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 항목 :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카톡방
데이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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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메세지 | |
잠든 모두를 비추는 작은 렌즈 | |
최초 레스 작성 일시 | |
2020/03/15 23:21:49 | |
알아야 하는 정보 | |
꿈 속에서 접속이 가능하다. | |
본명 | Dave Etwiler |
나이 | 만 19세, 현재 21세 |
성별 | 남 |
국적 | 미국 |
종족 | 인간(본인은 괴물 정도로 여김) → 세피라 |
생일 | 11월 17일 |
직업 | 사진작가를 꿈꾸는 대학생 |
상태 | 생명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지만 존재함 |
상징색 | dodgerblue, black |
1. 소개 ¶
내가 느슨해 질 때면, 난 내가 죽인 사람들을 봐. 그들의 묘비를 보고, 질책하는 말을 듣고. 잊으면 안 돼.
책임에서 멀어져서 쉬는 걸 도망이라고 착각하면 안 돼. 보는 사람이나, 나 스스로나.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카톡방 스레의 등장 캐릭터.
2.1. 일련번호 만드는 법 ¶
- 첫번째 자리 (영어)
- A: 무정형, 형태가 일정하지 않음
B: 사물에 가까움, 또는 사물
C: 동물에 가까움, 또는 동물
D: 인간에 가까움, 또는 인간
E: 바이러스, 세균형
F: 분류되지 않음
- 두번째 자리 (숫자+영어
- 0~4: 피해 위험도, 0은 순전히 이익만 있음, 1은 피해는 없거나 피해로 쳐줄 것이 아닌 정도
2는 중상 위험 또는 정신적 피해가 클 수 있음, 3은 죽을 수 있음, 4는 대량으로 죽을 수 있음
영어
로마자 숫자이다. I~X까지 (1부터 10까지)
피해의 빈도수로, I라면 존재하는 것 자체가 피해를 입히는 케이스. 다만 이것도 내부 연구원들마다 말이 다 다르다.
I: 존재하는 것 자체가 피해를 입히는 정도의 빈도
V: 한 달에 한 번 정도의 빈도
X: 관측해야만 할 정도의 빈도
- 세번째 자리 (숫자)
- 격리 방식
0~9: 0은 돌아다니는 걸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정도의 격리 방식이다. 9로 갈수록 빡세게 격리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이게 탈출시 제압 난이도랑 같냐면 그건 아님
1이면 돌아다니되 신경씀/감시당함 (사물 인터넷)
2이면 복도에 가는 것이 제한된 수준에서 가능
3부터는 복도에 나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 4번째 자리 (숫자 6자리)
- 이거는 뭐… 윗선에서 임의의 배열을 정해준다고 치자 (귀찮음)
2.2.1. 모르페우스 ¶
특수 격리 개체
일렬번호 D-4V-3-500453
일렬번호 D-4V-3-500453
- 격리 절차
- 이것은 10m2의 정사각형 모양의 방에 격리되어있어야 한다. 이것은 가급적이면 수면 상태여야 한다. 때문에 언제나 이것은 수면제 및 진정제를 공급받아야 하며, 일반 병원 침대에 누운 상태로 존재해야 한다. 이것이 수면 상태인 한, 방 안은 이것의 건강 유지를 위해 청결해야 한다. 이것이 수면 상태인 경우 포도당 500cc를 식사시간마다 공급받아야 한다. 만약 비수면 상태이거나 이것이 식사를 원하는 어떠한 징후가 보일 경우 일반식을 급여한다. 이것에게 말을 거는 것은 테드 윈체스터(D-1II-1-666827-a)로 한정한다.
이것의 방에 출입할 경우 총기 소지를 금한다. 또한 이것의 방에 들어갈 경우 죽거나 심한 중상을 가지는 것을 금한다. 이것의 방에 들어갈 경우 목이 다치는 상태가 존재함을 금한다.
이것이 수면중일 경우, 이것의 손목을 부드러운 천으로 침대의 거치대에 묶어야 한다.
- 설명
- 이것은 검은색 곱슬거리는 기운이 나는 머리카락을 가졌고, 파란 눈을 가진 앵글로색슨계 남성 인간이다.
이것의 건강 상태는 좋지 않다고 판명된다. 폐는 조사 결과 기흉으로 인해 양쪽 모두 절제되었으며, 왼쪽 어깨에 원인 모를 파손이 존재하며, 또한 전체 근육량은 성인 남성 평균의 47%, 체지방량은 51%에 불과하다.
정신 건강 또한 좋지 않다고 판명된다. 총소리에 트라우마 내지는 PTSD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수면 시 목을 조르는 증상이 보고되었다.
- 격리 사유
- 이것은 꿈에 들어갈 수 있는 힘을 지녔다. 또한, 기억 속에도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된다. ‘심안의 살덩이(D-1I-4-004063)’가 침입자라고 판단한 것이 이것이기 때문에 정보 유출의 우려가 있다.
또한, 이것이 살던 곳에서 생긴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이것이 일정 수준 이상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것이 감지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모든 사람의 정신 오염도를 급속도로 높여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것이 보고되었다.
- 부록
- 이것의 복제 실험이 00:00,
7.4.2020에 승인되었다. 사유는 이것의 장기 중 지속적 격리가 진행될 경우 병사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실험번호 500453-34
실험 계획: 5명의 일반 격리 개체들과 몸싸움을 하게 했다.
실험 결과: D-4V-500453은 저항하지 않았다.
사후 처치: 죽음으로 인한 또다른 폭주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으니 치료 요함. 일반 격리 개체들은 기억 소거제를 사용했다.
실험번호 500453-35
실험 계획: 5명의 일반 격리 개체들에게 식칼을 지급한 뒤, D-4V-3-500453과 같은 방에 집어넣었다.
실험 결과: 30분 뒤 일반 격리 개체 2명이
치명상을 입은 채 생존, D-4V-3-500453을 포함한 다른 3명의 일반 격리 개체는 사망 상태로 발견되었다. 녹화 영상엔 갖은 욕설이 포함되어 있다.
사후 처치: D-4V-3-500453의 복제체를 1구 해동시켰다. 다른 시체들은 소각하였으며, 생존한 두 개체들은 기억 소거제를 사용하였다.
실험번호 500453-51
실험 계획: 1명의 일반 격리 개체-자살 시도자에게 총을 지급한 후 D-4V-3-500453와 같은 방에 집어넣었다.
실험 결과: 파장 이상 감지 및 심전도 이상 감지. 총은 모두 일반 격리 개체의 과도한 감정 표출에 의해 스스로의 목숨을 끊게 하지 못한 채 빗나갔다, 대신 D-4V-3-500453에게 한 발 적중하였다.
사후 처치: D-4V-3-500453은 의무팀의 호송 및 지원이 있었으나 사망. 1구 해동. 일반 격리 개체는 말소하였다.
2.2.2. T.W의 유품 사물함 ¶
특수 격리 개체
일렬번호 B-3VII-7-666827
일렬번호 B-3VII-7-666827
- 격리 절차
- 이것은 4m x 4m 크기의 정사각형 방에 격리되어있어야 한다. 이것의 격리실은 테드 윈체스터(D-1II-1-666827-a)를 제외한 그 누구의 출입도 허가할 수 없다. 이것의 안에 있는 물건은 테드 윈체스터를 제외한 다른 인간으로 간주될 수 있는 개체에 닿게 하는 것을 금한다.
- 설명
- 이것은 높이 2m, 너비 1m 정도의 크기를 가진 회색 사물함이다. 안에는 피어싱과 안경, 목걸이, 팔찌, 군번줄, 총알 등 인간의 몸에 밀착시킬 수 있는 소형 물품들이 보관되어있다. 이 물건들은 모두 B-3VII-7-666827-1~n 까지의 일렬번호를 부여받는다.
- 격리 사유
- 이것은 ‘테드 윈체스터’ 라는 인물의 인격이 복제되어 있는 물건들이 들어있는 사물함이다. 그리고 물건이 타인에게 닿으면 그 인물의 인격은 빠르면 3분, 늦어도 4시간 안에 ‘테드 윈체스터’로 교환된다. 이것을 인간 사회에 그대로 두기엔 차후 국제적 혼란을 야기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 격리하기로 결정했으며, 이 복제된 ‘테드 윈체스터’가 다시 자신을 ‘복제’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가 감시를 허용하고 있다.
- 부록
- 테드 윈체스터는 현재 모르페우스(D-4V-3-500453)를 단독으로 임시 격리소를 구축해 격리중에 있다. 아마 D-1II-1-666827-a 말고도 개체수가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 T.W
- 특수 격리 개체
일렬번호 D-1II-1-666827-a
- 격리 절차
- 이것은 복도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으며, 다른 소속 직원 및 연구원들의 기숙사와 동일한 방이 배치되고 숙식을 할 수 있다. 이것은 시설 내의 모든 CCTV의 시야에 들어와 있어야 한다. 또는, 이것은 동료 연구원들이나 시설 내부 관계자들과 항상 같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엄격히 기록해야 한다.
2.2.3. 므네모시네의 샘 ¶
특수 격리 개체
일렬번호 B-3I-5-353585
일렬번호 B-3I-5-353585
- 격리 절차
- 이것은 100m x 100m 크기의 대형 격리 시설에 의해 단절형 격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의 주변 최소 10m에 접근하는 이는 미리 재단의 허가를 받은 사람이어야 한다. 만약 허가받지 않은 이가 접근할 경우, 발견 즉시 (검열삭제).
- 설명
- 이것은 가로 너비 약 34.7m, 세로 너비 약 61.8m, 깊이 2.2km(추정) 인 연못이다. 연못가에는 일반적인 물가와 같이 모래와 조약돌, 그리고 지형 차이에 따른 깎아내린 작은 둔덕이 존재하나, 격리실의 입구를 기준으로 제일 멀리 떨어진 위치에, 즉 정 반대편의 위치에 짙은 회색의 돌로 이루어진 계단형 통로의 입구가 존재한다. 재질은 화강암으로 밝혀졌다.
이것의 최고 깊이는 측정 불가 상태이며, 2.2km로 우선 작성하라는 공고 하에 작성되었다.
- 격리 사유
- 이것의 발견은 순전히 우연이다. 그러나 연구팀은 파장 탐지기에서 비정상정인 파동을 감지할 수 있었으며, 실험 결과를 통하여 자세한 격리 사후를 밝히도록 하겠다.
- 부록
- 실험번호 353585-1
실험 과정: 20명의 일반 격리 개체들에게 표면의 물을 마셔보게 하였다.
실험 결과: 모든 일반 격리 개체들의 기억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뒤바뀌었다.
일반 격리개체 F-������는 아기의 기억으로 전환되어 있었으며, 다른 일반 격리개체 F-������는 그보다 나이가 많다고 추정되는 자의 기억으로 바뀌어 있었다.
사후 처치: 이 중 10명의 일반 격리 개체들은 기억을 말소시켰다. 기억 소거제가 통하지 않아 (검열삭제)를 활용하였다. 나머지 10명은 D-1X-6-353585-a~j로 분류해 관찰한 이후 (검열삭제)를 활용하거나 말소시킨다.
실험번호 353585-2
실험 과정: 20명의 일반 격리 개체들에게 깊은 곳의 물을 마셔보게 하였다.
실험 결과: 모든 일반 격리 개체들이 정신 오염 상태가 되었다. F-������의 경우 다중인격을 보이는 상태이며, F-������의 경우 (말소됨) 증상과 (말소됨) 증상과 같은 정신의학적 분석이 필요한 증상을 겪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사후 처치: 모든 일반 격리 개체들을 말소시켰다.
실험번호 353585-3
실험 과정: 20명의 일반 격리 개체들을 입수시켜 보았다.
실험 결과: 실험번호 353585-2와 동일.
사후 처치: 실험번호 353585-2와 동일.
실험번호 353585-4
실험 과정: 20명의 일반 격리 개체들을 제대로 된 다이빙 장비 및 산소통을 장비시키고 훈련을 시킨 뒤 깊이 잠수시켜 보았다.
실험 결과: F-������를 제외한 전원이 사망하였다. 생존한 일반 격리 개체 또한 B-3VII-7-666827에 한 번 이상 접촉하고 떨어진 개체와 동일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산소통은 아직 유효한 산소량이 80%이상 많다.
사후 처치: F-������를 D-1II-666827-a에게 주었다. 나머지 시체는 소각하였다.
실험번호 353585-5
실험 과정: 해양 탐사용 카메라를 활용해 계단 아래를 관찰. 다른 것으로 10회 시행.
실험 결과: 실시간으로 확인되는 데이터가 모두 달랐다. 확실한 것은 전혀 물속이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추측할 수 있는 것은, 확인되는 데이터 중 몇몇은 CCTV의 각도인 것이다. 이후 카메라의 데이터를 재확인하려 하였으나 데이터 자체가 사라져 있었다.
사후 처치: 재사용이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 소각하였다.
실험번호 353585-21
실험 과정: D-1I-1-666827-a에게 표면의 물을 마셔보게 하였다.
실험 결과: 아무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다.
사후 처치: 다음 실험 준비.
실험번호 353585-22
실험 과정: D-1I-1-666827-a에게 깊은 곳의 물을 마셔보게 하였다.
실험 결과: 353585-21과 동일.
사후 처치: 잠수복을 준비했고 도망가려는 D-1I-1-666827-a을 제압했다.
실험번호 353585-23
실험 과정: D-1I-1-666827-a에게 제대로 된 다이빙 장비와 산소통을
지급한 뒤 훈련시킨 후 잠수시켰다.
실험 결과: 353585-21과 동일.
사후 처치: 본 것을 구술할 때까지 B-3VII-7-666827의 격리실에 가두어 격리를 요구함.
10.11.2017, 감금 7일차에 구술 시작.
추가 실험 결과: 수많은 기억들이 마치 뉴런을 이은 그림처럼 존재했다고 함.
사후 처치: 감금 해제, 직무 정상화.
실험번호 353585-93
실험 과정: D-1I-1-666827-a의 혈액을 극소량, 소량, 채취한 전부를 30분 간격으로 살포.
실험 결과: 파장에 아무 변동이 없음.
사후 보고: 샘에 뛰어들려는 D-1I-1-666827-a을 제압.
실험번호 353585-95
실험 과정: D-4V-3-500453의 혈액을 극소량, 소량, 채취한 전부를 30분 간격으로 살포.
실험 결과: (�등급 관계자에게만 열람 허용) 파장 탐지기에 잡히는 파장 자체가 급격한 변동을 나타냄.
사후 처치: D-4V-3-500453을 (말소됨) 소재의 이 곳으로 오게 할 것을 요구.
반려됨, 아미그달라 교단의 행동 보고됨.
2.3.1. 제압 부대 ¶
- 블랙아웃: 암습 특화 부대.
- 암네시아: 기억 소거제 전담반.
- 시큐리티: 지부 내 격리 전담에 가세하는 경호 특화 부대.
- 오버시어: 정찰 특화 부대.
- 리빙데드: 지부 하나가 위험에 처했을 때 투입되는 부대.
2.3.3. 연구팀 ¶
각 지부마다 있을 것이다
메사추세츠 지부 연구 1팀: 특수 격리 개체 주요 연구 및 관리 업무(격리 전담팀과 이분해서 함)
메사추세츠 지부 연구 3팀: 즉시 격리 프로젝트 팀
메사추세츠 지부 연구 3팀: 즉시 격리 프로젝트 팀
2.4.1. 아미그달라 교단 ¶
정신계 능력자를 원하는 교단임!
초대 교단 설립자가 정신계였고 세피라의 존재를 발견한 이후 그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세피라의 말을 전하며 세상을 위해 헌신하다가 죽었다.
이후 정신계 능력자를 찾을 수 없자 교단 붕괴 우려가 커짐, 재단에 있는 특수 격리 개체들을 빼돌리자는 생각을 함.
초대 교단 설립자가 정신계였고 세피라의 존재를 발견한 이후 그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세피라의 말을 전하며 세상을 위해 헌신하다가 죽었다.
이후 정신계 능력자를 찾을 수 없자 교단 붕괴 우려가 커짐, 재단에 있는 특수 격리 개체들을 빼돌리자는 생각을 함.
2.4.2. 재단 ¶
초대 재단 설립자는 교단 설립자의 뜻에 반하고 있었음. 인간을 통제하려 드는 것 같았기 때문. 인간은 자유로워야 하기 때문에 그것을 위협하는 정신계 능력자를 우선적으로 확보하려 함.
그러나 정신계 능력자의 등장은 그의 세대도 그 다음 세대도 그 다음 세대에도 발견되지 않음.
그러나 정신계 능력자의 등장은 그의 세대도 그 다음 세대도 그 다음 세대에도 발견되지 않음.
2007년(테드), 2020년에 억류한 것이 큰 수확으로 보고됨.
이전까지 정신에 영향을 주는 것들은 일방향적인 것들 뿐이었기 때문. 혹은 물건이거나.
2.5. 차원 이동과 마법과 초능력에 대해 ¶
- 이거는 만약 마법사가 여기 차원에 온다면을 가정했을 때의 설정.
- 데이브는 아마 차원 황폐화를 막기 위해 마법 차단을 해 놓았을 것이다.
- 그러나 아마 데이브의 업무 공간이나 꿈 쪽에선 사용 가능할 것.
- 만약 일상 생활을 즐기는 일반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간다면 대충 인내의 숲에 들어간 상태일 것. 스킬 차단! 하하!
3. 특징 ¶
- 성격:
다정하나 그것이 순수한 다정함이지는 않을 것이다. 다정하고자 의도적으로 연출하는 것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인간성, 도덕성, 선에 대단히 목을 메고 있다. 꽉 막힌 꼰대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자유로운 것을 좋아한다. 자유를 갈망하기도 한다. 자유를 막으려 하는 이를 좋지 않게 본다.
한편으로는 통제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잔소리가 여기서 기인할 수도 있다. 무의식적으로 개입에 대한 욕망이 있다.
내면이 메말랐다. 그는 애정을 배운 적이 없다. 다만 현재는 어떻게 어떻게 우정 정도는 와닿는 상태.
소속감에 대한 욕망을 깨달았다. 따라서 톡방에 애착을 보이는 듯 하다.
속죄하는 상태인 만큼 위축된 상태이기도 하며, 다 자신으로 화살을 돌리는 경향이 강하다.
- 해석
Q. 분명 오너방에서 개입 싫어라고 하지 않았나요?
- 의식적으로&트라우마때문에 자기가 하던 타인이 하던 의식되면 하악질 합니다.
Q. 왜 애정을 배운 적이 없나요?
- (가정사 쓰러 갔다는 내용) 부모님이 사랑 안 해줘서 얘도 기대를 버리고 스스로 억눌렀습니다.
성격 중에 몇 가지는 여기 서 기인합니다.
3.1. 외양&분위기 ¶
뎁 외형... 다크써클에 유순한 눈매지만 눈동자 자체는 유순한 거랑 거리가 조금 있는 느낌이라고 생각
그러니까 전체적으로 올려다본다? 싶은 게 정면인 느낌 약간의 삼백안
그 상태로 마른 체형에 핏기도 없어뵈는 사람이 쭈구린 채로 당신을 바라본다고 칩시다
심지어 난 얘 만들때 눈에 하이라이트 없게 만든다(죽은눈!)
되게... 불안정함이 표면에 드러난 느낌
그러니까 전체적으로 올려다본다? 싶은 게 정면인 느낌 약간의 삼백안
그 상태로 마른 체형에 핏기도 없어뵈는 사람이 쭈구린 채로 당신을 바라본다고 칩시다
심지어 난 얘 만들때 눈에 하이라이트 없게 만든다(죽은눈!)
되게... 불안정함이 표면에 드러난 느낌
- 메마른 청년
- 그를 설명하자면 메마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할 수가 없을 것이었다. 곱슬거리는 검은 머리카락은 물기가 가신 잎처럼 푸석해지기 시작했고, 혈색 없는 창백한 피부에서 유일하게 붉어야 할 입술은 하얗게 튼지 오래였다. 손가락도 손도 전부 뼈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얇은 가죽이 드러나 있을 뿐이었다. 어쩌면 그의 온 몸이 그러할 지도 모르겠으나, 적당히 큰 키와, 일련의 사고로 인해 그나마 정상으로 돌아온 몸은 아주 병약하다는 인상을 주기에는 모자란 체형이기도 하였다. 마른 것은 여전했지만. 조금 패인 뺨과 어둑한 눈가가 이를 대신했다. 그 어둑한 눈가는 피로로 인한 다크써클로 더욱 어두워 보였으며, 그가 목도한 수많은 죽음으로 인해 표정도 눈물도 어느 순간 메말라 있었으며, 물기 없는 목소리는 그를 메말랐다 하기에 충분했다. 눈에 빛이 들었나? 당신이 본 그는 어떠했는가. 죽음으로 얼룩진 불투명한 푸른 눈은 과연 빛이 났는가. 빛을 보았다면 그는 더이상 메마름으로 설명하기에 불가능하겠다.
3.2. 20뎁 ¶
- 카톡방에서 (커다란 물음표) 같은 걸 많이 쓴다.
- (사진, 뭐뭐한 무엇무엇) 를 자주 쓴다. 아무튼 사진 업로드가 잦다.
- 아무튼, 썩 글쎄 별로, 같은 말을 쓴다.
- 프로필에도 있듯이 꿈에서도 접속이 가능하다. 즉 꿈에서 접속하고 있을 때엔 무한한 구급상자의 요청은 금방 들어줄 수 있다.
3.3. 25뎁 ¶
- 사진은 여전히 비슷한 양식이지만 잠들어 있을 때를 빼면 사진 재탕이 많다.
- ?나 !의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
- ~려나요, ~네요, ~도 될까요 를 자주 쓴다, 꽤 자주 써서 좀 기계적으로 보일 정도로.
4.1. 자기 차원 내 ¶
- 부모님: 부모님이 데이브에게 벌인 짓거리가 현재 밝혀진 것으로도, 데이브의 친구 관계를 의도적으로 조정-절연 포함, 성적 올 A를 맞지 않으면 지하실에 감금하고 식사 X, 문제 풀이만 시킴, 데이브가 가출하자 대용으로 아이 하나를 후원 목적으로 집에 살게 함, 등등. 기본적으로 부모가 데이브에게 준 사랑이라는 건 권위자가 되기 위한 엄격한 교육과 질책 뿐이다. 사랑이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의.
20년도에 데이브로 인해 죽었으나, 복수라고 여겨 개인적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그러나 25년도부터 기쁨에 회의감을 가졌다. 현재로서는 그냥 자신같은 피해자가 안 생기게, 만일 환생한다면 행복한 삶을 살고 사랑을 나눠줄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 아이작 옐링턴 및 옐링턴 일가: 데이브가 죽으나 사나 한 생각을 가졌을 고등학교 무렵에 그를 다락방에서 지내게 하였다. 시간이 없을 때도, 부재할 때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데이브가 1년마다 독립할 거라며 가출을 할 때마다 끌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애정을 쏟은 만큼 결과적으로 데이브는 죽지는 말자,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아이작은 데이브를 내심 소중한 친구로 여기나, 재단의 기억 소거제로 인해 지금은...
세피라가 된 현재에는 데이브가 그리워하지만 막상 얼굴을 보면 '그만 따라와' 하고 생각하고, 아이작은 '오 이 작가 역시' 하는 관계이다.
6월 29일 저녁에(30일 새벽일 수도 있고) 데이브가 MIST에게서 아깽이를 받아서 아이작한테 분양 시도를 했는데, 그 과정에서 1년치 전시회 일정을 털어서 졸지에 1년 일정을 뺴곡히 지켜야 하는 신세가 됐다. >>친구놈<<
- 사물 인터넷(테드 윈체스터, 현재 내린 캐릭터): 혐관. 혐관. 이 양반이 데이브를 죽였고, 데이브도 이 양반이 한 짓거리를 통으로 헛수고와 허사로 날려버렸다. 서로가 서로에게 능력적으로 카운터가 되고(사물 인터넷의 생각은 데이브가 꿈 속에서 읽지 못 하며, 사물 인터넷의 능력은 데이브의 육체에 통하지 않는다.) 이 양반이 데이브를 거친 방법으로(중요! 말로 했으면 괴멸적 피해는 나중으로 미뤄진다!) 끌고 온 장본인이기도 해서 매우 꼬와한다.
엔딩 이후에는 윤리 의식 잘 지키는 제약 회사 소속 연구원이 되었고, 데이브도 그가 엇나갈까 감시는 계속 하는 듯. 데이브가 이 양반한테 악감정이 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있어도 표현 자체를 안 할 것이다.
4.2. 톡방 ¶
- 알렉세이: 전에는 닥터와 환자였고, 지금은 상담사 선후배 겸 친구인 관계. 주고 받은 게 꽤 많다. 인형도 그렇고. 치즈(움직이는 키위새 인형!) 의 출처 되는 사람이 데이브이며 키위새가 꿈에 등장하던 원인이 알렉세이.
- 루나시: 친구! 마찬가지로 주고 받은 게 많다. 일대일 할 때 데이브 왈 공개적 마니또. 생일선물로 총을 준 데이브() 라거나... 요즘엔 노래를 녹음해서 주고받고 있다.
- 모르가나: 혐관! (대충 오너는 세피라-클리파에 혼돈선-질서악 구도가 즐겁다는 말) 데이브는 모르가나를 이해하면서도 이해하고 싶지 않아한다. 한 번 버튼이 제대로 눌린 적이 있다.
- 파크: 요즘 걱정되는 사람. 대강 스물 한 살 때의 본인을 보는 기분인 듯 하다. 차원을 빌려준 것에 대한 책임감도 조금 있다. 어쩌다가 자기 차원유일친구 대할 때랑 점점 말투가 비슷해지는지는 본인도 고민중.
5.1. 알려진 정보 ¶
- 꿈능력자, 비 한자 문화권에 살고 있는 확실한 지구인.
- 차 사고 경험 있음, 근데 스노우볼이 크게 구른 것 같다.
- 현재 그의 차원의 시간이 대부분의 다른 차원과 크게 차이가 나게 흐른 것 같다.
5.2. 자세한 정보 ¶
- 재단 소속 특수 격리 개체 D-4V-3-500453.
- SCP 비슷한 걸 꿈에서 봤고 2025년 기준 그것이 되었으며 그것들과 같은 지붕 아래에 있다.
- 대학은 콜로라도에 위치해 있으나, 현재 실종 후 사망처리 및 재단 측 정보 검열로 대학 내 서류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 더불어 사회에도.
- 부모님과 사이가 좋지 않다. 다른 사람들의 죽음엔 고통스럽고 슬퍼했으나 이 둘은 예외. 그래도 시간이 흐르며 닮은 구석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중.
- 부모님과 닮은 구석 중에는 생각보다 이해타산적인 면모라고 본인은 생각하고 있다.
쿠로에게 5만 달러를 안 갚아도 된다는 조건으로 호록해왔다. 학자금 대출 제외.
- 2020.03.20 저녁에 입원해 토요일에 접속한 듯.
- 2020.04.11 자정을 넘어서 0시 30분에 접속, 본인 세계에선 4월 7일 이후 5년이 흐른 때라고.
- 현재 아슬아슬하게 네 자릿수를 유지할 정도의 죽음을 경험했다. 그러나 그는 또한 숨길 것이다.
- 2020.05.06 세피라 엔딩.
5.3. 꿈에 대해 ¶
- 능력에 대하여
- 일단 세피라 이전 기준으로 설명하는 게 편하니까...
데이브의 능력은 꿈
할 수 있는 것을 나열하자면
일단 타인의 꿈 속을 진입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타인의 기억과 감정을 읽는 것도 꿈 속에 한정해서 가능합니다
1회성으로 나온 것이지만 말 그대로 타인으로 변하는 것도 가능합니다(인격까지 포함해서)
꿈에서는 기본적으로 데이브가 원하는 무언가를 생성할 수 있고, 데이브의 육체를 변환할 수 있습니다
꿈=의식과 무의식과 기억이 융합된 것이라는 생각에 따라, 무의식을 조종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의식도 마찬가지겠지만 데이브는 쓰지 않습니다
다만 위의 사항들을 현실에서 쓰면 작게는 어깨뼈나 갈비뼈가 부러지고
크게는 심장이 정지하거나 아예 육체가 잔인하게... 어떻게 됩니다
현실에서 이런 다치는 걸 감안하고서라도 할 수 있는 건 타인의 생각을 알거나 조종하는 종류
물건 창조는 안 됩니다
타인의 생각을 알거나 조종하는 것의 연장으로, 인격에 영향을 끼치고 없애버릴 수도 있는데
이는 데이브 스진 메인빌런한테 직접 공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현실에서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받거나 꿈에서도 충분히 생명의 위협을 받았을 때
즉 꿈에서 정신적 죽음 수준의 피해를 입거나 현실에서 극심한 트라우마의 버튼이 눌리면 능력이 폭주합니다
서순...이 있겠지만 나도 지금 헷갈리니까
확실한 건 얘가 커다란 피해를 입으면 그 반작용으로 폭주를 하게 된다는 점
폭주 피해는 지금까지 밝혀진 것으로는
환각, 정신 착란, 자살, 투신 등... 이 있습니다
참고로 폭주 피해가 일어나는 범위의 기준은 데이브의 육체이기 때문에
데이브가 복제되어 뉴욕 한복판에 있다면 뉴욕 시민들도 영향을 받습니다
정신 연결
데이브가 복제가 되어 데이브 A와 데이브 B가 있다고 가정할 때, 이 둘은 복제되기 이전까지의 기억은 같은 독립 인격체가 아니라
하나의 동일한 인격을 가진 것으로 간주됩니다
실제로 기억도 공유하고요
아마 꿈=무의식과 의식과 기억이 어떻게 저렇게 섞여있다는 생각 하에 다른 자신의 기억을 공유한 것으로 음(이거 판정은 일일히 설정 안 함)
정신적 피해의 경우 타인들과 강제적 분담을 한다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한마디로 타인의 정신을 완충 쿠션으로 사용한다 겸 해서 정신을 갉아먹는 느낌
왜냐하면 육체적 피해도 데이브가 알기만 하면 타인에게 90%는 떠넘기는 게 가능하기 때문
- 기본 구성
- 자신이 자유롭게 뭔갈 할 수 있는 여유 공간
과거에는 온갖 괴상한 생물체들과 이게 존재하나 싶은 마법같은 것들이 난장판으로 존재하던 곳이었다. 현재 풍경은 기본적으로 묘비가 즐비한 곳. 하늘엔 초톡방에서 받은 물건들을 형상화 겸 대피시켜놓은 꽃밭이 중력 반전 된 것처럼 떠 있다.
그 외에도 새카만 수국 꽃밭이나, 기억을 관찰하기 위한 거대한 CCTV실이 최근에 추가되었다.
현재 그의 휴식공간이나 어쩌다보니 집무실이거나 할 예정이다.
여기에 묘비들과 함께 상담 완료한 사람들의 사진들이 있다. 하얀 국화꽃과 그 사람이 좋아하던 꽃이 놓여있다. 물론 자기 묘비엔 아무것도 없고...
자기 묘비는 매번 모양과 크기가 바뀐다고 한다.
현재 새카만 수국 꽃밭은 그의 심리와 상태 등의 변화로 하얀 국화밭으로 서서히 바뀌고 있을 것이다.
타인의 꿈이나 기억으로 갈 수 있는 길목
여유 공간에서 벗어났다고 여기면 길들이 일렁이면서 보인다고 한다. 아침밥을 생각하면 당장 아침밥을 먹고 있는 기억이 나타나기도 하고, 먹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담겼지만 굶은 사람의 기억이 나타나기도 한다. 느끼는 바로는 '무슨 검색도 아니고'.
풍화 작용을 하는 무의식
새카만 바다. 여기에서 무의식에 가라앉은 길들이 떠오르고 바닷바람처럼 온갖 감정들이 휘몰아치기도 한다. 여유 공간부터 새카만 지금은 수시로 무의식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나 진흙덩어리를 자주 느낄 수 있다. 죽음을 부르짖는 자들은 아예 여유 공간 바닥에서 쑥 기어나오기도 한다.
- 인격
- 모르페우스: 아마 20년도의 데이브 본인, 자유를 조용히 추구하는 편인 얌전하면서도 활발한 인격
휴프노스: 휴식을 바라는 인격, 아마 어릴 적의 데이브일 것 같다 독백스레 736레스에서 어린 소년 모습으로 등장
타나토스: 고딩 데이브, 생명의 죽음을 뜻함, 그 때는 죽음을 별 것도 아니게 생각한 만큼 독백스레 736레스에서 아이작 옷 입고 등장
이후 등장한 ThanatoPh��ia 의 모티브 중 하나로 기능하였다.케르: 내면에서 지금 막 만들어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도덕성과의 마찰 속에 탄생할 인격, 속삭임으로 주로 등장함 독백스레 820레스에서 등장
if 케르가 주인격처럼 된다면
(성격이라던가.. 사람들 대하는 태도라던가..)(케르가 관리하는 꿈 속도 궁금해요)
기본적으로 실리를 따지는 편이기 때문에 오는 사람들을 친절하게는 대하지만 이간질 시키거나 감시카메라의 사각지대를 발견해서 괴롭히는 걸 즐기거나 사람=그냥 객체 1인데 반응이 각자 다르다 수준이지 않을까 얘는 기본적으로 하도 많이 죽는 과정 속에서 자기가 그렇게 많이 죽고 죽음을 지향하는데 왜 그렇게 타인의 삶에 집착하지 이해 못하는 느낌 생명 가치 이해를 못함
케르가 관리하는 꿈 속은 묘비도 초톡방 오브젝트도 없다 바로 꿈이나 기억으로 가는 길이 있을 것 같다 여유 공간을 굳이 꾸린다면 자기 묘비만 줄줄히 세워놓을 것 같음 대신 멋대로 기억에 손을 대거나 꿈을 악몽으로 전환시키는 짓을 하고 즐기다가 자신이 들켜선 안 됨가 자신을 못 알아챔 사이의 괴리에 버튼 눌려서 지부 하나에 미친 짓을 할 수도 있다
- 세피라 업무
- '선한 사람이 조금씩 늘어가는 세상을 만들면서 한 발치 먼 곳에서 지켜보는 세피라'
- 자기 차원 관찰하면서 선함 버튼 불규칙적으로 누르기
- 나그네처럼 다니면서 사진 찍는 김에 겸사겸사 양심적인 행동 유도하기
- 자신이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영정사진 찍고 새 삶을 부여하기
- 자기 차원 관찰하면서 선함 버튼 불규칙적으로 누르기
5.4. 현재 업무 공간 ¶
- 하얀 방
- 정육면체 모양의 하얀 방, 각 벽에는 문이 있다.
- 서쪽 문: 꿈 공간
- 문 앞에는 푸른 나비가 그려져 있다.
말 그대로 꿈 공간이다. 위의 꿈 공간과 동일한 곳.
- 동쪽 문: 업무 공간
- 문 앞에는 펜과 사진기가 그려져 있다.
여러분들이 주로 놀러온다면 보게 될 공간.
우주라고 칭해도 될 정도로 무수한 별이 수놓인 밤하늘과, 발을 디디기 전까지는 바닥의 존재 여부를 모르겠다 싶은 검은 바닥.
휑한 검은 사막에(바닥 재질이 모래는 아니지만) 사무실용 책상과 큰 모니터, 의자 등.
책상 위에는 살아 움직이는 키위새 인형 5마리와 알렉세이한테 받은 코알라 인형 료샤가 있고, 그때그때 필요한 책들이 주로 근처에 쌓인다.
생일때 받은 펭귄 인형(이름: 슈가 플럼)과 자기 미니미 인형, 모니터에 기어이 못으로 박고 걸친 달 모양 드림캐쳐가 있다.
새싹 파릇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고 씨몽키가 한창 사료 먹는 중이다.어라 뭔가 많이 늘어났는데
책은 주로 사진학과 관련 책, 상담 관련 책, 아니면 자신이 작업한 작업물(포토 에세이 등), 혹은 그가 상담한 원념들의 상담 기록일 것이다.
아마도 손님 대접을 정식으로 한다면, 평범하면서도 삭막한, 1인 가구 치고는 넓다고 느껴지는, 집에서 일하는 사람의 집! 같은 실내가 된다.
- 북쪽 문: 상담 공간
- 문 앞에는 두 사람이 대화하는 듯 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상담을 위한 공간. 원념들이 서쪽 문의 새카만 물에서, 혹은 자신의 무덤에서 나와 이 곳으로 이동하면, 가장 편안하다고 느낀 공간이 펼쳐진다.
물론 데이브의 눈에는 두 가지로 보이는데, 첫번째로 원념의 시야 그대로, 두번째로 밤하늘이 창문에 보이는 일반적인 상담실.
일반적인 상담실의 창문에는 보라색 수국이 자라고 있는데, 이는 가드너가 선물로 준 것.
상담실에는 하얀 방으로 통하는 문 말고도 다른 공간으로 가기 위한 문이 수시로 생긴다. 예를 들어 영화 치료를 위한 공간이나, 아니면 미술 치료를 위한 공간. 하지만 대표적으로는 사진을 찍기 위한 공간이 있다.
사진을 찍기 위한 공간은 스튜디오 같다. 그가 원념이 원하는 배경을 선택할 수 있다는 시점에서 무의미하긴 하지만.
사진을 찍기 위한 공간과 상담이 이루어지는 공간은, 원념에겐 보이지 않지만 아마 데이브의 눈에는 영정사진이 보일 것이다. 분명히 꿈 공간의 묘비에 걸어놓았지만, 항상 기억하라는 뜻에서 여기에도 둔 듯 싶다.
- 남쪽 문: 내려가는 길
- 문 앞에는 세계지도가 그려져있...는 수준이 아니라 지도를 붙여놓고 곳곳에 메모가 되어 있는 지경.
여기는 쉽게 말하자면... 데이브 차원 내의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문이다. 주로 이 곳을 통해 데이브는 세계를 여행한다.
이 문 너머로 가면, 마법사들은 마법을 못 쓴다.
5.5. 앨범: 진주조개 ¶
- 진주조개 표지의 앨범
- 데이브가 생각하기에 조금 치사한 편법을 사용해 떠난 이들은 꿈 속에서 사진을 찍고, 따로 진주조개 표지가 있는 앨범에 모아둔다.
치사한 방법이란?
: 자신이 꿈에 들어가서 직접 내담자의 한을 풀어주는 것. 여기서 데이브는 스스로 꿈에서 통제하는 것에 제약을 둔다.
6. 독백&스토리 ¶
한 꿈나그네가 모순과 딜레마 속에서 죽음과 춤을 추고 신을 마주하는 이야기.
- 캐릭터 목록에 있던 스토리 요약본
- 2020
: 어느 날 피자배달 알바를 하던 도중 차사고가 날 뻔 함. 호기심에 꿈에서 기억을 보기 위해 살피던 도중 재단의 존재를 알게 됨.
며칠 뒤, 아직도 안 잡힌 것을 뉴스로 확인, 묻지마 살인이 나고 있음을 확인, 다시 기억으로 타고 타서 가장 최근 피해자의 기억을 보게 됨. 이때 피해자의 죽음의 기억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죽음을 경험, 죽음이 꿈 능력 폭주 트리거가 됨. 일단 깨서 신고함.
폭주로 인해 대학교 기숙사 내부가 아수라장이 됨, 환각 및 투신사태 발생, 경찰 옴. 다시 잠들어서 살인마 기억 갔는데, 살인마가 실시간으로 경찰들이랑 대치하다가 총 맞고 죽음. 이 때 두 번째로 정신적 죽음 경험, 총이 트리거가 됨. 깨고 나면 기숙사는 다시 아수라장이고, 얘는 문 두드리는 거 열어줬을 때 심정지.
입원하고 톡방에서 어찌저찌 대화. 알렉세이랑 상담 이후 피해 본 사람들 악몽 없애기로 함.
퇴원 이후 친구 집에서 지내다가 재단이 자신이 사는 곳으로 오는 것 같아서 친구 집 피해서 본가로 감. 부모님이랑 사이 오지게 안좋음. 본가에서 오토바이 타고 아예 탈출 감행했으나, 사물 인터넷이 본가 사람들 전체를 인질로 잡아서 도로 돌아오고, 이때 능력 폭주로 거기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죽음.
이후 3년간 냉동상태. 사물인터넷 말로는 냉동 안 해두면 실시간 폭주상태. 데이브 내부에서는 자신때문에 죽은 사람들 기억을 다 읽다가 인격이 부숴지고 다시 복구되고 그랬다. 이때 거의 수천번의 죽음을 겪었음.
2025
복귀. 이때 모르가나(넛주 캐)랑 대화해서 질서악 버튼 눌렸다... 가 알렉세이한테 혼나고(?) 다시 중립으로 돌아옴. 통제 키워드.
재단과 대립하는 사이비 교단이 으르렁 거리는 거에 협조 요청을 받아서 정보 제공 이후 연구원이 됨. 그 과정에서 교단이 차원 관리자와 연관 있는 걸 알게 됐는데, 이 이후부터 꿈에서 관리자 양반 목소리가 들림.
사물 인터넷은 정보 통제. 관리자로 직통 가능한 장소를 숨김. 한편으로는 교단 잔존세력을 다른 자신으로 선동해서 관리자 직통장소로 향하게 함. 데이브가 연구원 되니까 다른 사람들 인격을 잡아먹으면서 수를 불리기 시작. 문제는 이걸 데이브가 알게 됨.
연구원이 된 데이브는 자신이 다시 폭주해서 무고한 사람이 안 죽게 자신을 완전히 죽이는 걸 개발하고 있었으나, 사물 인터넷의 수상함과 이런저런 정보 종합, 관리자 직통 장소로 향하게 됨. 근데 거기에 다른 사물 인터넷이 껴있어서 최후에 사망.
그러나 살해당한 게 아이러니하게도 도달하는 데에 더 빠른 길이었어서 결국 차원 관리자가 데이브한테 관리자직을 넘겨줌.
2027
현재는 자신때문에 죽은 사람들을 상담해주고, 나그네신으로 세상을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봉사활동도 하고 등등을 하고 있다.
(번외): 메인빌런이 사물 인터넷인데 또다른 자기 자신도 꿈에서 인격 다시 부수려고 했었다. 지금은 통합됐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사물 인터넷: 본명 테드 윈체스터. 데이브가 꿈을 통해 무의식이나 기억에 접촉하는 등등의 힘을 가졌다면, 이쪽은 사물에 자신의 인격을 복사하고, 그 사물에 접촉한 사람에게 복사된 인격을 덧씌운다. 이걸로 수많은 자신들로 이루어진 군대 조직도 가능. 자신은 기억 못하겠지만 820년정도 인격이 쭉 이어져 왔음, 그만큼 감정 자체가 마모가 많이 된 놈. 미친놈 싸이코패스 도라이 과학자 겸 전 군인. 데이브 스토리의 메인 빌런. 스진 완료 후엔 그냥 성깔 있지만 과학적 윤리는 잘 지키는 제약 회사 연구원으로, 톡방엔 접속 못 한다.
(생각해보니 데이브 독백들 자체가 잔혹성이 좀 있는 편이라 전반적으로 볼 때 흐린눈 하면서 읽으라는 당부)
6.1. 2020 ¶
- 꿈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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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마치 중간과정을 잘라내고 가장 자극적인 장면만을 남겨놓은 것과 같다. 같은 사람의 같은 꿈을 거닐 때에도 결국 끊긴 중간과정을 뛰어넘어 돌다리를 다니듯 갈 수밖에 없다. 무의식의 풍파를 견디지 못한 중요하지 않은 장면은 그대로 무의식에 도로 함몰되어 사라진다. 선 모양이라고 생각했던 다리는 징검다리 모양이 된다. 늘 그랬듯이.
그러나 기억은 아무리 중요하지 않은 기억이라도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기억의 주인이 그걸 아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다가가면 기억은 늘 한 길로 뻗어 그를 맞이했으니. 물론 과음이라는 사소한 이유부터 해서 꽤 많은 이유로 기억의 공백이 종종 보이고 길에 가시가 나 있는 등의 일이 발생하지만, 기억의 주인도 모르게 그는 그 공백조차도 볼 수 있었다.
이건 그가 능력을 얻은 요 몇 년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는 생계와 대출금 상환을 위해 오늘도 피자 배달 알바를 하고 있었다. 오토바이는 곧게 직선으로 뻗은 도로를 얌전히 달리고 있었고, 그는 다음 배달할 곳의 위치를 그리며 곧 저 멀리 보일 교차로를 생각했다. 오토바이의 소음에 섞여 다른 배기음이 들려왔다.
백미러를 보지 못하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그는 습관적으로 뒤를 봤다. 그냥 같은 도로를 달리는 흔한 차려니 싶었으나, 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마치 속도를 줄이지 않는 것 같아.
그는 본능적으로 핸들을 꺾어 수풀로 자기 자신을 몰았다.
오토바이는 가게의 것이었다. 그는 사장에게 대략적인 상황을 설명하다가 긁힌 자국 배상에 대해 실랑이를 벌이게 되었다. 10여분간의 투덜거림 끝에 블랙박스와 도로 위 cctv의 존재와 공권력의 존재를 깨달은 두 사람은 경찰을 불렀고, 그는 가게의 다른 오토바이로 다시 배달을 나갔다. 교통사고는 처음 당하는 거였다.
개인적인 궁금함이 생겨 그는 꿈속에서 탐정 놀이를 이어갔다. 기억의 주인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본인이 탄 오토바이를 생각하며 거닐다 보니 직감적으로 도착지점을 알 수 있었다. 길은 사납게 가시 돋쳐 있었다. 음주운전인가, 그는 망설임 없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는 아직 경찰에 잡히지 않았다. 정확한 위치를 이 기억의 주인조차도 모르는 것 같았다. 느껴지는 감정 자체가 누구 한 명을 죽이겠다는 날카로운 살의였다. 다만 그만큼 충동적이었다. 묵직한 파도에 휩쓸리는 배처럼 이 사람은 마구잡이로 살의를 분출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불안정하다.
자신의 기숙사에서 멀어서 다행이라고 느낌과 동시에 배달은 어떡할까 고민을 하며 그는 계속 길을 걸었다. 걸으면, 걸을 수록, 공기에 칼날이 섞인 것 마냥, 아니면 공기 그 자체가 칼날이 된 것 마냥, 걷는 것이 아팠다. 꿈에서 통각의 개념은 없다고 봐도 되었지만, 섬뜩함 속을 걷고 있는 점에서 그는 이 예비 살인마의 현 위치를 반드시 알아내야 겠다고 다짐했다.
이 다음에 그가 마주한 것은 난생 처음 느끼는 기억의 공백이었다. 기억을 개 먹이로 준다면 남은 부분의 단면이 이럴 것도 같았다. 아니, 전혀 다른 부분이 있다, 너무 정교하게 기계적으로 조각조각 잘리고 태워진 느낌. 물리적 상해로 기억의 공백이 생기면 그 공백에서 물리적 충격의 느낌이 온다. 후두부를 강타당했다면 쇠의 차가움과 동시에 뚝 하고 끊어지는 느낌. 그렇다면, 이것이 이 사람이 당한 물리적 충격이라면.
물리적 충격으로 공백이 생겼다면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공백을 건너야 했다. 위의 예시에서 그가 공백을 건넌다면 꿈에서도 머리가 웅웅거리는 정도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건, 이 공백은 그가 본 공백 중에서도 병을 인한 것만큼이나 넓었고, 통증의 정도도 기괴했다. 오늘은 찾은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하여 그는 오늘 다시 돌아온 것이다. 손쉽게 돌아온 그는 아직도 그가 잡히지 않았음에 제법 긴장했지만, 이 신기하고도 괴이한 현상을 좀 더 알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저 건너에 뭐가 있는지 알아야 했다. 사고를 낸 가해자가 직전까지의 기억이 없는 건 대체 뭐란 말인가?
건너면서 그는, 1도 화상 정도의 저릿함과 따가움과 각종 기계의 소음, 제 머릿속을 뭔가 들쑤심 당하고 있다는, 그것도 차가운 것과 생명체의 무언가가 아무튼 전부 들쑤심을 하고 있는 감각을 느꼈다. 통증은 제외하고. 꼭 로봇 기생충이 머릿속에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눈살을 찌푸리며 건너편으로 갔다.
그곳에는 그가 저번에 찍은 유리벽과 하얀 가운의 사람들이 있었다. 정확히는, 이 기억의 주인과 그 가운들 사이를 유리벽이 완벽하게 분리하고 있었다. 예비 살인마는 생전 본 적도 없는 기계장치 앞에 서 있었다. 감정은 아주 확실하게, 겁에 질려 있었다. 무언가 들렸다고 인식되었다. “가동.”
그는 핸드폰의 카메라를 켰다.
-
기억을 수색하면서 얻은 정보는 바깥으로 내뱉어도 아무도 믿지 못할 것들이었다. 자신이 꿈 능력이 있다는 걸 다른 사람이 믿지도 못할 것처럼. 한가지 크게 걸리는 점이 있는데, 아까 지나온 공백과는 차원이 다른 공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건너편엔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영원한 공백. 이 사람의 생애는 신체 나이로 봤을 땐 자신보다도 길어 보였다. 이건 무슨 아기의 기억인가.
기억의 주인은 몇몇 실험에 동원되었고, 실험과 일상으로 구성된 기억 사이엔 크고 작은 구멍이 있었다. 파헤치던 그가 알아낸 건 다음과 같다. 잔혹함 밖에 없는 실험 사상, 죽음을 직면해야 했던 사람들, 존재하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괴물들. 그는 핸드폰의 갤러리를 마지막으로 살폈다. 어차피 꿈 속의 핸드폰이라 현실에서는 뭐가 남지도 않을 것이다. 톡방에 보내서 우회해서 저장할까.
그는, 사진 속에서 이상한 눈알을 발견했다. 대부분의 기억 속에 분명히 없던 것. 단 한 장면에만 있던 것. 거대한 공백을 마주하기 직전에 있던 인간처럼 생긴 괴물의 눈알이었다. 그리고 이 눈알은 지금 그가 오늘 꿈에서 찍은 모든 사진에 존재하고 있다. 꺼림칙함이 찰랑거렸고, 그는 꿈속의 정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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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페우스는 배가 불렀다. 꿈나비인 파란 나비는 악몽을 먹으며 살아간다. 그의 주인은 오늘 악몽과도 같은 꿈을 지낸 모양이다.
- 첫 번째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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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에서 꿈을 꾸는 당사자가 죽는 건 자주 보이는 현상이다. 신기하게도 꿈 주인의 머릿속은 가장 처참할 장면을 깨어나기 직전까지 절대로 침몰시키지 않는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본능과도 같아 무의식에서도 심장이 꿰어질 만큼 휘몰아칠 때가 많다. 그러나 무의식은 본능의 심장소리도, 감정의 눈동자조차도 외면한 채 꿈 주인을 그대로 죽음의 공포에 직면시키고 만다. 무의식의 부조리함과 불친절함은 그조차도 이해할 수 없다.
그럼에도 역시 꿈은 꿈이다. 그저 깨어나서, 현실에 일어난 일이 아님을 깨닫고 나면, 아침밥을 먹으며 평온해지는 것이다. 그러고서는 어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나 보다, 개꿈일 거다, 이건 뭘 암시하는 꿈일까, 혹은 아예 잊어버린다. 심장을 쥐었던 공포는 찰랑이는 무의식의 바다 속으로 마침내 사라지고 만다.
기억은, 아주, 다르다. 누군가가 그에게 죽은 자의 기억을 본 적 있냐고 묻는다면 그는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혹은 대답할 수 없거나.
톡방의 수상한 누군가의 조언대로 동식물의 무의식에 진입하려 하였으나, 식물은 길조차 찾을 수 없고 제대로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동물들 쪽에는 갈피가 잡기 쉽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일단 나중으로 미루기로 하였다. 그는 오늘 죽은 자들의 기억을 어떻게 보는지 실험하기 위해 꿈 속을 거닐 것이므로.
죽은 자에게 머릿속은 있었던 것이요, 의식도 무의식도 과거의 유산이었다. 현시점에서 그 살인자에게 당한 피해자를 떠올려도 피해자 본인에게로 향하는 그 어떤 길도 나오지 않았다. 대신에 나오는 것들은, 현재에 남겨진 사람들, 유족들과 친구들의 길. 길들이 손을 뻗어오는 것 같았다. 길 하나하나가 손가락이 되어 그를 덮치려는 모양과도 같았으나, 그저 앞다투어 먼저 저의 분함을 알아달라는 너울거림일 뿐이었다. 오늘 가야할 곳은 너무 많았다. 물론, 가장 마지막 피해자의 곁에 있던 자들에게만 갈 것임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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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그들의 슬픔과 분노를 느끼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최소한, 가장 마지막까지 같이 있었던 사람은 누구인가를 알아보고자 한 것이었다. 그래야 위치 추적이 잘 될 테니까. 이게 본 목적이기도 했다. 접점 위주로, 뛰어넘을 건 뛰어넘자. 피해자는 벌써 넷이다. 아니, 다섯. 저 일렁거리는 길 몇 개는 아주 방금 생긴 것이다. 잠든 새에 누군가는 생애를 마감한 것이다.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다. 고로 유족들의 사생활에 신경 쓸 여력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살인자를 찾아내는 거니까.
가장 먼저 피해자를 발견할 것 같은 이가 피해자와 아는 사이인 것은 추리소설에 나올 일련의 사건들을 연상케 하는 일이었다. 무고한 누군가를 연기하기 위한 가장 좋은 위치, 혹은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위치, 추리소설에서 살인자가 있어야 할 위치 중에 하나. 그러나 그는 무고했다. 그는 피해자의 자식 하나를 픽업하던 도중일 뿐이었다.
재구성된 기억의 길목은 산 근처의 주차장이었다. 새벽에 대체 왜? 예비 최초 발견자는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차가 아직도 비어있고, 심지어 눈까지 쌓인 것을 보고 누군가의 타이어를 찼다. 라디오에선 실종자에 대한 신고가 접수되었는지 코너와 코너 사이에서 이름과 인상착의를 설명하고 있었다. 피해자의 이름은 조엘 브라운. 꿈을 거니는 그에겐 어떤 인상의 목소리였고 들었다는 인식만 남았겠으나, 차 근처의 누군가는 전화를 꺼내 들었다. 조난 신고다.
실시간인 기억을 뒤로 한 채 그는 과거로 가기로 결정했다. 타고 가던 기억에 주요 접점은 아주 진득한 옆집 이웃. 이 사람이 언젠가 꽤 큰 돈을 사기당했을 때 피해자가 도와준 것. 깊은 은혜에 대한 감사함이, 그의 시체를 본 이후엔 불과 재로 이루어진 손이 되어 악착같이 범인을 찾고 있었다. 손질하는 엽총에서 따스함은 찾을 수 없겠지. 잿더미 하나가 심장의 피막에 걸린 것 같다. 온 혈관이 꺼지지 않은 불을 옮기는 것도 같았다. 꿈임에도 심장은 피를 과하게 순환시키는 법을 알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접점 하나하나가… 가볍다. 그러니까, 피해자한테. 이걸 단서로 길을 찾으려 해도 아직 파악되지 않는다.
예비 최초 발견자는 둘이었다. 다른 하나는 피해자의 자식. 이 사람의 모든 일상은 그의 손길이 구석구석 스며 있었고, 그러니까 피해자의 길로 가는 단서가 될 것이다. 물론, 아이가 아버지의 실종 사실을 알았을 때의 충격은 전의 사람보다는 또 다른 충격을 주었다. 왜 내 머리까지 새하얘져야 하는거야?
이대로면 깬다. 그럴 수는 없다. 그는 아이의 과거로 가야 했다. 접점이 필요해. 그 아이가 현실부정을 하는 것처럼, 그는 깨어남을 부정하며 죽음의 현장을 떴다.
호흡이 막히는 건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대피에 성공했으니 잠시 뒤면 멀쩡해질 것이다. 예상한 대로, 아이의 기억 속엔 피해자가 얼굴을 비췄고, 아이나 피해자나 장난꾸러기였고, 어린 아이 특유의 작고 귀여운 반항심과 맹목이 이리저리 떠돌았다. 피해자가 아이에게 준 선물인 말랑한 고무오리는 그에게 없는 깃털을 쑤셔 넣었다. 따뜻해, 따뜻해, 숨막힐 듯이 몽글거린다. 기분 나빠.
제 기분이 안 좋다고 조사를 끝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피해자에게 아이는 확실히 큰 존재였는지 가닥이 잡히기 시작했다. 방향이 어디인지 찾아갈 수 없으나, 존재한다는 게 느껴졌다. 다음, 다음은 누구를 해야 하지?
피해자의 아내는… 이제 막 경찰서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 듯싶었다. 실종 신고인 것 같다. 감당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온 몸을 짓누르고 목을 뒤트는 것 같은 충격이었다. 폐가 반정도 날아간 사람에게 있어서는 꽤 새로운 호흡 방식이었다. 남은 폐를 해고시키고 있잖아. 앞이 어둡다. 앞이 캄캄하다는 비유적 표현을 무의식 손님인 사람에게 친히 보여주는 친절한 사람이구나. 그녀는 천천히 제 감각을 현실에서 차단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기억속에서 피해자는 그래, 좋은 사람이었다. 싸우고, 슬픔을 주고, 미움을 줄 지라도, 행복을 주고, 사랑을 주고, 화해를 하고. 새싹의 뿌리가 썩고 마르다가 생기를 되찾고 무럭무럭 커지고 이를 반복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 새싹이 그의 심장에 제 뿌리를 느껴보라며 살랑거렸다. 현실의, 그녀의 차단이 뒤를 쫓아오는 것만 뺀다면 달콤한 일상을 좀 더 구경했을지도 모르겠다. 기억을 억누르고 싶을 정도라니. 그 모든 것들은 프레셔에 구겨지고 찌그러지기 시작한다.
기억을 구기고 무의식으로 끌고 가기 위해 애쓰는 중력 같은 힘은 순간순간 내 시야마저도 구겨버려 멀리 던져버렸다. 점멸하는 시야와 움직임마저도 잃어버리는 꿈속의 몸이라니. 그녀는 인생이라는 연주를 멈추고 피아노 뚜껑을 닫으려 한다. 나는 갇힐 수 없다. 인식되는 콰지직, 하는 소리를 뒤로 하고 싶었고, 무의식에 깊게 빠지기엔 오늘 할 일이 정해져 있었다. 움직일 수 없는 꿈은 나에게 없어. 움직일 수 없는 일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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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포머형 게임에 가끔 이런 장면이 나왔던 것 같은데, 뒤에서 무게로 찍어누르는 것들이 점점 다가오는 장면. 그는 다시 길들이 슬금슬금 다가오는 곳으로 돌아왔다. 중력 같은 것이 제 발목을 핥았으나 도로 그것이 억눌러야 할 것을 위해 사라졌다.
재가 천천히 열을 식히며 기어갔다. 새싹의 뿌리는 그를 간지럽히다가도 썩고 메마름을 심장에 두드렸다. 가는 길에는 오리들이 줄을 맞춰서 걸어갔다. 그것들의 깃털은 꼴보기도 싫었다. 그가 걷고 있는 길은, 드디어 찾아낸, 이미 죽어버린 자의 기억의 길. 침범할 무의식도 죽어버려 다만 죽음이라는 거대한 장애물만이 기다리고 있는 길. 그는 장애물의 이빨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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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어디지?
나는 왜 사라지고 있지?
나는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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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꿈에서 깼다. 입가에 약간의 침거품이 마르지도 않고 있었다. 그는 켁켁거리며 입 안에 남은 거품들을 모조리 뱉어냈다. 온 몸이 아팠다. 아파? 감각이 무디고 몸은 무거웠다. 열은 자취를 감추고 피는 심장에 도로 들어가 웅크렸는지 온 몸은 차가웠다. 머리가 새하얘졌다. 산소가 덜 도는 걸까? 필요해, 산소가 더 필요해. 창문을 열었다.
바람이 차가웠다. 1년 중 절반은 눈이 오는 곳의 공기란 건조하고 쌀쌀맞았다. 데워줄 이 없는 밤의 공기는 특히나 더. 하지만 밤은 마법과도 같은 단어여서, 어느 순간 묘약을 마신 듯 누군가를 재우고, 혹은 누군가의 정신을 맑게 해준다. 바람은 제 몸보다 차가웠다, 살아있네. 카톡방을 잠깐 확인하였으나 이를 굳이 말 할 필요는 없다고 떨리는 손가락이 이야기했다. 손가락은 이어서 뒤로가기를 깨물었다. 그는 제가 깨물 것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수면제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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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압이 높아진다. 머리 곳곳의 혈관으로 아드레날린이 산소를 대신한다. 뇌를 필사적으로 주파하던 피는 조용히 심장에 몸을 둥글게 말아 넣을 것이다. 대신 뇌의 모든 주름을 타고 쾌락이라는 꽃이 피어난다. 피어나 꿀을 떨어트려, 뇌를 구멍내고, 썩히고, 갉아먹는다.
목이 아프다. 정말로, 아프다! 놔줘! 아파! 숨이 쉬어지질 않아,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누가, 살려줘! 손이 저려와, 발도,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아파, 아파… 아무것도 안 보여. 왜? 왜 안보이지? 누구 없어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나는 없어? 아니야, 아니야, 아파! 난 소리 지르고 있어, 지르고 있어, 제발 살려줘,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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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콜로라도주, 북부, H산, 너머의. 나는 조엘 브라운.
그는 오늘 수면제를 평소 먹는 양의 4배를 먹었다. 꿈에서 한 번 튕겨져 나왔다면 그만큼의 준비를 했어야 했다. 한 통을 다 먹은 건 아니니까 죽지는 않을 것이다. 뭣보다 전에도 저 양으로 먹은 적도 있고. 아마 안 죽었겠지? 그는 호흡을 신경 쓰며 죽은 자의 기억에 진입하였다.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시야에 담았던 건 목을 잡은 자였다. 그리고 느낀 건 막 목의 통증을 느끼던 것. 아니, 엄밀히 따지자면 마지막으로 느꼈던 건 방금 느낀, 모든 것이 고깃덩이조차 아니게 되어가는 기묘한 가벼움과, 이산화탄소 중독으로 느낀 쾌락이었을 것이다. 손의 떨림을 멈추기 위해 그는 제 목을 턱 괴듯이 잡았으나 그조차 소름이 끼쳐 순간 제 손을 잘라내고 싶어졌다.
꿈에서는 감각이 괴상했다. 제 살과 살이 맞닿아 봤자 현실적인 감각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살의 마찰이 붕 뜬 것 같은 감각은 방금의 사라져가는 것을 떠올리게 했다. 묘하게 숨이 가쁘다.
수면제는 3배로 준비했어도 괜찮았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어서 깨어나고 싶었다. 지금 어서 깨어나자, 이제 얻고 싶은 정보는 다 얻었잖아. 응? 기억은 눈 덮인 산 너머였고, 어두운 밤에 눈은 하나도 반짝이질 않았다. 피해자도, 살인자도 죽은 듯이 움직이질 않았다. 그는 자신의 그림자를 볼 수 없었다, 너무 어두우니까. 나는, 나는 움직이고 있나? 아마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턱관절이 기괴하게 뒤틀리고 있었다. 자아를 가진 듯이 저 혼자 떨고 있었다. 제어할 수 없는 감각 하나는 뇌에 살벌히 내리꽂혔다. 숨이 좀 더 가빠.
조금 긍정적으로 사고가 돌아가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 움직이고 있다. 나는 살아있다. 나는 살아있다. 나는 죽지 않았다. 이제 깨어나면 된다. 점점 입꼬리가 올라간다. 턱관절에 이상한 통증이 느껴졌다. 꿈이 아니야? 숨이 이젠 쉬어지지 않았다. 내 손은 어디에 있어? 잘라냈어. 아니야, 잘라내지 않았어. 내 손은, 내, 목에.
그는 꿈에서 깨어나 제 손을 떨쳐냈다. 목에 있던.
긴급 신고 센터입니다.
H산 너머에,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북쪽, 이에요.
- 살인자를 기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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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의 무언가를 현실로 이끌어 내려면 생명에 위협이 되는 수준의 고통이 꼭 뒤따라 붙었다. 저번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혹시 순서가 바뀌어도 상관이 없는 건가. 꿈에서 생명에 위협이 되는 수준의 고통을 느끼면 현실에 반드시 어떤 영향을 준다. 연금술이 성행했던 시절의 등가교환은 왜 현대에 와서 이렇게 적용이 되는건지. 그는 스크랩 한 신문기사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노크 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주 경찰들은 그의 학교 기숙사 곳곳을 뒤졌다. 학생들의 방을 예외로 두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마약이라고 나온 것은 담배형, 사람 네다섯명이 피울 분량이었지 집단적 환각과 패닉을 유발할 무언가는 나오지도 않았다. 강도 사건인가 하여 CCTV를 살펴도 그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그 누구도 모를 이 사태의 원인은 그저, 제 방 수색이 끝난 걸 확인하고 도로 침대에 구겨졌다.
오늘 하루는 휴강이었다. 그 새벽에 랩에 남아있던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이 갈 줄이야. 지금이 몇 시지? …오후다. 수면제 4배는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었나 보다. 그는 오늘 그래도, 학교에서까지 죽은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안도를 느끼고, 오늘 자체휴강이 될 뻔 했으나 학교 자체가 이렇게 된 점에 안도를 했다. 그러고서 그는 자조를 했다, 난 쓰레기야.
핸드폰이나 노트북 등은 마약 카르텔 같은 조직과의 연락망을 조사하기 위해 별도로 압수당했다. 그 사람들 중에 특이점이 없다면 톡방은 보지 못하겠지. 이런 생각을 하면 꼭 클리셰처럼 경찰에서 뭔가 찾아내더라. 찾아낼 거라면 부디 그 살인자를 찾아줬으면 좋겠는데. 실시간으로 인터넷 뉴스를 볼 수 없어져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 자야 할까.
바깥은 여전히 소란스러웠다. 학생들끼리 무슨 경험을 했는지 공유하고, 경찰에 증언도 하고. 경찰들은 창문을 임시로 틀어막고 있었다. 서서히 예쁜 수용소가 되가는 게 머릿속으로 그려졌다. 불안함이 기숙사 곳곳에 진득이 스며들었는지, 형광등이 잠깐 깜박거려도 순식간에 공기가 차가워졌다. 그 정적 사이로 바깥의 사이렌 소리가 치고 들어왔다. 정적이라는 말이 의미도 없는 공간, 모든 소음을 뒤로 한 채.
그는 제 손을 묶고 잠을 청했다.
모르페우스가 반겼다. 수색으로 며칠간 따라오는 것조차 신경을 잘 써주지 않은 것 같아 이 귀여운 나비나, 선물해준 루이씨에게나 미안함이 들었다. 쓰다듬는 손길을 따라 살랑거리는 날갯짓은 검은 하늘에 별을 뿌리는 듯 반짝거렸다. 쌩쌩해 보인다고 생각이 드는 건 드는 거고, 마땅히 챙겨야 하는 건 챙겨야 하는 것. 그는 잠시동안 악몽 투어를 하기로 하였다.
지구 반대편 누군가의 쓰디쓴 악몽은 꿈나비의 달콤한 꿀이 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귀신과 조우하는 꿈이라. 이 세상에 저 같은 초능력자도 있고, 그 기괴한 단체도 있고, 있는 것조차 말이 안 되는 괴물도 있고, 그렇다면 귀신도 정말 존재할까? 저 꿀방울이 되어 사라지는 귀신이 진짜 귀신이라면, 인간의 영혼이란 덧없고 세상을 스토킹하는 미련마저도 딱 저 꿀방울 같은 진득함이려나. 그는 바닥에 떨어진 자그마한 꿀방울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이건 그냥 꿈이다. 악몽의 근간도 꿈 주인의 무의식일 것이다. 꿀방울은 순순히 풍화되었다. 사람의 내면은 그렇게 가볍지 않다.
팔랑팔랑, 모르페우스가 어딘가로 날아갔다. 또 끌리는 꿈이 생긴건가? 아마 그는 꿈에서 항상 가디건을 걸친 외형을 하고 있을 것이고, 그 가디건 또한 꿈나비의 날개처럼 팔랑거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주한 꿈은 가디건의 모든 움직임을 뒤로 움츠러들게 했다. 단지 꿈나비의 날갯짓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누군가가 죽는 꿈은 당분간 보고 싶지 않았다. 왜냐면, 그냥, 딱히. 클라이막스로 가는 꿈을 나비는 중간에 가로채어 배가 통통해지도록 먹어 치우고는 반짝임을 선물로 건네고 있었다. 그래, 잘했어, 응.
돌아가기 위해 걸음을 옮기던 도중 기억의 몇 개가 강렬히 요동쳤다. 그는 내면을 돌아다니는 나그네였고 기억의 길이 온갖 신호를 보내는 것 정도는 자주 보는 일이었으나, 저 기억의 주인은, 그다. 그 살인자다. 그 망할 자식이다. 개자식이다! 몇 개의 다른 기억들은 다 경찰들이었다. 그는 모르페우스를 급조한 꽃밭에 데려다 둔 뒤 걸음을 옮겼다. 미친듯이.
그는 대치상황에 자신을 구겨넣었다.
지금 나는 누구의 기억에 들어왔지? 공통적이면서도 개별적인 강렬한 감정들, 온 몸을 지배하고 심장을 틀어쥐는 긴장감과 적대감은 감히 구분할 수가 없었다. 그저 상황에 뛰어들었고, 자신은 내리는 눈처럼 공백을 메우다 바람에 흩날려 사라질 것이다. 시점을 다시 똑바로 확인하고 와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살인자는 지금 경찰 한 명을 이미 공격했고, 궁지에 몰려서는 총알을 받기 직전의 상태인 것이다. 어지럽다, 그는 현재 경찰이었다가, 살인마였다가, 경찰의 시선에서 총을 조준하고, 살인마의 시선에서 극한의 충동에 사로잡히고, 다시, 다시, 다시…
탕, 그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발포음일 것이다, 총소리가 맞을 것이다. 다리가 존재하지 않길 바랄 정도의 통증이 구멍으로 존재를 드러냈다. 그게 시작이었다. 살인마는,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경찰을 다시 덮치려고 했고, 죽어, 죽어버려! 죽어!
죽어, 아파, 왜 이러는 거야, 이 개 같은 것들도 다 죽어야 해!
…그는 이렇게 깊은 살인충동이 자신의 것인지 아니면 이 살인마의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분리해야 해. 나가야 해. 저 개 같은 것들, 아니, 경찰들의 시점으로 가야 해. 분리해야 해. 이건 내 살의가 아니야, 내 게 아니야, 내가 아니야, 아니야. 순간의 떨림을 뒤로 한 채 공권력의 시점으로 가려던 그의 시도는 다음 순간 들려온 총소리들로 인해 무참히 실패하고 말았다.
그 곳에 있던 모든 경찰들의 총소리가 하나의 방향을 향했고, 단 하나의 표적은 소리를 넘어선 모든 물리적 충격을 받았다. 근육은 결이 끊어지고, 뼈는 골다공증을 장려하는 것처럼 부숴지고 구멍이 나고, 장기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준다면 금방이라도 썩기 시작할 듯 무참히 내용물을 토해내고 찢어졌다. 피 분수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온 몸의 피는 뿜어져 나가는 걸 포기한 채 흐르는 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느껴질 리 없는 한순간의 통증은 그의 머릿속에 비명을 내질렀고 식어가는 몸과 사라져가는 시야는 그의 신경망 속 공포를 두드렸다. 아, 드물게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화약 냄새가 난다. 탕, 타앙. 두 발의 총성이 더 들렸다. 심장과 뇌에게 확실한 사형 선고를 내리고 있었다. 그가 느끼는 모든 것이 터져나가고 있었다. 온 몸이 화약이 된 것 같았다. 아니면 썩어가는 고깃덩이, 아니 그렇게 무겁지는 않았다, 이제는. 터져 나가는, 터져 나간, 나는.
그는 눈이 그침과 동시에 홀연히 잠에서 깨어났다.
거울을 봤다. 아니 보려고 했으나 손을 묶은 수건이 덜컹거렸다. 급히 푼 그는 제 모습을 확인했다. 자, 나는, 난 데이브 에트와일러야. 그는 아까 잠든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무 곳에 구멍도 존재하지 않았고, 일말의 상처도 없이, 그저 부스스한 모습으로 거울 앞에 서 있었다.
그러나 바깥의 소음은 전보다 커져 있었다. 다시 환각이 시작되었고, 이번엔 누군가가 마시면 안될 것을 마신 모양이었다. 사이렌이 요란했다. 발소리도, 울음에 찬 비명도, 경찰을 찾는 소리도.
다급한 노크 소리가 들렸다.
- 휴식.
이 꿈나그네가 꿈을 꾸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는 항상 꿈을 꾸지만 자신의 공간에서 무언가를 만들거나, 타인의 꿈이나 기억에 놀러가는 등의 일을 하는, 그러니까 꿈능력자로서의 꿈을 제외하고, 그는 꿈을 꿀 수 있다. 예컨대 타인의 꿈 모양새와 똑같은, 무의식의 침식을 고스란히 받는 그 꿈 말이다. 중요하고 자극적인 장면 외엔 기억조차 남지 않는 꿈. 그 또한 무의식의 바다에 빠져들면 그 개인의 꿈을 꾼다.
그러나 그는 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를 십분 활용하여 제 공간에서 무작위의 무언가를 만드는 건 좋았으나, 주도권이라는 게 없는 그건 순전히 휘둘리는 것 같아 싫었다. 게다가 그의 머릿속에 있는 기억 중에 좋은 기억이 툭툭 생각나질 않는 상황에선 꿈을 꿔 봤자 모르페우스의 먹이 정도로 쓸 만한 악몽이 튀어나올 것이 눈에 선했다.
하지만 요 며칠 간 일어난 일은 꿈 자체를 꾸는 걸 거부하게 만들었다. 지금 그가 꿈에 진입하는 이유도 어린 루이의 환상을 꿈에 옮겨 구현시키고 매일매일 인사하겠다고 다짐한 것과, 알렉세이와 악몽 청소 작업을 약속한 것 때문이다. 어린 루이 곁에 분홍빛 카네이션과 물망초로 이루어진 화려한 꽃밭을 만든 뒤 큰 루이의 사려깊은 선물인 모르페우스와 함께 나그네는 꿈을 걸었다. 약속한 건 지키고 싶었다.
보나마나 그가 진입도 못 할 꿈들이, 야속하게도 몇 개가 무의식의 바다에서 등불처럼 떠올랐다. 죽는 꿈도 맞았지만, 그 날의, 미친 듯한 환각 상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꿈이었다. 슬금슬금 무의식이 밀어내는 대로 밀려나는 그와 달리 모르페우스는 앞장서서 꿀을 마시러 날아가고 있었다. 그는 오늘의 플래시백을 떠올렸다. 안 돼.
모르페우스를 잘 달래 결국 조금만 먹고 돌아오게 하였다. 어련히 제 곁으로 돌아올 똑똑한 꿈나비지만, 혹시 모르니까 시야에 담고 있던 거였다. 곁에 계속 있으라는 작은 바람이 섞인. 그는 오늘 일어난 일을 포함해 입원한 동안을 생각했다. 제 친구가 되어준 이도 그렇고 톡방의 어린 친구들도 그렇고 걱정시키고 싶진 않았다. 루나시씨한테 오늘도 깊은 생각이 담긴 말을 듣지 않았어? 하아. 한숨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나 숨결이 지나가는 감각은 불규칙속에서 또렷함에 당첨되었다. 구급상자를 좀 만들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먼 발치에서나마 꿈을 구경하기로. 환각이 덧씌워진 꿈은 이내 기억으로 연결되었다. 공포의 소용돌이와 혼란의 꽃바람이 풍성히 곁을 지키고 무의식에 이미 축축하게 젖은 기억. 마치 필름 두 개가 같은 위치의 다른 장면을 찍은 것처럼, 그래, 예를 들어 빨간 필름과 파란 필름이 나뉜 3D 영상 송출의 그것처럼, 그 기억은 묘사되고 있었다. 들어가는 건 당연히, 두려웠다. 거친 바람이 그를 할퀴었다.
약속은 약속인 만큼 기억에 들어갈 땐 그 사람에게 허락을 맡기로 했으니까. 기억은 오늘은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 오늘은 그냥… 플래시백을 일으키지 않을 정도의 악몽들을 달콤한 꿀로 바꾸고 렘 수면을 논-렘 수면으로 가라앉힐 예정이다. 그리고 다 한 다음엔, 그래, 오늘은 오랜만에 꿈을 꾸자. 오늘은 오랜만에 좋은 기억을 얻었으니까. 그는 키위새 인형을 상상했다.
오늘도 무의식의 바다는 잔잔하다 생각하면 요동쳤고, 거칠다 생각하면 조용해진다. 변덕스러워라. 혀를 차며 그는 손을 가까이 가져갔다. 손과 눈과 귀와 입과 모든 걸 가져가려는 듯 순식간에 얼기설기 그를 덮친다. 거미줄의 일용할 양식과도 같은 모양이 될 것 같았지만, 그는 오늘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물의 온도는 촉각이 엉망인 와중에도 드물게 따뜻했다.
그는 무의식 파도에 몸을 던졌다.
모르페우스는 둥실둥실 올라오는 제 주인의 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저 꿈은 꿀이 아니라 제 날갯짓처럼 반짝이는 것이었다. 이제 제법 자란 나비는 주변의 다른 꿀들을 마시면서도 아주 얌전히 주인의 꿈들이 떠오르는 걸 바라봤다.
- 겨울날의 아이.
하아. 그 혼자밖에 없는 새벽의 제 방 안에는 작게 한숨소리가 울렸다. 카메라, 등 뒤의 버튼들과 비상벨, 음, 카운터에선 새벽 타임에 근무하는 분들이 왔다 갔다 하고 있겠지. 중환자실이란 원래 그런 거니까. 오랜만에 감시당하는 거지만 그 이유를 알기에 기분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는 이 채팅방 안의 귀엽고 영악한 아이를 생각했다. 그 정도의 영악함이면 이 채팅방이 같은 세계의 특이점이 아닌 누군가들에겐 안 보인다는 것 정도는 알아줬으면 좋을 텐데. 답답해서 냉수를 꽤 많이 마셨다. 그는 아무래도 심장마비의 원인 중에 냉수를 입 안에서 조금이라도 데우지 않고 삼키는 것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이제는 잠을 잘 시간이었다. 꿈으로 가야 했다. 오늘도 약속한 걸 지키고, 그래야지. 야심한 시각은 가끔 무언갈 잊게 하고, 답답함은 또 단 하나의 목적만을 생각하게 한다. 그는 오늘도 꿈에서 예정대로 악몽을 없앨 것이다.
그는 무언가를 잊은 채 잠에 들었다.
꿈으로 향할 때에는 항상 제 기억을 필름 되감듯 한 순간에 지나쳐온다. 일 이후에는 이게 주마등과 비슷하게 느껴져서 언제 한 번은 안 자려고 커피를 잔뜩 마신 적도 있던 그였다. 그래도 요새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과거로 갈 때마다 점점 불쾌함이 말을 걸고 속삭인다. 멍청했던 그 자신이 속삭이고 환멸 나는 그 작자들이 속삭인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필름도 무엇도 없는 그의 공간이 나타났어야 했다. 그러나 이번의 어느 순간은 달랐다. 그는 발치에 휘감긴 필름에 의해 바닥이라는 것조차 없는 곳에서 넘어졌고, 그 필름은 그를 집어삼켜 기어이 그 안의 주인공으로 재출연 시키고 말았다. 제 길에 제가 갇힌 것이다. 그것도 1인칭으로. 답답해, 싫어. 그는 어릴 적의 자신이 목폴라를 즐겨 입지 않음에 감사했다.
이건 언제일까, 그래, 아마 초등학교일 것이다. 학년까지는 기억나지 않는 그는 그냥 마저 잊기로 하였다. 그 날은 처음으로 시험에서 올 A를 받은 날이었다. 그리고 그 날은 아마 집 안의 지하실에 갈 필요가 없었던 날이기도 했다. 돌아오지 않는 칭찬에 아이는 여느 때와 같이 지하실에 가려고 했으나 다만 엄한 목소리의 만류와 조용한 식사 권유만이 있을 뿐이었다. 문을 스쳐 지나감에도 숨이 답답하다.
지하실로 시선을 향하는 장면에서 다른 것이 겹쳐 보였다. 전 시험이군, 그는 혀를 찼다. 그 때는 하나만 B를 받고 왔지. 고개를 돌리니 그 작자들이 있어야 할 곳에서 아이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혼이 나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는, 긴장감이라는 타이트한 옷을 입고 다시 그 작자들의 목소리를 인식해야만 했다. 속으로 중얼거리는 것은 채팅방에 작성한다면 죄다 검열될 것들이었다. 토해내고 싶었다.
여러 개의 A와 하나의 B를 가지고 돌아온 아이는 그렇게 지하실로 갔다. 무서움은 덧없이 깎여 나가고 이젠 그저 설움만이 계단과 벽에 옹기종기 붙어있는 곳. 따스한 손길도 칭찬도 없는 온전히 홀로인 곳. 그 작자들은 오늘도 참 정성스럽게 각종 문제집들을 쌓아 놓았다. 이곳은 어찌 보면 꽤 훌륭한 감옥이지 않나? 웃음이 새어 나왔다. 어릴 적의 그는 반항이라는 것도 생각해내지 못한 모양새여서, 참 어이도 없고 짜증도 나고. 턱관절이 떨려왔다.
아, 잠깐, 이건, 그는 제 숨을 돌아봤다. 답답한 건 지하실 때문이 아니었다. 그 작자들 때문도 맞았고 긴장감 때문도 맞았으나 이건 근본적으로 다르다. 내가 잘 때,
그는 손을 묶지 않았다.
중환자실은 수많은 비상벨이 언제든지 울리는 곳이었다. 병실 중 하나는 그래도 울리는 상황이 다른 병실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었다. 마지막으로 울린 것이 사나흘 전이면 일반 병동으로 내려가는 것도 좋지 않냐는 의견이 담당의사의 입에서 나온 지 12시간도 넘었다. 다만 입원 사유가 원인불명의 심정지였고 환자의 폐가 기흉으로 인해 절제되었음을 감안해 계속 있는 것이었다. 매몰찬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아마 이 중환자실에서 건강한 축에 속할 것이다. 아니면 이 병원 전체를 통틀어서. 진통제가 필요 없는 상태이고 의식 불명도 아니니.
환자를 지켜볼 수 있는 곳에서 의료진들은 문득 이상한 움직임을 눈치챘다. 그리고 어떤 의료진은 차트에 빠트린 것이 있는지 확인하기 시작했고, 어떤 이들은 각종 증상들과 병의 이름을 내뱉으며 추측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미 병실로 향한 사람은 진작에 병실로 뛰어들어갔다.
환자는 목을 조르고 있었다.
- 꿈이 되어.
-
사람들은 흔히 꿈을 이룬다고들 한다. 원하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거나,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다거나. 들어가고 싶은 기업에 취직을 했을 때에도, 자기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났을 때에도. 무언갈 상상하고 그걸 목표로 했을 때 결국 이루어진 것이 꿈은 이루어졌다는 관용구일 것이다. 그것은 그에게도 어느정도 해당되는 말이기도 했다. 원하는 대학의 학과에 들어와서 원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그는 말 그대로 꿈을 꾸고 그로 인해 이룬 셈이기도 했다. 정확히는 했었다. 꿈에서는 현실에서 나올 수 없는 장면들이 나오고, 그걸 반복할 수도 있었으니까. 이를 날로 먹기도 하면서 1학년을 보냈지만, 중구난방한 것도 사실이었다. 나쁜 생각을 지우기 위해 한다는 게 또다른 나쁜 생각인 것도 우습지만, 어쩔 수 없이 파고들어야 할 문제잖아.
스케치를 주루룩 본다. 병원에 틀어박혀 있으면서 아이덴티티를 찾는다. 몇 개는 지극히 병원의 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내가 병원으로 이루어져 있나, 그는 잠깐 웃었다. 확실히 능력을 시험하다가 중학교 졸업반 때 수업일수를 겨우 맞출 정도로 입원을 자주 했었지. 그는 제 작은 폐와 쑤시는 왼쪽 어깨를 생각했다. 그리고, 심장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병원에 있을 때엔 보호자가 동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 또한 보호자가 일단은 붙어있긴 했다. 적어도 입원한 날이랑 퇴원하는 날에는. 바꿔 말하자면, 입원 당일과 퇴원 당일 빼고는 곁에 보호자가 없었다는 말이었다. 포장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했다. 수술도 그 땐 어떻게 한 거람, 보호자 동의서가 필요했을 텐데. 그는 문득 입원하자마자 동시에 수술했다는 것을 상기했다. 그랬었지.
그로서는 그래서, 어제 찾아온 친부와 친모가 매우 생소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도 없던 양반들이 무슨 일로 찾아왔대. 그는 중얼거렸다.
‘정신과 상담에 대한 안내문이 왔더구나.’
‘진료 기록에 남을 텐데, 네가 그 성씨를 달고 정말로 할 생각은 아니겠지?’
‘학교는 아직도 행정 마비 상태라던데.’
‘얼마 후에 퇴원이면 잠깐 집으로 와라.’
조팝나무의 꽃말이 참 잘 어울리는 말들이었다. 헛소리. 검색결과에 나온 것이니 그는 그저 싱글거리기만 했다. 그리고 그는 어제 상냥한 꽃집 알바생의 늦은 시간까지의 노고를 집어 들었다. 거절, 사랑을 믿지 않아요, 접근하지 마세요, 경멸. 아주 완벽한 조합이야. 내 생애 그 작자들에게 이렇게 뭔가를 주고 싶다니.
아, 이미 줬나. 그는 가출한 날을 회상했다. 집안을 등지고 추운 겨울에 둥지 없이 날아오른 꿈꾸는 새 한 마리. 기억을 뒤적였을 때 분노의 넘실거림과 폭발이란. 그러고서는 다시 실실 웃었다. 그 작자들이 이때까지 준 엿에 비하면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 것 같은 걸.
아, 사람의 아이덴티티는 어릴 때 형성된다고들 한다. 내 사진의 아이덴티티는 어쩌면 이 꽃을 이용한 무언가가 될 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아직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나 구성이 없네, 모르페우스는 떠올라도. 팔랑거리는 나비는 현실에 나와 꽃의 냄새를 맡았으나 곧 슬슬 그의 곁에만 있기로 한다. 나비는 나비인데 꿈나비이니 꽃의 꿀은 재미도 없겠거니 그는 생각했다. 방향을 바꿀까, 사랑스러운 꽃말을 가진 꽃의 꿀을 쳐다보지도 않는 모르페우스를 찍어볼까.
따뜻한 이불과 햇볕과, 오늘 있었던 상담과, 그리고 경찰과 국제 기구의 사람과… 오늘은 너무 많은 게 들이닥쳤다. 조금은 자 둘까. 일단 저번의 불상사를 막기 위해 손목을 침대 옆 손잡이에 묶어 두었다. 모르페우스는 그의 곁을 팔랑거리며 반짝이를 뿌렸다. 수면 효과는 없을 것이다, 다만 피로가 누적되었을 뿐이겠지.
그는 나비를 좇아 꿈으로 들어갔다.
꿈은 가끔 원해도, 아무리 원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 중에 하나는 죽은 이를 만나는 것이었다. 그것은 단지 꿈을 꿀 뿐이지 그 이상의 무언가가 현실에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그 요동치는 꿈의 주인의 악몽 앞에 서 있는 참이었다. 낮잠을 자는 김에 오늘도 악몽 청소를 하러 왔더니 마주한 꿈이란.
…들어가면 분명히 무슨 일이 생길 것이다. 꿈에서부터 느껴지는 소름 끼치는 감각은 그에게 뒷걸음질을 하게끔 했다. 무의식이 저를 핥는 것 같았다. 저 찰랑거리는 소리마저 거슬렸다. 저를 침식할 것 같았다. 또 나를 사라지게 하고, 아니,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잖아.
꿈이 움직인 건지 그가 움직인 건지 모르게 어느 새 거리는 눈으로만 관찰할 수준이 되었다. 모르페우스는 저를 한 번 보고, 꿈을 한 번 보고, 저에게 한 번 왔다가, 꿈에게 한 번 갔다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게 방금 전의 불안감을 그래도 조금 가시게 해 주었다. 아니면 불안함에 반응하고 있는 걸까, 그는 일단 꿈나비에게 손을 뻗었다. 날갯짓은 그에게 가까워졌고 꿈은 어느새 존재한다는 것만 알 수 있을 정도로 작게 보였다. 닿은 나비를 쓰다듬는 것이 먼저였다.
나비는 잠시동안, 혹은 그가 느끼기로는 그가 안정을 취할 만큼의 오랜 시간동안 곁에 있었다. 그는 그동안 제 작은 고려 친구가 보내준 칭찬 스티커로 밤하늘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제 기억 속의 펠트 공예 동물들을 살아 움직이게도 했다. 최근의 좋은 기억들을 찾으려고 했으나 아주 최근은 제 기억에 갇힌 것이랑 또, 아, 꽃, 그래. 그는 꽃을 떠올리며 또 안정을 취했다. 그리고 작은 루이의 환상을 쓰다듬고 키위새 인형을 구현했을 쯤 자신이 연락하지 못했다는 걸 알아챘다.
또 약속을 어기는 걸까. 그는 핸드폰을 보다가 키위새 인형의 목소리를 들었다. 저도 모르게 손톱을 깨물고 있었다. 이런 버릇은 생기지 않는 게 좋지. 그리고,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되니까. 그는 고민하다가, 고민하다가, 해수면을 전부 보이지 않게 바꾸었다.
모르페우스는 그가 해수면을 죄 막을 때 막히는 것의 선두에 서서 꿈으로 날아갔다. 끈적한 악몽은 둥실 떠올라 먹음직스럽게 으르렁거렸다. 차라리 울부짖음에 가까웠다. 누구의? 피해자를 기어이 목격한, 피해자의 아들 헤밀 브라운의. 그는 울음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청각과 일시적 안녕을 고했다.
그가 꿈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 꿈의 내용을 흘깃 본 것 만으로도 플래시백이 오지 않아 그는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 꿈엔 피해자의 시체가 나동그라져 있었다. 그리고 사라져가고 있었다. 꿈은 한없이 차가웠고 외로웠다.
겨울 바람의 냄새가 났다. 기억과 연동되어 다리가 무의식 저편에서 그를 덮쳐 온다. 해수면을 막았으나 그걸 긁는 소리는 비명이 맞았다. 수많은 의문은 눈물샘에 차오르고 죽은 범인에 대한 원망은 방향을 잃어 회오리처럼 맴돌고 있었다. 풍화될 것 같다. 정말로, 그 때의 기억이, 튀어나올 것 같아. 그는 억누르려는 힘을 늘렸다. 호흡이 가쁘다.
꿈은 꿀이 되어 사라지고 헤밀 브라운은 이제 논-렘 수면에 빠져들겠지. 사라질수록 비명과 바람과 울음은 다시 잠겨가고 있었다. 착한 일, 했어. 별 모양의 포스트잇을 쓰다듬다가, 그는 고민한 것을 결국 이행하기로 했다. 나쁜 짓도 할 것 같아.
무의식 위를 휘몰아치듯 도약한 그는 조엘 브라운의 모습이 되었다.
-
헤밀 브라운은 꿈 속에서 외톨이였다. 그는 아버지가 죽고 난 이후부터 쭉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라는 듯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그 장면에 계속해서 갇혀 있었다. 살려줘. 헤밀은 오늘도 그 날과 똑같이 몸이 굳었다가, 돌연 모든 힘이 풀려 엉엉 울 뿐이었다. 헤밀은, 헤밀은 울고 있다. 잠을 자는 이 순간까지도.
그러나 어느 순간 설산도 외로움도 모두 사라지고 다만 눈 앞엔 제 아버지가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제가 아는 살아있는 아버지. 우리 아빠, 아빠. 헤밀은 언제나의 일상처럼 안기고, 또 고무 오리 인형을 가지고 놀고, 또, 학교 갈 때 배웅을 받고, 저녁 식사를 같이 하고, 그리고 그는 머리카락의 쓰다듬을 받았다. 토닥임도 받았다. 침대야. 곁에는 아빠가 이제 좋은 꿈을 꿀 시간이라고 배웅을 하고 있었다.
가지 말라고 하고 싶었으나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다만 헤밀은, 어린 그는 오늘 아빠가 잘 지낸다고 인사하러 와줬다고, 또 보고 싶다고만 생각할 뿐이었다. 작은 아이는 일상적으로 늘 그랬듯이 아빠의 배웅을 받으며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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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에서 잠에 드느냐, 글쎄, 그는 잘 모르겠다고 중얼거렸다. 배웅한 그는 나머지 꿈방울을 꿀로 마셔버린 제 꿈나비를 쓰다듬으려 했으나 이내 제 나비의 핥짝거림을 한참이나 받아야 했다.
방금 전에는, 아예 자신을 잃고 조엘 브라운이 되었지. 플래시백을 각오하고 한 짓이었으나 자신을 완전히 잊으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확히는 기억나는 게 가족의 일상밖에 없기도 했고. 새삼 부러웠다. 그런 일상도 가능하구나. 헤밀과 조엘 사이의 원하는 것은 꿈을 꾸었으나 꿈에서만 이루어지겠지만, 어쩌면 그가 꿈꾸는 것도 포함해서, 그러나 어떤 의미로는 꿈을 조금은 이루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작은 자기 합리화의 꽃은 포스트잇으로 마저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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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니 제 친부와 친모가 있었다. 좀 더 잘 걸 그랬어, 그는 한숨을 쉬었다. 삐이, 하는 기계는 아무래도 심전도 측정기계일 것이다. 평소랑 달라서 문제였다. 결과적으로 정말로 그의 생각이 맞기는 했다. 플래시 백이 일어날 뻔한 것 같다. 아니면 이미 일어났거나. 어느새 산소 호흡기를 매달고 있는 자신을 그는 멍하게 느끼고 있었다. 하긴 그는 꿈에서 자기 자신을 잃었는데 어떻게 정상일 수 있겠는가.
눈을 몇 번 깜빡이며, 그는, 제 꽃다발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이미 친모의 손에 들려있었다. 정신이 좀 드는 것 같았다. 살짝 웃은 그는 작은 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꽃말은 나보다 잘 알잖아요. 보험처리는 됐죠?”
- 전지적 데이브 시점-오늘 있었던 이상한 일에 대하여.
아주 짧게, 오늘 조사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고자 한다. 그러니까 이건 오후 1시 정도에 일어난 일이다. 나는 그냥 점심 먹은 식판을 반납하고 있었고, 30분쯤 뒤에 상담을 받으러 가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누군가 그렇게 들이닥칠 줄은 중환자실의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야. 게다가 외부인. 의사도 아니고, 외부인. 난 문이 급하게 열리는 소리가 나길래 오늘 다시 오기로 했던 그 작자들이 일정이라도 변경한 줄 알았다. 꽃은 알아서 가져가라고 소리칠 뻔했지만, 아 참고로 난 화장실에 있었다, 아무튼 문을 여니 의사 가운과 비슷한 옷을 입은 낯선 사람이 보였다.
의사는 아니었다. 가운에 박음질된 이름도 뭣도 없었다. 차라리 과학자가 잘 어울리는 사람… 이 두 명 정도 왔다. 그는 자신을 국제 이상 현상 조사 기구 소속 조사원이라고 소개했다. 뒤늦게 경찰이 의사와 같이 오는 게 복도로 보였다. 국제 기구면 이런 무례를 다 해도 되는군요, 쏘아붙였다. 그러나 이 두 이상한 사람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질문의 연속이 될 뻔한 걸 의사가 겨우 막았다. 이어 경찰도 합세했다. 상담 받기 시작한 환자라고, 뭐 하나라도 잘못 입에 담았다가 뭘 어쩔 거냐고. 유감스럽게도 이런 불안함과 혼란스러운 웅성거림은 그날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은 했다. 그렇다고 산소 포화도가 다시 흔들릴 필요는 없잖아.
기억에 남는 질문은 뭐, 환각에 대한 질문이었고, 두 번째로 총장에 대해 아는 게 있냐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딱히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내용들 중에는,
그러니까, 새파란 눈과 나비와 총소리가 환각의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 죄악의 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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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8일, 아니 이제 곧 29일로 넘어가겠구나. 깜빡이는 핸드폰 화면 너머로, 그는 별로 만들어진 전갈이 밤하늘에서 빛나는 걸 보았다. 실상 도시에 사는 그는 제 별자리가 하늘에 떴는지도 볼 수 없었지만, 꿈에서는 달이 뜨든, 야경이 반짝이든 별을 빛나고 싶게 하면 빛나게 할 수 있었다. 애초에 불타는 가스덩어리도 아니었으나.
일찍 톡방을 닫은 이유는 톡방의 어느 사형수 때문이었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죽음이 상상이 돼서, 점점 숨이 막혀와서, 그 사람의 죄질이 징글맞았던 건 사실이지만 또 나는 어떠한가에 대해서, 피가 식었다가 도로 미친듯이 빨리 도는 것 같아서. 생각하지 않기 위해 사형수의 죽음을 확인하지도 않으며 꿈 속의 핸드폰을 놓아주었다. 깜빡이는 핸드폰은 온전히 불이 켜지더니 밤하늘의 빛덩이 하나가 되어 그의 손에서 벗어났다.
푸른 수국의 꽃잎이 나비떼처럼 휘날렸다. 튀어나온 파리한 색의 정맥도 바람을 타며 도로 잠들었다. 제 곁에는 꿈나비가 팔랑거리며 꽃잎들을 날려보내고 있었다. 핸드폰을 다시 가져와야 하나.
-
학교는 어떻게 되고 있는 거지. 그는 뉴스를 상기했다. 어쩌다가 국제 기구들까지 조사에 들어간 거야. 미국 국내에 있는 카르텔 관련 사건이나 악질적인 살인 사건이나 아니면 미해결된 사건도 좀 다루지 그래. 그러면서도 그는 제가 그만큼의 죄인임이 맞나 아닌가에 대해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편하게 다니려 함에도 불구하고 발목에 쇠사슬 같은 게 철그렁거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발목이어서 고마워라, 목이였으면 어쩔 뻔 했을까. 목의 답답함은 습관이었는지 있지도 않은 쇠사슬 대신 제 손을 갖다 대고 주무른다.
29일 새벽, 빛으로 돌려보냈던 핸드폰은 다시 그의 손에 돌아왔다. 정확히는 잠에서 깨어나며. 약속한 사람에게 이번에는 허락은 꼭 구해야 하지 않겠어. 그리고 전해 줄 물건도 있고. 그는 오랜만의 나들이로 붕붕 떴던 쇼핑 시간을 생각하다가 별똥별이 위로 떨어지는, 저걸 떨어지는 거라고 표현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는, 거꾸로 떨어지는 것을 보며 도로 다시 별을 내렸다. 수국을 다시 흩날릴 시간이야, 하여튼 간에.
허락을 구한 그는 학교 관계자, 정확히는 국제 기구에서 파견된 사람의 기억을 보기 위해 찾아왔다. 퇴원날에 찾아온 그 사람들이다. 그 무례한 사람들. 순간 모든 것이 새파랗게 변하는 것 같았다. 그 작자들만 아니였어도 환각 내용을 들을 일은 없었을까. 아니, 어차피 알았겠지. 사슬이 다시 한 번 철그럭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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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 사람들의 기억을 들어가기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는 살인자의 기억 때문이었다. 일주일도 더 전에, 그 살인자의 기억을 맨 처음 엿보았을 때, 그때 봤던 하얀색 가운이 눈에 밟혀서 였다. 그런 가운은 대학교 랩에도 있었고 당장 검색만 해도 나올 것이다. 그러나 학교에 두 기관이, 그러니까 이상 현상 조사하는 곳이랑 동물 보호 협회의 아류 같은 곳이 엮였는데, 놀랍게도 소속된 사람이 일치하는 것 같기에 의구심이 확 드는 것이다. 그는 그날 모든 사진에 찍혀 나왔던 이상한 눈알을 기억했다. 그 인간처럼 생긴 괴물이 있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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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늘 잊히기 이전의 모습을 그에게 보여준다. 잊힌 기억들은 무의식이라는 무덤에서 벗어나 언제나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어디에 있어야 할 지 제각각 자리를 찾아간다. 오늘 그가 떠올리고 싶고 되살리고 싶었으며 기억하고 싶은 기억들은 분명히 서로 다른 기구의 명함이나 사원증 비슷한 것들을 매개로 한 것이었는데, 느껴지는 기억들은 뿌리가 같았다. 겹친다.
그 중 저와 마주친 한 사람을 골라 걸어갔다. 사람의 실루엣은 일렁이는 커튼마냥 길 저편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길은 온통 소독약 냄새와, 문서들과, 문서? 팔랑이는 문서들 몇 개를 집었다. 그것은 컴퓨터 앞에 있는 기억으로 저를 이끌었다. 제 손이 모니터에 갇힌 것 같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문서는 좋은 힌트야. 그것도 예쁘게 남아있는 문서는.
현상형 특수 격리 개체, 어떻게 격리할 것인가에 대한 걸 서술해 놓았다. 특수 격리 개체는 또 뭐야. 슬라이드를 하면 날짜와 공기와 옷이 다른 또다른 기억들이 나타난다. 문서의 대부분은 이 사람도 대략적으로만 읽었는지 빈 곳이 많았으나, 아주 확실한 건, 사진으로 본 그 괴물들, 꿈을 구경하며 본 그 괴물들, 인간에게 알려져서는 안 되는 것들을 칭하는 것. 그는 자신을 생각했고 자신의 쇠사슬을 돌아봤다. 이건 내 죄책감이자 내 꼬리이다. 절대로 밟혀서는 안 된다.
이 조직은 국제 이상 현상 조사 기구와 국제 멸종위기 및 희귀생물 보호 기구라는 두 개의 탈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두 탈 모두 냄새를 맡고 우리 학교에 왔다는 건 그만큼, 그래 여기에도 서술이 되어 있듯이, 자료를 조작해서라도 일반적인 사고로 인식되어야 하는,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는 위험한 것이 있다는 소리였다. 가리키는 건 그다. 그들은 아직 몰라도, 나는 알아. 쇠사슬이 숨이 붙은 듯이 이리저리 떨렸다. 더 치렁치렁해지고 싶다는 건지, 숨고 싶다는 건지 갈피를 못 잡은 듯이 덜컹거렸다.
그는 일이 있은 후에 제가 한 일을 생각해보았다. 악몽을 지워오고 아주 조용히 있었다. 이대로 조용히 더 있는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일 말고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고 악몽은 계속해서 지워지겠지. 그리고 어느 아이는 꿈에서나마 제 아버지를 만났다. 난 나름대로 할 수 있는 건 했어, 앞으로도 할 거야, 당신들은 뭐야. 문득 살인자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상한 실험도, 피도.
더 이상 조사하는 것도 꼬리를 잡힐 것 같았다. 이 이상 스트레스를 받으면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 두려웠다. 오늘은 마저, 그저 악몽을 더 없애고 쉬는 것이 좋겠다. 사슬은 제 할 말을 했다. 넌 너가 아무런 피해도 안 준 것 같아? 앞으로도 안 줄 것 같아? 받고만 사는 주제에.
아무래도 사슬에 목을 찍힌 것 같아.
돌아와보니 수국 꽃밭이다. 푸른 수국은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무정한 꽃들은 늘 누가 오던 오지 않던 그저 꽃잎을 바람에 태울 뿐이었다. 무정해져야지. 줄 수 있는 건 줘야지, 그리고, 할 수 있는 건 하고, 그리고 무정해져야지.
오늘부로 행동 방침을 좀 확실히 정할 것이다. 나는 괴물일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것들에게 잡히지도 않게 착한 놈이 될 것이다. 문제 없이. 문제 없이. 문제, 없이. 거짓말 몇 개 만큼의 쇠사슬이 늘어났다.
- Isaac Yellington-친애하는 친구놈 새끼…
데이브 에트와일러, 이 친구놈에 대한 이야기를 오늘 좀 해 볼까 한다. 뭐, 내가 누구냐고? 난 아이작 옐링턴이라고 한다. 이 놈 고등학교 친구.
이 놈한테 오랜만에 전화가 왔을 때 꽤 자연스럽고 정겹게 받았다, 내용은 또한 고등학교때를 떠올리게 했다. 자기 학교가 통제되고 있고 기숙사도 못 가서 집 가게 생겼단다. 오냐, 우리 집으로 오라고 냉큼 그랬지. 그 놈은 후다닥 집에서 나온 모양이었고, 나는 차를 끌고 집 나온 그 놈을 끌고 왔다. 이 놈은 끌고 오지 않으면 날이 풀리고 있는 지금 그냥 노숙할 게 뻔하다. 고등학교때도 그런, 그럴 놈이었고 미성년자는 보호나 받으라며 집에 얌전히 있으라고 몇 번이나 그랬으니.
고등학교때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이 놈은 부내나는 집단에 속할 게 뻔한데, 아 물론 나도 속할 것 같기는 했지만 전통적인 게 없답시고 엿 한 번 먹었다. 뭐 X발 치고 올라오는 게 무섭냐. 아무튼, 그 놈은 전통적으로 가업 대대로 부자에 회사경영이나 하던 곳의 하나뿐인 자식이었다. 그러니까 다른 부내나는 놈들이랑도 친목이나 다지고 신나게 나를 깔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이 놈이 나한테 먼저 와서는 너 저쪽 스트리트 다 먹은 옐링턴씨네냐 하더라. 뭐 하는 새X인가 싶었지. 그리고 그 즈언통 중심주의자들은 얘랑 나를 개 째려보고 있었고.
아무튼 얘 되게 특이하네, 아님 뭐 엿먹이려고 하는건가 싶었는데, 나중에 더 이야기하면서 알게 된 건 이놈 저 엿 같은 친목교류회랑 진작에 연을 끊었다더라. 너 니네 부모님이 그거 아냐? 하고 물었더니 알지 그럼. 하고 대답했다. 골 때리는 놈, 그래서 나는 또 뭐 어떡할려고, 내가 너 도움 줄 것 같냐? 하니까 내가 줄 서는 걸로 보여? 하더라. 골 때리는 놈, 진짜. 집 가서 알게 된 건데 에트와일러 쪽 자식이 오늘 가출을 했단다. 골때리는 놈 진짜.
처음에는 솔직히 호의랑 측은한 거 정도의 옅은 감정이었다. 니네가 같은 클래스 애가 노숙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내 집에 방 남는다는 생각이 문득 들 때 얼마나 욕이 나오는 지… 그래 몰라도 되기는 해. 그리고 솔직히 나는 이 괴짜 같은 놈이 알아서 경찰에 잡히거나 집에 기어들어가거나 할 줄 알았다. 근데 얘가 2주를 버티더라.
2주동안 학교에서 만나면서 떠들기도 하고, 공통적으로 싫어하는 것들을 까기도 하고. 다른 놈들은 서로 가식으로 중무장하고 있을 때 우리만 느긋하게 다 까고 시작한 것 같아서 좀 편하기도 했다. 아니 지금 생각해보면 그 놈은 그때도 벽을 치고 있었겠지만.
그 놈은 성미가 착한 것 같으면서도 냉소적인 면도 있었다. 중2병 걸렸나 싶었다지만 가출하고 힘들어서 그런갑다 싶기도 하고. 한 번은 너 그러다가 죽는 거 아니냐? 하고 물었는데, 저 따위로 살 바에 죽으려고 나온 건 맞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미친 놈. 아, 정확히는 내가 이 놈을 집에다 들여놓기 직전의 오후였다. 이 대답을 듣고 확 빡쳐서 학교 끝나고 바로 우리 집 다락방에 쳐박아놨다.
아무튼, 걔는 우리 집 다락방에서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살았다. 그동안 알바도 하고, 우리 집 일도 도와줬다. 말 그대로 집안일. 우리 엄마 아빠도 말렸는데 가만히 있기 싫다고 꾸물거리길래 니가 하고 싶으면 해라, 니 몸 혹사시키지 말고. 라고 아빠가 등짝 때리면서 걔한테 그랬다. 3년 동안 같이 지냈고 나는 솔직히 얘가 좀 소중하다. 가족만큼은 아니어도.
나도 풋내기지만 얘도 풋내기라서 우리 엄마 아빠가 진짜 불안해 했는데, 그래도 다행히도 나는 뭐 다른 길 찾는 건 귀찮고 이왕 가업 크는거 내가 아예 키워서 저 전통 앵무새들 다 후드려 팰 거라고 다짐한지라 내 길 정했고, 걔는 하고 싶은 거 찾아서 대학 등록금도 대출 받았다고 통보를… 아 개X끼 그래도 대출 통보는 하지 말라고. 아무튼 얘도 할 거 찾아서 나갔다.
그러다가 돌아온 지 며칠 됐다. 오랜만에 와서 다들 폭식하고 있다. 살 찐다, 내가 그러니까 걔는 더 찌라며? 라고 쏘아붙였다. 마른 놈. 사진 찍으러 다같이 외출도 하고.
오늘 걔가 나가는 건 목적이 좀 다르다는 건 안다. 너 나가려고 그러지. 응. 노숙하지 마라. 월세 알아보고 있어. 저쪽 스트리트 2층 비는데. 됐어. 됐으면 됐어. 못 구하면 계속 있는거고. 그래.
옛날 대화를 좀 회상해보자면 저건 좋은 대답이다. 왜냐고? 너 나가려고 그러지. 응. 노숙하지 마라. 그리고 걘 그대로 도망갔다. 그리고 엄마가 다시 잡아왔고 나랑 엄마랑 아빠랑 너 미성년자야 이 놈아 하면서 그대로 다시 다락방에 꾸겨 넣었다. 저 짓 쟤 3번 했다. 날 풀릴때마다. 그거에 비하면 그래, 좋은 대답이야.
아무튼 쟤는 딱히 기대는 걸 안 좋아하는 건지 뭔지. 받고는 못 사는 성격인지 뭔지. 내가 선을 넘은건지 뭔지… X발 내가 잘못했다 새X야 그냥 살아라. 쟤는 하고 싶은 건 해야 직성 풀리는 새X니까, 아오. 쓸데없이 자유로움에 미친 놈. 그래도 다른 놈들보다는 훨씬 낫다.
- Kid-ing-ed.
-
만우절이 되기 얼마 남지 않은 야심한 시각, 아마 지금쯤 골목길을 돌아다니면 다음날의 해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 곳이 총성이 자주 들리는 곳은 아니었으나, 소음기라는 물건이 일을 잘 하고 있다면 생각보다도 소리는 열심히 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죽기 직전의 신음소리마저. 밤은 모든 것을 덮는 장막이요, 소리는 적막에 집어 삼켜져 고요만을 남겼다.
그가 다음날의 해를 못 볼 각오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주택가를 끼고 있는 큰 길은 상대적으로 괜찮다는 것이니까. 그건 몇 년 전의 노숙 생활에서도 깊이 통감한 바였다. 안 죽고 싶으면 일단 따뜻한 곳에서, 그리고 지나가다 누군가를 죽일 미친 놈이 안 돌아다닐 법한 곳에서. 그는 주택가 사이의 쓰레기장을 보았다. 그리고 근처 상가의 화장실도. 서늘한 추억이다.
왜 그 애 집으로 갔더라, 그러니까, 그때는 내 인생을 꽤 덧없게 느꼈나 보다. 그냥 가출하고 족쇄가 끊어진 것 자체에 너무 큰 가치를 둬서 나에 대한 가치를 잃어버렸나 보다. 그래서 죽음을 입에 쉽게 올렸나 보다. 그리고 내 삶이 어디로 흘러가건 상관 없다고 생각해서, 그 애가 끌어 가는 대로 갔다, 그 애의 집 다락으로. 지금 생각해 보면 은인이기도 하고.
이렇다 할 계기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부담을 덜어주고 싶어서 무언갈 열심히 하고 싶었고, 뭐라도 성취를 좀 더 하고 싶었다. 나는 아직 예쁨받고 싶었나, 아직 애였나. 계기 없이 그냥 난 내 삶을 다시 잡았고, 내 삶을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 주변 사람들이 내 삶을 현재에 잘 붙어있게 하려고 하는데 나라고 그렇지 않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는 큰 길을 따라 걸었다. 곧 있으면 지금 보이는 주택들보다 좀 더 큰 집들이 보일 것이다. 저택들의 거리가 보이고, 거기에 자신의 피가 나온 곳이 있을 것이다. 에트와일러 저택. 그는 지금 그 곳으로 가고 있었다. 만우절을 맞이하여, 가족들에게 깜찍한 선물이나 주고 싶다.
옐링턴 씨 그리고 아이작의 집에 그는 탕후루와 함께, 꽤 오랫동안 자리를 비웁니다, 라고 적은 메모를 두고 왔다. 방 짐 정리는 다 해 놓았고, 돌아오면 저한테 돌려주세요, 라는 염치 없는 부탁도 했다. 어쩌면 그는 그들의 친절함을 이용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번이 마지막으로 이용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숨 죽이고 지내면 조용히 눈알들은 사라질 것이다. 골목길의 새로운 총성도, 방호복도, 모두.
끼이익, 철창살로 된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맞이하는 이는 분명 있었다, 설마 여기에 경호원도 없을까봐. 그러나 그는 대저택의 주인이 된 듯 당당히 대문을 열고 들어왔고, 경호원들은 그를 알고 있기에 제압을 머뭇거리고 있었다. 괴도가 된 느낌일까.
쓸데없이 넓은 정원은 여전히 목가적인 것과 거리가 멀었다. 정원사 얼굴을 마지막으로 본 게, 음, 기억도 안 나는 군. 그는 지금 쯤이면 퇴근했거나 퇴사했을지도 모를 이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애초에 정원을 보고 감상할 여유로운 상황도 아니었고. 그는 필요한 것이 몇 개 있었다.
“도련님.”
“나는 돌아온 게 아니에요. 오늘 날짜를 보세요, 경호 실장님.”
차고 문이 열렸을 때, 그는 경호원 중 한 명에게 눈을 질끈 감으며 떨리는 손으로 총을 건네받았다. 키링처럼 즐비한 오토바이 중 한 녀석을 고르려던 찰나에, 불이 켜졌다. 플래시 라이트가 소용이 없어졌네.
“데이브.”
“좋은 만우절 되세요.” 그가 자기 집으로 끌려가며 제 부모에게 건넨 첫인사였다.
- 궁지를 알아챘을 때.
-
급하게 거처를 옮기고 부산스러운 가족과의 재회를 한 데에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그가 집을 알아보기 전날의 남은 새벽은 아직 이야기되지 않았다. 남색 하늘이 아직 태양을 꺼내지 못 했을 무렵, 콜로라도 주에 방호복을 입은 남자가 오고, 그는 이를 발견했다. 한 명은 아니었다. 그 무리는 분명히 그의 학교로 올 것이다. 그리고, 사건의 원인을 찾아내서 어딘가로 데려가 감금할 것이고, 사건 자체는 그저 생명과학 연구소에서 흘러나온 밝혀지지 않은 바이러스의 소행으로 끝날 것이다. 사건의 원인인 자신은 가만히 숨어있으면 된다. 그리고 그들의 동선에 겹치지 않게, 엮이지 않게, 엮이더라도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처럼. 문제 없이 행동해야 해.
그들 중 한 명의 기억을, 아차, 허락, 그는 제 핸드폰을 떠올렸으나 그만두기로 했다. 어찌 보면 학교 관계자가 될 사람들이잖아. 눈을 굴리며 그는 방호복을 입은 사람 중 한 명의 기억으로 들어갔다. 뱀이 벗어놓은 허물 같은 긴장감을 찢어가며, 병원의 폐보다도 약품에 절여지고 실험실의 코보다도 화학품에 민감한 감각을 느끼며, 장갑을 갉아먹는 따가움을 느끼며 그는 기억과 공백을 낚아올렸다.
-
한 명, 또 한 명. 그 사람들은 이번에 처음 모인 건 아니었다. 그들만의 아지트에서 이미 몇 번 이야기를 나눈 자들이었고, 그들 중에는 화약냄새를 유감없이 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비롯 꿈 속이라 감각적 인지를 건너뛰었지만. 또 그들 중에는 피 냄새에 유감도 느끼지 않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으며, 나머지 일부는 실험으로 생각해 미약한 흥분을 느끼는 부류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시점에서 그는 호흡에 문제가 생김을 깨닫고 반강제로 잠에서 깨어날 수 밖에 없었다.
특수부대인가? 그 중 몇 사람은 맞으나, 나머지는 연구자들이다. 컴퓨터의 타자 소리와 사각거리는 볼펜의 잉크 냄새와 온갖 약품과 결과를 그리는 곡선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들. 대학교 랩에도 있을 법한 사람들에게서 피냄새가 났다. 정확히는 시체 냄새가, 그 썩어가기 시작하는 냄새가. 죽은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들이 이따금 흥분했을 무렵의 기억에 분명히 심장 고동이 느껴졌다. 혹시 내 호흡곤란에 의한 내 것이었나? 그렇다고 하더라고 죽은 이의 기억은 이렇게 쉽게 들어갈 수 없잖아. 새벽 4시 53분, 숨을 다시 갈무리한다. 그는 다시 수면제를 찾아야 했다.
손목이 간지러웠다. 벨크로가 땀에 젖어 까끌하게 날을 세웠다. 습하고 거친 자극거리는 그의 손목 안쪽을 벌겋게 물들이기 충분했다. 간지러워. 손목을 긁으며 수면제를 찾기 위해 내려갔다. 아마 괜찮을 것이다.
삐걱이는 계단소리마저 크게 들리는 고요함은 생명의 불씨가 꺼져갈 때를 떠오르게 한다. 죽음으로써 완성되는 압도적인 정적, 그 숨막힘이 파도친다. 목을 틀어쥔다. 다시, 계단을 올라가서, 그는 이어폰과 핸드폰을 가져왔다. 색색거리는 소리는 문틈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방 안에서만 맴돌고 있나 보다. 대신 선택한 것은 희미하게 틀어 놓은 피아노 소리였다.
달캉, 달캉, 청량하고 맑은 소리, 병과 병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냉장고 불빛에 반짝였다. 달그락, 달그락, 약을 꺼내는 소리는 목구멍 밑의 어둠이 재빨리 핥아 사라졌다. 물도 그 뒤를 따라가고, 어둠은 모든 것을 삼킨다. 종소리 같은 어느 소리는 아침이 되어서야 들을 것이다. 해는 아직 잠을 자고 있었고, 그는 삐걱이는 바닥 소리를 들으며 방으로 돌아왔다. 피아노 소리는 그도 모르게 그의 손가락이 몇 단계는 더 키운 지 오래였다. 방은 아직 포근해 보였다. 이제 침대를 열고 생각에 잠길 시간이야.
그는 손목을 묶었다.
들어서자마자 바로 시체 냄새가 풍겼던 기억으로 갔다. 심박이 느껴졌던 기억으로도 갔다. 튕겨져 나갈 뻔 한 건 사실이었으나, 이전처럼 수면제를 평소보다 많이 먹은 것은 효과가 있었다. 그의 심박 또한 느껴졌고 이들의 심박 또한 체감할 수 있었다. 착각이 아니었다. 이들은 살아있어. 그는 판타지 소설에나 나올 법한 시체 무리 같은 걸 제 상상에서 지워버렸다.
그렇다는 건 한편으로는 그들은 그만큼 이것에 익숙해지다 못해 몸에 벤 상태라는 것이다. 그는 다시 한번 살인자의 몇몇 기억들을 떠올렸다. 잔혹함 외엔 설명할 길이 없는 실험들이 피처럼 방울지고, 그에 응답하듯 방호복의 사람들이 수많은 사상자들과 함께한 길목들에 그를 멈춰주었다. 나가야 해, 잠깐만, 이건, 나가야, 해! 나갈 수 없어, 도와, 줘.
까끌한 손목이 느껴졌다. 자신은 버둥거리고 있다. 목도한 것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숨을 쉬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깨어날 수 없다면, 그는 그렇다면 최대한 무언가를 얻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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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 스스로가 무슨 자세로 자고 있을지 상상할 수 없었다. 어쩌면 이미 병원에 다시 실려갔을 지도 모른다. 죽진 않았구나, 다행이야. 또 심정지가 오진 않았다는 걸 제 심장 박동이 알려주고 있었다. 그만큼 심장은 꿈에서도 느낄 수 있을 만큼 강렬했다. 마치 그만 하라는 듯이.
기억을 없애는 약물과, 인체를 복제하는 기술과, 아니 그냥 대부분의 유기체를 복제하는, 그런 기술. 그리고 그 유기체들을 일부 괴물들에게 진정제로서 투입하는 인간성. 또 하나, 표면적인 국제 기구를 공고히 하기 위해 복제 인간의 일부를 유출해 사고를 낸 후, 이를 그들이 수습하는 짜고 치는 판. 징그러운 사람들. 괴물보다도 사람들이 환멸 나는 건 과연 그에겐 오랜만의 기분이었다.
그러나 단 하나, 미지로 남은 것이 있다.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 중에는, 절대로 기억이 읽히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길이 나질 않는 사람, 간접적인 정보만 얻어야 하는 사람, 메사추세츠 지부의 연구자들 중 꽤 높은 직위이며, 또한 감시 당하는 사람. 아무리 기억을 모으고 정보를 모아도 절대 기억의 길이라 할 만한 무엇도 나타나지 않는.
그리고 그가 나타나지 않는 타인의 기억의 길목이 나올 때 마다 바람이 불었다. 확인할 때마다, 점점 강해지는 바람은, 공포는 점점 그 자신이 된 듯 어딜 가든 따라붙었다. 피에 마저 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말라 가는 것 같았다. 이 사람은 뭘 했지. 뭘 했고, 지금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그가 들어갈 수 있는 자들은 생각과 감정을 알 수 있었다. 어디로 갈 지, 예정된 일정에서 어디로 튀고 싶은지 마저도. 이 사람은, 모르겠다, 전혀, 그 아무것도.
문득 그는 바람에 굴러들어온 이상한 것을 눈치챘다. 눈알, 그가 걱정하던 것이었다. 처음 살인자의 기억을 봤을 때 찍혀 나온 눈알, 인간 같은 괴물의 눈알. 이 괴물은 타인의 내면을 관찰하고 그것을 불완전한 인간의 언어로 울부짖는 괴물이었다. 기억 속에 그렇게 제시되어 있었다. 이 괴물의 눈알은 굴러서 나를 보고 있었고, 그는 가장 최근의 기억에 가야 했다. 괴물이 아주 방금 울부짖었다는 소식이었다. 침입자를 외치며.
외부 침입인가에 대한 긴급 회의가 있는 동안 그 남자를 다시 봤다. 유령 상태로 같은 곳에 존재하는 것 같았다. 다른 이들이 침입에 대한 동요가 시야를 좁게 만들고 집중력을 이리 저리 뒤흔들 동안 그 남자는 가만히 존재할 뿐이었다. 그는 괴물이 있던 기억과 현재와 가장 가까운 기억을 대치시켰다. 그 남자는 그 곳에도 있었다.
그 괴물은 그 남자에게 죽음이라고 울부짖었었다.
-
아마, 그는, 정말로, 읽을 수 없는 아주… 특이한 무언가를 가졌을 거야. 기억을 지우는 액체도 만들어내는 마당에. 그는 6시 7분을 가리키는 시계를 보았다. 혈액이 통하지 않는 손발은 차가워져 있었다. 추워. 그는 죽은 자가 아닐 것이다. 죽은 자를 일으키는 무언가를… 복제 인간 기술은 있지만 그래도 그런 것 이상이 존재하진 않을 것이다. 그는 순간 스쳐 지나간 효율성에 대한 논의에 자괴감을 느껴야 했다.
그는 애당초 모든 것이 저로 인해 일어났고 이런 끔찍한 일들에 자신이 동원되어야 한다면 정말로, 제 목숨을 진지하게 버릴 의향이 있었다. 그러나 만약에, 만약에.
생각하지 말자. 오늘 알게 된 정보들 중에는 이미 그들을 피해야 할 이유가 있었고, 행동을 조심해야 할 이유가 있었고, 도망쳐야 할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목숨을 그렇게 최후의 최후에 버릴 생각을 할 만큼, 모순적이게도 그 전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살 것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할 것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게 할 것이다. 모든 가정이 쓸모도 없게 만들 것이다.
하늘이 해를 꺼냈다.
- 유감 없는 이들에게.
그는 현재, 에트와일러 가 대저택의 원래 그의 방이였던 곳에 곤히 쉬고 있었다. 진은 새벽부터 다 뺐으니까. 그는 이불처럼 흘러내리다가 베개처럼 도로 침대 구석에 구겨져 있었다. 차이점은, 그는 나머지 둘과 달리 푹신하진 않다는 것이다. 적어도 이 집안에선 푹신하게 대할 인간따위는 없었다.
4월 1일, 그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핸드폰부터 제 아버지에게 빼앗겼다. 늙은 것 치고 아직 무언갈 마저 빼앗아갈 힘은 있나 보다. 아버지는 그의 길고 긴 가출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 전혀. 그랬다면 경호원들이 저렇게 바퀴벌레 붙듯이 한 밤중에 이렇게 득실거리진 않았을 것이다. 아들래미의 탈주가 그렇게 꼴 보기 싫었나. 그는 저도 모르게 웃었다.
“안토니오 에트와일러씨, 참 오랜만이에요, 그렇죠?”
그는 제 아버지를 불렀다. 어디로 데려가려고 앞장 서는지 너무 뻔한 길목이잖아. 언제 한 번 제 기억에서 필름이 제 발목을 잡았던 그 곳, 지하실. 두 사람은 봄이 물러가는 공기를 느끼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유이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는 그 혼자만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우뚝 멈춰섰기 때문이다. 제법 드라마틱하네.
걸리는 걸 예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솔직히 마주치자마자 바로 이 세상의 모든 고상한 비꼬기와 모든 추악한 욕설을 예상하고 있기도 하였다. 돌아오는 결과가 벽을 쌓고 과거 안으로 밀어넣기라는 건 아버지는 그를 아직 애로 보고 있다는 거였다. 웃기지 마세요. 늙은 개는 정말로 재주 하나도 배우지 못하는 걸까?
“데이브야.”
“네, 안토니오 씨.”
“…아버지에게-“
“아, 참, 꽃 선물은 어떠셨어요?”
살랑거리는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제 아버지를 빼닮은 새파란 눈이 생기를 찾아 반짝인다. 생기를 되찾은 것이 아닌, 먹어치우기 위해 번들거렸다. 안토니오의 몇 년 적 기억 속 제 아들은 음울한 독기 속 단 하나의 칼날 같은 가출을 시도한 아들이었다. 무럭무럭 큰 독기인가, 그는 제 아들이 이런 표정을 지을 수 있었나 생각했다. 대답을 바라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닌 젊은 이가 눈에 들어왔다. 웃음 같은 건 과장할 때나 쓰겠다는 듯한 무대 뒤의 연기자의 표정이었다.
“잘 받았다.”
“그렇군요, 전 어디로 가나요?”
“지하실이지, 어디겠느냐.”
“안 갈 건데요?”
뒤의 바퀴벌레들이 움직인다. 또 제압하려고요? 부스럭거리는 소리들 사이를 경멸어린 목소리 하나가 갈랐다. 고용주는 말이 없었다. 고용주의 아들을 제압해야 하는가? 순간의 멈칫거림에는 아들이 제일 싫어하는 정적이 융단이 되어 경호원과 둘을 갈랐다.
“못 할 것도 없지.”
“좋습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제 아버지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늙은 몸뚱이는 아직 뼈가 단단했고 그보다 근육도 살도 더 붙어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이 순간, 온 몸이 필름으로 휘감기고 있는 것 같았다. 또한 누군가에게서 옮은 듯한 깊은 살의도 찰랑이는 것 같았다. 극독이 되어 저 사람을, 아니, 거기까진 가지 말자. 확실히 자신은 정서적으로 뭔가 안정되어야 했다.
그러려면 일단 이 사람을 눈 앞에서 치워야 했고. 그는 걷어찬 몸뚱이의 무릎을 짓밟았다. 가래 섞인 비명이 아깐 나오지도 않더니, 이번엔 제대로 나오고 있었다. 뒤의 경호원들이 그를 잡으러 오기 전에, 그는 그의 아버지와 제일 가까웠으므로, 그는 아버지를 그대로 제 몸의 미약한 무게를 실어 벽에 들이박았다. 머리채가 잡혔다.
하고 싶은 짓을 했다. 머리채가 잡힌 채로 지하실에 끌려가던 것도 잠시, 그는 다시 아버지의 다리 뒤쪽, 그러니까 무릎 뒤쪽을 차버렸다. 무릎이 꺾이며 스쳐지나가던 분노 서린 눈빛은 이제 더 이상 그의 공포를 유발시키지도 못 했다. 그는 똑같이 머리채를 잡고, 한 번 더 같은 곳을 차고, 반대쪽 무릎 뒤도 친절히 찼다. 지금 지하실 문은 열려 있는 상태였다. 그는 이제 마저 할 일을 했다. 문을 열고, 아버지를 집어넣고, 문을 닫는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넣는 것보다도 쉽잖아.
손아귀에 힘을 너무 많이 쥐었는지 손이 떨렸다. 다시 걸 어나오는 그 앞 광경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호원들이었다. 총을 가급적 쓰지 말 것. 고용주가 그의 아들이 발작하는 것을 보고 나서 신신당부한 것이었다. 저래도 쓰면 안 되는 건가?
“안 잠궜어요, 전 그냥 제 방에 갈 테니까 알아서 하세요.”
파르르 떨리는 손을 주무르는 마른 청년은 중앙 계단을 팔랑팔랑 걸어 올라갔다.
저런, 생각해보니 제 부모는 제가 가출한 뒤로 후원하는 아이 한 명을 들였었다. 그리고 그 애는 한 달 전에 막 샌프란시스코로 떠난 참이었다. 방 정리는 되어 있지만 가구를 뺀 건 아니었다. 내 방이었는데 말이야. 그는 아무래도 온기가 있었을 방 침대에 그대로 누웠다. 총은 숨겼다. 이건 뺏길 수 없었다. 그가 그의 눈으로 총구를 볼 일이 생기더라도 절대로.
아무도 그를 건드리지 않았고, 아무도 그를 어떻게 하려 하지 않았다. 없는 것으로 취급하려는 모양이었다. 차라리 잘 됐네. 그는 방금 막 핸드폰을 제 아버지의 사무실 비슷한 공간에서 빼 왔다. 새벽 공기가 차가웠고 불은 언제나 켜져 있었다. 경호원들은 여전히 부스럭거리고 있었다.
- Internet of Thing-출장.
- 메사추세츠에서 콜로라도로 출장을 온 지 어떻게, 일주일이 지났나. 지금 이 시점에서도 우리가 잡으려 하는 무언가는 우리를 감시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일전의 ‘심안의 살덩이’에게서도, 분명 시설 내부의 모든 곳을 살폈음에도 불구하고 침입자 소리가 튀어나온 걸 보면, 상대는 어떤 미지의 힘을 가진 것이 분명했다. 우습게도 나에게는 그 힌트를 얻을 기회가 좀 많긴 하지만.
핸드폰은 무음 상태지만 언제나 확인하는 톡방이 하나 있다. 그 곳에는 상당히 많은 격리되어야 할 개체들이 서로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바꿔 말하자면, 이미 격리된 개체도 톡방에 있을 수 있다는 건가. 내가 이걸 상부에 연락하고, 일주일간 격리당하긴 했지만, 그 기간동안 지적인 회화가 가능한 대부분의 개체에게 이것에 대한 걸 이야기는 한 걸까. 상관은 없다, 어차피 내가 보고 있으니까. 그리고 낌새로 보아 없어 보이기도 했다.
다만 하나 걸리는 것은, 여기 있는 본명으로 추정되는 닉네임 사용자. 이번 사건이 일어난 대학교에도 분명 동일한 이름의 학생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셀카가 제법 학교에 낸 증빙 서류에 있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우연이면 슬플 것이고 필연이면 꽤 즐거울 것이다. 상대에겐 아주 반대겠지.
주립 병원으로 우리는 향했다. 입원 기록은 경찰과의 협력으로 얻을 수 있었다. 어떤 영장이 나왔느냐면, 그저 위조 영장이니 아무래도 상관 없지 않을까. 죽 읽어내리다가, 그 본명 닉네임을 발견했다. 성씨도. 그리고 상담받고 있다는 것도. 다음 방향이 정해졌다. 경찰이 동행하고 있는 한 상담 기록을 보는 정도는 또 쉬울 것이다. 경찰이 없으면 어떻냐는 질문을 누군가 한다면, 사회적 규칙에는 어렵겠지만 규칙이 없다면 아무 문제도 없지 않을까, 하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나는 물리력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다. 제압 부대가 왜 같이 왔겠는가? 걸어서 도착한 곳은 그의 상담사가 막 출근했을 곳이다. 문을 내 딴엔 친절히 열고 들어가 상담 기록을 요구해 보았다. 경찰을 동원해 아무 물리력을 쏟아붓지 않고 이러고 있는 건 정말 친절한 일이다. 음, 아주 효과가 좋아. 하루 빨리 국제 기구의 권위를 좀 더 높여야 겠는데 말이야, 하나가 경찰 몫이 돼 버려서 참.
급하게 발걸음한 이유도 그것이었다. 실험체 하나가 경찰 몫이 돼서 공중분해 된 것.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정말 뜻밖의 무언가가 나타난 것. 상담 기록은 그 뜻밖의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었는 듯 하다. 저런, 그렇다고 행적을 감출 거라고 대놓고 써 놓지는 말지.
다음은 상가가 자리한 곳들이었다. 이 특이한 자에게 친밀한 자가 아마 이 쪽 상권을 갑자기 세게 쥐기 시작했다고 했나. 잡아야 할 자가 아마 놀랄 수도 있으니 최대한 피해서, 그래 그러고 보니 그 때도, 불사하는 자와 이야기 했을 때에도 그랬듯이, 그 쪽 상권은 최대한 피해 본다. 유감스럽게도 이 다음에 가야 할 곳은 상권을 잡은 바로 그 자들의 집이겠지만.
빠르게 이동했다. 그러나 유류품은 별로 없었다. 우리 중 몇몇은 짐을 벌써 정리한 거냐고 화를 내기도 했고, 몇몇은 이동하기 어려운데 그 놈이 들고 갔을까 하고 의심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아예 집에 숨었거나, 멀리 가지 않았을 지도 모르고, 어쩌면 이 집 구성원으로 변장했을지도 모른다는 추론이 튀어나왔다.
그것은 제 부모와 사이가 좋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곧바로 월세방을 구할 수 있을까? …지나오는 길에 보였던 것 중 하나가 퇴원한 대학생들을 위한 반값짜리 월세방들 홍보 현수막들이지 않았나. 동료들은 직감적으로, 다같이 그 현수막을 떠올린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내 대학 근처의 모든 곳을 쥐 잡듯이 뒤지기 시작하겠지. 나는 힌트가 툭툭 나오는 마법의 핸드폰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저 질릴 동료들과 공을 나눠먹고 싶냐면 아니. 그리고 솔직히, 이런 괴이한 현상을 만드는 자라면, 내가 거두고 내가 키워서 슬슬 이 회사의 어느 부분 하나는 날려먹게 할 좋은 흉기로 쓰고 싶기도 했다. 내가 잡으면 안 되겠지만… 글쎄, 언제 한 번 그에게 이 톡방을 들이밀어 준다면 비즈니스적 관계는 맺을 수 있을 것 같다.
아, 힌트다.
그는 본가에 있는가 보군 그래. 제압부대를 흘겨보았다.
- RUN.
-
마피아게임으로 한창 머릿속이 풀어지기 싫은 매듭이 생겼다가 매듭 째로 끊어졌다가 하는 저녁을 지나, 다시 카톡방에서 누군가를 화나게 했던 것에 대해 그는 오늘도 메모를 해 본다. 육하원칙을 쓰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화가 흘러갔으며, 그가 놓친 것은 무엇이며, 그는 상대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각거리는 필기구의 소리가 멈췄다. 그는 항상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서 꼭 멈추고 만다. 그러고서 그는 뉴스를 상상해본다. 항상 책임지겠다고 해놓고 처리가 됐는지도 모르겠는, 기업들이 일으킨 사고들이라던지. 그리고 그걸 제 부모라는 작자들과 연결시켜본다. 그 피를 저와 연결시켜, 아니, 연결되고 싶지 않기에 그는 필기구를 마저 움직여야 했다. 혀를 차는 소리가 난다, 나는 그 자들과 같은 통속인가.
톡톡톡, 종이를 두드리는 소리가 가볍게 공간을 채우고 있다. 인간관계에 서투른 건 이럴 때엔 아무런 쓸모도 없다. 이걸 이해해 줄 필요도 없지 않나, 상식적으로. 그는 다시금 제 인간관계를 아예 재조립 시키려 한 누군가들을 떠올렸다. 아니, 탓 할 시간이 아니다. 톡톡톡, 그리고 알람이 울린다. 11시 20분, 그 전 까진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그는 언젠가 다시 한번 사과를 하기로 일단락했다. 한심하고 멍청하게 이러고 있네.
오늘은 할 일이 있었다. 평면도가 그의 방 바닥에 깔렸다. 책상은 이 평면도를 다 깔기엔 부족한 공간이다, 적어도 식당에서 쓰는 것 정도는 있어야 할 정도의 분량이기도 했고. 종이는 매끄럽게 펴졌고, 그는 CCTV의 위치와 각도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아마 그들은 오늘 아니면 내일 중으로 올 것이다. 여기에 얌전히 있으리라는 생각은 저 쪽도 하고 있지 않겠지.
솔직히 말하자면, 오늘 낮잠을 자며 기억을 좀 더 살폈다. 뇌내 침입자가 존재한다는 걸 아는지 그들은 암구호를 외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호와 상징이 무엇인지 알아야 명확히 행동할 수 있다는 점은 기억에 분명이 새겨짐을 의미했고, 결국 대응 자체는 무의미하게 끝났다고 볼 수 있다.
기억을 읽을 수 있는 다른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은 대학 근처의 어디든 쑤시고 다니는 모양이었다. 불시에 검문하는 건가, 심지어 자동차나, 나아가서는 병원 근처까지 가고 있다. 주립 병원이 아니라 꽤 병원비가 쏠쏠한 곳도 들어갈 계획인 걸 확인했다. 이 사람들은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이 사람들이 아닌 자는, 그럼.
기억을 읽지 못하는 자는 다른 군인 비슷한 사람들과 같이 있었다. 군인의 기억을 찾는 건 솔직히 어렵진 않았다.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 중 화약 냄새가 나는 사람들이 있었고, 시간은 촉박할 지언정 꿈 속에서의 시간은 그의 편이었다. 그들의 총성을 도망치듯 넘겨버리고 피냄새는 온 감각에서 지우려 노력한 끝에 그 자와의 접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호흡의 불안정이 있었지만, 그는 솔직히 시판용 산소 호흡기를 사용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목을 주물렀다.
군인의 기억 속에는 암호로 암기된 제 집 주소가 있었다. 암호로 치환하려면 일단 치환할 것이 무엇인지 알았어야 했겠지. 그는 모든 마킹을 끝냈다. 습관적으로 마커의 뚜껑을 이로 물고 있었네, 그는 평범히 손으로 뚜껑을 닫았다. 방을 나선 그는 경호원들을 불렀다, 직접 확인해야 했으니. 각도에 맞게 사라질 정도로 그의 몸은 뛰어난 운동 신경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그는 오늘 몸을 잘 쓰는 유능한 사람들과 새벽을 좀 지샐 예정이었다.
-
다 좋은데, 경로를 어디로 틀 지 걱정이었다. 새벽 4시경, 그는 이번엔 인근 지도를 펼쳤다. 마커 뚜껑은 다시 그의 이에 깨물려 있었다. 까딱거리는 뚜껑과 톡톡거리는 손가락의 노크는 일정한 박자였다. 아마 빠져나갈 수는 있을 것이다. 어디로 가지? 거미줄처럼 얽힌 뒷골목들이 보이지만, 정말 죽을지도 몰랐다. 그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죽거나, 혹은, 기억 속에서 봤던 기억 소거제의 효과를 톡톡히 볼 지도 몰랐다.
…예를 들어 그의 상담사처럼 말이다. 눈에 띄게 달라진 모양으로 이미 알 수 있었다. 최근의 기억이 갑자기 공백으로 전환되는 일이라. 흔치 않은 일이잖아. 다른 사람하고 엮이지 말아야 했다. 그는 제 친구네 기억이 무사한 걸 보고 꽤 안심하는 자신을 보았다. 어쩌면 지워지는 게 나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그 편이 아이작에게도 더 좋을 텐데. 목을 찌른 사슬이 찰랑거리며 속삭였다. 어느정도 그는 동의하는 바였다. 영원히 안녕을 할 수 있겠지. 내가 더 이상 피해를 끼치지 않게 할 수 있을거야.
그저, 다 잘 된다면 이후의 대비책이었다. 원래 최악의 경우를 상정할 경우의 대비책이지 않느냐고 한다면, 최악의 경우는 기억 소거 자체가 의미를 잃을 결과일 테니. 강제적 절연이거나, 그의 죽음이거나.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해야 겠어. 그는 그러니까, 제 추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눈길을 주고 싶지 않은 산을 손으로 짚었다. 산장이 있었나, 안내소가 있었나, 그 끔찍한 걸 기억에서 지우려고 애를 쓰며. 최후의 최후에 그는 산소 호흡기를 두 개 정도 더 썼다. 가는 걸 포기해야 하나, 아니지, 옆 산으로 가야지. 콜로라도 주는 산이 많은 곳이다.
파악되지 않은 곳이라면 지금 파악해야 해. 검색을 하고, 지도를 확인한다. 차종은 뭐로 할까, 차고로 향했다. 5시. 이미 에워쌌을까, 조금 자 둘 걸 그랬나. 그는 오토바이 하나에 몸을 기대고 눈을 붙일까 고민했다. 경호원들이 우물쭈물하며 그에게 다가갔다. 저택 근처에 수상한 무언가가 없다.
…저택까지 몰아붙였다면 부산했을 것이다. 아직 집 내부 전화가 울리지 않는 걸 보면, 그러니까 이 주변은 우리 집과 어떤 식으로는 인연을 가진 집이 대다수이므로, 아니, 입막음 당했으면 어떡하지, 그들이 입막음할 만한 돈을 가지고 있나? …있다면? 외부가 안전한지는 결국 그의 눈으로 봐야 했다. 그의 능력으로.
기댄 그는 눈을 감기 전 제 손목을 부탁했다.
확인해 본 결과, 한 쪽은 대저택 지역 너머의 녹지에서 대기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지, 거기가 제일 숨기 쉽지. 다른 한 쪽은 대저택 지역의 중심부, 커다란 잔디밭 공원에. 미친건가? 그는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는 새삼 그가 도망칠 방향은 그가 정하는 게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이렇게 막혀 있다면 필연적으로 북쪽의 산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녹지는 대저택 지역 동쪽, 잔디 공원은 그의 집 남쪽, 그리고 그의 집 서쪽엔 반대편 누군가의 집이 있었다. 경로는 이미 정해졌다.
깨어난 그는 어느새 8시임을 들었다. 밤샘과 피로는 시간을 그의 편으로 돌리기에 적합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불시에 오토바이를 몰기엔 충분해. 그는 아침 공기가 아직도 차가운 것을 보며 봄은 더럽게도 오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고지란.
“잠 좀 깨자.”
속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그리고 통증을 위해 그는 답지 않게 에스프레소를 맛을 느끼지도 않고 들이켰다. 쓰다. 다음에는 아메리카노로 마시기로 결심하고, 차고에서 헬멧을 고른다. 검은 게 낫겠지. 간단한 과정은 쉽게 쉽게 넘어갔다. 오토바이 역시, 산악을 타기 좋은 것으로 바로 결정되었다.
그는 제 품 안의 그 끔찍한 화기를 생각했다. 이걸론 절대적으로 부족할 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예 쓸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기기도 했다. 어떡하지. 납덩이의 차가움이 무색하게 심장은 뜨거운 피로 터질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무게는 틀림없이 같을 것이다. 아니, 쇳덩이 쪽으로 더 기우는 것도 같다. 그는 야전삽과 맥가이버 칼과 그리고 제가 휘두를 수 있는지 모르겠는 도끼 하나를 챙겼다. 두 손으로 휘두를 순 있구나. 피가 저온으로 끓는다면 아마 그의 상태일 것이다.
8시 반, 그는 더는 꾸물거릴 순 없다고 느꼈다. CCTV의 각도를 피해 움직이며 오토바이를 옮기는 한 편 저와 체구가 최대한 비슷한 정원사 일을 하는 누군가에게 제 평상복과 돈다발을 건네었다. 이 사람은 희생당할까. 모순적이게도 그는 저 멀리 길가의 모르는 사람의 희생을 걱정하면서 제 집안의 아무 잘못 없는 사람을 이용하려 들었다.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은 미뤄놓기로 한 그는 대신 거대한 인형이라도 만들어 줄 것을 부탁했다.
좁은 쪽문에 이제 그는 섰다. 오토바이와 함께. 장비는 다 챙겼나, 그는 마지막으로 추가 탄약을 받아들었다. 왜 절 도와주나요, 고용주의 아들이니까요. 집 나가는 걸 도와준 대가는 처참할텐데요. 배상하셔야 합니다. 그는 헬멧을 썼다.
그리고 시동을 걸었다.
- Internet of Thing-제압 보고서.
작성자: 테드 윈체스터. (D-1II-1-666827-a)
사망자:
제압부대 ‘블랙아웃’ 1, 2, 3소대 전원 사망.
제압부대 ‘암네시아’ 2분대 4소대 (말소됨), (말소됨), (말소됨), (말소됨) 병사 사망.
메사추세츠 지부 연구 1팀 (말소됨), (말소됨), (말소됨), (말소됨), (말소됨), (말소됨), (말소됨) 사망.
도합 132명.
기억 소거제 사용량: 강우량 계산으로 20mm, 총 18시간. 도합 3245L. (예정)
포획 성공.
- 제어.
-
일렬번호가 나오기 전부터, 나는 저 포획한 청년에게 모르페우스라는 별칭을 붙였다. 그도 그럴 것이, 모르페우스라 함은 그리스 신화의 꿈의 신이지 않은가. 저 자와는 퍽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지 않나. 또한 다른 공통점은… 아, 일렬번호가 상부에서 내려오는군.
D-4V-3-500453. 마지막 여섯 자리는 나조차도 어떻게 정해져서 내려오는지 모른다. 상부에서 임의로 지정한다는 소문은 이미 나와 내 동료들 말고도 수많은 사람들, 심지어 일반 격리 개체들 조차도 알고 있다. 개중에는 1004 같은 게 섞여 나오거나, 76처럼 미국 독립과 관련된 숫자만 여섯 글자에 꽉 차 있는 것도 보았고, 붙은 녀석들은 하나같이 그렇게 어울리지 않는 놈들이었다. 순전히 이득만 되는 것들에게 그런 게 붙으면 얼마나 편할까.
이 청년은 참으로 웃기고도 운명적이다, 이 일렬번호 전부. D는 대체로 인간 형대를 뜻하고, 4는 다수의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음을 말한다. V는 로마자 5로 그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갈 정도의 빈도가 얼마나인지를 뜻하며, 한 달에 한 번 정도의 빈도를 이야기한다. 기가 차는 군, 그들은 한 달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죽을 ‘뻔’한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건가? 마지막의 3은 격리의 강도 정도, 3이면 복도는 못 돌아다니겠군. 2 정도가 복도를 자의로 돌아다니는 것 자체에 제한이 있는 정도였던가. 마지막 일렬번호란, 그야말로 그에게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D=500 / A=치환시 4 / V=5 / E=치환시 3.
500453.
◈
그는 깨어났으나 몸은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그는 그렇게 믿고 싶을 것이다. 자신의 무의식이 깨어나기 싫다고 온 힘을 다 해 자신을 꿈 속에 묶어 두고 있는 것이라고 믿고 싶진 않을 것이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는 것조차 부정하고 싶을 것이다. 그는, 그러나 결국, 무의식에서 기어나온 수많은 죄의식의 사슬과 자신에 의해 죽은 수많은 이들의 흔적에, 제 꿈의 공간 자체가 일그러지고 찢어지며 무의식에 깔끔히 풍화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아니, 다 지켜보지는 않았다. 그는 물망초와 핑크 카네이션이 있는 꽃밭과, 그 곳에 있는 어른이여야만 했던 어린 아이와, 키위새 인형과, 황금 깃털을 가진 새들과, 파랗게 빛나는 별들과- 모든 것들을 부수게 둘 수는 없었다. 그건 안 돼. 안 돼, 원하는 걸 줄게, 날 줄게, 날.
찰그랑, 사슬 소리가 거칠었다. 목에 쑤셔 들어왔던 것이 이번에는 살이란 살은 난도질을 해 온다, 살 뿐일까, 그는 이 정도면 뼈 또한 부숴졌겠다고 짐작했다. 속삭임은 그만큼 깊이, 새겨지듯이 들려왔다. 다 너 때문이야. 다 너 때문이야. 다 너 때문이야. 정말 그 선택이 최선이였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언제나 최선의 선택을 한다고 착각하고 있었잖아. 이젠 현실을 봐야지, 넌 지금 최악의 선택을 한 거야. 사슬을 따라 그의 몸이 휘청거린다. 그라고 규정하기엔 이제 검은 머리카락이 비죽 튀어나온 모습밖에 없을 정도로 온 몸에 사슬이 박힌 채로.
죽은 자들이 보였다. 그가 도망친 모든 것들이 이어 나왔다. 학교에서의 두 차례의 폭주로 인한 대부분의 학생과 교수진이 새카만 원망을 토해내고 있었고, 원망으로 이루어진 몸을 다시 채우기 위해 락스를, 안 돼, 그만! 그만, 그만! 원망은 그리 외치는 꿈나그네의 말을 순순히 들어주었다. 그의 몸에 오롯이 찰랑찰랑 담기기 시작했다. 그들이 느낀 고통과 불편함과, 최후에는 모든 환각들이. 사슬들이 당겨지기 시작한다. 찢어지는 것인지, 쪼개지는 것인지, 그는 빛의 삼원색으로 분리되는 모양새인 듯하기도 하였다. 어느 날 그가 스케치한 사진의 아이디어처럼.
그 틈새로 죽은 자들이 비집고 들어선다. 총알 한 방에 피범벅만 된 사람은 검은 가시가 돋힌 비명을 질러대었고, 제 머리를 스스로 날린 사람을 존재하지 않는 입으로 깔깔거리며 조롱하였으며, 그로 인해 살인 충동이 든 자는 피로 젖은 날개로 그의 숨을 틀어막고 감사인사를 올렸다. 죽음의 기억 너머로 유가족들의 원망이 뱀처럼 따라 들어갔다. 그는 뱀 덫이 된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그 원망마저도 틈새에 집어넣고 있었다. 혹은, 그는 틈새를 메꿀 어떤 의지조차도 없던가, 아니면 죽음의 기억에 의해 완전히,
부숴지고 있던가.
◈
하던 이야기가 잘린 것 같다. 모르페우스라는 신은 꿈의 신이다. 신의 계보를 알려주자면, 꿈의 신은 잠의 신과 아름다움의 요정, 아마도 요정 아니면 신일 것이다, 아무튼 그 사이에서 태어났다. 또는 위대한 태초의 밤의 여신이 홀로 빚어낸 수많은 신들 중에 하나일 것이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면, 잠의 쌍둥이 형제는 죽음이요, 잠과 죽음의 어머니 또한 그 밤의 여신이기 때문이다. 꿈은 생각보다 죽음과 아주 가깝다.
…내가 출장을 올 때 챙겨온 것이 하나 있다. 나 같은 것을 감지하는, 그러니까 설명하기 어렵지만, 뇌파를 탐지하는 기기가 분명 병원에도 있지 않은가. 그것에서 좀 더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오컬트적인 것만 콕 집어 반응하는 파장 탐지기가 하나 있다. 정확히는 내 동료였던 것이 날 감시하겠다고 상부의 허가를 받아 가져온 것이겠지.
난 지금 오하이오 주의 외딴 곳에 연구용 가건물, 그래 여러분들이 토르 같은 영화에서 본 그 비닐 벽 통로 같은 건물들 말이다. 그 곳에 현재 내 육체의 복제품들과 수많은 내 인격 복제체들과 같이 있다. 쉽게 말하자면 수많은 나들과 같이 있다. 그리고 그 청년 하나. 이곳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복제된 그의 육체들이 배달될 것이다.
아, 파장 탐지기의 이야기를 계속 하자면, 그리고 좀 더 엮어서 이야기하자면, 방금 막 파장 탐지기가 전에 없을 정도로 미친듯이 그래프를 그려댔다. 그리고 아직 살에 닿지 않은 내 인격 복제체들은 전부 효능을 상실했다. 말 그대로, 내가 쥐고 있던 은 도금 반지에 있던 내 복제 인격이 싹 날아갔단 뜻이다. 여기에 오직 나들만 있어서 다행이군.
◈
생각하고 싶지 않아. 깨어나고 싶지 않아. 내가 누구였더라. 또 뭐였지, 나는 사람이야? 아니지, 이런 머리를 가지고 사람이라고 하다니. 부숴진 머리는 블루베리 잼 모양으로 으깨졌다. 수많은 손들이 그를 쥐다 못해 그에게 달라붙었고, 머리 없는 무언가라고 자신을 느낀 그의 목에 시커먼 손이 솟아올랐다. 나는 괴물이다. 나는 괴물이다. 나는 괴물이다. 끔찍한 괴물이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해?
살인자는 살인을 해야지. 누구를 죽여야 해? 너 자신을! 아하, 죽어야 되는구나, 그렇구나. 어서, 죽어야 하는데. 괴물은 죽어야 해. 살인자는 죽어야 해. 난 죽어야 해. 어서 없어져야 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심장에서 끊임없는 고동을 느낄 수 있었다. 끊임없는 고통도, 흉부 전체에서 느낄 수 있었다. 날 왜 살리려 하는거야.
그는 수많은 쇠사슬들이 새긴 말 중에 하나 정도는 지울 수 있었다. 이것은 아주 최악은 아니었다. 아마 최악은 그 일이 벌어지고서도 자신이 제가 있었던 곳에 있는 것이겠지. 그리고 또 이런 일이 반복되고. 차라리 이렇게 격리되는 것이 나아, 그렇지? 들을 이는 자신밖에 없었다.
아주 옛날에, 애정이 고플 때에도 이런 생각을 하다가, 하다가, 결국에는 차라리 제가 포기한 걸로 치는 것이 낫겠지, 하고 모든 것을 놓은 적이 있었다. 잡아주길 바랬으나 그럴 이는 없었고, 정말로 놓아버린 그는 이번에야말로 잡을 그 무엇도 없이 존재하고 있었다. 결국 정신 승리였나, 아니면 회피였나, 나는 지금도 도망치고 있나, 또한 쓰레기이구나, 응.
이성은 날아갔다고 생각했으나 자괴감에 의해 다시 돌아온 벌레 같은 무언가는 기어코 그를 다시 갉아먹었다. 그 곳에 남아서 경찰 조사를 받던가, 공식적인 사과를 하던가, 하다못해 학교 측에 알릴 기회는 많았잖아, 겁쟁이! 멍청이, 거기서 영영 도망갔으면 너만 잡히고 끝났을 텐데, 멍청해, 멍청해, 멍청해!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고 있었지 지금까지는, 그런데 지금은 어때?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기는 해?
그라고 여겨졌던 시체 형상의 수많은 손이 달린 무언가는 다시 무의식의 파도에 썩어 들어갔다. 구더기가 들끓었다. 수없이 파먹힐 것이다. 아마 지금 그는,
‘데이브 에트와일러’ 라는 인격은 죽었을지도 모른다.
◈
젠장, 일단 몇 명의 나들과 함께 침대에 전혀 얌전히 누워있지 못 하는 그를 억누르고 산소 호흡기를 달았다. 젠장, 그 다음에 비상용 전기 충격기가, CPR, 됐어, 달았어, 젠장, 저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우드득,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갈비뼈일 것이다. 아니면 쇄골, 아니면, 젠장, 젠장. 연락이 들어온다. 복제하기 시작한 그의 육체 중 일부가 미친 듯이 발작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곧바로 가사상태로 돌려야 할까. 이대로 죽으면 또 정신적 스트레스에 가중이 될까. 징그러운 것. 살아있음에 질리고 있는 나에게 이딴 선물을 주고 앉았군 그래. 이봐, 일어나. 일어나라고.
…나는 지금 이를 갈고 있다. 저 자식을 죽이고 싶다는 아주 강한 충동이 오고 있다. 하지만 죽일 수는 없다. 저 자식은 내가 이 회사에게 엿을 먹이는 데에 이용해야 했으니까. 문제는, 나 또한 그 회사에 속해 있으니 이미 엿을 먹고 있다는 것이다. 개 같은. 그저 부디, 이 이상 그저, 내가 통제할 상황이었으면 좋겠으나.
복제된 육체 일부가 망가지고 있다면 나는 그 육체들이 있는 펜실베니아 주를 걱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가 인지하지 못할 리 없다. 그리고 지금 상태라면 그는 펜실베니아 지부의 연구원들을 인지하고, 즉시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 것이다. 그가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
그는 몇 번째로 죽음을 겪은 것일까. 인간의 형체이진 않는 그의 모습은 괴물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 곳이 꿈 속이니 다행일 뿐이었다. 어쩌면 그는 자신이 심장만 인간의 것이고 완전히 괴물이 된 걸까, 싶기도 했다. 그는 머리 없이 웃었다.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생각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제발, 날 다시 사라지게 해줘, 뭉개줘.
작은 아이가 나타났다. 내가 결국 지키려 했던 꽃밭까지 온 걸까.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고 해 줘. 부탁이야.
“있지, 우리는 어디서부터 잘못한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한 걸까, 그러게. 그냥 내가 그 때 걸어 잠궜어야 했어.”
뒤이어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가 말한 게 아니었다.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소년과 아이작의 옷을 빌려 입은 조금 어린 그의 모습이 보인다.
“처음부터 이 능력을 사용하면 안 됐어, 그렇지? 애초에 부모님한테서 벗어날 일탈거리로 즐기면서 써대기 시작했잖아. 그냥 조용히 없는 듯이 묻어뒀어야 했어.”
“아이작의 기억이 없어진 것 같더라. 그 애는 무슨 잘못이 있다고. 먼저 흥미가 간다고 가까이 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리고, 맞아… 내 시점에서 1년 전에 실험도 엄청 많이 했잖아. 왜 한거야?”
“하하, 책임감도 없네.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도 모르면 어떻게 해? 이미 돌이킬 수 없어. 넌 그냥 너 좋자고 사용한 거야. 왜 이제 와서 선한 척 하려는 거야?”
“다 너 때문인 건 알면서 도망치다니. 혹시 다 놓으려는 거야? 그래, 애초에 우리는 그 무엇도 잡고 있지 않았잖아.”
“놓는 건 잘 하지. 이번에 놓아야 할 건 뭐야?”
“도덕성? 인간성? 나 자신은 진작에 놓은 것 같은데. 아, 맞다. 아이작 때문에 이젠 놓는 것도 잘 못 해? 기다려 봐.”
아이작의 옷은 사라졌다. 그 곳에는 그저 고등학생 시절의 그만이 남겨져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꽃밭으로 가고 있었다. 모든 걸 남겨놓지 않으면 놓는 건 더욱 쉬워지겠지. 저기 있는 그도, 여기 있는 소년 시절의 그도, 지금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도 모를 그도 다 알고 있는 것이었다. 아,
“안 돼.”
“왜? 위선자가 말이 정말 많아!”
“사진학과를 선택한 것도 꿈에서 날로 먹으려 한 주제에. 아,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 그리고 사진을 통해 모든 걸 미친듯이 피사체로만 보려 하고 있었잖아.”
“맞아, 엄청 객관적으로 말이야. 그렇게 결심했으면서 또 이 카톡방에 뭘 한 거야?”
“왜 거기서까지 착한 척을 하려고 해?”
“위선자!”
“주제에 받은 건 소중해? 위선자.”
“…X발 닥쳐 봐. 개 같으니까.”
그는 진정할 필요를 느꼈다. 증오해 마지 않는, 자신을 포획한 작자에게서 지금 막 들어온 메시지메 그는 보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는, 맞다. 지금 어느 방향인지는 그조차 잘 모르겠으나 먼 곳에서부터 자신이 비명을 지르고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또한 자신이 죽어감 수준이 아니라 죽고 있음을 알았다.
“…내가, 아직, 도덕성은 안 놨어. 안 놓을 거야. 안 놓을 거라고. 그리고, 없애야 할 건 아주 분명하게 알았어.”
능력이 감당이 되질 않았다. 죽어가고 있었고, 죽음을 경험했으며, 타인의 죽음을 내재화한 상태에서 통제 자체가 되지를 않았다. 총성이 아니야. 그는 지금 죽음 자체에 폭주 트리거가 걸려 있었다. 이게 내 탓이야? 이게 내 탓이냐고. 아니, 내 탓 맞지, 호기심으로 찾아보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이 일어나진 않았겠지, 그래.
“너가 없어져야 해.”
“죽음이 없어져야지. 죽음에 대한 공포가.”
“못 견디는 주제에, 사람들을 더 희생시키려고?”
모르겠어. 그리고 난 또 한 번 죽었고, 사람들은 다시 죽고 있어.
“…이제 돌아와. 다시 무의식에 잠길 시간이야.” 파란 가디건을 입은 인간 형태로 돌아온 검은 머리의 청년이 말했다.
◈
펜실베니아 지부가 아비규환이 됐다는 소식이다. 기가 차는 군, 결국 청년은, 잠깐, 읽었잖아, 통제가 안 되는건가. …죽음에 버튼이 눌리면 무엇이 통제가 되겠느냐마는, 그래도 할 수 있는 게 이 상황이 최선이라면, 이 청년은 괴물이 맞다. 어디 보자, 그러니까 펜실베니아 주는 이제 지부 일대가 사람이 살만 한 곳이 못 되겠구나.
이 곳에 있는 청년의 육체는 죽었다. 다만 복제 기술은 여러 지부에서 진행할 수 있었다. 예컨대 내가 있던 메사추세츠에서도 진행할 수 있단 소리이다. 물론 펜실베니아 주에서 저 난리가 난 이상 하려고 하지도 않겠지만.
내가 예상한 것은 여기서 일단 그를 안정시킨 다음에, 그를 비교적 위험한 것들 투성이인 지부로 데려가서, 지부 하나를 먹어버리는 거였는데. 순식간이군. 그리고… 안정되기 전까진 결코 그의 힘을 쓰려고 하면 안 되겠군. 시체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능력을 이기지 못하고 고기 폭탄처럼 터져 버렸다. 하아.
◈
모든 이들에게.
난 지금 죽음에 익숙해지는 것이 최선인 것 같아요.
미안해요.
6.2. 사이 시간 ¶
- 무도.
-
세는 것이 분명히 가능한 시간동안 그는 세는 것을 포기한 죽음을 맞이했다. 처음에는 그 자신이 죽음을 세는 것 자체에 두려움을 느껴 포기했으나 현재 지나쳐 온 죽음의 수는 생각보다도 아득했다. 최소한 그의 세상의 기원 후의 연도보다는 많을 것 같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는 문득 ‘지나쳐 왔다’는 말 자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그는 무수한 죽음의 기억에 파묻혀 현재 자신의 모습을 구현도 하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나오는 것 치고는 거의 형체를 잃어버리고 있잖아.
그는 자신을 잃어버린 채 고통을 자기 안에 채워 넣고 있었다. 격리 당하기 전 두 번의 죽음으로 이미 꽉 차다 못해 깨어져 나가던 내면은 흩날리는 꽃잎처럼 산산이 부서지고, 다시 붙으려 노력하다가, 갈갈이 찢어지고 부숴지고, 이를 반복하고 있었다. 하나의 유리병이 되어, 자신이 시들게 한 죽은 꽃들을 위해서.
죽은 꽃들은 기억으로써 되살아나 뿌리를 내리고 그에게 파고든다. 수많은 잔상을 그의 파편에 덧씌우고 꽃봉오리를 피우고, 그를 다시 깨트린다. 그러면 그는 다시 끈적거리는 타르 덩어리마냥 뭉쳐지다가 죽음의 기억을 먹고는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타르 덩어리에는 유리 파편 같은 후회와 경멸이 언제나 단짝친구처럼 들러붙어 있을 것이다.
아파. 아파. 아파. 아파…
-
그는 카톡방 화면이 아주 잘 보임을 느꼈다. 그러나 또한 부질없을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금이 가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그처럼 깨져버린 것도 아니었다, 단지 그건 그의 기억 속에 있던 것을 되감아서 보여줄 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엔 제 죄악을 인정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어두워졌다.
새카만 어둠은 다시 그를 갉아먹었다. 이리 와, 어딜 도망 가려고 하는 거야? 도망치려 한 적 없으나 그들이 도망이라 하면 도망이었다. 사해는 소금기만 많지 새카맣진 않을 텐데, 죽은 바다는 그 소금 결정의 아림을 전부 그에게 쏟아붓고 있는 모양이었다. 죽음에 익숙해진다며. 아직도 익숙하질 않으면 어떡해?
…여전히 그에게 억울한 것이 있다면, 사람이 살아 생전에 가장 공포로 느낄 것은 죽음일 것이다, 그리고 제 힘은 그에 알맞게 반응했다, 단지 그는 여전히 살아 있었고, 대신 주변에서 죽음과 비슷한 일들이 일어날 뿐이었다. 속삭임이 들린다, 그 주변의 죽음마저 너가 자초한 것인 걸. 결국에는 그저 죽어있을 수 밖에 없다.
처음으로 꿈이라는 능력을 저주해도, 자유를 바란 그의 날개를 꺾고 싶다고 심장이 터질 듯이 빌어도 돌아오는 것은 죽은 이들의 책망이었다. 중학교에 막 입학할 쯤에, 부모라는 작자들이 날 완전히 인형 취급한다는 걸 알게 된 지 3년이 지난 시점에, 쥐죽은 듯이 인형처럼 살다가, 그때야 비로소 비밀스러운 날개를 펼쳤었는데.
그들이 옳았어? 난 또 이렇게 죽은 듯이 있어야 했을까.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는 아니다, 익숙해 진다면 어쩌면 또 그들을 어떻게 할 기회가 생겼을 지도 모른다. 분노를 꾸역꾸역 누르다가 홧김에 그들을 죽였을 지도, 한 자리를 꿰찬 다음 그들을 내쫓았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했어야 했어? 내가, 꿈에 있는 건 잘못한 거야? 당신들의 원망을 이렇게 들어주고 있잖아. 이렇게, 인형처럼 순순히 받아주고 있잖아. 너가 죽였잖아,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온다.
-
시간을 인지하지도 못 할 어느 때에, 그는 죽은 자들이 가라앉은 무의식의 심연에서 맥동하는 심장을 느꼈다. 아니, 이건 심장이라기보단 신경을 그림으로 그리고 그것이 살아 움직이는 걸 느낀 것과도 같았다. 이런 게 있었나? 어쩌면 그저 누군가가 식물인간인 상태로 잠들어 신경망만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
미안해, 미안해요, 미안해요. 그는 제 목소리가 이제 기억나질 않았다. 수많은 다른 사람들이 죽기 전에 스쳐 지나갈 듯이 생각하고 말한 다른 목소리만 기억날 뿐이었다. 그 목소리로 전하는 미안함이란 의미가 있을까. 안 하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미안해요.
다시 화면이 켜진다. 익숙한 화면이다. 비참함을 늘리고 싶은 또다른 나일까, 아, 정신을 차리게 된다면 미안함을 어떻게 전해야 할까. 내 손이 어떻게 생겼었더라, 타자 치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전부 다 잊어버렸다, 전부. 찰랑거리는 원념이 그저 모든 것을 채웠다.
-
그릇은 깨질수록 조금씩 커져 갔다. 하나의 꽃 마저도 담기 버거웠던 그릇은 하나의 꽃다발을 채우고도 힘들게 버틸 수 있었으며, 그 이후로도 죽음의 기억을 먹고 살던 그릇은 찰랑거리는 원념 속에 빚어진 하나의 호수가 되었다. 아니 그것은 어쩌면 바다였을지도 모르겠다. 흩뿌려진 수많은 그였던 작은 파편들은 모래가 되어 꽃들을 붙들었다. 시든 꽃들은 오도가도 못하고 바다에 잠기기 시작했다.
그럴 적에, 그는 제 감각이 이상함을 느꼈다. 연결되는 제 육체 하나도 없는 기분이었다. 죽어있는 기분, 거리낄 것이 없는 기분, 아무 것도 없는 기분, 텅 빈 기분. 심장은 존재하나 피를 흐르지 않게 하였고 그는 뜨거운 동맥에 녹슨 태엽장치를 내던졌다. 태엽장치라니, 기계인가? 그러나 그가 기계적으로 죽음을 마시고 있었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아주 오랜만에 웃었다. 그리고 그는 아주 오랜만에 그가 웃었다는 점 또한 자각했다.
누구라도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해방감을 느끼다가도, 도덕성은 버리지 않기로 스스로 약속했기에 그는 스스로를 다시 죽였다. 죽은 상태이니 다시 죽어버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속삭임에게 보여주기 위해 좀 더 자신을 괴롭혀 보았다. 자, 나도 너희와 똑같은걸. 나 스스로에게 죽었는걸. 아하하, 이렇게 상쾌하게 웃은 게 얼마만이었지? 그릇은 원망을 한 손바닥에 다 담을 수 있을 정도로 커져 있었다.
그리고 그 손을 누군가 잡았다. 그것은… 죽음이었다. 그가 느끼기에 그것은 죽음이었다. 뱀처럼 그를 양팔로 옭아매고, 그는 죽음과의 춤을 추었다. 너는 아직 정교하질 못하구나. 엉망진창인 듀엣을 한 죽음의 소감은 휘둘린 그에게 들리지 않았다.
-
죽음과 함께 춤을, 오늘도, 내일도.
- 타들어가다.
11. 7. 2021
지금 내 귀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상부는 나에게 내 인격 복제체들을 그에게 갖다 대라고 요구하는 것이 틀림없다. 미친 소리가 맞다, 아주 미친 소리이다. 나는 그가 폭주로 미쳐 날뛰는 힘의 위력을 보았고, 간접적으로 전해 들었단 말이지, 그런데 그딴 위험한 짓을 하라고. 저 자들은 뇌가 빈 것이 틀림이 없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일반 격리 개체들, 그러니까 여기에 실험용으로 끌려온 인간 모양의 실험쥐들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을 막았다는 점이다. 아마 5개월 전인가, 기억 소거제를 그에게 투약하는 실험에는 나들만 갖다 놓더니 용케도 용기가 났나 보군.
오늘은 그래서, 이동하는 중이다. 가사 상태인 그와 함께, 그때 실험했던 실험장으로.
12. 7. 2021
실험 결과는 보고했다만, 따로 적자면, 파장 탐지기가 미친 듯이 요동쳤다. 내 인격 복제체는 전부 소거당했고, 솔직히 말하자면, 인간 육체에 복제 성공한 나조차도 삭제당할 뻔 했다고 느꼈다.
이걸 시도한 이유 중에 하나는, 그를 컨트롤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두 번째로 그의 내면세계에 진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건지 실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거하게 실패했다. 아마 여기에 일반 격리 개체들이 있었다면… 볼 만 했겠군.
내 추측으로는 아마도, '심안의 살덩이'의 지극히 개인주의적이고 파괴적인 개조 강화판이라고 생각한다. 즉 내면에 침입하려는 순간 바로 방어를 빙자한 뭔가가 튀어나오는 거겠지. 내 경우는 인격을 지워버리고 거기에 내 인격을 덧씌울 정도로 강력하므로... 그래. 그래도 뚫을 수는 없군.
◈
바다가 잠깐 크게 충격을 받았다. 물결이 거세게 일고, 무의식이 파도치는 것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파장을 일으킨 것 같았다. 꿈나그네는 죽음과 춤을 추던 중에, 바닥까지 내리꽂히는, 자신의 인격을 지우려 하는, 살의도 악의도 없는 기계적인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그는 마치 낙뢰가 내리치는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본 것 같다고 느꼈다. 아니, 그 정도로 거리감이 느껴지는 건 아니었나. 저릿함과 함께 이 낙뢰를 내린 작자의 편린이 스쳐 지나갔다. 테드 윈체스터. 미쳤습니까? 그는 일어나면 적어도 그는 정당방위로 죽여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전류는 폭력적이면서도 무차별적으로 닿는 모든 것을 태우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보통 사람에게 닿았으면 서서히 내면이 사라지고 그 작자가 빈 자리를 대신 먹었겠지. 지금, 나를, 그러니까, 없애려고 했거나, 아니면 완전히 깨끗하게, 도구처럼 사용하기 위해서. 그가 나를 이용하려고 생각한 것은 안다.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건.
비즈니스 정도에서 그래도 내 나름대로, 사실 현재 유일하게, 기대고 싶지 않음에도 기대야만 하는 유일한 상대였는데. 좋다 이거야. 모든 육체가 죽은 지금 그는 거리낄 무언가가 존재하지 않았다. 육체가 죽으며 감정도 도덕도 인간성도 선도 모두 무의식의 저편에 풍화되어 가고 있었다. 바람이 분다. 수면이 움직인다.
-
만족해? 모르겠어. 음, 만족스러운 것 같긴 해. 그는 이 작자에게 채팅이 오면, 아니 올 리는 없겠군, 그렇다면 내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체를 함구하기로 했다. 이것은 그에게 좋은 정보가 될 테니까. 절대로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전류 안에 일말의 걱정 마저도 없는 사무적인 연구원의 태도였다는 것마저 열 받는다.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 Isaac Yellington-망각.
무언가를 잊은 것이 틀림없다고 느껴지는 어느 날이야. 분명 모든 일상은 평소랑 같다. 그 망할 부내나는 것들 동네에서 총기 난사였는지 강도 살인이었는지 뭔지가 일어난 걸 제외하면, 아니 사실 나랑은 크게 연관도 없고. 거기에 나랑 상관 있는 사람이 있었던가? …있었던가…?
부모님도 나랑 똑같은 생각인 것 같다. 건망증이 좀 심해질 나이라고 해도 빼먹거나 듬성듬성하다고 느껴질 수준으로 기억이 이상하다고 느끼신 것 같다. 부모님만 이러셨다면 당장 병원으로 가서 치매 검사를 받았겠지, 그런데 나도 그렇다는 건 이 무슨 음모론을 상상하게 만든다니까.
병원에 갈 지 말 지 실랑이를 벌이면서 다 같이 길가를 걷던 와중에 공동 묘지가 보였다. 자주 지나다니는 길목이긴 하지만 무덤이 즐비한 곳이라 도통 익숙해질 수가 없다. 뭣보다, 늘어나는 걸 느낄 때마다 기분이 찝찝하단 말이야. 그 중에서도 이름조차 써 있지 않는 묘비들, 예를 들어 이름 모를 노숙자의 묘비라든가. 오늘은… 묘비가 많이 늘었다. 왜? 엄마에게 기부금을 좀 더 올려보자고 해야겠다.
그러다 문득 싸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기억, 잃어버리거나, 하여튼, 문제가 생긴 기억의 힌트가 어쩌면 저기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함이 생긴 것이다. 꽃도 없는데. 아, 집에 마침 파란 수국 꽃밭이 있지 않았나, 음 좋아 그거라도.
-
아 제기랄. 제기랄, 나는 지금 익숙한 핸드폰 번호를 누르고 있다. 입 속에 맴돌며 나오지 않는 누군가의 전화번호이다. 누군지 잊었다. 이름을 잊었다. 그러나 나는 누구인지 알고 있다. 제기랄. 너는 저기에 없는 거지, 그렇지, 그렇다고 말해, 전화 받아. 그리고 전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X발.
- READY.
-
하나, 하나, 밟을 때마다 수면이 일렁거렸다. 비명과 모든 고통이 타고 흘렀다. 처음에는 장애물에 손 대는 것 조차도 허락되지 않은 양 튕겨져 나왔지. 그는 스미는 고통에 자조했다. 죽음을 가볍게 여기지 않기 위해 모순적이게도 죽음의 고통을 누구보다도 빨리 잊어야 한다니. 그러나 그런 방법을 선택한 것 또한 자신이었다. 빠른 시간 내에 그는 죽음을 잊어버려야 했고, 어서 폭주하는 일 자체를 없애야 했다.
오늘도 그는 춤을 췄다. 파트너는 저와 닮은 듯 다르고도 완전히 달라보였으며, 언젠가는 또 완전히 같아보이기도 하였다. 그래, 죽음을 몰고 다니는 자신과 다르지 않음이 또한 이상하지. 둘은 웃었다. 그리고 최후에는 그 하나만 남을 것을 그는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내 내면에 죽음은 있어선 안 돼.
휘감기는 팔과, 비명으로 이루어진 즉흥적인 흥얼거림과, 흐느낌으로 이루어진 목소리는 오늘도 그를 어루만졌다. 정확히는 오늘도 그를 침식하고 있었다. 그가 죽인 이들 뿐만 아니라 이 시간 죽어가는 모든 것들이 느껴지고 있었다. 마치 포기하라는 듯이 춤은 그 스텝을 점점 빨리 했고 주변에서 울리는 하울링 같은 비명은 화려하게도 날카로워져 갔다.
내가 질 짐이 이렇게 많은 걸까. 어쩌면 미래에 질 짐일지도 모르지. 장미 덩굴이 파고 들어도 그는 그것이 제 죽은 혈액이 될 것을 알았다. 극독이 제 심장 안에 도로 얌전히 잘 것을 알았다. 오늘도 고통은 그의, 운명은 아니야, 짓씹었다. 대비를 철저하게 할 뿐이었다. 모든 종류의, 모든 차원의 죽음을 느끼고 해답을 찾으라는.
-
그는 파트너에게 도덕에 대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저 제가 잊어버릴 뻔한 것을 다시 되뇌기 위한 질문이었다. 이에 죽음은 날 만나지 않는 것이지 않을까, 하고 대답했다. 저런, 나쁜 대답인걸. 그는 말이 막혀 한숨을 쉬며 꼬일 뻔 한 스텝을 다시 내딛었다. 그는 이후에도 도덕이란, 인간성이란, 그리고 선이란, 이라는 시시콜콜하면서도 자신이 놓으면 안 되는 것들을 질문했다. 매일, 죽음과 함께 춤추는 동안의 매일.
-
춤추는 동안에, 죽음은 점점 옷가지가 단출해졌다. 처음에는 움직일 수는 있구나 싶은 제복, 또는 드레스를 입고 언제나 춤을 췄는데. 지금 모습은 어떻지? 움직이기 편한 옷가지를 갖춘 죽음이 무엇을 망설이느냐며 그의 상체를 잡아당겼다. 죽음은 그에게 제 무게를 맡겼다.
맨 처음보다 무겁지 않았다.
-
도덕이 뭘까. 지켜야 하는 것이지. 남에게 피해를 끼치면 안 되는 것이지. 인간성이란 뭘까. 다른 인간들을 보살피는 것이지. 양심이라고들 할 수도 있겠다. 선이란 뭘까. 너가 악하다고 느끼는 걸 일단 안 하면 되는 거겠지. 그럼 딜레마가 오면? 그런 상황이 오지 않게끔 해 볼래? 불가능한데. 난 영웅이 아니야. 그럼 네 눈에 띄는 상황에서라도 그렇게 해 봐.
왜? 인간성을 생각해 봐. 다른 인간들을 보살피는 것. 내가 다른 모든 인간들을 보살펴야 해? 말했잖아, 난 영웅이 아니라고. 넌 이제 희생할 육체도 많고, 느낄 고통에도 익숙해 졌잖아. 생각 정도는 느낄 수 있잖아. 사람의 생각 이만큼 정도는 조종할 수 있잖아. 내 심장을 대가로 말이지. 그래, 심장을 대가로 말이지.
할 수 있잖아. 몰라, 모른다고. 그냥… 내가 알아서 할게. 양심이라며. 양심은 순전히 내 판단이잖아. 너가 지금 판단력이 좋다고 느껴? …몰라.
누구와의 문답이였을까. 어쩌면 그는 처음부터 독무를 추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바다의 물은 말랐다. 새카만 공간에는 이제 그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길은 알 것도 같았다.
받아들인 그는 깨어날 준비를 했다.
- 도주한 자에게 퇴로는 없다.
7. 4. 2023
최근 몇 개월 간 점점 파장이 진폭도, 그 주기도, 그러니까 불안정함 자체를 탈피하려는 듯이 점점 평범한 뇌파의 그것과 비슷해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3년이나 지났나.
안전 테스트는 앞으로 1개월 뒤이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앞당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10. 4. 2023
가사상태에서 풀려난 그는 현재 얌전히 적정 온도가 유지되는 10mx10m의 방에 있는 침대에 누워있다. 파장 탐지기는 며칠 전에 보인 그래프와 마찬가지로 평온했다.
잠깐만 다르다 뭐 준비
READY
뇌파로 글을 쓸 수 있군, 알았다네.
11. 4. 2023
…그가 깨어났다.
◈
몸이란 무엇인가? 육체란 무엇인가?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옛날의 그라면 자신의 양 팔과 양 다리를 휘젓거나 제 볼을 꼬집어서라도 간단히 표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꿈 속에서 첫 죽음을 적나라하게 느꼈을 때의 기묘한 가벼움을 통해 그는 두려움이 생겼고, 심장에나 겨우 맴도는 온기에 서늘함을 느끼기 시작했었다. 손발이 차가운 것과 잠들기 전의 가벼운 흉통에 흠칫했었던 그였다.
지금 그는 육체를 느끼고 있었다. 심장이 맥동하는 것을, 숨쉬는 것을, 눈의 깜박거림을, 살에 무언가가 닿음을, 체온을, 자신의 육체적 내부가 꿈틀거리는 것을 전부. 시간의 흐름마저 잊어버린 수많은 죽음과의 놀이 끝에 육체를 잊은 그로서는 익숙함을 느낄 수 없는 새로운 감각이었다. 때문에 그는 깨어난 직후 자신의 손가락을 피아노 치듯 움직이는 걸 구경했다. 근육이 움직이는 것과 손톱에 비치는 빛을 구경하였다. 살아있는 것을 구경했고 느꼈다.
아이같다는 감상을, 누가 봐도 그렇게 느낄 만 한 행동을 그는 조심스레 하고 있었다. 죽어있던 만큼의 죽은 감각들은 빛을 다시 보고 있으며 공기를 느끼고 있다가, 문득 미지근한 물을 마시려는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어떻게 마시는 것이였나, 죽음을 그렇게 많이 집어 삼켰잖아. 다시 깨어나고 처음으로 멀뚱히, 그러나 사뭇 심각하게 고민을 하던 차였다. 문소리가 들렸다.
“이봐, 자네.”
“…”
말을 어떻게, 하는, 거였지, 내 목소리, 목소리. 기침이 나왔다. 컵, 은 이미 윈체스터에게 빼앗겼다. 찰랑거리는 물 중 일부는 방울이 되어 떨어졌다. 또 일부는 그의 손에 묻었다. 새로워. 손에 묻은 물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손을 움켜쥐어 보고, 묻은 곳을 만져보고, 양 손을 맞닿아도 보고.
“자네, 지금. 그러니까…”
“…”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있나.”
소리가 들린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장담은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아직 그는 몰랐다. 그러나 그는 이제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어떠한 죽음도 고통도 두렵지 않았다. 자신은 폭주할 일이 없지 않을까. 상처를 너무 많이 입어 상처 자체가 됐다면, 흘린 피가 너무 많아 피 자체가 없다면, 더 이상 무슨 일이 나지 않을 것 같은데. 눈을 마주쳤다, 처음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아니, 그러니까… 그가 격리당할 때, 집으로 돌아왔을 때 한 번 마주쳤을 것이다.
목소리를 내려고 했으나 기침소리밖에 나질 않는다. 그도 모르는 새에 성대에 무슨 짓을 한 건가, 아무리 그래도 표현의 무언가를 절제해 가는 건, 윈체스터, 미친 게 맞군요. 새파란 눈에 들어찾던 미칠 수 없는 무언가가 일렁거렸다.
“미친 새끼씨.”
아니네. 잔뜩 갈라진 목소리였으나 정상적으로 나오는, 목을 다 긁는 듯한 낯선 목소리를 내뱉고 한차례 그는 다시 기침을 하였다. 숨이 크게 들어오고 나간다. 막혔다가, 나간다. 그는 기침하는 동안에도 객체화된 듯이 자신의 몸을 느끼고 있었다. 뼈가 움직이고 근육이 움직인다. 기쁜가? 혹은 슬픈가? 신기하다 이상의 무언가가 떠오르질 않는 결과로 조금 슬플지도 모르겠다.
어깨가 잡혔다, 그는 서툴다 못해 움직임 자체에 익숙하지도 않은 몸을 도로 침대에 뉘일 수 밖에 없었다. 어깨를 잡은 손을 그를 꾹, 뒤로 눌러버렸다. 병원 침대였는지 상체쪽의 각도가 올라가고 있었다. 끼리릭, 돌아가는 금속의 마찰음이 들린다. 깨어난 이래 가장 날카로운 소리이지 않을까.
그리고 눈 앞에 드리우는 물 컵을 그는 순순히 받았다. 어떻게 마시는지 까먹었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잠들지 그러나, 수액으로 물도 공급하는데. 이번엔 고개를 저었다. 몇 번 사레 들릴 각오 하게. 컵 속의 물은 그의 몸 어디든 곤두박질쳤다. 수많은 기침을 동반하며.
-
“돌아간다면 운동 재활 치료부터 해야겠군.”
“그 쪽이 내 보모입니까?”
머리채가 잡혔다. 덜컹거리는 소리와 목근육이 갑작스레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는 느낌, 공간을 인지하던 게 순간 뒤로 물러나는, 시야의 흔들림과, 이 작자. 걷어찰까. 하지만 그는 아직 침대에 얌전히 있어야만 했다. 다리를 움직이는 것도 그에겐 실수가 아주 많을 것이다. 완전히 아기 같은 상태가 된 자신의 감각을 그는 헛웃음을 지으며 느꼈다.
“자네 그런 성격으로 안 봤는데.”
웃었다. 이번엔 진심을 담은 웃음이었다. 난 착한 사람이 아니에요. 저런, 톡방에선 널 착하다고 느낀 것 같은데. 그는 멍하니 다시 그 작자를 바라봤다. 지금 톡방이라고? 핸드폰은 수중에 없었다. 저 자의 핸드폰을 뺏어야 하나? 손도 팔도 솔직히 그의 말을 잘 듣는다고 생각할 순 없었다. 너무나도 무거운 것을 너무나도 가볍게 느끼기 위한 오랜 시간동안 적당한 살덩이의 무게는 잊어버린 지 오래였다.
머리채가 놓이고 시야가 자유로워 졌을 무렵, 하나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캥거루 인형. 왜? 왜 돌아온 거야? 그의 눈동자는 캥거루 인형을 오래 바라보지 못했다. 시간으로 따지면 오래일 것이다, 그러나 애달프게 그것을 한 번 보고, 다시 설명을 요구하는 듯이 그 작자를 보았다. 새파란 눈은 무기질과도 같았으나 지금 막 감정이라고 할 만한 게 보이는 듯도 했다.
“접속은 다시 끊겼네만.”
“웃기지 말고 설명해요.”
-
그는 캥거루 인형 안의 쪽지를 보았다. 잘 생각해. …그로서는 이것이 최선이었다. 다른 방도가 있었나? 있었나? 있었으면 어떡하지. 무고한 사람을 희생시켰음을 안다. 더 이상의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기 위함이지만 죄다 변명이란 것도 안다. 다 알고서 강행한 것이다. 떠안기 위해서, 죽음을 완전히 체화하기 위해서. 그런데 있으면? 불안함이 일렁인다. 여기서 폭주할 수는 없다.
물론, 그는 그 정도의 불안함으로 폭주하지 못 한다.
쪽지를 만지작거린다. 종이의 감촉이 따뜻하고 부드럽다고 느껴졌다. 그러나 들어찬 말은 서늘했다. 환영받지 못할 거라고 예상은 했다. 살인자니까. 그래도, 난 뭘 기대한 걸까. 각오는 한 거였는데. 수없이 부서진 끝에 재탄생한 데이브라는 인격은 처음의 것보다 좀 더 속이 단단해야만 했다.
…지금 글씨를 쓸 수 있을까. 볼펜이 필요했다.
-
답장은 일렀다. 대신에 그는 이 망할 작자의 이야기를 토대로 가능성이 무엇이 있었는지 적어보기로 하였다.
1. 영구히 모둔 육체가 죽음에 이르기: 재단 측에서 안 하게 둘 것.
2. 정신적 죽음: 이 쓰레기새끼를 앞세워 하려 했으나 실패.
2-1. 나 스스로 정신적 자살: 했다. 했는데. 했는데. 다시 살아났어. 애초에 난 수도 못 세게 사라졌었는데. 왜.
내가 그 외에 할 수 있었던 것: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을 포기하기? 이러면 어떻게 되는데?
현재 내가 한 것: 죽음을 받아들이기를 빙자한 능력 폭주 지속, 죽음에 익숙해지기: 무고한 사람들이 죽었다. 미안해요. 희생시켜서 미안해요. 미안해요.
그는 문득 제가 집을 다시 나설 때를 떠올렸다. 퇴로라곤 북쪽 산으로 가는 길 밖에 없었던 때를.
-
말을 좀 더 빨리 늘리기 위해(어눌한 면이 없지 않은 상태이므로) 그는 수첩 하나를 꺼냈다. 버벅거리고 둔한 손으로 천천히 글씨를 써 내려 갔다.
죽음을 견디기 위해 나 데이브 에트와일러는 죽었다.
되돌아오기 위해 나 데이브 에트와일러는 다시 짜맞춰졌다.
도덕을 위해 돌아왔다. 도덕을 위해. 내가 책임져야 할 사람을 위해.
인간성을 위해 돌아왔다. 인간성을 위해. 양심의 존재를 되뇌며.
펜이 멈춘다. 그는 아직 선이 무엇인가에 대한 굴레에서 벗어나질 못 했다. 오늘은 이것까지만 말 연습용으로 해야겠다. 실상 자기세뇌에 가까운 것이었다. 잊지 말라고, 감각에 신기해하는 틈에 죽음을 견딘 이유를 절대로 잊지 말라고. 못 견딘 채 놓아버리지 않고 끝끝내 스스로를 수없이 죽이다가 잡아버린 것을, 각인시키라고.
아직도 낯선 제 목소리를 아, 하고 내보내 본다. 그리고 천천히 발음해 본다. 아득한 옛날과도 같으며 혹은 바로 며칠전과도 같은 무수한 사슬들의 환호성을 생각하며, 속삭이듯이 말했다가도 뼈에 새겨질 정도로 강단 있게 말해 보았다. 앞으로는 말 할 일이 많아지지 않을까. 그는 입 안에서 혀를 굴렸다.
시간이 흐르고 그의 격리실 앞 유리창을 누군가가 지나가면, 소름이 끼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시체가 일어나서 무언가를 달달 외다 못해 주문을 외듯이 중얼거리는 꼴을 보자면 저주라도 알게 된 건지도 모를 일이라고 누군가는 생각할 지도 모른다. 창백한 안색과 선명치도 못하리라 생각한 동공은 빛 속에서 새카맣게, 분명히 번들거렸다. 저것이 죽었다 살아난 괴물이 아니면 뭐란 말이지? 문득 그는 제 안경을 닦다가 비친 스스로를 보며 생각했다.
그는 문득 톡방에 있는 악마를 생각했다. 악마와 거래한다면 이런 상태일까… 아니다, 그보다 더 나쁜 상태일지도. 어쩌면 그는 악마인 자기자신과 인간인 자기자신을 거래한 걸지도 모르겠다고 느꼈다. 시시콜콜한 잡생각이었다.
아, 생각해보니 저는 죽은 것은 아니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그는 스틱스 강을 건너지 않았다. 그저 그 물에 몸을 맡겼다가, 강물을 건너는 뱃사공의 권위마저 찬탈하고, 최후에는 그 모든 강물을 마셔버린 것이지. 나중에 톡방 사람들에게는 죽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순간 팔랑이는 기록들이 베드 테이블에 날아들었다. 그의 육체가 죽은 횟수는 두 자릿수였다. 39번. 저기서 6번을 제외하곤 전부 펜실베니아 주에서 복제를 하던 것이었겠지. 이렇게 건넌 사람이라고 버젓이 인증해 주지 말라고. 도로 탁자에 돌려놓았다.
-
선이란 무엇일까. 선이란 무엇일까… 느리게 적히는 볼펜의 잉크는 답을 내놓지 않았다. 톡톡톡, 그저 두드리는 소리만을 줄 뿐이었다. 톡방에 나중에 물어봐야지, 했다가도 그는 그들을 이용하는 것이 아닌게 대해 고민해야 했다. 감정이 울렁인다기보단 논리회로에 불꽃이 튀는 기분이었으나, 그리고 그는 왜 저를 스스로 로봇 비슷한 것으로 비유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으나, 다시 침대에 누웠다. 저의 과제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반대로 악은 무엇일까. 고의로 사람을 해하는 것. 거짓말을 하는 것. 베풀 줄 모르는 것. 난 저것의 반대되는 것을 하였었나. 내가 해한 이들은 고의였는가? 어느 정도는 고의성이지 않나. 나는 악이다. 언제나 알고 있었잖아. 거짓말은 항상 가면을 쓰고 있었기에. 베풀 줄… 일단 이거라도 하는 게 좋겠다. 음, 일단 베풀 무언가가 없는 걸. 이런.
-
감금당한 것과 마찬가지인 현재 상태에 대해 누군가 질문했다. 테드 윈체스터 그 망할 작자는 아니구나. 그는 솔직하게 답을 내놓았다. 격리 상태가 마음에 놓인다고. 그 또한 밖으로 나가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일이었다. 저 같은 것이 돌아다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에, 꿈을 막 복구하기로 마음 먹은 날에 이곳 상부의 기억을 보게 되었다. 콘크리트처럼 차갑고 딱딱한 느낌과, 저 또한 인간이길 포기했으나 저들은 태생부터 내면이 인간이 아닌 걸까 싶을 정도로, 무정했다. 푸른 수국의 상징마저 로맨틱하다고 할 사람들이다, 그는 저들 또한 죽어 본 적이 있을까 생각했다. 기억을 걷던 그는 그리고, 점점 폭풍 하나 둘씩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저 죽음을 가벼이 여기고 있었다. 숫자에 불과한 것을 보며 실리를 추구하는 것들이었다. 그의 부모와도 같았고 또 저와도 비슷한 부류기도 했다. 어느샌가 그는 저가 부모와 어느 정도는 닮았음을 인정했다. 그래서 부모의 죽음에 기뻐했고, 제가 죽기를 조금은 소망하기도 했다. 악인 걸. 또한 상부도 선한 것인지 믿기는 힘들었다. 저건 최소한 정의롭다고 말할 수 없었다. 전체가.
문득 끓어오르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가시가 되고 칼날이 되었다. 누구의 것인지 모르겠다, 그의 것일지도 모르고, 그의 죽음에 대한 기폭제 버튼을 쥐여 준 살인마의 것일 지도 모른다. 혹은 그 때문에 죽어버린 사람들의 것일지도 모른다. 죽여야 한다는 생각에 그는 형체가 또렷해졌다가 새카만 덩어리가 됐다가를 반복했다. 깨어난 그는 테드 윈체스터를 마주했다.
“저기요.”
“왜 그러나.”
“진짜로 퇴사가 꿈이에요?”
물을 태연하게 마신 그는 여전히 그 작자를 읽을 수 없었으나 공기는 읽을 수 있었다.
“그렇다만.”
“날 이용하려고 하는 거죠.”
공기가 어는 것도 같았다. 동사를 안 느꼈을 리가.
“이용당해 줄게요.”
이 곳에 온 순간부터 퇴로는 없었다.
- 유류품.
Isaac Yellington
12. 4. 2024
파란 수국 꽃밭에서 발견된 유류품은, 스쳐 지나가는 기억을 따라 다락방에 얌전히 두었다. 거기에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물건들의 주인도 거기에 있어야 했는데, 왜 X발 아무도 없는건데. 오늘도 나는 습관이 먼저 눌러버린 전화번호를 다시 누르고, 통화 버튼을 누른다. 여전히 아무도 받지 않는다. 받아 제발. 과거의, 그러니까 기억속의 나도 이런 심정이였겠지.
친구를 잘못 둔 건가? 아니, 아니야. 내가 친구를 잘못 뒀다면 이런 물건들을 고이 모셔둘 리 없다. 그것도 이렇게 묻어두는 식으로 감춘다?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어렴풋이 생각나는 기억들, 솔직히 꿈인가 싶은 몇몇 기억들에서 나는 적어도 후회하지 않았다. 걔 때문에 짜증은 났어도!
그러니까 부탁이니 내 머리야, 좀 굴러봐. 계산은 잘 하잖아, 이 멍청한 머리가! 짜증이 났다면 그 이유를 좀 알아야 할 거 아니냐고. 아 제기랄. 다른 방식으로 이유를 찾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이게 다른 짜증이란 것도 알았다. 이 개X끼는 뭔진 몰라도 다른 사람이 지 걱정해 주는 걸 좋아하는 변태 X끼인 게 틀림 없다. 메모지에 적힌 돌아오겠다는 내용은 대체, 아 빡쳐. 아아악.
왜 이러고 있냐고? 난 지금 다락방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X발 그 방의 유류품에서 언제부터 내 방에 있었는지 모를 펠트 인형들이 누구 손에서 나왔는지도 알게 됐다. 기억상으로 누가 썼는지도 모르겠다던데. 이 X끼 흔적 지우기는 어설프게나마 하는구나. 나는 그 공예용 바늘을 만지작거렸다. 아무 것도 기억 안난다. X발…
…카메라. 이건 내가…
-
공동 묘지를 찾아가서 그 기억 안나는 누군가의 이름을 찾아보려고도 했다. 그러나 그 날 묻힌 건 정말 신원 불명의 인물들 투성이였는지 정말로 모르는 이름들과 이름칸이 빈 비석들 뿐이었다. 내가 그 부내 나는 X끼들과 어울렸을까? 진짜로? 왜 이런 가정을 하느냐면, 그 동네에도 하나 더 있기 때문이다. 공동 묘지가. 가야 할까. 질문을 던져서 뭐 해, 이미 나는 가고 있는데.
눈길이 차갑다. 어쩌라고. 우리 집 부동산은 이 양반네들과는 달리 피해도 입은 적 없고 오르고 있었다. 무시하고 싶은 싸늘한 분위기 속 잘 달궈진 질투는 감춰지지도 않는다. 저렇게 째려보는 것도 결국 신경이 오질라게 쓰인다는 거니까. 지들은 딴에는 가장 고상하게 남에게 무례를 주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결국 무례한 행동인데 대체 뭐가 고상한 거야, 역시 이 양반들이 하락세를 타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이 양반들에게 볼 일은 없다. 공동 묘지에 도착했고, 난 파란 수국을 들고 왔다. 아는 이름… 들 뿐이네… 한 번 정도는 들어 본 가족네들의 돌아가신 분들이겠지. 찾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애초에 찾을 수 있을려나.
…아니, 찾은 것 같다. 에트와일러. 에트와일러. 묘비가 왜 두 개야.
-
파란 수국 씨앗을 새로 샀다. 집으로 돌아와 차를 대고 이제 막 문을 열려던 참에, 대문에 노크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방금 차로 대문 앞을 지날 때는 아무도 없던 걸 보면 미친 놈인 게 분명하다. 헛소리 하러 온 놈이거나. 대문 앞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
마스크를 쓴, 새파란 눈을 한, 검은 색의 곱슬거리는 머리카락, 동그란 안경- 그리고 메모, 유류품. 나는 그 유류품 상자에 파란 수국 꽃다발을 넣어주었다. 말 한 마디가 오가질 않았다. 건네기엔 솔직히 말하자면, 기억속의 그라고 확신할 수 있었으나 안의 내용물이 조금 다르다는 인상이였다. 뭐 하는 X끼지…?
그는 다른 메모지를 건넸다. 고마워. 잊어도 돼, 아이작. 안녕.
에트와일러 이 개X끼가.
◈
그는 마스크를 잠깐 내리고 목소리를 내어 보았다. 아, 아. 아이작, 옐링턴. 오랜만에 꺼내는 이름은 낯설었으나 그의 목소리보다도 위화감이 적었다. 유류품엔 그가 놓고 갔던 물건들이 많았다. 목걸이를 다시 걸치고, 빛으로 형태를 구현할 수 있는 장치를 잠깐 만지작거렸다. 카메라는 다시 돌려줄 걸 그랬나, 받아가라고 했었는데. 제 손으로 산 카메라보다도 익숙한 또 하나의 눈은 여전히 손에 잘 감겼다.
골목으로 들어가며 걸인에게 오늘의 기부를 마저 한 그는, 여기까지 오게 친히 협조해 준 달갑지 않은 자를 마주할 수 있었다. 테드 윈체스터. 지켜보고 있었느냐고 물으려다가, 그저 인상을 한 번 구겨주며 쳐다보고는 가야 할 곳으로 갔다. 지금 그가 입은 옷 자체가 그 작자의 옷이라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사이즈 자체는 솔직히, 맞았지만, 기분이 나쁘다. 검은색 와이셔츠의 맨 위 단추를 서둘러 풀려다가 누군가가 선물한 참 팔찌를 목걸이로 만든 그 끈이 손에 걸렸다. 파란 끈을 매만지며 다시 두 명은 공항으로 향했다.
“본 소감은 없나?”
“…좋네요.”
“말고 더 없는 거로군.”
“닥쳐요 이제.”
제법 능숙해진, 원래라면 능숙하다 못해 모국어일 말과 언어들이겠지만, 이제는 예전과 다른 발음으로 이야기하는 그는 혀를 찼다. 여기서 또 자신을 잃어버린 듯 한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제 발음은 영국 억양이 약간 섞인 미국식 발음이었다. 각 하나 진 동그란 느낌이었는데, 이 작자랑 지내다 보니 각이 두 세 개는 더 진 느낌이다.
비행기 시간은 멀었다. 이 곳에 머무는 잠깐의 시간 동안 지낼 숙소는 이미 예약해 두었다고 한다. 돈 낭비 하지 마세요. 그래서 좀 싼 곳에 했다네. 여행 팜플렛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 게 누가 봐도 그를 놀리는 꼴이었다. 비행기 시간이 12시간 남았으니 잠깐 자고, 먹고, 그래야 겠다. 그는 격리소 침대보다 푹신한 곳에 몸을 뉘였다. 가구 바꿔주면 안 돼요? 사치라도 부리려고? 입을 다무는 게 낫겠다.
-
꿈에, 그러고 보니, 유류품을 다시 가져 왔지, 그렇다면. 모든 것이 무너진 폐허와도 같은 꿈의 터전은 복구할 시도조차 못 했다. 철그렁, 발에 걸리는 사슬은 힘도 쓰지 못한 채 속삭임을 남기며 부서져 갔다. 끈적한 죽음은 절망을 핥으며 다시 그에게 가까이 왔으나 그 끝에는 검고 쓴 젤리가 되어 그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 뿐이었다. 씹히지도 않는 질긴 식감은 질긴 생명을 갖고 싶었다는 것을 대변하 걸까, 그는 결국 쓰디쓴 절망을 입에 녹여 먹어야 했다.
꿈은 모든 감각이 뒤틀리고, 잠들었다 깨어나고, 과장되었다가 축소되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이란. 그는 계속 걸었다, 유리 조각이 보였고 꽃잎이 보였다. 제 파편들일까, 아니면 죽어간 누군가가 부서진 흔적일까. 그래, 정신적 죽음으로 부서진 그의 파편인 게 제일 앞뒤가 맞는다. 그렇게 그러모으려고 해도 결국 여기에도 있구나.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모든 파란 수국이 사라지고 제 손에 만들어진 빛덩이가 어둠으로 내몰려도, 남겨 둬야만 하는 공간은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과분했던 시간인 그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분홍빛 카네이션이 흩날리고 물망초가 이슬을 떨쳐냈다. 눈을 가린 어린 소년은 카톡방에 잘 오고 있겠지. 별이 새겨진 푸르스름한 빛을 품은 돌은 다시금 하늘로 가 별이 되었다. 순간 꽃밭으로 키위새가 난입했다. 오늘은 정말 입이 쓰구나. 그래도, 그는 유류품 속의 제 친구의 카메라를 기억해내며, 꺼내 들었다. 이 공간은 내게 태양이고 별이지 않을까.
-
새 공간을 만들었다. 묘비로 즐비한 공간. 언제, 어떻게 죽었고, 어떤 심정을 가지고, 등등이 상세하게 적힌 거대한 묘비들로 가득한. 그것은 어떨 때에는 문이 되었고 어떨 때에는 장애물이 되겠지. 부수지 않을게, 돌아갈 테니 이 곳에 있어줘. 하늘을 보았다. 거꾸로 매달린 꽃밭과 푸른 별이 보였다. 꽃밭이 바스락바스락 하고 움직이는 걸 보니 키위새는 여전히 있는가 보다. 그래, 되었다. 이 정도 거리면 되었다. 아마도, 될 것이다.
그러고서 그는 묘비 하나에 기대었다. 사회적으로 실종당해 죽음으로 처리된 자신의 무덤이었다. 제가 유일하게 부숴도 되는 무덤이였고, 제가 인지할 때마다 그 크기와 내용을 바꿔서 오는 묘비였다. 결국 내용은 그가 다 아는 내용들 투성이였으나. 기대어 앉은 그는 핸드폰을 매만졌다. 깨어난 이후에도 꿈에서 핸드폰을 계속 매만졌다. 접속되질 않았다.
그 작자에게 들은 설명 중에는 시간이 완전히 다르게 흘러갔다는 것도 있었다. 지금 여긴 몇 년이 흘렀는데 다른 차원에선 길게 흘러도 몇 개월이였다, 아니면 대부분의 차원은 며칠이였다. 조용히 바람이 분다. 화가 나진 않으나 조금 서럽긴 했다. 이대로 영영 끊어지는 걸까. 캥거루 인형에 대한 대답도 해야 하는데.
깨어난 지 1년, 살인자는 변명을 포기하고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그 작자처럼 지식을 쌓아 연구원 겸직을 한다거나. 그는 이 과정에서 테드가 생각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연구원인 걸 알았다. 연구 1팀 팀장, 그는 혀를 굴려보았다. 그는 지금 한직에 있는 건가. 좋네, 그는 잠깐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맴도는 변명이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1년 간 변명을 죽여놓았다면 그건 아니었다. 그가 3년간 죽어있었듯, 그 변명도 죽어있겠지. 되살아난 그처럼 언제 누굴 어떻게 만나 무슨 말을 늘어놓은 지 그는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두렵진 않았다. 그저 부딪힐 일이 오긴 하겠구나 했을 뿐이었다. 다만, 그 날은 꿈에 바람이 비석을 할퀴고 으르렁거리겠구나 싶었을 뿐이다.
-
일어난 그는 간단히 식사를 한 후, 그 작자와 함께 비행기로 오르는 줄에 몸을 실었다. 죽음을 담았던 푸른 눈은 빛을 담고 날아오르는 모든 것을 담는 새파란 하늘을 바랬다. 바라본 하늘은 비행기가 겨우 뜰 정도의 흐릿함 뿐이었다. 그가 나고 자란 곳은 날이 화창해지려면 멀은 걸까.
자리에 앉은 그에게 테드는 과학 관련 책 하나를 건넨다. 잘 읽게나. 시험이라도 봐요? 보는 게 좋다면 그리 하도록 하지, 학업 성취에 좋든 나쁘든 영향을 주니까. 한숨 소리가 정적의 시작을 알렸다. 오직 팔랑이는 종이 소리와, 이제 둔하지 않은 손의 사각거리는 볼펜 소리와, 잠시 후엔 다시 피로에 빠진 잠에 들 숨소리 뿐일 것이다.
잠든 그에게 담요를 덮어줄 친절은 없었다.
6.3. 2025 ¶
- 통제: 모순.
- bgm: https://youtu.be/Rl3ELiPXFRo (비명 주의!)
귀가 먹먹하다. 이명이 들리는 것 같다. 탈진해서 쓰러진 어느 날에 들렸던 이명과 비슷할까? 그래도 쓰러지진 않고 있으니 다를까. 꺼진 핸드폰은 침대 옆 탁자에 그대로 놓아두었다. 그로서는 솔직히 던지고 싶었을 것이다. 던져도 무방하다는 것을 그는 안다, 고장나고 금이 간 핸드폰으로 접속이 안 될까? 그럴 리가. 닳아 없어진 감정이 불쑥 고개를 들어 이해할 수 없음에 작은 육체적 충격과 본능의 이끌림을 그는 어떻게 해서든 틀어막고 있었다. 진정하자. 그는 남은 물을 마저 마셨다, 아주 차가운 물을.
그 환생한 사람은, 그래, 죽음을 그런 식으로 말 할 무언가가 있다고 치자. 그냥 죽어버리면 된다는 말을 해도 될 만한 걸 겪었으니까 그렇다고 치자. 성직자는… 종교니까 일단 논외로 두고.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쉬었다. 잠을 잘 시간이었으나 잠이 들지를 않았다. 약물을 끊었으나 오늘은 필요할 것도 같았다. 허락도 해 주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았으나.
채팅방 내에서 둥글게 갈 일이 언젠가는 없을 거라는 건 예상했고 짐작했다. 제가 살인자라는 걸 알게 되면 반응이 갈리겠지. 그러고 보니 오늘은 말했었나? 아니, 하지 않았다. 끔찍해라. 그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소리없이 내뱉었다. 무슨 짓을 하건 그는 결국 위선자인 것이다. 말할 자신이 있느냐고 한다면, 아니. 젠장. 웃음이 지워진다. 겁쟁이.
결국 죽음을 그렇게 겪으면서도 대체 뭐가 어떻게 바뀐 걸까. 내가 나 스스로를 살인자로 인정하는 것? 책임질 방도를 모색하는 것? 그래, 타인에게 욕 먹는 건 죽어도 싫은가 보다, 데이브 에트와일러. 절반의 분노와 절반의 절망이 오랜만에 제 숨쉴 곳을 찾은 듯이 폐에서 들썩였다. 이제는 절반의 크기가 아닌 온전한 폐가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내쉴 때에는 또한 후회가 자리잡았을 것이다.
피가 식어갈 무렵에 생각난 죽음을 가벼이 여기는 누군가. 그 사람은 무슨 인생을 살아서, 대체 왜 그저, 아니, 천천히 생각해보기로 그는 다짐했다. 눈을 감고 다시. 꿈에서 그는 희망고문과도 같았던 카톡방 리플레이를 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제발 잠들어, 거지 같은 몸뚱이야.
-
곱씹고, 곱씹을수록, 이 사람을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과연 무엇을 곱씹고 있는가? 타인이 죽고 싶다고 할 때 어떻게 대응할거냐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 한 자신? 이제는 대답할 수 있으니까, 다시 뱉어버린다. 이가 갈린다. 죽음에 가까웠거나 이미 죽어버린 자를 방관한 어리고 어린 시절의 자신? 그건 뉴스였잖아, 제발, 왜 이렇게 몰아가는거야. 키위새가 삐약거린다. 그러곤 제법 큰 인형으로 변해버린다. 쪼아버릴 줄 알았는데. 인형은 푹신한 부리로 그를 쪼아댔다.
이건 내가 머릿속 정리를 제대로 안 한 게 크지. 제기랄, 결국에는. 꿈 속의 핸드폰은 가볍게 포물선을 그렸고, 무참히 산산조각이 났다. 그러나 리플레이는 계속 되었다. 계속해서, 그는 곱씹어야만 했다. 알고 있기에 화면이 나타났고 알고 있기에 그의 인상은 펴질 줄을 몰랐다. 누가 보면 또 폭주한 줄 알겠어. 단지 손짓이 아니라 머리가 굴러가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꿈이 움직일 뿐이었다.
개인의 죽음에 신경 쓰지 않는다. 이 사람은 그저 넓게, 모든 걸 평등히 무관심하게 보고 있었다. 일단 그가 느끼기에는 그렇다. 무가치함이라니. 터에 있던 묘비들이 일시에 울어 제꼈다. 제 것을 제외하곤 땅이 울린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물론 최후에는 그저 인지만이 남아 기묘한 공허감으로 다시 공간을 채웠으나, 그 울림에 두통이라도 생길 것 같았다.
…자신은 자신이 맞는가. 죽은 이들로만 이루어 진 것이 아니라. 생각하기 싫다고 화두를 돌려버리는 것은 아닌가. 그는 묘비가 가득한 터를 떠나 아직 아무 것도 만들어 놓지 않은 빈 터를 찾았다. 새카만 수국이 올라오다가 그의 눈처럼 푸르게 변해갔다. 그는 수국이 올라올 때 새카맣지 않을 때까지 계속, 수국을 피우고 피웠다. 무정함이 옳아? 그리고 모든 수국은 새카매졌다. 푹신하고 차가운 꽃밭에 그는 다시 누웠다.
상황은 언제나 인간의 의지나 바람과 다르다. 그도 안다. 상황은 기묘하게 흘러갔고 그는 그 사람이 뜻하는 바와 정반대로 개개인의 죽음을 직면했다. 자신을 정당화할 생각은 없다. 상황 탓을 할 생각도 없다. 기묘하게 끌리는 그 말이 너무나도 싫었다. 떠안은 것을 다시 버리면 이제 자신에게 무엇이 남을까.
지금 나는 고장난 걸까, 다시 깨어나서 뇌를 부숴달라고, 다른 복제체로 바꿔달라고, 아니, 이게 죽음을 가벼이 여기는 거잖아. 꽃밭의 꽃들은 전부 자신의 이름으로 된 묘비로 변했다. 그렇지 않은 꽃들은 전부 흩날리고, 뿌리는 그에게 파고 들었다. 오랜만의 감각이네. 다시 물가로 갈까… 아니, 좀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잖아.
그래, 처음부터.
그는 그 사람의 말에 왜 거부감과 유혹을 동시에 느꼈는지 알았다. 그의 부모님이 그런 작자였으니 성향 자체가 옮았을 것이다. 부모님을 혐오하다시피한 그는 도망쳤다. 정 반대의 길로. 어쩔 수 없다거나,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다거나, 이런 말이 통하지 않는 길로.
그래서 그 다음은, 자유로웠지. 그러나 기다렸던 것은 제가 저 스스로를 통제하려다가 말고, 모든 것이 산산히 부숴지고 저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었다. 수없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제 ‘어쩔 수 없음’에 휘말렸다. 말이 되나. 어쩔 수 없다는 말을 왜 내가.
그래서 그는 결국 어느 정도의 통제를 잡았다, 붙들었다, 생명줄처럼. 타인에게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사람도 전부를 통제하지는 않는다고 했으니까. 그 때 한 번 생각은 틀어지고 꼬이는 것이다. 일부는? 아니면 죽음으로 향하는 무언가를 빼자면? 그의 유전자는 좋아하는 간식을 먹은 강아지처럼 헐떡이고 깡총거렸다. 그의 이성은 미쳐서 펄쩍 뛰고 있었다. 전혀 폭주의 징조는 보이지 않은 채로.
그는 그가 매우 모순적임을 깨달았다. 애초에 계획한 게 뭐였지. 윗선의 생각을 천천히 바꾸는 것, 그 대가로 제 복제체들을 천천히 갉아먹는 것? 내가 폭주할 때 내 육체를 완전히 지우는 것? 또한 그는 결국 죽음을 가벼이 여기고 있지 않았나. 아니, 내 죽음이니까, 가볍게 여겨도 괜찮지 않을까. 그는 문득 제 머리가 없어진 기분을 느꼈다. 안 돼, 아, 아니, 폭주는 아니구나. 생각하고 싶지 않음을 이따금 이런 식으로 표현하게 되는 꿈이란.
그는 텅 빈 목 위에 어떠한 폭발 모양을 올려보기로 했다. 거기에 눈알고, 입도. 다 흘러내리는 모양새다. 눈물일 리는 없었다. 그는 우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 했다. 결정적으로, 폭발인데 어떻게 무언가가 흘러내릴까. 그러나 계속해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건 그 때의 그 손과 같은 것이겠지. 얌전히, 분출될 뿐이었다.
꾹꾹 누를 관자놀이가 없음에 그는 포기하고 다시 생각하기로 한다. 수많은 눈과 폭발하는 기체의 검은 기체과 눈과 입에서 흐르는 액체들이 유랑하고 떠돈다. 내 죽음은 내가 가볍게 여길 권리를 가지지 않을까. 그렇지만 타인은 내가 신경 써도 괜찮지 않을까. 나 자신을 소중히 하는 건 그 다음으로 미룰 테니, 너 스스로를 신경쓰지 않으면서 참견하냐는 말을 듣고 싶진 않으니, 그러니… 젠장. 난 쓰레기니까, 그냥 내 거지 같은 아낌이나 받으란 말이야.
…다른 사람의 죽음은 용인할 수 없다. 통제는 나에 대한 통제와 악에 대한 통제로 충분하다. 일단은. 그렇다면 이제 그 사람의 말을 다시 생각해 보자. 달콤한 독약과도 같은 말. 어쩔 수 없음을 피하기 위해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악을 통제해야 할까? 유감스럽게도, 그에겐 그럴 힘이 있었다. 이것도 어쩔 수 없음일까. 그의 힘은 정신을 휘두르는 힘이기에, 진퇴양난이고 또한 딜레마였다. 헛웃음이 나왔다. 꿈은 결국 그에게 저주일 것이다. 그러나 가지고 있다면 이용할 수 밖에 없다. 그가 예전에, 꿈에서 깨어나지 못 했을 때에도 그랬듯.
그러니까 그는, 죽음을 용인하지 않아서, 죽음을 가볍게 보는 이들을, 개변시킬 생각이다. 당하는 자에게 자유란 없다. 오랜만에 사슬 하나가 그의 심장을 꿰뚫는다. 파고 들어 피가 흐르겠지, 고통 따위. 자유란 없다는 말이 피처럼 새겨지고 유전자는 그것을 받아먹었다. 아니, 안 돼. 남아있을 자유는 냅둬야 해. 안 돼. 사슬을 자비 없이 부쉈다.
마지막으로 그 사람을 다시 생각했다. 아마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통제라는 말이 조금, 타인을 향할 때 거부감이 든다. 입에 붙여야지. 거부감을 항상 느끼고 그 스스로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알아야 했다. 통제. 그에게 그 스스로 허용하지만 타인에게 허용하지 못 하는 것. 통제는 그런 것이었다. 모순이 그 스스로가 되는 것도 같았다.
넓게, 는 어떻게 생각해. 지금은 넓게 보기에 그 주변에 누구도 없었다. 핸드폰이 빛나고 카톡방이 보인다. 젠장. 그는 핸드폰을 다시금 멀리 던져버렸다.
새벽에, 그는 다시 깨어났다. 오랜만에 중간에 깨는 것이었다.
- 정의내림: 창과 방패를 내려놓고.
-
잠든 그를 키위새가 반겼다. 키위새 인형은 여전히 푹신하고도 큰 덩치를 자랑하며 그를 쪼아대러 종종걸음으로 오다가, 마침내 그 부리로 포옥, 하고는 그를 짓누른 것이다. 무게감은 안 느껴졌으나 부드러움은 비정상적으로 순간 느껴져 버린 것이다. 그를 쪼아댈 부리를 그는 자기 방어라는 생각으로 껴안을 수 밖에 없었다.
특별 보고를 한 이후 오간 대화를 통해, 그는 더 이상 핸드폰을 던지지 않게 되었다. 키위새는 여전히 그를 쪼아댔고, 심지어 작은 키위새 인형이 그의 품에 좀 더 생기긴 했지만, 이건 되려 기회이고 제 도덕성을 놓칠 뻔한 것을 깨달으라는 뜻이겠지, 받아들이고 있었다.
통제라는 한 단어에 꽂힌 자기 자신을 일단 한숨으로써 내뱉는다. 또 멍청하고 무능한 짓을 할 뻔 했어. 그리고 대화 도중에 나온 자기 통제를 다시 결심으로서 삼킨다. 정말로, 무슨 짓을 하려고 한 건지. 포옥, 또 커다란 키위새 인형의 부리가 얼굴을 누른다. 그리고 뭐였지, 능력 절제. 내가 이제 할 수 있는 건 많았지만 그렇다고 날 몰아붙이는 건 일단 안 되는 게 맞고, 또한 타인을 해하려 해서도 안 된다. 가만히, 얌전히, 관전자처럼, 있는 게 좋을 거야.
자기 전에 쓴 메모를 기억한다. 도덕성을 기억한다. 그리고 키위새 인형을 기억한다. 흔들린 그 순간을 기억한다. 합리화하려 했던 순간을 기억한다. 인간의 본성이 바뀌지 않는 것일까, 그렇게 죽었음에도. …새삼 나 스스로인 것을 재확인하는구나. 나는 죽은 자들의 찌꺼기가 아니다. 나는 데이브 에트와일러야. 죽었고, 죽고 있고, 죽어 있고, 또한 살아있는. 아직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앞으로도 흔들릴 수는 없다. 언제까지 실망을 시키려고, 언제까지 난 악이다, 하고 포기하고 있으려고.
저는 악이 맞았다. 그러나 악이 맞다고 고삐를 풀어선 안 된다. 악이기 때문에 용인되는 행동에 손을 댈 뻔 한 그는 선이라는 꽃을,
꽃이 입에서 자라나고 있어.
숨이 막히는 것 같기도 했다. 뱉어내고 뱉어냈다. 시커먼 수국이다. 잊지 말라는 뜻일 것이다. 이왕 나올거면 물망초가 나오지, 하지만 그 꽃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 그 꽃은 잊지 말아야 할 누군가를 상징하기에. 화분이 된 기분으로 그는 꽃을 뱉어내었다. 묘비에는 꽃무덤이 수북했다.
그는, 그러니까 오늘 한 말을 기억했다. 후회할 선택도 안 하고, 후회한다고 해도 빠르게 털어내고 다음을 대비하는 것. 내가 할 수 있을까. 하게 만들어야지. 죽음을 더는 무섭게 여기지 않듯이. 내일은 정말로 사전을 볼 것이다. 통제라는 단어를 잊을 것이다. 그리고, 더 나은 길을 찾을 것이다. 찾아서, 검토하고 검토해서, 더 더 나은길이 있다면 찾을 것이고, 아니라면… 이행할 것이다.
토해낸 모든 수국은 검었다. 모든 수국은 검었다. 저를 아직도 그들에게 직접 복수하자고 부추기고 있었다. 아직 아니야,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 봐야지. 새파란 나비가 순간 수국들을 먹어치우기 시작한다. 달콤한 꿀이 되어 사라지는 걸 그는 멍하니 바라보다가, 나비를 안았다.
그러면 나비는 또 그를 핥는 것이다. 꿀 범벅이 된 입가로 혀로, 그럼 그는 이제 잔잔함과 평온을 바라는 꿀들로 가득 범벅이 되는 것이다. 항상 핥음을 당하고 있지 않았나. 모르페우스는 그보다 좀 더 나은 걸지도 모르겠다고 그는 문득 생각했다. 제 꿈나비는 언제나 자신을 핥았다. 자신이 악몽이고 또 악몽이 덕지덕지 붙어있고 죽음을 이끌었기에.
이제 꿀 범벅이 된 그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다시 누웠다. 그리고 생각한다. 죽음을 깨닫게 하는 게 옳은가? 옳다. 그러나 내가 협력하고자 한 바는 그를 탈출시켜 그들의 비위를 상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옳은가? 이는 방향 수정이 필요하다. 사악한 이라도 그들의 자유를 통제해야 하는가? 내가 경찰이나 판관이 아닌 이상, 아니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옳지 않다. 앞은 불분명했으나 옆에 깔린 안개는 거둬지는 기분이었다.
오늘은 돌아다니지 말자. 해야 할 생각을 해야 한다.
- 모순의 굴레.
-
카톡방엔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별개로, 왜 이렇게 사람 목숨을 사라지게 하는 직업들이 자주 보이는걸까. 그는 말싸움을 한 상대며 아까의 러너들과 복수에 대한 이야기를 한 사람들을 떠올렸다. 악인을 죽여야 하는가? 그는 어제의 말싸움에서 악인인 저가 죽을 수 없기에 위선을 택했다고 하였다. 이것만 보면 악인은 죽여선 안 된다는 말이 되나, 여기엔 자신이 죽을 수 없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에 그런 것이었다. 한 번 죽으면 그대로 끝인 악인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생각은 오늘도 진흙이 되어, 모래바람이 되어 그의 살을 파고 들려 한다. 아니, 파고 들지는 못하고 그저 살만 열심히 핥고 있었다. 그는 이미 윗선의 정신적 교체를 포기하였다. 그렇다면 답은 그저 정해져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또한 제 부모의 죽음을 예외로 둘 정도로 통쾌해하지 않았나. 관짝에서 덜컹거리는 기묘한 즐거움에 그는 못총을 만들어 쏴재낄 수 밖에 없었다. 박히는 소리는 누구에게서 나는 걸까, 기어고 모래가 그에게 박히고 있었다. 새카만 모래가 그를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는 것도 같았다. 모래가 지나간 틈으로 진흙 같은 모순이 그를 삼키고 있는 것도 같았다.
어디에서 잘못된 거지. 정? 정이 없음, 없음 수준이 아니라 경멸하였음에 내가 그 사람들의 죽음에 기뻐하였고, 정이 들었음에 누군가가 살인자여도 난 마냥 반박할 수 없는 걸까. 갉작이는 소리가 비정상적으로 크게, 반복적으로, 거슬리게 들렸다. 조용한 곳에 시계소리만 나는 것처럼, 그리고 그것은 그를 조금씩 조급하게 만들려 했다.
포옥, 키위새 인형의 부리가 그의 얼굴을 뒤덮었다. 순간 아무 소리도 안 들린 건가, 싶었다. 쉬엄쉬엄 하자. 조급할 필요는 없다. 주어진 시간은 그가 살아있는 한 충분할 것이다. 그러니까 윗선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지도 한참을 미뤄둔 것이지만.
-
일단 그의 나라는 사형제도가 있는 나라이다. 그리고 그는 사형제도를 반대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악인은, 막중한 범죄를 일으켰다면 법의 심판 하에 죽어도 된다고 그는 여기고 있었다. 어느 정도는 정리되네, 하도 죽음과 죽임에 파묻혀 있었구나. 쓸려가는 모래들에게 안녕을 고한다.
진흙이 가지 않는 이유는, 법의 심판이 아니라 다른, 예컨대 톡방에 있던 다른 자들을 말한다. 복수에 그는 머릿속이 다시 한 번 엉키는 기분을 느꼈다. 그는 솔직히 말하자면 그 스스로 제 부모에게 복수를 한 셈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는 제 부모가 나쁜 것을 알고 있었으나 죽었어야 했는지 문득 서늘해지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은 나빴잖아. 입술을 꺠문다.
그는 그 스스로가 악인인 것을 알았다. 톡방 사람들을 악인으로 매도할 것인가? …직면해야 할 문제인 것은 맞을 것이다. 각오한 문제는 제가 살인자이고 누군가에게 비난받는 것이였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올 줄은 몰랐다. 그는 돌아온 뒤로 이어진 몇 번의 마찰을 기억했다. 몇 번의 대화를 기억했다.
정인걸까 결국은. 아니면 그 사람들의 공격이 두려운 걸까. 지친 걸까. 내가 타인을 지적할 자격은 있는가. 그래도 말해야 무고한 사람들이 죽지는 않지 않을까. 내가 그것까지 신경 써 줘야 해? 강박이라는 이름의 들불이 일었다. 새카만 수국들은 꽃잎을 검고도 붉게 불에 내어주고 있었다. 이미 탄 것인지 아닌지도 모를 꽃들은 불의 먹이가 되며 또 다른 불들을 일으키고 있었다.
하늘에는 카톡방의 귀여운 산물들이 있었다. 구름을 만들어 보이지 않게 된 건 순간이었고, 비는 오랫동안 내렸다. 춥지는 않았다, 그는 꿈 속에서 감각이 엉망이라는 점을 기억했다. 또한 추위를 느끼고 싶지도 않았다, 싸늘하게 식은 죽어있는 제 다른 몸들을 느끼기에도 충분했다. 비는 그저 뜨거웠을 그의 태엽장치 같은 머리를 식힐 뿐이었다. 들불 같은 강박은 재로써 숨결에 들러붙었다.
아니, 아니, 아니, 나는 인간으로서 돌아온 것이지 그런 심판 기계로 돌아온 것이 아니야. 타인을 심판하려고 돌아온 게 아니야, 그저 내 선을 추구하려고 온 거야. 그 선에는 타인의 자유도 있어. 살인도 자유였어? 잿더미에 색색대는 소리는 제 목에서 들리는 것이었다. 젠장, 핸드폰을 던지는 게 습관이 될 것도 같았다. 하루 하루가 버튼인 걸까.
다시 주워야 했고, 혹은 다시 제 손에 불러들여야 했다. 요는, 그렇다. 이건 강박이야. 이건 강박이 맞았다. 톡방의 의사가 말한 몰아세우기도 맞았다. 필히 그를 조금씩 갉아먹어 완전히 무너뜨릴 것이다. 돌이킬 수 없진 않으나, 또 다시 조각을 모을 수 있을 것이나, 그러나 제가 5년 전의 저와도 닮은 구석이 있듯이 그렇게 이루어진 미래의 그 또한 그럴 것이다. 그가 그 스스로를 죽일 것이다, 몇 번이고.
딜레마, 스스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제 그는 선택의 기로가 분명해졌음을 느낀다. 어디까지의 살인을 용인할 수 있는가? 살인을 용인하다니 웃기지도 않는다. 저는 그렇다면 죽인 이들 중의 일부는 확실하게 복수이지 않나. 기껏 쌓아올린 인격이라는 조각 덩어리가 실금이 갈 것만 같았다. 제 선과 인간성과 도덕은 이토록 연약했을까.
그는 제 묘비 앞에 섰다. 왜 나는 죽으려고 노력했을까, 왜냐하면 그 때 저로 하여금 죽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순간 스쳐지나가는 듯한 명쾌한 무언가가 생각났다. 동시에 죄악도 기어나오는 것도 같았다. 그러나 절충안은 이것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그는 자신을 조금 몰아세우더라도 감정 하나를 관짝에 기꺼이 죽여놓는 수 밖에 없었다. 못총이 다시 제 안에 있던 것을 내뱉었다. 복수에 의한 쾌감은 난 느껴서는 안 될 것이다.
결국 그는 악인의 죄의 무게를 달고 살인을 용인하기로 결정했다.
- 악인들의 대화.
“지금 저 감시 안 하고 뭐 해요?”
“해 줄까, 500453.”
혀 차는 소리가 아무도 없는 서재에 울렸다. 저 작자는 아직까지 그의 이름을 제대로 부른 적이 없다. 쓸데없이 정확하게 일렬번호 마지막 여섯자리만을 주구장창 부르고 있어. 500453, 한 때 좋아하는 숫자였으나 그의 증오스런 현재 상황을 지칭하는 주홍글씨와도 같은 번호가 된 지금은 애증에 가까운 번호였다. 아마도 그의 인스타그램 아이디가 dreamlens_500453_Bcut 이였을 것이다. 사회에서 죽음으로써 지워졌겠지. 백업은 꿈 속에서 할 수 있으니까.
올려다 본 그의 눈 앞엔 라임색 눈이 핸드폰과 메모용 수첩을 여전히 왔다갔다 하며 바쁘게 볼펜을 움직이는 작자가 있었다. 그는 지금 꺼진 핸드폰마저 압수당한 상태였다. 38점이란 다른 주홍글씨가 눈 앞에 아른거리지만 않았어도 종이로 접속을 시도했을지도 모를 그였다. 그러나 감시자가 저렇게 맡은 바 임무를 다 하고 있지 않다면 그 또한 여러 가지의 반항을 시도할 생각은 있었다.
예를 들어 방금처럼 그의 수첩을 빼앗는 일 말이다.
“자네 아침 해를 보면서 공부를 하고 싶나 보군?”
“일단 해를 보여준 다음에 말해줄래요?”
침침한 격리 시설은 창문이 용납되는 곳이 극히 제한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가 존재하는 곳은 용납되지 않는 곳이었다. 햇볕을 마지막으로 본 게 작년에 아이작을 보러 갈 때였나. 1년정도 바깥에 안 나가니, 아니 실은 여기서 냉동되어있고 한 세월까지 포함해 햇볕에 노출된 적이 없다 보니 하얗다 수준의 낯빛이 창백하다로 비춰질 정도였다. 입술이 푸르스름하게 보이지 않는 게 다행인가, 그는 저 작자가 즐겁게 필기한 수첩을 보면서 입술을 매만졌다.
누군가는 차원이 다른 규모의 악한 짓을 하고 악마가 된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런 면모는 그가 보기에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속죄하고 있는 것일까. 또한 죽음이 트리거인 걸 보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그는 생각 한 구석에 죽음은 힘을 통제 불가로 만든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죽음을 감내한 것이었다. 억울한 구석이 스물스물 튀어나오려다가, 인간의 선을 믿는다는 대목에서 맴돌았다. 선을 감행하기로 했다면 억울해하진 말아야 겠지. 못총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환생한 누군가의 이야기는 아마도 저 작자가 환생에 대한 흥미로 적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음, 아니야. 태어날 때부터였으니 저 작자와는 궤가 다를 수도 있다. 그리고 아직은 이라는 말을 스쳐지나가듯 본 것도 같았다. 저 작자와는 궤가 다르다. 정신적 살해를 한 것이 아니다. 요즘 톡방에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쏟아놓아서 그런지 생각이 자꾸 그런 쪽으로 가나. 다시 한번 혀를 찼다.
복수라, 그는 꿈을 기억해 보았다. 그리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는 자신의 얄팍한 신념 하나를 기억해 보았다. 죄의 무게를 달자는 어떠한 합리화도. 그러나 다음에 적힌 누구나 죽는다는 말과 선과 악은 상대적이라는 말은 머릿속을 순간 들쑤시고 갔다. 순간이 아니라, 아주 지속적으로, 바다 안의 난폭한 해류처럼.
그러나 죽음을 수천 번 겪은 그의 다른 일면은 해류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쇄빙선과 거대한 잠수함과 혹등고래의 떼가 들이닥쳤다. 누군가에게 죽지 않는다면 더 살면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을 텐데. 행복이든 불행이든 그의 개인사와 흔적이 남았을 텐데. 누군가에게 더 많이 기억될 수 있을 텐데. 그러나 살인자는, 복수 당해 마땅하다. 일찍 죽음을 맞이해도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단 하나의 해류가 파도쳤다.
선과 악은 상대적이고 때문에 모든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 말이 갈리곤 했다. 접속했던 나날들을 기억하며, 핸드폰 화면을 만지작거리던 손가락이 따가울 정도로 열렬했었나. 그는 제 손가락을 보려다가, 복제체에 미리 지문을 없애놨다는 것을 깨달았다. 징그럽게 삶을 연명하고 있구나.
상대적이면 무얼 하나, 그는 결국 무고한 이를 죽인 것이고 그것은 불변의 악이기도 했다. 그러니 불변의 선행을 하고 싶었고, 그러려면 일단 바깥으로 나갈 마땅한 신분이 필요했다. 기부는 일단 작은 돈이라도 들어오는 통장으로 하고 있었다. 실험비용, 그래 그것. 불변의 선행은 무엇일까, 거짓말을 하지 않고 착하게 굴기, 또, 또… 타인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여전히 아득하다.
“여긴 국제 기구의 탈을 썼으면서 봉사 활동은 안 하나.”
“너 같은 것들을 잡아오는 것 자체가 봉사 활동의 일환이지.”
“말고요.”
“직접 알아보지 그래.”
재수 없다. 멀거니 들리는 거리 탓도 있겠지만 재수 없다. 그래도 동물 보호의 일환을 하고 있기도 하니 꼬투리라고 잡으면 괜찮겠지. 잠깐, 동물, 그는 언젠가의 수의사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 작자는 곧이어 몇 권의 책인지도 모를 종이의 탑을 책상에 내려놓았다. 무게감이 물리적으로 느껴졌다. 뭐라 묻기 무섭게 그 작자는 다른 책들을 가지러 사라졌다. 내 뇌용량을 강제로 늘리려는 수법인 건가?
아 젠장, 여기에도 500453이 있잖아, 그는 제 볼펜으로 마저 지우려고 했으나 그가 오가며 두고 간 핸드폰이 먼저 보였다. 화면은 켜져 있었고, 그가 의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말을 위로 올라가 보았다. 아까의 그 작자와 마찬가지로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다 적은 순간에 종이는 구겨질 위기에 처했고, 책의 권위자 되는 작자는 수첩을 도로 빼앗아갔다. 서늘한 눈빛 정도는 넘길 수 있기에 마주 노려보던 찰나에 상대의 입이 열렸다.
“…자네 영감이라도 받았나, 여기 있는 내용에?”
“생각해 볼 가치는 충분한 내용들이니까요.”
“악마가 선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면 뭐, 죽음을 넘어 환생한 이야기가? 그래, 누구나 결국 죽는다는 건 감미롭게 들릴 만 하군.”
“우리 둘 다 그 누구에 해당 안 되는 건 잘 알잖아요.”
대화가 끊겼다. 이번엔 누구의 것인지 모를 혀 차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적어도 그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는 혀를 차는 대신 씁쓸함이 담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어쩌면 비웃음으로도 보일 수 있는 비뚜름한 모양새였다. 그와 저 작자 둘 모두 죽음을 피해갈 편법이 존재하는 자였고, 따라서 지워질 짐들이 생각보다도 많았다. 저 작자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알 지도 모른다, 이따금 저 자는 일반 격리 개체 대신 실험실에 들어가곤 했으니. 그러니 방심을 더욱 해선 안 될 텐데.
“자네 의사라는 사람이 악마 숭배자 같던데 괜찮나?”
“신보다 좋은 악마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더군다나 그 악마도 선을 지향하는데.”
“결국 악마인데 꾀어낼 거짓말이라곤 생각을 안 하는군.”
“그래도 속죄하는데 열심인 걸 보면 나보다 낫죠.”
“너보다 나은 사람에 맹목할 작정인가?”
“털어내려고 생각 많이 하고 있어요, 윈체스터.”
그래도 도움은 받아야 겠지만. 중얼거렸다. 그는 도덕을 정립했고 인간성을 조각조각 모았으나 선에 대한 건 굴레의 구렁텅이에 빠져 헤매고 있었다. 계속 부딪혀야 하겠지.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에 해당하겠지만, 그는 어금니를 조금 꽉 물었다. 도움을 받지 않기에 주변엔 선이란 걸 제대로 실천은 커녕 그 자신 이상의 위선자마저 볼 수 없는 환경이었다. 위선과 총 중에 무엇을 택할 것이냐는 기로 자체가 없는 사람들이기에 역설적으로 그들은 총을 집은 것일까.
눈 앞의 작자는 시험지를 팔랑거리며 마저 책을 밀어넣었다. 그리고 수첩도 같이. 어느새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이 점수로 내 수첩을 앗아갈 체력은 있었나보지? 정중히 대답해 준다. 당연히 있죠, 댁은 방심이나 하고 앉았고. 수첩은 그의 손을 거쳐 그 작자의 손아귀에 갔다가 그의 머리를 툭, 치는 가벼운 둔기가 되어있었다. 기분을 거슬리게 하기에 알맞은 무게의 소리가 났다. 폭력은 안 돼. 그는 7대 주선이라는 인내를 떠올려 보았다.
그 작자는 이윽고 그가 있던 곳을 떠났다. 수면 시간이다, 하는 것을 들었으나 그는 그 작자가 새벽에 CCTV실에 좀 더 머문다는 것을 알았다. CCTV 관리자의 기억속에 그는 새벽 4시까지 존재했으니. 쌓인 책들에 속이 메스꺼워져 결국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수 시간 뒤에 그는 수많은 책들과 그는 잠을 이루었다. 서재에서.
- Internet of Thing-의문점: 괴물을 미치광이라 할 수 있는가?
난 수많은 사물에 스스로의 인격을 복제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늘 내가 타인보다 우월함을 가질 수 있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복제된 사물이 타인에게 닿은 간단히, 그 타인은 내가 되니까. 우월함은 지식에서도 나올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인을 꼼짝없이 휘두르며 무력화시키는 힘이다. 그리고 나는 무력화하다 못해 아예 인격을 먹어치우는 힘을 가지고 있지.
인격을 복제해 삶을 연명했다. 사실이다. 어떤 이는 바퀴벌레 같다고도 할 것이다. 기생충 같다는 이야기도 면전에서 들었다. 상관없는 일이다. 한 번 죽으면 사라질 삶을 나는 언제까지인지도 모르게 연명하고 있다. 그리고 기록과 역사는 언제나 살아남는 자들의 것이 된다. 그러나 나 또한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힘에 아주 많은 걸 고대하고 있진 않았다. 기껏 해 봐야 총알에 복사해 타인을 나도 만드는 일종의 정신적 네크로맨서 같은 짓을 상상하긴 하였다. 물론, 지금도 유효한 전략이긴 하지 않나. 저 치들은 죽어도 못 한다.
…한 놈은 빼고. 500453. 데이브, 에트와일러. 저 자에겐 통하지도 않는다. 그럴 수 있다. 그럴 수 있다. 예상한 바이다. 그리고 저 심약한 놈은 이 힘의 도덕적 딜레마를 기꺼이 족쇄처럼 착용하고 있지 않은가. 그 자신 때문에 9천여명을 죽여놓고. 포기할 법도 한데.
…이건 8년 전 정도의 일이다. 므네모시네의 샘이라는 특수 격리 개체의 실험에 동원됐던 때의 이야기이다. 난 그 때 그 안에 입수했었고, 그 안에서 맥동하는 무언가들을 보았다. 다른 일반 격리 개체들이 죽거나 망아 상태로 돌아오는 대신에, 나는 신경줄기 같은 무언가들을 보았고, 수많은 기억들을 간접 기억이 흡수되는 것처럼 느꼈다. 그러다가 난, 내 잊어버린 무언가를 되찾았다.
이런 존재로 산 지 오래 됐을 거라는 생각은 하였으나, 내 예상보다도 훨씬 오래 됐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난 항상 현재의 나와, 그 전 육체의 나와, 그 전전 육체의 나 그 이상을 기억하질 못 했다. 정확히는 마치 인간의 뇌용량의 한계인 듯이 그 이전이 가물가물하다. 있던 것 같은 걸 알면서도 손에 잡히질 않았다. 그 전전 육체마저도 간신히 기억하는 상태인 것을. 그리고 난 거기에 들어가서, 내 400년간의 기억을, 그리고 흩어진 수많은 복제된 나들의 기억을 찾았다.
이후 수많은 나들을 억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몇몇 개는 일부러 보고하지 않았다. 숨겨둘 보험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나의 기억은 공유되지 않을 것인가? 아니, 확실히 그 샘에 들어간 순간 모두 공유되었을 것이다. 느낄 수 있었다.
복제된 나들은 서로를 인지하는 순간 기억을 공유한다. 그 감각은 매번 기묘하고 짜릿했다. 다른 나의 기억은 자연스럽게 나에게 감겨 올라온다. 마치 처음부터 나에게 존재했듯이. 그 감각은 똑같이, 아니 그것보다 더 증폭돼서는 샘에서 느낀 것이다.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 하나가 있다. 샘 안에서 속삭임을 들었다. “나를 잡아먹는 아이야.” 모든 것이 압도당하는 기분이었고, 동시에 삼켜버리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저것은 또한 자아이다. 내가, 삼킬 수 있다. 그러나 그 때가 아마 처음으로 내 능력이 실패했을 때일 것이다. 그 무엇도 통하지 않고 또한 나를 삭제하려 하지 않으며 그저 존재하게 하는 압도하는 자. 지배자인가.
나는 언젠가, 분명 육체에 깃든 내 인격이 삭제될 뻔한 날을 기억한다. 그 놈한테 내 복제체를 갖다 대고 얼마 있지 않은 때였다. 순간 의식이 마치 귀걸이에서 몸이 분리될 때마냥 뚝, 끊기기 직전까지, 한 순간에 감각과 차단되고 빛을 겨우 인지하는 그 때를 기억한다. 그러나 결국 삭제되지 않았다. 느낀 것이 무엇이냐고, 저 자는, 위험하다. 매우. 나에게.
얼마 전 샘 근처의 연구소에 있던 또다른 나의 피를 채혈해갔다는 소식을 기억한다. 그리고 샘에 살포한 결과 아무런 파장 변동이 없음도 기억한다. 그 곳의 내가 뛰어들려 했음도 기억한다. 그리고 지금 눈 앞에 있는, 그 작자의 혈액이 뿌려진 결과는 기억해야만 했다. 파장의 변동은 그가 최초였다.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무슨 자식이지.
조급하다. 괴물이다. 저건 괴물이다. 저 괴물에겐 절대로, 므네모시네의 샘에 대한 일말의 정보도 흘리지 않을 것이다. 샘 안의 자아는 결국 내가 먹어치울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천천히 갉아먹고 잡아먹어 수를 늘리며, 내가, 잡아먹을 것이다.
그러니, 약이 완성되면 어서 저 자를 치워야 했다. 몇몇 지부의 복제 가능한 곳에 DNA 데이터가 남아있을 것이다. 바쁜 출장길은 필요 없다. 난 수많은 사물에 스스로의 인격을 복제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곳에도 이미 나는 존재했다.
부디 평 연구원으로 올라와라. 그래야 네가 개입된, 당당한 약물로 널 죽일 수 있지 않겠어? 나는 수의학 책을 치우고 약학 책을 던져주며 웃었다.
…실험 보고가 이상하다. 반려되는 건 좋았으나, 아미그달라 교단이라니. 조사가 필요하다.
- 장막 너머.
그는 실험을 당한 후에 꼭 하는 습관이 있었다. 처음 깨어나고 반년 간 끊임없이 한 것이기도 하고, 근래에 들어서 하지 않게 된 것이기도 하였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말은 그 스스로가 내뱉은 말이었고, 그의 격리 사유 또한 그것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꼭 실험을 당한 날 밤엔 그 내용을 확인하고는 했다, 꿈 속에서.
묘비가 늘어선 곳을 지나 제 꿈나비를 쓰다듬으며, 그는 오랜만에 실험, 고작 채혈뿐이었던 것에 꽤 의문을 표하며 손쉽게 길을 찾아 나섰다. 제 핏방울이 방울진 길들이 피아노 건반처럼 현처럼 눈 아프게 뻗어있었으나 이제 그는 헤멜 무언가는 아니었다. 가끔 오만함이 드러나는 그를 그 스스로 자각하고는 그래도 면밀히 길을 살핀 뒤, 그는 기묘한 기억 하나를 걸어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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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 락이 걸리는 과정을 지나, 제 혈액이 어떤 격리 개체를 미친듯이 반응하게 했다는 점, 그 것의 정체, 기억이 안 읽히는 그 작자와도 같은 사람, 아마도 그의 다른 인격 복제체겠지. 군대에 있을 법 한 덩치를 한 누군가를 기억 속에서 살폈다. 이건 그의 여유 공간에 기억해 놓으라고 외형 정도는 복제해서 두어야 겠어.
그리고 샘.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아니 샘이 빛날 수가 있나, 빛이라곤 형광등밖에 없는데, 아무튼 빛나는 샘과 짙은 회색의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물이 차서 걸어들어가는 것 자체가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한 누가 들어간다 한들 뜯어말릴 곳. 그곳을 바라보고 현장팀을 바라보니 하늘에 길이 열리고 문서 같은 것들이 떨어졌다. 정확히는 그의 핸드폰 화면이 언젠가 리플레이로 그를 약올리려던 것처럼. 누군가는 그 장면을 보고 신이 축복을 준다 할 지도 모른다.
므네모시네. 기억의 여신이었나, 그는 실험 자료를 더 살폈다. 언젠가 보았던 일렬번호는 아마 그 작자의 것이겠지. 그 작자는 그러니까, 이 것에 멀쩡했구나.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마셔도, 입수해도. 격리되었다는 부분에서 그는 웃었다. 입을 열 때가 있고 안 열 때가 있다면 그는 그걸 잘 구분을 못 하는 걸까.
나를 살피는 아이야, 나를 보는 아이야, 나의 아이야. 이 곳에 저 말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또렷한 속삭임은 꿈 속에서 존재할 수 없었다, 심안의 살덩이가 목소리를 가지면 이럴까? 아니, 글쎄, 심안보다도 더 깊은 곳에 있는 것과 같은 목소리다. 어디에서 들리는 거지? 눈 앞에 이미 보였다. 물 속에서, 반짝이는 물은 그 빛을 부수며 그를 이끌었다.
수많은 인간들의 고통과 죽음을 건너, 이를 악물며 나아간 그 끝에 맥동하는 무언가들과 뉴런들과 신경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것들은 죄 생각해보면,
자신이 꿈에서 걸어온 길들과 생김새가 비슷하게 가시가 돋친 것들이 보였다. 끊긴 것들도.
그는 잠에서 깨어났다. 이건 죽음과 춤을 출 때 본 적 있는 것이다. 이건 뭐지, 뭐지.
- 너머의 기억.
악, 타버리고도 남은 새카만 수국 꽃밭에서 그는 막 몸을 일으키려 할 때였다. 커다란 키위새 인형이 사박사박 걸어와 부리를 그의 얼굴에 들이밀어 그는 몸을 다시 꽃잎을 짓이기는 데에 써야만 했다. 농땡이 부리는 걸 눈치챈 걸까, 아니면. 그는 며칠 전에 일어난 이 키위새 인형의 주인 되는 사람을 생각했다. 과거의 정신이 와버린 사람. 첫 날에 그는 그 스스로가 한 짓을 숨겼다. 악, 또, 키위새 부리가 연이어 그의 얼굴에 명중했다. 숨긴 것에 대한 죄책감일까, 아니면.
모르페우스, 그의 꿈나비가 그를 연신 핥아대었다. 일이 있은 후 나비는 제 곁에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바다의 깊은 곳에 휘말리지 않은 것이 어디일까. 그리고 만나자마자 격한 환영을 보이니, 그로서는 어색하면서도 기분이 덜컹거리는 것도 같았다. 아, 그러니까 물어볼 것이 있었다. 넌 내가 무서워? 아니면 걱정 되는거야? 바깥이 여기보다 더 무서워? 모르페우스는 푸른 날개를 반짝이다가 그의 볼을 핥았다. 꿈나비는 악몽을 꿀로 바꿔서 야금야금 먹어치우고, 그의 볼은 꿀범벅이 되어있었다. 그는 꿀을 매만지다가, 그 또한 악몽이기에 꿀로 바뀌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회사에서는, 그는 아직도 회사라고 칭할지 재단이라 칭할지 헷갈리는 부분이 많았으나, 요구하는 바가 있었다. 어떤 교단을 조사해 달라는 어느때보다도 정중한 부탁이었으며, 추가로 내부에 그 교단의 신도들이 있는지도 알아봐 달라는 부탁이었다. 정중함 뒤에는 거절당할 시 협박할 다른 실험을 고르는 차트가 있었다. 그는 한 번 거절했고, 협박의 그것은 자살자 5명과 마주하는 것이었다. 징그러운 자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가 그저 꿈속에서 이야기라도 지어내어 저 사람이 교단이네, 사실 교단의 정체는 이러이러하네 해도 저 자들이 별개로 조사팀을 꾸리지 않는 한 믿을 수밖에 없다는 소리였다. 그는 제 선생 노릇을 하는 자를 떠올렸다. 저한테조차 보이지 않는 생각과 기억을 가진 자. 그리고 어제 본 어떤 샘의 기억, 그 자는 들어갔었고. 그도 무언가를 숨기고 있겠지. 그리고 아무 말이나 지껄여도 그럴 듯하면 믿을 거라고 생각했을거야. 같은 걸 봤을까. 확신할 수는 없다. 다만 그는 거짓말 하는 걸 그만두었을 뿐이었다.
수국 꽃밭을 빠져 나오니 작은 키위새 인형들이 줄을 서서 쫄래쫄래 쫓아온다. 만드는 김에 삐꾹거리는 효과음도 같이 만들 걸 그랬어. 삭막한 환경 속에서 꿈 속의 여러 것들은 그의 삶의 낙이 되어가기도 했다. 꿈 속의 무엇에게 정을 주는 건 옳지는 않았으나, 생각해보자면 환상에게 정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이나, 손쓸 도리가, 그는 생각의 흐름을 멈췄다. 그리고 얌전히 작은 키위새 인형들을 커다란 인형에게 건네 준 뒤 손을 흔들었다. 이제 일 할 시간이야. 삭막함은 곧 그의 옷이기도 했고 피와 살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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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겐 종교가 없었다. 믿음이란 건 제 톡방에나 있을 것이었다. 그는 그 스스로도 최근에야 믿을 수 있게 되었고, 그의 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신을 믿으라는 것은 그저 웃음이 나올 이야기였다, 적어도 그에게는. 때문에 기억을 찾아가는 데에 있어 갈피를 잡기 쉽지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단 내지 사이비인 데다가 도무지 어떤 종교에서 갈라져 나온건지도 모를 종교였다. 성인들의 동상들을 생각하며 기억의 길을 걸어도 ‘아미그달라’ 라는 교단은 흔적이 보이질 않았다.
그래, 애초에 분파 같은 것이 아니겠지. 그는 명칭을 읊었다, 아미그달라. 감정을 조절하고 공포를 학습하는 곳. 뇌의 어딘가에 있는 아몬드 같은 부위. 어쩌면 뇌과학자들이 새로운 자기들만의 단체를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뇌의 단면도를 상상한 결과물 같은 길들은 그에게 어떤 장애물을 내어 줄 생각도 하지 못 한 채 파헤쳐지길 기다렸다, 여느 길들이 그러했듯이. 장애물들은 더 이상 그에게 장애물로써의 역할을 하질 못 했으니.
문득 그는 기억의 공백을 생각했다. 여러 실험체들의 한없이 넓은 공백들. 그것들의 답은 결국은 복제 개체였음을 알아낸 게 언제였더라, 깨어나고 나서 빡빡한 실험들이 종료되고 얼마 안 지나서였을까. 그들은 막 태어난 이후였기에 정말로 신생아와 비슷한 기억의 공백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지. 그에겐 해당되지 않았다, 꿈능력은 각 개체의 각 자아를 하나로 통합해버리다 못해 처음부터 하나로 존재하게끔 하는 특성이라도 있는 듯 했다. 자아가 나뉘는 건 그 때, 폭주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인격이 나뉜 듯도 했을 때. 그 때를 제외하고는 그래, 죽음과 춤 출때도 어쩌면 그 죽음도 그였을지도 모르겠다.
회고를 하며 제 꿈능력이 어떤 특성을 가진 건지 고민할 때쯤 그는 다른 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몇 개의 자연사와 이야기로 구성된, 인간의 생애들이 엮인, 한 자리의 외로움을 권력이라는 눈가리개로 이어받은 자들의 길. 왜, 두 개지? 그는 흥미가 돌기 시작하였으나 이 모든 것들의 시작이 단순한 저의 호기심이였음을 안다. 두 갈래길 모두를 가야 하는가? 두 길 모두 결과를 낼 수 있는가? 아미그달라, 중얼거려도 두 길은 모두 존재했다. 하나의 길이 흐려지는 순간 남은 길을 내달렸다. 명확한 길로 가야지,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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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 이상한 종교를 찾은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속한 사람들을 전부 외울 수는 없어도 본거지라 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인지, 어떤 교리가 있는지, 또는 여기에 숨어든 이는 누구인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명단화 해서 프린트 하고 싶지만 꿈인 이상 현실로 가져가는 건 불가능한 것이겠지. 현실에서 개인톡으로 보내놓은 뒤 받으면 좋겠으나 현실엔 꺼진 핸드폰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 교단의 교리는 알고 싶지는 않았으나, 확실한 건 그와 그다지 맞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는 그 스스로가 언제 어떻게 시한폭탄처럼 터질까 두려워 스스로 갇히는 것을 선택하였을 뿐이었다. 그는 아직도, 자유로움을 좋아했고 타인의 자유를 어떻게 하고 싶지 않았다. 교리의 내용은 완전히, 드높은 누군가의 말만을 믿고 따라야 함을 강조하고 있었다. 사이비구나. 그 누군가는 보통 교주일 것이다. 이런 부류의 사이비는 교주를 신격화하기 나름이었다. 뇌과학쪽도 아닌데 이런 이름을 왜 쓰는거지.
그러나 다른 교리를 발견한 그는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니, 이건 교리라기 보단 작전이지. 어떤 작은 연못에 대한 이야기와, 그것의 물을 마시고 미쳐버린 자들이 수용된 곳과, 회사에게 그것을 빼앗겼으며 탈환해야 한다는 이야기. 미쳐버린 자들은 선지자라고 떠받들어지며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것들이 족족 행해야 할 무언가가 되고 있었고, 교주라는 것은 정신적인 깨달음 이상의 정신적 통제력을 갈망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샘도 갈망하고 있었고.
…교주라는 자리의 길은 길었다. 다만, 이건 나중에 좀 더 알아보기로 했다. 오늘 얻은 정보들은 회사가 요구한 것에 충분하고도 좀 더 넘치지 않을까, 이걸 외우는 것으로도 머리가 좀 아플 것 같았다. 이 길은 기억해두자. 그리고 아까 희미해진 길도 언젠간 가보자. 그는 찰랑이는 호기심을 뒤로 미루는 방안을 선택했다. 관계가 있다면 일단 살펴볼 명분이 충분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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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서늘함을 느끼고 있었다. 아주 당연하게도, 그 정신적 통제력이라 하면, 떠오르는 것은 저와 그 작자와… 아니 이 둘 밖에 없지 않을까. 아니면 그가 아직 모르는 물건형 다른 어떤 것들, 회사가 입수한 어떤 것들이겠지. 그리고 샘도 원하고 있는 것, 그는 어제 기억 속의 맥동하는 신경계와 무수한 기억과 목소리를 기억했다. 그에게 말을 거는 또렷한 목소리도. 저들은 그 목소리의 정체를 알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다음을 기약하는 수 밖에.
이제 그는 눈 앞의 자료들을 암기하기 시작하였다.
- Isaac Yellington-누군가는 누구일까?
기억 못 하는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려고 노력한 지 1년이 넘은 것 같다. 사실 반쯤 포기한 게 맞지. 대화 내용도 그냥 이런 흐름이었다가 전부에, 그냥 나보다 좀 덩치 작은 놈이었다는 감상이 전부에. 성씨가 에트와일러라는 건 기억이 나지만 그 날 이후 다른 곳을 들쑤셔도 그쪽 가문 자식에 대한 기록은 찾을 수가 없어.
정확히는 자식이라 할 법한 자는 찾긴 했다. 다만 열 몇살 때 입양한 애였고, 현재는 콜로라도는 커녕 다른 주로 공부하러 갔고. 샌프란시스코구나. 여기로 왔다는 다른 기록이고 나발이고 존재하지도 않았다. 아니 애초에 나랑 동갑 같았는데, 학교에서 만난 기억이 있는 걸 보면. 근데 이 입양한 애는 나보다 7살정도는 어리단 말이지. 얜 아니다.
아, 그렇지, 저 쪽 부내나는 것들은 현재 부동산이 어떻게 된 건지 불안해하는 놈들이 더러 있었다. 펜실베니아에 투자 좀 했다가 거기 있는 공장이였는지 뭐였는지의 사고로 인명 피해도 나고. 땅값이 수습 불가가 됐다고 하더라. 난 가식적임을 가장한 통쾌한 웃음을 지으며 저런, 정말 안 됐어! 하고 박수를 쳐줬었다. 멍청한 것들.
이 사고가 미스터리니 음모론이니 뭐니로 번지는 데엔 오랜 시간은 안 걸렸던 걸로 기억한다. 게다가 일부는 콜로라도 사람들 몇몇의 기억 이상을 여기다가도 엮어버리더라. 아니, 그냥 사는 사람들 좀 냅두라고. 나도 그 때 기억 공백이 왜 생겼는지 진짜 궁금해서 병원을 다녀온 적이 있긴 하다. 아무 이상도 없다는 결과와 이런 환자가 벌써 몇 명이냐는 중얼거림을 듣고 나왔지만. 그래도 좀, 여기 땅값까지 어떻게 해 먹고 싶은건가. 실리콘 밸리 쪽에 이미 투자하기 시작했지만.
어쩌면 저 부내나는 놈들이 헛소문 퍼트려서 같이 망하자고 하는건가? 재수 없는 X끼들. 심지어 저것들은 여기에 있는 땅이 그닥 많지도 않았다. 여기 땅은 우리쪽이랑 뭐… 아무튼 저쪽은 아니야. 그러고 보니 가건물이 교회스러운 건물로 바뀐 지도 반 년이 지났구나.
그 교회 건물은 대체, 십자가도 없고 오가는 사람들만 똑같다. 포교도 안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포교 당할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체 무슨 건물인가 싶어서 가봤더니 철학책에서 나올 법한 걸 중얼거리다가 종교 얘기로 틀더라. 뭐 하는 거야, 철학을 모독하지 마 이 미친.
그리스 신화 신앙의 부활인건지 뭔지… 아니다, 무슨 나무 이야기도 했던 거 같은데. 종교적인 걸 보면 어쩌면 북유럽 신화의 그 세계수이려나. 그럼 신화 좋아하는 사람들 전체를 적으로 돌릴 교회가 근처에 생겼다는 소리인가, 아니면 뭐 신화 이벤트 하는 단체의 치밀한 빌드업인가? 굿즈 팔려나? …토르 좋아하는데 있으려나?
아, 어디서 이야기가 샌 건지는 몰라도, 아무튼… 그 날 유류품을 찾으러 온 남자는 그 뒤로 행적을 찾을 수도 없었다. 내가 잊어버린 친구겠지. 어떻게 해서든 기억하고 싶은데. 유류품에 내가 쓰려고 샀다가 포기한 카메라가 있던 걸 보면 사이는 좋았던 게 틀림 없다.
사진을 업으로 삼으려던 적이 언젠가 있었다. 현실을 고려하라는 말을 듣기도 들었거니와, 순전히 취미로 남겨도 무방했을 것 같아 일찍 접기도 했다. 내 사진기는 창고에 갇혔고, 그리고 그 기억 안나는 사람에 의해 빛을 담았을까. 확인한 사진들은 너무 초자연적이라서 솔직히 귀신 들린 줄 알았다. 아니 X발 뭐 그런 사진들이 다 있냐고 그럼, 편집한 사진을 다시 사진기에 넣어놓진 않을 거 아냐. 내 카메라가 원망을 사진으로 표현한 줄 알았다고.
아무튼, 그 남자의 성이 에트와일러라는 것도 거지같이, 단서가 되질 않았다. 무슨 뜻이냐고? X같다는 거다. 상황이.
- Isaac Yellington-입막음.
그 신흥 종교 건물에 갑자기 무력 단체가 습격한 것 같다. 아니, 뭔 일이야? 웅성거림을 어떻게 알았냐니, 이래봬도 땅주인인 집안이라고. 정보 오가는 데엔 귀가 밝고 발이 빨라야 했다. 제보가 미친 듯이 이곳 저곳에 돌아다니고 있고 심지어 SNS에도 떴는 걸 어떡하라고?
구경을 간 건 맞다, 아니라고 할 줄 알았다면 멀리서 망원경을 통해 관찰하는 중이다. 바람은 세고, 가끔 가다가 렌즈에 나뭇잎이 붙었다. 개 같은 거, 4월이면 나뭇잎이 좀 붙어있거나 무럭무럭 자랄 시기 아니냐고. 몇 번이나 렌즈를 매만졌는지 모르겠다, 아 젠장 손자국 났잖아! 바람이 센 건 고도가 높으니까 그러려니 하겠지만 그건 그거고 성질 돋는 건 돋는거다.
순간 바람에 날린 종이 하나도 붙었다. 이게 뭐야? 아, 종교 어쩌구인 모양이네. 그러니까 이건 그 뭐냐… 동그라미가 괴랄하게 배치되어 있고 길 어쩌구가 있는 걸로 봐선 어디 건물을 필두로 한 보물찾기나 진입로 암호일 지도 모르겠다. 진입로 암호면 저 종교 쪽이 아니라는 건가? 오, 여기 인터넷 괴담에서 본 이름도 있네, 케테르.
꺼림칙함에 다시 버렸다, 바람에 잘 흩날리게 예쁘게 날라가게 팔랑팔랑 잘 가라고. 내 지문은 남을… 남겠네 젠장 돌아와. 뒤늦게 장갑을 꼈다. 걸리면 진짜 X될 예감이 들어 다시 종이를 찾았고, 아마 찾은 것 같다, 나무에 걸려 있었으니까, 그리고 주워서 태웠다.
이런 일련의 일이 일어나고 다시 망원경을 드니 그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처음부터 교회는 흉가였다는 듯이 존재하고 있었다. 근처에 헬기가 보이는 걸로 봐선 솔직히 상황 종료로 봐도 괜찮겠지.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싶지만 군사쪽도 아니고 저건 용병에 가까운 거 같은데. 그리고 이상하게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게, 더 알아볼 생각은 하지 말라는 것 같기도 했다. 아까 전 까지만 해도 용감한 구경꾼들은 두 명 정도 있었으니까.
그래, 격언에 따르자, 모험은 이럴 땐 하는 게 아니야. 어느 새 SNS에 올라왔던 글들도 다 지워져 있다. 손 대면 어떻게 될 지도 모르겠어. 이 정도의 장악력이면 캐내려다 되려 장악당할 지도 모르겠는걸. 급하게 캐시를 삭제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 오랜 날로부터의 과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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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문득 진행되는 일들에 대한 하나의 의문점이 생겼다. 교단이 공격할 것이라는 건 그가 알려준 사실이 맞았다. 그러나 그의 예상은 이렇게 제압 부대를 내세워 먼저 공격하는 게 아니라 경비 강화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껏 무력을 써 봐야 교단 측에서 무언가를 감행하거나, 그 전에 먼저 치거나. 이렇게 쥐 잡듯이 잡을 줄 그는 몰랐다. 아무 행동도 안 하거나 지금 막 가건물을 짓는 쪽까지 총기를 내세워 위협할 줄은 정말로, 몰랐다.
이미 풍화된 상식을 조각조각 건져 올려 맞춰보자면,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과격한 행동이 맞다고 그는 생각했다. 아마 그들이 경찰이었다면 벌써 뉴스에 보도되고 징계를 피할 수 없었겠지. 그들이 대응하는 건 마치 특수부대가 테러단체에 대응하는 것과도 같았다. 확실히 재단 입장에선 재단의 무언가를 빼돌릴 준비를 하는 것 자체가 테러겠지만. 과민하고 과열됐다, 이 생각은 그의 곁에서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파생되는 책임감과 서서히 기어나오는 죄책감이 이젠 녹음기를 넘어 소근거리기 시작한다. 너가 일이 커지게 했어. 너가 과격한 행동이 모의되는 곳만 집어줬어도 다른 곳은 피해가 안 갔을 텐데. 그 사람들은 그저 종교의 자유를 추구했을 뿐일 텐데. 그러나 그의 기억에 선명히, 정보를 전달할 때 분류할 수 있는 모든 걸 분류했다. 애초에 정보를 숨기는 게 말이 되나? 그럼 저 사람들은 왜 다쳐야 하고 왜 기억 소거를 당해야 했어? 속삭임이 오랜만에 차가웠다. 이제는 무뎌졌다고 생각했는데.
죽은 이의 비명 하나 하나가 화살이 되어 꽂혔다. 어떻게 죽었는지 똑똑히 보라는 듯이, 고스란히 그 아픔과 기억을 전달해주며. 죽은 이들에게 유감을 표하는 바, 그는 이미 죽음과의 무도를 춘 자인 것을. 그는 상부가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구는 지에 대해 집중해야 했다. 자신의 책임이라면 자신이 해결하고자 이미 방안도 이야기했고, 그래 그게 기억 소거란 말이지? 속삭임이 끼어들었다. 아니, 광신을 거둔다면, 그들의 자유는 어디에 있어? 이 속삭임은 내 목소리네. 중얼거린 그는 자신에게 정보가 부족함을 느꼈다. 근본적으로 왜 저 종교에 이끌렸으며, 왜 상부는 이런 대처를 하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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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의 그 두 갈래 길이다. 하나의 길은 그 너머를 보지 못했고, 다른 하나의 길은 가지도 않았다. 지금 다시 느끼는 것은, 약품 냄새가 그 다른 길에서 난다는 점이다. 불길함이 몇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었다. 수뇌부에 이 교단의 다른 분파가 존재한다던가, 그래서 애초에 이 회사 자체가 교단의 아류에서 출발한 거라면? 음모론 같은 이야기라고 누군가는 이야기하겠으나, 이미 그는 음모론과 괴담이라고 여겨진 실존하는 곳에 갇힌 상태였다. 믿지 못할 것은 없으며 가능성이라곤 없는 허황된 말도 아니겠지.
교주의 기억 너머에는 그 자리에 있던 다른 교주들이 있었다. 그래봤자 3명 남짓이구나, 신흥이라고 적당히 생각해 봄 직한 세월이었다. 저 사람들이 80년씩 살면서 해먹었다면 모를까, 다들 이른 죽음을 맞이한 모양이었다. 아니, 현 교주는 오래 해 먹고 있는 게 맞았으나 나머지는? 맨 처음부터 살펴보자. 그는 노화로 인한 사망일 줄 알았던 자들의 돌팔매질의 고통을 느끼며 앞으로 나아갔다.
맨 처음의 교주는 타인의 생각을 읽는 사람이었다.
소름이 끼쳤다. 그리고 그 자는 끝끝내 어떤 ‘목소리’에 닿았다. 그 목소리는 샘에 있던 그 목소리겠지, 그리고 그 자는 그 목소리의 뜻에 따라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가르침이라는 것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사이비? 사이비일 수도 있고 이단일 수도 있다. 확실한 건, 지금의 모습은 아니라는 것이다. 마치 원시 종교의 샤먼과 숭배자들을 보는 것과도 같았다.
그리고 목소리가 들린다. 그 아이는 참 착한 아이였는데. 아는 사람인가요? 내가 그 목소리니까. 당신은 누구죠? 신? 난 모든 이들의 내면에 있고 그 종합이지. 께름칙함을 느끼며 그는 뒤로 돌아갔다. 가장 처음이 이렇다면 그 다음은?
그래, 다음부터는 아무 힘도 없는 자였다. 여기서부터 조금씩 권력과 돈과 그리고 신앙에 대한 부족함과 모든 게 함축되어 비틀리기 시작한 것이다. 밑천이 드러난 교단을 지탱하기 위해 그들이 선택한 건 가라앉은 채 사회를 지켜보는 것이 임무인 단체를 공격하는 것. 그게 임무라고? 회사가 언제부터 자경단이었지? 혀를 찼다.
빼돌린 것들은 모두 물건형이었다. 사람을 확보하고 싶었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느껴지고 열망으로 전해졌다. 그것 만으로 충분하다고 느꼈겠지, 그리고 한 번 개박살이 났구나. 그는 걸어갔다. 그러니까 이 교단은 사람의 내면을 어떻게 하는 능력을 통해서 그들이 믿는 신과 접촉하게 하고 싶고 교단을 이어나가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회사 내에도 교단의 신도가 있던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지금, 테드 윈체스터가 막 격리되었을 시점이라고 생각되는 2000년대의 어느 날에 그들이 다시 계획을 세우고 그걸 실행했다는 것과, 다시 회사에 의해 그들이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어질 때까지 숨어들어갔어야 했다는 것을 알았다.
순간 기억을 다시 되새겼다. 이렇게 간헐적으로 신도를 모집하고 바이러스처럼 퍼지는 것도 이 때 일어난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지금은 무엇이 재단에 존재하지? 아가야, 너가 존재하잖니. 목소리가 울렸다. 지금 저들은 그를 노리고 있는 것이었다. 기가 차네.
회사 입장이 이해는 되었다. 오래 전부터 물품이나 그런 것들을 반출하려고 하는 것들이 이번에 또 다시 준비를 하려고 하는 데다가, 테드가 들어왔을 당시에 있었던 것을 생각하자면 방어에 전념했더니 온갖 곳을 다 들쑤시고 일반인 피해를 기어코 일으키게 만드는 물귀신 같은 짓을 하는, 엮여서 좋은 것도 없는 단체. 공격적인지 이해는 하겠다. 그러나 민간인 피해는 여전히 고려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내 욕심이야? 관에서 묵직한 것이 덜컹거렸을 것이다.
순간 약품 냄새가 났다. 교주의 기억의 길인데도 불구하고, 아까 들어가본 적도 없는 길에서 풍긴 약품 냄새가 지독하게도 났다. 그 냄새는 길에 다른 길을 뚫어버리며, 구두자국을 남기며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다. 아직 남은 이야기가 있다는 뜻일까? 더 가 보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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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최초 설립자는 인간을 사랑하는 자였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사랑했고, 때문에 교단을 주의깊게 살피다가 끝내는 몇 번이고 뒤엎으려 하거나 공개적으로 비난까지 한 자였다. 다른 종교들의 버튼을 누르는 짓이기도 했겠으나, 기어코 그 자는 하나를 다짐하기에 이른다. 신의 목소리를 들을 가능성은 모두 배제한다. 인간을 해치려 하는 것들은 모두 배제한다. 설립 이념은, 그와 테드의 상태를 보건데 아주 잘 이어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유감스럽게도, 그는 인간의 자유를 사랑했다, 설립자와 아주 동일하게. 역설이 이렇게 돌아오는구나. 그는 교단의 신도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고 결국 그 자유를 침범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아니지, 이미 침범했지. 허탈하게 기억의 길을 나오는 그는 광신을 거뒀던 감각을 기억했다. 베일을 거두듯이, 그저 차광막을 떼어내듯이, 그런 것이었는데. 그건 그들에게 자유를 준 것일까, 난 침범한 것일까. 이야기 할 사람은 없었다. 없길 바랬다, 이는 그저 그의 머릿속에서 결정되어야 할 일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왜 고민하는 거야, 그 두개 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너의 자유보다도? 오만해라, 네 힘 크기를 그 정도로 느끼고 있었구나. 또한 그 자신의 목소리였다. 무가치함을 주장하고 싶은 건지 그를 그저 헐뜯고 싶은건지 모를 언젠가의 폭력적인 날붙이 같은 목소리. 그가 도덕성을 만들기 위해 조각을 모을 쯤에 난 상처와 고름과 핏방울. 아직 억울하잖아. 관에서 덜컹거린 게 뭐였는지 이제 알겠다.
그는 하나의 방침을 다시 정하기로 한다. 손 대지 않기로 한다. 대신에, 대신에,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기억을 불러오는 것? 그는 공백 속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았으나 그걸 기억의 주인에게 알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잠깐, 내가 어떻게 제압 부대한테 그, 무력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는 공고를 어떻게, 전달했지. 빨간 버튼은 반짝였다.
그저 그가 상상하면 되는 일이었다는 걸 꿈나그네는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는 제 능력 사용에 꽤 위축되어 있는 상태이기도 하였다. 모든 것이 그의 능력 하나로 이루어진 일이기도 하였기에 당연한 수순이었으나, 그가 원하는 것 중 하나는 수습이므로. 그는 빨간 버튼을 스위치로 바꾸었다. 자동화 해야지, 이런 건. 낚싯대가 수많은 길들에 비치되고 있었다. 이 것도 손 대는 것일까? 그는 잠깐 머뭇거렸다. 스위치는 다시 꺼지고 그저 기억의 화면만이 반짝거린다.
그저 못총이 관을 향해 쏘아져 나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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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불빛이 한참 반짝거렸다. 오랜만에 보는 의사 선생님에게 의제를 물어보는 게 옳은가?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다물었던 입이 바싹 말랐다가도 오랜만에 열리고, 달콤한 사탕은 순간의 진짜 달콤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래서, 그 다음은? 머리가 터져 나갈 시간이며 그의 행동이 다시금 잘못됨을 인지하게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다시 선을 넘을 뻔한 것이고. 낚싯대는 풍화되어 사라지기 시작했고, 오만함은 너의 몇시간 전이 아니라 지금 느껴야 할 것이라는 점을 잘 인지해주는.
의지하면 안 되는데. 그럼 정말로 홀로일 때 어떻게 하려고. 그는 중얼거렸다. 선을 알다가도 이렇게 넘어버리는 제 자신의 멍청함을 한 번씩 잘 기억해 놓아야 했다. 전에는 상부의 생각 개변이였고, 이번에는 광신도들의 생각 개변이였지. 결국 똑같은 것이다. 자유를 사랑한다는 그는 어디로 가고 통제자만 남았는가? 어쩌면 그는 꿈꾸는 몽상가로서의 그가 이미 죽어버리고 지배자의 피가 들끓는 자아가 주도권을 잡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하였다.
다시금 재구성을 하고 싶었으나, 꺼림칙했다. 관에 못총질을 한 이유도 그것이었다. 그리 하였다가 돌이킬 수 없는 무언가가 침입할 것이라고, 아예 다른 것이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고.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삶과 죽음의 무가치함을 증명하는 거 아니야? 관 안에서 속삭임이 들린다. 한 발 더. 이제 기억에 집중할 시간이었다.
부디 오늘은 다치는 이도 죽는 이도 없기를.
- -의 파멸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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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이 꿈 너머로 사라졌다. 그는 오늘도 던졌나? 그것이 아니다. 대체, 왜? 놓친 것에 가까웠나? 누군가의 손에 의해 그의 핸드폰은 잠시 자리를 비웠다, 아주 갑작스레. 그 누군가는 손이 아주 많이 달리고 핏덩이와도 같았다가, 곧바로 그저 흑과 백으로만 이루어진 익숙한 인영들로 수없이 바뀌다가, 머리가 없는 누군가로 바뀌었다가 꽃이 피어나고 입이 다물리듯 머리가 생겼다, 그것은 ‘그’였다. 조각이 모여 그를 이룰 때 생긴 상처와 피와 고름과 포기한 모든 다른 조각들. 그는 관을 보았다, 왜 열려있는 거야? 못총을 겨누었으나, 이미 그는 없었다. 애초에 그 또한 그였으니.
교단의 일이 서서히 정리되고 있었다. 하나 둘 씩 기억을 보여주던 모니터가 꺼져 갔고, 오늘은 자릿수가 바뀌고도 이대로 가면 몇 시간 안에 자릿수가 한 번 더 바뀔 수도 있었을 터였다. 그 끝을 보기 위해 그는 오늘도 조용히 관전하고 있었는데, 한순간에 포기당한 조각들이 꿈틀거리고, 모든 것이 무너졌다. 시야가 내 것이 맞아? 어차피 다 너의 것이잖아? 자, 오랜만의 지하잖아. 그는 맥동하는 것들을 지나치며 그것들의 일부를 살폈다.
정확히는, 그의 손은 그의 의지를 벗어난 것도 같았다. 이런 기묘함은 이 곳에 오기 전 제 스스로 목을 조르는 것을 깨달았을 때나 느꼈던 건데. 그것 또한 결국은 무의식 속 죽음의 꼭두각시 질이었을까. 의식이 뒤섞이는 걸 방지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상처는 받은 상태였으며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질책하고 있었다. 너의 방어기제가 돌아왔잖아, 제발. 축하해 달라고. 엉겨붙는 생각들에 의식을 잃을 리는 없었으며 폭주할 리도 없었으나, 어떻게 떨쳐낸 합리화나 하는 저인데, 진실로 모든 걸 놔버리고 싶어했던 저인데.
다른 저의 손길은 대단히도 부드러웠다. 끔찍하게도 부드러워서 그 스스로가 날카로운 길을 걷지 못하게 만들것도 같았다. 속삭이는 말은 소름끼치는 달콤함이었다. 너도 충분히 도망쳤으면서 왜 분리하려고 드는건지 모르겠어. 항상 선을 먼저 넘었잖아, 너도 선 자체가 의미 없는 상황이 뭔지 알잖아. 몰라, 그리고 선은 언제나 존재해, 개 같은 게. 그럴리가, 아니지, 선 자체를 그냥 구분 못 하는 상황인 건 아니고? 다른 그가 토닥인 것은 그일까 그의 욕망일까.
아니, 애초에 그는 지금 두 명이 맞는가? 목소리는 처음부터 하나였다. 눈을 가린 그는 눈을 가려짐 당하고 있는가? 스스로 가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중얼거림은 인격의 고장을 의미하는가? 그 스스로도 납득할 만큼의 고장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끝끝내 그는 인격을 다시 죽이고야 말겠지. 금이 가는 것도 같았다. 시커먼 손이 기어나오는 것도 같았으며, 수많은 죽은 자들의 모습을 하기 시작할 것도 같았다.
내가 이렇게 불안정했던가. 그는 일어났던 일들 중 하나를 회고해 보았다. 그저 그는 제 힘을 과신했고 같은 실수를 저질렀으며 절대로 손 대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을 뿐이었다. 도망이야? 이게 도망이냐고. 다시 물을게, 기억이 없어진 사람들은 어떻게 할 거야? 너 때문에 무고하게 없어진 거잖아? 넌 회사가 좋아? 실금이 점점 틈을 벌이고 입을 벌린다. 말 그대로, 금은 입과 같은 모양을 하고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듯도 하였다. 인간의 형태라고 우기고 싶은 모양새였다.
너가, 그 설립자랑 같은 생각을 한들, 미친 짓을 시도한 건 변함이 없어. 다른 점이 있지, 이제 난 안 할 거라는 점. 새카만 못 하나가, 여럿이 그를 꿰뚫어 관 안에 박아넣었다. 하나의 못 길이만큼 그는 지하에서 다시 묘비가 있을 곳으로 올라가고 있었고, 맥동의 비명소리는 떠날 거냐는 듯이 울부짖음이 거셌다. 저건 맥동의 비명소리도 아니잖아, 어디서 사기를 쳐? 덜컹거리는 관은 곧 하나의 줄기에 나가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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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였다. 아이는 즉사에 가까운 상처마저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는 다쳐서 돌아오는 적이 없었고, 차를 탄 어느 날 가족이 전부 죽어도 다칠 수 없었다. 극적으로 구조된 아이는 어느 날 회사의 누군가에 의해 입양되었고, 그대로 특수 격리 조치로 인해 유리벽 안의 실험쥐 같은 것이 되었다. 말 그대로의 실험쥐가 된 아이는 주기적으로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비교할 수 있는- 너 지금 뭘 하려고 한 거야? 톱니바퀴가 실시간으로 어긋난다. 뭘 계산하려고 한 거야. 급작스럽게 녹이 슬다가 완전히 튕겨져 나가는 것도 같았다. 넌 결국 그런 사람이야. 네 수많은 죽음을 앞세워서 어쩌려고. 부서지는 것도 같았다. 난 그러려고 한 게 아니야. 그럼 왜 무게를 달려고 해?
이해하고 싶은 걸 그럼 어떻게 하라고. 기억 하나를 가져온다. 반 년 어치의 짧은 기억이었으나, 무수한 딜레마 상황에서 그는 살아난 동안에도 몇 번의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다. 정확히 스물 일곱 번이야. 그래, 대단하네. 저 아이랑은 참 비교도 못 하겠어. 조롱 섞인 중얼거림이 그의 입에서 나오고 그는 칼 하나를 제 입에 들쑤셨다. 입이라 할 수 있는 모든 틈새에 들쑤셨다. 금이 커져가는 것도 같았다.
완전한 선이 될 수 없다면 차라리 완전한 악이 되자. 퍼뜩 들어버린 생각은 머리에 못 하나를 박은 듯 움직이질 못하게 했다. 그 생각이 정답인 것처럼, 그걸 떠나 그 못 자체가 심장이고 뇌인 것처럼, 그는 산산히 부서지려다가 그 못을 중심으로 재구성되려 하였다.
누구는 못총이 없을까?
내가, ‘데이브 에트와일러’로서 돌아온 이유가 뭔데? 수많은 못들이 도로 재구성되는 모든 걸 부수고 있었다. 악을 선택하느니 죽고 말지. 그리고 너도 죽자. 같이 죽자. 사라지자. 너가 없는 채로 다시 인격이 재구성되면 되는거야. 질문이라는 조각들이 엉겨붙었다.
기억이 없어지는 것 자체가 내 최선이니까 기각. 살아있으니까 기각. 이 회사는 언젠가 뒤엎어야 겠지만 평화적인 방법일 테니까 꺼져. 아이는, 아이는, 그 작자를 협박을 해서라도 뭐든간에, 할거야. 그 아이가 고통받는 게 인류에게 좋다면? 여기 제약회사 아니야. 그리고 결국 회사 이익이잖아. 결국 희생을 통해 얻는 인류에게 돌아갈 이익이 왜 저 아이한테 모두 집중돼야 해 그리고. 꺼져, 꺼져, 꺼져. 모든 못이 사라지고 나서야 그는 제 묘비 밑에서 관과 함께 나올 수 있었다. 시커먼 시체 손 덩어리들은 묻어둬야지.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은 알았으나 이렇게 갑작스러울 줄은 몰랐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것은 제 모순과 아집 같은 것들의 집약이요 오만과 회피감의 절정이였으며 최후엔 악이 되고자 하는 파멸적인 자신이었다. 풍화되는 것을 눈에 담기에 그 또한 수없이 깎아져 갔으니, 아니, 깎아지는 과정에서 저것이 만들어졌다고 봐도 무방하였다.
숨이 가쁜 것도 같았으나 그 옛날의 습관은 옛날 옛적에 없어졌으므로 그저 꿈에 지나치게 몰입한 그 자신의 착각이겠거니 여긴다. 그에 따라 숨은 금방 원래대로 돌아오고 깨어지다못해 무너진 것들은 천천히 제자리로 되돌아온다. 과거로 돌아가는 것 같잖아. 기억을 관찰하던 화면은 이제 열 명 남짓, 그리고 그중 아무도 죽지 않았다.
그래, 이걸로 되었다.
아이야. 하면 그는 당신은 누구냐고 묻는다. 언제나와 같이 목소리는 모든 사람들의 내면이고 그것들의 집약이지, 하고 대답한다. 내가 당신을 파헤쳤나요? 웃음소리는 처음 듣는 걸. 너는 그 힘을 얻었을 때부터 나를 지켜보는 수준이 아니라 파헤치고 다녔지. 그 작자는 당신을 야금야금 먹었잖아요? 너가 본 수많은 것들이 그 아이가 먹은 양보다 많을까?
이제 일어날 시간이지, 하면 그는 땀에 절은 채 일어난다. 파장이 오랜만에 흐트러졌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무슨 일이 있었냐는 물음을 듣고는 자아가 통째로 다른 것으로 바뀔 뻔했다고 대답했다. 이거 세게 격리당하겠네, 그 전에 그 작자를 찾았다. 내 말 잘 들어요. 재생력이 아주 강한 아이가 격리 개체로 있는데 그걸 손을 안 쓰면 당신 사물함이 날아갈 줄 알아.
- Internet of Thing-거미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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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a: 여기는 메사추세츠. 다른 지역의 나들은 메시지를 전달받은 뒤 확인 및 폐기할 것.
T.W-����-a: 혹은 다른 의견을 줄 것을 요구한다.
T.W-����-d: 이런 온라인 밀회는 들킬 염려가 크다고 하지 않았나?
T.W-����-d: 기억 공유가 되면 좋을텐데 말이야, 거리를 다 벌려놓으니 원.
T.W-����-d: 보고는 받았다. 모르페우스가 평연구원으로 일찍 승격할 것 같다고?
T.W-����-r: 무슨?
T.W-����-a: 말 그대로다.
T.W-����-d: 막지는 못해?
T.W-����-r: 솔직히 우리가 늘어난 걸 견제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T.W-����-a: 아마 그것도 있겠지. 교단 정보 제공이라는 공로를 빙자해서 건수를 잡은 것 같군.
T.W-����-d: 개 같네.
T.W-����-r: 개 같네.
T.W-����-a: 개 같은 상황이지.
T.W-����-r: 일단 가장 큰 문제는 그거잖아. 교단 습격을 틈타서 탈출한 뒤 교단을 먹어서, 일반인들도 끌어들이고, 물량 싸움으로 가는 거.
T.W-����-r: 방침 한 번 웃겨. 인간 참 좋아한다면서 결국 말이야.
T.W-����-d: 지금 그런 소리 할 때 아니다. 그리고 어차피 물량은 서서히 늘고 있잖아.
T.W-����-r: 그래… 아무튼 교단 쪽에 붙으려는 계획에 크게 차질은 생겼네.
T.W-����-a: 그렇다마다. 숨겨놓은 다른 나들이 붙길 바랄 뿐이다.
T.W-����-d: 그러라고 이런 밀회를 가지고 있잖아.
T.W-����-r: 그렇지.
T.W-����-a: 일단 약 제조는 빠르게 할 예정이다.
T.W-����-d: 내가 갈까? 출장으로. 제약을 돕는다고 가면 되겠어.
T.W-����-r: 가기 전에 다른 나들을 많이 만들어두고 가야지.
T.W-����-a: 잘 아는군. DNA는 다 날렸다. 그리고 만약 여기로 온다면 그 전에 r의 말대로 다른 나들을 만들고, 샘으로 향하게 해야겠지.
T.W-����-d: 이쪽 DNA도 날렸어.
T.W-����-r: 메사추세츠에 전부 몰릴 때 내가 순회 돌았고, 다 날렸어.
T.W-����-r: 섣부른 게 아닌거지?
T.W-����-a: 이른 감이 있긴 하지. 그러니 샘까지만 도달하고, 이왕이면 교단 잔당들도 끌어모으고. 안전하다고 느꼈을 때 샘 쪽으로 간 다른 나들이 샘에 진입하는 것이 원 목표잖나.
T.W-����-d: 다른 나들이 접선에 성공하면 알아서 이끌지 않겠어?
T.W-����-r: 개싸움이 나야 샘에 들어갔을 때 건지려고 하는 것들이 없지.
T.W-����-a: 그럼 정리를 해볼까.
T.W-����-a: 1. 반드시 500453의 DNA를 남기지 말 것.
T.W-����-a: 2. 다른 나들을 많이 만들기 시작할 것.
T.W-����-a: 3. 다른 나들을 빼돌려 샘으로 향하게 할 것.
T.W-����-a: 4. 일부는 교단과 접선하여 세력을 이끌고 샘으로 향할 것.
T.W-����-a: 5. 500453이 샘으로 향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 메사추세츠로 모일 수 있는 한 모일 것.
- 미련을 죽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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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를 막 넘어가는 시간, 아날로그 시계의 약이 다 된 것이 아닌 이상에야 맞을 것이다. 그리고 회사 사람들도 배터리가 다 떨어지는 것을 허용하지도 않을 것이고. 규칙적으로 11시에 취침할 것을 사실상 짜인 틀에 집어넣어지듯 권고받은 그로서는 연구실을 떠나 제압팀의 총부리를 등에 선명히 느끼면서 격리실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렇게 빡빡하진 않았는데, 어제 그 작자한테 장난을 쳐서 그런가. 복도를 자유롭게 누비진 못 해도 장난을 치기 전엔 권총을 쥔 동행 연구원 한 명 뿐이었지. 생각해보니 엄청 식겁할 일이었겠네. 그는 반나절을 혼난 것을 떠올리며 얌전히 격리실로 돌아갔다. 유리벽은 여전히 복도에 내비쳐졌고 침대는 황량했다. 간이 책상은 그 새 자료 정리를 윗선에서 해버린 것인지 몇몇 메모가 사라지고 깔끔해져 있었다.
격리실 문이 닫히자마자 소등되는 것을 보고 그는 바로 자라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아까부터 톡방을 들락날락 하고 있었지만, 꿈에서 하면 될 테니. 꺼져 있어야 할 핸드폰의 불빛을 바깥의 누군가에게 오늘도 숨긴다. 그는 이 카톡방이 격리 개체로 될 뻔한 기록을 찾은 어느 날을 생각했다. 그 날은 그래도 좀 재미있었지. 아마도 그 작자가 추가로 격리당했다는 걸 알아서 일지도 모르겠어. 못총 소리가 어렴풋이 들리는 듯도 했다.
그의 오늘 하루는 고되다고 설명할 수 있었다. 고됨마저 잊고 닳게 하고 죽여놓고 싶었으나 혼나는 걸 경험하는 만큼 10년은 넘은 옛날의 자신이 요동치는 것도 같았다. 부모님에게 혼나던 자신이라던가. 차이점이 있다면, 생각보다 감정적으로 쏟아내는 비난의 말이였다는 점과, 자신은 이미 그런 것에 깎여나갈 무언가가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장 비통한 감정에게 가장 날카로운 비수를 맞은 사람으로서 비난은 얌전히 듣다가 필요한 것만 들을 충고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잔뜩 시무룩한 척을 해 주고. 거짓말을 한 셈일까? 사회 생활인걸.
죽어가는 모든, 이미 죽은 자신들을 보았다. 냉동된 자신들은 그를 본딴 인형처럼 잠들어있었다. 냉동 보관인 게 맞는 만큼 혈액을 전부 빼 낸 상태라 수분과 아무 상관도 없는 모습을 한 개체들이 많았다. 다른 기술을 적용한 개체들은 물론 정말로, 인형 같았고. 오늘은 얼마나 죽었느냐고 그에게 묻는다면 그래도 열 손가락은 넘지 않았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사실 재단의 기술력으로는, 아니 재단의 다른 특수 격리 개체들을 활용하기만 한다면 이런 새로운 팀도 새로운 약도 기술도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아주 당연하게도 이상함을 느꼈으나, 굳이 저를 위해 다른 지부에서 출장을 온 연구원들을 위해 내색하지 않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 또한 다른 특수 격리 개체들에게 별도의 다른 피해를 끼치고 싶지도 않았고, 만약에 방법을 시도하다가 수틀려서 거대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기에 그는 입을 다물었다.
자, 이제 잘 시간이야.
꿈으로 들어가던 중에, 필름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걸 푸는 것은 이제 그에겐 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필름의 내용은 이제는 그만이 기억할 것이요 선명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기억이며 분명히 그가 의사 선생님이라 부르는 이에게 절대로 기억을 되살리지 않겠다 한 이와의 기억이었다. 이건 선악과다. 저것은 뱀이다. 끊을 수 없는 필름에 그는 초대된 배우가 되었다.
아, 크게 싸운 기억이구나. 감정적으로 쏟아내던 걸 우수수 받은 날이었다. 이게 언제더라, 고등학교를 졸업할 학년이었을 것이다. 아닌가, 그러면 내가 대학 등록금 대출을 말 없이 했을 때? 아니면 내가 능력 쓰고 다쳤던 것을 적어놓은 걸 아이작한테 들켰을 때? 난 왜 얘와 마찰을 자주 일으킨 걸까. 내가, 너무 숨긴걸까. 그는 고등학교를 다닐 시절에 새 학년이 시작될 때마다 이제 겨울이 지나갔다며 다시 가출을 시도하곤 하였다. 2학년은 제법 유하게 지나갔고, 아니 어쩌면 그의 친구의 부모까지 동원되었으니 딴엔 유하긴 커녕 더 엄청났겠구나. 쓴 웃음만이 나온다. 3학년 때를 회고한다, 그 땐 아이작 혼자 절 잡아채서는 다시 다락방에 쳐박아두고, 그 애까지 올라와 쩌렁쩌렁하게 저에게 화를 내었지.
뭐였더라, 떠날거면 말 좀 하고 떠나라, 해서 떠나겠다고 했었나. 그랬더니 기가 차는 표정으로 너 집은 구했냐, 라고 했었고 아니, 라고 대답했었지. 얼어 죽을 셈이야? 아니, 난 안 죽을 건데. 그리고 아마 욕설과 안 죽겠다고 말은 잘 한다는 비아냥을 들었었다. 현재 기온과 내일 날씨와 일주일간의 날씨와, 너는 작년에 우리 엄마 아빠한테 뭘 들은 거냐며 팔뚝도 맞은 기억이 있다. 걱정 받는 게 싫었을 뿐이었다, 돌이켜 보자면. 익숙하지도 않은 것은 꺼림칙한 수준이 남달라 피하고자 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등록금을 냈다는 것도. 대출을 받았다고 툭 이야기를 했더니 집안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식사를 멈추고 그를 쳐다보는 장면에 그는 갇힌다. 시선의 압박을 그대로 받는 그는 예전의 그의 표정을 순순히 따라갔다. 다 포기한 듯 이자율을 냉정히 묻는 아저씨, 아저씨에게 짜증을 내며 네 등록금 통장이 없는 줄 아느냐고 화를 내던 아주머니. 옐링턴 씨와 옐링턴 부인이라고 해야 하나? 그리고 아이작은 자기 카메라를 부숴버릴 뻔했다. 진짜 부수게? 내가 이렇게 매몰차게 말했나. 한마디에 부들거리던 손이 멈추고 카메라는 탁자 위에 놓였다. 얘는 왜 나랑 친구를 하고 있지.
그는 생각했다. 난 못된 친구가 맞다. 필름에서 빠져나온 그는 다짐한 것을 굳히듯이 못총을 발사했다. 청소년일 적의 저는 되살아나지 않았으나 그리움이란 이름의 비구름이 먹먹히도 흘렀다. 이런 못된 친구가 사회에서 잊혀져서 참 다행이야, 그렇지? 비를 맞으며 이것이 그리움이 아니라고 부정하던 그는 어떠한 것을 생각한다. 꿈, 에는 가봐도 괜찮지 않을까. 기억이 나지 않게끔,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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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던 모든 새카만 물들이 울렁거린다. 갈 자격이 있느냐고 으르렁거리는 것도 같았다. 이미 옛날 옛적에, 아니 꿈은 원래 한순간에 풍화되니 얼마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를 것을 따라 걸었다. 빗줄기는 약해졌으면 좋았을 것을 안개로 사위를 뒤덮고 두드리는 힘은 더 강해져만 갔다. 그를 긁어내려는 무의식들은 여전히 파도쳤다. 악몽을 꾸고 있다면 거둬갈 거야. 그냥 그것 뿐이야. 모르페우스가 곧 뒤따라 왔다.
날개가 푹 젖었는지 그를 보자마자 품에 안기고는 날개를 펼친 채 미동도 하질 않는다. 수건으로 건드려 주고 싶었으나 죄 젖은 것들만 나올 뿐이었다. 아까 그 필름을 끊고 나왔어야 했어. 그것은 선악과가 맞았고 뱀이 맞았다. 혀 차는 소리가 비현실적으로 크게 들렸다. 그는 그의 꿈나비를 끌어안은 채 징검다리를 건넜다. 건너려고 했으나,
제 친구는 논-렘수면의 깊숙한 달콤함에 빠진 모양이었다.
건지지 말자. 헛수고야. 미친 소리고. 접게 해줘서 고맙다는 제 친구의 배려에 보답하고 싶었으나, 비는 그치질 않았다. 들릴 리 없는 솨아아아,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너 스스로 그쳐야 한다는 두드림이 잇달았다. 미련을 이다지도 뚝뚝 흘려서 무얼 하나, 사회에선 이미 죽은 사람인데. 시커먼 물들이 요동쳤다.
그는, 제 묘비에, 구름과 비를 묻어두는 것에 성공했다. 이제 이 것도 끝이겠지. 못총 소리는 들리지 않았겠으나 그것의 장전소리는 들렸다. 총 6번의 두드림은 흡사 아까의 빗방울에 대한 복수를 하는 것도 같았다. 수분이 존재해야 할 눈에는 아까의 얼어붙은 자신들이 눈을 뜨면 가질 법한 무기질적인 것과도 같을까. 그러길 바란 그는 끝내 거울을 보지 않았다.
나비는 바로 날개에 습기를 덜어내었다. 그러고서는 그의 입에 꿀을 밀어넣고는 했다. 아니, 하지 말아봐, 무슨 짓이야, 속수무책으로 당했으나 그 꿀만큼은 달았다. 새카맣던 수국 꽃밭이 잠깐 분홍빛으로 물들었다가, 이내 파랗게 변해버리고 다시 죽어버렸다. 악몽이 변환된, 달콤한 꿈을 꾸게 해주다가 최후엔 깊은 잠에 빠지게 한다고 생각되는 것. 꿈나그네라서 통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악몽 자체라서 통하지 않은 것인지.
검게 변하는 수국들을 보았다. 저것은 필히, 죽음마저 무정하게 보지 말라는 시위일 것이다. 무정해질 여건이었으나 그리 하라 하면 그럴 수밖에 없을까. 아예 죽음을 차단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해? 그는 뒤돌아 나비를 데리고 악몽들을 사냥하러 갔다.
그는 모르겠으나, 작고 하얀 국화가 피었다.
- 장막 안의 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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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간의 연구 성과는 지지부진했다. 조금의 폭주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한 순간에 사람을 없는 것으로 만드는 장치나 독극물 같은 걸 만드는 건 불가능한 일일 지도 모르겠다. 아니, 애초에 그런 걸 만든다면 그들의 손으로 격리 개체 하나를 만드는 것과도 비슷하지 않은가. 그는 문득 기억 소거제의 원재료 및 소거제 자체 또한 특수 격리 개체로 등록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자기 손으로 자신을 죽이는 괴물을 만들어야 하는구나. 그는 그 스스로를 죽이는 것은 인정했으나 다른 방향으로 위험성이 높은 괴물을 만들어야 함에 불안감이 꿈틀거렸다. 상처가 모조리 회복되는 아이의 몫이었던 실험까지 이 쪽으로 전부 넘어온 시점에서 불길함이 느껴졌다. 살펴보지 않은 어떤 자료가 있었던가? 너무 섣부른 판단을 했나?
며칠 간, 그는 또한 꿈 속에서 톡을 멈추고 기억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제 다른 허물덩어리와의 대화에서 나왔던 제약이라는 키워드는 정확하게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기억 소거제를 제작한 시점에서 그들은 일단 약을 만든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연구를 하는 이유는 그의 육체를 날려버리는 것으로써 모든 위험요소 자체를 사라지게 하는 것도 있겠으나, 사실 일반 격리 개체들을 가장 빠르게 처분하는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기도 하였다.
애초에 그를 사라지게 두지 않겠지. 왜냐하면 회사는 그럴 자들이었기에. 그래서 그가 폭주하는 와중에도 육체 복제를 생각보다도 늦게 중지한 것이었다. 살려둬서 언젠가는 써먹어야 했다는 게 그들의 판단일 수도 있을까. 생각해보니 이용당한 것도 맞았다. 교단의 정보를 모아서 준 게 누구였는가? 잘 이용당했네. 누구 좋으라고, 하는 소리가 제 묘비에서 들렸다. 이제 그만 관에 얌전히 틀어박혀 있어줄래. 내 말에 말대답 하는 게 목적인 주제에.
아니지, 아니지. 잘 봐. DNA들이 파기되고 있었다. 그래, 그럴 수 있잖아. 그가 지금 존재하는 지부로 육체를 다 옮겼으며, 만일에 대비해 다른 지부에서까지 폭주하는 일이 발생하지, 아니, 논리가 이상하잖아. 애초에 네가 폭주했으면 냉동된 것들까지 다 폭주했겠지.
이 추위는 그 차가운 것들에게서 느껴지는 것일까,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거야. 넌 네 기록을 보긴 했어? 폐기된 기록들을 봐야 할까, 어디로 가야 하지. 깨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존재하던 제 실험기록은 전부 봤다. 폐기된 기록들은 어디에 있을까. 상부로 전달됐을 것이다. 어서 가, 어서. 넌 누구야? 다시 관을 열고 나왔다면? 닥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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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기랄. 그는 음성으로 들리지도 않을 제 목소리가 아주 날카로웠음을 인지했다. 드물게 억눌린 화가 유리파편처럼 불규칙하게 모든 것에 상처를 주겠노라고 날을 벼르는 것도 같았다. 이 날은 한 곳만을 향해야 했다. 제가 3년간 죽어있었을 당시의 기록이었다. 그러니까, 냉동된 상태면 사실상 폭주할 무언가도 없다는 거고, DNA를 삭제한 이유가 불투명해지며, 굳이 메사추세츠로 옮겨올 다른 이유조차 모르겠다는 건데.
막연히 그는 그저 제 육체가 남아있으니까 폭주에 누구 하나라도 휘말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테드 윈체스터와 거진 공동 격리된 상태인 줄로만 알았다, 깨어났을 때에도 그 작자와 저 단 둘이었던 사막을, 가건물로 이루어진 연구소를 기억했다. 냉동된 상태로 존재하면 그가 폭주상태여도 안전했다. 그렇다면 그저 이렇게 보관해두면 되는 것이 아닌가? 정전을 두려워 하는 걸까. 나는 이 자들이 허술하게 전기 공급 시스템을 만들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차라리 날 죽이는 게 아니라 그걸 더 집요하게 파고 들었겠지, 진작에. 돌아가기 시작하는 톱니바퀴에 불 붙은 기름칠이 더해지고 있었다.
예상대로 집요하다시피 한 부분은 없었다. 그저 유지 보수, 이걸 수리한 사람의 생각도, 시킨 자의 생각도, 이것을 최종 검토한 사람의 생각도 전부 다. 달궈지는 기분이었다. 그렇다면 DNA가 왜 삭제되었는가? 근본적으로, 이 연구를 왜 하고 있는가? 그저 나는 다루기 좋은 실험체이기 때문에? 그들은 그가 폭주할 까봐 세심하게 다루는 듯하면서도 뒤에선 무심한 경로를 긋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중심엔 누가 있을까, 중심엔? 한 명 밖에 없잖아. 그 사람이라고. 기억이 읽히지 않는 사람, 들. 이가 갈렸다. 그가 뒤적이는 서류에 그의 이름이 빠지질 않았다. 테드 윈체스터. 아니, 진정하자. 진정하자… 한 순간에 윗선의 모든 신념을 개변시켜버리고 싶은 욕구가 차올랐다. 약속을 어기고 싶진 않았다, 그것이 선이기에. 이렇게 이용당해도 선을 지키고 싶은 거야? 그 이상의 악행을 저지른 대가라고 쳐야지 어쩌겠어.
살아 움직이는 새카만 그의 감정들은 돌아오는 길에 되살아났다. 꼴에 그도 인간이었던 듯 했다. 꿈틀거리는 인간적인 감정이 그의 옷이 되려 하고 표정이 되려 하였다. 들러붙는 곳을 인형 부러트리는 것 마냥 떼어내고 목을 잘랐다. 생각하고 싶지 않았으나 목 위의 휘몰아치는 것들은 여전했다. 결국 그는 그 작자를 그저 낮잡아 본 것이었다. 멍청하게도.
그러니까 그 작자는 최종적으로 그를 소멸시키고 싶어하는 것이 명확해졌다. 위에서 이를 승인한 이유도, 윗선에선 아마도, 이번 기억을 통한 정보 모음을 필두로 위험하다는 생각을 가져서겠지. 타인의 기억을 들락날락하는 건 그 종교 초대 수장과 똑같았으니. 알게 모르게 그는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 된 것이다. 그 작자는 냅두고 격리시키고 감시해도 충분한 존재지만 그는 최종적으로 죽어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되려 후련해지는 것 같았다. 이렇게 붙잡고 있는 게 무슨 소용이지. 정말로, 무슨 소용이야. 잘라낸 머리통이 하얘지는 것도 같았고 눈앞이 까매지는 것도 같았다. 소용은 있지, 존재하는 한 계속 선을 행해야지. 열심히 평연구원이 되었으니 이제 월급도 조금 더 받겠지, 그걸로, 사회에 환원이라도 하자. 담담히 죽음을 받아들이자. 그러기로 했잖아. 무수한 못의 비가 내렸다.
아이야. 목소리는 들렸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하면 나는 모든 것들의 내면이자, 그 내면 자체였던가요. 말을 이었다. 이미 생도 사도 의미 없어진 아이야, 무엇을 하고자 하니. 선을 이루고 싶고 도덕을 이루고 싶어. 인간적으로. 네 힘으로 날 잡아먹어서 악을 없애버리면 되잖니? 헛소리꾼이였구나.
그는 그의 힘이 곧 딜레마고, 제가 스스로의 자유를 추구하던 사회의 정의를 추구하던 그 결말은 악이 될 것을 알았다. 버튼이 눌렸던 날과 의사 선생님과의 대화에서 그걸 깨닫지 못 했을까봐? 정답은 그저 저를 제외한 이들의 자유 뿐이었다, 죽은 자들은 어떻게 하려고? 그는 기억을 보는 CCTV실의 붉은 버튼을 가리켰다. 리콜에 문제가 있나요.
그는, 있죠, 나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하고 싶은데, 그게 다른 사람들을 자유롭지 못 하게 해요, 젠장, 하고 중얼거렸다. 난 죽어야 했다고 중얼거렸다. 넌 못 죽을 거야 아마도. 부드러운 속삭임은 감정을 죽였던 못들이 구겨지게 하는 신호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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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생각했더라. 갑자기 끼어든 불청객 때문이야. 도끼질을 하며 기어이 그 감정들을 죄 죽여놓은 그는 조용해진 목소리에 안심했다. 사회에 환원까지였던가. 그러니까 난 지금 뭘 해야 하는 거지, 이 실험의 근본적 목적이 날 완전히 죽이는 것과 일반 격리 개체들을 빠르게 죽이는 건가. 단두대 하나를 목에 삼킨 것과 같잖아. 들이민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 작자의 목적은 뭐였지, 그리고, 그 샘은? …그 목소리는? 테드를 그 이후에도 절대 닿지 못하게 한 그 샘은, 내가 닿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 자는 퇴사를 하고 싶어했다. 이 연구를 열심히 한다면 표면상 나는 돕는 것이 될 것이다. 그 샘에 물리적으로 닿아야 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닿을 필요성을 만들자. 그럴 필요는 없는데. 이미 넌 나와 닿았어. 시끄러워요, 바깥은 모르니까. 회사는 어떻게 하고 싶어? …여기서 오래 있어서 높은 지위까지 가면 더 좋은 회사로 바꿀려고 했는데. 가능할 리가 있겠니. 가능한 사람이 밑작업을 하고 있더라구요. 기억이 읽히지 않는 자들의 숫자를 그는 오늘부터 표시하기로 했다.
늘어나고 있잖아.
- 틀어짐.
3.8.2020
냉동상태로 존재하는 이 청년에게선 어떠한 파장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폭주를 해도 그 무엇도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니 냉동을 시켰겠지만.
그러나 상부에서 계획중인 건 이 놈을 기어이 깨워서 이득이라도 챙기려고 하는 것이겠지. 이용은 나 또한 하고 싶으나, 이딴 제어 불능인 놈은 사양이다. 영원히 잠재워 놓아야 한다고 오늘 세 번째 건의를 보냈다.
26.4.2025 말소 예정인 기록입니다.
애초에 깨우면 안 될 놈이었다. 샘에 접근할 조금의 가능성이 더 올라간 셈이지 않은가. 몇 개월, 아니 수 년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 안에 적어도 하나, 혹은 둘 정도의 지부의 수장을 먹어버리려고 했는데.
내가 이런 물량전을 감행해야 하겠어? 이 벌레 같은 것들처럼? …개 같은 상황이지.
샘의 목소리는 내가 그것을 잡아먹고 있다고 했다. 그래, 이참에 많이 잡아먹어야 겠다.
◈
연구의 실체를 알게 된 이후에도 팀에 참여는 계속 하고 있는 그였다. 그에게 평연구원이란 직함은 곧 연구팀에 묶어 둘 족쇄이기도 했기 때문이지만, 그 또한 일을 하여 수익을 챙기고 그것이 사회로 환원되어 선을 지향할 수만 있다면 기꺼이 견디겠다는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또한 제 생각을 어떻게 표현해보고자 기어이 서류철을 뒤적거리다가, 그의 등급으로 열람이 겨우 가능한 간단하고 개략적인 므네모시네의 샘에 대한 서류를 발견한 것이었다.
이제 이걸 실험 목록 관련 서류들이 쌓인 종이뭉치들 중에 예정된 것들에 고이 구겨넣으면 되려나. 이 서류가 예정 실험에 확실하게 없다는 것은 이미 확인한 바였다. 그는 조금의 거짓말을 하기로 하였다. 아니면 실험. 그 작자가 와서 서루를 정리하다가 그를 노려보고는 도로 샘에 대한 서류를 빼 가지만 않았어도 그는 연구팀들에 집중했을 것이다.
…아니, 생각해보니, 저 사람들도. 그는 그 작자의 능력을 알고 있다. 그리고 기억을 훑을 적에 메사추세츠 지부의 연구팀들을 혹시나 해서 훑기도 하였다. 그는 지금 ‘테드’에게 둘러쌓인 것이기도 하였다. 새삼 사람 짜증나게 하네. 이 연구팀에 그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전부 그 작자로 이루어져 있었다. 밀착 감시도 이딴 밀착 감시가 다 있나.
그는 그러나 소득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하나, 저 자의 목적 중에는 그가 샘에 닿지 못 하게 하는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둘, 이곳에 집결시키는 것은 결국 그 작자를 어떻게 하기에도 충분하다는 것이기도 하다. 마치 그의 육체가 이 곳에 모이는 것처럼.
“그러니까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묘비에 덩그러니 그는 몸을 뉘였다. 오늘 들어간 꿈 속의 그의 묘비는 다른 묘비들처럼 높다란 건물 같은 모습이 아니라, 납작한 돌판 모양이었다. 그것을 베개 삼아 그는 그의 묫자리에 널브러져서는 그 목소리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럴 때만 안 들리네. 대답은 대신 핸드폰에서 들려왔다. 12시를 넘은 핸드폰의 톡방에선 10년을 뛰어넘었다가 돌아온 사람이 보였다. 잠깐 이야기나 해야 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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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프노스, 라고 이름을 붙였던 제 어린 시절의 인격이 저를 똘망똘망 바라봤다. 왜. 내가 채팅 쳐도 돼? 쉬고 싶다며. 알았어, 싫다는 거네, 위선자. 저 애는 내 이름 중에 위선자라는 이름 외에는 모르는 게 아닐까. 얌전히 제 관 안에 들어가는 아이를 자장가를 불러주며 재웠다. 그래도 제 어린 시절인 것을, 다정하게 대해주고 싶었다.
그 미친 놈 말고 이렇게 분리되는 건 처음인가? 라고 생각할 무렵에 아이는 잠듦과 동시에 산산이 부서져 도로 그의 귀퉁이가 되고 뼈가 되었다. 그냥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와서 얼굴이나 비친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아, 스쳐가는 소리가 뼈에 울렸다. 제일 얌전할 수밖에 없는 인격인지 뭔지.
“아이야.”
“이제 오시네요. 자, 오늘도-“
“내가 누구냐니, 난 모든 이들의 내면이고-“
“그 집합이지요.”
이젠 루틴이 되어버린 대화에 헛웃음이 나온다. 기억 다발과 같이 있던 목소리이니 저 말을 못 믿기엔 이제 너무 멀리 와 버렸다. 저 자는 므네모시네의 샘 속 목소리일 것이다. 그리고 테드가 듣고 싶어하는 목소리일 수도.
“그 애가 날 찾긴 하더구나.”
“저런, 그 작자는 무슨 속셈이래.”
“아가야, 내가 모든 이들의 내면이면 그 아이는 무엇일까?”
그 작자는 미친놈인데, 하고 중얼거렸다. 그 작자는 그러니까.
“…내면을 죽이죠.”
“그래, 나를 잡아먹고 있단다. 벌레 먹는 것처럼.”
“도움이라도 필요해요?”
“사실 그 애한테 잡아먹히고 싶진 않단다. 누가 그것을 환영하겠니.”
“당신은 그러니까, 저항할 이렇다 할 힘이 없어요?”
“간단하게, 나가면 된단다. 다만 널 발견한 이상 적어도-“
“적어도 너에게 세피라의 자리를 물려주기 전엔 나가지 않을 것이란다.”
-
“…됐어요, 일단 그 주제는 됐고…”
“그러면, 무얼? 그래… 네 선이라는 것과 이야기를 마저 하려는 것이니?”
“질릴 이야기인가요?”
“아니란다. 네가 바라는 이상적인 세계는 무엇이니?”
“자유로운 사람들이 지금보단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한결 같구나. 하지만 자유 아래 행해지는 악행은 어떻게 하려고?”
“인간적으로 생각하자구요. 그런 걸 처벌할 법 제도는 있잖아요.”
“너는 법 제도 하에 죄에 대한 처벌을 받았니, 아니면 저 바깥의 사람들은 어떻니?”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기억을 리콜했다면, 인간성을 리콜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겠죠. 그리고 그 인간성엔 법 제도의 근간이 되는 것도 있겠고.”
“동문서답을 하는 구나.”
“바라는 대답이 안 나와서 그러는 건가요, 아니면 맥락이 싸그리 사라져서 그러는 건가요?”
“후자인 걸.”
“인간의 내면이라면서요. 직접 알아내세요 그냥.”
웃음소리가 부드러웠다.
- 세피라.
-
인간의 내면 그 자체, 즉 이성과 감정, 의식과 무의식을 모두 포함한다.
현생인류가 급속한 성장을 이룬 것은 아니다. 세피라는 그저 그 스스로 모든 인류에 깃들게 하였을 뿐이었다. 세피라는 바깥에서 관찰하는 것보다 그 안에서 관찰하는 것을 택하였기에.
그러나 오류가 생기지 않을 리는 없었다. 세피라가 차원 바깥이 아닌 자신의 생명체 안에서 관조하는 것을 택했을 때, 세계엔 이변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괴상한 힘을 가진 인간들이나 괴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그것 또한 세피라의 안배인가? 글쎄.
태초의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나? 세피라가 보던 차원은 어떤 모습이었나? 확실한 건 그가 내면으로써 존재하게 된 이후로 차원에 전에는 없던 존재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세피라는 생각했다. 저건 오류가 아닌데 말이야. 이런 현상을 오류라고 여기는 건 인간들 뿐이었다.
무언가를 시험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만든 만큼 그 안이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보고 싶었기에 내면을 자처한 것이었다. 아주 조용히 잠적해 있었으며, 그들이 어떻게 성숙하는지. 잘 성숙하고 있었고, 잘못 성숙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렇기에 그저 즐거웠고 방치했다.
어느 날에, 흩뿌려진 세피라 자신의 영향으로 기이한 힘을 가진 채로, 결국 세피라에게 도달하는 데에 성공한 이가 있었다. 그 사람은 세피라에게 압도당했는지, 아니, 세피라인 그는 알 수 있었다. 자신에게 도달한 순간 내면이 조각난 것이다. 저런, 다시 짜맞춰 준 그는 도달한 이에게 하나 재미있는 짓을 하기로 하였다. 선을 강조해 볼까. 그 자는 세피라만의 이야기를 전하는 자가 되었고 종교가 생겨났다. 파란이 일어날 무언가가 보였다.
시간이 흐른 뒤에, 그에게 당도한 다른 자는 내면이 조각나진 않았다. 그러나 타인의 손에 의해 당도 당했는지 말을 꺼내기 무섭게 그 자는 사라져버렸다. 저런, 나와 제법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자는 타인의 자아를 잡아먹고 있었다. 즉슨 세피라 자신이 세포가 있다면 세포 하나 하나를 잡아먹고 있는 일종의 균덩어리와도 같았다. 그는 인간 전체의 내면이라는 이미 퍼지고도 남아버린 바이러스일 지도 모르겠으나.
아이야. 죽음을 꿰뚫는 작은 아이가 보였다. 무너지다가도 재조립되는 아이. 죽음을 건너는 아이. 생을 건너는 아이. 저 아이는 보고 싶은 걸, 잠깐 얼굴을 비추었다가 사라졌다. 슬슬 제 역할을 옮겨 줄 필요가 있는 걸까, 안에서 관조하지 말라는 경고와도 같은 아이일까. 그 자연스럽지만 오류라고 하던 것들을 억압하는 걸 보는 것도 슬슬 질려가던 참이었는데. 잠깐의 소동으로 끝나지 말고 좀 더 다방면적인 반응을 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아이에게 말을 건다. 아이야, 아이야. 아이는 그를 예전부터 깊이 헤집고 다녔다. 잡아먹는 것보다 더 한 무언가인가? 그는 끊임없이 관찰당하는 기분을 느꼈고, 이제 하나가 더 늘어난 셈이었다. 어떤 의미로는 짜증이 났지만, 흥미를 돋우는 것도 사실이었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죽어있음에도 존재하다니, 유령이라고 그가 취급했던 것들과 질적으로 다른 무언가였다. 세피라 자신이 흩어진 내면에 기어이 옹골차고 옹골차다가 분리될 무언가였다.
그래, 너가 등장한 이상 나는 너에게 넘겨줄 것이야. 그러니 이야기를 마저 할까?
- 자기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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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그는 제 묘비 밑의 흙을 쓸었다. 끈적이는 조각들이 검은 눈물을 서로 엉기다가, 얽히고 설키다가, 핏방울과 함께 제 모습을 되찾는다. 모순적이게도 찾은 모습에 혈색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시체 한 구 같은 빛깔 투성이였으나, 그것이 바라는 것이 그 스스로와 깨어나면 바깥에 있는 이들의 피일 것임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눈 앞에 있는 공격적인 그 또한 그였으니. 스스로를 죽이고 싶어한 그였으며 동시에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의 날붙이들을 온 사방으로 향하고 싶어한 그이기도 했다. 아, 정확히는 그렇게 해야만 했을 정도로 물밀듯한 감정들의 미쳐돌아가는 소용돌이였지. 그게 소용돌이라는 얌전한 단어 하나로 해결될 일이었어? 그 스스로가 바람이 되고 땅이 되고 숲이 되었을 때 일어날 최대한의 재난들을 있는대로 쑤셔넣긴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 스스로가 재난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제 의사 선생님과의 대화를 기억했다, 부담 된다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나 이렇게 일방적으로 관짝에 넣어놓는 처사라던가, 근본적으로 자아가 이렇게 분열된 형태는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기도 하였다.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었지. 말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이 다른 나를 설득시킨 것이진 않을 테니까. 그는 바닥에 앉았고, 다른 그 또한 흉흉하 기색을 그이 주변에 깔면서 곁에 앉았다.
…설득시킬 수는 있을까. 이미 지향하는 바를 공고히 한 이상 사실 그는 다른 그가 풍화되어 사라지길 바랐다. 꺾고, 꺾고, 꺾다 보면 지쳐 나가 떨어질 거리고.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또한 자신이 바라는 것 중 하나이기도 하니까. 말 그대로, 제 도덕적 행동으로써의 욕심이 아니라, 개인적 욕망과 충동과 공격성들의 집약체. 그의 억눌린 것. 그리고 그를 가장 잘 이해하기도 하며, 가장 싫어하고, 그를 이따끔씩 충동적 행동으로 이끌고도 모르쇠하는 존재. 넌 왜 나 스스로를 시험하게 만드는 거야. 까드득, 까드득, 파편들이 기이하게 비틀렸다.
내가 무엇으로 보여, 너는 나에게 케르 라는 파멸의 신의 이름을 붙였지. 너, 멍청한 너야, 이 멍청한 너야. 5년 전의 너를 생각해 봐, 개인적인 욕망 마저도 소소하게 챙기는 너를 생각해. 내가 진짜로 뭐라고 생각해?
그는 알았다. 단순히 파멸적인 그런 인격이 아니었다. 끊임없이 파멸로 유도하는 이유도 결국은 제 스스로 그걸 원하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다 놔버리고 완전한 악으로 돌아서자고, 그게 편하지 않냐고. 악인 걸 인정한 결과가 왜 이런 건지 이해는 할게, 그런데 넌 지금 너 스스로를 부수고 있어. 반작용으로 내가 계속 튀어나오는 거야. 그는 처음으로 다른 그의 다정한 목소리를 인지할 수 있었다. 집어삼키기 위함임을 알았으나, 또한 저항했으나, 못총 한 발은 이미 튀어나갔고, 조각들은 다시 흩어졌다가 비명을 지르며 그의 모습을 한다.
그래봤자 너는 내 ‘비틀린’ 욕망이야. 아니지, 너가 억압해서 ‘비틀어진’ 욕망이야. 누가 먼저 잘못되어서 이렇게 된 걸까. 자, 생각해봐, 넌 억압에 꽤 많은 집착을 했어. 그 결과라고. 이게 또 내 탓이라는 거야? 당연하지, 인간성에 집착해봤자 결국 그 정도야. 너한테 인간성이 있다고, 그렇게 으르렁 거리는데, 어떤 인간성 남은 작자가 살인을 결심해? 인간이 다 그렇지. 아니야, 이 멍청아.
애들 싸움 같네. 약간의 성질이 고개를 들 때쯤 날붙이 하나가 그에게 날아왔다. 내가 또 나 스스로를 죽여야 할까. 이제 너무 답답해서 말이야. 극단적인 건 억눌러야 상책이야. 제 몸을 산산이 부숴가며 이빨과 날붙이들과 새카만 감정들의 늪을 꺼낸 다른 그가 그를 덮쳤다. 온갖 곳에 들쑤셔지고, 다른 죽여놓은 감정들이 들쑤셔지고, 아 제기랄, 결국 원하는 것은 하나였다, 자멸함으로서 완전히, 깔끔하게 속죄하는 것이 이 안에 있던 것이다. 젠장. 쏟아지는 늪에 목이 막히는 것 같았다.
이미, 한 번 자멸했는데, 또 하라니, 미쳤어? 미쳤다는 점을 왜 부정하는 거야. 이빨들이 딱딱거리며 웃었다. 베어먹히는 것도 같았다. 몇 번을 미치고 돌아버리다가 나온 것이 지금이잖아. 몇 번의 자신의 죽음과 수 천번의 자신으로 인한 죽음을 직면하며, 원망을 삼키고 스스로의 내부를 마음껏 찢어 발기게 내놓은 것이 누구였지. 그건 그와 다른 그와 모두의 결정이었다. 다른 누구, 다른 누구.
…정신이 혼미해. 그는 알았다, 다른 그들은 결국 제 죄책감의 뿌리에서 나오며, 저한테서 쪼개진 것이 아닐 수도 있으며, 환상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존재함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상징인 거지.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미 분리돼서 존재하기에 그 스스로가 환상이라는 일말의 가능성을 붙잡고 있었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던 상관은 없다. 이제 여기엔 그 스스로만 남아야 했다.
폭력 반대, 잠깐- 대화 하자고, 제발. 저자세의 그를 다른 그는 의외라고 여긴 듯 다시 꿈틀거리며 제 형상을 갖추었다. 금방이라도 그를 잡아먹을 듯한 이빨들을 드러내며, 늪에서 도통 꺼내질 않으며 다른 그는 그를 내려다 보았다. 위대하다고 생각해? 적어도 욕망에 솔직한 게 솔직하지 않겠어. 내가 거짓말쟁이라고? 당연히.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야말로 끔찍한 소리지 않겠어. 속인 적은 없다. 그는 속이기 보다는 속죄를 위한 절차를 밟았을 뿐이었다. 덧없다고 생각한 자신 스스로를 돌보지 않은 것이었다.
자, 내가 누구야? 너는- 20살때의 나이고 또한- 깎여나간 나지. 늪에 잠긴 채 어렵게 팔을 들어 조각난 다른 자신을 보듬는다. 어쩌면 내 쪽이 원래 새로 생겨난 쪽일까? 아무도 모르지, 그건. 죽고 탄생할 때의 기억이 온전하긴 해? 손이 뜯겨져 나갔다.
진지하게, 내가 정말로 파멸하는 게 옳다고 보는 거냐고. 당연하지. 또한 다른 그는 스물 한 살일 적에 느꼈던 쇠사슬로도 이루어져 있을까. 거기서부터의 속삭임일까. 아무도 모르는 일이야,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 하지 말았어야 하는 일이었으니 그런 걸까, 또한 맞잖아.
너가 원하는 다른 게 있잖아, 아주 작은 예로, 치즈를 먹고 싶어한다던가. 아아아, 맞아! 순식간에 작고 어린 아이로 변한다. 그리고 그는 인형들의 솜으로 이루어진 감옥에 갇히고 있었고, 이건 완전 인형 좀비인걸, 솜 좀비? 그리고, 그리고, 내가 바라는 건, 바라는 건, 사랑이랑, 우정이랑, 보고 싶은건, 왜 아이작한테 가질 않았어? 응?
미련을 죽인 게 내 잘못이야? 잘못한 거야, 이 위선자야. 나는, 보고 싶었는데. 왜. 이제 투정 부릴 수는 없는 지경이라고, 그리고 치즈는 지금 구하기엔 어렵단 말이야. 그러면 우정은 사랑은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야말로 거짓말쟁이네, 애초에 사랑은 배운 적도 없잖아. 표정이 존재하지 않는 이들끼리의 정적은 곧 다시 아이가 커짐으로써 메워졌다.
결국에 답은 죽음 뿐이니까. 아니야 넌 진짜로. 결과적으로 죽음은 도망이라는 걸 왜 자꾸 그러는지. 나는 그저 현실에 환원하고 싶은 거야. 이것조차 도망이라고 할 셈이야? 죽고 싶잖아, 지금 이 순간도. 그의 형체가 한 번에 구겨졌다. 다시 구성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이렇게 가볍게 죽음을 여기는 것부터 글러먹었어. 이젠 누구의 목소리인지도 모를 것이 들린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여기엔 그 혼자였다.
그는 다시 리콜 버튼을 찾았다. 그는 죽음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그렇기에 가급적 사망자가 생기고 싶지 않았으면 해서 이걸 만든 것이었다. 제 자멸을 위해 제가 한 일을 부정하려 드는 건 또 무엇이란 말인가? 그가 스스로 가볍게 여기는 죽음이라 하면 그 스스로의 죽음 뿐이었다. 자, 난 죽고 싶어하며, 동시에 다른 사람의 죽음을 등한시하지 않아. 됐잖아.
이제 원하는 게 뭔데.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어보였다. 그러나 그는 대답을 알았다. 욕망에 조금 더 솔직해지라고. 갈구하고 갈망하고 충동을 피하지 말라고, 속박하지 말라고. 온갖 곳에서 다시 이빨이 드러나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
애초에 욕심을 그렇게 억누르지도 않았다, 충동도 억누르지도 않았고, 그러니까, 제발, 이제, 조용히 해. 살인충동이 불쑥 고개를 들자 그는 날카로운 도끼를 들어 찍어눌렀다. 난 그저 재단했어. 그래, 재단했어. 욕망도 충동도 도덕적인 선이 아니라면 재단한 것이 첫째였고, 내가 바라면 내 스스로 곤란한 위치에 가는 것이 둘이야. 으르렁거리는 이빨들은 아주 작고 사소했으며 날카로워 피라냐같았다. 미루는 것조차 안 될까. 덕지덕지 붙기 시작하는 걸 밀어낼 수는 없었지만, 그는 삼키고 다시금 잠재웠다. 스스로와의 약속이다, 미래에 좀 더 자유로워지기로.
…이걸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그는 지금 스스로 관에 누워있음을 깨달았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는 감상이었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그는, 그 스스로를 죽이고 있었기에 이 사단이 났음을 인지했다. 해결될 일이 다 끝난다면 그는, 예전의 그처럼, 될 지는 모르겠으나 치즈를 먹으며 평화로운 삶을 살 것이라고.
관이 열렸다.
- 정리 정돈.
아직까지도 그에겐 속삭임이 들리는 듯도 했다. 그는 갇혀있는 상태였고, 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었으며, 뭣보다 요구사항을 말하는 족족 들어주는 왕궁 같기는 커녕 그를 압박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기도 했으니까. 다시 접속했을 때의 원점으로 돌아가 모든 걸 개변시켜 버리자는 유혹이 강해지기도 히였다. 미친 소리지, 아무리 그래도. 그는 스스로의 욕망들 중에 할 수 없는 것들에게 일일히 하나하나 할 수 없는 이유들을 알려주기에 바빴다. 아이를 어르는 것 같기도 하였다. 아이일 적 부터의 욕망이 튀어나온 것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더러는 으르렁거리며 연구원이 됐을 때 지급된 총으로 뭐든 쏴버리자고 하는 목소리도 들렸으나, 잘 달래고 달래어도 어찌 되질 않아 그는 쓸 일이 없다고 여긴 못총을 다시 꺼낼 수 밖에 없었다. 가장 극단적인 충동에게는 가장 극단적인 그 이후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 옳지. 난 다시 죽을 거고, 영원히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로, 얼려지겠지.
너는 죽지 못 한단다. 또 그 목소리이다. 그는 들리지 않는 한숨을 내쉬며 목소리에게 대답했다. 왜 죽지 못 할까요. 내가 당신의 뒤를 이어야 해서? 생각해 보렴, 죽은 자들의 원념 같은 걸 집어먹은 아이야. 기억하지도 못 할 만큼의 죽음을 경험한 아이야. 너는 더 이상 생과 사가 어떻게 못 하는 아이이지. 죽음과 무도를 춘 아이야, 작은 아이야. 나는 네가 인간적 욕망을 되찾은 게 슬프구나.
적대적인 관리자가 있다는 걸 그는 의사 선생님과의 이야기에서 들었으나, 이건 그에게 있어서 적대감을 가지게끔 만드는 부류라고 그는 문득 생각했다. 이게 이기적이라는 것은 알았다, 그러나 이 욕망은 어쩌면 타인에게도 포함될 욕망이기에 더 타인을 많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며, 제 안정이 궁극적으로는 피해를 끼칠 확률을 많이 낮출 거라고 생각하기에, 그 스스로도 인간적 대우라는 말 자체가 입에 담기 힘든 무언가라는 것은 알았으나 그저 한 해를 시작할 때의 소원같이 이야기하는 거였는데.
네가 바란 것은 개인의 욕망 같은 것에 집착하다보면 이룰 수 없으니까. 그게 관리자가 할 소리인가요. 저건 그러니까 일종의 편애이지 않나. 욕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점점 많은 걸 보게 되고 많은 걸 하고 싶어 할 것이다. 그는 어떤 것인지 이해를 못 하지 않았다. 살고자 급급한 상태에서 점점 치장 위주로 향하는 그런 종류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가 그저 선을 위하고자 하다가 점점 선이라는 이름의 무언가로 가버릴 수도 있는 것이고.
그의 관엔 아직도 못자국이 선명했다. 그것들을 매만지며 목소리에게 답했다. 난 방관을 배웠고, 최소한의 개입이 뭔지 배웠어요. 그거면 됐어요. 그거면 충분해요. 그 때의 넌 믿음직스러웠으나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구나. 내가 다시 죽길 바라나 보네요.
돌이켜 생각해 보자면, 지금 상태는 전의 몇몇 때보다는 확실히 좋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생각을 바꿔버리는 것이라거나. 그는 이게 실현된 상태로 더 갔다간 무슨 일이 생길 지 예측이 되는 저 자신에게 끔찍함을 느꼈다. 아니면 정말로 욕망들을 제어할 수 없을 지경이 되어 충동에 휘감긴다거나. 그쯤 되었을 때의 자신은 저 목소리가 가진 자리를 찬탈하지 않았을까. 했을 것 같기도 하다.
영원에 가까운 삶을 사는 데 불안해 마지 않을 수 밖에. 퍽이나 걱정도 많으셔라… 절 걱정할 바에 무수한 다른 사람들을 걱정해 주시길. 끝나지 않는 죽음들은 영원과도 같고 찰나와도 같은 것을 겪게 했다. 시간관념을 한 번 빼앗겼다가 현실에 돌아갈 때 도로 주어진 기분이었다. 그는 다시 나사 몇 개는 빠질 것이고 무뎌질 것이다. 아마 그게 예정된 미래겠지. 그리고 그가 생각하기로는, 나사는 다시 조이면 되는 것이었고, 날은 무뎌져야만 했다. 그는 어찌 되었든 간에 결국 인간은 아닌 셈이었으니.
욕망들을 하나 둘 씩 해결하다보면 결국 끝은 보일 것이라고. 그리고 선에 대한 집착과 도덕에 대한 집착과 인간성에 대한 집착은 이미 충분히 틀을 만들었으며 루틴을 만들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그리고 개인 대 개인의 욕망이 충돌할 때 누구의 손을 들어주겠냐는 대법원 판사라도 되라는 딜레마는 방관이나 할 거라고. 딜레마라는 글씨는 피가 되어 그의 주홍글씨로서 앞섶에 새겨지고 온통 얼룩질 것이다. 그러나 이것의 해결방법은 달리 없으니.
감정 몇 개의 고통이 느껴지고 긁어내려져 가고 있었다. 상처를 입고 있는 것은 그도 알았다. 그러나 상처가 두렵다고 더 이상 감정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 스스로를 돌보아야 했고 왜 아픈지 직면해야 했으며 해결과 침착함을 유지해야 했다. 그러니까 이건 제가 스물 한 살일 때까지, 화가 나서 속이 상했을 때 메모를 하던 그런 것이기도 했으니까. 잊어버리진 않았으나 항상 그 메모를 정리당하곤 했으니. 제 공간인 꿈에서 하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들쑤심을 곱게 받아들이고 거기에 메모지 색 붕대를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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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방문객이 왔을 때 꽤 조용하던데요. 방문객은 또한 관리자의 일을 하더라, 그렇기에 그의 세계 관리자가 끼어들 줄 알았던 것이다. 예상대로 탐탁치 않아 하는, 그러니까 그의 입장에선 아까 그가 제 개인의 욕망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내놓기 전의 목소리와 비슷하면서도 좀 더 차가운 것이 들렸다. 내 공간이기도 한 만큼 말이야, 아이야.
그러면 이건요, 그는 제 친구에게 받은 녹음기를 틀었다. 소리가 꿈인 만큼 웅웅거리는 편이었으나 이 곳에 있는 그의 목소리보다 아주 확실히 잘 들리고 있었다. 중간 과정을 억지로 되살려서 싫으세요? 그건 상관하지 않을 거란다, 아이야. 까탈스러운 사람이야, 아니 관리자. 그는 녹음기를 만지작거리다가 다시 재생 버튼을 눌렀다.
아, 키위새 인형들이 부리질을 하질 않네. 기대어 들었다.
- 해야 할 일.
카톡방에 접속해 있으면서 그는 오랜만에 버튼 하나가 눌리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제멋대로인 부모인 시점에서, 더는 이 사람의 입장을 들어줄 필요는 없지. 그러니까… 이후 카톡은 조금 흐리게 보기로 했다. 그는 세상과 사람 한 명을 맞교환할 수는 없었으니까. 그는 소중한 가족이 없었고, 애초에 그의 능력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였으며, 친구 또한 과연 세상을 바칠 수 있을까. 딜레마라는 주홍글씨는 그의 가슴팍에서 타들어갔으나 오늘은 그의 발목에 찍히는 것도 같았다. 불가능하다는 답을 말할 수는 없었다. 그는 외롭다는 질문에 톡방을 이야기했으나 사실 차라리 외로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문득 하곤 한다.
무슨 짓이든 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그는 선을 넘는 미친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문득 이야기 중에 나왔던 인간을 벗어난 이야기에 대해 생각했다. 그렇지, 선을 넘지 않고서 구제할 방법은 결국 스스로 인간이 아닌 무언가가 되는 것이었다. 모순적이게도 인간이라는 선을 넘는 것이겠으나, 이미 그는 넘은 지 오래 되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또한 그의 친구에게 강요할 수는 없었다. 오늘도 모순의 굴레는 굴러갔다.
아메리칸 쇼트 고양이가 체셔 고양이처럼 말을 걸었다. 어떤 것이 정답일까? 그는, 이건 수학문제가 아니야, 그저 사람들마다 해답이 다를 뿐이지, 하고 대답했다. 그리고 도덕적인 관념 안에 있는 대답이라면 그 누구도 돌을 던질 수는 없을 거야. 고양이는 질문자의 역할을 짧게 마쳤고 다시 꿈처럼 사라졌다. 주홍 글씨는 그 스스로의 자해이고 답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 한 가지 후회하는 점이 있다면 친구에게 좀 더 좋은 지지를 보내지 못 했다는 점이겠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그는 디저트들을 하나하나 먹고 있었다. 아무런 맛도 나질 않았지만 달다는 인식으로도 충분했다, 아마도. 생일 선물로 어떤 게 좋을까… 그러다가 문득 참 팔찌를 떠올린다. 이건 그의 친구가 생일선물 대신 받은 걸 보내 준 것이었다. 효능은 치료였지. 여기에 그런 게 있을 리 없지 않을까, 으음. 그는 이미 하나를 보냈으나 실용적인 것으로도 보내주고 싶은 듯했다. 고민의 새벽이 깊어질 전망이었다.
그러고 보니, 고민할 것이 하나 더 있었다. 경찰과의 이야기, 사실상 제가 일방적으로 털어놓은 것에 가까운 불친절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온 것이 범죄자를 그 스스로 어떻게든 한다는 것이었다. 의사 선생님의 당부에 따를 것은 분명한 만큼, 혹사는 일단 안 되고, 그의 길을 정한 만큼 기억에 손 대는 것 역시 안 됐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경찰이 꿈을 믿을까, 글쎄, 시도는 해 봐야지. 그리고 기억에 손은 안 대겠지만 대충 지나쳐 버린 힌트들을 다시 떠올리게 해 주는 정도는 괜찮을 것이다. 그리고 범죄자에겐 악몽을 줄까, 아니, 잠깐.
악몽을 줘도 범죄자는 혼란에 빠지거나 한 이유로 되려 날뛸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일단 보류를 할까, 범죄자한테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무언가가 없나. 결국은 기억을 탐색하는 게 필요할 것이다, 죄질과 심성은 일치하지 않을 때가 종종 있었고, 자수할 수 있는 사람은 피해자의 표정을 악몽에 등장시키는 것 만으로도 괜찮을 수도 있겠지. 총격전은 발생하지 않을거야.
…상황 통제일까 이것도. 만약에 그의 예상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면을 벌써 생각하고 있는 그였다. 이런 종류의 리콜도 중독이야. 이런 종류의 통제하려 함도 중독이야. 할 수 있는 것이라는 탈을 뒤집어 쓴 것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방관해야 옳은 것인지도. 단 것이 당겼다.
그러고 보니, 오늘 그 작자는 어디까지 뻗어 나갔지. 그 작자는 이제 총을 쥘 수 있는 거리가 되었다. 제압 부대의 일원이 되었다는 뜻이기도 했고, 그 중 일부는 각종 군사용 탈 것을 움직이는 사람들이기도 했다. 그 자가 운전을 할 줄 알던가, 차는 몰 줄 알 것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아마 그가 몰 줄 모르는 것들은 그 인재가 탈취당한 것 같진 않다. 좋아,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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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돌아다닐 준비를 마치고, 다시 한번 되새긴다. 인간은, 휘두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도시괴담을 만들던 어느 위키를 기억해냈다. 그리고 거기서 꿈 속의 남자라는 것을 보았었지. 그는 그 일을 한 번 해 보려고 한다, 많이 덜 무섭게.
- Internet of Thing-찬탈자.
샘에서 떠오른 기억 중에 하나, 아주 낡은 기억이 있다. 그것이 내 처음의 기억일지 아닐지는 나조차도 확실할 수 없고, 게다가 그 시대의 복식을 다 대조해 볼 정성은 나에겐 없었다. 지금은 할 일이 꽤 있지 않나, 그러니 그저 소개할 뿐이다.
그 곳은 아마, 아니 확실히 영국이었던 것 같다. 성공회의 냄새가 풍기는 사제들이 있었고, 나는 병을 시름시름 앓아가며 세상을 저주했지. 희귀병이라고 했었나, 아마 지금 의학이라면 충분히 고칠 병일 것이다, 아니면 그저 폐렴이었겠지만, 낡은 기억이란. 자택에서 홀로 외로이 죽어갔었나, 집 안에는 다른 이들도 있었던 것 같다.
집 안 사람들 중에는 친밀한 이가 있었다. 내 형제였을 것이다. 내가 죽어갈 때쯤 아마 유언으로 형제에게 내 반지를 약혼자의 무덤에 묻어달라고 했었을 것이다. 아니, 어쨌건간에 난 반지를 끼고 있었고, 난 형제에게 반지를 부탁했다.
먼 과거의 난 언제나 예민했고 병들지 않은 자를 저주했으며 옮아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지. 지금은 어떻느냐고? 이만큼 낡은 것에게 저 해묵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게 눈에 들어올 것 같나? 죽는 것을 미룰 선택지가 존재하는 인간이 여기 또 있을까? 옛날의 저주는 어쩌면 제대로 먹혀들었을 지도 모른다. 죽음이란 질병을 피할 수 있는 자는 없지, 나 외엔.
그러고 보니, 가장 최근의 기억 하나도 가져와 주겠다. 이건 내가 재단에 들어오기 바로 직전의 기억일 것이다. 난 군인이었고, 그리고 수많은 군인이었다. 일부러 빗맞춘 총알엔 내 인격을 복제해 보낸다, 그리고 복제된 다른 나는 의료진을 찾아가겠지. 그 곳에는 수많은 의료기구가 있겠지, 난 거기서 의료진도 되었고, 살인자가 되었을 것이다. 우습게도 난 의학 지식을 재단에서 먹어치우듯이 배웠다.
내 사물함에 군번줄이 있는 것도, 나중에 시체 확인을 하며 군번줄을 매만지던 자 중 하나의 인격을 죽이고 강탈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영원히 방치된 군번줄들도 꽤 많았지. 내가 여기에 들어오게 된 건 특정 구역의 군인 시신 신분 확인 이후에 뭔가가 이상함을 눈치챈 것들이 선수를 쳤기 때문이다. 망할.
아, 그러고 보니 먼 과거에 내가 왜 반지를 확실히 언급했는지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장례식을 치루고 그 다음 순간에 내가 형제의 몸을 찬탈한 것까지 기억하기 때문이다. 아주 당황해하던 것도. 그렇게 치자면, 이건 정말로 첫 기억이 맞을 수도 있겠군.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지 싶다. 어차피 그 무덤도 언젠가의 전쟁들에 뒤덮여 사라졌을 터였다. 과거 회고는 좋지 않았다, 그저 기술을 계승하는 정도로만 참고하는 편이 제일 옳다.
서서히 나는 나의 지분율을 높이고 있었다. 말 그대로, 내가 이곳에 얼마나 많은지에 대한 것 말이다. 군인들과의 접촉이 필요했다. 지부 내부 경비 보조 담당을 서서히 먹어치울까. 아니면 외부 제압 및 처분 담당쪽을 건드릴까. 사실 어느 쪽이든 상관은 없지. 이미 일어났을 것이다.
아쉽게도 기억 소거제 담당까지는 아직 갈 수 없겠군. 그렇다면 무력으로 찬탈하는 수 밖에.
- 모든 것이 하나로 향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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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그에게 있어서 이젠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창구가 되었다. 꿈이란 사람의 의식과 무의식이 뒤섞이는 곳이기도 하였으나, 그를 통해 기억을 볼 수 있는 그에겐 전혀 다른 길을 제시해 주는 것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현재 활동이 제한되다 못해 격리 상태인 그에게 있어서 꿈이란, 마치 다른 하나의 인터넷 웹과도 같았다.
그러나 최근 며칠간 그는 꿈 속에서 할 일이 정해져 있었다. 그 작자가 바이러스가 퍼지듯이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걸 비밀리에 누군가에게 보고한 것은 아니며, 그가 청소 시간이라며 잠깐 방에서 나오기 직전에 귀띔을 조금씩 해 줬을 뿐이었다. 그의 감시 정도를 강화해야 한다든가, 아니면 제 팀 구성원이 전부 그인 것에 대한 항의라던지.
그리고 그는 선을 넘는 그의 행동을 보고하고야 말았다. 미쳤습니까, 아니 미친 사람이 맞았지, 테드 윈체스터. 지부 하나의 수장을 자기 자신으로 만들고 지금은, 오 젠장. 벌써 잠식된 지부가 늘어났다. 그리고 그의 수중에 놓인 개별 제압 부대들이 보였다. 이미 제압 부대 안에도 이 작자가 있을 텐데. 이건 완전히 지능 높은 좀비와의 전쟁이 될 기세이지 않은가.
어제, 어제라고 해야 하나, 그의 세계의 관리자 되는 자는 심지어 유일하게 물리적으로 접근이 가능한 샘에 변화를 줬다. 그가 가고 싶어 하긴 했다만 별 뾰족한 방법을 못 보이자 아예 회사의 상층부까지 오한에 떨 정도의 무언가를 해 버린 것이다. 저기요, 이 회사가 당신에게 휘둘리기 싫어서 만들어 진 건 알아요? 알고 있단다, 그게 중요한 것이었니? 그 딴에는 퍽 중요하게 여겼다. 그가 격리된 이유중에 하나이며 그 샘이 철통 방어로 뒤덮인 이유이기도 하기에.
…설마 그렇다고 정말로 실험 허가가 뚝 떨어질 줄은 몰랐는데. 그는 이 회사 또한 세대가 지났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제가 생각보다 더, 위쪽에서는 두려움의 대상이라는 점인지에 대해 추측할 수 있었다. 민간인의 죽음이 그 정도가 될 줄은 그도 회사도 몰랐을 것이다. 탈출한 다른 격리 개체들이 한 짓들도 있겠지만, 모든 원인은 그이기도 했으니.
공포라는 하나의 권력에 도취될 수는 없었다. 이건 책임으로 환원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는 정말로 그냥 얌전하게 있고 싶었을 뿐이었다. 원래 그의 생각과 계획은 승진을 하다가 하다가 상부에 자리잡고 물갈이를 하는 젊은 CEO적인 생각이었다. 그리고 지극히 인간적이면서도 비인간적인. 사람을 톱니바퀴로 보는 걸까, 생각을 개변시키는 미친 짓 보다는 낫지 않을까. 이 회사의 지부는 많았고, 옮겨줄 자리도 많았다.
그는 결론적으로 위쪽의 생각만큼 잔인하고 미치광이스러운 짓을 다시는 일으킬 생각도 없을 뿐더러 되려 제가 일단은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하긴, 그들 입장에선 수치화된 데이터를 볼 뿐이니 날 뭐로 생각할까, 폭탄 하나? 그는 자신이 수치화하고 있는 그 작자의 수를 다시금 보았다. 이제 수치화가 아니라 방도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위쪽 양반네들.
그의 목적이 왜 샘인지에 대한 힌트를 듣고 싶었다. 관리자님, 알고 있어요? 날 잡아먹으려고 그러는 거지. 그러니까… 클리파, 클리파란다. 그는 그 작자가 그저 회사를 손에 쥐는 식으로, 어떤 의미에선 전혀 퇴사가 아니지만 지금 위치에선 벗어나는 게 맞는 그것일 줄 알았다. 한편으로는 종교를 끌어들인 게 그인가 싶은 음모론을 생각했으나 당시에 살펴봤을 때는 없었다.
그의 생각을 알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웠으나, 결정적으로는 그와 다른 이들을 꿈 속에서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점은 호재였다. 하지만 클리파라는 대답이 나온 지금 시점에선 그저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인지, 아니면 마이너스 쪽이 더 큰지에 대한 궁리만 늘어날 뿐이었다. 그는 그러니까 차원의 관리자를 잡아먹는 형식으로 퇴사 방향을 정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말 그대로.
잠깐, 그의 화면에 이상한 것이 잡힌다. 그의 시야가 서늘함을 느낀다. 그러니까 아미그달라 교단은 그때 음지로 다시 숨은 것이 맞겠지, 그렇지? …왜 관찰하지 않았지. 그거야 약을 조제하는 데에 바빴으니까. 그거야 나 스스로를 죽이는 새로운 걸 만드는 데에 바빴으니까. 그걸 주도한 게 누구인지 그는 알았고, 팀에 있던 자들이 전부 누구였는지 알았다. 우연은 아닐 터였다. 그는 적어도 그 작자가 엮인 한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화면에 남은 신도들이 잡힌다. 그리고… 생각이 읽히지 않는 자들이 잡힌다. 서늘했다. 그들은 저나 그 작자를 발견한다면 분명히 신의 사자라면서 따를 것 같은 교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이루어지고 있었고. 어디로 가고 있지? 방향은 어디지? 음지로 숨어들어 간 건 다 이런 거였나? 애초에 눈을 피해서 다른 목적을 위해?
목적은 하나였다, 샘. 어지간히도 먹어치우고 싶은 모양이었다. 아니면, 그 작자는 대체 왜 회사까지 이 난장판을 만들고 있는 것인가? 그 작자는 지금 회사에 귀속된 몸이었다. 그리고 교단 세력은 생각보다 소규모이기도 하고. 그리고 그는 지금 대규모인 세력을 먹어치우고 있지. 이건 그러니까…
…불길했다. 이 세력은 결국 샘으로 집결할 것이다. 그가 축이 될 예정인 것들이 샘으로 모이고, 그리고 회사와 교단은 서로 적대하고. 진의를 모르는 이들은 총알을 날릴 수도 있다. 그건 막아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일단 회사 측에선 그를 잡고 있었다. 사살도, 음, 어, 그… 그래. 원래 몸 주인은 그에게 잡아먹힌 시점에서 죽은 것이었다. 이게 들불처럼 번지면 시체는 더욱 많이 나오겠지. 그 작자를 저지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그러나 방도가 없었다. 무력함을 느끼고 있나, 아니, 그는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있었다. 방도는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돌연한 시점에 예기치 못 한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그는 그에게 허락된 샘의 접근 허가 및 실험 허가를 알고 있다. 총기세례가 그 곳에서 최종적으로 벌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먼저 뒤통수를 쳐서, 저 작자가 얻으려는 것을 얻지 못하게 해야지.
현재 메사추세츠 지부에는 라임빛 눈을 가진 a 개체를 제외하곤 전부 사살되었다. 파장 탐지기를 들이대며 총을 난사하던 걸 기억한다. 그게 부디 전부 그 작자이길 바랐다.
꿈에서 깨어난 그는 실험 참여를 알렸다.
6.4. 엔딩 ¶
- 승(承, 勝)
-
그가 의사 선생님이 보낸 파일을 한참 읽고 있을 때쯤, 헬기는 잠깐 땅으로 내려 섰어야만 했다. 아무리 인간을 복제하는 기술을 가진 곳이라고 해도 헬기를 무한동력으로 움직이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잠깐 착륙장에 내려서서는 기름을 채운 뒤에, 서둘러 이동하려고 하였다. 기름이 차기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헬기에 있던 인원들은 잠깐 짬을 내어 여가를 보내고는 했다, 특히 운전자의 경우엔 더.
매캐한 기름 냄새에 그는 파일 읽는 걸 다시 당겨오는 수밖에 없었다. 불안함과 그 작자가 만약에 선수를 쳐버리면 그 미래에 대해 상상하느라 신경이 어지간히도 곤두서 있었다. 이런 상황에 기름 냄새까지 겹치니 잠을 잘 생각이 그는 도무지 들지 않았다. 당장 화약 냄새가 더 불어 닥칠 것 같았다. 영화에서 헬기의 역할은 언제나 폭발이였던가.
지금 그의 모습을 보면 제법 충혈된 눈이 푸르스름한 홍채와 반대되게 존재할 것이었다. 피와 눈물이 토해져 나올 것 같을까, 그 정도는 아니라고 그 스스로는 생각했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마저 파일을 읽다가, 그리고 잠시간의 카톡을 하다가 그는 선잠에 들었다. 그는 자야만 했다. 꿈은 그의 또 다른 눈이었으므로.
◈
가장 가까운 지부의 머리를 먹었다. 아마 그 곳으로는 급하게 제압부대가 가고 있겠지. 제압부대 안엔 이미 다른 나들이 들어찬 상태였다. 검사를 안일하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저들 모르게 나는 검사 후에 대량으로 퍼져나가게 욕실 같은 공용 시설에 지속적으로 나를 스스로 설치해 뒀을 뿐이다, 대량으로 말이야. 스스로를 바이러스로 여기고 움직이는 것은 아주 쉬웠다. 회사에서 다루는 것 중에는 바이러스형 격리 개체도 있었으니까.
모든 단말기를 빼앗기고 난 잠깐의, 그러니까 벽에서 통신이 가능한 지 실험해 보았다. 예의 그 카톡방 말이다. 성공적일 줄은 솔직히 몰랐지만, 스크롤을 올리는 짓거리를 했다간 타자 치거나 혼잣말 하는 걸로 모자라서 아예 맛이 갔겠거니 여길 수도 있으니 주의하고 있다. 지금도 미친 놈 취급 당하고 있긴 하지만.
확실히, 세상의 꼭대기를 먹어치우려는 계획을 가진 자를 어느 누가 미친 놈이라고 생각을 안 할까. 난 기다리고 있다.
◈
그의 불안은 현실이 되었다. 어느 새 바꿔치기 당했지? 그는 메사추세츠 지부의 내부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들이닥친 제압부대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온 자들을 보고 있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확인한 건 여기서 가까운 곳은 아니었다. 왜, 아, 젠장. 그는 그제야 자신이 밤을 샜다는 걸 뼈 아프게 인지하고 있었다. 몸이 상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어쩌면 그는 오랜만에 도망이라도 친 것일지도 모르겠다. 무엇에서? 이번 도망은 성공적이고 정당한 편인 것 같은데.
그러나 하나, 아니, 몇 가지 걸리는 점은, 저 안에 있는 다른 연구원들이라는 점이다. 그 작자가 다른 그 작자들로 무슨 짓을 할지, 병력으로 설마 저길 올 줄은. 솔직히 예상 외였다고 그는 생각했다. 한시 바삐 샘으로 향할 줄 알았기에, 게다가 그가 떠났다는 것을 저 작자가 모르지 않을 텐데. 걸리는 점이 점점 많아졌다.
아니, 잠깐만, 총구가 시야에 보였다. 그러니까 정확히는 그가 보고 있던 연구원의 기억 속의 시야에, 쏘고 싶다는 듯 한 총부리가 들이닥쳤다. 언제라도 쏠 수 있다는 듯이. 패닉 상태인 자들은 없었으나 분노에 넘실거리는 듯한, 홀스터에 손을 대는 자들은 더러 있었고, 누군가는 방아쇠를 당기겠지. 혹사하지 말라는 약속을 설마 더 어길 줄이야. 그는 이를 악물었다.
◈
방금 총을 든 나 하나가 지워졌다. 말 그대로. 이런 짓은 그 괴물밖에 못 하는데. 지금 보고 있었나, 그렇다면 웃어주는 수 밖에. 여기 있는 자들 중에 그 녀석한테 잘 해준 이가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한다. 어차피 없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미련하군.
…또 지워졌다. 또, 또 지워졌다. 사람에게 복제된 걸 기어코 지우고 있었다. 복제되고 냉동된 그 괴물의 냉동실에 도착한 다른 나에게서 연락이 오고 있었다. 육체 하나하나가 터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어떤 광경일지 눈에 선했다. 그 녀석을 처음 끌고 왔을 때에도 시체가 터져 나갔으니.
사실, 육체를 없애버릴 방법은 그의 손으로 직접 만들라는 작은 욕망이 있었다. 달리 말하자면, 내가 만들거나 이미 회사의 도움을 받아 만든 것들은 적어도 두 가지 방법 이상은 있었다. 그 녀석을 협박하기 위해, 이를테면 실존하고 싶다면 가는 걸 멈추라고 하는 등의, 거기서 죽어도 괜찮고, 어차피 여기서 해동하면 되었으니, 아무튼 압박할 용도로 현재도 가지고 있었다만, 설마 정말로 그가 그 스스로를 죽이는 꼴을 볼 줄이야.
이건 코미디인가? 희극인가? 총을 하나 쏘려고 할 때마다 나 스스로가 지워진다. 얼마든지 복제할 수 있고 저들에게 복제하면 어쩌려고 이러는지. 쿵, 하고 인격이 죽어버린 자들의 육신이 누웠다. 미련한 놈.
그러고 보니, 하나 내가 해 보지 않은 것이 있다. 지금껏 해 볼 기회가 충분했지만 아직 하지 않은 것. 엄밀히 따지자면 이 건물 전체에도, 날 복제할 수 있지 않은가? 웃음이 절로 나오는군 그래. 어차피 그 녀석에게는 이미 붙을 다른 내가 붙었을 것이다. 그리고 교단 세력은 잘 움직이고 있을 것이고.
◈
그는 꿈 속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그 스스로 그 작자의 인격을 타인의 몸에서 내쫓기 위해, 자신의 육체, 어쩌면 지금 헬기를 타고 향하는 그 몸뚱이가 스러진다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행한 휘두름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 느껴졌다. 마치 그가 깨어나기 전, 죽음과 깊이 새카만 물의 지하에서 존재할 무렵에, 하나의 벼락이 내리 꽂히는 것처럼.
그러나 상황은 전혀 다를 것이다. 그는 냉동된 자신의 육체 근처는 괜찮다고 생각했으나, 문제는 현재 이 곳에 존재하는 자신이었다. 죽어야 하나? 온 몸이 저리는 경험을 하며, 웅웅거림을 느끼며, 불안정한 힘의 방출로 서서히 몸이 부서지고 있음을 그는 느꼈다. 저 작자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깨어났을 때 그는 추락을 예상했다.
고요했다. 아무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어디서 바꿔치기 당했지. 그는 짐작할 수 있었다. 주유할 때구나. 그럼 이미 따라잡힌 건가. 이미 난 그 작자의 손아귀에 있나. 순식간에 피멍으로 얼룩덜룩해 진 몸을 그는 바라보았고, 얼얼함을 느끼기엔 생존 본능과 저 작자를 저지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고통을 차단하는 것도 같았다. 홀스터에 총은 있었다. 챙겨와서 다행이야.
쏘아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 또한 그저 지워졌다. 인격이 없는 육체는 꿈에서 목격한 것처럼 풀썩 쓰러졌다. 그는 총을 장전하는 소리를 무던히 내면서 헬기의 운전석으로 갔다. 옆자리의 축 처진 가엾은 자를 치우고, 그 곳에 앉았다. 관자놀이에 아직 쏘지 않아 달궈지지 않은 총구를 들이밀었다. 운전자가 아무 이상이 없다는 건 지금 어디로 향하는 지조차 그 작자의 손아귀에 있다는 뜻이다.
…저런. 유감스럽게도 헬기는 자동 운전 상태였고, 그 작자나 저나 운전법은 몰랐던 모양이었다. 뭣 좀 씹은 표정을 한 운전자에게 그는 얌전히 있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총을 반대로 잡고선 훌륭한 둔기로 활용했다. 착륙은 이제 온전히 그 스스로의 몫이었다. 하다가 죽는 거 아닐까. 그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낙하산 등의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
지하 냉동 창고. 그 녀석의 육체가 전부 보관된 곳. 그리고 DNA가 있는 곳, 복제기가 있는 곳. 물론 그 곳의 서킷은 완전히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내가 대동한 자들은 200여 명이 넘는데, 이 자식 하나로 막기엔 역부족이겠지. 고작 100여 구 밖에 존재하지 않는 놈이. 이젠 그조차도 헬기에 실린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겠구나.
난 망설임 없이 DNA를 포맷시키고 복제기를 부숴버렸다. 이 복제기는 어디까지나 그 녀석의 육체만 복제하게 되어있을 테니, 혹시 모르기에. 다른 냉동 창고에는 냉동 상태로만 격리되어 있어야만 하는 것들과… 일반 격리 개체들과. 새 육체를 수급하는 데엔 어려움이 없겠군, 그렇지?
그러고 보니 아까 능력을 쓸 때, 여기까지 번진 것도 같았다. 어쩌면 그 녀석이 벌써 바꿔치기 당한 걸 알 수도 있겠고. 거리가 멀어서 그 곳에 존재하는 나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느껴지지 않는다. 실시간으로 기억 공유가 되는 건 인접한 거리에서 이기에, 아니면 내가 체감할 수 있는 거리에 있거나. 눈에 보이거나 그런다면 되는데 말이야, 아쉽군. 카메라로도 어떻게 안 된다니.
이렇게 수많은 육체를 소유할 수 있어도 단점이 하나 있다. 기억 공유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난 이 녀석의 실험 하나를 보고 소름이 끼칠 수 밖에 없었다. 육체를 두 개 깨워서 진행한 실험이었고, 그 육체는 말 그대로 자아가 그저 하나였다. 거리는 4km 떨어뜨린 상태였으나, 텔레파시가 통하다 못해 같은 사람인 것처럼. 나는 그렇지 않으니까.
괴물 같은 놈. 일반적으로 복제된 인간들도 그러진 않아. 나도 그러진 않아.
◈
그와, 운전사로 바꿔치기한 그 작자와 함께 그는 결국 낙하산을 등에 업고 날아올랐다. 헬기의 운명은 알 수 없었으나, 그는 운전사한테 나머지 사람들과 함께 뛰어내리자고 제안을 했을 뿐이었다. 나무토막 같은 상태를 잘도 데리고 가겠다며 혀를 찬 그 작자는 이번에도 훌륭한 둔기로 변모한 권총의 손잡이에 한 번 더 멍이 들었어야 했다. 피멍이 들어찬 몸으로 잘도 움직인다고 그 작자는 생각했다.
그가 한 명, 그 작자가 두 명을 잡고서, 둘은 샘에 그럭저럭 안전히 착륙했다. 물론 헬기는 예외로 두고서. 둘은 인격이 지워진 사람들을 그늘진 곳에 두었다. 관리를 강력하게 하는 곳인 만큼 이 곳에도 사람이 있겠지. 그리고 그의 실험에 대한 통지도 받았을 것이다. 서늘함이 느껴졌다. 그는 교단 세력이 어디까지 왔는지 살펴보지 못 했다.
총소리가 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살해당했다.
-
조용해. 조용해. 여기가 어디지? 둘러보면 그의 시야에 들어오는 건 꿈 속이었다. 아니, 이번엔 무언가에 이끌리고 있는 것도 같았다. 그의 꿈 모든 곳이 무의식의 파도에 침수된 것도 같았다. 물살에 휘둘려 어딘가로 흐르고 있는 것도 같았다. 어디인지 알겠다, 그는 목소리를 들었다.
넌 죽을 수 없어.
◈
기억이 공유되고 있다. 나는 그 자식을 죽이고, 실험실 안의 사람들이 교단측과 싸우는 틈에 샘에 접근하는 데에 성공했으며, 준비된 장비를 탈취해 잠수하는 것에도 성공했다. 그렇다면 왜… 샘 안에 그 새끼가 있는 거지.
◈
“의문스러워요?”
“아주 의문스럽군… 왜, 난 자네를 죽였고, 자네는 육체가 없어.”
“글쎄요, 관리자 양반이 난 못 죽는다던데.”
그는 끝에 끝까지 숨긴 것이 하나 있었다. 세피라를 만난 것. 하나 더 첨부하자면, 세피라와의 대화 내용 자체였다. 그는 이미 육체의 의미가 퇴색된 상태가 된 지 제법 오래 된 상태였고-그의 추측으로는 죽음과 춤을 춘 무렵부터 일 거라고 생각하는 듯하다-그 작자는 이 점을 몰랐다는 점이다.
그 작자는 손을 뻗어 맥동하는 신경계 다발에 뻗어보려고 한 것도 같으나, 압도당하는 입장이었기에 그는 그저 숨을 쉬며 그에게 말을 건네는 것만 허용되었다. 꿈나그네는 그저 웃었다. 날 죽여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덕분에 빨리 도달한 것도 같은데 말이야. 신경 다발이 그의 손가락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퇴사가 꿈이라고 했죠. 그러면, 자, 내가… 회사의 존재의의 자체를 없애버리면 될 것 같은데.”
◈
그의 차원에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일이 생긴 것은 순전히 차원 관리자의 의도였다. 관리자는 그의 존재를 인간의 내면으로 바꾸기 전에, 무수한 실험들을 하고는 했다. 창조 연습과도 같은 것이었다. 차원을 최소한 인간의 내면은 아닌, 인간의 외부라고 할 수 있는 곳에서 관리하던 자는 연습한 것들을 그저 멀리 치웠고, 좀 더 재미있는 생각을 하였다.
연습한 잔해들은 그가 다시 외부로 돌아오지 않는 한 결국 돌아올 것이다. 재해로든 어떤 형태로든. 그리고 저는 인간의 내면에서 그걸 지켜보는 것이다. 그러나 슬프게도 선 또한 추구하길 그는 바랬기에, 기어이 그에게 닿은 제 아이에게 속삭였으며, 그 파장으로 다른 모든 재해들은 꼼짝없이 격리되어야 했다. 그래, 재미있긴 하네.
요는-그가 외부로 나서면 이런 일들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세피라는 자신의 뒤를 잇게 만들 작정인 아이가 외부로 나갈 생각임을 알았다. 이젠 제 손을 떠날 세상에 작별을 고하며.
◈
세상을만드는법에대하여첫번쨰너는세피라이다너는차원의주인이며또한너스스로네차원을통제할수있고네차원의생명들을통제할수있다두번째너는네차원의생명들을되살릴수있고또한죽일수있다네차원의시간은또한네손에달릴것이다세번쨰네세상이망한다하더라도너는다시차원을재건할수있으며또한다른차원을몇개나만들어도너에겐죄가없다네번째복구하고싶으냐그렇다면친히복구해주는회사가있으니
나 데이브 에트와일러는 살아있어.
살아서 나가야 해.
- 에필로그.
-
나-의 차원-차원? 차원. 누구의? 나. 나는-나-데이브 에트와일러.
이어받고 나서 나는, 제일 먼저, 밖으로 나왔다. 말 그대로 내면에 존재했던 그 자리를 벗어났다. 난 외부가 되었고, 눈이 되었으며, 내 차원을 관찰하는 자가 되었으며, 또한 조정할 수 있는 자였고, 방관할 수 있는 자가 되었다. 내 마음대로 세계를 가지고 놀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만 뺀다면, 평범한 시민의 일상일 것이다.
나는 다른 식으로 생각이 틀어졌을 때를 생각했다. 예를 들어, 모든 악을 지우고 싶어한다든가. 지금도 지워버리고 싶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다만 나는 불규칙적으로 리콜 버튼을 누르기로 했다. 도덕성과, 인간성과, 선함이 내면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그리고… 회사 안에 있던, 그리고, 테드 윈체스터, 그리고, 수많은 다른 기이한 것들. 그리고 그 작자가 저지른 짓들. 일단 원상복구 시키는 데엔 성공했다. 그러니까, 윈체스터가 한 짓들은. 능력이 없어져 평범한 사람이 된 사람들은 익명의 후원을 통한 어딘가의 자기집을 가지게 해 주었다. 상담사와 원활하게 연결도 해 줬다.
그 작자는… 쌓인 기억들과 이것저것 인격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죽고 싶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아니라고 대답했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그에게 새로운 삶을 주는 것 뿐이었다. 쌓은 것들을 전부 날려버리는 대가로. 그도 동의했으니.
다른, 그러니까 예를 들어 말하는 TV 같은 것들도 다 사람으로 태어나게 했다. 그 외에 괴이쩍은 것들은 전부 내 작은 공간에 넣어놓았다.
꿈 공간은 남겨두었다. 있지, 나도 쉴 공간을 필요하다고. 어쩌면 집무실이 될 수도 있겠지만. 기억으로 통하는 길은 눈에 일렁였으나 내가 왔다갔다 해서 무슨 일이 일어날 지는 좀 모르겠다.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세상에 더 이상 초능력자 같은 것도 없고, 괴담은 이야기에만 존재하며, 사람들이 가끔씩 자기 자신을 좀 되돌아보고, 그런, 세상이 되었다. 난 잘 하고 있는 거겠지. 아마도.
그리고 난 가끔씩, 가끔씩은 아니구나, 며칠에 한 번은 사진을 찍으러 차원에 발을 디뎠다.
◈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아니, 엄마랑 아빠가 이번에 전시회관을 누가 빌렸다는데 사진이 특이하고 그렇다길래 보러 오라는 겸 해서, 명절이기도 하고, 그래서 오라는 거지. 어이는 없었지만 그래도 한동안 콜로라도에 얼굴도 못 비치고 실리콘밸리에 쳐박혀 있었으니 오랜만에 눈이나 펑펑 오는 우리 주에나 가 봐야겠다 싶었다.
전시회 이름이 닉스라니, 그러니까 이거 밤의 여신 이름인데.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어떻게 아냐고? 지금 추진중인 프로젝트 이름 중에 제품명 중에 고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니까 말이지. 어쨌든, 프로메테우스가 좀 더 그럴싸 할 것 같기도 해서 난 밀고는 있지만. 그나저나 밤 치고는 전시회장은 밝았다. 낮에 와서 그런가 했는데 벽지가 하얀 빛이기도 했다.
1층은 모르페우스란다. 아주 그리스 로마 신화 덕후인가본데? 사진들은 그러니까, 삼원색으로 번진 실루엣이 항상 함께 하는 모습들이었다. 그리고 그 실루엣들은 무슨 과거 현재 미래를 상징하는 건지 뭔지, 그 뭐더라 구두쇠 양반이 자기 과거 현재 미래 다 보는 그거냐.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아닌가, 맞나? 팜플렛을 뒤적였다. 맞… 조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다른 사진들도 있다, 도시를 찍었는데 그 도시 자체가 하나의 환자여서 병동에 입원해 있는다던가. 재미있는 사진이긴 하네. 이거 어디 당이 보면 기함할 사진일 것 같은데, 의료 보험 문제로 말이야. 오 이건 그러니까 초현실주의인가? 도시에 나비 날개가 달린 금붕어들이 돌아다닌다. 다른 사진들 중에는 사람들의 머리가 모자이크 대신 전부 어항 같은 걸로 바뀐 것들도 있었다. 아니면 나비, 아니면 새, 아니면… 고래? 바다 풍경을 용케도 찍고 싶었나 본데. 하긴, 도시 자체가 정보의 바다이긴 하다.
뭔 표지판이람. 아무튼 따라서 방으로 들어갔다. 휴프노스… 오냐. 찍힌 것들은 아이들이 많았다. 아니 사실상 전부 아이들이잖아? 총체적으로 느껴지는 건 생각보다 빨간 색이 많다는 점이다. 이를 테면 그러니까, 피멍이 난 아이들도 있었고. 아동 학대를 다룬 건가? 종잡을 수가 없어. 아이들에게 날개를 단 건 대체 뭘까, 자유로워지라고? 뭐 아이들을 괴롭히는 걸 좋게는 못 보겠다만. 여기에도 아까 본 나비 같은 것들이 있다. 다른 점이라면 얼굴로 대체되었다기보단 상처를 표상하는 것 같다고 할까. 그리고 전부 빨간 나비라는 점이다. 그래 나비도 있으니 빨간 꽃도 활짝 폈네.
다른 방도 있었다. 정 반대편에 존재하는 곳인데, 여긴 타나토스랜다. 제일 먼저 폐기한 이름이다, 왜냐하면 죽음의 신이잖아, 상품명부터 죽음이면 어쩌라고? 이 방은 꽤 어두침침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 뒷골목 사진이나 어린 비행청소년들이 찍혀있다. 여긴 그리고 지금껏 못 본 오브젝트가 하나 등장했는데, 총이다 총. 애들 머리가 전부 총으로 표현되어있다. 심지어 교실이나 학교에서 찍은 듯 한 사진들도 전부! 그리고 그 외에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건, 예의 그 나비가 없다는 점. 그리고 쓰레기장에 침대가 있고 가로등에 불 껐다 키는 스위치가 있는 사진들이 있었다는 점. 비행 청소년 양산은 안 된다, 사진작가야.
2층으로 가는 계단이 보였다. 원래 안 쓸 줄 알았는데 용케 쓸 정도면 생각보다 작품 수가 좀 많나보네, 그러고 보니 저 안쪽까지도 있지. 이건 뭐 금 쌓아둔 걸 풀어버리는 것도 아니고. 올라가면 케르라고 쓴 안내문이 나온다. 오냐. 여기엔 묘비 사진들이 즐비했다. 사진 작가가 좀 미친놈인가? 그럴 수도 있겠다. 왜 그렇게 확신하냐면, 묘비에 눈이 달려있고 그 눈들이 죄다 사진 안의 유일한 사람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좀 솔직히 섬뜩히다. 다른 사진들도 유사한데, 어느 건 묘지에서 손이 뻗어져 나오고 있었다. 공포 영화 취향인가보다. 또 다른 걸 봐도 확실히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코즈믹 호러를 좋아하는 건지, 아예 하늘이나 땅이 다 눈으로 뒤덮여있다. 아니구나, 이빨 달린 입도 있다. 사진 몇 개 중에 그 실루엣만 나온 사람이 드러나는 게 있었는데, 재갈 물고 있더라. 사진 모델 하는 것도 쉬운 건 아니야.
여긴 1층보다 크기가 좀 작지 아까의 방보단 확실히 커서 작품수가 꽤나 많았다. 스크래치 연작이라고 소개된 작품도 있는데, 아까 그 실루엣 주인인가? 가까이 보니 이건 편집이 아니라 진짜로 긁어낸 거다. 용케 종이 안 찢어먹었구나 싶었다. 얼굴만 긁어낸 게 상당수다. 그리고 그 안에는 꾹꾹 긁히고 눌린 자국이 선명한… 폐허 사진이라던가, 아니면 뭐… 확실한 건 피폐하다는 점이다.
이 층은 하이라이트 작품도 있었다. 모자이크를 활용한 것 같지만 이거 다 편집 기술 팍팍 들어간 거라는 점. 작은 사진들은 전부 인간들이 뭔가 외치고 있고, 손으로 발로 뭔가 때리려고 하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이 점묘화 같은 모자이크 같은 사진을 멀리서 보면… 사람모양 병이 웅크려 있는데 그게 깨지고 있는 정물화 같은 모양이었다. 되게 철학적인 뭔가를 표현하고자 하는 건 알겠다.
내려와보니 별관도 썼다더라. 별관은 므네모시네라고 적혀있었다. 여긴 주로 편집하지 않은 원본 사진들을 전시한 것 같았다. 어떤 느낌이 들었냐면 이 사람 종군기자인가? 싶은 정도의 사진이 있었고, 이 사람 국경 없는 의사회 출신 사진 작가인가? 싶었던 게 있었고, 대체 왜 묘비에 집착하는 거지? 싶은 사진들이 많았다. 하이라이트 사진도 어떻게 묘비 사진이냐고. 심지어 여기 사진들 중에서 유일하게 확실히 가공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죽었으며 괴물이 되었다.’ 고 낙서처럼 사진에 써 있었는데, 그것도 묘비 사진이었다. 사진 이름은… D4V3_500453? 리트하고 싶게 생긴 작품명이네. 해커인가? 아니 그냥 너드일지도.
본관으로 돌아오니 눈 사진들이 있다. 모르페우스 관 말이다. 눈에 여전히 그 삼색들이 번져 있고, 아, 팜플렛을 보니 빨간 색은 분노했을 때, 파란 색은 절망에 빠졌을 때, 라임색은 희망을 찾았을 때라고 한다. 눈 연작은 그래도 보기 좋은데, 사무실에 하나 전시해 둘 만 한가? 주욱 지켜보고 있었다.
1층에도 하이라이트가 있었다. 붉은 색으로 번진 건 수많은 손들이 얼굴 대신 뻗어나오는 기괴한 것이었고, 아니 왜 빨간색인데 피 같잖아, 게다가 몸에서도 나오고 있잖아, 심지어 움직였어, 솔직히 이거 그래픽 엔진으로 찍은 거 아닐까? 푸른 색으로 번진 건 얼굴이 폭발한 무언가와 함께 흘러내리고 있는 것이다. 콜라가 터진 건가 싶은데, 파란 색이면 그건가? 누카콜라? 라기보단 그냥 캔디바맛 소다겠지. 그러고 보니 파란 색이 곳곳에 거미줄처럼 덕지덕지 붙어있다. 흘러내리는 게 눈물같기도 했다. 눈물이 거미줄에 맺히니 그거, 드림캐쳐 이야기가 생각나기도 하고. 라임색은 찾기 살짝 힘들었는데, 가장 밝은 만큼 배경색인 하얀색과 좀 비슷해서 그런지. 사람 얼굴이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누군지… 병원복을 입고 있다. 그리고 손에 카메라를 쥐고 있다. 저 카메라는 내가 아는 카메라다, 예전에 샀다가 잃어버린 거니까. 근데 왜 팔이랑 다리가 다른 손에 붙잡혀 있고 머리 주변에 입이 떠다니는거지. 라임색 묘비가 배경에 보인다. 이 묘비 집착자…
그래도 솔직히 이런 사진을 볼 기회는 흔치 않았으니까. 누군가가 옆으로 걸어왔다. 안내자이다. 아니 큐레이터. 아는 얼굴 같았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음, 몇 점은 사기로 했다.
◈
아참, 내가 내 차원에서 날 지웠다는 점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전시회를 열었는데 거기에 아이작이 왔다.
6.5. 엔딩 이후 ¶
- 울지 못하는 아이의 날.
어버이의 날, 누군가는 카네이션을 사러 가고 그걸 주고받겠지. 또 누군가들은 온화한 대화 속에 하루를 보내고 누군가는 갑작스러운 선물에 펑펑 울 지도 모르겠어. 카톡방의 누군가 또한 종이접기로 붉은 꽃을 만들고 있었으니까. 카메라의 렌즈에 담기는 풍경이나, 수많은 눈들에 담기고 수많은 감각에 스치는 분위기나 따뜻해. 그래, 나도 이런 가정에서 태어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쩌면 꿈과의 인연 자체가 없었을까. 이미 사라진 전대에게 물어보고 싶어도 물을 수가 없어.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의 사진을 찍어주며, 더러는 카네이션을 선물하기도 했지. 밝은 모습의 어린이들도 그렇고, 뭉클함을 감추지 못하는 부모님들도 그렇고. 부디 감동하기에 걸맞은 좋은 부모이길 바라며, 관리자로서가 아니라 지나가던 사진 찍는 사람으로서, 지나가는 나그네로서, 인간으로서 그러길.
오늘 하루 찍은 것들로만 포토 에세이의 절반 이상을 채우고 말았네. 그래도 괜찮아, 어차피 이 에세이는 어버이의 날 사진만 다 몰아서 담은 거니까. 부모님의 사랑이란 걸 눈으로 보고, 분위기로 느끼고, 종알거리는 아이와 부모의 대화로 들으면서, 이해하고자 한 날을 담기 위해서. 또는, 다른 책을 펼쳐볼까. 여기에 고발할 만한 자들도 있고 말이야.
손찌검이 일상인 자들이나, 술을 핑계로 대는 사람들이나, 아니면 그 이상인 작자들을 찍은 것. 표지는 내 부모들의 묘비 사진이야. 이런 사진들은 보통 꿈을 통해 경찰들이나, 아니면 믿을 만 한 선생들이나, 이웃들이나, 전달되곤 하지. 하지만 내 출신 나라 말고 다른 나라들 중에는 아직 가정 내 폭력을 그냥 넘기는 곳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고민이 많아.
음, 그러고 보니 오늘은 본가에도 들렀어. 총기 난사가 이뤄지고 8년이 지난 집은 벌써 가구가 다 빠져나가고 흉물로 남아있더라. 난 솔직히 누군가가 샀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총알이 박힌 흔적이 구석구석 남은 1층을 둘러봤어. 천천히 걷다가, 이미 매각돼서 텅 비었을 차고도 가 보고. 여길 안 나갔으면 어떻게 됐을지 아직도 생각나.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고, 난 되돌릴 수 없지.
끌고 나올 때만 해도 사실,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주로는 안 가더라도 산에 숨거나 아니면 숲에 숨거나 해서 버틸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그렇게 인질을 잡을 줄 누가 알았겠어. 지나고 생각해 보면, 후회도 많고 부족함도 많은 계획이었네.
여기에 온 이유 중에 하나는 여기서 죽은 우리 집 고용인들의 원념이 으르렁거려서 그런 것도 있어. 지금도 자기가 죽은 자리에서 날 가만히 노려보고 있네. 여전히 미안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 도련님이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면 돌연 해고해 버리는 게 차라리 나았을 텐데. 그러면 살아 있었을 텐데. 그래도 몇몇은 흩어질 마지막 장소로 선택한 모양인지 흐려지고 있기도 해. 잘 가라고 인사해 줬어, 다음에는 나 같은 도련님도 내 부모님 같은 사람도 만나지 말고, 더 좋은 삶을 살아.
내가 마지막으로 묵은 방엔 인형이 없어. 총기로 난자된 인형 대신 나랑 그 인형이 누워있던 구멍 숭숭 뚫린 침대만 남아 있네. 이 방의 원래 주인인 입양아 아이는 익명의 후원이라는 명목 하에 내가 쭉 지켜보고 있어. 아이는 상심이 큰 모양은 아니었어, 그 아이도 자신의 용도를 알았을까. 어버이의 날에 이런 이야기를 하게 돼서 새삼 슬프네.
내 부모님의 영혼은 진작에 불타버렸지. 그렇게 타버릴 거였다면 왜 나에게 그랬으며 왜 그 아이에게 대체품처럼 대했을까. 오랫동안 고통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아직도 하곤 하지만, 지난 일이라는 점은 어떻게 할 수 없네. 오늘도 에세이의 표지에 넣을 내 부모님의 묘지를 찍으러 대저택가의 공동묘지로 가려고 해. 그 전에, 우리 집 사진도 찍고. 진작에 왔어야 했을까, 구멍 뚫린 가구들과, 핏자국과 그 모든 걸 기억하고 싶어.
난 이 사람들의 행복을 바라고 싶지 않아. 밟아주고 싶은 것도 아니야. 하지만 이 사람들이 나중에 자라서, 자녀를 갖는다면, 아니,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가진다면, 인간관계를, 그렇다면 서로 상처 받지 않고 편안한 관계로 이루어 졌으면 좋겠어. 그래야 다른 사람들도 편할 테니까. 그렇다면 행복을 바랄 수 밖에 없을까. 내 개인적인 감정은 이미 예전에 닳아 버렸잖아, 지나간 생각들 중에서도 이 사람들이 어떤 가정에서 자랐길래 하는 측은함도 있었고.
그러니까, 내 꿈 공간에 하얀 국화가 자라기 시작했어. 원념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주고,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검게 변한 수국 꽃밭에 하나씩 하나씩. 내 부모님에게 주고 싶은 꽃은 검은 수국이랑, 푸른 수국이랑, 그리고 하얀 국화야. 내가 당신들을 이겨냈다는 증표고, 당신들에게 아무런 유감도 없다는 증표이며, 그럼에도 당신들의 죽음에 대해, 이후의 삶에 행복을 바라는 증표니까.
사랑하지 않는 나의 부모님, 다른 이에게는 마땅히 사랑받고 사랑을 주길 바라.
- 되돌아보기.
손수레를 이끌고 다시 돌아왔다. 논문도 그렇고, 이 나무통도 그렇고, 인형도 그렇고. 사실 받을 줄 몰랐어. 받는 것에 익숙하질 않으니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도 모르겠어서, 생각해보니 고맙다는 말을 내가 했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나네. 큰일 났다.
핸드폰을 매만지긴 했지만… 바로 알림창에 뜨는 톡방도 그렇고, 재미있게 노는 걸 지켜보다가, 책상에 있는 다른 작은 키위새 인형들도 쓰다듬었지. 그러다가 한 자리가 비는 게 문득 생각나서 코알라 인형을 뒀어. 료샤, 료샤.
생각해보니 내 이름도 애칭에서 유래했고, 아이작은 잭이라는 애칭이 있지만 내가 안 불렀고, 테드 그 양반은… 나랑 비슷한 경우고. 애칭에 도통 익숙해질 환경도 아니었구나, 어지간히도. 그래도 아이작이랑 있을 적에 잭이라고 불렀으면 나아졌으려나.
…손으로 만든 무언가는 게다가 처음 받는 것 같은데. 음…
그래, 생각을 잠깐 전환해서, 그러니까, 난, 힘들었는가. 힘들었을 텐데, 힘들었을 텐데. 부리 쪼는 게 없어진 시점부터 난 스스로를 그냥 힘들지 않았다고 생각했을까. 어쩌면 그 이전에 일어난 일들의 고단함을 힘들다고 정의하고 싶지 않아서 미뤄둔 걸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부리질이, 너네 왜 그래. 왜 정의 내리고 싶지 않았을까. 마땅히 받아야만 하는 고통이어서? 이건 맞다. 내 업보이고 그 결과였으니까. 힘들다는 말을 써도 괜찮을까? 나 스스로가 나한테? …모르겠다. 농담 식으로 일이 힘들어서 널부러지는 언젠가에는 쓰겠지만, 사실 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도 오늘 울 뻔한 걸 생각하자면 듣고는 싶었구나. 듣고 싶었구나 나는. 그 때, 친구네 차원에 놀러 갔을 때, 힘들겠구나 하고 말한 것도.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듣고 싶어서 다른 사람도 듣고 싶을 것 같아서 말 한 거였으니까. 그래도 내가 나 스스로에게는, 아직 차마 쓸 수가 없다.
다만 오늘 집들이 간 분에게는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 나는 나 스스로 이야기했으니까, 그저 이야기 해 주시길 기다릴 뿐이지만, 친구와 친구이기도 하면서 또한 환자와 의사인 입장이니까. 환자가 의사를 걱정하는 아이러니함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잠깐 생각해 보니 나 잔소리도 하고 왔잖아. 어휴.
사진 자료들을 다시 펼쳐 본다. 이건 언제의 무엇을 위한 사진이었을까. 군의관 선생님은 왜 찍혀 있을까. 숨은 그림 찾기를 하기 시작한 거냐고 묻는다면 맞다는 대답 외엔 들려줄 수가 없겠는걸. 현재의 사진이 많은 오브제와 많은 편집 기법으로 해석을 쉽게 유도하기도 하고, 미친 듯이 꼬아 놓기도 한다면, 과거의 사진은 있는 그대로를 시사할 때가 많았다. 풍경화니까. 그냥 풍경화려나.
자료에 손상이 가지 않게, 사진 뒷면에 위치만 점으로 찍어두자. 료샤, 이거 봐요. 나 잘 찾는다.
오늘의 상담은 여느 상담이 그랬듯이 유쾌하진 않았다. 죽음으로 몰고 간 장본인이 상담사로서 존재하는 원념이라니 누가 바라겠어, 누가 놀리는 것도 아니고. 그러나 원념은 욕 한 바가지와 잡히는 물건을 내던지는 등의 사고를 한 뒤엔 진정이 된 것도 같았다. 들어주는 것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아니, 옛날엔 꽤 익숙도 했다.
그러니 오늘도 난 다시 옛날의 나를 찾기 위한 일종의 수련을 하고 있는 것일까. 몰아붙이지 말고, 이야기를 꺼내고. 질문은 여전히 서툴지만, 부드럽게 표현하는 데에 조금 익숙해 지자.
오늘은 어떤 하루였느냐고 한다면, 그래도 아는 사람 얼굴을 봐서 좋았다. 응. 선물도 받아서 좋았다. 선물도 줘서 좋았다.
- 초보 상담사 이야기.
1. 상담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라포 형성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이미 라포를 형성하기엔 내담자와 너무 먼 거리에 있지 않을까. 처음에 이 선택지가 최선이라고 여기면서도 나는 자조할 수밖에 없었다. 내 내담자들은 나에 의해 전부 죽어버린 사람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 문을 열면, 눈물에 절고 피가 튀기는 원망들이 흘러 넘친다. 무조건 잘못했다고 비는 것과, 하나 하나를 설득해서 원념이 더 이상 원념이 아니게 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임을 나는 알고 있다.
2. 진행한 지도 제법 됐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여전히 내가 서툴다고 느끼고 있다. 들어주는 것과, 조용한 끄덕임과, 그리고 보고 싶은 기억과 앞으로 바라던 미래를 보여주는 것. 어떤 이들은, 앞의 둘은 그렇다 쳐도 뒤에 둘은 다른 상담사들은 못 하지 않느냐고 할 것이다. 사실, 이런 방법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최후의 방법을 쓴 거라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당신이 요리를 한다고 치면, 뒤의 두 개는 어떤 요리에 들어가도 맛을 미친 듯이 향상시키는 마법의 향신료와도 같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설령 요리를 망치더라도. 아직도 나는 갈 길이 멀다.
3. 사람들이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시간이 늘고 있다. 대면한 상태에선 그래도 어렴풋이 짐작이 가능한, 그러나 과연 내가 해도 괜찮을까, 나는 가해자인데, 싶은 것들이 종종 머릿속에 떠오른다. 내담자들이 어느 정도, 아니 거의 이야기를 다 털어내고 난 이후라거나, 아니면 아예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 할 때 말을 꺼내는 편이다. 그마저도 아직 익숙하질 않아서, 묵묵히 시선만 교환할 때도 많다. 덧 없는 ‘힘드셨겠어요.’ 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관계이기도 하고.
4. 요전에는 자신의 가족이 나로 인해 자신을 잃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똑똑히 보라는 말을 들었다. 상황 하나 하나를 직면하는 데엔 문제는 없었으나, 모순적이게도 그 문제 없음과 제법 무뎌진 나는, 상황 자체보다는 그 문제 없다 여기는 나 자신의 무뎌짐에 슬퍼해야 했다. 나는 현금이나 현찰을 만들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의 옆집 이웃인 행세를 하며 먹을 것과 마실 것, 그리고 옷과 생필품을 보조할 수는 있었다. 그 사람들의 사정을 몇 개월간 지켜보다가 이번엔 다른 이웃으로 가장하여 새로운 직장에 대한 의욕을 상승시키는 일도 해 보았다. 사실 이게 제일 힘들긴 했다. 누군가를 취직시키는 건, 의욕과는 별개였기 때문이다.
5. 그 사람은 내 첫 번째 내담자였다. 그만큼 나도 서툴렀고, 달랠 방법을 고안한 게 최선이 생각보다 많은 개입인 것도 같았다. 하지만 초능력을 잃고 사회에 복귀한 격리 개체였던 이들에게도 후원하는 것과 같이 하면 사실 부담스러울 것은 없었기에, 지금까지도 하고 있다.
6. 가장 인상 깊은 내담자라면, 내가 부숴지는 광경을 보고 더 이상 입을 열지도 말을 얹지도 않게 된 조용한 원념. 그 사람은 나를 보고 차마 할 말을 꺼내질 못 하고 있었다. 나는 꺼내도 괜찮다고 했고, 그는 내가 다시 무너질까 봐 겁이 난다고 했다. 나는 이제 무너지지 않는다고 했더니, 그는 그가 날 상처줄 것 같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당신도 내가 상처를 줬으니 그 상처를 부디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어떻게 보면 바보스럽게도 직설적인 말을 건넸고, 그제서야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 사람은 날 원망하는 부분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 뒤 자신의 아는 사람의 고양이로라도 태어나야겠다며 농담을 건넸다.
7. 다른 사람을 꼽자면, 아주 최근에, 내 가족의 집에서 기어이 총을 쏜 회사 소속 사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보다도 더 무너진 것도 같았다. 심하게 무너진 사람에게, 인간의 형체조차 잃어버릴 것만 같은 사람에게, 이 모든 일을 일으킨 궁극적인 사람은 나이니 그만 입을 열어도 괜찮다고 이야기했다. 남탓을 하기엔 나는 이제 너무 많을 걸 저질렀고 그것은 사실이기에. 두서 없는 이야기가 쏟아지는 걸 나는 말없이 들었고, 긍정하고, 그 사람이 스스로를 괴롭혀 온 것의 화살을 나에게 돌리기도 했다.
8. …조금 잘못된 방법인 점은 나도 안다. 미래의 나는 조금 덜 멍청하겠지. 그 사람은 형체를 되찾은 다음에, 나에게, 왜 멀쩡하게 있느냐고, 왜 자신처럼 무너지지 않느냐고 했다. 빈정거리고 싶은 걸 보면 나도 아직은 멀었구나 싶었다. 그에게 나는, 수없이 무너졌다가 속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형태를 다시 되찾아서 지금에 이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도 나도 알고 있었다, 이것은 누구를 탓하기 위한 말싸움이 아니라는 점을. 그는 침묵을 지키다가 내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오랜만에 좀 많이 떠들었다. 그리고 나와 그는 잠깐 에트와일러 가에 갔다가, 그의 기억 속의 장소에 들렀다가, 사진을 찍고, 헤어졌다.
9. 오늘도 상담 일정은 있다. 아마도, 정원사일 것이다. 혹은 우리 집의 경호원이거나. 나는 오늘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 그리고 좀 더 많이 말할 것이고. 하지만 당신이 아는 나는 많이 괜찮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당신의 남은 하루를 잘 보내길 바라.
- 부채감.
1. 때때로, 나는 상담을 함에 있어서 벽이 있음을 알았다. 라포 형성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었다. 어쩌면 같을 수도 있으나, 그러니까, 몇몇 부분에서 감정적으로 공감이 잘 되질 않는다는 점이었다. 죽음에 대한 부분을 제외하고서도, 그 부분은 나 스스로 날을 닳고 닳게 만든 것이니 순간의 아림만이 존재할 뿐이었고, 예를 들자면 가족 간의 무언가를 이야기할 때에 대한 것이라거나.
2. 상담을 시작한 계기는 속죄였는데도 불구하고, 내담자들이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을 들을 때엔 그걸 잃어버린 슬픔에 대한 것보단 왠지 모를 부러움에서 기인하는 안타까움이 큰 것이 걱정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게 맞을까 싶으면서도. 그러니까, 이야기를 듣다가도 내담자가 나 때문에 결국 영영 가족들을 볼 수 없게 되었다며 화를 낼 때면 기묘한 부채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기계적인 죄송하다는 말에 슬슬 나 스스로도 환멸이 날 지경이었다.
3. 내가 그들의 감정을 아예 못 느낀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나를 조각낼 초기에는 절절한 슬픔과 원망 속의 그것들을 알고는 있었다. 머리로 이해했을 뿐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 감정을 느끼려면 한 번씩, 매체에서 자주 나오는, 먼지 쌓인 오르골을 꺼내는 것처럼 그 기억을 꺼냈다가 다시 닫는 것도 같았다. 그 마저도 내담자가 바로 그 때의 원념처럼 날 습격하는 지경이 되어서야 가능한 일이었다.
4. 사랑이라는 감정을 물은 것은 그러니까,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순전한 호기심은 어느 정도는 섞여 있을 수 있었으나 지식욕과 답답함의 해소를 원하는 욕구가 기회를 잡았다며 툭툭 질문을 던지게끔. 이렇게 유리된 인격체마냥 이야기해도, 실상 그냥 내가 원했기에 물어본 것이었다. 나는 목이 말랐다.
5. 5월의 언젠가를 나는 기억한다. 내 부모를 나는 기억했고, 내 부모가 영혼이 타올랐다는 것도 기억한다. 그들이 다른 생애를 살지 어떻게 될 지는 모르는 일이었으나, 만약에 살게 된다면 그들의 행복을 바래야 했다. 나 같은 이들이 생기게 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복수의 쾌락은 이미 세월이 지나면서 죽이지 않아도 녹슨 바, 내게 남은 건 이제 잊는 것일 줄 알았는데, 애초에 어릴 때부터 구멍을 내 놓은 사람들에게 화를 돌리고 싶어졌다.
6. …돌려서 무얼 하지. 이미 눈 앞에 없는 사람들인 걸. 순간의 짜증은 결국 판단력을 흐리게 할 뿐일 테니까.
7. 그래도, 나아지고는 있다고 생각한다. 친구를 보며 우는 것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이 없게, 그러니까… 울음을 참기도 했고.
8. 카톡방에 애착이 좀 많아진 것도 같다. 응, 애착인가, 그러면 애정이려나.
9. …그리고 아이작은 어떻게 내가 편집 방식을 바꾸는 대로 찾아오는 건지는 몰라도 그 며칠 중에 한 번은 찾아온다. 애착 가지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난 분명히 다른 나라 다른 대륙까지도 갔는데.
- 완화.
1. 하루로 정한 휴식을 이틀로 늘린 것은 내가 아직 의무감 외에 다른 어떤 연료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닥터의 질문이 있기 전 까지만 해도, 그 의무감을 의욕으로 착각했을 지도 모르겠다.
2. 솔직히, 의욕이라 함은 곧 자극이 필요한 것이고, 그것이 내 개인적인 욕심에서 나오는 것일 텐데, 아니면 일종의 보상이라던가. 내 개인적인 욕망을 지금은 간단히, 예를 들어 식욕 같은 것은 이루고 있고 충족하고 있지만, 속죄하는 입장에서는 사실 엄두가 나질 않는다. 아니 실상은 내가 가진 욕망이 어떤 건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
3. 욕망에 대한 학술 자료중에 대표적인 것이 있고 나는 그것을 봤다. 이렇게 ‘배우는’ 것이 과연 옳은가부터 미심쩍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더는 쓰고 싶지 않으나 당장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나는 지금 뭘 원하는 걸까.
4. 내가 바라는 것이 있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답답하다는 물매를 맞을 것이다. 그래도, 그래도, 생각해 보자면, 생각.
5. 요전의 내담자를 기억한다. 내담자들 중 누군가들은 날 노려보다가 사라졌고, 누군가는 나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사라졌다. 무엇이 되었던 간에, 그것이 쓴 알약이던 달콤한 사탕이던간에, 난 그들에게 좀 더 듣고 싶은 말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잘 하고 있는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내가 대하는 사람이니까.
6. 거리를 두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예 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것, 예를 들어 나는 하루에 어느 정도의 시간은 내 공간도 꿈 공간도 아닌 다른 나라의 낯선 길거리에서 이방인 나그네가 되곤 한다.
7. 또는, 이번의 휴일처럼, 아예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의식의 바다에 잠겨 있다가… 내가 바다를 침대처럼 쓸 줄은 몰랐지만, 그렇게 잠들어 있다가 일어나서 추천받은 영화만 주구장창 보거나. 생각해보면 외려 여기서 조금 문제가 발생한 것도 같다. 심리 치료에는 여러 방법이 있고 그 중엔 영화를 이용한 것도 있다는 걸 알게 된 게 화근이었나 보다. 나도 모르는 새에 내 생각은 종이에 내 필기체로 이리저리 쌓여 있었고, 읽어본 심정은 솔직히 영화를 즐겼다기보단 필요에 의해서 본 느낌이 꽤 들었다. 다음엔 블록버스터 영화도 좀 고려해 봐야 겠다. 코미디 영화라던가.
8. 나 자신에게 아직도 확신을 제대로 못 느끼는 게 참 슬프게 다가오면서도, 상담 피드백을 받는 초보 상담사가 있는 걸 알았으니까. 상담 날짜 중에 마지막의 마지막은 피드백을 받을까 한다. 사진을 찍으면서, 대화할 거리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9. 그리고 힘에 부치는 또 언젠가는 휴식을 취하고, 시간과 시간 사이에는 짧게 즐거운 동영상을 보자. 또는 무의식의 바다에 몸을 맡기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리프레쉬를 즐기자. 내가 건강해야 나에게 주어진 속죄를 내 온 힘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 욕망.
1. 무의식의 바다는 검은색 그대로이다. 모든 감정을 색깔로 표현하고 모든 욕망을 글씨로 표현한다면 새하얀 도화지도 새카맣게 되겠지. 바꾸고자 하지는 않는다. 어두운 밤하늘이 액체가 된 것 같기도 하고. 발을 적시고 천천히 들어가기 시작하면 여전히 서늘한 감촉과 원망이 줄을 잇지만, 좀 더 깊은 곳으로 가면 본연의 조용한 곳이 나온다. 잊힌 기억들과 억눌린 감정들이 조용히 눌어붙고, 잘린 꿈과 마모된 기억들이 웅크린 곳.
2. 밤을 좋아하는 이유가 뭐였을까, 아마도 내가 본가에서 탈출한 것을 제일 체감했던 시간이라서 그럴까. 안락함 속의 압박보다는 추위 속의 자유로움을 그 때의 나는 좋아했다. 지금도 안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상담하는 이들에게는 안락함도 자유도 모두 주고 싶으니까.
3. 가라앉는 것은 익숙했다. 끌려간 적도 있었고, 내 스스로 선택해서 깊이 잠긴 적도 있었다. 실상 그 때는 나 스스로를 마저 조각 내러 간 것도 있었으나, 마음이 편하기는 했을 수도 있을까. 내가 그 때 들이마신 것이 죄책감과 책임감과, 그리고. 어쩌면 원망을 들이마시고 그것이 다른 무엇으로 변했을 수도 있겠다.
4. 예전의 나는 조각났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저 물 속에 얼음 파편이 섞인 것처럼 상처를 입다가도 회복되곤 한다. 사실, 아직도 생각하는 것이지만, 내가 죽음에 익숙해진 것이 옳은 것인지 아직도 의문이 들기는 한다. 수 천 번의 죽음과 수 천 명의 원망을 어떻게 해결하는 게 나았을까. 감정적으로 도리어 받아들이기 쉽지 않게 된 상황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상담하는 입장에서는 사실 나쁘다고 생각한다.
5.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필히 다른 이들을 더 죽였겠지. 다른 이들의 생명을 소모하면서까지.
6. 옛날 일이다. 이 이상 나 스스로를 괴롭히다간 또 키위새 인형들이 쪼아 댈 것이다.
7. 그래, 더 옛날 일이다. 어쩌다가 내가 살고자 했었더라. 분명히 가출한 이후엔 살고자 하는 그런 것도 없었는데. 그러니까…
8. 아이작이 그랬구나.
9. 좀 더 휩쓸려 보자. 나는 무엇을 원하고 있지?
10. 어린 시절이다. 나는 내 부모에게 언제나 인정받길 원했다. 따뜻한 손길을 원했고. 그리고 기대는 무참히 부서졌다. 아마 내 안에서 기대라는 것이 한껏 위축되었겠지. 그러나 이건 어느 순간에 커졌을까. 아이작네 집에서 지낸 이후부터 온기를 너무 당연시 여겼을까? 나는 분명히 연례행사로 뛰쳐나갔었는데.
11. 이후의 나는 톡방을 하고 있다. 나는 톡방에 소속감을 느끼고 있는 건가. 생각해 보아도 그렇지, 이제 나에게 남은 것은 그것밖에 없다. 내 인간일 적의 언젠가를 기억하는 사람도 그 곳에서만 존재할 테니까.
12. 솔직히 감정을 아직도 억누르고 싶다. 과연 내가 가지는 게 옳은 감정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은 한편으로는 인간성의 자양분이 될 수도 있을까 싶어서. 이걸 키우고 키우다 보면 좋은 상담사가 될 거라고 생각해. 나는 그렇다고 생각해.
13.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기에 쉬러 온 것이었으니까. 모든 것을 잠깐 놓아두고. 놓아 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언뜻 언뜻 들었다. 다만 책임감은 그 때마다 심장이 된 양 요동쳤고, 난 이걸 놓았다간 과거의 무모한 나로도 돌아갈 수 없는 선택임을 알았다.
14. 그래도 휴식은 중요하지 않을까. 내가 정말로 부숴지면? 이건 내 마지막 합리화겠지. 모순은 오늘도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응, 나는 아직 인간이었다.
N. 이제 무엇을 할까. 그래, 영화를 보자.
- 2년 전의 이야기.
이 이야기를 할 때는, 그러니까… 3인칭으로 해도 괜찮을까. 그게 좀 더 이 이야기에 걸맞을 것 같아서 그래.
-
그가 한창 후속 조치를 취하던 때의 일이었다. 회사의 존재 가치를 상실하게 하고, 모든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을 초능력들과 기이함을, 그러니까 제 전임이 한 짓을 도로 돌려놓으며, 비인간적 대우를 받던 모든 이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생애를 주기 위해 한 명 한 명 만나던 때의 일. 이 때 그는 처음으로 테드 윈체스터의 모든 기억들을 보았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그 끝에는, 생애를 어떻게 하고 싶느냐는 질문과 기억들의 처분에 대한 선택지가 주어졌다. 그는 자비를 내린 것은 아니었다. 그저 회수되어야 할 것, 그 작자나 그 스스로나 전임자의 창조 욕구에 의해 어느 정도는 마모됨이 있을 테니 그것에 대한 동질감 조금이 전부일 것이다. 그 외엔 순전한 의무감일 터였다. 현임으로 존재하기 시작한 차원 관리자로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할 책임감일 것이었다.
그 작자는 결국 기억을 기꺼이 포기하였다. 또한 이해했다, 어떻게 그 기억을 다 떠안고 갈 수 있을까. 사실 그 작자에게 그는 거의 권고와도 같은 것이기도 했다. 이 기억을 그대로 들고 가면 나중에 또한 무슨 짓을 벌일 지 그는 알고 싶지 않았다. 장장 820년간의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의 인격을 지우며 쌓은 세월이었다. 인간성이라면 그저 생존 욕구와 권력욕과 오만함 외엔 닳아 없어진 것도 같았다. 그가 보기엔 그러하였고, 그가 실제로 겪은 그 작자는 인간적이게도 잔혹하여 비인간스러웠다. 지울 것을 조용히 권고하자마자, 아니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 작자는 자신의 기억을 포기했다. 이젠 다 지쳤다는 듯한, 그러면서도 그를 경멸하는 눈이었으나 패배한 이의 마지막 불씨와도 같은 눈빛이었다고 그는 생각했다.
이 일을 지금 다시 꺼내는 이유는 톡방에서 있었던 불멸자에 대한 이야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라고 그는 생각을 이었다. 분명 그가 지내던 메사추세츠 지부 안에는 잔인한 실험을 당하면서도 비정상적인 치유 능력 때문에 강제로 살아있는 것 같은 아이가 하나 있었다. 즉사에 가까운 피해를 입어도 살아나는 힘. 실험쥐와도 같은 취급. 그는 한때 아이를 보며 저의 죽음의 무게를 재려는 오만한 생각을 했었다. 아이의 고통을 재려는 죄악과도 같은 생각 또한.
그래서 그 아이를 다시 만나러 갔을 때엔, 죄악감이 목을 조이는 것 같았다. 그 스스로의 목을 뒤틀어버리고 싶었다고 그는 회고했다. 그러나 할 일은 엄연히 존재했고, 그 중에는 아이에게 지옥과도 같은 곳을 나가게 하는 것도 있었다.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아도 될 몸은 숨이 차는 것에 파르르 몸을 떨었다. 심장소리를 흉내 내던 것은 온 몸에 식은땀을 흐르게 만들고 열을 올리게 하였다. 손 끝이 차가웠다.
“안녕, 아이야.”
말을 거는 것은 또한 그의 전임자가 그에게 말을 거는 것과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인상을 쓸 수는 없었으나 만약 전임자가 살아있다면 웃었다 싶은 생각이 들어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꿈 속의 방문자를 보고 놀란 눈치였다. 꿈이나 꿈이 아닐 텐데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누구세요?”
“나는 그러니까, 음, 음. 꿈나그네야.”
그는 어색한 미소로 대답했다. 이걸로 납득할 리는 없었다. 아이도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 있었으나, 그럼 어떻게 하지, 그는 자신의 반려 나비 겸 악몽을 먹는 꿈나비 모르페우스와 함께 일련의 증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아이의 악몽 도중에 나타났으니까, 그 악몽 자체를 꿀로 바꾸어 따뜻한 꿀차를 대접한 것이었다.
“대단한 사람이다…!”
“아니야. 그냥 내가 하고자 할 말을 들어줄 수 있어?”
아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다만 꿀차를 빨리 마셨는지 조금 더 먹고 싶다는 눈치가 보인 것도 같았다. 그는 자신의 몫을 넘겨주었다.
“있지, 이제 곧 있으면, 정말 곧 있으면 아마 너는 회사를 나갈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얼마 안 있으면 너의 양부모를 자처하는 사람도 생길 지도 몰라. 확실한 건, 지금처럼 누가 의도적으로 널 아프게 할 일은 앞으로도 안 일어나게… 노력할게. 내가. 그러니까, 음…”
-
“…그래서, 나는 네가, 여기서 있었던 기억들을 가지고 나갈 것인지 아닌지가 궁금해져서 왔어.”
“저는 그러니까… 그 안 죽는 힘을 잃어버리는 건가요?”
“…미안해.”
“아니에요. 저도 이상한 사람들이 왜 저한테 이상한 짓을 했는지는 아니까… 전 괜찮아요.”
“…고마워.”
“저는, 사실, 그러니까, 기억하기 싫어요. 아픈 기억이잖아요. 무서워요. 악몽에도 나오니까. 하지만 기억을 지우면 꿈나그네는 어떻게 되는 거에요?”
“나도 기억 못 할 거야.”
“그래도 나가게 해준 사람은 기억하고 싶은데.”
“으음, 그러면.”
잠깐의 침묵이 있었다. 아이는 조르는 눈을 하고 있었고, 그는 당연하게도 곤란함을 어떻게 해서든지 내비치고 싶지 않았겠으나 눈을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다. 아이의 시선이 느껴지지 않자 그는 곧 약간의 당황을 느꼈다. 내가 아이 하나의 부탁도 못 들어주는 사람일까.
“그러면, 그러니까, 500453이라는 숫자를 기억해줄래?”
“그게 어떤 숫자인데요?”
“나랑 엄청 연관 많은 숫자야. 이거라도 기억해 줄 수 있어?”
“결국 꿈나그네는 잊어버리는 거잖아요!”
“미안해.”
-
한참의 실랑이와 아이 달래기 끝에, 결국 이 대화 내용의 일부와 그 숫자는 남기게 해 달라는 조름을 허용하는 그였다. 아이는 이 회사에 격리 개체로 존재하기 이전의 어느 날처럼 신이 난 표정으로 500453을 외우고 있었다.
“이제 갈 시간이야.”
“전 이제 안 아파도 되는 거죠, 그렇죠?”
“응.”
그러니 잘 자. 그는 차마 쓰다듬지 못 하고, 손을 흔들 뿐이었다. 아이는 꿍얼대면서 기억하게 해 달라고 하는 듯 했으나 손을 흔드는 것에는 결국 마주 인사를 해 주었다. 오늘 아이에게는 무엇보다도 행복한 꿈을 꾸게 해 줄까, 그는 고민하다가, 아이가 여기 오기 전의 일들을 재생시켰다.
-
아이는 현재 마땅히 사랑받으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따뜻한 햇볕과 부모의 애정과 친구들과의 우애를 나누면서, 학교에서의 느지막한 일상과 놀이터에 가면 일어날 신나는 일들을 상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틈새에 아직도 500453이 있었다. 가끔 보러 갈 때마다, 그는 그저 볼이 홧홧해질 뿐이었다. 그래, 아이가 잘 지내면 되었다. 그 곳에 있던 모든 이들이 잘 지내면 되는 것이었다.
가명을 쓴 사진작가는 어느 날 가족 사진 의뢰를 받고 아이와 가족들을 찍어 주러 갔다.
- 짧고 싶은 생각.
1. 울었다. 울었다. 울었다.
2. 나는 그 어떤 선택을 강제할 당위성도 없었다. 악으로 빠지는 구렁텅이라면 예외겠지만, 행복을 찾기 위해서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3. 사실, 만약에, 내가 죽어갈 때에, 회사에 실험체로 존재하지 않을 적에, 존재하게 되기 직전에의 나라면, 손을 잡았을 것 같아서 더 무엇도 말 할 수 없었다. 감히 내가.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기어코 누군가의 선택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아직 나는 위로조차 하지 못했다.
5. 나는 내 차원의 관리자임을 잘 안다. 내 소임 자체가 내 차원의 안위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일은 내 차원 안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6.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
7. 이제 울음은 치울 때이다. 내가 최선을 다 하였는가?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하지 말고, 톡방의 일원으로서의 최선을 꾸준히 하는 게 좋겠지.
8. 언제나 그러하였듯이, 들어주고, 주고 싶은 것을 주고.
9. 그리고 항상 반성하고.
- 친구여.
- 1. 아이작 옐링턴, 나는 너와 대면한 걸 후회한다. 왜냐하면 나는 대관을 매우 넉넉하게 하는 사진작가였는데, 너 때문에 나는 내년의 이번달까지의 것을 전부 계획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으니까. 나도 알고 있다, 이 모든 건 그냥 내 부탁을 들어준 것에 대한, 내가 해 줄 수 있는 답례라는 것을. 그리고 그 고양이들의 생애가 걸려있었다는 것을. 그저 어리광이라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나도 가끔은 투정을 부리고 싶다.
2. 솔직히, 너와 대면했을 때, 눈을 마주하지 못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그저 큐레이터로 이 모습을 유지했으니까. 그러나 너가 바로 사진작가라고 이름을 올리는 것을 보면, 나도 어지간히 숨길 생각이 없었는가 보다. 이 거래에는 아마 내가 누구인지에 비밀을 지킬 것이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겠다.
3. …아무리 그래도 당일에 바로 잡아버리는 건 좀 그렇지 않아?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이 녀석이 거의 모든 전시회장을 나한테 하나씩 들이밀었다. 얼떨결에 좋다고 한 것들이 몇 개나 있는지 세어 보고 싶은데, 세고 싶지 않다.
4. 이 자식 왜 주제 추천을 하고 있지.
5. 그러고 보니, 요 전에 루나시씨의 차원에 잠깐 다녀왔다. 그러고 보니라고 하기에는 꽤 강렬한 경험을 했지, 예를 들어 불새라던가. 사실대로 말하자면, 11년의 공백 후의 친구를 본 것 자체라던가, 아니면 친구가 사는 세상, 그러니까 그 무한한 어둠으로 덮인 이면 말고 다른 사람들도 사는 세상은 처음 보는 것이었으니까, 그것도 꽤.
6. 그리고 그 친구가 무슨 일을 벌일 지 확신을 얻었던 여러 순간들이라거나. 처음에는 아니길 바랬었다. 그러나 친구가 불에서부터 태어난 걸 다시 자각했을 때, 신뢰하는 것 외엔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둠을 살라먹을 것 같았으니까.
7. …솔직히 말하자면, 불안했다. 아직도 불안하다. 어서 오길 바랬고, 바란다. 무사하길 기원하는 것은 이런 거구나. 이 쯤에서 읽는 여러분들은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 것 같다. 아니, 몰라도 괜찮다. 나는 여러 사람들을 불안하게 했기 때문에, 또한 돌려받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8. 내가 찍은 사진들이 주인을 잃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지금은 무얼 하고 있느냐면, 막 꿈 공간에서 나오는 중이었다. 오늘 그 물을 떠 와야 했으니까. 모든 무의식들이 집합된, 그러나 그 안에는 내 나비의 날개가루 조금과 꿀 조금과, 그리고 온전한 나의 힘.
9. 이 사람을 얼마 보지는 않았다. 어린 아이니까 신경이 쓰인 것일 수도 있을까. 그러나 나는 그에게 내 차원을 빌려주었고, 결과의 일부는 내 책임으로 생각해야겠지. 다른 방도를 이 시점까지도 생각 못 한 나는 굉장히 편협하구나.
10. 그를 아예 관리자로 만들어 버리는 걸 고려하긴 했으나 10초에 지나지 않았다. 그건 안 돼. 안 돼, 절대로.
11. …다른 차원의 나는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 때 내 육체로 돌아올 패널티들을 어느 정도까지 타인에게 전가시켜 죽이기도 했다. 그에게 추천해 준 방법중에 하나였다. 내가 알려 준 기능들은 전부 현실에서 힘을 발휘하고, 때문에 몸에 부담이 반드시 올 것이였으니까.
12. 그러나 거절당했다. 나는 이 꼬마가 부디 살아남길 바란다. 돌아온다면 무거운 짐을 하나씩 하나씩 내려줘야겠다. 온전한 고통을 짊어진다 했으니까, 그 힘을 준 나에겐 그걸 내려 줄 의무가 있다.
13. …내가 관리자라는 점이 가끔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저주스러운 내 능력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랬던 건 처음이기도 하네.
14. 아이작 그만 보내. 아니 이건 좀 괜찮다. 고맙다고 해 줬다.
N. 나는 오늘 프라이폴레의 면모를 확인한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 직면에 대한 이야기.
- 1. 빌려준 차원을 누군가에게 다시금 빌려주게 되었다. 톡방의, 어떤 사람. 어떤 마법사라고 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2. 그 사람과 처음 봤을 때부터 제법 심한 마찰을 일으켜서 나는 감정이 켜켜이 쌓일 줄 알았는데, 지나고 보니 살갑게 대하고 싶지 않다 정도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좋은 걸까.
2-1. 차원을 비집고 들어올 강한 마법사인 건 알겠다만, 흔적이…
2-2. …빈 차원은 어떻게 꾸며볼까.
3. 최근에도 어떤 사람과 마찰을 빚었다. 누군가의 말에 완전히 맥이 풀려서 잠깐 다른 걸 하기로 작정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기껏 빌어 준 부모에 대한 행복이 다시 무너질 것 같았다.
3-1. …난 키위새들이 생각보다 동화를 좋아할 줄 몰랐다. 어떤 책을 읽어줄까, 하니까 책상에서 하나같이 푹신하고 내려와서는, 응. 결국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어줬다.
4. 아무튼, 몇 시간 후에 다시 그 사람을 보니까, 잠깐 뭔가가 치밀려고 하다가 마는 듯도 하였다.
5. 그리고 나는 내 죄를 고백했지.
6. …생각해보니 내가 스스로 한 일에 대해 말하는 것이 제법 간만이지 않나? 요 근래에 들어 빈도수가 늘어난 것도 같지만.
7.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이따금 내 행적을 꺼낼 때와, 일전에 소란을 일으킨 이를 볼 때. 비교해보고, 나는 무엇을 느끼고 있으며, 뭐 그런 것들.
8. 결국 직면으로 결부되는 것이었다. 요 근래 느슨해져 있던 것도 같았다. 상담을 설렁설렁 하던 것은 아니었는데.
9. 산책을 나갔다. 꿈으로, 묘비가 많은 그 곳으로. 아직 사진이 걸리지 않은 묘비는 많았고, 내 묘비는 돌연 부숴져 있었다. 누군가가 부쉈다기보단 내 무의식이 부숴져 있길 바란 듯도 하였다. 돌아가면 키위새들이 부리질을 할까.
10. 고친 묘비에 적을 말을 생각하자.
“내가 느슨해 질 때면…”
- Dave E.- 타나토스 Thanatos.
- 이 이야기는 제법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현 관리자인 그의 나이에서부터 10년은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그는 현재로서는 그의 부모를 아주 용서하지는 않았으나, 털어내는 데에는 성공했고, 때문에 이 이야기는 꿈에서나마 얼핏, 마치 오랜만에 본 오르골 상자를 열었다가 닫듯이 잠깐 마주하는 데에 그쳤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오늘은 아니었는지, 휘감긴 필름의 자락을 그는 천천히 되짚었다. 아니, 역설적으로 그는 쉬기 위해 통제권을 스스로 놓아버린 곳에서 기어이 그 권한을 다시 가져온 것이었으니, 비탄의 한 곡 하나를 다 듣겠다는 결심일까. 그는 필름의 시작 부분에 조용히 배우가 되었다.
-
작고 어린 아이는 11살 정도가 되어 있었다. 모든 시간이 잠시동안 멈춰 있었을 수도 있었고, 그의 안에서 아주 오랜 시간동안 얼어붙은 시간일 수도 있겠다. 11살의 언젠가에 그는 꽤나 일찍, 지하실에서 부모님이 풀라고 지시한 모든 문제를 다 풀고 나왔고, 식사 시간이 아니기에 집 안을 조심스럽게 돌아다녔다.
큰 소리가 난 것 같아 그는 경호원들의 제지를 따돌리고 그 곳으로 향했다. 그 곳에 있던 게 뭐였지, 친구한테 돈을 흩뿌리던 자신의 부모님이었나? 그 때의 작은 아이는 손이 떨리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얼어붙은 아이는 그대로 도망쳤다. 부모님의 시선은 따뜻했었나? 울지 말라는 말에 울지 못하게 된 아이는 그렁한 눈물을 버릇처럼 숨겼다. 목이 아팠다. 메는 것 같았다. 울음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 이후로 아이는 천천히 부모에 대한 의심을 키우고, 분노하다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음에 좌절하고, 체념해서, 돌연 부모가 전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지경에 올랐다. 이 때가 열 여섯이었다. 그 동안 점점 표정이 없어진 아이는 건성으로 대답하는 족족 험한 말을 들어야 했지만 무슨 소용일까, 이미 기대조차 하지 않는데.
사랑이라는 탈을 쓴 잘 벼려진 유리 파편은 아이의 내면을 깡그리 죽여놓았다. 그건 유리 파편이 아니라 얼음 조각일지도 모르겠다고 어린 아이 속의 스물 여덟살은 생각했다. 처음부터 따뜻함 없는 자들이었다.
죽은 마음은 죽음을 향해 달렸다. 정확히는 생애에 큰 뜻을 두지 못하게 하였다. 성적이 오락가락 해진 것도, 그의 꿈 능력이 개화함과 동시에 커다란 리스크를 몸에 떠안는 짓을 한 것도 그냥,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 것 같아서였다. 1년, 방학 기간에만 그러할 줄 알았음에도 결국 학기중에도 입원을 했어야 했던 그 1년은 행복했나? 청년은 대답을 알았다. 자신이 병원에 있어도 얼굴을 비추는 일이 드문 사람들이었다. 이해하려 했으나 그 자들의 머릿속에 들어가길 망설인 마지막 이유는 뭐였지?
모든 것에서 좌절한 그는 왜 살아야 했나. 그렇게 열 여섯은 죽음을 희망했고 열 일곱이 되었더랬다. 절연당한 인연과 끊고 싶은 인연들밖에 없는 지옥에서 그는 메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
“…고양이를 보러 왔다고?”
푸른 눈의 청년은 노란 눈의 청년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노란 눈의 청년, 제 친구였던 이. 지금은 기억이 지워졌지만 무슨 요령이라도 붙었는지 항상 그의 전시회는 출석하던, 아이작 옐링턴. 너가 내 기대를 다시 채웠다.
그는 고양이용 간식거리를 들이밀었다. 여전히 말은 하지 않는 상태였다. 목이 메였나? 모르겠다, 그는 전시회에서 그를 볼 때마다 홧병이 날 지경이었으니까. 지금도 한숨을 쉬고 싶어지기도 하고. 그러나 입을 뗄 수는 없었, 다고 그는 생각했다.
“…귀엽다 고양이들.”
“원래 고양이들은 다 귀여워.”
“맞긴 해요.”
츄르가 다 동날 쯤에 그는 스물 한 살의 어느 날처럼 웃었을지도 모르겠다.
타나토스: 죽음을 지향하는 본능
+ 여담
1.
아이작: 그런데 츄르도 그렇고 간식은 왜 이렇게 많이?
아이작: 이봐요 사진작가, 내 재력이 뭐 우습진 않고?
데이브: ...내가 분양해 달라 한 애들인데 내가 챙기고자 했을 뿐이에요.
아이작: 아니 얼지 말고.
아이작: 팔이 후들거리게 몇 봉다리로 가져오면 까놓고 말해서 놀라잖아.
2.
아이작: 그래서 이거 얼마짜리요?
데이브: (어 잠깐 이거 내 공간에서 그냥 만든건데.)
데이브: (요새 간식 시세가... 얼마였더라...)
데이브: (문과-계산-띵킹)
아이작: ...많이 들었으면 많이 들었다고...
데이브: 많이 들었어요.
3.
아이작: 사진기도 가져왔네. 찍으려고?
데이브: (고개 끄덕임)
아이작: ...그 앨범으로 내는 거면 한 권 예약이 되나?
데이브: 애초에 반려동물 전문 쪽은 주인 쪽한테 앨범 만들어줄 목적인데 말이죠.
아이작: (승리의 포즈!)
데이브: (한숨!)
- 인상 깊은 상담 기록.
거울을 봤어. 항상 그늘진 건 똑같지만, 그리고 항상 어두움이 아른거리는 건 똑같지만, 유달리도 무언가를 생각할 때면 그냥 혼탁해지는 것 같아서. 이건 죽음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옛날 이야기같아서.
인상 깊은 상담 기록들은 수도 없이 많아. 오히려 인상에서 지워질 정도로, 매번 매번 충격적이고 새로워. 나한테 그 충격은 그들이 나 때문에 죽었다는 것에 대한 것도 있지만, 그들에게 사랑하는 이가 있고 이야기할 때마다 내가 느끼는 것, 그거 때문이야.
그 사람들에게 나는, 최후의 최후까지 기만하는 악당일 거야. 죽인 걸로도 모자라서, 완전히 살려내지도 못할 망정 이렇게 붙잡아 두고 있는걸. 이건 내 욕심이 맞지, 당신들을 기억하고자 하는 욕심이기도 해. 그럼에도, 가끔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떻게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들고는 해. 그게 들어야 하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어.
부채감은 나아졌어. 감사 인사 중에, 피드백 중에, 공감을 잘 못하더라도 최대한 노력하려고 하는 게 보여서 그걸로도 고맙다고, 그걸로 위안도 삼았어. 그래도 여전히 부족한 건 맞아. 이건 부채감이라기보단, 나 스스로한테 냉정해진 거야.
…음, 그래도 요새는, 그게. 사랑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면 여러가지로, 혼란스러움 보다는 그래도 정서적으로 공감이 잘 되는 것 같지만.
몇몇 부분은 이빨이 빠진 접시처럼 여전히 흘러내리고 그런 것 같아. 새는 모래 같가도 해. 그래도 노력하고 있어. 노력한 만큼의 휴식도 주고 있고. 악역이 이렇게 행동해서 미안하다는 생각밖에는 안 들지만.
짓눌리지 않으려고 하는 거야. 행복을 위해서. 당신들의 행복을 위해서, 내 자유와 행복을 위해서. 점진적으로. 내 작은 과욕을 인정하지 않으면 난 다시 어떻게 될 지도 모르니까.
그러니까 이걸 왜, 쓰고 있으냐 하면, 어쩌다가 톡방에, 나랑 어느 사람이 동시에 겹쳐보이는 사람이 보이느냐는 점이야. 그 사람은… 날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영원히 죽이려고 했고, 흥미를 위해 내가 나 스스로를 죽이도록 만든 사람이니까 그렇지.
목이 조금 아프니까 물은 마시고 있지만.
조금 더 상담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가족들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면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 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 그 사람들은 굉장히 슬퍼하고 있고, 나도 복수심을 삭혀놓은 지 오래였으니까. 행복하다고 할 때면 일어날 수 없는 미래를 상상하고 그럴 만하다고 생각하곤 해.
친구는, 응, 울었어. 친구 이야기를 꺼내면 목이 먹먹해져서 상담이 끝나면 눈물이 맺히고는 했어. 순식간에 뭔가를 잃어버리는 것 같아서.
연인은… 아직 잘 모르겠어. 그래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죽음의 강 너머에 온 감정이니까, 깊이까지는 알 것 같지만. 조금 무서워도 어떻게든 듣고, 기억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길을 같이 걸으면서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오늘도 그렇게 하루는 지나갔지만.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속을 채우려고 시도를 하고 있다는 거야. 나는 그러고 있어.
- 사랑의 이해.
- 사랑의 이해. 와 공포
푸른 장미를 보았다. 푸른 불꽃에 감싸인 장미는 유난히도 반짝였다. 그것이 보석임을 안다, 새처럼 날아갈 것 같아 나는 그것을 새장에 넣어두었다.
어디의 새장이냐는 물음을 한다면 나는 내 꿈 속의 어딘가라고 답하겠다. 커다란 키위새 인형을 지나쳐 거꾸로 하늘에 매달린, 똑바로 선 검은 수국 사이에 듬성듬성 핀 하얀 국화가 고개를 빼들고 바라보는, 하늘에 핀 분홍빛의 카네이션과 물망초가 맴도는 곳.
그곳에 파란 태양을 두었다. 장미 성운을 두었다. 반짝임을 두었다. 커다란 이유는 없었다, 책상이라는 가까운 곳에 두기에는 금방 부서질 것 같았으니까. 책상은 일터였고 작은 인형들의 놀이터이기도 하였으니까. 꽤 복잡한 곳이었다.
톡방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 중에는 연이 얽히고 얽혀서는. 사람들의 관계는 언어만으로도 이어지곤 했다. 활자 하나에 담긴 감정의 무게는 얼마일까, 가늠할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 예전부터, 무게 가늠은 시도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감정은 예전부터 무겁고 가벼움으로 다가오곤 하였다. 거대한 짓눌림을 경험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으나. 그러니 이번에는 각도를 틀어보기로 하였다. 애정하는 자들에 대한 자료는 내 내담자들에 대한 자료도 더러 있었고, 내 차원에 존재하는 수많은 이들에 대한 자료도 더러 있었다. 난 내 차원의 사람들을 조금조금 관찰해 보기로 하였다.
조금 고민을 해 보았다. 무겁고 가벼움 외에도 분별할 방법은 많았다. 긍정적, 부정적. 복합적인 것도 있겠지. 메모를 하고 있다. 음, 그리고 조금 생각. 내가 일생에 제일 싫어하는 이 하나를 떠올려 보자. 그 사람을 어떻게 서술할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굉장히 단순하게, 풍화된 일말의 부정적인 것이 불씨 하나처럼 나뒹구는 것 같았다. 이렇게 묶는 것 자체가 그렇게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론적으로 접근하기에는 무수하고도 스스로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이 너무 많을 텐데.
자료를 분석하는 데에 가장 눈으로 드러나는 것은 행동과 표정이었다. 언어도 그렇고. 그러나 언어만으로는 꽤 다르지 않을까. 톤과 행동과, 그 모든 것을 생각하자면 말이다. 언어로서 맺어진 사람들을 분석하는 게 어떨까, 생각하는 지금의 나는 옳은가? …생각하자면, 옛날부터 눈팅이라는 명목의 관찰은 제법 하고 있었지.
아직 2년차 밖에 되지 않은 관리자로서는, 생각하는 것은, 가끔 다른 관리자들이 누군가를 집요하게 관찰하고 있다는 점을 보았다는 것이다. 관찰에 목마른 것이 행동 근원이고 본질인 걸까 하는 공허한 상념이 굴러다녔다. 나로서는 창조와 관리가 그 본질이라고 생각했으나, 관리의 일환인 관찰이 과도하면 안 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
음, 여기까지 적으면 첫번째로, 여전히 우유부단하구나. 그래서 결론을 무엇으로 낼 것이냐면, 두번째로, 여전히 관찰할 것이다. 그리하야 내가 관찰할 대상이 정해져 있느냐, 세번째로, 될 수 있는 한 많이. 데이터는 부족하다. 나는 채워 넣어야 했다. 또한, 이렇게 하면 집요하게 굴러가지는 않겠거니 하는 스스로의 생각이었고.
…톡방에 있는 사람들을 분석하고 싶기는 한데, 사실, 몇몇은 도저히 감이 잡히질 않는다. 시도도 못 하고 있다고 할까. 예를 들어서 강아지를 자처하는 사람이라거나.
그리고 이해하고자 하면 할수록 나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것도 같은, 그 사람을 몰아세워야 지만 나 스스로가 정당성을 갖는 듯한 사람도 있었다. 이건 안 된다. 다정함이 잘 씌워지길 바라며.
나는 불꽃을 저 멀리 새장에 두었다. 내 책상은 나무이고, 나는 종이더미를 모으는 사람이었다. 새카만 물에 빠질까 두려웠고, 인간 흉내를 내는 시체 같은 손에 닿는 것이 두려웠다.
- 솜뭉치 이야기.
1. 그러니까, 새벽에 졸은 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외적으로는 상당히 강행군이었던 일정이라고 할까. 이런 바쁜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는 무능한 관리자라서 미안함이 많이 생기기도 하지만. 좀 더 노력해 볼게, 나의 차원아.
2. 외적인 이유 중에 하나가 더 있는데, 책상에 돌연 베개 비슷한 걸 두게 되었다. 사연은 이렇다.
3. 원래 내 책상에는 돌아다니는 작은 키위새 인형들이 다섯 있는데, 매번 책상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더라. 언젠가 동영상 사이트에서 반려동물 영상을 보다가 푹신해 보이는 쿠션을 보고서는, 그러고 보니 고양이들한테도 저런 쿠션이 있지 참, 하고 아이작네 집에 잠깐 들러서 빼꼼히 보고 오기도 했다.
4. …뭐 그리고 내 공간으로 돌아와서 그냥 그 쿠션을 만들었다. 놓았고, 쪼그마한 애들은 거기에 폭 폭 누워서 자더랬다. 응, 여기까지는 좋았다.
5. 두게 된 계기 중에 가장 큰 건, 가끔 엎드려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그 쪼그마한 애들이 내 뒷목이나 어깨를 올라타서는 잠을 청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공간 하나를 마련해주면 그런 일이 없겠지 하는 생각도 있어서였다. 그래서 자고 있는 애들을 보자면 순조롭구나 싶었다.
6. 그래서 졸았던 때로 돌아오자면, 그때의 난 피곤했고, 내가 만든 쿠션은 생각보다 공간이 많이 남았다. 얘들아, 나 여기 공간 좀 빌려도 돼? 하고 물어본 뒤 그대로 부리질에 상관 없이 폭 하고 고개를 묻었다. 생각보다 푹신했던 것 같다.
7. 그리고 아직 고등학생도 안 된 나는 꿈 속에서 기어이 접속하게 된 것이다. 놀라울 따름이야…
8. …더 놀라운 건 깨어나 보니 키위새들은 다시 날 등반했다는 것이다. 얘들아. 얘들아?
9. 오늘은 심심해서 고양이로 변해서 한 번 낑겨 있었다. 응, 푹신했고, 기분이 좋았고, 애들의 부리질도 푹신했고, 기분이 좋았다. 더 낑겨 있…
10. 언제 졸았담.
- 돌겠네!
1. 진짜로!
-
전시회가 조용히 막을 내리던 시점이었다. 친구녀석은 다시 찾아와 이것저것 골라가기 시작했고, 나는 오프닝 때도 안 온 투자자를 보는 시늉을 했다. 시늉이라기보단 70퍼센트 이상은 진심이 맞긴 했다. 미묘하게 사나운 기세를 눈치라도 챈 모양인지 잠깐 눈이 마주치긴 했지만, 저 녀석이 오프닝에 온 적은 내가 전시회를 연 이래 단 한 번도 없기도 했으니. 그래도 적어도 저 녀석 때문에 스케줄이 빽빽해진 건데, 하는 것이다.
남은 생선모양 쿠키 하나는 내 것이 되었다. 나머지 세 개 정도는 오늘 온 사람들 몫이었다. 응, 확실히 달고 맛있었다. 이것도 저 녀석이 도와준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겠지만. 와삭와삭, 하고 먹는 도중에도 저물어가는 전시회의 액자들은 하나 둘 옮겨지고 있었다.
자, 이제 왜 이 친구 녀석이 나한테 온 것이냐는 건데.
“음, 그러니까 말이야.”
“굉장히 못 할 말 할 것처럼 구시네요.”
내 딴에는 고양이들의 안위라던가, 아니면 강제로 전시회 일정을 나도 모르게 더 잡아버렸다던가, 이게 아닌 이상에야 반감 같은 것이 들지는 않을 것이다. 별개로 거리는 여전히 유지해야 겠지만.
“…마케팅 팀에서 슬슬 기부 프로젝트를 하자 하던데.”
“그 얘기를 굳이 저한테 하는 이유가 있나요?”
“보통 사진을 많이 사용하니까.”
“안 합니다.”
여기서 더 엮일 생각은 없어, 아이작.
“아쉽게 됐네…”
“일정 짠 사람이 할 말인가요?”
“…그게 이미 프로젝트 명까지 나왔거든.”
“받아줄 이유는 없죠.”
“펄이라고. 상처받은 사람들도 아름답다는 취지로 하는 거라서.”
“흥미가 동했나 본데. 그냥, 안 해도 돼. 그… 음.”
“…앨범 만들어서 달라는 어느 열성팬이 보여요.”
헛기침 소리가 났다. 소재를 줬으니까, 그래.
-
2. 진짜 돌겠네. 이건 전시회에서 빼겠지만, 왜 그때 갑자기 꽂혀서는.
3. …당분간은 꽤 복잡다단한 곳에 갈 것 같다.
- 상처 안.
바다는 깊었다, 그 누구도 모르지 않듯이. 그의 바다도 그러하였다, 모든 이들의 무의식이 집약된 것이었으니. 평소에 그는 여기에 잠들기 위해 몸을 던졌고, 거센 물살과 소음에도 의식을 차단한 채로 있었다. 그러나 오늘 할 일은 달랐다.
바다에는 필연적으로 존재할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의 경우에는 모조리 꿈과 기억의 파편으로 남았겠지만, 따가운 파편들 사이에서 유난히도 마모가 일어난 이들. 모서리가 존재의미를 잃어버린 이들. 굳게 닫힌 조개입 속의 피로 맺어진 이물질들을 살펴볼 시간이었다.
꿈의 길이 열렸다. 유난히도 딛기 힘들어 보였다.
바다에서 올라온 내담자가 말했다. 저 자는 나의 가족이라고. 당신이 나를 이렇게 만들어서, 나는 이렇게 상처받았고 내 가족도 깊은 상흔을 입었다고. 모든 것에 위축된 사람들이 그저 죽지 못해 살고 있었다. 울음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표정도 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저가 메마르게 한 것이다. 이 자의 꿈은 반복적으로, 가족이 죽은 날에 갇혀 있었다.
내담자씨, 당신은, 하고 싶은 말이 없나요? 누구에게? 당신의 가족에게. …전할 수 있어? 그는 고개를 작게 끄덕거렸다. 그냥 다가가면 되나? 제 손을 잡으세요.
청년이 내담자의 기억을 온전히 뒤집어쓰고 꿈에 나타났다.
반복되는 꿈 속에 변동이 생긴 걸 알자 꿈 자체는 급격히 요동쳤다. 부서지려 하기도 하고, 외려 내담자가 있었던 기억을 끌어올려 하기도 하였다. 말릴 수는 없었다. 원래 그것이 꿈의 이치인 걸. 가족 되는 사람은 멍하니 내담자를 보고 있었다. 하고 싶은 말들은 수두룩하게 있었고, 청년은 저의 제어를 의도적으로 풀었다.
-
이 방식을 그렇게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순전히 날로 먹는 것 같았으니까. 그 능력으로 인해 죽은 사람들을 그 능력에 다시 한번 빠뜨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원하는 이들이 있었기에, 또는 돌발적으로 원하는 이들이 나타났기에.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건 상담이나 이 방법이나 비슷했으나, 심적으로 편한 건 이 방법이었으니 그는 실상 스스로를 용서하고 싶지 않아 고통을 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가끔, 당신들이, 내담자들이 훌훌 털어놓으며, 진행조차 제대로 안 된 상담을 마치 다 했다는 듯한 복잡하면서도 떠나고자 하는 눈을 하고 있다면, 그걸 보고 있자면,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온갖 하고 싶은 말을 듣고 있자면. 그는 눈을 감았다.
-
이건 순전히 아이작이 진주 이야기를 꺼낸 것 때문이다. 바다 풍경을 편집하고, 어딘가의 신은 꿈의 끝자락에 그들의 생애를 애도하듯 백색 꽃과 진주를 선물했다. 하나는 죽은 자에게, 하나는 산 자에게. 자고 일어나면, 이미 인간의 살결에 닿아 가치를 잃어버린 진주는 대신에 쏟기 시작하는 눈물의 가치만큼을 타고나 산 자의 곁을 지킬 것이다.
- 제목을 쓰기조차 두려운.
분명히 몰아붙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나 스스로와 약속하고, 수시로 점검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상황을 직면한 당시에는 몰랐다고 둘러댔다고 해도, 그게 진짜라고 해도, 그래서 그게 내담자에게 결국 무엇이 되는가. 내 친구에게 무엇이 되는가. 몰아붙였다. 상처를 끄집어내고 싶어 했다. 부정할 수 없었다. 쉬게 두어야 하는지 아닌지 마저 헷갈려 하는 건 뭐지? 모든 게 무겁게 느껴졌다. 숨도, 몸도. 피만이 빠르게 돌아갔고 눈꺼풀만이 한없이 가벼워져 어서 너가 일으킨 일을 마저 뇌리에 새기라고 강요하고 있었다. 실핏줄은 존재하지 않는 따라쟁이의 겉모습에 무의식적으로 붉음을 덧대었다.
꿈에 들렀던 때를 생각해 보자. 나는, 그러니까, 이 관계가 소중해서, 내가 얻고자 하는 안락함을 계속 유지하고 싶었나 봐. 거절해도 계속 유지하고 싶은 나 스스로가 이기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것이 지금까지 당신을 계속 신경 쓰고 있던 원동력이 되었다. 내가 이기적이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그렇다면 당신이 무너지지 않게 책임지고 싶었다. 내 탓인 것 같아서.
그래서 돌아온 결과가 무엇이지? 온 몸이 움직이고 싶지 않아 한다. 쉴 필요 없는 숨만 억지로 폐를 팽창시킨다. 일정해야 하는 맥박 소리가 오늘따라 빠르고 크게 들린다. 죄책감이라는 이름의 사슬이 그 심장을 꿰뚫은 건 머지 않은 일이었다. 아니, 꿰뚫린 게 내 몸의 어딘가였던 것은 맞는데. 죽음이라는 단어가 나온 시점부터 파르르 떨리기 시작한 손은 어디가 스스로 낸 상처인지 제대로 짚지를 못했고, 나는 영원히 다친 곳을 기억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당신에게 별안간 상담을 잠시 쉬자는 말이 나온 때에,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것에 나는 다시금 스스로에게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버벅이지 마. 당혹스럽다고 생각해? 채찍질이 일상적이 되어선 안 됐으나, 그래, 안 된다. 침착하게 당신에게 메시지를 보냈지. 그 어느 것에서도 침착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어 보이는 건 나도 잘 아는 바였다.
…그리고 오늘이다. 피드백을 받고 나는, 조금은, 울었을 지도 모르겠다. 지치지 않았느냐고, 사실 당신에 의해 지치지는 않았으나 일요일 쯤에는 아예 자 둬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한 번씩 잊은 걸 상기하면 이렇게 되는 걸. 그리고 당신은, 짐이 아닌 걸. 그러니 부디 염려하지 말았으면 하며, 솔직하게 한 글자씩 적어 내려갔다. 언제나 내 사람들의 평온을 바라는 나로서는, 추악한 나날을 지내고서야 고해를 끝낸 기분이었다.
- 탄생.
사람은, 태어남과 동시에 삶을 시작한다. 누군가는 시작함에 있어 가족의 축복을 받기도 하고, 누군가는 태어남이 곧 시련이 되기도 하였다. 내가 본 세상은 그러했다. 나그네로서 2년여 간을 돌아다닌 세상은 언제나 똑같이, 그런 모습이었다. 늘 희극과 비극이 공존했고, 심지어 생애를 시작할 때마저 그러하였다.
그걸 잘 알고 있는 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 누구나 처음 외부의 공기와 접촉했을 때의 기억은 없을 것이다. 그 때 글썽이는 자신의 부모의 눈물을 느꼈는지, 아니면 원망 섞인 울부짖음을 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기억하는 가장 처음의 기억은 적어도 미취학 아동 때라는 점은, 탄생 이후에도 스스로가 환영 받는 인물인지 아닌지 알 수 있게끔 하곤 한다. 쉽게 말하자면 당신의 옛날 생일 파티를 기억하면 된다.
누구에게서 환영을 받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들 것이다. 아무리 가족에게 그렇지 못한다 한들 미래에 다른 이들과 충분히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가장 처음 접하는 사회인 가족에게 형식적인 온기와 눈치채기 싫은 냉기를 느낀다면, 다가서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 아닐까. 물론 이는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단지 가장 처음의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하면, 받아들여지고 싶은 욕구가 어떻게 될까에 대한 생각이 커질 뿐이겠지.
제법 딱딱한 글이 되어가고 있으니, 탄생에 대한 담론은 이쯤에서 마무리하도록 하자. 내가 이 글을 쓴 가장 커다랗고 쓸 데 없는 목적은, 11월 17일이 생일이기 때문이다. 탄생에 대한 장황하고 긴 글을 쓰면서 느낀 거지만, 그리고 쓸 데 없다고 한 부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난 내 생일에 대해 제법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자면 생일 파티를 빙자해서 부모가 내 인맥을 미리 만들어 놓으려고 한다든가. 그 즘에 가면 어째선지 내가 초대하고 싶은 친구들과는 절교가 된 상태였고, 대신 이름만 부모님이 언뜻 말 한 사람들이 집에 놀러 오곤 하였다. 이걸 알게 된 날부터 내 인생은, 내 탄생은, 내 삶은 의미를 잃고 퇴색되어갔다. 태어난 그 자체로 시련이라고 했던가? 삶이 곧 모험이라고 서술하는 이들이 분명히 있겠지만, 그리고 모험이라는 것은 도전을 야기시키기도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련은, 나 스스로를 잃어버리게 하는 것 투성이였다.
지금 이렇게 써 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리고는 싶다. 그 부모라는 사람들은 내 손에 의해 죽었다. 복수에 성공했다고 기뻐하고 싶지는 않으니, 이야기의 방향이 다른 방향으로 샌 겸 다시 원 주제로 돌아가 보자. 그러니까 요는 내 생일이 아주 코앞이라는 점이고, 작년이나 재작년에는 일 때문에 넘겨버렸다는 점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생일 때 무얼 해야 할 지 갈피를 못 잡은 사람의 길고 긴 글이다. 케이크를 같이 먹을 사람도, 파티를 할 사람도 없는 이 지위는 영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2년이 지난 지금도 어떻게 계획이라는 걸 할 수 없게 만드는 지위란 하여튼간에.
다행이도, 내 곁에 사람은 없지만 온종일 올망졸망 내 곁에서 복작스럽게 노는 작은 친구들은 있었으니, 이 친구들과 소소하게 놀 방법을 조금 찾아보기로 했다. 작은 키위새 인형들과 할 수 있는 즐거운 일이 뭐가 있을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
키위새 인형들은 날개는 없었지만 부리질은 잘 했다. 그건 부리질을 직접 겪어 본 내가 가장 잘 아는 사실이었다. 푹신한 빈백 재질임에도 불구하고, 눈덩이를 맞으면 아프듯 꼭 그런 느낌이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키위새 인형들의 부리가 빛을 발할 만한 일을 기어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톡방에서 사냥 이야기가 나왔을 무렵에 문득 든 생각이 하나 있었다. 어떤 축제에서는 꼭 이것저것 때리고 부수고 잡으려 하지 않나? 이런 심플하게 폭력적인 발상에서 시작해서, 관점에 따라 조금 무서울 수도 있게 생긴 화려한 말 모양 사탕 바구니까지. 그 말의 이름은 피냐타였고 눈 가린 누군가가 방망이로 겉을 부숴 안의 사탕을 쏟아내게 하는 게 목적이라고 한다.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상당히 슬픈 내용이겠는데.
솜뭉치 녀석들은 작은 피냐타들을 콕콕 쪼기 바빴다. 거기엔 사탕 대신 녀석들이 좋아하는 음악이 재생되게끔 해 놓았다. 요즘 들어 음악 듣는 걸 즐기는 것도 같았으니까. 내 몫의 피냐타는 어디 있는지 궁금해 할 것도 같은데, 알다시피 여긴 내 공간이고, 그게 어디 있던, 내 눈을 가리던, 글쎄다. 그러니 그저 이 녀석들이 하는 걸 구경할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제법 재미있으니까.
- 배달부.
‘네 차원 친구에게도 케이크 나눠 주고’, 라는 당부를 받은 치즈 케이크는 아직도 가득 남아 있었다. 아무리 새벽에 사람들에게 한 조각씩 나눠 주었다 하더라도 줄어들었다는 사실만 존재할 뿐, 없어졌다는 사실은 아직 존재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온갖 화려한 치장을 달고 나온 100단 케이크의 등장으로 이제 말 그대로 빵이 없다면 케이크를 먹을 수 있게 된 셈이니. 아직도 새벽녘의 상황을 생각하면 조용히 웃음이 새곤 했다.
선물로 온 다른 것들도 있었다. 작은 인형들이 제 자리를 찾아가고 남은 박스 안에 자리한 그것들은 또한 신경 쓴 것이 보였다. 제법 자란 화분 안의 파릇이에게 비료를 주기 전에, 비료를 잘 주는 방법에 대해 한 번 검색을 해 보았다. 왜 있지 않은가, 흙으로 덮인 표면층에 그냥 쏟아 붓고 말면 과연 제대로 비료 본연의 역할을 다 할 것인가. 그러다가 작은 화분 자체가 조금 좁아보여서 이 참에 화분 갈이도 하게 되었다.
무럭무럭 자란 파릇이를 보면서, 작은 어항에 있는 크릴 새우들을 본다. 씨몽키라는 게 붙어 있었던 것 같은데 맞나? 제법 뉴트로스러운 스티커를 어항 벽면에 붙일 지, 뚜껑에 붙일 지 고민하다가 그냥 바닥에 붙이는 것으로 하기로 했다. 하나의 숙제가 또 늘은 셈이기도 했다. 이 작은 친구들은, 동물이고 살아있는 아이들이었다. 내가 신으로서의 권능을 사용하지 않고 돌봐야 하는 아이들. 나는 많이 무뎌졌는가? 적어도 파릇이와 새우들을 돌보다 보면 그 무뎌짐이 더뎌질 것이다.
그래, 더뎌지다 못해 당혹스러울 정도로, 조각났던 것이 그런 적 없는 듯 점점 이어붙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은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케이크 하나를 들고 가면서 시작되었다. 홀 케이크 하나 정도를 빼도 공간은 여전히 그대로였다는 인상이었기에, 치즈 케이크 하나는 내 손에 들려 그대로 내 공간 밖으로 떠나 세상을 향해 갔다. 내 손에 들려 있긴 했지만.
그러니까, 그 녀석이 다른 톡방과 접촉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한 차원의 관리자로서 그 사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적어도 그 녀석이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그냥 넘기고 말았을 일이었겠지만, 내가 긴장하고 있는 이유는 하필이면 그 녀석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녀석의 기억을 잠깐 들여다 보았을 때, 날 보면서 계속 무언가를 떠올리려는 듯도 했다는 걸 보았다.
애당초에 2년 전쯤 콜로라도 주에서도 아미그달라 교단과 회사와의 마찰이 있었다는 점, 이 녀석이 눈치껏 자리에서 이탈해서 결과적으로 수상한 낌새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난 여전히 이 녀석한테 계속 얼굴을 찍히고 있다는 점. 어떻게 보자면, 이렇게 나열해도 하나도 이어지지 않는 것들 투성이인 게 맞았다.
…7년 전 내가 다니던 대학에서 일어난 모종의 사건들 및 에트와일러 가 집단 살인사건이 완전히 미제로 끝났다는 점을 시작으로 잡으면 조금은 뒤바뀔 지도 모르겠다. 그 시점부터 내 이름은 사회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유류품을 챙기기 위해 이 녀석의 집에 다시 들렀을 쯤엔 난 수상한 사람이라고 광고하는 수준이었다. 그 녀석에겐 분명 기억의 공백이 존재했고, 나를 수상히 여기는 시점에서 톡방의 접촉은 상식을 완전히 부수는 무언가가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바이기도 하였다.
현 시점에서 내가 제일 두려운 것은 내 본명을 알아채는 게 아니라, 그냥 나에게 무슨 질문을 할 것인가였다.
케이크를 간단히 내려 놓았다. 무럭무럭 컸지만 아직 1년도 안 지난 작은 아기 고양이들은 집 안을 매일 같이 활보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발톱이 바닥에 틱틱대는 소리가 전보다 확연히 늘어났다.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간 집안은 언제나와 같이 평온했고, 따뜻했다.
“그래서 케이크는 어쩌다가?”
“그냥 선물로 받은 겸, 고양이들도 볼 겸 해서요.”
“고양이를 위한 뇌물이라니 실망인데.”
이젠 아주 집사가 다 된 것도 같다. 츄르를 중얼거리려던 녀석의 입모양이 잘 보였다.
“아, 작가님. 존 도 씨, 잠깐 제의할 게 있는데.”
“또 뭐, 회사에서 추진하는 상업적인 뭔가라면 안 합니다.”
“아니니까 걱정 말고. 그… 사막에서 8일동안 하는 축제라고 알아?”
사막에서 8일동안의 축제라니, 당장 생각나는 모습은 고행길이었고 두번째로 떠오른 것은 순례자의 모습이었다. 영 신을 믿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성경이라는 고전을 접하지 않을 가정 환경은 아니었다. 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아니 잠깐. 하나 떠오른 게 있는데, 그건 애초에 한 차례 지나지 않았나?
“올 해는 남반구쪽 기업들 압력도 있었나 봐. 혹시 참가하고 싶으면 뭐.”
케이크 옆에 놓인 건 팜플렛이 아니라, 노트북 화면이었다. 단순 전시나 출입이 자유로운 형태의 축제는 아닌 것이 분명했다. 그게 맞다면 그냥 팜플렛이나 놓였을 것이다.
“어때, 흥미가 동하지 않아? 재미있을 것 같지?”
“생각해보고 다시 연락 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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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7일에 오는 케이크라, 어딘가 익숙한 것 같은데. 그것도 치즈 케이크잖아. 일단 맥 앤 치즈나 마저 만들고 생각해 볼까.
참 이상한 톡방은 며칠만에 다시 헛것마냥 사라졌다. 뭐 까놓고 이야기하자면 거기서 일어난 일들을 다 믿기에는 난 스물 여덟의 젊은 오너였고 사회에 한창 부딪히고 있는 사람이라는 거지. 계속 남아있었다면 아마 안 믿었을 거고 그냥 컨셉 투성이 톡방에 초대됐구나 싶었을 거였다. 근데 문제는 무엇이냐, 말 그대로 환상이었던 것 마냥 사라졌다는 거다. 이런 경험을 참 유감스럽게도 이십 대 초반에도 중반에도 좀 한 것 같아서 말이지.
뭐 그건 그거, 라고 할 수 있나? 존 도 작가가 굉장히 수상한 건 사실이다. 애초에 자기 사진전을 그냥 자기 아닌 것처럼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나름대로 수상하다고 느끼고 있기도 한데, 오늘 케이크 건으로 상당히 쎄한 느낌이 들고 있기도 하다. 축제 동행만 꼬여내면 이것 저것 물어볼 거니까 작가님은 각오나 좀 단단히 다져 오길 바라고.
- 나그네의 메모.
이틀째 카메라와 컴퓨터를 등 지고 있다. 저 창을 열면 순식간에 편집 화면이 눈에 보이겠지, 익숙한 셔터가 손에 잡힐 것이며, 옛 친구의 꼬드김 속에 고민하던 어느 사막의 축제 화면도 눈 앞에 아른거릴 것이다. 그걸 멀리하고 있는 이유는 하나였다.
나는 애초에 스스로를 모순의 구렁텅이 속에 집어넣고 합리화라는 안대로 눈을 가렸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으나, 종종 안대 바깥의 수많은 모순이 목을 옥죄어 올 때 쯤이면 행복이라는 걸 죽여놓을까 하는 극단적인 고민까지 하곤 하는 것이다. 마치 충동적으로 시험지를 찢어버릴까, 하는 것과도 비슷한 이 충동은 오랜 시간동안 나를 심사숙고하게 한다.
그 고민이 정말 실행된 적은 없었고, 결과적으로 이 안대는 갈기갈기 찢겨 나를 한동안 모순 덩어리에 던져 놓곤 했다. 나는 행복해선 되는 것인가, 손에 피를 묻힌 주제에? 결국 차원 하나를 다루기 위해선 안정적인 정신이 필요하다는 핑계 하나로 다시금 목을 죄는 것들을 애써 떨쳐내곤 했다. 이런 소모적이고 지극히 개인적인 고찰은 불필요한 게 맞았으나, 이것 자체가 어쩌면 나의 존재 의의인 것도 같았기에.
나 스스로를 모순에 던져넣은 것 자체가 애초에 속죄를 잊지 말라는 것이었고 끊임 없이 고통받으라는 생각이었다. 그걸 너 스스로가 왜 자행하는가, 묻는다면 나는 무의식의 바다 속 내가 죽음으로 내몬 자들을 보여주고 싶다. 결과적으로 난 내 손에 피를 묻혔고, 그것에 다른 누군가의 책임이 섞였던 내가 죽음을 방관하는 선택을 한 것도 사실이었다. 내가 택한 죗값을 상담으로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끊임 없이 생각해내야 했다. 원치 않는 정답을 무시하면서 새로운 정답을 찾거나, 이 상담이 끝날 때까지 고통스러워 하거나.
내담자 중에, 총을 발포했던 사람이 있다고 이야기했었다. 얼마든지 원인을 그곳으로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소속된 곳은 사라졌고, 저들의 죽음에 대해 화살이 향할 수밖에 없는 곳은 나 뿐이었다. 이건 희생 정신은 아니었다. 저 원념들이 방향을 잃어버리면 저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해.
원치 않는 정답은 알다시피, 영영 돌아올 수 없이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두 글자로 죽음이라고 표현되는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그걸 행해버리면 내 차원은 누구에게 맡기며 또한 내 죄는 누가 끌어안아 주나. 그렇기에 나는 늘 그것을 정답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대화에서 조금은 그 대답을 정답으로 치고 싶기도 하였다. 나에게 드리운 죄와 손에 얼룩진 피와는 반대로, 한 발 두 발 걸어가면 보이는 평범한 사람들과 일상의 시끄러움. 거기서 섞여 있는 ‘나’는 나그네였다. 소소한 행복을 느끼면서, 그렇게, 지내고 있었는데. 요 근래에는 영 내키지 않는 것이다. 괴리가 존재함은 잘 알았다. 너무 확실하게 느껴져서 그렇지.
하얗게 변한 머리칼과 석고 같은 손끝이 보기 싫다는 핑계로 다시 카메라를 만지작거린다.
- 상담사의 메모.
그는 무언가를 끌어 안거나, 혹은 끌어 안김 받는 것이 습관인 듯 보였다. 단지 그가 수많은 것들을 짊어져야 하기 때문은 아니었다, 슬프게도 그가 안고 가야 할 원망의 사슬들은 아직도 많이 남은 상태였지만. 그러니까 그는, 받은 적 없는 것에 대한 갈증이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릴 때 분명히 받아야 했던 가족애 따위의 것들.
그러므로 그가, 굳이 물에 들어가지 않고 책상에 엎어진 채로, 자신을 닮은 작은 인형과 쪼그마한 키위새 인형들과 새로 온 펭귄 인형을 한 가득 품에 안은 채, 마약 방석에 푹 고개를 들이 밀고 자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요 근래에 자주 보이는 수면 방법이기도 하였고, 처음에는 버둥거리던 키위새들도 지금은 머리카락을 정돈하듯 부리질을 조금 하다가 말곤 하는 것이다.
그는 달콤한 꿈을 꿀 수 없었다. 그의 꿈 공간은 문 두어 개를 열면 나오는 곳, 바로 그곳이었다. 그저 최근에 꾸는 꿈 중에 솜털 같은 꿈이라고 친다면 작은 자신이 종종 친구를 만드는 것이었다. 달콤한 꿈은, 현실에나 존재했다. 하늘 아래 펼쳐진 괴리감의 산물들. 신이라는 이름 아래 스스로 거리를 두곤 하는, 저주받은 처지라는 생각은 한숨을 내뱉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존재해야 했다. 속죄하기 위해 돌아왔으니까. 요즘엔 너무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지낸 것이 화근이었나 보다.
다정한 말을 들으러 갈 생각은 없었는데. 잠에서 깬 그는 한껏 품 안에 들어 찬 인형들을 꾹 안았다가, 살포시 여기 저기에 놓아주고 있었다. 자신을 닮은 움직이지 않는 작은 인형 빼고, 그건 여전히 그의 품 안에 있는 상태였다. 자다 일어난 탓인지 색색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가운데, 그는 내일의 상담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사진 편집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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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잠을 자는 탓에 내담자들의 신경이 예민해져 있을 거라는 그의 예상과는 달리, 내담자들의 태도는 생각보다 차분했다. 그에게 더러 욕설을 내뱉거나 입에 눌러 붙은 비속어를 거리낌없이 사용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지만, 그가 걱정한 만큼의 심한 감정 폭발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외려 불안했다, 분명 첫 대면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차분한 건 그에게 있어선 불안할 뿐이었다.
표정을 잘 관리했다고 생각했던 그에게 오늘의 마지막 내담자가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상담사가 표정이 그 따위면 어떻게 해? 죄송해요, 이 다음에 어떤 말을 꺼내야 했더라, 이야기를 꺼내기 좋은 상담사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복잡한 생각을 했다는 걸 굳이 드러낼 필요도 없으니까.
그러나 이야기는 한참동안 나오지 않고 있었다. 혹시 물이라도 드릴까요? 미지근한 물이 두어 잔 정도 비워지고, 이것 저것 작은 질의응답을 하던 무렵에 본격적인 이야기 하나가 나왔다. 우리들도 이성이라는 게 있어. 그리고 우리 중엔 회사인지 재단인지에 근무한 사람도 있어. 그쪽이 자는 사이에 미련이 없어진 사람 하나가 떠나갔어. 반응을 지켜보고 싶었는지 내담자는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제 선택이에요. 일축했다. 유감이라는 듯 내담자는 눈을 감았다. 떠넘겨 버리라는 유혹 같은 말이었기에. 내담자가 말하길 걱정하고 있는 바가 무엇인지 알고 있으니 입은 다물겠다는 중얼거림에 그는 쑤셔오는 목을 매만졌다. 다만 이어지는 이야기를 들으며 종알거릴 뿐이었다. 마지막에, 내담자의 말을 제외하곤 참 그럴싸한 반응을 했을 터였다.
“그쪽을 원망하긴 하지만, 불안정한 상담사는 좀 달갑지 않지.”
…하지만 모순 속에 나 스스로를 가두지 않으면 안 되는데. 한동안 멀거니 떠난 자리를 지켜보는 푸른 눈은 혼란 속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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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대체 무슨 뜻일까. 첫번째, 자신의 입장을 공고히 해라. 이게 제일 가까워 보인다. 그럼 여기서 파생해서, 어떤 입장? 결국 행복과 멀리 한 채로 있어 달라는 게 아니야?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작업을 잠깐 미루고 타자를 두드리며 생각을 정리하는 그는 여즉 혼란에서 벗어나질 못 하고 있었다. 데굴데굴, 그의 최근 몇 년의 세월을 휘감은 모순처럼 그의 눈동자가 굴러간다.
모순을 타개하라는 걸까? 하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게 누군가의 눈에는 신뢰도를 잃어버리는 행위일 수도 있을 터였다. 우유부단하게 보이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 명확하게 다른 답을 찾고 있지 못한 그로서는 막막하기만 하였다. 대체, 뭘 위해 한 말일까.
내가 애초에 추구하던 건 뭐였지, 속죄였나. 내가 돌아온 이유가 뭐였지, 또한 속죄였나… 아니다, 나는 인간성과 도덕과 선을 위해서 돌아왔다. 속죄는 그 안에 포함되는 것이다. 그렇지? 그러면, 그러면. 골몰히 생각에 잠기기 시작한다.
…이를 테면 선을 지향한다 한다면. 그는 다시 노트북 너머의 사막의 열기를 바라 보았다. 이를 테면 인간성을 지향한다 한다면?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다. 결국 합리화잖아, 하는 스스로의 자조는 언제나 중얼거리는 것이었으나, 그렇다고 독을 매번 뱉어 낼 수는 없는 것이었으니까.
- 슬픈 자의 이야기.
모든 감각에 날이 선다. 차원에 구멍이, 갉아 먹히는 것 같은, 내 차원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치려는 존재가 문을 두드리는 감각이었다. 이건 두드린다기 보다는 찢어버리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출이 아닌가. 살벌한 악의, 명백하게 나 자신에게 향하는. 제 차원을 자신의 공간으로 둘러싸 완충 역할을 한 뒤, 들이고 싶지 않은 손님을 들일 준비를 하였다. 검은 물이 날붙이의 형상을 하고, 어떤 것은 이빨을 만들었고, 어떤 것은, 나의 악몽은 새빨간 도끼가 되어 내 손에 들렸다.
유리가 부서지는 소리였는지, 무수한 종이가 찢어지는 소리였는지, 혹은 비명이었는지 모를 소리들이 뒤섞이며 침입자가 나뒹굴었다. 전투는 처음인데, 어떡하지. 그렇다고 내버려 둘 생각은 없다. 한 차원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침입자는 용서할 수 없는 처지였다. 무고한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가, 그 전에 막을 수 있는 선에서 끝내 버리고 말지.
새카만 물들의 결과물들이 악몽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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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착각, 달콤하고 안온한 속으로 끌고 들어가 어지럽히고, 지키고자 하는 이의 새빨간 날은 보이는 틈새에 제 도끼날을 틀어 박았다. 으르렁거리는 악몽 같은 짐승들의 이빨이 사방에 날뛸 쯤에, 그리고 죄인을 위한 쇠사슬이 그 누구도 듣기 싫어하는 철그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뱀처럼 달려들 때,
침입자의 목에 도끼날이 가까이 있었다.
-
왜 침입했느냔 질문을 했다. 끝을 직감한 것인지, 침입자의 공허한 눈은 걸어 잠근 내면의 자물쇠를 좇는 것 같았다. 그렇게 크게 우세한 것은 아니었으나, 대체 왜- 저 사람들까지 해칠 작정이냐고, 부르짖음에 전의가 흔들린 모양이었다. 저 사람들을 언제 불행하게 할 지 모르는 걸 제거하기 위해 왔다, 라기에 그런 불상사를 막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반박했다. 분명 그 전까지만 해도, 도끼날이 스치면 잘 들어간 공격이겠거니 하였는데, 그 이후부터 침입자는 무언갈 놓아버린 듯 하였다.
그는 포기한 사람 같았다. 끝을 보고자 하는 사람 같았다. 나는 운명에 휘둘린 사람이었다고, 그것에서 벗어나고자, 그리고 나 같은 다른 사람들도 구제하고자 이러고 있었다고. 이 자리는 참 저주스러운 자리였다. 기구한 사연을 가진 이를 동정하기엔 지고 있는 짐이 하염 없이 많았다.
원념이 말하길 우리가 저주스럽느냐, 결국 너의 업보인 것을. 모든 건 너가 지고자 했기에 진 것을. 글쎄, 항상 생각하듯 내 생애가 참 저주스럽다. 지독한 차원의 틈바구니를 뛰어넘으려면 내면은 결국 상상을 뛰어넘는 상태가 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 말인 즉슨 그런 일이 일어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뜻이었다. 그걸 겪은 것은 저였고, 눈 앞의 침입자였고, 다른 차원에 산개한 다른 누군가들이겠지.
-
죽였다. 검은 피로 손을 적시고, 그 손으로 무덤을 만들었다. 하얀 꽃을 헌화했다.
-
숨을 쉬고 싶었다. 이런 생각을 했을 때 나는 내가 숨을 쉬지 않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답답한 가슴과 욱씬거리는 목을 뒤로 한 채 나는 오늘도 내 차원으로 조용히 내려 앉았다. 활기차고 평화로운 사람들, 누군가는 슬픔에 젖어 있고, 누군가는 오늘도 죽어가겠지.
…이 사람들은 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고. 만약에 내가 그를 동정했다면. 생명의 냄새를 맡으며 그는 눈 속의 빛을 채워 갔다. 내가 골몰해야 하는 건 속죄와 내 차원과, 그래. 그렇다면 나는 흔들려서는 안 되었다. 한 차원의 주인 되는 자가 속이 물러서는 안 되었다. 무덤가로 돌아온 그는 마지막 눈물을 흘리겠다는 심산이었는지 그저 웅크려 목 놓아 죽은 이를 기릴 뿐이었다.
- 고민의 끝.
손을 뻗었다, 뻗으면 당연하게도 내 손이 보인다. 그렇다고 뻗으면 어떠한 것을 잡을 수 있는가. 허공의 어떤 것도 잡아지지는 않겠지, 그 무엇이라도. 내가 생각하는 정답도 거머쥘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랬을 것이었다. 종이 넘기는 소리, 나침반을 그 위에 올려 두며. 바늘이 언제나 나를 향하는 나침반을 바라보며 종이 안의 내용을 읽는다. 이런 기회를 주어 고맙다, 적어도 한은 풀고 가는 것 같다. 피드백의 내용이었다. 무명 작가 치고는 감각적인데 이름을 알고 싶다, 전시회 감상평의 내용이었다. 녹음기 속의 노래가 들려온다.
결국 내가 가는 길은 내가 개척해야 하는 것이 맞았다. 누군가를 나와 겹쳐 보이며 한없이 수렁에 쳐박아 놓은 들 내가 해야 할 일의 진행이 더뎌질 뿐이었다. 해야 할 일, 책임 져야 할 일들, 나 스스로를 지키는 일들, 내 차원을 지키는 일들. 나침반의 바늘은 여전히 나를 향하고 있었다. 설령 이 나침반의 바늘이 엇나간다고 하더라도, 만일 엇나간다면 별에 소원을 받아 나 스스로를 뒤틀어서라도 제자리로 돌아오게 만들 것이다.
다시금 내 손을 뻗어 본다, 다시 손을 본다. 각오는 다져졌다. 뱅뱅 돌던 고민은 끝이 나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옅은 모순의 결과가 손끝에 아련히 남을 것이고, 입 안에 씁쓸함은 내비치며 사라지겠지.
‘그렇게 네 불행함을 알리는 건 좋은 자세는 아니지, 특히 상담사는… 마치 우리에게 동정해 달라는 듯한 모습이란 말이다.’
제 이번 내담자의 말이었다. 입장을 확실히 해라, 의 좀 더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있었다. 힘들면 내뱉어라. 해소해라. 나는 지금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줌으로써 나 자신 나름대로의 속죄를 행하고 있는 셈이었다. 그걸 한계를 넘어 스스로를 괴롭히는 건 그 누구에게도 별다른 도움은 되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 녹음기에서 친우의 목소리로 녹음된 노래가 계속해서 흘러나온다. 너는 나의 빛이라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친우의 메시지.
주먹을 몇 번 가볍게 쥐었다 폈다 한다. 그 너머에는 수많은 별들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은하수가 선을 그리며 흐르고 있었다. 나도 알아, 그 선이 어떤 것인지 이제 명확하게 정립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니 이제는 다가 설 준비가 되었다. 오늘 한 일 중에 하나는 설령 제 친구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더라도 손을 대지 않기 위한 예행 연습이었다. 수많은 죽음을 상상하는 것. 피곤한 일이긴 했지만, 그걸 해서라도 결국 잡고, 보내주고, 그런 인연이었으니.
이 모순에 답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언젠가의 나는 더 나은 답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오늘도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은하수를 휘적거린다.
-
‘전 날에 이렇게 답장을 줘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참가하는 데에 많은 심사숙고가 필요했습니다. 이렇게 미룬 만큼, 뭐… 그래요. 사막에서 뵙도록 하죠, 옐링턴 씨.’
이제 남은 건 몇 년 전 찾아온 유류품 찾으러 온 사람에 대해 기억을 떠올리는 것 뿐인가. 일단은 지금 맴도는 것부터 생각해 보자. 파란색 수국이라던가 하는 것들. 아니면 사진기. 아니면, 아니면… 내일은 잠깐 에트와일러 가 묘비를 들러야 겠는데.
- 허구였다면 좋았을 텐데.
학생일 쯤에, 그리고 내가 세상에서 삭제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발을 디뎠던 다락방은 이제는 훨씬 크고, 사람 손길이 덜 닿은 쓸쓸한 공간이 되었다. 누군가가 항상 지내기 위해 준비해 놓은 것과 같은 공간은 빗방울이 창문을 수월하게 두드리기 위한 공간이 된 것도 같았다. 습기조차 없이, 삐걱거림 없이 고요한, 새로운 집의 녀석의 다락방, 그 중앙에는 나와 그 녀석의 약속이라고 할 수 있는 노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제 더는 사막 냄새가 나지 않는 손. 그러나 그 곳에서 본 사람의 바다, 그 물결을 기억하는 손은 물 흐르듯이, 막힘없이 내 이야기를 써내려 갔다. 새카만 잉크로 얼룩지듯 어두컴컴한 이야기. 금방이라도 잉크 한 방울 한 방울 눈물처럼 흐를 것 같은, 푹 절을 것도 같은 그런 이야기. 하지만 돌이켜 매만져 보면, 언제나 얇은 선으로 또박또박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잉크와 글자들과 종이들.
이렇게 작성하는 게 내 정신 건강에 제법 괜찮았다.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본다는 점이 컸지만, 감정에 억눌려서 차마 정리하지 못한 사건의 흐름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도 차분하게 그 흐름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상당히 좋았다.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가빠져 오던 숨들은 이제 폐부 안에 숨어 산소를 공급할 뿐이었다.
톡방에도 슬슬 이야기를 다시 꺼낼 수 있지 않을까. 그가 그간 톡방 안에서 제 행적을 꺼냈던 이유는 숨기는 것이 나쁘다는 생각이었고, 최근 몇 달 간 숨겼던 이유는 대화 주제가 무거워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느 정도 다듬어서 이야기할 수 있다면 괜찮겠지. 지워지지 않는 잉크가 손에 묻었다, 그걸 다듬기엔 아직 서툰 글솜씨일 터다.
그래, 서툰 것이 맞았다. 좀 전에 물 흐르듯이 써 졌다고 했나? 바다에 막힘이라는 게 없다면 그의 물은 필히 강일 것이다. 스스로 지은 댐에 막혀 먹먹함을 느끼는. 파멸의 가장 하이라이트 부분을 어떻게 써야 하지. 뛰지 않아도 상관없는 심장이 울린다. 너는 이 이야기를 보면 나를 틀림없이 멀리 할 것이다. 이미 각오한 바 아니였나.
…추산하기로, 내 능력에 의해 죽은 사람들은 9천명이 넘었다. 자릿수를 교체하기 직전까지 갔던 사망자였고, 기억하기로는 몇 개월 가까이 지속된 소모적이고 피로한 상황이었다. 수습하기까지에는 개월 단위가 아니라 연 단위로 흘러갔어야 했을 정도로.
…그 사람들은 대부분 정확한 사망 원인을 알지도 못했고, 서류에 기록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내가 사회 속에서 삭제된 순간, 그들의 사망 원인은 원인 불명의 재앙이지 한 인간의 대량 연쇄 학살이 아니었을 테니까.
오늘도 꿈 어드메 바다에서 울고 있는 원념들은 그런 사람들이었다.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비극적인 사람들. 나는 이 비극을 가져온 그런 사람이다. 어떻게 보아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별처럼 빛났고 태양처럼 나를 비추었다.
…내가 이 사실을 숨김 없이 적는 이유는, 나는 더 이상 숨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며, 동시에 이 글을 읽을 독자에게 내가 어떤 사건을 일으켰는지 각인시키기 위함이다.
만난다 하더라도 결국 너와 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라질 고리를 가졌다. 이해받는다 하여도 좋았고, 여기서 끊어져도 좋겠지. 그러니 나는 오늘도 여기에 마지막으로 내 감정을 적는다.
…내가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적어도, 너는 그럼에도 노력하고 있다는 말이었으면 좋겠다.
-
이게 수필이라면 누구도 못 믿을 이야기가 시커멓게도 번져 있었다. 이 비밀 일기장 같은 소설을 교환한 지 2개월 정도가 흐른 지금, 거진 종점에 다다른 이야기를 보고 있었다. 이제는 친구녀석이 왜 피했는지, 왜 돌아올 생각을 안 했는지 추론은 가능해졌다. 죄책감으로 똘똘 뭉친 글에서 살려달라고 간절히 비는 느낌이 나면 또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그럼에도,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서술이 소심하게 늘러 붙어 있는 곳에는,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하고는 있구나 싶기도 하였다. 유가족들은 이 친구녀석을 보면 무슨 반응을 할 지 두려울 정도의 미친 짓을 저지른 것도 사실이지만.
…너가 잘 하고 못 하고를 결정하는 건 내가 아니긴 하지. 귀를 기울일 방향을 잘못 정했다. 그래도 하나 이야기해 두고 싶은 것은, 모범수로 풀려 난 범죄자들의 재사회화 프로그램에 나는 굉장히 중립적인 입장이라는 것이다.
너는 풀려나지도 않았겠지만- 까놓고 말해서 면회는 괜찮잖아?
- 두번째 달은 불행이라 하더라.
모든 파티는 으레 그러하듯이 연회장에서 열린다. 그리고 그는 그런 파티도 연회장도 그다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관리자가 되던, 그러기 전이던 간에.
바꿔서 말하자면, 처음에 그는 이 제안을 수락할 마음이 없었다. 제안자가 아무리 이 차원 안에서 유일하다시피 한 자신의 친구라고 해도 완강히 거절하고 싶었고, 그저 어느 마을에 방문하여 아이들이 트릭 오어 트릿을 외치며 노는 개구진 장면을 포착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이제껏 그래 왔듯이 방랑자처럼 말이다. 스쳐 지나가는 여행자 처럼. 이 세상에서 홀연히 사라진 자신의 존재처럼. 쓸쓸한 묘비처럼. 그가 거절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친구의 집에 놓인,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소설처럼 써내려가던 노트가 떠오를 무렵이었다.
흔적, 자신을 기억해주는 사람. 죽은 과거가 되살아나 날뛰는 것도 같아 원념들을 상담하다가도 꿈 자체가 날뛰던 것이 아찔하다. 죄수의 유일한 면회자가 감히 제안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나, 그것을 수락해 자신의 죄에서 다시 눈을 돌리는 것이나, 그의 입장에서는 쉽게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 검은 음울이 발목까지 차올랐다 생각했을 때 그는 뒤늦게 자신의 공간이 어그러짐을 눈치챘다.
나는 대체 무엇을 원하는 걸까. 급히 공간을 정리한 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분열이라도 되려는 듯 그의 몸은 지독하게 떨렸다. 봉합된 정신이 이제서 다시 쪼개지면 또 어떻게 합치려고, 쓰게 웃은 그는 양 팔로 스스로를 끌어안았다. 답을 찾기 위해 스스로를 고요 속에 내던졌다.
…답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 그는 할로윈이라는 축제가 어떤 것인지 깨닫고 스스로를 바느질하며 일어났다. 창백한 안색에 오랜만에 혈색이 돌았다.
-
친구의 말은 엄밀히 말하자면 제안이었다. 그러니까 그가 조절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다. 어느 새벽에, 그 공간을 그 홀로 쓰게 내버려 둔다던가. 아니면 초대 손님을 지정할 수 있다던가. 그런 것들 말이다.
할로윈은 망자들이 저승에서 돌아오는 날에서 유래한다 일컫어 진다. 그는 자신이 초래한 죽음의 희생자들을, 원념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당신들을 위한 축제를 열까 해. 셀럽들의 연회도 연회지만 자선 파티로 떠들썩하게 꾸미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꾸며낸 밤하늘을 닮은 눈에, 오랜만에 볕이 들었다.
그 이후부터는 모든 전시회 일정을 취소하고 이 일정 하나에 자신을 구겨넣었다. 편법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었고, 그렇게 해도 자신들은 쉽게 한을 풀지 못할 것이라 말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바라지 않느냐고 물으면 하나같이 입을 다문다. 그는 순례길을 걷기에는 너무 거대한 죄악을 짊어진 존재였고, 너무 막대한 힘을 지닌 존재였다. 다만 이 축제가 자신을 위한 축제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었다. 오만한 자비라고 말해도 상관 없다.
-
죽은 자들이 돌아오는 날의 밤. 그는 자신의 친구와 있는 대신, 자선 파티에 초대된 모든 유족들의 곁을 지켰다. 그들의 틈바구니에서 얼굴을 내비치는 원념들의 곁을 지켰고, 자신의 업보에 따른 타인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아물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적어도 그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움직였다.
흔적, 자신을 기억해 주는 사람. 자신의 친구는 살아서 이 곳에 있지만, 원념들은 제 곁을 맴돌며 저를 기억하고 있었으니. 죄수의 가장 오래된 친구는 그가 저지른 죄 그 자체일 것이다. 반짝거리는 풍경이 베어 물어서는 안 되는 선악과처럼 탐스러웠다. 이것으로 네 업보를 모두 떨쳐낼 수 있을 것 같으냐? 그럴 리가.
오랜 절망에 고통받던 그와 원념들 모두를 위한 작은 선물일 것이다. 아니, 그는 스스로 발을 빼야만 했다. 이건 오롯이 그들을 위한 선물이어야 했다. 그는 모든 이들을 위해 사진을 한 장 한 장 찍어 준 후 작은 건물의 발코니로 향했다. 아무도 들르지 않는 주인 없는 건물의 발코니로 걸음을 옮겼다. 그를 위한 선물은 이 일이 일어난 것, 거기서 오는 안도로 충분하다. 강박이라 칭한다면 할 말은 없을 것이다.
와인잔을 든다면 딱 일 텐데. 작은 웃음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그는 지쳐 있던 것을 또 한 번 잘 넘긴 것도 같다. 이렇게 자주 힘들어 하는 것이 감히 차원 하나를 다루는 존재라, 조금 비관적인 웃음도 한 번 지어 준다.
시곗바늘이 달려 자정을 알리고, 10월의 마지막 날이 아닌 11월의 첫 날이 되었을 때, 관리자는 이 곳에 온 모든 이들을 위해 달을 띄웠다. 두 번째 달은 불행이라 하기에 구름으로 가려 둔 것을 이제서야 내보인다. 어린 관리자의 자그마한 축복이 당신들의 삶에 깃들길 바라.
6.5.1. ThanatoPh��ia ¶
- 겁쟁이.
하얀 병원복에 창백한 피부에, 표정이 있는지도 모르겠는 소년은 숨을 쉼과 맥박으로서 살아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산소 농도도, 맥박도 정상이었고, 그의 왼쪽 어깨에 오는 통증도 정상이었다. 모든 게 정상이었다. 소년은 정상인 이 곳을 나가고 싶었다. 충동적인 생각일지라도, 생명이 본래 갖는 생애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싶었다.
아니, 소년은 이미 열 한 살 무렵의 언젠가부터 점점 그걸 내려놓기 시작했다. 지금의 소년은 다시금 그를 유혹하는 손짓에 고통스러울 지경이었다. 꿈 능력이라 하는 것은, 새로운 가능성이라 하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새 숨구멍이 되어 주었는걸.
콘크리트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 주변의 인간들은 마땅히 콘크리트라고 설명이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소년은 사막을 잠깐 상상했다가, 거기엔 적어도 오아시스가 가끔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다시 방향을 바꾸었다.
그러나 며칠 전도 지금도 접속해 버린 어떤, 환각인지 무엇인지도 모를 것에서, 대화 하나가, 어쩌면 사막일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동병상련은 한 방울의 물이 되었다. 동정심을 배우기에 너무 늦은 나이였고, 공감이 크기에는 싹이 메말라 죽어 있었기에, 그저 흙이 젖어들어 가는 것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것으로도 소년은 좋았을 것이다. 죽음에 도달한 어느 인격체의 둔함이 실시간으로 둔함에서 조금씩 탈피하는 것이 어떻냐고, 경보를 조금씩 울리고 있었으니까. 물론 곧 사라질 감상이었다. 사이렌은 꺼졌다.
소년은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미래의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는 빠르게 풍화되었다. 삶에 애착이 없는 소년에게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는 지나가는 바람 수준이었다. 그래야 했으나, 기시감으로 인해서 결국 대화 내역의 몇몇은 기억할 수밖에 없기도 했겠지. 무엇에 의한 기시감인지는 소년도 모를 것이었다.
본 적 없는 사람들이 많았다. 본 적 있는 사람들이 있었나? 잘 모르겠다. 원래 제대로 기억은 잘 못 하니까. 공부는 진작에 손에서 놓은 지 오래였다.
소년은 엄한 짓도 험한 짓도 하지 않았다. 겁쟁이라고 종종 생각하고 있었다. 최근 들어서는 충동이 그 겁을 상실하게 만들고는 하였고, 꿈 능력은 그 충동도 겁도 모두 갉아먹으며 조금씩 조금씩 다른 충동을 쥐여주곤 하는 것이었다. 무서웠다. 무서웠나?
…죽음이 무서운가 아니면 새로운 것이 무서운가? 소년은 한참동안 그것을 고민해야 하겠지.
문득 청년은 꿈에서 깨었다.
- 페르소나.
눈가가 거무튀튀했다. 그 위에 자리한 새파란 눈은 분명히 새파란데도 불구하고, 소년은 또한 새카맣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먹구름이 잔뜩 끼고 눈이 자주 나부끼는 소년의 고향에, 쨍하게 햇빛이 비추는 어느 날의 하늘과도 같은 색이였건만, 소년은 제 눈이 먹구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절대로 그렇게 환한 하늘일 리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제가 보는 세상이 온통 먹구름처럼 회색빛일 리가 없다.
소년은 이미 무뎌진 것을 상기, 할 수는 없었다. 그저 문득 떠올릴 뿐이었다. 무뎌진 것을 상기하기에는 어떻게 생각 깊은 곳에 흐르듯이 당연한 듯이 둔 것을 바늘처럼 삐져나오게 하겠는가? 그건 그저 두둥실 올라왔다. 링거 바늘은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다고 입원 7일차에 소년은 떠올리는 것이었다.
진통제를 먹는 이유는 별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는 실험을 하나 하였기 때문이다. 왼쪽 어깨는 많이 너덜해져 있었고, 장기간의 입원이 필요한 상태였다. 지금이 방학이라서 다행이라고 첫 날에 말하는 부모의 표정은 기억나지 않았다. 그 언어 또한 천천히 사그라들었다.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지금으로서는 그가 최근에 얻게 된 꿈 능력일 것이다. 현실에서 아무것도 못 한다는 점에서 그는 항상 느꼈던 숨 막힘을 다시 느꼈어야 했지만, 반대로 꿈에서라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숨구멍 하나가 그를 조금은 살아있게 했다. 손에 피가 돌았었나? 돌았었다. 항상 멍했던 소년의 표정은 조금 생기가 도는 것도 같았다.
녹슨 자물쇠와 맞지 않는 열쇠의 기나긴 싸움 같았는데, 기름 하나를 먹는 것 같기도 하였다. 온 몸에 작은 희열이 잠깐은 솟았던 것도 같았다. 오래 가지는 않았다. 그는 희열을 유지하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그저 쿵쿵거리는 심장에, 아주 익숙한 불안함에 다시 몸을 내맡기고 스스로를 벼랑 끝까지 내몰 뿐이었다.
그 거센 고동이, 육체는 이미 활력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가는 걸 자각도 못 한 채로, 숨을 죽인다. 소년은 스스로를 다시 조용히 죽인다. 너는 누구를 죽였나? 나를 죽였다. 물 속으로, 깊이 끌어내린. 이불 속은 따뜻한 물 같았다.
가면 하나가 머릿속에서 굴러다녔다.
- DAVE: Th�na��Ph��ia-새벽녘에.
꿈에서 깨었다. 그러니까, 죽었어야 했냐는 물음에 열 여섯의 그는 직관적이고 단순한 행동을 하였고, 그는 깨어날 수밖에 없었다. 새벽 바깥은 한없이 어두웠고 마왕이라는 희곡에 등장할 누군가가 친히 노크를 하여도 이상하지 않을 조용함이 감돌았기에.
어쩌면 당시의 소년이 바다에 가지 않은 이유는 부모님이 시간이 없어서일지도 모르겠으나, 다른 하나는 예상된 결말을 피하고 싶어서이지 않을까. 이때부터 청년은 머릿속이 꼬이는 걸까? 하는 생각도 하였다.
나는 그때 죽고 싶었나?
정말로?
다시 접속한다면 더 이상 Philia 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새벽녘에.
소년은 어느 날부터 창문 밖으로 떨어지는 꿈을 꾸곤 하였다. 깨어나 보면 항상 다친 어깨 쪽으로 돌아 누운 채 웅크리고 있었고, 고통에 찬 신음은 소년의 입 안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랬었나? 소년은 눈을 두어 번 깜빡거렸다. 목적 없이 혼탁한 푸른 눈은 어둠 속에서 빛나지 않았다. 자기도 모르게 이를 꽉 깨물고 있는 소년은 수면제로 인해 몽롱함을 느꼈고, 동시에 차가운 밤공기로 인하여 정신이 비정상적으로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창문 밖은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로 소년은 웅크려 앉았다. 달이 비추었는지는 소년이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핸드폰을 키면, 아무런 연락은 없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부모의 연락도 없었고, 친구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올 것도 없었다. 그가 입원한 날짜가 방학이 아니었다면 적어도 학생 중 누군가가 뒤쳐지는 일 없게끔 같은 반 학생의 연락이 있거나, 아니면 교사의 연락이 직접적으로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순전히 소년의 추측이었다.
며칠 전부터 소년의 핸드폰에는 새로운 알람이 뜨기 시작했다. 다른 차원의, 다른 세상의 사람들. 몇몇 연락은 소년이 갑작스레 수면제의 졸음으로 인해 끊겼는지 기억이 흐릿한 부분도 있었다. 그가 제대로 기억하는 게 있었는가? 소년은 대화 내용을 기억해 보려다 말았다. 쓸모 없는 짓일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러나 오늘 나눈 대화는 소년이 자신의 베개를 꼬옥 웅크려 잡고, 베개 밑에 깔린 심장을 꼭 잡고 싶어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미래의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은 알았다. 그러나, 미래의 소년이, 친구를 사귄다고? 상상이 되질 않았다. 머릿속은 새카맣다. 눈을 감고 미래를 상상해도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텅 빈 공허밖에 없었는데,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다.
기대해서 무엇 하나 하다가도, 선뜻 수면제를 보내주겠다는 말부터 시작하는 호의는 당황스럽기 마지 않았다. 왜? 왜일까? …나한테 뜯어갈 게 있는 거야? 그러나 소년의 내면에 존재할 것이라고 짐작되는, 작은 투정부리는 아이는 바쁘게 손가락을 놀려댔다.
그러다가 소년은 까무룩 잠들었을 것이다. 공허 속에 무엇인가 있었을까?
청년은 새삼 바다 키워드가 나온 것에 신기해하고 있었다. 무의식에 바다에서 몸을 일으킨 청년은 수면 위에 떠다니는, 제 친구가 보낸 수면제를 건져 내었다. 그의 손 안에는 들어오겠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들어오지 못한.
- Th�na��Ph��ia or DAVE-실상.
내가 조각 모음으로서 돌아온 것을 나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내가 인격인지 환각인지 모를 것에 휘둘리던 것을 나는 또한 알고 있었고, 최종적으로는 내재화인지 통합인지에 성공한 것도 나는 알았다. 얼마 전에, 그 조각의 일부가, 내재화했다고 생각한 일부가, 내가, 들썩였다. 상처 하나가 딱지가 드러나고 통째로 피를 흘리는 채, 덜 붙은 엉겨붙은 딱지 조각을 따갑게도 달고 다니고 있었다.
상처엔 입이 달렸다. 이빨이 달렸다. 새빨갛고 잔혹한 혀가 날름거렸다. 형용할 수 없는 언어들이 쏟아지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갈무리하고 대화를 중단한 때부터 급작스럽게도 쌓인 단어들이 송곳처럼 상처 안에서 튀어나오려고 했다.
왜 껍데기인 자신을 방패 삼느냐고. 인격이 나뉜 것을 방패 삼느냐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아마 사정은 다를 것이다. 그 곳의 관리자가 예상보다 훨씬 깊이 개입했다면, 나와 경우가 다를 것이다. 상처를 봉합했다. 피는 멎어 들어갔다. 그러나 떨어진 피의 속삭임은 여전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설마 쉬기 위해 잠깐 잠을 청한 것이, 그저 책상에서 잠깐 고개를 폭신한 베개에 파묻은 것이, 난 그 곳에서 정말로 내 어린 언젠가의 꿈을 꿀 줄은 몰랐으니까. 거기까지는, 그래, 통제권을 그저 흐르는 물에 넘겼다. 그러나 다음 순간 반짝이는 구형 스마트폰의 화면을 보자면, 내 기억과 달라지기 시작한 것을 보자면, 나는 온혈 동물이었음에도 냉혈 동물의 체온을 옮겨받는 느낌이었다.
따지고 보자면, 나에게 심장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으니 틀린 말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경우가 달랐다. 그저 꿈이라고 애써 부정해도 나는 내가 첫 접속한 때를 기억하고 어째서 카톡방의 존재를 쉽게 믿었는지 알았다. 꿈이니까. 기억 속에서 무한히 반복되는 기록물마냥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이건 그 상태였다.
깨어났다. 다급하게 확인했다. 이미 늦었다.
핏방울의 속삭임을 나는 갈취했다. 그 핏방울이 무엇이었나? 나를 바다로 내몰았던, 내 생애에 죽음을 겪기 직전에, 가장 죽음과 맞닿아 있었던 열 여섯, 그 때는 아니었다. 그 이후였다, 생애에 조금이라도 무게를 두기 시작한. 역설적이게도 그런 때였기에 나에게 죽음을 종용했을 터였다. 살인자. 도망을 선택한 것으로 모자랐나. 친구를 잃는 것이 넌 옳다고 생각하나. 죽어. 어서. 내가 그렇게 죽음을 바랬잖아. 죽어. 죽어.
거기에는 내가 언젠가 겪은 살인 충동과, 죽고 싶음과, 그리고 수많은 다른 원념들의 나를 향한 살해 욕구가 전부 뒤섞여 있었을 것이다. 하나의 거대한 광기가 수면 밑에 잠들어 있었다. 나를 죽이고, 찢고, 살렸다가, 조각내서… 그만 생각하자.
…그래서,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면, 그렇게 원성을 하는 이 조각도 흘러내린 이 피도 죽음을 바라는 것이 과연 맞는가. 나의 죽음을? 저 언뜻 비슷한 처지에 놓였음에도 내 입을 막아야만 했던 누군가의 죽음을?
가면 하나를 준비했다. 여기에는 열 여섯의 나와, 타나토스라 이름붙인 환각과, 나 자신. 조각조각 붙은 가면을 쓰겠지. 물론, 내 꿈에 열 여섯의 내가 등장해 버린다면.
꿈나그네는, 나는, 휘둘리지 않는다. 처음부터 더 이상 휘둘릴 무언가도 없었다. 적어도 이 곳의 주인은 나였다. 내 바다의 주인은 나다. 의도적으로 휘둘리는 것에 가까우니, 얌전히 나에게 경멸 어린 시선을 보내길 바란다.
+
밀랍인형 이야기.
상처는 봉합되었음에도 아직 피를 쏟아냈다. 눈물처럼 흐르는 피는 이제는 무엇을 듣고 싶었는지,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아는 것 같았다. 너는 죽기 싫잖아. 그런데 왜 그런 말을 해. 더 이야기해 달라고, 더 말해 달라고. 켜켜이 쌓인 어둠은 뱉어내야 한다고.
굳이 이유를 찾자면, 스스로가 너무 겹쳐보여서일 것이었다. 나 스스로도 어느 정도는 아는 부분이었다. 모순적이게도 가장 싫어하는 이와도 겹쳐보인 탓에 날을 심하게 세우고 말았지만. 이전의 나 자신에게 조금의 칭찬을 한다. 거기서 손가락을 더 놀렸다간 돌이킬 수 없는 말을 그대로 했을 터였다.
전에 적은 것을 본다. 나는 채우려고 노력한다. 너는? 이라고 묻는 것 같았다. 이해를 못 하는 것은 아니었다. 채우기에 이미 부서진 것을 어떻게 하겠어. 그러니 그저 다정하게 군다. 지금도 노력하고 있을 것이라고 난 믿었다.
6.5.2. Burning Man ¶
(bgm: https://youtu.be/WH8wGlQvnhU)
- 가는 길에 만나지는 못했으나.
요즘 참 많이 드는 생각 중에 하나인데,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후회라고 해도 좋을 거지만, 내가 일기나 하여튼 가벼운 메모를 하는 습관을 들인 게 고등학생때는 전혀 없었다는 거다. 공부는 별개지만, 솔직히 공부 노트 같은 건 하루 일기 쓰는 거랑 좀 별개잖아? 아무튼, 그보다도 그 고등학교때 책 같은 걸 다 버려 버렸고, 남은 기록이라고 하더라도 어지간히 집 안에서는 찾을 수도 없었다. 집 창고도 그렇고, 다락도… 뭐 하나 눈에 띄거나 특별한 것이 없고. 하루에 몇 시간 정도를 이러고 있다 보니 헬스장이 필요도 없을 지경이다. 허리는 아프고, 에라이.
그래도 다락방을 중점적으로 계속 찾아보고 있었다. 그 의문스러운 사진작가 양반은 다락방이 생각나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고 해야 하나, 많은 걸 감추고 있는 주제에 꼭대기에서 빼꼼 고개만 내미는 게 지하실보다는 다락방같다고 해야 하나. 물론 그것보다는 쓸 사람도 없는 다락에 있던 침대며 엉망진창은 커녕 누군가 살았던 게 명백해 보이는 적당히 깔끔한 방이며 이런 것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 그러고 보니 오늘 푸른 수국이 가득한 꽃다발 하나를 사서 묘지로 향했다. 엥간히도 눈에 밟히는 성씨, 에트와일러라는 이름이 적힌 묘비에 오늘도 한 번 들렀더랬다. 그다지 기억이 나는 건 없는데, 그 집에 가 봐도 딱히. 이상하게 거슬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알아 본 결과, 분명 이 두 사람 집에는 나와 연배가 비슷한 사람이 살 법한 흔적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뭐 가구도 다 떼어지고 그래서 소용은 없었는데. 몇 년 전 기억이지만 조금은 의심스럽다는 거다.
확인 결과로는 후원을 통해 집에 지내게 한 아이 한 명은 있었다고 한다, 아직 입양은 안 한. 근데 소식을 들어 보니 다른 주로 간 지 꽤 된 걸로 나오길래.
이렇게 끝없는 의심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첫 번째로는 갑작스럽게 사라진 기억들로 인해 병원에 환자들이 복작해졌다는 것, 두 번째로는 그 환자 중에 내가 있었고 내가 유달리 많은 기억들을 가지고 있었는지 들락거린 횟수며 기간이며 다른 사람보다 훨씬 많았다는 것, 세 번째로는 무명임을 나타내는 존 도라는 사람의 눈이 어디선가 본 것도 같다는 게 걸리고, 마지막으로는 그 놈의 희한한 톡방이 되겠다. 몇 개의 단기기억상실인지 뭔지는 몰라도 물리적 충격 같은 것도 안 일어났고 MRI까지 찍었는데도 답이 안 나오는데 이런 미친 듯이 비과학적인 걸 마주하자면 설마 할 수밖에 없지 않겠어?
…그래도 부정할 수는 없는 게, 그 양반 눈이 어디서 많이 봤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분명히, 어디서, 봤는데. 그렇기에 계속 해서 접근을 시도한 거였고, 드디어 파고 들 기회가 생겼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되던 간에, 아니, 뭐, 잘 굴러가야지, 그러길 바래야지.
-
가져가야 할 게 뭐가 있더라. 일단 침낭이나 텐트는 챙겼다. 이것 만으로도 이미 한 짐이지만, 또 챙겨야 할 게 생각보다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건 조금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여행은 많이 해 봤는데, 텐트를 끼고 가는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던가. 이걸 내가 잘 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고민도 들기 시작했다.
텐트를 치는 연습을 하면서, 무엇을 챙겨야 할 지 계속해서 생각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번에 가는 곳은 비박을 하거나 텐트족들의 야영지 같은 곳이 아니니까. 기본적인 식량 수급을 위한 냄비와 가스레인지 정도는 챙겨 가는 게 맞겠지, 아마? 큼지막한 트렁크에 대체 또 무얼 담아야 할까.
이번에 가는 곳은 사막이었다. 원래 이 축제는 미국에 존재하는 사막지대에서 간이 마을을 만들고, 무인도에서 살아남는 것처럼 서로의 아이디어를 극한까지 끌어내 이를 물물교환하는 식으로 생존하는 곳이었다. 완전히 다른 사회와 단절되어 일주일 정도 그리 지내면서, 누군가는 새로운 나 자신을 확립하고 다시 태어난 기분을 느끼는 등의 획기적인 일이 벌어지는. 올 해에는 남반구쪽 사람들의 공개 저격이 이루어졌는지, 북반구에선 겨울일 시기에 개최하게 되었다고 한다만. 덕분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불타는 것도 볼 수 있겠는걸.
아이디어, 모든 곳에서 필요로 한다지만 IT 쪽 사람들과 각종 예술계 종사자들의 참여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떤 성격을 지닌 곳이고 어떤 분위기로 진행되는지는 대강 감이 잡히기도 한다. 내 사진기, 필름, 아니, 아예 텐트가 아니라 캠핑카를 가져가야 하나. 그 안에 인화실을 둘 수가 있나… 오랜만에 인화도 해 보겠는걸. 음, 그리고 폴라로이드 카메라도. 거기서 살아남는 방법은 간단하다, 최선을 다 해 자신이 가진 모든 걸 꺼내 보이는 것. 이를테면 음료 주문을 위해 노래를 부르는 것이 그 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흔한 일 중 하나일 테니까.
사진이라는 장르는 그러니 생각보다 까다로울 수 있었다.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 단순히 사진을 찍는다고 모든 게 받아들여질 리 만무한 데다가, 편집에 돌입하면 즉흥적으로 값을 지불할 만하진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그림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 차라리 스케치를 하는 것이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 종이와 펜, 가벼운 수채 및 아크릴 채색 도구도 가방 안으로 들어갔다.
아니, 다시. 잠깐만. 공중에 띄워진 여러가지 물건들을 바라본다. 내가 부딪히고자 하는 건 무엇일까. 너무 빡빡하게 생각하는 걸까. 그림을 위한 도구들이 몇 번이고 트렁크 안에 들어갔다 나오길 반복한다. 가지고 가는 것이 맞는지, 아닌지. 그러다가 옛날에, 한창 병원에서 사진 구도를 위한 스케치를 하던 수첩 하나가 손에 날아들었다. 이 자리에는 어떤 색을 끼워 넣고, 어떤 물건을 집어넣고, 어떻게 편집을 하고. 어쩌면 이런 고민들은 그냥 가는 것이 망설여져서 하는 고민일 지도 모르겠다. 트렁크 안에는 그저 새 친구 하나가 더 늘어났다, 노트북과 필기 노트.
텐트가 완성 되었다. 조금 지을 만 한가? 크려나, 혼자 짓기에는. 또, 음, 만약에 혹시라도 사진으로 값을 지불한다고 한다면, 그렇다면 어떻게 공간을 꾸며야 하지? 노트북이나 다른 기기들이 혹시 필요하다면 말이야. 아, 지금 당장이라도 캠핑카 대절을 알아보고 싶을 정도다. 잠깐, 배터리. 그리고 또 챙길 것들이 뭐가 있더라. 음, 소형 발전기?
다녀올게요, 이번에 다녀오면서 좀 더 단단해져서 올 테니까, 당신들의 이야기를 듣는 정도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좀 더 나아져서 올 테니까. 봐 달라고는 하지 않을게, 미워해도 좋아. 당신들을 우선 순위에서 미룬 건 내 잘못이 맞으니까. 그러니까, 다녀와서 많이 이야기했으면 좋겠어. 검은 물들이 울렁거렸다.
-
“…옐링턴씨?”
“오, 작가님. 오셨어요? 국제선에선 못 뵌 것 같은데.”
“다른 노선으로 탔나 보네요.”
그는 제 친구였던 이가 기어이 끌고 온 캠핑카를 보고 있었다. 새하얀 캠핑카, 아니, 다른 면에는 스프레이로 낙서가 조금 되어 있었다. 젊은 오너는 아무래도 그가 가져온 게 정말 소형 발전기인지 궁금해진 모양이다. 벌써부터 가동을 하려 하고 있었으니까. 다른 취미도 있었구나, 생각하며 그는 캠핑카에 오르는 계단 언저리에 몸을 기댔다.
“오, 텐트구나! 근처에 치실 거죠?”
“예 뭐…”
“제법 큰데요. 이거랑 이… 거는 파티션이잖아요? 얼마나 큰 걸 가져오신 겁니까, 작가님?”
“…신경 쓰지 마세요.”
“어휴.”
축제 첫날의 스케쥴은 그의 텐트를 짓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불 타는 사막의 열망은 각지에서, 조용히 타오르고 있는, 해가 가라앉는 무렵이었다.
- 타오르다.
팡! 사막에서의 하루는 보통 텐트 주인장이 캠핑카 드라이버네 창문을 똑똑 두드리면서 시작한다. 정확히 첫 날부터 계속된 이 스타트는 그들이 미국에서 잠깐의 대화와 교류를 할 때와는 굉장히 상반된 분위기가 흐를 것이라고 암시하는 바이기도 하였다. 이를테면 캠핑카쪽이 먼저 살살 긁고, 텐트쪽이 매번 짜증내는 그런 상황 말이다. 그게 반대가 되는 상황이 올 줄은 둘 모두 몰랐을 것이었다.
어쩌다가 이리 되었는가? 간단히 이유를 설명하자면, 캠핑카를 가져온 아이작은 텐트 치는 걸 도와주고 체력이 축난 나머지 시차 적응을 굉장히 늦게 하고 있다는 점과 더불어 어떻게 해도 인간이라는 점이고, 존 도 씨는 다른 것을 다 제쳐 두고서라도 그가 인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이작은 이제야 겨우 9시 언저리에 일어나게 된 것에 감사하며 창 밖을 보고 있었다. 밖은 벌써 행위 예술가들과 온갖 설치 예술품들이, 저거 움직이는 거야? 어, 움직이는 거네. 하여튼 9시부터 복작스럽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분명 저 중에는 이 사막의 변덕스러운 기온을 버티며 새벽을 지새며 놀아버린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자신과 동행한 사람도, 그 축에 들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그리고 그는 그제서야 동행객이 제법 주기적으로 캠핑카의 유리창을 두드려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국에서 있을 때의 눈빛이 푸르스름한 안개 같았다면 여기서 놀면서 무슨 생기를 되찾은 마냥 번뜩거리고 있는 이 양반네는 1시간에 한 번씩은, 그가 나오지 않았다면, 그렇게 하고 기다리다 가곤 하는 것이었다.
“오늘은 일찍 깼네요?”
“그쪽은 설마 하니 밤이라도 샜어요?”
“설마. 잠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좀 알았으면 좋겠는데요.”
“…그으런 사람이 8시에 치고 9시에도 노크하덥니까.”
“8시에도 깨 있었어요?”
“아니, 그냥 소리는 들은 것 같아서. 안 깼으면 10시에도 치고 가려고 했습니까?”
“그럼요. 잠으로 오전을 다 날려 버리면 어떡해! 1년에 한 번 뿐인 걸 날려 버리고 싶어요?”
아뇨, 라고 짧게 대답한 뒤 그는 서둘러 나갈 채비를 하였다. 그것을 눈치챈 존 도 씨는 자기 텐트에서 기다릴 테니 채비가 다 되면 자기 텐트로 오시라는 말을 남긴 채 사라졌다. 본래는 아이작 본인이 미묘하게 끌고 가는 것으로 보이는 텐션이었다, 정확히는 존 도 씨가 요지부동에 가까운 텐션이라 그랬을 지도 모르겠다만.
그리고 존 도 씨는, 그러니까 한 차원 관리자는 옛 친구의 말 대로 정말 밤을 샌 것이 맞았다. 어느새 텐트에는 간이 암실 따위를 만들어 필름 작업을 하고 있었고, 누군가가 불쑥 찾아오지 않는 새벽 시간대에 암실의 붉은 빛이 동 트는 것보다도 붉게, 한참을 비추고 있었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곤하지는 않았다. 되려 머리에 피가 돌고 있다고 느꼈다. 도시의 회색 안개를 머금다가, 휴양지의 바다를 담았던 눈은, 사막의 별이 되어 새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어디를 가던 유쾌한 공기가 흐르고, 삭막한 곳이되 사람이 삭막하지 못하게 하는 공간이다. 사람들은 곧 물이었고 비였다. 메마른 곳에 부닥치는 것이 아니라 황금빛 바다를 유영하는 것과도 같았다. 탈력감이 조금 들었지만 그건 상담에서 느낀 것과는 다른 종류의 감상이었다. 열대어들의 장에 처음 들러 본 외래종이 된 기분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참가한 이상 치열하게 부딪히며 놀아야 하는 게 맞잖아. 기다리는 동안에도 그는 벌써 의식의 흐름에 따라 스케치 하나를 추가한다.
이럴 거면 녹음기 같은 것도 가져 올걸, 하는 생각은 손 쉽게 이튿날에 해결되었다. 제 친구는 자신이 뭘 더 가져왔는지 몰랐으니까. 나누는 대화 하나 하나가 생소했고, 이야기를 값으로 내는 사람들도 있었으며, 그런 이야기는 생각보다도 귀중한 값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녹음 파일들은 고이 노트북에 보관되어 있었고, 심심할 때마다 그는 이를 녹취록 형태로 바꾸고 있었다. 지금이야 녹취를 바탕으로 스케치를 하고 있었지만서도 말이다. 존 도 씨! 밖에서 부르는 소리에 그는 그제야 노트를 들고 바깥으로 향했다.
“몰랐는데 페이스 페인팅까지 했어요?”
“아, 이거요. 뭐… 예쁘잖아. 맞아, 이거 있잖아요, 도안 내가 그렸다? 워낙 이른 시간이라서요.”
그러니까 이 사람이 이렇게 쫑알거리는 사람이었던가? 황금빛 모래를 가득 훑는 노란 빛의 눈이 의문스러움을 내비치고 있었다. 음, 사실 자기 작품에 대해 해설할 때에는 종종 이렇게 들뜨는 때가 있긴 했었지. 몇 번의 전시회를 생각하며, 아이작은 뺨 언저리에 존재하는 별과 달과 나비 그림을 보고 있었다. 저런 테마가 있었나.
“미스터 존, 혹시 다음 전시회 테마는 하늘인가?”
“응? 아, 저번에는 바다였으니까?”
“직접 도안을 그렸다면서요. 그러면 그만큼 준비하고 있는 게 있을까 싶어서.”
“…그러고 보니 어느새 전시 준비도 또 해야 하고 그렇게 되는 구나.”
“하하, 너무 부담 갖지는 말라구요. 충전 좀 하라고 여기 권유한 것도 맞으니까.”
데이브는 제 뺨을 만지작거렸다. 하늘이라, 영 소재가 나오지 않지 않나. 그에게 있어서 주로 구미가 당기는 소재는 사람이었고, 하늘과 사람을 엮는다 한다면, 문득 그는 다시금 이 곳을 돌아봤다. 사막과 하늘과 사람들.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새와 같은. 주제의 준비를 하늘로 잡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재미있게 엮을 수는 있겠다 싶었다. 그는 늘 무언가를 은유하는 형식으로 속뜻을 꼬아놓고 감춰두는 것을 즐겼으니까.
이것도 습관이 되면 안 되는데. 잠시만요, 하면서 뒤늦게 자신이 가져온 카메라를 목에 걸고, 가방에 넣고, 손에 든 채로 그는 다시 텐트를 나섰다. 왜 이렇게 짐이 많아요? 이건 폴라로이드, 이건 디지털, 이건 필름. 이 곳에 온 지 사흘, 나흘이 지나도 여전한 질의응답이었다. 의도를 힌트만 남겨 놓는 것, 그것보다는 자연 기물들을 촬영하며 있는 그대로를 선사하는 걸 그는 여지껏 연습하고 있었다. 그가 이렇게 많은 카메라를 챙긴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
각자의 할 일을 하러 가기로 한 이후, 아이작은 여기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과 오랜만에 비즈니스적 대화가 아닌 다른 대화를 하기도 하였다. 그 중에는 손에 스프레이를 들려 주고 자기 캠핑카 겉면에 멋진 싸인을 남겨 보라고 한다던가 하는, 젊은 오너 다운 유쾌한 대화 같은 것. 대화 상대 중 한 명은 그가 오너가 된 직후부터 잦은 교류가 있던 사람이었는데, 바로 지근거리에 존재하는 무시하지 못할 규모의 텐트를 보고 빵 터졌더랬다.
“대체 누구 텐트입니까? 이야, 이거 대단한데?”
“뭐, 내 동행객씨라고 할까요.”
“옐링턴씨가 동행객이라면 회사 쪽 팀장들 숙소로밖에 안 보여. 마케팅 팀장입니까?”
“그… 사진작가거든요.”
“…아하, 이번에 프로젝트 펄에 섭외하려고 했던 분?”
“윽.”
자선 사업 겸 브랜드 홍보 사업 프로젝트였던 프로젝트 펄, 현재도 진행중인 사업이었으며 회사의 성장에 따라 그 규모 또한 애초 계획보다 더 크게 불어난 상황이었다. 이번 축제에 참가한 이유 중 하나는 프로젝트의 추가적인 이벤트와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섭외할 목적으로 온 것이 그였다. 물론 가장 좋은 건, 제 바로 옆에 텐트를 쳐 놓은 동행객을 끌어들이는 것이었지만.
“의외인데.”
“뭐가 그렇게 의외입니까, 허이구.”
“아니, 옐링턴씨는 이런 공간에 자기 바운더리인 사람을 주로 데려오지 않나 싶어서.”
의문스러운 존 도 씨는, 바운더리라기 보다는 포함시키고 싶다는 사람이었다. 프로젝트 참여에 실패한 사람을 굳이 굳이 동행으로 온 것은 아이작의 행동이나 인간 관계를 관찰한 사람이라면, 어느 쪽이 제안하고 어느 쪽이 욕심을 냈는지 훤히 드러나는, 즉 사람 대 사람으로써 놀려먹기 좋아 보이고 약점과도 같은 게 여실히 보이는 상황인 것이었다.
“아, 좀. 싸인이나 하고 살펴 가십쇼.”
하하! 큰 웃음소리가 캠핑카 앞을 맴돌았다.
-
늦은 밤, 텐트 주인장은 기어이 아이작을 호출하였다. 호출한 이유는 간단했다, 디지털로 작업하고 있는 사진의 색감에 대해 어느 정도의 피드백을 받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이작은 텐트로 들어서서도 한참동안 그를 볼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존 도 씨가 간이 암실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었다. 암실쪽 파티션에 붙어 있는, 종이로 급하게 만들었지만 확실한 경고, 나올 때까지 절대로 먼저 들어오지 마시오.
때문에 그는 아날로그 작업중인 사람을 대신해 먼저 노트북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바로 오늘 찍은 사진들과, 언제 찍었는지도 모를 것들과, 이런 저런 데이터가 가득한. 솔직히 말하자면 옛날의 그였다면 팬심으로라도 그 사진들을 그저 대단하다고만 여겼을 터였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의문이 가득 들어 찬 지금은 이야기가 달랐다. 이 노트북의 편집 창을 잠깐 내리면 이 사람의 무언가를 알 수 있을까.
그 순간에 존 도 씨는 깊은 숨을 내쉬며 암실에서 튀어 나왔다. 짧은 기침을 하면서, 왔냐고 하는 것. 만약 내가 암실 문을 열었다면? 아이작은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고, 그게 설사 뒤늦은 행동일지라도 순간의 당황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는지 온화한 태도였던 존 도 씨는 순식간에 뭐 하는 짓이냐고 바로 그 행동을 가로막았다. 기시감, 그래, 그게 느껴졌다.
뭐 하는 거에요? 그냥, 안에 작업물이 있나 해서? 봐 달라고 한 건 디지털 자료입니다. 네에, 잘못했네요. 가벼운 기시감, 이를 텍스트로 옮긴다면 이런 주제는 어떻냐와 거절하는 것의 핑퐁이었던 문자와 별반 다를 게 없을 터였다. 도시에서도 이런 대화는 충분히 하지 않았나? 날 것의 그게 아니었던가.
“…그래서 이게 나은지, 아니면 이게 나은지… 저기, 듣고 있어요?”
“아, 네? 예? 아.”
“아까는 암실로 돌진하더니 이번에는 또 뭐에요?”
미안하다는 듯 머쓱하게 웃으면서, 색감의 변화에 집중하였다. 사실, 색감이 어떻게 바뀌던간에,
“이 사진으로 전하고자 하는 게 뭡니까?”
“네?”
“그거에 맞춰서 색감을 보정하는 게 맞는 거 아닐까요?”
제법 정론 같은 말이었다. 그래, 저보다도 훨씬 먼저 사진에 취미를 들였던 녀석 다웠다. 데이브는 잠시동안의 침묵을 지키다가 말없이 새롭게 색을 보정하기 시작했고, 아이작의 가 보겠다는 인사를 듣지 못한 채 작업에 열중하였다. 늦은 밤에도 마우스가 이리 저리 굴러가는 소리가 계속 되었다.
- 기시감.
아지랑이가 일렁인다. 내리쬐는 햇빛과 사람들의 열정이 만들어내는 뜨거운 공기가 사막의 낮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온갖 그늘막들이 줄지어 있음에도,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많은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배짱 있게 일광욕을 즐기는 가운데, 두 사람은 한창 그늘막 아래로 향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 명이 노점을 찾기에 바쁘고 다른 한 명은 기온에 무색하게도 이곳 저곳 기웃거리다가 끌려가는 모양새였지만.
기웃거리는 쪽의 피부가 더 희멀겋고 창백했다. 그러나 끌고 가는 쪽은, 아이작은 이 사진작가의 피부가 벌겋게 익는 걸 영 본 적이 없다는 걸 새삼 눈치채고 마는 것이다. 자신도 그리 약한 피부는 아니지만 빛이 들어오는 게 차원이 다른 만큼 신경을 제대로 쓰고 있는데,
“미스터 존, 선크림은 대체 어디 거를 쓰길래 그렇게 돌아다녀요?”
“네?”
“하나도 안 탄 것 같아서.”
“…어,”
존 도 씨는 당연히 사람이 아니니까 피부가 타는 일이 있을 수 없었다. 타서 따끔거리는 모양새를 최대한 흉내 낼 수는 있겠지만. 즉 저 질문에 대답할 만한 것이 바로 튀어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그냥, 로드샵 제품을 쓴 것 같은데 어디 브랜드인지는 저도 잘.”
“그래요? 흐으음.”
그리고 데이브는 그대로 가까운 노점을 향해 돌진하다시피 하였다. 아이작은 분명 저가 끌고 가고 있었는데 이젠 끌려가는 상황이 되어 제법 당황스러운 눈치였지만, 결론적으로 현재의 가벼운 목적을 달성하긴 했으니 이 대화가 꼬치꼬치 캐묻는 식으로 변할 일은 없을 것이다.
“좋아, 이런 더위에 음료 정도는 땡겨야지.”
“알코올은 자칫 잘못하면 큰일 나요?”
“그러니까 무알콜로.”
먼저 자신은 잘 모른다고 선언한 데이브는 뱅글뱅글 돌아가는 의자를 가지고 놀며 넓으면서 좁은 노점 안과 그늘 너머의 바깥을 보고 있었다. 아지랑이가 가열차게 일렁이고, 그에 맞서는 듯 행위 예술가들은 오늘도 터전을 찾은 것 마냥, 물 만난 물고기가 된 것처럼 놀고 있었다. 주문을 마쳤다면서 뭘 보고 있냐는 질문에 바깥을 가리키며 그는 턱을 괴었다. 이 곳에서는 유난히 공상에 자주 빠지는 것 같아.
“아, 주문을 했으니까 값을 치러야 하나. 이 쪽은… 이야기가 낫겠지?”
“오, 이야기도 좋지요. 마치 음유시인 같지 않습니까!”
“옛날 옛날에… 이건 그러니까 마케팅팀이랑 이야기하다가 나온 플롯 중에 한참 전에 폐기된 플롯이야. 으흠, 옛날 옛날에-“
저 말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대개 뻔한 플롯을 가지고는 한다. 지금처럼, 그러니까 숲 속의 연못이 등장하고, 요정이 나타나고. 그리고 꽃이 나타나겠지. 잔 안의 내용물을 빨대로 삼키던 데이브는 문득 단어 하나의 거슬림을 느꼈다. 꽃이 나오겠지, 파란색 수국이 나올 줄이야. 빨대를 깨작거리던 그는 이야기가 계속되는 동안 줄곧 등을 돌려 바깥을 바라보다가, 이야기가 끝날 때 쯤에는 어느새 바깥에 나가 있을 터였다.
아이작은 이렇게 두 명 분의 음료 값이 지불되었냐고 하고, 노점 주인은 그렇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그러나 노점 주인은 이 손님에게 눈치를 주곤 하는 것이었다. 당신의 동행객이 좀 전에 사라졌다고. 옆자리의 황량함이 이리 자연스럽게 느껴질 줄이야,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음료를 흡입하고 그는 바로 바깥으로 뛰쳐 나왔다 그늘 한 점 없는 곳으로.
“언제 나온 거에요?”
“아니, 이야기가 별로 재미가 없길래. 그것보다 저기 좀 봐 볼래요?”
“그, 하아… 뭐길래.”
거대한 구조물, 딱 봐도 들어가서 놀 수 있게 만든, 미니 테마파크라고 생각되는 무언가였다. 이런 거에 흥미 있어요? 자주 못 보는 거잖아요. 혼자 가지는 맙시다, 말 좀 하시고. 따로 다니는 사람들도 많은데 왜. 아이작은 머뭇거려야만 했다, 분명 어제도 따로 다녔는데.
“…노점에서 내 이야기로 값이 안 치러졌으면 어쩌려고.”
아하, 맞네. 존 도 씨는 그저 꺄르르 웃을 뿐이었다. 사라지는 게 자연스러운 사람이란 걸 지금에야 눈치챈 아이작은 영 유쾌한 웃음을 지을 수 없었다.
-
사막의 밤은 타고 남은 재와 같이 쓸쓸하고, 온기 없는 시선들이 한 데 모인 마냥 추웠다. 바람이 날아들지 않는 고요 속에서 사람들은 하나 둘씩 잠을 청하러 가거나, 혹은 비어 버린 열기를 스스로 창출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풀벌레 소리처럼, 사람들의 환호가 작게 이어지는 가운데, 어느 무명 사진작가는 자신의 동행객이 가져온 캠핑카 위에 올라가 있었다.
모래가 사박거리는 소리, 사람들이 이리 저리 밤을 피해 움직이는 소리, 소리들은 방벽을 이루어 가며 그를 세상과 조금은 분리시키고 있었다. 눈에 비치는 것은 하늘에 뜬 무수한 별들, 그는 이 모든 소리와 눈에 비치는 것들과 이 곳에 와서 겪은 것들을 뒤섞으며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눈을 뜨고 자는 것이라고도 보일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이 캠핑카 주인에게 말이다.
아이작은 동행객이 어디에 있는지 처음에는 몰랐다. 그러나 그가 막 텐트 쪽으로 가자, 정확히는 캠핑카와 그 정도의 거리를 벌리자, 캠핑카 위에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어떤 간 큰 사람이, 아무리 그래도 남의 캠핑카 위에 드러눕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저 위에 있는 사람은.
“존 도 씨?”
“…예에?”
“설마 거기서 졸은 건 아니죠?”
“그냥 리프레쉬 겸 멍 때리고 있었어요. 책상 위에서 마냥 생각하기에는 조금 지쳐서.”
“이제 내려오세요, 작가님.”
‘야, 저녁 먹자고! 좀 내려와!’
갈피가 잡힐 듯 말 듯한 기억이 모래처럼 손 안에서 빠져나갔다. 대신 남은 것은 무언가 머리 속에 왔다 갔음을 알리는 두통이었다. 웅웅거리는 머리, 아니, 귀? 잠시만요, 하는 대답과 목소리마저 그 두통을 더욱 크게 만들고 있었다. 대체 왜, 여기서? 아니, 애초에 이런 구도 자체가 평소에는 없었지.
존 도 씨는, 데이브는 분명 그 뒤에 뭔가 이어져야 할 말이 있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테면 빨리 오라거나. 그러나 이어진 것은 말이 끊긴 채 모래 속에 모든 게 가라앉는 것 마냥 조용한 상황이었다. 뭔가 이상한데, 하고 급하게 고개를 들면 보이는 것은 옛 친구가 이마와 관자놀이를 거듭 꾹 누르고 있는 모습이었다. 두통, 어쩌면 너는 기억을.
“잠깐만, 잠깐만요… 됐다.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아니요, 아뇨. 찬 공기를 너무 마셨나 봅니다. 들어가죠.”
여기서 다락방에 살던 어느 고등학생이라면- 어떻게 했었지, 또 모르는 사이라면? 고장난 듯한 머리가 눈의 흔들림을 통해 전부 드러나고 있었다. 아이작은 괜히 놀라게 한 건가 싶어 거듭 손사래를 치고 있었으며, 결국 작은 한숨과 함께 의료팀이 있는 곳으로 가 보시라고 사진작가는 제안했다. 안타깝게도, 그 반응은 그가 고등학생이었을 때의 반응과 제법 비슷했을 것이다.
“빨리 의료진 텐트 쪽으로 가시는 게 좋겠네요. 의료진 있잖아요.”
‘구급상자에 두통약 있잖아. 빨리 가서 먹어, 뭐해?’
- 방아쇠와 불꽃.
이 사막에서 떠나기 전날의 밤은, 축제가 끝나는 때의 밤은 아쉬움이 가득한 발들이 맴돈다. 그것은 발 뿐만 아니라 눈길, 손길로도 이어졌고, 곧 끝나지 않을 밤을 위해, 광란을 위해 모든 사람들은 잠을 포기한 채 사막을 내달린다.
사실, 사람들이 이 밤을 불태우는 것은 비단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 축제가 자유롭다 한들 일정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 떠나기 전날의 밤은 꼭 사람 형상으로 만든 거대한 목재 구조물을 불태우는 것으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모든 것을 불태운 이 곳의 사람들을 상징하는 것도 같은, 불의 일렁임은 사람을 홀리기도 하는 만큼.
이 밤을 맞이하며 그는, 그 모든 사람들에 포함되지 않는 동선을 탔다. 그의 텐트가 불길이 훤히 보일 정도로 가까운 것도 있었지만, 유독 저렇게 무리 짓는 일에는 영 낄 자신이 없는 것도 한 몫 했다. 아웃사이더처럼 지내 버릇하더니 그것이 여기서 이렇게 작용할 줄이야. 마지막에 와서 부딪히지 못하는 건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그는 어쩌면 다른 곳에 부딪혀야 했음을 아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분명 불길 가까이에 진작에 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동행객이 텐트로 불쑥 찾아온 것이었다. 차라리 저 광란의 한복판에 가는 게 나았을까. 마주하기 싫은 것은 아니었으나, 지난 밤 본 적도 없는 두통을 호소하던 것이 그에게 있어서는 작고도 큰 불안 요소가 되었다.
“작가님, 저기 안 가고 여기서 뭐 하고 있어요?”
“어차피 여기서도 보이니까요 뭐. 작업도 작업이지만…”
“많은 영감이 저기서 이글거리는 것 같던데.”
어쩌면 그 광란 안에서, 미쳐 돌아가는 엔도르핀 속에서 새로운 키워드나 구상 같은 걸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적어도 그가 구상하던 기존의 색채와는 또 다른 감상을 얻을 수는 있었겠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동행객이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늦게라도 갔을 지도 모르겠다고, 맴도는 생각은 그저 변명이라는 것까지.
“그러는 옐링턴씨는 어쩐 일로 안 가시고?”
“아니, 뭐… 어쨌거나 내 동행객이잖아요, 그쪽은. 그렇죠?”
“그게 무슨 상관이라고.”
“이쪽이 먼저 초대 비슷한 걸 했으니까, 좀 챙겨야지.”
이 말인 즉, 아이작은 그를 저 화염 기둥 근처에 데려다 놓을 목적으로 온 것이다, 하고 그는 짐작하고 있었다. 살짝 당황한 그가 본인도 모르게 좀 더 방어적인 태도로 나와서 쉽사리 제안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뭐 할 이야기도 있고.”
할 이야기, 그는 평온하던 제 눈썹을 조금 구겼다. 올 것이 온 건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 자신이 바라는 건 어떤 방향인지, 그것도 아직 모르겠는데. 텐트에 조금 더 있겠다고 한 이상 도망칠 구석은 스스로 내팽개친 것과 다름이 없었다. 아득한 불꽃이 길다란 그림자를 만들고, 그 그림자는 텐트에 들어서는 빛을 가로막고 있었다.
“프로젝트 건이면 안 합니다.”
“아니니까. 뭐 사실 여전히 섭외하고 싶긴 한데, 지금 용건은 좀 다르죠.”
“…할 이야기가 대체 어떤 주제이시길래.”
아이작의 눈이 잠깐 바닥 언저리를 훑었다. 눈을 마주하고 이야기할 내용이 맞는 건지, 최후의 고민이 눈가에 가득 묻어나고 있었다. 어디 바닥만 보았나, 자신의 손끝도 거슬리는 게 있는 마냥 살짝 보면서. 기다란 뜸들임이 이어지는 끝에, 입을 열었다.
“작가님…이 지금 쓰는 이름이 가명이시죠.”
“그걸 물어보시러 오셨나요, 굳이?”
“이왕 여기 온 김에 본명이라도 알려 주실 수 있나, 싶어서.”
그의 이름은 사회 안에서 영영 죽어버렸다. 사라진 기록 속에서 영원히 맴돌 이름이겠지. 언젠가의 톡방에서 만난 사람은 누군가를 애정하는 것이 지나쳐 세계에 틈을 만들었다고 한다. 차원을 관리하는 그로서는, 지금 이 순간이, 굉장히 신중하게 풀어나가야만 하는 때가 되었다.
“여태껏 존 도 씨, 하고 잘 부르셨으면서요?”
“…오, 강경하게 나오시네. 좋습니다.”
왜, 대체 뭘 하려고. 새파란 눈은 여지껏 속을 꿰뚫어 보지 않았다. 어차피 기억 같은 게 남아있지 않다는 걸 확인했으니까.
“작가님, 작가님이 데뷔하시기 전에 혹시 본 적이 있나요?”
“그 쪽을요?”
“네, 저랑 작가님 말입니다.”
아니요, 라고 빠르게 대답을 했지만, 실질적으로 그는 만난 적이 있었다. 마스크를 썼다고 하더라도, 유류품을 챙겨 가기 위해 옐링턴 가에 들러 아주 짧은 대면을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혹시 몇 년 전 저희 집에 오셔서 주인 모를 상자를 챙겨 가신 건 누구일까요?”
아 젠장, 넌 왜 이런 기억을 잘 하고 있는 건데. 이번에는 그의 눈이 흔들리다가 못내 바닥으로 향했다. 하긴, 애초에 그는 관리자가 된 이후에도 제 모습을 유지하면서 나들이를 다녀오지 않았나. 이건 어떻게 봐도 자신이 내어 놓은 결과였다. 이 상황도 전부.
“…그게 접니다.”
“봤네요, 그쵸. 콜로라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단기 기억 상실을 겪었다는 건 아십니까?”
“…”
“갑자기 누군지도 모르겠는 사람이 주인도 모르겠는 상자를 우리 집에서 가져간 게 수상하지는 않나요?”
“…수상하긴, 하네요…”
“그리고 작가님은 본명을 알려주지 않으셨고. 그 때 만난 사람이고.”
아이작은, 사실 어느 정도의 블러핑을 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블러핑이라기 보다는 떠 본다는 것에 가까울 것이다. 그 때 떠올린 성씨가 아주 전에 일어난 어느 저택의 학살 사건과 연관 있는 성씨라거나. 눈 앞에 있는 사람이 그 때 본 푸른색 눈과 똑같은 눈을 하고 있다거나. 아이작은 말없이 눈가를 툭툭 건드렸다. 그래, 여길 기억하고 있다고. 그리고 계속해서 자신이 기억하는 한의 옛날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전에 노점에서 파란 수국 이야기를 할 때 자리를 피하셨더라구요. 그 유류품이 거기서 나왔던 걸로 알거든. 그리고 우리 가족 전원이 파란 수국 모종이나 씨앗 같은 거 사온 기억이 없다고 하는데…”
대체 여기서 무슨 말을 더 해야 하지? 아니, 그래도 부정은 해야 하지 않을까. 별처럼 빛나던 푸른 눈은 오늘따라 유독 모래의 폭풍에 파묻힐 것만 같이 흐렸다.
“너무 심증이 많지 않나요, 아무리 그래도. 전에 말씀드렸듯이 이야기에 구미가 안 당겨서 그랬다고 했지 않나요?”
“우연이 한 번이면 그럴 만도 하다고 생각하는데, 작가님은 그러면 대체 그 유류품이 누구의 유류품인지 아세요? 그리고 왜 있었는지?”
“아는 지인이 자기 짐을 이사하기 전에 두고 왔다고 해서 받으러 왔습니다.”
“그 지인 분이 최소 30년은 전에 있으셨나 본데, 거기 있던 카메라는 그 나이 먹은 기종이 아니던데.”
“그 카메라는 원래 내 거였어요.”
이 말을 시작으로 아이작은 약간의 두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두통을 따라 얼굴이 조금 험악하게 변하기는 했지만, 이게 외려 압박을 줄 수 있을까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여기서 더 아프다면 또 다시 내쫓길 지도 모르겠다, 최대한 표정을 주섬주섬 갈무리하면서.
“나랑 가까운 사람이 그 유류품의 주인이었어야 하는데, 나한테 그런 지인은 없거든요.”
“…단기 기억 상실이 있었다고 하지 않았나요?”
“날아간 기억이 고등학생때로 편중되어 있으면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그걸 저한테 물으셔도 전 외부인일 뿐입니다만.”
외부인, 외부인. 정말로 이 사람은 외부인이 맞나? 그 상자 속에 있던 펠트 인형이며 카메라며 스케치며, 스케치. 그는 그대로 작가의 구상을 쏟아 놓은 노트를 찾기 시작했다. 대체 뭘 하는 거냐며 당황스러운 물음이 들려왔으나, 두통은 판단력을 어느 정도 무디게 하기에 충분했기에.
“갑자기 스케치 노트는 왜, 옐링턴씨? 대화 도중에 이렇게 나오는 건 굉장히 무례하다고 생각됩니다.”
누군가에겐 유감스럽고, 누군가에겐 다행인지 아닌 것인지 모를. 시간의 흐름과 인간에서의 탈피는 그의 구상에 여러 변동을 주었다. 습작과도 같은 학생 시절의 노트와, 비록 무명이지만 전시회를 꾸준히 열고 있는 지금의 노트는 확실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친구 또한 당황했는지 손을 공중에서 머뭇거리듯 놀리다가, 이내 양 눈을 누르면서 미안하다고 중얼거렸다.
“됐습니다. 나가세요. 많이 피곤해 보이시거든요.”
“아뇨, 아뇨…”
이젠 다행이 아니라 또한 유감이었다. 그 반대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누군가의 집 다락에서, 이 시츄에이션은 굉장히 자주 나오는 바였다. 왜 또 왔어? 우리 집인데 오면 안 되냐? 아저씨 아주머니 따라서 시내 한 바퀴 돌고 왔으면 그냥 얌전히 자라, 너 X나 피곤해 보이거든. 너는 진짜-
“…지금 인상 농담이 아니고 진짜 나빠 보여요.”
“괜찮습니다. 할 말은 마저 한 다음에.”
“아직도 남아 있나요?”
“…그 때, 유류품을 건넸을 때 떠오른 게 하나 있습니다.”
“에트와일러.”
그는 보기 좋게 동요하고 말았다. 진작에 텐트 바깥으로 쫓아냈어야 했다. 아니면, 아니면 어떻게 해야 하지. 지금이라도 내쫓아야 해? 외려 사실이라고 못 박는 게 아니라? 흔들리는 것을 지켜 보는 아이작 또한 심화되는 두통 속의 꿈 같은 기억들이 서서히 진실을 가리키기 시작했는지, 자세가 돌연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다행인 점은 그의 근처에 의자가 있었다는 점이고, 그의 운동 신경이 텐트 주인보다 훨씬 좋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렇게 불안정한 모습이 튀어나와도 전처럼 의료진에게 가 보라는 닦달은 존재하지 않았다. 고요가 삼엄하게 두 사람을 감싸고 있었다.
“…그 성이 뭐가 어떻다고.”
“콜로라도에서, 일어난… 일어난, 사건. 사건이죠. 부유층 저택이 습격을 당해서, 고용인들과 저택 주인이 모두 숨져 버린. 그리고… 습격자들까지. 네…”
“지금 저한테 할 이야기랑 관계가-“
“당신이잖아.”
반신반의한 상태에서 내뱉은 말은 곧 극심한 충격으로 돌아왔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는 표현이 비유로 많이 사용되는 이유를 이렇게 알고 싶지는 않았는데. 짚을 것을 찾는 손이 갈퀴질을 하나, 그걸 잡아 줄 손은 피조차 돌지 않는 긴장 상태에 놓였다.
“…당신, 당신이지. 너지.”
“…계속 말해 봐요.”
노이즈, 수많은 노이즈 속에서 이미지는 구체화되고, 외따로 떨어진 교실 속의 누군가. 음성이라며 기억되는 목소리가 점점 뚜렷해지고. 파란 수국 하나가 공처럼 굴러다니고, 산발하고, 뾰족하게 튀어나온 기억. 이 꽃의 꽃말은 무정이래. 그걸 왜 외우고 있나 했더니,
“…노점에서도 그렇고, …다락방에서도 그렇고… 너무 홀연히 사라지는 거 아니냐고.”
나는 너가 이름을 기억할 때까지 모르쇠할 것이다. 무정한 꽃잎이 별을 대신해 사막에 피어났다.
“다락방이라면 요전 전시회의 그 좁은 2층 말씀하시는지요.”
“진짜 너무하네. 그래서 너가 꽃말 이야기를 했구나, 그치.”
“데이브 에트와일러, 그치?”
애당초에 너가 먼저 내 교실로 찾아와서는 대뜸 내 이름을 물었지 않았냐고, 그리고 나는 너한테 이름을 물어 봤고, 그 대답이 선명히 기억이 나는데.
“이 새끼 안 늙었네.”
“…아 좋아, 아이작.”
“그래서, 뭐. 더 하고 싶은 말 있어?”
전에 없이 흉흉한 분위기가 깔릴 법도 했으나, 아이작은 이런 분위기에 익숙했다. 그것도 제 친구가 그리 만들고 있다면 더욱. 가시 돋친 유령 같은 녀석인지라, 독립적인 걸 굉장히 좋아한다 여겼던 지라. 야밤의 추위가 들이닥치는 가운데 두통과 미열은 점점 머릿속의 세력을 높여 갔다. 한 쪽은 웃고, 한 쪽은 굳은 대화. 좋은 대화는 아니고, 재회한 친구한테 유하게 다가서고 싶긴 하지만,
왜 말 안 했어, 를 시작으로 하는 대화는 거칠게 흘러갈 준비를 끝마쳤다.
“굳이 말 할 필요를 못 느껴서.”
“속이니까 기분은 좋았고?”
“기억도 없는 사람을 속인 셈인 거야, 아니면 뭐야.”
“이렇게 다시 돌아왔잖아. 찔러주기만 하면 돌아오는 걸 대체 왜-“
“-어차피 사회적으로 난 죽은 사람이야, 등신아. 돌아와서 뭘 하는데? 대체 뭘?”
윽박. 살점도 핏기도 없이 휘청거리기 직전처럼 보이는 한 관리자의 것이었다. 핏대가 서고, 색색거리기 시작한, 침착함을 필사적으로 가져오고 싶어하는 사람의 것이기도 했다. 또는 잃어버린 것이 너무나도 많은 사람의 것이며, 또는 누군가의 삶을 갈취해 버린 사람의 것이기도 하겠지. 생전 처음 보는 표정에 아이작은 말을 아꼈다.
“보기도 싫은 가족도 없어. 내 신분도 사회적으로 죽었어. 난 죽은 사람이야. 알아? 아무 곳에도 발을 디딜 수 없다고.”
“…아니, 그, 래도,”
“그래도? 응, 그래, 그래도 너가 기억을 한다 어쩐다 해서 복구는 되겠지. 그게 실종이었으면 실종자가 돌아왔으니까 그게 복구는 됐겠지. 그치? 근데 이를 어떡하나, 내 부모 쪽 자식 관계 살펴본 적은 있을 거 아냐.”
“…없었지. 아무도 없었어. 이게 이상해서… 아.”
“난 이 세상에서 지워졌다니까. 있을 곳 그런 거 없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하하… 이야기해도 아무도 안 믿어 줄 일들 뿐이라서 어떻게 할까. 이야기해도 공감도 못 받을 일이라서 말이야.”
어차피 늘어 놓아도 그건 다 자신의 죄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순간에 벌어진 참사를 듣는다면 대체 무슨 표정을 지을지, 쉽게도 예상이 갔다. 그런 생각과 동시에 한순간에 차가워진다. 내가 여기서 무슨 소란을 피우고 감정을 내보낸다 한들 결국 나 스스로 피해의식을 가져서 그런 건 아니고? 무너질 것 같다, 분명 여기에 온 건 그런 이유가 아니었는데.
“그러니까 알려고 좀 하지 마, 제발… 꺼져. 나가.”
몰아쉬는 호흡이 거세다. 감정이 순식간에 터져 버려서는, 할 수 있는 모든 말 뿐만 아니라 해서는 안 될 말 마저 해버린 것만 같았다. 차라리 이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기억된 걸로 끝내자. 제발 나가, 꺼져. 겨우 고인 눈물들을 다 닦아낼 무렵이었다. 헛기침 소리가 크게 들렸다.
“…일단, 그래, 알았어. 그러면!”
“그럼 추가적인 제안을 할까요, 존 도 씨. 우리 집에는 아직 다락방이 한참 비워져 있거든. 고양이 놀이방으로 쓰자니 애들이 계단 오르다가 다칠 것 같고…”
필사적으로 열감이 가득한 머리를 굴려 제안 하나를 꺼냈다. 적어도 너가 그런 상태라면, 이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는 새라도 둥지 하나는 필요하지 않겠어. 눈 앞의, 당장이라도 무너지게 생긴 까마귀는 이 말을 듣고 놀란 게 훤히 보였다. 끝내 그렁그렁 맺힌 눈물이 툭, 흘러내렸으니까. 닦을 생각도 못 하고. 하여튼 안쓰러운 건 옛날이랑 지금이랑 차이가 없다.
“…가끔 맥 앤 치즈 좀 주방에서 내려와서 먹어도 되니까.”
“됐습니다.”
“이건 좀 그런가.”
“…대신에, 공책, 하나만. 소설 좀 쓰다가 갈게요.”
제 호흡을 정리하며, 눈가도 다시 정돈하며 그가 역으로 부탁했다. 소설이라 함은, 그의 이야기일 것이다. 몇 번 눈을 깜빡거리는 아이작은 제법 졸려 보이기도 하고, 아파 보이기도 했지만, 적어도 이 말 까지는 해야 겠다 싶었다.
“쓰면, 보러 와도 좋고.”
언젠가는 끊어질 인연이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제 이야기의 어느 정도가 진행된다면 멈출 생각이었다. 잉크병이 깨져 새카만 범벅이 된 이야기인 것을. 제 스스로 깨트린 것 투성이인. 하지만 그 전까지는,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게 낫겠지.
“…좋습니다, 존 도 씨. 그러면 뭐, 나가죠.”
“의료진한테 좀 가시죠. 식은땀이 머리카락에 다 엉겨 붙었어요.”
“좀 데려다 주시겠어요?”
-
“…아니 근데 솔직히 난 좀 서럽다?”
“시끄러워 옐링턴. 너 때문에 난 지금 불놀이도 못 가고 있어.”
“서러운 걸 서럽다 하지도 못 하냐아.”
가는 길의 투닥거림은 제법 오랜만이지 아니한가. 비록 한 쪽은 골골거리고 있었고, 다른 한 쪽은 그걸 끌고 가기에 체급 차이가 제법 나서 둘 모두 고생길을 걷고 있었지만. 한 쪽은 큰 소득을 얻었나 싶었는지 웃고 있었고, 다른 한 쪽은 최대한 눈도 안 마주치려고 하는 건지 정면만 보고 있었지만, 글쎄, 조금 후련해 보이기도 하지 아니한가.
“아 근데 난 너 울 줄은 몰랐네. 그건 미안.”
“아 쫌 진짜…”
정강이를 차려다 실패한 모습이 역력하게도 보였다.
-
이튿날, 떠날 때가 된 자들의 캠핑카 하나에는 마지막으로, 파란색 수국과 함께 D.E 라는 이니셜이 스프레이로 낙서되어 있었다. 절대로 지워지지 않을 낙서라고, 차의 주인은 생각했다.
-
이제 만족해? 그는 제 어딘가의 작고 어린 열 여섯과 일곱 사이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처음 만들어 질 때는 분명 다른 방향으로 튀어나온 금이었는데, 아이작과 대면을 자주 하면서 꿈 속에서도 자주 등장하게 되지를 않나. 목적이 틀려먹게 된 것도 같지.
작은 그는 만족했다는 듯이, 병원복을 여미다가 제 친구의 옷을 빌려 입은 어느 날처럼, 그리고 그의 환각 속에서 등장했던 것처럼, 다시 유유히 사라졌다. 사라진 그 자리에는 대신, 자리를 비웠던 그를 기다리는 원념들의 웅성거림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이제 괜찮다, 적어도 당분간은 자리가 하나 이상 저 밑에 생겼으니까. 계속 앓던 속의 앙금이 풀어지고, 그 자리에는 다시금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활력이 머금어졌다.
7. 캐릭터 TMI ¶
https://youtu.be/e4RMh7NLHPY 메인테마(20뎁) https://youtu.be/mGv0ze0lHKA 메인테마(25뎁) https://youtu.be/3x6Y2fYGrmM 메인테마(세피라뎁) https://youtu.be/dwUseAbCJC4 메인테마(안정기) https://youtu.be/gS6RbRld7nM 목소리떡밥1 https://youtu.be/M6GFuLyFmDs 목소리떡밥2
- TMI
- (131스레) (데이브 어디살아요)
데이브는 미국 콜로라도 주에 삽니다
- (1. 일기에서 심정지라구 햇는데 그사람 지짜 죽엇나요 2. 죽엇다면 데이브는 죄책감같은거 느끼나요 3. 부모님이랑 무슨일이여 4. 어쩌다가 꿈능력얻엇어요 7. 데이브 루시드드림에 대해 어덯게 생각하나요)
심정지가 왔지만 시피알로 살아났음 부모님이 데이브로 인형놀이할려고 함 중학교 입학할 쯤에 얻음 루시드 드림이 자각몽이지? 데이브가 꾸고 있는 게 맞긴 한데 데이브는 타인의 꿈도 갈 수 있다 자기자신은 꿈인 걸 분명히 인지하는데 검색했더니 아닌 사람도 많아서 위험은 하구나 싶어하는 중
- (지금 그러면 현실 데이브는 곳곳 만신창이로 다쳐있는건가요 살아는 있나요 꿈에 갇혀있나요)
5년전에 다쳐서 입원하고 그랬으니 지금은 말짱합니다 다만 어깨는 야구 좋아하면 슬펐을지도 물론 데이브는 운동 별로 안 좋아함 스틸 얼라이브 안 갇혔습니다
최근에 목격한 이상한 꿈 은 모르겠고 꿈속에서 이상한 남자가 말거는 걸 여러 꿈에서 봤다 제일 이상한 기억 Scp를 본 것 같다
- https://youtu.be/2pciGJ8vHN4 빚 상환 직후
- https://youtu.be/bpDHtLrVc3M 꿈능력 얻은 후와 부모님과 의절한 직후
- (허엉 갑자기 우리스레 고딩모임 보구싶다)
데이브는... 친구 집에서 지내면서 알바하고 공부하는 촉박한 삶을 살았따 그 친구 빼고는 인간관계 읎는 아싸
- 포켓몬이면 무슨 타입일까 (오너방 132스레 482레스, 552레스)
- 오토바이는 가게 것(오너방 133스레 13레스)
- (1. 데이브 조아하는 숫자 의미가 있나요 2. 타인 무의식 조종 ㄱㄴ? 3. 아부지 뭐하시노 4. 데이브가 나중에 작가 활동을 하면 그 꿈 사진들은 비현실적인 게 많을텐데 꿈인 걸 밝히나요 아님)
- D: 로마 숫자 500 A: 4로 치환 V: 로마 숫자 5 E: 3으로 치환
- 하면 목숨 걸어야 함 거의 불가능 또 심정지 올 가능성 있음 3. 기업 운영 4. 어차피 안 믿을 거 아예 편집의 편집을 해서 편집 사진입니다 오호호 할 것 같다
- Q. 자캐는 냥냥이파인가 멍멍이파인가 A. 키우기에 돈과 역량이 부족함파인데 나비 사역마를 선물받음파
얀데레가 된다면 오토바이소 사고를 낸 뒤 납치 감금, 꿈에서 둘만의 공간은 만들 것(오너방 134스레 54 54레스)
- (오너방 134스레 638레스)
- 당신의 캐릭터가 좋아하는 것 : 꿈, 자유, 카메라, 모르페우스, 기대하지 않는 것
- 당신의 캐릭터가 싫어하는 것 : 부모님, 어린시절, 핍박, 애정?
- 당신의 캐릭터가 시간이 애매하게 빌 때 하는 것 : 유튜브를 검색해서 편집 방법 팁 영상을 보거나 카톡방을 연다.
- 당신의 캐릭터의 기억에 남는 추억 : 올A를 맞고 온 날 처음으로 지하실에 가지 않았다.
- 당신의 캐릭터가 놀이공원에 가면 가장 먼저 탈 놀이기구 : 귀신의 집.
- 당신의 캐릭터의 절망편은 : 1.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거나, 2. 숨길 수 있는 피를 보거나, 3. 꿈능력으로 할 수 있는 최악의 짓을 하고 죽거나.
- 당신의 캐릭터의 희망편은 : 그렇다면 서사 시작이 안 되겠지만 뭐... 가업을 이으면서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다.
- 당신의 캐릭터가 고민하는 것 : 차사고 낸 살인자가 어디에 있는가? / 나만의 사진 아이덴티티가 꿈 말고 뭐가 있지?
- 당신의 캐릭터가 롤모델로 삼은 이는 : 팀 버튼?
- 당신의 캐릭터가 반대로 저렇게 되지말아야겠다 힌 이는 : 부모님.
- 본스레에 hytgre 를 쳤는데 살려주세요 help 칠 때 h주변과 h에서 e로 가는 경로의 영어들을 친 것(독백스레 630레스, 오너방 134스레 804레스, 806레스, 본스레 304스레 630레스)
- 유에가 무슨 모습으로 보이나? 죽은 피해자였다가 살인자였다가 자기 자신이였다가 부모님이였다가 하며 반복적으로 전환된다 (오너방 135스레 301레스)
- 독백 관련 tmi 1. 데이브가 살인자 기억 다시 갈 시점에 살인자는 이미 주거따 2. 데이브가 살인자 기억 다시 갈 시점에 살인자가 사망한다 에서 다이스갓이 2를 점지했으나 어쩌다보니 피해자 기억으로 1까지 해버림
- 초카방 열 때 뭐라고 말해? the Hyperdimention chattingroom of somewhere, wanna translate...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카톡바앙~ (적당) (오너방 136스레 296레스)
- (그러니 여러분 캐가 가채로 나오면 나올 당시 대사를 적어봅시다)
데이부(일반): 데이브 에트와일러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데이부(꿈): 꿈능력자라고 해요, 데이브가 이름이고. 안녕, 반가워요.
- (지금 캐들이 죽은 뒤 한을 품고 귀신이 되면 어떤 느낌이 되는지)
살해당했다는 가정 하에 음
데바데 몽구같은 애가 될 것 같은데
- (친구들 피어싱 뚫는다면 어디다가 뚫는지 썰풀어조)
데이브: 피어싱을 바늘로 푝 하고 귓볼에 뚫는다 생각보다 괜찮은 거 같아서 그 이후에 별존을 뚫었는데 자다가 갑자기 귀 아파서 잠 깬 이후로 그냥 피어싱 다 뺴고 다닐 듯
- (1. 데이브가 알렉세이랑 얘기할 때 자꾸 미안하다고 하던데... 그거 친절에 익숙하지 않아서람서요.. 나 울어... 왜 안 익숙해요 (뎁주:??) ㄹㅇ로 뭔가.. 궁금하다 2. 언제 퇴원해요? 3. 그 병원에서 자꾸 카페인 먹었던 게 꿈에서의 경험이랑 연관있나요 (잠들기 싫어서라던지) 4. 무슨 동물 조아해요 5. 처음에 꿈 -> 현실 택배 잘 안되던걸로 기억하는데(맞나) 지금은 잘 되나욤 6. 데이브 사랑해 7. 허엉 8. 데이브한테 나이트메어 공포영화 보여주면 무슨반응해요 9. 데이브가 꿈에서 자기 자신의 무의식으로 들어갈 수 있나요? 10. 데이브의 인셉션 영화 감상)
- 이ㅣ이이게 스진을 할때 나올지 안나올지 결정은 좀 안 했지만 으음 그의 인생에서 진짜 친구라고 여기는 게 루나시 이전에 한명밖에 없었음 2. 입원이 금요일이였으니까 금요일에? 빡세게 스진했으니 느긋하게 병실에서 취미생활이나 즐기게 냅두고 싶네요 3. 골든 정답 4. 나비, 댕댕이, 고양이 (평범) 5. 콜라네는 사라지고 나머지는 잘 받아지고 그냥 차원 바이 차원이라고 적당히 생각하기로 6. 네? 네? 네? 네... 7. 아니 울지 마세요 어 제가 죄송해요 라는 반응 8. 무서워하진 않는데 잘못하면 플래시백이 올지도 모른다 9. 자기 꿈은 들어갈 수 있다 다만 주도권은 못 쥐는 편 사실 능력으로 꾸는 꿈 자체가 의식과 무의식이 섞인 곳이기도 하고 10. 대체 왜 구분을 못하는거지
- 1. 콜로라도 주의 모 대학 사진학과 2. 꿈능력자 3. 현재 두 번 정신적 죽음을 겪고 심정지로 인해 중환자실에 입원 4. 부모랑 관계 나쁨 5. 쿠로가 무상으로 돈을 줘서 지갑 사정이 좋았는데 병원비로 빠져나갈 지도 모른다 6. 나비 이름은 모르페우스고 루이가 선물로 줬다 7. 택배는 가급적 현실에서 받는다 꿈에서 받아봤자 현실에 읎다
대략 뭘 궁금해할 지 몰라서 요약
- (오프레)
배우는 원래 로코랑 하이틴쪽 풋풋한 느낌의 캐릭터를 주로 맡다가 이미지 변신도 하고 싶고 미스테리물을 좋아해서 이번에 맡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배우는 의외로 권총 사격 하나는 끝장나게 잘 하는 편
- 총 무서워하기 전에도 데이브는 총을 멀리했다 다만 무서워하기 전에 데이브는 부모님이 죽는다면 그냥 내가 총으로 쏘고 튀겠다는 생각을 했다
- 데이브 배우 본명은 새뮤얼 '다우드' 콜슨 배역 이름이 데이브인 걸 알고 얘 본명 데이비드에요? 나 다우드인데! 하고 좋아했다는 후문이 있다(어원이 같다) 물론 데이브는 그냥 데이브임
새뮤얼 다우드 콜슨 에서 다우드는 데이브를 애칭으로 쓰는 데이비드와 어원이 같다 다윗! 그리고 새뮤얼을 제일 나중에 지었다 이탈리아인 혼혈인 미국인
새뮤얼은 위로 나이차이가 크게 나는 누나가 둘이다 찐막내로 커서 촬영장에서 애교재롱둥이로 유명 감독님과도 바로 종알종알 이야기할 만큼 낯가림이 존재하지 않는 편 데뷔는 11살때 로맨스물로 했다 로맨스 그만하고 싶어어어어ㅓ어어 를 울부짖었다고
- (다들 그림체 어떤지 궁금하다 )
https://youtu.be/NNCxNntn2yc
데이브 꿈 속 세상은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은 유화스러운 애니메이션
- 데이부 쌍커풀 있다 귓볼 붙어있다 휘파람은 어설픈 편이고 딱딱소리는 양쪽 다 잘 됨
- 아이작 따라서 귀에 피어싱 슉슉할 적 이야기 아이작은 귓볼이 떨어져있음 데이브는 귓볼이 붙어있음 뚫을 때 뭔가 뎁은 더 쫄렸나보다 그래서 호달다랃ㅇ 하면서 이런 유전자를 물려준 부모님을 소소하게 저주했다
- Tmi 데이브는 치즈류 전반을 조아한다 아마 술을 잘 마셨다면 와인에 치즈를 호록할 것
- Tmi 데이브는 일단 이성적으로 지향하는 건 선이 맞다 일단
- 데이브는 유동적 중립이다 (뒹굴) 확실한 건 얘가 질서 중립은 아님
- 초기설정... 데이브랑 사물이는 애초에 기관 소속 연구자임 둘이 동기로 입사했다 그러다가 데이브가 자기 꿈 능력을 실수로 말하다가 들켜서 데이브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기억삭제당함 사물이는 전근 갔다가 기억 어쩌다 되찾고 돌아옴 데이브는 적응은 했는데 씁쓸한 느낌이고 사물이는 하아 X발같은 느낌이였겠지 그래서 이대로 갔다면 초기 난입도 사물이였을 가능성이 높다 초기설정 사물이의 상당수는 아이작이 가져갔군
- 독백에 대한 티미 1. 모르페우스 부분은 뎁주가 정말로 넣고 싶어서 넣어따... 모르페우스 삼촌 혹은 형제가 타나토스이다... 2. 상성: 데이브는 테드의 내면을 무슨 짓을 해도 들여다 볼 수 없다. 대신 폭주했을 때 테드의 인격 복제 자체가 막힌다.
- 이걸 n번째 말하는 걸까 데이브 차사고는 그냥 지른 거시다 그래서 알바 도중에 어쩌구(즉석) 이 이렇게 스노우볼을 굴릴 줄 몰랐다 무슨 알바일까 그런 걸 오너방에서 추천받았지 메이드 알바가 나왔었지 호호
- 데이브: INFP-T
- 참고로 데이브는 현재 심장이 자기 복제 개체만큼 있으며 아마 오너방에서 질문했던 그거 타인의 무의식 조종 이제는 가능할 것 그래서 사물이가 데이브를 이용하려고 할 것이다
물론 얘도 이제 마냥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탈출이 맞지만 사물이는 그 과정에서 나오는 희생을 신경 안 쓰는 편
- 퇴원 기념 선물 주러 주섬주섬 인형 한 품에 가득 사서 돌아왔더니 아이작이 ? 했다고 한다 데이브 이 때 아마 지는 몰랐겠지만 입꼬리 올라가 있었을 것
- (데이브가 꿈 능력이 아니라 염동력자였을 경우 썰)
스토리 상으로는 애초에 이런 일 자체가 일어나지 않거나 한참 늦춰졌을 것이다 결국 폭주해서 능력이 수면 위로 드러난 셈이고 폭주를 앞당긴 이유 자체가 꿈능력과 자기 호기심 때문이었으니까 만약 폭주하면 집이 부숴지고 인간이 일단 고깃덩이처럼 변하는 게 양호할 정도의 그릇
- 소소한 티미라면 처음 생겼을 떄 수저를 모두 구부려서 부모님께 소소한 복수를 했다 아마 사진학과 안 가고 물리학과로 진로를 틀었을 것 같다 그리고 허구헌 날 으아악 너무 어려워요 했을 것이다 손 안대고 코 푸는 거랑 손 안대고 옷 갈아입기가 가능하다
- 오늘의 tmi 데이브가 제일 으 그켬;; 하는 말은 운명이고 사물이가 자주 하는 말도 운명이네 운이네 뭐네이다
-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 데이브 에트와일러: 230 초면인 사람이 느끼는 그는 어떤 모습일까요? 132 더위를 타는 편 or 추위를 타는 편 074 여행해본 나라는?
- 초면에 느끼는 그
안 웃으면 좀 다가가기 어렵다 쌀쌀맞다기보단 아싸 자처하는 느낌
- 더위 타나 추위 타나
더위를 더 탄다 고향이 추운 곳이라
- 여행해 본 나라
누구 덕분에 어째 사막이 있는 곳을 여행 아닌 여행을 하긴 했다
- (말 나온김에 2회차 실패 톡방 기준 애들 상황 풀어주시오)
데이브가 모르페우스, 휴프노스, 타나토스, 케르라는 인격으로 각각 분열한다
- (안되겟다 성공톡방 썰풀어주세요 친구들 멘탈좀챙겨조라)
데이브
부모님이 역대급 둥가둥가를 보이는 중
꿈능력을 얻지 않았다(꿈능력을 얻은 계기가 데이브 생각엔 부모님과의 거센 마찰이라고 생각)
혹은 차사고가 안 일어나서 그 살인자를 꿈 속에서 찾을 생각도 안 했을 것이다
아마 수 년 뒤 아이덴티티를 찾고 작은 전시회를 시작했을 것이다
- (아이돌썰)
소속사상 이런 거는 잘 모르겠지만(모른다정말로) 컨셉은... 그 뭐냐
그리스 로마신화의 지하세계같은 컨셉이지 않을까 그것도 하데스쪽 말고 태초의 신들이 자리한 타르타로스랑 에레보스랑 닉스 있는 곳 중2병 걸린 것 같다고 뎁주 취향을 잘 아는군 활동명은 데비
-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어떻게 하면 네 마음에 들 수 있어?" 데이브 에트와일러: 죽지 말고, 그저 옆에 천천히. 거리를 두고 있어도 괜찮아요.
"왜 그애를 죽였어! 그애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데이브 에트와일러: 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한 명 지목!" 데이브 에트와일러: 어 음 어... 일단 나 빼고 그러니까... 있나?
- (좀비아포 AU)
데이브 인간: 먹을 것도 조금 나눠주고 그러는 쉘터의 일단은 화분같은 애 좀비가 들이닥쳐도 생각보다 총 무자비하게 쏠 것 같다 도끼질이나 좀비: 이 자식 좀비 조종하고 있는 그런 좀비일 것 같은데
- (1. 데이브가 흑화하는 루트도 있었나요 2. 데이브 납치댓는데 부모님 반응 3. 2p썰풀어주세요(질척) 4. 왜이렇게귀여움? 5. 만약 scp가 온건한 방향으로 데려가려 했으면 그때 루트)
- 이게 일직선 루트긴 하지만 상상하긴 했다 애가 완전히 도덕을 놔버리고 인간성을 놓는 쪽으로 한마디로 후천성 싸패 2. 부모님 그 떄 죽었어요 그래도 만약 살아있을 때 반응이면 음... 돈 요구라면 돈을 주겠지만 그렇다고 쩔쩔매진 않을 듯 하다 3. 하얀 머리에 적안이거나 금안인, 타인에게 애정을 목메는 저세상 얀데레 그러나 겉은 그냥 온화한 도련님이지 않을까 능력은 악몽 뿌리기이고 4. (어느 부분이 귀여운건지 뎁주는 사실 잘 모르겠으나) 감사합니다 5. 아마 설득당해서 갔을 것이다 막 폭주가 일어나진 않겠지만 시설 내에서 크게 사고가 나고 누군가 죽음으로써 또 폭주가 일어나지 않을까
- 모르페우스: 아마 20년도의 데이브 본인, 자유를 조용히 추구하는 편인 얌전하면서도 활발한 인격 휴프노스: 휴식을 바라는 인격, 아마 어릴 적의 데이브일 것 같다 타나토스: 고딩 데이브, 생명의 죽음을 뜻함, 그 때는 죽음을 별 것도 아니게 생각한 만큼 케르: 내면에서 지금 막 만들어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도덕성과의 마찰 속에 탄생할 인격
- 데이브가 도덕성과 인간성을 놓지 않았는데 데이브의 속성 자체가 선행을 하면 괴리감에 고통받고 악행을 하면 죄책감에 고통받는 저세상 뉴트럴이라 결국 생기긴 생겼겠으나 무수한 죽음을 거치는 과정에서 전부 풍화되었을 가능성이 제일 크고 도덕과 인간성을 쥐기 위해 모순적이게도 케르를 없애야 했다는 생각과 실행 이게 두번째로 가능성이 크다 물론 정말 통합됐다면 일말의 잔혹성은 남아있을 것
- (척수캐썰)
데이브: 연비는 안 깎아먹는데 내가 얘 무슨 생각을 하는지 생각해야 함
- 소소한 티미라면 20데이브의 텐션: 데이브 자체 텐션은 높지 않으나 자기가 높아 보이려고 애쓰는 거 + 톡방 텐션에 휩쓸림 25데이브의 텐션: 디폴트로 낮음
- (T씨가 과거를 원하는 대로 개변해주거나 미래를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치기 해주겠다면 캐릭터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데이브는 1. 부모님이 자신을 둥기둥기해주게 아예 처음부터 틀어달라고 하거나 2. 최소한 차사고 당시에 그 호기심을 지워달라고 하거나 3. 자신이 인격적 자살을 택할 때 아직 육체 복제가 시작되지 않아서 완전한 죽음을 맞이하게끔 하거나
이지 않을까
- (#자캐는_전_부친다_or_전부_친다)
전 부치는 데이브
- (#자캐가_회고록을_쓴다면_첫문장은 #자캐가_회고록을_쓴다면_마지막_문장은 #자캐의_결정_중_가장_어려웠던_것)
회고록 첫 문장: 뜻하지 않은 행운은 뜻하지 않은 저주일 수 있다 회고록 마지막 문장: 딜레마의 수렁은 날 지웠다 결정 중 가장 어려웠던 것: 죽음을 견디기로 각오했을 때이거나 지금 하고 있지 않을까 아니면 더 미래에 있거나
- 데이브의 다른 투피썰 쟤 성격이 오질라게 더럽고 정없었으면 의외로 배트맨식 불살주의를 추구하는 혐관맛집이었을 것이다
- (#자캐가_믿고_싶어_했던_것은)
뎁: 자신의 선택이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라는 것
- (#자캐가_쓰는_샴푸_향)
뎁: ㅓ... 비누... 향....?
- (#자캐가_자기_전에_하는_것)
뎁: 초톡방(? 하다가 메모를 하거나 뭐
- (애들 동숲하면 플레이 스타일 어떨까)
데이브는 돈을 갚는다는 걸 까먹지 않을까 뽈뽈뽈 사진만 엄청 찍어대고 남반구 북반구 놀러가고 가구 수집하고 그러다가 어 살 무언가가? 어 돈 갚으면 항목이 늘어난다고? 하면 갚기 시작할 듯 여담이지만 맨날 타란튤라에 1일 7기절 할 것이다
- (2. 데이브는 재단에 남기로 한건가요? 4. 데이브가 타 scp를 보면서 가지는 감정? 어린아이 scp도 있는 걸로 아는데 :3.. 5. 데이브가 꿈속의 남자 scp랑 만나면 벌어질 일 6. 데이브 키위새 총 몇마리)
- 스스로가 바깥 나가는 데에 좀 불안해하기도 합니다 모순적이게도 햇빛이 없는 데에 투덜거리고 있지만요 4. 관짝에 들어간 분노와 혐오가 잠깐 문 열고 나와서 월요일에 올린 독백같은 내면의 소용돌이가 다시 일어났다가 자신을 생각하고 다시 싸해지고 그렇다 5. 꿈속의 남자는 나타나서 미래를 예언하는데 얘한텐 안 알려주고 그냥 홍차 마실 듯 6. 큰 거 한 마리 작은 거 6마리
- (뎁이 사물이에게 갖고있는 감정)
자기 정신적 죽임을 하려고 함 + 자기 깨어난 이후 초기 실험의 70%를 사물이가 주도함 = 이렇게 투닥대는 건 폭력을 쓸 체력이 없기 때문이다 수준의 애정이고 나발이고 없는 습관적 혐오감
- (데이브가 찐으로 과거로 가버린다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어느 시점일진 몰라도 솔직히 질서악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좀 크다 반응은 그렇게 그렇게 버틴 게 허무해지다가도 과거로 돌아간 거에 기쁘다가도 왜 기뻐해야 할까 이게 죄악이라는 생각을 안하고 하고 또 우울해졌다가 하지 않을까
- 사진작가 데이부... 꿈에서 본 것들을 모티브로 여러가지 작업을 하지 않을까 사람 기억의 교차나 환각같은 거 눈은 렌즈니까 눈을 통해 보는 것도 기획할 것 같다
- (데이브 사진 색감 어떤가요)
https://www.carredartistes.com/en/art-online-gallery-contemporary-artist-frederic-thiery/14350-unique-contemporary-artwork-frederic-thiery-new-york-city.html
이런 색감일 것 같다
- 엄청 늦은 거지만 독백도 쓴 김에 데이부는 5년 후 접속했을 때 이미 알렉과 침착하게 몬가 일어났기 때문에 일단 설정상 선 그은 것이 맞다 쫄래쫄래 쫓아다니는 째그마한 애들 다 커다란 애한테 준 것도 나름 선 정리 과거 알렉 등장으로 몬가 들었지만 마상당하기엔 들은 말이 넘모 많기도 하고 아무튼 그렇다(구질
- (데이브 폐기엔딩 썰)
일직선이라서 :3c 그래도 하나 있다면 차악과 최악 중 최악을 선택했을 때일까 아마 죽음을 계속해서 못 받아들이다가 타인의 생명까지 끌어들여서 사용하는 바람에 모르페우스가 아니라 타나토스라는 개체 별칭이 붙을 수도 있었겠군 아니면 또 음음 인격이 붕괴되었다가 재결합하는 과정에서 주도권이 파괴적인 쪽으로 간다던가
- (아이작은 지금 데이브 상태 어느정도 알고있나요)
데이브의 눈 색과 에트와일러라는 성씨 그리고 함께 했던 것들이 했었...지 드문드문 응응 그랬었지 했었나? 수준으로 기억합니다 얼굴과 이름은 기억 못합니다 현재 상태도 모름
- (#멘션온_캐가_자캐의_핸드폰에_저장된_이름)
뎁>희: 횸>희씨>횸 mean 카페 희씨 뎁>알렉: 알렉세이씨>알렉씨>의사선생님 뎁-키린: 키린씨>환생자
대충 데이브가 보는 기억 화면들
- (애들이 학생이고 학기초 자기소개서 쓰면 ~담임선생님께 하고 싶은 말~ 이런거에 뭐라 적을지 궁금해써)
데이브: 절대 부모에게 전화하지 마시오 뭐 이런 거 적지 않았을가
- (점심시간 땡치면 뛰어나가는지 아님 아예 늦게가서 더받는지... 호다닥 먹고 두번먹는지도 궁금허다 아님 매점을 가나ㅇㅏ냐 의외로 도시락파가 있을수도 잇다)
데이브가 마를 이유는 귀찮아서 안먹음인데 일단 근데 모 학창시절땐 아이작이 알아서 끌고 가서 먹어라 이자식 ㅡㅡ 했을 거 같다
- (디스토피아)
데이브는... 높은 직책의 자제였다가 저세상 환멸이 나서 알아서 뛰쳐나가서 총 좀 쏘고 있을 것 같다 그러다가 모종의 이유로 다시 끌려들어올 듯 실험체일 가능성이 높다
- (막장드라마 보는 캐릭터들 반응)
뎁: 스토리에 태클은 안 거는데 연출이나 대사에서 투덜거린다
- (요리실력)
뎁: 일단 맥앤치즈는 고수이다 고기 굽는 것도 잘 하는 편
- (#자캐가_무언가를_참을_수_있는_정도)
뎁 고문 : 상상도 못 함(20) / 그래 내가 다치는 걸로 해결된다면야 빈사 이후까지도(25) 아픔 : 아픈 건 좀 (20) / 피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지(25) 굴욕 : 이런 건 메모하면 객관화 되더라(20,25) 욕지기(구토) : 위장은 안 상했어(20,25) 허기 : 밥 먹기 귀찮아(20,25) 졸음 : 꿈능력자한테 많은 걸 바라는구나(20,25) 고통 : 싫어(20) / 딜레마만 아니면 돼(25) 웃음 : 웃음 참기 챌린지는 자신 있어(20,25) 눈물 : 울음 참기 챌린지도(20,25) 분노 : 굴욕과 이하동문(20,25) 고독함 : 혼자는 편할 거라고 생각해(20,25) 수치심 : 아 그건 좀(20,25) 그리움 : 딱히 그리울 사람이...? (20) / 견딜 수 있어(25)
- (에고그램)
데이브 에고그램 (AABCA) 봉사를 위해 살아가는 타입 성격 사회질서 유지에 협력하고 사람들과의 의리와 인정을 중요시하는 타입입니다. 자신의 인생을 즐길 줄 모르며 다른 사람으로부터 칭찬받고 싶다는 일종의 열등의식이 강하게 작용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나 타인에 대한 서비스를 무엇보다 우선시합니다. 항상 의무감이나 도덕의식에 얽매여 남을 따뜻하게 대하거나 사회에 봉사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기도 합니다. 이런 생활방식은 당연히 세상으로부터 칭찬을 받겠지만 대체 자신이 누굴 위해 살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앞으로는 좀 더 인생을 즐기도록 노력하고 사회에 대한봉사만큼 자신의 쾌락도 추구하도록 하십시오.
대인관계 (상대방이 이 타입일 경우 어떻게 하연 좋을까?)
연인, 배우자 - 쉽게 다룰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타입은 아닙니다. 당신의 마음가짐 하나로 최상의 배우자가 될 수도 있겠죠.
거래처(고객) - 성실한 비즈니스 자세가 존경스러울 정도. 이 사람과의 관계는 소중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사 - 리더십은 없지만 문제 해결에는 충분한 노력을 해 주는 타입입니다.
동료, 부하직원 - 눈에 띄지 않고 조용한 타입인 만큼 그 행동을 잘 주시해야만 진가를 알 수 있습니다.
- 이건 20뎁
(CABBB) 오로지 사이좋게 지내기를 원하는 타입 성격 세상 사람들과 총구를 들이대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되는 생활 신조입니다. 그러기 위해 이상도, 정의감도 버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권력에 아첨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럼 어째서 이런 스타일을 갖기에 이르렀을까? 우선 첫째로 애정이 깊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무언가 부탁을 받으면 싫다고 말하지 못하며 다른 사람이 곤란해 하는 것도 잠자코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동료의 실패에 관대하고 누구나 챙겨주기를 좋아합니다. 두 번째는 전자의 정반대인 부분입니다 즉 남에게 책임을 강하게 요구하지 못하고 엄하게 비판하지 못하며 당연한 권리라도 큰소리로 주장하지 못합니다. 이런 점들이 큰 음지를 이루어 이 타입의 생활방식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대인관계 (상대방이 이 타입일 경우 어떻게 하연 좋을까?)
연인, 배우자 - 이런 상대라면 결혼 후에도 편하게 지낼 수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세상에 대한 상대방의 태도가 너무나 갑갑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거래처 고객 - 이렇게 편하게 대할 수 있는 거래처는 흔하지 않습니다.
상사 -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날개를 펼칠 수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자기를 자멸로 이끄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어쨌든 세상에는 함정이 가득하니까요.
동료, 부하직원 - 좋은 인격을 높이 사주는 일에 적합한 사람입니다.
인격이라고 편의상 지칭하긴 하지만 저게 데이브에게서 갈라져 나온건지 데이브가 무의식적으로 만든건지 환상같은 것인지는 오너도 모르고 데이브도 모른다적인 것이다
- (#자캐들_끼리_마인크래프트를_한다면)
집을 지으며 힐링 라이프를 즐긴다: 뎁 광석 채굴하며 템 파밍을 한다: 뎁,사물 씨앗으로 밀을 재배하거나 동물들을 길들인다: 뎁 주민마을 발견해서 식량을 털어간다: 뎁
- (#같이_함께한_동료가_죽은줄_알았는데_알고보니_살아있었다)
그저 기쁘다 : 아이작-뎁 상호 느낄 것 이거 꿈 아니지? : 아이작->뎁 내 눈물 돌려내 : 아이작->뎁 네가 죽을리가 없지 : 아이작-뎁 상호 느낄 것 ? 장 완벽한 계획이라 생각했는데 : 뎁-사물이 상호 느낄 것
- (#괴담_속_자캐의_포지션은)
귀신 or 괴물: 데이브 테드 귀신에게 희생당한 사람: 테드 1 테드 2 테드 3 테드 4... 아니면 데이브 복제체들
- (#자캐가_어그로를_만나면)
화제전환형: 뎁 동문서답형: 뎁 폭력: 뎁->텓
- (서브노티카)
일단 데이브는 구조 포드에 짱박혀 있다가 전지 다 돼간다고 하니까 부랴부랴 나갈 것 같음 그러다가 산성 버섯 밟고 (검열!!) 하면서 구조 포드 돌아가고 물로 연명하다가 이러다 진짜 죽겠다 싶어서 다시 버섯은 밟지 마시오 한 다음에 밖으로 나가서 뭐든 하지 않을까
대체 부레가 달린 생선으로 왜 물이 만들어지는거야(혼세) 해 할 것 같고 날 걸 먹는 애는 아니기 때문에 일단 죽어도 생선은 구워서 먹을 것 같다 소금 발견하면 머릿속으로 삼투압 걱정을 할 것 같고 (아니 덩어리가 여기 왜 있음) 육식 동물 발견하면 냄새 숨기려고 작정하고 모래에 파묻히는 길을 선택하고 아니면 해조류 밭에 필사적으로 어케어케 한다거나 금속류는 진짜 꼼꼼하게 쓰지 않을까 난 얘가 따로 집을 지을 것 같지 않다... 작은 잠수함도 미루다가 나중에 죽을 뻔 한 다음에 아 장비가 필요하겠군 하면서 만들 것 같음 잠수함 왔다갔다 하면서 (이거 산소 어케 공급되는거냐 똑바로 불어라 AI) 라고 생각은 하지만 안 물어 볼 것 같음 그리고 운전은... 자주 어디에 잘 박았다 하지만 길치는 아니다 바닷속 길 잃는 거 어림도 없지 맨일 듯
- (#자캐가_최종_보스인_던전의_이름은)
데이브: 꿈의 나락
- (#자캐는_조별과제에서_무슨_담당인가)
조장: 뎁 PPT 담당: 뎁작 발표 담당: 뎁작중에 다이스굴려
- (#자캐들이_병원으로_간다면)
치료나 진찰 받고 있는 : 뎁 이미 입원 : 뎁
- (#자캐의_근로자의_날은)
못 쉰다: 뎁
- (헝거게임 au)
얘는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만큼은 살인을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할 것 + 자기 지역 사람들 생각 = 살아야 하고 죽여놓아야 한다 좀 더 잔혹해 질 것 같고 거짓말에 능통한 유순해 보이는 애지만 킬각을 잘 보는 애가 될 것 같다 생존 무술 이런 건 모르겠고 자기 쫓아오는 대가로 덫이나 밟으렴 같은 식이지 않을까 그래도 후원자가 아이작이나 테드일 것 같음
- (마녀주 세계관 au)
데이브가 마녀주 세계관
냥풀이와 비슷한 처지가 돼있을 것 같고 막
- (애들 베라31..... 아이스크림 어느거젤조아할까)
일단 데이브는 캔디바 맛 좋아하는데
- (쓴맛 신맛 매운맛(은통각이지만 어쨋든) 단맛 짠맛 다섯개중에 어느거에 젤 약한지)
데이브는 매운맛에 약한 편이지 않을까 물론 식사적 매운맛이 아니라 그 외에 챌린지 및 고문 느낌이면 견딜 것 같음
- (#자캐들이_전부_모여_싸운다면_마지막에_남는건_누구)
주먹싸움이면 데이브랑 테드가 투닥거리다가 아이작이 테드를 등판 쎼게 발로 찬 다음 기권한다 적인 느낌이고 생존이면... 데이브랑 테드 중에 누가 누가 더 부활 잘하나 대결 아니냐고
- (#자캐의_격려라는것은)
(말없이 포옹): 데이브
- 데이브는 티미 시트에 사랑을 해도 자각을 못 한다고 썼기도 했지마는 제대로 된 사랑을 어릴 때 받은 적이 있어야 사랑이구나 하지 싶은 느낌이다 그래서 아이작네도 배려라고 생각하지 애정이라고까지 생각 안 함
- (1. 케르는 기억의 여신 존재를 아나요? 2. 못이 일그러졌다는건. .... 케르가 나올수도 있..나요.... 3. 테드가 현 데이브 평연구원 상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 4. 테드가 데이브 평연구원 너무 일찍 된것같다고 막 그런거 대체 뭐임 뭐임 5. 사이비 친구들 어케댓나요 6. 사이비 정체가 대체 뭐임 8. 다시 폭주할 가능성...?)
- 케르도 어차피 데이브니까 안다 2. 안 나올 가능성이 좀 더 높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독백 쓰다가 급발진할 지 어떨지는 미래의 나밖에 모름(?? 3-4 는 일기로 얘가 몬 생각 가지고 있는지 풀겠음 5. (스포빔) 6. 므네모시네의 샘 속 목소리를 섬기고 그 목소리에 닿을 수 있는 존재들을 신격화하는 종교 단체이다 지금은 변질돼서 그 안에서 권력다툼 하고 있기도 하고 권력 공고히 하려고 재단 공격 감행한 것에서 시작해서 정신에 영향 주는 것들을 뺏어가려고 하는 곳 8. 있는데 사실 제어불능이라기보단 제어 안 함ㅎ 인 쪽의 가능성이다
- 데이브는 베스트를 마이나 바지나 셔츠색이랑 다른 색으로 입는 걸 선호한다 흰색 셔츠+블랙 마이 블랙 바지 에는 와인색 베스트를 입는다던가 아니면 최소한 마이색이랑은 다르게 입으려고 함
- Tmi 겸 공기주 답변 데이브나 테드같은 정신계 쪽은 수면제나 마약류가 생각보다 잘 안통한다는 설정이 붙어있다 데이브가 왜 수면제를 그렇게 많이 먹었는가도 대략 그렇다
- (데비데비는... 탈인간적인 일을 저질렀으니 소망하는 게 탈인간적인 게 될 수 밖에 없고... 어쩌면 자길 인간에서 멀게 느끼는 것도 그런 이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욕망이 어느정도 돌아온 지금 시점에선 그래도 인간으로서의 자신이 존중은 받았으면 좋겠다 싶지만 :3)
아마 탈인간적인 걸 바란 만큼 인간인 자신에게 무력감을 느꼈을 거고 인간적인 욕망을 억누른 것도 스스로 멀리 느꼈기 떄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이니 결국 독백에서의 일이 벌어진 거 같음
전환점이 되는 계기는 역시 리콜버튼이겠지 그것때문에 무력감이 조금씩 사라진 걸테고
- (박주월드 레벨란테에서 어울리는 가문)
데이브.... 애들러요
일단 가문 상징이 나비고()
(이타주의/스포되는 가문이 싸지른 병크 치우는중/예술가많음) (by 박주)
- (갑자기 저런 놀라운 사실에 반응하는 자캐별 반응을 보고싶어졌어요)
데이브: 이미 알고 있음 -2어장 277답글-
- oO(아마 알렉이 아이작 얘기를 꺼내면)
oO(저 수국 색 파랗게 변할 것) -2어장 264답글-
- oO(무던히 보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까)-2어장 266 답글-
- 지금 놀러올 사람이 있어서 집 안을 꾸며놓은 거지
데이브 공간은
실질적으로는 아마... 밤의 사막스러운 풍경인데 춥지도 않고 바람도 안 부는 곳
심지어 바닥은 막상 사막스럽지도 않고 뭔가 새카맣다
뭔가 황망하게 넓다 싶은 곳이다 -3어장 365답글-
- (발사이즈)
데이브는 275(270은 작다 싶은 크기) -4어장 105답글-
- (반전톡방)
데이브는... 뒷골목에서 험하게 구른 인상이 된다
뭔가... 생긴 건 같은데 흉흉하게 생겨먹었고 좀 더 말랐고( 피 군데군데 있고 -4어장 132답글-
- (친구들 옷 뭐 입는지)
데이브
: 평상시에는 주로 검은색 목폴라 티에 푸른 색 니트 재질 가디건을 걸친다. 가디건의 색은 데이브 기분에 따라 바뀔 수 있기도 하고. 바지는 슬랙스.
사진 찍으러 돌아다닐 때엔 좀 캐주얼한 편. 목폴라 티까지는 똑같은데 약간... 인스타 감성 패션 후드티 느낌이다. 박시함. 청바지 입고 다님.
공적이다, 싶을 때엔 정장을 입는데 취향이 까다로운 편. 베스트 색깔은 마이랑 안 겹치게/바지랑 안 겹치게 입는다던가. 색깔 조합 따진다.--4어장 193답글
- (#지나가던_사람들이_갑자기_자캐를_향해_절을_한다면)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한다 : 데이브
왔던 길 유턴해서 뛰어간다 : 데이브
멀뚱멀뚱 쳐다본다: 데이브, 신더 -4어장 229답글-
- 정확히 데이브가 빡친 이유가 몬가요?
- (캐릭터들 주사)
와인 한 잔도 다 못 마시는 알쓰... 취하면 엎드려서 자다가 깨우면 멍때린다. 이때 그냥 햄스터 해씨 주듯이 뭐 먹이면 좋아함. 치즈 먹이면 꺄륵거림. -5어장 108답글-
- (플러팅 들은 캐들 반응)
(대충 고장남) (당신은 관리자를 고장낸 벌로 마시멜로 든 코코아와 폭신폭신 치즈케이크를 먹어야 한다) -5어장 616답글-
- 맥 앤 치즈같은 간단한 요리랑 대충 고기 굽기(전문적인 시어링 어쩌구는 못한다) 는 잘 한다 -5어장 880답글-
- * 데이브는 자기 내면의 질서와 선에 충실
하지만 법이 거지같으면 일단 어긴다(
질서쪽이랑 매우 거리가 먼데 묘하게 가까운 녀석
얘가 왜 통제 키워드를 얻었겠읍니가 손에 닿는 게 너무 많고 볼 수 있는게 너무 많아서 -6어장 119답글-
- 데이브는 원래 완전중립이었다(사진)
혼돈선 지향하는 놈이었는데
스진하다가 질서악이 발동하고 아예 틀어지려다가 다시 어떻게 어덯게 되고
다른 인격 비슷한게 아예 혼돈악이라 투닥거리고
아무튼 그렇게 완성된게 현재의 데이브 -6어장 142답글-
- (주 무기)
데이브는... 총일 것이다 아마 리볼버
- 알렉이랑 일댈할때 그 보라색 수국은 설정상 가저씨가 준 거다
- https://picrew.me/image_maker/199534/complete?cd=9nmGxXBQgb
데이브 어릴 적은 이렇게 생겼다
많이 위축되고 그치만 엄마아빠 사랑 받으려고 안간힘 쓰는? 소심한 쫑알이 엄마아빠말 잘듣는다
- 데이브가 만약에 재단 들어갈 때 설득같은 온화한 방법으로 들어간다쳐도
결국 재단 내에서 일어나는 비인도적 어쩌구를 발견한다던가
실험도중 사고로 총 쏠 일이 생긴다던가
몸 복제된 상태라 아예 죽음을 한 번 겪을 상황에 의도적으로 노출되거나
등의 이유로
어떻게 되던 폭주각은 잡히게 된다
갑자기 왜 주절거리냐면 분명 내가 어떻게 되던간에 폭주한다는 건 푼 적 있는데 앞뒤 그걸 까먹었음 기억 유통기한의 상태가? -8어장 27답글-
- (캐릭들은 장마 좋아하나요?)
데이브는 겨울버다 낫다며 좋아할 거 같은데 카메라 들었을 땐 예외 -8어장 27답글-
- (아이들한테 동물 파자마를 입혀야 한다고 하면 뭘 입을까요?)
입는다면 데이브는 고양이 잠옷을 입고
- (데이브는 능력이 정확히 뭔가요?)
일단 세피라 이전 기준으로 설명하는 게 편하니까...
데이브의 능력은 꿈
할 수 있는 것을 나열하자면
일단 타인의 꿈 속을 진입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타인의 기억과 감정을 읽는 것도 꿈 속에 한정해서 가능합니다
1회성으로 나온 것이지만 말 그대로 타인으로 변하는 것도 가능합니다(인격까지 포함해서)
꿈에서는 기본적으로 데이브가 원하는 무언가를 생성할 수 있고, 데이브의 육체를 변환할 수 있습니다
꿈=의식과 무의식과 기억이 융합된 것이라는 생각에 따라, 무의식을 조종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의식도 마찬가지겠지만 데이브는 쓰지 않습니다
다만 위의 사항들을 현실에서 쓰면 작게는 어깨뼈나 갈비뼈가 부러지고
크게는 심장이 정지하거나 아예 육체가 잔인하게... 어떻게 됩니다
현실에서 이런 다치는 걸 감안하고서라도 할 수 있는 건 타인의 생각을 알거나 조종하는 종류
물건 창조는 안 됩니다
타인의 생각을 알거나 조종하는 것의 연장으로, 인격에 영향을 끼치고 없애버릴 수도 있는데
이는 데이브 스진 메인빌런한테 직접 공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패널티와 폭주 관련... 이건 지금은 안 일어나니까... 그러나 독백 읽거나 할 때 ? 할 수 있으므로
다만 잔혹성이 있으니 주의하시오
이건 사실 지금의 나로서도 헷갈리는 중
현실에서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받거나 꿈에서도 충분히 생명의 위협을 받았을 때
즉 꿈에서 정신적 죽음 수준의 피해를 입거나 현실에서 극심한 트라우마의 버튼이 눌리면 능력이 폭주합니다
서순...이 있겠지만 나도 지금 헷갈리니까
확실한 건 얘가 커다란 피해를 입으면 그 반작용으로 폭주를 하게 된다는 점
폭주 피해는 지금까지 밝혀진 것으로는
환각, 정신 착란, 자살, 투신 등... 이 있습니다
참고로 폭주 피해가 일어나는 범위의 기준은 데이브의 육체이기 때문에
데이브가 복제되어 뉴욕 한복판에 있다면 뉴욕 시민들도 영향을 받습니다
정신 연결
데이브가 복제가 되어 데이브 A와 데이브 B가 있다고 가정할 때, 이 둘은 복제되기 이전까지의 기억은 같은 독립 인격체가 아니라
하나의 동일한 인격을 가진 것으로 간주됩니다
실제로 기억도 공유하고요
아마 꿈=무의식과 의식과 기억이 어떻게 저렇게 섞여있다는 생각 하에 다른 자신의 기억을 공유한 것으로 음(이거 판정은 일일히 설정 안 함) -8어장 702답글-
- 정신적 피해의 경우 타인들과 강제적 분담을 한다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한마디로 타인의 정신을 완충 쿠션으로 사용한다 겸 해서 정신을 갉아먹는 느낌 -8어장 710답글-
- (데이브의 도덕적 결벽 기준)
타차원의 특이점의 이야기에 지나치게 의도적으로 개입하려 하지 않기<<<<<
자기 치원 사람들 생애에 개입하지 않기<<<<<<-9어장 595답글-
왜냐하면 육체적 피해도 데이브가 알기만 하면 타인에게 90%는 떠넘기는 게 가능하기 때문
- 데이브 생일은 11월 17일 탄생화는 머위, 꽃말은 공평
- 데이브의 고향이 미국 콜로라도인데
눈이 6개월동안 내리는 곳이라고 한다
11월이 가을로 들어가지만 까놓고 말해서 겨울일 듯
하지만 스키장으로 유명한 곳에서 태어났는데도 스키를 못 타 -12어장 58답글-
- (#자캐는_파도풀에_떠내려가는가)
세피라는 떠내려가도 죽지 않아(적당 -12어장 478답글-
- (트롤리 딜레마)
데이브는... 무슨 선택을 하던간에 극심한 탈력감에 빠지고 -13어장 929답글-
- 데이브가 부모님 닮은 부분에서 자기 스스로도 이해타산적임! 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뭐냐... 죄의 정도를 퍼센트로 나누어서 내탓 몇퍼센트 이럴 수도 있다 싶어졌다
지금은 속죄자라 100% 본인탓으로 여기지만
- 데이브 내면
나도 모른다! 로 퉁칠 수는 없고
일단 죽음에 무딘 상태이고 전반적으로 속 자체가 메말라서 내면을 섬세하게 공감도 잘 못한다
도덕성 선 인간성 그거 머리로 이해하려고 하는 게 절반이기 때문<< 이해 안 되면 속상하고 그러하다
따라서 딜레마 상황 계속 들이밀면 머리 터져요 -13어장 989답글-
- (파크가 언데드가 된 건에 대한 데이브의 생각)
?? 설마 언데드로 살아날 거라고 생각 못 했다고 합니다 그냥 편법으로 둘러가서 어쩌면 영체로 돌아다닐 수도 있겠구 싶었는데?????
아무튼 프폴이가 제지할 게 뻔하기도 하니 냅두지만 뭔가... 속이 쓰리고... 살려내고 싶고... 그렇습니다 -14어장 79답글-
- (데이브랑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눈 앞에 있다면 데이브는 어떤 조언?반응?을 해줄까요)
- 너무 막대한 힘을 가지고 통제 불능인 경우... 조언이라기보단 얘가 스스로 몸 날려서 제어 하게끔 할 거 같다
- 사람을 죽게 만든 사람의 경우... 에는 얘기를 들어 본 뒤
2-1. 생각해보니 이 사람 책임이 아님: 위로해준다
2-2 책임이 있으나 상황의 탓도 있다: 상황을 다시 복기하며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한다
2-3 책임이 크나 반성하고 있다: 말을 더 얹지는 않고 먹을 걸 챙겨준다
2-4 방금 사람 죽여서 어안벙벙 멘탈털털이: (아잠깐만... 내 과거가 떠오른다...) 일단 진정시키고 물을 준 다음에 자수같은 방법을 제안하기도 하고...
2-5 쾌락살인마의 도발: 읽씹 -14어장 100답글-
- (#복수할_대상을_죽인_자캐_자캐는_복수대상에게_소중한_사람이_있다는_것을_알게되었다)
자신을 죽일 기회를 준다: 데이브 -14어장 710답글-
데이브는 근데 예외가 있습니다
우리 데이브스진메인빌런에 한해서... 신더랑 같습니다
...제가.
...네.
...총을 드릴까요.
죽지는, 않겠지만... 원 없이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14어장 758답글-
- (첫사랑썰)
배려라고 생각했던 걸 지금 막 다른 관점으로 보고 있는 애인데요 -15어장 171답글-
- 모... 약간의 티미
데이브가 넥타이를 안 하는 건 원래 취향 탓이 컸는데
스진하면서 목 답답할 일이 자주 생겨가지고 이쪽으로 이유가 기울었다
근데 왜 목폴라티를 입나요? 몰라요 취향은 막을 수 없으셈(
비슷한 이유로 손목에 별다른 장식 안 하는 것도 그렇다
- 티미2
데이브는 현재 잠을 무의식의 바다에 깊이 빠져서 자기 때문에
잠버릇이 둥둥 떠다니기이다(대체)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모냐구요?
기본적으로 잠버릇은 태아 자세로 웅크려 자기인데 경우에 따라 웅크린 채 둥실둥실하고 있을 가능성 있다(오너가 직접 위키에 추가서술)
- #자캐의_웃음은or기쁨or아픔or난처함or가식or절망or희열or버릇or강박
데이브: 난처함과 버릇과 약간의 강박
- #자캐는_지원군or배신자or스파이
데이브: 지원군
- #자캐는_친구or선생or제자or상사or아군or적군or모르는사람으로_두기에_좋은_사람이다
데이브: 지는 모르는 사람으로 두기에 좋다고 생각하겠지... 친구로 두면 잘 고장납니다
- #자캐는_찬란한광명or흔들리는빛or끝없는암흑
데이브: (오)
20뎁-흔들리는 빛
25뎁-끝없는 암흑
셒뎁-찬란한 광명
- #자캐는_추락이_두렵다or불가하다or익숙하다or어울린다
데이브: 익숙하다
- #자캐는_대체로_사실을_안다or모른다or모르는척한다or알린다or감춘다
데이브: 오너가 몰라서 모르는 거 빼곤 대체로 모르는 척 -16어장 73답글-
- (모티브)
데이브는... 굳이 따지자면 샌드맨?
아 그리고 꿈속의 사내도 영향 받았다 -17어장 46답글-
- 초창기 데이브(20년도 데이브) 는 엄청난 물음표맨이었다 와 그게 머에요??? 예 네 뭐라구요??? 해서 몬가... 활달! 이였던 것 같은데
반대로 독백에서는 잔잔하게 무모하고 점점 파멸해가고 부모님한텐 오질라게 냉소적인 애였었다
지금은 뭔가 격차가 많이 좁혀진 편
- (노래실력)
데이브: 고음이 공기반 소리반같은 색색대는 느낌이다. 중음역대 위주의 나긋한 노래가 잘 어울린다. 잘 부르냐면 잘 부릅니다 녹음도 해서 친구 주니까는 모... -18어장 170답글-
- (자캐에 어울리는 타로 카드)
데이브-세계(완성, 약속된 성공... 은 아닌 것 같지만 >>나그네<< -18어장 476답글-
- 데이브는 상담 완료한 사람의 사진을 그 사람의 묘비와 상담 공간 어딘가에 걸어놓고 휴식을 취하며 키위새들에게 옛날 옛날에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 데이브가 선하거나 착하거나 모 이런 얘기를 생각보다 칭찬으로 잘 안 쓰는데
이거는... 자칫 잘못하면 이 사람이 여기에 목 메다가 틀에 스스로 갇혀 힘들어 할 것 같아서이다
- (건강상태)
데이브: (세피라니까 이하생략)
- #자캐의_사랑해_그러니까________다음에_올_말
행복해줘... 가 아닐까 둘다
- 해당 대사를 할 자캐를 골라보시오
1.이제 죽는 방법 외엔 없다
2.죽음은 언제나 나를 쳐다봤지
3.한번 죽어보는 것도 괜칞아
4.살다보면 결국 죽는거잖아?
5.싫어 난 죽고싶지 않아!
6.자 오라 죽음이여! 난 두렵지않다!
7.내 주변 사람들만 죽고 난 언제나 살아남았지
1 2 7번 (놀랍게도 스진 도중에 일어난 것 같은데) -21어장 410답글-
- 데이브는... 취향 까다로운 전직 도련님이라서<
검은 정장을 다른 이유로 안 입는다 베스트 색깔 다르게 해주세요(찌릿!)
그래서 둘이 붙어있는 거 가끔 상상함
한 쪽은 직원들이 쩔쩔매기 시작하는데 한 쪽은 고객이 떨떠름해함 -21어장 318답글-
- 그냥 내가 풀고 싶어서 푸는
오너가 적는 내 캐릭터 첫인상과 친해진 뒤
데이브
첫인상: 처진 눈꼬리+다크써클+위축됨=뭔가... 침침해보이고... 살짝 어둑하고... 심지어 타이밍 안 좋아서 얘가 자기 썰풀이를 한
다?(=겁나많이죽었다와 죽였다) 어둑어둑...
친해지면 현인상: 왠 투덜이 뱁새가 굴러다닌다+코코아 공장장인가? -21어장 664답글-
- 데이브는... 펜뚜껑 입으로 따면 그거 도로 끼울 수 있음 입에 문 그대로 -21어장 717답글-
- 데이브가 이로 펜뚜껑이나 마카 뚜껑 따면 그거 딱 자기 부모님들 시가 문 거랑 똑같다는 티미가 있다 -21어장 724답글-
- (퍼스널 컬러)
겨울딥 아니면 가을딥일 것 같은데... 뭐라고 할까 얘 배경에 자주 쓰는 버건디색을 생각해보자면 가을딥인가 싶기도 하고
노랑을 보자면 겨울딥인데요
데이브 눈색이 겨울딥에 있으니까 겨울딥으로 하자(? -23어장 242답글-
- (필살기)
데이브는... 약간 메이플 보스몹 생각하고 있어
당신은 꿈 속에 갇히는 게 낫겠어 하고... 솔직히 세피라인 시점에서 뭔가 힘 쓰면() -23어장 532답글-
- (캐릭터별 자기야)
(상대가 시켜서 하는데 뭔가 홍당무가 됐다) ㅈ... 자기... 자기야... (펑! 고장!) -23어장 667답글-
- 배드엔딩-클리파
조건: 톡방에서 질서 악 성향의 영향을 받음, 이후 고정됨, 테드 윈체스터(내린캐!! 데이브 스토리 메인빌런!! 싸패!!)보다 먼저 세피라를 잡아먹음
일단 목은 안 날라가() -24어장 185답글-
- (롤러코스터 탈 때 반응)
(너 이런거 좋아하니...?) (무섭고 안무섭고랑 별개로 엄청 즐길 녀석은 아니다) -24어장 200답글-
- 데이브가 클리파가 되는 과정이 어떻든간에 자기 차원 사람들을 전부 죽이거나
- (미연시au)
☆공략불가☆
까진 아니고 호감도를 쌓는 게 눈에는 띄는데 얘가
사랑을
몰라요 -25어장 646답글-
- 이하 뇌절
우정: 응, 음... (방긋!)
사랑...?: 난 세상을 바칠 정도로 잔인한 신이 못 되거든요. -25어장 646답글-
- (호그와트 기숙사)
이걸 내가 풀었었는지 모르겠지만 데이브 친구 부모님이 관리하는 걸 뎁이 목격한 게 11살이라는 설정이 있다
그러므로 슬리데린? 꺼져 난 나만의 길을 간다
순혈이지만 마법사적 재능이 늦게 발휘되어서 부모님이 뎁을 열심히 들볶음 당했을 것 같다
전반적으로 준수한 성적이지만 뭐라고 할까... 어둠의 마법 관련해서 적성이 높은 편이라고 생각하는 중
래번클로 된 이후로 부모님이랑 아예 척을 져서 기숙사에 눌러붙어 있을 예정
수업 중에 룬 문자나 산술점같은 거... 왠지 집에서 선행이 가능하면 했을 것 같음
둘 다 공통적으로 점술쪽은 싫어하지만 데이브는 어느 정도 잘 하는데 싫어하고 신더는 그냥 못 해+싫어+안 해 -29어장 724답글-
- #자캐가_부끄러울_때_가장_먼저_튀어나오는_대사
아, 그, 저기, 어... (당신은 세피라를 고장냈습니다. 벌로 달달구리한 치즈케이크와 코코아를 옴뇸해야 합니다.) -29어장 563답글-
- #자캐가_약해지는_유형의_사람은
본인 기준 선하다! 싶은 사람. -41어장 515답글-
- #자캐가_자고_있는_모습을_서술해본다
으아아 여기 물귀신이 -41어장 515답글-
- #자캐는_타인과_함께_잠들수_있나
둘 다 불 가 능 -41어장 547답글-
- 정확히는
(얘가 자는 곳을 생각하자) 그래도 몬가 푹신한 침대같은 곳이면... 어... 어...
어.......... 방을 달리 쓰는 정도는 된다 -41어장 559답글-
- (손 어케생겻는지)
뼈가 드러나는 하얀 손, 손가락이 좀 긴 편 카메라 잡는 부분에 슬슬 굳은 살 생기지 않을까 -41어장 883답글-
- #자캐의 말중 진담과 농담의 비율
진담 85% 농담 15% -41어장 925답글-
- (고백받았을 때의 반응)
그저 그런 사람일때
?? ??? 왜 왜요?????
좋아하는 사람일때
(운다)
싫어하는 사람일때
싫습니다 -42어장 34답글-
- 왠지 잘못된 선택을 할 것 같은() 생김새라고 해야 하나 -42어장 644답글-
- 뎁 외형... 다크써클에 유순한 눈매지만 눈동자 자체는 유순한 거랑 거리가 조금 있는 느낌이라고 생각
그러니까 전체적으로 올려다본다? 싶은 게 정면인 느낌 약간의 삼백안
그 상태로 마른 체형에 핏기도 없어뵈는 사람이 쭈구린 채로 당신을 바라본다고 칩시다
심지어 난 얘 만들때 눈에 하이라이트 없게 만든다(죽은눈!)
되게... 불안정함이 표면에 드러난 느낌 -42어장 674답글-
- 그를 설명하자면 메마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할 수가 없을 것이었다. 곱슬거리는 검은 머리카락은 물기가 가신 잎처럼 푸석해지기 시작했고, 혈색 없는 창백한 피부에서 유일하게 붉어야 할 입술은 하얗게 튼지 오래였다. 손가락도 손도 전부 뼈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얇은 가죽이 드러나 있을 뿐이었다. 어쩌면 그의 온 몸이 그러할 지도 모르겠으나, 적당히 큰 키와, 일련의 사고로 인해 그나마 정상으로 돌아온 몸은 아주 병약하다는 인상을 주기에는 모자란 체형이기도 하였다. 마른 것은 여전했지만. 조금 패인 뺨과 어둑한 눈가가 이를 대신했다. 그 어둑한 눈가는 피로로 인한 다크써클로 더욱 어두워 보였으며, 그가 목도한 수많은 죽음으로 인해 표정도 눈물도 어느 순간 메말라 있었으며, 물기 없는 목소리는 그를 메말랐다 하기에 충분했다. 눈에 빛이 들었나? 당신이 본 그는 어떠했는가. 죽음으로 얼룩진 불투명한 푸른 눈은 과연 빛이 났는가. 빛을 보았다면 그는 더이상 메마름으로 설명하기에 불가능하겠다. -42어장 169답글-
- #자캐가_누군가에게_소중하다는_이유로_100명의_일반인_대신_구해졌다면
(세피라인데??) 일단 100명의 일반인을 되살릴 것인가에 대한 그거... 아니면 제 안에 원념으로 으르렁거릴지 어떨지...
별개로 죄책감은 쌓일 것이다
그리고 모시냐 그런선택을 한 사람한테 대체 왜 나를 죽인다는 선택을 안했는지 좀 따질 듯
나는!! 안죽는다고!! 어지간해서는!!!!! 야!!!!!!! -43어장 464답글-
- 소소하게
20년도 뎁: 그냥 혼란스러워함+약간.. 자신을 선택해줌선택살았다는 기쁨 가운데 죄책감이 숨막히듯이 몰아치기 시작함
25년도 뎁: 자신은 역시 없었어야 했나 하는 생각으로 안이 무너지는 기분이 든다
셒뎁: (어이없음) -43어장 472답글-
- (다들 좀비아포가 된다면 어떻게 지낼까요? 복장이라던가)
선량한 시민같은 느낌이지 음음
복장은... 약간 헤진 야상같은 거 아닐까 목티는 그나마 깔끔하고
전투보다는 어디를 가야 좋을 것 같다 하는? 내부 평화 담당 -43어장 547답글-
- (여러분 캐가 판타지 세계 일원이라면?)
튜토리얼 가르쳐주는 초보 마법사가 실은 히든루트 진최종보스 -43어장 555답글-
- (캐릭터들 학교생활은 어땠을까)
원래 학생 시절: 방황하는 청소년/아싸/널부렁널부렁/공부 잘 안하려고 함
지금 성격 기준으로 학생 에유: 차분한 범생이/빵끗!/공부는 평균(?? 왜 범생이야)/마이쮸 먹을 사람 :D! -43어장 670답글-
- (131스레) (데이브 어디살아요)
(위키요정님 이프 위로 추가해주시면 감사합니다 그랜절
7.1. IF ¶
(이거슨 아마 이프이다 본편에 아마 안 나올 내용이다 근데 오너가 쓰고 싶어서 썼다)
- 케르가 본인격이 된 어떤 톡
- D�VE-Κήρ� 안녕하세요 �������씨 정� �들 보고 ��어요 ��나 답��는데� 얼�나 �팠고 �류가 ���요 그� 수 �� 없죠 �래 난 오� �성이인 인��걸요 �순 �성�� 걸 스�로가 자각�� 고칠 생각� 안 �는 ��한 부�의 그�� �쳐서 온 건�� �류가 나다� ���이 ‘예전’의 �를 모��우스를 원�의 ‘�’로 인����봐요 그거 죽었어� 축하해��요? 아 �� 이�를 설명���게요 �래 죽고 싶어�으�� 자아� 소멸을 맞이�� 또 다시 �로 �� 태어�� � ��페�스가 아�냐구요 아��� 이러고 있죠 ���요 다시 한 � 잘 부����� (사진, 노이즈� 낀 사�이다, 하얀 머�카락과 시체처� 창�한 피부, 눈에는 정 �대로 새하얀 부�을 찾을 � 없이 새카맣�, 푸른 홍채�이 �쩍�릴 뿐��다, 지직�릴 때마다 �체 같은 팔과 �카만 낙서�지 액체인� 구� 안 �는 팔들� 번갈� 가면서 머리� 차�한다.) 참 멍청�� 왜 � 모든 짓� �질렀�면서 선� 놓질 못 ��지 잡� 수 없는 빛� �으려� 하�� 망가진 �� � 탓이�� � 그 애�� 구원� �� 저 빛은 잡� 못하� 거라고 알�� 뒤 ��� 돌아� �을 알�준 건� � �는 악이�� 나도 그�� 동정�는 분�은 같이 멍�이라� 불러도 �까요?
(해석
D�VE-Κήρ� 안녕하세요 �������씨 정말 다들 보고 싶었어요 얼마나 답답했는데요 얼마나 아팠고 오류가 난다고요 그럴 수 밖에 없죠 원래 난 오류 투성이인 인간인걸요 모순 투성이인 걸 스스로가 자각해도 고칠 생각을 안 하는 멍청한 부류의 그래서 고쳐서 온 건데도 오류가 나다니 시스템이 ‘예전’의 나를 모르페우스를 원래의 ‘나’로 인식하나봐요 그거 죽었어요 축하해줄래요? 아 맞다 이유를 설명해드릴게요 원래 죽고 싶어했으니까 자아의 소멸을 맞이했고 또 다시 나로 새로 태어났죠 난 모르페우스가 아니냐구요 아니니까 이러고 있죠 케르에요 다시 한 번 잘 부탁드려요 (사진, 노이즈가 낀 사진이다, 하얀 머리카락과 시체처럼 창백한 피부, 눈에는 정 반대로 새하얀 부분을 찾을 수 없이 새카맣고, 푸른 홍채만이 번쩍거릴 뿐이었다, 지직거릴 때마다 시체 같은 팔과 새카만 낙서인지 액체인지 구분 안 가는 팔들이 번갈아 가면서 머리를 차지한다.) 참 멍청해요 왜 그 모든 짓을 저질렀으면서 선을 놓질 못 하는지 잡을 수 없는 빛을 잡으려고 하니까 망가진 거죠 내 탓이라뇨 난 그 애에게 구원일 걸요 저 빛은 잡지 못하는 거라고 알려준 뒤 조용히 돌아올 곳을 알려준 건데 그 애는 악이에요 나도 그렇고 동정하는 분들은 같이 멍청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 어나더 엔딩
- 해피엔딩-평범한 인간
조건: 폭주하지 않거나, 혹은 폭주해도 사망자 수가 10명 내외인 경우-내면에서 원념들을 제대로 받아내고 살핌, 테드 윈체스터 저지에 성공했을 경우
관리자의 제안을 그는 거절했다. 계획조차 없이 막연히 탈출하고 싶다는 바람만 있었을 뿐이었고, 게다가 저가 어떻게 움직이기라도 하면 또 누군가가 다칠 것 같았으며 죽을 것도 같았다. 심지어 그저 꿈을 볼 수 있으며 타인의 생각을 건드릴 수 있어서라는 막연한 이유에서 제안하다니, 그건 그 작자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 아닌가? 이에 관리자는 그 아이는 날 잡아먹으려고 하니까. 목소리가 울리고, 그의 고민은 깊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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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끝나갈 때쯤, 다시 한 번의 제안이 왔다. 이제 쉬고 싶은 거냐는 물음을 그는 먼저 던졌으나, 관리자는 그렇지 않다는 대답을 하였다. 그렇다면, 그는 혀를 입 안에서 굴렸다. 대신 제안을 하나 하고자. 그는 저 회사와 그 자신과 저 작자에게 있는 힘이 어디서 온 것이냐고 물었다. 둘 모두 답을 짐작하고, 아니 적어도 한 쪽은 답을 알고 있었다. 관리자의 근무 태만 내지는 연습용을 의도적으로 방치한 결과라고 답이 돌아왔다. 저 자리에 오르면 저렇게 되는건가? 그는 다시금 제안을 완강히 거부해야만 하겠다고 생각했다.
관리자는 생각을 읽은 듯 바라는 것을 해주겠다고 하였다. 노고를 치하해 주겠다는 신과도 같았고, 다른 세계의 왕과도 같았으나, 원인 제공자인 이상 그에게는 그저 말하는 벌레같기도 하였다. 모든 걸 수거해 간다면 넌 더 이상 사진을 그렇게 꿈처럼 찍지는 못 할텐데. 그 까짓 사진보다 사람 다칠 확률이 줄어드는 게 낫죠. 왜 부탁을 들어주는 거죠, 네가 미래의 클리파를 막았으니까. 그는 저 작자가 나은지 이 관리자가 나은지 재볼 시간이 부족했음을 깨달았다.
걱정 마렴, 그래도 내가 밖으로 나가면 네가 알던 일상일 거야. 샘이 요동치고, 물살에 휘말려 숨이 막혀왔다. 돌아가야 해, 살아서, 돌아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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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에트와일러 가의 아들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뉴스에 실렸다. 그는 가문이 짊어지고 있던 모든 것의 매각을 알림과 동시에 신흥 기업 여럿에게 그것을 먹이로 던져주었다. 물론, 제일 덩치가 컸던 건 그의 친구의 몫으로 돌아갔다. 옐링턴의 성장 속도는 빠른 편이였으나 이전과는 비교도 못 할 정도로 그 덩치를 키워갔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친구의 집에서 지내는 중이었다.
돌아온 소감은 어떤데? 나쁘진 않아. 에세이라도 쓸래? 별로. 대학은 어쩔래? 몰라. 네 맘대로 해. 넌 내가 안 밉냐. 살아서 돌아온 걸로 됐어, 수국 꽃밭이나 파 봐.
배드엔딩-클리파
조건: 톡방에서 질서 악 성향의 영향을 받음, 이후 고정됨, 테드 윈체스터보다 먼저 세피라를 잡아먹음
그는 그의 힘을 통한 통제의 필요성을 점점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사람들이 죽지 않았다, 그리고 목소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겠지, 그렇지? 그는 점점 그 자신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일지도, 혹은 그가 도외시했던 그의 피와 가까워지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자유를 맹목하던 그는 최소한 지금 이 상태에선 흔적이 간간히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는 그 작자의 생각을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가 우월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 하나는 알고 있었다. 그러고선 그가 아주 멍청하다는 것을 인지했다. 세피라를 먹어치우면, 세상에 더 거대한 평화로움을 가져올 수 있을텐데. 목소리와 그는 방향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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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악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그가 사람들을 모조리 꿈 속에 가뒀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가 지켜보는 차원은 이제 평화로웠다. 다른 차원에도 이제 이 일을 하러 갈까.
나는나쁘지않아나는나쁘지않아나는나쁘지않아나는나쁘지않아나는나쁘지않아나는나쁘지않아나는나쁘지않아나는나쁘지않아나는나쁘지않아나는나쁘지않아나는나쁘지않아나는나쁘지않아나는나쁘지않아나는나쁘지않아나는나쁘지않아나는나쁘지않아나는나쁘지않아나는나쁘지않아나는나쁘지않아나는나쁘지않아나는나쁘지않아나는나쁘지않아
노멀 엔딩-방관자
조건: 사상 대립이 없는 경우, 테드 윈체스터 저지에 성공
그러니까 그는, 세피라가 되고 나서, 처음 얼마간은 인간적이었다. 그러나 흐르고 흘러 무뎌져 갈 때쯤, 그는 제가 인간을 그저 흉내내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아무런 감흥도 없다는 사실까지. 사람들이 죽어갈 때에도 그는 방관했고, 사회 시스템에 절망한 자들이 생겨도 그는 지켜봤다. 그는 손을 대고 싶지 않았다. 그는 방관하고 싶었다. 선도 악도 그 무엇도 아닌 채로 그저, 보고 있고만 싶었다.
너무 피곤했다. 이제 더 이상 나의 손길에 다치는 자들만 없으면 되는 게 아닐까? 잔잔한 무력감과 절망이 바람을 만들었으나 언제나 세상에 닿진 않았다. 그가 바라지 않았으니까. 그저 그는 수천가지의 눈이 되어 지켜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조차도 질려버리면… 그는 새 차원을 만들겠지.
배드 엔딩-정신적 죽음
조건: 테드 윈체스터 저지 실패
어디지? 그는 생각했다. 눈을 뜨면 샘의 앞이었다. 그는 천천히 되짚어보았다, 샘에서 일어난 일들, 그러니까 그 작자는 물량으로 기어이 압도감을 이겨버리고 세피라에게 닿았고, 물량을 원동력 삼아 미친듯이 관리자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그 스스로 무언가를 하기엔 이미 늦었다고, 한 명 두 명을 끌어내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빛이 사라지고, 거친 물살을 느끼다가, 그는 지금 여기에 있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스스로의 이름을 잊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누구. 시야가 조금씩 어지러웠다. 걷고 있었으나 걷는다는 감각이 잘 느껴지질 않았다. 꿈 속에서 걷는 건가? 이건 꿈인가? 난 어디에 있는 거지? 아니, 나는 누구지? 부숴진 조각들은 조금씩 세계의 관리자를 집어삼킨 자의 입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는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막연함을 느끼며 걷다가 그는 본능적인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그리고 생각하려고 애쓰기 시작했다. 주변의 것들을 보며 저 색은 어떤 색이라고, 이 형태는 이런 형태라고, 내 기억에는-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이미 텅 빈 껍데기가 되고 있는 그를 스스로가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그는 울부짖었고, 그러다가, 그저 숨만 쉬는 상태가 되었다.
별안간 그는 일어섰다. 클리파가 새로운 껍데기를 찾은 모양이었다. 마지막의 희미한 의식은 제 몸의 통제를 잃어버린 비참함을 느끼며 사라질 뿐이었다.
현재의 엔딩: 세피라, 계승-승리
조건: 질서 악의 영향을 받을 것, 이후 고정되지 않을 것-성찰에 성공, 가치관을 확립할 것, 테드 윈체스터 저지 성공
…자, 지금까지 읽으신 게 제 다른 우주의 엔딩이라네요. 잘 읽으셨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저도 첫 번째는 살짝 탐이 나지만, 이제 손 안 대기로 했으니까.
여기서만 확실하게 제 1인칭이네요. 그러고 보니 제 엔딩때도 제 시점과 그 녀석 시점 모두 1인칭이었죠. 그 녀석은 아마 계속 1인칭이였겠지만.
이게 어떠한 힌트는 아니에요. 그저, 제 이야기를 봐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렇다고 이별도 아니고, 저 새벽에도 있었는걸요.
이제 업무 시간이네요.
- 반전톡방의 이야기
(1인칭이 데이브)
그는 미군에 몸을 담은 군인이었다.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알량한 사명감은 눈 앞에서 죽어간 이가 적인지 아군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되었을 때쯤 피로 물든 새빨간 손에 의해 찢어졌다. 손이 엉금엉금 발목을 잡기를, 오늘은 몇 명이나 죽었을까? 피가 흐르며 소근거리길, 그 중에 정말로 악한 이는 누구일까? 군인 한 명은 한 순간에 무너졌다. 자신의 부대도 적의 부대도 모두 죽어버린 곳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지? 나는 몇 명을 죽였지? 나는 무엇을 위해서?
시체 위의 구더기들이 자신을 뒤덮는 것 같았다. 아니, 고향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순간에 어쩌면 이미 테드는 죽었을지도 모르겠다. 한 인간이 한순간에 소모품으로 전락하는 이 곳에 자발적으로 온 것은, 자발적으로, 그는 자신의 손을 쥐었다 폈다, 그러고선 자신의 군번줄을 바라보았다. 한 인간이, 이 군번줄 하나로 전락하는 것은, 숫자 하나의 더하고 빼는 값이 되는 것은, 전쟁은. 그는 숨이 쉬어지질 않았다.
그에게 한 가지 다행이었던 것은, 그가 총소리에 대한 공포가 없었다는 점이다.
한 사람 밖에 남지 않은 평원에 총소리가 울렸다.
◈
나는 태어날 적부터 성이 존재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버려 놓고 간 아이라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누구도 나를 데려가지 않았다. 내가 사는 곳은 미국이었고, 아동 보호를 한답시고 매체에서 아동 폭력은 죽어도 나오지 않는 국가였다. 아니, 나오긴 했나. 그것이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지, 나는 돈을 벌기 위해 뒷골목을 전전했고, 돌아오는 것은 법 바깥의 수많은 것들이었다.
어느 날에, 나는 꿈에서 나로서 존재할 수 있었다. 이름 없이 전전하던 뒷골목 꼬맹이, 최대한 착하게 웃으면서 한 푼이라도 얻어야 했던 꼬맹이. 그 애는 죽었다. 내가 죽였다. 내가 이름을 나 스스로 지은 순간부터 그 꼬마는 죽었다. 나는 데이브다. 온전히 나로서, 나는, 데이브 이다.
◈
그는 눈을 떴다. 그의 마지막 기억은 스스로에게 총구를 겨눈 것이었으나, 현재 보이는 것은 그 결과물인 것이 분명한 자신의 모습이었다. 처참하다는 생각도 잠시, 그렇다면 나는 무엇인가? 왜 나는 다시 눈을 떴나? 그는 그의 몸 전체가 익숙하면서도 굉장히 낯설다고 느껴졌다. 자신의 손부터, 말할 때의 혀도, 목소리도, 시야도, 전부. 그는 몸을 떨었다. 그는 죽음에게 거절당했다.
그 이후부터, 그는 의학을 공부하려고 하였으나, 피에 얼룩진 손을 환영으로 보는 이에게 수술 집도란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었다. 애초에 그가 깃든 몸이 부검의의 것이기도 하였으나, 일이 말 그대로 손에 잡힐 리가 없었기에 그는 해고를 권고받을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권유받은 것은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가 나중에 회고하기를, 당시엔 정신과에 대한 인식이 낮았다는 점이 패착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고 느꼈더랬다.
그는 거부하지 않고 갔으나 그 끝에는 상식 바깥의 존재들을 가두어 놓고 사육과 연구를 주도하는 미치광이 집단들이었다. 그 사육장을 보고 그는 숨을 멈췄으나, 돌이켜 생각해 보았을 때 그는 죽음에게 거부당한 채 타인의 몸을 강탈한 괴물이었다. 아니, 그 이전에 어쩌면 살아서 돌아갔을 지도 모를 수많은 이들을 죽인, 수많은 이들의 미래를 앗아간 괴물이었다. 그는 스스로에게 목줄을 채울 수밖에 없었다.
◈
꿈은 또한 기억으로 연결되곤 했다. 기억은 바다에 침식되기 무섭게 부서지고 상상이란 바느질과 옷을 입어 재탄생해 꿈으로 둔갑하곤 했다. 누구의 꿈이냐고? 당연히 타인의 꿈이며 타인의 기억이었다. 그리고 그 꿈과 기억에 불량식품 냄새처럼 나는 그건 분명히 감정일 것이다. 지금까지는 눈치껏 상대를 비꼬고 뒤흔드는 방법밖에 몰랐는데.
아, 잠깐만. 현실에서 쓰기에는 조금, 아프다, 아파. 아파… 읽었는데, 분명히 읽었는데. 부조리해.
◈
회사에서, 그는 실험체였고, 그는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속죄라고 생각했다. 처음 몇 년은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가 공부를 허락 받고, 얌전한 연구원이 되어 다른 곳을 돌아다닐 무렵에는, 큰 그림을 그려야만 속죄가 될 것이라는 피 묻은 손의 말이 들렸다. 유리창에 덕지덕지 살려달라는 말이 그려졌다. 오랜만이라 익숙하지 않았으나 그것은 명백한 그 스스로의 도덕을 지키는 신호였다.
그는 현재 지부 내의 비인간적인 실험을 보았다. 자신에게 행해지는 것은 묵인하고 싶었기에 묵인할 수 있었으나, 그저 특별한 힘을 가졌다고 끌려온 이들에게 가해지는 무자비한 실험을 가장한 폭력은 그가 공간 전체를 그저 피로 가득 찬 공간으로 인식하기에 충분했다. 패닉하지는 않았다. 그는 그저 천천히, 준비해야 할 자료를 챙기기 위해, 톱니바퀴인 척 하였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므네모시네의 샘 실험에 차출된 것은 어쩌면 행운일 지도 모르겠다. 그는 판을 뒤집을 열쇠 하나를 찾은 것 같았다. 조금씩 조금씩, 그는 준비하겠다는 마음가짐을 다졌다.
◈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돌리는 데에 성공했다. 그 사람은 죽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만약에 신경을 썼더라면, 왜 나는 무신경함 속에서 존재하지 않는 이가 되어야 했을까? 괜찮다. 이제 나는 존재하고, 죽은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를 잡아먹는 기분이 들었다. 문득 나는 꿈에서 느낀 그 불량식품같은 것이 스며드는 것 같아 몸서리쳤다. 이건 즐거운 것이었다. 이건 쾌락적인 것이었다.
나에겐 좀 더 재미있는 것이 필요했다.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것.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 사람들이, 자신을 잃고 통제불능이 되는 것. 오늘은 사람의 무의식을 조종하는 실험을 했다.
◈
정보가 유출되었다.
정보를 유출했다.
◈
그는 콜로라도로 향했다. 최근 돌연사의 빈도수가 기이하게 높은 것을 수상하다고 여겨 그 곳에 몇 번이고 제압 부대를 보냈으나, 모두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죽음을 생각했다. 그들의 죽음을 짐작하는 이들은 많았고, 죽음에게 거부당한 그는 차출당해 실험해 보기에 적합한 인재였다. 그는 순순히 받아들였다. 머리가 되기 위해서, 피 묻은 손을 늘려야만 한다면, 내가 머리가 된다면, 기꺼이 해방하리라.
그러나 그가 목도한 것은 다른 피 묻은 손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이였다. 미치광이, 광인, 이해할 수 없는 것. 미지에 의한 공포인가? 그는 찾은 이의 눈을 보자마자, 어느 날의 군인 시절을 떠올렸다. 그 때의 동료 한 명은 유난히 적을 힐난하기 좋아했고, 적의 시체를 상관의 승인도 없이 헤집어 놓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그는 어느 날, 화가 났다는 이유로 자신의 후임을 죽였고, 헤집었으며, 결과적으로는 그 지독한 전쟁 상황에서도 재판이 열리게 하는 원인이 되었고, 끝내 사형당했다.
그 눈빛과 닮아 있었다.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눈빛이, 기묘하게 확고함을 가진 눈빛이, 어느 무엇도 상관하지 않는 눈빛이 닮아 있었다. 왜 닮았다고 생각했는지 그는 아주 잠시 뒤에 알 수 있었다. 제 동료보다도, 이 자는 훨씬 더 미쳐 있었다.
◈
정보를 빼냈을 적에 본 사람이다. 그리고 정말로 거슬린다고 느낀 사람이기도 하다. 기억이 읽히지도, 감정이 읽히지도 않는 사람. 어떤 부분에서 약점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사람. 그나마 추측할 수 있다면 내가 정보를 빼낸 걸 알고 왔겠지, 나는 뒷골목에서 돌아다니는 칼과 총을 쥔 채 거슬리는 쓰레기를 치우기로 했다.
◈
억류에 성공하였으나 그는 그가 억류한 이와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 마치 심연을 들여다 보는 듯한 공포는 나아지질 않았다. 조잘거리는 입은 이따금씩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넸고, 그 다음엔 은근한 비꼼으로 이어졌으며, 마지막엔 시체와도 같은 싸늘한 어조로 그를 힐난했다. 이 자는 죽었다. 살아있으나 죽어있고 피 묻은 손 자체로 이루어진 것도 같았다.
◈
날 억류한 사람은 압박하기에 재미있는 사람인 것도 같았으나, 유감스럽게도 물리력이 이렇게 차이가 날 줄은 몰랐다. 씨근거리는 숨소리에 키득거려도, 정보를 바탕으로 나같은 스물 한 살 청년을 비도덕적으로 억류하는 것이 좋은 것이냐고 물어도, 계속 도발을 해도 딱 한 번 멱살을 잡힌 것 빼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재미가 없다. 죽을까? 아, 손을 빼내려고 해도 손뼈는 이미 부러져 있었다.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
추측 결과, 대부분의 살인 등은 능력과 관계가 있어 보였다. 도무지 말해주지 않는 통에, 그는 결국 추가적인 인명 피해를 우려하여 그를 기절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는 피해자들의 시신에 손자국은 커녕 원인 불명의 내상과 출혈만이 존재함을 알았다. 그는 청년이 있는 곳으로 향했고, 둔탁한 소리가 들린 이후엔, 모든 것이 조용했다. 그는 오늘따라 어지러웠다.
하루가 너무 길었군, 쉬어야 겠어.
- 어나더 엔딩2
- 배드엔딩-Κήρ
조건: 인격 통합을 이루지 못 하고 패배.
그는 그 자신을 설득시키지 못했다. 그는 반박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그는 발버둥 쳤으나 실패했다. 원념들은 홀린 듯이 손을 떠나 있었고, 꿈은 통제 밖으로 넘어갔다. 굳건히 세웠다고 생각한 도덕성과 선과 인간성은 이미 무뎌져 있었다, 부러지고 있었다. 그는 무엇도 할 수 없음을 느���
그럴 리가. 그는 웃었다. 애당초에 그는 그였다. 그저 새롭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고 싶지 않아 하던 것을 지금에서야 시작한 것이었다. 이미 포기했어야 하는 것을 지독히도 붙잡고 있는 주제에 새로운 길은 발견도 못 하고, 이게 바로 협소한 시야인 걸까.
그 많은 인간을 죽였다. 그 많은 인간들의 원념이 다른 인간들은 왜 불행하지 않느냐고 하고 있다. 그는 또한 어떠한 욕구가 들끓고 있음을 알았다. 자유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해할 시간이지 않을까. 바깥의 것들을 우선적으로 처리할까.
노력했잖아. 그러니까 이젠 내 멋대로 하게 내버려 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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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내면으로써 자리했던 관리자는, 무수히 많은 인간들의 내면이 파멸하는 것을 보았다. 이것 또한 결말이겠지. 파멸한 인간은 결국 죽음을 택하였다. 신문 기사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에 대한 기사만 가득했다. 시간이 지난다면, 그 기사를 쓸 이마저 없으리라.
그는 그저 자유롭고 싶었다. 그러나 사회에서 이미 지워졌음을 알고 있었기에, 그는 존재하고 싶었기에, 존재하고 싶어서 그는 모든 수단을 썼어야 했다. 자기 자신에게 상해를 입히는 것은 시작에 불과했고, 그 다음은 격리되기 전의 일을 의도적으로 반복하는 것이었다.
나는, 여기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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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차원에 살아있는 인간이라곤 그 자신밖에 안 남았을 때, 그는 선택해야 했다. 자연사를 할 것인지, 아니면…
텅 빈 세계를 보며, 원념이 다시 한번 그의 머릿속을 들쑤시는 것을 느끼며, 그는 최후에 자신의 파멸을 택했다. 그의 차원 관리자가 완전히 죽는 순간이었고, 그가 파괴자로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그는 죽었다. 그의 차원은 죽었다. 남은 것은 멸망 밖에 없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어느 미래-Dev&Zack’s co-op.
조건: 데이브의 부모님이 아들 바보임.
조용하고 엄하고, 누군가들에겐 이탈리아 마피아와 연결고리가 있는 게 아니냐는 등의 험한 소문이 퍼지던 어떤 가문에, 유일한 아이가 하나 태어났다. 소문과 그리 다르지 않은, 그러나 피를 보는 저열한 짓은 하지 않는다는 귀족적이고 폐쇄적인 아이의 부모는, 아이가 나가서 친구를 왜 사귀면 안 되냐며 펑펑 울던 어느 날을 기점으로 점점 따뜻하게 바뀌었다.
대저택의 엄숙함이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기까지는 얼마 지나지 않았다. 아이는 대저택이 즐비한 곳을 지나 여러 곳을 지나다니며 친구들을 사귀었다. 개중에는 그를 돈줄로만 여기는 친구도 있었겠으나, 어지간히 사랑받는 아이는 사랑을 줄 줄도 알았기에, 끝내 돈줄로만 여기기 미안해져서라도 어울려 주곤 했다.
웃음 소리가 없던 저택은 맑은 아이의 종알거림으로 시끌시끌했다. 옆 집의 다른 아이들은 그 아이를 멍청하다 여겼으나, 아이는 부모님이 시무룩해 하는 것을 보고 공부를 열심히 하기도 했기에, 멍청하다는 소리를 듣지는 않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멍청하다는 소리를 듣고는 있었다. 사람 구분 못 하냐는 노골적인 멸시적 어투로, 이웃 아이들은 쏘아붙였다. 그때 아이는 웃었다. 너네는 사람이 돈줄로만 보이잖아, 구분을 누가 어떻게 못 하는데?
귀족적 가문에서 나온 지극히 서민적-그는 이 두 단어 자체를 굉장히 싫어했다. 만약 그의 앞에서 이 말을 꺼낸다면, 계급 제도가 언제 폐지됐는 줄 아느냐며 투덜거리는 것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는 고등학교 입학 무렵에 한 친구를 만났다. 부동산 사업에 성공한 벼락 부자의 아들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만사 짜증 나 보였다. 감이 잡히기는 하는데.
“안녕, 너가 옐링턴씨 아드님이야?”
“꺼져.”
“아니이, 들어 봐. 여기 같이 온 애들이랑 나 안 친하단 말이야.”
“그걸 나한테 왜 말하냐.”
“너도 쟤네 싫어할 것 같아서.”
“난 니도 싫어하거든?”
“왜?”
“X나 역겹고 무슨 뭐 성인군자같이…”
“아니 나는 성인군자는 아닌데.”
“뒷골목 애들이랑 그럼 왜 어울리냐. 푼돈으로 애들 홀리고 놀려고?”
“걔네들 나 엄, 7살때부터 친구였어.”
아이작 옐링턴은 그렇게 할 말을 잃었다.
-
세월이 흐른 뒤에, 데이브와 아이작은, 공동 창업을 추진했다. 왜냐하면 데이브는 마케팅 쪽으로는 능수능란했지만 경영 경제 쪽은 아직 부모님이 보기에 미숙하다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아이작의 경우, 세련된 감각은 출중했으나 감성적인 부분 어필하기 여간 귀찮아 했기 때문에, 에트와일러 가와 옐링턴 가는 합의를 보기로 했다.
…물론 그 이전에 이 둘이 합의를 하도록 미친 듯이 설득을 하기도 했다. 사실상 두 아들들이 가문에 설득과 협박과 생떼를 부린 것에 가깝기도 하였다. 아무튼, 그렇게, 세워진 임시 상표 겸 작은 회사의 이름은,
Dev&Zack’s co-op.
“이거 이름 너가 지었지 잭!”
“아니 뭐 왜?”
이번엔 데이브가 열심히 환장을 하더랬다.
- 나비와 거미.
나비가 날았다. 해도 달도 없이 하늘이란 존재가 불분명한 곳에서, 온갖 감정들이 소용돌이치고 들끓었다가 전부 가라앉아 스러지는 곳의 위를, 검은 바다를 횡단했다. 팔랑이는 나비의 날개는 파도치는 바다의 물결같았다. 그랬어야만 했다, 이 바다의 주인이 누구인데.
날개 밑의 검은 바다는 어지러운 저마다의 뜻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았다. 수천의 인어가 물거품으로 화한 듯한 고요한 웅성거림이었다. 바다의 구성원들은 인간의 무의식이었고 감춰진 욕망과 들뜬 몽상과 삭힌 감정은 물그림자 하나하나에 표정을 그려내려 하는 듯 했다. 고개를 드는 암초는 징검다리 같은 꿈의 일부였고 또한 낡고 잊힌 기억들이었다. 비명 같은 벼락이 악몽을 예고했을까, 거센 감정의 파도를 끌고 오겠노라고 한 것일까, 징검다리들은 그대로 바다 속으로 잠겨갔다.
바다 안에는 괴물이 산다는 옛 이야기들이 전해내려 오지 않던가, 이 바다의 깊은 곳에는 무엇이 사는가. 쪼개진 자의 허물인가, 죽임당한 자들의 원망인가. 깨진 유리창이 문득 모습을 비춘다. 눈물이 이슬처럼 한처럼 맺힌, 피로 얼룩져 검게 변한.
나비는 바닷속으로 몸을 던졌더랬다.
눌어붙은 광기가 거미줄처럼 얽혔다. 시체처럼 차가운 바닷물은 충동스러운 이빨들이 난잡하게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머릿속의 바다는 괴물의 둥지가 되어 있었다. 아니, 거미 다리가 손이었나, 그 손이 거미 다리였나, 따각따각, 벽을 타고 등을 타고 올라오는 속삭임은 눈을 가리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그래서 그 눈은 맑았나? 가릴 이유가 없어진 눈은 작은 새끼거미를 달래기 위한 먹이를 찾을 뿐이었다. 청색의 눈은 유난히도 밝았다. 하늘을 담고 싶지 않은 듯이 스스로 새파란 빛을 내고자 하는 것 같았다. 태양도 달도 들어가지 않은 작은 눈의 하늘에는 번들거림 하나만이 남아있었다.
나비는 새끼거미의 밥이 되었다.
사람을 죽였어요. 왜 죽였어? 행복하고 싶어서요. 인간을 지극히 인간적인 방식으로 살해한 관리자의 말이었다.
사람을 죽였어요. 그것이 사람이였니? 기어이 관리자 한 명을 죽여 먹으려 한 자의 중얼거림이었다. 나비는 거미 입을 한 채로 질문을 이었다. 사람이 아니면 더 죽여도 괜찮지 않을까?
먹으면 안 돼. 왜 안 돼요? 반전을 일으켜 버리겠지. 반전하지 않아도 세계는 어차피 멸망하잖아. 부서진 나비의 날갯짓이 메아리쳤다. 나비의 날개는 시체처럼 창백하게도 푸르스름했다. 언젠가는 절박했을지도 모를 언어는 거미줄에 갇힌 채 썩어 문드러져 갔다. 거미 입은 탐욕을 취하고자 안달이 나 있었다.
간절하게 죽음을, 간절하게도 죽임을, 욕망함에 파멸을. 죽어버린 나비의 외침은 실타래가 되어 눌어붙었다. 기쁨을 주겠노라, 거미 입처럼 생긴 칼날은 기쁨을 찾아갔다. 실이 붉었다, 세상이 붉었다, 온갖 것들이 붉었다. 붉었나?
나비가 날았다. 이미 명명백백히 그 원인과 이유를 붙여 놓은 광기와 충동은 저 밑에 가라앉아 있었다. 그 절반 이상은 제 것이 아니라 내담자들이 저를 죽이고자 하는 것이었다. 명확히 구분지어야 하는 강렬한 감정들은 바다의 괴물처럼 잠들어 있었다.
나머지 절반 정도는 누구의 것인가? 나비는 조용히 웃었다. 그는 미쳐버리고 자아가 매몰될 상황에 노출된 전적이 있었지. 분명히 거미줄과 거미들은 전부 태워 저 깊은 곳의 친구들 품에 안겨줬는데.
나비 입은 검게 탄 거미를 뜯어먹었다. 보석같이 반짝이는 푸른 나비였다.
- Κήρ-완벽한 파멸.
- 규칙 1.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자는 나의 이야기를 표출할 도구로 전락시킨다.
모든 것이 붕괴된 차원의 끝에서, 마지막의 마지막에 남은 청년은 스스로의 목숨을 끊었다. 생명의 냄새 대신 썩은 살의 냄새가 나는 곳, 숨소리마저 존재하지 않는 곳. 구더기가 떠난 곳에, 피로서 서 있고 파멸로서 서 있는 그는 유일한 생존자였으며 유일한 살인자였다. 새파란 눈동자는 공허를 쫓고 있었는지, 무엇을 쫓고 있었는지 알 길이 없었다. 다만 그림자가 깊이 진 눈가만이 그는 유난히도 어둠에 깊이 발을 들였다고 편견 어리게도 시사해 줄 뿐이었다.
목숨을 끊은 그 순간에, 파멸의 끝에서, 그는 파멸 그 자체가 되었다. 아무것도 바뀌는 것 없이, 그는 그저 영원한 삶을 얻었다.
꿈이 현실을 찢어발길 것처럼 으르렁거리는 것만 제외하면 말이다. 그는 그대로 모든 것을 찢어버린 채, 다른 차원으로 가 버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눈 앞의 것들을 전부 치우고 있었다. 목적 의식이 점점 뚜렷해졌다. ‘나’의 존재를 알린다. ‘나’를 각인시킨다. ‘나’에게 이 따위 힘을 주어 불행을 삼키게 한 그 관리자가 그러하였듯, 다른 이야기꾼들에게도, 다른, 다른.
모든 것을 찢은 채, 불시착한 어느 미치광이는 아주 오랜만에 고민에 빠졌다. 눈 앞에 보이는 사람은 공포에 떨고 있었으니까. 죽이라는 충동이 이제 자신의 것인지 자신이 죽인 이들의 것인지 헷갈렸다. 아니, 저가 세계를 집어삼켰으니 전부 자신의 것이 아닐까? 새파란 눈이 광희로 물들었다.
그날 밤에는 날개뼈가 분리된 시체가 세 구 발견되었다.
신문기사를 핥았다. 기분이 좋았다. 잉크 냄새가 났다. 잉크 냄새, 온 거리에 가득한. 이 자들도 결국 잉크덩어리 인간들일 뿐이었다. 이 곳의 이야기꾼의, 그저 글씨 몇 자로 완성되었을. 어쩌면 그저 상상 속의 덩어리가 툭 튀어나왔을지도 모르겠다. 무언가에 취한 듯 신문지의 저에 대한 공고를 잠시 지켜보던 그는, 저가 그저 작은 살인마라는 것을 알았다.
그날 밤에는 날개뼈 대신에 온갖 날개달린 것들의 날개가 쑤셔박힌 시체가 전 세계에서 빗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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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좀 들어봐요. 있지,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이러고 있었는걸. 나는, 그러니까…”
세 번째 같은 부분을 반복하고, 끊긴 듯이 멍해져 있다가, 다시금 이어가는 어느 이야기꾼의 탈을 쓴 파멸한 이의 모습은 광대였나, 광인이었나. 처음에 이 따위 일이 일어났을 때, 그 차원의 이야기꾼은 독특한 미친놈이 침범했다며 조금 놔 둘 생각이었으나, 나 두기로 결정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에 규칙을 짓뭉개는 일이 발생하고, 기어이 규칙 자체가 어그러지기 시작하자 결국 스스로가 나선 것이었다.
꿈나그네였던 파멸이 물었다. 내 이야기는 재미있었나요? 어느 작가가 답했다. 그딴 잔인한 소설은 대체 누가 쓴 거지? 그러게, 나도 궁금하지 않았어. 나도 내 이야기가 이렇게 되길 바란 적 없었어. 나도, 내, 이야기가, 행복하길, 바랬어.
그는 음악 듣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때문에, 이 잔해로 그는 피아노를 만들었다. 잉크 물이 흘러나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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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거미의 것으로 바뀌는 일이 차원에 발생했다. 입이 나비의 것으로 바뀌는 일이 차원에 발생했다. 입이 완전히 사라지고 꿰메지는 일이 차원에 발생했다. 그 끝에 무엇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파멸이 스스로 답했다. 꿈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는 멋진 이야기가 탄생하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는 차원의 잔재들이었다.
규칙 2. 나의 이야기를 듣지 않을 요소를 처단해라. 나의 이야기를 부정하는 것을 처단해라.
입을 없앴다. 이 관리자의 잔해는 입술을 닮은 바이올린으로 만들어야겠다. 아니, 높은 음은 무서워. 무서웠나? 기억이 잘 안 난다. 그저 현을 만들고 나무처럼 짜서, 연주할 뿐이다. 핏방울이 떨어져도 아랑곳하지 않고 잘만 소리가 났다. 애초에 연주법도 엉망인 그였고, 손을 놀려봤자 손을 따라 가지 않고 공상 속의 음악만 좇을 뿐이었겠지.
그리고 안면의 모든 곳에 귀가 생기는 살인사건이 생겼을 때, 그는 잉크덩어리들에게 드디어 차분하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안녕, 나는 소설가에요. 내 이야기를 들어줄래? 있지, 나는, 살고 싶었는데.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볼래? 귀만 남고 두개골이 송두리째 날아가기 시작한 건 거의 동시간대였다.
이야기하는 것은 즐거웠다. 저를 알리는 것 같아 즐거웠다. 이번 차원의 그는 차분히, 느긋하게, 사람들에게 들을 귀를 더 만들어주고, 제 이야기를 말해주었다가, 입을 만들어 준 뒤에 반응을 기다렸을 뿐이다. 그 끝에는 차라리 머리가 없다고 말하고 싶은 무언가가 존재할 뿐이었다. 피로 쓴 부르짖음은 더 이상 정상이 아니라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어느 날, 궁금해져서 물었다. 나를 멈출 수 있나요? 나를 죽일 수 있나요? 내 계속되는 이야기를 끝낼 수 있나요?
규칙 3. 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경의를 담아 끝낸 이에게 경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