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성전이라는 이름아래 의미없는 희생이 계속되어가고, 전투의 선봉에서 가브리엘과 아즈모데우스는 점점 회의감을 가지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져갔다.
과연 이 피튀기는 전쟁에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그리고 결국 지상에 천사와 악마라고는 겨우 그들 둘만이 남게되자, 지친 그들은 모든 것을 끝내려는 듯 마치 영혼없는 자들처럼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천사장과 악마공작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이미 닳을대로 닳은 그들의 마음은 더이상 미래를 내다보지 않고 단지 현실을 끝내고 싶었을 뿐이었다. 어차피 누군가는 죽어야 끝날 싸움이었기에. 그들은 멈출 수 없었다.
그러다가 먼저 마력이 다한 쪽은
아즈모데우스의 쪽이었다. 자신의 드디어 마력이 다했음을 깨달은 그는 이제 모든 것을 단념하고서 자신의 죽음을 직감하며 눈을 지긋이 감았다.
가브리엘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아즈모데우스를 향해 최후의 일격을 날리기 위해 신의 불꽃검을 높이 빼어들고 사력을 다해 다시금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를 베지 못했다.
수많은 생각들이 가브리엘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고 그제서야 비로소 그녀는 칼을 내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녀가 두눈으로 본 세상은 지옥, 그 자체였다.
그녀는 손을 부들부들 떨며 칼을 떨어트렸다.
밀려오는 회의감과 후회, 절망, 분노 등의 파도와 같은 감정이 그녀의 안에서 충돌했다. 그녀는 곧 속죄를 위해 다시금 땅에 떨어진 칼을 집어들었고, 이내 자신의 가슴을 향해 역수로 칼을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