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은 풀이 무성하고 곳곳은 사막과도 같은 사격장하기 딱 좋은 그런 공간이 있다.
그 곳에서 휴스턴은 레이벤 선글라스를 끼고 홀스터에 리볼버를 꽂아둔 채 팔짱을 끼고 있다.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당시 휴스턴의 트레이드 마크인 찢어진 청바지에 흰티, 그리고 조금은 크롭한 기장의 갈색 가죽 자켓까지 입은 채로.
그 3개의 조합은 24/7 지속되었고 빨아 입긴 하는거냐는 소리를 매일 들었겠지만 섣불리 누구하나 휴스턴한테 직접 말한 사람은 없다.
장난으로라도.
"또 그 염병할 총질이야 잭?"
" -까 조니."
부릉- 다 낡아가는 머스탱을 끌고 온 존은 잭의 몇 없는 친구 중 하나였다. 그중에서 제일 꼴통이라 잭과는 제일 잘 맞았다.
"여자애들은 프롬간다고 메이크업에 드레스에 머리,리무진까지 난린데 넌 여기서 모래먼지나 뒤집어 쓰고 있을거 같더라고."
"그런건 딱 질색이야."
안 가면 출석 인정 안 해준다냐? 물어보면서 순식간에 리볼버를 홀스터에서 꺼내들어 음료수 캔에 총알 세례를 쏟아부었다.
6개중에 4개. 염병할.. 여기서 늘지를 않네.
존의 끝없는 파티 구애에 휴스턴은 한숨을 내쉬며 턱시도 제공 , 머스탱 하루 대여 , 사격장 청소등 갖가지 제안을 내걸고 머스탱에 올라탄다. 얜 왜 이 머스탱 천장 뚜껑을 떼버린걸까.
"너 때문에 형 턱시도까지 훔쳐왔단 말이야. 안에 샌드위치도 들었어."
"-너매거, 그건 그냥 니 형이 -나 식충인거잖아."
여차저차 학교 근처 으슥한 골목, 차 안에서 우당탕탕 턱시도로 갈아입은 휴스턴은 구두의 행방을 묻는다. 내 구두는? 브랜드는 키 190에 4명 모이면 1톤에 육박하는 거구이기에 구두를 못 신는 사람인거 알지 않냐고 일갈하자 휴스턴은 조용해진다.
그럼 이제 난 턱시도에 캔버스하이 같은거나 신고 오는 머저리가 되는거잖아, 조졌네.
누가봐도 아빠 정장을 훔쳐입은 것만 같은 핏에 신발은 캔버스하이. 평소 휴스턴을 생각하면 패션센스는 꽝이다.
망할 놈의 Brand 오버로크는 왜 가슴팍에 박혀있는거람.
존이랑 걸어가다가 다들 휴스턴에게 반갑게 인사해주는 것을 이상한 뾰룡 뾰룡 같은 소리로 화답해주면서 선생님들은 빠르게 패스한다. 양아치나 그런 족속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범생이는 아니였기에 선생님들은 이상하게 정이 안 간다. 범생이들도 선생님 좋아하냐?
그러다 마주친 여성, 레이첼의 앞에서 휴스턴은 목쪽이 뭔가 빠르게 굳는 듯한 느낌이였고 다들 파트너를 데리고 온 이 무도장에서 레이첼은 휴스턴을 지나친다. 가끔 돌발행동이라는게 있는데 의미도 논리도 없으니까 돌발행동이라는거겠지?
존을 내팽겨치고 '-너매거. 휴스턴!'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휴스턴은 오직 그녀에게로 달려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레이첼.
"춤출래? 같이."
어색해보이고 긴장한 여력이 잔뜩 보이는 휴스턴을 흥미롭게 쳐다보는 레이첼.
슬며시 웃음을 보이며 자기는 파트너와 왔다면서 누군갈 가르키는데 그 남자는 바지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한 손엔 음료수를 들은 채로 다른 여학우와 떠들고 있는 모습.
레이첼은 적잖이 당황하며 자기는 쟤가 그렇게 바쁜 사람인줄 알고 있었다며 서로 멋쩍은 미소를 보이곤 그래, 같이 춤이나 추자. 고 손을 건네자 휴스턴은 더욱 긴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푹 떨구며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맞잡았다.
"까끌해, 뭔가 쇠냄새가 나는거 같고. 또 그 골동품을 만지다 온거야?"
"골동품이라니, 보는 눈은 정확한걸."
서로가 서로에게 부드러운 농담과 여기 재밌냐느니 존이 설마 네 파트너냐느니 꽤나 화목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고 서로의 스텝은 어설펐으나 조화를 이루며 무도장 곳곳을 누비기 시작했을 찰나에.
"상도덕 없는 자식아."
뺨에 묵직한 스트레이트가 날라오며 휴스턴은 레이첼을 놓치고 무도장을 나뒹굴었다. 휴스턴은 학교생활에 관심 없는 터라 이름도 모르지만 비슷한 덩치를 가진 남자는 웃는 표정이지만 잔뜩 성이 나 있는 듯한 모양이다. 아까 레이첼이 가리켰던 그 남자.
그를 말리는 레이첼, 급하게 달려와 휴스턴을 부축해주는 존 그리고 의외로 관심없이 각자의 춤을 추는 학생들. 휴스턴은 쪽팔림을 무릎쓰고 부축 받아 일어나 매섭고 매운 주먹맛에 화답하듯 그의 얼굴에 피가 잔뜩 섞인 침을 내뱉는다.
휴스턴과 그는 한참을 뒤섞여 주먹다짐 하고 그 배경에 깔리는 신나는 노래였다가 우아한 노래였다가 바뀐게 3번째 쯤일까. 시간으로 재면 대략 7~8분정도를 그렇게 쌈박질을 해댄걸 보면 체력만큼은 프로의 수준.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사내들의 싸움은 가끔 초월적 힘을 발휘할 때가 있지 않나. 그들의 싸움에 중요한건 승자 뿐이니까.
화장실 문이 부서질듯 열리면서 잭과 존은 조금은 우울한 분위기로 화장실로 유혈입성.
"-발거, 내가 그래서 오지 말자 했잖아 조니. 괜히 와서 -나 쳐맞기만 했잖아 -미럴거."
"그래도 레이첼은 니 편이였어, 전술적 패배지만 전략적 승리야 잭."
그게 무슨 빌어먹을 소리냐고 존에게 한껏 인상을 찌푸린 얼굴로 세수를 마친 휴스턴, 그리고 시뻘겋게 물든 세면대에 침을 훅- 뱉는다.
"싸우는 동안에 레이첼은 너만 보며 걱정하길래 널 응원하다 말고 조금 관찰적인 시점으로 보게 되더라고, 맨."
"그건 그냥 내가 일방적으로 쳐맞아서 그런거 아니야 -발거."
그럼 레이첼이 너라는 역배당을 걱정한거 아니냐? 라는 존의 말에 잭은 씨익 웃는다.
"나 -나 멋졌냐 조니?"
"-나 멋졌어 잭. 양쪽 눈탱이가 보라돌이에 입술은 시뻘건게 록키 발보아같에 -나 멋져.이제 너네 집가서 게임이나 하자."
휴스턴은 상당히 흡족해하며 머릿속엔 온통 레이첼에게 연락할 껀덕지만을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머스탱으로 올라타 선글라스를 꼈다. 이 야밤이지만 안 낀거나 낀거나 누가 보기엔 선글라스 낀거처럼 보일테니까.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