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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의 배심원/제2심

last modified: 2023-09-13 21:29:40 Contributors





1. 심문 기록

1.1. §1: 박권태


001  𝐓𝐑𝐈𝐀𝐋 𝟎𝟐 𝐉𝐔𝐃𝐆𝐄  O - -
Q. 01 시미즈 마사 지난번 심상 독백은 실제로 겪은 일인가, 아니면 상상 혹은 바람인가?
시작부터 내 마음을 후벼파는구나, 꼬맹이. 실제로 있던 일이야. 우리 딸 귀여웠지? 텍스트 뿐이었지만.
Q. 02 옥사나 하네즈카 피해자의 이름을 기억하는가?
...... ... 기억 안 난다.
Q. 03 제제 르 귄 자신이 용서받아 마땅하다 생각하는가? 이전과 동일한가?
하하. 아니. 너희가 날 더 적극적으로 용서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Q. 04 시미즈 마사 전 아내를 아직도 사랑하는가?
물론 사랑하지. 내 아내, 내 딸, 둘 다, 이 세상 무엇보다도 더.
Q. 05 제제 르 귄 피해자는 전 아내를 찾아오던 그 사람인가?
...... ... 그럴 거야.
Q. 06 옥사나 하네즈카 인생의 의미가 있다면 무엇인가?
인생의 의미...? 그런 걸 왜 묻냐? 어. 글쎄. 내 가족 먹여살리는 거? 이 아저씨... 그런 거 생각해본 적 없는데.
Q. 07 시미즈 마사 전 아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 내 마음 후벼파는 데에 재미 들렸냐, 꼬맹이? ......... 아내를 만나서 설득해야지. 설득하려 했어. 너와 다시 결혼하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어. 이건 진심이야.
Q. 08 제제 르 귄 가족은 자신을 현재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글쎄... 예담이, 그러니까 내 딸은 나를 원망하고 있지 않을까. 하루아침에 친아버지란 놈이 극악무도한 살인자가 된 거니까. ... 은혜는... ... 은혜는, 그러게,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자기의 삶에서 치워버리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으려나. 하하. 내가 말하고서도 아프네 이거...
Q. 09 제제 르 귄 살인이 일어난 적 없었던 것과 피해자가 다른 누군가한테 살해된 것 중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드는가?
살인이 일어난 적 없었던 것.
Q. 10 시미즈 마사 실제로 설득을 위해 전 아내를 만난 기억이 있는가?
기억이 있다고나 할까, 실제로 만났다.
Q. 11 옥사나 하네즈카 어른과 아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어른은 책임을 질 능력이 있고, 아이는 그런 어른이 대신 책임을 져줘야 하는 대상이지.
Q. 12 시미즈 마사 전 아내를 만난 시점은 딸한테서 남자에 대해 들은 뒤였는가 이전이었나?
뒤. 그 전까진 아내가 만나고 싶지 않다 했으면 굳이 만나려고는 하지 않았었고......
Q. 13 제제 르 귄 살인에 대해 영원히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생생히 기억하는 것,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드는가/
............ ...... 이것도 대답해야 하냐? 그래, 대답해야 했었지... ...... 언젠가는, 기억해야겠지만, 되도록 그 때를 뒤로 미룰 수 있을까......
Q. 14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딸의 나이는?
예담이? 열두 살이야~ 꼬맹이들이랑 비슷한 나이지 않냐. 귀여운 건 우리 딸이 더 하지만?
Q. 15 시미즈 마사 전 아내의 집에 억지로 찾아갔는가?
...... ... 예담이한테 허락 맡고 찾아갔다.
Q. 16 제제 르 귄 가족을 다시 만나는 것이 두렵지 않은가?
두렵지. 두려운데, 마지막으로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더 보고싶어. 그 이후로는 정말로 예담이한테 짐이 되지 않게 조용히 쥐죽은 듯이 살아갈 생각이고...... 두 번 다시 보고싶지 않다고 하면 평생 꺼져줄 수도 있으니까.
Q. 17 시미즈 마사 만나서 설득했을 때 전 아내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 ...... ......... 안 믿을 것 같긴 한데. (한숨.) 그것도 기억 안 난다.
Q. 18 옥사나 하네즈카 자신의 살인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책임을 다 한 행동인가?
냉정하게 말해서 전혀 그렇지는 않지. ... 그래서 후회 중이야. 예담이한테 안 좋은 짓이었으니까.
Q. 19 시미즈 마사 전 아내와 만난 시점에 살해도 같이 일어났는가?
꼬맹이. 그거 정말 물어야겠냐?
Q. 20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이 되고 싶었는지 기억하는가?
... 부끄럽지만, 최근에 무엇이 되고 싶어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헤어져있던 기간이 길어서. 그래도 여섯 살 때에는 나비가 되고 싶다고 하면서 스케치북에 나비를 그리던데 그게 얼마나 잘 그렸던지 미술 쪽으로 나가면......
Q. 21 시미즈 마사 (전 아내의 만남과 살인에 대해) 물으면 안 될 이유가 있습니까?
...... 대답하기 싫다.
Q. 22 제제 르 귄 소원으로는 무엇을 바랄 것인가?
예담이가 나와 같이 살고 싶다고 하면 내가 예담이의 양육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 그리고... 예담이가 나와 같이 살고 싶지 않다고 한다면, 중산층 이상의 좋은 가정에 무사히 입양될 수 있도록 할 것.
Q. 23 제제 르 귄 살인 후에 가족을 본 적이 있는가?
살인 후에... ... 딸은 본 적 있어. 아마도. 봤던 것 같아. 정신을 차려보니 경찰서에 잡혀 있었지만.
Q. 24 제제 르 귄 피해자가 누구인지 확언할 수 있는가?
...... 확언 못 해. 추측은 가능한데, 전에 말했던 것 이상의 말은 못 해준다. 다시 해주랴?
Q. 25 옥사나 하네즈카 가장 좋아하는 술은?
술? 다 좋아하는데? 굳이 따지자면 마트에서 세일하는 술이다. 소주일 확률이 높지.
Q. 26 옥사나 하네즈카 가장 좋아하는 술과 어울리는 영화는?
글쎄, 내가 영화만 보면 자는 바람에 잘 안 보긴 하는데...... 아. 은혜랑 예담이가... 그러니까 내 아내랑 딸내미가 픽사 영화를 좋아했어. 월-E였던가? 그거 재밌더라. 술 먹으면서 볼만한 영화는 아닌데.
Q. 27 시미즈 마사 딸이 말한 '아저씨'는 누구였는가?
모른다. 그딴 놈 관심 없다. 아저씨라고 말했으니 남자겠지.
Q. 28 제제 르 귄 살인 후의 아내의 생사를 확언할 수 있는가?
........................ ............ 나는 몰라.
Q. 29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이혼 사유는 무엇인가?
이혼 사유... 음, 내가 직장에서 짤리고 한참동안 술만 쳐먹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예담이 교육에 안 좋다면서 이혼하자 했지. 난 ok 했었고.
Q. 30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이혼 당시 딸의 나이는?
그 때 예담이가 8살이었던가 9살이었던가......
Q. 31 시미즈 마사 소원에 대한 질문에서, 딸이 전 아내와 살길 바란다는 가정은 왜 하지 않았는가?
... 내 맘이다, 왜. 꼽냐?
Q. 32 시미즈 마사 전 아내는 딸을 학대하거나 양육의 책임을 지지 않았는가?
나도 잘 모른다.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Q. 33 옥사나 하네즈카 정상참작이나 집행유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 모른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뭐 달라지는 게 있긴 하냐? 그런 판결을 받을만한 놈이었으니까 그런 판결을 받는 거겠지...
Q. 34 시미즈 마사 이혼하기 전에는 어떤 사람이었다고 생각하는가?
은혜... 내 아내 말이지? 아내에 대해 말하려면 심문 시간 한 시간이 모자란데... 현명하고 똑똑하고 사려 깊고 지혜롭고. 세상에 둘도 없을 완벽한 사람이었지. 관심 있으면 나중에 보고서로 정리해서 보내주랴?
Q. 35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실직한 뒤 술을 계속 마셨는가?
술은 이혼한 뒤 끊었다. 바로는 아니고. ... 살인한 날에 다시 입에 댔어. 그 전까진 아니야.
Q. 36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아내를 다시 찾게 된 건 몇 년 전이었는가?[1]
이혼한 뒤에도 몇 달에 한 번씩 가족이랑 만나긴 했었어. 아내는 한동안 나오지 않았었지만... 정확히 얼마만에 만났던 건지는 잘 모르겠네. 1~2년 정도 되지 않았을까.
Q. 37 제제 르 귄 용서받으리라 믿는가?
응. 당연하지. 나는 용서받을 거야. 너희가 날 용서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아. 제 1심에서도 나를 용서한다고 말했잖아, 너희가.
Q. 38 시미즈 마사 이혼하기 전의 박권태는 어떤 사람이었나?
이혼하기 전의 나... 방구석의 쓰레기였지. 솔직히. 진짜. 어후, 나조차도 상종하기 싫네.
Q. 39 시미즈 마사 '방구석의 쓰레기'란 표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라.
... 구직 활동도 안 하고 술만 쳐마시며 방바닥에 누워있기만 했다. 됐냐?
Q. 40 옥사나 하네즈카 자신이 용서받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나를 용서해도 너희한테 돌아갈 이득은 없겠지, 솔직히. 하지만... 까놓고 말해, 난 제 1심에서 용서받지 못 할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랬는데 나한테 용서를 준 건 너희들이었어. 받아들여진다는 게 달콤한 걸 알려준 게 너희들이었다고. 그랬던 너희가 나를 이번에는 용서하지 못 한다 말하는 건 나한테 너무 몹쓸짓을 한다고 생각되진 않아?
Q. 41 시미즈 마사 딸이 싫다고 말했고, 가족한테 어떤 피해를 입히고 있을지 모를 '아저씨'한테 정말 관심이 없었는가?
... 관심 없었다. 그리고, 제발 부탁인데, 그 XX 질문 좀 나한테 안 하면 안 되냐?
Q. 42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죄인이 용서받는다 해도 저지른 일이 없는 일이 되지는 않는다.
없던 일이 되어버리지는 않지만... 가벼운 일이 되기는 하겠지. 마음이 가뿐해지는 것만으로도 꽤나 큰 이득이지 않겠냐? 너도 느꼈겠지만.
Q. 43 시미즈 마사 대답하지 않은 질문에 대해 다시 대답할 기분은 들지 않는가?
그 날은 하나도 기억 안 나니까 그 질문 하지 말라고 했지 내가!!!





1.2. §2: 옥사나 하네즈카

004  𝐓𝐑𝐈𝐀𝐋 𝟎𝟐 𝐉𝐔𝐃𝐆𝐄  O - -
Q. 01 박권태 1심 심상독백에 나왔던 '그 사람'은 누구인가?
...부모님들입니다. 그 외에는, 글쎄요. 이미 놓은 것에는 관심이 없네요.
Q. 02 시미즈 마사 '피해자의 아내와 아이가 있는 건물을 불태우도록 시켰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용서받지 않기 위해서인가?
자유롭게 생각해주시면 되겠네요. 실제로 '저'는 죽이지 않았으니. 물론 저는 이것 역시 훌륭하게 살인 죄라고 생각한답니다.
Q. 03 제제 르 귄 아직 자신이 용서받지 않아 마땅하다고 믿는가?
첫째는 의사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서 개인의 미래를 빼앗았기 때문이고,
Q. 04 제제 르 귄 어째서 살인이 죄악이라고 생각하는가?
둘째는 타인의 삶을 함부로 빼앗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라도 신도 인간도 해서는 안되는 일이기 때문이며,
Q. 05 제제 르 귄 살인이 죄악이라 생각하면서 타인을 용서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떠한 살인은 용서받아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셋째는... 글쎄요. 극도로 불우한 가정환경에 의해 아직 의사판단이 되지 않는 청소년기에 벌인 살인의 경우, 본인이 충분히 반성하고 있으며 죄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는 상태에서 동등한 수준의 벌을 받는다면 용서받아도 되겠지요.
Q. 06 시미즈 마사 피해자가 피해자의 가족이 아닌 자신의 가족의 유산을 횡령하였는가?
정확하네요. 다만, 그 피해자의 아내는 저와도 관련이 다소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Q. 07 박권태 죄책감 혹은 정의를 제외하고 생각했을 때, 부모가 있는 곳으로 따라가고 싶다고 생각하는가?
아니오. 지금은 그저 속죄를 위한 죽음을 바라는 거에요. 변호사를 죽이고 인생의 목적을 달성한 순간에 모든 것을 깨달아버렸으니까. 애초에 원망만으로 타인을 죽인 시점에서, 저는 살아서는 안되는 인간이었던겁니다.
Q. 08 시미즈 마사 피해자의 아내와 어떤 관계였는가?
대학시절의 여자친구. 졸업직후 모든 연락이 끊기는 형태로 이별을 선고받았습니다.
Q. 09 박권태 제 1심의 판결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저는... 모르겠습니다. 참회의 의지가 있으니 살인이 용서받다니 그건 이상하지 않습니까?
Q. 10 제제 르 귄 아이, 청소년과 어른은 무엇이 다른가?
권태씨의 심문에서 이야기가 나왔듯이 아이는 아직 많은 세상을 경험하지 못해 보호가 필요하죠. 20세는 어디까지나 기준이지만, 적어도 어딘가 한 곳에서 누군가에게 정해진 말을 반복해 들으며 스스로 완성되었다 하는 것은 아이에 해당되겠지요.
Q. 11 제제 르 귄 죄를 인지하고 반성하는 점은 자신의 죄를 가볍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자신한테 '동등한 수준의 벌'은 무엇인가?
그렇기에 1심의 결과가 그렇게 된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했어요.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저 개인의 판단은 저에게 사형을 원하고 있습니다.
Q. 12 제제 르 귄 변호사의 가족은 모두 사망하였나?
네, 그거야 죽었답니다. 불타고 있던 저택의 사진을 받았으니까요.
Q. 13 시미즈 마사 피해자의 아내가 자신의 여자친구였음이 맞는가?
...정확합니다.
Q. 14 시미즈 마사 그녀는 자신과 변호사의 관계를 알면서도 변호사와 결혼한 것인가?
자주 이름과 모습을 이야기하고는 했어요. 아마 알고는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다시 만난 변호사가, 많이 변해있던 것과 이유가 비슷하지 않을까요?
Q. 15 시미즈 마사 원한의 대상이 정확히 무엇인가? 변호사 그 자체는 아닌 것 같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그럼 전부를 빼앗은 사람에게, 전부를 빼앗는 것 말고 무슨 방법이 있었을까요? 자기는 회개헀으니 괜찮다는 이에게 죄를 알게 하려면 어떤 방식을 써야할까요?
Q. 16 박권태 죄를 갚을 의지가 있다면 살아있어야 하는 게 맞다.
과연 그럴까요. 죄를 갚을 사람이 없는데. 얼마나 회개해서 얼마나 좋은 사람이 되더라도 결국 피해자는 죽어서 없는데. 그게 의미가 있나요.
Q. 17 박권태 1심 판결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가?
재미있더라구요. 정말,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아서.
Q. 18 제제 르 귄 변호사의 횡령과 변호사의 죽음 사이의 기간은?
작년에 죽였으니 아마 햇수로는 20여년이 되네요. 강산이 두번이나 바뀌었으니 인간따위는 바뀔 수 밖에.
Q. 19 제제 르 귄 변호사는 어떤 식으로 변했나?
말그대로, 좋은 사람. 악당밖에 없던 그 마을에서 유일한 선인. 교회와 학교를 세우고 봉사활동에 매진하며 살더군요.
Q. 20 제제 르 귄 죽음이 어째서 속죄인가?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어할 뿐이 아닌가?
간단해요. 속죄의 대상이, 이미 죽어서 없으니까.
Q. 21 시미즈 마사 죽음이 반드시 속죄의 수단이 되지는 않는다. 죽음이 죄를 무마하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죽음은 도망치는거라고 누가 그러던가요. 과거에 신의 아이는 자신의 죽음으로 인간의 죄를 대속했는데. 죄를 마주했어요. 저도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해봤죠. 들어가기 전에는 변호사도 고용하지 않았고 재산은 모조리 사회에 환원했어요. 그래도 속죄는 되지 않더라구요.... 그야 제가 죄를 갚을 사람은 이미 죽어서 없으니까.
Q. 22 박권태 피해자의 인간 관계가 일가족으로 끝나진 않을 테니 살아있는 속죄에도 의미가 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에게 복수를 하면 그건 미친거잖아요? 그래서 그가 행한 것 처럼 하는거에요. 잃은 상처는 많겠지만, 그 모든 것에 책임을 질 필요는 없다. 그가 마지막에 그리 말하더군요.
Q. 23 박권태 술담배를 하는 행위를 통해 자신이 힘들어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 판단은 틀렸나?
...글쎼요. 개인적인 기호가 없는 건 아니라서. 틀렸네요. 저는... 아니 저는 언제나 행복한 상태니까.
Q. 24 시미즈 마사 의사가 된 계기는?
...이전에 이야기 했었죠. 저는 원한을 위해 살아왔다고. 처음 의사가 된 이유는 사회적인 평판을 위해서였답니다.
Q. 25 시미즈 마사 의사가 처음 되고자 했을 때에도 자신이 이런 식으로 누군가를 살해할 것이라 생각했는가?
대학생활을 하던 시절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그때는 아니었어요. 여자친구와 만나고 그녀가 제 상처를 안아주었으니까. 그때는 정말로 진심으로 의사가 되고자 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그녀가 떠난 이후까지도. 목적이 있기에 행동하기는 했었지만, 솔직히 죽이고 살리고는 보고 난 뒤에 생각하려 했죠.
Q. 26 제제 르 귄 2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기다린 이유가 있는가?
사람의 죽음조차도, 남은 이에게는 희석되기 충분한 시간이었으니까. 찾는데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거에요.
Q. 27 시미즈 마사 본격적으로 살해를 행동에 옮기게 된 계기가 있는가?
모든 것을 앗아간 이가, 기억을 잃은채 자기는 달라졌다며 웃어대고. 그 옆에서는 저의 사랑하는 사람이 그 쓰레기의 아이를 안고 있더군요. 그녀가 항상 하던 말이 있어요. 빼앗겼다면, 다시 빼앗아버리면 된다고.
Q. 28 박권태 피해자나 피해자의 가족한테 하고싶은 말은?
...피해자에게는 할 말이 없네요. 당한만큼 돌려주었으니. 하지만 가족에게는... 그러네요.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머저리같은 년의 사소한 욕심때문에 상처를 입혀버렸다고. 사죄하고 싶습니다.
Q. 29 제제 르 귄 살인이 일어나지 않은 것과 다른 누군가가 피해자를 살해한 것, 둘 중 어느 쪽이 더 좋은가?
글쎄요, 차라리 원한을 잊어버렸다면.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그 남자도 저도 나름의 위치에서 좋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었겠죠.
Q. 30 제제 르 귄 재회한 변호사와 대화를 해보았는가? 그는 자신을 알아보았는가?
그가 저를 알아보고 사죄했다면, 저는 이자리에 없었어요.
Q. 31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사람이 달라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가?
...사람은 달라질 수 있어요. 좋던 나쁘던. 인간은 언제나 환경의 영향을 받는 법이고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범죄자도 구세주가 될 수 있겠죠. 특히 저는 세이카씨같은 분들이라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말이에요. 하지만 저는 안됩니다. 한순간의 욕심을 참지 못하고 사람을 셋이나 죽여버린거에요. 그런녀석은 사회로 풀려나면 안되요.
Q. 32 시미즈 마사 자신이 지금 여기에 살아서 재판에 참여하고 있는 이유는?
...저를 이곳에 추천한 간수장은, 저희 삼촌같은 분이었어요. 넉넉하지 않던 형편에도 저를 키워주셨고 대학에 붙었을땐 자기 딸이 붙은 것 처럼 기뻐하셨죠. 좋은 사람이었어요. 그런 사람이, 제 앞에서 무릎을 꿇고 부탁하더군요. 한 번만 더 노력해주면 안되겠냐고. 조금만 더 길게 살아주면 안되겠냐고. ...아무래도 정에 약한 것 같네요 저는.
Q. 33 박권태 자신의 죄는 정상참작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니오. 그런 보기에 좋은 판결을 받기엔 너무 늦었으니까요.
Q. 34 제제 르 귄 자신이 이 곳에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하는가? 자신한테는 죽음이 최선인가?
당신처럼 죽음이 해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제가 할 수 있는 이미 죽어 없어진 자들에 대한 사죄로서는 최선일겁니다. 혹여나 하는데, 저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거에요. 인간이니까, 인간으로서 최대한의 긍지를 가지고 비겁하게 최소한의 사죄로 넘어가려는거죠.
Q. 35 시미즈 마사 변호사, 변호사의 아내, 변호사의 공범, 셋 중 누가 가장 원망스러운가?
...공범은 이미 죄를 치루었어요. 저와 개인적으로 만나 사죄를 받았지요. 그의 아내... 줄리아는 애초에 죄가 없을거에요. 그 두 사람 사이에 무슨 드라마틱한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겠더라구요. 변호사는... 글쎄요. 제가 마지막으로 본 건 병에 걸려 죽어가는 모습. 원망은 이미 사라져버렸네요. 역시 저 뿐이에요. 제가 가장 원망스럽네요.
Q. 36 박권태 자신의 주장에 대해 이성이 아닌 감정 또한 동의하고 있는가?
감정이 이성을 이겨서는 안되는거에요. 권태씨도 그것 때문에 살인을 하지 않았나요?




1.3. §3: 시미즈 마사

002  𝐓𝐑𝐈𝐀𝐋 𝟎𝟐 𝐉𝐔𝐃𝐆𝐄  O - -
Q. 01 박권태 제 1심의 자신의 결과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대로만 가 주었으면 하지만, 자세히 알지 못하기에 내려주신 판결이라고도 생각합니다.
Q. 02 옥사나 하네즈카 제 1심의 타인의 결과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모든 분들의 결과 말인가요. 모두에게 용서한다는 판결이 나온 것은 예상외였고, 하지만 앞으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용서받는다는 판결을 받은 것 또한 마찬가지겠지요.
Q. 03 박권태 배심원들이 자신에 대해 모르는 사실이 많다고 생각하는가?
네.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밖에 모르는 일이겠지만요.
Q. 04 박권태 '모르는 사실'을 일부러 숨겼는가?
거짓말은 하지 않았지만. 배심원 분들은 제가 하는 말이 어디까지나 제 입장에서 하는 말이라는 걸 인식하셔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저 하나의 삶밖에 살지 못했으니까요. 여러분들처럼요. 심상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았고....
Q. 05 박권태 '모르는 사실'을 배심원이 알게 되면 자신을 미워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실망할 거라고 생각해요.
Q. 06 옥사나 하네즈카 배심원이 자신을 용서해야 할 구체적인 이유가 있는가?
제가 저지른 일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용서받는다면 다시는 살인을 저지르지 않을 테니까요. 사회 구성원의 하나로서, 장래 유망한 학생으로서 살아갈 자신이 있으니까요.
Q. 07 박권태 자신의 가족은 살인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가?
연쇄적으로 본다면 관련이 있을 수도 있겠지요. 그 가족이라는 울타리... 울타리 치고는 약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곳으로부터 자라지 않았다면 살인 또한 일어나지 않았겠지요. 하지만 가족 탓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전 살인이 아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버린 건 명백히 제 잘못입니다.
Q. 08 박권태 가족을 싫어하는가? 가족이 자신한테 나쁜 짓을 했는가?
부모님은, 싫어합니다. 동생은 저와 같아요. 답답하기 짝이 없었겠지요. 서로를 해치고 욕하는 모습을 자식 앞에서 보여준 것이 나쁜 짓이라면, 나쁜 짓을 한 게 되겠군요. 비록 자식들에게 손을 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요.
Q. 09 옥사나 하네즈카 '용서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스스로 생각해서 낸 답이 맞는가?
그건..... 부끄럽지만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용서받고 싶다는 마음에 구실을 댔을 뿐입니다. 살인을 다시는 저지르지 않을 것이고, 사회에 풀려나더라도 이득이 될 지언정 해악은 되지 않을 테니까요. 이것이 건방지다고 할 지도 모르지만 제 머리로 낸 결론입니다.
Q. 10 옥사나 하네즈카 과정과 결과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했다면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무엇이든 남는 게 있다고 봐요.
Q. 11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많은 선택지를 볼 수 있었는데 그때는 하나밖에 보이지 않았어요.
Q. 12 제제 르 귄 왜 하필 그 피해자를 죽였는가?
간단히 말하면 사회악이라 생각했고, 그 중에서도.. 과거의 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으니까요.
Q. 13 박권태 피해자와 자신의 부모는 아는 사이었는가?
아는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명백히 아니에요.
Q. 14 제제 르 귄 피해자가 과거의 자신을 안다는 사실은, 피해자가 자신을 "가짜"라 부를 것이라는 답변과 관련이 있는가?
관련되어 있습니다.
Q. 15 제제 르 귄,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과거의 자신은 어떤 사람이었는가?
부끄럽게도 사쿠라가오카의 학생회장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죠. 죄송합니다. 다음 재판에는 어떻게든 말씀드릴 테니 지금은.....
Q. 16 박권태 다른 죄인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박권태 씨는 철이 없어요. 옥사나 씨는.. 저와 겹쳐보이고 있다면 불쾌할까요. 살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저 따위도 용서받기를, 새 삶을 부여받기를 꿈꾸고 있으니까요. 제제 씨에게는 죽음이 곧 구원이라는 그 기이한 사상에서 벗어나 주기를 바랍니다. 세이카 씨에게는..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될까요.
Q. 17 옥사나 하네즈카 이 곳에서 용서받더라도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의 죄를 기억하고 자신을 질타한다 해도 용서받고 싶은가?
아니요. 싫어. 정말 싫어. 그럴 바엔 용서받지 못하는 게 나아요.
Q. 18 제제 르 귄 과거의 자신을 싫어하는가?
네. 과거의 자신이 싫습니다.
Q. 19 제제 르 귄 피해자와는 어떠한 방식으로 친해졌는가?
친해진 방식이라 하면, 사교성이 좋은 아이였어요. 과할 정도로. 어디서 만났든 그 아이가 먼저 다가와 저와는 친구 비슷한 관계가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학교 밖에서 알고 지내는 친구들 중의 하나였습니다.
Q. 20 박권태 죄인이 전원 무죄를 받는 상황과 누구 하나가 유죄를 받아 소원을 이룰 수 있는 상황 중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드는가?
솔직히 말하면 저는 나쁜 아이라서 후자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습니다만.... 모두가 살아서 이 감옥을 나가고, 저도 소원을 이룬다는 선택지는 빠져있는 것 같네요.
Q. 21 제제 르 귄 용서받지 않는다면 어떤 기분일 것 같은가?
용서받지 못한다면 절망스럽겠죠. 그리고 후회하고, 또 후회하고, 자신을 질책하겠죠. 하지만 어쩌면 소원을 이루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보다는 낫다고 자신을 설득할 것 같기도 하네요.
Q. 22 제제 르 귄 용서받기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 살인을 또 한번 해도 되는가?
소원권을 얻어 나갔는데 제가 살인을 할 이유가 무엇이죠? 저는 이곳에서 다시는 살인을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저를 믿고 용서해줬을 배심원 분들을 배신할 수는 없죠.
Q. 23 제제 르 귄 살인을 감추는 데에 성공했다면 또다시 비슷한 살인을 저질렀을 것 같은가?
살인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일을 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살인은, 후처리가 힘들었으니까요. 충격적인 일이기도 했고요.
Q. 24 제제 르 귄 자신이 다시 살인을 하지 않을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제가 소원권을 받는다면 과거의 저를 아는 사람을 만날 일도 드물 것이고, 살인 이외의 선택지도 이제는 보이기 때문이지요. 이제는 너무 늦어버렸지만요.
Q. 25 옥사나 하네즈카 일어났던 일을 없던 일로 할 수 있다면 그러고 싶은가?
네. 없던 일로 만들고 다른 선택을 하고 싶습니다.
Q. 26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피해자만을 공격한 이유는, 피해자의 무리에서 자신의 고등학교 일원이 그 아이 하나였기 때문인가?
전학해 와서 그 아이가 만난 불량한 학생들은 모두 사쿠라가오카의 일원이었어요. 아슬아슬하게 교칙을 위반하는 바람에 경고밖에는 주고있지 못하던 상황이었죠.
Q. 27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피해자가 무슨 짓을 했기에 화가 났는가?
화가 났다기보단 공포스러웠습니다. 과거를 폭로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럼 저는 더이상 사쿠라가오카의 학생회장으로서 존경받지 못하게 되겠죠.
Q. 28 박권태 만약 자신이 나서지 않았다면, 또다른 누군가가 피해자를 죽였을 것 같은가?
0 퍼센트일 가능성은 없겠죠. 위험한 아이들과도 어른들과도 곧잘 어울렸으니까요. 하지만 아마도 없었을 것 같아요.
Q. 29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경찰한테 신고하지 않은 건 사쿠라가오카 고등학교의 신위가 떨어질까를 염려했기 때문인가?
그런 명예스러운 일이었다면 저는.. 아니요. 경찰에 신고할 만한 사안이 단순히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Q. 30 박권태 피해자가 불량 학생이 아니었어도 피해자를 죽였을 것인가?
....불량 학생이 아니었다면 만날 일도 없었을 것 같지만요. 아마도, 무척 망설였겠지만 그러려고 했을 겁니다. 저는 그 때 감정이 이성을 앞서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으니까요.
Q. 31 제제 르 귄 자신의 살인이 '죄'일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학생회장으로서 하지 말았어야 할 일.... 아니, 인간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이었기 때문에요.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은.
Q. 32 제제 르 귄 자신은 앞으로 자신의 '학생회장'으로서의 자리를 내려놓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내려놓기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려놓더라도, 어디에선가 존경받을 수 있는 자리를 찾겠지요.



1.4. §4: 제제 르 귄

006  𝐓𝐑𝐈𝐀𝐋 𝟎𝟐 𝐉𝐔𝐃𝐆𝐄  O - -
Q. 01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귀걸이가 무겁지 않은가?
익숙해서, 괜찮다네. 기억이 닿는 데부터 쓰고 있었으니.
Q. 02 시미즈 마사 제1심의 심상 속 '검은 머리 소녀'를 보고서 생각하는 것이나 사람이 있는가?
...본좌가 아는 자이긴 하네. 본좌의 미련...이지.
Q. 03 옥사나 하네즈카 지금 당장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없다네. 이전에는 약간, 그 아이를 다시 한번 만나고 싶었던 것은 사실이나, 본좌는 이제 본좌의 자리를 되찾아가는 도중. 그러한 어리석은 소망은 절제하였네.
Q. 04 박권태 이전 심상 독백 속 '여자'는 자신의 어머니인가?
오, 예리하구먼. 맞다네. 본좌의 길을 튼 자비로우신 어머님이지.
Q. 05 시미즈 마사 미련이라는 그 사람은 어릴적 친구이거나 자매인가?
...그 어느 것도 아니네. 하하... 본좌는 그 아이의 이름조차 모르지. 으음, 혹시 몰라 첨언하자면, 실존 인물은 맞네만. 딱히 유령이라던가... 그러한 건 아니네.
Q. 06 옥사나 하네즈카 자신의 소망이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까닭은?
옥사나. 그대, 신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나? 전지전능한,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무언가? 기실 신이란 것은, 인간의 소망에서 비롯된 존재. 신 자체가 소망을 가진다는 것은 우슷개소리 밖에 되지 못한다네. 그것이야말로 인간의 특권이지. 그러기에, 신의 그릇이라 하여도, 소망을 가진다는 것은 인간적이고, 그러므로 안되는 일이지.
Q. 07 시미즈 마사 범행 방식은 무엇인가?
'성수'였다네. 아아, 보편적인 성수가 아니라... 으음, '독'이라네. 고통없이, 잠들듯이, 편안하고 고결하게 해방해주는...
Q. 08 박권태 이전 심상 독백에서 '여자'와 '이름 없는 아이' 중 자신이 생각하기에 더 비중이 많은 쪽은?
어머니여야 하네. 그래야만 하지.
Q. 09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신의 그릇이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말한 것은 부모님이었는가?
으음, 그대는 말을 참 희안하게 말하는 군. 굳이 보자면, 그러하지? 본좌가, 신의 그릇으로서 따라야하는 길을 세워준 것은 본좌의 부모님이니 말일세. 뭐, 진리는 진리이니, 혼자서 깨달은 것도 있네만... 역시 부모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지.
Q. 10 이름칸 (Q.08에 이어) 당위가 아닌 자신의 생각을 답하라.
... 내 그대들의... 질문에 답을, 어찌 힘들어 하겠나. ... 비중이라 하면. 본좌, 그 자신이 가장 크겠지. 그외에는 중요하지 않아. 단 하나도, 단 한명도. 그 뿐일세.
Q. 11 시미즈 마사 범행 수단인 독은 누가 구했는가?
본래부터 우리 쪽에서 소지하고 있던 것이라네. 그 '성수'를 달콤해하는 자들이, 그것 하나를 보고 찾아오는 일도 있었겠지? 하하...
Q. 12 옥사나 하네즈카 신은 스스로의 욕망에 솔직한 존재이다. 성자가 그러했듯 모두 세계를 좋은 방향으로 이끄려는 욕망이 있었다.
전자는 틀렸고, 후자는 맞군.
Q. 13 옥사나 하네즈카 지금 당장 하고싶은 일이 있는가?
지금 당장? 그저, 그대들의 눈을 뜨이게 하고 싶을 뿐. 신이란 그런 존재 아닌가.
Q. 14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자신이 말하는 신은 유일신인가?
흐음....정확히 말하면, 아니지. 신도들에게는 그리할수도 있겠지만. 본좌는 그저, 본좌를 믿고 따라주는 자들의 신일뿐. 신도가 존재하기에, 그들을 위한 신이 있을 뿐. ...신도 없는 신, 누구도 필요로하지 않는 신은 존재이유가 없기에. 아아, 물론, 저번 판결로 그대들도 본좌를 필요로한다는 것은 꺠달았으니, 걱정마시게. 그렇게 그대로, 그대들의 신도 되어줄수 있다면 좋겠네만.
Q. 15 박권태 이전 심상의 '이름 없는 아이'는 죽은 사람인가?
하하! 역시 그대로군. 살아있다는게 맞다네, 아마.
Q. 16 박권태 '이름 없는 아이'를 미련이라 표현한 것은 그를 죽이지 못 한 게 후회되기 때문인가?
그래, 물론. 물론 그런 것일 걸세! 본좌는 그 아이를 죽이지 못한게, 무엇보다도 후회하고 있다네!
Q. 17 시미즈 마사 독으로 자신도 같이 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안타깝게도... 본좌는 그저 신이니... 신의 그릇을 손상시키는 일은 스스로의 손으로 불가한 일이라네. 본좌에게 가능한 죽음이란, 인간들의 소망의 결과뿐. 가령, 마지막의 심판에 용서받지 않는다던가? ...그리고 당시에는, 누군가는 남아서 해야하는 일이 있었기에.
Q. 18 옥사나 하네즈카 딜레마 시스템 속에서 자신을 필요로 하는 신도가 없음에도 신으로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는가?
물론, 처음에는 방황한 적이 있네. 더 이상... 인간도 아니고, 그렇다해 신다운 신이 아닌 그릇이 어떻게 살아갈까... 허나 그대들이 그대의 표로 보여주지 않았나. 본좌가 필요하다고. 괴로움을 원하지 않는, 그 마음이 말이야.
Q. 19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Q.16에 이어) 거짓말.
(순간 세이카의, 처음 들어 보는 차가운 말투에 놀란듯 눈을 깜박이지만, 이내 그저, 어린 아이의 재롱을 보는 듯이, 가소로운 빛이 담긴 웃음을 터트린다. 상대할 필요도 없는 헛소리라는 듯이.)
Q. 20 박권태 '이름 없는 아이'를 죽이지 못 한 이유는?
... 글쎄, 그저. 아마... 아니, 그건... ... 그저 그때, 그것이 최선인지, 본좌는, 아니... 그 아이는 본좌의 신도가 아니였기에. ...아마... 아니, 필시 그런 이유일걸세.
Q. 21 시미즈 마사 남아서 해야 했다는 그 일은 무엇인가? 제 1심의 심문에서 매듭짓고 싶다고 했던 이야기는 '이름 없는 아이'를 다시 만나는 것이었는가?
...문을 여는 것. ... 본좌가 아니면, 더 이상 열어줄 사람은 남지 않았기에. 그래. 그 뿐이었어.
Q. 22 박권태 '이름 없는 아이'가 신도가 아니라서 살렸다는 말은, 이후에 생길 자신의 신도를 죽일 가능성 또한 높다는 뜻이다.
만일, 그가 그것을 원한다면. 본좌는 그저, 그러한 소망을 보아 이루어줄 뿐. 푸흣... 아아, 물론 죽음이 본질적인 해방, 불행을 피하기 위한 유일무의한 답이네만... 본좌도 바로 죽음을 내리지는 않는다네? 상황을 보고, 소망을 보아, 그러한 결정을 해주는 것이지...
Q. 23 시미즈 마사 문을 여는 것은 어떤 종류의 의식인가?
의식? 아아아, 그런 것이었던건 아닐세! 그저... 그러니까, 지하에, 철문이 있는데, 그것을 필시 열어야 했는 데... 모두가 죽은 후에는 그 문을 열어줄 사람이 없으니까, 나 밖에 없었으니, 그러니... 밖에서 부터 여는 문인데, 안에서는 열수 없고...
Q. 24 옥사나 하네즈카 (Q.18에 이어) 이 곳의 판결은 친밀감 등의 요인으로 인해 생긴 결과일 수도 있다.
친밀감으로 죄가 죄가 아니게 되는가? 대화와 설득으로, 제3자인 타인을 괴롭게 한 일을 없앨수 있는가? 본좌는 아니라 믿세. 무엇을 하든, 한번 일어난 '진실'은 바꿀수 없어. 그렇기에, 그럼에도 용서한다면, 애초에 잘못된 일이 하지 않았기에... 때문이겠지. 살인이라던가.
Q. 25 옥사나 하네즈카 자신이 보기에, 이 곳의 죄인은 정말로 괴로움을 원치 않고 있는가?
..그게 이해가 안되는 점이지. 괴로움을 어째서 품고 나아가려하나? 그저 내려놓으면 되는 것을, 미련하게... 그대 또한, 더 이상 스스로에게서 인한 괴로움을 견딜수 없어, 죽음을 원하고 있지 않는가.
Q. 26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질문자가) 원하는 건 자신이 말하는 것 같은 게 아니었다. 자신이 말하는 그 소원도 전제 자체가 틀렸다.
(이해가 되지 않는 다는 듯, 눈살을 모은다.) ... (결국 보류를 선택한 걸까, 시선을 돌려 딱히 답하지 않는다.)
Q. 27 박권태 피해자들한테는 무슨 상황과 소망이 있었기에 죽인 것인가?
아. 그건 정말... 어쩔수 없었다네. 불행이 오는 것이 뻔히 보이는 데... 신도들을 괴롭게 나둔다면 신이 아니지. 그렇지 않나? 어쩔수 없었다네. 그것이 본좌의 사명이었으니.
Q. 28 시미즈 마사 철문 안에 무엇이 있었는가?
그 아이가 있었네. 이름 없는 아이가.
Q. 29 박권태 '불행'이란 무엇인가? 그것이 찾아옴을 어떻게 알 수 있었는가?
불행이 불행이지, 달리 무엇이겠나. 그대들도 그대의 삶에 수많은 불행이 존재하지 않는가? 아니, 그러한 불행이 존재하기에, 그러한 불행이 그대들을 이곳으로 이끌었지.본좌가 큰 세상에 대해 많은 경험이 있다는 못하지만, 신도들의 하소연을 듣는 것이 본좌의 일. '밖'의 불행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지. 얼마나... 끔직한 것이 가득찬 곳인지. 그리고 불행은 반드시 올 것이었다네. 이치란 그런 것이고, 삶이란 것이 그런 존재이니.
Q. 30 시미즈 마사 그 아이는 왜 다른 사람이 문을 열기 전까지 그 곳에 있었는가?
그 전까지 열어주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없었어야 하니. 그들은 고작 인간이었으니까. 본좌가 신이어서 다행이었지.



1.5. §5: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003  𝐓𝐑𝐈𝐀𝐋 𝟎𝟐 𝐉𝐔𝐃𝐆𝐄  O - -
Q. 01 제제 르 귄 저번 판결에 대한 소감이 어떤가?
... 아직, 이해를 못하겠어요. 제가 어째서... 용서를, 받은 건지...
Q. 02 제제 르 귄 자신이 용서받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네. 저는, 용서받을수, 없는 존재예요...
Q. 03 박권태 자신의 범행에 대해 생각난 사항이 있는가?
... 네... 조금은, 요...
Q. 04 제제 르 귄, 박권태 생각난 것에 대해 말하라.
...... 죄송, 해요... 말하기가, 힘들, 어서...
Q. 05 시미즈 마사 심상 독백 속 쓰레기 봉투 속 내용물은 무엇이었는가?
... 그때의 저는, 정말 쓰레기만, 들어있는 줄 알았는데... 피묻은, 와이셔츠나... 칼... 들어있었다고... 경찰 아저씨가.... 얘기해주주셔,서....
Q. 06 시미즈 마사 공범 혹은 조력자가 있었는가?
...ㄱ,경찰관씨가... 다른, 사람은, 없었대요... ㅈ,전부, ㅈ제 지문...
Q. 07 제제 르 귄 밖으로 나가면 하고싶은 것은?
... 생각한건... 없지만... 마사, 돕고... 싶다... 정도...
Q. 08 박권태 정신과 혹은 심리상담을 받은 이력이 있는가?
... 한번도... 없었어요...
Q. 09 옥사나 하네즈카 이 곳의 생활이 즐거운가?
...즐겁,다...? ... 다들... 상냥하셔서... ... 이 시스템이, 아파서... 아프게 해서...
Q. 10 시미즈 마사 심상 독백에 대하여, 기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한 사람은 누구인가?
!... ... ㅇ,어머,니... ㅇ,아, 마...
Q. 11 제제 르 귄 스스로를 위한 바람은 없는가?
(묵묵부답.)
Q. 12 제제 르 귄 바깥에서 마주칠 것 중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 저를, 아는... 알던... 사람들... 전부...
Q. 13 박권태 이 세상에서 자신한테 기대를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진다면, 어떤 기분이며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기대를, 아무도... 그건, 싫어, 싫, 어요... 두려,워요...
Q. 14 옥사나 하네즈카 딜레마 시스템의 무엇이 자신을 힘들게 했는가?
... 이렇게 착한 분들인데, 그 분들의 죄를... 파헤쳐야 하는, 그런... 시스템이... ... 너무, 아파요...
Q. 15 제제 르 귄 자신의 살인이 다른 타인이 저지른 살인이라고 알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 것 같은가?
... 모르겠어요... 이제는, 모르겠어요.
Q. 16 시미즈 마사 어머니가 자신한테 기대하지 않는다는 말을 한 건 그 때가 처음이었는가?
...ㅇ,응...
Q. 17 박권태 기대받지 못 하고 착한 아이로 있지 못 하는 상황이 두려운 이유는?
... 흐끅, 윽, 으우... 착한, 아이가... 되지 못하면... 다, 사라져요... 다, 싫어하게 돼... ㅈ, 죄송,해요... 그, 생각만 해도, 싫, 어서... 두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아,서...
Q. 18 제제 르 귄 기대 없이 그저 자신을 받아들이는 타인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하는가?
...그럴리가... 없어요...
Q. 19 제제 르 귄 살인이 죄라고 생각하는 까닭은?
... ㅅ사람의... ㄱㄱㄱ가능성을, 끊는... 것이라고... ㅅ,생각해서,요...
Q. 20 시미즈 마사 어머니나 아버지 중, 최근 우울감, 히스테릭, 자살 및 살인 암시성 발언을 한 사람이 있는가?
... 어머,니...가, 그런, 느...낌, 있긴, 해, 했, 지만... 으, 으우...
Q. 21 제제 르 귄 자신의 부모한테는 큰 가능성이 있었나?
ㅈ,저따위보단, 훨씬...
Q. 22 박권태 부모님 밑에서 지내는 게 괴로웠는가? ('괴롭지 않아야 한다', '두 분은 좋은 분이시다' 금지)
... 모르, 겠어요...
Q. 23 옥사나 하네즈카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이 있는가?
스스로... 음악, 듣고... 마사랑... 조용히, 살,기...?
Q. 24 제제 르 귄 (Q.20에 이어) 구체적으로 어머니가 어떤 행동을 보였는가? 죽겠다, 혹은 죽이고싶다?
... ㄷㄷ, 둘,다...
Q. 25 시미즈 마사 부모님의 사이는 어땠는가?
... 최,악...
Q. 26 박권태 (Q.22에 이어) '모르겠어요'라는 답변의 의미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 그, 이외에,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 겠어요...
Q. 27 제제 르 귄 부모와 함께 있을 때 목숨의 위협을 느끼거나 살해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 ㅁ,모르겠,어요... 그런, 적은... 없었을, 텐데...
Q. 28 옥사나 하네즈카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가?
... 못,했어요... 피아노, 한번, 만진거 빼고는... 못, 만지게 해ㅅ... 아...
Q. 29 제제 르 귄 살해 이전에 자신의 기억이 끊긴 적이 있는가?
... 그 전에는, 없었,어요...
Q. 30 박권태 누군가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그 누군가는 신고를 하지 않은 채 그 현장을 치우고 깨끗이 만들려 했다. 왜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 죽으면, 안되는 사람들... 이라서...?
Q. 31 시미즈 마사 범행에 쓰인 흉기는 칼 하나였는가?
... 공구...도... 사용되었, 대... 내, 지문... 묻어, 있었, 대...
Q. 32 옥사나 하네즈카 혼자서 해보고싶은 것이 있는가?
생각나는건, 없어요...
Q. 33 제제 르 귄 살인을 한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 공, 포...? 분,노...?
Q. 34 시미즈 마사 피해자들의 사인은 무엇이었는가?
... 과다, 출혈... ...미안, 마사... 나... 정말, 죽인건... 맞을, 거야...
Q. 35 박권태 (Q.30에 이어) 죽으면 안 됐던 사람들이라 그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기 때문인가?
... 유명하고, 대단한, 사람들, 이여서...?
Q. 36 제제 르 귄 자신이 부모님을 불행할 가능성과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켰다고 생각할 수 없는가? 그들이 편해졌으니 자신도 편해져야 하지 않는가?
읏... 그만, 그만... 그만....! 그만하라고요!!! 제발, 그런, 말을 듣고, 싶은게, 아니라고... 아니라고 몇번을... 몇번을 말하게, 하는거예요...! 그게, 아니예요, 정말, 아니라고요... 난, 그러면, 안되었어... 정말, 그러면 안되었던 거라고요... 저때문에, 불행한 사람들이, 잔뜩... 그만해줘요... 제발... 절... 제발,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말아줘요...
Q. 37 박권태 (Q.35에 이어) 살인이 들켜서 손가락질을 받고싶지 않기 때문에 그런 짓을 했다는 것인가?
그, 건... 아니, 예요... 살,인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 죽으면, 올... 후폭, 풍...
Q. 38 시미즈 마사 착한 아이로 있지 못 해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는가?
... 이번, 사건 후에... 다들, 사라졌,어요... 다, 제 곁을... 그 전에도... 나쁜, 아이여서... 혼나고... 사람, 떠나고... 이번,에는.. 제가... 정말, 나쁜아이가 되어서... 이제... 마사도... 내 곁... 떠나지, 않을, 까...






2. 심상 독백

2.1. §1: 박권태

BGM

▶ 포도주  안녕, 우리 딸.
 술 냄새 많이 나지? 미안해. 우리 딸이 술냄새 싫어하는 거 알아. 그래서 최대한 참고 싶었는데... 마시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더라. 응. 미안해. 다 변명이지? 아빠도 알아. 그냥, 미안해. 아빠가 미안해. 전부 다. 미안해...
 
 ......
 그런데 예담아. 예담이 엄마는 어디 있니? 엄마가 우리 예쁜 예담이만 집에 혼자 두고 어딜 갔을까?
 
 그래... 예담이도 모른다고.
 ......
 아니. 아니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엄마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를 아빠가 알고 있을 리 없잖아. 애초에 이 집에 와본 것도 오늘이 처음이고...
 
 ... 응. 오늘.
 2년 만에 다시 술을 마셨던 날.
 
 그 날, 내 아내는 예담이를 왜 집에 혼자 두었던 걸까.
 
 나의 전 아내, 이은혜가 애인을 사귄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한 생각은 정말 별 게 아니었다. 딱 한 번이어도 좋으니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로는 안 되는 거냐고, 나를 선택해달라고, 바뀌기 위해서 정말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재결합을 원한다는 의사를 전하고 싶었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맞아, 나를 다시 선택해달라고 매달리고 싶었다. 몇 달에 한 번 얼굴을 겨우 볼 수 있는 정도로는 나의 사랑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여전히 우리 가족을 사랑하기에 모든 걸 뜯어고칠 수 있다고. 그러니 그런 떨거지 말고 나를 선택해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런 마음은 품어도 된다고 말했잖아, 그렇지?
 
 그래서 나는 딸아이와 아내가 둘이서 사는 집에 들어왔다. 우리는 서로의 손에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예담이는 자기가 사는 집에 내가 들어왔다는 게 기쁜지 나한테 여러가지 장난감을 들고왔다. 하지만 나는 예담이와 놀아주면 놀아줄수록 초조해지기만 했다. 시간이 흐르고 해가 넘어갈 즈음이 되어도 아내가 돌아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안일지 두려움일지 모를 감정을 견디지 못 한 나는 결국 냉장고에서 맥주캔을 하나 꺼낼 수밖에 없었다. 아내한테 말도 꺼내기 전에 심장이 터져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 그러게, 예담이 말대로... 은혜도 술을 마시고 있었네.
 나한테는 술 마시는 모습이 예담이 교육에 안 좋다고 말했었는데. ... 그걸 부정하는 건 아냐. 이런 모습이 우리 가족한테 안 좋다는 건 알고 있어. 내가 슬픈 건 은혜가, 예담이를 위해 이혼하자 말했던 내 아내가, 예담이한테 안 좋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야.
 
 내가 있으면 예담이가 올바른 사람으로 자라지 못 할 거라고 말했잖아.
 우리 모두를 위해 이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었잖아.
 사실은 좀 더 곁에 있고 싶었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버리고 싶지 않았어, 떠나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내가 계속 붙잡고 있으면 더 비참해진다고 했으니까 포기했던 건데. 이혼이 우리 모두를 위한 길이니까 나도 받아들였던 건데.
 
 그렇게 말했던 네가 밤이 늦도록 예담이를 집에 혼자 두고 있으면 내가 뭐가 되는데?
 
 저기, 예담아. 네 엄마는 어디에 있니?
 
 ... 잘 모른다고. 그래. 그럴 수 있지. 괜찮아, 아빠 화내는 거 아니야. 아빠는 우리 예담이랑 엄마한테 화내고 싶지 않아. 진심이야. 화 내지 않을 거야.
 
 ......
 
 나는, 모른다고, 말 했어.
 
 ......
 
 그러게. 그 날도 이렇게 맑은 날이었어. 날짜가 넘어갈 즈음이 되어도 은혜는 집에 돌아올 것 같지 않았고... 나는 술김에 집 밖으로 나섰어. 은혜가 근처에 있는지 찾아보기 위해서였지.
 
 낮에 예담이와 만났었던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 가로등 불빛이 와닿지 않는 어슴푸레한 구석에서 나는 은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낯선 남자와 입을 맞추고 있는 나의 전 아내를.
 
 우리의 딸을 위해 나를 버릴 거라고 말했잖아.
 예담이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말했잖아.
 그렇게 말했던 네가, 예담이를 혼자 둔 채 저 남자를 선택하는 거야?
 
 그럴 거면 나를 선택해.
 
 나를 선택해줬으면 했어.
 ......
 
 이런 마음은 품어도 된다고 말했잖아, 그렇지?
 
 이런 마음으로 저 남자를 죽인 건 좋다고 말한 거지? 용서받을 수 있다고 말한 게 맞지? 나는 잘못되지 않았다고 인정해줬잖아. 내가 나쁜 게 아니라고 용서해줬어...
 
 ......
 예담아.
 네 엄마는 아직 집에 안 들어왔니?
 
 그 때 있었을 일이 기억나지 않아. 분명 누군가를 죽였으니 여기에 끌려온 걸 텐데, 누구를 죽였는지조차 전혀 모르겠어. 나는... 내가, 그 남자를 죽인 게 맞겠지?
 봐, 나는 이렇게나 그 이를 사랑해! 은혜를 사랑하기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어. 은혜한테 선택받기 위해서 나 자신을 바꾸기까지 했었다고! 무- 물론 잠깐 섭섭한 마음이 들기는 했어. 하지만 그게 은혜를 죽일 정도까진 아니었어! 그러니까 분명 그 날 죽은 것도 그 처음 보는 남정네였을 거야. 내가 내 아내를 죽였을 리가 없잖아!
 
 아무도 나한테 내가 죽인 사람이 누구인지를 말해주지 않았어. 혹시라도 내가 은혜를 죽여버렸을까봐 두려워서 죽을 것 같아.
 그 남자를 죽여도 괜찮다며 용서받았는데도 전혀 용서받은 것 같지가 않아. 그 남자 말고 만약 은혜가 죽었다면 용서받지 못 할까봐 너무 무서워. 내가 잘못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예담아, 제발.
 은혜가 어디 있는지 말해줘.
 
 “아빠는 알고 있잖아.”
 
 아냐. 난 몰라.
 
 “마주하기 싫어서 도망치고 있는 거야. 아빠는 항상 그랬으니까.”
 
 ... 그건, 맞네. 인정받지 못 하는 게 두려워서 늘 움츠러들기만 했지.
 언제나 나는 확신받지 못 하면 움직이지 못 하는 겁쟁이었으니까.
 
 “진실을 깨달을 용기가 없으니 계속해서 눈을 피하자.”
 
 냉장고에서 맥주를 한 캔 꺼내오렴, 사랑하는 내 딸아.
 선택받을 때까지 나는 나의 입에 포도주를 흘려부으련다.
 

2.2. §2: 옥사나 하네즈카

BGM

▶ 법공(法空)  나는 고개를 들었다.
 거리에 가득 찬 사람들의 행복해보이는 표정은 왜인지 항상 나를 비웃는 것처럼 보이고 있었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내가 가는 길을 따라서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는 그저 선명하게 죄인이 누구인지 지목하는 척 하며 가식을 떨어대거나 무너지지 않은 것들이 신기하다는 듯 이미 닳아서 투명해진 상처를 긁어 댄다.
 그리고는 결국 그것이 타인의 조롱이 아니라 그저 내가 만들어낸 빛과 어둠이라는 것을 깨닫고 조금씩 무감각해진 듯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다시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때가 되면 더 이상 주변의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눈 앞에 있는 누군가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고 떠나가는데, 조금이라도 빠르게 걷는다면 쫓아갈 수 있을텐데.
 그럼에도 떨어지지 않는 발이 야속하기만 하다.
 아니 정말인가? 정말로 나는 그렇게 생각했던가?
 자신에 대해 의심을 가진 그 순간 내 이상의 여성은 그제서야 나에게 돌아와 주었다.
 나는 그제서야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건전지가 다 되어 쓰러지는 인형처럼 주저앉아 어둑한 하늘 위로 비명을 지르듯 소리친다.
 
 그녀는 그런 나를 부축해 일으켜 세우고는 긴장하지 말라는 듯이 나와는 반대로 차게 식어버린 손을 겹치며 걱정하지 말라는 듯 귓가에 속삭인다.
 
 [실수는 없어. 옥사나. 무슨 일이건 그건 선택의 결과인거야.]
 
 기억은 이것이 끝이다.
 그녀의 색은 보이지도 않고 그녀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들은 것은 그녀의 남편이 세상을 떠난 이후의 일이다.
 
 줄리아.
 내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던 걸까.
 너도 그렇게 말했었지.
 모든 것을 빼앗겼다면 나 또한 빼앗아버리면 된다고.
 너는 행복 했어? 내게 남은 일말의 감정도 빼앗은 주제에.
 어떻게 타인을 위해서 그렇게 주먹을 꽉 쥘 수 있던거야?
 
 있지 줄리아.
 또 겨울이 지나가는구나.
 올해는 너와 함께 있고 싶었는데.
 그 행복했던 몇 년간을 가짜로 만들어도 상관 없을 정도로 사랑하고 싶었는데.
 그제서야 서툴러서 하지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을, 너에게 전하고 싶었는데.
 
 
 나는 고개를 들었다. 발코니의 한 구석에 처연하게 앉아 싸구려 술과 담배로 몸을 해치고 있자니, 배덕감이 머리 끝까지 차오르는 듯한 기분이다.
 진정제를 투여하듯이 담배를 깊게 들이마시고, 그보다도 깊고 길게 연기를 내뿜는다. 조금씩 차가워 지는 몸.
 도시의 겨울은 이런 자그마한 연기 따위는 지워버릴 정도로 반짝이고 있었다.
 
 [너는 행복하게 살고 있어?]
 
 글쎄 줄리아.
 난 네 덕분에 행복을 안 것 같아.
 네 말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앉아 영화를 보고.
 가끔씩 싸구려 술과 담배로 네 흉내를 내고는 해.
 
 [내 말은, 지금 네가 행복하냐는 거야.]
 
 모르겠어 줄리아.
 내가 얻은 자유는 너와 아이의 목숨만큼의 값어치가 있었을까.
 그 남자를 데리고 병원에 온 네 모습에서 당황이 느껴졌을때. 그때 내가 참을 수 있었다면 조금씩 희석되어 가던 감정이 다시 커지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에 대한 분노를 그냥 내 속에 숨겨두고 평생을 좋은 의사로 살아갈 수 있었을까.
 빼앗긴 것이 너무나 많아 줄리아. 누군가가 항상 나에게서 빼앗아 가.
 모르겠어. 이젠 앞이 보이지 않아. 사실 내가 정말로 살아있는지도 잘은 모르겠어.
 네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후부터, 그냥 모든 것들이 가짜처럼 보이고 있거든.
 아무래도 같은 일에 두 번씩 슬퍼할 정도로,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아. 네 사진을 받았을 때, 장례식을 치르는 순간까지도 네 죽음이 새벽 영화 채널의 구린 포르노처럼 느껴졌거든.
 죄책감이니 상실이니 하는 것들에 매몰되지 말라고 나를 찾아온 사람에게 말하는 주제에 나의 현실에 한 걸음 발을 들인 것 만으로도 머리가 새하얘져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지.
 충분히 각오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야. 내가 겪은 비극을 곱씹으면서 나는 이정도로 불행하니 여기까지는 괜찮다며 자위하고 있던 거야.
 그래서 모르겠어 줄리아. 네가 있는 집에 불을 지르라고 돈을 낼 때도. 내 모든걸 빼앗고 죽어가는 너의 남편에게 주사를 놓을 때도. 타인의 감정 따위 이해하기도 싫었어. 될 수도 없고. 그러니 제발 좀 꺼져줘.
 줄리아, 나는 원래부터 네가 사랑하던 사람이 아니었던 거야. 그냥 쓰레기 인간말종 새끼가 필사적으로 사람인척 하면서 살아보려고 했단 말이야.
 
 [그렇게 얻은 것은 그만큼 가치 있었어?]
 
 나는 벽을 향해 빈 맥주병을 던지고 소리지른다. 비명이 섞인 소음은 거리에 흐르는 캐롤과 눈에 섞여서 희석되어간다.
 술이 깨어간다는 소리다. 최근에는 이런 상태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유도 없이 이미 버린 것에 대한 분노를 쏟아낼 뿐.
 오갈데 없는 분노를 쏟아내다가 또 정신이 들면 한바탕 눈물을 쏟고 세상에 나만이 처량한 척을 하고 있자면 다시 줄리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저 궁금하다는 듯이. 둘이서만 침대에 누워 사랑을 속삭이며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그때처럼.
 
 [옥사나, 너는 지금 행복해?]
 
 글쎄. 너의 목소리가 들리는 동안은. 나도 행복하고 싶어.
 
 [옥사나, 너는 지금 행복해?]
 
 네가 아무 말 없이 내 곁을 떠나간 이후부터. 나는 여전히 행복해 줄리아.
 사랑해.

 
 깨어있는 것보다 잠드는 것이 두려웠다.
 조용히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자면 들려오는 주변 이들의 숨소리와 조용하게 뛰고 있는 나의 심장 소리.
 무엇보다도 작지만 무엇보다도 크게만 느껴지는 그 작은 일상의 소음들이 무서웠다.
 그럼에도 여전히 다 망가진 신념은 죽음을 재촉한다.
 [옥사나, 너는 지금 행복해?]
 몰라말걸지마이목소리가조현병증세라는것쯤은나도알고있어.
 계속해서나를편한길로이끌려는것쯤은알고있어.
 분명히너의말은나를편하게만들겠지그렇지만했던말은지켜야지지켜야하는거야.
 사회정의나 그런 것이 아니야.
 도덕심하고도 거리가 멀지.
 이건 그냥 더러운 욕심 일 뿐이야.
 모든 것이 내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질 거라는 어리석음이 누군가를 죽게 만들었으니, 최소한의 속죄가 필요한 거야.
 불이 꺼지지 않는다.
 그가 붙여 놓은 불이, 아직도 꺼지지 않아.
 나는 이렇게나 고통스러운데. 이제 불을 붙일 인간 따위는 없는데.
 

2.3. §3: 시미즈 마사

BGM

▶ 독백 #3
 #5
 
 복도를 빠르게 걷는 발소리가 들렸다. 잘 들어보면 그것은 두 사람의 발소리다.
 
 "어이, 거기 멈춰 봐!"
 
 앞서 걷던 시미즈 마사를 소년이 따라잡고, 소년은 억세게 마사의 팔뚝을 움켜쥔다. 마사는 빠르게 뒤로 도는 동시에 소년의 뺨을 때린다.
 
 -찰싹!
 
 침묵이 흐른다. 소년이 입을 뗀다.
 
 "이게 무슨 뜻이지?"
 "앞으로 아는 척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시미즈 마사는 세차게 붙잡힌 팔을 떼어낸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멀어져간다. 마사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노려보는 소년의 눈에 불이 이글거리는 것 같다.
 
 #6
 
 "저기, 불쌍하지 않아?"
 "으응. 불쌍하다."
 "하지만 전부 이유가 있어서 저러는 걸 테니까."
 "그렇지? 사춘기 때의 바보같은 짓이라니까."
 
 수군거리며 멀어져가는 학생들이 있었다. 그들을 향해 무어라 말을 할 수도,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이들은 아마도, 당장 튀어나가려 하면 자신을 막을 것이다.
 
 동정과 경멸의 눈빛은 그저 멀어져갔다. 정면에 있던 아이들 중 하나가 담배연기를 내뿜고 곧바로 얼굴을 가까이하며 말을 걸어 왔다. 그 덕에 동정했던 학생들의 뒷모습이 가려졌다.
 
 #7
 
 마사는 그 아이가 전학해 온 뒤부터 신경이 곤두섰다. 그 아이는 친화력이 유달리 좋았다. 배경이 사쿠라가오카 고교로 바뀌었다는 것 외에는 과거와 바뀐 것이 그다지 없어 보였다.
 
 그 아이와 어울리던 불량아들은 각자의 행동에 걸맞는 징계를 내렸다. 학생회장이 꼬투리를 잡았다며 불만스러워 했지만 이미 저지른 일은 저지른 일이었다. 교칙에도 위반되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확실히 조금 날카로워지긴 했으려나. 그 덕분에 사쿠라가오카는 더욱 평화로워졌지만.
 
 기존에 어울리던 아이들이 하나둘씩 줄어들어도 그 아이는 금세 반 아이들 모두와 친해진 듯이 보였다. 그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신경쓰여 견딜 수가 없었다. 하루는 어떤 이야기를 했느냐고 불러내어 물어본 적도 있었다.
 
 "평범한 사담이었는데.... 왜 그래, 회장?"
 "난.. 그냥 걱정이 되어서 그래. 알다시피, 그 아이, 오자마자 불량한 무리와 어울렸잖아?"
 
 상대방은 아하하, 웃었다. 회장은 걱정할 게 많아 힘들겠네~ 틀린 말은 아니었다.
 
 #8
 
 - 친구였구나~ 단순한 동급생이라기보단, 친분이 있는 가까운 사이였다... 라고 해석해도 되려나.
 - (그러지 않았더라면 좋았을거야.)
 
 - ... 경찰에 신고도, 못하고... 자신이 직접, 손을 썼어야 했다 생각했을 정도로, 나쁜, 짓을 그 친구분이... 저지른, 건가요...?
 - (그랬더라면 더 좋았을 거야.)
 
 - 저를 위해서....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분명 기뻐했을 거라고 생각.... 기뻐했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지만요. 이런 말은 나쁘지만요. 그렇지만.
 - (분명 그랬을 거야. 다들 기뻐했을 거라고 믿고 싶어.)
 
 -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똑같은 일을 저지를건가요?
 - 그대는 그대의 살인을 후회하는 가?
 - 살인은 절대로 하지 않겠습니다.
 - (말도 하지 못하고, 글도 쓰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었어. 그럴 수도 있었는데, 이성적으로 생각을 하지 못한 거야.)
 
 - 가족 구성원이 어떻게되나요? 그리고 가족 관계는 어땠나요?
 - (어쩌면 거기서부터 모든 것이 잘못되었을까. 아니야. 아저씨가 그렇지 않다고 말해주었으니까.)
 
 #9
 
 "시미즈 양. 학교생활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어. 성적도 수업태도도 교우관계도 좋고. 다만 너무 먼 데서 통학하고 있는데 힘들지 않아?"
 "힘들지 않아요."
 "기숙사비 때문이라면 성적이 좋으니까 지원해줄 수도 있어."
 "정말인가요? 그렇다면 부탁드려요. 선생님."
 
 #10
 
 "너, 역겹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지 마.)
 
 #11
 
 "파랗게 젊은 어린 애가 무슨 인생이 망했다야. 얼마든지 새로 시작할 수 있어. 학력고사 1등인지 뭔지 열심히 하면 될 거 아냐? 정말로 인생이 망한 건 나 같이 이 나이를 먹고도 애정에 굶주린 남성이지. 불쌍하지 않더냐?"
 
 #12
 
 왜 겨우 찾아낸 나의 낙원을 건드리는 거야?
 
 
 


2.4. §4: 제제 르 귄

BGM

▶ < Deus Ex Machina >  (웅성웅성. 인터미션 후, 관객들이 어두침침한 극장을 헤매 다시 자신의 자석을 찾는다. 극장 내부는 어두워, 자석으로부터 발하는 작은 불빛만이 그들의 앞길을 밝혀 준다. 그 불빛은 무대까지 닿지는 못해, 그 위에 무엇이 있는지 실루엣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모두가 착석해, 소란이 잦아들 즈음, 팟, 하는 소리와 함께 무대 조명이 밝혀진다.)
 
 (무대 위에 작은 무대가 설치된 익숙한 광경. 다만 그 위에는 사람 하나 없고, 대신 그 뒤의 새하얀 벽이 조명되어 있다.)
 
 (관객석에서 설치된 빔 프로젝터가 켜진다. 제2막의 서두를 열 주인공은, 짧은 상영인가 보다. 드라마틱한 연출을 기대했던 일부 관객의 투덜거리는 소리가 난다. 프로젝터는 반듯한 글자부터 띄운다. 그 글자는 이러하다.)
 
      < Why the haste? For when we cannot stop for Death, Death kindly stops for thee. >
      <왜 그녀는 서둘렀을까? 죽음이란 우리 모두의 종착지이니.>
 
 (영상이 돌아간다. 검은 스크린이 밝아진다. )
 
 소녀... 제제라는 이름의 소녀가 앉아있다. 평소에도 고운 옷을 입는 그녀이나, 이번에는 더욱 아리땁게 치장되어 있다. 옷은 복잡하고 품이 넓어, 그 소녀가 거의 파묻힌 거 같다. 아니, 실제로도 그리하다. 소매 하나에서 비죽 나와 있는 작은 손에는 가득 찬 유리잔이 들려있다.
 
 소녀와 소녀의 새하얀 예복은, 하나의 작은 설산의 정상을 연상케 한다. 소녀는 체구가 작지만, 그럼에도 가장 으뜸 하여 높은 곳에 자리했다.
 
 소녀를 둘러싸는 것은 78구의 쓰러진 시신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들은 나이도 성별도 다양하다. 굳이 공통점을 뽑자면 모두 소녀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일까? 그중에도 소녀 뒤에 쓰러진 자는 소녀를 닮은 여자와 남자다. 쓰러진 모두의 주변에는 텅 빈 유리잔이 뒹군다. 소녀만 빼고 깨끗이 비워버린 듯하다.
 
 시신들은 고요히 잠들어 있다. 그 모습은 너무나도 평화로워, 그저 모두 꿈나라로 잠시 여행이라도 간 것처럼 보인다. 소녀만 집을 지키러 혼자 두고서.
 
 고요한 설산이 움직인다. 소녀가 조용히, 몸을 일으킨다. 한 손에 그 유리잔을 들고, 주위를 둘러보다 손안의 잔을 바라본다. 그 눈에는 깊고 깊은 미련이 서려 있다. 살짝, 맛이라도 보고 싶은 듯이, 입술에 가까이 들어 올리지만, 떨리는 손은 유리잔을 놓치고 만다.
 
 촤악 - 내용물이 쏟아져 내린다. 스스로의 떨린 손에 놀란 듯, 소녀는 그 손을 부여잡지만, 딱히 잔을 주우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다. 그저 가만히, 아래의 시신들을 바라보다 발걸음을 옮긴다. 절대로 평온하지 않은 발걸음은 불안과 공포, 참을 수 없는 감정을 동반해, 괴기한 인형을 보는 것과도 같았다.
 
 떨리는 다리는 몇 번이고 의지를 배반해, 가끔 넘어지기도 하지만, 옷의 폭이 넓어 무릎을 쓸리는 일은 없다. 소녀는 쓰러진 자들의 시신을 조심스레 넘는다. 시간이 아무리 걸려서라도, 화면 끝자락에 도달한다.
 
 거기서 소녀는 품속에서 단도를 집어 들었다.
 
 단도를 들고 소녀는 화면 밖으로 걸어 나간다.
 
 화면이 바뀐다.
 
 소녀는 혼자 지하실을 내려가고 있다. 손으로 벽을 짚고서 한걸음, 한걸음 힘겨워하는 듯하다. 주렁주렁 매달린 장신구가 그녀를 더욱 힘들게 하지만, 꿋꿋하게도 그 장신구를 빼는 일은 없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소녀는 문을 연다. 한 손에 단도를 부여잡고, 그 단도를 높이 치켜든다.
 
 그리고 그대로 굳는다.
 
 관객이 술렁인다. 기술 문제인가? 화면이 멈춘 걸로 오해하기 조금 전, 그 문 뒤로부터 작은 몸집이 쏜살같이 날아간다. 작은 손이 소녀를 밀치고, 소녀는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는다. 소녀를 지나치고 밖으로, 자유로 달려 나가는 아이는 흑발을 부나 끼며 햇빛 아래로 달려 나간다. 소녀는 미처 그를 따라가지 못하고, 멍하니 단도를 쥔 채 그의 등을 바라본다.
 
 그리고 영상이 끝난다.
 
 출연자들의 이름이 출력된다.
 
 안젤라 르 귄. 데이비스 르 귄. 마크 웨인. 달리아 버너. 제임스 리드....

 
 (78개의 이름이 하나하나 내려가던 중, 스크린 앞에 하나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
 
      소녀: 그리하여, 모두가 행복해졌다.
 
 (그 그림자의 주인은 소녀다. 소녀는 스크린 앞에 서서 비뚤어진 미소를 짓는다. 마지막 등장인물 두명의 이름이 띄어진다.)
 
      소녀: 즐거운가?
 

<제 2막: Deus Ex Machina>

안돼안돼다시무대에서고싶지않아어째서똑같은거야싫어싫어싫어괴로워안돼안돼아아아행복해지고싶어자유로워지고싶어해방시켜줘행복하게해줘나를나의신자가되게해줘하하하하하
 무슨 소리야.
 이제 칭얼거릴 나이는 끝났잖니.
 모두의 神이시여.


 
 <등장인물>
      소녀
      신자들
      여자
      이름 없는 아이
      관객

 

<제2막>


 
 

#03.


 장소 - 무대 위
 
      ???: 하하하하하!!
 
 (누군가의 찢어질 듯한 웃음소리가 울리고 나서야 막이 올라간다.)
 
 (막이 완전히 올라가도, 그 웃음소리의 출처는 확실하지 않다. 흑백의 체스판을 사이에 두고, 두 인물이 대치하며 단정하게 앉아있다. 목소리의 높낮이를 판별하기엔 둘 다 여성의 몸이고, 그에 담긴 광기를 판별하기엔 둘 다 단정하고 차분하게 앉아있다.)
 
 (여자가 긴 손가락을 뻗는다. 여자는 백의 말을 움직이는 것을 보아, 소녀가 흑인듯하다. 체스가 그러듯, 흑은 백의 수를 따른다. 소녀가 말을 올리던 그때, 여자가 차가운 목소리로 지적한다.)
 
      여자: 지금 무슨 수를 두려는 것이냐.
 
 (소녀는 멈칫한다.)
 
      여자: 하나의 말을 희생해 나머지 말을 구하거라.
 
      소녀: ...
 
 (소녀는 끄덕인다.)
 
 (소녀는 말을 움직이려 하나, 손이 삐끗한다. 손이 삐끗한다. 손이 삐끗한다. 손이 삐끗한다. 실수. 실수. 고의고의고의고의고의고의신의로서의몸가짐신신신신신신신신신
 
 

#04.


 장소 - 무대 위. 알현실. 고해실. 어차피 그 모두가 같은 곳이니, 차별의 의미가 없다.
 
 (소녀는 똑같이 무대 위에 있다. 그 반대에는 신자들이 무릎을 꿇고 뭐라 말하고 있다. 목소리가 작은 지 뭐라 말하는 지는 정확이 들리지 않는다. 언뜻 삶이 너무 괴롭다던가, 그가 너무 증오스럽다던가, 병이 두렵다던가, 가지각색의 중얼거림과 흐느낌이 들린다.)
 
      소녀: 두려워하지 말거라. 괴로워하지 말거라. 슬퍼하지 말거라...
 
 (소녀의 눈에는 그들을 향한 연민과 슬픔으로 차있다. 소녀는 그들을 다정히 안아 든다. 어른의 몸은 작은 소녀의 품에 넘쳐나지만, 소녀는 굴하지 않는다.)
 
      소녀: 본좌가 모두 해결해주마.
 
      신자들: (안도하며) 타당하다.
 
 (타당하다.)
 
 #04.5.
 장소 - 신계.
 
 나는 사랑하도록 태어난 짐승이다.
 나는 선택하도록 태어난 신이다.
 
 세상은 너무, 너무, 너무 괴로운 곳이다. 아아아....
 
 그때 어째서 서둘렀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그리 빨리 행동할 이유가 없었어. 자비로우신 부모께서 계획이 있다 하지 않았나.
 하지만 그들은 인간일 뿐이지
 너는 신이고.
 우리는 신이고.
 신이기에 하는 행동이 모두 옳다?
 달라.
 그 말은?
 신이기에 옳은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
 선택권은?
 없었어.
 처음부터?
 처음부터.
 우리를 믿는 자들이, 우리가 사랑하는 자들이 쥐여준 그들의 선택권은 어디 간 거야?
 몰라. 우리에게는 없어. 그들은 믿었을 뿐. 나는 그저 따랐을 뿐.
 누구를?
 ...
 무엇을?
 ...正道를.
 사랑을.
 올바름을.
 내가 아는 작은 세계의 행복을.
 
 나는 아는 것밖에 몰라.
 
 나의 세계는 완벽했다. 나는 완벽했기에.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나는 너를 찾았다. 균열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신은 모두를 구원해야만 한다. 적어도, 불행을 안겨서는 안 된다.
 
 신에게 자아는 없다.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이란 것은 그저 하나의 행동 방침. 대가 없는 사랑의 한계 없는 기계Machina.
 
 신은 이해 받지 않는다. 행복해지지 않는다. 소원을 빌지 않는다.
 
 신은 너를 이해하는 자다. 행복을 축복하는 자다. 소원을 들어주는 자다.
 
 신은 신자들을 사랑해야 한다.
 
 신자가 아닌 너도 사랑해도 될까.
 
 내가 사랑하는 자들. 내가 사랑해야 하는 자들. 그 누구도 놓지 못해 나는 최선의 방법을 정했다.
 
 나는 그 모든 자에게 ■■해주라고 배웠다. 그러므로 나는 그 모든 자들을 ■■하려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는 단 하나뿐이다. 역할을 다해 내려왔다 하여도, 완벽히 똑같은 막이 다시 한번 나를 기다리고 있을 뿐.
 
      여자: 보아라.
 
 

#05.


 장소 - 지하실 앞.
 
      여자: 저기 보이느냐?
 
      여자: 저것이 신자를 행복하게 한다. 저것의 괴로움이 우리 모두의 삶을 연명한다.
 
      여자: 저것이 풀려나오는 순간, 불행이 우리 모두를 덮칠 것이다. 신자들에게도 그리 일러두었으니, 이것은 단합을 위한 작은 희생이다. 그러므로 그 누구도, 그것을 향해 손길을 내미면 안 된다.
 
      여자: 흐음?
 
      여자: 어째서 그런 표정이냐?
 
 

#06


 장소 - 무대 위.
 
      소녀: 마크. 달리아. 제임스. 제니퍼. 로퍼. 크리스. 피오나. 사샤. 리. 잭키....
 
 (이름을 읊는다. 76명의 이름. 시간이 꽤 걸리고, 그 무슨 특별한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지루한지 관객이 술렁인다. 그런 반응에 흠칫, 무대 위의 소녀가 떤다. 얼굴이 창백해지고 무릎 위의 작은 주먹이 흔들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한다.)
 
      소녀: ...■■■ 르 귄. ■■■■ 르 귄.
 
 (78명의 이름.)
 
      소녀: 어느 쪽도 놓지 못한 어리석은 신. 그것은 바로 본좌느니.
 
      소녀: 모두가 원하는 것이었다. 동시에, 그것은 본좌의 독단이었다. 동의한 자는 없다. 동의가 필요한 일이 아니었기에.
 
      소녀: 본좌가 두려운가? 본좌가 혐오스러운가? 그도 아니면, 본좌가 불쌍해서 견딜 수 없는가?
 
 (무표정이 환한 미소로 바뀐다.)
 
      소녀: 아니, 아니지. 그대들은 본좌를 용서하지 않았는가. 그도 모자라, 모두의 죄를 용서하였지. 그래, 모두의 죄를. 다들 알고 있는 거야. 겉으로 뭐라 지껄여도, 얼마나 우스운 이야기를 해도.
 
      소녀: 박수가 본좌를 무대에 가둔다.
 
      소녀: 아니, 떠받드는 것이다. 무대에 있으므로, 본좌는 그 누구보다도 높은 자가 되었다.
 
      소녀: 하하하.
 
      소녀: 친해지는 것 같았다? 친구가 되고 싶다! 어리석은 것! 어리석고 어리석은 것! 어느 인간이 신과 친우가 되고자 하는가? 신이란 본디 그대들과 동일한 인격체가 아니다.
 
      소녀: 애초에, 인격체인 적이 없다. 신이란 인간이 바라는 것의 집합체다.
 
      소녀: ...그래, 사실 본좌가 하나의 인격체였다면. 그대들이 옳아 본좌가 아는 모든 것이 거짓이라면. 본좌의 선택은, 대체...
 
 (관객에게 들리지 않는 무언가를 듣고 있는 듯이 고개를 숙인다. 수초 지나자 소녀의 어깨가 들썩인다. 소녀는 광소를 터트리며 고개를 올린다. 눈이 광기로 번들거린다. 팔을 양옆으로 활짝 핀다.)
 
      소녀: 그래, 그래. 부디, 본좌의 신자가 되어 주렴! 본좌에게 그대의 선택권을, 자유를, 생각을 주렴!
 
      소녀: 본좌는 신이니. 그대를 행복으로 이끌 의무가 있단다.
 
      소녀: 그래, 본좌, 필시 그대를 행복으로 이끌 테니!
 
 (무수한 박수와 함께 막이 닫힌다. 배우는 여전히 무대에서 내려오지 못한다. 막의 붉은 커튼 뒤에서 작게, 한숨 소리가 들린다. 그것은 탄식보다도, 공포 어린 울먹임과도 같다. 목소리는 막 안에서 나오는 것일까, 관객석에서 나오는 것일까? 목소리는 이리 고한다.)
 
      ???: 아아. 질렸어.
 
 <제 2막 完>
 
 .
 .
 .
 
 (관객이 인터미션을 맞아 웅성거리던 중, 누군가가 무대 앞에 선다. 관객석과 무대의 사이, 그 애매한 공간에서. 그는 체구가 작은 흑발의 아이다.)
 
      이름 없는 아이: 그 선택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었겠지.
 
 (아이는 뒤를 돌아 떠난다.)


2.5. §5: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BGM

▶ 끝의 시작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요.
 
 
 “아빠!”
 “응, 세이카, 우리 귀여운 공주님-”
 
 “으음, 미안해? 아빠는 아직 일하는 중이라- 잠시만 바로 갈게-”
 
 언제부터, 아버지는 집에 안 들어오게 되었을까요.
 
 
 “엄마!”
 “무슨 일이려나- 우리 딸-”
 
 “숙제는 다 했니? 설거지는? 숙제 다 하기 전까지 밥 없어.”
 
 언제부터, 어머니는 엄해졌을까요.
 
 
 언제부터, 우리는 서로 떨어지게 된 걸까요.

 (초등학생 시절 세이카의 노트.)
 
 집에 돌아오면, 술 냄새가 나요. 부엌을 보면, 엄마가 와인병을 든 채로 자고 있어요.
 
 아빠는 집에 오지를 않아요. 달에 한번은 올 때는 있는데, 그때마다 큰 소리가 거실에서 울려 퍼졌어요. 제가 말리려 하면, 혼나게 될 뿐이었어요.
 
 다들 아빠는 대단하대요. 돈도 많이 벌고, 친절하고, 팬서비스도 뛰어나고, 노래도 잘 부르고, 웃기대요. 엄마도 대단하대요. 책임감이 있고, 강하고, 똑똑하고, 약자를 위해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래요.
 
 아빠는 진짜로 대단해요. 같이 노래방도 가주고, 음악도 사주고, 미리 들려주기도 하고 해요. 녹음실은, 음악의 천국 같아요. 다들 웃으면서 반겨줘요. 물론 그게 엄마가 싫어한다는 건 둘 다 알지만, 제가 원해서 해준 거니까 아빠는 아무런 잘못이 없어요.
 
 엄마는 대단해요. 학원도 보내주고, 매일 확인해주고, 저를 위해 화내주고, 저를 위해 걱정해주고 해요. 꼭 만점을 맞도록 도와줘서, 제가 원하는 곳에 갈수 있도록 해준대요. 조금 어렵지만, 힘내면 잘했다고 칭찬해줘요. 아빠한테 자주 화내기는 하지만, 엄마는 아빠랑 나를 걱정해서 그러는 거래요. 그러니까, 내가 착한 아이로 있기를 원한대요.
 
 두 분 다, 대단해요. 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이내, 불타오르며 사라지는 노트.)

 미나미노하라 일가 토막살인사건의 담당이 되고 나서, 강력반 형사 스즈키 사토루는 두통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휴대폰은 끈지 오래다. 하루가 멀다하고 소속사와 주변 인물에게 울려오는 전화에, 진상을 묻고, 그 딸을 똑같이 해버리겠다는 살해 예고까지 번번히 울려오는 것에 짜증이 나서였다.
 
 이 협박성 전화를 형사에게 날리는 것은 둘째치고, 애초에 저들은 알까.
 
 미나미노하라 이치로는 사실 자신의 아내를 놔두고 새로운 매니저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는 것을.
 
 미나미노하라 토모코는 사실 자신의 딸을 학대하고, 자살 협박을 시도때도 없이 한 정황이 있다는 것을.
 
 “죄송해요... 죄송해요... 흐끅, 흑...”
 
 그리고, 그 딸은 저항도 못하고, 심문하는 내 앞에서 무너져 자해시도까지 하려는, 약하디 약한 16세밖에 안 된 아이라는 것을.

 (미나미노하라 가 자택가 CCTV, 7시 30분.)
 I(이치로): 여보오- 나 와써어-
 T(토모코): 어머, 어머! 이 사람 봐! 빨리 들어와요! 무슨, 뭔...
 I: ... 이건 뭐야?
 T: ...
 I: 와인병이 왜 여기 있어? 토모코, 말 해볼래-?
 T: 일단, 들어와요. 들어와서, 얘기해요.
 (문이 닫힌다.)
 T(추정):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질러진 소리)이혼이라고!?!?
 I(추정): ...내 음악... 도와주지...(조용한 목소리이기에 묻혀있다.)
 T: 하, 또 누구랑 눈이 맞은 건데? 팀원?아니면 너네 새 매니저씨?
 (창문이 닫히는 소리(추정), 소리치는 소리는 지속되었다.)
 
 (동일 CCTV, 10시 15분. 조용한 목소리라 대부분이 제대로 적히지 않았다.)
 S(세이카): ... 어머니, 오늘, 내 생일...
 S: ... 안, 챙... 려나...
 S: ... 아...
 S: ... 아, 버지...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병이 깨지는 소리, 남성과 여성이 고함치는 소리)
 S: ...아, 아아...
 (문 닫기는 소리)
 
 <이 CCTV의 녹음을 삭제하려 시도한 정황 발견, IP 추적 결과 피해자 이치로의 소속사, L 그룹인 것으로 확인됨.>

 스즈키 사토루는 눈가를 짚으며 한숨을 쉰다.
 
 그 사람의 앞에 놓여진 문서.
 
 그리고 그 위에 찍힌 인장.
 
 MILGRAM.

 두 분 다, 대단해요.
 
 대단할거예요.
 
 그러니까...
 <용서한다.>
 내 잘못인거야.
 <용서한다.>
 다, 내 잘못인거야.
 <용서한다.>
 그러니까, 그렇게 이야기하지 말아줘요.
 
 절, 제발, 용서하지 말아주세요.
 
 






3. 최종 판결


제 2심 판결

No.001
박권태

𝐆𝐔𝐈𝐋𝐓𝐘

No.002
시미즈 마사

𝐈𝐍𝐍𝐎𝐂𝐄𝐍𝐓

No.003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𝐈𝐍𝐍𝐎𝐂𝐄𝐍𝐓

No.004
옥사나 하네즈카

𝐈𝐍𝐍𝐎𝐂𝐄𝐍𝐓

No.006
제제 르 귄

𝐆𝐔𝐈𝐋𝐓𝐘

용서하지 않는다 
2:3

용서한다 
3:0

용서한다 
3:0

용서한다 
2:1

용서하지 않는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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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몇 년 만에 아내를 다시 만났느냐고 권태주(캡틴)가 오독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