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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사나 하네즈카(딜레마의 배심원)

last modified: 2023-09-13 21:28:05 Contributors





1. 기본 프로필



AI 제작 이미지
▶ S1-S2 Portrait AI 제작 이미지
“대체 뭘 어떻게 하란 말인가요.”

Keyword
의사, 모순, 도피

이름 나이
옥사나 하네즈카 34
외관

달라지지 않았다. 2심과 완전히 동일안 모습이지만 구속복의 구속은 거의 풀려있다. 이로인해 행동의 제약이 거의 풀려있으나 본인은 영 탐탁치 않은듯. 허리춤에 벨트를 달아 응급 치료 키트를 가지고 다니고 있다.

▶ S2 Appearance 용서받은 영향일까 조금 더 자유로워 보이는 듯 외적인 방면에서의 변화가 눈에 띈다. 1단계, 구속이 풀리게 되며 양손의 자유를 얻었다. 이전 수감시절에 제출한 소지품이었던 볼로타이를 다시 착용해 한껏 원래 의사이던 시절로 돌아간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구속복은 다소 길다란 원피스형이나 코트와 유사한 형태의 상의가 더해진 형태로 수선 되어있다.
▶ S1 Appearance 다소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흰 머리의 여성. 다소 날카로운 인상과 이로 인해 입을 다물고 있다면 조금은 다가가기 어려운 인상이나 얼빠진 성격 탓에 그리 보이는 일은 거의 없다. 약간 채도가 옅은 색의 파란색 눈은 가감없이 혼혈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듯하다.
구속복은 다소 길다란 원피스형이나 코트와 유사한 형태의 상의가 더해진 형태로 수선 되어있다.

성격

두 번의 긍정으로 인해 환청과 환시, 자기파괴적인 행위의 빈도가 줄어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어느정도 삶에 대한 욕구가 늘어난 듯 대놓고 죽음을 바라는 일은 현저하게 줄었으며 잋변화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자괴감을 느끼고 있는듯. 또한 이로 인해 이전보다 조금 밝아진 모습이 눈에 띈다.
정말로 그래도 되는걸까? 하는 의심의 단계에 있기에 잡념을 지우려 특정한 행동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지금 현재로서 빠져 있는 것은 약품의 라벨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면을 향하도록 정리하는것.

▶ S2 Personality 1심의 결과로 인해 다소 부드러워진 모습. 자신의 사상이 긍정된 것으로 인해 자기긍정감에 더불어 자기파괴적인 성향역시 늘어났다. 여전히 타인에게 강요하는 짓은 하지 않으나 자신을 건드는 상황에서는 다소 과격한 언동을 보일때가 생겼다. 오히려 불안정해진듯.
▶ S1 Personality 다소 달관한 듯한 성격으로 구태여 일을 크게 만들지 않으려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근본적으로는 타인과 선의를 나누는 것을 선호하고 있기에 일부러 깊은 곳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려 한다.

기타

더이상 담배는 손에 쥐지 않으려 한다. 의사를 그만둘 생각인지 제대로된 향이 나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으며 동시에 조금 화려한 것을 찾아보고있다. 나갈 생각이 없지는 않은듯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전과 동일한 스탠스를 유지중이다.

▶ S2 Characteristic 1심에서의 용서를 기점으로 다소 당당해진듯한 모습이다. 물론 살인에 대한 본인의 가치관 자체는 변하지 않았기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죽음에는 죽음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전히 타인에게는 권유하지 않는 것 역시 변동은 없음.
하지만 직업적으로 다소 과격해진 면이 있으며 그와 반대로 니코틴 중독증은 다소 완화되었다.
▶ S1 Characteristic 바깥에서는 오지를 돌아다니며 의료봉사를 하며 다녔다. 사건 이전에는 이로 인해 상당히 호의적인 시선이 있었으나 사건 이후에는 평가가 일변하여 사회적으로 매장되었다.
살인에 대해서는 직후 바로 자수하였기에 초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애초에 용서받을 생각이 없는 듯.

가이드라인
뭐든지 조율없이 괜찮아요! 영구적 상해는 언질을 주세요



2. 심문 기록



2.1. 제 1심

004  𝐓𝐑𝐈𝐀𝐋 𝟎𝟏 𝐉𝐔𝐃𝐆𝐄  - - -
Q. 01 제제 르 귄 자신의 행위를 죄라고 느끼는가?
후후,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살인이 죄가 아니라면, 저희가 여기에 있을까요?
Q. 02 박권태 자기소개를 하라.
옥사나 하네즈카. 서른네살에 의사랍니다.
Q. 03 시미즈 마사 누구를 죽였는가?
전직 변호사였던 저의 환자랍니다. 정말로 슬픈 사정이 있었죠.
Q. 04 시미즈 마사 슬픈 사정이 무엇인가?(1)
알려줄 수 없어요... 라고 하고싶지만 밝혀도 되는 부분까지라면요. 사적인 원한이랍니다. 대다수의 살인자가 그렇듯이 아주 사소한 신경쓸 것 없는 이유로 살인을 했어요.
Q. 05 제제 르 귄 슬픈 사정이 무엇인가?(2)
방금도 말했지만, 사적인 원한이에요. 살인은 누군가가 자기 케이크위의 딸기를 빼앗아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일어날 수도 있잖아요? 저같은 경우는 피해자가 가족의 유산을 사기로 횡령하고 기만했다.그것 뿐이에요.
Q. 06 박권태 밀그램 시스템의 참여를 스스로 결정했나?
최종적인 선택을 뜻하자면, 저는 그렇네요. 원래 있던 곳의 간수장의 추천과 부탁을 받았고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받아들였어요.
Q. 07 박권태 용서받길 원하는가, 용서받지 않기를 원하는가?
어느쪽이든 겸허히 받아들일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용서받을 생각도 없고 그리해주셨으면 하네요. 최종적으로 용서받더라도 저 스스로 끝을 낼 생각이기는 하니까요.
Q. 08 시미즈 마사 피해자가 한 일이 죽을 만큼 나빴다고 생각하는가?
육체적인 상처보다, 정신적인 상처가 오래가는 법이니까요. 게다가 금전적인 문제니까요. 평범한 이유죠?
Q. 09 제제 르 귄 당신의 살인은 그 상대를 미워해서 일으킨 일이 맞는가?
그 상대를 미워하지는 않았어요.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마지막으로 숨을 끊어버리는 순간까지도 아무런 감상이 없었어요.
Q. 10 제제 르 귄 당신의 살인은 타당하거나 옳은 일이었나?
타당하지 않았고 옳지도 않았죠. 용서는 받지 않았으면 하네요.
Q. 11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이 시스템에 온 이유는?
이전에도 이야기를 했지만, 자의가 아니랍니다. 간수장분이 저희 아버지와 개인적으로 연이 있으셨거든요. 그분은 부탁하셨고, 저는 수락했다. 그것 뿐이에요.
Q. 12 박권태 자살할 필요가 있는가?
생각해보세요. 권태씨의 딸의 곁을 걷는 사람이 천하의 살인마라면 납득하실건가요? 끝을내야 해요. 살인을 했다면.
Q. 13 박권태 자신이 마음에 드는가?
물론, 대단히 마음에 들어요. 이 나이에 말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젊어보이는 얼굴이기도 하고, 대학은 수석으로 졸업. 일선에서 뛰면서 해외의 격오지로 의료봉사를 하러 나가는 의사. 제 생각에도 멋지네요. 제 관리의 성과지만요.
Q. 14 제제 르 귄 살인으로 얻는 이득이 무엇이었나?
이득은 없었어요. 아주 조금의 만족감이랑, 너무 편하게 보냈나 했던 그 한순간의 경험 뿐이에요.
Q. 15 제제 르 귄 이타심이나 사명감으로 비롯된 행동인가?
개인적인 원한으로 일어난 살인이니까요.
Q. 16 시미즈 마사 피해자의 가족과 연고가 있었는가?
없어요. 얼굴은 알고 있지만, 환자의 관계자와는 거리를 두어야 하지 않겠어요?
Q. 17 시미즈 마사 피해자가 재산을 어디에 쓰려고 했는지 알고 있었는가? 이것이 살해에 영향을 미쳤는가?
마약을 샀어요. 여차하면 종류까지 말해줄수 있는데 필요한가요? 영향은... 있었네요.
Q. 18 제제 르 귄 용서를 원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의사로서의 직업윤리를 어기고, 사적인 이유로 살인을 했으니까요. 생명의 존귀함을 다루는 존재라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는 것이 도리여야해요.
Q. 19 박권태 지금까지 살인 외의 잘못을 저지른 적이 있는가?
살인 외의 잘못은 없네요. 법률에 어긋나는 짓을 하면 평가가 떨어지잖아요.
Q. 20 시미즈 마사 누군가를 죽음에 버금가도록 괴롭게 하고 싶어서 피해자를 살인했나?
아니오. 그것만큼은 절대 아니야. 그런건 평등한게 아니잖아요.
Q. 21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담배는 언제부터 피웠는가?
본격적으로 의사 면허가 정지된 이후부터니까 살인후 일주일뒤. 귀국한 후의 일이에요.
Q. 22 시미즈 마사 살해는 마피아 조직 혹은 조직의 인물과 관련이 있는가?
없어요. 다만 제가 갔던 오지는 치안이 그리 좋지 않았죠. 마을의 절반이 갱스터였으니까요.
Q. 23 시미즈 마사 피해자가 횡령하여 부당하게 챙긴 이득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상세한 것은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부당이득... 조부님때부터 이어온 유서깊은 대기업이 그의 개짓거리 한번에 가라앉았어요. 지금은 존재도 안한답니다.
Q. 24 박권태 가족과는 사이가 좋았는가?
가족관계는 훌륭했답니다. 항상 바쁘지만 주말에는 항상 저녁을 같이 먹었어요.
Q. 25 제제 르 귄 자신이 용서받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용서받는다면... 글쎄요, 동정일수도 있고 이해가 부족했을 수도 있겠네요. 아니면 제가 귀여워서? 이래뵈도 대학시절엔 제법 인기있었답니다?
Q. 26 제제 르 귄 소원은 무엇을 빌 것인가?
소원은 제가 원하는 것은 절대 이루지 못하니까 300억엔 정도를 받아서 전부 기부할 생각이에요.
Q. 27 시미즈 마사 가라앉았다는 기업에 대해 밝혀라.
제법 커다란 IT기업이었던가요? 아니면 유통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다방면으로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했으니까요. 어느 한 가지에만 국한되지는 않았어요.
Q. 28 박권태 그 사람을 죽였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가?
괴로웠고, 기뻤고, 허무했죠. 살인이 그런거잖아요.
Q. 29 시미즈 마사 지금껏 가장 큰 도움을 받은 일은?
큰 도움이라면 역시 장학금이겠네요.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어요.
Q. 30 시미즈 마사 은인이라고 생각하는 자나 단체가 있는가?
은인이라고 해도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맞게 제가 의사가 될 수 있게 도움을 주신 여러 선생님들이 전부라... 미안해요 재미없는 아줌마라.
Q. 31 시미즈 마사 장학금은 그 기업이 주었는가?
...말이 조금 돌아갔네요. 저희 기업을, 그 변호사가 무너뜨렸고. 그 변호사는 그 이후 국외도피, 공범은 잡혀서 방화로 인한 살해로 사형을 구형받았죠. 그러니 제가 받은 장학금은 어디까지나 학교에서 지급하는 것이었답니다.
Q. 32 제제 르 귄 원한이란 무엇인지 스스로 해석하라.
인생의 목적.

2.2. 제 2심

004  𝐓𝐑𝐈𝐀𝐋 𝟎𝟐 𝐉𝐔𝐃𝐆𝐄  O - -
Q. 01 박권태 1심 심상독백에 나왔던 '그 사람'은 누구인가?
...부모님들입니다. 그 외에는, 글쎄요. 이미 놓은 것에는 관심이 없네요.
Q. 02 시미즈 마사'' '피해자의 아내와 아이가 있는 건물을 불태우도록 시켰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용서받지 않기 위해서인가?
자유롭게 생각해주시면 되겠네요. 실제로 '저'는 죽이지 않았으니. 물론 저는 이것 역시 훌륭하게 살인 죄라고 생각한답니다.
Q. 03 제제 르 귄 아직 자신이 용서받지 않아 마땅하다고 믿는가?
첫째는 의사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서 개인의 미래를 빼앗았기 때문이고,
Q. 04 제제 르 귄 어째서 살인이 죄악이라고 생각하는가?
둘째는 타인의 삶을 함부로 빼앗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라도 신도 인간도 해서는 안되는 일이기 때문이며,
Q. 05 제제 르 귄 살인이 죄악이라 생각하면서 타인을 용서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떠한 살인은 용서받아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셋째는... 글쎄요. 극도로 불우한 가정환경에 의해 아직 의사판단이 되지 않는 청소년기에 벌인 살인의 경우, 본인이 충분히 반성하고 있으며 죄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는 상태에서 동등한 수준의 벌을 받는다면 용서받아도 되겠지요.
Q. 06 시미즈 마사 피해자가 피해자의 가족이 아닌 자신의 가족의 유산을 횡령하였는가?
정확하네요. 다만, 그 피해자의 아내는 저와도 관련이 다소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Q. 07 박권태 죄책감 혹은 정의를 제외하고 생각했을 때, 부모가 있는 곳으로 따라가고 싶다고 생각하는가?
아니오. 지금은 그저 속죄를 위한 죽음을 바라는 거에요. 변호사를 죽이고 인생의 목적을 달성한 순간에 모든 것을 깨달아버렸으니까. 애초에 원망만으로 타인을 죽인 시점에서, 저는 살아서는 안되는 인간이었던겁니다.
Q. 08 시미즈 마사 피해자의 아내와 어떤 관계였는가?
대학시절의 여자친구. 졸업직후 모든 연락이 끊기는 형태로 이별을 선고받았습니다.
Q. 09 박권태 제 1심의 판결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저는... 모르겠습니다. 참회의 의지가 있으니 살인이 용서받다니 그건 이상하지 않습니까?
Q. 10 제제 르 귄 아이, 청소년과 어른은 무엇이 다른가?
권태씨의 심문에서 이야기가 나왔듯이 아이는 아직 많은 세상을 경험하지 못해 보호가 필요하죠. 20세는 어디까지나 기준이지만, 적어도 어딘가 한 곳에서 누군가에게 정해진 말을 반복해 들으며 스스로 완성되었다 하는 것은 아이에 해당되겠지요.
Q. 11 제제 르 귄 죄를 인지하고 반성하는 점은 자신의 죄를 가볍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자신한테 '동등한 수준의 벌'은 무엇인가?
그렇기에 1심의 결과가 그렇게 된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했어요.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저 개인의 판단은 저에게 사형을 원하고 있습니다.
Q. 12 제제 르 귄 변호사의 가족은 모두 사망하였나?
네, 그거야 죽었답니다. 불타고 있던 저택의 사진을 받았으니까요.
Q. 13 시미즈 마사 피해자의 아내가 자신의 여자친구였음이 맞는가?
...정확합니다.
Q. 14 시미즈 마사 그녀는 자신과 변호사의 관계를 알면서도 변호사와 결혼한 것인가?
자주 이름과 모습을 이야기하고는 했어요. 아마 알고는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다시 만난 변호사가, 많이 변해있던 것과 이유가 비슷하지 않을까요?
Q. 15 시미즈 마사 원한의 대상이 정확히 무엇인가? 변호사 그 자체는 아닌 것 같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그럼 전부를 빼앗은 사람에게, 전부를 빼앗는 것 말고 무슨 방법이 있었을까요? 자기는 회개헀으니 괜찮다는 이에게 죄를 알게 하려면 어떤 방식을 써야할까요?
Q. 16 박권태 죄를 갚을 의지가 있다면 살아있어야 하는 게 맞다.
과연 그럴까요. 죄를 갚을 사람이 없는데. 얼마나 회개해서 얼마나 좋은 사람이 되더라도 결국 피해자는 죽어서 없는데. 그게 의미가 있나요.
Q. 17 박권태 1심 판결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가?
재미있더라구요. 정말,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아서.
Q. 18 제제 르 귄 변호사의 횡령과 변호사의 죽음 사이의 기간은?
작년에 죽였으니 아마 햇수로는 20여년이 되네요. 강산이 두번이나 바뀌었으니 인간따위는 바뀔 수 밖에.
Q. 19 제제 르 귄 변호사는 어떤 식으로 변했나?
말그대로, 좋은 사람. 악당밖에 없던 그 마을에서 유일한 선인. 교회와 학교를 세우고 봉사활동에 매진하며 살더군요.
Q. 20 제제 르 귄 죽음이 어째서 속죄인가?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어할 뿐이 아닌가?
간단해요. 속죄의 대상이, 이미 죽어서 없으니까.
Q. 21 시미즈 마사 죽음이 반드시 속죄의 수단이 되지는 않는다. 죽음이 죄를 무마하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죽음은 도망치는거라고 누가 그러던가요. 과거에 신의 아이는 자신의 죽음으로 인간의 죄를 대속했는데. 죄를 마주했어요. 저도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해봤죠. 들어가기 전에는 변호사도 고용하지 않았고 재산은 모조리 사회에 환원했어요. 그래도 속죄는 되지 않더라구요.... 그야 제가 죄를 갚을 사람은 이미 죽어서 없으니까.
Q. 22 박권태 피해자의 인간 관계가 일가족으로 끝나진 않을 테니 살아있는 속죄에도 의미가 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에게 복수를 하면 그건 미친거잖아요? 그래서 그가 행한 것 처럼 하는거에요. 잃은 상처는 많겠지만, 그 모든 것에 책임을 질 필요는 없다. 그가 마지막에 그리 말하더군요.
Q. 23 박권태 술담배를 하는 행위를 통해 자신이 힘들어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 판단은 틀렸나?
...글쎼요. 개인적인 기호가 없는 건 아니라서. 틀렸네요. 저는... 아니 저는 언제나 행복한 상태니까.
Q. 24 시미즈 마사 의사가 된 계기는?
...이전에 이야기 했었죠. 저는 원한을 위해 살아왔다고. 처음 의사가 된 이유는 사회적인 평판을 위해서였답니다.
Q. 25 시미즈 마사 의사가 처음 되고자 했을 때에도 자신이 이런 식으로 누군가를 살해할 것이라 생각했는가?
대학생활을 하던 시절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그때는 아니었어요. 여자친구와 만나고 그녀가 제 상처를 안아주었으니까. 그때는 정말로 진심으로 의사가 되고자 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그녀가 떠난 이후까지도. 목적이 있기에 행동하기는 했었지만, 솔직히 죽이고 살리고는 보고 난 뒤에 생각하려 했죠.
Q. 26 제제 르 귄 2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기다린 이유가 있는가?
사람의 죽음조차도, 남은 이에게는 희석되기 충분한 시간이었으니까. 찾는데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거에요.
Q. 27 시미즈 마사 본격적으로 살해를 행동에 옮기게 된 계기가 있는가?
모든 것을 앗아간 이가, 기억을 잃은채 자기는 달라졌다며 웃어대고. 그 옆에서는 저의 사랑하는 사람이 그 쓰레기의 아이를 안고 있더군요. 그녀가 항상 하던 말이 있어요. 빼앗겼다면, 다시 빼앗아버리면 된다고.
Q. 28 박권태 피해자나 피해자의 가족한테 하고싶은 말은?
...피해자에게는 할 말이 없네요. 당한만큼 돌려주었으니. 하지만 가족에게는... 그러네요.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머저리같은 년의 사소한 욕심때문에 상처를 입혀버렸다고. 사죄하고 싶습니다.
Q. 29 제제 르 귄 살인이 일어나지 않은 것과 다른 누군가가 피해자를 살해한 것, 둘 중 어느 쪽이 더 좋은가?
글쎄요, 차라리 원한을 잊어버렸다면.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그 남자도 저도 나름의 위치에서 좋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었겠죠.
Q. 30 제제 르 귄 재회한 변호사와 대화를 해보았는가? 그는 자신을 알아보았는가?
그가 저를 알아보고 사죄했다면, 저는 이자리에 없었어요.
Q. 31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사람이 달라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가?
...사람은 달라질 수 있어요. 좋던 나쁘던. 인간은 언제나 환경의 영향을 받는 법이고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범죄자도 구세주가 될 수 있겠죠. 특히 저는 세이카씨같은 분들이라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말이에요. 하지만 저는 안됩니다. 한순간의 욕심을 참지 못하고 사람을 셋이나 죽여버린거에요. 그런녀석은 사회로 풀려나면 안되요.
Q. 32 시미즈 마사 자신이 지금 여기에 살아서 재판에 참여하고 있는 이유는?
...저를 이곳에 추천한 간수장은, 저희 삼촌같은 분이었어요. 넉넉하지 않던 형편에도 저를 키워주셨고 대학에 붙었을땐 자기 딸이 붙은 것 처럼 기뻐하셨죠. 좋은 사람이었어요. 그런 사람이, 제 앞에서 무릎을 꿇고 부탁하더군요. 한 번만 더 노력해주면 안되겠냐고. 조금만 더 길게 살아주면 안되겠냐고. ...아무래도 정에 약한 것 같네요 저는.
Q. 33 박권태 자신의 죄는 정상참작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니오. 그런 보기에 좋은 판결을 받기엔 너무 늦었으니까요.
Q. 34 제제 르 귄 자신이 이 곳에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하는가? 자신한테는 죽음이 최선인가?
당신처럼 죽음이 해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제가 할 수 있는 이미 죽어 없어진 자들에 대한 사죄로서는 최선일겁니다. 혹여나 하는데, 저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거에요. 인간이니까, 인간으로서 최대한의 긍지를 가지고 비겁하게 최소한의 사죄로 넘어가려는거죠.
Q. 35 시미즈 마사 변호사, 변호사의 아내, 변호사의 공범, 셋 중 누가 가장 원망스러운가?
...공범은 이미 죄를 치루었어요. 저와 개인적으로 만나 사죄를 받았지요. 그의 아내... 줄리아는 애초에 죄가 없을거에요. 그 두 사람 사이에 무슨 드라마틱한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겠더라구요. 변호사는... 글쎄요. 제가 마지막으로 본 건 병에 걸려 죽어가는 모습. 원망은 이미 사라져버렸네요. 역시 저 뿐이에요. 제가 가장 원망스럽네요.
Q. 36 박권태 자신의 주장에 대해 이성이 아닌 감정 또한 동의하고 있는가?
감정이 이성을 이겨서는 안되는거에요. 권태씨도 그것 때문에 살인을 하지 않았나요?

2.3. 제 3심

004  𝐓𝐑𝐈𝐀𝐋 𝟎𝟑 𝐉𝐔𝐃𝐆𝐄  O O -
Q. 01 시미즈 마사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가?
...평소와 같았답니다. 아, 그래도 최근에는 해보고 싶은걸 상상하고 있었어요.
Q. 02 제제 르 귄 여전히 '용서하지 않음'을 바라는가?
...모르겠네요. 두번이나 용서를 받았어요. 물론 바깥에서는 아니지만.
Q. 03 제제 르 귄 마음이 흔들리지는 않는가?
...여전히 죽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용서를 받았다고 해서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것이 사라지지는 않으니까요.
Q. 04 박권태 두 번 용서받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괴롭히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Q. 05 시미즈 마사 3심이 개정되기 전까지의 그간 또다른 범죄를 저질렀는가?
없답니다. 이전의 그 살해도, 들어오기 전. 확실하게 하고 온 것이니까요. 이곳에서는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어요.
Q. 06 박권태 마지막 판결에서 용서받지 못 한다면 온전히 기뻐할 수 있겠는가?
...아마 1심때처럼 뛰면서 기뻐하지는 않을것 같네요. 그래도 뭐, 그냥 그렇구나-하고 받아들일 것 같네요. 사형선고는 두번째가 되니까요.
Q. 07 제제 르 귄 용서받은 뒤, 자결하기 전 무엇을 하고 싶은가?
우선은... 그러네요. 다시 봉사활동이나 할까해요. 그렇게 몇개월정도. 가능하다면 그렇게 유예를 둘까해요.
Q. 08 제제 르 귄 소원은 이전과 동일한가?
소원으로는... 활동하기 쉽게 의사 면허를 다시 받고싶네요.
Q. 09 시미즈 마사 변호사를 찾아가 사과를 받으려 했는가, 아니면 바로 살해하였는가?
...말하고 싶지 않네요. 이미 저지른 것에 대한 기억마저 잊어버린 사람한테 사과받아도 저를 놀리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요 저는.
Q. 10 제제 르 귄 이전, 자결은 도움 없이 스스로 끊고싶다 한 바 있다. 그렇다면 용서받아야 온전히 스스로 자결할 수 있으니 용서가 최선임이 아닌가?
그렇죠. 하지만 이건 달라요. 해방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판결. 저를 용서하지 못하겠으니, 죗값을 죽음으로 갚으라고 하는 말에 동의한거에요. 넓게보면 자살이 아닐까요.
Q. 11 박권태 '줄리아'를 아직 사랑하는가?
...적어도 권태씨가 가족을 사랑하는 만큼은 사랑해요.
Q. 12 제제 르 귄 사랑이란 무엇인가?
오늘따라 다들 이런걸 묻네요. ...전부를 바쳐도 괜찮은것.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것.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걸어갈 수 있게해주는 빛.
Q. 13 시미즈 마사 다시 그 때로 돌아가면 살인을 할 것인가?
...하고싶지 않았어요. 그래도 저질렀겠네요. 줄리아는 분명, 그 남자를 살려달라고 했을테니까.
Q. 14 제제 르 귄 자신의 죄에 대해 거의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용서받은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여러분은 상냥한 사람들이 많았으니까요. 그래서 더 모르겠어요. 정말로 더 높이 떠올라 떨어져버리는 모습을 보고싶어서인걸까요? ...아니네요. 그래. 이미 제가 저지른 짓이니까. 그에 대한 벌인거네요.
Q. 15 시미즈 마사 살해에 영향을 더 끼친 것은 변호사의 과오보단 전 애인의 행동이었는가?
...항상 말했으니까요. 함께 복수해주겠다고.
Q. 16 시미즈 마사 과거의 자신처럼 원한을 삶의 목표로 살아가는 사람한테 하고싶은 말은?
없어요. 정말로.
Q. 17 박권태 줄리아의 목소리가 지금도 들리는가?
...아니오. 지금은 안들려요.
Q. 18 제제 르 귄 다른 죄인의 죄와 자신의 죄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글쎄요. 살인은 몇을 죽이던 경중이 달라지지는 않아요. 한명도 세명도. 일흔이 넘어도 말이에요. 그래도 지금까지의 판결에서 들었던 내용에 의하면... 아마도 태도의 차이가 아닐까 해요. 저는 그냥 도망치고 있는 것 뿐인데.
Q. 19 시미즈 마사 (Q.16에 이어) 그 사람의 복수를 막을 수 있다면 막을 것인가?
...막아야죠. 쓰레기 하나 둘 때문에, 인생이 망가질 필요는 없다고. 그저 그냥 같이 살아가자고. 그렇게 말해줄거랍니다.
Q. 20 박권태 언제부터 전 여친의 목소리가 들렸는가?
직후부터에요. 불에 타버린 시체를 사진으로 본 그 순간부터. 부모님은 말을 하지 않게 되셨고, 대신 줄리아가 그 자리를 꿰찼죠.
Q. 21 시미즈 마사 죽음이 아닌 속죄를 전혀 상상할 수 없는가? 혹은 속죄의 간단한 방식으로 죽음을 선택하는 건가?
둘 모두입니다. 부디, 부탁입니다. 그냥 저를 죽게 해주십시오.
Q. 22 박권태 부모의 목소리는 언제부터 들렸으며, 무엇이라 말하는가?
불에 탄 저택을 봤을때부터. 반드시 복수해달라고. 그렇게 말하시더라구요. 그나마 줄리아와 사기던 시기는 괜찮았어요. 그 아이가 제 푸념을 들어줘서... 가끔씩만 되새겨질 뿐이었으니까.
Q. 23 시미즈 마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원권을 사용하면서까지 자신이 살아가길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소원은 그런데에 쓰여서는 안 돼요. 만에하나라도 제대로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빌어야지. 살인자를 살리기 위해 비는건, 헛된 일입니다. 그리고 마사씨도, 그리 되어줬으면 하는 사람은 제가 아니지 않나요. 행복을 찾도록 하세요. 사랑을 하고 별것 아닌 일에 울고 웃으며 살아가주세요 마사씨.
Q. 24 박권태 환청 치료를 받는 게 낫지 않았겠는가?
좋은 모티베이션이었으니까요. 덕분에 명망있는 의사가 되지 않았나요.
Q. 25 박권태 환청의 내용과 실제 그 사람들이 할 생각이랑 얼마나 비슷한가?
세사람 모두, 그딴 말은 하지 않아요. 누군가를 살리기위해 절박했던 사람이, 누군가를 죽여달라고 부탁할리가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용서받으면 안되는거에요. 그딴 일을 해도, 그사람들이 구원받는게 아닌데.
Q. 26 제제 르 귄 결과가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용서보다 용서받지 못 함을 선호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글쎄요. 이미 사형판결을 받았으니까요? 그리고... 뭐 죽고나면 시체를 치워줄 사람정도는 있으면 하니까.
Q. 27 제제 르 귄 세 명의 살인 중 어느 살인을 가장 원했고, 어느 죽음을 가장 후회하는가?
그 남자에요. 그 남자가 가장 원망스러워요. 가족을 파탄내고 지옥의 구렁텅이에 사람을 쳐넣어놓고 자기는 잊어버렸으니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아니 그러네요. 그냥 제 가인적인 분노일뿐. ...그렇다고 해서 그 어린아이가 죽어야 할 이유는 없었는데 말이에오. 두려웠나보네요 저도.
Q. 28 시미즈 마사 자기 자신의 생명의 가치에 대해 열거하라.
...마사씨. ...이전에 이야기한 대로는 안될까요. '미래의 가능성'을 빼앗기때문에 살인은 안된다. 더이상 남은 미래가 없는데 어떻게 할까요. 정말로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마사씨. 마사씨가 원하는 답은, 저한테 있어서는 나와서는 안되는 것이에요.
Q. 29 박권태 정신증으로 인한 심신미약을 이유로 하는 정상참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인정은 합니다. 다만, 주취자가 아닌 정신적 장애로 인해 제대로된 판단이 불가능 할 경우에만. 적절한 배상금과 피해자의 가족에 대한 책임을 지는 조건으로.
Q. 30 제제 르 귄 다른 죄인이 사형 판결을 바란다면 그 죄인한테 사형 판결을 내리겠는가?
제제씨는 이제는 죽음을 바라나요. 아니오. 판결에 있어서는 정말로 죽더라도 중립을 유지할 상각입니다.
Q. 31 시미즈 마사 누군가가 자신을 용서하지 못 해 살아가길 원한다면, 그럼에도 죽음을 바랄 것인가?
용서하지 못하니까 살아가라뇨. ...모르겠네요. 살아가야하는걸까요? 아니면 죽는게 맞을까요. 여기서는 죽거나 살거나 판결은 둘 뿐인데. 복잡하잖아요. 어기서 제가 용서하지 않으면 사람을 죽이는건가요? 아니면 그저 투표했을 뿐이니 괜찮은건가? 만약 그게 정말로 살인이라면 결국 하나를 용서받았다 해도 의미 없지 않나요? 저는 욕심밖에 없어요. 제가 편해지고 싶으니까, 죽으려는거에요. 34년, 길었잖아요. 그러면 편해도 되지 않을까요? ...그냥 좀 지쳤어요. 못들은걸로 해주세요.
Q. 32 박권태 한참 지속된 환청과 환각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자신이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가능합니다. 악화일로이기는 합니다만, 저는 사회적인 시선으로 보았을때 멀쩡한 축에 속했으니까요.







3. 심상 독백

BGM

▶ 디멘시아
 밤이 점점 밝아오고 있었다.
 나는 욕실의 창가에 앉아서 아직 오지 않은 두려움을 품에 안고서 저 아래의 넓은 광장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크리스마스가 온단다. 성자가 우리의 죄를 끌어안고 하늘로 올라가려 한단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무엇이 그리 행복한 것인지 뺨을 장밋빛으로 물들이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온기를 나눈다.
 나는 한 개비 담배에 불을 붙이고 조용히 욕조에 몸을 뉘인다.
 폴리에스테르가 3분의 2쯤은 되는 싸구려 옷이 물을 머금고 빈약한 몸에 달라붙어 오는 것이 조금은 기분 좋게 느껴졌다.
 사고가 지연된다. 빠져나가는 영혼의 숫자만큼 나는 이지적으로 변한다고 어린 시절부터 그리 믿어왔던가.
 담배 한 개비를 마치 잠수부가 등에 업은 산소통처럼 소중이 여기며 조금 더 분노를 머금은 채로 바다의 한구석으로 빠져간다.
 이곳에서는 모두가 나에게 친절했다. 귀찮은 소음도 시끄러운 사이렌도 여기에서는 울리지 않았다.
 어머니의 자궁 안에 다시 들어간 것처럼 온 몸이 따스했다.
 바다에는 담뱃재가 퍼지고 불이 꺼진채 폐에 들어오는 탁한 연기가 없어진 것을 깨달았을 쯤에야 나는 욕조에서 몸을 들었다.
 다시, 창가에 앉는다. 광장을 내려다본다.
 한 가운데에는 커다란 나무가 한 그루. 주변의 커다란 빌딩 숲에 어울리지 않게 당당히 자리를 잡고 서있었으나 그 몸은 타인에 의해 입혀진 장식들로 가득했다.
 나는 시선을 높은 하늘로 돌린다. 나무의 머리 위에서 가짜인지 진짜인지도 모를 별이 하나 조용하게 빛나고 있었다.
 
 밤이 다시 한 번 찾아온다. 거칠어진 바다는 이윽고 불덩이로 바뀌어 나의 작은 배를 집어 삼키려 끊임없이 물보라를 일으킨다.
 돛대가 불에 삼켜지고 갑판이 무너져 내리는 틈에서 나는 나 자신과 결혼했다.
 나는 그것을 기쁨이라 생각했으나 그 이상으로 괴로움이 더욱 크게만 느껴졌다.
 누군가가 아이들을 끌고 나타나 타오르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아이를 끌어안고 작은 배에 올라 육지와 멀어지고 있었다. 남편은 그것을 그저 바라보는 채로 멍하게 웃을 뿐이다.
 나는 그것을 바라본다. 그들의 이별을 바라본다. 배에 묶여있던 끈을 잘라내 배를 출항시키고 남편의 등을 밀어 육지로 향하게 한다.
 아이들 중 하나를 잡은 채로 나는 이리 말한다.
 “저 배에는 무엇이 있을까.”
 
 “모르겠어요.”
 
 “내가 처음으로 출항시킨 배에는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타고 있었단다.”
 
 “그러면 저 배에는?”
 
 “글쎄, 모르는 사람이야. 하지만 분명 탄 사람은 무너질 결심을 했을거야”
 
 다시 꿈에서 깬다. 별의 아래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조금은 차가워진 목욕물에 아직 불이 붙은 채인 궐련을 던져 넣고는 다시 광장을 바라본다.
 여전히 사람은 행복해 보였다. 나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이제는 완전히 자리를 잡은 채로 그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본다.
 듣기 싫은 휴대전화의 착신음이 울리고 그제서야 현실감이 돌아온다.
 얇은 유리 벽의 너머, 콘크리트로 세운 나무의 정상에 나는 있었다.
 
 그 사람을 쫓아 걸어가려 하나
 하지만 그 사람은 결코 이쪽을 돌아보지도,기다려주지도 않는다.
 
 마치 신기루처럼.걸어도 걸어도 우리 사이의 간격은 좁혀지지 않는다.
 
 파고드는 12월의 진눈깨비 속에서 우리는 첫 공연을 맡은 지휘자처럼 위태롭게 일렁거린다.
 
 그제서야 나는 깨닫는다. 애초에 우리 모두, 움직이지 않았던 것 뿐이라는 것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마천루들 사이로 낮은 구름이 운신한다. 옥상 위에 자리를 잡은 나무들은 그 짧은 손을 뻗어서 구름을 잡으려는 듯 조금씩 구름의 밑바닥을 긁으며 생채기를 냈다.
 오래된 흙바닥 위에 맨발로 선 나는 연신 무언가를 찾는 듯 잡초를 짓밟으며 발로 땅을 긁어내고 작은 무덤을 만들어 쓸모 없어진 잔의 조각을 던져 넣었다.
 아무도 오지 않는 빌딩 위의 작은 정원. 군데군데 쳐진 거미줄 틈새로 빗방울이 한 방울 떨어질 때 마다 저 높은 첨탑에서는 붉은 등이 점멸한다. 저 위에는 천국이 있을까. 내가 갈 수 있을까.
 
 어머니, 아버지. 이번에도 한 해가 가버렸습니다.
 어디까지 이어진 것인지 모를 길을 따라서 이렇게.
 그냥 저도 떠나가고 싶습니다.
 올해 봄이 따듯하지 않다면.
 당신들을 쫓아 저 넓은 땅을 갈아엎어 포도 밭을 세우겠습니다.
 가을에는 한 구석에 자리 잡은 밀 밭이 황금 빛으로 아름다울 것이고
 여름에는 물이 대진 논을 바라보면서 싸구려 술을 입안에서 씹어 삼키도록 합시다.
 그때그때 시대가 우리에게 주는 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쓸모 없는 이야기만을 하며 살아도 괜찮도록.
 
 말에 의미를 담지 말고 살아도 되도록.
 그리한다면 나는 더 이상 망치지도, 미워하지도, 분노하지도 않고
 울게 하지도, 슬퍼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을 겁니다.
 
 입 안에 담배 연기가 채워지고 다시 공중으로 흩어진다.
 입안을 씹어 흘린 피를 타고 타르가 묻어 쓰라려 오지만
 그럼에도 나에게 남은 시간이 아직 너무나 길었다.
 
 사랑과 부모님, 괴로움과 외로움. 빼앗긴 것들의 이름을 상처에 아로 새기며
 그것은 내가 잃은 것이 아닌 버린 것이라 애써 자신을 속여본다.



BGM

▶ 법공(法空)  나는 고개를 들었다.
 거리에 가득 찬 사람들의 행복해보이는 표정은 왜인지 항상 나를 비웃는 것처럼 보이고 있었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내가 가는 길을 따라서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는 그저 선명하게 죄인이 누구인지 지목하는 척 하며 가식을 떨어대거나 무너지지 않은 것들이 신기하다는 듯 이미 닳아서 투명해진 상처를 긁어 댄다.
 그리고는 결국 그것이 타인의 조롱이 아니라 그저 내가 만들어낸 빛과 어둠이라는 것을 깨닫고 조금씩 무감각해진 듯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다시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때가 되면 더 이상 주변의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눈 앞에 있는 누군가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고 떠나가는데, 조금이라도 빠르게 걷는다면 쫓아갈 수 있을텐데.
 그럼에도 떨어지지 않는 발이 야속하기만 하다.
 아니 정말인가? 정말로 나는 그렇게 생각했던가?
 자신에 대해 의심을 가진 그 순간 내 이상의 여성은 그제서야 나에게 돌아와 주었다.
 나는 그제서야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건전지가 다 되어 쓰러지는 인형처럼 주저앉아 어둑한 하늘 위로 비명을 지르듯 소리친다.
 
 그녀는 그런 나를 부축해 일으켜 세우고는 긴장하지 말라는 듯이 나와는 반대로 차게 식어버린 손을 겹치며 걱정하지 말라는 듯 귓가에 속삭인다.
 
 [실수는 없어. 옥사나. 무슨 일이건 그건 선택의 결과인거야.]
 
 기억은 이것이 끝이다.
 그녀의 색은 보이지도 않고 그녀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들은 것은 그녀의 남편이 세상을 떠난 이후의 일이다.
 
 줄리아.
 내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던 걸까.
 너도 그렇게 말했었지.
 모든 것을 빼앗겼다면 나 또한 빼앗아버리면 된다고.
 너는 행복 했어? 내게 남은 일말의 감정도 빼앗은 주제에.
 어떻게 타인을 위해서 그렇게 주먹을 꽉 쥘 수 있던거야?
 
 있지 줄리아.
 또 겨울이 지나가는구나.
 올해는 너와 함께 있고 싶었는데.
 그 행복했던 몇 년간을 가짜로 만들어도 상관 없을 정도로 사랑하고 싶었는데.
 그제서야 서툴러서 하지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을, 너에게 전하고 싶었는데.
 
 
 나는 고개를 들었다. 발코니의 한 구석에 처연하게 앉아 싸구려 술과 담배로 몸을 해치고 있자니, 배덕감이 머리 끝까지 차오르는 듯한 기분이다.
 진정제를 투여하듯이 담배를 깊게 들이마시고, 그보다도 깊고 길게 연기를 내뿜는다. 조금씩 차가워 지는 몸.
 도시의 겨울은 이런 자그마한 연기 따위는 지워버릴 정도로 반짝이고 있었다.
 
 [너는 행복하게 살고 있어?]
 
 글쎄 줄리아.
 난 네 덕분에 행복을 안 것 같아.
 네 말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앉아 영화를 보고.
 가끔씩 싸구려 술과 담배로 네 흉내를 내고는 해.
 
 [내 말은, 지금 네가 행복하냐는 거야.]
 
 모르겠어 줄리아.
 내가 얻은 자유는 너와 아이의 목숨만큼의 값어치가 있었을까.
 그 남자를 데리고 병원에 온 네 모습에서 당황이 느껴졌을때. 그때 내가 참을 수 있었다면 조금씩 희석되어 가던 감정이 다시 커지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에 대한 분노를 그냥 내 속에 숨겨두고 평생을 좋은 의사로 살아갈 수 있었을까.
 빼앗긴 것이 너무나 많아 줄리아. 누군가가 항상 나에게서 빼앗아 가.
 모르겠어. 이젠 앞이 보이지 않아. 사실 내가 정말로 살아있는지도 잘은 모르겠어.
 네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후부터, 그냥 모든 것들이 가짜처럼 보이고 있거든.
 아무래도 같은 일에 두 번씩 슬퍼할 정도로,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아. 네 사진을 받았을 때, 장례식을 치르는 순간까지도 네 죽음이 새벽 영화 채널의 구린 포르노처럼 느껴졌거든.
 죄책감이니 상실이니 하는 것들에 매몰되지 말라고 나를 찾아온 사람에게 말하는 주제에 나의 현실에 한 걸음 발을 들인 것 만으로도 머리가 새하얘져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지.
 충분히 각오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야. 내가 겪은 비극을 곱씹으면서 나는 이정도로 불행하니 여기까지는 괜찮다며 자위하고 있던 거야.
 그래서 모르겠어 줄리아. 네가 있는 집에 불을 지르라고 돈을 낼 때도. 내 모든걸 빼앗고 죽어가는 너의 남편에게 주사를 놓을 때도. 타인의 감정 따위 이해하기도 싫었어. 될 수도 없고. 그러니 제발 좀 꺼져줘.
 줄리아, 나는 원래부터 네가 사랑하던 사람이 아니었던 거야. 그냥 쓰레기 인간말종 새끼가 필사적으로 사람인척 하면서 살아보려고 했단 말이야.
 
 [그렇게 얻은 것은 그만큼 가치 있었어?]
 
 나는 벽을 향해 빈 맥주병을 던지고 소리지른다. 비명이 섞인 소음은 거리에 흐르는 캐롤과 눈에 섞여서 희석되어간다.
 술이 깨어간다는 소리다. 최근에는 이런 상태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유도 없이 이미 버린 것에 대한 분노를 쏟아낼 뿐.
 오갈데 없는 분노를 쏟아내다가 또 정신이 들면 한바탕 눈물을 쏟고 세상에 나만이 처량한 척을 하고 있자면 다시 줄리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저 궁금하다는 듯이. 둘이서만 침대에 누워 사랑을 속삭이며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그때처럼.
 
 [옥사나, 너는 지금 행복해?]
 
 글쎄. 너의 목소리가 들리는 동안은. 나도 행복하고 싶어.
 
 [옥사나, 너는 지금 행복해?]
 
 네가 아무 말 없이 내 곁을 떠나간 이후부터. 나는 여전히 행복해 줄리아.
 사랑해.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깨어있는 것보다 잠드는 것이 두려웠다.
 조용히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자면 들려오는 주변 이들의 숨소리와 조용하게 뛰고 있는 나의 심장 소리.
 무엇보다도 작지만 무엇보다도 크게만 느껴지는 그 작은 일상의 소음들이 무서웠다.
 그럼에도 여전히 다 망가진 신념은 죽음을 재촉한다.
 [옥사나, 너는 지금 행복해?]
 몰라말걸지마이목소리가조현병증세라는것쯤은나도알고있어.
 계속해서나를편한길로이끌려는것쯤은알고있어.
 분명히너의말은나를편하게만들겠지그렇지만했던말은지켜야지지켜야하는거야.
 사회정의나 그런 것이 아니야.
 도덕심하고도 거리가 멀지.
 이건 그냥 더러운 욕심 일 뿐이야.
 모든 것이 내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질 거라는 어리석음이 누군가를 죽게 만들었으니, 최소한의 속죄가 필요한 거야.
 불이 꺼지지 않는다.
 그가 붙여 놓은 불이, 아직도 꺼지지 않아.
 나는 이렇게나 고통스러운데. 이제 불을 붙일 인간 따위는 없는데.
 



BGM

▶ 내영(來迎)
 [옥사나, 너는 지금 행복해?]
 
 줄리아, 제발 자고 있을 때는 깨우지 말아줘.
 잠시만이라도 너의 품을 벗어나고 싶으니까. 적어도 내가 눈을 감고 나면 말을 걸지 말아줘.
 
 꿈에서조차 나를 찾는 소리에 눈을 떴지만 눈 앞은 어두웠다. 최근에는 가끔씩 신경이 끊어진 것 처럼 순간적으로 세상의 불빛이 사라지고는 했는데… 아마도 끝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았다.
 선명해지는 가족의 얼굴과 그에 반대해 색채를 잃어가는 세상이 두려웠다.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주방으로 간다. 아무런 색이 보이지 않을 뿐. 이 정도라면 이런 도시의 밤에도 어느 정도의 윤곽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반쯤 비어있던 물통에 그대로 입을 대고 비워버린 뒤 갑작스럽게 짜증이 나서 병을 저 멀리 던져버린다.
 곧게 날아간 병은 벽에 부딪혀 형체를 잃고 커다란 파열음을 울렸다. 짜증이 난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갔다. 새 태양이 떠올랐고 사람들은 조금씩 휴일의 소란을 정리하는 눈치였지만 눈치 없는 줄리아는 여전히 내 귓가에 그날 밤 달콤하게 속삭였던 말들을 되뇌인다.
 
 [너는 행복해?]
 
 물론. 나는 행복해. 네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너 자신을 내게 준 그날이.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 되지 않았다면.
 내가 너를 완전히 포기 하지 않도록 내 가슴 속 깊은 곳에 주문을 박아 넣지 않았다면.
 만일 내가, 너에게 모든 것을 주지 않았다면.
 …사실 모르겠어.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겠어 줄리아. 왜 내 앞에 나타난거야.
 내 마음을 갈기갈기 찢었으면서. 그 인간이 누구인지 알면서. 그 아이가 내게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할지 알면서.
 왜 내 앞에 나타난거야.
 
 그날을 떠올린다. 내 생애로 가장 행복했던 날을.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무엇이 그리 행복한 것인지 뺨을 장밋빛으로 물들이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온기를 나눈다.
 스쳐 지나가는 나의 얼굴은 어떨까. 그래, 분명히 설레고 있었다.
 네온사인이 비춰주는 길을 쫓아 커다란 트리의 앞에 서있는 너를 뒤에서부터 끌어 안는다.
 올해는 공을 들인다며 20m가 넘는 커다란 트리가 광장에 세워져 있었다.
 줄리아는 소식을 들은 순간부터 그것을 보러가자며 어린아이처럼 방방 뛰어댔고… 나 역시 그랬던 것 같다.
 산타에 맞춘다며 새빨간 옷을 입고… 새빨간 장갑을 끼고…
 
 [옥사나, 너는 지금 행복해?]
 
 격통이 느껴진다. 세상에는 색이 돌아오고 그제서야 지금을 깨닫는다.
 깊게 찔려있는 팔뚝, 깨어진 유리 병. 답은 자명했다.
 “아… 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것은 이미 늦었다. 그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 발에 유리조각이 박히는 것 조차 무시하고 안방으로 들어가 급하게 마취제며 응급처치를 하지만, 진정 되었어야 할 고통은 한마디와 함께 다시 부상한다.
 
 [너는 지금 행복해?]
 
 아니야. 아니야. 너와 아이를 태워 죽인 날부터.
 너의 남편을 그가 가장 사랑한 것으로 죽여버린 날부터.
 나는 죽은거나 마찬가지야.
 거짓말을 했어. 너에게 거짓말을 했던거야.
 사랑한다고, 정말로 보고싶었다고. 너의 부탁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그런데 아니었어. 그게 아니었던거야. 나는 여전히 열살먹은 애새끼처럼 너를 미워하고 있었던거야.흘려보내지못했던거야.오롯이내가만들어낸감정만이진짜라고생각하며정말로내게남은소중한것마저스스로태워버린거야의미없는데아무리해도그딴것에는가치따위없는데마치자신만이가치있다고느끼는중학생마냥내모든것을불길속에던져버린거야.
 
 […많이 아팠구나 옥사나]
 
 응, 죽을 만큼 아팠어. 사실 지금도 죽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해.
 
 […내가 내 잘못을 네 탓으로 돌려버린거야. 전부 내가 떠나버린 것이 잘못인데. 그런 주제에 절박한 척 하면서 원수를 살려달라고 헛소리를 해버렸어. 미안해]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제발 그딴 소리 좀 지껄이지 말라고!!!
 
 나는 줄리아의 여린 목을 부숴져라 조른다. 손이 헛돌아 땅을 굴러 머리에서 피가 나도 계속해서 죽여버리려 달려든다. 탁자는 무너지고 약통이며 가위며 하는 것들이 내 위로 쏟아진다. 피에서는 조금 알콜 같은 향기가 났다.
 세 달이 지났다. 세상에서 세명의 사람이 형체를 잃고 사라졌고, 나의 세계에는 하나의 환영이 늘었다. 그것만으로 어딘가가 무너질 것 같은데. 그 한사람이 정말로 나의 전부라면, 그런 말은 하면 안 되는 거잖아.
 
 “…”
 
 알량한 욕망이 다시 꿈틀거린다.
 비겁하게 살아온 주제에 분수에 맞지않는 꿈을 꾸려고 한다.
 아직도 저 잔해 밑에서 타오르는 아이들에 비하면, 충분히 고통 받지도 않았으면서.
 …살고 싶다고, 생각해버린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고, 그렇게 생각해버린다.
 
 겨우겨우 나를 끝내줄 곳을 찾았는데 누군가의 얼마 안되는 호의로 이 꼴이라니.
 그저 내가 한심하게만 느껴져서 다시 불을 지핀다. 방향성을 다르게 만들어서.
 








4. 재판 경과

제 1심 판결

배심원 투표 
용서한다 2 : 1 용서하지 않는다

관전자 투표 
용서한다 0 : 1 용서하지 않는다

용서한다 용서하지 않는다
─ 본인의 잘못을 잘 아는 듯한 태도를 보였기에, 용서받길 원하지 않는다 했지만 역설적으로 용서받을 수 있다. ─ 본인은 수감자가 딱히 '죄'를 저질렀다 생각하지는 않는다. 원한이라는 것은 잘 모르지만, 인생의 목표를 끝냈다는 마음은, 약간 알것 같기에, 수감자가 스스로 바라는 결말은 긍정한다고, 그러므로 '용서치 않는다'고 투표한다.

 이 죄인의 심문에서 배심원 분들이 유난히 헤매이는 반응을 보였습니다만 훌륭하게 잘 투표하셨군요. 잘 하셨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만 해주시면 됩니다.
 그나저나... 이 죄인은 자신이 마지막에 용서받는다면 자살을 하겠다고 말한 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한다’라는 결론을 낸 것은 이 죄인을 괴롭히기 위함입니까? 아니면, 이 자가 바라는 결과를 주지 않겠다는 의지입니까?
 이 판결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이 고성능 AI도 쉽게 예측할 수 없군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후후후.
 ─ 간수장 사마엘

제 2심 판결

배심원 투표 
용서한다 2 : 1 용서하지 않는다

용서한다 용서하지 않는다

─ 용서하지 않는다고 하기에는 이미 자신이 한 일을 명확히 알고, 처벌받고 싶어 함. 허나 그 이유가 아무런 이유가 없지도 않았다고 판단됨.
─ 스스로의 손으로 원하는 결말을 얻길 바란다.

─ 원한을 세 사람의 살해를 통해 풀고자 하였으며, 수감 중에 살해한 것 또한 변명의 여지가 없음. 또한 스스로 이러한 판결을 원하고 있음.

 두 번째 심문에서 자신의 두 번째 죄를 고백한 점, 상당히 인상깊었습니다. 다음 심문에서는 세 번째 죄를 고백하실 생각이십니까? 죄를 고백함은 부디 자신이 처벌받길 바라기 때문입니까? 후후.
 투표를 하는 배심원 여러분의 심정도 복잡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용서를 외치기에는 자살이 마음에 걸리고, 용서하지 않으면 이 사마엘의 손에 죽는다. 어느 쪽도 죽음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 결과가 똑같은 상황이기에 오히려 용서의 결과가 더 빛을 발한다 볼 수도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이 결과는 과연 이 죄인을 뒤흔들 수 있을지.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될 것 같지 않나요?
 ─ 간수장 사마엘

제 3심 판결

배심원 투표 
용서한다 2 : 1 용서하지 않는다

관전자 투표 
용서한다 0 : 3 용서하지 않는다

용서한다 용서하지 않는다
─ 본인의 잘못을 잘 아는 듯한 태도를 보였기에, 용서받길 원하지 않는다 했지만 역설적으로 용서받을 수 있다.

─ 그대가 내게 준 걸 그대로 돌려 받는 기분이 어떨까? 화나지는 않을까? 버킷 리스트, 스스로의 의지로 끝낼 수 있길 바란다네. 그 다음에는... 이전에 말한 학교도, 나쁘지 않겠지.
─ 지금으로썬 죽는 것보다 살아가는 게 더 큰 형벌이 될 것이다.

 집안의 원수를 갚기 위해 유산을 횡령한 변호사를 죽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사랑하던 전 애인과 그 자식을 죽여버린 죄인, 옥사나 하네즈카. 여러분은 그한테 ‘용서한다’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여러분의 끊임없는 호소가 제 3심에 들어 싹을 틔운 모습,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살고 싶다는 욕망 앞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재미있더군요. 후후. 그리고 여러분은 끝까지 이 죄인한테 삶이라는 결과를 쥐어주었다... 잘 만든 성장 소설의 플롯같은 이야기군요.”
 당신한테 이 판결은 벌이 되었나요? 아니면 축복이자 또 한 번의 기회가 되었나요? 어느 쪽이든 바깥에서 당신이 만들어나갈 또 하나의 길을 응원하도록 하겠습니다.
 ─ 간수장 사마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