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실시대2/영웅

영주성 앞에는 이상하게도 고급스러운 검은 마차와, 수십의 번뜩이는 갑주의 기사.
십수명의 고풍스런 로브의 마법사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어리둥절한 콰일로스가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내 이뮤아를 봅니다.
그녀는 기사 갑주가 아니라 고급스러운 드레스를 입고 있습니다.

"아... 영주님."

이뮤아가 콰일로스를 보고 입을 뗍니다.

"굳이 말씀은 안 드렸지만.... 원래 이 전쟁이 끝나고 나면 떠날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떠날 뿐인 거죠."

그렇게 입을 연 이뮤아는 조금 처량하게 웃었습니다.

"돌아가면 아버지의 뜻대로 제립 아카데미에 입학하여 마법을 배울 생각입니다. 아버지가 하도 성화여서 말이죠.
본디 제가 배운 검술이 일인전승인지라... 스승님과의 의를 어긴다는 것이 조금 걱정이었지만 말입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을 잇습니다.

"이제는 저 대신 영주님이 계시니까. 아무런 걱정도 없습니다. 자, 이것..."

그리고, 무슨 책을 건넵니다.
언트루의 검술이 저술되어 있는 책입니다!

"이제부터 저 대신 영주님이 언트루의 계승자인겁니다. 언젠가 때가 된다면.... 물려주십시오."

언트루는 일인전승.
따라서 사용자도 한 세대에 단 한명.
자신의 세대를 온전히 콰일로스에게 양도한 이뮤아는 이 순간부터... 더 이상 기사가 아닙니다.
검이 없는 기사는 없고, 긍지 없는 기사는 없고, 스승 없는 기사는 없듯이. 이제부터 이뮤아는 그저 이뮤아인 것입니다.
이뮤아는 이제부터 절대로, 검을 들지 않을 겁니다. 언트루는 이제 콰일로스의 것이기에. 자신의 언트루는 존재할 수 없는 것입니다.

"아버지에 말씀드려 직접 고위 마법사분이 오셔서 치료를 해주셨다고 들었는데... 이리 건강해보여 안심입니다. 부디, 안녕히."

이뮤아는 그렇게 말하며 마차에 오르고, 이내 그들은 흙먼지를 일으키며 사라집니다....
그녀는 웃었지만, 글쎄요, 콰일로스는 의문을 느낍니다.
정말 웃었을까, 끝까지?
문득 콰일로스는 뒤를 돌아봅니다. 그곳에는, 이뮤아가 쓰던 새하얀 검신의 칼이. 남아있습니다.

콰일로스는 하늘을 바라봅니다.
여전히 파란 하늘이고, 맑습니다. 이뮤아는 기사의 꿈을 접었고, 이제 제립 아카데미로 가 그녀의 아버지가 원하는 삶을 살게 될 겁니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옳은 일인지는. 모릅니다. 우상에게 배신당하고, 집안의 온갖 압력과 회유, 그리고 그것을 알지 못했던 사람들....
너무 그녀의 상황을 쉽게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일단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영웅 '이뮤아 카르고'가 삭제됩니다.

모두가 이뮤아에게 존경어린 경례를 보냅니다!
그녀는 떠나가고.... 다시 기사가 될 수는 없겠지만. 콰일로스만큼은 그녀의 의지를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