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 항목: 밤의 도시에도 아침은 오는가
“마스터는 그쪽한테 이런 식으로 대하지 않았을 텐데. 난 아니네, 미안.”
1. 외형 ¶
천사의 날개를 연상시키는 새하얀 백발이 허리까지 내려오는 것을 하나로 높게 묶었다. 그 안쪽은 빛을 받으면 막 별이 뜨기 시작하는 밤하늘처럼 묘한 푸른빛으로 반짝이는, 새카만 흑발. 머리를 풀었을 때에는 안쪽이 보이지 않는데, 묶어 드러나는 것이 꽤 신기한 방식으로 되어 있다. 묶은 머리를 풀어 헤집어야만 겨우 보이는 원래 머리색은 안쪽의 검은색이다.
얼굴은 대강...예쁘장하다. 아직 앳되어서 활짝 웃으면 어린 태가 난다. 본인이 화장에 취미가 없어 간단하게 부담스럽지 않은 아이라인에 부담스럽지 않은 틴트 한 종류쯤. 사실 희야는 본인이 말을 하지 않으면 충분히 10대로 보일 수 있는 외모라는 것을 알고 있다. 검은 머리카락에 어울리지 않게도 시리도록 푸른, 쌍꺼풀이 짙게 진 벽안이 동그랗게 커서 강한 인상-애 같다-을 남긴다. 하지만 힘주고 화장했을 때까지 그리 보인다는 것은 아니다.
주로 입는 옷은 얼굴과 체형에 잘 어울리는 어린 복장. 무늬 없는 후드티에 스키니진 같은 캐주얼한 복장을 자주 한다.
4. 기타 ¶
희야가 가진 기억의 처음은 잃어버렸던 마스터의 목을 꼭 안고 펑펑 울던 어린 여자아이다. 그 여자아이는 젖도 못 뗀 시절에 마스터의 집 앞에 버려진 고아였다. 아기를 가엾게 여긴 마스터는 고용인들과의 간단한 상의 끝에 불쌍한 아이를 거두기로 결정했고, 희야는 그날로 마스터의 손녀가 되었다.
마스터는 어느 작은 도시의 바, 를 차린 바텐더였다. 줄곧 마스터라고 불러 대니 어찌 대단한 사람 같지만 아니다. 전에는 용병이었다나, 아니면 군인? 꺼려한다는 것도 모르고 제 할아비를 졸라 과거의 마스터를 알게 된 어린 희야가 이해하기에 마스터가 선택한 단어는 너무 어려웠고, 짧은 평생 동안 할아버지가 지으리라 상상하지도 못했던 어두운 표정을 지켜본 희야는 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즉 희야의 기억 속에 있는 마스터는 오직 본인이 겪은 뿐이다.
마스터는 희야에게 잘 대해 주었다. 희야는 정말 그 집의 늦둥이라도 되는 것마냥 사랑받았고 아이의 조잘거리는 입에서는 사랑스러운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희야는 놀랍게도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늙은 바텐더는 희야가 홀로서기를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지켜보기에는 노쇠했고, 나빠진 폐 때문에 바의 문을 닫고 볕이 드는 작은 방안에서 쿨럭거리다 희야의 손을 잡은 채 평온한 죽음을 맞이했다. 열 살이 채 되지 않았던 희야는 마스터의 가게의 점원들이 우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놀다 지친 희야가 조용히 방에 들어오면 잠깐 눈을 떠 웃고는 곁을 내어 주던 마스터와, 늙어 병든 바텐더의 껍데기는 아주 닮아 있었으니까.
일주일과 며칠이 지나 누군가 희야를 데리러 왔다. 희야는 아직도 그 모습을 기억한다. 충격적일 정도로 새빨간 입술, 희고 가느다란 손에 자란 길고 네모진 손톱에 칠해진 마찬가지로 새빨간 매니큐어, 길지 않은 치마로 아슬하게 가려 놓은 늘씬한 허벅지를 뻗어 걸어와서는 제게 손을 내밀던 여자의 아이러니하게도 한없이 고급스럽고 우아하게 보이던 웃음을. 이곳 밤에서 커다란 술집을 운영하던 마스터의 지인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선뜻 희야를 맡겠다고 해 왔고 은인의 당부에 따라 절대로, 절대로 희야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았다.
그 여자-마담이라고 부르랬지.-는 희야를 퍽 예뻐했다. 귀하게 여겨 늘 옆에 두었고 직접 술을 마시는 법도 가르쳐-그 늙은이라면 학을 떼겠지만, 여기에선 이게 필요해. 내 잘 알지.- 주며, 재우고 먹이고 입혀 주었다. 막 크기 시작하는 희야를 보며 넌지시 농하듯 말을 던지는 손을 즉시 내쫓기도 했고, 희야가 성인이 되어서는 마스터가 남긴 유산에서 그간 희야를 키우는 데에 든 비용을 제외한 모두를 돌려주었다. 세상을 사는 법을 가르치고, 세상을 사는 데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을 제공했다. 멋진 보호자였다. 희야가 마담에게 받지 못한 것은 어린아이에게 필요할 법한 따스한 사랑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린 희야에게 커다란 빈자리가 되었고, 희야는 마담을 잘 따르면서도 정을 붙이지 못했다.
희야가 그간 마담과 함께 지내던 집에서 나가겠다고 했을 때, 마담은 알고 있었고, 그저 한 손을 내저으며 웃었다. 하지만 희야는 제게 마담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비록 그녀가 훌륭한 부모는 아니었더라도 훌륭한 선생이 되어 주었고 사실 유일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꼬마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했으니. 그리고 희야는 주말에만 마담의 가게로 출퇴근한다.
기억도 제대로 나지 않는 것이 당연한 어린 시절이었지만 마스터와 그의 주름진 품은 희야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희야가 힘들 때마다 그에게서 되살아나는 마스터는 희야가 기댈 상대가 되어 주었고 마냥 어리광부릴 수 있도록 했다. 간단히 말해 마스터는 죽어서까지 희야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 주었다. 유독 마스터를 들먹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는 마담에게 여러모로 대단한 분으로 남은 마스터의, 그의 것만큼은 희야가 마담에게 마음껏 들을 수 있었던 이야기를 들어 본다면 짐작할 수 있다.
잘 웃는다고는 하지만, 그 웃음이 진심을 담은 것일까? 희야는 가끔 본인의 진심에 대해 고민한다.
상술되었듯 예쁘장한 얼굴이지만 예쁜 표정을 짓고 예쁜 말을 내뱉는 일은 잘 없다시피 하다. 하지만 마스터가 아닌 누가 본인의 티없는 웃음을 볼런지 희야는 짐작하지 못한다.
상술되었듯 예쁘장한 얼굴이지만 예쁜 표정을 짓고 예쁜 말을 내뱉는 일은 잘 없다시피 하다. 하지만 마스터가 아닌 누가 본인의 티없는 웃음을 볼런지 희야는 짐작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