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소이(피닉스)

아주 개판을 만들어놨네. 거의 반파된 건물을 보며 소이가 혀를 찼다. 테러대상이 된 곳은 도시 구석에 있는 소규모 신문사였다. 도대체 이런 데까지 박살내면서 다니는 이유가 뭐람. 내가 빌런이었으면 세금 안 내는 놈들부터 조졌을 텐데. …여기가 그런 데인가? 이름만 있고 실체는 없는 유령회사 같은 거. 그렇다기엔 이게 너무…… 사무실 의자였던 것 같지. 부서진 다리의 바퀴를 발로 툭 밀어내며 어슬렁어슬렁 안쪽으로 들어갔다.
아까 밖에서 본 건 그냥 쫄병들인 것 같고. …이것은 짜증나게 왜 이렇게 안쪽까지 기어들어가 있어? 이왕 관종짓 한 거 눈에 띄는 데나 있든가. 성질을 감추지 않고 발에 채이는 걸 그대로 다 걷어차면서 계속 걸어들어가는데, 근처에서 소리가 났다. 위치는 대각선 방향으로 오른쪽.

“아니, 이게 누구야. 피닉스잖아.”

겁도 없이 큰 소리를 내네. 내가 누구랑 왔을 줄 알고, …는 혼자 왔지만. 그러나 그렇게 장난 같은 생각도 잠깐이었다. 이름을 듣는 순간 잠깐 몸이 삐끗했다. 상대를 향해 천천히 움직이는 눈동자가 흔들렸다. …너는 뭔데 그걸 알고 계세요? 하긴, 무서운 거 없는 사람처럼 얼굴 다 까고 돌아다녔는데 아는 사람이 한두 명 정도는 있을 수도 있지. 좋아, 명성을 얻었다고 생각하자. 그런데 왜 하필 그 이름인데? 본명까지는 안 퍼졌어? 침착하자. 침착…….
어이, 피닉스! 부르는 소리에 애써 마음을 다잡던 게 소용없어졌다. 와장창 깨진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짜증나네. 그냥 죽일까, 저거. 허리춤의 홀스터에서 권총을 뽑아 바로 쏠 준비를 했다. 망설이는 기색은 없었다. 팔을 쭉 뻗어서 되는대로 쏘며 성큼성큼 걸었다. 그의 뒤에 있던 유리벽이 박살이 나며 쏟아져내렸다. 오케이, 인질 위치 확보. 한 명은… 쓰러진 것 같은데. 부상인지, 단순 기절인지. 흘긋보고 다시 총을 겨눴다.

“미쳤어? 인질까지 죽일 셈이야, 피닉스?”

…이쯤 되면 쟤 뭐 알고 있는 거 아니야? 방아쇠를 당기려던 손가락이 멈칫하며 얼굴이 구겨졌다. 다 알고서 살살 신경을 긁는 건지, 원래 이름만 알면 마구 불러대는 친화력 좋은 인간인 건지. 빌런이 인질들 걱정은 또 왜 하는데? 아, 아니면 방금 협박인데 내가 못 알아들은 건가.
하며 멈춰있던 사이에 허리로 발이 날아들어왔다. 몸이 밀리다 못해 쓰러진 걸 보니 강화 능력 계통인 것 같았다. 딱 한 대 맞았는데 지금 숨쉬기 더럽게 힘들거든. 설상 가상으로 쥐고 있던 총까지 놓쳐 저쪽으로 날아갔다. 아, 인생 진짜. 배를 부여잡고 웅크린 채 쓰러져 있는 중에 이번에는 어깨를 조져놓을 생각인지, 그쪽으로 발이 들어오는 게 보여 몸을 굴렸다. 소문난 어깨 맛집도 아닌데 나한테 왜 그러지, 진짜?! 맞은 데 개아파.
대충 일어나려다 다리를 다시 걷어차여 한쪽 무릎을 꿇듯이 엎어졌다. 공격해오는 몸이 돌덩이 같았다. 나 비석문이라도 미리 쓰고 있을까? …는 총이 하나 더 있거든요, 내가. 한 팔로 땅을 짚으며 일어나면서 다른쪽에 꽂아둔 총을 꺼내 그대로 겨눴다. 신체적으로 후달리는데 어째. 이렇게라도 해야지. 아까와 똑같이 조준 없이 총을 쏴대며 상대를 벽으로 몰았다. 이번에는 시멘트 벽이었다. 대충 구석으로 몰고선 모서리를 발로 지익 그었다. 지나간 자리에서 가슴께까지 정도 올라오는 불이 일었다.
뒤는 벽, 앞은 불. 미치지 않고서야 벽을 깨고 나가지는 않을 테니까 대충 끝났다고 봐도 되겠…… 피닉스! 부르는 소리에 방아쇠를 당겼다. 날아간 총알은 상대 목 근처 벽에 박혔다.

“입 좀 다물면 안 될까? 나 지금 되게 심혈을 기울여서 조준중인데 이러다 열 받아서 네 머리통이라도 날리면 어쩌려고 그래.”

입가를 한껏 올리며 말한 소이가 양다리를 향해 방아쇠를 한 번씩 당겼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지난 번처럼 움직여서 괜히 민간인이 다치면 곤란하니까. 한숨을 쉬고 머리를 넘겼다. 일단은 끝이었고 생포였다.

Save: 9명 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