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 항목:특수 수사대 익스레이버
"착각하고 계시는군요... 저는 그리 좋은 사람은 못 됩니다."
"하아...정신을 어디에 빠트리고 온건지..."
권주 | |
성별 | 남성 |
나이 | 25 |
랭크 | S |
성적 지향 | ALL |
1. 외관 ¶
좋은 비율과 또래의 남성보다 얼굴선이 가늘고 고은 덕분에 미인이라고 부를만한 조건을 갖췄다. 그러나 조금 무섭게 생긴 외양 때문에 타인에게 남는 첫인상은 그닥 좋지 못한 편이다. 눈이 특이하게 흰색에 가까운 청은색을 띄는데 인상이 무서워진 가장 커다란 이유. 어두운 색의 머리색 때문에 더욱 돋보여 조금 빛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 외에도 날카롭게 치켜뜬 눈매가 사나운 외양에 한 몫했다. 흑색 머리카락은 직모에 뒷목에 닿으락말락한 길이지만 반묶음처럼 짧은 꽁지를 만들어서 다닌다. 앞머리가 꽤 길어 눈을 약간 가리는 정도다. 집에서는 핀으로 앞머리를 위로 고정한다.
키와 몸무게는 172cm/60kg 평균에 조금 못 미치는 몸매지만 막노동으로 다진 근육이 운동을 하며 키운 것보다는 못해도 보기가 좋은 편. 자세히 보면 손 곳곳에 굳은살이 배겨있다. 목에 흉이 있어 폴라티를 주로 입고 제복을 차림일때도 안쪽에 얇은 폴라티를 받쳐입는다. 보이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듯. 잘 보면 몇벌 안되는 옷을 돌려 입고있다.
2. 성격 ¶
성실/어른스러움/책임감/이타적위선자/자괴/허당/외강내유
과묵하고, 감정표현이 전체적으로 옅은 편이였다. 인상이 별로 좋지 않고 평소에 상대방에게 딱딱한 존댓말을 하기 때문에 더욱이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의 남성. 하지만 그와 오래 알고 지내다보면 꽤 상냥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그는 상대를 최대한 존중하기 위한 노력을 하기 때문이다. 성실하고 어른스러워 보이고 싶어하지만, 잘 되지는 않는다. 껍데기를 벗기면 상당히 여리기도 하며 어딘가 어설퍼서 그러한 노력들이 우스꽝스레 보이기도 한다.
이타주의적 성향도 드러내곤 하지만, 정말 남을 위한 것인지는 의문. 누군가의 말로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동일 뿐이라고, 그 외에도 이별을 두려워 한다. 때문에 자신을 '위선자'라며 자조하고 있다. 어찌보면 자괴감의 상징 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사건에서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자주 드러나는 편이다. 일상에서도 감정 표현이 새어나오곤 한다. 이것이, 긍정적인 변화일지 부정적인 변화일지는...
3. 능력 ¶
Metallokinesis
금속을 자유자재로 만들어내고, 조형하고, 자기장으로 다룰 수 있다. 만들어내는 금속의 종류는 알수없으나 일단 지구상에는 없었던 물질. 모양을 바꾸거나 색을 입힐 수도 있다. 그 외의 금속으로도 가능하긴 하지만 체력이 많이 소모된다. 만들어내는 금속의 무게도 한정적이지만, 필요한 만큼은 충분히 제조 가능한 듯. 경도가 제법 강하지만, 너무 강한 익스퍼가 공격하면 휘거나 부숴지기도 한다. 자기장으로 금속을 조종할 수 있다, 일종의 금속 한정 염동력. 하지만 일정 무게 이상은 못 든다. 금속이 일정 비율 이상 섞이지 않은 경우도 마찬가지. 이러한 금속으로 만들어낸 무기들은 무게가 상당하여 다른 사람이 다루기엔 힘들고, 본인은 자기장으로 어느정도 무게를 조절할 수 있다.
S급 성장 이후 전체적인 능력치가 증가, 만들어 내는 금속의 양과 조종가능 무게가 압도적으로 늘었다. 조작 능력이 섬세해진 것은 덤.
Over ExWave - Blade Alchemist
4. 기타 ¶
잡 설정
- 특기는 미술 전반. 작품의 평이 대체적으로 좋다. 그림 외에도, 조소, 커팅 아트, 레진 공예, 초콜릿 공예 등을 잘 한다.
- 술이랑 담배를 하지 못한다. 소주 한잔 정도면 바로 취해버릴 정도로 약하다. 주사는 말 수가 많아지고 상대방에게 계속 말을 거는 것. 그리고 동생들 앞에서 애교 부림(!). 때문에 술자리가 있던 다음날에는 높은 확률로 이불을 찬다.
- 쓴 것을 싫어하고 초콜릿, 사탕, 카라멜등 단 걸 좋아한다.
- 일생동안 가장 크게 지른것은 125cc 오토바이, 휴대폰은 서에서 제공받은 것을 그대로 쓰고있다.
- 평균적인 수면시간은 5시간, 한때는 3-4시간 밖에 자지 못했었다.
- 기계치. 배우는 것이 느려 컴퓨터로는 문서 작업만 겨우 할 수 있다.
- 이름인 '권 주'는 각각 부모의 성을 따와 붙인 것. 출생신고 당일에야 정해져 서류에 대충 써 넣어진 이름이다.
- 허당이다. 성실히 하더라도 남들보다는 조금 뒤떨어져 보일 정도로. 실수로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가끔 자신이 만든 칼에 베이기도 하는 듯.
- 거울을 못 본다. 어쩌다 보게되면 불쾌감이 치솟는 듯 하다. 자신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고 흉터를 보는 걸 싫어하는것이 그 이유.그래서 수염이 자라면 감으로 깎는다.
- 목 외에도 머리카락으로 가려진 이마의 작은 흉터와 등을 뒤덮은 커다란 흉터가 있다.
- 특기는 미술 전반. 작품의 평이 대체적으로 좋다. 그림 외에도, 조소, 커팅 아트, 레진 공예, 초콜릿 공예 등을 잘 한다.
- 술이랑 담배를 하지 못한다. 소주 한잔 정도면 바로 취해버릴 정도로 약하다. 주사는 말 수가 많아지고 상대방에게 계속 말을 거는 것. 그리고 동생들 앞에서 애교 부림(!). 때문에 술자리가 있던 다음날에는 높은 확률로 이불을 찬다.
- 쓴 것을 싫어하고 초콜릿, 사탕, 카라멜등 단 걸 좋아한다.
- 일생동안 가장 크게 지른것은 125cc 오토바이, 휴대폰은 서에서 제공받은 것을 그대로 쓰고있다.
- 평균적인 수면시간은 5시간, 한때는 3-4시간 밖에 자지 못했었다.
- 기계치. 배우는 것이 느려 컴퓨터로는 문서 작업만 겨우 할 수 있다.
- 이름인 '권 주'는 각각 부모의 성을 따와 붙인 것. 출생신고 당일에야 정해져 서류에 대충 써 넣어진 이름이다.
- 허당이다. 성실히 하더라도 남들보다는 조금 뒤떨어져 보일 정도로. 실수로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가끔 자신이 만든 칼에 베이기도 하는 듯.
- 거울을 못 본다. 어쩌다 보게되면 불쾌감이 치솟는 듯 하다. 자신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고 흉터를 보는 걸 싫어하는것이 그 이유.
- 목 외에도 머리카락으로 가려진 이마의 작은 흉터와 등을 뒤덮은 커다란 흉터가 있다.
AU
- 수인 au
종: 청새리상어
정수리와 뒤통수를 잇는 곳에 달린 상어 지느러미와 커다란 꼬리가 특징적, 상어 이빨 속성(실수로 혀라도 깨물면 유혈사태가 일어남) 목에 양쪽 다섯개씩 아가미가 있지만 늘 폴라티를 입고 다녀 드러나지 않는다. 호흡에 문제있지 않을까 싶지만 어차피 폐호흡을 하고 있으니 문제 없다.
- 조선시대 au
이전에는 노비 출신이였다. 원래의 주인집에서 도망치고 추노꾼에게 쫓겨지다, 능력으로 그들에게 맞서면서 사람 베는 백정이라는 악명이 붙음. 남매와 만나게 되고 어쩌다보니 신분에서 해방되어. 도술포도청에 취업을 하게된다.
*별명이 기생오라비. 과거 천출이였던 것 치고는 꽤나 곱상하게 생겨서인듯하다. 하지만 본인은 그 별명을 싫어함.
*머리는 원본보다 길다. 아래로 묶어 옆으로 내린 헤어스타일.
*목에 奴(하인 노) 낙인이 새겨져 있다. 고증대로라면 왼쪽 볼에 세겨져야하는데. 그냥 목으로 합시다. 그래서 목도리 형태의 천으로 두르고 다닌다.
- 修羅와 해질녘
"얘! 너 눈이 참 이쁘구나!"
하룻저녁에 아가씨는 마당쪽 창문을 통해 저에게 말을 걸었더랍니다. 평소에는 코빼기도 비치지 않아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던 둘째 아가씨가, 그날따라 변덕으로 저에게 가탈이라도 부리고 싶었던 것이던가. 희여멀건하게 색이 바랜 제 눈에 뭐가 그리 관심이 갔던건지. 그러나 아가씨의 말에 응대하기에는 주인마님에게 혼쭐날 일이 두려워 빗질을 멈추지 않았답니다.
"이름이 뭐니?"
"...쇤네에게는 이름이 없습니다."
"푸흡! 말투 진짜 웃겨! 애늙은이 같아!"
"..."
아가씨의 몽니에 휘말려드지 않으려 애써 마당 한모퉁이 쪽으로 설설 가로새려 합니다. 그러나 종놈의 무시와 수모에도 역정조차 내지 않은 아가씨는 오히려 저에게 한가지 제안을 내었습디다.
"그러면 내, 특별히 너에게 이름을 붙여주마. 그러고보니... 네가 쇠담사리 권씨와 몸종 주씨의 아이였었지."
"그렇다면 '권 주'가 좋겠구나!"
참말로 얼토당토 하지 않는 소리, 였습니다.
저잣거리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뛰는 사내가 있었더라. 그 꽁무니를 거구의 무뢰한들이 쫓지만 사내는 이리저리 용케 잘도 피한다. 원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짚신이 다 헤져 벗겨지고, 거친 흙길이 발에 생채기를 내도 달음박질을 멈추지 않았다. 거풀거리며 사내의 목을 감싸고 있던 천쪼가리가 돌개바람에 하늘로 치솟더라니, 그 아래의 맨살이 드러나더라. 모가지 오른편에 새겨진 奴(종 노), 사내의 모든 팔자와 인생을 멋대로 설명해버린 단 한글자의 흉이였다.
낙인이 드러남에 약간의 당혹스런 표정을 짓고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더랬다. 그렇게 골목에서 골목으로 어지러히 달음질치는 사내의 옷자락이 끝끝내 시야 밖으로 벗어나 추노꾼들은 헤메인다. 사내는 그제야 안도한 듯 그 자리서 주저 앉아버리더니 사지가 후들후들 떨리고 몸뚱이가 말을 듣지 않는 모양새가 반나절은 갈 것 같더이다.
'여기는 안돼... 더, 더 도망쳐야...'
단내가 나도록 숨을 가삐 몰아쉬던 사내는 자신에게 닦달하듯 몸뚱이를 거칠게 일으켜낸다. 낙인이 드러난 이상은 일개 평민에게도 눈총을 받아 들키려니, 한시라도 빨리 이목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다 미처 떨구어내지 못한 추노꾼 한 놈과 맞닥뜨리더라.
'이런...'
똘마니 한마리가 바로 사내의 위치를 알리려 입을 벌리자마자, 득달같이 달려들어 자빠뜨리고서는 어디서 튀어 나왔는지 모르는 환도를 목에 데밀더이다. 칼날이 은은히 빛을 반사하며 그의 눈과 같이 첨예하게 빛났다.
"... 조용히 하시는 것이 좋을겁니다. 안그러면..."
...대충 뜻은 전해졌는지 저항을 멈춰 힘이 빠진 팔다리를 바닥에 고정시키고, 옷을 찢어 입에 쑤셔박아버린다.
"땅을 파내면 금방 빠져나올수 있을것입니다. 그리고..."
즉석에서 만들어진 환도가 귀 옆을 아슬히 빗겨나가 땅바닥에 꽂혀진다.
"...이걸 팔면 돈이 꽤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혼절해버린건가. 아마 동료가 데려갈터이니. 그를 내버려두고 재빠르게 고샅길을 빠져나오려한다.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것이, 흉곽을 단숨에 찔러버리면 소리가 새어 알리지 못할테다, 아예 목을 베어 저잣거리 한가운데 걸어 놓아도 경고의 의미로서는 훌륭할테지.
<clr black lightsteelblue>다만 사내는 귀신이 아닌 인간으로서 살고 싶었을 뿐이였다.</clr>
어느새 하늘을 바라보면 이내에서 해가 저물어버린 밤으로 넘어가고있었더라. 사내도 시나브로 칠흑에 스며들어가, 형체를 잃고 어둠속으로 몸을 숨겼다.
- 권주는 행복한 꿈을 꾸었다.
사악, 삭 하얀 스케치북 위를 흑연의 선들을 긋는다. 자세는 흐트러짐 없이, 가끔 연필을 세워 아그리파 조각상의 구도를 재 보기도 하며- 일정한 길이로 선들을 긋다보면 면이 되고, 면을 모으면 명암이, 그렇게 채워나가다 보면 하나의 소묘 작품이 완성 될 것이다.
주는 이러한 시간을 가장 좋아했다. 과외 받으러 오는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 작업실이 가장 고요한 곳이 되는 시간. 가장 자유로운 시간에 그는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미처 완성치 못한 작품에 색을 채워넣는 작업을 하기도 하지만, 오늘처럼 손풀기로 소묘를 그리기도 하면서.
...뭐 항상 조용한건 아니고. 가끔, 불청객이 나타나긴 한다.
누군가가 작업실의 문을 살짜기 열고 안으로 들어온다. 마치 도둑놈처럼 살금살금, 한껏 집중하며 눈살을 짓푸리던 주의 등 뒤에 올 때까지 들키지 않는다. 무사히 도달한 후에는, 주의 어깨를 세게 움켜잡았다.
"흐약?!"
크게 동요하며 새된 비명을 내지르는 주. 뒤로 나자빠지려다 균형을 잡아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정말이지. 놀리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반응이였다.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채로 파들 떨며 그림에 흠이 생겼나 확인한다. 그리고 주는 17년지기 소꿉친구를 향해 돌아선다.
"성은혜...! 들어올때마다 이런거 하지마...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그야... 너는 집중하면 무서운 인상이 되버리니까? 얼굴 좀 피라고-"
그리고 재밌거든... 분명 마지막에 덧붙인 말이 본심이렸다.
"정말 신기해... 너는 어째 17년 동안 한결같더라."
"...너도 질리지 않고 항상 나만 놀리잖아."
평소에 일할때는 진지하면서, 언젠가의 경찰대 졸업식에서 늠름하게 제복을 입고 충성을 외치는 은혜를 떠올린다. 가끔, 그 모습과 괴리가 생겨 같은 사람인가 싶기도 한다.
하아... 한차례 한숨을 쉬고서 겨우 스케치북 쪽으로 눈을 돌려 소묘에 집중하려한다. 사각사각, 다시 작업실에는 연필 스치는 소리만 들렸다. 은혜도 의자를 끌어 옆에 나란히 앉아 구경한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지루하지 않아?
"네가 그림 그리는 것을 보는 건 질리지 않으니까."
"하여간 이상한 취미야..."
후훗, 은혜가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조금 어이없어 하던 권주도, 그 모습에 덩달아 미소를 띄운다. 오늘의 평화로운 한 때이다.
- 오프 더 레코드
아직 고등학생이라는 어린 나이에 시청률이 높았던 드라마에 출연하게 되어 데뷔에 성공했다. 이후 꾸준히 스크린과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추며 국내에서도 이름을 대면 알아줄 정도로 유망한 배우가 되었다. 한류 드라마 열풍으로 인해 그가 등장한 작품이 수출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기본적으로 캐릭터나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연기 스팩트럼이 넓은 배우로 알려져있다. 신인시절의 그를 이름있는 배우로 끌어올린 병약한 도련님 역할부터, 높은 시청률을 갱신했을 적의 냉혈한 검사역할까지, 작품을 건너 갈때마다 다른 사람으로 보일 정도로 갭이 큰 편. 그러나 이도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여 나오는 작품마다 연기의 완성도가 들쑥날쑥 한 편이였다. 어떤 배역은 완벽히 동화되었다는 평을 받았고, 또다른 배역에서는 반대로 해석을 잘못하여 붕 떠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런 그도 특수 수사대 익스레이버라는 색다른 장르에 뛰어들며 배운 점이 많았다고 한다. '권 주'라는 배역은 제법 색다른 도전이였다고 하고, 그 도전은 성공적이였다.
그는 '권 주'라는 배역을 연기할 적에 갭이 극심한 성격 때문에 이입하는 것에 고생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작가에게서 그의 과거를 미리 받아 본 감상으로 그에 대해 이해를 하게 되었다고. 중점적으로 신경쓰며 연기하는 것은 외강내유적 성향.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연기했다고 한다.
'권 주'의 배우가 이 연기자 였다는 것을 알면 놀라는 이들이 제법 많은 편이다. 밝은 색의 특수 렌즈로 눈 색을 바꾼 탓에 인상이 사나워졌고, 배우 본인도 눈빛 연기에 신경을 제법 쏟았다고. 덕분에 눈빛만으로도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평이 존재한다.
렌즈를 뺀 눈은 평범한 흑갈색 눈이다. 렌즈를 빼고 표정을 바꾸기만 해도 매서운 이미지가 덜어지고 청순한 미청년으로 변한다. 사실 데뷔 적부터 외모만으로 톱스타 반열에 들었다는 비아냥 아닌 비아냥이 존재했었으나. 그간의 작품활동과, 현재 익스레이버의 경력을 쌓으며 그러한 평은 어느새 사라져 버린지 오래가 되었다.
어린 나이에 유명해져서 오만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측과는 달리, 겸손하고 상냥한 성격. 자신보다 커리어가 얕은 배우나 스태프에게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항상 생글생글 웃으며 촬영장 분위기를 띄우는 분위기 메이커이기도 하다. 그러나 카메라가 돌아갈 적에는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돌변한다. 그만큼, 배역에 대한 몰입도가 크다.
5. NPC ¶
- 권지연
- 나이: 19 성별: 여
권주의 형제 중 여동생 쪽. 눈매가 둥굴고 전체적으로 귀염상이다. 풍성한 밝은 갈색의 머리는 높게 뒤로 묶었다. 사실 오빠와 남동생이랑 자주 티격태격하는데 사이가 안 좋은건 아니다. 올해 수능을 쳤고 여러 고난에도 꽤 좋은 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전공이 음악이라 이후에 보는 실기 시험때문에 당장 쉬지는 못하고 있다. 클라리넷을 배우고 있다. 익스퍼는 아니지만 절대음감의 소유자. 하지만 전공에 별 도움이 안된다고...
- 권강준
- 나이: 15 성별: 남
남동생, 검은색의 곱슬 머리를 적당히 다듬고 다닌다. 눈은 베이지색. 한창 질풍노도의 시기인지라 조금 까칠한 성격이고 철이 덜 들어서 권주는 어릴때보다는 대하기 힘들어하고 있다. 학교 끝나고 바로 안 돌아온다던가... 요즘엔 고등학생되면 알바 뛸거라 말해서 곤란해 하고 있다. 참고로 익스퍼이다. 3살때 각성했지만 여전히 C급이다. 거의 못 쓰는거나 다름 없는 것 같다.
- 성은혜
성별: 여
권주의 옛 보육원 친구, 마찬가지로 익스퍼다. 눈이 크고 시원시원한 미인이지만 숏컷이나 단발을 선호한다. 어른스럽고 침착한 성격의 보유자.
- 윤형식
성별: 남성 나이: 51
다부진 체격과 까무잡잡한 피부의 중년 남성. 거침없는 언행과 눈빛이 매서워 종종 조직폭력배의 일원으로 오해 받기도 한다. 그러나 제법 젊은 나이에, 병원장의 직위에 오를 정도로 능력이 있는 인물이다.
- -
- 매달린 남자
- 자신의 손으로 죽을 때까지 목을 졸라본적 있어?
으응, 미안. 조금 멍청한 질문이였네. 하하. 너는 멀쩡히 살아있는데. 뭐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불가능하다, 였지만. 도중에 힘이 빠져서 기절 직전에 손이 풀려버릴걸? 혀를 깨물어 죽는 방법은? 드라마나 영화 많이 나오긴 하는데 생각외로 죽기까지는 못해. 인간의 생명력은 쓸데없이 질기니까.
그래, 그럼 다른 방식을 생각해보자고. 가령 그라목손을 마셔버린다던가. 그런가, 요즘은 안 파는구나... 그래, 나는 칼로 목을 째버리는 방법을 제일 추천하긴 하지만. 경동맥을 자르면 뇌로 가는 피가 끊겨서 몇 분 안되서 바로 죽을 수 있거든. 딱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아, 너는 이미 실패했었나?
죽는 것 마저 쉽지 않다니. 너무 가혹하지 않아?
흐응, 이런 말을 하는 의도가 뭐냐? 라는 눈빛인데. 뭐, 너도 금방 알게 되겠지.
"그러니까. 내가 도와줄게."
- 위선자
- 최선을 다한다라고? 아무도 희생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하, 재밌는 이야기를 하네. 정말 네 손으로 그럴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거야? 정말 오만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야. 같잖다고. 무력한 사람이 말하는건 그냥 교만일 뿐인거 잘 알잖아. 자기 연민에 빠져서 허우적 대는 꼴에 남을 위한다니. 아아- 그건가. 역시 너는 죄책감에서 벗어나 이 고통에서 빠져나오고 싶은 것 뿐이잖아. 그리고 모두들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는 엔딩을 바라고 있는건가? 그리고 그건 순전히 너를 위한거잖아? 그런 주제에 다른 이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니. 이 위선자 새끼가.
너는 아무도 지키지 못할거야. 그러니까 차라리...
차후 추가예정
6. 옛 이야기 ¶
- 어린시절
"당장 나가. 내 집에서. 저거 데리고 당장 꺼지라고!"
쨍그랑, 이것저것 부숴지는 소리와 고성과 울음소리가 불협화음을 일으켰어요. 저는 그저 어두운 방에서 숨 죽이며 눈만 댕그랗게 뜨고 있을 수 밖에 없었죠. 더 이상은 듣고 싶지 않아 잔뜩 웅크려 이불을 뒤집어 썼지만 소음은 선명하게 귀에서 떠나지 않았어요. 귀를 찌르는 한마디 한마디가 말뚝이 되어 단단하게 박혀요.
이불을 쓰고 방문 사이를 들여다 봤어요. 주변은 어지럽게 잔해들이 널브려져있고 많이 아주 많이 화가 나있어서, 서로를 노려보다가 서로에게 나쁜 말을 하고 서로에게 물건을 던졌어요. 흐느끼고 있던 엄마는 지지않고 아빠한테 소리쳤어요.
"내 인생은!? 당신이랑 저거 만나서 망가진 내 인생은 어쩌라고!"
미안했어요. 모든게 제 탓인것 같아서, 만약에 제가 괴물새끼가 아니였다면 우리 가족은 화목해졌을까요? 만약에, 제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엄마아빠는 좀 더 행복했던 것일까요? 저는 숨 죽여서 울었어요. 잘 한 짓도 없으니까 들키지 않도록 조용히.
나도, 좀 더 사랑받고 싶었는데.
- 개의 이름
제 별명은 '개'에요. 으응. 어째서 강아지나 멍멍이 아니냐고요? 저도 강아지가 더 귀여워서 좋긴하지만요. 그렇지만 아버지는 항상 저를 부를 때 개새끼나 개자식이라고 부르거든요. 이상하죠, 저한테는 이름이 있는데. 그래서 아버지만이 특별히 부르는 별명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느 날은 궁금해졌어요. 다른 의미는 없었고, 어린아이의 호기심이라고 생각해주세요. 그래서 아버지한테 물어봤어요. 내가 개자식이면 아버지는 개에요? 그냥 그렇게 질문했을 뿐이였어요. 근데 아버지가 갑자기 항상 옆에 두고 있는 사랑의 매를 들었어요. 사랑의 매,라는 이름을 붙이긴 했지만 튼튼하기도 하고 무거워서 그걸로 맞으면 정말 아프거든요. 도망가려고 하면 계속 붙잡아 버리고, 숨으려고 해도 계속 찾아내서 때려서 너무 무서웠어요. 어른들 말로는... 복날에 개패듯이 팬다. 였나요? 정말, 그날따라 너무 아팠거든요. 이런 말 하면 안되지만 조금 억울해서 더 쓰라렸던 것 같기도 해요. 그 이후로 저는 아버지가 '개'라는 말을 싫어한다는 걸 알았어요.
...어째서 아버지가 저에게 개라는 별명을 붙였는지는 저는 모른 척 하기로 했습니다.
- 행복이론
아닌 밤중에 낡은 철문이 부숴질 듯 큰 소리를 낸다. 아무 기별도 없이 손님이라도 온 것인가. 얕은 잠에서 깨어버린 소년은 빛이 새어오는 방문 틈새 쪽으로 신경을 곤두새운다. 잘 알아 들을 수는 없었지만, 아버지와 낮선 목소리의 대화가 오가는 소리가 새었다. 잠시 침묵이 이어지더니 이어지는 발소리와 함께 어머니는 방의 구석에 미동도 없이 몸을 말고있던 소년을 불러 현관 앞에 세운다. 손님이 서있는 현관 앞에서 참으로 오랜만에 찾아온 듯한 화목함이였지만, 가라앉아 있는 공기는 연출이 불가했던건지 숨이 턱턱 막혀온다.
소년의 어깨를 잡고 있던 어머니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어깨가 아파와서 물그러미 어머니 쪽을 보고있던 소년은 다시 저희 집에 온 불청객-경찰-을 향하여 시선을 돌려 있는 힘을 짜내어 입술을 비튼다. 간신히 웃는 모양새가 된 것 같지만, 어수선하게 덮여있던 긴 머리칼 아래, 두려움으로 가득 차있는 색이 바랜 눈동자는 불안함에 여기저기 굴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망설이던 소년은 팔뚝을 잡고 있던 아버지가 뒤틀듯이 손아귀를 꽈악 쥐어버려서, 떨리는 입술을 떼어낸다.
"...괜찮...아요. 아무 일도 없었어요..."
정적인 상황에서 참으로 살벌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으나. 애석하게도 낌새를 못 챈걸까, 사실은 눈치를 채고도 일이 복잡스럽게 돌아가는 것은 귀찮아 했던 나이 든 경찰은, 만족스러운 대답을 한 소년을 향해 인자하게 웃어보이며 낡은 문 밖으로 나갔다. 소년의 아버지도 그의 뒤를 따라 나간다. 아버지는 또다시 술이라도 마시고 돌아올 작정인 듯 했지만... 일단 이것으로 상황은 종료. 방음이 전혀 안되어 소란을 고스란히 들은 주민의 신고였든, 아니면 순찰을 다니던 경찰이 차마 그냥 지나칠 수 없을정도로 커다란 고성방가를 들었었든 간에 이 가족은 조금 전과 비슷한 방식으로 '평화'를 지켜가고 있었다. 오늘만큼은 얌전히 방으로 보내진 소년은 다시 방구석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몸을 둥글게 웅크린다. 정말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버지가 크게 화를 내는 날에는, 집안에 커다란 목소리가 쩡쩡 울려퍼져요. 어머니는 새된 비명을 내며 아버지와 말다툼을 하다가, 아버지가 먼저 손을 올리고 나면 결국 큰 싸움으로 번지고 말죠. 잡히는대로 던지고, 할퀴고, 때리고. 결국 아버지가 먼저 지쳐 잠에 들면, 그럴때마다 항상 어머니는 울부짖으며 저를 붙잡고 이야기 했어요. 저를 낳은 것이 가장 큰 실수라고요. 제가 우리 가족에게 불화를 불러온다고요. 알고있었어요. 저만 없었으면... 어머니도 아버지도 불행하지 않았을 거에요. 두분 다 싸우지 않고, 아프지도 않고, 행복하게요.
착한 아이였다면 이미 잠들 시간이에요. 온몸에서 느껴지는 격통을 이겨내려고 소년은 오늘도 구석에서 새우잠을 청해본다. 얇은 이불과 자신의 체온에 의지해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잠에 빠지려는 순간에 쨍 울리는 비명소리에 다시 정신이 현실로 끌려온다. 아버지가 오늘따라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더 화를 내고 있는걸까. 예상이 가는 상황들은 죄다 꺼내어 근심 한다. 두려움을 참고 방문을 열면, 거실에서는 생각보다 좋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잇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흔들리는 전등에 위협적으로 빛을 반사하는 식칼. 어머니가 그것을 제 목을 향해 들고 있었다. 겁을 먹어 덜덜 떨리는 다리가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 했지만 움직이지 않는 몸을 강제로 옮겨서 다급히 상황에 난입한다. 그리고 어머니가 정말로 찌르기 직전에 매달리었다. 갖은 폭력에 익숙해져, 이제는 미약한 반응만 내놓던 소년의 목청에서 짐승같은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어머니는 떨구려는 듯이 팔을 휘두르니 소년의 몸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한다. 그대로 그냥 넘어지기만 했다면 다행이였겠지만, 불행이였을까? 머리가 떨어지는 쪽에는 서랍장이 날카로운 모서리를 자랑하고 있었고, 이변은 없이 이마에 직격해버렸다. 힘없이,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소년을 보고 뭐라 욕을 하는 아버지와, 미친듯이 웃는 어머니. 이마에서 끈적한 검붉은 색이 흘러나와 검은 머리칼을 물들인다. 하지만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소년의 얼굴은, 보기힘들었던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저는 이미 눈치채고 있었어요. 부모님이 저를 싫어하는 이유는, 익스퍼라는 이름의 괴물이라서도 눈색이 불길해서도 아니라는걸요. 제가 있다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으니까요. 그래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저를 그렇게 대해주어도 이해 할 수 있었어요. 아니, 사실은 이해할 수 없었어. 하지만...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제가 부모님을 사랑하지 않는게 되버리니까요. 그건 무서워요... 저 참 나쁜 아이네요. 하하.
하지만, 그래도, 저 같은 아이에게도 소원을 들어준다면요. 부모님도 저도 다 같이 행복하게 살고싶다고 빌고 싶어요. 오순도순 소풍도 가고, 가족사진도 찍고, 대화도 나누고요. ...저도 다른 아이들처럼 사랑을 받고 싶어요. 불가능 하다는 건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부모님을 사랑하니까요.어머니 말대로 차라리 저만 사라져버린다면...
흔들리는 시야에 가장 먼저 잡히는 것은, 눈부신 빛이였다. 어둠에 익숙하던 눈이 적응하지 못해서 아플 정도였다. 무의식적으로 욱신거리는 머리를 향해 손을 들어올리다가, 따끔한 감각에 움찔한다. 소년의 마른 손등에 형태가 드러날정도로 커다란 바늘이 꽂혀있었다. 팔을 움직일적마다 느껴지는 불쾌한 감각. 나는 아직 살아있구나. 소년은 텅 비인 눈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어머니는 괜찮은걸까? 저만치 멀리서 의자에 힘없이 몸을 기대고 있던 어머니의 모습에 소년은 안심한 듯이 가슴을 쓸어내린다. 시선을 돌리자 그 다음에 보이는 것은 아버지와 예전부터 봐왔던 경찰이 대화하는 풍경이였다. 그러나 경찰의 얼굴에는 푸근함 대신에 엄격하고 딱딱한 표정만이 서려있었다. 경찰은 아버지의 팔에 수갑을 휘둘러 채운다. 아버지도 평소처럼 화를 내며 팔을 휘두르는 대신에 그저 가만히 수갑이 차인 팔목을 바라보다가, 소년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은 채 경찰이 끌고가는 대로 따라간다. 등이, 어깨가 그날따라 무거워 보인다. 그 모습이 낯설어서, 소년은 직감한다. 자신이 잠든 사이에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었다고.
"아버지... 어디로 데려가는 거에요? 아... 안돼요! 아버지는 나쁜짓 안했어요...! 저를 두고 가지마세ㅇ... 아빠!!"
멀어지는 모습을 놓칠까 다급히 침대에서 내려가려한다. 하지만 손등에 연결되어있던 링거 줄과 몸이 꼬여 고꾸라질뻔한다. 그러나 아픈 이마도, 팔도 더이상 신경을 쓸 수 없이 마음만 급해져서, 넘어지듯 앞으로 달려가려하지만 당직 간호사가 소년의 앞을 막아선다. 그 팔에 막혀버린 소년은 울부짖으며 난동을 부린다. 그 옆의 다른 간호사는 안쓰럽다는 듯이 혀를 찼다. 붙잡혀버린 사이에, 아버지의 뒷모습이 점점 소년의 시야에서 사라져간다. 절망적인 울음소리가 응급실 로비에 울려퍼졌다.
- -
응급실에 경찰이 다녀간지 조금 시간이 지나간 후의 이야기. 공간이 조금 덜컹거린다 싶더니, 천장에서부터 잔해가 떨구어진다. 응급실 내의 거의 모든 기물들은 떠오르다 굉음을 내며 우그러지고 중요한 의료기기들 마저, 펑, 하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일제히 고장을 낸다. 일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기현상에 애초부터 분주했던 응급실 안은 환자들도 간호사도 의사도 전부 패닉에 빠져 더욱 소란스러워 졌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와, 발걸음 소리가 다급하게 울려퍼졌다. 그런 와중에도, 오로지 소년만은 미동도 없이 침대위에 덩그러니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소년은 허공을 향해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 밤하늘
아무도 밟지 않아 깨끗한 눈 위에 조그마한 발자국이 나란히 총총. 소년은 소녀의 팔목을 잡고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둘 다 잠옷 위에 외투만 대충 걸친, 한밤의 겨울 산 속과는 어울리지 않는 복장이였다.
아슬아슬하게 달리던 소녀가 콩 하고 앞으로 넘어져버렸다. 소년은 발을 멈추고 넘어진 소녀 앞에 쭈그리고 앉아 손을 내밀었다.
"으... 미안, 괜찮아? "
"나 참, 그렇게 잡아끌지 않아도 된다니까..."
볼멘소리로 대답한 소녀는 소년의 손을 잡고 일어나 무릎을 툭툭 털었다. 얇은 면 바지 위로 피가 베어나와 주위를 붉은색으로 물들여, 소년이 걱정스럽게 말을 건냈다.
"역시... 돌아갈까?"
"니가 오고싶어 한거면서."
내려가다보면 언젠가는 마을이 나올거야. 킥킥, 소녀는 장난스래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사실 길은 한참전에 잃어버렸었고, 둘은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다만 입 밖으로 꺼내기 두려워 애써 무시했을 뿐.
평소의 둘에겐 앞마당 처럼 잘만 돌아다니던 곳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두운 산 속은 어른에게도 위험한 곳이였고, 걷고 또 걷던 둘은 결국 지쳐서 넓은 공터의 너른 바위에 주저앉아버렸다.
"흐으 추워..."
소년은 말하다 입에서 새 나오는 하얀 입김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문득 소녀가 아무 반응을 하지 않는걸 깨달아 황급히 소녀를 부른다.
"시끄러워. 그것보다, 위에 봐봐."
소녀의 일갈의 시무룩해져서 위를 바라보면 검푸른 하늘에 별이 잔뜩 박혀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평소에는 나무나 지붕에 가려져 볼 수 없던, 넓은 하늘과 반짝반짝 흐르는 은하수. 보고있어도 계속 보면서 눈에 잔뜩 담고 싶었던 그런 풍경.
그런 풍경 속의 소녀는 아마 웃고 있던 것 같았다.
.
.
.
그리고 그 뒤에는 어떻게 되더라?
해가 뜨지 않은 어둡고 새까만 새벽, 잠에서 깨어나버렸다. 불안감에 옆을 확인했다가 아무도 없어서 당황했었지만, 이윽고 스키장 옆의 숙소라는것을 깨달았다. 눈가가 축축히 젖어있어서 소매로 쓰윽 닦는다.
그 꿈을 떠올리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기억이 나지 않아서, 그저 악몽이였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 삶의 의미
의식마저 깨어난것이 얼마만인가. 온몸이 붕대와 의료장비로 묶여 비록 눈동자만 굴리는 처지였지만. 저에게 느껴지는 감각들을 나열하자면, -깨끗한 하얀색, 소독약의 냄새, 기계음, 화학적인 쓴맛, 온몸을 뒤덮은 고통.- 모든 감각이 끔찍하도록 예민해서 고스란히 전해지었다. 더불어 살아있다는 희열마저.
"...어째서."
그렇게 말했던 것 같은데. 수분기가 없는 입안이 발음조차 힘들게 하였다. 그럼에도 강하게 의문을 표해본다. 어째서?
"...저는 죽지 않은 건가요?"
깨닫게 되어 입밖으로 내는 순간 뱃속 깊은 곳에서 잠겨있던 감정, 불안감이 끌어올려졌다. 설마... 어째서, 어째서 저는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거죠?
"...아...으으... 아냐..."
저는 이런 기적은 원한 적이 없는데.
"죄송해요! 죄송합니... 미안해... 미안해요...! 내가 전부... 아냐 이건 잘못 되..."
제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을 몸을 비틀고 쥐어 짜내고 절규하며...- 살아있다. 라는 절망감을 고스란히 표한다. 흰가운을 입은 남성이 뭐라 말 하며 다가왔었나? 약품들을 카트에 싣고 오던 여성이 링거의 조절기에 주사를 하던가? 그저 감정을 쏟아내기에 바쁜 자신은 그런 변화를 신경쓰기 힘들었다. 다시금 희미해지며 멀어지는 의식을 붙잡으려다, 그저 포기해버렸다.
7. 현재의 이야기 ¶
- 가족
계속해서 방송되고있는 긴급속보만이 사무실을 울렸다. 하루종일 울리는 뉴스에 그렇게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그저 무기질적으로 할 일을 수행할 뿐. 그러나 단조로운 벨소리가 단조로운 평화를 깨버렸다. 수화기 너머 울먹이는 목소리. 분명 심상치 않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
"...어...?"
얼빠진 소리가 그 입술안에서 새어나왔다. 쓰러져? 어째서? 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지? 누가?
...지연이가?
---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 누나가 눈을 안 떠... 어떡해야해?
--- 전원 뇌사상태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발표가...
--- □□병원으로... 응급실이야... 빨리...
그제야 화면 속 아나운서가 지껄이는 말들이 귀에 들어왔다. 아무 대답 없이 강준의 전화를 들어준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를 거부한 채로. 제정신이 아닌걸까? 머리가 이상해져 잘 못 들은걸까? 손으로 앞머리를 쓸 어올리다 그대로 쥐어뜯는다. 통증조차 느끼질 못했다. 수많은 물음표들과 수많은 말소리들이 의미불명의 웅성거림이 되어 뇌리를 가득 채워갔다. <clr snow black>웅성거림은 점점 커지다가</clr>
한순간에-
"...저, 어디 갔다오겠습니다."
겨우 한마디를 던졌다. 곧바로 첫번째 서랍 속 오토바이 키만 챙긴 채, 수없는 웅성거림들을 뒤로하고 사무실 문으로 뛰쳐나갔다.
**************
수십분의 거리를 단 몇분만에 온 것 같다. 넘어질 듯 말 듯 단 한 숨도 채우지 못하고 달려갔다. 그렇게 도착한 응급실은...- 공간을 빼곡히 채운 침대 위에 죽은 듯이 누워있는 사람과, 분주히 움직이는 흰 가운의 사람, 침대 옆 금방이라도 실신할 듯이 울고있는 사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애꿎은 의사를 상대로 분풀이를 하는 사람, 모든게 다 혼란스러워서-
그 광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참혹했다.
멍하니 눈으로 그 풍경들을 좇다, 익숙한 사람을 찾아 낼 수 있었다.
"지연이..."
기계장치에 의지해 숨을 이어가는 지연이는 마치 잠에 빠진 듯 했다. 하지만 얼굴에 생기가 없어서, 금방이라도 부숴질 것 같아서,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아서... 귓속에 벌래가 들어간 것 처럼 웅웅거림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게 현실이라는듯 누군가가 비웃었다. 어금니가 뿌득 갈렸다. 하지만...
절망스럽게도 상황을 직시할 수 있었다.
"강준아."
침대 옆 의자에 웅크리고있는 강준이에게 말을 걸었다. 빨갛게 달은 눈가가 방금까지 울고있었다는 걸 말해준다. 평소의 어른 흉내는 온데간데 없는 모습. 정신을 못차리고 바들바들 떨고있어서 어깨를 강하게 흔들었다. 강준이는 한참을 끅끅거리다 잠긴 목소리로 말한다.
"으...형... 어떡해?
"...권강준."
"누나... 누나 괜찮을까?"
"괜찮을거야, 분명."
지금까지의 사건들은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왔지만, 솔직히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뇌사에 빠질 수 있다... 였나? 속에서 불덩이가 치밀었다. 그럼에도, 안심 시키려는 듯 침착하게 말한다. 지금은 그저 다독일수밖에.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나서 혼란스럽겠지만... 형은 경찰서에 돌아가야 해."
"하지만...!"
"정신 차리고, 세수도 좀 하고, 너무 힘들면 한숨 자고... 그러니까."
"네가 누나를 돌보고있어."
짧은 대화를 끝으로 등을 돌려 밖으로 걸어나갔다. 불안하게 맥동치던 심장이 조금씩 가라앉는걸 느끼고, 안개가 짙게 껴있던 머리 속도 점점 맑아져갔다.
...누가 저지른 일인지 모른다. 그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아는 건 익스퍼의 소행이라는 것 뿐.
그 놈을 잡으면 되는거야.
그렇게 말하는 그 눈은 기묘한 빛으로 채워졌다.
- 돌아갈 자리
- 사건이 끝났다. 범인이 타고 있는 경찰차의 뒤꽁무니를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오토바이를 세워 둔 자리로 걸어 갔다. 갖은 피로와 부하가 한꺼번에 걸린 듯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 어젯밤에도 그저깨 밤에도 잠을 지세웠었으니. 하지만 이끌리는 것처럼, 비틀거리면서도 가족이 있는 곳으로 향하기 위해 오토바이의 시동을 건다. 병원 로비에 도착하자마자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수 없어 비상계단으로 뛰어올라간다. 5층 5161호의 일반병실,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었다. 떠들썩하게 서로 장난을 치고있는 강준이랑... 지연이. 기척을 눈치 챈걸까? 이쪽으로 돌아본다.
"아 오빠? 이제야 오면 어떻.... 화났어?"
"...병실에서 떠드니까 형이 화난거잖아 권지연..."
"엑? 아니아니, 그렇게 크게는 안 떠들었다고?"
___다행이야...
"그렇게 멀뚱히 서 있지 말고. 이쪽으로... 엇."
다짜고짜 지연이를 껴안아 버렸다. 당황했는지 어깨를 흠칫 떨었지만 다독이듯이 등을 토닥여준다.
"미안... 미안해..."
"오빠가 왜 미안해 하는건데..."
"미안해 정말..."
" 이렇게 일어났잖아. 어떤 버섯머리 아저씨가 와서 고쳐줬으니까. 지금은 숨도 제대로 쉬어진다고! 의사쌤이 금방 퇴원해도 된다고 했어... 그러니까 울지마."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내가 바쁘지 않았더라면, 신경을 조금만 더 썼더라면, 만약 그 택배를 대신 받아줬더라면... 오만가지의 만약이 자꾸 떠오른다. 누워있을때 곁을 지켜주지 못해준것도 미안하고 미안해서...
- 악몽
- 이거 꿈인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것보단 무언가가 머리에 뒤집어 씌여 있어서 시야가 어두운 것이지만. 숨을 쉴 수록 답답하게 땀이 차 턱을 흐르는 액체. 하지만 몸이 뜻대로 움직이질 않아서 벗을 수 조차 없다.
와중에 누군가 말을 걸어온다.
___...정말 그게 끝이라고 생각해?
선명한 목소리. 이게 정말 꿈인가 싶을 정도로 분명하게 말 뜻을 알 수있었다. 그와 별개로 의미를 알 수 없었지만.
____죄를 지었으면 댓가를 받아야지, 그렇게 생각하잖아?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문득, 구석에서부터 공사장에서 들릴 법한 굉음이 들리고 있어서 공포에 사로잡혔다. 깨닫고 나서야 몸부림을 쳤지만 움직이질 않았다.
____하지만 너는 □□□□ 않고 □□□□...
갑자기 목소리가 이상하게 일그러지고 잡음이 끼어 잘 들리지 않았다. 굉음은 점점 더 커져 위협적일 정도로 근거리까지 도달한다. 하지만 몸은 답답할 정도로 느릿하다.
____그리고 전부 네 □이야. □□
움직이지 않는 팔을 억지로 움직인다. 겨우 뒤집어 쓰고있던 천주머니를 벗어던질 수 있었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것은 천장에서부터 거대한 칼날이 떨어지
.
.
.
.
정신을 차려보면 변기를 붙잡고 토악질 중이였다. 귀울림이 계속되서 머리가 아찔하다. 어깨에 무언가 닿아서 화들짝 놀라 돌아보았다. 지연이...였네.
"... 깨웠어? 미안..."
"갑자기 일어나서 화장실로 달려가는 데 깨지 않을 수가... 어디 아픈거야?
"난... 괜찮아."
꿈에서 깬 이후에 귀에서는 계속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머리도 어지럽다. 하지만 진실을 말하지 않을거야. 병실 쪽을 보니 강준이가 없다.
"강준이는..."
"돌려보냈어. 아무래도 피곤했을테니까. 그것보다 아침에 병원 가보는게 어때? 식은땀 흘리고 있어."
"아픈거 아니야..."
쿠르륵, 물을 내려보내면서 말했다. 새벽 5시, 야간 근무 간호사만이 병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들어가서 자. 무리하지 말고."
"다 나았다니까? 잠깐, 어디가려는데?!"
"바람 좀 쐬고 올려고."
비틀, 병실 문을 열고 나왔다. 바람을 맞으면 머리가 좀 맑아지겠지. 괜찮아. 정말이다.
- 발렌타인
- 사무실 문을 열자 미묘한 달큰한 냄새가 퍼졌다. 음 역시 미묘하게 핑크빛 기류가 도는 것 같기도 하고... 금세 자신에게 별 상관없는 일이라 단정해버린다. 그렇게 평소와 같이 서둘러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지만, 평소의 깔끔한 듯 조금 휑한 책상은 볼 수 없었고 어째서인지 같은 위치에 알록달록한 선물들이 쌓여있는 책상만 덩그러니... 아니 설마 저기 내 자리인거야?
'이건... 예상에서 한참 벗어났는데.'
역시 내 착각으로 잘 못 찾아간건가. 남의 책상을 몰래 훔쳐보는것 마냥 뻘쭘하게 기웃거렸다. 선물들 사이로 익숙한 물건이 보여서 겨우 자신의 책상임을 확신했다.
뭐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르는것은 아니였다. 발렌타인데이. 연인 혹은 친구들끼리 초콜릿을 나누는 날. 어제까지만 해도 퇴근하고보니 예비 대학생이 초콜릿으로 난리치는 것을 수습해주고 겨우겨우 예쁘게 포장하는 것까지 돕느라 고생했으니 모를리가 있나.
이전의 2월 14일은 어땠더라... 고등학생때는 번들박스의 과자들을 조금씩 나눠서 비닐포장한 것을 받은 정도였고. 그리고 졸업이후로는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발렌타인이라는 장미빛의 기념일과는 먼 곳에서 먼지를 뒤집어 써가며 지나친지도 모르고 그냥저냥 보냈던것 같고.
포장지 위에는 쪽지들이 살포시 놓여있어서, 가장 가까운 쪽지 를 먼저 열었다.
- 기대했냐? 미안하지만 발렌타인 데이에 아무것도 못 받으면 슬플 것 같아서 준비한 우정 초콜릿이다. 추신. 그러니까 너도 초콜릿 줘야한다!
이건... 이지은이구나. 분명하다. 이름 따윈 써져있지 않았지만 쪽지에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정말 옛날이랑 많이 달라졌다. 긍정적인 변화니 기뻐해야겠지만
뭐 그 예상은 빗나가버렸다. 책상과 쪽지를 번갈아가며 쳐다본다. 설마 이걸 다 지은이가 준비한건 아닐테고. 나중에 다시 돌려달라고 난리칠지도 모르겠다. 일단, 이건 서랍안에 보관해둘까.
심플한 듯 고급스러운 정사각형의 박스는 제가 모르는 회사의 제품인 듯 했다. 박스에 조금 엉성하게 묶인 분홍빛 리본. 발신인은 누군지 짐작도 가질 않는다. 리본과 박스 사이에 끼워져 있는 조그만 쪽지를 펼쳤다.
- 용기가 없어서 미안해.
한문장으로 이루워진 심플한 쪽지. 이 '용기'라는건 어떤 의미인지. 조금 추정할 수 있을수도 있었지만. 아니아니, 그런 의미가 아닐지도. 어째선지 그 단문 속에는 진심이 들어있었던 것만을 알 수 있었다.
-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지만, 특히 당신이 더 행복했으면 해요.
그 옆에 놓여있던 하얀 리본 상자의 쪽지도 열어보았다. 누구의 필체인지 알아보지 못해 여전히 두고간 이는 알 수 없음.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라니 묘한 내용이였다. 어째서 나에게 이런 다정한 말을 선물해준걸까? 나는, 그럴 자격이 없는데. 이 초콜릿을 보낸 누군가는 단지 저를 걱정해 주는 듯 했었지만.
하지만 귀가 조금 뜨거워져서 황급히 차가운 손으로 귀를 감싼다. 이 상황이 난감했던걸까? 아니면... 기뻤던 걸까?
"난처하군요..."
조그마한 미소가 올라오기 전에, 초콜릿 한조각을 입에 넣어 녹였다. 진득하게 녹아 사라지는 느낌이 혀를 감쌌다.
- 화이트 데이
- 퇴근하고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퀘쿼한 탄내에 첫번째로 정신이 아찔해지고, 발을 디디자마자 끈적한 바닥에 두번 아득해진다. 바로 보이는 주방에는 역시나인가, 설탕 봉지와 물엿이 아무렇게나 쓰러져 있는 풍경과 새카만 냄비와 씨름하고 있는 지연이를 마주친다.
"...또? 발렌타인 때는 주방을 초콜렛 범벅으로 만들어 놓고서, 그걸로 만족을 못하는거야...?"
"아하하..."
피곤한 듯한 목소리로 잔소리를 퍼붓고 식탁 위를 본다. 접시 위에 이미 결과물이 나와 있었으나, 사탕은 어디가고 유황불에 타버린 듯한 달고나 몇 조각 만이 접시 위를 나뒹굴고 있었다. 그나마 멀쩡해보이는 한조각을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써어...
"...전부터 생각했는데, 너 애인이라도 생겼어?"
"...뭐?"
그냥 내뱉은 말이였지만. 당황스럽다는 듯 올라간 눈썹과 마구 떨리는 눈동자. 거짓말 여전히 못하네. 한껏 내리깐 목소리로 다시금 심문한다.
"누구야. 도대체."
"아...! 진짜 그런거 아니라고!"
그... 그냥 내쪽에서 좋아하는 거...야... 짜증을 내다가도 금세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는 지연이였다. 그 모습에 사납게 찌푸린 얼굴이 풀어져 버렸다. 머리를 헝클며 한숨을 쉰다.
"그래... 네가 좋아하는 상대라면 적어도 정신은 제대로 박힌 놈이겠지."
"...헤? 의외로 쉽게 납득하네."
"동생 연애까지 방해할 만큼 꽉 막힌 오빠는 아니니까..."
대신 눈물 맺히게 하면 눈 밑에 피눈물 자국을 새겨주마... 라며 들리지 않도록 작게 다짐했다.
그러나 다시 접시 쪽의 다 타버린 달고나를 다시 발견하고서는, 이래서야 고백전에 까여버리겠군, 하며 고개를 저었다. 별 수없이 앞치마를 허리에 매었다.
"도와줄꺼야? 와아ㅡ! 고마워!"
"...대신 네가 꼼꼼히 치워야된다."
개미 생기면 큰일나. 가스레인지 앞 냄비를 대충 개수대에 던져놓고 새 냄비를 가져왔다. 만드는 법? 점토 주물럭 거리는거랑 비슷하니까.
"오빠는 좋아하는 사람 없어?"
"케흙."
훅 들어오는 질문에 명치를 맞은듯이 단말마를 내뱉었다. 귀 끝이 빨개진채로 지연쪽으로 돌아본다. 저... 저 순진한 듯 교활한 눈망울!
"그래서? 있어, 없어?"
"ㅁ...모르니까! 조용히 도와주기나 해...!"
"아... 재미없어, 오빠는."
아쉬운 듯 탄식을 하는 지연이였지만, 얼굴에는 빙글히 웃음를 띄우고 있었다. 그런 동생을 바라보다.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는다.
- 동경
- 언젠가, 아롱범 팀으로 발령을 받자마자 S급 익스퍼의 제압이라는 커다란 사건에 출동한적이 있었다. 공격을 해도 한번도 통하지 않아 방어에만 급급했었지, 결국 제 역할을 하지 못한채로 다른 이들에게 맡겼었다. 그리고 겨우 체포했다, 안심했던 틈에 알파가 마지막 발악으로 발생시킨 커다란 파도가 덮쳐왔었고 꼼짝 없이 수장될 것이라고 생각해 절망하고 있었다. 서장님은 그 파도를 보란듯이 받아쳐 우리를 구해 주었다.
그리고 그 사건은 경찰이 되었다고 오만해져있던 나에게 무력감을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나는 서장님을 동경하게 되었다.
잠이 들었었나? 온몸에서 느껴지는 둔통에 잠에서 깨버린다. 기억을 더듬어 내 마지막 필름을 꺼내어보았다. 집에 오자마자 쌓인 피로가 급격히 몰려와서 쓰러지듯 잠에 빠졌던, 그리고 악몽을 꾸었던걸까... 다만 내용까지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 후에는 지연이랑 강준이가 어떻게든 끌고 이불 위까지 온 것 같다. 옆에서 자고있는 강준을 슬 보고, 제 상체를 일으켜낸다. 윽, 명치가 아파와서 입고 있던 옷을 들어내어본다. 어두웠지만 커다란 피멍이 선명하게 물들어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동생들이 상처들을 못 봤기를 바랄 뿐이다. 강준이 깨지 않게 살짝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간다. 조금... 찬공기를 쐬면 어질어질한 머릿속이 잠재워질지도.
새벽 두시, 숨을 내쉬면 하얗게 서릴 정도로 공기가 아직 차다. 아니, 단순히 외투도 걸치지 않아 옷차림이 가벼웠던 걸지도 모르겠다. 슬리퍼를 질질 끌며 터덜터덜 걸어가다 화단 블럭에 대충 걸터 앉았다.
--...쫓을거면 쫓고 덤빌거면 덤벼도 좋다. 하지만...그렇게 하는 이는... 그만한 댓가를 치루게 될 거다. ...자신이 있으면 와라. 애송이들.
차갑고도 냉정했던 표정. 친근하기도 하며, 때로는 대원들을 생각해주었던, 정말 그때 우리들을 지켜줬던 그 서장님이 맞았던걸까? 아니면 그조차도 단순한 연극이였을 뿐이고, 우리들은 단순히 장기말일 뿐이였던가? 두 손으로 앞머리를 쓸어 올리다 쥐어 뜯어버린다. 아직도 헬멧의 깨진 틈으로 보인 싸늘한 눈빛이 잊혀지지 않아, 오장육부가 마구 꼬이고 뒤틀려서 괴로웠다.
하지만 어째선지 머리는 이해를 할 수는 있었다. 그러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전에 감마가 했던 말이 떠올라서. ...아마도 이준 서장님도 두번 다시는 잃고 싶지 않았을것이다. 그게 정말 옳은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만약에 서장님의 방식이 최선이라면?
뭘 고민하고 있는거야. 권주. 이 위선자 새끼가. 주먹을 강하게 돌바닥에 쳐 박아버린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마디에 상처가 나 손가락을 타고 피가 흘렀다. 하지만, 오히려 고통이 잡념이 사라지게 하였다. 보안 유지부가 하는 짓거리를 눈감아 줄 생각은 없어.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위의 사람들이 희생되는 미래를 용납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눈을 감고 애써 냉담해지려고 해본다.
...예전에 나에겐 서장님이 모든 것을 지킬 수 있는 히어로처럼 보였다. 하지만 결국엔 그도 단 한명의 남편이자 아버지였을 뿐이였다.
- 꽃
그저 우연이였다. 항상 오가던 길에서 아기자기한 꽃집이 눈에 띄었던 것도, 한번도 발을 들여놓지 않았던 곳에 들어갔던것도. 발걸음을 멈췄다가 다시 뒤로 돌아서 커다란 창 안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창의 안쪽 화려한 색채에 홀렸던건지, 무의식적으로 손잡이를 잡는다. 문을 열자마자 딸랑, 울리는 풍경소리에 놀라 살짝 뒷걸음질을 치다 마침 직원과 눈이 마주쳐버려 열없이 가게 안으로 들어선다. 바닥부터 천장, 사방이 이름도 생소한 화려한 꽃과 식물들로 가득하다. 시선을 빼앗겨, 친절한 직원의 설명도 듣는 둥 마는 둥 한다. 번거롭게 돌아다니며 들여다보고 몇번이나 고민하다가 고른 것은 드라이 플라워였다. 장미와, 시네신스와 프리지아... 제가 알고 있던 꽃들은 뒷산을 돌아다니며 스쳐 지나간 억센 들꽃이 전부여서, 어떻게 다뤄야 할지 신문지에 싼 꽃들을 바스락 부숴질까 강하게 쥐지도 못하고 품안에 살짝 끌어안는다.
작업대에 꽃들을 올려놓는다. 이런식으로 직접 꽃을 사서 꽃다발로 만들어 보는 것은 처음이였지만...자신의 손재주를 믿기로 해본다. 줄기를 다듬고, 엮어서, 직접 고른 포장지로 감싼다. 마지막으로 리본을 다니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모양새가 되어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꽃집에서 받은 카드 위에 전하고 싶은 말을 쓸때에 막상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 당황하여 점하나 못 찍는다. 마음을 전할 작은 카드 위에는 조금 더 긍정적이고, 밝은 말들을 담고싶었지만, 결국에 쓰여있던 것은 초라한 심정 뿐이였다. 그리고 그 꽃다발과 카드를 박스에 넣기 직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망설였다.
——— 드라이 플라워로 꽃다발을 만든 것도 순전히 욕심이였습니다. 마지막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남아있기 위해서, 생화를 보냈더라면 시들어 버려지는 것이 두려웠을 뿐이였어요. 편지에 쓴 이야기와 다르게, 저는 미움받는 것도, 버려지는 것도 두려워하는 겁쟁이일 뿐이였습니다.
...그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화병을 알게된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날 아침, 그대로 사무실 밖으로 도망치듯 나와버렸다. 얼굴 가득 부끄러움으로 채워진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아무래도 나는 정말로 미쳐버린 것이다. 그렇지 않는 한... 어느새 다리가 풀려버린건지, 모르는 사이에 복도 한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버렸다. 동맥이 미친듯이 뛰고있는 제 목을 잡고 저주한다. 차라리 멈춰버렸으면 좋겠어.
——— 당신을 좋아합니다. 지금은, 아니 앞으로도 그녀 앞에서 감히 하지도 못할 말을 입안에서 되뇌인다. 사랑하고 있습니다. 당신이기에, 감히 당신에게 연심을 품어버리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웃음도 다정함도 그 손길도 좋아합니다. 당신은 그저 지나가다 친절을 배푼 것이였을지도 모르지만, 저에게는 숨이 막히도록 따뜻한 순간이였어요. 진심을 곱씹으면 씹을수록 지독한 쓴맛만이 감돈다. 하지만, 신경쓰이게 하고 싶지 않아요. 당신은 분명 걱정할테니까. 그래서, 그러니까 길가에 스쳐지나가는 잡초처럼 눈치도 채지 못하도록 조용히 사라지겠습니다. 진심도, 눈물도, 감정도 그자리에서 씹어 삼켜버린다... 하지만, 여전히 미련이 남아있는 이유는 무엇이였을까요?
- 이사
"딴 짓 그만하고. 정리하는 거나 좀 도와주지?"
"잠깐만 잠깐만...! 이것만 보고."
이사, 5년전 이곳으로 살던 곳을 옮긴 이후로 처음이였다. 게다가 이런 반지하 방이 아닌... 멀쩡하고 깨끗한 집으로! 그 말은 더이상 곰팡이랑 빗물에 고통 받을 일은 없을 거라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길이 완만하고 위치가 좋다고 하는데, 겨울에 가파른 길을 걷다가 삐긋할 일도 사라질 것이다. 특히 오빠는 자주 넘어졌었으니까, 정말로 뼈 몇개가 나가기 전에 집을 옮기는 일이 그나마 다행인 것이였다.
그런 의미로, 나와 강준이는 아침부터 이삿짐 센터에서 보내온 파란색 박스에 짐을 옮겨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짐이 얼마 없는 것 치고는 제법 힘들고 오래 걸리고 있지만...!
"...누나가 딴 짓 하고 있으니까 그렇지."
"아 생각 읽지마!"
참나, 조금 여유 부릴 수도 있지...! 툴툴거리며 보고있던 고등학교 졸업 앨범을 상자 속에 넣었다. 혹시 모르잖아? 책을 보다가 오빠가 숨겨둔 비상금을 발견할 수 있을ㅈ... 아니 그건 무리였다. 아무래도 억척스럽게 은행에 꼬박꼬박 모아두고 있을 인간일테니. ...그러고 보니 오빠는 어디에 간거지?
뭐, 근황은 대충 이러하다는 것이다. 그 짧은 며칠간 많은 일이 일어났었다. 먼저, 어떤 익스퍼 범죄조직이 테러를 일으켰던 사건. 비 익스퍼들을 익스퍼화 시킨다며 고치에 가둬두고, 적응하지 못한 이들은 사라진다는. 그런 끔찍한 범죄가 일어날뻔 했었다. 나는 아마 고치에 갇혀 있다고 했었나? ...잘 기억은 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 순간에 의식을 잃었던 탓일지도 모른다. 다만 기억나는 것은, 그런 나에게 강준이가 꿈을 통해 말을 걸어왔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에 강준이의 등급이 단번에 A급까지 성장했다고, 익스퍼 등록을 다시 할 때 알게되었다. ...나에게는 그저 귀찮은 것일 뿐이였지만, 방금도 내 생각을 읽어 버리고 말이다. 그 외에도 익스퍼의 존재가 갑작스래 밝혀지고, 전세계가 혼란에 빠진다던가. 정말이지, 전체적으로 정신이 없는 나날이였다.
...간접적으로 들은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믿을 수 없었고, 다소 경악스러운 것이 섞여있긴 했지만. 그 와중에도 더욱 놀라게 된 것은, 그 사건의 중심인물 중에 오빠... 그러니까 권주 오빠가 있었다는 것. 물론 범죄조직 쪽이 아니라, 경찰로서 범죄행위를 단죄하고 있었다는 것도. 솔직히 말하자면, 음 어이가 없었지. 언제는 교통경찰이라고 하더니, 어느순간 다쳐오는 일이 늘어서 걱정했었고, 그리고 알고보니 익스레이버... 라는 익스퍼 범죄자들을 소탕하는 팀에 소속 되있다고 하는데. ...도대체 이 오빠는 뭘하고 다녔던거야? 처음 알았을때는 대충 그런 심정이였지만, 그날 오빠가 집에 돌아왔을때 나와 강준이를 끌어안고 우는 바람에 할 말을 잃어버렸고. 그 이후로는 거의 평소처럼 대하기에 나도 별말없이 평소처럼 지내왔었다.
"형도 진짜 너무하네..."
"? 어째서...?"
"그야,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잖아. 같이 살고있는데, 형에 대해 아는게 얼마나 있냐?"
"..."
...강준이의 말대로 조금 너무하다는 생각도 하긴 했었다. 그래. 섭섭한 감정은 어쩔 수 없었다. 나도 오빠에 대해 걱정을 완전히 안하고 있던 것은 아니고 말이다. 오빠가 하는 일이 위험한 일 인것이 뻔한데,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였다. 어째서 그 '사고' 현장에 있었는지, 우리를 만나기 전에는 어디서 살고 무엇을 했었는지. ...그 은혜라는 사람은 누구인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우리들의 '오빠'가 아니라... '권 주'라는 사람에 대해서.
"집을 뒤지다보면 단서가 나오지 않을까? 사진이라던가, 하다못해 옛날 흑역사가 담겨있는 일기라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딱 좋은 생각이네."
마침 오빠가 집을 비운 이 시간이 더 없이 좋은 시간이였다. 어차피 집이 좁아서 찾아볼 곳은 별로 없지만! 그리고 가장 숨기기 좋은 곳은 아마도... 작업대. 오빠가 직접 만들고, 집에 돌아오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니까. 조금 전, 작업대는 따로 옮길테니 건드리지 마라는 경고는 이미 귓구멍 너머로 사라진지 오래였다. 서랍장을 열자, 낡은 화구들이 잔뜩 쌓여있는 것을 발견한다.
"...으엑... 설마 이거 안버릴 생각은 아니겠지?"
"나중에 몰래 버리든가 해야지. 절대 안 버릴거야. 그것보다는... 뭔가 이상하지 않아?"
강준이가 물감이 묻어 끈적거리는 화구들을 걷자. 바닥을 드러난다. ...뭔가 위화감이 있었다. 바닥 가장자리의 울퉁불퉁한 부분이라던가, 겉에서 보기에는 어색하리만치 깊은 서랍장인데도, 안에서 볼때는 의외로 얕다던가. 강준이 툭, 하고 바닥을 치자. 힘없이 바닥 면이 떨어져 나갔다.
"...당첨."
"아 실화야?"
의외로 허술하네. 바닥 철판을 들어내면서도, 밀려오는 스릴감에 조마조마하다. 내용물은 의외로 평범하다. 초등학교 앨범, 사진 몇 장과, 다 닳아가는 색연필, 재생지 같은 종이를 대충 덧붙인듯한 두꺼운 스케치북 따위의... 가장 위의 단체 사진을 든다. 총 인원이 어른을 포함해 10명 안팎인 소규모의 인원이였다. 오빠를 찾기 위해 손가락으로 하나 하나 훑었다. 그러다, 유독 기다란 머리카락의 일부를 땋아서 예쁘게 옆으로 넘겨놓고, 그 외의 머리카락은 곱게 뒤로 묶은 소녀에서 손가락이 멈춘다.
"이 여자애, 오빠 닮았지."
"...그렇네, 전체적인 모습도 그렇고, 머리만 길었지 형이랑 비슷하네. 눈색도 똑같은ㄱ..."
"..."
"...어라. 설마..."
...이 사람 분명 어린시절의 오빠다. 오늘 유난히 더 잘 따라주는 감이 자신있게 말하고 있었다.
- 16년전의 대화
"...으응. 불편한데 그냥 평소처럼 하고 찍으면 안돼요?"
"조금만 참아! 사진만 찍고 풀어줄테니까..."
"...뭐가 그렇게 재밌는거에요? 아까부터 키득거리는데..."
"큭큭...그을쎄에? 나중에 이 사진을 보게 될 미래의 네가?"
8. 문제편 ¶
- 진실은 낡은 박스안에
밤 12시 30분의 이야기, 그날의 당직을 서야 했던 권은 밤늦게 까지 경찰서에 남아있었다. 그날의 일은 마무리 한 후에 자료실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박스를 전부 내려놓고, 몇번이나 눈으로 훑어보고, 꺼내보다가 도로 넣어놓는다. 그 행동은 기록을 읽고 있다기 보다는 찾고 있었다에 가까웠다. 그러다 권은 몇번이나 뒤적이던 그 박스에서 무언가를 발견한다. 모든 분주한 행동들을 멈추고 파일을 조심히 들어올린다. 연도와, 사건명에서 찾던 것이 맞다고 알려주고 있었지만 권의 얼굴에는 복잡미묘한 감정이 스치운다. 자료를 들고 있던 손이 아래로 떨구어졌다. 들고 있던 것은... '성류시 기차역 붕괴 사고'라는 사건명의 얇은 파일이였다.
"드디어 찾아줬네." 어디선가 환청이 들려오는 것은 그저 내 착각이였을까.
- 녹
벌써 수십번째의 꿈. 언제나 낯선, 아니 익숙한 풍경. 소년의 목에서 녹물이 콸콸 흘러나오고 있었다. 비명을 질렀다. 목구멍이 비어있어 소리가 새지 않는다. 쓰러진 소년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웃고 있었다. 이미 죽었다. 하지만 웃고 있었다.
나는 누구에요?
실은 그냥 모르는척 하는 것 뿐이였다. 지독한 먼지냄새와 이따금 두근거리는와 불쾌하게 끈적이는 피부와 까끌한 모래맛과 새어나오는 새빨간 녹물을 기억하지 못할리가.
저를... 그만 놓아 주세요...
아니,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거야.
- 불청객은 소리소문없이 찾아온다.
손님? 제것이 아닌 성인의 구두가 현관 놓여있어 몸을 먼저 굳힌다. 게다가, 고급스러운 포장지로 감싸진 선물세트로 보이는 것이 입구에 가득... 익숙한 집임에도 불구하고 기류가 어색하다. 거실 쪽으로 들어선다. 설마하니, 의외의 얼굴이 보인다.
"...선생님? 여기는 도대체 어떻게..."
"오랜만이구나. 권주야."
까무잡잡한 피부와, 체격이 커다랗고 다부진 얼굴형에 날카로운 눈매의 남성. 흔히 말하는 깍두기 형님 같은 인물이 거실에 태평히 앉아있다. 그는, 여유로운 태도로 권주 쪽에 잠시 시선을 두었다가, 다시 지연이랑 강준이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아니 그에게만 친근한 태도라고 생각되었을 뿐, 지레 겁을 먹은 동생들은 그에게서 멀찍히 서서 눈으로 헬프 요청을 보내고 있었다. 그야 조폭 비주얼의 중년 남성과, 낡은 반지하방. 막장 드라마에서 많이 보이는 구도가 아니였는가? 하지만, 그는 집안의 가재를 때려 부수지도, 동생들을 인질로 협박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야, 그는 현재, 번듯한 병원의 원장이였으니까.
권주는 그를 보자마자 곤란하다는 듯이 크게 숨을 내뱉었다. 결국엔 올 것이 왔구나. 지연이와 강준이에겐 하나 있는 방으로 들어가라 말한다. 일단 냉장고 속에서 내올 것을 찾아보았지만, 음료도 다과도 없었다. 현관에 놓여있던 선물세트 중에 화과자 같은 것도 있긴 했었지만... 받을 생각도 없는데 한번 까면 되돌릴 수 없어지니. 별 수 없이 물이 든 컵을 내온다. 당혹감에 손이 마구 떨려서 흘리지나 않으면 다행이였다. 조심스레 그에게 물어보았다.
"...병원 일도 바쁠텐데. 여기까지는 무슨 일로... "
"설마 나도 이런 곳까지 친히 발을 들일 줄은 몰랐었지. 연락이라도 했으면 굳이 찾아오지도 않았을텐데 말이다."
어색하게 웃으며 애써 시선을 옆으로 피하려한다. 찾아오지 못하게 하고 싶어 일부러 독립한 곳의 주소도 알리지 않았었지. 그런데 어떻게...? 갑자기 탁하고 떠오른 추측에 권주는 속으로 탄식한다. 지연이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구나. ...환자 개인정보를 이렇게 막 파고 다녀도 되는거야?
"...뭐,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까?"
다짜고짜 폴라티의 목 부분이 억센 손으로 끌어내려진다.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한 청은색 눈동자가 마구 흔들린다. 멱살은 잡혀서 드러난 목부분에는... 불거지게 튀어나온 창상이 하나, 그 이후로 생긴 것은 없었다.
"최근에 생긴 상처는 없구나. 손목은... 딱히 확인 안해봐도 될 것 같고."
확인 후에는 순순히 멱살을 놓아주었다. 권주는 늘어나버린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그래, 다 좋은데 좀 평범한 방법으로 확인하면 안되는걸까?
"그런데 말이야."
갑자기 가라앉은 목소리에 컵을 들어올리덴 손이 덜컹 흔들린다. 덤으로 색이 거의 사라진 눈동자도, 드물게 당황으로 가득 차버린다.
"...기어이 경찰이 됬더구나."
"...운...이 좋았었죠."
뭐라는거지... 나는. 긴장을 해서 말이 헛 나왔다. 망했구나. 동생들이 이미 말한것이다. 빠직, 빠직 소리가 들리는 것은 분명 착각이 아니렸다. 동생들을 원망할 생각은 없어,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하여 신신당부를 하지 않았던 내가 잘못한 것이다. 드물게 위기감을 느껴 온몸의 털이 쭈뻣 선다. 눈 앞의 남성은 분명 폭발한다. 폭발할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그는 잘게 떨고있던 권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고 담담하게 말을 한다.
"축하할 일이 있었구나. 어려운 환경에서 경찰이 되기까지, 많은 노력을 했겠지. ...소식이 들려왔더라면, 진즉에 기뻐해줬을거다."
잠시 놀란듯 눈을 크게 뜨였었지만 이내 느릿하게 깜박이며 가만히 듣는다. 경찰이 되는 것을 반대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도중에 연락을 끊어버린것도, 그런 반대가 있어서 이기도 했고. 하지만 그는, 그저 염려를 하는 것일 뿐. 누군가의 앞길을 막아버릴 만큼 간섭을 하는 이는 아니였었지. 게다가 걱정하는 것도 딱히 이상한 일이 아니였다.
"하지만...너무 무리하지 마려무나. 더 이상 다치는 꼴은 내 쪽에서 못 보겠다."
"저는 괜찮습니다. 그동안은 걱정하실 만큼 큰 일은 없었습니다. ...우려하시는 것처럼 크게 무리한적도 없고요."
자연스래 문장 하나를 전부 거짓말로 채우자니, 목이 타서 물을 한모금 들이킨다. 월드 리크리에이터에 대한 것이 큰일이 아닐리가, 하지만 제가 하는 일을 알려서도 안되고, 알게되면 입장이 매우 곤란해진다. 정말로 괜찮아? 라고 되묻는다면 전처럼 바로 대답을 할 수 없을테다. 그냥, 더 이상 이 쪽에 신경쓰이게 하고 싶지 않아서 한 말이였다.
"...뭐, 좋게좋게 이야기 하는 것도 여기까지다."
...하지만, 권주 앞의 남자는 거짓말에 속아 넘어갈 만큼 만만한 사람은 아니였다. 그날따라, 권주의 얼굴은 핏기가 싹 가셔 창백해보인다.
"그래, 계좌에 무기명으로 계속 돈을 보냈던건 이해해. 그런데 말이야. 뒤져가는 걸 겨우 살려놓았더니. 뭐라고? 상하차? 고옹사아장?? 건강한 사람들도 망가지기 십상이라고! 내가 산재로 응급실에 오는 블루칼라들을 얼마나 본 줄 모르는거냐? 진짜 과로사로 생을 마감하고 싶은건지... 그리고 경찰? 멀쩡하지도 못한 몸으로 경찰은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그렇게 번 돈 쓸 생각도 받을 생각도 없다!"
...도대체 어디까지 말한건가. 방문쪽을 원망스럽다는 듯이 노려본다. 아니다. 그냥 듣지나 말았으면 좋겠다. 잔소리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 대화
- "그래서, 정말 더 이상 지원을 받을 생각은 없는건가? ...이 곳 자체도 셋이 살기엔 빈곤해 보이고."
"...여기서 뭘 더 받으라는 건가요. 선생님에게 지은 빚만 해도, 조금 버겁습니다."
"뭐 예전부터 말했지만, 갚을 필요는 없다. 네가 평생 모은다고 해도 무리인 액수니까."
"...더더욱 버거워졌네요."
"상관없다 그러네. 그런 돈에 연연할 사람으로 보이나?"
"..."
.
.
.
"...어째서 저희를 도와주는 것입니까... 분명 이전까지 연도 없었을텐데."
"...아직 미숙한 어린애에게는 알려줄 수 없는 어른의 사정이지. 좀 더 머리가 굵어져서 물어본다면 생각은 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