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 항목 : 내 옆자리의 신 님 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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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忘却) | |
신명 | |
한국어 | 아카리오페 |
그리스어 | Ἀχαριόπη |
로마자 | Achariope |
인명 | |
한글 표기 | 사카모토 요우 |
일본어 표기 | 坂本よう |
기타 | |
성별 | 여성체 |
학년과 반 | 3학년 C반 |
성향 | ALL |
1. 개요 ¶
“······좋아, 결정했다. 오늘 들은 말은 전부 일몰까지 잊어버려.”
2.1. 외형 ¶
2.2. 성격 ¶
3. 망각의 여신 ¶
정체 ▼
신계에서 주어진 아카리오페의 역할은 망각 이후의 기억(세상에서 완전히 잊힌 존재들)을 관리하고 보호하는 신이자 괴수. 본래 어디에나 존재하는 요괴에 가까운 존재로 태어났지만 희랍(그리스)의 신들에게 회수되어, 저승에서 스틱스 강의 밑바닥에 묶인 채로 망각의 강 레테에서 흘러들어 오는 기억을 집어삼키는 배수구이자 하수 처리장 역할을 하고 있었다. 모든 존재에는 그에 걸맞는 종말이 필요하고, 사람들에게 잊힌 기억도 마찬가지로 죽음이 필요하기에 아카리오페는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는 일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그러나 이는 아카리오페의 '본질'이라기보다는 체질에 걸맞게 부여받은 '임무'에 가깝기 때문에, 요우는 이것을 거부하고 쾌락과 유희, 미식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인간계에서 요우가 제멋대로 살아가면서도 기억을 먹어치워 없애는 일은 착실하게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저승의 강이 조금 혼탁해진 것을 제외하면 심각한 문제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 정도.
4. 기타 ¶
- 올빼미와 문어의 유령을 권속으로 부린다. 「망각」은 「지혜」와 서로 동전의 이면처럼 맞닿아 있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 「부스고에 후코(附子声附子)」라는 필명의 인터넷 소설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의 소재는 주로 자기가 잡아먹은 기억, 그리고 평소의 인간 관찰이다.
- 신으로서의 본모습은 인간 형태이고, 「괴조」 형태는 어디까지나 권능을 행사하기 위해 변신한 모습이다. 타인에게는 절대로 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 수수께끼 이야기를 사랑한다. 내는 것도, 푸는 것도 좋아한다. 누군가에게 갑자기 수수께끼를 낸다면 꽤 친해졌다는 증거다.
- 교외의 숲속 방갈로에서 혼자서 살고 있다. 인간의 음식을 먹을 수는 있지만 주식은 달아난 기억이기 때문에 요리를 하지 않는다.
5.1. 과거사 ¶
제1막 나는 므네모시네의 사산된 딸 |
사람이 처음으로 숲속의 밤 어스름에 숨어 「꾸우 꾸우」하고 우는 쇠부엉이 소리를 두려워하게 되었을 때 나는 태어나고 또 사라졌다. 사람이 처음으로 우리를 짓고 가축의 수를 헤아리기 시작했을 때 나는 없어졌다가 또 나타났다. 「태고」보다는 어리지만 「글자」보다는 나이가 조금 많았다. 나는 달빛이 닿지 않는 나무 그림자의 허공에서 생겨났고, 자아 없이 포식하며 몸집을 키웠다. 나(에고)는, 「잊는 것도 잊히는 것도 두려워하는 사람의 마음」이 만든 개념. 때로는 죽음과 동일시되었고 때로는 죽음에 비해 상냥했다. 어느덧 성격이 생겨나고 이름을 얻었을 때는······ 부모님이 필요했다. 「나는 므네모시네의 사산된 딸, 무사이의 쫓겨난 막냇동생, 아테나의 막후의 신하. 나는 아카리오페, 영감을 깨뜨리는 괴성(怪聲)이자 시인을 잡아먹는 괴조(怪鳥), 곧 불가해한 자.」 ㅡ를 자칭했다. 하지만 결국 나를 거둔 고향은 저승의 통로였다. 어머니, 스틱스······. 신계에서 나의 역할은 「증오스러운 죽음」의 수양딸이었다. 종말의 지긋지긋한 불멸성을 상징하는 「어머니」 밑에서, 가시나무로 짠 멍에를 찬 채 그저 레테에서 흘러들어 온 망자의 기억들을 하염없이 먹어치워 없애는 오물 처리기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내게는 탄생으로부터 선물받은 「퀄리아(감각질)」가 있었고, 그로 인해 훨씬 더 숭고한 이상을 지닐 수 있었다······. 「풍미」를 추구하는 것. 운명이 내게 오감을 부여하였고, 내가 「맛있는 것」과 「맛없는 것」을 혀 위에서 구분지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나의 목적(텔로스)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러니까 나는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살겠어. 레테의 강물에도 녹지 않는, 인간들이 꽁꽁 숨긴 채로 죽어서도 잊지 않는 기억이야말로, 이른바 '천하진미'일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에 마침내 나는 눈을 번뜩였다. 그리고 망자의 사지를 움켜쥐는 용도로만 쓰던 깃털 촉수로, 달빛 없는 하룻밤에 명계를 건너 날아 어느 음울한 고성에 숨어들었다. 그곳에서는 인간의 세상과 광야가 한 눈에 내려다보였다. 멸망한 나라와 사라진 언어는 전부가 나의 모이였다. 밤 사냥을 나서서, 처음으로 기억을 먹고 깔깔대며 웃었다. 처음으로 기억의 맛을 보고 목덜미가 떨리는 분노에 소리를 질렀다. 삶이란 이토록 드라마틱하다. 인간이란 이처럼 재미있고, 또 더욱 재미있어질 수 있다······. 따분하기 짝이 없는 하늘 위의 신들과는 정반대다. 아무리 화려한 정사(情事)와 정사(情死)와 불륜과 불놀이를 일삼은들, 그들은 터무니없이 완벽해서 다른 무엇도 될 수가 없다.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인간뿐이다. 또는 인간의 물을 많이 먹은 신들이거나. 하여간 그 맛을 위해서라면 나는 목숨과 똑같은 값어치의 무언가를 바칠 수라도 있을 것 같았다. 마라톤 평원을 가로질러 달리는 병사를 보았다. 인간의 몸은 토우만큼 약한 것이 정상인데 어째서 그 자 페이디피데스는 금도 가지 않은 채로 스파르타의 산악을 이틀 만에 넘어설 수 있었는가? 「수성(헤르메스)」의 가호 때문이었겠지. 나는 심기가 매우 불편해졌다. 험로의 도중에 사자를 맞닥뜨려 전령이 죽고, 절박함이 담긴 문서도 메시지도 내가 차지할 수 있기를 바랐다. 아니, 전령이 불러온 스파르타의 원군이 길 가던 중 모조리 돌풍에 휩쓸려 절벽 밑으로 떨어지고, 내가 그 생고기를 뜯을 수 있기를 바랐다. 문제는, 그런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건 반칙이야! 심지어, 「전령」이 태어난 이래로 신들은 중요한 전언이 도중에 사라져 버릴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었다. 달리 말해서, 영감은 확실히 석판이나 태피스트리 또는 파피루스에 옮겨질 수 있었고, 계보는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보존되었으며, 역사는 절대로 잊히는 법이 없었다. 망자들이 아무런 미련도 없이 의기양양하게 아케론(비탄의 강)을 건너는데 「어머니」나 「명왕」이나 모두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이승이 돌아가는 꼴에 관심이 없거나 내게 커다란 사랑(엿)을 먹이고 싶었거나,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에 후자였다면 거기에는 「어머니」의 의중이 반영되었을 터. 홧김에 희랍을 떠나 버릴까도 생각했지만, 알다시피 나는 그런 성격이 아니다. 대신, 반쯤 화풀이로 대장장이 신의 공방에서 「전령」을 훔쳐 달아났다. '잘 걸렸다. 이 말뼈다귀, 호랑말코, 꺼벙이 같은 자식.' 하지만 이 녀석을 갖고 무슨 재미있는 일을 할지는 전혀 정해 두지 않았다. 잘게 잘라서 세상에 뿌리든지 통째로 씹어먹어 볼까? 그런 식으로 신들을 도발해 봤자 희한하게 끝이 안 나는 형벌만 받고 그만이겠지. 정사(첫 번째 것)로 위장하는 건 어떨까? 농담도 분수가 지나치면 안 된다. 떨떠름하기 그지없는 괴조와 딱딱하기 그지없는 오토마톤이 정분이라니, 차라리 병아리콩과 서까래가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믿으련다. ······처음에 나는 「전령」의 인간성을 남겨 두고 나머지를 모조리 빼낼 생각이었다. 올림포스의 주신이 전령의 마음속에 「완벽한 의지」를 집어넣었다면 거기에는 신성과 인성이 모두 깃들어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관자놀이를 뜯어내 들여다본 결과 그 안에는 신성도, 인성도 없었다. 그저 정교함뿐이었다. 신계에서 사고를 친 다음에 끔찍한 형벌을 피하려면, 명분이나 적어도 변명이 필요했다. 삶의 촉각이 곤두서는 긴장과 카타르시스로, 나는 나도 모르게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과연 이런 궤변이 통할까?' 하지만 달리 대안이 없었다. 엄지손톱이 그의 두뇌에 상처를 냈다. 완벽한 회로를 오작동시키는 데는 단 하나의 생채기면 충분하다. 고장난 기계가 모두 그러하듯, 망가진 전령은 무엇이 됐든 내게 웃긴 꼴을 보여줄 것이다. 반드시. "아카리오페, 무슨 짓을 저지른 거냐!" ㅡ풍덩. "나는 스틱스의 딸, 므네모시네의 누이인 테티스의 손녀, 열 번째 무사이의 수호신. 나는 아카리오페, 모든 잊힌 시의 가사이자 모든 사라진 나라의 백성, 곧 '완전히 잊힌 존재'야말로 불멸함을 보증하는 이. 너희들, 열심히 일하는데 방해하지 말지 그래. 신의 작품에 공양을 바쳤다는 이유로 너희가 나에게 벌줄 수는 없다. 잘 봐라······." 검은 암반을 휘감은 물안개 너머로, 떨어져 가는 전령의 옆머리에서 별처럼 희게 새겨넣은 표식이 빛나고 있었다. "내가 가장 귀하게 여기는 것······ 모든 기억을 스스로 쓸 수 있는, 「새하얀 서판(書板)」을 선물했을 뿐이야." 마침내 녀석은, '그럼에도 잊힐 수밖에 없는 것들'을 사랑하게 되겠지. |
- 탄생
아카리오페는 본래 신과 인간이 공통적으로 지닌 「잊어버리는 것과 잊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자아와 오성(悟性)을 얻고, 숲속의 야금(夜禽)의 그림자로부터 육체를 얻어 태어난 일종의 요괴다. 원래는 기억을 먹어치운다는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야수에 가까웠지만, 신으로서의 온전한 정체성을 갖게 된 이후 아카리오페는 저승의 강의 여신 스틱스에게 거두어졌으며, 망자들의 기억을 먹어치우는 노예에 가까운 권속으로 사역당했다.
- 저승으로부터 탈출
아카리오페에게는 미추와 맛을 분별하는 감각이 있었기 때문에, 어느 순간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 이외에도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는 욕망을 따라 행동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옥의 강을 청소하며 모든 감정이 말소된 망자들의 기억만을 먹어야 하는 생활은, 편식 체질인 아카리오페에게는 따분하기 짝이 없는 노동이었다. 따라서 결국 어머니인 스틱스의 시선을 피해 자기가 육신을 처음 얻었던 인간계로 도망치게 된다. 이때 아카리오페는 신화에서 자신의 모든 이름을 지워 버렸다.
- 전령의 개안
헤파이스토스가 발명한 자동인형이자 전령의 신인 카르테스가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그 어떤 메시지라도 오차 없이 상대방에게 전해지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에 자기가 원하는 '망각'을 충분히 섭취할 수 없는데다 심각하게 재미가 없는 카르테스의 성격에 불만을 품은 아카리오페는, 헤파이스토스의 공방에서 카르테스를 훔쳐 달아나 그에게 '백지'와 같은 자아를 부여하고 스스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게 했다.
이때 카르테스에게 증여한 '백지'는 다름이 아니라 아카리오페가 스스로를 희랍의 신화에서 지우면서 생겨난 여백을 넘겨준 것이었다. 이 사건 이후, 아카리오페의 이름을 지운 여백이 소오인 차드의 기억 저장소로 쓰이게 되면서 아카리오페는 인간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모든 신화에서 완전히 종적을 감춘다.
제2막 괴조가 날아간 자리에는 흔적이 없고 |
그들은 「도망」을 「추방」이라고 했지만 나는 「탈출」이라고 불렀다. 현실이란 보기에 따라 단어들의 얇은 틈 사이 놓인 희미한 빛줄기나 다름없는 것. 멋대로 떠들 내용을 정하는 것은 시인들의 자유이자 역사가의 마음이다. 그들이 어디서 타협하고 싶어하는지 나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 어깨 뻣뻣한 신들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어떻게 기억될지」 따위는 신경쓰지 않았으니 말이다. 에게해를 날거나 배를 타서 건너는 것도 문제는 없었지만, 나는 육로를 따라 비잔티온(지금의 이스탄불)을 거쳐 바빌론으로, 거기서 애굽으로 향하지 않고 아시아의 더욱 깊은 곳······ 태양에 가까운 쪽으로 갔다. 수천 년의 은둔자 생활에도 굶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전쟁의 냄새는 어딜 가나 있었으니까. 때로는 차가운 쇠와 피가, 때로는 뜨거운 쇠와 불이 사람을 죽였고, 나는 참호에 무성한 해골처럼 묻힌 시를 파내어 먹었다. 그들은 「잊히는 것을 두려워하며 죽는다」고 수첩에 썼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두려워한 것은, 죽어서 자기가 쓴 노래를 잊는 일이었다. 전보전보다 편식이 심해졌다고는 하나, 적어도 넘쳐나는 망각이 방치되어 부패하지 않게끔 착실히 잡아먹고 있었으므로 나는 신으로서의 소임은 다하고 있는 셈이었다. 복수라면 사족을 못 쓰는 하늘 위에서도 나를 더는 추적하지 않게 된 것에는 그 덕분이 컸으리라. 마을과 숲과 사막을 가리지 않고 사냥하면서, 실오라기 하나 같은 소문이 겹겹이 쌓여 신앙이 되며 화가와 시인들은 나를 두려워하게 됐고······ 카르테스에게 「백지」를 양도한 이후 나는 역사에 쓰일 수 없는 존재가 되었기 때문에, 산해경에도 이름이 실리지 않았지만 요괴로 영락하는 일도 없이 살게 되었다. 신들 사이에도 의리와 우정이라는 것이 있어서, 나를 팔아넘기지 않을 만한 자에게는 내 나름대로 선물을 교환하기도 했다. 눈 덮인 풀숲에 숨어 천부장의 군세를 총부리 앞에 무릎꿇린, 공포와 원한에서 태어난 신ㅡ곧 「살인의 신」도 그 중 하나였다. 사람의 인지를 뿌리치는 것이 그녀의 염원이고, 그녀가 땅에 파묻은 시신들이 내 먹거리였으니 당연하게도 우리는 매우 가깝고 친한 사이였다. 「아카리오페, 내가 깔고 누운 돌무지를 그들의 뇌리에서 잊히게 해 줘······.」 「그럼, 마땅히.」 그런 그녀가 남자를 만나고 나서 소녀처럼 일변해 버린 사건은······ 재미있었지만 그보다도 놀라웠다. 사람보다 바뀌기 어려운 것이 신일진대? 하루는 살인의 신이 전선에서 쓰던 것과 같은 양철 머그컵에 모닥불을 깔아 물을 끓이고 커피를 내리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알기로 그녀는 단 하루도 쉰 적이 없었지만, 그녀는 커피가 필요없어 보일 정도로 맑고 활기찬 얼굴이었다. "늦었지만 결혼 축하해, 「아나이레시스(살인)」. 나처럼 상서롭지 않은 이가 혼례에 얼굴을 비출 수는 없으니 일부러 기피했지만······." "미안해할 필요는 없어······ 나도 네가 미안해하지 않게끔 「널 부르려는 것조차 잊어버렸다」고 해 둘게." 그 목소리에는 전성기 때와 다름없이 차가운 아름다움이 배어 있었다. "역시 너만큼 나를 잘 아는 신은 없구나." 나는 커피처럼 쓰게 웃고, 혀가 데일 정도로 뜨거운 커피를 입에 조금 머금었다. 희한하게도 커피 자체는 그렇게까지 쓰지 않았다. "그나저나 정말 의외군. 별다른 뜻은 없지만, 설마 네가 결혼할 줄이야······." "왜, 「살인」과 「결혼」은 그다지 먼 개념도 아니잖아?" "아니, 인간의 험한 꼴을 그만큼이나 봤으니까 당연히 혼인 같은 소꿉장난에는 관심이 없을 줄로만 알고." "······뭐, 맞다고도 아니라고도 못 하지. 그렇지만 정말, 너도 꼭 한 번쯤은 느껴 보는 게 좋을 거야. 한 번 사랑에 빠지고 나면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니까." 나는 그 말을 짓궂은 농담 정도로 여기고 웃어넘기려 했지만, 뜻밖에도 살인의 신은 꽤나 진심인 듯이 집요하게 권유해 오기 시작했다······. 나는 잔소리를 피하려는 어린 딸처럼 고개를 젖히면서도 그녀가 말하는 것을 유심히 들었다. "참······ 그러고 보니 정말로 반려를 찾아 보는 건 어때? 인간계에 말도 안 되게 오랜 세월 동안 있었는데 그동안 애인 하나 못 사귄 건 이상하잖아. 마침 내가 봐 둔 장소 중에 가미유키라는 곳이 있거든." "가미유키······ 일본?" "북해도. 추운 건 싫어?" "정체가 탄로날 일만 없으면, 추위는 신경 안 써. 어디로 가든 저승보다는 더울 테니까. 다만 지금은 여러모로 어수선하다니 나중으로 미뤄 두지······." 평소라면 북녘이라는 말만 들어도 몸서리쳤겠지만, 커피 때문에 몸이 뜨끈해진 탓인지 추위가 만만하게 느껴졌다. 지팡구, 야마토, 부상, 히노모토······ 천 년도 넘게 드나든 땅이었으나, 북해도라는 그 섬은 미답의 땅이었다. 이곳에서는 아자(阿佳)라는 두 글자만 대도 아무도 더 캐묻지 않아 편했는데, 그곳에서는 무슨 이름을 대야 할까. 머릿속으로 가만히 기억을 되짚다가 100년 가까이 지난 과거에 일본인으로부터 들었던 이름 하나를 떠올렸다. 「사카모토 료마」. 그 울림을 곰씹으며 다시 한 모금을 머금었지만, 커피의 맛은 이상하리만치 순하게 느껴졌다. 내 혀가 고장난 것인가 싶을 정도로. |
- 동방으로의 원유
신들의 추적을 따돌리고 신계에서 벗어난 아카리오페는, 수천 년의 세월 동안 인간계에 숨은 채로 살아 갔다. 희랍에서 멀리 벗어나기 위해, 육로를 따라 아나톨리아 반도를 거쳐 아시아까지 이동했던 것. 자신이 원하는 감각과 재미만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방종한 생활을 지냈지만, 「망각된 기억을 잡아먹는다」는 본래 업무에는 소홀하지 않았던 탓에 천상의 추적자들도 마침내 단념하고, 아카리오페 또한 요괴로 영락하거나 소멸하는 일 없이 도피행을 묵인받게 되었다.
- 너도 「죽이는」 것을 멈추고 한동안 「살아」 봐
동방에 도달한 아카리오페는 선지아의 어머니인 살인의 신과 만나 가깝게 지내게 된다. 저격수 신과 망각의 신으로서 두 신격은 서로에게 공생 관계와도 같았기 때문. 전장에서 오랫동안 함께 지낸 탓에 냉정하고 과묵한 살인의 신의 모습을 익숙하게 여기는 아카리오페였지만, 뜻밖에도 살인의 신이 결혼을 전후하여 성격이 완전히 바뀐 것을 목격하게 된다. 혼인에 흥미를 보이는 아카리오페에게 살인의 신은 가미유키 마을에서 자신의 반려를 찾아볼 것을 권유한다.
- 신기루와도 같은 추억의 맛
살인의 신의 권유를 받아들인 아카리오페는,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 「사카모토 요우」라는 이름의 어린아이로 변해 가미유키의 초등학교에 전입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지역의 아이누 계열 신인 우카 맛네포호와 친해지고, 그녀의 본체인 빙하 속에 잠들어 있는 「역소」를 권능으로 지워 보려 하지만 실패한다. 이 일이 있은 후 인간의 생생한 기억을 먹는 것만으로 만족하며 살아가던 아카리오페에게는 한 가지 궁금증이 떠올랐다. 무슨 일이 있어도 먹을 수 없는, 억지로 끄집어내려 해도 놓아 주지 않는, 「절대로 잊지 못할 추억」에서는 과연 무슨 맛이 날까.
제3막 남김없이 불타 씻긴 꿈 |
(업데이트 예정) |
- 징수
시라하야 카고야 종가의 선조는 수백 년 전 역사에서 완전히 유실된 가부키의 연목을 비술을 통해 되살려낸 적이 있었다. 당시 아시아에서 활동하고 있던 아카리오페는 이를 즉시 응징하려 했으나, 가문 측에서 주술적인 방어책으로 대응한 탓에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들을 정죄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 해 전 방어술에 허점이 발생하자, 아카리오페는 금지된 연극으로 공연을 벌이는 일족을 징벌하기 위해 도쿄로 떠났다.
아카리오페의 본래 목적은 무대를 급습하여 배우의 목숨과 가문의 대를 끊고,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인간의 기억을 제거한 뒤 연극에 관련된 흔적을 모조리 처리하는 것 정도였다. 그러나 히키를 습격한 시점에 이르러, 그가 봉황의 부적에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을 깨닫자 다른 신과의 직접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야츠메 히키 본인의 연극에 관련된 기억을 빼앗는 수준에서 「징수」를 마무리지었다.
5.2. 이벤트 ¶
- 플래그 아이싱 캐치 대회
'플래그 아이싱'이라는 제목에 대해 황당하다고 생각했다. 어린이 부문 대회 진행을 돕는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느라 바빠서 선수로는 참여하지 않았다. 인솔자와 보호자들이 깜빡 잊고 있다가 눈밭에서 미아가 된 아이들을 찾아오는 데 특기를 발휘했다.
- 크리스마스 파티
아쿠타가와 키요를 꼬드겨 엉터리 편지를 쓰게 만들었다. 파티 중 문예부실에서 쉬던 중 아오모리 치토세와 마주치고, '미의 신'의 권능에 휘둘린 나머지 꾸미기 단판승부를 벌이다 패배했다.
- 코오리마츠리
스미쿠라 카이겐을 불러내 놀았다. 돌아가던 길에 선지아와 마주쳐 연애에 관한 이야기를 나었다.
- 스키장에 가자!
기분이 상한 나머지 멋대로 마을 밖을 떠돌면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기억을 뽑아내서 잡아먹고 다녔다. 사실상 신의 힘을 남용하며 난동을 부린 것이지만 티가 나지 않는 비행이었기 때문에 제재당하지 않았고, 달아난 기억을 쫓다가 어느 산장에 들어갔다.
- 산장의 하루
토고 시게카타와 함께 눈보라에 묻힌 산장에 조난당했다.
- 산장의 하루
6. 인간관계 ¶
- 신계
- 소오인 차드
전령의 신으로 일하던 소오인누시를 보고, '재미없다'는 이유로 그의 이성에 '신화로부터 아카리오페의 이름을 지워 낸 공백'을 주입해 「자유의지」를 부여했다. 요우가 섭취하는 기억에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소실된 메시지'도 포함되어 있는데 기존의 소오인누시는 전달하는 일을 너무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 이후 차드의 관자놀이에는 작은 표식이 새겨지게 되었다.
- 선지아
차드의 조카 격 되는 신. 친우인 살인의 신의 딸이기도 해서, 여차하면 도움을 주려고 생각하고 있다. 코오리마츠리 때 마주쳤지만, 원래 고위 신이 되기 위한 방편으로 반려를 찾을 생각이었던 요우는 선지아에게 연애를 부추기는 말을 듣고 망각의 신으로서의 존재를 부정당한 것처럼 받아들여 속으로 굉장한 모멸감을 느꼈다. 어쩌면 자기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얻을 수 없는 「절대 잊지 못할 추억의 맛」을 알고 있는 선지아에게 질투를 느낀 것일지도.
- 선지아의 어머니(살인의 신)
친우. 살인의 신은 '기도비닉'을 위해 아카리오페의 조력을 받고, 요우는 살인의 신이 죽인 무명 용사들의 기억으로 포식하는 상호 호혜적 관계다. 살인의 신이 혼인하고 전쟁을 그만둔 이후에도 교류가 계속되었는데, 기억을 먹고 사는 데만 관심을 갖는 요우에게 혼인 의식을 권유하며, 카미유키 마을로 이주하는 것을 추천해 주었다.
- 스미쿠라 카이겐
상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쿠라쿠노미카미를 동족처럼 여기며 이따금 보살펴 주고 있다. 같은 '잊힌 존재를 잡아먹는 괴수'라는 동질감 때문인지 그를 혈연처럼 대하며, 인간 세계를 구경시켜 주기 위해 코오리마츠리에 데리고 나왔다.
- 소오인 차드
- 시라하야 카고야 종가
- 야츠메 히키
오래 전 히키의 선조가 금지된 비술로 역사에서 완전히 잊힌 가부키 연극의 내용을 되살려낸 바, 요우는 오랫동안 그 기억을 성불시키기 위해 쫓아다니다가 히키가 중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에 이르러서 결국 「세상에서 잊힌 연극의 기억」을 거두어 갔다. 일단은 신으로서의 본분을 다한 것이지만, 그 때문에 무고한 후손인 히키가 의욕을 잃어버리고 은둔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약간의 안타까움을 품었다.
- 펑링화
야츠메 히키의 수호령과 같은 존재로 인식 중. 히키의 가문에 대한 단죄를 행할 때, 히키가 봉황의 부적에 보호받고 있는 것을 알게 되자 목숨을 거두지 않고 기억을 빼앗는 선에서 그쳤다. 요우는 다른 신들과의 충돌을 꺼리기에 직접 대적하는 일은 되도록 피하려 하고 있다.
- 야츠메 히키
- 토가미네 가
- 토가미네 마코토
기본적으로 무관심. 신으로서의 활동 영역이 조금 겹쳐서(아카리오페는 기억의 '마지막'에 관한 일을 하므로) 면식이 있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요우 본인은 자신과 마코토가 태생부터 전혀 다르기 때문에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신이라고 본다. 그의 아버지와 함께 미츠루를 사실상 현세에 방치한 것에 대해서는 대단히 나쁘게 인식하고 있다.
- 토가미네 미츠루
요우가 거주하는 폐가와 같은 가옥을 아지트로 삼아 놀던 아이. 첫만남에서 무심코 「괴조」의 모습을 노출했으며, 미츠루의 핏줄이 범상치 않다는 사실을 간파한 뒤로는 기억을 지우지 않은 대신 곁에 두고 말동무이자 장난의 상대로 삼았다. 인간에게 필요 이상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요우이기에 겉으로는 '마지막의 신을 겁박하기 위한 인질'로 공언하고 있지만, 내심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 토가미네 마코토
- 가미유키 고교
- 츠키모토 후유카
한밤중에 문예부실에 침입해 졸업생이 남겨 둔 기억을 맛보던 중 숙제를 가지러 온 후유카를 우연히 맞닥뜨리고, 필담으로 대화한 끝에 문예부의 입부 권유를 받았다. '소리가 없는 세계'에 사는 사람의 기억은 무슨 맛일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반, 반응이 무척 귀엽고 재미있어서 가지고 놀고 싶다(?)는 욕망이 반으로, 졸업이 코앞임에도 불구하고 순순히 제안을 승낙했다.
- 아쿠타가와 키요
우연한 계기로 이름을 알게 되었으며, 자주 잊는 체질이라 평소 요우가 즐겨 먹는 기억을 잔뜩 만들어 준 덕분에 대단히 마음에 들어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편지를 잃어버린 것을 간파해서, 문예부실에 끌어들여 엉터리 편지를 쓰게 만들었다. 잊어버린 원래 편지는 요우가 회수하여 특식으로 섭취했다.
- 아오모리 치토세
크리스마스 파티 와중 문예부실에서 시간을 때우고 있다가 마주쳤다. 망각의 신 특유의 체질로 인해 치토세가 미의 신의 자손이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감지했고, 고위 신의 신통력에 역으로 영향을 받아서 치토세를 꾸며 주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였다. 이후 옷 갈아입히기 단판 승부에서 패배했다. 실제 호감도와 무관하게 '이상적인 미소녀의 외모'가 치토세의 모습으로 고정되는 부작용을 겪게 되었다.
- 코히나타 마나츠
동급생. 크리스마스 선물로 도르래를 보냈다.
- 츠키모토 후유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