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modified: 2018-05-21 22:33:12 Contributors
윤월하 |
성별 | 여성 |
나이 | 23 |
랭크 | S |
성적 지향 | ALL |
날개뼈 부근에서 살짝 더 내려오는 흰 머리카락. 끝부분이 살짝 갈색으로 남아 있으나 희미하다. 뿌리 끝까지 희게 세어있다. 항상 머리 스타일이 바뀌었으나 요즘은 하나로 묶어 내렸거나 풀어 내린 채 있다. 나른한 듯 처진 눈매에 갈색의 눈동자, 흉터 없는 피부는 제 머리카락 마냥 희다. 180 가까운 키에 마른 몸이 마이너스 요소라면 마이너스 요소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땐 미인. 사복은 전체적으로 따뜻한 옷차림. 스웨터나 니트 쪽이 주이다. 자기 치수보다 한 치수 크게 입는다. 왼손엔 시계를 하나 차고 있다. 외출 시 가죽으로 된 얇은 장갑을 착용한다.
항상 웃으며 모두에게 다정다감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일단 한 번쯤 웃고 보는 편. 허나 되게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툭하면 제가 뭔가 잘못한 건 아닌지, 상대가 자기를 나쁘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하며 걱정하는 모습을 간간이 보이는 편에, 제 맘에 들지 않으면 일단 짜증을 낸다. 그땐 생각이 짧아져 되게 신중하지 못한 모습을 잘 보인다.
유체 이탈
원할 때마다 몸에서 영혼을 분리 시킬 수 있다. 영혼 상태에서는 남에게 빙의할 수도 없으며, 다른 이들의 눈에 보이기까지 하지만(날아다니는 식탁보를 생각하면 된다), 몸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벽과 천장을 마음대로 오다닐 수 있고 현실에 간섭해 물건을 움직일 수 있다. 혼 상태로 움직일 땐 몸은 가사상태에 빠진다.
자주 보는 동료 외의 다른 이들의 이름을 잘 떠올리지 못한다. 기억 한데도 신체 특징이나 별명으로 기억하는 게 특징.
이리저리 잘 넘어지고 다치는 편이라 항상 연고며, 반창고며, 알약이 담긴 약봉지들을 재킷이나 주머니에 챙기고 다닌다.
손이며 발이며 전체적으로 몸이 차다. 그래서인지 따뜻한 음료를 거진 달고 산다. 요즘은 음료에서 손난로로 바뀌었다.
5. > 그녀의 이야기 ¶
- > 알약
통증 때문에 오늘도 그녀는 알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 사람 몸의 칠십 프로는 물로 이루어져 있다는데. 자신은 약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을까. 삐걱거리는 몸으로 용케 지금까지 걸어왔다. 항상 행복한 사람인 양 행동하면 행복해질 줄 알았다. 거울을 바라보며 약 기운에, 웃어 볼 때마다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카락이 너무나도 서글펐다. 죽음이 가까워진 거 같아. 곧장 울음을 터트릴 거 같으면서도. 아직 그녀에겐 해야 할 것이 남아있었기에.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달력에 엑스자를 긋는 것이었다.
- > 흰 보자기
영혼일 때 제 모습이 어떻게 보였나요?
언젠가 새벽에 그녀가 옆 병상에 누운 그에게 문득 물었다. 거울에도 비치지 않는 제 모습이 어떻게 보였을까. 갑작스레 내던져진 질문에 당황한 기색이던 그의 입술이 느릿하게 휘었다. 흰 보자기 같아요. 눈 구멍 두 개 뚫린 흰 보자기요. 말을 끝낸 그가 가만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 거짓말. 전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퉁명스레 말을 내뱉곤 비죽 입술을 내밀었다. 아뇨 정말로요. 내가 언제 거짓말 한 적 있어요? 그녀를 따라 몸을 돌려 옆으로 누운 그가 턱을 괸 체 답하곤 짓궂게 웃었다. 신빙성이 있어야지 원. 의심스럽단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던 그녀가 한숨을 내쉬곤, 고개를 젓더니 휙 덮고 있던 이불을 머리 위로 끌어올려 넘겼다. 그러니까, 이렇게 보인다는 말이죠? 이불을 거둬 살짝 눈만 내밀어 보인 그녀의 모습을 재밌다는 듯 바라보던 그가 느릿 고개를 끄덕였다. 별로네요. 영혼의 모습이 고작 흰 보자기라니. 자리에 풀썩 누우며 칭얼대는 그녀의 반응에 결국 소리 내어 웃은 그가 버릇처럼 얕게 웃었다.
- > 새벽 4시
잠에서 깨어난 그녀의 얼굴에 짜증이 어렸다. 다시 잠에 들기엔 애매하고 그렇다고 깨어있기엔 늦은 시간. 앓는 소리를 내며 액정을 끄곤 내려놓는다.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진 거 같으나 애써 살피진 않았다. 애매하고 졸리고 추워서. 대체 창문이고 문이다 다 닫아놨는데 어떻게 이렇게 추운 건지. 짜증을 내며 이불을 휙 목 위까지 끌어올려도 전해오는 한기는 여전해서. 어릴 때부터 차던 제 몸을 향해 저주를 내뱉곤. 찬 손을 접어 주먹을 쥐곤 안는 베겔 꼭 껴안는다. 어떻게든 잠을 이루려 몸을 뒤척이다, 화끈 몰려온 통증에 눈을 떠낸다. 자리에서 일어나 아직 잠긴 눈으로 살피니 어렴풋 베인 상처에 새로 새 딱지가 굳어 있는 건 왜 인지. 분명 붕대로 칭칭 감고 잤을 텐데. 하며 생각하곤 도르 시선을 옮겨 살피니 매트리스 끝에 풀린 붕대가 흐트러져 있었다. 아래로 밀어 버리려다 멈칫 제 손을 살피니 손톱 아래로 피딱지가 끼어 검하다. 그제야 뜨인 눈으로 살피니 이불이며 시트며 갈색으로 마른 핏자국이 가득해서. 그 모습을 가만 보고 있자니 머리가 지끈 아파와서. 제 두 손을 모아 쥐어 얼굴 위로 덮는다. 꾹꾹 눈두덩이를 누르곤. 흐, 하며 간신히 울음을 삼켜 넘긴다.
"... 꼴사나운 것 좀 봐.."
정말 처참하네 진짜.
- > 호사유피
호사유피라는데
얼마나 많은 이들이 내 이름을 기억할까.
고통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게 만들어. 약은 더 이상 몸에 들지 않았지. 그래서 이따금 늦은 새벽엔 항상 몰래 병실을 빠져나왔어. 아무런 존재감이 없단 게 그럴 땐 얼마나 좋았는지. 눈 감고도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곳이라 별 재미는 없지만. 떠다다니는 동안은 아프지 않았으니까. 숨 죽은 찬 복도. 밤 하늘을 쳐다보는 것도 즐거웠지. 수천 개의 반짝이던 별들. 큰 달이 흘러 들어가는 걸, 날이 밝아오는 걸 지켜보다 항상 마지막으로 영안실에 들렸었어. 왜 그랬을까. 내가 누워 있을 자리를 미리 살펴보고 싶었을지도 몰라. 아니면 다른 이들을 만나고 싶단 생각에서 그랬을지도. 물론 한 번도 다른 이들을 만난 적도 없었고 다행히도 그곳에 누울 일도 없었지.
- > 모래성
그저 시선을 돌리고. 재잘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어도 동료들의 기억에 남았을 자신의 행동. 자신의 말. 저가 선택한 일이고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었던 거지만. 그럼에도 몰려오는 후회는 막을 수 없어서. 애써 이젠 늦었다며 제 자신을 타박하곤. 미안하다며 토해내려는 말을 꿀꺽 약과 함께 삼켜 넘긴다. 정말로.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간단하게 병이 낫는다니 얼마니 신기한 세상인가 싶으면서. 조금 더 일찍 찾아왔으면 어땠을까 해서. 거울 앞으로 타박 걸음을 옮기곤. 애써 입꼬리 당겨 웃는다. 건네져온 권유는 너무나 따뜻하지만. 쉽사리 좋다며 웃어 보일 수가 없어서.
- > 오늘도 달력에 의미 없이 엑스자를
당신과 눈을 마주하며 나눈 대화들이 언젠가 잊힐 거란 걸, 다시금 깨달을 때마다 사라지고 싶었지만
내일 아침 만나면 어떻게 인사를 건네야 할까 하는 생각에 다시금 살아가고 싶다는 걸 알고 있었으므로.
- > 당신에게 난 어떻게 남을까요?
기억에 남았으면 해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도. 그냥 평범한 동료로 남아도 좋아. 원친 않지만 저주 하는 상대가 되어도. 그저 상처를 주고 싶은 존재라도 좋아. 혹은 동정심 드는 불쌍한 아이로 보인다면 그렇게 남을게. 이름 정도 기억 못해도 괜찮아.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던, 날 기억 해줬으면 좋겠어.
내가 세상에 있었다는 작은 흔적 하나만 당신들 기억 속에 남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
- > 모래시계
-
창문도 지붕도 없는 집이야. 벽에 걸린 거울이 빈 액자 같아. 앞에 서서 웃는데 까만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아.
내 이름이 불릴 때 마다 머리가 핑 돌아. 얼마나 남았을까. 난 가만히 서 있는데 벽이 다가오는 거 같아.
밤에 잠을 못 이뤄. 빙글 돌며 춤을 추고 있어. 아니, 아마 도는건 내가 아니라 내 유령일지도.
하루가 지나간다는 게 너무 두려워. 매일매일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이야.
그래도 나약한 모습 보이기 싫어. 오늘도 약을 삼켜.
계속 달력에 X자를 그리는게 의미가 있을까.
오늘도 자기 연민에 잠겨.
의미 없는 행동이라 생각하지 않아.
내 모습이 기억에 남을 걸 알기에. 오늘도 웃어.
하루가 지나간다는 게 아쉽긴 하지만 슬프지 않아. 내일이 있으니까.
밤마다 산책을 나서고 있어. 떠다니는 것보단, 딱딱한 바닥을 딛으며 걷고 있어.
내 이름이 불릴 때마다 행복해져. 앞으로 동료들과 난 얼마나 더 가까운 사이가 될까.
생각을 정리하는 덴 혼자 있는 게 편해. 어둑한 방 안에 물잔이 마치 거울 같아. 흐리게 내 얼굴이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