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 참 밝은 아이였지. 눈썹도 잘 정돈했고 머리도 단정히 잘랐고, 옷도 단정했고 규정에 딱 맞는 모습이었지. 염색 안한 검은 머리에 렌즈 안낀 갈색 눈에 참 귀여운 얼굴이었지. 참 잘 웃었어. 뭐가 재밌는지 뭔 말을 해도 까르르 잘만 웃었어. 자주 멍하게 어디 먼 데를 보긴 했는데 그래도 말도 잘 들어주고 누구에게나 상냥했어. 키가 좀 작은 게 흠이었는데 어차피 키는 크는 중이고. 또래 애들이랑 정말 잘 어울렸어. 물론 얘도 급식인지라 급식체? 같은 걸 쓰긴 했지. (……) 그나잇대라면 누구나 하는 게임도 잘 했구, 그 뭐냐 배틀그라운드인가? 오버워치도 할 텐데. 아마 하스스톤도 할 거야. 하여튼 급식 아니랄까봐 야민정음 같은거도 종종 채팅에 쓰구 그랬어, 욕은 썼을까? 쓰겠지 급식이니까. 또래 애들이랑 있을 때 하는 행동만 보면 전형적인 남고생이었다니까. 그래도 집안에서 잘 배웠는지 저질적인 말은 안했어. 존댓말 잘 쓰고. 윗사람에게 깍듯하고. 누군진 모르겠지만 얘 부모님께서는 참 좋은 분이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니까. 정말 좋은 아이야. 좋은 아이… 그래. 좋은 아이. 하지만 사람들은 그 애의 겉모습만을 봤지 뒤에서 뭘 하고 있는진 전혀 몰랐어. 뭘 하고 있을까? 그 애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사람들은 걔가 뭘 하고 뭘 겪었는지 아무 것도 몰라. 아무것도. 아무것도…… 그래. 아무것도.

갈색 머리 갈색 눈 적당히 키 크고 적당히 늘씬하고, 입술 틴트 발랐는지 유난히 붉고, 몸맨 악마니까 당연히 좋고, 대략 스무살 정도 되어보인다. 얼굴은 글쎄? 취향을 좀 타겠다. 일단 머리가 좀 짧다. 그래도 남자보단 길다. 나 이쁘니 ? (…) 그래 예쁘지. 악마니까. 먹을 거 좋아하고 노는 거 좋아하는 비글같은 악마. 어찌보면 본능에 참 충실하다 할 수도 있겠다. 한편으로 너는 참 네 외모에 자부심이 높아 종종 계약자를 상대로 수작을 걸기도 했다. '일정 다 파토나서 심심하다고요? 그럼 오늘 나랑 맛집 탐방 어때요?' '뭐 통금 시간 있다고요? 에이 아깝다' (……) '그래요 잘가요 전화하고 내일 봐요.' 악마가 전화를 할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로 치자. 아무튼 너는 이런 식으로 매번 수작을 건다, 그리고 매번 실패한다. 그리곤 집에 돌아와 이렇게 한탄하겠지. '조졌네 진짜… 오늘 한끼 뚝딱이었는데, 도련님 빨리 와주세요 저 오늘 굶겠어요……' (…) 눈물을 흘리며 너는 오늘도 끼니를 굶는다. 굶는 일은 흔하기 때문에 이상하지 않다. 원래 네 주인은 인간을 먹이로 주는 일이 드물다. 간혹 악마를 잡아 주거나 같이 잡으러 가는 일이 있지만 그게 다니까 결국엔 직접 사냥해야만 한다. 하지만 뭘 해도 이렇게 안 잡히는 걸 어떡해? (…) 가만히 보면 괜히 네 주인이 새대가리라 부르는 게 아닌 듯 싶기도 하고, 또 싸울 때 보면 아닌 듯 싶고, (…) 어찌됐든 넌 참 알 수 없는 녀석이다.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그래서 참 재밌다. 네가 어찌 될지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