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R,AIRSS

에틸

last modified: 2025-03-25 23:18:43 Contributors

저요? 그냥 고등학생이죠. 평범하게 학교 다니고, 공부하고, 사람도 좀 죽이고...




에틸열일곱.아마도?178cm




1. 에틸

에틸. 더 익숙한 호칭은, 틸. 열일곱.아마도? 남성.

한쪽만 땋아내린 옆머리와 목덜미로 흘러내리는 군청빛 장발. 앞머리에 반쯤 가린 눈매는 얄팍하게 째진 것이 꼭 뱀을 닮았다.기분 탓이야. 살집 없이 푹 꺼져 그림자가 지는 눈두덩 아래엔 은백색의 눈동자. 마찬가지로 얄팍한 입술에 걸린 가느다란 미소. 살짝 일그러진 웃음은 입꼬리에 박힌 작은 점과 함께 그 표정을 더 불온하게 만든다.착각일걸.

강마른 체격, 178cm.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운동복도 꽤나 그럴싸하게 소화하는 편이다.어쨌거나 몸 쓰는 일이잖아. 셔츠 단추는 늘 목 끝까지 잠궈져 있고, 교복은 항상 반듯하다. 단,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피부 아래에는 수많은 자국이 새겨져 있다.아무도 안 보니까, 뭐.

2. 꼬이고

꼬이고 비틀려 새카만 속내. 결핍과 갈망으로 빚어올린 인간 같으니. 교활하다. 말재간이 좋다. 생긴 것만큼이나 뱀 같은 성질머리.기분 탓이라니까. 그래도 배우고 익힌 것이 있어 본심을 숨길 정도 눈치는 된다. 이 학교에서 덮어쓴 가면은 조용하되 상냥한 으. 모범생의 외표. 인사성 밝고, 친절하고, 눈치 빠르고, 두루두루 잘 지낸다는 평가. 본모습과 거리가 워낙 멀다 보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어디에 보는 눈이 있을지 모르니, 아직까지는 속으로만 삭히고 있다.

3. 이곳에

이곳에 들어온 이유는 명확하다. 누군가의 의뢰를 받아 어느 귀족가의 도련님을 죽이기 위해. 타깃에 대해서는 이름부터 얼굴, 생활 습관까지 그 당사자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유일하게 알지 못하는 것은 하나, 그를 죽여야 하는 이유. 아니, 알고 싶지도 않다.당연하지. 도구는 이유 없이도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 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