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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호프의 금모구미호
- 명계의 재판을 기다리는게 이리 식당 줄 선 기분이어야 되겠냐고 생각했지만.. 실제 재판은 그보다도 맥빠지는 것이었다.
아니 치열한 재판은?? 이의 있음은??? 어려움 없이 되살아난 것 좋은 일인데! 일인데...
"그 자식은 갔나?"
돌아오자마자 몸이 녹아내리진 않으니, 다른 곳에 떨어졌거나 그 놈이 다른 곳으로 갔겠지. 일단 몸 상태부터 확인하자.
***
눈을 뜬 하란.
그 옆에는 뭔가...뭔가 있습니다.
금빛으로 빛나는 가면을 쓴 무언가가요.
"어?"
?
"사, 살아났다?"
진짜 살아났다고는 생각치 않는 것 같지만, 아무튼 그렇답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하고 옆을 쳐다보자, 무덤을 만들고 있었는지 땅이 파헤쳐져있습니다.
...묘비도 있는 것 같은데 봅시다...
묘비명.
귀여운 장난감같은 무언가 여기서 잠들다.
하란은 이마를 탁 칩니다.
***
음 그 어. 무덤을 만들고 계셨습니까 고맙기도 해라. 이 상황을 그녀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여기서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건 그녀나 저 괴물에게나 식상한 일이겠지.
"중원말....하네요?"
그녀는 품 속에서 선계탕후루를 꺼냈다. 어쨌든 맨 처음 만난 중원말 하는 자. 자기를 죽인 자에게 베푸는 그녀의 마음 마치 성모와 같더라...(?)
***
"중원말? 아니야. 난 지금 신선들의 말로 너한테 말을 거는건데?"
아.
탕후루를 받고 입에 넣는 그녀는 매우 행복한 얼굴입니다.
***
"아니? 난 신선 아닌데?"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탕후루를 하나 더 찾으려는듯 손을 더듬습니다.
예끼!
"나 요괴야."
히죽.
***
에헤이 나쁜손 나쁜손! 그녀는 뒤로 호다닥 물러났다.
"신선 중에서도 어디서 크게 한 자리 차지한 정도는....에?"
요괴? 그녀가 아무리 약해도 신선이고, 하계를 떠도는 어지간한 잡요괴들은 한손에 찌그러뜨릴 수 있다. 한낱 요괴가 이런 힘을 가지고 있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만 만약. 단 하나의 가능성이 맞다면..
"신선도 아닌데 이 정도의 힘이라면, 대요大妖..."
***
"쉿!"
그녀가 눈 한쪽을 감으며 검지손가락을 하란의 입가에 가져다댑니다.
"말하면, 위에서 천겁이 떨어질걸?"
천겁이라니!
회귀수선전을 너무 열심히보고 귀곡팔황 등선경까지 찍은 김캡의 사술이다!
***
"천겁? 흥.. 천겁이라니. 하계의 하찮은 일을 선계에서 신경이나 써요?"
천겁이 떨어지려면 그녀가 살해당할 때 천겁이 떨어져야 했다. 어디로 갔는지 알되 알지 못하는 광룡 사형에게도 천겁이 떨어져야 했다. 하지만 하늘은 불인하며 침묵한다.
"선계에서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긴 하겠죠. 예! 하계의 너무나 하찮은 일은 돌아볼 겨를이 없을 정도로! 날 죽인 건 당신이 처음도 아니야! 알아요?!"
그렇게 자그마한 악을 쓰던 그녀는 입가에 맞닿은 손가락을 깍 깨물어버리려고 했다.
***
"헉."
그녀가 놀라서 입을 손으로 가립니다.
"주, 죽었어? 진짜로?"
어. 이거 비밀인데!
아직은 만회할 수 있습니다.
***
아차, 이건 말하면 안되나. 진정, 진정..
"무슨 말이에요? 날 죽이려던 건 당신이 처음도 아니고, 당신 혼자도 아니라는 뜻이죠. 나 하나 죽어봐야 선계에서 신경이나 쓰겠어요?"
쪼그려 앉아서 잠깐 침묵. 뜸을 들이던 그녀는 주제를 바꾼다.
"저기.. 이렇게 만난 김에 조금 더 다녀볼래요? 나랑 일 하나 하는 건 어때요?"
***
"응? 어떤거?"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천기가 좀 흉험해서 나 열도 밖으로는 나가기 싫은데..."
***
...계획 변경. 가면을 벗겨놓고 팔룡방 본단을 방문시키는 작전은 무산되었다.
"사실 일이라 하기도 그렇구...이걸 뭐라고 할까.."
그녀는 눈을 감고 턱을 매만지며 고민에 빠졌다. 운명의 끈이 이어졌느니, 시동으로 삼겠다느니, 손수 묘비에 '귀여운 거' 라고 써 주기까지 했다. 그러니까 대요괴 급의 강자의 호감을 사고 그에게 돌려받을 빚까지 생긴 것이다. 요괴가 그녀를 죽였으니까! 이런 기회를 잡은 차, 직분에 걸맞는 대요괴에 대한 적의 따위 신경쓸 바 아니다. 상제께 향하는 충심은...조금은 있을까?
"천기..흉험하죠. 중원도 지금 살얼음판이에요. 저는 어디 바닷가 마을에서 부하 몇 명이랑 사는데 말이에요.."
하여 그녀는 요괴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진실은 감추되 본질을 지켜서. 인간 문파들 등쌀에 못살겠다. 백 년도 버티지 못할 지경이다.
"전 어쩌면 좋죠..? 중원까지 같이 가달라곤 하지 않을테니 조금만 도와주세요! 네? 어차피 절 반 죽여놓으시고 무덤 파시던 김에, 마저 파는 대신이라 생각하시고요!"
"도와주시면 아까 그거 한 개 더 드릴게요. 아니 두 개 세 개도 괜찮아요! 언니라고 불러도 돼요? 언니? 누구 하나 살리는 셈 치시고....!"
이 자의 시선과 경륜에서 파격적인 묘수가 나올지도 모른다.
#이렇게 된 거 제발 도움!
메타적으로 말하면 나를 아이돌로 만들어주세요. 님 그거 최고로 잘하잖아요
***
"어......."
그녀는 멍하니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으러니까 인간들 때문에 못살겠다는거지? 으음. 그런데 요즘도 용을 곤란하게 할 수 있는 인간들이 대륙에 존재하는거야?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용잡이들이라던가?"
"어, 언니는 조금만 더 친해지고...!"
"어쩜좋지...? 인간들은 흉악하고 잔인해서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데에..."
***
"신선들의 다스림이 너무 오랫동안 멈춰있었어요.. 아무것도 아닌 민초들이나 용을 두려워하지, 무림인들은 이제 겁도 안 먹어요! 용잡이들이 문파를 세워서 사냥법을 자기들끼리 전수하고. 또 떼거지로 다닌다니까요!"
아! 언니 한번만! 한번만! 과실치상이래도 맨입으로 넘어가면 안 되지!
"안에서부터 갉아먹어야 할까요? 도무지 힘으로 찍어누를 엄두가 나질 않아요.."
***
"용잡이들이 문파를 세웠다구?"
그녀가 오히려 놀랍니다.
"예전에 용잡이들 문파 있었는데 그게 한 번 망했나...?"
그러면서 그녀가 혁대를 끌러냅니다. 그 안에 손을 집어넣는데 어어 왜 혁대 안에 손이 들어가 어어어.
"읏차!"
어떻게 허리띠에서 물건이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허리띠에서 물건을 꺼냈습니다.
"걔네를 왜 굳이 없앨 생각을 하는거야? '친구'가 되면 되잖아."
생긋 웃으며 그녀가 하란에게 물건을 건넵니다. 물건은 두 개였는데 하나는 옷이고 다른 하나는 뼈로 만든 왕관입니다.
"둘 중 하나를 골라봐. 둘 다 줄 수는 없어!"
***
"상대부터 저랑 마주앉을 의지가 없는걸요. 저 혼자서 뭘....."
어어어 당신 손이 어어. 요술호리병처럼 안에서 뭐가 튀어나왔다. 옷과 뼈로 만든 왕관..? 저것이 무엇인가. 그녀의 조르기가 어떻게든 통한 듯, 요괴는 둘 중 하나를 주겠노라고 말한다.
"으음. 뭐죠 이것들은? 설명이라도 해 주면 안될까요?"
***
"하나는 음...내가 옛날에 대륙에 있을 때 입었던 옷이고. 다른 하나는...용잡이들이 보면 눈 돌아가서 환장하는거?"
킥킥 하고 그녀가 장난스레 웃습니다.
"그것말고는 대답 못해주겠는걸!"
***
여우요괴 중에 대요라면 금모구미임이 틀림없다. 예전 패울부에게 흘리듯 들었던 말이 이렇게 돌아오리라고 누가 상상하겠는가? 그의 정체를 깨달았다면 최소한 한 물건의 정체 또한 알 수 있었다.
'금모구미가 대륙에 있었을 때 입었던 옷이면. 달기와 포사의 옷이란 건가!'
주지육림과 포락지형을 벌여 은나라 기둥뿌리를 뽑아버릴 때 쓰인 그 옷! 천선들이 보면 흉악한 물건이니 태워버리라고 악을 쓰겠지. 하지만 그녀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힘이다. 어쨌든 힘은 순수한 법이니까. 오직 방편에 불과하고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리지는 게 힘 아닌가.
그리고 뼈 왕관이라는 것은.. 어째 용골 왕관일 거라는 느낌이 나서 조금 찝찝하다는 말이지..
"옷이요."
그녀의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
옷을 받습니다.
받은 옷은....
궁장인데, 이게...옷...?
어깨와 허리 일부가 드러나고 팔 부분이 비칩니다!
금모구미 네 이년!!!!!! 이런게 옷이라니! 옷이라니!!!
【 정체불명의 궁장 】
정체불명의 궁장. 아름다운 연분홍색에 금실로 꽃과 벌, 나비가 자수되어 있다.
특정한 조건을 만족할 경우 추가적인 기능과 설명이 해금될 것이다.
- 착용시 매력이 크게 상승합니다.
- 품위를 조금 떨어뜨립니다.
***
새 옷이다! 그녀는 궁장을 받아 두 손으로 들어보았다. 어깨 부분을 잡고 들어올리자 개어져 있던 옷이 펼쳐졌다. 펼쳐지는데....
"어..옷이... 이런 옷이..."
11세기 유교무림의 가치관으로는 청소년 이용불가 딱지가 붙지 않을까요!!!
"혹시 예전에 싸우기라도 하다가.. 뜯어진 건가요..? 원래 이런 옷이 있을리가.."
***
"응? 원래 이렇게 생겼어! 내가 직접 만들었지!"
커스텀메이드.......
***
"대단한 실력이시네요. 옷가게 차리면 천하의 재물을 긁어모으겠어요..!"
정어와 반어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말이었다. 비꼬면서도 진심이 담긴 말이다.
"이걸로 인간이란 인간은 전부 후리고 다니면 싸움없이 평화 만만세라는거죠?"
***
"흐음..."
백면금모구미가 눈웃음을 짓는것 같습니다.
"글쎄?"
아니 이 여우는 맨날 하는 말이 글쎄밖에 없어!
"어떻게 활용하든...그건 네 재량에 따라 달린거니까?"
***
"예. 아니면 제가 싫어하는 놈들끼리 싸우다 망하게 만들거나요!"
무슨 맨날 글쎄야 글쎄! 애매하게 말해놓고 나중에 문제 생기면 빠져나가려는 말투다.
"그래도... 귀한 물건 내 주셔서 감사해요. 어디 고급 기루에 몰래 기녀로 들어가던지, 제가 어떻게든 잘 써볼게요."
***
금모구미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그럼 이제 돌아가는거지?"
***
"아뇨 아직?"
아이돌 하려면..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용 체면에 이렇게까진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진짜 어디 기루에라도 들어가야 할 판이라서요."
"할 거면 확실히. 기예도 가르쳐주시면 안될까요? 저 정말로 절박해요 언니."
겉으로는 담대한 듯 굴어도, 속으로는 바들바들 떨고 있는게 금모구미는 느껴지지 않을까.
"이런..옷.. 부끄럽지만.. 젠장... 그래도 입고 아양을 떨어야 한다면... 끝장을 봐야 살 길이 열릴테니까요..."
***
백면금모구미는 이마를 탁 칩니다.
"...그래애...그렇단 말이지."
그녀가 부릅, 눈을 뜹니다.
"내 특훈은 매우매우매우 고될텐데! 준비는 됐니!"
네에엑!
***
사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누가 피부 드러나는 옷을 입고 살랑거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말인가!
그래도 해야 한다면! 뭐라도 해야 한다면...! 그녀는 결국 눈을 질끈 감고는 빽 내질렀다.
"힘들어도 버티는 거. 제 전문이거든요!!"
***
"좋아!"
배움의 과정을 '스킵' 추천합니다.
아주아주아주 고됩니다...
누가?
김캡이.
***
그리고 시작되는 금모구미의 수련은.. 그의 말대로 고되고 끔찍했다.
육체적으로도 육체적이지만. 무림인, 신선, 용왕으로서의 위엄과 존엄을 땅바닥에 내팽개쳐야 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했다.
'아아.. 전부 덧없는 것이었더냐....'
속에서 뭔가 깨지는 기분이 들었는데 이게 탈각의 깨달음인지 그저 마음이 깨져버린건지 그녀는 구분할 수 없었다.
몇 년 전 바닷가 마을에서 처음으로 기루에 들어갔을 때. 그녀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기를 펴지 못했었다. 이제부터는 다를 거라는 사실이 작은 위안이었다.
***
스킵합니다!
【 매혹의 술術 】
전설적인 대요괴, 백면금모구미의 요술.
춤, 노래, 악기연주 등을 할 때 발동된다.
음색과 동선이 아주 고혹적이고 매혹적으로 변하며 그것을 쳐다보는 자들은 시선을 빼앗겨 아무것도 못하고 멍하니 있게 된다.
- 춤, 노래, 악기 연주가 달인급으로 인정됩니다.
- 상태이상 : 최면을 부여합니다.
- 절정 이상의 무인에겐 효과가 반감됩니다.
***
머나먼 수련의 길이 끝나는 날. 그녀는 벽을 보고 앉아 생각에 잠겼다.
'이젠 정말 돌이킬 수 없는거야.'
신하들에게 역성혁명을 당하던, 천겁을 맞던, 요물로 몰려서 살해당하건. 이제는 물릴 수 없다. 급박한 상황에는 급박한 방식이 필요했다. 어떻게든 끝까지 안고 가서 성과를 내야 한다. 금모구미에 대한 것을 숨기거나 노골적으로 어쩌라는 태도를 보이거나! 끝까지!
"귀한 가르침을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선생님. 제가 오늘로 인하여 삶을 이어갈 수 있다면 다시 만나서 보답할 기회가 올지도요."
***
백면금모구미는 어색하게 웃습니다.
"그으...함부로 쓰지는 말고. 알았지? 그러다 내 꼴나. 정말이야! 응!"
그녀와 인사하고 대륙으로 돌아가실 수 있습니다.
***
금모구미는 모르는 일이지만, 용 되기 전부터 적호 소리를 듣던 그녀이다. 어련히 알아서 잘 하지 않겠는가. 그래, 어련히 잘...
그녀는 손을 흔들고 다시 바닷물에 몸을 담갔다. 예행연습끝났다. 지금부터는 성공 아니면 나락이다. 천하를 거머쥐겠는가? 천하로 돌아가겠는가?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
대륙으로 돌아갑니다!
목적지는.
호남!
- 아따시 고쿄세니 나리마시타!
- 오랜만에 돌아오는 호남. 눈에 밟히는 곳이 꽤 있다. 하지만 그녀의 신분도 목적도 그 때와는 다르다.
"역시.. '그것'도 해야겠어."
인적 없는 곳에서 셈을 해 본다.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 신분의 은폐와 가희 활동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
기연과 진여아홍을 하나 구매합니다!
***
땅바닥에 꿇어앉아 옷을 젖혔다. 옷에 피가 묻으면 씻기도 귀찮고 곤란해지니..
"후우.. "
스릉! 검을 뽑아들어 거꾸로 쥐었다. 그녀는 칼자리를 몇 번 더듬어 확인하고, 호흡을 정돈하였다.
"젊음을 돌려받을 시간이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칼끝을 뱃속으로 밀어넣는다. 치명적인 수준의 부상이 필요했다.
#부상 3단계까지 자해한 후 생장선술 역성장을 자기 자신에게 씁니다. 한 고등학생 정도까지. 10/210
***
?
??
???
????
?????
??????
진짜 이걸 하네...
미사노 하란!
아따시, 고-쿄세니 나리마스!
빰 빠밤 빰빰빰!
***
목구멍에서 비릿하고 따뜻한 것이 넘실거렸다. 그녀는 차분하게 호흡을 유지했다.
이제 구멍을 막을 차례니, 이미 준비된 바가 있었다.
#진여아홍 사용합니다 115/210
***
사용했습니다!
그...뭘, 더, 하시려고...?
***
에 부상 3단계 고쳐야죵
그런데 내공 계산 실수했다 5가 빈다!!!!
#운기조식1회
***
내공이 회복됩니다...앞으로 2번...
***
배에 뚫린 칼구멍이 서서히 원복된다. 자신의 몸을 인형처럼 망가뜨리고 고치다 보면 어떤 선 너머로 조금씩 넘어가는 기분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에 몸을 맡기기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 있다!
"하는 김에 아주 머리까지 물들여볼까...? 벚꽃색으로 말이야.."
그녀는 길을 따라 내려와 시장통으로 걸어갔다.
***
시장통으로 찾아갑니다!
음, 벚꽃색 염료는 아주 귀합니다. 아주요.
못해도 은화 수십개는 필요할겁니다!
***
어허! 이무리 영세해도 용왕은 용왕인 법! 잘 곳, 먹을 것, 입을 것 모두 궁에 가면 돈 필요 없이 마음대로 누릴 수 있는 것이거늘!
지금 당장 가지고 있는 은화 96개는 그녀의 전 재산이 아닌, 그저 용돈에 불과한 것이다! 금화를 쏟아 주지육림을 만드는 것도 아닐진데 편하게 쓴다고 누가 뭐라 하랴!
"이걸로 해 주세요."
용왕 노릇 하며 씀씀이와 눈높이가 금화 단위로 올라간 글러먹은 그녀에겐. 이 정도론 전혀 떨지 않았다!
***
현재 용궁의 재정은 금화 99.9개.
100개가 멀지 않았습니다만..
은화 50개를 사용합니다.
현재 보유중인 은화는 46개입니다.
벚꽃잎 염색 염료를 얻습니다.
***
머리를 봄 색으로 물들였다. 그리고 옷도 색을 맞춰서 봄 색으로 입었다. 한껏 물든 그녀는 면경을 보며 어색하게 머리를 매만졌다. 옛적의 자신이 떠오른다.
지난 과거에는 붉은 머리에 붉은 눈. 더 먼 과거에는 검은 머리에 금색 눈이었는데, 지금은 두 모습의 흔적은 온데간데 없었다. 외다리라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말이다.
"피어나는 봄의 현현이로다.. 하하.."
그러고보니, 꾸미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기방에서 겁에 질린 적도 있었지. 이제는 그것도 지나간 옛날 이야기다. 인간의 삶이라 할 수 있는 시간 안에서도 이렇게 휙휙 바뀌어버리는데, 그의 갑절의 갑절에 달하는 용의 생애 안에서는 또 얼마나 많이 변해갈 것인지.
"......"
그에 대해서는 그 때 생각하기로 하고. 그녀는 본래 입고 있던 겉옷을 장옷처럼 뒤집어썼다. 이 모습 그대로 돌아다니면 난리가 날 테니 말이다.
준비가 되었으면. 가자! 적의 내부로!
***
매우 우주적인 존재가 저 멀리서 야광봉을 흔드는 것 같은 느낌을 뒤로 하고...흑천성으로 향합니다!
다들 저게 뭐시여, 하며 놀란 눈으로 하란을 쳐다봅니다.
"저, 저게 뭐여."
흑천성의 문지기들도 다를게 없군요!
***
(야광봉! 야광봉! 오타게!)
"저거? 저거라뇨. 팔천군 대협을 뵈러 왔습니다. 그분의 제자인 야견의 소개로.. 그는 저를 주선생이라 부르지요."
"밖에 오래 있기가 민망하니 들여보내 주시겠습니까?"
그녀의 말에서 꾳 향기가 나는 듯 싶다.
***
"파, 팔천군 각하의 손님이셨습니까!"
문지기들이 급히 고개를 숙이며 문을 열고 안내를 자처합니다.
곧, 하란은 팔천군의 거처에 도달합니다.
"각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주 선생이라고 하면 아실것이라 하십니다."
그러자 문이 끼이익 열립니다.
"들어오시게."
***
허리와 가슴을 떳떳히 편다. 발을 뻗어 열린 문으로 한 걸음 두 걸음.
"처음 뵙겠습니다 대협. 저는 어디 내세울 이름은 없고, 주 씨라 불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복식은 화려하게. 행실은 단아하게. 그녀는 흐트러짐 없는 예법으로 인사를 올렸다. 무려 궁중의 예법이라구!
"제자분께 저에 대한 이야기는 들으셨는지요?"
***
"그대가 주 선생이라는 자인가?"
팔천군이라 불리우는 사내가 자리에 앉아 하란을 쳐다봅니다.
그 강맹한 기세는 그가 왜 흑천성에서 '군'의 위치에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게 만듭니다!
같은 초절정의 경지이나 그 격차는 쉬이 메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이야기는 들었네. 그러나 나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아. 자네가 그러니까 책사...란 것인가?"
***
"글쎄요. 책사일 수 있으나, 책사일 필요도 없죠?"
금모구미 밑에서 낙엽처럼 굴렀더니 말투가 옮았나.. 그녀는 입가를 가리며 생긋 웃는다.
"제 말은, 이것저것 많이 익혔다는 겁니다. 꼭 책사 노릇이 아니라 하여도 각하께서 말 못할 고민이 있을 때, 제게 말씀해주신다면 다른 관점에서 해법을 찾을 수도 있겠지요."
***
괴이한 옷을 입고있는 하란!
당연히 팔천군의 낯빛은 좋지 않습니다.
"일단, 그 흉측한 옷부터 어떻게 해보는게 좋겠구려. 내, 대화를 하기가 쉽지가 않으니."
딱, 손가락을 튕기자 시동이 담요를 가지고 옵니다.
참고로 팔천군은 하란이 한 말을 하나도 못들었습니다.
***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홀렸으면 홀려서 감당이 안된다고 솔직히 말씀하시란 말입니다! 아무튼 그녀는 얌전히 담요 도롱이가 되었다.
"각하. 제 말이 기억나십니까? 음.. 원하신다면 책사로 쓰셔도 좋으나, 무조건 책사 일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예를 들자면.
"전역에 집결한 문파들의 주둔지를 순회하며 위무공연을 하라 하셔도 저는 좋습니다. 보시다시피!"
***
"....아니, 공연을 한다고? 그런게 무슨 필요가 있다고..."
이 곳은 전근대. 그것도 중세 중국!
그런 선진적이고 혁신적인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된 미개한 세상입니다.
이것부터 해결을 해야겠군요!
***
"군대를 좇는 상인, 광대, 기녀의 역사는 그만큼이나 오래되었지요. 대부분은 전쟁이라는 그릇에서 흐르는 재물을 주워먹기 위함이지만.."
제가 진정 재물을 원한다면 다른 일을 했을 겁니다. 그녀는 말했다. 그녀의 경지가 주장을 뒷받침했다. 초절정이나 되어서 돈을 뽑을 구석이 얼마나 많은가.
"아시겠지만 전쟁이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크게 갉습니까? 특히 전선을 지키는 일선 무사들에게 말입니다. 그저 그들의 영혼에 술 한 잔 부어줄 수 있다면 저는 족하겠습니다."
"돈 냄새를 맡고 몰려온 어중이떠중이들에게 그들을 맡기지 마시고, 본 성에서 직접 나서 아랫사람들을 보살펴 주십시오."
그리고 여기서 한 발자국 더.
"한때 비천한 낭인으로 진창을 굴러본 자로서 올리는 말씀입니다..."
***
"허."
사파인 팔천군은 그게 대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내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닌듯하오. 사조님께 언질을 드려놓도록 하지. 사조님께 직접 말씀드려보시오."
사마외도와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됩니다!
***
"사조라 하심은."
아...호재필...
"...알겠습니다 각하."
호재필. 모용벽의 말에 따르면 실상 천하제일인에 가장 가까운 자. 그녀가 하늘 위와 물 아래의 신선과 적선을 보았다 해도. 사마외도 호재필이라는 이름은 아직 가볍지 않다. 호재필. 호재필을...
'출세했네, 나. 호재필이랑도 이야기해보고. 세상에.'
이 미소가 우쭐대는 미소인지 난처한 미소인지는 그녀만 알고 있겠지...
- 이런 ㅆ
- 사마외도를 만나러갑니다!
거대한 궁전, 휘황찬란한 예술품들을 지나 압도적인 크기의 알현실에 들어갑니다.
개천궁이 초라하게 보이는군요...
아니야! 하란아! 개천궁도 멋져! 그저 여기는 쓸데없이 넓기만하고 반짝거려서 눈아픈 보석들만 있을 뿐이야! 이상한 그림같은게 걸려있어서 오히려 이상해! 사람도 많아서 기빨려!
"..."
거대한 옥좌에 앉은 어린 소년이 권태로운 표정으로 하란을 쳐다봅니다.
팔걸이에 몸을 기대고 턱을 괸채로 하란을 쳐다보는 눈에는 권태로움, 지루함 등의 감정이 엿보입니다만...
하란을 보는 순간, 그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눈빛에 생기가 돌아옵니다.
"...내단?"
이런 씹
***
돈을 얼마나 부어댔으면 이런 궁궐이 만들어졌을까. 갖가지 예술품에 바다를 건너온 이국의 보석과 도자기.. 저것들 중 몇 개만 주워가도 개천궁 1년 세입과 맞먹을지도 모른다. 이런 호사스러운 놈들! 그녀는 명백히 느껴지는 예산의 차이에 배가 아파졌다. 하늘을 찌르는 위엄과 힘, 어쩌면 오만과도 같이 거대한 공간. 거대한 옥좌. 그리고 아주 작지만 존재감이 그 공간을 꽉 채우고도 남는 소년이 옥좌에 앉아있다. 저 자가 사마외도 호재필... 그런데.... 내...단??
"어머나."
그녀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다.. 호재필이 저 눈을 빛내는 것을 보라! 버선발로 뛰쳐나와서 그녀를 식탁 위에 묶어버릴 기세다. 이걸 어쩌면 좋담. 눈이 마주치자마자 정체를 들킬 줄은.
"장담하건데, 달랑 내단 하나보단 내가 더 가치있을 것입니다 성주."
어차피 들어가자마자 패가 다 까인 판. 일개 기녀 행세를 하며 알랑거리는 것도 물 건너갔다. 지나치게 고개를 숙여봤자 달라지는 것도 없을 것 같고.. 아...
***
하란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이미 하란의 시야에서 호재필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럴리가..."
사마외도는 하란의 옆에서 하란의 '단전'이 있을 위치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는 전혀 하란을 쳐다보고 있지 않습니다.
"...있겠느냐?"
사마외도의 손이 뻗어지는 그 순간까지도 하란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합니다.
그 손가락이 하란의 단전 위치까지 닿기 직전.
호재필이 손을 거둡니다.
"아니. 아니. 아니지. 아니야. 벌써 승천을 할 수는 없지. 암. 그렇고 말고. 하지만 지금 미리 승천할 기반을 마련해두는 것도 괜찮은것 아닌가?"
다시 한 번 손가락이 하란을 향해 갑니다.
하란은 고양이 앞의 쥐가 된 것처럼 움직일수도, 반응할 수도 없습니다!
오로지 눈 앞에 있는 노괴의 자비에만 목숨을 맡겨야하는 아주 끔찍한 상황.
"아."
그러더니 다시금 그의 손이 멈춥니다.
"너. 호준이가 보냈었지?"
하란이 눈을 깜빡, 하자 어느새 사마외도는 자신의 몸에 비하면 너무나도 거대한 옥좌 위에 앉아서 하란을 굽어보고 있습니다.
"일단 이야기나 들어보지."
진땀이 흐릅니다.
불합리하고, 공포스러우며, 분노가 치밉니다.
하지만 그 분노마저 삼켜야할 정도로 상대는 압도적입니다.
초절정의 무위를 갖추게 되자 오히려 더욱 더 잘 보입니다. 하란은 용왕의 눈으로 사마외도를 바라봅니다.
그의 경지는 능히 화경과 현경의 사이에 발을 걸치고 있습니다.
아주 작은 조건을 몇 가지만 만족한다면 금방이라도 현경에 올라 그 즉시 우화등선하여 무선이 될 수 있는 존재.
"말해보거라."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온 천하제일인이 미사하란을 보고 흥미롭다는듯 웃고 있습니다.
***
결국 도로아미타불이다. 모용벽의 손에 잡혀 강호로 나온지도 수 년이 지났다. 그녀는 이전까지 상상하지도 못하던 것들을 보았고,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세상은 돌고 돌아서. 그녀는 또 다른 강자 앞에서 짓눌리고 있다. 일류 때 모용벽에게 그랬던 것과 같이 말이다.
이런 세상이란 참.. 부조리하지 않은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그리고 꼭 나쁜 일만도 아니다. 겪었던 일을 다시 겪는다면 조금 더 침착할 수 있으니 말이다.
"...왜 지금 승천할 수 없습니까? 시황제와 진나라의 전철을 밟는 것을 경계하는 것입니까?"
최초로 중원을 통일한 진나라. 시황제가 죽고 나서 겨우 15년 만에 멸망한 진나라. 지금 호재필이 사라진다면, 그의 무력으로 엮여있던 문파들이 찢어지기 시작한다는 것이 걸어보기로 했다.
***
"나와 선문답을 하고싶은게냐?"
호재필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하란을 쳐다봅니다.
"내 제자의 아들이 보낸 이유를 설명하라니까."
이런! 답해주지 않는군요!
***
안 통하네.. 그렇잖아도 죽은 풀이 더 죽어 그녀는 입을 연다.
"그의 제자인 야견과 연줄이 닿아 팔천군을 만났습니다. 전역에 집결한 사파 무인들 앞에서 공연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절 여기로...예."
그러니까 대충 토스당했다는 말이다.
"신앙이란게 뭐 있습니까. 인간이 인기를 얻으면 인기일 뿐이지만, 신이 인기를 얻으면 그대로 신앙이 되는 것이니까요."
***
"흐음...그렇지. 그렇고 말고."
신앙에 대한 것을 말하자 호재필이 동의합니다.
"그럼 너는,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지?"
내단?
하고 말하며 그가 웃는 것 같다는 환상이 보입니다.
***
"저에겐 사상이 있습니다. 강남을 진정 하나로 엮을 수 있는 사상이."
강북 정파에게는 의협이라는 것이 있다. 그들이 의협을 신봉하는게 진심인지 위선인지는 둘째치고. 일단 모든 정파가 공유하여 최소한의 일체감을 느낄 공통분모는 있는 셈이다. 자 파의 이득을 위해 옥신각신하면서도 그들은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흑천성은? 호재필의 압도적인 무력 아래 짓눌려 교통정리가 매우 깔끔하지만, 그들은 무엇을 공유하는가? 높은 경지에의 열망? 강자존? 실리주의? 그런 것도 사상이라면 사상이나, 무언가를 엮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사상을 뒷받침하는 격도 있지요. 현경 아래의 신선. 지상을 직접 거니는 신선의 위격 말입니다."
이거야말로 호재필이 가질 수 없는 그녀만의 무기일 수 있다. 아무리 약해도 신선은 신선이다. 신선이 어떻게 굴어도 사람은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낸다. 설령 의미가 없다 하여도 상상력을 발휘해 의미를 만들어내는 법이었다.
***
"허나, 넌 정도 무공을 익힌 정파가 아니더냐?"
호재필은 핵심을 찌릅니다!
"정파가 사파에?"
근원적인 호기심이로군요.
***
"제 절기는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났다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지며, 설립된 사문과 사제관계가 없습니다. 하여 무공을 이어받는 계승자들이 철저히 단절되고 이어지는 전통도 없습니다. 그 무공의 성질이 정파공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전통이라는 보호구...또는 족쇄가 없으니. 제가 있고 싶은 곳은 자유롭게 정할 수 있지 않습니까?"
***
"..."
사마외도는 그게 대체 뭔 소리냐, 라는 느낌입니다.
"뭐. 그래. 그렇다면 그런거로 하지. 생각하기 귀찮으니."
휘적휘적, 손을 내젓습니다.
"그래서. 네게 어떤 권한을 주면 되느냐?"
***
"......"
나는 목을 걸고 얘기하는데 생각하기 귀찮다니. 화경만 아니었어도....
"주둔지를 자유로이 순회하며 공연을 할 수 있게 해 주시고 제 신원을 보장해주십시오. 팔룡방 무인같은 자들이 절 보자마자 칼을 뽑으면 낭패일터이니."
***
"...좋다!"
호재필이 무릎을 탁 칩니다.
무언가 쏜살같이 달려들어 하란의 이마에 맴돌다가 사라집니다.
"내 표식을 남겼다. 그게 있다면 그 누구도 너를 건들 수 없을 것이다."
표식...?
무슨 의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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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에 무언가.. 침바른건가???
"감사를 표하는 바입니다. 더 하실 말씀이 없다면 전 이만..."
모든 일이 마무리되면 '이제 너의 쓸모는 내단 외에 없다'고 하며 팽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당장 내단으로 영락할 고비는 넘겼다. 그래, 당장의 고비를.
#물러갈게용.....
그리고 다음진행대비용 기연 3개 구매할게용 잔여도화전 2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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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을 3개 구매하고 물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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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걸음질로 대전을 빠져나와 놀란 마음을 쓸어내렸다. 팔천군 이 사람, 잘 모르겠다고 냅다 호재필에게 던져버리다니. 언젠가 이 수모(?)를 갚을 것이다.
하지만 나쁜 일만 있던 건 아니다. 호재필의 인가를 받았으니, 이제 팔룡방 혈검문 누가 그녀를 막을쏘냐! 이제 사무실을 차리고 스케줄 조정만 끝내면 바로 공연이 시작되는 것이다. 홀로 공연에 사무에 전부 하려니 꽤나 힘들테지만, 이 정도로 멈추려면 시작도 하지 않았다.
"물어봐도 신하들은 된다 안 된다 열심히 싸우기나 하겠지. 그래도.."
지금이야말로 해야 한다. 그녀는 믿었다.
#용궁 사?무실 세우러 동정호에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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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지금' 동정호에 이동하셔서 용궁을 세우실 준비를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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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 히이익 그럼 용궁은 보류!!! 하고..
지금 있는 4기연중 3개를 소모해서 내공을 보충하고싶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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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 기연을 무려!
3개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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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란은 알 수 없는 차원에서 흘러드는 이상한 기분을 느낀다. 뭔가.. 뭔가 일어나고 있음..
일단, 그녀는 다시 팔천군에게 돌아간다. 허가를 받았대도 전쟁이라는 큰 일 하는 자들에게 다짜고짜 찾아들면 그것이 얼마나 민폐란 말인가? 서로의 사정을 들여보고 일정을 계획하여야 했다.
"팔천군 각하~ 계십니까~?"
이 주선생! 죽지 않고 돌아왔다! 꿩 대신 닭, 아니 지금은 닭 대신 꿩인지 몰라도. 너를 임시 P로 쓰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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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천군을 찾아갑니다!
팔천군의 방은 향로를 피워놓고 있어 연기가 자욱하게 퍼져있습니다.
"들어오시게."
하란은 연기를 신경쓰지 않고 들어갑니다.
들어가자 팔천군은 '발'을 치고 하란을 마주합니다.
아. 저번에 그 충격적인 의상 때문에 하란을 보지 않으려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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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천군씨... 그녀의 매력을 견디다못해 눈을 가려버리다니 비겁하다! 당당하게 그녀를 마주보고 순순히 매혹당해라!
"사정은 전부 아시니 바로 말씀드리자면, 성주님의 인가를 받았습니다!"
"이제는 언제 어디서 공연할지만 조정하면 되겠습니다 각하. 싸움에 바쁜 무인들을 너무 방해하지 않게 말입니다."
***
"금봉파는 어떤가?"
팔천군이 즉답합니다.
금봉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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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봉파요?"
봉을 쓰는 그 신진 사파? 팔천군 이 사람. 그녀가 못 미더우니 일단 만만한 애들한테 던져놓고 간을 보는 것인가 하는, 의심병이 돌았다. 하지만 뭐 어때.
"금봉파 좋지요. 각하께서 그 쪽에 언질을 주시면 저도 곧장 채비하여 출발하겠습니다."
채비래봐야 악기 몇 개면 충분하리라. 아니면 거기 가서 찾아봐도 되고!
***
"안그래도 제갈세가에 밀려 본단이 함락된 상태이니 그들에게 위문이 절절히 필요할걸세."
팔천군이 서신을 하나 써서 시동을 통해 보내며 그리 대답합니다.
"사람이 더 필요하지는 않은가? 홀로 하기는 힘들 터인데."
이게...대기업...? 야견P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아...
***
이것이..대기업의 프로듀싱..?
"저는 저 혼자뿐이라 부를 사람이 없는 터이니... 각하께서 사람을 붙여주신다면 감사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
"몇몇을 붙여주지."
절정 무인 다섯 명이 하란에게 붙을겁니다!
일종의 감시이기도 하겠지요.
***
좋았어..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전설(아이돌)을 만들기 위한 역사적인 첫 걸음이 지금 시작된다!
- 금봉파 공연
- 본단을 잃은 ㅋㅋㅋ 패배자 ㅋㅋㅋ 금봉파의 임시 집결지로 이동합니다!
분위기는 우중충합니다.
금박을 입힌 천막이 보이는 것이, 저기가 아무래도 금봉파의 장문인이 있는 곳이겠지요.
이런 와중에도 재물은 모두 챙겨나왔나 봅니다.
...여러가지 의미로 대단합니다.
***
금봉파이(가) 수도를 잃었습니닼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
반쯤은 놀리는 말이지만. 본단이 밀려나는 와중에도 재물들을 모조리 챙겨나온 성 싶다. 퇴각도 잘하면 명장이 되는 법. 전통이 부족하여도 흑천성에 들어온 실력이 어디 가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재물에 대한 처절한 집념인가.
"어쨌든 예산이죠 예산. 예산이 모든 걸 지배하니.."
돈 무서운 줄 아는 그녀는 금봉파를 조금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장문인을 만나러 가자.
***
장문인을 만나러 갑니다!
문지기들은 무려 절정 무인들이었는데 하란이 가지고 온 흑천성의 패를 보고 군말없이 안으로 들여보내줍니다.
천막 안은 매우 화려합니다.
각종 예술적인 그림이 있는 도자기들과 가구들. 화려한 시구가 적힌 그림들이 천막 안에 걸려있습니다.
나무도 아주 고급 나무를 사용한 것인지 부드러워보이는 탁자들과 비단으로 만든 깔개가 보입니다.
...얘네 망한거 맞...지?
그 곳에는 몇 명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다들 무림인이라고 부르기에는 의문이 들 정도로 통통한 체형입니다.
오직 한 명.
단 한 명만이 하관이 움푹 들어가고 눈 아래에 검은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 마음 고생이 매우 심해보입니다.
"아. 본성에서 보냈다던 그..."
다들 하란을 보고 그러려니 하는 느낌입니다.
"그래. 뭐 이야기를 듣자하니 이상한 공연인가 뭔가를 한다고 하더군. 반갑소. 나, 금봉파의 장문인이요."
이름도 밝히지 않고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것이 매우 피곤해보입니다.
예의를 지키기도 쉽지 않아보이는 상태군요.
***
"반갑습니다 장문인..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로군요."
그녀는 예를 갖추어 인사했다. 그리고 봄꽃처럼 웃음지었다. 힘들어 죽겠는거, 그녀 보면서 조금이라도 나아져야 않겠는가.
"제가 천지를 뒤집는 그런 재주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서도. 장문인, 장로님, 또 무인 분들의 영혼을 채우기 위해 성심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
"...뭐 그렇소이까."
장문인은 심드렁합니다.
"...일단 하고싶은대로 해보시오. 재물이라면 넘쳐나니. 재물은..."
공허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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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뇌가 이 정도면, 일선 무인들은 바닥을 기고 있을게 분명하다. 애초에 심력이 고갈된 사람들을 상대로 갑자기 떠들썩한 음악을 들이미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닐지도. 그녀는 얌전히 물러갔다. 나중에 제발 노래를 더 해달라고 애걸하게 만들어주지..후후..
"어디보자. 어디에 자리를 잡을까나?"
시작은 흙바닥에서 맨손으로 시작하는게 제맛인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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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공연을 할 장소를 물색해봅니다.
광장같은 곳이 하나 있는데, 보통 저기서 밥을 먹는지 솥과 장작들이 놓여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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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곳이 취사장인가. 사람들이 많이 모일법한 곳이다. 길거리 공연을 하기에 안성맞춤이지.
"으흠, 흠! 아아-"
자리를 잡고 서성이던 그녀. 무인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면 드디어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세상의 모서리, 구부정하게 커버린 골칫거리 외톨이..."
# 지원주픽 아이유-셀러브리티
미인특+궁장+향낭+금모구미 요술까지 풀스택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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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다들 처음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
「잊지 마 넌 흐린 어둠 사이 왼손으로 그린 별 하나.」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데 관심이...없어? 목이 떨리거나 표정이 일그러지는 등.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조금 당황스럽다. 이게 누구에게서 배워 온 기술인데. 그녀의 숨소리만 들어도 끼니를 거른 채 달려와야 하는 게 도리거늘! 여기서 더 강하게 나가야 한다는 말인가?
「보이니, 그 유일함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야.」
그렇다면 이렇게 팔을 높이 들고, 조금 살랑거려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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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한 명, 두 명씩 걸어다가 멈칫거리기 시작합니다.
시선이 모이고 있습니다.
***
「잊지 마 이 오랜 겨울 사이 언 틈으로 피울 꽃 하나.」
찡긋찡긋. 그녀를 보고 발걸음을 먼저 멈춘 이들에게 포상이 있다. 눈웃음과 잡안(윙크)이 철권 두 방처럼 날아가 그들의 가슴에 박히리라!
「보이니 하루 뒤 봄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말이야.」
어때, 아주 정신을 못 차리겠지? 내 앞으로 와서 앉아!
***
지나가던 사람들이 천천히 걷기 시작합니다.
몇 명은 멈춰서서 하란의 노래와 춤을 보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리자 사람들이 기웃거리기 시작합니다.
"안녕 오빠들~! 이제야 여길 봐주는구나!"
"처음 만난 사이긴 해도 날 보자마자 달려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마음의 상처였달까..."
상황이 사람을 바꾼다고. 하란도 지금 입으로 내뱉는게 말인지 뭔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자기 자신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충격이었다.
"이제 슬슬 시선이 잡혔으니까. 자기소개부터 할게!"
노래로!
***
"저, 점마 뭐고..."
다들 당황하는 사이, 하란은 두번째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
리유, 리유
내 이름은 리유
벚꽃 머리, 벚꽃 궁장
네 마음 속에 숨어 있지
비밀 아닌 비밀 하나
누구든 나를 찾을 수 있어
내 노래 한번 들으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걸!
기억해 리유 리유 oo ee oo~
기억해 리유 리유 oo ee oo~
기억해 리유 리유 oo ee oo~
기억해 리유 리유 oo ee oo~
이젠 나도 모르겠다. 가는 데까지 가는 거야. 진정한 의미에서 그녀는 생각을 멈췄다.
그냥 술에 진탕 취했다 치고, 깜찍한 짓 부끄러운 짓 창피한 짓으로 들이박는 거야. 그러니 웃어! 머릿속이 텅 빈 여자처럼!
***
춤추고 노래합니다!
기억하십시오...중세 중국에서....이런걸....?
놀랍습니다.........
***
리유, 리유,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빛나는 눈으로 자꾸 뒤를 돌아봐.
나랑 놀아줄래?
나를 부숴줄래?
아니면 나를 여신으로 만들어줄래?
당신이 원한다면 뭐든 될 수 있어!
기억해 리유 리유 oo ee oo~
기억해 리유 리유 oo ee oo~
기억해 리유 리유 oo ee oo~
기억해 리유 리유 oo ee oo~
이 다음부터는 그녀의 의식도 구경꾼들의 의식만큼 흐릿해진 것 같다. 미묘하게 남아있는 앞으로의 계획이 조금씩 떨리면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 계획이란게 분명히..
***
공연을 이어나갑니다!
어찌...! 이런...! 망측한....! 천둥벌거숭이같은...!
하는 소리들이 들려옵니다.
***
마음속으론 좋으면서 입은 솔직하지 못하구나!!
#오랜만에 천재다이스 굴려봐용 저 혐오와 경멸을 열광으로 뒤집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 보패들이랑 스킬들 효과 받고도 저러는 거죵?
***
하란도 사실은 알고있습니다.
솔직히 중세 중국에서...이런 옷차림에, 이런 가사와 음율, 그리고 무용?
받아들여지길 바라는게 이상한겁니다.
괴력난신이 뭡니까 그냥 이거 역적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혹세무민에 괴력난신한다고 황실에서 헐레벌떡 금의위를 파견해도 할말이 없지요!
그렇지만 어쩔겁니까?
그냥 계속하면 됩니다.
한 번 이걸 맛본 자들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테니까...
아아...
하며든다...
***
정상에 선다면 그건 너의 덕분
무슨 일이 있어도 널 버리지 않고
너의 전부를 따라 계속 노래할게
너의 전부를 따라
남들 따라만 할 거면 시작도 안 했다. 그녀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상징이 될 것이다! 그녀를 본 자는 두 번 다시 과거로 돌아가지 못하리라!!
***
이예이!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하란이 공연을 끝냅니다.
다들 어안이벙벙한채로 하란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내....가....뭘 본건가...?"
"장문인. 우리가 재산을 잃고 미쳐서 헛것을 보고 있는게 아니겠소?"
"아 그렇지. 여긴 지옥이지. 재산을 다 잃었으니 말이네."
"지옥이 이런 곳이었다니...놀랍구려."
"그, 장문인? 턱이 혹시 빠지신게요? 왜 아무말도 없으시오?"
"어어어어어어. 으으어어으."
"진짜 빠졌네."
***
힐끔힐끔. 관객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이 그녀의 눈이 돌아갔다. 이 정도면 이목은 차고 넘치게 끌었고, 금봉파 수뇌들도 확실히 그녀를 기억했다. 이제 다음 밑밥을 깔 차례!
"아아~ 예쁘지? 귀엽지? 사랑스러워서 정신을 못 차리겠지? 리유도 다 알아."
"그럼 있지! 내일도 리유랑 놀고 싶은 사람!"
눈을 감고 한 손을 귀에. 호응을 기다려 본다.
...
...
...
"왜 아무 소리도 안 들리지? 아무도 없나보네! 리유는 새로운 사람들을 찾아서 떠나야 하나봐!"
***
중세 중국에서 그런 반응을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중세 중국! 유교를 통치 이념으로 삼은 전한 시대부터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기까지 모든 통일 중국 대륙의 왕조들은 모두 유교를 국시로 하여 이 거대한 천하를 통치하여왔던 바!
이 세계관의 평범하고 이상적으로 꼽는 여성상이란 정숙하고 단아하며 수줍어하는 것이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 사람을 보십시오!
저저저 기오망측한 옷은 눈을 감히 둘 곳이 없으며, 괴이한 노래를 부르며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어디 그 뿐입니까? 마땅히 지켜야할 여성의 도리는 어디가고 무슨 삼척동자들이 서로 재밌게 놀고 내일도 함께 놀자는 식으로 말하는 저 건방진 언행을 보십시오!
어어어디 여자가 감히!!!!! 갈!!!!!
하며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분들도 보입니다. 거품을 물고있고 주변에서 아이고 할아범, 하며 부축을 하고 있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몇몇 수치를 모르는 후안무치한 사문난적들은 우물쭈물하다가 마침내 와아아아아아! 하고 소리를 지릅니다.
음. 그래. 이거야. 이 맛이지.
하란은 살짝 눈을 감고 어깨를 으쓱이며 감미로운 환호성을 음미합니다.
"말세! 말세가 도래했구나! 우리 금봉파는 끝이다! 아니! 무림은 끝났다!"
누군가가 각혈을 하며 저리 외칩니다.
하지만 끝난 것은 중세 중국의 여성상입니다 틀-딱씨.
***
"역시 오빠들이 최고야~ 그러면 내일 새벽! 딱 해가 뜨는 시간에 여기 다시 모이는 거야. 알았지? 리유랑 약속~!"
새끼 손가락을 하늘로 치켜들어 잔뜩 흔들어대고는, 옷자락을 팔랑거리면서 쌩 사라져버린다. 폭풍이 휘몰아친 장소. 폭우도, 강풍도, 천둥번개도 없었지만 쑥밭이 되어버린 공연 장소를 뒤로 한 채. 정해진 숙소에 콕 틀어박혀 찍소리 없이 기다리는 것이다. 깊은 밤이 될 때까지.
***
남들 속에 천불을 내놓고 하란은 밤까지 평온하게 쉽니다.
***
땅 위에서 전쟁이 일어나거나 사람이 죽거나. 별들은 밤하늘을 수놓는다. 손가락으로 천막을 슬쩍 열어보곤, 보는 눈이 없다는 확신이 있을 때 살금살금 발자국을 옮겼다.
"한 박자 늦게 터지는 벽력탄을 깔아볼까나.."
물론 비유적인 의미다. 그녀는 부상자들을 모아놓은 천막을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그냥 부상자도 아니고 차마 손 쓸 수가 없어 사실상 버려진 이들의 천막. 아무튼 그 안의 사람이 비참하면 비참할수록 좋겠다.
가급적 순라를 피하는 동선으로 움직였다. 들키면 들키는 대로 어쩔 수 없지만... 뭐 어쩔건데? 나는 예쁘잖아!
***
뻔뻔해진 미사하란은 부상자들이 신음을 흘리고 있는 병동 막사로 이동합니다.
거기에는 밤낮에도 구슬땀을 흘려가며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의원들이 있습니다.
***
저런 몸을 이끌고 어찌 살아있을까. 죽음과 부패의 향만 사방에 가득하고 그들의 눈에는 이미 생명이 흘러나온 듯 보인다. 그녀는 턱을 괴고 그들을 빤히 보았다.
'가망 없는 녀석들은 어디 있지?'
살아날 사람을 살려서 무슨 소용이 있나. 살아나지 못할 사람을 살려줘야 신녀 소리를 듣지. 분주하여 주변을 신경쓰지 못하는 의사들 사이를 타박타박 걸어서. 한 명을 찍었다.
#가망없이 방치되고 있는 환자 한 명에게 생장선술 초고속재생 사용해용 부상3단계 치료하는 그거
***
환자 한 명을 치료합니다!
가장 고통스럽게 죽어가던 환자 하나의 얼굴이 편안해지고 새근새근 잠을 자기 시작합니다.
"뭐, 뭐야?"
의원 한 명이 하란이 치료하는 것을 보고 놀라서 들고있던 바구니를 떨어트립니다.
***
그녀는 환자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고뿔에 든 아이를 보살피는 어머니의 손처럼, 그녀의 손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어쩌면 오늘 밤 그는 좋은 꿈을 꿀지도 모른다. 편안히 잠든 환자에게서 손을 뗸 그녀는 입가에 검지손가락을 가져다댔다.
"쉬잇.. 놀라는 건 지금 말고 조금 있다가 하기?"
아직 갈 길이 멀다. 일일히 운기조식하고 내공 채우고 선술 쓰고 다시 운기조식하고...
#내공을 채우기 위해 운기조식합니다..
손쓸 수 없던 환자들 전부 이런 식으로 고쳐주고 싶은데 이거 스킵 안되나용 크아악
***
안타깝지만 이건 스킵하실 수 없습니다!
그럼 사기잖아요!
운기조식은 2번 남았습니다.
***
#운기조식
#운기조식
***
내공을 모두 회복합니다!
***
내공이 모두 찼다. 이 짓도 할 일이 못 되겠군. 너무 번거롭다. 영약 하나만 더 먹었어도 이 막사의 모든 환자를 치료할 수 있거늘..
그녀의 손이 다음 중환자에게 향했다.
***
치료합니다!
"어어어어..."
다른 의원들도 지금 이게 뭐다냐, 하면서 와서는 하란을 보고 입을 헤 벌리고 있습니다.
저런건 살면서 본적도 없고 경험해본적도 없고 들어본적도 없으니까요!
***
"이런 사람, 몇 명이나 남았어?"
하하 감탄해라! 숭배해라! 나는 새롭게 피어나는 봄의 화신이다! 하지만 아무리 화신이라 하여도 내공의 한계까지 극복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하여 그녀는 의원들이 손 쓸 수 없는 자가 몇이나 되는지 물어보았다. 빡세게 치료하고, 다음 공연까지 달려야지!
***
"여, 여기있는 사람 전부입니다만..."
뭣
***
"....."
티 내진 않았지만 하란이, 지금 식은땀이 나는 것 같다. 이렇게 된 이상 거래를 해 보자.
"윗선.. 장문인께 말씀 하나 올려줄래? 구십년 영약 하나만 있으면 여기 있는 사람, 전부 살릴 수 있다고 말이야.."
"원한다면 주둔지 내 모든 부상자까지도?"
어느 세월에 이걸 하나하나 치료해!
#영약기연 지금 주세용 제발!!
***
"바, 바로 말씀 올리겠습니다!"
의원 하나가 호다닥 뛰어갑니다!
***
"♪레♪도♫솔♪미... ♪레♪미♫파♪도..."
의원이 황급히 달려나간다. 그녀는 아무 의자를 잡고 병동 막사의 한가운데 앉았다. 그리고 작게 흥얼거린다. 작게? 마냥 작다기보다는 막사 안에 있는 자라면 어디서나 이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8개의 음으로 시작하는, 꼭 자장가 같은 노래. 공포와 고통에 짓눌린 이들을 일으키는 음률을..
***
곧, 장문인이 달려옵니다!
"허어억!"
여전히 턱이 빠져있어서 말을 제대로 못하고 있군요. 그저 하란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있습니다.
뭐라는건지 못알아듣곘네요.
***
영약 왔따! 영약..왔...나...?
"뭐야. 왜 그래요. 말을 하세요..."
***
턱이 빠진 사람한테 말을 하라니, 그 원인이 된 자가 하는 말이라곤 참으로 후안무치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으어어어! 어어어!"
"그, 영약을 먹으면 정말 다 치료할 수 있냐고 물으십니다."
넌 어떻게 알아듣니?
***
그런 말이었어? 말해 뭐해!
"아유 당연하죠! 이 사람 좀 보라니까요?"
아까까지만 해도 죽음을 기다리다가 그녀의 손길에 편히 잠든 환자가 있다. 편안한 마지막을 선사했다는 뜻이 아니다. 그는 되살아났다.
"이 의원이 봤을텐데.. 그 술법 중에 내공의 부족으로 펼치지 못하는 것이 있거든요~ 딱 그 술법만 펼칠 수 있다면...아아.."
***
부들부들 떠는 장문인, 그리고 안절부절못하는 의원.
"회, 회의를 여시겠답니다."
음...대단한 짠돌이로군요.
장문인이 어어어! 하면서 소리치자, 의원이 또 황급히 어디로 뛰어갑니다.
아마, 자고있던 문파의 중진들을 모조리 깨우러가는 것이겠죠.
***
이런 짠돌이같으니 주겠다면 그냥 주면 될 것이지... 이러다가 새벽 공연 시간을 맞출 수 있을련지!
***
회의가 끝나고, 하란에게는 하나의 목함이 주어집니다.
아주 작은 목함입니다만, 그 안에는 영약이 있을게 틀림없습니다.
***
"호오.."
작은 크기 안에 꽉 들어찬 영기가 느껴진다. 이렇게 금빛이 감도는 단약은 처음 보았다. 맛은 어떻고 효능은 또 얼마나 뛰어날까.
목함을 얼굴 가까이 하고 지그시 향을 맡던 그녀는 이내 영단을 집어 입 안에 넣는다.
#먹고 운기조식!! 가자!!
***
섭취합니다!
금빛 기운이 하란의 몸을 휘감습니다.
무언가를 느낀 하란은 곧바로 가부좌를 틀고 운기조식을 시작합니다.
눈을 감자, 거대한 적룡의 눈이 보입니다.
꿈뻑.
적룡의 황금안이 하란을 바라봅니다.
하란도 황금안을 바라봅니다.
- 나는/너는 인간/용인가?
***
시선을 가득 채우는 거대한 눈. 이 눈은 나의 눈인가 남의 눈인가?
질문의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등용문에 오르기 직전 이미 비슷한 질문에 답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용이다."
어중간하게 발을 걸치는 것은 없다. 이쪽이면 이쪽, 저쪽이면 저쪽인 것이다. 하지만 그 뒤에 붙일 첨언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시작을 잊어서는 안돼. 기억해."
그 누가 과거 없이 미래로 나아가는가. 땅을 다지지 않고 누각을 쌓을 수 없다.
#우리는 용이다 그런데 인간이었던 과거도 잊으면 안돼
***
- 기억해라/잊어라.
- 우리의 시작을/끝을.
- 나는 용/인간이다.
꿈뻑.
하란은 정신을 차립니다.
금봉파의 황금단을 섭취했습니다. 90년의 내공이 증가합니다!
현재 최대 내공은 300년입니다.
***
"....."
일순간 눈빛에 황금빛 기운이 서리더니 천천히 녹아 기맥 안으로 사라졌다. 깊은 해류처럼 흐르는 내공이 선명히 느껴졌다.
지금이라면 금봉파와 한 약속을 지키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녀는 호기롭게 천막을 걷고 나와 중상자들이 있던 그곳으로 향한다.
"저기, 여기에 있는 사람들 말고도 모든 부상자들을 이쪽에다 모아줄래? 앞 못 보는 자가 있으면 손을 잡아 주고, 걷지 못하는 자가 있으면 들것에 실어서라도 데려와."
"돌아갈 때는 스스로 돌아갈 테니까 걱정 말구!"
#부상자들 집결!!! 해줘
***
부상자들이 모두 집합할 때 까지는 시간이 걸릴겁니다.
다들 중상자니 말입니다...
***
"...~..."
얼마나 걸릴까? 고생하고 있을까? 그렇잖아도 삭신이 쑤시고 피곤한데, 이 밤중에 무슨 홍두께냐고 짜증을 내고 있을까? 그들의 표정이 기대된다. 그녀는 악동처럼 웃으면서 흥얼거렸다.
#기다려용! 아 그리고 생장선술 영역전개 말인데 영역전개 - ㅇㅇㅇ 이렇게 이름이 붙더라구용? 그거 제가 만들어도 되나용?
***
곧 사람들이 모입니다!
영역전개 뒤에 이름이 따로 붙어있지 않으면 이름을 붙이실 수 없습니다!
***
그녀는 천막 위에 사뿐히 올라앉아 가부좌를 틀어 앉았다. 어두운 밤중에도 그녀가 불러모은 부상자들의 시선이 온 몸으로 느껴진다. 천막 아래서 눈을 감고 신음하는 이들의 갈 곳 없는 호흡마저도. 그들의 기대와 갈망이 느껴진다. 뒷골이 오싹하면서도 짜릿해지는 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다 모인거지~?"
방글 웃으며 주변을 빙글 둘러보았다. 그리고 양 손으로 수인을 맺는다. 그 손동작이 봉오리를 깨고 피어나오는 꽃과 닮아있었다. 그녀의 입술에서 휘파람이 흘러나온다. 선술 사용에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치유의 기적을 일으킬 때 마다 이 휘파람을 부를 작정이었다.
"♪레 ♪도 ♫솔 ♪미... ♪레 ♪미 ♫파 ♪도..."
생장선술, 영역 전개!
#생장선술 10성 영역전개를 발동하고 모여든 모든 부상자들에게 7성 초고속재생을 사용합니다 0/300
***
『 영역 전개 』
쩌엉 - !
범부들은 볼 수 없는, 고명한 고수들만 눈치챌 수 있는 기묘한 기운이 주변을 뒤덮습니다.
초고속 재생.
싸아아아아아아.....
순식간에 내공이 빠져나가며 강력한 탈력감이 드는 동시에, 사람들의 부상이 씼은듯이 나아가기 시작합니다.
***
그녀는 수인과 자세를 풀지 않고 천천히 호흡하였다. 온 몸이 물 먹은 수건처럼 늘어지는 기분이나 저들 앞에서 풀썩 쓰러질 수야 없는 노릇이니.
"아직 안 끝났어... 조용... 움직이지 말구...?"
하여 그녀는 소탈한 거짓을 말한다. 사실 치유는 진즉에 끝났지만 그것을 빌미로 부상자들에게 얌전히 있을 것을 주문한다. 그 틈새에 짧은 운기조식 한 번을 마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일어나려는 생각이다. 운기 중 저들 때문에 삐끗하면 안 되잖아?
#아직 안 끝났으니(구라) 가만히 있어봐! 하고 운기조식 1회
***
한 번에 대량의 내공을 소모했습니다.
3번의 운기조식이 필요합니다.
***
#운기~조식~
***
모든 내공이 회복됩니다.
***
"아.. 끝났다.."
그녀는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해 뜰 때 공연하겠다고 말은 했으나, 계획을 조금 바꾸어도 좋겠다.
지금 이렇게 사람을 모아놓은 흐름을 이어가야 하고. 어차피 시간이 꽤나 흘러 여명이 찾아올 때가 된 것 같기도.
"모인 김에 바로 시작할까? 모두 손잡고 따라와볼래~?"
#회복된 사람들 피리부는 사나이 처럼 끌고 바로 공연하러 갑시다
***
"예...?"
사람들이 어리둥절하며 따라갑니다.
이게 무슨 일이람!
***
해가 뜨나 안 뜨나 뜨나 안 뜨나 뜬다!! 곧 뜰 것도 같아! 그녀는 왈패들을 이끄는 여두목처럼 무인들을 끌고 갔다. 낮에 공연을 했던 그 장소다.
"어디보자~ 낮에 봤던 얼굴 어디 있나~."
일단 사람들을 모아두고 주리유의 전매특허. 낮간지런 개소리 몇 번 해주며 시간을 조금 때웠다. 그녀는 이 공연에 대해 조금 생각한 바가 있었고, 떠오르는 해는 아주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이다. 적절한 때가 되었을 때 그녀는 공연을 시작했다.
펄럭. 팔을 휘두르자 소매 끝단이 크게 휘날렸다. 몇 번의 손짓과 걸음으로 관중의 시선을 다시금 자신에게 몰아온다.
- 두 명의 연인이 서로에게 빠져 있네.
그 이후, 첫 소절의 운을 띄웠다. 곧 해가 뜰 시간이다. 하늘은 아직 어스름하고, 초봄의 공기는 싸늘하다. 바닥에 앉거나 서서 노래를 듣는 자들은 하나같이 입김을 뿜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아침잠처럼 나른했다.
- 난 홀로 사랑하는 이와 시간을 보냈고
- 그녀의 빛나는 피부가 내 밤을 밝게 비추었지.
노랫가사는 한 남자가 제 연인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내용이었다. 가수가 여인임에도 남자의 시점으로 노래하는게 묘하다. 듣는 자들에게, 그녀가 빛나는 연인이 되어주겠다는 건가. 만인의 연인이. 그녀가 저들에게 쌓은 업이 있으니 많이 희석되겠지만, 어쩌면 나쁘게 들릴 말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절벽 위에 단아하게 피어나 누구보다도 고귀해질 수 있는 여인이, 가장 낮은 곳을 자처하며 충격적인 행색으로 노래하는 꼴을 나는 보기 어렵다고.
- 너를 보는 데는 등불도 필요 없어. 그러니...
다만 그녀에게는 수가 있다. 맨살을 드러낸 채 살랑거리며 노래하고 춤추다가 갑자기 꽁꽁 싸매고 나와선, 다급하게 꽃이 되기 위하여 절벽을 기어오르는 추태를 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모든 것을 뒤엎어 상스러움마저 아름답다고, 그들의 입으로 말하게 하는 것이다. 하물며 일개 권신도 사슴을 말로 둔갑시키는데 신선은 어떠하겠는가.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하여도 인간들은 그에서 의미를 찾을 것이다. 실제로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는 상관없다.
천하에 사랑을 뿌리며 묵자의 하느님이 되어도. 일백 번 죽고 일백 번 살아나며 손이 닿는 모든 것을 도륙하여도. 가장 낮은 곳에서 인간들과 피부를 맞대거나 가장 높은 곳에서 감히 우러러볼 수조차 없게 되어도 인간의 마음에 신앙은 피어나는 법. 그녀는 무한한 길 속에서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다. 아침이 고개를 내미니 미리 짜놓은 판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 빛나줘.
태양은 여덟 갈래 욱광을 내지르며 솟아오르고, 그 산등성이 위에 구름은 절묘하게 걸려있었다. 구름 깔때기에 모인 빛줄기가 열려, 분홍색 옷감과 한껏 드러난 피부를 두들겼다. 햇빛은 그녀를 거치고 사방으로 퍼져나가 새벽의 싸늘함을 밀어낸다. 황금처럼 찬란히 빛나는 자태는 아침에 뜬 만월이라.
가희가 되겠다고 하여 정정당당히, 아니 단순무식하게 기예로만 밀어붙이지 않을 것이다. 가희로 시작하여 가희로 남겠는가? 지금부터 그녀가 밟은 곳과 만진 것, 머문 곳과 지나간 곳에 이적이 피어오를 것이다. 무대 위와 무대 아래가 모두 공연이다. 삶이 곧 공연이다.
- 네가 가장 빛나는 순간은 지금이야.
음률은 절정에 달하여 계단을 밟듯 높게 올라갔는데, 날카롭거나 예리하게 귀를 찌르는 기색이 없었다. 미미하게 끊어질 듯 끊기지 않는 호흡과 같이 목소리가 한없이 흐려짐에도 그 소리가 가리어짐이 없었다. 오히려 사방을 채우는 것은 그녀의 음성뿐이다.
미묘한 고요함 속에서 그녀의 깊은 심상이 숨쉰다. 나를 보아라. 나에게 손을 뻗어라. 나는 너희에게 없는 것을 주러 왔노라! 내가 너희에게 무엇을 주는지 잘 보라! 적호검희와 복건용왕은 깊은 곳에 묻어두자. 사람을 죽이고 모략을 짜거나 남의 눈에서 피눈물 나게 하던 어두운 과거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은 거짓을 말해야 할 때. 마음을 훔치기 위해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해야 할 때. 한없이 발칙하고 뻔뻔하며 가증스럽게. 하지만 그 낮두꺼운 행태가 거짓을 진실로 뒤집을 터이니, 신성이 모든 것을 허용하리라.
- 시간마저 느리게 흘러가
- 네가 빛나는 순간 속에서.....
빛 속을 헤엄치는 나비처럼 몇 걸음을 걷고 손짓하자, 뭉게구름으로 쌓은 빛의 전당이 보이는 듯 하다. 태양마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다. 정말로, 시간이 멈추었다는 착각이 들지도.. 정녕 이 인간이 그리 천박하게 굴던 도색 미치광이가 맞는가. 낮의 분위기를 뒤집어 순수한 미를 끌어오는 것이 가히 인격을 갈아 끼운 것 같았다.
***
공연이 시작됩니다!
사람들은 저게 뭐시여, 하고 쳐다보고 있습니다.
흠, 두 번 정도로는 부족하단 건가?
***
#어.. 계속 공연합니다?
으아 캡틴 저거하나로 다 해먹으려고 나름 열심히 준비한건데 한번만 넘어가주시면 안되나용 다음걸 생각을 안했서용
***
공연을 끝마칩니다!
머어엉하니 사람들이 하란을 쳐다보다가, 몇몇이 박수를 치기 시작합니다.
짝짝짝짝짝.
저번과는 사뭇 달라진 반응입니다.
***
이곳저곳에서 새싹처럼 피어나는 탄성과 박수소리. 그녀는 상쾌하게 쏟아지는 빛을 받으며 섰다.
"해가 뜨는 아침! 새롭게 거듭나 다시 시작하기엔 최고의 시간이지."
그래. 그녀는 이성의 입으로 슬피 우는 자에게 윽박지르고, 합리의 손으로 지쳐 쓰러진 자의 멱살을 잡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안다. 이성은 그 자체로 완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겨울을 버티고 일어나는 초목들처럼 말야!"
#본단 뺏겼다는ㅋㅋㅋㅋㅋ 팩트폭행은 자제하곸ㅋㅋㅋㅋ
암튼 힘내라 힘
***
저번보다는 확실히 나은 반응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이 유-교 중세 중국에서 하란의 공연은 쉬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것입니다.
공연을 끝마치실 수 있습니다!
***
아ㅋㅋ 안 받아들이면 어쩔건데 기적 받기 싫어? 처신 잘하라고(????
#어찌 첫술에 배부르랴 일단 공연은 끝내는걸로! 금봉파 안에서 할일이 남아있나용?
***
공연을 종료합니다!
마찬가지로, 내공 기연이 종료됩니다!
현재 남아있는 내공 기연은 2개입니다.
금봉파에서는 필수적으로 해야할 일이 더 남아있지는 않습니다.
***
떠나기 전에 장문인이나 한번 더 뵐까? 그래서 그녀는 냅다 쳐들어갔다. 이제 그들은 놀라지도 않으리라 믿는다. 지금껏 해 온 짓에 비하면 이정도는 뭐..
"장문인~! 마음의 짐은 조금 가벼워지셨나요~? 아니면 텅 빈 마음이 채워지셨을까요!!"
언제 봐도 경박하군. 음.
***
여전히 장문인은 턱이 빠져있습니다.
뭐라 말하는진 모르겠지만 반가워하는 것 같진 않네요!
***
짐짓 손으로 입을 가리고 놀란 척이다.
"세상에 장문인 어찌! 제가 얼마나 사랑스러우셨으면!"
"이리 와 보셔요 제가 책임지고 다시 끼워드릴테니..."
#오드득 뽀드득 딸칵
***
덜컥!
"으어어, 어? 이이이! 이 요망하고 불령한 자 같으니!"
턱 다시 빼는게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사실 다 좋으면서 틱틱거리긴! 암튼 기운이 살아나시니 다행이네요!"
진짜다. 처음 보았을 때 텅 비어있던 모습보다는, 지금이 훨씬 산 사람같지 않은가. 뭐 요망하고 불령하고.. 귀에 태극권 고막을 장착한 그녀에게는 통하지 않는 악담이다.
"앞으로도 그렇게 쌩쌩히 사시면 더할 나위가 없겠네요~! 저는 다른 곳에도 사랑을 전파하러 천리길을 떠나니 제 앞길을 축복해주시와용~ 홍홍홍홍홍!!!!"
***
괴성을 뒤로하고 하란은 떠납니다!
이번엔 어디로 가볼까요? 정해놓은 곳은 있으십니까 갓 데뷔한 아이도루?
- 녹림 공연
- 1. 팔룡방
2. 파계회
3. 매리곤문
4. 혈검문
5. 녹림
6. 수림
.dice 1 6. = 5
#다이스에 맡겨보아용 단판으로 고!
***
녹림 칠십이채의 총본산으로 이동합니다!
거기서는 거대한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우리의 형제인! 대왕산채의 복수를!!!!"
어......
***
이번 목적지는 녹림칠십이채, 총본산! 이번에는 어떤 모험과 충격먹은 관객들이 그녀를 기다릴 것인가!
"....오우."
뭔가 귀찮은 일에 말려버린 것 같다. 대왕산채가 뭔데? 잠깐 대왕산? 복건성에 있는 그 대왕산의 대왕산채 말인가. 자기 영지에 있던 이들이니만큼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다. 채주 추풍낙엽. 혈검문과 친하다..
***
거대한 불꽃은 사람을 태우는, 화장을 하고 있던 중이었나봅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장례식을 하고 있던 것이죠.
"반드시!!!! 반드시 대왕산채의 복수를 하리라! 우리 녹림호걸들이여! 형제의 죽음을 모른척하겠는가!"
"아니!!!"
***
콘서트를 하러 왔는데요
아뇨 장례식입니다
아ㅋㅋㅋㅋㅋㅋ
"어 어머나 상중이셨구나 이것 참 하필 이럴 때 찾아와가지곤 정말 참."
아무리 뻔뻔해도 장례식장에서 난리치는 건 진짜 선 넘는 것 같아. 그렇고말고.. 이걸 어쩐대냐.
#구석에 쭈그러듭니다. 잡아! 끌어들여! 난처하게 만들어!!(????????
***
구석에 쭈구려 앉습니다.
광기와 분노의 장례식이 얼추 진정이 되어갈 때 쯤, 거나하게 취한 산적 하나가 변소를 찾아가다가 하란을 발견합니다.
"뭬, 뭬야?!"
차앙!
바로 칼부터 뽑아드는군요.
***
돌아간다 안 돌아간다 돌아간다 안 돌아간다. 마음속으로 나뭇잎을 한 천 개쯤 뜯었을 때, 운명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빼지 말고 들이박으라고. 아! 가혹한 운명이요!
"으, 으헥."
사실 분홍색 뭐시기가 한구석탱이에 앉아있으면 술에 취하지 않은 사람도 흠칫 하지 않을까. 칼을 뽑는다고 누가 탓하리오.
"아 아냐! 아니라고 암튼 아냐! 나 쯩 있다니까!"
원래 성격 나왔으면 저 놈은 바로 땅바닥이랑 입맞춤하고 있을 터. 하지만 그녀는 가면을 벗지 않고 허둥거렸다.
#저는 수상한 사람이 아닙ㄴ디ㅏ
***
"침입자! 죽어라!"
산적들은 그런거 모릅니다. 일단 칼부터 날리고보죠. 그게 산적의 섭리입니다.
팅!
물론, 이런 허접한 검격을 하란이 맞아줄 이유도 없지만요!
"침입자? 침입자!"
우르르르르.
문제는, 저 무시무시하게 많은 산적들이 몰려들고 있다는거겠지만요!
***
"끼야야야양!!!!"
아이고!! 산적들이 용,,아니 아이돌 잡네!!
"오빠들 후회한다?! 진짜 후회한다?!?! 나 오빠들 윗선이랑 직접 만나고 왔다니까! 히이익!!"
패! 흑천패 같은게.. 아차! 호재필이 이마에다 박았었지! 이런 건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 거야?! 그녀는 손으로 앞머리를 활짝 열었지만... 뭐지? 이마 과시? 마관광살포?
***
"침입자를 죽여라아아아아!!!!"
산적들이 그런걸 알겠습니까?
모르죠...
일단 칼부터 휘두르고 보는군요!
아! 이 무식하기 짝이없는 산적놈들 같으니!
***
"익....! 이익..!"
이 무지몽매한 놈들! 오늘 내가 너희를 깨우치게 하리라!
"이젠 나도 몰라아아! 다 오빠들이 자초한거야!!!"
배우기만 해놓고 써 보지 못한 통제선공. 산적들을 상대로 시험하고 말 것이다. 그녀의 눈이 일곱 번째 방향을 보고, 여덟 번째 방향으로 손을 뻗었다.
빠드드드득-!
#통제선공 압축, 결로 미궁을 만들어 가둬보아용! 200/300
***
꽈득.
공간이 압축됩니다. 이걸 어떻게 필설로 형용하겠습니까? 이 일대의 공간이 꾸욱 눌러지면서 구겨지는 것을 뭐라고 표현해야 옳을까요?
도저히 표현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저, 그렇게 이루어집니다.
꽈드득.
"으, 으아아아아아악!!!!"
대혼란이 발생합니다!
***
"내가...후회한다고 했는데..헤헤"
타인의 조언을 듣지 않는 자에게는 파멸이 오리라고 왕사가 그랬던가.. 이런 식으로 쓰라고 한 말은 아니겠지만, 무슨 상관이야.
"이제 좀 진정할 마음이 드시나아?"
그녀는 공간의 턱에 다리를 꼬고 걸터앉아 턱을 괴었다. 저거 지금 어디 앉아있는 거지? 위? 옆? 땅을 기는 개미와 같은 자들은 높은 공간의 생리를 이해할 재간이 없으리라.
***
이 자리에는 녹림의 총채주, 산왕이 있다는 것을 잊으셨습니까 용용이??
이대로 진행하실 수는 있습니다!
***
//꺄아악 우매한 용용이는 본인이었고
"내가...후회한다고 했는데..헤헤"
타인의 조언을 듣지 않는 자에게는 파멸이 오리라고 왕사가 그랬던가.. 이런 식으로 쓰라고 한 말은 아니겠지만, 무슨 상관이야.
"이제 좀 진정할 마음이 드시나아?"
이 정도면 충분히 중원의 최강무적 아이돌 주리유씨의 위력을 체감하였을 것이다. 그녀는 도로 미궁을 풀어 그들을 놓아주고, 능청스럽게 물었다.
***
다들 굳어있는 표정으로 하란을 쳐다보고, 갑작스레 선술에 당한 이들은 공포에 질려있습니다.
뚜벅뚜벅뚜벅.
그리고 저 멀리 높은 곳에 앉아있던 남자가 하란을 향해 걸어옵니다.
키는 인간치고 굉장히 큽니다. 얼핏봐도 9척은 될 것 같습니다. 거인이란건 저런 사람을 말하는 걸까요?
다리는 호랑이 가죽으로 바지를 만들어입었고, 위에는 뭔지 알 수 없는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털옷을 걸치고 있습니다.
그 안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았는지 큼직한 흉터들로 가득한 가슴과 배가 뻔히 보입니다.
흉터로도 가릴 수 없는 선명한 근육들이 꿈틀거리는 것이 딱 보아도 외공으로도 상당한 수련을 쌓은 고수입니다.
"이거, 신기한 일이군."
낮다못해 묵직한 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사마외도 어르신의 표식이 있는...흠."
뒤에 무언가 말을 더 하려다가 움찔하더니 말을 끊습니다.
"그래. 무슨 일로 찾아왔나? 흑천성에서 보낸 사자는 아닌듯한데."
***
사마외도보다는 한 끗 떨어지지만 ..이 자가 4악 중 한 명, 산왕 녹림총채주. 6척만 되어도 거한 소리를 듣는 천하에서 이 자의 키는 가히 9척에 달해 보인다. 이건 거한이 아니다. 태고의 거인족이 아닌가.
이 자도 그녀의 정체를 안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만. 그는 호재필의 표식을 바로 알아보고 그녀를 적대하지 않았다. 세상살이는 인맥과 뒷배경이 만만세..
"별 사람은 아니구, 그냥 기예든 무예든 잡부 일이나 하기로 본성에서 고용된 자 입니다. 지금은 금봉파에 들렀다가 예로 온 것이에요."
"원래는 이런 식으로 등장하려던 게 아닌데...헤헤... 식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보니."
***
"...?"
총채주의 얼굴이 이상하게 변합니다.
"잡부? 흐음...그런 취향인가...세상엔 참 기인이사가 많긴하지만 이런건 또 처음 보는군."
왜인지 기분이 나쁜 상상을 하는 것 같네요!
"원하는대로 하시게. 어르신과 동맹인 내가 당신의 안전을 보장하지."
***
"..."
그녀는 볼을 한번 부풀렸다가 다시 풀었다. 잡부, 잡일꾼이라고 한건데! 작부라고 들은 건가? 아무리 관병들에게 체포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짓을 하고 돌아다녀도 그렇지, 작부라니!
..라고 그녀는 양심에 털난 생각을 하였다.
"저어, 어르신. 사실 저도 식을 치르는 것을 얼핏 보았는데.. 대왕산채에 변고가 있던 것입니까?"
쭈뼛쭈뼛 물어본다. 남의 상처를 후비는 꼴이 될까 걱정하는 모습이다.
***
"..."
총채주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집니다.
음, 긍정의 뜻이겠죠.
***
"저도 대왕산에 대해서 조금 안답니다. 채주 추풍낙엽에 대한 것두요.."
그녀는 자신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복건성 말씨. 민어로 말했다. 복건성에서 산 지가 몇 년인데 이 정도는 말하기 어렵지 않았다.
지금 자기가 정파임을 의식해서 중간에서 가만히 있거나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일단 이들에게 동조해야 한다. 무조건적으로.
"혈검문과 함께 그의 명성이 온 산에 가득했는데..어찌 그런.."
***
"흐음...."
총채주의 얼굴이 조금 풀립니다.
"그들을 위한 위령제를 지내고 있었소만, 도와주실 것이라도 있으신가?"
장송곡을 원하는군요.
산적들이 부르는 장송곡이라 해봤자 사실 뭐가 있겠습니까. 쳐죽이고 복수하자 적의 피를 마신다 이런거 말고 없겠죠!
하란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때입니다.
***
"아하!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위령제와 장송곡! 처음 왔을 때는 엄한 때에 와버렸다고 자책했지만 생각해보니 그럴 것도 없었다. 도리어 고난이 뒤집혀 기회가 된 모양이다. 그녀는 산왕에게 꾸벅 머리를 조아리고 쪼르르 물러났다. 그리고 본성에서 붙여준 호위무사들에게 이르기를
"거기 호위대상인 아리따운 소녀가 공격당하는데 아무것도 안 한 호위무사들! 시장통 내려가서 북이랑 북채 만들어와요! 크기별로 하나씩 빨리!"
본래 장송곡이라 하면 사람 속을 뒤집어놓을 정도로 청승맞은 것이나. 아까 분위기를 보면 죽인다 복수한다 같은 분위기가 더 잘 먹힐 것이다. 그녀는 호위들의 등짝을 때리며 재촉했다. 그들에게 조금 감정이 생긴 모양인데 착각이겠지..
***
호위무사 본인들은 좀 억울해하는 것 같지만 어쩌겠습니까? 꼬우면 사장님 하세요. 니들이 아이도루하던가?
그들은 열심히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옵니다!
북과 북채를 여러개 지고 왔네요!
***
"이 북은 여기 놓고 작은 북은 저쪽에.. 북채는 이리 줘요!"
그녀는 아까 광란의 장례식이 벌어지던 곳에 판을 깔기 시작한다. 북들을 제 자리에 놓고, 소매를 크게 걷어올린 후 북채를 단단히 쥐었다. 둥! 둥! 둥! 북 소리에도 문제 없음!
녹림도들이 모여드는 동안 그녀는 금모구미와의 시간을 되새겨 보았다. 그에게서 많은 악기에 대해서 배웠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얼후도, 비파도, 금도 아닌 북이었다.
"북은 귀가 아니라 심장으로 듣는 악기니까."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진짜로.
***
공연을 시작하시겠습니까?
***
#시작합니다
지금 열심히 글쓰는중.. 30분 전에 올릴 수 있을것인가(두둥
***
"아아아아아아아-!!!!!!!!!!"
첫 곡은 그녀의 독주다. 북채를 높이 들고 입을 연다.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아무리 따져도 미성과 거리가 멀다. 강렬한 북소리로 박자를 맞추며 구색을 맞추었지만 본질적으로 절규에 더 가까웠다. 자기 심장으로 만든 신발을 들려주어 떠나보낸 아들이, 죽어서 돌아온 것을 보는 어미의 절규 말이다. 그녀의 표정은 고통스럽게 일그러져 있었다.
"옳은 것은 언제나 옳다!!!!!"
"옳은 것은 변하지 않는다!!!!!"
찢어지는 소리가 천둥처럼 울렸다. 저 작은 몸 속 어디에서 저런 소리가 나오는가.
"자신을 되돌아보거라 아들아! 얼마나 고통스러웠느냐! 이 지경에 이르니 많은 생각이 드는구나!"
"잘 들어라! 지금 어떤 고난에 빠졌느냐!! 얼마나 오래 몸부림쳤느냐!!"
그녀는 북채를 들고 북을 치지만, 북채로 그들의 심장을 때리는 각오로. 온 힘을 다해 내리쳤다. 땀이 흐르고 김이 올라올 정도로. 심장 속에 벼락을 때려넣기 위하여.
"아들아!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아도!"
"아들아! 도무지 풀 것 같지 않아도!"
"아들아! 하나만 기억하거라!"
쿵, 쿵, 쿵, 쿵
"고난을 이기는 답은 네 안에 있다!!!"
"그렇다!! 그렇다!! 반드시 그렇다!!!!!"
쾅!!! 쾅!!! 쾅!!!! 쾅!!!!"
#마오리 하카 - 티카 토누
***
강렬한 곡조, 심장을 울리는 북소리.
통한을 내뱉는 피섞인듯한 외침.
총채주는 눈을 감고있고, 다른 이들은 결연한 얼굴로 북소리에 맞춰 발을 구릅니다.
***
"산중호걸들이여! 전쟁을 준비하라!
박자를 넣어주던 북이, 이번에는 음률의 주역으로 부상한다. 정방형으로 도열한 병사들의 발소리처. 더욱 빠르게, 세차게. 북에는 음률이 없되 음률이 있었다. 세게 치거나 약하게 치거나. 아니면 빠르게 치거나 느리게 치거나. 현도 현 받침도 없는 단순한 악기는 소리도 단순하기에, 바늘처럼 피륙을 뚫고 심장까지 파고든다.
"산중호걸들이여! 복수를 다짐하라!!"
천둥처럼...천둥처럼? 이건 북 소리가 아니라 진짜 천둥 소리가 아닌가? 북 소리 사이사이에, 또는 북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짓에 따라 하늘까지 으르렁대기 시작했다. 하늘이! 하늘이 응답한다! 그 분노는 정당하다고!
"복수를!! 복수를!!"
남겨진 자들이여! 분노를 노래하라! 놈들에게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고, 수많은 영웅들의 목숨을 명계로 추방하며, 남은 시체는 온갖 개 떼와 새 떼의 먹이로 던져버릴, 그 분노를!
"피의 복수를!!!!"
#MAD MAX OST - Blood Bag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하란의 노래와 함께 더해지는 산적들의 발구름은 어느새 노랫소리와 북소리를 덮고 온 산중을 뒤흔드는 거대한 장송곡이 되었습니다.
곧, 공연이 마무리될겁니다.
***
소리의 잔향이 오래도록 남아 산중을 휘감으니 태산을 밀어 평평하게 만들고 산군마저 쫓아버릴 기세다. 첫 만남이 삐끗했지만 우직하게 호응해주는 녹림도들은 그녀의 마음에 꽤나 들었다. 이것이 바로 초월이고 합일이니 그들은 미래에 충실한 신도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아~ 이거지. 금봉파는 망측하니 요망하니 천둥벌거숭이니...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두둥! 마지막 북소리가 끝난다. 움직임을 멈추자 그제서야 흐르는 땀과 더위가 느껴졌다.
"하아...."
#공연을 마무리합니당
***
공연을 마무리합니다!
산적들의 눈에 흉흉한 기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이것이 하란을 향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용왕이자 신선이며 초절정에 이른 미사하란이 보기에도 흠칫 놀랄 정도로 강렬한 안광입니다.
"아주 좋았소. 감격스럽군."
총채주가 무표정한 얼굴로 하란에게 포권을 합니다.
"보답이라도 드려야겠지. 흠. 무엇이 좋은가...."
그의 귀가 움찔 움직입니다.
"아. 그게 좋겠군."
총채주가 주먹을 꽉 쥡니다.
"내 한 수를 받아보시겠소?"
예?
***
"소녀 또한 북채를 쥘 수 있어 영광이었답니다."
금봉파! 보고 배워라! 이게 올바른 관객의 태도다! 천하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그녀를 좋아해주면 더할 나위가 없겠건만!
..라고 생각하던 차. 이번에는 총채주가 북채를 쥐고 그녀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저, 그.. 좋았다면서 주먹을 왜.. 그녀의 어깨가 움찔했다.
"하, 하하한 수를 말인가요?"
다행히도 죽이거나 협박하려는 건 아니었다. 친히 한 수를 베풀어준다고 총채주는 말한다. 천하 18대고수의 일원이 친히 한 수를 보여주겠다는데, 이걸 무섭다고 빼면 삼류무사고 초절정고수고 스스로 무림인이라 칭해선 안 된다. 감히 평생을 기다려도 오지 않을 기회를 어찌 걷어차랴!
"화경 고수는 처음인데 이걸 어쩌지..헤헤헤.. 이 은혜를 거절하면 무림인도 아니죠! 감히 소녀가! 받아보고자 함을 청합니다!"
#
한 수 보여주세요!!
안 통할 걸 알지만 통제선공 0성 1성으로 방어하고, 뚫리면 풍상설우 9성으로 공격을 흘려보내려 합니다. 100/300
통제선공
- 0성 압축/팽창 : 내공을 100소모합니다. 공간을 압축/팽창시킬 수 있습니다.
- 1성 결 : 압축한 공간을 단단히 굳힙니다. 강한 압력, 술자의 의지 또는 특정한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굳힌 공간은 부숴지지 않습니다.
풍상설우
- 9성 풍신화 : 내공을 100 소모해 육체의 성질을 '풍(風)'으로 설정합니다. 대부분의 물리 공격에 면역되며 검기에 의한 공격 또한 그 피해를 크게 감소시킵니다.
흑호난지평정
- 1성 영웅일격 : 내공을 10 소모해 강력한 일격을 펼친다. 다이스 1~100을 굴려 50이상일 때 적에게 두 단계 부상을 입힌다. 자신보다 한 단계 위 경지까지 피해가 들어가며 그 이상부터는 경지의 차이에 의해 효과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이걸로 공격하는 것까지 포함할게용! 90/300
***
이것으로 충분합니까?
충분하다면 바로 진행됩니다.
***
#갑니다!
***
통제선공과 흑호난지평정이 동시에 펼쳐집니다.
고고고고고고고고고 - !
땅이 흔들리고 하늘의 구름이 쪼개집니다.
하란이 이를 악물고 내공을 불태우며 앞으로 뛰쳐나갑니다.
총채주는 그 자리에 서서 고요한 눈으로 하란을 쳐다보다가.
- - - - - - - - - - - - - -
...
?
꿈 뻑
어느새 하란은 누운 채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두웠던 하늘은 어느새 밝아져 해가 중천입니다.
"일어났군."
총채주가 옆에서 고기를 뜯으며 말을 걸어옵니다.
***
아
아무것도 못 봤다. 선술로도 경지 차이는 뒤집을 수 없는 것인가! 젠장!!!!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경지의 차이란 참으로 두렵군요.."
통제선공에 말려든 산적들도 비슷한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좀 더 겁에 질리긴 했지만 말이다.
#어흑흑
***
"아무것도 보지 못했나보군. 아쉽게 됐소."
총채주는 허허 웃으며 고기를 건넵니다.
"하나 드시겠는가."
***
"으윽..으.."
몸을 일으키려니 온 몸이 비명을 지른다. 그녀는 세상 슬픈 표정으로 고깃조각을 받아먹었다.. 흑흑..
"대체 무엇을..하신 겝니까?"
#힝잉잉
***
"한 번의 주먹질."
총채주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합니다.
"아직 볼 수 없을 수 있겠지. 초절정의 완숙으로 향하기 위해선 여협도 한 번 쯤 고민하게 될 문제일게요."
으적으적. 기름이 뚝뚝 바닥에 떨어집니다.
"武란 무엇인지, 그 깨달음이 내 주먹에 담겨있었던 것이니까."
***
무武
무인, 무림, 무공. 여기저기 자주 보이는 흔한 글자다. 다음 경지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등 뒤에 있었다는 사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돌아보는 게 상승의 길이었나.
"앞으로 익혀야 할 것이 한 무더기라고, 등 뒤에 있는 것들을 잊고 있었나봐요."
진룡검법과 통제선공, 나머지 2개의 공간선술. 다 좋다. 그러나 더 높게 가려면 지반과 기둥부터 다시 점검해야 하는 법이었다.
"너무 작고 당연한 것들에 대해서..."
작으면서 크다. 하나이면서 전부이다. 일중일체다중일에 범아일여라. 그래, 그랬었는데...
#잊고 있었다.
***
"기억하시오."
총채주가 뼈만 남은 고깃덩이를 내려놓습니다.
"집착을 버려야 원하는 것을 얻을 것이오. 공은 공하니 오온은 모두 공하지 않겠소? 과유불급을 반드시 기억하시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이 곳에 더 계실 참인가?"
***
"흐하하.."
허탈하게 웃었다. 보통 자기가 남에게, 자기보다 낮은 자에게 해주는 게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나 정도면 그래도 있는 그대로 보는 편이지. 집착하지 않는 편이지. 초절정쯤 되면 자기보다 강한 사람을 만나기 어려우며, 그 안에서 교만과 집착이 싹트는 모양이다. 하물며 용왕이랍시고 떠받들어지던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기는 뭘 몰라. 아직도 아는 척이나 하는 주제에..'
역시 사람이나 잉어나 용이나. 자기보다 큰 물에서 노는 것이 옳다. 그녀는 일어나 앉고 산왕에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죽비로 한 방 맞고 나니 생각할 것이 많아진 탓에."
#하란이..넌너무 나댓어
***
"깨달음이란 쉬이 찾아오지 않는 법이니 조급해마시오."
총채주가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우린 출정식을 해야하오. 난 자리를 지켜야겠지만, 내 부하들은 아니니."
***
"장례에서 했던 걸 출정식에서까지 할 순 없지만, 떠나는 길 옆에 서서 환송이라도 해 주는 것이 도리겠죠."
#출정식 구석에 서서 환송이라도 해줄게용
***
"부탁드리지."
총채주가 그리 말하고는 앞장섭니다.
곧 수백 명의 산적들이 무질서하게 서서 각자 개성있는 무기를 하늘로 들어높이고 소리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
그녀는 자신이 했던 말대로, 특별히 뭔가 하진 않았다. 그저 미소짓고 서서 손을 흔들어주는 것이 고작. 머릿속으로는 딴 생각을 하는 중이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고. 누군가는 더 강해져서 돌아오고. 누군가는 팔다리가 사라진 채 돌아오고.'
산왕의 죽비가 뒤를 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 라고, 독고구검의 묘역 안에서 나지막히 들었다. 저들 하나하나에게 어떤 운명이 찾아올지 어찌 알랴. 자기 자신에게도. 하지만 눈 감고 귀 막고 되는 대로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 그야 자포하고 자기한 자는 누구도 도울 수 없고, 어떤 것도 될 수 없는걸..
'더 낮은 곳으로 돌아가면 뭔가 있을까. 축축하고. 비천한 곳. 그렇게 될 수 밖에 없거나, 되어야만 하는 곳. 내가 맨 처음에 있던 곳처럼..'
마음 속에서 그녀의 행선지가 정해진 것 같다.
#떠나는 녹림도들을 축복하고 환송합니다.
다음 목적지. 팔룡방
***
팔룡방의 본단과 지원군이 있는 위치 중 어디로 이동하시겠습니까?
***
# 갈거면 화끈하게
본단으로!!!!!!!!!!!!!!
***
팔룡방의 본단, 광동의 서남쪽으로 갑니다!
도착하니 여덟마리의 용이 바닥에 깔려있고 그 위에 사람이 타있는 조각이 그려진 거대한 건물이 하란을 반깁니다.
이 곳이 팔룡방.
용들의 무덤입니다.
- 팔룡방 공?연
***
미치겠군. 인외 전용 뇌옥까지 있구나. 나는 왜 충동적인 결정을 하였을까. 그녀의 속은 후회로 타들어가지만 겉껍데기만은 밝게.
"반갑습니다~! 벌써 들어보셨을지도 모르지만, 주☆리유라고 한답니다! 성주께서 여기저기 좀 도와주라 하셔서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어요~!"
#자기☆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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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무표정한 얼굴로 하란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아 이것 참 어색하고 뻘쭘하네요!
***
역시 팔룡방은 금봉파과다. 나름 전통과 위엄이 있답시고, 으악 저게 뭐야 요물이다 소리치거나 표정이 싸하게 굳어버리는 유형...에라이..
"아니 뭐, 그렇다구요 예."
이 미개한 중세 중국인들. 어째서 이런 아름다움을 거부하는 것이냐?? 그녀는 마땅히 이 대륙을 계몽시켜야 할 '아이돌의 짐'을 져야 함을 깨달았다.
"요즘 전쟁 중이기도 하구.. 이래저래 돌면서 각 방파에 필요한 건 없나 해야 할 일은 없나 보고 손 좀 거들어주라고 하셨어요. 성주님께서요."
#뻘쭘
***
스르릉.
뒤에 있던 몇몇이 칼을 꺼내들려다가 제지당하는게 보입니다.
"성주께서? 우리에게 전력 강화의 기회를 주신게 아니고?"
제일 앞에 나와있던 노인이 그리 되묻습니다.
아니라고! 아니라고!!
***
"아 맞다 맞다! 전력 강화! 뭘 가지고 왔었는데 까먹고 있었네!"
몰아붙이는 팔룡방과 필사적으로 외면하는 그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길다란 것에 둘둘 감긴 천을 풀어냈다. 사실 조금 불쌍해도 보이고, 돌려주는 게 맞나 고민도 했으나 역시 이렇게 쓰는 게 제일 좋아보인다.
"광검의 영살검."
이것봐라. 너네가 잃어버린 선대의 유물 아니야? 때릴거야? 진짜 때릴거야??
#독고묘역에서 얻은 영살검을 보여줍니다
***
영살검이 덜덜덜 떨기 시작합니다.
공포에 질리다못해 자살을 기도하려는 것 같은데, 이미 한 번 죽은 영혼이라 그런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가 없군요!
"허!"
노인이 검을 보자마자 놀란듯 탄성을 내지릅니다.
"손님으로 받아들여라. 눈을 가진 녀석들은 당분간 외출을 금하도록 하고."
"존명!"
팔룡방의 무인들이 길을 열고 하란은 '손님'으로서 문턱을 넘어섭니다...
하란에게서 영살검이 사라집니다.
***
'이놈 죽이고 저놈 죽이고 다 했으면서. 영검 하나 넘겨주는 게 대수냐.'
꼬리셋 여우야! 미안하다! 근데 너 기억하는 것도 없고 너무 쓸데없긴 했어!! 내가 팔룡방을 휘어잡을 때까지 잘 버티고 있으면 거기서 꺼내보던지 할게! 어쩌면..말이야..
그렇게 그녀는 살랑살랑 문턱을 넘었다.
#왕이란 가끔 비정하기도 해야 한다..(아님)
일단 들어가용!
***
안으로 들어가고 곧, 팔룡방의 방주에게 안내됩니다!
거대한 대전과도 같은 방 안에 들어가자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천장입니다.
천장에는 정교하게 그려진 그림들이 있었는데 총 여덟의 용이 참수당하고 인간들이 환호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간담이 서늘해집니다.
그 다음에 정면에는 계단이 있고 그 위에 왕좌와도 같은 의자에 사람이 앉아있었는데, 왕좌에는 용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성주께서 보내셨다지?"
팔룡방주는 의외로 젊은 얼굴인데, 안광이 번쩍번쩍 빛나며 하란을 쳐다보며 묻습니다.
***
사방에 금칠, 아니 용칠이다. 그녀는 속이 영 언짢다. 언젠가 저 놈의 영살 전통을 확 뽑아버릴라...
...아니지. 그녀의 적이 꼭 인간만 있으리라는 법도 없지. 그녀는 상념을 떨치기 위해 숨을 크게 쉬었다.
"맞습니다! 지금은 금봉파와 녹림에 들렀다 오는 길이지요!"
방주는 지금 그녀를 어떻게 요리할까 행복한 고민을 하는 모양이다. 꿈 깨시지. 침을 발라도 호재필이 먼저 발랐을 것인데 방주 네가 뭐라고 감히.
#대답합니다
***
"그런데 우리 팔룡방에 온 이유는 무엇인가?"
글?세요
***
"......"
웃으면서 조금 뜸을 들이는 그녀. 정문에서 팔룡방 무사들의 반응이나, 지금 방주의 부담스러운 눈빛이나. 이미 정체는 들킨 것 같다. 아마 방주도 '용으로서' 왜 왔냐고 물어보는 것으로 추측되었다. 주리유로서 왜 왔나고 물어보면. 그건 처음부터 말하지 않았는가. 성주의 명으로 방파들에 어려움이나 부족함을 살피고 도우러 왔다고.
"언제까지 자리만 뭉개고 서로 노려봐야 하나.. 갑갑해서요?"
그래서 그녀는, 승부수를 던졌다.
#용으로서 말하자면. 좀 대화를 해 보자. 언제까지 노려보고 있을거냐 우리?
***
"흠?"
팔룡방주는 계속 말해보라는듯 고개를 꺼떡거립니다.
오만불손한놈...!
***
#질문권 사용해용! 123-10=113
이번 대화에 바로 팔룡방을 하란이의 포로(?)로 만드는 건 너무 나갔고..
이 용은 뭔가 다르다! 괜찮아보인다! 함께해도 좋을지도! 정도의 좋은 인상을 주려면 어떤 식으로 대화를 풀어나가는게 좋을까용?
***
팔룡방은 본래 사악한 '악룡'들의 횡포에 분연히 떨치고 일어난 사냥꾼들로부터 시작된 문파에용!
물론 나중에 용이 그렇게 몸에 좋다며? 하면서 무분별한 남획을 해버리고 환경파괴(?)를 열심히 하는 바람에 사파이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인본주의와 영물 등 신외지물에 의한 인간 세상의 혼란을 극도로 경계하는 친구들이라고 할 수 있겠서용!
나는 무해한 용이야~라고 하기 위해선 아무래도 인간에게 굉장히 친화적이고 인간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해용!
하지만 그렇다면 개천궁에서는 매우 싫어할것
***
"스승님이 누군가 껄끄러워도 다짜고짜 칼 뽑지 말고, 손을 먼저 내밀라고 그랬거든요!"
그녀는 여러 종류의 사실과 약간의 거짓을 섞어 하나로 빚는다. 팔룡방이라고 별 것이 있겠는가? 나는 인간들 편이라고 말해주면 좋아라 하겠지!
"...인간 스승님이 말이에요."
***
"...?"
다들 저게 뭔 소리인가 하는 얼굴입니다.
"용의 스승이 인간이라니?"
다들 믿지 못하나보네요!
***
"무림인은 아니구 학사였지만 스승은 스승이죠. 어릴 적 죽을 고비에서 절 끄집어내시고 스스로의 명이 다할때까지 보살펴주신..."
스승님 이렇게 팔아먹어서 미안해요. 그런데 솔직히 스승님 성격 생각해보면 이렇게 하라고 하실 것 같다. 그녀는 머나먼 과거를 떠올리면서 옷소매를 눈물로 적셨다. 흑흑.. 이것은 진실을 말하는 눈이라고...
***
팔룡방의 사람들은 여전히 경계하고 있습니다.
"...일단, 어르신의 표식도 있고 저리도 몸을 낮추니 말이라도 들어보지."
그러나 팔룡방주의 기세가 한풀 꺾인채로 자리를 권합니다.
축하합니다. 미사하란은 살아있는 채로 팔룡방에 손님 대접을 받은 최초의 용일겁니다.
***
"그러니까..어.."
인가가 떨어진다. 그녀는 황급히 눈물을 닦고 말을 가다듬었다.
"저도 인간의 생각에 대해서 어느정도 아는 바가 있습니다.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그저 강한 것이 아니라, 알 수 없는 것. 예측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요."
팔룡방은 용을 잡아 죽이는 문파다. 하지만 그게 모든 것은 아니다. 용을 잡는다 하여도 용이 하는 일을 대신 행할 수는 없다. 용을 잡은 후로 악의를 품은 태풍과 가뭄은 사라질지언정. 그저 섭리대로 찾아오는 재앙에는 손가락만 빨게 되는 것이다.
"겪지 않아도 될 재앙을 피할 수 있고, 겪어야만 하는 재앙은 예측할 수 있을 겁니다."
그 뒤에 생략된 말은 누구나 알 것이다. '내가 있다면'
***
"우린 신외지물의 힘을 빌어 그런 것을 도모할 생각이 없다."
팔룡방주가 그리 대답합니다.
"일단은 손님으로 대우해주겠지만, 그 이상의 것을 논하려 들지말라. 왜 우리에게 찾아왔지?"
여전히 경계심은 높습니다.
***
"......."
꽉 막힌 인간들.. 계속 신외지물신외지물 하는데, 빚도 재산이야! 감당할 수 있는 자에게만 그만한 부채가 생기는 거라고! 나를 무슨 사채꾼으로 보고 있나...제길.. 결국 남은 것은 정공법 뿐인가.
그녀는 손을 펴 뭇사람들에게 내보였다. 본래 영안이 있어야 볼 수 있는 것이나 팔룡방 무인들이라면 알아서 보겠지.
"저는 동정호 옥좌의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흑천성주와 만난 이유. 사파 명문들을 순회하는 이유. 이걸로 충분히 설명이 되리라 믿습니다."
***
"하!"
팔룡방주가 가당치도 않다는듯 코웃음을 칩니다.
"모두 물러가라."
그리고 곧 모든 사람이 물러나고 오직 방주와 하란 둘만이 남습니다.
"...인간 세상에 다시 용왕으로 군림하시겠다, 그것인가?"
팔룡방주의 손은 검손잡이에 가있습니다.
***
"나는 인간들의 것을 빼앗고 노예로 부리기 위하여 온 것이 아닙니다."
지금 '저'에서 '나'로 말투가 바뀐 것 같다? 아무튼, 팔룡방이 이리도 강경하니 기대치를 한 단계 더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숭배가 아니라 지지. 아니면 불가침조약..
"천박한 속인은 물질만을 숭상하고 어리숙한 도인은 관념만을 숭상하나. 실은 물질과 관념은 서로를 적대하고 제압하지 않음을 아시리라 믿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자리를 지키며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도."
"그래요. 나는 약속을 위해 왔습니다. 강성한 그대들이 한미한 나의 것을 빼앗지 않아달라는 약속."
"그리고 언젠가 세상이 뒤집혀 내가 강성해지고 그대들이 한미하게 되어도, 내가 그대들의 것을 빼앗지 않겠다는 약속을 위해서."
***
"...우리가 왜 그래야하지?"
그러게요...
***
"저를 손님으로 받아주셨지 않습니까. 이런 일이 이전에 있었습니까."
"역사의 변곡점을 맞이하여 큰 결심을 한 번 하셨으니, 부디 한 번만 더 살펴주십시오."
말을 멈춘 그녀는 포권을 올리며 허리를 숙였다.
"팔룡방의 시조들이 맞닥뜨렸던 악룡들의 시대는 그대들 손에 이미 끝났습니다. 다시금 그런 용이 나타난다 하여도, 그를 막아서는 것이 팔룡방 혼자는 아닐 것입니다.."
***
"말했다시피 손님으로 받아주었을 뿐. 그 이상을 논하려들지 말라고 하지 않았는가? 얌전히 지내다가 얌전히 떠나게."
팔룡방주의 손은 검손잡이를 꽉 쥐고 있습니다.
"이 정도가 우리가 베풀 수 있는 마지막 아량일세."
***
# 냐아악 천재다이스!!
진짜로 손님취급 받은거만 해도 선방했다 생각해야 하나용? 아님 더 비벼볼 언덕이 있나용?
***
생각은 나지 않습니다만,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좋겠군요!
***
"계속 칼을 쥐고 계시는데.. 저도 칼은 있습니다."
얼핏 제 맘대로 안 되자 본성을 드러내는 듯한 말이다. 그리고 그녀 자신의 검을 뽑아버리더니..
- 푹!
숭한 옷차림에 환히 드러난 제 배에다가 찔러버렸다. 칼끝이 등을 뚫고 나오고, 칼날이 서서히 배를 가르며 올라가며 갈비뼈 아래서 겨우 멈춰섰다. 피가 있는 대로 쏟아져 바닥을 적셨다.
"지금까지 내뱉은 말들은 판관신의 직함을 걸고 지킬 것이며, 한 치의 거짓이나 어김이 있다면 이 칼이 반드시 심장까지 찌르고 들어갈 것입니다...으윽..."
팔룡방 너희도 무인이잖아!! 이 낭만 넘치는 퍼포먼스를 거부할거야?? 어?!?!
"아무쪼록..선처를...."
***
"......"
팔룡방주의 손에 힘이 풀립니다.
"악룡이 아니라 광룡이었군. 광룡이었어."
방주는 이마에 손을 짚고는 한숨을 내쉽니다.
"각오는 알겠으나 받아들이지는 못한다. 치료는 해줄터이니 얌전히 손님으로서 머물다 돌아가라."
***
"저라도 좋게 봐주시니.. 감사할 따...ㄹ..."
생장선술이면 단숨에 붙어버릴 살가죽이다. 하지만 자상이란게 쉽게 저지르고 쉽게 고치는 것이 아니니 그에 무게가 따르는 것이고, 치료까지 해 주겠다는 사람 앞에서 멀쩡히 회복해버리면 무안할 테니..
철철 흐르는 핏물을 내려다보며 정신이 깜빡깜빡하던 그녀는. 결국 어둠 속으로 빨려들고 만다.
***
기절하고 눈을 뜹니다!
상처는 치료되어있고, 평범한 작은 방에 누워있습니다.
...진짜 치료는 해줬네요.
***
"치료도 하는구나."
오싹하다. 용의 몸을 베어버리는 것도 모자라 반대로 고치는 법도 알고 있다면. 이 작자들은 용에 대한 앎을 얼마나 쌓아온 건가.
팔룡방의 역사가 있음을 생각하면 용인 그녀 본인보다도 훨씬 해박할지도 모른다. 무서운 놈들.
...
...
그런데 이제 뭐하지. 팔룡방 안을 나다니기도 무섭다. 탑에 같힌 공주님 놀이를 할 때인가! 누군가 오지 않을, 하고 무료해진 그녀는 열린 창가 앞에 앉아 노래나 흥얼거리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 ♪ ♫ ♪... ♪ ♪ ♫ ♪..."
#한량처럼 흥얼거리기!
그리고 내공기연 2호 사용할게용
***
내공기연이 적용됩니다.
하지만 팔룡방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
"...."
아무도 오지 않는다! 공주님을 구해줄 무사는 아무도 없는 것인가!
"아아~ 어쩔 수 없네. 이 가련한 몸뚱이를 직접 움직이는 수밖에!"
그녀는 마지못해 쫑알거리며 방문을 열고 나서기로 한다.
***
"그래그래~ 다 알아! 눈을 못 떼겠지? 내도 내가 예쁜 건 이제 지긋지긋해!"
이것도 호의..라고 볼 수 있는걸까. 그럼 뭐 어쩔건데. 너희가 방주 허락도 없이, 성주 허락도 없이 내 배를 가를 거야? 차마 손은 못 대고 쳐다보기만 하는 게 애처롭기 그지없네! 눈으로라도 실컷 감상하라구!
***
귀여운 포-즈를 취합니다.
다들 쩝쩝거리며 입맛을 다십니다.
...둘이 서로 장르가 다른 것 같군요.
***
여우언니 옷이 조금 이상한데요. 매혹이 걸리긴 했는데 이상한 방향으로 걸린 것 같아요? 원래 용사냥꾼한테 보여주면 막 입맛 다시고 그런 거에요????
"재미없는 반응이네 정말~"
조금 오싹해진 그녀는 아무렇게나 둘러대고 다른 곳으로 휙 도망가버렸다.
#자리를 피해용 손님딱지 받은 김에 여기저기 돌아보아용! 들어갔다가 칼맞는곳 빼고..
***
하란에게 공개된 곳은 역시 정원과 방, 그리고 얼른 가라는듯 활짝 열려있는 정문 인근입니다.
...여긴 손님 대접이 영 박하네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얼른 가라는 듯<<
활짝 열린 정문 앞에 선 광룡 김 하란. 지지 않겠다는 듯 뒤돌아 입에 손을 모으고 외친다. 방주에서 말단 제자까지 모두 들리도록.
"팔룡방!! 즐거웠어!! 손님으로 받아줘서 고마워!!!"
"첫 만남이라 서로 놀라긴 했지만!!! 다음에 만날 땐 조금 더 웃는 얼굴로 만나자아!!!"
그 외침을 마지막으로 그녀는 쌩 도망간다. 희열과 공포가 한데 버무려진 표정을 하고서 말이다.
***
미사하란은 부리나케 도망칩니다!
저기에 두 번 갔다간 정말..............예.....
김캡도 마음이 편해집니다!
- 복건성 길거리공연
- "아니 그런데, 있잖아, 있지 있지 있지.."
팔룡방 전각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열심히 달려온 그녀. 뭔가 깨달음이 온 듯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이거 예상 외로 엄청 이득 본 거 아닌가? 내가 어딜 가도, 아무리 용 싫다는 곳 가도, 팔룡방 갔다 온 용이라고 하면 다시 생각해 주지 않을까? 그 팔룡방도 들여보내준 용이라고 하면 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할테니!"
물론 그것을 활용하려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야 한다. 하지만 그를 고려해도 꽤나 좋은 패가 생긴 것이 아닌가..?
"바로 혈검문 가야겠다. 혈검문도들이 으르렁거리면 바로 말해야지. 그네들도 꽤나 오랫동안 아웅다웅거렸다는데, 팔룡방이 받아줬다는 말을 듣고 혈검문이 배기겠어? 히히히히..."
아직 두려움에 휩싸여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모양이다.
***
놀라운 논리적 추론으로 다음 행선지를 결정합니다!
용의 모습으로 변해 날아가시겠습니까?
***
아뇽 걸어가용! 발동된 기연도 있고하니
***
어둑어둑한 밤, 하란은 열심히 산을 넘어가다가 상인들이 모여있는 것을 봅니다.
아! 딱 보아하니 산적이나 요괴, 뭐 아니면 맹수가 무서워서 같이 넘어갈 사람을 모집하고 있는 것같네요!
***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 걷자~"
"그렇게 빨리 가다가는~ 죽을만큼 뛰다가는~"
"사뿐히 지나가는 예쁜 고양이 한 마리도 못 보고 지나치겠네~"
아무렇게나 흥얼거리면서 달 아래를 걷던 그녀. 저 쪽 길 앞에 등불들이 반딧불처럼 아른거리는 게 보였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수레가 있고. 사람들이 앞을 보면서도 나아가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모습...
지금쯤 용궁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패 아무개와의 첫만남이 떠오르는 장면이다.
"저기요! 왜 길을 막고 계셔요."
***
"아!"
검을 차고있는 것을 보고 사람들의 얼굴이 밝아집니다.
"우리는 길을 막고있는게 아닙니다 여협. 사람들을 모으고 있지요. 밤중에 산을 넘는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니 말입니다."
***
"그렇다면야, 조금 지나갈게요."
물 흐르듯 상인들 사이를 스쳐지나가는 그녀. 상도의 없이 혼자 가려는 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쿨한 여자다. 암쏘쿨.
"잘 따라오시던지요~!"
***
"어어엇!"
다들 허둥지둥 물건을 챙겨서 하란을 쫓아가기 시작합니다.
***
그녀는 맨 앞에서 가벼운 걸음으로 나아간다. 밤을 두려워하는 시절은 애진작에 졸업했다.
빛나는 용의 눈은 어둠을 꿰뚫어 보기에 차고도 넘치니.
***
영험한 용의 눈이 삼라만상을 바라봅니다...
음, 저 멀리 수십은 되어보이는 도적떼들이 있군요!
산적인지, 도적떼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있네, 있어. 직접 드잡이질 하기도 귀찮아서 바람으로 저 멀리 날려버릴까 생각했으나, 그녀는 올리려는 손짓을 멈추었다.
나름 얕지만 괜찮은 관계를 쌓은 녹림도라면 굳이 얼굴 붉힐 일 없이 마무리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이었다.
"...아니면 다 날아가는거고?"
여느 때처럼 상인 행렬 앞에 당당히 등장했더니 초절정고수가 버티고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확실한 건, 그녀가 직접 알아보고 싶지 않은 기분이란 것이다.
***
열심히 갑니다...
두둥!
어디선가 북소리가 들려오고 그와 함께 노랫소리가 들립니다.
- 어허이! 어허이! 어허!
- 산중호걸들이 지키는 길을 누가 몰래 지나가느냐!
- 어허이! 어허이! 어허! 허!
- 갈 땐 가더라도 목숨만 내놓고 가거라!
- 에헤이! 허!
- 사람이면 무기를 버리고 귀신이면 물럿거라!
- 어허이! 어허이! 어허!
- 산중호걸들이 납신다!
쿵!
뒤쪽에서 무언가 커다란 소리가 들립니다.
저벅저벅저벅.
깡깡깡깡깡!
- 어허이! 어허이! 어허!
- 사람이면 무기를 버리고 귀신이면 물럿거라!
- 어허이! 어허이! 어허!
그리고 누가봐도 나 녹림이요~할법한 사람들이 앞에서 나타납니다.
그렇습니다.
대머리란 이야기입니다.
***
"어허이.. 어허이.. 어허.."
처음 알았다. 녹림도의 등장에는 타령이 들어가는구나! 하도 신기해 보이는 모습이라 그녀는 저도 모르게 그들을 따라 흥얼거렸다. 위기감? 그녀가 누군줄 알고. 지금 산왕과 포권을 주고받은 자 앞에서 위기감을 논해???
"세상에~ 녹림도는 등장할 때 소리를 하는구나! 처음 들어봤어요! 다른 산채들도 전부 이렇게 하는 거에요?"
***
"그럴리가 있겠느냐! 우리 산채만의 특징이다!"
작은 대머리가 그렇게 말합니다.
자부심이 있는 것 같군요.
"자자. 다들 살고싶으면 가지고 있는거 다 꺼내고 가십쇼~"
그들은 친절한 미소로 상인들을 접대합니다.
***
"아아~"
그렇구나~ 이 산채만의 전통이었구나~ 그런데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지금 누구 앞에서 삥을 뜯으려고!
"거기 정지! 건수 들어와서 기분 좋은건 알겠지만 다시 생각하는게 좋을 거에요!"
"최강무적의 아이도루! 이 주리유님께서 저들과 동행하고 있었으니까!"
***
"...?"
산적들은 고개를 갸웃합니다.
"그게 누군데?"
"몰?루"
그리고 결론을 내립니다.
"껄껄껄! 그래 좋소! 우리는 공명정대한 산중호걸들이니 말이야!"
오옷...녹림도 네녀석들!
주섬주섬, 무언가를 산적들이 꺼내듭니다.
어...그냥 풀쪼가리 묶음입니다.
"이게 다 팔리지 않으면 여길 지나갈 수 없다. 개당 가격은 금화 1개다."
더 악랄해졌습니다.
***
"어머 오빠들 그렇게만 장사하면 한 달만에 부자 되겠네!"
어떤 바가지와 강매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자 그것이 바로 주리유... 하지만 할 말도 다 하고 사는 놈이기도 하지. 그녀는 손깍지를 자기 뺨에 붙이고 상냥하게 말한다. 어조가 상냥했지,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나 며칠 전에 녹림도 본산에서 총채주님이랑 포권을 주고받았고, 그 전에는 성주님이랑 독대한 사람이야."
"생각 잘해?"
***
"뭣!"
녹림도들이 깜짝 놀랍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놀란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상인들입니다.
"흐음...수익의 절반까지는 내어드릴 수 있소..."
녹림도들은 과연 장사의 귀재답게 협상을 걸어옵니다.
***
'사실이긴 하지만. 이걸 바로 믿어? 순수한거야 바보인거야?'
아니면 어떤 간 큰 미치광이가 감히 총채주와 흑천성주를 팔아먹겠냐는 믿음일 것이다. 그런 식으로 사기치다가 들키면 바로 무림공적에 이름이 오르고 말 테니까.
"아휴, 절반이라니! 오늘 그냥 재수없었다고 생각하는게 어때요? 나같은 사람이 매일매일 지나다니는 것두 아니잖아요?"
"십분지일."
***
"거 문화생활 즐기게 노래랑 타령까지 해줬는데 그러면 예술에 대한 핍박아니오?"
녹림도들이 거세게 반발합니다!
"훌륭한 공연에는 그만한 값을 치뤄야지! 안그런가!"
...? 뭔가 이상한데.
***
....! 그녀의 머리 위에 느낌표가 떴다! 이놈들 모르는 척하더니 다 알고 있었구나. 이 주리유의 명성을 흠모하여 음률 한 곡을 듣고자 하는 소망이 있었던 거야!(아니다
"아하, 아하! 그렇지! 참으로 그렇죠! 오는 음이 있으면 가는 음이 있는게 도리지요!"
그러니까 그녀의 첫 길거리공연의 기회가 온 것이다.
"잠시만요.. 악상이..음..."
***
"참고로 여기는 우리 공연장이니 설마 공연을 하려거든 공연세를 내야할거요!"
가불기 미쳤다.
***
그래. 그녀가 답가를 하고 공연세로 십분지일 하면 딱 맞겠다. 지금은 공연세고 뭐고 나발을 불어도 그녀가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한번 보면 머리가 텅 비고 말걸?
그녀의 두뇌는 마르지 않는 화수분이다. 악상이 떠오르자 그녀는 입술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주변에 침묵이 내려앉고 바람에 잎사귀 날리는 소리와 한밤의 새소리만이 작게 들린다.
"게 누구인가? 가까이 와 보시게."
"옳지. 조금만 더...."
아름다우나 찜찜한 음색이다. 길 잃은 과객 앞에서 호롱불을 흔들며 유혹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저 사람처럼 보이는 이는 이미 죽은 자, 산군의 시종. 그에게 홀린 자는 발톱에 잡아끌려 만월 아래 백귀야행의 한 가운데 던져지며, 결국 범의 밥상 위에 올라가는 결말 외에 다른 것이 있겠는가. 눈물과 비명을 쏟아내며 몸부림칠 수는 있겠구나. 그마저도 어두운 것들에게는 한낱 귀여운 춤사위에 불과할지라도...
얼씨구 좋다 어절씨구 좋다. 우리 모두 함께 어깨춤을 덩실 더덩실...
***
"저저저 상도덕도 없는것 보소!"
음...반응이 좋지는 않군요.
하지만 초절정의 고수가 부르는 의미심장한 가사의 노래는 산적들을 흠칫하게 만들기 마련입니다..
"..."
다들 어째 매혹이 아니라 겁에 질린 것 같습니다.
***
"....십분지일?"
누가 '산군'인가? 그녀? 그들?
진짜 산군이라도 그녀 앞에서 한 수 접어야 하거늘. 산중 호걸로는 부족하지.
***
"제길..."
협박이 성공하고, 상인들은 가진바 재물의 십분지일을 내놓고 통과합니다!
***
"그럼 우리 가볼게요! 수고하시고! 번창하세요~!"
그냥 가도 될 걸 꼭 방긋거리며 얄미운 몇 마디를 붙이는 그녀다. 하지만 짜증난다고 너네들이 뭘 할 수 있지?? 뒤에 오는 상인들에게 두 배로 뜯던지 알아서 하렴!
***
흑흑, 어디선가 들려오는 구슬픈 울음소리를 뒤로 하고 무사히 산고개를 지납니다!
"가, 감사합니다..."
상인들은 약간 떨떠름한 기색으로 감사를 표합니다.
***
녹림도들은 그렇다 쳐. 이 사람들은 또 표정이 왜 이래?
"고맙긴요 뭘. 저들도 녹림 체면에 개평이 떨어져야 적당히 보내주지."
상인들은 아마 홀연히 나타난 여협이 산적들을 모두 쓸어버리고 산길을 무사통과하는 그림을 바랐을지도 모른다. 손해를 용납하지 않는 것. 그것이 상인의 생리니까.
하지만 상인의 생리를 내세우고 싶었으면 너희들 본인이 저들보다 강했어야지! 그녀가 상인이 아닌 무인인데 어쩌겠는가?
***
"하하...아닙니다 여협..."
하란이 생각한 그대로입니다.
저들의 표정은 하란이 보지 않을 때 썩어있다가, 하란이 보면 어색하게 방긋 웃습니다.
***
진짜인가보다. 지금 재산을 전부 빼앗기고 자기 자신까지 노예가 될 수 있었던 상황을 재산 십분지일로 막아줬는데 지금 어???? 그거 빼앗겼따고 지금!!!
...
...
그냥 가던 길이나 가는 게 좋겠다.. 이 모질이들에게 화내서 내가 무엇하나.
***
곧, 혈검문이 지배하는 복건으로 향합니다.
.
..
...
....
.....
.....!
만검매혈 만사유혈
혈검문의 현판이 보입니다.
***
복건성에 진입하자마자 천지사방을 휘감아 흐르는 영맥이 털끝으로 느껴졌다. 혈검문에도 가고, 궁에도 근황을 한번 전하는 것이 좋으려나.
혈검문의 현판과 커다란 정문. 그곳을 지키고 있는 문지기들...
"아아... 이 최강무적 아이도루 주리유께서 전쟁에 뛰어든 혈검문의 사기진작과 긴장 해소를 위하여 당도하였으니..."
그 앞에서 소매를 파닥거리면서 대책없는 말이나 나불댄다. 복건성 용왕임을 들키는 걸로 겁먹기에는 이제 너무나 멀리 왔어.
***
저건 뭐냐? 라는 표정으로 문지기들이 하란을 쳐다봅니다.
진짜 뭘까요.
뭐긴 뭐에요.
아이돌이지.
***
아무튼 휘적거리던 그녀는 팔룡방에서의 일을 생각했다. 손님으로 받아들여진 건 둘째치고 공연을 하나도 못했지 않은가. 혈검문 안으로 들어가면 이번에도 공연이고 자시고 너는 용이네 용왕이네 갑자기 왜 이러는거네.. 영양가없는 이야기만 하게 되리라는 예감이 든다.
"여기는 공기가 이상하네~ 다른 데로 가야겠당~"
그러니까 혈검문 밖에서, 혈검문도들에게 가무를 선보이는 것이지! 절대 혈검문까지 들어가려니 심력이 모자라서 이러는 건 아니다.
***
아쉽게도 알지 못합니다!
직접 돌아다니실 수 있습니다!
어디를 돌아다녀볼까요?
1. 기루
2. 객잔
3. 저잣거리
4. 책방
5. 노름터
6. 발달된 시장
***
#6번 시장!
***
발달된 시장으로 이동합니다!
과연, 해안가에 접해있는 시장답게 각종 해산물들이 풍부합니다!
익숙하고 정겨운 비린내와 물고기들.
...신하들의 모습이 왜인지 떠오릅니다.
***
"겨우내 쌓인 눈송이 고요하던 날..."
신하들. 우리 매운탕들. 용왕 없는 용궁에서 애쓰고 있겠지. 패울부는 왜 그녀를 주군으로 모시는게 '벌'인지 깨달았겠지. 조금만 기다려라. 반드시 금의환향할터이니.
"얼어붙은 나무에 새잎이 돋은 날..."
그녀의 눈이 사방을 훑었다. 시선을 끌기 좋은 곳, 혈검문도가 많은 곳을..
***
정말 '벌'을 받으며 반성하기 바랍니다 패뭐시기.
혈검문도들은 시장 중에서도 제일 목에 좋은 곳 위주로 돌아다닙니다.
....저거, 많이 본 광경입니다.
바로!
'수금'하는 장면이거든요.
"흠,흠."
이곳은 시끌벅적한 시장이자 번화가. 그러나 성스런 목소리와 손짓에 모두 침묵하게 될 곳이기도 하니! 그녀의 목소리가 바닷물 속으로 퍼지는 빛살처럼 찌르고 퍼져나간다.
새로운 절기가 찾아온다. 새로운 해와 새로운 시대가 떠오른다! 나를 보아라! 다 같이 가는 것이야!
***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과연, 길거리에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평소에도 많았는지 사람들 반응은 의외로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곡조가 좋구만!"
사람들이 천천히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
"온 천하에 나만한 보석도 거의 없을걸요! 누군가는 보는 눈이 없어서 기겁이나 했지만!"
금봉파에서 불렀던 노래를 여기서도 부른다면, 반응 역시 다르지 않으리라는 사실은 넘어가도록 하자.. 그 잔망스러운 노래들을..
***
혈검문도 중 한둘이 팔짱을 끼고서 눈을 감고 하란의 노래를 감상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기다렸나 너절한 과거와 이별할 그 날을."
"홀로의 계절을 박차고 나와서 우리로 만날 날을!"
음률을 받쳐줄 악기가 없음이 아쉬우나, 도리어 그녀의 미성을 가림 없이 들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녀는 손짓 발짓으로 추임새를 넣어가며 다가간다. 조금씩, 조금씩.
"닻을 올려 어기야 디여차 나가자!!"
그리고 곡이 절정에 달할 때 혈검문도 하나의 손목을 잡아끌어 춤사위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필시 최면에 걸려 상황 파악을 못 하고 헤롱거리며, 그녀가 이끄는대로 끌려오리라!
***
혈검문도 하나가 강제로 공연에 '참여' 당합니다!
"어? 어어?"
어어 점마 왜 끌려가는겨?
하는 소리가 주변에서 들려오지만 하란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
닻을 올려 어기야 디여차 나가자
불안으로 뒤덮인 땅은 뒤로하고
이 거리에서, 복건 안에서 비할 수 없는 패자인 혈검문도들. 뭇사람들의 눈에 그들은 감히 대적할 수 없는 강자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면 그 혈검문도의 손목을 어린이 손목 잡아채듯 하는 저 여인은 누구인가? 적어도 노래와 춤만 하는 자가 아니라는 건 모두가 알았을 것이다.
소리 높여 어기야 디여차 노래해
찾아가 또 다른 매일을 살아낼 그곳을
그의 손을 잡고. 팔과 어깨를 붙들어. 던져버리듯 멀어졌다가 다시 끌어안듯 가까워지고. 나비처럼 바람에 날아갈 듯 날아갈 듯 날아가지 않고 위태롭게 넘어질 듯 넘어질 듯 넘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정신을 못 차리는 틈에 곁에서 어리버리하던 혈검문도 하나가 반강제 춤판에 추가로 합류한다. 그리고
닻을 올려 어기야 디여차 나가자
그림자들에게는 안녕을 고하고
춤춰라! 모두 춤을 추자! 그녀는 외친다. 마음에 가득한 기쁨을 말로 하지 못하여 노래로 하고, 노래로 하지 못하여 춤으로 한다고 하였다. 모두 나에게 맞추어 춤을 추어라!
소리 높여 어기야 디여차 노래해
찾아가 또 다른 우리를 기다릴 그곳에
***
사람들은 어어, 하는 사이에 강제로 '참여' 당하기 시작합니다.
점점 공연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
흥나는 음악과 신명나는 춤사위. 리유클럽 여기에 개장하다.
집단의 몰입과 광기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그녀는 군중의 의식을 양치기처럼 이끌었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 박자 쉬고 반 박자 빠르게. 모든 주도권이 그녀에게 있었다.
'이 쯤이면 충분하겠지. 더 했다간 영락없는 사교 무리처럼 보일거야..'
그렇게 공연을 이어가던 그녀는 슬슬 이 흐름을 끊어야 할 때임을 깨닫는다. 강남의 보편 종교를 만들고 싶은 거지, 어디 산골짝 마을 사람들이나 휘두르고 지배하려 하는 것은 아니니까.
***
공연이 마무리되기 시작하고 다들 뭔가 어안이 벙벙한 느낌인듯 꿈뻑꿈뻑 눈을 감았다 뜨고 있습니다.
"뭔가...기이하구려."
"기이해."
"이게 맞나...?"
어허, 맞습니다. 맞는겁니다.
***
"흠흠흠~"
정신을 못 차리는 군. 뭇사람이 공연의 여운을 음미할 때, 그녀는 그들의 반응을 음미했다. 중세 중국에서 이렇게 도파민 뽑아먹을 일이 몇이나 있으려구.
"기억해 리유 리유 oo ee oo~"
그녀는 노래라기는 뭣하고, 가볍게 흥얼거리면서 사람들 사이를 유유히 지나갔다. 떠날 때는 박수칠 때이며 무림인은 폭발을 돌아보지 않는다고 했던가.
"기억해 리유 리유 oo ee oo~"
그러니 지금은 물안개처럼 사라지기로 한다. 나의 이름을 기억하고, 다음에 다시 만나요!
***
도주합니다!
...다들 리유라는 이름을 기억하기 시작할겁니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
그녀는 복건에 넘쳐나는 어느 산골짝 중 하나에 틀어박혔다. 복건성에 온 김에 용궁에도 연락을 해야 하려나.. 생각했지만.
"승상이랑 왕사가 쌍으로 달려와서 귀를 잡고 용궁으로 끌고 가겠지?"
거기다 그녀에게서 흐르는 요요한 기운을 느끼고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요괴랑 놀아난 거냐고 다그치겠지. 패울부는 아예 금모구미의 정체까지 간파할지도 모른다.
결국 그녀는 용궁과의 연락을 단념하였다. 가출을 할거면 확실히 해야지. 지금은 기호지세다. 강남 잡아먹고, 동정호 용왕으로 즉위하고. 좀 깔끔한 모습으로 돌아와야 그네들 입이 할 말이 없지 않겠는가.
"다음은 뭘 하나~? 빈민가에 가서 기적이나 좀 풀어줘?"
***
밤이 되었습니다. 마피아는 고개를 들어 죽이려고 하는 사람을 골라주세요.
***
하란은 밤에 지붕 위에 올라가 풀피리를 붑니다.
삐리릴리리릴리릴리리 -
나쁘지 않은 밤입니다.
달밤에 웬 사람처럼 걸어다니는 토끼가 보인 것만 빼면요.
???
***
레도솔미~ 레미파도~
잎사귀가 최고수의 손에 들리면 암기가 되고, 그녀의 손에 들리면 악기가 된다. 그녀는 만물을 악기로 쓸 수 있다. 일상적이고 하찮은 기물들은 물론이요, 인간마저도! 인간악기! 노래해라 야가미 라이토!
"......??"
그런데 저것은 무엇이냐?? 토끼가 왜 저런 자세로 길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것이지?
***
토끼는 어딘가로 두두두두 달려갑니다.
한참을 그렇게 쫓아가다가, 토끼는 웬 야산으로 들어갑니다.
호오...
***
아니 생각해봐요. 앞발 들고 두 다리로 총총총 뛰어다니는 토끼를 보고 어떻게 참아요?? 일단 영물인게 거의 분명하고, 영물이 아니라도 귀엽잖아요.
라는 마음속 욕망의 소리에 따라 은밀히 토끼의 뒤를 밟는다. 씻어서 널어둔 자기 간을 가지러 가는가! 이상한 나라의 묘역에 들어가는 입구로 향하는가!
'산토끼 토끼야~ 어디로 가느냐~'
***
산 정상 인근 깊숙한 동굴.
토끼는 그 곳에 도착하더니 자기 배에서 무려 '간'을 꺼내 바위 위에 올려놓습니다.
그리고는 그대로 잠에 듭니다.
지금 내가 뭘 본거람.
***
제 보금자리에 도착한 토끼. 태연자약히 자기 배를 열더니 간을 꺼내놓고.. 새근새근....
뭐지? 생장선술의 또 다른 전승자인가? 그녀의 입이 떡 벌어졌다.
토끼가 깨지 않게 살금살금 걸어가 뱃속에서 쫓겨난 간덩이 앞에 섰다. 냄새를 맡거나 용안으로 보거나. 아니 하여튼 도대체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이냐???
***
간을 확인해봅니다.
심상치 않은 영기가 느껴집니다.
***
영기. 영물이다. 이걸 한입에 확 삼켜버리려던 찰나 뇌리를 스치는 생각.
'간은 재생하지 않나?'
그러니까 간을 반절 잘라먹고 토끼를 키우면 그 반절이 나중에 또 자라나지 않겠느냐 이 말이다.
하여 그녀는 토끼 간을 낼름 삼켜버리는 것을 잠시 미루고, 잠든 토끼의 목덜미를 손으로 낚아챘다.
***
영약 양식을 김캡이 허용해줄리가
없죵!
하란은 토끼를 굳이 깨울까요?
***
쳇...
토끼간들고토끼기
깔깔!
***
토끼 간을 훔쳐서 달아납니다!
이딴게...용왕...?
이게...아이돌...?
***
어허 절도가 아니라 '게릴라식 소유권 변경'입니다. 억울하면 매일매일이 전쟁터인 이 중원에서 간수를 잘 했어야지!
암튼 이제는 알바 아닌 토끼 간을 쥐고 멀리멀리 도망친 그녀.. 혹시나 또 누군가에게 들키기 전에 먹어치우는 것이 좋겠다.
***
토끼 간을 그냥 바로 섭취할까요?
***
어..옛날처럼 환단을 만들어 먹나? 간 환단...?
"이 시간에 열었으려나 모르겠네~"
***
단순한 일개 약방에선 단약이나 환단 등을 제조할 수 없습니다.
아주 실력이 좋~은 곳을 찾아가야겠지요...
***
.....용궁 아님 혈검문 가라는 소리냐!!!!! 캬아악!!!
일이 다 끝나면 멋지게 금의환향하려고 했는데.. 지금 들어가봤자 서류나 던져주겠지..머리는 왜 물들였냐 옷은 그게 뭐냐 따져묻겠지. 재수없으면 어디서 여우냄새를 묻혀왔다고 난리를 칠지도.. 이거 역성혁명 각이냐?
"아. 나 방금 가출한 불량청소년 같았다."
같았다가 아니라 진짜 그거인가? 어쨌든 혈검문으로 가면. 팔룡방에서처럼 왜 용이 어쩌구, 그 간을 어쩌구, 여우냄새엔 혈검문도 어지간히 민감하겠지. 그렇다고 간을 그냥 버릴수도 없고!!
***
천재적인 두뇌가 빠르게 답을 내놓습니다.
굳이 혈검문이나 용궁으로 갈 필요가 없습니다.
미사하란은 다른 사파와 정파에도 연이 있지 않습니까?
석가장과 모용세가 말입니다.
물론, 석가장은 한창 흑천성의 공세를 받고 있으니 여간 쉬운 일은 아닐테지만요!
그 외에 충분한 돈을 쥐여주고 다른 한미한 무림 문파에 맡기는 것도 방법입니다.
***
"그러고보니 옛날에..."
아하! 용궁에 첩자를 보내던 간 큰 산청검문에 하청 넣어야지! 하지만 그 전에 확인해야 하는 중대 사항이 있다.
지금 주머니 사정이..?
***
은화 46개를 보유중입니다.
맡기기에는 아주 충분합니다.
***
"흐흐흐. 흐힛"
그녀는 산청검문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 뭐, 누구만 아니었어도 서로 알 일이 없었겠지만 말이다.
밀고 들어가서 뒤엎을 계획은 없으나 그녀는 진짜 뒤엎을 놈처럼 실실 웃었다.
***
미사하란은 순식간에 산청검문에 도착합니다!
그 곳은 아주 고요합니다.
***
"다 자나?"
자면 어쩔건데. 이 내가 당도하였거늘! 그녀는 어수를 높게 들어 산청검문의 대문을 두들겼다.
***
쿵쿵쿵!
문을 두들기자 늙수그레한 노인 하나가 빼꼼 고개를 내밉니다.
"뉘시오...?"
***
"에~ 뭐~ 대 산청검문에 일 하나 맡기고 싶어서 왔는데요. 여기 연단사도 있어요?"
촐싹거리는 그 태도가 마치 동네 사탕가게 놀러온 꼬맹이와 같았다.
"좋은 재료를 구했거든요."
***
노인의 얼굴에 밝은 기색이 떠오릅니다!
"아이고 물론입니다! 들어오시지요!"
요즘 돈이 없니 너네...?
***
"으음~"
그녀는 산청검문의 대문 속으로 쏙 들어갔다. 얘네들은 어떻게 해 놓고 사나?
***
안으로 들어갑니다!
개천궁보다 조금 나은 것 같은 살림살이들입니다.
어두운 밤이지만, 몇몇 곳에서는 하얀 연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몇 명이 서성거리고 있는 것이 밤중에도 이 곳을 찾아와 연단을 부탁하는 사람들인가봅니다.
"여기입니다."
***
대 산청검문! 무려 개천궁보다 좀 더 낫다! 아이고!!
'조금만 더 기다려라.. 내가 인간 놈들 다 휘어잡고 동정호 즉위만 하면...'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속이 영 썼다. 아까까지 실실 웃던 용용이는 어디갔냐?
'오래 있어봤자 아무것도 없으니까. 일만 보고 바로 나가자..응..'
***
얼마 지나지 않아 하란은 연단방 안으로 들어갑니다.
"어서오시오. 맡기실 물건이나 사실 물건이 있소? 구입도 하고 있소."
알뜰하군요...
***
"이거, 영약으로 만들어주세요. 토끼 생간이에요."
지금쯤 토끼는 뭐 하고 있을까? 집 나간 제 간을 찾아 울고불며 산야를 뛰어다니거나,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 한 채 잠이나 자고 있겠지. 아쉽게 됐네!
"얼마쯤 하죠?"
그녀는 소매 안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차가운 금속 쪼가리들이 만져진다.
***
"흐음..."
연단사가 생간을 받아들고 이리저리 둘러봅니다.
"은화 10개만 주시구려."
비싸!
***
은10 지불합니다
***
지불합니다!
"하루 정도는 걸릴게요."
연단사가 생간을 들고 갑니다.
***
#대충 아무데나 나와서 하늘을 천장 흙바닥을 구들삼아 잡니다zzz
***
다음날이 되어버렸습니다!
연단사에게 가면 드디어! 영약을 얻을 수 있을겁니다.
***
아싸 토끼간 하란이의 영약으로 대체될 시간! 산청검문으로 돌격한다!
"어제 맡긴 거 찾으러 왔답니다~!! 여기서 먹고가도 되죠?"
***
묘생원단을 획득합니다.
"여기서 말이오...?"
어 음 아무래도 그건 좀 선넘은 것 같죠?
***
"히이잉.."
예상컨데 밖에서 영약먹고 운기하다가, 자신도 토끼처럼 당하리라는 불안 때문이다. 나는 할 거지만 당하기는 싫다는 의지! 하지만 개천궁보다 잘 사는 산청검문이 안된다는데 힘없는 용왕님이 어쩌겠는가..나가야지...
***
아무도 없는 으슥한 곳에 홀로 묘령의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나서 동물들을 좀 갈군 다음에 호법을 세웁니다.
이제 먹어봅시다.
꿀꺽
화끈!
불꽃을 삼킨것처러머 식도와 위장이 뜨거워지기 시작합니다!
***
"스으으..... 스으으....."
뜨겁다. 필시 양기를 지닌 영약. 그러나 허둥대지 않는다. 뜨거움도, 뜨거움을 느끼는 것도, 그에 맞게 행동하는 것도 모두 오온에 속한 것이 아니던가. 오온은 무더기이며 변화한다. 조건에 의존한다. 그래, 조건. 불은 바람을 따라 옮겨가기 마련이지.
혈도에 내기가 바람처럼 분다. 불길을 인도한다.
***
운기에 성공합니다!
새로이 70년의 내공을 얻습니다!
현재 최대 내공은 370년입니다.
***
(이것도 대충했으면 주화입마 오는 거였나 싶어서 등골이 오싹해진 하란주)
'70년! 크다!'
금봉파 구십년 황금단의 바로 아랫줄이다. 지금까지 먹어본 영약들 중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효력! 영약을 삼키며 달아오른 몸은 그녀에게 은은한 고양감을 주었다. 좋구나. 좋은 일이야.
"으응~ 이제 가봐도 돼~ 어디서 주둥이 함부로 놀렸다가는 알지~???"
밥상에 올라가기 싫으면 처신 잘 하라고! 그녀는 동물들을 보내주며 단단히 으름장을 놓았다. 그럼 이제 뭘 하느냐, 뭐긴 뭐야 공연 또 하러 가야지!
***
불쌍한 동물친구들을 다시 갈궈주고 보냅니다...
흑흑 신고할거야...
장터로 이동합니다!
장터는 한산합니다.
***
오늘의 장터는 한산하다. 하지만 곧 한산하지 않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중원의 최강무적 아이도루 주리유가 왔으니까!(키랏) 그녀는 쫄래쫄래 악기점으로 향한다.
"주인장 안녕하세여~ 나 본 적 있죠?"
한번 보면 잊기 어려운 외모와 그놈의 복장. 게다가 어제 장터에서 그 난리를 치고 갔는데 모른다고 할 수가 없지! 봤다고 말 해! 어서!
***
"어어...."
악기점 주인이 놀라선 하란을 보고 삿대질합니다!
"요녀!"
아니야!
***
"어허, '선녀'!"
저기 아이도루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자가 있다!!!! 그녀는 즉시 단어를 올바르게 정정하였다. 꿀밤을 한 대 때릴까 하다가 주인장 머리통이 날아갈 것 같아서 참았다.
"크흠, 아무튼 제안하고 싶은 게 있어서 왔어요. 비싼 거 말고 중고품이라도 괜찮으니까 악기 아무거나 하나만 빌려줄래요?"
"내가 여기 가게 앞에 딱 서서 노래 좀 할라니까! 무슨 말 하는지 알겠죠?"
그녀는 악기 좀 쓰고, 주인장은 가게 홍보나 하고. 서로 이득 보자는 거지.
***
"요, 요녀가 나를 홀리려든다! 날 홀리려든다!"
...이 놈 감히 선녀님을...!
참교육이 필요하겠습니다.
***
"...에라-"
이놈 말로 해서 듣질 않을 놈일세. 결국 그녀는 주인장을 자빠뜨리고 만다. 그러니까, 기술을 걸어서 가볍게 메쳐버렸다는 뜻이다.
"내가 뭐라고 했죠? 선...?"
땅바닥에 드러누워버린 주인장의 머리 위에서, 그녀는 쪼그려 앉아 깊게 내려다본다. 선 다음에 올 글자를 재촉하면서.
***
"서, 서, 서서선녀님..."
주인장이 그제서야 자기 주제를 파악합니다.
팍씨.
***
"그렇죠? 선녀죠? 요녀란 애들은 하나같이 시뻘겋고 시꺼멓게나 있지. 이렇게 피어나는 봄꽃처럼 화사한 션녀와는 격이 다르죠!"
그녀는 주장한다. 주장의 근거란 바로 무력이다. 결국 이렇게 할 거면서 팍씨.
"아무 악기..하나만...? 빌려? 줄래용?"
***
"드, 드리겠습니다."
필요없어!
아 이게 아니지.
아무 악기나 하나 들고 가도 될 것 같습니다.
***
장기하와 얼굴들 - 가장 아름다운 노래
"고마워요~"
비로소 붙잡은 손목을 풀어주었다. 해가 떠서 가게 문 열었더니 미친 요녀..아니 선녀가 내 손목을 쥐더이다 흑흑...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비파 하나를 쥐고 가게 앞, 허리 높이의 좌판 위에 가벼이 걸터앉았다. 그 악기가 명품인지 아닌지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녀가 쥐고 연주하는 시점에서 이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보패가 된 것이다!
"너를 위해서~ 부르는~ 나의 노래는~"
그녀는 현을 뜯고, 박자에 맞춰서 손으로 비파를 두들겼다. 발도 그에 맞춰서 까딱거린다. 그저 잔잔하고 얌전하니, 오늘의 공연은 어제처럼 집단 광란을 일으킬 모양은 아니어 보인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노래~"
다만 화려한 기교와 속도가 아니라. 적당히 힘을 뺀 느긋함에서 진짜 실력이 엿보인다. 빠르기라도 하면 실수를 빠르게 넘길 수 있으나, 이렇게 느린 분위기에선 그조차 용납되지 않는다. 오히려 천천히 느긋히 보여주니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듣는 이에게 세밀히 다가오며, 그에 따라 실수가 없어야 하는 것이다.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을 것 같은 담백한 노래와 음악. 그러나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없을 그녀의 기예였다.
***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어어! 그 요녀다 요녀!"
꼬맹이들 몇 명이 하란을 알아보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
"아앗!"
그녀는 자뭇 과장된 어조로 탄성을 질렀다. 마침내 그녀의 명성이 중원에 퍼져나간 것인가! 그런데 여기서도 요녀야! 그녀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요녀라니.. 마음이 너무 아파.. 노래를 못 하겠어..윽.."
다행히도, 그녀의 인성이 꼬맹이들까지 잡아던져버릴 정도로 파탄나지는 않았다.
***
"요녀가 쓰러졌다!"
"말로 요녀를 쓰러뜨렸어!"
아니 이런 반응이 아니잖아 이 자식들아.
***
"이 녀석들이!"
그녀의 인성. 저런 반응까지 참아줄 정도로 온전하지는 않다! 초절정의 이유 있는 꿀밤이 꼬맹이들 머리에 하나씩 날아들었다.
"요녀라는 말은 어디서 배워와선! 다른 사람한테 함부로 말하고! 누가 그러디?"
누가 그러긴 세상 사람 전부 다 그러겠지
***
으아아아앙!
아이들이 꿀밤을 얻어맞고 웁니다!
요녀에 이제 아이들을 폭행한, 이라는 별호가 붙으려나요?
"어, 엄마가 그랬단 말이에요!"
여기서 살겠다고 꼬맹이 하나가 자기 부모를 팔아버립니다.
아아 중세 중국의 유교에서 가르치는 효(孝)란 이런 것이란 말입니까...
***
아니 그 정도 때렸다고 울 것 까지야.. 무림에서 살다 온 그녀는 겨우 꿀밤 한 대 맞았다고 우는 꼬맹이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야 무림에서는 꼬맹이도 그냥 꼬맹이가 아니고, 목검으로 죽기 직전까지 패도 이 악물고 일어나는 싹수파란 꼬맹이들뿐인걸.
"아니, 그, 미안해 울지 마! 응? 때려서 미안해.."
뒤늦게 꼬마들을 달래보려는 그녀. 이미 늦었어.
"엄마가 뭐라고 했길래, 응?"
***
하란의 인생에 무서운 꼬맹이가 셋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금씨 성을 가진 이름 모를 소년이고.
다른 하나는 모용세가에 있는 소년이고.
나머지 하나는 호남에 있는 괴물입니다.
부르르.
갑작스레 꼬맹이들의 공포에 휩싸여 몸을 떨었지만 괜찮습니다. 이제는 하란이도 초절정이니까요...
"어, 엄마가...아빠처럼 그런데 따라가서 요녀를 보고 그러면은...안된다고...훌쩍...크면 아빠처럼 된다고...크으응."
음, 꼬마들의 아버지들이 하란의 공연을 보고와서 마누라한테 등짝을 거세게 얻어맞았나봅니다...
***
"아..."
그녀는 속으로 대폭소를 터뜨렸다. 그냥 자기가 하는 짓이, 그 짓이 세상을 어떻게 저어놓는 꼴이 너무 우스웠다. 아내에게 등짝을 얻어맞는 남편과 멀뚱히 쳐다보는 아이들. 그녀는 가지지 못한 것이지만 이제와서는 뭣도 신경쓸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냥 그 꼴이 웃겼다.
"그래도 나는 요녀가 아닌데. 응? 이것 봐라. 요녀가 이런 것도 할 수 있더니?"
비파의 음을 높게 잡고 현을 퉁겼다. 작은 유리구슬 소리가 난다. 가끔씩 그녀가 흥얼거리던 곡조를 악기로 옮긴 것이었다. 그 음률이 매우 잔잔하여 사람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졸음이 쏟아지게 하는 자장가처럼 들리기도 하였다. 그녀는 난동을 부리며 사람의 마음을 휘저을 줄 알며, 반대로 바람을 가라앉히고 물결을 지워 고요하게 만드는 법 또한 알았다.
***
"우와아아아..."
꿀밤을 얻어맞고 울던건 이제 기억도 나지 않는지, 아이들은 하란이 현란하게 튕기는 비파의 현을 보고 입을 다물줄을 모릅니다!
"어, 어떻게 하는거야!"
"조용히해! 안들리자나!"
혀짧은 말소리들이 오고갑니다.
***
저 석양을 보렴. 하루가 저물고 있어. 하품을 참지 마렴. 숨길 필요는 없단다.
무려 아이들의 친모보다 더 친모같은 압도적인 자장가. 그녀의 현란한 솜씨에 이제 엄마 말씀은 기억도 안 날 것이다. 나를 너무 원망 마시오. 원래 애들은 말을 안 듣는 법이잖소? 그녀는 생각했다.
"봐라. 이게 어찌 요녀의 솜씨니? 차라리 선녀라 할 일이지."
***
"그치마안...요녀라고 해야하는걸..."
"맞아! 나 밥먹구싶단 말이야!"
음 애들 굶기는게 일상인 중세랜드...너무 두렵다...
***
'한 대 더 때릴까? 안돼, 참아 내 안의 매콤용왕'
그녀는 초절정의 인내심을 발휘하여 올라가려는 손을 멈추었다. 아무튼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기억을 심어놨으니 어떻게든.. 된 거겠지. 고작 꼬맹이 몇 명을 누구 코에 붙이겠냐만. 에휴..
"싫음 말던가!"
***
"와! 쪼잔해!"
"쪼잔하다 쪼잔해!"
"역시 요녀는 쪼잔한거지?"
"긁?"
...잼민이들은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하란을 더이상 경계하는 것 같지는 않군요.
***
저놈들 머릿속에서 그녀란 무엇인가. 웃기게 옷 입고 다니는 이상한 바보 언니누나 정도 되는 거야?
나는!!! 용왕이라고!!! 장차 강남을 지배할!! 유일무이한 용왕!!! 내가 지금 뿔만 꺼내도 니들은 어?!
"몰라, 난 몰라. 니들이랑 말 안 할 거야. 나 삐졌어. 내가 꼬맹이들이랑 무슨 얘기를 하겠니."
아무튼 무?해한 이미지 구축엔 성공했을지도...?
***
다시금 산속으로 돌아갑니다...
골똘히 무엇이 문제인지 생각해봅니다.
난 이렇게 아름답고 귀여운데 왜 세상 사람들은 날 괄시하는가?
그 이유는 누군가는 알고있지만 적어도 주리유라 불리우는 미사하란은 알지 못합니다.
이대로하다간 시간이 한 900년쯤 지나야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은 불길한 느낌!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합니다.
미사하란이 노리는 것은 아이도루입니다.
이 험난하고 미개하고 야만스러운 중세 중국에서 무림의 아이도루란 무엇인가?
그것은....
아름답고 시서화악이 대단한 것도 대단한 것이지만, 역시 '무'가 뛰어나야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천하에는 미색과 교양을 겸비한 여협들이 즐비합니다.
서쪽의 마교제일미녀 제삼상마전, 사천당가의 흉신독희 당재연, 중원제일미 허예은, 화산파의 설산매 장도연 등등...
이제 미사하란, 아니 주리유는 이들처럼 이름을 떨쳐볼 시간입니다!
***
"그래..결국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무림인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곁가지는 웬만큼 만들었으니 이제 기둥을 세울 차례다. 전선에 나서서 무위를 선보여야 한다 이거지! 꼴에 남아있는 일말의 정파-양심이 사파의 편을 들어 정파와 싸워보려는 그녀의 발목을 잡았지만.
'어쨌든 모용세가하고만 안 부딪치면 되는 거잖아?'
무공만 정파요 정파에 소속심이 없던 그녀는 가볍게 뿌리쳐버리고 나아갈 것을 다짐한다. 그러면 이제.. 전선으로 나가기 전에 준비할 것이 있다.
#풍상설우+생장선술 합성하고 싶어용!
제가 도교 뭐를 잘 몰라서 맞는 이름 짓는 건 잘 모르겠지만..
천지순환天地循環 창생감응蒼生感應, 그러니까 천지의 기가 순환하며 창생이 그에 감응한다 해서 순환을 공통 주제로 합성하는 거 가능한가용?
***
【 탄종사계천순도(誕終四季天順度 】
생명이란 무엇입니까? 그것은 태어나 죽는 것을 말합니다. 마치 1년이 봄에서 시작해 겨울에 끝맺는 것 처럼 생명또한 그러합니다.
두 가지의 선술, 바람과 눈과 비를 다루는 권능과 생명의 역과 순을 관장하는 신선의 힘이 합쳐져 하나로 태어난 새로운 선술입니다.
협해의 용왕인 미사하란이 만들어냈습니다.
여러 구결들로 이루어져있으며 사계절과 그에 따른 날씨의 변화, 거기에 따른 자연 현상들과 생명이 살아가는 삶 일부분을 관장합니다.
짙은 고동색의 기운을 내뿜으며 어딘가 모르게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겨울에는 새하얀 눈과 같은 색으로 기운이 변하여 차갑고 날카로운 느낌을 줍니다.
- 0성 사순 : 모든 것은 순환합니다. 봄에는 상처의 회복이 빨라지고, 여름에는 화속성 무공의 효과가 늘어나고, 가을에는 정신의 회복이 빨라지고, 겨울에는 기세가 날카로워집니다.
- 1성 입춘곡우(立春穀雨) : 내공을 50 소모합니다. 주변의 계절을 일시적으로 '봄'으로 바꿉니다. 맞으면 기운을 북돋아주는 봄비를 내립니다.
***
와 진짜 계절마다 속성이 바뀌네용. 계절마다 폼 체인지하거나 아예 4분열하는건 업나용??????(팔다리스에 이은 양심리스
"이건 서둘러 수련해야겠어. 풍상설우와 생장선술의 공백을 메우려면.."
이윽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생각해둔 목적지로 향한다.
파계회가 있는 동쪽 전선으로.
강서! 강서... 석가장에 따님 빼앗기신 강서궁문은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 따지고 보면 그 보쌈에 그녀가 혁혁한 기여를 했을진저.. 꼴에 정파인이랍시고 하는 일은 전부 사파랑 노는 것 뿐이로군. 정체성에 혼란이 올 것 같다..
"뭐, 정파니 사파니 무슨 상관이겠어? 나는 나를 위해 움직이는 것이지. 그리고 나를 따르는 궁을 위해서."
개천궁에 이 용왕의 마음이 전해지면 좋으련만! 그녀는 입맛을 다시면서 파계회 주둔지로 향한다
- 강서성 순회
- 강서에 위치한 파계회의 주둔지로 이동합니다!
시끌벅적한 이 곳에서는 술과 고기로 연회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 맞다, 얘네 파계승들이지.
***
스님이 고기.. 술...
생명을 해치고
생명을 학대하고, 묶고
도둑질을 하고 거짓말을 하고
남에게 사기를 치고
가치없는 공부를 하고
남의 아내와 가까이 하는 것
이것들이야말로 비린 것이지
육식은 비린 것이 아닙니다
맛있겠다. 나두 잔칫상! 고기랑 술!
사실 육식이 비리지 않다 하여도 상술된 비린 짓만 골라서 하고 다니는 게 파계회 스님들이겠으나.. 아아!!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저 개자식들은 장차 내 개자식들이 될 터인데! 그녀는 자리를 지키고 선 문지기에게 살금살금 다가가 옷소매를 꼭 쥐었다.
"저기.. 나도.. 한 상만.. 응..?"
***
왜인지 파계회의 스님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뭐 중요한건 아니지요!
"으응? 어, 엄청난 미녀!"
기묘한 반응과 함께 근육질 스님들이 헤벌레 웃으며 술과 고기를 내와줍니다.
다들 표정에 음심이 가득하군요. 아아 쓰레기들 같으니.
***
와 근육. 루틴 공유점(?)
그녀는 시선 따위 개의치 않고 한 상 차림을 맛있게 즐긴다. 적응이 무섭다고 이젠 새삼 아무렇지도 않다. 사실 조금 즐기는 경지에 다다른 것 같기도 해. 념념..
***
다들 침을 흘리고 있습니다.
고기와 술 때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
결국 그녀는 그릇을 싹 비웠다. 상에 딸려나온 헝겊으로 입까지 야무지고 새초롬하게 닦아낸다. 예전부터 하는 말인데,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지. 술병을 한 손에 쥐고 시원하게 들이키면서 높은 탁상 위로 올라갔다.
"어딜 가도 요녀랍시고 손가락질만 당했는데! 이 리유, 오빠들의 마음에 감동했어!"
"답례로 몇 곡만 뽑아볼까 하는데, 괜찮지? 응?"
괜찮다고 말해!!!
***
왜인지 얼굴이 조금 흐물흐물해진 승려들이 좋다고 소리를 질러댑니다.
음, 역시 사파야. 본능에 아주 충실해.
두근두근하면 좋지?
무죄야! 무죄야! 예쁘면 무죄야!
리유는! 리유는! 리유는 무죄야!
반짝반짝하게 좀 더 어지럽게!
미칠 거면 확실히 미친다. 품행이 올바른 아녀자라면 상상 속에서도 상상하지 못한 상소리를 쏟아내면서도, 그녀는 진정 즐겁고 행복해보였다. 이제는 하란이 리유를 다루는지 리유가 하란을 다루는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시작과 의도가 어찌되었든 두 모습 전부 그녀가 된 것이리라.
내게 맡겨! 마법으로 너를 홀리고~ (너를 홀리고~)
비밀스런 본모습을 오직 너에게~ (특별한거라구요~!)
아! 조금 지치려나~
아! 푸대접만 받고~
마음이 아파요 요즘엔 유달리
먼 바다에 숨겨진 보물섬이 되고 싶네
출항~!
귀여운 소녀는 절대로 무죄!
높이 떠오른 네 마음은 바로 북극성!
사실은 조금 자신 없지만 힘낼게!
큐큐 큐루 큐큐큐 룽룽
첫사랑을 깨달은 낭랑 18세
자정이면 열리는 어른의 시간
(반짝반짝하게 좀 더 어지럽게!)
두근두근하면 좋지?
탁상 위에서 폴짝폴짝 뛰고 아무리 몸을 흔들어도. 발에선 구름 위를 걷는 소리. 탁상은 일절 삐걱대지 않았다. 그녀는 최고급 기루나 무릉으로 떠나지 않는다. 그녀가 있는 이곳이 바로 그곳이니.
아아~ 제발 용서해 주세요!
이 리유의 매력과! 마력과! 불가항력을~!
죄 많은 미소녀지?
놓치지 말아요 붙잡아 주세요
바다가 얼마만큼 넓은지 보여줄게
출항~!
귀여운 소녀는 절대로 무죄!
높이 떠오른 네 마음은 바로 북극성!
사실은 조금 자신 없지만 힘낼게!
큐큐 큐루 큐큐큐 룽룽
첫사랑을 깨달은 낭랑 18세
자정이면 열리는 어른의 시간
(반짝반짝하게 좀 더 어지럽게!)
두근두근하면 좋지?
아직 일러!
이제는 그냥. 머리를 비우고 춤사위와 노래를 즐기면 되지 않을까?
무죄야! 무죄야! 예쁘면 무죄야!
리유는! 리유는! 리유는 무죄야!
반짝반짝하게 좀 더 어지럽게!
그니까 요녀가 아니라!
선녀님이라 부르라고!!!!
***
다들 뭔가 멈칫합니다.
다들 중세 중국적인 무언가를 기대했는데 등장한 것은 1천년 뒤의 문물이니까요.
"저, 저게 뭐야..."
그러게요.
***
본디 선구자는 외로운 법...
"아핫★! 이 리유님을 보고 있자니 정신을 못 차리겠지? 미쳐버릴 것 같지? 표정만 봐도 다 보인다구~"
***
"나, 나는 괜찮은 것 같아!"
"뭐? 미친거야?"
"이쁘잖아!"
"음..."
다들 침음성을 흘리고 있습니다.
***
무죄야 무죄야 예쁘면 무죄야
"알았서어. 그럼 오빠들이 좋아할 노래가..음.. 흐으음.."
한동안 갸웃거리며 고민하던 그녀. 어디선가 빌려온 묘안을 떠올렸다.
"오빠들 반야심경은 다들 알지? 목탁 있으면 하나 줘볼래?"
똑. 똑. 똑. 또그르르르...
"부처님 말씀이란 게 조금만 알고보면 복잡할 게 하나도 없는 거란 말이야? 물론 세 살 아이도 알 수 있으나 여든 살 노인도 행하기 어렵다.. 그 말씀대로 사는 건 다른 이야기지만."
목탁 소리는 점차 비트로 화한다.
"편해지는 방법을 알고 싶으냐?"
***
"?"
"반야심경이잖아."
다들 의외로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일단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역시, 시장조사를 잘 해야 뭐든 잘 되는 법 아니겠습니까?
***
"이제서야 이쪽을 제대로 보는구나? 시동은 걸었고 이제 달릴 시간이야."
부처님! 비트 주세요!
반야심경 리믹스! 전부 가사 알지? 따라불러!
***
다들 우물쭈물하다가 몇명이 따라부르기 시작하자 곧 파도가 사람을 휩쓸듯이 퍼져나갑니다!
아아! 이 환호성을 보아라!
***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아싸 목탁소리 좋구나!!!!
***
공연을 마무리합니다!
지금까지의 공연 중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습니다.
부처의 도리를 따르는 사파인들이라 그런걸까요? 상당히 파격적인 행사임에도 그들은 좋다고 노래를 따라부르며 흥얼거립니다.
***
그녀는 깊이 감동하여 입을 틀어막았다. 파계회..너희들..정말로 착한 놈들이었구나...! 나도 열심히 할게!! 색즉시공 공즉시색!!!!
"파계회 지휘막사가 어디에 있을까~"
남의 전장에 합의도 없이 끼어드는 것은 도리가 아니지. 본격적인 전쟁아이도루 전업에 앞서서, 파계회와 협의가 필요하다.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하여 별 상관 없는 남의 전쟁에 끼어들기. 먼 과거 용병낭인 시절이 떠오르는 그녀였다.
***
'문지기가 초절정이네~'
명문들과 같은 물에서 노는 그녀. 이런 건 익숙해질 것 같으면서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직접 문파를 만들어보니까 이런 것들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그들이 얼마나 오랜 역사를 쌓았는지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안녕 반가워요~ 본성에서 나왔어요~"
그녀는 생글거리며 땡중들에게 인사한다.
***
"본성? 아."
그러자 둘이 일어납니다. 둘은 쌍둥이인지 생긴 것이 똑같았는데 한 명은 얼굴에 화상이 있고, 다른 하나는 목에 꿰맨 자국이 있어 구별하기는 어렵지 않을듯 합니다.
"본성에서 무슨 일로 사람을 보냈지? 딸꾹."
"뭐긴뭐야! 빨리 진격안하면 다 패죽이겠단거 아니게써? 끄으윽."
"그럼 어떡하지 형? 딸꾹."
"우리 책임 아니잖아. 들여보내. 꺼어억."
***
별로 그런 험악한 이야기를 하러 온 건 아닌데!
"그럼 수고하세용~"
파계회 중진들이 어떤 말을 들어도 본성의 압박이라 생각할까 걱정이 된다. 성주의 인까지 찍힌 자가 와서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위무하거나 어려움을 살피라고 하셨어요' 라고 말해도 빈 찬합을 받은 누구처럼 살아서 무엇하랴! 할까봐..
***
안으로 들어갑니다!
거기에는 흉터와 떡대가 가득합니다. 간간히 여자처럼 생긴 떡대와 흉터도 있습니다.
"본성에서 왔다는데, 무슨 일로 왔는가?"
그 중에서도 상석에 앉아있는 것은 굉장히 온화하게 생긴 노인네입니다. 다른 떡대들과는 다르게 몸도 맥아리가 없어보일 정도로 말랐고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걸려있습니다.
갈비뼈와 쇄골이 보일 정도로 깡마른 노인은 허허 웃으며 찻잔을 들어올립니다.
달달 손이 떨리는 것이 찻잔들 힘도 없어보입니다.
"우선 앉으시게나. 내 손님으로 대할 터이니."
느껴지는 것은, 불심이 깊은 고승의 느낌입니다...
***
흉터. 떡대. 그리고 상석에 앉은 깡마른 노인. 깡마른 노인? 무림인의 사고는 노인을 무시하는 쪽으로 향하지 않는다. 대체 뭘 숨기고 있기에 저런 모습에도 상석을 차지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지. 솔직히, 그대로 들어서 소림사에 가져다놓아도 어색하지 않은 외형인데..흠.. 그녀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소녀는 주리유라 하는 자입니다. 우선, 어떤 오해가 있을까 미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본성에서 진격을 재촉한다거나 하는 연유로 찾아뵌 것은 아닙니다. 애시당초 저는 본성의 전략적인 의중을 알지 못합니다."
그저 재량껏 강남을 순회하며 어려움을 살피고 도움을 주고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금봉파에서는 부상자를 일으키고, 녹림 본산에선 장례에 참여하여 남은 자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다만 이곳에선... 칼까지 뽑을 각오를 하고 왔습니다. 혹 일손이 모자란 곳이 있다면 그곳에 저를 보내주시겠습니까?"
***
"..."
그러자 다들 조용해져 상석의 노승을 쳐다봅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부처께서 인연을 보내주셨구려. 그러하다면 한 전역을 맡아주실 수 있겠소? 소저."
노승이 부드럽게 웃으며 지도를 가리킵니다.
"최근 소림의 혈승이 마침내 절강에 나타났다 하외다. 우리 파계회로서는 상당히 근심어린 일이 아닐 수 없소. 팔룡방은 얼마전 갑작스레 폐관에 든 모용세가의 소가주 대신 날뛰는 신씨를 상대해야한다오. 우리 파계회의 어리석은 승려 몇을 붙여줄 터이니 부탁드리겠소."
***
지나가는 말이어도, 예상하지 못한 말을 들었다. 모용세가. 소가주. 신씨. 신씨..
"여부가 있겠습니까.."
표정을 들킬라.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
"앞에 술판을 벌이고 있는 형제가 자네를 보필할걸세. 그럼 나가보시게나."
고승이 눈을 감으며 온화하게 웃습니다.
그러나 뜻은 확실한 축객령입니다.
***
꾸벅. 포권지례를 올리고 막사에서 나온다. 기묘하다 기묘해. 저 고승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저기요 오빠들. 안에 계시는 분께서 혈승 잡으로 다녀오래요."
막사에서 나오자 술에 쩔어있는 초절정 쌍둥이가 보인다. 당분간 이들과 함께하게 되겠지.
"우리 셋이서요."
초절정 셋. 이 얼마나 든든한가!
***
"아씨. 귀찮은데. 끄으으으으으윽."
"딸꾹. 딸꾹. 우리가 술먹고 왔다고 덤태기 씌운거 아녀?"
"맞을걸?"
그러면서 두 거한이 일어나 하란 옆에 섭니다.
"그런데 그래서 당신은 누구요?"
"맞아. 맞아. 누군데? 누군데?"
***
너 희 들 내 가 누 군 지 몰 라 ? ? ?
"어머나 이것 참 의외네. 얼굴만 봐도 누군지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래..한번만 봐도 다시는 잊을 수 없어 보이긴 하지.. 그녀는 어딘가에 고이 숨겨두었던 탕후루 두개를 꺼냈다. 쨔잔 이게 뭐게!
"최강 무적 아이도루.. 주리유라고 해용 오빠들?"
***
"아이도루...? 그게 뭔데?"
"그런건 모르겠지만 이거 정말 맛있네! 해장용으로 아주 딱이야!"
"그래그래! 이쁜 아가씨! 말만 하라고! 우리가 다 해결해줄테니까!"
"우리가 파계회의 해결사! 그 유명한 악동들이라고!"
악동이라기엔 너무 큰 것 같습니다.
***
악동.. 파계회의 큰어른들 사이에선 아직 애기 취급 받나보지. 매일 술만 마시고 다니는 사고뭉치들. 아!! 나도 코코세이(高校生) 됐는데 애기취급 치야호야 해줄 사람 어디 없나!! 개천궁에 사는 불리할땐 응애용이고 유리할땐 주상전하 취급하는 매운탕들 말고!!!
- 그래그래! 이쁜 아가씨! 말만 하라고! 우리가 다 해결해줄테니까!
아이고 여기 계셨네!!
"그럼~ 바로 가실까요? 빨리 해치우고 쉬자구요!"
그녀는 샐쭉 웃으며 총총 앞장선다. 여기가 본성보다 낫네! 별 쓸모없는 절정이들만 붙여주는 본성보다 말이다. 이놈들 지금까지 잘 쉬고 있었겠지. 슬슬 밥값 할 때가 다가온다.
- 소림사랑 싸우는 정파
- 스킵하고 싶은 김캡의 영향으로 절강에 도착합니다!
절강은 말 그대로 스산합니다...
***
"싸늘하군..."
비수가 가슴에 날아와 꽂힐 것 같군..
"전부 매복이라도 하고 있나요? 전장의 열기는 찾아볼 수가 없네요."
***
"음? 매복? 그런걸 왜해?"
바보야?
아무튼 전진합니다!
시체들을 발견합니다.
...짓뭉개지고 짓이개진 끔찍한 몰골입니다. 어디 소속인지 알아볼 수도 없겠습니다.
***
하여튼 바보같은 무림인들이란... 소림사 무승들이 매복하는 그림도 상상이 안 가긴 해도, 진짜 바보인가봐 에잉 쯧쯧쯧. 이렇게 짓이겨진 시체를 보고도 경계심이 들지 않는 것이냐!
"하여튼 우리도 이 꼴 나기 싫으면 지금부턴 조심해야겠어요. 간단하게라도 진을 펼치죠?"
그녀와 악동 둘. 흑천성에서 받은 절정 호위들까지. 광해방검진은 쓰지 못하더라도 기본은 지켜야 목숨 부지하지 않겠는가.
***
하란을 중심에 두고선 앞으로 나아갑니다.
거대한 황야가 되어버린 절강 땅.
그 곳을 한참동안 걷다가 큰 바위를 하나 발견합니다.
정확히는 큰 바위 위에 앉아있는 승려 하나를 발견한 것입니다.
"...나무아미타불."
중년 정도 되어보이는 승려는 눈을 반개한 상태로 하란과 그 일행을 쳐다봅니다.
"시주들께서는 무슨 일로 이 곳을 오가고 계시오?"
***
"어..."
바위 위에 앉아있는 스님.. 분위기가 만만하지 않은데.. 그녀는 시선을 정체불명의 스님에게서 떼지 않고, 같이 온 소위 악동 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여 말한다.
'저게 그 소림사 무승이에요? 나는 한번도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
쌍둥이는 코를 파고 있습니다.
...얘네한테 두뇌적인 무언가를 기대하진 않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어휴 이..바보들 말을 말지. 조금 더 단순하게 질문해볼까.
"일단 우리 편 아닌 스님은 소림사인건가?"
이제는 말이 바위 위 스님에게로 옮겨간다.
"그쵸? 스님 일단 우리 편은 아닌 거 같으니까. 소림사 같은데? 혈승?"
***
"혈승이라니, 그런 별호는 오직 스승님 한 분만이 들으실 자격이 있으시다오."
소림사 승려가 미소를 짓습니다.
"아미타불...파계승들이신가 보오. 이 곳은 지나가실 수 없으니 돌아들가시오."
***
"내 말이. 굳이 지나갈 필요 없겠네~"
그녀는 기감을 확 터뜨려 주위에 또 다른 누군가 있는지 확인하려 한다. 벌써 저 무승과 마주하고 있는 시점에서 기감을 감추느니 마니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오빠 보러 왔거든☆"
입술은 발랄한데 손은 안 그러네. 칼을 뽑고 있다.
***
주변엔 아무도 없고 오직 저 무승 하나 뿐입니다.
"나무아미타불...살계를 저질러야 한단 말입니까..."
스님이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
어?
좀 많이 큰데?
"폭력에 대항하기 위해 소승 또한 폭력으로 응수해야하는 이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소이다."
스님의 키는 8척에 달합니다.
1척은 30cm.
그러니까 키가 2m 40cm란겁니다.
"어?"
쌍둥이들도 당황합니다.
"오시지요. 선수는 양보하겠습니다."
스님은 자기 키보다 더 기다란 봉을 들고선 미사하란 일행을 내려다봅니다.
***
"상냥한 사람이야. 생사결에서 선수를 양보하다니."
자세를 취한다. 저것은 기수식이다. 그러나 오직 진룡만이 펼치는, 사람이 가능한가 싶은 기수식. 정파가 보면 사술이라고 욕하기 딱 좋은 기수식.
[진룡검법 기수식 - 구염진]
옛날 독고구검의 묘역에서 펼쳤던 그 술법. 하지만 그녀는 그 때보다 더 자랐으며, 뒤이어 연계되는 치명적인 한 수가 더해졌다. 칼날은 자주빛으로 물들어 한숨처럼 흘러나온 작은 불씨가 꽃잎처럼 하늘거린다.
팔랑..팔랑.. 무승에게 가까워지고, 가까워지고, 가까워질 때.
[통제선공 - 압축, 결]
무승 주변의 공간을 가둬버린다. 함께 옥살이하는 친구는 저 불씨 하나. 폭발은 감옥에 갇혀 흩어지지 않고 약해지지 않는다. 빠져나가지 못하는 난폭한 힘을 순전히 홀로 받아야 할 것이다.
#구염진을 사용하고, 통제선공으로 주변을 완전히 감싸는 구형결계를 만들어 구염진과 무승을 한 공간에 가둡니다.
폭발력이 허공으로 흩어지지 않고 오로지 무승에게 집중되도록 240/370
- 10성 진룡검법 기수식 : 이무기가 언젠가 용이 된 후 펼치기 위해 만들어낸 검법. 천하에 흘러들어와 혼란을 걱정한 이들에 의해 진정한 힘을 봉인당하였다. 오직 등용문을 거쳐 용이 된 진룡만이 이 자세를 펼칠 수 있으리라. 기수식을 한 번 취할 때 마다 火의 기운이 담긴 용선술 구염진 球炎陣 또는 용선술 상생지화相生之禾 중 하나를 펼칠 수 있다. 한 번 펼칠 때 내공 30을 소모한다.
- 0성 압축/팽창 : 내공을 100소모합니다. 공간을 압축/팽창시킬 수 있습니다.
- 1성 결 : 압축한 공간을 단단히 굳힙니다. 강한 압력, 술자의 의지 또는 특정한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굳힌 공간은 부숴지지 않습니다.
***
쿠구구구구구구구구...
"음...!"
소림의 승려가 봉을 두 손으로 잡고 숨을 크게 들이쉽니다.
하란의 일행은 무려 초절정 셋, 그리고 절정의 무인 여럿이 함께 있습니다.
그걸 저 승려도 모르진 않을겁니다.
쏴아아아악 - !
공간이 압축되고 불씨가 폭발하듯 발산합니다! 승려의 얼굴과 몸은 벌겋게 물들고 이를 악무는지 온몸에 핏줄들이 흉측하게 솟아오릅니다.
꽈득, 꽈드득 꽈드드드득.
공간과 불꽃이 승려를 압박해옵니다.
- - - - - - - - - - -!!!
다시 한 번 생각해봅시다.
저 승려는 하란 일행의 실력을 모두 알고 홀로 대적하였습니다.
어떻게 그런 자신감을 내보일 수 있었단 말입니까?
"그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옵!!!!!!!!!!!!!!!!!!!!!!!"
바로 지금, 그 자신감의 원천이 공개됩니다.
쩌적. 쩌저적.
두 손으로 쥔 봉을 바닥에 내리꽂더니 땅이 뒤흔들리고 앙다문 입에서는 선혈 한 줄기가 흘러나옵니다. 실핏줄이 터져 붉어진 승려의 눈이 하란을 노려봅니다.
태산북두!
왜 소림은 항상 무림의 최고봉으로 여겨지는가?
하란의 뒤에서 쌍둥이가 입가를 씰룩이더니 석장을 움켜쥐고 자세를 취합니다.
"위험!"
절정 무인 한 명이 급히 하란 쪽으로 달려들어 하란을 밀쳐냅니다!
"신승금강 - !"
소리가 들려옵니다.
커흑, 하는 소리와 함께 하란을 밀쳐낸 절정 무인이 자리에서 쓰러집니다. 쿨럭하는 소리와 함께 뒤의 쌍둥이 파계승들이 피를 흘립니다.
공간을 압축시켰는데, 대체 어떻게 소리가 들리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하란의 눈에, 분명 깨질 수가 없는 공간에 금이 간 것이 보입니다.
"- - - -반월 - !"
쩌저저저적.
꽝!
무형의 공간이 깨지듯이 폭발하고 불꽃이 주변으로 빨려들어가듯 퍼져나갑니다. 온 몸이 벌겋게 익은 승려가 한 걸음 앞으로 내딛으며 봉을 내리찍는 동시에 뛰어오릅니다.
"막아!"
"내가 올라간다!"
쌍둥이 중 하나가 손을 깍지끼더니 다른 하나가 그 손을 밟고 허공으로 마주 뛰어오릅니다!
"-----------풍륜!!!!"
그리고 거대해진 봉이 내려옵니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
폭발음과 함께 강력한 열풍이 휘몰아칩니다. 서있던 파계승이 하란을 낚아채고 하늘에서는 파계승 하나가 사지가 부러진 채로 땅으로 추락합니다.
절정무인들은 땅에 넘어져 기고 있습니다.
마치 천상의 금강역사가 지상으로 걸어내려오듯, 새빨갛게 익어버린 피부와 또 그것과 구별되지 않는 피를 흘리며 승려가 천천히 내려오고 있습니다.
"한 수, 잘 받았소!"
크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핏물섞인 가래를 내뱉으며 승려가 말합니다.
***
정파 무림의 거두. 북숭소림과 남존무당. 그 중에 제일은 소림사.... 제기랄. 통제선공의 결계는 단순한 장벽 너머의 무언가다. 무식한 힘으로만 깨지는 기술이 아닐진저.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다. 그녀는 검을 내세우며 일행 중 맨 앞에 섰다. 체면이란게 있지. 어찌 대신 다쳐준 사람들 뒤에 숨을까?
"두 수였으면 진즉 끝났을텐데. 아쉬워."
발과 칼끝이 움찔거린다. 거리의 차이를 극복하고 파고들기 위하여, 틈을 찾는 폼이다. 석장의 범위에서 고작 한두끗 떨어진 곳에서 깔짝거린다. 봉이 늘어나거나 커지는 것을 고려하면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다. 저 여의봉같은 무언가와 한판 해보려는 건가? 진심으로?
"하지만 나는 양보 안 할 거야."
#용안을 키고 선을 보는 시야도 열어용! 스님에 맞춰서 계속 자세를 바꾸면서 파고들락말락 알짱거리면서 심리전을 걸어보아용
***
용안을 개안하고 초절정의 시야로 전세를 확인합니다.
압도적인 붉은 '막'이 주변을 뒤덮고 있습니다. 푸른색 선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절정 무인들은 뒤로 물러나!!!"
석장을 든 파계승이 그리 외치며 하란의 왼쪽 대각선 앞에 섭니다.
그러자 그 근처로 붉은막이 줄어들고 푸른선이 늘어납니다.
"방도가 있나! 솔직히 난 전술에 대해선 잘 몰라! 절정 찌끄레기 놈들은 도움도 안될거다!"
"나무 아미타불..."
승려가 피를 뚝뚝 흘리며 이 쪽으로 걸어옵니다.
"땡중 주제에 대체 왜 저렇게 센거야 시벌!"
그러니까요.
***
질문권!
***
앞에서 자리를 지켜주고 있는 파계승을 적극 활용합시다.
모든 공격을 이 파계승이 대신 맞게하고 그 틈을 노려 하란이 간격 안으로 접근합니다.
다만 다리가 불편한 하란이기 때문에 이는 성공률이 낮습니다.
따라서 반대로 하란이 방어를 하고 파계승을 안쪽으로 투입시키는 것을 추천합니다.
허나 이는 매우 위험한 방법입니다.
도화전에 여유가 있다면 사지가 부러져 전투불능이 된 아군을 회복시켜 전투에 복귀시키는 것이 비장의 한 수가 될 수 있을겁니다.
***
'공격을 유도해줘요. 내가 저 석장을 잡아볼테니 틈을 잡아 안으로 파고들어요. 너무 버거워하면 한 명은 나랑 같이 잡아주고..!'
그녀는 작게 속살거렸다. 하란이 석장을 잡고. 쌍둥이 1은 파고들기. 쌍둥이 2는 상황 보고 한 쪽에 가담하기. 파계회 근육바보도 이해하는 간단한 작전! 지팡이검은 잠시 넣어두고 더 튼튼한 불쾌검을 뽑았다. 소림사 스님. 기술계 여행은 다녀오셨는지?
"자리에 서요. 어서!"
눈과 검을 여전히 무승에게 떼지 않으며 명한다!
#파계승이 공격을 유도 > 하란이가 석장 붙잡기 > 파계승이 공격! 이라는 플로우로 가볼까용! 일단 공격유도부터!
***
앞에 서있던 파계승이 앞으로 나섭니다.
"땡중놈! 이 어르신의 석장 맛 좀 보거 - "
우득.
봉이 파계승의 정강이뼈를 박살냅니다.
"크어어어억..."
하란이 봉을 붙잡을 시간도 없이 당했습니다.............
기다렸다가 무얼 하려다간 그대로 전부 끝장날겁니다!
***
#도화전 217-50=167 선술 목의 두루마리 하나 구매
***
구매합니다!
***
아이고!!!!!!!!!! 한놈 고쳐놨더니 한놈 부러지고 내가 못산다 못살아!!
[탄종사계천순도 5성 폭풍진언 : 내공을 100 소모합니다. 거대한 폭풍을 불러일으킵니다. 바람은 '刀'의 속성을 띱니다.]
[교룡심법 7성 적룡지기 : 강대한 적룡의 기운. 내공은 정순해지고, 불꽃에 절대 피해를 입지 않는다. 기를 다루어 불을 피워내거나 조종할 수 있다.]
허공에서 무언가 파직거리며 일순간 칼바람이 일어나더니, 불길까지 그 바람을 업으며, 찢고 파고들어가 태워버릴 것만 같은 소용돌이가 무승을 휩쓸기 시작한다.
'이 정도로 다치진 않겠지!'
그래도 정강이 깨진놈 머리통까지 깨지게 놔둘 수도 없고, 접근하기 위한 견제는 되어주지 않겠냐는 생각. 나름 큰 초식도 견제용으로 써야 하는 사실이 무승의 강함을 실감케 한다.
그래, 견제! 진짜는 그녀의 품 속에 숨겨져 있다. 오늘이 그녀의 밑천 다 꺼내는 날이다!
#내공 138/370 탄종 5성 폭풍진언과 교룡심법 7성 적룡지기를 섞어서 지옥의 불타는 칼날 폭풍을 날리고 비단유접보로 빈틈을 찾아 접근합니다. 접근해도 분명 치명타가 들어올텐데...두루마리가 막아주겠지
***
허공을 격해 통렬한 일격이 날아듭니다. 봉이지만 그 실체는 창술이나 다름없는 소림의 봉술.
쩌엉 - !
이건 맞으면 꽤 아플겁니다.
...사실, 아프다 정도로 끝나진 않을테죠.
퐁!
하란의 몸 앞에 바로 목각인형이 나타나더니 곧바로 터집니다! 하란은 옆으로 몸을 날립니다.
파바박!
강맹한 칼날바람이 휘몰아칩니다. 소림의 무승은 기합을 내질러 바람을 내쫓습니다.
...저게 승려야 괴물이야?
하란은 그 틈에 간신히 부상자에게 다가갑니다!
성공이군요, 일단은.
***
#173-8=165
대금창약을 부상자에게 사용
***
미사 하란(부레주 : 매주 일요일 +7) 165
남궁 지원 110
강미호 49
모용중원 142
강 건 (수련스레 관리자 : 매주 일요일 +5) 249
재하 386
야견 (대련 관리자 : 정산 건당 +5) 28
고불 (질문노예 : 매주 일요일 +5) 43
이수아 39
녹사평(50% 할인권) 15
백시아 (도전과제 수호자 : 정산 건당 +5) 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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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50% 할인권) 154
상일 88
백랑 (위키나이트 : 매주 일요일 +7) 282
태백 23
사용합니다!
"끄윽...끄으윽..."
고통을 딛고 쌍둥이 형제가 일어섭니다!
"그건...대금창약?"
그리고 소림의 무승이 하란이 사용한 물건을 알아보는지 눈을 빛냅니다.
"어디서 그런 귀한 것을 얻으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소?"
잠깐 전투가 소강 상태로 진입합니다.
***
"뭐?"
공격을 멈추었다. 어째서지? 그의 입장에서는 적군들이 다시 몸을 일으키는데, 다시 때려눕힐 생각을 하는게 맞지 않은가. 적어도 그녀라면 그렇게 했을 터이다. 아니면 숨길 것도 없어보이는 그녀의 옷에서 물건들이 와르르 쏟아지는 꼴을 보며 기이함을 느꼈는지. 자신의 내공이 저 화수분보다 먼저 마르리라 판단한 것인지..
....그렇다고 이 소강을 깨고 먼저 공격하는 끔찍맞은 우를 저질러선 안될 것이다.
"그저 세상을 떠다니는 수많은 물건들 중 몇 가지들이라~ 제 손에 들어오기도 하고 이렇게 제 손을 떠나기도 한답니다."
"목전의 싸움마저 멈추시고 이리 물어보시니, 그것이 참으로 의아하네요."
#님 갑자기 왜그래요 조금 다른 의미로 무서워
***
"그렇소이까?"
무승이 웃으며 숨을 크게 들이쉽니다.
주변의 공기가 모두 무승에게 들어가는 듯한 착각이 입니다.
"후아!"
어, 어. 저거 저 미친 땡중놈이!
"이런 씨바!"
쌍둥이 하나가 곧장 무승에게 뛰쳐나갑니다.
"호흡 한 번으로 내공을 충당하는게요! 시간 벌이였어!"
당했습니다.
***
#36/370
교룡심법
- 7성 적룡지기 : 강대한 적룡의 기운. 내공은 정순해지고, 불꽃에 절대 피해를 입지 않는다. 기를 다루어 불을 피워내거나 조종할 수 있다.
통제선공
- 0성 압축/팽창 : 내공을 100소모합니다. 공간을 압축/팽창시킬 수 있습니다.
- 1성 결 : 압축한 공간을 단단히 굳힙니다. 강한 압력, 술자의 의지 또는 특정한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굳힌 공간은 부숴지지 않습니다.
무승이 공기를 마실 때 불길과 열기를 무더기로 함께 빨려들어가게 하고, 내뱉지 못하게 머리통을 통제선공으로 밀봉해버립니다. 내상에 내기 진탕이나 먹어라..
***
쿨럭 - !
하란의 노림수가 먹혀들었습니다!
내상을 입었는지, 무승이 피를 뱉어냅니다.
"하 - !"
그러더니 다시 기합을 외치며 기수식을 취합니다.
"제기랄, 진짜 무슨 괴물도 아니고..."
목을 좌우로 꺾으며 쌍둥이가 하란의 양옆으로 펼쳐집니다.
"하나는 목숨을 걸어야겠는데?"
"너? 아님 나? 그도 아니면 소저?"
"내가 할까?"
"너 좇밥이잖아."
"뭣!"
쌍둥이들이 환담을 나누며 긴장한 분위기를 풀어보려 애씁니다.
***
#초절정 시야+용안에다가 4차원공간 이해까지 합쳐서 보면 새롭게 보이는게 있을까용?
***
보일겁니다!
시도하시겠습니까? 한 턴을 소모해야 합니다.
***
"오늘은 아무 일도 없을거에요. 오늘은.."
#34/370
용의 포효를 내질러서 잠깐 시간벌기 시도하면서..사차원 보아용!
***
"오..."
무승이 기합으로 견뎌냅니다!
그리고 하란은 순간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바꿉니다!
화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이글거리는 듯한 단전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그에 비하면 우리의 단전은 음...횃불 정도는 되겠군요.
***
#다른거 보이는건...없나용!! 뭔가 유용한거!!
***
충분히 보여드린 상태입니다!
***
#진검남춘 구매 및 사용
172>122
***
미사 하란(부레주 : 매주 일요일 +7)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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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랑 (위키나이트 : 매주 일요일 +7) 291
태백 (50% 할인권) 54
모든 내공이 회복됩니다!
***
나는 한다..비열한 현찰박치기..ㅋㅋ!
아까 무승의 머리를 밀봉하기 위해 굳혀놓은 공간. 이미 앞으로 결계를 깨고 나온 듯 하다. 그러나 결계가 깨졌다 한들 그 깨진 결계가 사라지진 않았겠지. 무엇보다 뒤통수 쪽 결계가 남아있을테니!
그 결계를 터뜨리고 뒤에서 오는 충격에 무승이 흔들리는 틈을 타서...!
#통제선공 - 2성 결, 폭 : 내공을 100 소모합니다. 1성 결로 굳힌 공간을 터뜨립니다
무승 머리 뒤쪽에 남은 결계를 터뜨리고 동시에 다시 용후를 내지르며 앞뒤로 무승을 흔들어놓습니다 파란선 보이나? 보이나???
268/370
***
쾅!
"흠!"
무승이 뒤를 막아냅니다.
아니 어케함?
파란선이 아주 희미하게 늘어납니다.
***
"봤어?! 봤지?!!"
푸른선 봤냐- 이말이다. 푸른선이 보이면 뭐다? 돌격이다. 즉사만 안하면 팔다리 다시 붙여줄테니 걱정말라고!
하란은 지팡이검과 불쾌검을 양손에 꼬나쥐고 높게 뛰어오른다.
# 푸른 선 따라 교룡검법 승천형-폭룡강하 연계로 내리꽂는 공격. 다만 폭룡강하 전 불쾌검을 무승에게 투척하여 조금이라도 기회의 창을 더 열어보녀고 시도해용
- 8성 승천형 : 하늘로 몸을 일직선으로 쭉 뻗고 날아가는 용의 모습을 형상화한 초식. 물결처럼 몸을 흔들며 이동하는 용의 모습은 내공으로 유형화되어 적들을 향해 달려든다. 하늘을 향해 사용할 경우 시전자 본인도 매우 높이 뛰어오른다.
- 9성 폭룡강하 : 분노한 용이 땅을 향해 내리꽂혀오는 모습을 형상화한 초식. 높이 뛰어오른 상태에서 사용할 경우 시전자 본인도 강하한다. 용의 모습은 내공으로 유형화되며 일대에 강력한 폭발과 약한 지진을 일으킨다.
266/370
***
꽈아아아아아아앙 - !!!
무승과 폭룡강하가 만나 굉음이 울립니다.
쌍둥이 형제가 양옆으로 퍼져 동시에 무승을 공략합니다!
"크으..."
쿨럭!
무승이 드디어 각혈합니다.
***
침착하게. 하지만 멈추지 않고. 보법을 밟으면서 밀고 들어간다. 승기를 놓치는 실수, 이번에는 하지 않는다! 하란은 눈을 부릅뜨고 움직이면서 무승을 무력화할 기회를 살핀다. 역설적으로 그 기회는 무승을 죽일 각오를 해야 찾아오리.
#
탄종사계천순도 대설대한으로 하란 일행에게 뒷바람, 무승에게는 맞바람이 불게 해서 행동을 방해합니다.
동시에 교룡검법 치악으로 무승을 밀어붙이고, 바로 다음 박자에 용진세로 칼날을 구부리며 변칙 공격. 무승이라면 패턴을 빠르게 읽겠지용..
- 4성 대설대한(大雪大寒) : 내공을 50 소모합니다. 주변의 계절을 일시적으로 '겨울'로 바꿉니다. 행동을 제약하는 눈보라를 일으킵니다.
- 2성 치악 : 위 또는 아래로 빠르게 찔러들어간다. 교룡이 무언가를 물어뜯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 4성 용진세 : 용이 앞으로 달려들어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앞으로 찔러들어가면서 검을 기이하게 휘고 꺾는다.
214/370
***
눈보라는 아군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대로 진행합니까?
***
#그럼 대설대한 대신 영거리에서 얼굴에 불을 뿜으며 시야를 가리고 도트딜 주는걸로 바꿀게용
264/370
***
화아아악 - !
불꽃이 일고 무승이 그 불꽃을 뚫고 주먹을 내지릅니다!
퍼억!
하란의 아름다운 얼굴에 정권이 꽂힙니다.
"흐아아압!"
양옆에서 쌍둥이가 무승의 옆구리와 머리를 내리칩니다.
***
"껙!"
머리가 뒤로 젖히고 발이 밀려났다. 휘청이다 간신히 중심을 되찾고, 충격에 윙윙대는 시야로 다시 상대를 보았다. 이번에는 하란이 맞고 파계승들이 패고 있었다.
다만 하란은 곧장 다시 달려가지 않았다. 분명히 무승이 어떤 동작을 취하며 파계승을 떨쳐내려 할 텐데 그 틈을 파고들어야 이롭지 않겠는가.
#파계승들 리듬 끊지 말고 다시 들어갈 타이밍을 노립니다.
***
빠악!←←←←←
→→→→→뻐억!
파계승 둘이 날아갑니다!
***
하란이 차례! 파계승들이 날아가는 틈을 타 다시 그녀가 접근한다. 칼날에 불길이 솟구친다.
#교룡검법 화룡포+적룡조격참 연계로 무승의 눈을 가리고 돌격하려는 것처럼 행동해용. 무승이 불길도 꿰뚫어 보는 것 같거든용? 역이용해서, 불길 뒤에 숨어서 돌격하다가 무승이 공격할때쯤 몸을 굴려 회피해용. 하란이 뒤에 구염진이 따라오게 해서, 무승의 공격과 구염진이 충돌하도록.
- 6성 화룡포 : 검을 일직선으로 내지른다. 화火의 기운이 담긴 내공은 유형의 기운이 되어 적들에게 타격을 입힌다.
- 7성 적룡조격참 : 강대한 붉은 용이 발톱을 휘두르는 모양새. 세 갈래로 나뉜 불의 기운이 적들을 타격한다.
- 10성 진룡검법 기수식 : 이무기가 언젠가 용이 된 후 펼치기 위해 만들어낸 검법. 천하에 흘러들어와 혼란을 걱정한 이들에 의해 진정한 힘을 봉인당하였다. 오직 등용문을 거쳐 용이 된 진룡만이 이 자세를 펼칠 수 있으리라. 기수식을 한 번 취할 때 마다 火의 기운이 담긴 용선술 구염진 球炎陣 또는 용선술 상생지화相生之禾 중 하나를 펼칠 수 있다. 한 번 펼칠 때 내공 30을 소모한다.
232/370
***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마름모꼴로 폭발이 일어납니다! 하란의 의도대로 이어졌지만 무승의 눈은 하란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눈이 지나치게 좋군요...
***
몸을 굴리는 와중에도 눈이 마주쳤다. 괴물같은 놈! 무승의 눈이 그녀를 찍었다면 폭발의 와중에도 공격이 임박했다는 신호다. 이제 다시 파계승들의 차례가 오는가?
-꾸욱...
몸을 구르며 칼끝이 바닥에 닿자 힘을 받아 구부러진다. 도랑을 건너기 위해 쓰는 장대처럼 구부러지고 구부러지다 탕! 튀어오른다. 그리고 한번 더 궤도를 공중에서 바꾸며 공격을 피할 준비를 한다.
#칼날의 탄성으로 몸을 띄우고, 폭룡강하를 사용해 공중에서 몸을 틀며 무승의 공격을 피하려 합니다.
- 9성 폭룡강하 : 분노한 용이 땅을 향해 내리꽂혀오는 모습을 형상화한 초식. 높이 뛰어오른 상태에서 사용할 경우 시전자 본인도 강하한다. 용의 모습은 내공으로 유형화되며 일대에 강력한 폭발과 약한 지진을 일으킨다.
230/370
***
"투전승불 대라천봉!"
몸을 공중으로 띄운 하란. 그리고 그런 하란을 노리고 날아드는 '길어진 봉'.
하란이 강하하는 그 즉시...
머리카락의 반절이 잘려나갑니다!
곧바로 폭룡강하를 쓰지 않았다면, 머리가 봉에 꿰뚫렸을 게 분명하군요...
콰아아아앙!
하란이 떨어지며 강력한 폭발이 주변에 일어나고, 다행히 다들 멀쩡해 보입니다.
***
-콰아아아앙!!
지면에 착지하니 목덜미가 허전하다. 머리카락이... 와..
아이고!!!! 저 미친 빡빡이가 여의봉도 휘두른다!!! 주리유의 비단결같은 핑크머리카락이!!!
"더 몰아붙여야 해요. 아까같은 짓을 한 번 더 하게 놔둘수는.."
강제단발머리가 된 하란은 손짓한다. 사방팔방의 공간이 접히면서 빛이 일그러지고, 기이한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한다. 아드득.. 빠드득.. 본격적인 통제선공 이전의, 기초적인 공간 접기였다. 패울부가 맨 처음 보여준 작은 술수 말이다.
뭔가 할 것처럼, 뭔가 큰 것을 준비하는 것처럼. 진법이 이뤄지는 모양처럼 작게 접힌 공간 조각들이 주위를 뒤덮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오감을 흐리기 위한 미끼일 뿐이다.
"준비!"
#완전기초 공간접기를 마구 뿌려용 뭔가 준비하는 것처럼용. 무승이 반응해서 거기에 움직이기 시작하면 행동하다가 몸에 턱 걸려버리게, 아주 작게 통제선공으로 덫을 깔아보아용. 공간이 깨져버려도 빈틈은 생길 것이다..
- 0성 압축/팽창 : 내공을 100소모합니다. 공간을 압축/팽창시킬 수 있습니다.
- 1성 결 : 압축한 공간을 단단히 굳힙니다. 강한 압력, 술자의 의지 또는 특정한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굳힌 공간은 부숴지지 않습니다.
130/370
***
"흠...!"
하란이 무언가 준비하자 무승또한 하란을 노려봅니다.
'봉'이 하란을 향해 길어집니다. 파계승 듀오는 급히 양옆으로 펼쳐집니다.
"조금만 버텨보쇼!!!"
흐아아아아아아!
봉이 하란의 가슴을 꿰뚫고, 동시에 무승의 양팔에 석장들이 명중합니다!
"크윽!"
하란은 4단계 부상을 입습니다.
***
"으아아아아아아아!!!!!!!!!"
붙잡아라! 잡고 버텨라!!! 환히 비치는 그녀의 팔에 비늘이 올라오는 게 보인다. 이제는 밑천이고 뭐고 없다! 전부 불태우는 수밖에!!
#와룡수의 묘리로 봉을 꽉 붙잡고.. 버팁니다.. 용 손아귀에 용 다리에 꼬리까지 꺼내서 땅에 박아놓고 버텨봅니다.. 이거 드러내는건 피날레 공연에서 하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다.
128/370
***
버팁니다.
몸이 뒤로 밀려나가다 못해, 터질 지경이지만. 그때 마침 무승의 양팔이 부러지고 봉에 힘이 사라집니다.
텅!
무승이 봉을 놓칩니다. 그 틈을 타 쌍둥이가 각각 목과 복부를 석장으로 후려칩니다.
"크헉..."
그럼에도, 무승은 정신을 잃지 않고 정명한 눈동자로 하란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이 새끼 왜 안죽어!"
***
"제압해..죽이면...감당 돼....?"
그녀의 말이 파계승들에게 들릴지는...글쎄
#아까 무승 몸에 걸리라고 깔아뒀던 통제선공 압축공간 있었죵? 그거 터뜨립니다 - 2성 결, 폭 : 내공을 100 소모합니다. 1성 결로 굳힌 공간을 터뜨립니다.
28/370
***
쾅!
공간이 터져나가고, 주변이 휩쓸립니다.
...
먼지가 가라앉고 하란이 비척비척 일어납니다.
파계승들은 진땀을 흘리고 있고, 무승은 정신을 잃었습니다.
***
-땡그랑...
봉을 놓아버렸다. 피와 땀이 섞여서 줄줄 흐른다. 비늘과 꼬리는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 그녀는 놓쳐버린 칼을 잡고 기절한 무승에게 비틀대며 걸어갔다.
"에이씨...괴물 같은 놈..."
그리고 무승의 몸에 칼질을 해버린다. 죽지 않을 정도로. 불구도 되지 않을 정도로. 오래도록 정양해야 본래의 힘을 회복할 수 있을 정도로.
"내가 이거 가져다주고 올테니까.. 먼저 돌아가서 보고하고 있어요.. 콜록.."
#무승한테 오래도록 정양해야 본래의 힘을 회복할 수 있을 정도로 칼질합니다. 죽이기 아님 무공폐하기 아님!! 일단 내가 이거 정파 진영에 가져다주고 올테니까 파계승들은 먼저 돌아가서 보고하라구..
***
죽기 직전까지 만들어줍니다!
파계승들은 고개를 도리도리 젓습니다.
"그대로 혼자 못가."
"죽을걸?"
그건 좀.
***
"...설마?"
그녀는 문답무용으로 무승을 끌고 발걸음을 옮긴다...
#이거 하고싶었던 장면이라고!!! 포기못헤!!!!!! 무승을 산채로 끌고 정파진영으로..
***
만류하는 파계승들을 물리치고, 하란은 무승을 등에 업습니다.
등에 축축한 느낌이 강렬합니다.
저벅. 저벅. 저벅.
다리를 절뚝거리며 간신히, 소림의 무승들이 자리잡고 있는 산 중턱에 도착합니다.
***
뭐...소림인데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다 혓바닥으로 야바위털던 무승이 생각나버렸다..에에잇 괜찮을거야!!
#모습을 드러낸다
***
"아니!"
"사형!"
몸이 우락부락한 무승들이 이쪽으로 달려옵니다.
***
"불구가 되진 않았으나, 오래간 정양해야 할 겁니다. 원래의 힘을 되찾으려면.."
#무승을 넘겨줍니다
***
무승들이 열심히 자기들 사형을 들것에 싣습니다.
"...그런데, 소저는 누구시오?"
"우리 사형을 구해주신게요!?"
***
"저는 주리유입니다. 이 분은.."
잠시 침묵. 피가 빠져서 머리가 잘 안 돌지만, 그녀가 왜 혈승과 싸웠는지를 생각하면..
"나랑 싸워서 이렇게 되어버리고 내가 여기까지 데려왔으니까 더하기 빼기 0..."
그리고 보는 사람 열받게 하는 귀여운 포ㅡ즈
"이랄까☆"
***
소림사의 승려들이 멍하니 하란을 쳐다봅니다.
하란은 저들의 생각을 왜인지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너무 이쁘다...!'
같은 거겠지요? 훗훗...
"...제정신은 아닌듯 합니다."
"주화입마에 당한게지...쯧쯧쯧..."
"젊은 처자가 어쩌다...나무아미타불..."
***
....??? 생각했던 반응이 아닌데.
당연히 '이 요녀가 우리 사형을..!' 이나 '그래도 죽이거나 무공을 폐하지는 않았으니 보내드리겠소..' 같은 소리를 할 줄 알았는데...
"반응이 왜 그래요? 내가! 이 주리유가! 이 무승과 싸워 이겼다구요!! 하지만 죽이지도 무공을 폐하지도 않고 이렇게 데려왔지!"
***
"나무아미타불..."
"껄껄!"
다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습니다.
아니 왜!
"보살님. 잘 살펴보시구려."
한 젊은 무승이 친절하게 웃습니다.
"검을 들고 계시지요? 손을 보아하니 검을 사용하는 검수시겠고."
"그리고 여기, 사형의 상처요. 둔기에 맞은 흔적이지. 칼에 당하면 찔리고 베인 상처가 나는데, 이것은 그렇지 않소. 멍이 들고 피부가죽이 벗겨졌지만 날붙이에 당한 흔적은 아니지."
설명을 끝마칩니다.
"크게 다친 사형을 여기까지 모셔온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오. 혹여 시장하시다면 곡차라도 한 사발 하고 가시겠소이까?"
이런 씨
***
"아니 그거는 내가 공격을 받아내는 역할을 해서...! 후우..."
"알겠어요.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면 동료가 두 명 더 있었죠. 곤..그러니까 석장을 그네들이 썼거든요. 셋 다 죽어라 두들겨 맞긴 했지만 저는 공격을 받아내고, 그 둘이 무승을 쳤으니까..상처가 그렇게.."
......
"그렇게 상처를 잘 보시면 제 몸도 좀 보시라구요 이게 누구한테 당한 상처인가!"
추레하게 변명하며 무승에게 자기 몸을 들이대던 주리유..아니 하란이. 갑자기 힘이 빠져나가고 허탈해진다. 이렇게 따져봤자 내 꼴만 추해지겠지...
"곡차....먹을게요...."
***
술을 대접받습니다!
차라며?
***
소림사에서도 술을 마시나? 그냥 대접용인가?
암튼 그녀는 곡차를 홀짝이면서도 주변을 계속 두리번거렸다. 적진의 사절과 외교관은 공식적인 첩자이기도 하고, 그 안을 살펴볼 수 있는..
아..참..나는 지금 외교관이 아니라 그냥 미친ㄴ이지... 그녀는 생각했다.
***
소림사의 무승들이 저마다 한담을 나누고 있습니다.
개중에는 옷을 벗고 기예를 펼치는 자들이 있는데, 대충 철봉에 턱을 올려놓고 눈을 감고서 불교 경전을 외우는군요.
미친놈들입니다.
***
이놈들. 진짜 광기다! 그냥 보이는 옷 입고 귀여운 짓 하면서 돌아다니는 하란이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무언가다.
"곡차! 잘 마셨습니다! 사형이 깨어나시면 꼭 물어보세요! 누구랑 싸웠는지!"
이 미친놈 소굴에 더 볼 일은 없다! 파계회로 돌아가야지!
***
쌍둥이를 이끌고 보고하러 갑니다!
"돌아오셨는가."
그들이 하란을 맞이합니다.
***
"예. 보고하겠습니다."
"탐색 중 소림사 무승을 찾아서 교전했답니다.. 성명별호는 모르지만 자기가 혈승의 제자라고 했고.. 쌍둥이들이 그의 석장을 가져왔으니 어르신께선 알아보실지도 모르겠군요..."
"혈승을 상대로 너무 큰 은원을 짓는 것은 위험하다고 사료되어 딱 죽지 않을만큼만 만들어놓고 왔습니다. 무공을 폐하지도 않았지요. 저뿐만 아니라 쌍둥이와 본성의 절정무사들도 있었으니까요. 이 전쟁이 끝날 때까진 꼼짝없이 정양만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그리고 소림사의 근거지에도 다녀왔습니다. 놈들이 저를 그냥 광년으로만 보고 무승과 싸웠다는 것도 믿어주지 않고.. 곡차를 주길래 한 잔 마시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
"...완벽하군."
파계회의 중진들이 그리 평가를 내립니다.
"훌륭히 일을 해주셨소. 신상필벌. 바라는 것이 있소?"
***
와! 논공행상! 어리저래 엉망진창으로 아득바득 헤쳐나간 길이지만 그 끝은 달구나!
내공은 최근에 많이 먹었으니까..
"혹 사용하지 않는 보패가 있다면.."
***
"보패?"
파계회쪽에서 웅성거립니다.
"아무거나 상관이 없소?"
"가능하다면 내공에 관한 보패를..."
#나도 내공 n배할래!!!!
***
"내공에 관한 보패?"
어떤 종류인지 정확히 서술해주시기 바랍니다!
***
#왜...왜그 내공 n배로 뻥튀기시켜주는 그런거 있잖아용..!
***
그건 신외지물 수준인데...
***
#ㅠㅠㅠㅠ...
아 그럼...주전자 보패는 안되나용? 복건앞바다에서 블루투스로 바닷물을 끌어오는 주전자인거에용.. 주전자에서 나온 물은 복건에서처럼 내공소모없이 쓸수있고?
***
너무 신외지물이자나용!!!
***
#아!!! ..쿨타임이라던가..설정해주세용....그래도 주전자니까 진짜 복건에서처럼 바닷물을 통째로 끌어오는 그런것도 안될거아녜용..
이것도 안되면 그냥 오마카세로 부탁해용..
***
【 불루투수(不淚透水) 】
성인 여성의 손바닥 크기만한 연적.
상감기법으로 새겨진 탱화가 인상적인 보패.
기이한 힘을 품고 있다.
- 공간연동 : '물'이 충분한 지정된 장소와 연결됩니다. 지정된 장소의 물이 떨어지지 않는 한, 연적의 물은 마르지 않습니다.
- 과유불급 : 연적 안에 있는 물을 다 사용하기 전까지는 물이 채워지지 않습니다.
***
"파계회의 호의에..감사드립니다."
그녀는 연적을 받아들어 손에 쥐었다. 물이 있는 장소와 이어져, 그 물을 따를 수 있는 보패라...그렇다면..
- 쪼르륵..
장소를 생각하며 내공을 불어넣었다. 연적을 기울이자 소금기를 머금은 물이 그녀의 손바닥 위로 흘러나온다. 협해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퍼올린 바닷물이다.
보통 인간이라면 어딘가의 민물을 떠서 마실 생각을 하겠지만..그녀는 다르지.
#대만해협과 연적 블루투스가 연결되었습니다.
***
원래는 직접 거기까지 가서 연결해야 하지만, 이번만 봐드리겠습니다.
띠링!
무선연동 되었습니다.
***
휴...암튼 작은 물이지만 내공소모 없이 쓸 수 있는 뭔가 생겼다..욘두처럼 얼음바늘 만들어야지...후후..
그녀는 회주에게 허리를 숙여 포권지례를 올리고 물러난다.
#땡큐!
***
물러납니다!
고요합니다.
폭풍전야 처럼.
***
아...폭풍같았구나. 이런 싸움은 너무 오랜만이었어..
그녀는 허리를 뒤로 젖히고 기지개를 핀다. 그러나 진짜 폭풍은 이제부터 찾아오겠지..
#탄종사계...통제선공...실전한계..
***
나온지 얼마나 되었다고!
하란이 다시 소집당합니다!
크아악!
***
- 長江公
크아아악!!! 내 초식!!!
이번엔 또 무슨일이냐!!!!
#끌려갑니다
***
파계회의 분위기가 아주 무겁습니다.
"...아 왔나."
파계회의 중진들이 하란을 맞이합니다.
"귀빈이 오실걸세. 맞이할 준비가 필요해서 말이야."
***
"귀빈이라 하시면...."
뭐야. 소림사에서 하란이 잡아가려고 오는건 아니지?
"음...일단 날라리 짓은 자제하는게 좋겠지요..?"
#옷도 갈아입어야하나용? 갑자기 얌전해진 하란이
***
"장강공이 오시네."
누구요?
***
....설마....
"장강수로채주....?"
#수적이면 하란이 경박한 아이돌 스타일 오히려 좋아하려나
***
파계회의 중진이 고개를 무겁게 끄덕입니다.
***
"히이..."
하란은 저도 모르게 입을 가린다. 장강수로채주.. 장강!.
"혹 그 분에 대해 알려진 건 없는지요...? 좋아하는 것이라거나.. 그러니까 귀빈 접대를 하려면.."
당황하여 말도 계속 끊긴다. 누가 파계회에 와서 장강수로채주 만날 생각을 했겠어!
#장강공 뭐 좋아하심???
***
"번잡하고 소란스러운 것을 싫어하신다고 알려져 있네."
아.
"...대격변이 일어나겠지."
뿌우우우 -
밖에서 나팔 소리가 들립니다.
"왔군."
***
......? 장강공?
"장강공을 뵙습니다!"
#일단..인사..
***
"아리따운 소저로군요. 반갑습니다. 성함이?"
희여멀건한 안색의 장강공이 웃으며 인사를 받아줍니다.
***
1초도 되지 않는 시간에 하란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번뇌가 지나간다. 장강공인데 왜 이렇게 약해보이지..부터 아무튼 이 사람에게 잘 보이면 장강까지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갖가지 생각들. 하지만 단 하나의 생각이 그 모든 번뇌를 녹여버린다.
'나같이 생각하는 사람을 얼마나 많이 봤겠어?'
그렇게 생각하자 자신의 번뇌가 부끄럽게 느껴지는 그녀였다. 그냥.. 장강공이라는 위명은 잊도록 하자. 자신의 용왕 직함도. 화경도 초절정도 없고, 심지어 우리는 무림인도 아니라고 생각하자.
눈 앞에 이 사람은 그저 예로 대해야 하는 한 사람일 뿐이다. 화경 고수를 보는 게 이제 3번인데, 슬슬 적응해야지. 언제까지 호들갑이나 떨려고.
"소녀. 주리유라 합니다."
#호들갑떨지 않고 담백하게 대합니다.
***
"아."
장강공이 힘없이 부드럽게 미소짓습니다.
마치 유약한 선비와도 같은 모습입니다.
"그렇군요. 소저의 공연이 저잣거리에 상당히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고 들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볼 수 있으면 좋겠군요."
하란의 천재적인 두뇌로 따져봤을 때, 지금 공연을 하지는 말아달라, 로 들립니다.
"초절정의 무위에...제법 정심한 무공. 사파의 일원치고는 굉장히 특이한 것 같습니다. 하하."
***
'사파의 일원치고는 굉장히 특이한 것 같습니다.'
.....너 뭐하는 놈이야? 라고 묻는 건 아니겠지? 저저저저는 절대 수상한 사람이 아닙니다 여기 흑천성주 인증마크도 이마에 있고..
"황송합니다 장강공 대협. 하지만 소녀, 큰 싸움을 치르고 온 몸이라. 당분간은 공연이 어려울 듯 합니다.."
#장강공에게 맞춰줘용
***
"아쉽군요."
전혀 아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여하간. 절강 쪽에 소림이 나타났다 이야기를 들어 지원을 하러 왔습니다. 절강을 함락한 뒤에는 어디로 갈 생각입니까?"
장강공이 파계회를 보며 묻습니다.
".......홍로문을 무릎꿇리고 호북을 치러 갈겁니다."
"안휘를 지나쳐야겠군요."
"그렇습니다."
"좋습니다. 안휘의 주인은 남궁이지요. 남궁 정도는 제가 막아드리겠습니다."
힘없이 장강공이 웃습니다.
"우선 소림부터 치워보도록 할까요?"
파계회의 사람들이 움찔거립니다.
***
소림..치우기..앗..하란이 또 곤봉 맛을 보는 것인가...
#잠자코 듣고 있습니다
***
"주 소저도 함께 하시겠습니까?"
소림을 치우는 건 이미 기정사실화 한 채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
에에잇 모르겠다 까라면 까야지!
그녀는 포권지례를 올린다! 소림 빡빡이들 하란이를 무시한 대가를 치러라!
#까짓거 한번 해보죠
***
"좋습니다. 그럼 주 소저는 '나'와 함께 하시겠소?"
선택의 시간입니다.
장강공과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면 파계회와 움직이게 될겁니다.
***
"영광입니다. 대협."
파계회랑도 한번 싸워봤으니. 이젠 장강공 차례다. 호재필, 광검문, 산왕, 파계회에 이젠 장강공까지.. 사파 여기저기에 발을 담그고 다니는 그녀였다.
#장강공이랑 갈래용!
***
장강공과 함께 합니다!
수적들의 배를 타고 천천히 강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
.....
도도한 장강의 물결을 가르는 배 위에서. 그녀는 뭔가 jot 되었음을 깨달았다. 지금 수적들이랑 싸우는게..모용세가 아니었나? 장강공이라는 위명에 혼이 팔려서! 악!! 아악!!!!!
#장렬한 내적 비명을 지릅니다
***
배가 멈춥니다!
저 멀리, 소림 무승들의 막사가 보입니다.
"조촐하군요."
장강공이 힘없이 웃으면서 목을 좌우로 꺾습니다.
"그럼 어디...'인사'를 한 번 해볼까요?"
강물이 꿈틀거리기 시작합니다.
***
앗. 소림사..다행이다..다행인가?
바로 그 때, 배 아래 장강의 물이 꿈틀대기 시작한다. 역시 물에 정통해 있는 그녀는 빠르게 감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하란의 방식과는 뭔가 달랐다. 화경의 고수. 장강공. 그가 민물을 다루는 모습을.. 그녀는 똑똑히 보아야 했다.
#와 장강공 직관
***
장강의 물결이 움직입니다.
長江公.
왜 그에게 통치자를 뜻하는 별호가 붙었을까요.
오늘, 그 이유가 이 자리에서 밝혀집니다.
장강의 물결이 거인처럼 일어나 물길을 벗어나 소림사의 진지로 움직입니다.
거대한 해일이 진지를 덮쳤고 비명소리가 가득합니다.
"음. 이 정도면 인사는 되었겠군요. 뒤는 맡겨보도록 하지요."
장강공이 창백한 안색으로 그리 말하며 배에 앉습니다.
"주 소저에게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뒤를 맡기겠다.. 하란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그녀는 수인을 맺고 내기를 퍼트리기 시작한다. 소림사의 진지를 덮친 그 물살 위로.
"하아...."
장강공이 깔아놓은 판에 숟가락만 얹는 모양이지만, 진지를 휩쓴 물들이 섬세히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다시 장강으로 내려가는데, 휩쓸린 소림사의 무승들을 장강 밑바닥으로 끌고 내려가기 시작한다.
#소림사 무승들 장강 밑바닥 투어 368/370
***
무승들이 물살에 밀렸다가, 이번에는 끌려들어옵니다!
그들이 저항하고 있습니다.
저항하는 무승들을 상대로, 물살을 탄 수적들이 나아가 칼질을 합니다!!!
속절없이 절정의 승려들이 목숨을 잃습니다..............
비극입니다.
***
"......"
도륙당하는 무승들을 배 위에서 내려다본다. 그들은 무지의 대가를 치르는 것이 아닐까? 이 주리유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미친 소저라고 착각한 대가 말이야.
...나는 그런 실수 하지 않아야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봅니다.
***
소림사의 진열이 빠르게 무너집니다.
초절정에 이른 무승들이 한데 모여 해일을 막아내고, 그곳으로 수적들이 뛰어내립니다.
다들 털복숭이에 낡은 옷을 입은, 하찮은 모습들이지만.
그들 하나하나가 모두 초절정에 이른 고수들입니다.
"으하하하하!"
그들이 땅에 내려서자 미처 다 빠져나가지 못한 물들이 이끌려옵니다.
마치...물을 다루는 것 같습니다.
철썩 -
물의 무게가 승려들을 밀어붙이고, 승려들은 온 힘을 다해 막아냅니다.
"불법에 인생을 바치신 분들입니다. 더 이상의 살생은 자제하세요."
장강공의 작은 목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승기가 굳어졌습니다.
***
"자아... 저도 뒤에서 구경만 하기는 부끄럽군요.."
사뿐히 물 위로 뛰어내린다. 등평도수. 물 위로 그녀의 한쪽 발끝이 버드나무 잎처럼 내려앉는다.
#무승 제압에 힘을 보탭니다. 물을 계속 밀어붙이면서. 366/370
***
무승 제압은 어렵지 않게 끝납니다.
하지만 수적들의 분위기는 좋지 않습니다.
"...혈승이 없군."
"그 악승이 왜 없는 것이지?"
장강공은 여전히 작게 미소를 띠고 있습니다.
"다음은 홍로문이겠군요..."
***
"혈승의 제자는 이미 전선에 도착해 있었지요. 저와 파계승 둘이 그를 제압했습니다만. 더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제자가 그 정도인데 혈승 본인은 어떨지. 생각하기도 싫다. 만나기도 싫고.
#정보공유
***
"...뭐. 상관은 없습니다. 제가 있으니까요. 하하..."
힘없이 장강공이 웃습니다.
"그럼 이제 홍로문으로 가볼까요?"
장강공이 승려들을 묶어 배에 감금하고, 손짓하자 다시금 강물이 움직입니다.
분명 육지였던 곳에 물줄기가 흐르기 시작하고 그 물줄기를 타고서 배들이 항해를 시작합니다.
***
강물이 움직인다. 강물이 일어나 걷는다. 뭍을 거슬러 오른다. 그녀는 난간에 몸을 기대고 강물이 배를 업고 뭍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와.."
그녀도 복건에서 비슷하게 할 수는 있겠지. 혈검문의 보복이 두렵지 않다면. 할 수 있되 할 수 없는 일을, 족쇄에 묶여있던 힘을. 오늘 장강공을 통해 본 기분이다. 그녀는 물의 흐름을 관심 깊게 살펴본다. 그의 손짓 하나가, 물방울의 튀어오름 하나가 물에 대한 가르침 같았다.
#장강공이 통제하는 강물을 유심히 봅니다. 사실 장강공 정도면 하란이 정체 이미 알았으려나...
***
물의 움직임.
바다가 아닌 강이지만, 실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드높은 경지의 편린을 맛봅니다.
하란에게 아주 자그마한 깨달음이 찾아옵니다.
최대 내공이 1년 증가합니다.
현재 최대 내공은 371년입니다.
***
"장강공. 대단하십니다. 범람이라는 것에 대해 모르는 것은 아니나, 물이라는 것이 이런 식으로도 움직일 수 있을줄은..."
물에 대해 그녀는 남들보다는 잘 아는 편이다. 용왕이니까. 그래서 더욱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저 이해하지도 못할 흐름이 얼마나 드높은 경지인지 느껴진다. 때로는 섬세하고 때로는 격렬하게, 굽이치고 휘몰아치면서 나아가는 수류가..
#장강공 대다네
***
"하찮은 잡기일 뿐입니다."
장강공이 힘없이 웃으며 그리 대답합니다.
수적들은 노를 젓지도 않고 배에 눕거나 앉아서 여유롭게 지내고 있습니다.
***
그래, 잡기. 알면 기술이요 모르면 요술이라. 그녀도 언젠가 했던 말이었다. 모르니까 신비하게 보이고. 모르니까 대단하게 보이고.
하지만 그 사실을 안다고 해서, 장강공의 수류가 그녀의 눈에 기술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녀는 모르니까!
"장강공, 장강공. 저기 저것은 또 무엇입니까? 와류가 생기는 것 같은데.."
그녀는 장터에서 광대패의 재주를 처음 본 10살짜리 소녀처럼, 순수한 눈을 반짝이면서 질문한다. 이 경이로운 장면 앞에서, 천하의 기이한 아름다움을 처음 맞닥뜨린 순박한 소녀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장강공 수준은 아니었으나, 그녀 또한 물에 대해 깊게 연구한 경험이 있음이 질문에서 드문드문 드러난다.
"저기는 역조가 돌고 있는 것입니까? 물이 우는 소리가 납니다!"
#순수한 눈을 빛내면서 쫑알쫑알거립니다. 교수님을 유혹하는 학생처럼.. 이거 진심임.. 모땐 혈검문 때문에..하란이는 지금까지 물도 제대로 못 써보고..(눈물닦기
***
장강공을 비롯해 수적들이 그런 하란의 모습에 흥미가 동했는지 슬금슬금 다가옵니다.
"....수공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군요."
장강공이 희미하게 웃습니다.
"잠깐 배를 멈출까요?"
그러자 물줄기는 멈추고 그대로 어디가지 않고 고정됩니다.
둥실거리는 배 위에서 장강공이 하란의 옆에 섭니다.
"우선, 수공이 무어라 생각하십니까?"
***
"가장 낮은 곳의 무공입니다. 낮출수록 낮출수록 강력해지는.."
"그리고 변화와 유연함의 무공이기도 합니다. 막는다고 막아지지 않고, 기어코 옆으로 타고돌거나, 위로 넘치거나, 틈을 찾아 새어나가는 무공입니다."
그래서 옛 성현들이 진리를 물의 성질에 비유한 일화가 많은 것이 아닐까? 유연하고 온후하나, 때로는 불보다 맹렬해질 수 있는 것. 불이 휩쓸고 지나간 곳에는 재라도 남지. 물이 휩쓸고 지나간 곳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으니.
#가장 낮은 무공. 변화와 유연함?
***
"틀린 말은 아닙니다."
장강공이 웃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요. 물은 폭력적이고 강맹하다 생각합니다."
?
"길을 인도할 수 있는 물은...말씀하신대로지요. 하지만 길을 인도할 수 없는 물이라면 어떠합니까? 자그마한 수준이 아닌, 대해와도 같은 해일이 들이닥치면...그 때도 물이 옆으로 타고 돌겠습니까? 위로 넘치겠습니까?"
딱.
그가 손가락을 튕깁니다.
"우리 장강수로채의 수공은 그렇지 않습니다. 모조리 부수고, 파괴하지요."
***
"마치 황하의 범람에 대하여 말씀하시는 듯 합니다. 감히 치수治水를 허하지 않는 폭류처럼.."
온순히 길을 따라 흐르는 물이 아니라, 제멋대로 꿈틀거리며 길을 뚫고 나가는 황룡. 거대한 보, 수고, 가장 위대한 황제의 정책조차 비웃는 통제불가능의 힘.
"물이 가장 낮은 곳에 있다는 것은, 가장 낮은 뿌리까지 뒤집어 엎어버린다는 말로도 해석될 수 있겠군요.."
수림의 무공은 물의 두려운 모습을 극대화한 무공인가. 인간은 언제나 물을 발 아래에 두고 내려다보지만, 그 시선을 비웃듯 기어올라와 마침내 태산을 밀어넘기고 마는 그런 힘...
#수림의 수공에 대해서 생각해보아용
***
생각을 해봅니다.
어떤 식으로 생각해볼까요?
1. 이 또한 맞는 것이다. 물의 본질은 강력한 폭력이며 그저 억누를 뿐
2. 그렇지 않다. 이는 통제할 수 없었을 때에 일어나는 일. 치수를 통해 다스릴 수 있다.
3. 내 생각은 좀 다른데?(레스주 개인 의견 제시)
***
"얄궂게도....이것이 순환이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하란은 묘한 말을 한다.
"공공이 축융에게 제압당하고, 우의 치수로 하여금 이 땅에 사람의 문명이 피어났지요."
중원과 새외의 이민족까지. 농사를 짓는 민족에게는 언제나 난폭한 물의 신이 제압당하는 치수 신화가 내려온다. 그러나...
"본디 사람은 치수를 통해 번영했으나, 수림의 무공은 그 아래 억눌려있던 물의 힘을 다시 끌어올리려는 듯 보입니다. 마치 만조와 간조처럼. 과거의 일이 다시 일어나는 듯 합니다."
수신을 제압한 토양 위에 피어난 인간들이, 발 아래 짓눌린 수신을 다시 일깨우려 하는 아이러니..
"장강공의 말씀대로. 물은 그저 통제할 수 없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으로' 통제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통제하고도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이로군요.."
#기껏 수신을 제압해놓고서, 그 힘에 매료되어 다시 수신을 깨우려고 하는 사람들. 마치 기어코 틈새를 찾아 올라오고야 마는 간헐천같다. 물은 제압하고도 제압할 수 없는 것. 진정 통제할 수 없는 것이로구나. 억누르고 억눌러도, 물은 때가 되면 차오른다. 거대한 물은 오직 자신의 길로 순환한다. 누구의 방해도 통제도 없이..
***
"순환이라."
장강공이 빙그레 미소 짓습니다.
"저 또한 그리 생각합니다. 물은 분노와도 같고, 분노는 곧 순환이라고들 하지요..."
그가 양팔을 벌립니다. 앙상한 두 팔이 드러납니다.
"자연의 분노. 그것을 가장 잘 형상화한 것 중 하나가 바로...물이지 않겠습니까."
***
"자연의 분노요...? 아닙니다. 자연은 분노하지 않습니다. 자연에는 감정이 없고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아차 하는 사이에 자기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너무 정면으로 부정해버렸나. 하지만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
"차라리 분노하는게 더 나을 것입니다. 분노에는 이유가 있고 이유를 알면 달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은 눈 먼 백치입니다. 자연이, 물이 이따금씩 날뛰며 생명을 쓸어가는 것은 분노해서가 아닙니다. '그냥'인겁니다. 그냥이요. 미치도록 분통이 터지는데 이유도 없고 어디 하소연할 수도 없는 부조리인겁니다. 그것이 진정 두려운 것입니다."
"그저 원리만 따진다면야 기가 역류하느니, 흐름이 뒤바뀌었거니 설명할 방법이 없지는 않겠습니다만... 본질은 그렇지 않을런지요."
목소리가 조금씩 작아진다.
#자연, 섭리, 물은 분노하지 않는다. 그게 진짜 무서운 것이다
***
"흐음..."
장강공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습니다.
하란은 긴장하지만, 다행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뭐, 그렇게 볼 수도 있지요..."
장강공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뼉을 칩니다.
"자. 다시 움직일까요?"
일행은 곧 홍로문에 도착합니다.
***
'....저러다 갑자기 이게 부조리다! 하면서 머리를 깨버리진 않겠지?'
적어도 지금은 아닌 것 같다. 휴...
사공이 장강공이라 산으로 가는 배는 곧 홍로문에 도착한다. 하란의 삶에서 그닥 큰 접점이 없던 곳. 야견의 말로는 사파로 돌아왔다 하였으니 이곳에서는 싸움이 없지 않을까.
#일단 지켜봐용!
***
도착한 홍로문의 장원은 놀랍게도 백기가 걸려 있습니다!
"..."
장강공의 눈썹이 휩니다.
"헛걸음을 한 셈이군요. 그래도...보상을 안받을 수는 없을테니. 항복문서만 받아오지요."
그러자 수적 하나가 급히 저쪽으로 뛰어갑니다.
.
..
...
그가 돌아옵니다. 그의 손에는 문서가 한 장 있습니다.
"되었습니다. 돌아가지요."
장강공이 하란을 쳐다봅니다.
"같이 돌아가시겠습니까?"
목적지는 흑천성입니다.
***
"..따르겠습니다. 대협"
그녀는 허리를 숙인다.
#장강공이랑 같이가용!
***
흑천성으로 돌아옵니다!
흑천성은 고요합니다.
"돌아왔군요."
장강공이 배에서 내립니다.
"아무리 우리라도...시대의 거인 앞에서는 예의를 지켜야지요. 다들 단정한 용모를 갖추세요."
수적들이 열심히 몸단장을 시작합니다.
세수하고, 목욕하고, 때를 벗기지요...
하란도 준비합시다!
***
하란이도 세수하고 목욕하고 때 벗기기...에는 주변에 수적이 많네.
아무튼 알아서 잘 씻고 여우궁장도 내공으로 말리고 다림질하고! 꾸안꾸 화장도 오케이! 거울을 확인하니 걸어다니는 벚꽃. 가히 중원 아이도루(총원 1명)의 정점의 선 자태로다!
#꽃단장!
***
꽃단장을 마칩니다!
안으로 들어갑니다!
들어가자 딱 보아도 나 초절정 극에 달한 고수요~싶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서 장강공을 맞이합니다.
"...그, 성주께서는 출타하셨습니다."
"...아니 왜요?"
장강공은 당황합니다.
***
".....?"
콩재필 어디감? 인생에 권태를 느끼던 차 하란이처럼 아이도루하러 가출한거임?????
#이 생각을 입밖으로 냈다간 사지가 찢어지겠지 조용히 뒤에서 다소곳한자세로 지켜보아용
***
지켜봅니다.
"아니. 정말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사마외도 어르신이 출타를 하셨다니요."
"중앙으로 가셨습니다."
장강공의 얼굴이 굳습니다.
...하란이 보기에는, 약간 무섭기도 합니다.
"..........중...앙...말인가?"
장강공의 말투가 변합니다.
"무얼 가져가셨나?"
"전부 가져가셨습니다."
장강공이 급히 등을 돌립니다.
"모두! 후퇴한다!"
?
***
#천재다이스 요청해용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것???
***
하란의 천재적인 두뇌가 상황을 파악해봅니다.
사마외도가 '모두' 들고 갔다.
...전력을 다한다?
화경 고수.
그것도 천하제일인에 가장 근접한, 호사가들에 따르면 진정한 천하제일인.
하란이 인식하기에 그저 스스로 등선하기를 미루고 있는 것 뿐인...사실상의 신선.
그가 '전력'을 다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직접 찾아가서 볼지, 도망칠지.
선택은 하란의 몫입니다.
***
호재필이 중앙 전선으로 갔다. 전부 들고 갔다. 전부..호재필이..전부....
하란은 황급히 후퇴하는 수적들 사이에서 붙박인듯 서 있었다. 호재필. 천하제일인의 전부..
"..."
장강공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가만히 포권지례를 올렸다. 그리고 수적들과 반대 방향으로.
앞으로.
#호재필 절대직관해!!!!
***
후퇴하는 장강공.
그리고 역으로 앞으로 뛰어가는 미사하란.
이 결정이 둘의 미래에 어떻게 다가올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미사하란은 선택했습니다.
미사하란은.
중앙 전장으로 이동합니다.
***
만일을 위해 검을 뽑고. 거대한 기의 흐름을 쫓아 발걸음을 옮긴다. 이 공간 전체가 호굴이며, 하란은 자신이 호구 안으로 걸어가고 있음을 알았다. 전부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다. 천하제일인의 전력이라는 8글자 때문에..
#조심스럽게 나아가용
***
고고고고고고....
주변의 기운이 심상치 않습니다.
저 멀리, 구릉을 가득 채운 군세가 보입니다.
정파의 군세겠지요.
그리고 그것을 홀로 대적하는 작은 소년의 등이 보입니다.
그 등에는 온갖 무기들이 가득합니다. 어떤 것들은 주변을 둥둥 떠다니고 있습니다.
호재필입니다.
- 호재필
- 저기 있다. 언덕 뒤에 몸을 숨기고 눈만 슬쩍 내밀었다. 금방이라도 불이 붙을 듯 맹렬한 기운에 도망치지 않은 것을 조금 후회했으나 이제 와서 무를 수는 없다!
용안 on!
***
지상에 남은 용의 시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눈이!
눈이 불타듯이 아파옵니다!
아닙니다!
실제로 눈이 불타고 있습니다!
하란은 곧바로 눈을 질끈 감고 열기를 간신히 몰아냅니다.
용의 시야는 사라지고 한낱 영장류의 시야가 되돌아옵니다. 눈은 여전히 감고 있습니다.
아주 잠깐동안 바라본 세상은...
사마외도를 중심으로, 그가 갈무리하지 않고 풀어헤친 내공이 새하얀 백열로 바뀌어 세상을 뒤덮고 불태우는 것이었습니다.
슬쩍.
저 멀리서도 사마외도가 시선을 느꼈는지 하란이 있는 곳을 정확히 바라봅니다.
하지만 미사하란은 그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귀가 먹먹해집니다.
코에서는 뜨뜻한 감촉이 느껴집니다.
피냄새가 납니다.
***
백열. 말이 백열이지 사실상 투명한 불이다. 붉은 불꽃이 뜨거워지면 푸른 불꽃이 되고, 그렇게 한없이 한없이 뜨거워지다보면 결국 백열이 된다고 들었다. 아주 잠깐동안이었으나, 세상을 살라먹으려는 거대한 백열이 보였다.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뜨거운... 뜨거운..? 으아악 눈에 불까지 붙는다! 눈을 감고서야 겨우 열기를 몰아냈다
"아..."
가면벗은 금모구미를 만났을때랑 똑같다. 이렇게 칠공에서 피가 쏟아지다가 쓰러지고 저승에서 눈을 뜨려나. 금모구미는 내 무덤이라도 파주고 있었지, 여긴 그마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
통제선공으로 방벽을 세우느니 가망 없는 짓은 하지 말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느껴보자...이미 눈도 귀도 코도 막히고 있다. 남은 것은 기감뿐.
#기의 흐름을 느껴보아용 어차피 죽을거 겁먹지 말고 똑바로 느껴랏! 배워가는게 있어야지!
***
놀랍게도 사마외도는 아무런 것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저것은 그저...가만히 그 자리에 앉아서 적들을 기다리고 있는 '준비'일 뿐입니다.
***
대주천에 성공합니다!
온 몸의 기혈이 들끓어오르기 직전, 간신히 진정시켰습니다...
아직 저 전장에는 그 누구도 와있지 않습니다.
눈을 뜨고보니, 사마외도가 하란을 정확하게 쳐다보고 있습니다.
***
아...호재필....심장에 치명적인 아이컨택이다. 지금 준비운동으로 나를 조지려고 저러는건 아니겠지?
저는 수상한 사람이 아닙니다.. 저희 구면이잖아여..
***
까딱 까딱.
사마외도의 손가락이 움직입니다.
그가 미사하란을 부릅니다.
***
"히이잉.."
김하란. 나쁜짓하다가 주임쌤한테 걸린 표정으로, 소심하게 양손을 모은채 쭈뼛대며 가까이 갔다. 그리고 그의 앞에서 다소곳이 무릎을 꿇는다
"성주님을 뵙습니다.."
***
"아마 무림맹의 늙은이들은 안나올게다. 바쁠테니."
늙은이들이라 하면...화경의 고수들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니 지금이 가장 좋을 때다. 때가 무르익으면 난 곧장 위로 진격할 셈이다."
그리말하며 사마외도가 하란을 쳐다봅니다.
"너는, 내 뒤를 따르러 온 것이냐?"
어...아닌데...
***
싸움구경하러 왔다고 말하면 이 자리에서 분해당하겠지?
"잘 모르겠습니다 성주님.. 장강공과 함께 본성으로 돌아왔는데, 성주님께서 '전부 가지고' 전선으로 가셨다 하는 겁니다."
"수적들은 전부 뒤로 도망가는 와중에 저는..저도 모르게 그냥..예..."
***
"하하."
사마외도가 즐거운 듯 웃습니다.
"그럼 기왕 이리 온 거. 내 뒤를 따라오거라."
예?
***
"앗, 넵..."
용줍당해버렸다..
....그런데 이 창잡이(이수아) 누구지? 낮익은데? 왜 성주님한테 덤비고있지? 에엣????
***
창잡이는 순식간에 목이 베어져 쓰러집니다.
죽었군요.
***
호재필이 뒤를 따라오라고는 하는데. 멀리서 보면 10초만에 죽을거 여기 있다가 1초만에 죽지는 않을지. 솔직히 말해서 그녀를 보살펴주면서 싸워줄 정도로 다정한 사람인지도 모르겠고...
호재필. 보살핌. 뭔가 정말 안 어울리는 단어의 조합이다.
#호재필 따라가기
***
호재필 옆에서 방금 살아났던 아름다운 여성이 다시 한 번 죽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호재필은 굉장히 흥미로워하고 있습니다.
"아이야. 이리 와보거라."
호재필이 미사하란을 부릅니다.
"방금, 죽였는데 살아났단다. 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더냐? 내 인생을 100년 정도 살아봤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다. 기이한 무공의 힘일까? 신선의 방술을 익힌 것일까? 내가 세상에 미련을 다 잃고 의무만이 남은 삶을 산다 생각하였건만! 아직도 세상엔 이리 신기하고도 재미있는 것이 있구나!"
호재필이 기괴하게 활짝 웃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아이가 다시 살아날까? 제발 그랬으면 좋겠구나!"
***
"어..."
호재필의 얼굴에 뒤틀린 웃음꽃이 핀다. 그녀의 정체를 알았을 때보다 더 환하게 웃고 있는 기분이다. 그리고 그녀 또한 적잖이 놀랐다. 죽음에서 돌아오는 일이 자신만의 전유물은 아니었구나. 죽고 살아나서 또 죽어버린 아름다운 창잡이를 내려다보았다.
"한 번 일어난 일이 두 번이라고 일어나지 못하겠습니까. 만약 다시 깨어난다면, 그때는 죽이지 마시고 영문을 물어보는 것이.."
#
***
"왜?"
호재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하란을 쳐다봅니다.
"내가 직접 알아내는 것이 더 재미있지 않으냐?"
***
"생판 아는게 없어 그렇습니다 성주님. 지금은 두 번 죽고 두 번 살아났는데, 그것이 세 번까지일지 네 번까지일지. 영원히 계속될지 여기서 끝나버릴지 누가 알겠습니까? 죽음에서 살아나는 일을 어찌 가볍다 하겠습니까?"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또 살아날지는 저도 모르겠으나, 정말 살아난다면 한번 하문하여 보십시오.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야메떼
***
"그렇다면 재미가 없잖느냐. 재미가."
호재필의 눈에는 광기가 가득합니다.
"...너는, 이게 재미가 없는 것이냐? 이것을 보고 학구열이 타오르지 않아?"
왜 타올라야 합니까 제가...
***
"흥미가 돋긴 합니다. 하지만 이곳이 적합한 장소일지는..."
지금 정파인들이랑 한판 붙으려고 여기에 온 게 아닌가. 이런 곳에 정신팔려있을 시간이...
....아 괜찮은건가...화경고수..젠장..
#나한테이러지망ᆢ
***
"그렇지?"
호재필이 껄껄 웃습니다.
"또 살아난다면 네가 해보겠느냐?"
예...?
***
제가요? 쟤를요? 푹찍?? 저는 잘 모르겠서요...
"....또 살아난다면 제가 어찌저찌 해보겠습니다. 흑천성에도 이 사실을 알리시겠습니까?"
아니면 호재필 혼자서 알고 있던지. 아끼 표정을 보면 후자인 것 같긴 하다.
#까짓거한번 뭐 예 음
***
"...그러면 장난감을 자기들도 한 번 가지고 놀겠다고 하지 않겠느냐?"
호재필은 불만이 가득한 얼굴입니다.
"입막음 비용으로 이 장난감을 네게 한 번 빌려주는 것으론 부족하단 말이냐?"
아니 그런 의미였냐고요.
***
그런 뜻이었어요?? 감히 누가 호재필 장난감을 나도 써보자고 들이댈만큼 간이 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런 것을 함부로 건드리기 두렵습니다. 이 불가사의한 일 아래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거미줄처럼 얽혔겠습니까. 저 또한 강호를 주유하며 몇 가지 일들을 겪었으나 죽고 살아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습니다...."
"입은..입은 그냥 막고 있겠습니다 성주님.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겠습니다."
#아 하란이는 관심없어요!! 입막음 비용은 다른걸로주셈(????
***
호재필의 눈에서 약한 실망의 빛이 떠오릅니다.
"그러냐...?"
***
"예...뭐...."
쭈뼛거리다가 죽어있는 소저에게 눈길을 돌렸다. 하란은 2번이다. 3번 죽고 되살아나는 것부터는 그녀도 모르는 영역이다. 그런데..
"아니, 또?"
또 살아나네?? 그녀의 눈빛이 바뀌기 시작한다. 대체 몇 번이나 가능한거지 이거? 나도 되는건가?
***
"네가 죽이지 않을거라면 내가 계속 가지고 노마."
호재필은 한 치의 망설임조차 없이 칼을 휘두릅니다.
***
혹시..지금 물어봐도 되지 않을까? 호재필 기분 좋아보일 때?
"성주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하나만 여쭤도 될지요."
또 죽어 쓰러진 소저를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던 호재필에게 묻는다.
"성주님이 생각하시는 武란 무엇입니까? 어쩌면 지금이 아니면 다시 여쭈기 힘들지 않을까 하여.."
***
"모른다."
?
예?
"모른다고 하였다."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이야기란 말입니까.
"반대로 묻겠다. 武란 무엇이냐?"
***
이 '모른다'가 단순히 모른다는 건 아니리라. 조금 아는 사람은 자신만만하게 틀린 답을 내놓지만, 많이 아는 사람은 주저하며 답을 내길 꺼린다. 많이 알수록 멀리 보이고, 머나먼 풍경 안에서 자신이 얼마나 작은지 알게되니까.
"스스로 확신할 수 없는 것에 모든 것을 거는 용기. 또는 각오."
하란의 답은 바로 그것이었다. 호재필이 듣고 비웃을지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제 삶은 그랬습니다. 세상은 언제나 예상할 수 없는 혼돈이었고 진정으로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적었습니다..."
***
"아. 들어본 적이 있는 대답이군."
호재필이 즐겁게 웃습니다.
"그리 생각하느냐?"
끌끌, 호재필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늙어보입니다.
"그렇다면."
툭.
호재필은 손을 쓰지 않았지만, 무언가가 하란의 이마를 가볍게 툭 건드린 느낌입니다.
"그것이 네 무다."
미사하란은 '무'에 대한 정의를 완료하였습니다.
탄종사계천순도의 숙련도가 50%p 상승합니다.
통제선공이 7성을 달성합니다.
간극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최대 내공이 30년 증가합니다.
***
'그것이 네 무다.'
호재필이 그리 말하자 머릿속에서 뭔가 탁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안에 갇혀있던 것들이 흘러나오는 기분이다. 이를테면 눈물같은...
"아..아니 참..저도 참 주책입니다."
용이니 인간이니, 무인이니 잔질인이니 하는 것들을 넘어서. 미사하란이란 존재의 삶과 행적에 대하여 칭찬을 받은 기분이라.
"저와 똑같은 말을 한 사람이 있었습니까?"
***
"클클."
호재필이 웃습니다.
"있다. 아주 좇같은 씨발놈의 새끼가 하나."
...사위겠군요.
***
호재필이 이렇게 싫어하는 인간이라면.. 앗...더는 말하면 안되겠다.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숙인다.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
호재필은 기분이 좀 나빠진 것 같습니다.
오우야...
***
오들오들...
"아...아무튼 이 자는 이제..더이상 일어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성주님. 숨겨둔 밑천이 다 떨어진게 아닐지요."
#수아는 이제 볼일 끝났으니 저희 가봐야되지 않을가용
(본심:수아 초절정돼서 일어났는데 호재필이 그거 보면 수아 또 죽일거고 수아 빚은 늘어나고)
***
"....아냐. 내 감은 그렇지 않다."
호재필의 눈에서 다시금 '즐거움'이 느껴집니다.
"분명! 다시 살아날거야! 암! 그렇고말고!"
***
"다시 살아난다... 성주님의 칼을 다섯번이나 맞았으니 다시 살아나면 저와 비슷한, 동수를 이룰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살아나다. 그녀는 새삼 깨달았다. 당장은 평화로워보여도 이곳은 폭풍의 눈 속. 호재필과 정파고수들이 대치중인 호굴이라는 것. 그녀의 목숨도 다시 살아나네 마네를 따져야 하는 경각에 달려있지 않은가?
"여기서 무사히 나가면 조금, 조금만 더 순한 악곡을 만들어봐야겠습니다. 남이 하지 않은 걸 할거라고 막나갔더니, 듣는이들이 이상한 눈으로만 쳐다봐서 말입니다."
#이 전투에서 살아남으면 독창성과대중성을 잡은 신곡을낼거야
***
"노래?"
호재필의 얼굴에 흥미가 서립니다.
"그것 좋구나. 한 곡조 뽑아보거라."
호오...특별 베리 임폴턴트 펄슨 앞에서의 한 곡조 부를 기회입니다!
***
"으흠!"
두 명의 화자가 번갈아가며 부르는 노래. 사파인이라면 이쪽이나 저쪽이나 한번쯤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에서 지은 곡이다. 생쥐같이 약한 놈을 가지고 놀다가 죽여버린 경험. 상대도 못할 고수에게 붙잡혀 살려달라고 싹싹 빌었던 경험. 한번쯤 있지 않으십니까?
지루하네 언제쯤이면 끝나려나?
왠지 죽고 싶은 기분으로 어슬렁어슬렁
유감, 나로선 할 수 있는 게 없네
짜증 나네 주제넘는 멍청이 놈이
못해먹겠네 얼간이 같은 말만 나불나불나불
검은 돈을 안고 어디로 가나?
자 어디부터 어디까지 손봐 주면 좋을까?
큰 고통을 준 다음 잠깐 놓아 줘도 재밌겠지
떠올랐다 미끄러져 울부짖는 얼굴이 보고 싶군
제발 한번만 살려주이소!
잠깐 눈이 헷가닥해가 그런 것뿐입니더
그런 이상한 소리 고마 하고 한 번만 봐 주이소!
아아 불이 꺼진다 날이 밝기도 전에
아아 재미있어지려는 참이었는데...
#요네즈켄시-사신
***
누군가가 저쪽 정파 진영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호재필이 신나서 하란을 쳐다봅니다.
"답가를 불러주는구나!"
으하하!
그가 웃습니다.
"흥겹구나. 저 자를 데려와야겠다."
***
"....."
안이 지금호재필앞에서솔로공연하고있는데누가끼어드는것임???? 그녀의 표정이 조금 토라졌다. 하지만 호재필이 좋다는데 어깃장을 놓을 수도 없구 참..
"제가 데려오겠습니다 성주님."
그녀는 총총걸음으로 정파군 진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아까 그 노래, 누가 불렀지? 소리가 저쯤에서 들렸는데. 아, 저기 있다. 그녀는 담대한 가수에게 손짓한다.
"안녕~★ 잠깐 이리 와볼래? 성주님이 찾으시네~."
#아이돌★모드로 정운이 데려오기
***
"좋구나."
호재필이 싱글벙글 웃으며 하란을 보냅니다.
하란은 이동합니다!
...노래를 부른 남자의 뒤에선, 50명의 초절정 고수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호재필의 사자인가."
그들은 하란을 보고 가만히 내비둡니다.
정운과 하란이 만났습니다!
***
"반가워요 정운 소협~ 성주님께서 찾으시는데 거기 가만히 있으시게요?"
가수 정운의 뒤에 서 있는 정파 초절정 50명. 하지만 내 뒤에는 화경 호재필 있다....!
....어라. 나 정파 아니었나?
#정운이 이리로 왓! 계속 종용합니다
***
정운이 인사를 했습니다.
갈건지 말건지 정운의 답을 기다려봅시다!
***
"우히히~"
#정운이를 호재필에게 데리구가용.
***
데려가자 호재필은 이제 막 깨어난 수아를 향해 칼질을 하고 있습니다.
저 노인네, 미친게 틀림없습니다.
"아."
정운을 하란이 데려오자 수아를 죽이려던 호재필은 칼을 멈추고 정운을 쳐다봅니다.
***
"여기, 답가를 부른 정파인을 데려왔습니다 성주님."
이제 다섯번 죽고 다섯번 살아나고, 이젠 여섯번 죽을 판인 불쌍한 창잡이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이쪽으로 돌아올까.
#정운이 데려와써용 성주님!
***
호재필은 '정운'에게 흥미를 보입니다.
"흐음...무공은 보잘 것 없고..."
'일류'가 보잘것 없다는 치욕스러운 말이라니!
"아까 한 노래. 다시 해보거라."
***
#문제는 지금 정운주가 없다는 것임
***
ㄹㅇ 큰일남;
호재필은 잠시 정운에게 관심을 거두고 수아와 하란을 번갈아 쳐다봅니다.
"옳거니!"
또 무슨 사악한 생각을 한 것일까요.
"둘이 붙어보거라."
?
***
예? 제가요? 싸워요? 쟤랑요?
그녀는 수아를 흘끔흘끔 쳐다본다. 초절정 초입쯤 되어보이는데.. 그런데 진짜 싸움??
생각은 그렇게 하면서도 만일에 대비하기 위해, 소매 안에 있는 불루투수 연적에서는 협해의 바닷물이 쪼르르 쏟아지기 시작한다..
#..진짜싸움?
***
호재필은 신난 얼굴로 둘을 번갈아 쳐다봅니다.
당연히 싸울거라고 생각하는 것처럼요.
미친놈이 확실합니다.
***
그 말에 수아는 쓰읍 침을 삼킵니다.
아 내공 없는데.
수아는 번뜩 혹여나를 대비하여 창을 잡고 물어봅니다.
"내공을 회복하고 붙어봐도 되겠습니까?"
#20내공으로 하란이? 쉽지않음...(?)
***
".....그럴까?"창잡이가 내공을 회복하는 동안, 자신은 연적의 물을 최대한 꺼내두자고 생각했다. 이 연적은 주둥이가 작아서 물을 따르는데도 답답하다니깐..
#수아가 운기조식하는동안 불루투스에 있는 복건 바닷물을 최대한 꺼내봐용.
그런데 - 과유불급 : 연적 안에 있는 물을 다 사용하기 전까지는 물이 채워지지 않습니다.
이게 연적 안에 있는 물이 다 나가야 다음 물이 채워진다는 건가용, 물을 따르고 나서 그 물을 전투 등의 활용으로 소진하기까지 해야 채워진다는 건가용? 그리고 연적 용량이 얼마정도 되나용
***
최대한 꺼내봅니다!
물의 양은 많지 않습니다. 최대 50ml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불루투수..50밀리리터..소주잔 하나! 의도된 설계인가!
아무튼 그녀도 싸울 준비를 한다..
#불루투수 물도 미리 빼두고 몸에 달아 현혹령도 점검하고 목을 풀고.. 금모구미 요슬 덕분에 하란이 목소리도 무기가 될수있음 이제!
***
준비를 마칩니다!
이수아, 준비가 되었습니까?
***
"~~~"
그녀는 휘파람을 불기 시작한다. 현혹령이 딸랑인다. 수아의 창 사거리 바로 밖에서 불쾌검을 하단세로 쥐고 알짱거리고 있다.
#399/401
현혹령+매혹의 술로 정신공격 하면서 수아의 창 밖에서 계속 자극하기. 하단세 자세
***
가볍게 창을 잡습니다.
- 1성 비상식 : 당신이 쥐고 있는 창은 상식을 벗어난 움직임을 보입니다.
창에 부드러움이 깃듭니다. 허나 그대로 직한 상태입니다. 수아의 창이 기기묘묘한 움직임을 펼친다는 것은 상대도 알겠지만...
일단은 이게 편합니다.
창을 잡고, 수아는 선을 봅니다.
#일단 가볍게 잽의 경로(해체신술로 지정하고 비상식으로 공격하면 어찌되는지... 내공 200->100)를 펼치면 어떻게 되는지 감지
- 10성 해체신술 : 내공을 100 소모합니다. 대상을 하나 지정합니다. 지정된 대상에 한해 공격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
미사하란의 준비가 완료됩니다.
기이한 기운이 하란에게 느껴집니다. 이수아는 도전적인 눈빛으로 하란을 쳐다봅니다.
팟 - !
땅을 박차고 이수아가 뛰어오릅니다. 하란은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납니다. 순간적으로 둘의 시야에 붉고 푸른선들이 스쳐지나갑니다.
수아의 시선에, 푸른선은 극히 얇고 적으며, 온통 붉은색으로 가득합니다.
딸랑 - 딸랑 -
하란이 방울을 흔들기 시작합니다.
***
그녀의 의도는 노골적으로 보인다. 검을 튕기며 소리를 내고, 몸에 달린 방울은 흔들리고, 입술에서는 휘파람이 흘러나온다. 겨울이던 주변은 어느새 땀이 흐를 정도로 후덥지근하게 변했다. 머무르면 난처하고 나아가면 까다로운 상황을 강요한다.
그녀는 무기를 맞대거나 하지 않는다. 그저 창 밖에서 선을 보며 알짱거릴 뿐. 검은 창보다 짧으나, 소리는 창보다 길었다.
#탄종사계 입하대서로 도트딜 시작. 교룡검법 포효, 현혹령, 매혹의 술로 상대의 정신을 계속 흔들려고 시도. 345/401
- 1성 포효 : 검을 특이하게 튕겨 마치 교룡이 포효하는 것 같은 쇳소리를 울려퍼뜨린다.
- 2성 입하대서(立夏大暑) : 내공을 50 소모합니다. 주변의 계절을 일시적으로 '여름'으로 바꿉니다. 체력을 지속적으로 빼앗아가는 더위를 불러옵니다.
- 상태이상 : 최면을 부여합니다. 절정 이상의 무인에겐 효과가 반감됩니다.
- 현혹령 : 내공을 2소모해 정신타격
***
주위에 급작스러운 서풍(暑風)이 불기 시작하고 기온이 올라갑니다.
땀이 배어나오고 옷이 끈적하게 젖습니다.
딸랑 - 딸랑 -
듣는 것 만으로도 어딘가 빨려드는 기이한 기분의 방울소리....
하지만 상대에게는 큰 효과가 없어보입니다.
***
딸랑딸랑. 거슬리는 방울소리.
수아는 밀언을 욉니다.
- 5성 혜명暳銘 : 미련과, 고통과, 마음과, 그 여러 것들. 스스로 당신의 정신을 막아내는 그 생각들. 그 모든 것들이 이루러 깨달음을 이루어냅니다. 일정 수준 이하의 정신 공격에 면역되며 사특한 것의 정신적 공격에 강한 내성을 지니게 됩니다. 기이한 것을 상대할 때에 육체의 견고함이 증가하며 아군의 정신을 보호하는 밀언을 외울 수 있습니다.
정신이 맑아지는 듯 하며 차분히 창을 잡고 상대를 봅니다. 보니, 상대는 외다리 이를 노려야할까요? 하지만 그를 노리면 상대가 바보도 아니고 무조건 반응을 하겠죠.
그렇다면 어찌해야할까...
다른 약점을 동시에 노린다? 그렇다면... 상대의 약점, 숨기고 있는 약점이 있을지...
수아의 눈이 날카롭게 빛납니다. 생기가 돌아옵니다.
- 6성 인체통찰 : 내공을 50 소모합니다. 상대의 '신체적 약점'을 파악합니다.
***
오직 딱 한 곳.
목 뒤의 아주 작은 점과 같은 부분.
용의 역린입니다.
수아는 용의 역린을 보고 눈을 찡그립니다.
***
뭐여 저거.
???
수아주는 하란이 용인걸 알지만 수아는 하란이 용인 걸 모릅니다. 아무튼 약점이 있으니 러키비키!
상대의 약점은 두개. 외다리와 저 목 뒤의 점입니다.
수아는 차분히 방법을 궁구합니다. 바람이 뜨겁고, 소리가 거슬리지만... 이걸 뚫고 저 두개중 하나를 공략해야겠지요.
창을 잡고... 우선 접근부터.
- 10성 백사보 : 내공을 25 소모합니다. 은신 판정을 받으며 이 상태에서 공격시 기습 효과를 얻습니다.
수아는 상대에게 다가가며 창을 휘두릅니다.
- 1성 비상식 : 당신이 쥐고 있는 창은 상식을 벗어난 움직임을 보입니다.
***
공기가 뜨거워지고, 어째서인지 덥습니다.
땀이 나고, 흐릅니다.
온몸이 끈적해집니다.
불쾌한 기분과 함께 조금...지칩니다.
후우...
볼을 타고 땀이 흘러 떨어지며 땅바닥을 적십니다.
또옥.
타다닥!
빠르게 앞으로 달려나갑니다. 바람과 함께 뒤로 땀방울이 흩날립니다.
휘릭!
***
창이 역린을 향해? 너... 봤구나???
검이 함께 구부러지고 휘기 시작한다. 뒤엉키며 싸우는 뱀처럼 함께 옭아매어 서로 꼼짝 못하게 묶어버리려고 시도한다.
# 용진세로 자기 검을 같이 구부리면서 창과 검이 엉키게 해버려용. 서로의 무기를 무력화하려는 시도. 343/401
- 4성 용진세 : 용이 앞으로 달려들어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앞으로 찔러들어가면서 검을 기이하게 휘고 꺾는다.
***
크롸롸롸롸롸롸 -
기이한 울음소리와 함께 검이 구불거리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무언가의 목덜미를 물어뜯듯, 검이 창을 막아내고 그대로 밀어버립니다.
휘청 -
수아는 뒤로 물러나며 비틀거립니다.
그녀의 몸은 땀범벅이 된 상태입니다. 숨도 거칩니다.
***
수아는 허억허억 숨을 쉽니다.
이것은 사술...? 크아아악.
창을 잡고 생각합니다. 지치는군요. 저 바람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완전히 지치기 전에... 승부를 내야할 것 같습니다.
잠시 침묵하던 수아는 한걸음 내딛습니다.
- 7성 회신보 : 내공을 5 소모합니다. 몸을 뒤틀며 보법을 밟습니다. 공격을 예측하기 어렵게 합니다.
몸을 뒤틀며 비상식적인 창에 흉기가 서리며 다가갑니다.
- 4성 해체장 : 내공을 10 소모합니다. 자신의 무기가 닿는 짧은 거리를 해체장으로 선언합니다. 선언된 공간 안에서는 '해체 행위' 시 행동 보정을 받습니다.
창끝이 노리는 것은 외다리쪽 방어가 취약한 부분...
- 3성 반작용 : 비상식을 사용한 상태여야 합니다. 내공을 20 소모합니다. 창이 비상식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되돌아오며 강한 타격을 합니다.
인척 하면서 목뒤!!! 역린!!! 실제로 노리다가 갑자기 휘는, 상식적이지 않는 무공이니 꽤나 반응하기 어려울 겁니다!
***
무기가 얽혔다. 단순히 무기를 맞대고 있다는 게 아니다. 휘어지는 창과 휘어지는 검이 만나서 서로 뒤엉켜버린 것이다. 서로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꽉!
불루투스에서 빠져나와있던 복건성의 바닷물이 우모침처럼 수아를 향해 쏘아진다. 이것 자체로 상대에게 유효타를 먹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 휘릭!
그녀가 와룡수의 묘리를 이용해 뒤엉킨 창검을 밀고 당기어 상대가 그것을 놓치게 하고, 저 멀리 던져버리는 수를 위한 포석은 되지 않겠는가? 그녀는 칼이 두 개다.
#불루투수에서 나온 바닷물을 수아에게 쏘아서 움찔하게 하기. 동시에 서로 엉킨 창과 검을 와룡수의 묘리로 빼앗아서 던져버려용. 343/401
***
그렇게 목을 노리고 수아가 창을 내지르려던 순간.
"그만."
호재필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수아의 몸이 딱! 하고 굳은듯 멈춥니다.
그건 하란도 달라보이지 않습니다.
"시간이 되었다."
저 멀리서부터 먹구름이 휘몰아치기 시작합니다.
앞에서는 먼지구름이 가득합니다.
50인의 초절정 무인이...다가오고 있습니다.
쿠릉...쿠르릉...
크핫핫핫핫핫 - !
자, 이것이야말로 검은 구름 아래 세워진 우리의 절기!
눈이 있다 해도 보지 못할, 마치 칠흑과 같은 사문의 천하일절이올시다!!!
***
둘의 움직임이 호재필이 말 한 마디에 강제로 멈춰집니다.
황당함.
수치.
분노.
공포.
두려움.
부끄러움.
여러가지 감정이 하란의 머릿속을 뒤엉키게 만듭니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검은 번개가 내려치면서.
50인의 초절정이 날아오르듯 이 곳으로 달려옵니다!
***
"......."
얽힌 창검이 풀어진다. 그렇지. 그냥 호재필 앞에서 한판 하려고 여기에 온 것이 아니었지. 분명 저곳, 저 구릉 위에서는..
"오오...."
***
뒤를 돌아보자 야견을 비롯한 흑천성의 고수들이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한게 아닙니다.
천하제일이라는 이름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 강호무림의 일인자.
펼치는 무공이 사이하다 하여 邪.
펼치는 수법이 마귀같다 하여 魔
펼치는 수단이 예상외라 하여 外
그러한 모든 길을 한 데 모아 집대성하였다 하여 道
이름하여 사마외도.
그가.
하늘을 날아오릅니다.
***
"이게 무슨...!"
호재필이 날아오른다. 무슨 거미줄 같은 것이 뻗어나오는 것이 보인다. 비도인가?
당장이라도 용안을 키고 그 모습을 견식하고 싶으나, 아까 전에 가만히 있는 호재필을 용안으로 보다가 눈이 타 버릴 뻔한 것을 생각하면..아니 그래도..호재필이 무공을 사용하는 장면을...
이걸 참아? 이걸 참으면 무림인이 아니다.
#용안을 켜용. 눈을 가늘게 뜨고 손으로 눈을 가리고, 손가락 사이로 날아오르는 호재필을 보아용.
***
크아아아악!
눈이!
눈이 불타오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번과는 다릅니다.
아주 잠깐.
겨드랑이에서부터 날갯죽지같은 것이 펼쳐져나온...반쯤 투명한 날개가 보이는 늙은 백발 노인의 모습이 겹쳐보였다가.
실핏줄이 터지면서 순간적으로 시력을 잃습니다.
***
(야견)
야견은 한순간의 틈을 놓치지 않았다. 완벽한 원이 찌그러지는 틈을 타, 상대의 정신을 흔들기 위한 다음수를 사용하고자 한다. 방금 전에는 혼을 흔들었우니 다음은 정신을 뒤흔들도록 할까.
"슬슬 눈치채지 않았나? 승기가 우리 쪽에 있다는 걸?"
같은 진영과 연계하여, 백팔타를 사용해 상대의 주의를 흩트리고자 합니다. 쓰러트리는 것이 아닌, 기회를 잡기 위한 수.
"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ㅡ!"
"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ㅡ!"
"오라앗ㅡ!"
#백팔타 (내공 124->122)
*
(하란)
원이 깨지고 그 틈새가 보인다. 바로 저곳이다. 그녀는 칼끝을 세우고 뛰쳐나갔다. 이제와선 숨길 것도 없고, 여력을 남길 여유도 없다. 돋아난 꼬리가 흔들거리며 불안정한 무게중심을 보정한다.
본디 기교란 길을 열기 위한 것. 그러나 이미 길이 보인다면 그 때는 기교가 능사가 아니다. 그저 빠르고 곧게 길을 따라 찔러넣는 방법밖에..!
#교룡검법 치악으로 깨져나간 원의 틈새로 칼을 찔러넣기. 341/401
***
쾅!
백팔타의 묘리가 담긴 정권들.
그리고 이에 맞서는 단 한 번의 정권.
하나가 다수를 상대한다.
말도 되지 않는 일이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집니다. 검이 아닌 권이 둥글게 원을 그렸고, 그것이 정확히 야견의 가슴팍에 적중합니다!
"크읍...."
그는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지만 의연하게 허리를 꼿꼿이 핍니다.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
*
야견이 뒤로 나가떨어지는 그 즉시, 하란이 앞으로 뛰쳐나가며 검을 그대로 찔러들어갑니다. 상대의 눈에 작은 당황이 스쳐지나갑니다.
픽 -
몸을 급하게 뒤로 뒤틀며 재주를 넘지만, 소맷자락이 살짝 잘려나가며 상대의 팔에 옅은 붉은 실선이 그어집니다.
아주 작은 생채기지만 그것의 다른 이름은.
희망입니다.
***
(하란)
기세를 잡았다. 계속 앞으로! 주도권을 내어줘서는 안된다!
그녀는 검으로 춤추기 시작한다. 위로 아래로 밀고 당기며, 무희 둘이 손을 맞잡듯 검이 붙었다 떨어지기 반복했다. 그러나 그녀의 칼끝은 언제나 급소를 쳐다보고 있었다.
꼬리.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던 꼬리는 꽤나 유용한 도구이다. 비늘로 덮여 단단하고, 동시에 다리도 팔도 될 수 있다. 아래쪽에서 흐느적대면 다리가 걸릴까. 위쪽에서 흐느적대면 눈이 가릴까 걱정하게 되겠지.
그리고 그 혼란의 와중에, 검의 원리를 무시하는 한 방을!
#교룡검법으로 계속해서 밀어붙이며, 동시에 꼬리를 활용하여 상대의 선택지를 제한하는 견제. 상대가 패턴에 익숙해질때 쯤 교룡검법 용진세로 검을 구부리며, 전통적인 검술의 원리를 무시하는 살초를 시도해용. 339/401
- 4성 용진세 : 용이 앞으로 달려들어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앞으로 찔러들어가면서 검을 기이하게 휘고 꺾는다.
*
(야견)
"망할....!"
야견은 입에서 피를 뱉으며 뒤로 물러나며, 동시에 기회를 엿보던 주선생이 앞으로 향하는 것을 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상대는 하나, 우리는 여럿. 이것이 가져다주는 이점은 생각 이상으로 크다. 회전하는 검에 끼워넣은 상처자국 하나. 그러나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야견은 하란이 다시금 공격하는 것과 호흡을 맞춘다, 합장을 하고 자신이 한 백팔타를 일제히 폭발시키는 것. 상대방의 방어를 내부에서부터 부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단순히 폭발 시키는게 아니라, 거기에 '검기'를 더한다. 작은 균열조차도, 댐을 무너뜨리나니!
- 1성 백팔타百八打 - 폭爆 : 지정한 단일 대상을 향해 108번 주먹을 휘둘러 가격한다. 백팔타 시전 후 내공 5를 소모할 경우 지정된 대상에게 백팔타로 인해 누적된 피해를 한 번에 터뜨린다.
- 검기
강력한 의지는 뜻없이 흔들거리는 기운을 하나로 정련하고 단련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그 결과물로 무림인들이 일컫기를 강기, 또는 불완전한 검강이라 합니다. 기운만으로 하나의 검을 제련해낸, 기氣로 이루어진 이 검은 검기보다 월등히 강하며 오로지 검사 또는 그 이상의 무언가로만 상대할 수 있습니다. 허나 검사마저 강기를 대적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 모든 '검기'를 '강기'로 대체하실 수 있습니다.
- 강기를 사용할 때에는 모든 내공 소모가 10배가 됩니다.
#내공(142->72)
*
(수아)
깨져나간 원, 허나 그럼에도 다시 그려진다.
수아는 창을 잡습니다.
- 0성 천하제일준 : 천하제일이라고 하기에는 어렵지만 그에 준합니다. 천하제일준이 아닌 '모든 무공에 우위'를 가져갑니다.
- 1성 비상식 : 당신이 쥐고 있는 창은 상식을 벗어난 움직임을 보입니다.
"네가 원을 그린다면..."
#나랑 같이 그리자꾸나. 함께 그리면서 발목을 잡아주마, 네가 가는 길목에 미리 길을 터주마, 걷다가 발이걸릴 길목을. /내공 10->8
***
휘영청, 칼날이 부드럽게 휩니다. 도인은 눈을 찌푸리지만....
*
흐아아아아아아!
하란이 틈을 만들어내고, 야견이 다시금 달려듭니다. 마치 야차와도 같은 모양새.
그럼에도 상대는 한 손에는 검, 한 손은 권으로 야견을 대비하려는 찰나.
짝!
"?"
*
이류모를 폭발, 야견과 하란의 거침 숨소리.
그 혼란 속에서 드러나는 것은...
햇빛을 받아 번쩍이는 한 자루의 창날.
쩌엉 -
*
하란의 검을 막을 장애물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도인의 발목에는 수아의 창이, 상대의 몸에서는 이유를 모를 기괴한 폭발이.
불꽃이 튀어오르며 하란의 눈을 뜨겁게 만들지만, 하란에게는 하등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푸욱.....
검이.
가슴팍에 꽂힙니다.
"크....흡...."
하악......하악........
하란, 야견, 수아는 지쳐서 더이상 움직일 수 없을 정도입니다. 땀이 비오듯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그때, 멀리서 강대한 세 기운이 느껴집니다.
***
(수아)
눈에 생기가 돌며 마지막으로 창을 한번 움직여 확인사살을 하고 기운이 느껴지는 쪽을 바라봅니다.
***
전투광이 발동합니다.
수아는 그쪽으로 미친듯이 뛰어갑니다!
다른 사람들이 말릴 틈도 없었습니다.
"음?"
세 사람중 제일 젊어보이는 진상 아저씨가 수아를 노려봅니다.
움찔.
자연스러운 공포가 수아의 몸을 옥죕니다.
윽...으그극.....극...그그그그....
단점이 섭리를 무시합니다.
수아는 창을 들고 호재필의 바로 앞에섭니다. 호재필은 공중에서 그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봅니다.
수아의 입에서, 수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강호의 뭇 선배들께 무림말학 이수아가 인사올립니다."
그리고 창을 지르고, 그대로 나가떨어집니다.
***
(수아)
"...!"
나가떨어지며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그래도 말은 했네...'
예의바르게 보일 것입니다...(아님)
#후...
*
(하란)
"후...."
검을 뽑는다. 주륵 흐르는 피를 털어냈다. 함께 싸운 이들을 보았다. 익숙한 야견. 그리고 다섯번 죽고 되살아나 초절정이 된 창잡이..
"수고 많..."
말을 잇지 못했다. 강대한 기운. 하나는 아는 기운이지만. 그 기운이 셋이나 된다. 이건..
"화경이다. 셋이나 되는군.."
#꺄아악
*
(야견)
"주선생! 나는 튀겠소! 그리고 선생도 튀는게 좋을 걸!"
야견은 나가떨어진 수아를 질질끌며 눈앞의 고수들 앞에서 이탈합니다.
#망설임없는 도주
***
한참을 나뒹굴고 정신을 차립니다.
....어, 아까 하란이랑 야견이 있던 자리보다 멀리 온 것 같습니다.
왜 쟤네 둘이 저 앞에 있죠?
*
수아가 앞으로 튀어나가고 창을 휘둘렀다가.
무슨 포탄이 쏘아지는 속도로 뒤로 날아가는걸 목격합니다.
하란은 이걸 보고 결심했습니다.
튀자.
*
야견은 제일 상식적인 판단을 내립니다.
다행히 아무도 쫓아오지 않습니다.
***
"???"
창잡이가 또 달려든다. 그리고 또 날아간다. 다섯번으로 저 사람의 기질을 고치기엔 불충분했던 모양이었다.
뭘 또 보기엔, 호재필 혼자 있을 때도 눈이 터질 지경이라 제대로 못 봤는데. 셋이나 있는 곳에서 아무것도 못 얻는다!
#야견이랑 ㅌㅌ
***
튑니다!
현명한 판단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