다친 상처를 가볍게 만지면서 그녀를 바라봅니다.
" 아가씨 이름은 뭔가? "
" ... 이드. 이다비엔이지만 편하게 이드라 부르라냥. "
그녀는 주머니를 뒤지더니 지오에게 무언가를 던져줍니다.
포션이군요!
"....."
그럼 콧등을 얻어맞곤, 손을 문질거리다가.
둘에게 고개를 꾸벅 숙인다.
"....죄송해요. 지오씨. 확실히, 제가 배려가 부족했던 것 같아요."
무슨 소리인지 듣고서야 이해 했다.
그렇다. 그녀는 분명 아는 사람이고, 좋은 사람이라고 믿지만.
정작 그 판단 근거는 상당히 빈약할 뿐더러. 그녀가 정말 내가 아는 그녀인지, 확인조차 하지 못했다.
나는 긴장을 풀듯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쉰다.
"자꾸 긴장하고 있나봐요. 무섭고. 초조하고. 이럴 때 동료들과 함께 있어본 경험은 많이 없어서, 서투르고."
어깨를 손으로 쓸면서 어색하게 웃다가, 이내 다시 표정을 되돌렸다.
저렇게 타일러준다는 것은 내가 실수했지만, 그녀는 내가 알던 좋은 사람에 들어간다는 것일테다.
그녀가 지오씨에게 포션을 던져주는 것을 보고 말을 마저 잇는다.
"그렇지만 울적하게 땅파거나 반성하는건 나중에 할게요.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니까. 지키고 싶은 아이가 있습니다. 집중하겠습니다."
에브나를 끌어안으며, 마음을 다 잡는다.
지금은 칭얼거릴 때가 아니다. 둘에겐 나를 위로하거나 달래거나 교육해주는 것보다 훨씬 더 해야할 말이 많다.
나 또한. 지금은 스스로의 미숙함의 울적해 할 때가 아니다. 생각해라. 생각해. 생각해라.
'나' 가 가지고 있던 이성과 냉철함을 떠올려라. 최악의 열세속, 부족한 능력을 가지고도 최선을 다해 노력했던 그 자세를...
#조언 감사요...
" 그러면 된거다냐. "
그녀는 손을 가볍게 호 하고 데우더니 시윤의 코에 대어줍니다.
" 좋은 사람은 이용당하기 쉬운 세상이다냐. 나쁜 사람이 당연한 세상이고, 앞으로는 웃다가도 게이트 안에선 악마가 되기도 하는 세상이다냐. 소년이 더 강해지고 싶다면 타인을 경계하고, 믿고, 생각해야만 한다냐. 소년은 혼자 절대자가 아니니 말이다냐. "
곧, 그녀는 가볍게 주위를 살펴보며 말합니다.
" 좀 멀지 않은 곳에 사람의 기척이 느껴진다냐. 그런데... 피냄새도 좀 많이 난다냐. "
합류할거냐? 하고 묻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는 지오를 바라봅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드씨."
좋은 사람은 이용당하기 쉬운 세상. 나쁜 사람이 당연한 세상.
....맞는 말이다. 공감하고, 차갑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나는 그런점에선 아직 어리숙한 걸지도 모른다.
다만. 마찬가지로 기억해두자.
나는 그런 세상이 거지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싸우고자 했던 것이다.
좋은 사람이 좋은 사람으로 남을 수 있는 세상을, 혼자 절대자가 아님에도 바랬다.
그것만은 이 심장속에 새겨두자. 나는 가슴을 가볍게 쥐곤. 지오씨를 본다.
"지오씨, 스코프를 통해 정찰해볼까요?"
#저격수의 본분을 살리는 제안을 해봅시다.
지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렇게 해보란 의견이군요!
"그럼 살펴보겠습니다."
#망념 50으로 스코프를 통한 시야를 강화해, 주변을 정찰합니다. 소리가 들린다면 그 쪽 위주로.
바라봅니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은 채로 무언가를 겨우 죽인 듯, 숨을 몰아쉬고 있습니다.
그들의 앞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시체색의 거인이 쓰러져 있네요.
스코프로 관찰에 성공했으니, 그걸 보고한다.
"....지오씨, 꽤나 많은 사람들이 상처입은 상태네요. 숨을 몰아쉬는걸 보니 전투가 끝난 직후인 것 같아요. 앞에 있는건....시체색의 거인이 쓰러져 있는데, 아마 이 녀석과 싸운 것 같아요."
.....거인, 이라. 이 게이트에선 저런 몬스터도 돌아다니는 건가.
사람들의 지친 기색을 보아하니 아마 만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은데...
"합류하실건가요?"
#관찰 보고
" ....... "
그는 창대를 매만지며 고민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 별로 합류하는 게 좋아보이진 않는다냥. "
이드는 별로 맘에 들지 않는 듯, 가볍게 꼬리로 땅을 탁탁 내려칩니다.
" 꼬마 말대로라면 전투가 막 끝났고 별로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들을 데리고 다녀야 한단 얘기지 않냥. 우리는 이미 환자인 꼬마 하나에, 기절한 꼬마까지 데리고 있는데다가 그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전력은 나랑 그쪽 뿐인데. "
그러며 시윤을 슬쩍 바라보는 이드는 한숨을 내쉽니다.
" 아니. "
" ......? 냥? "
" 합류하지. "
" ??????!!!!! "
그는 평소처럼, 꽤 밝은 미소로 웃습니다.
" 기사 돈 지오테는 약자를 버리지 않거든. "
" 틀렸다냥... 이사람도 정의병자다냥..... "
"하하...."
지오씨가 상냥해서 말하지 않은 신랄한 팩트가 가슴에 꽂히는 기분이다.
젠장, 이래보여도 40레벨은 넘는데. 전력 외 취급이라니. 엿같은 접신.
짐덩이 꼬마 x2 취급을 받는게 슬프지만, 솔직히 반박할 말은 없었다.
"....알겠습니다."
나는 지오씨의 말에 다소 안도한듯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내가 함부로 판단할 부분이 아니라서 물었지만, 나 또한 합류하는게 좋다 생각했으니까.
안아든 에브나를 한번 더 잘 들춰메면서 이드에게 조심스럽게 얘기한다.
"이드씨의 이야기가 전부 맞아요. 사람을 함부로 믿는게 늘 좋은 것은 아니고, 좋은 사람이 이용당하고 손해보는 세상인 것도요. 제가 지금 짐덩어리인것도, 두분에게 이미 짐이 많은 것도...."
나는 그녀의 말이 틀렸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합리적인건 그녀다.
"그래도 세상에는, 바보나 정의병자처럼 살기에 강한 사람도 있다고는.....생각합니다. 제가 봐온 기사분들은 대체로 그렇더라구요...합리적인 타협을 할 수 있었다면, 그렇게 강직하고 신뢰되는 기사님은 되지 못했겠죠."
아시는바가 있지 않나요? 라면서 지오씨를 따라갈 준비를 했다.
태양의 기사님이 어떤분인지 과연 나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내 생각엔, 그 분도 비슷할 것이다.
기사도는 그렇게 쉽게 타협하고 굽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기사는 기사로써 강건하게 성립되지 않는다.
#대화하면서 이동하죠
두 짐덩이와 두 사람은 그렇게 사람들과 합류합니다!
그들은 꽤나 지친 표정으로 시윤과 일행을 바라보는군요.
" ...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갑자기 세상이 이꼴이 나다니. 이것도 기사재전인가? "
꽤 묵직해보이는 중갑과 커다란 방패를 든 기사는 툴툴거리며 시윤과 일행을 바라봅니다.
초대형 게이트의 침식 현상입니다.
라고 대답해주려고 했다가, 잠깐 이드씨와 지오씨의 눈치를 살핀다.
"....이런 상황이긴 하지만,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윤 J 시윤이라고 합니다. 하이젠피우스 기사단의 수련기사입니다."
일단은...인사를 나누는게 좋겠지.
#중갑 기사님과 인사를 나눠봅시다.
" 카이한이오. 방랑 기사지. "
그는 방패를 툭툭 털어내며 시윤을 바라보다가, 무언가 알 것 같단 표정으로 아 하고 말을 터트립니다.
" 그 마구 날아오던 화살에 패배한 기사로군! "
"이겼습니다!?"
물론 상대랑 상성은 최악이었고 레벨로 찍어누른 감은 없지 않았지만, 이겼다고!
순간 억울과 당황으로 대답했다가, 큼큼 하고 진정한다. 사실 중요한건 아니다...
"아무튼간, 전투를 치르신 직후인 것 같은데 수고하셨습니다....그렇다곤 해도. 현재 이 근방에는 '흑기사' 라는 차원이 다른 괴물이 나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발견했었어요."
....덕분에 죽을뻔 했고 지오씨가 구해주다 큰 부상을 입었다~
라는 이야기를 또 하면 방금전 이드씨가 해준 충고를 한귀로 흘려들은 셈이 될테니. 적당히 뺐다.
#흑기사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줍니다.
" 하하!! 그렇게 맞았으면 사실 진 게 맞지 않나 싶긴 하다만! ..... "
그는 갑작스럽게 시윤의 앞으로 튀어나오며 방패를 들어올립니다.
불변의 성벽
콰아아아아앙!!!!!!
발끝으로 전해지기로도 묵직한 충격이 파의 형태로 주위로 퍼지면서, 공격을 막은 기사가 몇 걸음을 뒤로 밀려나고 맙니다.
" 빌어먹을, 또 쳐들어왔군. "
시윤은 급히 뒤로 움직이며 총을 들어올리고, 공격이 날아온 곳으로 스코프를 들이밉니다.
그 곳에는 수많은, 근육과 살과 피가 끔직하게 뒤엉킨 듯한 몬스터들이 천천히 일행을 향해 전진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맞는 말씀입니다...."
유쾌한 팩트에 나도 살짝 쓴 웃음을 지으면서도 동의했다.
그러다가 흠칫하고 놀라선, 공격이 날아온 방향을 관찰하는 것이다.
충격의 위력이 강렬하다.
....지금 내 상태로는 맞았으면 일격사를 당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막, 막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선을 넘은 것에 의한 것에 의해 목소리가 살짝은 떨리고 식은땀이 흐른다.
진격하는 육편의 몬스터들의 수준은, 얼핏 봐도 상당한 수준이라.
접신에 의해 무력해진 내가 전력을 낸다 한들, 타격을 얼마나 줄 수 있을진 장담할 수 없었다.
"전방에서 몬스터 다수, 접근합니다!"
쯧, 하고 혀를 찬다.
무력함을 한탄하는건 나중에 해도 괜찮아.
지금은 생각해라, 생각해! 내가 뭘 할 수 있는지를 계속 집중해라!
"화력을 내기 애매하니, 서포트에 집중하겠습니다!"
#외눈관찰과 약점간파를 키면서 서포팅할 준비를 합시다...
순식간에 다가오기 시작하는 몬스터들과, 전투를 준비하는 아군.
본능적인 느낌이지만 시윤은 한 걸음을 물러나며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가다가 깜짝 놀라고 맙니다.
마치 익숙하게... 허리춤에 있었던 무언가를 찾았으니까요.
외눈관찰
언더휴먼의 시각은 한 눈을 감는 것으로도, 주위의 풍경을 자연스럽게 수집해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집니다.
무조건!!!
".....?"
허리춤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가, 나도 모르게 혼란으로 인해 얼굴을 찌푸린다.
처음으로 느꼈던건, 왜 '손에 잡히지 않지?' 였다.
마치 손을 뻗어 컵을 잡으려고 했더니 손가락이 없는 듯한 위화감.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내가 왜 그런걸 생각했는지다.
보급용 저격총, 송곳니, 꼴깍이. 내가 써왔던 무기들은 전부 대물저격총이다.
크기상 결코 허리에 메달려있을만한 무기가 아닌데, 이 것은 마치...
그러고 보면 과거의 난, 정말 저격총을 사용했던건가?
머리가....어지럽다. 혼란스럽다....!
뒤죽박죽 복잡해진 머릿속으로, 나는 외눈의 기계알을 굴린다.
주변 지형. 적의 수. 강함. 아군의 현황.
이 모든 것들을 보고, 내 머릿속의 무의식은 답을 내렸다.
진다.
반드시 진다.
"지오씨!! 이드씨!! 카이한씨!! 후퇴, 후퇴해야 합니다! 이 전선은 반드시 붕괴한다! 그대로 싸우면 전멸할거야!"
그 사실을 깨달은 나는 목청 터져라 소리를 질러 경고를 알렸다.
어쩐지, 이런 얘기를 하는 것 조차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 후, 후퇴 해야해!!
지금 상황은 외통수입니다!
도망치기 위해서는 부상자들을 추스려야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물론 지금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만 도망친다면 살 수 있지만 시윤은 에브나를 버리고 도망쳐야합니다!
" 또. "
별로 향기롭지 않은 담배를 배우게 된 것은 그 안개따위가 하늘로 이어지며 내 한탄을 담아주는 것 같았던 이유였다. 입에서, 불꽃의 발화점에서 천천히 타올라 오르는 연기를 따라 내 마음속에 있는 불만이 흩어지는 그 감각이 필요해서였다.
" 많이들 죽어나갔군. "
이런 세계에서 사람의 이름보다는 사람의 숫자가 더 쉽게 와닿는 법이다. 생각해보자. 민간인 OOO 사망이라는 문장과 민간인 1명 사망 중, 우리가 더 많이 본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후자의 것일 것이다.
이름. 그 요소가 있음과 없음에 따라 얼마나 많은 것이 달라지는지 보통은 모를 것이다. 그러나 이름을 알던 이의 죽음이 내게 알려졌을 때. 그것은 좀 더 직관적인 죽음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나는 오늘도 죽어버린 사람들의, 시체조차 남지 못해 겨우 나무토막으로 이름을 기록한 곳에서 눈물을 흘린다.
" ... 년! 소년!!! 정신차려라냐!!!! "
이드는 시윤을 열심히 흔듭니다. 하지만 그 충격마저도 시윤에게는 별로 가까운 감각이 아닙니다.
아니. '당신'에게는 별로 가까운 감각이 아닙니다. 마치 먼 곳에서 서로를 흔드는 사람을 보고 있는 듯한 감각.
당신은 한 소년을 들춰업고 어떻게든 도망칠 준비를 하는 여인과, 창을 들어올리며 몬스터의 돌진을 막아내려던 기사를 향해 손을 뻗은 여인의 모습을 지켜봅니다.
이 수가 희생된다면, 그럭저럭 저들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쪽 몬스터들의 구성을 보아할 때. 방어를 맡을 법한 큰 몬스터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화력이 조금 부족할 수는 있겠지만 수류탄에 의념을 불어넣어 그것을 던지거나. 아니라면 기름을 가득 먹인 화염병에 의념을 넣으면 그럭저럭 효과를 볼 것도 같습니다.
그 후에 어느정도 적의 움직임을 봉쇄한 후. 2개 분대를 투입한다면 8명 정도 희생을 거쳐 적들을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후에는 후퇴를 하긴 해야겠지만. 당장 저들에게 모두 죽을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습니까.
' 중위 님.... '
' 형님..... '
' 하...... 돌아가면........ '
마치 사인펜으로 마구 낙서해둔 것만 같이 떠오르지 않는 얼굴들.
' 말해주이소. 내가 하믄..... 우리 아는, 아들은 살 수 있습니까? '
' 괜찮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들을 지키기 위해 오래 남아주지 않았습니까. '
지켜줘야 했을 이들의 목숨을 바쳐 살아남았고.
' 저. 중위님 좋아했습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때. 차라리 고백이라도 할걸. '
마지막 순간에 나를 좋아하는, 좋아한단 사람을 떠나보내야 했던.
나.
는,
누구지....?
- -23- 逆天
- 버려야해.
도망쳐야해.
살려면― .
알고 있잖아?
"아아아아아악!!!"
누군가 비명을 내지른다.
그것은 목숨을 잃기로 결정된 희생자였는지.
목숨을 구하기 위해 버리기로 결정한 나였는지.
상하좌우가 뒤죽박죽 뒤섞인다.
옳음과 그름이 뒤죽박죽 뒤섞인다.
삶과 죽음이 뒤죽박죽 뒤섞인다.
살리기 위해 무엇을 죽여왔는가.
옳기 위해 무엇을 그릇되어 왔는가.
세상이란 암울하고 복잡한 미로속에서, 나는 지금도 헤메이고 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
늘.
'나'의 인생이란, 늘, 최악을 고를 순 없으니 차악만을 선택해온 인생이었다.
똑똑한 머릿속으로, '완전한 승리' 같은 기적이 불가능하니 '최소한의 희생'을 현실적이란 이름 하에 당연하듯 계산해온 인생.
소중한 인연들은 이제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
고귀한 이들의 희생에 기대서 목숨을 건져서.
마지막에 나를 좋아했던 누군가와도 이어지지 못한.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고, 자신또한 잊혀진.
'실패자'의 인생. '불발탄'과도 같은 인생.
나는 소년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본다.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싫다고 울며 떼를 쓴다 한들, 달라지는 것은 그다지 없다.
무엇이 그리도 싫은걸까. '나'는 의아했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잖아. 나는 죽고 싶지 않고, 지켜야 할 것이 있다.
희생 따윈 결코 좋아하지도 즐겁지도 않지만, 도저히 어쩔 수가 없지 않은가.
미련하게 전멸을 당할 수도 없으니까 . . .
적은 강하고.
우린 약하다.
신은 위대하고.
나는 나약하다.
그러니까― .
'나' 가 겪은 또 다른 광경이 떠오른다.
자신이 사랑하던 딸을 살리기 위해, 겨울을 끝내고 봄을 불러오기 위해. 죽음을 택하던 노인의 모습을.
나는 거기서도 울었다. 참, 많이도 울었다.
그를 위한 더욱 좋은 결말은 없었을까. 이별은 필연적이었던걸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없었던 것일까.
내 곁에서 누군가 떠난다는 것을 실감하고, 함께 보낸 시간들이 다시는 재현될 수 없는 추억으로 변함을 느끼고.
나는, 울었다. 언젠가 그들의 묘비를 대신한 허섭스레한 나무토막의 앞에서 그리 했듯이.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력한 인간이다.
나는 나약한 인간이다.
실패하고 잊혀진.
서투르고 어린.
그렇기에 늘 곁의 소중한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제 가슴에 그 이름을 담아.
아련한 담배 연기에 그리움과 후회를 담아 토해내어 흩어지던.
그 무게로 흘러넘친 내용물을 눈물을 통해 하염없이 흘려내던.
나는, 그런 인간이었다.
그러니까― .
그럼에도 불구하고― .
'나'는― .
나는― .
#나는.
- 도망쳐야 한다냐!!! 이 이상, 이 이상은 버티기 힘들다냐!!!!
방패가 부러집니다.
피가 땅에 스며들고, 부러진 방패조각으로 팔도 감싸지 못함에도 그는 무기를 들어올립니다.
- 수호하는 것에, 물러남은 없으라!!!!
그 외침은 무모합니다. 도망쳐야 하는 순간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과 같았으니까요.
- ..... 끄으윽......!!!!!!!
남자의 상처는 천천히 벌어지고 있습니다.
흑기사와의 일전을 겪었음에도, 시윤과 에브나를 지키기 위한 대가는 깊게 남은 상처였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창을 비틀거리며 순식간에 두 개의 괴물의 목을 떨어트립니다.
............
그리고.
한 소년이 혼을 잃어가는 듯 덜덜 떨고 있습니다.
한 손으로는 쓰려진 소녀의 손을 잡고, 공포에 질린 눈으로 전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닿지 못한 인생인 걸까요?
................
그대여.
그대의 인생을 돈오하십시오.
그대의 인연을, 그대가 지금까지 쌓아온 삶을.
깨달아야만 합니다.
공포와 절망의 어둠이 영혼을 빼곡히 덧칠해가고.
의식은 점점, 깊은 심연속으로 가라 앉아간다.
이제 된거 아닐까. 노력했잖아. 이 정도면.
그런 속삭임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것만 같을 정도로.
아.
참 애써왔다.
뭐 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한 인생속에서.
성공을 쥐진 못하되, 놓아버리는 것만은 하지 못하는.
진흙탕에서 그저 바둥거리는, 그런 삶이었다.
소년이여. 우린 애쓰지 않았나.
담배연기 같은 아련하고 상처 투성이인 삶에서, 많이 눈물을 흘리지 않았나.
우리는 그다지 욕심 없는 성정이잖아.
강력한 힘도.
주변의 명성도.
정의의 대의도.
그런 것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나는 스스로가 생각해도 그다지 욕심이 없는 인물이니까.
그런데도 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선 이리도 욕심이 날까. 왜. 불합리 앞에서 포기만은 하고 싶지 않을까.
....
생각해. 생각해라. 생각해내라.
아이러니하게도 공포와 절망의 어둠이 영혼을 빼곡하게 덧칠하고 있기에.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칠해지지 않는. 아주 작은 한조각을 뚜렷하게 인식할 수 있다.
깊은 심연속에 의식이 가라앉아 가기에. 그 가장 밑바닥에 파묻혀있는 것을 바라볼 수 있다.
욕심이 없는 내가. 바라는 것이 많지 않는 내가.
왜 포기를 하지 못했냐면. 왜 심신이 엉망이 되어서도 걸어갔냐면.
그 딴거, 간단한 이야기잖아.
내가 한심하게 굴면.
내가 꺾여서 포기해버리면.
내 주변에 있던 소중한 사람들이.
나와 함께 웃기도 다투기도 했던 사람들이.
나를 믿어주고, 좋아해줬던 사람들이.
내 앞에서 고귀한 신념을, 인간다운 감정을 보였던 사람들이.
전부.
전부, 바보같아져 버리잖아.
전생의 내게 맡겨졌던 그 아련한 이름들이.
전생에 나를 가르쳐줬던 그 아버지 같은 영감님이.
전생에 나를 좋아해줬던 그 누군가의 여성이.
전생에 내 명령을 따라줬던 그 누군가의 부하들이.
현생에 나를 의지해줬던 그 드래고니안 소녀가.
현생에 나에게 가르침을 줬던 기사단장님이.
현생에 자신의 딸을 맡기며 희생했던 봄의 신이.
현생에 눈 앞에서조차 나를 지키기 위해 상처 입은 대종사가.
전부.
바보같아진다고.
나는.
그것만은 납득할 수 없다.
나는!!!
그것만은 절대로 인정할 수 없어!!!!
나는!!!!!!!!!
설사 신이 강요한다고 해도, 내 영혼이 부숴진다고 해도!!!!!
이 세상 모든 순리가 나에게 그것이 진실이라 압박한다 해도!!!!!
나는!!!!!!!!!!!!!!!!!!
그 사람들이 무의미 하지 않았다는 것을, 결단코 포기하지 않을거니까!!!!!!!
그게, 내 삶이었다!!!
그게, 내 삶이다!!!
그게, 내 삶일 것이다!!!
#
훌륭합니다. 그대야.
그대는 여전히 후회했을지도 모릅니다. 떠오르는 기억을, 떠올랐던 기억을, 단지 후회하며 걸음을 걸어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그렇게 쌓인 발걸음은 깊게 남아 당신을 말하고 있었겠지요.
그대는 후회했습니다. 미련했죠. 그렇게 되면 모두 잊혀질지도 모른다고. 모든 것을 잊지 못한다고. 그러니 어떻게든 그 삶을 이어가고 싶단 미련만으로 이 세상을 걸어왔을 겁니다.
고마워요. 여전히 잊지 않고 있어주어서.
그것을 떠올리기 위해 노력해주어서.
..........
시간이 길게 허락하지 않네요.
비록, 이 찰나의 시간이 끝나고 나면 당신은 저를 잊게 되겠지만 괜찮아요.
그러나. 그대여.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내 모든 것을, 내 모든 기적을, 내 모든 순간을 바쳐 그대를 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도록.
단지 한 사람의 관객으로써.
.................
자.
윤시윤.
' '
그대의 '운명'을 지불하십시오.
그래.
전부 가져가도 좋아.
# 도기코인 전량을 지불합니다.
사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죽음을 맡는 게 당연한 시대가 됐다는 것도, 국민을 수호하겠단 일념 하나로 입대한 곳에서 같은 국민에게 총을 겨누게 되었단 것도. 아니 사실은 모르겠다. 나라가 무너진 시대에 군대의 의미가 있느냐는 녀석들의 대답에도, 각성과 동시에 총을 들고 도망친 녀석들도 있는 마당에 이곳에서 사람들을 지켜야 하는지.
생각해보면, 도망칠 용기조차 없었던 것 같다. 도망쳐서 떵떵거리며 살기에는 나는 너무나도 평범했고, 그런 상황에서 대범해진 녀석들에 비해 나에게 기대하는 사람들조차 버리고 도망칠 용기가 없었다. 그래. 어중간한 용기를 가진 나는 그렇게 살아남았다.
" ...... "
틱틱, 틱, 이제는 발화점이 고장이라도 난 건지. 불이 붙지 않는 라이터를 바닥에 내던졌다. 담배에 붙일 불조차 이제는 사치에 어울리는 물건이 되었다. 입에 물었던 담배를 가슴팍의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한숨을 내쉰다. 머리가 아팠다. 이 빌어먹을 능력의 부작용 탓인지. 온 몸에 느껴지는 토악질의 이물감 때문에 미칠 것만 같았다.
그러던 때에 등 뒤에서 익숙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니, 평소와 다르지 않은 늙수구레한 남자가 불 붙은 한 개비를 내밀었다. 그의 손에는 아까 내던졌던 라이터가 들려 있었다. 그는 라이터에 붙은 먼지를 과장스럽게 털어내다가,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 이 아까운 것도 버릴 줄 알고. 우리 중위 님께서 사치라도 하실 생각인가? "
" 고장나서 버린 겁니다. 고장 나서. "
" 고장은 무슨.. 봐봐. 이런 것들은.. "
그는 라이터를 쥐고 구멍으로 숨을 몇 번 불어넣고, 손바닥으로 아랫 부분을 몇 번 툭 툭 쳤다. 그리고 불을 켜자 고장난 것만 같았던 불꽃이 제 몸을 자랑하듯 작게 춤추기 시작했다.
" 이렇게 하면 아직 쓸 수가 있지. "
담배를 입에 물고 그는 연기를 마신다. 나도 그 움직임을 따라 연기를 마시고 있으면, 이 지독한 토악감을 연기를 따라 조금은 뱉어낼 수가 있게 된다. 그것만으로, 나는 여전히 사람이라고 스스로에게 되새긴다.
" 고민이 있나보군. "
그는 내 눈치를 보곤, 연기를 한 번 길게 내뿜고 묻는다.
" 지금 고민 없는 녀석이 있겠습니까. "
그러면 나도 답변하듯 연기를 내뿜는다.
별로 이야기가 이어지진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얘기를 시작해도, 대부분은 내 짜증과 그의 사과로 이어짐을 아는 까닭이다. 그는 대신 진정할 수 있도록 기다리면서 같이 연기를 피워 올린다. 내 고민이 혼자가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그런 시간이 지나다 보면 또 고민하던 것이 어느정도 해소되고, 지나가듯 툭 말을 내던지게 된다.
" 모르겠어서 그럽니다. 내가 하고 있는 게 옳은지. "
문득 손을 내려보면 요즘은 손이 떨리곤 한다. 마치 몸은 계속해서 이어진 전투만을 기억하면서 쌓인 긴장을 함뿍 불어내고 있다. 그런 손떨림은 여러 때에 멈춘다. 괴물들과 싸워야 할 때. 그리고, 같은 사람을 죽여야 할 때.
무언가를 죽이는 때에나 이 감정을 잊을 수 있게 되는 것이 두려웠다.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같은, 처음으로 임관했을 때의 지루한 훈화가 이따금 머릿속을 지난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무엇도 지키고 있지가 않다. 지켜야 할 국가는 사라졌고, 지켜야 할 국민은 가려야만 했다.
다시금 손이 떨리는 것 같았다.
" 왜. 누가 뭐라 하던가? "
그러면 그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꺼낸다. 처음부터 괴물을 사냥하는 것에 익숙했던 사람이다. 총포상에서 일하면서 수렵 자격증을 가지고, 사냥을 하던 그는 이런 세상이 되었을 때 기꺼이 군의 도움을 수락했다. 처음에는 지켜야 할 가족이 있었지만 게이트는 그런 그의 가족을 잃게 했다. 그 이후, 그는 괴물에게 이를 갈게 되었다.
나와 그가 친해졌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나는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괴물을 사냥하기 시작했고, 그는 복수해야 하는 대상이 그곳에 있는 까닭이었다. 내가 모르는 여러 기술을 그에게서 배우며 그와 내 거리는 썩 가까워졌다. 다만 나쁜 것도 있었다. 이 빌어먹을 담배를 피게 된 것도 그런 이유였다.
" 뭐 이딴 세상에서 지는 얼마나 선하기에 옳고 그른지를 따지는지는 모르겠는데... "
그는 뒷머리를 긁다가, 내 눈치를 봤다.
" 지금까지 도망치지 않았잖나. "
담배를 비벼 끄고, 남은 연기를 뱉어내면서. 그는 답답한 듯 이미 뱉어냈을 숨을 다시금 크게 내뱉었다. 다만 처음의 그것이 쌓인 연기를 내뱉기 위해서였다면, 두 번째의 숨은 눌러뒀던 분노를 내뱉듯 아래에서 깊게 끌어올려졌다.
" 사람은 선하지 못해. 아니. 그것보다 이타적이지는 못하지. 급박한 상황이 오면 자신이 살기 위해 발악하는 게 인간일세. 위대한 부성애와 모성애? 사람을 이끄는 성인의 마음? 그런 것이 존재했더라면 이 세상이 이 꼴이 나지는 않았겠지. 적어도 내가 아는 곳에서 세상은 그렇단 말일세. "
나는 그의 말을 들었다.
" 그런 상황에서 그대는 아직도 우리들과 비비고 살고 있네. 당신 아래의 군인이란 작자들이 당신을 아직도 따르는 것은, 적어도 내가 모를 위대한 그 정신 따위에 자극받고 있는 까닭이겠지. 중위님이 더 맘대로 하고 싶었더라면 충분히 하지 않았겠나. 이런 세상에서 사람만큼 대체하기 쉬운 게 어디 있다고... "
그는 피식 웃었다. 허탈한 웃음이었다.
" 나도 그런 사람일 뿐이야. 대체될 수 있는 사람. 특별한 가치가 아니라. 단지 아는 것으로 가치를 알게 된 사람. "
" ... 그렇습니까. "
나도, 그 말에 따라 웃었을 뿐이다.
" 하지만 이런 세상일수록 중위 님 같은 사람이 있으니 살만해지는 거야. "
그는 손으로 괴물의 시체를 가르켰다.
" 저런 것이 살아있는 세상에서 남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인간은 흔치 않지. 중위 님 같은 사람이 늘다 보면... 언젠가는, 이 지랄이 끝나고 나면 좀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겠나. "
그는 그 말을 끝으로 손을 가볍게 휘저었다. 아직 남은 담배연기를 흩어내면서, 사람들이 남은 방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나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 ... 당신 같은 사람도. 이런 세상에 필요할 겁니다. "
그런 말에 그는, 돌아보며 피식 웃곤 걸음을 이어갔다.
" 난 이미 죽으려고 사는 사람이야. 당신같이 살고 싶어서 남은 사람이 아니라. "
나는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세상에서 그 가치랄 게 무엇인지. 그가 말하는 선 따위는 모르겠지만.
" 같이 갑시다. 박재우 씨. "
" 이게 어른 이름을 막 부르네? "
" 이런 세상인데 그깟 나이차 좀 무시하면 어떻습니까. "
" 그것도 그렇네! 크크크... "
그래.
이런 세상이다.
총을 들어야 하는 이유도, 그래야만 하는 이유도 아직은 찾지 못했지만.
... 지켜야 할 것들을 위해. 나는 아직도 전장으로 향해야 했다.
손떨림이 멈췄다.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기억.
그리고, 문득 눈을 뜨게 된 당신은 미친듯한 고통에 시달립니다.
지금의 나를 무시하는 것만 같은 기억! 지금까지 억지로, 분리해둔 것만 같던 기억들이 하나로 합쳐지는 고통은 아무리 시윤이 뛰어난 각성자라 하더라도 견딜 수 없는 것입니다!
--- !!!!!!!!.......
짐승에 가까울 울부짖음이 허공에 퍼지고, 당신은.
시윤은, ' '은 계속하여 소리를 지릅니다.
나는누구지나는누구지나는윤시윤인가아니면 인가?아니면둘다아닌가나는그냥이곳을관찰할존재일뿐인가왜이런고통을견뎌야하지왜그사람은보이지않지나는분명이런곳에있지않았는데대한민국의흔적은어디로사라진거지왜나는대한민국이아닌이나라에있는거지이거대한풍경은왜존재하지초대형의존재인가초대형의존재가우리를괴롭히고있는건가초대형이뭐지이세계를괴롭히는존재가초대형이라고그런데나는어떻게이런걸알고있지아니왜나는이런것을기억하지못하는거지
누구지누구지누구지누구지누구지누구지누구지누구지..........................................
항거할 수 없는 공포가 전신을 짓누릅니다.
알아서는 안 될 지식이, 이해가, 당신에게 고통을 가하고 있습니다.
몸의 고통이 아닙니다. 마치 직접적으로 영혼과 연결되어, 나라는 존재를 마구 휘핑하고 있는 것만 같은 고통입니다.
그때.
당신은 누군가가 당신의 손을 붙잡는 것을 느낍니다.
작은 아이.
아직 세상을 바라보는 법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아이는 당신의 손을 붙잡고 천천히 그 품으로 당신을 끌어들입니다.
" ... 시윤...... "
그 온기가 영혼에 새겨지고,
" ........ 괜찮, 아............ "
시윤은 천천히 몸에 새겨지던 고통을 잊어갑니다.
" 울지, 마......... "
에브나는, 자신을 견디는 것조차 하지 못할 아이는.
" 괜찮아... "
울부짖는 시윤을 끌어안으며, 그 고통을 이해합니다.
" 단지. 단지. "
그녀는.
" 이 고통은, 네 봄을 위한 과정일 뿐이야. "
무언가를 잃었을, 시윤의 고통을 품기 위해.
그 고통을 알고 있을 시윤을 끌어안습니다.
그 품속에서 시윤은 글자를 떠올립니다.
머릿속에 남은 알 수 없는 기억.
그러나, 누구보다도 친숙한 향기가 남은 기억...
역천逆天(???)
가장 낮은 이들이 가장 떨어진 세계에게 가하는, 뒤집힌 세계에 가하는 반역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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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천逆天 - 개벽開闢 : ??????????
여전히 손은 떨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시윤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한 걸음,
두 걸음,
걸음을 향하면서 시윤은 리춤을 마구 더듬습니다.
곧, 그 손에 한 자루 권총이 잡힐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단 하나의 자세입니다.
아쉽게도, 지금의 윤시윤에게는 이것을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단지 무력하게도 도망칠 수 있는 것 정도가 그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겠죠.
하지만, 시윤은 머릿 속 풍경으로부터 조용히 머리를 숙이고 청합니다.
〃 빌려주세요. 〃
담배를 입에 문 채로, 다가오는 괴물의 무리를 바라보는 사내에게.
시윤은 무릎을 꿇고 땅에 머리를 박으며 청합니다.
〃 나에게는 없지만, 당신에게는 방법이 있잖아요. 〃
〃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까. 나에게는... 반드시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으니까. 〃
〃 에브나도, 지오 씨도, 이드 씨도, 그 외의 사람들도.. 또, 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도. 〃
〃 아직. 잃고 싶지 않아......!!!!!!!!! 〃
그러니까, 제발!!!!!!!!!!!
머리에 피가 터져나오고, 자신이 무슨 울부짖음을 할 수 있게 되는지도 모를 상황에서.
시윤은 마치 투정을 부리듯 그에게 손을 뻗습니다.
"〃 빌려달라고!!!!!!!!!! 〃"
그 울부짖음에.
그 바람에.
그는,
아니.
나는, 이주윤은, 그런 시윤의 앞을 바라봅니다.
그곳에 있는 것은 단 한 발의 탄환입니다.
〃"가져가라."〃
나는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 고통을, 그 감정을 이해하는 나이기에.
그는 시윤의 팔을 붙잡고, 쓰러진 몸을 억지로 일으킵니다.
담배. 담배를 피고 싶다는 욕망이 유독 강하게 느껴집니다.
품을 뒤져보지만 그런 것은 나오지 않고, 시윤은 단지 피식 웃습니다.
여전히 손은 떨리고, 머리는 말을 듣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는 당장 해야하는 일이 있습니다.
타개할 수 있는 방법.
빌려옵시다.
이전의 나에게, 지금의 내가.
이 순간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을.
시윤은 땅을 더듬어 하나의 돌멩이를 주워듭니다. 그것을 손에 쥐고 품습니다.
그것은 시윤의 의지대로 가공되고, 변화하여.
한 발의 탄환으로 빚어납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권총에 탄을 집어넣으며 온 몸의 공포를 온전히 받아들입니다.
불가능하다는 생각과 판단. 나의 공포와 불안 모든 것을 뒤집어서.
나라는 존재를 뒤엎기 위해서
역천逆天
손떨림이, 멎었습니다.
개벽開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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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와 같은 공백 속에 탄환이 새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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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그것이 가지는 개념은 '불가능을 부순다'는 단 하나의 의미 뿐.
그렇게 나아가고, 나아가고, 나아가던 하나의 탄환이 가장 선두에서 박살난 방패를 들어올린 기사를 노리던 괴물의 몸에 박혔을 때.
새하얀 섬광이 폭발하고, 그 뒤를 따라 거대한 소음이 들려옵니다.
그리고, 시윤의 정신 역시도. 그 흐름을 따라 끊어집니다.
지금은, 잠들고 싶습니다......
- 소년!! 소년!!!! 이건 무슨!!!!!! 정신차리라냐!!!!!!
- 시윤?
그 목소리들이 점점 멀어지며,
털썩.
시윤의 몸이 무너집니다.
....
#여긴 어디 난 누구
눈을 뜹니다.
좋진 못한 분위기입니다. 사람들의 표정에는 혼란스러움과, 불안 따위의 감정들이 가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행은 느리게 걸음을 옮기고, 반파된 마차 위에서 깨어난 시윤이 몸을 비척거리자 갑옷이 완전히 박살난 지오가 시윤을 바라봅니다.
" 여. 꼬맹이. "
그는 일어난 시윤에게 친절히 죽빵을 먹입니다.
" 감당하지 못할 힘을 막 쓰는 게 아니고, 그런 영웅심리를 부리다가 쉽게 죽을 수 있단 점을 설명하는 게 맞겠다만은... "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한 걸음 물러납니다.
시윤은 아픈 볼을 매만집니다.
" 수고했다. 덕분에 다들 죽지 않을 수 있었어. "
" 깨어나셨군요. "
그렇게 깨어난 시윤을 향해 아는 얼굴이 다가옵니다.
태양을 닮은 듯한 금발의 사내. 리데일입니다.
머리가 어지럽고 몸 전체가 꽤 무겁다. 뭐랄까 숙취에 찌든 기분.
그런 와중에 반가운 얼굴이 보여 화색을 돌려던 찰나에 시원하게 턱주가리를 맞았다.
"어억."
목과 머리통이 남아있고 의식이 명료한거 보니 당연히 전력 펀치는 아니었겠지만.
여러 의미로 아프다. 다만 나는 볼을 애써 문지르면서.
"별로 멋있는 영웅심리를 부리고 싶던건 아니에요. 그냥. 나 살려준다고 부상을 입고, 처절하게 싸우는 사람들을 내버려두곤 살아가고 싶지 않았을 뿐이죠. 지오씨가 무리해서 날 구해준 것처럼 말이에요."
라고 다소는 아이같이 대꾸하는 것이다.
솔직하게, 누가 누구에게 하는 말이냐. 라는 것이 내 심정이었다.
적어도 기사란 족속들은 나를 뭐라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면 다들 그리 살고 있지 않은가.
"...아! 라데일씨! 반가워요. 이런 때에 이런 곳에서 만난걸 반갑다고 해도 될진 모르겠지만, 솔직히 그러니까 더더욱 반갑네요."
#태양의 기사 왓다! 이겼다!
" 그런가요? 저도 반갑긴 하지만... "
" 냑!!! "
웃고 있는 라데일에게 이드는 혼신의 꿀밤을 날립니다!
" 이 멍청한 남자!!! 길을 잃고 혼자 낙오된 게 말이 되냥!!! "
......
" 아하하..... "
그는 웃으며 핑계를 대듯 시윤에게 말합니다.
" 제가 사실 길치거든요. "
고레벨의 의념 각성자가 길치인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대단하군요.....
"이드씨가 따로 행동하고 계시길래 혹시나 일이 생겼을까 걱정했는데....다행이네요."
다행이라고 불러도 되는걸까.
일단 이런 수라도에서 혼자 낙오되서 유유히 합류한 것은 다행이겠지.
우리에게는 다소 안된 일이지만....
어쩐지 저 조합에서 이드씨가 어떤 포지션인지 알 것 같아져서, 나는 다소 측은한 얼굴로 봤다.
나는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 자신의 몸 상태를 체크해본다.
"...제가 기절한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요? 지금 무슨 상황이죠?"
#대화
" 지금 상황이라... "
라데일은 천천히 이야길 시작합니다.
" 기사재전의 기사들이 초대형 게이트의 폭주에 휘말린 상황에서 다행히 대부분의 기사들은 필라메데스 경의 진영에 합류했습니다. "
아, 확실히.
기사재전 중이라면 필라메데스 경이 있었군요.
" 저 역시 길을 잃고 방랑하던 차에... 필라메데스 경의 진영과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에는 그분의 도움을 받아 생존자들을 찾기 위해 발 닿는데로 움직이고 있었죠. 그러던 차에... "
" 네가 그 괴상한 공격을 한 후에 저 기사가 나타났지. "
지오는 창을 닦다가, 시윤을 바라봅니다.
" 그 공격을 일종의 신호처럼 본 저 기사의 지원을 받아 남은 잔당을 해치웠다. 하지만 몇몇은 그 과정에서 죽음을 맞이했지. "
" 아쉬운 일입니다.... "
".....그런가요. 그건.....안타까운 일이네요.......정말로."
나는 축제 초입에서 만난 필라데스경을 떠올리곤, 고개를 끄덕인다.
내 반역의 탄환은 요란하게도 세상에 울려퍼져, 일종의 신호탄으로 기능했나.
다행이다. 라고 한숨을 짧게 내쉬는 순간, 중압에 짓눌린 어깨의 무게가 새삼 다시 느껴지는 것만 같다.
....왜냐면 그렇게 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전원이 살 수는 없었으니까.
단 한명의 죽음조차 허락하지 않겠다는, 그런 터무니 없는 이상을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최선을 넘어 한계를 초월했는데도 난 사상자에, 나는 잠시간 안타깝게 입을 다물고 묵념을 취했다.
"....그럼, 저희도 지금 필라메데스 경의 진영으로 복귀하고 있는건가요?"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애도를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쓸 수 없단걸 너무나도 잘 안다.
그들을 기리는 추모식은 이 사태가 끝난 뒤에 정식으로 하도록 하자.
이야기를 듣자면 지금 이 마차의 행선지는 필라메데스 경의 진영이 아닐까 싶어, 나는 그 부분을 묻기로 했다.
#대화
그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 정답입니다. 원래라면 무언가 선물을 드려야 좋지 않을까 싶지만... "
가진 게 없네요. 하고 장난스럽게 웃는군요.
" 필라메데스 경의 진지에 합류하고 나면, 그 후에는 이제 이 게이트의 주인을 토벌할 준비를 할 겁니다. "
멀리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진 성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하하, 유감이네요."
농담에는 농담으로 받고 싶어서, 나도 애써 웃었다.
피로에 찌든 현재 얼마나 유쾌하게 웃을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다마는.
그렇다고 죽상을 쓰고 있어봤자 일이 잘 풀리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이 게이트의 주인이면....강림한 신을 말하는겁니까? 혹은, 흑기사?"
토벌, 할 수 있는 것인가.
나는 저 멀리 보이는 바위로 이루어진 성을 보며 감탄하며 생각한다.
나는 거기에 참가하게 될까? 그러나 지금의 몸상태론 방해나 되지 않으면 다행이련만.
사실 얌전히 쳐박혀있는데 도움이 될진 몰라도, 어쩐지. 그렇게 되지는 않을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대화
" 흑기사는 강력한 적이지만, 이정도의 게이트를 거스릴 만큼의 힘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침식 현상이 그의 주위에서 발생하는 등의 경향을 볼 떄.. "
" 초대형 게이트의 존재는 흑기사의 게이트를 잡아삼키고 자신의 몸을 강림시켰단 얘기다. "
지오는 창의 정돈을 마친 듯, 어깨에 들춰매곤 얘기합니다.
" 초대형 게이트를 상대하는 것은 쉽게 얘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여러 경향이 그 진체眞體가 강림한 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몇명이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
지오는 무언가를 결심하는 듯 말합니다.
" 이쪽도 택할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강림한 초대형의 주인을 토벌할 결사대와, 흑기사를 죽여서 이 게이트를 약화시킬 이들. 그렇게 나눠지게 되겠지. "
그는 굳은 표정으로 창을 붙잡습니다.
" 그 녀석은. 내가 잡아야만 해. "
".......머리가 어지럽기 시작하네요."
복잡한 개념들이 뒤섞이기 시작한다.
일단은 이해해보려고 애쓰자면...신의 강림에는 대가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 경우, 흑기사의 게이트를 집어삼키는 것으로 대가 삼아 자신의 일부를 강림.
그러니 흑기사는 이 초대형 게이트의 심지같은 것이 된 상태.
사건의 해결을 위해선 초대형의 주인을 토벌할 결사대가 필요하고.
초대형의 주인을 토벌하기 위해선, 흑기사를 죽여서 게이트를 약화 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오씨."
나는 굳은 얼굴의 지오씨를 바라본다.
말려야 할까? 사실 조금은 그러고 싶기도 했다.
말한대로 몇명이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건, 이야기를 마무리하기 위해서요?"
그러나 몇번 입술을 달싹여도, 그러지 말아야 할 이유는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왜냐면 그것을 꺼내버리면. 내 친구를 모욕하고 동정하는 오만한 짓이 되는것만 같아서.
그러니까 나는, 대신 묻기로 했다. 내 결정을 위한 질문을.
#
"수련을 끝내고 잠깐 쉬러 간 카페에서 커피 한잔 얻어먹은 인연이....데굴데굴 굴러,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진 저도 모르겠지만요."
성채에 다와가는 마차에, 나는 다시 드러누으며 푸념하듯 얘기한다.
정말로 그렇다. 쓴 커피 대신 커피에 우유를 타면 맛있다는 걸로 시작한 관계가, 어쩌다 이런 필사의 영역까지 왔는지.
"이제와서 남 취급 하진 말아주세요. 제가 도울 수 있는건 끝까지 도울게요. 그렇게 사는 것이 '기사도'라는 생각이 점점 들기 시작했거든요."
물론 내가 뭘 도와줄 수 있는진 잘 모르겠다마는.
그의 사명에 이래라 저래라 강요하진 않을거고.
그에게 내 도움을 억지로 밀어붙이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나는 당신이 원한다면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나는 그 의지만은 전달하고 싶었다.
그렇게, 우리는 요새에 도착하게 되겠지.
#바위요새 고고
바위의 요새에 도착하자, 꽤나 많은 기사들이 현재의 상황을 수습하고 있는 게 느껴집니다.
전투가 불가능할 비각성자들과, 신체가 망가진 채 의료계 각성자의 도움을 기대하는 모습.
.... 쉽게 말하면, 패잔병의 잔재입니다.
" ... 반갑습니다. "
곧, 살짝 뾰족한 귀를 가진 남성이 시윤에게 다가옵니다.
" 성함과 소속을 말씀해주십시오. ... 이런 상황에서 죄송하지만. "
그는 분노를 참는 듯 꽉 쥔 손으로 말합니다.
....
뭔가 엄청난 분노가 느껴지는데.
요새는 패잔병의 음울함이 짙게 깔려있고.
아....
PTSD 올 것 같아서 지끈거리는 머리를 잠깐 부여 잡는다.
왜 화났는지 의문스러워하는 것도 바보 같다.
이런 상황에서 분노에 부들거릴 이유는, 길가의 돌맹이처럼 차고 넘치겠지.
"....UHN의 특별반 소속의 윤 재클린 시윤입니다. 유럽에선 하이젠피우스 기사단의 수련기사로써 활동하고 있습니다."
#일단 정중하게 자기소개
" 확인했습니다. "
그는 마치 펜을 마구 휘젓듯 토판에 기록을 하곤, 고개를 숙입니다.
" 치료가 필요하시다면 잠시 기다려주시길 바랍니다. 의료계 각성자의 수가 부족하다 보니...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
"알겠습니다."
그렇다곤 해도, 나는 큰 외상을 입은 상태는 아니다.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지도 잘 모른다.
그러니 당연하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쓰러진 아이가 하나 있는데, 저보다 그 쪽의 처치를 우선시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기절해있는 에브나가 다소 떠올라, 조심스럽게 부탁은 해본다.
물론 여기에도 이유는 있다.
"신성을 다룰 줄 알아 치유 능력이 있는 아이입니다. 일어나면 보탬이 되어줄 수 있을겁니다."
#에브나를 어떻게 깨울 수 업을가?
" 일단 알겠습니다. "
자... 기다림의 시간이군요.......
- -24- 돈키호테
- ".....후우...."
어디 적절한 곳에 기대어 늘어져, 길고 긴 숨을 내쉰다.
마음은 다소 정리되었다마는. 그럼에도 피로함이 어디 가시는 것은 아니다.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해보고, 자신의 다리를 주물러본다.
눈을 감고 조용히 집중하여, 스스로의 상태를 점검해보자.
#기다리면서 명상으로 자기 몸과 마음 상태 점검이라도 해봅시다...
명성을 이어가던 시윤의 숨은 곧 기침과 함께 피를 토해내며 끝납니다.
입에서부터 턱으로, 가슴 부근까지 쭉 이어진 각혈의 흔적을 슬쩍 닦아낼 즈음, 작은 막사의 문을 열고 한 사람이 들어옵니다.
무언가 긴장된 표정으로, 지오는 오른손에 창을 쥐고 있습니다.
저 창이 시윤을 겨누고 있지만 않았으면 참 좋을텐데 말이죠.
".....쿨럭!"
나는 주륵 흐르는 피를 다소는 허망하게 내려다본다.
원인이 뭘지 너무 많아서 짐작도 잘 안간다. 일단 결과가 썩 좋지 않다는 것만 알아두자.
"......?"
누군가 막사의 문을 열고 들어오길래 피를 건성 슥 닦으며 시선을 보내니, 거기엔 지오씨가 있었다.
반가운 얼굴이라 할 수 있겠지만, 어쩐지 기색이 다소 이상하다.
아니, 이상하다는 것도 점잖은 표현이겠지. 긴장된 얼굴로 내게 무기를 겨누고 있는건 도통 이해가 안가는 상황이다.
"지오씨, 왜 그래요? 마치 찌를 것 마냥."
#ㅇ, 왜 그래
느리지만 그는 천천히 창을 들어올리고, 창은 검붉은 피를 토해냅니다.
무엇이라도 꿰뚫을 수 없을 것만 같던 뭉툭한 날이 그 피와 함께 전형을 깨부수기에 어울릴 날을 가진 직후.
" 조금 따끔하더라도 참아. "
순식간에 시윤의 심장에 그 창날이 파고듭니다.
끄아아아아아악!!!!!!!!!!!!!!
" 네? "
어......다음이 예상이 안되는건 아닌데도, 나는 다소 얼빠지게 되묻는다.
그러고 보면 이런 대사, 전에도 들은적이 있지 않았나?
언제였더라...
"눈 개조당할때아아아아아아악-!!!!!!!!"
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파파!!!
#끄아아아아악
산 사람의 심장을 터트린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피가 통하던 모든 통로에서 한 번에 피를 분출하고, 남은 피들은 모두 흘러내리고 마는 고통?
상황극판의 수위에 위반되지 않는 한에서 시윤은 그 고통들을 느낍니다!
그러나,
창을 찌른 상대는 무표정하게 그대로 시윤의 몸에 창을 박아넣고 바라봅니다.
" 이 방법은 좀 무식하지만, 어쩔 수 없다. 코스트의 능력이라는 게 항상 만능은 아니고, 대가를 치르기도 하는 법이거든. "
대가가 나의 죽음이었냐아아아아아!!!!!
우리 기지는 신 한국에 있다는 울음이 터지기 직전, 지오는 창을 회수합니다.
곧.
신체 전체에 남아있던 상처들이 빠르게 수복되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접신의 흔적마저, 해소되기 시작합니다!
각성자로 구르고 구르면서 험한 꼴은 꽤 많이 당해봤다.
눈을 기계로 개조도 당해봤고, 온몸의 뼈가 으스러져보기도 했고, 접신도 당해봤고.
이제 그 다양한 고통 목록에 산채로 심장이 터지는 감각도 추가 되었군.
정말 기쁜 일이야...
"케훅, 켁. 그럼 적어도, 서, 설명이라도 좀....!"
아기처럼 울음을 터뜨리기전에 다행히도 창이 빠지고, 나는 다급하게 내 심장부를 집는다.
피는 좀 나지만 몸에 활력이 돌고, 부상이 치유되고 있다....심지어는 접신마저...!
"효, 효과는....끝내주네요...."
일단 애써 씩 웃는다.
"두 번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고민은 좀 해봐야겠지만요..."
상황극판 수위에 아슬할 정도로 아팠다.
물론 그럼에도 해야된다면 할 마음을 먹을 것 같은 자신이 다소는 무섭다.
# 윤시윤..... 부활!!
" 무식한 방법이지. 그 대가도 꽤나 큰 편이고 말이야. "
그는 자신의 창을 마치 괴물의 그것처럼 바라보며 조소합니다.
"이 녀석의 이름은 안테ante. 사용자를 괴롭히는 것 하나만은 잘 하는 녀석이지. "
그의 말에 대응하듯, 창은 웅웅거리며 불만을 토해내는 것 같습니다.
" 이 녀석은 사용자가 느끼는 고통과 불만을 흡수해. 그 대가로, 고통과 불만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어. "
곧 시윤은 그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던 것을 떠올립니다.
그것이 맞다는 듯, 지오는 어색한 미소를 짓습니다.
" 그래. "
그는,
" 나는 죽을 준비를 하고 있었어. "
안테를 이용하여, 마지막 묫자리를 찾을 준비를 하고 있었을겁니다.
"........다소 악취미를 가진 무기네요."
나는 자신의 몸을 만지며 그 설명을 듣는다.
사용자가 느끼는 고통과 불만이 대가라. 악취미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지오씨의 상처가 쉽사리 아물지 않았던 것은, '먹이'를 주기 위해서였나.
나는 가볍게 손을 푼다.
나는 눈 앞의 지오씨를 지긋이 한번 보곤, 복잡한 표정을 짓다가.
그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긍정함과 동시에.
"......그래서, 준비가 다 되어가시는 것 같나요?"
일단은, 그렇게 물어보는 것이다.
#대화
" 네게 이야기를 들었을 때. "
그는 느리게 내뱉기 시작합니다.
" 그 흑기사라는 존재가 누구인지. 알 것 같았어. "
눈은 향수를 그리고, 마치 잊혀졌던 옛날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눈이 곧 흐려지기 시작하는 것만 보더라도 그 기억이 썩 아름답지만은 않았더라고.
그는 조용히 창을 집어넣고 시윤을 바라봅니다.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시윤의 머리를 쓰다듬곤, 그는 느리게 말합니다.
" 무리한 부탁이었을지도 몰라. 카하노 기사단의 흔적을 찾아달라는 것. 어떻게 보면 가장 막막하고 어려운 부탁이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너는 내 부탁을 들어주었고, 나 역시 그것에 빚을 느낄 수밖에 없어. 그러니. "
무언가를 결심한 듯.
그는 시윤에게 말합니다.
" 네가 괜찮다면 비밀을 하나 알려줄게. "
".......그런가요."
나는 그의 손길을 쓰다듬으면서, 조금 생각에 잠긴다.
야속하다.
내 주변에서 함께 시간을 공유했던, 내가 좋아하는 어른들은 왜 이렇게도 빨리 떠나고 싶어하는가.
그러나 나는 안다. 그것이 '살아가는 길'로 결정되었다면.
함부로 참견하는 것은, 각오를 짓밟는 무례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저는 원래, 그런 것을 사양하는 타입이에요."
나는 쓴 웃음을 짓는다.
그리곤 그가 실망하기전에, 이어 입을 여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엔 그러지 않을거에요. 왜냐면.......저희 사이잖아요."
고개를 끄덕인다.
고신의 게이트에서, 나는 모든것을 듣고, 끝까지 나아갔다.
"들을게요. 끝까지."
이번에도 아마, 그럴 것이다.
그게 내 살아가는 길이겠지.
#대화
" 카하노 기사단은, 한 바보로부터 시작된 기사단이야. "
바보.
그 단어에서 느껴지는 진한 향취에 시윤은 자세를 고쳐잡습니다.
" 멸망해버린 이런 세상에서는 아이들은 점점 메마르기 마련이지. 이런 세계는 아이들이 상상할 수 있는 여지보다 살아남는 방법을 가르치게 되기 마련이거든. 그렇게 꿈 꾸는 법을 잊어버리는 아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어떤 바보는 그런 아이들에게 자신이 알고 있던 이야기를 알려주게 돼. "
동화를 모으는 기사단.
그것이 바로 카하노 기사단의 전신이었을 겁니다.
" 그 바보는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자며, 그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기사단을 만들었어. 무모하지만 언젠가 영웅이 되자는 의미로. 우리들의 바보같은 이야기를, 마치 과거의 한 소설처럼 해나가자는 의미로. 그들의 고향인 '카하노'를 따서. 카하노 기사단이라 칭했지. "
그렇게 카하노 기사단이 탄생했습니다.
" 초기의 기사들은... 기사도와 같은 것들보다는 일종의 힘 센 위협에 지나지 않았어. 기사도? 예? 그런 것보단 생존이 우선시되는 세상이었으니까. 살기 위해 사람들을 착복하고, 그들을 이용해 게이트를 토벌하며 벌어먹을 것을 걱정하던 이들이 있었고... 우리는 그런 이들에게서 사람들에게 동화의 기쁨을 주기 위해 무기를 들었지. 그게 바로 카하노 기사단의 기사도야. "
그는 그러면서 다른 이야기들을 털어놓습니다.
새로운 동화를 모으며, 그와 관련된 기사들이 모여들고.
점점 그런 기사들에게 보호받기 위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며.
마침내, 작은 숲을 거점삼아 카하노 기사단의 크기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기사도가 세워지고 몰락하던 시기. 카하노 기사단이 전하고자 했던 '희망'은 굳건해보였습니다.
" 그러나... "
그는 쓴 표정을 짓습니다.
이미 시윤도 알고 있을.
그 때의 기억.
" 그때의 나는 그 바보 녀석과 떨어지고 말았어. 사람이 모여들기 시작했으니 그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우리들은 다시금 우리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지. 하지만 녀석은 그런 말을 듣지 않았어. 우리를 보고, 우리를 위해 모여든 이들이라고. 그들을 버리고 갈 수 없다고 말했지. 결국 난 녀석과 반목해서... 기사단에서 떨어져 나왔어. 그리고 내가 떠난 동안 그 일이 일어나고 만 거지. "
동화의 밤.
수많은 이들이 죽고, 카하노 기사단의 기사도가 몰락했고.
흑기사가 탄생하고 말았던 밤.
" ... 어쩌면, 내가 그들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몰라. "
그는 웃으며, 말합니다.
" 진짜 돈 지오테는 유약하고 부드러운 녀석이었으니까. 그 이름을 빌린 나라는 녀석과는 다르게 말야. "
".............."
나는 진지한 자세와 태도로 이야기를 듣는다.
바보.
놀림에 가까운 그 두 글자는, 어쩐지 너무나도 무거워서.
나는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자는 바보의 희망을.
동화를 모으던 기사들의 이야기를.
'희망'과 '꿈'에 대한 두 기사의 입장차이. 반목.
동화의 밤.
진짜 돈 지오테.
".........."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몇번 다물었다가 뜬다.
내 앞의 '지오씨' 는. '카하노 기사단의 대종사 돈 지오테' 는 아니다.
아마도, 그는. 지금.....
'흑기사' 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겠지.
그가 찾던 친구. 약속한 친구.
나는 습관처럼 입을 어물정 거리다가.
이내, 부드럽게 웃는다.
"지오씨."
그를 뭐라 부를까 고민하다가, 나는 일단 '지오씨' 라고 조심스레 부른다. 왜냐면 그게 우리의 관계였으니까.
그가 자신의 이름을 소개해주기 전까진, 나에게 있어 그는 '지오씨' 인 것이다.
"저희가 처음만난 날을 기억해요? 쓴 커피를 마시던 제게, 당신은 각설탕 세 개를 추천해줬어요."
어째서일까. 그렇게도 먼 기억이 아닐텐데, 아련해지는 추억인 것은.
그것은 그 뒤에 농도가 진한 삶을 살아서일까. 혹은, 이것이 '추억'으로 변하기 직전인, 그런 상황이어서일까.
"지오씨는 이런 세상에서 편한 웃음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그렇게 얘기했었죠. 그리고 저는 거기에 공감했어요. 믿지 않으셔도 괜찮지만, 제 안에 가득찬 1세대의 잔혹한 세상이. 거기서 울고 비참하게 죽어간 생명들이. 아이가 아이다울 수 없던 환경이. 나는 늘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나는 내 심장을 조금 쓰다듬는다. 거기에는 피가 흐르고, 의념이 깃들며, 그리고 더 깊은곳에. 영혼과 의지가 담겨있다.
"확실히, 지오씨의 부탁은 쉽지 않았어요. 나는 그걸 위해 어마어마한 규모의 의뢰에서 번 공헌도를 전부 다 쏟았습니다. 제가 하겠다고 자원한 것이지만, 커피 한잔 값으론 상당히 비쌌죠. 사람들은 나보고 '바보' 라고 할거에요."
나는 그렇게 말하곤 미소 짓는다.
"그 때, 당신이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무력했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지오씨는 그들의 이야기를 찾기 위해 계속 바보같이 노력해서, 우연히 만난 바보에게 바보같이 참견해서, 우리는 실 없는 얘기도 죽을 뻔한 위기도 넘어서 지금 여기에 왔습니다. 나를 여기에 이끈건, 바로 당신입니다."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이름과 정체가 달라진다 한들.
그와 내가 보낸 바보같은 시간들은 변하지 않을테니.
"솔직한 심정으론, 죽을 생각은 관두라고 엉엉 울고 싶습니다. 나는 최근에 이미 존경하는 어르신과 이별을 마주했어요. 이제와 친해진 사람의 작별을 다시금 경험하는건, 정말 괴로운 일이겠죠. 그러나 난 그러지 않을거에요. 그게 정말 '지오씨'가 선택한 길이라면, 그게 이 이야기의 종막이라면. 나는 그것을 존중하고 싶으니까."
얘기하다보니, 조금 울고 싶어졌다.
아니, 어쩌면 많이.
아니, 어쩌면 이미 울고 있을지도.
그래도 나는 웃는다.
이런 세계니까.
"그러니 내가 한가지만 부탁하자면. 속죄나, 자책감 같은 것으로 나아가지 맙시다. 당신의 이야기가 긍지 높다고 생각하여 목숨을 걸고 협력한 나를, 바보로 만들지 마세요. 이 이야기는 그래서는 안됩니다. 왜냐면......."
".....언젠가, 내가 이것을 동화로 만들어 아이들에게 들려줄 때. 바보같고, 어딘가 가슴이 울리고, 그러나 그 끝엔 웃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로 만들고 싶으니까."
#대화
대답은 없습니다.
그 대신, 돈 지오테의 이름을 쓰는 그의 고개가 깊게 바닥을 향해 내려앉았을 뿐.
그는 말 대신 그 짧은 모습으로 많은 무언가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원망이나 불만이기도 했고, 불안함과 미안함이기도 했으며. 시윤을 통해 작은 안도를 느꼈음도 있을 것이고, 그리고.
마음을 다잡은 듯 창을 잡았을 겁니다.
"모든 동화가 행복하지는 않지."
무언가를 떠올린 듯 그는 이야기를 내뱉습니다.
" 교훈을 위해서든. 아니면 아이들에게 원하는 말을 듣게 하기 위해서든. 동화는 바뀌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해. 하지만 말이다. "
아직 물기가 묻어나는 머리카락을 털어내면서 그는 웃음을 짓습니다.
" 썩 나쁘진 않은 이야기였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구나. "
그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팔찌를 빼내더니. 시윤의 손목에 채워줍니다.
" 카하노 기사단은 무언가를 통해 서로를 표시하지 않았다. 그것은 괜한 소속과, 깃발 따위로 우리들을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야. 단지. 동화가 사라지지 않도록 하자. 그것이 우리들의 목표였기 때문에 쉽게 만들 수 있는 팔찌로 우리들을 표시하곤 했지. "
그는 무언가를 내려놓은 듯, 후련한 미소를 짓습니다.
" 이야기를 지켜 이후의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라. 카하노 기사단의 맹세야. 거짓된 불의에 참지 않고,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무기를 들어라. "
곧, 시윤의 손목에 있던 팔찌가 천천히 시윤의 팔로 스며듭니다!
▶ 카하노 기사단의 평기사 윤시윤
▶ 부기사단장 '???'의 추천으로 카하노 기사단의 평기사로 입단했습니다. 카하노 기사단은 동화를 수호하며 그 이야기가 이후의 세대에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하는 기사도를 지고 있습니다. 이 기사도에 따라 행동할 때 캐릭터의 모든 스테이더스에 12를 추가합니다.
▶ 기사도 명예 수치를 쌓는 것으로 카하노 기사단의 비전을 전수받을 수 있습니다. 현재 윤시윤의 기사도 명예는 0입니다.
▶ 카하노 기사단의 기마술 - 태그 : 말 을 소유한 무언가에 탑승할 시 C랭크의 기마술을 가진 것으로 판정합니다. 말 위에서는 적의 공격에 의한 밀려나기 등의 판정을 일부 무시합니다.
▶ ??? - 기사단의 계급이 증가하거나, 명예가 일정 수치 이상이 될 경우 개방됩니다.
" 동화를 수호하겠단 말을 입에 올린 이상. 너 역시 카하노 기사단의 일원이다. "
".....나는 행복한 동화가 좋습니다. 누군가는 현실성이 없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현실에 짓눌려 아이가 억지로 어른이 되는 것은 웃을 수 없는 이야기니까 말입니다."
조금은 아이가 투덜거리듯. 그의 동화에 대한 이야기에 답변하고는. 이어지는 말에 마주 웃음을 터뜨린다.
"그러니까....저도, 나쁘진 않은 이야기였다고. 그렇게 생각해요.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썩 나쁘진 않은 이야기.
완벽함과는 거리가 멀고.
이상이 모두 이루어지진 않았고.
원망도 불만도, 불안함도 미안함도, 슬픔도 이별도.
모두 담겨있지만 그 끝에는 어딘가 나쁘진 않았다면.
그걸로, 되었다.
나는 천천히, 내게 새로운 '이름' 이 주어지는 것을 느낀다.
이미 이 어깨에 짊어진 것들이 너무나도 많것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짓눌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 것은.
그 무게야말로 내가 허리를 펴고 서서 달려나갈 수 있게 하는 힘을 주는 것은.
나란 인간이, 그런 녀석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존경하는 어르신에게 아이를 맡게 되었습니다. 또한 잊혀진 이야기를, 기억해주지 않는 이름을 짊어지고 있습니다."
나는 손목을 몇번 더 쓰다듬다가, 눈 앞의 부기사단장. '지오씨'를 본다.
"밝고 순진 무구한 아이에게...나는, 이 세상은 아름답다고. 어르신이 네게 보여주려고 한 세상은 사랑스럽다고. 그러니 활짝 웃으며 자라달라고. 그렇게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저 윤 재클린 시윤은, 여기서 맹세합니다. '이야기를 지켜 이후의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할 것을'."
"끝까지 가봅시다. 지오씨. 우리 카하노 기사단, 하나의 이야기의 끝맺음을. 그 것을 내가 받들어,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으로 전승해나가겠다고. 기사단의 일원으로써 약속합니다."
#대화
그는 말 대신 씨익 웃음을 지으며, 시윤의 머리를 헝클이곤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 잠은 오지 않겠다만... 잘 자두는 게 좋을거다. "
잠? 하고 시윤이 의문스런 표정으로 바라볼 때.
" 아마도 내일. 우리는 흑기사를 향해. 아군의 기사들은 이 초대형 게이트의 존재를 향해 떠날 것 같거든. "
"....호화롭기도 한 구성이네요. 어느쪽이 좋다고 해야할지."
나는 너스레를 떨며 웃곤, 그의 말에 끄덕여 어느정도 몸을 눕히기로 했다.
심장을 찔려서 욱씬거리는데다가, 갑작스레 원래대로 돌아온 몸을 적응하기 위해선 쉴 필요가 있다.
"잘 자보려고 노력은 해볼게요. 지오씨도....잘 자두세요."
나는 그가 푹 자길 바랬다.
"내일 뵈요."
#굿 나잇...
잠에 듭니다.
쿨......
부디 좋은 잠이 되기를
#zzzZ
시윤은 곧, 잠에서 깨어납니다.
온 몸은 피로하고, 머리는 여전히 몽롱합니다.
몸은 마치 야만스럽게 잠을 탐하다가, 가볍게 머릴 투레질하자 깊은 수마가 조금은 쫓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부분적인 스킵이 가능합니다!
스킵하나요?
햣하! 오랫만의 스킵이다!
#좋아요 올만에 스킵해보죠!
용기란 사실 두려움의 발전일 뿐일지도 모른다. 단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뒤쳐진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앞으로 뛰도록 하는 것을 허울 좋은 용기라는 말로 포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도망쳤던 기사는 창을 쥐고 있었다. 가장 추악한 마창을 쥐고, 고통과 상처를 버틴 채로 발걸음을 옮겼다. 발걸음이 떨어질 때마다 그는 자신의 그림자를 마주하는 것만 같았다. 부드러운 지오에 비하면 자신의 방식은 사람을 후벼파는 것에 더더욱 익숙했다. 그래서 세계의 풍경이 모든 것이 풍화되어 사라지는 것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했을 때 이곳이 자신의 죽음에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진짜 돈 지오테의 악명은 풍화되어 사라지고, 가짜 돈 지오테는 진짜가 될테니까. 그렇게 나는 죽을 것이다. 친구를 두고, 동료를 두고 떠나야만 했던 그 기억은 잊어버린 채로 말이다.
" 남길 것은 없고, 남은 것은 후대로 이어갈 기사 한 명. 그 대가는 카하노 기사단의 명예를 되찾는다. 썩 나쁘지 않은 결과야. "
피를 덕지덕지 붙인 것 같은 마창이 울음을 토해냈다. 약속을 어기고 죽을 셈이냐고 묻는 것처럼. 지금까지 어떻게 죽음을 유보했는지 기억하지 않냐는 소리였다. 확실히 남자는 한 자루의 창에 많은 것을 맡겨왔다. 자신의 고통과 분노, 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것들을 묻어버리면서 걸음을 옮겼다. 죄책감이라는 바퀴로 움직이고 있는 삐걱거리는 수레. 그것이 자신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을 것이다.
제대로 된 해도 달도 남지 않은 까닭에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도 추측할 수 없었지만, 작은 소망이 있다면 지금이 밤이었으면 하고 바랐다. 모든 일이 끝났을 때. 적어도 밝은 해를 보면서 죽을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처없이 향하던 발걸음이 멈춘다. 고개를 짓쳐들고 입꼬리를 끌어올린다. 그 방향으로부터, 시야에 담긴 것은 모습이었다. 눈으로 남자는 그 모든 것을 새겨나가기 시작했다. 그림자로 가득할지언정. 강철로 이뤄진 갑옷을 입고, 말을 탄 채로 당당히 검을 쥔 채로 그는 지상을 내려본다.
이런 악취미가 어디 있겠는가. 진실을 알지 못하고 그 모습을 본다면 공포의 기사가 어울릴 법한 모습이었으나 진실은 그저 마지막까지 기사임을 놓지 못한 존재일 뿐이었다.
돈키호테.
망념에 미쳐 결국 스스로 영원한 기사가 되길 택한 흑기사. 세월에 미쳐 결국 끝없는 망집의 기사가 되길 택한 돈키호테.
" 네 마지막을 들었을 때. 내가 느낀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아냐? "
큭큭거리는 실소를 흘리면서 남자는 창대를 가볍게 회전시킨다. 손 위에서 마치 춤을 추듯 움직인 창이 손을 뻗고 남자의 적을 향했다. 우스꽝스러운 자세를 취하고, 몸을 당긴 채로 남자는 웃는다.
" 마지막까지 너답다. 정말, 사람을 부끄럽게 만드는 데에는 천재적인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
흑기사가 남자를 관측했다. 기수가 말의 머리를 돌렸다. 투레질을 하면서 발을 들어올린다. 당장이라도 돌진하려는 말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기사는 상대를 바라본다. 흔히 기사들의 일기토 앞에 자신을 소개할 시간을 주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것을 보며 남자는 웃었다.
저런 모습으로도 저 녀석은 기사이길 바란 모양이다. 돈 지오테.
- 나에겐 뛰어난 재능은 없지만. 대신 너라는 친구가 있지 않나.
- 네가 기사단의 일번창이 되고, 내가 네 산초가 될테니. 우리. 기사가 되어보자.
그날의 기억을 되짚으며 무릎을 뒤로 쭉 빼고, 썩 우스꽝스런 자세를 잡는다.
" 그래. 망집에 빠진 돈키호테를 되찾아 오는 것도. 그의 옆을 지키는 산초의 역할이지 않겠나. "
그 말과 함께 그는 시윤을 바라봤다. 기사단의 미래. 새로운 카하노 기사단이 될 아이. 그리고, 너무나 많은 짐을 맡기고 떠나게 될 아이를 바라봤다.
다시금 시야를 흑기사를 향하며, 그는 창을 붙잡는다.
" 카하노 기사단. 일번창!!! "
자, 친구여.
고향으로 돌아가자.
" 시온 바라타리아!!! 기사단장 돈 지오테에게 일기토를 청한다!!!!!!!! "
미련과 망집. 그 모든 것을 두고 가자.
스스로 죽어가게 내버려둔 너를 데리러 왔다.
그것이 친구의 역할이고, 기사의 본분이지 않겠는가.
말이 질주하기 시작한다.
한 사내가, 우스꽝스런 질주로 도달하고자 박차나간다.
라만차로.
...
그것은 폭음과 우뢰.
그 모든 것을 포함하지 않고는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말과 사람이 부딪히고 거대한 폭발을 만들어내면서 한 기사의 창이 허공에서 수없는 선을 그어가기 시작합니다.
거대한 도화지를 그려나가기 시작하는 그의 창이 허공을 찌르듯 한 치 먼저 뻗어나가면 흑기사의 검은 말과 함께 그 선들을 지워나가기 시작합니다.
이전에는 접신의 흔적으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할 때. 시윤의 머리는 고통으로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너무나도 많은 지식을 한순간에 받아들이는 까닭입니다.
어째서 가장 낮은 전투를 점의 전투라 하는가. 그것은 부딪히고, 닿는 것에 목적을 두기 때문입니다. 휘두르고 치는 법을 모르는 이에게 공격의 방향이 어떻고 어떻게 발을 딛고, 그런 것을 가르쳐봐야 그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닿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뒤의 세계를 선이라 하는 것은 닿는 것에서 확장하기 때문입니다. 몸을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무기와 자신이 가진 것들을 이용할 것인가. 그런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지금 시윤이 머물고 있는 선의 세계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 앞에서 이뤄지는 전투는 명백히 두 세계를 아득히 뛰어넘은 전투입니다.
나의 수단을 펼치기에 앞서 상대의 선을 볼 수 있는 세계. 그로 하여금 거대한 도화지에 자신의 경로를 그려내고 그를 통해 상대방의 도화지를 오염시키거나 찢어낼 수 있도록 하는 세계.
왜 가디언 이상의 적들을 상대할 때 우리들이 이렇게 밀려날 수밖에 없었는가. 그 진리가 바로 이 대답에 있습니다.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먼저 도달한 면의 세계에, 우리들은 선으로써 쫓아가려 했기 때문입니다.
그때 시윤은 실소를 터트리고 맙니다. 정말 많이, 자신의 삶을 모두 통틀어서라도 가장 빠르게 강해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더 높은 세계가 아직도 남아있었단 사실과, 이 세계에 도달할 정도의 재능이 이전에도 있었더라면 하는 욕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릅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욕심으로 한껏 세계를 쫓기 시작합니다.
흑기사의 검이 들어올려지고, 그 검이 탁하게 물듭니다. 그리고 수 개의 바람이 거대한 풍차를 마주한 것처럼 강렬한 검풍을 마구 흩날립니다.
피가 튀어오르고, 상처가 벌어집니다.
그러나 시온은 그것을 감당한 채로 창을 바닥에 강하게 후려치곤, 순식간에 솟아오르는 창을 온 몸으로 찔러넣습니다.
우자의 일격愚者之 一激
우자의 일격愚者之 一激
마치 온몸을 그대로 창으로 부딪히는 듯한 공격과 함께 그 검에 선명한 의념이 맺혀갑니다.
의념 발화가, 그 형체를 가지기 시작합니다!!!
콰아아아아아앙!!!!!!
소리가 따라가기 어려울 격돌들이 들리고, 그 후의 소음들을 귀로 듣습니다.
캉, 카드드드드드득.
연붉은 감정을 담은 듯한 의념의 실체가 춤을 추며 흑기사의 갑주를 노리고 날아듭니다.
촤악!!!!!!!!
그 검에 붉은 피가, 가슴을 중심으로 깊게 터져나오고, 시온의 시야 일부가 붉게 물듭니다.
새빨간 세상 속에서도 검붉은 기사를 바라보며.
" 안테!!!!!!! "
마창은 자신의 주인을 향해, 토라진 듯한 울음을 토해냅니다.
마치 말괄량이 아가씨 같은 창은 그 부탁에 따라 남자의 고통과 우울을 삼킵니다.
빠르게 아물기 시작하는 상처를 보지도 않고, 시온은 발을 들어올려 흑기사의 말을 발로 걷어찹니다.
말이 휘청거리기 시작할 때. 그는 바라보지도 않고 그대로 창을 찔러넣습니다.
- ....!!!!!!!!!!!!!!!
말이 고통스러운 울음과 함께, 그 그림자를 터트리며 흩어집니다.
바닥을 구르는 흑기사를 향해 시온은 그대로 창을 들고 찔러넣습니다.
수 걸음을 관통한 채로 내달리던 시온은 그대로 창을 바닥에 내꽂으며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 합니다.
그 순간. 흑기사의 그림자가 모여듭니다.
그 검이 그림자를 집어삼키고, 그림자로 이루어진 검기가 시온의 팔에 선을 그어냅니다.
선은 점점, 상처를 오려내고.
마침내. 찢어버릴 때.
" 안테!!! "
시온은 다시금 소리를 지릅니다.
그 후로도 수 번, 수 번, 수십 번.
마침내...... 안테도 그 상처를 더이상 수습할 수 없을 때.
상처 투성이로 찬 몸을 겨우 움직입니다.
창은 겨우 지지대로 사용할 정도의 체력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망념 역시 마지막 장을 두어장 남기고, 거칠게 다음 장을 탐할 준비를 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 하, 하아....... "
그는 눈앞의 친우를 바라봅니다.
수많은 그림자가 떨어져나가고, 그림자가 천천히 새어나며 보이고 있는 그 얼굴.
유약한 듯 싶으면서도 굳은 심지를 펴고 있는 듯한 그 얼굴.
" 그래... 아직 쓰러져선 안 되지 않겠냐. "
아직. 해가 떠오를 시간이 아닐텐데.
시온은 몸을 비척거리며 자신의 창을 바라봅니다.
" 부탁한다 안테. "
안테는 울음을 토해냅니다. 그것은, 단순한 울음이라기보단 진짜 사람이 우는 것처럼. 자신의 사용자가 죽는 것을 슬퍼하는 것에 가까울 것입니다.
이미 시온이 졌던 모든 고통을 안테는 사용한 까닭입니다.
" 아니... 아니지 않냐... 하나. 단 하나가 남아있어... "
시온은 창을 들어올리고.
푸욱!!!
자신의 심장을 찔러냅니다.
눈물을 토해내면서도 안테는 그 고통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해내기 시작합니다.
마지막으로, 최선의 상태로 돌아가는 시온이었지만, 그의 가슴에는 더이상 느껴져야 할 것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단 찰나. 오직 그 찰나에만 숨쉴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삶을.
미련과, 고통, 부정적인 것들의 근원일 삶 자체를 안테에 먹이기 위해.
자신의 심장을 바친 까닭입니다.
" 결판을 내야지 않겠나. 흑기사!!!!!!! "
그럼에도 시온은 더 당당하게 웃습니다.
거대한 의념이 그를 향해 스며들고, 기꺼이 그는 창을 붙잡습니다.
자신이 휘두를 수 있는, 가장 큰 세계인 삶을 휘두르기 위해.
의념기
백색의 이상이 한 남자에게 향합니다.
이상관철利想貫徹
검은 그림자를 향해, 수많은 촛불이 모여든 불꽃이 내달립니다.
........................콰앙.............................................
............................................................................
.........................!!!!!!!!!!!!!!!!!!!!!!!!!!!!!!!!!!!!!!!!!!!!!!!!!!!
!!!!!!!!!!!!!!!!!!!!!!!!!!!!!!!!!!!!!!!!!!!!!!!!!!!!!!!!!!!!!!!!!!!!!!!!!!!!
!!!!!!!!!!!!!!!!!!!!!!!!!!!!!!!!!!!!!!!!!!!!!!!!!!!!!!!!!!!!!!!!!!!!!!!!!!!!
!!!!!!!!!!!!!!!!!!!!!!!!!!!!!!!!!!!!!!!!!!!!!!!!!!!!!!!!!!!!!!!!!!!!!!!!!!!!
!!!!!!!!!!!!!!!!!!!
...
세계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온 세계를 압박해오던 검은 기운이 휘청임에 따라, 세계는 다시금 삼키기 전의 세계를 뱉어내갑니다.
그 풍경은.
아직 달이 완전히 떨어지지 않은 시간.
그리고, 해가 자신의 눈을 뜨기 시작하는 시간.
여명이 떠오르기 시작하는 숲의 풍경을 보며 시온은 흑기사를 바라봅니다.
게이트를 잃고, 그 그림자 역시 한가득 잃어버려. 이전의 친구의 모습을 한 기사를.
" 내가... 졌다. "
점점 숨이 꺼져나가고 있습니다.
흐르던 피가 더이상 흐르지 못하고, 숨이 차단됨에 따라 세상은 검게 물들어갑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보고 싶었던 친구의 모습과, 그 뒤로 떠오르는 여명을 눈에 담습니다.
눈은 앞을 향하고 있음에도.
시윤은 그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뒤를...... "
부탁한다.
시온의 숨이 끊어졌을 때.
시윤은 흐르는 눈물을 거칠게 닦아내고 자신의 저격총을 꺼내듭니다.
이전처럼 대적하지 못할 정도의 기세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스스로의 근원인 게이트마저 잃어버린 탓에 천천히 안개형으로 화해 사라져가는 흑기사를 향해.
자, 윤시윤.
마지막 전투를 준비하십시오.
스스로 고통받아 죽어가는 기사단의 선배에게 기사단이 이어질 것임을 보여줍시다.
영웅서가 2.
카하노 기사단.
평기사.
시나리오
" 윤시윤. "
기사재전
모든 기사들이 자신의 기사도를 보이기 위해 모여든 곳에서.
그대의 기사도利想를 주장貫徹하십시오.
선공은,
그대에게 돌아갑니다!
- -25- 백색의 기사
- "아."
그의 마지막 한마디가, 입에서는 완결되지 않았지만 마음으로 전해져왔을 때.
나는 숨마저 참고 있던 것을 멈추고, 드디어 입을 벌려 짧게 얼빠진 한숨을 토해냈다.
마치 그렇게 벌려진 입에서부터 그의 마지막 말을 받아 삼키려는 것처럼.
"아.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 ! "
그러자 한번 열린 입에선 비명인지, 울음인지, 기합인지 모를 소리가 몇번이고 튀어나왔다.
가스가 뭉게뭉게 차있어 시큰거리는 가슴속에, 작은 불씨가 들어와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는 것처럼.
심장이 아플 정도로 요동치고. 전신의 혈액이 뜨거울 정도로 달아오르고.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울린다.
그 폭발이 목구멍으로 역류해 올라와, 마치 증기 기관처럼. 나는 계속 소리를 질렀다.
눈에선 수도관이 망가진 것처럼 눈물이 흘렀다.
슬펐다. 화났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그런 단순한 표현으론 설명하기 힘든 많은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예상은 하고 있었다. 각오는 하고 있었다. 그러니 울지 않으려고 했다. 웃으려고 했다.
그렇다곤 해도, 모든게 내 마음대로 되지는 않네.
나는 그러니까, 손등으로 거칠게 눈가를 쓸어 뿌옇게 물든 시야를 맑게 한다.
언어가 되지 못하고 끓어오르던 소리를, 나의 의지로 변환하여.
나는 눈 앞의 상대를 명확히 쳐다보고, 기세좋게 목청 껏 소리친다.
"기사단장 돈 지오테에!!!!!"
상대는 약해졌다. 갑옷은 깨졌고. 말은 잃어버렸다. 천천히 안개가 되어 흩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이 승부가 쉬울 이유로는 조금도 되지 않는다.
절대적인 격차가, 다소는 할만하게 바뀌었을 뿐.
"카하노 기사단의 평기사, 윤 재클린 시윤이....!!!!"
원래라면 슬슬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지.
'애초에 나는 저격수다. 아군의 원호를 받으며 원거리에서 일방적으로 공격할 때 빛을 발휘하지, 일기토엔 그다지 유능하지 않다.'
지금도 딱히 달라지진 않았다. 다만, 전제가 하나 추가되었을 뿐.
나는 기사다.
주어진 시련이 스스로에게 벅차고 맞지 않아도.
내가 믿고 중요시하는 것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겠다.
"일기토를 신청한다!!!!"
그러니까. 천재일우의 첫수. 내게 주어진 선공권.
보법으로 거리를 벌리는 것이 아마도 정석. 역성혁명을 통해 선제 일타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내 선택은.....
의념기. 찰나의 생명.
손바닥 위로 찰나를 상징하는 수 많은 얇은 실들이 나선으로 휘감겨 탄환이 생성되는 이미지.
겹겹히 쌓인 순간들을 모아, 폭발 시키는 단 한발의 탄환.
....이 기술을 쓰려는건, 어느 의미론 고집에 가깝다.
시온씨가 방금 내게 보여줬던 수 많은 찰나를. 지금 이 순간을. 섬광처럼 빛나는 생명을.
지금 여기에 담아두지 않으면, 어딘가 흩어져버릴 것만 같아서.
나는, 손바닥을 움켜쥐어 붙잡으려는 것이다.
#찰나의 생명.
두 생명의 시선이 교차합니다.
힘이 빠져버린 채로, 한 손을 꽉 쥔 시윤의 손에선 시윤 스스로 만들어낸 초월의 힘이 스며듭니다.
수많은 찰나를 견디는 것으로,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길 바라며 만들어낸 시윤의 의념기
찰나의 생명
수많은 찰나가 뭉쳐 시윤의 길을 빛내기 시작합니다.
철컥..
느린 움직임으로, 흑기사가 검을 쳐들고, 검을 휘두릅니다.
자비 없이 시윤의 몸에 선명한 검흔이 새겨집니다.
아직이지 않습니까?
당신이 바라는 결과까지 남은 시간.
견딜 수 있겠습니까?
"커헉-!"
이 순간을 집중하면서 회피나 방어 동장을 취하는 것은 무리다.
나는 그대로 검격을 허용해, 터져나오는 핏줄과 함께 격통으로 인상을 찡그린다.
뜨겁고, 아프다. 당연한 이야기를.
그러나 아직 죽을 정도는 아니다.
우리의 결투는, 우리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했잖아...!
"으-오오오오오!!!"
이 순간을, 견뎌라....!! 타이밍을 맞춰, 회피해라!!!
서로의 공격을 내뻗는 선이 아니다, 면의 전투라는 것은 결국 '수읽기'....!
생각해라, 흑기사의 다음 플랜을!!
아직 큰 기술이 나올 때는 아니다.
내가 본 흑기사에겐 패턴이 있었다!!
시온이 목숨을 걸고 내게 보여준 창의 궤적을 읽어라! 찰나를 집중해라!!
이 한 순간 한 순 간이, 내 모든 것이다...!!
#흑기사의 다음 공격에 맞춰서 긴급 회피 스킬로 대미지 감소와 회피를 시도합니다...!!
긴급 회피는 첫 공격에 한한 대미지 감소입니다.
...
면의 전투.
아마도 지금, 시윤과 흑기사라는 도화지를 본다면 그것은 딱 하나뿐인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시윤의 도화지는 검은 먹물들로 한참 새까맣게 변하면서도 아주 작은 점 하나가 겨우 시윤의 도화지에 백색이란 것을 남겨두고 있을 것입니다.
시윤은 손에서 느껴지는 작은 박동을 느끼며 흑기사의 검을 몸을 살짝 비틀어 조금 덜 베이는 정도로 마치며 총을 더듬습니다.
오랜만에 나온 전투에 꼴깍이 상태가 꽤나 메롱인 것 같지만...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세 턴!
그러나, 시윤의 체력은 한 번 정도 공격을 허용한다면 패배할겁니다!
"젠-자앙!!"
위험해위험해위험해!!
이 흐름은 위험하다, 지금은 더 이상 아끼고 어쩌고 할 타이밍이 아니다!
'근거리'는 당연히 창병의 영역!
실력조차 호각이 아닌 상황에서 이 리치에서 방어와 회피를 할만큼 나는 뛰어나진 않아!
나는 그대로 장갑을 박수를 짝 치곤, 땅바닥을 짚었다.
에브나를 지키기 위해서, 벚꽃난성에서 내가 '근거리'에 대항할 수 있도록 만든 이 장갑...
....부탁하마!
#요술 : 땅의 파도를 통해 흑기사를 자신과 시온의 시체에서 먼 반향으로 필사적으로 밀어냅니다!
요술 : 땅의 파도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써야만 합니다.
순식간에 땅이 밀려나기 시작하고, 숨을 돌릴 틈이 생긴다는 것은.
스하아아아....
흑기사의 그림자가 다시금 스며들 시간을 준다는 것과 같을 겁니다.
곧 모여든 그림자로부터 말의 인영이 빚어지고, 흑기사는 그 위에 올라탄 채 시윤을 내려봅니다.
검이 치켜들리고, 그는 천천히 검을 앞으로 향하게 내밀며 말의 옆구리를 발로 차냅니다.
지축을 흔들며 말의 돌진이 시윤에게 다가옵니다.
"......!!"
그림자에서 다시 말을 불러올 수도 있는거였냐....!!
순간 인상을 찡그리지만, 이내 고개를 턴다.
봐라. 봐라. 봐라. 봐라....!!!
방금전 멍청한 실수를 해가면서 까지, 아낀 이유를!!!
"승마를 할 줄은 몰랐지만....!! 거리를 벌리면, '돌진' 해올거라고는....생각했어....!!"
그것은 전신의 힘을 실어 뻗어오는 '직선'의 공격...!
그러니까 이 보법이라면, 옆으로 빗겨나가는 '직선의 보법'이라면, 피할 수 있을거야...!
아니!! 피해야만 해!!
한번 지나쳐 회피할 수 있다면, 회전해야 하는 틈이....생길거다....!!
#신속 40을 강화하며, 내달리다, 흘러내림을 통해 직선을 향해 흑기사의 대각선 방향으로 지나치듯 회피를 시도합니다.
그리고 정말 찰나라고 할 시간.
내달리다, 흘러내림.
시윤의 눈 앞으로 흑기사의 검이 스쳐갑니다.
왼눈 아래로부터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긴 자상이 터져나면서, 몸을 굴려 피해낸 시윤은 오른손을 꽉 쥡니다.
.... 무슨, 조화인진 모르겠지만.
손 전체에서 미친듯이 진동하는 힘이 느껴집니다.
수많은 찰나는 마침내 우화하였으니.
시윤은 홀린 듯 그것을 장전합니다.
그것을 눈치 챈 것처럼, 흑기사는 말의 그림자를 뜯어냅니다.
온전한 갑옷과 검을 쥔 흑기사.
그리고,
단지 이 찰나의 모든 것을 쥔 시윤.
"........!?"
나는 손을 내려다본다. 아직, 시간은....남아있을 텐데...
혼란한 머릿속을 냅두고, 몸은 이끌리듯. 숨을 쉬는 것처럼, 탄을 장전한다.
"아."
스쳐지나가는 것은.
이 때 까지의 찰나들.
시작은 대련대회에서 만난 궁수와의 결투.
어울리지도 않는 결투를 '여태까지와는' 달라지기 위해 참가하여.
필사적으로 발버둥치고 굴러, 나는 이겼다.
그러나 무력한 패배를 맛보고, 소중한 사람이 생겨서.
강해지고자 아무 연줄도 없는 유럽의 기사단에 찾아와서
뻔뻔하다고 할 정도로, 그러나 스스로의 의지는 굽히지 않은채 인정받아 배운 기술.
고마워. 독특한 소리가 울리던 그 숲의 경험이, 방금의 찰나에서 나를 살렸다.
늘어진 소에서 '지오씨'와의 만남. 호인을 돕고 싶어 시작한 참견.
고신의 게이트. 울고, 이별하고, 봄의 전령을 떠나보나, 아이를 맡고.
그런 부녀의 모습에 '어른인척' 하는 스스로가 한심하여 되돌아보고.
'아이의 나'를 내다버린 것을 마주하여, 후회하면서도 받아들였던 깨달음의 찰나.
신과 접촉해서 마음이 꺾여 절망의 늪에 빠져있던 시기.
전멸을 눈 앞에 두고, 현실에 타협하고 싶지 않아 '나' 에게 울며 소리치던 그 때.
역천. 반역의 탄환이 이어준, 찰나.
흑기사. 돈 지오테. 시온. 카하노 기사단의 진실.
소중한 사람이 떠나기로 마음 먹었을 때. 그것을 말릴 수 없었던 찰나.
그러니까. 적어도 비극만은 되지 않길 바랬던, 그 순간.
함께 웃었던 순간. 함께 죽을뻔 했던 순간. 함께 지내온 순간.
그리고. 지금.
한, 순간.
한, 순간.
죽어도 이상하지 않던.
실수하고, 각오하고, 발버둥치고, 계획한.
이...짧고도 덧없는.
그러나, 무엇보다도 길고 영원한.
여태 내가 걸어온 이 모든 기나긴 순간들이.
여태 내가 만나온 이 모든 소중한 인연들이.
지금의 이 짧은 찰나를 이어주었다.
그러니까.
나는 흑기사. 돈키호테를 겨눈다.
당신에게 전하는.
나의 이야기.
당신의 찰나를 끝내고.
거기서 연결해서, 나의 찰나를 이어나가겠다는.
길고 길었던 하나의 이야기의 끝이자.
길고 길게 이어질 하나의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동화 기사단의, 계승의 탄환이다.
#찰나의 생명.
수많은 찰나들이 스쳐갑니다.
정신없이 내달렸기 때문에, 스쳐가는 것들을 모두 볼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윤시윤이라는 삶에 대해 말해보자면 그 초반부는 자신을 부정하던 시기의 이야기이고, 그 중반부는 자신을 이해하고 후회하기 시작한 때이고, 그 후반부는 아마도 지금일테니까요.
거대한 그림자가 단 한 자루 검에 맺힙니다.
시윤은 총기를 머금은 꼴깍이를 들어올립니다. 꼴깍이로부터 작은 울림이 퍼집니다. 그것은 '괜찮냐'는 울림입니다.
시윤은 가볍게 꼴깍이를 두드립니다. 그 행동에 꼴깍이는 철컥 하고 탄환을 삼키며 그 의지를 말해줍니다.
스쳐간 수많은 사람들.
- 혹독한 겨울이 오고 나면, 잎사귀가 고개를 내밀듯.
지금의 시윤을 떠올리게 만든 사람.
그 숭고한 희생과 믿음 속에 기꺼이 죽음을 맞이했던 존재.
- 결국 봄이 올테니 말일세.
찰나.
겨울을 지나 달리고 있는 윤시윤.
- 나는 봄이 되어서.
그리고 그런 시윤의 발걸음을 맞춰주던 한 소녀.
- 도라가 되어서. 기다리고 있을게.
발걸음을 맞춰 뛰기 시작하며. 시윤의 걸음이 차츰 빨라집니다.
' 그러나 지금, 나는 비로소 스스로를 마주 본다. '
그리고 소년은 깨닿고 맙니다.
' 나는, 윤시윤이다. '
단지 나일 뿐이라는 당연한 진실. 그러나, 지금까지 어렴풋이 부정했던 그 이름을 받아들이고.
소년은 스스로를 새기며 내달립니다.
그리고.
- 그 이름을 빌린 나라는 녀석과는 다르게 말야.
쾌활한 미소와, 탄탄한 근육을 지녔던.
순진한 웃음의 각설탕 세 개.
본인이 마시는 것은 우유 한 잔.
지금은 쓰러진 채로 시윤에게 모든 것을 맡긴 남자의 모습이 보입니다.
" 아........ "
시윤은,
"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그 모든 감정을 토해냅니다.
"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 ..... "
새로운 이야기로 전승시키기 위해.
의념기
그대의 손에 담긴 찰나를 쏘아라.
찰나의
그로 하여금. 나아가라.
생명.
무엇도 보이지 않습니다.
세상은 단지 새하얀 빛으로 물들어갑니다.
증폭된 의념이, 단 한 발의 탄환이, 검과 부딪히고...
그런 상투적인 말은 집어치웁시다.
먹물은 마침내 모두 빠져버립니다. 단 한 발의 탄환은 검게 물든 도화지를 백색으로 물들입니다.
그리고 결국.
백색의 장악이 끝난 후. 시윤은 눈을 꿈뻑입니다.
여전히 그림자를 휘날리며 검을 붙잡은 흑기사의 모습과, 바닥으로 추락한 시윤의 탄환.
결국, 레벨의 격차를 메꿀 수는 없었던 걸까. 하고.
꽤나 후련한 마음으로 천천히 팔의 힘을 빼내갑니다.
...... 그 떄.
흑기사는 자신의 검을 들어올립니다.
그 검이 향한 목적지가 자신의 목이라는 것만 아니었다면 시윤은 그걸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겁니다.
...... 기사단은.
색색. 공기가 새어가는 중에도 흑기사는 속삭입니다.
그대로부터, 이어진다.
모든 것은 마치 거짓말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천천히 흩날리기 시작합니다. 흑기사의 갑옷, 투구, 검마저. 모든 것은 천천히 분해되어 사라지고. 마지막 남은 것은 검은 그림자를 흘리며 죽어가는 흑기사 뿐이었습니다.
그의 몸이 시온의 시체 위로 쓰러지다가. 먼지가 되어 그 위에 흩어집니다.
......
시윤은, 참았던 눈물을 터트립니다.
축하드립니다.
윤시윤의 레벨이 45로 증가합니다.
태그 념念을 획득합니다.
념念
- 특정 행동에 대응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본인의 의지를 무기와 공명시켜, 불가능에 가까울 행동을 일시적을 발현시킵니다. 특정 깨달음을 통해 념의 힘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기사도 명예가 100 증가합니다.
위대한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한 세대가 바뀌기 전까지,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업적을 이루었습니다.
흑기사가 단지 한 사람의 손에 토벌되었다는 것은 사람들의 입으로 전승될 것입니다!
이명 ▶ 백색의 기사 ◀ 를 획득합니다!
▶ 백색의 기사 ◀
오랜 기간동안 흑기사는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고 오랜 시간동안 유럽을 떠돌며 위협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위대한 혈투를 통해 위대한 거악 중 하나인 흑기사를 마침내 토벌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수많은 기사들은 당신의 그런 업적을 칭송하고, 감히 당신을 그렇게 부르기로 결정했습니다.
흑기사를 부순, 섬광과도 같은 일격. 그 일격을 따서.
백색의 기사라고 말입니다.
▶ 이명
▶ 명성이 50 증가합니다.
▶ 기사와의 만남에서 호감도 보정.
▶ 유럽 지역에서 명성 보정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아."
모든 것이 끝났을 때, 내 입에선 짧은 탄식이 흘렀다.
이미 영혼의 밑바닥조차 끌어올린 전력을 내보낸 끝에
더 이상 스스로의 무게를 지탱할 수 없어진 다리는, 휘청거렸고.
나는 바닥을 향해 무너지며, 두 팔을 가까스로 짚었다.
"아아아으........"
시야가 뿌옇게 물들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입에서 연기처럼 새어나가는 듯한 신음을 흘리며, 나는 두 팔과 두 다리로 기어갔다.'
그 앞에 있을, 시온의 시체를 향해서.
"끝났어요....고마워요....고마워.....모든 것이....."
안테, 꼴깍이, 시온, 그리고 그 어딘가에 같이 있을 지오까지.
나는 모든 것을 끌어안아, 그저 감사를 전했다.
나를 여기까지 나아오게 해준 모든 것에.
고마워.
# 끝났어...
발걸음은 끄는 것만 같고, 걸음은 제대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죽어버린 한 사람의 시체를 두고 시윤은 조용히 숨을 갈무리합니다.
글쌔요.
어떤 감상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말들은 오히려 지금의 감정에 사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잃었을지언정 지킬 수 있었던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남게 되었습니다.
카하노 기사단의 이야기를, 흐르는 강물을, 그 거대한 품에 품고 있었을 두 거인들에게 비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두 손으로 한껏 그것을 들어올려 그 강물이 얼마나 차갑고, 반짝였으며, 아름다웠다고 추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에게는 해결해야 할 일들이 남아있음을 알 겁니다.
돌아갑시다. 기다릴 사람들에게.
멈춰있기엔....
해야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그러니까 일어서서 걷자.
#그럼, 시온의 시체를 들고 일어나서....돌아갑시다.
돌아갑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죽어 있었습니다.
그 표현은 조금 단순한 표현으로 하자면 고통스러운 외침에 가까웠습니다. 소리를 지르고, 긁어내며 추모하고, 그것을 억지로 참아내는 것으로 이 작은 땅에 이야기를 새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이들의 틈으로 살아있는 사람들의 숨소리가 울리고 있었습니다.
그 울림을 복잡하게 표현한다면 훌쩍임과 고통스러움을 억지로 참아내며 살아가게 될 미래에 대한 예고이겠지만 그들은 그 이상의 선택은 내리지 않습니다. 왜 그들이 죽었을까. 그것을 아는 까닭입니다.
" ... "
그리고 시윤을 바라보던 한 남자는, 말 대신 시윤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겨줍니다.
그리고, 이름 모를 기사도 시윤의 모습을 보며 시온의 시체를 옮길 관을 안내해줍니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수많은 이들이 그 고통을 나누고 이해해주고 있습니다.
연고가 없는 시온은 아마도 그와 비슷한 운명을 가진 이들과 같이 묻히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시윤은 그것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시윤조차도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까닭입니다.
그렇게.
남기고 갔습니다.
말을 타고, 우스꽝스러운 두 다리로 말을 몰았던, 누군가의 환상을 꿈꾸며 나아갔던, 이제는 숨 차는 것도 걱정하지 않을 곳으로 떠난 그를.
이제는 보내줄 시간입니다.
"......"
누워있는 그를 관에 눕혀. 뚜껑을 닫을 때.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막연한 그 감정을 정리하는건 어쩐지 멋이 없는 이야기 같아서.
나는 그저, 다소는 의식해서 머엉하니.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서 떠나고. 많은 사람들이 살아서 상처입는다.
이 지긋지긋한 광경에는 전생의 기억과 나의 경험으로 겪어도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고.
익숙해져버리면 어딘가 인간적으론 망가지는 것만도 같다고, 때로는 생각한다.
"시온, 바라타리아!"
그러니까 나는, 지금은 힘차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비록 이렇게 조용하게 묻힐 지언정, 그의 이름을 불러주고 기억할 누군가가 여기에 있음을 알리듯.
이 목소리가 어딘가로 떠날 그의 여정 뒷편에서 들려, 자그마한 웃음을 지을 수 있기를 바라며.
"잘 가요."
당신에게 정말 많은걸 배웠고.
당신과 함께 해서 정말 즐거웠어요.
그러니까 나는.
주먹을 꽉 쥔다.
"생명을 모독하는 이 엿같은 놈을....."
죽음을 농락하고. 삶을 빼앗고.
자신의 재미만을 위해 인간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이 빌어먹을 자식을
"날려버려서. 이 이야기의 결말을 유쾌하게 만들테니까."
#잘가요. 시온.
추모를 마칩니다.
".....에브나는 일어났으려나."
조금 걱정된다.
나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다소 서둘리 했다.
#에브나 ㅠㅠㅠ 일어났니? ㅠㅠㅠ
에브나를 찾아갑니다.
에브나는 혼이 나간 듯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시윤의 팔을 붙잡고 거세게 흔들며 말합니다.
" 안심하면 안돼. "
에브나는 시윤의 팔을 긁습니다. 조금 꼼지락거리는 듯한 움직임입니다. 아프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두려워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녀는 무언가를 보고 있습니다. 분명하게, 시선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것을 끔찍하게, 두려워하는, 중은 확실합니다.
" ......... 시윤. 재클린. 재클린. 재클린. 재클린. 시윤. 재클린. 시윤. 시윤. 시윤. 시윤. 시윤. 시윤. 시윤......... "
그녀는 마치 미친 듯 머리를 휘젓다가, 시윤의 팔을 붙잡고 말합니다.
" 태어나지 않고 태어난 아이가 무대 위로 올라왔어. "
- -26- 성장
- ".............."
패닉의 빠진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내가 예상 했던 것 보다 충격을 받았다.
부모 억장 무너지는 기분이 이런걸까.
누가 이렇게 만들었어. 다가가서 한대 확 패주고 싶네.
"에브나."
그녀가 붙잡은 내 손을 마주 부드럽게 잡아주곤.
시선을 따라 흘끔, 하고 그녀가 시선을 향한 곳을 나도 한번 바라본다.
그리곤 다시 그녀에게로 시선을 진지하게 마주쳐서.
"괜찮아. 나 재클린 시윤. 네 옆에 있어. 각오도 충분해."
나는 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여태 나보다 강한적도, 나로썬 힘겨운 시련도 많았지만. 그걸 넘어서서 나는 다시 네 곁에 왔어."
이제는 허세가 아니다.
비록 이 다음에 있을 일이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된다고 한들.
여기서 겁을 먹고 꺾여.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하지 못하서야.
나의 기사도가 운다.
"괜찮아. 내가 널 지킬게. 그게 도라 어르신과의 약속이고. 나의 의지야. 맹세해."
그렇게 얘기하곤
"그래도 불안함이 가시지 않으면, 얘기를 하나 해줄게."
#애기 달래기
그런 시윤의 말에도 에브나는 신경질적으로 시윤의 팔을 붙잡습니다.
그 손에는 시윤이 썩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의 악력이 담겨, 지금의 사태가 단지 진정하기만 해야 할 일이란 사실이 아님을 알려주는 듯 싶었습니다.
" 무대 위로 올라왔다. 무슨 말인지 모르는거야? "
그녀는 진심으로, 시윤이 이 일의 위험성을 모르는 것을 묻는 듯 싶습니다.
솔직히 알고 지낸지 그렇게 오래된건 아니지만, 이런 모습을 보는건 처음이다.
애같이 천진난만하면서도 어른같이 성숙하던 에브나가 이럴 정도라니.
나는 솔직히 조금 무서워지려는걸 참기 위해 노력했다.
"직접 강림했다는 뜻, 아니야?"
추측컨데 그 외에는 없지 싶은데...
#대화
" 신이라는 존재는 직접 나서지 않아. 서로의 영향력 아래에서 그 영향력을 나누어 싸우려 하지. "
보통의 신은 위에서 거거하며, 그 아래로는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습니다. 다만 가끔 초대형 게이트라는 이름으로 그 신성의 일부분이 새어나가는 경우는 존재하지만 말입니다.
" 그런 신들은 무대 위로 오르는 것에 여러가지 조건을 걸어. 예를 들면 스스로의 육신을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제한한다던지. 아니면 그 힘의 일부분을 제한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하지만 이번은 달라. 태어나선 안 될 아이는 자신의 낙인 아래 수많은 목숨들을 집어삼켰어. 그리고 그걸 대가로 무대 위로 올라온 거야. 배우의 자격으로 말야. "
에브나는 손을 씹습니다. 그 손이 썩 아파보일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불안을 감추지 못합니다.
" 우리가 봤던 검은 기사. 그런 기사가 당장 이곳으로 수백이 달라들 수도 있어. 그리고.......!!!!!!! "
[ 게이트 폭주 현상 경고 ]
[ 대량의 몬스터 러시가 예측됩니다. 빠른 도주를 요망합니다. ]
[ 초대형 게이트의 발생 예측. 즉시 구조 요청을 보내고 자리를 이탈하십시오. ]
[ 다량의 망념화 현상 관측. 현 지역의 의념 흐름에 이상이 발생하였습니다. 속히 주의를 요합니다. ]
...
......
..........
주의, 주의, 주의.
수많은, 경고가 시작됩니다.
"에휴."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절망스럽지 않냐고? 물론 그렇다.
그러나 요 근래 이런 일들을 너무 많이 겪어서, 이제 일일히 절망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나는 그녀가 손을 씹는 것을 잡아서 멈춘다.
"에브나. 잘 알겠어. 아주 잘. 사태를 만만히 보는 것도, 무시하는 것도 아니야. 솔직히 나도 무서워."
호언장담하고 즉시 철회해서 민망하지만, 당연한 이야기다.
"그렇지만 불안에 떤다고 뭐가 호전되지는 않아. 결국 할 수 밖에 없다면 마음을 잡을 수 밖에 없지. 자. 내 손을 잡아. 도움이 될만한 사람들에게 빠르게 소식을 알려야겠어."
#에브나 데리고 나가서 같이 대비할만한 기사를 찾아봅니다.
같이 나갈 기사...?
각자 기사단에 돌아가거나 자유기사들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미 흩어진 상황에서 시윤의 도움 요청에 순순히 도와줄 기사가 있을 것 같습니까?
있습니다!
태양의 기사라면 시윤의 말을 들어줄지도 모르겠네요!
#망념 30을 쌓으면서 태양의 기사를 찾아봅시다!! 열심히!!
음...
시윤은 고개를 살짝 들어봅니다.
유독 반짝거리거나, 대낮에 웬 노을이 낀 것 같은 풍경이 보이는 곳을 찾아 열심히 고개를 돌리다 보면...
진중한 표정으로 화살을 다듬고 있는 태양의 기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실례합니다. 태양의 기사, 리데일 S 케닐른 경.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나는 다가가서 그에게 말을 건다.
실로 반갑다. 정확히는 다시 만나서 볼 수 있다는건,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의미니까.
"본래라면 현재 바쁘시진 않은지, 혹여나 잠시 대화를 청해도 괜찮을지. 그런 예의를 차려 소중한 만남을 가지고 싶습니다만..."
사실 그게 원래 내 화법이다.
대뜸 다가와서 용건을 얘기하는건 예의가 그다지 없으니까.
다만 나는 벌벌 떨고 있는 옆의 에브나를 흘끔 보곤.
머리가 아플 정도로 울리는 경고 알람을 좀 더 듣곤.
"정말 중한 사태가 생겼습니다. 혹시 지금 말씀을 들어주실 수 있으십니까? 경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대화
리데일은 그의 말과 함께 에브나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긴장한 듯한 표정으로, 한참이나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에브나를 향해 그는 물음을 던집니다.
" 낙신落神인가요. 아니면? "
" 떨어진 게 아냐. 올라온 것 같아. "
올라왔다. 여전히 알 수 없는 에브나의 말이지만 리데일은 알아들은 듯 시윤에게 말합니다.
" 신에 대해서 아마... 잘 모를테니. 조금만 설명해보죠. "
그는 곧 시윤에게 설명해줍니다!
게이트의 존재들의 경우는 실제로 존재하는 신을 말한다고 합니다. 이들은 스스로 세상을 창조하고, 그 세상에 거거하는 신들을 말합니다. 그렇기에 실체가 있고 실체를 통해 게이트라는 힘으로 세상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신은 스스로 탄생하는 과정이 아니라, 개념이나 현상에서 깃들어 태어나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 그렇기 때문에 신이라는 존재들은 신도. 즉 무대 위의 후원자를 제외한다면 그 밖에선 힘을 사용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물론 첫 번째의 경우라면 불가능하진 않지만... 게이트라는 매개를 필요로 하죠. "
진중한 표정으로 이마를 지긋이 누르면서 리데일은 한숨을 쉽니다.
" 미안합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이 이름을 받을 때 한 가지 약속을 했습니다. 나의 이야기를 완성하기 전까진 다른 신과 대적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말이죠. 그래서... "
도움을 주기 어렵다는 말이로군요.
"....그렇군요. 설명 감사드립니다."
다소 아쉬운 이야기지만, 설득은 하지 않기로 했다.
왜냐면 기사란 사람들은 저런 쪽에서는 결코 타협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기사다.
그럼 이대로 떠날까, 하다가...나는 긴장하고 있는 에브나를 흘끔 본다.
"그럼..........'대적'하지만 않으면 괜찮습니까? 제가 돌아올 때 까지, 이 아이를 맡아주실 순 없으실까요."
에브나를 맡길 만한 사람을 구할 시간이 없다.
그렇다고 공포에 떨고 있는 그녀를, 신과 직접 마주시키고 싶지도 않다.
맹세에 의해 신과 싸울 수 없다면, 적어도 그녀의 보호는 괜찮은 범위가 아닐까 해서. 나는 물어보기로 했다.
"저는 어찌되었든 갈 예정이라서 말입니다. 아이에게 처참한 꼴을 보여주고 싶지도 않고, 떨고 있는데도 사지로 데려가고 싶지도 않기에..."
#에브나의 신변 보호는 혹시 해줄 수 잇나요,,,
" 불가능하다냐. "
이드는 부탁을 건네는 시윤을 바라봅니다.
" 우리들은 지금 꽤나 많은 손해를 본 상황이다냐. 원하는 목표도, 목적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고 말이다냐. 여기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런 상황이다냐. 각자 상황이 있고, 문제가 있다냐. "
그녀는 조용히 시윤을 바라봅니다.
" 네 상황은 존중하지만 네 부탁을 들어줄 수 있을 만큼 상황이 좋은 사람들은 없다냐. 그것도, 아무리 전우라고 해도 자기 힘을 숨기기까지 했던 소년에게 그것을 도와줄 사람은 더더욱 없다냐. "
그녀는 쏘아내듯, 그때 보았던 역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이해합니다."
나는 조금 듣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힘든 상황이니까. 남에게서 부탁을 맡아줄 정도로 여유가 있지 않을 수 있겠지.
충분히 이해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가, 다만 마주 진지하게 바라보곤 단언한다.
"다만 한가지만 오해를 정정하자면, 저는 힘을 숨긴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나는 그렇게 오만하지 않고, 요령이 좋지도 않습니다. 전멸을 각오했고, 그게 싫어서 발버둥치는 과정에서....무언가 기적이나 각성이 일어났다고 밖에는요. 실제로 저는 그 때 쓴 기술을 재현할 수 없습니다."
도움을 받지 못하는건 당연하다쳐도, '남들이 죽어가는데 힘을 숨겼다' 라는 오해를 받으면.
솔직히 말해서 조금 화가 치미는 것이다. 이 쪽이 얼마나 울고, 얼마나 비참하고, 얼마나 필사적이었는지 알기는 하는건가?
나는 다소 불쾌해진 기색으로 대답한다.
"신뢰하실지는 스스로의 판단입니다만, 제 기사로써의 명예를 전부 걸어도 좋습니다. 그럼, 이후 두분에게도 기원이 있기를."
괜히 왔군. 나는 속으로 혀를 차면서 떠나기로 했다.
#
꼭 따지자면... 각성 현상은 참치 캐릭터에게나 나타나는 현상이지. 꼭 따진다면 숨겨둔 무언가를 사용했다고밖에 보이지 않을 겁니다. 그런 힘이 있었다면 일찍 써서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텐데 왜 쓰지 않았냐고 하는 거죠.
양쪽의 의견이 썩 좋지는 않지만. 서로 납득이 안 가는 상황은 아닐 겁니다.
NPC 이다비엔과의 호감도가 껄끄러움으로 변경됩니다!
#UHN과의 연락은 닿습니까?
가능합니다!
#UHN 지부로 이동합니다.
이동하려던 시윤을 에브나가 붙잡습니다.
" ... "
무언가 말할 것이 있는 듯, 조심스러운 표정입니다.
"....왜 그래? 에브나."
상황이 다소 급하긴 하다만, 이럴 때 모른체 할 수도 없지.
나는 가능한 부드러운 어조(가 되려고 노력하면서)로 그녀에게 묻는다.
#뭔가 말할게 있나?
무언가 말하기 어려운 듯한 표정의 에브나는, 조용히 시윤의 팔을 끌어당깁니다.
어딘가로 향하자고 말하는 듯한 에브나의 움직임에 시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따라갑니다.
......
" 힘이 필요해. "
사람이 보이지 않는 숲의 어귀에서 에브나는 시윤에게 말합니다.
" 계속 느꼈어. 지금 이대로면... 시윤에게 짐이 되고 말거야. "
갑작스럽게 강해진 시윤에 비해 에브나는 성장을 제대로 겪지 못했습니다.
어쩔 수 없죠. NPC가 어찌 캡틴이 보우하는 레스주에게 비비겠습니까!
" ... 눈의 여왕을. 만나고 싶어. "
".....뭐?!"
나는 거의 처음으로 에브나에게 목소리를 조금 높인다.
물론 화내는 것은 아니고, 놀라서 되물은 것에 가깝지만.
"그녀는....죽었던게 아니었어? 그리고, 만난다는 것은..."
다소는 혼란....스럽다.
사실, 에브나가 말하는 바를 완전히 부정할 순 없었단 것이 슬프다.
나는 애초에 그녀를 전투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실제로 위험한 상황에서 싸우게 되면....목숨을 잃을테니까.
UHN에 가서도 그녀를 보호해달라고 할 예정이었다.
그걸 옆에서 보던 아이는 스스로가 짐이라고 느꼈던건가....뭔가 마음이 아프다.
"....괜찮은거야?"
#대화
" 도라처럼 완전히 소멸한 게 아냐. "
그녀는 두려움을 누르고, 천천히 대화합니다.
" 그녀 역시도 존재로부터 태어난 신. 눈이 내리는 것 그 자체로부터 태어난 여왕은 쉽게 사라지지 않아. 단지 도라의 봄이 그녀의 무대를 녹여버렸을 뿐. "
괜찮다. 그런 말로는 지금 그녀의 상태를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만 에브나의 눈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그것만은 지금까지, 수많은 절망한 눈을 떠올리는 시윤에게서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단지.
그렇게 해서라도 스스로 끌려다니는 역할이 아니라, 걸을 수 있는 역할이 되길 바라는 것일 겁니다.
" 모르겠어. "
그렇기에 의문을 가지지만.
" 하지만. 해야만 해. "
이미 그녀는 결심한 것 같습니다.
"나는, 음."
그녀의 눈을 보고, 이야기를 듣고.
나는 조금 곤혹스러워 했다.
적어도 그녀의 눈에 절망이, 희생의 각오가, 혹은 타협과 체념이 깃들지 않았다는 것만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미안해. 나에게도 사실은, 어려운 이야기야. 실은 이럴 때야 말로 '괜찮아' '무리할 필요 없어'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고, 사실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
그러나 그 것이 얄팍한 거짓 위로란건, 에브나와 나 둘 다 아는 사실이다.
나 조차도 괜찮지 않았고, 나 조차도 필사적으로 무리하는 주제에 말이다.
"....나는 다만 에브나가 누군가에게 강요받지 않고 원하는 삶을 살기를 바래왔어. 요 근래. 계속 답답했던거지?"
그녀가 강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는, 몇번 있었다.
그러나 그 길을 걷게 두지 않았던 것은, 나는 그녀가 스스로의 의사로 선택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에브나는 강함을 손에 넣을 수 없었고. 요 근래, 내가 절망하고 목숨을 걸어대는 동안.
계속해서 기다리고, 잠들어 왔던 것이다. 아이가 스스로를 짐으로 여기게 될 때 까지, 과연 얼마나 답답했을까.
"가자. 결과는 신경쓰지 않아도 돼. 에브나가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면, 하자."
....어딘가 익숙한 감각이다.
나는 이럴 때, 만류할 수 없다.
도라 어르신 때도. 시온의 때에도.
이전 삶에도 그랬고. 이후에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씁쓸한 기분은 느끼지 말자.
"나는 그걸 곁에서 전력으로 도와. 그게 내 책임이야."
#대화
그녀는 다른 말을 하지 않습니다.
단지 이전에 그러했듯, 조용히 시윤의 손을 잡고 그 눈을 잠시 바라보았을 뿐입니다.
그러다가 시선이 닿으면 그저 신뢰하는 눈빛을 잠시 머물다 보냈을 뿐입니다.
" 봄이 온 곳으로 가자. 그 곳에서 그녀가 분노한 채로 기다리고 있을거야. "
나도 더 이상 긴 말을 하지 않고, 그저 맞잡은 손에 조금 더 힘을 주며.
작은 미소와, 굳은 눈빛을 잠시간 교차하고 앞을 보았다.
"....분노한 채로 기다리고 있구나."
과연 흘려들을 수가 없는 표현에는 쓴 웃음이 절로 튀어나왔지만...
그래....하긴, 분노 하고 있겠지...
"가자."
#...고신의 게이트가 있던 곳으로 갑시다.
이동합니다!
여전히 피부를 찢는 듯한 추위는 여전하지만, 그 기세가 한껏 누그러진 날씨가 느껴집니다.
에브나는 시윤의 손을 뗀 채로 어딘가를 향해 걸음을 걷고 시윤은 그 걸음을 따라 걷습니다.
그 곳곳에는 마치 도라가 간만에 찾아온 에브나를 반기듯 몇 송이의 꽃들이 눈을 뚫고 얼굴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 패배한 나를 조롱하러 왔느냐. "
그 수많은 눈 사이. 미미한 좌에 앉아 다음 겨울까지의 기다림을 가지고 있는 눈의 여왕이 있습니다.
분노한 눈이 시윤과, 에브나를 향합니다.
" 그래. 그것이 승자의 당연한 권한이겠지. 마음껏 조롱하고, 비웃고, 힐난하고 떠나라. 너희들과 할 대화는 없으니. "
시윤과 에브나를 만나지 않겠다는 듯 거센 눈보라가 그녀에게로 향하는 길을 막기 시작합니다!
"그럴리가 없잖아."
나는 한숨을 내쉬곤 짧게 대답한다.
마음껏 조롱하고 비웃고 힐난해서 나에게 무슨 이득이 돌아온단 말인가.
한 때 미친듯이 싸웠던 여왕의 기세가 꺾인게 느껴진다.
물론 그렇다고 나한테 무시 받을 수준인 것도, 결코 아니겠지만.
나는 에브나의 손을 잡고 발걸음을 옮긴다.
"아이가! 에브나가 너를 만나고 싶어해서 왔어!"
망념을 몸에 둘러 강화하면서, 코트를 꽉 쥔채로 나아가며 소리친다.
#건강 40을 강화하며 나아가면서 얘기합시다
수없는 눈보라는 순식간에 시윤의 피부를 짓뜯습니다.
이전의 전투는 마치 그 격차를 새겨주기 위함이었단 것처럼, 그래도 고통만은 느낄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의 고통은 그러한 것과는 다릅니다.
피부가 얼어붙고, 그 아래에 근육과 피들이 얼어붙고, 그 아래에 있을 뼈와 모든 것들이 얼어붙는 듯한 감각.
온 몸이 찢겨가고 오히려 열이 후끈히 달아오르는 감각이 들어옵니다. 추위? 그런 것보다는 오히려 온 몸이 불타고 있다는 생각만이 먼저 들 정도입니다.
상태이상 '영원의 저주(?)'에 빠집니다!
그리고.
그런 추위 속에서 에브나는 눈의 여왕을 향해 천천히 걸어갑니다.
" 하하하. 아이야. 왜 나를 만나고자 하니? 나는 너의 모든 것을 빼앗아가려 했단다. 그리고, 그것에 실패하여 이토록 처절히 몰락했지. "
그녀는 자신에게 다가오며 얼어붙는 에브나를 향해 비웃음을 흘립니다.
" 너를 감싸던 그 덩치 큰 멍청이를 일찍 죽여버려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더구나. 그 멍청한 불꽃이 너희를 감싸지 않았더라면 더욱 쉬웠을 일인데. "
그녀를 조롱하고, 비웃습니다.
하지만 에브나는 다가갑니다. 들어야 하는 것이 있다는 듯 걸음을 옮깁니다. 그러다가 그녀의 앞에 서서, 고개를 숙입니다.
" 도와주세요. "
그 표현.
그 표현에 분노하듯, 눈의 여왕은 거세게 에브나의 뺨을 처올립니다.
분노로 씩씩거리는 호흡을 내뱉으며, 그 분노를 내뱉습니다.
그것을 말리려 시윤이 일어나지만 에브나는 괜찮다는 듯 시윤을 바라봅니다.
" 넌 내 모든 것을 빼앗아갔어. 나의 목적을 앗아갔어. 그런 나에게, 몰락의 증거인 너를 도와달라고? "
눈의 여왕은 한참 분노를 토해내다가.
에브나를 바라봅니다.
모든 것에 두려움을 느끼되, 마지막까지 쓰러지지 않았던.
한 바보같은 신의 표정으로 에브나는 눈의 여왕에게 고개를 숙입니다.
" ... 더 이상. 도망치기만 하고 싶지 않아. "
그러니.
도와주세요.
적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에브나의 말에.
눈의 여왕은 질린다는 듯. 그녀의 뺨을 처올린 곳에 손바닥을 가져갑니다.
" 그래선 안 돼. 네가 어떤 혈통인데. "
눈의 여왕은 에브나를 향해 속삭입니다.
" 그 어떤 왕들도 나에게 부탁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단다. 그들은 강했고, 사라지기에 내 도움은 필요하지 않았지. 그렇기에 나는 그들이 싫었단다. 그래서 네 형제들을 훔쳤지. 그것을 내가 취했지. 그렇게 해서... 나는 내가 곧 겨울이 되고자 했단다. 나는 너를 파멸시키려 한 존재야. 그런데. "
도움이라니.
도와달라는 말을 하다니.
" 우습구나. 내가 복수하려 한 이유도, 목적도, 다 그 가증스러운 눈들에서 벗어나고 싶어한 이유였는데. 마지막 남은 겨울의 피가 나에게 고개를 숙이다니. 하, 하하하......... "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이 가진 왕관을 천천히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에브나에게 내밉니다.
" 가져가거라. 원래 네 것을. 내가 잠시 지켰을 뿐이구나. "
나는 또 그 멍청한 신에게 졌어.
그녀는 지친 표정으로 눈 속으로 천천히 녹아들어갑니다......
디버프 영원의 저주(?)가 해주됩니다!
에브나가 '눈의 왕관'을 취했습니다.
에브나의 루트가 '겨울의 즉위'로 변경됩니다. 그에 따라 능력치가 변화합니다!
▶ '눈의 계승자' 에브나 도라
▶ 그러나 세상의 기구한 운명은, 그녀를 단지 모르고 살아가도록 두지 않았습니다. 세상의 아름다운 것만을 보여주고 싶었던 도라의 기대와는 달리. 그녀는 세상의 기구하고도 더러운 것들을 보면서 두려워했으나.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단지 그 공포 속에서 한 걸음을 내딛었을 뿐입니다.
에브나는 도라가 몰락시킨 겨울의 하수인, 눈의 여왕의 인정을 받고 그녀의 힘을 계승했습니다. 신성의 파편을 얻은 그녀는 이제 눈의 권능을 휘두르는, 겨울의 권능 일부를 되찾았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녀의 힘은 미약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라진 겨울의 파편들을 찾을 때마다 그녀의 힘은 점점 강대해질 것이며 그 끝에는 그녀는 한 명의 영웅이 될 것은 지당한 사실입니다!
▶ 레벨 : 45
▶ 호감도 : 미묘한 애정
▶ 임시 동료
▶ 스테이더스
신체 - 110
신속 - 110
영성 - 210
건강 - 105
매력 - 95
특성
▶ 겨울의 왕좌 - 눈의 왕관 ◀
몰락했으나 여전히 남은 눈의 권능. 그 조각을 다룬다.
▶ 겨울과 봄의 사랑 ◀
위대한 존재로써 가졌던 특수한 능력, 그리고 자신의 양부의 능력의 일부를 타고 태어났다.
아군의 생명력을 회복시키거나, 또는 적에게 강력한 겨울 속성의 공격을 가한다.
▶ 폐월수화蔽月羞花 ◀
매력이 70 증가한다.
1.2. 현재 진행 ¶
- -27- 꼴깍이
- "에브나!"
나는 다급히 달려가 그녀의 상태를 살핀다.
"...."
괜찮니? 라고 말하려던 것이 목 끝에 걸렸다가, 가시처럼 들어가고. 나는 그녀를 꽉 끌어안을 뿐이었다.
"미안해."
가능하면 이 세계를 유쾌한 곳으로 소개하고 싶었다.
# 대화
모든 세계가 항상 썩 유쾌하지만은 못할 겁니다.
세상이란 그렇습니다. 우리의 이야기의 주인공은 우리이되, 이 세계의 주인공은 우리가 아니었으니까요. 세계는 우리의 자비 없이 시간의 흐름을 움직이고 우리는 힘껏 그것을 쫓아갈 뿐이었습니다.
조심히 시윤은 에브나를 끌어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더 힘이 강하게 가해지지만 에브나의 몸은 한없이 차갑게만 느껴집니다.
수없는 겨울의 흔적. 그 중에서도 얼어붙은 것들의 자리를 이어받는단 것은 그녀에게도 좋은 기억이 아니었겠지만요.
그러니. 지금은 쉬게 해줍시다.
유쾌하지 못한 세계에서 웃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무너지지 않아야 하는 법이니까요.
....
울적하군. 그렇지만 그리 생각하며 발걸음을 멈추고 있다면, 더욱 가라앉을 뿐이다.
"푹 쉬렴."
나는 그녀를 업었다.
그녀가 이 유쾌하지 못한 세상에서 노력한 만큼, 나도 갈 수 밖에.
#UHN 지부로 갑시다...
UHN으로 이동합니다.
...
나는 꼴깍이를 슬쩍 내려다본다.
흑기사 전투 때 부터 꽤나 혹사를 당해왔지.
지금 수리하지 않으면 목숨이 꼴깍 당하겠다.
"혹사 시켜서 미안했어."
#꼴깍이를 수리할 수 있는 곳으로 가봅시다.
UHN에서 수리합니까?
기여도가 필요할겁니다.
#그럼 기술서도 받아야 되고 현 상황도 보고 해야 되니 책임자를 만나고 싶다고 얘기해봅시다.
그 말에 곧, 책임자가... 나옵니다!
윤시윤! 그 상대는!
비눗방울 매애애애애애앤!!!!!!!!!!!!!!!!
아립 도즈가 꽤나 머리가 아픈 표정으로 시윤을 바라봅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라고 인사할 정도는 된 사이가 되서 다행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입밖으로 꺼내면 비꼬는 것 같을까봐(정말 순수하게 그리 생각한거지만) 속으로만 생각했지만.
"지난번에 말씀하셨던건 나름대로 노력해보았습니다."
조금 생각할 줄 아는 애들에겐 한번씩은 언질을 주었으니. 아마 행동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다만....몹시 시급한 상황들이 발생해서. 찾아뵙는게....늦었네요."
이 말의 진실성은 다소 초췌해진 내 얼굴이 뒷받침 해주리라.
애초에 상대도 어련히 다 아는 내용일테지만....
#나 너무 많은일이 잇엇어
" 나이가 좀 찼으면 술이라도 달라고 할 모습이긴 합니다. "
그는 시윤의 몰골을 살피다가, 가볍게 고개를 젓습니다.
"술은 아니고. 왠지 모르게 담배가 고픈 나날이긴 하네요."
힘 없는 목소리로 농담인지 모를 말에 농담인지 모를 말로 대답하곤
물론 피우진 않을겁니다. 미성년이니까. 라고 덧붙여둔다.
"....이미 아시다시피, 저는 정치적 교섭에 능숙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냥 올곧은 말 밖에는 재주가 없어요. 무엇보다...."
나는 꽤나 이것저것 들었다.
그러니 이 정보를 유효하게 활용해서 이득을 취하거나.
정치적인 계산을 넣고 밀고 당기기를 하거나.
뭐....그럴 수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냥....이 거지같은 사태를 슬슬 해결하고 싶을 뿐이죠."
곤히 잠든 에브나의 얼굴을 보고, 한숨을 한번 더 내쉬곤 그리 얘기한다.
"그러니까, 어디까지 알고 계십니까? 이 사태 해결을 위해 제가 무엇을 듣고,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해야 하죠?"
주도권 같은건 됐다. 이해득실도 됐다. 다 머리 좋은 사람이 가져가라.
바보여도 좋으니까 움직이는 솔직한 바보가 되겠다.
# 대화
" 후우..... "
그는 가슴팍에 있는 작은 주머니를 메만지다가, 짜증나는 무언가를 느낀 사람처럼 손을 뗴어냅니다.
" 어디까지 아느냐. 이번 몬스터 러시의 뒤에 있는 칼날 박힌 죽은 심장이 가짜라는 것과, 진짜는 다른 어딘가에 숨어있단 것 정도는 압니다. "
UGN에 비해 부족하다. 그것이 UHN에 대한 평가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 UGN과 비교하지 않으면 부족함을 알아내기 어려운 것이 그들의 위치라는 것이기도 합니다.
" 정확히 말하면...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이정도가 다란 얘깁니다. 나도 위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니 말입니다. 이 X같은 보글보글거리는 비전을 사용하지 않으면 그쪽이 말하는 것까지 다른 녀석들이 들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니까요. "
후, 하고 한숨을 연거푸 쉰 도즈는 시윤에게 말합니다.
" ...........하나만 말해드리죠. 기사단이든, 바티칸이든. 아니면 그 빌어먹을 UGN이든. 그 놈들의 도움을 받아서 저 심장부터 털어야 할겁니다. 그렇지 못하면. "
그는 목을 가볍게 그으며 이야기합니다.
" 유럽은 과거 빅브라더의 악몽을 재현할지도 모르겠으니까요. "
"서로...."
후우....하고 길게 숨을 내쉬곤 손바닥으로 가볍게 눈을 누른다.
"고생하는군요."
첫만남 때는 사람의 심장을 쥐고 흔드는 무시무시한 사람으로 보였는데.
사실 지금도 얕보는 것은 결코 아니다마는.
고충을 듣는 것만으로도 뭐랄까 조금의 이해와 공감이 생겨난달까.....
나는 한번 더 한숨을 내쉬곤
"바티칸엔....저희 반 쪽 애들 중에서 엮인 인원들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 들에게 기대를 걸고....기사단은 이후에 제가 대화를 시도....해보겠습니다."
이미 제일 믿음직한 사람에게선 퇴짜를 맞고 오는 길이다마는....
"...혹시 무언가 지원을 받을 수 있을만한 것은 없겠습니까?"
나는 마지막으로 한번 더 한숨을 내쉬곤,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물어본다.
말했듯 솔직히 그들에게서 이득을 취하려는 생각이 정말로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 험난해보이는 앞길이 예정되어있으니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심정이었을 뿐이다.
#대화
" 마땅한 결과가 없다면 윗선에서도 더 지원을 해줄 생각은 없겠죠. "
그는 한숨을 내쉬며 얘기해줍니다.
" 면책 특권, 특수 수련장, 등명탑이니 하는 게이트들의 정보를 제한하면서 여러분에게 내어주는 것만 해도 UHN은 이미 충분하다 못해 과할 정도의 부담을 지고 있습니다. 우리. 양심은 지킵시다. "
"잘 알고 있습니다. 혹시나로 물어볼 정도로는 절박한지라."
마주 한숨을 내쉰다. 이에 대한건 지난 첫만남 때 숨막히도록 했다.
"더 말씀하실 것이나 제게 궁금한 부분이 없으시다면....가봐야 겠군요. 갈 길이 머니까....."
불편해서 빨리 일어나고 싶은 것이 아니다.
해야 할 것이 많으니까....
"....아. '일련의 사태' 덕분에 장비의 수리가 필요합니다만, 혹시 관리자님이 개인적으로 괜찮은 수리소를 추천해주실 순 있으십니까? 물론, 이것도 크게 개의치는 않으셔도 됩니다만...."
꼴깍이를 어깨에 동여매려다가, 이 이후에 수리를 해야된다는걸 다시금 자각하곤 물어본다.
수리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괜찮은 정비소를 아는지 물어보는 것 정도는.....괜찮겠지.
#
그는 입꼬리를 가볍게 올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합니다.
어림도 없군
그럼 마주 웃곤, 고개를 끄덕여서 인사를 건넨 뒤에 나서기로 했다.
#근처에서 장비를 수리를 할 수 있는 곳을 망념 50을 들여 찾아봅시다....
꽤나 규모가 큰 장비 수리소를 찾아냅니다!
"실례합니다, 장비를 점검 수리 하러 왔습니다만."
나는 장비 수리소에 조심스럽게 들어선다.
#실례함다
" 아이고. 손님 오셨군. "
시꺼멓게 물든 앞치마를 흩날리며, 꽤나 덩치 큰 거한이 종종걸음으로 뛰어나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가 바쁘실 때 찾아뵈었을까요?"
털털하게 나오시는걸 보면 정말 급하셨던건 아닌 것 같지만.
나는 등에 있는 꼴깍이의 견착을 해제하면서
"이 녀석을 수리 받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만...."
#꼴깍이를 보여줍시다
" 아이고.... 어디보자........ "
대장장이는 꼴깍이를 바라보면서 흠흠, 하는 짧은 탄사를 뱉어냅니다.
별로 좋은 의미는 아닌 듯 그의 손이 꼴깍이의 파손된 부분들을 메만집니다.
" 이거... 저주가 깃든 물건이죠? 이런 물건은 수리할 때 추가금이 붙는데 괜찮으십니까? "
안전 비용이란 셈이죠!
"아..."
꼴깍이의 효과나 설명을 생각하면, 과연 그런가.
"장인님의 입장을 물론 이해합니다. 일단, 합쳐서 비용이 얼마쯤 나올 것 같으십니까? 제가 현재 당장 자본이 넉넉하진 않은지라....34만 GP 정도가 있습니다."
합리적인 이유로 붙는 가격에 흥정 같은건 하지 않는 편이 좋다. 상인 기질도 아니고.
"다른 장비들도 수리를 맡기고 싶었습니다만, 일단은 그 녀석이 가장 급해서요."
#대화
" 으으음..... "
대장장이는 오묘한 표정으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으며 시윤을 바라봅니다.
" 돈의 문제도 있지만. 저주받은 물건은 수리가 잘못되거나 하면 시전자에게 문제를 주는 경우도 있어서 그렇수다. "
그는 꼴깍이를 몇번 툭툭 두드리고, 가장 우스워보이는 총구 부분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합니다.
" 특히 이런 녀석들은 무언가를 부수거나, 찢어버리는 성질의 저주가 걸린 걸로 느껴지는데. 이런 물건은 잘못 수리하면 대장장이의 신체가 박살날 수 있단 말이니까. 수리를 못해준다기보단 이 물건을 수리해줄 만한 전문가를 찾는 게 좋을 거요. "
그렇게 말하면서도 미안한지. 그는 시윤의 눈치를 살짝 보면서 얘기해줍니다.
" 물론 이 주변에는 이걸 고칠만한 녀석은 없수. 부끄럽지만 이 지역에선 내가 가장 실력이 좋은 편인데, 내가 거절했다고 하면 달라드는 녀석들이 없을거거든. 아마 고쳐준다면서 달라드는 놈들이 있다면 사기꾼이거나, 뜨내기일거요. "
"......."
손으로 얼굴을 짚는다.
이젠 무기 수리 조차 쉽지 않단 말인가. 빌려 꾼 돈이거늘.
"사유가 그렇다면, 어떻게 간곡히 부탁드리기도 어렵군요."
저런 사유로 정중하게 얘기하는데, 됐으니까 고쳐달라고 떼를 써봐야....
"다만 저는 그런 전문가에 대해서 짐작가는 바가 없고, 곧 몰려들 재앙에 대비해 이제와 찾아 헤메기에도 시간이 촉박할 것 같습니다....."
나도 오묘하거나 착잡한 얼굴로 꼴깍이를 내려다 본다.
험하게 다룬 나도 나지만, 너도 꽤 속을 썩이는 녀석이로구나.
".....일단, 정중히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혹여나 하는 심정에 여쭤드립니다만, 무언가 곤란한 일은 없으십니까? 일단, 실력은 있는 편이니 의뢰라던가로 다른 무기를 구비해둘 수 있으면 기쁘겠습니다만...."
그렇게 말하곤 한숨을 한번 더 푹 내쉰다.
"물론, 곤란하게 억지를 부릴 생각은 없습니다. 여지가 없다면 괘념치 않으셔도 됩니다."
#ㅠㅠ
" 딱히 어려운 일은 없지. 아무래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맡기긴 미안할 일은 있지만... "
호감도 락이 있어서 나오지 않는 의뢰가 있긴 합니다!
" 으음..... "
그는 조금 미안한 표정으로 시윤을 바라보며 얘기합니다.
" 이걸 고쳐줄 만한 사람을 하나 알기는 하는데... "
".....초면에 사람을 소개해달라 부탁하는게 염치없는 일이란것은 잘 압니다."
저렇게 말을 살짝 흐리는 것 부터가 사실 다소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겠지.
하기사. 그의 입장에서 나는 뭐하는 녀석인지 조금도 정보가 없다.
"일단은 먼저 제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저는 카하노 기사단의 윤 J 시윤이라고 합니다."
정중하게 꾸벅 자기 소개를 한다.
"이 유럽 전역에서 끔찍한 일들이 몰아치고 있고, 앞으로....더욱 큰 일이 해일처럼 몰려올겁니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쉰다.
나 답지 않게 조금 끈질기다. 원래라면 진작 물러났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이 아니라면 무기를 정비할 기회는 요원할테고
도중에 꼴깍이가 파손되면, 내 전투력은 급감할 수 밖에 없다...
...여지가 있다면 좀 더 얘기해볼 수 밖에 없다. 결국엔 정론이다.
"그걸 막기 위해선, 아니 막으려고 시도해보기 위해선 제대로된 무기가 하나는 필요합니다. 부디, 그 분을 소개해주실 순 없으십니까. 기사의 명예를 결고 장인께 폐가 되는 짓은 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대화
" 미안한 얘기네만. "
그는 눈을 질끈 감고, 지도에 한 점을 찍어줍니다!
" 이곳으로 가보게. 자네 물건을 고쳐줄법한 분이 계시니까. 절대 무례를 저지르지 말게. 알겠나...? "
"....감사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나는 허리를 몇번 더 숙이며 감사 인사를 전한다.
"다음에 다시 방문하겠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장인에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한 뒤, 지도의 점을 찾아...이동해봅시다. 장인 찾아 삼만리...
어디... 지도의 위치로 보아 이곳에서 좀 떨어진 위치로군요.
이동에는 17의 망념이 필요합니다.
#망념 지불해서 이동합시다!
이동합니다!
꽤나 먼 거리를 이동하여, 시윤이 도착한 곳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무 밭이 있었습니다.
.......?
??????
뭐지? 꼴깍이 죽기 전에 제삿밥이나 실컷 먹이란 의미인가?
".................???"
고개를 기울이면서 물음표를 마구마구 띄운다.
분명 장비 수리를 위해서 소개받아 찾아온 곳일텐데....
무....밭?
무밭??
"실례합니다. 혹시 누군가 계십니까?"
너무 큰 소리로 부르면 민폐일 듯 하니, 적당한 목소리로 부르면서.
주변을 눈은 의안으로 시야를 확대하여 살피고, 귀는 소음 분석을 시전한다.
#망념 50을 쌓아 주변의 시야와 소리를 관찰합시다! 누구 없나요!?
무밭 주위를 서성거리면서 시윤은 주위를 둘러봅니다.
사람의 인기척도 없는 곳이지만... 그런 것 치고는 이곳의 환경은 사람이 없으면 유지되지 않는 환경에 가까웠으니까요.
소리와 시야에 관찰되는 것... 평소에 날 법한 소리들 외에는 특별한 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조금의 인기척도 없는데."
밭을 쪼그려 앉아 무 상태를 살펴본다.
"진짜로 뭘까. 장인의 취미가 농업....인가...?"
무를 하나쯤 뽑아서 관찰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마는.
그러다 본주인이 보면 딱 예의없는 서리꾼일까 싶어. 일단은 눈으로만 담아 본다.
야생 무도 아니고 밭이라는건 관리자가 있긴 하다는 뜻이렸다.
#무의 상태를 관찰하고, 흙도 조심스레 만져봅니다. 축축한가요?
적당히 축축하고 보드라운 흙은 이 토지가 충분히 관리가 이루어지고, 최근까지 그것이 이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대체 뭘까... 하고 고민하던 시윤은, 그때서야 시야에 띄는 무언가를 찾아냅니다.
꽤나 떨어진 거리에서, 왼팔과 어깨에 곡괭이를 적당히 걸치고 팔자걸음으로 걸어오는 이가 보입니다. 그 모습에서 가장 이상한 점을 찾으라면, 아마도 오른팔 부분이 휑하게 비어있단 사실일겁니다.
곧 천천히 다가오던 그는 시윤이 쪼그려 앉아 흙을 만지는 모습을 보곤, 곡괭이를 왼손으로 천천히 들어올리며 말합니다.
" 이, 이이이 무 서리꾼 노오오오옴!!!!!!!! 천벌받을 두더지 같은 놈!!!!!!!!!! "
아니.
저기.
"......"
잠깐 생각했다가, 당황하지 않고 일어나서 정중하게 허리를 숙인다.
"오해 받을만한 일을 하여 죄송합니다, 어르신. 다만 이 곳의 무에는 조금도 손대지 않았음을 맹세합니다."
내 이럴줄 알았다.
와! 무다! 하고 뽑았으면 여기서 부터 이미 막혔다.
이럴 땐 당황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허둥대면 변명하는 것 같잖아.
"장인분께 무기 수리를 위해 소개를 받아 찾아뵙게된, 카하노 기사단의 윤 J 시윤이라고 합니다."
먼저 자기소개부터 빠르게 하고. 그 뒤에 곡괭이로 머리가 찍히기전에 뭘 하고 있었는지도 간결하게 설명한다.
"무 밭에서 어르신을 기다리는 동안, 관리가 잘되고 있는 것이 신기하여 토지를 잠시 만져보고 있었습니다. 이런 곳에서 멋진 무 밭을 보게 될 줄은....너무나도 예상외였거든요."
#오...오해에요...
" 윤 J 시윤이고 윤조시윤이고!!! "
그 어르신 발음 조심하세요.
" 아무 기별도 없이 온 놈이 흙이나 만지고 있다니 당연히 의심 할 법도 하지!!! "
그는 큼큼 하면서 곡괭이를 내려놓고 손을 내밉니다.
큼큼.
자 한국의 정을 얼마나 투자할까요.
바, 발음이....
"예, 물론 이해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큼큼. 하며 펼치는 손에
어차피 지난번 수리점에서 아낄 생각도 없었음으로.
가지고 있는 34만 GP를 전부 꺼내 얹으며 고개를 숙인다.
"약소하지만, 이게 제가 가진 모든 것입니다."
#전 재산만큼의 정이요....
뇌물로 34만 GP를 지불하는 쾌거를 이룹니다!
노인은 GP를 받아들고는 적다는 듯, 가볍게 혀를 차면서 주머니에 집어넣습니다.
" 그래. 뭘 바라고 온겨? "
"이 무기를 수리 받고 싶습니다만...."
빈털터리가 되었군...
그래도 전재산으로도 아쉬워 하는걸 보면, 역시나.
저주가 걸린 무기를 수리해줄 수 있는 외팔이 노인이라면 보나마나 대단한 사람임이 분명하다(확신)
그런 사람 기준으로 1만 GP 5만 GP 이런걸 꺼냈으면 시작부터 초를 쳤으리라...
#꼴깍이를 노인에게 보여줍니다.
노인은 시윤이 내인 꼴깍이를 한손으로 적당히 들어올립니다.
그 움직임에 꼴깍이가 반응하듯, 알 수 없는 기운을 뿜어내지만 노인은 귀찮다는 듯 꼴깍이의 머리를 가볍게 한 번 내려찍습니다.
- 꼵!
" 아직 이르다 이놈아. "
그는 몇 번 꼴깍이를 조물거리면서 시윤에게 묻습니다.
" 꽤나 흉악한 저주가 담겨있는 녀석이군. 이게 이 녀석의 진짜 모습은 아니다. 우스운 모습으로 저주를 약화시켰어. 다만.... "
슬쩍 노인은 시윤을 바라보곤 말합니다.
" 네 정신력으론 이 녀석의 진짜 모습을 기대하지 않는 게 좋겠다. 분명 진짜를 보는 순간 이놈에 잡아먹힐거야. "
아니... 꼴깍꼴깍아...
너도 역쪽이처럼 '쪽'의 민족을 계승한단 말이니?
"지, 진짭니까....어쩐지, 외견에 비해 담겨있는 효과는 흉흉하다고는 생각 했습니다만..."
나는 그제서야 이 악어 인형 디자인의 진의를 깨닫는다.
괴짜의 취미가....아니었구나!!!
얽혀있는 저주를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희화화 해서 약화시키는...고등 기법인거였어.
"충고를 무시하고 감당 못할 힘을 탐하진 않겠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현재 녀석 외엔 제대로된 무기가 없는지라....흉흉해도 함께 정이든 녀석입니다. 수리나 개조를 해서 계속 사용하고 싶습니다."
정신력이란건 '괜찮습니다 견딜 수 있어요' 라고 허세를 부린다고 어떻게 되는 법이 아니다.
장인이 저렇게 말했단건 본모습은 진짜 위험하단 거겠지.
꼴깍이의 본모습에 흥미가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당장엔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무기'를 원하는 것이니까.
.....
그나저나, 왜 나한테 엮여있는 기술이나 무기는 이렇게 복잡한 사연들이 한가득이란 말인가...?
꼴쪽이...역쪽이...
#대화
" 그냥저냥 쓰기에는 나쁘지 않지. "
- 꼴, 꼴깍... 깍.....
노인은 적당히 꼴깍이의 몸체를 몇 번 주무릅니다.
긁히고, 훼손된 면이 있던 꼴깍이의 몸이 돌아옵니다!
꼴깍이의 정보 일부가 정정됩니다!
▶ 비틀린 마무리 : 복수 - 장착 시 크리티컬 확률을 20% 감소한 것으로 판정한다. 크리티컬 히트 판정을 저주 누적 판정으로 변환한다. 저주가 5개 이상 누적될 시 비틀린 마무리 : 복수가 발동된다. 적의 방어구의 방어력을 파괴하거나, 피격당한 적의 기술 일부분을 파괴한다. 이 판정은 여타 보호 판정보다 이후에 판정되며 효과에 따라 위력이 감소할 수 있다.
" 그 녀석에 걸린 저주는 '마무리'의 저주일세. 무언가를 마치거나 끝내고 싶을 때 새겨넣는 저주의 일종이지. 이런걸 새길 정도면 뛰어난 저주술사이지만... 썩 좋은 녀석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
노인은 꼴깍이의 주둥이를 한 번 퍽 치면서 말합니다.
" 가까운 시일에 이놈을 갈아넣어서 다른 무기를 만드는 편이 나을거다. "
"감사합니다, 어르신. 덕분에 살았습니다."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전하고는 뒤이어진 설명에 다소 생각에 잠긴다.
"저주술사...입니까? 일단은, 아이템 설명에서는 토반 이미낙이란 장인이 만들었다고 되어있습니다만...확실히 조금 의문점이로군요."
대장장이와 저주술사가 양립할 수 있는 것이었던가? 나는 고개를 조금 기울인다.
얘기를 들어보면 확실히, 상당히 흉흉하고...위력을 보건데 수준도 높아 보이긴 하는걸.
"그...죄송합니다, 제가 야금술에 대한 식견이 짧아서 그렇습니다만. 혹시 연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무기를 갈아서 새로운 무기로 제조하는 것은 시도해본적이 없었어서요."
무기를 갈아 넣어 새로운 무기를 만든다라....
주변에 그런 일을 한 경우가 있었던 것도 같던데. 강산이었나? 린이었나?
#대화
노인은 시윤의 물음에 귀찮다는 듯, 꼴깍이를 턱 가르킵니다.
" 저주는 말이다. 기본적으로 남길 저주와 그것이 깃들 매개. 그리고 그 저주의 형상이 필요로 한다. 이 녀석의 경우는 우스운 외형으로 저주의 형상은 유지한 느낌이지만 변형을 가하게 되면 이 안에 존재하는 저주가 매개가 사라지며 파괴된다. "
긴 하품을 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 어차피 내가 보기에 너는 꽤나 살얼음판인 머릿속을 가지고 있다. 그런 녀석이 오랫동안 저주가 미친다면. "
곧. 시윤의 머릿속으로 알 수 없는 장면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소리 지르는 이들. 절망에 가득해, 총을 입에 문 채로 방아쇠를 당기려 하는 자들. 머리를 땅에 찍으며 피가 나고 있음에도 왜 죽지 않냐는 듯 그 고통을 이어가는 이들.
" 분명 네 녀석은 무너진다. 스스로를 상처 입히는 쪽으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