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 항목: 히어로 vs 빌런? S2
"그러니까, 분명 괜찮을 거에요."
에릭 앤서니 | |
이명 | 존재하지 않음 |
소속 | 히어로(연구원) |
성별 | 남 |
나이 | 24세 |
성향 | SL>ALL |
등급 | 안전 |
1. 외모 ¶
-둥글고 단정한 진파랑색 머리카락. 늘상 옆머리가 약간 뻗쳐있다.
-눈은 희게도 보일 정도로 얕은 노란색이다. 레몬색이라고 자주 서술되곤 한다.
-둥근 안경을 늘 끼고 다닌다.
-유순하고 부드러운 인상. 눈웃음을 잘 짓는다. 앳된 티를 꽤 벗어, 그 나잇대 청년처럼 보인다.
-172센티. 2년만에 5센티나 컸다.에스터도 커서 여전히 20센티 넘게 차이나지만. 그래서 여전히 통굽을 포기 못한다.
-연구소에서는 흰 가운. 집 밖에선 연갈색 더플코트를 입고 다닌다.
2. 성격 ¶
얌전한 인상에 걸맞는 차분하고 다정한 성격...처럼 보인다. 처음에는. 하지만 조금 친해진 후에는 의외로 장난끼있는 성격임을 알 수 있다. "아. 죄송합니다. 그거, 거짓말..."이라며 그 자상하고 다정한 얼굴로 키득키득거리는 모습이란, 처음보는 사람으로선 정신이 대략 멍해진다. 상냥한 겉모습속에 소악마 기질을 숨겨놓고 있다. 그렇다곤 해도, 기본적으로 다정하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었다. 밝고 긍정적인 성격.
3. 이능력 ¶
자가치유능력
몸이 인식하는 모든 종류의 병을 남들의 배로 빠르게 회복하는 자가치유능력. 몸이 병원체로 인식하는 이상, 어떤 병이건 관찰하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회복되어버린다. 병 회복 과정에서 생기는 신체적인 피로, 증상 또한 전부 무효화. 어디까지나 병으로 인식했을때 이므로, 몸의 일어나는 모든 나쁜 상태로부터 안전하진 않다. 이를테면 칼로 찌르면 피가 나고 아프지만 상처를 통해 파상풍에 감염되진 않는다. 밥을 굶다간 영양실조에 걸린다. 다만, 최근에는 상처 자체의 회복력도 제법 강해졌다. 병만큼은 아니지만.
4. 일상 ¶
- 에릭 앤서니 - 유현
- (6스레)
누군가에게 있어서 인생을 바꿀 만한 대사건이었던 것은 다른 누군가에게는 찰나의 순간이었을 뿐이기도 하다. 대사건을 어떤 것으로 정의하느냐, 혹은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이 말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구원하는 입장의 사람에게 있어서는 그것은 굉장히 격려가 되고 마음이 짠해지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찰나의 순간에 의해 구원받은 사람에게는 굉장히 마음이 찢어질법한, 안타까운 현실일 수도 있겠지.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에도 끼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단순한 '이야깃거리'이상의 의미를 띄지 못하는 것이다. 에릭은 어떤 사건에 관한 이야기들을 지나오며,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신의 구원이기 이전의 에스터의 활약이었으니까.
그거 들었어? 그 인체실험을 했다는 연구소... ...아. 맞아. 에스터가 옛날에 잡아넣었다는... 처음으로 히어로 활동을... ...그런데, 그 피해자가... ...말이야... ...사실, 아직 그 연구소는... 그런 이야기들이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모른 척 하고 미소지으며 인사를 건넬 수 있었다. 다정하고 자상한 에릭 앤서니 연구원은 오늘도 누구에게나 상냥한 미소를 보여준다.
"어라."
문득, 에스터의 사무실에 향하던 에릭은 누군가를 발견해 멈춰선다. 아무래도 선수를 빼앗긴 것 같다. 먼저 들른 걸로 보이는 저 사람은 아마... 에릭은 기억해낸다. 그리고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좋은 아침이에요. 유현씨!"
ㅡㅡㅡ
"좋은 아침이에요. 유현씨!"
유현은 사무실을 나오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고개를 들어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본다. 그러다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사내가 보이자 유현 또한 부드럽게 미소를 짓는다. 에릭이 상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유현 또한 꾸벅 예의를 갖춰 인사를 한다.
" 에릭씨, 잘 지내셨어요? 제가 찾아 뵜어야 되는데 여기서 뵙네요 "
이것저것 물어볼 것도 있었기에 선물이라도 사서 찾아가야지라고 계획하고 있었던 유현은 마침 에릭을 만나자 이참에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에릭에게 다가간다.
그리곤 다정하게 에릭의 한손을 양손으로 잡으며 베시시한 웃음을 짓는다.
" 에릭씨... 에릭 씨의 도움이 정말 필요한 일이 생겨서요... 혹시 잠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
정말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듯 에릭의 손을 잡은 채 말하던 유현은 혹시나 자신의 이야기가 에스터에게 들릴까, 에릭의 손을 잡고 의자가 놓여있는 복도 끝 창가로 향한다.
창가로 와선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살펴보더니 조심스럽게 에릭에게 말을 겁니다.
" 에릭씨는 에스터씨랑 오랫동안 알던 사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
왠지 물어보기 부끄러운 건지 아니면 물어봐도 되는 것인지 고민하는 듯한 유현은 이내 마음을 먹은 듯 눈을 힘차게 초롱초롱하며 에릭을 보며 입을 연다.
" 혹시 에스터 씨가 좋아하는게 뭔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
왠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져 당황하며 유현은 주변을 다시 한번 두리번 거리다 어색하게 머리를 긁으며 웃어보입니다.
자신도 이런 질문을 하는게 이상해보일 거라 생각하는지 머쓱한 듯 하지만 다시 묻기 시작합니다.
" 원래 이것저것 사들고 에릭 씨를 뵙고 여쭤보려고 했었는데... 이렇게 에릭씨를 만난 것도 운명인 것 같고... 혹시 알려주실 수 있을 까요...?
뭔가 간절해보이는 듯한 유현입니다.
ㅡㅡㅡ
"아!? 저를요? 부족한 몸이지만, 찾아주셨다니 영광이네요!"
찾아뵀어야 한다는 말에 에릭은 웃음을 띈 채 말한다. 베시시 웃는 당신에게는 따라서 웃어보인다.
"저의 도움이요?"
자신의 도움이...? 혹시 뭔가 큰일이 난 것은 아닐까. 조금 긴장하고, 조금은 두근거리는 채로 유현의 눈을 쳐다본다. 복도 끝 창가로 향하면서 에릭은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본다.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오는 당신에게 에릭은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차분한 얼굴로 당신의 말을 경청한다. 에스터의 이름이 나오자, 그 감상은 긴장 쪽으로 좀 더 기울었다가...
"...에스터씨가 좋아하는 것이요!"
그 말을 듣자 에릭의 내적흥분도가 높아진다. 그런 걸 물어봐주다니, 환영이다! 초롱초롱한 눈이 에릭을 보고 있다. 늘 멋지고 책임감있는 사격수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럴 때는 역시 어린 티가 나는구나. 어쩐지 귀엽다고 생각했다. 좋아. '에스터 선배'로서 조언을 해줘야겠지. ...에스터 선배란 뭘까? 에릭은 헛기침을 한다.
"그렇지요. 에스터씨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것은 바로 저... 에스터씨가 좋아하는 것을 묻는다니, 잘 찾아오셨습니다."
쓸데없이 무게를 잡아본다. 누구 보라고 무게를 잡는건지. 진지한 표정을 하던 에릭이, 쿡쿡쿡 하고 웃는다. 이내 빙그레 미소를 띄운 채 당신에게 물어본다.
"그런 걸 물어본다는 건, 선물이라도 고를 생각이신가요? "
깜짝선물이라니, 좋네요- 그런 생각을 실없이 해보면서.
ㅡㅡㅡ
유현은 에릭이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단 말에 자신도 진지한 얼굴을 합니다. 침도 꿀꺽 삼키며 에릭이 입을 열기만을 기다립니다. 생각에 잠긴 듯한 에릭의 얼굴을 긴장한 체로 보다 방긋 웃어보이는 걸 보곤 그제야 유현 또한 에릭과 같이 웃어보입니다.
에스터를 누구보다도 잘 안다는 에릭의 말에 유현은 더욱 눈이 초롱초롱해집니다. 자신이 선택이 맞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초롱초롱한 시선에 존경과 경외가 더해집니다.
" 아아 , 역시 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군요! 에릭 선배라면 정말 잘 알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에릭 선배... 정말 든든 하네요 "
무게를 잡는 에릭을 더욱 더 경외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작게 감탄사를 냅니다. 분명 자신보다 작은 에릭이였지만 유현은 이때만큼은 거대하기 느껴졌습니다. 감격에 찬 얼굴로 다시 한번 에릭의 손을 감싸며 말합니다.
" 저에게 가르침을 주시겠습니까? "
얼굴을 붉히며 무언가 숨기는 듯 합니다만 에스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정말 알고 싶어하는 듯 유현은 붉어진 얼굴로 에릭을 바라봅니다. 마치 우물에 빠진 사람이 밖에 있는 사람에게 동아줄을 던져 달라는 듯한 시선입니다.
깜짝 선물이냐는 말에 조금 움찔하더니 붉어진 얼굴로 어색하게 웃어보입니다.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에릭을 쳐다봅니다.
" 으음.. 조금 특별한거면 좋을 것 같아요. 좋아해주셨으면 해서.. 드리면서 드릴 말도 있고... "
말을 하곤 유현은 애써 붉어진 얼굴을 가립니다. 연신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 것이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듯 합니다.
" 혹시 그럴만한 게 있을까요..?"
ㅡㅡㅡ
"네! 물론이죠! 가르침..."
어라...? 유현이 얼굴이 빨개진 것을 눈치챈다. 감싸진 손을 꼭 잡은 채 에릭은 무언가를 생각한다. 안경 너머의 노란 눈이 반짝 하고 빛난다. "유현씨..."라고 운을 띄운다.
"유현씨도 에스터씨를 좋아하는군요!"
왜냐하면 저도 에스터씨를 정말 좋아하니까요. 알아볼 수 있어요! 에릭은 내심 속으로 뿌듯해한다. 추리는 끝났다. 이 사람도 에스터를 좋아하는 게 분명해. 물론 당연하지! 에스터씨는 만민에게 사랑받을 정도로 매력덩어리니까. 연애적인 의미는 전혀 들어가있지 않은, 순수한 발언이었다.
"저도 에스터씨를 정말 좋아하니까요. 알아볼 수 있어요. "
그럼그럼. 그렇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다시 한번 눈을 빛낸다. 싱글싱글 웃는 얼굴이다.
"좋아하는 거라. 음... 어떤 종류일까요? 우선 에스터씨는, 디저트 선물은 그닥 좋아하지 않아요. 설탕류를 안 좋아해서."
에릭은 에스터를 위한 거라면 얼마든지 입을 열 자신이 있었다. 이 헤픈 입이 나중에 사고를 치지만 않으면 좋으련만. 어디보자. 에스터씨가 좋아하는 거라-
"어디보자. 에스터씨는 몸 관리를 철저히 하거든요. 그러니까 운동기구라던가... 아. 이건 역시 너무 칙칙한가? 꽃다발같은 것도 그렇게 좋아하는 눈치는 아니었고..."
에릭은 자기 일이라도 되는 듯이 고민해준다. 끄응.
"에스터씨는 또띠라는 커다란 개를 키우세요. 도베르만인데... 요즘은 에스터씨가 자주 바빠서 제 쪽에서 돌보는 일이 많지만! 그런 거라던가... 아. 그래. 그러고보니 에스터씨의 목도리가 꽤 낡았거든요. 날씨가 추우니까 이 쪽이라던가... "
...이런 거라던가... 아니. 그런 거라던가... 개인적으로는 휴가를 선물로 주고 싶지만, 이건 에스터씨가 싫어할 것 같고... 그러더니 에릭은 아. 하지만ㅡ이라고 다시 문장을 시작하고는.
"...그렇지만 역시ㅡ에스터씨라면 분명, 유현씨의 마음이 담긴 선물이라면 뭐든 기뻐해줄거에요!"
그리고는 이번에는 이 쪽에서 당신의 손을 잡고 눈을 빛낸다. 반짝반짝.
"아. 죄송합니다. 역시 이런 대답은 도움이 안 되겠죠..."
에릭은 머쓱한 듯이 고개를 긁적거린다. 얼굴에는 미소를 잃지 않은 채였다. 너무 말이 많아서 상대가 피곤하지는 않았으려나.
ㅡㅡㅡ
" 에릭 씨도 에스터 씨를 좋아하시나요? "
의아한 듯 이야기를 듣던 유현은 자신이 생각하는 쪽이 아니라는 것을 에릭의 이야기가 좀 더 진행되고 나서 깨달았다. 에스터가 설탕류를 안 좋아한다는 이야기, 운동기구는 좀 칙칙할 것 같다던지 꽃다발은 싫어한다던지 하는 정말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모를만한 것들을 쏟아내기 시작하는 에릭을 보면서 그냥 이 사람은 순수하게 좋아하는 것임을 깨달은 유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말에 맞추어 끄덕인다.
" 꽃다발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구나 - 음, 그건 몰랐어요 "
하나하나 머리속에 세심하게 입력해나가며 눈을 반짝이며 에릭의 말을 경청한다. 강아지 '또띠' 에 관한 것이나 목도리가 낡았다는 말에 잠시 눈을 깜빡이다 부드럽게 미소를 짓습니다. 그 이후에도 한동안 이어지는 에릭의 에스터 학을 얌전히 듣고 있습니다.
열심히 말해주는 에릭 만큼 유현 또한 하나도 빠트리지 않겠다는 듯 하나하나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한다.
어느정도 이야기가 끝나가는지, 에릭이 자신의 손을 잡고 눈을 빛내며 충고를 해주자 유현은 손을 겹쳐 잡고 말합니다.
" 네, 제 마음이 담긴 선물.... 에릭 씨의 말이 정말 도움이 될 것같아요. 역시 에릭 씨에게 묻기를 잘 했네요. "
정말 고맙다는 듯 몇차례 더 인사를 해보이곤 옅은 미소를 띈체 에릭에게 유현이 입을 연다.
" 혹시나 좋은 일이 생기면.. 에릭 씨에게도 말씀드릴게요 "
사실 자신이 원하는대로 풀리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만, 결국 진심으로 부딫쳐봐야 할 것이다. 애초에 선물이란 그런 것이니까.
그리고 유현은 바로 앞의 에릭을 보며 쿡쿡 웃으며 말합니다.
" 에스터씨는 정말 좋은 분을 알고 계시네요"
저도 잘 됐으면 좋을 것 같네요, 라고 속으로 덧붙이며 미소를 짓습니다.
ㅡㅡㅡ
"꽃다발은 뭐랄까- 싫어하는 것까진 아닌데, 조금 부담스러운 눈치였어요! ...뭐. 꽃의 종류에 따라 다를지도 모르지만!"
영화나 드라마면 모를까 현실에서 꽃다발 선물은 조금 호불호가 많이 갈리지. 로맨틱하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상당히 있고. 에스터의 경우 약간 부담 쪽에 가까운 모양이다. 그것도 누가 주느냐 어떤 상황에 주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예- 제, 제가 좋은 사람이요? 에이. 아닌데... 유현씨야말로, 진짜진짜 좋은 사람인데..."
에릭은 부끄러운 듯이 약간 얼굴을 붉힌다. 예상치 못한 찬사를 들으니까 조금 쑥쓰러워진다. 언제나와같은 환한 미소를 당신에게 돌려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선물, 에스터씨가 기뻐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아니. 기뻐해줄거에요. 유현씨가 정성껏 고른 선물인걸요. 분명 무지무지 기뻐해주실 거에요! 에릭은 에스터를 잘 알고 있었다. 에스터가 눈에 드러내진 않아도 사람의 애정에 약한 편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런 얘기까지는 말하지 않도록 한다. 그저 기뻐해주실 거라는 말만을.
"...아. 맞다!"
그렇게 당신을 보내려다가, 뭔가 하려던 말이 있었다는 것을 떠올린다.
"유현씨. 혹시 일요일 3시에... 시간 되시나요!"
이번에는 에릭이 당신에게 도움을 구할 차례이다.
ㅡㅡㅡ
" 아아.. 부담 , 무슨 의미인 지 알 것 같네요 "
에릭이 말을 좀 더 고쳐서 해주자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가볍게 감탄을 하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뭐든 과하면 독이 되는 법이니 새겨들을 말임에는 분명했다.
이건 요령껏 해야하는 문제일 것이다. 이런 것이 처음인 유현에겐 조금 어려울 지 모르지만.
갑작스럽게 누군가 거액을 준다고 하면 기쁘기도 할테지만 무슨 생각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고민도 생기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리라.
" 네, 저보다도 훨씬 좋은 사람이신걸요. 세상엔 에릭 씨 같은 사람이 늘어나면 더 좋은 세상이 되겠구나 할 정도로 "
유현의 칭찬을 부정하며 부끄러워 하는 에릭을 보며 살며시 눈웃음을 지으며 다시 한번 칭찬을 한다. 진심에서 우러난 칭찬이였기에 그저 유현은 웃어보일 뿐이었다.
과연 에스터 씨는 자신의 선물을 좋아해주실까, 받아주실까. 분명 걱정은 그 상황이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겠지만.
한번 정도는 각오를 하고 부딫쳐봐야 하지 않을까.
유현은 다시 한번 에릭에게 감사를 표하고 자리를 떠나랴고 하다 자신을 붙잡는 에릭의 말에 의아한 듯 하면서도 부드럽게 답합니다.
" 혹시 말씀하실 게 더 있으셨나요? "
의문을 던지자 에릭은 일요일에 시간이 되냐는 질문을 던지자, 잠시 생각하던 유현은 방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 제가 도울 수 있는거라면 돕겠습니다. "
ㅡㅡㅡ
"저 같은 사람이...!"
에릭은 자신같은 사람이 바글바글한 라오스를 떠올려본다. 더 좋은 세상인진 모르겠지만, 신기하긴 하겠네. "저는 오히려, 유현씨같은 사람이 늘어났으면 좋겠는걸요." 그런 말로 되받아쳐본다.
"그게, 별 건 아니고- 지금 빌런들도 부활하고... 여러가지로 혼란한 상황이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파티라고 할까... 히어로들끼리 작게 모임을 주최해볼까 하는데..."
다시말해, 깜짝파티. 아니. 이미 파티라고 말해버렸으니 깜짝파티는 아닌가. 에릭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전하려고 시도했지만, 다들 바빠서 실패했던 모양이다.
"이즈모로 오기 전 제 출신 연구소가 있거든요? 그 쪽으로 일요일 3시에 오실 수 있는 분 있는지... 히어로분들께 전달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꼴찌로 오는 사람에게는 토끼모자 벌칙을 내릴거고요. 그런 말을 빙긋 웃으며 덧붙인다.
ㅡㅡㅡ
처음 파티라는 말에 의아했지만 이내 에릭이 정정을 하자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는지 고개를 끄덕입니다.
빌런들도 모이고 있을 테니 한번쯤은 히어로들도 모일 필요는 있을 것이다.
에릭의 의도를 알았기에 미소를 지으며 말합니다.
" 네, 무슨 취지 인지 알 것 같네요. 저희들도 한번 모일 필요가 있겠네요 "
그리곤 이어지는 에릭의 부탁을 마저 듣는다.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연구소로 일요일 3시까지 히어로들이 모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리라.
유현은 수첩을 꺼내 약속 장소와 부를 멤버들을 적고 집아넣으며 맡겨달라는 듯 에릭에게 웃어보입니다.
" 네, 다른 맴버 분들에게 지금부터 전달하겠습니다. 그럼 내일 뵈면 되는거겠죠? "
에릭에게 감사하다는 듯 다시 인사를 하곤 천천히 복도를 걸어갑니다.
지금부터 전달해야할 사항들을 누구부터 전달할지와 에스터에게 무엇을 주어야 할 지 고민하면서 .
- 에릭 - 파크
- (7스레)
자신은 언제라도 에릭 앤서니였을 터이다. 다른 사람이 된 일은 없었다. 겉모습이 변하고 키가 자란다고 해서 자신의 본질이 변하지는 않는다. 생각이 달라진다고 그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 없었던 것이 되는 것은 아니나. 상냥한 말투도 발랄한 언행도 네거티브하기 짝이 없는 웅얼거림도 전부 자신의 목소리와 의지로 자아내는 것들. 그렇기에 에릭은 파크의 병실을 향하며 조금 망설였다. 왜냐하면 자신은, 그를 보며 자기혐오를 느낀 일이 있었으니까.
실패할지도 모르는 불안정한 일을 '실험적인'으로 표현하는 것을 에릭은 싫어하였다. 그러나 이 만남에는 그 표현보다 적절한 말을 찾기 어려울 터이다. 자기혐오 덩어리 도플갱어들의ㅡ외모는 전혀 닮지 않았다만ㅡ앞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만남. 한 쪽이 사라져버리던가, 두 사람이 완전히 분리되던가, 둘다 망가지던가, 그렇게 되는걸까. 그건 싫은데. 나는 사라지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그런 바보같은 생각은 그만두자.
병실에 틀어박히다니, 어쩜 그런 모습까지도 저를 닮았나요. 우울감에 빠지면 나는 방에 틀어박히는 습관이 있는데. 문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가자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에릭은 상냥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오랜만이에요. 파크씨."
그렇게 말하는 에릭은 언제나처럼 자상한 미소를 띄고 있었지만, 그 눈에는 어딘가 서글픔이 있었다.
ㅡ
설마, 진짜로 답해줄거라고 생각하고 인사한것은 아니라고 본다. 파크는 문 쪽으로 눈을 돌리지도 않고 계속 창밖에 떠있는 달을 볼 뿐이었다. 그의 공허한 시선은 밝은 노란빛에 고정되어 있었고, 그의 자세는 아직도 무릎을 팔로 감싸서 웅크린 채였다. 그의 입에서는 항상 같은말만 반복하고 있었고, 그의 정신은 아직도 그 무(無)의 세상에 같혀있었다. 그리고 에릭에게는, 단 한마디만 들릴 뿐이었겠지.
"죄송합니다......"
라는 무기력하고,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단 한마디.
ㅡ
"에구. 뭐가 죄송하신데요. 파크씨가 뭘 잘못했나요?"
그렇게 말하며 옆에 앉는다. 사실은 지금도 구역질이 날 것 같다. 어째서 당신은 절망한 모습이 나의 싫어하는 부분을 똑 닮은걸까. 하지만. ...하지만, 나는 나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해. 에릭은, 자기자신에게 동정심과 자비를 베풀기로 다짐한다. 어디. 무슨 말부터 해볼까. 달이 아름다워요? ...아니. 이건 작업멘트같잖아.
"파크씨는 충분히 힘썼어요. 당신은 멋진 히어로에요. 그러니까 기운내요."
당신을 바라본다. 자신과 닮은 당신을 위로하기 위해 꺼내는 말이, 막상 자기 자신에게는 할 수 없는 말들이라는게 아이러니. 결국 자신은 성장하지 못한걸까. 그대로구나. 하지만, 자신을 싫어하는 자기자신을 받아들이자. 동정해주자. 슬픈 눈으로 바라봐주자.
"...당신은 수많은 사람을 구했어요. 과거의 흉한 자신의 모습을, 이후의 성장의 발판으로 삼았잖아요. 그거, 굉장히 힘든 일이에요."
에릭은 달빛을 바라보지 못한다. 고개를 숙인다. 무력한 나는 결코 하지 못할 일이다. 손에 닿은 기적같은 구원을 자신의 인생의 보물로 삼으며 바들바들 손에 쥐고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그런 삶을 살아오고 있었다. 에릭 앤서니는 나약하고 비겁한 사람이기에, 받은 구원을 되돌려주는 일 따위는 하지 못하는 걸요. 속으로 그런 말을 중얼거린다. 자신을 구해준 것이 에스터가 아니었다면, 변덕스러운 악인의 손길이었다면, 지금의 자신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은 다르다. 지금까지 보내오고 지내온 자기자신을 이루는 것들을 모두 버리고 올바른 것을 택해 걸어나갔다. 가짜 구원과 누구도 이끌어주지 않은 나날 속에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성장을 이루었다. 이렇게 보니, 나와 닮았다는 말은 당신을 조금도 파악하지 못한 무례한 말이었다.
"좀 더 자랑스러워해도 돼요."
"파크씨는, 과거의 클라운과는 달라졌어요. 익숙해졌던 삶을 버리고 올바름을 위해 나아갔어요. 그리고, 사람을 살리는 영웅으로 거듭났어요. 저라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거에요."
"자기혐오에 빠지는 것은 자기자신을 괴롭히는 일이에요. 자신이라는 사람을 몰아넣고 고통을 주는 행동이에요. 파크씨는 사람이고, 저는 사람이 괴로움으로 자신을 빠뜨리는 것을 못본 체 할수가 없어요. 그건 괴로운 일이니까."
"아마 지금에 와서는 클라운이 죽인 사람보다 코스츔이 구한 사람이 더 많겠죠. 눈부시도록, 대단한 성과에요. 저는..."
"...저라면, 할 수 없었을 거에요."
달빛이 새어들어오는 방. 에릭은 스스로의 모순을 바라보고 있었다.
ㅡ
싫어. 나한테 가까이 오지 말라고. 에릭, 너도 나를 역겨워하잖아. 그딴 거짓부렁, 애써 뱉을필요 없어.
멋진 히어로? 웃기네. 너는 내가 너에게 다가가는 것조차 싫어했으면서. 사탕발린 소리 집어치워.
과거의 모습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 그래 지금 내 절망의 불판으로 삼았다 XX. 과거가 나를 끊임없이 괴롭혀서, 내가 힘내서 했던 모든것들을 가려버렸어. 내가 스스로 해낸것들에도 뒤에 그래봤자 빌런이지라는 수식어가 붙어버렸어. 내가 뭘 하든 그냥 과거에 쓰레기였다면 현재도 쓰레기인거야.
자랑스러워해? 뭐를? 이렇게 추하게 나락의 끝까지 떨어져버린 나의 모습을? 아니면 나같은 쓰레기를 아무 대가없이 갱생시킨 너희들의 수완을?
추하게 정론을 말하려 애쓰지마. 내가 너한테 말했을때는 그렇게 혐오감을 가지더니, 이제는 내가 너의말을 이해하기를 바래? 뻔뻔하기도 해라.
......사실 알아. 너의 말이 다 맞는말인거. 하지만 너가 그 감정을 나에게 내비쳤을때, 나는 너무 슬펐어. 나에대해서 조금의 관용도 베풀수 없었어? 내가 너에게 얼마나 미안한지 알아? 그날 너의 감정을 의도치않게 꿰뚫어봐서, 너에게 얼마나 미안했는지 알아? 내가 너의 감정을 꿰뚫는걸 잊지 않았다면, 아직도 나에게 그 사실때문에 혐오감이 있었다면, 적어도 나에 대한 토악질은 멈추고 와주지. 그랬다면 너에 말에, 나는 좀더, 깊게 공감할 수 있었을텐데.
너의 그 태도가, 처음의 그 구역질이, 현재의 뒤늦게야 나에게 관용을 베풀수 있게 된 모습이, 나는 너무도 짜증나. 에릭. 이런 나를 용서해줘. 이제는 너의 모든말이, 그저 나를 위로하기 위한 변명처럼만 들려. 유현이형때의 생각은 변함이 없어. 이건 겸손해진다거나 나 자신을 혐오하는게 아니야.
나는 그저 네가 나를 조금이라도 이해해 주었으면 해서 그런거야.
너도 나를 이해하지 못했어. 유현이형처럼. 아니, 너는 뒤늦게 깨달았지. 하지만 미안해, 너무 늦었어.
".............죄송합니다........"
걱정마, 너라면 할 수 있어. 너는 나보다 더 뛰어난 히어로가 될 수 있어. 너는 나를 깨울 수 있었어. 단지, 내가 너무 이기적인거 뿐이야.
미안해 에릭. 너의 그 말이, 그래도 나를 조금은 깨운것 같아.
파크는 그 말을 들었지만, 여전히 창문밖을 보고있을 뿐이었다.
5. 독백 ¶
- 목숨뿐
- (8스레)
(파크와의 일상 직후 시점.)
(제목은 누유리의 보컬로이드 오리지널 곡에서 따옴.)
역시 안 되는 거구나. 에스터에게는 "실패했어요."라는 짤막한 말만을 남기고, 에릭은 이즈모의 연구실로 돌아간다. 당연한 결과였다. 자기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관용을 베풀수 있을 리 없잖아. 연구실은 모두가 퇴근했는지 텅 비어있는 채였다. 에릭은 가만히 서있다가, 닫힌 창문을 바라보다가, 다리에 조금씩 힘이 풀리는 것을 느끼다가ㅡ문에 기대있는 채, 그대로 미끄러져내려갔다.
"...아하하."
웃으며 슬퍼하며 꼴이 우스운 채 그저 주저앉아 있었다
그 날의 당신은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새삼 깨닫는다. 자신이 얼마나 무례한 짓을 했었는지. 처음 만났던 날, 인체실험을 당한 일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얘기하는 당신을 보며ㅡ비틀려있다고 생각했다. 그 비틀림에서 에릭은 자기자신의 심연을 보았다. 자신의 어딘가 뒤틀려져있는, 역겨운 부분을 발견했다. 당신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말았다. 파크씨는, 제가 가장 싫어하는 제 자신의 부분을 바라보게 해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미움받더라도, 당연한 일이었다. 변명처럼 들렸겠지. 기분나쁘게 보였겠지. 당신은 내가 당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반대였다. 자신이 느낀 혐오감은, 자기혐오는 당신에 대한 '이해'로부터 비롯되었다. 마치 형용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을 머리로 이해해버렸을 때 찾아오는 광기처럼. 그렇기때문에 겉치레의 말만을 늘어놓았다. 자기자신을 사랑할 수 없었으니까. ...자신에게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자비를 베풀 수가 없어서, 당신의 '당신'으로서의 모습만을 바라보았다. 에릭 앤서니와 닮지 않은 파크, 코스츔으로서의 모습만을 보았다.
당신의 어둠을 마주할 수 없었던 것은, 그것이 자신과 닮아있는 부분이니까. 당신이 절망에서 빠져나오기를 바랐던 것은, 그 때에야 나에게 당신은 당신이 될테니까. 나약한 에릭 앤서니와 전혀 닮지 않은 히어로 코스츔이 될 테니까.
히어로의 실격이기 이전에, 사람으로서 실격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웃음이 나오고 울음이 나와서 얼굴이 엉망이 되어버린다. 두 손으로 얼굴을 움켜쥔다. 더러운 행주를 쥐어짜내는 것 같은 눈물이 흘러나온다. 아. 안돼. 이제는 어른인데. 나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름다운 달빛과 밤의 고요속에서 오로지 자신만이 추하고 연약하다. 나는 사람을 구하는 사람은 될 수 없구나. 아니. 나는, 사람이 되는 것도 할 수 없을지 몰라. 민폐덩어리에, 할 줄 아는것도 없고, 모순적이고 이기적이고 바보같은 사람이야.
그렇지만, 당신이 저와 다르다는 것은 진심이었어요. 파크씨.
당신을 위로할 수 있었던 것은 거기에서 비롯되니까. 마지막에서야 당신에게 관용을, 자비를 베풀 수 있었던 것은 당신에게 자신과 전혀 다른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구하는 것. 자신의 과거를 넘어서 가는 것. 무능한 자신과 달리 당신은 강하잖아요. 나는 죽은 사람들을 위해 그 아무것도 하지 못했는데. ...자기자신의 어두운 부분을 인정하지 못했는데. 김이 서린 안경을 벗는다. 연구원다운 흰 가운의 소매로 눈물을 닦아내린다.
"...행복해지자."
주제넘을정도로 말이야. 에릭.
- -Eric Anthony
- (1)
대정전. 존재만으로도 미움을 받은 고아들은 사랑스러운 보호자를 잃어버렸다. 마을 사람들에게 혐오시설 취급을 받던 고아원을 꿋꿋이 이어나간 앤서니 원장은 맞아죽고, 우리들의 소중한 보금자리는 불타 사라졌다. 소년은 옅은 레몬빛 눈으로 불을 그저 바라보았다. 성경의 한 구절과도 같은 이야기들을 따스하게 들려주었던 목소리를 떠올린다. 매일매일 기도를 올리며 우리들이 행복해지기만을 바라던 원장을, 그 미소를 떠올린다. 불타오르는 고아원과 함께 시체 또한 손 쓸 도리 없게 되어가고 있었지.
에릭은 그 날 신의 존재를 거부하게 된다.
(2)
...고아원이 그런 최후를 맞이한 뒤의 일이었다. 엉엉 울면서 원장을, 우리들의 보금자리를, 잃어버린 것을 한탄하고 있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우리들에게, 원장님을 닮은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던 것이다. "같이 갈래?" 상냥한 미소를 짓는 할머니.
이 사람을 따라간다면 뭐가 되었건 전부 잘 되지 않을까. 원장님이 보고 싶어서 엉엉 울더라도- 새로운 추억들을 쌓아나가고, 다시 행복을 찾아내는 거야. 어쩌면 저 분은 동화 속의 상냥한 부자 어른일지도 몰라. 각기 다른 생각들이 무럭무럭 피어올랐지만, 모두의 의견은 하나로 모아졌다. 따라가자. 지금보다는 행복해질 수 있을거야. 그렇게, 의지할 곳이 없는 상태에서 모두는 어딘가 익숙한 분위기인 그녀를 따라가기로 결심했다. 아이들은 그것이 구원의 손길이라고 믿고 있었다.
에릭은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사람을 따라간 뒤 3년- 돌이킬 수 없을 만큼의 불행을 겪게 될 거라고.
ㅡ
형편없는 냉동 샌드위치를 입에 베어문다. 푸석푸석하고 딱딱한 빵은 깨물어먹는 데 수고를 들여야 할 만큼 딱딱했고, 안에 들어있는 재료들은 이가 시릴 정도로 찼다.
"...형아는 부럽다."
식사시간은 연구소의 매일매일의 일과중 유일하게 자유로운 시간이었다. 어느 날 문득, 같은 처지인 아이로부터 그런 말을 들었다. 에릭은 싸늘하게 굳어진 얼굴로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다. 이 무렵의 소년은 고작해야 열셋. 친구 하나가 또 우리의 곁을 떠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날이었다.
"능력때문에 죽을 확률이 좀 낮잖아. 나는 매일매일 무서워."
자신보다 한 살 어린 아이였다. 나도 매일매일이 무섭고 괴로운데 뭐가 부럽다는 거야. 너도 함께 죽어버려. ...거기까지 생각한 뒤, 잠깐이나마 그런 생각을 한 자신이 너무나도 끔찍하고, 역겹다고 생각했다. 입을 열지 않는다. 소년의 얼굴에는 늘상 그늘이 진 채였다. 이 어두운 속내가 계속 곪고, 곪아가는 것이다. 기분나쁘다.
"거기다가, 능력도 하나 더 발현될 수 있다며... 그거 진짜로 쓸 수 있게 되면, 이런 데는 다 부숴줄 수 있는거야?"
...그런 거 할 수 있을 리 없잖아. 애초에 가능성일 뿐이고. 나도 무서워. 무섭단 말이야. 겁나. 내가 어떻게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기대하지 마. 나에게 의지하지 마. 나는 고아원에서처럼 멋지고 의지되는 형아가 아니란 말이야. 에릭은- 자기자신의 심상이 뒤틀려감을 느끼며, 그런 자기자신을 너무나도 싫어하게 되었다. 뼈저리게 기분나빴다. 왜 그런 저주어린 생각만을 계속해서 퍼붓는 걸까. 언젠가의 원장님은 늘 다정하고 예쁜 말들을 해주셨는데.
식사시간이 끝나면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그 끔찍한 실험장소로 다시. 죽는 것도 무섭고, 살아있는 것도 무서워. 이런 때에는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아무도 답해줄 리는 없었다. 그렇기에 에릭은, 말을 삼켰다.
...다음 날 그 아이가 정말로 죽어버린 뒤, 에릭은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했다.
(3)
아이들의 시체들을 바라보는 눈물빛의 사람은 그렇게 흐느꼈다.
"구하, 지, 못했어..."
울지 말아줘.
적어도 나는 살아남았다고, 울부짖는 당신을 그렇게 부르고 싶었다. ...하지 못했다. 예쁘고 다정하게 말을 늘어놓는 방법을 잊어버려서. 오열하는 소리는 끝도 없이 들려온다. 당신의 뒷모습을 그저, 그저 보고 있었다.
2010. x. xx
에스터 힐데가르트.C가 연구소 '퀸즈랩'의 인체실험 피해자들을 구출한 날.
에스터의 부모를 포함하여 간부진들 사이에서 은밀히 진행되던 실험에, 그녀는 의심을 가졌다.
신고후 문제의 실험실에 침입. 경찰들에 의해 아이들은 무사히 구출되었다.
실험은 간부진들 사이에서만 진행되었기에, 권한이 없던 일반연구원들은 이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이후 연구소는 둘로 분열한다.
잔혹한 인체실험을 경멸하며 아이들을 보호할 것을 주장한 이들이 있는 반면, 퀸즈랩의 기존 행적을 옹호하고 이어가고자 하는 이들이 있었다.
전자를 주장한 이들이 인권문제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며 새롭게 만들어낸 것이 현재의 에릭연구소이다.
그 이름은 실험체중 하나인 에릭 앤서니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한편 기존의 퀸즈랩은 이름을 바꾼 채 은밀하게 행적을 이어가고 있다고 하나, 현재 추적되지 않고 있다.
ㅡ
(4,End)
최초로 자신의 둥지를 찾았던 날, 작은 새는 알에서 깨어나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작은 새가 고개를 들고 처음 본 것은, 드넓게 펼쳐진 푸른 하늘. 아기새는 맨 처음 알에서 깨고 본 것을 어미로 인식한다고 하지. 저 커다란 하늘이, 자신을 돌봐주고 지지해준 나의 가족이구나. 너무나도 거대해서, 얼굴조차도 보이지 않는 하늘빛 새인거야.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파랑새야. 작은 새는 그렇게 하늘을 쫓아 날아갔다. 저 푸르른 하늘이 새의 깃털의 모습이라고 믿으면서. 하늘을 쫓기 위해 날개짓하는 법을 배운 어린 새가, 파랑새의 정체를 눈치채게 되는 날은 언제일까. 자신의 깃털이 하늘과 같은 푸르른 빛에 물들었다는 사실을.
ㅡ
부도덕적인 행위를 엄격히 거부하며, 아이들을 보호하기로 택한 일반연구원들이 세운 새 연구소. 그곳에서 어린 에릭과 가네트는 대화한다. 에이 가네트는 새 연구소의 소장이 되기로 한 자였다.
"...그래서, 나와 다른 연구원들이 너희를 맡기로 했어."
에릭은 침묵한다. 무서웠다. 인체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건 사실일까? 저 연구원들이 믿을만한 사람일까? 이번에도 다정한 모습에 속는건 아닐까? 하지만 우리들에겐 갈 곳이 없어. 또 다시 불행이 반복될까봐 두려웠다. 구원의 손을 잡는 것이 무섭다. 그래서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조금 떨고 있었다.
"연구소의 이름을, 네 이름을 따서 지을까 하는데..."
"......"
"정말로, 너희에게 그런 나쁜 짓을 하지 않을 거야...믿어줘."
에이는 겁을 먹은 채인 아이를 그저 바라본다. 안타깝게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당연한 거겠지. 전의 연구소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데 연구원들을 한 번에 믿을 수 있을리가. 한숨을 쉬던 가네트는 문득 연구소로 들어오는 에스터를 발견한다. 이제는 저 아이도 어른이 되었구나. 에릭의 시선이 에스터를 향한다. 조금 빛이 나는 것 같은 눈동자였다.
"......!!"
"아, 안녕..."
"에스터 왔구나. 네 덕이 누구보다 컸어."
"...하지만, 너무 늦어버려서..."
스무살의 에스터는 아직 여리고, 앳된 티가 많이 나는 인상이었다. 몸에서부터도 그 가녀림이 드러났음은 물론이며, 표정도 어딘가 늘 주저하는 기색이 강했다. 그렇지만 한 번 진지해지면 강인한 얼굴을 보인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 때 연구소에서 잠시 드러났듯이.
에릭은 에스터의 곁에 간다. "저, 저기..." 뭔가 말하려던 에릭에게 에스터는 머뭇거린다. 사과인사를 해야 하는 걸까.
"에스터. 이 애, 다른 연구원들은 아직 무서워하는데 너만에겐 경계를 풀어보인단다."
"...나에게?"
"그래. 네가 그 때 당당하게 총을 들고 연구실에 침입해서 소장에게 쏘아붙였다며. 그 실험실의 광경에 대해."
"...소장..."
에스터는 주춤한다. 나름대로 소장과도 친한 관계였는데. 그녀에게서 체스를 배웠던 기억을 떠올려본다. 부모님도 소장님도 전부 사라져버렸구나. 감옥에서 아마 나를 원망하고 있겠지. 하지만 자신은 해야 할 일을 했다. 오히려, 더 일찍 그것을 눈치챘어야 했는데.
"...그래봤자 나는 아무것도 못했고... 이 애를 구한, 거...경찰분들이니까."
녹턴 드네리스라는 이름의 경찰을 떠올린다. 그 끔찍한 광경에서 쓰러지고 만 자신을 열심히 위로해주었던, 서툴어도 자상한 목소리를. 결국 자신이 한 건 신고 뿐이다. 에릭은, 작은 키로 에스터에게 꼭 안긴다. 양 팔이 거의 허리춤에 오는 키차이였다.
"...당신 덕분이에요."
그렇게 말하며 에릭은 울먹거린다. 에스터는 조금 놀란다. 아이를 토닥여준다. 가네트는 말한다. "둘이 꼭 가족같구나."
"...나, 나는 에릭 앤서니... 에스터씨에게 감사인사... 하고 싶은데."
훌쩍이는 목소리였다. 이제 열 다섯의 나이였지만 빛을 못 본채 실험실에 있었던 탓인지 자그마한 몸집이었다. 거기다 에스터의 키가 170대 초중반이라는 것도 키차이를 도드라지게 한다. 에스터의 눈도 조금 슬퍼보인다. 아이가 그녀를 대신해 방울진 눈물을 뚝뚝 떨어뜨려준다.
"한동안, 연구소에 이 애를 보러 자주 들러주지 않을래? 에릭은 네가 있으면 조금 안심하는 것 같으니까."
에스터는 고개를 끄덕인다. 가네트는 다행이라는 듯 미소짓는다. 에릭은 에스터의 옷자락을 꼭 붙잡는다. 에스터는 그에 소년을 꼭 끌어안아준다. 심해와 같은 남색 머리카락이 에스터의 품에 폭 파묻힌다.
ㅡ
"...그러니까. 분명 괜찮을거에요."
왜냐면, 에스터씨가 저를 구해줬잖아요? 힘들고 괴로운 나날들이었지만, 그 모든 불행이 당신에게 구원받기 위한 것이었다면- 전부 의미가 있었을 거에요. 밝아진 소년을 보며, 에스터는 다행이라고 여긴다.
"앞으로의 나날들은 줄곧 행복할 거에요."
에스터씨가 있으니까. 에릭은 미소짓는다. 한동안 잃어버렸었던, 밝고 다정한 미소였다. 레몬빛깔의 눈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Happy End-
- 에릭은 어째서 그런 계획을 세웠나
(에피소드 2 전시점)
"명령을 못 지키고 돌아가면, 실험대에 오르겠지. 능력 강화를 위해서 말이야." 공격 의지를 잃은 빌런을 바라보는 에릭의 표정이 굳어진다.
"...그, 그런 못된 곳은 나와버려요...!"
에릭은 외쳤다.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눈이었다. 자신을 납치하려고 한 사람에게 왜 이렇게까지 동정의 시선을 보내는지 빌런인 그녀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런 에릭에게 말했다.
"나오라고 해도 말이야. 나는 이 짓을 그만두면 갈 곳이 없다고."
"히,히어로가 된다거나..."
"예전에 동료였던 사람들을 배신하라고? 거기다 그 쪽 복지 거지같은건 다 알고 있어."
"...그래, 도..."
슬픈 눈을 한 채 고개를 숙인다. 어깨에 힘이 빠진 것이 눈에 보였다. 빌런은 동요하지 않은 채, 담담하게 말한다.
"그런 일 한두군데에서 일어나는 것도 아냐. 빌런측에서만 인체실험을 한 것도 아니고. 아마 이즈모에 의해 실행된 인체실험도 상당할걸."
"......"
"애초에 넌 전투력도 없잖아. 자칫 잘못했으면 나에게 끌려갈 뻔했으면서 누가 누굴 동정하는데?"
"...저는." 우물쭈물하는 에릭. 빌런은 힘이 빠진다는 태도였다. 정말, 힘 빠지게 하는 녀석이네. 이런 비리비리한 놈을 납치해서 괴롭혀봤자 무슨 이득이 있단건지. 그녀는 한숨을 쉰다. 결국엔, 쓸데없는 말을 덧붙여버린다.
"...그리고, 파티를 한다거나 여기저기서 공개적으로 돌아다니며... 정보를 흘리는거, 그닥 좋지 않아."
"네?"
"아무나 믿고 따라가지 말고. 어린애도 아니고. 기프티콘 몇번 줬다고 친구라고 생각하면 어쩌자는 거야."
"...저."
"...됐어. 괜한 오지랖이야."
말을 듣던가 말던가 그건 네 맘대로 해. 그렇게 말하고 빌런은 사라져버렸다. 어리둥절한 에릭만이 그 자리에 남아있었다.
6. 기타 ¶
2년 전엔, 히어로 정식 데뷔를 꿈꾸며 "사이언티"라는 이명을 미리 만들어놨었다. ...지금은 흑역사로 여기고 있다.
에스터와는 의남매. 법적인 관계는 없으나, 의로 맺은 남매. 에릭의 인생에서 에스터는 굉장히 의미가 큰 존재라고 한다.
이즈모에 정식 입사하기 전에는 이즈모와 협력관계인 에릭연구소의 일반연구원이었다. 이름때문에 오해받기도 하지만, 에릭연구소의 소장이라던가 하는 높은 위치는 아니다. 단순한 일반연구원. 연구소에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본스레에서 서술할 때 추가할 예정.
회복력 상승 약물을 개발했다. 부작용은 없지만, 전투중에 사용할 정돈 못된다. 즉각회복이 가능한 치유능력자의 능력에 비하면 많이 밀려서,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