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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제 르 귄(딜레마의 배심원)

last modified: 2023-09-13 21:28:50 Contributors





1. 기본 프로필


출처
▶ S2 Portrait 출처
▶ S1 Portrait 출처
“...”

Keyword
엇갈리는 애증 / 분노 뒤의 절망 / 길 잃은 듯한 혼란

이름 나이
제제 르 귄 Jejé Le Guin 16
외관

잿빛의 눈동자에는 생기가 없다. 새까맣게 가라앉아있다. 어깨보다 조금 짧게 친 백금발의 머리칼은 손을 대는 것을 그만 두어 엉망진창이다. 구속이 늘어난 복장은 결벽적으로 단정한 품행과 잘 어울린다. 키는 160정도. 피부와 손을 보면 고운 티가 난다. 귀에는 여전히 무거워 보이는 귀걸이를 걸고 있다. 어떻게 빼는지도 모르는 것이 아닐까.

거짓 미소도, 진심으로 우러나온 웃음도, 모두 어색해졌다. 굳이 미소를 잃은 것이라기보단, 어떠한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의미다. 대본을 잃어버린 배우에게는 애드립의 재능이 없어 허우적거릴 수 밖에 없다.

▶ S2 Appearance "아아, 이 머리 말인가? 어떻게 다듬는지... 조금은 기억이 나서 말일세. 하하."

그녀와 마주할때 제일 눈에 띄는 점이라면, 역시 부담스럽게 반짝이는 한 쌍의 동그란 눈동자 일거다. 그녀의 성격을 그 두 구에 압축이라도 해두었는지, 다른 이라면 칙칙하게 묘사될 잿빛도 그녀의 것이 되면 광적인 생기가 넘친다. 어깨보다 조금 짧게 친 백금발의 머리칼은 조금 서툴지만 나름 정리되어 극한까지 단정하게 정돈된 그녀의 복장, 품행과 잘 어울린다. 구속이 어느 정도 풀렸지만 역으로 더욱 더, 결벽적으로 단정하게 되었고, 느릿한 걸음걸이조차 더욱 더 완벽히 일정한 박자의 것이 되었다. 키는 160정도, 피부와 손을 보면 고운 티가 난다. 귀에는 무거워 보이는 귀걸이를 걸고 있다.

시원스러운 외모와 당신을 마음 속 깊이 까지 관심을 두는 듯한 시선은 불안정한 자, 거짓된 구원이라도 갈망하는 자들에게 일방적인 믿음과 안도감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당신은 어떨까? 광적인 신념에서 느끼는 것은 공포인가? 분노인가? 경계심인가? 그도 저도 아니면, 그 두 눈에 비치는 스스로를 마주 보는가?

소녀는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당신의 손을 마주 잡는다. 당신은 그 손을 잡아 함께 나락으로 떨어질까. 뿌리칠까. 아니면...

성격

감정 기폭이 불안정하다. 전처럼 부드럽게 대하다가도, 파괴적인 욕구에 휩싸이기도 하고, 아무런 욕구도 없이 갑자기 텅 비어버리기도 한다. 본인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 지, 무엇을 느끼는 지 정확히 몰라 혼란스러워하며, 예고없이 치솟는 분노와 울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어째서 그러한 감정을 느끼는 지도 모르고, 애초에 왜 느끼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틀에 박힌 듯 '신으로서의 행동방침'을 버릇처럼 되풀이하는 것은 여전하나, 그 뒤의 근본적인 행동의식이 빠져있어 그냥 실에 따라 움직이는 인형같다.

자아에 깊은 혼란을 느끼고 있으며, 집착적으로 타인이 자신에게서 무엇을 원하는 지 찾으려 한다. 싶은 애증에 빠져 있어, 타인을 한 없이 아끼다가도 한 없이 원망하는 모습을 보인다. 일부러 기대하게 만들어 내쳐진 것일까? 아니, 애초에 내쳐진 신이란 양립가능한 존재일까? 신은 인간의 염원으로부터 기원한 것이니, 인간에게 용서 받지 못한 신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허나 나는 여전히 이 자리에 존재해 분노하고 절망하느니, 나의 존재란 대체 무엇인가?

말투는 여전히 노인네스러운 말투를 고사하나, 그 말투조차 불안정해 고압적인 말투를 섞어 쓰기도 한다. 여전히 일반적인 이념에서 동떨어진 모습을 보인다. 죽음은 해방이며, 살인은 죄가 아니다.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는 모든 이는 어리석은 것이며 자신의 행동은 언제나 옳다. 신념은 바뀌지 않는다. 흔들리지도 않는다. 그러할 것이다. 그러해야 만 한다.

▶ S2 Personality "본좌가 제일 바라고 있는 것? 역시, 그대가 불행해하지 않는게 아니겠나. 아아, 그대가 행복하길!"

소녀는 여러모로 꽤 인상적인 사람이다. 어린 모습과 동떨어진 노인네스러운 말투를 구사하는 건 물론이요, 생기발랄한 모습으로 열정적으로 활주하는 건 어떻게든 이목이 끌릴 수 밖에 없다. 집착적인 박애주의에 기반해 타인과 그들의 사정에 관심이 많고, 그에 동하는 공감능력도 높아, 얘기를 하다보면 진심으로 당신의 행복을 위하는 것을 느낄수 있다. 적극적으로 다가가 고민을 들어주려 한다던가, 이런 점에는 한톨의 거짓도 없어 보이는 게 보기 드문 사람이다.

허나 얘기를 오래하다 보면, 여기저기 '일반인'에서 괴리된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요새 유행하는 곡이라던가, '일반인'이라면 모두가 알만한 상식에 대해서는 무지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그 하나. 그래서 인지, 누가 무엇을 말하든 별 의심없이 덥석덥석 믿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

불행히도 괴리감은 거기 끝나지 않는다. 그녀는 간혹 일반적인 이념에서도 동떨어진 모습을 보인다. 가령, 살인, 죽음에 대한 것이라던가. 다른 거짓말에는 쉽게 넘어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미 확립된 그녀의 신념과 반하는 건 극도로 단호하게 거부한다. 말에서 은근히 선민사상을 보이는 면이 있으며, 배려하기 보단 제멋대로 상대를 위한 '최선'을 대신 결정해주려는 강압적인 모습을 보인다.

처음 오고 나서는 방황하였지만, 용서 받자 - 그 것도 모두의 살인이 용서 받자 깨닫는다. 이 곳은 아직, 신자신을 필요로한 불쌍한 자들이 많구나! 그래, 소녀는 애초에 틀린 적이 없던 것이다! 모두가 겉으로는 뭐라 말해도, 다 알아주고 있던 것이다!

소녀는 신이다.
소녀는 완벽하다.
소녀는 그대를 헛된 죄악감에서 구원하자 한다.

소녀는 신이다. 소녀는 신이다. 소녀는 신이다. 소녀는 신이다. 소녀는 소녀는 소녀는?

기타

- 초의 긍정으로 마음을 내려놓자마자 부정 당해 더욱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배신당한 느낌이다.
- 분노는 그 이유를 모른다.
- 어릴적부터 '신'으로 자라난 듯하다. 하지만 이제 신이 아니란다. 그러면 소녀는 무엇인가. 모르겠다.
- 신이 아니라면 난 뭐지.
- 뭘 해버린거지.

▶ S2 Characteristic - 은근히 사람의 이름에 관심을 보인다. 취미일까?
- 소녀는 단 한 톨도 본인의 살인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죽음을 해방이자 구원이라 본다. 그러므로, 그 누구의 살인도 죄라 보지 않는다. 그대도 그러하겠지?
- 어릴적부터 '신'으로 자라난 듯하다. 소녀의 많은 것은 이걸로 설명될까?

가이드라인

ALL (GL = HL)
전부 오케이! 영구적 상해도 상의 없이 오케이! 캐릭터 설정에 맞는다면 그냥 써도 됨! 얏호!




2. 심문 기록


2.1. 제 1심

006  𝐓𝐑𝐈𝐀𝐋 𝟎𝟏 𝐉𝐔𝐃𝐆𝐄  - - -
Q. 01 시미즈 마사 본인을 신이라고 생각하는가?
'생각한다'이라기 보다는, 신이었지. 그대는 본인이 인간의 아이로 태어났다 생각하는가? 같은 이치 일세.
Q. 02 박권태 피해자들을 죽이는 것으로 자비를 내렸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는가?
하하, 물론! 내 친히 목숨을 거두어준 자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할 걸세. 오히려 영광스럽다 생각할지도 모르겠군!
Q. 03 시미즈 마사 지금은 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흐음, 어려운 질문일세. 본좌의 몸은 여전히 신의 그릇이긴하나... 신도 하나 없는 신이란, 여전히 신이라 부를수 있는 존재인가? 더 이상 신의 역활은 수행하지 않느나, 물으면 맞네만.
Q. 04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자신이 신이라는 말은 누구한테서 들었는가?
만일 그대에게, '그대는 인간이라는 말을 누구에게서 들었는가', 하고 묻는다면, 대답할수 있겠나? 굳이 정하자면, 내 주위의 모든 자로군, 그래.
Q. 05 박권태 피해자는 한 명이 아닌가?
흐음? 그렇네만. 한 명만 구원하는 신이라니, 그건 신이 아니지 않는가.
Q. 06 옥사나 하네즈카 이 자리에서 자신이 살해당하면 그것을 구원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가?
물론. 앞에 불행이 다가오는 게 뻔하다면, 당연한 일이 아닌겐가. 신을 구원한다니.... 정말 우스운 소리네만.
Q. 07 시미즈 마사 자신의 신도를 모두 죽였는가?
그래, 나를 따르는 신도들은, 모두 내 손으로 숨을 거두었지.
Q. 08 시미즈 마사 신도를 죽이는 것은 집안에서 시킨 일이었는가?
집안? 아하하! 시켰다... 라 논한다면, 아닐세. 이 것은 모두, 내 스스로의 의지로, 내 스스로의 독단으로 행한 구원일지니. 위부터 아래까지, 평등하게.
Q. 09 박권태 피해자가 총 몇 명인가?
78명.
Q. 10 박권태 피해자들의 이름을 전부 댈 수 있는가?
그야 물론이지. 그 모두 본좌의 사랑하는 가족. 사랑하는 친구. 사랑하는 지인이었으니. 본좌는 그들의 사랑, 그들의 불행, 고통, 모두 안다네. 아, 허나 그들의 이름을 여기서 다 나열하기엔 시간이 없군.
Q. 11 옥사나 하네즈카 이 시스템에 온 이유는?
교도소에서는 행할수 없는 일이 있어서 말일세. 여기서 주는 '소원'. 그것을 이용해서 짓고 싶은 매듭이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혹여나 여기서 고통을 받고 있는 죄인아닌 죄인이 있다면, 본좌가 성심껏 도와야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바로 신이란 자의 숙명일지어니.
Q. 12 시미즈 미사 주입받은 가치관으로 인해 살인을 저질렀다면 온전한 독단이 아닐 수 있다.
자네는 생각보다... 음, 조금 더 시야가 밝아졌으면 하는군. 가치관이라. 진리를 가치관으로도 불를수는 있겠지.
Q. 13 시미즈 미사 신으로 키워졌는가?
그렇네만? 그대가 인간으로서 키워졌듯이.
Q. 14 박권태 배심원이 자신을 용서해야 하는 이유는?
잘못을 하지 않았으니, 용서는 필요없네만. 오히려, 어째서 그리 날을 세우는가? 말했듯이, 내가 행한 것은 죄가 아니라네. 해방.... 그래, 해방이었지. 그대들의 죄도 죄가 아니라 고해주는 것에, 어찌 기뻐하지는 않는가? 흠, 물론, 나를 희생함으로 스스로의 소원을 이루고 싶은 마음이라면 긍정하네만. 그래도, 고작 첫째 심문일뿐이니.
Q. 15 옥사나 하네즈카 밖으로 나가면 사람을 더 죽일 것인가?
내 신도들이 이제 모두 세상 사람이아니니, 내 직함의 일은 끝났네. 신도 없는 신은 더 이상 신이 아니니. 음, 인생의 목표를 끝냈다는 기분, 그대로 알지 아니한가? 내 권할 밖의 사람을 건드릴 권리도 권위도 없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그저 단순한 궁금증 해소일뿐이라네. 그 궁금증을 해소한 후에는, 뭐, 교도소로 돌아갈까나?
Q. 16 옥사나 하네즈카 가족은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가?
아마 그렇다 생각하네만. 셍전에도 그리 했고, 내가 해방시켜준 지금은 더더욱.
Q. 17 시미즈 마사 가족에 대해 설명하라.
혈연을 얘기한다면, 본좌, 본좌의 부모 두분이었다네. 신도들도 가족이라 보고 있네만.
Q. 18 박권태 자신이 소원을 이루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가?
굳이 말하자면. 없지. 신의 소원을 들어주려는 인간이든, 인간에게 소원을 들어달라, 부탁하는 신이든. 허황된 우슷개소리 밖에 되지 못하지 않은가? 진정으로 이야기 하자면, 용서한다는 판정을 받지 못한다면, 나 또한 그리 손해는 아니네만. 그저 그 뿐인거지. 소원은 덤이고.
Q. 19 시미즈 마사 어딘가에 갇혀서 신으로 추앙받았는가?
하하, 갇힌 적은 없다 보내만? 굳이 밖으로 걸음거리를 할 필요가 없었을 뿐일세.
Q. 20 시미즈 마사 신도가 아닌 다른 사람을 본 적이 없는가?
신도 외의 다른 사람을 본 적은 당연히 있지. 대부분, 후에 신도가 되었을 뿐. 특히 본좌와 이야기를 나눈 후에는 말일세.
Q. 21 시미즈 마사 자신의 부모는 자신을 신으로 만듦으로써 어떤 이득을 보았는가?
이득? 재미있는 어휘로군. 정도政道를 따르고 있다는 충실함? 선행을 함으로서 보는 충실감? 진리를 더욱 더 넒게 퍼트릴수 있다는 충만감?
Q. 22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종교 내 2인자는 누구였는가?
2인자? 행정이나, 그런 것들은 본좌의 자비로우신 부모님이 도맡아 주셨다네만.
Q. 23 박권태 살인을 할 때 슬프거나 죄책감이 들었는가?
그대는 그대의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는 구만... 본좌는 선행을 행했는 데, 어찌 그러한 감정을 느낀다 말인가.
Q. 24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부모님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가?
으음, 폭이 너무 넒어서 하나로 답할수 없네만... 음, 세상사나, 하소연이나, 위로나... 그런, 사랑담긴 이야기지. 신이 사랑하는 신도에게 또 무슨 이야기를 하겠나.
Q. 25 시미즈 마사 아주 어렸을 때가 기억나는가? 떼를 쓰거나 장난을 쳤을 때의 주위 반응은?
뭐, 평범하게 신의 그릇의 행동거지에 대해 교육받았네만... ...그대. 아니. 그대들. 혹시 본좌를 무슨, 새장에 갇힌 가련한 공주님와도 같은 것으로 보는 것은 아니겠지? 만일 그렇다면, 오해라고 말하고 싶네만. 본좌가 신도와 함께 한 곳은 그런 곳이 아니였다네. 본좌의 행동을 강제하는 자는 하나 없었으며, 사랑과 웃음, 행복에 관한 고찰이 가득한 곳이었다네. 외로운 자, 서러운 자, 불행한 자들이 모여들어 본좌에게서 마음의 안식을 받았다.
Q. 26 옥사나 하네즈카 도덕성과 주관적 사고 중 어느 쪽이 중요한가?
도덕성과, 주관적 사고? 물론 첫째가 아니지 않은가? 아, 허나 그것은 신인 본좌에게 해당되는 사항일세. 그대들과 같은 인간들은, 마음을 따라 걸을 자유가 있으니. 안그런가?
Q. 27 박권태 사람들을 죽이고 난 뒤에는 행복했는가?
뭐... 본좌의 사명을 행하는 데에는, 선행을 행하는 데에는 큰 기쁨 같은 것은, 본디 느껴서는 아니된 것이라네. 신이 그저 도리를 행한 것일 뿐이니. 신의 감성을 궁금해 하는 것도 처음보네만. 굳이 뽑자면, 신도들이 더 이상 고통 받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위한 안도감? 잘은 모르겠네만.
Q. 28 시미즈 마사 여기 올 때까지 정신과 의사나 상담사를 만난 적이 있는가?
그런 것을 본좌가 어째서 만냐나 말인가? 의문스런 말을 하는 구나.


2.2. 제 2심

006  𝐓𝐑𝐈𝐀𝐋 𝟎𝟐 𝐉𝐔𝐃𝐆𝐄  O - -
Q. 01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귀걸이가 무겁지 않은가?
익숙해서, 괜찮다네. 기억이 닿는 데부터 쓰고 있었으니.
Q. 02 시미즈 마사 제1심의 심상 속 '검은 머리 소녀'를 보고서 생각하는 것이나 사람이 있는가?
...본좌가 아는 자이긴 하네. 본좌의 미련...이지.
Q. 03 옥사나 하네즈카 지금 당장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없다네. 이전에는 약간, 그 아이를 다시 한번 만나고 싶었던 것은 사실이나, 본좌는 이제 본좌의 자리를 되찾아가는 도중. 그러한 어리석은 소망은 절제하였네.
Q. 04 박권태 이전 심상 독백 속 '여자'는 자신의 어머니인가?
오, 예리하구먼. 맞다네. 본좌의 길을 튼 자비로우신 어머님이지.
Q. 05 시미즈 마사 미련이라는 그 사람은 어릴적 친구이거나 자매인가?
...그 어느 것도 아니네. 하하... 본좌는 그 아이의 이름조차 모르지. 으음, 혹시 몰라 첨언하자면, 실존 인물은 맞네만. 딱히 유령이라던가... 그러한 건 아니네.
Q. 06 옥사나 하네즈카 자신의 소망이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까닭은?
옥사나. 그대, 신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나? 전지전능한,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무언가? 기실 신이란 것은, 인간의 소망에서 비롯된 존재. 신 자체가 소망을 가진다는 것은 우슷개소리 밖에 되지 못한다네. 그것이야말로 인간의 특권이지. 그러기에, 신의 그릇이라 하여도, 소망을 가진다는 것은 인간적이고, 그러므로 안되는 일이지.
Q. 07 시미즈 마사 범행 방식은 무엇인가?
'성수'였다네. 아아, 보편적인 성수가 아니라... 으음, '독'이라네. 고통없이, 잠들듯이, 편안하고 고결하게 해방해주는...
Q. 08 박권태 이전 심상 독백에서 '여자'와 '이름 없는 아이' 중 자신이 생각하기에 더 비중이 많은 쪽은?
어머니여야 하네. 그래야만 하지.
Q. 09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신의 그릇이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말한 것은 부모님이었는가?
으음, 그대는 말을 참 희안하게 말하는 군. 굳이 보자면, 그러하지? 본좌가, 신의 그릇으로서 따라야하는 길을 세워준 것은 본좌의 부모님이니 말일세. 뭐, 진리는 진리이니, 혼자서 깨달은 것도 있네만... 역시 부모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지.
Q. 10 이름칸 (Q.08에 이어) 당위가 아닌 자신의 생각을 답하라.
... 내 그대들의... 질문에 답을, 어찌 힘들어 하겠나. ... 비중이라 하면. 본좌, 그 자신이 가장 크겠지. 그외에는 중요하지 않아. 단 하나도, 단 한명도. 그 뿐일세.
Q. 11 시미즈 마사 범행 수단인 독은 누가 구했는가?
본래부터 우리 쪽에서 소지하고 있던 것이라네. 그 '성수'를 달콤해하는 자들이, 그것 하나를 보고 찾아오는 일도 있었겠지? 하하...
Q. 12 옥사나 하네즈카 신은 스스로의 욕망에 솔직한 존재이다. 성자가 그러했듯 모두 세계를 좋은 방향으로 이끄려는 욕망이 있었다.
전자는 틀렸고, 후자는 맞군.
Q. 13 옥사나 하네즈카 지금 당장 하고싶은 일이 있는가?
지금 당장? 그저, 그대들의 눈을 뜨이게 하고 싶을 뿐. 신이란 그런 존재 아닌가.
Q. 14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자신이 말하는 신은 유일신인가?
흐음....정확히 말하면, 아니지. 신도들에게는 그리할수도 있겠지만. 본좌는 그저, 본좌를 믿고 따라주는 자들의 신일뿐. 신도가 존재하기에, 그들을 위한 신이 있을 뿐. ...신도 없는 신, 누구도 필요로하지 않는 신은 존재이유가 없기에. 아아, 물론, 저번 판결로 그대들도 본좌를 필요로한다는 것은 꺠달았으니, 걱정마시게. 그렇게 그대로, 그대들의 신도 되어줄수 있다면 좋겠네만.
Q. 15 박권태 이전 심상의 '이름 없는 아이'는 죽은 사람인가?
하하! 역시 그대로군. 살아있다는게 맞다네, 아마.
Q. 16 박권태 '이름 없는 아이'를 미련이라 표현한 것은 그를 죽이지 못 한 게 후회되기 때문인가?
그래, 물론. 물론 그런 것일 걸세! 본좌는 그 아이를 죽이지 못한게, 무엇보다도 후회하고 있다네!
Q. 17 시미즈 마사 독으로 자신도 같이 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안타깝게도... 본좌는 그저 신이니... 신의 그릇을 손상시키는 일은 스스로의 손으로 불가한 일이라네. 본좌에게 가능한 죽음이란, 인간들의 소망의 결과뿐. 가령, 마지막의 심판에 용서받지 않는다던가? ...그리고 당시에는, 누군가는 남아서 해야하는 일이 있었기에.
Q. 18 옥사나 하네즈카 딜레마 시스템 속에서 자신을 필요로 하는 신도가 없음에도 신으로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는가?
물론, 처음에는 방황한 적이 있네. 더 이상... 인간도 아니고, 그렇다해 신다운 신이 아닌 그릇이 어떻게 살아갈까... 허나 그대들이 그대의 표로 보여주지 않았나. 본좌가 필요하다고. 괴로움을 원하지 않는, 그 마음이 말이야.
Q. 19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Q.16에 이어) 거짓말.
(순간 세이카의, 처음 들어 보는 차가운 말투에 놀란듯 눈을 깜박이지만, 이내 그저, 어린 아이의 재롱을 보는 듯이, 가소로운 빛이 담긴 웃음을 터트린다. 상대할 필요도 없는 헛소리라는 듯이.)
Q. 20 박권태 '이름 없는 아이'를 죽이지 못 한 이유는?
... 글쎄, 그저. 아마... 아니, 그건... ... 그저 그때, 그것이 최선인지, 본좌는, 아니... 그 아이는 본좌의 신도가 아니였기에. ...아마... 아니, 필시 그런 이유일걸세.
Q. 21 시미즈 마사 남아서 해야 했다는 그 일은 무엇인가? 제 1심의 심문에서 매듭짓고 싶다고 했던 이야기는 '이름 없는 아이'를 다시 만나는 것이었는가?
...문을 여는 것. ... 본좌가 아니면, 더 이상 열어줄 사람은 남지 않았기에. 그래. 그 뿐이었어.
Q. 22 박권태 '이름 없는 아이'가 신도가 아니라서 살렸다는 말은, 이후에 생길 자신의 신도를 죽일 가능성 또한 높다는 뜻이다.
만일, 그가 그것을 원한다면. 본좌는 그저, 그러한 소망을 보아 이루어줄 뿐. 푸흣... 아아, 물론 죽음이 본질적인 해방, 불행을 피하기 위한 유일무의한 답이네만... 본좌도 바로 죽음을 내리지는 않는다네? 상황을 보고, 소망을 보아, 그러한 결정을 해주는 것이지...
Q. 23 시미즈 마사 문을 여는 것은 어떤 종류의 의식인가?
의식? 아아아, 그런 것이었던건 아닐세! 그저... 그러니까, 지하에, 철문이 있는데, 그것을 필시 열어야 했는 데... 모두가 죽은 후에는 그 문을 열어줄 사람이 없으니까, 나 밖에 없었으니, 그러니... 밖에서 부터 여는 문인데, 안에서는 열수 없고...
Q. 24 옥사나 하네즈카 (Q.18에 이어) 이 곳의 판결은 친밀감 등의 요인으로 인해 생긴 결과일 수도 있다.
친밀감으로 죄가 죄가 아니게 되는가? 대화와 설득으로, 제3자인 타인을 괴롭게 한 일을 없앨수 있는가? 본좌는 아니라 믿세. 무엇을 하든, 한번 일어난 '진실'은 바꿀수 없어. 그렇기에, 그럼에도 용서한다면, 애초에 잘못된 일이 하지 않았기에... 때문이겠지. 살인이라던가.
Q. 25 옥사나 하네즈카 자신이 보기에, 이 곳의 죄인은 정말로 괴로움을 원치 않고 있는가?
..그게 이해가 안되는 점이지. 괴로움을 어째서 품고 나아가려하나? 그저 내려놓으면 되는 것을, 미련하게... 그대 또한, 더 이상 스스로에게서 인한 괴로움을 견딜수 없어, 죽음을 원하고 있지 않는가.
Q. 26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질문자가) 원하는 건 자신이 말하는 것 같은 게 아니었다. 자신이 말하는 그 소원도 전제 자체가 틀렸다.
(이해가 되지 않는 다는 듯, 눈살을 모은다.) ... (결국 보류를 선택한 걸까, 시선을 돌려 딱히 답하지 않는다.)
Q. 27 박권태 피해자들한테는 무슨 상황과 소망이 있었기에 죽인 것인가?
아. 그건 정말... 어쩔수 없었다네. 불행이 오는 것이 뻔히 보이는 데... 신도들을 괴롭게 나둔다면 신이 아니지. 그렇지 않나? 어쩔수 없었다네. 그것이 본좌의 사명이었으니.
Q. 28 시미즈 마사 철문 안에 무엇이 있었는가?
그 아이가 있었네. 이름 없는 아이가.
Q. 29 박권태 '불행'이란 무엇인가? 그것이 찾아옴을 어떻게 알 수 있었는가?
불행이 불행이지, 달리 무엇이겠나. 그대들도 그대의 삶에 수많은 불행이 존재하지 않는가? 아니, 그러한 불행이 존재하기에, 그러한 불행이 그대들을 이곳으로 이끌었지.본좌가 큰 세상에 대해 많은 경험이 있다는 못하지만, 신도들의 하소연을 듣는 것이 본좌의 일. '밖'의 불행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지. 얼마나... 끔직한 것이 가득찬 곳인지. 그리고 불행은 반드시 올 것이었다네. 이치란 그런 것이고, 삶이란 것이 그런 존재이니.
Q. 30 시미즈 마사 그 아이는 왜 다른 사람이 문을 열기 전까지 그 곳에 있었는가?
그 전까지 열어주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없었어야 하니. 그들은 고작 인간이었으니까. 본좌가 신이어서 다행이었지.



2.3. 제 3심

006  𝐓𝐑𝐈𝐀𝐋 𝟎𝟑 𝐉𝐔𝐃𝐆𝐄  O X -
Q. 01 시미즈 마사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가?
그냥. 뭐... 별로 중요치 않은 질문이라 생각하네만... 그 답은 그대도 알고 있지 아니한가? 방황하고, 분노하고, 절망하고... 그대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지.
Q. 02 박권태 반성했는가?
기실... 모르겠어. 아직도. 반성한건 아니야. 그 반대는... 역시 아직 모르겠어.
Q. 03 옥사나 하네즈카 좋은 하루 보냈는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어. 그냥, 와야 할것이 왔다는 느낌 뿐. 이야기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때의 느낌이야.
Q. 04 시미즈 마사 (자신의 '용서치 않음'에 상대가 바라는 판결을, 자신의 '용서'에 상대가 바라지 않는 판결을 주겠다는 죄인의 발언에 이어) 억지 거래를 취소한다 하니 다행이다.
완전한 취소는 아닐세? 솔직히, 지금도 그대가 응해준다면, 나는 매우 기쁠거야...
Q. 05 시미즈 마사 방황과 분노와 절망 끝에 얻은 것은 가치가 있었나?
모르겠어. 솔직히, 아무것도 가치가 없는 느낌이야. 그 무엇도. 진리는 가치가 있기에 진리인게 아니라고 들어 본적이 있지. 허나 그럼에도, 내게 남은 것은 허한 가슴과 사무치는... 절망뿐이라네.
Q. 06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용서치 않음을 바란다는 결정에 이유가 있는가?
피곤해. 지쳤어. 환희에 웃는 것도, 분노해 주먹을 쥐는 것도. 신인 것도, 그게 아닌 것이 되는 것도. 착각하지 말아주길. 나는 아직도 죽음은 일종의 축복이라 생각한다. 기쁨의 고통도, 슬픔의 아림도 없는. 그리고 신도들에게 그걸 선사한 '신'에게는... 이게 맞는 결말이라는 걷잡을 수 없는 생각이 들어. 그리고 나는 결국, 내가 사랑하는 자와 함께 있고 싶은, 어쩔 수 없는 존재인가봐. 내 존재를 내려 놓는 법은 보이지도 않고... 그뿐이다.
Q. 07 박권태 배심원이 내리는 대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여기서 깨달은 게 있는 데, 그것은 그때까지... 받아봐야 할거 같아. 내 또한, 처음에는 그대들의 판단따위 아무렇치 않을거라 생각했네만...
Q. 08 옥사나 하네즈카 여전히 자신은 신으로 존재하고 싶은가?
애초에 신이란건... 되고 싶어서 되고, 지속하고 싶어서 지속되는 것은 아니라네. 내려놓는 것도 마찬가지고. 내가 '신'인 이유는 내가 원했기에 가 아닌, 내가 그저 그렇게 태어나고, 내가 사랑하는 자들이 그러한 신을 필요했기에. 지금도 생각해. 그런 호불호는 역시 나의 영역이 아니야.
Q. 09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질문자(미나미노하라 세이카)와 들었던 음악은 가치있다고 느꼈는가?
그건- ........있다고 느꼈다.
Q. 10 시미즈 마사 '검은 머리 여자아이'에 대해, 그 아이가 거기 있던 이유와 그 아이한테 느낀 기분을 자세히 알려줄 수 있는가?
으음, 무엇을 듣고 싶나? 본좌도 그 아이에 대해 아는 것은 많지 않네만. / 그 아이는... 으음, 나도 잘 알지는 못해. 본좌의 어머님이 알려준 것을 토대로 행동했을 뿐이라. 그저.... 그 아이가 괴롭기에, 나와 나의 사랑하는 자들은 행복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고, 그 아이가 풀려나면 이러한 생활은 끝나 불행이 찾아 올 것이기에, 그 문을 열어서는 안된다. ...라는 이야기지. 그 기분을...솔직히, 지금 도 힘들어. 엃킨 실타래를 굳히 풀고 싶지는 않네만... ...나는 그 감정의 대부분의 이름조차 몰라. 하지만 나는 역시, 그에게 의무감을... 사명감을 느끼고. 죄책감과 혼란과 공포를 느꼈으며. ....'정', 도 느꼈지. 그래. 그건 알 수 있어. 그대들에게 느낀 것과 비슷하니.
Q. 11 제제 르 귄 용서받는다면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생각해둔 것은 없어. 저기 그녀 (옥사나를 향해 턱짓을 한다.)와 같은 버킷 리스트는 만든 적이 없어서. 굳이 말하자면... 그 아이를 다시 만날 수 있는 지 알고 싶네.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가능하다면... 이름을 묻고, 생각을 묻고, 원하는 게 있는 지 묻겠지. 그리고 그 후에는... 죽는 게 좋겠군, 그래. 하하...
Q. 12 옥사나 하네즈카 좋은 의미로 많이 달라졌다.
진정 그리 생각하는가? 나는 잘 모르겠어. 나의 가슴은 텅 비어있고, 이제 다시 만날 수 없는 자들이 그리워 죽겠어. 변화가 좋은 것이라면, 어째서 내게는 고통 밖에 없을까. 감히 신을 변화시키다니, 무례하구만, 그대들은.
Q. 13 옥사나 하네즈카 밖으로 나가 하고싶은 것이 있는가?
나간다면야... 그 아이를 보고, 원하는 게 있는 지 묻고 싶어. 내 마지막 책임감이라 볼 수 있지. 신으로서, 매듭은 마무리해야하니.
Q. 14 박권태 용서받지 못 한 사람과 용서받은 사람의 차이는 무엇인가?
하하... 짖궂구먼, 그대. 내가 왜 물어보고 다녔겠냐? 그 질문의 해답을 알지 못해서 겠지. 솔직히, 아직도, 더 물어보고 싶네. 하하. 그래도 그 간에 얻은 결론을 얘기하자면, 역시... 모두의 시선으로 보아, 아마... 그래, 어떻게 비춰졌는가... 가 있지만. 역시 그 '이유'가 아닐까. 사회적인 통념이라던지, 태도라던지, 있지만... 살인의 이유 말일세. 그대들의 시선에 보기에 타당하지 않으면. 이랄까. 사랑하는 자는 소중히 해야한다, 같은. 기본적인 생각에 따르는... 이라던가. 역시 살인자끼리라 그런가, 그런 이유가 중요해 보이네. '동의'하는가. '긍정'하는가. 그래서, '용납' 가능한가. 사랑하는 자를 아끼고, 싫어하는 자를 내몰수 있는가. 행동을 마주할수 있는가. 같은 시선을 공유할수 있는가. ...틀린 것을, 틀리다 말할수 있는가. 인간인가. ...그런 것 말일세.
Q. 15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용서받은 뒤 자살이 금지된다면, 그 때는 어떤 일을 할 것인가?
하하하... 솔직히... 본좌가 아직 '신'으로서 기능하고 있었다면, 그대들의 원에 따를터지. 하지만 그대들은 꾿꾿히 본좌는 그러한 존재가 아니라 하지 않았는가? 그러니 그대들의 원에 따르지 않을 수도 있지. 어떠한가. 아직도 그대들이 만든 변화가 마음에 드는가? 솔직히, 얌전하고 말 잘듣는 '신'이라면 그대들이 원하는 답이든, 행동이든, 투표든, 뭐든 바로바로 뱉어줄턴데.
Q. 16 옥사나 하네즈카 이 곳에서 죽는다면 자신은 그 끝까지 만족할 수 있는가? 자신한테 욕망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생각보다 인간들은 '신'이랑 공통점이 많은 거 같구만, 그래. ...결국엔 이러한 '신'도 인간이 만들었으니, 어쩔수 없는 것일까. ...도망이 그리 나쁜 일은 아니지. 도망간 곳에 낙원은 없다지만, 지옥또한 없으니. 만족.. 또한 모르겠어. 기계가 일을 하는 데에 만족이란 그 부품에 포함되지 않으니. 내가 배운 것 또한,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거네만... 그대들이, 이 나를 위해 선택을 해준다면, 그러해 인간의 소망으로 이뤄진 신으로서 끝을 매듭지을 수 있다면... 나는 역시 기쁠 것이야.
Q. 17 박권태 자신이 용서받지 못 한 까닭은 자신이 타당하지 못 했기 때문인가?
답을 한다면 역시... 그러하지. 신은 타당해야 했지만, 나는... ...아니, 그 뿐만이 아니라... 원래 인간이란 자는, 타당해야 하기에. 원래 존재와 그 자유의 대가, 고유의 특권인 선택의 무게는 그런 것이기에.
Q. 18 시미즈 마사 배심원이 원하는대로 투표를 해준다 하였다, 그런 배심원들을 자신은 어떻게 판결할 것인가? 지금 자신의 투표 기준은 무엇인가?
글쎄다. 내가 말했던 것처럼, 그대들의 투표에 따라 나 또한 거래의 일환으로 결정할 생각이었기에. 아아, 마음을 내려놓지는 말게. 혹여나 모르지 않는가? 본좌가 그대들에게 너무 많은 애정을 품어, 다 함께 행복해지자고 사형을 권할 수 있지 않는가. 푸흐흐...
Q. 19 박권태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실. 그 정의 자체는 처음과 똑같네. 그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것. 불행을 피할 수 있기를 기원하는 것. 그것을 위해서는 뭐든 지 할 수 있는 것.....사실, 의무가 아닌 것. 의무 없이도 어쩔 수 없이 찾아오기에. 내가 누구라서가 아닌, 그저 내가 존재하기에 존재하는 것. ...그리고, 아마... 앗지는 않는 것. 생각을... 그만두지는 않는 것. 아마.
Q. 20 시미즈 마사 후회되는 게 있는가?
흠. 모두, 혹은 아무것도. 후회는 그 상황에 다른 것을 택할 수 있음을 알기에 나오는 감정이 아닌가? 그대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본좌에게는 역시, 시간이 돌아가도 그렇게 행동하리라는 믿음이 존재한다네.그럴 수 밖에 없는 존재이니. 그러기에 그 무슨 행동이라도 되돌리려면, 나의 존재의 기원...까지 거슬러 가야 겠지. 그러니 모두 다, 혹여는 아무 것도 후회하는 않는다네.
Q. 21 옥사나 하네즈카 고통에서 도망치면 더 큰 고통이 있을 뿐이다.
글쎄다... 본좌가 배운 것은 반대라. 아예 그 끈을 잘라 끊어버리면, 이어지는 것 또한 아무 것도 없을 뿐이지. 망친 작품은 고치기보다 그저 폐기하는 게 쉬운 이치야.
Q. 22 옥사나 하네즈카 살아갈 수는 없는가? 죄를 저지르지 않았을 때의 삶을,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이 없을 때의 삶을, 지금이라도 그런 삶을 살 수 있다면 선택하고 싶은가?
... ...그대가 말한 것은 상상하기가 어려워. 나는... 나이기에, 나이니. 이렇게 태어나고 이렇게 살아왔기에, 나는 이렇게 존재해. 내 삶의 괘적은, 아무리 비틀려 있다해도 존재의 근거야. 그 외의 선택지는, 가능성은... 상상조차 힘들어. 그런게 있다면, 그건 더 이상 '본좌'가 아니겠지. 그렇기에 유의미한 답은 주지 못할거 같군. 사죄한다네.
Q. 23 박권태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 그대는 내가 알아봐주기를 원한다 했지만. 나는 사랑을 해야서는 안되는 존재였기에. 더 이상 사랑을 할 수 없는 몸이기에. 본래, 그러기에 이 장소에서 끝을 보고 싶다고 결정한 것이라네. 첫 자의적 선택은 타살, 그리고 그 다음은 자살이라니, 웃기지 않는가?










3. 심상 독백


BGM

▶ < Gott Ist Tot >
 

< Gott Ist Tot >


 <등장인물>
      소녀
      신자A, B, C, D
      여자
      이름 없는 아이

 
 

<제1막>

#01.


 장소 - 무대 위.
 
 (극은 어둠 속에서 막을 올린다. 불은 꺼져 있어 사방이 어둡다. 보이는 것은 고전적인 무대 위에 단정히 앉아 있는 누군가의 실루엣뿐.)
 
      앳된 목소리:     행복은 무엇인가?
 
 (불이 켜 지고, 무대 위가 환해진다. 목소리의 주인과 실루엣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둘은 동일 인물이다. 싱글벙글 웃고 있는 작은 소녀가 무대 위의 작은 무대 위에 앉아있다. 무대 위 무대는 진짜에 비하면 급조된 티가 난다. 소녀는 아리땁고 고운 옷으로 치장되어있는데, 소녀의 크기에 피해 폼이 큰 옷이라 조금 우스워 보인다. 아역이 맞지 앉는 배역을 맡게 된 것일까? 소녀 주위에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여러 어른들이 앉아있다. 그들은 나이도 성별도 제각각이다. 각 인물 곁에는 곱게 시공된 유리잔이 자리를 차지한다.)
 
      소녀:     행복은 무엇이더냐.
 
 (주위의 어른이 하나 하나 자리에서 일어나 발한다.)
 
      신자A:     주위에 사람을 채워, 외로움을 더는 느끼지 않는 것이 행복입니다.
 
      신자B:     식탁을 풍요롭게 채워, 굶주림을 더는 느끼지 않는 것이 행복입니다.
 
      신자C:     울타리 내를 안전한 자로 채워, 공포와 불안을 더는 느끼지 않는 것이 행복입니다.
 
      신자D:     세상을 옳고 아리따운 것으로 채워, 불쾌감을 더는 느끼지 않는 것이 행복입니다.
 
      소녀:     (턱을 쓰다듬으며) 가지각색의 의견이 모여 행복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하는 구나. 하지만 의문이 하나 남는다. "있는 것"이 행복인가, "없는 것"이 행복인가?
 
 (이태까지 침묵 하고 있던, 소녀 뒤에 조용히 자리를 지키던 자가 소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입을 연다.)
 
      여자:     과한 욕심은 언제나 화를 불러온다. 사람이 많으면 마음이 어지럽고, 과식하면 되려 괴롭다. 그들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 보거라. 불행의 부재야 말로 행복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필시 선善이다.
 
      소녀:     (빙그레 웃는다.) 그 말이 맞다. "부재"야 말로 행복이다.
 
 (소녀는 잔을 들어 올린다.)
 
      소녀:     잔을 들거라. 본좌, 그대들을 행복으로 이끌어 주마. 본좌의 곁에서 그대들은 더 이상 외로워 하지 아니하고, 굶주리지 않으며, 불안과 공포에 떨기는 커녕, 불쾌함조차 떨쳐낼 필요 없을 것이다.
 
      여자:     타당하다. (본인의 잔을 들어 올린다.)
 
      신자A, B, C, D:     (잔을 들어 올리며) 타당하다.
 
      소녀:     본좌는 그대들을 사랑할 수 밖에 없도록 태어났느니.
 
 (소녀 빼고 모두가 잔을 기울인다. 찬양 속에서 무대는 다시 어두워진다.)
 
 

#02.


 
 (불이 다시 켜 질 때, 소녀는 혼자 무대에 남아있다. 둘러싸던 사람들도 없고, 소녀가 들고 있던 잔 하나 만이 곁에 남아있다. 잔은 아직 가득 차 있다. 단정한 자세로 소녀는 관객에게 말을 거는데, 그 목소리에 피로가 묻어나온다.)
 
      소녀:     행복은 무엇이더냐? 본좌가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기원하는 것이다.
 
      소녀:     또 사랑이란 무엇인가. 행복을 기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소녀:     본좌는 살인자일지도 모른다. 허나 죄인은 아니다. 눈을 가린 어리석은 자들이 뭐라 할지어도 불쌍할 다름이다. 다가오는 불행을 꺼리고, 사랑하는 자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게 그리 큰 죄이더냐. 욕심을 조금 부리는 것이 그리 큰 죄악이더냐.
 
      소녀:     (잠시 침묵하다, 쓴 웃음을 짓는다.) ...본좌에게는 그리 해야만 하는 사명이 있다. ...아니, 있었다.
 
 (소녀는 고개를 숙인다.)
 
      소녀:     허나 같은 곳에 자리한 이들이 손가락질 당하는 것은... 마음이 아프구나. 설령 죄인이라 해도, 누군가의 불행에서 얻는 행복은, 역시...
 
      소녀:     나는 그저, 그 누구도 불행해하지 않는 세계를 원했을 뿐이니.
 
 (그때, 소녀가 고개를 올리자, 무대 한 구석에 서있던 이름 없는 아이를 발견한다. 이름 없는 아이는 소녀보다 몇 살 어려 보이고, 빈말로도 소녀와 조금도 닮지 않았다. 소녀의 머리칼이 백금발이라면 아이는 흑발이고, 소녀가 키가 작다면 아이는 키가 크고, 소녀의 어깨에는 품이 너무 큰, 곱고도 화사한 옷가지가 있다면 아이는 몸에 작고 볼품없는 넝마를 입고 있었다. 더불어 소녀의 고운 몸과 다르게 아이는 곳곳이 다친 흔적이 보인다.)
 
      이름 없는 아이:     (침묵한다.)
 
      소녀:     (소스라치게 놀라며) 지금 헛것을 보는 것 인가? 본좌의 앞에 본좌의 미련이 있도다! ...두 번 다시는, 볼 수 없을 줄 알았건만.
 
      이름 없는 아이:     (아무 말도 없이 소녀를 응시한다.)
 
      소녀:     여기까지 와주었으니, 본좌의 미련이여, 대답해다오.
 
 (말을 고르듯이, 소녀는 입을 열었다 다물기를 반복한다. 그를 기다리듯이,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을 뿐인 이름 없는 아이. 이내 소녀는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소녀:     본좌를 원망하느냐?
 
 (두 배우 다 침묵한다. 이어지는 무음에, 소녀가 졌다는 듯이 먼저 침묵을 깬다.)
 
      소녀:     뭐라고 말이라도 해보거라.
 
 (이름 없는 아이가 뒷걸음질을 시작한다.)
 
      소녀:     잠깐, 어디 가느냐!
 
 (이름 없는 아이는 이내 뒤를 돌아 무대를 내려간다. 소녀는 그를 멈추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나, 투명한 벽에 가로 막히듯, 무대 위의 작은 무대를 벗어나지 못해 발만 동동 굴린다.)
 
      소녀:     멈춰, 멈추거라!
 
      소녀:     나, 는 아직...!
 
 (소녀는 무대에 혼자 남겨진 채로 허망하게 앞을 바라본다. 쓸쓸히 혼자 남겨진 소녀. 소녀가 미처 무대를 내려오기도 전, 막이 내려지고, 극장은 어둠에 삼켜진다.)
 
 (암전. 무수한 박수 갈채가 울려 퍼진다.)
 
 

<제1막. 完.>


 



BGM

▶ < Deus Ex Machina >  (웅성웅성. 인터미션 후, 관객들이 어두침침한 극장을 헤매 다시 자신의 자석을 찾는다. 극장 내부는 어두워, 자석으로부터 발하는 작은 불빛만이 그들의 앞길을 밝혀 준다. 그 불빛은 무대까지 닿지는 못해, 그 위에 무엇이 있는지 실루엣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모두가 착석해, 소란이 잦아들 즈음, 팟, 하는 소리와 함께 무대 조명이 밝혀진다.)
 
 (무대 위에 작은 무대가 설치된 익숙한 광경. 다만 그 위에는 사람 하나 없고, 대신 그 뒤의 새하얀 벽이 조명되어 있다.)
 
 (관객석에서 설치된 빔 프로젝터가 켜진다. 제2막의 서두를 열 주인공은, 짧은 상영인가 보다. 드라마틱한 연출을 기대했던 일부 관객의 투덜거리는 소리가 난다. 프로젝터는 반듯한 글자부터 띄운다. 그 글자는 이러하다.)
 
      < Why the haste? For when we cannot stop for Death, Death kindly stops for thee. >
      <왜 그녀는 서둘렀을까? 죽음이란 우리 모두의 종착지이니.>
 
 (영상이 돌아간다. 검은 스크린이 밝아진다. )
 
 소녀... 제제라는 이름의 소녀가 앉아있다. 평소에도 고운 옷을 입는 그녀이나, 이번에는 더욱 아리땁게 치장되어 있다. 옷은 복잡하고 품이 넓어, 그 소녀가 거의 파묻힌 거 같다. 아니, 실제로도 그리하다. 소매 하나에서 비죽 나와 있는 작은 손에는 가득 찬 유리잔이 들려있다.
 
 소녀와 소녀의 새하얀 예복은, 하나의 작은 설산의 정상을 연상케 한다. 소녀는 체구가 작지만, 그럼에도 가장 으뜸 하여 높은 곳에 자리했다.
 
 소녀를 둘러싸는 것은 78구의 쓰러진 시신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들은 나이도 성별도 다양하다. 굳이 공통점을 뽑자면 모두 소녀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일까? 그중에도 소녀 뒤에 쓰러진 자는 소녀를 닮은 여자와 남자다. 쓰러진 모두의 주변에는 텅 빈 유리잔이 뒹군다. 소녀만 빼고 깨끗이 비워버린 듯하다.
 
 시신들은 고요히 잠들어 있다. 그 모습은 너무나도 평화로워, 그저 모두 꿈나라로 잠시 여행이라도 간 것처럼 보인다. 소녀만 집을 지키러 혼자 두고서.
 
 고요한 설산이 움직인다. 소녀가 조용히, 몸을 일으킨다. 한 손에 그 유리잔을 들고, 주위를 둘러보다 손안의 잔을 바라본다. 그 눈에는 깊고 깊은 미련이 서려 있다. 살짝, 맛이라도 보고 싶은 듯이, 입술에 가까이 들어 올리지만, 떨리는 손은 유리잔을 놓치고 만다.
 
 촤악 - 내용물이 쏟아져 내린다. 스스로의 떨린 손에 놀란 듯, 소녀는 그 손을 부여잡지만, 딱히 잔을 주우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다. 그저 가만히, 아래의 시신들을 바라보다 발걸음을 옮긴다. 절대로 평온하지 않은 발걸음은 불안과 공포, 참을 수 없는 감정을 동반해, 괴기한 인형을 보는 것과도 같았다.
 
 떨리는 다리는 몇 번이고 의지를 배반해, 가끔 넘어지기도 하지만, 옷의 폭이 넓어 무릎을 쓸리는 일은 없다. 소녀는 쓰러진 자들의 시신을 조심스레 넘는다. 시간이 아무리 걸려서라도, 화면 끝자락에 도달한다.
 
 거기서 소녀는 품속에서 단도를 집어 들었다.
 
 단도를 들고 소녀는 화면 밖으로 걸어 나간다.
 
 화면이 바뀐다.
 
 소녀는 혼자 지하실을 내려가고 있다. 손으로 벽을 짚고서 한걸음, 한걸음 힘겨워하는 듯하다. 주렁주렁 매달린 장신구가 그녀를 더욱 힘들게 하지만, 꿋꿋하게도 그 장신구를 빼는 일은 없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소녀는 문을 연다. 한 손에 단도를 부여잡고, 그 단도를 높이 치켜든다.
 
 그리고 그대로 굳는다.
 
 관객이 술렁인다. 기술 문제인가? 화면이 멈춘 걸로 오해하기 조금 전, 그 문 뒤로부터 작은 몸집이 쏜살같이 날아간다. 작은 손이 소녀를 밀치고, 소녀는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는다. 소녀를 지나치고 밖으로, 자유로 달려 나가는 아이는 흑발을 부나 끼며 햇빛 아래로 달려 나간다. 소녀는 미처 그를 따라가지 못하고, 멍하니 단도를 쥔 채 그의 등을 바라본다.
 
 그리고 영상이 끝난다.
 
 출연자들의 이름이 출력된다.
 
 안젤라 르 귄. 데이비스 르 귄. 마크 웨인. 달리아 버너. 제임스 리드....

 
 (78개의 이름이 하나하나 내려가던 중, 스크린 앞에 하나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
 
      소녀: 그리하여, 모두가 행복해졌다.
 
 (그 그림자의 주인은 소녀다. 소녀는 스크린 앞에 서서 비뚤어진 미소를 짓는다. 마지막 등장인물 두명의 이름이 띄어진다.)
 
      소녀: 즐거운가?
 

<제 2막: Deus Ex Machina>

안돼안돼다시무대에서고싶지않아어째서똑같은거야싫어싫어싫어괴로워안돼안돼아아아행복해지고싶어자유로워지고싶어해방시켜줘행복하게해줘나를나의신자가되게해줘하하하하하
 무슨 소리야.
 이제 칭얼거릴 나이는 끝났잖니.
 모두의 神이시여.


 
 <등장인물>
      소녀
      신자들
      여자
      이름 없는 아이
      관객

 

<제2막>


 
 

#03.


 장소 - 무대 위
 
      ???: 하하하하하!!
 
 (누군가의 찢어질 듯한 웃음소리가 울리고 나서야 막이 올라간다.)
 
 (막이 완전히 올라가도, 그 웃음소리의 출처는 확실하지 않다. 흑백의 체스판을 사이에 두고, 두 인물이 대치하며 단정하게 앉아있다. 목소리의 높낮이를 판별하기엔 둘 다 여성의 몸이고, 그에 담긴 광기를 판별하기엔 둘 다 단정하고 차분하게 앉아있다.)
 
 (여자가 긴 손가락을 뻗는다. 여자는 백의 말을 움직이는 것을 보아, 소녀가 흑인듯하다. 체스가 그러듯, 흑은 백의 수를 따른다. 소녀가 말을 올리던 그때, 여자가 차가운 목소리로 지적한다.)
 
      여자: 지금 무슨 수를 두려는 것이냐.
 
 (소녀는 멈칫한다.)
 
      여자: 하나의 말을 희생해 나머지 말을 구하거라.
 
      소녀: ...
 
 (소녀는 끄덕인다.)
 
 (소녀는 말을 움직이려 하나, 손이 삐끗한다. 손이 삐끗한다. 손이 삐끗한다. 손이 삐끗한다. 실수. 실수. 고의고의고의고의고의고의신의로서의몸가짐신신신신신신신신신
 
 

#04.


 장소 - 무대 위. 알현실. 고해실. 어차피 그 모두가 같은 곳이니, 차별의 의미가 없다.
 
 (소녀는 똑같이 무대 위에 있다. 그 반대에는 신자들이 무릎을 꿇고 뭐라 말하고 있다. 목소리가 작은 지 뭐라 말하는 지는 정확이 들리지 않는다. 언뜻 삶이 너무 괴롭다던가, 그가 너무 증오스럽다던가, 병이 두렵다던가, 가지각색의 중얼거림과 흐느낌이 들린다.)
 
      소녀: 두려워하지 말거라. 괴로워하지 말거라. 슬퍼하지 말거라...
 
 (소녀의 눈에는 그들을 향한 연민과 슬픔으로 차있다. 소녀는 그들을 다정히 안아 든다. 어른의 몸은 작은 소녀의 품에 넘쳐나지만, 소녀는 굴하지 않는다.)
 
      소녀: 본좌가 모두 해결해주마.
 
      신자들: (안도하며) 타당하다.
 
 (타당하다.)
 
 #04.5.
 장소 - 신계.
 
 나는 사랑하도록 태어난 짐승이다.
 나는 선택하도록 태어난 신이다.
 
 세상은 너무, 너무, 너무 괴로운 곳이다. 아아아....
 
 그때 어째서 서둘렀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그리 빨리 행동할 이유가 없었어. 자비로우신 부모께서 계획이 있다 하지 않았나.
 하지만 그들은 인간일 뿐이지. br> 너는 신이고.
 우리는 신이고.
 신이기에 하는 행동이 모두 옳다?
 달라.
 그 말은?
 신이기에 옳은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
 선택권은?
 없었어.
 처음부터?
 처음부터.
 우리를 믿는 자들이, 우리가 사랑하는 자들이 쥐여준 그들의 선택권은 어디 간 거야?
 몰라. 우리에게는 없어. 그들은 믿었을 뿐. 나는 그저 따랐을 뿐.
 누구를?
 ...
 무엇을?
 ...正道를.
 사랑을.
 올바름을.
 내가 아는 작은 세계의 행복을.
 
 나는 아는 것밖에 몰라.
 
 나의 세계는 완벽했다. 나는 완벽했기에.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나는 너를 찾았다. 균열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신은 모두를 구원해야만 한다. 적어도, 불행을 안겨서는 안 된다.
 
 신에게 자아는 없다.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이란 것은 그저 하나의 행동 방침. 대가 없는 사랑의 한계 없는 기계Machina.
 
 신은 이해 받지 않는다. 행복해지지 않는다. 소원을 빌지 않는다.
 
 신은 너를 이해하는 자다. 행복을 축복하는 자다. 소원을 들어주는 자다.
 
 신은 신자들을 사랑해야 한다.
 
 신자가 아닌 너도 사랑해도 될까.
 
 내가 사랑하는 자들. 내가 사랑해야 하는 자들. 그 누구도 놓지 못해 나는 최선의 방법을 정했다.
 
 나는 그 모든 자에게 ■■해주라고 배웠다. 그러므로 나는 그 모든 자들을 ■■하려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는 단 하나뿐이다. 역할을 다해 내려왔다 하여도, 완벽히 똑같은 막이 다시 한번 나를 기다리고 있을 뿐.
 
      여자: 보아라.
 
 

#05.


 장소 - 지하실 앞.
 
      여자: 저기 보이느냐?
 
      여자: 저것이 신자를 행복하게 한다. 저것의 괴로움이 우리 모두의 삶을 연명한다.
 
      여자: 저것이 풀려나오는 순간, 불행이 우리 모두를 덮칠 것이다. 신자들에게도 그리 일러두었으니, 이것은 단합을 위한 작은 희생이다. 그러므로 그 누구도, 그것을 향해 손길을 내미면 안 된다.
 
      여자: 흐음?
 
      여자: 어째서 그런 표정이냐?
 
 

#06


 장소 - 무대 위.
 
      소녀: 마크. 달리아. 제임스. 제니퍼. 로퍼. 크리스. 피오나. 사샤. 리. 잭키....
 
 (이름을 읊는다. 76명의 이름. 시간이 꽤 걸리고, 그 무슨 특별한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지루한지 관객이 술렁인다. 그런 반응에 흠칫, 무대 위의 소녀가 떤다. 얼굴이 창백해지고 무릎 위의 작은 주먹이 흔들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한다.)
 
      소녀: ...■■■ 르 귄. ■■■■ 르 귄.
 
 (78명의 이름.)
 
      소녀: 어느 쪽도 놓지 못한 어리석은 신. 그것은 바로 본좌느니.
 
      소녀: 모두가 원하는 것이었다. 동시에, 그것은 본좌의 독단이었다. 동의한 자는 없다. 동의가 필요한 일이 아니었기에.
 
      소녀: 본좌가 두려운가? 본좌가 혐오스러운가? 그도 아니면, 본좌가 불쌍해서 견딜 수 없는가?
 
 (무표정이 환한 미소로 바뀐다.)
 
      소녀: 아니, 아니지. 그대들은 본좌를 용서하지 않았는가. 그도 모자라, 모두의 죄를 용서하였지. 그래, 모두의 죄를. 다들 알고 있는 거야. 겉으로 뭐라 지껄여도, 얼마나 우스운 이야기를 해도.
 
      소녀: 박수가 본좌를 무대에 가둔다.
 
      소녀: 아니, 떠받드는 것이다. 무대에 있으므로, 본좌는 그 누구보다도 높은 자가 되었다.
 
      소녀: 하하하.
 
      소녀: 친해지는 것 같았다? 친구가 되고 싶다! 어리석은 것! 어리석고 어리석은 것! 어느 인간이 신과 친우가 되고자 하는가? 신이란 본디 그대들과 동일한 인격체가 아니다.
 
      소녀: 애초에, 인격체인 적이 없다. 신이란 인간이 바라는 것의 집합체다.
 
      소녀: ...그래, 사실 본좌가 하나의 인격체였다면. 그대들이 옳아 본좌가 아는 모든 것이 거짓이라면. 본좌의 선택은, 대체...
 
 (관객에게 들리지 않는 무언가를 듣고 있는 듯이 고개를 숙인다. 수초 지나자 소녀의 어깨가 들썩인다. 소녀는 광소를 터트리며 고개를 올린다. 눈이 광기로 번들거린다. 팔을 양옆으로 활짝 핀다.)
 
      소녀: 그래, 그래. 부디, 본좌의 신자가 되어 주렴! 본좌에게 그대의 선택권을, 자유를, 생각을 주렴!
 
      소녀: 본좌는 신이니. 그대를 행복으로 이끌 의무가 있단다.
 
      소녀: 그래, 본좌, 필시 그대를 행복으로 이끌 테니!
 
 (무수한 박수와 함께 막이 닫힌다. 배우는 여전히 무대에서 내려오지 못한다. 막의 붉은 커튼 뒤에서 작게, 한숨 소리가 들린다. 그것은 탄식보다도, 공포 어린 울먹임과도 같다. 목소리는 막 안에서 나오는 것일까, 관객석에서 나오는 것일까? 목소리는 이리 고한다.)
 
      ???: 아아. 질렸어.
 
 <제 2막 完>
 
 .
 .
 .
 
 (관객이 인터미션을 맞아 웅성거리던 중, 누군가가 무대 앞에 선다. 관객석과 무대의 사이, 그 애매한 공간에서. 그는 체구가 작은 흑발의 아이다.)
 
      이름 없는 아이: 그 선택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었겠지.
 
 (아이는 뒤를 돌아 떠난다.)



BGM

▶ < Here lies Ozymandias >
 인터미션이 끝났다. 마지막의 막이 그 시작을 드리운다. 관중은 자리에 앉는다. 그대들에게는 이 촌극을 마지막까지 볼 의무가 있다.
 
 그 의무를 저버리면, 본좌는 매우 실망할걸세.
 
 

<제 2막: Here lies Ozymandias>


 
 <등장인물>
      소녀
      관객

 

<마지막 막>


 
 #7.
 장소 - 무대 위
 
 (예고 없이 불이 켜진다.)
 
 (커튼이 느리게 열려 그 무대에 조명을 비추면, 지금까지와 다른 양식의 무대가 있다. 여러 장식이 아닌, 초라한 작은 인형 극장. 멀리서는 잘 보이지 않아 뒤의 관객이 웅성거리자, 작은 손이 튀어나와 그들에게 손을 팔랑팔랑 가까이 오라 손짓한다. 머뭇거리며 한두 명 씩 일어나는 관객. 그들이 지정된 관객석에서 벗어나 무대 앞으로 모여드니, 그것은 더 이상 하나의 연극이 아니라 어린 시절 보았던 재주꾼의 모임과도 같았다.)
 
 (허름한 인형이 그 모습을 보인다. 옛날이야기를 시작한다. 지금은 낡고 닳아, 여기 모두에게 새로운 거 없고, 특별한 거 없는 동화다. )
 
 옛날 옛적, 한 마을에 금술 좋은 부부가 있었어요. 그들은 그들을 믿고 따라주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었답니다. 여자는 사람들이 자기 말을 열심히 들어주는 것을 좋아했고, 남자는 사람들이 전해주는 여러 선물을 좋아했어요.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좋아하는 사람과 산다니, 이런 행복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요?
 
 단 한 가지 슬픈 게 있었다면, 여자는 슬슬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는 것에 싫증이 나던 참이었어요. 여자는 사람들이 자기 말을 열심히 들어주는 것을 좋아했지, 그들의 말을 듣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거든요. 사람들이 주는 선물을 좋아하는 남편은 그러한 여자의 고충을 함께 슬퍼했기에, 그 둘은 열심히, 오랫동안 기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 맙소사! 누군가 부부의 기도를 들어 준 것일까요? 그 부부 사이에 한 괴물이 태어났답니다!
 
 여자와 남자는 매우 매우 기뻐했어요! 그들은 괴물을 품에 꼬옥 안아 뽀뽀를 퍼부으며, 사람들에게 괴물을 소개해 주었답니다. '신'이라고요.
 
 모두 그 괴물을 신이라 불렀어요. 그렇게 그 괴물은 신이 되었답니다.
 
 괴물은 다들 필요로한 신에 적합한 사람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했어요.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도 꾹꾹 눌러 담고, 안심을 주는 방식의 말하는 법을 열심히 연습했지요. 그 노력에 보답하듯, 사람들도 괴물님을 너무너무 좋아했답니다.
 
 사람들은 괴물님을 너무너무 좋아하고, 너무너무 의지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그들은 매일 매일 괴물님에게 찾아와서 삶이 얼마나 고달프고 괴로운지 열심히 얘기했답니다. 괴물은 매일매일 그들의 말을 열심히 듣고, 열심히 위로해 주었어요. 그게 괴물의 존재 이유였으니까요.
 
 여러분은 신이 무엇인지 알고 계실까요? 그것이란 하나의 행동 방침입니다.
 
 신은 신전을 떠나지 않아요. 밖에 가지 않아요. 만나는 것은 신자들뿐이에요. 신자들이 아닌 사람은 다시 보지 않아요. 학습하는 것은 신의 일에 필요한 것뿐이에요. 다른 것은 얼마나 재미있어 보여도 쳐다보지도 않아요.
 
 신은 말을 걸지 않아요. 사람의 말에 답해 주는 것이에요. 신은 인간의 이름을 부르지 않아요. 인간에게 불리는 거예요. 신은 속마음이 없어요. 호불호가 없어요. 취미도 취향도 전부 전부 없어요. 힘든 것도 괴로운 것도 없어요. 아무리 치렁치렁한 옷을 입어도 넘어져서는 안 돼요. 아무리 간지러워도 긁으면 안 돼요. 아무리 아파도 울면 안 돼요.
 
 주관은 인간의 영역이기에.
 
 인간이 신이 될 수 없는 이유가 있어요. 그래도 괴물은 힘냈어요. 괴물은 자신을 믿어주고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너무너무 좋아했기 때문이에요. 죄악의 굴레에 갇혀버린 그들은 서로를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 그들은 서로를 할퀴고 그 상처를 다시 핥으며 그것이 사랑이라 굳게 믿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여자가 괴물의 손을 꼬옥 잡고 말합니다.
 
 "보여 줄게 있단다."
 
 그리고 신님은 상냥한 손에 이끌려졌어요. 상냥한 어머니는 신님을 지하로 데려갔어요. 마침 신님만 거기 아래 무엇이 있는지 몰라, 너무 궁금했던 차였어요. 지하실은 그녀가 익숙해져 있던 따뜻한 햇살이 닿지 않아, 서늘했고 불쾌했지만, 어깨 위에 따뜻한 손길이 있었기에 괜찮았어요.
 
 그리고 지하실 문이 열렸어요.
 

 
      소녀: 그 안에는 아이가 있었다.
 
      신자: 그 안에는 아이가 있었다.
 
      관객: 그 안에는 아이가 있었다.
 
      무대: 그 안에는 아이가 있었다.
 
 그 안에는 아이가 있었다.
 

 
 그리고 알에 금이 갔다.
 

 
 곧은 손가락이 뻗었다.
 
 "우리가 누리는 행복은 저 아이 덕분이란다."
 
 (키 큰 인형이 키 작은 인형의 어깨에 한 손을 얹고, 다른 한 손은 곱게 뻗어 건너편의 인형을 가리킨다. 그 인형은 헤졌고 검은 실이 그의 흑발을 상징하였다.)
 
 (관객이 수군거린다. 즐거운 추측이 이어져 간다. 비유일까? 상징일까? 아니었다. 그것은 그저 시린 온도의 현실이었다. 적어도, 작은 인형에겐 그랬다.)
 
 (극은 계속된다.)
 
 ...이 아이는, 너무너무 중요한 아이였어요. 이 아이가 지하실 아래에 존재함으로써 마을 사람들의 사이는 더더욱 끈끈해졌고, 이 아이가 고통스러워야 우리 모두가 안전하데요. 괴물님과는 달리, 맛있는 음식도, 따뜻함도, 가족도, 이름도 불러 주는 사람 없는 그 아이의 고통은 '필요한 것'이에요.
 
 여자는 괴물님에게 경고하였어요. 누구든 이 아이에게 손을 뻗는 순간, 모두가 불행해질 거라고요.
 
 지하실에 온 사람들은 전부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어요. 사람을 사랑하고 그들을 아꼈기에, 외면하고 수긍할 수밖에 없었어요. 어떻게 하나의 모르는 아이를 위해, 우리 모두의 행복을 앗아 갈 수 있죠? 내게 그런 권리가 있을까요? 나의 마음이 편해진다 해도, 사랑하는 가족과 선량한 이웃의 행복 또한 강탈하라는 말인가요? 어떤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가 있을까요?
 
 하지만 괴물님은 사람이 아니라 '신'이었어요.
 
 (모두 모두 그 누구든 그 얼마나 아프고 괴롭고 추악한 자든 사랑해야 하는 신 말이에요.)
 
 지하실을 떠나고 햇살이 눈에 들어왔어요. 웃는 얼굴의 사랑하는 자들의 품으로 돌아갔어요. 그래도 괴물님의 마음은 그 지하실을 떠나지 않았어요. 괴물님은 생각을 멈출 수 없었어요. 손을 뻗으면 사랑하는 신도들이 불행해진대요. 하지만 손을 뻗지 않을 수는 없어요. 괴물님은 지나치게 잘 교육되어 있었거든요.
 
 그래서 괴물님은 곰곰이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요.
 
 어떻게든, 어떻게든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작은 신님는 생각을 하고, 생각을 하고, 또 생각하였습니다. 말하다가도 생각하고, 먹다가도 생각하고, 자다가도 생각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 맙소사! 누군가가 작은 신님의 기원을 들어 준 것일까요? 하나의 깨달음이 태어났어요. 부모님의 뜻깊은 가르침 덕분이었어요. 그들은 예로부터 행복을 향한 단 한가지의 길이 있다고 가르쳤거든요.
 
 모두가 불행해지지 않는 계획이 떠올랐어요.
 
  그렇기에 작은 기계장치의 신님은 웃었어요.
 

 
 소녀의 16살 생일의 아침, 신도들은 모여 축배를 들었다. 왁자지껄. 수런수런. 하하호호.
 
 본좌는 그들을 내려다 본다. 모두 본좌가 사랑하고 애정하고 아끼는 이들이니라. 내 그들의 고통을 들으면 마음이 찢어지는 듯 하건만, 이 모두 삶의 일부이니라. br> 
 ...라고, 그런 물렁해 빠진 생각으로 손을 놓고 지낸 것이 몇년이지?
 
 소녀는 빙그레 웃었다. 부모님이 친히 가르치신 것을 잊지 않았다. 양 옆에서 교주인 부모가 신도들에게 뭐라 말씀을 전하신다. 이 몸의 탄생일을 축배 드리는 말이다. 모두 함께 교리를 되짚으며 서로의 친분과 사랑을 돈독히 하는 시간이다.
 
 독이 든 성배를 들었다.
 
 

그러므로 모두가 행복해졌다.


 

 
 #8.
 장소 - 무대 위
 
 (무대 위에 무더기로 쌓인 인형들이 있다.)
 
 (방금 인형극에서 쓴 것과 같지만, 그것들은 성인의 크기로 회색 천으로 만들어져 있고, 사지가 정교하나 이목구비가 그려져 있지 않다. 그리 쌓여진 인형 무더기 사이에, 하나의 신체가 몸을 들썩인다. 그 중앙에서 느리게 몸을 들어 올리는 것은 같은 인형이 아닌, 함께 누워있던 소녀였다. 소녀는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인형들 사이에 고히 앉아 고개를 천장을 향해 젖힌다. 수감자의 옷가지가 그녀의 신체를 답답하게 얽매인다. 회색 인형 사이에 유일하게 혈색이 도는 그녀는 눈에 띈다. 백금발의 머리카락과 금색의 귀걸이가 조명 아래 빛을 반사한다. 무대 위는 고요하다. 소녀는 그대로 고개를 끝까지 젖힌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다, 느리게 입술을 달싹인다.)
 
      소녀: 그리하여, 모두가 행복해졌다.
 
      소녀: 인형놀이는 끝일세. 그 후의 일은 본좌가 말할 수 있으니.
 
 (소녀는 느리게,서툴게, 그 자리에서 일어난다. 인형들 위에 서는 식이라 팔로 몸을 지탱해야 등을 곧추세울 수 있다. 소녀는 관객을 바라보지 않으며 얘기한다.)
 
      소녀: 모두를 영원히 잠재운 후, 본좌는 지하실로 가서 아이를 해방시켰네. 그 자리에서 그 아이도 죽일 생각이었으나, 마지막에 마음이 흔들렸지.
 
      소녀: ....죽음은 자유로운 해방이며, 영원히 불행으로부터 사람을 지킬 수 있는 단 하나의 확실한 법이다. 죽음을 선사한 사람은 도히려 축복받아야만 한다. 본좌는 그렇게 배웠네.
 
      소녀: 하지만 그 자리에서 단도를 치켜들자, 그리 생각이 들더군. 익숙치 않은 햇빛에 몸을 웅크리는 이 아이는... 진정 행복해질 수 있나.
 
      소녀: 내가 사랑하는 자들은, 진정 행복해진 건가.
 
      소녀: ...그리고 답에 도달하기 전, 그 아이는 스스로 운명을 택했다네. 굳어있는 순간, 본좌를 밀치고 그 밖으로 달려 나갔어. 잡아야 된다고 생각했지만... 뭐라고 할까, 햇빛 아래의 부나 끼는 흑발이 시선을 빼앗아서. (웃으며.)
 
      소녀: 그렇게 그 아이는 '구출'되었고, 교단은 사회의 눈에 띄었고. 시체는 발견되어 장례가 치러졌으며, 한때 신이었던 괴물은 구금되었지. 사회 구석에 일어난 끔찍한 사이비 교단의 비극... 같은 제목으로 신문사는 희희낙락했고.
 
      소녀: 이런 촌극에 그런 내가 제안을 받은 것은 아마... 그들 또한 이 사태를 어찌 재판하느라 골머리 썩고 있어서 그렇겠지. 무죄도 유죄도, 구금도 사형도, 그 어느 쪽이든 껄끄스러웠던게야.
 
      소녀: 그래서 같은 살인자들의 손을 더럽히는 쪽이 낫다 생각한거지. 내가 틀리나?
 
      <신은 죽었다. 나의 손으로 죽여버렸다. 살인자 중의 살인자인 나는, 나 스스로를 어떻게 위로할 것인가?>
 
 #0.
 장소 - 당신의 눈앞.
 
      소녀: 그래서. 어땠는가?
 
      소녀: 즐거운가? 그대.
 
 (관객석에서 당신은 벗어날 수 없습니다.)
 
 (다른 관객이라 생각한 것은, 그저 무채색의 인형이었습니다.)
 
      소녀: 분명 안도감이라 생각했던 것은, 사무치는 외로움이었다. 분명 외로움이라 느껴졌던 것은, 끔찍한 환희였다.
 
      소녀: 그들은 잠이 들었고, 이제 나만이 이 지상 위에 발을 딛고 있다.
 
      소녀: 내게서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대체 무엇인가. 달콤한 것은 씁쓸하고, 씁쓸한 것은 끔찍하다.
 
      소녀: 처음부터 非人間이었던 나는...
 
      소녀: 다시 묻지. 즐거운가?
 
 (소녀가 관객석을 향해 걸어온다.)
 
      소녀: 거기 앉아 있다 하여 그대도 안전할 거라 믿었나?
 
      소녀: 푸흣....푸흐흐...
 
      소녀: 결국 우리 모두, 똑같은 살인자가 아닌가.
 
      소녀: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그대들은 너무 이상해. 미워해도 다정하고, 신도가 아니어도 애정을 보여. 그대들은 그리고, 너무나도 이상한 말을 해주어....
 
      소녀: 내가 아는 것은 모두 틀렸다던가. 나의 존재가 이상하다던가!
 
      소녀: 나의 사랑법은 틀렸다던가.
 
      소녀: 이런 신은 싫다던가.
 
      소녀: 세상에 필요없는 건 없다던가.
 
      소녀: 친해지고 싶다던가. 자유롭게 알아갔으면 좋겠다던가. 스스로 배워갔으면 좋겠다던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던가.
 
      소녀: ...살았으면 좋겠다던가.
 
      소녀: 소망으로 이루어진 본좌에게도, 그대들의 뜻을 가듬하는 건 힘들었다. 이곳에 오고 나서는 새로운 것 뿐이야. 조금은, 아이러니하지 않나? 본좌를 이곳으로 오도록 한 자들은, 이런 결과를 예상했을까?
 
      소녀: 완전무결한 신이라면, 인간에게 흔들리지 않겠지. 완벽한 신이라면, 신자들을 확신할 수 있는 행복으로 가게 해줄 것이야.
 
      소녀: 허나 본좌는 전지全知하지 않기에 무슨 길이 옳은지 모르고, 전능全能하지 않기에 선택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없었다. 신도 없는 신은, 누구도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는 신은 존재치 않는 거나 다름없기에, 그 조차도 아니게 되었지.
 
 (잠시 멈추는 소녀. 관객석 맨 뒤에서 팔짱을 끼고 지켜보는 그림자를 향해 말을 건다.)
 
      소녀: 처음에는... 그저, 행동방침이었다.
 
      소녀: 그다음에는, 그대에게 감히 이름을 주고 싶었다.
 
      소녀: 그다음에는, 너를 죽이고 싶었고.
 
      소녀: 그다음에는, 아무래도 좋았지.
 
      소녀: 그리고 그 마지막에는...
 
 (소녀는 침묵한다.)
 
      소녀: 깨달았다. '나' 밖에도 '너'가 있었던 것이야.
 
      소녀: 내가 뭘 하지 않아도 너는 너만의 이름이 있겠지. 나의 권리, 나의 의무, 그 무엇 하나도 너에게 독이 될지언정, 도움이 된 적은 없지. 결국 '신'이란 그런 존재였던 거야. 인간이 희망을 얹는 존재지만, 결국 내가 없어도, 그 운명은 스스로 그려나가는 것이었던거야...
 
      소녀: 궁금하군.
 
 (푸흐, 소녀는 어쩔 수 없이 웃는다.)
 
      소녀: 인간적인 마음이다.
 
      소녀: 그래, 이제 말할 수 있다.
 
      소녀: --- 본좌는 틀렸다.
 
      소녀: --- 본좌의 사랑은 틀렸다. br> 
      소녀: - 그리고 본좌는 - 나는 '완전무결한 신'이 아니다.
 
      소녀: 그런 것은, 그 누구도 될 수 없기에.
 
 (소녀가 약하게 웃음소리를 낸다.)
 
      소녀: 내 이름은 제제 르 귄.
 
      소녀: 신도 인간도 속하지 못하는 괴물. 허나 그 동시에 신도 되고 인간도 되지.
 
      소녀: 그래, 제제 르 귄. 나는, 내 이름은 바로 제제 르 귄이야!
 
 (쨍그랑! 유리잔이 깨지는 소리가 난다. 소녀는, 제제는 일어선다. 휘청거리며 관객석을 바라본다. 당신을 바라본다.)
 
      제제 르 귄: 질렸어. 나는 이제 무대 위를 내려오고 싶어.
 
      제제 르 귄: 당신이 필요해.
 
      제제 르 귄: 내가 사랑하게 되어버린 당신들이.
 
      제제 르 귄: 푸흐...이것 또한 인간의 본능일까?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기계장치의 신인 나는, 사랑을 할 수밖에 없게 태어났지. 하지만 그 대상이 아닌 당신들도 애정하게 된 것을 보면...
 
      제제 르 귄: 이런 나는 그렇게 만들어졌기에 사랑하는 게 아니야.
 
      제제 르 귄: 이것은 온전한 나의 의지이다.
 
      제제 르 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이야, 아마.
 
      정말 원한 게 그런 거냐고 묻고 싶어. 당신들에게 매달려서 묻고 싶어. 생각하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야. 책임을 생각하고,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너무 괴로운 일이야. 내가 신이 아닌 인간이라면. 죽음이 해방이 아닌 슬픔이라면. 꺼진 미래에 행복은 없다면,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너무, 너무 많아지니까. 답을 알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아지니까...
 
      하지만 가끔 답이 없어도 괜찮은 거 같아.
 
      제제 르 귄: 이게 올바르겠지.
 
      제제 르 귄: 내 존재에 진심은 없어도,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믿는 것 뿐. 처음부터 그리했지.
 
      작은 신: 그대, 부디 용서치 마렴.
 
      괴물: 그대, 부디 원망하렴.
 
      소녀: 그대... 내가 이기적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해방시켜주렴.
 
      <제 3막 完>
 

 
 "그러면 어때, 즐거웠니?"
 
 그렇게 막이 끝난다.
 
 무대 너머에는, 무수한 박수가 있을까?
 
 사랑하는 그대에게 전화를 걸어 (Baby Hotline). 나에게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어 (There's something happening ). 나는 내 무거운 짐(Dead Weight)을 덜고 싶을 뿐인데.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 확신할 수 있는 존재는 당신의 손뿐이다.
 








4. 재판 경과

제 1심 판결

배심원 투표 
용서한다 2 : 1 용서하지 않는다

관전자 투표 
용서한다 0 : 1 용서하지 않는다

용서한다 용서하지 않는다
- ─ 죄를 저질렀다는 자각이 없는 사람한테 이를 알게 해주기 위해서는 '용서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호오. 이건 의외의 결과로군요. 이 죄수의 심문에서 비교적 격하게 반응하지 않으셨습니까. 뭐, 제가 보기엔 다들 똑같은 살인자이지만 말입니다.
 죄인한테 분노하는 듯 보였음에도 ‘용서한다’라는 결론이라... 후후. 무엇이 이런 결과로 이끌었을까요. 긍정받은 이 죄인은 또 어떤 재미있는 결말을 만들어낼까요.
 아니면, 인간한테 가늠을 당했다는 것만으로 무언가 영향을 받는다던가? 어느 쪽이든 상관 없겠습니다만. 어떤 결과가 벌어지더라도 저로서는 재미있게 바라볼 뿐입니다.
 ─ 간수장 사마엘

제 2심 판결

배심원 투표 
용서한다 1 : 2 용서하지 않는다

용서한다 용서하지 않는다
─ 이 용서한다는, 죄가 없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허나 제제가 직접 주도하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 실제 주도를 한 자는 이미 이 세상에 없으나, 연좌죄를 적용하기에는 무리라 생각한다. 이 투표로 제제가 위험에 빠지지 않았으면을 바란다.

─ 용서한다는 투표를 그녀의 사상이 옳다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용서하지 않는다고 투표할 뿐이다.
─ 몇번을 생각해도 현재의 가치관에는 긍정할 수 없다.

 제 2심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인 ‘용서받지 못 한’ 죄인입니다. 전반적인 의견을 참고해보자면, 이 죄인이 상대적으로 자신의 죄를 죄라고 인식하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죄인이 가진 사상이 대중적인 가치관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 어쩌면 둘 다?”
 그렇다면 저만큼이나 여러분들 또한 이 죄인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겠군요. 용서받지 못 함으로써 사상을 부정당했다, 이 결과는 죄인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요? 혹은 정반대로 되려 공고히 굳히는 미래를 가져올 수도 있겠죠.”
 후후. 어느 쪽이든 저는 기쁘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것 전부 여러분이 선택한 결과니까요.
 ─ 간수장 사마엘

제 3심 판결

배심원 투표 
용서한다 3 : 0 용서하지 않는다

관전자 투표 
용서한다 0 : 4 용서하지 않는다

용서한다 용서하지 않는다
─ 나의 한 표로 기회가 온다면, 부디 그 기회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확실히 깨달았으면 좋겠다. 처벌은 자신의 죄를 깨달은 이후가 되어야 한다. -

 자신을 따르던 신도들과 핍박받던 한 아이를 모두 사랑하기 위해 성수에 독을 타 몰살시킨 죄인, 제제 르 귄. 여러분은 그한테 ‘용서한다’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과연, 이런 결론을 내리셨습니까. 이 죄인과의 대화에서 여러분들은 변화 가능성을 점친 겁니까. 일흔이 넘는 살인을 덮을 정도로 이 죄인이 품은 가능성이 찬란했다... 그렇게 판단한 거라고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아니라고요? 아니면 말고요.
 눈치로 보아 본인은 이런 판결을 원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만, 다시 한 번 얻게 된 삶의 기회를 축복으로 받아들이시길. 신이자 인간이며 신도 인간도 아닌 제제 르 귄, 당신 스스로 결정하여 살아갈 수 있는 소중한 기회 아닙니까.
 ─ 간수장 사마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