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 항목: 히어로 vs 빌런?
"그래선 안된다구요! 그러니까..."
에릭 앤서니 | |
이명 | 사이언티 |
소속 | 히어로 |
성별 | 남자 |
나이 | 22살 |
성향 | sl>=all |
등급 | 안전 |
1. 외모 ¶
둥글고 단정한 진파랑색 머리카락.늘상 옆머리가 약간 뻗쳐있다.
눈은 희게도 보일 정도로 얕은 노란색이다.레몬색이라고 자주 서술된다.
동그란 안경을 늘 끼고 다닌다.
167센티이나, 누가 물어보면 170이라고 한다.
서글서글한 인상. 자주 눈웃음을 짓는다.
평소 옷은 커다란 통굽에, 흰 가운차림. 다소 어려보이는 편.
눈은 희게도 보일 정도로 얕은 노란색이다.레몬색이라고 자주 서술된다.
동그란 안경을 늘 끼고 다닌다.
167센티이나, 누가 물어보면 170이라고 한다.
서글서글한 인상. 자주 눈웃음을 짓는다.
평소 옷은 커다란 통굽에, 흰 가운차림. 다소 어려보이는 편.
2. 성격 ¶
순수하고 앳된 티가 나는 성격. 실은 성인이지만, 본인이 동안이기도 한지라 그닥 티가 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고통에 솔직하게 슬퍼하고, 기쁜 일이 있으면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늘상 싱글싱글 웃으며, 상냥한 성격. 그 외에는, 뭐랄까 , 천연덕스럽다.
기본적으론 예의바른 말투로 누구에게나 존댓말을 쓴다. 얌전해보이는 외모에 비해 장난끼가 있는 편이다. 소악마스러운 귀여움. 예상치못한 발랄함이 에릭의 매력.
히어로들에 대한 동경이 있어, 정식으로 근무하면서부턴 주변사람들을 쫄래쫄래 따라다니는 일이 잦다. 이능력 혐오가 조금씩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 특이하게도 이능력에 대한 동경이 강한듯. 그래도 그렇게까지 뻔뻔한 성격은 아니라 적당히 철벽쳐주면 웬만하면 안 다가가니 귀찮은 사람들은 참고.
기본적으론 예의바른 말투로 누구에게나 존댓말을 쓴다. 얌전해보이는 외모에 비해 장난끼가 있는 편이다. 소악마스러운 귀여움. 예상치못한 발랄함이 에릭의 매력.
히어로들에 대한 동경이 있어, 정식으로 근무하면서부턴 주변사람들을 쫄래쫄래 따라다니는 일이 잦다. 이능력 혐오가 조금씩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 특이하게도 이능력에 대한 동경이 강한듯. 그래도 그렇게까지 뻔뻔한 성격은 아니라 적당히 철벽쳐주면 웬만하면 안 다가가니 귀찮은 사람들은 참고.
3. 이능력 ¶
몸이 인식하는 모든 종류의 병을 남들의 배로 빠르게 회복하는 자가치유능력.
몸이 병원체로 인식하는 이상, 어떤 병이건 관찰하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회복되어버린다. 병 회복 과정에서 생기는 신체적인 피로, 증상 또한 전부 무효화.
어디까지나 병으로 인식했을때 이므로, 몸의 일어나는 모든 나쁜 상태로부터 안전하진 않다. 이를테면 칼로 찌르면 피가 나고 아프지만 상처를 통해 파상풍에 감염되진 않는다. 밥을 굶다간 영양실조에 걸린다.
몸이 병원체로 인식하는 이상, 어떤 병이건 관찰하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회복되어버린다. 병 회복 과정에서 생기는 신체적인 피로, 증상 또한 전부 무효화.
어디까지나 병으로 인식했을때 이므로, 몸의 일어나는 모든 나쁜 상태로부터 안전하진 않다. 이를테면 칼로 찌르면 피가 나고 아프지만 상처를 통해 파상풍에 감염되진 않는다. 밥을 굶다간 영양실조에 걸린다.
4. 선관 ¶
에릭 - 수현
우연히 세미나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수현의 논문은 약물 중독이랑 마약류 관련 논문, 에릭의 논문은 "이능력 강아지는 존재할 수 있는가?" "실험동물에게 갖추어줘야 할 최소한의 환경"
에릭 - 구제프
히어로도 아니고 상담할것도 없으면서 구제프가 대단하다며 멋대로 상담에 찾아간 일이 있다. 눈을 빛내며. 구제프는 과찬이라며 겸손.
에릭 - 가람
빌런인걸 모르고 치료해준적 있다! 치료래봤자 밴드붙여주고 아픈거아픈거 다날아가라~☆ 수준이지만... 가람은 만족한듯
5. 일상 ¶
- 에릭 - 샤오화
28스레
(에릭- 샤오화)
"흠흠~흠~"
또 다시 노래를 흥얼대며 에릭은 이즈모 본부를 활보하고 있다. 이렇게 마중나온 걸 알면 에스터씨가 깜짝 놀라겠지. 에스터씨가 오늘치 처벌을 끝냈다는 소식이 들리면 바로 그쪽으로 달려갈 것이다.
어라. 지나가던 에릭의 눈에 어딘가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누구지? 정식 히어로도 아닌 자신에게 알 법한 얼굴이라면, 연구원? 음. 아닌데. 연구원이라기엔 너무 잘 꾸몄다. 연구실의 사람들은 저것보다 더 꼬질꼬질해.
아니. 아니지. 밖에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열심히 꾸민 연구원일 수도 있다. 연구원에게도 그런 날은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기엔, 연구원들은 저렇게 옷을 잘 입지 않아!
"끄-응."
...아마 에릭은 언젠가 티비에서 샤오화를 본 일이 있을 테지. 연구실에 옹기종기 모여서 피겨 세계대회를 보며. 어쨌건간에, 에릭이 샤오화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온갖 가능성ㅡ고정관념을 벗어난 연구원인가!? 아니면 그냥 잘못 본건가!?ㅡ같은 걸 생각하던 중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이런, 너무 빤히 봤다! 상대가 이 쪽의 시선을 눈치채버렸다. 이럴땐 자연스럽게.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네자.
(黑小花 - 에릭)
쪽지는 찢어버렸지만 사진은 우선 보관해두었다. 후일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증거물로 제출할 수 있도록. 기실 무슨 일이 없는 게 가장 좋겠지만.
흑소화는 주위를 슬 둘러본다. 다들 제 일로 바쁘고, 제가 한숨 좀 깊게 쉰다고 신경 쓸 사람도 없다. 후우, 묵직한 호흡을 입 밖으로 흘려보냈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메일, 문자, 링크. 그간의 파파라치 사진들은 전부 그런 식으로만 전달되어왔었다. 헌데 왜 갑자기 인화 사진이? 불안하기 그지없구나. 오싹함이 파도처럼 밀려와 머리를 잠식한다. 어디 털어놓을 데도 없고, 참 고역이네.
아, 그러고 보면 이것도 있었구나. 흑소화는 문득 주머니에 찔러넣었던 제 손을 꺼내든다. 단숨에 손 안으로 굴러들어온 흰 알약 세 개는 저들을 들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심란한지도 모르고 참으로 희기만 하다. 역시 마약이겠지. 기분 나빠. 내 손 안에 이런 게 굴러다니다니.
그러니 어쩔까? 역시, 어디에라도 성분 분석이나 그런 걸 맡겨보는 편이 좋을까? 사실 버렸으니 우선 되었지만, 그냥 버리고 땡으로 넘어가기에는 어쩐지 너무나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서..
..그보다. 사실 흑소화는 제 몸에 와 닿는 시선을 조금 전부터 절절하게 느끼고 있었다. 누구지, 대체? 기실 이즈모 안에 파파라치가 있을 리는 없지만서도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신경이 잔뜩 예민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해서 흑소화는 시선이 다가오는 방향- 그래, 당신의 두 눈이 있는 곳으로 고갤 틀었다. 어디 누군지 얼굴이나 보자.
" 안녕하세요. "
생글, 벽안이 휘어진다.
" 왜 쳐다보세요? "
당신을 향한 직설적인 말이 말간 미소와 함께 내밀어진다.
(에릭-샤오화)
"아, 죄, 죄송합니다. 너무 예쁘게 생기셔서!"
일단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서는, 칭찬을 건네자!
"그게, 너무 예쁘신데~제 근처에서는 그런 외모를 본 적이 없으니까- 그렇다기 보단, 제 근처에 그런 사람이 있을 리 없으니까- 아니, 꼭 외모의 얘기가 아니더라도-패션이라던가, 분위기라던가..."
이렇게 예쁘고 스타일 좋으신 분이면 제가 기억 못했을 리가 없는데...그, 이, 일단 제 근처 직종의 사람들은 그렇게 잘 꾸미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서...아마 갑자기 날아온 직설에 당황했나보다. 답지 않게 횡설수설하고 있다. 과연 이 말들이 당신에게는 어떻게 느껴질까...
"...그, 저, 저는 이즈모 측과 협력관계에 있는 연구원인데..."
훌쩍거리며,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한다.
"어디선가 본 얼굴 같은데... 기억이 안 나서... 죄송합니다..."
에스터씨 보고싶다. 오자마자 완전히 찍힌것 같아. 나.
(黑小花 - 에릭)
평소 같았으면 상황을 모면하려는 당신의 모습에 어물쩍 넘어가며 그저 웃거나, 혹은 있는 사실을 말하는 칭찬에도 기분이 들떴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쩜 좋을까. 안타깝게도 흑소화가 오늘 겪은 일은 그런 부드러운 대응을 차마 이끌어내지 못할 정도로 강렬했으니.
" 으으음, 그렇구나아. "
답잖게 말꼬리를 늘리며 생글 웃고, 팔짱을 끼며 당신을 바라보는 모습이 또 당신에게는 어떻게 다가갈까? 솔직히 좋은 의도로 이러는 건 아닌데.
" 아니에요, 괜찮아요. "
그래, 어디선가 본 얼굴 같단다. 잊을 만하면 듣는 말에 흑소화는 푸스스 부서지는 웃음을 흘린다. 그래도 빈말인지 진담인지는 보면 아는데 다행히도 당신은 진담 쪽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하고. 응? 왜 확답을 못 내리냐고? 그야 지금 상황이 상황이니까. 당장 지금도 뭐 하나 확답을 내리기 어려운 태풍의 눈 안에 서 있는 기분인데, 섣부르게 답을 내리는 건 멍청한 짓이지. 그래도 이번에 건넬 말은 진실이다.
" 진짜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
근데 연구원? 무슨 연구요? 검고 작은 꽃은 고개를 살풋 모로 기울이며 당신에게 질문한다.
(눈치없는 에릭- 불쌍한 샤오화)
...이런. 분명히 첫인상은 끝장인 것 같다. 아무리 에릭이라도 저게 절대 괜찮은 것이 아니라는건 알고 있다.
"아. 저는! 약학쪽을 전공으로 하고 있어요!"
그러나 전공 얘기가 나오니까 언제 시무룩해졌냐는 듯이 금세 다시 밝아진다. 그러니까, 약만 연구하는건 아니고, 그, 이것저것 연구하는데, 전공은 약! 묻지도 않은 얘기들을 신이 나서 파바박 쏟아내는 이 사람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당신에게 어떻게 보일까.
"히어로 능력 강화 약물, 신체 활성화 약물, 이능력 부상 회복 약물 ... 요즘은, 그런걸 개발하고 있어요! 이즈모를 위해서요!"
이러다가 에릭이 당신의 얼마 없는 기운마저 다 빨아먹겠군. 에릭은 눈치도 없이 연한 레몬빛같은 눈을 반짝이고 있다.
(黑小花 -에릭)
참 활발한 사람이네. 첫인상만 망치지 않았어도 우리 꽤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러나 지나간 것은 도로 잡아올 수 없으니. 흑소화는 그저 반짝이는 당신의 레몬빛 눈동자와 활달한 목소리, 반짝반짝 빛나는 웃음 따위를 바라보며 은은한 미소만을 입가에 걸어두었다. 아, 안 되는데. 헤이샤오화, 좀 더 밝게 웃자.
그게 되겠냐고.
" 약학이요? "
그러나, 와중에도 들려오는 단어가 흑소화의 주의를 끈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약학이라면, 오? 흑소화의 가라앉은 미소에 문득 생기가 깃든다. 이거다. 흑소화는 팔짱을 풀고 당신에게 조금 더 가까이- 어쩌면 조금 많이 가까이 다가와, 아주아주 조그만 목소리로 소근소근 질문한다.
" 그럼, 혹시 약물성분검사 같은 것도 하실 수 있나요? "
조용하게. 음성은 분명 작았지만 말간 목소리는 해답을 찾은 마냥 이미 들떠있었다. 당신이 들어줄 지 아닐지도 모르거늘.
(에릭 - 샤오화)
"네! 물론이죠! "
반짝반짝. 눈치도 없이 반짝대고 있는 이 녀석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당당하게 대답한 에릭은 당신이 소곤대자 덩달아 목소리를 낮춘다.
"만약 저 개인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다면, 저는 혼자가 아니니까. 연구소의 힘을 빌릴수도 있어요."
에릭의 연구소엔 에릭 혼자만이 아니었고, 이름부터가 그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을만큼 그들은 에릭에게 호의적이다. 연구를 도와달라고 하면 아마 흔쾌히 도와주겠지.
"근데...이렇게 목소리를 낮추는걸 보면...숨겨야 하는 일인가요?"
만약 그렇다면 혼자 분석해야 하나...? 에릭은 속으로 생각한다.
(黑小花 - 에릭)
연구소의 힘을 빌린다니. 그건 조금 곤란할지도 모르겠다. 다른 거면 몰라도 이즈모의 사람이 출처 모를 마약의 성분 검사를 개인적으로 부탁하는 게 아주 좋게 보이진 않을 테니까. 그러니,
" 네. 혹시 모르니까 가급적 조용히 진행해주셨으면 하는데. "
안 될까요? 가까이 다가서서 보니 당신의 레몬빛 눈동자가 유독 선명하다. 해서 흑소화는 그런 당신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기울여본다.
" 막 엄청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알아서 좋을 건 없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혼자로는 힘겨우시다면 가능한 적은 인원으로. 부탁드려도 될까요? "
거짓말이다. 사람이 몸을 못 가누게 하고 실없는 소리를 하다가 하지 않던 행동을 하게 만드는 약품이 별 게 아닌 것일리는 없지 않나. 흑소화는 그 정신에도 바닥에 떨어졌던 알약을 주워 입으로 가져간 당신을 떠올린다. 어쩌면. 아니, '약'이니까 당연한가?
" 검사할 때 필요한 샘플은 5개면 충분할까요? 아, 그리고 검사 비용은 얼마나. "
이런 걸 처음 해 보니 알 턱이 있나. 당신에 대한 경계를 순식간에 치워버릴 정도로 긴장이 목을 조여온다.
(에릭-샤오화)
당신의 푸르른 눈이 사뭇 진지하다. 그에 에릭도 따라서 어색하게나마 진지한 표정을 지어본다. 당신이 고개를 기울이자, 에릭은 그에 맞춰 고개를 끄덕인다. 조용히 진행해야 한다라.
"그렇군요. 히어로니까, 아무래도 그런 일들이 있으려나..."
내부 비리와 직면하는 문제인건 아니겠지...? 에릭은 속으로 생각한다. 뭐, 일단 검사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모르겠지. 만약 문제가 있다면, 그 때가서 잔소리를 해도 될 일이다.
"으으음. 알았어요! 저 혼자 진행해볼게요. 이 쪽이 은근 좁아서, 몇 명에게만 말해도 다 알려질지도 모르니까."
물리적으로가 아니라, 비유적인 의미로. 에릭네 연구소는 에스터의 지원 등으로 지금은 제법 여러 단체와도 협력하며 꽤 규모가 커졌지만, 연구소 주요 인물들은 7년전 사건때부터 알고 지낸 사람들이 많다보니 마치 대규모로 이루어진 가족같았다. 잘못 얘기했다간 에릭이 겉잡을수 없는 사태로 이어질지도 몰랐다.
"아. 비용은 필요없어요! 제가 먼저 잘못한 일도 있고, 뭣보다 이즈모를 돕는 일이기도 하니까!"
연구소 사람들이 안다면 등짝을 스매싱하겠지. 그렇게 자발적으로 노동의 가치를 낮추니까 나중에 재능기부를 강요받게 되는거 아니냐며.
"그리고 저도 이런 일은 처음 해봐서, 오래 걸리게 될지도 몰라서... 대가를 받을만한 실력은 아닌 것 같아요. 헤헤."
고개를 긁적거린다. 무슨 일일까 속으로 긴장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근두근거리기도 했다. 비밀업무야. 이건 마치 드라마의 등장인물이 된 듯한 느낌!
"연락은 이 쪽으로 주시면 돼요. 아. 아니면 에스터씨를 통해서 해주셔도 좋고..."
에릭은 자신의 연락처가 명함을 내민다. 에릭연구소 소속의 신입연구원 에릭 앤서니의 명함이 당신에게 전달된다. 에스터의 이름을 담은 에릭은 뭔가 떠오른 듯 말한다.
"아. 에스터씨 아세요? 저희 연구소를 지원해주고 있는 분중 하나에요."
이즈모와의 동맹도 그런 에스터씨와의 연줄 덕이 컸어요. 에릭은 히어로 머리말, 이라고 이명까지 강조해서 말한다. 에스터씨. 히어로들하고 친분은 있는 편이려나?
(샤오화 -에릭)
에릭 앤서니. 명함을 받아 훑는 벽색 시선이 오묘해진다. 명함. 그러고보면 명함 생각은 못 했네. 많은 사람의 명함을 건네받으면서도 본인이 가질 생각까진 못 했던 걸 보면 역시 어렸구나 싶다.
" 아, 머리말 씨. 알아요! 당연히 알죠. "
친근한 사람(이라기보단 사실 본인이 일방적으로 들러붙었지만)의 이름이 나오자 반갑게 웃으며 답한 흑소화는 명함과 머리말이라는 이명을 생각한다. 연락법은 역시 때에 따라 선택해야겠지.
"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그래도 혹시 비용이 필요하게 된다면 부담없이 연락주세요. 저도 제 번호를... "
아. 번호? 순간 답잖게도 말끝을 흐린 흑소화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 ...메일 주소가 낫겠네요. 여기, 잠시만. 여기 있어요. "
튤립 모양 메모지에 얇은 푸른색 볼펜으로 적힌 글씨체는 시원시원하고 깔끔해 가독성이 나쁘지 않았다. 그럼 나중에 또 보자고 마지막 인사와 함께 오른손으로 당신에게 메모지를 넘긴 흑소화는, 동시에 왼손으로 조심스레 흰 알약 5개를 건네었다.
(에릭-샤오화)
에스터를 안다는 말에 에릭의 표정이 왠지 화악 밝아진다. 당신이 번호를 주려다 말을 바꾸는 모습을 보고 작게 물음표를 띄웠지만, 금세 잊어버렸다.
에릭은 당신의 메모지를 가운 주머니에 소중히 넣고, 들고 있던 네모난 손가방에서 빈 종이봉투 하나를 꺼낸다. 잡다한걸 많이 들고 다니는 습관은 버리라고 A씨가 잔소리했지만, 이럴 때 다 쓸모가 있는 것이다. 약 다섯알이 종이봉투에 살며시 들어간다. 에릭은 봉투를 두 번 고이 접어, 손가방에 잘 보관한다.
"그럼, 에스터씨나 메일로 연락드릴게요! "
다시 무심코 에스터씨가 튀어나온다. 머리말이라고 덧붙인지 얼마나 됐다고.
(약 분석 관련 독백으로 이어짐.)
- 에스터, 에릭 - 하나비
(에스터,에릭 - 하나비)
"...그러니까, 애플파이를 만드는데, 칼이 필요없다는 거에요."
에릭과 에스터는 장을 본 채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장바구니를 든 쪽은 에스터였다. 에스터가 걸음걸이를 맞춰주고 있는데도, 여전히 보폭 차이가 꽤나 난다. 쫄쫄쫄 걸어가는 에릭이 에스터에게 쫑알쫑알 새처럼 계속 무언가를 말한다.
"그래서 대체 어떻게 하는 레시피인가 해서 봤더니, 이럴수가! 손으로 사과를 쪼개야 하는 거 있죠!"
"왜 굳이 그런 짓을."
에스터가 든 장바구니에 들어있는 것은 애플파이 재료였다. 사과 여러개, 버터, 달걀 한 판, 소금, 설탕, 그 외 멋진 재료들. 에릭의 말에 작게 추임새를 넣으며 에스터는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런데 저같이 연약한 연구원이 사과를 손으로 쪼갤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그래서 에스터씨에게 부탁하는 거에요."
"아니. 우리 집엔 칼이 있다."
"하지만, 칼 없이 만드는 애플파이 재료라고요! 어..."
와장창.
이것은 에릭 앤서니가 현란하게 넘어지는 소리이다.
"...괘, 괜찮아?"
에스터는 당황해서 말을 건다. 에스터랑 같이 장을 본다고 평소보다도 2cm나 높은 신발을 신은게 문제였다. 안 그래도 평소에도 5cm짜리 통굽이 달린 신발을 신고다니건만. 그까짓 키가 뭐라고.
쭉 앞을 보지 않고 걷던 에릭이 당신을 뒤늦게 발견한 탓에, 부딪히지 않으려고 이런 슬랩스틱 코미디를 한바탕 벌인 것이다. 꽤 큰 거리인데,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다행히 당신과 부딪히진 않았지만, 눈앞에서 사람이 으브러흑헉억! 같은 이상한 소리를 내며 종이인형마냥 무너져내리는 것을 본 당신은 어떤 기분일까.
(하나비 - 에스터, 에릭)
바람이 쌀쌀합니다.
딱히 할 일이 생각나지 않아 목적지 없이 싸돌아다닌지도 어언 n시간, 뭔가 재미있는 건 없을까요? 저는 멀리 지나쳐가는 행인들을 바라보며 한참 전에 다 마신 더블 초코 프라푸치노 휘핑 추가 라지 사이즈 라떼를 쓰레기통에 던져 버립니다. 음, 골인! 10 점 만점에 10점이지 말입니다! 모름지기 올바른 준법정신을 가지고 있는 바른 시민이라면 아무 곳에나 쓰레기를 휙 던져버리는 몰상식한 짓은 하면 안 되죠. 푸핫, 방금 개그는 제가 생각해도 진짜 웃겼습니다. 나중에 써먹어야지...
딱히 할 게 없으니 근처의 주유소라도 털기로 한 저는 다시 거리로 나왔습니다. 기름이랑 폭탄은 많을 수록 좋으니까요. 걸으면서 눈을 열심히 굴리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뜻밖의 멋진 만남이 있을지 누가 압니까! 음. 방과후에 놀러라도 왔는지 즐겁게 수다를 떨고 있는 여학생 둘, 회식길로 떠나는 것 같은 회사원의 무리. 그리고 농구 경기장 이외의 장소라면 어디서라도 시선을 확 끌 만한 여성분과...와, 키 진짜 크다. 그 옆의 남자분은 조금 오빠를 닮았네요.
...취소하죠. 생각해보니 저희 오빠를 닮았다는 말은 초면인 분께 붙이기에는 너무나도 모욕적인 언사였습니다. 그건 그렇고 위험하시네요. 아무리 빈 손이라고 해도 말하는 중에 옆을 보면서 걸으시면, 봐봐요. 이렇게 코앞까지 왔는데도...안 피하시네? 어? 어라!?
쿠당탕. 예술점수 10 점 드리겠습니다. 저는 제 앞에서 꽤나 현란하고도 심미적인 스텝을 밟다가 기어코 넘어지신 남성분을 입을 헤 벌리고 바라보다가, 곧 키가 큰 여자 분께서 하신 말을 똑같이 반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괘, 괜찮으심까!?"
(에스터,에릭 - 하나비)
"......"
꽤나 오랫동안 엎드려있는다. 에스터가 부축해줄게, 라며 한 쪽 무릎을 꿇고 팔을 내민다. 하지만 에릭은 오히려 팔을 쭉 늘어뜨려버린다.
"이대로 있자니 바닥과 하나가 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일어나라."
에스터가 에릭의 겨드랑이 사이로 팔을 넣어 마치 고양이 들어올리듯 일으켜세우는 와중에도, 에릭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아무래도 많이 부끄러웠던 모양이다.
"으...으...걱정받는게 더 창피해..."
"무릎 털고, 다친 데는 없나?"
에릭은 얼굴을 가린다. 안경에 조금 금이 가있다. 마음에도 조금 금이 가있다. 부끄러운 모양이다.
"마음이 다쳤어요. 마음이! 이런 기분으로는 달콤상큼 부드러운 애플파이를 먹을 수가 없어!"
"...입은 괜찮은 것 같군."
"아. 저희는 지금부터 애플파이를 먹으러 갈 예정이에요!"
이목이 쏠린 부끄러움을 잊으려고 하는 건지, 아니면 이왕 이목이 쏠린거 더 헛소리를 늘어놓기로 작정한건지, 처음보는 당신에게 하나도 궁금하지 않은 TMI를 흘리고 있다. 아니면 넘어지며 머리를 좀 부딪혔거나.
"이렇게 우연히도 이상한 포즈로 넘어진 제 앞에, 우연히도 당신께서 인사를 건네는 이런 우연적인 만남! 이것은 기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확실히 마음을 조금 다친 것 같긴 한데."
"그러니까, 지금부터 저희랑 애플파이 먹으러 가지 않으실래요!?"
...에스터의 집에서 에스터에게 요리를 부탁하면서(그것도 사과를 맨 손으로 부숴달라는 터무니없는 부탁을 하면서)이런 뻔뻔함이 나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뭐, 긍정적으로 보자면 그만큼 두 사람이 가까운 사이라는 증거이기도 했다. 에릭도 아무에게나 뻔뻔하게 굴 정도로 싸가지가 없는 성격은 아니었으니까. 에스터라면 이 정도 어리광을 받아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나오는 행동이다.
(하나비 - 에릭,에스터)
아무래도 마음이 아니라 머리를 더 다치신 것 같은데. 하마터면 입 밖으로 낼 뻔 했지만, 동행인 분의 반응을 보니 원래 이런 느낌의 분이신 것 같아서 참았습니다. 앗, 애플파이를 만드신다구요!? 게다가 저도 초대해주신다니! 저는 마음 속에서 앞의 일행의 첫인상을 이상한 사람들에서 아주 좋은 사람들로 수정합니나. 아버지께서는 무려 제가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까지 처음 본 사람이 맛있는 걸 사 준다고 해도 따라가면 안 된다고 강조하셨습니다만. 음...애플파이...아버지와의 약속...애플파이...
"당연히 가야죠!!!"
죄송합니다, 아버지! 못난 딸을 용서해 주세요!! 이미 돌아가셨으면서 용서 안 하시면 뭐 어쩌실 겁니까!!!
"어차피 할 일도 없었으니까요, 거기에 공짜 밥이라니 완전 감사한 일이지 말입니다!"
어차피 할 일도 없었으니까요. 저는 두 번 강조하고는 일행처럼 보이도록 방향을 바꿔 돌아섰습니다. 아, 앞의 남자 분께서는 붙임성이 실로 저만큼이나 좋으신 것 같아 보이셔서 걱정이 없지만, 조금 과묵해 보이시는 일행 분께 실례가 되는 건 아니겠죠? 저는 옆의 여자분께도 살짝 목례했습니다.
"제 이름은 스미모토 하나비임다!"
(에스터,에릭-하나비)
"좋아요. 그럼 출발!"
"...잠깐. 잠깐!"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애플파이 동맹을 맺었다고 생각한 그 때, 에스터가 강력하게 태클을 걸어온다.
"왜 그러시나요. 에스터씨? 집은 저쪽이에요."
"내 집을 내가 모를리가 없잖아...그게 아니라, 이건 문제 아닌가!"
"무슨 문제요...?페르마의 대정리라면 이미 풀린지 오래..."
"완전히, 초면인 사람을 음식으로 유혹해 끌고 가는게 말이야!"
드물게도 에스터가 소리를 높인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녀는 윤리의식이 꽤나 투철한 사람이었다. 이 청소년납치 현장같은 상황을 버틸수가 없는 거지.
"...그래도 본인이 허락했는데...에스터씨가 좋은 분이라는건 라오스 사람들이 다 아는데...동물보호소에 기부도 하고...고아와 인체실험 피해자를 후원하는 선량한 연구소를 전폭 지지해줘서 규모를 확장시키고...고기도 잘 사주고..."
"하아....."
에릭이 의미없는 에스터의 tmi를 방출한다. 에스터가 미간을 짚고 한숨을 쉰다. 이 낯가림이라곤 고양이 수염만큼도 없는 녀석. 네에. 제가 원래 그래요! 칭찬이 아니야. 일본 만담같은 대화가 이어진다.
"...스미모토 하나비. 앞으로는 모르는 사람이 먹을걸 사준다고 해도 따라가지 말고, 내 이름은 에스터 힐데가르트다. 위험한 일이 생기지 않으리라는걸 증명하기 위해서 얼굴을 찍어가도 된다."
"너무 고지식하시다- "
"만약 너라면 어떻게 했을 거야. 이런 상황이 생겼을 때."
에릭은 곰곰히 생각한다. 최근에 그런 일이 있었었지. 카페에 같이 가겠다는, 어떤 히어로분의 권유가.별일은 없었지만.
"저라면 역시 수상하니까 거절하겠지만요."
"그런데 잘도 이 녀석을 끌어들였구나!"
"하지만 저같이 착하고 귀엽게 생긴 소년이 있다면 넘어가지 않았을까요- 얼굴은 곧 도덕이라잖아요- "
"그런 비도덕적인 발언은 하지 마."
"아. 저는 에릭 앤서니에요!"
에릭의 뒤늦은 자기소개가 이어진다. 어찌됐건 에스터네 집을 향한 발걸음이 이어진다. 에릭의 신나는 말소리가 이어진다.
"에스터씨는 머리말이라는 이름도 쓰고있는데요- 혹시 들어보신적 있으세요? 말머리가 아니라 머리말..."
"에릭. 스미모토를 귀찮게 하지 마."
"아. 그런거 들어본 적 있으세요? 초능력 강아지가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징후...제가 그걸로 논문도 썼는데..."
(하나비-에스터,에릭)
"맞아요! 밥을 사주는 사람은 누가 뭐래도 좋은 사람이지 말입니다!"
고기 잘 사주는 사람은 더 좋은 사람! 저는 소리를 높여 남자분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건 그렇고 얘기를 듣자하니 에스터 씨? 으음, 네. 에스터 씨는 아무래도 보통 수준의 좋은 사람이 아닌가 봅니다. 라오스의 자선사업가라도 되시는 걸까요? 아앗, 설마 저. 뭔가 도와줘야 할 것 같은 가출청소년으로 보였던 건가!? 몇 번이고 모르는 사람의 위험성을 당부하시는 에스터 씨입니다만, 이미 좀전의 만담으로 이 일행의 위험성이 제로라는 것은 충분히 알아버렸습니다. 보통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들은 태도에서부터 딱 보이거든요. 술에 거나하게 취한 회사원이라던가, 딱 봐도 저 폭력배입니다~라고 얼굴에 써 있는 듯한 양아치라던가요. 뭐 그런 경우에는 용돈 벌이가 되니 꼭 나쁜 일만은 아닙니다. 앗, 또 엉뚱한 생각으로 새 버렸다...
"아하하, 사진은 안 찍을게요. 그리고 걱정 마십쇼, 웬만한 이상한 사람보다는 제가 더 세니까요!"
범죄이력으로도 마찬가지구요! 마지막 말은 입 밖으로 내지 않고 저는 팔을 들어 강함을 과시하는 포즈를 취해 보였습니다. 옆의 남자분은 에릭 씨라고 하시는군요. 흠, 초능력 강아지? 머리가 말이면 켄타우로스의 반대 같은 건가요? 저는 이해는 잘 안 가지만 일단 옆에서 듣고만 있어도 재밌는 두 분의 만담에 맞장구를 치며 열심히 따라 걸었습니다.
(여기까지 29스레)
(여기부터 30스레)
(에스터,에릭-하나비)
"...앞으로는 좀 더 조심하도록 해."
에스터는 다시 한숨을 쉬며 미간을 짚는다. 에릭은 그 와중에도 뭐가 좋은지 싱글싱글 웃는다.
에스터네 집은 혼자 사는 집 치곤 꽤나 쾌적했다. 원래는 부모님의 집이었으나, 두 사람이 잡혀가면서 어찌저찌 하다보니 최종적으로 현재는 에스터네 집이다. 거실에서 커다란 도베르만이 뛰어나와 에스터를 반긴다. 일어서니 거의 에릭보다도 큰 느낌이다.
"...아. 미안. 혹시 개를 무서워하나?"
사나운 개는 아니지만, 몸집이 커서 에스터는 당신이 겁을 먹었을까봐 걱정인 것 같다. 에스터를 반긴 후에 또띠는 에릭에게 꼬리를 모터처럼 흔들며, 멍! 멍! 하고 짖는다.
"또띠. 집."
에스터가 손바닥을 보여주며 그렇게 한 마디 하자 또띠는 켄넬로 쪼르르 돌아간다. 또띠랑 더 놀고싶은데에. 에릭이 작게 칭얼대본다.
에릭은 손을 씻은 뒤 거실 쇼파에 폭! 하고 다이빙한뒤 쿠션에 부비부비를 시도한다. 거의 자기집같은 익숙함이다. 에스터는 손을 꼼꼼히 씻고는 팔을 걷어올린다. 옷에 가려져있던 근육이 드러나보인다. 그리고 주방에서 아까 사온 재료들을 꺼내기 시작한다.
"맞아. 오늘의 애플파이 컨셉을 공표해야겠군요. 그 이름하여, 칼 없는 애플파이!"
"...정말로 부탁할 셈인가. 그런 짓을."
"매우 놀랍게도, 사과를 맨손으로 쪼갤 수 있다면 칼은 필요없다는 사실!"
"그렇지만, 아무리 나라도 사과를 맨손으로 쪼갤수 있을리가 없잖...아!"
없잖, 과 함께 쩌적, 하고 갈라지는 소리는 사과의 것이었다. 에스터는 깔끔하게 두 조각 난 사과를 보며 본인이 해내고도 본인이 어이가 없는지 사과를 쳐다보고 있다.
"......아무리 나라도, 사과를 맨 손으로 쪼개는 것은 힘든 일이다."
"에스터씨. 방금전에 뭐가 지나갔는데요."
에스터는 조용히 주방에서 칼을 꺼내와 사과를 썰어낸다.
(하나비-에스터,에릭)
개네요.
큰 개입니다.
정정합니다. 엄청 엄청 큰 개입니다.
저저저저스미모토하나비는한사람의어엿한어른이자성숙한하나의인간으로서저보다도작고인도적으로보호해야마땅할생물을두려워한다는것은윤리적으로도도의적으로도실로있을수없는일이라고생각합니다!!!!!!! 아니, 저보다 큰가!? 일어서니까 저보다 커 보이는데요!? 기분 탓인가!!? 어라, 제가 언제 기둥 뒤로 숨었죠? 저는 큰 개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재빨리 원래 위치로 복귀했습니다. 네, 정말이지 완벽하게 자연스러웠어요.
"흐, 흐흠. 귀여운 개지 말입니다. 네. 무섭긴요!"
우우, 제 신비롭고도 새침한 이미지에 약간 금이 간 것 같습니다. 아, 칼 없는 애플파이! 좋죠! 비폭력적이고 좋네요! 저는 방금 전의 상황으로부터 화제를 돌리려 열심히 맞장구를 쳤습니다. 그리고 사과를 가볍게 두 동강 내 버리는 에스터 씨...는 못 본 척 해드리기로 하죠. 네. 가끔은 잊어야 하는 것도 있는 법입니다. 솔직히 좀 많이 놀라긴 했지만 금방 도구를 가져오셨지 않습니까!
...으음...가만히 있자니 또 심심한데요. '얌전히 앉아서 벽지 무늬 세기'놀이에 금세 질려버린 저는 소파에서 일어나 주방 근처를 기웃거렸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가만히 앉아있는 것은 실례라고 하셨습니다. 뭐, 오늘 처음 뵌 데다가 친구도 아니지만 딱히 적인 것도 아니니 친구에 가까운 쪽이라고 분류해 드리죠!
"저어, 제가 도와드릴 일은 없슴까?"
(에스터,에릭-하나비)
"글쎄. 도와줄 거라... 손님에게 그런 걸 시키기도 좀 그렇군."
"스미모토씨. 또띠랑 놀지 않을래요? 또띠는 장난감 물어오기를 정말 잘해요!"
"에릭. 그만둬. "
눈치없이 하나비에게 또띠를 꺼내올 것을 권하는 에릭을 에스터가 제지한다. 에스터는 사과를 손질하고 있었다. 아까 손으로 깨끗하게 두조각난 사과도 껍질이 잘 깎인 채 예쁘게 썰려있다.
"...아. 그렇지만 역시 가만히 있으면 심심하려나. 스미모토. 칼은 쓸줄 아나?"
"아아. 안타깝다. 스미모토씨는 착한 아이네요... 기회가 있을 때 에스터씨의 노동력을 잔뜩 착취해야 하거늘!"
에스터는 여분의 칼을 꺼내온다. 손잡이 부분이 가게 해서 당신에게 건넨다.
"그렇다면, 버터를 썰어주지 않을래? 반죽을 만들 때 필요해서."
(에스터,에릭-하나비)
"...무, 물론 저도 동물과의 비정기적 교감은 싫어하지 않지 않은 것도 아닌 바이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제가 멍멍이와 놀기에는 약간 불가피하게 어려운 부분이... 아, 그 쪽은 괜찮다구요? 아하하...알겠습니당♪"
저는 속사포로 횡설수설하다가 에스터 씨의 말을 듣고 갑자기 진정했습니다. 바, 방금은 조금 구차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처음 오는 남의 집에서 심정지로 기절하는 사태만은 피하고 싶었단 말입니다...보다보니까 덩치랑은 다르게 의외로 얌전한 친구 같지만요. 아, 버터인가요?
"아, 네! 칼 잘 쓰죠, 물론이지 말입니다!"
착한 아이라니, 그거 진짜 오래간만에 듣는 말이지 말입니다! 왠지 기분이 좋아진 저는 신나게 식칼을 받아들어서는, 즐겁게 버터를 박살...아니, 썰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요리에서 손을 놓은지 꽤 되긴 했어도, 저 스미모토 하나비. 학교 다닐 때 가사 수행평가 점수만은 꽤 좋은 편이였다구요! 진짜로!
(31스레부터)
(에스터,에릭-하나비)
"......"
버터를 써는 당신을 보는 에스터의 눈이 조금 불안해보인다. 그래도 자신도 사과를 맨손으로 쪼갰는데, 뭐, 구태여 태클걸 필요는 없겠지.
-
여차저차 이러저러해서 맛있는 애플파이가 완성되었다! 따끈따끈한 애플파이의 향기는 당신을 유혹하려는 듯이 넘실대고 있다.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 같은데 훌륭한 비쥬얼과 훌륭한 맛으로 완성되어주어서 다행이다.
"에스터씨와는, 남매같은 사이에요~ 여러가지 일이 있어서, 의남매를 맺었거든요."
애플파이를 먹으며 에릭은 조잘댄다. 그러니까, 무릉도원 밑에서 피를 나눈 잔을 마셨다...뭐 그런거 있잖아요. 멋지죠! 아. 뭐. 진짜로 그렇게 한건 아니지만. 에릭이 싱글거린다. 에스터는 별다른 지적은 하지 않고 맛있게 먹으라는 말만을 덧붙인다.
"에스터씨는 저를 구해줬고, 저는 그에 보답하기 위해 귀여워지는, 뭐 그런 관계죠! 공생관계랄까!"
"에릭. 너무 말을 많이 걸면 스미모토가 먹기 불편하잖아."
"아. 그런가요? 그럼 대답 안하고 먹기만 하셔도 괜찮아요! 제가 입을 쉬기 힘들어서 그런거니까!"
에스터는 그렇게 잔소리하면서도 애플파이를 맛있게 먹어주는 것에 흐뭇해하는 모양이다. 당신은 맛있게 먹고 있을까. 애플파이를.
"그래서~처음 만났을때, 저는 열다섯, 에스터씨는 스무살이었어요. 참고로 지금의 저는 스물두살! 잔뜩 자랐죠! 키는 별로 안 자랐지만!"
"그래도 많이 자랐어."
"그렇지만, 그렇지만! 에스터씨는 중학교때 160센티였다면서요! ...성장판이 닫혀야 할 시기에 계속 컸잖아요!"
"뭐. 그렇지만."
에스터는 가볍게 긍정한다. 에릭은 뭐라고 하긴 하지만 딱히 진심으로 불쾌한 눈치는 아닌 모양이다.
"아. 그러고보니 에스터씨는 스무살때는 지금보다 연약하고 소심한 성격이었어요...하지만....그리고...."
온갖 잡다한 지식을 담은 에릭의 재잘거림이 계속 이어진다.
(하나비-에스터,에릭)
잡다한 과정은 전략하고, 드디어 먹음직스러운 애플파이가 완성되었습니다! 이야, 역시 손을 놓은지 꽤 됐어도 실력은 녹슬지 않았네요~지금이나 예전이나 저는 밑준비만 하고 본 요리는 에스터 씨나 오빠가 다 했지만요. 아무튼 그런 세부사항은 됐습니다! 지금 이 순간 중요한 건 저와 애플파이 말고 아무 것도 없으니까요!!!
...
"잘 먹겠슴다!!"
박수를 짝 치며 인사를 하고, 저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애플파이를 포크로 찍어 크게 한 입 베어물었습니다. 아아, 당이 뼛속까지 충전되는 기분입니다... 아, 역시 그랬군요. 두 분이 말하시는 것을 보아 연인은 아니고 친남매도 아니다 싶었는데, 이제 알겠습니다! 복숭아 나무 아래에서 인연을 맺은 그런 느낌이였던 거였군요!! 어라, 이건 삼국지였나? ...그건 그렇고, 에릭 씨는 저보다 연상이셨던 건가요? 되게 의외다...경박한...아니, 가벼운...? 분위기 탓인지 분명 저랑 비슷한 나이대라고 생각했습니다. 의남매라, 그거 좋죠. 피로 이어졌든 아니든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건 분명 좋은 겁니다. 저는 포크를 잠깐 내려놓고 말했습니다.
"멋지네요."
저는 한숨을 쉬듯이 말했다가, 조금 딱딱한 어조였겠다 싶어 뒤이어 어색하게 웃었습니다.
"남매끼리 사이가 좋은 건 좋은 일이지 말입니다."
음. 그건 그렇고 이 애플파이 진짜 바삭하고 부드럽고 맛있네요. 아예 이 집에 얹혀살아 버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우후후, 이 쯤 되면 굳이 농담이라고 덧붙이지 않아도 알아 주실 것이라고 믿어요. 저는 활짝 웃으며 애플파이를 한 조각 더 가져왔습니다.
(에스터,에릭-하나비)
"그렇죠! 저희 둘다 그 전까진 의지할 만한 가족이랄게 없었거든요!"
에스터는 당신의 순간 낮아진 톤을 눈치챘는지 아무 말도 안했지만, 눈치없는 에릭은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그나저나 이대로가다간 에스터의 사생활을 초면인 사람에게 전부 털어버릴 기세다.
"...정확히는 에스터씨와 저의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말이에요. "
에릭은 애플파이를 베어문다. 에스터는 의외로 요리솜씨가 좋았다. 혼자 생활하다시피 한 나날이 길었기 때문이겠지.
"...아. 너무 나불거렸네요. 에스터씨. 죄송해요.
"손님을 불편하게 만들지 마."
"스미모토씨. 혹시 다음에 또 애플파이 먹고 싶으면 연락하세요."
요리는 에스터씨가 하겠지만. 에스터는 후, 하고 짧은 한숨을 내쉬지만 별다른 지적은 하지 않는다. 에릭은 명함을 건넨다. 에릭연구소 출신 연구원인 에릭 앤서니의 연락처가 적혀있다. 그리고 에릭은 어떻게든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아무 쓸모없는 말들을 나불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니까요~ 에스터씨가 동경하던 상사에게서 간식 선물을 받았는데~ 가보로 간직한다며 안 먹으려 하는 거에요...."
당신이 에릭의 온갖 나불거림을 듣고 있던 사이, 슬슬 시간이 늦어간다.
(33스레)
(하나비-에스터,에릭)
으음, 두 분께도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뭐어, 요즘이니만큼 조금 특수한 가족의 형태도 있는 법이겠죠. 주로 저 같은 사람들 때문에 꽤나 흉흉한 세상이잖슴까. 저는 애플파이를 한 술 더 뜨면서 말했습니다.
"그치만 이거 죄송해서...앗, 명함 감사하지 말입니다♪"
저는 냉큼 명함을 받아 가방 안에 챙겼습니다. 이미 집 위치는 외웠고, 아마도 다시 올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아무튼 예의상으로도 받아 둬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함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솔직히 이 애플파이는 미련을 버릴 수 없을 정도로 맛있단 말입니다!
...
우와, 간식을 가보로 삼다니. 에스터씨도 보기와는 다르게...아니. 보기랑 비슷하게? 아무튼 어지간히 강직하신 성격이신 것 같습니다.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저희 오빠도 언젠가 반에서 예쁘다던 여자 동급생이 우정 초코로 준 동전 초코를 평생 간직하겠다며 제습제를 뜯고 아주 별 난리를 다 쳤던 적이 있었죠. 한 달 정도 뒤에 단번에 차이고 까먹었길래 어쩔 수 없이 제가 몰래 훔쳐...꺼내서 먹어줬습니다만. 아, 그러고 보니 동전 초콜릿은 맛있죠. 엄밀히 말하면 그렇게까지 대단한 맛은 아니지만 불랑식품의 특성상 어린 시절의 추억보정이라는 것이... 핫, 이런. 잘 가다가 갑자기 마구잡이로 딴생각의 서막이 오르려 하는 것을 보아 이건 졸리다는 뇌의 신호입니다. 빨리 떠나지 않으면 남의 집에서 골아떨어지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르지 말입니다!! 우우, 정말 아쉽지만 시간도 늦었고...밤늦게까지 집에 눌러앉아 있는 건 아무래도 예의가 아니겠죠. 저는 아쉬움을 담아두고 입을 열었습니다.
"저어, 화장실은 어디 있나요?"
...
저는 종종 걸어 모퉁이를 돌아서는 창문을 드르륵 열었습니다. 음, 적당히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네요. 네? 적에게서 탈출하는 것도 아닌데 왜 굳이 몰래 나가려는 거냐구요? 묻지 말아주십쇼. 애초에 웬만하면 저랑 엮여서 좋을 일도 없고, 악당은 원래 이렇게 퇴장하는 법인 겁니다. 사실 저는 작별이 서투르기도 한데다, 바래다주시겠다던가 하시면 곤란한 것도 있어서요. 아, 맞다! 저는 급하게 지퍼를 열고 가방을 뒤졌습니다. 초면인데다 초대돼서 얻어먹기까지 했는데. 마땅히 답례를 해야겠죠!
어디보자, 폭탄...은 좀 아니고. 총기류...도 오버고. 수상한 하얀색 가루...이건 왜 여기 있어!? 이런, 세상에! 평소에 정리 좀 하고 살 걸! 한참을 투털대던 제 손에 부드러운 무언가가 닿았습니다. 처음으로 정상적인 것을 찾아냈다는 기쁨에 저는 단번에 선물을 꺼내서는 바로 옆에 내려놓고 편지지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엣헴, 이 정도면 꽤 잘 어울리는, 괜찮은 선물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게다가 요즘은 추우니까요!저는 마지막으로 편지를 붉은 목도리 두 쌍 위에 예쁘게 올려 놓은 뒤에 뒤를 한 번 돌아봤습니다. 그럼 안녕, 착한 사람들! 저는 이만 어둠의 세계로 돌아갑니다! 우후후, 지금 완전 코믹스 주인공 같았어!
...
===
(깔끔하게 개인 붉은 목도리 두 벌 위에 편지가 올려져 있다.)
급한 사정이 있어 이렇게 인사도 못 드리고 가네요. 죄송합니다!
갑자기 사라졌다고 어딘가 시공의 틈새로 납치당한 건 아니니까 걱정 마시구요♪
오늘은 감사했습니다!
추신. 애플파이 잘 먹었어요!
From S.M
- 진저-에릭
- "누군가를 향한 봉사활동 권유"에서 이어짐.
(37스레)
(진저-에릭)
내 슬리퍼 왜 훔쳐신고 나갔냐고 윽박지를법도 했으나 현관에서 내 안색을 확인한 자스민은 과연 많은 걸 묻지 않아 주었다. 그리고 아침식사를 함께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 운을 뗄라치면 영악하고 배려심이 엿보이는 대처, 구체적으로는 무슨 소리? 오빠 그날 늦잠잤잖아! 아무리 깨워도 안 일어나던걸? 하고 얘기했겠지.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털어놓을 수 있고. 당분간 택배는 집주소로 보내지 말아 줘요. 친구랑 같이 지내기로 했으니까. 싸늘하게 식어간 내 아침식사 건은 그걸로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좋을대로 마무리되지 않은 일도 있었다. 부를 때만 출근하라는 지시는 책임감을 기둥으로 살아가던 인간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과거부터 현재까지 의무에 바쳐온 헌신을 통째로 부정당한 기분이라 하면 비슷했겠다. 많은 것들이 이미 무너져버린 듯이 보였고. 어디서부터 복구해나가야할지 막막했다. 책임질 일을 잃은 상태는 무책임이라 부르기에 적합할까. 무책임한 상태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봉사활동 전단지를 찢어 조그마한 삼각형으로 접는 것이었고. 두번째로 한 일은 찢긴 조각들 속에서 소고기를 발견하는 것이었으며. 고아원 이름이 밤다람쥐면 밤이나 다람쥐나 최소한 도토리가 그려져있어야 하지 않나. 를 스칼렛의 러그에 뺨을 댄 채로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단계를 거쳐 마지막으로 한 일은 고아원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에스터, 에릭. 둘 다 아니라면 소고기를 좋아하는 어린아이라도 있겠지. 잘못 짚어 그저 봉사활동을 하고 나오는 결과가 된대도 손해볼 게 없었다. 출근하지 않아도 되었고. 출근하지 않아도 되었으며. 출근하지 않아도 되었으니. 괴롭다. 아무튼 아무리 달래주는 사람이 있대도 집에 틀어박혀 있기만 해서는 정신건강에 좋을 게 없지 않은가. 생각은 그래도 몸은 왜 곧장 따라주지 않는지. 고아원에 들어가면 될 것을 수상한 사람처럼 얼쩡거리며 내부를 넘겨다보았다. 방금 다른 생각이 났는데. 그냥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겠다.
(에릭-진저)
아마 당신이 내부를 들여다보면 어린아이들과 통솔교사가 함께하는 평범한 고아원 풍경이 보일 것이다. 아니, 고아원이라기보단 유치원처럼도 보인다만. 어찌됐건 화목한 분위기의 따스한 내부는 당신의 얼어붙은 마음을 조금 녹여주...었으면 좋겠다.
당신이 계속 안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고아원의 교사로 추정되는 아가씨가 당신을 바라볼 것이다. 왜 그 당신이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 또한 당신을 들여다본다는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물론 당신이나 아가씨가 심연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아무튼 아가씨와 아이컨택을 하고 있다보면 그녀는 어색하게 웃을 것이다. 아. 봉사활동 하러 오셨군요! ...같은 말을 건네면서. 당신은 아이를 입양하기엔 다소 젊어보일테니.
간단한 신분조회 및 신원검사가 있습니다 - 라고, 교사는 당신의 신분증을 확인한다. 그리고 그녀는 잠깐 어딘가로 사라진다. 잠시만 기다려달라면서. 기다림의 시간이 끝나고 나면 당신을 어느 방으로 인도한다. '간단한 신원검사'를 진행하기 위한 방으로.
"...그리고 이 곳에서, 예상치도 못한 에릭 앤서니가 등장하는 것입니다!"
...라고, 명랑하게 나레이션에서 말을 이어버리는 이 맹랑한 녀석이 맞이하면서.
"어때요!? 놀랐죠!? 가드맨씨가 보기에도 훌륭한 암호였죠!? 아아. 단순한 영수증이었을 그것을 통해서, 자신의 등장복선을 깔아버리고는...그것을 암호편지에 활용해버리는 저라는 남자... 멋진 에릭 앤서니! 자. 여기에서 저의 이름을 기억해두신 보람을 느끼는 것이 좋을 거에요!"
당당하고 명랑하게 말하는 이 녀석을 어떡할까. 남의 기분도 모르고 떠들어대는 이 뻔뻔한 녀석에게, 땡꽁해줄 틈도 없이ㅡ에릭은 화제를 바꾼다. 사뭇 진지한 얼굴이다. 그래봤자 어린애같지만.
"...자. 그러면!"
에헴. 헛기침을 한다. 007 놀이에 심취한 꼬맹이같군.
"제가 이 곳에 진저씨를 부른 이유에 대해 말하기 전에- 뭔가, 제게 질문이 있으신가요?".
(진저-에릭)
여기까지 와서 돌아가고 싶어졌다면 말이 될까요. 계속 실내에 있는 것도 나쁘다 생각했는데 밖으로 나왔더니 내 정신과 사지가 나쁘다 하는데 어쩌지. 가만히 있어도 기력이 -1씩 떨어져가는 것 같다. '신원검사'란 건 어떻게 진행되는 건지 궁금해하며 교사의 인솔을 따른다. 기다려달라는데. 기다리지 않고 여기서 나가버리면 어떻게 되는거지. 무책임한 봉사활동자가 되는건가. 정말 중도퇴장할 생각은 없으면서도 의미없는 가정을 해보고.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주말 쇼프로처럼 등장하는 에릭 앤서니다. 여기서 등장해버린 그에게 놀라지 않았다기보단 놀라지 못했다는 게 걸맞겠다. 놀라는 것에도 기력이 필요하단건 처음 깨닫는 사실이었고.
"역시 소고기가 암호였군요."
하고 주머니에 담아온, 전단지 조각에 그려진 조그마한 고기 그림을 꺼내는거고.
"그럴듯한 암호였습니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이름을 적어주면 더 고맙겠네요."
희미한 미소가 어린다. 이쪽은 암호를 알아볼만큼 대단한 눈치가 없는 사람이다. 수작업입니까? 하고 묻는다. 어쩌면 과일들도. 하나하나 그렸다면 그만한 정성이 따로 없다고 생각하며. 당신은 편지를 읽으면서 느낀대로 혼이 쏙 빠지게 명랑한 사람이다.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에릭 앤서니에게 마음의 손을 들어 박수를.
"질문?"
어쩌면 내게는 질문할 거리가 많겠다. 왜 암호를 그려내어 굳이 나를 불러냈는지.-곧 말해줄 테지만-이 고아원에 왜 당신이 있는지. 가드맨에 대해 얼마나 알고있는지. 에스터와는 얼마나 친한 사이인지. 에스터와 친해지려면-내적인 친밀감 말고 좀 외적으로-어떤 방법이 좋을지. 과일 바구니에 소고기를 넣는 걸 왜 말리지 않았는지. 등등. 그러나 나는 고개를 느릿하게 저어내고 대답한다.
"없는 것 같네요."
따라서 그는 곧장 용건을 말해도 되겠다.
(커밋에릭-진저)
"이름! 후후. 그런 방법이 있지만ㅡ이 만남은 일단은, 비공식적인 만남이라 말이죠! 진저 그레이는 이 시각 고아원 봉사를 위해 집에서 나와 그것을 위한 신원검사를 받고있다...는 설정이라 말이죠! 어른의 사정!"
왠지 평소보다 더 신난 것 같다. 아무래도 암호를 통해 상대를 불러내는 데 성공했다...는 도취감에 과도하게 젖어있는 모양이다. ...절대 이런 발랄한 대화를 위해 나온 것이 아닐텐데. 당신을 배려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천성?
"질문이 없다... 그렇다면, 본론으로 들어가도 되겠군요!"
에릭은 그런 발랄함을 보이다가, 갑자기, 아, 이게 아니지ㅡ라며 다시 사뭇 진지한 얼굴을 만들어보인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중 어느 것을 먼저 듣고 싶으실까요?"
그리고는, 당신이 듣고싶은 순서대로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다.
(진저-에릭)
암호로 사람 처음 불러낸 것처럼 달콤한 성취감에 흥이 실린 태도하며. 앳된 얼굴하며. 이건 소년이래도 믿겠는데. 내 앞에서 어른의 사정 운운하고 있으니. 내가 "그런가요." 하며 짓는 모호한 미소는 어떻게 해석하든 그의 몫으로 남겨두고 문제 출제자는 정답이 든 답안지를 서랍 안에 넣어두고 자물쇠를 걸어두는 편이 좋겠다.
"나쁜 소식....."
그건 여기서 더 떨어질 나락이 있다는 말이겠다. 가구에 걸터앉는다.
"꼭 들어야 될까요?"
암호까지 써가며 여기에 불러냈으니 꼭 들어야 할만한 사항이겠다는걸 알면서도. 나오지 않을 대답을 바라듯 그렇게 묻는다. 알아요. 들어야겠죠. 외면한다고 나쁜 소식이 사라지는 건 아니겠으니.
"방금은 농담이었습니다. 그럼 좋은 소식부터 들려주시겠습니까."
간단한 신원검사는 먼저 예방주사를 맞고 시작하도록 하죠.
(개굴이에릭-진저)
"좋은 소식! "
그거 좋은 일이네요. 저는 나쁜 소식을 전하는 데 서투니까요! 그런 말을 덧붙인다.
"...먼저, 이렇게 당신과 비공식적인 만남을 원한 것은ㅡ당신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는 정보를 주기 위해서라는 것! 이것이 핵심이에요!"
그리고, 아주 귀여운 에릭 앤서니가 당신 앞에 등장했다는 점! ...이라는 농담을 끼워넣는다. 이 말은 무시해도 좋다.
"에스터씨는, 지난 번 임무때 빌런의 아지트에서 의미심장한 자료를 발견했어요. 당장 현재 구제프씨와 진저씨의 상호 지목으로 이즈모는 혼란한 상태다ㅡ맞죠?"
에릭은 이즈모 내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이즈모의 일을 직접 자세하게는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러한 정보 수집을 위해선 에스터의 도움이 있었겠지.
"...자료에 관해서 아주 정확하게 알려줄 순 없어요. 왜냐하면, 그 사이에 에스터씨에게 큰 충격과 혼란을 줄만한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 내용을 에스터씨는 객관적으로 분석하기 힘들어했고요. "
본인이 완전히 해석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보를 넘길 수는 없었다. 물론, 해석이 명확한 부분은 당신께 드리고요!
"그리고, 도움이 될지 모르는 또 다른 정보 하나ㅡ이것의 경우, 어느만큼의 효용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
에릭은 손가락을 접는다.
"에스터씨가 파크라는 분, 전직 빌런 클라운이자 현직 히어로 코스츔...맞나요? 그 분께 접근해서 비공식적인 문답을 했대요. 이것은 어디 녹음해오거나 , 위원회를 열어 밝히거나 한 게 아닌, 단순히 의견의 교환이니까, 큰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ㅡ그러니까, 어디까지나 누군가의 지지 성향?...정도일까요?"
그리고는 당신을 보며 말한다.
"코스츔씨는, 당신이 빌런이 아니라고 말했대요."
사뭇 부드럽게 미소짓는다.
"...구제프를 곰돌씨로 지목하면서."
(진저-깨굴이에릭)
도움이 될지 모르는 정보라고 한다. 혹하기 좋은 말입니다. 당신이 모든 걸 털어놓고 나면 내가 전해야 할 말은 두가지 중에 하나겠다. 고맙습니다. 혹은. 구제프와의 상호 지목으로 혼란한 상태가 맞느냐는 데에는 망가진 모빌처럼 목을 끄덕거리고.
코스츔. 의 이름이 나오면 눈을 들어 당신의 안경에 비친 반대로 된 내 모습을 응시한다. 아주 조용히, 나는 요즘 내게 익숙해진 쇳덩이를 꺼낸다. 그는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았을까. 놀랐을까. 나는 그것을 옆에 내려놓는다. 오래된 친구처럼. 잠깐 사이에 이루어진 이 동작을 당신이 말릴거라고 생각되지도 않지만. 말리겠다면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
"증명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에릭-진저)
"...증명, 이라."
아무리 에릭이라도 총이 튀어나오면 흠칫 놀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애써 미소짓는다.
"어떻게 증명하면 좋을까요. ...저는 중간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일을 맡았을 뿐이라서! ...대단한 몸은 아니지만."
그렇지만 옆에 내려뒀으니, 공격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응응. 맞아. 어차피 요즘같은 세상, 빌런이나 히어로가 아니더라도 권총 하나쯤은... ...에릭은 그래도 미소를 잃지 않으려 애쓴다.
"...우선, 번거롭게 봉사활동 신원확인...을 가장해 진저씨를 불러낸 이유를 더 자세히 설명해드리면 도움이 될까요?"
자신에게 있는건 잘 굴러가는 머리 뿐이다! 에릭. 진정하고! 침착하자! 어차피, 전부 사실이잖아!
"이 만남은 어디까지나 비공식이에요. 왜냐하면, 에스터씨가 뭘 하려는지 알면 빌런측에서 손을 쓸지 모르니까요. 당신에게의 정보전달을 이런 우회적인 방식으로 한건, 빌런측에게 들킬만한 흔적이 남지 않기 위해."
에릭은 차근차근 이유를 설명해나간다. 맑은 레몬빛 눈이 당신을 응시한다. 당신은, 지쳐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완전히 비공식적인 만남이면... 진저씨는 이 시간 뭘 했냐는 의혹을 받게 되잖아요? 그래서, 이 곳으로 진저씨를 부른거에요."
...그리고 말한다.
"당신은 이 시간,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중이었다ㅡ방에선 신원검사를 받고 있었다."
ㅡ전단지에 적혀있던, 봉사시간이 인정된다는 내용을 당신은 기억할까
"신원검사가 길어진 것은, 당신이 의심받고 있다는 게 대외적인 이유죠."
에릭은 당신을 바라본다.
"에스터씨에게도, 진저씨에게도ㅡ 이 시간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증명할 수 있으면서, 빌런의 눈을 피한다는 거에요. "
...이것이 증명에 도움이 되나요? 당신을 바라본다.
"...코스츔씨에 대해 저는 자세히 몰라요. 다만... 에스터씨는 그가 조커가 되리라고 말했어요."
"빌런갱생프로젝트는 허구였고, 곰돌씨, '구제프'가 빌런을 히어로측으로 들이고 있었다...그리고 코스츔은 원래는 연기를 하려다가, 정말로 히어로로서의 책임감을 가져버렸다...라는 게, 코스츔씨의 주장이라고."
...그리고.
"그리고, ...저는, 전투능력이 전혀 없는 일개 연구원이에요. 그 동시에, 에스터씨에게 가장 소중한 가족같은 존재고."
이것은 에릭의 주관적인 의견이었다. 에스터가 말하라고 시킨 적 없는, 에릭 자신이 멋대로 꺼낸 이야기.
"만약 에스터씨가 진저씨를 믿지 못한다면,저를 보내지 않았을 거에요. ...저는 감히 그렇게 확신할 수 있어요. "
"물론, 이것은 저의 단순 추측이에요. 바보같은 에스터씨가 '그런' 가능성까진 생각 못했을수도 있죠."
'그런'을 말하며 에릭은 총으로 시선을 보낸다.절대, 자신이 희생말일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 왜냐하면 둘은, 에스터와 에릭은 그만큼 서로를 믿었기에.
"...나쁜 소식을, 이야기해도 되나요?"
(진저-에릭)
"머리를 썼군요. 나는 그렇게까진 계획 못할 겁니다. 알리바이에 신경써주신 점 고맙게 여기고 있습니다."
이 만남 자체로 타인의 눈을 속이고 있다는 사실이-내게 유리하든 그렇지않든 간에- 달갑지는 않았지만 봉사활동이라는 명목상으로 공식적인 기록에 올림으로써 빌런의 눈을 피하려 했다는 거다. 과연 그가 아무 생각 없이 암호를 써넣은 건 아니었겠다. 현 시점에서 의심받는 자과 접촉하는 일이 어떤 위험성을 지니고 있는지 알면서도 나를 애써 불러냈다면 당신과 당신이 보내는 신뢰가 과분하도록 고맙다. 레몬빛 눈은 나를 비추어 동정을 담아냈는가. 혹은 알아낸 진상을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겨내었는가.
"동화같은 이야기네요."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목소리가 건조한 입술 사이를 비집고 나온다. 클라운은 연기를 하려다가 히어로로서 눈을 떠버렸다고. 이 이야기는 아름답고, 환상적이고, 정의로우며, 허무맹랑하다. 과연 결말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날까. 그건 나도 모르지. 당신도 모르겠고. 클라운-코스츔도 모르겠지. 안 그런가요.
"에스터씨가 나를 신뢰하고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도 그녀가 그렇게 말한다면 마땅한 이유가 있는거겠죠. 무엇보다, 이 시점에 셋이나 되는 사람들이 나를 지지해준다면 그것보다 기쁜 일은 없을 겁니다."
신뢰하지 못할 것이 있더라도 이용할 수 있다면 이용해가면서 내가 본 게 사실임을. 내 시력과 정신이 멀쩡했음을 밝혀내면 되고ㅡ-. 그러나 기쁘다는 말을 하면서 기쁜 기색을 조금도 보이지 않는 나다. 여기서 당신은 내가 지쳐있다는 추측이 맞았다는 사실을 기뻐해도 되겠다.
나쁜 소식을 이야기해도 되나요? 그의 질문에도 나는 감히 침묵에 손댈 마음을 먹지 못하고 이어질 말을 기다릴 뿐이다. 그게 우리 둘 다에게 좋은 소식이기를 바라면서.
권총은 여전히 거기 그 자리에 놓여있다. 벽면에 유리로 마감된 부분이 있다면 그곳은 분명 바깥이 맑다고 알려주겠지만 이상하게도 자꾸 우중이라 착각하고 만다.
(에릭-진저)
...에스터가 처음에 당신을 의심했다는 사실은 고이 숨겨두자. 이 지치고 의심많은 남자에게는 무한한 신뢰만이 마음을 열게 할 방법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에스터는 의식적으론 당신을 의심하려하면서도 무의식중에 당신을 믿고 있는 모습을 보였고 말이다. 우선, 자신을 보낸 것이 그 예이지.
에스터의 당신에 대한 평가가 '반 정도 의심'에서 '신뢰'에 기울어지게 된 이유가 코스츔 때문이라는 것을 알면 당신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뭐. 지금 상황에서는 운석이 떨어진다 한들 지친 상태겠지만.
"동화같은 이야기죠."
자그맣게 긍정으로 추임새를 넣고, '나쁜 소식'을 이야기한다.
"빌런측은, 작정하고 당신을 몰아붙일 의도가 가득하다는 것."
이미 알고 있겠지만. ...에릭은, 핸드폰을 꺼낸다.
'진저 그레이, 잘 부탁해~'
'사람을 뭘로 보는 겁니까.'
"이것은, ...빌런의 아지트에 있던, 2018년 11월 24일이라는 날짜가 적혀있던 테이프에서 나온 말."
에릭의 목소리는 한결 차분해진다. 차분해졌다고 할까, 가라앉는다.
"...죄송합니다. 놀라셨죠?"
아무리 그래도 깜빡이도 없이 이런걸 훅 치고 들어가는건 너무했나. 에릭은 당신의 상태를 살핀다. 에릭은 표정을 숨기는데 재주가 별로 없다. 걱정스러운 얼굴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신에 대한 의심에 못을 박기 위한 이 증거가ㅡ역으로 에스터씨가 구제프씨를 의심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렇다면 이건 좋은 소식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 그렇다기엔 당신이 받았을만한 충격이 너무 심하다.
"만약에 진저씨가 빌런의 편이라면, 빌런측에서는 가만히 이즈모의 분열을 구경하며 진저씨가 의심받을 만한 상황을 피하는게 정상이죠."
11월 24일은, 구제프와 진저가 지목받은 '이후'의 시점이다.
"...그런데, 굳이 분열이 일어나는 도중에 진저씨를 만나 이름까지 다정하게 부르는 테이프를 만들어뒀다?...그런걸 기록하는 목적이라면, "
당신의 의혹을 증폭시키기 위해 만들었다.
"아마~이 테이프를 이즈모에 보내거나 해서 당신에 대한 의심을 확실하게 만들려는게 목적 아니었을까요?...그렇다는건."
"당신은 명백하게ㅡ빌런의 편이 아니라는 거죠."
에릭은 씨익 웃는다.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1차원적으로 생각하면, 빌런 아지트에서 당신 이름이 불리는 테이프가 나와!? 당신이 빌런이라는 증거 아냐!?겠죠. 하지만 천재 연구원 에릭과-그 조수 에스터라면, 다른 결론을 내놓을 거에요."
이건 에릭의 허세다. 하지만 귀엽게 봐주도록 하자.
"'빌런측에서' 당신에게 불리한 자료를 따끈따끈하게 만들어내고 있었다는 건, 당신이 빌런에게 공격받는 선량한 히어로라는거 아니겠어요~?"
...그래서, 그는 나쁜 소식을 소개한 것이 맞는지? 에릭은 방긋 웃는다.
(진저-깨굴에릭)
그의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은 내 음성과 흡사하다. 사람의 목소리는 타인이 듣는 것과 내가 듣는 게 다른데 공기와 몸통을 거쳐 전달되는 과정에서 변형이 일어나기 때문이겠다. 어설프네. 라는 생각이 든건 그때문일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괜찮습니다." 라는 말을 정말 썩 괜찮아보이게 해낼 수 있는 거고. 그러나 몸집을 불려 공격해오는 붉은 빛의 적의에는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모르는 거고. 이 일은 한낱 연약한 민간인인 내가 받아내기에는 너무 커진 것이 아닌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쳐버린다.
당연히 그건 내가 아니었다. 나를 기절시키면 파란 눈이나 빨간 눈으로 바뀌어 진저 화이트나 진저 블랙이라고 주장할 가능성도 없진 않은데. 거기까지는 고려하기 마뜩찮고. 별로 재밌는 광경도 아니겠다.
"천재 연구원 에릭 앤서니. 소식 잘 들었습니다."
나는 권총을 집어넣고 의지하던 가구의 품을 떠난다. 자신에 차있는 당신이 가까워진다. 그가 영리하기에, 그의 성취감은 한도를 모르고 차오른다. 트로피를 움켜쥐기에 좋아 보이는 손이다. 유레카를 외치기에 걸맞은 입이다. 진실을 발견하기에 좋은 눈이다. 나조차도 그에게 발견되지 않았는가.
그렇지만 그건 심증이 아닌가요? 하고 묻고 싶다.
내가 정말 빌런이라면? 조심성이 없었을 뿐이라 24일 빌런과 실제로 접촉했고. 진실을 알리려는 사람이 목숨걸고 테이프를 남겼는데 당신들의 착각으로 방해하고 있는거라면? 그리고 내가 고아원에서 연구원 살인사건을 일으켜버리고. 그의 핸드폰을 훔쳐서 에스터에게 에릭의 번호를 단 메시지를 보내어 그녀까지 처리하려고 하면. 그런 위험은 고려하지 못했나? 안전하고자 하는 욕구에 잠겨있는 나는 그의 대담함에 놀라며. 그러나 불리한 것은 입에 담지 않고. 왜냐하면 나는 이미 충분히 심술궂게 행동했으니까.
"그걸 만들어낸 사람은 내가 뭘 부탁받았다고 얘기하고 싶었던 걸까요?"
내가 모르는게 있는데 천재 연구원 에릭 앤서니에게 기대도 되겠죠. 천재 연구원이니까!
(38스레)
(에릭개구리-진저)
"그야-뭐, 빌런으로서의 업무같은거겠죠? 테러라던가. 이즈모 내부 혼란이라던가."
...천재라고 자칭한 주제에 어설픈 대답이다.
"만약에 진저씨가 빌런이라면~ 빌런측은 세상에서 가장 무능하고 멍청이같은 집단인 거라구요. 빌혐남 영상이 찍힐 정도로 빌런에 대한 증오를 만인에게 각인시키고, 안전구역을 통해 오랜 시간 히어로들을 보호하며 신뢰를 쌓고ㅡ 닥터 구제프를 지목하여 이즈모의 대표인 녹턴과 유능한 닥터 구제프를 동시에 의심에 처하게 해서, 이즈모에 혼란의 불씨를 마구 퍼뜨렸는데! ...그 시점에 굳이 모든 걸 망칠 증거를 만든거죠."
에릭은 자신의 추측을 기정사실처럼 얘기하며 손을 휘젓는다. 마에스트로가 되기라도 한 모양이다.
"...그리고 만약에ㅡ진저씨가 빌런이라고 한다 해도 말이죠."
테이프를 정의로운 누군가가 목숨을 걸고 찍었을 가능성, 그러니까, 당신이 진짜로 빌런일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만,
"진저씨는 버리는 말로 사용된 거에요."
싸늘하다.
"...진저씨에게 모든 이목이 집중되면, 구제프씨의 결백이 입증되니까."
에릭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을 이어간다.
"테이프 중에서는, 구제프에게 타격이 있을 법한 자료도 있었어요. ...하지만, 단순 진저씨의 이름만이 불리던 최근의 테이프와 달리 그 내용이 꽤나 충격적인 것이었던 모양이에요."
적어도 에스터씨에게 있어서는...말이지. 에릭은 에스터의 일그러진 얼굴을 속으로 그려본다.
"그 내용을 진저씨에게도 알려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에스터씨를 위해서, 그건 조금 나중에. 확실한 것은..."
"에스터씨는 구제프씨를 지목할 생각이에요. "
에릭은 고개를 으쓱 한다. 이것이 다에요.
(진저-개굴에릭)
"확실한 자료이길 바랍니다. 일이 잘못되면 나는 물론이고 증언해 준 에스터, 코스츔, 그리고 당신까지. 모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게 돼요. 그걸 모르고 일을 벌린것 같진 않지만요."
어떤 것인지는 말해줄 수 없다고. 그럼 나는 기대를 걸고 에스터의 지목을 기다릴 밖엔. 에스터는 왜 거기서 타격을 받은 것인지 나로선 알 수 없겠으나. 그녀가 무사하길 빌어 보고.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그러니 전면에 나서지 않아도 비난할 사람은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익명으로 제보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판단은 제가 하는게 아니겠지만 부디 신중하게 행동해 주세요."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아서 지금 이 사단을 낸 것 같거든요. 그리고 그들이 신뢰할 사람이라면 잃는 건 뼈아프다. 위치가 특수한 코스츔을 제외한다면 빌런의 아지트에서 자료를 찾아낸 히어로 A쯤이라도 상관없지 않을까. 잘 모르겠다. 그녀의 판단과 선택에 맡기기로 하고. 최악의 상황에는 이능력을 적극적으로 사용해보기로 하고. 그나저나 빌런의 아지트이고 에스터가 그곳을 습격했다면. 어쩌면 에스터가 자료를 찾아낸 날은 ISMO 내부에 흰 가면을 쓴 사람들이 가득하던 그 날일까 싶다. 그날 스칼렛의 셀카 뒷배경이 빌런 아지트가 아니었던 게 다행이었다.
"에스터는 혹시 닥터가 참석한 자리에서 지목할 생각이라 하던가요?"
진실이 밝혀지면 얌전히 있을것 같지 않거든요. 내게 그 자리에 참석할 권한이 주어진다면 사람들 눈이 닿는 곳에서 그들의 지인이자 동료였던 사람을 처리하게 될까. 그건 절대 달가운 일이 아니지만 어쨌든 난 필요한 일이라면 해낼 것이고. 그래서 부탁을 남겨보는 거다.
"그녀가 불살주의의 대표격이란건 압니다. 그래도 예상에 없던 일이 발생하면 수습하려는 사람을 말리지 말아달라고 전해줘요."
ISMO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라면. 어쩌면 그중에 섞여든 빌런들이 내몰린 수장을 보고 불시에 총과 칼을 들고일어나 증거물품은 물론 목격자까지 전부 끝내버리려 할지도 모르니. 여기까지 말을 끝내놓고 나는 그의 긴장을 풀어줄 필요가 있는지 가늠해본다. 긴장한 것 같진 않은데. 그래도 마주한 상대가 권총을 꺼내놓는데 긴장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에릭구리-진저)
"걱정 감사합니다. 에스터씨는 자신의 추측을 뒷받침할 자료를 위해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니고 계세요. ...물론, 익명으로 할 생각이고요."
선례가 있으니까. 그런 생각은 속으로만 한다.
"다만, 익명으로 한다 해서 익명이 보장될지는 잘 모르겠네요... 아시다시피, 에스터씨는 워낙 눈에 띄는 사람이잖아요?"
그리고 당신에게 핸드폰을 열어 가면 무리 속의 에스터의 사진을 보여준다. 가면을 쓰고 차림도 맞춰입었는데도 191cm의 장신과 긴 하늘빛 머리카락이 애처로울 정도로 본인이었다. 넓고 단단한 체격도 마찬가지고.
"일단은, 할 수 있는 한은 익명으로 해볼 생각이에요. 쉽게 들킬지도 모르지만? 사실 에스터씨는 이런 뒷공작..정치질... 어둠의 세계... 이런 문제의 처리에는 솔직히 재능이 없거든요! "
뭐, 저라고 재능있다는 뜻은 아니지만! ...위험에 처하고도 이 발랄함은 어쩌면 좋을까. 싱글싱글 웃는다. 대단한 긍정마인드. 그래도 에스터씨보단 제가 쪼오금 낫죠ㅡ 암호로 불러내고 봉사활동을 활용해 들키는 것을 최소화한다. 이것은 에릭의 아이디어였다. 정면돌파형인 에스터는 아마 이런 방법은 혼자서 생각 못해냈겠지.
"네에. 말씀은 드려볼게요."
에스터씨가 들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진저-에릭구리)
그의 핸드폰 화면에 떠오르는 가면은 그때 이즈모에서 보았던 것과 같다. 히어로들이 가면을 쓰고 빌런의 아지트를 습격한 거다. 이런 대규모의 움직임이 있었는데 아무도 내게 일언반구 없었다. 하기사 이쪽은 휴가였으니. 게다가 통보받을 자격이나 주어졌을까. 혀 끝에 쓴맛이 도는 듯하다. 어쨌든 이 사람은 에스터고. 일부러 못 알아보는 것도 힘든 일이겠다. 어쩔 수 없이 웃음지었다.
"좀더 눈에 띄는 일을 했으면 승승장구했을 것 같네요."
그녀의 정의감을 무시할 생각은 없으나 정치인이나 모델같은 눈에 띄는 직업을 가졌으면 이 대단한 존재감을 잘 써먹기 좋았겠다. 뒷공작, 정치질, 어둠의 세계. 떠올리는 단어들이 너무 습기차있다는 생각은 안 드나요. 에릭. 기왕이면 밝은 이미지로. 가령 진실을 밝혀내는 정정당당한 흰 가면의 영웅 이미지를 떠올려도 될 텐데. 그나저나 당신은 아직 내가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는지는 한 마디도 하지않았다. 이게 할 말의 다라는 사실에 나는 좀 어리둥절해진다.
"용건은 정말 이걸로 끝입니까? 내게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을 전해주는 것?"
한마디로 내가 결백하다는 증거를 발견했다는 걸 알려주는 거. 전투능력이 전혀 없는 일개 연구원을 내보내는 위험을 감수하고 장치까지 마련해가며 하겠다는 일이 고작 그게 전부였다고. 내가 없는 곳에서 진행해도 되었을텐데. 왜. 정말 그가 말한 대로 온전히 나를 위해서? 거기까지 생각하면 마시는 숨에 실바람같은 온기가 스며들고. 여러 의미가 섞인 탄식으로 배출되는 거다.
"이런, 에릭....."
나는 무심결에 하려던 말을 삼키고 고개를 살짝 젓는다. 끝맺어지지 못한 말은 이랬겠다. 최소한 무장이라도 하고 나왔어야죠. 그래도. 생각해준 건 정말 고맙지만. 에스터의 사진이 띄워져있던 그의 핸드폰을 살짝 뺏어들어 무언가를 입력한다. 이윽고 핸드폰이 주인에게로 되돌아가면 내가 연락처를 입력해두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테고.
"외울 수 있겠습니까?"
가능하면 이 자리에서 외우고 지우도록 해요. 이 만남은 비공식적이니까.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는 전보다 부드러워져 있었을 테지.
"이번 일로 신변에 위협이 생긴다면 편하게 연락해도 좋습니다. 내가 식별 가능하도록 간단한 암호를 써도 괜찮겠죠."
그는 암호를 쓰는 걸 즐기는 듯하니. 소고기라던가. 개구리라던가. 그리고 또 암호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는 싱글벙글 웃는 모습을 보는 것도 괜찮겠다. 옷 안쪽에서 수첩과 펜을 꺼내 글을 써내려간다. 금세 한 장을 뜯어 그에게 건넨다. 곰돌씨와 내가 만났을 무렵 상담을 진행했다고 기록되어있는 히어로 버터플라이(제시 골드), 그리고 다음 시간에 집단 상담이 잡혀있던 듯한 블레이더(핫산), 유온미르(도겸)의 이름이 적혀있겠다. 그의 옆에서 어떤 정보인지 하나하나 가리켜가며 간단한 내용을 설명해주고 거기에 더해 말했다.
"그닥 쓸모는 없을거라 봅니다. 닥터의 상담실에서 발견한 건데 음성까지 조작하는 재주좋은 인간이 자기 상담실 서류에는 손 못 댔을까요. 하지만 내가 줄 수 있는 정보는 이것뿐이니, 정보의 효용가치는 직접 판단해 주십시오."
그리고 작별과 사과의 의미를 담아 깊게 허리를 숙였다.
"다음에 만나면 공식적으론 첫 만남이 되겠군요."
그땐 총을 꺼내는 일은 없을겁니다. 없기를 깊이 바랍니다. 길었던 신원검사를 마치고 복도로 흘러나왔다.
...ㅡ-혼란스럽다.
(39스레)
(에릭-진저)
"너무 눈에 띄는 일이면 못 했을걸요. 에스터씨, 보이는 것보다 훨씬 부끄럼쟁이거든요."
당장 진압후 시민들에게 칭찬만 좀 받아도 엄청 쑥쓰러워하고. 에릭은 그런 말을 하며 헤실헤실 웃는다. 에스터씨 얘기를 하고 있으면 쉽게 기분이 좋아졌다.
"그야, 히어로를 위한 일이니까요."
정의를 위한 일. 히어로로서, '지키기' 위해서 하는 일이니까. 음모에 휘말린 정의의 사도를 지키고, 악을 물리쳐서, 시민을 구한다! ...어느 쪽이 정의이고 어느 쪽이 악의인지 구분하기 너무 힘들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음! 천재 연구원 에릭 앤서니니까! 물론 외울 수 있어요!"
...라고 허세를 부렸지만, 에릭은 그 번호를 자기만 알아볼 수 있는 암호로 바꿔 저장한다.
"암호라, 그렇다면ㅡ다음에 제가 전화할땐 당신을 '마카롱 케이크'씨라고 부를게요! "
진저씨는 저를 레몬 샤베트라고 불러주세요. 그렇게 제멋대로인 암호를 정하며. ...그리고 당신이 정보를 전해주자, 눈을 반짝반짝 빛낸다. '해냈다!'...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네! 또, 아니, 첫만남을 기다릴게요!"
멋진 문장이라고 생각이 들었는지, 혼자 뿌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는 메모를 바라본다. 에스터씨에게 보여주면, 칭찬을 받을까. 에릭은 총때문에 긴장했던 것은 이미 다 잊은 채.
- 에릭 - 스칼렛
(에릭-스칼렛)
가벼운 종소리가 카페에 울려퍼진다.
조금 큰 흰 가운을 걸친, 앳된 인상의 남자가 카페에 들어온다. 안경 뒤의 반짝대는 눈은 메뉴를 탐색하더니, 발랄하게 주문을 한다.
"카페라떼하고, 초코조각케이크 주세요!"
어느 때라도, 느긋하게 여유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에릭은 가벼운 기분전환을 위해 카페에 왔다. 맛난 초코케이크를 먹으면서, 여유를 가져보자.
이른 시간에 왔더니 사람이 적었다. 오늘은 거의 자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눈은 새벽하늘의 별처럼 반짝거린다. 에릭은 속으로 괜찮아, 괜찮아!를 중얼대며, 자기 암시를 한다.
(스칼렛-에릭)
호기롭게 그 녀석을 찾자. 라고 하기는 했습니다만..
의외로 사람을 찾는것이 그렇게 쉬운게 아니었기에 저는 출근을 했으면서도 딴 생각을 하고있었습니다.
"어서오세요~"
그럼에도 손님이 들어오자 인사를 자동적으로 한 저는, 메뉴 주문에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한뒤 금새 카페라떼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곤 조각 케이크를 꺼내며 손님을 바라보고는.
"드시고 가실건가요?"
라고 물었습니다.
(에릭-스칼렛)
"네! 드시고 갈거에요!"
아니. 그렇게 하면 자기자신에게 존칭을 쓰는 게 되어버리잖아. 에릭은 초코케이크를 기다리며 생글생글 웃는다.
"이른 아침부터 손님 받으시느라 고생이 많으세요! 눈치없이 너무 빨리 와버렸네요."
그런 실없는 소리를 건넨다. 무언가 말하고 말해야지 마음은 가벼워진다. 에릭은 가방에서 책들을 꺼낸다. 약학에 관한 책을 위주로 된 과학도서들이 카페 테이블에 차곡차곡 쌓인다.
(스칼렛-에릭)
"네, 알겠습니다."
저는 영업용 미소를 보이며 조각 케이크를 예쁜 접시에 담아서 내왔고, 카페라떼를 같이 드리며 고개를 살짝 숙였습니다.
뜨거우니 조심히 드시라고 말하는것도 잊지 않습니다.
"손님이 없는것보다는 낫죠. 저도 심심했던 차인걸요."
저는 요즘 보기드물게 착한 손님의 등장에, 가볍게 웃으며 답하고는 샷글라스를 닦아주며 흘끔 손님쪽을 바라봤습니다
책이 많네요.. 하지만 말걸면 이상해 보일테니 묵묵히..
(에릭)
에릭은 카페라떼에 혀를 델까?
Dice(1,2) value : 1
1: 스칼렛의 주의에도 불구하고 혀를 덴다!
2: 스칼렛의 주의를 기억해서 혀를 데지 않는다!
(에릭-스칼렛)
"감사합니다! "
바로 전의 당신의 경고를 기억하고, 에릭은 밝은 얼굴로 조심스럽게 카페라떼를... 조심스럽게? 별로 '조심스럽다'고 보기엔 힘들어보인다.
"...앗뜨뜨!"
아니. 왜 뜨겁다고 주의를 줬는데도 혀를 데이는 걸까. 역시 새벽부터 일어나서 조금 피곤한 모양이다. 놀라서 어버버하긴 했지만 다행히 컵은 깨지지 않았고, 다만 허우적대면서 급하게 컵을 테이블에 내려놓는 통에 차곡차곡 쌓인 책들 몇개가 떨어져버렸다.
...에릭은 밝은 아침을 맞이하는 데에 실패한 것 같다. 조금 시무룩해진다. 책을 주워담는다. 그래도 책만 떨어진 게 어디야. 달콤하고 폭신폭신한 초코케이크는 아주 멀쩡하다. 이것까지 망가지면 약간 슬플 것이다. ...나머지 한 권이 어디갔지?
(스칼렛)
책 한권의 행방은?
Dice(1,3) value : 2
1. 스칼렛이 맞음
2. 천장에 꽂힘
3. 조금 멀리 떨어짐
(스칼렛-에릭)
"앗"
뭔가 딱봐도 조심스러워 보이지 않는 행동.
아니나 다를까 저는 손님이 혀를 데인듯하자 곧바로 다가가서 괜찮으신가요? 하고 손님을 살폈습니다.
다음부턴 온도를 조금 낮추는게 좋을거 같네요.
"어..."
근데 그보다. 저는 우연히 시선이 천장으로 올라갔고, 천장에 책이 데롱데롱 꽂혀있는것을 보았습니다.
어떻게 저기 올라갔지... 싶었지만 일단 빼서 다시 손님에게 돌려드리려 합니다.
"책은 무사한거 같아요."
책은.
(에릭-스칼렛)
에릭은 입을 쩍 벌린다. 저게 왜 저기 올라갔지!?
"아...감사합니다!"
아뇨아뇨. 제가 덜렁대서 혀를 덴 거에요. 카페라떼에는 아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런 말을 하며 책을 받아들면서도 에릭의 시선은 방금 전 책이 꽂혀있던 천장에 꽂힌다. ...진짜 저게 왜 저기 올라갔지? 이게 나비효과인가? 비록 자신의 가녀린 몸짓이었을지 모르나 그것이 책에 도달할때는 어마어마한 효과가 되어보일...리가 없잖아! 비과학적인 얘기다.
"...저는 제가 모르던 초능력이 있었던 걸까요?"
에릭의 얼굴이 심오한 표정으로 바뀐다. 사실은 천재 연구원 에릭 앤서니는, 천재 염동력자의 재능도 있었던 것인가!?
"...이즈모에 정식으로 입사해볼까?"
에릭은 중얼거린다. 신기하다는 듯한 말투다.
(스칼렛-에릭)
"그럴지도 모르죠?"
괴력이라던가, 염동력이라던가.
저는 미소를 지으며 대꾸하고는 천장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임시방편으로 아프지 말라는 의미로 반창고를 붙여주었습니나.
그렇게 큰 상처가 아니니 이걸로 괜찮을겁니다.
"이즈모..?"
저는 이제 돌아가볼까? 하는 생각으로 바로 움직이려는 찰나.
손님이 말한 단어에 발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돌렸습니다. 정식으로.. 라.
"지금은 그냥 관계자.. 같으신건가요?"
(에릭-스칼렛)
천장에 반창고를 붙여주는 당신의 상냥함에 문득 웃는다. 야아. 책이 천장까지 날아가 박히다니 대단하네. 천장까지 날아가...박히...잠깐, 이게 아니라 천장을 부숴먹어버렸잖아! 잠시 여유를 찾았나 했더니 에릭은 또 다시 어버버버 어버버버한다. 으아아. 어떡하지이. 보상해줘야 하나.
"죄, 죄송합니다! 저거, 제 돈으로 책임...져야겠죠!?"
당연하지! 바보같은 에릭 앤서니! 바보! 사이언티 바보! 아까까지만 해도 천재 연구원이라고 하더니. 태세전환이 너무 빠른걸.
"...아. 네! 관계자...라고 할까. 이즈모랑 협력관계에요!"
에릭의 연구소는 이즈모와 협력을 맺고 있었다. 그러므로 에릭은 정식 히어로는 아니었다. 이즈모에 협력하는 연구소의 일원이자 히어로 머리말(에스터)의 가족같은 지인이라는 관계로 꽤 내부인처럼 이즈모를 들락날락하긴 했지만.
"제가 속해있는 연구소가, 이즈모랑 협력관계라서...그리고 저랑 절친한 지인중에서도, 이즈모 출신 히어로가 있어서요!"
...굳이 독백으로 서술한 의미도 없이 에릭이 자기 입으로 다 불어버린다.
"그러니까...관계자...라면 관계자죠!? 아. 이왕 이렇게 된 거 명함이라도...!"
자연스럽게 명함을 건넨다. 에릭 연구소의 신입 연구원 에릭 앤서니의 명함이 당신에게 전달된다. 에릭의 연락처가 적혀있다.
"처, 천장...비용...이쪽으로 청구해주세요! 연구소 말고...제 연락처로!"
...안절부절 못한다. 사고친게 들키는게 부끄럽거나 겁나는 모양이다.
(스칼렛-에릭)
"?"
응? 왜 저렇게 허둥대는거 같이..
저는 손님의 모습에 고민하다가. 배상 이야기가 나오자 아 그것 때문이구나. 하고 미소 지었습니다.
그러나 일단은 그것보다 중요한 이야기가 있기에 바로 답하진 않습니다.
"연구소.. 히어로 친구. 굉장하신 분이었네요."
저는 대단하다는듯이 말하며 손뼉을 쳤습니다. 그리고는 친구분 같은 히어로들 덕에 카페가 안전하다며 밝은 말을 건넸습니다.
하지만.. 역시 히어로나 관계자를 보는것은 조금 껄끄럽습니다. 그래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호, 혹시.. 히어로쪽에 뭔가 일 같은건 없죠?"
저는 명함을 받으며 감사하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곤 질문을 던졌는데, 민간인인 제가 이런 소리를 하는게 영 좋지만은 않은걸 알긴하지만.. 그래도 알아야할것이 있기에 묻고 말았습니다.
"천장은 괜찮아요."
그야.
"여기 사장님이 부자시라서요."
방긋!
(에릭-스칼렛)
방긋!
"그럼 다행이네요!"
에릭은 사장님이 부자라서 괜찮다는 얘기에 바로 미소짓는다.
...정말 성격좋은 녀석이다. 이 전까지의 대화는 다 잊어버린 것 같군. 이게 아니라, 당신의 질문에 답해줘야 한다.
"히어로쪽에- ...여러가지 일들이 있는 모양이에요. "
저는 직접 관계있는 건 아니라서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빨대로 카페라떼를 호로록 마신다. 책을 읽는건 포기한 것인지, 꺼냈던 책들을 도로 가방에 집어넣는다. ...그야, 방금 천장을 부순 책으로 여유롭게 독서를 하고 싶진 않다. 다른 책들도 연대책임으로, 같이 가방속에서 반성하도록 하자. 물론 이것은 책에게는 인권이 없기 때문이고, 인간에게는 해서는 안 되는 처사임은 당연한 것이다. 아니, 이렇게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잖아.
"...음- ...그게, 원래 히어로측에 있던 사람중에 한 명이 빌런의 수장으로 지목당했거든요."
그러니까, 스파이같은 거. 에릭은 그렇게 말하며 케이크를 얌얌 먹는다. 오물오물. 맛있다. 비록 천장을 부수는 어마어마한 짓을 저질렀지만, 케이크는 맛있다! 이건 어쩔 수 없다! 인간은 원래 단 것을 먹고 스트레스를 회복하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듣고, 지목당한 사람이 오히려 자신을 지목하는 그 사람이 수상하다...라고 역으로 지목해서."
전자는 구제프, 후자는 진저의 이야기였다. 빌런의 수장으로 진저에게 지목당한 구제프는, 역으로 진저가 수상하다고 진저를 지목한다. 어느 쪽이든 증거가 없기 때문에, 상황은 혼란스러울 뿐이다.
"그래서... 이래저래 혼란인 모양이에요. 누가 빌런인지 알 수 없으니까."
이렇게 말하고 보니 이즈모도 참 살아남기 힘든 직장이네요 - 그런 말을 덧붙인다. 농담으로야 이즈모에 입사한다고 했지만, 최근 에스터가 고생하는 걸 보니 솔직히 진심으로 그러고 싶진 않다. 그런 어두운 세상과는 더 이상 다시 마주하지 않은 채 살아가고 싶다.
(여기까지 39스레.)
(40스레)
(스칼렛-에릭)
"......"
수장. 아마 그것은 진저씨 말고 반대편 이야기일것이다. 그렇다면 그 수장으로 지목되었다는 사람이 지목한게 아마도 진저씨.
저는 대충 이야기의 흐름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흐음.
"뭔가 복잡하네요.. 히어로도."
저는 일단 맞장구 치듯이 힘들어보인다고 말하곤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늉을 했습니다.
시늉을 한것이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저한텐 딱히 이렇다할 정보가 없기 때문이죠.
그래도.. 그래도 뭔가 오해가 풀렸으면 하는데.
"뭔가! 그.... 그!!! 후자로 지목되신분은.. 결백할거 같은 느낌이 드네요!"
무논리!
(에릭-스칼렛)
"히히히. 혹시 지목하신 분이 대충 누군지 아시는거 아니에요?"
당신의 반응을 보고 에릭은 키득키득 웃는다. 자신도 그닥 감정을 잘 숨기는 편은 아니라서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생각이 빤히 비치는 사람이다! 에릭은 신이 났다!
"가드맨씨라면 오랫동안 히어로 본부를 지켜왔으니까요! 그치만 구제프씨도, 빌런갱생 프로젝트라는 엄청난 일들을 해왔고... 두 분 다 존경받을 만한 분들이니까, 다들 혼란이 클거에요."
...그렇게는 말하지만, 사실 에릭은 생각을 굳힌 상태였다. 단지 잘못 성향을 드러냈다가 자신 뿐 아니라 에스터에게까지 피해가 갈지 모르니 입다물고 있을 뿐. 오물오물 케이크를 먹고 있다.
"뭐- 저는 주변인이기 때문에, 자세히는 모르지만요!"
...거짓말이지만! 주변인은 커녕, 꽤 깊이 알고 있지만! 에릭은 입을 다물어야 할 때를 아는 사람...인...가? 알...때도 있는 사람이었다.
(스칼렛-에릭)
"알기도 하고, 꽤 신세를 졌어서.."
저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 정도 반응이면 괜찮겠죠.
그리고 그것과 별개로.. 이 사람 텐션 엄청 높다.. 같은 생각을 하며 저는 눈을 깜박였습니다.
"사실은 어느쪽이든, 빌런이 아니었다 라는 결말이면 좋겠어요. 그냥 오해라던가."
거짓말.
저는 그 구제프라는 사람을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진저씨의 의심이 완벽히 맞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뭔가 찝찝한게 있으니까 의심하는거 아닐까요?
이래서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건지도 모르겠지만..
"근데 이런거 막 말해주셔도 되는거에요?"
저는 갑자기 생각난 의문에 손님을 바라봤습니다. 혹시 피해가 가면 어쩌지..
(에릭-스칼렛)
"신세를 지셨군요...! 우오오! 진저씨, 어디선가 나타나서 안전구역으로 짠-하고 멋지게 구해준 걸까요!"
눈을 반짝반짝 빛내보인다.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천진난만함이 에릭의 특징이었다.
"그러게요. 어느 쪽도 빌런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에릭은 조금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현재, 진저씨의 편을 들기 위해 정보를 모으고는 있지만서도... ...구제프씨도 많이 동경했으니까. 조금 시무룩해진다. 어깨가 쳐진다.
"...뭐, 저도 먼저 천장을 부쉈으니까요! 그리고 이 정도는, 히어로랑 조금만 관여해있으면 어느정도 알 수 있으니까-"
그런 이유도 있지만 사실, 진짜로 에릭과 에스터에게 피해가 갈 지 모르는 정보들은 말하지 않기도 했다. 에스터씨가 빌런의 아지트에서 찾아낸 것. ...이라던가. 비교적, 히어로 관계자면 알 수 있을 법한 정보...정도만을 흘렸다. ...맞지? 주의를 줬는데도 혀를 데거나, 놀라서 천장을 부숴버리거나, 그런 짓들을 했더니 맞다고 확신할 수가 없군. 에릭은 빤히 다 먹은 케이크를 바라본다.
"...새삼,이 케이크랑 카페라떼, 진짜 맛있네요! 치즈케이크도 시켜도 될까요!?"
오늘같은 날은, 하나 더 먹어도 돼! ...오늘같은 날이 뭔지는 모른다.
(스칼렛-에릭)
"그런 느낌일까요.."
저는 적당히 맞다고 하면서 눈웃음을 지었습니다. 자세히 설명하면 의심받기 좋은 상황이 되니까요.
"흐음..."
히어로랑 관여되어 있으면 누구든 알 수 있다라. 그렇게 기밀 사항까지는 아니라는 소리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중요한 문제이지 않을까 합니다. 히어로라는 정의의 편에서 빌런에게 휘둘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거니까요.
뭐.. 저랑은 크게 상관있는건 아니었습니다만.
"시켜주시면 고맙죠."
가게 매출이 오르는거잖아요? 저는 그렇게 말하며 치즈케이크도 이쁜 그릇에 담아서 내왔습니다.
다행이 손님이 더 오지 않아 말할 시간은 있네요.
"그.. 혹시 누구 하나가 빌런이라고 판명나면. 그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
(에릭-스칼렛)
"...그러게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심하게는, 사형.
확실한 정보는 아니었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말은 굳이 꺼낼 필요가 없다는 것 정돈 안다. 에릭은 명랑하긴 했지만, 눈치를 안 보는 성격은 아니었다. ...눈치는 보는데 눈치가 별로 없어서 문제지. 예쁜 그릇에 담긴 치즈케이크를 포크로 찍어 한 입 오물오물 먹는다. 맛있다.
"일단은...죄질에 따라 다르겠죠. ...저도...이런 쪽은 잘은 모르지만..."
에릭은 구제프가 사형당하는 모습을 떠올려봤다. 트라우마가 강한 에스터만큼은 아니지만, 에릭도 사람이 죽는 것은 무서웠다. 그래도 사형을 받으면 적어도 한번에 간단하게 죽을 수 있으니, 조금 낫다고 생각해야 할까...그런 무시무시한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스스로에게 소름이 끼쳤다. 이런 생각을 한다니. 에릭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진다.
"...아무도...죄가 없는 거면 좋을텐데."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많지 않다. 모두가 죄인이면 모를까, 그 누구도 죄인이 아닌 경우는. 애초에 죄인이 없다고 해도 죄는 존재하기 때문에, 피해자는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애초에, 구제프가 빌런이라는 증거라면 에스터를 통한 에릭이 잘 알고 있었고.
죽음의 생각을 하던 도중 , 어딘가 자신의 잔인함을 발견하니, 기억 멀리에 묻어뒀던 인체실험의 환경이 떠올랐다. 오늘은 정말, 피곤한건진 몰라도 상태가 안 좋은 날이다. 주의까지 받아놓고 조심성없이 혀를 데이질 않나, 그 과정에서 책을 휘적이느라 천장을 부숴먹질 않나, 지금은 이런 생각까지 떠올리고 있고... ...싫다. 조금 눈물이 날 것 같지만, 그런 생각은 하지 말자. 현재를 떠올리자.
어쨌든 자신은 살아남았고, 자신의 친구들도 모두가 죽은 것은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지만, 어쨌든 그랬다. ...그리고 에스터라고 하는 구원자를 만났다. ...생각하지 말자. 밝게 있자. ...생각하지 말자.
...오늘은 정말로 상태가 안 좋은 날인 모양이다.
"......"
눈 앞에서 울어버렸으니 아무리 친절한 카페직원이라고 해도 화를 낼지도 모르겠지. 그렇지만 이제 됐어. ...음식도 맛있고 직원분도 친절하지만, 다시는 이 카페에 오지 않을테야. 그야, 창피한걸. 뚝 뚝 흘러내리는 눈물이 자신을 책망하고 있었다.
(스칼렛-에릭)
"......."
만약 위험한 일이 되어버린다면, 히어로 본부고 나발이고 전부 박살낼 생각도 있었습니다.
솔직히.... 진저씨의 현 위치가 그렇게 좋아보이지 않았으니까요, 동료들의 반응을 들어서인지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죄.. 인가요."
죄라, 아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마도 그 사람은 빌런이 맞을겁니다. 빌런의 수장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이럴줄 알았으면 빌런 본부나 그런것에 대해 좀 자세히 알고 있을걸 그랬습니다. 하지만 뭐 그건 어쩔 수 없으니까...
라고 생각할무렵. 저는 눈앞의 손님이 우는 모습이 보이자 순간적으로 당황했습니다. 왜 갑자기 우시는거지..?
하지만 일단 여기서 일하는 입장이기도하고, 눈앞의 사람이 우는데 그냥 넘어갈정도로 매정하게 굴지도 못하겠으므로.
저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손님에게 건넸습니다. 막 펑펑 우는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닦아야지요.
"괜찮으세요?"
저는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말하며 미소지었습니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사람이 가끔 혼자 슬퍼질때도 있는법이니까요."
(에릭-스칼렛)
당신이 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낸다. 부끄럽다. 에스터씨앞에서도 운 적 없는데. (거짓말이다. 엄청 많이 울었다.)
"...감사합니다."
역시, 오늘은 피곤한 날인가봐요. 그렇게 덧붙인다.
"...오늘은 거의 자질 못했거든요. 거의 밤을 새워서. ...조금, 불안한가봐요."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카페에 온 것도 그것때문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어떻게든 밝게 있으려 애쓰고, 어딘지 이상하게 부웅 떠있는 듯한ㅡ들떴다고 할때의 긍정적인 그것이 아닌ㅡ감각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책도 무지막지하게 가지고 나오고.
"...에헤헤. 민폐만 끼치네요."
그러면서 웃어보인다. 입 밖으로 내고 나니까 그제서야 자신의 감정이 실감이 됐다. ...나는, 불안한거구나. 이 히어로간의 대립상황이. 구제프씨나 진저씨의 신변이. ...구제프에게 죄가 물어지더라도 그를 포기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최악이다. 진저를 변호하는 에스터마저도 위험에 처한다.
...구제프를 몰아가는 게 그렇게까지 괴롭진 않다. 존경했던 사람이지만, 죄를 묻는 일이니까. 단지, 이 팽팽한 긴장상태에서 마주하고 싶지 않은 감정들과 만나는 게 두렵다. 불안해지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무서워진다. 최악의 결말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잊고 싶던 과거마저도 떠올려버린다.
불안한 것도 당연한 것이다. 어찌됐건 깊게 관여해버렸다. 에스터씨를 위해. 늘 가볍고 명랑하게 있으려 애썼으니까 이런 어두운 감정을 느끼게 되면 기분이 묘하다. 저리 가. 저리 가란 말이야. 그렇게 불안을, 억지로 밀어내듯이.
아. 이제는 왜 울었는지, 왜 불안했는지도 잘 모르겠어.
"정말 상냥한 분이세요. ...아, 혹시 이름이 뭔가요!?"
표정을 밝게 바꾸며 말한다. 저는 에릭 앤서니에요! ...아니, 명함을 줬던가!? 허둥지둥이다. 역시 피곤한가보다. 당신은 에릭의 명함을 하나 더 획득한다. 빠밤. ...두개나 생겼으니, 나머지 하나로는 종이접기라도 하도록 하자. (에릭이 상처입겠지만.) 나는 왜 울었더라? 나는 왜 불안했더라? 이런건 나중에 생각하자. 정말, 나중에.
(스칼렛 -에릭)
"........"
생각보다 마음이 약한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기사 다른 사람앞에서 웃어보인다고 전부 밝은 생각만 하고 있다는 법은 없죠. 저도 조금 안일했던 모양입니다.
저는 눈물을 닦는 손님을 바라보다간 괜찮다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민폐라뇨. 저도 도움이 되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는걸요."
그러니까 이번건 서로 퉁치는걸로 해요.
저는 그렇게 말하고는 상냥한 분이라는 말에 미소를 지었습니다. 상냥한.............. 사람이라.
그 말에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런 사람을 연기할 수 밖에 없겠지요. 그것은 슬픈 일일지도 모릅니다.
"스칼렛이에요, 편히 불러주세요."
두장째의 명함이 생겼습니다.
저는 그것도 잘 보관하기 위해 앞치마 주머니에 넣고는 살짝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습니다.
히어로.... 정말 괜찮은걸까. 싶은 생각이 스물스물 올라옵니다.
"너무 부끄러워하지 마시고, 다음에도 와주세요."
혹시 부끄럽다고 카페에 다음부터 안 오실 생각은 아니셨죠? 라고 저는 농담삼아 말을 건넸습니다.
(41스레)
(에릭-스칼렛)
"아뇨아뇨. 다음에도 꼭 올거에요! 케이크도 맛있고, 커피도 맛있고!"
생각을 읽힌것 같아서 당황했는지 에릭은 버둥거린다. 아니. 아까 이러다 천장을 깼지! 진정하고 차렷자세를 취한다. 이게 더 어색한걸.
"거기다가, 스칼렛씨도 이렇게나 친절하시고...!"
당신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면서 그는 이런 얘기를 순진무구하게 할 뿐이었다.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금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면서.
치즈케이크가 점점 줄어들어간다.
"그러면, 다음에도 꼭...!올게요! "
혹시 진짜진짜 무슨 문제 생기면, 연락 주세요! 아직 천장이 신경쓰이는 모양이다.
(스칼렛-에릭)
"그럼 다행이네요."
저는 버둥거리다가 차렷자세를 하는 손님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습니다.
뭔가 되게 정신없는거 같으면서도 재밌는 사람인건 틀림 없는거 같습니다.
"에이, 다 그런걸요."
카페에서 일하려면 이 정도는 기본이라며 저는 작게 웃음소리를 낸뒤에 다음에도 온다는 손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다 드신 접시를 치우며, 가볍게 인사-
"다음에도 또 오세요-"
하고.
(에릭-스칼렛)
"네! 꼭 다시 올게요!"
에릭은 빙그레 웃으며 카페를 나선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다. 단것도 먹었고, 다정한 사람에게 위로도 받았으니, 좀 더 버틸 수 있어. 다시, 즐거워지자. 흥얼흥얼 노래를 부른다. 발걸음은 좀 더 가벼워진것 같다.
- 빵집의 레몬샤베트(엔제 일상)
- (44스레)
(에릭)
에릭은 심란해졌다.
뭐가 심란해졌냐고 한다면, 얼마전에 자신이 천장을 부순 카페때문에 심란해졌다.
"......"
그러니까, 그때 스칼렛씨가 사장님이 부자라고 했을때까지만 해도 안심해있었다. 그리고 리모델링을 했다는 말을 들었을때만 해도 완전히 마음을 놓고 있었다. 근데 갑자기 그 카페의 원래 사장이 실종되었다는 얘기가 도는 것이다. 그러니까 에릭으로서는 걱정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뭐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설마 내가 천장을 부순 것을 리모델링하며 확인하고 충격과 상처로 도주한건가? 아니면 요즘 세상이 흉흉하니까 순진하고 부자인 사장님이 누군가에게 납치당하기라도 한건가? 아니. 어쩌면 내가 천장을 부순 탓에 카페를 노리던 범죄자가 그 천장에서부터 튀어나와 사장을 소리소문없이 처리한 걸지도...! 온갖 망상이 머릿속을 돌아다닌다.
에스터씨에게 물어봐도 이 쪽은 이쪽대로 심란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을 피할 뿐이었다. "비스트의 기분이 조금 나아졌으면 좋겠는데." 같은 말로 얘기를 돌리며. 에릭으로서는, 기분이 좋을 래야 좋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고보니 만약 계속 실종되어있다면, 그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스칼렛씨의 처지도 곤란해지겠지. 카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아무 일도 없으면 좋을텐데."
에릭은 긍정적인 상상으로 생각을 돌린다. 사장님은 사실 잠시 휴가를 갔을 뿐이고, 와이키키 해변 비슷한 데에서 지금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거나. 아니. 겨울이니까 다른 데가 좋으려나. 그러면 홋카이도의 눈꽃축제를 즐기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거나. 그래. 아무 일 없을 것이다. 설마 하루아침에 어떤 끔찍한 일 같은게 아무 죄 없는 선량한 사장님에게 일어났겠어.
그러므로 오늘은 카페를 대신해 빵집에 가도록 한다. 근처 빵집에는 카페처럼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있었다.
"으음~"
에릭은 집게를 챱챱 하면서 빵을 고른다. 바게트빵과, 딸기타르트, 진저 쿠키가 쟁반에 가지런히 올려진다.
음료로는...뭘 먹을까...무엇을...음? 누군가를 발견했다.
(엔제-에릭)
빵집에 들어온다. 누군가 있는 것 같지만 크게 소녀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어서오세요~란 말에 고개만 끄덕했을 뿐이다.
빵을 둘러보다가 바게트를 보고는 잠시 멈춰선다. 흐음-하고 고민하듯 바게트를 쳐다보더니 우선 하나 집어서 들어올린다. 그 다음 빈 차판을 가져와 그 위에 올려둔다.
그러면서 다시 걸어가며 소보루빵을 1개, 단팥빵을 한개, 이런 식으로 침착하게 빵을 고른다.
그러고 딸기타르트를 집으려 하는데 없자 ??하는 시선이 된다. 왜 없지?라는 생각인 것이다.
슥 고개를 들어 다른 이의 차판을 보니 그 곳에 딸기타르트가 있었다.
"...딸기 타르트..좋아하십니까?'
그게 소녀의 당신에게 건 한마디였다.
(에릭 - 엔제)
"아. 네! 좋아합니다!"
싱글싱글. 에릭은 눈치가 없었다. 왜 이 사람이 자신에게 딸기타르트를 좋아하는지를 묻는지, 바로 결론으로 이어지질 않았다. 단지 이 사람도 나랑 같은 딸기타르트 동지구나- 같은 생각을 하며 웃을 뿐이었다.
그러더니 당신의 쟁반을 잠시 본다. 아. 혹시 딸기타르트를 먹고 싶은 건가? 흐-음. 에릭은 잠시 생각한다. 하지만 상대도 이미 충분히 빵을 담았고, 굳이 내 딸기타르트를 양보할 필요까진 없는 것 같다. 뭣보다 나도 지금 기분이 별로라고. 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나는 단 걸 먹을테다!
"그럼 이만!"
당신의 딸기타르트와 그것을 든 안경잡이가 멀어져간다. 붙잡아야 하지 않을까.
(엔제 - 에릭)
그럼 이만!이라는 말에 한 손을 무의식적으로 내밀지만, 그렇다고 딸기 타르트가 들어올리 없다. 멍-하니 서있다가 엔제는 슬픈 마음으로 계산대로 향한다.
그녀는 자기에게 없다고 타인을 붙잡지는 않는 뇨자..
"...맛있게 드시길 바랍니다."
흘깃-하는 시선으로 쳐다보지만, 그 시선은 그에게는 닿지 않겠지..소녀의 애잔한 눈빛이 딸기 타르트를 향했다가 포기한다.
- 레이든
(63스레)
(레이든)
(나이빌런 이벤트 시점. 레이나는 7살로, 에스터는 17살로 돌아가있다.)
결국 몸은 작아졌어도 성깔은 그대로인 우리 누나는 마음에 드는 옷을 골랐다.
"하...이게 무슨 꼴이야? 설명이냐 해봐. 어느 미친놈이 누날 이렇게 만든거야?"
"양복에다가 동물 가면 쓴 잡상인이 날 이렇게 만들었어"
"이거 돌아오기는 하는 거야?"
누나는 낸들아냐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어쩌면 이 일은 생각보다 심각한 일일 수 도 있다. 몸은 어려지게 되었고 능력은 봉인되었다.
그리고 누구도 녀석의 정체를 모른다. 만약 그 녀석이 정체를 제대로 숨기고 많은 히어로들을 어려지게 만든다면?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어서 잡아서 고문을 하든 뭘하든 되돌려야겠네. 녀석의 신원은 파악하고 있대?"
"그걸 알면 벌써 족쳤지. 참, 어려지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이정도는 아니었는데...나중에 녀석을 다시만나면 20살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해볼까?"
"그럼 나한테 오빠라고 해야겠네? 어자피 지금도 7살이니 오빠라고 해봐."
누나는 오빠라는 말 대신 중지를 올리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쳇, 그나저나 그럼 누나 말고도 다른 어려진 사람도 있을 수 있겠네? 가령 저기 가는 저 사람이 그 어려진 사람일 수 도 있고"
에이든은 마주오고 있는 사람을 가리켜 말했다.
(에스터릭)
"그러니까, 에스터씨는 너무 겁이 없다니까요!?"
"...그래서, 너는 겁이 많아서 사이비 종교앞에서 신을 욕했나?"
"그건 그거! 이건 이거! 에스터씨는, 자신의 처지를 너무 모른다구요!"
"단지 외출가는 것 뿐이잖아. 흥분하지 마."
에스터가 작아진 탓에, 어느새 둘의 키차이는 거의 비슷하게 되어있었다. ...아니. 에릭이 통굽을 신은걸 감안하면 역시 에릭쪽이 작았다. 어찌됐건 키를 제외한 겉모습은 평범하고 앳된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에스터가, 그것이 걱정스러운 에릭의 잔소리 폭탄을 맞고 있었다.
"근력도 능력도 사라졌다구요! 엄청난 상황이라고요! 이러다가 누구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아."
눈 앞의 남자가 어려진 사람으로 에스터를 가리킨다. 에스터는 자신을 향한 손가락을 바라본다. 에릭도 그 손가락을 바라본다.
"...아. 안녕하세요!"
에릭은 일단 활짝 미소지어본다.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를땐 웃는게 최고다. 그리고 에스터의 등 뒤를 꼬집어본다.
"이, 이쪽은 제 평범한 여동생 에리카에요! 저는 에릭! 앤서니 남매!"
"에릭. 이미 다 들켰으니 괜한 연기 하지마."
보고 있는 것만으로 어색해지는 에릭의 연기에 에스터는 넌지시 태클을 날린다. 에릭의 얼굴이 새하얘진다.
"그그그, 무슨소리니. 엘리자!? 오빠는 하나도 모르겠는데!? "
"아까 에리카라며."
"아니. 그러니까 미들네임까지 합해 에리카 엘리자베스 앤서니인 거에요! 이 정도 설정은 바로 눈치채줘야죠!"
"설정이라고 해버렸다. 에릭."
에릭이 식은 땀을 흘린다. 그러더니 에스터를 자신의 등뒤로 숨기고, 팔을 벌린채 소곤댄다. 에스터의 어이없어하는 시선이 그에게 박힌다.
"...여긴 제가 맡을테니, 에스터씨는 이 틈을 타서 도망쳐요."
"길에서 처음 만난 사람을 다짜고짜 적 취급하는건 그만둬."
(64스레)
(레이든)
아무래도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 같았다. 누나의 동공이 흔들리고 있었고 꼬마들의 동공은 더 흔들리고 있었다. 행동도 부자연스럽기 그지 없다.
보아하니 저쪽도 이쪽과 같은 꼴이다.
"자...상황을 정리해보자. 그러니까 대충 내가 대충 찝은 사람이 진짜 빌런한테 당해서 어려진 사람이라는 거지? 누나는 이 두사람을 알고 있고. 그렇다면 아마 히어로겠네?"
히어로 아니면 빌런일테지만 빌런이라면 이 근방이 멀쩡할리가 없으니까 히어로가 맞는 것 같았다. 히어로+빌런이라는 말도 안 되는 조합이 있을리가....있네...
"굳이 도망칠 필요는 없어. 이쪽도 나름 히어로니까. 안그래? 동생아? 크억..."
누나가 내 정강이를 발로찼다. 누나가 안 변한건 성깔 뿐 아니었다. 손도 그대로 매웠다.
"하...레이나예요. 에릭씨, 보아하니 그쪽은 에스터씨 같은데 저랑 같은 신세가 된건가요? 아니다...제가 더 심각하네요. 대체 어쩌다 그렇게 된거예요? 당신도 저 처럼 그 이상한 애한테 당한건가요?"
"자자, 누나 그런 딱딱한 이야기는 나중에 꼬맹이 히어로 모임에서나 하시고 지금은 그런거 다 잊고 좀 쉬어. 알아봤자 할 수 있는 것도 없잖아?
그나저나 두분은 어디 가시는 길이세요? 저희처럼 갑자기 어려져서 옷 사러 가는 길이신가요?"
(에스터릭)
"그렇다."
그 쪽도 당했냐는 레이나의 질문에 앳된 얼굴의 에스터는 대답한다. 저 쪽은 이쪽보다 더 심각한 상태인 모양이다. 뽀쟉뽀쟉 소리를 내며 걸을 것 같은 앳된 레이나가 보인다.
"앗..?아아...?아아아. 그랬군요! 실례했습니다!"
레이나라는 이름을 듣자 에릭은 꾸벅 90도각도로 인사를 한다. 그러더니 눈을 반짝반짝 빛낸다. 히어로! 멋진 히어로! 아마 당신의 활약이 인상깊었거나, 능력이 인상깊었거나 한 모양이다. 레이나를 향한 동경 가득한 눈이 반짝거린다.
"이 쪽은 산책을 가는 길이었다. 집 안에만 있으려니 답답해서 말이야."
"아니. 레이나씨. 들어보세요. 에스터씨, 도무지 몸 사릴줄을 모른다니까요!? 얼마전 정신적인 상처로 휴가까지 낸 상황에 이렇게 돼서 능력도 힘도 못쓰게 됐는데 겁도 없이 혼자 산책이나 나가려 하고...!"
"쓸데없는 얘기 그만 해."
에릭이 에스터의 뒷담...아니, 앞담을 늘어놓는다. 그녀가 혼쭐이 나기를 바라기라도 하는 듯이.
"호신도구도 있고, 총도 쓸 수 있다고. 반동피해가 있을 뿐."
"그래도, 위험하다고요! 흉흉한 세상인데...!어디서 납치라도 당하기라도 하면..."
"과보호다."
그렇게 떠들던 에릭은, 에이든을 완전히 배제하고 대화하고 있던 자신의 무례를 깨닫는다.
"아. 죄송합니다. 그그, 옆의 동생분은 이름이 무엇인가요!"
(레이나,에이든)
"에이든이라고 합니다."
에릭이 레이나에게 90도로 인사를 하며 관심을 가지는 듯 눈을 반짝거리는 것을 본 에이든은 레이나의 머리를 헝클여트렸다.
"오, 인기많네? 진짜 영웅 같은걸?"
"진짜 영웅 맞거든!"
그리고 에릭의 푸념을 들은 레이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에이든은 그런 레이나를 보며 웃었다.
"누나한테 말해도 공감 못해요. 히어로라는 족속들은 항상 무리를 한다니까요? 지난번에 폭발이 일어났을 때는 죽기 직전까지 갔으면서도 사람들을 구해야한다면서 병원을 탈주한거 있죠?"
에릭은 레이나의 공감을 원했지만 에이든의 공감을 얻었다. 레이나가 가끔 무리를 하고 돌아올때면 에이든은 무리를 하는 것, 희생을 하는 것 그것이 히어로의 기본 소양이라도 되는 거냐며 레이나에게 따졌다.
그리고 그때마다 레이나는 그저 싱긋 웃기만 하고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총도 쏘고 호신용품도 쓸 수 있죠? 일곱살짜리가 뭘 할 수 있을까요?"
"야, 부자집은 망해도 삼년 가는 거 몰라? 나 아직 안죽었어!"
"그래, 안죽었지. 어려졌지. 장담하는 데 내 왼손만으로 능력 안 쓰고 누나 이길 수 있을껄?"
그리고 에이든은 에스터릭에게 이름이 무엇이냐 물었다.
(에스터,에릭)
"에이든씨로군요! 저는 에릭, 제 옆에 있는 사람은 에리카 엘리자베스에요!"
"장난치지 마. 이 쪽은 에스터다."
별로 통하지 않을 장난을 쳐보나, 에스터의 빠른 태클이 돌아온다. 에릭은 분한지 괜히 삐진 시늉을 해보인다.
"영웅적인 태도로군."
"...아-진짜. 하나같이 자기 몸을 챙기는 사람이 없네!"
에이든의 증언을 듣자, 에스터는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의 한 몸을 희생해서 모두를 구하고자 하다니, 본받을 만한 태도다. 반면 에릭은 팔을 뻗고 바둥거린다. 히어로쪽 사람들은 다들 과로가 취미인 사람들밖에 없어!
"시민을 구하기 위해서는 이 한 몸을 바쳐야 하는 법이지."
"구하는 것도 좋지만, 언제나 자기 몸을 먼저 챙겨야 한다구요! 죽어버리면 다 소용 없는 일이라고요!"
"...이런식으로 늘 잔소리를 듣곤 하지만."
"에이든씨. 에이든씨라면 제 마음 알겠죠!?"
에릭이 에이든의 손을 붙잡고 눈을 반짝인다. 이 자기몸 안 구하는 사람들에겐 우리가 필요해.
"...그렇군. 확실히 이런 몸이라면 불편이 클 것이다. 인격이 돌아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지만."
에스터는 곰곰히 생각한다. 자신이 지켜준다면 어떨까... 를 생각해보다가, 자신도 이 꼴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레이나의 경우보단 낫지만, 빈말로라도 불편하지 않다곤 할 수 없으니까. 당장 능력 무효화에다가, 일반인만도 못한 수준의 근력이다.
"옷...! 옷 사러 가시나요. 그럼 같이 갈까요!? 에스터씨도 마침 옷이 필요하시죠!?"
"뭐? 아, 아니. 나는 그다지..."
"어린 몸에 걸맞는 옷! 옷이 필요한 거에요! 옷! 에스터씨 옷 골라줄테야!"
"...나를 가지고 인형놀이를 할 생각이지. 에릭!?"
그리고 마침내 에릭은 에스터가 말을 듣게 하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에 에스터가 이 모습일 때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누려야지.
(레이나, 에이든)
"알죠. 잘 알죠. 왜 히어로들은 자기가 죽으면 자기가 차후에 구할 수 있는 많은 사람이 죽게된다는 것을 모르는 걸까요?"
에이든은 남정네가 자신의 손을 갑자기 잡아 당황스러웠지만 처음으로 자신과 공감해주는 사람을 만나 기뻤나보다라고 생각해 넘어갔다.
레이나는 에이든이 자신을 어린애 취급하는 것이 못마땅했는 지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에릭의 같이 쇼핑가자는 말에 눈이 반짝거렸다.
"아, 이것 참. 어쩌지? 그래! 같이 가자"
"아니, 누나 우리 방금..."
레이나는 작은 몸으로 에이든에게 점프해 멱살을 잡고 머리를 끌어내려 그의 귀에 속삭였다.
"살려주세요. 남치범이예요라고 소리친다? 경찰서 가기 싫으면 조용히 닥치고 따라와"
"네.."
그리고 그의 멱살을 놔준 후 싱글벙글 웃었다.
"에이든, 너도 날 가지고 인형놀이를 한다고 생각해봐. 재밌지 않아?"
"난 인형놀이 싫어했어."
그는 내심 자신이 꼬마가 안된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만약 자신이 어린애가 되었다면 지금 에스터가 겪고있는 일이 자신의 일이 됬을 것이다.
(에스터,에릭)
에릭은 에이든의 말에 응, 응! 이라고 추임새를 넣으며 고개를 끄덕댄다. 그러다가 자신이 손을 잡아 상대가 당황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죄, 죄송합니다! 에릭의 손에서 에이든의 손이 놓아진다.
"그렇다면, 쇼핑하러 가는 것이군요! 렛츠 고~!"
에스터가 한숨을 쉰다. 에릭은 에스터의 팔짱을 끼고 룰루랄라 옷가게로 향한다.
ㅡ
"어서오세요~"
일행은 옷가게에 도착한다. 점원의 밝은 목소리가 네 사람을 환하게 맞아준다. 어린 여자아이 하나, 여학생 하나, 성인 남자 둘. 이 미묘한 나잇대의 조합이 다른 사람들에겐 대체 어떤 느낌으로 보일까. 그런 생각을 할 리 없는 에릭은 점원에게 환한 얼굴로 맞인사를 건넬 뿐이다.
"에스터씨. 에스터씨. 이왕 작아진 김에, 지금까지 못 입어봤던 옷 입어보는 것 어때요? 그 동안 여성복이 거의 안 맞았잖아요."
"에릭. 이 모습이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는 것을 기억해라."
"하지만... 지금이 기회라고요! 딱 하루 입는다고 해도 옷은 그 하루를 위한 가치가 있는거에요. 그쵸 레이나씨?"
에릭이 레이나에게 동의를 구한다. ...은근슬쩍 타인을 끌어들여 에스터의 입을 다물게 할 셈이다.
"오래 못 입으면 기부할 수도 있잖아요. 네네?"
"...그러면, 최대한 실용적인 옷으로 사."
"어디. 이 옷은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실용적인 옷으로 사!"
결코 실용적이지 않은 프릴 가득한 귀여운 드레스가 에릭의 손에 들려진다. 자기가 입을 것 아니라고 함부로 고르지 마! 에스터의 그런 외침이 속으로만 울려퍼진다. 디자인은 그렇다 치고, 전혀 편하지 않아보이잖아. 저 옷.
"네에에...에스터씨...? 이런 옷 입을 기회, 지금밖에 없다구요오...? 귀엽지 않아요. 이 옷...?"
"귀엽긴 하지만, 평상복으로 입고 다니기에 너무 화려한 디자인이다. 그 전에, 불편해보여."
"한 번만... 이 귀여운 저를 봐서라도 입어주세요..."
"귀여운 네가 직접 입는 것은 어떨까."
에릭은 실망스러운 듯한 표정을 짓는다. 아쉬운 듯이 드레스를 에스터의 몸에 맞춰본다. 에릭은 딱히 드레스를 입는 것이 부끄러운 것은 아니지만, 드레스를 입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어쩐지 부끄럽다. 자신은 귀여우니까 이런 거 입어도 귀엽겠지만...같은 소리를 입 밖으로 꺼내는건 너무 재수없잖아.
"...아. 레이나씨. 이런 옷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레이나에게는 비교적 정상적인 옷을 골라준다. 아동복이지만, 어른이 입기에도 그렇게 부끄럽진 않게. 나름대로 에릭도 서로간에 지켜야 할 선이나 예의같은 것은 알고 있는 사람이다.
(레이든)
'아 젠장...'
세사람, 아니 두 사람은 즐거워 보인다. 그들은 옷을 고른다는 기대감에 부풀어있다.
"맞아요 맞아요. 나중에는 입고 싶어도 못 입어요. 이때가 마지막 기회라는 걸 명심해요. 두번다시 입을 기회 없어요."
'뭘 입든 상관없으니 나갔으면 좋겠다.'
빨리 나가고픈 에이든의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두 사람은 서로 옷 이야기 하기 바빴다.
"근데 누나 너무 낭비하는 거 아니야? 우리 옷 이미 샀잖아?"
"네 월급, 내 월급 그리고 둘이서 사니까 조금은 낭비해도 돼."
"아니, 그럴 돈 있으면 내 용돈이나 올려주지..."
"시끄러"
프릴 드레스가 에릭의 손에 있자 레이나는 에스터에게 입어보라며 부추겼다. 그녀는 정말로 즐거워 보였다.
"어때, 에이든 너도 에스터씨가 이거 입는 게 좋을 것 같지?"
"네네,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레이나는 에이든의 태도가 마음에 안들었는 지 똑바로 대답하라며 혼내면서 땅에다가 손을 짚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레이나는 살짝 당황했다.
"습관이라는 거 참 무섭지?"
레이나와 에이든 사이의 침묵은 에릭이 깨뜨렸다. 레이나는 그대로 에릭이 골라운 옷을 입고 나왔다. 꽤나 귀여워 보였다.
"에이든, 나 사진 한장만 찍어줘. 이거 잘 어울리지?"
"응, 그래. 잘 어울리네"
(에스터릭)
"......"
에릭 뿐이라면 모를까, 레이나까지 이렇게 말한다면 에스터로서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이런 옷, 익숙하지 않은데. 우선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래도 레이나는 에스터가 입어주기를 바라는 모양이다. 딱 한번만 입고 나오자.
잠시 후, 탈의실에서 드레스를 입은 에스터가 나온다. 조금 자신이 없는지 망설이는 표정이다. 곳곳에 프릴과 리본이 달린 드레스는, 무릎을 겨우 덮는 길이의 (에스터 기준으로)짧은 것이었다. 치맛자락을 어색하게 붙잡은 에스터는, 이제 됐지. 라며 갈아입을 채비를 한다.
"앗. 잠깐만요. 에스터씨. 이대로 구매하면 입고 가도 괜찮아요!"
"...역시 입어보니, 구매는 아닌 것 같아."
"아니에요. 에스터씨에게 아주 잘 어울려요! 그렇죠! 레이나씨! 에이든씨!"
"자, 자꾸 끌어들이지 마..."
에스터가 부끄러운지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고 한다. 에릭은 탈의실로 들어가려는 에스터를 붙잡는다. 이거 놔줘.
"아. 레이나씨. 옷 정말 잘 어울려요!"
반짝반짝거리는 눈. 아무래도 레이나와 에릭은 가끔씩 이렇게 같이 쇼핑을 나와도 괜찮을 지 모르겠다. 쇼핑에 흥미가 없는 두 사람을 대신해서.
(레이든)
"정말 잘어울려요! 에스터씨!"
레이나는 프릴 드레스를 입은 에스터를 보며 눈을 반짝거렸고 에이든은 웃음을 참느라 힘겨워했다. 치맛자락을 어색하게 붙잡은 에스터는 그의 기준에서는 웃기고 귀여운 것이었다.
"야, 동생아. 누나 어떠냐?"
"어 예뻐. 아주 잘어울려"
"제대로 대답해"
"안 예쁘다하면 때릴꺼잖아?"
"좀"
"예뻐 예쁘다니까?"
"어휴 됐다. 하여튼 남자들이란.."
그러면서 그녀는 곧 에스터가 옷을 갈아입겠다고 탈의실로 들어가려 하는 것을 에릭과 함께 필사적으로 막기 시작했다.
에이든은 포탈로 탈의실 입구를 봉인할까 생각했지만 이런 가벼운 일에 능력을 쓰는 건 좀 아닌 것 같아 보류했다.
"근데 왜 이런 좋은 구경을 사진으로 남겨두지 않는거야?"
그러면서 그는 이 세 사람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에스터릭)
"......"
에스터는 어딘가로 숨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분명 저건 비웃음이다. 분명 이 모습 엄청 웃긴 모양이다. 어려졌다고 해서 커버할 수 있는 옷이 아니다. 빨리 갈아입자.
탈의실로 향하려던 에스터는, 에릭과 레이나에게 막혔다! 아무리 레이나가 작아졌다곤 해도, 에릭 한 명으로도 버거운데... 거기다 에스터 본인도 약해져있었다. 어떻게 하...아니. 사진이 찍혔다!
"찍지 마!"
에릭은 나이스! 라는 신호를 에이든에게 보낸다. 엄지손가락이 치켜세워져있다. 에스터는 얼굴을 가린다. 마른 세수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에이든씨. 에이든씨는 옷 안 고르셔도 되나요!"
에릭이 신이 나서 파닥거린다. 아무래도 옷을 고르는 것에 신이 난 모양이다.
그 외에도 에릭이 동물잠옷과, 여러 실용성 없이 귀엽기만 한 옷들을 잔뜩 가져왔다. 예산문제로 대부분 기각당했다.
(레이든)
"나중에 전화번호 주면 사진 보내줄게요"
에이든은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자, 누나 이제 옷 다 골랐지? 그럼 이제 가..."
"너 혼자가 임마."
"어"
에이든은 그대로 문을 박차고 나갔다. 레이나는 당황했다.
"어, 야, 진짜 갈꺼야? 야 나 일곱살이야! 나 진짜 누가 납치하면 어떻해?"
"알아서 잘 살아와봐"
"야! 하...미안해요 에스터씨, 에릭씨 먼저 가볼게요"
- 에스터,에릭 - 파크
(71스레)
(에스터)
"...그래. 에릭. 그 쪽에서 만나자고."
에스터는 전화통화를 하는 중이었다. 한 쪽 발로는 바들대는 빌런의 허리를 밟은 채. 주변 곳곳에 기절해 쓰러진 빌런들이 널부러져있었다. 그녀의 침착한 어조에는 어떤 당황도 실려있지 않았다. 차분하게 한 명 한 명을 그들의 옷으로 포박한 뒤, 에릭과의 전화를 끊는다.
경찰차가 빌런 나부랭이들을 실고 사라진다. 잘 된 일이다. 기껏 입고 나온 옷이 더러워져버렸다. 뭐. 히어로를 택한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차분히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낸다. 잠시 벗어뒀던 겉옷을 다시 입으면서, 뒷골목에서 나온다.
에스터는 은색 패딩과 검은색 목도리를 하고 있었다. 붉은 목도리를 대신해서 하는 것이니 좀 더 밝은 색이라도 좋을텐데, 그녀 나름대로의 조의의 표시일까. 테러로 인해 참혹하게 희생당해간 동료들에게, 살인마에게 충격적인 최후를 맞은 상사에게, ...그리고 동경하던 자에게. 부디 모든 사람들에게 마지막만큼은 영원한 안식을. 신을 믿지는 않았지만, 이럴때만은 기도하고 싶어진다.
여러가지 일들이 있어온 것이다. 상처받을 일도 많았지만, 그만큼 단단해질 것이다. 에스터는 잘린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며 그렇게 생각했다. 오늘은 비니 대신 귀마개를 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문득 손이 차다는 것을 느낀다. 잠시 주머니속에 집어넣은 장갑을 도로 착용한다.
차분하고 다소 탁한 연분홍빛의 롱스커트가 걸을 때마다 살짝 펄럭인다. 스커트 밑으로 검은 레깅스를 신은 다리와 연갈색 어그부츠가 보인다. 에스터는 에릭을 보며 손을 흔든다. 연갈색 더플코트, 털복숭이 흰 귀마개를 한 에릭이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준다. 어라. 에릭의 뒤에 익숙한 얼굴이 또 보인다. 머리모양만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지만.
(파크)
고독. 그것은 말 그대로 독이나 마찬가지다. 의지할곳도, 털어놀 곳도 없는 상황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고독은, 12월의 한파보다도 더욱 소름끼친다.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머릿속에
스치는, 오늘도 춥구나같은 생각. 추위를 많이 타는 성격이 아닌데도 고독이라는 맹독은 나의 몸에서 체온을 알코올처럼 빼앗아 가버린다.
".........추워....."
몸에 소름이 돋아 닭살마저 느껴질 정도다. 춥지 않으려고 라이터를 켜 손바닥을 가까이 대어본다. 조금의 온기가 느껴졌지만, 추위는 가시지 않는다. 그대로 한숨을 쉬며 담배 한개비를 꺼내 불을 붙인다. 연기를 들이마쉬고 내쉴때마다 현실이 더욱더 냉혹하게 다가온다. 냉혹한 현실, 맹독과도 같은 고독, 한파가 찾아온 겨울, 동사하기 딱 좋은 상황이다.
"......? 어 저건....?"
에스터 누나였다. 자신이 준 방한장비를 잘 착용하고 있는 듯해 보여서, 저도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연분홍빛 스커트와 단발의 에스터누나라, 이거 사진찍어서 밤비누나에게 팔면 떼돈벌것 같은 조합인걸. 파크는 거짓웃음을 환하게 지어보이며 에스터에게 '에스터누나 안녕하세요!'라며 소리쳐본다. 음.....? 에스터 누나와 한 더플코트를 입은 앞의 꼬마....? 가 서로 인사하는것이 보인다. 으음 누구지 저 꼬마. 내가 처음보는 사람같은데, 누나의 지인인가?
(에스터,에릭)
"에스터씨. 에스터씨!"
에릭이 에스터에게 폴짝폴짝 다가온다. 눈길에서 그러다가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런 무모한 짓을. 에스터가 에릭을 붙잡는다. 위험하잖아. 에릭은 붉어진 코로 헤헤 웃는다.
"이거봐요. 눈사람이에요!"
아무래도 에스터를 기다리면서 미리 만들어놓은 모양이다. 일부러 약속시간보다 훨씬 일찍 나온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나뭇가지 팔과 나뭇잎 눈동자를 가진 꼬마눈사람을 보며, 에스터는 미소지어준다.
에스터의 이름이 커다랗게 불리자 에스터 뿐 아니라 에릭까지도 시선을 집중해본다. 거대한 은발 장신의 남자가 에스터를 쳐다보고 있다. 에릭은 약간 긴장한채, 약간 두근대면서 그에게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이름이 무엇인가요!"
"파크."
"아니. 에스터씨가 대답하면 어떡해요!"
보통 이런 상황에선 나에게 통성명을 부탁하곤 하지 않나. 그래도, 본인에게 물어봤는데! 에스터는 에릭을 손바닥으로 가리키며 당신에게 소개의 말을 건낸다.
"이 쪽은 에릭. 나의 의동생같은 존재이다."
"에릭 앤서니를 기억해주세요!"
"그리고 이 쪽은 파크. 히어로 코스츔이야."
히어로 코스츔이라는 말에 에릭은 순간 굳어진다. 그... 과거 빌런 클라운이었고... 빌런갱생계획의... ...그래.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시 멈춰서있던 에릭은, 이내.
"...우와아아아아아!"
"진정해라. 에릭."
"에스터씨. 에스터씨!? 그 코스츔이요!?"
"그 때 얘기한 적 있지 않았나."
"아니. 그...!"
동명이인이 아니라 진짜 본인이라니. 새삼 목소리랑 얘기만 들었을땐 좀 더 앳된 느낌이었는데. 어리벙벙한 얼굴을 하고, 에릭은 에스터와 파크를 바라본다. 에스터씨하고 비슷할 정도로 크잖아.
(파크)
호오 꽤나 활기차네. 음 약간 귀여운걸. 몰론 덩치가 그렇게 작은편은 아니지만, 하는 행동이 꽤나 귀엽다고 느꼈다. 꼬마 눈사람이며 저 발걸음이며, 마치 어린애같잖아. 뭔가 에스터누나랑 있으니 진짜 누나와 남동생같아 보이는걸.
"안녕! 나는......흐하하! 에스터누나가 말해주셨네!"
파크는 에릭의 밝은 태도에 저도모르게 미소지으며 자기소개를 하려 했다. 그러자, 에스터가 자신보다 먼저 자기의 이름을 말해주는 행동이 너무 웃겨서 그만 실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어 진짜 남매였던거야? 의이긴 하지만 남매가 맞구나, 사이좋은 남매인걸. 부럽네~가족이 있다는건.
"알ㅡ겠어! 기억했다 에릭 엔서니! 만나서 반가워!"
파크는 그의 손을 커다랗고 두꺼운 흉터투성이의 손으로 잡고는 위아래로 붕붕 흔들었다. 에스터의 동생이라면 그의 가족이나 마찬가지니, 친하게 지내는게 당연했다. 몰론 개인적인 호감을 느낀탓도 있겠지만.
"푸하하하! 큭큭큭.....맞아! 그 '코스츔'이야! 에스터누나하고는 누나동생 사이! 뭐 사실 내가 에스터누나를 멋대로 동경하는 거지만!"
진정해라 에릭이라니. 에스터누나의 반응도 너무 웃기잖아. 파크는 그 두명의 대화에 크게 박장대소를 하더니 이내 눈물마저 흘렸다. 와 이 두사람은 진짜 남매라고 해도 믿겠는걸. 나도 이런 동생이 있었는데. 아아 보고싶은걸. 걔는 지금쯤 뭐하려나 정말.
"그나저나 제가 드린 선물 잘 착용하시구 계시군요! 마음에 드신것같아서 기쁘네요!"
이 추운 날씨에 자신의 선물을 착용하고 다닌다니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을까. 뭐 사실 나도 에스터누나의 선물을 잘때마다 안고자고, 스노우볼 가지고 놀고, 하회탈의 편지도 읽어보고-엔제 나중에 보면 감사하다고 전해야겠다 생각하며-, 내 전 이명이 적힌 너클도 쓰는등 엄청나게 선물을 쓰며 기쁘다고 느꼈으니, 에스터누나도 그런 감정이 드셔서 착용하시는거겠지.
(에스터,에릭)
"아앗. 에스터씨는 역시 동경받을만한 분이니까요!"
에스터를 동경한다는 말에, 놀랐던 것도 잊고 에릭의 눈이 반짝거린다. 에릭은 에스터가 파크의 목소리를 녹음했다는 것 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목소리를 포함해 모든 부분에 있어 파크와는 첫만남이었다. 마카롱 케이크씨와의 아직 이뤄지지 않은 '첫 만남'하고는 다르게.
"엑! 아니요. 에스터씨와 누나동생사이인건 저거든요! 아무리 파크씨라고 해도 질 수는 없다!"
뭐 저런 걸로 경쟁심을 불태우고 그러나 하는 표정으로 에스터는 묵묵히 에스터를 지켜본다. 그나저나 방금 막 만났을 터인데, 벌써 '아무리 파크씨라도' 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 정도의 사이가 된건가. 부러운 사교성이군. 그녀는 속으로만 생각한다. 그러다가 자신에게로 질문이 돌아오자 이에 고맙다는 말을 대신해서 작게 끄덕인다.
"아. 이 귀마개 사주신거 파크씨였군요! 역시 파크씨! 대단하신 분이에요!"
에릭은 하이파이브를 시도한다. 저기. 너희 일단은 초면인데. 코드가 맞아보이니까 굳이 건들진 말도록 하자. 코스츔의 위치가 위치다 보니까 적대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재판에서 같은 편이었다는 점 때문인지 뭣때문인지 죽이 잘 맞아보이니 다행이다.
"그러고보니 에릭. 용건은."
"아!"
그리고 에릭은 곁에 있는 눈사람을 가리킨다. 자세만 보면 '저기 계신 신사분이 드리는 겁니다'라고 말하기라도 하는 것 같다.
"어떠신가요!"
"아까 그 눈사람이잖아."
"짜잔!"
"그게 다인가."
제가 에스터씨가 이유없이 보고 싶다는데 뭐가 문제에요!? ...알았어. 알았어. 그러더니 에릭은, 파크에게도 이 약속에 동참할 것을 권유한다.
"파크씨도 눈사람 만드실래요! 이 근처, 눈이 잔뜩 쌓여있는데 사람이 잘 안다녀서 눈사람만들기 최고에요!"
(파크)
"그치?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이야, 동지를 만났구만!"
파크는 그에게 씨익 웃어보였다. 에스터누나는 동경할 만 하다. 나같은 겁쟁이가 아닌 진짜 히어로로서, 나에게 불살에 대한 조언을 해줄만큼 정통 불살 히어로니깐. 아무리 봐도 에스터누나는 만화에서나 나오는 진짜 히어로의 이미지를 빼다 박으셨으니깐.
"후후후.....좋은 라이벌이 되겠구나 에릭! 아무리 너가 귀엽다고는 해도 에스터누나의 동생자리는 내가 가져가겠다!"
제 삼자가 보면 이상하게 생각할 만한 대화가 오고간다. 동생이란게 원래 결투를 해서 가져가는 거던가. 뭐 어때, 에스터 누나의 허락도 안받고 이런 논쟁을 하는 시점에서, 이미 이성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간것 같으니깐. 파크는 그의 하이파이브를 받아주고는 실소를 흘렸다.
"역시 에릭! 뭘 좀 아는구나! 고마워!"
파크는 그녀의 미소에 마찬가지로 가벼운 미소의 끄덕임으로 안심을 표했다. 후우, 에릭이라는 애, 내가 누구였는지 알던것 같은데, 나를 무서워하거나 적대하진 않아서 다행이네. 파크는 씁쓸한 맛이 입안에서 느껴진다. 얼굴이랑 이름이 팔린것이 꼭 좋은것만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정보가 쉽게 간다는건, 쉽게 미움받을수도 있다는 뜻이니.
"오오오!! 눈사람 좋지! 나도 만들래!!!!"
파크는 눈을 반짝이며 외쳤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신기하게도 사람이 얼마 없어 눈이 수북히 쌓어있었다. 눈사람을 만들기 딱 좋은 장소였다. 파크는 조금 눈을 뭉치더니 힘으로 꽉꽉 압축시켰다. 그리고는 천천히 굴리기 시작했다. 긴 은발이 눈색하고 비슷하여 무언가 이질적인 느낌을 주었고, 단발만 고집했던 탓인지 긴 머리카락이 거치적거려 몇번이고 눈을 굴리다 일어나 머리카락을 넘겼다.
(에스터,에릭)
"그러고보니, 파크. 그 머리는 어떻게 된거야."
전에 물어본다는 것을 잊었는데. 어떤 사정이 있어야 온라인 게임에서 머리변경권을 이용한 것 같은 저런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거지. 에릭과 함께 발랄하게 눈사람을 만드는 파크에게 나지막히 묻는다.
"엑. 에스터씨가 남의 머리보고 그런 말 물을 처지에요?"
"웬만하다면 그럴 처지가 아니었겠지만, 이번에는 예외다."
"파크씨...어떤 변화가 있으셨길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에스터는 나이빌런의 일때문인지 약간은 걱정하는 듯한 톤이었다. 머리모양만 바꿔두고 사라지는 하찮은 빌런이라면 그리 큰 걱정은 필요없을지 모르지만. 에릭은 파크의 대답을 기다리며 눈사람 머리에다가 나뭇가지 뿔을 만들고 있었다.
"에스터씨는 걱정투성이래요."
"...네가 한 말은 기억 못하고."
"남을 챙기는 것의 반의 반만이라도 자신을 좀 챙겨보세요!"
"그 정도는, 챙기고 있어..."
끝이 흐려진다. 도무지 그렇다고 단언하지는 못하겠다. 에릭의 새 눈사람에 나뭇잎으로 눈이 생긴다.
(파크)
우으우음.....두 사람이 저렇게 캐묻다니.....뭐 나라도 갑자기 단발의 에스터누나가 핑크빛 장발이 되었다고 하면 저렇게 캐물을 테지만.....솔직히 뭔가 새롭군. 에스터누나가 저렇게 관심을 보이는건 처음이네.
"에ㅡ그러니깐.....간단하게 말하자면 길가다가 이상한 연구원들에게 시약을 강제로 먹여져서 요로코콤! 되었네요."
파크는 자기가 말하고도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가 없는듯한 기분을 받았다. 음 설명을 좀 잘 할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렇지만 저게 다이긴 한데......실제로 시약을 먹어서 효능과 부작용으로 머리카락이 이렇게 되어버렸으니깐.
"둘다 거기까지."
파크는 어딘가에서 갑자기 에릭의 명치까지 오는 거대한 눈덩어리를 만들어 머리 위로 들고 튀어나왔다. 이정도 무게를 드는건 확실히 쉽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들만 한걸. 일단 둘은 생각보다 서로를 잘 아껴주는듯 해 보였다. 음음, 나름 사이좋은 남매라는 건가.
"에릭의 말이 맞아요 누나. 누나는 제발 자기몸을 챙기세요. 검은색 안개.....아니 누나의 부정적인 느낌이 눈에 보일 지경이니깐. 그리고 에릭, 너의 마음이 이해가 가긴 하지만 너무 뭐라 그러지는 마."
파크는 이윽고 또 에릭의 몸통만한 눈덩이를 하나 더 이고와 그 거대한 눈덩이 위에 상대적으로 덜 큰 눈덩이를 얹었다. 음, 멋지네 역시.
(에스터,에릭)
"......"
파크가 머리모양에 관한 설명을 마치자, 에스터는 즉각적으로 반응해 파크에게 다가간다. 당신의 두 어깨를 잡고, 조금 무서운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다. 잘 보면 그 무서운 표정이 당신에게 화가 난 것이 아니라 당황해서 생긴 표정임을 알 수 있지만.
에릭은 단어의 나열들을 뒤늦게 머릿속에서 결론으로 바꾼다. 그리고 그에 반응하여 심각한 얼굴을 짓는다. 인체실험이라고 하면, 에릭의 가장 큰 트라우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에릭은 약 전공을 하고 있는 연구원이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연구원이 시약을... 강제로요."
에릭의 목소리에서 발랄함이 빠져나간다. 꽤나 드물게도 볼 수 있는 장난끼없는 에릭이다. 에스터의 심각하고 진지한 얼굴이라면, 그녀와 조금만 인연이 있다면 지긋지긋할 정도로 많이 본 것이겠지만.
"파크. 그 연구원들의 얼굴을 기억하나? ...어디에서 피해를 봤는지는? 신고는?"
뒤의 에릭도 심각한 얼굴이다. 에스터는 왜 진작 얘기하지 않았냐고 말하듯 위압적인 얼굴표정이다. 표정으로 사람을 짓누를 수 있다면 잡빌런은 얼굴만으로 쓰러트릴 수 있을 것이다.
"...파크씨정도의 체력과 근력인 사람에게 강제로 약을 먹일 수 있다는 것도 심각하네요. ...정말로 머리모양 말고 다른 피해는 없나요?"
에릭 또한 당신을 걱정하는 모양이었다. 진지한 얼굴이다.
...그리고 당신이 가져온 거대한 눈덩이에는 두 사람 다 놀란 얼굴을 짓는다.
"...부정적인 느낌이라. 그렇게 보였나."
에릭은 맞아, 맞아 라고 옆에서 태클을 걸다가 자신보고도 돌아오는 핀잔에 피이 하고 바람빼는 소리를 낸다.
"이런 식으로 말 안하면 에스터씨는 꿈쩍도 안한다고요! 늘 자기몸은 안 챙기고."
"최근에는 정말로 괜찮아졌는데 말이야. "
"괜찮아졌다... 괜찮아진게 뭔데요! 괜찮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요!?"
"......"
에스터는 침묵한다. 두 사람의 눈을 피해본다. 2:1로 에스터의 패배다.
(파크)
"ㅡ?!"
에스터가 갑자기 파크의 어깨를 붙잡으며 무서운 표정을 짓자, 파크는 순간적으로 죄송합니다라 소리칠 뻔 했다. 으아 기절하는줄 알았네. 나보고 짓는건 아닌것 같지만.....으악 에릭의 얼굴은 또 왜저래! 아 젠장.....사람하고 말할때는 말조심 해야하는데.....
게다가 에릭의 목소리에는 그 밝던 분위기마저 사라졌었다. 음, 이거 심각한 일인가.
"엄.....얼굴은 못봣어요. 그 뭐냐....뒷골목에서 스턴건과 근이완제에 당해가지구.....가운으로 대충 연구원이라는건 알았지만. 전기통닭이 되는줄 알았다니깐요."
으아아 얼굴! 얼굴좀 그만 해주세요 지릴것같네 진짜! 저 얼굴로 태양권같은거 쏘면 분명 모든 빌런들은 스스로 체포해달라고 경찰서에 올거야!!!! 파크는 그녀의 눈을 피해 에릭을 쳐다보며 문제 없다는 투로 말한다.
"뭐, 근이완제에 당해버렸으니깐. 데헷. 뭐 딱히 부작용은 머리카락 이외에는 없어. 병원은 귀찮아서 안갔지만 별거 아니겠지. 4일정도 지났는데 아무일도 없잖아?"
파크는 이게 그렇게 신경쓸만한 일인가ㅡ하고 생각했다. 어차피 신고도 못하는 상황에서 열불내봤자지 뭐. 에릭마저 걱정하는 듯한 표정에 파크는 헤실헤실 웃으며 괜찮아 괜찮아-라고 달래듯이 말했다.
"음......뭐 피 뽑더니 적합한 어쩌구라고 말하긴 했는데 아마 별 거 없겠죠 뭐."
그래, 별거 없겠지. 고작 머리가 샌 거일 뿐인걸.
"당연하죠! 얼굴이 어두운.....원래 그러던가? 여튼 어두우니깐요! 부정적이니깐요!"
파크는 자신의 눈사람의 눈 부분을 악력으로 뚫어 눈을 만들고는 코도 악력으로 구멍을 뚫어 만들었다. 뭔가 기괴한걸.
"맞아요. 에스터누나는 좀 주위에 도움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구요!!"
에스터를 지긋이 노려본다. 앗, 시선 피한다.
(에스터, 에릭)
"......"
에릭의 얼굴은 완전한 정색으로 바뀐다. 에스터는 파크를 추궁하려다가, 에릭의 상태를 문득 확인해본다. 에릭은 가만히 있다가, 갑작스럽게 홱 파크에게 다가가며 말한다. 진심으로 화를 내는 모습이었다.
"그게 가볍게 말할 일이에요!?아무일도 없다고, 그냥 넘겨도 되는 거에요?히어로잖아요. 왜 둘러싼 위험에 민감하지 못하고...!"
파크의 팔뚝을 잡는다. 아까까지 가라앉아있던 태도는 어느새 격앙으로 바뀌었다. 에스터만큼 무서운 얼굴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두 사람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이 쪽이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위태롭고도 안타깝도록 튀어나가는 감정이여.
"연구원이라는 게, 그따위 짓을 저질렀는데! 두려움이라던가, 분노, 긴장, 그런...그런 게 느껴지진 않는 거에요? "
에스터는 에릭을 말리고자 한다. 하지만 에릭은 에스터의 손길을 뿌리쳐버린다. 에릭은 파크의 두 팔뚝을 붙잡고, 어딘가 원망스러움까지 느껴지는 투로 말했다. 그를 흔들려고 시도한다. 에릭은 무엇에 분노하고, 누구를 원망하고, 어디에 소리치고 있는 걸까.
"에릭."
"...대체, 왜...!"
"에릭. 너무 흥분했어."
"하지만..."
역으로 가라앉은 에스터의 표정에 에릭은 문득 깨닫는다. 자신이 화를 내야 할 곳이 틀렸다는 것을. 동시에 다른 의문 또한 풀려나가버린다. 왜 파크에게 그런 식으로 화를 냈는지. 깨달아버리고 나니 모든 것이 허무하고, 바보같이 느껴진다. 나는 파크씨를 걱정해서 화를 내고 있던 것이 아니구나. 그렇다고 연구원에게 화를 내고 있었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야.
나는 나를 향해 화를 내고 있었던 거야.
파크를 보면서 문득 과거의 자신을 보고 있었다. 상처받는 것에 무뎌지려고 감정을 죽이던 날들을 떠올려냈다. 그 시기의 자기자신은 너무나도 추해서, 꼴보기 싫어서,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밝으려고 노력하면서 이 시기의 자신을 없애려고 노력했다. 비틀려있는 부분들을 없는 것으로 하고 싶었다.
하지만 무리다. 이미 일어난 일은 없었던 것이 되지 않는다. 몸의 상처가 언젠가 사라진다고 해도 상처입은 동안 움직이지 못했던 나날들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괴로운 과거를 담담하게 받아들여도ㅡ그 시기에 붙잡혀 나아가지 못했던 나날들이, 잃어버린 시간들이 돌아오진 않아. 성장하지 못한 채 있었던 날들은, 자신의 미성숙으로 드러나버리는 것이다.
...거기다가, 미성숙만으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지. 그런 환경들 속에서, 상처입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나날들 속에서, 지옥속에서 자신은 살아있었다. 지옥의 주민다운 끔찍할 정도로 기괴한 면모가 남아있다. 상처입었기 때문에 성장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성장이 어딘가 비틀린 방향으로 나아가버렸어. 괴상하고, 역하고, 징그럽고, 혐오스러운ㅡ
...천하에 둘도 없는 재앙이었다.
에릭 앤서니는, 그 부분을 보고 싶지 않아해왔다. 자신이 상처받으며 망가진 부분들이 있다는 것을. 어딘가 '보통 사람'과 같지 않은 사고가 있다는 것을. 그것이 다른 사람들 눈에 보기에 괴상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일부러 밝게 지내려고 노력해도 그 과거의 에릭 앤서니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추악한 존재였어. 아무리 자존감을 부풀리려 애써도, 실험체인 음침한 소년은 계속해서 나를 쳐다볼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
눈물이 나고 말아버렸다.
"...에릭."
허탈한 얼굴의 두 공허한 눈에서 인공눈물같은 징그러운 물방울이 흘러내린다. 그렇구나. 나는 자기혐오를 느끼고 있었던 거야. 인체실험 당한 사실을 담담하게 말하는 파크씨의 모습이, 그렇게나 보기 싫었던 것은. 그 모습이 자기자신과 닮았으니까. 자신의 행동원리를 깨닫는다니, 보고 싶지 않던 추한 부분을 봐버리다니. 정말정말 최악이야.
"...죄송합니다."
다시금 울컥, 하고. 쏟아져내리는 눈물마저도 끔찍한 것 같아. 즐거운 것을, 예쁘고 사랑스러운 것들만을 바라보고 싶었는데. 행복의 파랑새를 뒤쫓으며, 저주로 문드러진 자신의 본모습은 보고싶지 않았다. 앞만을 바라보며 가고 싶었다.
에스터는 에릭의 등을 토닥여준다. 그제서야 조금 끔찍함이 사그러든다. 에릭 앤서니 개인은 추악한 소년일지 모르지만, 올바른 영웅 에스터 힐데가르트의 동료는 마찬가지로 올바르고 멋진 사람이야. 그러니까 보지 말자. 다시는 자신을 마주하지 말자.
...에스터씨와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하자.
"파크. 미안하다. 에릭에게는 민감한 부분이니까."
"......"
"에릭이 너를 탓하기 위해서 그런게 아니야. 그저 걱정되기 때문이지."
그리고 에스터의 옆에서 자신은 다시 선량하고 올바른 존재로서 포장된다.
"...에스터씨."
"에릭. 연구원들의 부도덕함에 분노하는 건 좋지만, 피해자를 과하게 몰아붙이는 것은 좋지 못한 일이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우스꽝스럽다. 추해. 이런 나는. 이기적이고, 비뚤어진 존재야. 이런 속마음을, 파크씨라면 눈치채었을까. 언제나 올곧고 자비로운 영웅인 그녀는 자신을 추궁하는 일은 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에릭은, 파크 당신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너무나도 부족했던 것이다. 불안 가득한 눈이 물기어린 채 눈 앞의 당신을 응시한다.
(파크)
에릭이 화를 낸다. 아, 또 말실수를 해버린건가. 그곳에서 그만 두었어야 했나. 파크는 당황했다. 그가 이렇게 화를낼줄은 몰랐다. 웃어 넘기려고, 농담으로 여겨지려 했지만, 그에게는 그것조차도 슬펐나보다. 그는 이제는 파크의 팔을 붙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파크는 묵묵히 침묵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에릭의 심정이 절절하게 느껴지고 이내 에스터에게 제지당하자, 파크는 씁쓸한 표정으로 짧게 뱉었다.
"고통, 신체적 손실에 대한 두려움, 죽음에 대한 공포, 자신을 상처입힌데에 대한 분노. 이것들은 모두, 광기라는 거대한 힘에 산산조각 난 사람이 광기에게 빼앗긴 것들이지."
나는 느끼지 못한다. 죽음이 뭐가 두려운것인가. 상처가 뭐가 두렵고, 슬프고, 화나는 것인가. 어차피 아프지 않은데. 다른사람은 아프기에, 그것을 볼때마다 나는 화가난다, 슬프다, 괴롭다. 허나 나는, 아프지 않기에 아무렇지도 않다. 고통이 없는데 괴로울 이유가 있는가. 나는 나의 팔을 잘라도 용서할 수 있다. 그 순간의 고통도 없다. 팔은 의수를 달면 된다. 잃는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기에 나는, 용서할 수 있다. 그들조차도 용서 할 수 있다. 그런 연구원들 조차도.
파크는 그의 레몬색 눈을 지긋이 쳐다본다. 그의 눈은 맑고, 깨끗해 보였다. 허나 그 눈 속에는 끝없는 자기혐오가 도사려 있었다. 맑고 청명해 보이는 바다일수록 그 깊이가 깊어 마치 깊이 들어가면 끝없는 어둠만이 있는것처럼. 어딘가 자신이 겹쳐보였다. 분명 그도 나를 그와 겹쳐보고 있겠지. 잠시나마 연결된 듯한 느낌에 소름이 들었다.
"에릭."
파크는 그의 이름을 부르며 머리에 손을 얹었다.
"미안해. 아픈 기억을 떠오르게 했구나."
자기 혐오와 악몽같은 기억들이 점철되어 그의 모습에서도 검은 안개가 그를 가리고 있었다. 예전부타 파크는 가끔씩 끝없이 자기탓이라고 하고, 자기는 괴물이라 하고, 자기가 모든것을 잘못한 악마라고, 쓰레기라고 했다. 이런 모습이었군. 파크는 조용하게 그에게 말을 건넸다.
"일단은 에스터누나와 너가 걱정을 해줘서 기뻐. 하지만 내 이야기에 너를 소모시키지 말아줘. 너의 그 감정을 소모시키지 말아줘. 너의 그 과거를 끌어내어 마음의 상처를 벌리지 말아줘. 너를 스스로 좀먹는 행위를 하지 말아줘.
너 자신에 대한 혐오감으로, 너를 스스로 갉아먹지 말아줘.
너는 누구보다도 따뜻한 마음씨를 가졌으니깐."
부들부들한 머리카락의 감촉이 손가락을 스친다.
(에스터,에릭)
"......"
그리고 당신의 말은 에릭을 날카롭게 찔렀다.
나를 향한 말인건가? 추악한 속내를 들키고 만것인가? 당신은 내가 이렇게 비틀린 사람이라는 것을 눈치채버린거야? 에스터씨조차도 알지 못한ㅡ혹은 묵인한ㅡ그것을? ...내가 저런 감정들을 짓밟아왔다는 것을 알고 있는거야? 자기혐오는 이내 두려움으로 바뀐다. ...가까이 오지 마.
고통에 무심해지려고 노력했다. 신체 손실이 나를 죽이지 못한다는 걸 알기에 둔감해졌다. 화를 삭이는 것에 익숙해졌다. 죽는 것을 두려워하기엔, 삶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그런 비틀리는 자기자신의 사고를 흐린 눈으로 보며, 정상이 아니라고 느꼈다.
자기자신의 광기를 뼈저리게 느꼈다.
나의 머리에 당신이 손을 올린다.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며 사과한다. 그런 당신의 모습에, 미안함이나 부끄러움보다 먼저 느낀 것은 공포.
"...코스츔."
형언할 수 없는 두려움이 자기자신에게 손을 뻗는다.
아까까지 '파크씨'였던 호칭이 '코스츔'으로 바뀐 것도 이런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어딘가 당신의 본질과 거리를 두고 싶다는. 당신을 향한 감정들이 자기혐오와 섞여서, 생리적인 공포로 바뀌어갔다. 나는. ...당신이 클라운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조금만 엇나갔더라면 나는, 그런 짓을 저질렀을까? 두려워졌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었다. 그저, 지독한 자기혐오의 싹이 우연히 당신이라는 햇살과 함께 꽃을 틔워냈을 뿐이었다. 당신을 마주하면 마주할수록, 에릭은 자신의 심연을 다시 한 번 바라볼지 모르는 일이지. 도플갱어 괴담과도 유사할법한 공포. 코스츔이라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냐, 나쁜 사람이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당신의 그런 모습들은 자신에게 자신의 혐오스러운 일면을 마주하게 만든다.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하였지만, 표정이 어둡다. 풀리기에는 조금 시간이 걸리려는 모양이다. 에릭은 당신의 눈을 마주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이내 애써, ...정말 애써 미소를 띄워내본다. 좋지 못한 습관. 당신의 뒷이야기들은 좋은 얘기들이었지만ㅡ
...하나하나가 에릭 앤서니를 날카롭게 베어내고 있었다.
선의로 가득 차있는 매서운 칼날이었다.
자기연소. 감정소모. 스스로를 좀먹어가는 행위. ...그리고,
과거의 상처. 자기혐오.
"......"
어떻게 눈치챈 거지. 당신은?
"에릭. ...괜찮아?"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그거야, 자신과 닮았으니까. 에릭이 당신에게서 자신의 심연을 발견해 들여다본 만큼ㅡ당신도 에릭 앤서니에게서 당신 자신을 비춰보았다. 그런 것이지. 그러니까 에릭에게는, ...에릭 앤서니에게는, 이 약한 부분을 극복해낼 때 까지 당신은 만나기에 껄끄러운 사람이다.
"괜찮아요."
하지만 에스터라면 그것을 묵인해주리라고 믿고 있다.
"...파크."
에스터는 자신의 이런 면을 알고 있을까. 자신조차도 의식하지 못했던, 무의식 안에 깊이 가라앉아있던 감춰왔던 일면. 스스로가 부정해오고 억눌러왔던 부분을 에스터가 이미 눈치채버렸다면, 그것은 두려운 일이라고 에릭은 생각했다. ...하지만 괜찮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신은 나의 구원자다. 왜냐하면 당신은 만약 알고 있더라도 그를 묵인해줄 것이고, ...자신이 유일하게 허락해준, 허락받은 사람이니까.
"...한 가지만 물어보지. 파크."
이윽고 에스터는 입을 연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았으나, 함부로 꺼낼 수 없는 얘기들 뿐이었다. 자신의 투박하고 무뚝뚝한 표현으로는. 잘못 건드려서 말했다가는 모두에게 다 상처를 입힐 수 있었다. 언제나 이야기라는 것은 어려웠다. 똑같은 내용물이라 해도, 상황과 방식에 따라 그 본질 자체가 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그렇기때문에 에스터는, 지금 이 대화내용에 관한 이야기를 보류하기로 했다. 묵인이 아닌, 보류의 형태. 언젠가 이 모든 이야기들은 가장 적당한 때에 포장지가 풀려 밖으로 나올 것이다.
그러니까 다른 이야기. 하지만, 무척이나 중요한 이야기였다.
"에릭이 너보다 다섯 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자괴감을 띄던 에릭의 얼굴이 물음표로 덮여만 간다.
(파크)
그의 눈 속에서 이제는 두려움이 느껴진다. 나에대한 혐오감인가. 관찮아 익숙하니깐. 나보고 괴물이라 생각하는거지 그래. 상관없어 나는 너처럼 말로만 하는 괴물이아닌, 진짜 괴물이니깐. 나는 악마가 맞으니깐. 그러니깐 그 두려움의 공포의 감정을 마음껏 발산해. 나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드릴 수 있어.
"..........미안해 에릭."
그가 코스츔이라고 부르자 또다시 사과했다. 그는 나로부터 도망치고 싶어한다. 공포감이 느껴진다. 그는 나를 지금 혐오하고있는건가, 아니면 내가 그의 내면을 알고있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건가. 나는 그의 감정을 느낄수 있을뿐 생각을 읽지는 못한다. 그가 무엇때문에 이러는지, 무엇을 바라는지는 알 수 없다.
"괜찮아. 상관없어, 익숙하니깐."
사과하는 그에게 싱긋하고 웃어준다.아니, 씁쓸하고 힘없게 웃는다. 억지 웃음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에게 이런 공포감은 익숙했다. 클라운때 모두에게 지겹도록 받았다. 공포감, 혐오감, 두려움, 경계심........허나 왜일까. 지금은 너무....너무 마음이 아프다. 아니, 이건 그냥 환상일 뿐이다. 나는 괜찮다, 정말로.
".......왜 불러?"
그가 다시 파크라고 불러주자 그의 눈을 응시하며 대답했다. 아 역시 더이상 못보고 있겠다 싶어 그의 얼굴 전체로 시야를 옮겼다. 그의 감정을 읽는것을 그는 껄끄러워 하는 것 같았다. 깊고 깊은곳에 있는 그의 숨겨진 공간의 비밀스러운 감정들을 누군가가 엿보는 것을 싫어하는건 당연한 거지만.
"......??????????"
파크는 얼굴에 ?를 띄울 정도로 놀랐다. 아니 그렇게 귀여운 행동을 하던분이 22라고.....? 나보다 다섯살....??? 어, 어 그럼 이거 쓰다듬도....
파크는 재빨리 손을 떼더니 에릭에게 사과를 했다.
"죄.....죄송해요 에릭형......."
으아아 이게 무슨 망신이야.....
(에스터,에릭)
"예?"
"17살."
"네?"
"22살."
네? 를 계속 번갈아가며 말하는 에릭과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는 파크에게 에스터는 홀로 차분하게 나이를 읊조린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당도한 에릭은 심각한 충격으로 머리를 얻어맞았다.
"에엥!?"
에스터는 에릭에게 손바닥을 내민다. 에릭이 손을 잡는다. 네가 강아지냐. 명함을 달라고 말로 언급해본다. 에릭은 어리둥절하며 에스터에게 명함을 건넨다. 에스터는 파크에게 그것을 전달해보인다. 에릭연구소 소속 연구원 에릭 앤서니(22)의 명함이 당신의 손에 들어온다.
"뭐...뭐..."
에릭은 뒤돈다. 도도도도 뛰어가더니 멀리에서부터 걸어온다.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침착하게 말한다.
"안녕하세요. 그 쪽이 코스츔씨로군요! 저는 연구원 에릭 앤서니랍니다!"
"없었던 일로 만들지마."
이것이 충격요법이라는 것일까. 더 충격적인 사실을 머리에 때려박아서 지금까지의 일을 없던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깨끗한 첫만남...은 아무리 그래도 무리수지만!
뭐. 에스터의 배려(?)가 나름 통한 것이다. 이 상황에서 저 화제는 자신이 건들기엔 너무나도 섬세한 것이니, 다른 충격적인 화제로 일시적으로 흐름을 바꿔버린다. 흐름이 바뀐 정도가 아니라 시작을 바꿔버리려는 교활한 에릭 앤서니가 있었지만 무시하도록 하자.
"아니. 17살이 말이 돼요!? 이거 그거죠!? 17세교인가 하는 그거죠!? 종교 이름 붙은것들은 하나같이 믿을게 못돼!"
"그런소리 할거면 에스터교 드립부터 그만두고 말해라."
"그러니까 저는 새로운 종교를 만들어내게 된거죠...! 이 사회의 희망과도 같은..."
문득 에릭은 파크가 에스터를 동경한다고 했던 말을 떠올린다. 어쩌면 이 부분에서 친하게 지낼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죠. 파크씨!? 에스터교에 함께하지 않으실래요!?"
"그만둬."
"에스터교의 멋짐을 모르는 에스터씨는 불쌍해요!"
"네가 말하고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파크)
"???????"
파크는 명함을 집어든다. 22........진짜냐.....22살이 왜 그렇게 있어!! 머리속에 투쾅하고 메테오를 누군가가 때려박는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왜그렇게 반응이 험악한가 했더니 연구원이라서 였나ㅡ같은 다른 생각을 하며 현실도피를 시도한다. 실패지만.
"안녕하세요 연구원 에릭엔서니! 저는 히어로 코스츔, 파크라고 합니다!"
파크는 다시한번 악수까지 해가며 그 모든일을 없던것으로 하려 했지만 에스터에게 제지당해버렸다. 작게 쳇, 하고 혀를 차버린다. 아깝다 아까 있던일을 없앨수 있었는데.
"에스터교요??네네네네 저 신도할래요!!!"
파크는 그의 말에 눈을 반짝거리며 대답한다. 마치 아까 눈사람을 만들때 동의하던 것처럼 말이지. 파크는 에릭의 두 손을 모아 꼭 잡고는 즐거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묻는다.
"자 그러면 저희의 활동은 뭔가요 주교님! 포교? 아니면 봉사활동? 아니면 접신?"
파크는 그리고 나서 에스터를 봤다. 이러면 에스터누나는 어떤 반응을 보이시려나. 마음속으로 박장대소를 한다.
이렇게 넘어가서 다행이야
(에스터, 에릭)
"그만둬."
정색한다. 언제나와 같은 진지한 에스터였다. 하지만 에릭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 눈치다.
"저희의 제 1목표~! 에스터님의 이름을 언급하여 종교인을 물리치기!"
"그만둬."
"제 2목표~!에스터씨 부끄럽게 만들기~!"
"그러니까, 그만둬."
"제 3목표는...음. 뭘로 할까요? 기부와 봉사하기?"
"그것만 남겨두고 전부 그만둬."
에스터가 구성하는 모든 문장에 그만둬가 들어가고 만다. 에릭은 제 2목표를 누구보다도 열심히 수행하며 파크와 맞장구를 친다.
"에스터씨. 만사에 부정적인 태도는 좋지 않아요. 에스터교가 가져다줄 모든 축복과 기적을 막아낼 셈인가요!"
"일단 이름부터가 근본적으로 아주 잘못되어있으니 그만둬!"
"그치만...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에스터씨. 나에게는 관심도 없는걸...!"
"나의 관심이 부족했나! 과하다고 생각했는데!"
자. 이제 에스터교는 혼자가 아니라고요! 히히히. 못 가! 라고 말하듯이 에릭은 에스터를 포위하는 시늉을 한다. 이러니까 파크가 5살 연상이라고 생각 못하지.
"그리고, 에스터교의 최고 숙적은 에스터 그 자신!"
"이 점에서 그 무엇보다 문제많은 종교가 아닌가!"
에릭은 미소짓는다. 웃음이 돌아와서 다행이다. 그래. 혐오스러운 과거의 자신이 있다 해도 괜찮다. 에스터와 함께 있을때만은 그 과거조차도 사랑스러웠다. 당신에게서 구원받는 것으로 결말지어지는 과거였으니.
그러니까 함께 있을 수 있을거야. 왜냐하면 둘 다 에스터씨를 정말 좋아하니까. 그치? 에릭은 과거의 자신을 바라보듯이 말한다.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에릭은 눈으로 에스터에게 눈싸움을 시도한다. 에스터는 반격의 의지 없이 그대로 맞아주고 있었다.
*: 윤동주 - 쉽게 쓰여진 시
(파크)
"햐 저는 셋다 마음에 드는데요? 자 그러면 2번부터 시작하죠! 아니 이미 하고있으려나~?"
파크는 그대로 에스터를 바라보며 헤실헤실 웃었다. 크크크 두명이서 한명을 놀리는건 너무한가. 뭐 어때 에스터누나는 평소에 우리한테 걱정끼치니간 이정도는 약과지.
"관심이 부족하든 어쩌든, 일단 저는 이름부터 신비하고 듬직한 종교라고 생각해요~"
그 둘의 말싸움에서 파크는 왠지모를 흐뭇함을 느낀다. 가족이란 역시 좋은거네. 파크는 에릭이 에스터를 못지나가게 하는 듯한 대사를 치자 "역시 에릭형이야. 에스터 누나 놀리는대에는 천재적이라깐" 라는 대사를 해보기도 했다.
"전허 문제없는 종교인데요~어디가 문제있는건지~~"
파크는 능청스럽게 에스터에게 미소지었다.이런 상황도 나름 재밌는걸. 파크는 눈덩이를 위아래로 던지며 슬슬슬 어디론가로 갑작스레 향했다.
"음, 여기서 머무를 수 잇는 시간은 오늘은 여기까지네요. 아쉽지만 다음에 뵈요 에스터누나 에릭형~"
그리고 이 즐거운 상담은 막을 내렸다.
6. 독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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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아침의 스러지는 꿈
(28스레 전후 추정)
꿈을 꿨다. 고아원에 불이 나고 있었다.
이건 그 날의 기억이었던가? 아니, 그 때는 이런 이유로 부서진게 아니었나? 잘 기억나지 않는다. 몸은 어려져있지만 머릿속만은 지금의 그 상태인 에릭이 몽롱하게 생각한다. 멍하니 고아원을 집어삼키는 불을 바라보고 있다.
아이들이 운다. 이것은, 상징적인 비유였던가. 아니면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던가.
그리고 다시 장면은 전환되고 에릭은 실험실에 놓여있었다. 자신을 가두고있는 유리벽이 투명하게 바깥을 비춰준다. 여러 연구자들이 모여서 주사기같은 것을 들고 무언가 이야기하고 있고, 에릭은 그것을 지켜보고 있다. 그 중에서는, 당신을 닮은 부부도 있었다.
이것은 있었던 일이었다. 꿈이어도 구분할 수 있을 만큼 생생한 기억이었다.
또 다시 장면이 전환하면 당신이 우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는 조금 자란 에릭은 당신의 등 뒤를 바라본다. 아직 어린 티가 나는 당신의 뒷모습이 마찬가지로 아직 어린 에릭의 눈앞에 보인다.
"구하, 지, 못했어......"
시체의 손을 잡고 울고 있었다. 고아원에서 울고 있던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당신에게서도, 시체에게서도. 부패한 시체가 썩은 내를 풍기는 것이 느껴지지도 않는지 당신은 펑펑 울고 있다. 눈물 빛깔의 머리카락을 한 당신이 슬프게만 보인다.
"미안해. 내가, 좀 더 일찍... 눈치챘다면..."
엉엉 울고 있는 당신. 어린 친구를 닮은 시체더미들. 그 더미들에 둘러싸여있는 당신의 여린 목소리. 에릭은 그것들을 멍하니, 멍하니 보고 있었다. 모든 것이 한여름밤의 꿈처럼 현실감이 없었다. 울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내 친구들은 전부 죽었지만, 나는 이곳에 살아있다고. 이내 세계가 눈물빛깔로 물들어버리고는, 장면은 또 다시 전환된다.
그리고는 에릭은 누군가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이번에는 멍하니가 아니라, 울며 소리치고 있었다.
"연구소 밖에서 사람을 만났을때, 기뻤어요. ...당신과 친해지게 된 거, 정말 기뻤어요."
얼굴에서는 큼지막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하나도 위협적이지 않게 상대를 노려본다. 눈물로 흐려져 잘 보이지 않는 눈앞에 간신히 색깔만 구분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눈물 빛깔의 당신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었다.
"왜, 그런 짓을..."
누군가에게 배신당했다. 동경하던 누군가가 자신이 최고로 싫어하는 일을 저질렀다. 누군지 알아볼 순 없지만, 느껴지는 감정이 상대를 추측할 수 있게 했다. 그것은 제가 동경해 마지않던 사람중 하나였다. 그 사람은, 바로...
에릭은 꿈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이 전부를 기억하지 못한다.
"......"
이 모든것은 꿈일 수도 있고, 현실이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 꿈이 기억나지 않으니, 무슨 과거를 꿈으로 꿨는지도 알 수 없을 뿐이다.
에릭은 찝찝한 머릿속을 휘저으며, 그저 아침을 먹으러 향할 뿐이다.
- 약 분석: 30프로
- (29스레)
(샤오화 일상에서 이어짐.)
※ 오너가 이과지만 과학을 못하기 때문에 이하 사항들은 과학적 고증이 거의 되어있지 않습니다. 만약 거슬리는 전공분들이 있다면 에릭의 숨겨진 이능력이 "과학고증 쌩까기"라고 생각해주십시오.
"흐음..."
에릭은 약 분석에 한참이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실례를 끼쳤는데 이것도 제대로 못해오면 평판은 최악이 되겠지. 어쩌면 소문이 잘못 퍼져서, 히어로와 연구소간의 협력이 취소되어버릴수도... 에릭은 뒤늦게 자신의 행동을 곱씹으며 우울한지 어깨를 축 늘어뜨린다. 으으. 첫인상을 너무 망쳐버렸어...
역시 학생이든 연구원이든 뭐든 머리쓰는 일을 하고 있으면 우울해지는 것이다. 이럴땐 단거 필요한데, 단거. 그렇다고 연구소를 들락날락대면서 단걸 찾아먹으면 자고 있는 척 한게 들키겠지. 비밀리에 진행한다고 했으니까 낮에 개인연구실에 너무 오래 있을 수는 없다. 사실은 그냥 비밀이라서 안 된다고 하고 혼자 몰래 진행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못한 이유가...
...이 약. 생각한 것 보다 훨씬 더 위험한 약인 것 같다.
그러니까, 왜 이런 걸 깨달았냐면, 우선 시중에 파는 약이랑 전혀 다른 성분으로 되어있다. 그래서 처방받아서 먹을 수 있는 온갖 약들의 반응 자료를 다 뒤져봤더니, 뭔가 비슷한 게 나오긴 나왔다.
향정신성의약품.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며, 오용하거나 남용할 경우에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있는 것들. 종류에 따라 오남용을 하지 않을 시 위해가 약하므로 충분히 의료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들이 있고, 반면 위험성이 심해서 매우 제한되게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것들이 있다. 다시 말해 어디까지나 종류에 따라서 그 강도는 다르다고 할 수 있고, 처방받았을 가능성이 아주 없는 건 아닌데....
...간단하게 말하자면, 대부분이 마약으로 분류되는 것들이다.
그렇다. 마약. 향락적이고 퇴폐적인 삶의 상징적인 존재. 범죄적이고 위험한 곳을 묘사하려고 할때 단골로 등장하는 그것. 물론 처방받을 수 있는 종류의 것들도 있긴 하다. 그 경우 마약으로 잘 표현 안하긴 하지만. 이것의 경우 반응이 특이하게, 위험도 높은 마약에서 일어나는 반응과 위험도 낮은 마약에서 일어나는 반응이 이것저것 섞여있다.
사실은 반응은 반응일 뿐이고, 직접 에릭 자신이 먹어본 것은 아니니까 어떻게 위험하다고 단정지을 수 있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히어로 출신이 은밀하게 의뢰했다는건, 분명 엄청나게 위험한 사건과 관련있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둬도 되는거지!? 괜히 받았나!? 지금이라도 모두에게 말해야 하나!? 아니면 더 숨겨야 하나!?
"하아......"
에릭은 한숨을 길게 쉰다. 드라마틱하다며 즐거워했던 낮의 자신을 한 대 때리고 싶다. 자신은 멍청이다.
설탕 냄새가 나는데, 설탕 맛이 나려나? 어차피 병은 안 걸리는 몸이니까, 자신이 직접 먹어본다음에 다른 연구원들에게 자 제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날 뻔했는지 관찰좀 해주세요! ...같은 짓을 하고도 싶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런 짓 하면 안되겠지. 반 쯤 체념한 사고에서 나온 발언이다. 약물에 이능력 무효화도 함께 있을 수도 있잖아. 그러면 끝장. 정말 끝장이다.
...어라? 근데 이능력 무효화는 원리가 뭐지? 몸 내부에서 퍼지는거면 이것도 병으로 취급하지 않을까? 그러면 자연치유능력으로 회복될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이능력을 무효화시키는 거니까 이능력 무효화가 자연치유능력을 무효화하나? 창이 뚫는가? 방패가 막는가? 아니. 그래. 위험한 짓은 하지 말자. 사람의 몸을 이용해서 실험을 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설령 그것이 자발적인 행동이라 해도. 별로 좋지 못한 기억이 떠오른다.
공식적인 의뢰가 아닌 은밀한 의뢰라는건, 비리인가? 어떤 히어로가 마약을 복용했다거나 뭐 그런건가? 그렇다면 모두에게 말하고 그 히어로를 힘을 합쳐 쫓아내는게 라오스 전체를 위한 일일 것 같긴 하지만, 자세한 사정은 나는 모르는 상태지. 물어보고 싶지만, 대답해주려나? 첫인상이 그렇게 망했는데?
밤이 깊어간다.
슬슬 눈꺼풀이 버티기 힘들어지는 시간이다.
이런 상태에서 실험을 지속하다가는 분명 큰일이 나겠지. 화재가 날지도 몰라. 그랬다가는 비밀유지는 커녕 자신의 목숨부터가 끝장이다. 그러니까 우선 이것들을 치우고 어서 자고, 나머지 실험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고민해볼까......
- 당신을 기리며.
- (30스레)
당신을 기리며(1)
에스터는 차를 운전하고 있었다. 뒷좌석에는 에릭이 품에 흰 꽃을 한아름 안은 채였다. 오늘따라 에릭은 조용했다. 오랜 정적 끝에, 에스터가 말을 걸어본다.
"에릭. 괜찮나?"
에릭은 말똥한 눈이었다. 차분한 목소리로, 에스터에게 대답한다. 그러고보면 에릭도, 이렇게 조용하게 있을때 보면 참 얌전하게 생긴 얼굴이었다.
"괜찮아요."
그렇지만 무언가를 생각하는지, 이후에도 에릭이 입을 여는 일은 없었다. 에스터는 조용히 차를 몰았다. 간간히 조금씩, 이 잔잔한 마음을 깨뜨리지 않을 정도로만 이야기를 건네거나 하면서. 차는 큰 길을 지나 점점 좁고 울퉁불퉁한 산길을 지나간다. 덜컹, 덜컹. 불편하지도 않은지 에릭은 여전히 부동자세였다.
꽤나 오랫동안 가는데, 멀미도 나지 않는 걸까. 아. 혹시 이것도 능력때문인가. 그렇다며는 조금 부럽다. 어떤 상황에서도 밥만 잘 챙겨먹으면 최고로 건강한 몸이라는 건데, 운동만 하면 완벽하겠거늘. 에스터의 바람과 달리 안타깝게도 에릭은 몸을 쓰는 일에는 전혀 흥미가 없었다.
끼익. 차는 산길을 지나고 지나, 어느 외진 곳에 있는 묘소에서 정차한다.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아서 다행이네."
반년 전, 10년 기일을 맞이해서 간 날에는 봄인데도 불구하고 세찬 비가 왔더래지. 그 때는 추적추적한 비가 마음을 계속 쳐대는 탓에 에릭은 그만 울어버렸었다. 한참을 우는 에릭의 마음을 달래려고 에스터가 고생을 했었지.
"...원장님."
가장 가운데 있는 묘의 주인은 에릭의 고아원의 원장이었다. 언제나 따스한 사람이었고, 고아들을 위해 늘 애썼지만, 대정전이 오고 나서 혼란에 빠진 마을속에 사람들의 분노의 희생양이 되어 맞아죽었지.
그 전부터 고아원은 혐오시설이라는 마을의 컴플레인을 몇 번이나 받아왔지만, 오로지 원장의 완고함으로 인해 그녀 혼자 힘으로 운영되어왔다. 대정전이 불러온 혼란으로 세계의 감시의 눈이 캄캄한 어둠에 빠지자 사람은 그때를 틈타 힘없는 고아들을 밀치고 원장을 때려죽였었다. 집단이기주의란 무서운 것이다.
그 후의 기억은 약간 흐릿하지만 에릭은 고아원이 불타는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자신만이 잘났다는 듯이 냄새나는 고아들을 사람답게 돌봐준 원장에 대한 증오는 깊었던 것이다. 증오라고 할까. 마음의 부유함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열등감과 질투였다고 할수도 있겠지.
어떠한 의식을 벌이는 것처럼, 마치 그녀같은 숭고한 존재가 있었던 흔적을 지우는 것처럼, 고아원은 불타버렸다. 다행히 아이들중에 위험 감지 능력이 발현된 아이가 불이 더 커지기 전 경보를 울려준 탓에, 고아원의 아이들은 '화재에서는' 무사했다. 하지만 그날 자신들이 살아온 장소와 부모같은 존재를 잃어버린 마음은 무사했다고 할 수 있을까.
엉엉 울었다. 에릭도, 아이들도, 모두. 고아원에서는 나이가 있는 편이었던 에릭도 그 때 아이들을 달래줄 자신을 갖지 못했다. 그 후에 친절해보이는 어른의 손에 이끌려 간 곳은 천국이리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 기대는 무참히 짓밟히고 아이들은 지옥의 입구에 발을 딛었다.
...그 지옥에서 살아남지 못했던 아이들과, 원장이 묻혀있는 묘였다.
시체는 고아원과 함께 불탄 뒤 찾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무덤은 빈 무덤이었다. 아무리 불탔다고 해도 뼈 한조각정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쩌면 누군가가 가져갔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시신의 상태를 생각하면 이 쪽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연구소의 소장이라며 너희들이 살 곳을 마련해준다던 할머니는 마치 아이들의 원장을 연상시켰다. 인자한 미소와 느릿한 목소리가 그녀를 떠올리게 했다. 아니, 어쩌면 아이들은 잃어버린 사람을 그녀에게 투영해보이던 것 뿐일지도 모르겠다. 너무나도 어렸고, 상처입었고, 순진해서, 세상에는 아직 원장님과 같은 자상한 사람이 많이 남아있으리라 생각했다.
기대는 짓밟혀 산산히 조각나버렸다. 아이들은 지옥의 입구에 발을 딛었다.
그 후의 일들은, 지금 떠올리기에는 별로 좋지 않은 것들이겠지...
"...살아남은 사람이자, 에릭연구소의 일원이 된, 아이들 중에서 나이가 가장 많았던 에릭 앤서니가 여기 왔어요."
묘비 앞에서 자기소개를 건넨다. 흰 꽃 한송이를, 원장의 앞에. 그리고 죽은 아이들의 묘 앞에 하나하나 남은 꽃들을.
당신을 기리며(2)
다시 원장의 묘 앞으로 향한다. 담담한 목소리로, 원장에게 말을 건다.
"저. 이제 히어로의 일원이에요. 정식 히어로는 아니지만, 에릭 연구소는 히어로와 협력하게 됐어요."
에릭 연구소. 과거 아이들이 내딛었던 지옥에서 일어났던 인체실험의 피해자중 하나인 에릭의 이름을 따 만들어진 연구소였다. 지옥의 수장들이 힘을 잃고, 지옥이었던 곳이 분열하자, 그 곳의 의지를 잇고자 하는 사람은 이름을 바꿔서 그 곳을 유지해나갔다.
그리고 간부진들의 부도덕을 용서할 수 없었던 자들은 살아남은 실험 피해자 아이들을 보호하겠다는 방침으로 새롭게 에릭연구소를 만들었다. 어째서 에릭의 이름을 땄느냐 하면, 그 실험이 에릭의 능력을 위주로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가치유능력이라는 탁월한 능력은 거의 웬만한 실험에는 그를 죽지 못하게 했다. 더군다나 자가치유능력과의 충돌로 인해 드러나지 않고 있던 또 다른 능력을 소장은 에릭의 몸에서 발견해낸 것이다. 그리고 그 이능력을 자신이 활용하기 위해 간부진들에 의한 수도 없는 강제적인 생체실험이 계속됐다.
"아직은 저는 힘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적어요. 그렇지만 앞으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계속 노력할게요."
실험동물들, 피실험자들, 모두가 더할나위 없는 끔찍한 방법으로 죽어갔다. 곁에 있던 친구들이 누군가의 욕심에 의해 하나하나 죽어나간다. 그런 나날이 계속되고 계속되면서, 제발 연구소가 자신을 죽여주기를 바랐다. 피가 나는 몸을 숨기거나, 밥을 일부러 먹지 않고 버리거나. 하지만 연구소는 절대 에릭이 쉽게 죽어버리도록 놔두지 않았고, 에릭은 지옥같은 나날속에서 안식을 맞이하지 못했다.
...그리고, 구원이 찾아온다.
에스터의 트라우마이자, 에릭의 구원이자, 소장과 클라인부부를 포함한 간부진들의 몰락이었던 날의 일이.
"사람이, 죽지 않도록 할게요."
이용당하지 않도록 할게요. 그렇게 덧붙인다.
당신을 기리며(3, 完)
그 말을 마치고, 한참을 서있던 에릭은 뒤돌아서며 미소를 지어보인다.
"이제 가요."
"괜찮겠나?"
애써 웃어보이는 에릭의 얼굴이 애잔하다. 에스터는 그 얼굴이 비춰내는 감정을 알고 있었으나, 묵인한다.
"이 정도면 됐어요. 그리고 에스터씨도, 그 날의 일에 계속 젖어있는건 좋아하지 않잖아요."
"...그건 그렇지."
"그러니까 돌아가요."
에스터에게 그 날의 일은, 깊은 트라우마이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들락날락했던 부모님의 일터 구석에, 그러한 끔찍한 시체들과 실험들이 있었으리라고는. 그 연구소에서 시체를 오랫동안 보관해뒀던 것은 즉각적으로 폐기하다간 들키기 때문도 있고, 사망후 반응을 보기 위해서도 있었다.
"기일에 방문한것도 아닌걸요. 예정 외의 날에 와서 원장님도 당황하셨을지 몰라요."
"......친구들에게 더 할말은 없나?"
에릭은 고아원 출신 아이들의 묘를 바라본다. 사실은 이 묘지들도 대부분이 비어있었다. 조금 안타까운 표정을 짓긴 했지만, 이내 밝게 웃어보인다.
"다음에 왔을때 해주면 되죠."
에릭의 그 말에, 에스터는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그렇지만, 그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
"그래."
에릭은 각오를 다진다. 자신은 히어로의 일원으로서, 다시는 누군가의 희생을 만들지 않겠다고. 자신이건 타인이건, 그러한 지옥에 다시 손을 잡고 걸어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돌아가는 길에는, 에릭의 목소리가 조금이나마 밝아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 약 분석 막바지
마침내 에릭은 결정을 내렸다. 약 분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로 한 것이다.
결국 약의 효과를 알아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누군가 먹어보는 것이다. 동물의 경우, 완전히 인간과 똑같은 효과를 보장할 수 없다. 그게 아니더라도, 동물이라고 해도 이런 걸 먹이고 싶진 않다. 더군다나 인간에게는 별 것 아니더라도 동물에게는 심각하게 반응하는 것들이 있지 않은가. 이를테면 강아지에게 초콜렛이라던가.
에릭도 연구소 사람들도 동물실험에 반대하는 입장이었고, 만약 실험이 불가피할 경우 실험동물에게 완벽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혼자의 힘으로는 저것이 불가능하다. 애초에 우리 연구소에서는 동물실험을 해본 적도 없고.
그렇다면 인간이 먹어야 하는데, 역시, 혼자 진행한다는게 문제다. 연구원들 여럿끼리 모여있었다면 인도적인 실험을 위한 철저한 준비를 했을지도 모른다. 혹시 모르니까 준비해둘 해독제 계통의 약들 뿐 아니라 그 후 후유증까지 대비한 여러가지를 준비해뒀겠지. 피해가 클경우 이후의 정신적인 케어라던가... 그리고 피실험자가 위험해지지 않도록 여러가지를...
...역시 에릭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했다. 결국, 어설프게나마 혼자서 할 수 있는 데 까지 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못 알아내면 의뢰자분의 허락을 받아서 연구소 차원에서 연구해야지. 이래뵈도 이즈모랑 협력관계고, 괜찮지 않을까?
에릭은 세팅을 시작한다. 자신뿐인 개인실험실에 카메라를 곳곳에 설치한다. 혼자서 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제한되어있다. 일단 마약계통의 성분이라는 건 알았고, 5분동안 몸으로 느껴진 것들을 메모하면 되지 않을까? ...기록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어쩔 수 없지만. 어쨌든 비틀비틀대거나 뭐 그런게 카메라에 기록되겠고, 기억도...대충은 남아있겠지.
만약 마약류가 아니라 독약류였다면 관뒀겠지만, 일단 마약성분에 대한 반응은 있어도 먹고 죽는 약은 아닌 것 같으니까. 에릭의 자연치유 능력은 약의 효과를 딱 5분동안만 지속되게 할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찝찝하다. 자신을 실험체로 삼는 건,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왜 굳이 처음 보는 사람의 부탁을 이렇게까지 하느냐. 돈도 안 받았고. 자신의 힘이 아니라고 거절하든가 그래도 되지 않느냐 싶지만, 에릭에게도 나름대로 생각하는 바가 있었다. 폐를 끼쳤다는 것 뿐 아니라, 여기에서 이것조차 알아내지 못한다면 자존심이 너무 상할 것 같다. 선량하고 똑똑한 연구원 에릭! 이라는 자신의 자아상 실현을 위해 이것은 매우 필요했다. 이대로 물러나면, 무례한데다가 멍청하기까지 한 에릭이 되는 것이다. 꼭 자신에게만이 아니더라도 상대에게도 말이다. 만약 그대로 입소문이라도 난다면 큰일이잖아! 최대한 이미지를 회복해야 한다.
이런 무식한 짓, 다시는 안해. 에릭은 약을 삼켰다.
- 에릭 - 약 섭취.
인체실험의 광경.
죽어가는 친구들의 모습.
부패된 시체들. 숨이 막혀오는 답답한 방......
......
...무슨 일이 있었지?
아. 맞아. 약을 먹었었지. 아무 일도 없잖아? 그럴리가 없는데? 치유 능력으로 완전히 분해될 정도로 약한 약물이었나...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목에서 통증이 느껴진다. 에릭은 거울을 가져온다.
왜 이런 상처가 나있지?
시간을 보니 이미 5분은 진작에 지나있었다.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곤 해도 5분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조금도 느끼지 못했다는건 이상하다. 에릭은 카메라를 하나 떼서, 모습을 확인한다.
카메라 속에는 목을 쥔 채로 미친듯이 긁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있었다.
"이런, 적...없..."
약 5분가량동안, 그 영상은 계속됐다. 거의 강박적으로, 목을 긁고 있다. 그러면서, 다 쉰듯한 목소리로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
< 원장, 님. >
에릭은 너무 놀라 순간 카메라를 놓칠 뻔 한다.
"...이, 거. 내가..."
스스로의 초점이 풀려서 멍하니 있는 모습이며, 목을 괴롭다는 듯이 쥐고 긁어대는 모습이며, 충격적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니. 예상 못한 건 아니지만. 자신의 기억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 가장 무서웠다. 차라리 그 괴로움을 직접 기억하기라도 했으면 나았을텐데.
"......"
에릭은 충격받았지만, 우선은 이메일을 작성하기 시작한다. 하루빨리 이 약의 위험성을 알려야 해.
('의뢰인님께. '로 이어짐.)
- 의뢰인님께.
to:HeisH0620@cmail.com
from:Eric_scienty@cmail.com
제목:(중요)약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우선, 저의 부족으로 인해 증상을 완전하게 알아내지는 못했음에 먼저 사과드립니다. 최대한 비밀로 하기 위해 혼자서 분석을 진행하다 보니, 여러가지 한계가 있었습니다.
만약 연구소 차원에서의 분석을 허락해주신다면 더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으리라는 추측입니다.
각설하고, 가장 먼저 보고드려야 할 부분은, 이 약이 상당히 위험한 약이라는 점입니다.
단순히 먹지 않고 분석해봤을때부터, 이 약은 향정신성의약품들이 보이는 반응과 무척 흡사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엄밀히는 완전히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주로 "마약"으로 분류되는 것들이 많다... 고 하면 이해가 더 빠를 것입니다.
대부분 오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있으나, 종류에 따라 의료용으로도 제한적으로 사용됩니다.
입원병원에서 투약하기도 하고 약한 경우에는 처방을 받고 사용하기도 합니다.
만약 여기까지였다면 "상당히"위험하다는 표현은 사용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위험할 수도 있다... 고, 했을 수 있습니다만.
저는 이것이 인간에게 나오는 반응을 위해, 스스로가 한개를 섭취해봤습니다.
맞아. 그러고보니 설명드리지 않았네요! 저의 능력은 자연치유능력입니다.
이 능력때문에 안 좋은 일들도 많이 있었지만, 이럴때는 매우 도움이 되는 능력이죠!
덕분에 이 정도라도 분석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랍니다!
정말이지, 이걸 몰랐으면 무례할 뿐 아니라 무지하고 무능하기까지 해서 쓰리무(無, nothing)로 삼진아웃 당할 뻔했어요. 저는...조금이나마 빨리 이 사실을 분석할 수 있어 다행이랍니다!
아니. 이게 아니라 저는 그래서 병원체, 병으로 분류되는 효능은 전부 5분만에 무효화되어버립니다.
그래서 뭐 , 별일이야 있겠어! 라고 무식하게 먹어버린 점도 있긴 있습니다만. ...아니. 이러면 무가 또 추가되잖아!
그러니까. 카메라로 찍은 거나, 스스로의 인식으로 추측할 수 있는 증상은,
정신착란, 기억상실.
또 목을 마구 긁어대는 반응도 보였습니다.
이게 목이 가려워서인지 정신착란으로 인한 것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미 죽은 사람을 본 것만 같은 반응을 보였는데, 이게 정확하게 환각인지 환청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른 것 보다도 역시 가장 주목해야 해야 할 부분은, 기억상실입니다.
약을 먹고 나서, 어라? 반응이 없는데?라고 생각하다가, 시계랑 카메라를 보고, 5분동안 약에 취해있었다는 걸 겨우 알았습니다.
저의 경우 자연치유능력때문에 5분입니다만, 다른 사람이라면 아마 더 긴 시간일거라 생각합니다.
아니. 반응을 보면, 5분보다 훨씬 긴 시간이 아니라면 이상합니다.
이 정도의 증상이 있는 명백히 위험한 약이, 그렇게 쉽게 풀려버릴 거라곤 생각되지 않습니다.
정신착란을 벌이는 데다 본인이 그걸 잊어버리기까지 한다면, 이건 굉장히 위험합니다.
뭣보다도, 이게 분석의 일부라는 것입니다.
완벽하게 분석했다고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5분동안의 반응이 이정도라면, 장기적인 반응은 어떤가? 후유증은 없는가?
이 약의 효과는 어느 정도 시간동안 진행되는가? 마약종류인데, 중독성은 없는가?
병을 유발한다면, 어떤 병을 유발할 것인가?이외에 더 건강에 해를 끼치는 부분이 없는가?
...이런 것들을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현재, 이것저것 하며 열심히 반응을 본 탓에 약은 딱 한 알이 남았습니다.
(plus: 별로 중요한 사실은 아니지만, 맛은 설탕맛일 것으로 추측됩니다.)
마지막 한 알을 남겨둔 것은, 연구소의 힘을 빌린 추가 분석을 허락받을 가능성을 생각해서입니다.
굉장히 위험한 약이니, 이왕이면 다수의 인원으로 분석하는 것을 허락해주신다면, 더 정확한 결과를 보장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신입 연구원인 저보다 다른 분들의 경험이 더 많고, 단순 실력탓이 아니더라도 인원이 충분히 많을 때에만 시도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으니까요.
다만 연구소 분석을 거칠 경우, 완전 비밀 보장은 불가능할지 모릅니다.
먼저 폐를 끼쳤으면서 주제넘은 발언일지 모르지만, 이 약물이 비윤리적인 범죄에 관련있다면 연구소는 비밀보장을 해드릴 수 없습니다.
저희 연구소의,아니, 기본적인 윤리 때문이라도, 이 약물이 어디에 쓰였는지, 무엇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 이런 것들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 의뢰인님과 약속을 거쳤지만서도, 연구소 전체가 비밀보장이라는 조건을 받아들이려고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에릭연구소가 생긴 이유부터가 비윤리적이고 부도덕적인 일은 용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히어로인 의뢰인님이 이것을 의뢰하신 이유가 그런 일이 아닐 거라는 점은 잘 압니다.
아마 이 약을 통한 피해자가 생겼기에, 그 피해자의 신상을 보호하기 위해서 비밀 보장을 부탁드린 거겠지요.
자발적으로 먹은 것이건 타의에 의해 먹은 것이건, 피해자분에게 어떤식으로든 위해가 가해질 수 있으니까요.
본인의 잘못이 아닌데도 오해를 살 수도 있고 말입니다.
단지 범죄와 관련되어있다 싶으면 그 가해자에 대해 법적인 책임이 가도록...그런 얘기입니다.
범죄를 신고하려면 어쨌든 이 약에 관한것도 말해야 하니까요.
아, 그리고, 연구소 의뢰시 추가비용이 들지에 대해서는...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즈모랑 협력관계니까 어떻게 잘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드는데, 일단 개인의뢰기 때문에 그건 아닐수도 있고.
저도 어쨌든 풋내기 연구원이라서, 이런 위험한 약을 분석하는 일은 맡은 적이 없습니다...죄송합니다. 。゚(゚´Д`゚)゚。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약은 위험한 마약일 가능성이 높다.
-약 먹은 이후 일정시간의 기억을 지운다. 또한 정신착란증세를 보인다.
-이 외에 더 위험한 증상들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연구소가 협력한다면 더 정확한 결과를 보증할 수 있다.
-다만, 연구소의 협력시, 윤리적인 이유로 완전비밀보증은 불가.
-비용은 아직 의뢰를 맡긴게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입니다.
빠른 연락 바랍니다.
- 에릭메이드가수현님을도와드립니다☆(메이드이벤트 중 독백)
(32스레중,수현 독백과 이어짐)
"흥~♪흐흥~♩"
에릭은 어째 프릴만점의 원피스를 입고도 신나있는 모양이다. 원피스형으로 어레인지되어있는 메이드복은 하늘하늘한 프릴이 곳곳에 달려있었다. 목에는 큼지막한 리본이, 머리에는 리본 달린 머리띠가 놓여있었다. 전체적으로 하늘하늘하면서도 너무 지저분하지는 않은 깔끔한 디자인이었다. 다리에는 흰 니삭스를(오버니삭스? 니삭스? 허벅지까지 오는 길이다. 에릭은 이런 것의 이름은 잘 모른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린다. 이건 분명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다. 그래. 메이드가 되었으니까 봉사정신을 베풀어야지! 갑자기 의욕이 차오른다. 메이드 에릭은 도도도 타겟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수현을 발견한 에릭의 얼굴에 "!" 하고 느낌표가 떠오른다. 에릭은 키득키득대다가도 금세 입을 다물고 탈의실 안으로 들어간다.
"주인님~ 메이드의 봉사서비스는 어떠신가요~?"
장난스레 묻는다. 키득거린다. 손님은 등판이 넓으셔서 지퍼가 잘 안올라가네 - ...같은 소리를 하고 싶은 걸 꾹 참는다. 아무리그래도 몸에 대해서 얘기하는건 성희롱이라는 것 정도는 안다.
에릭은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메이드 주머니에 있던 똑딱이를 꺼낸다.
뚝.
"어라?"
에릭은 시치미를 떼며 지퍼를 올리는 것을 멈춘다. 아마도 지퍼가 부서지는 소리처럼 들렸을 것이다. 소악마 메이드 에릭은 당신의 반응을 잠시 지켜보고 있다.
어느정도 즐겼다 싶을 즈음, 에릭은 도로 지퍼를 올려준다. 농담이에요. 라며.
- 에스터,에릭 - 하나비의 선물
(하나비 일상에서 이어짐. 33스레 전후)
"......"
"......"
에릭과 에스터는 당신이 주고 간 선물을 바라보고 있다. 보들보들하고 따스한 목도리 두개가 나란히 놓여있다.
"이건..."
"...대...단해..."
에스터가 뭔가 말하려는 사이, 에릭이 갑자기 급격하게 눈을 반짝인다. 에릭? 에스터는 그런 에릭을 쳐다본다.
"스미모토씨...대형 소속사와 관련있는 사람이었군요!! 놀라워요!"
...아니. 스미모토의 약자겠지. 에스터가 작게 태클을 걸어본다. 에릭은 아랑곳하지 않고 목도리를 들고 빙글빙글 돈다.
"스미모토씨. 어디로 가신 걸까요? 산타였던 걸까요?"
어쩐지 머리색깔도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보였어요- 빨간 브릿지도 그렇고-...그런가. 에릭은 반쯤 농담 반쯤 진담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뭐, 즐거워보이니 다행이다.
ㅡㅡㅡ
다음날, 에스터는 평소와 같이 출근을 한다. 아니, 다른 점이 있다면, 패션 정도일까.
와이셔츠 위에 밤색 가디건을 입고, 하의로는 검은 레깅스와 롱스커트 차림이다. 그리고 목에는 작은 산타가 준 겨울 선물이 둘러져있다.
에릭은 언제나처럼 연구소 안이었고, 그에 걸맞는 연구원세트였으나, 마찬가지로 목도리를 두르고 있었다.
맞이하게 될 이번 겨울은 조금 더 따뜻할 것 같다.
- 누군가를 향한 봉사활동 권유
(에릭-진저 일상 밑밥.)
(참고:에스터의 병문안)
36스레.
진저 그레이에게는 알 수 없는 편지가 전달되어온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봉사활동을 하라는 권유였다. 이즈모에서 보낸 것인가?라고 추측할 수도 있고, 단순 광고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전단지였다. 밤다람쥐 고아원은 봉사활동을 모집중입니다! 로 시작하는, 밝고 귀여운 디자인의 것이다.
...방어형 능력자의 봉사를 필요로 한다는 내용. 봉사 전에 간단한 신원검사가 있을 수 있다는 내용. 봉사시간이 인정된다는 내용. 연락처와 장소...등등. 뭐, 그런 것들이다. 당신은 최근 길을 돌아다니다가 한번쯤 이 전단지를 본 적 있을지도 모르고, 아닐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도 편지로 받곤 하는 아주 평범한 전단지다. ...아래의 낙서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전단지 밑의 구석에는, 누군가가 앙증맞은 낙서를 해뒀다. 사과, 귤, 포도, 배가 규칙없이 잔뜩 그려져있다... 귤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사과, 그 다음이 포도와 배... 그리고, 안 어울리게 소고기 하나가 그려져있다. ...이 낙서들, 어딘가 날아갈듯이 발랄하게 보이지 않는가?
당신이 조금만 수고를 들여 인터넷을 찾아본다면, 밤다람쥐 고아원이 에릭 연구소와 관련을 맺고 있는 곳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 이것이 당신을 향한 구원의 손길임을 알아볼 수 있을까?
- 약 분석 결과(블래스터)
- 블래스터에게 전달된 약 분석 결과인듯 하다.
1. 알약
-기억을 망가뜨림
-최음제 성분 <일단 이게 섞인 시점에서 완전 범죄목적 확실
-신경안정제 성분
-수면제 성분
2. 담배
-신경억제계통 성분
-두통 유발
-그 외엔 일반 담배와 유사
이하 에릭의 손글씨로 적힌 사족: ...신경안정제나 수면제 자체는 처방받아서 복용하기도 하지만, 온갖 다른 위험한 성분을 섞어놓은데다 저런 성분이 있다는것을 숨긴 시점에서 크나큰 문제라구요! 한-시빨리! 신고하시길 바랍니다!
(믿을만한 심리상담 및 트라우마센터들의 연락처가 적혀있다.)
- 그 인체실험속 소년
41스레
(1)
※직, 간접적 인체실험 묘사 주의.
하루하루가 지옥같았던 나날들을 떠올려본다.
소년에게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곤 없었기에, 그가 해야 할 것은 태도를 바꾸는 것 뿐이었다. 어차피 자신이 뭔가 행동한다고 해봤자 바뀌는 것은 없다. 혼자서 빠져나와 도움을 요청한다고 해봤자 그 사이 주변 아이들이 더 끔찍한 일을 당할지 모른다. 빠져나온다고 해도 살해당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차라리 살해당한다면 나을까? ...하지만, 자신이 죽으면 살려둘 가치가 없게 된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되지? ...만약에 다른 아이가 하나 빠져나간다면, 그 애는 붙잡혀서 살해당할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공포. 이보다 더한 지옥이 있으리라는 불안감은 자신과 다른 아이들을 몰아넣었다. 그렇기때문에, 익숙한 지옥을 택한 것이다. 지금보다도 더 나빠지는 것은, 견딜 수 없으니까.
그렇게 하루하루 감정을 죽여가면서 늘어나는 것은 비겁함 뿐이었다. 죽은 아이의 소식을 듣고 안타까워할 마음을 쓰기에는, 당장 이 지옥에서 죽을동말동한 채 살아있어야 하는 우리들의 처지가 너무 불쌍했다. ...죽음이 무서우면서도, 다른 사람의 죽음을 괴로워 할 마음을 쓰기가 어려웠다. 그만큼의 마음이 남아있지를 않았다. 인간은 어떻게든 본능적으로 살아남을 방법을 강구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마음을 죽여야 한다. 이를테면 몸에 특정한 영양소가 부족하면 뼈에서부터 갉아내서라도 살아남는다는 잔인한 판단을 내리지 않는가. 뇌라고 하는 기관은 말이다. 당장 몸을 지탱할 수 없게 되어도 신체기관들이 움직이며 살아만 있다면 된다는 거겠지. 생존본능은 잔인하다.
1번부터 5번까지의 아이들이 또 다시 주사를 맞는다. 4번 자리는 이미 공석이다.
겁에 질린 어린 얼굴들, 담담한 연구원들, 남들보다 조금 넓은 유리벽 안에서 표정없는 얼굴로 그것을 지켜보는 자신. 어차피 나는 병에 걸리는 정도론 죽지 않아. 그리고 연구원들이 소중한 실험재료인 자신을 죽어버리게 놔둘 리 없을거야. ...굳어져있는 아이들을 보는 것은 전혀 즐겁지 않았다. 오늘은 여럿이서 똑같은 실험을 당하니까, 저번처럼 죽여버리는 '실수'는 안 하겠지.
자신은 남들보다 넓은 유리벽 안에서 병들일 없이 살아있는 사실을 축복받았다고 여겨야 했다.
...그렇게 여겼다.
이를테면 정신의 병은 어떻게 취급될까? 자신은 병들어있는 것일까? 자신의 능력으로 병은 낫지만, 상처가 낫진 않는다. 이 능력은 어디까지를 '상처'로 바라보고 '병'으로 바라볼까? 병들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잔인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은 왜일까? ...뭐가 문제일까? 칼에 찔린다고 해서 그 사이로 병균이 들어가 부차적인 감염이 유발되는 일은 없을 테지만, 분명 피가 흐르고 상처가 찢어지는 데도 아프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그렇다면 그런 상황에서는 침착하게 있을 수 있을까? 모든 것이 병 탓이라고 해버리고 싶은데, 자신은 병들 수 없었다.
...정신을 놓아버릴 수가 없었다.
(2)
연구소 내부의 의료시설은 꽤나 좋다는 것 정도는 인정해야겠다. 그런 짓을 당하면서도 '생각만큼' 많이 죽지는 않는다.
뭐, 생각보다는 안 죽는다는 거지만 진짜 안 죽는 건 아니지만... 그자들이 생명체를 이용해 하는 짓들을 생각하면 몇 년간 이 만큼밖에 안 죽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박수를. 인간이 죽는 것은 실수로 인한 것이다. ...실수를 하면 사람이 죽어버린다. 죽는 것은 무서워해야 마땅하다. 언제 어떻게 죽을 지 알 수 없는 것이 고통에서 느끼는 공포의 정체다. 이제는 무엇이 불안하고 무엇이 무서운지도 잘 모르겠다. 이랬는데도, 어디가 병들어서 그런건 아니란 말이지. 우습다.
연구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 곳은 연구소에서도 간부진들만에게 허락된 장소라는 모양이다. 일반 연구원들이 모르는 상태로 간부진에선 이런 짓거리를 벌이는 것이다. 정보가 새나갔다간 배신자가 생길 수 있으니까. 그래. 그러니까 가장 쓰레기같은 인간들만 골라모아서 몰래 하고 있는 실험이 이런거란 얘기구만. 늘어가는 건 비웃음 뿐이다.
하늘색 머리카락의 여자와 날카로운 눈매의 남자는 가족인 것으로 보였다. 가끔씩 클라인이라고 똑같은 성으로 불리는 것을 보았다. 생긴건 전혀 안 닮았고, 의남매거나 부부거나 뭐 그런 모양인데 그딴거 알게 뭐야. 가족들이 다같이 쓰레기라는 소리밖에 더 되나. 초췌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면 또 다시 몸에는 약이 들어간다.
만약 탈출한다고 해도 정상적으로 살 수 있을리 없을 거다. 실험이 끝난다고 해도 이 때의 기억이 없어질리가 없다. 애당초 갈 곳 같은게 우리같은 고아 어린애들에게 있을 리가 없었다. 누군가 받아줄 리가 없다. 그 개새끼같은 신은 어미아비없는 어린 애들이나 그런 애들을 돌보는 어른이 누구보다 용서못할 죄인이라고 생각하나보다. 그리고 그런 어린애들을 대상으로 인체실험을 진행하거나 그런 어른을 때려죽이고 고아원에 불을 지르는 마을사람들은 선량한 시민이고.
그렇다면 그따위 신같은 것은 믿지 않을테다. 원장님이 그렇게나 믿었던 신을 부정할테다. 아득바득 독기만이 쌓여간다. 이 상태로 사회에 나가봤자 멀쩡한 어른이 될 수 있을리 없다. 인성은 비뚤어지고 제대로 돼먹지 못한 글러먹은 인간이 되어버릴 것이다. 행복해질 수 있을리 없다. 정상인이 될 수 있을 리 없다.
그렇게 생각하던 날이었다.
"...하아...하아..."
언제나와 같이 누군가가 실험대에 올랐을 때, 누군가가 연구실에 들어왔던 것이다. 하늘색 머리카락의 누군가. 조금 겁먹어있는 듯한 날카로운 눈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기 전에 저 사람이 누군가?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본 적 있는 얼굴이지만 아는 사람은 아니다. 이건 무슨 뜻이지? 간부진이라기엔 조금 어려보였고 실험체라기엔 나이가 많았다. 애초에 실험체가 다른 연구원이 들어올때 억지로 몸을 비집고 들어온다는 것부터 이상하지.
"...여기에서, 무슨 일...하고 있었...어요?"
"...에스터. "
이 연구의 총 책임자로 보여왔던, 소장이라고 불리던 나이든 여성이 하늘색의 목소리를 듣고는 드물게도 정색하는 얼굴을 보인다. 어떤 끔찍한 일을 앞에 두고서도 싱글싱글거리는 얼굴이 불쾌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에서야 무너지는군.
"왜...하나도 안 알려주고..."
"어떻게 의심하게 됐지?"
"......"
하늘색 여자는 큰 키에 비해 조금 소심한 성격인지 말을 우물쭈물하였다. 아니면 그게 아니더라도 이런 연구실 안에서 당당하기는 힘들겠지. 일단 저돌적으로 이 안으로 비집고 들어온 것은 사실이고, 소심하다고 보기는 힘들려나.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기대를 가지면 언제나 좌절한다는 것을 셀 수도 없었던 나날속에서 깨달았다...
"...간부진들 사이에서만 진행하는 실험. 거기에 강아지가 쓰인다고..."
"......"
"그...그 강아지가 불쌍하니까, 그리고 지금 어떻게 됐는지 보고 싶어서..."
"고작 그것만으로?"
여자는 고개를 숙인다. 이미 소장의 고개는 에스터를 향해있어 그 표정은 에릭으로선 볼 수 없었으나, 꽤나 험악한 얼굴이었다.
"...동물을, 계속 주워온다는 얘기..."
"흐음?"
"간부진들이 새끼동물들을 싸게 사들인다고... ...근데 나는 연구소에서 동물을 본 일이 거의 없으니까..."
"...아하하."
소장은 웃음소리를 띄우더니, 에스터를 그대로 밀어 넘어뜨려버린다. 신음소리와 쿵 내려앉는 소리가 넓은 연구실에 울려퍼진다.
"그래서?"
표정은 단숨에 싸해진다. 그 얼굴 자체에 트라우마가 남아버릴 것 같은 강렬함이다.
에스터가 다시 고개를 들어 보게 되는 것은 사방이 유리벽으로 된 방. 유리벽 안에 있는 수많은 우리들. 우리안의 동물들과 ...유리벽 안의 아이들. 곳곳에 널려있는 잔인한 실험도구들. 막 들어왔을때 정신이 없어서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된 것이다. 그녀는 헛구역질을 하더니, 소장을 덜덜 떠는 눈으로 바라본다. 소장 역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가 지금 뭘 할수 있다고 생각해?"
마취약의 냄새. 온갖 유독한 약품들이 가득한 방. 네가 뭣도 모르고 들어온 탓에 실험이 엉망이 되면 어쩔 뻔했니. 한 명만 위험해지는게 아니란다. 태연하게 말하는 소장의 목소리는 소름끼치게 느껴졌다. 새로운 희생자가 생기는 걸까...같은 생각을 하며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품에서 총을 꺼낸다.
"오호?"
"......"
조금 재미있다는 듯이 미소짓는다. 희번득한 눈인 채 입만이 미소짓는 소장의 모습은 무표정보다도 더더욱 소름끼쳤다. 에스터는 소장을 향해 총을 겨누지만, 소장은 조금도 무섭지 않다는 듯이 말할 뿐이다. 이 와중에도 그녀의 친부모는, 실험기록을 검토하고 있엇다.
"실험동물들 얼마를 지키려고 총까지 가져온 거니?"
"......"
"그건 어디서 났을까? 너는, 분명 그런 걸 사용할 만큼 간 큰 아이는 아닐텐데."
"...실험..."
계속 겁먹은 얼굴이었던 에스터의 표정이 날카로워진다.
"동물에게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건, 이미 알고 있어."
이제야 인상에 잘 어울리는 얼굴이 되었다. 에릭은 슬슬 흥미진진해진다는 듯이 그것을 바라본다. 긴박한 순간이었다. 어릴 적에 본 영화같이, 누군가가 구하러 나타났다.
"그래. 그건 누구에게 받은 정보일까~?"
"...추측."
"뭘 기반으로 추측했지? 어째서 그런 추측을 했니?"
"시체를 옮기고 있었다는 것을, 봤다고 하잖아!"
쾅.
영웅은 다시 바닥에 내팽개쳐진다. 총을 들고 있는 사람을 저렇게 대하다니, 소장은 얼마나 대담한 사람이지? 덜덜 떨면서도 지켜보는 것을 멈출수가 없었다. 이제는 연구실의 모든 아이들이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
"ㅡ그래, 고작 이런 것이 보고 싶어서 찾아온 거니?"
이 실험실을? 이런 모습을? 그녀는 총을 겨누지만, 쏠 용기가 없는 것으로 보였다. 잘못하면 우리들이 맞는 걸 걱정하는 걸까. 아니면 단순히 사람을 해치는 게 겁나는 걸까.
"더 보여줄 수도 있단다. 단지 그 댓가를 치뤄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비틀비틀 일어서는 우리의 주인공. 식은땀을 흘리고 겁에 질리면서도, 소장을 노려보는 것을 잊지 않는다.
"...나는. 당신을 용서하지 않아."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그런 말을 던진다. 본인이 말했다는 사실마저도 잊어버리는 것처럼. 그러나 소장은 웃을 뿐이다. 아이들은 불안해진다. 이대로라면, 저 사람이...
쾅.
이번에는 그녀가 내팽개쳐지는 소리가 아니다. 때맞춰 경찰이 찾아왔다.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능수능란하게 간부진을 제압하고, 유리벽속의 아이들을 구출해낸다. 에릭은 자신을 가둔 유리벽이 올라가는 것을 깨닫는다. 이거, 이런식으로 없앨 수도 있는거구나. 신기하다는 듯이 보는 자신을 경찰의 손이 붙잡는다. 어딘가로 가는 걸까. 그 곳은 지금보다 나은 곳일까?
에릭은 붙잡힌 손을 놓는다. 경찰은 당황해서 상황을 설명해준다. 우리는 너희를 구하러 온거고, 경찰들이 아이들을 보호해줄 거야.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게 아니라. 에릭은 고개를 젓는다. 어느 방에서부터, 오열하는 소리가 들린다.
에릭은 문을 열고 찬찬히 걸어간다. 연약한 영웅의 뒷모습이다. 누군가 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바들바들 떨며 주저앉아있는 사람이, 시체들의 방에서 울부짖고 있다. 에릭은 인상을 찡그린다. 여기에서 죽은 사람들을 보관해뒀던 걸까.
"구하, 지, 못했어..."
하지만 나는 당신에게 구원받았어. 경찰을 부른 것도 당신일테잖아. 그러니까, 그렇게 울지 말아줘.
"...아, 아아아아...."
...울지 말아줘.
"......"
꾹꾹 눌러가며 죽여왔던 마음이 터져버릴 것 같았던 날,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았다.
- 차이
- (50스레)
죄인이라고 한대도 사랑한다니, 사람과 잘못을 분리해야 한다느니, 에스터씨는 그런 말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에스터씨만큼 올곧은 영웅이 아닙니다. 악한 것을 싫어하는 보통 사람입니다.
구제프씨에 대한 얘기를 끝까지 듣고 난 뒤엔, 아무리 동경했다고 해도 미워졌습니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연예인의 논란글을 캐내는...그정도 심정이었을지 모릅니다. 반신반의하면서도 에스터씨이기에 도왔습니다. ...그리고, 구제프씨의 돌발행동을 듣고 그 동경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저는 그 정도 사람입니다. 성인이 아닙니다.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은 밉고, 아무리 동경했다고 해도 쉽게 실망해버려요. 특히, 이용당하고 있었다고 한다면 절대로 용서할 수 없습니다.
에스터씨에게는 악인을 미워할 용기가 필요합니다. 배신에 실망할 자기존중이 필요합니다. 스스로를 희생하지 않는 몸사림이 필요합니다.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그런 사람이기에 저를 구했다고 생각하면,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습니다.
빗소리가 거셉니다. 12월이 되었는데, 라오스는 아직 눈이 오지 않는 걸까요. 빨리 에스터씨와 눈사람을 만들고 싶습니다.
- 부디, 좋은 꿈을.
(55스레)
"...정의로운 길을 추구하려 할 때마다 정의롭지 못한 누군가를 무너뜨리게 돼도."
"..."
"...그래도 자기자신이 추구하는 정의와, 그 정의에 의한 행동은..."
"......"
"그리고 그 행동이 불러올 결과는...옳다고 생각했어."
"...에스터씨."
"......"
"에스터씨."
"나는, 무얼 위해... 뭘 위해 노력해왔지."
"...조금, 쉬어요."
"구해야 해... 지금 이 순간조차, 사람이 죽어."
"......"
"아무도 구하지 못한다면, 나는..."
"일단은, 쉬어요."
"...지금 쉬지 않으면, 에스터씨가 죽을 거에요."
"...그렇다해도, 상관없어."
"저는...상관없지 않아요."
"......"
"제가 무너지는 걸 보고 싶은 건 아니죠."
"...알았어."
"에스터씨. 우선 푹 쉬어요."
"...미안하다."
"미안해해야 할건 에스터씨가 아닌걸요."
"고마워 라고 해주세요."
"...고마워."
"좋아좋아요. 우리 아기."
"......"
"아. 이럴땐 응애- 라던지, 하다못해 누가 아기냐! 정도는 해줘야죠."
"...고마워."
"그 말, 아까 했다구요."
"푹 쉬어요. 에스터씨. 원래, 마음이 낫는 속도는 느린 거에요."
"...에릭."
"네!"
"...잘 자렴."
"네에. 에스터씨도."
안녕히 주무세요.
- 어느 연구실의 평화
- (56스레)
"최근 들어온 실험체 남자아이, 얘기 들었어?"
여자는 남자에게 묻는다. 냉정한 인상의 남자는 관심 없다는 듯이 대꾸한다.
"자연치유능력."
"그거 말고, 두 번째 능력."
플라스크를 기울인다. 스포이드를 손에 잡는다. 도무지 사람에게 써서는 안 될 법한 약이 완성되어간다. 하늘빛 머리카락의 여자는 인상을 찌푸린다. 성분을 분석하기 위한 행동이다. 그녀의 능력은 초분석. 눈 앞의 물질을 손쉽게 분석할 수 있다. 연구원으로서 일하는 데 상당히 도움되는 능력이었다.
"뭔데?"
"전방의 능력자들의 능력을 자신이 골라 사용할 수 있대. 이론상으로."
"이론상?"
"근데 첫 번째 능력과의 충돌때문에, 두 번째 능력은 없는거나 다름없다나봐."
남자는 아주 조금 관심이 생긴 모양이다. 여자는 찢어진 장갑을 갈아낀다.
"두 번째 능력이, 특수한 병원체를 통해 발현되는 거라서."
"그러면 능력으로 자동치유되잖아."
"그렇지."
뭐야 그게. 비타민을 파괴하는 효소와 비타민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오이 같은건가. 남자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이다. 쓸모없는 녀석이네.
"근데, 그 애가 살아있는 것 자체도 첫 능력 덕분이기도 해."
"무슨 소리야?"
"왜냐하면, 두 번째 능력을 연속해서 사용하다간ㅡ"
과거 겉으로 보기엔 평화로웠던 어느 연구실의 12시 56분.
- 그 대화.
- (57스레)
"괜찮아요. 에스터씨."
말들이 전부 누워있는 체스판. 검은 나이트와 흰 킹만이 남아있었다. 나이트는 킹을 체크메이트한 채.
"에스터씨는 잘못하지 않았어요. 지금부터 할 일들도 그 무엇도 나쁘지 않으니까요."
"...어째서."
"에스터씨는, 이즈모의 위험을 막는 영웅이자ㅡ그저, 평범한 사람인 거에요."
떨리는 손. 내리깐 시선.
하나는 이즈모에 관한 일이고, 둘째는, ...사랑의 이야기.
"...어째서 그렇게 단언하지."
"그야, 당연한걸요."
언젠가의 기억이었다. 라디오테이프가 재앙을 떨어트린 어느 때의 것.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전혀 나쁜 일이 아니에요."
그 말에, 에스터는 그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뭐어. 그 상대가 죄인이라는 점에서는, 말리고 싶지만."
"......"
"...그러니까, 괜찮아요."
눕혀진 체스말들 위 다정한 소년은 기사를 쓰다듬는다.
- 휴가
- (60스레)
(녹턴의 사형집행날.)
"......"
"에스터씨. 진짜 갈 거에요?"
에스터는 신발을 고쳐신으며, 출근을 할 준비를 마친다. 추워진 날씨 답게 꽁꽁 싸맨 모습이다. 검은색 더플코트에, 회색 목도리. 초인종이 울리는 문을 열어보니 히어로출신도 아닌 에릭이 배웅나와있었다.
"갈 거다."
"그렇지만, 오늘은 처형날이라면서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에릭이 팔을 벌려 에스터를 막는다. 에스터는 그것을 그저 바라본다. 단호한 표정이었다. 노란빛 눈이 오늘따라 유독 단단하게 보인다.
"휴가 신청을 하기 위해서라도, 회사에 가야 해."
"직접 가지 않아도 괜찮잖아요. 문자로 할 수도 있고."
"얼굴을 보고 직접 대면하는 것이 상사에 대한 예의다."
"그럼, 제가 직접 대면할게요."
흐리멍텅한 눈이 에릭을 바라본다. 에릭은 기죽지 않고 질세라 상대를 노려본다. 이 쪽은 딱히, 노려보려고 이런 눈을 한 건 아니었는데.
"내가 가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
"에스터씨가 집에 있지 않으면 휴가의 의미가 없어요."
...강인하다. 강해졌구나. 에릭. 정말로 강해졌다. 이제는 자신이 아니라 네가 훨씬 강한 느낌인걸. 하지만 에릭의 생각은 달랐다. 자신이 강해진 게 아니라, 에스터가 약해진 것이라고.
누구라도 총을 맞으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
"...제가 대신 갈게요."
"...맞대면해서, 정중하게."
"그런건 집어치워요."
에릭의 말에 날이 서있었다. 발랄하고 밝던 평소의 태도는 온데간데 없었다. 다친 사람이 약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신에게조차 제압당할 기세인 에스터가, 지금 대체 어디를 간단 말인가. 상처를 일부러 쑤시는 것도 정도가 있지.
"제가 갈거에요."
"......"
"저도, 히어로의 일원이에요."
"...너."
"비록 정식 히어로는 아니지만, 히어로를 위해 지금까지 애써왔다고요."
에스터는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 목에서 차오르는 것을 느끼다가, 따끔대다가, 에릭의 눈을 쳐다보다가,
이내 관둬 버린다.
"...알았어. 대신, 정중하고 예의바른 태도로 가도록 해."
그 말에 드디어 에릭은 단단해진 표정을 풀고 부드럽게 씨익 미소짓는다.
"예의바름 하면 바로 저 아니겠어요."
- 어린이제국 - 반응
- (61스레)
[(에스터 힐데가르트는 현재 나이빌런(가칭)의 능력으로 몸이 대정전 전의 나이로 돌아갔습니다.
현재 17살 정도입니다.)]
"진짜... 얼마전에 휴가 내놓고, 또 사건에 휘말려서 오시고..."
"...그렇게나 화났나."
"당연하죠! 이러다가 뒷치기라도 당하면 어떡할거에요!?"
"미안하다."
에릭은 돌아가는 내내도 계속 화를 내더니, 연구소에 온 뒤에도 쨍알거리고 있다. 연구소 내의 사람들이 신기하다는 듯이, 혹은 오랜만이라는 듯이 에스터를 둘러싸고 있다.
"그리운 모습이네."
"...반응이 너무 태평하잖아요."
"그렇지만, 어차피 휴가도 냈잖아. 돌아갈 방법이 생길때까지 한동안 이 상태로 연구소에서 지내면 되지 않을까?"
에스터의 집이 아닌 연구소로 향한건 이 이유였다. 이대로 혼자 살다간 위험하다는 에릭의 말 때문. 어려졌어도 총은 쏠줄 안다고 항의해보려고 했지만, 쏟아지는 쨍알거림에 항복한 채 순순히 끌려왔다. 뭐, 소장 A씨 말대로 어차피 휴가도 냈겠다, 상관은 없겠지. 에릭 또한 다른 연구원들의 온건한 반응에 기운이 빠졌는지, 맘대로 하라며 털썩 의자에 앉아버린다. 혼내주려고 데려왔더니, 다들 장난 취급하고 있어.
"...에릭."
"다들 멍청이! 멍청이야. 멍청이! 내가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도 이해 못하고!"
"괜찮다니까."
"뭔지 모를 공격에 당해서 힘이 쭉 빠지고 비실비실해진게, 뭐가 괜찮은데요!?"
"...쉬면 되는 일 아닌가."
"에스터씨가 안 쉴게 뻔하니까 그렇지!"
나는 이 정도로 신뢰를 잃었는가. 그 동안의 행적을 돌이켜본다. 그러니까, 이명이 들리기 시작했을때... 원래 바로 휴가를 냈어야 하는데, 계속 미루다가... 일주일정도 지나버렸고...음. 그럴 만도 하군. 금세 납득했기에 입을 다물도록 한다. 순한 얼굴의 어린 에스터가 얌전하게 앉아있다. 근처의 연구원 B씨가 그녀의 볼을 꼬집는다.
"정말, 일주일전까지만 해도 테러로 고생하고! 어제도 녹턴씨의 사형중에 회사에 가려..."
"...에릭."
"...앗."
에릭은 말실수를 했다는 듯이 입을 다문다. 이런. 연구원들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읽는다. 에스터는 잠시 표정을 굳힌다. 에릭이 조심스럽게 에스터의 눈치를 살핀다. 표정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죄, 죄송합니다. 에스터씨..."
"...아니."
"에스터씨에게 경각심을 주려고 하다보니..."
"...괜찮아."
이미 엎질러진 물은 돌아오지 않는다. 가라앉은 분위기를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애써야 할 뿐이다. 어떡하지. 왜 굳이 이런 얘기를 꺼내서. 에릭은 어떻게든 화제를 돌리려고, 다른 이야기를 꺼내보지만...
"그, 그게, 저는 진짜 에스터씨가 걱정돼서... 그냥..."
"......"
"아. 그럼 다른 이야기 할까요. 최근에 블래스터씨가 금연했다고...!"
"에릭. 질문이."
...그리고 이후에 이어지는 에스터의 대답은, 분위기를 더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데에는 충분했다.
"...녹턴씨라고 하는 사람은 누구였지?"
- 일시적 망각
(어린이제국 반응에서 이어짐)
"......"
줄곧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에릭에게, 에스터는 어린 목소리로 계속 말을 걸어와본다.
"...에릭. 그건 정말 말실수였어."
에릭은 자신의 방 침대 구석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고개를 숙인 채였다. 문 앞에서 에스터가 계속 걱정스러운지 말을 걸어와보지만, 없는 척이라도 하려는 듯이 입을 다물고 있다.
"나는 녹턴 자체를 기억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나와 어떤 사이였는지 잊어버렸을 뿐이다."
"......"
"...대략적인 사항은 지금 막 기억이 났어."
단 것을 좋아했고, 뭔가 간식을 같이 먹었던 것 같고, 예전에 경찰이었다는 것은 기억이 났는데. 최근까지도 그 사람과 접촉이 있었었던가? 잘 모르겠다. 언제 봤던 경찰... 나를 도와줬었고... 사형... 죄를 지었던 건가.
"...결국, 아무것도 기억 못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에릭은 무릎을 더 세게 끌어안는다. 견고하게 지어진 자신의 성이었다. 성의 장벽을 넘어오는 것 조차 허락되지 않은 자는 그저 에릭을 목소리로 불러본다. 방 문 앞에 서서 알현하듯이 계속.
"...에릭."
"......"
"녹턴 드네리스는."
고개를 숙인다. 어차피 방 안이니까 그 모습이 에스터에게 보일리는 없는데도. 무언가를 숨기려는 듯이.
"...우리에게 많이 소중한 사람이었어?"
에릭. 그렇게 부른다. 에스터의 잘못이 아닌 걸 안다. 능력자 뭐시기의 능력 탓이겠지. 하지만. 상처받은 부분만이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 잊혀버린다니. 그런 식으로 하나하나 기억이 없어져가다간ㅡ
...언젠가, 나마저도 잊어버리게 되는 걸까.
"...에릭."
"...에스터씨."
연구소에서의 광경이 에스터에게 어마어마한 상처였다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에릭 본인이 똑똑히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녹턴에 관한 일은 그 이상으로 상처였던 걸까. 아니면 시간이 오래 지나서 과거의 상처가 희석된 걸까. 사형 건은 최근 일이니까. 그렇게나 울고 괴로워하고 토해냈으면서, 어떻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미안해."
그 말에 다시금 울컥 해버린다. 당신이 뭔데 나에게 사과를 해요. 에스터가 잘못한 것이 없었기에 더더욱 화가 나고, 서러웠다. 걱정인 동시에, 자그마한 이기심이었다. 에스터씨는, ...나와의 첫만남을 기억하고 있을까? 두려웠다. 한 발을 내딛는 것이.
"...잘못한 거, 없으면서."
"......"
"그냥, 분위기때문에 사과하고 있고..."
나와의 첫만남은, 에스터씨에게 어느 만큼의 상처였을까?
"정말로, 미안하다."
"......"
"...에릭."
"에스터씨는, 바보."
알아내는 것이 두려웠다. 자신에게 구원이었던 첫만남이, 잊을 수 없던 사건이, 당신에게는 잊을 수밖에 없는 상처의 기억일까봐. 그리고, 만약에 잊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날의 오열이, 괴로움이, 최근의 일들보다 훨씬 못한 상처라면 당신은, 대체 얼마만큼의 상처를 입은 거냐고.
결론에 도달하는 일이 두려웠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고통에 저울질을 하는 사실이, 자신의 역한 이면을 드러내보이고 있었다. 그런 자신의 밑바닥을 보게 되니 다시금 자괴감이 들었다. 나는 이렇게나, 이기적이고 자기자신밖에 모르는 사람이야. 당장 에스터씨가 괴로워할 것보다, 그런 당신을 보는 자신의 괴로움에 집중하고 있는데다, 반대로 이렇게 에스터씨에게 사과까지 받고 있고.
에릭은 견고한 자신의 장벽속에 있었다. 무고한 당신의 사과를 맨 입으로 깨물어먹는 것 조차 하지 못한 채.
- 엔제 선물 반응(에스터)
"어라?"
에릭은 택배를 받아오는 에스터를 의아해한다. 에스터는 여전히 17살의 모습인 그대로다. 에릭은 기습적으로 에스터의 볼을 꼬집으려다 제지당한 뒤, 질문으로 말을 돌려본다.
"에스터씨. 그거 뭐에요?"
"글쎄."
에스터는 택배를 내려놓는다. 발신인을 보아하니, 엔젤리카인가. 선물? 에릭은 왠지 자신이 더 신나 말한다.
"오오. 선물이에요!?선물!? 빨리 열어봐요. 에스터씨!"
"알았으니까 흔들지 마."
그리고 그 안에 있는 것은...
"...스테로이드?"
"와하하. 에스터씨에게 딱이네요!"
"나를 생각해준걸까."
에스터는 약 병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상당히 고급품인걸. 에릭은 웃는다. 신경쓰지 않는다.
"답례라도 해야겠는걸. 어디...단 것도 너무 자주 주면 안 좋으려나."
"에스터씨. 답례로 프로틴같은거 보내요."
"시끄러워."
-...선물 고맙다. 답례라기엔 뭣하지만, 이걸 보낸다. 추운 겨울 부디 따뜻하게 보내길. 그런 편지가 적혀있는 선물상자가 엔제에게 보내진다. 안에는 보드라운 털모자가 들어있다.
- 크리스마스 선물
- (67스레)
"이제 곧 크리스마스네요- "
"그렇군."
"에스터씨. 크리스마스 파티때 뭐 먹을까요? 역시 칠면조!? 아. 하지만 저 크리스마스 케이크도 먹고 싶은데...!"
눈이 쌓인 거리를 소복소복 걸어간다. 에스터는 붉은색과 녹색 줄무늬로 된 목도리에, 파크가 준 귀마개와 벙어리장갑을 하고 있다. 오랫동안 길러왔던 머리카락이 사라지니 역시 허전하다. 날씨도 춥다보니 그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에스터는 잘려나간 뒷머리를 만지작거려본다.
"아. 그러고보니 에스터씨...!"
"에릭."
갑자기 불러세우는 에스터의 목소리. 네? 순간 에릭은 자신이 평생동안 저지른 모든 잘못들이 떠오른다. 진저씨가 준 마카롱 벌써 너무 많이 먹었다고 혼나는 건가.
"크리스마스 선물."
"아. 네? 저는..."
"...을, 주고 싶다."
크리스마스 당일이 아니니 아직 줄 수 없다는 말을 꺼내려던 에릭은, 에스터의 말에 멍하니 있는다. 크리스마스 선물! ...을 주는데도 저런 진지한 자세라니, 놀랐잖아. 오랫동안 함께 지냈다 보니 이제 익숙해질 만도 한데. 에릭의 적응력이 문제일까. 에스터의 비장함이 문제일까.
"나다."
"네?"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은 나다."
네? 에릭의 머릿속에서 용수철이 튀어나가는 효과음이 떠오른다. 으잉? 이게 뭔소리지. 에스터의 진지한 성격과 표정때문에 저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더더욱 모르겠다.
"...그 동안 너에게는 굉장히 많이 폐를 끼쳤는데, 나는 너를 위해 마땅한 선물을 고르지 못했다. ...그래서..."
"어...저기."
"크리스마스 하루동안은 네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겠다."
띠용! 용수철이 한번 더 튀어나간다. 이게 뭐지! 이제 곧 익숙한 알람이 울리며 아 xx 꿈을 외치게 되는 것인가! 나의 에스터씨는 저러지 않는데! ...에릭이 당황하고 있으니, 에스터는 한번 더 이야기를 이어간다.
"최근에도 심란한 얘기를 했고, 테러 직후에도 너에게 폐를 끼쳤고, 어려졌을때도 너에게 괴로움을 줬는데..."
"아, 아니...저기요."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다, 고작 선물가지곤 답례가 전해지지 않는다."
"저기..."
그리고 에스터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니, 나를 주겠다."
네에에에에. 아니, 물론 자신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자신이긴 한데! 그걸 에스터씨가! 에릭은 이게 꿈인가 싶어서, 에스터의 볼을 꼬집어본다.
"왜 그러지. 에릭."
"아니... 꿈인가 싶어서..."
"그럼 네 볼을 꼬집어야지."
에릭은 에스터의 다른 쪽 볼까지 꼬집는다. 그마애아. 느에에. 에스터도 에릭의 볼을 꼬집는다.
"내 볼."
"...뭐 하는 거지."
"아니. 제 에스터씨는 그러지 않는다고요. 역시 꿈 아니에요? 아니면 캐붕?"
"사람을 캐릭터취급 하지 마."
캐릭터 붕괴를 논하는 에릭에게 에스터의 강경한 태클이 들어간다. 그렇지만. 에스터씨가 저런 대사 할리가 없는데. 내가 아는 에스터씨는 '선물은 나!' 같은 소리 하면 '...인신매매는 중범죄이다.' 같은 소리 할 사람인데. 변신능력자? 사칭인가?
"1년동안 고마웠다."
"에스터씨..."
"...너에게 너무 많은 폐를 끼쳤다."
"......"
"언제나 곁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많은 빚을 져서..."
에릭은 말을 하지 않는다. 묵묵히 에스터의 말을 듣고 있다가,
"그 동안의 은혜를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와락.
"......?"
...에릭은 갑자기 에스터에게 끌어안긴다. 두 사람의 키차이 때문인지 조금 고개를 숙여 끌어안자 거의 허리춤을 끌어안는 수준이다. 에스터는 에릭의 돌발행동에 말을 멈추고 그를 바라본다.
"에릭?"
에릭은 침묵한다. 그저 꽉 끌어안는다. 놓쳐 잃어버리기라도 할까 두려운 듯이 힘껏. 꽈악. 허리춤에 쥐어진 힘에 당황해 에스터는 에릭에게 묻는다. 왜 그래. 에릭.
"...에스터씨. 선물같은건 필요없으니까."
에스터는 문득, 에릭이 의도적으로 얼굴을 감추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울먹이는 눈과 발개진 눈가를 숨기기 위해.
"언제까지고 저의 곁에 계속 있어주세요."
나의 종교. 신을 믿지 않는 자신에게, 성탄절의 유일한 의미. 평생동안 은혜갚기를 해도 괜찮으니까. 언제까지고 다 갚지 못해도 상관없으니까. 아니. 오히려 내 쪽이 빚을 졌다고 해도, 영영 당신에게 그 빚을 갚아갈 뿐인 삶이라도 괜찮으니까.
...떠나버릴 것만 같은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눈이 오는 이브. 의동생에게 안겨준 커다란 선물은 아이를 울린다.
- 크리스마스 당일
- (67스레)
산타께서 주었던
실탄이 들어있는 리볼버를
눈 앞에 있는 그대에게 겨눴어
안녕히. 사랑스런 사람
-최후의 리볼버(mothy)
ㅡ
있지도 않은 연인을 쏴서 죽이는 꿈을 꿨다.
"......"
크리스마스 첫날 꿈이 이런거라니, 찝찝하군. 에스터는 뒷머리를... 아. 이제는 잘랐다.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에스터는 부스스한 머리를 큰 손으로 헝클어뜨린다. 크리스마스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밀크티를 데워본다.
따스한 차가 에스터의 입술에 닿는다. 발에는 폭신한 라x언 캐릭터 털슬리퍼가 신겨져있다. 에릭의 선물이다. 메리 크리스마스. 에스터씨! 아. 그러고보니 오늘은 내가 선물이었지. 빨리 가야 겠군.
길을 나서니, 에릭이 자신을 맞이해주고 있다.
"에스터씨!"
크리스마스 첫날 꿈 뭐였어요? 저는 산타 에스터씨와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선물을 나눠주는 꿈을 꿨어요! 아. 있지도 않은 연인을 죽이는 꿈이었다. 뭐야 왜이리 험악해요. 꿈이니 어쩔 수 없지 않나. 그런 말을 화기애애하게 나눈다. 에릭은 방방거리며 에스터 곁에서 말한다.
"오늘은, 에스터씨가 제 선물이니까, 하루종일 저랑 크리스마스 파티 해주는거에요?"
"알았다. 하지만 그 전에 이즈모에 한번 들러야 해."
"엑. 에스터씨 워커홀릭!"
"그게 아니라, 샤오화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했단 말이야."
...샤오화? 아. 혹시 그 헤이샤오화요!? 피겨선수 했던...! ...이미 아는거 아니었나? 몇 번 얘기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아아. 그러고보니 전에 이즈모에서 본적 있는 얼굴 정체가...! 피겨 건으로는 너무 들먹이지 마. 뭔가 사정이 있는 것 같으니까. ...에릭이 드디어 미모의 연구원의 정체를 깨닫는 순간이다.
두 사람은 눈쌓인 길을 소복소복 걸어간다. 누군가가 만든 산타모자의 눈사람과, 크리스마스 기념 장식들이 되어있는 가게들을 지나간다. 울려퍼지는 캐롤이, 새로운 시작을 암시한다.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멋진 크리스마스다.
"메리 크리스마스다. 에릭."
에스터는 살짝 미소를 띈다. 이에, 에릭은 활짝 미소짓는다.
"메리 크리스마스에요. 에스터씨."
신을 믿지 않는 두 사람에게도 성탄절의 축복을.
- 상담사와 소년.
- (70스레)
에릭은 반가운 뒷모습을 발견한다. 과거 자신을 포함한 고아원 아이들의 상담을 도와줬던 선생님이다. 에릭은 선생니이임! 하고 달려들어 껴안고 싶은 충동이 들지만, 자신도 이제 어른이다. 에헴! 하고 헛기침을 한 뒤, 얌전하게 그녀를 불러본다.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사미가 뒤돌자 그 곳에 보이는 것은 미소를 띈 익숙한 얼굴. 그녀는 에릭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오랜만이에요. 선생님!"
"많이 컸네. 에릭."
그녀의 다정하고 차분한 미소에 에릭은 기분이 좋아진다. 역시 그 때와 변함없는 상냥한 선생님이었다. 에릭은 사미를 도도도 따라가 옆에서 걷는다.
"에스터씨랑 상담은 잘 되어가요?"
"응. 많이 나아지셨어."
"와아! 역시 선생님에게 에스터씨를 맡기길 잘했어요."
"그래...?나는 오랜만의 상담이라서 긴장했는데."
추운 계절이닌 만큼 둘다 꽁꽁 싸맨 모습이었다. 사미의 검은 목도리 안에 긴 머리카락이 붙잡혀있다. 눈길을 소복, 소복 걷는 소리가 귀를 기분좋게 건드린다.
"에스터씨는- 늘 주변 생각 안하고 무리를 해대니까 문제에요. 쉴땐 쉬고, 놀땐 놀아야 하는데!"
"워낙 책임감이 강하신 분이니까."
"그리고요- 자기가 다치는 거를 신경쓰지 않으신다고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사미는 훅 하고 입김을 불어본다. 뽀얀 숨결이 앞을 가렸다가 사라진다. 겨울이었다.
"그렇지만, 정말로 좋으신 분인건 사실이야."
"물론이지요!"
김이 서린 안경을 닦지 않은 채 말한다. 사미는 눈앞의 새하얀 광경을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앞이 흐려져도, 시야에 가득 담길만큼 눈부신 하양. 그녀는 에스터를 바라보며, 굉장히 올곧고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상담을 하는 입장에 서긴 했지만, 만약 에스터가 상처입지 않았더라면 반대의 위치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 만큼 사미가 바라보기에 에스터는 올곧은 모습이었다.
...이즈모에 있는 게, 걱정될 정도로.
눈길은 몇 번이나 사람들의 발걸음이 오갔지만 아직 그 흰색을 잃지 않은 채였다. 짓밟혀서 회색이 되는 것이 먼저일까. 아니면 작열하는 태양이 그것을 전부 녹여버리는 것이 먼저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소복소복 눈길을 걸어간다. 아직 흰 눈밭과 마주할 수 있는 것은 축복일지도 모르겠다.
"...선생님?"
"아. 아니. 미안. 길이 미끄러워서."
"눈이 쌓인 쪽을 밟으면 안 미끄러워요!"
"...그래야겠네."
사미는 아무 것도 모르는 척, 미소로서 순수를 모방한다. 에릭은 생글생글 웃으며 그녀를 따라 걷는다. 소복소복하는 소리가, 다시 한 번 두 사람의 귀를 간지럽힌다.
축복이 깔린 거리를 걸어가는 어느 겨울의 2시 10분.
- 기타 짧은/가벼운 썰 및 독백.
(28스레 전후 추정.)
겨우겨우 이불에서 빠져나와 아침을 먹는 에릭이, 오늘 꾼 꿈에 대해 떠올려보는 7시 57분.
에릭의 아침.
"으으음."
연구소의 자신의 방에서 겨우겨우 일어난 에릭은, 아침 대신인 토스트를 우물우물 먹는다. 곱슬진 머리가 여기저기 헝클어지고 뻗친 것을 방치하여, 까치집 머리를 하고서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왜 그래. 에릭?"
A씨는 상냥하게 말을 건넨다. 한 손에는 커피잔이 들려있다. 향긋한 냄새는 저 곳에서 나는 거였구나.
"아뇨. 별건 아니고, 오늘 꿈을 꿨는데요. 내용이 생각이 안나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A씨는 웃는다.
"그런 일 많이 있지."
너무 억지로 떠올리려 하지 마. 그럴까요. 뭔가 찝찝한 꿈이었던것 같은데.
뭐. 어쨌건 오늘도 상쾌한 아침!
(어느 아침의 스러지는 꿈으로 이어짐.)
에릭이 "칼 없이 할 수 있는 애플파이 레시피"를 읽고 이것이 사과를 맨손으로 쪼갤수 있는 사람을 위한 것임을 깨닫는 4시 17분.
(29스레)
애플파이 먹고 새근새근 낮잠을 자던 에릭이 꿈속에서 한번만 치면 쓰러지는 귀차니즘빌런을 죽여버려서 비명을 지르며 꿈에서 깨는 5시 50분.
에스터:왜 일찍일찍 제 시간에 잠들지 않는거야. 낮에 피곤해지지 않나.
에릭:그치만.... 이런 행동이 아니면 오네-쨩....나에게 관심도 없는걸!
에스터:?
에스터가 유행을 이해하지 못하는 12시 6분.
(31스레)
에릭
#자캐별로_내게_죄가_있다면
당신을 사랑한 죄:
내가 아름다운 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죄:
내가 살아있는 죄:
정말로 범죄:
죄는 무슨 나에게 죄따윈 없다:V
에릭:운전면허 못땄음.
(메이드 이벤트)
메이드 에릭. 출동합니다!
"어~서~오세용~~"
우리의 에릭이 메이드를 입고 있다. 남색 둥근 머리칼이 곳곳 약간 뻗쳐있는 것이며, 동그란 안경이며, 작은 체구, 천연덕스럽고 발랄한 성격 모두 우리가 아는 에릭이지만, 오늘의 에릭은 메이드다. 주인님께 봉사한다!
"싸장님. 충분히 귀여우면 보너스로 월급 올려주세요~!"
에스터와 에릭(메이드)
"어째서 이런 옷을 입고 일해야 하는거지...?"
"그야 메이드니까요!"
"이런 옷은 일에 효율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만..."
"귀여운걸요!"
"...나는 이 옷을 입어도 귀엽지 않아."
"멋진걸요!"
에스터와 에릭이 메이드에 대해 고찰하며 먼지를 터는 7시 50분.
에릭은 메뉴를 예쁘고 맛있게 만드는데
Dice(1,2) value : 21성공2실패
에릭이 실패한 메뉴를 울며 먹어치우는 9시 49분.
(34스레)
1. 캐릭터는 휴대폰으로 주로 뭘 하나요? (없는 캐릭터들은 있다는 가정 하에)
에스터:...?연락....(핸드폰으로 연락 말고 뭘 한다는 소리지?라는 톤.)
에릭:연락,사진찍기,메신저,SNS,폰게임 할거야 많죠!! 평소엔 연구소분들이나 에스터씨에게 재잘재잘거리는데 사용하거나, 또 셀카나 음식사진도 찍어서 인별에 올리고! 아, 그리고 폰게임으로 랭킹 깨기를 노리거나... 아니면...(재잘재잘)
2. 추위에 약한 편인가요 더위에 약한 편인가요? 혹은 둘 다에 약하거나 강한가요?
에스터:...딱히. 옛날에는 추위에 약했지만...지금은 괜찮아.
에릭:추운건 싫어요! 근데 딱히 약한 건 없는거같아요! 아, 그래도 여름이 좀 더 좋아요...근데 여름이 오면 반대가 되려나!
3. 캐릭터의 대학 다닐 적 모습을 서술해주세요. (이것도 안 다닌 캐릭터들은 다녔다는 가정 하에)
에스터는 지금과 딱히 다른건 없었을거같아요. 인상땜에 먼저 다가오는 사람 적지만 지내다보면 좋은사람이고... 적당히 성실하게 대학생활 하고...
에릭은 만약 대학에 다녔다면 캠퍼스 라이프를 만땅 만끽하는 인싸였을거같네요!!
음... 지금도 대학 정식으로 다니려고 공부중일지도 몰라요! 히어로 협력 특별전형 창설을 바라며.
4. 귀를 뚫었거나 뚫은 적이 있나요? 그렇다면 몇 개?
둘다 없음!
에스터는 꾸미는거에 취미가 없고, 에릭은 자기 몸에 손대는거 안좋아해서.
5. 아기 고양이가 캐릭터 뒤를 졸졸 따라온다면 캐릭터들의 반응은?
에스터:(당황)(어떡하지)(;;;;;;;)(잠깐)(굳어짐)(경찰이나...주변인에게 맡긴다...붙잡으며 덜덜 떠는건 덤)
에릭:망설임없이 연구소에 데려와서 소장님!!저희 고양이 키워요!!(반짝반짝)(A씨:!?)
1.캐릭터들이 제일 행복했던 기억은?
에스터의 경우 음... 또띠를 처음 구출하고 보냈던 날들? 일까? 또 에릭을 구출하고 가족이 된 일? 행복이라는 안정적인 말보단 뭐랄까, 격앙된 기쁨...같은 느낌이네요. 에스터가 겪은 일들은. 그렇지만 굳이 제일을 꼽을 필요 없이 즐거운 일들이 꽤 많이 생겼어요!
에릭같은 경우 역시 에릭연구소와 에스터와 보낸 즐거운 나날들 그 자체.
2.좋아하는 노래 장르는?
에스터: 클래식? 노래감상을 딱히 즐기는 타입은 아님.
에릭:일렉트로닉. 팝. 아이돌.
3.강아지파? 고양이파?
에스터:강아지.
에릭:고양이! (라곤 해도, 귀여운건 다 좋긴 하다!)
4.제일 잘하는 게임 장르!
에스터:격투? RPG? 굳이 따지면 그러려나? 기본적으로 딱히 게임을 잘 하지 못함. 일단 어릴때부터 한 체스 실력만 봐도....
에릭:두뇌 쓰는 게임. 전략성! 실력 무관하게 웬만한 게임은 다 좋아한다.
1. 캐릭터가 좋아하는 최애 색깔!
에스터:갈색. 그 외 차분한 색 계통.
에릭:흰색!
2. 정확히 적어보자 캐릭터에 주사!!!!
에스터:운다. ㅎㅡ엉..꺼이꺼이...하며 운다. 주량 한잔
에릭:능력이 독에도 반응해서 안☆취☆함
3. 지각을 했다면 택시? 아니면 포기하고 잠자기?
에스터:무조건 택시. 전력을 다해 지각만은 피한다. 아니면 더 늦는건 피한다. 차가 못들어가서 어쩔수 없이 걸어야 하는 구간에선 전력질주.
에릭:직장이 집이라 지각할일이 없다. 지각하면 이왕 늦잠잔거 도로 자다가... 귀잡혀 끌려가겠지.
다른 직장이었다면 헉!!지각!!하고 놀라 좀 늦을거같다고 연락하고 안절부절못하긴 하나...그냥 안절부절 못하기만 하고 딱히 택시를 타는 수준의 정성은 보여주지 않는다. 버스에서 안절부절.
4.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서 무엇을?
에스터:더 일찍, 실험을 막을 것.
에릭:원장님을 사건 전에 대피시키거나, 퀸즈랩에 따라가지 않거나, 여러가지 후회되고 되돌리고 싶은 것들은 많지만... 아마 그 모든 일들이 없었더라면 에스터랑 만나지도 못했고, 지금의 자신이지도 못했겠지. 그러니까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던 최선이었다. 자책하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는 그냥 만약으로만 생각해둔다.
(37스레)
(블래스터 약 분석 전후)
"...왜 약 성분 분석으로는 늘 위험한 약들만 받게 되는걸까요?"
"...안 위험하면 성분 분석할 필요가 없을테니까?"
"...안 그래도! 신경계통 약들에 오해도 많은데! 저런건! 누가! 만드는거야! "
에릭이 뒤늦게 화를 내는 7시 24분.
#자캐가_영화관에서_영화를_볼_때
"에스터씨."
"왜지."
"저희가 고른 영화, 분명 스릴러 아니었어요?"
"그랬던 것 같군."
"근데 왜 두근두근☆알콩달콩 곰순이의 마법여행이라는 제목이 나오죠?"
"그러게."
"당장 관객들도 다들 어린이잖아요."
"...잘못 예매했나보군."
"...뭐. 감동적인 영화였으니 괜찮지만요."
"...울었나. 에릭?"
#자캐가_영화관에서_영화를_볼_때2
"결국 후속편까지 보러 와버린건가."
"그렇지만, 너무 감동이었다구요. 애들영화가 아니에요."
"확실히 이번에 관객은 어른들 뿐인것 같긴 하군..."
"...어? 저런 제목 아니었는데."
"아. 저번에 예매하려고 했던 그건가."
"뭐. 어차피 저번에 보려고 한거였으니까요!"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다시는 스릴러영화 안 봐."
"...에스터씨. 울어요?"
(39스레)
레몬
"...? 에릭. 그 레몬은 뭐지?"
"레몬이에요."
"아니. 그 레몬은 뭐지 라고 물었잖아."
"그거 아시나요. 에스터씨!? 레몬 한 개에는, 무려 레몬 한 개 분량의 비타민이 들어간다는 거!"
"그거야 당연하지."
두 사람의 일상적인 만담이다.
"제 눈은 상큼한 레몬색이잖아요!?그리고 레몬은 상큼, 저도 상큼! 그러니까 제 마스코트를 레몬으로 삼기로 결정했어요!"
"그런가."
"그런의미로, 늘 가지고 다닐 거에요!"
"그럴 필요까지는."
"거기다, 레몬의 효능은 이 뿐만이 아니라고요! 이렇게 해서 눈에 뿌리면..."
찍.
"아! 따가워!"
"호신용으로!"
"......"
"어라?에스터씨, 그거 제 안경...그리고 제 레몬..."
찍.
"아! 따가워!"
...따라하지 말자.
(41스레)
에스터:에릭. 다 쓴 달력 뒤에 물고기를 그리고 있군.
에릭:종이가 아까운걸요! 어릴땐 자주 이렇게 했어요.
에스터:......
에릭:아앗. 에스터씨. 고양이 그리시면 어떡해요.
에스터:안 되나?
에릭:제 물고기가 잡아먹혀버리면 어쩌려구요.
에스터:그, 그런가......
긴장상황 속에서도 오늘도 평화로운 두 사람.
ㅡ
에릭:꿈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
에릭:그 날의 슬픔마저도!!! 그 날의 괴로움마저도!!! 그 모든것을 사랑했던!!! 그대와 함께!!!
에스터:?
에릭:마음속에 남아 사라지지 않는 레몬향기!!!!
에스터:(내가 온지 모르는 모양이다...부끄러울테니모른척 해줘야 하나)
에릭:!(에스터 발견)
에스터:!
에릭:비가 그칠 때까지 돌아갈 수 없어!!!
에스터:(그대로 부르는건가)
에릭:지금도 그대는 여전히!?
에스터:나..나의 빛!!
에릭:와아!!!
(자연스럽게 동참시켜버렸다.)
ㅡ
42스레
"약자를 괴롭히는 놈을 목격한다면?"
에릭: 신고해야죠! 그리고 특제약물(호신용)로, 콰-광-!! (...터지지 않습니다.)
"네 생김새 중 가장 특이한 점은?"
에릭: 이 반짝반짝한 눈! 레몬빛으로 색이 옅어서 밝은 곳에 있으면 쉽게 반짝거려요. 뭐... 제가 들이대니까 더 빛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외에는... 음... 옆머리가 자꾸 뻗치는거?
아. 맞다. 나이에 비해 어려보인다고들 많이 말해요! 병에 안 드는 체질 탓일까요....! 아니면, 언제든지 마음만은 소년이니까!?
"인기가 생긴다면 즐기는 편? 신경 쓰지 않는 편? 피하는 편?"
에릭: 즐깁니다!!!! 바야흐로 천재 사이언티스트 에릭 앤서니의 시대입니다!!!!!예에에!!!!언젠가 이런 날이 올줄 알았어!!!!!휘휘!!!!모두 나의 진가를 이제서야 알았구나!!!!
(...어디서 가져온지 모를 파티모자를 쓴 채 마라카스를 흔들며 파티용 호루라기를 불고 있다.)
(43스레)
"그러니까, 지금껏 잃어버렸던 시간만큼. 아니, 그 이상."
소년은 빙글 돌았다. 실험실에서는 지을 수 없었던, 환한 미소였다. 영웅은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즐거운 일들을 잔뜩 쌓을 거에요."
에스터 힐데가르트가 언젠가의 에릭을 회상하는, 9시 16분.
(50스레)
위태로운 채 지속되는 표면뿐인 평화를 유지하는 게 아니라, 잠시 휘청거리더라도 진짜 문제를 끝장내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생각해. 겉 뿐인 평화 뒤에선 수없는 사람이 죽어가니까.
에스터씨는 그렇게 말했지만, 어딘가 힘이 쭉 빠지고, 쓸쓸한 것 처럼 보였습니다.
(54스레)
테러발생 이후 에릭이 줄곧 이즈모 관한 실시간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8시 57분.
(56스레)
"그러고보니, 에릭, 원래는 두번째 능력이 있었다고 했지."
"있었어요! 아마도!"
"...아마도?"
"자연치유 능력으로 무효화되니 소용없지만요!"
"...그런가."
"애초에 지금은 끝없는 무효화로 사용하지 못한 끝에 완전 소멸했고요! 자연치유의 승리!"
"아쉽지는 않나?"
"아쉽지 않아요!"
왜냐하면ㅡ
에스터가 꽤나 강인해졌던 무렵 어느 날의 1시 10분.
(57스레)
1. 캐릭터가 아침에 일어날때마다 하는 생각은?
2. 캐릭터는 수영을 잘 하나요?
3. 캐릭터의 초기안은 어땠나요?
4. 캐릭터 짤 때 얼마나 걸리셨나요?
5. 캐릭터는 혀로 체리 꼭지?줄기?를 묶을 수 있나요?
6. 현 시점에서 캐릭터가 배우고 싶어 하는 게 있나요?
7. 지금 이 시간 캐릭터가 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1. 흠냠냠...
2. 수영 못할거 같습니다! 그치만 에스터보단 거리낌이 없을거같아요!
에스터씨! 물이에요!!!하고 물 들어갔다가 서있는 그대로 꼬르륵..잠기고...(에스터:누가 꺼내)
3. 더 차분함과 상냥함이 강조됐습니다. 기본 상냥하고 예의바른 캐릭터에 장난끼는 갭 요소로 가끔 드러나는? 그것도 지금같은 발랄한 느낌은 아니고 차분한 말투로 침착하게 말하다가 상대가 진지하게 들을때쯤 살짝 농담하는 그런 느낌? 또 지금과 정 반대로 병약한 캐릭터였어요. 늘 약을 챙겨먹는. 나이도 에스터랑 동갑. 그 외 여러가지 초기설정들 있지만 전에 풀었으니 패스. 위키에 대충 정리돼있슴다. 디자인 자체는 지금과 같음.
4. 에스터와 동일.
5. 에릭: ? 에~ 에~(체리를 물고 혀를 내밀고 있다.)
6. 지식욕이 많습니다! 이것저것 다 배우고 싶어요! 약학! 화학! 물리학! 초능력학(?)! 등등!!
7. 당신이 기운을 되찾고 행복해지는 것.
(58스레)
(에스터-녹턴 세번째일상 이후)
"어떻게 됐어요!?"
"어째 네가 더 신난 느낌인데."
"그래서!? 그래서!?"
"차였다."
"......"
"왜 그래?"
에릭의 표정이 잠시 굳어졌다, 분노로 바뀐다.
"...그 사람 보는 눈이 어떻게 된거 아니에요!?어떻게 에스터씨를 찰수가 있어!? 역시 이상한 사람이죠!? 분명 속은 시커멓고 곳곳이 뒤틀려있는 사람일거야!"
"그 분을 욕하지 마라!! 나를 미워하지도 않고 용서해줬단 말이다!! "
"웃기네! 에스터씨가 용서해줘야죠! 왜 그쪽이!"
"다시한번 그 분을 모욕했다가는...!"
...그리고 에스터가 아까운지 상대가 아까운지로 에릭과 에스터의 말다툼이 한시간 째 이어졌다.
(61스레)
(나이빌런 이벤트중)
"....머하는거디. 애릭."
"...이왕 이렇게 된거, 저도 그냥 즐기기로 했어요."
"나애대항 워망으 드러나느거인가?"
"아뇨. 그냥 볼이 꼬집고 싶을 뿐이에요."
아무튼 에릭이 다시 밝아진것 같아 안심하는 12시 51분
(64스레)
질문: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은?
에스터: 사람다운 사고방식.
에릭: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
배설물을 밟았을때
에스터: (인상을 찡그린다.)
에릭: (초췌한 인상이 된다...)
유언
에스터: ...아직, 더, ...구해내야.
에릭: ...에스터, 씨.
외모
에스터: 본인의 외모에 대해서 어떤 의미로든 크게 자각하지 못하는 편. 잘생겼느니, 험악하느니, 귀엽느니 등등. 주변의 평가를 들어야지 조금 그런가? 라고 생각. 아무래도 외모가 여러번 격변했다 보니 더 그런듯 하다.
에릭:나는... 귀여워.
에스터:1번하고 마찬가지.
에릭:귀여워... 난....
(66스레)
에릭:
297 기쁨을 숨기는 방법
기쁨을 왜 숨기죠!!!!!!!!뿌우!!!!!!!!!!!
313 모친에 대한 생각
엄마가 있는지부터 묻는게 예의 아닙니까?(ㅡㅡ)
248 만두 취향
다 좋아요!!!예-이!
ㅡ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니까. 에릭."
에스터가 부드러운 미소를 배운 것은 기쁘지만, 그것이 안심시키기 위한 미소는 아닐까 하는 생각에 안심하지 못하는 10시 22분.
(67스레)
1. 캐릭터를 짤때 제일 먼저 무엇을 중요시 여기시나요???
음.. 캐릭터가 내 취향인가? (응?)
서사... 입체성? 이 캐릭터가 왜 이렇게 행동하냐 라고 하는 동기가 뚜렷한쪽이 좋습니다. 이 과거가 있으면 이것이 이 캐릭터의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나? 같은거.
2. 캐릭터가 클쓰마스에 받구 싶어하는 선물!
에스터: ? (딱히 생각 안해봤음.)
에릭: 커-다란 곰인형이요!!! 지퍼를 열어보면 그 안에는 내가 있는거야!! 아. 그러면 제가 받을수가 없겠네요!!
3. 캐릭터의 나이를 그러케 정한 이유!!!!!
별생각 없었습니다!(두둔!)
음... 히어로 자체가 많이 구르니까, 적어도 성인... 사회초년생 아닌 나이를 잡아줘야 겠다 하면서도 또 너무 다 큰 나이는 아닌...? 나이를 정하기 위해 27살이었던거같습니다.
에릭은 원래 에스터랑 동갑이었는데, 굴리면 굴릴수록 앳된 느낌이 돼서 나이를 깎았습니다. 그래도 "나이에 비해 동안"설정은 유지하고 싶어서 성인으로.
4. 캐릭터가 제일 싫어하는 것/ 젤 조아하는 것
에스터: 딱히 생각나는게 없다. /......또띠?
에릭: 에스터씨를 괴롭히는 환경. 인체실험/ 에스터씨!!
에릭:에스터씨 미워.
에스터:아, 아니. 너는 당연히 가장 소중하니까 말하지 않는것 아니겠나... 보통 좋아하는 것 이라고 하면 사람을 말하지는....!!
에릭:(힝구)
5. 캐릭터가 지금 제일 후회하는것~~
에스터: 내 손으로 단숨에 죽였어야 했다.
에릭: 히어로같은거, 그만두게 했어야 하나봐.
6. 캐릭터를 짤때 만들어 두었떤 이름 후보가 있나요???
이름 후보... 는 아니고, 원래 에스터 이름 모티브는 Aster 였습니다!
근데 제가 스펠링을 까먹어서 걍 에스테르쨩이 되어버렸지!
에릭의 경우 그 동화작가 에릭칼이 이름 모티브였습니다! 이유는 딱히 없음!
ㅡ
캐릭터들은 무슨 케이크 제일 좋아할까요?
에스터: 안 단거. 몸에 안 나쁜거. 떡케잌같은거.
에릭:화려하고 예쁜거!!! 파티분위기 왕창 나는거!!!!우오아아아아!!!!!!!
(68스레)
1.에릭이 눈싸움 잘하나요?(눈덩이로 하는거)
잘은 모르겠는데 좋아합니다!! 질리도록 합니다!! 에스터가 감기에 걸리고서야 자신의 죄를 깨닫습니다!!
2.에릭이 에스터랑 있으면 보통 뭐하나요!
만담!!(?)
시시콜콜한 얘기들... 딱히 아무것도 안하고 잡담만 해도 즐거운 사이랍니다!!
3.에릭에게 파크가 귀엽다고 말해주면 어떻게되나요?
아앗!!예에!! 저는ㅡ귀여워요!!(빠밤!)
4.에릭의 생일과 에릭이 좋아하는 만화!
생일은 4월 29일... 정확히는 고아원에 온 날짜!
만화... 글쎄요! 막 떠오르는게 별로 없다!
제가 생각보다 최근 본 만화가 없다보니...음...
별 이유는 없는데 왠지 순정만화종류 좋아할것 같습니다. 정작 본인은 사랑 해본적도 흥미도 없지만서도.
5.에릭의 두번째 능력은 능력 복사였죠! 그러면 발동 조건과
부작용은 뭔가요?(만약 쓸 수 있다면) 이영싫의 귀능이랑 비슷하려나?
두번째능력 발동조건...
몸에서 생성되는 특수 병원체가 온몸에 퍼지면, 어떤 능력이든 몇명에게서든 뺏어쓸수있는 재해급의 상태가 됩니다.
패널티는 수명 단축...이라고만 퉁치기는 부족하지만. 병원체가 퍼짐에 따라 그 자체로도 몸이 심각하게 부담을 받게 되고, 능력을 사용할때마다 몸 전체가 기괴하게 일그러지듯 고통받습니다.
그러니까, 사용 자체가 몸에 큰 부담을 가져다줍니다. 애초에 "병원체"가 퍼져야 발동된다는 시점에서...
그건그렇고 자연치유때문에 병원체가 소멸되니 발동불갑니다.
...지금은 특수병원체 자체도 생산되지 않아서 완전 물건너갔지요!
6.에릭이 좋아하는 영화장르!
멜로?
재밌으면 다 봅니다!
좋아하는 팝콘은 캬라멜팝콘.
ㅡ
1.이 캐릭터에 대해 캐릭터 본인은 모르지만 당신은 알고 있는 정보는 무엇인가요?
에스터:
미움받고 있는 위치에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두곤 한다는 것.
하지만 사실 그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는 것.
에릭:
밝은 상태로 있기 위해서 무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
2.이 캐릭터의 가장 큰 흠은 무엇인가요?
에스터:이상을 위해 자신을 몰아붙이는 것.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계산에 넣지 않는 것.
에릭:에스터라는 인간의 존재 그 자체가 에릭의 가장 큰 자산이자 약점.
3.이 캐릭터가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은 무엇인가요?
에스터: 필요악이 존재한다는 말.
에릭: 신의 존재. 다수,세계,발전이든 무언가를 위해 희생이 필요하다는 말. 그것이 자기희생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
4.이 캐릭터의 가장 큰 자산은 무엇인가요?
에스터: 힘. 올곧음. 사격실력. 주변인들.
에릭: 밝음. 회복력. 긍정적 사고.
5.자신의 정체성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캐릭터는 그렇게 할까요, 하지 않을까요?
둘 다 하지 않는다.
(70스레)
1.햄스터 발견시 자캐들의 반응
에스터:(!?)(으악)(만졌다가 찌그러질거같아..)(귀여운데 무서워)
에릭: 쓰담쓰담쓰담쓰담말랑말랑말랑말랑
2.다 된 밥을 손이 미끄러져 엎어버렸을때 자캐들의 반응
에스터: 세상에서 가장 허탈한 감정을 느끼고 자괴감을 느끼다가 터덜터덜 다시 밥을 하러 간다.
에릭: ... ...보는 사람이 없고 모양이 멀쩡하면 주워먹어볼까 진지하게 고민한다. 능력이 있으니 병은 안 날테니.
주워먹을 수 없는 종류의 반찬이면 슬프게 포기한다.
이후, 상황을 봐서 에스터에게 식사제작을 부탁하거나 시켜먹는다.
둘다 불가능하면 굶는다.(덤으로 굶은걸 들키면 에스터에게 혼난다.)
3.자캐가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이거엔 자신있다!"
에스터:사격.
에릭:귀여움! (당당)
4.노래방에 간 자캐는?
에스터:조용히 곡을 찾는 척 하며 배경과 동화되려 애쓴다...
에릭:이 노래방의 최전선을 차지하겠다!!! 탬버린도 노래도 포기할 수 없다!!!
5.집구석에 벌레가 있다면 자캐는?
에스터:(히익) 좀 징그러워하지만 무리없이 잡는다.
에릭:
종류에 따라 다르다.
안무서워하는 벌레는 와아!
무서워하는 벌레는 일단 세상에 없을 스피드로 책상위에 올라간다.
근데 집에서 나오는 벌레면 보통 안무서울리가 없지...
6.아동추천도서라 읽었는데 동심파괴적인 내용이었을때 자캐의 반응
에스터: ...왜? 라고 진지하게 생각한다.
에릭: 의외로 담담.
1.비 오는 날의 자캐
에스터: 길이 미끄럽겠네... 라고 생각한다. 주변에 연락할때 조심하라는 얘기를 덧붙이는 정도
에릭: 비 오는 날의 약간 가라앉은 감성을 즐긴다.
2.종교권유에 대한 자캐 반응
에스터:아. 미안하다... 종교에는 흥미가 없어서...(정중히 거절)
에릭: 아 죄송합니다 저는 에스터교 믿어요 ㅎㅎ(에스터:이 녀석아)
3.어린 자캐는 인형과 로봇중 어느걸 좋아했나?
에스터:인형!!!! 봉제인형!!! 어릴때부터 보들보들 폭신폭신한 봉제인형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부모님은 원래 자주 집 비웠다보니 애착담요 끌어안곤 했던것도 이 성향에 대한 영향일지도. 실제로 가진 인형은 많지 않다. 큰 분홍색 토끼인형정도? 낡아서+이제 인형가질 나이 아니니까 라며 중학교 졸업할 무렵 부모님이 버렸다... 샤오화랑 파크에게 인형준것도 이런 이유도 있었을듯. 자기는 인형 가질 시기 지나버렸으니 선물용으로 구매하며 대리만족.
에릭: 지금은 인형을 더 좋아하지만, 어릴땐 로봇을 좋아했을거같다! 부웅~ 부웅~~하면서.
4.자캐가 산타의 정체를 처음 안 때
에스터: 7~8살때? 별건 없었고 다들 알게 되니 본인도 알게 됐을 듯.
에릭: 음... 언제지? 원장님 살아계셨을때 더 어린 동생들을 위한 선물 사는거 도우면서 자연스럽게 알았을거같기도 하고. 그래도 원장님 살아있을땐 신의 존재와 비슷하게 좀 관념적인 존재로서의 산타? 를 믿었을거같긴 하다. 원장님이 선물을 사는 것은, 산타의 대리인이기 때문이야! 이런 다정한 원장님에게 언젠가 산타가 선물을 주고 갈지도 몰라! 같은. 원장님 죽고나서는 완전히 부정하게 됐겠고.
(71스레)
"...닥터 구제프와 에스터씨중 하나를 고르라면, 저는 에스터씨의 편이에요."
"에스터씨를 믿어요."
"...다시는 에스터씨 말고 다른 사람을 믿고 싶지 않을 정도에요."
에스터가 괴로움에 처해있던 나날속, 어느 대화.
(72스레)
1.이 캐릭터를 동물에 비유한다면!
에스터: 처음에는 뭐랄까 큰 개...같은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잘 모르겠다. 늑대? 늑대만한 개? 사자도 어울리나? 전에 뭐 떠오른거 있었는데. 곰? 곰도 어울리는거같기도 하고.
에릭:아기고양이... 또는 생쥐! 햄스터? 기니피그?
...다들 개구리라고 생각하시겠지?
2.캐릭터의 글씨체 묘사.
에스터:진중한 글씨. 뭘로 써도 붓으로 쓴 궁서체처럼 됨.
에릭:깜찍발랄. 동글동글.
3.이 캐릭터를 직접 굴리기 전까진 예상 못했던 부분이 있다면?
에스터:이 정도로 물렁해질줄은 몰랐다. / 이정도로 멘탈 깨트리게 될줄은 몰랐다...
에릭:이렇게까지 통통 튀는 발랄이로 만들 생각은 없었다 .
4.아침에 일어났더니 동물귀와 꼬리가 생겨있다! 반응!
에스터:? !? ?????? 당황한다. 모자를 쓰긴 하는데, 엄청 열심히 숨기진 않을거같고...이즈모에 보고하지 않을까.
에릭:당황하지만, 즐긴다. 나는 귀여워.
5.이 캐릭터의 의외인 면이 있다면?
에스터:...요리를 잘한다?
에릭:천재 연구원을 자칭하는것치곤 의외로 자존감이 생각만큼 높지 않다는것.(어제 파크에게 털려버렸다)
7. 기타 ¶
연구원. 전공은 약학. 히어로들을 위하여 부작용이 없는 강화약품을 제작하는 중이다.
에스터와는 일종의 의남매. 의붓남매가 아니라 의로 맺은 남매.
엄밀히 말하면 에릭 본인이 히어로는 아니나, 에스터의 사이드킥을 자처하고 있다. 그 외에도 이즈모와 에릭 연구소가 협력적인 관계가 되면서 준 이즈모 소속...쯤으로 취급되고 있음.
에스터와는 일종의 의남매. 의붓남매가 아니라 의로 맺은 남매.
엄밀히 말하면 에릭 본인이 히어로는 아니나, 에스터의 사이드킥을 자처하고 있다. 그 외에도 이즈모와 에릭 연구소가 협력적인 관계가 되면서 준 이즈모 소속...쯤으로 취급되고 있음.
전투능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공격다이스의 최대치는 70.
대신 호신용 약물을 언제나 들고다니므로 속박다이스의 최소치가 25이다. 1,100다이스 대신 25,100다이스를 굴린다.
대신 호신용 약물을 언제나 들고다니므로 속박다이스의 최소치가 25이다. 1,100다이스 대신 25,100다이스를 굴린다.
커밋을 닮아서 깨굴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그 외에 진저에게 쓴 암호명 때문에 레몬 샤베트라는 별명이 생기기도.
생일은 4월 29일. 정확히는 고아원에 온 날짜를 생일로 정했다. 에스터와 마찬가지로 다이스로 결정되었다.
- 기각된 초기설정들
31스레에서 언급.
1.시험관에서 태어난 인공생명체. 본인은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이 사실을 숨기고 있다. 이걸 아는 것은 이 실험 참가한 사람들과 에스터 뿐.
어째서 이런 엄청난 업적이 알려지지 않았는가? 왜냐하면, 실험목적이 비윤리적이었기 때문. 순종적이고 윤리의식이 없는 인간을 대량생산해, 자기 마음대로 부린다는 세계전복계획...연구소에서도 극히 일부의 간부진만 알고있었다. 에릭은 처음이자 유일한 성공작. 정전사태 이후론 초능력 발현 및 강화실험도 더해졌다.
그러나 부모의 실험이 비윤리적이란것을 눈치챈 에스터는 연구소에 습격하고, 에릭을 구해낸다.
연구소에서 잘 나가지 않는것은 이때문. 호적에 없으니까.
2.사실 초능력 있다. 그것도 재해급. 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능한한 잘 사용하지 않는다.
진짜 이능력
커다란 건물 내부 전체에 적용되는 환영능력. 건물 안에 들어온 모든 사람에게,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환각 보여준다. 이 상태에서 조금의 컨트롤 가해, 특정한 사람 한명에게 특히 공포스러운 환영 찾아가게 하기도. 이를테면 트라우마를 보여준다든가. (이건 다이스판정으로, 1,100 굴림. 50 이상이면 상대의 기억에 영향받은 환영 발동가능.)
발동조건
다인전투에서, 주변 사람 치명상 입었을때만 발동가능. 이 때 주변사람은 어느정도의 친밀도 있어야 함.
3. 인공생명체. 각종 은밀한 인체실험을 위해 처음 만들어졌다. 호적에 등록되어있지 않고, 대량생산가능한 편리한 인간재료공장을 위한 초석. 그러니까, 시험작. 연구소에서도 극히 일부의 간부진만 알고있었다.
4.
에릭은 일종의 시험작이다. 완전하지 않은 가설을 실현한 결과물. 첫 시도 치곤 상당한 성공작이나, 내장기관 곳곳이 정상과 거리가 먼 등 부족한 점 역시 굉장히 뚜렷하다. 자라가며 점점 문제점은 뚜렷하게 드러난다. 일반인과 다른 구조로 된 신체인 탓에 물질 합성 등 여기저기에 문제가 있어 먹어야 할 약이 늘어갔다. 간부들은 에릭을 "모양새만 멀쩡한 , 인간을 닮은 무언가"라고 표현했다.
날때부터 있던 각종 병을 달고 살아 늘 약을 챙겨먹는다. 수북하다. 눈에 띄기 싫어, 남들에겐 보여주지 않는다.
몸이 약하다는 설정이기 때문에, 정면으로 대인전투 돌입시 매 턴 다이스를 굴려 체력 깎습니다. 1~5턴까지는 0,50 다이스로, 이후 5턴마다 10씩 최대다이스 증가. 최대범위는 100까지 올라감.
예: 6~10턴 : 0,60 31~35턴: 0,100
5.자신의 재능에 대한 열등감이 다소 있다. 활약해나가는 다른 연구원들과 달리 부족하단 것 때문. 실제로, 그의 재능은 천재와는 거리가 멀다. 노력하는 범재.
6.
대정전 후, 능력 발현 또는 증폭을 위한 실험에 대상자로서 동원됐다. 실험을 수락한 것은 오로지 열등감때문. 재능을 얻고 싶어서.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빛 한줌 들어오지 않는 폐쇄된 방에 사람을 가둬둘 뿐인 실험이었다. 5일간 갇힌 후, 하루간 풀려나는 것을 계속 반복한다...
...대정전을 재현했다고 하는 이 실험이 정말 이능력 발현에 영향을 줄수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에릭은 실험에 계속 참여했다. 118일, 약 네달동안의 실험 끝에 그에게는 이능력이 생기지만...
통제되지 않는 이능력은 연구소 전체에 끊임없이 괴기한 환각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환각이라기 보단, 테러에 가까웠다. 먼저 접근하면 사라져버리거나 만질 수 없는데도 환각이 벌이는 일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수밖에 없는 것이다. 발목을 잡아오는 손, 배회하는 얼굴,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는 발... 심지어 목이 졸리는 것을 느껴 산소 부족으로 기절하는 사람이 나타날 정도였다.
에릭은 자신탓에 연구소 직원들이 고통받는 것에 쇼크를 먹는다. 능력 봉인을 위해 애쓰지만 쉽게 되지 않았고, 이것은 연구소의 실책이 된 끔찍한 2차 실험이 발생하는데 일조한다.
간부진들은 에릭을 다른 건물로 이동하여 여러 실험을 자행한다. '귀하는 존재 자체가 재해같은 존재이므로 어떤 내용의 실험이라도 협조해야 한다'와 같은 정신나간 구절이 적힌 계약을 에릭은 수락한다. 이능력 폭주로 인한 신체적 피로, 능력이 보여준 끔찍한 환영들, 그리고 그 환영들로 고통받는 자신의 동료들의 모습이 에릭의 판단력을 극도로 흐려놓았다는 증거였다. 피로, 불안, 죄책감, 공포 등에 잡아먹힌 에릭에게 이미 계약의 내용같은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속죄 뿐이었다.
7.
<진짜 이능력>
폭주 시 기준으로, 커다란 건물 내부 전체에 적용되는 환영능력. 자신과 같은 건물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환각 보여준다. 에릭의 감정상태에 영향 받는다. 보통 이능력을 사용할 지경일때의 에릭의 감정상태는 상당히 몰려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때문에 능력이 보여주는 환상은 대개 기괴하고 공포스러울 것이다. 말하자면 건물 전체가 호러스팟이 된 것 같은 상태. 이 상태에서 특정한 사람 한명에게 특히 공포스러운 환영 찾아가게 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과거 트라우마를 보여준다든가. (이건 다이스판정으로, 0,100 굴림. 50 이상이면 상대의 기억에 영향받은 환영 발동가능.)
폭주조건
폐쇄된 곳에 갇힐 시.(단순 폐쇄된 곳인 것만으로 되는건 아니고, 명백하게 에릭이 스스로 나갈 수 없어야 함.)
정전상황과 유사한 상황. (갑자기 불이 꺼진다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