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별로 정리.
1.1.1. 흉수 사냥 ¶
장소는 남쪽의 <은빛 나팔>, 어느 폐병원.
- 면책 동의서
양식 출처 : https://divewish.com/free-diving-liability/
요즈음에야 감사대 양성 위주 교육 기관이 어느 도시던 양산되었다지만, 그럼에도 웬만해선 남쪽의 은빛 나팔로 향하려는 발걸음은 유구했다.
그중, 과거를 통틀어 현시점 최고의 감사대 육성 기관이 어느 곳이냐 묻노라면 꼽히는 너덧개의 후보들. 허나 모두 입 모아 한 곳은 필히 언급되었으니.
최초로 건립된 감사대 육성 전문 교육 기관이자 무수한 유성 급 감사대를 배출한 선경 고등학교. 말인즉슨, 커리큘럼과 의료 체계가 꽉 잡혀있단 뜻이었으나⋯⋯. 선경 고교마저 모면 불가한 것이 있었다.
학생의 신체적ㆍ정신적 상해 및 영구 상해, 더하면 사망까지.
이윽고 선경 고교는 발 빠르게 나서 면책 동의서를 배부하기 시작했고, 잇따라 타 감사대 육성 위주 교육 기관들까지 그 루트를 밟았다.
해서, 현재.
흉수 사냥 참가자들은 면책 동의를 목전에 둔 채.
제법 관록 있는 학생들은 무심하게 사인을 휘갈겼고, 첫 사냥을 나가는 학생들 같은 경우엔 침을 꼴깍 삼키기도 했다.
열려있는 창문에서 돌풍이 한차례 들이닥쳤다. 종이들이 마구잡이로 난잡하게 휘날리고⋯⋯.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 흉수 사냥 : 폐병원
- PM 20:00. 남쪽의 <은빛 나팔>, 흉수로 참사가 일어난 어느 폐병원.
숨소리 한 줌조차 청각에 잡힐 만치 적요가 깔린 이유는 선경 고교 측에서 미리 대피령을 내린 까닭이다. 불 꺼진 병원은 정문에서부터 기이하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퍽 기분이 나쁘다.
미리 고지된 정보는 흉수가 내부에서 들끓고 있으며 생존자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 흉수 사냥 참가자들은 폐병원의 모든 흉수를 토벌하고 만일 생존자가 존재한다면 인명 구조를 목적으로 한다.
부러 인기척도 죽이고 앞장 서던 인솔 담당 교사. 한 손을 올리더니 특정 제스처를 취했다. 미리 정해두었던 암호. 의미는,
‘각자 배치된 위치로.’
(1) 1층 : 류 천화, 우사기야 토푸우
(2) 2층 : 쿠로사키 코우헤이, 허 진호
(3) 3층 : 유 이리, 사라기 토우야, 임 너울
(4) 지하 1층 : 미류, 야마무라 센리
1.1.2. 깃발 뺏기 ¶
<깃발 뺏기>, 선경 고교에서 개최하는 대회이자 감사대 측은 물론이며 국민들마저 관전자로 참여하는 안시국의 빅 이벤트. 그 규모가 어느 정도냐 하면 맵 곳곳에 숨겨진 카메라를 통해 붉은 장미 덤불, 기우는 황금, 은빛 나팔, 몽중 구피아 전역에 송출되는 수준. 하여, 선경 고교가 개최하는 무수한 이벤트들 중 가장 긴장되는 대회로 꼽히기 일쑤며⋯⋯. 특히 이번 감사대 측에선 해외 출장에서 돌아온 리 슈란이 이끄는 <오월>도 관전석에 앉았으므로, 깃발 뺏기 중에서도 역대로 이목을 집중 시키는 판이라 할 수 있음이다.
중앙석에서 심판이 한 귀를 막고 팔을 들어 올린다.
타앙, 총성과 함께 유례없이 특별할 이벤트가 개최된다.
타앙, 총성과 함께 유례없이 특별할 이벤트가 개최된다.
그리고, 광활한 깃발 뺏기 맵 내부.
* 자신의 캐릭터가 영구 상해 및 사망할 수 있습니다.
* 체력치와 본인이 가한 데미지를 반드시 기재해 주세요.
* 참가자 전원 기본 체력치 ‘1000’으로 시작합니다.
* 아래 아이템 중 3개를 지니고 시작합니다.
* 황량몽상점 아이템 사용 불가합니다.
* 체력치와 본인이 가한 데미지를 반드시 기재해 주세요.
* 참가자 전원 기본 체력치 ‘1000’으로 시작합니다.
* 아래 아이템 중 3개를 지니고 시작합니다.
* 황량몽상점 아이템 사용 불가합니다.
팀 배정
ⓐ : 천화 / 랑샤(MPC) / 진경
ⓑ : 토우야 / 서로 / 토푸
ⓒ : 너울 / 폐폐 / 혜나
ⓓ : 이리 / 진호 (전원 상급이므로 D팀만 두명)
ⓐ : 천화 / 랑샤(MPC) / 진경
ⓑ : 토우야 / 서로 / 토푸
ⓒ : 너울 / 폐폐 / 혜나
ⓓ : 이리 / 진호 (전원 상급이므로 D팀만 두명)
- 아이템
- (1) 묵직한 한방 (공격 다이스 결괏값 +100) 2개
(2) 기민한 몸놀림 (확정 회피) 3개
(3) 원기 회복 물약 (체력 완전 회복) 1개
(4) 강화된 천화무적 물약 (체력치 400 증가 (800→1200)) 1개
(5) 탈주자 (확정 도주) 2개
(6) 합류 (동료 옆으로 텔레포트) 2개
(7) 한계돌파 (스킬 페널티 4회 삭제) 1개
(8) 폭주 (전율 최솟값 85로 시작 / 첫턴 전율 터질 시 남은 턴 전율 다이스는 120에서 240(200이상 시 전율 효과)) 2턴 지속
(9) 장막 (3턴 간 상대 스킬 잠금) 2개
(10) 흉수 사냥꾼 (흉수 한 마리 삭제) 1개
(11) 크리티컬 히트 (dice 1 150에서 120이상 나올 시 3배 - 효과 3턴 지속 / 120 미만은 데미지 그대로) 1개
(12) 기습 (기척 dice 1-10에서 6 이상 뜰 시 은신 판정 / 은신 판정에서 적 공격 시 두배 데미지 / 두 턴 안에 공격 안할 시 은신 해제 / 사안에 감지됨 / 적 회피 다이스 굴리기 불가) 2개
(13) 끈끈이 거미줄 (3턴 간 회피 불가) 3개
(14) 받아치기 물약 (dice 1-10에서 6 이상 성공 / 성공 시 상대 데미지 무시 / 상대 공격 다이스 결괏값 x2의 값으로 상대 공격 가능) 1개
(15) 튼튼이 물약 (5턴 동안 모든 데미지 반감) 1개
(16) 이전 (전투불능이 되는 대신 자신의 남은 체력을 팀에게 전이 / 최대 체력 제한 X) 1개
(17) 죽음의 일격 (전투불능이 되는 현재 남아있는 체력 x 2 데미지를 대상에게 줌) 1개
(18) 자살특공대 (매턴 체력 200 소모 / 모든 공격 다이스 결괏값 +100) 1개
(19) 독사의 한 방울 (총 10턴(-500) 지속 / 한턴 당 체력 -50) 1개
(20) 해독제 (모든 상태 이상 제거 / 스킬 포함) 1개
(21) 덫 (3턴 간 상대 행동 불능 / 미리 깔아둬야 함) 1개
(22) 신뢰 (1턴 자신이 깎은 공격 다이스만큼 팀원 공격 다이스에 더함) 1개
(23) 혼란 (2턴 간 상대가 같은 팀 공격) 1개
(24) 맹약 (1500의 체력을 공유하는 대신 상대가 있는 곳으로 언제든 이동 가능 / 맹약 공유자들끼리 상대 스킬 사용 가능) 1개
(25) 학살자 (적 혹은 아군을 전투불능으로 만들 때마다 공격 다이스 최대최솟값 50 증가 / 오너와 캐릭터 전부 합의 불가) 게임 중 영구 지속
(26) 바꿔치기 (적과 아군 포함 대상과 스킬 하나 교환) 게임 중 영구 지속
- <이리> 의 난입, 그리고....
- 오늘 영 기분이 안 좋네, 왜 이러지.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랑샤 뒤편. 새하얀 벽이 새카맣게 물들고, 급격히 어두워진 본진에 의문을 표할 찰나.
콰드득. 콱.
삽시에 절단난 인체. 적나라한 장면이 그대로 송출됐다. 즉각 누군지 알아본 <오월>에 리 슈란이 눈썹을 찡그렸다.
“아, 벌써 귀찮네.”
최악의 악귀 중 하나, 극악의 수전노, 극황금만능주의.
동쪽의 붉은 장미 덤불의 자금줄을 콱 쥐고 있는 <이리>의 안 시사 등장이셨다.
또각또각, 답잖게 차려입은 정장 구두가 복도를 울리다 이내 어둠에 사로잡힌다.
이윽고 전장에 난입하더니 음울한 청록색 머리칼을 낚아채 사라진다.
그리고 현 b 본진 방, ‘사라기 토우야’를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놓곤 조여매는 넥타이를 털어댔다.
“뱀 꼬맹이 몇 년 만이냐. 사라기네가 아주 돈은 물론이고 다른 도움도 돼줘서 내가 참 고마워.”
답은 불필요했다. 사라기 토우야의 멱을 콱 낚아더니 입안에 검은 구슬을 쑤셔넣었다.
웅성이는 관중석, 리 슈란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리 슈란이 아주 잘 아는 것.
구슬⋯⋯ 살성 <이 령>의 구슬이었다.
최고 위험군 악귀, 등급 유성.
이 령이 부활했다.
* 사라기 토우야 전투 불능.
* 이 령 부활합니다.
* 살 범위 500으로 한정합니다.
* 토우야의 몸을 지배했으므로 그의 기술을 강화된 채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 이 령, 부활하다
- 젊은 피. 혈기. 고양감. 노쇠했던 육체론 바람조차 품지 못할 것.
어색한 감각에 손바닥을 두어 번 쥐었다 폈다.
안시사를 응시한다. 동공이 뚫어져라 들여다보았다.
희멀건 눈동자에 투영된 것은 제 것 아닌 상판. 그 가운데 붉게 빛나는 눈동자가 존재의 주인이 저 자신임을 반증한다.
"하..씨발..."
"킥..큭...큭..."
뜻없이 비소했다. 안시사의 어깨 수차례 토닥인다.
"이새끼 몸뚱이에다 마킹해."
끝맺으면 안시사가 걸어왔던 길은 되돌아간다.
사내 새끼 하나. 그리고 계집 년.
"내가 셋을 읊으면 멈춰라."
"하나, 둘, 셋."
셋이 사라지니 둘을 동시에 응시했다.
「쟈노메蛇目」
-선술 유지 시간 최대 20턴. 대상을 잡아두며 사라기의 저주로 .dice 400 500. = 401 만큼 신체를 붕괴케 한다.
-회피 불가
진경 .dice 400 500. = 479
토푸 .dice 400 500. = 498
- 전야前夜(戰野)
- 또라이 새끼. 진저리 난다는 듯 읊조리며 잠자코 사라기 토우야 몸에 마킹을 새겼다.
이 령을 뒤따르면 다시금 보이는 낯짝 둘. 사라기 토우야를 낚아챘을 때 표정 볼만했던가? 몰라, 돈 주는 것도 아닌데 관심 둬서 뭐해. 시사가 고개를 뒤로 쭉 뺐다.
온도가 급격히 빙점을 찍고 내려갔다. 삽시에 뻗어나가는 냉기를 먹어치우며 나타난 흉수, 그리고 안 휘민. 냉기의 주인은 단연 리 슈란.
「깃발 뺏기 참가자들은 즉각 전투를 중단하고 교내로 돌아오세요. 다시 알립니다, 깃발 뺏기 참가자들은 즉각 전투를 중단하고 교내로 돌아오세요!」
배경음으로 깔리는 전체 방송.
이 령 부활 소식에 리 슈란이 긴급 투입됐다.
허나.
“어, 리 슈란 오랜만이다.”
샐쭉 웃는 눈. 번지는 마킹. 검은 그림자가 셋을 잡아먹고 자취도 안 남기고 사라졌다.
20XX. 05. 25.
깃발 뺏기 중단.
1.2.1. 심문 - 사라기 토우야 ¶
- 심문일지
- 날짜 : ■■■■-■■-■■
시간 : ■M ■시
장소 : ■■ ■■■
내담자 : 사라기 토우야
심문자 : 리 슈란
전 방향 콱 막힌 밀실. 내부에선 보이지 않으나 외부에 다수 포진된 <오월> 일원들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자세로 ‘그릇’을 주시하고 있었다.
밀실 안에는 단 둘. 팔과 다리가 구속된 채 의자에 앉혀진 사라기 토우야와, 다소 자유로우나 빈츰 하나 없는 리 슈란이 중앙에 얼굴을 맞대고 앉아있었다.
천장을 보면 빨간 물이 깜박이고 있었다. 녹음 및 녹화 중이라는 뜻이었다. 그럼에도 불구, 리 슈란은 익숙한 양 여즉 태연하다.
“불필요한 서론은 각설하지, 다 아는 마당에. 안 시사가 말하기를, 오랜만이랬지.”
왜?
“너희가 장미인 이상 <이리>와 연관되어 있음을 모르진 않아. 헌데, 너. 걔네와 무슨 사이길래 그 선옥을 먹여.”
묵적한 시선이 방 안을 훑는다. 빠져나갈 구석이라고는 전혀 없고, 눈앞에는 전설적인 유성이 버티고 있는 상황. 조금이라도 수상적은 짓거리를 시도했다간 그 즉시 목이 날아가리라.
태생부터 취해 온 모든 것들이 불법에 닿은 삶을 살았기에, 한 번쯤은 이런 미래를 생각해 본 적이야 있었다. 하지만 그 계기가 최악의 악귀에게 덤터기 씌여 잡혀올 거라고는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사라기 토우야는 분명 어떤 일면에서는 기이할 정도의 평정을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제아무리 그렇단들 근본적으로는 침성을 앞에 두고도 태연하게 굴 만큼 간담이 크지는 않다. 그는 한숨 같은 짧은 숨을 작게 내쉬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불필요하거나 흠이 될 말을 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말을 고르고 골라 느지막하게 답했다.
“개인으로서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공적으로도 사적으로도, 저는 그 사람과 대화 한 번 나눠 본 적 없어요.”
“가문 끼린 있단 소리네. 안 봐도 시사 그놈 짓인 건 알겠군.”
쯧, 혀 차는 소리.
“청부업 죄목 물으려 연 것 아니니 이건 추후에 묻도록 하고. 사라기 토우야, 네가 고해야 할 것은 셋이야. 이 령과의 관계, 깨어나는 주기, 그 힘 지녀 사용한 적 있는지 혹 사용할 의향이 있는지. 전부 상세히.”
그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긍정이나 다름없는 반응이다. 가문끼리의 이야기야 애당초 둘러대봤자 소용도 없었으리라. ……그렇다고 가문의 죄를 완전히 없는 일로 취급하지는 않을 텐데, 어쩐다.
“살성의 힘은 쓰지 못해요. 쓸 수 있다 해도 쓰고 싶은 의향은 없습니다. 이 령과는 조금도 엮인 적 없고요.”
우선은 비교적 문제가 되지 않을 내용부터.
이어지는 말이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는, 미리 각오를 했음에도 머릿골이 아파오는 듯하다. 손이라도 풀어줬더라면 이마를 짚었을 텐데.
“제가 이렇게 된 지 오래 되지 않은 상황이라 주기를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얼마 전 목소리가 들렸던 적은 있습니다.”
이것 좀 봐, 교묘하게 에둘러 말하네?
적막을 메우는 종이 넘기는 소리.
“엮인 적 없다기엔 지금 너무 진하게 엮었지 않나⋯⋯. 어찌 엮이게 된 건진 그 눈알 하나 파내 연구팀에 의뢰라도 넣어줄까.”
기린 기숙사 일학년 남학생 한쪽 눈 영구 상해 ⋯⋯ 당시 평균적인 수치를 넘나듦⋯⋯. 까만 글귀들을 무감하게 읽어 내려갔다.
“조건은? 그리고 내용까지.”
“이 이전까지는 엮인 적 없는 게 사실이라……. 그 외엔 더 할 수 있는 변론이 없습니다.”
아, 눈알.
영구적인 장애다. 역시나 사람이 그리 다쳤으니 저들 귀에 들어가지 않을 리 없지. 그는 침묵을 지키다 대답할 수 있을 질문에만 답을 이었다.
“저로서는 알 수 없으니 그때의 상황만 답하겠습니다. 당시에 저는 한 학생과 갈등이 생겨 싸우게 되었습니다. 제가 싸움에서 밀려 쓰러지기 직전이 되니 그 사람이 짜증스럽게 말했는데…… 그대로 인용할게요. ……제가 하는 욕이 아니라는 것만 알아주세요.”
“하, 씨발. 좆대로 깨우고 지랄이야. 쨌든 저 새끼 눈깔 하나 뽑아 와라. …………라고 말했습니다.”
“아⋯⋯ 그래?”
얕은 한숨. 입매 사이로 삐져나온 한기.
단숨에 빠져나가— 서걱, 하고. 사라기 토우야의 머리와 목이 한 치의 오자도 없이 떨어져 나갔다.
“헌, 리영. 들어와. 이거 치워.”
아무것도 모르면 필요 없다. 이대로 세상에서 살아지면 좋고, 온전히 부활하면 직접 죽이면 될 일. 어느 쪽이든 좋았고, 아니래도 약 좀 부어주면 되었다.
"손 떼라."
"삼 센다."
하나. 둘.
암전에서 중얼거렸다.
둘을 세기 전까진 살아있는 인간의 온기.
단말마.
이제는 끈적함만 남았다.
"씨발. 사라기랬나. 이 새끼도 인간 구실 참 못해."
"자꾸 멋대로 깨우고 지랄이야."
"아, 그래. 사람 새끼가 아니라 뱀 새끼였지."
"짐승새끼한테 너무 큰 걸 기대했다, 내가."
모가지를 주워다 절단부에 갖다 댔다.
이제야 시야가 트인다.
갈가지 찢겨 널브러진 것을 훑다 말고 시선 들었다.
"어, 슈란아 오랜만."
리슈란의 동공에 투영된 붉음을 직시하며 가까이 걸음을 뗀다.
"우리 아직 사귀는 거 맞지?"
"그때 헤어지잔 말 못 들어서."
"십 년 만인가. 아니다.. 그저껜가? 봤었지."
"여튼 한 번 안아보자."
지척에서 크게 팔을 벌렸다.
익숙하고 빛 바랜, 허나 언젠가 직전에 들었던 음성. 재깍 뒤돌아 공간을 얼렸으나 다시금 잃었다.
나머지 오월들에게 신력으로 경고한다. 너네 한 발자국도 들어오지 마.
이윽고 마주한다. 극히 보고 싶었던 낯. 여러 의미로 갈구해 끙끙 앓았던 나날. 미동 부재한 낯짝에 살풋 금이 갔다. 무어라 말하려던 찰나.
콰아아앙!
밀실까지 들이닥친 굉음. 삽시에 웅성거리다 리쉬가 곧장 바로잡는다. 시선 우두커니 고정한 채 입만 열어 묻는다.
“무슨 일이야.”
“선경 고교에서 테러 발생, 사상자 스무 명 이상, 그중 사망자는 열다섯입니다.”
“구역 나눠 진압해.”
곧이어 다른 얼굴 거죽 뒤집어쓴 그 상판 전체를 손으로 덮곤, 죄 얼린다. 살 못 쓰는 살성 따위.
“감시해. 이상 발생 시 바로 알리고. 돌아오면 주기 체크 후 돌려보내.”
.
.
.
「 테러 발생! 테러 발생! 교내에 있는 모두 즉시 대피하세요! 」
테러 발생!
테러 발생!
二, 마파람
開幕
1.2.2. 진경, 죽다 ¶
<지금부터 진경이의 장례식을 시작하겠습니다. >
애도 기간 : 0528 - 0604.
<진경 살해 혐의로 사라기 토우야가 일주일 간 무태지옥에 갇힙니다. >
- 장례식, 위 랑샤
- 유가족들이 울고, 하늘도 좀 울던 날.
줄줄이 세워진 묘비석 뒤 장례식장에선 극대비를 이루는 찬란한 영정 사진들이 스무 개 남짓. 그에 비해 거대한 군집을 이루는 유가족과 관계자들. 그 틈바구니에 무연히 서 있는 위 랑샤. 말갛게 검은 눈알이 느릿하게 상황을 파악한다.
봉황 애 셋, 영귀 여덟, 응룡⋯⋯.
“이상해.”
잡초 군이 왜 저기에 있지?
꽉 쥔 작은 주먹. 한때 겨루며 맞닿았던 손등.
위 랑샤도 좀 울었다.
- 장례식, 유 이리
- * 테러 이후 진경 사망 시점.
* >>678 과 이어집니다.
단언컨대, 거짓말이라 했으면 좋겠다.
수많은 영정 사진 중에 아이가 있다는 건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어떻게 잠들었는지 알 틈도 없이 아이는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명확한 것은 한 가지 있었다. 요동이는 전류가 이를 증명한다.
비가 무심히 땅을 적셨다. 우는 소리가 천지를 감싼다. 그 속에 검은 우산을 들고 무표정으로 서 있는 나. 아니, 무심하게 서 있다고 하지 말았으면 한다. 지금 이 낯빛을, 부디 이해하고 있지 않는 모습 으로 봐주었으면 한다. 나는 그저 이렇게 의문이 든다.
아이를 위해 울어줄 사람은 수없이 많이 있는데,
어째서 아이는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떠나갔는가?
모든 게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다. 모든게, 모든 것이.....
“ーー하… “
손에서 푸른 스파크가 마구 요동쳤다.
사진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이 힘들다. 평정을 되찾기 힘들다. 나 로 있는 것이 힘들다.
불안정하다. 모든 것이 불안전한 흐름이다. 수많은 이들이 죽었고, 예기치 않은 이유로 아이 역시 죽었다. 용의자 역시 잡혔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익숙한 이름이었다. 약속했었던 이름이 들리는 것 역시 썩 유쾌하지 않았다.
역시, 모든 건 그 피로 물든 별이 문제다.
“**…… “
“진짜, *같다. 참…….”
비가 내리치는 장례식장 앞에서, 실소를 하며, 나는 아이의 사진 앞에서 한 가지 다짐을 했다.
지켜줄게부숴줄게.
그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반드시 지켜줄 테니까. 부숴줄 테니까.
“그래, 까짓거……해주면 될 거아니야. 그렇지…….”
붉은 선옥 따위, 빼내서 부숴버리면 그만이잖아. 그렇지. 응?
- 장례식, 임 너울
- 이젠 얼굴조차 기억 안 나는 여학우가 죽었단다. 제 무릎에 앉혀 손길 준 것과 달리 시냅스는 무덤덤하니, 너울은 자신에게 조심스레 장례식 참석 여부를 묻던 반장에게 꽤나 매몰찬 답을 해왔다.
“나 바빠. 흉수 사냥 있어.”
“그거 애도 기간이라고 취소됐는데, 공지 확인 안 했어?”
“아… 그래?”
천성이 다정했던 반장은 사망자 명단 사본이 있냐는 너울의 물음에 그걸 흔쾌히 너울에게 보내주었다. 폰 전원을 켜 파일을 일람해보니 웬걸, 익숙한 이름이 여럿 보였다. 며칠전 끌어안던 여자애 이름 포함, 신체 녹진히 녹여먹어 본 이름 몇이 비명예스럽게 나열되어 있었다.
그중 예상 못한 두 글자, 성씨 없이 밋밋한 이름 하나 눈에 들어오니 너울은 눈을 두어번 깜박였다. 진경 - 모의전 한번 치루었던 후배. 긁으려다 되려 긁혀 돌아왔던 1패.
그때 한 차례 주먹다짐 이후, 진경은 뻗어누운 자신에게 손바닥 내보이며 밥이나 한 끼 먹자고 천연덕스럽게 말을 붙였었지. 뭐 이런 단순한 새끼가 다 있냐, 같은 감상이 스쳤었다만 입 밖으로 내진 않은채 흔쾌히 승낙했었다. 저녁을 먹으며 별 시덥잖은 대화도 오갔던 것이 아직까지 뇌리에 남아있어, 짧은 만남을 회고하던 중 너울은 돌연 짤막한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
나 얘한테 밥 사줬었지. 다음엔 그놈이 사준다고 했는데. 신경질적으로 눈을 데룩 굴리더니 너울은 핸드폰 전원을 껐다.
빚진거 받아와야지. 가볍고 몰상식한 생각이었다.
추잡한 날씨에 빌린 양복이 몸에 늘어붙었다. 다행이도 춥지는 않았으나, 찝찝한 기분은 여전했다. 비석을 빤히 보다 혀를 내두른 너울은 두 눈 게슴츠레 떠올렸다.
“육개장 자알 얻어먹고 가.”
곡소리 가운데 퍽 모독적인 말이 피에 물 타듯 섞여들어왔다.
1.2.3. 서서히, 각자의 길로 ¶
- 류 천화, 홍아와 만나다
- 먹을 쏟아부은 듯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카만 남성. 장신에 길쭉한 육체는 가느다랗기보다 단단한 생존형 근육들로 짜이고, 온몸에 화상 자국을 지녀 어떠한 위엄들이 어깨에 서려있었다.
선경 고교에서 치뤄진 장례식장에 입장하기 위해 차려입은 정장 구두가 바닥을 밀어내며, 한때 등을 맞대었던 이의 앞에 선다.
“류 천화 양, 맞나.”
감사대 수장 장영의 측근, 감사대 측 명실상부 최고의 화염사, <홍아>였다. 화상 입은 낯이 흉흉한 외형과 합쳐져 더욱 난폭해진 얼굴이 오해 사기 딱 좋았다.
“친우의 죽음은 안타깝게 되었네. 허나 강해진다면 이후 더 잃을 일도 없겠지. 어떤가, 내 밑에서 배워볼 생각 있나?”
장례식장에서 천화는 기운 없이 기대듯 앉아 있었어. 처음에는 랑샤를 좀 위로해줬고, 그리고... 글쎄, 오늘따라 유독 기운이 없네.
" ...네 "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에 잠깐 당황했던 천화는 감사대 화염사, 홍아의 모습을 보곤 잠깐 말을 하지 못했어.
' 강해져? 강해진다라... '
" 홍아님께서 가르쳐주신다면야, 저야, 영광이죠. "
천화의 얼굴에 띈 미소는 솔직히 이루말할 수 없는 표정을 구성하는 중요 요소가 될꺼야.
답이 무어일지 예상했다는 듯 지체 없이 명함을 건넨다. 회색 바탕에 주홍 글씨.
“일단 감사대 직속 후보생으로 들어오게 될걸세. 몇 차례에 걸쳐 훈련을 거치고 시험을 통과하면 감사대 확정이고⋯⋯.”
이윽고 다시 꺼내는 명함. 이번엔 흰 바탕에 파란 글씨.
“웬만하면 안 받겠지만, 정 안되겠다 싶을 때 최후의 보루로 사용하도록. 침성의 명함이네.”
홍아, 침성 연락처 획득.
홍아에게 훈련 받는 독백으로 스킬을 상향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