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 항목: 히어로 vs 빌런? S2
"아- 뭐가 그리 심각해? 저기, 표정 좀 풀라니까- "
"거 참, 다들 성급하다니까- 릴렉스하고, 여유있게 가자고-"
??? | |
이명 | 블랙 캣 |
소속 | 히어로 |
성별 | 남 |
나이 | 45세 |
성향 | SL>HL>=BL |
등급 | 관리요함 |
1. 외모 ¶
앞머리를 반쯤 뒤로 넘긴 반깐머리. 벽안. 블랙 캣이라는 이명답지 않게, 머리색은 베이지색에 , 사복 패션은 연갈색 롱코트와 회색 바지.
대체 어디가 블랙이냐 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이명이 붙여진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것은 본인의 능력때문.
죽은 사람의 과거 기억을 볼 수 있다보니, 시체가 있는 곳 마다 기웃거리곤 한다. 그러다보니 일할 땐 장례식 복장으로 돌아다닐 일이 많아 검은 롱코트를 입은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블랙 캣"이라는 이명이 붙여지게 된 이유중 하나. 이 외 이명이 붙여진 이유는 후술.
히어로치곤 나이가 있는 편이다보니 꽤 중후한 외모가 눈에 띈다. 멋진 아저씨의 표본이라고 할까. 눈가의 주름마저도 매력포인트로 소화하는 미모의 중년...이라고 본인은 자칭한다. 받아들일지는 개인의 몫.
늘 웃는 얼굴에 고양이같은 눈매.
키는 171센티정도.
대체 어디가 블랙이냐 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이명이 붙여진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것은 본인의 능력때문.
죽은 사람의 과거 기억을 볼 수 있다보니, 시체가 있는 곳 마다 기웃거리곤 한다. 그러다보니 일할 땐 장례식 복장으로 돌아다닐 일이 많아 검은 롱코트를 입은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블랙 캣"이라는 이명이 붙여지게 된 이유중 하나. 이 외 이명이 붙여진 이유는 후술.
히어로치곤 나이가 있는 편이다보니 꽤 중후한 외모가 눈에 띈다. 멋진 아저씨의 표본이라고 할까. 눈가의 주름마저도 매력포인트로 소화하는 미모의 중년...이라고 본인은 자칭한다. 받아들일지는 개인의 몫.
늘 웃는 얼굴에 고양이같은 눈매.
키는 171센티정도.
2. 성격 ¶
여유로운 성격. 마이페이스. 늘 미소를 잃지 않는 느긋한 사내. 언제나 "릴렉스, 릴렉스-"를 입에 달고 산다. 늘상 꺼내는 말은 가볍고 장난끼가 가득하다.
능력때문에 불길하게 여겨지는데도 별달리 신경쓰진 않는다. 본인도 능력탓에 사람을 믿기 힘들어하니 서로 쌤쌤이라고 치면 되지 않겠냐며.
가볍고 유쾌한 자로 보이나, 과거사의 탓인지 이즈모에 대한 강한 불신을 가지고 있다. 능글맞고 가벼운 말투로 넘기려 하지만, 그의 말들을 하나하나 듣다보면 그냥 넘길순 없는 의심의 씨앗들이 가득 심어져있다.
능력때문에 불길하게 여겨지는데도 별달리 신경쓰진 않는다. 본인도 능력탓에 사람을 믿기 힘들어하니 서로 쌤쌤이라고 치면 되지 않겠냐며.
가볍고 유쾌한 자로 보이나, 과거사의 탓인지 이즈모에 대한 강한 불신을 가지고 있다. 능글맞고 가벼운 말투로 넘기려 하지만, 그의 말들을 하나하나 듣다보면 그냥 넘길순 없는 의심의 씨앗들이 가득 심어져있다.
3. 이능력 ¶
사이코메트리
무생물에 한해서, 접촉한 물체가 거쳐온 과정을 볼 수 있다. 어디까지 볼 수 있는가는 자신의 재량.
생물에게는 사용할 수 없지만, "생물이었던 것"에게는 사용할 수 있다. 그렇기때문에 주로 죽은 사람의 과거를 보는 데 활용하곤 한다.
정확히말하자면, 그 사람이 겪은 "경험"을 보는 것이지 "기억"을 보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그 사람이 무슨 감정을 느꼈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까지는 판단할 수 없다. 대신에, 기억을 잃은 사람의 기억조차도 볼 수 있다.
생물에게는 사용할 수 없지만, "생물이었던 것"에게는 사용할 수 있다. 그렇기때문에 주로 죽은 사람의 과거를 보는 데 활용하곤 한다.
정확히말하자면, 그 사람이 겪은 "경험"을 보는 것이지 "기억"을 보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그 사람이 무슨 감정을 느꼈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까지는 판단할 수 없다. 대신에, 기억을 잃은 사람의 기억조차도 볼 수 있다.
...다만, 그 정보를 이즈모에 제대로 갖다바치지는 않는다. 기억을 읽어낼 수도 없으니 환장할 노릇. 본인은 "내 말 한마디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데-?"라며 딴청을 피우곤 하는데 실제로 그가 본 기억을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가 본 기억이 너무나도 많으니 독심술 능력자를 데려와도 결국 머리가 깨져버릴듯한 상대가 패배하고 만다.
제대로 이즈모를 위해 활약해주기만 한다면 굉장히 유용한 능력. 그러질 않아서 문제지만.
제대로 이즈모를 위해 활약해주기만 한다면 굉장히 유용한 능력. 그러질 않아서 문제지만.
4. 독백 ¶
- 늑대의 냄새를 맡는 고양이
- (9스레)
"그래서, 저 시체 이름들이..."
"'그러다가 디진스키'와 '이러다가 디진스키'입니다."
"푸핫."
이름을 듣자마자 그는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너무할 정도로 엑스트라같은 이름이잖아. 그의 그런 불경한 태도에 경찰이 핀잔을 준다.
"아무리 이름이 웃기다지만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습니까."
"미안 미안- 하지만 평소에도 질이 안 좋은 녀석들이었다며? 요즘같은 세상에 그런 놈들 한 둘 죽어봤자."
"생명경시입니다."
"그렇지만, 그 쪽도 사실 마찬가지잖아?"
그의 고양이같은 눈이 경찰을 향하며 웃음친다. 경찰은 윽. 하는 작은 신음을 내뱉고는 할 말이 없다는 듯이 침묵한다. 이 자들은 이능력 범죄자에 해당하는 이들. 그렇기때문에 조사는 흐지부지 끝날 예정인 것이다.
"...제압중인 히어로가 죽였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어차피 범죄자들이었다 보니... 형식적으로 조사는 하고 있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세상은 그런 거지."
"...그렇지만, 피해자가 누구라고 해도 위협을 무시할 수는 없는 거고...저는..."
"거 참. 자네도 참 요즘 세상에 때묻지 않은 사람이구만."
남자는 경찰의 뒷머리를 쓰다듬어준다. 키는 경찰보다 다소 작은 편인데, 연장자로서의 위엄을 보이고 싶은 걸까. 경찰은 고개를 숙인다. 위로받아버렸다.
"너무 무리하진 말라고. 언제나 릴렉스. "
"...블랙캣님은 뭔가 알아낸 것 없으십니까?"
"...글쎄. 나도 보긴 했지만,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잘 모르겠어서 말이야."
거기다 내 얘기는 법적효용도 없고. 그런 다소 삐딱한 이야기가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다.
"나중에 뭔가 알아낸다면 연락주지."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양이는 미소짓는다. 순수한 자를 보는 것은 언제나 기분이 좋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돌아나선다.
- 늑대의 냄새를 너무 많이 맡은 고양이
- (9스레)
"거 참."
오늘도 하이에나는 시체를 찾아 헤멘다. 그에게 있어 시체란 곧 정보였다. 사물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난잡하지만, 인간이었던 것에게서 얻을 수 있는 그것은 이야기로 써내린 것 같이 단정했다. 한 사람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고스란히 읽을 수 있는 과정. 그것을 그는 좋아했던 것이다. 결국 그 끝은 죽음으로 귀결되지만.
그렇다곤 해도 이 시체의 상태는 너무하군. 머리는 부서지고 몸통과 다리는 분리되어있다. 이렇게 토막토막나있다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육지에서 상어라도 만난 건가? 그는 고개를 갸웃댄다. 잘린 다리를 조심스럽게 손으로 잡아본다. 이걸로 알아볼 수 있으려나.
...그의 눈이 잠시 빛나더니, 곧 읽어내는 것을 마친다. 보인 것은 꽤나 인상깊은 광경이었다. 제대로 본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늑대?"
그것도 큰,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늑대. 저번도 그렇고 이번도 그렇고 요즘 늑대들이 왜이렇게 기승이람. 나 같은 연약한 고양이는 무서워서 살겠나 그래. 다리를 조심스레 손에서 놓는다. 손을 털어낸다. 영화촬영이라고 해도 믿겠는데, 보통 영화를 위해 진짜 시체를 사용하지는 않지.
"조만간 이 근처를 다닐 땐 조심해야겠구만~"
이 이상은 자신의 관할이 아니다. 늑대에 관해 뭔가 이즈모에서 소식 들리기 전에는 당분간 몸 사리고 돌아다녀야지.
- 랩톳 하이에나
- (10스레)
커다란 건물이 순식간에 폭죽처럼 터져버린다. 그는 그것을 '와우. 엄청나네.' 같은 생명경시적인 생각을 하며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 하나하나의 죽음에 연연하기에는 너무 많이들 죽어나가지. 자신은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만을 챙기면 될 뿐이다. 하나같이 입 밖으로 냈다간 큰일날법한 생각들만을 늘어놓고 현장을 바라보고 있던 그에게 연락이 온다.
달그락. 전화를 받는다. "히어로 블랙캣." 익숙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다.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를 도울 수 있겠나."
"거 참. 전화하자마자 그런 딱딱한 소리랍니까~ 잘 지냈냐 같은 다정한 인사라도 해주시지."
"...랩톳."
어라. 수장님이 이름을 다 불러주시네. 랩톳은 싱긋 웃는다. 당신의 말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본다. 고양이로 비유하자면 수염이 앞으로 향한 것 같은 느낌일까.
"당신이 이즈모를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는 알고 있다. 그리고 자신도 그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즈모를 믿지 못하더라도, 사람을 구하기 위해 움직이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이 희생당한다. 사람이 죽어가고 빌런의 세력이 커질수록 이즈모는 계속해서 권력을 휘두르고 진실을 숨길 뿐이겠지."
정론이다. 역시나. 내 눈은 틀리지 않았다. 당신이라면 그런 말을 할거라고 생각했지. 올곧고 강인하고 앞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 하지만 당신은 언제까지 이즈모에서 고고하게 있을 수 있을까. 나쁜 호기심을 가져버리는 자신은 역시 불길한 검은 고양이다.
"지금의 테러에서 죽은 사람들 또한 누군가의 가족이겠지. 그대가 조사해주지 않으면, 당신이 그랬던 것 처럼 억울한 사람이 늘어날 뿐이다."
뚝. 무언가를 능글맞게 읊조리려던 랩톳의 입이 그 단어에 한순간에 멈춰버렸다. 가족. 그래. 과거를 알려준다는 것은 이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지. 그녀는 내 약점을 잡고 휘두르는건가. 보기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었나. 뭐, 자신이 그녀에게 어쩌니저쩌니 말할 자격은 없겠지.
"자신의 괴로움 속에서 타인을 돕는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부탁한다."
남에게 의지하는 것을 싫어하는 당신이 나에게 이런 부탁을 할 정도라니. 상황이 많이 급한 모양이지. 패러독스라, 그 연쇄살인범인가. 예전에 함시온의 시체를 조사한 일이 있었다. 물론 순순히 대답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이 얽혀있어서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뭐. 그 쪽이 아니라 테러쪽을 협력한다면 어찌저찌 밥값정돈 할 수 있겠지. 랩톳은 "예이. 예이"라고 설렁설렁 대답하곤 전화를 끊는다. 그럼 이즈모로 향해보실까. 취미활동은 이 정도만 해두자고.
신규MPC 랩톳 하이에나(블랙캣)가 추가됩니다.
- 검은고양이와 피닉스
- (11스레)
"어라. 그건 뭐야~?"
"환자다."
이즈모에 도착한 이송 차량에 대한 그의 의문에는 딱딱한 대답으로 답한다. 그리고 에스터는 이즈모 외부로 또 한통의 전화를 건다. "...환자의 응급치료가 필요. ...즉시 와주도록... 부탁한다." 랩톳은 싱글거리며 능글맞은 목소리로 묻는다.
"이즈모 내부의 의료시설로 사람은 전부 구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어째서 또 전화를 걸지?"
"히어로가 상대를 살려줄 것을 요청했다. "
"이상하네. 빌런은 죽여도 된다는 방침 아니었나~? 이즈모는."
능글맞은 미소를 띄는 랩톳을 에스터는 곁눈질하지만, 이내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무시한다. 그리고는 외부의 병원 차량이 오는 곳으로 향한다. 그는 그런 수장을 그저 흥미롭다는 듯이 바라본다. 거 참. 대단하신 분이라니까.
"사비를 써가면서까지 빌런 목숨을 구하는 거야? 대단하네. 수장님- "
"네놈은 말이 많다."
"어이쿠. 아저씨 상처받는다~? 수장님. 이 슬픈 고양이에게 신경좀 써줘... 흑흑."
우는 시늉을 하지만 에스터는 익숙하다는 듯이 무시한다. 정말이지. 수장님도 많이 차가워졌구나. 사춘기가 찾아온 딸을 보는 기분인걸. 아저씨는 슬퍼요.
잠시 후, 사람목숨 취급받지 못하는 자가 무사히 구해진다. 에스터는 수갑을 채우고, 상대의 이후 처분을 이즈모에게 맡긴다. 일을 무사하게 처리한 히어로 피닉스에게는 격려해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환자들은 모두 무사하다. 잘 해주었다. 피닉스. ...그 이명을 부끄러워한다는 사실은 아직 모르는 모양이다.
랩톳은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본다. 자신이 범죄자를 죽였을까봐 걱정하다니, 귀여운 아가씨네. 이런 곳에서는 그런 순수한 태도는 살아남기 어렵건만. 오늘도 이즈모는 어찌어찌해서 무사하게 굴러가고 있다. 즐거운 오전이다.
- 역할놀이
- (12스레)
"...랩톳. 도움이..."
"아아. 그래. 티비에 나온 그거 얘기구나."
"...이미 알고 있군. 부탁한다."
그림자가 그를 가린다. 자신과는 달리 빛이 들어오는 곳에 서있는데도 그늘진 수장의 얼굴을 흥미롭다는 듯이 지켜본다. 저녁의 어둠이 고양이를 덮었기에 그것은 흰 고양이인지 검은 고양이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그저 푸른 빛의 눈이 섬뜩할 정도로 빛나고 있을 뿐이었다.
"거 참. 이즈모도 대단하지? 히어로의 과잉진압 논란으로 뉴스가 뜨니까 어떻게든 하려 바득바득 이를 갈면서, 민간인을 죽이는 히어로는 방치하겠다 이건가."
"......"
"아. 그래. 대단하신 높으신 분들은 자기 말고 다른 세력이 언론을 쥐었다폈다하는 건 보기 싫다 이건가? 엄청난 소유욕이야. 대단해. 역시 존경스러워!"
"...랩톳."
"그래서, 내가 뭘 도울 수 있지? 이런 무능한 능력자양반의 말은 법적 효력따위 전혀 없을텐데 말이야? 또 어떤 쓰레기같은 것들을 조사하면 될까!"
"랩톳!"
에스터의 억양이 높아진다. 희번득거리며 부릅뜬 채였던 눈이 조금 접히고, 평소와 같은 여유로운 미소로 돌아온다. 어떤 말을 할 때라도 웃음은 잃지 않은 채였다. 에스터는, 지쳐있는 표정이었다.
"...부탁한다."
"수장님."
"썩어빠진 게 눈에 확연히 드러난다는 것은 알고 있어. 하지만 수많은 사람이 그 곳에서 죽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더 이상 피해를 낼 수 없어."
"...하하."
"이즈모가 문제 많다는 것은 이 쪽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완연한 악을 방치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나는 이 더러운 곳을 바로잡기 위해 끝도 없이 노력하고 있어. 하지만 뭣보다도 이 곳에서 계속해서 살아남아야지만 문제들을 계속해서 고쳐나갈 수 있다."
그렇게 말하며 에스터는 한 쪽 무릎을 굽힌다. 앉아있는 랩톳을 올려다보면서 말한다.
"...부탁합니다. 아버지."
"......"
실실거리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진다.
두 사람은 가족이 아니었다. 에스터 본인이 신고해넣은 그녀의 부모는 옥내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렸고, 랩톳의 가족은 살인범에게 전부 죽었다. 에스터는 아버지를 잃었고, 랩톳은 딸을 잃었다. 비록 한 쪽은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가족을 없애버리기는 했지만. 그렇기때문에 랩톳이 인위적인 가족관계를 제안한 것이 이 교묘하고 애증어린 관계의 시작이었다.
"이즈모의 업보야."
랩톳의 싸늘한 목소리가 그녀에게 꽂힌다. 에스터는 나머지 한 무릎도 꿇고는, 슬픈 눈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에릭의 이후로 에스터가 두 번째로 만들어낸 유사 가족이었다. 순수한 선의로 이루어진 첫 번째 가족과는 달리 이 쪽은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였지만. 하지만 이 관계를 먼저 제안해낸 것은 랩톳 본인이었다. '딸과 아내를 잃어버린 안타까운 가장'을 가장한 것이 자신이었으니, 이번에는 본인의 업보였다. 경멸어린 눈이 에스터를 향한다.
"...이미 조사는 끝났어. 꽤나 치밀한 범인이었던 모양인지, 남겨둔 것이 얼마 없더군. "
"......"
"이 쪽에서도 현장 조사를 게을리 하는 건 아니야. 정말로 알려줄 수 있는 정보는 없어."
"...그런가."
그리고는 랩톳은 한숨을 쉰다. 평소와는 달리 차가운 눈을 하고 있었다.
"하아. 나는 어쩌자고 그런 제안을 해냈던 건지."
"폐를 끼쳤다."
"됐어. 그렇게 무릎꿇고 있는 것부터 그만둬. 나보다 머리 하나는 큰 게, 몸을 접어놓고 있으면 힘들지도 않나."
"...랩톳."
"정말이지. 그런 소리를 들어버리면 이 쪽에선 어쩔 수가 없잖아. 당신도 참, 사람을 이용하는 데에 능숙해졌군."
에스터는 돌아선다. 힘이 없는 뒷모습을 흘겨보던 랩톳은 "아. 그런데."라며 말을 건넨다.
"이즈모에서 원하는 정보는 아닐 지 모르지만, 빌런에서 한 테러중에서 조금 미심쩍은 게 있어."
"...미심쩍은 것?"
"병원균을 이용한 테러인데, 미국의 마피아들이 전해준 것인가봐. 그런데, 그 힘없는 집단에서 그 정도의 무기를 만들어냈을 것 같지는 않거든."
예상하지 못한 정보였다. 평소의 그라면 이런 것을 순순히 알려주지는 않았겠지. 에스터도 이렇게까지 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는지 놀란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있었던 일은 아니지만- 그, 개인지 늑대인지 하는 얘기 있잖아."
랩톳은 묵빛의 털을 꺼내보인다. 에스터는 명백히 동요한다. 저것이 가리키는 사건이 무엇일 지는 분명했다. 고양이같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본 랩톳은 가늘게 뜬 눈으로 말한다.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거든. 늑대의 본모습에 관한 정보야."
"...알아낸 건가?"
에스터의 물음에 랩톳은 그렇게 답한다ㅡ당연하지. 이 쪽도 괴물늑대에게 뒤지는 것은 사양이라고.
"마틴 세빌론 크레니스."
"...유명한 의사 아닌가."
"그래. 이번에 히어로의 피해로 부상입은 민간인들을 수없이 치료하기도 했지."
"......"
그는 털을 흔든다. 에스터는 그의 대답을 기다리면서 발걸음을 멈춘 상태였다.
"조사하다 보면, 흥미로운 것을 볼 수 있을지도 몰라. 이 내가 이렇게 서비스하는 건 흔치 않다고?"
그쪽도 알고 있겠지만. 에스터는 "감사한다."라며 고개를 꾸벅 숙인다. ...정말이지. 낯간지럽게 굴고 말이야.
"...그럼, 실례하겠다."
"그래. 크레니스 쪽도 이즈모수준은 아니지만 꽤나 입지있으니까 잡아먹히지 말고."
"알겠다."
"...끝까지 살아남아.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 뿐이다."
네 입으로 말했던 것처럼 말이야. 조금은 아버지같은 발언이려나. 에스터는 다시금 감사인사를 전하고 사라진다. 랩톳은 그녀가 어둠 속을 벗어나는 모습을 보며 손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사람이 사라진 곳에서 나지막히 중얼거린다.
"역할놀이라고 한다면, 이 쪽이 한 수 위라고."
의사로서 사람을 구하면서, 사람을 잡아먹는 걸 즐기는 늑대양반. 밤은 고양이에게 언제보다도 좋은 시간이었다.
- 거래
- "흐음."
그리고 검은 고양이는 털을 손에 쥔 채 살랑살랑 흔든다. 대놓고 이런 식으로 협상을 해오리라곤 생각도 못했는걸. 이즈모를 건드릴 때부터 알아봤지만,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는 사람이다. 얼굴에 한껏 미소가 떠오른다.
"어떤 식으로 전달해주면 되는 거려나-"
저 쪽에선 자신같은 능력자는 없을 것 같으니, 이 쪽에서 먼저 찾아가면 되나. 랩톳은 귀중한 정보를 주머니에 넣는다. 기분 좋은걸. 한동안은 자체휴가를 내보는 편이 좋겠어. 언제는 안 그랬나 싶지만서도.
- 약속
- 이즈모 앞에 쌓인 시체더미. 민간인들의 시체가 가득한 참혹한 광경... 그런 뉴스가 들려온다. 이것은 이즈모를 향한 노골적인 도발이라고 생각했는지, 이즈모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모양이다. 랩톳은 미소지으면서 그 뉴스를 스쳐지나갈 뿐이다...
유감. 아저씨는 휴가중이라서 말이야. 그런 데에 신경쓸 여력이 없거든? 싱글싱글 웃는 얼굴로, 묵빛 늑대의 털을 꺼내 바라본다. 재미있는 약속이 생겨버렸나봐. 수장님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나의 재미를 위해 사는 사람이라서.
- 물에 빠진 고양이
"...대체 뭘 한건가."
아직 그녀가 백정장을 입을 무렵 어느 날의 일이었다. 랩톳은 강에 푹 잠겼다 와 흠뻑 젖어있었다. 젖은 와이셔츠가 축축히 몸에 달라붙어있다. 에스터는 얼굴을 찡그린다. 이것은 나에게 수영을 배울 것을 촉구하는 퍼포먼스인가? 에스터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싱글싱글 웃는다.
"아저씨 수영 잘 한다구." "그게 문제가 아니잖나." 일단 옷부터 갈아입어. 정말이지. 애도 아니고. "그래서, 의도가 뭐지. " 에스터가 그렇게 묻자, 랩톳은 대답한다. 그야-
"강은, 시체를 숨기기 좋은 곳이잖아?"
...에스터는 한숨을 쉰다. 그는 셔츠 아래쪽을 잡아 물기를 짜낸다.
"...당신의 사고를 따라가려면, 한참 걸릴 듯 싶군."
ㅡ칭찬 고마워! ...칭찬이 아니야.
랩톳이 자체휴가를 쓰지 않았을 시기의 어느 11시 15분.
5. 일상 ¶
- 진성 - 블랙캣
- (19스레)
딱히 이제는 운전대를 잡을 필요가 없었지만, 오늘은 좀 달랐기에 그는 직접 운전대를 잡고 천천히 차를 몰았다. 느긋하게 움직이던 차는 흡사 포장된 도로에 과시하듯 움직이는 의례용 마차, 혹은 오래전 관을 실어 나르던 마차와 같이 음울하면서도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차량에 있던 라디오에는 끊임없이 벌어지는 테러, 살인, 절도 따위의 사건들을 보도하면서도 히어로들의 활약을 집중적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지금 같은 시대에 정보를 통제하는 건 쉽지 않을텐데, 이즈모도 참 고역이다. 언제나 그가 생각하는 점 이지만, 복지도 별로인 저 곧에서 죽을 각오로 일하는 이유가 뭘까. 자신의 행동에 가치와 보람을 느끼고 신념을 확보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 이다. 그 자신도 가끔 흔들릴 때가 있으니까 아주 잘 안다.
그럼에도 저들은 무엇을 위해서 일하는 걸까. .. ..
직접 물어보는 편이 빠르겠지.
검은색 마차가 멈춘다. 검은색 고양이를 보고 동질감을 느낀건지, 그의 옆에 멈춰선 차량은 진하게 선팅 되어있는 창문을 느긋하게 내렸다.
창문이 느릿하게 내려갈수록, 그들이 익히 아는 그 여유로운 미소가 눈에 들어온다. 친절한 이웃마냥 눈웃음 지어보이고, 시종일관 여유로워 보이도록 올라간 입꼬리. 흰색 장갑은 낀 손을 흔들며 길고양이에게 자신은 무해하다고 어필하는 사람 마냥 그는 행동했다.
" 이야~ 그대는 찾기 힘든 동물이로군. 식전이지? 타지 않겠나? 밥 한 끼 정도는 느긋하게 대접할 수 있다네? "
식사 대접이라곤 하지만 여우와 두루미 처럼 상대방에게 당혹감을 선사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평범한 식사면 충분하다. 조미료로 약간의 대화와 긴장감이 섞이면 좋겠지만.
ㅡ
자체휴가를 낸 지 제법 된 그는, 언제나처럼 취미생활에 열중하고 있었다. 세계도 참 큰일이라니까. 곳곳에서 사람이 죽어나가고 말이야- 이 쪽에서는 알 바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오늘도 시체를 찾고 있던 하이에나는, 문득 어떤 목소리에 멈춰선다.
"어라-?"
저거, 분명 어디서 들어본 목소린데. 어디였더라... 아. 맞아. 옛날에 그 인터넷 방송인가- 재미있네. 그 쪽에서 먼저 여유로운 미소를 보였으니, 답례로 이 쪽도 똑같이 돌려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 느긋한 미소.
"밥을 사주면 영광이지만 말이야- 찾기 힘든 동물이라, 나를 너무 높이 봐주는 걸-?"
길거리에 흔하게 널려있는 길고양이일 뿐인걸. 그게 어린 아이의 감성이라는 거겠지. 조금 예쁘게 생긴 조약돌을 주워서 보물상자에 보관해놓는 것과 같은. 그런 삶의 태도라면, 길가의 모든 것이 새롭고 아름다운 것들 투성이다. 이런 동심 가득한 사람 싫지 않은걸. 뭐, 사실 이렇게 어른인 척 하는 본인도 그런 태도와 별로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고. 그리고 싱긋 웃어보인 그는 순순히 차 안으로 따라들어간다.
"그래서, 남작님께선 이 고양이에게 뭘 대접하실 생각인지-?"
ㅡ
" 이 곳 저 곳을 떠도는 고양이들이야 많지. 하지만 흰색 하나 없이 그저 검기만한 고양이는 흔치 않으니 말일세. "
랩톳이 차에 타자 다시 액셀을 밟은 그는 도로를 따라 미리 봐뒀던 식당으로 향했다. 적당히 사람이 없고, 또 적당히 조용한. 가게는 결국 어떻게 되든 소란스럽기 마련이기에 조용하다는 개념이 어찌보면 손님이 없다는 뜻 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아마 그럭저럭 장사는 되던 모양이다.
그는 포장된 도로를 따라 달리며 빙그레 미소지었다.
" 초대에 응해주다니, 이거 메뉴를 바꿔야할지도 모르겠군. 거절했다면 고양이가 쥐를 정말 잘 먹는지 알아보려고 했다네. "
기묘한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풀어보려던 그 였으나 썩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자 어색하게 웃으며 '농이라네' 라고 짧게 덧 붙였다.
무엇부터 이야기 해볼까. 아 그러고보니 자기소개가 아직이였군.
워낙 반가워서 그런가.. 내 정신 좀 보게..
" 이진성이라네, 이 몸의 이름은.. 이즈모에선 바론이라고 부르고, 아마 자네도 이쪽의 이명이 더 익숙하겠지. 최근에 실행한 보람찬 일은 봉사활동, 그리고 신년목표는 소득세 납부라네. 이상하게 나는 소득세 공지서가 안 날아오더군.. "
소개를 끝낸 그는 잠깐 입술을 우물 거리며 차분하게 이어 말했다.
자 그럼.. 자네는?
ㅡ
랩톳은 씨익 미소를 짓는다. 이명을 통한 말장난인가. 이내 소리내서 웃는다.
"...하하하! 재미있는 분이로구나. 좋아. 좋아! 나는 꽉 막힌 사람보다 이 쪽이 훨씬 좋다고."
식당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도 계속 싱글싱글 웃는 채였다. 습관인 모양이다. 어떻게보면 빌런에게 납치당할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인데. 그렇게 되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걸까. 아니면 그렇게 돼도 그건 그것대로 재밌어서 그런걸까.
쥐를 잘 먹나 알아보려고 했다는 말에는 "그게 뭐야- 아저씨에게 너무한걸?" 이라며 같이 농으로 받는다. 아냐아냐. 그런 농담 이 쪽도 좋아하니까.
"이 쪽은- 블랙 캣이라는 이명을 쓰고 있지. 본명은 랩톳 하이에나. 소박한 아저씨에게는 안 어울리게 무시무시한 이름이지?"
봉사활동에 소득세 납부라니. 거 참 건실한 청년이구만. 그렇게 생각하며 흥미로워한다. 재밌는 사람을 만났다.
ㅡ
랩톳 하이에나. 그의 이름을 기억했다는 듯, 그의 눈이 가볍게 빛났다. 한순간의 총기가 눈 앞에 스쳐지나갔다. 한 순간이지만 분위기가 달라진 듯 그의 입꼬리 역시 갑작스럽게 내려갔다. 식당은 어느정도 남았을까.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조금 남았다.
그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붉은색의 선혈이 입술에 감돌 수 있도록, 그 붉은색으로 흐르는 생명의 상징이 혀 끝에 기분나쁘게 맴돌면 그는 생기를 느꼈다. 자신감이, 광기가, 목표의식이 뚜렷해졌다.
" 그리고 신년목포가 하나 더 있다네 랩톳. "
흐린 하늘 아래, 싸늘하게 불어오는 찬 바람 사이를 뚫고 달리는 차 안. 차량히터 덕분에 내부는 그렇게 춥진 않았지만 오히려 밖에서 찬바람을 맞이하는 것이 더 따뜻할 것 이라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애초에 짐작하기도 힘들며, 무슨 생각을 지녔는지 모르는 그 이기에, 바론은 역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대화를 틀었다.
" 올해는 꼭 건드리고 싶은 사람들이 있거든. 그런데 신년목표라는게.. 애초에 항상 그렇지 않은가? 년초에만 의욕이 타오르고 점점 무뎌지는.. 뭐 이 몸이 그렇게 불성실한 사람은 아니지만. 이대로가면 그 사람들에게 문제가 생길 것 같다네. "
그는 핸들을 강하게 틀어잡았다. 계획의 유연함을 언제나 강조하던 그였지만. 이러한 변화는 너무 빠르다.
주변이 너무 급하게 돌아가고 있다. 느긋한 것도 좋지만 자신의 파이는 자신이 챙겨야 하는게 이 라오스 사회의 일반인들에게도 주어진 숙제다. 그렇다면 조금 움직여도 나쁘지 않겠지.
" 테세우스의 배라는 말을 알고있는가? 미노타우르스를 죽이고 돌아온 테세우스의 배를 아테네 사람들은 보존하기로 했지, 하지만 배는 결국 낡을 수 밖에 없고, 사람들은 배의 판자가 낡아 떨어질 때 마다 새로운 판자로 교체했다네. 자, 새 판자 하나가 바뀐다고 한 들. 그 배가 테세우스의 배 인 것은 당연한 사실이라네. 하지만 판자를 갈아 끼우다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테세우스가 타던 시절의 판자가 하나도 남지 않을텐데.. 과연 그 배를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르는게 합당할까? "
" 이 몸이 서두를려는 이유도 비슷하다네. 외적인 요인들이 자꾸 이 몸이 노리던 파이들의 부품을 바꾸고 있어. 마음가짐, 정의관.. 그런 것 들이. 부품을 빼는게 맞을까? 아니면 전부 바뀌기전에 서두르는게 맞을까? 하지만 이 몸과 추억의 앨범을 함께 펼칠 이들은 부품에 관해선 민감하게 반응하겠지.. 그렇다면 이 몸이 서두르는게 맞겠지. "
끼익 하고 작은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차가 어떤 식당에서 멈춰섰다.
그는 조용히 시동을 끈 뒤, 안전벨트를 풀며 친절하게 미소지었다.
" 뭐, 그전에 그녀가 과로사로 죽지 않을까 걱정이네만.."
ㅡ
"그래. 그래."
부지런한 청년이구만. 이라고 적당히 생각하고 있다가- 문득 당신의 말을 듣고 멈춘다. 계속 떠올라있는 미소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조금 더 집중하는 모양새였다.
"신년목표란건, 그렇지- 건드리고 싶은 사람들이라. 누구일까?"
적당적당히 비위를 맞춰주듯 말한다. 사실은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다. 당장 능력을 써가며 그의 행적까지 기어올라가지 않아도, 그를 체포한 사람 둘의 얼굴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 더군다나 조금씩 능력을 써가다 보면 알게 되는 잔지식들이 많이 있었다. 그렇지만 모른 척을 한다. 어디까지나 이 곳에서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하고 멍청한 고양이이다. 시체를 물어뜯는 하이에나가 아닌 것이다.
"흐음."
흥미롭다는 듯이 콧소리를 낸다. 존재의 본질에 관한 이야긴가. 이런 이야기라면 즐거웠다. 예를 들어 몸의 세포가 죽은 만큼 새로운 세포가 생겨난다. 세포 하나가 죽고 백개가 죽고 새로운 세포로 바뀐다고 해도 자신은 여전히 자신이다. 그러나 그 과정이 반복되고 반복되다 보면 원래의 자신을 이루고 있던 세포는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되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 후에도 여전히 자신은 자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ㅡ랩톳 자신의 정의에 의하면, 답은 예스.
"글쎄. 배라는 것은 결국 인간이 만든 도구에 불구한 걸. 그것을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르기만 한다면 테세우스의 배라고 할 수 있겠지. 결국 어디에 의미를 부여하는가의 문제 아닌가? "
"판자더미 각각으로는 배가 되지 못해. 판자들을 합쳐서 '배'라고 하는 개체를 갖추고 있을 때에만 그것은 배라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배를 전부 분해해버린 뒤 남은 판자들을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르지는 않겠지. 그러나 이를테면, 그래. 당신 말대로 판자 하나를 갈아끼운다고 하자- 그렇다고 해도 그 배는 테세우스의 배겠지. "
그는 신나게 이야기해나간다. 아무래도 그의 흥미의 기준에 당신이 들어왔던 모양이지.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그 하나의 판자를 제외한 판자들이 테세우스가 타고 있던 시절의 것이기 때문만은 아니야. 그 새로 끼운 판자는 원래의 '테세우스의 배'를 이루고 있던 판자들 사이에 섞여들어가게 되겠지. ㅡ그렇다면 그 판자는 그 때부터 이미 '테세우스의 배의 판자'가 되는 것이네. 무엇이 문제인가?"
그 배는 테세우스의 배이다. 테세우스의 배의 판자 하나를 바꿨다. 그렇다면 그 판자는 테세우스의 배의 판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였다. 테세우스의 배의 일부로서 섞여들고 하나가 된 이상 판자 각각의 순수성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야기다. 제각기의 판자가 어디에서 온 판자이건, '테세우스의 배'라는 것을 이루는 판자임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테세우스의 배를 이룬 판자는 테세우스의 배의 판자. 테세우스의 배가 '배'로서 계속 남아있는 이상 아무리 부품을 갈아끼워도 그건 마찬가지야. 그렇기 때문에 판자를 계속 바꿔나가도, 테세우스가 죽더라도, 그것은 언제까지나 테세우스의 배지. 그것을 모두가 테세우스의 배라고 인식하는 이상 말이야."
그러나 모두가 테세우스의 배라고 인식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테세우스의 배가 아니게 되겠지. 당연한 얘기였다. 그 배가 테세우스의 배이냐 아니냐의 기준은 인간들의 판단에 의해 달라지는데, 자신 한 명이 이러한 이유로 테세우스의 배라고 주장한다 한들 어떤 소용이 있겠는가?
"본질이라는 것은, 어떻게보면 절대적이지만-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네. 현재같은 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렇지. 언제 한 명이 죽어버리고 사라질지 모르는 세상 아닌가?"
그렇기때문에, 겉 보기에 같은 사람이라고 알아볼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은 같은 사람이다. 설령 그 본질이 완전히 변화하고 달라졌다고 하더라도.
"역으로 - 테세우스의 배를 이루던 판자를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교체하고, 테세우스의 배는 새 판자들로만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교체한 원래의 낡은 판자를 모아서 새로운 배를 만들었다고 하자. 그렇다면 그것 또한 테세우스의 배이지. 왜냐하면 테세우스의 배를 이루던 판자들로 만들어졌으니까."
하지만 새 판자들로 이루어진 테세우스의 배도 여전히 테세우스의 배이다. '테세우스의 배'의 판자로 이루어졌으니까.
"뭐 - 결국에는, 보이는 게 다가 아니겠나. 본질인지 뭔지는 말장난일 뿐. 만약에 그 사람이 원래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고 해도, 그것을 어떻게 증명해낼 수 있을 것이지? 어쨌든 서서히 변화해갔을 지언정 그 사람은 겉보기에는 완전히 똑같은 사람일텐데. 머리를 도려내고 안을 들여다봐서? 그러면 존재본질을 증명하기 전에 죽겠지. 과거의 행동과 모순되어있다고 지적해서? 인간은 원래 언제나 복합적이고 모순적이야. 그러니까 그냥 그 사람을 그 사람 본인이라고 믿고, 정의하는 수밖에 없지. 그 사람이 원래의 사람이다 아니다 라고 말하는 것에는 결국 뚜렷한 기준따위는 없을 테니까. "
그렇기때문에 에스터에게 제안했다. 단순히 그 하늘빛 머리카락이 딸의 것과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결국 보이는 것이 전부. 자신의 감정을 채울 수 있다면 다였다. 인간의 본질이란 역겹고 모순적이라, 굳이 증명한다며 들여다볼만한 것은 못 되었다. 그것이 랩톳의 입장이었다.
그러므로 자신도 그에 걸맞게 행동하고 있었지.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든, 무엇에 의해 움직이든- 주변에 보이는 동기와 명분만을 잘 포장해서 건네면 되는 것이다. 그것을 사람들은 자신의 본질이라고 믿겠지. 아내와 딸을 잃은 슬픔과 복수심으로 이즈모를 증오하는 남자라고.
"과로사라."
이것은 일부러 자신에게 알려주는 것이라고 봐도 상관없겠지-? 랩톳은 여전히 빙긋 미소짓는다. 앞으로 당신이 무슨 이야기를 할 지 궁금하다는 듯이.
ㅡ
스마트키를 눌러 차의 문을 잠궈버리며 곰곰히 생각하던 그는 랩톳이 내린 정의에 오묘한 미소를 지었다. 에스터와 유현에게 흥미가 가는 이유는 자신과 다르기 때문이다. 목숨의 무게를 판단하지 않고 모두 같은 1로두고 행동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그것외에는 전부 다르다. 하지만 슬프게도 점점 변해가고 있다. 하지만 테세우스의 배는 결국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과 랩톳의 말을 떠올리자면..
결국 자신의 의미없는 아우성이 아니였을까 라는 생각이든다. 조금 생각이니 길이 트이는 것 같다.
나 자신이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다. 세상이 그녀를 히어로라고 받아들이니까 그렇다면 그녀는 히어로 에스터다.
유현 역시 세상이 히어로로 생각하니 히어로 유현이다. 바뀐 건 없다.. 여전히 에스터고 유현이다. 달라진게 있다면 나의 입장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는 장난스럽게 미소지었다.
" 그렇다면. 만약 테세우스의 배가 하루 아침에 불에 타버린다고 가정하지. 불에 타버리고 뼈대만 남았지만 아테네 인들은 테세우스의 배를 기념하기 위해 새로운 부품으로 배를 만들었다네. 이전의 천천히 교체되어버린 배(1)와 결과론적으론 비슷하지. 둘 다 새로워진 배 인데. 이 둘은 같은가? "
" 물론 전혀 다르지. 하지만 자네 말대로 따지자면 결국 의미를 부여한 배(2)도 배(1)과 같은 테세우스의 배가 될 수 있지않나? 이런 식으로도 해석 가능하겠군. 하루 아침에 가족이 죽어서 다른 누군가를 붙잡고 가족이 되었다.. 물론 그건 가족이 아니지. 주변 사람도, 지켜보는 이들도, 심지어 가족이 된 이들도 아는 사실 아닌가? 시간이 해결해줄지 모르겠지만..... "
그는 크게 박수를 짝 하고 치더니 방긋 웃으며. '여기까지만 할까?' 라고 짧게 말한 뒤.
그를 식당으로 안내했다. 오면서 누군가에게 메세지를 보낸 흔적은 보이지 않았지만 이미 예약까지 되어 있었다. 점원은 그들을 테이블로 안내했고 얼마가지 않아 맛있어 보이는 스테이크나 샐러드가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하지만 정작 바론은 음식보단 랩톳에게 흥미가 있었는지 턱을 괴며 다시 입을 열었다.
" 게임 좋아하는가? .. 이 몸은 게임이 너무 좋다네. 그래서 식사중에 조금 상스러울지도 모르지만, 여흥으로.. 게임 어떤가? 아 걱정말게 룰은 간단하니까. 질문 3개를 서로 번갈아가면서 던지고, 상대방은 무조건 답변을 하는거지. 하지만 그게 끝이면 재미가 없으니... 거짓말을 한번 할 수 있도록 하는 건 어떨까 싶군. 생각할거리가 많아지면 게임이 즐겁지 않겠나? "
그는 눈을 빛내며 '어떤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ㅡ
그것은- 이라고 이야기하려던 그는, 당신의 다음 말을 듣고 말문이 막혀버린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미소를 띄고 있었지만, 아까와 같은 여유로운 미소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래. 굳이 말하자면, '어디까지 지껄이나 보자'고 말하며 당신을 지켜보는 느낌의 미소라고 할까?
"다르지."
전혀 다르다. 그 말이면 대답은 충분했다.
"재미있는 예시 아닌가. 왜 하필 그런 소리를 나의 앞에서 꺼냈지?"
랩톳은 그녀가 진짜 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 또한 그가 진짜 아버지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그가 그녀에게 제안한 일종의 역할놀이였다. 그 이상의 무언가를 띄는 관계는 아니었다. ...그리고 사실은 당신이 말한 예시 역시, 랩톳과 에스터의 관계의 본질을 설명해주지는 못했다. 그의 과거에 있어서도, 두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도 이것은 조금 더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를 띄고 있었다. 아. 역시 나는 내 약점을 스스로 만들었군.
...그러나 어떡하겠나. 이 '역할'을 자처한 것은 나인 것을. 가족을 잃은 슬픈 가장의 이미지를 자신으로 삼았으면, 그것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게임이라. 좋지. 질문 세개에, 거짓말은 한 번? 생각할 거리가 아주 많겠어. "
랩톳은 미소짓는다. 여전히 당신은 그에게 있어 '재밌는 사람'이었다. 이 이상의 무언가가 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당신의 행동에 달려있겠지.
ㅡ
게임. 이 나이도 어느정도 있어서 이런 유희와는 거리를 둘 나이임에도 이 단어는 사람을 두근거리게 만들기 충분하다. 상대방이 알고있는 것.. 그것에 대해 얼마나 알아내냐는 스스로의 능력에 달려있다는 점 역시 아주 마음에 들었다. 유쾌하게 미소지으며 빵을 조금 찢어 우물거리던 그는 랩톳의 반응에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다면 질문은 이 몸 부터해도 문제 없겠지? "
단순히 답변자만 방어를 잘 해야하는 게임은 아니다. 이것은 질문자도 생각을 많이 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질문은 모르는 것..을 던지는게 보통이다. 그러니 상대방이 저렇게 영리한 검은 고양이라면, 그가 에스터는 어디 있냐?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질문에 대한 답변을 생각함과 동시에 아. 바론은 에스터의 위치를 모른다. 라는 아주 기본적인 판단을 내리게 된다. 이 게임은 승자와 패자가 따로 없다.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는 순간은 먼 미래. 여기서 얼마나 얻은 정보로 상대방을 골탕 먹이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 것도 가능하다. 아주 아주 간단한 수법... 내가 일부로 아는 정보를 질문하는 방법도 있다.
이는 잘 하면 거짓말의 기회를 한 번 지울수도 또 상대방에게 잘못된 정보를 삽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왜 블랙캣이 약속을 지키고 거짓말을 단 한번만 할꺼냐고 물어본다면... 그냥 그럴 것 같다. 그는 고양이인 만큼 자신의 흥미에 강렬히 이끌리는 사람 이니까.
" 1번 질문. 자네가 최근에 이즈모의 명령을 받고 쫓고있는 빌런은 누구지? "
처음엔 그냥 단순히 던졌다. 그에게서 순수하게 도출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게 먼저였으니까. 이즈모의 명령 부분에서 그의 표정이 안 좋아지는 것을 보니..
음 이즈모 쪽과는 썩 좋은 인연은 아닌 것 같다.
ㅡ
"하하. 내가 이즈모따위의 명령을 들으리라고 생각하는거야?"
재미있다는 듯이 웃는다.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계속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은 채이다. 언제나 이즈모 등 정보를 캐내는 입장에서는 이런 그의 능구렁이같은 태도때문에 골치를 썩히곤 했다.
"나는 이즈모의 명령을 듣지 않아. 이즈모에 정보를 갖다바치는 건 어디까지나 내 '흥미'에 닿을 때 뿐이야."
랩톳은 생각한다. 거짓말을 한 번 할 수 있다고 했지 거짓말을 꼭 해야 한다고는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일부러 모든 질문에 진실로 답한다면 이 남자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고.
"그렇다면 이 쪽도 첫 번째 질문."
싱긋. 여유로운 태도였다.
"당신은 당신이 타겟으로 한 자가 당신의 손에 들어오기도 전에 갑자기 죽어버린다면, 어떻게 반응할거야?"
ㅡ
" 이즈모가 아닌 흥미를 위해서라, 흥미 치고는 너무 위험하고 귀찮은 곳에 오셨는데..누가 부탁이라도 한겐가? "
차분하게 웃으면서도 입꼬리는 여전히 활짝 웃는 듯 올라가있다. 흑요석 같은 그의 삼백안 눈동자는 랩톳을 보며 잠시 반짝이다 이내 그 빛을 잃고 생각에 잠겼다.
저것이 과연 거짓말이라면 어떨까? 흥미가 아닌 이즈모의 충성 쪽 이라면? 어떤 방향이든 우선 그가 정보를 물고 오는 고양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 보류해두도록 하자, 자 그럼 여기가 중요하다.
" 질문의 답은 간단하다네, 허무하겠지. 허무해서 참을 수 없겠지. 허무함과 공허감에 의욕을 잃고 그저 폐인으로 하루하루를 보낼지도 모르겠다네. 아무리 이 몸이 사회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남작이라지만.. 그런 허무함은 쉬이 이겨낼 수 있는게 아니라는 사실도 매우 잘 알고 있거든. "
에스터나 유현이 갑자기 죽는다면? 아아.. 정말 허무할 것 같다. 그런 허무함에 의욕을 잃고 잠적해 버릴지도 모른다. 특히 에스터.. 에스터가 죽는다면 그녀의 묘비 앞에서 그저 가만히 서있겠지.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수십일 몇백일 몇천일이 지나도 잊지 못하고 그녀의 묘비를 찾아갈 것 이다.
남작으로써 자신의 숙적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것은 이 정도니까..
하지만 에스터는 죽지 않을 것 이다. 그는 매우 잘 알고있다. 그녀가 그렇게 쉽게 죽을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 그럼 이번엔 어떤 질문을 해볼까. 그래..
" 이번에 레드넥.. 아니 텍사스가 잡혔다고 들었는데 말일세. 위치 좀 지도에 찍어주지 않겠는가? "
위치는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휴대폰을 꺼내 지도 앱을 작동시키며 조용히 내밀었다. 그가 과연 거짓말을 할까? 아니면 사실대로 말할까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 컴플리케이션 이라는 말을 알고있는가 그대는.. "
소매를 조금 당겨 가죽제질의 시계끈이 휘감고 있는 손목을 보여준 뒤, 손목시계를 천천히 풀어 그에게 보여준다. 고풍스러워 보이는 숫자들과 천천히 움직이는 바늘 이외에도 해와 달, 그리고 달력으로 보이는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 시계에서 시침과 분침..그 이상의 기능이 들어가있다면 그것을 컴플리케이션이라고 부르지. 하지만 범죄 용어로는.. 범죄용어로의 컴플리케이션은 진짜 의도를 숨기는 행동을 말한다네, 시계에 가장 중요한게 시침과 분침인데 달력, 스톱워치 같은 것들이 너무 난잡하게 있으면 시간을 보기 힘들지 않은가? 범죄자의 블러핑 같은 것 이지. 테러을 벌이는 척을 하지만 사실은 절도가 목적이다. 방화가 목적인 척 하지만 사실은 암살이다 같은.. "
" 병원에 사람이 많으니. 나 정도는 불쌍한 텍사스 촌동네 아가씨에게 시선을 둬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말일세. "
ㅡ
"글쎄- 더러운 일을 하려면, 더러운 곳에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해서 말이야."
이것은 카운트되는 질문이 아니니 적당히 대답해줘도 상관없겠지. 그는 능글댄다.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당신의 대답에 대해서는 만족한다. 그것이 당신의 '약점'이라는 거구나. 만약에 저 말이 거짓말이라면 나머지 대답은 사실이라는 뜻이고, 저 말이 진실이라면 당신의 약점을 알아낸 셈이다. 룰을 어겼다면 유감이지만.
"텍사스?"
랩톳은 싱글 미소짓는다. "해외에서 유명한 싸이킥 갱 아니었나-"라며.
"미안하지만, 그녀의 근황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거든 - 붙잡혔다는 사실도 당신의 말을 듣고 이제서야 알았는걸."
이 말은 진실일까? 아닐까? 아무튼 그가 최근 자체휴가를 내고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텍사스는 아주 최근에 붙잡혔고, 랩톳은 줄곧 근무태만으로 이즈모를 벗어나 놀러다니고 있으니. 모른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정보력을 생각하면, 알면서도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능력 범죄자라면 이즈모 감옥에 있지 않겠어? 나에게 물어볼 가치까지 있는 정보일까? 아니면 단순히 내가 거짓말을 하는 지 보고 싶은건가?"
그는 그렇게 말하며 지도에서 이즈모의 위치를 찍은 뒤 손가락으로 툭툭 가리켜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싱글싱글거린다.
"컴플리케이션이라- 그거, 재밌네. 흥미로운 말이야."
이 단어를 같이 얘기해준 것은, 분명히 의도가 있겠지? 랩톳은 그 말을 기억해본다.
"이 쪽도 두 번째 질문-"
자. 그럼 이 쪽에서 얻어낼 수 있는 정보는 어떤 것이 있을까. 고양이는 침착하게 생각해본다. 얼굴에는 여유만만한 태도를 잃어버리지 않은 채로.
"당신은 당신의 타겟에게- 어떤 결말을 주고 싶다고 생각해?"
죽일 거야? 살려둘 거야? 괴롭게 할거야? 아니면 단순히 계속해서 지켜볼거야? 랩톳의 푸른 눈이 순간 소름끼치게 번뜩인다. 어둠속에서 빛을 내는 고양이의 눈은, 인간에게 하여금 공포를 불러일으키곤 하는 것이다.
ㅡ
아마도 그 레드넥을 구출하는 것은 조금 더 기다려야할 것 같다는 생각에 그는 인상을 쓰며 식어가는 음식을 내려다 보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차라리 카페 같은 곳으로 대려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텐데. 다시 한번 곱 씹어볼 수록 쓴 맛이 우려져 나온다. 에스터나 유현의 죽음에 자신은 너무 많은 것을 놔버리지 않을까? 그에겐 그 스스로 여긴 대의가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에스터나 유현도 죽을 것 이다. 하지만 그들은 상징으로써 죽어야한다. 평화로운, 범죄자가 없는 이 도시의 상징으로써 죽어야한다.
" .. "
다리를 꼬며 숨을 푸욱 내쉰다. 벗어놨던 시계를 다시 손목에 감으며 울적한 생각을 지울려고 한다. 자신이 끝내는 죽이려 하는 그 히어로들이 자신에게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이 미묘하게 느껴진다.
만약 유현이 죽는다면? 아 라오스는 또 젊은 영웅을 잃었군 이라며 비릿하게 미소지으며 그의 무덤에 꽃을 둘 것 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은 계속 나아가겠지. 그 젊은 영웅의 죽음을 애도하며, 다신 젊은이가 죽지 않도록 자신의 계획을 차곡차곡 진행할 것 이다.
" 이즈모 감옥이라. "
그 역시 감옥생활을 조금 했었다. 선배로써 조언하자면 ..어 우선 불편한 점이 많고, 밥이 맛이 없다는 점을 특별히 꼽을 수 있을 것 이다. 여성 범죄자와 남성 범죄자의 감옥이 다르지 않다면.. 주기적으로 조사 받는답시고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것도 지루해질 즈음.. 그를 꺼내줬던 것은 데스로우였다. 참 재미있는 친구다.. 양복도 잘 만들어주고.
" 그래... 타겟에게 어떤 최후를 선사해주고 싶냐고 질문했었지? "
날아온 질문. 그리고 그는 목소리를 낮추고 확연하고 또렷하게 거짓말을 했다.
명백하게 그에게 날아온 비릿하고 소름끼치는 그 질문을 향해 그가 꺼낼 수 있는 하나의 거짓이라는 검을 꺼내 묵묵히 휘둘렀다.
" 죽일거라네. 아주 잔혹하게. 자 이제 내 마지막 질문이로군.. "
분위기를 환기시킬려는 듯 잠깐 음료수를 들어 목을 축이던 그 였으나, 그것도 얼마가지 않아 쿵 하고 음료수를 내려두곤.
그는 블랙캣을 향해 질문했다.
" 1월 13일 오후 2시. 에스터 힐데가르트는 어디서 뭘 하고 있지? "
ㅡ
죽인다, 라. 그 말에 그의 얼굴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저 실실 웃는 얼굴을 유지할 뿐이었다.
"미래의 일을 질문하는 건가-?"
랩톳은 싱긋 재밌다는 듯이 미소짓는다.
"어째 나를 너무 과대평가해주는 모양인걸. 갖가지 변수가 너무 많지 않은가. 이것은 거짓말을 하건 진실을 말하건 내 말이 얼마나 소용이 있으리란 건지..."
키득거린다. 재미있다. 당연하게 자신이 알 것이라고 생각하고 질문하는 것 부터, 에스터라고 하는 패를 대놓고 드러내보이는 태도까지. 일부러 나를 즐겁게 해주려고 하늘이 내려준 선물같구나.
"에스터 힐데가르트는 빌런과 만나고 있을거야."
그리고, 나온 것은 그런 의미심장한 대답이었다. 노골적으로 수상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확신이 담겨있는 말. 그는 손깍지를 낀 채 여유를 부린다. 당신과 마찬가지로 음료수를 홀짝거린다.
랩톳은 빨대로 얼음을 휘적거리는 장난질을 하더니, "이 쪽도 마지막 질문을 할 차례로군." 이라며 여유로운 억양을 유지한다. 그리고 당신에게 얼굴을 조금 가까이 한다. 희번득거리는 푸른 눈은, 당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만약에 내가, 당신보다 먼저 에스터 힐데가르트를 끔찍하게 살해해버린다면."
그리고 준비해왔던 질문을 꺼낸다. 앞의 두 질문은, 이 말을 위한 초석이었다. 만약에 당신이 허무해한다고 말한다면, 1번의 답은 정답. 그렇다면 2번의 답의 죽인다는 말은 거짓말. 아무렇지도 않다고 대답한다면 1번은 거짓말. 2번의 말은 정답. 반면 이 쪽은 단순한 '가정'이기 때문에 이 질문이 거짓인지 진실인지 추궁당할 이유는 없다. 어차피 단순한 질문일 뿐. 만약에 내가 죽일 마음이 있든 없든 그 쪽에서는 어떤 수로 알아낸단 말인가?
"당신은 어떤 반응을 할거지?"
고양이의 눈이 소름끼치게 빛난다. 당신은 나에게 어떤 재미있는 대답을 들려줄 것이지? 대답 여하에 따라, 자신의 유희거리중 하나로 삼아줄 수도 있는걸.
ㅡ
에스터 힐데가르트는 빌런과 만나고 있을 것 이다. 저게 거짓인지 진실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날은 히어로들이 신체검사를 위해 병원에 모이는 날.. 그런 날에 빌런을 만나고 있다는 것은 무슨 뜻 일까. 시종일관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보이던 그 였으나, 이어지는 랩톳의 말에 눈동자가 경직된다.
진정하자 진정하자 진정하자 라고 수십번 뇌가 명령해도 얼굴의 근육이 경직된 듯 억지로 올라가는 입 꼬리는 한 없이 차가워 보인다. 동공이 수축되고 밑도 끝도 없는 허무감과 분노가 휘몰아친다. 아 시작 전에. 그가 말했을 것 이다. 이 게임의 승패는 먼 미래에 결정된다고. 먼 미래까지 볼 필요도 없다. 그가 정보를 캐기 위함이였다면 눈 앞의 고양이는 그저 이기기 위해 혹은 속이기 위해 이 게임을 시작했을 것 이다.
능청스럽게 그루밍을 하는 고양이의 태도를 모아라, 아니 그루밍 보다는 먹잇감 혹은 장난감을 앞두고 자세를 낮췄다는 것에 더 어울릴 것 이다.
멋지게도 랩톳의 의도는 성공했고, 그는 처음으로 가슴속에 타오르는 화염이 머리까지 차오르는 걸 느꼈다. 아.. 화났구나.
" 잘 듣게. 한 번 만 말할 것 이니까. "
" 만약 자네가 에스터 힐데가르트를 죽인다면 자넨 죽어. 이 몸이 꼭 손댈 필요도 없지. 그녀에게 영향 받은 수 많은 히어로가 자네의 사지를 찢어발길 것 이라네. 베어비어? 그런 자가 죽은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이들이 슬퍼하겠지. 이 몸도 그중 하나라네... 경고하건데 그녀의 죽음은 자네가 유희로 쓸 만큼 간단한게 아니니 경솔하게 입에 담지 말아주게. "
그가 바라는 것은 선과 악의 고착.. 그리고 확연한 분열. 그 대립이 최고점에 올라서고 클라이막스를 알리는 벨이 울리는 그 순간.
그녀를 영웅을 넘어선 상징으로 만들 것 이다. 이즈모 따위가 개입하지 못 할 정도의 상징. 사회의 평화와, 치안을 유지하는 그런 상징.
그가 지금까지 계속 그녀에게 집착했던 것은 다 이런것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런 각본의 히로인이 갑자기 죽어버린다?? ..... ....
" ...... "
그는 바론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왔었다.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고 물을 들이킨 뒤.
잔을 내려두며 숨을 고른다. 불쾌하다... 참으로 불쾌한 감각이다.
ㅡ
그 반응에 랩톳은 더더욱 신난다는 듯이 폭소를 터뜨린다. 광소라고 표현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푸하하, 하하하하하!" 뭐가 그리 심각한 건지. 아. 이런 재미있는 사람을 알아버리다니! 최고다. 이 식사자리는 아주 만족스럽다. 새어나오는 웃음을 숨기려는 척도 하지 않은 채, 그는 당신에게 웃음끼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다.
"인상 풀어. 이건 단순히 게임에 불과하지 않은가! 나는 단지 '만약'의 이야기를 했을 뿐이라고. "
전부 당신의 반응을 보기 위해. 그는 계속 키득거린다.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이래선 안 되는데. 너무나도 즐거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재미있다. 상상 이상으로 재밌는 존재다.
"게임을 제시한 건 자네고, 나는 그에 응해줬을 뿐이야. 그저 내가 이길 수 있는 수를 생각해내면서 말이야! "
아- 정말 재미있었어. 그런 얼굴이라니. 자. 이제 게임은 끝났다. 당신의 패는 그에게 전부 드러나보였다. 한 가지를 제외하곤. "그래서- "
"게임이 끝났으니, 승자에게는 상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나는 당신에게 질문 하나를 건네보고 싶은걸."
그리고는 다시 여유로운 미소로 돌아온다. 이내 묻는다.
"당신의 타겟에게는 그래서 무슨 짓을 하고 싶은 거지?"
ㅡ
곰곰히 생각했다. 자신이 에스터에게 하고 싶은 일은 언제나 변하지 않았다. 지금은 순수의 저격수가 더이상 순수하지 않으니 그는 자신이 짜논 시나리오에서의 피날레에 적합하지 않았다.
손목시계를 들어올려 시간을 확인하던 그는 차분하게..그리고 또렷하게 랩톳을 향해 말했다.
" 전쟁을 일으킬 것 이라네, 선과 악을 구분지어둔 구질구질한 시나리오의 전쟁. 많은이가 죽고, 이즈모도 빌런연합도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큰 전쟁. 라오스의 빌딩이 무너지고, 부모를 잃은 어린 아이들의 울음소리만이 이 나라를 가득 채울 쯤, 그녀에게 방아쇠를 주는 것 이지. "
어차피 빌런과 히어로의 전쟁은 당연하게도 일어난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수의 피해자들이 나오겠지.
사회를 고치기 위해 그는 펜대를 굴렸다. 하지만 그 커다란 부품은 도저히, 도저히 고쳐지지가 않았다. 기계는 매일매일 비명을 질렀고 그걸보는 그의 마음도 어지러워저만 가겠지. 그러다가 결국 묘수를 생각해냈다.
이 기계는 처음부터 잘 못 되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잘 만들어지도록 이 낡고 더러운 기계를 부수고 새로운 기계를 만들어내면 되지 않을까?
물론 만드는 것은 그의 몫이 아니다. 새로운 정의사회의 구현은 비극의 전쟁시대를 이겨내고 사람들의 등불이 될 수 있는 히어로가 할 것 이다. 더이상 영웅이라는 가치를 두지 않고, 그 히어로 역시 영웅이라기 보단 하나의 상징성으로 불릴 수 있도록. 만들어내면 그만이다.
갈등이 최고조로 올라가고, 그리고 최후의 최후를 알리는 커튼콜이 울리는 그 순간.
" 나는 참 된 사회인으로서 죽는다. "
모든 것이 무너진 나라에서 모든 시민들이 보는 앞 에서 악랄한 악당인 그가, 히로인인 그녀에게 죽는다.
그렇게 빌런도, 히어로도 없는 정의사회의 초석이 완성되는거지.
그는 그렇게 말을 끝내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패자의 의무는 충분히 수행했다.
...이제 일을 하러가자.
짧은 인사도 없이 코트 자락을 정리하며 가게 문을 나서는 그의 얼굴은 마치 그늘 진 것 처럼 검은 음영이 잔뜩 끼어있었다..
- 블랙캣 - 묵빛늑대
- (21스레)
그래서, 긴긴 자체휴가의 원인ㅡ은 거짓말이고, 핑계거리ㅡ인 당신을 만나러 고양이가 직접 온 것이다. 꼬리를 기분좋게 세운 채로.
"안녕. 의사양반이 검은 고양이를 찾으셨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러고보니 마틴에게 있어 랩톳은 초면이다. 랩톳은 묵빛의 털을 살랑살랑 흔들어보인다.
"이렇게 높으신 분께서 나를 직접 찾아주시다니, 나도 생각보다 인기가 많은가봐?"
뭐가 좋은지 싱글싱글 웃는 얼굴이다. ...당신에 대한 정보들을 모으는 과정에서, 이 쪽에서 일방적으로 내적친밀감을 잔뜩 쌓아버렸다. 사실 친밀감같은거 안 쌓아도 기본적으로 초면인 사람에게도 잘 들이대는 성격이긴 하지만.
ㅡ
마틴은 말없이 담뱃불을 붙였다.
“ 반갑습니다. 블랙 캣. 아니면 랩톳이라고 불러드릴까요? ”
파헤쳐지는 기분이군. 마틴이 처음 랩톳을 대했을 때 받은 느낌이었다. 살살 사람을 긁는 것 같은 표정이나 능글맞은 웃음이 그랬다. 저것도 저 나름의 협상법인가 하는 생각에 담배를 깊게 마시곤 바닥에 던졌다. 협상 테이블은 이쪽에 없다. 상대방이 들고 있는 카드가 더 큰 상황이라면 내가 쓸 수 있는 카드는 극히 한정되기 마련. 일단 이쪽이 꺼낼 수 있는 카드를 하나하나 꺼내는 것으로 시작할까 하다가, 포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카드를 꺼내는 것은 낭비였다.“ 거래를 하고 싶다. 고 했지만 이쪽이 내밀 수 있는 카드가 몇 없군요. 그쪽이 가진 카드에 비해 이쪽은 카드를 다시 섞어도 모자랄 판이라서 말입니다. ”
마틴은 농담조로 가볍게 말하곤 발로 담배를 비볐다.
“ 보통 히어로 분들은 거래를 하려고 하면 자수를 하라거나, 자신에게 쓰러지라는 부탁을 하더군요. 하지만 랩톳 씨가 가진 퇴치 경력보다는 사건 보조에 시간을 쓰신 일이 더 많다는 것. 이정돈 알고 있습니다. ”
간단한 조사. 상대를 가볍게 떠보기 위해 준비한 정보를 툭툭 흔들며 마틴은 웃었다. 짐승의 오만함은 없을지언정 사람의 추악함은 얼굴에 번들거렸다. 가능하면 서로가 이득을 볼 수 있는 윈윈을 노린다지만 그것을 거부한다면 어떻게 할까. 아마도 이빨을 드러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 제 거래 조건부터 밝히겠습니다. 더 이상 제 정보를 캐는 것을 포기하십시오. 그리고, 한 사람의 정보를 알아봐주셨으면 합니다. ”
끝이었다.
무엇을 요구하지도 않고 무엇을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자신이 필요한 것을 위해서는 마틴은 손해를 감당할 수 있었다. 상대의 요구를 듣기 전까지 태도는 바뀌지 않고 느긋하고, 부드러웠다. 그게 마틴의 목적이었다. 자신의 뒤를 캐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혹시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보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잠시 묻어두었다. 보았더라도, 꺼내지 않는다면 건들 것은 없었다.
목이 간질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담배연기를 마시다가 흙먼지가 조금 섞여 들어간 것 같았다. 콜록, 그 짧은 기침을 내곤 웃었다. 협상의 기본. 상대방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주어라. 얼마든지 물어뜯으라고 마틴은 자신을 드러냈다. 캐낼 수 있는 모든 것을 캐내고 나면, 내 말을 듣거나, 죽거나. 두 길밖엔 없을테니까.
“ 흙먼지가 조금 세군요. ”
마틴은 부드럽게 웃으며 숨을 내뱉었다. 목을 간질거리는 흙연기를 잊으려는 듯 조금은 거친 호흡이었다.
ㅡ
"글쎄. 의료 계통 대기업을 좌지우지하시는 분께서 내놓을 패가 없다고 해도- 농담으로밖에 안 들리는걸?"
랩톳은 빙글 웃는다.
퇴치 경력보다는 사건 보조... 라, 그 말에도 의미심장한 웃음을 띄운다. 틀린 말은 아니지. 히어로로서 빌런과 싸운 활동은 사실상 공식적으로 거의 없다시피 하니까.
"정보를 캐는 것을 포기하라- 고 해도 말이야. 나는 재밌는 게 보이면 줍고 보는 타입이라서. "
그 쪽에서 정보를 이리저리 흘리고 다니는데 줍지 말라고 하면 어쩌라는 거야-? ...뻔뻔한 미소를 띄운다. "한 사람이라. 누구를 말하는 걸까?" 지금으로서 그가 예상하는 바는, '키'가 되는 아가씨...려나. 물론 이 쪽도 저 쪽의 모든 것을 아는 건 아니므로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사람의 시체가 보이면 일단 조사하고 보거든. 누군가의 인생을 하나하나 뜯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니까."
그의 사이코메트리는 사물, 무생물에만 적용되었다. 그리고 사물로서 얻을 수 있는 기억은 이리저리 뒤죽박죽일 수밖에 없어 읽는 데에 머리가 아프곤 했다. 하지만 사람의 시체, 즉 '생물이었던 것'을 조사하는 것은 달랐다. 그 사람의 인생 하나가 잘 엮어진 영화와도 같이 그의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이다. 물론 훼손 정도에 따라서 뒤죽박죽이 되는 경우도 많긴 했지만. 이러한 면모는 그를 검은 고양이, 또는 하이에나로 불리게 하는 불길함에 한 몫 했다.
"그렇지만- 그 정도는 할 수 있어. 정보를 알아도 더 이상 이즈모에 말하지 않는 것."
랩톳은 한 때의 일을 떠올린다. ...그 잔혹한 붉은 구두에게 자신의 가족이 살해당했던 날. 그것은 그의 후회이자, 약점이 되는 일이기도 했다. 그 때 그들을 그 곳으로 보내선 안 되는 거였어.
"나는 이즈모에 그닥 소속감이 없어서 말이야. 솔직히 말하면 일을 꼬아놓는 정보를 풀어서 엿먹이는 걸 본업으로 삼는 사람이지. 그런데 굳이 당신의 정보를 꼬박꼬박 갖다바친건- 겁이 나서 그랬다고 할까?"
"그 정도로 거대하고 압도적인 늑대라면 아무리 내가 잽싸도 도망칠수도 없으니까- "그리고 이어 말한다. "오히려 이즈모에 한 방 먹여줬을때는 신이 났다구. 나잇값도 못 하고 말이야." 그는 얼굴을 가린 채 키득키득거린다. 진심이었다.
"그 쪽에서 나에게 손 끝 하나 안 댄다면야, 내가 겁을 먹을 이유도 없지. 굳이 당신을 적대해서 나에게 좋을 것도 없고. "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그런 것이었다. 나의 목숨을 보장해주면, 이즈모에 정보를 말하지 않겠다. 그 뿐.
ㅡ
“ 좌지우지. 글쎄. 당신 생각보단 제 능력이 거기까지 닿진 않습니다. ”
기업은 협력관계의 총합이다. 결정을 내리는 것은 회장인 나라도, 결정을 내리는 과정까지는 수많은 주주들에게 이 결과가 얼마나 이득이 되는지. 또 그들에게 얼마를 보장할 수 있는지를 알려야한다. 그들은 다른 것보다 자신에게 얼마의 돈이 들어오는지, 그리고 그들에게 얼마나의 이익을 보장할 수 있는지가 중요할 뿐이다.
“ 그래도 당신의 의도대로 정보를 얻는다는 것은 달라지지 않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
마틴은 말없이 웃기만 했다. 여기서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정도 정보는 던져주는 게 좋겠다는 직감에 카드를 던지기로 했다.
“ 저도 그냥 나오기에는 껄끄러운 부분이 많더군요. 그래서 당신에 대해 뒷조사를 조금 해보았습니다. 물론 제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몇 없었지만 말이죠. 그래도 두가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당신이 가족을 잃었고, 이즈모를 원망한단 사실. ”
카드는 던졌다. 마틴은 부드럽게 미소를 짓곤 담배 한 개피를 꺼내들었다.
“ 피시겠습니까? 전 하나 필려고 합니다만. ”
협상의 기본은 여유로움이다. 급해봐야 지는 것은 자신. 역으로 침착해지는 것이 필요했다. 그럼 슬슬 휩쓸 시간이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 새하얀 연기를 내뱉었다. 불안감은 연기에 휩쓸려 하늘 어딘가로 흩어져버리고 마음속 깊게 응어리진 죄악감을 꺼냈다. 지금 협상에 필요한 것은 오만. 그리고, 조금의 양념.
“ 묵빛 늑대라는 힘. 그리고, 크레니스 사의 힘을 빌려드리겠습니다. 당신이 바란다면 저 개인적으로 묵빛 늑대라는 힘으로 복수를 도와드리죠. 그게 아니라면 크레니스 사의 이름으로 당신의 복수를 돕겠습니다. 이즈모에서 잔인하기로 유명한 히어로들중 몇몇은 시민들도 건들기로 유명하죠. 이쪽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이는.... 레드 슈즈. ”
넘기려는 말이었지만 명백한 도발이었다. 히어로에게 가족을 잃었다면 가장 가능성 높은 인물이 레드 슈즈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물론 이 지식도, 이즈모에 바친 천억달러의 돈으로 얻어낸 것이지만.
“ 복수를 하고 싶으시다면 그저 괴롭히는 것으로 끝내선 안 됩니다. 상대가 끝가지 발악하고, 바닥에 기고, 죽여달라 소리치게 만들어야합니다. 당신에게 힘이 부족하다면 어디서든 힘을 빌리면 충분한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당신이 잡은 흔적이 저였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라고 알려드리죠. 사회적이든, 물리적이든. 당신에게 최적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을테니까요. ”
마틴은 웃으며 마지막 연기를 빨아들였다. 이 한 개피를 끝으로 당분간은 담배를 자제해야겠다. 옷에 담배 냄새가 베이면 그녀가 싫어할지도 모르니까.
“ 그 대가로 제가 바라는 것은 하나입니다. 쿠키 레이키. 빌런명 미스 클라우드에 관한, 당신의 손이 닿는 모든 곳에서의 정보. 하지만 제가 드리는 것에 비해 .. 받는 것이 부족하다면 제가 과연 능률적으로 일할 수 있겠습니까? 당신을 죽이지 않는 것? 그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전 제 편은 절대로 죽이지 않습니다. ”
그 사람이 고통받지 않는다면요. 그 말을 삼키고 마틴은 웃었다.
“ 당신이 내밀 수 있는 조건과 바라는 것. 다시 한 번 말해보시죠. 딜에는 딜로. 현실에서의 게임은 절대 쉽지 않습니다. 실수하면 죽는 것. 그것도 생각하며 카드를 꺼내시길 바랍니다. ”
마틴은 바닥에 담배꽁초를 던저버리고 웃었다. 얼굴에는 새하얀 진실과 죄악이 같이 번들거렸다.
ㅡ
"나에 대한 뒷조사라. 찾아봤자 나올 것도 없을텐데- "
빙긋 웃으며 당신의 담배 권유를 거절한다. 랩톳에게 담배란 '흔적'을 더 남기기 좋게 만드는 것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묵빛 늑대라는 이름이 나오자 미소짓고, 레드슈즈가 언급될때까지도 그저 듣고 있다가, 복수라는 단어가 언급되자 "...푸핫!" 이라며, 소리를 내서 웃는다.
"아이고. 미안미안. 너무 혈기왕성한 단어라서, 조금 웃어버렸어."
복수. 복수라. 랩톳은 복수라는 단어를 반복해 중얼거려본다. 그래. 보통은 그걸 위해서 움직이겠지. 하지만 그것만을 위해 자신이 이즈모에 남아있다고 한다면- 그건 아니었다. "글쎄. 아저씨는 그런 무서운 짓에는 흥미가 안 가는 걸 -"...능청맞은 소리였다. 기실 훨씬 무서운 짓들을 잔뜩 해왔던 주제에.
"그래. 복수... 그런 표현도 있겠네. 그렇지만 내가 움직이는 것은 그것만은 아니야."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이야기로 꺼낸다고 해서 이해받을 수 있는 것일까? 랩톳은, 속에서 꿈틀꿈틀 올라오려고 하는 자신의 무언가를 억누르려고 애쓴다. 아- 정말이지. 나도 나잇값을 못한다니까.
"쿠키 레이키, 라."
그 말에는 싱글싱글 웃는다. 어디. 자신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이 여기에서 적절할까- 같은 실없는 생각을 하면서.
"우선, 당신이 재미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 그리고 내 쪽에도 얻고 싶은 게 더 있는건 사실이니, 지금 알고 있는 걸 얘기해줄게."
랩톳은 늑대 털로 당신의 얼굴을 간질이며 말한다.
"그녀는 아마 감옥에서 죽은 것... 으로 되어있을 거야. 레드 슈즈가 일으킨 감옥 내의 학살이 은폐된 것을 통해 추측한 정보야."
어느 정도 증거도 있었다. 그 인간은 치밀함이라곤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사람이었으니까, 이것저것 정보를 흘리고 다니는 것이다. 당장 면회를 핑계로 감옥에 갔더니 코를 찌르는 피냄새가 가득 차있었지. 죄수끼리의 싸움으로 일어난 사건으로 이즈모에선 처리한 모양이지만.
랩톳은 나름대로 레드 슈즈와 악연이 깊었다. 그렇기때문에 그녀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꿰고 있었다. 뭐. 아무도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이 사건은 그대로 묻히겠지만. ST출신의 사람의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도 이즈모에선 원하지 않을 일이고. 아무튼 감옥에서의 학살이라는 정보와 함께 쿠키가 '재해급의 능력자'라는 사실. 또한 면회실을 조사하며 들은 '머리가 좋네-' 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통해 둘이 손을 잡았다는 것을 어렴풋이 추측해본 것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나는 그렇게 야망있는 사람은 아니라서 말이야. 어디까지나 위험한 일에서는 관전하며 방관하는 입장에서 존재하고 싶어."
물론 흥미가 당기는 것이 있으면 알아서 돌아다니겠지만. 누군가와 손을 잡는다는 것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데도 자신의 정보가 누군가에게 전해진다는 뜻이기도 했다. 정을 붙인다는 것은 약점을 늘린다는 것이었다. ㅡ그렇기때문에 그는 애정을 증오했다. 어디까지나 자신은 개인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가장 편했다. ...그런데도 멍청하게 약점을 늘려버리고 말았지.
"그래. 바라는 것을 하나 더 말해보자면-"
-...가족놀이를 해보자고. 수장님. 그 날의 멍청한 자신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흥미 이상의 감정은 관계에 있어 그닥 썩 달갑지 않았다. 아니. 그 제안은 잘못되지 않았다. 잘못된 것은 자신의 감정적인 미숙함이었다. 설마 그것이 나의 제약이 되어버리리라곤.
그렇지만, 마지막의 마지막, 자신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그녀가 살아있어야만 했다.
"...에스터 힐데가르트를, 살려두는 것."
그렇기때문에,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ㅡ 이런 부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 나에게는 손 끝 하나도 대지 말아달라고 했지만- 그녀의 경우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좋아. 육체파잖아? 여기저기서 구를 수 밖에 없는 거지. 애초에 빌런 측의 사람이 히어로 수장하고 싸우는데 피가 튀기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고."
당신에게 폐를 끼치고 싶진 않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그는 여전히 미소를 띄고 있었지만, 지금까지의 여유로운 미소와는 다소 달랐다. 그렇다고 해서 불안해보이냐고 한다면 그것 또한 아니었다. 무엇이라고 형용하기 힘든 감정이었지만 그의 태도에서는 명백히 정상과는 다른 이상이 느껴졌다. 뒤틀림. 그런 표현이 그나마 그를 표현하는 데 어울릴까.
"때려도 돼. 피를 흘려도 돼. 어깨를 날려버리건, 다리를 분질러버리건, 어떤 괴로움속에서 그녀가 고통스러워하건 그건 내가 알 바 아니야. 그 정도의 깊은 관계도 아니고, 그런 것을 바랄 위치도 아니야. 하다못해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목숨만 겨우겨우 부지하고 있는 상태라도, 상관은 없겠지. "
상호간의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면 조금 슬프겠지만, 뭐. 어쩔 수 없지. 적어도 그녀의 마지막을 내가 지켜줄 수 있다면 괜찮을까.
"하지만 죽이지는 마. 죽여서는 안 돼."
그 표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이번에는 명백한 광기였다. 정색. 지금까지 지어온 실실대는 웃음과는 다른, 싸늘한 얼굴. 저런 사람이 지금까지 실없는 미소를 흘리고 다녔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냉정함이 느껴진다.
"어떤 일이 있어도, 그녀가 죽는 것 만은 볼 수 없어. 그게 내 부탁이야."
바보같은 부탁이었다. 그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는 그런 후회스러운 일은 벌어지지 않게 할 것이다. 이 증오스러운 애정의 결말은 자신의 손 안에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아. 물론 - 그녀를 지켜달라고 하는 뻔뻔스런 소리는 안 할거야. 그냥, 죽이지만 않으면 돼. 적당히 죽기 직전까지만 괴롭혀주면 그만이라고. 알았지? "
ㅡ
흐, 그저 그 짧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 흐.... 흐흐흐흐.... 흐흐흐흐흐흐흐흐흐....... 아, 아 미안, 미안합니다. 너무, 너무. 귀여운 관계라서 말이죠. "
마틴의 얼굴이 연한 홍조가 들었다. 마치 무언가에 흥분하기라도 한 듯, 번들거리는 눈은 사정없이 랩톳을 살폈다. 아, 그래. 너무 내가 만만하게 봤구나. 마틴은 그 생각을 인정했다. 복수, 참 달콤한 단어지만 ... 현실을 아는 이라면 그 단어의 무게를 안다. 득보다 실이 많아지는 단어. 피해만이 남고, 돌아온 것은 복수가 끝났다는 안정감 뿐. 이 남자는 그것을 아는 듯 싶었다. 협상이 잘못되었다. 난 내힘을 빌려준다는 각오든, 아니면 다른 도움을 주겠다는 도움따윈 필요 없었다. 그가 제시한 것은 자신을 조사하지 않겠다는 것 뿐. 그리고 쿠키 레이키. 내 사랑스런 구름에 대한 조금의 정보였다. 그래. 이게 내가 바라는 협상이다. 장난치기라도 하듯 마틴은 한 걸음 당겨 다가가 랩톳을 바라보고 웃었다.
" 에스터 힐데가르트. 그녀를 살려주는 것? 그것치곤 거래 조건이 좀 작군요? "
나는, 가라앉았다.
의식의 경계 사이로 가라앉으며 의식과 의식 사이 얇은 틈에 부드럽게 쓰러졌다. 새어나오려는 어두운 감정들을 온 몸으로 억누르며 경계에서 고개를 들었다.
거대한 늑대가 날 내려보고 있었다. 결국, 나와 다르지 않은 나였으나. 내가 바라지 않는 나였다.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 오직 오만하기만 하는 늑대와 필요에 따라 수없는 자세만을 취하는 나.
이 감정들은 내가 잡고 있겠다. 나는 그 말을 늑대에게 꺼냈다. 늑대의 얼굴이 흐릿하게 올라갔다.
네가 바란다면. 그것이 무엇이라도.
온 몸이 터질듯 불어나기 시작한다. 검은 털들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오직 파괴와, 혼란만을 위해 태어난 늑대의 눈이 랩톳의 눈과 닿았다. 고양이의 눈. 참, 장난스런 눈이라고 늑대는 생각했다.
거대한 덩치가 불어나, 하늘에 맞닿을 정도로 커져갔다. 늑대는 거대한 눈동자를 번들거리며 랩톳을 바라봤다. 그리고, 냄새를 맡았다.
미련의 냄새.
" 그런 요구를 하는 녀석들의 생각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헛된 가족놀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고, 본인도 추측하고 있더군. "
늑대는 천천히 한 걸음 내딛었다. 아주 가까이에서 렙톳을 내려보는 늑대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 미련이다. 무슨 미련이 네녀석을 그렇게 잡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나 답해주도록 하지. 에스터 힐데가르트는 자기 자신을 괴물이라고 칭했고, 사람들에게 괴물이라고 불리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다. 네가 하고 있는 어줍잖은 가족놀이가 통하지 않고, 스스로도 그 관계를 이어가고 싶을지 모른단 이야기지. 단순히 네 욕심으로 한 명의 생각을 붙잡고 있는 것은 아닌가? "
늑대는 웃지 않았다. 오직, 고양이의 눈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 아니, 너무 재밌어서 웃음이 나오는군. 괴물에게 가족이 필요하다고 보나? 아니면, 네가 괴물의 억제제라도 된단 얘기냐? 아니면 네가 괴물의 진짜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냐? 아니. 네놈은 그저 욕심을 부리고 있을 뿐이다. 놈은 길들여진 괴물이다. 사회라는 목줄에 매인 괴물. 본인이 그것을 거부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줍잖은 가족 관계 따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
무슨 말을 하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늑대는 말할 것이다.
네놈의 가짜 놀이에 사람을 휘두르고 싶단 말인가?
" 진실을 말해라. 네놈은 그녀석을 '가족의 대처체' 정도로 보고 있을 뿐이지 않나? 만약 죽은 자식이 컸다면 이렇지 않았을까. 아니면, 그저 그 '아버지'라는 말에 혹해서. 그랬을 뿐이잖나? "
히죽, 늑대의 얼굴근육이 올라갔다.
" 그렇게 너는 그녀석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진짜 가족관계라면 이루어지지 않을 폭력을 휘두르며 이제 가족인 척 한다고? 욕심을 부리면서 나에게 감히 거래라는 이름으로 부탁하고 있을 뿐이지 않나. 그녀를 살려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이 겨우 죽었다고 조작된 정보? 차라리 이즈모에 가서 난동을 부려주길 바랬다면 난 최소한 네놈이 진실로 나에게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네녀석은 계속해서 내게 장난질을 하고 있군. 그 이죽거리는 얼굴로 말야. "
늑대는 조용히 팔을 올렸다. 그리고 랩톳의 바로 앞에 발을 내려 찍었다. 이정도론 눈 깜짝 하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치는 기예였다.
" 복수. 히어로에게 하는 복수와 무엇이 다르지? 자신의 가족을 다치게 만들었다. 그것을 현재 히어로들을 책임지는 에스터 힐데가르트에게 푸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봐도 난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는군. "
늑대는 천천히 몸을 내밀어 랩톳의 귀에 속삭였다.
" 네녀석은 아직도 그 죽음 속에서 헤염치고 있을 뿐이군. 미안하다. 네놈을 나와 같은 부류로 본 것을 사과하마. 네놈은 쓰레기로군. 그럴싸한 거짓말과, 이렇게 하는 것이 그들을 골탕먹일거라고 투정부리는. 애새끼. "
그리고 늑대는 이죽였다.
" 결국 네 진심은 그거지 않나. 그녀의 마지막은 내가 봐야된다. 아니면, 내 마지막은 그녀가 지켜봐주길 바란다. 참 눈물나는... 소꿉놀이군. "
6. 기타 ¶
블랙 캣이라는 이명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먼저 능력 특성상 시체를 찾아 기웃거릴 일이 많아 일할때 장례식복장을 입고 다닌다는 점이 있다. 그 외에 죽은 사람의 시체를 찾아다닌다는 불길한 행동거지, 본인이 여유롭고 제멋대로인 점이 고양이와 닮았다는 점, 전체적으로 고양이상인 외모 등등.
어린 자식과 아내가 있었다. 지금은 둘다 사별했다고 한다. 그때문인지 어린 아이들을 잘 챙겨주는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당시 본인은 능력 결과를 근거로 이즈모 출신의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했으나, 능력 이외의 증거가 없었기에 사건은 미제로 끝났다. 능력으로 인한 결과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다던가, 이즈모에 대해 의심이 가득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이 때문일지도.
당시 본인은 능력 결과를 근거로 이즈모 출신의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했으나, 능력 이외의 증거가 없었기에 사건은 미제로 끝났다. 능력으로 인한 결과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다던가, 이즈모에 대해 의심이 가득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이 때문일지도.
그의 기억을 읽으려 독심술을 시도하다가, 형용할 수 없이 많은 정보량에 자살을 택한 사람도 있었다. 이때문에 독심술 능력자에게는 미리 경계와 경고를 표하곤 한다.
사람의 죽음에 대해 무덤덤하다. 이것도 자신의 능력때문인듯. 아니면 그의 과거가 이런 무심한 태도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그런 점때문에, 그에 대한 "불길하다"는 인상을 강화시키는 데도 한 몫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