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 항목: 히어로 vs 빌런? S2
"인권이니 뭐니, 머저리들이나 하는 얘기 아냐?"
캐런 마릴린 | |
이명 | 레드 슈즈(Red shoes) |
소속 | 히어로(이즈모의 ST제압반) |
성별 | 여 |
나이 | 38세 |
성향 | All |
등급 | 재해 |
1. 외모 ¶
붉은 숏컷의 더벅머리. 오른쪽 눈이 없어 안대로 가리고 다닌다.
근육질의 장신. 185cm. 제법 험악한 인상.
늘상 웃는 얼굴이나, 부드러운 인상의 웃음은 결코 아니다.
평소 군복과도 비슷한 제복에 흰 장갑을 늘 착용하고 다닌다.
커다란 장검 두개를 늘 메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높은 확률로 그녀이다.
종합하자면 꽤나 위압적인 인상.
근육질의 장신. 185cm. 제법 험악한 인상.
늘상 웃는 얼굴이나, 부드러운 인상의 웃음은 결코 아니다.
평소 군복과도 비슷한 제복에 흰 장갑을 늘 착용하고 다닌다.
커다란 장검 두개를 늘 메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높은 확률로 그녀이다.
종합하자면 꽤나 위압적인 인상.
2. 성격 ¶
좋게 말하면 호쾌하고 나쁘게 말하면 경박한 성격. 주위 눈을 신경쓰지 않고 큰 소리를 내거나 깔깔대며 웃곤 한다. 자신의 목소리가 크다는 것을 잘 모르는 듯.
전투광. 잔학스러운 성격. 정의를 명분삼아 살인을 하는 것을 즐기며 자신과 이즈모를 방해하는 것은 전부 적으로 취급한다.
전투광. 잔학스러운 성격. 정의를 명분삼아 살인을 하는 것을 즐기며 자신과 이즈모를 방해하는 것은 전부 적으로 취급한다.
3. 이능력 ¶
"춤춰라. 빨간 구두"
발의 힘을 무지막지하게 강화할 수 있다. 대략 발에 조금 무게를 실으면 사람의 머리를 짓뭉개버릴 수 있는 수준. 능력강화를 시작할 시 그녀의 시야에 살아있는 적이 없게 될때까지 능력을 멈출 수 없게 된다ㅡ 이 부분의 경우, 그녀의 성향 때문인지 능력때문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능력 자체로는 위험 정도의 능력이나, 앞서 말한 "능력을 멈출 수 없다"는 부분과 본인의 완력을 통해 벌이는 깽판이 워낙 심했던 관계로 재해의 등급을 받았다.
그녀의 무자비하고 잔학스러운 면모 또한 능력의 패널티가 아닐까 추측되었으나, 단순 천성으로 밝혀진다.
능력 자체로는 위험 정도의 능력이나, 앞서 말한 "능력을 멈출 수 없다"는 부분과 본인의 완력을 통해 벌이는 깽판이 워낙 심했던 관계로 재해의 등급을 받았다.
그녀의 무자비하고 잔학스러운 면모 또한 능력의 패널티가 아닐까 추측되었으나, 단순 천성으로 밝혀진다.
4. 독백 ¶
- 정리하는 밤...?
- (샤오화 독백에서 이어짐)
...어라? 아마도 그 사람의 방에 미련이 남았던 것은 당신 뿐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붉은 숏컷의 장신이 당신이 있었던 곳으로 들어간다. 거 참. 대장을 싸워서 죽이는 것은 나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같은 험악한 소리를 중얼거리면서. 그리고 그 한쪽 눈이 향한 곳은 당신이 박스에 던져넣었다고 생각한 서류. 바람이 불었는지 바닥에 떨어진 모양이다.
LIST (2014)라고 적힌 서류를 찬찬히 훑던 그녀는 이내 한 마디를 중얼거린다.
"내 이름이 없잖아."
아무리 누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지만, 적혀있지도 않다니 조금 너무한 거 아냐~? 그렇게 생각하고 그녀는 책상 위에 있던 빨간 펜을 줍더니, 휘갈기듯이 맨 마지막줄에 이름을 추가해넣는다.
ㅡ
LIST (2014)
장주
드러그
27
페이퍼
스카이
11
2P
쉴드
중재자
H
여행자
"레드 슈즈"
- -Red shoes
"소식 들었어? 그 개x끼의 정체로 추정됐던 크레니스가, 이즈모에 천억을..."
"아- 관심없어."
중요한 이야기를 해오는 이즈모의 지인에게, 그녀는 노골적인 태도로 귀찮음을 표시하고는 걸어간다. 군복의 분위기를 띄는 검은 제복, 등 뒤에 맨 거대한 장검 두개가 눈에 띈다. 또래 남성과도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덩치와 근육질의 몸이 인상적이다.
"잠깐. 이거 중요한 얘기라고! 앞으로 이즈모에서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모를 사람이 하나 더..."
"그럼 발이라도 핥지. 뭐 문제 있나?"
"감시 붙였더니 기업 하나를 통째로 뭉개버린 성질머리를 몰라!? 언제 수틀려서 우리를 물어뜯을지 모른다고...! 물리적으로 덤벼대는 것도 무서운데, 그 권력이며...!"
"뭐 - 됐어. 쫄리면 뒤지시지."
야. 이 자식...! 붉은 숏컷은 그러거나 말거나 내 일 아니라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 어쩌라고. 그러다가 지인의 한 마디가 마침내 그녀의 발걸음을 멈춰세운다.
"재해급 빌런의 정체일지도 모른다니까!?"
...아. 드디어 반응한다. 심각성을 깨달은 건가... ...라고 생각하던 지인은 이내 그녀를 과소평가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정말?"
"그...그래! 묵빛 늑대 얘기 들었잖아! 그럴지도 모른다기 보다는, 거의 확정이야!"
"...그렇다는 얘기지?"
그녀의 얼굴이 희열넘치는 미소로 가득 차 간다. 벌써부터 기대되기 시작한다는 듯한 표정이다. 그리고 뒤이어 나온 말은 지인을 다시금 미치고 팔짝 뛰게 하는 것이다.
"만약에 싸우게 된다면, 최전선엔 나를 배치해."
"무슨 미친 소리야!? 그런 상황이 오면 끝이라고. 끝! 너는 예나 지금이나 싸울 생각밖에 없고..."
"아아. 두근두근한걸... 재해급의 빌런이라니. 거기다가 5미터도 넘는 어마어마한 덩치...!"
그 정도 크기의 늑대라니, 상상만 해도 짜릿하잖아! 아아. 신난다. 마치 나를 위해서 존재해주는 능력자같은걸- 한 번 베는 걸로는 어림도 없겠어! 피도 잔뜩 나오겠지. 피. 피! 강경진압 경고에 한 동안 심심했는데, 오랜만에 붉은 구두의 전설을 다시... ...온갖 종류의 미친 소리를 늘어놓는 그녀에게 지인은 마침내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내가 얘하고 왜 친구했었지.
"...그래서, 볼일이란게 뭐야?"
시기도 안 좋은데 얌전히 있지 않고. 왜 굳이 이즈모에 기어들어와서. ...그런 말을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애인님이랑 데이트할 일이나 생각하자. 새로 산 립스틱 자랑하고 발라줘야지. 그렇게 여자친구와 대화할 생각을 하며 마음을 추스리는 지인에게 레드 슈즈는 가볍게 대답한 것이다.
"생포된 범죄자."
"아. 그 녀석... ...심문이라도 하려고?"
"그래. "
"......"
그녀는 이 친구의 '심문'한다는 말이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아무리 상대가 범죄자라지만 대체 무슨 짓을 하러 갈지 알 수 없었으니까. 아니. 애초에 이 인간이 심문같은 얌전한 짓거리를 할 만한 자가 아니었을 텐데. 이미 다리 한 쪽도 없는 아가씨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저기... ...너무 심하게는 하지 마."
"걱정 마. 걱정 마. 정말로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가는 거라고! 네가 생각할 만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레드 슈즈는 푸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걱정하는 그녀의 태도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이다. 진짜 얘랑 왜 친구했더라. 아. 일찍 절교해뒀어야 하는데. 그렇게 안 그래도 그닥 순탄치 않은 인간관계에서 또 한명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는 것도 모른채ㅡ아니면 알아도 신경쓰지 않은 채ㅡ레드 슈즈는 곧장 심문실로 향하는 것이다.
"기대되는 걸. 배신자."
그녀의 한 쪽 눈이 번뜩하고 빛났다.
MPC '레드 슈즈' 가 추가됩니다.
- 빨간 구두와 빨간 두건
하나, 둘, 셋... 나에게 짓밟혀 죽은 머저리들이 벌써 열일곱. 그녀는 미소짓는다. 이즈모 내 감옥에서 죄수들은 바들바들 떨며 눈 앞의 학살자를 지켜보고 있었다. 괴물이라는 표현조차도 그녀에게는 실례일 것만 같았다. 레드 슈즈는 희열 가득한 미소를 짓는다. 도무지 신원을 알아보기도 힘든 수준의 시체들이 쌓여만 갔다.
"...푸하하."
신이 났다. 이젠 당초 목적따위는 어찌되든 좋았다. 좀 더. 좀 더 내 구두 밑에서 버러지같이 죽어가줘. 벌벌 떠는 모습들이 그녀에게 가학심을 부풀려갔다. 차라리 칼로 살해당하면 깔끔하기라도 하지. 이것은 생고문에 가까웠다. 팔을 뜯어버리고, 머리를 밟아 부수고, 손가락 발가락 하나하나를 꺾어 부러뜨리는 모든 불필요한 과정이- 그녀의 쾌락이었다. 즐겁다.
열여덟번째의 죄수를 해치우려하던 때, 그녀의 머리에 총구가 겨눠져왔다.
"...그만둬."
에스터는 주변의 광경을 보고 구역질이 나려는 것을 참고 있었다. 언젠가의 트라우마를 중첩시켜놓은 것 같은 모습을 애써 모른 척 하고, 눈 앞의 새빨간 괴물만을 바라본다. 손도, 옷도, 신발도, 전부 머리색과 같은 붉음을 띄고 있었다.
붉은 구두는 희번득대는 눈을 그녀에게로 가져간다. 머리말. 히어로의 수장이라는 위치에 세워졌다고 했던가. 그래봤자 눈속임을 위한 광대주제에 나에게 대들다니. 그녀는 험악한 미소를 거두지 않은 채 말한다.
"내가 왜~?"
"...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거지."
그러자 우습다는 듯이 그녀는 대답한다.
"범죄자 나부랭이들을 밟아죽이는 것이 내 즐거움이니까."
...에스터의 표정이 다시금 일그러진다. 도무지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인간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에스터는, 사람을 보면서 공포나 증오를 넘어 역겹다는 생각을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침착하게, 냉정을 되찾은 채로 말을 이어나간다.
"앤서니 프로젝트의 시동이다. 범죄자라고 해도 인간은 인간. 당신이 하는 것은 단순한 학살에 불과하다."
"...푸하하!"
그녀의 진지한 목소리에 무심코 튀어나온 웃음에 이어, 감옥 전체에 울려퍼질만한 크기의 깔깔거림이 되돌아온다. 무엇이 우습다는 거지. 눈물까지 빼면서 한창 웃어댄 그녀는 "아. 정말 재밌는 농담이었어"라며 낄낄거린다.
"그래서? 학살에 불과하면 뭐가 나쁘고, 인간을 죽이면 뭐가 나쁜데?"
"...그건..."
"아. 그래. 수장이라고 하셨나? 높은 위치에 올라오니까 눈에 보이는 게 없나봐? 내가 당신 상관이라는 것은 알고 있나?"
레드 슈즈는 2012년부터 ST에 있던 사람이다. 반면, 에스터는 2010년부터 비공식적으로 히어로활동을 해오긴 했지만 정식으로 이즈모에 들어온지는 3년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기때문에 경력에 있어서는 레드 슈즈가 훨씬 위였다. 또한, 두 사람이 이 사실을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히어로 자체도 ST를 위한 일종의 눈가림의 역할이었고.
"...그런 것은 관계없다. 당신이 하고 있는 짓은 잔학스러운 폭력일 뿐이야. 이유도 없이 이렇게 사람을 죽여대는 것이 대체..."
레드 슈즈는 에스터의 턱을 움켜쥔다. ...큭. 작은 신음소리가 목에서 튀어나온다.
"나에게 설교하지 마."
그녀의 눈이 금방이라도 에스터를 잡아먹을 것처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그녀는 에스터의 배를 강화된 발로 쾅 차버린다.
Dice(71,94) value : 93
"......!"
에스터가 벽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그대로 부딪힌다. 콜록, 목에서 피가 토해져나온다. 아무래도 내장이 파열된 모양이다. 사람의 머리를 뭉개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화된 발이니, 에스터가 이 정도로 충격을 입은 것도 당연한 일이다. ...에스터는 붉은 구두를 노려본다. 이제서야 만족스러워졌는지 그녀는 미소짓는다.
"그걸 맞고도 쓰러지지 않다니, 대단하네. 죽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찬건데-"
"...대체. 무슨..."
"아니.아니. '사소한 다툼' 이라고. 감옥같은 곳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잖아? 아니면 이 정도도 각오 안하고서 나에게 명령을 들이대러 온거야?"
"...나는..."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였다. 그런데, 그렇지만, 레드 슈즈는 약자로서의 공포를 만인에게 심어주는 것을 누구보다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에스터와는 정 반대였다.
"화가 조금 풀렸으니 오늘은 이만 물러나줄게."
에스터의 머리를 한 대 더 손바닥으로 때린 뒤, 레드 슈즈는 유유히 감옥을 나선다.
"다음에도 이러면 한 방으로는 안 끝날줄 알아."
정색과 함께 그렇게 노려보는 것도 잊지 않은 채.
17명 사망
- 쿠키 모방범죄 반응
"푸하하."
레드슈즈는 사람의 팔다리가 주렁주렁 걸린 벽을 바라본다. 테이프로 무슨 짓을 해놓은거야? 조잡하고 아마추어적이다. 그렇지만 나에게 알려주려고 이런걸 적어놨다니 기특하네. 아니. 기특해하면 안 되나? 화내야 하나? 알게 뭐야. 재밌는데.
근데 이 이모티콘은 뭐냐? 귀여우라고 적은거야? 자기가 꼬맹이라는 걸 티를 내는건가? 레드슈즈는 기억을 떠올려본다. 얼굴을 찡그린다. 기억을 되살려본다.
"어디보자. 이게..."
아. 맞아. 히어로의 장례식에 무례한 짓을 한 머저리가 있었지. 2년이나 지난 일이었던 것 같은데. 그걸 기억한거야? 기억력도 좋네. 얼빵한 놈인줄 알았는데! 모방범죄라니. 독창성이 떨어지잖아. 나는 이런거보다 화끈하게 여럿 죽이는게 좋은데.
뭐. 그냥저냥 봐주도록 하자. 오늘은 나도 기분이 좋으니까! 그나저나 열심히 글씨 적어둔건 좋은데, 아무래도 곧 그거 못쓰게 될 것 같네. 지금 나, 일해야 하거든. 조심성이 없어서 말이야. 너도 알잖아? 그녀는 다가오는 적들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쾌활찬 미소를 지으며, 등에서 칼을 꺼낸다.
15명 사망.
5. 일상 ¶
- 레드 슈즈 - 쿠키
- 심문실에 도착한 험악한 얼굴이 당신에게 꽤나 오랜만일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이라는 말이 반갑다는 뜻이라곤 절대 못 하겠지만. 칼을 못 갖고 간다니 유감이네. 아- 물론 공격하거나 하진 않을 거야. 정말로. 어디까지나 신사적인ㅡ아니, 숙녀적인?ㅡ대화를 하고 싶은 거라고? 아무튼 레드 슈즈는 당신의 앞에 대령되었다.
"오랜만이야. 꼬맹아. 그 멍청한 대가리는 좀 나았어-?"
더 나빠진 거 아냐? 임무를 수행해가면서 좋든 싫든 제법 마주한 얼굴이니까, 당신도 그녀를 어떤 식으로든 알고는 있었겠지.
"뒤진 줄 알았더니 잘도 살아있었네?"
그렇게 말하면서 뭐가 즐거운지 깔깔대며 웃는다. 경박한 것도 그 때 그대로다.
ㅡ
탕. 하는 소리와 함께 타깃은 허무할 정도로 빠르고 추하게 붉은 것을 흩뿌리며 와르르 무너진다. 폭음이 울린다. 공항이 반파되었다.
....그런 꿈을 꾸었나?
***
지난밤 맞닥뜨렸던 남성에게 뒤늦게 히어로라는 답변을 들은 후부터 심각한 불안 증세가 걷잡을 수 없이 몰려와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어째서? 그리고 소리소문없이 혼자 덜덜 떨었던가. 왜? 물기 하나 없이 말라버린 옥색 두 눈을 깜빡인다.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그러니까 최소한 십 몇 시간 이상은 거의 움직이지도 못 하고 구속복에 온몸이 묶여있었지. 굳어버린 자세에 목이, 허리가, 전신이 욱신거렸다. 정말이지, 같은 자세로 오랜 시간을 견디는 건 고역이다. 전신의 고통에 능력을 써서 탈출해보겠다는 생각조차 쉽사리 들지 않았다. 그래서 정말 싫었는데. 아니, 싫었나? 레이키는 제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머릿속이 혼란하고 정신도 기억도 뒤죽박죽 섞여 빙글빙글 돌아갔다. 돌아가고 돌아가던 의식을 잠시나마 붙들어 준 것은 이즈모에서 일하는 누군가의 음성이었다.
구금실을 벗어나는데도 불구하고 벗겨질 일이 없어 보이는 하얀 구속복에 눈쌀이 찌푸려졌다. 갑갑해. 상황 파악을 못 하는 불평불만이 목끝까지 차올랐다가 가라앉았다.
그리고, 지금은 여기다. 심문실로 들어서는 당신과 눈이 마주친 순간부터 레이키는 한 마디 대꾸가 없었다. 다시금 의식이 불안에 푹 절여져 빙글빙글 돌아간다. 다만 멍청한 대가리라던가, 뒤진 줄 알았더니 잘도 살아있었다던가 하는 말들은 어지러운 와중에도 잘 꽂혀 들어오는구나. 웅웅거리는 소리와 여기에 존재하지 않을 누군가의 음성이 섞여들어 귓가를 맴돌았다. 당신의 큰 웃음소리도 거기에 섞여든다. 귀가 아팠다. 아니, 머리가 아픈 건가.
" 당신이.... 왜 여기 있어...? "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가 길고 길었던 침묵을 깨고 살짝 고개를 들었다.
ㅡ
"......"
사실은 그녀는 심문실에서 당신을 마주하기 전까지만 해도 꽤나 신이 나있었다. 배신을 했어도 한 때 같은 곳에서 일했던 동료니까.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있었다니, 거기다 빌런의 편이 되어있었다니- 재밌잖아! 그녀의 성격상 말투가 거칠고 험악한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ㅡ어쩔 수 없긴. 그 부분이 가장 문제잖아!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당신은 배신이라는 어마어마한 짓을 저지른 것 치곤 너무나도 무력하고, 한 대 쳤다간 죽어버릴 것 처럼 연약해보이는 것이다.
"재미없어."
그래서 그녀는 얼굴을 찡그린 채 턱을 괸다.
"어이- 나는 네놈이 살아있다길래 좀 기대했단 말이야. 어디서 먹구름이라도 가져와서 폭풍우랑 번개같은거라도 쳐줄 수 없어-? 갇힌 김에 난동도 좀 더 피우고. "
왜. 창살을 부수거나- 간수들을 죽이고, 피를 번지게 하거나! ...지금 당신의 꼴을 보고도 난동을 피워달라는 말이 나올까. 나잇값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못 하는 철부지다.
"내가 여기 있는 게 이상해-? 이즈모의 사람이 히어로들을 친히 도우러 오셨다는 게. "
그래도 바들바들 떨며 겁먹은 얼굴을 보는 것도 나쁘진 않네. 가학심이 들잖아.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투박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으로 당신의 얼굴을 조금 아플 정도로 쿡쿡 찌른다. 힘 조절좀 하자.
ㅡ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구나. 레이키는 난동을 부리라 말하는 당신을 다소 황당함이 섞인 눈으로 잠시 응시했다가 도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당신과 레이키 사이를 가르는 차가운 테이블이 시선 끝에 걸렸다. 심문실이라는 타이틀에 맞지 않는 하얀 테이블은 징그러울 정도로 깨끗했다. 정말 악취미적인 색상 선택이구나.
" ....하다하다 이즈모에서 난동을 피우라는 소릴 하네. "
당신은 예나 지금이나 바뀐 게 전혀 없구나. 알 만한 사람이 왜 이러실까. 힘없이 늘어지는 목소리 안에 작은 칼날을 숨긴 레이키는 그저 지나가듯 가볍고 힘없이 중얼거리다가, 문득 제 얼굴을 아프게 찔러오는 손가락에 살짝 인상을 쓰며 구부정하게 숙였던 고개를 뒤로 뺐다. 들릴 듯 말 듯 전해진 아파, 라는 말은 아마 의도했던 한 마디는 아니었을게다. 콕콕 찔린 얼굴에 약간의 통증이 감돌았다. 구속복에 팔이 묶여있는 게 참 유감스럽네.
" 당신이 '그냥' 이즈모의 사람이라면 물어보지 않았겠지. "
ST제압반, 혹은 ST특수부대. 당신을 포함한 우리- 아니, 당신네들은 고작 도우러 왔다는 하찮은 이유로 머무를 인간들이 아니잖아. 레이키는 숙인 고개를 들고 당신을 쳐다보았다. 불안이 몸 속에서 들끓었다.
ㅡ
"뭐 - 인력 부족이니까."
어이없다는 듯한 당신의 말에는 대꾸조차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되도않는 핑계로 말을 넘겨보려고 하- 긴 개뿔. 그런 성격이 아니지.
"알고 싶어?"
그녀는 당신의 얼굴 가까이까지 얼굴을 들이대고는 키득거린다. 분명히 늘 웃는 얼굴이지만, 이렇게까지 부드럽게 보이지 않는 것도 어려울텐데. "배신자에겐 알 권한이 없지." 그런 말을 속삭인다ㅡ그녀의 입장에서는 속삭인 것이지만, 일반인의 기준에서는 속삭인다고 표현하기엔 조금 많이 큰 목소리다.
"세계 곳곳에서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나잖아-? 라오스에서도 뭔가 깽판이 일어나니까 나도 여기 있을 수 있는거지. 안 그래?"
꼬맹이는 뭐가 그렇게 불안할까? 나는 이 모든게 재밌기만 한데. 약한 적이 나타나면 마구 베고, 강한 적이 나타나면 스릴넘치게 베고, 놀랄 정도의 적이 나타나면- 아주아주 신나는 거지! 캬하하. 너를 만나기를 기대한 것은 그런 이유도 있었는데. 고작 열 네살 때에 공항에서 온통 난장판을 피운데다, ST를 죽은 체 하고 도망친다는 맹랑한 짓까지 벌이다니. 어떻게 이렇게 딱 재밌고 신나는 녀석이 다 있을까. 능력부터가 말이야. 재해잖아. 재해! 재해급이라니,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명칭이다. 막상 자신은 재해로 측정되긴 했어도 실상 내가 신나게 뛰어다니니까 쎄보이는거지 그닥 큰 쓸모있는 능력도 아니라고. 물론 그래서 싫냐고 한다면 - 그건 전혀 아니지만 말이야!
"오랜만에 봤더니 얼굴이 어째 더 맹해진 것 같네. 뭔 일 있었냐? ST를 배신한다는 엄청난 짓을 저지른 것 치곤, 너무 얌전하지 않아-? "
이대로라면 나랑 싸워보지도 못할 것 같은데. 그러면 안 되지. 살아남았으면 싸워줘야 할거 아냐! 아. 그나저나 붙잡혔으니 이제 곧 죽어버리려나. ST의 배신자인데다가, 빌런에다가, 엄청난 범죄자고... ...그러면 재미없는데. 이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 놈이 있으면 그렇게 쉽게 죽여버리면 안 될거 아냐. 목숨을 걸고 한판 승부를 하는 짜릿한 즐거움을 모르다니, 높으신 분들 머리도 딱딱하기 짝이 없지.
(19스레)
ㅡ
날카롭게 벼려진 배신, 배신이라는 말이 물렁한 뇌 한 구석을 쿡쿡 찌른다. 제 얼굴 가까이까지 바싹 다가온 웃는 얼굴이 오싹하다. 레이키는 속삭이는 당신의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헉, 하고 마른 숨을 급히 들이켰다. 구속복 탓에 고개 하나 돌리는 데도 제약이 생기는 이 상황이, 부쩍 좁혀진 거리가 몹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만 그 모든 것을 덮을 정도로 어지러운 머릿속이 힘겨워서. 그래서 겨우 당신의 말에 대답하는 것 외에는 다른 행동을 할 생각조차 못 하는 게다. 참 웃기지. 반복되는 말들과 훈련에 병행된 고함소리들. 저항하는 자에게 가해진 본보기와 본보기가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 일부 행동을 제약하고, 머리를 가르고 살을 째도 앞뒤 재지 않고 그저 무조건적으로 애정하고 충성하던 버릇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는 게 말이야. 정신이 함몰되면서까지 엉킨 실타래를 풀어내려 노력했거늘 결국엔 제자리였나. 레이키는 실소를 흘렸다. 하나도 빠짐없이 자업자득이라서 누굴 탓할 수도 없네.
" .....내가 여길 다 뒤집어 엎어 놓길 원해? 하지만 얌전하게 굴지 않으면 넌 날 죽일 거잖아. 아냐? "
레드 슈즈. 적어도 구속복에 묶인 채로 머리가 밟혀 죽고 싶진 않아서. 실상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지만, 그건 도저히 인정하고 싶지 않으니 입을 다물기로 하자. 기분이 다시금 나빠졌다. 레이키의 옥색 눈동자가 천천히 천장에 홀로 매달린 백열등으로 향한다. 조악한 백색전등이었다.
" 무슨 일은 히어로를 바로 못 알아봐서 도망치지 못한 것, 그리고 지금 널 만난 것밖에는 없어. "
이즈모의 개, 안쪽에 송곳이 달린 목줄을 자랑스레 달고 사는 군상들. 기실 제 과거도 다를 건 없었고, 어떻게든 재주좋게 벗어나도 후유증까지 벗어던지기란 불가했지만서도. 그래서 두 번 마주치고 싶진 않았고 가급적 얽히고 싶지도 않았는데. 머리가 녹아버릴 것 같았다. 레이키는 정신줄을 잡아두려 제 죄목을 머릿속으로 하나하나 세어보기 시작했다. 블랙 옵스 수행 중 무장탈영, 밀입국, 테러, 살인. 이런, 사실상 시체로 나갈 수만 있어도 감지덕지겠네. 뻔뻔하지만 아직 죽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하는데, 어쩔까.
ㅡ
"아- 내가 그렇게 재미없는 사람으로 보였어-?"
글쎄. 죽일 거였나? 아니었나? 지금 그녀는 이 녀석이 깽판을 치면 선혈이 낭자하는 전투 시작이다! 라는 생각으로 고양되어있었다. 물론 거기에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나 상대의 기분같은 것은 안중도 없었지.
"얌전히 있으면 죽이지 않는다니, 순진한거 아냐?"
낮고 조금은 진지한 목소리와는 상반되게, 눈을 접어올린 채 입꼬리를 올린다. 그렇지. 그녀는 애초부터 이런 사람이었다. "얌전히 있으면 이렇게 무력하고 재미없게 죽는 거고, 날뛰면 좀 재미보는거고- " 아. 혹시 내가 있어서 무서운 거야? 그럴 만도 하지. 이 몸은 전설적인 빨간 구두시니까! ...정말 분위기파악 못하는 데에도 정도가 있지.
"캬하하. 나를 만난 것이 그렇게나 큰 일이라니. 영광이네!"
그리고 또 다시 깔깔거린다. 확실히 시끄럽다. 안 그래도 싱숭생숭한 당신의 정신상태를 끊임없이 휘젓는다. 마구 웃어대는 그녀의 경박한 웃음소리가 면회실에 끊임없이 울려퍼지고. 이미 갇힌 시점에서 결코 편안하게 지내는 건 불가능하지만, 이 시끄러운 사람의 등장으로 조용히 혼자 있을 시간조차 보장할 수 없게 되어 유감이다.
"...그래서. 너는 어느 쪽이 좋아?"
이 곳에서 발버둥도 못 치고 죽을 날만 기다리는 거랑, 좀 더 발악하는 것- 그리고는 붉은 구두는 다시금 미소짓는다.
"만약에 사고칠 패기만 있다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다고?"
ㅡ
얌전히 있으면 이렇게 무력하고 재미없게 죽는거고, 날뛰면 좀 재미를 보는거고. 당신의 말을 듣고 나서야 살짝 제정신이 들었다. 한도없이 달궈지던 뇌에서 열이 가라앉는다. 그렇네, 이러나저러나 최종 결과는 죽음이겠구나. 레이키는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굴리며 선택지와 가능성을 따져보기 시작했다. 하나. 아무 저항 않고 구속되어 있다가 쥐도새도 모르게 죽어버린다. 둘. 눈 앞의 이 인간과 일이 터지면 곧잘 달려올 인원들에게 죽을 각오를 하고 거하게 사고를 쳐 본다. 죽음의 가능성이 보다 낮은 건 당연히 2번이지만- 허나 본인을 완전히 믿을 수 없어 조금 망설여지기도 하고.
" 이즈모는 안 건드리고 싶었는데. "
글쎄, 그러게. 어느 쪽이 좋을까? 레이키는 자문하기 시작했다. 실상 본인같은 쓰레기가 더 이상 이 세상에 살아있을 가치가 있던가? 이즈모에서 죽여준다면 차라리 기쁠지도- 잠깐. 흘러가는 의식을 붙잡았다. 소름이 끼쳤다. 전부 떨쳐낸 줄 알았거늘, 뇌 구석구석 깊게 파고든 사상이란 것은 쉬이 닦여나가질 않는가보다. 당신의 큰 웃음소리가 가뜩이나 포화상태인 정신을 괴롭힌다. 레이키는 한숨을 내쉬었다.
" 어떻게 도와줄거야? "
그러나 다행이다. 포화상태인 정신에 더한 스트레스가 얹히니 보다 충동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었으니까. 레이키는 미리 후회의 블록을 하나 더 쌓아올렸다. 이후 이어지는 건 평소와 다름없이 나른한 미소였다.
ㅡ
"나는 꼭 이즈모를 건들라는 말은 안 했어-? 그냥 깽판을 치는 게 보고 싶다고 했지."
그녀는 싱글거린다. 확실히, 굳이 이즈모를 건드려서 서로간에 하등 좋을 것은 없을 터이다. 이즈모는 원래부터 그런 곳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히어로들 목숨은 벌레목숨같지만, 자기네들의 품위에 손을 입히는 것은 두고 보질 못하지.
"그래서- 내 계획은 이래. 내가 너를 여기서 풀어준다. 너는 멀리멀리 도망쳐서 라오스 어딘가에서 비를 뿌리고 태풍을 만들고 하며 잘 먹고 잘 산다. 그러다가 너를 제압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내가 나타난다. 그리고 싸운다. 어때?"
...치밀함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작전이다. 그래도 당신의 입장에서 손해볼 것은 없을 터이다. 어차피 그녀가 말했듯 당신은 곧 죽을 처지고, 그렇다면 얌전히 죽든 발버둥치다 죽든 마찬가질테니까.
"범죄자 한명한명 신상같은거 이즈모에서 큰 신경 안쓰잖아? 솔직히 범죄자가 한둘인것도 아니고. 네가 사실 안 죽었다는 얘기를 듣고 아이디어를 얻었지- 대충 너랑 체격 비슷한 범죄자 하나를 구해서, 신체조건이 비슷하게 한 쪽 다리를 잘라두고- 죽이는 거야. 머리통을 날려버리고 몸만 남겨놓으면 넌지 아닌지 구분도 안 되겠지. 내가 홧김에 죽여버렸다! 고 해도 적당히 은폐만 하면 괜찮을 것 같거든?"
사람을 죽이는 데에만 이렇게나 머리가 돌아가는 그녀였다. 정말 적으로 두기 싫은 타입이다.
"아니. 아예... 한 명 말고, 여러명을 죽여버릴까. 이미 붙잡힌 빌런 나부랭이들 목숨을 누가 걱정하겠어. 다 죽여버리면 하나하나 구분하기도 힘들테고. 네 얼굴 보니까 오랜만에 날뛰고 싶었다고 하면 될거아냐... 실제로도 그렇고... 아. 그래. 이후 싸움 얘기를 제대로 안 했구나?"
강경진압이니 뭐니 공식적으로만 안 하면 되는거고, 어차피 사형 떨어질게 뻔한 놈들을 다 짓뭉개봤자... 사실 징계받더라도 그 만큼의 가치가 있는 사건이지만. 날뛸 생각이 드니 신나서 막상 풀어주기로 한 동기를 잊어버렸다. 제멋대로다.
"내가 내거는 조건은 이거야 - 나랑 싸우기 전까진, 죽거나 붙잡히지 말라고?"
그녀가 이런 조건을 내걸어가면서 당신을 풀어주는 것은 단순히 '재해급 능력자랑 피튀기게 싸우고 싶다.'라는 개인적인 욕망에 의한 것이었다. 저 놈이 살아있다는 것만 알았다면 당장 싸우러 찾아갔을 텐데. 동료라는 이유로 제대로 건드려보지도 못했는데, 이대로 힘없이 죽어버린다니, 재미없잖아! 전형적인 쾌락주의자인 그녀였다. 비바람을 일으키고 폭풍을 일으키며 날씨를 조작하고 날아다니는 엄청난 상대를 고작 이런 데에서 보내라고? 그런 고리타분하고 재미없는 짓 내가 할까보냐! 타고난 전투광, 잔학스런 쾌락범. 그런 단어들이 그녀를 잘 설명해줬다.
"대신, 조용히 살지 말고 최대한 뒤집어엎어보라고. 그래야 내가 너를 알고 찾아갈 테니까."
정말이지 후폭풍같은건 생각하지 않고 저지르는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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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멍청한 선택으로 붙잡혀서 쾌락주의자와 멍청한 거래를 하게 생긴 제 처지는 그저 자업자득,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레이키는 당신의 붉은 머리카락과 흰 장갑을 낀 손을 흘겨보다가 나른히 풀린 미소를 만면에 떠올렸다. 멍청한 거래라 할지라도 레이키 본인이 손해 볼 건 하나도 없었다. 여태껏 죽어있었는데 두 번은 못할까.
" 머리가 좋네~ "
환상적인 계획이야. 비꼬는 말인지, 진심을 담은 칭찬인지 모를 목소리가 당신에게 건네졌다. 몇 번을 곱씹어도 거래의 내용부터 조건까지 제게 피해가 올 만한 부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신이 죽어도- 사실 죽지 않았다는 게 밝혀져도 후폭풍은 모두 당신에게 돌아가겠지. 저는 그저 풀려나면 풀려나는대로, 당신의 거래 내용을 충실하게 이행하면 되는것이다. 최대한 뒤집어엎어라.
" 한 명이든 백 명이든 그건 당신 원하는대로 하고. 좋아. 하자. "
그러다가 후일 거래 내용대로 당신을 맞닥뜨리게 되면 원하시는 대로 싸우면 되고. 뭐, 만에 하나 싸우기 싫어진다면 그대로 도망가버려도 되는 일이다.
" 멍청한 쓰레기 하나 구제해줘서 고마워, 레드 슈즈. "
ㅡ
"그렇지-? 여전하신 이 몸의 비상한 두뇌라고! 좀 더 감탄해도 좋아."
기실, 거래로 서로가 얻게 될 손익만 계산하면 오히려 이 쪽이 이용당한 모양새인데.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강자와 싸울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났는지 그 뒤는 알 바가 아니었다.
"그래. 그래. 네가 멍청하든 쓰레기든 알 바 아니고, 다음에 한 번 죽도록 붙자고."
문자 그대로 피바람을 일으키는거야. 피로 된 비랑 피로 된 폭풍우, 피로 된 태풍까지. 상상만 해도 두근거리는 일이었다. 그녀는 흥분감에 도취된 채 미소짓는다.
"꼬맹이- 아니, 11 ."그리고 그녀는 심문실을 나선다. 재미있어지겠다고 미소를 띄운 채. 레드 슈즈가 심문실에서 완전히 벗어나면, 다시금 당신은 고요함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 진성 - 레드 슈즈
허공을 향해 가볍게 튕겨진 동전이 춤추듯 빙글빙글 돈다. 허공에서 몸을 비틀며 위, 아래를 반복한다. 결과는 50대 50. 위가 나오든 아래가 나오든 둘 중 하나는 확실히 정해진다. 하지만 결과는 보지 않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둠속에서 다가온 흰색 장갑에 휘감긴 손이 동전을 낚아챈다. 손안에 느껴지는 동전의 모양을 확인하듯 꽈악..하고 한번 쥐던 그는 다시 엄지손가락 위에 걸치 듯 올려 다시한번 동전을 위로 튕긴다. 피잉..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운 소리가 낡은 폐빌딩에 울린다.
아무것도 없고, 그저 소파만 하나 덩그러니 놓여져있는 그 건물에 혼자 있던 그는 동전을 홀로 주고받고 있다.
쿵... 작은 울림이 느껴지자 그의 손이 뚝 하고 멈춘다. 하지만 얼마 안가 다시 아무일도 없다는 듯 동전을 튕기며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행동한다.
타탁 하고 황급히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붉은색으로 번진 흰색 셔츠를 걸친 그의 부하가 기어 올라오듯 그가 있는 꼭대기 층에 도달한다.
" 하아.. 하아.. 남작님 위험.. "
아쉽게도 뭔가 전할 말이 있었던 것 같지만 말은 끝내지 못했다.
진성은 그를 싸늘한 눈으로 한번 힐끗 보더니 동전을 주머니에 넣으며 나긋나긋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 거릴 뿐 이였다.
마피아들, 전 히어로들, 주요 간부들은 전부 치우고 쓸모없는 양아치들만 밑에 배치해두긴 했지만 그 정도론 20분조차 버티지 못하는 것 일까.
스르릉 하고 무언가 날 붙이가 지면을 끄는 듯한 소리와 함께 또각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붉은색의 그녀가 도착했다. 그 흰 장갑은 이제 붉은색 장갑이라고 말해도 속아넘어갈 정도로 의미가 불명했다.
피부에 느껴지는 찌릿찌릿 거리는 감각이 경고를 보내고 있다. 그녀를 보자마자 머리속의 낡은 영사기가 마지막 필름을 돌릴 준비를 하고 있지만 아직은 아니다.
그가 마주하는 그녀는 웃고있었다. 상냥한 미소는 아니였다. 무언가 즐겁다는 듯 비릿한 웃음이였다.
그 웃음이 너무나 후련해보여서 그도 웃어버리고 말았다.
평소에 보이는 상냥하고 따뜻한 웃음처럼 입꼬리는 올라가 있지만, 눈은 한 없이 비열하게
" 어서오게나, 캐런 마릴린.. 이 몸이 그대를 알고있기에 그대는 소개할 필요가 없지만, 이몸에 대해서 소개하자면 이 몸은 남작이라네. 찾고있는 물건은 이 것 인가? 아니면 이 몸의 목숨인가? "
거창한 환영인사를 하며 다리를 꼬아보이던 그의 손에는, 저번의 이즈모 직원의 방에서 찾아낸 USB가 들려있었다.
ㅡ
그리고 당신의 부하는 눈 앞에서 심장이 꿰뚫린다.
"쿠헉..."
신음소리가 울려퍼진다. 칼에 관통당한 가슴에서는 폭포수같은 피가 쏟아져내린다. 잔챙이. 잔챙이들 뿐이다. 그리고 희번득대는 눈이 당신을 본다. 입가에는 미소를 띄고 있다. 안 그래도 죽어갔을 사람인데, 확인사살 수준이다.
"잔챙이들만 배치해놓다니, 나를 너무 우습게 보는 것 아냐-?"
당신의 질문엔 답하지 않고 실실댄다. 부하의 시체에서 칼을 뽑더니, 머리통을 콱 밟아버린다. 인간이었던 것의 머리가 썩은 호박처럼 문드러진다. USB. 이즈모내의 정보를 빼갈 셈인가. 하지만 그것보다도 지금의 그녀에겐 싸움이 중요했다. 한 번 살육을 시작한 그녀에겐 앞뒤가 보이질 않았다. 그녀가 칼을 부딪힌다.
"둘 다 받아가면 좋겠지만, 우선 너를 죽이고 생각해볼까!"
경쾌한 미소가 얼굴에 번져간다. 씨익 웃음짓는 이빨이 눈부시게 빛난다. "어이. 네놈 강하냐?" 그리고 당신에게 돌진하며 칼을 휘두른다. 날렵한 움직임이 큼지막한 곡선을 그린다. 그녀는 평균적인 사람보다 커다란 목소리로 소리친다. 거의 포효하는 수준이다.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해놓고 실망시키면 가만 안 둘줄 알아!"
Dice(1,100) 54
ㅡ
콰직. 과즙이 많은 과일이 터지는 것 마냥 사람의 몸이 머릴 잃었다. 붉은색의 늑대는 여전히 위협적인 눈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죽일 것 같은, 포식자를 마주하는 듯 한 공포는 역시 익숙해지지가 않았기에 그의 입꼬리가 파들 거리며 떨리기 시작했다.
" 우습게 봤다라, 섭섭하군. 오히려 자네를 높이 치기 때문에 이 몸은 쓸대없는 전력손실을 피하고자 주요인력을 피난 시킨 것 이라네. "
지극히 교과서적이고 간단한 서사. 죽음과 생존 사이에 동전이 춤을 춘다. 앞면은 죽음, 뒷면은 생존이라고 나에게 고한다.
동전을 쥔 하얀색 손뼈가 눈 앞에서 하늘거리다 검지손가락을 치켜들고 까딱거린다. 마치 죽음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고 알려주 듯..
단순하고 진부한 가르침. 말을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코웃음 치게 되버린다.
" .. "
온다. 차디찬 날붙이가
그는 억지로 입꼬리르 고정시킨채로 검을 피하지 않았다. 자신의 몸이 사선으로 두동강 나는 환상이 눈 앞에 보이지만 다행히 그정도는 아니였다. 스쳐 지나가는 검날, 찌릿한 격통 끝에 오는 뜨거운 혈흔..
깊게 베이지는 않았으나 죽을 만큼 아프다. 숨이 턱 하고 막히는 듯 목이 조여들지만 그는 입꼬리를 유지 시키며 팔걸이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최대한 힘을 끌어모아 소리를 내뱉었다.
" 하, 캐런 마릴린... 유감이지만 비보를 하나 전해야겠군. 우선 이 몸은 전투력이 전무하다네.. "
" 지금 이자리에서 그대가 그 검을 쓸 필요도 없이 주먹을 휘두르기만 해도 잘못하면 죽는다는 소리지. "
도망을 왜 안치냐..? 의미가 없다.
어차피 금방 잡힐텐데 의미가 없다는 뜻 이지. 오히려 이 기회를 살리는게 중요하다..
" 유감스럽게 되었군. 잔뜩 기대하고 왔지만 이 몸은 그대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없다네. 하지만 다른 재미는 보여줄 수 있지 "
ㅡ
"예쁜 얼굴이 아까워? 웃기고 있네. 내 얼굴은 이 때가 최고로 아름답다고."
그렇게 말하며 다시 웃는다. 얌전하게 있는건 딱 질색이었다. 예쁘고 사랑스런 인형같은 딸래미로 있던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면 구역질이 난다. 이제 돌아갈 수도, 돌아갈 생각도 없지만! 갑자기 다시 신이 났다. 만끽할 수 있는 자유였다. 행복한 나날이다.
"......"
레드 슈즈는 머리를 굴려본다. 이 녀석은 지금 처치해봤자 죽이는 맛도 없는 약골. 그렇지만 머리는 좋아보이고 나에게 목숨이 걸려있으니 아마 대들지는 못하겠지. 거기다 순순히 체포당해준다면 이쪽에선 일을 한 건 해결하는 것이다.
그리고 진성의 멱살을 잡고 묻는다. "진짜지?"
빌런 연합이라. 빌런. 귀찮게 달라붙는 자들? 누굴 말하는 거지? 애초부터 적이 많은 데다 덤비는 싸움 안 막는다는 주의라서 잘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귀찮은 놈들은 다 죽여버렸던 것 같은데. 그래서 당신의 멱살을 조금 더 꽉 쥔다. "뭔 소리 하는건지 바른대로 불어."
"큰 소동이라. 무슨 짓을 할 생각인데? 그걸 나에게 알려줘야 할 것 아냐."
여유로운 표정의 당신을 바라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놈이다.
ㅡ
신 이시여. 만약 당신이 존재한다면 어째서 이런 짐승이 날뛰게 두는 것 입니까? 인간이 너무 오만해졌기 때문에 이 라오스를 불지옥으로 만들고자 이런 짐승을 내려보내시는 겁니까? 아닙니다. 아직 라오스는 구원 받을 수 있습니다. 꼭 그 구원자의 왕관을 제가 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러니 부디 라오스에 모든 범죄자가 처벌받게 해주십쇼. 간곡히 기도하겠습니다.. 제가 설령 지옥에 떨어진다고 하여도 좋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모든이가 저의 무덤을 향해 침을 뱉고 손가락질 한다고 하여도..
먼 미래에는 그 누구도 이진성이라는 이를 기억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그 미래들에 진정으로 사법이 살아있고 정의의 여신이 범죄자들에게 처벌을 내려준다면, 정말.. 정말 기뻐서 눈물을 흘릴 것 입니다.
그는 이즈모에서 만들어낸 괴물을 바라보았다.
" 물론 아름답기야 하지. 그 붉은색 피가 튄 자네의 모습도 충분히 아름답다네.. 그 안대를 벗으면 훨씬 괜찮겠군. 진심이야. "
그녀에게 멱살을 붙잡히자 그는 힘 없이 딸려올 수 밖에 없었다. 그의 단정했던 검은색 정장은 잔뜩 구겨졌고, 그의 뺨은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입가에선 피가 뚝뚝 흘러내리고 먼지도 뒤집어 쓴.. 남작이라고 부를 순 없었다. 평소에 보이는 단정한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눈동자에는 여전히 총기가 서려있었다.
" 이즈모 내부에 이 몸의 부하가 있다네. 그리고 조력자도 한 명 있지.. 붙잡혀 간다고 하여도, 그들을 이용해 감시를 약화시킬 수 있지.. 그리고 그렇게 이즈모의 감옥에 도착해 구금되면. 그들이 준비해준 도구들과 능력을 이용해 감옥 내부의 서버에 접속하는 것 이지... "
위치를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은 많이 있다. 감시가 엄중하지만 히어로가 붙어있다면 간수들도 딱히 신경을 쓰지 않을 것 이고... 감옥 내부의 서버를 완전히 장악하고 한번에 모든 수감자의 문을 열면 히어로가 올 것 이다.
" 전쟁터로 변하겠지 그 거대한 감옥이. 빌런들에겐 감옥 내부의 사이킥갱, 빌런들을 구조해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수감되는 것 이니 도와달라고 말해두겠네. 부하를 통해 전달하고.. 또 자네가 자네와 내가 만났다는 소릴 할 목격자를 모조리 죽여버렸으니 의심을 해도 증거가 없지. "
좋게 말하면 제안. 나쁘게 말하면 목숨 구걸.
하지만 애초에 어떤 루트를 선택하든. 감옥 내부의 범법자들이 죽는 것은 나에게 역시 도움이 된다. 그렇게 많은 죄인들에게 극형이 아닌 구속이라 너무 자비롭지 않은가? 결국 죽는 것 이외에 모든 선택지는 나에게 이득이 될 수 밖에 없다.
" ....어떤가? 이 몸의 제안이. "
부하 A로 시작되어. 유현군과의 제안. 아무개씨와의 대화. 공작의 접촉까지. 모든 퍼즐이 맞물려 간다.
부드럽고 하얀색으로 반짝 거리는 손 뼈가 퉁..하고 퉁명스럽게 튕긴 코인은 허공에 빙글 빙글 돌다가... 쿡..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그 코인은 앞면도, 뒷면도 아닌 정확히 직각으로 세워졌다.
사신이 믿기지 않는 다는 눈초리로 동전을 보는 환상이 보인다. 너무 많이 맞은 걸까 머리가 멍해서 저런 것도 보인다.
나는 그 해골을 비웃듯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피식.. 하고 비웃었다.
ㅡ
"흐음."
레드슈즈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당신의 제안을 생각해본다. 감옥 내의 서버. 음? 이즈모 내에 부하가 있고... 감옥으로 빌런들이...
"그래. 네 말대로 빌런들을 잔뜩 죽일 기회긴 한데..."
잠시 멱살을 쥔 힘을 약하게 하고 곰곰히 생각하다, 마침내 결론에 도달한다.
"대규모 탈옥을 모의한다는 거 아냐. 이거?"
다시 이글이글거리는 눈을 하고 멱살을 강하게 쥔다. 어찌됐건 이즈모의 소속이었다. 최소한의 법 인식은 있었기에...아니. 없나? 어찌됐건 일단은 그 부분에 반응한 것이다. "누굴 머저리로 알아!? 이렇게 대놓고 난 범죄를 저지를거라고..." ...그러다가 잠시 생각한다. "...아니지."
"...흠. 그걸 미리 알려줬으니... 제압하는 것도 쉬울테고, 긴급상황이라는 핑계로 다 죽여버리기도 좋을테고..."
그러더니 마침내 씩 웃으며 말한다. "재밌겠는데?" 죽이고 죽이고 죽일 수 있으면 그녀의 입장에서는 신나는 것이었다. 그네 말대로 목격자도 다 뒤져버렸잖아? 그 정의로우신 수장님도 이런 상황에서는 시끄럽게 못 굴겠지. 레드 슈즈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깔깔거린다.
"좋아. 제안 수락이야!"
드디어 멱살을 풀고 당신의 손을 탁 잡는다. 아까보다는 비교적 덜 험악한 미소로 돌아와있었다. 그러다가 안대의 얘기가 떠올랐는지, 문득 당신에게 물어본다. "안대 속이 궁금해? 진심이야?" 별로 보기 좋은 꼴은 아닐걸. 나름대로 수치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는 흔적이니까. 다른 한 편으로는 진정한 쾌락에 눈뜬 최상의 깨달음을 얻은 날의 훈장이기도 했지만.
ㅡ
대규모 탈옥모의... 사실이라서 할 말이 없다. 지금은 최대한 저쪽의 기분을 맞춰주는데 열중해야한다. 괜히 다른 의견을 내세우거나 함부로 입을 놀리면 죽기 마련이니까. 멱살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순간 두려움이 엄습하지만 그는 태연한 미소를 유지한 채로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던 순간 이였다.
갑작스럽게 그녀는 재밌겠다는 반응을 보이며 기분 좋아보이는 미소를 보였다.
성공인가....
" 진심을 알아주니 기쁘군.. 서로 윈윈하는 쪽으로 가니 참 좋지 않은가.. "
그는 그녀에게 잡힌 팔을 가만히 보며 이제 어떻게 할까 하고 고민하던 와중.
문득 툭 던져온 그녀의 질문에 잠깐 멈칫하던 반응을 보이기도 잠시 빙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진심이라네 그대여. 이 몸은 그대가 안대 뒷편에 무엇을 숨겼는지 궁금하거든.. "
두번째 감옥행. 계획대로 안풀린다면 여기서 끝이지만 의지를 가진다. 아직은 죽을 수 없다.
그는 능력을 이용해 휴대폰으로 부하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곰돌이에게 자신의 계획을 전하라는 메세지를...
ㅡ
"숨기고 뭐고 없다구. 그냥 한 쪽 눈이 없을 뿐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레드 슈즈는 자신의 안대를 열어 보여준다. 안대 뒤의 흉터와 함께 한쪽 눈이 부자연스레 감겨있는 모습이 드러난다. "괴물과의 싸움에서 잃어버렸어. 흔히 재해급 능력자라고 하는 거 말야." 씨익 미소짓는다.
그 날의 일을 떠올리면 다시 피가 끓어오르도록 짜릿한 기분이 든다. 자신의 첫 패배이자, 인생 최대의 강자와 처음으로 싸웠던 날. 그 날 이후 자신은 강한 자와의 싸움을 계속 기대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 그 때 느낀 스릴을 다시한번 느끼기 위해.
"좋아. 그렇다면 군말말고 따라와. 나중에 딴소리하면 머리통을 날려버릴거야."
저 녀석처럼. 바닥에 널부러진 시체를 칼로 가리킨다. 당신의 부하였던 자의 것이었다.
ㅡ
" 아.. 투쟁의 증거로군. 순수한 투쟁의 증표는 덧 없이 아름답지. "
그는 그녀가 시키는대로 조용히 일어났다. 베인 상처가 아직도 욱신거리고 뺨도 저릿거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적의를 표출하지 않는다.
전투력이 전무한 자신은 여기서 저항한다 한 들.. 저 꼴이 될테니까.
그는 널부러진 시체를 가만히 보다가 고갤 끄덕였다.
" 운전은 직접해야겠군. "
아마도 짐작이지만 그녀가 운전대를 잡는다면 상처가 더 벌어질 것 이다.
손목을 어루만지며 한숨을 내쉰다. 아마도 내일 신문을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신문에는 1면에 자신의 이름이 새겨질 것 이다. 이즈모의 의미없는 공훈이 되고 싶지는 않지만 일단은.. 그렇게 적힐 것 이다.
앤서니 프로젝트라고 불리던 그것도 체험하겠지.. 의미는 없지만.
" 아.. 한가지 부탁하겠는데. 어줍잖은 상담사를 이 몸에게 붙여주지 않았으면 좋겠군. 그건 굉장히 이몸을 무시하는 행위라네. "
" 그래도 꼭 누군가가 상담을 하거나 심문을 위해 온다면...그래. 유현군. 아니면 자네가 적당해. 성실하게 응해주지.. "
그는 싱긋 미소지으며 계단쪽으로 걸어갔다.
6. 기타 ¶
ST제압반의 거친 이미지에 큰 공헌을 한 사람중 하나. 막 ST에 들어와 한창 활약하던 시기에는, 민간인이고 범죄자고 내 눈에 띄면 죽인다! ...같은 막장스런 짓거리를 서슴없이 저지르곤 했다. 이즈모의 이미지를 위해 좀 얌전히좀 있으라고 몇 번 혼난 후에는(눈 한쪽도 없어진 후에는) 아주 조금 얌전해졌다. 어디까지나 아주 조금.
레드 슈즈라는 이명은 능력을 쓰고 검은 군화가 새빨개질 때 까지 날뛰던 모습에서 비롯되었다.
레드 슈즈라는 이명은 능력을 쓰고 검은 군화가 새빨개질 때 까지 날뛰던 모습에서 비롯되었다.
레드 슈즈는 전체적으로 에스터의 2P스러운 이미지에서 모티브를 따온 캐릭터라고 한다.
험악한 근육질의 여캐라는 공통점을 기본으로 해서 많은 부분이 대칭되는 컨셉.
험악한 근육질의 여캐라는 공통점을 기본으로 해서 많은 부분이 대칭되는 컨셉.
진지함 <->경박함
세미롱<->숏컷
푸른색<->빨간색
불살주의<->살인광
쌍권총 <-> 쌍검
세미롱<->숏컷
푸른색<->빨간색
불살주의<->살인광
쌍권총 <-> 쌍검
한편으로는 2P에서 모티브를 따온 만큼 에스터랑 비슷한 부분들도 많이 들어가있다. 이를테면 둘다 어릴때는 비실비실했다는 별 거 아닌 TMI라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