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EDR,AIRSS

딜레마의 배심원/제3심

last modified: 2023-09-13 21:30:50 Contributors





1. 심문 기록

1.1. §1: 박권태


001  𝐓𝐑𝐈𝐀𝐋 𝟎𝟑 𝐉𝐔𝐃𝐆𝐄  O X -
Q. 01 제제 르 귄 기분이 어떤가?
방에 처박혀서 자고 싶은 기분. ... 자세히 말하기에는 너무 동정심 사려는 것 같아서 창피한데. 말해주길 바라? // 우울하고 축 처지고 징그럽고 소름돋고 다 때려치고 방에나 처박혀서 잠이나 자고 싶지... 술 한 잔 마시면 나을 감정이기는 해.
Q. 02 시미즈 마사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뭐, 이전과 다를 건 없어. 술을 좀 덜 마시기는 하나... ... 밖에 조금 덜 나돌아다니기는 했나.
Q. 03 옥사나 하네즈카 (범죄에 대해) 잊어버리니 편했는가?
...... ... 씨X. 존나 편하더라. 계속 잊고 싶었어.
Q. 04 시미즈 마사 (재판장에 가져온 술을 보고) 마실지 마시지 않을지는 자신의 자유지만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 나는 너희가 나한테 '술을 마시지 마라'라고 말하는 줄 알았는데. 판결을 통해.
Q. 05 제제 르 귄 왜 자신이 2심에서 용서받지 못 한 것 같은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은 내가 너희가 보기에 쓰레기 새끼처럼 보여서 그렇겠고.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사랑한다고 입만 살아서는 그딴 짓거리를 해버려서. 용서하지 못 한다고 말한 게 아닐까...
Q. 06 제제 르 귄 술을 줄인 이유가 있는가?
...... 술 줄인 건 너를 포함한 사람들이 도망치지 말라고 말했기 때문에. 판결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Q. 07 제제 르 귄 지금 와서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가?
...... 다른 사람이 되고싶은 건 포기한지 오래야.
Q. 08 제제 르 귄 이전에 잊어버린 것들을 조금이라도 기억해냈는가?
...기억하고 있어. 그러려고 최대한 심문 때까지는 술 안 마시려고 했고...
Q. 09 시미즈 마사 여전히 용서받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자신을 위함인가 딸을 위함인가?
용서받기 위해 뭘 해야 할지 이제는 잘 모르겠어서, 딱히 용서받고 싶다고 바라지는 않아. 그렇지만 굳이 따지자면...... ...... ...... 나를 위해서가 아닐까. 아마 예담이는 나같은 아비는 없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할 테니까?
Q. 10 옥사나 하네즈카 정신과 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가?
정신과 진료... 응. 좀 오래 있지. 우울증으로, 조금.
Q. 11 제제 르 귄 자신한테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 ... 모르겠어. 내가 유일하게 붙잡고 달릴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여전히 내가 그걸 품고 있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Q. 12 시미즈 마사 살해 뒤 실제로 딸을 만난 적이 있는가?
만난 적... 있지. 저번의 그것같은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내 딸 말이야, 배려심이 정말 깊은 아이라 그런 식으로 남의 마음을 후벼파는 말은 하지 않는다고. 그 날도 내가 울고 있으니까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봐주기도 했고... 하하.
Q. 13 시미즈 마사 용서받은 다음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구체적으로 말하라.
...... ... 우선은, 내 딸한테 찾아가서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물어보고... 그리고... 어...... ...... 모르겠다. 아마 복직도 못 할 텐데. 뭐 하고 먹고 살지. 지하철역에 박스 깔고 노숙자나 될까?
Q. 14 제제 르 귄 이전, '누구라도 자신처럼 행동했을 것'이라고 대답한 감정은 여전한가?
...... 그게 언제 그렇게 말했던 거더라. 뭐... 나같이 뇌를 구정물에 한번 빨아서 다시 끼워넣은 듯한 사람이 또 있다면 나처럼 행동했겠지.
Q. 15 제제 르 귄 제3자로써 자신을 심판한다면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가?
나는 성격이 나쁘니까, 아마 용서하지 못 한다고 했겠지.
Q. 16 시미즈 마사 (Q.13에 이어) 딸이 함께 살고 싶어한다면 같이 살겠다고 말하지 않았나?
예담이가 나랑 같이 살고 싶어할 리가 없잖아.
Q. 17 제제 르 귄 이곳에서 용서받지 못 한 사람의 공통점이 무엇인가?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죽인 것.
Q. 18 제제 르 귄 현재 자신이 가장 바라는 것은?
...... 어, 심문 빨리 끝나서 술 마시거나 자는 거.
Q. 19 옥사나 하네즈카 약은 제대로 챙겨멋었는가?
약... 언제부터, 를 말하는 거야. 체포당하고 난 이후로는 약을 입에 댄 적도 없어. 저거(술) 말고.
Q. 20 옥사나 하네즈카 일기를 쓰며 마주한 자기자신은 어땠는가?
일기. 썼어. 가져왔어. ... 쓸 때는 몰랐는데 진짜 인생 개차반으로 살던데. 이걸 몇 년을 해야 겨우 익숙해지는 거야?
Q. 21 제제 르 귄 자신의 아내를 살해했는가?
... 나는 아내를 죽이지 않았어. 하지만 나 때문에 죽은 건 맞아. 그 남자는 내가 죽인 게 확실하니까, 그래, 결론적으로 나 때문에 죽은 사람은 두 명이 되는 거겠네.
Q. 22 시미즈 마사 용서받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하지 않느냐.
... 네가 잘 몰라서 하는 말이야. 나는 원래 이런 놈이었어. 도망치고 포기하는 것밖에 하지 못 하는 놈.
Q. 23 시미즈 마사 (Q.16에 이어) 용서받아 나간다면 어떻게 살 것인지 한번 더 생각해보라.
...... 산 속에 들어가서 '나는 자연인이다'에 출연할 법한 생활 하기?
Q. 24 옥사나 하네즈카 마약을 했는가?
저기. 내가 인간말종인 건 인정을 하겠는데 뽕이나 빠는 사람으로 만들진 말지...? 그냥, 체포될 때 내가 먹는 약을 못 챙겨왔을 뿐이야.
Q. 25 옥사나 하네즈카 이혼 사유를 자세히 설명하라.
이혼 사유...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나 싶기는 한데. ... 4년 전이었나 5년 전이었나. 그 때 즈음에 다니던 직장에서 잘리고... 재취직도 마음처럼 잘 안 되고 해서, 약 먹던 것도 효과가 없어서 술에 손을 대기 시작했는데. 그러고 밖에 하나도 안 나가니까... 은혜가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면서 예담이를 위해서라도 이혼하자고 해서...?
Q. 26 제제 르 귄 아내는 자살했는가?
실족사야. ... 천운이 따라서 기적적으로 구조되지 않은 이상.
Q. 27 제제 르 귄 용서를 받고 싶은가, 아니면 여기서 삶을 마감하고 싶은가.
어느 쪽이든 내가 결정할 소관은 아닌 것 같아서. 어떻게 되든 좋아. 그리고, 뭐랄까, 솔직히 자기 아내 사랑한답시고 죽여버린 사람을 용서하고 싶은 마음은 내가 봐도 잘 들지 않을 것 같아서. 이전처럼 무리한 걸 부탁하진 않아.
Q. 28 시미즈 마사 이혼 이전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술만 마신 이유는 우울증 때문인가?
...... 어, 아마 그게 맞을걸...? ... 입원 치료 하고 나서는 다시 구직 활동 했으니까...? 그럴걸?
Q. 29 시미즈 마사 (성의와 의지를 보여달라는 당부와 함께 죄인의 뺨을 때린다.)
내가 살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게 너를 괴롭게 해? 왜? ... 결국 만난지 한 달 남짓밖에 안 된 남일 뿐인데.
Q. 30 옥사나 하네즈카 모두가 자신의 죄를 잊는 것과 자신이 죄를 잊어버리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드는가?
전자. ... 그렇게 된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다시 시작하기에 더 편할 테니까.
Q. 31 제제 르 귄 아내의 생사를 아직 모르는가?
...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으니까.
Q. 32 제제 르 귄 바라는 소원은 아직 그대로인가?
소원은... 응, 뭐. 대충 그대로네. 예담이가 나랑 같이 안 살려고 할 테니까 그냥 좋은 양부모를 만나게 해달라고만 해야겠지만.
Q. 33 제제 르 귄 여기서 자신이 가장 죽기를 바라는 자는 누구인가?
...... 다 좋은 사람이니까 다 무죄 판결을 받았으면 좋겠네. 그러니까, 나야.






1.2. §2: 옥사나 하네즈카

004  𝐓𝐑𝐈𝐀𝐋 𝟎𝟑 𝐉𝐔𝐃𝐆𝐄  O O -
Q. 01 시미즈 마사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가?
...평소와 같았답니다. 아, 그래도 최근에는 해보고 싶은걸 상상하고 있었어요.
Q. 02 제제 르 귄 여전히 '용서하지 않음'을 바라는가?
...모르겠네요. 두번이나 용서를 받았어요. 물론 바깥에서는 아니지만.
Q. 03 제제 르 귄 마음이 흔들리지는 않는가?
...여전히 죽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용서를 받았다고 해서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것이 사라지지는 않으니까요.
Q. 04 박권태 두 번 용서받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괴롭히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Q. 05 시미즈 마사 3심이 개정되기 전까지의 그간 또다른 범죄를 저질렀는가?
없답니다. 이전의 그 살해도, 들어오기 전. 확실하게 하고 온 것이니까요. 이곳에서는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어요.
Q. 06 박권태 마지막 판결에서 용서받지 못 한다면 온전히 기뻐할 수 있겠는가?
...아마 1심때처럼 뛰면서 기뻐하지는 않을것 같네요. 그래도 뭐, 그냥 그렇구나-하고 받아들일 것 같네요. 사형선고는 두번째가 되니까요.
Q. 07 제제 르 귄 용서받은 뒤, 자결하기 전 무엇을 하고 싶은가?
우선은... 그러네요. 다시 봉사활동이나 할까해요. 그렇게 몇개월정도. 가능하다면 그렇게 유예를 둘까해요.
Q. 08 제제 르 귄 소원은 이전과 동일한가?
소원으로는... 활동하기 쉽게 의사 면허를 다시 받고싶네요.
Q. 09 시미즈 마사 변호사를 찾아가 사과를 받으려 했는가, 아니면 바로 살해하였는가?
...말하고 싶지 않네요. 이미 저지른 것에 대한 기억마저 잊어버린 사람한테 사과받아도 저를 놀리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요 저는.
Q. 10 제제 르 귄 이전, 자결은 도움 없이 스스로 끊고싶다 한 바 있다. 그렇다면 용서받아야 온전히 스스로 자결할 수 있으니 용서가 최선임이 아닌가?
그렇죠. 하지만 이건 달라요. 해방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판결. 저를 용서하지 못하겠으니, 죗값을 죽음으로 갚으라고 하는 말에 동의한거에요. 넓게보면 자살이 아닐까요.
Q. 11 박권태 '줄리아'를 아직 사랑하는가?
...적어도 권태씨가 가족을 사랑하는 만큼은 사랑해요.
Q. 12 제제 르 귄 사랑이란 무엇인가?
오늘따라 다들 이런걸 묻네요. ...전부를 바쳐도 괜찮은것.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것.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걸어갈 수 있게해주는 빛.
Q. 13 시미즈 마사 다시 그 때로 돌아가면 살인을 할 것인가?
...하고싶지 않았어요. 그래도 저질렀겠네요. 줄리아는 분명, 그 남자를 살려달라고 했을테니까.
Q. 14 제제 르 귄 자신의 죄에 대해 거의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용서받은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여러분은 상냥한 사람들이 많았으니까요. 그래서 더 모르겠어요. 정말로 더 높이 떠올라 떨어져버리는 모습을 보고싶어서인걸까요? ...아니네요. 그래. 이미 제가 저지른 짓이니까. 그에 대한 벌인거네요.
Q. 15 시미즈 마사 살해에 영향을 더 끼친 것은 변호사의 과오보단 전 애인의 행동이었는가?
...항상 말했으니까요. 함께 복수해주겠다고.
Q. 16 시미즈 마사 과거의 자신처럼 원한을 삶의 목표로 살아가는 사람한테 하고싶은 말은?
없어요. 정말로.
Q. 17 박권태 줄리아의 목소리가 지금도 들리는가?
...아니오. 지금은 안들려요.
Q. 18 제제 르 귄 다른 죄인의 죄와 자신의 죄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글쎄요. 살인은 몇을 죽이던 경중이 달라지지는 않아요. 한명도 세명도. 일흔이 넘어도 말이에요. 그래도 지금까지의 판결에서 들었던 내용에 의하면... 아마도 태도의 차이가 아닐까 해요. 저는 그냥 도망치고 있는 것 뿐인데.
Q. 19 시미즈 마사 (Q.16에 이어) 그 사람의 복수를 막을 수 있다면 막을 것인가?
...막아야죠. 쓰레기 하나 둘 때문에, 인생이 망가질 필요는 없다고. 그저 그냥 같이 살아가자고. 그렇게 말해줄거랍니다.
Q. 20 박권태 언제부터 전 여친의 목소리가 들렸는가?
직후부터에요. 불에 타버린 시체를 사진으로 본 그 순간부터. 부모님은 말을 하지 않게 되셨고, 대신 줄리아가 그 자리를 꿰찼죠.
Q. 21 시미즈 마사 죽음이 아닌 속죄를 전혀 상상할 수 없는가? 혹은 속죄의 간단한 방식으로 죽음을 선택하는 건가?
둘 모두입니다. 부디, 부탁입니다. 그냥 저를 죽게 해주십시오.
Q. 22 박권태 부모의 목소리는 언제부터 들렸으며, 무엇이라 말하는가?
불에 탄 저택을 봤을때부터. 반드시 복수해달라고. 그렇게 말하시더라구요. 그나마 줄리아와 사기던 시기는 괜찮았어요. 그 아이가 제 푸념을 들어줘서... 가끔씩만 되새겨질 뿐이었으니까.
Q. 23 시미즈 마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원권을 사용하면서까지 자신이 살아가길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소원은 그런데에 쓰여서는 안 돼요. 만에하나라도 제대로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빌어야지. 살인자를 살리기 위해 비는건, 헛된 일입니다. 그리고 마사씨도, 그리 되어줬으면 하는 사람은 제가 아니지 않나요. 행복을 찾도록 하세요. 사랑을 하고 별것 아닌 일에 울고 웃으며 살아가주세요 마사씨.
Q. 24 박권태 환청 치료를 받는 게 낫지 않았겠는가?
좋은 모티베이션이었으니까요. 덕분에 명망있는 의사가 되지 않았나요.
Q. 25 박권태 환청의 내용과 실제 그 사람들이 할 생각이랑 얼마나 비슷한가?
세사람 모두, 그딴 말은 하지 않아요. 누군가를 살리기위해 절박했던 사람이, 누군가를 죽여달라고 부탁할리가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용서받으면 안되는거에요. 그딴 일을 해도, 그사람들이 구원받는게 아닌데.
Q. 26 제제 르 귄 결과가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용서보다 용서받지 못 함을 선호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글쎄요. 이미 사형판결을 받았으니까요? 그리고... 뭐 죽고나면 시체를 치워줄 사람정도는 있으면 하니까.
Q. 27 제제 르 귄 세 명의 살인 중 어느 살인을 가장 원했고, 어느 죽음을 가장 후회하는가?
그 남자에요. 그 남자가 가장 원망스러워요. 가족을 파탄내고 지옥의 구렁텅이에 사람을 쳐넣어놓고 자기는 잊어버렸으니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아니 그러네요. 그냥 제 가인적인 분노일뿐. ...그렇다고 해서 그 어린아이가 죽어야 할 이유는 없었는데 말이에오. 두려웠나보네요 저도.
Q. 28 시미즈 마사 자기 자신의 생명의 가치에 대해 열거하라.
...마사씨. ...이전에 이야기한 대로는 안될까요. '미래의 가능성'을 빼앗기때문에 살인은 안된다. 더이상 남은 미래가 없는데 어떻게 할까요. 정말로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마사씨. 마사씨가 원하는 답은, 저한테 있어서는 나와서는 안되는 것이에요.
Q. 29 박권태 정신증으로 인한 심신미약을 이유로 하는 정상참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인정은 합니다. 다만, 주취자가 아닌 정신적 장애로 인해 제대로된 판단이 불가능 할 경우에만. 적절한 배상금과 피해자의 가족에 대한 책임을 지는 조건으로.
Q. 30 제제 르 귄 다른 죄인이 사형 판결을 바란다면 그 죄인한테 사형 판결을 내리겠는가?
제제씨는 이제는 죽음을 바라나요. 아니오. 판결에 있어서는 정말로 죽더라도 중립을 유지할 상각입니다.
Q. 31 시미즈 마사 누군가가 자신을 용서하지 못 해 살아가길 원한다면, 그럼에도 죽음을 바랄 것인가?
용서하지 못하니까 살아가라뇨. ...모르겠네요. 살아가야하는걸까요? 아니면 죽는게 맞을까요. 여기서는 죽거나 살거나 판결은 둘 뿐인데. 복잡하잖아요. 어기서 제가 용서하지 않으면 사람을 죽이는건가요? 아니면 그저 투표했을 뿐이니 괜찮은건가? 만약 그게 정말로 살인이라면 결국 하나를 용서받았다 해도 의미 없지 않나요? 저는 욕심밖에 없어요. 제가 편해지고 싶으니까, 죽으려는거에요. 34년, 길었잖아요. 그러면 편해도 되지 않을까요? ...그냥 좀 지쳤어요. 못들은걸로 해주세요.
Q. 32 박권태 한참 지속된 환청과 환각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자신이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가능합니다. 악화일로이기는 합니다만, 저는 사회적인 시선으로 보았을때 멀쩡한 축에 속했으니까요.




1.3. §3: 시미즈 마사

002  𝐓𝐑𝐈𝐀𝐋 𝟎𝟑 𝐉𝐔𝐃𝐆𝐄  O O -
Q. 01 박권태 '아저씨'와 무슨 관계였는가?
...제게 희망을 주었던 아저씨 말이죠. 한때 재워주고 먹여주던 사람이었어요. 그렇다고 이상한 오해는 하지 말았음 해요.
Q. 02 옥사나 하네즈카 자신이 왜 용서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예전에 말했듯이 앞으로는 사회의 해악이 되지 않고 오히려 보탬이 되면 될 테니까, 그리고 오늘 전부 솔직히 말씀드릴 생각이니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용서해 주실 거잖아요?
Q. 03 제제 르 귄 이전의 심문 결과에 대한 기분이 어떠한가?
오히려 안심되는 기분이네요. 어떻게 하면 용서받는지 알게 된 것 같아서... 이전의 심문 결과에 대한 기분을 물으시는 거죠? 저는 그때는 용서받으면서도 불안했어요. 여러분이 모르는 부분이 있으니까, 그걸 알게 되면 단번에 돌아서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전부 털어놓으면 용서해주실 거니까요. 그렇죠? 저번에 그랬듯이.
Q. 04 박권태 '아저씨'가 자신을 먹여주고 재워준 이유는 자신이 가출을 했었기 때문인가?
네. 집을 나온 적이 있었답니다. 중학생이었을 때요. 철없을 때였어요. 박권태 씨보다도 더요.
Q. 05 제제 르 귄 여전히 '죽어도 좋은 인간'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있다고 생각해요. 분명히 있죠. 하지만 그런 것은 일시적인 방황을 하는 사춘기 소년소녀들이나 특별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을 보고서 단번에 판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Q. 06 재재 르 귄 피해자에 대해 현재 어떤 생각이 드는가?
미안하네요.
Q. 07 옥사나 하네즈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사회에 보탬이 될 것인가?
사회의 리더격의 자리를 맡고 싶어요. 저번에 말씀하지 못한 장래희망을 이루거나, 그 가까이라도 간다면 법의 수호자가 되어 어떤 사람들을 구해줄 수도 있겠지요. 아니면, 전 무엇을 하든 잘 될 테니까요. 사회구성원으로서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되겠지요.
Q. 08 옥사나 하네즈카 과거에 있던 일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하라.
중학생 때 가출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 방황했어요. 아저씨에게 신세진 것도 그때였구요.
Q. 09 제제 르 귄 많고 많은 사람들 중 어째서 하필 피해자만 자신을 '가짜'라고 부를 것 같았는가?
저는 단정치 못한..... 아이였으니까요. 모범생은 커녕 불량한 쪽에 있던 아이였으니까. 사쿠라가오카에는 제가 그랬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었는데, 하필 그 아이가 나타나버렸으니까.
Q. 10 박권태 가족 때문에 가출을 했는가?
네. 집에 있기 답답했어요.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어요. 있죠. 어른은 집에 있기 싫으면 다른 숙소를 잡거나 이사가면 돼요. 그럼 청소년은 어떻게 하는 줄 아세요? 하나밖에 없어요. 가출하는 거죠.
Q. 11 박권태 고등학생 시절에는 그 아저씨와 함께 하지 않았는가?
고등학생 때는 기숙사 생활을 했답니다.
Q. 12 제제 르 귄 용서받은 자신과 용서받지 못 한 죄인 사이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글쎄요....... 사회적으로 해악이 될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의 차이가 아닐까요? 아니면 보편적인 사람들이 보기에 가치관이 현저히 다르거나. 그걸 보통은 틀렸다고 하지요. 제제 르 귄 씨는 거기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나 보지요?
Q. 13 제제 르 귄 피해자의 죽음으로 인한 주변인의 반응은 어땠는가?
전학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그다지 깊이 친한 친구는 없었나 봐요. 그런 느낌이었어요. 주변 사람들은 오히려..... 저를 옹호했죠. 제가 죽였을 리가 없다고요. 그 아이가 나쁜 짓을 했을 거라고도요. 제가 보았던 반응들은 그게 전부네요. 그 아이의 부모요? 본 적 없어요. 아마 장례도 안 치러 주었을지도 몰라요.
Q. 14 옥사나 하네즈카 가출의 이유는 단순히 가정불화 뿐인가?
단순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요? 집에 돌아오면 늘 차가운 공기, 아무도 잘 다녀왔다고 말해주지 않고, 부모님은 마주치면 싸우기만 할 뿐. 겨우 화해시켜 보았자 또다시 돌아오기만 하고, 그들과 같이 밥을 먹고 체한 적도 있어요. 저는 노력했는데.
Q. 15 옥사나 하네즈카 여전히, 방해가 된다면 치우고 나아가겠다고 생각하는가?
치우고 나아가고 싶지만, 살해라는 방식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거예요.
Q. 16 제제 르 귄 과거가 밝혀지는 것을 어째서 두려워했는가?
이렇게 말씀드렸는데도 제가 여전히 모범적인 사쿠라가오카의 학생회장으로 보이나요? 아니면 인생에 굴곡이 있던 평범한 여자아이로 보이나요? 한때 불량한 아이였던 바보로 보이나요? 별거 아닌 것 같나요? 전 후자의 둘 다 끔찍하게 싫어요. 제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거예요.
Q. 17 박권태 밝히기 두려운 사실은 가출을 했다는 과거 뿐인가? 아직 밝히지 않은 또 다른 사실은 없는가?
가출하고 나서 무엇을 했겠어요?
Q. 18 제제 르 귄 우리 모두 같은 살인자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렇게 개운한 얼굴을 짓는가?
이미 빼앗아버린 건 어쩔 수 없지 않나요? 저는 반성하고 있다니까요?! 개운해 보인다니. 슬픈 표정이라도 지어야 하는 걸까요. 어쩌면, 살해를 결심했을 때 정은 모조리 떼버렸거든요.
Q. 19 박권태 마약을 했는가?
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저는 안 했어요. 비슷한 것들은 했지만요. 아. 폭력 같은 건 같은 서클 안의 아이가 아니면 동조하지 않았어요. 자칫하면 시끄러워져서 집으로 돌려보내지거든요. 피워도 괜찮아요?
Q. 20 옥사나 하네즈카 미나미노하라 세이카와 사이가 좋은 것 같다. 밖에 나가서도 함께 다닐 것인가?
네. 같이 다닐 수 있다면 좋겠어요. 저, 세이카의 친구로서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까요.
Q. 21 박권태 학생회장이 과거에 불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길 바라지 않았는가?
시끄러워지는 것 뿐 아니라 다들 저를 무시할 테니까요. 동정하는 사람도 무시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죠. 학생회장의 일도 힘들어지겠죠. 위엄이 서지 않는 학생회장이 되느니 죽는 게 나아요.
Q. 22 박권태 2심에서 용서받지 못 했다면 지금처럼 솔직하게 말하지 못 했을 것 같은가?
글쎄요. 그러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제가 털어놓든 저 스크린이 털어놓든 결국엔 털어놓아졌을 거라 생각해요.
Q. 23 제제 르 귄 자신의 ㄱ가치와 질문자(제제 르 귄)의 가치관 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제제 르 귄 씨의 가치관은 심하게 왜곡되어 있어요.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하지만 제 가치관은,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는 바보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더라면 사회적으로는 용인되는 정도니까요?
Q. 24 제제 르 귄 과거를 지우고 싶은 마음은 여전한가?
네. 지우고 싶어요. 그건 불가능하니까, 그걸 아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 곳으로 날아갈 거예요. 저희, 살아서 나가도 다시 만나지는 않도록 해요. 세이카는 어쩔 수 없지만요.
Q. 25 박권태 자신이 용서받지 못 한다면 판결을 내린 죄인들을 원망할 것인가?
용서해주실 거잖아요? 왜 그런 소리를 하죠? 박권태 씨는 저를 용서할 수 없나요? // 뭔가요. 대체 뭔가요. 전 솔직하게 얘기하고 있잖아요. 용서하지 않으면 원망할 거냐구요? 용서하지 않을 리가 없잖아. 그리고, 제가 원망하고 말고가 박권태 씨에게 중요한가요?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
Q. 26 옥사나 하네즈카 자신은 사람들을 고통받게 했다. 정말로 반성하고 있는가? 진실을 고했으니 반성했다고 생각하는가?
다른 사람들도 사람들을 고통받게 하죠. 누구나 그래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모두에게 선한 영향만 주는 사람 따위는 없어요. 반성합니다. 바보같은 짓이었어요. 반성과 진실을 말하는 건 다르지만요.
Q. 27 옥사나 하네즈카 죄에는 반드시 벌이 따른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일 것인가?
이 재판 자체가 벌인 것 같다고, 세이카가 얘기했었어요. 저는 아직도 살인을 저지르는 꿈을 꾸고요. 저는 사쿠라가오카에 학생회장으로서 더이상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더 어떤 벌을 받으면 되지요? 제가 사형을 당하면 속이 시원하겠나요?
Q. 28 제제 르 귄 바라는 소원은 여전히 동일한가? 과거를 아는 사람을 죽이던가, 돈을 들여 자신을 아무도 무시할 수 없게 만들던가, 하고싶지 않은가?
살인은 하지 않겠다고 얘기했잖아요? 하지만 좋은 참고가 되었어요. 소원은 좀 더 생각해보지요. 리더의 자리같은 것은 제 스스로 얻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답니다. 졸부가 무시당하기 때문에 예술작품을 구입하는 것에 집착한다는 얘기, 들은 적 있나요?
Q. 29 제제 르 귄 미나미노하라 세이카는 '과거를 알기에 만나고싶지 않은 사람'에서 어째서 예외인가?
글쎄요. 친구니까?! 세이카라면 제 과거를 알아도 동정하거나 무시하지 않을 것 같아서, 인 것 같기도 하네요.
Q. 30 박권태 모두가 용서받아 소원을 빌 수 없게 된다면 아쉬움을 느끼지 않을 것 같은가?
네. 세이카가 도와주겠다고 했으니까요. 그리고, 지금은 도움이 없어도 저 혼자서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결심했어요. 미성년인 여자아이라도 학교 밖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의외로 많답니다.
Q. 31 제제 르 귄 (Q.28에 이어) 허용받은 살인이라면 괜찮지 않은가?
허용받는 살인과 허용받지 못하는 살인이라. 그래도 제게는 죄책감이 지워질 테고, 살인은 여러분의 가능성을 빼앗는 일이에요. 제제 르 귄 씨도, 옥사나 씨도, 박권태 씨도 모두 마찬가지에요.
Q. 32 제제 르 귄 질문자(제제 르 귄)의 죽음을 자신이 허락하지 않을 시 자신한테 용서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준다고 할 때, 질문자의 죽음을 막을 것인가?
.....억지네요. 선서를 하지 않았나요? 그에 따라 판결해야지요. .............그렇더라도 죽도록 놔두지 않겠어요.
Q. 33 옥사나 하네즈카 무엇이 문제인지 알지 못 하는 사람한테 단두대가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까 싶다.
제가 목숨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목숨은 당연히 귀해요. 저는 그것을 앗아갔고요. 그러니 그것은 잘못이죠.
Q. 34 옥사나 하네즈카 용서하지 않는다면 질문자(옥사나 하네즈카)도 죽일 것인가?
그런 복수귀같은 짓 하지 않아요. 하지만, 용서해 줄 거잖아요?
Q. 35 박권태 피해자한테 미안하다고 생각하는가?
왜 다들 그런 걸 자꾸 묻는 거예요? 제가 반성한다고 했잖아요? 미안하다고 했잖아요? 제가 미안해보이지 않아요? 거짓말 같아요? 제가 불량했던 아이라서 그런가요?




1.4. §4: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003  𝐓𝐑𝐈𝐀𝐋 𝟎𝟑 𝐉𝐔𝐃𝐆𝐄  O O -
Q. 01 시미즈 마사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 힘들어. 이 목소리가, 이 판결이. 너무 무서워.
Q. 02 제제 르 귄 배심원들한테 용서받은 기분은 어떤가?
... 끔찍, 해요.
Q. 03 제제 르 귄 현재 가장 원하는 판결은 무엇인가? 달라진 점이 있는가?
... 용서받지 않는다.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저인데... 저도, 저를 모르겠어요.
Q. 04 옥사나 하네즈카 두려운가?
...네.
Q. 05 박권태 여전히 자신의 부모가 자신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하는가?
...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봤잖아요. 저 외부판정단들의 표를. 그렇지 않다면... 저렇게, 표가 나왔을, 리가... 나왔을 리가 없어...
Q. 06 시미즈 마사 용서받아 나가게 됐을 때, 가고싶은 나라가 있는가?
... 뉴질랜드...?
Q. 07 박권태 죽을 만한 사람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가?
.... 죽을 만한, 사람은... 으, 우...
Q. 08 제제 르 귄 (Q.02에 이어) 왜 끔찍하다 생각하는가? 긍정받은 것이 좋지 않은가?
좋지, 않았어요... 절대로... 절대로...
Q. 09 제제 르 귄 용서받지 못 한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오해하고 있어요, 전부... 판결이, 잘못 되었어요... 누구도, 죽어도 싼 존재가 아니야... 다들, 좋은 사람인데...
Q. 10 옥사나 하네즈카 용서받고 싶은가?
... 모르겠어요... 용서, 받고 싶지는, 않았는데... 다들, 다들...
Q. 11 옥사나 하네즈카 자신은 정말로 살인을 저질러 부모를 그런 꼴로 만들었는가? 어째서?
... 전... 네... 제가... 제가, 그랬어요... ... 무서워서, 두려워서, 아파서, 머리가, 머리가 하얘져서...
Q. 12 제제 르 귄 외부 판정단의 판결과 내부 죄인의 판결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
... 무엇이, 더 중요한걸까요. 모르겠어요. 저도. 사마엘 씨에게 직접 물어보셔야 할 거예요, 그건. 저는, 저는... 모르겠어요.
Q. 13 박권태 (Q.07에 이어) 죽을 만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죽을 만한 사람은 여기에는 없어요. 다들, 착해요. 정말로...
Q. 14 시미즈 마사 부모가 대단하지 않았다면, 자신의 용서받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은 정도가 덜 했을 것인가?
... 글, 쎄... 알 수 없지 않을까... ...하지만, 정말 나쁜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건, 패륜인걸...
Q. 15 제제 르 귄 죄인의 살인이 모두 정당하고 타당한 일이었다고 생각하는가?
... 그게... 제 판결을 함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인가요...? ... 그게 도움이 된다면 말할까요... 박권태 아저씨는, 이해가 가능한 일. 마사는, 이해가 가능한 일. 옥사나씨는, 이해가 가능한 일. 제제씨는... 이해 불가능하지만, 그 책임자가 죽어, 사건 자체가 붕 떠버린 일.
Q. 16 옥사나 하네즈카 자신이 목숨을 끊어줄 수 있다. 정말로 죽고싶은가?
... 네. 그리하여, 다른 분들이 더 좋은 삶을 산다면.
Q. 17 시미즈 마사 자신과 똑같은 처지에서 똑같이 부모를 살해한 사람이 있다면,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인가?
... 모르겠어.
Q. 18 박권태 살해당한 피해자 중 죽을만한 사람이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딱, 두 명. 제제르 귄씨의 부모쪽이예요. 제제씨를 저렇게 만들어버린, 원흉.
Q. 19 박권태 자신이 부모보다 못난 사람이라는 근거는?
... 저 재판이, 지금 이 분위기가, 근거가 아닐까요... 제가 못나서... 전부, 제가 못나서...
Q. 20 시미즈 마사 범행에 대해 더 생각난 사항이 있는가?
... 그, 2차때와, 1차때 이야기한것과... 똑같아. 더 붙일 말이... 있을까...?
Q. 21 박권태 (Q.19에 이어) 투표와 재판을 제외하고, 자신이 부모보다 못난 사람이라는 증거는?
... 그 분들은, 자기 부모를 죽이지 않았다..? ... 이걸, 왜 질문하는지... 모르겠어요... 힘들,어...
Q. 22 시미즈 마사 자신은 질문자(시미즈 마사)가 자신을 용서하지 않는다 한다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겠는가?
... ... 이해, 할거야... 나, 그런게 당연하고... 그러고 싶은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옳겠지, 마사가... 마사는, 나보다 똑똑하니까...
Q. 23 시미즈 마사 (Q.22에 이어) 용서한다고 말한다면?
... 왜, 그랬는지 물어볼거 같아. 그리고, 계속 설득해달라 할 거 같아. ... 귀찮은, 사람이라서... 미안.
Q. 24 시미즈 마사 하필이면 왜 냉장고였는가?
... 아, 그거... ... 그, 일이 있고 나서... 아침에 일어나기 전에... 4시쯤에, 다시, 깨어났었어... ... 그때, 상황을 보고... 치워야겠다고, 생각이 먼저 들어서... 정말, 정말로 정신이 없었어... 이제 보면... 끔찍한데...
Q. 25 옥사나 하네즈카 용서받고 나간다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그러게요...
Q. 26 제제 르 귄 자신과 질문자(제제 르 귄)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 모르겠네요. 어떻게 자라왔는가, 일까요. 저는, 착한아이로. 당신은, 신이라는 것으로.
Q. 27 박권태 죽음 외의 다른 방식으로 죄를 속죄하면 되지 않는가?
어떻게 하면 될지... 모르겠어요. 정말로... 죽어야 한다면, 죽을게요. 뭐든지, 하라고 하면, 할게요... ... 제발, 답을 줘...
Q. 28 시미즈 마사 부모가 자신한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한 이유는 무엇인가?
... 싸우다가... 나랑, 아버지랑 하던, 비밀이 알려졌었어... 나쁘다고 한, 음악, 듣는거... 그런,것들... 어머니가... 엄마가...
Q. 29 옥사나 하네즈카 (Q.25에 이어) 찾아볼 생각은 없는가?
... 상관이 있을까... 싶어요...
Q. 30 시미즈 마사 아버지랑 몰래 음악을 듣고 있었는가? 음악을 금지한 것은 어머니 뿐이었는가?
... 아빠는, 계속 나가계셨으니까... 어릴땐, 엄마 말 잘 들으라, 하셨으니까... ... 으우...
Q. 31 박권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이미 죄인들이 계속 말했다. 전혀 들리지 않았는가?
...죽어라고, 살아라고. 반대되는 말이 들리는데...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하는건가요? 누가, 절 속이고 있는건가요?
Q. 32 제제 르 귄 자신은 질문자(제제 르 귄)를 용서하는가?
그리고, 네. 당신을 용서해요. 나쁜건, 당신이 아니였어.
Q. 33 제제 르 귄 죄를 깨끗이 씻어 누구도 자신을 탓하지 않는 것과 타인의 의견을 따라 머리 아프지 않게 타인이 말하는 대로 사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드는가?
... 어째서, 모르는 것만 질문하는건가요... 이제는, 모르겠어요... 답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후자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1.5. §5: 제제 르 귄

006  𝐓𝐑𝐈𝐀𝐋 𝟎𝟑 𝐉𝐔𝐃𝐆𝐄  O X -
Q. 01 시미즈 마사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가?
그냥. 뭐... 별로 중요치 않은 질문이라 생각하네만... 그 답은 그대도 알고 있지 아니한가? 방황하고, 분노하고, 절망하고... 그대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지.
Q. 02 박권태 반성했는가?
기실... 모르겠어. 아직도. 반성한건 아니야. 그 반대는... 역시 아직 모르겠어.
Q. 03 옥사나 하네즈카 좋은 하루 보냈는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어. 그냥, 와야 할것이 왔다는 느낌 뿐. 이야기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때의 느낌이야.
Q. 04 시미즈 마사 (자신의 '용서치 않음'에 상대가 바라는 판결을, 자신의 '용서'에 상대가 바라지 않는 판결을 주겠다는 죄인의 발언에 이어) 억지 거래를 취소한다 하니 다행이다.
완전한 취소는 아닐세? 솔직히, 지금도 그대가 응해준다면, 나는 매우 기쁠거야...
Q. 05 시미즈 마사 방황과 분노와 절망 끝에 얻은 것은 가치가 있었나?
모르겠어. 솔직히, 아무것도 가치가 없는 느낌이야. 그 무엇도. 진리는 가치가 있기에 진리인게 아니라고 들어 본적이 있지. 허나 그럼에도, 내게 남은 것은 허한 가슴과 사무치는... 절망뿐이라네.
Q. 06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용서치 않음을 바란다는 결정에 이유가 있는가?
피곤해. 지쳤어. 환희에 웃는 것도, 분노해 주먹을 쥐는 것도. 신인 것도, 그게 아닌 것이 되는 것도. 착각하지 말아주길. 나는 아직도 죽음은 일종의 축복이라 생각한다. 기쁨의 고통도, 슬픔의 아림도 없는. 그리고 신도들에게 그걸 선사한 '신'에게는... 이게 맞는 결말이라는 걷잡을 수 없는 생각이 들어. 그리고 나는 결국, 내가 사랑하는 자와 함께 있고 싶은, 어쩔 수 없는 존재인가봐. 내 존재를 내려 놓는 법은 보이지도 않고... 그뿐이다.
Q. 07 박권태 배심원이 내리는 대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여기서 깨달은 게 있는 데, 그것은 그때까지... 받아봐야 할거 같아. 내 또한, 처음에는 그대들의 판단따위 아무렇치 않을거라 생각했네만...
Q. 08 옥사나 하네즈카 여전히 자신은 신으로 존재하고 싶은가?
애초에 신이란건... 되고 싶어서 되고, 지속하고 싶어서 지속되는 것은 아니라네. 내려놓는 것도 마찬가지고. 내가 '신'인 이유는 내가 원했기에 가 아닌, 내가 그저 그렇게 태어나고, 내가 사랑하는 자들이 그러한 신을 필요했기에. 지금도 생각해. 그런 호불호는 역시 나의 영역이 아니야.
Q. 09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질문자(미나미노하라 세이카)와 들었던 음악은 가치있다고 느꼈는가?
그건- ........있다고 느꼈다.
Q. 10 시미즈 마사 '검은 머리 여자아이'에 대해, 그 아이가 거기 있던 이유와 그 아이한테 느낀 기분을 자세히 알려줄 수 있는가?
으음, 무엇을 듣고 싶나? 본좌도 그 아이에 대해 아는 것은 많지 않네만. / 그 아이는... 으음, 나도 잘 알지는 못해. 본좌의 어머님이 알려준 것을 토대로 행동했을 뿐이라. 그저.... 그 아이가 괴롭기에, 나와 나의 사랑하는 자들은 행복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고, 그 아이가 풀려나면 이러한 생활은 끝나 불행이 찾아 올 것이기에, 그 문을 열어서는 안된다. ...라는 이야기지. 그 기분을...솔직히, 지금 도 힘들어. 엃킨 실타래를 굳히 풀고 싶지는 않네만... ...나는 그 감정의 대부분의 이름조차 몰라. 하지만 나는 역시, 그에게 의무감을... 사명감을 느끼고. 죄책감과 혼란과 공포를 느꼈으며. ....'정', 도 느꼈지. 그래. 그건 알 수 있어. 그대들에게 느낀 것과 비슷하니.
Q. 11 제제 르 귄 용서받는다면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생각해둔 것은 없어. 저기 그녀 (옥사나를 향해 턱짓을 한다.)와 같은 버킷 리스트는 만든 적이 없어서. 굳이 말하자면... 그 아이를 다시 만날 수 있는 지 알고 싶네.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가능하다면... 이름을 묻고, 생각을 묻고, 원하는 게 있는 지 묻겠지. 그리고 그 후에는... 죽는 게 좋겠군, 그래. 하하...
Q. 12 옥사나 하네즈카 좋은 의미로 많이 달라졌다.
진정 그리 생각하는가? 나는 잘 모르겠어. 나의 가슴은 텅 비어있고, 이제 다시 만날 수 없는 자들이 그리워 죽겠어. 변화가 좋은 것이라면, 어째서 내게는 고통 밖에 없을까. 감히 신을 변화시키다니, 무례하구만, 그대들은.
Q. 13 옥사나 하네즈카 밖으로 나가 하고싶은 것이 있는가?
나간다면야... 그 아이를 보고, 원하는 게 있는 지 묻고 싶어. 내 마지막 책임감이라 볼 수 있지. 신으로서, 매듭은 마무리해야하니.
Q. 14 박권태 용서받지 못 한 사람과 용서받은 사람의 차이는 무엇인가?
하하... 짖궂구먼, 그대. 내가 왜 물어보고 다녔겠냐? 그 질문의 해답을 알지 못해서 겠지. 솔직히, 아직도, 더 물어보고 싶네. 하하. 그래도 그 간에 얻은 결론을 얘기하자면, 역시... 모두의 시선으로 보아, 아마... 그래, 어떻게 비춰졌는가... 가 있지만. 역시 그 '이유'가 아닐까. 사회적인 통념이라던지, 태도라던지, 있지만... 살인의 이유 말일세. 그대들의 시선에 보기에 타당하지 않으면. 이랄까. 사랑하는 자는 소중히 해야한다, 같은. 기본적인 생각에 따르는... 이라던가. 역시 살인자끼리라 그런가, 그런 이유가 중요해 보이네. '동의'하는가. '긍정'하는가. 그래서, '용납' 가능한가. 사랑하는 자를 아끼고, 싫어하는 자를 내몰수 있는가. 행동을 마주할수 있는가. 같은 시선을 공유할수 있는가. ...틀린 것을, 틀리다 말할수 있는가. 인간인가. ...그런 것 말일세.
Q. 15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용서받은 뒤 자살이 금지된다면, 그 때는 어떤 일을 할 것인가?
하하하... 솔직히... 본좌가 아직 '신'으로서 기능하고 있었다면, 그대들의 원에 따를터지. 하지만 그대들은 꾿꾿히 본좌는 그러한 존재가 아니라 하지 않았는가? 그러니 그대들의 원에 따르지 않을 수도 있지. 어떠한가. 아직도 그대들이 만든 변화가 마음에 드는가? 솔직히, 얌전하고 말 잘듣는 '신'이라면 그대들이 원하는 답이든, 행동이든, 투표든, 뭐든 바로바로 뱉어줄턴데.
Q. 16 옥사나 하네즈카 이 곳에서 죽는다면 자신은 그 끝까지 만족할 수 있는가? 자신한테 욕망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생각보다 인간들은 '신'이랑 공통점이 많은 거 같구만, 그래. ...결국엔 이러한 '신'도 인간이 만들었으니, 어쩔수 없는 것일까. ...도망이 그리 나쁜 일은 아니지. 도망간 곳에 낙원은 없다지만, 지옥또한 없으니. 만족.. 또한 모르겠어. 기계가 일을 하는 데에 만족이란 그 부품에 포함되지 않으니. 내가 배운 것 또한,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거네만... 그대들이, 이 나를 위해 선택을 해준다면, 그러해 인간의 소망으로 이뤄진 신으로서 끝을 매듭지을 수 있다면... 나는 역시 기쁠 것이야.
Q. 17 박권태 자신이 용서받지 못 한 까닭은 자신이 타당하지 못 했기 때문인가?
답을 한다면 역시... 그러하지. 신은 타당해야 했지만, 나는... ...아니, 그 뿐만이 아니라... 원래 인간이란 자는, 타당해야 하기에. 원래 존재와 그 자유의 대가, 고유의 특권인 선택의 무게는 그런 것이기에.
Q. 18 시미즈 마사 배심원이 원하는대로 투표를 해준다 하였다, 그런 배심원들을 자신은 어떻게 판결할 것인가? 지금 자신의 투표 기준은 무엇인가?
글쎄다. 내가 말했던 것처럼, 그대들의 투표에 따라 나 또한 거래의 일환으로 결정할 생각이었기에. 아아, 마음을 내려놓지는 말게. 혹여나 모르지 않는가? 본좌가 그대들에게 너무 많은 애정을 품어, 다 함께 행복해지자고 사형을 권할 수 있지 않는가. 푸흐흐...
Q. 19 박권태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실. 그 정의 자체는 처음과 똑같네. 그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것. 불행을 피할 수 있기를 기원하는 것. 그것을 위해서는 뭐든 지 할 수 있는 것.....사실, 의무가 아닌 것. 의무 없이도 어쩔 수 없이 찾아오기에. 내가 누구라서가 아닌, 그저 내가 존재하기에 존재하는 것. ...그리고, 아마... 앗지는 않는 것. 생각을... 그만두지는 않는 것. 아마.
Q. 20 시미즈 마사 후회되는 게 있는가?
흠. 모두, 혹은 아무것도. 후회는 그 상황에 다른 것을 택할 수 있음을 알기에 나오는 감정이 아닌가? 그대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본좌에게는 역시, 시간이 돌아가도 그렇게 행동하리라는 믿음이 존재한다네.그럴 수 밖에 없는 존재이니. 그러기에 그 무슨 행동이라도 되돌리려면, 나의 존재의 기원...까지 거슬러 가야 겠지. 그러니 모두 다, 혹여는 아무 것도 후회하는 않는다네.
Q. 21 옥사나 하네즈카 고통에서 도망치면 더 큰 고통이 있을 뿐이다.
글쎄다... 본좌가 배운 것은 반대라. 아예 그 끈을 잘라 끊어버리면, 이어지는 것 또한 아무 것도 없을 뿐이지. 망친 작품은 고치기보다 그저 폐기하는 게 쉬운 이치야.
Q. 22 옥사나 하네즈카 살아갈 수는 없는가? 죄를 저지르지 않았을 때의 삶을,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이 없을 때의 삶을, 지금이라도 그런 삶을 살 수 있다면 선택하고 싶은가?
... ...그대가 말한 것은 상상하기가 어려워. 나는... 나이기에, 나이니. 이렇게 태어나고 이렇게 살아왔기에, 나는 이렇게 존재해. 내 삶의 괘적은, 아무리 비틀려 있다해도 존재의 근거야. 그 외의 선택지는, 가능성은... 상상조차 힘들어. 그런게 있다면, 그건 더 이상 '본좌'가 아니겠지. 그렇기에 유의미한 답은 주지 못할거 같군. 사죄한다네.
Q. 23 박권태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 그대는 내가 알아봐주기를 원한다 했지만. 나는 사랑을 해야서는 안되는 존재였기에. 더 이상 사랑을 할 수 없는 몸이기에. 본래, 그러기에 이 장소에서 끝을 보고 싶다고 결정한 것이라네. 첫 자의적 선택은 타살, 그리고 그 다음은 자살이라니, 웃기지 않는가?






2. 심상 독백

2.1. §1: 박권태

BGM

▶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  "아내는 어디에 있습니까?"
 
 상담사가 당황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내 말을 못 알아들었는지 무어라 말했느냐 반문하길래, 나는 방금 했던 말을 천천히 되풀이해주었다.
 
 "내 전 아내요. 이은혜. 은혜가 어떻게 됐는지 알고 싶습니다."
 
 한동안 가라앉았던 수전증이 다시 도졌다.
 실은 잘 모르겠다, 손이 아니라 내 몸이 떨리고 있던 걸지도.
 
 "발견됐습니까?"
 
 취조 담당자가 형사에서 심리상담사로 바뀐 것은 우울장애를 심하게 겪는 피의자한테서 진술을 끌어내기가 전문 지식 없이는 힘들 것 같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전 취조에서 나는 한 마디도 말하지 않았었다. 말을 하고 싶어도 입을 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뜻은 내가 체포된 뒤 가장 먼저 한 말이 아내가 어디 있냐고 물었단 거라는 뜻이다.
 내 말을 받아적는 상담사의 손이 바쁘다. 수첩을 뒤지던 상담사가 눈썹 끝을 떨구며 나한테 한 말은 내가 원하지 않던 대답이었다.
 
 “유감이에요.”
 
 위로는 필요 없으니까 은혜가 어디 있는지나 말 해.
 대꾸할 힘도 없다. 그냥, 눈을 감았다.
 

 시뻘겋게 물든 스크린을 한참동안 올려다보았다.
 우울증의 가장 개같은 점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개같긴 하지만, 이 놈의 생각을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단 거다. 뇌에 알코올이 들어가면 알딸딸한 기분에 신경이 돌아가는 속도도 늦춰지지만... 그것마저 한계가 있다. 생각을 그만둘 수 없다. 사색을 멈추기 힘들다. 고민하기 싫은데, 범람하는 우울함에 침몰되기 싫은데, 나의 두 눈은 스크린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나는 왜 너희한테 용서받지 못 했을까.
 

 비가 왔던 건 기억한다.
 아마 나는 그 남자를 때려서 죽인 것 같다.
 
 은혜와 붙어있는 게 꼴도 보기 싫어서 처음에는 그냥 떼어놓으려고 했었다. 뒷덜미쪽 옷깃을 잡고 거칠게 잡아끌었다. 그러자 그 사람이 침을 뱉으며 위협과 욕설을 하기 시작했고, 앵앵대는 목소리가 짜증이 나 입을 다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른손이 목젖을 누르고 있던 건 아마 이 때문일 거다. 내 왼손 손가락의 손등쪽 피부가 다 까진 건 그 남자가 제 분수를 모르고 저항을 했기 때문일 거고.
 
 솔직히 잘 모르겠다. 모든 걸 보고 있던 은혜가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은혜는 나보다 기억력도 더 좋고 훨씬 똑똑하니까...
 
 “......”
 
 은혜는 다리에 힘이 풀려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었나? 아마 그랬던 것 같다. 한껏 크게 뜬 눈과 커진 동공으로 나를 올려다보았지. 내가 달뜬 숨을 색색거리자 은혜는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아니야, 은혜야. 나는 네가 그런 표정을 짓길 바라지 않았어.
 
 “잘못했어......”
 
 그런 말을 듣고 싶던 게 아냐.
 
 “... 사, 살려줘......”
 
 아니야. 이게 아냐.
 제발 그러지 마.
 
 은혜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은혜가 몸을 완전히 뒤로 돌렸다. 나는 은혜의 이름을 불렀다. 내 말을 좀 들어달라고, 이러려던 게 아니라고 매달리듯 외쳤다. 하지만 은혜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 내 아내는 떨리는 다리로 겨우 일어나 도망치기 바빴다. 빗줄기의 비린내가 우리 사이를 가로막았다.
 
 나와 평생을 약속하던 입술에선 공포에 질린 비명이 터져나왔다.
 나를 부드럽게 마주보던 초록빛 눈동자는 무서운 괴물이 뒤쫓는지를 끊임없이 살펴보았다.
 내 곁으로 늘상 걸어오던 다리는 이제 나한테서 멀리 도망쳐갔다.
 
 우리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게 두려워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은혜야!!”
 
 그리고 은혜가 아래로 떨어졌다. 앞을 보지 않고 달리다가 다리 위에서 발을 헛디뎠다.
 사랑하는 사람의 몸을 불어난 강물이 집어삼켰다.
 

 나는 왜 용서받지 못 했을까.
 분명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 모두는 서로한테 용서받았다. 그랬건만 이 결과는 2심에 들어서며 바뀌었다. 나와 제제, 우리 둘만은, 용서받지 못 한 채 2심이 끝나버렸다.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어떤 점 때문에 용서받지 못 한 거지?
 
 “내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는 없지만...”
 
 취조실 건너편에 앉아있던 아내가 해맑게 웃는다.
 처음 만났을 적부터 웃음이 정말 예뻤는데.
 
 “자기가 나를 사랑했기 때문이 아닐까?”
 “... 아.”
 
 일리 있는 말이다.
 
 “복수의 일환도 아니었고... 내가 자기를 괴롭혔던 것도 아니었고.”
 “그랬지. 내가 너를 죽인 건,”
 “나를 사랑했기 때문에. 그치?”
 “사랑한다면 죽이지 말았어야지.”
 
 사랑하는 목숨으로써 그러면 안 됐던 거다.
 
 “처음부터 자기가 날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거야.”
 “...... 그런 거야?”
 “네가 나를 사랑했기 때문에 다 망해버렸잖아!”
 
 재미있다며 깔깔 웃는 소리가 재판장 안에서 메아리친다.
 어느새 내가 있는 곳은 재판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판사석에 앉아 피고인석의 나를 내려다보는 은혜. 들고 있는 의사봉은 마치 나의 머리를 내려치는 망치와도 같다.
 
 “자기는 언제나 그랬어.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 하고 모든 걸 망치기만 해! 우울증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소홀히 대했던 건 의도가 아녔다고? 웃기지 마! 처음부터 원래대로 돌릴 수 있었는데도 눈을 돌려 피하고 있었을 뿐이잖아! 그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를 봐!”
 
 스크린이 붉게 물든다.
 재판장이 붉게 물든다.
 
 “너는 절대 구원받지 못 할 거야.”
 
 쾅. 의사봉을 내리친다.
 
 “나를 죽여버린 너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쾅. 내리치는 소리가 나를 부수는 소리처럼 들린다.
 
 “너는 두 번 다시 누군가를 사랑해선 안 되는 거야.”
 
 쾅.
 선고가 내려졌다.
 

 딩동.
 
 “아빠야?”
 “......”
 “아빠, 우산 안 가지고 나갔었어? 밖에 비 온다고 말 했잖아.”
 
 예담이가 문을 열어줬다. 온몸이 물에 푹 젖은 나는 현관에 물을 뚝뚝 흘리며 집 안으로 들어왔다. 처음 왔을 때는 미처 눈치채지 못 했는데, 이 집의 여기저기에 은혜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그것이 사랑스러워서 죽을 정도로 괴롭다.
 
 “헙. 아빠 다쳤네? 어디서 다쳤어? 넘어졌어?”
 “......”
 “응? 아빠? 앗, 혹시 엄마랑 싸웠어? 그래서 손도 아야한 거야? 나는 괜찮아. 엄마랑 아빠랑 싸웠어도 엄마는 집에 꼭 들어왔으니까. 그래서 괜찮아.”
 “......”
 “나 괜찮아, 아빠. 진짜야.”
 
 나한테 허락된 시간은 많지 않았다. 해야 할 말만 전하고 바로 나왔어야 했다.
 그래도... 자신도 엄마가 보고싶어 힘든 아이가 나를 먼저 걱정해주고 있는데. 이런 모습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은 부모라고 할 수도 없다. 나는 나도 모르게 내 어린 딸을 내 품에 안아버렸다.
 
 “......”
 “... 아빠? 왜 그래? 많이 아파?”
 “예담이.”
 “으응.”
 
 눈물이 목으로도 흐르던가? 가슴이 꽉 막혀서 말을 하기 힘들다.
 
 “아빠랑 엄마, 일이 있어서 한동안 집에 못 올 거야. 집에서 씩씩하게 혼자 있을 수 있어?”
 “응. ... 빨리 올 거야?”
 “...... 아마 정말 많이 늦을 거야.”
 “으으응... 알겠어. 괜찮아.”
 
 예담이의 등을 도닥여줬다. 아직 덜 큰 내 딸은 정말로 작았다. 예담이 두어 명을 더 안아도 거뜬할 정도로.
 
 “아빠도 잘 모르는데... 경찰 아저씨들이 와서 예담이를 좋은 집에 데려가려 할 수도 있어. 경찰 아저씨들이 오면 어른들 말 잘 듣고...”
 “왜? 엄마랑 아빠랑 같이 살면 안 돼?”
 “......”
 “다같이 살기 싫으면 나, 한 명이라도 같이 있으면 안 돼? 모르는 사람이랑 같이 살기 싫은데...”
 “......”
 
 내가 저지른 짓을 안다면 그런 말을 못 할 거야.
 미안하다고 전해주어야 했다. 그게 인간 된 도리였다. 하지만 나는 그 흔한 사과 한 마디 해주지 못 했다. 어리석게도, 유일한 가족과 헤어지기 무서워서. 더 이상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그럴 자격 따위 이미 잃은지 오래인데도.
 그럼에도 욕심쟁이인 나는... 해야 할 말 대신 다른 말이나 주워섬기기 바빴다.
 
 “... 알겠어. 그럼 아빠, 나중에 데리러 올 테니까.”
 “응.”
 “그 때까지 울지 않고 씩씩하게 기다릴 수 있지?”
 “그럴게.”
 “약속.”
 “약속.”
 
 예담이가 내 목에 팔을 둘렀다. 나를 마주 안아주었다.
 내 숨통을 조여오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되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예담아. 아빠가 많이 사랑해.”
 
 아, 하느님. 이 어린 생명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고 배길 수 있습니까.
 정녕 나는 그 누구도 사랑해서는 안 되는 존재란 말입니까......
 

2.2. §2: 옥사나 하네즈카

BGM

▶ 내영(來迎)
 [옥사나, 너는 지금 행복해?]
 
 줄리아, 제발 자고 있을 때는 깨우지 말아줘.
 잠시만이라도 너의 품을 벗어나고 싶으니까. 적어도 내가 눈을 감고 나면 말을 걸지 말아줘.
 
 꿈에서조차 나를 찾는 소리에 눈을 떴지만 눈 앞은 어두웠다. 최근에는 가끔씩 신경이 끊어진 것 처럼 순간적으로 세상의 불빛이 사라지고는 했는데… 아마도 끝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았다.
 선명해지는 가족의 얼굴과 그에 반대해 색채를 잃어가는 세상이 두려웠다.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주방으로 간다. 아무런 색이 보이지 않을 뿐. 이 정도라면 이런 도시의 밤에도 어느 정도의 윤곽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반쯤 비어있던 물통에 그대로 입을 대고 비워버린 뒤 갑작스럽게 짜증이 나서 병을 저 멀리 던져버린다.
 곧게 날아간 병은 벽에 부딪혀 형체를 잃고 커다란 파열음을 울렸다. 짜증이 난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갔다. 새 태양이 떠올랐고 사람들은 조금씩 휴일의 소란을 정리하는 눈치였지만 눈치 없는 줄리아는 여전히 내 귓가에 그날 밤 달콤하게 속삭였던 말들을 되뇌인다.
 
 [너는 행복해?]
 
 물론. 나는 행복해. 네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너 자신을 내게 준 그날이.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 되지 않았다면.
 내가 너를 완전히 포기 하지 않도록 내 가슴 속 깊은 곳에 주문을 박아 넣지 않았다면.
 만일 내가, 너에게 모든 것을 주지 않았다면.
 …사실 모르겠어.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겠어 줄리아. 왜 내 앞에 나타난거야.
 내 마음을 갈기갈기 찢었으면서. 그 인간이 누구인지 알면서. 그 아이가 내게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할지 알면서.
 왜 내 앞에 나타난거야.
 
 그날을 떠올린다. 내 생애로 가장 행복했던 날을.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무엇이 그리 행복한 것인지 뺨을 장밋빛으로 물들이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온기를 나눈다.
 스쳐 지나가는 나의 얼굴은 어떨까. 그래, 분명히 설레고 있었다.
 네온사인이 비춰주는 길을 쫓아 커다란 트리의 앞에 서있는 너를 뒤에서부터 끌어 안는다.
 올해는 공을 들인다며 20m가 넘는 커다란 트리가 광장에 세워져 있었다.
 줄리아는 소식을 들은 순간부터 그것을 보러가자며 어린아이처럼 방방 뛰어댔고… 나 역시 그랬던 것 같다.
 산타에 맞춘다며 새빨간 옷을 입고… 새빨간 장갑을 끼고…
 
 [옥사나, 너는 지금 행복해?]
 
 격통이 느껴진다. 세상에는 색이 돌아오고 그제서야 지금을 깨닫는다.
 깊게 찔려있는 팔뚝, 깨어진 유리 병. 답은 자명했다.
 “아… 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것은 이미 늦었다. 그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 발에 유리조각이 박히는 것 조차 무시하고 안방으로 들어가 급하게 마취제며 응급처치를 하지만, 진정 되었어야 할 고통은 한마디와 함께 다시 부상한다.
 
 [너는 지금 행복해?]
 
 아니야. 아니야. 너와 아이를 태워 죽인 날부터.
 너의 남편을 그가 가장 사랑한 것으로 죽여버린 날부터.
 나는 죽은거나 마찬가지야.
 거짓말을 했어. 너에게 거짓말을 했던거야.
 사랑한다고, 정말로 보고싶었다고. 너의 부탁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그런데 아니었어. 그게 아니었던거야. 나는 여전히 열살먹은 애새끼처럼 너를 미워하고 있었던거야.흘려보내지못했던거야.오롯이내가만들어낸감정만이진짜라고생각하며정말로내게남은소중한것마저스스로태워버린거야의미없는데아무리해도그딴것에는가치따위없는데마치자신만이가치있다고느끼는중학생마냥내모든것을불길속에던져버린거야.
 
 […많이 아팠구나 옥사나]
 
 응, 죽을 만큼 아팠어. 사실 지금도 죽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해.
 
 […내가 내 잘못을 네 탓으로 돌려버린거야. 전부 내가 떠나버린 것이 잘못인데. 그런 주제에 절박한 척 하면서 원수를 살려달라고 헛소리를 해버렸어. 미안해]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제발 그딴 소리 좀 지껄이지 말라고!!!
 
 나는 줄리아의 여린 목을 부숴져라 조른다. 손이 헛돌아 땅을 굴러 머리에서 피가 나도 계속해서 죽여버리려 달려든다. 탁자는 무너지고 약통이며 가위며 하는 것들이 내 위로 쏟아진다. 피에서는 조금 알콜 같은 향기가 났다.
 세 달이 지났다. 세상에서 세명의 사람이 형체를 잃고 사라졌고, 나의 세계에는 하나의 환영이 늘었다. 그것만으로 어딘가가 무너질 것 같은데. 그 한사람이 정말로 나의 전부라면, 그런 말은 하면 안 되는 거잖아.
 
 “…”
 
 알량한 욕망이 다시 꿈틀거린다.
 비겁하게 살아온 주제에 분수에 맞지않는 꿈을 꾸려고 한다.
 아직도 저 잔해 밑에서 타오르는 아이들에 비하면, 충분히 고통 받지도 않았으면서.
 …살고 싶다고, 생각해버린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고, 그렇게 생각해버린다.
 
 겨우겨우 나를 끝내줄 곳을 찾았는데 누군가의 얼마 안되는 호의로 이 꼴이라니.
 그저 내가 한심하게만 느껴져서 다시 불을 지핀다. 방향성을 다르게 만들어서.
 

2.3. §3: 시미즈 마사

BGM

▶ 독백 #3
 #1
 
 그 순간 알아보았다. 소년이 과거에 같이 어울리던 무리 중 하나였다는 것을. 소년은 반가운지 그녀 쪽을 보고서 눈웃음을 지었지만 마사는 사색이 될 뿐이었다.
 
 #2
 
 예전의 버릇을 버리지 못한 모양이었다. 소년과 떠들고 있는 불량아의 무리에 과거의 자신이 녹아들어 있는 모습을 어렵잖게 상상할 수 있었다. 소년은 변하지 못한 마사의 과거였다. 마사는 자신의 과거가 미친듯이 싫었다.
 
 #3
 
 "네가 잘 생겼나 보지. 기세 좀 죽여! 겁 먹잖아?!"
 
 전학생이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멍청한 대화가 그들 사이에서 주고받아졌고, 그렇게 소동이 될 뻔했던 것은 가라앉았다.
 
 전학생이 오고부터 소년의 반 교실에 불량아들이 집결된 건 사실이었으며 따라오는 살벌한 분위기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 사이에서 전학생 소년은 분위기를 흘려가며 균형을 맞추고 있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마사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었나? 그저 소년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었나?
 
 #4
 
 그렇게 부르지 마.
 그런 눈빛으로 보지도 마.
 
 마사는 일이 끝날 때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 자신의 것인데도 그것은 멀리서 들려온 것처럼 들렸다.
 
 들키지 않으면 돼. 괜찮아. 괜찮아. 괜찮다고!!!!!!!!
 
 
 #5
 
 다시 어깨를 붙잡는 손이 있었다.
 
 "아는 척 하지 말아달라고 했잖아?!"
 "그게 무슨 소리야?! 난 그냥 우리가 옛날처럼...."
 "그러니까, 그게 싫다고!!"
 "....친하게 지내고 싶을 뿐이라고..."
 
 소음, 이후 둘은 침묵에 휩싸였다.
 
 "뭐가 그렇게 두려운데?"
 
 #6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이 하는 말에 너무 신경쓰지 마. 시-쨩."
 
 소년이 담배연기를 한 모금 빨고, 그것을 다시 피워내며 웃었다.
 
 "괜히 소란 피우지 말자."
 
 하지만 난 저런 아이들이 부러워, 라고 차마 말하지 못했다.
 
 #7
 
 그 아이가 내 얘기는 안 했지? 퍼뜨리지 않았지? 가출 청소년이었다느니 어떤 구설수가 있었다느니 어떤 일들을 방관하고 어디서 이익을 취했는지 말하지 않았지?
 
 불안해서 견딜 수 없어.
 
 #9
 
 일부러 고교는 집에서 다소 먼 곳으로 왔다. 여기라면 중학 생활은 떠나보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거야. 모두에게 존경받을 거야. 멸시하고 동정하던 그 눈빛을 바꿔주겠어.
 
 그래서 뜻대로 되었다. 그 소년이 오기 전까지는.
 
 #10
 
 누군가 재워주고 먹여주겠다는데 안 따라갈 사람 있어? 성인 남자와 여중생이었지만 그게 뭐가 어때서? 안 믿을지 모르겠지만 그 남자 나한테 손가락 하나 안 댔어. 점점 들어오는 시간에 집착하고 만난 사람을 신경쓰고 남자친구 행세하려 들어서, 나오기는 했지만 정말로 아무 일도 없었는데. 아. 그래. 또 아무도 안 믿지. 이건 내게 '가출한 비행 청소년'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서 그런 거지?
 
 #11
 
 아저씨는 그렇게 말했다. 어른이니까, 맞는 말일 거라고 생각했다. 난 될 수 있어. 새로 시작할 수 있어.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말 거야.
 
 #12
 
 존경받는 학생회장으로 남아있을 수 있다면 난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어.
 
 #13
 
 ..............돌아버렸던 것 같아.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2.4. §4: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BGM

▶ Qm91bmQgYnkgRnJlZWRvbSBJdHNlbGY=
 
 
 
 용서한다.
 용서한다.
 용서한다.
 
 그 중성적이고, 무감정한 듯하면서도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상한 목소리는, 계속 뇌리를 울리고 있었다.
 그것에, 두려움을 느낀 건 언제부터였을까. 그것을, 거부하고 싶었던 것은, 그것을 들으면서 헛구역질이 나오던 것은.
 
 “아빠, 믿을 수 있지?”
 
 “엄마는, 세이카를 믿으니까. 이 정도는 할 수 있는 거지?”
 
 이제는, 모르겠어. 방황하는 느낌이야. 착한 아이로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착한 아이로써... 있어왔는데. 뭐가, 잘못된 걸까.
 
 이건, 잘못되었던 것이라면. 나는, 잘못이 없는거라면. 나는,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 거야?
 
 착한 아이로 있을 때는, 모두가 좋게 봐줬어. 다들 날 좋아 해주고, 나와 좋은 인연을 맺게 해줬어. 그저, 내가 내 생각을 없애는 것만으로도, 그저 놓여진 길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다들, 내가 있는 것을 용납해줬어. 갑갑하더라도, 힘들더라도, 최소한 내가 뭘 해야할 지는 알수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난, 이제 자유라는 듯해. 아무거나,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대. 하지만, 내가 원하던 것은 무엇이였을까? 그것조차 기억이 안나.
 
 무엇을 원했던 걸까, 나는. 어째서, 어째서.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난, 어째서 그 분들을...?
 

 
 그 상황은, 기억하고 싶지 않다. 그저, 계속되는 큰 소리. 비명. 고함. 날아다니는 물건들.
 
 무서웠다. 무서워서, 무서워서. 하지만, 도망치려 해도, 끌고 와져서. 1시... 2시. 아마도, 볼은 맞음으로 빨갛게 물들여져서.
 
 살려줘. 난. 난.
 
 “이제, 너한텐 전혀 기대하지 않을거니까, 이 애랑 그 잘난 매니져씨랑 어딘가로 가버리지 그래?”
 
 “그러면서, 너는 이 애를 위해 뭘 했는데? 돈만 주면 다야? 다냐고! 이-”
 
 그만해. 그만해줘. 제발, 제발, 제발...
 
 “그래, 그냥 다 죽어버리자고. 세이카. 칼 가져와.”
 
 “다 쓰레기니까. 너 죽고, 이 애도 죽이고. 나도 죽을게. 그러면 되었냐?”
 
 그러지 마, 그러지 말아줘. 제발, 제발.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그런 눈으로, 날... 보지 마...”
 
 ...아.
 

 
 바보.
 바보.
 바보.
 바보.
 
 나는, 어째서 그랬던 거야. 도망칠 수 있었잖아. 정신없는 와중에, 그걸 듣는다 하다가... 먼저, 아버지의 목을 찌르고... 어머니의 목을 찔렀다는 것이... 그게, 그게, 말이 되냐고...
 
 그 후에, 또 기절했다 다시 깨어 났을 때 공구를 가져와서... 스스로, 스스로...
 
 ... 이래도, 용서 받을수 있다고, 정말로 이야기할 수 있어요?
 
 네, 이걸 보는 당신들. 이 말을 계속 해오는 당신들. 네. 당신들에게 말하고 있는 거예요. 이래도, 이래도. 절, 용서한다고요?
 
 저는, 강제당하지 않았어요. 도망칠 기회는 있었어요. 방에가지 않고, 문을 박차고 나가던가, 할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데도 제가 선택한건... 칼이였고, 공구였어요.
 
 당신은. 여러분은.
 
 이런 저를 제대로 심판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저 자신을 믿지 못하겠어요. 저를 저 자신이 속이고 있는 것 같아서. 저는, 정말 착한 아이였는지. 아니면 그저 어머니가 원해서 만든 가면인지.
 
 저는... 나는, 아직도, 무죄인가요?
 
 무서워요. 두려워요. 여러분은, 여러분은... 이 목소리처럼 저를 속이고 있는건가요?
 
 
 
 
 
 용서한다.7Jqp7ISc7ZWc64uk
 용서한7Jqp7ISc7ZWc64uk다.
 용서7Jqp7ISc7ZWc64uk한다.
 용7Jqp7ISc7ZWc64uk서한다.
 7Jqp7ISc7ZWc64uk용서한다.
 
 
 
 
 
 
 
 
 
 
 
 
 
 
 
 
 
 
 용서한다.


2.5. §5: 제제 르 귄

BGM

▶ < Here lies Ozymandias >
 인터미션이 끝났다. 마지막의 막이 그 시작을 드리운다. 관중은 자리에 앉는다. 그대들에게는 이 촌극을 마지막까지 볼 의무가 있다.
 
 그 의무를 저버리면, 본좌는 매우 실망할걸세.
 
 

<제 2막: Here lies Ozymandias>


 
 <등장인물>
      소녀
      관객

 

<마지막 막>


 
 #7.
 장소 - 무대 위
 
 (예고 없이 불이 켜진다.)
 
 (커튼이 느리게 열려 그 무대에 조명을 비추면, 지금까지와 다른 양식의 무대가 있다. 여러 장식이 아닌, 초라한 작은 인형 극장. 멀리서는 잘 보이지 않아 뒤의 관객이 웅성거리자, 작은 손이 튀어나와 그들에게 손을 팔랑팔랑 가까이 오라 손짓한다. 머뭇거리며 한두 명 씩 일어나는 관객. 그들이 지정된 관객석에서 벗어나 무대 앞으로 모여드니, 그것은 더 이상 하나의 연극이 아니라 어린 시절 보았던 재주꾼의 모임과도 같았다.)
 
 (허름한 인형이 그 모습을 보인다. 옛날이야기를 시작한다. 지금은 낡고 닳아, 여기 모두에게 새로운 거 없고, 특별한 거 없는 동화다. )
 
 옛날 옛적, 한 마을에 금술 좋은 부부가 있었어요. 그들은 그들을 믿고 따라주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었답니다. 여자는 사람들이 자기 말을 열심히 들어주는 것을 좋아했고, 남자는 사람들이 전해주는 여러 선물을 좋아했어요.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좋아하는 사람과 산다니, 이런 행복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요?
 
 단 한 가지 슬픈 게 있었다면, 여자는 슬슬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는 것에 싫증이 나던 참이었어요. 여자는 사람들이 자기 말을 열심히 들어주는 것을 좋아했지, 그들의 말을 듣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거든요. 사람들이 주는 선물을 좋아하는 남편은 그러한 여자의 고충을 함께 슬퍼했기에, 그 둘은 열심히, 오랫동안 기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 맙소사! 누군가 부부의 기도를 들어 준 것일까요? 그 부부 사이에 한 괴물이 태어났답니다!
 
 여자와 남자는 매우 매우 기뻐했어요! 그들은 괴물을 품에 꼬옥 안아 뽀뽀를 퍼부으며, 사람들에게 괴물을 소개해 주었답니다. '신'이라고요.
 
 모두 그 괴물을 신이라 불렀어요. 그렇게 그 괴물은 신이 되었답니다.
 
 괴물은 다들 필요로한 신에 적합한 사람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했어요.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도 꾹꾹 눌러 담고, 안심을 주는 방식의 말하는 법을 열심히 연습했지요. 그 노력에 보답하듯, 사람들도 괴물님을 너무너무 좋아했답니다.
 
 사람들은 괴물님을 너무너무 좋아하고, 너무너무 의지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그들은 매일 매일 괴물님에게 찾아와서 삶이 얼마나 고달프고 괴로운지 열심히 얘기했답니다. 괴물은 매일매일 그들의 말을 열심히 듣고, 열심히 위로해 주었어요. 그게 괴물의 존재 이유였으니까요.
 
 여러분은 신이 무엇인지 알고 계실까요? 그것이란 하나의 행동 방침입니다.
 
 신은 신전을 떠나지 않아요. 밖에 가지 않아요. 만나는 것은 신자들뿐이에요. 신자들이 아닌 사람은 다시 보지 않아요. 학습하는 것은 신의 일에 필요한 것뿐이에요. 다른 것은 얼마나 재미있어 보여도 쳐다보지도 않아요.
 
 신은 말을 걸지 않아요. 사람의 말에 답해 주는 것이에요. 신은 인간의 이름을 부르지 않아요. 인간에게 불리는 거예요. 신은 속마음이 없어요. 호불호가 없어요. 취미도 취향도 전부 전부 없어요. 힘든 것도 괴로운 것도 없어요. 아무리 치렁치렁한 옷을 입어도 넘어져서는 안 돼요. 아무리 간지러워도 긁으면 안 돼요. 아무리 아파도 울면 안 돼요.
 
 주관은 인간의 영역이기에.
 
 인간이 신이 될 수 없는 이유가 있어요. 그래도 괴물은 힘냈어요. 괴물은 자신을 믿어주고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너무너무 좋아했기 때문이에요. 죄악의 굴레에 갇혀버린 그들은 서로를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 그들은 서로를 할퀴고 그 상처를 다시 핥으며 그것이 사랑이라 굳게 믿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여자가 괴물의 손을 꼬옥 잡고 말합니다.
 
 "보여 줄게 있단다."
 
 그리고 신님은 상냥한 손에 이끌려졌어요. 상냥한 어머니는 신님을 지하로 데려갔어요. 마침 신님만 거기 아래 무엇이 있는지 몰라, 너무 궁금했던 차였어요. 지하실은 그녀가 익숙해져 있던 따뜻한 햇살이 닿지 않아, 서늘했고 불쾌했지만, 어깨 위에 따뜻한 손길이 있었기에 괜찮았어요.
 
 그리고 지하실 문이 열렸어요.
 

 
      소녀: 그 안에는 아이가 있었다.
 
      신자: 그 안에는 아이가 있었다.
 
      관객: 그 안에는 아이가 있었다.
 
      무대: 그 안에는 아이가 있었다.
 
 그 안에는 아이가 있었다.
 

 
 그리고 알에 금이 갔다.
 

 
 곧은 손가락이 뻗었다.
 
 "우리가 누리는 행복은 저 아이 덕분이란다."
 
 (키 큰 인형이 키 작은 인형의 어깨에 한 손을 얹고, 다른 한 손은 곱게 뻗어 건너편의 인형을 가리킨다. 그 인형은 헤졌고 검은 실이 그의 흑발을 상징하였다.)
 
 (관객이 수군거린다. 즐거운 추측이 이어져 간다. 비유일까? 상징일까? 아니었다. 그것은 그저 시린 온도의 현실이었다. 적어도, 작은 인형에겐 그랬다.)
 
 (극은 계속된다.)
 
 ...이 아이는, 너무너무 중요한 아이였어요. 이 아이가 지하실 아래에 존재함으로써 마을 사람들의 사이는 더더욱 끈끈해졌고, 이 아이가 고통스러워야 우리 모두가 안전하데요. 괴물님과는 달리, 맛있는 음식도, 따뜻함도, 가족도, 이름도 불러 주는 사람 없는 그 아이의 고통은 '필요한 것'이에요.
 
 여자는 괴물님에게 경고하였어요. 누구든 이 아이에게 손을 뻗는 순간, 모두가 불행해질 거라고요.
 
 지하실에 온 사람들은 전부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어요. 사람을 사랑하고 그들을 아꼈기에, 외면하고 수긍할 수밖에 없었어요. 어떻게 하나의 모르는 아이를 위해, 우리 모두의 행복을 앗아 갈 수 있죠? 내게 그런 권리가 있을까요? 나의 마음이 편해진다 해도, 사랑하는 가족과 선량한 이웃의 행복 또한 강탈하라는 말인가요? 어떤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가 있을까요?
 
 하지만 괴물님은 사람이 아니라 '신'이었어요.
 
 (모두 모두 그 누구든 그 얼마나 아프고 괴롭고 추악한 자든 사랑해야 하는 신 말이에요.)
 
 지하실을 떠나고 햇살이 눈에 들어왔어요. 웃는 얼굴의 사랑하는 자들의 품으로 돌아갔어요. 그래도 괴물님의 마음은 그 지하실을 떠나지 않았어요. 괴물님은 생각을 멈출 수 없었어요. 손을 뻗으면 사랑하는 신도들이 불행해진대요. 하지만 손을 뻗지 않을 수는 없어요. 괴물님은 지나치게 잘 교육되어 있었거든요.
 
 그래서 괴물님은 곰곰이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요.
 
 어떻게든, 어떻게든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작은 신님는 생각을 하고, 생각을 하고, 또 생각하였습니다. 말하다가도 생각하고, 먹다가도 생각하고, 자다가도 생각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 맙소사! 누군가가 작은 신님의 기원을 들어 준 것일까요? 하나의 깨달음이 태어났어요. 부모님의 뜻깊은 가르침 덕분이었어요. 그들은 예로부터 행복을 향한 단 한가지의 길이 있다고 가르쳤거든요.
 
 모두가 불행해지지 않는 계획이 떠올랐어요.
 
  그렇기에 작은 기계장치의 신님은 웃었어요.
 

 
 소녀의 16살 생일의 아침, 신도들은 모여 축배를 들었다. 왁자지껄. 수런수런. 하하호호.
 
 본좌는 그들을 내려다 본다. 모두 본좌가 사랑하고 애정하고 아끼는 이들이니라. 내 그들의 고통을 들으면 마음이 찢어지는 듯 하건만, 이 모두 삶의 일부이니라.
 
 ...라고, 그런 물렁해 빠진 생각으로 손을 놓고 지낸 것이 몇년이지?
 
 소녀는 빙그레 웃었다. 부모님이 친히 가르치신 것을 잊지 않았다. 양 옆에서 교주인 부모가 신도들에게 뭐라 말씀을 전하신다. 이 몸의 탄생일을 축배 드리는 말이다. 모두 함께 교리를 되짚으며 서로의 친분과 사랑을 돈독히 하는 시간이다.
 
 독이 든 성배를 들었다.
 
 

그러므로 모두가 행복해졌다.


 

 
 #8.
 장소 - 무대 위
 
 (무대 위에 무더기로 쌓인 인형들이 있다.)
 
 (방금 인형극에서 쓴 것과 같지만, 그것들은 성인의 크기로 회색 천으로 만들어져 있고, 사지가 정교하나 이목구비가 그려져 있지 않다. 그리 쌓여진 인형 무더기 사이에, 하나의 신체가 몸을 들썩인다. 그 중앙에서 느리게 몸을 들어 올리는 것은 같은 인형이 아닌, 함께 누워있던 소녀였다. 소녀는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인형들 사이에 고히 앉아 고개를 천장을 향해 젖힌다. 수감자의 옷가지가 그녀의 신체를 답답하게 얽매인다. 회색 인형 사이에 유일하게 혈색이 도는 그녀는 눈에 띈다. 백금발의 머리카락과 금색의 귀걸이가 조명 아래 빛을 반사한다. 무대 위는 고요하다. 소녀는 그대로 고개를 끝까지 젖힌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다, 느리게 입술을 달싹인다.)
 
      소녀: 그리하여, 모두가 행복해졌다.
 
      소녀: 인형놀이는 끝일세. 그 후의 일은 본좌가 말할 수 있으니.
 
 (소녀는 느리게,서툴게, 그 자리에서 일어난다. 인형들 위에 서는 식이라 팔로 몸을 지탱해야 등을 곧추세울 수 있다. 소녀는 관객을 바라보지 않으며 얘기한다.)
 
      소녀: 모두를 영원히 잠재운 후, 본좌는 지하실로 가서 아이를 해방시켰네. 그 자리에서 그 아이도 죽일 생각이었으나, 마지막에 마음이 흔들렸지.
 
      소녀: ....죽음은 자유로운 해방이며, 영원히 불행으로부터 사람을 지킬 수 있는 단 하나의 확실한 법이다. 죽음을 선사한 사람은 도히려 축복받아야만 한다. 본좌는 그렇게 배웠네.
 
      소녀: 하지만 그 자리에서 단도를 치켜들자, 그리 생각이 들더군. 익숙치 않은 햇빛에 몸을 웅크리는 이 아이는... 진정 행복해질 수 있나.
 
      소녀: 내가 사랑하는 자들은, 진정 행복해진 건가.
 
      소녀: ...그리고 답에 도달하기 전, 그 아이는 스스로 운명을 택했다네. 굳어있는 순간, 본좌를 밀치고 그 밖으로 달려 나갔어. 잡아야 된다고 생각했지만... 뭐라고 할까, 햇빛 아래의 부나 끼는 흑발이 시선을 빼앗아서. (웃으며.)
 
      소녀: 그렇게 그 아이는 '구출'되었고, 교단은 사회의 눈에 띄었고. 시체는 발견되어 장례가 치러졌으며, 한때 신이었던 괴물은 구금되었지. 사회 구석에 일어난 끔찍한 사이비 교단의 비극... 같은 제목으로 신문사는 희희낙락했고.
 
      소녀: 이런 촌극에 그런 내가 제안을 받은 것은 아마... 그들 또한 이 사태를 어찌 재판하느라 골머리 썩고 있어서 그렇겠지. 무죄도 유죄도, 구금도 사형도, 그 어느 쪽이든 껄끄스러웠던게야.
 
      소녀: 그래서 같은 살인자들의 손을 더럽히는 쪽이 낫다 생각한거지. 내가 틀리나?
 
      <신은 죽었다. 나의 손으로 죽여버렸다. 살인자 중의 살인자인 나는, 나 스스로를 어떻게 위로할 것인가?>
 
 #0.
 장소 - 당신의 눈앞.
 
      소녀: 그래서. 어땠는가?
 
      소녀: 즐거운가? 그대.
 
 (관객석에서 당신은 벗어날 수 없습니다.)
 
 (다른 관객이라 생각한 것은, 그저 무채색의 인형이었습니다.)
 
      소녀: 분명 안도감이라 생각했던 것은, 사무치는 외로움이었다. 분명 외로움이라 느껴졌던 것은, 끔찍한 환희였다.
 
      소녀: 그들은 잠이 들었고, 이제 나만이 이 지상 위에 발을 딛고 있다.
 
      소녀: 내게서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대체 무엇인가. 달콤한 것은 씁쓸하고, 씁쓸한 것은 끔찍하다.
 
      소녀: 처음부터 非人間이었던 나는...
 
      소녀: 다시 묻지. 즐거운가?
 
 (소녀가 관객석을 향해 걸어온다.)
 
      소녀: 거기 앉아 있다 하여 그대도 안전할 거라 믿었나?
 
      소녀: 푸흣....푸흐흐...
 
      소녀: 결국 우리 모두, 똑같은 살인자가 아닌가.
 
      소녀: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그대들은 너무 이상해. 미워해도 다정하고, 신도가 아니어도 애정을 보여. 그대들은 그리고, 너무나도 이상한 말을 해주어....
 
      소녀: 내가 아는 것은 모두 틀렸다던가. 나의 존재가 이상하다던가!
 
      소녀: 나의 사랑법은 틀렸다던가.
 
      소녀: 이런 신은 싫다던가.
 
      소녀: 세상에 필요없는 건 없다던가.
 
      소녀: 친해지고 싶다던가. 자유롭게 알아갔으면 좋겠다던가. 스스로 배워갔으면 좋겠다던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던가.
 
      소녀: ...살았으면 좋겠다던가.
 
      소녀: 소망으로 이루어진 본좌에게도, 그대들의 뜻을 가듬하는 건 힘들었다. 이곳에 오고 나서는 새로운 것 뿐이야. 조금은, 아이러니하지 않나? 본좌를 이곳으로 오도록 한 자들은, 이런 결과를 예상했을까?
 
      소녀: 완전무결한 신이라면, 인간에게 흔들리지 않겠지. 완벽한 신이라면, 신자들을 확신할 수 있는 행복으로 가게 해줄 것이야.
 
      소녀: 허나 본좌는 전지全知하지 않기에 무슨 길이 옳은지 모르고, 전능全能하지 않기에 선택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없었다. 신도 없는 신은, 누구도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는 신은 존재치 않는 거나 다름없기에, 그 조차도 아니게 되었지.
 
 (잠시 멈추는 소녀. 관객석 맨 뒤에서 팔짱을 끼고 지켜보는 그림자를 향해 말을 건다.)
 
      소녀: 처음에는... 그저, 행동방침이었다.
 
      소녀: 그다음에는, 그대에게 감히 이름을 주고 싶었다.
 
      소녀: 그다음에는, 너를 죽이고 싶었고.
 
      소녀: 그다음에는, 아무래도 좋았지.
 
      소녀: 그리고 그 마지막에는...
 
 (소녀는 침묵한다.)
 
      소녀: 깨달았다. '나' 밖에도 '너'가 있었던 것이야.
 
      소녀: 내가 뭘 하지 않아도 너는 너만의 이름이 있겠지. 나의 권리, 나의 의무, 그 무엇 하나도 너에게 독이 될지언정, 도움이 된 적은 없지. 결국 '신'이란 그런 존재였던 거야. 인간이 희망을 얹는 존재지만, 결국 내가 없어도, 그 운명은 스스로 그려나가는 것이었던거야...
 
      소녀: 궁금하군.
 
 (푸흐, 소녀는 어쩔 수 없이 웃는다.)
 
      소녀: 인간적인 마음이다.
 
      소녀: 그래, 이제 말할 수 있다.
 
      소녀: --- 본좌는 틀렸다.
 
      소녀: --- 본좌의 사랑은 틀렸다.
 
      소녀: - 그리고 본좌는 - 나는 '완전무결한 신'이 아니다.
 
      소녀: 그런 것은, 그 누구도 될 수 없기에.
 
 (소녀가 약하게 웃음소리를 낸다.)
 
      소녀: 내 이름은 제제 르 귄.
 
      소녀: 신도 인간도 속하지 못하는 괴물. 허나 그 동시에 신도 되고 인간도 되지.
 
      소녀: 그래, 제제 르 귄. 나는, 내 이름은 바로 제제 르 귄이야!
 
 (쨍그랑! 유리잔이 깨지는 소리가 난다. 소녀는, 제제는 일어선다. 휘청거리며 관객석을 바라본다. 당신을 바라본다.)
 
      제제 르 귄: 질렸어. 나는 이제 무대 위를 내려오고 싶어.
 
      제제 르 귄: 당신이 필요해.
 
      제제 르 귄: 내가 사랑하게 되어버린 당신들이.
 
      제제 르 귄: 푸흐...이것 또한 인간의 본능일까?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기계장치의 신인 나는, 사랑을 할 수밖에 없게 태어났지. 하지만 그 대상이 아닌 당신들도 애정하게 된 것을 보면...
 
      제제 르 귄: 이런 나는 그렇게 만들어졌기에 사랑하는 게 아니야.
 
      제제 르 귄: 이것은 온전한 나의 의지이다.
 
      제제 르 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이야, 아마.
 
      정말 원한 게 그런 거냐고 묻고 싶어. 당신들에게 매달려서 묻고 싶어. 생각하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야. 책임을 생각하고,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너무 괴로운 일이야. 내가 신이 아닌 인간이라면. 죽음이 해방이 아닌 슬픔이라면. 꺼진 미래에 행복은 없다면,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너무, 너무 많아지니까. 답을 알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아지니까...
 
      하지만 가끔 답이 없어도 괜찮은 거 같아.
 
      제제 르 귄: 이게 올바르겠지.
 
      제제 르 귄: 내 존재에 진심은 없어도,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믿는 것 뿐. 처음부터 그리했지.
 
      작은 신: 그대, 부디 용서치 마렴.
 
      괴물: 그대, 부디 원망하렴.
 
      소녀: 그대... 내가 이기적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해방시켜주렴.
 
      <제 3막 完>
 

 
 "그러면 어때, 즐거웠니?"
 
 그렇게 막이 끝난다.
 
 무대 너머에는, 무수한 박수가 있을까?
 
 사랑하는 그대에게 전화를 걸어 (Baby Hotline). 나에게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어 (There's something happening ). 나는 내 무거운 짐(Dead Weight)을 덜고 싶을 뿐인데.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 확신할 수 있는 존재는 당신의 손뿐이다.
 






3. 최종 판결


제 3심 판결

No.001
박권태

𝐈𝐍𝐍𝐎𝐂𝐄𝐍𝐓

No.002
시미즈 마사

𝐈𝐍𝐍𝐎𝐂𝐄𝐍𝐓

No.003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𝐈𝐍𝐍𝐎𝐂𝐄𝐍𝐓

No.004
옥사나 하네즈카

𝐈𝐍𝐍𝐎𝐂𝐄𝐍𝐓

No.006
제제 르 귄

𝐈𝐍𝐍𝐎𝐂𝐄𝐍𝐓

용서한다 
4:0

용서한다 
2:1

용서한다 
2:1

용서한다 
2:1

용서한다 
3:0