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 항목 : 무림비사/스토리 - 미사하란
- 체호프의 금모구미호
- 명계의 재판을 기다리는게 이리 식당 줄 선 기분이어야 되겠냐고 생각했지만.. 실제 재판은 그보다도 맥빠지는 것이었다.
아니 치열한 재판은?? 이의 있음은??? 어려움 없이 되살아난 것 좋은 일인데! 일인데...
"그 자식은 갔나?"
돌아오자마자 몸이 녹아내리진 않으니, 다른 곳에 떨어졌거나 그 놈이 다른 곳으로 갔겠지. 일단 몸 상태부터 확인하자.
***
눈을 뜬 하란.
그 옆에는 뭔가...뭔가 있습니다.
금빛으로 빛나는 가면을 쓴 무언가가요.
"어?"
?
"사, 살아났다?"
진짜 살아났다고는 생각치 않는 것 같지만, 아무튼 그렇답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하고 옆을 쳐다보자, 무덤을 만들고 있었는지 땅이 파헤쳐져있습니다.
...묘비도 있는 것 같은데 봅시다...
묘비명.
귀여운 장난감같은 무언가 여기서 잠들다.
하란은 이마를 탁 칩니다.
***
음 그 어. 무덤을 만들고 계셨습니까 고맙기도 해라. 이 상황을 그녀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여기서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건 그녀나 저 괴물에게나 식상한 일이겠지.
"중원말....하네요?"
그녀는 품 속에서 선계탕후루를 꺼냈다. 어쨌든 맨 처음 만난 중원말 하는 자. 자기를 죽인 자에게 베푸는 그녀의 마음 마치 성모와 같더라...(?)
***
"중원말? 아니야. 난 지금 신선들의 말로 너한테 말을 거는건데?"
아.
탕후루를 받고 입에 넣는 그녀는 매우 행복한 얼굴입니다.
***
"아니? 난 신선 아닌데?"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탕후루를 하나 더 찾으려는듯 손을 더듬습니다.
예끼!
"나 요괴야."
히죽.
***
에헤이 나쁜손 나쁜손! 그녀는 뒤로 호다닥 물러났다.
"신선 중에서도 어디서 크게 한 자리 차지한 정도는....에?"
요괴? 그녀가 아무리 약해도 신선이고, 하계를 떠도는 어지간한 잡요괴들은 한손에 찌그러뜨릴 수 있다. 한낱 요괴가 이런 힘을 가지고 있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만 만약. 단 하나의 가능성이 맞다면..
"신선도 아닌데 이 정도의 힘이라면, 대요大妖..."
***
"쉿!"
그녀가 눈 한쪽을 감으며 검지손가락을 하란의 입가에 가져다댑니다.
"말하면, 위에서 천겁이 떨어질걸?"
천겁이라니!
회귀수선전을 너무 열심히보고 귀곡팔황 등선경까지 찍은 김캡의 사술이다!
***
"천겁? 흥.. 천겁이라니. 하계의 하찮은 일을 선계에서 신경이나 써요?"
천겁이 떨어지려면 그녀가 살해당할 때 천겁이 떨어져야 했다. 어디로 갔는지 알되 알지 못하는 광룡 사형에게도 천겁이 떨어져야 했다. 하지만 하늘은 불인하며 침묵한다.
"선계에서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긴 하겠죠. 예! 하계의 너무나 하찮은 일은 돌아볼 겨를이 없을 정도로! 날 죽인 건 당신이 처음도 아니야! 알아요?!"
그렇게 자그마한 악을 쓰던 그녀는 입가에 맞닿은 손가락을 깍 깨물어버리려고 했다.
***
"헉."
그녀가 놀라서 입을 손으로 가립니다.
"주, 죽었어? 진짜로?"
어. 이거 비밀인데!
아직은 만회할 수 있습니다.
***
아차, 이건 말하면 안되나. 진정, 진정..
"무슨 말이에요? 날 죽이려던 건 당신이 처음도 아니고, 당신 혼자도 아니라는 뜻이죠. 나 하나 죽어봐야 선계에서 신경이나 쓰겠어요?"
쪼그려 앉아서 잠깐 침묵. 뜸을 들이던 그녀는 주제를 바꾼다.
"저기.. 이렇게 만난 김에 조금 더 다녀볼래요? 나랑 일 하나 하는 건 어때요?"
***
"응? 어떤거?"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천기가 좀 흉험해서 나 열도 밖으로는 나가기 싫은데..."
***
...계획 변경. 가면을 벗겨놓고 팔룡방 본단을 방문시키는 작전은 무산되었다.
"사실 일이라 하기도 그렇구...이걸 뭐라고 할까.."
그녀는 눈을 감고 턱을 매만지며 고민에 빠졌다. 운명의 끈이 이어졌느니, 시동으로 삼겠다느니, 손수 묘비에 '귀여운 거' 라고 써 주기까지 했다. 그러니까 대요괴 급의 강자의 호감을 사고 그에게 돌려받을 빚까지 생긴 것이다. 요괴가 그녀를 죽였으니까! 이런 기회를 잡은 차, 직분에 걸맞는 대요괴에 대한 적의 따위 신경쓸 바 아니다. 상제께 향하는 충심은...조금은 있을까?
"천기..흉험하죠. 중원도 지금 살얼음판이에요. 저는 어디 바닷가 마을에서 부하 몇 명이랑 사는데 말이에요.."
하여 그녀는 요괴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진실은 감추되 본질을 지켜서. 인간 문파들 등쌀에 못살겠다. 백 년도 버티지 못할 지경이다.
"전 어쩌면 좋죠..? 중원까지 같이 가달라곤 하지 않을테니 조금만 도와주세요! 네? 어차피 절 반 죽여놓으시고 무덤 파시던 김에, 마저 파는 대신이라 생각하시고요!"
"도와주시면 아까 그거 한 개 더 드릴게요. 아니 두 개 세 개도 괜찮아요! 언니라고 불러도 돼요? 언니? 누구 하나 살리는 셈 치시고....!"
이 자의 시선과 경륜에서 파격적인 묘수가 나올지도 모른다.
#이렇게 된 거 제발 도움!
메타적으로 말하면 나를 아이돌로 만들어주세요. 님 그거 최고로 잘하잖아요
***
"어......."
그녀는 멍하니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으러니까 인간들 때문에 못살겠다는거지? 으음. 그런데 요즘도 용을 곤란하게 할 수 있는 인간들이 대륙에 존재하는거야?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용잡이들이라던가?"
"어, 언니는 조금만 더 친해지고...!"
"어쩜좋지...? 인간들은 흉악하고 잔인해서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데에..."
***
"신선들의 다스림이 너무 오랫동안 멈춰있었어요.. 아무것도 아닌 민초들이나 용을 두려워하지, 무림인들은 이제 겁도 안 먹어요! 용잡이들이 문파를 세워서 사냥법을 자기들끼리 전수하고. 또 떼거지로 다닌다니까요!"
아! 언니 한번만! 한번만! 과실치상이래도 맨입으로 넘어가면 안 되지!
"안에서부터 갉아먹어야 할까요? 도무지 힘으로 찍어누를 엄두가 나질 않아요.."
***
"용잡이들이 문파를 세웠다구?"
그녀가 오히려 놀랍니다.
"예전에 용잡이들 문파 있었는데 그게 한 번 망했나...?"
그러면서 그녀가 혁대를 끌러냅니다. 그 안에 손을 집어넣는데 어어 왜 혁대 안에 손이 들어가 어어어.
"읏차!"
어떻게 허리띠에서 물건이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허리띠에서 물건을 꺼냈습니다.
"걔네를 왜 굳이 없앨 생각을 하는거야? '친구'가 되면 되잖아."
생긋 웃으며 그녀가 하란에게 물건을 건넵니다. 물건은 두 개였는데 하나는 옷이고 다른 하나는 뼈로 만든 왕관입니다.
"둘 중 하나를 골라봐. 둘 다 줄 수는 없어!"
***
"상대부터 저랑 마주앉을 의지가 없는걸요. 저 혼자서 뭘....."
어어어 당신 손이 어어. 요술호리병처럼 안에서 뭐가 튀어나왔다. 옷과 뼈로 만든 왕관..? 저것이 무엇인가. 그녀의 조르기가 어떻게든 통한 듯, 요괴는 둘 중 하나를 주겠노라고 말한다.
"으음. 뭐죠 이것들은? 설명이라도 해 주면 안될까요?"
***
"하나는 음...내가 옛날에 대륙에 있을 때 입었던 옷이고. 다른 하나는...용잡이들이 보면 눈 돌아가서 환장하는거?"
킥킥 하고 그녀가 장난스레 웃습니다.
"그것말고는 대답 못해주겠는걸!"
***
여우요괴 중에 대요라면 금모구미임이 틀림없다. 예전 패울부에게 흘리듯 들었던 말이 이렇게 돌아오리라고 누가 상상하겠는가? 그의 정체를 깨달았다면 최소한 한 물건의 정체 또한 알 수 있었다.
'금모구미가 대륙에 있었을 때 입었던 옷이면. 달기와 포사의 옷이란 건가!'
주지육림과 포락지형을 벌여 은나라 기둥뿌리를 뽑아버릴 때 쓰인 그 옷! 천선들이 보면 흉악한 물건이니 태워버리라고 악을 쓰겠지. 하지만 그녀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힘이다. 어쨌든 힘은 순수한 법이니까. 오직 방편에 불과하고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리지는 게 힘 아닌가.
그리고 뼈 왕관이라는 것은.. 어째 용골 왕관일 거라는 느낌이 나서 조금 찝찝하다는 말이지..
"옷이요."
그녀의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
옷을 받습니다.
받은 옷은....
궁장인데, 이게...옷...?
어깨와 허리 일부가 드러나고 팔 부분이 비칩니다!
금모구미 네 이년!!!!!! 이런게 옷이라니! 옷이라니!!!
【 정체불명의 궁장 】
정체불명의 궁장. 아름다운 연분홍색에 금실로 꽃과 벌, 나비가 자수되어 있다.
특정한 조건을 만족할 경우 추가적인 기능과 설명이 해금될 것이다.
- 착용시 매력이 크게 상승합니다.
- 품위를 조금 떨어뜨립니다.
***
새 옷이다! 그녀는 궁장을 받아 두 손으로 들어보았다. 어깨 부분을 잡고 들어올리자 개어져 있던 옷이 펼쳐졌다. 펼쳐지는데....
"어..옷이... 이런 옷이..."
11세기 유교무림의 가치관으로는 청소년 이용불가 딱지가 붙지 않을까요!!!
"혹시 예전에 싸우기라도 하다가.. 뜯어진 건가요..? 원래 이런 옷이 있을리가.."
***
"응? 원래 이렇게 생겼어! 내가 직접 만들었지!"
커스텀메이드.......
***
"대단한 실력이시네요. 옷가게 차리면 천하의 재물을 긁어모으겠어요..!"
정어와 반어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말이었다. 비꼬면서도 진심이 담긴 말이다.
"이걸로 인간이란 인간은 전부 후리고 다니면 싸움없이 평화 만만세라는거죠?"
***
"흐음..."
백면금모구미가 눈웃음을 짓는것 같습니다.
"글쎄?"
아니 이 여우는 맨날 하는 말이 글쎄밖에 없어!
"어떻게 활용하든...그건 네 재량에 따라 달린거니까?"
***
"예. 아니면 제가 싫어하는 놈들끼리 싸우다 망하게 만들거나요!"
무슨 맨날 글쎄야 글쎄! 애매하게 말해놓고 나중에 문제 생기면 빠져나가려는 말투다.
"그래도... 귀한 물건 내 주셔서 감사해요. 어디 고급 기루에 몰래 기녀로 들어가던지, 제가 어떻게든 잘 써볼게요."
***
금모구미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그럼 이제 돌아가는거지?"
***
"아뇨 아직?"
아이돌 하려면..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용 체면에 이렇게까진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진짜 어디 기루에라도 들어가야 할 판이라서요."
"할 거면 확실히. 기예도 가르쳐주시면 안될까요? 저 정말로 절박해요 언니."
겉으로는 담대한 듯 굴어도, 속으로는 바들바들 떨고 있는게 금모구미는 느껴지지 않을까.
"이런..옷.. 부끄럽지만.. 젠장... 그래도 입고 아양을 떨어야 한다면... 끝장을 봐야 살 길이 열릴테니까요..."
***
백면금모구미는 이마를 탁 칩니다.
"...그래애...그렇단 말이지."
그녀가 부릅, 눈을 뜹니다.
"내 특훈은 매우매우매우 고될텐데! 준비는 됐니!"
네에엑!
***
사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누가 피부 드러나는 옷을 입고 살랑거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말인가!
그래도 해야 한다면! 뭐라도 해야 한다면...! 그녀는 결국 눈을 질끈 감고는 빽 내질렀다.
"힘들어도 버티는 거. 제 전문이거든요!!"
***
"좋아!"
배움의 과정을 '스킵' 추천합니다.
아주아주아주 고됩니다...
누가?
김캡이.
***
그리고 시작되는 금모구미의 수련은.. 그의 말대로 고되고 끔찍했다.
육체적으로도 육체적이지만. 무림인, 신선, 용왕으로서의 위엄과 존엄을 땅바닥에 내팽개쳐야 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했다.
'아아.. 전부 덧없는 것이었더냐....'
속에서 뭔가 깨지는 기분이 들었는데 이게 탈각의 깨달음인지 그저 마음이 깨져버린건지 그녀는 구분할 수 없었다.
몇 년 전 바닷가 마을에서 처음으로 기루에 들어갔을 때. 그녀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기를 펴지 못했었다. 이제부터는 다를 거라는 사실이 작은 위안이었다.
***
스킵합니다!
【 매혹의 술術 】
전설적인 대요괴, 백면금모구미의 요술.
춤, 노래, 악기연주 등을 할 때 발동된다.
음색과 동선이 아주 고혹적이고 매혹적으로 변하며 그것을 쳐다보는 자들은 시선을 빼앗겨 아무것도 못하고 멍하니 있게 된다.
- 춤, 노래, 악기 연주가 달인급으로 인정됩니다.
- 상태이상 : 최면을 부여합니다.
- 절정 이상의 무인에겐 효과가 반감됩니다.
***
머나먼 수련의 길이 끝나는 날. 그녀는 벽을 보고 앉아 생각에 잠겼다.
'이젠 정말 돌이킬 수 없는거야.'
신하들에게 역성혁명을 당하던, 천겁을 맞던, 요물로 몰려서 살해당하건. 이제는 물릴 수 없다. 급박한 상황에는 급박한 방식이 필요했다. 어떻게든 끝까지 안고 가서 성과를 내야 한다. 금모구미에 대한 것을 숨기거나 노골적으로 어쩌라는 태도를 보이거나! 끝까지!
"귀한 가르침을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선생님. 제가 오늘로 인하여 삶을 이어갈 수 있다면 다시 만나서 보답할 기회가 올지도요."
***
백면금모구미는 어색하게 웃습니다.
"그으...함부로 쓰지는 말고. 알았지? 그러다 내 꼴나. 정말이야! 응!"
그녀와 인사하고 대륙으로 돌아가실 수 있습니다.
***
금모구미는 모르는 일이지만, 용 되기 전부터 적호 소리를 듣던 그녀이다. 어련히 알아서 잘 하지 않겠는가. 그래, 어련히 잘...
그녀는 손을 흔들고 다시 바닷물에 몸을 담갔다. 예행연습끝났다. 지금부터는 성공 아니면 나락이다. 천하를 거머쥐겠는가? 천하로 돌아가겠는가?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
대륙으로 돌아갑니다!
목적지는.
호남!
- 아따시 고쿄세니 나리마시타!
- 오랜만에 돌아오는 호남. 눈에 밟히는 곳이 꽤 있다. 하지만 그녀의 신분도 목적도 그 때와는 다르다.
"역시.. '그것'도 해야겠어."
인적 없는 곳에서 셈을 해 본다.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 신분의 은폐와 가희 활동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
기연과 진여아홍을 하나 구매합니다!
***
땅바닥에 꿇어앉아 옷을 젖혔다. 옷에 피가 묻으면 씻기도 귀찮고 곤란해지니..
"후우.. "
스릉! 검을 뽑아들어 거꾸로 쥐었다. 그녀는 칼자리를 몇 번 더듬어 확인하고, 호흡을 정돈하였다.
"젊음을 돌려받을 시간이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칼끝을 뱃속으로 밀어넣는다. 치명적인 수준의 부상이 필요했다.
#부상 3단계까지 자해한 후 생장선술 역성장을 자기 자신에게 씁니다. 한 고등학생 정도까지. 10/210
***
?
??
???
????
?????
??????
진짜 이걸 하네...
미사노 하란!
아따시, 고-쿄세니 나리마스!
빰 빠밤 빰빰빰!
***
목구멍에서 비릿하고 따뜻한 것이 넘실거렸다. 그녀는 차분하게 호흡을 유지했다.
이제 구멍을 막을 차례니, 이미 준비된 바가 있었다.
#진여아홍 사용합니다 115/210
***
사용했습니다!
그...뭘, 더, 하시려고...?
***
에 부상 3단계 고쳐야죵
그런데 내공 계산 실수했다 5가 빈다!!!!
#운기조식1회
***
내공이 회복됩니다...앞으로 2번...
***
배에 뚫린 칼구멍이 서서히 원복된다. 자신의 몸을 인형처럼 망가뜨리고 고치다 보면 어떤 선 너머로 조금씩 넘어가는 기분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에 몸을 맡기기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 있다!
"하는 김에 아주 머리까지 물들여볼까...? 벚꽃색으로 말이야.."
그녀는 길을 따라 내려와 시장통으로 걸어갔다.
***
시장통으로 찾아갑니다!
음, 벚꽃색 염료는 아주 귀합니다. 아주요.
못해도 은화 수십개는 필요할겁니다!
***
어허! 이무리 영세해도 용왕은 용왕인 법! 잘 곳, 먹을 것, 입을 것 모두 궁에 가면 돈 필요 없이 마음대로 누릴 수 있는 것이거늘!
지금 당장 가지고 있는 은화 96개는 그녀의 전 재산이 아닌, 그저 용돈에 불과한 것이다! 금화를 쏟아 주지육림을 만드는 것도 아닐진데 편하게 쓴다고 누가 뭐라 하랴!
"이걸로 해 주세요."
용왕 노릇 하며 씀씀이와 눈높이가 금화 단위로 올라간 글러먹은 그녀에겐. 이 정도론 전혀 떨지 않았다!
***
현재 용궁의 재정은 금화 99.9개.
100개가 멀지 않았습니다만..
은화 50개를 사용합니다.
현재 보유중인 은화는 46개입니다.
벚꽃잎 염색 염료를 얻습니다.
***
머리를 봄 색으로 물들였다. 그리고 옷도 색을 맞춰서 봄 색으로 입었다. 한껏 물든 그녀는 면경을 보며 어색하게 머리를 매만졌다. 옛적의 자신이 떠오른다.
지난 과거에는 붉은 머리에 붉은 눈. 더 먼 과거에는 검은 머리에 금색 눈이었는데, 지금은 두 모습의 흔적은 온데간데 없었다. 외다리라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말이다.
"피어나는 봄의 현현이로다.. 하하.."
그러고보니, 꾸미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기방에서 겁에 질린 적도 있었지. 이제는 그것도 지나간 옛날 이야기다. 인간의 삶이라 할 수 있는 시간 안에서도 이렇게 휙휙 바뀌어버리는데, 그의 갑절의 갑절에 달하는 용의 생애 안에서는 또 얼마나 많이 변해갈 것인지.
"......"
그에 대해서는 그 때 생각하기로 하고. 그녀는 본래 입고 있던 겉옷을 장옷처럼 뒤집어썼다. 이 모습 그대로 돌아다니면 난리가 날 테니 말이다.
준비가 되었으면. 가자! 적의 내부로!
***
매우 우주적인 존재가 저 멀리서 야광봉을 흔드는 것 같은 느낌을 뒤로 하고...흑천성으로 향합니다!
다들 저게 뭐시여, 하며 놀란 눈으로 하란을 쳐다봅니다.
"저, 저게 뭐여."
흑천성의 문지기들도 다를게 없군요!
***
(야광봉! 야광봉! 오타게!)
"저거? 저거라뇨. 팔천군 대협을 뵈러 왔습니다. 그분의 제자인 야견의 소개로.. 그는 저를 주선생이라 부르지요."
"밖에 오래 있기가 민망하니 들여보내 주시겠습니까?"
그녀의 말에서 꾳 향기가 나는 듯 싶다.
***
"파, 팔천군 각하의 손님이셨습니까!"
문지기들이 급히 고개를 숙이며 문을 열고 안내를 자처합니다.
곧, 하란은 팔천군의 거처에 도달합니다.
"각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주 선생이라고 하면 아실것이라 하십니다."
그러자 문이 끼이익 열립니다.
"들어오시게."
***
허리와 가슴을 떳떳히 편다. 발을 뻗어 열린 문으로 한 걸음 두 걸음.
"처음 뵙겠습니다 대협. 저는 어디 내세울 이름은 없고, 주 씨라 불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복식은 화려하게. 행실은 단아하게. 그녀는 흐트러짐 없는 예법으로 인사를 올렸다. 무려 궁중의 예법이라구!
"제자분께 저에 대한 이야기는 들으셨는지요?"
***
"그대가 주 선생이라는 자인가?"
팔천군이라 불리우는 사내가 자리에 앉아 하란을 쳐다봅니다.
그 강맹한 기세는 그가 왜 흑천성에서 '군'의 위치에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게 만듭니다!
같은 초절정의 경지이나 그 격차는 쉬이 메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이야기는 들었네. 그러나 나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아. 자네가 그러니까 책사...란 것인가?"
***
"글쎄요. 책사일 수 있으나, 책사일 필요도 없죠?"
금모구미 밑에서 낙엽처럼 굴렀더니 말투가 옮았나.. 그녀는 입가를 가리며 생긋 웃는다.
"제 말은, 이것저것 많이 익혔다는 겁니다. 꼭 책사 노릇이 아니라 하여도 각하께서 말 못할 고민이 있을 때, 제게 말씀해주신다면 다른 관점에서 해법을 찾을 수도 있겠지요."
***
괴이한 옷을 입고있는 하란!
당연히 팔천군의 낯빛은 좋지 않습니다.
"일단, 그 흉측한 옷부터 어떻게 해보는게 좋겠구려. 내, 대화를 하기가 쉽지가 않으니."
딱, 손가락을 튕기자 시동이 담요를 가지고 옵니다.
참고로 팔천군은 하란이 한 말을 하나도 못들었습니다.
***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홀렸으면 홀려서 감당이 안된다고 솔직히 말씀하시란 말입니다! 아무튼 그녀는 얌전히 담요 도롱이가 되었다.
"각하. 제 말이 기억나십니까? 음.. 원하신다면 책사로 쓰셔도 좋으나, 무조건 책사 일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예를 들자면.
"전역에 집결한 문파들의 주둔지를 순회하며 위무공연을 하라 하셔도 저는 좋습니다. 보시다시피!"
***
"....아니, 공연을 한다고? 그런게 무슨 필요가 있다고..."
이 곳은 전근대. 그것도 중세 중국!
그런 선진적이고 혁신적인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된 미개한 세상입니다.
이것부터 해결을 해야겠군요!
***
"군대를 좇는 상인, 광대, 기녀의 역사는 그만큼이나 오래되었지요. 대부분은 전쟁이라는 그릇에서 흐르는 재물을 주워먹기 위함이지만.."
제가 진정 재물을 원한다면 다른 일을 했을 겁니다. 그녀는 말했다. 그녀의 경지가 주장을 뒷받침했다. 초절정이나 되어서 돈을 뽑을 구석이 얼마나 많은가.
"아시겠지만 전쟁이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크게 갉습니까? 특히 전선을 지키는 일선 무사들에게 말입니다. 그저 그들의 영혼에 술 한 잔 부어줄 수 있다면 저는 족하겠습니다."
"돈 냄새를 맡고 몰려온 어중이떠중이들에게 그들을 맡기지 마시고, 본 성에서 직접 나서 아랫사람들을 보살펴 주십시오."
그리고 여기서 한 발자국 더.
"한때 비천한 낭인으로 진창을 굴러본 자로서 올리는 말씀입니다..."
***
"허."
사파인 팔천군은 그게 대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내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닌듯하오. 사조님께 언질을 드려놓도록 하지. 사조님께 직접 말씀드려보시오."
사마외도와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됩니다!
***
"사조라 하심은."
아...호재필...
"...알겠습니다 각하."
호재필. 모용벽의 말에 따르면 실상 천하제일인에 가장 가까운 자. 그녀가 하늘 위와 물 아래의 신선과 적선을 보았다 해도. 사마외도 호재필이라는 이름은 아직 가볍지 않다. 호재필. 호재필을...
'출세했네, 나. 호재필이랑도 이야기해보고. 세상에.'
이 미소가 우쭐대는 미소인지 난처한 미소인지는 그녀만 알고 있겠지...
- 이런 ㅆ
- 사마외도를 만나러갑니다!
거대한 궁전, 휘황찬란한 예술품들을 지나 압도적인 크기의 알현실에 들어갑니다.
개천궁이 초라하게 보이는군요...
아니야! 하란아! 개천궁도 멋져! 그저 여기는 쓸데없이 넓기만하고 반짝거려서 눈아픈 보석들만 있을 뿐이야! 이상한 그림같은게 걸려있어서 오히려 이상해! 사람도 많아서 기빨려!
"..."
거대한 옥좌에 앉은 어린 소년이 권태로운 표정으로 하란을 쳐다봅니다.
팔걸이에 몸을 기대고 턱을 괸채로 하란을 쳐다보는 눈에는 권태로움, 지루함 등의 감정이 엿보입니다만...
하란을 보는 순간, 그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눈빛에 생기가 돌아옵니다.
"...내단?"
이런 씹
***
돈을 얼마나 부어댔으면 이런 궁궐이 만들어졌을까. 갖가지 예술품에 바다를 건너온 이국의 보석과 도자기.. 저것들 중 몇 개만 주워가도 개천궁 1년 세입과 맞먹을지도 모른다. 이런 호사스러운 놈들! 그녀는 명백히 느껴지는 예산의 차이에 배가 아파졌다. 하늘을 찌르는 위엄과 힘, 어쩌면 오만과도 같이 거대한 공간. 거대한 옥좌. 그리고 아주 작지만 존재감이 그 공간을 꽉 채우고도 남는 소년이 옥좌에 앉아있다. 저 자가 사마외도 호재필... 그런데.... 내...단??
"어머나."
그녀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다.. 호재필이 저 눈을 빛내는 것을 보라! 버선발로 뛰쳐나와서 그녀를 식탁 위에 묶어버릴 기세다. 이걸 어쩌면 좋담. 눈이 마주치자마자 정체를 들킬 줄은.
"장담하건데, 달랑 내단 하나보단 내가 더 가치있을 것입니다 성주."
어차피 들어가자마자 패가 다 까인 판. 일개 기녀 행세를 하며 알랑거리는 것도 물 건너갔다. 지나치게 고개를 숙여봤자 달라지는 것도 없을 것 같고.. 아...
***
하란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이미 하란의 시야에서 호재필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럴리가..."
사마외도는 하란의 옆에서 하란의 '단전'이 있을 위치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는 전혀 하란을 쳐다보고 있지 않습니다.
"...있겠느냐?"
사마외도의 손이 뻗어지는 그 순간까지도 하란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합니다.
그 손가락이 하란의 단전 위치까지 닿기 직전.
호재필이 손을 거둡니다.
"아니. 아니. 아니지. 아니야. 벌써 승천을 할 수는 없지. 암. 그렇고 말고. 하지만 지금 미리 승천할 기반을 마련해두는 것도 괜찮은것 아닌가?"
다시 한 번 손가락이 하란을 향해 갑니다.
하란은 고양이 앞의 쥐가 된 것처럼 움직일수도, 반응할 수도 없습니다!
오로지 눈 앞에 있는 노괴의 자비에만 목숨을 맡겨야하는 아주 끔찍한 상황.
"아."
그러더니 다시금 그의 손이 멈춥니다.
"너. 호준이가 보냈었지?"
하란이 눈을 깜빡, 하자 어느새 사마외도는 자신의 몸에 비하면 너무나도 거대한 옥좌 위에 앉아서 하란을 굽어보고 있습니다.
"일단 이야기나 들어보지."
진땀이 흐릅니다.
불합리하고, 공포스러우며, 분노가 치밉니다.
하지만 그 분노마저 삼켜야할 정도로 상대는 압도적입니다.
초절정의 무위를 갖추게 되자 오히려 더욱 더 잘 보입니다. 하란은 용왕의 눈으로 사마외도를 바라봅니다.
그의 경지는 능히 화경과 현경의 사이에 발을 걸치고 있습니다.
아주 작은 조건을 몇 가지만 만족한다면 금방이라도 현경에 올라 그 즉시 우화등선하여 무선이 될 수 있는 존재.
"말해보거라."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온 천하제일인이 미사하란을 보고 흥미롭다는듯 웃고 있습니다.
***
결국 도로아미타불이다. 모용벽의 손에 잡혀 강호로 나온지도 수 년이 지났다. 그녀는 이전까지 상상하지도 못하던 것들을 보았고,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세상은 돌고 돌아서. 그녀는 또 다른 강자 앞에서 짓눌리고 있다. 일류 때 모용벽에게 그랬던 것과 같이 말이다.
이런 세상이란 참.. 부조리하지 않은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그리고 꼭 나쁜 일만도 아니다. 겪었던 일을 다시 겪는다면 조금 더 침착할 수 있으니 말이다.
"...왜 지금 승천할 수 없습니까? 시황제와 진나라의 전철을 밟는 것을 경계하는 것입니까?"
최초로 중원을 통일한 진나라. 시황제가 죽고 나서 겨우 15년 만에 멸망한 진나라. 지금 호재필이 사라진다면, 그의 무력으로 엮여있던 문파들이 찢어지기 시작한다는 것이 걸어보기로 했다.
***
"나와 선문답을 하고싶은게냐?"
호재필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하란을 쳐다봅니다.
"내 제자의 아들이 보낸 이유를 설명하라니까."
이런! 답해주지 않는군요!
***
안 통하네.. 그렇잖아도 죽은 풀이 더 죽어 그녀는 입을 연다.
"그의 제자인 야견과 연줄이 닿아 팔천군을 만났습니다. 전역에 집결한 사파 무인들 앞에서 공연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절 여기로...예."
그러니까 대충 토스당했다는 말이다.
"신앙이란게 뭐 있습니까. 인간이 인기를 얻으면 인기일 뿐이지만, 신이 인기를 얻으면 그대로 신앙이 되는 것이니까요."
***
"흐음...그렇지. 그렇고 말고."
신앙에 대한 것을 말하자 호재필이 동의합니다.
"그럼 너는,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지?"
내단?
하고 말하며 그가 웃는 것 같다는 환상이 보입니다.
***
"저에겐 사상이 있습니다. 강남을 진정 하나로 엮을 수 있는 사상이."
강북 정파에게는 의협이라는 것이 있다. 그들이 의협을 신봉하는게 진심인지 위선인지는 둘째치고. 일단 모든 정파가 공유하여 최소한의 일체감을 느낄 공통분모는 있는 셈이다. 자 파의 이득을 위해 옥신각신하면서도 그들은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흑천성은? 호재필의 압도적인 무력 아래 짓눌려 교통정리가 매우 깔끔하지만, 그들은 무엇을 공유하는가? 높은 경지에의 열망? 강자존? 실리주의? 그런 것도 사상이라면 사상이나, 무언가를 엮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사상을 뒷받침하는 격도 있지요. 현경 아래의 신선. 지상을 직접 거니는 신선의 위격 말입니다."
이거야말로 호재필이 가질 수 없는 그녀만의 무기일 수 있다. 아무리 약해도 신선은 신선이다. 신선이 어떻게 굴어도 사람은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낸다. 설령 의미가 없다 하여도 상상력을 발휘해 의미를 만들어내는 법이었다.
***
"허나, 넌 정도 무공을 익힌 정파가 아니더냐?"
호재필은 핵심을 찌릅니다!
"정파가 사파에?"
근원적인 호기심이로군요.
***
"제 절기는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났다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지며, 설립된 사문과 사제관계가 없습니다. 하여 무공을 이어받는 계승자들이 철저히 단절되고 이어지는 전통도 없습니다. 그 무공의 성질이 정파공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전통이라는 보호구...또는 족쇄가 없으니. 제가 있고 싶은 곳은 자유롭게 정할 수 있지 않습니까?"
***
"..."
사마외도는 그게 대체 뭔 소리냐, 라는 느낌입니다.
"뭐. 그래. 그렇다면 그런거로 하지. 생각하기 귀찮으니."
휘적휘적, 손을 내젓습니다.
"그래서. 네게 어떤 권한을 주면 되느냐?"
***
"......"
나는 목을 걸고 얘기하는데 생각하기 귀찮다니. 화경만 아니었어도....
"주둔지를 자유로이 순회하며 공연을 할 수 있게 해 주시고 제 신원을 보장해주십시오. 팔룡방 무인같은 자들이 절 보자마자 칼을 뽑으면 낭패일터이니."
***
"...좋다!"
호재필이 무릎을 탁 칩니다.
무언가 쏜살같이 달려들어 하란의 이마에 맴돌다가 사라집니다.
"내 표식을 남겼다. 그게 있다면 그 누구도 너를 건들 수 없을 것이다."
표식...?
무슨 의미일까요?
***
이마에 무언가.. 침바른건가???
"감사를 표하는 바입니다. 더 하실 말씀이 없다면 전 이만..."
모든 일이 마무리되면 '이제 너의 쓸모는 내단 외에 없다'고 하며 팽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당장 내단으로 영락할 고비는 넘겼다. 그래, 당장의 고비를.
#물러갈게용.....
그리고 다음진행대비용 기연 3개 구매할게용 잔여도화전 27개
***
기연을 3개 구매하고 물러납니다..
***
뒷걸음질로 대전을 빠져나와 놀란 마음을 쓸어내렸다. 팔천군 이 사람, 잘 모르겠다고 냅다 호재필에게 던져버리다니. 언젠가 이 수모(?)를 갚을 것이다.
하지만 나쁜 일만 있던 건 아니다. 호재필의 인가를 받았으니, 이제 팔룡방 혈검문 누가 그녀를 막을쏘냐! 이제 사무실을 차리고 스케줄 조정만 끝내면 바로 공연이 시작되는 것이다. 홀로 공연에 사무에 전부 하려니 꽤나 힘들테지만, 이 정도로 멈추려면 시작도 하지 않았다.
"물어봐도 신하들은 된다 안 된다 열심히 싸우기나 하겠지. 그래도.."
지금이야말로 해야 한다. 그녀는 믿었다.
#용궁 사?무실 세우러 동정호에 갑시다
***
정말 '지금' 동정호에 이동하셔서 용궁을 세우실 준비를 하시겠습니까?
***
#히 히이익 그럼 용궁은 보류!!! 하고..
지금 있는 4기연중 3개를 소모해서 내공을 보충하고싶어용.
***
내공 기연을 무려!
3개 사용합니다...
***
"...?"
하란은 알 수 없는 차원에서 흘러드는 이상한 기분을 느낀다. 뭔가.. 뭔가 일어나고 있음..
일단, 그녀는 다시 팔천군에게 돌아간다. 허가를 받았대도 전쟁이라는 큰 일 하는 자들에게 다짜고짜 찾아들면 그것이 얼마나 민폐란 말인가? 서로의 사정을 들여보고 일정을 계획하여야 했다.
"팔천군 각하~ 계십니까~?"
이 주선생! 죽지 않고 돌아왔다! 꿩 대신 닭, 아니 지금은 닭 대신 꿩인지 몰라도. 너를 임시 P로 쓰고 말 것이다!
***
팔천군을 찾아갑니다!
팔천군의 방은 향로를 피워놓고 있어 연기가 자욱하게 퍼져있습니다.
"들어오시게."
하란은 연기를 신경쓰지 않고 들어갑니다.
들어가자 팔천군은 '발'을 치고 하란을 마주합니다.
아. 저번에 그 충격적인 의상 때문에 하란을 보지 않으려 하는군요.
***
팔천군씨... 그녀의 매력을 견디다못해 눈을 가려버리다니 비겁하다! 당당하게 그녀를 마주보고 순순히 매혹당해라!
"사정은 전부 아시니 바로 말씀드리자면, 성주님의 인가를 받았습니다!"
"이제는 언제 어디서 공연할지만 조정하면 되겠습니다 각하. 싸움에 바쁜 무인들을 너무 방해하지 않게 말입니다."
***
"금봉파는 어떤가?"
팔천군이 즉답합니다.
금봉파...?
***
"금봉파요?"
봉을 쓰는 그 신진 사파? 팔천군 이 사람. 그녀가 못 미더우니 일단 만만한 애들한테 던져놓고 간을 보는 것인가 하는, 의심병이 돌았다. 하지만 뭐 어때.
"금봉파 좋지요. 각하께서 그 쪽에 언질을 주시면 저도 곧장 채비하여 출발하겠습니다."
채비래봐야 악기 몇 개면 충분하리라. 아니면 거기 가서 찾아봐도 되고!
***
"안그래도 제갈세가에 밀려 본단이 함락된 상태이니 그들에게 위문이 절절히 필요할걸세."
팔천군이 서신을 하나 써서 시동을 통해 보내며 그리 대답합니다.
"사람이 더 필요하지는 않은가? 홀로 하기는 힘들 터인데."
이게...대기업...? 야견P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아...
***
이것이..대기업의 프로듀싱..?
"저는 저 혼자뿐이라 부를 사람이 없는 터이니... 각하께서 사람을 붙여주신다면 감사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
"몇몇을 붙여주지."
절정 무인 다섯 명이 하란에게 붙을겁니다!
일종의 감시이기도 하겠지요.
***
좋았어..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전설(아이돌)을 만들기 위한 역사적인 첫 걸음이 지금 시작된다!
- 금봉파 공연
- 본단을 잃은 ㅋㅋㅋ 패배자 ㅋㅋㅋ 금봉파의 임시 집결지로 이동합니다!
분위기는 우중충합니다.
금박을 입힌 천막이 보이는 것이, 저기가 아무래도 금봉파의 장문인이 있는 곳이겠지요.
이런 와중에도 재물은 모두 챙겨나왔나 봅니다.
...여러가지 의미로 대단합니다.
***
금봉파이(가) 수도를 잃었습니닼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
반쯤은 놀리는 말이지만. 본단이 밀려나는 와중에도 재물들을 모조리 챙겨나온 성 싶다. 퇴각도 잘하면 명장이 되는 법. 전통이 부족하여도 흑천성에 들어온 실력이 어디 가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재물에 대한 처절한 집념인가.
"어쨌든 예산이죠 예산. 예산이 모든 걸 지배하니.."
돈 무서운 줄 아는 그녀는 금봉파를 조금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장문인을 만나러 가자.
***
장문인을 만나러 갑니다!
문지기들은 무려 절정 무인들이었는데 하란이 가지고 온 흑천성의 패를 보고 군말없이 안으로 들여보내줍니다.
천막 안은 매우 화려합니다.
각종 예술적인 그림이 있는 도자기들과 가구들. 화려한 시구가 적힌 그림들이 천막 안에 걸려있습니다.
나무도 아주 고급 나무를 사용한 것인지 부드러워보이는 탁자들과 비단으로 만든 깔개가 보입니다.
...얘네 망한거 맞...지?
그 곳에는 몇 명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다들 무림인이라고 부르기에는 의문이 들 정도로 통통한 체형입니다.
오직 한 명.
단 한 명만이 하관이 움푹 들어가고 눈 아래에 검은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 마음 고생이 매우 심해보입니다.
"아. 본성에서 보냈다던 그..."
다들 하란을 보고 그러려니 하는 느낌입니다.
"그래. 뭐 이야기를 듣자하니 이상한 공연인가 뭔가를 한다고 하더군. 반갑소. 나, 금봉파의 장문인이요."
이름도 밝히지 않고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것이 매우 피곤해보입니다.
예의를 지키기도 쉽지 않아보이는 상태군요.
***
"반갑습니다 장문인..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로군요."
그녀는 예를 갖추어 인사했다. 그리고 봄꽃처럼 웃음지었다. 힘들어 죽겠는거, 그녀 보면서 조금이라도 나아져야 않겠는가.
"제가 천지를 뒤집는 그런 재주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서도. 장문인, 장로님, 또 무인 분들의 영혼을 채우기 위해 성심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
"...뭐 그렇소이까."
장문인은 심드렁합니다.
"...일단 하고싶은대로 해보시오. 재물이라면 넘쳐나니. 재물은..."
공허해보입니다.
***
수뇌가 이 정도면, 일선 무인들은 바닥을 기고 있을게 분명하다. 애초에 심력이 고갈된 사람들을 상대로 갑자기 떠들썩한 음악을 들이미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닐지도. 그녀는 얌전히 물러갔다. 나중에 제발 노래를 더 해달라고 애걸하게 만들어주지..후후..
"어디보자. 어디에 자리를 잡을까나?"
시작은 흙바닥에서 맨손으로 시작하는게 제맛인 법이다.
***
길거리 공연을 할 장소를 물색해봅니다.
광장같은 곳이 하나 있는데, 보통 저기서 밥을 먹는지 솥과 장작들이 놓여있습니다.
***
저곳이 취사장인가. 사람들이 많이 모일법한 곳이다. 길거리 공연을 하기에 안성맞춤이지.
"으흠, 흠! 아아-"
자리를 잡고 서성이던 그녀. 무인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면 드디어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세상의 모서리, 구부정하게 커버린 골칫거리 외톨이..."
# 지원주픽 아이유-셀러브리티
미인특+궁장+향낭+금모구미 요술까지 풀스택으로 가자!!
***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다들 처음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
「잊지 마 넌 흐린 어둠 사이 왼손으로 그린 별 하나.」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데 관심이...없어? 목이 떨리거나 표정이 일그러지는 등.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조금 당황스럽다. 이게 누구에게서 배워 온 기술인데. 그녀의 숨소리만 들어도 끼니를 거른 채 달려와야 하는 게 도리거늘! 여기서 더 강하게 나가야 한다는 말인가?
「보이니, 그 유일함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야.」
그렇다면 이렇게 팔을 높이 들고, 조금 살랑거려주면...
***
사람들이 한 명, 두 명씩 걸어다가 멈칫거리기 시작합니다.
시선이 모이고 있습니다.
***
「잊지 마 이 오랜 겨울 사이 언 틈으로 피울 꽃 하나.」
찡긋찡긋. 그녀를 보고 발걸음을 먼저 멈춘 이들에게 포상이 있다. 눈웃음과 잡안(윙크)이 철권 두 방처럼 날아가 그들의 가슴에 박히리라!
「보이니 하루 뒤 봄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말이야.」
어때, 아주 정신을 못 차리겠지? 내 앞으로 와서 앉아!
***
지나가던 사람들이 천천히 걷기 시작합니다.
몇 명은 멈춰서서 하란의 노래와 춤을 보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리자 사람들이 기웃거리기 시작합니다.
"안녕 오빠들~! 이제야 여길 봐주는구나!"
"처음 만난 사이긴 해도 날 보자마자 달려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마음의 상처였달까..."
상황이 사람을 바꾼다고. 하란도 지금 입으로 내뱉는게 말인지 뭔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자기 자신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충격이었다.
"이제 슬슬 시선이 잡혔으니까. 자기소개부터 할게!"
노래로!
***
"저, 점마 뭐고..."
다들 당황하는 사이, 하란은 두번째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
리유, 리유
내 이름은 리유
벚꽃 머리, 벚꽃 궁장
네 마음 속에 숨어 있지
비밀 아닌 비밀 하나
누구든 나를 찾을 수 있어
내 노래 한번 들으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걸!
기억해 리유 리유 oo ee oo~
기억해 리유 리유 oo ee oo~
기억해 리유 리유 oo ee oo~
기억해 리유 리유 oo ee oo~
이젠 나도 모르겠다. 가는 데까지 가는 거야. 진정한 의미에서 그녀는 생각을 멈췄다.
그냥 술에 진탕 취했다 치고, 깜찍한 짓 부끄러운 짓 창피한 짓으로 들이박는 거야. 그러니 웃어! 머릿속이 텅 빈 여자처럼!
***
춤추고 노래합니다!
기억하십시오...중세 중국에서....이런걸....?
놀랍습니다.........
***
리유, 리유,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빛나는 눈으로 자꾸 뒤를 돌아봐.
나랑 놀아줄래?
나를 부숴줄래?
아니면 나를 여신으로 만들어줄래?
당신이 원한다면 뭐든 될 수 있어!
기억해 리유 리유 oo ee oo~
기억해 리유 리유 oo ee oo~
기억해 리유 리유 oo ee oo~
기억해 리유 리유 oo ee oo~
이 다음부터는 그녀의 의식도 구경꾼들의 의식만큼 흐릿해진 것 같다. 미묘하게 남아있는 앞으로의 계획이 조금씩 떨리면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 계획이란게 분명히..
***
공연을 이어나갑니다!
어찌...! 이런...! 망측한....! 천둥벌거숭이같은...!
하는 소리들이 들려옵니다.
***
마음속으론 좋으면서 입은 솔직하지 못하구나!!
#오랜만에 천재다이스 굴려봐용 저 혐오와 경멸을 열광으로 뒤집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 보패들이랑 스킬들 효과 받고도 저러는 거죵?
***
하란도 사실은 알고있습니다.
솔직히 중세 중국에서...이런 옷차림에, 이런 가사와 음율, 그리고 무용?
받아들여지길 바라는게 이상한겁니다.
괴력난신이 뭡니까 그냥 이거 역적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혹세무민에 괴력난신한다고 황실에서 헐레벌떡 금의위를 파견해도 할말이 없지요!
그렇지만 어쩔겁니까?
그냥 계속하면 됩니다.
한 번 이걸 맛본 자들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테니까...
아아...
하며든다...
***
정상에 선다면 그건 너의 덕분
무슨 일이 있어도 널 버리지 않고
너의 전부를 따라 계속 노래할게
너의 전부를 따라
남들 따라만 할 거면 시작도 안 했다. 그녀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상징이 될 것이다! 그녀를 본 자는 두 번 다시 과거로 돌아가지 못하리라!!
***
이예이!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하란이 공연을 끝냅니다.
다들 어안이벙벙한채로 하란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내....가....뭘 본건가...?"
"장문인. 우리가 재산을 잃고 미쳐서 헛것을 보고 있는게 아니겠소?"
"아 그렇지. 여긴 지옥이지. 재산을 다 잃었으니 말이네."
"지옥이 이런 곳이었다니...놀랍구려."
"그, 장문인? 턱이 혹시 빠지신게요? 왜 아무말도 없으시오?"
"어어어어어어. 으으어어으."
"진짜 빠졌네."
***
힐끔힐끔. 관객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이 그녀의 눈이 돌아갔다. 이 정도면 이목은 차고 넘치게 끌었고, 금봉파 수뇌들도 확실히 그녀를 기억했다. 이제 다음 밑밥을 깔 차례!
"아아~ 예쁘지? 귀엽지? 사랑스러워서 정신을 못 차리겠지? 리유도 다 알아."
"그럼 있지! 내일도 리유랑 놀고 싶은 사람!"
눈을 감고 한 손을 귀에. 호응을 기다려 본다.
...
...
...
"왜 아무 소리도 안 들리지? 아무도 없나보네! 리유는 새로운 사람들을 찾아서 떠나야 하나봐!"
***
중세 중국에서 그런 반응을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중세 중국! 유교를 통치 이념으로 삼은 전한 시대부터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기까지 모든 통일 중국 대륙의 왕조들은 모두 유교를 국시로 하여 이 거대한 천하를 통치하여왔던 바!
이 세계관의 평범하고 이상적으로 꼽는 여성상이란 정숙하고 단아하며 수줍어하는 것이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 사람을 보십시오!
저저저 기오망측한 옷은 눈을 감히 둘 곳이 없으며, 괴이한 노래를 부르며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어디 그 뿐입니까? 마땅히 지켜야할 여성의 도리는 어디가고 무슨 삼척동자들이 서로 재밌게 놀고 내일도 함께 놀자는 식으로 말하는 저 건방진 언행을 보십시오!
어어어디 여자가 감히!!!!! 갈!!!!!
하며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분들도 보입니다. 거품을 물고있고 주변에서 아이고 할아범, 하며 부축을 하고 있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몇몇 수치를 모르는 후안무치한 사문난적들은 우물쭈물하다가 마침내 와아아아아아! 하고 소리를 지릅니다.
음. 그래. 이거야. 이 맛이지.
하란은 살짝 눈을 감고 어깨를 으쓱이며 감미로운 환호성을 음미합니다.
"말세! 말세가 도래했구나! 우리 금봉파는 끝이다! 아니! 무림은 끝났다!"
누군가가 각혈을 하며 저리 외칩니다.
하지만 끝난 것은 중세 중국의 여성상입니다 틀-딱씨.
***
"역시 오빠들이 최고야~ 그러면 내일 새벽! 딱 해가 뜨는 시간에 여기 다시 모이는 거야. 알았지? 리유랑 약속~!"
새끼 손가락을 하늘로 치켜들어 잔뜩 흔들어대고는, 옷자락을 팔랑거리면서 쌩 사라져버린다. 폭풍이 휘몰아친 장소. 폭우도, 강풍도, 천둥번개도 없었지만 쑥밭이 되어버린 공연 장소를 뒤로 한 채. 정해진 숙소에 콕 틀어박혀 찍소리 없이 기다리는 것이다. 깊은 밤이 될 때까지.
***
남들 속에 천불을 내놓고 하란은 밤까지 평온하게 쉽니다.
***
땅 위에서 전쟁이 일어나거나 사람이 죽거나. 별들은 밤하늘을 수놓는다. 손가락으로 천막을 슬쩍 열어보곤, 보는 눈이 없다는 확신이 있을 때 살금살금 발자국을 옮겼다.
"한 박자 늦게 터지는 벽력탄을 깔아볼까나.."
물론 비유적인 의미다. 그녀는 부상자들을 모아놓은 천막을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그냥 부상자도 아니고 차마 손 쓸 수가 없어 사실상 버려진 이들의 천막. 아무튼 그 안의 사람이 비참하면 비참할수록 좋겠다.
가급적 순라를 피하는 동선으로 움직였다. 들키면 들키는 대로 어쩔 수 없지만... 뭐 어쩔건데? 나는 예쁘잖아!
***
뻔뻔해진 미사하란은 부상자들이 신음을 흘리고 있는 병동 막사로 이동합니다.
거기에는 밤낮에도 구슬땀을 흘려가며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의원들이 있습니다.
***
저런 몸을 이끌고 어찌 살아있을까. 죽음과 부패의 향만 사방에 가득하고 그들의 눈에는 이미 생명이 흘러나온 듯 보인다. 그녀는 턱을 괴고 그들을 빤히 보았다.
'가망 없는 녀석들은 어디 있지?'
살아날 사람을 살려서 무슨 소용이 있나. 살아나지 못할 사람을 살려줘야 신녀 소리를 듣지. 분주하여 주변을 신경쓰지 못하는 의사들 사이를 타박타박 걸어서. 한 명을 찍었다.
#가망없이 방치되고 있는 환자 한 명에게 생장선술 초고속재생 사용해용 부상3단계 치료하는 그거
***
환자 한 명을 치료합니다!
가장 고통스럽게 죽어가던 환자 하나의 얼굴이 편안해지고 새근새근 잠을 자기 시작합니다.
"뭐, 뭐야?"
의원 한 명이 하란이 치료하는 것을 보고 놀라서 들고있던 바구니를 떨어트립니다.
***
그녀는 환자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고뿔에 든 아이를 보살피는 어머니의 손처럼, 그녀의 손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어쩌면 오늘 밤 그는 좋은 꿈을 꿀지도 모른다. 편안히 잠든 환자에게서 손을 뗸 그녀는 입가에 검지손가락을 가져다댔다.
"쉬잇.. 놀라는 건 지금 말고 조금 있다가 하기?"
아직 갈 길이 멀다. 일일히 운기조식하고 내공 채우고 선술 쓰고 다시 운기조식하고...
#내공을 채우기 위해 운기조식합니다..
손쓸 수 없던 환자들 전부 이런 식으로 고쳐주고 싶은데 이거 스킵 안되나용 크아악
***
안타깝지만 이건 스킵하실 수 없습니다!
그럼 사기잖아요!
운기조식은 2번 남았습니다.
***
#운기조식
#운기조식
***
내공을 모두 회복합니다!
***
내공이 모두 찼다. 이 짓도 할 일이 못 되겠군. 너무 번거롭다. 영약 하나만 더 먹었어도 이 막사의 모든 환자를 치료할 수 있거늘..
그녀의 손이 다음 중환자에게 향했다.
***
치료합니다!
"어어어어..."
다른 의원들도 지금 이게 뭐다냐, 하면서 와서는 하란을 보고 입을 헤 벌리고 있습니다.
저런건 살면서 본적도 없고 경험해본적도 없고 들어본적도 없으니까요!
***
"이런 사람, 몇 명이나 남았어?"
하하 감탄해라! 숭배해라! 나는 새롭게 피어나는 봄의 화신이다! 하지만 아무리 화신이라 하여도 내공의 한계까지 극복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하여 그녀는 의원들이 손 쓸 수 없는 자가 몇이나 되는지 물어보았다. 빡세게 치료하고, 다음 공연까지 달려야지!
***
"여, 여기있는 사람 전부입니다만..."
뭣
***
"....."
티 내진 않았지만 하란이, 지금 식은땀이 나는 것 같다. 이렇게 된 이상 거래를 해 보자.
"윗선.. 장문인께 말씀 하나 올려줄래? 구십년 영약 하나만 있으면 여기 있는 사람, 전부 살릴 수 있다고 말이야.."
"원한다면 주둔지 내 모든 부상자까지도?"
어느 세월에 이걸 하나하나 치료해!
#영약기연 지금 주세용 제발!!
***
"바, 바로 말씀 올리겠습니다!"
의원 하나가 호다닥 뛰어갑니다!
***
"♪레♪도♫솔♪미... ♪레♪미♫파♪도..."
의원이 황급히 달려나간다. 그녀는 아무 의자를 잡고 병동 막사의 한가운데 앉았다. 그리고 작게 흥얼거린다. 작게? 마냥 작다기보다는 막사 안에 있는 자라면 어디서나 이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8개의 음으로 시작하는, 꼭 자장가 같은 노래. 공포와 고통에 짓눌린 이들을 일으키는 음률을..
***
곧, 장문인이 달려옵니다!
"허어억!"
여전히 턱이 빠져있어서 말을 제대로 못하고 있군요. 그저 하란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있습니다.
뭐라는건지 못알아듣곘네요.
***
영약 왔따! 영약..왔...나...?
"뭐야. 왜 그래요. 말을 하세요..."
***
턱이 빠진 사람한테 말을 하라니, 그 원인이 된 자가 하는 말이라곤 참으로 후안무치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으어어어! 어어어!"
"그, 영약을 먹으면 정말 다 치료할 수 있냐고 물으십니다."
넌 어떻게 알아듣니?
***
그런 말이었어? 말해 뭐해!
"아유 당연하죠! 이 사람 좀 보라니까요?"
아까까지만 해도 죽음을 기다리다가 그녀의 손길에 편히 잠든 환자가 있다. 편안한 마지막을 선사했다는 뜻이 아니다. 그는 되살아났다.
"이 의원이 봤을텐데.. 그 술법 중에 내공의 부족으로 펼치지 못하는 것이 있거든요~ 딱 그 술법만 펼칠 수 있다면...아아.."
***
부들부들 떠는 장문인, 그리고 안절부절못하는 의원.
"회, 회의를 여시겠답니다."
음...대단한 짠돌이로군요.
장문인이 어어어! 하면서 소리치자, 의원이 또 황급히 어디로 뛰어갑니다.
아마, 자고있던 문파의 중진들을 모조리 깨우러가는 것이겠죠.
***
이런 짠돌이같으니 주겠다면 그냥 주면 될 것이지... 이러다가 새벽 공연 시간을 맞출 수 있을련지!
***
회의가 끝나고, 하란에게는 하나의 목함이 주어집니다.
아주 작은 목함입니다만, 그 안에는 영약이 있을게 틀림없습니다.
***
"호오.."
작은 크기 안에 꽉 들어찬 영기가 느껴진다. 이렇게 금빛이 감도는 단약은 처음 보았다. 맛은 어떻고 효능은 또 얼마나 뛰어날까.
목함을 얼굴 가까이 하고 지그시 향을 맡던 그녀는 이내 영단을 집어 입 안에 넣는다.
#먹고 운기조식!! 가자!!
***
섭취합니다!
금빛 기운이 하란의 몸을 휘감습니다.
무언가를 느낀 하란은 곧바로 가부좌를 틀고 운기조식을 시작합니다.
눈을 감자, 거대한 적룡의 눈이 보입니다.
꿈뻑.
적룡의 황금안이 하란을 바라봅니다.
하란도 황금안을 바라봅니다.
- 나는/너는 인간/용인가?
***
시선을 가득 채우는 거대한 눈. 이 눈은 나의 눈인가 남의 눈인가?
질문의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등용문에 오르기 직전 이미 비슷한 질문에 답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용이다."
어중간하게 발을 걸치는 것은 없다. 이쪽이면 이쪽, 저쪽이면 저쪽인 것이다. 하지만 그 뒤에 붙일 첨언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시작을 잊어서는 안돼. 기억해."
그 누가 과거 없이 미래로 나아가는가. 땅을 다지지 않고 누각을 쌓을 수 없다.
#우리는 용이다 그런데 인간이었던 과거도 잊으면 안돼
***
- 기억해라/잊어라.
- 우리의 시작을/끝을.
- 나는 용/인간이다.
꿈뻑.
하란은 정신을 차립니다.
금봉파의 황금단을 섭취했습니다. 90년의 내공이 증가합니다!
현재 최대 내공은 300년입니다.
***
"....."
일순간 눈빛에 황금빛 기운이 서리더니 천천히 녹아 기맥 안으로 사라졌다. 깊은 해류처럼 흐르는 내공이 선명히 느껴졌다.
지금이라면 금봉파와 한 약속을 지키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녀는 호기롭게 천막을 걷고 나와 중상자들이 있던 그곳으로 향한다.
"저기, 여기에 있는 사람들 말고도 모든 부상자들을 이쪽에다 모아줄래? 앞 못 보는 자가 있으면 손을 잡아 주고, 걷지 못하는 자가 있으면 들것에 실어서라도 데려와."
"돌아갈 때는 스스로 돌아갈 테니까 걱정 말구!"
#부상자들 집결!!! 해줘
***
부상자들이 모두 집합할 때 까지는 시간이 걸릴겁니다.
다들 중상자니 말입니다...
***
"...~..."
얼마나 걸릴까? 고생하고 있을까? 그렇잖아도 삭신이 쑤시고 피곤한데, 이 밤중에 무슨 홍두께냐고 짜증을 내고 있을까? 그들의 표정이 기대된다. 그녀는 악동처럼 웃으면서 흥얼거렸다.
#기다려용! 아 그리고 생장선술 영역전개 말인데 영역전개 - ㅇㅇㅇ 이렇게 이름이 붙더라구용? 그거 제가 만들어도 되나용?
***
곧 사람들이 모입니다!
영역전개 뒤에 이름이 따로 붙어있지 않으면 이름을 붙이실 수 없습니다!
***
그녀는 천막 위에 사뿐히 올라앉아 가부좌를 틀어 앉았다. 어두운 밤중에도 그녀가 불러모은 부상자들의 시선이 온 몸으로 느껴진다. 천막 아래서 눈을 감고 신음하는 이들의 갈 곳 없는 호흡마저도. 그들의 기대와 갈망이 느껴진다. 뒷골이 오싹하면서도 짜릿해지는 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다 모인거지~?"
방글 웃으며 주변을 빙글 둘러보았다. 그리고 양 손으로 수인을 맺는다. 그 손동작이 봉오리를 깨고 피어나오는 꽃과 닮아있었다. 그녀의 입술에서 휘파람이 흘러나온다. 선술 사용에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치유의 기적을 일으킬 때 마다 이 휘파람을 부를 작정이었다.
"♪레 ♪도 ♫솔 ♪미... ♪레 ♪미 ♫파 ♪도..."
생장선술, 영역 전개!
#생장선술 10성 영역전개를 발동하고 모여든 모든 부상자들에게 7성 초고속재생을 사용합니다 0/300
***
『 영역 전개 』
쩌엉 - !
범부들은 볼 수 없는, 고명한 고수들만 눈치챌 수 있는 기묘한 기운이 주변을 뒤덮습니다.
초고속 재생.
싸아아아아아아.....
순식간에 내공이 빠져나가며 강력한 탈력감이 드는 동시에, 사람들의 부상이 씼은듯이 나아가기 시작합니다.
***
그녀는 수인과 자세를 풀지 않고 천천히 호흡하였다. 온 몸이 물 먹은 수건처럼 늘어지는 기분이나 저들 앞에서 풀썩 쓰러질 수야 없는 노릇이니.
"아직 안 끝났어... 조용... 움직이지 말구...?"
하여 그녀는 소탈한 거짓을 말한다. 사실 치유는 진즉에 끝났지만 그것을 빌미로 부상자들에게 얌전히 있을 것을 주문한다. 그 틈새에 짧은 운기조식 한 번을 마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일어나려는 생각이다. 운기 중 저들 때문에 삐끗하면 안 되잖아?
#아직 안 끝났으니(구라) 가만히 있어봐! 하고 운기조식 1회
***
한 번에 대량의 내공을 소모했습니다.
3번의 운기조식이 필요합니다.
***
#운기~조식~
***
모든 내공이 회복됩니다.
***
"아.. 끝났다.."
그녀는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해 뜰 때 공연하겠다고 말은 했으나, 계획을 조금 바꾸어도 좋겠다.
지금 이렇게 사람을 모아놓은 흐름을 이어가야 하고. 어차피 시간이 꽤나 흘러 여명이 찾아올 때가 된 것 같기도.
"모인 김에 바로 시작할까? 모두 손잡고 따라와볼래~?"
#회복된 사람들 피리부는 사나이 처럼 끌고 바로 공연하러 갑시다
***
"예...?"
사람들이 어리둥절하며 따라갑니다.
이게 무슨 일이람!
***
해가 뜨나 안 뜨나 뜨나 안 뜨나 뜬다!! 곧 뜰 것도 같아! 그녀는 왈패들을 이끄는 여두목처럼 무인들을 끌고 갔다. 낮에 공연을 했던 그 장소다.
"어디보자~ 낮에 봤던 얼굴 어디 있나~."
일단 사람들을 모아두고 주리유의 전매특허. 낮간지런 개소리 몇 번 해주며 시간을 조금 때웠다. 그녀는 이 공연에 대해 조금 생각한 바가 있었고, 떠오르는 해는 아주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이다. 적절한 때가 되었을 때 그녀는 공연을 시작했다.
펄럭. 팔을 휘두르자 소매 끝단이 크게 휘날렸다. 몇 번의 손짓과 걸음으로 관중의 시선을 다시금 자신에게 몰아온다.
- 두 명의 연인이 서로에게 빠져 있네.
그 이후, 첫 소절의 운을 띄웠다. 곧 해가 뜰 시간이다. 하늘은 아직 어스름하고, 초봄의 공기는 싸늘하다. 바닥에 앉거나 서서 노래를 듣는 자들은 하나같이 입김을 뿜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아침잠처럼 나른했다.
- 난 홀로 사랑하는 이와 시간을 보냈고
- 그녀의 빛나는 피부가 내 밤을 밝게 비추었지.
노랫가사는 한 남자가 제 연인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내용이었다. 가수가 여인임에도 남자의 시점으로 노래하는게 묘하다. 듣는 자들에게, 그녀가 빛나는 연인이 되어주겠다는 건가. 만인의 연인이. 그녀가 저들에게 쌓은 업이 있으니 많이 희석되겠지만, 어쩌면 나쁘게 들릴 말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절벽 위에 단아하게 피어나 누구보다도 고귀해질 수 있는 여인이, 가장 낮은 곳을 자처하며 충격적인 행색으로 노래하는 꼴을 나는 보기 어렵다고.
- 너를 보는 데는 등불도 필요 없어. 그러니...
다만 그녀에게는 수가 있다. 맨살을 드러낸 채 살랑거리며 노래하고 춤추다가 갑자기 꽁꽁 싸매고 나와선, 다급하게 꽃이 되기 위하여 절벽을 기어오르는 추태를 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모든 것을 뒤엎어 상스러움마저 아름답다고, 그들의 입으로 말하게 하는 것이다. 하물며 일개 권신도 사슴을 말로 둔갑시키는데 신선은 어떠하겠는가.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하여도 인간들은 그에서 의미를 찾을 것이다. 실제로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는 상관없다.
천하에 사랑을 뿌리며 묵자의 하느님이 되어도. 일백 번 죽고 일백 번 살아나며 손이 닿는 모든 것을 도륙하여도. 가장 낮은 곳에서 인간들과 피부를 맞대거나 가장 높은 곳에서 감히 우러러볼 수조차 없게 되어도 인간의 마음에 신앙은 피어나는 법. 그녀는 무한한 길 속에서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다. 아침이 고개를 내미니 미리 짜놓은 판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 빛나줘.
태양은 여덟 갈래 욱광을 내지르며 솟아오르고, 그 산등성이 위에 구름은 절묘하게 걸려있었다. 구름 깔때기에 모인 빛줄기가 열려, 분홍색 옷감과 한껏 드러난 피부를 두들겼다. 햇빛은 그녀를 거치고 사방으로 퍼져나가 새벽의 싸늘함을 밀어낸다. 황금처럼 찬란히 빛나는 자태는 아침에 뜬 만월이라.
가희가 되겠다고 하여 정정당당히, 아니 단순무식하게 기예로만 밀어붙이지 않을 것이다. 가희로 시작하여 가희로 남겠는가? 지금부터 그녀가 밟은 곳과 만진 것, 머문 곳과 지나간 곳에 이적이 피어오를 것이다. 무대 위와 무대 아래가 모두 공연이다. 삶이 곧 공연이다.
- 네가 가장 빛나는 순간은 지금이야.
음률은 절정에 달하여 계단을 밟듯 높게 올라갔는데, 날카롭거나 예리하게 귀를 찌르는 기색이 없었다. 미미하게 끊어질 듯 끊기지 않는 호흡과 같이 목소리가 한없이 흐려짐에도 그 소리가 가리어짐이 없었다. 오히려 사방을 채우는 것은 그녀의 음성뿐이다.
미묘한 고요함 속에서 그녀의 깊은 심상이 숨쉰다. 나를 보아라. 나에게 손을 뻗어라. 나는 너희에게 없는 것을 주러 왔노라! 내가 너희에게 무엇을 주는지 잘 보라! 적호검희와 복건용왕은 깊은 곳에 묻어두자. 사람을 죽이고 모략을 짜거나 남의 눈에서 피눈물 나게 하던 어두운 과거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은 거짓을 말해야 할 때. 마음을 훔치기 위해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해야 할 때. 한없이 발칙하고 뻔뻔하며 가증스럽게. 하지만 그 낮두꺼운 행태가 거짓을 진실로 뒤집을 터이니, 신성이 모든 것을 허용하리라.
- 시간마저 느리게 흘러가
- 네가 빛나는 순간 속에서.....
빛 속을 헤엄치는 나비처럼 몇 걸음을 걷고 손짓하자, 뭉게구름으로 쌓은 빛의 전당이 보이는 듯 하다. 태양마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다. 정말로, 시간이 멈추었다는 착각이 들지도.. 정녕 이 인간이 그리 천박하게 굴던 도색 미치광이가 맞는가. 낮의 분위기를 뒤집어 순수한 미를 끌어오는 것이 가히 인격을 갈아 끼운 것 같았다.
***
공연이 시작됩니다!
사람들은 저게 뭐시여, 하고 쳐다보고 있습니다.
흠, 두 번 정도로는 부족하단 건가?
***
#어.. 계속 공연합니다?
으아 캡틴 저거하나로 다 해먹으려고 나름 열심히 준비한건데 한번만 넘어가주시면 안되나용 다음걸 생각을 안했서용
***
공연을 끝마칩니다!
머어엉하니 사람들이 하란을 쳐다보다가, 몇몇이 박수를 치기 시작합니다.
짝짝짝짝짝.
저번과는 사뭇 달라진 반응입니다.
***
이곳저곳에서 새싹처럼 피어나는 탄성과 박수소리. 그녀는 상쾌하게 쏟아지는 빛을 받으며 섰다.
"해가 뜨는 아침! 새롭게 거듭나 다시 시작하기엔 최고의 시간이지."
그래. 그녀는 이성의 입으로 슬피 우는 자에게 윽박지르고, 합리의 손으로 지쳐 쓰러진 자의 멱살을 잡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안다. 이성은 그 자체로 완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겨울을 버티고 일어나는 초목들처럼 말야!"
#본단 뺏겼다는ㅋㅋㅋㅋㅋ 팩트폭행은 자제하곸ㅋㅋㅋㅋ
암튼 힘내라 힘
***
저번보다는 확실히 나은 반응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이 유-교 중세 중국에서 하란의 공연은 쉬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것입니다.
공연을 끝마치실 수 있습니다!
***
아ㅋㅋ 안 받아들이면 어쩔건데 기적 받기 싫어? 처신 잘하라고(????
#어찌 첫술에 배부르랴 일단 공연은 끝내는걸로! 금봉파 안에서 할일이 남아있나용?
***
공연을 종료합니다!
마찬가지로, 내공 기연이 종료됩니다!
현재 남아있는 내공 기연은 2개입니다.
금봉파에서는 필수적으로 해야할 일이 더 남아있지는 않습니다.
***
떠나기 전에 장문인이나 한번 더 뵐까? 그래서 그녀는 냅다 쳐들어갔다. 이제 그들은 놀라지도 않으리라 믿는다. 지금껏 해 온 짓에 비하면 이정도는 뭐..
"장문인~! 마음의 짐은 조금 가벼워지셨나요~? 아니면 텅 빈 마음이 채워지셨을까요!!"
언제 봐도 경박하군. 음.
***
여전히 장문인은 턱이 빠져있습니다.
뭐라 말하는진 모르겠지만 반가워하는 것 같진 않네요!
***
짐짓 손으로 입을 가리고 놀란 척이다.
"세상에 장문인 어찌! 제가 얼마나 사랑스러우셨으면!"
"이리 와 보셔요 제가 책임지고 다시 끼워드릴테니..."
#오드득 뽀드득 딸칵
***
덜컥!
"으어어, 어? 이이이! 이 요망하고 불령한 자 같으니!"
턱 다시 빼는게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사실 다 좋으면서 틱틱거리긴! 암튼 기운이 살아나시니 다행이네요!"
진짜다. 처음 보았을 때 텅 비어있던 모습보다는, 지금이 훨씬 산 사람같지 않은가. 뭐 요망하고 불령하고.. 귀에 태극권 고막을 장착한 그녀에게는 통하지 않는 악담이다.
"앞으로도 그렇게 쌩쌩히 사시면 더할 나위가 없겠네요~! 저는 다른 곳에도 사랑을 전파하러 천리길을 떠나니 제 앞길을 축복해주시와용~ 홍홍홍홍홍!!!!"
***
괴성을 뒤로하고 하란은 떠납니다!
이번엔 어디로 가볼까요? 정해놓은 곳은 있으십니까 갓 데뷔한 아이도루?
- 녹림 공연
- 1. 팔룡방
2. 파계회
3. 매리곤문
4. 혈검문
5. 녹림
6. 수림
.dice 1 6. = 5
#다이스에 맡겨보아용 단판으로 고!
***
녹림 칠십이채의 총본산으로 이동합니다!
거기서는 거대한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우리의 형제인! 대왕산채의 복수를!!!!"
어......
***
이번 목적지는 녹림칠십이채, 총본산! 이번에는 어떤 모험과 충격먹은 관객들이 그녀를 기다릴 것인가!
"....오우."
뭔가 귀찮은 일에 말려버린 것 같다. 대왕산채가 뭔데? 잠깐 대왕산? 복건성에 있는 그 대왕산의 대왕산채 말인가. 자기 영지에 있던 이들이니만큼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다. 채주 추풍낙엽. 혈검문과 친하다..
***
거대한 불꽃은 사람을 태우는, 화장을 하고 있던 중이었나봅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장례식을 하고 있던 것이죠.
"반드시!!!! 반드시 대왕산채의 복수를 하리라! 우리 녹림호걸들이여! 형제의 죽음을 모른척하겠는가!"
"아니!!!"
***
콘서트를 하러 왔는데요
아뇨 장례식입니다
아ㅋㅋㅋㅋㅋㅋ
"어 어머나 상중이셨구나 이것 참 하필 이럴 때 찾아와가지곤 정말 참."
아무리 뻔뻔해도 장례식장에서 난리치는 건 진짜 선 넘는 것 같아. 그렇고말고.. 이걸 어쩐대냐.
#구석에 쭈그러듭니다. 잡아! 끌어들여! 난처하게 만들어!!(????????
***
구석에 쭈구려 앉습니다.
광기와 분노의 장례식이 얼추 진정이 되어갈 때 쯤, 거나하게 취한 산적 하나가 변소를 찾아가다가 하란을 발견합니다.
"뭬, 뭬야?!"
차앙!
바로 칼부터 뽑아드는군요.
***
돌아간다 안 돌아간다 돌아간다 안 돌아간다. 마음속으로 나뭇잎을 한 천 개쯤 뜯었을 때, 운명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빼지 말고 들이박으라고. 아! 가혹한 운명이요!
"으, 으헥."
사실 분홍색 뭐시기가 한구석탱이에 앉아있으면 술에 취하지 않은 사람도 흠칫 하지 않을까. 칼을 뽑는다고 누가 탓하리오.
"아 아냐! 아니라고 암튼 아냐! 나 쯩 있다니까!"
원래 성격 나왔으면 저 놈은 바로 땅바닥이랑 입맞춤하고 있을 터. 하지만 그녀는 가면을 벗지 않고 허둥거렸다.
#저는 수상한 사람이 아닙ㄴ디ㅏ
***
"침입자! 죽어라!"
산적들은 그런거 모릅니다. 일단 칼부터 날리고보죠. 그게 산적의 섭리입니다.
팅!
물론, 이런 허접한 검격을 하란이 맞아줄 이유도 없지만요!
"침입자? 침입자!"
우르르르르.
문제는, 저 무시무시하게 많은 산적들이 몰려들고 있다는거겠지만요!
***
"끼야야야양!!!!"
아이고!! 산적들이 용,,아니 아이돌 잡네!!
"오빠들 후회한다?! 진짜 후회한다?!?! 나 오빠들 윗선이랑 직접 만나고 왔다니까! 히이익!!"
패! 흑천패 같은게.. 아차! 호재필이 이마에다 박았었지! 이런 건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 거야?! 그녀는 손으로 앞머리를 활짝 열었지만... 뭐지? 이마 과시? 마관광살포?
***
"침입자를 죽여라아아아아!!!!"
산적들이 그런걸 알겠습니까?
모르죠...
일단 칼부터 휘두르고 보는군요!
아! 이 무식하기 짝이없는 산적놈들 같으니!
***
"익....! 이익..!"
이 무지몽매한 놈들! 오늘 내가 너희를 깨우치게 하리라!
"이젠 나도 몰라아아! 다 오빠들이 자초한거야!!!"
배우기만 해놓고 써 보지 못한 통제선공. 산적들을 상대로 시험하고 말 것이다. 그녀의 눈이 일곱 번째 방향을 보고, 여덟 번째 방향으로 손을 뻗었다.
빠드드드득-!
#통제선공 압축, 결로 미궁을 만들어 가둬보아용! 200/300
***
꽈득.
공간이 압축됩니다. 이걸 어떻게 필설로 형용하겠습니까? 이 일대의 공간이 꾸욱 눌러지면서 구겨지는 것을 뭐라고 표현해야 옳을까요?
도저히 표현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저, 그렇게 이루어집니다.
꽈드득.
"으, 으아아아아아악!!!!"
대혼란이 발생합니다!
***
"내가...후회한다고 했는데..헤헤"
타인의 조언을 듣지 않는 자에게는 파멸이 오리라고 왕사가 그랬던가.. 이런 식으로 쓰라고 한 말은 아니겠지만, 무슨 상관이야.
"이제 좀 진정할 마음이 드시나아?"
그녀는 공간의 턱에 다리를 꼬고 걸터앉아 턱을 괴었다. 저거 지금 어디 앉아있는 거지? 위? 옆? 땅을 기는 개미와 같은 자들은 높은 공간의 생리를 이해할 재간이 없으리라.
***
이 자리에는 녹림의 총채주, 산왕이 있다는 것을 잊으셨습니까 용용이??
이대로 진행하실 수는 있습니다!
***
//꺄아악 우매한 용용이는 본인이었고
"내가...후회한다고 했는데..헤헤"
타인의 조언을 듣지 않는 자에게는 파멸이 오리라고 왕사가 그랬던가.. 이런 식으로 쓰라고 한 말은 아니겠지만, 무슨 상관이야.
"이제 좀 진정할 마음이 드시나아?"
이 정도면 충분히 중원의 최강무적 아이돌 주리유씨의 위력을 체감하였을 것이다. 그녀는 도로 미궁을 풀어 그들을 놓아주고, 능청스럽게 물었다.
***
다들 굳어있는 표정으로 하란을 쳐다보고, 갑작스레 선술에 당한 이들은 공포에 질려있습니다.
뚜벅뚜벅뚜벅.
그리고 저 멀리 높은 곳에 앉아있던 남자가 하란을 향해 걸어옵니다.
키는 인간치고 굉장히 큽니다. 얼핏봐도 9척은 될 것 같습니다. 거인이란건 저런 사람을 말하는 걸까요?
다리는 호랑이 가죽으로 바지를 만들어입었고, 위에는 뭔지 알 수 없는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털옷을 걸치고 있습니다.
그 안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았는지 큼직한 흉터들로 가득한 가슴과 배가 뻔히 보입니다.
흉터로도 가릴 수 없는 선명한 근육들이 꿈틀거리는 것이 딱 보아도 외공으로도 상당한 수련을 쌓은 고수입니다.
"이거, 신기한 일이군."
낮다못해 묵직한 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사마외도 어르신의 표식이 있는...흠."
뒤에 무언가 말을 더 하려다가 움찔하더니 말을 끊습니다.
"그래. 무슨 일로 찾아왔나? 흑천성에서 보낸 사자는 아닌듯한데."
***
사마외도보다는 한 끗 떨어지지만 ..이 자가 4악 중 한 명, 산왕 녹림총채주. 6척만 되어도 거한 소리를 듣는 천하에서 이 자의 키는 가히 9척에 달해 보인다. 이건 거한이 아니다. 태고의 거인족이 아닌가.
이 자도 그녀의 정체를 안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만. 그는 호재필의 표식을 바로 알아보고 그녀를 적대하지 않았다. 세상살이는 인맥과 뒷배경이 만만세..
"별 사람은 아니구, 그냥 기예든 무예든 잡부 일이나 하기로 본성에서 고용된 자 입니다. 지금은 금봉파에 들렀다가 예로 온 것이에요."
"원래는 이런 식으로 등장하려던 게 아닌데...헤헤... 식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보니."
***
"...?"
총채주의 얼굴이 이상하게 변합니다.
"잡부? 흐음...그런 취향인가...세상엔 참 기인이사가 많긴하지만 이런건 또 처음 보는군."
왜인지 기분이 나쁜 상상을 하는 것 같네요!
"원하는대로 하시게. 어르신과 동맹인 내가 당신의 안전을 보장하지."
***
"..."
그녀는 볼을 한번 부풀렸다가 다시 풀었다. 잡부, 잡일꾼이라고 한건데! 작부라고 들은 건가? 아무리 관병들에게 체포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짓을 하고 돌아다녀도 그렇지, 작부라니!
..라고 그녀는 양심에 털난 생각을 하였다.
"저어, 어르신. 사실 저도 식을 치르는 것을 얼핏 보았는데.. 대왕산채에 변고가 있던 것입니까?"
쭈뼛쭈뼛 물어본다. 남의 상처를 후비는 꼴이 될까 걱정하는 모습이다.
***
"..."
총채주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집니다.
음, 긍정의 뜻이겠죠.
***
"저도 대왕산에 대해서 조금 안답니다. 채주 추풍낙엽에 대한 것두요.."
그녀는 자신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복건성 말씨. 민어로 말했다. 복건성에서 산 지가 몇 년인데 이 정도는 말하기 어렵지 않았다.
지금 자기가 정파임을 의식해서 중간에서 가만히 있거나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일단 이들에게 동조해야 한다. 무조건적으로.
"혈검문과 함께 그의 명성이 온 산에 가득했는데..어찌 그런.."
***
"흐음...."
총채주의 얼굴이 조금 풀립니다.
"그들을 위한 위령제를 지내고 있었소만, 도와주실 것이라도 있으신가?"
장송곡을 원하는군요.
산적들이 부르는 장송곡이라 해봤자 사실 뭐가 있겠습니까. 쳐죽이고 복수하자 적의 피를 마신다 이런거 말고 없겠죠!
하란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때입니다.
***
"아하!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위령제와 장송곡! 처음 왔을 때는 엄한 때에 와버렸다고 자책했지만 생각해보니 그럴 것도 없었다. 도리어 고난이 뒤집혀 기회가 된 모양이다. 그녀는 산왕에게 꾸벅 머리를 조아리고 쪼르르 물러났다. 그리고 본성에서 붙여준 호위무사들에게 이르기를
"거기 호위대상인 아리따운 소녀가 공격당하는데 아무것도 안 한 호위무사들! 시장통 내려가서 북이랑 북채 만들어와요! 크기별로 하나씩 빨리!"
본래 장송곡이라 하면 사람 속을 뒤집어놓을 정도로 청승맞은 것이나. 아까 분위기를 보면 죽인다 복수한다 같은 분위기가 더 잘 먹힐 것이다. 그녀는 호위들의 등짝을 때리며 재촉했다. 그들에게 조금 감정이 생긴 모양인데 착각이겠지..
***
호위무사 본인들은 좀 억울해하는 것 같지만 어쩌겠습니까? 꼬우면 사장님 하세요. 니들이 아이도루하던가?
그들은 열심히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옵니다!
북과 북채를 여러개 지고 왔네요!
***
"이 북은 여기 놓고 작은 북은 저쪽에.. 북채는 이리 줘요!"
그녀는 아까 광란의 장례식이 벌어지던 곳에 판을 깔기 시작한다. 북들을 제 자리에 놓고, 소매를 크게 걷어올린 후 북채를 단단히 쥐었다. 둥! 둥! 둥! 북 소리에도 문제 없음!
녹림도들이 모여드는 동안 그녀는 금모구미와의 시간을 되새겨 보았다. 그에게서 많은 악기에 대해서 배웠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얼후도, 비파도, 금도 아닌 북이었다.
"북은 귀가 아니라 심장으로 듣는 악기니까."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진짜로.
***
공연을 시작하시겠습니까?
***
#시작합니다
지금 열심히 글쓰는중.. 30분 전에 올릴 수 있을것인가(두둥
***
"아아아아아아아-!!!!!!!!!!"
첫 곡은 그녀의 독주다. 북채를 높이 들고 입을 연다.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아무리 따져도 미성과 거리가 멀다. 강렬한 북소리로 박자를 맞추며 구색을 맞추었지만 본질적으로 절규에 더 가까웠다. 자기 심장으로 만든 신발을 들려주어 떠나보낸 아들이, 죽어서 돌아온 것을 보는 어미의 절규 말이다. 그녀의 표정은 고통스럽게 일그러져 있었다.
"옳은 것은 언제나 옳다!!!!!"
"옳은 것은 변하지 않는다!!!!!"
찢어지는 소리가 천둥처럼 울렸다. 저 작은 몸 속 어디에서 저런 소리가 나오는가.
"자신을 되돌아보거라 아들아! 얼마나 고통스러웠느냐! 이 지경에 이르니 많은 생각이 드는구나!"
"잘 들어라! 지금 어떤 고난에 빠졌느냐!! 얼마나 오래 몸부림쳤느냐!!"
그녀는 북채를 들고 북을 치지만, 북채로 그들의 심장을 때리는 각오로. 온 힘을 다해 내리쳤다. 땀이 흐르고 김이 올라올 정도로. 심장 속에 벼락을 때려넣기 위하여.
"아들아!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아도!"
"아들아! 도무지 풀 것 같지 않아도!"
"아들아! 하나만 기억하거라!"
쿵, 쿵, 쿵, 쿵
"고난을 이기는 답은 네 안에 있다!!!"
"그렇다!! 그렇다!! 반드시 그렇다!!!!!"
쾅!!! 쾅!!! 쾅!!!! 쾅!!!!"
#마오리 하카 - 티카 토누
***
강렬한 곡조, 심장을 울리는 북소리.
통한을 내뱉는 피섞인듯한 외침.
총채주는 눈을 감고있고, 다른 이들은 결연한 얼굴로 북소리에 맞춰 발을 구릅니다.
***
"산중호걸들이여! 전쟁을 준비하라!
박자를 넣어주던 북이, 이번에는 음률의 주역으로 부상한다. 정방형으로 도열한 병사들의 발소리처. 더욱 빠르게, 세차게. 북에는 음률이 없되 음률이 있었다. 세게 치거나 약하게 치거나. 아니면 빠르게 치거나 느리게 치거나. 현도 현 받침도 없는 단순한 악기는 소리도 단순하기에, 바늘처럼 피륙을 뚫고 심장까지 파고든다.
"산중호걸들이여! 복수를 다짐하라!!"
천둥처럼...천둥처럼? 이건 북 소리가 아니라 진짜 천둥 소리가 아닌가? 북 소리 사이사이에, 또는 북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짓에 따라 하늘까지 으르렁대기 시작했다. 하늘이! 하늘이 응답한다! 그 분노는 정당하다고!
"복수를!! 복수를!!"
남겨진 자들이여! 분노를 노래하라! 놈들에게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고, 수많은 영웅들의 목숨을 명계로 추방하며, 남은 시체는 온갖 개 떼와 새 떼의 먹이로 던져버릴, 그 분노를!
"피의 복수를!!!!"
#MAD MAX OST - Blood Bag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하란의 노래와 함께 더해지는 산적들의 발구름은 어느새 노랫소리와 북소리를 덮고 온 산중을 뒤흔드는 거대한 장송곡이 되었습니다.
곧, 공연이 마무리될겁니다.
***
소리의 잔향이 오래도록 남아 산중을 휘감으니 태산을 밀어 평평하게 만들고 산군마저 쫓아버릴 기세다. 첫 만남이 삐끗했지만 우직하게 호응해주는 녹림도들은 그녀의 마음에 꽤나 들었다. 이것이 바로 초월이고 합일이니 그들은 미래에 충실한 신도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아~ 이거지. 금봉파는 망측하니 요망하니 천둥벌거숭이니...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두둥! 마지막 북소리가 끝난다. 움직임을 멈추자 그제서야 흐르는 땀과 더위가 느껴졌다.
"하아...."
#공연을 마무리합니당
***
공연을 마무리합니다!
산적들의 눈에 흉흉한 기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이것이 하란을 향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용왕이자 신선이며 초절정에 이른 미사하란이 보기에도 흠칫 놀랄 정도로 강렬한 안광입니다.
"아주 좋았소. 감격스럽군."
총채주가 무표정한 얼굴로 하란에게 포권을 합니다.
"보답이라도 드려야겠지. 흠. 무엇이 좋은가...."
그의 귀가 움찔 움직입니다.
"아. 그게 좋겠군."
총채주가 주먹을 꽉 쥡니다.
"내 한 수를 받아보시겠소?"
예?
***
"소녀 또한 북채를 쥘 수 있어 영광이었답니다."
금봉파! 보고 배워라! 이게 올바른 관객의 태도다! 천하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그녀를 좋아해주면 더할 나위가 없겠건만!
..라고 생각하던 차. 이번에는 총채주가 북채를 쥐고 그녀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저, 그.. 좋았다면서 주먹을 왜.. 그녀의 어깨가 움찔했다.
"하, 하하한 수를 말인가요?"
다행히도 죽이거나 협박하려는 건 아니었다. 친히 한 수를 베풀어준다고 총채주는 말한다. 천하 18대고수의 일원이 친히 한 수를 보여주겠다는데, 이걸 무섭다고 빼면 삼류무사고 초절정고수고 스스로 무림인이라 칭해선 안 된다. 감히 평생을 기다려도 오지 않을 기회를 어찌 걷어차랴!
"화경 고수는 처음인데 이걸 어쩌지..헤헤헤.. 이 은혜를 거절하면 무림인도 아니죠! 감히 소녀가! 받아보고자 함을 청합니다!"
#
한 수 보여주세요!!
안 통할 걸 알지만 통제선공 0성 1성으로 방어하고, 뚫리면 풍상설우 9성으로 공격을 흘려보내려 합니다. 100/300
통제선공
- 0성 압축/팽창 : 내공을 100소모합니다. 공간을 압축/팽창시킬 수 있습니다.
- 1성 결 : 압축한 공간을 단단히 굳힙니다. 강한 압력, 술자의 의지 또는 특정한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굳힌 공간은 부숴지지 않습니다.
풍상설우
- 9성 풍신화 : 내공을 100 소모해 육체의 성질을 '풍(風)'으로 설정합니다. 대부분의 물리 공격에 면역되며 검기에 의한 공격 또한 그 피해를 크게 감소시킵니다.
흑호난지평정
- 1성 영웅일격 : 내공을 10 소모해 강력한 일격을 펼친다. 다이스 1~100을 굴려 50이상일 때 적에게 두 단계 부상을 입힌다. 자신보다 한 단계 위 경지까지 피해가 들어가며 그 이상부터는 경지의 차이에 의해 효과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이걸로 공격하는 것까지 포함할게용! 90/300
***
이것으로 충분합니까?
충분하다면 바로 진행됩니다.
***
#갑니다!
***
통제선공과 흑호난지평정이 동시에 펼쳐집니다.
고고고고고고고고고 - !
땅이 흔들리고 하늘의 구름이 쪼개집니다.
하란이 이를 악물고 내공을 불태우며 앞으로 뛰쳐나갑니다.
총채주는 그 자리에 서서 고요한 눈으로 하란을 쳐다보다가.
- - - - - - - - - - - - - -
...
?
꿈 뻑
어느새 하란은 누운 채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두웠던 하늘은 어느새 밝아져 해가 중천입니다.
"일어났군."
총채주가 옆에서 고기를 뜯으며 말을 걸어옵니다.
***
아
아무것도 못 봤다. 선술로도 경지 차이는 뒤집을 수 없는 것인가! 젠장!!!!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경지의 차이란 참으로 두렵군요.."
통제선공에 말려든 산적들도 비슷한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좀 더 겁에 질리긴 했지만 말이다.
#어흑흑
***
"아무것도 보지 못했나보군. 아쉽게 됐소."
총채주는 허허 웃으며 고기를 건넵니다.
"하나 드시겠는가."
***
"으윽..으.."
몸을 일으키려니 온 몸이 비명을 지른다. 그녀는 세상 슬픈 표정으로 고깃조각을 받아먹었다.. 흑흑..
"대체 무엇을..하신 겝니까?"
#힝잉잉
***
"한 번의 주먹질."
총채주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합니다.
"아직 볼 수 없을 수 있겠지. 초절정의 완숙으로 향하기 위해선 여협도 한 번 쯤 고민하게 될 문제일게요."
으적으적. 기름이 뚝뚝 바닥에 떨어집니다.
"武란 무엇인지, 그 깨달음이 내 주먹에 담겨있었던 것이니까."
***
무武
무인, 무림, 무공. 여기저기 자주 보이는 흔한 글자다. 다음 경지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등 뒤에 있었다는 사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돌아보는 게 상승의 길이었나.
"앞으로 익혀야 할 것이 한 무더기라고, 등 뒤에 있는 것들을 잊고 있었나봐요."
진룡검법과 통제선공, 나머지 2개의 공간선술. 다 좋다. 그러나 더 높게 가려면 지반과 기둥부터 다시 점검해야 하는 법이었다.
"너무 작고 당연한 것들에 대해서..."
작으면서 크다. 하나이면서 전부이다. 일중일체다중일에 범아일여라. 그래, 그랬었는데...
#잊고 있었다.
***
"기억하시오."
총채주가 뼈만 남은 고깃덩이를 내려놓습니다.
"집착을 버려야 원하는 것을 얻을 것이오. 공은 공하니 오온은 모두 공하지 않겠소? 과유불급을 반드시 기억하시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이 곳에 더 계실 참인가?"
***
"흐하하.."
허탈하게 웃었다. 보통 자기가 남에게, 자기보다 낮은 자에게 해주는 게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나 정도면 그래도 있는 그대로 보는 편이지. 집착하지 않는 편이지. 초절정쯤 되면 자기보다 강한 사람을 만나기 어려우며, 그 안에서 교만과 집착이 싹트는 모양이다. 하물며 용왕이랍시고 떠받들어지던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기는 뭘 몰라. 아직도 아는 척이나 하는 주제에..'
역시 사람이나 잉어나 용이나. 자기보다 큰 물에서 노는 것이 옳다. 그녀는 일어나 앉고 산왕에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죽비로 한 방 맞고 나니 생각할 것이 많아진 탓에."
#하란이..넌너무 나댓어
***
"깨달음이란 쉬이 찾아오지 않는 법이니 조급해마시오."
총채주가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우린 출정식을 해야하오. 난 자리를 지켜야겠지만, 내 부하들은 아니니."
***
"장례에서 했던 걸 출정식에서까지 할 순 없지만, 떠나는 길 옆에 서서 환송이라도 해 주는 것이 도리겠죠."
#출정식 구석에 서서 환송이라도 해줄게용
***
"부탁드리지."
총채주가 그리 말하고는 앞장섭니다.
곧 수백 명의 산적들이 무질서하게 서서 각자 개성있는 무기를 하늘로 들어높이고 소리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
그녀는 자신이 했던 말대로, 특별히 뭔가 하진 않았다. 그저 미소짓고 서서 손을 흔들어주는 것이 고작. 머릿속으로는 딴 생각을 하는 중이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고. 누군가는 더 강해져서 돌아오고. 누군가는 팔다리가 사라진 채 돌아오고.'
산왕의 죽비가 뒤를 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 라고, 독고구검의 묘역 안에서 나지막히 들었다. 저들 하나하나에게 어떤 운명이 찾아올지 어찌 알랴. 자기 자신에게도. 하지만 눈 감고 귀 막고 되는 대로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 그야 자포하고 자기한 자는 누구도 도울 수 없고, 어떤 것도 될 수 없는걸..
'더 낮은 곳으로 돌아가면 뭔가 있을까. 축축하고. 비천한 곳. 그렇게 될 수 밖에 없거나, 되어야만 하는 곳. 내가 맨 처음에 있던 곳처럼..'
마음 속에서 그녀의 행선지가 정해진 것 같다.
#떠나는 녹림도들을 축복하고 환송합니다.
다음 목적지. 팔룡방
***
팔룡방의 본단과 지원군이 있는 위치 중 어디로 이동하시겠습니까?
***
# 갈거면 화끈하게
본단으로!!!!!!!!!!!!!!
***
팔룡방의 본단, 광동의 서남쪽으로 갑니다!
도착하니 여덟마리의 용이 바닥에 깔려있고 그 위에 사람이 타있는 조각이 그려진 거대한 건물이 하란을 반깁니다.
이 곳이 팔룡방.
용들의 무덤입니다.
- 팔룡방 공?연
***
미치겠군. 인외 전용 뇌옥까지 있구나. 나는 왜 충동적인 결정을 하였을까. 그녀의 속은 후회로 타들어가지만 겉껍데기만은 밝게.
"반갑습니다~! 벌써 들어보셨을지도 모르지만, 주☆리유라고 한답니다! 성주께서 여기저기 좀 도와주라 하셔서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어요~!"
#자기☆소개
***
다들 무표정한 얼굴로 하란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아 이것 참 어색하고 뻘쭘하네요!
***
역시 팔룡방은 금봉파과다. 나름 전통과 위엄이 있답시고, 으악 저게 뭐야 요물이다 소리치거나 표정이 싸하게 굳어버리는 유형...에라이..
"아니 뭐, 그렇다구요 예."
이 미개한 중세 중국인들. 어째서 이런 아름다움을 거부하는 것이냐?? 그녀는 마땅히 이 대륙을 계몽시켜야 할 '아이돌의 짐'을 져야 함을 깨달았다.
"요즘 전쟁 중이기도 하구.. 이래저래 돌면서 각 방파에 필요한 건 없나 해야 할 일은 없나 보고 손 좀 거들어주라고 하셨어요. 성주님께서요."
#뻘쭘
***
스르릉.
뒤에 있던 몇몇이 칼을 꺼내들려다가 제지당하는게 보입니다.
"성주께서? 우리에게 전력 강화의 기회를 주신게 아니고?"
제일 앞에 나와있던 노인이 그리 되묻습니다.
아니라고! 아니라고!!
***
"아 맞다 맞다! 전력 강화! 뭘 가지고 왔었는데 까먹고 있었네!"
몰아붙이는 팔룡방과 필사적으로 외면하는 그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길다란 것에 둘둘 감긴 천을 풀어냈다. 사실 조금 불쌍해도 보이고, 돌려주는 게 맞나 고민도 했으나 역시 이렇게 쓰는 게 제일 좋아보인다.
"광검의 영살검."
이것봐라. 너네가 잃어버린 선대의 유물 아니야? 때릴거야? 진짜 때릴거야??
#독고묘역에서 얻은 영살검을 보여줍니다
***
영살검이 덜덜덜 떨기 시작합니다.
공포에 질리다못해 자살을 기도하려는 것 같은데, 이미 한 번 죽은 영혼이라 그런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가 없군요!
"허!"
노인이 검을 보자마자 놀란듯 탄성을 내지릅니다.
"손님으로 받아들여라. 눈을 가진 녀석들은 당분간 외출을 금하도록 하고."
"존명!"
팔룡방의 무인들이 길을 열고 하란은 '손님'으로서 문턱을 넘어섭니다...
하란에게서 영살검이 사라집니다.
***
'이놈 죽이고 저놈 죽이고 다 했으면서. 영검 하나 넘겨주는 게 대수냐.'
꼬리셋 여우야! 미안하다! 근데 너 기억하는 것도 없고 너무 쓸데없긴 했어!! 내가 팔룡방을 휘어잡을 때까지 잘 버티고 있으면 거기서 꺼내보던지 할게! 어쩌면..말이야..
그렇게 그녀는 살랑살랑 문턱을 넘었다.
#왕이란 가끔 비정하기도 해야 한다..(아님)
일단 들어가용!
***
안으로 들어가고 곧, 팔룡방의 방주에게 안내됩니다!
거대한 대전과도 같은 방 안에 들어가자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천장입니다.
천장에는 정교하게 그려진 그림들이 있었는데 총 여덟의 용이 참수당하고 인간들이 환호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간담이 서늘해집니다.
그 다음에 정면에는 계단이 있고 그 위에 왕좌와도 같은 의자에 사람이 앉아있었는데, 왕좌에는 용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성주께서 보내셨다지?"
팔룡방주는 의외로 젊은 얼굴인데, 안광이 번쩍번쩍 빛나며 하란을 쳐다보며 묻습니다.
***
사방에 금칠, 아니 용칠이다. 그녀는 속이 영 언짢다. 언젠가 저 놈의 영살 전통을 확 뽑아버릴라...
...아니지. 그녀의 적이 꼭 인간만 있으리라는 법도 없지. 그녀는 상념을 떨치기 위해 숨을 크게 쉬었다.
"맞습니다! 지금은 금봉파와 녹림에 들렀다 오는 길이지요!"
방주는 지금 그녀를 어떻게 요리할까 행복한 고민을 하는 모양이다. 꿈 깨시지. 침을 발라도 호재필이 먼저 발랐을 것인데 방주 네가 뭐라고 감히.
#대답합니다
***
"그런데 우리 팔룡방에 온 이유는 무엇인가?"
글?세요
***
"......"
웃으면서 조금 뜸을 들이는 그녀. 정문에서 팔룡방 무사들의 반응이나, 지금 방주의 부담스러운 눈빛이나. 이미 정체는 들킨 것 같다. 아마 방주도 '용으로서' 왜 왔냐고 물어보는 것으로 추측되었다. 주리유로서 왜 왔나고 물어보면. 그건 처음부터 말하지 않았는가. 성주의 명으로 방파들에 어려움이나 부족함을 살피고 도우러 왔다고.
"언제까지 자리만 뭉개고 서로 노려봐야 하나.. 갑갑해서요?"
그래서 그녀는, 승부수를 던졌다.
#용으로서 말하자면. 좀 대화를 해 보자. 언제까지 노려보고 있을거냐 우리?
***
"흠?"
팔룡방주는 계속 말해보라는듯 고개를 꺼떡거립니다.
오만불손한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