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한다. 사관생도들.
인류는 지금까지 새빠지게 고생했고, 그 결과 나뭇가지 하나를 들고 썩어버린 고깃덩이 하나에 피터지게 싸우던 구인류에서부터
우주선을 띄워 우주로 진출한 신인류에 이르기까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사건들을 겪었지.

우리는 인류의 황금기에 도달했다고 생각했다. 저 거지같은 리퍼들이 거나하게 뒤통수를 후려 갈기기 전까지는.

그 개 같은, 아니 정말 개처럼 생긴 그놈들을 막기 위해서 수백만, 수천만, 아니 수억에 달하는 군인들의 모가지가 날아갔다. 이건 비유가 아니다, 제군들.
정말 물리적으로, 군인들이 목이 날아가서 전장에서 죽어갔다. 그런 과정에서도, 인류는 서로 싸워대었고, 분열되었다. 한 마디로, 병신 짓을 했다.

전장에서 병신 짓을 한 결과가 무어라고 생각하나? 그렇다. 그 결과는 패배였다. 적을 알고 나를 알라. 저 옛날 어떤 전략가가 그런 말을 했다지.
적을 알기는 커녕, 우리는 자기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싸우기 바빴다. 우주선을 타고 날아다녀도, 결국 본성은 원숭이에 불과했단 말이다.
우주까지 날아간 원숭이 새끼들이, 우주에서 졌다.

그런데 그 희생이 헛되진 않았다.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우주는 인류의 미래다.
그 전사들의 희생이! 적을 제대로 알도록 우리를 일깨웠다.

인류는 하나가 되었고. 하나로 뭉쳤으며. 의견을 일치시켜 하나의 적을 때려잡기 위해 새로운 힘을 키우기로 했다.
천만다행으로, 매번 자기들끼리 싸우기만 하는 인류가 딱 한가지 잘하는 게 있지.

그건 바로. 한번 적을 정하면, 그것들이 멸종될 때까지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는 것이다.

난 이제 늙은 군인일 뿐이다. 햇병아리 애송이들아. 얼른 니들이 깃털을 벗고, 최소한 중병아리 씩은 되어서
내가 뒷방에서 맘 편하게 시가나 피울 날이 왔으면 좋겠군.

그러니 싸워라. 배워라. 성장해라.
언제나 군인다우라는 말 까지는 하지 않겠다.
떄로는 학생답게. 떄로는 군인답게. 제군들의 본분을 다해라.

너희들이, 바로 인류의 미래다.

이상.

- 펠어스 사관학교장, 은하연합군 제 6 참모장
준장 엘킨 콜드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