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d$e%f^g&h*i(j)k-l=?이게 인간인가?
1. 지구 침공! ¶
통상 깨끗하게 웃고 있다. 정복 계획을 품은 미목. 보통 인간의 눈을 병렬해 두면 퇴색이 도드라진다. 무풍에도 나부끼는 머리칼은 윤기가 흐르고 심 하나하나가 굵은 것이······ 명품으로 추정된다. 얼굴의 날렵한 선들은 본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듬었다. 칼질이나 납땜이나 기타 설명할 수 없는 외계 기술로. 팍신한 입술은 고향의 특산품이 원재료다. 지구에는 없는 꽃향기가 난다. 제일 정성이 들어간 곳은 뺨이다. 본은 인간적임이 뺨에서 나온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지구인이 뺨에 닿을 때 어느 정도로 다정한 감촉이어야 할지, 얼마나 따뜻해야 할지 를 10년(지구 기준) 고민했다. 어떤 지구인이 모티브였을지 몰라도 못난 구석 하나가 없었다. 그래서 인위적이었고 출생이 주는 자연스러움이 부재했다. 세포로 촘촘하게 구성된 게 아닌, 흉내만 낸 무언가? 이걸 지구인으로 받아들일지, 극심한 타자로 받아들일지, 고차원 예술로 받아들일지는 당신의 몫.
1.1. 지구 침공!! ¶
무난의 극치인 옷들만 입고 다닌다. 무채색에 튀지 않는 원단. 그저그런 조합. 고향의 트렌드대로 입게 된다면 사고가 일어나기에 괴롭지만 참는 중. 지구인들의 패션 센스는 방종하다고 생각하지만, 본은 모른다. 지구인들의 방종한 옷이 지금 체형에 아주 최적화되어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