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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 K. 스트라이크

last modified: 2015-08-09 23:51:16 Contributors



상위 항목:Vongola Famiglia

1. 기본 정보


"To be or not to be."

이름 : 에반 K. 스트라이크 Evan K. Strike. 통칭 에일 Ail.

성별 : 남

나이 : 27

소속 : 봉고레-번개의 수호자

필살염 속성 : 주 속성은 번개. 보조 속성으로 폭풍과 구름.

주 무기 : 각종 화기. 총기류는 물론 폭발물, 트랩 설치까지 자유자재. 그 중에서도 가장 자주 사용하는 것은 소음기를 부착한 베레타나 글록, 또는 S&W의 권총.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16연발 이상의 더블액션 자동권총.
링은 총 여섯 개로, A+급 번개의 봉고레 링 하나, B급 번개의 링 하나와 폭풍의 링 하나, C급 폭풍의 링 하나와 구름의 링 두 개. B급 폭풍의 링과 C급 구름의 링 하나는 조이엘로 패밀리의 습격 때 얻은 것. B급 번개의 링과 C급 폭풍의 링, 구름의 링 세 개는 번개의 수호자가 되기 이전부터 써오던 것이다.
애니멀 박스병기(번개) 하나 외에도 방어용 B급 박스병기(번개), 무기 보관용 B급 박스병기(폭풍(2-베레타의 자동권총 두 자루와 소음기/글록의 자동권총 두 자루와 소음기, 추가 탄창), 번개(2-S&W의 자동권총 두 자루와 소음기, 추가 탄창, 코프스와 탈부착이 가능한 개머리판/1920년대 쯤에나 만들어졌을 것 같은 낡은 6연발 리볼버 한 자루), 불꽃 충전용 박스가 따로 있다.

인증코드 : ◆pY5MXGFJ7o, ◆I8N3YrekBc

1.1. 외모

짧게 자른, 올리브 빛을 띤 청동색 머리카락에 고흐를 연상시키는 압생트 빛 눈을 가진 사내. 일명 리젠트 컷. 키가 크고 훤칠한 체격에 터무니없이 잘생긴 얼굴. 다인종이 섞인 듯, 출신을 짐작하기 힘들다. 태닝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을린 구릿빛 피부, 깎아지른 듯한 광대뼈, 콧대에서부터 늘씬하게 뻗은 코, 빛나는 머리카락과 매끈한 두 뺨. 팔다리가 길고 손이 크다. 오른손의 손등과, 손목의 흉터만을 제외한다면 섬섬옥수라 해도 좋을 정도로 길고 곧게 뻗은 손가락과 희미하게 팔뚝까지 돋아난 힘줄 등 아주 예쁜 손이다.
언제나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고 있는데, 의식적으로 겸손하게 보이면서도 동시에 스스로를 진지하지 않고 우스꽝스러운 사람인 양 낮추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원래의 성격과 뒤섞여 때로는 삐뚜름하게 상대를 비웃는 것 같은 느낌을 줄 때도 있다. 활짝 웃으면 양 뺨에 보조개가 쏙 패인다.
날카롭게 각을 잡아 다린 밀라노의 맞춤 정장과 타이, 피렌체의 수제화 구두, 스위스 제 시계. 주로 쓰리 피스 수트를 입으며, 더블 버튼 재킷과 싱글 버튼 재킷 둘 모두를 즐겨 입는다. 셔츠와 수트, 타이의 색상이나 패턴은 다채롭다. 센스는 아주 좋은 편. 춤을 추듯 우아하고 손 끝까지 섬세한 동작과 길게 뻗은 다리.
딱 달라붙는 귀고리 한 쌍과, 귀의 연골을 뚫은 피어스 한두 개. 오른쪽 눈썹 끄트머리에도 은색의 무광 피어스 두 개를 박았다. 겉모습만 보기에는 마피아와는 전혀 거리가 먼, 젊은 벤처 기업 사장이나 어느 재벌가의 자식, 또는 고급 로펌의 변호사처럼 보인다.
왼손 약지에 봉고레 링, 왼손 검지의 뿌리 부분에 B급 폭풍의 링을 차고 있으며 같은 손가락 둘째 마디에 C급 구름의 링을 차고 있다. 오른손 검지에 C급 구름의 링, 약지 두 번째 마디에 B급 번개의 링, 새끼손가락에 C급 폭풍의 링을 끼고 있다.
오른쪽 손등에 커다란 흉터가 손등을 가로질러 나 있다. 어렸을 때 에피가 실수로 쪼아서 그렇게 된 것. 봉고레의 일부 간부가 조이엘로 패밀리에 잠입했을 때 성에 남았는데, 그때 폭발의 여파로 왼쪽 눈썹 끄트머리 즈음에 작은 흉터가 하나 생겼다. 오른쪽 6번 갈비뼈 근처에서부터 같은 방향의 장골까지 약간 비스듬히 그어진 커다란 흉터와 왼쪽 관자놀이 부근에 5cm 남짓한 흉터가 하나 있다. Y자로 개흉한 흉터도 있었는데, 지금은 아주 희미해져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아채기 힘들 정도. 꿰매는 대신 태양의 필살염으로 뒤처리를 해서 그렇다. 현재의 케이트 로렌, 즉 미래의 도디체지모를 잡으려다 공격을 받아 생긴 것. 양쪽 손목에 커다랗게 찢어지거나, 어딘가에 찔리고 베인 듯한 흉터가 수두룩하게 나 있다.
원래는 체지방 비율이 적은 74kg의 몸무게였는데, 업무 스트레스와 잦은 금식으로 2~3kg이 2주만에 빠지고 수술 이후로 소화기관의 30%가량과 뇌 절제술로 탁구공 크기 정도를 잘라내고, 수술 후유증과 더불어 완전금식 때문에 수액으로만 영양공급을 오랫동안 탓에 도합 15kg은 줄어버린 듯하다.
업류도로 휴가를 떠나기 얼마 전 간과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았으나 후유증 때문인지 몸무게는 그대로. 최근 몇 주 내내 불면증과 흉통, 두통, 복통 따위에 시달린 탓인지 피부 상태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안쓰러울 정도로 말랐다. 피곤해서 다크서클이 내려와 퀭한 눈으로 비틀거리며 돌아다니면 여기가 혹시 워킹데드 촬영지인가요?


*성전환 이벤트 : 171cm, 머리를 땋아 틀어올렸다. 앞머리까지 뒤로 넘겨 묶었지만 이곳저곳 자연스러운 잔머리가 약간 튀어나와 있음. 날카로운 이미지의 평소 모습과는 달리 좀 더 부드럽지만, 대신 그만큼 쌀쌀맞은 인상.
*평소 : http://dreamself.me/d/j5G5
*캄비오 포르마 : http://dreamself.me/d/j5G7
그릴 능력이 없으니 별 수 있나..

1.2. 성격

타고난 달변가. 물 흐르듯 유려한 말솜씨를 자랑한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에게든 쉽게 다가간다. 여유롭고 유쾌하며 대체로 느긋한 성격이지만, 동시에 어딘가 냉소적이며 상당히 비관적이고 마찬가지로 우울하다. 신랄한 말투. 비유나 은유, 유명한 문학작품이나 오페라, 뮤지컬의 대사며 가사 따위를 자주 운용한다.
예민하고 신경질적이나 자기관리가 철저한 탓에 바깥으로 자주 드러내지는 않는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걱정이 많다. 고집이 세다 못해 독하다는 소리까지 듣는다. 책임감이 강하고, 독립심과 자립심 역시 강하다. 심각할 수준의 강박관념과 강박증이 있다. 어떤 종류든 애정을 지닌 상대 및 사물에게는 약간의 집착 증세까지 보이지만, 그 외의 것들에 관해서는 한없이 냉담하다.
겉과 속이 다른 인물. 기본적으로 타인을 믿지 않는다. 연기력이 뛰어나다. 마음만 먹는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까지 속인다.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복잡하지만,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단순하기도 하다.

1.3. 과거사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뒷골목 출신. 어느 재즈 바의, 카와이 사의 그랜드피아노 뚜껑 안에서 발견되었다. 원래는 이름과 성씨도 철자가 스패니쉬 발음의 영향을 받은 듯 엉망이었으나 본인이 고쳤다. 마이클이라는 이름의 동생이 있었다. 예전에는 총이 아닌 칼을 썼으나, 지금은 칼 비슷한 물건도 못 만진다.
동생의 이름은 마이클 T. 스트라이크. 나이는 두 살 아래로, 남동생이었다. 미들네임의 T는 Toilet의 T. 화장실 쓰레기통에서 발견되었기 때문. 카와이 사의 그랜드 피아노 뚜껑 안에서 발견된 에일의 미들네임이 Kawai의 K인 것과 같은 이유.
에일을 키운 사람은 알돈자라는, 카페 아폴로니아의 여주인. 사생아를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녀는 그랜드 피아노에서 자신의 죽은 아기보다 훨씬 건강하고 예쁜 아기를 발견하고 아이를 키우게 된다. 이름을 붙여주고 애지중지하며 길렀지만, 아이가 다섯 살이 되던 해부터 급격히 경기가 나빠지며 그녀는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아이를 학대하게 된다. 이것은 약 3년동안 지속되었다.
알돈자에 의해 길러진 아이, 에일은 죽도록 두들겨 맞은 날이면 화장실에 가서 얼굴을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골방에 들어가 마이클을 달래곤 했다. 이 무렵부터 기억하기 싫은 사건에 대해서는 그냥 잊어버리거나 잊은 척 하거나, 다른 상징적 비유를 붙여 꿈 속의 일인양 치부하는 경향이 눈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가장 끔찍한 기억은 맞고 싶지 않아서 골방으로 숨었을 때, 알돈자가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와 마이클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두들겨 패던 것. 그래서 본인의 개인 공간에 누군가 침범하는 것을 극도록 싫어하며, 두려워하고 혐오한다.

-8살에서 12살 사이에 거리 생활을 했다. 12살 무렵, 어느 갱단과 마피아 간의 항쟁을 목격하고 숨어 있다가 빠져나오던 와중 마피아 조직원 손에 있던 반지를 발견하고 저거 하나만 있으면 오랫동안 풍족하게 지낼 수 있다는 생각에 하나 훔쳐서 빼돌리려다가 조직원들의 시체를 수거하러 온 다른 조직원에게 들킨다. 얼결에 큰 불꽃을 내게 되고, 반 강제적으로 마피아 소속이 된다. 그게 봉고레 패밀리의 미국 지부였음.

-한 때 아주 잠시, 알코올 중독과 마약 중독이었다. 현재는 가끔 술을 마시고 가끔 담배나 시가를 피우는 것 외에는 그다지 손을 대지 않는다. 웬만하면 의약용 모르핀도 투여받지 않으려고 하는 모양. 물론 의료진은 깡깡대는 소리 듣기 싫으니 개소리 스킵 버튼 누르고 투여한다.

-어디서 익혔는지 알 수 없는, 자질구레하고 잡다한 일들이나 뜬금없는 생활 상식 등에 능통하다. 마피아에 들어온 이후 집착적으로 지식을 축적한 결과. 15살까지는 수술 보조로 들어갈 정도였다.

-원래는 미국 지부의 봉고레 패밀리 소속이었다. 당시 뉴욕은 마피아, 갱단 같은 세력이 서로 경쟁하는 사이였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한 갱단과 사이가 좋지 않아 하루에 한 번씩 패싸움이 일어날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도 정찰조가 "경찰이다" 하고 외치면 동료도 버리고 도망치라는 교육을 반복적·주입적으로 받아왔다.
15세 때, 그 갱단과 맞붙은 싸움에서 동생인 마이클을 발견. 갱단 소속은 자신들만의 표시로 붉은 천을, 봉고레 패밀리 소속은 흰 천을 팔뚝에 묶고 있었는데, 마이클의 왼쪽 팔뚝에 묶인 붉은 천을 본 에일이 천을 풀고 마이클을 보내려다 봉고레 소속의 다른 조직원이 둔기로 마이클의 뒷목을 강타한다. "내가 처리하겠다"며 잠깐 시간을 벌었던 에일이 마이클을 안심시키고 도망시킬 방법을 모색하는 사이, 멀리서 "경찰이다!" 하는 외침이 들려온다.
다음 순간부터 에일의 기억은 뒤죽박죽. 조건반사에 의해 에일은 마이클을 찔렀고, 마이클이 에일을 찌르려고 했는 지 그저 손을 내미려고 했던 건지는 알 수 없다. 비이성적인 상태로 마이클을 난자하던 에일을 다른 조직원들이 끌고 갔고, 다음 날 그 장소에 갔더니 이미 마이클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이후로 무의식 속에 '나도 언젠가는 칼로 인해 죽을 것'이라는, 미신에 가까운 강박관념이 생겨 칼이라곤 조금도 쓰지 못하게 되었다.
칼 비슷하게 생긴 스패출러나 톱 같은 물건도 전혀 만지지 못한다. 몸에 닿아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만으로도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 최근 다시 쓸 수 있게 되었다.)
큰 충격 때문인지 사흘을 내리 앓다가 트라우마로 인해 기억을 완전히 잊어버린 듯 했으나, 미래편 이벤트와 그 이후 병문안을 왔던 레이리아와의 대화 때문에 기억을 떠올리는 것을 막고 있던 것이 사라졌다. 한동안 (이하 생략) 상태로 살다가 지금은 어느 정도 회복 된… 건가?

-이제까지의 모든 연애는 항상 좋지 않은 방식 또는 형태로 끝이 났다.

-애인이 꽤 여러 명 있었다. (성별은 딱히 가리지 않는 모양) 한 번에 여러 사람을 돌린 적도 있는 듯. 가장 최근의 연애는 약 2년 전에 완전히 끝장 남.
이전에 사귀다가, 에일 쪽에서 더 좋은 기회가 올 것 같아 찼던 여자였지만 헤어진 뒤 3년만에 다시 만나 새로 교제를 시작한다. 이름은 캐서린. 보통 캐시라고 불렀다. 나이는 에일보다 세 살 연상. 봉고레와 동맹 관계 패밀리의 히트맨이었다.
그 사이 그녀는 결혼을 했고 세 살짜리 아이도 있었다. 쉽게 말해 불륜. 6개월하고 약간 더 넘게 관계를 이어가다, 캐시 쪽에서 일방적으로 관계를 끝내려 하자 이번에는 에일 쪽에서 매달렸다. 그 상태로 두어 달 가량 싸우고 화내고 욕하고 침 뱉고 울고 불고 소리치다 결국 완전히 끝장을 내버리고, 혼자 성으로 돌아오는 길에 같은 봉고레 패밀리 소속의, 템페스트 속성 여성이었던 로즈라는 이름의 여자와 만난다. 쉽게 말하자면 에일이 돌리고 있던 사람 중 한 명. 로즈 쪽에서는 진심이었지만. 몇 번의 언쟁 끝에 에일은 그녀에게 "당신을 사랑한 적 없다"는 말을 한 뒤 등을 돌렸고, 완전히 이성이 끊어져버린 로즈는 근처에 굴러다니던 야구배트로 에일의 뒤통수을 수십 번 내려쳐 빈사상태에 빠트리고 본인은 권총 자살.
뒤통수가 완전히 깨져 죽시 일보 직전의 에일을 에리얼이 발견해 응급치료를 하고 거의 1년 가까이 뇌수술을 받으며 병실에만 있었다. 그러다 미국에서부터 알고 지내던 오랜 친구가 병문안을 왔고, 그가 캐서린의 남편이었다. 에일은 그걸 알고 있었고 캐시 역시 알고 있었다. 어쩌면 고든-그 친구-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고든은 일반인)
그래요 졸라 막장 삼류 불륜 드라마야...


(어쩌면 언젠가 더 업데이트 될 지도 모르고...?)

1.4. 기타

외관과 성격 때문인지 대외적인 일이나 사교성이 필요한 업무를 주로 도맡는다. 서면 상의 일을 처리하기보다는 직접 상대와 대면하는 쪽. 협상이든, 잔인한 실험이든. …요즘에는 그딴 거 없이 그냥 죄다 도맡아 하는 모양이다.
이성을 잃고 아무 말이나 생각나는대로 쏘아붙이게 되는 특정한 '지점'과 '단어', '상황' 몇 가지가 있다.
번개가 주속성이고 폭풍과 구름이 부속성이지만, 폭풍의 경우에는 부속성 치고는 상당히 강력한 편. 물론 폭풍을 주속성으로 갖고 있는 사람들에 비해서까지는 아니지만. 구름의 경우에는 제멋대로여서, 때로는 폭풍 정도로 강했다가 때로는 있으나마나 한 수준으로 약하기도 하다고. 본인의 생명 에너지 파동인데도 제어할 수가 없다.
외적으로 보이는 것 역시 업무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해, 옷은 물론, 넥타이나 넥타이 핀, 양말이나 시계 등 사소한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향수도 처음에는 좋은 인상을 심어주려고 사용하기 시작했던 건데, 이제는 향 자체가 좋아져서 수집까지 하는 모양. 향수 진열장까지 따로 있다고. 자주 쓰는 건 메르세데스 벤츠, 샤넬 드 블루, 조르지오 아르마니, 존바바토스 아티산 블랙, 아라미스,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or보야지, 페라리 블랙, 몽블랑 스타워커or레전드, 파코라반 인빅터스, 프라다 루나로사.
집무실은 꽤 넓은 편. 약 47평형. 집무를 하는 공간과 욕실, 화장실, 휴식공간, 침실, 드레스룸, 거실에 응접실까지 따로 딸려 있다. (*참고 : http://image.kilho.net/?pk=1465720) 휴식공간에는 구름의 불꽃으로 크기를 증식시킨 바리네즈미 특대 사이즈 인형♥
혼자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아리엘Ariel이라는 이름의 시실리안 비서 겸 직속부하가 한 명 있다. 숙식까지 집무실에 딸린 개인용 방에서 처리하는 에일과 달리 따로 방이 있는 것 같지만. 참고 이미지에는 없지만, 원래는 거실 용도로 쓰여야 하는 곳에 대기용 소파와 집무책상이 있다. 에일은 항상 영어식으로 에리얼이라고 부르는 듯. 주속성은 태양이고, 보조 속성으로 비와 안개. B급 태양의 링과 비의 링, 안개의 링. 박스병기는 몸통 길이만 5m가 넘는 대호大虎로, 이름은 디제스티프. 애칭 제스. 눈에서 노랗게 필살염을 발하며 수컷이다. 에일을 꽤나 좋아해 제 딴에는 친해지고 싶어서 장난을 치지만, 당하는 쪽 입장에서는 목숨의 위협을 느낄 정도.
목소리가 굉장히 좋다. 부드럽고 차분한 톤에 원한다면 감정 표현이 풍부하게 묻어 나온다. 노래 실력도 수준급.
악성 빈혈과 히스테리성 두통, 스트레스성 복통. 위장약과 두통약은 생활 필수품. 현기증이 때때로 일고 두통 때문에 쓰러지는 경우도 있다. 최근 들어 코피가 자주 난다. 적게는 하루에도 두세 번, 많을 때는 대여섯 번씩.

*VOICE COLOR : 뮤지컬 배우 더그 크리거
*메인 넘버 : 오지은(인디 가수)의 전곡.
*신경림-갈대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를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19스레에서 밝혀진 TIP : 당황하거나 부끄러워지면 귀와 목을 포함한 얼굴 전체가 빨개지며, 도를 넘으면 심한 기침과 함께 딸국질을 하게 된다. 사고 마비는 덤.

* 4월 5일 새벽 4시 경 봉고레의 넵비아인 테오도르 T. 테오도르를 16연발 자동권총으로 난사한 뒤 리볼버로 자살 시도를 하려다 손목에 테오도르의 박스병기 캄비오 포르마 형태인 나이프를 손목에 맞아 저지당했다. 나이프를 비틀어 뽑아 옆으로 던져버린 뒤 과다출혈로 인한 쇼크 때문에 현재 빈사 상태. 테오도르의 불꽃 충전용 박스병기 덕분에 상처는 회복되었으나, 손목의 동맥과 정맥, 신경이 완전히 끊어졌던 탓에 깨어날 수 있는 미지수.
빗나간 총알은 샹들리에를 천장에 고정하고 있던 지지대 두 개 중 한 쪽을 맞춰 끊어버렸고, 나머지 한 쪽도 얼마 못 가 끊어지고 말았다. 샹들리에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며 큰 불을 일으켜 현재 집무실 일부가 불에 타 소실되었다. 현관 쪽의 응접실과 침실, 드레스 룸, 휴식실은 말짱하지만 거실과 업무를 보던 서재는 꽤 피해를 입은 모양. 벽면의 책장만 말짱하다. 백업본을 철저하게 만들어두던 성격 덕분에 업무에는 아무 차질도 없다고.(그리고 많은 조직원들이 울부짖었다.)
샹들리에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적게 입은 까닭은 보스인 카렌의 초직감과, 한밤중이었다고는 하지만 스무 번에 가까운 총성과 비명 따위를 들은 불침번 조직원들이 듣고 곧장 경보를 쳐 달려온 덕분. 현재 의무실에 의식 불명 상태로 입원중이다.

2. 애니멀 박스병기


이름 : 아페리티프, 통칭 에피. 단, 에일 이외의 사람이 에피라는 애칭으로 부르면 화 낸다.

종류 : 매

외모-동물 : 전체적으로 푸른 빛이 도는 잿빛과 흑갈색이 뒤섞인 깃털에 가슴털과 안쪽 날개깃에는 흰 깃털이 듬성듬성 나 있다. 부리와 발톱이 날카롭고, 눈은 에일과 마찬가지로 압생트 빛깔. 필살염을 발한다.
뺨에는 검은 얼룩이 있으며, 가슴 윗부분에는 굵은 세로무늬가, 가슴 아랫부분에는 굵은 가로무늬가 있다. 최소 일반적인 크기의 매(약 50cm, 양 날개를 활짝 펼쳤을 경우 2m), 그 외에는 불꽃 주입량에 따라 크기가 달라진다.

외모-캄비오 포르마(형태변화) : 매의 문양이 새겨진 큼지막한 리볼버 권총 두 자루. 둔기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큰 데 반해 놀라울 정도로 가볍고 단단하다. 실제로 저 자비 없는 크기는 적이 가까이 오거나 총을 쏠 수 없는 상황에서 상대를 후려치기 위한 것.
필살염을 탄환으로 사용하는데, 따라서 장전이 필요하지는 않다. 필살염에 맞으면 번개에 감전된 것과 비슷한 통증을 느끼며, 금속 재질의 물건을 갖고 있는 경우 그 부위에 맞을 확률이 높아진다. (시계, 벨트, 은 또는 금을 포함한 목걸이나 귀고리 등 장신구. 링 포함.) 마비가 올 수 있다. 1에서 100까지의 다이스로 굴린다.
1 이상~20 미만(이하 동일) 마비 없음, 20~40 약한 마비. 지속 시간 1레스. 맞은 부위만 마비, 40~65 지속시간 1레2스. 맞은 부위만 마비, 65~80 지속시간 3레스, 맞은 부위 전체(예를 들면 어깨->팔과 가슴) 마비, 80~90 지속시간 5레스에 맞은 부위 전체 마비, 90~100 지속 시간 3레스에 전신 마비.
모든 탄환은 유도탄이나, 가끔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마찬가지로 다이스로 정한다. (1~10 완전 회피, 10~25 스침(빗나감), 25~50 경상, 50~75 중상, 75~90 치명상, 90~100 생명 위급.)
*마비의 경우 번개의 필살염 단일 속성으로 썼을 때만 가능하다.
*구름의 필살염과 섞을 경우, 권총 주제에 산탄총과 같은 위력을 낸다. 보다 넓은 범위에 걸쳐 공격이 가능하다. 다이스는 ([calc]mt_rand(1,100)+mt_rand(1,10)[/calc])으로 해서 판정.
*폭풍의 필살염과 섞을 경우, 파괴력이 더욱 강해지며 사정거리가 늘어난다. 단, 보다 좁은 범위에 대한 공격만이 가능하다. 상처를 악화 시킨다. 상처 악화 다이스는 지속시간을 다이스로 결정하며([calc]mt_rand(1,5)[/calc]), 매
레스마다 공격 성공의 10% 데미지를 추가로 받는다.
*번개의 필살염을 베이스로, 구름의 필살염과 폭풍의 필살염을 섞을 경우 상처 악화 다이스는 포함되지 않으며, 대신 데미지 다이스를 [calc]mt_rand(1,100)+mt_rand(1,10)+mt_rand(1,10)[/calc]로 해서 돌린다.
*다른 속성과 섞었을 때, 다이스의 수치가 100을 초과하는 경우 (엑스트라 한정) 상대 즉사.

성격 : 주인에게 충직하다. 그 외의 것들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좋아하는 것 역시 불명. 다른 사람이 관심을 보여도, 에일의 승낙이 있기 전까지는 호의든 위협이든 모두 거부하며 못 본 척 무시한다. 기본적으로 타인을 적대시한다.
상당히 제멋대로. 본인은 에일을 아무렇게나 대하면서, 막상 다른 사람이 조금이라도 적대감을 비치면 바로 공격적으로 변해 달려든다. 츤데레...? 기분이 좋지 않을 때면 에일을 마구 쪼아대거나 발톱으로 할퀴지만, 보호대를 찬 곳에 한해서만 그렇게 한다. 아주 예전에 손등을 한 번 잘못 쪼았다가 피를 보고는 꽤나 놀란 듯하다.
개략적인 감정에 한해서는 에일과 정서가 공유되는 듯하다. 동화가 될 정도는 아님. 단순히 화가 났구나, 기분이 좋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는 정도.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같은 것은 알 수 없다.

기타 : 암컷. 정찰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시야가 여타의 매들에 비해서도 훨씬 넓다. 평소 상태에서도 맑은 날이라면 30km는 거뜬. 에일과 단둘이서 정한 암호가 있는 듯, 서로 의사소통을 자유롭게 주고받는다. 평소에는 에일의 어깨에 앉아 깃털손질을 한다.


*박스병기 의인화 이벤트 : 가슴을 완전히 덮는, 푸른 빛을 띠는 잿빛과 흑갈색이 섞인 머리카락을 정수리 부근에서 높게 묶었다. 머리카락은 파마를 한 듯 잘게 곱슬거린다. 오른쪽 옆머리를 바짝 땋아 넘겼으며, 오른쪽 앞머리와 옆머리는 곱슬거리며 내려온다.
170cm 가량의 키에 글래머한 여성. 마른 체형이며 손목과 발목이 유독 가늘다. 10cm 쯤 되는 워커힐을 신고 있다. 검은 브래지어에 시스루 셔츠. 바지는 달라붙는 형태의 가죽 스키니진. 올블랙이다. 화려하고 진한 캣아이 메이크업. 손톱이 길고 네일아트 역시 화려하다.

3. 관계도


1. 카렌 라이트(봉고레, 치엘로-보스) : [SYSTEM] [에일]은(는) [카렌]에게 [하극상]을(를) 시전했다! 효과는 굉장했다!
십 년 남짓 알고 지낸 사이. 그런 것 치고는 별로 친하지 않다. 일해요 보스 일
나눈 너의 모든 거슬 알고이찌... 하지만 너는 나를 몰라 으학학학
2. 콴 린(봉고레, 셀레나) : 아들아, 무엇을 하느냐? 경호팀 자리를 인수인계 중입니다.ing
에일의 박스병기인 에피티리프와 콴 린의 박스병기인 시안은 서로 친하다.
다만 남들 눈에는 먹이를_노리는_매의_눈빛.jpg와 골수를_노리는_뱀의_눈빛.jpg
3. 아인 클라우드(봉고레, 누볼라) : 애인 생기면 히버드랑 너츠 인형 복제해서 준다고 그랬는데... 그냥 안 준단 얘기 같아..
4. 카를로 코스타(바리아, 피옷쟈) : 모레티 미안해...(아련) 바리아 피옷쟈도 고멘네...☆
5. 릭 S. 베리아(봉고레, 넵비아) : 미안해.
6. 에렌 벨루스(바리아, 풀미네) : 피카츄(에렌) 라이츄(에일)
7. 루안 메리골드(바리아, 누볼라) : [SYSTEM] [루안]님께서 [길고양이]을(를) 발견! 대상을 관찰합니다!
[SYSTEM} [에일]님께서 [루안]님을 발견! 차도에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인도 쪽으로 끌어당긴다
[SYSTEM] [길고양이]이(가) 도망쳤다!
루안의 박스병기인 아스타가 루안에게 맛있는 거 달라고 날개 파닥거리면서 애교 부리는 걸 에피가 보고 따라했다가 공격하는 줄 알고 에일에게 오히려 혼난 적이 있다. ㅠㅡㅜ 애교는 아무나 부리는 게 아닌가봐...

4. QnA


4.1. 배우 질문


-연기를 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
  • 사실 연기하는 거 자체보다, 저는 아무래도 피부가... 에일이라는 캐릭터는 약간 라틴계열 느낌의 피부인데, 저는 하얗잖아요, 원래. 이걸 브론징 제품을 발라서 한 건데, 문제는 이게 잘못하면 씻겨져요. 그냥 물에는 괜찮은데 손수건이나 물티슈로 닦는다던가, 땀이 난다던가 하면 지워지거든요. 그래서 그거 신경쓰는 게 엄청 싫었어요. 그것 때문에 다시 찍은 씬도 있고... 특히 스킨십 같은 거 할 때, 무슨 씬이었더라? 아, 카렌이 집무실에서 발작 와서 쓰러졌을 때 있잖아요. 이렇게 어깨에 걸쳐서 방까지 끌고 간 다음 침대에 내려놓는데 목이랑 옷에... 너무 선명하게 자국이 남아서 얼른 이불로 덮어놓고. 근데 더 웃긴 건 그 다음에 열쇠를 떨어트렸는데, 그게 하필 책상 밑에 들어가서. 처음부터 다시 찍었어요. 아예 사라진 씬도 있어요. 업류도로 휴가 갔을 때 바다에서 수영하는 씬이 있었는데, 이게 어떻게 해도 계속 지워지는 거예요. 나와서 덧바르자니 물기가 사라지고. 발랐다가 말리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려서 아예 그 씬 빼버렸어요. 아, 무도회 때 얼굴 물티슈로 닦아내는 거 있잖아요. 원래 그 씬을 먼저 찍고, 가면 벗는 부분을 나중에 찍은 거예요.
    연기로만 따져서는, 그냥 후반부 전체? 체력적으로도 힘든데, 이게 캐릭터도 피폐해지다보니 정신적으로도 되게 힘들고, 그때 하던 작품들도 다 어둡고 암울한 그런 작품이라서요. 되게 우울해져서 작가님이 일부러 맛있는 거 먹인다고 저 데리러 다니고 그랬어요. 생각보다 살이 너무 빠져서 안쓰럽다고, 뭐 안 먹이면 죽을 거 같다고.

-등장인물중 흑역사로 남을만한 웃긴 대사(혹은 장면)를 하나 뽑자면?
  • 미니미 때? 디지몬이니 포켓몬이니 하면서. 그게 제일 웃겼던 거 같아요.

-제일 기억에 남았던 이벤트나 스토리, 상황이 있다면?
  • 스토리는... 미래편이요. 아무래도 좀 길기도 했고, 조이엘로 편이랑 이어져 있기도 하고 그러니까요. 그 다음에 멘붕 맞은 캐릭터들도 많고, 그 전과 후를 나눠서 표현하는 것도 꽤 힘들었구요. 뭐랄까 후유증 같은 게 가장 오래 간 캐릭터였으니까요, 저 같은 경우에는.
    상황은, 결혼식? 그냥 되게 예뻤어요. 그래서 기억에 남아요. 엔딩 찍을 때 갔던 북간도도 그렇고. 업류도도 되게 예뻤는데. 다른 일정 때문에 하루인가 이틀만에 제 분량만 후딱후딱 찍고, 하나도 못 즐겨서 아쉽긴 했지만요.

-재미있는 촬영/캐스팅 비화는?
  • 음... 음... 아, 사실 에리얼이랑, 에일의 여성 버전이랑, 에피의 인간화 버전 셋 다 같은 사람이 한 거예요. 사실 배우는 아니고 제 친군데... 코디 겸 메이크업 해주는 친구거든요. 그냥 처음에 비서를 불러야 하는데, 비서한테 저기요, 이럴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얼걸에 제가 그때 하고 있던 연극에 나오는 캐릭터 이름이 튀어나온 거예요. 그러니까 작가님이 이거 재밌다고, 그러면서 캐릭터를 또 만들어주셨어요. 음, 그런 거? 사실은 그것도 의미가 있는 거지만요. 그러니까 에리얼과 에피도 에일의 또 다른 모습, 일종의... 분신? 아바타? 그런 거죠. 에일로 드러내지 못하는 속내가 에리얼과 에피로 표현되는 거예요. 에리얼은 순종적이지만 수동적이고 존재감이 없고, 에피는 공격적 적대적 성향. 근데 절대로 호전적인 건 아니에요. 오히려 자기방어적 성향이 더 강하달까. 아니 이게 아닌데. (웃음)
    음... 엔딩 직전에요. 그 자살 씬에서. 그거 샹들리에 진짜로 떨어트린 거예요. 그 떨어지는 장면이랑 거기 아래 누워있는 장면은 합성한 거구요. 스탭들이 옆에서 다 대기하다가, 컷 소리 나오자마자 바로 소화기 들고 화재 진압했어요. (웃음)
    그리구요, 제가 손에 원래 흉터가 있거든요. (오른손을 들어올리며) 옛날에 대극장 주연 맡았을 때, 그게 시대극이라 칼을 쓰는 장면이 있어서 연습하다가 다친 건데요. 다른 흉터는 다 분장인데 이거는 너무 커서 어떻게 가릴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작가님이 설정 새로 짜셨는데... 솔직히 매한테 쪼인 상처라기에는 이게 (웃음) 너무 가로로 길게 찢어져 있어서 (웃음) 그냥 옛날에 칼 쓰다가 다쳤다고 하거나 설정 없어도 됐을 텐데, 마피아니까. (웃음) 아. 이거 편집해주세요. (웃음)
    아, 그리고. 이건 캐스팅 비화인데요, 원래 작가님이, 다른 뮤지컬 연출님이라 예전부터 같이 작업 하면서 알고 지내던 분이셨거든요. 제가 혜화동에 사는데, 거기 장수분식이라고, 제가 자주 가는 분식집 하나가 있거든요? 근데 작가님께서 갑자기 밤에 절 거기로 부르시더라구요. 갔더니, 치즈돈가스 사주시면서 지금 생각하는 극본 하나가 있는데, 한 번 해보지 않겠냐고, 하면 레스토랑 스테이크를 여기 돈가스 먹듯이 해준다고 그러시는 거예요. 그것 때문에 수락한 건 아니었지만요. (웃음) 근데 저 한 번도 못먹었어요. 무슨 칼을 만지지도 못한다 그러고. 진짜 웃겨요. (웃음) ...진짜 그것 때문에 수락한 거 아닌데? 왜 그렇게 보세요. 아 왜요! (웃음)
    ...그리고 그때 그거 세트로 시킨 거라 원래 가격보다 천 원 쌌어요.
    아, 하나 더. 나중에 캐릭터 설정을 읽어보니까 터무니 없이 잘생겼다는 말이 있갈래, 제가 잘생겨서 뽑은 거냐고 여쭤봤더니, 잘생김을 연기할 수 있어서 뽑으셨대요. 음... 웃기진 않나?

-캐릭터의 대사 중에서 본인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대사는?
  • 진짜 좋아하는 거 하나 있었는데. 뭐였더라? (웃음)
    방송 된 것 중에는 기억이 확실하게 안 나고... 사라진 대사 중에 이런 게 있었어요. 엔딩에서 시간 관계상으로 빠진 대사인데, 음. 잠시만요.
    (마른 세수를 몇 번 하다 목소리를 바꿔서) "나는 행복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불행하지도 않아요."
    (다시 원래의 목소리로) 이런 대사거든요. 그 전까지는 내내 스스로 불행하다고 여겼는데... (사이) 남들 눈에는 어떻게 비칠 지 몰라도, 스스로 불행하지 않다고 여기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하나 더. 이거는 제대로 된 대사가 뽑히기 전에, 그냥 이런 느낌이다, 하고 작가님께서 써서 보내주신 건데요. 마음에 들어서 따로 적어놨어요. 잠시만요.
    (핸드폰 메모장을 켜서 보여준다. " 그대가 내 목소리를 듣고자 하였고 날 만나려 했기에 나 여기 왔노라.") 이거요. 엔딩 때 릭이 찾아왔을 때 넣으려고 했던 부분인데 시간 상 기존에 있던 대사를 빼면서 같이 사라진 것 중 하나예요. 어떤 느낌으로 대사가 뽑힐 지 기대 많이 했는데, 뽑기도 전에 사라져서 진짜 아쉬웠어요.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 어유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웃음) 그냥, 불쌍하다기보다는 안타깝다? 그런 느낌. 사실 부모만 잘 만났어도, 그렇잖아요. 그랜드 피아노 뚜껑을 꽉 채울 만큼의 작품을 쏟아낸다는 게. 천재죠. 그것도 엄청난. 버림받지만 않았어도, 아니 어렸을 때 학대 당하지만 않았어도, 나중에 마피아가 되지만 않았어도... 현대 문학이나 음악 쪽에서 되어도 뭔가는 됐을 텐데. 엄청 운이 나빴죠. 슬픈 천명을 타고 태어난 거라고, 그래도 사람들을 만나면서 행복하지는 않았지만 불행하지도 않았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가장 애착이 가는 의상은?
  • 애착은 아니고... 편한 옷은, 몇 번 안 나왔지만 사복이요. 휴가 때 입은 거 말고요. 후드집업에 라이더 재킷, 캡모자 이렇게.
    수트는 움직이기가 불편하고, 휴가 때 의상이나 환자복은 팔, 다리, 쇄골 근처, 이런 데가 너무 많이 드러나서 전부 브론징 해야 하거든요. 근데 사복은 모자로 얼굴 가리지, 긴팔 긴바지라서 그 정도만 브론징 해도 되니까. 그게 편했어요.

-가장 애착이 가는/가장 아쉬웠던 에피소드는?
  • 음... 아쉬운 건 역시 휴가? 설산 때는 아예 참여를 못했구요. 공연 일정 때문에, 많이 아쉬웠어요. 업류도 때는 물 때문에 다 씻겨 나가니까, 있던 씬을 전부 다 뺐어요. 거기가 또 열대지방이라 땀이 많이 나서요. 지워지고 그럴까봐 연기하는 내내 그거 신경쓰느라... (웃음)
    애착은... 다 애착이 가서, 이유는 제각각이지만요. 하나만 꼽기 어렵네요. 아, 설산 휴가는 애착이 안 가요. 근처 땅도 못 밟아봐서. (웃음) 다들 갔다와서 스키 타고 보드 탄 얘기 하는데, 와, 서러워서 막... (웃음)

-빈사 상태까지 가신 분들 한정 질문. 진짜 배를 푸슉푸슉한 건 아니었을 테니까 그거 다 가짜였을 텐데, 진지한 연기 하는거 웃기지 않았어요? 막 혼자 배 부여잡고 으으윽.. 으윽... 하는데 이게 사실 아파서 참는게 아니라 웃음을 참는 거였다던가.
  • 어... 저는 별로 웃기지는 않았는데. 음, 실감나게 연기 하려고 헛구역질 하다가 진짜로 구토한 적도 있거든요. 근데 그 변기가 촬영용이라 실제로는 물이 안 내려가는 변기라서... (웃음) 스태프 분들 고생 깨나 시켰죠.
    작가님이, 아픈 연기도 아픈 놈이 할 줄 안다고 야구배트 들고 저 때리려고 오신 적 있었거든요. 그때 안 맞아도 잘 할 수 있다고 막 도망갔더니... 정말 처절하게 연기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웃음)

-만약 자신이 세 부분을 바꿀 수 있다면(설정이나 분기나 포지션이나 상황 등) 어디를 바꿀 건가요? 캐릭터로써의 자신과 배우로써의 자신 둘 다 개별로 알려주세요.
  • 바꾼다... 음. 멘탈? (웃음) 장난이고요. 그럼 캐릭터 자체가 바뀌어버리는 거니까요. 음, 배우로서는 옷이요. 정장에 구두 신고 뛰어다니고 하는 거 되게 불편하거든요, 솔직히. 그리고... 음... 강박증? 그 책상 같은 거 정리할 때 은근 신경 많이 쓰여요. 원래 제가 그런 거 잘 신경 안 쓰는 타입이라, 근데 이거는 막 각도까지 맞추라 그러고. 노이로제 걸리는 줄 알았어요. 그 외엔... 딱히 없는 거 같아요. 아, 그리고 엔딩? 처음 캐릭터 설정 잡을 때는 훨씬 더 세련되게 우울하고 비극적인 엔딩이었는데, 그게 더 마음에 들었거든요, 저는.
    캐릭터로는... 그냥 인생 자체를 바꾸고 싶어했을 거 같은데. (웃음) 근데 원래 에일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체념조의 말이 많거든요. 안 되는 놈은 뭘 해도 안 된다는 걸 너무 일찍 알아버려서 그냥 살다보면 살아진다, 이러면서 버티는 거예요. 그냥 안 바꾸고 살았을 거 같아요. 바꿀 수 있든 없든 간에. 바꿀 수 있는 부분이라면 아마 본인 노력으로 바꿨겠죠.
    ...이 질문 아니에요?

-에일은 향수를 자주 쓰잖아요. 혹시 배우인 에일도 향수를 좋아하나요?
  • 사실 향수는 잘 안 써요. 나온 것도, 그냥 향수 공병에 물 같은 거 채워넣은 거라서... (웃음) 제가 뿌리는 건 익숙하지가 않아서 별로인데, 자기 이미지랑 잘 맞는 향수 뿌리고 다니는 분들은 좋아요. 뭔가 기억에 더 잘 남는 느낌이라서.

-Vongola famiglia를 한 단어로 하면?
  • 흔적.

-지금까지 즐거웠나요?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말보다는 행간이 더 중요한 법이죠. (웃음)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 씨발! ...비속어라서 안 돼요?


4.2. 캐릭터 질문


-본인도 서류기계인가요? 실제 본인도 서류기계인가요? 본인의 평소 모습도 서류기계인가요? 어쨌든 서류기계인가요? 이하 생략인가요?(에일: 나가)
  • 저는 배우다보니까, 서류를 만질 일은 없죠. 대본은 계속 보는데. 슬레이트 치기 직전까지 계속 봐요. 내용은 다 외워도 보고 있으면 그냥 뭔가 안정되고 그래서요.
    다른 분들은 그걸 어떻게 알아보냐고 그러시는데... 제가 대본을 되게 더럽게 쓰는 편이라, 제 지문이나 대사는 다 형광펜으로 밑줄 쳐놓고 주변에 메모 엄청 많이 하거든요. 동선이나 그런 걸 작가님이 따로 안 정해주시고, 알아서 즉석에서 하는 탓에 변경사항이 좀 많아서요. 여기서 이런 디테일을 넣는 건 어떨까, 여기 어조는 어떻게 하고 어디서 어떻게 끊어 읽을까, 감정선은 어디쯤에서 고조시켰다가 어디서 가라앉히나, 그런 걸 다 적어놔요. 아님 캐릭터에 대한 단편적인 메모 같은 것들? 지금 갖고 있는 거 있나? (찾는다) ...없네요. 뭐 자랑거리는 아니지만요. (웃음)
    아, 그 서류 같은 거 나오는 씬에서 자세히 찾아보시면 대본 나올 때도 있어요. 보고서 막 그런 거나, 개발팀에서 보낸 서류 뭐 그런 거 나올 때. 제 대본은 아니구요, 그냥 남는 거 재활용하는 거죠. 두께도 딱 알맞고 좋아요. (웃음)

-농담이고 에일은 이런저런 박식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건 본인의 진짜 지식? 아니면 대본을 보고 연기?
  • 이거 저 할 말 많아요. 작가님이요, 되게 웃긴 게, 캐스팅하실 때 저는 그냥 한 번 생각해보겠다고 그랬거든요? 근데 이미 도장 찍은 것처럼 어떻게 어떻게 준비해 오라고 시키시는 거예요. 사전 공부로만 대학교 전체 시험범위만큼 내주시고, 막. 질문 하나 하면 그만큼 공부를 해와야 해요. 전에는 어떤 대사 하나를 별 생각 없이 여쭤봤더니, 헨리 8세에 대해 공부해 오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왜 헨리 8세를 공부해야 하냐고 여쭤봤더니 파블로 네루다 시집을 읽어오라고 하시는 거예요. 당황해서 별 생각 없이 여쭤본 거라고, 별 뜻 없었다고 하니까 그럼 비트겐슈타인의 논문을 읽어오라고... (웃음)
    공부하라는 것도 되게 대중 없어서, 책 읽을 때도 있고 문화재나 유적 답사 갈 때도 있고 그래요. 영화 같은 거 보기도 하고. 그래서 옛날 영화 엄청 찾아봤어요. 동쪽 길, 세 개의 마음, 폭풍의 고아들, 쿼바디스, 이런 거. 인문학, 문학, 수학, 과학, 역사, 다 안 가려요.
    근데 진짜 웃긴 게, 웬만한 희곡 작품은 또 공부하라고 안 시키셔요. 연극 전공이니까 그런 거 다 알 거 아니냐고. 무용도 그렇고. 음악도 모차르트나 브람스, 이런 유명한 거 말고 무슨, 티펫이나 부르크너 같은 사람들. 보통 이름도 못 들어본 그런 작곡가들 있잖아요. 무조건 그냥 공부 해와야 하는 거예요. 질문을 그래서 함부로 못 해요. 근데 또 얘 생각이, 막 왔다갔다 하니까, 안 할 수는 없고... 그래서 한 번 질문할 때마다 신중해야 해요. 농담따먹기도 못 해요. 그래도 남는 건 많아요. 처음에는 쓸데없는 거라고 생각한 적도 있는데, 나중에는 다 깊은 뜻이 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처음 노선 잡을 때 봤던 소설이나 영화의 대사 같은 걸 인용한다던가 하는 식으로요. 그렇게 숨겨진 장면이 되게 많아요. 하면서도 어? 왜 익숙하지? 이러다가 아, 그거구나. 하고 깨닫고. 논리 전개 같은 것도 비슷한 경우가 꽤 있구요. 음? 왜 칭찬처럼 됐지. 이거 욕인데. (웃음)
    하여간 나중에는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작가님이나 스타일리스트랑 상의도 없이 머리 확 밀어버렸어요. 덕분에 엄청 혼났지만. (웃음) 의학용어는 대본 보고 외웠구요. 피아노는, 전부 직접 친 건데, 원래 제가 예중 예고를 나왔는데 중학교 때 피아노 전공이었거든요. 아직도 집에 피아노가 있어서 종종 치고 그래요. 고등학교 때는 작곡 전공이어서 (웃음) 대학은 연기인데. (웃음) 여하튼 엔딩 씬에 나왔던, 그랜드 피아노 안에 있던 악보들 중에는 제가 쓴 곡도 있어요.

-초반엔 엄청 잘생긴 캐릭터였는데 가면 갈수록 건장한 체구에서 비쩍 마르고, 엄청 안쓰러워진 모습이 되었잖아요. 그렇게 연기하려면 본인도 엄청 노력해서 빼야 했을 텐데, 혹시 그런 다이어트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다이어트를 한 건 아니었고요. (웃음) 연극이랑 뮤지컬을 계속 병행했거든요, 연습도 하고 공연도 하고. 지금도 두 개 하는 중인데요. 연극 두 개랑 뮤지컬 두 개, 하나 끝나면 바로 다른 작품 연습 들어가는 식으로 해서요. 일이 고되고 힘들다보니까 피곤해서 잘 먹지도 못하고, 활동량은 많고 하다보니 그냥 살이 쭉쭉 빠지더라구요. 그래서 보통 다이어트 하면 운동 하고 식단조절 해서 근육도 생기고 되게 멋있게 빠져야 하는데, 전 그냥 볼품없이 비쩍 마르는 꼴이라... 다들 멸치, 성냥, 막 이렇게 놀리고 그랬어요. (웃음)
    나중에는 뮤지컬 무대에서, 피드백 하려고 영상녹화 된 걸 돌려보는데 제가 노래를 할 때마다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거예요. 제 성량을 제가 못 이겨서, 몸에 힘이 없으니까 이게 저절로 떨리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음악감독님께 혼나고,작가님께서도 먹을 거 사주시고, 싫다는데.억지로 같이 맛집 탐방 다니고 그랬거든요. 난 그 시간에 더 자고 싶었는데! (웃음) 장난이구요. 아, 작가님이 보실까봐 무서운데 이거. (웃음) 팬 분들도 왜 이렇게 말랐냐고 걱정해주시고. 어머니랑 형수님들께서 반찬이나 영양식 같은 거 보내주시고. 막, 되게 비싼 거. 한약! 작은 형이 한의사 하거든요. 홍삼이랑 배즙, 뭐 그런 거요. 덕 많이 봤죠. (웃음) 그래서 저 지금 집에 먹을 거 되게 많아요. 조만간 파티 한 번 하려고요. (웃음)

-에일이 중간에 엄청 다쳐서 트라우마도 그렇고 장난 아니었잖아요. 이 때의 에일을 배우로써는 어떻게 생각해요?
  • 어렸을 때 마이클을 찔렀잖아요. 그때 에일이 느낀 건, 두려움 미안함 이런 것보다는 무력감, 절망감, 이런 쪽에 가까운 감정들이거든요. 특히 무력감. 이렇게 발버둥을 쳐봐도 어차피 나는 결국 아무것도 못 될 거야, 하고 체념해버리는 패배의식이 깊게 깔려있어요. 반복적으로 그런 얘길 하거든요. 무기력하다. 무력하다. 그 전까지는 좀 신경질적이긴 해도 나름대로 여유롭고 쾌활한 편이었는데, 병상에 누워 있으면서 또...
    아. 이거 먼저 얘기하고 가야겠다. 극중에서, 카렌을 좀 과도하게 싸고 도는 경향이 있잖아요. 카렌이 마이클이랑 많이 닮아서 그런 거거든요. 카렌 입장에서야 닮아서 그런 거라면 용서할 수 없다고 그러려나요? (웃음) 처음 만난 것도 카렌이 열한 살 정도 되었을 때고 마이클을 마지막으로 본 건 열둘, 열셋, 그 무렵이니까. 나이도 비슷하죠. 기억을 떠올리는 걸 무의식에서 막고 있다고는 해도, 처음 만난 사이에서도 묘한 친숙함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요.
    하여간 내 동생, 내 새끼, 그렇게 인지하고 있는 대상이 죽을 위기예요. 지켜주지도 못하고 그 순간에 나는 또 무력하잖아요. 거기에다 눈치를 채셨을 진 모르겠는데, 에일이라는 이름은 아주 어릴 때부터 쓰거든요. 재즈 클럽에 있을 때부터. 근데 에반이라고 부르는 건 마이클 하나 있었어요. 레이리아가, 병문안을 왔을 때 에반이라고 부르거든요? 그게 일종의 기폭제, 방아쇠 역할을 한 거죠.
    정리하자면 이런 거예요. 어렸을 때의.사건으로 트라우마가 있었다. 카렌을 만났는데 마이클과 똑 닮아서 카렌을 마이클처럼 여겼었다. 근데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거기서 마이클만 불러주던 이름으로 레이리아가 에일을 부른다.
    남들이 보기엔 별 것 아닐 지도 모르는데, 십몇 년을 묻어둔 기억이 처음 묻어둔 상태 그대로 떠오른 셈이니까요. 좋은 종류의 추억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여하간, 네, 그래요. 어... 이거 어떻게 끝맺어야 하지? (웃음)

-자살시도를 했잖아요. 이 때 에일은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린 상태였을텐데, 에일의 심리상태를 어떤 식으로 해석했어요?
  • 근데 그건, 평소랑 좀 달랐거든요. 평소엔 이성적이고 차분하고 냉정하고 침착한데, 그게 제어가 안 되는 거예요. 테오도르하고 사사건건 부딪히면서.
    이게 사실, 서브 텍스트가 되게 많은데. 그걸로 드라마 다시 찍으면 16부작 정도 될 거라고 저랑 작가님이 얘기 나누고 그랬거든요. 여하간 진심으로든 장난으로든 사랑을 준다, 사랑을 받는다 뭐 이런 사실에 대해서 되게 겁이 많아요. 기본적으로.
    꼭 그런 부분 아니라고 하더라도 에일이라는 캐릭터가, 예민한 만큼 겁이 많거든요. 근데 릭 쪽에서는, 그쪽도 그쪽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지만, 싫다고 하는데도 자기 방식대로 너무 들이미는 거예요. 솔직한 건 좋은데 너무 과했다는 거죠. 밀당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밀어붙였으면 좀 쉬고 겁먹은 거 가라앉히고, 경계 풀 시간을 주면서 천천히 와야 하는데 그게 없으니까, 게다가 예전에 그런 경험이 없거나 적으면 또 모르겠는데, 매번 안 좋게 끝났단 말이에요. 첫사랑은 자기 손으로 쏴 죽이고 캐서린 같은 경우에는, 친구랑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 가정을 완전히 파탄내고, 자긴 또 병상에 1년동안 누워 지내고 그랬는데. 또 그럴까봐 무서워서 자기 방,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장소로 도망을 친 셈인데 거기까지 따라와서 밀어붙이니까...
    별 것 아닌 말에 별 것 아닌 행동이고 아마 다른 캐릭터가 와서 그렇게 했다면 다른 반응을 보였겠죠. 근... 데 릭이었으니까요. 빠진 대사 중에 그런 게 있어요. 당신을 보면 자꾸 내가 생각나서 당신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사라져서, 개인적으로는 참 아쉬운 대사 중 하나였어요. 그것만큼 둘의 관계가 잘 표현되는 대사도 없는데...
    여하간 에일 입장에서는, 릭의 모든 말과 행동이 옛날의 자신과 겹쳐 보이는 거예요. 근데 동시에 자꾸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들추게 만들어요. 에일의 독백 중에 그런 게 있었어요. 난 한 번도 행복한 적 없었다고. 행복하다고 느꼈던 것도 모두 찰나의 거짓, 환상이었다고. 그 모든 순간이 이제는 폐부를 찌르는 고통이라고. 고통에도 실적이 매겨지면 좋을 텐데, 하는. 아, 실제로 나간 건 훨씬 짧아지고 잘려서 나갔는데. 그래서 릭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던 거죠. 이것도 맨 마지막에는 다 풀리는데. 다시 시작하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으니까요. 마지막 기회는 영영 사라졌고.
    아니, 너무 갔다. 어쨌든 그 씬에서 에일이, 사방이 막혀있고 바로 앞에 테오도르가 있는, 그런 장면이 한 번 나오는데 그게 진짜 에일이 느끼는 그때 기분이거든요. 사방이 막혀서 갑갑하고 답답한데, 벗어나고 싶어서 도망치려고 했더니 탁 잡힌 거예요. 그리고 그때 그게, 회상 씬으로 나왔는데, 마이클이 손을 내밀던 모습. 그거랑 겹쳐서 테오도르한테 총을 쏜 거거든요. 그래서 그 다음에 비명 지르고 나뒹굴고 발작 일으키듯이, 네. 그러잖아요. 반복되니까. 또 같은 일이 반복되니까. 아마 그 전에도 한 번 있었던 것 같은데? 계단에서였나, 어느 시점인지는 기억이 안 나네요. 릭이 손 뻗었을 때, 완전히 빗나갔지만 총 쏜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도 같은 거죠. 릭에게 더 그런 감정을 느꼈던 게, 사실은 테오도르 때문이지만. 이름을 짓는 것마저 자신에게 부탁할 정도로 나를 의지하는 사람이니까. 어린 마이클은 에일 없이는 살 수가 없었거든요. 자신에게 늘 의지했으니까 그게... 네.
    여하튼 그래서 이제 진짜 죽으려고, 이게 되게 중요한 건데. 간간이 나왔지만 중요하게는 안 다뤄졌었거든요. 그 필살염 낼 때 각오를 형상화 하는 거라고 하잖아요. 에일 같은 경우엔 그게 살고 싶다는, 가장 근원적이고 본능적인 각오인데. 그게 죽고 싶다고 바뀐 거거든요. 처음에는 그래도 결단을 못 해서 차라리 죽여달라고 그래요. 근데 어쩌다보니 저 사람은 내가 방금 쏴버렸고, 뒤로 넘어가서 에일 입장에서는 아. 또. 이렇게밖에 생각이 안 되거든요. 그니까 날 죽여줄 사람도 내가 죽여버린 거예요. 그럼 누구한테 부탁해야겠어요. 없잖아요. 그래서 자살하려고 한 건데 그 행위도 가로막히죠.
    손목에 박힌 나이프를 뽑을 때요. 원래는 칼을 쥐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그런 설정인데, 거기서는 탁 잡는단 말이에요. 이게 신체적 결함이 아니라 정신적 문제 때문에 그러는 거잖아요, 순전히. 거기서 칼로 손목을 베어낸다.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드리자면 동맥을 끊는다는 거요. 이건 죽음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탄생을 의미하기도 하는 거거든요. 아기가 태어날 때 탯줄을 자르잖아요. 그 흉터로 배꼽이 남는 거고. 그거랑 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손목에 흉터가 남은 것처럼.
    샹들리에는, 일종의, 세계관이죠. 샹들리에 보면 되게 멋있잖아요. 예쁘고 화려하고. 근데 그게 사실 속은 텅 비어 있거든요. 깨지기도 쉽고. 세계관보다는 에일 자신, 혹은 멘탈, 이런 쪽에 더 가깝겠죠.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속은 텅 비어있는. 그것의 붕괴. 그런 의미고요.
    보시다보면, 은근히 상징적인 의미 같은 게 많아요. 이건 무엇을 의미합니다, 라고 딱 집어서 말씀드릴 수는 없는데, 여하간 되게 많아요. 그래서 재밌어요. 한 번 꼼꼼하게 살피면서 정주행 해보시는 걸 추천해드립니다.

-캐릭터 엔딩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 업류도에 갔을 때 절벽 아래를 보면서 끝이 없는 저 바다에 내 삶을 던지리라, 이런 대사가 있거든요. 이미 그때부터 계획은 되어 있었던 거죠. 이탈리아 오기 전부터 내 삶의 결말은 이미 써 놓았다고.
    에일이 테오도르를 보고 중얼거리는 대사 중에 당신은 이폴리타, 당신은 헤스타라고 하거든요. 원래는 헤스터인데, 이폴리타와 각운을 맞추려고 작가님이 일부러 바꾸신 거예요. 이폴리타는 테오도르를 보고 한 말이고 헤스터는 릭을 보고 한 말인데 사실은 이게 둘 다 에일 자신이에요. 비극의 여주인공.
    이폴리타는 <죽음의 승리>라는 소설에 나오는 여주인공인데, 젊은 사내와 바람이 나서 욕정을 불태우다 끝내 그 남자의 손에 죽어요.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남자와 함께 몸을 묶고 바닷가 절벽에서 뛰어내리죠.
    헤스터는 좀 더 유명한데, <주홍 글씨>라는 소설의 여주인공이에요. 이 여자도 간음을 하다 들켜서 평생 가슴에 간음을 뜻하는 Adultery의 첫글자인 A를 달고 다녀야 하는. 헤스터는 자신이 간음한 상대를 밝히지 않아요. 하지만 딤즈데일 목사, 헤스터가 간음한 상대, 그는 설교가 모두 끝는 뒤 자신의 죄를 스스로 밝히고 그 자리에서 죽어요.
    두 작품 모두 남주인공, 여주인공이 다 죽는다는 것도 있지만, 그런 단편적인 것만으로는 이해하시면 안 되거든요. 직접 읽어보시면 좋을 텐데. 아니면 <카르멘>이라는 작품도 좋아요. 작가님도, 원래는 호세의 대사나 카르멘의 대사 몇 개를 인용하고 싶어 하셨는데 생각만큼 딱 맞아 떨어지는 구절을 찾기 어려워 하셨거든요. 여하간... 네. 그렇습니다. (웃음)
    엔딩 자체만 떼어놓고 본다면, 막 중구난방 이 장면 저 장면 왔다갔다 해서 알이보기 힘드셨을 텐데요. (웃음)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석이나 주석 같은 걸 달지 말자고 작가님이랑 합의를 봐서요. 말하면 저 혼나요. 그냥 보이는 대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크게 꼬아놓은 부분은 없으니까요.
    솔직히 저도 속으로 진짜 치사하다고 느끼긴 했는데. (웃음) 그래도 에일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봐요. 결국 릭이 그걸 못 알아채고, 에일이 예견했던 것처럼 길이 엇갈리기는 했지만, 적어도 서로를 추억하기는 할 테니까요. (사이) 가끔은 먼 발치에서나마 서로를 느낄 수 있을 지도 모르죠.

-앞으로의 캐릭터 행보는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작가님들의 생각도 알고싶어요!
  • 사실 엔딩이, 원래는 그렇게 끝날 예정이 아니었는데. 그러니까 처음 엔딩 있잖아요, 딱 거기서 끝내기로 합의가 되어 있었거든요, 작가님이랑.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이미 분장 끝났고 슬레이트 치고 있고. (웃음) 왜 그렇게 됐지? 모르겠어요. 기억이 안 나요.
    아, 그리고 뒷부분은, 원래 꽃이 떨어지는 걸 잡으면서 끝내려고 했는데 갑자기 당일날 쪽대본이 와서... (웃음) 한 시간? 그 정도만에 외워서 하려다보니까 대사가 기억이 안 나서, 대부분 애드리브로 때웠어요. (웃음)
    뭐... 그 다음의 행보는 생각 안 해봤지만 아마 계속 그렇게 살지 않을까요? 별로 의미 없는 거 같기도 하고. 그냥 계속 거기 살면서, 이야기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작곡 작사도 하고 그러면서 살 거 같아요.
    작가님께서는... 릭이 찾아와도 만나주지 않았을 거 같다고 하시던데. 아무 단서도 없이 다른 곳으로, 아무도 찾지 않는 곳, 아무도 알아보지 않는 곳으로 혼자 가서 조용히 살거나... 아니면 죽었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원래 그게 진짜 엔딩이기도 했구요.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게. 그래서 일부러 애니메이션 다음에 페이드 아웃 하고 첨벙 하는 효과음 낸 건데. 아, 그 다음에 화면에 떠오른 글씨는 제가 직접 쓴 거예요. 원래 원고지에 쓴 걸 화면으로 띄우려고 했는데 가독성이 떨어진다고 하셔서 바꿨어요. (웃음)
    이건 제 생각이지만 만약 에일이 자리를 옮긴다면, 북극도 좋을 것 같기는 해요, 사실. 근데 실제 북극은 그냥 바다라면서요? (웃음) 그럼 남극으로 가야 하나? 아, 거긴 또 세종기지 같은 게 있으니까. (웃음)

4.3. 비하인드 설정


-밝혀지지 않은 설정이나 과거사가 많다고 들었는데,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 음, 태어난 것 자체는 밝혔던 대로구요. (웃음)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에일의 어머니는 창녀였어요. 이런 단어 써도 되나? (웃음) 네, 이런저런 인종이 섞여서 태어난 거죠. 아마도 그녀의 어머니 역시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아버지는, 글쎄요, 여기서 중요한 얘기는 아니에요.
    어쨌든 에일은 어머니에 의해 태어나자마자 버려졌고, 브로드웨이 뒷골목의 어느 작은 카페 <아폴로니아>의 그랜드 피아노 뚜껑 안에서 발견됩니다. 발견자는 <아폴로니아>의 마담, 알돈자라는 이름의 라틴계 여성이었죠. 아마 밀항으로 들어와서, 운이 좋아 가게까지 차렸을 거예요. 여하간 그녀는 에일에게 나름대로 이름을 지어줘요. 그 카페의 피아니스트 에반과 헷갈린다는 이유로, 에일이라는 터무니없는 별명을 붙여주긴 했지만. 아, 아시는 분이 계실는지 모르겠네요. 에일Ail이라는 영단어의 뜻은 '괴롭히다, 아프게 하다'입니다.
    에일은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말을 시작해요. 옹알이가 아니라, 진짜로 말한다구요. 작가님께서 에일이 난생 처음 뱉은 단어는 아마 'No'였을 거라고 하셨는데. (웃음) 여하간 그렇게 1년에서 2년 정도가 지나고, 이번에는 화장실 쓰레기통에서 거의 질식해 죽어가는 마이클을 재즈 악단의 누군가가 발견하죠. 마이클의 이름은 당시 한 달 넘게 뉴스에 나오던 사람의 이름과 성을 따서 붙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건 미국 전역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연쇄살인마의 이름이었죠. 그래서 나중에 에일이 자신과 성을 같게 바꿔버리지만요. (웃음)
    그로부터 몇 달 지나지 않아 미국은 큰 불경기를 맞게 되고, 카페 <아폴로니아>의 수입 역시 반토막이 나게 됩니다. 아니 더 줄었죠. 그래서 마담 알돈자는 늘상 술에 절어 지내고, 애꿎은 이유로 에일을 학대해요. 말이 좋아 카페지 사실은 이탈리안을 주로 상대하는 술집이었어요. 요리사가 시실리안이었거든요. 그래서 에일이 말을 시작할 무렵부터 영어, 스페인어, 이태리어 세 가지를 떼게 된 거지만요. (웃음) 여하간 에일은 세 살부터 가게 일을 돕습니다. 먹을 것이 없어서 손님들이 먹다 남기고 간 안주 같은 걸 주워먹으면서 살아요. 방도 딱히 없어서, 그냥 카페 안의 조그만 골방에서 마이클과 둘이 살죠. 여름에도 몸이 덜덜 떨릴 만큼 추운 방에서요. 그래서 에일이, 내내 그러잖아요. 추운 게 싫다고. 견딜 수 있을 정도의 추위인데도 어렸을 때의 기억 때문에 본능적으로 피하게 되는 거예요.
    음, 이게 아닌데. (웃음) 학대는 5년이 넘도록 지속됐어요. 잘해도 맞았고, 폭언을 들었으며, 잘못이나 실수를 저지르면 말 그대로 '죽도록' 얻어맞았죠. 하지만 마이클은 아니었어요. 알돈자가 마이클을 때리지 않으려고 한 게 아니라, 에일이 지킨 거죠. 그렇게 실컷 두들겨 맞고, 높은 곳에서 집어 던져지고, 목이 졸려서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꺽꺽대고 난 다음에 에일이 한 게 뭐였을 것 같나요? 엉엉 울기? 그럼 더 맞을 텐데요. 작가님이 생각하시기로는, 그 다섯 살 여덟 살짜리 꼬마애가, 아마 가장 먼저 화장실에 갔을 거래요. 얼굴과 몸을 씻어서 피를 닦아내고, 옷을 갈아입고, 가능한 한 말짱한 상태로 자신을 다듬어서, 골방 구석에 틀어박혀 겁먹은 채 숨죽여 우는 동생을 달랬을 거라고 하시더라구요. 아마 에일 본인은 몰랐겠지만, 그게 무의식 속에 깊숙하게 박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여전히 에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옷 매무새에 신경을 쓰잖아요.
    여하간 그러다가, 에일이 여덟 살 혹은 아홉 살 쯤엔가? <아폴로니아>가 망해요. 악단은 뿔뿔이 흩어지고 알돈자는 자취도 없고, 에일과 마이클은 아무것도 모른 채 골방에서 내내 추위에 떨고 굶주려 있다가 결국 밖으로 나와요. 거기서부터 지긋지긋한 거리 생활이 시작되죠. 브로드웨이는 번화가인 만큼 거리에서 손을 벌리는 아이들도 많아요. 처음에는 텃세 부리는 아이들한테 쫓기고 맞다가, 나중에는 제법 잔뼈가 굵어져서 그런 것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살아요. 그런데 에일은 제법 똑똑한 편이었던 거죠. 물론 범죄긴 하지만, 근처의 명문 뉴욕 사립 초등학교의 교복 같은 걸 훔쳐다가 입고 말끔하게 씻은 다음 학교에서 단체로 견학을 왔는데 지갑을 잃어버려 집까지 버스를 타고 갈 수 없다고, 5달러만 빌려주실 수 없느냐고 한다던가. (웃음)
    그러다 우연한, 아주 우연한 기회에 마피아와 갱단의 싸움을 목격해요. 보고 싶어서 본 건 아니었겠지만요. (웃음) 싸움이 다 끝날 때까지 기다리다가, 잠잠해진 다음 도망치려고 하던 찰나에 마피아의 손에서 반짝이는 것을 발견하죠. 아시겠지만 (웃음) 링이었습니다. 시체와 링을 수습하러 온 마피아들에게 들키고, 손가락에서 살살 굴려 빼내던 에일은 엉겹결에 불꽃을 내게 되고……. 다음은 말 안 해도 아시겠죠? (웃음)
    그게 한 열두 살 무렵. 그 이후로는 팔자가 핀 거죠. 에일은 학교 문턱도 밟아본 적이 없어요, 사실. 글을 읽을 줄은 알았지만 그건 순전히 뉴스나 신문, 카페에 있던 잡지 같은 걸 보고 스스로 터득한 거예요. 의식주가 어느 정도 해결 된 다음부터 에일은 미친 듯이 공부에 몰두해요. 그냥 재밌어서 하는 거죠, 에일 입장에서는. 그런데 도덕관념이나 범죄 관념, 뭐 그런 걸 배운 적이 없으니까 그냥 마피아가 뭔지도 모르고 마약이나 술, 담배, 여자 뭐 그런 게 나쁜 건지 좋은 건지 구분도 못해요. 아마 도둑질이라는 개념도 희박했을 거예요. 그냥 너무 춥고 배고프니까 훔친 거죠. 아니 어렴풋이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눈치가 빠르니까, 몰래 얼른 슬쩍해야 한다는 걸 아니까.
    여하간 그렇게 3년 정도? 마피아 틈바구니에서 살죠. 말투도 거칠고, 한 문장에 욕이 한 마디 이상 들어가지 않으면 간단한 말들 외에는 아무 말도 못해요. 뭐 예를 들면 이런 거. 안녕, 이거 얼마예요, 같은 말들. 그 외에는… 화장실은 씨발 어디 있는 거야? 뭐 이런 식으로 말하게 되는 거죠. 그러다가 안나라고, 같이 거리에서 살던 마이클 또래의 여자애가 있었는데, 그 애가 마피아들 손에 죽어요. 마이클은 마피아와 직접적으로는 연관이 없으니까 충격을 받게 되는 거죠. 에일이 마피아라는 것은 알았겠지만 아마 크게 신경은 쓰지 않았을 텐데, 그야 마이클도 모르니까요. 그런데 안나가 죽고 나니까 마이클은 갱단에 들어가요. 그리고는…… 네, 아시겠죠.
    트라우마 때문에 기억을 봉인한 것처럼, 잊고 지내던 에일은 저도 모르게 하나씩 마약을 끊고, 술을 끊고, 담배도 끊어요. 여자는… 그때야 뭐 워낙 어렸으니까. (웃음) 그런데도 뭔가 허전하고 멍하게 지내는 거죠. 센트럴 파크에서 멍하니 앉아있다가, 어떤 여자와 만나게 돼요. 이름은 엘레노아. 시실리안 부잣집 따님에, 당시 열일곱 살이던 에일보다는 무려 일곱 살이나 연상인 여자였죠. 에일과 엘레노아는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돼요.
    하지만 엘레노아의 아버지는 마피아라면 학을 떼는 인물이에요. 시실리아에서 벌였던 사업이 마피아 때문에 망했거든요. 에일은 나이도 이름도 직업도 신분도 모두 속인 채 엘레노아와 계속 사귑니다. 한 6개월 정도? 불 같은 사랑이었죠. 엘레노아와 만나면서도 에일은 계속 고민하는 거예요. 이건 내가 이상적으로 만들어낸 인물일 뿐 실제가 아닌데, 그렇다고 엘레노아에게 모든 걸 고백하기엔 너무 무섭고, 엘레노아를 사랑하기는 하고. 일종의 딜레마죠. 그러다가 엘레노아의 아버지에게 마피아라는 사실을 들켜요. 브루클린 브릿지에서 엘레노아의 아버지는 봉고레 패밀리를 모욕하는 발언을 하고, 에일은 순간적으로 눈이 뒤집혀서 엘레노아의 아버지를 반쯤 때려 죽여놓죠. 그 이후로는? 뭐 어떻게 됐겠어요. 자기 아버지를 반쯤 죽여놓은 마피아인데.
    그러다가 엘레노아의 아버지가 봉고레 패밀리를 욕했다는 소문이 미국 지부의 봉고레 패밀리 귀에도 들어가게 되고, 사무실을 완전히 박살내러 가게 됩니다. 그 중에는 에일도 끼어 있었죠. 아버지의 병실로 들어가려는 조직원들을 막아서는 엘레노아를, 에일은 총으로 쏴서 죽입니다. 그리고 곧바로 이탈리아로 건너오게 돼요.
    카렌이 봉고레 패밀리로 들어온 건 열세 살 무렵이고, 에일과 카렌이 만난 건 카렌이 열한 살 무렵이니 아마 카렌이 거리에서 살 때부터 알고 지냈을 거예요. 그때의 에일은 몰랐겠지만, 마이클과 카렌이 닮아서 애착을 느끼게 된 거거든요. 나중에는 카렌 자체가 좋아져버렸지만. 아, 그런 뜻은 아니고요. (웃음) 대사 중에서도 보면, 카렌이 보여준 세계가 너무 아름다워서, 계속 그의 꿈에서 살고 싶다고 그러잖아요. 에일이 알고 있는 봉고레, 에일이 아는 마피아는 카렌이 시련 때 보았던 것과 비슷한, 아니 오히려 더욱 잔인하고 혹독한 마피아인데 보스 후계자라는 저 사람은 전혀 다른 세상을 꿈꾸거든요. 처음엔 웃기지도 않는 소리, 미친 소리라면서 속으로 비웃었지만 오래 같이 지내면서 에일도 점점 동화돼요. 그러면서 카렌의 꿈을 대신 이루어주겠다고 속으로 다짐하게 되는 거죠. 아마 무슨 일이 생겼다면 에일은 기꺼이 카렌을 위해서 죽었을 거예요. 한 줌 미련조차 남기지 않고.
    엑? 잠깐, 이게 아닌데. 너무 길어졌다. (웃음) 제대로 제가 표현을 못 한 것 같은데, 사실 에일도 옛날의 기억 때문에 애정을 엄청나게 갈구하거든요. 근데 다른 캐릭터들과는 반대로, 오히려 애정을 밀어내는 쪽으로 표출하는 거예요. 내가 바라는 만큼 저 사람이 나에게 애정을 쏟아부어줄 것 같지 않으니까. 받아도 받아도 모자라다고 졸라대다가 결국 저 사람이 나를 떠날 것 같으니까. 그럴 바에야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겠다는 거죠. 대신 그 반대급부로, 얼마든 떠나도 좋은 사람들을 사귀게 돼요. 쉽게 말해서 여러 사람을 돌리는 거죠. 남자든 여자든 크게 가리지는 않아요. 사실 제법 깊고 진지하게 사랑한 사람도 중간중간 몇 명 있었는데 지금 너무 길어져버려서. (웃음) 여하간 그것도,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여자도 있고 남자도 있고 그래요. 마지막으로는 캐시를 다시 만나게 되고……, 네 뭐, 그 다음은. (웃음)
    아후, 너무 길어졌다. 이거 어떡하죠? 다른 질문 또 남았을 텐데 분명 그것도 엄청 길 거야. (웃음)

-그럼 양성애자인가요?
  • 예, 뭐 그렇기는 한데. 정확히 말하자면 성별은 딱히 신경 쓰지 않는 거죠. 남자면 동성이니까 편하고, 여자면 또 달라서 재밌고. 그냥 사람이면 되는 거예요. (웃음) 자신에게 애정을 줄 수 있으면 되니까요. 애완동물은……, 솔직히 동등한 입장이 아니잖아요? (웃음) 그러니까 그건 또 별개죠.

-그렇게 따지자면 릭이나 레이리아의 고백을 받아줄 수도 있을 법한데요.
  • 취향 상 에일이 연상 취향인 것도 있고 (웃음) 정확히 말하자면 이것도 연상 취향은 아닌데, 자길 좀 보듬어주고 살펴줄 수 있는, 본인이 기댈 수 있는 사람을 원했던 거죠. 남자보다는 여자 애인이 더 많았던 건 받아본 적 없는 모성애에 대한 보상심리 뭐 그런 개념이랄까요. 여하간 릭이든 레이리아든 에일이 진지하게 고려하기에는 너무 어렸던 거예요.
    아, 이건 농담이 아니라. 그러니까…… 에일도 다 겪어본 나이지만, 그때는 정말 혈기밖에 없거든요.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하는데, 사실 그건 진짜 좋아하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슬프다는 말이 슬프지 않은 것과 같은 이유죠. TV 성금 모금하는 프로그램에 아나운서가 나와서, 정확한 발음으로 안타깝습니다. 슬픕니다. 하는 얘기만 반복적으로 읊어대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누가 ARS 전화번호를 누르고 정기 후원을 할까요? 그럼 이번에는 아프리카 기아의 드러난 갈비뼈를 찍어 보여주거나, 파리가 얼굴에 앉아도 쫓아낼 기력조차 없이 무기력하게 주저앉은 사람들을 보여준다고 생각해보세요. ARS는 폭주할걸요.
    조금도 구체적이지 않고 막연하기 때문에 에일은 릭이 좋아한다는 말도 레이리아가 좋아한다는 말도 믿지 못해요. 그저 의심하고, 자기 감정에 대해 잘 몰라서 착각하는 거라고 치부하죠. 겁이 너무 많은 거예요. 첫사랑은 제 손으로 죽이고, 만나는 애인마다 번번이 불행하게 인생이 끝장나고 말았어요. 에일은 항상 자신이 좋아했던 모든 사람들의 인생을 어떤 식으로든 완전히 끝장내면서 관계도 끊어지게 만들었어요. 누가 두려워하지 않을까요? 조금만 호의를 보여줘도, 저 사람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기뻐할 거라는 걸 알아요. 그게 더 잔인하잖아요. 아마 릭이든 레이리아든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지도 모르겠네요. (웃음) 앗, 잠깐, 아니다. 작가님은 그런 거 신경 안 쓰셔요. 원래 인물을 파멸로 몰아가는 걸 원체 좋아하는 분이셔서. (웃음) 원래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작품도, 엔딩 부분을 묘하게 비틀어서 비극인지 희극인지 알 수 없게 하시는 것이 주특기거든요. 작가님 손에 걸리는 로맨스는 다 작살나는 거예요. (웃음)
    아! 그거 궁금하시겠네요. 마지막에 나왔던 낡은 총과 낡은 타자기. 사실 둘 다 화면에 잡히기는 많이 잡혔었는데. 작가님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명언이 그거거든요. 체호프의 총. (웃음) 낡은 총 같은 경우에는 에일이 아폴로니아를 나올 때, 카운터에서 발견한 총이에요. 타자기 같은 경우에는 직위를 넘겨 받으면서 같이 받게 된 거구요. 글쎄요, 의미는... (웃음)

-각 캐릭터들과의 관계도 궁금한데요.
  • 설명하기 난감한 질문이네요. (웃음) 음… 그럼 중요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 상징적인 의미나 숨겨진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서 설명이 필요해 보이는 관계만 짧게 설명해드릴게요. 아, 길어질 거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데……. (웃음)
    이미 했던 말 같은데, 카렌과 마이클은 서로 닮았어요. 아, 정말로 생긴 게 닮았다는 건 아니에요. 그건 모르죠. 에일이 기억하고 있는 마이클은 그저 서글서글한 녹색 눈, 백인, 어두운 머리색 정도가 끝이에요. 정확히 무슨 색인지, 이목구비는 어떻게 생겼는지 뭐 그런 건 하나도 기억 못해요. 사진도 없구요.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그냥 에일이 기억하는 마이클의 마지막 모습과 카렌이 비슷했던 거죠. 그러니까 어린애 주제에 악에 받친 모습이요. 그래서 왠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묘한 친밀감과 미안함 같은 걸 느껴요. 마피아라는 사실은 당연히 숨겼을 거예요.
    근데 어쩌다보니 이 사람이 보스 후계자가 됐네요? 당연히 반대하죠. 인정 안 하려고 해요. 아직 어리고 몸도 약한데, 게다가 보스라는 직위가 얼마나 위험한 건지는 에일도 잘 알잖아요. 근데 이미 후계자로 결정된 건 결정된 거고 거기에 자신의 의견이 들어갈 부분은 없고.
    카렌이 커가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이야기를 에일에게 많이 했을 거예요. 솔직히 에일 입장에선 허황된 이야기잖아요. 그런데도 한 번쯤은 믿어보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해요. 왜냐면 거기서는 아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다 컸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에일도 철이 안 든 거죠. (웃음)
    에일은 카렌을 좋아하고, 꽤 아끼기도 하고, 제법 오랜 시간을 보고 지내긴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둘 사이가 친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아요. 십년지기라고는 해도 끈끈한 유대감 같은 건 없죠. 에일은 카렌의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많이 알지만, 카렌은 에일에 대해 하나도 몰라요. 일부러 말하지 않은 거예요. 일부러 가까이 지내지 않은 거죠. 고의적으로.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사람에 대한 신뢰가 낮은 상태일 뿐더러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은 전부 불행해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카렌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거리를 둔 거죠. 그래서 십년지기인데도 그렇게 친해 보이지는 않는 거예요. 단지 일방적으로, 에일이 카렌에 대해 알고 있을 뿐, 친하지는 않다는 관계도의 설명이 그래서 나온 거죠. 그 펍에서 만났을 때 그러잖아요. 에일에게 키위 알러지가 있다는 것도 카렌은 몰라요. 말해줘서야 뒤늦게 깨닫죠.
    다음은… 음. 레이리아는, 처음부터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요. (웃음) 이유 없는 적의는 없다고들 하죠. 보통 상대를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건, 그 상대가 갖고 있는 자신과 비슷한 부분을 발견했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아니라면 남은 이유는 하나죠. 자신이 간절히 원하고 소망하는 것을 분에 넘치도록 갖고 있을 때. 본인이 자각하고 있건 아니건 그것만은 확실하죠. 에일은 어느 쪽이었냐구요? 글쎄요. 둘 모두인 것 같은데. (웃음)
    에일은 레이리아를 보면서 반복적으로 '이기적이다, 제멋대로다'라고 말하거든요. 이기적이라는 건 에일 자신이 갖고 있는 부분 때문에 그런 거예요. 제멋대로인 건, 에일이 가장 바라던 거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거든요. 직위 때문에 그런 건 아니에요. 자기 마음대로 하면 죽도록 두들겨 맞는다는 사실이 무의식 속에 깊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 자기가 해야 하는 일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는 거예요. 속으로는 화를 내고 짜증을 내고 괴로워 하면서도. 에일은 한 번도 자신의 일을 즐긴 적이 없어요.
    그런데 레이리아가 나중에 고백을 하죠. 사실 그 전부터 에일은 알고 있었어요. 음, 언제부터라고 하면 될까요……. 그러니까……. 으윽. 모르겠다. 미래편이 끝난 다음 레이리아가 처음 병문안을 왔을 때? 아니면… 타뷸라의 늑대? 잘 모르겠네요. 그냥 그 무렵부터 어렴풋이, 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에일 입장에서 보자면, 우습죠. 자신은 레이리아를 싫어하고 그걸 특별히 숨기거나 감출 생각도 없거든요. 필요하지 않기에 공공연히 적대하지 않는 것뿐. 한 편으로는 화가 나요. 왜 화가 났는지 이유는 모르지만요. 그 전에 레이리아가 카렌한테 고백을 했다는 걸, 에일은 알거든요. 첫째로는 카렌에게 고백했다는 사실 자체 때문이고, 둘째로는 고백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다시 자신에게 고백했다는 것때문에요. 나중에 가서 폭발하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에요. 일과 에일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거든요. 자존심 때문에라도 인정하지 못하는 거예요. 남, 혹은 다른 사물과 자신을 자신과 비교한다는 걸. 그 비교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아, 그리고 이건 엔딩 즈음 에일의 행동과도 관련이 있는데. 그… 이름을 뭐라고 해야 하지. 부활절 이벤트? (웃음) 그러니까 달걀 찾는 인간 팀이랑 달걀을 보호하는 토끼 팀이랑 나눠서 했던, 그거요. 잘 생각해보세요. 에일은 합리적이에요. 비록 토파지오와 사이가 좋지 않기는 하지만 아콰마리나와는 사이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죠. 그리고 토파지오는 아콰마리나의 말을 잘 듣는다는 걸 알아요. 그럼 에일 입장에서는 아콰마리나와 대화를 해서 협상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고, 이득이죠. 근데 그냥 쏴버리잖아요. 아무 생각 없이, 단순히 빼앗아야 하기 때문에 그랬을까요? 아니죠. 에일은 판단한 거예요. 자신이 사라지기 전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제껏 그랬던 것처럼, 제 손으로 끝장내야 한다는 걸. 조이엘로 패밀리와 돌아서는 가장 쉬운 방법이 뭐겠어요. 보스인 암브라를 건드리거나, 아니면 막내인 아콰마리나를 건드리는 거죠. 사실 단순히 달걀이 목적이었다면 롤리타 운운하는 소리는 꺼내지 않았어도 돼요. 폭언이죠, 그건. 에일의 판단은 옳았어요. 단번에 아콰마리나를 화나게 만들었고, 조이엘로 패밀리와도 돌아서게 되었으니까요.
    자, 바리아와는 원래 별로 관계가 없었지만, 보스인 레이리아와 반목하게 되었죠. 조이엘로 패밀리는 토파지오와 아콰마리나를 건드리면서 또 반목하게 되었죠. 이제 별로 봉고레에 미련을 남기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요? 별로 아쉬워하지 않겠죠. 계획이 성공적으로 먹혀 들어간 겁니다. 갑자기 사라지더라도 걱정하면서 행방을 수소문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음, 그리고 어디보자… 이제 남은 사람이… 릭 정도인가요? (웃음) 이건 어디서부터 얘기를 꺼내야 할 지 모르겠는데. 그럼 패스할게요. (웃음) 장난이구요. 근데 릭과의 관계는 이미 전에 나왔던 질문이나, 인터뷰에서 다 한 것 같은데. 아. 이거 궁금하시겠네요. 그래서 결국 좋아한 거냐, 아닌 거냐! (웃음) 엔딩 때라던가 중간중간에 이런저런 행동들, 대사들 때문에 오해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 (웃음) 결론만 말씀다리자면 좋아한 적은 없어요. 그러니까 릭이 원하던 의미로는요. 엔딩에서였나, 에일이 그러거든요. 당신을 추억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근데 만약에 에일이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릭을 좋아했던 적이 있다면, 그런 말은 못해요. 그렇다고 미안해 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에요. 만약 정말 한 번이라도 사랑한 적 있다면, 아마 죄책감 때문에라도 자살했겠죠. 근데 살잖아요.
    에일에게 있어 릭은 날 안아주고 날 울게 하고 날 상처 주고 날 괴롭히고 날 지배하고 날 살게 하는, 그런 사람이죠. 미워하고 증오하지만 순수한 감정은 아니에요. 글쎄요, 뭐라고 해야 할까요……. 분명 느끼는 감정은 있는데, 그걸 말로 표현하긴 좀 그렇네요. 말하는 순간 딱 '이러이러한 것이다' 하고 정의가 내려질 것 같아서. 설명하기 힘든 간극과 행간이 있거든요.
    뭐 이건 작가님 생각이고. (웃음) 원래는, 작가와 배우의 생각이 다르면 안 되는데……, 이게 어쩔 수 없나봐요, 작가는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판단하는데 배우는 직접 캐릭터와 동화가 되야 하니까 아무래도 서로의 해석에 간격이 벌어질 수밖에 없어요. 좋은 배우가 되려면 아직 멀었나봅니다. (웃음) 그래서 배우인가? 계속 배워야 하니까? (웃음) 시덥잖네요. 죄송합니다.
    아니, 그래서. 자꾸 다른 데로 새네요. 간단히 말하자면 (사이) 사실 간단히 말할 얘기는 아닌데. (사이)
    그러니까,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릭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느냐 몰랐느냐 뭐 거기서부터 설명하면 좋을까요? 아님 그 전부터? 네, 그러니까 그 전에는 사실 별로 신경 쓰지 않았죠. 그냥 업무적으로 만나는 사이? 그러다가 릭이 들어오면서, 처음에는 둘 관계가 썩 나쁘진 않아요. 특별히 호감은 아니었지만, 그냥 필요에 의해 에일은 알려주고 질문도 받고, 릭은 배우고 질문도 하고, 뭐 그런 관계죠. 신입사원 뭐 그런 느낌은 아니고... 다른 회사 다니다가 스카우트 된 사람은, 아직 새로 들어온 회사의 회의 방식이나 폴더 정리 방식 같은 걸 잘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같은 직급의 사람이 알려주는, 뭐 그런 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여하간 처음에는 그랬는데. 예전에는 그냥 카페나 펍 같은 데서 만나서 여기로 가서 어떤 일 하시면 됩니다, 하고 알려준 다음 술이나 한 잔 마시고 헤어지는 관계였다면 봉고레 패밀리는 일종의 군대잖아요. 좋든 싫든 매일 같은 곳에서 생활하면서 얼굴 마주하게 되는. 그렇다보니 서로 원래 성격이 드러나는 거죠. 아무리 감추고 숨기려고 해도 안 되는 천성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게 드러나면서, 사사건건 부딪혀요. 에일은 꼼꼼하고 세심하고,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처음 할 때 완벽하게 해야 두 번 세 번 고생 안 하고, 절대 남에게 의지하거나-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하는데 릭은 대충대충, 큰 맥락만 이해하면 세부 내용에는 별로 관심이 없던가 아니면 나중에 천천히 익혀도 된다고 생각해요. 에일이 보기에 릭은 두 번 세 번 다른 사람들 피해 주면서 의미 없이 시간 낭비하는 꼴이고, 릭이 보기에 에일은 너무 빡빡하고 재미 없는 사람이었겠죠. 하나부터 열까지, 취향이나 성격 일처리 방식 등등 죄다 반대란 말이에요. 직접적으로 대립하지 않으니 화가 난다던가 하지는 않아도, 귀찮고 짜증은 나죠. 물론 시발점은 그거였어요. 릭의 핸드폰. 거기서부터 모든 일이 꼬이기 시작한 거죠.
    그러다가 갑자기 릭이 키스를 하는데. 솔직히 타이밍 되게 뜬금 없잖아요. 아, 이건 관련 없는 얘기긴 한데 진짜 못하긴 못해요. 이게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하는 법을 잘 모르는 것 같애. 아직 어려~ 애기야, 애기. (웃음) 솔직히 아팠어요. 그때 막 입술에 멍 들고... (웃음) 여하간 그 전에 손을 달라던가, 릭이 주변에서 어슬렁거릴 때, 에일 식으로 표현하자면 집적거린다 정도인데 (웃음) 그 무렵부터 어렴풋이 그럴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면서도 에이 설마, 설마 하면서 그냥 넘겼는데 진짜 한 거죠. 그렇다고 그게 기분이 좋았다거나 뭐 장난으로 받아넘길 정도로 사이가 좋은 편이라면 모르겠는데 일단 호감도는 많이 깎인 상태거든요. 기분 나쁘죠, 솔직히. 아픈 것도 아픈 건데 (웃음) 그보다는 불쾌감? 네. 그런 게 강했죠. 그래도 일단은 참고 넘어가요. 내가 저거 건수 하나 큰 거 잡아서 콱 밟아버려야겠다,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그 다음에는, 아시겠지만, 빵! (웃음) 에일은 처음에 자기가 시킨 것 때문인 줄 알고 당황하다가 본인이 설치하라고 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안심하죠. 음... 못됐다. 릭이 멘붕을 하고, 거기까진 알겠는데, 의료진 요녀석들이 날 부르네? 내가 뭘 안다고... (웃음) 그렇게 핸드폰을 가져오고, 치사하긴 하지만 그걸 이용해먹다가 또 싸우... 어? 잠깐만. 이게 그 전 아닌가? 어? 뭐지? 막 헷갈려. (웃음) 하튼 이름 지어달라고 오고, 그 이름 보면 되게 성의 없잖아요. 만약에 조금이라도 상대방을 생각했다면 그런 식으로 짓지는 않죠. 뭐예요, 이름도 미들네임도 성도 전부 하나로 통일해버리고. 사실 에일은 이름, 불리는 것에 대해 의미를 많이 부여하거든요. 일단 본인부터가... 그런 식으로 이름이 지어졌는데요. 저런 식으로 지었다는 건 좀 너무한 거죠. 모르고 했다면 모를까 알면서도 저렇게 지었다는 건요. 그리고 이번에는 불쾌감 정도가 아니라 아예 릭을 정신병자 취급하죠. (사이) 생각해보니까 틀린 건 아니잖아? 뭐야.
    그리고 업류도에 가서, 술에 취한 상태로 릭이 아닌 테오도르에게 한 번만 이런 짓 했다가는 면상을... 날려버리겠다에요? 갈겨버리겠다에요? 갈아버리겠다인가...? 여하간 구워서 먹겠다 뭐 이런 논조로 얘기를 한 다음 지 혼자 기분 나빠져서 확 나가버리거든요. 그러니까 내내 에일은 기분이 나쁜 거죠. 릭이 어떤 의미로든 자기를 좋아한다는 건 알겠는데. 이쪽은 전혀 아니거든요. 자기 식으로만 밀어붙이는데 누가 좋아해요. 근데 이게, 거의 엔딩까지 지속돼요. 불쾌감. 이게 해소가 되지 않고, 오히려 가중되고 심화되거든요? 알아차리신 분이... 안 계실 것 같네요. 저도 솔직히 이해하느라 엄청 애 먹어서 (웃음)
    그 타뷸라의 늑대 때요. 레이리아랑 만났을 때는 상태가 점점 더 악화되다가, 라셰를 만나면서 급격하게 호전이 되거든요. 그게 그냥 그런 것이 아니라요. 그 전에 병상에서 에일이 자꾸 자해를 하잖아요. 일반적으로 리스트 컷 신드롬 같은 경우에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걸 느끼고 싶어서, 아니면 타인의 관심을 받고 싶어서 그런 거거든요. 에일 같은 경우에는 둘 다 아니에요. 자기 몸에 대한 통제권을 자신이 갖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해서 그러는 거거든요. 자신이 살아있다는 걸 느끼고 싶어서 자해하는 것과는 다르죠. 타뷸라의 늑대 때 마을에서 만났을 때, 레이리아는 에일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본인이 하고싶은 대로 행동했어요. 물론 에일 역시 그게 필요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죠. 그리고 그 전의 만남이 제가 기억하기로는 아마 병실에서 발작을 일으킬 때가 끝이었을 거예요. 별로 좋지 않은 상태에서 별로 좋지 않은 상대를 만난 거죠. 그래서 평소보다 더...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까칠하게? 적대적으로? 그렇게 대하는 거죠.
    반대로 라셰는 빈 집에 들어가는 것이 좋겠다는 것에도 에일의 동의를 구해요. 결정권이나 자기 주도권 같은 걸 주는 셈이죠. 그 전의 상황에서 독백으로 내내 에일이 반복적으로 말하는 단어가 있어요. 무력감, 혹은 무기력함이요. 사실 그냥 전반적으로 많이 나오는 단어 중 하나인데, 라셰가 에일의 의견을 존중해주면서 천천히 회복되는 거예요, 정신적으로.
    근데 이걸 그 상황 하나에만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에일 같은 경우에는 어릴 때부터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가 없었잖아요. 무시당하는 건 당연하고 그랬다가는 두들겨 맞고 그랬으니까요. 근데 이제는 컸으니까,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는 있어요. 사실 이렇게 되기까지도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웃음) 하지만 별로 타당한 이유도 없이 지속적으로 자신을 무시하고, 말하는 것을 듣지 않으려고 들면 그때와 같은 참담함을 느끼게 되는 거예요. 여전히 나는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하고. 언제였더라? 에일이 그런 독백을 하는데. 나는 결코 나를 벗어날 수 없어서 언젠가 그로 인해 죽게 될 거라는, 뭐 그런 뉘앙스로요. 독백 같은 거 하나하나에 다 의미가 깃들어 있는 거예요. 그냥 나오는 건 없죠.
    여하간 릭이 계속 그러죠. 릭에게는 사소할지 몰라도 에일에게는 중요해요. 별다른 이유도 없이 나를 무시한다는 것. 처음에도 그랬지만, 나중에 관계가 조금 더 발전 된 이후에도 계속 그러죠. 에일은 분명하게 얘기했어요. 그만 두라고, 하지 말라고. 무시한 건 릭 쪽이죠. 릭 입장에서는 타당한 이유가 있을는지 몰라도 에일에게는 아니에요. 충분히 납득되지 않았고 충분히 확실하지 않았던 거죠. 릭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건, 에일 입장에서는 단순히 본인의 자유에 대한 침해 혹은 의견 무시, 나아가서 자신 자체를 무시하고 깔보고 짓밟는 거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거예요. 불쾌감 정도가 아니라, 이건 아예 공포죠. 자신을 유년 시절의 환경 그대로 돌려놓는 꼴이니까요.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 아예 기억에서 지워버렸던 끔찍한 공포의 순간으로. 심지어는 제발 그만 두라고 빌면서 당신이 무섭다고 하는데도 릭은 그만 두지 않아요. 릭도 버림받았고 자기 확신이 없지만, 에일 역시 마찬가지라는 걸 이해하지 못한 거죠.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모습이 모두 그것의 역반향이라는 걸, 전부 연기고 교묘하게 꾸며낸 거짓말이라는 걸, 릭은 몰랐던 거예요.
    릭은 에일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고 했지만 사실상 그에게 뭔갈 물어본 적도 없어요. 물론 물어봤다 하더라도 쉽사리 대답해주지는 않았을 테지만, 하다못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고 있지 않을 거예요. 릭이 사랑한다고 하는 말들도 에일 입장에선 모두 공허하게 들리죠. 나를 존중도 배려도 이해도 하지 않는 사람인데.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랑한다고 하는데, 그가 보고 있는 것은 전부 자기가 꾸며낸 것들이거든요. 에일이 만들어낸, 자신의 기준에서 정말이지 절대적이고 완벽한 사람. 근데 실상은 그렇지 않거든요. 얼마나 자신이 비합리적이고 아무 근거조차 없는 미신에 사로잡혀있고 자기모순과 자기부정이 대단한지, 에일은 알아요. 정신분열증이 표면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뿐이지 정신적 문제나 결함 같은 것은 웬만한 캐릭터들보다 더 강하죠. 다만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에요.
    에일이 지나치게 에둘러 표현한 것도 있긴 하지만, 심지어 릭은 에일의 말이 무슨 뜻인지조차 알지 못해요. 아마 릭의 집무실? 방? 그런 곳이었던 것 같은데. 거기서 에일의 대사 중에 그런 게 있어요. "난 당신 앞에서 무력해요." 하는... 그걸 릭이 똑같이 받아치지만, 대사의 내용은 달라요. 에일의 대사는 릭의 무시 때문에 내가 존중받지 못하므로 내가 무슨 말을 하건 당신에게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을 아니까 릭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 거고, 릭의 대사는 에일 앞에서는 무장해제가 된 것처럼 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죠. 같은 대사지만 뜻은 정 반대에요.
    그 씬을 다른 뜻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꽤 계시는데... 아마도 그건 제가 표현을 잘 못한 까닭이겠죠. (웃음) 그건 자기부정이었어요. 릭에 대해 긍정을 표시한 게 아니라, 본인에 대한 부정이요. 표면상으로는 둘이 비슷해 보일 지 몰라도 결과는 전혀 딴판이에요. 타인 긍정이든 자기 부정이든, 씬의 끝에서 에일이 릭을 안아준다는 것은 같을 지 몰라도 거기서의 감정은 달라요. 맨 끝에 아마 오든의 시구를 인용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왜... "내 믿음 없는 품에 안긴 그대여" 하는 부분이요. 정확히 뭐였지? 영어로는 외우고 있는데 대사로는 약간 변형이 되어서, 잘 기억이 안 나네요. (웃음) 아마 그것 때문에 오해하신 분들이 많을 거예요.
    에일이 나비라면, 릭은 곤충학자인 셈이죠. 도망치고 싶어 발버둥 치는 나비를, 곤충학자는 핀으로 꽂아 박제해놓으려고 하는 것처럼요. 릭은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에일에게 어느 정도로 무자비한 폭력이 되어 돌아가는지 알지 못했을 거예요. 에일이 표현하지 않았으니까요. 에일은 릭이 아니고 릭 역시 에일이 아니라는 걸, 적어도 에일은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그 뜻이 정확히 뭔지 파악하지는 못했던 거죠. 왜, 널리 알려진 사실을 정말로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다들 그러잖아요.


-그럼 혹시 숨겨진 상징적 의미 같은 것이 더 표현되는 부분이 있나요?
  • 대사로는 제가 전부 기억하지 못하구요. 하나만 꼽자면,귀신? (웃음) 사실 제가 연기하는 에일은 아니구요. 어린 에일, 그러니까 아역인 성준이가 하는 대사인데 (웃음) 초반에 계승식 이후 파티 때 아인과 처음 만났을 때도 나오고, 20년 전 과거의 나미모리에 갔을 때 현재의 봉고레 성에서, 릴리를 만나서도 그러거든요. 귀신이 싫다고. 어… 귀신이라는 건 사실 알돈자를 상징해요. 다섯 살에서 여덟 살 때까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요. 릴리를 만났을 때 그러잖아요. 자기가 먼저 귀신을 만나서 죽으면 어떡하냐고. 그때의 에일은 아직 어리다보니까, 이러다 정말 내가 죽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너무 무서운데, 다섯 살 이전의 알돈자는 분명 에일에게 잘 대해줬거든요. 그러니까 그 기억 속의 알돈자와, 현재의 자신을 학대하는 알돈자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거예요. 기억 속의 알돈자는 좋은 사람이고 학대하는 알돈자는 괴물, 귀신, 이렇게 표현하는 거죠. 아인이 귀신이 온다고 하니까, 알돈자가 와서 자길 두들겨 패고 욕을 하고 집어 던질까봐 바닥에 바싹 엎드려서 빌거든요. 그러다가 릴리랑, 대화하면서 그러거든요. 자기가 귀신하고 엄청 용감히 싸웠다고 얘기해달라고. 사실 그건 에일의 바람이에요. 때리고, 발로 차고, 높은 곳에서 집어 던지고, 피도 이렇게 분수처럼 막 튀고. 귀신이 자기한테 했던 걸 그대로 돌려주는 거죠. 돌려차기나 날라차기, 이런 건 사실 에일이 못하는 거거든요. 근데 얘도 결국 자기가 이길 수 없다는 걸 아는 거죠. 끝에서는 귀신한테 잡혀간다고 하잖아요. 어린애 치고는 좀…… 슬픈 이야기죠. 폭력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음… 에일과 에피와 에리얼의 관계는 이미 설명한 적 있고. 또 뭐 있지? 참, 알러지 때문에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건 그냥 저한테 있어서 그래요. (웃음) 아무 의미 없습니다. 고기를 거의 먹지 않는 건 칼을 못 써서 그런 거고...
    코피는 뇌수술의 여파도 있는데, 사실 그냥 제가 자주 흘려요. (웃음) 촬영 할 때도, 산이라 식사 차량을 끌고 오기 힘들어서 컵라면으로 대충 때우고 있었는데 누가 막 호들갑 떨길래 봤더니 코피 나고... 일부러 분장한 것도 있지만 진짜로 흘린 것도 있어요. (웃음) 그렇다고 상징적 의미가 없는 건 아니구요. 에일 같은 경우에는 뇌수술을 꽤 여러 번 받았거든요. 세 번이요. 그것도 전부 큰 수술이었죠. 그래서 그 반향으로 열이 자주 오른다던가 현기증이 나고 코피를 자주 쏟는다던가,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요. 그리고 약을 먹는, 하나가 아니라 십수 개씩 한 번에 삼키는 장면이 몇 번 있었는데, 그게 여러 번에 걸친 수술의 여파로 인해 에일이 복용해야 하는 약이에요. 한 번 그렇게 먹고 마는 게 아니라 매일매일 그렇게 먹지 않으면 버티질 못해요. 약을 끊으면 죽는다고 봐도 무방하죠. 심지어 그런 약이 어디서 쉽게 구할 수 있겠어요? 아니죠. 어떤 것은 봉고레 자체에서만 생산 가능한 약도 있을 텐데.
    근데 몇 년쯤 지나서, 릭과 만났을 때. 에일은 말짱하게 살아있잖아요. 앞이 보이지 않지만 어쨌든 나름대로 살아가고 있어요. 그러니까 약이라는 건, 굳이 따지자면, 에일의 강박증이나 자기 규제 같은 걸 뜻해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죽는다'라고 생각하는 강박증이요. 거기서 풀려났다는 거죠. 결과적으로 보면 좋은 일이긴 하지만...
    아, 방이요. 집무실이 굉장히 삭막하잖아요. 가장 자주 나왔던 집무실부터 볼게요. 흔한 그림이나 사진, 꽃 하나도 없고. 정말 필요한 것들만 있어요. 디자인보다는 실용성 위주로, 앉아서 자주 쓰는 물건들을 사용하기 편한 배치로 놓은 것뿐이죠. 그나마도 적당히 쓰고 적당히 두면 모르겠는데, 똑같은 위치에 똑같은 각도로 놓죠. 침실이나 드레스 룸, 심지어는 욕실과 화장실도 마찬가지에요. 침실에는 정말 침대 하나와 자명종을 둘 콘솔 하나가 전부죠. 자다가 목 말라서 마실 물 한 컵도 없어요. 드레스룸은? 더 심하죠. 거의 수트 기성복 전문점 수준이에요. 손수건이나 넥타이는 돌돌 말려서 있고, 수트는 세트로 짝지어져 비닐 덮개까지 씌워놨죠. 정장의 단추는 물론 셔츠 단추까지 전부 채워놓고, 새것처럼 빳빳하게 다린 상태로요. 욕실은 브랜드가 아니라 비슷한 향이 나는 종류끼리 또 향수를 줄지어 세워놓고, 면도기나 면도크림 등 세안도구 일체를 여행이라도 가는 사람처럼 깔끔하게 세면팩에 넣어놓고 있거든요. 수건은 곱게 삼답으로 접어서 빽빽하게 채워두고. 강박증이 있다고 해도 이건 좀 너무한 수준이죠. (웃음) 반면 휴게실은 부드럽고 편안한 분위기에요. 중앙에 커다란 그랜드 피아노가 있고, 한 쪽에는 바리네즈미 인형이 있고, 그 외에도 관악기며 현악기, 좋아하는 작가의 책, 그림과 사진 등등……. 벽지만 해도 무늬 하나 없이 그냥 하얗기만 한 다른 방들과는 다르죠.
    방은 에일의 내면세계를 상징해요. 딱딱하고 건조하고 메마르고 차가운. 거실은 심지어 아무것도 없이 휑뎅그렁해요. 소파나 TV 같은 거라도 하나쯤 있을 법한데, 있는 거라곤 에리얼의 집무용 책상과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샹들리에 하나 뿐이죠. 유일하게 사람이 사는 곳 같고, 생동감 넘치는 곳은 휴식실 뿐이에요. 그런데 에일은 휴식실에 들어간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문도 항상 굳게 닫혀 있죠. 휴식실이 제대로 나온 씬은 오직 엔딩 때, 사람들이 에일의 집무실을 뒤지면서 그랜드 피아노 뚜껑 안을 가득 채운 에일의 유서 같은 원고들을 발견할 때 뿐이에요. 하나같이 비극적이고 우울하고 암울하고 침울하게 끝맺는.
    엔딩 같은 경우에는 역설이랄까요? 년도는 알 수 없지만, 8월 4일이면 한여름이잖아요. 가장 햇볕이 좋고 찬란한 지중해에서 뛰어내리는 거고, 릭과 다시 만났을 때는 꽃이 한창 피기 시작할 4월 무렵이고. 함지박만한 목련이 꽃송이 채로 뚝뚝 떨어진다는 게... 이화 도화 행화 벚꽃이 휘날리고, 진달래가 피기 시작하고, 개나리가 만발하고 새 나뭇잎으로 물든 그 예쁜 곳에서. 지독한 역설이죠. 시로 따지자면 대조로 인한 슬픔, 혹은 떨어지는 꽃잎에 대한 감정이입 정도로 분석하려나요. (웃음)
    그러니까… 음……. 으윽. 그냥 저 정도면 다 알아들을 수 있으시죠? 뭐라고 더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웃음)

-엔딩이 여러 번 바뀌었다고 하시던데요, 원래는 어떤 내용이었나요?
  • 이... 게 그러니까 (웃음) 저는 두세 번 정도 바뀐 건줄 알았는데, 다 끝나고 작가님께 여쭤보니까 거의 열 번 가까이 바뀐 것 같아요. 처음에는... 아. 캐릭터 설명에 그런 말이 있잖아요. 고흐를 연상시키는 압생트 빛의 눈이라고. 원래는 비슷하게 끝낼 생각이셨대요. 왜, 고흐의 귀가 잘린 이유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분분하고. 맨 처음부터 총이 나왔던 이유도 사실 그거였거든요. 심장을 향해 쏘려고 했었죠. 갑자기 내용이 바뀌게 된 이유는... 비밀입니다. (웃음) 사실 이 엔딩이 마음에 들어서 저도 하겠다고 했던 건데요. 바뀐 데는 아무래도 이유가 있겠죠? (웃음) 바꾸게 된 것도 제가 동의해서 바뀐 거니까요.
    그 다음에는 개죽음. 이건 제가 말하는 게 아니라 작가님 표현을 그대로 옮기는 거라... (웃음) 그러니까 젊은 나이에, 채 서른이 되기도 전에 자동차 사고라던가 비행기 추락 같은... 그랬는데 너무 허무하게 끝나는 것 같아서, 아예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것처럼 끝내려고 하셨는데. 그렇다기보다는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자살을 시도하는데 실패해서 평생 반신불수나 지체장애를 갖고 살아간다거나, 최소한 식물인간 혹은 반신불수. 그랬더니 끝이 너무 지저분하다고 그냥 자살 시도 성공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릭이라는 캐릭터가 새로 등장하면서 약간 꼬인 거죠.
    처음에는 릭을 이용해서 에일이 죽는 것을 생각하셨대요. 처음에는 우발적인 살인, 그러니까 이것도 개죽음의 연장선... 이었겠죠. 그랬다가 나중에는 에일의 계획에 의한 의도적... 이걸 자살이라고 해야 할까요, 타살이라고 해야 할까요. (웃음) 여하간 그랬다가, 릭이라는 캐릭터와 맞지 않아서 포기하셨대요. 작가님 생각으로는 이걸 가장 마음에 들어 하셨던 것 같아요. 왜냐면 릭의 무기가 나이프니까요. 에일은 언젠가 자신이 칼로 인해 죽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릭이 에일을 죽이면 그건 칼로 죽게 되는 거잖아요.
    그 다음이 첫 번째 엔딩이요. 그렇게 바다에 떨어지고,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 채로 끝내려고 했는데 시청자 반응이... (웃음) 그 다음에는 북간도가 아니라, 유럽의 어느 작은 마을의 술집 혹은 펍 같은 곳에서 마주치고, 곤란해하는 에일에게 릭이 도움을 주고, 헤어지려는 찰나에 에일이 혹시 우리 어디선가 만난 적 있지 않느냐고 물으면서 끝내려고 했는데 이것도 맞지 않아서 기각했구요. (웃음) 북간도에서 만났을 때, 꽃이 뚝뚝 떨어지는 그걸 아웃포커싱으로 잡으면서 끝내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더 이어지게 된 거죠.
    그리고 원래는 (웃음) 거기서 제가 울면 안 되거든요. 담담하게 끝내야 하는데... 이 씬만 다섯 번 넘게 찍었거든요? 근데 제가 계속 우는 거예요. 아니, 솔직히 그렇잖아요. 얼마나 미안해요. 증오하고 저주하고 폭탄이 터졌을 때 알이 아니라 당신이 죽었어야 했다고 소리치던 사람을, 자신에게 총을 두 번이나 쏘고 눈 앞에서 자살하려던 사람을, 끝끝내 떠나버린 줄 알았더니 주소와 흔적을 남긴 사람을, 그런 주제에 자길 잊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살아달라는 계약까지 반 강제적으로 맺어놓은 사람을... 자기 다리까지 반 병신으로 만들어놓다시피 했는데. 그런 사람을, 거의 십 년이 지나도 잊지 않고, 그렇게 결국 다시, 찾아왔는데, 원망 한 번 안 하고... (울컥)
    (잠시 인터뷰가 중단되었다가, 다시 재개)
    아. 죄송합니다. 여하간... 고맙죠. 엄청 고맙고 사무치도록 미안한데, 여전히 사랑하지는 않잖아요. 그게... 얼마나... 예. 그래서 자꾸 울어버려서... 원래는 그냥 목소리만 듣고 알아차리고 손을 댄다거나 그런 거 없었는데, 그래서 원래 대사를 거의 못했어요. 그거 되게 좋은 대사 많았는데... 그게 좀 아쉽긴 하네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